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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막부체제 종식’ 사카모토가 이룬 일본 근대화

    ‘막부체제 종식’ 사카모토가 이룬 일본 근대화

    사카모토 료마와 메이지 유신/마리우스 B 잰슨 지음/손일·이동민 옮김/푸른길/632쪽/3만 5000 19세기 중반 일본은 서구의 위협에 직면했다. 1854년 미국의 무력 위협으로 ‘일·미 화친 조약’을 체결해 문호를 개방한 이후 막부(幕府·일본의 무사 정권) 멸망에 이르는 1867년까지 10여년은 외세에 오랜 기간 쌓여온 적대감과 긴장이 폭발한 시기였다. 하지만 그 시기의 이념·정치적 격동은 1868년 메이지 유신(明治維新)을 촉발한 밑거름이 되기도 했다. 이 책은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이 중앙집권적 근대 국가를 이룬 정치·사회적 대변혁인 메이지 유신의 원동력과 유신에 이르는 전개과정에 초점을 맞췄다. 일본은 유신을 통해 통일된 국민국가로 발전했고 나아가 서구 강대국들과의 국제적 평등과 아시아 맹주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몸부림쳤다. 프랑스 혁명이 유럽 여러 나라에 영향을 미쳤듯 일본의 움직임은 아시아의 이웃 국가들에도 자극이 됐다. 한국의 김옥균, 중국의 쑨원(孫文)과 캉유웨이(康有爲), 필리핀의 독립운동가 에밀리오 아기날도, 인도의 독립운동가 수바스 찬드라 보스 등 아시아의 지도자들은 힘과 재능 측면에서 일본의 추진력을 자국에 도입해 보겠다는 꿈을 꾸기 시작했다. 책은 19세기 중반 일본의 시대상을 구체화하기 위해 그 내용을 일본 전체가 아닌 도사 번(土佐 藩)이란 지역으로 한정해 그곳 출신으로 메이지 유신 실현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무사 사카모토 료마(坂本龍馬)의 업적과 사상, 사회·경제적 상황을 조명한다. 사카모토는 막부 체제를 종식하고 일왕 중심의 중앙집권적 근대국가를 세운 일본의 국민 영웅. 하급 무사였던 그는 메이지 유신을 성공시킨 뒤 1867년 33세의 나이로 반대파의 칼에 죽음을 맞았다. 책은 에도 막부의 말기, 서구 열강의 개항 요구, 계급 간 갈등 등 메이지 유신 전후의 시대상황을 자세히 보여 주며 유신의 발생, 전개, 결과를 설명한다. 사카모토보다 비중이 적긴 하지만 하급 무사로 함께 활약했던 나카오카 신타로도 조명된다. 나카오카 역시 1867년 막부의 마지막 쇼군(將軍)이었던 게이키가 하야한 직후 암살됐다. 사카모토의 화려한 행적은 일본인 작가와 극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호도된 측면도 적지 않다는 게 역사가들의 지적이다. 그런 점에서 책의 저자가 네덜란드 출신의 동양사학자라는 사실은 의미가 크다. 미국 프린스턴대 일본사 교수로 재직한 저자는 2000년 사망하기까지 일본사에 대한 세계적인 권위자로 인정받았다. 유상덕 선임기자 youni@seoul.co.kr
  • [사설] 부처 ‘성적표’ 바탕으로 과감히 국정 쇄신해야

    박근혜 대통령이 국무조정실을 필두로 어제부터 각 정부 부처로부터 새해 업무보고를 받기 시작했다. 박근혜 정부가 수립한 국정과제의 진행 상황을 점검하고, 올해 역점을 둬 추진할 정책과제와 실천 방안을 새롭게 모색하는 자리다. 25일 박근혜 정부 출범 1주년을 앞두고 이뤄지는 이번 업무보고가 특히 주목되는 것은 바로 지난 1년의 시행착오를 바로잡을 기회라는 점일 것이다. 140개 국정과제 가운데 잘 추진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무엇이고 그 원인은 또 뭔지 살펴 그에 따른 처방을 마련해야 하는 것이다. 각 부처로서는 자연스레 1년 공과의 성적표를 받아들게 되는 셈이다. 여느 정부에서와 마찬가지로 박근혜 정부 1년의 국정 또한 굴곡이 적지 않았다. 작금의 신용카드사 고객정보 유출 사건을 비롯해 원전 비리와 같은 고질적 부조리, 밀양 송전탑 분규와 사상 최장의 코레일 철도노조 파업 같은 사회적 갈등 등이 두서 없이 분출했다. 정부 각 부처의 칸막이를 헐겠다는 다짐에도 불구하고 기초연금 방안을 둘러싼 혼선처럼 부처 간 엇박자도 적지 않았다. 역대 최대의 교역규모와 수출, 무역흑자 등 대외교역의 성장에도 불구하고 8%를 넘는 청년실업률이 말해주듯 외화내빈의 경제지표 또한 내일을 걱정하게 만든다. 이념과 계층을 중심으로 한 사회적 대립 또한 가라앉을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손톱 밑 가시를 뽑아주겠다고 했지만 많은 기업들은 뽑은 가시보다 더 많이 늘어난 규제에 신음하고 있다. 국무조정실은 어제 업무보고에서 국정과제 140개 중 ‘우수’ 평가를 받은 과제가 29개, ‘보통’ 84개, ‘미흡’하다고 평가받은 과제는 27개라고 밝혔다. 민간전문가 120명이 참여한 국정과제평가단이 부처별 실적 자료를 바탕으로 매긴 성적표로, 비교적 후한 점수를 얻었다고 자평했다. 그러나 국민들도 이에 동의할지는 의문이다. 지난달 국무조정실 여론조사에서 ‘삶의 변화’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60.8%가 “별반 달라진 게 없다”고 답했고, 나아졌다는 응답자는 10.9%에 그친 점이 이런 회의적 시각을 뒷받침한다. 50%를 조금 웃도는 선에 머물고 있는 국정 지지도 또한 국민들의 차가운 평가를 웅변한다. 다른 정부도 아니고 ‘국민행복’을 최대의 국정 가치로 내세우고 국민 체감 정책을 지향한다는 박근혜 정부라면 크게 아파해야 할 대목이다. 출범 2년차를 맞아 국정 전반을 쇄신하는 업무보고가 돼야 하며, 이를 위해 반드시 책임을 묻는 과정이 뒤따라야 한다. 시스템에 의한 국정운영을 위해서라도 오는 11일 공개될 부처별 종합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개각 등 인적 쇄신이 이뤄져야 한다. 특히 국무조정실 보고에서 드러났듯 가장 저조한 성적표를 받아든 경제 분야에 있어서는 면밀한 요인 파악을 전제로 과감한 쇄신을 검토해야 할 것이다.
  • [오늘의 눈] 사회통합이 최선인가/김학준 사회2부 차장

    [오늘의 눈] 사회통합이 최선인가/김학준 사회2부 차장

    올해 들어 부쩍 ‘통합’을 거론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정치인이 사회통합을 내세우지 못하면 비전이 없는 사람으로 치부되기 십상이고, 학자들이 시대담론을 펼 때 통합론은 아주 요긴한 수사(修辭)가 되고 있다. 통합은 선이고, 분열은 악이라는 이분법적 사고도 배어나고 있다. 하지만 광복 이후 우리 사회가 통합된 적이 한 번이라도 있었는지 의문스럽다. 이상적 개념이라면 몰라도 사회가 실체적으로나 이념적으로 통합되면 오히려 비정상이다. ‘모두 합쳐 하나로 만든다’라는 사전적 의미를 지닌 통합이 국가와 사회 진화 여부를 가늠하는 잣대가 되면 부작용이 생기게 된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전체주의 정권이 정치적 목적 달성을 위해 내세운 것이 국민통합이다. 더구나 통합이 분열사회에 화해와 공존을 주문하는 게 아니라, 사회 다양성을 가로막고 반대세력을 제어하려는 의도가 담겼다면 매우 위험하다. 통합보다 중요한 것은 사회 정의(正義)다. 지향점이 건전할 때 이념적 분열은 큰 문제가 되지 않으며 오히려 사회 다양성과 면역력을 강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반대로 뜬구름 잡기 식으로 통합을 강조하면 공허하게 들릴 뿐이다.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영호남 의원들은 최근 김대중 전 대통령 생가를 찾아가 “동서는 하나다”라고 여러 차례 외쳤지만 정치인 특유의 이벤트로 비쳐질 뿐이다. 이와 유사한 이벤트는 지난날 여러 번 있었지만 효과는 없었다. 진정성 없이 여론의 관심을 끄는 데 그쳤기 때문이다. 여러 지방자치단체에서 인근 지자체와 통합론이 일고 있지만 서로 아전인수 격이어서 갈등만 유발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선거 과정에서 국민대통합과 경제민주화를 수없이 강조했다. 그러나 신년사에선 경제민주화를 단 한 번도 거론하지 않았다. 경제민주화 이슈를 선점하기 위해 자존심을 접고, 고집 센 김종인 전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에게 매달렸던 때와는 사뭇 다르다. 김 전 위원장이 요즘 어떤 생각을 하는지 궁금하다. 국민대통합도 마찬가지다. 박 대통령의 야당에 대한 인식이나 대통령 의중에만 충실한 새누리당의 태도를 보면 통합은 선거용 구호였다는 생각이 든다. 박 대통령은 최근 ‘비정상의 정상화’를 유달리 강조하고 있다. 철도파업 대처와 공기업 개혁 등 공감할 만한 부분이 있지만, 대체적으로 보면 대통령이 아직 독선과 불통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국내외에서 잇따라 “통일은 대박”이라고 했지만 남북문제에 대한 경직성을 유지한 상태에서 이런 말은 왠지 어색하다. 종잡을 수 없다는 느낌마저 든다. 통일에 대한 전향적인 자세가 전제되지 않으면 이벤트성 어젠다가 ‘경제민주화’에서 ‘통일’로 바뀐 것에 불과하다는 인상을 주게 된다. 사회통합, 경제민주화, 통일이라는 용어들이 그때그때 구미에 맞게 사용돼서는 안 된다. 박 대통령이 화려한 명제들을 새로 내세우기 전에 경제민주화가 왜 용도 폐기됐는지를 해명하고 다른 어젠다로 넘어가는 것이 국민에 대한 예의이자 가장 기본적인 ‘정상화’다. kimhj@seoul.co.kr
  • 안철수 “3월 창당…서울 등 17개 단체장 도전”

