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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신문이 만난 사람] 한광옥 국민대통합 위원장

    [서울신문이 만난 사람] 한광옥 국민대통합 위원장

    한광옥 국민대통합위원장에겐 잊지 못할 날짜 두 개가 있다. 1982년 10월 7일과 2012년 10월 5일이다. 33년 전 10월 7일은 그가 11대 국회 초선의원으로 첫 국회 대정부질문을 한 날이다. 안기부 눈을 피해 일주일간 잠적했다가 전격적으로 국회 본회의장 단상에 선 그는 ‘광주사태’ 진상조사와 김대중 선생 석방, 대통령 직선제 개헌 등 7개항을 정부에 촉구했다. 서울의 봄을 다시 얼어붙게 한 전두환 신군부세력의 엄혹했던 정치상황을 감안하면 누구도 꺼내기 어려운 발언이었다. 그로부터 30년이 지난 2012년 10월 5일은 그가 18대 대선을 코앞에 두고 박근혜 후보 지지를 선언하며 새누리당에 입당한 날이다. ‘김대중의 비서’가 ‘박정희의 딸’ 곁에 선 날이고, 호남의 원로정치인이 영남의 미래권력과 손을 잡은 날이다. 1982년 10월 7일이 그의 40년 정치인생의 좌표를 설정한 날이라면 30년 뒤인 2012년 10월 5일은 그 좌표를 향해 헤쳐온 40년 정치항로에서 가장 큰 획을 그은 날인 셈이다. 평생을 ‘김대중 사람’으로 살다 정치적 월경(越境)을 단행한 그의 지난 2년은 어떠했을까. 그의 소망대로 역사는, 그리고 우리는 지금 화해와 통합의 길로 나아가고 있는 것일까. 현 정부가 그에게 부여한 국민 대통합의 소명은 지금 어떻게, 얼마나 구현되고 있는 것일까. 대통령 자문기구인 국민대통합위원회의 수장에 오른 지 두 해를 조금 넘긴(그는 2013년 7월 통합위원장에 임명됐다) 그를 지난 15일 만났다. 인터뷰는 통합위가 입주한 서울 신문로 S타워 19층의 위원장실에서 1시간 30분 남짓 이뤄졌다. →국민대통합위원장직을 맡으신 지 2년을 넘겼습니다. 소회부터 여쭙겠습니다. -온돌을 예로 들고 싶어요. 온돌은 불을 땐다고 금세 덥혀지는 게 아니잖아요. 천천히, 그렇지만 한번 덥혀지면 오래가죠. 국민 통합이라는 게 그런 게 아닌가 싶어요. 돌아보면 지난 2년은 국민통합이라는 온돌을 덮이는 시기였고, 이제 그 온기를 구석구석까지 확산시키는 시기를 맞았다고 생각합니다. 통합위 차원에서 2018년까지 추진할 국민대통합 종합계획안을 만들어 놓고 있어요. ‘작은 실천 큰 보람’ 운동이나 국민대토론회 같은 크고 작은 실천과제들을 차근차근 추진해 나갈 생각입니다. →안타깝게도 많은 국민들은 아직도 ‘통합위가 뭐 하는 데냐’고 묻습니다. 그만큼 통합위의 활동이 잘 알려지지 않았다는 얘기인데, 위원장으로서 뭐라 항변하시겠습니까. -통합이라는 게 마치 공기와 같아서 아주 중요하지만 눈에 보이지는 않거든요. 그래서 체감하는 것도 쉽지가 않은 듯해요. 통합이 잘됐다 못됐다 이렇게 평가하기도 쉬운 일이 아니구요. 광복 이후 지난 70년 우리 사회가 고도성장을 해오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쌓여온 압축갈등을 하루아침에 해소하고 통합을 이룬다는 건 불가능한 얘기입니다. 통합위가 2년 활동해서 없앨 수 있는 갈등이라면 압축갈등이라 할 수도 없는 거지요. 현 단계에서 통합위를 평가하는 건 성급하다고 봅니다. 통합은 비록 더디더라도 반드시 이뤄내야 할 과제인 만큼 인내심을 갖고 한 발씩 나아가는 게 중요합니다. →지역·이념·계층·세대 갈등 가운데 어떤 갈등이 가장 심각하다고 보시는지요. -계층갈등이에요. 한때 정치적 목적에 의해 지역갈등이 부각되기도 했는데, 최근 조사에 따르면 계층갈등이 가장 심각합니다.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힘 있는 자와 없는 자 간의 갈등이 가장 심하고 그 파장 또한 대단히 큰 상황입니다. 경제적 격차가 교육 격차, 문화 격차, 복지 격차 등을 낳고 있는 거죠. 우리가 어렸을 때만 해도 개천에서 용 났다고 했지만 지금은 이게 어렵습니다. 신분 상승의 사다리가 사라지면서 사회 전체가 동맥경화에 걸려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사회 모두가 계층 갈등에 신경 쓰지 않으면 안 됩니다. →새누리당 정부가 8년째 집권 중인데 계층갈등이 심각하다면 지금의 여당정권이 그만큼 이 문제에 소홀했다는 얘기가 아닐까요. -그런 지적은 온당치 않다고 봐요. 70년 동안 쌓인 압축갈등을 어떻게 이제 막 임기 절반을 넘어선 박근혜 정부가 다 해결할 수 있겠어요. 그건 너무나 성급한 기대죠. 그나마 지금 노동 개혁과 공무원연금 개혁, 교육 개혁 등을 통해 갈등을 해소해 나갈 주춧돌을 쌓아 나가는 것만 해도 대단한 일이라고 봅니다. 혁명보다 어려운 게 개혁 아닙니까. 대통령의 원칙과 소신이 없으면 해내기 어려운 일들이라고 봅니다. 제가 1기 노사정위원장을 맡았던 1998년에도 김대중 대통령의 의지가 강했기 때문에 정리해고처럼 당시로서는 참으로 어려운 노사 간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과제가 많지만 이번 노사정 대타협은 정부의 설득과 한국노총의 결단이 어우러진 결실이라는 점에서 그 자체로 큰 의미를 지닌다고 봅니다. 이렇게 큰 사회협약을 불과 1년 만에 타결지은 건 대단히 평가할 일입니다. →지난해 세월호 참사와 올해 메르스 사태 등을 겪으면서 박근혜 정부의 소통 부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았습니다. 역대 대통령과 비교해 박 대통령의 소통, 어떻게 보십니까. -이게 소통이라는 게요 여러 형태가 있습니다. 나도 대통령 비서실장 해봤지만 대통령들마다 다 자기의 소통 스타일이 있어요. 그저 한 측면만 보고 소통이 된다 안 된다 평가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어차피 대통령이라는 자리는 많은 분들과 대화하지 않을 수 없는 자리입니다. 듣기 싫어도 소통하게 돼 있습니다. 단지 대화를 어떤 형태로 하느냐에 있어서 대통령마다 차이가 있을 뿐입니다. 난 박 대통령도 나름의 다양한 경로와 형태로 조용히 소통을 하고 계신 걸로 압니다. →많은 얘기를 듣는다면 위원장께서는 대통령과 어느 정도로 대화하고 소통하십니까. -(허허허) 청와대 정무수석이 통합위원회 당연직 간사입니다. 통합위가 대통령 자문기구이니만큼 구두든 뭐든 형식 따질 것 없이 소통하게 돼 있습니다. →정무수석을 통해 대화한다는 말씀인가요? -아니 그건 당연한 거고…. →대면소통이 중요하지 않나요. -꼭 얼굴을 보고 독대를 해야만 소통이 되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그래도 두 분의 정치적 뿌리가 다른 만큼 이심전심을 말하기는 어려운 사이 아닌가요. -아이고 자꾸 날카롭게 파고드는데, 그건 그렇게 볼 일이 아니에요. 생각해봐요. 대통령 선거 때 이심전심이 아니었으면 내가 도울 수 있었겠어요. 난 1982년 10월 7일 초선의원으로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광주사태 진상 조사하자고 했고, 김대중 선생 석방하라 했고, 대통령 직선제 하자 했고, 전두환씨 민정당 총재직 내려놓으라 했고, 언론 자유 보장하라고 했고, 지방자치 실시하자고 했어요. 하나같이 당시로서는 하기 어려운 말을 한 사람이에요. 그래서 당시 나를 다 ‘한투사’라고들 했어요. 그 일이 있고 나서 딱 30년 만에, 그러니까 2012년 10월 5일에 내가 박근혜 지지를 선언한 겁니다. 나중에 보니 그게 딱 30년 만이더라고요. 그럼 새천년민주당 대표까지 한 내가 왜 그런 결단을 내렸느냐. 난 김대중 대통령이 박정희 대통령 기념관 건립을 허락할 때 김 대통령 비서실장을 한 사람입니다. 또 박 대통령이 2004년 6월엔가 김 대통령, 당시엔 대통령에서 물러나셨을 때인데 아무튼 찾아오셔서 ‘아버지 때 고통받으신 것 딸로서 사과드린다’고 했어요. 정말 감동적인 장면이었어요. 김 대통령도 박 대표가 가고 나서 그러더라고요. 돌아가신 분에게 사과를 받은 느낌이라고…. 김 대통령은 ‘내가 대통령으로 있으면서 하지 못해 한스러움을 갖고 있는 게 있다. 동서화합이다. 그런데 이걸 할 수 있는 적합자가 박 대표다’라고 하셨단 말이에요. 내가 그런 여러 가지 상황이나 역사적인 화해를 생각하면서 대통령 후보 세 분을 보니 아무리 생각해도 적임자는 박 후보더라고…. 그분의 진지함이나 확고한 신념, 원칙 이런 걸 볼 때 가장 믿음직했던 거죠. 그래서 박 후보 지지라는 결단을 내린 겁니다. (그런 관계이니만큼 박 대통령과의) 소통은 여러 형태가 있는 겁니다. →화제를 바꿔보죠. 최근 야당의 내부갈등이 심각합니다. 한데 이 내분도 큰 틀에서 보면 영남권 친노 진영과 호남권 비노 진영으로 나뉘는 듯한데 제 스스로 동서갈등을 극복하지 못하는 정치권이 지역갈등을 극복할 수 있을까요. -사실 국민대통합이 중요한 이유는 민족 과제인 남북통일의 가장 핵심적인 인프라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남남갈등으로 분열된 상황에서 어떻게 남북통일을 이룰 수 있겠습니까. 통합위원장이 되고 포항 땅끝마을에서부터 해남 땅끝마을까지 동서 가릴 것 없이 전국 곳곳을 다녔는데 일반 국민들 사이에선 지역감정이 많이 옅어졌다는 사실을 체감합니다. 문제는 바로 정치권이 선거 때마다 지역감정을 이용한다는 점이에요. 후배 정치인들에게 하고 싶은 얘기는 국민의 뜻이 뭔지를 깨닫고 국민들이 원하는 걸로 싸우라는 겁니다. 노동 개혁만 해도 국회가 법을 바꾸지 않으면 어떻게 실천하고 경제난을 타개할 수 있겠습니까. 우리 기업이 해외에서 다시 돌아올 환경을 만들어 주고 노동자들이 근로의 보람을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하고 기업도 보다 투명하게 운영하는 풍토를 만들어야죠. 여야가 이런 문제를 놓고 국회에서 밤을 새워야 합니다. 강한 야당에 강한 여당이 있는 겁니다. 나라가 있고, 자기 집단이 있고, 내가 있는 겁니다. 나보다는 당, 당보다는 국가 차원에서 생각해야 합니다. →야권에서 여권으로 활동영역 옮기셨으니 양쪽 분위기를 다 접하신 셈인데, 지금의 여야 어떤 색깔 차이가 있습니까. -이 당이 어떻고 저 당이 어떻고 하기보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주인 의식보다 공동체 의식이라고 봅니다. 1968년 개럿 하딘 교수가 설파한 ‘공유지의 비극’이 우리의 나아갈 방향을 말해줍니다. 주인 없는 목초지에서 누구나 자유롭게 소를 키우도록 했더니 결과가 어떻게 됐습니까. 서로 더 많은 소를 풀어 더 많은 이익을 얻으려다 결국 목초지는 풀 한 포기 찾아볼 수 없는 황무지가 됐고, 그 많던 소는 다 사라졌습니다. 저마다 눈앞의 자기 이익만 좇다 전체를 잃고 말게 된 겁니다. 통합위 조사에 따르면 우리 국민들이 가장 원하는 것이 상생이고, 그다음이 공정, 그다음이 신뢰였습니다. 상생과 공정, 신뢰가 통합의 기초인 것입니다. 상대를 배려하고 존중하고 자기가 먼저 실천하는 공동체 의식이 절실합니다. 그리고 이를 위해 정치권 등 사회지도층부터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해야 합니다. →선배 정치인으로서 볼 때 지금 정치권이 주인 의식만 있고 공동체 의식은 부족하다고 정리할 수 있겠군요. -제가 좋아하는 말 중에 해불양수(海不讓水)라는 게 있습니다. 바다는 어떤 물도 마다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가장 낮은 곳에 있죠. 정치는 그래야 한다고 봅니다. 겸손하게 낮추면서 모든 것을 포용하되 짠물 같은 정체성을 잃지 말아야 합니다. 새누리당으로 당적을 옮긴 뒤 권노갑 새정치연합 고문 등 30년 정치역정을 함께 해 온 동교동계 인사들과 연락하고 지내는지를 물었다. 쓸쓸한 미소가 입가를 스쳤다. “권 고문 요새 활동하고 계신가?” “전화한 지 오래돼…. 그분 연세가 많잖아. 김대중 대통령을 끝까지 곁에서 모신 분이야. 인간적으로 좋아하지….” 입은 열려 있었지만 말은 더이상 나오지 않았다. 나온 말보다 맴도는 말이 몇 곱은 더 돼 보였다. 국민 통합의 현주소와 통합으로 가야 할 이유가 어쩌면 그의 끊긴 말에 담겨 있는 듯도 싶다. 진경호 부국장 jade@seoul.co.kr ■한광옥 대통합 위원장은 숱한 직함 가운데 ‘김대중 비서실장’이 가장 잘 어울리는 정치인이다. 한·일 수교 반대 학생운동을 주도한 6·3세대의 핵심으로 신도환 신민당 최고위원 밑에서 정치를 시작, 1982년 11대 국회 민한당 국회의원(서울 관악구)으로 등원한 뒤로 30년 가까이 ‘김대중 사람’의 한길을 걸었다. 13대와 14대, 15대(보궐선거) 국회까지 4선 의원을 지내면서 김 대통령 비서실장, 새천년민주당 대표 등을 역임했다. 권노갑·김옥두 전 의원처럼 1960년대부터 김 전 대통령을 따른 동교동계 1세대와 달리 1980년대 중반 김 전 대통령 진영에 합류해 범동교동계로 분류되지만 권 전 의원 다음으로 늘 그의 이름이 불릴 정도로 동교동계의 둘째 형 역할을 맡아왔다. 생불(生佛)이라는 별명에서 알 수 있듯 ’화해‘나 ’협상‘ 같은 단어를 곁에 두고 살아온 정치인이기도 하다. 국회노동위원장, 범야권 대통령후보 단일화(DJP) 추진위원장, 제1기 노사정위원장,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초대 상임의장 등을 맡으면서 여야 모두로부터 ‘대화할 수 있는 정치인’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2012년 초 민주통합당 공천 과정에서 탈당한 뒤 정통민주당을 창당했다가 18대 대선을 두 달여 앞둔 10월 박근혜 후보 지지를 선언하며 새누리당에 입당했다.
  • 숙대 대학원 남학생 허용 갈등… 동문 “정체성 훼손” 강력 반발

