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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갈등해소 관세음보살” 100만번의 염원

    “갈등해소 관세음보살” 100만번의 염원

    관음신앙을 대표하는 불교경전 ‘법화경’에는 ‘관세음보살(觀世音菩薩)’을 두고 일컫기를 “일체 모든 중생이 고통받을 때 마음을 다해 부르면 내려와 고통을 거둬가 주는 보살”이라고 했다. 법화경을 소의경전 삼고 있는 대한불교천태종은 관세음보살의 원력으로 국태민안과 경제회생을 기원하는 ‘일심청정 100만독 관음정진 불사’를 지난 6월부터 진행하고 있다. 최근 서울 인사동에서 기자들과 만난 천태종 총무원장 정산 스님은 “2011년까지 전국의 종단 주요 사찰에서 100만독 불사를 이어갈 계획”이라면서 “이 행사가 한국 정신문화의 큰 발전을 위한 시금석이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이 행사는 ‘관세음보살’을 반복해서 염송하는 천태종의 염불선 전통에 따른 것으로, 불사에 참여한 사람들이 행사 기간 각자 ‘관세음보살’의 이름을 100만번씩 부르게 된다. 하루 5~6시간씩 염송할 경우 100일이, 2~3시간씩 할 경우 300일이 걸리는 힘겨운 수행이다. 하지만 재가불자들을 위해 방학·휴가철에 하안거를 실시하는 천태종의 특성상 서울 관문사를 비롯, 20여개 사찰에서 벌써 2만 8000여명의 불자들이 100만독 정진에 참석하고 있다. 정산 스님은 “매일밤 일과 후에 모여 새벽 4시까지 관세음보살을 외우고 돌아가는 불자들도 많다.”고 상황을 전했다. 이 행사는 천태종의 창종주인 상월 원각 대조사(1911~1974)의 탄생 100주년 기념사업의 일환이기도 하다. 강원 삼척에서 태어나 66년에 천태종을 중창한 원각 대조사는 생전에 “관음정진 100만독을 통해 수행하라.”는 유지를 남긴 적이 있다. 현재 진행되는 불사는 염불을 기본으로 하지만 불자들의 신행을 돕기 위해 대조사 행적에 관한 강의 등도 더불어 진행하고 있다. 행사에 참여하는 불자들은 관리법사의 관리를 받아 낙오를 최소화하고 100만독을 수행할 경우 이수증 및 포상을 받게 된다. 정산 스님은 “현재 우리 사회에는 이념·지역·당파 갈등이 만연해 있다.”면서 “일심청정을 통해 이 사회의 갈등이 줄어들 수 있었으면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100만독 정진을 불자뿐 아니라 온 국민이 함께 하는 범국민운동으로 정착시키고 싶다.”는 바람도 전했다. 새달 7일에 거제 장흥사, 22일 원주 성문사, 11월3일 울산 정광사, 5일 수원 용광사, 15일 서울 성룡사 등에서 결제법회가 열린다. 한편 천태종은 원각 대조사의 탄신 100주년을 맞아 그의 생애와 사상을 소개하는 영상물을 제작하고, 어록·법문집 등도 출판할 예정이다.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 [사설] 통합정치 리더십 보이지 못한 昌의 한계

    자유선진당 심대평 대표가 어제 전격 탈당을 선언했다. 심 대표의 총리 기용을 둘러싼 이회창 총재와의 불협화음이 주요 원인이다. 심 대표는 기자회견을 통해 “설득이 통하지 않는 아집과 독선적 당 운영을 하는 이회창 총재와 당을 같이할 수 없다.”며 탈당했다. 심 대표는 지역기반인 충청권에서조차 4.6%의 지지율에 불과한 것은 선진당이 국가발전과 지역 이익을 대변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이 총재를 비난했다.심 대표의 탈당은 선진당을 충청권 맹주로 자리매김한 두 사람의 갈등에서 빚어졌지만 이회창 총재의 리더십에 적지않이 상처가 될 것이다. 이 총재와 심 대표의 ‘엇박자’는 사실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선진당 태동부터 심 대표가 이끌던 국민중심당계가 소외되면서 불편한 관계가 지속돼 왔다. ‘심대평 총리설’을 둘러싸고 이 총재가 초강경 거부 의사를 견지하다가 급기야 파국을 맞은 것이다.그동안 이 총재의 ‘1인 정당’식 운영 방식에 대해 비판적 시각이 존재해 왔다. 선진당 내의 여러 의견을 보다 큰 틀에서 수용해 통합의 정치로 발전시키지 못한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됐다. 앞으로 당내 갈등과 혼란을 수습하고 당내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것이 큰 과제로 떠올랐다. 심 대표는 ‘국무총리를 안 맡겠다.’고 선언하면서 새 정치의 패러다임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자신의 언급대로 지역주의에서 벗어나 국민과 국가를 위한 화합정치를 펼쳐 나가야 할 것이다. 선진당은 당장 원내 교섭단체의 지위가 사라지고 심 대표를 따르는 의원들의 추가 탈당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심 대표의 탈당이 지역구도와 정국 전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두고 볼 일이지만 지역과 이념 갈등을 털고 통합의 정치로 가야 한다는 국민적 여망에 긍정적 역할을 하게 되기를 기대한다.
  • [시론] DJ 이후 시대의 리더십/임성호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시론] DJ 이후 시대의 리더십/임성호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김대중 전 대통령은 다차원의 시대 선도자였다. 한국 정치사에 여러 번의 획을 그으며 여러 번 시대변화를 선도했다. 이승만 전 대통령이 국가건설이라는 큰 획을 긋고, 박정희 전 대통령이 산업화라는 큰 획을 그은 데 비해, 그는 민주화라는 획, 지역균형발전이라는 획, 남북화해라는 획 등 여러 차례 획을 그었다. 역대 대통령 중 누가 더 위대한지 비교 평가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바람직하지도 않지만, 그가 수차례에 걸쳐 시대변화의 주인공이었다는 데 이의를 달 수 없다. 물론 그 명암이 분명히 있고 아직도 논란을 낳고 있다. 하지만 그는 다양한 족적을 남기며, 항상 긍정적이지만은 않았지만 시대구분의 여러 계기를 제공했다. 민주화는 김 전 대통령이 선도한 시대변화 중 첫 번째이고 가장 널리 칭송받는 것이다. 권위주의적 탄압을 인동초(忍冬草)처럼 참으며 민주화를 견인한 공로는 참으로 크고 결정적이었다. 야당 지도자로서 추락한 국회의 권위를 지키고 꺼져 가는 정당정치의 불씨를 살리며 민주화를 향한 희망을 불어 넣은 그의 노력이 있었기에 유신 시대와 제5공화국 시대에 이어 민주화 시대가 등장할 수 있었다. 그가 이끈 두 번째 시대변화인 지역주의 구도의 형성은 칭찬보다는 비판을 더 받는다. 1987년 민주 대 반민주 대립구도가 깨지자 김대중·김영삼·김종필 3인은 각기 지역주의 감정을 조장하며 지역주의 시대를 열었다. 물론 김 전 대통령은 오래 차별받아 소외된 호남을 살려 지역균형발전을 이루겠다는 나름대로의 의도를 지녔을지 모른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지역 간 반목과 갈등의 골을 깊게 했다. 민주화나 지역주의 시대가 평생의 경쟁자이자 동지였던 김영삼 전 대통령과의 합작품인 반면, 김대중 전 대통령이 주도한 세 번째 시대변화인 남북화해는 그만의 결단에 의한 것이다. ‘햇볕정책’, 정상회담과 6·15선언, 금강산 관광 등으로 상징되는 남북화해 시대는 그의 오랜 신념 덕에 그 첫 걸음을 뗄 수 있었다. ‘일방적 퍼주기’였고 북핵 개발을 오히려 도왔다는 비난이 있지만, 남북 긴장은 적어도 한동안 크게 줄었다. 시대 선도자로서 김 전 대통령의 영향력은 이념의 사회적 분출에까지 이어졌다. 이념적 폐쇄성을 면치 못하던 우리 사회는 그의 당선 자체, 그리고 그의 적극적 시민사회 지원정책과 남북교류 노력으로 인해 이념적 다양성의 시대에 접어들 수 있었다. 이념의 분출이 지나쳐 남남갈등이 격화됐다는 평가도 있지만, 어쨌든 후임 노무현 전 대통령 시기에 정립된 이념적 대립구도라는 시대추세의 기저에는 김 전 대통령의 원초적 역할이 있었다. 이처럼 여러 갈래의 시대흐름을 이끌며 그는 공과를 함께 남겼다. 우리의 과제는 이 중 공은 살리고 과는 줄이는 것이다. 민주화를 성숙시키되 방종과 아집으로 흐르지 않고, 지역균형발전을 이루되 지역감정을 북돋우지 않고, 남북화해를 진행시키되 그 효과성을 따지고, 이념의 다양성을 중시하되 추상적 이념대립이 구체적 현안 중심의 대화를 막지 못하게 해야 한다. 이제 누가 이런 방향으로 시대를 이끌까? 누구보다 김 전 대통령이 거쳤던 직(職)을 현재 맡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과 국회의원들이 그의 공과를 헤아리며 새 시대를 열기 위해 앞장서야 한다. 그러나 그의 카리스마 넘치는 개인적 리더십이 작동하던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 오늘의 사회상황은 개인보다 제도·시스템 중심의 새 시대를 요구하고 있다. 우리 국민 모두가 시대를 이끌어야 할 이유다. 임성호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 [강지원 좋은세상] 전라도 보수, 경상도 진보 나와야

