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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원대 김명수 교수 교육부장관 내정…뚜렷한 보수색, 진보교육감과 마찰 우려

    교원대 김명수 교수 교육부장관 내정…뚜렷한 보수색, 진보교육감과 마찰 우려

    ‘교원대 김명수 교수’ ‘진보교육감’ ‘교육부장관’ 교원대 김명수 교수가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 내정된 가운데 지나친 ‘우편향’ 색채 때문에 진보교육감들과의 마찰이 우려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13일 김명수 전 한국교원대 교수를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 임명하는 등 7개 부처 장관을 교체하는 중폭의 개각을 단행했다. 이날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김명수 내정자에 대해 “그동안 공교육 살리기 등을 위해 노력해 온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 교육을 정상화 하는 교육개혁을 추진해 나갈 분”이라고 인선 배경을 밝혔다. 그러나 이 같은 설명과 달리 김명수 내정자는 줄곧 뚜렷한 보수 색채를 보여 교육계의 갈등과 분열이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김명수 내정자는 각종 민감한 교육 사안마다 뚜렷한 보수색을 드러내 왔다. 일각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이 ‘진보교육감 시대’ 대항마로 김명수 내정자를 내세운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 김명수 내정자는 지난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직후 잇따른 주요 대학 교수들의 시국선언 발표에 반대하는 ‘일부 교수들의 ‘시국선언’을 바라보는 우리의 견해’에 동참했다. 여기에는 뉴라이트 성향으로 꼽히는 박효종 전 서울대 교수와 제성호 중앙대 교수, 이재교 인하대 교수 등이 이름을 올렸다. 2010년에는 ‘안보교육이 무상급식 확대보다 우선돼야 한다’는 내용의 글을 쓰기도 했다. 김명수 내정자는 “빈부 계층을 가리지 않고 시행하는 무상급식 예산은 대폭 증액하면서 통일·안보 교육 예산은 전액 삭감한 서울시교육청의 발상부터 크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올바른 안보관·국가관 교육이 무상급식 확대보다 우선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정부의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법외노조화에 대해 김 내정자는 올 초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전교조의 법외노조화는 당연하다”면서 “전교조는 국가 교육정책에 대해 왈가왈부해서는 안된다”고 일축한 바 있다. 또 학생인권조례를 “특정 이념 하에 정치적 목적을 갖고 만들어진 것”이라고 평하거나, 친일·독재 미화 논란에 휩싸인 교학사 고교 한국사 교과서를 두고 “한국사 학계 자체에 좌파들이 많다”고 우회적으로 두둔하기도 했다. 진보교육감들이 학생인권조례 시행과 교학사 교과서 퇴출 등을 벼르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중앙정부와 사사건건 대립각을 세울 가능성이 크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남성 중심 사회의 차별에 발버둥 친 여성 이야기] 문학에 저항 담아낸 조선의 언니들

    [남성 중심 사회의 차별에 발버둥 친 여성 이야기] 문학에 저항 담아낸 조선의 언니들

    조선에서 여성으로 산다는 것/임유경 지음/역사의아침/248쪽/1만 4000원 쾌족, 뒷담화의 탄생/이민희 지음/푸른지식/288쪽/1만 4800원 “가만히 내 인생을 생각해 보니, 금수로 태어나지 않고 사람으로 태어난 것이 행운이었다. 오랑캐 땅에 태어나지 않고 우리 동방 문명국에 태어난 것도 다행이었다. 반면 남자로 태어나지 않고 여자가 된 것은 불행이다.”(김금원의 ‘호동서락기’ 중) 1830년 열네 살 소녀는 그 ‘불행’에 맞섰다. ‘조신’을 강요하던 조선시대에, ‘논어’를 인용해 “증검이 행한 ‘기수에서 목욕하고 무우에 바람 쏘이며 노래도 부르며 돌아오는 것’을 본받고자 하니 성인도 마땅히 나에게 찬성하실 것”이라면서 부모를 설득했다. 남장을 하고 홀로 금강산 여정에 올랐다. 조선 후기 도학에 밝았던 강정일당은 과거에 급제하지 못해 좌절을 겪는 남편 윤광연에게 “실제 덕이 있다면 남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무슨 손해리오. 실제 덕이 없다면 헛된 명예가 있은들 무슨 보탬이 되리오”라며 격려했다. 정일당과 함께 문답하고 공부한 윤광연은 당대의 학자 송치규의 사문에 들어가고 명망 높은 학자들과 교유하면서 인정받았다. 조선의 여인들이 삼종지도(三從之道)를 덕으로 알고 칠거지악(七去之惡)을 금기로 삼으며 나약한 존재로만 살았던 것은 아니다. 공고한 남성 이데올로기에 저항하고 지력을 쌓으며 존재의 흔적을 남긴 이들도 있었다. ‘조선에서 여성으로 산다는 것’은 그 여성들의 이야기다. 임유경 대구가톨릭대 한국어문학과 교수는 당시 편지와 수필 등을 토대로 그들의 삶을 들여다봤다. 학동들의 글짓기 연습 표본이 된 한 규수의 소지장(관청에 하소연하는 글), 남편과 아버지를 죽인 원수를 몇 년 동안 추적해 복수한 모녀, 결혼한 손녀를 향한 그리움과 삶의 지혜를 담은 할머니의 편지 등 다양한 인물에게서 조선 여인들의 내면과 생활상을 두루 살펴볼 수 있다. 비슷한 시기에 출간된 ‘쾌족, 뒷담화의 탄생’은 고소설 속에 녹아든 인물을 통해 조선 여성들의 삶을 에둘러 엿본다. 이민희 강원대 국어교육과 교수는 “상하·남녀 관계가 불공평하게 편만해 있던 세계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욕망과 이를 구속하려는 지배 이념의 갈등을 소설을 통해 보여 주고 있다”면서 “일상을 말하고, 욕망을 갈망하며, 일탈을 꿈꾸고, 교화를 전하고자 한” 고소설에서 다면적인 시대상을 드러낸다. ‘방한림전’과 ‘김안국 이야기’에서 이상과 능력을 펼치는 사회를 실현하고자 했던 여성의 모습을 보고, ‘운영전’에서 신분과 생사의 벽을 뛰어넘은 대담한 사랑과 욕망을 이야기한다. 익히 알려진 ‘심청전’에서는 부양을 책임져야 하는 심청의 심정을 적나라하게 들추고, ‘장화홍련전’에서는 계모를 시대의 희생양으로 치환해 다르게 보기를 시도하면서 흥미롭게 풀어 간다. 최여경 기자 cyk@seoul.co.kr
  • [사설] 진보 교육감 일색 교육현장 혼란 최소화하길

    그제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진 교육감 선거에서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서울을 비롯해 무려 13곳을 진보 성향의 후보들이 휩쓸었다. 보수 및 중도 성향 후보들은 대구, 대전, 울산, 경북에서 당선되는 데 그쳤다. 가히 진보 후보들의 싹쓸이라고 할 만하다. 4년 전인 2010년 선거에서 서울, 경기, 강원, 광주, 전북, 전남 등 6곳에 불과했던 ‘진보 교육감 벨트’가 전국으로 확장된 셈이다. 진보 성향 후보들의 대거 당선은 보수 성향 후보들이 난립한 것과는 달리 단일화를 이뤄 표의 집중력이 높았던데다 세월호 참사 이후 이른바 ‘앵그리맘’의 표가 몰렸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설득력 있어 보인다. 경쟁 중심의 교육 노선에 대한 반발 민심도 일부 반영됐다고 볼 수 있다. 시·도교육감협의회의 과반 이상을 진보 교육감이 차지하게 됨으로써 교육 현장의 분위기는 상당히 바뀔 것이다. 특히 진보 후보들이 공통적으로 자사고(자율형사립고) 폐지, 무상교육복지 확대 등을 내세운 만큼 앞으로 이념 문제뿐 아니라 교육 전반에 걸쳐 정부와 첨예하게 대립할 가능성이 높다. 보수층 일각에서는 교육계가 진보 일색, 전교조 중심으로 바뀌어 교육 현장이 대혼란에 빠질 것이라고 벌써부터 우려하고 있다. 실제 우리는 ‘학생인권조례’, ‘교원 평가’, ‘대안 역사교과서’, ‘고교평준화’ 등 교육 행정과 입시제도 등을 놓고 진보 교육감과 정부가 사사건건 갈등·대립하는 바람에 학생과 학부모는 등 터진 새우마냥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며 우왕좌왕했던 상황을 분명히 기억한다. 교육 현장의 혼란은 고스란히 학생과 학부모에게 엄청난 피해를 주는 만큼 어떻게 해서든 최소화해야 한다. 물론 당선인들은 평소 구상했던 교육 개혁의 뜻을 펼쳐야 하고, 그렇게 하라고 유권자들이 선택해준 것은 분명하다. 문제는 과연 유권자들의 절대적 지지를 받았느냐는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 진보 교육감 당선인 다수는 30~40%의 득표율을 올렸다. 교육 메카인 서울의 조희연 당선인은 39.08%, 경기의 이재정 당선인은 36.38% 득표에 그쳤다. 유효 투표의 3분의1에 못 미치는 득표율을 올린 후보들도 있다. 나머지 유권자들은 대부분 보수 성향 후보들에게 투표했음은 물론이다. 민주주의는 절대 ‘ALL OR NOTHING’(전부 아니면 제로) 게임이 아니다. 전임자들의 정책과 무조건 반대 정책을 추진한다고 해서 자신이 돋보이는 것도 아니다. 진보 교육감이 교육계를 석권했다고 해서 교육 정책이 180도 바뀌어서는 안 되는 이유다. 조 당선인은 당선 소감을 통해 “보수 후보에게 표를 준 유권자의 마음도 겸허히 채찍으로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학생과 학부모를 실험대에 올리는 교육 현장의 혼란만은 최소화해주길 교육감 당선인들에게 진심으로 당부한다.
  • [교육감] “교육에 보·혁 따로 없어… 아이들 위한 교육 편다”

    [교육감] “교육에 보·혁 따로 없어… 아이들 위한 교육 편다”