    숙명여대가 남학생에게도 일반대학원 입학을 허용하기 위해 학칙 개정을 추진하자 총동문회 등이 반발하고 나섰다. 숙명여대는 22일 전날 열린 제5차 대학 평의원회에서 일반대학원에 남학생 입학을 허용하는 내용의 학칙 개정안을 정식 안건으로 상정해 심의했다고 밝혔다. 학교 측은 당장 2016학년도 1학기부터 남학생을 모집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숙대 관계자는 “우리 대학뿐 아니라 각 대학의 대학원 지원율이 갈수록 하락하는 등 대학원의 연구역량이 날로 약화돼 학부에까지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혔다. “학내에서 대학발전을 위해 꼭 한번은 거쳐야 할 과정이라는 목소리도 높았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총동문회와 재학생 다수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숙대 총동문회는 결의문을 내고 “일반대학원 남녀공학 전환은 109년 숙명의 역사와 전통을 무시하고 정체성을 훼손하는 일이며 창학 이념과 교육 이념에도 정면으로 위배된다”고 강조했다. 재학생들도 이날 오후 대학 측이 마련한 설명회장에서 “학교가 구성원에 대한 충분한 의견 수렴 없이 일방적으로 관련 학칙 개정을 몰아붙이고 있다”며 “학교의 정체성을 좌우하는 중대한 문제를 졸속으로 처리해선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 “주류·비주류가 뭔데… 당에 손해배상 청구하고 싶다”

    “주류·비주류가 뭔데… 당에 손해배상 청구하고 싶다”

    “주류, 비주류가 뭔데 그러느냐. 당에 손해배상 청구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다.” 문재인 대표의 재신임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지난 20일 열린 새정치민주연합 당무위원회·의원총회 연석회의. 계파 갈등이 극에 달한 분위기에서 초선 박수현 의원의 애절한 호소가 동료 의원들의 마음을 울리며 당내 적잖은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박 의원은 가슴 아픈 개인사까지 고백하며 당의 단합을 강조했다. 결국 이날 연석회의에서는 문 대표의 재신임을 결의하기로 뜻이 모아지면서, 당의 위기는 한 고비를 넘겼다. 박 의원은 21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념적 성향을 떠나 당의 갈등으로 비치는 부분에 대해 국민들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솔직하게 전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주류·비주류, 친노(친노무현)·비노 등의 계파 싸움이 아닌 하나로 뭉치라는 국민과 당원의 요구에 답해야 할 시점”이라고 했다. 원내대변인을 맡고 있는 박 의원은 비주류인 이종걸 원내대표와 함께 원내대표단으로 활동 중이다. 그는 “당내 작은 차이를 넘어 손을 맞잡고 전진해 나가야 한다는 의미로 문 대표의 재신임 투표 철회를 요청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민들의 삶은 팍팍한데 대안을 제시해야 할 제1야당이 목소리를 내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라고도 했다. 박 의원의 지역구인 충남 공주는 내년 총선에서 부여·청양과의 합구 예정 지역이다. 박 의원은 “당의 지지율이 낮은 곳에서 일당백의 마음가짐으로 새벽부터 뛰고 있는데 당의 모습은 연일 싸우기만 하는 것으로 비치니 안타깝다”고 호소했다. 박 의원은 3년째 공주에서 서울까지 출퇴근을 강행하는 등 지역구 관리에도 철저하다. 그는 문 대표가 이날 재신임 투표를 철회한 데 대해 “당의 단합과 야권의 통합을 위해 노력해 총선에서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내년 총선을 향한 각오를 묻자 “섬김을 받는 국회의원이 아닌 섬기는 국회의원으로 최선을 다한다면 반드시 좋은 성과가 있지 않겠는가”라고 덧붙였다. 장진복 기자 viviana49@seoul.co.kr
  • “주류·비주류가 뭔데… 당에 손해배상 청구하고 싶다”

    “주류·비주류가 뭔데… 당에 손해배상 청구하고 싶다”

    “주류, 비주류가 뭔데 그러느냐. 당에 손해배상 청구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다.” 문재인 대표의 재신임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지난 20일 열린 새정치민주연합 당무위원회·의원총회 연석회의. 계파 갈등이 극에 달한 분위기에서 초선 박수현 의원의 애절한 호소가 동료 의원들의 마음을 울리며 당내 적잖은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박 의원은 가슴 아픈 개인사까지 고백하며 당의 단합을 강조했다. 결국 이날 연석회의에서는 문 대표의 재신임을 결의하기로 뜻이 모아지면서, 당의 위기는 한 고비를 넘겼다. 박 의원은 21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념적 성향을 떠나 당의 갈등으로 비치는 부분에 대해 국민들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솔직하게 전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주류·비주류, 친노(친노무현)·비노 등의 계파 싸움이 아닌 하나로 뭉치라는 국민과 당원의 요구에 답해야 할 시점”이라고 했다. 원내대변인을 맡고 있는 박 의원은 비주류인 이종걸 원내대표와 함께 원내대표단으로 활동 중이다. 그는 “당내 작은 차이를 넘어 손을 맞잡고 전진해 나가야 한다는 의미로 문 대표의 재신임 투표 철회를 요청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민들의 삶은 팍팍한데 대안을 제시해야 할 제1야당이 목소리를 내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라고도 했다. 박 의원의 지역구인 충남 공주는 내년 총선에서 부여·청양과의 합구 예정 지역이다. 박 의원은 “당의 지지율이 낮은 곳에서 일당백의 마음가짐으로 새벽부터 뛰고 있는데 당의 모습은 연일 싸우기만 하는 것으로 비치니 안타깝다”고 호소했다. 박 의원은 3년째 공주에서 서울까지 출퇴근을 강행하는 등 지역구 관리에도 철저하다. 그는 문 대표가 이날 재신임 투표를 철회한 데 대해 “당의 단합과 야권의 통합을 위해 노력해 총선에서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내년 총선을 향한 각오를 묻자 “섬김을 받는 국회의원이 아닌 섬기는 국회의원으로 최선을 다한다면 반드시 좋은 성과가 있지 않겠는가”라고 덧붙였다. 장진복 기자 viviana49@seoul.co.kr
  • 朴대통령 “청년 일자리 펀드 조성”… 1호 기부

    朴대통령 “청년 일자리 펀드 조성”… 1호 기부

    박근혜(얼굴) 대통령은 15일 노동시장 개혁 대타협과 관련, “시대적 소명에 부응하여 어려운 결단을 내려주신 노·사 지도자들, 특히 한국노총 지도부에 진심으로 감사를 드린다”면서 “노동자 여러분의 고뇌에 찬 결단이 결코 희생을 강요하고 쉬운 해고를 강제하는 일이 없도록 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1998년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사회협약 이후 17년 만에 성사된 사회적 대타협으로, 우리 사회의 갈등을 대화와 양보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는 또 하나의 사회적 신뢰 자산을 쌓을 수 있게 됐다”고 평가하고 “저성장과 고용창출력 저하라는 위기상황을 극복하고 새로운 일자리 창출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노동시장 개혁을 추진하기로 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노사정 대타협이라는 상생의 정신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국회에서의 조속한 법률 통과가 필요하다”며 “사회적 대타협은 이념을 떠나고 당을 떠나 대승적 차원에서 노동개혁 법률안을 조속히 통과시켜 상생의 시대를 만드는 데 동참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박 대통령은 이날 사회적 고통분담 차원에서 ‘청년 일자리 펀드’ 조성을 지시했으며 자신의 월급 일정액을 펀드에 제1호로 기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이 밝혔다. 청년 일자리 펀드는 사회 각계각층이 자발적으로 기부금을 내서 참여하는 사회적 펀드 형태로 조성, 운영되며 청년 취업이나 창업을 늘리기 위해 맞춤형 교육이나 시범사업 등 사회적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재원으로 활용될 전망이다. 이지운 기자 jj@seoul.co.kr
  • [서울신문이 만난 사람들] ‘한국 최고의 중국통’ 이세기 한·중 친선협회장

