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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커버스토리] 좌절된 ‘아랍의 봄’…IS 악마를 키웠다

    [커버스토리] 좌절된 ‘아랍의 봄’…IS 악마를 키웠다

    132명의 목숨을 앗아간 ‘11·13 파리 연쇄 테러’의 배후에는 이슬람국가(IS)가 자리한다. ‘지하디스트’(이슬람 성전주의자)를 자처하는 유럽 국적의 무슬림 젊은이들은 IS의 행동대원이 됐다. 국적과 종교를 묻고 가차없이 총격을 가했다. 몸에 두른 폭탄은 대량 살상을 불러왔다. 왜 이런 살상극이 벌어진 것일까. 이를 따져 보는 것은 IS에 대한 대응 못잖게 중요해졌다. 열심, 노력이란 뜻의 ‘지하드’(이슬람성전)는 이제 서구 기독교 국가에 이슬람 공포증을 유발한다. 애초 가치 중립적이었던 단어였지만 이젠 탈색됐다. 새롭게 도래한 갈등의 구도 속에서 새뮤얼 헌팅턴 하버드대 교수가 예언했던 문명 간 충돌이 현실화한 것이다. ‘지하디스트’도 원래 단일한 이념으로 철저하게 무장한 전사들은 아니었다. 파와즈 게르게스 런던 정경대 중동연구센터 소장은 “냉전이란 진영론이 쇠퇴하면서 적과 우군을 구분할 수 없는 상황이 만들어 낸 악마 같은 존재일 뿐”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자신의 책 ‘지하디스트의 여정’에서 “알카에다는 유기적 조직이 아니었을뿐더러 아랍인과 무슬림 주류의 지지를 받지 못했다”고 했다. 나아가 지하디스트들을 자멸시킬 절호의 기회는 2011년 ‘아랍의 봄’이었다고 말했다. 독재정권을 무너뜨린 시민 혁명은 “폭력만이 독재를 무너뜨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란 알카에다의 주장을 퇴색시키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서방이 민주 혁명 이후 찾아온 힘의 공백을 교묘히 이용하면서,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하던 비주류 소수 조직에 불과했던 지하디스트들이 오히려 급격히 세력을 팽창시켰다. ‘지하드’ 원래 뜻은 노력… 이슬라모포비아 유발 ●하디스에 집착하는 급진주의자들 무아마르 카다피 원수와 벤 알리 대통령이 2011년 실각한 리비아와 튀니지에서는 현재 ‘안사르 알샤리아’ 등 무장조직들이 활개를 치고 있다. 알제리 작가인 알리 말렉은 “무슬림이 전 세계를 정복해야 한다는 지하디스트들의 주장은 코란에 근거하지 않는다”고 단언한다. 이슬람 근본주의의 토대가 되는 샤리아법도 코란의 일부 구절에만 근거를 둘 뿐이란 것이다. 실제로 이슬람 근본주의자는 코란 대신 ‘하디스’라고 불리는 경전에 의존하고 있다. 이는 선지자 무함마드의 언행을 후대에 기록한 책이다. 예컨대 코란에서 무함마드는 침략에 대항하는 방어적 지하드만을 용인했고, 미래에 대한 예언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반면 하디스에서 무함마드는 무슬림의 세계 정복이란 미래를 예언하고 있다. 하디스는 무함마드 사후 옴미아드 왕조(661~750년) 시대에 처음 출현했다. 가디언, 뉴욕타임스 등 외신들은 1세대 지하디스트로 1970년대 이후 무장투쟁을 주도한 아프가니스탄의 무자헤딘과 1981년 이집트 대통령인 안와르 사다트의 암살을 주도했던 무장단체 ‘알지하드’ 등을 꼽았다. 아프가니스탄에서 소련과 전쟁을 벌인 무자헤딘은 서방의 지원을 받아 힘을 키웠다. 9·11테러의 총책인 오사마 빈라덴도 무자헤딘의 지도자였다. 1996년 아프가니스탄에 둥지를 튼 빈라덴은 알카에다를 출범시키며 2세대 지하디스트들을 이끌었다. 1996년부터 빈라덴 수하에서 온갖 궂은일을 도맡은 아부 잔달이 대표적인 2세대 지하디스트로 꼽힌다. 2000년 10월 예멘에서 50여명의 사상자를 낸 미 해군 구축함 콜호 폭파사건을 주도했다. 중동 문제 전문가들은 “소련과의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통해 과격해진 극단주의자들은 지하드에 중독된 상태였다”고 해석했다. ●IS·보코하람, 알카에다 계승한 ‘쌍둥이’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은 소련의 아프간 침략과 비슷한 ‘학습효과’를 불러왔다. 빈라덴을 숨기고 비호하던 아프간의 탈레반 정부도 미국의 공격을 받고 실각했다. 이후 주변국에선 이슬람 급진세력이 활개를 쳤다. 최근 IS 등 이슬람 극단주의 단체는 3세대라고 부를 수 있다. 이합집산하며 하나의 거대한 세력으로 힘을 불리고 있다. 이들은 결국 한 뿌리에서 비롯됐다. 중동의 IS와 아프리카의 보코하람을 비교해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나이지리아에 근거한 보코하람은 최근 IS에 충성을 맹세하기 전까지 IS와 ‘쌍둥이’ 행보를 보였다. 수니파 계열의 반정부 단체로 서구 문명과 사상, 기독교 등에 뿌리 깊은 증오심을 품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알카에다를 계승한 탓이다. 두 조직은 각기 ‘이슬람 제국 건설’을 목표로 세력을 확장했다.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에 인질 살해 장면 등을 공개하며 다른 무장 단체들의 기를 꺾고 자신들의 사기를 진작한 것도 닮았다. 시공을 초월하는 지하디스트들의 공통점을 대변한다. 인남식 국립외교원 교수는 “인터넷으로 소통하는 ‘외로운 늑대’들이 지하디스트가 되기 위한 준비를 갖추고 있을지 모른다”면서 “국제사회가 혼신의 힘을 다해 아랍권의 민주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사설] 서울교육청 ‘친일사전’ 배포 심사숙고해야

    서울시교육청이 다음달부터 서울 시내 모든 중·고등학교 도서관에 민족문제연구소가 만든 ‘친일 인명사전’을 비치하기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아직 이 사전을 구비하지 않은 551개 중·고교에 내년 초까지 모두 배포한다는 계획이다. 친일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학생들에게 알리기 위한 취지라고 한다. 그런 순수한 뜻이라면 누구도 섣불리 토를 달 일은 아닐 것이다. 문제는 하필 이 시점에 논쟁의 불씨를 굳이 보태야 하는지 걱정부터 앞선다는 사실이다. 국정화 교과서 논란으로 가뜩이나 교육 현장이 어수선한 마당이다. 서울시의회는 지난해 친일 인명사전 배포 사업이 포함된 2015년도 서울시 교육비 특별회계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시의회가 1억 7550만원의 예산을 지원하고 시교육청이 추진하려 했던 사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한 것은 보수 성향 단체와 학부모들의 반발 때문이었다. “사전이 이념편향적이어서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한다”는 반발이 거세지자 부담을 느낀 일선 학교들이 교육청의 지원을 꺼린 탓이다. 당시 일부 학부모 단체는 인명사전 구입비를 요청한 학교의 명단을 밝히겠다며 시교육청에 정보 공개를 청구하기도 했다. 논란의 불씨를 굳이 이런 때에 다시 점화시켜야만 하는지 답답하다. 학교 안팎이 찬반 다툼으로 또 몸살을 앓고 이념 논쟁에 휩쓸릴 여지가 많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서울시의회가 일선 학교에 특정 학습자료를 일괄 배포하는 일에 소매를 걷었던 적이 이전에 또 있었는지도 궁금하다. 친일 인명사전은 2009년 사단법인 민족문제연구소가 일제강점기 때 친일 활동을 했다고 판단한 인물 4300여명의 행적을 수록한 책이다. 편찬 당시부터 좌파 역사단체가 친일 기준을 자의적으로 설정했다는 지적과 함께 객관성 논란에 휩싸였다. 광복 직후 반민특위가 지목한 친일 행위자보다 6배나 많은 데다 친일 인사로 분류하기에는 무리 있는 인물도 다수 포함됐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이러니 미묘한 시기에 국정 교과서에 맞불을 놓는 작업이라는 시선을 거두기도 어렵다. 설령 역사 교육의 의도가 순수하다 할지라도 도서관에 비치할 책 한 권이 학교, 교사, 학부모들 간 갈등을 조장한다면 무슨 의미가 있는가. 교육 현장의 학생들에게 피해를 주는 또 다른 ‘역사전쟁’이 이어져서는 안 된다.
  • [사설] 국정화 확정 고시, 국론분열 후유증 최소화해야