    이석문(55) 제주도 교육감 당선자는 4일 “단 한 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는 교육감이 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전교조 제주지부장 출신인 이 당선자는 “교육에는 진보도 보수도 없다”며 “오직 아이들만 보고 가겠다”고 말했다. 이 당선자는 “우리 아이들이 초등학교 때는 학력평가, 중학교는 고입, 고등학교 때는 수능 준비로 객관식 문제를 풀기 위해 학교를 다니고 있다”며 “수업과 평가제도를 근본적으로 바꿔 적어도 중학교까지는 아이들의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만들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아이들이 친구들과 협력, 존중을 배울 수 있어야만 학교폭력도 해결될 수 있고 공교육도 강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이 당선자는 고교 입시제도를 반드시 개선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교육청과 학부모, 동문들이 참여하는 고입제도개선위원회를 구성해 도민들과 소통하면서 합리적인 고입제도 개선대책을 만들겠다”며 “고교 체제를 개편해 읍·면지역 고교가 성적에 따라 가는 곳이 아니라, 가고 싶어 하는 ‘선택하는 학교’로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아울러 “제주시 지역 학교는 과밀학급이 심각한 문제가 된 반면 산남(서귀포)지역의 읍·면학교는 갈수록 침체되고 있다”며 “제주형 혁신학교와 혁신교육 지구를 산남에서 먼저 추진해 교육 불균형을 해소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 당선자는 “이념적 논쟁이나 갈등은 어른 시각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전교조에 공과(功過)가 모두 있다. 공은 인정해 주고 과는 바꿔 나가면 된다. 다만 아이들 시각에서 교육을 어떻게 바꿔 나갈지 어떤 대안이 필요한지를 고민하는 게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제주 황경근 기자 kkhwang@seoul.co.kr
  • [교육감] 세월호 분노·단일화 효과 진보 초강세… 교육부와 갈등 불가피

    [교육감] 세월호 분노·단일화 효과 진보 초강세… 교육부와 갈등 불가피

    4일 교육감 선거에서 진보 후보들의 대거 당선을 이끈 요인은 ‘단일화 효과’였다.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 비해 상대적으로 지명도에서 열세를 보인 교육감 후보들은 선거 공보물, 현수막, 포스터를 통해 ‘단일후보’임을 부각시키며 세월호 참사에 분노한 표심을 파고들었다. 실제 교육 경력이 미비한 정치인 출신들이 선거운동 초반 높은 지명도를 앞세워 언론사 여론조사에서 주목받았지만, 선거 막판 검증 과정에서 오히려 역풍을 맞는 상황이 연출됐다. 서울시교육감 선거에서 여론조사 선두를 유지하던 고승덕 후보는 막판 딸 희경씨가 페이스북에 올린 비판 글이 파문을 일으킨 뒤 수세에 몰리게 됐다. 반면 경쟁자였던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후보는 아들 성훈씨가 인터넷 게시판에 올린 지지 글에 힘입어 학부모들의 표심을 잡은 것으로 평가된다. “인간 조희연은 사회적 약자를 어느 순간에나 생각하고, 지나칠 정도로 돈 욕심 없이 살았고, 누구보다 제 말을 경청해줬다”고 쓴 성훈씨의 글은 소셜네트워크(SNS)를 통해 급속도로 확산되며 호감을 얻었다. 경기도교육감 선거에 출마했다 낙마한 조전혁 후보 역시 법을 어겨가며 전국교직원노조의 명단 공개를 강행하던 국회의원 시절의 ‘강성 이미지’가 오히려 행정가인 교육감직에 부합되지 않는다는 평가가 지지층을 결속시키는 데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 사례로 분류됐다. 진보 진영과 다르게 보수 후보들은 17개 시·도 중 한 곳에서도 완벽한 단일화를 이뤄내지 못했다. 보수 단체가 모인 ‘대한민국 올바른 교육감 추대 전국회의’에서 10명의 보수 단일후보를 발표했지만, 서울에서만 해도 고 후보가 또 다른 보수단체로부터 ‘좋은 교육감 후보’로 선정되는 등 분열상이 나타났다. 2010년 6명에서 17개 시·도교육감의 과반을 넘는 12~13명으로 ‘진보 교육감 벨트’가 확대되면서 보수 정권인 교육부와의 충돌은 더 빈번하게 나타날 전망이다. 특히 이념 문제뿐 아니라 예산 배정과 집행 문제에서 양측이 첨예한 대립각을 세울 것으로 점쳐진다. 예를 들어 지난달 19일 진보 교육감 당선자들은 후보 시절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교육복지 확대 ▲혁신학교 확대 및 학교혁신의 보편화 ▲친일독재미화교과서 반대 및 민주시민교육 활성화를 3대 주요공약으로 발표했다. 교육복지 확대 공약에는 공립유치원 확충과 사립유치원의 공공성 강화, 친환경 무상급식 확대, 학교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와 호봉제 실시 등이 포함된다. 공약별로 수십억~수천억원대 재정이 필요한 사안이다. 이들은 또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지만 아직 실현되지 않은 고교 무상교육 실시, 학급당 학생 수 감축, 대입제도 단순화, 반값등록금 실현 등을 촉구하겠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 공약 중 초등 무상 돌봄교실 확대, 만 3~5세 누리과정 지원 확대 등에 올해 예산을 우선 배정한 교육부와 이를 반대하는 진보 교육감들이 견해 차이를 어떻게 좁혀갈지 관심이 모아진다. 진보 교육감들은 또한 재정과 정책집행을 위한 협상 대상을 확대하는 시도를 펴기로 했다. 이들은 선거 과정에서 공약 실현을 위해 시·도교육감협의회의 위상을 강화해 국회, 대학교육협의회와 정례적으로 협의를 진행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1기 진보 교육감들이 교육부의 각종 지시를 이행하는 것을 거부했다가 고발당하거나 교부금 지원을 삭감당한 전례를 의식한 행보로 보인다. 교육부와 진보 교육감 간 이념 갈등 역시 당분간 수그러들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당장 올해 하반기 전국교직원노조(전교조)를 법외노조로 볼 것인지에 대한 법원의 판결이 나오면 전교조와 가까운 진보 교육감 측과 교육부가 마찰을 일으킬 여지가 있다. 벌써부터 전교조는 “오는 19일 법원의 전교조 법외노조 1심 판결에 따른 정부조치를 둘러싸고 교육감과의 의견 충돌이 예상된다”면서 “정부는 민심이 반영된 교육감 선거를 통해 교육정책 전반에 대해 성찰하고 교육감과 협력적으로 국정을 이끌어가야 한다”고 논평했다. 교육부가 미뤄 둔 시국선언 교사들에 대한 처분 문제 역시 진보 교육감과 교육부의 갈등을 촉발시킬 뇌관으로 평가된다. 교육부는 지난달 13일 청와대 자유게시판에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글을 실명으로 올린 교사와 지난 15일 전교조의 시국선언 참여 교사 1만 5852명에 대한 징계방침을 밝히고 교육청별 명단 파악을 지시했다. 이미 강원·경기·광주·전남·전북 등 진보 교육감이 이끄는 교육청은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교육부의 교사 명단 파악 요구를 거부한 바 있다. 이번에 확대된 ‘진보 교육감 벨트’에서 명단 파악을 집단적으로 거부하거나, 명단을 파악하더라도 징계권을 가진 교육감들이 잇따라 교사 징계를 거부할 것으로 관측된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진보호’ 이끌 서울교육감…교육계 기대반·우려반

    ‘진보호’ 이끌 서울교육감…교육계 기대반·우려반

    1년 반 만에 진보교육감이 서울교육의 수장 자리를 다시 차지했다. 교육계는 다시 술렁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진보 진영은 혁신학교 부활, 자립형 사립고 폐지, 무상교육 확대를 주요공약으로 내세운 조희연 당선인을 반긴 반면, 보수 쪽은 자칫 이념 갈등에 휩쓸릴 수 있는 분위기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5일 논평에서 ”유권자들이 살인적 입시교육과 특권교육을 키워온 현 정권과 달리 혁신학교, 무상교육 확대, 특권학교 폐지 등 반경쟁 교육복지를 표방한 교육감 공약에 손을 들어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전교조는 조 당선인이 자사고 폐지에 앞장서는 것은 물론 현 정부가 추진 중인 세월호 참사 시국선언 참여 교사 징계나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등에도 제동을 걸어줄 것으로 기대했다. 하병수 전교조 대변인은 “앞서 진보 교육감들이 실천했던 정책들이 다시 보여질 것으로 기대된다”면서 “당장 오는 8월까지 치러지는 자사고 평가부터 좀 더 엄격한 잣대를 댈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안상진 부소장은 “조 당선인이 캐치프레이즈로 내건 것이 ‘일반고 전성시대’”라면서 “자사고 설립으로 생겨난 현행 고교 체제의 문제점을 바로잡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진보 성향 학부모단체인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박범이 회장도 “자사고, 특수목적고 등 학교서열화로 지나치게 과열된 경쟁을 완화해주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전임자인 보수 성향의 문용린 후보와는 전혀 다른 정책 방향을 가진 만큼 이른바 ‘교육 혁신’이라는 기치 아래 교육계가 적잖은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보수 측에서 우려하는 대목이다. 김동석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은 “조 당선인의 공약 중 무상교육 강화, 자사고 폐지 등은 교육계 안팎에서 찬반 논쟁이 팽팽한 사안”이라며 “급격한 변화를 이루려고 한다면 교육계가 크게 요동치고 갈등이 심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조 당선인이 선거 과정에서 ‘모두의 교육감’이 되겠다고 밝힌 만큼 자신의 공약 중 지나치게 많은 예산이 들고 논란이 심한 부분은 민주적 의사결정을 거쳐 수정·보완·폐기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당장 존폐의 논란에 놓인 자사고는 조 교육감의 정책에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한 자사고 전직 교장은 “좋은 자사고를 만들기 위해 많이 애쓴 점을 인정해 고쳐야 부분은 보완하되 폐지까지 이어지진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시내 모 초등학교의 40대 여교사는 “일선 교사들의 바람은 교육에 전념할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것”이라며 “교사의 자율권을 인정해주면서 어느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는 교육정책을 펴달라”고 당부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명료하거나…복잡하거나

