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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념 갈등
    2026-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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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본지, 의원 299명 ‘국보법 개폐’ 설문조사

    본지, 의원 299명 ‘국보법 개폐’ 설문조사

    국가보안법 개폐 논란이 혼란스럽다.여야가 엇갈리고 각당 내부에서도 찬반 논쟁이 뜨겁다.헌법재판소가 국가보안법의 일부 조항을 ‘합헌’이라고 판결하고,국가인권위원회는 국보법의 폐지를 권고하는 등 국가 기관들의 상반된 의견도 논란을 부추기고 있다. 서울신문이 여야 의원들을 대상으로 국보법 개폐 입장을 전화조사한 결과 폐지보다 개정이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특히 개정에 찬성한 의원들 가운데는 지금까지 존치를 주장해온 것으로 분류된 경우도 상당수 포함됐다.이는 ‘기본틀을 유지하되 고칠 것이 있으면 고치는 게 좋겠다.”는 입장이었지만 ‘기본틀 유지’ 대목을 강조하면서 ‘존치’로 분류됐기 때문이다. 열린우리당에서 국보법 폐지를 주도하고 있는 유승희 의원 등 ‘아침이슬’ 모임은 27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헌재의 합헌 판결이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우리에게 장애가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특히 유 의원은 “당내에서 개정 의견이 고조되고 있지만,반드시 폐지를 당론으로 채택하겠다.”고 확고한 의지를 재확인했다. 반면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인권위의 폐지 권고안이 발표된 지난 24일 ‘폐지 반대’를 명확히 했다. ●열린우리당 “폐지 대세 속 개정 의견도” 열린우리당은 일단 국보법 폐지에 서명한 의원이 이날 오후 현재 84명에 이른다.반면 문희상·김혁규·정세균 의원 등 중진급 의원들은 ‘개정’에 힘을 싣고 있다.당초 28명이었으나,서울신문 초판 보도 이후 ‘입장 유보’ 의원 8명이 개정 의견에 가세해 모두 36명으로 늘어났다.일부에서는 개정과 폐지의 내용에 큰 차이가 없는 만큼,한반도 분단상황과 국민 정서를 감안해 개정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주장이다. 열린우리당 폐지론자들은 “국보법은 ‘악법’이라고 판단하고,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이 폐지할 것”이라고 말한다. 16대 국회에서 국보법 폐지를 대표발의했던 문석호 의원은 “국보법은 시대의 흐름에 맞지 않고,형법으로 대체할 수 있으므로 폐지해야 한다.”면서 “다만 폐지 과정에서 이념갈등으로 비화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해 여야 대치상황을 우려했다. 하지만 폐지론자들도 두 갈래 기류가 있다.폐지한 뒤 보완하는 방안을 놓고 대체입법으로 하자는 의견과 형법 등 기존 법에 흡수시키자는 의견으로 나뉜다.이를 놓고는 폐지론자들도 다소 유동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반면 개정론자들의 논리도 만만치 않다.91년 국가보안법으로 구속·수감됐던 김부겸 의원은 “인권침해적 소지가 있는 대목을 대폭 개정하고,사회적으로 폐지를 납득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좋겠다.”며 “여당이 과반이라고 힘으로 밀어붙여서는 안된다.”고 덧붙였다.법률가 출신인 김종률 의원은 “헌법재판소가 최근 합헌이라고 결정했지만,찬양고무죄·불고지죄 등의 독소조항을 삭제하는 개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참여정부의 초대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낸 문희상 의원은 “국보법은 악법의 상징성이 있고,다른 한편 체제유지의 상징성도 있다.”면서 “현재 추진되는 폐지나 개정의 내용이 ‘대동소이’한 만큼 개정이 돼도 무방하다.”고 밝혔다. ●한나라당 “부분개정 대세 속 폐지 의견도” 한나라당은 고진화·정의화 의원 등 6명이 폐지를 주장하고 있으나,대다수 의견은 ‘존치 후 부분 개정’이다.하지만 이들 의원 중에도 소극적인 개정과 적극적인 개정으로 방향이 엇갈린다.전자는 ‘기본틀을 유지하면서 문제가 있는 조항만 고치자.’는 것이며,후자는 ‘전향적인 남북관계를 위해 손볼 것은 과감하게 손보자.’는 것이다. 원희룡 의원은 “남북한 특수상황에 비춰 국가안보의 틀이 유지되는 것은 중요하다.”면서 “다만 법 조항 가운데 인권이나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는 조항을 고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남경필 원내수석부대표도 “국가보안법은 두고 그 안의 불고지죄 등 인권을 억압할 여지가 많은 조항을 대폭 개정해야 한다.”고 답했다.정병국 의원도 “시대변화로 사문화되거나 독소조항을 대폭 개정하는 쪽으로 갔으면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김문수 의원은 “개정할 부분에 대해 연구를 더 해야 한다.”고 신중한 개정론을 폈다. 율사 출신인 장윤석·주성영·김재원·주호영 의원 등은 현행 골격은 유지하되 불고지죄 등 일부 사문화·독소조항에 대해서만 개정·삭제하면 된다는 입장이다.김재원 의원은 “현 국보법은 지난 10여년간의 개정작업을 통해 사실상 골격만 남아 있기 때문에 굳이 손댈 이유가 없으며 불고지죄 등 일부 조항만 삭제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재오·고진화·전재희·정의화 의원 등은 폐지 후 대체입법하자는 입장이다.고 의원은 “인권탄압의 요소가 있는 조항 등을 완전히 뜯어고치는 전면 개정의 입장이지만 넓게는 폐지 후 형법을 개정하는 것도 무난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보수파’로 불리는 김용갑 의원은 “국보법으로 인해 억울하게 당하거나 불편을 겪는 국민이 거의 없는데 굳이 법률안을 개정하거나 폐지할 이유가 있느냐.”면서 “북한 눈치보기에 급급한 여권이 현 시점에서 국보법 개폐 논란을 벌이는 저의가 의심스럽다.”고 주장했다. 이종수 문소영 김준석기자 vielee@seoul.co.kr
  • [서울광장] 한반도로 부는 음습한 바람/김경홍 논설위원

    [서울광장] 한반도로 부는 음습한 바람/김경홍 논설위원

    보통 사람들간에 다툼이 생기면 대체로 목소리가 크거나,힘이 세거나,돈이 많거나,배경이 든든한 사람이 이긴다.하지만 약자를 위한 구제수단은 있다.법이 있고,상식과 도덕이 있고,하다못해 인정과 정상참작도 있다. 국제관계에서도 힘이 세거나,돈이 많거나,인구라도 많으면 말발이 세다.하지만 약자를 위한 구제수단은 변변치 않다는 것이 인간관계와는 다르다.약자에게는 철저하게 냉혹하다.이라크 전쟁도 명분이 있어 시작된 것이 아니다.그렇다고 해서 유엔이나 국제법이 온갖 분쟁과 침략전쟁에 대해 명확하게 단죄한 적도 없다. 인류의 역사가 기록된 3400여년동안 전쟁이 없었던 기간은 불과 286년뿐이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앨빈 토플러는 ‘전쟁과 반전쟁’에서 유엔이 창설된 1945년부터 1990년까지 45년동안 지구상에 전쟁이 없었던 기간은 0.12%인 단 3주동안뿐이었다고 적고 있다.1990년 이후 지금까지도 지구상에서 전쟁은 끊임없이 계속되고 있다.코소보 전쟁이나,두차례의 이라크 전쟁도 최근의 일이다.앞으로도 이런 추세가 수그러들 것이라는 징후는 어디에도 없다. 총칼로 맞붙는 전쟁만 전쟁이 아니다.무력충돌의 한쪽에는 경제전쟁도 있고,문화전쟁도 있고,종교전쟁도 있고,자원전쟁도 있고,민족갈등도 있고,영토분쟁도 있다.지금 한반도에서는 어떤 전쟁들이 일어나고 있을까.무력충돌만 없을 뿐이지 대부분의 분쟁이나 갈등요소가 현재진행형이다.위기감을 부추길 생각은 없지만 북한핵 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았고,중국과 일본의 경제·군사적 팽창주의와 주변국 역사까지 왜곡하는 음습한 바람이 한반도의 상공에 넓게 드리워져 있다. 일본의 침략전쟁에 대한 역사왜곡은 일본경제가 주변국들을 위협할 만큼 성장하고 자위대가 적어도 자국의 안보를 담당할 만하다고 판단되는 시점에서 비롯된 것이다.이제는 침략전쟁의 상징인 야스쿠니 신사를 총리와 장관은 물론 국회의원들이 대규모로 참배하고,한술 더 떠 일왕까지 참배해야 한다고 떠들고 있다.내년부터는 독도문제를 국제사회에 부각시키겠다는 속셈마저 공공연하게 드러내고 있다.중국의 ‘동북공정’이나 고구려사 왜곡도 중국이 이제 먹고 살 만하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에 그 속셈을 드러내는 것이다.이런 일들은 하루아침에 나타난 것이 아니라 오래 준비된 것이다.그래서 우리 생각대로 해결하기는 그만큼 어렵다. 역사왜곡이나 영토문제를 야기하는 것은 또 다른 형태의 침략이다.상대를 만만하게 보고 찝쩍거려 보는 것일 수도 있다.이런 준비된 음습한 수작들을 기껏해야 국제사회의 신사도나 촉구하고,항의성명이나 내고,외교공무원들이나 닦달한다고 그 뿌리가 빠질 것은 아니다.축구나 탁구시합에서 이겼다고 우월감을 느낄 일은 더더욱 아니다. 몇년 전 북한에서 식량난 등으로 탈북자와 보트피플이 대량 발생했을 때 남한사회는 수용시설이 모자란다느니,갑작스레 휴전선이 무너진다면 어떻게 할 것인지 호들갑을 떤 적이 있다.그 때 중국의 동북지역 군단에서는 대규모 기동훈련을 했다.무얼 의미하는지는 말할 필요조차 없을 것이다. 문화침략이든,역사왜곡이든,경제전쟁이든 지킬 힘이 없다면 그 자체로 약자의 처지에 서게 된다.군사력도,GDP도,인구도 모자란다면 당장은 지혜를 모아 경제를 키우고 국제사회에서 친구를 많이 사귀는 방법밖에는 없다.장기적으로 남북한간 신뢰회복을 통한 한반도의 평화정착은 필수적이다.또 과거사니 이념이니 하는 내부의 소모적인 싸움은 서둘러 끝내고 시선을 바깥으로 돌려야 할 것이다.후회는 앞서지 않는 법이다. 김경홍 논설위원 honk@seoul.co.kr
  • 우리당 국보법 ‘폐지모임’ ‘개정모임’ 충돌