    안철수 “3월 창당…서울 등 17개 단체장 도전”

    안철수(얼굴) 무소속 의원이 21일 오는 3월 신당을 창당하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이를 위해 다음 달 법적기구인 창당준비위원회를 발족하고 본격적인 창당 수순에 들어갈 예정이다. 특히 안 의원 측은 신당 창당 후 첫 시험대가 될 6·4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을 비롯한 17개 광역단체장에 전원 후보를 내겠다고 밝혀 새누리당과 민주당, 안철수 신당 간의 3파전이 예상된다. 안 의원은 이날 제주 벤처마루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우리 정치에서 국민의 삶이 사라졌고 기본이 흔들리고 있다. 낡은 틀로는 더 이상 아무것도 담아낼 수 없고 이제는 새로운 정치세력이 나설 수밖에 없음을 확신했다”고 밝혔다. 그는 “과거를 답습하고 이념과 지형을 볼모로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강요하는 정치는 더 이상 안 된다”면서 “차선이 아닌 최선의 선택, 과거가 아닌 미래에 대한 선택이 있어야 한다”고 제3세력 출현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또 기존의 정치가 산업화 세력과 민주화 세력으로 나뉘어 증오와 갈등을 부추겼다며 ‘국민 통합’을 호소했다. 제주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 [열린세상]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로 가는 길/최영재 한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열린세상]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로 가는 길/최영재 한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우리도 이제 명실상부한 선진국에 진입할 수 있는 것인가.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후 첫 기자회견에서 1인당 국민소득 4만 달러 시대를 열기 위한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에 시달리며 이렇다 할 국정 성과를 내지 못했던 박 대통령이 모처럼 구체적인 목표와 비전을 제시하며 국민적 동참을 호소하고 있다. 대통령은 공기업 개혁 등 비정상의 정상화, 창조경제 실현, 내수활성화를 통해 국민소득 4만 달러 목표를 실현할 수 있다고 했다. 경제학자들의 전망은 그다지 밝지만은 않다. 한국경제가 2007년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를 넘어선 뒤 저출산, 고령화, 양극화, 경기침체 등으로 저성장의 늪에 빠져 있다는 진단이다. 지난해는 약 2만 4000달러를 기록했다. 2만 달러에 고착돼 있는 이른바 ‘중진국 함정’에서 빠져나오려면 지금까지의 경제 패러다임을 뒤엎는 과감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현오석 경제부총리도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은 ‘한국의 경제 체질’의 개선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며 고질적인 ‘한국사회의 갈등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만 한국경제의 도약이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경제성장 이론과 선진국 사례를 전공하는 학자들은 미국, 일본, 독일, 프랑스, 벨기에, 스웨덴 등 1인당 국민소득 4만 달러 이상의 선진국들은 효율적인 정부와 공정한 제도, 구성원 간 유대감과 사회적 신뢰자산을 통해 부국이 됐다고 진단한다.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더글러스 노스는 공평한 법집행과 민주주의 제도를 갖춘 나라일수록 부패가 적고 서로 신뢰함으로써 소모적인 사회적 갈등 비용을 줄여 경제성장을 이룩할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역사학자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저서 ‘트러스트’에서 사회 구성원들이 서로 신뢰하고 사회적 연대를 형성하는 국가만이 선진국이 될 수 있었다고 설명한다. 스웨덴에 살면서 스웨덴의 복지정책과 경제적 성장을 연구한 최연혁 교수는 최근 저서 ‘우리가 만나야 할 미래’에서 스웨덴 사람들의 시민의식과 검소한 생활,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며 나누는 삶, 사회적 신뢰, 노사정 합의 정치 체제 등이 오늘날 모범적인 복지 선진국 스웨덴 모델을 가능하게 했다고 말한다. 이러한 선진국의 사례와 비견하여 지금 우리의 자화상을 들여다보면 우리의 문제가 무엇인지 좀 더 명확해진다. 우리는 지금 소모적인 반목과 분열에 휩싸여 있다. 정파와 이념이 사분오열하여 서로 대립과 갈등을 되풀이하고 있다. 대통령의 기자회견을 놓고도 두둔 편과 반대 편으로 편 가르기를 한다. 진보적 신문과 소셜 미디어에서는 대통령의 발언들을 일단 선의로 이해하고 받아들이려는 용의가 전혀 없이 대뜸 비판과 희화화에 나선다. 공영방송을 포함한 지상파 방송사는 반대로 대통령 ‘말씀’을 받아 적고 미화해서 보도한다. 객관적이지도 공정하지도 못하고, 서로 분열된 이런 언론들을 사람들은 자랑스러워할 수도, 신뢰할 수도 없다.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사건을 수사해 온 검사들은 야당의 편을 들었다 하여 ‘보복 인사’를 당하고 검찰은 여론의 비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파업을 벌인 코레일 노조 등은 집단이기주의에 사로잡혀 사회질서를 어지럽히는 일탈적인 집단으로 매도되고 탄압의 대상이 되기 일쑤다. 자기 희생을 무릅쓰고 조직 내 비리를 폭로한 내부 고발자들은 양심적인 시민으로 대접받기보다는 배신자 취급을 받기도 한다. 분열과 반목, 편파, 불공평을 일상적으로 경험해야 하는 시민들은 그래서 그다지 행복하지 못하다.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이상의 선진국으로 가려면 두 가지 행복, 즉 물질적 행복과 정신적 행복을 모두 달성해야 한다. 우리 사회는 고속성장으로 다소 물질적 행복을 누리게 됐다. 하지만 ‘중진국 함정’에 빠져 선진국으로 쉽게 진입하지 못하고 있다. 정신적 불행이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정신이 자유롭지 못하고, 정의롭지 못하고, 사회적 약자와 나누지 못할 때 어떻게 창의적인 경제 행복을 이룰 수 있겠는가. 박 대통령은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성공시켜 국민행복시대를 열겠다고 했다. 순서가 바뀐 것 같다. 박 대통령부터 모든 국민을 포용하고 행복하게 만드는, 통 큰 행복 리더십을 실천했으면 한다.
  • [사설] 새 추기경에 지워진 사회통합의 무거운 과제

    프란치스코 교황이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대주교를 새로운 추기경으로 지명했다. 염 대주교는 새달 22일 바티칸 교황청에서 열리는 서임식에서 한국의 세 번째 추기경에 오른다. 우리는 외래인의 선교가 아니라 서학(西學)을 학문적으로 탐구하는 과정에서 가톨릭의 교리를 터득하고 신앙으로 발전시켰다. 교회사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는 자생적 발생 및 전교 과정을 거치는 동안 수많은 순교자를 배출하기도 했다. 염 대주교 역시 18세기 천주교를 받아들인 뒤 박해를 피해 옹기장이로 살면서 신앙을 지켜온 순교자 집안의 후손이다. 가톨릭 교세가 전 세계적으로 활력을 잃어가는 상황에서도 한국은 500만 신도를 자랑하며 날로 교세를 키워가고 있다. 바티칸의 새로운 추기경 지명은 한국교회에 대한 정당한 평가이자 더욱 중요한 역할을 맡아달라는 기대의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의 종교 지도자는 해당 종교의 리더에 그치지 않는다. 특히 가톨릭 지도자들은 우리 사회의 정신적 지도자로 20세기 후반 우리 사회의 갈등을 봉합하고 상처를 치유하는 결정적 역할을 해냈다. 고 김수환 추기경이 전파한 상생(相生)의 메시지는 아직도 국민들에게 깊은 울림으로 남아 있다. 하지만 산업화 과정 이후에는 양극화라는 새로운 갈등의 골이 우리 사회의 앞날을 다시 어둡게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염 대주교가 정식으로 추기경에 오르면 한국은 정진석 추기경과 함께 복수 추기경 시대를 맞는다. 사회통합을 위한 가톨릭의 역할에 대한 기대는 더욱 높아질 것이다. 서울대교구 대변인은 추기경 서임의 의미를 ‘가난하고 소외받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교회가 되라는 뜻’이라고 밝혔다고 한다. 우리 사회의 기대와 다르지 않다. 염 추기경 지명자는 보수적인 성향을 가진 것으로 알려진다.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의 이른바 시국미사에는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하지만 보수와 진보로 갈려 있는 우리 사회의 이념 갈등을 치유하려면 추기경이 먼저 가톨릭 내부의 다른 목소리부터 이해하고 설득하는 역할을 마다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부디 새로운 추기경이 우리 사회를 아우르는 통합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하기를 바란다. 염 추기경의 서임에 거듭 축하를 보낸다.
  • [전문]‘변희재 밥값 디시 논란’ 낭만창고 점장의 반박글