    명료하거나…복잡하거나

    “우리가 생각하는 남북 관계란 대체 무엇일까요. 지금 우리는 어떤 이데올로기의 눈으로 그것을 바라보고 있죠?” 설치미술가 김기라(40)가 웅변하는 메시지는 간단명료하다. 아주 사소한 것에 주제를 담아 회화, 설치, 영상 등으로 점차 확대해 풀어 간다. 이념과 계층, 지역, 환경 등 다양한 사회적 문제는 진솔한 대화나 영상에 담겨 날것 그대로 관람객에게 전달된다. 작가는 다음 달 5일까지 서울 서초구 서초동 페리지 갤러리에서 열리는 ‘마지막 잎새’전에서 이념의 무게를 한없이 가볍게 들춰낸다. 예컨대 영상 ‘이념의 무게’(왼쪽) 시리즈의 ‘마지막 잎새’는 올 2월 금강산에서 이뤄진 남북 이산가족 상봉의 대화록을 발췌해 만들었다. 영상은 봄을 알리는 진달래꽃의 모습으로 시작해 라디오 드라마 같은 성우들의 목소리로 이어진다. ‘북쪽으로 보내는 서한들-수취인 불명-황해’에선 냉면이라는 아주 사소한 대상에서 시작한 편지 내용으로 남북 관계의 단상을 그려 냈다. 영상은 “냉면을 먹다가 북쪽의 당신 생각이 났다”는 독백으로 출발한다. 이렇게 각각의 영상들은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논란부터 쌍용자동차 노사 문제, 천안함 사건 등 갈등과 대립을 이어 온 상황들을 풀어 간다. 작가는 “우리의 눈을 가리고 있는 안개와도 같은 이분법적 이념의 장막을 하나씩 걷어 내야 할 때”라며 “‘마지막 잎새’는 결국 해결되지 않은 희망이나 절망 같은 이야기”라고 말했다. 반면 설치작가 김명범(38)은 ‘다의성’을 품었다. 망치와 곡괭이의 손잡이에 달린 지팡이(오른쪽), 물고기와 사랑니를 매단 풍선으로 관람객의 상상력을 한껏 자극한다. “뒤뚱거리고 꼬여 있는 듯한 삶을 보여 주고 싶었다”는 의도처럼 작가는 되도록 많은 질문을 끌어내려 한다. 서울 종로구 팔판동 갤러리 인에서 오는 21일까지 이어지는 개인전 ‘시소’(SEESAW)에는 커다란 졸참나무로 만든 시소가 등장한다. 마치 위아래로 움직일 듯 생명력을 과시한다. 스테인리스로 만든 삽과 망치, 곡괭이에 연결된 나무 지팡이는 숭고한 노동의 가치를 뜻한다. 작가는 “열정과 시간을 들인 내 모습을 은유적으로 표현했다”고 말했다. 그의 작품은 비현실적이지만 결코 달콤하지 않다. “미국에서 활동할 때 인근 주민들이 죽은 나무를 베어 손질하던 내 모습을 보고 ‘잔인하다’고 표현하더군요. 그런데 집집마다 어김없이 목재 식탁과 의자가 있었어요.” 모순이랄까, 왕성하게 생장한 나무가 베어져 삶을 마감하고 재탄생하는 순환처럼 작가는 작품마다 삶과 죽음, 위안과 공포를 숨겨 놨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6·4 지방선거 D-8 강원지사 표심 르포] 최흥집 지지자 “무조건 여당, 1번” 최문순 지지자 “무능한 정부 심판”

    [6·4 지방선거 D-8 강원지사 표심 르포] 최흥집 지지자 “무조건 여당, 1번” 최문순 지지자 “무능한 정부 심판”

    “강원 ‘빅3 도시’ 간 신경전은 여전히 치열합니다. 그야말로 ‘강원 삼국지’죠.” 지난 24일부터 26일까지 강릉·춘천·원주에서 만난 시민들은 애향심이 투철했다. 그런 만큼 다른 두 도시를 은근히 깎아내리는 듯한 모습도 역력했다. 지역 연고에 대한 그들의 자부심은 6·4 지방선거 표심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선거를 일주일여 앞두고 강원이 전국 광역단체장 대결 가운데 가장 초박빙의 승부처로 떠오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듯했다. 강릉 중앙시장에서 만난 김지훈(45)씨는 “강원도 사투리가 진국인 강릉이 강원의 원조”라며 영서 지역에 있는 춘천과 원주를 깎아내렸다. 이어 “강릉 출신의 최흥집 새누리당 강원지사 후보를 지지한다”고 표심을 밝혔다. 춘천 중앙시장(낭만시장)에서 만난 박순례(52·여)씨는 “도청 소재지인 춘천이 강원의 중심”이라면서 “춘천 출신의 최문순 새정치민주연합 후보가 지사에 당선돼야 아무래도 춘천 발전에 더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원주에 대해선 “충북에 가까워서 충북 사람들이 술 먹으러 왔다 갔다 한다”면서 “거긴 강원이라 할 수 없다”고 목청을 높였다. 원주 중앙시장에서 만난 오태경(44)씨는 “원주가 도에서 인구가 가장 많기 때문에 도청을 원주로 옮겨 와야 한다”면서 “춘천 사람이 강릉 가려면 반드시 원주를 거쳐 가야 하지 않느냐”며 춘천에 대해 은근한 경쟁심을 내비쳤다. 통계청의 2010년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세 도시의 인구는 원주 30만 9803명, 춘천 27만 4220명, 강릉 21만 7481명 순이다. 세 도시의 인구는 강원도민 전체(146만 3650명)의 54.8%에 이를 정도로 비중이 크다. 또한 세 도시를 중심으로 인근 지역 정서가 비슷해 강원은 강릉·춘천·원주를 도읍으로 하는 ‘삼국지’가 형성돼 있다. 특히 원주는 춘천과 같은 영서 지역에 있지만, 강원 제1의 도시를 놓고 춘천과 견제 관계에 있다는 게 정설이다. 지역 민심을 둘러본 결과 실제로 강릉에서는 최흥집 후보를, 춘천에서는 최문순 후보를 지지한다는 시민이 대체로 많았다. 두 후보가 지난 25일 앞서거니 뒤서거니 참석한 강릉고 동문 가족 체육대회는 강릉고 출신 최흥집 후보의 ‘홈그라운드’일 수밖에 없었다. 동문들도 최흥집 후보를 ‘흥집이형’이라고 부르며 친밀감을 표한 반면, 춘천고 출신의 최문순 후보에 대해서는 아무래도 상대적으로 ‘박대’하는 분위기가 없지 않았다. 그러나 춘천의 번화가인 명동거리에서는 지지하는 후보를 묻는 질문에 상당수가 ‘최문순’을 외쳤다. 춘천 낭만시장에서 옷가게를 운영하는 김민수(56)씨는 “최흥집 후보가 당선되면 아무래도 강릉을 더 신경 쓰겠지”라며 최문순 후보에 대한 지지의 뜻을 밝혔다. 이런 지역세 때문에 강원에서는 선거 때마다 흥미진진한 합종연횡이 펼쳐진다. 2010년 6·2 지방선거에서 원주 출신의 한나라당 이계진 전 의원과 평창 출신의 민주당 이광재 전 지사가 맞붙었을 때 강릉과 춘천 시민들은 원주 후보 대신 이 전 지사를 택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양상이 좀 다르다. 영동, 영서 후보 간 대결 구도가 형성됐기 때문에 원주 시민이 어느 지역 출신을 지지하느냐가 관건이 됐다. 원주 표심이 선거의 향배를 결정하는 캐스팅보트를 쥔 형국이다.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은 각자 텃밭인 연고지에서 표를 결집시켜 차이를 벌린 다음 원주에서 ‘반타작’만 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최흥집 후보는 아예 본캠프를 원주 무실동에 차렸다. 26일에는 새누리당 중앙당 선거대책위원회가 원주에서 현장 회의를 개최할 만큼 원주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에 질세라 새정치연합도 박영선 원내대표가 지난 25일 긴급 일정으로 원주의 중심인 원일로를 직접 찾아 최문순 후보 지지 유세전을 펼쳤다. 원주 도심을 둘러보니 민심은 그야말로 백중세였다. 세대별로 20~40대는 최문순 후보를, 50대 이상은 최흥집 후보를 지지하는 경향이 뚜렷했다. 연세대 원주캠퍼스 정경대학에 재학 중인 정모(22)씨와 그의 일행은 “세월호 참사를 일으킨 정부와 새누리당을 심판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 반면, 자유시장에서 잡화점을 운영하는 이수형(60)씨는 “원주는 여당, 무조건 1번”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기용품은 판매하는 김정란(53·여)씨는 “국가 안전과 안보 문제 때문에 보수 후보인 최흥집 후보를 찍을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세 도시의 공통점이라면 ‘인지도는 최문순, 당을 보면 최흥집’이었다. 최문순 후보는 ‘현직 프리미엄’ 때문인지 그를 모르는 도민이 거의 없었던 반면, 최흥집 후보에 대해서는 “누군지 잘 모른다”는 답변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표심을 물었을 때에는 막상막하였다. 춘천에서 만난 유창열(38)씨는 “별 무리 없이 도정을 펼친 최문순 후보가 지사를 한 번 더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지 정당을 묻자 “야당 의원들은 정부가 잘해도 반대, 못해도 반대만 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그정도 사과했으면 됐지”라며 여권을 지지했다. 평창군 평창5일장(평창올림픽시장)에서 50년 동안 금은방을 운영해 온 김영찬(73)씨는 “최흥집 후보가 누군지 잘 모르는데, 김진선 강원지사 시절에 정무부지사를 했다는 것을 안다”면서 “김 전 지사가 나름 잘했기 때문에 이번에 1번을 찍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최흥집 후보가 ‘김진선 후광 효과’를 어느 정도 누리고 있다는 의미였다. 정치권을 향한 도민들의 비난도 매서웠다. 강릉에서 만난 정옥선(61·여)씨는 “나라가 어지러운데 대통령을 우리 손으로 뽑아 놨으면 밟지 마라”면서 “서로 생각은 다르겠지만 대통령이 동네 반장도 아니고 죽을 죄를 진 것도 아닌데 무조건 헐뜯고 물러나라고만 하는 것은 상식이 아니며 국민에게도 아무런 이익이 안 된다”며 야당을 겨냥했다. 이어 “남자 정치인들이 여자 대통령 하나 못 잡아 먹어 안달이다”라면서 “제발 정쟁 좀 하지 마라. 지는 게 이기는 것이다”라고 꾸짖었다. 원주에서 만난 이정호(33)씨는 여권을 향해 “국회의원들은 자기 자녀들 전부 외국으로 빼돌리고, 공무원들은 빈둥빈둥 놀기만 한다”면서 “일본 사람들이 나쁘다고 비난하기 전에 정치인들 스스로 나쁜 일 한 적이 없는지부터 살펴보라”고 따졌다. 춘천에서 만난 김만수(45)씨는 “선거 때만 되면 표를 얻기 위해 복지 해준다 뭐 해준다 하는데, 뽑아 주면 자기 배 불리는 데에만 신경을 쓴다”면서 “새누리당은 양의 탈을 쓴 늑대”라고 화살을 날렸다. 세월호 참사에 대해서는 “6·25 전쟁 이후 60년 동안 쌓인 암이 터진 것”이라고 반응했다. 선거 때마다 시장을 찾아 지지를 호소하는 관행에 대한 상인들의 불만도 가득했다. 강릉 중앙시장에서 건어물을 파는 최순자(64·여)씨는 “정치인들이 시장에 와도 보탬이 되는 것은 하나도 없고 사람이 꽉 들어차 장사만 방해한다”면서 “시장을 찾는 정치인들의 진심이 어디까지인지 모르겠다”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그러면서 “허리도 못 펴는 할머니나 지나가는 아이들 붙잡고 사진 찍는 것만큼은 제발 안 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또 상당수 도민들이 어려운 경제 사정을 호소했다. 후보들의 공약에 대해선 체념하는 모습까지 보였다. 원주에서 만난 이혜진(40·여)씨는 “누구를 찍든 사는 것은 다 똑같다”면서 “세월호 참사 이후 장사가 너무 안 되다 보니 장사 때려치우고 유병언 잡아 현상금이나 받자는 목소리가 많다”고 넋두리를 했다. 표심에서는 세대 간 이념 갈등도 적지 않게 깔려 있었다. 여권을 지지하는 주부 정숙자(68)씨는 “요즘 젊은 사람들은 걸핏하면 시위를 하고 분열을 일으킨다”고 비난했고, 야권을 지지하는 대학생 한모(23·여)씨는 “정부가 무능함을 보여 주는데도 어른들은 묻지마식으로 박근혜 대통령 편들기를 한다”며 다소 격한 감정을 드러냈다. 강릉·춘천·원주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
  • [사설] 세월호 극복의 길은 둘로 나뉠 수 없다