    [강지원 좋은세상] 전라도 보수, 경상도 진보 나와야

    요즘 우리 사회에 ‘금년중 한반도의 거물급 인사 5명이 사망한다.’는 괴담이 유포되어 왔다. 그중 노무현, 김대중 두 사람이 포함되었다는 데는 이의가 없었다. 그런데 그 예측은 현실로 나타났다. 다음 차례는 누구일까, 호사가들의 호기심의 대상이 되어 있다. 이른바 거물급 인사라면 사회적, 정치적 영향력이 컸던 인물을 가리킬 것이다. 그러니 적어도 대통령이나 그쯤 되는 자리를 거친 이들이 아닐까 싶다. 그렇다면 그들은 대체로 국장이나 국민장의 대상이 될 듯한데, 그러면 이 정부는 연중 내내 초상을 치러야 하는 ‘초상정부’ 노릇을 해야 할 판이다. 그러나 누가 이런 말을 믿으랴. 다만 이들이 얼마 사이에 다수 세상을 떠날 것이라니, 아니 노무현, 김대중 두 전직 대통령의 죽음만을 놓고서라도 우리는 그들의 삶과 죽음이 우리에게 어떤 새로운 시대를 시사해 주는 것인지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사람에게는 누구나 공과(功過)가 있다. 그래서 가급적 냉철하게 따져 보아 공은 기리되 과는 디딤돌로 삼아야 한다. 그리고 사람에겐 누구에게나 그 시대에 타고난 사명이 있다. 그 시대에 자기에게 주어진 소명이 무엇인지 깨닫는 것이 자신의 삶의 가장 중요한 과제가 된다. 최근 잇달아 사망한 노무현, 김대중 두 전직 대통령은 공교롭게도 둘다 민주화 이후 동서정치의 극복과 남북대화를 추구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비록 모두 미완의 과제로 남겨졌으나, 그들이 유독 동서와 남북이라는 지역에 매달렸다는 점은 이 나라의 지난 10년간 과제가 무엇이었는지 극명하게 말해 주는 것이었다. 어느 사회나 계층, 노사, 세대, 종교, 인종, 성별, 지역 등 많은 갈등요인이 있다. 그 중에서 특히 태생적 출신에 따라 사람을 가르는 것은 다른 요인들보다 더 크게 비난 받는다. 그런데 더욱 개탄스러운 것은 우리나라에서 이 원시적 지역감정은 정치감정으로까지 비약해 온통 정치판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도대체 한 정당은 경상도에서 싹쓸이하고, 또 다른 한 정당은 전라도에서 싹쓸이한다면 이게 어디 제 정신이 박힌 정당인가. 그리고 북한지역은 비록 우리의 힘이 미치지 못하지만 또 다른 거대정당이 지배하고 있지 않은가. 현실을 이 모양, 이 꼴로 만든 것은 저 간악한 정치꾼들이다. 눈앞의 표를 따먹기 위해 할 짓, 안할 짓을 가리지 않고 온갖 선전, 선동을 해 온 것이다. 이제 그 원인이 정치권에 있었다면 스스로 그 고리를 끊어야 한다. 지금 논의되기 시작하는 행정체제나 선거제도 변경도 과감하게 추진해야 한다. 극단적으로는 한 정당이 한 지역에서 일정 비율의 당선자를 배출하지 못하면 일정 수의 당선자를 강제로라도 배정 해야 한다. 그까짓 어떤 자가 국회의원이 되느냐보다 더 큰 가치는 지역의 화목과 공생에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태생적 요인보다 이념갈등은 좀더 차원 높고 학습된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지역과 이념이 교묘하게 뒤엉켜 있다. 막상 만나 보면 전라도 사람이 죄다 진보적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진보적인 민주당을 찍는다. 경상도 사람이 죄다 보수적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보수적인 한나라당을 찍는다. 실제로는 지역적 잇속을 챙기기 위해 투표를 하였음에도 교묘하게 이념투표를 한 것처럼 포장되는 것이다. 이젠 우리 정치도 원시적인 ‘촌사람’ 정치를 벗어나야 한다. 이념과 정책에 입각해 ‘매니페스토’ 정치를 펼쳐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전라도 보수와 경상도 진보도 전면에 등장해야 한다. 지역의 늪에서 빠져나와 성숙한 이념경쟁에 가담해야 한다. 이에 따라 정당도 서로 지역적으로 교차하며 이념정당화 또는 정책정당화해야 한다. 그런 정당이 지역을 뛰어넘어 선의의 정책경쟁을 하는 새로운 시대를 위해 지금 우리는 무작정 상대를 비판하기 전에 자기 성찰에 나서야 한다. 변호사 [다른기사 보러가기] 나로호 날았지만 위성 행방 묘연 이영애 美서 극비결혼 태평양전쟁 가짜유골 봉환 논란 SM 이수만 최고급 오피스텔 롯데 16.8도에 진로 “물탄 소주” ”수능 코앞인데 휴교하라니… “
  • 라디오 연설 “화합과 통합이 시대정신”

    이명박 대통령은 24일 “김대중 전 대통령의 병상과 빈소도 화해의 계기를 만들었다.”며 “이 역사적 장면으로부터 화합과 통합이 바로 우리의 시대정신임을 다시 확인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방송된 라디오·인터넷 연설을 통해 “저는 역사의 한 시대를 마감하고 새로운 시대가 열리고 있음을 직감한다.”며 “국민들 사이에는 이미 이념갈등이 약화되고 통합의 흐름이 시작되고 있는데 유독 정치만이 이를 쫓아가지 못하고 있다는 진단도 많이 나왔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저는 지난 광복절 경축사에서 앞으로 국정운영에서 통합을 가장 중심적인 의제로 삼을 것을 천명한 바 있다.”며 “그렇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이제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 시대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며 “새로운 민주주의는 대립과 투쟁을 친구로 삼기보다는 관용과 타협을 친구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은 “우리가 나아갈 길은 서로를 인정하고 대화와 합리적 절차를 존중하는 성숙한 민주주의”라며 “이번 계기에 지역과 계층, 이념을 넘어 하나가 돼야 한다. 그렇게만 할 수 있다면 우리는 반드시 선진일류국가로 발돋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정치적 양극화와 경제적 양극화를 넘어서기 위해 대통령인 저부터 앞장설 것”이라며 “통합을 위해 꼭 필요한 정치개혁도 구호에 그치지 않도록 반드시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이 대통령이 ‘화합’과 ‘통합’을 국정운영의 중심 의제로 삼겠다고 밝힘에 따라 이번주나 다음주에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청와대 개편과 개각은 ‘화합형 인사’가 중용될 것이라는 전망이 점차 힘을 얻고 있다. 개각의 핵심인 국무총리의 경우 한승수 총리가 교체되면 화합과 통합의 국정 철학이 잘 드러나도록 ‘비영남 인사’를 후임으로 할 가능성이 높다. 심대평 자유선진당 대표와 이원종 전 충북지사, 정우택 충북지사 등 충청권 인사는 물론 김종인 전 의원, 강현욱 전 전북지사 등 호남 인사들도 유력후보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 당정간 소통강화와 ‘화합·통합’ 차원에서 친박(친 박근혜) 인사들을 내각이나 청와대에 기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종락기자 jrlee@seoul.co.kr
  • 전문가 제언 - DJ 서거 이후 정치권의 과제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가 정치권에 남긴 과제는 사회통합을 위한 정치개혁이라고 24일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여야가 대립과 반목의 정치 행태를 청산하는 것은 물론 선의의 원내경쟁 문화를 만들어 가야 한다는 것이다.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민주당에 미디어법과 민생 현안을 분리 대응할 것을 주문했다. 김 교수는 “우리 정치는 어느 하나가 이기면 다른 하나는 질 수밖에 없는 ‘제로섬 게임’이어서 미디어법 정국을 돌파할 수 있는 제3의 길이 있는지 찾는 일이 쉽지 않다.”면서 “그러나 비정규직법을 비롯해 민생현안이 쌓여 있으니 민주당은 장외투쟁에 머물지 말고 여야 대화에 적극 나서는 등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를 위해 민주당이 ‘통 크게’ 원내로 들어가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형준 명지대 교양학부 교수는 “민주당은 상생과 화합을 강조한 고인의 유지를 받들어 국회로 들어가는 ‘감동의 정치’를 베풀어야 한다.”면서 “여권도 남북협력과 지역갈등 문제에 대해 야권에 성의를 보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원택 숭실대 정치학과 교수는 “민주당도 원내로 들어가야 하지만 한나라당이 먼저 여야 상생의 공감대 위에서 정치력을 발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립과 반목을 정책 경쟁으로 승화시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손호철 서강대 정치학과 교수는 “고인과 같은 색깔론의 피해자가 더 나오지 않으려면 정치권에 성숙한 이념 경쟁 문화가 조성되어야 한다.”면서 “상대를 모략하고 비방하는 정치문화를 건설적인 이념과 정책 경쟁으로 전환시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통령이 제안한 정치개혁 의제를 입법으로 뒷받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강 교수는 “김 전 대통령의 서거로 지역주의 청산 문제가 화두로 떠올랐으니 이참에 정치권은 이명박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지역주의 타파를 위해 제안한 선거제도 개편 문제를 적극 검토해야 한다.”면서 “사회적인 분위기를 제대로 읽고 건설적인 결과를 도출해 내도록 노력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주현진기자 jhj@seoul.co.kr
  • [사설] 김 전 대통령 가신 길 평화·화해로 기려야