    여당 의원들이 국가보안법 폐지 여부를 놓고 이념적 색깔차를 극명히 드러내며 갈등을 노출하고 있다.26일 열린 ‘국보법 폐지 반대’ 의원 모임에서는 ‘탈당’,‘주사파’ 등 극단적인 용어까지 나왔다. 전날 임종석 의원을 비롯한 열린우리당 ‘국보법 폐지 입법추진 의원모임’ 소속 의원 60여명이 모임을 갖고 본격적으로 행동을 개시하자,이날 안영근 의원 등 10여명은 ‘국보법 개정 모임’을 갖고 폐지 반대 목소리를 공개적으로 내기 시작했다. 당 지도부는 당초 이날 의원총회에서 국보법 개정 또는 폐지 당론을 정할 예정이었나,의견 대립이 첨예하게 나타나자 논의를 유보했다. 이날 국보법 개정모임에는 유재건·정덕구·안병엽·조성태 의원 등 중도·보수 성향 의원뿐 아니라 안영근 의원 같은 재야 운동권 출신 의원까지 가세했다.안영근 의원은 “여당으로서 국보법 폐지가 가져올 정치적 부담이 너무 크다.”며 “반인권적 독소조항을 폐지하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를 갖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국내에는 골수 주체사상파가 존재하고 있는데,국보법을 폐지하면 거리에서 주체사상을 홍보하고 김일성 주석 사망 10주년 등을 맞아 조직적으로 모여 애도집회를 할 때 처벌규정이 없다.”고 덧붙였다. 유재건 의원은 “지금 좌익이니 국보법이니 하는 얘기가 막 나오고 있는데,‘배고파 죽겠는데 뭐하는 짓들이냐.’고 걱정하는 분들이 있다.”며 “국보법 폐지를 주장하는 사람들만 우리당 지지자라면 우리는 탈당해야 한다.”고 강도높게 말했다. 그러나 ‘국보법 폐지 의원 모임’ 측은 열린우리당 의원 82명을 포함해 여야 의원 102명의 서명을 받아놓은 상태로,전체 의원 과반수 서명을 받아 다음 주쯤 폐지법안을 국회에 제출한다는 계획이다.열린우리당 우원식 의원은 “국보법 폐지에 따른 법률적 공백은 형법으로 보완할 수 있다.”며 “우리당 의원 120명 이상을 포함해 전체 의원 150명 이상이 폐지에 서명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상연 김준석기자 carlos@seoul.co.kr
  • [자문위원 칼럼] 개혁도 관리의 대상이다/최영재 한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한국 사회가 역사적 전환점에 있지 않은 적이 없지만 요즘 상황을 보면 어떤 고비에 서 있음을 느낀다.고비의 징후는 전례없이 근본을 건드리고 있는 사회 이슈와 논쟁의 색깔에서 읽을 수 있다.정치 논쟁은 국가 정체성과 한국의 근현대 역사를 송두리째 쥐고서 샅바싸움을 하고 있고 불황속에서 치러지는 경제 논쟁은 시장과 반시장,자본주의와 사회주의와 같은 이념문제로 비화되고 있다.정치적 수사로 치면 요령부재에다 하도 어설퍼서 설득력이 없고,논쟁의 수준은 현실 민생과 너무나 동떨어져 부질없는 지적 허영의 난무처럼 들린다.상생을 위한 정치적 대화와 합의는커녕 타성까지 붙어버린 당파적 정쟁에서 한국 민주주의의 위기를 직감할 뿐이다. 작금의 돌출적이고 현란한 이슈,그리고 가닥을 잡기 힘든 정쟁의 뿌리는 한마디로 소위 진보세력이 해방이후 처음으로 대통령과 국회를 장악한 지배세력이 되었다는 사실에서 비롯된다.진보세력이란 표현이 귀에 거슬린다면 그동안의 지배세력과 ‘다른 정치 세력’으로 불러도 좋다.민주사회에서 정권의 교체는 이전 지배세력의 문제점을 새로운 정치세력이 나타나 해결하는 과정이고,거기에서 새로운 정권은 정당성을 찾는다.그래서 지금 노무현 정권은 이전의 지배세력이 안고 있었던 해묵은 문제인 정경유착,과거사 청산,지역 분열,인권피해 등을 중요 의제로 삼고 해결하고 싶어한다. 그러나 노무현 정권이 추진하고 있는 사안들은 상당부분 누리던 자와 상처를 입은 자가 명백하게 갈라지는 편 가름과 갈등의 이슈일 수밖에 없다.이전의 지배세력이 누리던 기간이 길었던 만큼,독재 권력의 시혜가 광범위하고 오랫동안 뿌리내렸던 만큼,새 정치권력의 의제는 과거청산의 성격이 짙게 되고 그만큼 골깊은 사회적 갈등을 담게 된다.다른 정치세력이 되기로 한 노무현 정권은 이전의 어떤 정권보다도 거센 정치공격을 감수해야 할 처지이다.진정한 정권교체의 역사적 경험이 일천한 한국 정치는 새로운 집권세력이 지금까지의 집권세력과 다를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못하고 존재의 이유까지 부정하고 나선다.정치적 다름은 저쪽의 상승이 이쪽의 몰락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더욱이 분열과 갈등속에서 상대방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관용의 민주주의를 학습하지 못한 한국정치는 상대편 정권을 없신여기고 싶어하고 어디 잘하나 보자식의 뒤틀린 심사도 발동한다. 이같은 현상은 언론에도 그대로 투영된다.역대 정권과 유착,타협 또는 반목을 통해 어느새 ‘정치하는 언론’이 되어 버린 언론은 한번 가버린 정파적 노선으로부터 공정과 균형으로 쉽사리 되돌아오지 못한다.최근 탄핵과 17대 총선에서 보여준 보수 신문의 야당 편들기 보도,공영방송의 여당 편향보도, 방송위원회의 아무런 근거나 설명도 없는 탄핵방송 문제없음 결정이 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 독자와의 정치적 교감을 중시하는 일부 언론은 현 정부에 불만을 가진 독자층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정부 공격에 나선다.그럴수록 신뢰위기는 더욱 심해지지만 이렇다 할 대안을 찾지 못한 언론은 정부와 갈등 관계에서 우선 단기적인 득을 보고자 한다. 해방이후 최초로 ‘다른 정치세력’이 된 노무현 정권에 야당과 보수 언론,수구적 지식인과의 갈등은 거의 필연적이다.그것이 한국 정치의 현주소라면 노무현 정권에 갈등은 피해야 하는 대상이 아니라 관리의 대상이 된다.대결과 말싸움은 갈등 증폭의 부작용만 낳는다.이젠 설득과 대화,자제,관용,정치적 협상 쪽에서 리더십의 미덕을 찾을 때이다.개혁도 잘 관리하지 않으면 독재가 되기 때문이다. 최영재 한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 [이라크 ‘종교전쟁’ 비화되나]기독교·이슬람교 타협없는 대립 심화