    세월호 참사 34일째인 오늘 박근혜 대통령이 담화를 내놓는다. 국정 최고책임자로서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지 못한 데 대한 사과와 함께 참사 원인 규명과 이에 따른 엄중한 처벌 의지, 그리고 국가 차원의 재난 대응 방안과 관료사회 개혁을 위한 구상 등을 밝힐 예정이다. 국가적으로는 한 달여간 이어진 충격과 비통, 슬픔을 딛고 참사 이전의 대한민국과 결별하는 첫걸음을 내딛게 되는 셈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아니 반드시 해야 할 모든 방안들이 담화에 담겨야 할 것이다. 후세에 더는 부끄럽지 않을 대한민국을 물려줄, 국가 개조 차원의 총체적 방안이 제시돼야 한다. 오늘 담화가 6·4지방선거를 앞두고 향후 정국의 향배를 가를 분수령이라는 등의 객담이 나돌고 있으나 그런 소견으로 세월호 참극을 헤쳐갈 수는 없는 일이다. 코앞 지방선거에서의 유불리나 따지는 협량이라면 우리는 언제든 제2의 세월호를 맞게 될 것이다. 누적된 우리 사회의 적폐가 세월호를 바닷속으로 짓눌렀다면, 그 겹겹의 적폐를 하나씩 모조리 들어내 척결해야 세월호를 끌어올릴 수 있는 일이며, 따라서 오늘 담화는 이를 내놓는 정부나 받아쥘 사회 구성원 모두 국가 개조의 대장정을 향한 의지를 다지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그만큼 담화의 내용은 방대하고도 면밀해야 하며, 오늘 이후 정부와 사회가 내디딜 걸음 또한 무겁고도 흔들림이 없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국론의 결집이다. 박 대통령은 담화 발표에 앞서 지난 17일 세월호 참사 유족 대표들과 청와대에서 가진 대화를 통해 철저한 진상 규명과 엄중 처벌을 다짐한 바 있다. 세월호 특검 추진과 함께 특별법 제정의 뜻도 밝혔다. 유족 대표들은 박 대통령의 언급이 구체적이지 않아 아쉽다는 뜻을 밝혔으나 그 얼개에 있어서만큼은 유족들의 요구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본다. 오늘 담화에서 유족들의 뜻이 상당 부분 반영될 것이라 여겨지지만, 혹여 미흡한 부분이 있다면 이는 얼마든 추가적인 논의를 통해 보완해야만 할 것이다. 관건은 향후 세월호 참사 수습 과정에 있어서 정치적 의도의 개입 여부다. 우리는 4년 전 천안함 폭침 때에도 갖은 괴담 속에 극심한 이념 대립의 혼란을 겪은 바 있다. 정부의 초기 대응이 허술했던 게 문제였던 측면도 있으나 사회 혼란을 부추기고 정부에게 정치적 타격을 가하려는 의도를 지닌 세력들의 개입이 소모적 갈등을 키운 측면도 있을 것이다. 세월호 앞에서마저 이런 전철을 밟아선 안 된다. 이번 참사는 그 어떤 이념적 요소도 개입될 여지가 없는 사안이다. 그 어떤 이념적 처방으로 풀 사안도 아니다. 그런 점에서 그제 서울 광화문 사거리 일대에서 진보단체와 보수단체가 각각 수만, 수천씩 모여 현 정부 퇴진 공방을 벌인 것은 안타깝고 염려스럽다. 어제 5·18민주항쟁 34주년을 정부·여당과 야당이 제각각 기념하며 분열상을 내보인 것 또한 위기 앞에서 하나가 되지 못하는 우리의 현실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기 짝이 없다. 여야 정치권의 구심적 역할이 절실하다. 국정조사와 특검 같은 쟁점에서는 정치적 이해를 셈하지 말아야 한다. 세월호 참사 극복에 관한 한 좌우나 여야가 있을 수 없다. 모쪼록 정부·여당은 국가 개조를 위한 야당의 요구와 대안을 적극 수용하고, 야당 또한 정파를 넘어선 대승적 협력의 자세로 보다 성숙한 정치의 모습을 국민에게 보이기 바란다.
  • 박원순 정몽준 관훈토론 난타전…鄭 “北인권단체 왜 지원 안하나” 朴 “철 지난 색깔론 공세”

    박원순 정몽준 관훈토론 난타전…鄭 “北인권단체 왜 지원 안하나” 朴 “철 지난 색깔론 공세”

    ‘박원순 정몽준 관훈토론’ 박원순 정몽준 관훈토론에서 두 후보가 한 치의 물러섬 없이 난타전을 벌였다. 6·4 지방선거의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한 새누리당 정몽준, 새정치민주연합 박원순 후보는 19일 후보등록 후 첫 TV토론회에서 격돌했다. 두 후보는 이날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중견언론인 모임인 관훈클럽 초청으로 열린 토론회에서 세월호 참사 이후 안전대책과 용산개발, 규제 완화 대책, 이념 문제 등을 놓고 공방을 벌였다. 정몽준 후보는 “지하철 공기질 관리는 관련 법의 기준을 전부 위반하고 있다”면서 “박원순 후보 측에 공동 조사를 하자고 했더니 응하겠다고 해놓고는 슬그머니 환기시설 가동 시간을 늘렸는데 이는 불법 관권 선거”라고 말했다. 정몽준 후보는 “최근 서울 지하철 2호선 사고가 났는데 안전예산이 오세훈 전 시장 때보다 1000억원 줄어들었다”면서 “서울메트로의 소방방재 예산은 13억원 밖에 안되는데 안전 예산만 예전 수준으로 올리면 (사고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박원순 후보는 “실내 공기질 가이드라인을 포함한 법규에 따라 엄격히 하고 있다”면서 “결과는 이미 온라인에 완전히 공개돼 있으며, 법에 위반됐다는 말은 이해하기 힘들다”고 반박했다. 박원순 후보는 “사망자, 사고 숫자로 보면 과거보다 상대적으로 많이 줄었다”면서 “안전 예산도 지속적으로 늘었는데 앞으로 4년 동안 매년 안전 예산 5000억원을 추가해 2조원을 늘리겠다”고 밝혔다. 이어 정몽준 후보는 용산개발과 관련, “박원순 후보가 시장 취임 후 (개발에 대한) 부정적 발언으로 투자 가치를 훼손한 것은 없는지 생각해야 한다”면서 “특히 지난 2010년에는 (개발) 지구해제를 결정했는데 이는 지난 13년간의 노력을 원점으로 돌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박원순 후보는 “워낙 큰 덩치의 개발사업으로 무턱대고 대안을 내는 것은 성급하기 때문에 이미 현장에 10여명의 시청, 구청 직원이 파견돼 시민의 의견을 듣고 있다”면서 “일단 철도 부지와 나머지 지구는 분리 개발하는 게 좋다”고 설명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의 뚝섬 초고층 사옥 건설 계획에 대해 박원순 후보는 “서울숲 바로 옆으로, 삶의 질을 고려해 때로는 필요한 규제도 있다”고 한 반면, 정몽준 후보는 “전임 시장 시절에 조례까지 만들어 추진했는데 도로아미타불이 되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맞섰다. 이념 문제와 관련, 정몽준 후보는 “박원순 후보는 돌고래를 바다에 방생하는 데 7억 6000만원을 썼는데 북한 인권 단체는 정파적 성격이라 지원을 못한다고 한다”면서 “북한 동포 인권이 돌고래보다 못한 것이냐”고 따졌다. 박원순 후보는 “북한 인권이 정말 중요하고 여기에는 추호의 의문도 없는데 (정몽준 후보가) 계속 말하는 것은 철지난 색깔론”이라면서 “정몽준 후보는 서해 뱃길 사업을 한다는데 이는 과거의 전시행정, 토건 공약으로 결국 시민의 부담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밖에 현대중공업 주식백지 신탁에 대해 정몽준 후보는 “관련 법에 규정된 절차에 따를 것”이라고 말했고, 박원순 후보는 자신이 이끈 아름다운재단이 기업 기부금을 받은 사실과 관련, “한국의 기부문화는 아름다운재단 전과 후로 나뉜다”고 답했다. 앞서 정몽준 후보는 모두 발언에서 “서울에서 사람은 빠져나가고, 장사는 안 되고, 범죄는 늘어나는 등 서울이 가라앉고 있다”면서 “상황이 이런데도 박 시장은 가만히 있으라고 말하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반면 박원순 후보는 “지난 2년 6개월 서울은 새로운 변화의 길을 걸어왔다”면서 “서울의 주인은 시민이 됐고 시민은 시장이 됐으며, 상식과 원칙, 합리와 균형을 내세워 수많은 갈등은 풀어냈고 전시행정은 싹 없앴다”고 주장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정몽준 ‘朴시장 역사관’ 공세 vs 박원순 “선거 전략 유치” 반박

    정몽준 ‘朴시장 역사관’ 공세 vs 박원순 “선거 전략 유치” 반박

    6·4 지방선거 후보 등록 첫날인 15일 정몽준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는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박원순 시장의 이념·역사관을 문제 삼으며 공격적인 행보를 시작했다. 재선 출마를 선언한 박 시장은 안전 행보로 선거 운동 첫발을 내디뎠다. 정 후보는 이날 모교인 중앙고를 방문한 자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박 시장이 시작한 역사 관련 연구소가 우리나라 좌편향 교과서의 ‘본류’라고 생각한다”며 ‘이념전’에 불을 댕겼다. 정 후보는 “최근 우리 교육 현장에 이념 갈등, 편향된 역사 교과서, 이런 것들이 많다”면서 이같이 지적했다. 정 후보의 발언은 1986년 역사문제연구소 이사장을 지낸 박 후보의 역사관, 교육관에 정면으로 의문을 제기한 것이다. 보수파 집결을 의식한 이념 공격 전략으로 본선 주도권을 선점하려는 것으로 읽힌다. 정 후보는 “우리나라에서 좌편향이 조금 심하다는 분들로 동국대 강정구 교수, 남로당을 했던 박헌영씨의 아들이 있다”면서 “그분들의 주장은 주한 미군 철수, 국가보안법 폐지 같은 것인데 박 시장이 그분들과 생각이 같으니 역사연구소를 하신 것 같다”고 주장했다. 이어 “박 시장이 그분들이 하는 국보법 폐지와 같은 주장들을 계속 하는데 조금 많이 걱정된다”고 덧붙였다. 이날 후보 등록과 함께 직무 정지 상태가 된 박 시장은 공식적인 재선 행보에 나섰다. 그는 서울시청 시민청에서 연 출마 기자회견에서 “새로운 서울은 사람과 생명,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서울이어야 한다”면서 “시민 여러분께서 저에게 다시 4년의 기회를 주신다면, 새로운 서울을 꿈꿀 수 있다면, 사람이 중심이고 사람이 우선인 새로운 서울을 향해 전진하겠다”고 출마 일성을 밝혔다. 정 후보의 발언에 대해서는 박 후보 측 허영일 새정치연합 부대변인이 논평을 통해 “‘네거티브’와 ‘좌파타령’만이 정 후보의 선거전략이라면 서울시민들을 너무 무시하고 모독하는 처사”라며 “미래를 이끌어갈 서울시장을 뽑는 선거에 이승만 정권 시대에서 가져온 듯한 선거전략을 쓰는 것은 유치하다”고 반박했다. 앞서 시장의 마지막 일정으로 ‘풍수해 대비 실·국장 간담회’를 주재하고 서울시청 재난안전대책본부 개소식에 참석했다. 박 후보는 기자회견 후 서울광장에 설치된 ‘세월호 희생자 합동분향소’를 찾아 노란 리본을 달고 헌화한 뒤 국립현충원을 참배했다. 점심은 남대문시장에서 6000원짜리 순댓국으로 해결한 뒤 상인들과 만나 “지난번에도 다녀갔는데 (남대문시장 발전을 위해) 생각을 많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지사 후보인 남경필 새누리당 의원은 후보 등록에 앞서 의원직 사퇴 회견에서 “5선의 정치인으로 키워 준 경기도의 은혜에 보답하고자 시대의 부름에 당당히 응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전날 의원직을 사퇴한 김진표 새정치연합 후보는 “오만하고 무책임한 박근혜 정권에 대한 심판을 경기도에서 시작하겠다”고 맞섰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씨줄날줄] 뫼비우스의 띠/정기홍 논설위원