    [전문]‘변희재 밥값 디시 논란’ 낭만창고 점장의 반박글

    이른바 ‘밥값 디시’ 논란에 휘말린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가 반박 기사를 내놓으며 “낭만창고 회장이란 인물은 친노 종북 편향의 평론가 정관용씨와 함께 어울리는 등의 행보를 보여왔다”며 ‘종북 색깔론’을 덧씌우자 창고43 본점 점장이자 창고43 회장의 아들인 고영국씨가 반박글을 올려 논란이 격화되고 있다. 한편 변희재 대표는 트위터에 “창고에 오늘 300만원 입금시킵니다. 그리고 서비스 부실로 저희들 행사를 망친 것과 한겨레와 함께 거짓선동한 부분에 대해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합니다”라고 글을 올렸다. 또 변희재 대표는 “설사 200명이라 해도 서빙 직원 세명 배치해놓고 뭘 잘났다고 떠들어댑니까. 창고 아들의 글을 보니 철저히 계획적으로 언론플레이를 하더군요”라고 비난해 향후 논란이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다음은 고영국씨의 반박글 전문. 안녕하십니까... 창고43 본점 점장직을 맡고 있는, 그리고 창고43의 고운 대표의 아들 고영국입니다. 현재 보도된 사실과 일치하지 않는 부분이 상당히 많아 글을 적습니다. ’낭만창고’는 ‘창고43’ 에서 운영중인 돼지구이전문점입니다. 몇개월 전만 하여도 ‘광장주점’이었지만 거듭되는 적자로 인해 한달에 수천만원의 적자를 버티며 현재 수없이 업종변경을 반복하고 있는 곳이 다름아닌 낭만창고 입니다. 변희재 대표님이 알고 계시는 창고43 과는 다르게 400석이 넘는 넓은 규모에도 하루 평균 매출 100만원을 못 넘기는 업장입니다. 전부터 저희는 서비스할 능력이 되지 않을 시에 정중하게 예약을 거부해왔습니다. 200명 예약기준 주방과 홀 직원을 포함한 8명이 미리 200인분 이상의 고기를 초벌하고, 상 셋팅을 해놓습니다. 언제나 식당은 그렇습니다. 예약시 고객 수가 미달될 때보다 초과될 때 더욱 당황스럽습니다. 업장에 200인 예약을 하셨고 업장 전체사용 예약이시라면 저희는 기본 300인분을 미리 셋팅해놓습니다. 초벌구이 형식이다보니 당연히 600분이 갑자기 오셨으니 부랴부랴 굽는 것이 시간이 엄청 걸리겠구요. 하여, 낭만창고에서 서비스를 포기했다는 말씀도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말씀드립니다. 초벌할 시간이 없으니 생고기로 그냥 내어준 것은 낭만창고 측의 입장이 아니라 변대표님측에서 급하신 가운데 요구하신 게 사실입니다. 두번째로, “창고43 대표님과 연락을 취하길 원하셨지만 거절당했다” 현재 한달이 넘도록 아버지는 필리핀에서 요양 중이십니다. 중간에 귀국한 일도 물론 없습니다. 아버지는 단 한번도 이념이란 것에 관심을 둔 적이 없는 분입니다. 정관용씨를 언급하신 부분도 상당한 억측이라 보입니다만. 아버지 주위의 친분있는 지인들 중에는 흔히 말하는 극우, 극좌 모두 존재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혀 이념적인 갈등이 없는 관계입니다. 제가 알고 있는 아버지는 그냥 평범한 장사꾼에 불과합니다. 정치에 ‘정’ 자도 모르는, 오로지 음식장사만 생각하며 사는 사람에게 ‘종북’ ‘종북식당’ 이라니 너무 극단적인 판단을 하고 계신것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세번째로 어떠한 노이즈 마케팅의 의도도 없었다고 제가 책임지고 말씀드립니다. 현재 창고43은 정직과 좋은 식재료의 고집만으로 어떠한 별도의 광고도 없이 11년째 이어오고 있는 음식점입니다. 그런 비상식적인 방법으로 마케팅을 해야 할 필요도 없는 음식점입니다. 잔여금을 받는 과정에서 “돈을 줄 수 없다, 법으로 대응하겠다.” 라고 말씀하신 것이 변대표님입니다. 저희는 일개 식당입니다. 음식을 팔아 돈을 버는 사람들입니다. 마땅히 받아야할 식대를 법으로 지불하겠다는 말을 듣고 분개하지 않는 장사꾼은 세상에 단 한명도 없습니다. 언제부터 약자에게 철퇴를 내리치는 게 이 나라의 ‘법’이 되었습니까... 창고43과 낭만창고를 대표해서 불만족스러운 서비스에 변대표님께 백번이고 천번이고 사과드리고 싶습니다. 허나, 저희가 노이즈 마케팅을 해야할 정도의 비겁한 식당이라는 의견, 저희 아버지께서 한쪽으로만 쏠린 이념이나 사상을 가진 종북이라는 비판 함께 사과주셨으면 합니다. 저희는 그냥 정직하게 한우를 팔고 있는 순진한 장사꾼들입니다. 더 훌륭한 일을 하시고 계실 텐데 이런 사소한일로 불미스러운 일이 더 크게 번지지 않게 되길 모두가 바라고 있습니다. 정치적 이념조차 없기 때문에 이념을 운운할 필요성은 없다고 느껴집니다. 오직 장사꾼의 상식으로만 글을 적고 마치겠습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밥값 디시’ 변희재에 낭만창고 점장 반박 “‘종북식당’ 사과하길”

    ‘밥값 디시’ 변희재에 낭만창고 점장 반박 “‘종북식당’ 사과하길”

    이른바 ‘밥값 디시’ 논란에 휘말린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가 반박 기사를 내놓으며 “낭만창고 회장이란 인물은 친노 종북 편향의 평론가 정관용씨와 함께 어울리는 등의 행보를 보여왔다”며 ‘종북 색깔론’을 덧씌우자 창고43 본점 점장이자 창고43 회장의 아들인 고영국씨가 반박글을 올려 논란이 격화되고 있다. 창고43 본점 점장인 고영국씨는 창고43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에 “낭만창고는 업종 변경 끝에 시작한 돼지구이전문점”이라면서 “400석 넘는 규모에도 하루 평균 매출 100만원을 못 넘기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서비스 능력이 되지 않으면 정중하게 예약을 거부하고 있다”면서 “200명 예약 기준 주방과 홀직원을 포함한 8명이 미리 200인분 이상의 고기를 초벌하고 세팅한다”고 전했다. 고영국씨는 ‘보수대연합 발기인대회’ 예약과 관련해서도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는 “당시 (보수대연합 측은) 200명 예약을 하고선 600명이 갑자기 왔다”면서 “부랴부랴 고기를 구웠지만 시간이 많이 걸렸다”고 전했다. 변희재씨가 운영 중인 미디어워치의 기사가 주장한 “식당 회장이 ‘친노종북’ 정관용씨와 어울린다”는 ‘종북론’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고영국씨는 “아버지는 정치의 ‘정’자도 모르는 장사하는 사람일 뿐”이라면서 “종북식당은 극단적인 판단”이라고 반박했다. 그 밖에도 “직화구이가 아닌 생고기가 나왔다”는 변희재의 주장에 “생고기를 급하게 요구한 건 변희재 대푝 측”이라고 반박했고 “노이즈 마케팅할 어떠한 의도도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고영국씨는 “저희가 노이즈 마케팅을 해야 할 정도의 비겁한 식당이라는 의견, 저희 아버지께서 한쪽으로만 쏠린 이념이나 사상을 가진 종북이라는 비판 함께 사과주셨으면 한다”고 사과를 요구했다. 다음은 고영국씨의 반박글 전문. 안녕하십니까... 창고43 본점 점장직을 맡고 있는, 그리고 창고43의 고운 대표의 아들 고영국입니다. 현재 보도된 사실과 일치하지 않는 부분이 상당히 많아 글을 적습니다. ’낭만창고’는 ‘창고43’ 에서 운영중인 돼지구이전문점입니다. 몇개월 전만 하여도 ‘광장주점’이었지만 거듭되는 적자로 인해 한달에 수천만원의 적자를 버티며 현재 수없이 업종변경을 반복하고 있는 곳이 다름아닌 낭만창고 입니다. 변희재 대표님이 알고 계시는 창고43 과는 다르게 400석이 넘는 넓은 규모에도 하루 평균 매출 100만원을 못 넘기는 업장입니다. 전부터 저희는 서비스할 능력이 되지 않을 시에 정중하게 예약을 거부해왔습니다. 200명 예약기준 주방과 홀 직원을 포함한 8명이 미리 200인분 이상의 고기를 초벌하고, 상 셋팅을 해놓습니다. 언제나 식당은 그렇습니다. 예약시 고객 수가 미달될 때보다 초과될 때 더욱 당황스럽습니다. 업장에 200인 예약을 하셨고 업장 전체사용 예약이시라면 저희는 기본 300인분을 미리 셋팅해놓습니다. 초벌구이 형식이다보니 당연히 600분이 갑자기 오셨으니 부랴부랴 굽는 것이 시간이 엄청 걸리겠구요. 하여, 낭만창고에서 서비스를 포기했다는 말씀도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말씀드립니다. 초벌할 시간이 없으니 생고기로 그냥 내어준 것은 낭만창고 측의 입장이 아니라 변대표님측에서 급하신 가운데 요구하신 게 사실입니다. 두번째로, “창고43 대표님과 연락을 취하길 원하셨지만 거절당했다” 현재 한달이 넘도록 아버지는 필리핀에서 요양 중이십니다. 중간에 귀국한 일도 물론 없습니다. 아버지는 단 한번도 이념이란 것에 관심을 둔 적이 없는 분입니다. 정관용씨를 언급하신 부분도 상당한 억측이라 보입니다만. 아버지 주위의 친분있는 지인들 중에는 흔히 말하는 극우, 극좌 모두 존재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혀 이념적인 갈등이 없는 관계입니다. 제가 알고 있는 아버지는 그냥 평범한 장사꾼에 불과합니다. 정치에 ‘정’ 자도 모르는, 오로지 음식장사만 생각하며 사는 사람에게 ‘종북’ ‘종북식당’ 이라니 너무 극단적인 판단을 하고 계신것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세번째로 어떠한 노이즈 마케팅의 의도도 없었다고 제가 책임지고 말씀드립니다. 현재 창고43은 정직과 좋은 식재료의 고집만으로 어떠한 별도의 광고도 없이 11년째 이어오고 있는 음식점입니다. 그런 비상식적인 방법으로 마케팅을 해야 할 필요도 없는 음식점입니다. 잔여금을 받는 과정에서 “돈을 줄 수 없다, 법으로 대응하겠다.” 라고 말씀하신 것이 변대표님입니다. 저희는 일개 식당입니다. 음식을 팔아 돈을 버는 사람들입니다. 마땅히 받아야할 식대를 법으로 지불하겠다는 말을 듣고 분개하지 않는 장사꾼은 세상에 단 한명도 없습니다. 언제부터 약자에게 철퇴를 내리치는 게 이 나라의 ‘법’이 되었습니까... 창고43과 낭만창고를 대표해서 불만족스러운 서비스에 변대표님께 백번이고 천번이고 사과드리고 싶습니다. 허나, 저희가 노이즈 마케팅을 해야할 정도의 비겁한 식당이라는 의견, 저희 아버지께서 한쪽으로만 쏠린 이념이나 사상을 가진 종북이라는 비판 함께 사과주셨으면 합니다. 저희는 그냥 정직하게 한우를 팔고 있는 순진한 장사꾼들입니다. 더 훌륭한 일을 하시고 계실 텐데 이런 사소한일로 불미스러운 일이 더 크게 번지지 않게 되길 모두가 바라고 있습니다. 정치적 이념조차 없기 때문에 이념을 운운할 필요성은 없다고 느껴집니다. 오직 장사꾼의 상식으로만 글을 적고 마치겠습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사설] 진영논리 넘어선 역사교과서 서술 절실하다