    이라크 전쟁이 끝난 지 1년이 훨씬 지났지만 이라크에서는 연일 테러와 교전이 계속되고 있다.최근에는 이라크 무장 저항세력들이 미군과 외국인뿐 아니라 기독교 교회와 단체들로 공격 대상을 확대하면서 종교 전쟁으로 비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온다.이같은 우려 속에 테러 위협을 피해 인근 시리아와 요르단 등지로 탈출하는 이라크 내 기독교인들의 행렬이 끊이지 않고 있다.종교학자를 비롯한 전문가들은 이슬람과 비이슬람,특히 기독교간의 갈등과 대립을 일찍부터 점쳤었다.이른바 ‘종교전쟁’이다.그러면 과연 이라크는 전문가들의 우려대로 ‘종교 전쟁’의 늪에 빠져들고 있는 것일까.선문대 이원삼(46·이슬람사상) 교수와 강남대 이찬수(42·비교종교학) 교수의 대담을 통해 이라크 종교전 상황을 점검하고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과 대책 등을 들어본다. ■ 이원삼·이찬수 교수-전문가 대담- ●이원삼 교수 현 상황을 ‘종교전쟁’으로 잘라 말하기는 어렵다.전쟁의 속성상 종교보다는 정치·경제적 요인이 더 크고 여전히 그같은 성격이 짙은 게 사실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전개되는 양상을 볼 때 종교전쟁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찬수 교수 종교가 가진 보편성을 도외시한 채 특정 이념과 교리를 강조한 종교행위는 독선적이고 배타적으로 흐를 가능성이 크다.기독교뿐만 아니라 이슬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현재의 이라크를 포함한 이슬람권의 움직임을 볼 때 명쾌하게 ‘종교전쟁’으로 선을 그을 수 없지만 왜곡된 종교관으로 인한 갈등이 심각한 대립상황으로 발전할 가능성은 크다.종교전쟁의 위험성이 짙어지고 있다는 말이다. ●이원삼 교수 흔히 이라크 전쟁을 이슬람과 서구권의 충돌에 국한해 보고 있지만 문제는 비단 이슬람-서구세계만의 대립에 머물지 않는다.이슬람권 내부의 복잡한 관계와 미국을 비롯한 서구세계의 이해관계를 함께 연결하면 현재의 이라크 사태를 결코 단순하게 볼 수 없고 파병과 관련해 한국의 입장에서도 심각하게 접근해야 한다. ●이찬수 교수 역사적으로 종교간 충돌과 갈등을 들여다보면 사소한 계기가 엄청난 살육을 불러온 경우가 많다.중세 십자군 전쟁만 하더라도 처음에는 단순한 성지 순례를 둘러싼 탈환 목적에서 시작됐지만 그 결과는 엄청난 피해와 희생을 낳았다.문제는 종교가 이념이나 외적인 표현 양식이 아니라 그 문화권이 지닌 독자성과 특성을 이해하고 실현하는 방식으로 작용할 때 본래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서구의 기독교가 이슬람 문화권을 인정하고 이해한다면 전쟁으로까지 비화하지는 않았을 것이란 말이다. ●이원삼 교수 지구상의 모든 문화권에 각자 특수성이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이라크만 하더라도 각 부족마다 관습과 언어 종교적 이념에 있어서 현격한 차이가 있지만 우리는 너무 그들을 모르고 있다.그 특수성을 외면한 채 무력적인 방법으로 변화를 불러일으키려 한다면 전쟁을 피할 수 없다.그런 점에서 한국의 이슬람권 선교도 신중할 필요가 있다.한국기독교계의 예루살렘 평화의 행진은 비록 무사히 끝나기는 했지만 문화우월주의에 치우친 파행적 선교 측면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이찬수 교수 이제 기존의 종교관은 세계 평화의 측면에서 볼 때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케케묵은 사고의 패턴으로 종교가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한다는 말이다.종교에서도 다양성을 인정하는 새로운 사고의 혁명이 절실하다.지금 행해지고 있는 한국 기독교계의 해외선교도 반드시 이점을 고려해야 한다 ●이원삼 교수 현재 한국 기독교계가 파견하고 있는 해외 선교사의 70%가 이슬람권에 몰리고 있다.선교에 대한 열정은 좋지만 현지 사정을 도외시한 채 일방적으로 몰아붙이는 식의 선교는 거꾸로 적을 만들 뿐이다.선교다운 선교도 시작하지 못한 채 적대감만 낳는다면 선교가 무슨 의미가 있는가. ●이찬수 교수 거듭 말하지만 이슬람권의 종교적 특수성을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현재 이라크에서 준동하고 있는 원리주의자들이 과격한 것으로 인식되고 있지만 거꾸로 기독교 입장에서 이슬람을 이해하고 포용할 여지가 많다고 본다.이슬람은 쿠란에서도 타 종교를 배척하지 말라는 원리를 강조하고 있는데 이슬람과 기독교가 상호이해를 통해 폭력을 막고 줄일 방법은 충분하다고 본다. ●이원삼 교수 문제는 전쟁의 명분이 종교적으로 가려지고 있다는 점이다.많은 군사 전문가들은 미국이 전쟁에서 이미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고 분석하고 있다.옛소련 영향권에 있던 반미성향의 중앙아시아 지역 국가들과 아랍국들이 친미로 돌아섰고,이라크 전쟁으로 미국을 두려워하게 되었다는 점이 바로 큰 이유다.이라크와 이라크 바깥의 아랍국들이 속속 뭉치는 과정에서 이슬람의 원리를 강조하고 있음은 바로 종교적인 선명성을 통해 응집력을 강화하려는 속셈이다. ●이찬수 교수 이슬람 국가들이 종교를 표방하면서 전쟁을 선언한다면 큰 모순이 아닐 수 없다.서로 이해하면서 어떻게 서로를 죽일 수 있는가. ●이원삼 교수 문제는 이슬람공동체(움마),혹은 이슬람국가 건설을 위한 원리주의 세력들이 종교전쟁의 씨앗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현재 이라크의 상황은 광복 후 좌우이념 대립의 혼란에 빠졌던 한국의 상황과 매우 비슷하다.각 세력들이 헤게모니를 잡기 위한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고 있는 상황이다.그중에서도 알카에다나 알자르카위는 632∼661년 정통 칼리프 시대로 복귀해 이슬람 국가를 건설하자는 원리주의를 강하게 내걸고 있다.많은 아랍국 이슬람 신도들이 이같은 이슬람 움마 건설에 동조해 이라크로 결집하고 있는 상황이 종교전쟁을 예고케 하는 큰 이유 중 하나이다. ●이찬수 교수 우려대로 상황이 종교전쟁으로 비화할 경우 한국의 입장에서도 피해가 없을 수 없다.지금부터라도 이슬람 세계를 정확히 이해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종교전쟁의 참상을 막고 서구 세계의 제국주의적 팽창 드라이브에 브레이크를 걸 수 있는 유력한 집단이 바로 종교일 수 있다.국내에서도 일반인들이 이슬람 세계를 이해할 수 있는 아랍문화센터 같은 공간을 마련하는 데 정부가 적극 지원해야 할 것이다. ●이원삼 교수 이라크 대사관 직원만 보더라도 미국 2000명,일본 200명에 비해 한국은 턱없이 적은 8명에 불과하다.현지의 정보 파악에 어두울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김선일씨의 희생도 그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정부 차원의 공식적인 외교채널 이전에 현지의 종교 지도자나 족장 등 대표들과의 폭넓은 유대관계를 확보해 나간다면 사고나 피해를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정리 김성호기자 kimus@seoul.co.kr
  • [시론] 국가정체성 논란과 한국정치 개인화/김욱 배재대 정치외교학 교수

    국가정체성을 둘러싼 정치권내 논란이 연일 계속되고 있다.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최근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의 비전향 장기수에 대한 민주화 기여 판정 및 서해 북방한계선(NLL) 남북교신 보고누락 파문을 문제삼아 노무현 정부의 국가정체성 혼란 문제를 제기하였다.이에 청와대와 열린우리당 측에서는 박근혜 대표가 유신 시대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수행한 점,정수장학회 문제 등을 거론하며 반격에 나서고 있다. 이러한 논란의 배경에는 몇 가지 개인적 요인이 숨어 있는 듯하다.이 논란을 처음 제기한 박 대표의 입장에서는 최근 국회에서 친일진상규명법 추진과 관련,박정희 전 대통령의 친일 행위가 더 이상 불거지는 것을 방지함과 동시에,과거의 부드러운 이미지를 탈피하고 강경한 대여 투쟁 모습을 보임으로써 당내 보수세력의 결집을 도모하기 위한 노력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또 박 대표가 여당 대표와의 회담을 거부하고 대통령을 직접 겨냥한 것은 차기 대권주자로서의 자신의 위상을 굳히려는 의도도 깔려있는 듯하다. 한편 노 대통령을 위시한 여권의 입장에서는 차기대권주자로 가시화되고 있는 박 대표의 개인적 약점을 초반부터 집중 조명함으로써 향후 대권경쟁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겠다는 계산이 깔려있는 듯하다. 이번 논란과 관련하여 우리는 특히 두 가지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첫째,얼마 전에 부상했던 행정수도 이전 문제가 기본적으로 지역간 경제적 이해관계를 둘러싼 쟁점임에 반해,이번 국가정체성 논란은 보다 심오한 차원에서의 이념과 가치의 충돌을 드러낸다는 점이다. 보수-진보간 이념 갈등은 세대간 갈등과 중첩되어 최근 선거에서 지역갈등과 함께 한국사회의 가장 중요한 갈등구조로 부상한 바 있다.그런데 이번 국가정체성 논란의 기저에는 이러한 중요한 가치 갈등이 깔려있다는 점에서 그 정치적 파장이 더욱 크다고 할 수 있다. 두번째로 주목해야 할 점은 한국정치의 개인화된 성격이다.이번 논쟁을 보면,문제의 핵심을 다루기보다는 대통령과 야당대표의 전력이나 특정 발언,혹은 사상을 두고 서로 다투고 있으며,그 배경에도 정치지도자의 개인적 목적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보수-진보 이념 갈등이라는 중요한 ‘사회적’ 문제가 대통령과 야당 대표라는 두 정치지도자에 의해서 ‘개인화’되어 표출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정치가 정치지도자 개인에 크게 의존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그것은 우리의 문화적 유산일 수도 있지만,동시에 우리 정치제도의 영향이기도 하다.특히 대통령제가 갖는 특징 중의 하나는 대통령 개인에게 많은 권력을 집중시킨다는 점으로,이는 많은 사람들이 이번 국가정체성 논란을 차기 대권을 둘러싼 전초전으로 해석하는 근거이기도 하다. 구조적으로 보면,대통령제는 행정부와 의회의 권력을 분리시킨다는 점에서 의원내각제에 비해 권력분산형임에 틀림없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대통령제 국가가 독재로 흘러가는 경향을 갖는 이유 중의 하나는 정당이라는 조직보다는 대통령이라는 개인을 중심으로 운영된다는 사실이다. 한국정치의 개인화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권력구조를 바꾸든지,그것이 어렵다면 개인의존형 권력구조인 대통령제하에서도 개인보다는 정책과 시스템에 의존할 수 있는,보다 성숙된 정치문화를 발전시켜나가야 할 것이다. 김욱 배재대 정치외교학 교수
  • 지금이 ‘정체성’에 매달릴땐가

    ‘여야 정쟁은 이제 그만’ 연일 가열되는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국가 정체성 논란’을 바라보는 학계,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의 반응은 싸늘하기만 하다.여야가 이라크 파병 문제,민생경제 문제 등 정작 중요한 현안은 제쳐둔 채 엉뚱한 정쟁만 일삼고 있다는 한숨 섞인 반응들이다. 국민대 정치대학원 김형준 교수는 한나라당의 논리를 날카롭게 지적했다.김 교수는 “국민들은 지금 시기에 한나라당이 왜 국가정체성 문제를 들고 나왔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한나라당의 잘못을 조목조목 비판했다.김 교수는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얘기한 ‘상생의 정치’ 원칙을 스스로 뒤집은 점을 첫째 잘못으로 꼽았다.두번째로 국민들과 문제의식을 공유하지 못한 채 ‘당내 입지 강화용 카드’로 이 문제를 거론했으며,민생경제를 외면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경기대 정치학과 노태구 교수는 친일진상규명 문제와 국가보안법 문제,군의 보고누락 문제는 정쟁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못박았다. 노 교수는 “뒤틀린 과거사를 바로 잡고 민족 정기를 바로 세우지 않는다면 우리 정치 발전은 한 걸음도 나아가기 어렵다.”면서 “친일 문제와 국가보안법 문제 등은 우리 역사가 발전하는 첫 단계”라고 강조했다.그는 “한나라당이 과거 유신체제에서나 볼 수 있는 반공,보수 기득권 논리를 내세우면서 혹세무민하고 국민과 국가를 호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반면 배재대 정치외교학과 김욱 교수는 최근 논란을 ‘이념과 가치의 근본적 충돌’로 규정했다.김 교수는 “세대 갈등이 포함된 보수-진보의 이념갈등은 지역갈등과 함께 한국 사회의 가장 중요한 갈등으로 부상하고 있어 향후 정치적 파장이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시민사회단체에서도 여야의 정쟁을 곱지않게 바라보고 있다.인권실천시민연대 오창익 사무국장은 “지금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이 주고 받는 정쟁은 국민과 헌법을 우롱하는 것”이라고 강도높게 비판했다.그는 “만약 한나라당이 정부의 반인권적이고 헌법 위배적인 이라크 파병 방침을 반대하며 국가정체성을 얘기했다면 시민사회는 물론,국민들로부터 야당의 역할을 높이 평가받으며 지지를 받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여당도 잘 한 것이 없지만 야당은 더 더욱 자신들이 과거 군부독재정권시절 행했던 반민주적이고 반인권적인 정치가 국가정체성에 걸맞은 내용이라고 생각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고 덧붙였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지금이 ‘정체성’에 매달릴땐가