    [서울신문이 만난 사람들] ‘한국 최고의 중국통’ 이세기 한·중 친선협회장

    “한국전쟁은 소련의 철권 통치자 이오시프 스탈린이 사회주의 중국을 건설해 ‘작은 사자’로 등장한 마오쩌둥(毛澤東)을 제압하기 위한 ‘이이제이(以夷制夷·오랑캐로 오랑캐를 제압하다) 전략’으로 일으킨 동란이라고 할 수 있죠. 6·25전쟁의 최대 수혜자는 바로 스탈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4선 의원과 국토통일원(현 통일부) 장관을 지낸 이세기 한·중친선협회장(79)이 최근 펴낸 신간 ‘6·25전쟁과 중국’에서 한국전쟁의 원인과 관련해 ‘발칙한’ 주장을 내놓았다. 평생 통일과 중국 문제를 천착해 온 이세기 회장의 이 같은 주장의 근거를 듣기 위해 지난 13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 한·중친선협회 사무실을 찾았다. 그의 사무실 한쪽 벽에는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가 붙여준 ‘한국 최고의 중국통’답게 장쩌민(江澤民)·후진타오(胡錦濤)·시진핑(習近平) 등 중국 전·현직 최고 지도자와 나란히 찍은 사진들이 걸려 있었다. 팔순를 바라보지만 활기찬 모습으로 기자를 맞은 그는 2시간 30여분 진행된 인터뷰에서 열정적인 목소리로 한반도를 둘러싼 현안에 대해 자신의 견해를 밝히며 ‘통일’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한국전쟁의 원인을 ‘스탈린 계략’이라고 주장했다. 특별히 이렇게 본 이유는 무엇인가. -6·25전쟁을 단순히 국내 좌·우익, 미국과 소련 간의 갈등으로만 좁게 보면 큰 오산이다. 스탈린은 한반도에서 중국과 미국을 직접 맞붙게 함으로써 두 나라가 우호관계를 맺을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는 한편, 미국이 아시아 지역에 신경을 쓰는 동안 유럽 내 소련의 영향력을 높이려고 했다. 때문에 김일성의 남침 계획을 계속 묵살했다가 1950년 4월 승인하고, 그해 6월 27일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소련 대표를 불참시켜 미군 주도의 유엔군이 참전하도록 길을 터 준 게 그의 계략이다. 유엔군이 참전하고 중국 인민지원군이 개입해 결국 미·중 간에 전쟁이 벌어졌다. 중국군은 막대한 인적·물적 피해를 입었다. 스탈린은 한반도에서 전쟁을 개시해 미국의 참전이 쉽도록 카펫을 깔았고, 중국을 전쟁에 떠밀어 미국의 막강한 화력에 희생시켰다. 더군다나 한국전을 통해 미·중 양국 간의 적대감을 증폭시켜 중국을 ‘죽의 장막’에 가둬 미국 등과 격리시킴으로써 중국이 더욱 소련 쪽으로 기울도록 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근거는. -우선 한국전쟁 계획은 스탈린과 마오쩌둥이 중·소조약 개정 문제를 협상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갈등에서 비롯된 까닭에 사실상 1950년 1월 말에 결정됐다는 점이다. 그런데도 스탈린은 이를 5월 초까지 중국에는 비밀로 부쳤다. 여기에다 그해 6월 유엔군의 한국전 참전을 결의한 안보리 회의에 소련 대표가 불참한 것이 그동안 미스터리였다. 하지만 스탈린이 소련 대표를 고의로 불참시킨 비밀 전문이 공개됨으로써 미군의 참전을 보다 쉽게 해 한국전을 미·중 전쟁으로 만들려는 그의 책략이 확인됐다. 스탈린이 중국에 약속한 소련 공군의 중국군 공중 엄호를 거부해 많은 중국군이 피해를 입도록 방치했다는 점 등도 들 수 있다. →6·25전쟁 원인 연구에 파고든 동기는. -고향이 이북이다. 전쟁 발발 이후 부산에서 피난민 생활을 하며 전쟁이 낳은 가난의 슬픔을 겪었다. 한국전쟁의 쓰라린 경험과 중국군에 대한 기억은 학문적 관심뿐 아니라 인생 전반에 걸쳐 심대한 영향을 미쳤다. 학창 시절부터 지금까지 나의 관심 주제는 한국전과 중국·소련 등 공산권 문제였다. 대학원 때부터 누가, 왜 한국전쟁을 일으켰고 어떻게 진행됐으며, 남북한 전쟁이 왜 미·중 간의 전쟁으로 비화했는지에 대해 본격적으로 공부했다. 일본 유학을 떠나 도쿄대 도서관에서 한국전과 관련된 미국·중국·소련의 자료를 많이 접한 뒤 박사 논문 ‘중·소 대립의 맥락 속에서 한국전쟁 발발의 일원인(一原因)에 관한 연구’를 완성했다. →중국통인 만큼 중국 관련 문제로 화제를 돌리겠다. 한·중 수교를 위한 씨앗을 뿌린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1985년 4월 국토통일원 장관으로 있을 때이다. 인도네시아 반둥에서 열린 비동맹회의에 한국 대표로 참석했다. 그곳에서 우쉐첸(吳學謙) 당시 중국 외교부장을 만났다. “우리는 앞으로 중국과의 소통과 협력을 위해 30만 단어의 세계 최대 중국어사전을 만들고 있다”고 하자, 우 부장이 “완성되면 나도 볼 수 있게 한 권 보내달라”며 관심을 표했다. 그러면서 “한국에 삼국지가 있느냐”고 물었다. “대개 중·고등학교 때 읽는다”고 대답하니, 그는 정색을 하고 “한국에서 한자를 쓰고 학교에서 가르칩니까”라고 재차 물었다. “한자를 많이 쓰고 거리의 간판에도 많다”고 했더니 매우 흥미 있어 했다. 우 부장은 ‘어뢰정’ 사건(1985년 3월 영해를 침범한 중국 해군 어뢰정이 우리 해군에 의해 나포됐는데, 어뢰정과 승무원을 중국에 인도했다)을 신속하게 처리한데 대해 “정말 고맙게 생각한다. 그 일은 두 나라 미래 관계에 좋은 기초가 될 것”이라고 말해 한·중 관계에 대한 좋은 징조를 엿보았다. →중국의 유력자들과 두터운 인맥을 쌓게 된 계기가 있다던데. -반둥회의 이후에도 우쉐첸 부장과 편지로 대화를 이어갔다. 편지 전달자는 당시 미주리대 교수로 있던 대학 동기와 그곳에 유학 중이던 우 부장의 아들이었다. 이들을 통해 그와의 친분을 지속했다. 우 부장을 통해 여러 중국 지도자들을 만났다. 장쩌민 전 주석은 두 번 만났고, 후진타오 전 주석은 여러 번 만났다. 리펑(李鵬)· 주룽지(朱鎔基)·원자바오(溫家寶) 전 총리, 웨이젠싱(尉健行)·리란칭(李淸) 전 정치국 상무위원 등과도 만나 한·중 간의 여러 이야기들을 나눴다. 현직인 위정성(兪正聲)·류윈산(劉雲山)·장가오리(張高麗) 등 정치국 상무위원과 리잔수(栗戰書) 당중앙 판공청 주임, 왕자루이(王家瑞) 당중앙 대외연락부장, 장다밍(姜大明) 국토건설부장, 차이우(蔡武) 전 문화부장 등과도 교분이 깊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도 보통 인연이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 -시 주석을 처음 만난 것은 그가 저장(浙江)성 당서기로 있을 때다. 2005년 4월 저장성 닝보(寧波)에서 열린 소비품 박람회에 참석했다가 시 주석과 처음 인연을 맺었다. 그해 7월 그가 서울에 왔을 때 제주도 서귀포의 ‘서복공원’을 안내해 급격히 가까워졌다(이 회장은 1997년 국회 문화공보위원장 시절 공원 조성을 주도했다). 특히 닝보가 서복이 진시황의 명을 받아 불로초를 찾기 위해 떠난 출항지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던 시 주석은 이 공원에 대해 특별히 관심을 보였다. 더욱이 제주 감귤이 저장성 원저우(溫州)가 고향이라는 이야기를 듣고는 매우 기뻐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중국 전승절 참석과 열병식 참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오래전부터 박 대통령이 참석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통일을 염두에 두고 있는 만큼 중국의 도움이 절실하다. 이를 위해 박 대통령은 중국과 좋은 관계를 유지해 왔다. 중국이 간곡히 초청하는데 안 갈 수 없다. 중국 전승절은 러시아 전승절과는 다르다. 독일을 이긴 러시아의 전승절과는 달리 중국 전승절은 일본의 침략에 싸워 이긴 만큼 우리의 8·15 해방과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박 대통령이 가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가입에 이어 중국 전승절에 참석해 미국의 심기가 아주 불편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싫더라도 한국에 ‘가라 마라’ 하지 못한다. 70년 전의 한국이 아니다. 아무것도 없던 당시에는 미국에 줄을 설 수밖에 없었다. 이제 한국도 많이 컸다. 미국 눈치를 보고 외교도 줄을 서서 따라가던 그런 나약한 나라가 아니다. 경제 규모 세계 10위권에 진입한, 강한 중진국으로서 역할이 있다. 물론 한·미동맹도 중요하고 손상돼서도 안 된다. 그렇지만 통일을 위해 중요한 중국을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 →북·중 고위급 인사 교류가 사실상 끊어지는 등 시진핑 체제 들어 양국 관계가 나쁘다는 견해가 지배적인데. -북·중 관계가 예전 같지 않다. 나쁜 것이 사실이다. 옛날과는 격세지감을 느낄 정도로 악화돼 있다. →그렇다면 북·중 관계가 나빠진 이유는. -북핵 때문이다. 북핵을 용인하면 아시아에 핵개발 도미노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 시 주석은 북한의 핵 실험이 결국 중국의 국익에 해를 끼친다고 본다. 중국 지도층만이 아니라 중국인들도 북한에 대해 비판적이다. 중국이 공산당 독재국가라고 하지만 민심을 외면하기 어렵다. 그런 만큼 북·중 양국의 친밀도가 떨어지고 사이가 벌어질 수밖에 없다. 중국은 지난 세기의 혈맹 북한이 ‘얌전한 완충역’에 머물기를 원한다. →중국의 대북정책이 변화했다고 보는가. -중국이 이전의 한국전쟁을 ‘항미원조(抗美援朝), 보가위국(保家衛國)’ 전쟁, 즉 미국의 침략에 대항해 가족과 국가를 지켜낸 전쟁이라는 구태의연한 인식에서 벗어나고 있다. 대체로 전쟁 이름을 ‘조선전쟁’으로 보다 객관화해 사실상 김일성의 남침으로 지칭하고 있다. 시 주석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북핵 해결에 강력한 합의를 내놨다. 과거 후진타오 주석 당시에는 북한 때문에 얼마나 속 썩은 일이 많았나. 북핵을 비롯해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등등. 그래도 중국은 애매하게 북한 편을 들어줬다. 후진타오는 시진핑보다 더 이념지향적이지만 시진핑은 후진타오보다 더 시장친화적인, 실용적인 사람이다. 북핵도 미국과 함께 상의할 수 있고 공감을 쌓을 수 있다. →북핵 해결을 위해 중국을 활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한국은 불의(不義)를 못 참고 중국은 불리(不利)를 못 참는다”는 말이 있다. 중국을 움직일 수 있는 것은 통일 한국의 미래가 중국에 해롭지 않다는 것을 깨우쳐 주는 일이다. 통일 한국은 북핵을 해결한 통일이 아니라, 통일과 북핵을 동시에 해결해야 한다. 통일 한국 미래가 중국 발전을 위해서 절대로 해롭지 않다는 것을 이제부터 설득해야 한다. 중국에 대한 외교에 그것이 기본이 돼야 한다. →시진핑 주석이 다음달 워싱턴을 방문한다. 현재의 미·중 관계를 평가하면. -미·중 관계는 과거의 미·소 관계와 다르다. 미국과 소련은 이데올로기-군사안보 대결로 끝까지 갈 수밖에 없었다. 결국 소련이 망했다. 반면 미·중 관계는 경제협력이 바탕에 깔려 있다. G2는 채권국과 채무국, 생산국과 소비국의 관계이다. 둘 중에 하나가 망하면 같이 망한다는 얘기다. 중·미는 경쟁은 하지만, ‘판은 깨지 말자’는 것이 기본 입장이다. 이런 맥락에서 시진핑은 미국에 ‘신형대국관계’를 얘기했다. 신형대국관계는 중국이 미국의 힘과 영역을 인정하는 대신, 미국도 중국의 핵심적 이익을 인정해야 한다는 뜻이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이세기 협회장은 1936년 경기도 개풍군(현 황해북도 개성시)에서 태어났다. 4선(11, 12, 14, 15대) 국회의원과 국토통일원 장관 등을 지낸 이 회장은 중국 전·현직 최고 지도자들을 비롯해 핵심 권력 엘리트들과 인맥을 두루 쌓은 중국통이다. 1985년 남북 막후대화 창구를 개설했으며 한·중 수교의 기틀을 마련했다. 2001년 중국사회과학원에서 덩샤오핑(鄧小平) 지도노선을 연구했다. 정계 은퇴 후에는 한·중친선협회장을 맡아 중국과의 민간 외교관으로 활약하고 있다. ▲1956년 고려대 졸업 ▲1961년 고려대 정치학 박사 ▲1965년 일본 도쿄대 대학원 수료 ▲1979년 고려대 교수 ▲1981년 국회 올림픽 특별위원회 위원장 ▲1985년 국토통일원 장관 ▲1986년 체육부 장관 ▲1993년 한나라당 정책위원회 의장 ▲1996년 국회 문화공보위원회 위원장 ▲2002년~ 한·중친선협회 회장, 새누리당 상임고문
  • “정치의 ‘보이는 손’이 양극화·파편화 문제 풀어야”

    “정치의 ‘보이는 손’이 양극화·파편화 문제 풀어야”

    25일부터 천년고도 경주에서 한국학 세계학술대회가 사흘 일정으로 열린다. 2007년부터 2년에 한차례씩 개최돼 올해로 5회째를 맞은 이번 학술대회에는 26개국의 한국학 전공학자 130명과 국내 교수 210명, 대학원생 93명 등 433명이 ?한국사회와 정치 ?북한과 남북관계 ?개발도상국 비교정치 ?시민사회와 정당 ?지구화와 지방화 ?여성정치 등 13개 분야별로 한국학 관련 학술논문을 발표할 예정이다. 학술대회를 주관하는 최진우 한국정치학회장(한양대 정외과 교수)을 만나 대회의 의미와 한국 정치의 발전 방향 등에 대한 의견을 들어봤다. →이번 한국학 세계대회의 가장 큰 의미를 꼽는다면. -우선 규모 면에서 한국학 관련 학술대회로는 최대의 행사다. 우리 사회의 여러 갈등과 대립의 양상을 국내 학자들 뿐 아니라 외국 학자들의 눈으로 들여다 보고 해소 방안을 학술적으로 모색해 보고자 하는 시도라고 할 수 있다. 천년고도 경주에서 개최되는 만큼 외국 학자들이 우리의 고유 문화와 전통을 보다 잘 이해하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한국학 학술대회를 한국정치학회가 주관하는 게 이채롭다. -한국학의 연구 목적이 한국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것이라고 한다면 역사, 문학, 언어, 철학과 같은 인문학적 연구도 중요하지만 사회과학적 탐구도 소홀히 할 수 없는 일이다. 지금까지의 인문학 중심 한국학 연구의 지평을 넓혀 사회과학적 접근을 접목함으로써 한국학 연구의 균형을 맞추고자 한 점이 이번 학술대회의 또 다른 의미다. →이번 학술대회의 주제가 양극화(polarization)와 파편화(fragmentation)다. 정치학자로서 한국 사회의 양극화 현실을 어떻게 보는가. -어느 사회나 갈등과 분열은 불가피하다. 문제는 이를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우리나라는 계층 문제, 지역 갈등, 이념 대립이 중첩돼 있어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이주노동자, 결혼이주민, 북한이탈주민 등의 증가로 사회적 다양화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어 잠재적으로 정체성의 갈등이 심화될 조짐도 보이고 있다. 특히 청년층의 취업난, 중장년층의 조기 퇴직, 노년층의 빈곤화 등으로 중산층이 위축되면서 자칫 희망의 실종 시대가 도래할 수도 있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진지한 노력이 경주되지 않는다면 양극화와 파편화는 대립과 분열의 심화, 사회적 불안정성의 증가, 사회적 활력의 감소, 경제적 생산성의 저하, 대립의 격화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에 빠질 수 있다. 따라서 양극화와 파편화의 극복을 위한 근본적인 개혁 정치가 필요한 시점이다. →양극화, 파편화를 줄여나갈 해법을 제시한다면. -양극화와 파편화의 문제는 시장메커니즘의 보이지 않는 손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다. 정치메커니즘의 보이는 손이 필요하다. 사회적 문제의 해결을 위한 정치적 개입에 있어 중요한 것은 정치적 정당성이 확보돼야 한다는 것이다. 정치적 정당성은 무엇보다도 경쟁의 공정성과 결과의 공평성이 인정될 때 생성된다. 그리고 문제 해결이 사회적 합의의 기반 위에서 이뤄진다면 정치적 정당성이 확보될 수 있다. 합의의 문화가 구축되고 공정한 경쟁이 이뤄지려면 성숙한 민주시민의식이 선행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민주시민의 의식을 함양하는 민주주의 교육, 시민 교육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에서는 많은 경우 중·고등학교 교과과정에서도 정치교육이 송두리째 빠져 있거나 아니면 지극히 왜소화돼 있다. 대학교육에서도 정치외교학과나 국제관계학과를 제외하고는 정치 관련 교육을 받을 기회가 전혀 없다. 많은 선진국에서 중고등학교에서 자국의 정치제도와 과정에 대한 기본적 지식, 그리고 민주시민의식의 함양을 위한 수업을 하고 있고 대학과정에서도 정치학 개론이 필수과목으로 되어 있는 것과 큰 차이를 보이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정치학회 차원에서 올해 상임위원회의 하나로 교육위원회를 설치했다. 정치 교육 활성화에 적극 나설 방침이다. →모바일 시대의 개막과 더불어 전통적 대의민주주의 체제가 위협을 받고 있다. 시대 흐름에 걸맞은 민주정치 체제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비단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서구민주주의 국가에서도 기존의 계급적 균열구조의 기반 위에서 형성, 유지돼 온 양당체제가 강력한 도전을 받고 있다. 사회적 다양성이 커지면서 새로운 형태의 사회적 균열구조가 등장하고 있는 추세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20세기 초 노동계급의 강력한 등장으로 정당체제가 급격한 변화를 겪었던 것처럼 어쩌면 지금도 정당체제의 재편이 진행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변화하는 환경에 보다 유연하게 대응하고 다양화돼 가는 유권자의 요구에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반응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양당체제보다는 다당제가 더 적합할지도 모른다. 다당제를 지향한다면 권력구조와 선거제도의 개편도 필요할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내각책임제 도입과 비례대표제 대폭 확대가 바람직하다고 본다. 진경호 기자 jade@seoul.co.kr
  • “중.고교 과정부터 올바른 정치교육 이뤄져야”