    정부는 어제 황교안 국무총리가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는 형식으로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확정 고시했다. 황 총리는 “현행 검정 발행 제도는 실패했다”고 선언했다. 또 “더이상 왜곡되고 편향된 역사 교과서로 우리의 소중한 아이들을 가르칠 수 없다”고 국정화 추진 배경을 밝혔다. 황 총리는 상당한 시간을 할애하면서 현행 한국사 교과서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6·25 전쟁 부분이나 3대 세습, 주체사상 등 북한과 관련해 현행 한국사 교과서들의 편향성을 집중 거론했고 대한민국 정부 수립 등 건국 세력 등에 대한 평가절하 기술에 대해서도 정면으로 공박했다. 황 총리는 현행 검정 교과서 8종에 대해 829건을 수정 권고했고, 이 가운데 33건에 대해 법정 다툼 중이라는 설명도 곁들였다. 역사적 사실에 근거해 헌법 가치에 충실한 역사 교과서를 만들겠다는 다짐도 했다. 국정화 안이 확정 고시됨에 따라 교육부 산하 국사편찬위원회는 교과서 집필진을 구성하고 편찬 작업에 착수한다. 내년 12월 감수와 현장 적합성 검토를 거쳐 2017년 3월부터 학교 현장에 적용될 예정이다. 예상대로 야당을 비롯해 역사학계 등 각계각층의 반발은 거세다. 새정치민주연합은 국정화 저지를 위한 항의 농성 돌입에 이어 향후 국회 일정을 보이콧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교과서 국정화를 이슈화해 내년 총선까지 끌고 갈 방침인 것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19대 마지막 정기국회는 빈손으로 막을 내리고 내년 4월 총선까지 국론은 두 갈래로 찢어지고, 무덤 속에 들어갔던 망국적인 이념 갈등의 망령이 되살아날 것이다. 참으로 암담한 상황이다. 현행 교과서 편향성 문제에 많은 국민이 공감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오죽 답답했으면 정부가 국정화라는 ‘극약처방’을 내렸느냐는 시각도 있다. 그럼에도 올바른 역사 교육을 하겠다는 대의에 공감하면서도 국정화 자체에는 고개를 갸우뚱하는 국민들도 적지 않다. 여론조사 결과도 찬반이 시소게임을 하듯 갈려 있다. 역사 자체는 원래 보는 각도에 따라 다른 해석이 가능한 영역이고 한 가지 기준으로 해석하는 것 자체가 우려스러운 발상이다. 국정화가 자칫 주자학적 관점 이외의 모든 해석을 학문과 나라를 어지럽히는 사문난적(斯文亂賊)으로 몰아세웠던 조선조나 오로지 계급투쟁의 관점에서 역사를 독점하는 사회주의 체제를 답습하고 있다는 지적도 가볍지 않다. 역사 해석의 다양성을 통해 사고의 창의성을 키운다는 역사 교육의 취지나 반대편의 목소리도 포용하려는 민주주의 정신과도 일치하지 않는다.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가 모든 국가적 현안을 제쳐 놓고 매달려야 할 사안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시점이다. 당장 국정화라는 블랙홀에서 빠져나오는 것이 시급하다. 우리가 처한 국가적 난제를 고려하면 교과서 국정화 문제는 투 트랙 접근이 필요하다. 어떤 일이 있더라도 경제와 민생 현안 처리를 위해 국회의 문은 열어 놓아야 한다. 야당은 수권 정당으로서 국민들에게 교과서의 편향성을 바로잡는 더 현명한 방법을 모색하는 대승적이고도 의연한 자세를 보여 주기 바란다.
  • [사설] 외통위원 방북, 남북 교류 촉매제 돼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이 어제 개성을 방문했다. 이들은 고려 왕궁터이자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만월대 발굴 현장을 둘러보고 남북이 공동 발굴한 ‘출토유물 전시회’도 관람했다. 외통위원들의 방북은 재작년 10월 개성공단 방문 이후 2년여 만으로, 남북 대화가 소강 국면인 상황에서 이뤄졌다는 점에서 사뭇 뜻깊다. 우리는 이번 방북이 남북 간 인적·물적 교류를 가로막는 바리케이드를 들어 올리는 지렛대가 되길 기대한다. 만월대 궁궐터는 2007년부터 남북이 공동으로 발굴 조사를 진행했다. 남북 간 이념적 갈등의 소지가 적은 문화유산 분야에서의 협력 프로젝트이긴 했다. 하지만 그간 남북 간 긴장을 고조시키는 숱한 위기를 겪고도 남북이 이처럼 협력의 끈을 이어온 점은 평가할 만하다. 이제 외통위원들의 방문으로 더 전방위적 협력으로 심화될 모멘텀을 찾게 된다면 그 의미는 더 커질 것이다. 나경원 위원장을 비롯한 외통위원 22명 전원과 수행원들을 포함해 이처럼 큰 규모의 의원 방북은 1991년 국회 대표단 방북 때를 빼면 흔치 않은 일이다. 까닭에 북한 당국이 이번 방북을 허용했다는 것 자체가 그동안 꽁꽁 닫아걸었던 문을 열려는 긍정적 신호로도 해석된다. 물론 당장 북한이 핵·경제 병진 노선을 포기하고 개혁·개방의 대도로 나올 것으로 속단하긴 이르다. 어제 한·미 국방장관이 안보협의회(SCM) 회의에서 “어떤 형태의 북한 침략이나 도발을 용인하지 않겠다”고 합의한 건 뭘 말하나. 즉 한민구, 애슈턴 카터 두 장관이 유사시 북한의 핵과 미사일을 파괴하는 ‘4D 작전계획’ 수립을 천명한 것은 북한이 자칫 한민족의 공멸을 부를지도 모를 핵 개발 등을 포기하지 않았음을 전제한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우리의 대응 역량을 키우는 것만이 전부일 순 없다. 김정은 정권이 무력에 기대지 않고 스스로 변화하도록 출구를 열어 주는 것 또한 긴요한 일이다. 이번 외통위원들의 방북은 그래서 의미심장하다. 남북은 북측의 목함지뢰 도발로 촉발된 위기 상황을 ‘8·25 합의’로 봉합했다. 그러나 당시 합의사항 중에서 확실히 이행된 것은 9월 적십자 회담과 10월 제20차 이산가족 상봉 행사 정도다. 우리가 외통위원단의 이번 방북이 전방위적 남북 교류·협력의 물꼬를 틀 당국 간 회담을 성사시킬 징검다리가 되기를 간절히 바라는 이유다.
  • “국정화 반대” 역사학회 행사에 보수단체 난입

    “국정화 반대” 역사학회 행사에 보수단체 난입

    30일 서울대에서 열린 전국역사학대회에서 28개 학회가 정부의 국사 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는 공동성명을 내놓았다가 이에 반발하는 보수단체와 충돌했다. 한국사연구회, 한국역사교육학회 등 역사학회 28곳은 이날 발표한 성명서에서 “정부·여당이 매카시즘 공세를 강화할수록 역사학계는 역사교육을 독점하려는 것이 국정화의 진짜 의도임을 깨닫고 있다”며 “국정화를 둘러싼 갈등은 이념 대립이 아니라 다양성 대 획일성, 역사적 진실과 권력의 탐욕 간 대결”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정부에 역사 교과서 국정화 행정 예고 조치를 철회할 것을 요구하는 한편 모든 역사학자에게 국정교과서 제작에 불참할 것을 촉구했다. 충돌은 양호환 전국역사학대회협의회 의장의 공동성명 발표가 끝나자 시작됐다. 교수들의 국정화 반대 성명에 맞서 서울대 정문에서 집회를 열던 공교육살리기학부모연합 등 보수단체 회원들이 대회장에 난입해 역사교수들에게 “좌편향 교수”, “반역자”라고 소리쳤다. 보수단체 회원들은 역사학대회에 참석 중이던 학생·시민들과 몸싸움도 벌였다. 이 과정에서 보수단체 여성회원 1명이 쓰러져 병원으로 후송됐다. 보수단체 회원들은 “다양성을 이유로 국정교과서를 반대하는 교수들이 정작 교학사 교과서가 폐기될 때는 전혀 문제 제기를 하지 않았다”면서 “올바른 교과서를 만드는 데 반대할 명분이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역사학대회 첫날 참가 교수들의 발표에서는 교과서 국정화에 대한 비판이 주를 이뤘다. 송상헌 공주교대 교수는 ‘역사교육과 역사학의 거리’ 세션에 연사로 나서 “소위 말하는 ‘안심하고 읽을 수 있는 교과서’란 자신의 입맛에 맞는 사실만 서술하고 자기 시야에 들어오지 않는 역사는 망각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한 뒤 “역사 교과서에 있어 최악의 시나리오는 정권의 정치적인 개입”이라고 주장했다. 양 의장도 앞선 개회사에서 “역사를 가르치는 이유는 과거를 자랑해 현실의 문제를 가리는 것이 아니라 과거의 잘못을 헤아려 교훈을 얻기 위함”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양 의장의 발언은 최근 역사학계가 좌편향돼 있다는 정부·여당의 주장을 공박한 것으로 풀이된다.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 [열린세상] 역사교육의 정상화에 부쳐/홍성걸 국민대 행정정책학부 교수

