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이념
    2026-08-20
    검색기록 지우기
  • 의전
    2026-08-20
    검색기록 지우기
  • 성수
    2026-08-20
    검색기록 지우기
  • 진로
    2026-08-20
    검색기록 지우기
  • 담임
    2026-08-20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15,082
  • 與탈당 뒤 출마 후 ‘시민당 고리 우회 복당’하려다 대거 덜미

    與탈당 뒤 출마 후 ‘시민당 고리 우회 복당’하려다 대거 덜미

    자치단체장 등 1050명 적발… 입당 거부 “본인 편의 위해 탈당한 당원 복당 제동”지난 4·15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했던 인사들이 최근 더불어시민당을 통해 ‘우회 복당’을 시도하다 적발돼 입당 거부를 당했다. 8일 민주당에 따르면, 민주당은 지난달 13일 비례위성정당이었던 시민당과의 합당 절차를 마무리한 후 지난달 말까지 시민당의 당원 승계 심사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과거 민주당 소속이었으나 공천 규정에 반발해 탈당, 무소속으로 출마한 광주 지역 A씨를 비롯해 1050명가량이 시민당을 통해 복당하려다 덜미가 잡혔다. 민주당은 탈당한 날로부터 1년이 경과하지 않으면 복당 신청을 할 수 없는 데다, 입당과 달리 복당은 반드시 복당 심사를 거치게 돼 있어 시민당을 통해 우회 입당하려 한 것이다. 과거에도 무소속으로 출마한 뒤 민주당으로 복당을 시도한 사례가 종종 있었으나 이번에는 비례정당(시민당)이라는 특수한 환경이 조성되면서 대규모 복당 심사가 진행됐다. 이 가운데는 20대 총선이나 2018년 지방선거 때 민주당을 탈당해 국민의당이나 무소속으로 출마했던 후보자와 지방자치단체장들도 대거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민주당은 지난 총선을 함께하지 않은 단체장에 대해서는 입당을 거부하고, 자신의 편의를 위해 탈당한 당원에 대해서도 복당을 받아들이지 않기로 방침을 세웠다. 민주당 당규상 당원자격심사위원회는 입당·복당·전적 신청자에 대해 당의 이념과 정강·정책에 적합한지의 여부, 당헌·당규 또는 당명·당론에 명백히 어긋나는 행위의 전력 유무 등을 판단해 당원 자격을 결정할 수 있다. 이에 민주당은 통합된 시민당 당원들을 민주당의 각 시도당 당원 명부와 비교해 탈당 이력 등을 전부 조사했고, 이에 해당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입당을 불허했다. 민주당 당원자격심사위원회 관계자는 “이 같은 일이 발생할 것을 예상하고 민주당을 탈당했다가 시민당으로 들어온 경우는 모두 심사하기로 시민당과 합의를 했다”면서 “시민당 출범을 위해 탈당한 사람들은 문제가 없지만 자신의 이익을 위해 나갔다가 들어온 사람들은 모두 걸러냈다”고 설명했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민주당 탈당 인사들, 시민당으로 ‘우회 복당’ 하려다 ‘덜미’

    민주당 탈당 인사들, 시민당으로 ‘우회 복당’ 하려다 ‘덜미’