    25일부터 천년고도 경주에서 한국학 세계학술대회가 사흘 일정으로 열린다. 2007년부터 2년에 한차례씩 개최돼 올해로 5회째를 맞은 이번 학술대회에는 26개국의 한국학 전공학자 130명과 국내 교수 210명, 대학원생 93명 등 433명이 ?한국사회와 정치 ?북한과 남북관계 ?개발도상국 비교정치 ?시민사회와 정당 ?지구화와 지방화 ?여성정치 등 13개 분야별로 한국학 관련 학술논문을 발표할 예정이다. 학술대회를 주관하는 최진우 한국정치학회장(한양대 정외과 교수)을 만나 대회의 의미와 한국 정치의 발전 방향 등에 대한 의견을 들어봤다. →이번 한국학 세계대회의 가장 큰 의미를 꼽는다면. -우선 규모 면에서 한국학 관련 학술대회로는 최대의 행사다. 우리 사회의 여러 갈등과 대립의 양상을 국내 학자들 뿐 아니라 외국 학자들의 눈으로 들여다 보고 해소 방안을 학술적으로 모색해 보고자 하는 시도라고 할 수 있다. 천년고도 경주에서 개최되는 만큼 외국 학자들이 우리의 고유 문화와 전통을 보다 잘 이해하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한국학 학술대회를 한국정치학회가 주관하는 게 이채롭다. -한국학의 연구 목적이 한국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것이라고 한다면 역사, 문학, 언어, 철학과 같은 인문학적 연구도 중요하지만 사회과학적 탐구도 소홀히 할 수 없는 일이다. 지금까지의 인문학 중심 한국학 연구의 지평을 넓혀 사회과학적 접근을 접목함으로써 한국학 연구의 균형을 맞추고자 한 점이 이번 학술대회의 또 다른 의미다. →이번 학술대회의 주제가 양극화(polarization)와 파편화(fragmentation)다. 정치학자로서 한국 사회의 양극화 현실을 어떻게 보는가. -어느 사회나 갈등과 분열은 불가피하다. 문제는 이를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우리나라는 계층 문제, 지역 갈등, 이념 대립이 중첩돼 있어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이주노동자, 결혼이주민, 북한이탈주민 등의 증가로 사회적 다양화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어 잠재적으로 정체성의 갈등이 심화될 조짐도 보이고 있다. 특히 청년층의 취업난, 중장년층의 조기 퇴직, 노년층의 빈곤화 등으로 중산층이 위축되면서 자칫 희망의 실종 시대가 도래할 수도 있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진지한 노력이 경주되지 않는다면 양극화와 파편화는 대립과 분열의 심화, 사회적 불안정성의 증가, 사회적 활력의 감소, 경제적 생산성의 저하, 대립의 격화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에 빠질 수 있다. 따라서 양극화와 파편화의 극복을 위한 근본적인 개혁 정치가 필요한 시점이다. →양극화, 파편화를 줄여나갈 해법을 제시한다면. -양극화와 파편화의 문제는 시장메커니즘의 보이지 않는 손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다. 정치메커니즘의 보이는 손이 필요하다. 사회적 문제의 해결을 위한 정치적 개입에 있어 중요한 것은 정치적 정당성이 확보돼야 한다는 것이다. 정치적 정당성은 무엇보다도 경쟁의 공정성과 결과의 공평성이 인정될 때 생성된다. 그리고 문제 해결이 사회적 합의의 기반 위에서 이뤄진다면 정치적 정당성이 확보될 수 있다. 합의의 문화가 구축되고 공정한 경쟁이 이뤄지려면 성숙한 민주시민의식이 선행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민주시민의 의식을 함양하는 민주주의 교육, 시민 교육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에서는 많은 경우 중·고등학교 교과과정에서도 정치교육이 송두리째 빠져 있거나 아니면 지극히 왜소화돼 있다. 대학교육에서도 정치외교학과나 국제관계학과를 제외하고는 정치 관련 교육을 받을 기회가 전혀 없다. 많은 선진국에서 중고등학교에서 자국의 정치제도와 과정에 대한 기본적 지식, 그리고 민주시민의식의 함양을 위한 수업을 하고 있고 대학과정에서도 정치학 개론이 필수과목으로 되어 있는 것과 큰 차이를 보이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정치학회 차원에서 올해 상임위원회의 하나로 교육위원회를 설치했다. 정치 교육 활성화에 적극 나설 방침이다. →모바일 시대의 개막과 더불어 전통적 대의민주주의 체제가 위협을 받고 있다. 시대 흐름에 걸맞은 민주정치 체제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비단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서구민주주의 국가에서도 기존의 계급적 균열구조의 기반 위에서 형성, 유지돼 온 양당체제가 강력한 도전을 받고 있다. 사회적 다양성이 커지면서 새로운 형태의 사회적 균열구조가 등장하고 있는 추세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20세기 초 노동계급의 강력한 등장으로 정당체제가 급격한 변화를 겪었던 것처럼 어쩌면 지금도 정당체제의 재편이 진행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변화하는 환경에 보다 유연하게 대응하고 다양화돼 가는 유권자의 요구에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반응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양당체제보다는 다당제가 더 적합할지도 모른다. 다당제를 지향한다면 권력구조와 선거제도의 개편도 필요할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내각책임제 도입과 비례대표제 대폭 확대가 바람직하다고 본다. 진경호 기자 jade@seoul.co.kr
  • [이슈&이슈] 경남도지사·교육감 동시 주민소환 추진… 투표 이뤄질까

    [이슈&이슈] 경남도지사·교육감 동시 주민소환 추진… 투표 이뤄질까

    ‘아이들 밥그릇 빼앗은 홍준표 경남도지사를 소환하고 무상급식을 원상회복해야 한다.’ vs ‘이념적인 교육감에게 교육을 맡길 수 없어 주민소환을 추진한다.’ 무상급식을 놓고 갈등을 빚는 홍 지사와 박종훈 경남도교육감에 대해 지역의 진보와 보수 진영이 동시에 주민소환을 추진, 지역사회 분열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3일 경남도에 따르면 친환경무상급식지키기 경남운동본부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경남본부 등 120여개 시민사회단체는 최근 ‘홍준표 경남지사 주민소환운동본부’를 구성, 홍 지사 주민소환 서명 활동을 하고 있다. 이들 단체는 “홍 지사가 정책을 결정하고 추진하는 과정에서 권력 남용과 독단, 불통 등 비민주적 전횡을 일삼아 주민소환을 통해 깨끗하고 민주적인 도정을 회복하고 실현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주민소환운동본부는 “홍 지사가 공공의료기관인 진주의료원을 폐원해 도민 건강을 위협하고 정치적 야욕과 욕심으로 무상급식을 중단해 경남 도정을 혼란과 갈등으로 내몰았다”고 비판했다. 이들 단체는 지난달 16일 도선거관리위원회에 주민소환 투표 청구인 대표자 교부 신청을 했고 지난달 23일 운동본부를 출범시켰다. 운동본부는 청구인 대표자를 대신해 서명받을 수임인을 모집해 지난달 28일부터 서명 작업을 시작했다. 주민소환운동본부는 시·군별로 운동본부를 결성하고 이달 말까지 2만명의 수임인을 모집해 오는 11월 말까지 40만명의 서명을 받을 계획이다. 광역단체장 주민소환 투표 청구는 투표 청구권자 총수의 10% 이상 서명을 받아야 한다. 따라서 경남도 총선거인(2015년 6월 기준 269만 824명)의 10%에 해당하는 27만명 이상의 서명을 받아야 한다. 주민소환 투표 청구 서명은 요건이 까다로워 선관위 확인 과정에서 무효 처리되는 경우가 많아 넉넉하게 서명을 받아야 한다. 시·도지사 주민소환 투표 청구는 주민소환투표청구인대표자 증명서 교부 사실을 공표한 날부터 120일 동안 서명을 받을 수 있다. 이에 맞서 홍 지사 지지자 측은 보수단체를 중심으로 박 교육감 주민소환을 추진하고 있다. 홍 지사는 기자간담회 등에서 “주민소환은 좌파의 전유물이 아니다. 내 지지층도 교육감을 주민소환한다”며 “누가 쫓겨나는지 교육감과 도지사가 함께 주민소환대에 서 보자”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홍 지사의 말대로 보수 성향 단체인 서남부발전협의회와 공교육지키기 경남본부 등은 경남지역공동체협의회를 구성하고 지난달 23일 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박 교육감 주민소환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공동체협의회는 “박 교육감이 당선된 뒤 지금까지 경남 교육 현장은 혼란과 투쟁으로 점철돼 교육은 간데없고 어린 초등학생의 손에도 투쟁의 구호만 들려 있다”고 지적했다. 협의회는 “더이상 정치적이고 이념적인 교육감에게 우리의 자녀, 손자, 손녀를 맡길 수 없기에 뜻을 같이하는 단체들이 힘을 모아 박 교육감 주민소환 절차를 밟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경남도 여성단체협의회도 지난달 22일 기자회견을 열어 홍 지사 주민소환이 강행되면 박 교육감 주민소환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홍준표 지사 지키기 범도민대책위원회’ 진주시 발기위원 등도 “시·군별 대책위를 출범하는 등 3만여명 회원을 모아 박 교육감 주민소환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도지사와 교육감 주민소환 투표가 이뤄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 투표까지 가더라도 개표할 수 있는 투표율을 넘기기가 쉽지 않다. 개표하려면 전체 유권자 3분의1 이상이 투표해야 한다. 변수도 생겼다. 무상급식에 예산을 한 푼도 지원할 수 없다는 방침을 고수하던 홍 지사가 입장을 바꾸면서 도와 도교육청이 무상급식 예산 지원을 논의하고 있다. 무상급식 중단 사태가 해결되면 홍 지사에 대한 주민소환 추진 동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홍 지사는 지난달 15일 도의회 도정질의 답변에서 “도교육청이 도에서 지원한 급식 예산에 대해 감사를 받으면 무상급식을 선별로 하든 보편으로 하든 관여하지 않고 예산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홍 지사는 “박 교육감이 강경 좌파 성향의 교육감은 아니다”라며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세력에 둘러싸인 박 교육감에게 예산을 지원하면서 이념까지 강요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고 밝혔다. 박 교육감도 홍 지사의 입장 변화를 “감사하다”고 반겼다. 경남도는 ‘경남도 학교급식 지원조례’에 ‘도지사는 지원한 급식 경비를 목적대로 사용하는지 확인하고 감사해야 한다’는 내용의 감사 권한을 명문화하는 개정 조례안을 다음달 도의회 의결을 거쳐 시행할 예정이다. 이 조례가 시행되면 도교육청이 감사를 받는 명분으로 작용해 무상급식 중단 사태가 풀리는 실마리가 될 수 있다. 강광석 도 농식품급식담당은 “도교육청이 감사를 받겠다고만 하면 언제든지 급식비 지원을 위한 논의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창원 강원식 기자 kws@seoul.co.kr [용어 클릭] ■주민소환 주민들이 자치단체의 행정처분이나 결정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면 단체장을 통제할 수 있는 제도다. ‘주민소환에 관한 법률’이 2007년 7월 시행돼 투표로 선출된 지자체장과 지방의원을 소환할 수 있다. 광역자치단체장은 주민소환 투표 청구권자 총수의 10% 이상, 기초자치단체장은 15% 이상, 시·도와 시·군 의원은 20% 이상 서명을 받아 청구할 수 있다. 해당 지자체 유권자 총수의 3분의1 이상 투표해야 개표하고 유효 투표 총수의 과반수가 찬성해야 소환이 확정된다.
  • 朴대통령 광복 70주년 경축사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700만 재외동포 여러분, 그리고 자리를 함께하신 내외 귀빈 여러분, 오늘은 광복 70주년이자 건국 67주년을 맞는 역사적인 날입니다. 70년 전 오늘의 벅찬 감동을 온 국민과 함께 나누며, 조국의 독립을 위해 희생하신 순국선열과 건국을 위해 헌신하신 애국지사들께 경의를 표합니다. 독립 유공자와 유가족 여러분께도 마음 깊은 곳으로부터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국민 여러분, 지난 70년은 대한민국을 굳건한 반석 위에 올려놓은 참으로 위대한 여정이었습니다. 70년 전 오늘 우리 민족은 독립을 향한 열망과 헌신적인 투쟁으로 마침내 조국의 광복을 이루어 냈습니다. 순국선열들의 불굴의 의지와 애국심은 오늘의 위대한 대한민국을 건설한 토대가 되었습니다. 67년 전 오늘은 대한민국 정부를 수립한 날이기도 합니다. 그동안 우리 대한민국은 민족의 유구한 역사와 정통성을 계승하며 자유민주주의를 지켜왔고, 국가 경제와 국민 경제의 항구적 번영의 기틀을 마련하였습니다. 그러나 그토록 기다렸던 광복의 기쁨은 반쪽의 기쁨에 그치고 말았습니다. 분단의 비극과 6·25전쟁의 참화는 우리 삶의 기반을 송두리째 앗아갔고, 얼마 되지 않던 산업기반마저 모두 붕괴되고 말았습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결코 좌절하지 않았습니다. 국민들의 단합된 의지와 힘으로 새로운 도약을 일궈 냈습니다. 자본도, 기술도, 경험도 없었지만 황량한 모래벌판에 제철소와 조선소를 세웠고, 모진 난관을 뚫고 국토의 대동맥인 경부고속도로를 건설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세계 최고 수준의 전자제품과 자동차, 철강, 조선, 석유화학 제품 등을 생산하는 나라가 되었고, 수출 규모 세계 6위의 경제 강국으로 우뚝 섰습니다. 인구 5000만 이상 되는 국가 중에 국민소득이 3만 달러를 넘는 소위 ‘5030클럽’ 국가는 지구상에 여섯 나라뿐입니다. 저는 머지않아 대한민국이 일곱 번째 5030클럽 국가가 될 것으로 확신합니다. 이제 대한민국은 신장된 경제력과 국력을 바탕으로 국제사회에서 당당하게 선도적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원조를 주는 최초의 나라가 되었고, 유엔의 평화유지 활동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발전 경험을 개발도상국들과 공유하면서 번영을 이루려는 많은 나라들의 ‘희망의 증거’가 되고 있습니다. 세계가 한강의 기적으로 부르는 대한민국 성취의 역사는 우리 국민들의 피와 땀, 불굴의 도전정신이 만들어 낸 결실이었습니다. 저는 이제 그 불굴의 의지로 창조의 역사, 기적의 역사를 써온 우리 국민들과 함께 대한민국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대장정’에 나서고자 합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광복 70주년을 맞는 지금 우리는 세계적인 경기 침체와 국내외적으로 많은 어려움에 직면해 있습니다. 저는 대한민국이 이러한 도전을 극복하고, 새로운 미래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21세기 시대적 요구이자 대안인 창조경제와 문화융성의 두 날개를 완성시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정부는 창조경제를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으로 제시하고, 이의 구현을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지난달에 17개 광역 시·도에 창조경제혁신센터가 모두 구축되어 이제 창의적 아이디어가 있는 국민이라면 누구나 최고 수준의 창업 지원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지역의 혁신 주체와 기관들이 협력하여 우수한 지역 인재들과 특화산업을 키워 내고 지역 경제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어 갈 것입니다. 이미 4600여명이 멘토링을 받고 200여개의 기업을 보육하고 있으며, 235억원의 투자를 유치하는 성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앞으로 창조경제가 우리 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하여 세계경제를 주도하고 우리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앞으로 정부는 창조경제가 개인과 지역 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되도록 적극 지원해 갈 것입니다. 또 하나의 날개는 문화융성입니다. 문화는 언어와 국경을 넘어 세계인을 하나로 만들고, 열광하게 하며, 가치를 공유하도록 하는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문화는 무궁무진한 경제적 가치를 지닌 국가 경쟁력의 핵심 원천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지금 세계는 문화 영토 확장을 위해 역량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우리 대한민국은 5000년의 유구한 역사를 이어온 찬란하고 독창적인 문화를 가지고 있습니다. 광복 이후 우리의 급속한 발전도 그 근간에는 면면히 이어져 온 우리의 창의적 기질과 문화적 역량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이제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우리의 유구한 문화를 세계와 교류하며 새롭게 꽃피울 때 새로운 도약의 문도 열 수 있을 것입니다. 전통문화를 재발견하고, 그 속에서 새로운 가치를 찾아내서 산업과 문화를 융합하여 우리 경제를 일으키는 한 축으로 만들어 나가야 합니다. 정부는 그 시작을 문화창조융합벨트로 열어갈 것입니다. 이제 오픈을 하여 각 문화인들의 입주를 기다리고 있는 문화창조융합벨트를 통해 문화와 아이디어, 기술을 융·복합하여 새로운 경제적 가치와 일자리를 창출하도록 추진해 나갈 것입니다. 창조경제와 문화융성이 경제의 도약을 이끌 성장 엔진이라면 공공개혁과 노동개혁, 금융개혁과 교육개혁 등의 ‘4대 개혁’은 그 성장 엔진에 지속적인 동력을 제공하는 혁신의 토대입니다. 저는 반드시 이 ‘4대 개혁’을 완수해서 우리의 미래세대에게 희망의 대한민국을 물려줄 것입니다. 이를 위해 우리 국민 모두가 다시 한번 한마음으로 힘을 모아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서로의 짐을 나눠 지고 함께 나아갈 때 개혁과 혁신의 험난한 여정을 이겨 낼 수 있습니다. 우리 선대들이 불굴의 도전정신으로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듯이 자신감과 희망을 가지고 한마음으로 뭉쳐서 또 다른 도약의 역사를 이루어 냅시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금년은 광복과 함께 남북 분단 70년을 맞는 해이기도 합니다. 진정한 광복은 민족의 통일을 통해 비로소 완성될 것입니다. 남과 북은 과거의 상처를 치유하고 미래를 향해 함께 나가야 합니다. 최근 미국·쿠바 수교와 이란 핵 협상 타결에서 볼 수 있듯이 국제사회는 변화와 협력의 거대한 흐름 속에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그와는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지금 북한은 세계의 어느 나라에서도 볼 수 없는 숙청을 강행하고 있고, 북한 주민들을 불안에 떨게 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우리의 거듭된 대화 제의에 응하지 않으면서 평화를 깨뜨리고 남북 간 통합에 역행하고 있습니다. 핵 개발을 지속하고 사이버 공격을 감행해서 우리와 국제사회의 안보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에는 DMZ 지뢰 도발로 정전협정과 남북 간 불가침 합의를 정면으로 위반하고, 광복 70주년을 기리는 겨레의 염원을 짓밟았습니다. 정부는 우리 국민의 안위를 위협하는 북한의 어떠한 도발에도 단호히 대응할 것입니다. 북한은 도발과 위협으로 체제를 유지하겠다는 미몽에서 깨어나야 합니다. 도발과 위협은 고립과 파멸을 자초할 뿐입니다. 그러나 만약 북한이 대화와 협력의 길로 나온다면 민생 향상과 경제 발전의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입니다. 1972년 남북한은 분단 역사상 최초로 대화를 통해 평화통일을 지향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하였습니다. 당시 남북 간 대립과 갈등의 골은 지금보다 훨씬 깊었고, 한반도의 긴장도 매우 높았습니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더 평화로운 한반도를 만들고자 하는 의지가 있었기에 남북한은 용기를 내어 마주 앉았습니다. 지금도 북한에는 기회가 주어져 있습니다. 북한은 민족 분단의 고통을 가중시키는 도발과 핵 개발을 즉각 중단하고 군사적 긴장 완화와 신뢰 구축의 길로 나와야 할 것입니다. 저는 이번 DMZ 도발을 겪으면서 DMZ에 새로운 평화지대를 조성하는 것이 얼마나 절실한 일인지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습니다. 남북한의 젊은이들이 서로 총부리를 겨누며 역설적으로 세계에서 가장 중무장되어 있는 DMZ에 하루속히 평화의 씨앗을 심어야만 합니다. 저는 취임 후 분단의 상징인 비무장지대에 생명과 평화의 공원을 만들자고 여러 차례 제안하고, 그 구상을 가다듬어 왔습니다. 이제 남북이 함께 첫 삽을 뜨는 일만 남았습니다. DMZ에 세계생태평화공원을 조성하고 남북 간 끊어진 철도와 도로를 연결하면 한반도 백두대간은 평화통일을 촉진하고 유라시아 차원의 협력을 실현하는 새로운 축으로 발전할 것입니다. 북한은 도발과 위협을 내려놓고, 생명과 평화의 한반도를 만드는 길에 동참하기 바랍니다. 또한 지난 70년 눈물과 고통의 세월을 보내고 있는 이산가족의 한을 풀어 드리는 일에도 북한은 성의 있는 자세로 나와야 할 것입니다. 부모 없는 자식이 없듯이 북한의 지도자들도 이산의 한은 풀어 주겠다는 전향적인 자세로 문제를 풀어가 주길 바랍니다. 이산가족 문제만큼은 아무리 정세가 어렵고 이념이 대립한다고 해도, 인도적 견지에서 남북이 근본적인 해결방안을 찾아야 합니다. 이산가족들의 생사 확인이 그 첫걸음이 될 것입니다. 이를 위해 우리는 6만여명의 남한 이산가족 명단을 북한 측에 일괄 전달할 것입니다. 북한도 이에 동참하여 남북 이산가족 명단 교환을 연내에 실현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나아가 남북 이산가족들이 금강산 면회소를 이용하여 수시로 만남을 가질 수 있도록 북한의 협력을 촉구합니다. 한반도의 자연재해와 안전문제도 함께 대응해 나갑시다. 홍수나 가뭄, 전염병 등의 반복되는 문제에 일회적 상황관리로 대응하기보다는 남북 간 보건 의료와 안전협력체계를 구축해 근본적으로 해결해 나가는 것이 민족의 장래를 위해 보다 나은 길이 될 것입니다. 지난번 중동호흡기증후군 대응 과정에서 남북한은 개성공단의 검역 관리에 협력한 바 있고, 현재 금강산 산림재해 대응을 위해서도 협력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이 보건·위생·수자원·산림관리 등을 비롯한 남북 공동의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힘을 모아 나가야 할 것입니다. 70년 분단으로 훼손된 민족의 동질성도 회복해야 합니다. 민간 차원의 문화와 체육 교류를 통해 남과 북이 만나고 마음을 열어 간다면 민족 동질성도 서서히 회복될 것입니다. 남북 간 장벽에도 불구하고 현재 진행 중인 역사유적 발굴조사와 겨레말 큰 사전 편찬 사업과 같은 학술 문화 교류, 축구와 태권도를 비롯한 체육 교류는 중단 없이 추진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해 나갈 것입니다. 남과 북, 해외의 8000만 동포 여러분, 비록 북한의 거듭된 도발로 남북 관계가 어려움에 처해 있지만 광복 70주년을 맞는 역사의 길에서 분단의 역사를 마감하고 평화통일을 이루는 길은 우리 민족이 반드시 가야 할 길입니다. 우리 민족이 다시 하나가 되면 희망과 기적의 또 다른 역사를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한강의 기적’을 넘어 ‘한반도의 기적’을 이뤄 낼 수 있습니다. 평화통일을 이룬 새로운 한반도는 핵과 전쟁의 공포에서 벗어나 8000만 모두가 자유와 인권을 누리는 나라가 될 것입니다. 통일 한국은 동아시아의 평화를 촉진하며, 세계 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지구촌의 새로운 성장 엔진이 될 것입니다. 남북한의 장점을 결합하고 한반도 교통망을 대륙으로 연결하여 유라시아 대륙과 태평양 경제권을 연계함으로써 우리 기업들은 물론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더 큰 기회를 제공하게 될 것입니다. 평화통일의 꿈이 이루어진 광복 100주년을 내다보며, 우리 국민 모두가 함께 통일을 준비하고 이루어 나갑시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저는 지난 6월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을 맞아 새로운 협력과 공영의 미래를 향해 나아가고자 하는 의지를 밝힌 바 있습니다. 한국과 일본의 긴밀한 우호협력은 양국은 물론 동아시아의 평화와 번영에 매우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정부는 역사 인식 문제에는 원칙에 입각하여 대응하되 두 나라 간 안보, 경제, 사회문화 등 호혜적 분야의 협력 관계는 적극 추진해 나간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습니다. 1965년 국교정상화 이래 고노 담화, 무라야마 담화 등 역대 일본 내각이 밝혀온 역사 인식은 한·일 관계를 지탱해 온 근간이었습니다. 그러한 점에서 어제 있었던 아베 총리의 전후 70주년 담화는 우리로서는 아쉬운 부분이 적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역사는 가린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살아 있는 산증인들의 증언으로 살아 있는 것입니다. 어제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침략과 식민지 지배가 아시아의 여러 나라 국민들에게 많은 손해와 고통을 준 점과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고통을 준 데 대한 사죄와 반성을 근간으로 한 역대 내각의 입장이 앞으로도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국제사회에 분명하게 밝힌 점을 주목합니다. 앞으로 일본이 이웃 국가로서 열린 마음으로 동북아 평화를 나눌 수 있는 대열에 나오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앞으로 일본 정부는 역대 내각의 역사 인식을 계승한다는 공언을 일관되고 성의 있는 행동으로 뒷받침하여 이웃 나라와 국제사회의 신뢰를 얻어야 할 것입니다. 특히 일본 정부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조속히 합당하게 해결하기를 바랍니다. 비록 어려움이 많이 남아 있으나 이제 올바른 역사 인식을 토대로 새로운 미래로 함께 나아가야 할 때입니다. 국제사회에서 차지하는 양국의 위상에 걸맞게 동북아와 세계의 평화, 번영을 위해 함께 공헌해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70년 전 오늘 우리는 잃어버렸던 조국을 되찾았습니다. 그리고 불굴의 의지와 하나 된 마음으로 온갖 역경을 딛고 성취와 희망의 대한민국을 건설해 왔습니다. 선대들의 애국심과 그 위대한 뜻을 이어받아 한반도의 평화통일을 이루고 대한민국의 새로운 도약을 이룩하는 것이 우리에게 부여된 소명입니다. 저와 정부는 중단 없는 혁신으로 지속적인 성장의 토대를 마련하여 세계의 반열에 우뚝 설 수 있는 부강한 나라와 원칙이 바로 선 투명한 나라를 건설해 나갈 것입니다. 확고한 원칙과 유연한 대응으로 통일시대의 문을 열어 나가겠습니다. 국민 여러분, 대한민국 ‘100년의 기적’을 완성하고 한반도의 통일시대를 열어갈 수 있도록 국민 여러분께서 힘을 모아 주시기 바랍니다. 우리 모두 하나가 되어 한반도의 평화통일을 이루어 세계와 지구촌의 번영을 선도하고, 문화로 인류에게 행복을 선사하는 대한민국의 빛나는 미래를 만들어 나갑시다. 감사합니다.
  • [전문] 박근혜 대통령,제70주년 광복절 경축사