    ‘여야 정쟁은 이제 그만’ 연일 가열되는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국가 정체성 논란’을 바라보는 학계,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의 반응은 싸늘하기만 하다.여야가 이라크 파병 문제,민생경제 문제 등 정작 중요한 현안은 제쳐둔 채 엉뚱한 정쟁만 일삼고 있다는 한숨 섞인 반응들이다. 국민대 정치대학원 김형준 교수는 한나라당의 논리를 날카롭게 지적했다.김 교수는 “국민들은 지금 시기에 한나라당이 왜 국가정체성 문제를 들고 나왔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한나라당의 잘못을 조목조목 비판했다.김 교수는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얘기한 ‘상생의 정치’ 원칙을 스스로 뒤집은 점을 첫째 잘못으로 꼽았다.두번째로 국민들과 문제의식을 공유하지 못한 채 ‘당내 입지 강화용 카드’로 이 문제를 거론했으며,민생경제를 외면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경기대 정치학과 노태구 교수는 친일진상규명 문제와 국가보안법 문제,군의 보고누락 문제는 정쟁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못박았다. 노 교수는 “뒤틀린 과거사를 바로 잡고 민족 정기를 바로 세우지 않는다면 우리 정치 발전은 한 걸음도 나아가기 어렵다.”면서 “친일 문제와 국가보안법 문제 등은 우리 역사가 발전하는 첫 단계”라고 강조했다.그는 “한나라당이 과거 유신체제에서나 볼 수 있는 반공,보수 기득권 논리를 내세우면서 혹세무민하고 국민과 국가를 호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반면 배재대 정치외교학과 김욱 교수는 최근 논란을 ‘이념과 가치의 근본적 충돌’로 규정했다.김 교수는 “세대 갈등이 포함된 보수-진보의 이념갈등은 지역갈등과 함께 한국 사회의 가장 중요한 갈등으로 부상하고 있어 향후 정치적 파장이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시민사회단체에서도 여야의 정쟁을 곱지않게 바라보고 있다.인권실천시민연대 오창익 사무국장은 “지금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이 주고 받는 정쟁은 국민과 헌법을 우롱하는 것”이라고 강도높게 비판했다.그는 “만약 한나라당이 정부의 반인권적이고 헌법 위배적인 이라크 파병 방침을 반대하며 국가정체성을 얘기했다면 시민사회는 물론,국민들로부터 야당의 역할을 높이 평가받으며 지지를 받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여당도 잘 한 것이 없지만 야당은 더 더욱 자신들이 과거 군부독재정권시절 행했던 반민주적이고 반인권적인 정치가 국가정체성에 걸맞은 내용이라고 생각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고 덧붙였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색깔론’ ‘역색깔론’ 짜증 돋구는 여야 설전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국가 정체성을 문제삼은 지 하루가 지나면서 여야간에는 ‘색깔론’과 ‘역색깔론’의 대립전선이 형성됐다.열린우리당이 박 대표의 문제제기를 ‘색깔론’으로 규정하자 한나라당이 ‘역색깔론’을 들고 나온 것이다.소모적 정치공방으로 흐르는 양상이다. 한나라당은 23일 박 대표 대신 주요 당직자들이 공세를 이어갔다.주요당직자회의에서 남경필 원내수석부대표는 “합리적 보수와 진보는 상생해야 하며 그럴 수 있는데 여권은 이를 정쟁거리로 만들고 색깔론으로 덧칠하고 있다.”며 ‘역색깔론’을 폈다.그는 또 “보수세력의 과거를 들춰내 반사이익을 얻으려 하고 지배세력 교체나 과거사 청산 논쟁만 하려는 걸 볼 때 과거사에만 몰두하는 퇴행적 정치”라고 비난했다.이한구 정책위의장은 “경제 위기를 거론하면 정권 흔들기고,안보문제를 얘기하면 색깔론이라고 한다.”며 “도둑이 제발 저린 격”이라고 꼬집었다.김형오 사무총장도 “구시대적 천민정치 수법”이라고 가세했다. 이에 유신 시절 ‘민청학련 사건’으로 사형선고를 받았던 열린우리당 유인태 의원은 기자간담회를 갖고 “박 대표가 말하는 정체성이 뭐냐.다시 유신시절로 돌아가 검찰을 시녀로 만들고 중앙정보부를 만들어 마음에 안드는 사람 다 잡아다 고문하자는 것이냐.”고 맹비난했다.그는 “유신시절 자리에서 쫓겨나 거리를 헤매고,고문으로 지금껏 병상에 누워 있는 사람들에게 박 대표가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한 걸 들어본 적이 없다.”면서 “그런 사람이 어떻게 정체성,전면전 운운할 수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현미 대변인도 “정통성에 하자가 있는 정당에서 근본을 바로잡자고 하면 정말 박 대표 말대로 볼장 다본 것 아니냐.”면서 “막연하게 정통성을 문제삼는 것이야말로 과거 70∼80년대 대중선동식 우중정치이자 딱지붙이기”라고 비난했다. 박 대표가 재취임과 동시에 ‘전면전’을 시사하며 정체성 문제를 꺼낸 배경을 놓고 정치권에선 ‘보수층 끌어안기+당내 리더십 강화’를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이 주를 이룬다.바닥을 기는 경기침체 속에 군과 청와대의 갈등,송두율 교수 석방,국가보안법 폐지론 부상 등 이념적 사안들이 잇따르자 박 대표가 이를 대여(對與) 이념공세를 통해 불안한 민심을 파고들 적기(適期)로 판단했다는 것이다.당내에선 이런 공세가 경기 악화에 따른 불만여론을 끌어안는 데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열린우리당 역시 손해볼 것 없다는 판단이다.한 당직자는 “박 대표의 인기는 부드러움과 상생에 있는데 정체성 문제를 제기할수록 유신 파트너인 자신의 태생적 한계만 드러낼 뿐”이라고 지적했다.논쟁이 확대될수록 박 대표는 유신시대의 부정적 이미지가 덧씌워지는 반면 대선 이후 느슨해진 보·혁 대결구도가 강화되면서 여권으로서는 보다 확고한 지지기반을 갖춰 나가게 될 것이라는 판단이다. 진경호기자 jade@seoul.co.kr
  • [기고] 서울신문과 민족혼의 부활/오의교 3.1민족정신 선양회장

    망각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들,한시바삐 깨어나야 한다.속담에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똑바로 차리면 산다.’는 말이 있다.현재 우리의 삶에 절실한 교훈이다. 일찍이 우리 민족은 홍익인간의 개국이념으로 인류사회에서 평화를 선도해 왔고 동방예의지국으로서 인간의 존엄성을 깨우쳐 주었다.숭고한 선대의 정신을 이어받은 우리 민족은 너무도 선량했기에 약육강식의 생존경쟁에서 많은 침해·약탈의 고통을 겪어왔고,아직도 지구상에 단 하나의 분단국으로 남아 있다. 숭고한 선열들의 인류평화 선도정신은 아예 포기하고 망각 속에서 갖가지 고통을 감내하는 삶을 가까스로 이어가고 있음은 선열들의 영령 앞에 너무도 죄스럽다.시급히 좌절과 포기·망각에서 깨어나 숭고한 선대의 큰 뜻을 이어받은 후예들로서 인류사회에 공헌함으로써 보답해야 한다. 이에 우리의 민족 정통언론인 서울신문은 새로운 언론문화의 선도자로서 헌신적인 견인차가 되어야 한다. 일찍이(100년전) 숭고한 우리 민족혼을 담아 창립된 대한매일신보는 일제의 강압으로 약탈당했고 그 뒤를 이은 서울신문은 광복 후 독재정권의 집권체제 유지에 악용되었기에 한때 국민에게 버림받은 신문이 되었다.이제 서울신문은 정통 민족신문으로서 부활하고자 발 벗고,팔 걷어올렸다. 오늘날 우리나라 언론문화는 한마디로 어지럽다.일부 언론사는 사명을 망각한 채 국리민복과 인류사회에 누가 되고 갈등을 불러일으키는 일을 스스럼없이 저지르고 있다.언론은 모름지기 국익과 민생복리 그리고 인류평화에 해가 되는 일들(편견·편파·선동성 보도)은 자제할 줄 알 만큼 성숙해야 한다.정도를 벗어난 보도로 발생한 문제에 대해 언론이 죄책감을 갖기는커녕 무책임한 것이 오늘날 우리 사회의 실상이다. 이에 우리 민족의 정통신문인 서울신문은 민족혼을 담아 부활해야 한다.민족혼을 담아 언론의 정도(正道)로 나아갈 때 국민의 사랑을 받고 힘차게 날갯짓할 것이다.정통 민족신문으로서 국리민복,그리고 통일과 인류평화에 공헌하는 정겨운 신문으로 약진하기를 기대한다. 오의교 3.1민족정신 선양회장
  • [열린세상] 참여정부, 귀를 열어라/임현진 서울대 사회학 교수