    [열린세상] 역사교육의 정상화에 부쳐/홍성걸 국민대 행정정책학부 교수

    중고등학교 역사교육이 비정상적 상황에 부닥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오래전부터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특히 근현대사 부분의 교육이 종북성향을 보이거나 우리의 정치 경제적 성과를 비하하는 모습을 고발하곤 했다. 이제라도 역사를 바르게 가르쳐 미래 세대가 우리가 살아온 과거를 정확히 이해하고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우리 세대의 책무다. 박근혜 대통령은 역사교육 정상화의 첫 번째 방법으로 교과서의 국정화를 선택했다. 국정교과서로의 회귀에 대한 찬반양론은 누구라도 가능하고 건설적인 반대라면 얼마든지 서로 논의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작금의 반대론자들의 근거는 이성적이고 논리적 토론과 타협의 범위를 크게 벗어났다. 반대의 가장 두드러진 근거는 친일 및 독재의 미화 가능성이다. 박 대통령의 부친인 고 박정희 대통령이 일제강점기에 만주군관학교와 일본 육사를 나온 것이 친일파라는 것이고 유신독재를 했으니 그 시기를 미화할 것이라 지레짐작하여 반대하는 것이다. 그런 우려를 하는 것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우려는 우려로서 그쳐야 한다. 국정교과서를 편찬하면서 특정 인물이나 시기를 미화한다면 그것을 그냥 두고 보겠는가? 일어나지도 않은 범죄를 가능성만 가지고 형사 처벌하자면 동의하겠는가? 두 번째 근거는 국가가 역사 해석을 독점한다는 주장이다. 중고등학교에서 하나의 교과서를 쓴다고 해서 역사 해석을 국가가 독점한다는 것은 비논리적이다. 역사에 대한 해석은 교과서 집필자들만 하는 것이 아니다. 역사학자들만의 전유물도 아니고 우리 세대만이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역사는 세월과 함께 끊임없이 재해석되어 특정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 의해 천착(穿鑿)되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가 국정화한다고 하여 이 정부가 교과서를 직접 쓰는 것도 아님은 물론, 앞으로 역대 정부의 국사편찬위원회가 다양한 이념과 가치관을 가진 많은 학자를 모아 합리적으로 편찬해 간다면, 그래도 국가가 역사해석을 독점했다고 하겠는가? 세 번째와 네 번째 근거는 선진국 중에서 역사 교과서를 국정화한 사례가 거의 없다는 점과 과거 우리의 국정교과서가 권위주의 정권 시절에 탄생했다는 점이다. 선진국들의 역사교육은 다양한 문제를 토론식으로 진행하여 학생들 스스로 판단할 수 있게 하고 있지만, 우리의 경우 대부분 교사에 의한 일방적 지식 전수와 암기식 수업 위주로 진행되고 있다. 게다가 현재 실제 채택되고 있는 7종의 역사 교과서들은 다양성보다 특정 이념이나 가치에 경도되어 있다는 평가도 있다. 그래서 만들어진 교학사 교과서를 채택하려는 학교에는 테러에 준하는 위협이 가해져 결국 채택을 취소했다. 이것이 반대론자들이 말하는 다양성인가? 지금 교육 현장에서 나타나고 있는 것이 바로 이런 특정 이념이나 가치에 입각한 역사 해석을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주입식 교육의 부작용이다. 과거 박정희 정부 시절 국정교과서를 정권 홍보와 정당화에 이용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 당시와 지금은 민주주의의 발달 수준에서 근본적 차이가 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야권과 역사학 교수들의 반대만 보더라도 현재 우리 사회는 국정화의 부작용으로 지적되고 있는 정권 홍보나 미화를 충분히 걸러낼 수 있는 자정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봐야 한다. 이렇게 본다면 국정화 반대는 논리적 합리성을 결여했다. 야권은 대통령이 우리 사회를 갈등으로 몰아간다고 비난한다. 필자가 보기엔 국정화 자체가 사회를 양분한 것이 아니라 국정화를 반대하기 위해 야권이 동원한 친일 독재 미화 프레임이 사회를 양분하고 있다. 필자는 국정화가 역사교육의 비정상을 정상화할 수 있는 최선의 대안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지금도 교과서와 상관없이, 역사교육 시간이 아니어도 일부 교사들이 역대 대통령을 폄하하고 천안함 용사들을 비난하고 있으며, 세계가 부러워하는 우리의 성취를 부끄러워해야 한다고 가르치고 있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교사들이 특정 이념에 사로잡혀 자신의 이념과 가치관을 어린 학생들에게 강요하는 것이다. 이번 기회에 역사교육의 정상화를 이루지 못한다면 그것은 곧 미래 세대에 죄를 짓는 일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 원로들 내세운 與… 집필진 앞세운 野… 국정화 대리 공방

    여야가 22일 원로와 교과서 집필진을 각각 내세운 간담회를 갖고 역사교과서 국정화 ‘혈투’를 이어갔다. 여당은 원로를 내세워 지지층을 대상으로 교과서 국정화의 당위성을 강조하는 반면, 야당은 교육 현장 관계자들의 입을 빌려 여론전을 확산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이들 간담회에는 여야 대표와 원내대표가 각각 참석해 행사의 무게감을 더했다. ●與, 송복 교수 등 초청… “現교과서는 독극물” 새누리당 역사교과서개선특별위원회는 송복 연세대 명예교수와 박세일 서울대 명예교수 등 원로 학자들을 초청해 ‘올바른 역사교육, 원로에게 듣는다’라는 주제의 간담회를 가졌다. 송 명예교수는 검인정제도가 다양성을 담보할 수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그러나 가장 좋은 방법(검인정)을 갖고 역사를 서술하도록 했는데 가장 나쁜 결과를 갖고 왔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행 역사교과서를 ‘독극물’에 비유하며 “학생들이 독극물을 계속 받아 마셔야 하는 상황”이라고 비난했다. 국사학계에 대한 비판은 더욱 강했다. 송 명예교수는 “국사학계는 진화되지 않은 ‘갈라파고스 학계’나 다름없다”고 말했고, 박 명예교수는 “(역사교과서 집필진은) 단순히 이념적 카르텔이 아닌 이익의 카르텔을 형성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 명예교수는 “비상 당원대회를 열고 당부터 이론 무장을 해야 한다”고 독려하기도 했다. ●野, 집필진 간담회 열어 여당 논리 반박 반면 새정치민주연합 한국사교과서 저지특위는 ‘한국사 교과서 대표 집필진에게 듣는다’라는 주제의 간담회를 가졌다. ‘천재교육’ 대표 집필자인 주진오 상명대 교수는 정부·여당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하는 데 발언 대부분을 할애했다. 주 교수는 “주체사상에 대해 서술하도록 교육과정에 명시한 것은 교육부다. 안 쓰면 불합격이 된다”면서 현행 교과서가 주체사상을 가르친다는 주장이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현행 고교 역사교과서에 유관순 열사 내용이 누락됐다는 교육부 홍보 동영상에 대해 “중학교 3학년 역사교과서에 자세히 설명돼 있다”고 반박했다. 권내현 고려대 교수는 “과거 우리 사회가 일본의 역사교과서를 비판하면 일본은 ‘국정교과서를 쓰는 한국이 검정교과서를 쓰는 일본을 비판할 자격이 없다’는 논리를 내세웠다”면서 “이 같은 논리가 다시 나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결국 국정화는 우리 사회의 갈등을 촉발시키고, 우경화의 연쇄로 국제적 갈등도 확대될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교육부 국정교과서 홍보 영상이 모순인 이유