    당원자격심사서 1000여명 ‘무더기 적발’ 지난 4·15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했던 인사들이 최근 더불어시민당을 통해 ‘우회 복당’을 시도하다 걸려 입당 거부를 당했다.8일 민주당에 따르면, 민주당은 지난달 13일 시민당과 합당 절차를 마무리한 후 지난달 말까지 시민당의 당원 승계 심사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과거 민주당 소속이었으나 공천 규정에 반발해 탈당, 무소속으로 출마한 광주 지역 A씨를 비롯해 1050명 가량이 시민당을 통해 복당하려다 덜미가 잡혔다. 민주당은 탈당한 날로부터 1년이 경과하지 않으면 복당 신청을 할 수 없는 데다, 입당과 달리 복당은 반드시 복당 심사를 거치게 돼 있어 민주당의 비례정당으로 출범했던 시민당을 통해 우회 입당하려 한 것이다. 과거에도 무소속으로 출마한 뒤 민주당으로 복당을 시도한 사례가 종종 있었으나 이번에는 비례정당(시민당)이라는 특수한 환경이 조성되면서 대규모 복당 심사가 진행됐다. 이 가운데는 20대 총선이나 2018년 지방선거 때 민주당을 탈당해 국민의당이나 무소속으로 출마했던 후보자와 지방자치단체장들도 대거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민주당은 지난 총선을 함께하지 않은 단체장에 대해서는 입당을 거부하고, 자신의 편의를 위해 탈당한 당원에 대해서도 복당을 받아들이지 않기로 방침을 세웠다. 민주당 당규상 당원자격심사위원회는 입당·복당·전적 신청자에 대해 당의 이념과 정강·정책에 적합한지의 여부, 당헌·당규 또는 당명·당론에 명백히 어긋나는 행위의 전력 유무 등을 판단해 당원 자격을 결정할 수 있다. 이에 민주당은 통합된 시민당 당원들을 민주당의 각 시·도당 당원 명부와 비교해 탈당 이력 등을 전부 조사했고, 이에 해당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입당을 불허했다. 민주당 당원자격심사위원회 관계자는 “이 같은 일이 발생할 것을 예상하고 민주당을 탈당했다가 시민당으로 들어온 경우는 모두 심사를 하기로 시민당과 합의를 했다”면서 “시민당 출범을 위해 탈당한 사람들은 문제가 없지만 자신의 이익을 위해 나갔다가 들어온 사람들은 모두 걸러 냈다”고 설명했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In&Out] 21대 국회, ‘촛불 민의’가 나침반이다/하태훈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In&Out] 21대 국회, ‘촛불 민의’가 나침반이다/하태훈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21대 국회가 문을 열었다. 20대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4년을 바라는 국민의 기대를 안고 닻을 올렸다. 광장의 촛불은 국회가 정치개혁을 통해 새로운 한국 사회를 만들어 가기를 갈구했다. 그러나 담장 너머의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듯 국회 울타리 안에서 정쟁과 이념 대립, 진영 논리의 구태 정치로 시간을 흘려보냈다. 28년 만에 가장 높은 투표 참여를 통해 유권자들은 준엄한 경고와 함께 희망의 입법 지형을 만들었다. 탄핵과 촛불의 민의가 반영된 국회로 바꾼 것이다. 국민이 총선에서 보여 준 의사는 분명하다. 보수 야당에는 엄중한 경고장을 날리고, 문재인 정부와 집권 여당에는 더이상 야당 탓 하지 말고 ‘제대로 개혁하라’고 주문한 것이다. 식물국회, 동물국회, 농성과 파행의 국회가 아니라 일하는 국회, 국민의 삶과 권리를 지켜 주는 국회가 되기를 기대하는 간절함이 담긴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의 세계적 위기상황 속에서 대장정을 시작한 21대 국회의 역할과 책임은 막중하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 민생은 풍전등화처럼 위태롭다.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엄청난 위기의 극복에 여야의 구분이 있을 수 없다. 대화와 협치만이 코로나 위기를 벗어나게 하고 포스트 코로나를 대비할 수 있게 할 것이다. 당장 코로나19의 위기에 맞서 국민의 생명과 어려워진 민생, 마이너스 경제를 살리는 일에 성과를 내야 한다. 기본적인 삶을 영위하기 위해 시급하고 필수적인 입법임에도 20대 국회에서 제대로 논의되지도 못하고 폐기된 산적한 과제들을 처리해야 한다. 특히 지난 대선에서 대통령이 공약했던 정책과 여야 정당들이 총선에서 제시한 입법 과제를 21대 국회에서 우선해서 처리해야 한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그 필요성과 시급성이 더해진 빈곤과 불평등한 세상 바꾸기가 최우선 과제다. 실업부조의 보장과 고용보험 확대 등 사회안전망 구축, 산업안전 확보, 자산불평등 해소와 서민 주거 안정, 공수처 설치와 경찰개혁 등 권력기관 개혁은 유권자의 엄중한 주문이다. 바로 ‘일하는 국회’, ‘개혁하는 국회’가 21대 국회의 좌표여야 한다. 대화와 협치가 이를 가능케 한다. 그러나 출범부터 삐거덕거린다. 여당은 상임위원장을 다 차지하겠다는 엄포를 내뱉으며 야당 없이 개원을 강행했다. 거대 여당은 시작부터 개헌 빼고 다 할 수 있는 숫자의 힘으로 밀어붙일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있다. 왜소해진 야당도 투쟁과 대립의 무기로 존재감을 드러내려 할 것이다. 4년 내내 양당 체제가 갖는 한계를 노정시킬 우려도 있다. 개원 전부터 ‘의회독재’, ‘히틀러식 법치독재’라는 거친 표현이 튀어나오는 게 그 징조다. 20대 국회가 도돌이표에 맞춰 반복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여당은 하고 싶은 것과 해야 할 것을 잘 가려야 한다. 지금의 의석수는 4년 내내 고정불변이 아니다. 언제라도 민심은 변할 수 있다는 사실을 새겨 두어야 한다.
  • 코로나 틈타 지지 기반 더 다진 日 극우 정치인들