    이제 김대중 전 대통령은 떠나고 우리는 남았다. 이 땅의 민주화를 앞당기고, 인권을 살찌우고, 얼어붙은 한반도에 화해와 평화의 햇살을 안겨다 준 김 전 대통령이 어제 다시는 볼 수 없는 영면의 길에 들어섰다. 김대중, 그 이름 석자는 역사가 됐다. 돌이켜보면 우리는 그가 있어서 행복했다. 지금 우리가 대한민국의 국민임을 자부할 수 있는 토양을 갖추는 데 있어서 고인이 이룩한 업적은 실로 지대하다.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의 편”이라는 외침으로 암울한 군사정권 시절 민주주의의 불꽃을 지켜냈다. 혹독한 외환위기를 맞아 나라가 흔들릴 때 국민을 하나로 묶었고, 장롱 속 금붙이들마저 끌어내며 이룩한 경제 회복으로 다시금 세계를 놀라게 했다. 분단 한반도에 대화의 물꼬를 텄고, 남북이 극복의 대상이 아니라 공존공영의 대상임을 일깨웠으며, 인류는 그런 평화의 전령에게 노벨평화상을 수여하며 갈채를 보냈다.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확고한 신념과,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인권의 숭고한 가치와, 용서와 화해만이 모든 어려움을 뛰어넘을 힘이라는 가르침을 고인은 안겨주었다. 김 전 대통령이 서거한 뒤로 지난 엿새 이 땅엔 용서와 화해, 평화와 사랑의 물결이 넘쳐났다. 동서로는 평생 민주화 동지이자 정적인 김영삼 전 대통령과의 화해가 이뤄졌고, 동교동계와 상도동계가 손을 잡았다. 남북으로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조의를 받아든 북한 조문단이 빈소를 찾았고, 우리 정부와 막힌 대화의 실타래를 풀 방안을 논의했다. 서울광장을 비롯한 전국 각지의 분향소로 신분과 계층을 떠난 조문행렬이 꼬리를 물었지만, 거기에 이념과 지역 대립의 흔적은 찾기 힘들었다.고인의 자취가 크고 깊은 만큼 그의 빈자리를 메워야 할 우리의 과제 또한 막중하다. 지역과 이념, 계층의 대립이라는 이 나라 3대 갈등을 치유하고 극복하는 데 사회 구성원 모두가 나서야 한다. 우선 고인이 평생을 바쳐 극복하려 했던 지역주의의 골을 메워야 한다. 이를 위해 정치권은 당파를 떠나 지역갈등 극복을 위한 제도적 방안을 마련하는 데 머리를 맞대기 바란다. 말로만 지역주의 극복을 외칠 것이 아니라 이를 실천할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정치권의 화두로 떠오른 행정구역 개편과 선거제도 개선 등을 논함에 있어서 이 나라 백년대계를 설계한다는 자세로 임해야 할 것이다.이념 과잉의 대결구도 또한 극복해 내야 한다. 정치권뿐 아니라 학계와 언론, 시민사회단체 등 사회의 모든 주체들이 힘을 모아야 한다. 식민통치와 남북 분단, 군부통치라는 현대사의 굴곡이 만든 이념의 덫에서 우리 스스로를 해방시켜야 한다. 나라가 이념의 굴레에 묶여 주춤거리기에는 아직 가야 할 길이 너무도 멀다. 탈이념의 세계사적 조류에서 우리만 퇴행할 수는 없다. 이를 위해 정부는 무엇보다 친서민 행보를 보다 강화, 빈부 격차에 따른 계층 갈등을 극복하는 데 더욱 매진해야 한다. 기회의 균등과 정의로운 분배를 통해 우리 사회 전체가 하나가 되는 통합의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인동초가 피워 낸 평화와 화해의 꽃을 이제 우리가 가꿔야 한다. 삼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영면을 빈다.
  • [김대중 前대통령 국장]“우리의 자랑스러운 역사로 영원히 남을 겁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국장(國葬) 장의위원장인 한승수 국무총리는 23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영결식에서 조사(弔辭)를 낭독했다. 다음은 조사 요지. 우리는 오늘 나라의 큰 정치지도자이신 김대중 전 대통령님과 영원히 이별하는 자리에 함께하고 있습니다. 하루빨리 쾌차하시기를 간절히 소망했던 우리들은 애통한 마음을 가눌 길이 없습니다. 대통령님은 평생 민주주의와 인권, 평화와 민족화해를 실현하기 위해 헌신해 오셨습니다. 대통령님의 이러한 발자취는 우리의 자랑스러운 역사로 영원히 남을 것입니다. 대통령님은 헌정사상 처음으로 선거에 의한 수평적 정권교체를 이루어 정치발전의 확고한 기틀을 닦으셨습니다. 분단 이후 최초의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남북화해와 교류협력의 큰 길을 열고, 2000년에는 노벨평화상을 수상하여 대한민국의 위상을 드높인 일은 우리 모두의 자랑이었습니다. 고인의 일생은 참으로 파란만장한 삶이었습니다. 생전에 당신 스스로를 추운 겨울에도 온갖 풍상을 참고 이겨내는 ‘인동초’에 비유했던 것처럼 투옥과 연금, 사형선고와 망명에 이르기까지 험난했던 삶이었습니다. 민주화의 기적을 이룩할 수 있었던 것은 대통령님처럼 민주주의에 대한 강인한 신념과 불굴의 용기를 가진 지도자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대통령님이 이루고자 하셨던 민주주의 발전과 평화적 통일 그리고 국민 통합에 대한 열망은 우리의 미래를 열어 가는 길잡이가 될 것입니다. 특히 어려운 이웃과 소외된 계층을 위한 대통령님의 관심과 배려도 오늘의 우리들이 한층 더 받들어야 할 것입니다. 대통령님은 마지막 순간까지도 우리 사회의 화해와 통합에 크나큰 역할을 하셨습니다. 대통령님은 생전에도 늘 “남북으로 갈라진 것도 모자라 동서로 갈라지고 계층 간에 대립하고 세대 간에 갈등해서는 우리의 미래는 없다.”고 강조하셨습니다. 우리는 이러한 대통령님의 유지를 받들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제야말로 지역과 계층, 이념과 세대의 차이를 떠나 온 국민이 한 마음으로 새로운 통합의 시대를 열어가야 하겠습니다. 이제 대통령님은 생전의 그 무거운 짐 모두 내려놓으시고 편히 영면하시기를 빕니다. 그리고 언제까지나 우리 겨레의 앞길을 밝혀주시기를 기원합니다. 온 국민과 더불어 삼가 후광(後廣) 김대중 전 대통령님의 명복을 빕니다.
  • [서울광장]괜한 싸움을 줄이는 게 중도다/이목희 수석논설위원

    [서울광장]괜한 싸움을 줄이는 게 중도다/이목희 수석논설위원

    조선시대 황희 정승의 “옳다.” 시리즈는 널리 알려져 있다. 두 계집종이 싸운 이유를 듣고 모두에게 “네 얘기가 옳다.”고 했다. 곁에서 듣던 부인이 타박하자 황희 정승 왈 “당신 얘기도 옳소.” 황희 정승에게 어떤 이가 물었다. “아버님 제삿날에 우리 집 소가 새끼를 낳았는데 제사를 드려야 할까요.” 황희 정승이 말하길 “안 드려도 되지.” 며칠 후 다른 이가 물었다. “아버님 제삿날에 우리 집 돼지가 새끼를 낳았지만 제사는 드려야겠지요.” 황희 정승은 “당연히 드려야지.” 부인이 또 타박하자 “제사 드리기 싫은 놈은 안 지내도록 하고, 제사 드리고 싶은 사람은 드리도록 했을 뿐….” 황희 정승이 우유부단했다고 지적하는 이가 있다. 정말 그럴까. 세종대왕 시절 함경도 변방을 정벌하는 임무를 누구에게 맡길 것인가가 논란이 되었다. 모함과 질시 속에 황희 정승은 김종서 장군을 천거하고, 끝까지 밀어붙였다. 김종서 장군이 6진 개척이라는 찬란한 성과를 거둔 배경에는 황희 정승의 소신이 자리잡고 있었다. 이명박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중도실용주의를 강조한 이래 청와대와 각 부처가 바빠졌다. 이론적으로 그럴듯하게 포장해야 하고, 부자가 섭섭지 않으면서 서민도 살리는 묘책을 짜내려니 쉬운 작업이 아니다. 청와대의 이데올로그라는 이들은 나름의 논리를 만들어 설명하지만 공허하게 들린다. 보수정책과 진보정책을 적당히 버무리면 중도인가. 오른쪽 깜박이와 왼쪽 깜박이를 번갈아 켜면 중도인가. 사실 참여정부도 깜박이는 왼쪽으로 켜놓고 세불리하면 가끔은 오른쪽으로 돌아 진보·보수 양쪽에서 욕을 먹었다. 이명박 정부가 역대 정권과 차별화된 중도실용주의를 실행하려면 단순·명쾌한 논리를 개발해야 한다. 보수·진보의 이념 스펙트럼에서 어정쩡한 중간쯤의 중도로는 감명을 못 준다. 그 때문에 황희 정승 일화를 꺼냈다. “사소한 일에 목숨 걸지 않는게 중도”라는 것에서 출발하면 어떨까. 두 계집종들이 싸울 때는 서로 잡아죽일 듯하지만 며칠 지나면 “그런 일로 왜 다퉜을까.”라고 후회하기 십상이다. 광복 이후 여야가, 경영자와 노동자가 싸운 사례와 이유를 따져 보면 90% 이상은 계집종들이 다툰 범주에 들어갈 것이다. 각박한 정치·사회 풍토가 계속되니 안 싸울 일까지 죽기살기로 다투고 있다. 황희 정승은 국가안보와 연관되자 뚝심있게 주장을 관철시켰다. 고집을 부릴 일, 안 부릴 일을 어떻게 구별하나. 그래서 진정한 중도보수주의자는 중용·절제의 미덕과 분별력·판단력을 갖춰야 한다. 서구 정치학에서는 이를 프루던스(prudence)라고 부른다. 지금 청와대에 이데올로그들이 없지 않으나 한 차원 높은 조언을 듣는 게 낫다. 정치철학적으로 중도통합론에 평판이 있는 이는 노재봉·박세일씨일 것이다. 두 사람은 교수 출신이지만 청와대 참모, 국회의원을 지냈으니 현실감각도 있다. 노재봉 전 총리에게 “현 정부가 중도논리를 어떻게 펴는 게 바람직합니까.”라고 물었다. 답변이 단순 명료했다. “갈등 해소.” 노재봉 전 총리 같은 이를 여러 사람 부르는 데 섞지 말고, 따로 진중하게 만나 현 정권 정책과 지향점 전반을 관통하는 중도논리의 조언을 듣기 바란다. “소모적인 갈등구조의 해소가 중도의 요체”라는 생각을 깔고 그럴듯한 캐치프레이즈를 만들어 낸다면 중도를 둘러싼 국민 공감대가 훨씬 넓어질 것이다. 이목희 수석논설위원 mhlee@seoul.co.kr
  • [사설] 김 전 대통령 국장 南南·이념 갈등 없도록