    교육부 국정교과서 홍보 영상이 모순인 이유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놓고 보수와 진보 진영 간 이념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교육부가 제작한 홍보 영상이 논란을 빚고 있다. 지난 19일 교육부는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홍보하는 내용의 광고 세 편을 공중파와 페이스북 페이지 등 SNS를 통해 공개했다. 이 가운데 문제가 된 것은 ‘유관순 열사 편’이다. 이 광고에는 가장 먼저 유관순 열사의 독립운동 내용이 개략적으로 소개된 이후 아무것도 쓰여있지 않은 책을 덮은 한 여학생이 슬픈 표정을 짓고 있다. 그리고 광고는 “나는 당신을 모릅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2014년까지 일부 교과서에는 유관순은 없었습니다. 유관순은 2014년까지 8종 교과서 중 2종은 기술이 안 되었고, 2종은 사진 없이 이름 등만 언급되었습니다”라며 기존 검정 교과서를 문제 삼는다. 즉, 기존 검정 교과서에 문제점이 있기 때문에 국정교과서가 필요하다는 게 광고의 요지다. 그러나 교육부의 이 같은 광고는 앞뒤가 맞지 않는다. 교육부가 광고에서 언급한 교과서 외에 나머지 교과서들은 유관순 열사를 기록하고 있을뿐더러, 문제를 지적한 검정 교과서 역시 교육부의 지침에 따라 제작되고 검정을 통과한 교과서이기 때문이다. 이 부분을 문제 삼으며 국정교과서의 정당성을 언급하는 것은 자가당착의 모순이라는 지적이다. 게다가 2002년 발행된 7차 역사 교과서(국정)에도 유관순 열사에 대한 서술은 없었고, 교육부가 지난달 23일 고시한 ‘2015 역사교육과정 개정’에도 역시 중·고교의 유관순 관련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사실 교육부가 지목한 검정교과서에서 유관순 열사에 대한 부분이 빠진 데는 이유가 있었다. 천재교육 역사 교과서 대표집필자인 상명대 역사콘텐츠학과 주진오 교수는 지난 2014년 페이스북을 통해 “천재교육의 중학교 역사 2권 68쪽에는 ‘4인의 여성독립운동가’라고 한 면을 할애한 특별꼭지가 있다. 거기에는 윤희순, 유관순, 남자현, 이화림 네 분에 대한 이야기가 사진과 함께 실려 있다”면서 “(이렇듯 유관순 열사가) 중학교 3학년 교육과정에서 비중 있게 배운 인물이기 때문에 고등학교 1학년생이 배우는 교재에 반복되지 않은 것일 뿐”이라며 당시 일었던 교과서 유관순 열사 누락 논란에 대해 일축한 바 있다. 한편 20일 오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는 연세대, 건국대 등 전국 20여개 대학 총학생회가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저지를 위한 공동 행동 돌입을 선언했다. 김형우 기자 hwkim@seoul.co.kr
  •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교사 83% “정치적 편향 집필” 학계 “독립기구로 검정 강화를”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를 둘러싸고 이념 충돌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러한 갈등의 반복을 종식할 중립적인 기구의 구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역대 정권에서 국사 교과서 논쟁이 반복돼 온 주된 이유가 역사적 사실 자체보다는 정치적 이념이나 이해관계인 경우가 많아 이런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특히 일선 중·고교 역사 교사 5명 중 4명이 집필이 정치에 좌우된다고 생각할 만큼 정치적 편향성에 대한 인식은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학계 연구를 종합하면 그동안 역사적 사실보다는 정치권을 중심으로 한 이념 논쟁이 한국사 교과서 갈등의 발단인 경우가 많았다. 연세대 행정대학원 정학준씨가 ‘한국사 교과서를 둘러싼 갈등 구조 분석’(2014) 논문에서 2002~2013년 사례를 분석한 데 따르면 2002년 교과서 갈등은 김대중 정부를 이전 정부와 다르게 치적만 기술해 미화했다는 언론 보도에서 비롯됐다. 이전 정부인 김영삼 정부를 ‘비리정부’로 규정하고 김대중 정부를 ‘개혁정부’로 기술했다는 내용이 나오면서 진보와 보수의 갈등이 일어났다. 2004년에는 국정감사장에서 권철현 한나라당 의원이 금성출판사의 교과서가 친북·좌파 편향적인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갈등이 시작됐다. 여당이었던 열린우리당은 한나라당의 문제 제기를 ‘매카시즘’으로 규정해 대응했다. 2008년 보수 정권인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고 나서도 상황은 비슷했다. 2년 뒤인 2010년 ‘한국사 교과서의 좌편향 문제’가 거론되면서 ‘한국사 필수’에 대한 주장이 나왔다. 교육과정에 따른 한국사 교과서의 집필기준 가운데 ‘자유민주주의’ 용어에 대한 개념 차이가 쟁점이 됐다. 국사 교과서의 갈등의 핵심이 정치적 사안이라는 인식은 역사를 가르치는 교사들의 인식에서도 드러난다. 단국대 최정희 박사의 2013년 논문 ‘역사 교과서 집필 국가기준의 개선 방향 탐색’에서 집필기준의 정치적 편향성을 묻는 조사에 교사의 82.9%가 ‘그렇다’고 답했다. 이는 미국 교사의 52.1%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조한경 전국역사교과서 모임 회장은 “교과서 발행체제를 검정으로 한다는 가정하에 독립된 기관을 둬 검정체제를 강화해야 정치권의 이념 논쟁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고 말했다. 하일식 연세대 사학과 교수는 “정부나 정치권으로부터 완벽하게 배제된 독립기구가 검정 한국사 교과서에 대해 검정을 별도로 맡아야 한다”고 밝혔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근현대사 비중 40% 이하로 낮춰라”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근현대사 비중 40% 이하로 낮춰라”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가 결정되면서 논란의 핵심인 근현대사 비중을 더 줄여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2015 교육과정 개편에 따라 근현대사는 현재 50%에서 40% 정도로 줄어들 예정이지만 이보다 더 줄이고 ‘팩트’(사실) 중심의 역사 기술에 치중해 보혁 갈등을 줄이자는 것이다. 14일 교육부 관계자에 따르면 2015 문·이과 통합형 교육과정 개정에 따라 2017학년도부터 적용되는 한국사 교과서에서는 근현대사의 분량이 40% 정도로 조정된다. 2009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고대사와 근현대사 과목이 통합되면서 현재 교육과정에서는 근현대사 분량이 50%에 이른다. 교육부 관계자는 “2017년 대학수학능력시험부터 한국사가 필수과목이 되면서 학습량이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왔고 이에 따라 근현대사 분량은 40% 정도로 준다”고 말했다. 전 세계적으로 근현대사의 비중이 느는 추세지만, 지금의 한국사 교과서 분량의 50%가 개항 이후 150년 남짓한 역사로 채워지는 것은 과도하다는 의견을 반영한 조치다. 이번에 제작될 국정교과서가 보수, 진보 편향 논란이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면서 한발 더 나아가 근현대사를 더 줄여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김정배 국사편찬위원장은 지난 12일 기자회견에서 “중·고교 학생이 배우는 역사는 국민 된 도리에서 갖춰야 할 지식 선에서 끝나면 된다”며 “이념 문제가 지나치게 논란이 되는 주제는 대학이나 대학원에서 자유롭게 배우고 논문으로 공부하면 된다”고 말했다. 국정교과서가 논란의 여지가 있는 만큼 ‘국민이 알아야 할 필요 최소한의 역사’를 수록하자는 것이다. 이런 주장에 대해 근현대사에 대한 학생들의 흥미가 높고 근현대사의 이해가 역사의식 함양에 중요하다며 근현대사 비중을 줄여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교학사 교과서 집필진인 권희영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는 “근현대사가 논란이 많아서 줄이자는 것은 문제가 많은 부분을 그냥 덮고 가자는 뜻”이라며 “각계각층이 모여 제대로 된 사실이 무엇인지 집중적으로 토론하고 이를 털어내고 가야 한다”고 말했다. 후지이 다케시 역사연구소 연구원은 “제대로 된 역사교육은 학생들이 논란이 되는 역사를 스스로 올바르게 판단하는 힘을 길러 주는 것”이라며 “논란이 되는 한국사를 줄이면 역사교육이 단순 암기식 교육에 그칠 수 있다”고 말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근현대사 비중 40% 이하로 낮춰라”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근현대사 비중 40% 이하로 낮춰라”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가 결정되면서 논란의 핵심인 근현대사 비중을 더 줄여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2015 교육과정 개편에 따라 근현대사는 현재 50%에서 40% 정도로 줄어들 예정이지만 이보다 더 줄이고 ‘팩트’(사실) 중심의 역사 기술에 치중해 보혁 갈등을 줄이자는 것이다. 14일 교육부에 따르면 2015 문·이과 통합형 교육과정 개정에 따라 2017학년도부터 적용되는 한국사 교과서에서는 근현대사의 분량이 40% 정도로 조정된다. 2009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고대사와 근현대사 과목이 통합되면서 현재 교육과정에서는 근현대사 분량이 50%다. 교육부 관계자는 “2017년 대학수학능력시험부터 한국사가 필수과목이 되면서 학습량이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왔고 이에 따라 근현대사 분량은 40% 정도로 준다”고 말했다. 전 세계적으로 근현대사의 비중이 느는 추세지만, 지금의 한국사 교과서 분량의 50%가 개항 이후 150년 남짓한 역사로 채워지는 것은 과도하다는 의견을 반영한 조치다. 이번에 제작될 국정교과서가 보수, 진보 편향 논란에 휩싸이면서 한 발 더 나아가 근현대사를 더 줄여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한국사 교과서 제작을 맡은 김정배 국사편찬위원장은 지난 12일 기자회견에서 “중·고교 학생이 배우는 역사는 국민 된 도리에서 갖춰야 할 지식 선에서 끝나면 된다”며 “이념 문제가 지나치게 논란이 되는 주제는 대학이나 대학원에서 자유롭게 배우고 논문으로 공부하면 된다”고 말했다. 국정교과서가 논란의 여지가 있는 만큼 ‘국민이 알아야 할 필요 최소한의 역사’를 수록하자는 것이다. 근현대사에 대한 학생들의 흥미가 높고 근현대사의 이해가 역사의식 함양에 중요하다며 근현대사 비중을 줄여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있다. 교학사 교과서 집필진인 권희영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는 “근현대사가 논란이 많아서 줄이자는 것은 문제가 많은 부분을 그냥 덮고 가자는 뜻”이라며 “각계각층이 모여 제대로 된 사실이 무엇인지 집중적으로 토론하고 이를 털고 가야 한다”고 말했다. 후지이 다케시 역사연구소 연구원은 “제대로 된 역사교육은 학생들이 논란이 되는 역사를 스스로 올바르게 판단하는 힘을 길러 주는 것”이라며 “논란이 되는 한국사를 줄이면 역사교육이 단순 암기식 교육에 그칠 수 있다”고 말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근현대사 비중은 교육과정 개편으로 이미 정해졌기 때문에 이를 조정할 계획은 없다”며 “다만 민감한 주제에 대해 정치사 위주가 아닌 시대상 위주의 종합적인 기술 등은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원유철 “교과서·예산안 연계 국민이 용서 안 해” 이종걸 “초중등교육법 개정해 장관 고시 제한”