    코로나 틈타 지지 기반 더 다진 日 극우 정치인들

    자민당보다 우익단체 소속… 물의 잦아코로나19 사태는 여느 나라처럼 일본에서도 주요 정치인의 명암을 극명하게 갈랐다. 아베 신조 총리처럼 무능력·무책임 비난 속에 최악의 상황에 빠진 경우도 있지만 반대로 평판과 인지도 측면에서 수직으로 도약한 인물도 있다. 대표적인 사람이 요시무라 히로후미(왼쪽·45) 오사카부 지사와 고이케 유리코(오른쪽·68) 도쿄도 지사다. 두 사람은 순위 매기기를 좋아하는 일본 미디어들의 각종 여론조사에서 ‘코로나19 대응을 잘한 정치인’ 1위와 2위 자리를 굳게 지켜 왔다. 한국의 질병관리본부와 같은 중앙 사령탑이 없는 일본은 현장 실무대응을 전국 47개 도도부현(광역자치단체) 지사들이 전담하는 체제다. 이를테면 ‘긴급사태’ 선언 주체는 아베 총리였지만, 실제 주민들의 외출·이동 자제나 상점 휴업 요청 등은 모두 해당 지역 지사들이 해야 했다. 그렇다 보니 지사들은 수시로 기자회견을 열어 지역 내 감염 상황이나 대응 방향을 주민들에게 설명하고 협조를 당부했다. 이 과정에서 요시무라 지사와 고이케 지사는 카리스마 있는 모습과 적극적인 대응으로 인지도를 확 높였다. 특히 아베 총리가 ‘아베노마스크’(가구당 천마스크 2장씩 배포) 등으로 여론의 집중포화를 맞으면서 두 사람의 존재감은 상대적으로 더 부각됐다. 그 결과 요시무라 지사는 지난 3월 말 30만명 정도이던 트위터 팔로어가 이달 초 100만명을 넘어섰다. 고이케 지사가 매일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에 올리는 코로나19 관련 영상도 이례적으로 높은 조회 수를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두 사람의 인기가 높아질수록 이를 걱정하고 두려워하는 목소리도 점차 커지고 있다. 이들이 공통적으로 극우 성향의 정치적 이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2011년 오사카 시의원으로 정계에 입문한 변호사 출신의 요시무라 지사는 일본유신회의 부대표를 겸하고 있다. 일본유신회는 집권 자민당보다 훨씬 더 과격하게 일본 사회의 우경화를 지향하는 정당이다. 그의 성향은 오사카 시장 때인 2018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위안부 피해자 기림비가 설치된 데 반발, 도시 자매결연을 단칼에 파기한 데서 잘 드러난다. 지난 1일에는 트위터에 위안부 피해자를 기리는 ‘평화의 소녀상’ 전시를 용인했다는 이유로 우익세력이 펼치고 있는 ‘아이치현 지사 탄핵운동’에 “응원합니다”라는 글을 올려 물의를 빚기도 했다. 일본 최대 우익단체 ‘일본회의’ 회원인 고이케 지사는 방송 앵커 출신으로 2016년 현직에 당선됐다. 일제 위안부 강제연행 사실의 부정은 물론이고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신사도 참배하는 인물이다. ‘혐한 망언 제조기’로 불린 이시하라 신타로 전 도쿄도 지사조차 거부하지 못했던 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 희생자 추도식에 대한 추도문 전달을 2017년부터 중단했다. 두 사람은 각자 중요한 정치적 관문을 앞두고 있다. 이를 위해 필요 이상의 방송 출연과 광고 제작 등 코로나19 상황을 정략적으로 활용했다는 지적도 많다. 요시무라 지사는 오는 11월 ‘오사카도 구상’에 대한 주민투표를 통과해야 한다. 오사카부와 오사카시를 ‘오사카도’로 통합해 도쿄도와 같은 메가시티로 육성한다는 계획으로, 투표가 성공적으로 끝나면 정치 이력에 든든한 날개를 달게 된다. 곧 임기가 끝나는 고이케 지사는 오는 10일쯤 재선 출마를 선언할 계획이다. 다음달 5일 치러질 선거에서의 승리는 확정적이지만, 압도적인 지지율을 원하고 있다. 인기가 높아지면서 두 사람이 과연 총리의 지위까지 올라갈 수 있을지에 대한 설왕설래도 나오고 있다. 다수당의 총재가 총리가 되는 의원내각제의 속성상 당장 현실적으로는 무리다. 그러나 여론 흐름의 변화와 이에 기반한 정계 개편이 교묘하게 맞물릴 경우 상황은 예측불가로 전개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 월 30만원 기본소득 땐 180조 필요…최빈층 역차별·위헌 논란도