    토론자들이 갖는 맹점이 있다. 자기의 주장을 할 땐 논리가 맞지만 상대를 부정할 땐 틀린 경우가 많다. 자신과 상대방의 생각이 양립할 수 없다는 고정관념과 상대에 대한 불신을 저변에 깔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사회 갈등과 논쟁은 물론 복수와 배신을 불러온다. 우리는 왜 내가 보고 싶은 것만 보려고 하고, 반대 진영의 논리엔 화를 버럭 낼까. 남 탓만 하는 우리 사회가 곱씹어야 할 일침이다. 미국 독립선언문을 함께 만든 제퍼슨과 애덤스는 라이벌이었다. 수많은 논쟁으로 서로가 성가신 존재였지만 애덤스는 그가 직접 쓴 선언문을 제퍼슨에게 집필하게 했다. 둘은 이후에도 사사건건 의견 대립을 했지만 미국을 만들었다. 이후 애덤스는 2대 대통령에, 제퍼슨은 3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둘은 건국 50년이 되는 해 같은 날에 사망했다. 야사(野史)에는 앙숙이면서도 동지였던 둘 간의 관계를 들어 양쪽의 부음 심부름꾼이 중간지점에서 만났다는 우스갯말로도 전해진다. 중간지대가 지닌 가치는 사회주의와 자본주의 간의 대립을 극복한 ‘제3의 길’(Third Way) 이론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특히 2005년 설립된 유럽의 싱크탱크인 ‘제3의 길’은 우파와 좌파를 초월해 이념 논쟁을 잠재웠다. 초당파적인 두뇌집단인 ‘제3의 길’은 유럽 국가들에 발전적 정책을 조언하면서 사회·정치적 갈등을 조율했다. 이 이론은 미국 등 세계 국가에도 접목돼 열풍을 이었다. 이분법적인 격한 주장이 세월호의 사고를 비집고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고위 관리는 “사건만 나면 대통령과 정부를 공격한다”며 국민 탓을 하고 반대쪽은 “대통령을 때려잡자”며 극한 말이 난무한다. 양쪽의 주장에 실린 진상 조사와 책임자 처벌은 마땅히 뒤따라야 할 것이다. 하지만 생때같은 학생들이 바다 밑에서 지금도 시신으로 나오는 데도 유족의 의중과 동떨어진 보·혁 간 주장은 도를 넘어서고 있다. 자기만의 사고와 주장에 함몰돼 있는 듯하다. 이 기회에 함몰된 아집과 일도양단의 사고를 허물자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주장이 대립하면 더 나은 대안을 만들어 해결책을 도출해야 한다는 ‘삼각형 이론’이 요구되는 요즘이 아닌가 싶다. 재래식 방앗간의 벨트는 항시 꼬아 건다. 벨트를 꼬아서 걸면 양면을 사용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긴 종이를 꼬아 이으면 안과 밖이 골고루 연결된다는 ‘뫼비우스의 띠’의 이론을 이용한 것이다. 이 이론은 물질에 양면성만이 있는 것이 아니란 뜻으로 원용된다. 세월호를 치유하는 데 이타적인 좌와 우가 어디 있겠나. 세월호 사고를 앞에 놓고 벌이는 서로 간의 타박이 야속하기까지 하다. 정기홍 논설위원 hong@seoul.co.kr
  • [서울대 추천 도서 100선-읽어라, 청춘] 최인훈 ‘광장’

    [서울대 추천 도서 100선-읽어라, 청춘] 최인훈 ‘광장’