    [전문] 박근혜 대통령,제70주년 광복절 경축사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700만 재외동포 여러분, 그리고 자리를 함께 하신 내외 귀빈 여러분, 오늘은 광복 70주년이자 건국 67주년을 맞는 역사적인 날입니다. 70년 전 오늘의 벅찬 감동을 온 국민과 함께 나누며, 조국의 독립을 위해 희생하신 순국선열과 건국을 위해 헌신하신 애국지사들께 경의를 표합니다. 독립 유공자와 유가족 여러분께도 마음 깊은 곳으로부터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국민 여러분, 지난 70년은 대한민국을 굳건한 반석 위에 올려놓은 참으로 위대한 여정이었습니다. 70년 전 오늘, 우리 민족은 독립을 향한 열망과 헌신적인 투쟁으로 마침내 조국의 광복을 이루어냈습니다. 순국선열들의 불굴의 의지와 애국심은 오늘의 위대한 대한민국을 건설한 토대가 되었습니다. 67년 전 오늘은 대한민국 정부를 수립한 날이기도 합니다. 그동안 우리 대한민국은 민족의 유구한 역사와 정통성을 계승하며 자유민주주의를 지켜왔고, 국가경제와 국민경제의 항구적 번영의 기틀을 마련하였습니다. 그러나 그토록 기다렸던 광복의 기쁨은 반쪽의 기쁨에 그치고 말았습니다. 분단의 비극과 6.25 전쟁의 참화는 우리 삶의 기반을 송두리째 앗아갔고, 얼마 되지 않던 산업기반마저 모두 붕괴되고 말았습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결코 좌절하지 않았습니다. 국민들의 단합된 의지와 힘으로 새로운 도약을 일궈냈습니다. 자본도, 기술도, 경험도 없었지만, 황량한 모래벌판에 제철소와 조선소를 세웠고, 모진 난관을 뚫고 국토의 대동맥인 경부고속도로를 건설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세계 최고 수준의 전자제품과 자동차, 철강, 조선,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하는 나라가 되었고, 수출규모 세계 6위의 경제 강국으로 우뚝 섰습니다. 인구 5천만 이상 되는 국가 중에 국민소득이 3만불을 넘는 소위 ‘5030 클럽’ 국가는 지구상에 여섯 나라뿐입니다. 저는 머지않아 대한민국이 일곱 번째 5030 클럽 국가가 될 것으로 확신합니다. 이제 대한민국은 신장된 경제력과 국력을 바탕으로 국제사회에서 당당하게 선도적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원조를 주는 최초의 나라가 되었고, 유엔의 평화유지 활동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발전 경험을 개발도상국들과 공유하면서, 번영을 이루려는 많은 나라들의 ‘희망의 증거’가 되고 있습니다. 세계가 한강의 기적으로 부르는 대한민국 성취의 역사는 우리 국민들의 피와 땀, 불굴의 도전정신이 만들어낸 결실이었습니다. 저는 이제 그 불굴의 의지로 창조의 역사, 기적의 역사를 써온 우리 국민들과 함께 대한민국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대장정’에 나서고자 합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광복 70주년을 맞는 지금, 우리는 세계적인 경기 침체와 국내외적으로 많은 어려움에 직면해 있습니다. 저는 대한민국이 이러한 도전을 극복하고, 새로운 미래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21세기 시대적 요구이자 대안인 창조경제와 문화융성의 두 날개를 완성시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정부는 창조경제를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으로 제시하고, 이의 구현을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지난달에 17개 광역시도에 창조경제혁신센터가 모두 구축되어 이제 창의적 아이디어가 있는 국민이라면 누구나 최고 수준의 창업 지원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지역의 혁신 주체와 기관들이 협력하여 우수한 지역 인재들과 특화산업을 키워내고 지역 경제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어 갈 것입니다. 이미 4,600여명이 멘토링을 받고 200여개의 기업을 보육하고 있으며, 235억원의 투자를 유치하는 성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앞으로 창조경제가 우리 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하여 세계경제를 주도하고 우리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앞으로 정부는 창조경제가 개인과 지역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되도록 적극 지원해 갈 것입니다. 또 하나의 날개는 문화융성입니다. 문화는 언어와 국경을 넘어 세계인을 하나로 만들고, 열광하게 하며, 가치를 공유하도록 하는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문화는 무궁무진한 경제적 가치를 지닌 국가경쟁력의 핵심 원천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지금 세계는 문화영토 확장을 위해 역량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우리 대한민국은 오천년의 유구한 역사를 이어온 찬란하고 독창적인 문화를 가지고 있습니다. 광복 이후 우리의 급속한 발전도 그 근간에는 면면히 이어져 온 우리의 창의적 기질과 문화적 역량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이제,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우리의 유구한 문화를 세계와 교류하며 새롭게 꽃피울 때, 새로운 도약의 문도 열 수 있을 것입니다. 전통문화를 재발견하고, 그 속에서 새로운 가치를 찾아내서 산업과 문화를 융합하여 우리 경제를 일으키는 한 축으로 만들어 나가야 합니다. 정부는 그 시작을 문화창조융합벨트로 열어갈 것입니다. 이제 오픈을 하여 각 문화인들의 입주를 기다리고 있는 문화창조융합벨트를 통해 문화와 아이디어, 기술을 융복합하여 새로운 경제적 가치와 일자리를 창출하도록 추진해 나갈 것입니다. 창조경제와 문화융성이 경제의 도약을 이끌 성장엔진이라면, 공공개혁과 노동개혁, 금융개혁과 교육개혁 등의 ‘4대 개혁’은 그 성장엔진에 지속적인 동력을 제공하는 혁신의 토대입니다. 저는 반드시 이 ‘4대 개혁’을 완수해서 우리의 미래세대에게 희망의 대한민국을 물려줄 것입니다. 이를 위해 우리 국민 모두가 다시 한 번 한마음으로 힘을 모아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서로의 짐을 나눠지고 함께 나아갈 때, 개혁과 혁신의 험난한 여정을 이겨낼 수 있습니다. 우리 선대들이 불굴의 도전정신으로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듯이 자신감과 희망을 가지고 한마음으로 뭉쳐서, 또 다른 도약의 역사를 이루어냅시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금년은 광복과 함께 남북 분단 70년을 맞는 해이기도 합니다. 진정한 광복은 민족의 통일을 통해 비로소 완성될 것입니다. 남과 북은 과거의 상처를 치유하고 미래를 향해 함께 나가야 합니다. 최근 미국-쿠바 수교와 이란 핵협상 타결에서 볼 수 있듯이 국제사회는 변화와 협력의 거대한 흐름 속에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그와는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지금 북한은 세계의 어느 나라에서도 볼 수 없는 숙청을 강행하고 있고, 북한주민들을 불안에 떨게 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우리의 거듭된 대화 제의에 응하지 않으면서, 평화를 깨뜨리고 남북간 통합에 역행하고 있습니다. 핵개발을 지속하고 사이버 공격을 감행해서 우리와 국제사회의 안보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에는 DMZ 지뢰 도발로 정전협정과 남북간 불가침 합의를 정면으로 위반하고, 광복 70주년을 기리는 겨레의 염원을 짓밟았습니다. 정부는 우리 국민의 안위를 위협하는 북한의 어떠한 도발에도 단호히 대응할 것입니다. 북한은 도발과 위협으로 체제를 유지하겠다는 미몽에서 깨어나야 합니다. 도발과 위협은 고립과 파멸을 자초할 뿐입니다. 그러나 만약, 북한이 대화와 협력의 길로 나온다면, 민생향상과 경제발전의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입니다. 1972년 남북한은 분단 역사상 최초로 대화를 통해 평화통일을 지향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하였습니다. 당시 남북간 대립과 갈등의 골은 지금보다 훨씬 깊었고, 한반도의 긴장도 매우 높았습니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더 평화로운 한반도를 만들고자 하는 의지가 있었기에 남북한은 용기를 내어 마주 앉았습니다. 지금도 북한에게는 기회가 주어져 있습니다. 북한은 민족 분단의 고통을 가중시키는 도발과 핵개발을 즉각 중단하고 군사적 긴장완화와 신뢰구축의 길로 나와야 할 것입니다. 저는 이번 DMZ 도발을 겪으면서, DMZ에 새로운 평화지대를 조성하는 것이 얼마나 절실한 일인지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습니다. 남북한의 젊은이들이 서로 총부리를 겨누며 역설적으로 세계에서 가장 중무장되어 있는 DMZ에, 하루속히 평화의 씨앗을 심어야만 합니다. 저는 취임 후, 분단의 상징인 비무장지대에 생명과 평화의 공원을 만들자고 여러 차례 제안하고, 그 구상을 가다듬어 왔습니다. 이제 남북이 함께 첫 삽을 뜨는 일만 남았습니다. DMZ에 세계생태평화공원을 조성하고 남북간 끊어진 철도와 도로를 연결하면, 한반도 백두대간은 평화통일을 촉진하고 유라시아 차원의 협력을 실현하는 새로운 축으로 발전할 것입니다. 북한은 도발과 위협을 내려놓고, 생명과 평화의 한반도를 만드는 길에 동참하기 바랍니다. 또한, 지난 70년 눈물과 고통의 세월을 보내고 있는 이산가족의 한을 풀어드리는 일에도 북한은 성의 있는 자세로 나와야 할 것입니다. 부모없는 자식이 없듯이 북한의 지도자들도 이산의 한은 풀어주겠다는 전향적인 자세로 문제를 풀어가 주길 바랍니다. 이산가족 문제만큼은 아무리 정세가 어렵고 이념이 대립한다고 해도, 인도적 견지에서 남북이 근본적인 해결방안을 찾아야 합니다. 이산가족들의 생사확인이 그 첫걸음이 될 것입니다. 이를 위해 우리는 6만여 명의 남한 이산가족 명단을 북한 측에 일괄 전달할 것입니다. 북한도 이에 동참하여 남북 이산가족 명단교환을 연내에 실현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나아가 남북 이산가족들이 금강산 면회소를 이용하여 수시로 만남을 가질 수 있도록, 북한의 협력을 촉구합니다. 한반도의 자연재해와 안전문제도 함께 대응해 나갑시다. 홍수나 가뭄, 전염병 등의 반복되는 문제에 일회적 상황관리로 대응하기보다는, 남북간 보건 의료와 안전협력체계를 구축해 근본적으로 해결해 나가는 것이 민족의 장래를 위해 보다 나은 길이 될 것입니다. 지난 번 중동호흡기증후군 대응과정에서 남북한은 개성공단의 검역 관리에 협력한 바 있고, 현재 금강산 산림재해 대응을 위해서도 협력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이 보건·위생·수자원·산림관리를 비롯한 남북 공동의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힘을 모아나가야 할 것입니다. 70년 분단으로 훼손된 민족의 동질성도 회복해야합니다. 민간차원의 문화와 체육교류를 통해 남과 북이 만나고 마음을 열어간다면, 민족 동질성도 서서히 회복될 것입니다. 남북간 장벽에도 불구하고 현재 진행 중인 역사유적 발굴조사와 겨레말 큰 사전 편찬 사업과 같은 학술 문화 교류, 축구와 태권도를 비롯한 체육교류는 중단 없이 추진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해나갈 것입니다. 남과 북, 해외의 8천만 동포 여러분, 비록 북한의 거듭된 도발로 남북관계가 어려움에 처해 있지만, 광복 70주년을 맞는 역사의 길에서 분단의 역사를 마감하고 평화통일을 이루는 길은 우리 민족이 반드시 가야할 길입니다. 우리 민족이 다시 하나가 되면, 희망과 기적의 또 다른 역사를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한강의 기적’을 넘어, ‘한반도의 기적’을 이뤄낼 수 있습니다. 평화통일을 이룬 새로운 한반도는 핵과 전쟁의 공포에서 벗어나, 8천만 모두가 자유와 인권을 누리는 나라가 될 것입니다. 통일 한국은 동아시아의 평화를 촉진하며, 세계 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지구촌의 새로운 성장엔진이 될 것입니다. 남북한의 장점을 결합하고, 한반도 교통망을 대륙으로 연결하여, 유라시아 대륙과 태평양 경제권을 연계함으로써, 우리 기업들은 물론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더 큰 기회를 제공하게 될 것입니다. 평화통일의 꿈이 이루어진 광복 100주년을 내다보며, 우리 국민 모두가 함께, 통일을 준비하고 이루어 나갑시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저는 지난 6월,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을 맞아 새로운 협력과 공영의 미래를 향해 나아가고자 하는 의지를 밝힌 바 있습니다. 한국과 일본의 긴밀한 우호협력은 양국은 물론 동아시아의 평화와 번영에 매우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정부는 역사인식 문제에는 원칙에 입각하여 대응하되 두 나라간 안보, 경제, 사회문화 등 호혜적 분야의 협력관계는 적극 추진해 나간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습니다. 1965년 국교정상화 이래 고노담화, 무라야마 담화 등 역대 일본 내각이 밝혀온 역사 인식은 한·일 관계를 지탱해 온 근간이었습니다. 그러한 점에서 어제 있었던 아베 총리의 전후 70주년 담화는 우리로서는 아쉬운 부분이 적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역사는 가린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살아있는 산증인들의 증언으로 살아있는 것입니다. 어제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침략과 식민지 지배가 아시아의 여러 나라 국민들에게 많은 손해와 고통을 준 점과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고통을 준 데 대한 사죄와 반성을 근간으로 한 역대 내각의 입장이 앞으로도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국제사회에 분명하게 밝힌 점을 주목합니다. 앞으로 일본이 이웃국가로써 열린 마음으로 동북아 평화를 나눌 수 있는 대열에 나오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앞으로 일본 정부는 역대 내각의 역사 인식을 계승한다는 공언을 일관되고 성의 있는 행동으로 뒷받침하여, 이웃나라와 국제사회의 신뢰를 얻어야 할 것입니다. 특히, 일본 정부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조속히 합당하게 해결하기를 바랍니다. 비록 어려움이 많이 남아 있으나, 이제 올바른 역사인식을 토대로 새로운 미래로 함께 나아가야 할 때입니다. 국제사회에서 차지하는 양국의 위상에 걸맞게 동북아와 세계의 평화, 번영을 위해 함께 공헌해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70년 전 오늘, 우리는 잃어버렸던 조국을 되찾았습니다. 그리고 불굴의 의지와 하나 된 마음으로 온갖 역경을 딛고 성취와 희망의 대한민국을 건설해왔습니다. 선대들의 애국심과 그 위대한 뜻을 이어받아, 한반도의 평화통일을 이루고 대한민국의 새로운 도약을 이룩하는 것이, 우리에게 부여된 소명입니다. 저와 정부는 중단 없는 혁신으로 지속적인 성장의 토대를 마련하여 세계의 반열에 우뚝 설 수 있는 부강한 나라와 원칙이 바로선 투명한 나라를 건설해 나갈 것입니다. 확고한 원칙과 유연한 대응으로 통일시대의 문을 열어나가겠습니다. 국민 여러분! 대한민국 ‘100년의 기적’을 완성하고 한반도의 통일시대를 열어갈 수 있도록 국민 여러분께서 힘을 모아주시기 바랍니다. 우리 모두 하나가 되어, 한반도의 평화 통일을 이루어 세계와 지구촌의 번영을 선도하고, 문화로 인류에게 행복을 선사하는 대한민국의 빛나는 미래를 만들어 나갑시다. 감사합니다. 정치부 정리 iseoul@seoul.co.kr
  • 삐딱해야 과학 발전하더라