    월 30만원 기본소득 땐 180조 필요…최빈층 역차별·위헌 논란도

    정치권에서 모든 국민에게 정기적으로 일정 금액을 지급하는 기본소득 도입이 어젠다로 떠올랐지만 넘어야 할 과제에 대해선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세금으로 생색내는 건 정치권이 하고, ‘불편한 진실’은 정부에 떠넘기겠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① 천문학적 재원 조달 전문가들은 기본소득 도입 선행조건으로 천문학적인 수준의 재원조달 방안을 마련하고 현행 복지체계를 완전히 뜯어고치는 ‘국가 대개조’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과정에서 오히려 최빈층이 역차별을 받을 가능성이 커지는 만큼 현미경처럼 면밀한 설계 작업도 뒤따라야 한다. 사회적 합의가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증세로 재원을 조달할 경우 고소득층과 기득권을 중심으로 위헌 논란이 제기될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기본소득은 1인당 지급액을 얼마로 하느냐에 따라 소요되는 예산이 천차만별이지만 재정에 엄청난 부담인 건 분명하다. 기초연금(만 65세 이상 노인 중 소득 하위 70%에 지급) 수준인 월 30만원을 지급한다고 가정하면 연간 180조원이 소요된다. 올해 본예산(512조 3000억원)의 35%에 달하며, 보건·복지·고용 예산(180조 5000억원)을 모두 쏟아부어야 가능하다. 앞서 연구를 진행한 학계도 재정 부담을 우려한다. 서울시 싱크탱크인 서울연구원은 2017년 ‘기본소득의 쟁점과 제도연구’ 보고서에서 서울시민에게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방안을 125개 시나리오로 나눠 소요 재원을 분석했는데, 보편적 지급은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모든 시민에게 당시 기초연금액인 월 20만원을 지급하면 24조원, 생산가능인구(15~64세)와 성인 인구(20~64세)로만 한정해도 각각 17조 7000억원과 17조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됐기 때문이다. 그해 서울시 전체 복지예산(8조 7735억원)의 1.9~2.7배에 달한다. ② 소득재분배 효과 ‘글쎄’ 기본소득의 핵심 기능인 소득재분배 효과에 대해서도 의문이 있다. 최한수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는 지난해 국회예산정책처 학술지에 게재한 논문에서 기본소득 지급 때 소득분위(10분위)별 가처분소득을 모의실험 형태로 분석했다. 증세 없이 복지 관련 현금급여와 근로소득 관련 각종 공제를 폐지한 재원으로만 기본소득 재원을 충당할 경우, 최빈층인 소득 1분위(하위 10%) 가처분소득은 오히려 감소한다고 분석했다. 현재 우리나라 공적부조는 1분위에 집중돼 있는데, 기본소득 재원 마련을 위해 삭감하거나 재편할 경우 오히려 최빈층에 피해가 가는 역차별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③ 사회적 합의가 먼저 기본소득을 법제화하는 과정에서 위헌 논란을 비롯해 이념과 이해관계에 따라 진통이 야기될 수도 있다. 우리나라 헌법은 기본소득을 명시하고 있지 않지만, 제10조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조항 등에서 근거를 찾는 학자들이 많다. 반면 기본소득에 부정적인 측은 제32조 ‘모든 국민은 근로의 의무를 진다’는 조항을 들어 반박하기도 한다. 이관후 경남연구원 연구위원은 “기본소득은 여러 도입 방식이 있고, 재원 마련 방안도 다양해 사회적 합의가 우선돼야 한다”며 “정치권이 이분법적인 시각에서 소모적인 논쟁을 벌이는 측면이 있는데, 급격한 사회 변화로 새로운 복지체제가 필요하다는 관점에서 기본소득이 대두된 것인 만큼 보다 생산적인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 갈길 먼 기본소득…정치권에서 말하지 않는 ‘불편한 진실’