    “개인의 밀실과 광장이 맞뚫렸던 시절에, 사람은 속은 편했다. 광장만이 있고 밀실이 없었던 중들과 임금들의 시절에 세상은 아무 일 없었다. 밀실과 광장이 갈라지던 날부터 괴로움이 비롯됐다. 그 속에 목숨을 묻고 싶은 광장을 끝내 찾지 못할 때 사람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인물의 정체는 갈등을 통해 드러나기 마련이어서 이명준의 이 독백은 이명준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실마리가 된다. 이명준은 어떻게 했을까. 분명한 것은 적어도 그가 전후의 파편화된 현실을 그대로 추인하는 선택은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광장이 집단적 삶, 사회적 삶을 상징하고 밀실이 개인적인 삶, 실존적 삶을 상징한다면 ‘광장 없는 밀실’(남한)과 ‘밀실 없는 광장’(북한)은 1950년대 한반도에 존재한 두 자화상이었다. 이명준은 이러한 상황을 자포자기하는 식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제3의 선택을 한다. 작가가 한 언론사 인터뷰에서 “4·19는 세월을 어떻게 산 것인가에 대한 국민의 의사 표현으로, 광장을 쓰게 한 추동력이 되었다”고 말하고 있듯이 이 작품은 4·19혁명 후 민주화에 대한 열망과 독재에 대한 저항에서 탈출구를 분명하게 발견하지 못한 시대의식이 반영된 작품이다. 이야기의 배경은 6·25 한국전쟁 전후 시기다. 1948년쯤 철학을 전공하는 대학생 이명준은 남한에서 살았다. 어머니는 죽고 철저한 공산주의자인 아버지 이형도는 월북한 상태였다. 공산주의자 아버지와 달리 이데올로기에 무관심한 그였지만 그가 현실에서 대면하는 것은 ‘모두의 것이어야 할 꽃을 꺾어다 저희 집 꽃병에 꽂구’, ‘똥오줌에 쓰레기만 더미로 쌓여 있는 광장’이다. ‘필요한 약탈과 사기만 끝나면 광장은 텅 비어 죽는 곳’이 남한이다. 더구나 아버지가 대남 비난 방송에 자주 나온다는 이유로 치안 당국자들에게 고문을 받으며 개인의 자유를 보장받으리라는 기대는 무너진다. 밀실의 보루였던 윤애와의 사랑마저 실패로 돌아간다. 이후 이명준이 이상적인 사회를 기대하며 간 북한도 다르지 않다. 이명준은 북한에서 기자로 활동하지만 획일화된 기사내용만을 강요받을 뿐이다. 이명준이 보기에 ‘광장에는 꼭두각시뿐 사람이 없는’, ‘공문과 명령된 혁명’만 있어서 ‘광장에는 플래카드와 구호가 있을 뿐’이었다. ‘명준이 스스로 사람임을 믿을 수 있는 것은 그녀를 안을 때뿐’이었지만 이데올로기의 대립에서 촉발한 전쟁은 은혜를 죽음으로 끌고 갔다. 밀실의 절정이라 할 수 있는 ‘사랑’을 잃은 후 그는 결국 중립국행을 선택한다. 그러나 동중국 바다를 지날 때 윤혜와 딸을 떠올리며 바닷물에 몸을 던진다. 이명준의 선택에 대해 논의가 다양할 수 있는데, 작가가 여섯 번에 걸쳐 개작한 ‘광장’의 변화를 살펴보면 이 작품을 감상하는 중요한 길잡이가 된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건 갈매기에 대한 상징과 결말부의 변화다. ‘바다를 본다. 큰 새와 꼬마 새는 바다를 향해 미끄러지듯 내려오고 있다. 바다. 그녀들이 마음껏 날아다니는 광장을 명준은 처음 알아본다’며 중립국으로 가는 이명준의 뒤를 쫒는 갈매기 두 마리를 이명준이 사랑한 여자 은혜와 둘 사이의 딸로 표상한다. 또한 이 작품을 발표한 ‘새벽’ 지에서는 명준이 ‘떨어진 모양이었다’라고 표현함으로써 그의 죽음을 삶의 끝으로 보았지만, 개작을 통해 나온 ‘민음사판’과 ‘문학과 지성사판’은 ‘다른 데로 가버린 모양이다’라고 표현함으로써 죽음을 또 다른 삶의 연장으로 암시하고 있다. 이전 판본에서 명준의 죽음은 체제에 의한 희생양이었다면 개작에서는 은혜와의 동일시로 ‘푸른 광장’인 또 다른 삶의 선택이다. 중립국에서도 희망 없음을 깨달은 자의 죽음이 ‘무덤에서 몸을 푼 여자의 용기’에 해당하는 사랑의 행위로 변화한 것이다. ‘밀실만 충만하고 광장은 죽어버린’ 남한에 구토를 느끼고 ‘끝없는 복창만 강요하는’ 북한에서도 안식처를 발견하지 못한 지식인 이명준의 문제의식은 남한의 자유민주주의 이념과 북한의 공산주의 이념에 대해 비판하며 진정한 삶의 행복에 대해 성찰하게 한다. 이명준이 발견할 수 없었던 제3의 이데올로기는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여전히 절실하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루카치는 ‘소설의 이론’에서 ‘소설의 진행은 문제적 개인이 자신을 찾아가는 여행’이라며 ‘개인에게는 이질적이고 아무런 의미가 없는, 단순히 존재하고만 있는 현실에서 침울하게 갇혀 있는 개인이 자기 인식에로 나아가는 길’이라고 언급한다. 그런 의미에서 ‘광장’은 이명준이 남과 북의 두 이데올로기 사이에서 어느 하나를 택하여 사랑하지 못하고 사는 것보다, 이데올로기를 초월해 광장과 밀실의 갈등을 치유할 수 있는 사랑으로 자기인식에 도달하고자 한 여정이다. 이명준이 ‘광장’에서 자기인식에 도달하려 제3의 선택을 했다면 최인훈의 다른 소설에서는 좀 더 확장된 모습을 보여준다. ‘회색인’과 ‘서유기’에서 역사까지 포함하는 사유를 보여주는 독고준으로, ‘구운몽’에서 분열적인 심리상황을 보여주는 독고민으로, ‘화두’에서는 ‘나’를 통해 제국주의자들의 실상과 세계 속의 우리를 좀 더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세계에 대한 인식과 개인의 자유를 소중히 여겼던 청년 이명준은 동중국 바다에서 사라졌지만 어쩌면 그는 작가의 다른 소설에서 여전히 살아가고 있다. 이명준의 변화처럼 독자인 나의 감상은 읽을 때마다 달라졌다. ‘광장’을 처음 읽은 고등학교 시절엔 이 글로 감상문을 써서 상을 받은 기억도 있는데 당시 감상문의 자세한 내용은 기억이 안 나지만 삶을 살아가는 세 가지 방법에 대해 쓰며 이명준을 비판한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더 살아보니 선택의 가능성은 무수히 많고 매번 선택의 기준은 달라질 수 있으며 어떤 선택이든 한마디로 규정지을 수 없는 다층적인 의미를 내포하는 것이 삶의 순간순간이었다. 그 뒤로 읽은 ‘광장’은 자유주의의 열망을 가진 지식인 청년이 이데올로기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사회와 합의점을 찾지 못해 고뇌하는 이야기였다. 이번에 새로 읽으면서 발견한 것은 결국 모든 문제 해결의 도착지는 사랑으로 귀결된다는 메시지였다. 이 소설의 주인공이 세상을 떠난 지 54년이 지났다. 54년이 지나는 동안 이명준은 이데올로기의 고뇌를 벗어나 보다 초월적인 사랑을 선택했다. 광장과 밀실이 온전하지 않았던 주인공이 살았던 시절보다 지금은 얼마나 나아졌을까. 문득 휴대전화로 전달된 선거 홍보문구와 광고문자들을 지우며, 밀실과 광장의 경계가 흐려진 지금을 생각한다. 내가 선택할 수 있는 ‘밀실’이 이명준이 살았던 그때보다 더 나아졌다고 확언할 수 있을까. 대답에 머뭇거리는 것을 보면 “다만, 나에게 한 뼘의 광장과 한 마리의 벗을 달라”고 말했던 이명준의 말은 여전히 유효한 듯하다. *팁: 2004년에 시인, 소설가, 평론가와 교수 등을 대상으로 한 한국문학 100년 최고의 소설 설문에서 ‘광장’은 이상의 ‘날개’와 함께 공동 1위로 꼽혔다. 1960년에 발표한 이 작품은 이상의 날개와는 24년의 시대적 차이에도 불구하고 시대를 바라보는 비슷한 관점을 발견할 수 있다. ‘광장’에서 바다를 ‘푸른 광장’으로 보듯이 ‘날개’의 주인공은 자기 삶에 드리워진 모종의 억압을 끊고자 올라간 옥상에서 몸에 ‘날개’가 돋아난다. 이는 현실과 체제의 종결이자 새로운 희망과 꿈을 역설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최인훈의 다른 작품과 더불어 이상의 ‘날개’를 비교하며 읽기를 추천한다.
  • [사설] 막말 공직자 자리가 부끄럽지 않은가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이 세월호 참사를 미국의 9·11 테러와 비교하며 ‘우리 국민은 큰 사건만 나면 대통령과 정부를 공격한다’는 요지로 국민성을 비하하는 발언을 해 물의를 빚고 있다. 일부 고위공직자와 여권 인사의 무책임한 발언에 이어 또다시 피해자와 국민을 분노케 하는 망언이 아닐 수 없다. 박 처장의 발언이야말로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9일 긴급 민생대책회의에서 경고한 ‘사회 불안과 분열을 야기하는 언행’에 해당한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이 청와대를 항의 방문한 유가족들에게 ‘순수 유가족’ 운운한 것도 ‘불순세력이 유가족을 선동한다’는 식의 인식을 드러낸 것으로 적절치 못하긴 마찬가지다. 진정성을 갖고 직분에 매진해도 모자랄 판에 갈등과 분열을 부추기는 발언을 서슴지 않고 있으니 도대체 제 정신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박 처장의 발언은 고위공직자로서 자질과 인식을 의심케 한다. 탐사보도 전문매체 뉴스타파가 입수한 지난 2일 ‘나라사랑’ 전문강사 워크숍 강연 동영상에 따르면 그는 세월호 참사에서 드러난 정부의 무능함을 비판하는 여론을 정부·대통령에 대한 ‘공격’으로 규정했다. 소중한 생명을 살려야 한다는 숙연하고 엄중한 주문을 무슨 근거로 ‘공격’ 운운하는가. 박 처장은 9·11테러 때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지지도가 56%에서 90%로 상승한 점을 거론하며 마치 우리 국민이 단결하지 않아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하락하는 것처럼 언급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경각에 달린 마당에 대통령 지지율이나 챙기는 것이 고위 공직자로서 온당한 자세인가. 우선 외부의 적에 의한 테러와 정부의 초동 대처 부실이 빚은 인재(人災)를 단순 비교하는 인식 자체가 경박하다. 게다가 9·11 테러 때는 폭파된 세계무역센터(WTC)에 목숨을 걸고 진입하는 등 구조대원 400여명이 희생됐다. 세월호 참사에서 해경을 비롯해 당국의 대처는 어떠했는가. 지지율이란 리더십이며, 참사에 대처하는 정부의 자세와 능력이 대통령 지지율에 반영된다는 사실은 상식이고 기본이다. 박 처장은 지난 총선과 대선 당시 안보교육을 빌미로 이념·정권 편향적인 강의를 실시해 정치개입 논란을 자초했고, ‘임을 위한 행진곡’의 5·18 기념곡 지정 문제를 놓고 야당이나 5월 단체 등과 갈등을 빚고 있다. 박 처장은 이번 강연에서 세월호 참사를 둘러싼 갈등과 분열이 국가 발전에 지장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념과 특정 정파에 치우친 고위공직자의 언행이야말로 갈등을 확대재생산하고 분열을 조장한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책임을 지고 스스로 물러나든 임명권자가 용단을 내리든 더 이상 고위공직자의 망언으로 국민의 가슴에 못을 박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 [사설] 세월호 참사 정치선동 도구화 안 된다

    세월호 참사에 온 나라가 비통해하는 상황을 빌미로 일부 단체와 세력들이 이념적·정파적 의도에 따른 정치선동적 행태를 보여 우려되고 있다. 참사 희생자들을 애도하고, 다시는 이런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온 사회가 지혜를 모아야 하는 시점에서 자칫 본질을 벗어난 정치 논쟁으로 생산적 논의가 왜곡되지 않을지 적이 염려된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최근 세월호 침몰로 희생된 단원고 학생들을 민주화 운동을 하다 사망한 김주열군과 박종철 열사에 비유하며 계층 갈등을 부추기는 내용의 동영상을 인터넷 홈페이지에 띄웠다. 5분 42초짜리 이 영상은 세월호 참사 관련 사진들을 엮고 전교조 강원지부장 출신의 강원 모 중학교 교사 권모씨가 쓴 추모시 ‘껍데기의 나라를 떠나는 너희들에게’를 낭송하는 내용으로 구성됐다. 권씨는 시에서 “어쩌면 너희들은 실종 27일, 머리와 눈에 최루탄이 박힌 채 수장되었다가 처참한 시신으로 마산 중앙부두에 떠오른 열일곱 김주열인지도 몰라. 이승만 정권이 저지른 일이었다”, “어쩌면 너희들은 치안본부 남영동 분실에서 머리채를 잡혀 어떤 저항도 할 수 없이 욕조 물고문으로 죽어간 박종철인지도 몰라. 전두환 정권이 저지른 일이었다”고 했다. “너희들이 강남에 사는 부모를 뒀어도 이렇게 구조가 더뎠을까”라고도 했다. 단원고 학생들을 덮친 참극에 온 국민이 비통해하고, 정부의 굼뜨고 서툰 대응에 분노하고 있는 게 현실이나, 대체 그것이 독재정권의 탄압에 희생된 김주열군이나 박종철 열사와 어떤 관계가 있는지, 그런 발상을 시라고 적은 권씨나 이를 홈페이지 전면에 내건 전교조는 어떤 사고체계를 지닌 것인지 납득하기 어렵다. ‘강남 사는 부모’ 운운하는 대목은 계층 갈등을 부추길 요량이겠으나 그 거칠고 조악한 발상이 치기마저 느끼게 한다. 그런가 하면 지난 5일 경기 안산 화랑유원지에서 정부 규탄집회를 벌인 인터넷 커뮤니티 ‘엄마의 노란 손수건’도 운영자 16명 중 희생자 가족은 단 한 명도 없다는 점에서 순수성이 의심된다. 특히 공동대표 정모씨를 비롯해 운영자 다수는 종북·이적 논란으로 헌법재판소의 정당해산심판을 받고 있는 통합진보당 당원들인 것으로 파악됐다고 한다. 정씨는 이날 집회에서 “이젠 슬픔과 분노를 행동으로 해야 한다. 대통령이 문제 있으면 끌어내야 한다”고 했다. 앞서 3일 저녁 서울 도심에서 열린 세월호 희생자 추모 촛불집회 역시 행사를 주최한 ‘세월호참사 시민촛불 원탁회의’의 중심세력이 대부분 진보당과 직간접으로 연결돼 있다는 점에서 추모를 앞세운 정파적 의도를 의심케 한다. 세월호 참사 앞에서 누적된 적폐에 대한 처절한 반성과 정부의 무능한 대응에 대한 비판은 나라의 국격을 높이는 에너지가 될 수 있다. 그런 만큼 세월호 이후에 대해 사회 각계의 치열한 논의가 펼쳐져야 한다. 국회 차원의 국정조사를 넘어서는 진상조사도 마다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반성과 비판은 현실을 직시하는 데서 출발해야 하며, 이를 왜곡시키는 논의는 마땅히 배격돼야 한다. 그래야 나라가 바로 선다. 인터넷상에선 이미 세월호 참사를 둘러싼 진영 대결이 달궈지기 시작했다. 소모적인 이념 갈등, 정파 갈등이 불거지면서 건설적 논의는 점점 설 땅을 잃어가고 있다. 이래선 안 된다. 정치 선동으로 희생자들을 두 번 울리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한다.
  • “계층 등 5개 부문 갈등 MB정부 때보다 완화”