    우리 사회가 끓고 있다.이라크 파병이나 수도이전 등 국가대사를 놓고 국민들 사이에 분열과 갈등이 심각하다.지역간 마찰에 더해 세대간 대결이 이념적으로 치닫고 있다. 수도이전으로 인한 지역마찰과 이라크 파병에 따른 보혁대결이 좋은 보기다.여기에 2030과 5060이라는 대치선이 그어져 있다.과연 이 나라는 어디로 가고 있나? 한쪽에서는 개혁만이 나라가 살길이라 주장하고,다른쪽에서는 이러다가 나라가 쓰러진다고 개탄한다.개혁만능론과 국가쇠망론을 넘어설 수 있는 제3의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국민을 대표하는 여야는 정략으로 맞서고 정부마저 책임있게 중심을 잡지 못하니,나라꼴이 말이 아니다. 지난날 경제건 안보건 일종의 위기론을 조장하여 국민을 기만한 것이 역대 정부의 공통점이었다.흥미롭게도 참여정부는 이들과 전혀 다르다.국민이 분명 위기를 느끼고 있는데,정부는 위기가 전혀 없다고 자신한다.희한한 일이다.오히려 위기론의 배후에 정권흔들기의 음모가 들어있다고 비난한다. 위기의 존재여부를 떠나 국가는 항시 위기관리를 해야 한다.한국전쟁이나 외환위기가 준 교훈이 무엇인가? 위기관리가 바로 국민안위와 국가존망과 밀접히 관련되어 있다는 사실이다.이제 위기는 안에서만 발생하지 않고 밖에서도 연유한다.한반도의 남북갈등이 만들어내는 국제전쟁이나 세계경제의 불안으로부터 연유되는 경기파동 같은 것이다.‘국내위기의 국제화’와 함께 ‘국제위기의 국내화’를 면밀히 주시할 필요가 있다.이는 세계화 시대의 업보이다. 참여정부의 아이러니는 ‘개(혁)코(드)’가 맞는 부류만 받아들이고 나머지는 배제하는 데 있다.비판은 무조건 반대편이요,나아가 정권 부정세력으로 몬다.스스로 정권입지를 좁히고 있다.개혁연합이 이뤄질 까닭이 없다.행정수도이전에 관한 논쟁을 보라.수도이전의 비효율과 고비용을 지적하는 전문가들을 마치 적으로 몰고 있다.참으로 딱한 일이다.민주주의체제의 강점이 무언가.비판을 통한 대안의 모색 아닌가.과거 비판세력을 반체제세력으로 낙인찍은 권위주의 정권의 무모함이 떠오른다. 그래도 나는 노무현정권의 개혁시계가 거꾸로 가고 있다고 믿지 않는다.한국사회 패러다임의 변화가 그것을 허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참여정부는 패러다임의 변화를 담을 수 있는 국정철학을 가다듬어야 한다.국정철학은 발전가치로 채워진다.돌이켜보면,역대 정부마다 나름대로 하나 혹은 둘 정도의 발전가치를 내세웠다.안보,성장,분배,복지,통일 등이 그것이다.정권의 색깔도 발전가치에 의해 쉽게 식별할 수 있다.안보와 성장을 강조한 박정희정권의 우파 성향,그리고 통일과 복지를 중시한 김대중정권의 중도 성향이 대표적 경우이다. 노무현정권은 균형발전을 핵심 발전가치로 제시하고 있다.성장보다 분배가 우선되는 배경이다.한국사회의 고질적인 불균형발전을 극복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문제는 균형발전이 한국사회의 전반적 상승발전(upward development)으로 이어지지 못할 때,그것이 또 다른 불균형발전의 원인이 된다는 점이다.형식합리성의 논리로부터 벗어나 균형발전을 접근할 필요가 있다. 균형발전의 틀에서 지금 추진되고 있는 여러 국정과제들도 거시 목표와 정책 수단 사이에 괴리가 없는지 깊이 살펴봐야 한다.거시 목표는 현실적합성,정책 수단은 실현가능성의 맥락에서 조율되어야 한다.그렇지 않으면 로드맵 자체가 잘못될 수 있다.오도된 로드맵으로 인한 국정과제의 표류는 막대한 국가재원과 능력의 낭비를 수반하게 된다.참여정부는 비판과 이견을 경청하기 바란다. 임현진 서울대 사회학 교수
  • 박근혜 “국보법 철폐 절대안돼”…與 반발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군(軍) 보고누락 파동 등 현안과 관련해 국가 정체성 문제를 제기하며 노무현 대통령을 정면 비판하고,열린우리당이 “정치공세이자 색깔논쟁”이라고 강력 반발하면서 정국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박 대표는 22일 당 운영위 회의와 전날 기자간담회 등을 통해 “집권층이 창조와 발전보다는 대한민국 정통성을 훼손하고 근본을 흔들며 파괴하는 쪽으로 가고 있다.”면서 “정부가 국가 정체성을 흔드는 상황이 계속되면 야당이 전면전을 선포해야 할 날이 오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특히 노 대통령을 향해 “개혁은 국민이 더 잘 살게 하는 것인데 지금은 개혁의 목표가 변질되고 있다.”고 비난하고 의문사진상조사위 발표 등에 대한 견해를 밝힐 것을 공개 요구했다. 그는 “영해를 수호하기 위해 본분을 다한 군을 국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이 칭찬하기보다 질책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정부가 경제살리기 등 시급한 일은 뒷전으로 미루고 국민 갈등을 증폭시키는 일만 벌이고 있다.”며 여권의 행정수도 이전과 국가보안법 폐지,친일진상규명법 개정,선거법 개정 움직임 등을 비난했다. 국가보안법에 대해서 박 대표는 “북한이 하나도 고치지 않은 상황에서 철폐는 절대 안되며 운용상의 문제가 있는 몇가지 부분은 개정안을 받아들일 수 있다.”고 열린우리당의 폐지 움직임에 반대했다. 한나라당은 또 이날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와 국방위,행정자치위 소속 위원 연명으로 채택한 ‘노무현 대통령에게 묻습니다.’란 제목으로 공개 질의서를 발표했다. 질의서는 ▲서해 북방한계선(NLL) 사태에 있어 작전수행보다 내부보고 체계를 우선시한 이유 ▲여당 의원들이 남북관계를 생각할 때 군의 NLL 대처는 문제가 크다고 비난한 데 대한 입장 ▲국가안전보장회의(NSC)가 국가안전을 위한 조직인지,국가해체를 위한 조직인지 여부를 밝혀 달라고 노 대통령에게 요구했다. 이에 열린우리당 김현미 대변인은 “민주주의를 뒷받침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정치 공세이자 색깔논쟁”이라며 “한나라당이야말로 정체성이 무엇인지,역사의 정체성을 바로 잡을 것인지 왜곡을 그대로 둘 것인지 밝히라.”고 촉구했다. 민병두 기획위원장도 “과거 어느 야당 지도자도 ‘전면전’이라는 표현을 쓴 적이 없다.”며 박 대표의 정체성 확립 주장을 ‘신(新)색깔논쟁’으로 규정하는 등 반발했다. 신기남 의장은 그러나 “국가 정체성을 문제삼고 안보를 갖고 이념논쟁을 벌이는 것은 상생의 정치에 맞지 않다.”고 반박하면서도 “박 대표가 여전히 상생의 정치를 화두로 지니고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언급,확전(擴戰)을 피하려는 뜻을 내비쳤다. 진경호기자 jade@seoul.co.kr
  • 박근혜 “국보법 철폐 절대안돼”…與 반발

    박근혜 “국보법 철폐 절대안돼”…與 반발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군(軍) 보고누락 파동 등 현안과 관련해 국가 정체성 문제를 제기하며 노무현 대통령을 정면 비판하고,열린우리당이 “정치공세이자 색깔논쟁”이라고 강력 반발하면서 정국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박 대표는 22일 당 운영위 회의와 전날 기자간담회 등을 통해 “집권층이 창조와 발전보다는 대한민국 정통성을 훼손하고 근본을 흔들며 파괴하는 쪽으로 가고 있다.”면서 “정부가 국가 정체성을 흔드는 상황이 계속되면 야당이 전면전을 선포해야 할 날이 오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특히 노 대통령을 향해 “개혁은 국민이 더 잘 살게 하는 것인데 지금은 개혁의 목표가 변질되고 있다.”고 비난하고 의문사진상조사위 발표 등에 대한 견해를 밝힐 것을 공개 요구했다. 그는 “영해를 수호하기 위해 본분을 다한 군을 국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이 칭찬하기보다 질책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정부가 경제살리기 등 시급한 일은 뒷전으로 미루고 국민 갈등을 증폭시키는 일만 벌이고 있다.”며 여권의 행정수도 이전과 국가보안법 폐지,친일진상규명법 개정,선거법 개정 움직임 등을 비난했다. 국가보안법에 대해서 박 대표는 “북한이 하나도 고치지 않은 상황에서 철폐는 절대 안되며 운용상의 문제가 있는 몇가지 부분은 개정안을 받아들일 수 있다.”고 열린우리당의 폐지 움직임에 반대했다. 한나라당은 또 이날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와 국방위,행정자치위 소속 위원 연명으로 채택한 ‘노무현 대통령에게 묻습니다.’란 제목으로 공개 질의서를 발표했다. 질의서는 ▲서해 북방한계선(NLL) 사태에 있어 작전수행보다 내부보고 체계를 우선시한 이유 ▲여당 의원들이 남북관계를 생각할 때 군의 NLL 대처는 문제가 크다고 비난한 데 대한 입장 ▲국가안전보장회의(NSC)가 국가안전을 위한 조직인지,국가해체를 위한 조직인지 여부를 밝혀 달라고 노 대통령에게 요구했다. 이에 열린우리당 김현미 대변인은 “민주주의를 뒷받침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정치 공세이자 색깔논쟁”이라며 “한나라당이야말로 정체성이 무엇인지,역사의 정체성을 바로 잡을 것인지 왜곡을 그대로 둘 것인지 밝히라.”고 촉구했다. 민병두 기획위원장도 “과거 어느 야당 지도자도 ‘전면전’이라는 표현을 쓴 적이 없다.”며 박 대표의 정체성 확립 주장을 ‘신(新)색깔논쟁’으로 규정하는 등 반발했다. 신기남 의장은 그러나 “국가 정체성을 문제삼고 안보를 갖고 이념논쟁을 벌이는 것은 상생의 정치에 맞지 않다.”고 반박하면서도 “박 대표가 여전히 상생의 정치를 화두로 지니고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언급,확전(擴戰)을 피하려는 뜻을 내비쳤다. 진경호기자 jade@seoul.co.kr
  • [송두율교수 집행유예] 宋교수 ‘후보위원 무죄’ 의미

    [송두율교수 집행유예] 宋교수 ‘후보위원 무죄’ 의미

    재독 철학자 송두율 교수의 항소심을 맡은 서울고법 형사6부는 남북간 긴장관계 완화 등 사회변화를 최대한 반영,‘전향적인’ 판결을 내렸다.엄한 처벌보다는 포용이 갈등해소에 바람직하다는 판단에서다.재판부는 “이제 북한은 전쟁 상대방이 아니라 조국의 평화통일을 위한 동반자로 인식되기에 이르렀다.”면서 “국가보안법을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것도,부적절한 이념논쟁도 더이상 불필요하다.”고 밝혔다.송 교수의 친북활동은 일부 인정되지만,우리사회가 이를 포용할 만큼 충분히 성숙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노동당 후보위원 인정 어렵다 재판부는 1심과 달리 송 교수의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 혐의를 인정하기엔 미흡하다고 봤다.재판부는 “‘위에서 크게 쓸 사람’이라는 등 노동당 전 비서 황장엽씨의 진술에는 구체성이 없고 재독 북한 이익대표부 전 서기관 김경필씨의 대북 보고문은 송 피고인이 친북활동을 했다는 점을 입증할 뿐 정치국 후보위원라는 증거로 채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송두율=정치국 후보위원’이란 등식이 성립하기엔 검찰의 증거가 부족하다는 얘기다. 재판부는 또 남북관계가 변했다는 점을 지적,국가보안법을 제한적으로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처음 공식적으로 제시했다.대법원의 기존 판례를 뒤집은 ‘사건’이다.재판부는 “국가보안법이 명시한 ‘지도적 임무’나 ‘목적수행’ 등은 다의적이고 포괄적인 개념”이라면서 “자칫하면 수사기관의 자의적·편의적 법집행이 가능,인권침해 소지가 크다.”고 우려를 표시했다.국가보안법 개정 및 폐지를 요구하는 시민단체 등의 주장과도 맥을 같이하는 부분이다.재판부는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해악을 끼칠 명백한 위험이 있는 경우’만 국가보안법을 제한적으로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계인’ 아니지만 이적성은 없다 재판부는 1심처럼 송 교수를 ‘경계인’이 아닌 ‘북쪽에 선 사람’이라고 판단했다.그러나 1심과 달리 언론사 저술활동 등을 반국가단체를 위한 지도적 임무에 종사했다고 보지 않았다.재판부는 “북한에 편향됐지만,저술활동이 직접적으로 우리 체제를 위협하지 않고,사상의 자유시장에서 충분히 여과될 주장에 불과하다.”고 말했다.송 교수가 친북편향이라고 해서 헌법이 보장한 ‘학문의 자유’를 제한할 수는 없다는 얘기다.지금까지 국가보안법 위반사건 가운데 가장 제한적으로 법을 적용한 셈이다.이에 김형태 변호사는 이번 판결을 국가보안법 폐지로 가는 징검다리로 평가했다. ●친북성향, 북한 밀입국은 ‘유죄’ 지난 91년 5월∼94년 3월 북한 사회과학원 등의 초청으로 5차례 밀입국해 주체사상을 배웠고,북한 고위당국자를 만났다는 혐의는 유죄로 인정됐다.송 교수가 ‘친북인사’라는 사실을 인정한 것이다.재판부는 양형과 관련,엄중한 처벌보다는 관용을 선택하면서 “나머지 몫은 일반 국민들의 건전한 토론과 비판에 맡겨둬야 된다.”고 설명했다.공은 이제 국민의 손으로 넘겨졌다.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 [송두율교수 집행유예] 宋교수 ‘후보위원 무죄’ 의미