    김대중 전 대통령 장례를 국장으로 치르기로 한 정부 결정을 놓고 일부에서 마뜩잖은 기색이다. 극보수 단체와 일부 정치권 등에서는 국민장으로 치러진 최규하·노무현 전 대통령의 장례와 형평성이 맞지 않는다면서 이의를 제기한다. 극보수 단체들은 심지어 국장 거부운동을 거론하고 있다고 한다. 정부는 김 전 대통령의 생전 업적을 기리고 사회통합의 대승적 의의를 위해 국장을 결정했다고 설명한다. 민주화와 인권 발전, 남북과 동서의 화해와 협력을 이뤄낸 고인의 업적을 감안하면 잘한 결정이라고 우리는 본다. 김 전 대통령 장례는 전국민적인 애도 속에서 최고의 예우로 치러져야 한다. 김 전 대통령 서거를 이념과 계층, 지역갈등이 해소되는 사회통합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진보와 보수, 정파 가릴 것 없이 모두 여기에 힘을 쏟아야 할 때다. 국장이 옳으냐를 놓고 이념갈등이나 벌이고 있어서야 되겠는가. 형평성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 차제에 국장·국민장에 관한 법률의 손질이 필요하다. 앞으로 다른 전직 대통령이 서거할 경우 김 전 대통령 국장 전례를 들어 국장을 요구하면 사회적 논란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현직 대통령은 국장, 전직 대통령은 국민장이라는 식으로 분명히 정리하는 게 바람직스러울 것이다. 북한은 조문단 파견과 관련한 접촉 창구를 계속 김대중 평화재단으로 삼고 있다. 조문단 파견 의사 전달과 조문단 명단 통보도 마찬가지다. 북한이 정부를 배제시키는 통민봉관으로 남남갈등을 노린다는 의구심이 차츰 커지고 있다. 북한은 김 전 대통령 조문으로 남남갈등을 부추기려 해서는 안 된다. 북한이 그런 의도를 갖고 있다면 남북 화해·협력을 이끈 고인의 생전 업적과 뜻을 훼손하는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지적해 둔다.
  • [김 전대통령 서거]정치권 한목소리

    “거목은 쓰러졌지만 그 분의 유지(遺志)는 잊지 말아야 한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은 우리 곁을 떠났지만, 정치권에서는 ‘화해와 용서’라는 고인의 뜻을 이어가야 한다는 주문이 쏟아지고 있다. 고인과 김영삼 전 대통령을 각각 상징한 동교동계와 상도동계도 “남은 우리가 지역주의 해소에 매진하자.”고 결의를 다졌다. 상도동계 출신인 김덕룡 대통령 국민통합특보는 19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두 분이 인간적인 면에서 화해를 했고, 이제 정치적인 화해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특보는 “두 분을 모시고 민주화 운동을 했던 후배들이 지역주의를 고치는 일에, 민주화 운동의 초심으로 함께 손 잡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김 전 대통령의 서거를 계기로 우리 국민이 새로운 결의를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원로 정치인들도 지역갈등과 이념·계층 간 갈등을 극복해 고인의 뜻을 받들자고 한 목소리를 냈다. 정치적으로 같은 편에 섰든, 반대편에 섰든 갈기갈기 찢어진 우리 사회를 하나로 묶어 내는 일에 힘을 쏟자는 데 이견이 없었다. 이만섭 전 국회의장은 이날 기자와 통화에서 “고인이 지역감정으로 피해를 본 것도, 그것을 활용한 것도 사실이지만 대통령이 된 뒤 화합을 위해 누구보다 노력했다.”면서 “그분의 뜻을 받들어 한층 더 지역감정을 해소하는 데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전 의장은 “정치권도 격돌과 대립에서 벗어나 지역감정 해소를 위해 중·대 선거구제 개편 등을 대승적 견지에서 수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상도동계 출신인 김수한 전 국회의장은 “좌익이니, 빨갱이니 하는 소리까지 듣고 모진 고초와 모욕을 당했지만 고인은 자신에게 모질게 했던 사람들을 다 용서했다.”면서 “그분의 말과 행동을 10분의 1만 닮았더라면 지금 우리 사회처럼 꽉 막힌 상황까지는 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일침을 놓았다. 김 전 의장은 “서로를 껴안고 용서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동교동계 출신인 박상천 민주당 상임고문은 “대한민국의 민주화와 남북화해, 경제발전을 추구하던 그 뜻을 이어받아 고인의 중도·개혁주의를 실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형오 국회의장은 “고인은 남북 및 이념 간 화해와 화합을 위해 헌신하고 국민과 함께 고락을 함께 한 분으로 역사에 길이 기억될 것”이라면서 “고인이 남긴 높은 뜻을 계승하는 데 모든 국민이 함께 힘을 합쳐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회 부의장 출신의 한나라당 홍사덕 의원은 “지역문제뿐 아니라 계층 간 상생 방안을 찾아야 한다.”면서 “지역갈등 해소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사회 양극화를 치유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홍 의원은 “고인이 재임시절 사회안전망 구축을 서두른 것도 그런 차원이라고 생각한다.”고 상기시켰다. 김지훈기자 kjh@seoul.co.kr
  • [서울광장]8월의 대한민국이 아껴야 할 것들/박재범 논설실장

    [서울광장]8월의 대한민국이 아껴야 할 것들/박재범 논설실장

    러시아 동부의 하바롭스크는 한국과 역사적으로 밀접하다. 조선이 후기 지식층의 공허한 이념논쟁 끝에 망한 1910년대, 항일독립군들은 국경에서 이곳까지 일제에 의해 쫓겨났다. 시베리아의 차가운 북서계절풍을 거슬러 수백㎞를 걷던 사회주의 계열 독립군들은 길에 숱하게 뼈를 묻었다. 100년 전의 참상을 끄집어내는 것은 하바롭스크의 ‘김유천 거리’ 때문이다. 그는 1917년 러시아 공산혁명 때 적군에 들어가 활동하다 차르의 백군 총에 맞아 죽었다. 소련은 외국인임에도 그의 이름을 도로명으로 붙여 고마움을 나타냈다. 미국 플로리다 포코시티에는 밴플리트 스트리트가 있다. 2차대전 참전용사인 밴플리트는 한국전쟁 때 미 8군사령관으로 전쟁을 총괄 지휘했다. 한국에 4년제 육사를 설치하도록 했고, 한국군 장교의 미국유학 길을 텄다(백선엽 ‘군과 나’). 플로리다는 미국의 국가이익을 지킨 그에게 이런 방식으로 감사를 표했다. 물론 러시아와 미국 등에는 마르크스, 엘리자베스 여왕 등 수백년 전 인물의 이름이 붙은 거리가 훨씬 많다. 다만 나라를 세우고 지킨 같은 시대의 사람도 간과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도로명 역시 역사적 인물들이 많다. 퇴계로, 율곡로, 충무로, 을지로 등. 그러나 러시아나 미국 등이 김유천이나 밴플리트라는 동시대인을 상찬하는 것과 달리, 한국은 수백년 전 사람만 존경할 뿐이다. 오는 29일은 경술국치일이다. 국파군망(國破君亡) 이후 99년 동안 한민족은 광복을 맞았고 대한민국을 건설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한민족의 국가 틀을 만들고 지키는 데 목숨을 바쳤다. 1948년 정부 수립 이후 훈장 등 포상한 독립운동가들이 1만여명이고, 사료에는 명단이 있지만 유가족이 없어 포상 못한 독립운동가가 2만여명에 이른다. 한국전쟁에서 목숨을 내던진 사람들도 수십만명이다. 이들이 없었다면, 대한민국이라는 국체는 존재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대한민국에선 이들을 곁에서 찾아볼 수 없다. 전시관에 기념품처럼 모시고 있다. 천안의 봉주로 등 문화예술체육인의 이름이 생활 속에 자리잡은 정도다. 대한민국을 건설하고 유지한 사람들도 완벽하지는 않다. 이승만, 백선엽, 박정희, 그제 타계한 김대중… 그리고 맥아더, 밴플리트. 인간이기에 흠이 있다. 세상에 완벽한 이가 누구인가. 대학(大學)은 사리분별력이 있는지를 경중, 완급, 선후를 따질 수 있는지로 가른다. 이런 측면에서 맥아더를 살펴보면 공은 대한민국을 김일성과 스탈린, 마오쩌둥으로부터 지킨 것이요, 과는 전쟁통에 많은 사람을 죽게 만든 일이다. 이제는 경중, 완급, 선후를 제대로 가려야 한다. 우리는 타인의 희생으로 지켜진 국가의 틀 안에서 때로는 행복하게, 때로는 갈등을 빚으며 살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들은 자신들이 평안한 삶을 살 수 있도록 애쓴 사람들에게 성인도 통과 못할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까탈을 잡으려고만 한다. 이제는 변방 콤플렉스에서 벗어날 때도 됐건만. 최근 재조명되는 일제하 작가의 한 명인 백신애는 단편소설 ‘꺼래이’에서 1930년대의 삶을 눈물로 그렸다. “이리에게 잡혀가는 목자 잃은 양떼와도 같이 헤매어 넘어온 국경의 험악한 길을 다시금 쫓겨넘는 가엾은 흰옷의 꺼래이 떼….” 나라를 잃었고 나라를 되찾은 8월을 맞아 러시아·미국에 못지않게, 우리 스스로 대한민국을 건설하고 지킨 사람들을 아껴보자고 제안해본다. 박재범 논설실장 jaebum@seoul.co.kr
  • [8·15 경축사 분석] 민생 5대 지표·보금자리주택 등 爲民행보 가속화