    갈길 먼 기본소득…정치권에서 말하지 않는 ‘불편한 진실’

    정치권에서 모든 국민에게 정기적으로 일정 금액을 지급하는 기본소득 도입이 어젠다로 떠올랐지만 넘어야 할 과제에 대해선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세금으로 생색내는 건 정치권이 하고, ‘불편한 진실’은 정부에 떠넘기겠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기본소득 도입 선행조건으로 천문학적인 수준의 재원조달 방안을 마련하고 현행 복지체계를 완전히 뜯어고치는 ‘국가 대개조’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과정에서 오히려 최빈층이 역차별을 받을 가능성이 커지는 만큼 현미경처럼 면밀한 설계 작업도 뒤따라야 한다. 사회적 합의가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증세로 재원을 조달할 경우 고소득층과 기득권을 중심으로 위헌 논란이 제기될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기본소득은 1인당 지급액을 얼마로 하느냐에 따라 소요되는 예산이 천차만별이지만 재정에 엄청난 부담인 건 분명하다. 기초연금(만 65세 이상 노인 중 소득 하위 70%에 지급) 수준인 월 30만원을 지급한다고 가정하면 연간 180조원이 소요된다. 올해 본예산(512조 3000억원)의 35%에 달하며, 보건·복지·고용 예산(180조 5000억원)을 모두 쏟아부어야 가능하다. 앞서 연구를 진행한 학계도 재정 부담을 우려한다. 서울시 싱크탱크인 서울연구원은 2017년 ‘기본소득의 쟁점과 제도연구’ 보고서에서 서울시민에게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방안을 125개 시나리오로 나눠 소요 재원을 분석했는데, 보편적 지급은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모든 시민에게 당시 기초연금액인 월 20만원을 지급하면 24조원, 생산가능인구(15~64세)와 성인 인구(20~64세)로만 한정해도 각각 17조 7000억원과 17조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됐기 때문이다. 그해 서울시 전체 복지예산(8조 7735억원)의 1.9~2.7배에 달한다. 기본소득의 핵심 기능인 소득재분배 효과에 대해서도 의문이 있다. 최한수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는 지난해 국회예산정책처 학술지에 게재한 논문에서 기본소득 지급 때 소득분위(10분위)별 가처분소득을 모의실험 형태로 분석했다. 증세 없이 복지 관련 현금급여와 근로소득 관련 각종 공제를 폐지한 재원으로만 기본소득 재원을 충당할 경우, 최빈층인 소득 1분위(하위 10%) 가처분소득은 오히려 감소한다고 분석했다. 현재 우리나라 공적부조는 1분위에 집중돼 있는데, 기본소득 재원 마련을 위해 삭감하거나 재편할 경우 오히려 최빈층에 피해가 가는 역차별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기본소득을 법제화하는 과정에서 위헌 논란을 비롯해 이념과 이해관계에 따라 진통이 야기될 수도 있다. 우리나라 헌법은 기본소득을 명시하고 있지 않지만, 제10조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조항 등에서 근거를 찾는 학자들이 많다. 반면 기본소득에 부정적인 측은 제32조 ‘모든 국민은 근로의 의무를 진다’는 조항을 들어 반박하기도 한다. 이관후 경남연구원 연구위원은 “기본소득은 여러 도입 방식이 있고, 재원 마련 방안도 다양해 사회적 합의가 우선돼야 한다”며 “정치권이 이분법적인 시각에서 소모적인 논쟁을 벌이는 측면이 있는데, 급격한 사회 변화로 새로운 복지체제가 필요하다는 관점에서 기본소득이 대두된 것인 만큼 보다 생산적인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 장대석 의원, 시흥시 특수학교 설립을 위한 정책토론회