    ‘역사전쟁’이라고 해야 할까. 남과 북이 서로의 가슴에 이념의 총부리를 겨누는 것도 모자라 우리끼리 허구한 날 소모적인 진영싸움이다. 그것도 대입 수능시험까지 치러야 하는 한국사 교과서 내용을 놓고서다. 사실 보수 성향 학자들이 필진으로 참여한 교학사의 한국사 교과서는 출간되기 전부터 불상사가 예고됐다. 윤곽도 드러나기 전에 교학사 교과서엔 “안중근은 테러리스트, 유관순은 여자깡패”라는 내용이 들어 있다는 식의 비방이 넘쳐났다. 결국 교학사 교과서는 검정을 통과하고 빛을 봤다. 그러나 채택률 0%대라는 초라한 몰골이다. 교육부는 당초 교학사 한국사를 선택했다가 철회한 20개 고등학교에 대해 특별조사를 벌여 일부 학교가 부당한 외압으로 교과서 선정을 철회했다고 어제 밝혔다. 교육부는 외압을 가한 단체에 대해 법적 대응까지 검토한다고 한다. 오버해선 안 된다. 법적 제재 운운하기 전에 교학사 교과서가 왜 교육현장에서 철저하게 외면당했는지 그 근본 원인부터 따져보는 게 순서다. 교학사 교과서가 퇴출당하다시피한 것은 단순히 전교조 혹은 다른 진보단체들의 ‘이념성’ 외압 때문만은 아니라고 본다. ‘친일·독재 미화’를 떠나 600여곳에 이르는 사실관계의 오류만으로도 ‘부적격 교과서’로 낙인 찍히기에 충분하다. 2008년 보수세력의 표적이 된 금성사의 근·현대사 교과서 사건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듯 우리 역사의 ‘좌편향’ 서술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이를 바로잡는다고 또 다른 ‘우편향’으로 맞서는 것은 정도가 아니다. 교왕과직(矯枉過直)의 우를 범해선 안 된다. 교학사 교과서 파동은 학문보다는 파벌로 나뉜 역사학계도 문제지만 편 가르기를 부추기는 정치권의 책임 또한 크다. 여당의 어느 인사는 교학사 교과서 문제가 대선 불복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역사를 역사로 보지 않고 정치로 보려 하니 문제가 더욱 꼬이는 것 아닌가. 새누리당은 이참에 역사 교과서에 대한 현행 검인정 체제를 국정 교과서 체제로 환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나섰다. 역사교과서를 두고 갈등이 증폭되는 것은 물론 바람직하지 않다. 하지만 다시 옛날로 돌아가 국정 교과서를 만들겠다는 것은 가당찮다. 국정교과서로 획일적 지식을 강요하는 대신 일정 기준을 통과한 교과서를 자율적으로 선택하도록 함으로써 교육의 다양성을 추구하는 검정제도의 취지는 존중돼야 마땅하다. 역사교과서의 완성도를 높이는 것만이 해법이다. 집필진의 급과 격을 높여 보다 양식 있고 균형 잡힌 교과서를 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미래세대의 교육을 좌우할 교과서를 만드는 데 정치권을 기웃거리는 폴리페서 ‘사이비 역사가’들이 참여해선 안 된다. 진영논리가 역사교육을 망치는 일은 이제 없어야 한다.
  • [박대통령 신년회견] “불법 떼쓰기에 원칙 대응했는데 소통 안 된다고 하면 잘못”

    박근혜 대통령은 6일 기자회견에서 ‘진정한 소통’을 화두로 던졌다. ‘불통’ 문제에 대한 질문을 받자 “소통과 관련해 많은 얘기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고 우리 모두가 소통을 위해 더욱 노력해야 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그런데 진정한 소통이 무엇인가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운을 뗐다. 박 대통령은 “단순한 기계적 만남이나, 국민의 이익에 반하는 주장이라도 적당히 수용·타협하는 것은 소통이 아니다”라면서 “과거에 불법으로 떼쓰면 적당히 받아들이곤 했는데 이런 비정상적인 관행에 대해 원칙적으로 대응하는 것을 두고 ‘소통이 안 돼서 그렇다’고 말하는 건 잘못”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진정한 소통을 위한 전제조건은 모두가 법을 지키고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법이 공정하게 적용되고 집행되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라며 ‘소통론’을 폈다. 이어 박 대통령은 “부족한 점은 있지만 그동안 국민들과 다양한 방식으로 소통해 왔다”고 해명했다. 틈나는 대로 현장의 목소리를 경청했으며 전국 각계각층의 국민들과 만나고 목소리를 들었다는 얘기다. 15년 전 사망한 딸의 사인을 규명해 달라는 부친의 민원을 15년 만에 해결한 것도 민원을 중시한 결과였다는 사례도 들었다. 그러면서 특정한 방식의 소통에는 거부하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정부가 철도 민영화가 아니라고 누차 말해도 들으려 하지 않고 불법 파업을 이어갔는데 이런 상황에서 직접 만나는 방식의 소통이 가능할 것인가 생각해 봤다”면서 “제가 어떤 분들도 못 만날 이유가 없고 앞으로 소통에 더욱 힘쓰겠지만 불법 파업 등은 법과 원칙에 의거해 엄정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소통에 대해 이처럼 자세하게 공개적으로 얘기한 것은 처음이지만,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민주당은 “대통령에게 진정한 소통 의지가 있는지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공격했다. 문재인 민주당 의원은 “국민적 갈등이 많이 남는 회견이었다”고 말했다고 문 의원의 대변인 격인 윤호중 의원이 전했다. 윤 의원은 “불통의 책임을 국민에게 돌리고 정작 국민이 듣고 싶고 원하는 말은 한마디도 안 한 채 모두 건너뛴 회견이었다”고 주장했다. 박 대통령은 역사 교과서 문제와 관련, “사실에 근거한 균형 잡힌 교과서로 배워야 하고, 이념적 편향도 있어선 안 된다”면서 “일부 교과서에 불법 방북 처벌을 탄압으로 표현하고, 독일 통일을 부정적 측면만 부각시킨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지운 기자 jj@seoul.co.kr
  • [이태동 鐘樓에서] 선진적인 소통 방법