    한국학술연구원(이사장 박상은)은 18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제2회 국가대전략회의를 열어 정치선진화, 사회통합, 외교안보통일 등 3개 연구분과별로 박근혜 정부 1년의 국정상황 전반을 평가하고 향후 과제들을 논의했다. 정치선진화 연구분과 발제자로 참여한 홍성걸 국민대 행정정책학부 교수는 “안철수 의원이 자기 스스로 ‘함께할 수 없는 정치세력’으로 규정했던 민주당과 통합한 것은 정치개혁을 추진하려는 의지를 뒤로 미뤄둔 채 현실 정치에서의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행태로, 자신이 주장하는 새 정치를 추진하려는 의지가 부족하다는 사실을 입증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사회통합 분야 발제자로 나선 이현우 서강대 정외과 교수는 “이명박 정부 때인 2010년부터 박근혜 정부 1년차인 2013년까지 4년간 이념, 계층, 자본과 노동, 세대, 지역, 지방과 수도권 등 6개 갈등 항목에 대한 국민들의 체감 인식을 조사한 결과 박근혜 정부 들어 이념을 제외한 5개 갈등 항목에 있어서 심각성이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외교안보통일 분과에서 김태환 국립외교원 경제통상연구부 교수는 “우리의 하드파워와 소프트파워, 그리고 잠재적 소셜파워를 적극 활용한 ‘중견국 공공외교 패러다임’을 만들고, 이를 선도함으로써 외교 다변화를 꾀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 [사설] 北 ‘무인기 날조’ 주장 빌미 준 ‘음모론’

    파주와 백령도 등에서 발견된 무인기에 대해 우리 정부 당국이 북한발로 규정하자 북한이 ‘남한 정부의 날조극’이라며 적극 비방하고 나섰다. 국방위원회 검열단 이름으로 그제 낸 ‘진상공개장’을 통해 “무인기 사건의 ‘북한 소행설’은 철두철미 ‘천안호’ 사건의 복사판으로, 앞뒤가 맞지 않는 비과학적이고 비현실적인 날조”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천안함 폭침 사건과 무인기 사건에 대해 남북이 공동조사를 벌이자고 요구하기도 했다. 북한 당국이 자신들의 소행임을 부정할 것이라는 점은 익히 예상된 일이다. 흥미로운 점은 우리 측 조사결과 내용을 조목조목 반박한 점이다. 무인기 배터리에 적힌 ‘기용날자’라는 북한식 표현에 대해 “우리는 어떤 경우에도 제품에 ‘기용’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는다”고 주장한 것이 대표적이다. 한국인 것이 아닌 지문 6개가 무인기에서 발견된 점에 대해서도 “남한엔 많은 외국인이 있다”고 반박했다. 무인기가 찍은 청와대와 군사시설 사진이나 하늘색 동체 등도 자신들 소행을 증명하지 못한다고도 했다. 북의 이런 반박에 담긴 의도는 자명하다 할 것이다. 최대한 의혹을 부풀려 남한 사회의 이념적 갈등을 증폭시키고, 이를 통해 우리 정부의 입지를 흔들겠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지난주부터 인터넷 등에서는 무인기와 관련한 괴담성 의혹이 6~7개 정도 나돌고 있는 실정이다. 추락했다고 보기엔 무인기 상태가 양호하다는 주장과 무인기 배터리 글자의 서체가 국내의 한글파일 서체와 같다는 주장, 카메라만 겨우 넣을 만한 크기의 무인기로는 개성에서 서울까지 날 수 없다는 주장 등이다. 대부분 자작극 내지 조작 가능성을 주장하는 것들로, 북한 국방위 주장과 사뭇 유사하다. 한마디로 우리 사회 일각의 무분별한 음모론과 북한의 날조 주장이 형님 먼저, 아우 먼저 식으로 제기되고 있는 셈이다. 더욱 딱한 것은 안보 사안에 대해 누구보다 신중한 언행이 요구되는 국회의원 등이 이런 의혹에 편승해 논란을 부추기고 있다는 점이다. 새정치민주연합 정청래 의원이 지난 11일 군 당국의 진상조사 발표 직후 “북한에서 보낸 무인기가 아닐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고 주장한 것은 설령 의도적 의혹 부풀리기가 아니라 해도 시점과 내용에 있어서 부적절한 발언이 아닐 수 없다. 지방선거를 겨냥한 여권의 색깔 공세도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나, 그 빌미를 제공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할 것이다. 허술한 무인기에 영공이 뚫린 것도 모자라 악의적이고 근거 없는 의혹 제기로 사회가 갈라지는 일은 없어야 한다. 천안함 폭침 때의 혼란은 한 번으로 족하다. 당국은 무인기 위성항법장치(GPS) 좌표를 철저히 분석, 헛된 논란에 종지부를 찍기 바란다.
  • [서울대 추천 도서 100선-읽어라, 청춘] 염상섭 ‘삼대’

    [서울대 추천 도서 100선-읽어라, 청춘] 염상섭 ‘삼대’

    염상섭의 ‘삼대’하면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다. 중·고등학교와 대입 논술에서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는 이 책은 학교 시험에도 자주 출제된다. 몇 년 전 한 중학교의 3학년 국어시험에 ‘삼대’가 출제됐다. 이 책의 등장인물인 이필순이 1년간 다녔던 공장이 무엇인지를 묻는 문제였다. 워낙 두껍고 1920~30년대 사용하던 서울 문체가 그대로 나오기 때문에 중학생이 읽어내기 어려운 책이다. 그런데 자세히 읽지 않으면 찾지 못할 세부적인 부분에서 문제가 출제된 것이다. 치열한 내신 서열화를 위해 어려운 문제를 내야만 했던 국어 교사의 고민이 느껴졌다. 이 문제의 정답은 ‘고무공장’. 전체 500쪽이 넘는 책에서 한두 번 언급된다. 아이들은 메리야스 공장, 벽돌공장, 철공장 등등 다양한 공장을 만들어냈다. ‘삼대’는 우리나라 문학사에서 사실주의 문학으로 손꼽히는 뛰어난 작품이다. 사실주의 문학이란 개성보다는 객관적 인식을 더 중요시하는 것이며 개인과 개인, 개인과 사회의 관계를 통해 세계를 파악하고 이해하고자 하는 경향을 말한다. 염상섭은 근대의 본질을 성숙한 안목으로 통찰하고 식민지 시기 현실을 치밀하게 묘사해 낸 사실주의의 대가로 널리 인정받아 왔다. ‘삼대’는 1920~1930년대 식민지 시대를 배경으로 중산층 집안인 조씨 일가에 대한 가족사 소설로 3대에 걸친 갈등을 통해 당시 식민지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1931년 1월 1일부터 9월 27일까지 조선일보에 215회로 연재됐다. ‘삼대’에 등장하는 주요인물은 구세대를 대표하는 조의관, 타락한 개화주의자 조상훈, 식민지 세대의 중도적 인물인 조덕기다.(가계도 참고) 조의관은 한말의 사고방식에 젖어 있는 구세대 인물이다. 자수성가해 재산가가 된 그는 돈을 주고 옥관자를 붙여 양반이 되고, 대동보소를 맡아 족보를 치장하는 데 거액을 들인다. 그는 식민지 시기라는 위기상황 속에서도 가문을 중시하는 유교적인 가치관을 고집한다. 이것은 기독교 신자이자 전통적인 가치관을 무시하는 아들 조상훈과의 대립에서 더욱 강조된다. 조의관의 일생을 지탱한 것은 ‘사당’과 ‘금고 열쇠’였다. 이를 손자 조덕기에게 물려줘 구시대의 가치관을 이어나가고자 한다. 아들 조상훈은 기독교인이며 학교 교원으로 미국 유학까지 다녀온다. 하지만 독립운동가인 홍경애의 부친을 돕다가 아들 조덕기의 동창이기도 한 어린 홍경애와 관계를 맺고 아이를 갖자 연락을 끊는다. 이후 김의경이라는 몰락한 양반의 딸과 정을 통하고 노름을 일삼는다. 처음에는 봉건질서에 대항하여 새로운 이념을 폈지만 좌절을 겪으면서 그릇된 길로 가는 과도기적인 인물이다. 염상섭은 그를 통해 좌절한 개화주의 지식인의 정신적·도덕적 타락을 보여줬다. 반면 조덕기는 조상훈의 아들로 일본 유학생이다. 조부와 부친 사이에서 중도적 입장을 보여 주며 사상적으로는 사회주의에 심퍼사이저(동조자)의 입장을 나타낸다. 가문의 명예를 중시하고 전통적인 예의범절을 중시하는 점은 조부를 닮았고, 이필순에 대한 이성애적 이끌림은 아버지를 닮았다. 그는 집안의 가족주의를 받아들이면서도 자신만의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려고 한다. 진보주의자로 등장하는 김병화는 친구 조덕기와 대조적인 인물로 사상과 행동에 급진적인 모습을 나타내지만 뚜렷한 활동을 하지 않는 관념적 사회주의자였다. 하지만 홍경애를 통해 피혁을 만나고 ‘산해진’이라는 반찬가게를 꾸려 사회주의 지하당 조직을 재건하는 아지트로 사용하며 실천적인 모습으로 변모한다. 홍경애는 기독교인이자 독립유공자였던 아버지를 보살펴 주던 조상훈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고 타락의 길을 걷다가 김병화를 만나 간접적으로 사회주의 운동에 가담하며 김병화와 동지애를 확립해 나간다. 필순은 자신에게 친절한 덕기에게 끌리지만 그의 재산에 대한 거부감과 아내와 자식이 있다는 것을 알고 마음을 다잡는다. 삼대에서 가장 뚜렷하게 드러나는 갈등은 조의관과 조상훈의 대립이다. 그들은 증조부의 제사를 둘러싸고 갈등한다. 그리고 조의관이 아들인 조상훈을 배제하고 손자 조덕기에게 재산상속권을 주면서 관계는 더욱 뒤틀린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 관계들에 가장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것은 ‘돈’에 대한 욕망이다. 조의관과 수원집, 조상훈과 홍경애, 김의경 등 각 인물의 돈에 대한 욕망이 서로를 할퀴며 몰락하는 단서로 작용한다. 젊은 첩 수원집의 수작으로 조의관이 비소에 중독돼 사망하게 된 것이라든지 조상훈이 유흥비를 마련하기 위해 금고를 턴 것은 돈에 의해 몰락해 가는 가족의 윤리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또 하나는 이념 갈등이다. 부르주아 출신의 조덕기는 봉건주의나 서구사상을 비판적으로 수용할 줄 아는 식민지 지식인의 전형이다. 당시 수용된 사회주의의 동조자인 그는 김병화를 물심양면 돕는다. 반면 김병화는 조덕기의 현실 타협적인 자세를 비판하지만 수시로 물질적인 도움을 받기를 원한다. 이는 장훈과 피혁 같은 직업적인 사회주의자들과는 다른 모습이다. 이렇게 ‘삼대’는 식민지 시기 변화하는 각 세대의 가치와 의식의 변화를 잘 보여주고 있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해 그 시대를 살던 개인을 만날 수 있다. 그리고 나아가 오늘날 개인과 사회의 관계에 대한 해답도 찾아볼 수 있다. 그렇다면 사회 속에서 개인의 욕망을 실현하는 바람직한 방향은 무엇일까. ‘삼대’의 비극은 자신의 욕망을 다음 세대에까지 존속시키고 강요하고 집착한 데 있다. 요즘에도 부모의 가치관을 자녀세대에게 강요하는 일이 많다. 특히 가장 심각한 현상은 과열된 교육열이다. 이것은 ‘삼대’의 조의관이 보였던 집착과 같은 색깔이다. 어려서부터 부모의 욕망을 추종하게 된 아이들은 학업 부담을 안고 끝도 없는 경쟁에 노출된다. 요즘 중2병이나 사춘기가 심한 것도 자신의 꿈을 찾지 못하고 강요된 삶을 사는 학생들의 절규로 보인다. 그러므로 우리는 행복을 완성해 나가기 위해서 스스로 노력해야 한다. 부모나 자녀 모두가 자신의 꿈을 실현해 나가고, 그 과정을 존중하며 소통해야 한다. 건강한 가치를 실현하고 있는 개인들이 가족을 이루고, 사회적 관계를 확대시켜 나간다면 이것이 바로 바람직한 ’삼대‘의 욕망이 아닐까.
  • [이태동 鐘樓에서] 선거는 민주주의 꽃인가 ‘막말’의 향연인가