    삐딱해야 과학 발전하더라

    과학은 반역이다/프리먼 다이슨 지음/김학영 옮김/반니/436쪽/1만 9000원 과학자는 자신의 이념과 학설에 충실한 채 다른 주장과 영역에 좀처럼 눈을 돌리지 않는 전문가로 인식되기 일쑤다. 과학자가 그렇게 융통성이 없다면 어떻게 그 많은 발명과 발견이 가능했을까. ‘과학은 반역이다’는 그런 인식의 간극에 초점을 맞춰 과학의 실체를 파고든 에세이로 눈길을 끈다. 저자는 과학자이면서 인간이 처한 현실을 외면하지 않고 대안과 해법을 모색해 온 인물로 유명하다. 제2차 세계대전 중에는 민간 과학자로 영국 공군을 위해 일했고 물리학계에선 이른바 ‘슈뢰딩거-다이슨 방정식’을 통해 노벨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던 과학계의 거장이다. 그런 그가 과거의 제약과 불평등에서 벗어나려는 합리적 이성의 저항으로 과학을 규정하고 숱한 사례들을 보여 준다. 그 사례들은 하나로 꿰어진다. ‘시의 관점이 하나가 아닌 것처럼 과학에도 유일한 관점 같은 것은 없다. 그럼에도 공통 요소가 있으니 동서양을 막론하고 지역의 우세한 문화가 강요한 제약들에 맞서는 것, 즉 반역이다.’ 과학은 독점의 대상이 아니며 누구에게나 무궁무진하게 열려 있는 상상력의 산물이라는, 그 반역의 사례는 아주 풍부하다. 핵무기 개발에서 손을 떼고 반핵운동에 힘쓴 조지프 로트블랫이며 도덕적 이유로 정부나 기업과 관련된 일을 거절한 노버트 위너가 대표적이다. 분자생물학 창시자 중 한 명이었던 존 데즈먼드 버널은 인간과 사회를 바꿀 원초적 아이디어를 제시했고, 고드프리 해럴드 하디는 화학이 야기한 불평등을 신랄하게 지적했다. 그런가 하면 체제에 저항했던 챈들러 데이비스와 안드레이 사하로프는 16·17세기의 조르다노 브루노와 갈릴레오 갈릴레이, 18세기의 벤저민 프랭클린과 조지프 프리스틀리로 이어져 온 반체제의 오랜 전통을 잇는 과학자로 묘사된다. 책의 특장은 그저 과학의 영역에 머물지 않는 데 있다. 철학, 신학, 인문학을 넘나들며 풀어내는 반역의 역사에서 예사롭지 않은 과학자의 면모가 드러난다. 그 대표적인 대목은 과학과 종교의 갈등 구조를 보는 시각이다. 특히 서양 과학의 뿌리가 기독교 신학인 탓에 과학과 신학을 본질적으로 같다고 보는 견해는 경계해야 한다고 말한다. 과학은 어느 곳에서나 같은 방식으로 작동하지만 신학은 그렇지 않은 것처럼 과학과 종교는 상보적이라는 것이다. 다가올 미래에는 생물공학과 자기 증식 기계, 우주식민지가 현실화될 것이라는 저자는 책 말미에 이렇게 말한다. “이 기술이 재앙이 될지 대안이 될지는 우리의 행동, 즉 시민 의식에 달려 있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광복 70년… 예술로 풀어낸 한국 현대사