    장대석 의원, 시흥시 특수학교 설립을 위한 정책토론회

    경기도의회 제1교육위원회 장대석 의원(더불어민주당, 시흥2)은 지난 6월 4일 특수교육의 실정을 점검하고 특수학교 설립의 당위성과 역할을 모색하기 위해 ‘시흥시 특수학교 설립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경기도의회 소회의실에서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기조발제를 맡은 강창욱 교수(강남대 특수교육과)는 “특수학교는 특수교육대상 학생들을 위한 지원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이념적, 이론적 통합교육에서 벗어난 통합교육의 비전과 전략을 제시했다. 토론자로 나선 경기도교육청 권오일 특수교육과 과장은 “‘제5차 경기도 특수교육발전 5개년 계획’으로 다양한 형태의 특수교육기관 설립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특수학교 신설을 위해 지자체와 협의하여 중장기 계획을 추진 중”임을 밝혔다. 이어 토론을 맡은 정순경 회장(전국특수학교학부모협의회)과 박희량 회장(경기도장애인부모연대 시흥지부)은 “장애학생을 둔 학부모로서의 경험으로 장애인에 대한 인식 전환의 필요성과 함께 장애학생들에게 맞는 ‘부분적인 분리 교육 및 전문적인 통합교육’의 절실함”을 호소하며 “특수학교, 특수학급, 일반학급 등 교육을 선택할 다양한 기회가 제공되어야 한다”고 건의했다. 끝으로 정혜선 팀장(시흥장애인복지관)은 장애학생이 가진 잠재적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단순한 직업교육 뿐만 아니라 자립생활, 일상생활, 문화여가 활동 등 지원을 위해 특수학교와 장애인복지관 직업지원사업의 연계 필요성을 제시했다. 장 의원은 “오늘 토론회에서 나온 다양한 논의들이 ‘시흥시 특수학교 설립’에 실제적 도움이 되고, 특수교육대상 학생들을 위한 더 나은 교육 기회가 제공돼 나아가 사회통합과 장애학생의 삶의 질이 보장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며 “본의원도 제1교육위원회 의원으로 오늘 논의된 정책들이 특수교육 현장에 잘 정책되고 시흥시에 특수학교가 설립되도록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의정활동을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미국의 공산주의 비판에 발끈한 北, “폼페이오 발언은 개나발”

    미국의 공산주의 비판에 발끈한 北, “폼페이오 발언은 개나발”