    [이태동 鐘樓에서] 선거는 민주주의 꽃인가 ‘막말’의 향연인가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다. 민주주의가 성숙한 선진국에서 선거는 모든 국민이 즐기는 축제와 같은 행사로 치러진다. 그들은 선거를 하나의 게임으로 생각하고, 선거가 끝난 후에 패자는 승자에게 축하를 보내고 승자는 패자를 위로하며 다음 선거 때까지 국가와 사회를 위해 주어진 일들을 성실히 수행하는 자세를 보이며 살아간다. 불행하게도 우리나라에서의 선거는 축제가 아니라 분열과 갈등이 화산처럼 폭발하는 ‘전쟁’과도 같다. 2012년 대선이 끝났지만, 지난 일 년 내내 선거 후유증으로 나라가 시끄러웠고 지금도 그 여진(餘震)이 남아 국민들을 불안하게 한다. 오는 6월 4일 치르게 될 지방 자치 선거 또한 즐거운 축제가 아니라 심한 상처만 입게 되는 ‘전쟁’이 되리라는 불길한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미 급조한 신당이 생겨나고 나라가 두 쪽으로 갈라져 막말을 사용하며 극한적인 대립의 양상을 보이는 계절이 왔다. 선거 때에 여당과 야당이 서로 다른 의견을 가지고 정책 대결을 하는 것은 정당 중심으로 경쟁하는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선거가 끝나고 대통령이 선출됐음에도 불구하고 극단적인 반대파들과 심지어는 일부 교구(敎區)의 사목(司牧) 신부들까지 선거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지 않고 미움과 증오로 막말을 토해내는 것은 선진국에서는 있을 수 없는 황당한 일이다. 나라의 통합을 이끌어야 할 정치 지도자들과 종교인까지 ‘막말’을 한다면, 통합은커녕 사회분열은 더욱 첨예화되고 더불어 살아가야 할 이웃을 동반자가 아닌 적으로 생각하고 증오하게 되는 결과만을 초래하게 된다. 증오심으로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거나 상대방을 학대하고자 하는 심리는 본능적인 검은 악과 심층적으로 연결돼 있다. 따라서 한 번 ‘막말’이 시작되면, 중단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도 모르게 자제력을 잃고 ‘지킬박사와 하이드’의 경우처럼 원시적인 본능의 노예로 변신하는 자신을 보게 된다. 미국 시인 에드거 앨런 포는 ‘까마귀’란 시에서 “어두운 밤 까마귀가 무엇을 한 번 쪼기 시작하면, 그 움직임에 취해 미친 듯이 쪼아댄다”고 말했다. 경우에 따라 정치인들은 ‘막말’을 악을 제거하기 위한 마키아벨리적인 언어나 혹은 반어적인 의미가 담긴 풍자라고 주장할 지 모른다. 그러나 이것은 “미디어가 곧 메시지”인 디지털 시대의 대중에게는 수용하기 어렵다. 동방예의지국(東方禮義之國)이라고 하는 우리가 왜 이렇게 ‘막말’을 많이 하는 국민으로 보이는가. 그것은 예(禮)를 중요시하는 유교문화가 무너지고 그것에 대체할 만한 수신(修身) 교육이 자리 잡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19세기 말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이 발표된 후 기독교 사상이 무너져 신념의 공백이 생겼을 때, 서양 사회는 강력한 인문학 교육과 예술의 힘으로 그 위기를 극복하려 했다. 그러나 그동안 우리는 무너진 유교사상과 대체할 수 있는 인문학을 고사(枯死)시키는 교육 정책만 계속해 온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것보다 더 큰 과오와 불행은 일제 식민지시대에 이어 찾아온 해방 공간에서 빚어진 치열한 이념적인 갈등이 국민들을 인간성의 이해보다는 흑백 논리의 포로가 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즉 “대한민국을 만든 주역은 전부 친일파, 기회주의자로 배우며 미움과 증오의 세월을 보내도록 해 온 것이다. 그럼에도 일부 정치인들은 아직까지 그들의 저돌적인 막말이 국민 정서는 물론 자라나는 다음 세대에게 얼마나 교육적으로 나쁘다는 것을 알지 못한 채, 후진적이고 희극적인 양상을 계속해서 연출하고 있다. 힘겨운 생활 전선에서 충실히 살아가는 국민들은 오늘도 ‘막말’로 빚어진 싸움보다 웃음이 꽃피는 바르고 고운 말이 들리는 평화의 정치판을 기대한다. 하지만 정치인들은 여전히 ‘막말’이 아닌 존칭어를 사용해서 싸움·욕설·왕따를 추방했다는 서울 종로구 재동초등학교 어린이들보다 자신들이 지능적으로 훨씬 높고 훌륭한 어른들이라고 믿지 않는가.
  • 진보여, 이념에서 나와 서민에게 가라

    진보여, 이념에서 나와 서민에게 가라

    진보의 착각/크리스토퍼 래시 지음/이희재 옮김/휴머니스트/768쪽/3만 5000원 “진보라는 관념에 논박할 만한 수많은 증거에도 불구하고 왜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진보를 믿을까?” 역사가 늘 더 나은 방향으로 진보할 것이라는 기대는 무너졌다. ‘공동체’와 ‘모두가 윤택한 삶’을 기치로 내걸어 지지를 얻은 좌파가 우왕좌왕하는 사이 20세기 말에는 우파가 재부상했다. 복지국가가 자유시장주의를 대체하리라던 좌파의 신념도 무너졌다. 그런데도 진보에 대한 믿음이 여전한 현실을 두고 미국 역사가이자 사회비평가 크리스토퍼 래시는 ‘괴이한 현상’이라고 규정한다. 래시는 ‘진보의 착각’(원제 The True and Only Heaven)에서 이 시대 지식인들이 길 잃은 진보를 향한 맹목적인 낙관주의와 오해에서 깨어나야 한다면서 진보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다. 원제(참되고 오직 하나뿐인 천국)의 의미는 곧 진보가 추구하는 이상향이다. 과거 사회주의자를 자처한 저자는 1970년대 중반부터 성 해방, 여성의 직장생활, 전문기관의 아동 보육 등으로 대변된 좌파의 기획에 의구심을 품기 시작했다고 고백한다. 이때 등장한 새로운 좌파는 초창기 좌파의 역사에 무지해 분파주의는 극에 달하고, 이념적 순결성에 집착하며, 낙오된 사람들의 집단 감상주의처럼 그 역사에서 가장 불미스러운 모습을 자꾸 되살려 내려 했다. 더불어 “미래와 싸운 것이 아니라 후지고 몽매하고 생각이 짧아 진보에 반대하는 사람들”과 싸우면서 우월감을 느끼는 엘리트주의에 매몰됐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진보의 천국은 더이상 없다고 주장하며, 사회 내부의 심리·문화·정신적 질서를 다시 세우는 일에 주목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19세기부터 20세기 말까지 진보에 관한 논쟁을 이끌어 온 사상을 체계적으로 정리하면서 좌파의 궤적을 고찰하면서 그동안 오독했던 기독교 전통, 계몽주의와 세계주의, 자유주의와 서민주의 등 다양한 이론과 가치관을 재조명하는 이유다. 저자는 좌파와 우파는 생산물의 분배를 두고 극심하게 갈등했으나 양쪽 모두 인간의 무한한 욕망을 긍정했다고 해설한다. 대량 생산을 통한 생활 수준의 향상을 추구하면서 결국 환경재앙과 빈부격차의 심화, 전 세계적 폭동과 테러, 기후변화를 불러왔다는 것이다. 이제 미래를 위협하는 것은 좌우의 이념 공방이 아니라 사회 내부에서 일어나는 심리·문화·정신적 기초의 붕괴다. 노동의 즐거움과 안정된 관계, 가정생활, 향토애, 역사적 귀속감 등 정신적 가치가 무너지는 상황이다. 이때에 진보가 추구해야 할 것은 전체주의나 집단주의 등 이념적 재무장이 아니다. 현재의 한계를 명확하게 바라보고 사회·문화적 질서를 바로 세우는 ‘서민 철학’이다. 욕망을 절제하고 한계를 받아들이는 기독교 금욕주의적 자세가 필요하다고 봤다. 보통 ‘대중 영합주의’로 쓰이는 포퓰리즘(populism)을 저자는 자립과 책임, 검약과 절제를 중시하는 미국 중하류층의 특성을 일컫는 ‘서민주의’로 풀이하면서 진보에 필요한 태도의 연장선에 두었다. 또한 저자는 연대를 만들기 위해서는 모호한 인도주의와 보편성 대신 ‘평범한 이들’의 개별적 속성에 눈을 돌리고 향토애에 기반한 공동체 의식을 추구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이를테면 진보는 흑인과 백인이 같은 학교에 다녀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비슷한 사람들과 모여 살고 싶어 하는 공동체 본능은 생각보다 강하므로 다름을 존중해야 한다는 얘기다. 공동체의 보존은 평등 못지않게 소중한 가치인 동시에 아이러니하게도 평등에 꼭 필요한 가치이기도 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더불어 다른 진영에 있는 상대방에게도 공동체나 집단에 대한 충성이 있다는 점을 존중해야 진정한 연대가 가능하다고 했다. ‘관용’이라는 보편주의적 처방이 아니라 ‘용서’라는 종교적 이상이 전제된 것이다. 이 책의 함정은 저자가 사망하기 3년 전 1991년에 나왔다는 점이다. 출간 당시 저자는 좌파에게는 파시스트로, 우파에겐 반기업주의자로 비난받았다. 번역본이 나온 현재 한국에서는 ‘23년 전의 사유가 현재에 적용 가능한가’라는 의문이 생길 법도 하다. 진보 이론을 정리한 사유의 결과물이 서민의 삶과 유리된 채 이념 논쟁과 권력 투쟁을 반복하는 우리 사회에 새로운 시사점을 던지는 것은 분명하다. 최여경 기자 cy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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