    재독 철학자 송두율 교수의 항소심을 맡은 서울고법 형사6부는 남북간 긴장관계 완화 등 사회변화를 최대한 반영,‘전향적인’ 판결을 내렸다.엄한 처벌보다는 포용이 갈등해소에 바람직하다는 판단에서다.재판부는 “이제 북한은 전쟁 상대방이 아니라 조국의 평화통일을 위한 동반자로 인식되기에 이르렀다.”면서 “국가보안법을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것도,부적절한 이념논쟁도 더이상 불필요하다.”고 밝혔다.송 교수의 친북활동은 일부 인정되지만,우리사회가 이를 포용할 만큼 충분히 성숙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노동당 후보위원 인정 어렵다 재판부는 1심과 달리 송 교수의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 혐의를 인정하기엔 미흡하다고 봤다.재판부는 “‘위에서 크게 쓸 사람’이라는 등 노동당 전 비서 황장엽씨의 진술에는 구체성이 없고 재독 북한 이익대표부 전 서기관 김경필씨의 대북 보고문은 송 피고인이 친북활동을 했다는 점을 입증할 뿐 정치국 후보위원라는 증거로 채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송두율=정치국 후보위원’이란 등식이 성립하기엔 검찰의 증거가 부족하다는 얘기다. 재판부는 또 남북관계가 변했다는 점을 지적,국가보안법을 제한적으로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처음 공식적으로 제시했다.대법원의 기존 판례를 뒤집은 ‘사건’이다.재판부는 “국가보안법이 명시한 ‘지도적 임무’나 ‘목적수행’ 등은 다의적이고 포괄적인 개념”이라면서 “자칫하면 수사기관의 자의적·편의적 법집행이 가능,인권침해 소지가 크다.”고 우려를 표시했다.국가보안법 개정 및 폐지를 요구하는 시민단체 등의 주장과도 맥을 같이하는 부분이다.재판부는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해악을 끼칠 명백한 위험이 있는 경우’만 국가보안법을 제한적으로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계인’ 아니지만 이적성은 없다 재판부는 1심처럼 송 교수를 ‘경계인’이 아닌 ‘북쪽에 선 사람’이라고 판단했다.그러나 1심과 달리 언론사 저술활동 등을 반국가단체를 위한 지도적 임무에 종사했다고 보지 않았다.재판부는 “북한에 편향됐지만,저술활동이 직접적으로 우리 체제를 위협하지 않고,사상의 자유시장에서 충분히 여과될 주장에 불과하다.”고 말했다.송 교수가 친북편향이라고 해서 헌법이 보장한 ‘학문의 자유’를 제한할 수는 없다는 얘기다.지금까지 국가보안법 위반사건 가운데 가장 제한적으로 법을 적용한 셈이다.이에 김형태 변호사는 이번 판결을 국가보안법 폐지로 가는 징검다리로 평가했다. ●친북성향, 북한 밀입국은 ‘유죄’ 지난 91년 5월∼94년 3월 북한 사회과학원 등의 초청으로 5차례 밀입국해 주체사상을 배웠고,북한 고위당국자를 만났다는 혐의는 유죄로 인정됐다.송 교수가 ‘친북인사’라는 사실을 인정한 것이다.재판부는 양형과 관련,엄중한 처벌보다는 관용을 선택하면서 “나머지 몫은 일반 국민들의 건전한 토론과 비판에 맡겨둬야 된다.”고 설명했다.공은 이제 국민의 손으로 넘겨졌다.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 [서울신문 창간 100주년] 새로운 100년을 열어가겠습니다

    서울신문이 2004년 7월18일로 창간 100주년을 맞습니다.창간 100주년을 맞는 신문은 한국언론 사상 서울신문이 처음입니다.우리는 이 기쁨을 독자와 함께 나누고 지난 100년을 거울삼아 새로운 100년을 힘차게 열어 가고자 합니다. 서울신문은 1904년 7월18일 항일구국의 기치를 높이 들고 민족정론의 선봉에 선 대한매일신보의 창간정신과 지령을 승계하고 있습니다.배설과 양기탁 박은식 신채호 김구 등 선각자들이 신문 창간과 제작,보급에 참여한 대한매일신보는 나라의 운명이 바람 앞의 촛불 같았던 대한제국 말기 우리 민족의 구심점 역할을 한 구국언론이었습니다.최초의 시민운동이라 할 국채보상운동과 항일 비밀결사 조직인 신민회의 실질적인 본부 역할을 하면서 항일운동을 확산시키고 민족의 입장을 대변했습니다. 그러나 일제의 국권침탈로 대한매일은 총독부 기관지 매일신보로 전락했다가 1945년 광복과 함께 서울신문으로 다시 태어납니다.매일신보 사원들이 자치위원회를 구성해 출범한 서울신문은 창간호가 아닌 혁신속간호를 냅니다.지령도 1호가 아닌 제13738호였습니다.대한매일신보와 매일신보의 지령을 이은 것이지만 일제의 유산인 매일신보를 청산하고 대한매일신보의 정신을 계승한다는 취지였습니다. 당시 서울신문에는 3·1 독립선언 민족대표 33인 가운데 두분(오세창 사장,권동진 고문)과 한국역사 소설의 기념비적 걸작인 ‘임꺽정’의 작가 홍명희(고문),어문학계의 권위자였던 그 아들 홍기문(편집국장) 등이 참여했습니다.좌우 이념대결이 첨예했던 해방공간에서 서울신문은 어느 한쪽에도 기울지 않고 중심을 잡으며 공정한 보도로 새로운 민주주의 질서 수립에 기여했습니다. 서울신문은 항상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국내 최초로 조석간제를 실시했는가 하면 1960년대 순 한글신문을 만드는 등 한글전용과 신문말 다듬기에 앞장섰고 1980년대 최초로 컴퓨터 조판 시스템을 도입해 뉴미디어 시대의 첨단에 섰습니다. 그러나 서울신문의 지난 100년은 영광과 함께 오욕의 그림자도 짙게 드리우고 있습니다.대한매일신보가 일제 치하 매일신보로 전락했듯이 서울신문의 혁신속간 정신은 독재정권 아래서 퇴색했습니다.그래서 ‘권력의 나팔수’라는 따가운 비판을 받기도 했고 4·19혁명 때 성난 시위대에 의해 사옥이 불타는 참담한 비극도 겪었습니다. 이 부끄러운 역사에 대한 통절한 반성을 바탕으로 1998년 서울신문은 대한매일로 이름을 바꾸고 2002년 사원들이 제1대 주주인 민영화를 이루어 냈습니다.그리고 지난 5년 동안 공정보도를 위한 각고의 노력 끝에 올해 초 서울신문으로 제호를 환원하고 창간 100주년을 맞이합니다.우리는 대한매일신보-매일신보-서울신문-대한매일-서울신문으로 이어지는 영욕의 역사를 겸허히 되돌아 보면서 깊은 자기 성찰을 통해 새로운 100년을 준비해 나가겠습니다.100년은 한 세기를 접고 새로 시작하는 출발점이기도 합니다. 우리 사회는 지금 관행적 사고로는 따라잡기 힘든 질적 대전환의 시기에 놓여있습니다.서울신문은 시대정신을 이끄는 신문으로 민족의 새로운 운명을 개척하는 데 선도적 역할을 담당 하겠습니다.국민과 국익을 비추는 세상의 등불이 되겠습니다. 서울신문의 사시는 “바른 보도로 미래를 밝힌다. 공공 이익과 민족 화합에 앞장선다”입니다.따라서 서울신문은 무엇보다 남북 통일을 앞당기는 신문이 될 것입니다.민족 화합과 민족 공동체 회복에 더욱 앞장서면서 통일지향의 중도적 진보 노선을 유지해 가겠습니다.어느 정파에도 치우치지 않는 불편부당한 보도로 정치개혁을 이끌고 지역·계층·세대간 갈등 해소는 물론 사회적 소수자의 인권신장에도 힘을 쏟겠습니다.자유시장 경제를 바탕으로 분배와 성장이 선순환하는 경제구조가 정착되도록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고 민생을 먼저 생각하는 신문이 될 것입니다. 서울신문은 항상 독자의 편에서,진실의 편에서 새로운 100년을 힘차게 열어가겠습니다. ˝
  • [한국근대사 100년-좌담] “한국전쟁·반공국가주의가 좌우이념 공존 차단”