    북한은 4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중국을 현존하는 위협이라고 규정한 데 대해 ‘개나발’이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하며 중국에 대한 지지를 재확인했다. 미국이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초청 등을 계기로 한국을 반중국 전선에 포섭하려는 반면, 북한은 미국의 반중국 노선을 연일 비판하며 중국에 밀착함에 따라 한반도에서 이데올로기적 냉전 구도가 부각되는 모습이다. 북한 노동당 중앙위 국제부는 이날 대변인 담화를 통해 지난달 31일 폼페이오 장관의 폭스뉴스 인터뷰를 언급하며 “중국을 현존하는 위협으로 규정하고 중국의 위협은 공산당의 이념에서 온다고 하면서 미국은 서방의 동반자들과 함께 다음 세기를 미국이 누리는 ‘자유민주주의’를 본보기로 하는 서방의 세계가 되도록 하겠다는 망발을 늘어놓았다”고 말했다. 이날 담화는 북한 주민이 보는 노동신문에 실렸다. 이어 “폼페이오가 홍콩과 대만 문제, 인권 문제, 무역분쟁 문제와 관련해 중국에 대해 이러저러한 잡소리를 늘어놓은 것이 처음이 아니지만 간과할 수 없는 것은 사회주의를 영도하는 중국공산당의 영도를 악랄하게 걸고 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담화에서는 “폼페이오가 공산당이 영도하는 사회주의를 서방식 이상과 민주주의, 가치관을 파괴하는 독재로 매도하면서 중국공산당의 통치가 없는 미국과 서방의 세계를 만들겠다고 지껄인 것은 순차가 다르지만 조선노동당이 영도하는 우리의 사회주의도 감히 어째 보겠다는 개나발”이라고 비난했다. 아울러 “극단한 인종주의에 격노한 시위자들이 백악관에까지 밀려드는 것이 찌그러진 오늘의 미국의 실상이고 시위자들에게 좌익의 모자를 씌우고 개까지 풀어놓아 진압하겠다고 하는 것이 미국식 자유와 민주주의”라며 “폼페이오는 미국의 역대 통치배들과 마찬가지로 승승장구하는 공산당과 사회주의를 어째 보려는 허황한 개꿈을 꾸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했다. 노동당 국제부는 사회주의 국가를 대상으로 당 대 당 외교를 주도한다. 김정은 집권 이후 부서 명의 대변인 담화를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폼페이오 장관이 중국 정부를 ‘중국공산당’이라고 지칭하며 비판한 만큼, 북한도 당 국제부를 내세워 대응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중 갈등이 민주주의와 공산주의가 대립하는 이데올로기 경쟁의 성격을 띄게 된 만큼, 공산주의 국가인 북한도 미국의 이데올로기 공세에 위협을 느끼고 중국을 지지할 필요성을 인식했다는 분석이다. 앞서 북한은 지난달 30일에도 외무성 대변인이 조선중앙통신 기자와 질의응답하는 형식으로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의 ‘홍콩 보안법’ 초안 의결에 대해 합법적인 조치로 평가하고 중국 정부에 전적인 지지 의사를 밝힌 바 있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구연 동영상 “내 영웅은 너야”…코로나19로부터 소중한 우리 아이지키기

    한국심리학회(회장 조현섭) 코로나19 특별대책위원회(위원장 육성필)는 코로나19 예방과 확산억제를 위한 방역과 함께 질병관리본부와 심리적 방역도 진행하고 있다. 최근 코로나19 방역체계를 사회적 거리두기에서 생활속방역으로 전환하면서 유치원을 포함한 각급 학교가 순차적으로 개학을 하고 있다. 하지만 학부모들을 포함한 많은 사람들의 불안은 여전하다. 이러한 불안을 불식시키고 우리의 아이들을 안전하게 지키기 위해 한국심리학회는 영유아와 아동을 위한 생활속 심리방역과 심리지원을 위한 ‘내 영웅은 너야’ 구연동화 동영상을 지난 2일부터 보급하고 있다. 한국심리학회 코로나19 특별대책위원회 육성필 위원장은 “이번에 제작한 내 영웅은 나야 구연 동영상은 Inter-Agency Standing Committee가 전 세계 아동들(만 6세-11세)을 위해 인종과 이념을 초월해 만든 것을 기반으로 했다”며 “우리나라의 상황에 적합하고 생활속 방역수칙을 반영해 집단생활을 해야 하는 어린들에게 코로나19와 관련된 생활 및 위생수칙을 시각 및 청각자료를 통해 교육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제작했다”고 말했다. 더불어 “아이들의 생활을 도와주고 관리해야 하는 부모님과 교사들에게도 실제 위생관리 및 생활지도 측면에서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현재 내 영웅은 너야 구연 동영상은 한국심리학회 홈페이지와 질병관리본부 SNS채널에 게시돼 있다. 한편, 한국심리학회에서는 지난 3월 9일부터 코로나19와 관련된 우울감, 극심한 불안감 등 다양한 심리적 어려움을 호소하는 국민들을 위해 한국심리학회 최고의 심리상담전문가들이 3회선의 전화를 통해 1일 12시간의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숨쉴 수 없다” 그 이상의 “더 나은 방법을 찾아야 해”