    [이태동 鐘樓에서] 선진적인 소통 방법

    우리는 지난해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이후 뜻하지 않았던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과 대선 불복종 논란으로 너무나 지루한 갈등의 시간을 보내야 했다. 그러나 지금 “태양은 지지 않고 다시 떠오르는” 것처럼, 갈등과 반목으로 점철되었던 어둡고 긴 터널과도 같은 2013년 묵은 해는 흘러가고 2014년 청마(靑馬)의 해가 밝았다. 운명적으로 역사 발전은 변증법적으로 이루어지게 만들어졌다고 말하지만, 이념 간의 갈등이 상호간의 건강한 긴장관계를 넘어 나아가지 못하고 질시와 반목으로 가득 찬 파과적인 대결의 국면으로만 치닫게 된다면, 역사는 발전은커녕 공멸하는 대재난의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국민 통합은 물론 여야 간의 적대적인 갈등을 치유하기 위한 소통의 문제가 새해 벽두부터 우리 사회의 가장 절박한 시대적인 요구 사항의 화두(話頭)로 등장하게 된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소통, 즉 ‘커뮤니케이션’ 문제를 성공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그것이 지닌 뜻을 정확히 이해함은 물론 진정성 있는 소통 방법을 선진국 수준으로 올바르게 정립시켜야 할 것이다. 소통은 자신의 의사를 단순히 상대방에게 알리거나 전달하는 것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상호간에 서로의 의견을 듣고 이해하는 화합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래서 정치적인 회담이나 타협을 위한 논의에 있어 서로가 자기의 주장을 상대방이 이해하고 받아들이게 하기 위해서는 합리적인 조건을 제시해야만 할 것이다. 그렇게 하지 못한다면, 그 회담이나 담판은 이솝 우화 ‘여우와 두루미’의 경우와 같이 당혹스럽고 비극적인 결과만을 초래하게 될 것이다. 지난 1년 동안 민주당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불통”이라는 비판의 소리를 계속 높여왔다. 지난해 9월에 있었던 여야 3자 회담 후에도 민주당은 박 대통령의 불통 때문에 아무런 결과가 없었다고 비난했지만, 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소통을 위해 준비해 간 것도 ‘여우와 두루미’가 마련한 음식과 크게 다를 바 없었다는 것이 많은 국민들의 여론이었다. 야당이 정부가 하는 일에 대해 비판은 얼마든지 할 수 있다. 그러나 사실을 정확히 알지 못하고 상황을 왜곡해서 비판의 소리를 높인다면, 그것은 소통의 방법이 아니라 폭력이다. 야당은 비판을 그들이 마땅히 해야만 하는 의무로 생각하겠지만 새로이 탄생한 정부로 하여금 적어도 얼마간 일을 할 기회를 주고 비판을 해야 했다는 것이 대다수 국민들의 생각이다. 여야 어느 진영에 속해 있든 국정을 논의하는 과정에 있어서 상대방은 무너뜨려야 할 증오의 대상인 적이 아니라 변증법적인 결과를 도출해 내기 위한 소통의 “파트너”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진입하려면 지난 한 해 동안의 이러한 일들은 일어나지 말아야 했다. 비판은 누구나 하기 쉽지만 올바른 비판을 하기는 어렵다. 영국의 위대한 비평가 매튜 아널드가 저적했듯이 올바른 비평은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사람들은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이 쉽다고 말하겠지만, 그것은 그렇게 쉽지 않다. 사물을 바로 보려는 진정한 욕망은 “사심 없는 마음”과 ”유연성“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상대편이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을 요구해놓고 불통이라고 비난하며 장외(場外)로 나가 군중을 선동, 그 힘으로 상대방을 굴복시키기 위해 촛불 시위를 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후진적인 소통의 방법이라는 것을 현명한 우리 국민들은 이미 잘 알고 있다. 박 대통령이 대화를 적게 한 부분도 없지 않을 것이다. 국민들은 대통령이 원칙을 고수하면서도 유연성을 좀 더 보여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없지 않다. 새해에는 분열의 덫에서 벗어나 통합을 위한 선진적인 소통의 광장이 우리 사회의 모든 분야에서 마련되어 결실의 꽃을 피울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 [사설] 국민통합 디딤돌 삼아 미래를 열자

    2014년 새 아침이다. 새해는 밝았지만 나라 안팎의 정세는 거친 파도를 만나 험난하다. 구한말인 120년 전 갑오(甲午)년 그해처럼 주변 강대국들의 각축이 한반도로 밀려들고 있다. 안으로는 성장동력은 약화된 반면 복지수요는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증대되면서 사회 구성원들 간 갈등은 확산일로다. 게다가 우리는 시한폭탄 같은 북한 김정은 세습정권까지 머리에 이고 있다. 대한민국 호(號)에 탄 우리 모두가 손을 굳게 맞잡고 격랑의 바다를 함께 헤쳐나가야 할 때다. 그런데도 박근혜 정부 출범 첫해인 지난 한 해를 과거에 발목이 잡혀 허송했다. 여야는 국가정보원 댓글 선거개입 논란과 남북정상회담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북방한계선(NLL) 포기 발언 의혹을 놓고 1년 넘게 삿대질을 주고받았다. 그러는 사이 종교계와 여타 사회 집단들까지 진영 싸움에 가세해 이전투구를 벌였다. 얼마 전에도 정의사회구현사제단 소속 신부가 박 대통령 사퇴 주장을 펼치자 천주교 일부 평신도를 포함한 보수단체 인사들이 종북(從北)세력 척결로 맞불을 놓지 않았던가. 이 바람에 경제회복과 민생 돌보기, 나아가 복지 확대 등 우리 사회의 공동선을 구현하는 실질적 접근은 뒷전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었다. 국정원 등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논란과 이에 따른 대선 불복 조짐 등 진영 간 무한 대치로 국민행복시대를 열겠다는 다짐은 공수표가 됐다. 올 한 해마저 내부 분열로 소진한다면 그 후유증은 다음 세대로까지 짙은 그늘을 드리우게 될 것이다. 서울신문이 국민통합을 연중 캠페인의 화두로 삼으려는 이유다. 집권 2년차 대탕평 인사를 박근혜 정부는 국민 대통합 행보를 과감히 펼쳐야 한다. 지난해 국정 기반을 닦느라 “100%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약속은 미뤄뒀던 것이라고 치자. 집권 2년차인 올해 대탕평 인사로 새바람을 일으킬 필요성은 차고 넘친다. 무엇보다 ‘불통 대통령’이라는 낙인을 지우려면 비판 세력에 다가가 설득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소통의 채널을 넓혀 정파와 지역, 세대를 넘어서는 대통령이 돼야 한다. 민주당 등 야권도 국민통합이 시대정신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지금 우리 앞에 놓인 정세는 내 편과 네 편으로 나뉘어 서로 손가락질을 해대도 좋을 만큼 한가하지 않다. 일본에 이어 중국까지 일방적으로 우리 이어도 해역 위로 방공식별구역을 그으면서 동북아에서 미·중·일의 패권 경쟁이 본격화하지 않았는가. 더구나 고모부인 장성택까지 잔혹하게 처형한 김정은 체제의 불가측성도 문제다. 김정은은 “전쟁은 광고 없이 일어난다”고 위협했다. 안보 문제에는 여야가 초당적 목소리를 내야 한다. 하지만 걱정이 앞선다. 무엇보다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야 간 극한 대치가 우려된다. 선거에서 이기려고 싸우는 정당들을 탓할 수는 없다. 그러나 펄밭에서 드잡이하면서 함께 수렁 속으로 빠져드는 우는 범하지 말아야 한다. 야당이 국가기관의 댓글 사건을 선거패배의 주원인인 양 오독하며 1년 내내 ‘노숙투쟁’과 국회 태업을 벌였지만 그 결과가 뭔가. 민주당 지지율은 여당의 절반에도 못 미치고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안철수 신당’에조차 한참 뒤지고 있다. 여야는 무한 정쟁이라는 낡은 정치 대신 합리적 토론과 대안 제시로 국민의 지지를 선점하는 경쟁을 벌여야 한다. 여야, 생산적 경쟁해야 정부는 올해 3.9% 성장률과 45만명 고용증대라는 목표치를 제시했다. 근년의 고용 없는 저성장 기조에서 벗어나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의 성장을 가로막는 걸림돌도 즐비하다. 이를 넘어서려면 막연한 구호뿐인 창조경제의 콘텐츠를 제대로 채워야 한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와 우리의 제일 수출시장인 중국의 성장세 둔화 등 대외 변수는 그렇다 치자. 우리 스스로 경제회복의 발목을 잡아서야 되겠는가. 지난해처럼 여야가 복지와 경제민주화의 방향을 놓고 이념적 대치만 벌이면서 민생 및 경제 살리기 법안 처리를 미뤄 기업의 투자의욕을 꺾어서는 안 된다. 통상임금과 관련한 대법원 판결 이후 임금체계 개편도 발등의 불이다. 업계와 노동계가 한 발짝씩 양보해 윈윈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지난해 우리는 밀양 송전탑 사태와 철도노조 파업으로 우리 사회의 극심한 균열상을 목도했다. 아울러 범사회적 갈등을 관리해 나갈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성도 절실히 느꼈다. 올 한 해에는 국민대통합위원회나 노사정위원회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여야 정치권과 각계 전문가, 그리고 이해집단 대표를 망라하는 사안별 ‘사회적 협의기구’를 만들어 운용하는 방안도 검토할 만하다고 본다. 물론 한정된 자원과 경제적 과실의 공정한 배분은 국민통합의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아닐 것이다. 지역·계층·세대별로 갈라진 국민 정서를 화해시키는 데는 소프트 파워가 큰 구실을 할 수도 있다. 올 5월의 ‘아리랑 대축제’나 6월의 브라질 월드컵, 그리고 9∼10월의 인천 아시안게임을 통해 다시 한 번 온 국민의 신명을 지펴야겠다. 헐벗은 신생국이었던 대한민국은 이제 민주화·산업화를 함께 일군 나라로 전 세계에서 인정받고 있다. 보수든 진보든, 우리 사회 어느 진영이든 피 튀기는 레드오션에서의 소모적 싸움은 이쯤에서 멈춰야 한다. 올해는 진취적이고 역동적인 청마(靑馬)의 해가 아닌가. 설혹 다투더라도 저만치 보이는 블루오션으로 먼저 힘차게 달려가는 생산적 경쟁을 벌여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우리 모두의 간절한 소망대로 선진복지국가로 우뚝 서는 길이다.
  • [열린세상] 철도파업 사태, 사회적 합의로 풀어야 한다/정정화 강원대 공공행정학과 교수