    왕조시대의 몰락,서양문물의 유입과 함께 시작한 우리의 근대는 서울신문의 궤적이기도 하다.1904년 서울신문의 전신 대한매일신보가 창간될 즈음,우리에게 이식된 서구의 이념은 100년의 세월동안 한국을 움직이는 기간 동력이었다.근대 공간에서 이념은 때로는 항일이나 민족,때로는 개발 논리,또 이후에는 민주주의를 지향하며 우리 사회를 견인했다.그러나 냉전체제가 해체되고 우리 사회가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하면서 이념적 모순과 정체성의 혼란을 겪기 시작했다.아직도 보수와 진보,좌파와 우파를 보는 우리의 시각은 협소하고 뒤틀려 갈등과 대립상을 씻어내지 못하고 있다.여기에 21세기 진로와 정당성에 대한 비판까지 겹쳐 국민들을 혼란스럽게 한다.서울신문은 창간 100주년을 맞아 임지현(한양대 사학)교수와 김호기(연세대 사회학과)교수의 대담을 통해 한국 사회를 관통해 온 이념의 좌표와 미래를 짚는다. -임 공교롭게도 서울신문의 전신 대한매일신보의 창간과 우리가 셈하는 근대의 시기가 거의 일치한다.대한매일신보가 창간된 1904년은 안팎으로 시련기였으며,대한매일신보는 이런 시대적 요청과 필요성으로 태어났다.여기에 주목해 보면 우리의 근대사와 영욕을 함께한 서울신문의 존재 의미도 자연스레 살필 수 있지 않을까. -김 신문이라는 매체의 등장이 바로 새로운 이념의 산물이었다.당시는 국운이 쇠해 국가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던 때였다.이때 대한매일신보가 창간된 것은 ‘항일’과 ‘민족’이라는 가치를 지향하는 것이었는데,그런 가치가 우리 근대에 크고 깊게 자취를 남겼음을 부인할 수 없다.아쉬운 것은 일제 강점기와 1970∼80년대 개발시대를 지나면서 일제와 독재정권에 예속돼 제 목소리를 잃었다는 점이다.90년대 중반 제호를 서울신문에서 대한매일로 바꾸면서까지 그런 과거와 단절하려고 노력했고,지난해 서울신문으로 다시 태어나 확실히 권력과 거리를 두고 건강한 긴장관계를 지키고 있다고 본다.긍정적인 변화다. -임 그런 각성 위에서 서울신문이 우리 사회 공론의 장이 되고,또 새로운 성장의 토대로 작용할 것이라는 기대를 갖는다.개화기 대한매일신보의 계몽적 역할은 아무리 그 의의를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하지만 21세기의 신문은 달라야 한다.계몽이 강조되다 보면 일방적 주의주장이나 자기정당화의 덫에 걸릴 위험이 많다. 이념 측면에서 지난 100년을 정의하는 것은 쉽지 않다.일제하에서는 지식인 중심의 좌파적 경향이 지배했고,광복 후에도 이런 배경 때문에 좌우 대립이 치열했다.그러나 당시의 좌우대립은 지금처럼 경직된 모습은 아니었다.그런 점에서 한국전쟁과 이후 박정희 시대의 반공국가주의는 냉전의식의 확산과 좌우 이념의 공존을 차단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고 본다. ●식민통치·분단·민주화 거치며 대전환 완성 -김 근대 100년은 전통사회에서 근대로의 전환이 이뤄진 시기로,식민통치와 분단,민주화라는 큰 궤적을 거치면서 대전환이 완성됐다.문제는 이런 전환이 현재 인권과 분배,환경문제 등에 얼마나 중요한 가치를 부여하는가 하는 점이다. -임 우리 사회는 보수와 진보를 고정된 실체로 이해하는 경향이 짙다.이념 구획이 냉전적이다.세계주의가 곧 신자유주의고,이게 보수라는 그릇된 인식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살펴보면 우리의 세계주의는 민족주의에 발목이 잡혀 있다.지금은 민족주의자도 세계화를 공유해야 한다. -김 60년대까지도 우리는 보수가 곧 우파이며,진보는 좌파라는 인식,나아가 보수는 안정이고 진보는 변화라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들여다보면 진보적 보수도 있고,보수적 보수도 있다.이런 시각에서 신자유주의는 세계적 보수,국내의 파병반대 이념은 세계적 진보의 표면화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지금은 ‘보수=우파,진보=좌파’라는 인식이 적용되지 않는 세상이다.보수와 진보라는 2분법에 세계주의가 더해진 분류법이 제시되고 있다. 역사적으로 광복 후 가장 큰 이념적 분기점은 분단으로 본다.이후 80년대까지는 우파 주도의 사회였고,진보주의자나 좌파에는 정치적 시민권이 부여되지 않았다.결국 이런 족쇄가 이념적 지형과 사유의 폭을 협소하게 했는데,이게 80년대 들어 해빙된 것이다. -임 우리 이념체계의 골격인 민족주의 문제도 짚을 필요가 있다.지금의 국제주의는 전 지구적이며,네트워크화하는 특성을 보이는데,우리는 여전히 민족주의에 발목이 잡혀 있다.일제강점이나 광복,한국전쟁 등은 한마디로 서구에서 시작된 ‘근대성’이 세계로 확산되는 과정의 일환으로 이해할 수 있는데,그것은 이념적으로 공산주의 대 반공주의,제국주의 대 민족주의,독재 대 민주주의처럼 이항대립적 이념틀을 자연스러운 것으로 수용하게 했고,특히 한반도에서 그 대립은 경직된 형태로 나타났다.그 결과,현실이 이념적 대립에 포박 당해,관념이 승하고 그 관념이 다시 현실을 악화시키는 기제로 작동했다고 본다. -김 사실,오늘날 진보주의는 국가주의와 민족주의를 어떻게 볼 것인가를 두고 딜레마에 빠져있다.국가주의와 민족주의를 적극 사고하는 부류가 있는가 하면,이에 대한 비판도 만만치 않다.세계화의 다중적 특징의 하나는 무한경쟁인데,여기에서 국가나 민족의 개념을 뺀다는 것은 무장해제와 다름없다.최근 논란을 빚고 있는 파병 문제도 결국 민족국가적 선택일 텐데,이런 국가주의,민족주의가 개인주의와 개개인의 자율을 기반으로 하는 민주주의와 맞서지만,긍정적 면도 간과할 수 없다.예를 들어 월드컵 때의 거리응원을 두고 일부는 파시즘적이라고 비판하지만 다른 쪽에서는 잠재력의 분출이나 민족주의의 표출로 읽는다.이 이중성을 이해하고 극복하는 대안을 찾아내는 것이 진보주의자의 과제일 것이다. -임 민족주의나 국가주의에도 좋고 나쁜 모델이 따로 있는데,많은 경우 서로 섞여 그 경계가 모호하다는 점이 문제다.우리의 경우 식민통치를 경험해 저항적 민족주의의 경향이 강한데,이후 박정희가 지배통치를 강화하기 위해 이를 이용했던 게 사실이다.이런 문제를 극복해야 바람직한 국가 혹은 이념모델의 정립이 가능하지 않겠나.살펴보면 민주화 세력과 박정희 반공독재는 항상 길항관계를 유지했으면서도 당시의 진보주의자나 좌파는 체제 내에서 존재했다. -김 나는 민족주의를 열린 민족주의와 닫힌 민족주의로 구분하고 싶다.닫힌 민족주의는 공존과 다양성에서 한계를 갖는데,이에 대한 대안이 바로 열린 민족주의다.이는 인간과 민주주의에 대한 보편적 가치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고,다른 민족,다른 국가의 이익을 훼손하지 않고 기능하는 민족주의일 것이다.여기에서 필요한 것이 바로 세계주의와 공존할 수 있는 민족주의 프로그램이다. ●민족주의안에 내장된 폐쇄성 극복해야 -임 우리 사회에 뿌리내린 민족주의의 에너지는 엄청나지만 그 안에 내장된 폐쇄성의 코드를 극복하는 게 필요하다.돌이켜보면 광복 이후 민족이라는 대아(大我)에 개인이라는 소아(小我)가 철저히 매몰돼 개인과 개인의 자율성이 민족주의에 포박된 시기였다. -김 지금의 강고한 민족주의 흐름은 근본적인 자기 비판을 통해 부정적인 면을 해체해야 한다.이런 면에서 바람직한 민족주의는 NGO나 기업 등 다양한 중간조직이 활성화된 것이라야 한다. -임 확실히 80년대 이후 한국사회의 공공성은 신장되고 있다.그런 점에서 우리의 이념적 미래는 일정하게 건강성을 유지할 것으로 본다.그러나 진보주의자들이 스스로를 진보라고 규정하고 ‘그러므로 내가 정답’이라고 여기는 행태는 바뀌어야 한다.그건 독선이다. -김 향후 우리 사회의 과제를 개혁과 민주적 통합이라고 본다면,시급한 것은 박정희 시대와 그 시대의 이념으로부터의 단절일 것이다.그런 점에서 일부 문제가 없지 않으나 80년대 이후 진보주의자의 운동 방향을 옳다고 본다.문제는 지금 보이는 박정희 시대에의 향수와 반공국가주의로의 회귀 움직임인데,우리의 보수가 아직도 박정희의 그늘에 안주해서야 되겠나.좋은 사회란 보수와 진보가 제대로 각을 세워야 하는데,우리 보수는 지리멸렬해 있다.보수와 진보는 결국 적대적 의존관계 아니겠는가. -임 엄밀하게 말해 지금 세계가 당면한 새로운 역사적 조건들은 앞 시대의 이항대립적 이념으로는 해석하기 어려운 것이다.신채호가 말했듯,‘조선의 주의가 아니라,주의의 조선이 되는’ 관념과 현실의 전도된 관계를 넘어서는 발상이 중요한데도 우리가 그동안 시민사회의 진보적 가치에 너무 집착한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없지 않다.언론의 역할에 기대를 갖고,또 서울신문의 창간 100주년이 의미있다고 보는 것도 이런 시각과 다르지 않다.과거의 문화적 기제를 점검하고 새 모델을 제시하는 일은 바로 언론과 지식인의 몫이다. 정리 심재억·박상숙기자 jeshim@seoul.co.kr 김호기 교수 ●약력 △연대 및 대학원(석사.동양사회,현대사회론)△독일 레펠트대학 대학원(박사)△미국 UCLA 초빙연구원△현,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 국민통합분과 위원△현,연대 사회학과 교수 임지현 교수 ●약력 △서강대 사학과 및 대학원(박사.서양사상사)△폴란드 바르샤바대학 및 영국 포츠머스대학 연구 및 강의△하버드 옌칭연구소 초빙연구원△현,한양대 사학과 교수 ˝
  • [시론] 고교 ‘先지원 後추첨’조속 시행해야/최원호 한영신학대 겸임교수·명예논설위원