    정부의 역사 교과서 국정화 행정예고에 맞서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가 13일 고시에 대한 장관 결정을 제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 추진 방침을 밝혔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는 “(역사 교과서 국정화는) 정부에서 결정한 사항으로 우리 당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원 원내대표는 이날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야당에서 노동 개혁 등 쟁점 법안이나 예산안과 연계한다면) 본질과 관계없는 사안을 연계하는 것을 국민은 제일 싫어한다. 국민이 용서 안 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와 관련, 이 원내대표는 “예산안 심의·처리와 연계하는 일은 절대 없다”면서도 “국정교과서와 직접 관련 있는 증액 요청은 꼼꼼하게 보겠다는 것”이라며 교과서 국정화 관련 예산엔 협조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여야의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둘러싼 갈등은 계속해서 고조되고 있다. 새누리당은 야당의 국정화 반대 논리를 재반박하는 여론전을 강화한 반면 새정치연합은 청와대 앞에서 집회를 열고 서울 도심에서 당 지도부가 서명운동을 하는 등 이틀째 거리 투쟁을 이어 가며 반대 여론 확산에 사활을 걸었다. 이와 관련, 원 원내대표는 “(좌)편향된 교과서를 좀 더 균형 잡힌 공정한 교과서로 만들고 통일 시대에 대비해 정체성을 확보하기 위한 교과서를 만들자는 것”이라면서 “야당 대표가 피켓 들고 시위하는 건 60년대 길거리 정치”라고 비판했다. 반면 이 원내대표는 “민생 실패를 이념 논쟁을 통해 덮으려는 의도”라며 “역사에는 타협과 절충이 있을 수 없다. 국정조사는 물론 고시에 대한 장관 결정을 제한하는 초중등교육법 등 개정, 준법 집회 참여 등 비타협적 투쟁을 끝까지 이어 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는 무소속 천정배 전 의원, 정의당 심상정 대표와 연쇄 회동을 갖고 역사 교과서 국정화 추진을 저지하기 위한 3자 연석회의를 구성해 공동 대응하기로 했다. 야권이 정국 현안을 놓고 단일 대오를 형성한 것은 2013년 11월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사건 진상 규명을 위해 연석회의를 꾸린 이후 2년여 만의 일이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 “친일·독재”… 野의 저지 논리

    “친일·독재”… 野의 저지 논리

    교육부의 중·고교 역사 교과서 발행 체제 개편 발표를 앞두고 새정치민주연합은 ‘국정교과서=친일 독재 교과서’라는 구호를 앞세워 국정화 총력 저지를 선포했다. 이를 위해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해임건의안 제출, 반대 서명운동 등의 카드를 꺼내 들며 대여 투쟁 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리겠다는 방침이다. 문재인 대표는 11일 기자들과 만나 “정부가 경제는 나 몰라라 하고 교과서로 이념 전쟁을 벌이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문 대표는 트위터 글에서도 “역사 국정교과서는 나치 독일과 군국주의 일본이 했고 북한이 하고 있다”며 “역사 통제를 통한 영구 집권 야욕은 오히려 국가와 정권을 패망시켰을 뿐”이라고 비난했다. 새정치연합은 역사 교과서 국정화 추진에 있어 ‘정권의 노골적인 역사 개입’을 가장 큰 문제점으로 보고 있다. 집필, 편찬, 수정, 개편 등 전 과정에 정권이 개입할 경우 친일·독재 미화를 시도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식민 지배와 권위주의 정권의 역사는 미화하고, 항일운동과 민주화운동의 역사는 무덤에 묻히는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새정치연합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대부분이 교과서 검정제나 자유발행제를 채택하고 있다는 점을 바탕으로 국정화가 세계적 추세에 어긋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새정치연합이 ‘역사 전쟁’의 전면에 나선 데는 내년 총선과 2017년 대선을 앞두고 진행되는 이념 전쟁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 특히 여권의 ‘색깔 논쟁’을 통한 선거 전략에 휩쓸리지 않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유은혜 대변인은 “이념 갈등을 부추겨 총선 득실을 따지는 술수 앞에 결코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며 “교과서를 특정 정치 세력의 사익을 위한 도구로 전락시키겠다는 파렴치한 작태를 당장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새정치연합은 학계, 시민단체 등과 연대해 역사 교과서 국정화에 대한 반대 여론을 극대화할 계획이다. 또 문 대표 등 지도부가 참여하는 ‘1인 릴레이 시위’도 적극 검토 중이다. 장진복 기자 viviana49@seoul.co.kr
  • [인터뷰] 군인올림픽 성공 이끈 김상기 위원장 “괜찮은 게임 했다”

    [인터뷰] 군인올림픽 성공 이끈 김상기 위원장 “괜찮은 게임 했다”