    [열린세상] 철도파업 사태, 사회적 합의로 풀어야 한다/정정화 강원대 공공행정학과 교수

    철도파업 사태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국회와 종교계의 중재가 무산된 가운데 민주노총이 총파업을 결의하면서 노사 간의 대립은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사태의 발단은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의 자회사인 수서발 KTX 법인의 설립 문제였지만, 양측의 뿌리 깊은 불신으로 인해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철도파업은 공기업의 민영화를 둘러싼 이념적 대립으로 비화하면서 우리 사회를 또다시 갈등의 소용돌이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국토교통부와 코레일은 수서발 KTX 법인은 독점으로 인한 방만한 경영에 경쟁체제를 도입하자는 것으로 민영화와는 무관하다고 강조하지만, 노조 측은 민영화를 위한 전초 작업이라며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대통령까지 나서 민영화가 아니라고 밝혔는데도 정부를 믿을 수 없다며 의혹의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한반도 대운하사업을 4대강 사업으로 이름만 바꿔 강행했던 수순을 답습하고 있다며 맞서고 있다. 노사 양측은 경영악화의 원인과 해결방안에 대해서도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다. 정부 측에서는 방만한 경영과 부실운영으로 부채가 가중되고 있기 때문에 경쟁체제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독점의 특혜를 누리고 있는 ‘귀족노조’의 ‘철밥통 지키기’라는 원색적인 비난도 쏟아지고 있다. 이에 대해 노조 측은 코레일의 부채 대부분은 용산개발 무산으로 인한 대손충당금과 인천공항철도 인수, 경부고속철도의 운영부채 등 정부의 정책 실패에서 비롯되었는데도 부실책임을 고스란히 공기업과 노조에 돌리고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공기업이 이 지경이 되기까지는 정부와 노조 모두의 책임이 크다. 일차적으로는 관리감독기관인 정부부처가 국책사업 추진 등을 이유로 공기업에 부채를 떠넘긴 데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낙하산 인사로 인해 책임경영이 뿌리내릴 여지가 없었다. 역대정부마다 집권 초기에는 너나없이 개혁의 칼을 빼들었지만 후반기에는 보은인사를 단행하면서 개혁이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여기에 노조의 도덕적 해이는 만성적자에도 불구하고 민간기업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울 지경으로 전락하여 결국 ‘공유지의 비극’을 초래하고 말았다. 공기업의 실패를 치유하기 위해 영국, 프랑스,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오래전에 철도운영의 민영화를 단행했지만 그 성과에 대해서는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과도한 요금인상과 선로의 유지보수 기피로 인한 잦은 사고, 적자노선의 폐지 등으로 이용객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일본에서도 적자노선에 대해서는 여전히 공기업의 형태로 정부가 운영자금을 지원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공기업의 경영효율화 방안에 대해서는 정치적 논리나 이념적 접근이 아닌 국민적 합의가 전제돼야 극단적인 대결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을 줄일 수 있다. 문제는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철도파업과 같은 노사정 대립을 중재할 마땅한 논의기구가 없다는 점이다.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는 10년 전에 이미 민주노총이 탈퇴했고, 한국노총도 철도파업을 계기로 최근 탈퇴해 사회적 합의기구로서의 기능을 상실한 상태다. 철도노조 지휘부가 조계사로 피신해 불교계가 중재에 나섰지만, 복잡한 정책이슈를 종교계가 중재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대타협 시도가 불발로 끝난 것도 이 사안이 이미 정치적 쟁점으로 부각된 상태이기 때문에 중재를 기대하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법과 원칙을 내세워 파업 지도부를 검거하기 위해 서둘러 민주노총에 공권력을 투입하고, 심야에 수서발 KTX 법인의 면허를 발급해 주어야 할 정도로 그렇게 시급한 사안이었는지 의구심이 든다. 노조의 요구대로 면허발급을 잠시 유예하고 철도발전 방안에 대한 사회적 논의에 시간을 투입했다면 장기파업으로 인한 국민의 불편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이제라도 노사정과 종교계,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중립적이고 합리적인 논의기구를 출범시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려는 소통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
  • 대학생 정치성향 “그때그때 달라요”

    대학생 정치성향 “그때그때 달라요”

    “저는 중도이거나 사안마다 다릅니다.” 절반에 가까운 대학생들이 자신들의 정치적 성향을 이렇게 분류했다. 새누리당 여의도연구원이 지난 10월 30일~11월 10일 전국 4년제 대학 113곳의 재학생 3861명을 대상으로 면접조사를 실시해 26일 내놓은 ‘2013년 전국 대학생 실태 백서’에 따르면 정치성향 조사에서 ‘사안에 따라 다르다’고 응답한 비율은 27.1%였고 ‘중도’는 19.7%였다. 스스로 ‘보수’ 또는 ‘진보’라고 답한 학생은 각각 16.5%와 16.2%였다. ‘잘 모르겠다’는 응답은 20.5%였다. 보수성만 따지면 남학생들이 더 짙었다. 응답률은 보수 21.8%, 중도 20.3%, 진보 15.7%씩이었다. 여학생은 각각 11.7%, 19.1%, 16.7%로 비교적 중도적 성향이 강했다. 정치의식 형성에 가장 영향을 많이 받는 수단으로는 언론 및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44.1%로 가장 많이 꼽혔다. 가족·친구 및 지인은 32.1%였다. 정치인의 유명세에 영향을 받는다는 응답은 8.3%, 학교 교육은 7.4%였다. 투표 시에는 후보자의 공약(38.9%)과 도덕성(35.1%)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답했다. ‘성장과 분배’ 중 어떤 것을 더 중시하느냐는 질문에는 46.7%가 ‘비슷한 수준’이라며 중립적 입장을 밝혔다. 굳이 순서를 따졌을 때에는 선(先)성장이라고 답한 비율이 24.6%로 21.3%인 선분배보다 3.3% 포인트 높았다. 복지 확대를 위한 증세에 대해서는 찬성이 49.8%, 반대가 49.5%로 거의 똑같았다. 대학생들이 생각하는 가장 심각한 사회적 갈등은 ‘빈부갈등’(45.0%)이었다. 정치갈등도 26.9%로 적잖게 꼽혔다. 다음으로 지역갈등 12.5%, 이념갈등 7.7%, 세대갈등 6.2% 순이었다. 안보 관련 설문에서 통일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는 대학생은 47.3%로 집계됐다.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
  • [사설] 靑 지지율 하락 원인 잘 살펴야 국정 순항한다

    최근 일련의 여론조사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급락하고 부정적인 평가는 높아졌다고 한다. 대통령 지지율을 보면 리얼미터 조사(16~20일)는 전주보다 3.0%p 급락한 51.8%를 보였다. 갤럽 조사(16~19일)는 48%로 대선 득표율 51% 밑으로 떨어진 것은 지난 5월 이후 처음이라고 한다. 반면 ‘잘못한다’는 평가는 리얼미터와 갤럽 조사 모두가 41%대로 대통령 취임 이후 가장 높다. 청와대가 대통령의 지지율에 일희일비할 일은 아니다. 하지만 여론조사가 민심의 바로미터라는 점에서 결코 소홀히 여길 수도 없다. 민심의 좌표를 제대로 읽어야 정책 수행 등 국정 운영이 탄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현안이나 시점에 따라 변화무쌍한 여론조사 결과에 지나치게 연연할 일은 아니지만 지지율 저하가 국정 운영에 부담을 주는 것은 사실이다. 이명박 정부 시절 청와대 수석을 지낸 한 인사는 “대통령 지지율이 별것 아닌 것 같지만 50% 이하로 내려가니 되는 게 하나도 없더라”고 토로했다. 흘려보내기 어려운 충고다. 정부가 정책을 추진할 때 여론의 지지를 받고 있을 때와 없을 때와는 하늘과 땅만큼 차이가 있더라는 얘기다. 야당은 낮은 지지율을 빌미로 정부를 더욱 흔들어 대려는 유혹에 빠질 수 있고, 선거를 치러야 하는 여당도 기득권 표심을 거스르는 선택을 하기 어려워 국정 개혁의 동력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여론조사의 대통령에 대한 부정적 인식의 원인으로 ‘소통 미흡’과 ‘독단’이 꼽히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청와대는 ‘(개혁을 거부하는 세력에) 굽히지 않는 게 불통이라면 자랑스러운 불통’이라고 항변하지만 국민들의 눈은 다를 수 있다는 얘기다. 전국 대학교수들이 올해의 사자성어로 ‘순리를 거슬러 행동한다’는 뜻의 ‘도행역시’(倒行逆施)를 선정했다고 한다. 여권이 이 사자성어의 선정 배경에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겠으나, 대통령의 지지도 하락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를 곱씹어보게 하는 대목이다. 박 대통령은 신년에 집권 이후 첫 기자회견을 열어 신년 구상과 정책 방향 등을 직접 밝힌다고 한다. 늦은 감이 있지만 대통령이 국민들과 소통하는 자리를 갖는다니 다행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 대선 기간 지역·계층·세대·이념 간 갈등을 뛰어넘어 ‘100% 대한민국’을 이루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보다 적극적으로 반대 진영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그들을 포용하며 설득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 야당이 대안없는 반대로 사사건건 국정의 발목을 잡는 것도 문제이지만, 그럴수록 반대편을 협력자로 끌어들이기 위해 대화와 타협을 모색해 나가는 ‘큰 정치’를 해야 국정 운영도 제대로 순항할 것이다.
  • [손성진 칼럼] 나만이 정의라는 세상