    이명박 대통령은 이번 8·15 경축사에서 친(親)서민 행보를 계속하며 ‘서민을 따뜻하게, 중산층을 두껍게’라는 정책기조를 실천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소득, 고용, 교육, 주거, 안전 등을 계량화한 ‘민생 5대 지표’를 개발해 국민의 삶의 질과 행복도를 종합 진단하겠다는 계획도 제시했다. 이미 일선 부처에서 민생 5대 지표에 대한 개발 작업을 마무리했으며, 곧바로 정책에 반영할 수 있을 것으로 전해진다. 이와 관련, 이르면 오는 10월쯤 보금자리주택을 짓기 위해 수도권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일부가 추가 해제된다. 국토해양부는 16일 “올 하반기에 수도권 그린벨트 몇 곳을 추가 해제해 보금자리주택을 추가 공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추가 해제 대상지로는 과천·고양·구리·남양주 등이 꼽힌다. 도심과 가깝고 비닐하우스·축사·창고 등이 들어서 있어 그린벨트가 많이 훼손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그러나 “보금자리주택 건설을 위해 수도권 그린벨트가 대부분 풀리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념·계층·지역·세대간 갈등을 완화한다는 취지에서 대통령직속 사회통합위원회가 조만간 구성된다. 위원회는 사회 갈등 해소, 차별 요소 제거, 양성 평등 구현 등을 목표로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해 대통령에게 전달하고 관계 부처와 함께 해법을 모색하는 역할을 맡을 전망이다. 이에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평화적·합법적인 집회의 말살, 용산참사, 서민희생이 중도실용이냐.”고 반문했다. 노영민 대변인은 “화려한 수사로 일관한 서민정책은 기존의 쇼하기 서민행보의 재판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주현진 윤설영기자 jhj@seoul.co.kr
  • [떠나볼래요-길따라 바람따라 맛따라] 자유로는 염원을 달리고 돛배는 낭만을 물결치고

    [떠나볼래요-길따라 바람따라 맛따라] 자유로는 염원을 달리고 돛배는 낭만을 물결치고

    휴일에는 외곽의 이정표에서 나를 잊는다. 길게 뻗어가는 자유로, 북으로 향하는 갓길은 문득문득 부재의 연결망이다. 4차선 곁 엉켜 이어지는 철조망은 상흔이라는 단어에 그물을 씌운다. 분단. 냉정과 이념의 갈등이 그어놓은 그 횡축을 우리는 종종 깨닫지 못한다. 아직도 자유로의 끝에는 우회로만 있을 뿐이다. 책장을 휙휙 넘기듯 가로수들은 둥근 나이테에 이 길을 기록하고 있을 것이다. 상념이 끝없이 차창 밖에서 휘감기는 동안, 자동차는 방향지시등을 켜고 속도를 줄인다. 무의식은 그렇게 내가 없어도 여전히 나처럼 살아간다. 어느덧 임진각 이정표를 따라 광장에 와 있다. 평일에 맞는 임진각 평화누리에서의 휴일은 적요롭다. 다만 햇볕이 광장과 내통하며 드넓은 능선을 따라 반짝거린다. 멀리 임진강역에는 신의주까지 가야할 기차가 더 이상 가지 못하고 멈춰 있을 것이다. 종착역이 아닌 드넓은 평화누리공원은 그래서 3만 평의 고요를 묵묵히 받아들인다. 잘 가꾸어진 잔디와 흙길을 걷다보면 마음은 고즈넉한 음악처럼 편안해진다. 부채꼴 모양으로 뻗어 있는 언덕에 색색 바람개비가 눈에 띈다. 가까이 가보니 수천 개의 파랑, 빨강, 노랑이 각각의 동심원을 그린다. 바람은 그 중심을 가볍게 터치하며 플라스틱의 날개를 그려준다. 귀퉁이가 찢겨진 바람개비도 섞여 있다. 얼마나 바람을 감아야 이 언덕을 날아오를 수 있을까. 구름에서 내려다보면 바람개비들은 고단한 한반도 형상으로 배치되어 있다. 2005년 세계평화축전 행사를 기점으로 조성된 임진각 평화누리공원은 잔디 언덕과 복합문화공간들로 구성되어 있다. 임진각이 그동안 갖고 있는 분단의 상징을 초월해 화해와 평화, 상생으로 거듭나기 위한 것이 이 공원의 조성취지이다. 연중 다양한 공연, 전시 등 문화예술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평화누리공원 언덕, 대나무로 엮어놓은 조형물이 북녘을 굽어본다.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4개의 사람 형상이 마치 땅에서 솟아나고 있는 듯하다. 언덕 가장자리 가장 큰 조형물 아래에 서서 나는, 그처럼 북녘을 바라본다. 북의 고향을 그리다 땅에 묻혔을 사람의 표정이었을까. 대나무 엮인 틈틈 바람이 깁은 어느 영혼의 초상일까. 어쩌면 우리의 육신도 이 대나무처럼 스스로를 옭아온 껍질일지도 모른다. 그리움은 나를 벗어나는 순간 다가갈 수 있다. 그러니 나를 버리고 당신에게 깃드는 길은 나의 틈틈을 통해 한순간이라도 바람이 되어보는 것이다. 평화누리공원 옆 임진각에는 경의선 증기기관차와 반세기 전 한국전쟁의 흔적이 간직되어 있다. 1953년 휴전 때 남북의 포로 교환이 있었던 ‘자유의 다리’ 끝에는 통일을 염원한 천조각들이 신성하게 매달려 있고, 실향민의 제사 장소인 망배단도 숙연하다. 특히 전망대에 오르면 임진강 줄기의 아름다움과 울창한 숲, 도라산역으로 향한 철도를 조망할 수 있다. 아울러 인근 화석정과 자운서원, 반구정도 가보기 좋은 곳이다. 화석정은 율곡 선생이 벼슬 후 여생을 보낸 곳으로 정자에 걸터앉아 바라보면 임진강이 탁 트인다. 자원서원은 율곡 선생의 덕행과 학문을 기리기 위해 지방 유림들이 세운 서원으로 신사임당과 율곡의 묘와 가족묘들이 모셔져 있다. 율곡 기념관은 학생들의 교육장소로도 유명하다. 반구정은 황희 정승이 관직에서 물러나 갈매기와 더불어 여생을 보냈다고 해서 반구정(伴鷗亭)이라고 한다. 우거진 송림과 임진강의 아름다움이 정자 주변에 펼쳐진다. 임진각을 뒤로 하고 37번 적성 방면 국도를 달린다. 자유로에서 이정표로 마주친 ‘황포돛배’를 보기 위해서이다. 황톳물에 우러난 누런 광목의 돛이 바람에 부풀듯 적성면 두지나루터에 다다른다. 60여 년 전만 해도 두지나루터는 서해 해산물이나 각종 지역 농산물이 크게 왕래되었다고 한다. 황토빛 돛배들로 붐비는 나루터를 상상해 보니 강물이 유난히도 평온하다. 뱃길에서 청명한 날이면 개성 송악산까지 뚜렷하게 보인다. 두 척의 돛배가 정박한 작은 포구. 돛배 안을 들여다보니 유선형의 좌석에서 강줄기를 따라 유유히 즐기는 감흥이 묻어난다. 2004년부터 운행된 이 황포돛배 유람선의 코스는 자장리석벽을 풍경 삼아 3km를 내려가다 수심이 낮아지는 고랑포 여울목에서 배를 돌려 40여 분 만에 돌아온다. 이때 펼쳐지는 임진강 수직바위벽은 최고 40m까지 절경을 드러낸다. 적벽의 재질은 현무암으로 60만 년 전 철원지역 화산으로 형성된 것이라 한다. 예로부터 임진강 적벽은 양반들의 뱃놀이 8경 중에 하나로 꼽아 왔다. 유명한 겸재 정선의 <연강임술첩> <임진적벽도> 등의 작품에도 등장할 정도이다. 저녁놀이 물들어 가는 서녘 임진강은 가히 황금색이라 할 정도로 아름답다. 두지리에서 적성면으로 가다보면 같은 간판의 ‘임진강 한우마을’이 있다. 이 간판을 제외하면 여느 시골마을 풍경 그대로이다. 방앗간이 있고 그 옆 철물점도 보인다. 전깃줄이 높은 곳에서 이곳저곳을 가로지르며 마리오네트처럼 상점들을 일으켜 세운 것 같다. 적성면은 비무장지대와 가까운 감악산 인근으로 청정지역으로 불린다. 이런 시골마을에 ‘한우’라는 하나의 아이템으로 매장과 식당이 들어선 것이 신기하다. 임진강 한우마을은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가보고 싶은 한우마을’로 지정되기도 했다. 직거래정육식당 프랜차이즈 사업이라는 새로운 개념으로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불안해소와 더불어 인기 있는 마을로 자리 잡았다. 비즈니스적인 마인드로 시작된 것이지만 지역 경기의 활성화 측면에서 보면 긍정적인 면이 더 많다. 연계된 주변 관광 및 상권들도 소비가 증대되기 때문이다. 임진강 한우마을의 고기는 부안과 안성에서 사육되는 한우를 직거래로 연결하여 시중가보다 저렴하다. 고기를 사서 인근 구이매장에서 바로 구워먹을 수 있다는 것도 이곳의 매력이다. 주말에는 조용한 이 시골마을 좁은 2차선 도로가 서울, 일산 등에서 몰려온 차들로 북적이며 사람들로 붐빈다. 휴일은 속도로 기념되곤 한다. 일상에 벗어나 있다가도 한정된 시간 안에 되돌아오기 위해 우리는 속도를 낼 수밖에 없다. 자유로를 따라 37번 국도 여행길은 이렇게 풍경의 과감한 생략으로 가능하다. 그러나 여행지에서의 상념은 시간을 부재시키며 존재를 깨닫게 한다. 그렇게 눈으로 본 것을 마음에 그리는 것이 인간의 오랜 기록 방식이다. 그래서 때론 휴일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멀리 가 있을 수 있다. 누구의 시간도 아닌 나만의 시간에게. 길 윤성택 밤이 길을 보낸다 속도와 속도의 빛줄기는 텅 빈 시간 속에서 쉴 새 없이 먼지로 흩어진다 길의 끝에는 내가 기억하려 한 저녁이 있을 것이다 뒤돌아보면 生은 위태로우나 그저 쓸쓸한 점멸로 길 위를 추억할 뿐이다 나는 멀리서 이 밤을, 이제 막 당신을, 통과하는 것이다 글·사진_ 윤성택 시인
  • [서울광장] ‘해운대’ 흥행과 영화계 이데올로기 망령/노주석 논설위원