     “4년 전 대회를 치른 브라질이 2조원을 쓴 것과 비교해 우리는 8%밖에 안 되는 1563억원으로 성공적인 대회를 치러 커다란 자부심을 느낍니다.”    지난 2일 막을 올린 2015 경북문경 세계군인체육대회를 2년 4개월 동안 준비하고 11일 폐막까지 노심초사한 김상기(63) 대회 조직위원장은 서울신문과 만나 이같은 소회를 털어놓았다. 북한이 불참했지만 117개국 7045명의 선수가 참여한 최다 국가, 최다 선수 참가 대회였으며 상이군인이 출전하고 선수들도 개회식을 함께 즐긴 첫 대회로 기억되게 됐다. 다음은 일문일답.    -대회를 마치는 소감부터 말씀해주시죠.  →광복 70년을 맞아 세계에 유일하게 남아있는 분단 국가에서 군인들의 스포츠 축제를 훌륭하게 치러냈다는 점을 우선 말할 수 있겠다. 경기장과 선수촌을 새로 짓지 않고 경기 운용이나 숙식에 큰 불평 없이 치러내 최저 비용 모델이 되는구나 하는 점을 입증했다. 또 7만 8000명의 도시가 인근 시군들과 화학적으로 결합해 도로를 정비하고 종합정보통신망을 구축해 분산 개최가 가능하다는 점을 입증했다. 마지막으로 조직위 직원들이 24시간 근무하겠다는 자세로 일했고 자원봉사자, 서포터들, 주민들이 완벽한 역할을 소화해냈다.    -대회를 주관하는 국제군인스포츠위원회(CISM) 임원들의 반응은.  →올림픽 상위급이라고들 얘기한다. 시설이나 운용, 인력들에서 합격점을 내리고 앞으로 치르는 대회는 한국을 모델로 적용하겠다고 한다. 4년 뒤 대회를 개최하는 중국 우한에서도 배우고 갔다. 이구동성으로 한국인들은 결정적 순간, 외국 손님들이 오면 놀라운 응집력을 보인다고 평가한다.    -이번 대회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을 꼽는다면.  -이제야 처음 밝히는 얘기인데 개회식 전날 시속 30노트의 강풍이 메인스타디움에 불어 몽골 텐트, 국기, 배너 등이 모두 찢어졌다. 밤 10시에 개회식 취소 여부를 고민했는데 돌풍의 강도가 잦아들어 자정부터 모든 시설물들을 복구하고 다음날 날씨도 좋아져 무사히 개회식을 치렀다. 일반적인 대회조직위라면 불가의한 복구를 해냈다.  두 번째는 보여주는 개회식이 아니라 동참하는 개회식을 해보자고 했는데 솔저댄스를 함께 추고 차전놀이에 나와 줄을 당겨줘야 하는데 과연 이들이 우리 의도대로 따라줄까 걱정이 많이 됐다.  해서 여느 대회와 달리 무작정 야외에 2시간씩 대기하지 않게 하고 모든 선수를 실내체육관에 모이게 해 좋은 도시락을 먹이고 개회식 프로그램을 안내하고 설득했다. 그렇게 동기 부여가 되도록 하니까 선수들이 함께 할 수 있었다.    -지방자치단체와 조직위가 서로 배려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경북 지자체들의 재정 자립도가 매우 낮아 대회 예산의 30% 충당이 어려웠다. 이에 따라 지자체와 조직위가 힘을 합쳐 국회를 찾아 특별교부세와 체육진흥기금 지원이 가능하도록 작업했다. 이렇게 지자체 부담을 덜어주니 자연스럽게 함께 하는 대회가 됐다.    -그래도 대회 기간 큰 고비가 있었다면.  →젊은 선수 7000여명이 모인 선수촌이다. 별의별 일이 다생긴다. 문화적 차이도 갈등을 낳을 소지가 있다. 그런 걸 사전적으로 조정하고 알코올 도수 14도 이상 되는 술은 선수촌에 없게 만들었다. 전 대회 벤치마킹해 사전 조처하도록 했다.  또 앙숙인 국가끼리 예선에서 안 만나게 했는데도 남자축구와 핸드볼은 이들 국가가 결승에서 만나 할 수 없이 경비인력을 곱절 이상 늘리고 대비해 모두 무난하게 끝났다.    -이번 대회는 유독 대회에 처음 시도하는 일들이 많았다.  →캐러밴을 숙소로 활용한 것과 중앙정부의 전액 지원에서 부분(절반) 지원으로 바뀌었고 비회원국 12개국을 처음 초청해 CISM의 이념을 확산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믿는다.    -대회 때문에 전역을 미룬 이도 있었다.  →자원봉사자로 현장에서 일하는 모습 보면 정말 진지하고 자기 역할 이외의 요소도 고려해 움직였다. 임원들이나 선수들이 ”어쩌면 이렇게 기민하게 정리하고 보완해주는지 모르겠다, 이게 한국의 힘’이라고 얘기해주면 뿌듯했다.  또 대회 최초로 서포터단 단장 85명을 모집했는데 예비역 장교 등이 하루 식비 1만 4000원에도 불평 한 마디 없이 수행하고 응원하고 식사를 챙겨주고 했다.    -이번 대회 기억에 남는 한국 선수는  →과거 한국은 군사종목에 적극 참여하지 않았는데 이번에 두 개나 메달을 땄다. 특히 공군 5종 비행경기에서 비행시간 600시간밖에 안되는 허환 공군 중위가 7000시간이 넘는 베테랑들을 꺾고 은메달을 딴 것은 대단한 일이다. 육군 5종 장애물 릴레이에서도 여군 병사들이 동메달을 땄다. 한국이 약한 육상 장대높이뛰기에서도 진민섭이 한국 육상 최초로 금메달을 땄고 수영에서는 한국신기록이 3개나 나온 것도 기억에 남는 일이다.    -이번 대회 레거시(유산)를 꼽는다면.  →여느 국제종합대회처럼 화려하거나 번듯하지는 않지만 사후관리 비용이 전혀 들지 않는 평화의 광장을 남겼고, 앞으로 국군체육부대 안에 메달리스트 전시관을 조그맣게 만드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지역에 진정한 도움을 주는 국제대회의 모델을 만든 것도 꼽을 수 있겠다.  군 병력 4800여명이 열심히 일하고 외국인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들었다. 그들의 자긍심이 군 사기와 위상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장·차관, 총사령관 등 30여명이 한국을 찾아 카운터파트너들과 만나고 방산업체도 견학했다. 당장의 효과는 미미하겠지만 이것을 바탕으로 외교 네트워크가 형성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군인들의 훈련 과정을 스포츠로 만든 것이 군사종목인데 앞으로는 이것을 훈련 프로그램으로 전환시켜 군 훈련을 즐기는 훈련으로 컨셉을 바꾸는 노력도 있었으면 한다.    -2조원을 들였던 브라질 임원들은 뭐라 하나.  →브라질의 비용이 늘어난 건 숙식 비용을 모두 부담하고 경기장 새로 짓는 등 통크게 준비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식비도 다 받았다. 다음 개최국 중국도 무료로 한다고 해서 우리만 짜다는 소리 들을까봐 걱정됐다. 하지만 그런 불평이 거의 없었다. 돈을 쓴 만큼 효과를 봤으니 ‘괜찮은 게임’을 했다고 본다.    한국은 이번 대회 금 19, 은 15, 동메달 25개로 1위 러시아(금 59, 은 43, 동메달 33개)와 2위 브라질(금 34, 은 26, 동메달 24개), 3위 중국(금 32, 은 31, 동메달 35개)에 이어 종합 4위로 대회를 마쳤다. 특히 한국이 수집한 메달 59개는 1~5회 대회에서 따낸 메달(79개)에 근접한 것이다. 글 사진 문경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재스민 혁명’ 성공으로 이끈 튀니지 민주화기구… 교황도 메르켈도 제쳤다

    ‘재스민 혁명’ 성공으로 이끈 튀니지 민주화기구… 교황도 메르켈도 제쳤다

    올해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된 튀니지의 사회적 협의체인 ‘국민4자대화기구’는 튀니지 민주화 여정을 이끌어온 핵심 단체라 할 수 있다. 2011년 ‘재스민 혁명’의 발원지가 된 튀니지가 다른 북아프리카·중동 국가들과 달리 내전 등 극한 갈등을 극복하고 다원적 민주주의를 추구하는 데 기여했다. 튀니지는 이른바 ‘아랍의 봄’ 이후 정권이 바뀌었어도 지금까지 군사 정권으로 회귀하지 않고 리비아, 시리아, 예멘, 이집트와는 다른 행보를 걷고 있다. 헌법에 기초한 민주화 체제가 나름대로 자리잡았다는 뜻이다. 노벨위원회는 9일 “이 단체에 상을 수여하는 데 5명의 위원 모두 이견이 없었다”면서 “이번 결정이 제3세계의 여러 분쟁지역에 민주의의와 평화를 고착시키는 데 보탬이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또 내전에 휩싸인 시리아와 예멘을 직접 거론하며 이들 국가에 튀니지가 등대와 같은 존재라고 강조했다. 이 협의체는 2013년 9월 극적으로 결성됐다. ‘튀니지 일반노동조합’(UGTT), ‘튀니지 산업·무역·수공업연맹’(UTICA), ‘튀니지 인권연맹’(LTDH), ‘튀니지 변호사회’ 등 4개 단체가 몸담고 있다. 튀니지 최대 노동 단체인 UGTT가 중심 역할을 한다. 같은 해 말 튀니지가 정국 혼란을 겪을 때 이슬람 성향의 집권당인 엔나흐다당과 야권의 협상을 중재해 합의를 끌어냈다. 이념적, 종교적 대립을 잠재우고 2014년 1월 기술관리들로 꾸려진 중립 성향의 과도정부가 출범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과도정부는 이후 새 헌법 초안 작성과 총선 일정 조율·확정 등의 업무를 무사히 치러내며 정국의 안정을 꾀했다. 이번 선정은 다양한 복선을 깔고 있다. 우선 노벨위원회는 2차 대전 이후 사상 최대 위기를 맞은 유럽 난민 사태의 근원적 해법을 모색한 것으로 보인다. 정치적 결단을 앞세워 난민 수용을 주도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에게 상을 주기보다, 스스로 분쟁을 예방해 난민 발생을 억제한 튀니지 협의체에 훨씬 높은 점수를 준 셈이다. 위원회는 “이 상은 튀니지 국민 모두를 위한 상”이라고도 덧붙였다. 수상 소식에 “어찌할 바를 모를 만큼 기뻤다”는 UGTT의 하우신 아바시 사무총장은 “이번 상은 튀니지 민주화를 위해 희생당한 이들에 대한 헌사”라며 “국민4자대화기구가 2년간 기울인 노력이 이번 평화상 수상으로 완수됐다”고 말했다. 유력 후보로 거론됐던 메르켈 총리도 대변인을 통해 “탁월한 선택이었다”며 환영했다. 메르켈 총리 외에 미국과 쿠바의 역사적인 국교정상화를 막후 중재한 프란치스코 교황, 콩고민주공화국 내전 중 성폭행 여성들을 치료한 산부인과 의사 드니 무퀘게 등이 꼽혔으나 이번 ‘깜짝 수상’으로 세계를 놀라게 했다. 1901년 첫 선정 이후 129번째 수상자, 단체로선 23번째로 기록됐다. 시상식은 노벨상 창시자인 알프레드 노벨의 기일인 오는 12월 10일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열린다. 수상자에게는 800만 크로네(약 11억 3000만원)의 상금이 수여된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사설]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후폭풍이 더 걱정이다