    [손성진 칼럼] 나만이 정의라는 세상

    우리는 지난 1년 동안 참 꿋꿋이 살았다. 누가 뭐래도 ‘나의 길’을 걸어왔다. 물론 좋은 뜻으로 하는 말이 아니다.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지만 올해도 양보 없는 평행선을 달려왔다. 상대방의 목소리엔 귀를 막았다. 휴전선 스피커처럼 거친 말들을 쏟아내기에 바빴다. ‘일베충’이니 ‘홍어’니 ‘좌좀’이니 느낌도 섬뜩한 말들이 인터넷을 지배하고 있다.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은 곧 적화(敵化)된다. 우리 사회는 우파 아니면 좌파뿐이다. 거기에 끼지 못하면 ‘왕따 학생’처럼 따돌림당한다. 통합을 외쳤지만 균열은 더 심해졌다. 상대를 인정하지 않아서 그렇다. 누가 뭐라든 마이웨이였다. 타협할 줄 모르는 정치권의 책임이 가장 크다. 언론은 분열을 부추긴다. 막무가내식 아전인수가 판친다. 분풀이하듯 마음 놓고 상대를 쏘아대도록 마당을 마련해 준 종합편성채널(종편)도 단단히 한몫했다. 사상의 대립에는 양극화라는 배후가 있다. 부유층과 빈곤층의 격차가 벌어지는 만큼 대립은 심화됐다. 대소(大小)밖에 없다. 중(中)은 점점 설 땅을 잃어간다. 우리 경제의 몇십%를 두 재벌이 쥐고 있는 현실이다. 올해 벌써 몇 개의 중소 재벌이 무너졌다. 우열은 점점 심해지고 있다. 대(大)와 우(優)는 더욱 커지고 소(小)와 열(劣)은 더 쪼그라들고 있다. 소와 열은 외쳐도 반향이 없으면 극단으로 치닫는다. 그러면서 기득권의 방어전략처럼 공격할 수단으로 사상을 찾는다. 논리로 무장한 사상은 빈틈을 주지 않는다. 나만이 정의다. 그러니 용납이란 말이 통할 리 없다. 세상이 좀 살벌해졌다. 권력은 권력이 없는 자의 숨통을 죈다. 궁지에 몰린 ‘없는 자’는 막돼먹은 말로 저항한다. 어른에게 뺨 맞고 선을 뛰어넘어 덤비는 아이같다. 따지고 보면 이런 것들도 욕망과 이기심에서 비롯됐다. 어쩔 수 없는 인간의 정서다. 궁극적으론 상대를 이겨야 한다는 심리가 내재해 있다. 깊이 들여다보면 본질은 다 똑같다. 나의 기준만으로 봐서는 안 될 것들이 있다. 만사를 내 생각대로만 하기는 어렵다. 나와 이념이 다르다고 다 틀렸다고 할 수 없다. 매사 이념을 잣대로 생각하니 문제다. 이념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일들은 세상에 많다. 이념을 떠나 대중은 철도 파업을 부정적으로 본다. 민영화에 반대하는 좌파의 인식에 동의하더라도 당장 불편을 감내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 그래서 여기에 이념을 갖다 붙이면 이해를 구하기 어렵다. 대중은 노조원들을 자기밖에 모르는 이기주의자로 배척한다. 장사를 망쳐도 시위대에 기꺼이 동조해 주던 건 옛일이다. 대중은 그만큼 영악해졌다. 이념에 기댄 이기주의를 분별해 낼 줄 안다.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는, 숨어 있는 대중은 의외로 자원이 풍부하다. 그들도 이럴 땐 목소리를 낸다. 이 땅에 핍박받으면서도 정작 끽소리도 내지 못하는 노동자들은 따로 있다. 대기업에 혈(血)을 빨리다시피하면서도 노조 결성조차 못한 노동자가 수두룩하다. 파업은 그들에게 배부른 소리다. 정부와, 대기업과 목숨을 걸고서라도 싸워야 할 사람들은 바로 이들이다. 나만이 정의라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내가 틀릴 수도 있고 나보다 앞세워야 할 사람도 있다. 우파가 분배와 복지에 빗장을 풀어 젖혔듯 좌파도 경쟁을 수용해야 한다. 민주주의든 사회주의든 그런 수정의 과정을 거쳐왔다. 중요한 것은 다수의 국민이다. 또 국가다. 다수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자신을 희생할 줄도 알아야 한다. 스스로 틀렸음을 인정할 줄도 알아야 한다. 상대를 존중하고 인정할 포용력. 우리에게 꼭 필요한 덕목이다. 대통령이든 노조원이든 조금도 다르지 않다. 만나지 못하는 두 가닥 레일처럼 분열과 갈등은 종착점을 모르고 가열되고 있다. 언제까지 이렇게 흘러갈 것인가. 새해에는 나만이 정의라는 세상에서 벗어날 수 있겠는가. 수석논설위원 sonsj@seoul.co.kr
  • [김일수 樂山樂水] 겨울 현실과 봄정치

    [김일수 樂山樂水] 겨울 현실과 봄정치

    벌써 대설(大雪)이 지났다. 늦가을까지도 산하를 누비고 다니던 작은 새들은 지금 어느 곳에 움츠리고 앉아 있을까. 무성했던 숲은 자취를 감추고 앙상한 나뭇가지들만 찬 바람소리를 낸다. 강물은 조용히 숨어 흐르고, 물고기 떼들은 우수에 잠긴 듯하다. 낙목한천(木寒天)이라고, 자연의 섭리가 어김없이 빚어 낸 겨울 풍경이다. 누가 이 변화를 거스를 수 있으랴. 창밖을 내다보면 거리마다 이미 성탄절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구세군 자선냄비, 그 종소리를 들으면 가깝고 먼 이웃들의 곤고한 삶, 그 겨울 현실이 떠오른다. 빚과 사업 실패 등으로 사회의 외곽으로 내몰린 노숙자들, 희망 상실과 장래 불안으로 자살로 치닫는 사회적 약자들, 스스로 도울 길이 없는 소외된 이웃들, 삶의 막다른 골목에서 범죄의 소굴로 발을 옮긴 실족자들은 사회의 갖가지 높은 장벽에 막혀 자신과 세계에 대한 신뢰를 잃어버린 채 겨울 현실의 포로가 된 가엾은 사람들이다. 누가 그들에게 돌을 던질 수 있으랴. 가련한 이들은 저들인가, 저들을 외면한 채 자기 집중의 삶에 빠진 우리들인가? 긴 겨울의 문턱에서 우리는 폐쇄된 자아의 옷을 벗어 던지고 세상을 향해 마음의 문을 열고 열악한 이웃의 신음에도 귀 기울였으면 좋겠다. 단군 이래 가장 풍요롭게 사는 우리는 정말 행복한가? 행복은 결코 자기 왕국에 갇혀 사는 개체의 삶에 주어지지 않는다. 곤경에 처한 이들에게 다가가 그들과 사랑을 나누는 착한 이웃들에게 주어지는 것이다. ‘레미제라블’이 주는 감동은 사랑과 자비가 법이나 권력보다도 사람을 변화시키는 강한 힘을 갖는다는 사실에서 비롯된다. 사회적 갈등과 난제에 부딪힐 때마다 사람들은 쉽게 사회적 비난과 낙인, 사회로부터의 추방과 배제를 해결의 실마리로 삼는다. 그러나 장 발장을 변화시킨 것은 그에게 용서와 자비를 베푼 미리엘 주교의 따뜻한 사랑이었지, 끈질긴 감시와 처벌에 집착했던 자베르가 아니었다. 엄동설한에 얼어붙은 우리네 겨울을 녹여 줄 힘은 어디서 나올까. 자선냄비나 익명의 독지가의 선행도 우리 마음을 녹여 줄 수 있다. 하지만 용광로 같은 큰 힘은 정책과 정치에서 나온다. 새해 예산안 마무리에 바쁜 국회이지만, 민초들의 고통과 직결된 민생법안에 민감히 깨어 있었으면 좋겠다. 봄이 올 때를 애타게 기다리는 민초들의 겨울 현실 위에 여야 없이 정치인들이 팔을 벌려 희망의 불씨를 지펴 줘야 한다. 겨울 한복판에서 봄의 온기를 느낄 수 있는 봄정치, 희망의 정치를 지체하지 말고 펼쳐 나가야 한다. 정치에서 불행한 이들의 고통을 보듬어 주는 일보다 더 시급한 게 어디 있을까. 정치인들은 이 일에 몸을 불사르라고 국민에게 선택받은 존재가 아닌가. 그러나 정쟁으로 얼룩진 국회, 이념 갈등으로 대치된 정국, 타협보다는 극한 대립으로 치닫는 정치는 국민을 배반하는 것이다. 그것은 상처 입은 겨울 현실에 찬물을 붓는 것 같은 겨울정치, 배반의 정치에 불과하다. 불안에 떠는 민생을 포용하지 않고 비켜 가는 정치, 사회적 갈등을 풀기보다 부추기는 정치는 정치 불신의 제일 원인이라는 점을 명심했으면 좋겠다. 그런 정치 행태에 국민들은 염증을 느낀다. 짜증난 유권자들이 정치에 등을 돌리면, 저질의 정치에 대한 개혁 요구가 요원의 불길처럼 번질 수 있다. 겨울 현실을 녹이는 또 하나의 힘은 소통의 정치다. 눈 들어 창밖을 보라. 겨울 숲의 나목들조차 가지마다 팔 벌려 손에 손잡고 삭풍과 마주 서 있지 않는가. 소통은 상대를 포용하기 위해 상대방 눈높이까지 자신을 낮추는 작업이며, 자신의 문을 열어 상대의 필요를 채우는 일이다. 혼자 힘으로 해결할 수 없는 일도 여럿이 힘을 합하면 그만큼 쉬워진다. 시린 민심을 그들만의 겨울 현실 속에 오래 가둬 두지 말라. 지금은 봄의 정치, 즉 소통과 화합의 정치가 어느 때보다 긴요하다. 봄이 오기 전 봄정치가 그리워지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 [기고] 선진 지방자치, 자율화에 달렸다/이동근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