    [서울광장] ‘해운대’ 흥행과 영화계 이데올로기 망령/노주석 논설위원

    한국영화 ‘해운대’와 ‘국가대표’의 쌍끌이 흥행이 무더위를 가시게 한다. 해운대는 이번 주말 관객 900만명 돌파를 향해 질주하고 있고, 국가대표도 300만명을 훌쩍 넘어섰다. 흥행의 끝은 아무도 모른다. ‘괴물’ ‘태극기 휘날리며’ ‘왕의 남자’ ‘실미도’에 이어 해운대의 관객 1000만명 돌파는 시간문제다. 우리 영화계는 지난 2~3년 사이 궤멸의 길목에 들어섰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급전직하 중이었다. 한국영화 좌석 점유율이 형편없이 떨어지고 투자자들은 등을 돌렸다. 올 초 저예산 독립영화 ‘워낭소리’가 300만명을 스크린 앞에 불러 모으며 선전했지만 다른 영화는 지리멸렬했다. 영화계에 희소식이 찾아온 것이다. 그러나 호기를 이어가야 할 영화계에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속으로 곪고 있다. 내부분열 중이다. 곳곳에서 악재가 부글부글 끓고 있다. 이른바 ‘좌파 영화인’ 숙정작업의 여파다. 김대중·노무현 정권 집권 10년간 영화권력을 휘두른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의 ‘우파 영화인’ 인선작업이 핵심이다. 부산국제영화제에 대한 감사원 감사결과도 후폭풍을 예고하고 있다. 개막을 석 달여 앞둔 부산국제영화제는 좌파 영화인의 본거지로 여겨지고 있다. 황지우씨가 물러난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 자리에 뉴라이트 발기인 출신 박종원 영상원장이 임명됐다. 문화예술분야 좌파 엘리트의 온상 한예종의 색깔 바꾸기를 눈여겨볼 만하다. 영화진흥위원회, 남양주종합촬영소, 영상물등급위원회 등 알짜배기 영화 관련 기관의 부산 이전 여부는 뇌관이다. 보수우파가 지배하는 충무로를 풍비박산 내려는 노사모 관련 영화계 인사들의 의도라는 지적이다. 이데올로기가 문제다. 영화판의 해묵은 좌우 이데올로기 격돌이다. 문화권력 쟁탈전 양상이다. 뉴라이트 문화단체인 ‘문화미래포럼’이 좌파 공격에 총대를 메고 있다. 문화미래포럼 측은 좌파 영화인들이 국가보안법 폐지, 한·미 FTA 체결반대 등 좌파적 문화운동의 도구로 영화를 이용했다고 주장한다. 정용탁 대표는 “표현의 자유를 빌미로 좌파사상을 전파하고, 근대사를 왜곡·비하했다.”고 비판했다. 조희문 인하대 교수는 “한국영화계가 그동안 이념과 선동의 레드 카펫을 걸었다. 이들의 스크린쿼터 수호는 한국영화 보호라는 명분을 업은 채 반미선동의 명분이 되었다.”라고 몰아붙였다. 두 사람은 영진위원장 공모에 후보자로 등록했다. 공격받는 쪽의 반발도 만만찮다. 이들은 “정부와 생각이 다르면 모두 좌파고, 비판하는 사람은 배후자의 사주를 받는 것으로 간주하느냐.”면서 ‘좌파 적출식’ 마녀사냥을 중지하라고 요구한다. 영화계에 왜 이런 이데올로기 갈등이 계속될까. 물러난 강한섭 영진위원장이 지적한 대로 ‘얼치기 진보주의자, 가짜 자유주의자’가 영화계에 판치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영화계 내부에서 좌파다, 우파다 하는 것은 무의미하고 소모적인 논쟁”이라는 김동호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의 말에 공감이 간다. 한국 영화계가 언제까지 이데올로기의 노예가 되어야 하나. 해운대, 국가대표 같은 영화는 이데올로기와 아무런 상관도 없다. 한마디로 신물이 난다. 관객들은 영화계의 좌파, 우파 영역 다투기에 관심이 없다. 좌우로 갈려 이데올로기 공세와 세력 다툼을 벌이는 동안 모처럼 찾아온 한국영화 르네상스를 놓치지 말기를 바랄 뿐이다. 구시대 이데올로기의 망령에서 벗어나야 한다. 노주석 논설위원 joo@seoul.co.kr
  • [사설] 광복 64돌, 통합과 민생에 힘쓸 때다

    이명박 대통령이 광복 64주년 경축사를 통해 중도실용의 방향을 제시할 것이라고 청와대가 예고했다. 분열과 갈등을 뛰어넘어 화합과 통합의 구심력을 만들어 내는 것이 골자라고 한다. 역대 정권의 화합·통합 강조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의 분열·갈등 양상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이번 광복절 관련 행사들 역시 마찬가지다. 정부 공식행사와 별도로 진보·보수 진영은 각각 집회를 갖고 상대를 헐뜯을 태세다. 쉽지 않은 과제이긴 하지만 이 대통령의 갈등 극복 의지에 다시 기대를 걸어볼 수밖에 없다.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중도’에 대해 청와대는 “둘로 나누어 보았던 자유와 평등, 민주화와 산업화, 성장과 복지, 민족과 세계를 상생의 가치로 보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유와 평등, 성장과 복지가 조화를 이뤄 다수가 만족하는 상황이 이상적이다. 그러나 저울추가 한쪽으로 조금만 기울어도 당장 반대편의 비난이 쏟아진다. ‘중도’가 자칫 보수와 진보 양쪽에서 공격당하는 처지에 몰릴 수 있다. 그런 위험을 안고서도 중도통합을 추진해야 할 정도로 우리 사회의 분열상은 심각하다. 양측의 공격을 누그러뜨리기 위해서는 통합정치, 탕평인사, 비리척결 등으로 정권 스스로가 도덕성과 설득력을 갖춰야 한다. 이 대통령은 국민통합 실현을 위한 대통령 직속 기구를 만들 계획으로 알려졌지만, 기구를 넘어 행동으로 통합의 모범을 보여야 한다.이 대통령이 친(親)서민행보의 연장선상에서 소득, 고용, 교육, 주거, 안전 등 ‘민생 5대 지표’를 만들겠다는 구상을 가진 것은 주목할 만하다. 서민을 보살피는 일은 진보·보수 이념을 떠나 정부가 해야 할 첫째 임무다. 전시용 행사에 그쳐서는 안 되며, 따뜻한 마음으로 서민의 아픔을 보듬는 정부가 돼야 한다. 서민의 마음을 얻은 뒤 행정구역 개편 등으로 지역갈등을 해소하고, 한반도 평화체제까지 민족화합·화해의 물결을 확산시키기 바란다.
  • ‘여권 쇄신’… 강력한 국정 드라이브 예고