    광복 70년… 예술로 풀어낸 한국 현대사

    광복 70년, 분단 70년을 맞아 다양한 전시들이 줄을 잇고 있다. 일제강점의 암흑에서 벗어나 글자 그대로 ‘빛을 되찾은’ 광복이지만 남북 분단의 상처는 여전히 아물지 않은 채 남아 있다. 완결된 역사적 사건이 아니라 지금까지도 진행 중인 역사의 의미를 예술가들은 어떻게 해석하고 시각적으로 풀어내는지 볼 수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28일부터 열리는 ‘소란스러운, 뜨거운, 넘치는’전은 해방 이후 분단, 전쟁, 산업화, 도시화, 민주화, 세계화, 정보화 등 다양하고 불안정한, 그리고 역동적인 한국 현대사를 얘기한다.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되는 이번 전시에서는 근대 거장부터 현대 및 동시대 작가 110여명의 작품 270여점이 소개된다. 단순한 연대기의 나열에서 벗어나 회화, 드로잉, 사진, 조각, 설치, 개념, 뉴미디어, 서예 등 여러 장르와 여러 시대의 작가들 작품을 섞어 상이한 기억들을 현재의 시점에서 재구성하는 방식으로 꾸며진다. 전시장에서는 이번 전시를 위해 기획된 대중가요 믹싱 ‘노래 따라 삼천리’가 흘러나오는 등 각 시대의 분위기가 연출된다. 전시 공간 디자인은 설치미술가 최정화가 맡았다. ‘소란스러운’ 1부는 전쟁으로 인해 분단된 조국, 떠나온 고향과 헤어진 가족을 그리워하는 전후의 삶을 다룬다. 꿈과 같이 찾아온 광복의 기쁨도 잠시, 좌우의 대립과 갈등은 깊어지고 미·소 냉전이 고착화되면서 한국전쟁이 발발해 통일의 꿈은 멀어져만 간다. 슬픔과 그리움, 기쁨과 슬픔이 교차한다. 고영훈, 김아타, 김환기, 안정주, 이중섭, 전준호 등의 작품이 출품된다. ‘뜨거운’ 2부는 1960~80년대 단기간에 이뤄진 산업화와 도시화, 그리고 부정된 근대성을 극복하려는 민주화를 주제로 한다. 압축 성장의 이면에 존재했던 노동자의 소외, 빈부 격차, 지역 불균형, 물신주의에 대한 문제의식이 표출된다. 김구림, 신학철, 안성금, 이동기, 주재환 등의 작품이 소개된다. ‘넘치는’ 3부는 세계화된 동시대의 다양하고 변화무쌍한 삶을 보여준다. 극단적인 이념 대립의 20세기와 달리 21세기는 인권, 복지, 인구, 에너지, 환경, 정보, 세계화 등 인류에게 닥친 새로운 위기에 대응해 가는 것이 중요한 이슈가 된다. 권오상, 백남준, 장태원, 전준엽, 최정화 등의 작품이 포함된다. 전시 공간은 어두운 색에서 점차 밝고 화려한 색으로 변화하고 벽은 철망, 합판, 알루미늄, 비닐 등 다양한 재료로 만들어져 각 시대의 분위기와 감각적으로 연결된다. 각 섹션에서 관람객들은 당대를 직접 경험한 작가들과 기록을 통해 역사를 간접적으로 경험한 젊은 작가들이 섞어 내는 다층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전시는 10월 11일까지.
  • “계층갈등이 사회통합 최대 적” 35%

    “계층갈등이 사회통합 최대 적” 35%

    국민 10명 중 8명은 우리나라의 사회통합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며, 사회통합을 가로막는 걸림돌로 이념·지역 갈등보다 계층 갈등을 꼽았다. 19일 서울신문이 광복 70주년과 창사 111주년을 맞아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13~14일 성인 남녀 101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를 분석한 결과, 응답자의 81.3%는 사회통합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사회통합에 대한 부정적 시각은 호남(89.9%)과 30~50대(84.7~86.5%), 화이트칼라(87.7%)에서 두드러졌다. 사회통합 저해 요인으로 정치이념 갈등(31.0%)과 지역 갈등(17.4%), 세대 갈등(9.3%)보다 계층 갈등(35.7%)이란 응답이 많았다. 1980~90년대 사회통합을 갉아먹는 ‘망국병’으로 영호남 지역 갈등이 꼽혔다. 참여정부 때는 진보·보수의 이념 대립으로 몸살을 앓았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중산층이 붕괴하고 양극화가 깊어지면서 계층 갈등이 화두로 떠올랐다. 사회통합의 최우선과제로 계층 갈등 해결을 꼽은 응답은 서울(39.2%)과 20~40대(43.6~46.4%), 블루칼라(48.4%)에서 두드러졌다. 김봉석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경제적 지위에서 비롯된 계층이 과거 신분사회의 계급처럼 굳어지는 걸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광복 70년, 국민 대화합의 빛을 밝혀라

    광복 70년, 국민 대화합의 빛을 밝혀라

    올해 광복 70주년 경축행사가 다음달 15일 광복절에 서울 세종로 광화문광장에서 ‘국민 화합’을 주제로 화려하게 펼쳐진다. 15일 광복70년기념사업추진위원회에 따르면 윤호진 총감독의 연출로 진행되는 경축행사는 14일 전야제와 15일 오전 중앙 경축식, 저녁의 국민화합 대축제 등 순으로 진행된다. ‘대한민국의 영광’을 주제로 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열리는 전야제는 태양의 빛을 형상화한 무대에서 화려한 조명과 영상을 활용해 지난 70년 우리 역사와 민족의 미래를 구현하는 ‘빛의 축제’로 막을 올린다. 또 오케스트라의 코리아 판타지 연주와 한류 콘서트가 펼쳐지고, 남산의 N타워에서는 불꽃 축제가 예정돼 있다. 진행진이 관객들과 직접 소통하는 시간도 갖는다. 주말인 광복절 당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리는 중앙 경축식에서는 2002 월드컵 4강 신화를 일궈낸 축구 대표팀, 파독 광부, 수학·과학 올림피아드 입상자 등 다양한 계층의 국민 3000여명이 참석한다. 세종문화회관 옆 광화문광장에서는 각종 퍼레이드와 공연, 전시, 체험 행사 등이 진행된다. 이날 저녁에는 국민화합 대축제가 광화문 주변에서 열린다. 구체적인 장소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교통을 통제한 뒤 광화문 정문 앞에서 행사가 진행되면 행사장으로 처음 공개되는 의미를 갖는다. 국민화합 대축제에는 청소년 1000여명이 참여해 공연을 하고, 독립운동가 안중근 의사에 대한 내용을 담은 뮤지컬 ‘영웅’의 갈라 공연도 펼쳐진다. 미국 워싱턴과 로스앤젤레스, 중국 상하이와 충칭, 일본 도쿄 등 13개국 주요 도시에서도 경축식과 기념공연, 전시회 등이 동시에 열린다. 황교안 국무총리는 이날 열린 4차 추진위원회 회의에서 “광복 70년 경축행사가 이념·지역·세대 간 갈등을 넘어 국민화합의 장이 되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경운 전문기자 kkwoon@seoul.co.kr
  • [이슈&논쟁] 지역감정 조장 발언 제재 추진

    [이슈&논쟁] 지역감정 조장 발언 제재 추진

    주요 선거 때마다 고질적으로 반복되는 지역감정 조장 발언 등을 법적으로 처벌하는 방안이 추진돼 찬반 논쟁이 달아오르고 있다. 새누리당 진영 의원은 특정 지역·사람을 비하하거나 모욕할 경우 최대 2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와 별도로 새정치민주연합도 같은 취지의 입법 절차를 밟고 있다. 이를 두고 한쪽에서는 혐오표현은 이미 형법상 명예훼손이나 모욕으로 처벌 가능하며, 헌법에서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다고 우려한다. 반면 다른 한쪽에서는 ‘종북’ 등 혐오표현이 불러일으키는 감정싸움과 사회적 분열은 표현의 자유로 보호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섰다고 주장한다. 지역감정 조장 발언 제재 입법화를 둘러싼 찬성과 반대 의견을 들어봤다. [贊] “사회적 분열 막기 위해 입법 필요” 박지웅 법무법인 민본 변호사 독자들도 ‘전라도 사람들’에 대한 폄하발언이 어떤 자리에서건 한번씩은 오가는 것을 체험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단지 ‘전라도’ 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다. ‘빨갱이’, ‘종북’ 역시 마찬가지다. 약간의 진보적인 사회 방향에 대한 의사를 내비치면 ‘빨갱이’, ‘종북’이라고 한다. 특별한 이유도 없다. 분단 60년, 우리 사회의 ‘트라우마’의 한 단면이다. 우리 사회의 언어표현 중 숨 막히게 하는 두 가지 표현이 있다면 ‘종북’과 ‘지역감정’이다. 특정 정치·사회적 행위에 대해 종북이라 낙인찍으면 합리적인 논의는 끝나고 감정싸움만 남는다. 지역색도 마찬가지다. 새정치민주연합에서 최근 지역감정을 조장하는 지역 폄하 발언, 분단사회의 감정을 악화하는 종북 발언에 대한 규제를 주장하고 나섰다. 일베(일간베스트의 줄임말) 등에서의 혐오표현들이 일반인에게 끼치는 사회적 악영향이 심히 크다는 것이다. 나아가 선거에서의 특정지역에 대한 폄하발언에 대해 과태료를 부과하는 법안은 새누리당 진영 의원에 의해 발의됐다. 필자는 입법의 필요성에 대해서 공감한다. 우선 ‘종북’ 또는 ‘지역감정조장’의 표현행위가 갖는 차별적 언행 내지는 혐오표현을 통해 얻고자 하는 사회적 분열의 해악은 심히 크다. 표현의 자유에 의해 보호될 수 없다고 판단한다. 우리 헌법 제21조 4항에서는 ‘언론·출판이 타인의 명예나 권리 또는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를 침해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하고 있다. 표현행위가 한 개인의 권리에 대한 침해를 넘어, 사회 공동체의 통합적 질서를 해하는 경우 사회적으로 용인될 수 없다는 것이다. 표현행위보다 중요한 민주주의·공화주의적 사회질서를 지켜야 할 필요성 때문이다. 유럽연합(EU)의 국가들이 ‘혐오표현’이 인종·민족·국가적 갈등과 세계대전 참사의 주범이었다고 판단하고 이에 대해서 규제를 하고 있는 까닭이다. 나아가 공직선거에서의 종북·지역감정 발언은 선거구민 유권자의 눈을 가린다. 지역과 국가를 위해 열심히 일해 온 괜찮은 공직후보자 역시 종북이나 지역감정의 논쟁 프레임에 갇혀버리면 선출기회를 박탈당한다. 이러한 표현행위에 대한 처벌이 현행법상으로 불가능한 것만도 아니다. 이미 사적으로 특정인을 지목한 혐오표현에 대해서는 형법상 명예훼손이나 모욕으로 처벌한다. 다만 형법은 정치인이나 공적 관심사에 대한 비판행위를 명예훼손이나 모욕으로 함께 처벌하고 있어서 문제다. 새로운 입법은 혐오표현으로서 해악이 큼에도 특정 대상을 지목하지 않아 처벌을 회피하는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하는 것이다. 사회적 제재를 받지 않아 온 혐오 표현행위에 대해서 제재를 가할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음에도 아직까지 미진했던 논의를 진전시키려는 데 큰 의의가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표현의 자유 위축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전 사회적인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 우리 사회는 명예훼손이나 모욕행위에 대한 형벌을 두고 있지만 이번 입법으로 실제로는 처벌되지 않을 표현임에도 과거의 선례들에 따라 시민들이 불안해할 수 있다. 또 표현은 가지각색이기 때문에 혐오표현의 대상과 범위의 문제 역시 분명하게 규정돼야 한다. 어떠한 표현이 혐오표현인가 명확히 규율하지 않으면 법률 명확성 원칙 위반으로 위헌 논쟁에 휩싸이게 된다. 온갖 트라우마로 뒤덮인 한국 사회에서 이와 같은 발언들이 이제 힘을 잃을 때도 되지 않았을까. 가장 좋은 것은 성숙한 시민의식에 따라 이와 같은 표현행위가 힘을 잃는 것이 바람직하겠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어느 정도의 제재를 가하는 것은 사회의 합리적인 선택이자 결단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우리 사회의 지역분열·이념대립이란 사회적 질병에 필요한 것은 상처를 아물게 할 연고이지, 상처를 덧나게 할 손톱은 아닌 것이다. [反] “표현자유 침해 소지… 처벌 무리”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지역감정 조장발언에 과태료를 부과하겠다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논의되고 있다. 특정 지역이나 사람을 비하하거나 모욕할 경우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한다는 내용이다. 이는 표현의 자유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며 다음에 설명할 국제인권기준이 요구하는 조건들이 선결되지 않는 한 폐기돼야 한다. 우리나라가 가입한 유엔자유권규약의 유권해석기관인 유엔자유권위원회는 2011년 표현의 자유에 대한 일반논평 제34호를 통해 명예훼손 규제 등에 대해서 “진위 판명이 불가한 명제에 대해서는 규제가 적용되어서는 아니 되며 형사처벌은 특히 그러하다”고 밝혔다. 진위 판명이 불가한 명제란 바로 견해와 감정의 표현을 말한다. 타인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나 감정을 표현하는 것은 그에 대한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한편 유엔자유권규약의 제20조는 ‘인종, 국적, 종교에 따른 차별이나 폭력을 선동하는 발언(이하 인종차별선동발언)은 금지되어야 한다’고 하고 있다. 종합하자면 감정이나 견해의 표명에 대한 민형사적 규제는 지양되어야 하지만 예외적으로 인종차별선동발언은 규제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역감정 조장발언에 대한 제재를 추진하기 이전에 첫 번째로 모욕죄부터 폐지돼야 한다. 우리나라 모욕죄는 검찰이 기소에 개입해 최고 징역 1년까지 부과할 수 있는 세계에서 유일무이한 제도다. 이는 감정표현에 대한 형벌규제에 해당되며 앞서 언급한 유엔자유권위원회의 일반논평 34호를 정면으로 위반한다. 모욕죄는 타인에게 분노할 자유를 파괴한다. 둘째, 혐오표현 규제를 형사벌로 만들어서는 아니 된다. 자유권규약 20조를 아무리 적극적으로 해석하더라도 인종차별선동발언에 대해서만 형사벌을 요구하고 있는 셈이다. 이와 무관한 지역혐오표현 규제를 형사벌로 만들면 일반논평 34호를 위반한다. 셋째, 우리나라의 역사적 그리고 사회적 맥락 속에서 차별발언이 차별행위로 이어질 ‘명백하고 임박한 위험’이 있는 표현은 무엇이 있는지 찾아보아야 한다. 인종차별선동발언 외의 감정표현에 대한 규제는 아예 불가능하다고 해석할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감정표명에 대한 민형사 규제 모두에 반대하는 일반논평 34호를 감안하면 혐오를 드러내는 모든 표현을 비형사적으로 규제할 수 있다고 해석해서도 안 된다. 유엔자유권규약이 특별히 인종차별선동발언에 대한 규제를 요구한 이유는 나치의 유대인 학살과 같이 인종학살의 역사에 비추어 볼 때 인종차별을 선동하는 발언은 실제 차별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었다. 학교에서 학생들이 장애인 학생을 계속적으로 장애를 사유로 놀린다면 장애인 학생에 대한 차별행위로까지 나타날 가능성이 더 높지 않을까? 참고로 장애인차별금지법 제32조는 이미 ‘누구든지 장애를 이유로 학교, 시설, 직장, 지역사회 등에서 장애인 또는 장애인 관련자에게 모욕감을 주거나 비하를 유발하는 언어적 표현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되어 있고 우리는 이를 디딤돌로 ‘차별표현의 차별행위로의 전환가능성’ 이론을 따라 규제 대상을 확대해나갈 수 있다. 넷째, 차별금지법을 동시에 또는 먼저 제정해야 한다. 차별행위 자체도 법으로 금지하고 있지 못하면서 차별표현을 금지한다는 것은 헌법적으로 불가능하다. 절도를 금지한 후에야 ‘절도를 선동하는 발언이 절도라는 불법적인 해악을 발생시킬 위험이 높아 규제한다’는 논리가 세워질 수 있다. 우리나라에는 정치적 신념에 따른 차별 또는 지역출신에 따른 차별을 금지하는 법 자체가 없다. 최근에 호남인을 채용하지 않겠다는 기업이 알려졌었지만 아무런 법적 제재수단이 없었다. 그런데 ‘호남인을 채용하지 말라’는 말부터 제재하는 법을 만들겠다는 것은 주객이 전도된 것이다.
  • [민선 6기 1년] 소속정당·행정구역 넘어… 지역 발전 위해 ‘적’과 손잡다