    [기고] 선진 지방자치, 자율화에 달렸다/이동근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

    ‘란츠게마인데’(주민총회)는 스위스 지방자치의 상징이다. 1231년부터 해마다 열리며 800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선거권을 가진 주민들이 참석해 세제, 복지, 공공요금 등 생활과 관련한 사안을 직접 결정하고 대표 선출, 예·결산안의 심의와 의결까지 해낸다. 함께 모여 결론을 내는 만큼 민감한 안건이라도 사회갈등, 이념대립이 발생할 여지는 거의 없다. 독일이 분단과 통일의 충격을 슬기롭게 넘긴 것도 지방자치의 힘이 컸다. 60여개 도시 간 자매결연을 통해 동·서독 주민들의 교류와 접촉이 이어지고 물자도 제공돼 간극을 조기에 메울 수 있었다. 그 역사도 70년이 다 돼 간다. 우리나라 지방자치는 1991년 지방의회가 부활하고 95년에 자치단체장의 주민 직선이 이뤄지며 비로소 시작됐다. 스위스, 독일에 비해서는 걸음마 수준이지만, 다행히 20여년이 흐르며 지방자치를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진정한 지방자치는 지자체의 행정, 입법, 재정이 중앙정부로부터 독립돼 자율적으로 이뤄지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 지방자치제는 아직 많이 부족하다. 우선 지자체는 규모와 구성을 ‘지방자치법과 시행령’에서 정해 놓은 대로 따르게 돼 있어서 지역특성, 환경변화에 맞춰 조직을 신설하거나 바꾸기가 여의치 않다. 제일 열악한 부문은 ‘자주재정권’이다. 지자체의 재정자립도는 95년 민선 지자체가 출범했을 때 62.5%였던 것이 올해 51.1%로 오히려 떨어졌다. 예산 지출은 4대6으로 중앙보다 지방이 더 많지만 조세 수입은 지방세가 국세의 4배의1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지자체의 선심성 사업이 늘어나고 재정 운용이 방만한 영향도 없지는 않다. 이렇다 보니 전체 244개 지자체 중 재정자립도가 절반에도 못 미치는 곳이 220개에 달하고 심지어 125곳은 지방세 수입으로 인건비 충당도 못하는 형편이다. 이런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박근혜 정부는 기존에 있던 지방분권촉진위원회와 지방행정체제 개편추진위원회를 통합해 지방자치발전위원회로 확대 개편했다. 위원회는 중앙정부의 권한을 지자체에 이양하고 행정 효율을 제고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지방분권과 자주재정의 추진은 이해관계가 복잡한 탓에 위원회의 노력만으로 성과를 내기에는 한계가 있다. 중앙정부의 적극적 지원과 지자체의 남다른 각오, 그리고 지역주민의 참여의식이 뒷받침돼야 한다. 지방공무원의 인식 변화도 필요하다. 지역 기업인을 만나 보면 중앙정부보다 지자체의 규제를 지적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지방공무원의 이해 부족과 부적절한 재량권 행사는 기업을 해외로 내모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고서인 논어에 ‘근자열 원자래’(近者悅 遠者來)라는 구절이 나온다. 가까이 있는 사람부터 기쁘게 하면 인재가 모이고 대국을 이루게 된다는 말이다. 지금 우리는 저성장, 고령화 등 많은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지방자치의 발전은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다. 어려울수록 타율과 의존이 아닌 자율과 분권, 발상의 전환에 활로가 있음을 기억했으면 한다.
  • [서울광장] 정녕 대통령제의 종언을 논해야 하나/진경호 논설위원

    [서울광장] 정녕 대통령제의 종언을 논해야 하나/진경호 논설위원

    정말 박근혜는 문제일까. 아니, 박근혜가 문제일까. 파국으로 진군하는 2013년 겨울 초입의 국회와, 그 무대 위에서 1년 전 대선을 놓고 벌여온 여야의 쟁투가 ‘대한민국 대통령’이라는 존재의 의미에 대한 해묵은 질문, 노무현이 문제일까, 이명박이 문제일까라는 10년 전, 5년 전 질문을 다시금 머릿속에서 끄집어내 책상머리에 떨구게 한다. 6년여 전 노무현을 향해 박근혜가 던진 ‘참 나쁜 대통령’이라는 일갈이, 박근혜를 향한 문재인의 ‘무서운 대통령’으로 되돌아가는 정치 시계는 지금 우리는 어디를 맴돌고 있는가 묻게 한다. 대통령제의 유효 기간을 들춰 보게 만드는 징후는 ‘대통령제의 종가’ 미국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무브온(Move On)과 티파티(Tea Party) 두 깃발 아래 2열 종대로 갈라선 미국의 시민사회세력들은 더 이상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다. 홀쭉한 지갑에 돈 대신 ‘우리 아닌 그들’(them against us)에 대한 적의(敵意)를 채우고, 한껏 응축한 인종·계층·이념 갈등의 에너지로 의회정치를 마비시키고 연방정부를 정지시켰다. 무대 위에서 싸운 오바마 행정부와 보수야당 공화당은 그저 조연이었다. 물러서지 않은 게 아니라 물러서질 못했다. 갈등 종식의 브레이크가 듣지 않으면서 연방정부는 그렇게 16일 동안 문을 닫았다. 사돈 남 말 할 계제가 아님은 우리 국회가 보여준다. 정기국회 100일간 단 하나의 법안도 처리하지 않는 대기록을 눈앞에 두고 있다. 그간 한 거라곤 1년 전 대선을 복기하며 박근혜 대통령이 풀어라, 마라 하는 드잡이뿐이었다. 뒤늦게 여야가 허둥대고 있지만 실기(失期)에 따른 민생의 주름은 이미 깊이 파였다. 가히 공적(共敵) 1호로서 손색이 없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이런 불민한 국회조차 기실 껍데기일 뿐이다. 국회라는 링 안에 여야를 밀어 넣고는 이들과 제각각 지연, 학연, 이념, 가치, 이권으로, 하다못해 정서로라도 가깝거나 멀게 얽히고 갈린 채 싸워라, 이겨라, 지고 나오면 죽을 줄 알라 하며 눈을 부라리는, 진보와 보수의 진영에 갇힌 우리 모두의 초상일 뿐이다. 세상을 보는 창이라는 언론들조차 ‘민주당 10전10패’니 ‘새누리당 무기력’이니 하는 ‘똥침 기사’들을 써 대며 대놓고 여야를 편들고 국회를 난장(場)으로, 국민 눈을 사시(斜視)로 만드는 우리는 그래서 위기의 미국보다 더 위기에 놓여 있다. 역사학자 아서 슐레진저가 말한 ‘제왕적 대통령’은 이라크를 두드려 팰 힘을 가진 미국 대통령에게나 써먹을 얘기다. 대한민국 대통령? 적어도 1987년 민주화 이후론 어림없다. 속절없이 아들을 감옥에 보내고, 탄핵 위기에 몰리고, 촛불시위에 가슴 졸이는, 권력의 정점이지만 갈등의 병목이기도 한 자리에서 숨 고르기 바쁜 존재들일 뿐이다. 그런데도 우린 갈등의 머리에 늘 대통령을 올린다. 박형준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10여년 전 사회학자 시절 한 말은 그래서 유효하다. “승자 독식의 권력관이 ‘제왕적 대통령’이라는 인식을 만들고, 이 틀 속에서 모든 사안을 대통령 중심으로 바라보는 언론과 사회 분위기가 대통령을 정점으로 한 극한대립의 악순환을 만든다”고 한 지적은 지금 더 적확하다. 초강국들이 굵은 팔뚝을 내보이며 으르렁거리는 격랑 앞에서 물색없이 지금 대통령이 무섭다며 4년 뒤 대선에 나설 뜻이 있다고 밝힌 1년 전 대선후보의 발언은 진영 논리에 갇힌 채 ‘대통령 중독증’에서 허우덕대는 우리 사회의 무의식적 자기고백에 다름 아니다. 정녕 대통령제의 종언(終焉)을 논해야 할 때인지 모르겠다. 내각제로 바꿔 사이좋게 권력을 나눠 먹게 할 테니 그만들 싸우라고 호소해야 할지 모르겠다. 남북 대치의 상황을 무릅쓰고, 언제 끝날지 모를 개헌 논의에 온 나라가 함몰되는 상황을 무릅쓰고라도 말이다. 아직 그 길이 아니라면 지금 발을 멈춰야 한다. 대한민국. 심판이 사라진 그라운드다. 공을 세우고 한발 짝 물러서 룰을 찾을 때다. jade@seoul.co.kr
  • 국민 ‘대기업·中企 사이 공정성 가장 낮다’ 인식

    국민 ‘대기업·中企 사이 공정성 가장 낮다’ 인식

    우리나라 국민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공정성이 가장 낮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 논란 등 최근 사회문제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행정연구원은 3일 ‘새 정부 출범에 따른 공공정책의 진단과 방안 모색’을 주제로 한 학술대회를 열고 이 같은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사회통합 구현을 위한 공정성·사회갈등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해당 분야가 어느 정도 공정하다고 생각하는지”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27.7%만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관계가 공정하다”고 답했다. 이어 ‘정치 활동’(28.7%)과 ‘지역 균형 발전’(36.0%), ‘과세 및 납세의 실현’(38.8%) 등의 순으로 “공정성 수준이 높다”고 답했다. 응답에서 가장 공정성이 높다고 인식한 항목은 ‘성별에 따른 대우’(51.6%)로 나타났다. 행정연구원은 “남양유업이 대리점을 상대로 한 불공정 영업 행위가 사회적 이슈가 돼 이 같은 결과가 나온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각종 사회 갈등 가운데 가장 심각한 것으로 답한 부문은 ‘계층 갈등’과 ‘이념 갈등’으로 각각 응답자의 87.5%와 87.4%가 “갈등 수준이 높다”고 답했다. 그다음으로는 ‘노사 갈등’(81.5%)과 ‘환경 갈등’(74.0%) 등의 순이었다. 행정연구원의 앞서 2년간 조사에서도 ‘계층 갈등’은 가장 심각한 갈등 유형으로 조사된 바 있다. 반면 “가장 갈등 수준이 낮다”고 답한 부문은 ‘남녀 갈등’으로 응답자의 절반에 못 미치는 47.1%만이 “갈등이 높다”고 우려했다. 앞서 우리 사회의 공정성을 묻는 질문에서 ‘성별에 따른 대우’가 공정성이 가장 높다고 답한 것과 일맥상통한다. 이어 ‘갈등 해결을 위해 가장 노력하고 있는 주체가 누구인지’를 묻는 질문에서는 ‘대통령’(51.2%)이라는 답변이 가장 높았고 ‘시민단체’(36.2%), ‘중앙정부’(35.0%)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2011년 같은 질문에 대한 답변에서는 ‘시민단체’가 41.5%로 가장 높았고 ‘대통령’이라고 답한 비율은 33.8%에 불과했다. 행정연구원은 “정권 중후반기와 달리 정권 초기에 국정 목표로 안전이나 통합 등의 메시지가 제기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조사는 전국 성인 남녀 5000명을 대상으로 행정연구원 사회조사센터가 실시했다. 안석 기자 cct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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