    ■ MB, 8·15경축사 이후 정국 이명박 대통령이 15일 광복 64주년 경축사에서 향후 국정운영 방향의 큰 틀을 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집권 중반기를 맞는 이 대통령이 8·15 이후 국정운영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 전망이다. 지난 6월15일 이 대통령이 언급한 ‘근원적 처방’에 대한 해법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 대통령은 청와대 개편 및 개각→여당 쇄신→중도·서민 정책 추진→10월 재·보선 승리를 통해 2년차 동력을 완성하겠다는 의지를 밝힐 예정이다. 우선 인적쇄신 효과를 극대화시켜 국정운영의 발판을 삼겠다는 포석이다. 청와대 개편은 다음주 중 이뤄질 가능성이 있지만 개각은 다음달 이후로 넘어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당초 예상과는 달리 인사가 늦어지는 분위기여서 개각의 폭과 시기, 방향에 대한 이 대통령의 고심의 깊이를 짐작하게 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이번 개각에서 정치인을 행정부에 포진시킴으로써 국정장악력을 높일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친박(친 박근혜)계 인사의 입각 여부도 여권 화합이란 측면에서 관심사다. 정치인 입각과 여권 화합을 이룸으로써 여권을 쇄신하겠다는 포석으로 읽혀진다. 이와 함께 이 대통령은 ‘중도실용’, ‘친(親) 서민’을 정책적으로 실현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우선 국정운영기조로서 ‘중도실용주의’가 확고히 자리매김하는 분위기다. 이 대통령이 지난 6월 이후 국정쇄신책 일환으로 제시했던 ‘중도강화론’을 집권체제 강화를 위한 카드로 활용하겠다는 포석이다. 이 밖에 민생현장 방문과 정책행보를 통해 좀 더 구체적인 서민정책을 내놓아 지지층 복원을 이룬다는 계획이다. 실제로 ‘복지 뉴딜’, ‘휴먼 뉴딜’ 등 사회안전망 구축을 위한 실천가능한 정책에 대해 보건복지가족부, 기획재정부 등 관련부처가 보완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서민층 무보증 소액신용대출(마이크로 크레디트)과 후불제 대학등록금제 등 생활정책도 추진된다. 지역·이념·계층 간의 다층적이고 복합적인 갈등의 실타래를 풀어나갈 정치개혁도 이뤄질 전망이다. 이를 위해 이 대통령은 행정구역 개편은 물론 노사관계 선진화, 공공기관 개혁 등의 주요 국정과제를 연내에 큰 틀에서 마무리짓는다는 방침이다. 북한 문제도 이 대통령의 집권 중반기에 풀어야 할 과제다. 장기 억류됐던 현대아산 직원 유성진씨가 석방되긴 했으나 북한의 2차 핵실험 이후 한반도 긴장상황을 해결해야 할 숙제를 안고 있다. 이와 관련, 이 대통령은 ‘의연하고 당당한’ 대북정책 기조를 유지하면서 북한을 국제사회 일원으로 이끌어내겠다는 원칙을 견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대선 기간 내놨던 ‘비핵·개방 300 0구상’을 토대로 미국, 일본 등 국제사회와의 긴밀한 공조하에, 북한이 핵을 폐기하면 다방면에서 포괄적인 지원을 할 수 있다는 뜻을 거듭 천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 중산층 복원, 규제혁파, 신성장 동력 육성, 법질서 확립, 선진 노사관계 구축 등도 이 대통령의 안정된 집권 체제를 위해 강력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이종락기자 jrlee@seoul.co.kr
  • 길잃은 ‘오바마 개혁’

    길잃은 ‘오바마 개혁’

    ‘개혁 대통령’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수렁’에 빠졌다. 그가 의욕을 갖고 추진하고 있는 개혁 법안들이 보수파의 반대에 주춤거리고 있기 때문이다. 지지율도 추락하고 있다. 한때 80%를 넘나들던 지지율은 최근 50%까지 떨어졌을 정도다. ●암초 부딪힌 오바마 개혁법안 의료보험법안은 그의 개혁법안 가운데 가장 치열한 논쟁을 낳고 있는 ‘뜨거운 감자’다. 민주당 의원들이 최근 오바마 행정부의 건강보험 개혁안을 지역구민들에게 설명하기 위해 개최한 주민과의 대화(타운홀 미팅)는 욕설과 물리적 충돌이 난무하며 난장판이 됐다. 오바마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개혁 반대론자들이 ‘협박전술’을 사용하고 있다.”고 불쾌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의료보험법안 논쟁이 ‘보혁 갈등’이라는 치열한 이념 논쟁으로 변질되고 있는 모양새다. 금융개혁법안도 암초에 부딪혔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금융기관 전반에 대한 감독권을 행사하고 소비자금융보호청(CFPA) 신설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는 이 법안은 친(親) 기업적 정치인이나 이익단체의 반발을 받고 있다. 특히 상공회의소는 이 법안은 물론 의료보험법안 반대를 위해 200만달러 규모의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탄소배출량을 2020년까지 17%, 2050년까지 83% 감축하고 탄소배출권을 거래할 수 있도록 하는 기후변화법안도 도마에 올랐다. 지난 6월 하원을 겨우 통과하긴 했지만 상원 통과를 장담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공화당은 “일자리가 중국과 인도로 빠져나갈 것이며 세 부담도 늘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불법 이민자 구제를 목적으로 하고 있는 이민개혁법안도 미국 사회의 뿌리 깊은 인종주의로 난관에 봉착해 있는 상황이다. ●‘오바마의 딜레마’ 대의제 민주주의 사회에서 ‘개혁’은 표심을 잡는 데 매력적인 어구다. 하지만 막상 집권을 하게 되면 보수층의 반발은 필연적이며 이 과정에서 갈등이 장기화될수록 여론은 금세 양비론으로 돌아서고 만다. 지지율 추락도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뉴욕타임스(NYT)는 “미국인들이 개혁 1순위로 꼽았던 의료보험 분야에 오바마 대통령이 대수술을 시작하고 있음에도 지지율은 계속 떨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실 오바마 대통령의 입지는 불리하지 않다. 민주당이 의회 과반을 차지하고 있어 개혁 법안을 당장 처리해도 절차적인 하자는 없는 까닭이다. 하지만 ‘초당적 협력’을 기치로 내건 오바마 대통령이 보수파의 반대를 무릅쓰고 통과를 밀어붙이게 될 경우 정치적 부담은 그만큼 커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마냥 시간을 벌 수만도 없다. 법안 추진이 장기화될수록 법안 추진에 힘은 빠지고 여론도 서서히 돌아설 가능성이 농후하다. 주요 언론들이 이런 상황을 일컬어 ‘오바마의 딜레마’라고 표현하는 이유다. 일단 오바마 대통령은 의료보험법안 등 경제 관련 법안을 올해 안에 처리하고 새해에는 이민개혁법안을 추진할 뜻을 천명, 정치권과 국민들에게 강력한 의지를 피력했다. 보수파의 반대로 법안 추진에 힘이 빠지는 것을 막고 여론의 지지를 다시 한 번 끌어내 보겠다는 속내로 해석된다. 이코노미스트는 “오바마 대통령은 이 딜레마 속에서 법안 통과의 적절한 시기를 결정하는 게 전략적으로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 [지방시대] 평택에서의 전쟁과 평화/강문구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지방시대] 평택에서의 전쟁과 평화/강문구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1. 평택 쌍용자동차 파업사태가 77일만에 사측 추산 3000여억원의 상처를 남기고 지난 6일 전격적으로 타결됐다. 평택 파업사태로 사측은 차량생산차질(1459대)에 따른 손실이 3160억원, 평택지역 경제는 150억원 이상의 손실을 본 것으로 추산됐다. 경찰도 작전 및 경비 비용으로 30억원쯤을 쓴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1월 상하이차 철수를 시작으로 기업회생 절차 개시 신청, 사측의 2646명 감축을 골자로 한 경영정상화 방안 발표, 노조의 파업돌입, 사측의 평택공장 직장폐쇄, 노사의 대화시도 및 결렬로 이어지는 드라마를 많은 극민들은 하루하루 초조하게 지켜봤다. 하물며 평택시민들의 심정이야 오죽했을까? #2. 얼마전 용산참사를 너무나 생생하게 기억하기에 그 심정은 더욱 처절하고 안타까웠을 것이다. 경찰이 용산 재개발지역 주민들을 강제 진압하는 과정에서 6명이 사망하고 20여명이 부상한 용산참사는 경찰 특공대원들이 기중기를 이용해 컨테이너 박스를 철거민들이 농성 중인 건물 옥상으로 끌어올려 진압작전을 시작하면서 비롯됐다. 이 과정에서 철거민들이 대량으로 준비한 시너에 불이 옮겨 붙어 철거민과 경찰 등 6명이 사망하고, 경찰 20여명이 부상당하는 참사가 발생했다. 아직까지 용산참사를 둘러싼 진위가 가려지지 않고 갈등의 골은 깊이 패어 있다. 헬리콥터가 출동하고 전운이 감도는 전쟁영화 같은 장면들은 결국 처참한 비극으로 끝났다. 한국사회에 민주화가 도래해 공고화되는 국면으로 접어들었다고 믿던 많은 이들에게 용산참사 등이 보여준 깊은 갈등과 적대감은 한국 민주주의의 미래를 우려케 하고 있다. #3. 한동안 대학이 전장(戰場)이 된 때가 있었다. 1989년 5월 대학 입시부정 사건에 항의하는 부산 동의대생들과 이를 진압하던 전의경 사이에서 7명의 사망자를 비롯, 엄청난 인명 피해를 냈다. 동의대 사태는 학생 시위사상 최악의 사건이었다.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1996년 한총련 주최의 통일대축전을 원천봉쇄하려는 경찰측과 한총련 소속 대학생들간의 엄청난 폭력사태의 과정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헬리콥터가 뜨고, 옥상 난간에 복면을 한 사람들의 초췌한 모습과 휑한 두 눈. 어찌 이런 장면이 한민족을 자부하는 우리에게 반복되는 비극이 되었는지, 그것도 그렇게 열망하던 민주주의의 시대에 말이다. #4. 국가는 추상(抽象)이고, 지역은 현실이고 구체다. 지역이 발전하고 지역의 민초들이 평화롭고 안정된 삶을 영위할 때 비로소 한국이라는 추상명사는 내용을 갖게 되는 것이다. 국가발전을 위해 몸바치겠다는 정치인 무리를 그리 신뢰하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동백림사건으로 더 익숙한 윤이상은 결국 조국의 땅을 다시 밟지 못하고 머나먼 이국에서 눈을 감았다. 한국정부의 사과를 요구한 그에게 한국(당시 김영삼 정부)은 끝끝내 사과하지 않았고, 일본에서 연주회를 마친 윤이상은 조국을 향해 삼배한 후 이제 자신의 조국은 독일이라는 한마디를 남기고 돌아갔다. 위대한 작곡가의 방랑과 한 많은 일생은 이렇게 끝났다. 1980년 광주는 여전히 민족의 비극으로 남아 있다. 부인 이수자씨는 윤이상이 텔레비전 뉴스를 뚫어지듯 보며 매일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윤이상은 1987년 2개월에 걸쳐 ‘광주여 영원히’를 작곡했다. 윤이상은 조국의 처참한 비극을 잊지 못해 우리 민족의 가슴에 영원히 안겨주는 곡을 쓰고 싶었다고 회상했다. 분단의 비극에 이념의 대치까지 극에 달한 이 시점에서 광주의 비극이, 용산의 참사가, 평택사태가 더는 반복되지 않고 상호존중과 신뢰의 덕목으로 아물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강문구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 [길따라 바람따라 맛따라] 평화누리 바람 타고 황포돛배에서 한우마을까지