    종교의 자유를 주장하며 1인 시위를 벌인 고교생이 결국 제적 처리됐다.그는 종교재단 소속 학교가 학생에게 종교 활동을 강요하지 못하게 해 달라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한 바 있다.“학교 측이 종교의 자유를 침해했으며,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인 종교의 자유를 학교의 건립이념으로 제한할 수는 없다.”는 주장이 지극히 당연함에도 불구하고 학교 측의 동의를 이끌어 내지 못한 것이다. 종교의 자유는 국민 기본권에 해당하며,누구도 이를 침해할 수 없다.민주국가 국민은 누구나 헌법이 보장하는 자유를 만끽할 권리가 있다.따라서 이번 일은 기본권에 대한 인식이 아직도 우리 사회에서 충분히 성숙하지 못했음을 보여주는 사건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그러나 이러한 관점과는 다르게 이 사건을 바라볼 수도 있다. 이번 일은 한편으로 평준화정책이 지닌 제도적 문제점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여러 학교에서 수많은 학생이 종교 문제로 충돌하고 갈등하리라 짐작된다.이 경우 종교적 신념을 달리하는 학생에게는 학교 측 요구대로 종교행사에 참여하든지,아니면 전학 가는 방법밖에 선택의 여지가 없다.이것도 저것도 아니면 자퇴하거나 퇴학 처분을 받는 수밖에 없다.반면 학교 입장에서 볼 때 학생에게 종교 활동을 요구하는 것은 건학이념에 따른 교육의 한 영역이므로 쉽게 포기할 수 없다.그러므로 이 문제는 어느 한쪽을 편들기가 쉽지 않다. 이러한 일이 벌어지게 된 원인은 무엇일까? 여러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고교평준화가 이 문제와 관련된다는 것만은 사실이다.평준화 정책이 도입되기 전부터 종교적 건학이념에 입각,설립하여 운영해 온 학교는 예전에 지금보다 더한 종교적 행사를 요구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오히려 그러한 특수성 때문에 그 학교 입학에 치열한 경쟁과정을 거치기도 했다. 그러나 고교 평준화 정책이 시행돼 학생의 학교 선택권이 사라지자 이것이 큰 문제로 불거져 나오게 되었다.무시험 추첨제로 배정된 학교를 갈 수밖에 없다 보니 건학이념과 상관없는 학생이 배정돼 부작용과 갈등이 증폭된 것이다.이번 ‘학생 1인시위’사건은 이러한 상황에서 불거져 나왔다. 고교평준화 정책을 논할 때 ‘교육 평등·불평등’이니 ‘하향·상향’이니 하는 구조적 문제가 단골메뉴로 등장한다.상·하향식 문제에 골몰하기 전에 우선 짚고 넘어갈 것은 학교 선택권의 문제이다.학교 선택권이 주어지지 않는 상황에서,특히 종교재단 소속 학교에는 종교적 갈등·충돌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요인이 항상 존재한다. 재학기간 동안은 학교에서 요구하는 종교행사에 참여하라든가 아니면 전학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문제의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앞으로 이러한 갈등이 지속적으로 제기될 것에 대비하여 교육부에서는 지난 30년 동안 추진해온 평준화 정책에 대한 일차적 보완책으로,기존 평준화 정책의 틀을 깨지 않는 범위에서 학교 선택권을 학생에게 부여하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할 것이다.학생이 원하는 학교에 지원하도록 ‘선지원 후추첨’ 제도를 활성화하는 것도 하나의 방편이다. 그러면 이번 일과 같은 사태는 많이 줄어들 것이고,학교 입장에서는 건학이념과 설립정신에 입각한 교육을 보다 효과적으로 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이 제도가 학교간 서열화를 조장하리라고 우려하는 사람들도 있지만,동일제도권 내에서의 경쟁은 어느 정도 서열화를 낳을 수밖에 없으며,오히려 서로간의 발전을 이끌어 내는 촉매가 될 수 있다.더이상 피해학생이 생기지 않도록 조속히 제도개선을 해야 한다. 최원호 한영신학대 겸임교수·명예논설위원˝
  • [서울신문 창간 100주년] 새로운 100년을 열어가겠습니다

    [서울신문 창간 100주년] 새로운 100년을 열어가겠습니다

    서울신문이 2004년 7월18일로 창간 100주년을 맞습니다.창간 100주년을 맞는 신문은 한국언론 사상 서울신문이 처음입니다.우리는 이 기쁨을 독자와 함께 나누고 지난 100년을 거울삼아 새로운 100년을 힘차게 열어 가고자 합니다. 서울신문은 1904년 7월18일 항일구국의 기치를 높이 들고 민족정론의 선봉에 선 대한매일신보의 창간정신과 지령을 승계하고 있습니다.배설과 양기탁 박은식 신채호 김구 등 선각자들이 신문 창간과 제작,보급에 참여한 대한매일신보는 나라의 운명이 바람 앞의 촛불 같았던 대한제국 말기 우리 민족의 구심점 역할을 한 구국언론이었습니다.최초의 시민운동이라 할 국채보상운동과 항일 비밀결사 조직인 신민회의 실질적인 본부 역할을 하면서 항일운동을 확산시키고 민족의 입장을 대변했습니다. 그러나 일제의 국권침탈로 대한매일은 총독부 기관지 매일신보로 전락했다가 1945년 광복과 함께 서울신문으로 다시 태어납니다.매일신보 사원들이 자치위원회를 구성해 출범한 서울신문은 창간호가 아닌 혁신속간호를 냅니다.지령도 1호가 아닌 제13738호였습니다.대한매일신보와 매일신보의 지령을 이은 것이지만 일제의 유산인 매일신보를 청산하고 대한매일신보의 정신을 계승한다는 취지였습니다. 당시 서울신문에는 3·1 독립선언 민족대표 33인 가운데 두분(오세창 사장,권동진 고문)과 한국역사 소설의 기념비적 걸작인 ‘임꺽정’의 작가 홍명희(고문),어문학계의 권위자였던 그 아들 홍기문(편집국장) 등이 참여했습니다.좌우 이념대결이 첨예했던 해방공간에서 서울신문은 어느 한쪽에도 기울지 않고 중심을 잡으며 공정한 보도로 새로운 민주주의 질서 수립에 기여했습니다. 서울신문은 항상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국내 최초로 조석간제를 실시했는가 하면 1960년대 순 한글신문을 만드는 등 한글전용과 신문말 다듬기에 앞장섰고 1980년대 최초로 컴퓨터 조판 시스템을 도입해 뉴미디어 시대의 첨단에 섰습니다. 그러나 서울신문의 지난 100년은 영광과 함께 오욕의 그림자도 짙게 드리우고 있습니다.대한매일신보가 일제 치하 매일신보로 전락했듯이 서울신문의 혁신속간 정신은 독재정권 아래서 퇴색했습니다.그래서 ‘권력의 나팔수’라는 따가운 비판을 받기도 했고 4·19혁명 때 성난 시위대에 의해 사옥이 불타는 참담한 비극도 겪었습니다. 이 부끄러운 역사에 대한 통절한 반성을 바탕으로 1998년 서울신문은 대한매일로 이름을 바꾸고 2002년 사원들이 제1대 주주인 민영화를 이루어 냈습니다.그리고 지난 5년 동안 공정보도를 위한 각고의 노력 끝에 올해 초 서울신문으로 제호를 환원하고 창간 100주년을 맞이합니다.우리는 대한매일신보-매일신보-서울신문-대한매일-서울신문으로 이어지는 영욕의 역사를 겸허히 되돌아 보면서 깊은 자기 성찰을 통해 새로운 100년을 준비해 나가겠습니다.100년은 한 세기를 접고 새로 시작하는 출발점이기도 합니다. 우리 사회는 지금 관행적 사고로는 따라잡기 힘든 질적 대전환의 시기에 놓여있습니다.서울신문은 시대정신을 이끄는 신문으로 민족의 새로운 운명을 개척하는 데 선도적 역할을 담당 하겠습니다.국민과 국익을 비추는 세상의 등불이 되겠습니다. 서울신문의 사시는 “바른 보도로 미래를 밝힌다. 공공 이익과 민족 화합에 앞장선다”입니다.따라서 서울신문은 무엇보다 남북 통일을 앞당기는 신문이 될 것입니다.민족 화합과 민족 공동체 회복에 더욱 앞장서면서 통일지향의 중도적 진보 노선을 유지해 가겠습니다.어느 정파에도 치우치지 않는 불편부당한 보도로 정치개혁을 이끌고 지역·계층·세대간 갈등 해소는 물론 사회적 소수자의 인권신장에도 힘을 쏟겠습니다.자유시장 경제를 바탕으로 분배와 성장이 선순환하는 경제구조가 정착되도록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고 민생을 먼저 생각하는 신문이 될 것입니다. 서울신문은 항상 독자의 편에서,진실의 편에서 새로운 100년을 힘차게 열어가겠습니다.
  • [사설] 이해찬 내각 민생부터 챙겨라

    이해찬 국무총리 임명동의안이 어제 국회에서 무난히 통과됐다.이 총리는 역대 국무총리 가운데 비교적 젊은 나이인 52세다.그럼에도 5선 국회의원에다가 교육부 장관,서울 부시장,여당의 정책위의장 등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이 총리가 별다른 잡음없이 무난히 국회의 인준과정을 거친 것은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국정안정과 정책의 추진력을 높이라는 뜻으로 보면 틀림없을 것이다. 이 신임총리에게 거는 기대가 큰 만큼 우려도 적지 않다.현재 우리가 처한 국내외적 상황이 그리 낙관적이지 않기 때문이다.경제불안은 말할 것도 없고,행정수도 이전,이라크 파병,주한미군 감축,외교·안보라인 불신 문제 등 서둘러 해결해야 할 국정현안이 한두가지가 아니다.참여정부 출범 이후 정부의 인기는 최하 수준으로 떨어졌다.정부와 집권여당간의 정책혼선을 지켜보는 국민들은 실망하고 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와대나 정부,정치권은 통합의 리더십보다는 대결의 리더십에 함몰돼 있다.국민들도 국가적 이슈마다 편을 갈라 갈등하고 있는 형편이다. 이처럼 국정의 난맥상과 민심불안이 심각한 시점에서 정부가 할 일은 자명하다.통합의 리더십으로 국정현안과 민생해결에 앞장서는 것이다.이 총리의 내각은 반드시 ‘일하는 정부’로 체질을 변화시켜야 한다.말로만의 개혁이나 이념,분배니 성장이니 하는 논쟁은 의미가 없다.지금까지의 논쟁만으로도 충분하다.이제부터 청와대나 정부,정치권이 소모적 논쟁의 정점에 위치해서는 안 된다.국정의 속도감을 높이는 것 외에는 눈치볼 필요가 없다. 이 신임총리는 대통령과 ‘코드’가 맞는 데다,개혁성향이며,국회와의 관계도 원만하다.실세총리나 실무총리라고 불린다고 해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이 총리는 이런 기대에 걸맞게 뒤처져 있는 공직사회를 채찍질해 일하는 정부를 만들어나가야 한다.민생을 외면하고 실적을 내놓지 못하는 정부는 없는 것만 못하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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