    청와대와 정부가 중·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를 국정화하는 쪽으로 방침을 정하고 다음주 초 교육부에서 장관 고시로 이를 발표할 것이라고 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월 “역사 교육을 통해 올바른 국가관과 균형 잡힌 역사 의식을 길러 주는 게 중요하다”고 밝힌 뒤 논란 끝에 결국 국정화로 방향이 잡힌 것이다. 여당은 “좌편향 검인정 교과서를 몰아내야 한다”고 반기지만 야당은 물론 역사학계 등은 “국민을 통제하려는 독재적 발상”이라며 강력 투쟁을 선언하고 나섰다. 가뜩이나 어려운 나라 여건에서 또 다른 갈등으로 국력을 소모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한국사 교과서 발행 체제가 ‘국정’에서 ‘검증’으로 바뀐 때는 2003년이다. 다양한 교과서의 경쟁을 통해 교과서의 질을 높이고 학생들에게 역사를 보는 관점을 넓혀 준다는 차원이었다. 하지만 지난 정부부터 교과서에 기술된 내용 가운데 여러 부분에서 드러난 오류와 좌편향성을 두고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이번 국감에서 드러났듯이 지금까지 한국사 고교 교과서 집필진 128명 가운데 83명(64.8%)이 진보·좌파 성향으로 분류된 것만 보더라도 논란의 소지를 안고 있는 건 분명해 보인다. 이를 반드시 시정하겠다고 한 게 국정화 추진이다. 청와대와 정부를 두둔할 필요도 없지만 무작정 탓할 수만은 없는 이유다. 하지만 역사 해석을 국가가 독점하는 국정화가 올바른 선택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더욱이 다른 차선책이 있는데 이를 굳이 강행하려 한다면 또 다른 의심을 불러올 수도 있다. 모든 일에는 순서가 있다. 난제라도 순서대로 하면 매듭이 풀리기 마련이다. 그래서 국정화 추진이 능사가 아니라는 얘기가 나온다. 교과서가 정말 오류와 편향성으로 얼룩져 있었다면 1차적으로 검증에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봐야 한다. 물론 교육부는 집필자들이 시정명령도 듣지 않는다고 하소연한다. 하지만 이건 핑계고 변명이다. 시정명령을 끝내 거부하면 검정 취소권을 갖고 있는 게 교육부 아닌가. 그동안 교육부가 검증에 소홀해 왔다는 게 교육계 안팎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청와대와 정부가 꼭 국정화를 해야겠다면 정권이 바뀔 때마다 지금과 같은 논란이 반복되게 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러려면 누가 봐도 시비를 걸 수 없는 균형된 교과서를 만들어 낼 수 있어야 한다. 그러지 못하면 정권마다 입맛에 맞게 바꾸려고 시도할 것이다. 그런데 지금부터 시작해 필진 구성, 집필 방향, 사실 확인 등을 거쳐 2017년 개학 때까지 새 책을 내놓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내놓는다 해도 졸속 논란에 휘말릴 게 뻔하다. 당장은 검증 방식을 좀 더 체계적으로 개선하고 이념 성향이 덜한 학자를 검정위원으로 엄선해 심의를 강화하는 것을 더 고민해야 한다. 국정화는 그다음에 논의해도 늦지 않다. 역사 교육은 미래를 짊어지고 나갈 젊은이들에게 올바른 국가관을 심어 주기 위한 중요한 학습이다. 국정화에 찬성하는 국민도 있다. 그러나 오류가 많고 편향된 교과서를 원치도 않지만 이를 바로잡는다는 이유로 국정화하는 데도 동의하지 않는 국민은 그 이상으로 많다. 국론 분열을 심화시키기 전에 다시 한번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
  • [사설] 방문진 이사장의 과도한 이념 발언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장이 과도한 이념 편향 발언으로 물의를 빚고 있다. 고 이사장은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에 대해 “공산주의자라고 확신한다”고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변형된 공산주의자”라고 규정했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야당 일부 의원은 친북 인사로 몰았다. 여당의 김문수 전 경기지사나 이재오 의원은 “전향한 공산주의자”라고 지목했다. “국사학자의 90%가 좌편향돼 있다”거나 “사법부와 검찰에 ‘김일성 장학생’이 있다”고도 했다. 공안검사 출신이라고는 하지만 도를 넘어선 발언들이다. 최근 국정감사나 언론 인터뷰를 통해 드러난 그의 발언은 정치적으로나 이념적으로 지나치게 편협하고 편향됐다고 본다. 야당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는 과정에서 나오긴 했지만 표현도 거칠고 근거나 논리도 미흡하다. 주한 미군 철수나 국가보안법 폐지를 시도했다는 이유를 대며 전직 대통령을 공산주의자라고 모는 것부터가 터무니없다. 그의 주장대로라면 우리 국민들이 공산주의자를 대통령으로 뽑았고, 또 절반가량은 대통령으로 뽑으려고 지지했다는 말이 된다. 보수 인사를 포함해 건전한 상식을 지닌 국민들이라면 누구도 동의할 수 없는 주장이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까지 “답변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말할 정도다. 개인 자격으로 사적인 자리에서라면 누구나 어떤 주장도 펼 수는 있다. 하지만 공인 신분이라면 다르다. 더구나 공영방송 이사장이 국감장에서 할 말은 아니다. 방문진은 공영방송인 MBC의 대주주다. MBC 사장을 임명하고 해임하는 권한도 갖고 있다. 뉴스 보도, 편성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처럼 중요한 기구의 수장이 이념적으로 한쪽에 치우쳐 있다면 방송의 공정성과 중립성에 대한 논란이 매번 불거질 수밖에 없다. 고 이사장의 이번 발언이 ‘말실수’가 아니라 평소 소신을 표출했다는 점은 더욱 우려된다. 그의 임기가 끝나는 2018년 8월까지는 정제되지 않은 거친 발언이 언제든 또 나올 수 있다. 우리 사회를 분열시키는 백해무익하고 소모적인 이념 갈등을 언제까지나 반복할 수는 없다. 고 이사장은 공영방송의 이사장으로는 이미 적합하지 않다는 것을 스스로 보여 줬다. 야당의 사퇴 요구가 아니더라도 하루빨리 스스로 거취를 결정해야 한다.
  • 與 “교과서 특위” 野 “법으로 저지”… 국정화, 정국의 핵으로