    [길따라 바람따라 맛따라] 평화누리 바람 타고 황포돛배에서 한우마을까지

    휴일에는 외곽의 이정표에서 나를 잊는다. 길게 뻗어가는 자유로, 북으로 향하는 갓길은 문득문득 부재의 연결망이다. 4차선 곁 엉켜 이어지는 철조망은 상흔이라는 단어에 그물을 씌운다. 분단. 냉정과 이념의 갈등이 그어놓은 그 횡축을 우리는 종종 깨닫지 못한다. 아직도 자유로의 끝에는 우회로만 있을 뿐이다. 책장을 휙휙 넘기듯 가로수들은 둥근 나이테에 이 길을 기록하고 있을 것이다. 상념이 끝없이 차창 밖에서 휘감기는 동안, 자동차는 방향지시등을 켜고 속도를 줄인다. 무의식은 그렇게 내가 없어도 여전히 나처럼 살아간다. 어느덧 임진각 이정표를 따라 광장에 와 있다. 평일에 맞는 임진각 평화누리에서의 휴일은 적요롭다. 다만 햇볕이 광장과 내통하며 드넓은 능선을 따라 반짝거린다. 멀리 임진강역에는 신의주까지 가야할 기차가 더 이상 가지 못하고 멈춰 있을 것이다. 종착역이 아닌 드넓은 평화누리공원은 그래서 3만 평의 고요를 묵묵히 받아들인다. 잘 가꾸어진 잔디와 흙길을 걷다보면 마음은 고즈넉한 음악처럼 편안해진다. 부채꼴 모양으로 뻗어 있는 언덕에 색색 바람개비가 눈에 띈다. 가까이 가보니 수천 개의 파랑, 빨강, 노랑이 각각의 동심원을 그린다. 바람은 그 중심을 가볍게 터치하며 플라스틱의 날개를 그려준다. 귀퉁이가 찢겨진 바람개비도 섞여 있다. 얼마나 바람을 감아야 이 언덕을 날아오를 수 있을까. 구름에서 내려다보면 바람개비들은 고단한 한반도 형상으로 배치되어 있다. 2005년 세계평화축전 행사를 기점으로 조성된 임진각 평화누리공원은 잔디 언덕과 복합문화공간들로 구성되어 있다. 임진각이 그동안 갖고 있는 분단의 상징을 초월해 화해와 평화, 상생으로 거듭나기 위한 것이 이 공원의 조성취지이다. 연중 다양한 공연, 전시 등 문화예술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평화누리공원 언덕, 대나무로 엮어놓은 조형물이 북녘을 굽어본다.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4개의 사람 형상이 마치 땅에서 솟아나고 있는 듯하다. 언덕 가장자리 가장 큰 조형물 아래에 서서 나는, 그처럼 북녘을 바라본다. 북의 고향을 그리다 땅에 묻혔을 사람의 표정이었을까. 대나무 엮인 틈틈 바람이 깁은 어느 영혼의 초상일까. 어쩌면 우리의 육신도 이 대나무처럼 스스로를 옭아온 껍질일지도 모른다. 그리움은 나를 벗어나는 순간 다가갈 수 있다. 그러니 나를 버리고 당신에게 깃드는 길은 나의 틈틈을 통해 한순간이라도 바람이 되어보는 것이다. 평화누리공원 옆 임진각에는 경의선 증기기관차와 반세기 전 한국전쟁의 흔적이 간직되어 있다. 1953년 휴전 때 남북의 포로 교환이 있었던 ‘자유의 다리’ 끝에는 통일을 염원한 천조각들이 신성하게 매달려 있고, 실향민의 제사 장소인 망배단도 숙연하다. 특히 전망대에 오르면 임진강 줄기의 아름다움과 울창한 숲, 도라산역으로 향한 철도를 조망할 수 있다. 아울러 인근 화석정과 자운서원, 반구정도 가보기 좋은 곳이다. 화석정은 율곡 선생이 벼슬 후 여생을 보낸 곳으로 정자에 걸터앉아 바라보면 임진강이 탁 트인다. 자원서원은 율곡 선생의 덕행과 학문을 기리기 위해 지방 유림들이 세운 서원으로 신사임당과 율곡의 묘와 가족묘들이 모셔져 있다. 율곡 기념관은 학생들의 교육장소로도 유명하다. 반구정은 황희 정승이 관직에서 물러나 갈매기와 더불어 여생을 보냈다고 해서 반구정(伴鷗亭)이라고 한다. 우거진 송림과 임진강의 아름다움이 정자 주변에 펼쳐진다. 임진각을 뒤로 하고 37번 적성 방면 국도를 달린다. 자유로에서 이정표로 마주친 ‘황포돛배’를 보기 위해서이다. 황톳물에 우러난 누런 광목의 돛이 바람에 부풀듯 적성면 두지나루터에 다다른다. 60여 년 전만 해도 두지나루터는 서해 해산물이나 각종 지역 농산물이 크게 왕래되었다고 한다. 황토빛 돛배들로 붐비는 나루터를 상상해 보니 강물이 유난히도 평온하다. 뱃길에서 청명한 날이면 개성 송악산까지 뚜렷하게 보인다. 두 척의 돛배가 정박한 작은 포구. 돛배 안을 들여다보니 유선형의 좌석에서 강줄기를 따라 유유히 즐기는 감흥이 묻어난다. 2004년부터 운행된 이 황포돛배 유람선의 코스는 자장리석벽을 풍경 삼아 3km를 내려가다 수심이 낮아지는 고랑포 여울목에서 배를 돌려 40여 분 만에 돌아온다. 이때 펼쳐지는 임진강 수직바위벽은 최고 40m까지 절경을 드러낸다. 적벽의 재질은 현무암으로 60만 년 전 철원지역 화산으로 형성된 것이라 한다. 예로부터 임진강 적벽은 양반들의 뱃놀이 8경 중에 하나로 꼽아 왔다. 유명한 겸재 정선의 <연강임술첩> <임진적벽도> 등의 작품에도 등장할 정도이다. 저녁놀이 물들어 가는 서녘 임진강은 가히 황금색이라 할 정도로 아름답다. 두지리에서 적성면으로 가다보면 같은 간판의 ‘임진강 한우마을’이 있다. 이 간판을 제외하면 여느 시골마을 풍경 그대로이다. 방앗간이 있고 그 옆 철물점도 보인다. 전깃줄이 높은 곳에서 이곳저곳을 가로지르며 마리오네트처럼 상점들을 일으켜 세운 것 같다. 적성면은 비무장지대와 가까운 감악산 인근으로 청정지역으로 불린다. 이런 시골마을에 ‘한우’라는 하나의 아이템으로 매장과 식당이 들어선 것이 신기하다. 임진강 한우마을은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가보고 싶은 한우마을’로 지정되기도 했다. 직거래정육식당 프랜차이즈 사업이라는 새로운 개념으로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불안해소와 더불어 인기 있는 마을로 자리 잡았다. 비즈니스적인 마인드로 시작된 것이지만 지역 경기의 활성화 측면에서 보면 긍정적인 면이 더 많다. 연계된 주변 관광 및 상권들도 소비가 증대되기 때문이다. 임진강 한우마을의 고기는 부안과 안성에서 사육되는 한우를 직거래로 연결하여 시중가보다 저렴하다. 고기를 사서 인근 구이매장에서 바로 구워먹을 수 있다는 것도 이곳의 매력이다. 주말에는 조용한 이 시골마을 좁은 2차선 도로가 서울, 일산 등에서 몰려온 차들로 북적이며 사람들로 붐빈다. 휴일은 속도로 기념되곤 한다. 일상에 벗어나 있다가도 한정된 시간 안에 되돌아오기 위해 우리는 속도를 낼 수밖에 없다. 자유로를 따라 37번 국도 여행길은 이렇게 풍경의 과감한 생략으로 가능하다. 그러나 여행지에서의 상념은 시간을 부재시키며 존재를 깨닫게 한다. 그렇게 눈으로 본 것을 마음에 그리는 것이 인간의 오랜 기록 방식이다. 그래서 때론 휴일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멀리 가 있을 수 있다. 누구의 시간도 아닌 나만의 시간에게. 길 윤성택 밤이 길을 보낸다 속도와 속도의 빛줄기는 텅 빈 시간 속에서 쉴 새 없이 먼지로 흩어진다 길의 끝에는 내가 기억하려 한 저녁이 있을 것이다 뒤돌아보면 生은 위태로우나 그저 쓸쓸한 점멸로 길 위를 추억할 뿐이다 나는 멀리서 이 밤을, 이제 막 당신을, 통과하는 것이다 글·사진_ 윤성택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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