    [민선 6기 1년] 소속정당·행정구역 넘어… 지역 발전 위해 ‘적’과 손잡다

    민선 6기 첫해는 지방자치단체 간에 서로 돕고 발을 맞추는 상생의 바람이 일었다. 지자체들은 행정구역을 넘어 가까운 지자체와 현안을 논의하고, 경제 활성화를 위해 힘을 모았다. 크게는 경제 활성화, 관광산업 육성, 광역상수도 공급에서 작게는 구인·구직 등 생활정보 교환으로까지 협력 관계가 확대됐다. 또 중앙 무대에 활동하던 정치인들이 광역단체장으로 입성해 행정력을 평가받았다. ‘잠룡’으로 불린 이들은 형식과 격식을 깬 실리중심의 행정을 펼치고 있다. 반면 중앙 정치권에 존재감을 과시하려고 각종 정치 현안과 관련해 쏟아낸 발언은 지역주민들에게 호응을 얻지 못했다. 민선 6기 들어 지방자치단체 간 상생 협력을 위해 손을 잡는 사례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소속 정당도 이념도 중요치 않다. 지역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상대가 누구건 손을 잡는다. 하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보여주기식 전시행사로 끝내거나 선거를 겨냥해 감당할 수 없는 사업까지 들고 나와 눈총을 받기도 한다. 지난 4월 안산 대부도에서는 경기지역 31개 시·군 단체장과 남경필 경기지사가 참석한 ‘1박2일 상생협력 합숙토론회’가 열렸다. 수년 동안 이견이 좁혀지지 않았던 지역 현안을 해결하고 광역자치단체가 갖고 있던 예산권을 도의회, 각 시군이 나누겠다는 취지로 모인 이례적인 행사였다. 사업비 부담을 놓고 용인, 화성, 오산시가 갈등을 빚었던 평택호~한강 광역 자전거 길 개선 문제를 비롯한 굵직한 현안들이 토론회를 통해 해소되거나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 전남 동부권의 여수·순천·광양시는 행정협의회를 7년 만에 부활하고 3개 시 발전을 도모하고 있다. 여수공항 활성화와 순천만정원 국가정원 지정, 광양항 활성화 공동 대응과 광역교통망 시스템 구축 등 공동과제 9건을 발굴해 추진하고 있다. 순천, 여수, 광양, 보성, 고흥 등 전남 5개 시·군과 남해, 진주, 사천, 하동 등 경남 4개 시·군 등 9개 시·군으로 구성된 남해안남중권발전협의회는 동서통합지대 조성사업 등 10건의 사업 추진을 정부 측에 공동 건의하는 등 보조를 맞추고 있다. 금강을 사이에 두고 사사건건 갈등 빚고 있던 충남 서천군과 전북 군산시는 최근 11년 만에 행정협의회를 재개했다. 노박래 서천군수는 새누리당, 문동신 군산시장은 새정치민주연합 소속이어서 화해의 의미를 더해주고 있다. 상생을 위해 농촌지역을 중심으로 대도시와의 자매결연이 잇따르고 있다. 충북 괴산군의 경우 서울의 강남구, 관악구, 구로구, 인천 중구, 대구 북구, 경기도의 안산시, 의정부시, 의왕시 등 8개 지자체와 자매결연을 맺고 농특산물 직거래와 축제 초청 등 다양한 협력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강원도 정선군과 대구시 중구는 지난달 27일 상생발전을 위한 자매결연 협약식을 가졌다. 두 지자체는 관광자원을 활용한 상호방문 교류와 함께 행정, 경제, 문화, 체육 등 폭넓은 교류를 진행하기로 했다. 충북 옥천군과 대전 대덕구는 오는 7일 옥천군청에서 자매결연을 맺는다. 인구 4만명의 미니 자치단체인 경북 고령군과 1000만명의 거대 도시 서울시는 문화·예술교류, 귀농·귀촌 지원,고령군 농·특산품 판매 촉진 등을 통해 우호교류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상생협력이 전시행정으로 치우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경기 안양·군포시 등 수도권 7개 지자체는 민선 5기 시절 경부선 국철 수도권 구간 지하화 사업을 공동 추진하기로 하고 협의체를 발족시켰다. 그러나 선거가 끝나고 민선 6기에 들어서자 누구 하나 나서지 않고 있다. 무려 14조원이라는 천문학인 예산이 소요되는 사업이기 때문이다. 시민들은 “단체장들이 주민 표를 의식해 감당할 수도 없는 사업을 공동추진하겠다고 내놓은 게 아니냐”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또 일부 기초자치단체장들은 자신의 정치적 이해나 개인적 인연에 따라 자매결연을 맺거나 기존 결연 도시와의 교류를 외면한 채 건수 올리기 식 결연 사업을 확대해 행정력을 낭비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전국종합 김병철 기자 kbchul@seoul.co.kr
  • 탈북 청년 모임 ‘위드유’ 현대사 강좌

    탈북자 출신 청년들의 모임 ‘위드유’는 다음달 11일과 18일 서울 중구 외환은행 본점 대강당에서 ‘광복 70주년 기념 통일세대를 위한 대한민국 현대사 강좌’를 진행한다고 19일 밝혔다. 하나금융그룹과 남북하나재단 후원으로 열리는 이번 강좌는 수도권 거주 탈북 청년들이 좌우 이념 갈등을 넘어 균형 있는 역사관을 배우려는 취지로 마련됐다. 특히 이번 강좌는 탈북 청년들이 강사를 초청해 이승만, 박정희,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이 한국 현대사에 남긴 발자취를 다룰 예정이다. 류석춘 연세대 교수가 이 전 대통령에 대해, 신동식 한국해사기술 회장이 박 전 대통령에 대해 각각 강의한다. 이 밖에 유재건 CGNTV 대표가 김 전 대통령에 대해, 조기숙 이화여대 교수가 노 전 대통령에 대해 강의를 맡을 예정이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서구 시선 걷어낸 중동 사유의 역사

    서구 시선 걷어낸 중동 사유의 역사

    100년의 기록/버나드 루이스 지음/서정민 옮김’시공사/512쪽/2만 5000원 이슬람 과격단체 이슬람국가(IS)의 잔혹행위로 관심이 증폭되는 이슬람과 중동. 관련 서적이 범람하지만 대부분 편견과 표피적 해설에 치우친 경향이 짙다. ‘현존 최고의 중동학자’라는 99세의 역사학자가 개인의 삶과 평생 천착해 온 중동사를 버무린 역작 ‘100년의 기록’이 번역돼 출간됐다. 이 책은 서방 학자이면서도 서방세계의 시선에 고립되지 않는 입장을 견지해 돋보인다. 제2차 세계대전 참전 당시의 에피소드를 비롯해 터키·이집트 대통령, 요르단 국왕 등 요인들을 만난 이야기를 통해 ‘진짜 중동’을 말한다. 얽히고설킨 중동 분란과 중동·서방세계의 갈등을 이슬람식 사유에 대한 이해로 풀자는 지론이 신선하다. ‘위험한 이슬람’의 시초로 자주 거론되는 중세 중동의 과격단체 아사신에 대한 서방의 오해는 그 단적인 예로 제시된다. 중세시대부터 전해 내려온 아사신에 대한 분노가 십자군으로 향했다는 주장은 잘못된 것이라고 한다. 중세 아사신의 공격 대상은 이슬람권의 지배 엘리트와 지배이념이라는 것이다. 중동의 반미주의 확산과 관련해선 이렇게 푼다. “대다수 무슬림(이슬람 신자)들은 기독교 유럽의 정체성과 충성심의 가장 중요한 요소인 국가와 민족을 부차적이거나 중요하지 않은 것으로 생각한다.” 그에 따르면 무슬림들에게 정체성과 충성심의 기초는 바로 종교이다. 서양인들은 한 민족 안에 여러 종교가 존재한다고 여기지만 무슬림들은 한 종교 안에 여러 민족이 있다고 생각한다는 대목이 눈길을 끈다. 저자의 속 깊은 중동 연구는 이 대목에서 정점을 이룬다. “서국의 민주주의 방식이 중동 사회에도 반드시 통할 것이라는 오만함은 수많은 계산착오를 발생시켰다. 서구의 힘을 중동에 적용시키는 것보다 중동인 자신들의 방법으로 자유를 쟁취하도록 돕는 편이 낫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한·일국교정상화 50주년 학술대회 ‘한·일관계의 과거를 넘어’ 17일 개막

    한·일국교정상화 50주년 학술대회 ‘한·일관계의 과거를 넘어’ 17일 개막

    ●한·일 학자 100여명 10개 주제별 토론 최근 한·일관계는 1965년 한·일협정으로 국교를 정상화한 이후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꽉 막혀 있다. 두 나라 정상은 서로 얼굴 마주치는 것조차 피할 정도다. 지독한 경색 국면에 빠져 있는 한·일관계의 해법을 찾기 위해 두 나라 학자들이 한자리에 모인다. 17일 제주도 하얏트리젠시호텔에서 ‘한·일관계의 과거를 넘어 미래로’라는 주제로 2015 한·일국교정상화 50주년 국제학술행사가 열린다. 사흘간 진행되는 이번 학술대회는 동북아역사재단, 한국국제정치학회, 도쿄대 한국학연구부문 등 두 나라 8개 연구기관이 공동으로 주최하고 한국 외교부와 일본 외무성이 후원한다. 와다 하루키 도쿄대 명예교수, 오코노기 마사오 게이오대 교수, 김태현 국제정치학회장, 이원덕 현대일본학회장 등 양국을 대표하는 100여명의 학자들이 정치, 경제, 여성, 문화, 언론, 외교, 역사 등 분야마다 두 나라의 상황을 진단하고, 미래지향적인 대안을 모색한다. ●관계 악화 원인·위안부 등 뜨거운 논쟁 예상 현대일본학회 초대회장을 지낸 한배호 고려대 명예교수는 미리 배포한 기조 강연문을 통해 “일제 식민 지배를 직접 경험했던 기성세대나 그 후손까지도 가해자 일본과 피해자 한국이라는 심상이 마음속 깊이 자리잡아 시간이 갈수록 상호불신과 반감만이 쌓여 갔다”면서 “향후 50년을 바라볼 때 두 나라가 진정으로 호혜와 상호신뢰의 관계를 이어 가기 위해서는 정부 간의 관계도 중요하지만 두 나라 국민들의 노력이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대회는 ‘신시대 한·일관계의 구축을 위한 제언’, ‘동아시아 파워 밸런스의 변화와 한·일관계’, ‘한·일교류사의 관점에서 본 갈등과 화해’, ‘한·일 50주년과 언론의 역할과 책임’ 등 10개의 주제별로 나눠서 토론이 진행된다. 특히 일본 내부의 좌우파 지식인 등 넓은 이념적 층위를 포괄해, 일본사회의 한국에 대한 인식 및 정서를 구체적으로 전달하는 내용들도 가감 없이 담기게 된다. 우파학자로 분류되는 기무라 칸 고베대학 정치학과 교수는 ‘한·일 수뇌회담은 불가능한가’라는 발제문을 통해 두 나라 정상회담을 촉구한다. 하지만 발제 내용 중 “한국 정부의 대북 정책에서 중국은 라이벌이 아니라 협력자로 자리잡고 있다. 이 상황에서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문제로 중국과 대립하는 일본은 장애물이기조차 하다”고 주장한 대목은 현재 악화된 한·일관계의 원인을 한국 정부의 외교 정책 변화로 지목해 뜨거운 논쟁이 예상된다. 그는 “한국 정부의 목적이 영토 문제나 역사 인식 문제에서 일본의 자세를 개선하는 것이라고 한다면 오늘날 한국의 외교가 그 목적을 달성하고 있는 것처럼 생각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한국 정부의 일본 정부에 대한 강경 자세에도 불구하고 아베 정권의 지지율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며, 일본의 국제적 고립도 진행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정치·경제·여성 등 상황 진단 및 대안 탐색 오하타 히로시 메이지대 심리사회학과 교수는 그간 한국사회에 잘 알려지지 않았던 1960년대 당시 일본 내부의 한·일회담 반대운동을 소개한다. 오하타 교수는 일본사회당, 일본노동조합총평의회, 일본공산당 등이 펼쳤던 반대운동 논리의 한계를 짚으며 일본 내 진보세력의 구체적인 노력을 촉구한다. 그는 “반대운동은 일본 정부의 군사적 성격을 폭로하고 일본 독점의 신식민지주의적 침략문제 등을 지적하며 펼쳐진 반전(反戰), 혁신운동, 국제연대의 연장선상에서 펼쳐졌지만 이들의 반대운동 세력에는 조선 식민지 지배에 대한 반성이 우선하지 않은 데다 현실적으로 한국과 어떤 관계를 정립해야 하는지 입장이 없다”면서 운동이 일본 시민들 사이에서 확산되지 못한 이유를 설명한다. 김문자 상명대 역사콘텐츠학과 교수는 ‘임진왜란 이후의 국교 회복과 에도막부’ 발제문에서 1598년 임진왜란이 끝난 지 10년도 채 되지 않은 상황에서 국교를 재개한 역사적 사례를 소개하면서 두 나라가 각자의 정세 속에서 수교를 맺어야 할 현실적인 이유가 있었음을 소개한다. 이 밖에 이번 학술대회에선 재일조선인의 법적 지위 및 권리 등 처우 개선 문제, 위안부 문제 해결 방안, 한반도 통일 방안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구체적인 논의가 진행될 전망이다.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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