    정부가 다음 주초 ‘역사 교과서 국정화 방안’을 발표할 예정인 가운데 여야의 대치가 교육 정책을 넘어 이념 갈등으로 번지고 있다. 내년 총선 공천 문제로 내홍을 겪던 여야 모두 계파를 넘어 당력을 총집결시키고 있다. 총선을 겨냥한 대형 정치 쟁점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다음주부터 본격화되는 새해 예산안과 각종 법안 처리에도 악영향을 줄 것으로 우려된다. 새누리당은 8일 ‘검정 교과서=국민 분열, 국정 교과서=국민 통합’ 프레임을 앞세워 당 지도부 전체가 정부의 역사 교과서 국정화 추진에 대한 지원 사격에 나섰다. 김무성 대표는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격하하고 오히려 북한을 옹호하는 역사 서술이 만연한 상황에서 학생들은 어떤 교과서를 선택해도 국민 정체성과 긍정적 역사를 배울 수 없는 구조”라면서 “국론 통일을 위한 국민 통합 역사 교과서를 만들자는 취지”라고 앞장섰다. 원유철 원내대표도 “현행 검정 교과서는 검정과 집필 기간이 짧아 부실하게 제작될 구조”라고 지적했다. 이어 서청원 최고위원은 “교과서 편찬 과정이 곧 국민 통합의 과정이 돼야 한다”고 가세했다. 새누리당은 이날 김을동 최고위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역사교과서개선특별위원회를 공식 발족시켰다. 오는 11일에는 정부와 역사 교과서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당정 협의도 개최하기로 했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은 ‘국정 교과서=친일·군사정권 옹호’라는 구도를 바탕으로 정부와 여당을 대상으로 총공세에 나섰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중립적이고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 교과서 문제를 졸속 처리한다면 극소수 친일·독재 옹호자를 제외한 모두가 피해자가 된다”면서 ▲국정화 방침 발표 중단 ▲여·야·정 합의로 공청회 개최 ▲여론조사에 토대한 개선 방안 마련 등 3가지를 요구했다. 최재천 정책위의장은 “교과서 국정화는 시민교육이 아닌 신민교육”, 이춘석 원내수석부대표도 “역사를 재단해 군사정권 시절로 퇴행하려는 시도”라고 각각 비판했다. 야당은 우선 ‘입법 저지 투쟁’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박수현 원내대변인은 “무리하게 정부가 재량권을 사용할 수 없도록 법률을 어떻게 손볼지 다각도로 연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 일각에서는 역사 교과서 문제를 새해 예산안 심사 등 정기국회 의사 일정과 연계하려는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장세훈 기자 shjang@seoul.co.kr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내주 ‘한국사 국정교과서’ 발표… 집필 기간 5개월도 안 남아

    내주 ‘한국사 국정교과서’ 발표… 집필 기간 5개월도 안 남아

    교육부가 중·고교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여부를 다음주 확정 발표한다고 7일 밝히면서 보수와 진보의 갈등이 한층 고조되고 있다. 교육부는 국정화 결정에 대해 확인도, 부인도 하지 않는 ‘NCND’ 입장을 고수했지만, 여당의 강한 발언과 그동안 교육부의 행보로 미뤄 볼 때 사실상 확정적이라는 게 교육계의 중론이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을 비롯한 진보단체들로 구성된 한국사교과서국정화저지네트워크 등은 이날 전국 8곳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반대 뜻을 밝혔다. 이미 5만여명을 넘어선 교수와 학생, 시민단체의 반대 서명도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국정화의 포문은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열었다. 취임 1주년인 지난 8월 초 “역사가 하나인 만큼 하나의 교과서로 가르쳐야 한다”고 말하면서 군불을 지폈다. 하지만 야당의 공세와 진보 진영의 격렬한 반대가 이어지자 교육부는 ‘2015 교육과정 개정안’의 총론·각론 고시가 이뤄지는 9월까지도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 여부를 결정하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새누리당이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국정화가 힘을 얻었다. 황 부총리가 “8일 국정감사가 끝나고서 발표하겠다”고 한 만큼 다음주 13일로 예정된 국무회의를 거쳐 발표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는 왜 논란이 될까. 논란의 핵심 키워드는 ‘오류’와 ‘이념’으로 요약된다. 논란의 발단은 2013년의 ‘교학사 교과서 파동’이다. 김구 선생과 안중근 의사를 테러 활동을 한 사람으로 표현하고 5·16 쿠데타를 ‘혁명’으로 미화하고 있다는 주장이 퍼지면서 교과서의 객관성 논란에 불이 붙었다. 전교조 등 진보 진영에서 교학사 교과서를 채택한 학교들을 압박하자 보수진영에서 국정화 교과서의 필요성이 나오기 시작했다. 교육부는 교학사 교과서뿐 아니라 다른 교과서로 화살을 돌렸다. 당시 검정을 통과했던 8종 교과서에서 오류가 829건이 적발됐다. 검정 교과서의 오류가 많으니 국정화를 검토해 보자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반대하는 쪽은 국정교과서 역시 완벽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박근혜 정부의 첫 국정교과서인 ‘초등 5학년 2학기 사회(역사)’에서는 누각인 보신각을 ‘종’이라고 표현하는 등 사실관계나 표현이 틀린 오류가 30여곳 발견됐다. 결국 한국사 교과서 논란의 핵심은 ‘이념’으로 귀결된다. 검정 교과서를 집필한 주진오 상명대 교수는 “교육부가 집필진을 고르면 결국 뉴라이트 계열 학자만 참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찬성하는 쪽은 “투명한 공모 절차로 객관적이고 우수한 필진을 확보할 수 있다”고 반박한다. 야당은 8일 교육부 국감 파행 등 보이콧을 예고했다. 진보진영 역시 사력을 다해 이를 막겠다고 선언한 터다. 이런 후폭풍을 넘어 국정화가 결정되면 학생들은 2017학년도부터 국정교과서로 배우게 된다. 교육부는 국정화가 확정될 경우 국사편찬위원회에 편찬을 위탁할 예정이다. 교과서 집필이 적어도 1년 전에 끝나야 하는 점을 볼 때 교과서 집필은 내년 3월까지 완료돼야 한다. 국정교과서 제작 시간이 5개월밖에 안 되는 셈이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씨줄날줄] 문명충돌 시대의 오폭/구본영 논설고문

    오폭(誤爆)은 영어로는 ‘프렌들리 파이어’(friendly fire)라는 기발한 관용어로 표현된다. ‘(적이 아닌) 친구를 쏜다’는 뜻이다. 물론 실제 상황이 되면 엄청난 비극일 뿐이다. 최근 아프가니스탄에서 ‘국경 없는 의사회(MSF)’ 병원이 탈레반과 교전 중인 미군에 의해 폭격당한 게 그런 경우다. 스무 명 이상의 민간인이 희생됐기 때문이다. 아프가니스탄 쿤두즈주(州)의 MSF 외상치료센터가 공습 목표가 된 배경을 놓고 주장이 엇갈리긴 한다. 쿤두즈 주지사 서리는 외신 인터뷰에서 “병원이 명백히 탈레반의 공격 기지로 사용됐다”고 주장했다. 반면 MSF 측은 환자 105명과 의료진 80여명이 있었을 뿐이라며 탈레반의 병원 침입 사실을 부인했다. 이런 공방에도 불구하고 국제 여론은 병원을 폭격한 미군에 불리하게 흐르고 있다. MSF는 세계 최대의 비군사·비정부 긴급의료구호단체다. 인종과 이념, 종교를 초월해 전 세계 분쟁 지역에서 헌신적 의료 활동을 펼치면서 1999년 노벨평화상을 받기도 했다. 결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애슈턴 카터 국방장관 등 미 수뇌부도 애도와 함께 철저한 조사를 약속했다. 중동에서 오폭으로 인해 애꿎은 희생자가 늘어나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다. 아프간에서만도 2009년 5월 미군의 공습으로 140명의 민간인이 목숨을 잃지 않았는가. 최첨단 무인기를 동원한 폭격으로 전투 요원들의 사망 가능성은 줄지 모르나 민간인 사상자는 외려 늘어나는 것도 현대전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더군다나 피아 구분조차 어려운 전장이라면 민간인 사망자가 줄어들긴 어려운 구조다. 아프간은 물론이고 이라크와 시리아 등 내전을 겪고 있는 나라들의 슬픈 운명이다. 며칠 전 러시아가 수니파 무장조직인 ‘이슬람국가’(IS)를 공습한다더니 외려 시리아 반군의 거점을 타격해 큰 피해를 준 게 그 전조다. 가뜩이나 세계의 화약고인 중동에서 무고한 민간인 희생자들이 늘어나는 근인(根因)은 뭘까. 종파와 민족, 그리고 이념이 난마처럼 뒤엉킨 문명충돌의 현장이기 때문일지 모르겠다. 일찍이 미 하버드대 새뮤얼 헌팅턴 교수는 냉전 종식 이후 국제 분쟁은 문명 간 충돌 양상을 띨 것이라고 ‘예언’했다. 1996년 저서에서 “이념 갈등이 사라진 자리를 서구 기독교 문명권과 이슬람이나 유교 문명권의 충돌로 대치될 것”이라고 내다본 것이다. 요즘 중동 사태를 보면 문명충돌론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린 것으로 보인다. 같은 이슬람 문명권인데도 사분오열된 종파끼리 더 격렬히 싸우고 있으니…. 소수 시아파인 아사드 정권에 맞서 수니파 중심의 반군과 IS가 3각 혼전을 벌이고 있는 시리아를 보라.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 등 수니파 국가들은 반군을 지원하는 반면 러시아와 시아파 국가인 이란은 아사드 정권을 돕고 있다. 이 와중에 시리아 민간인들의 질곡은 깊어만 가고 있는 게 비극의 본질이다. 구본영 논설고문 kby7@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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