    “숨쉴 수 없다” 그 이상의 “더 나은 방법을 찾아야 해”

    구호와 막말로 살펴 본 ‘조지 플로이드’ 사태백인 경찰의 강압적 체포로 비무장한 흑인 시민이 사망한 사건으로 촉발된 시위가 미국 전역으로 확산돼 5일(현지시간) 열흘 넘게 이어지고 있다. 조지 플로이드(46)가 숨지기 전 내뱉은 “숨을 쉴 수가 없다(I can‘t breathe)”는 호소는 차별에 항의하며 거리에 나선 이들의 구호가 됐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일 진압과 해산을 강조하며 강경 발언을 쏟아내며 상황은 강대강으로 치닫고 있다. 서로 맞부딪친 구호와 발언들을 통해 미국 인종차별 시위를 살펴봤다. “숨을 쉴 수가 없다.(I can’t breathe)” 백인 경찰 데릭 쇼빈(43)의 무릎에 짓눌려 제대로 호흡할 수 없었던 플로이드는 “숨을 쉴 수가 없다(I can‘t breathe)”가 호소했지만 쇼빈 경관은 무려 8분 46초 동안 플로이드의 목을 눌러 결국 그를 숨지게 했다. 플로이드의 호소는 인종차별로 생존의 위협까지 느끼는 이들이 일상에서 겪는 좌절과 겹치면서 이번 시위의 대표적 구호가 됐다.이 표현은 앞서 2014년 뉴욕시에서 벌어진 유사한 사건에서 먼저 등장했다. 흑인 에릭 가너는 불법 담배를 판매한 혐의로 경찰에 체포되는 과정에서 목이 졸렸는데, 그 역시 사망하기 전 “숨을 쉴 수가 없다”고 말했다. 가너의 직접적인 사인은 심장마비로, 경찰의 목조르기가 얼마나 영향을 줬는지는 여전히 논란이 분분하지만 이로 인해 촉발된 2014년의 시위에서 시위대는 “숨을 쉴 수가 없다”고 외쳤다. ‘목 조르기’ 체포술 도마에…일부 경찰서는 폐지 선언 한편 이러한 외침을 낳은 ‘목 조르기’ 체포에 대한 논의도 시작됐다. 지방정부들은 목 조르기 등 강압적인 체포 방식을 금지하는 조치를 잇따라 취하고 있다. 전미 유색인종 지위 향상협회(NAACP)는 지난 3일 플로이드 사건이 일어난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 경찰을 향해 목 조르기 체포 방식을 전면 금지하라고 촉구했다. 미국 대부분의 경찰당국은 다양한 형태의 목 조르기 또는 목 누르기를 체포 과정에서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달 31일에도 일리노이주 시카도에서 쇼핑몰을 찾은 20대 흑인 여성이 경찰관에게 ‘목 누르기’를 당했다는 의혹이 3일 제기됐다.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경찰은 ‘경동맥 구속’(목 주위 혈관을 압박해 뇌로 흘러가는 피를 차단해 용의자를 실신시키는 체포술)을 즉각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5일 미니애폴리스 시의회는 목 조르기 체포술을 금지했고, 캘리포니아 주지사 역시 주 경찰의 목 조르기 체포 훈련을 즉각 중단했다. 흑인의 생명도 중요하다(Black Lives Matter·BLM) ‘흑인의 생명도 중요하다(Black Lives Matter)’, 줄여서 BLM이라고도 일컫는 구호는 2012년 2월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벌어진 ‘짐머만 사건’에서 비롯됐다. 동네 방범대원이었던 히스패닉계 혼혈 조지 짐머만(당시 29세)은 순찰 중 후드티를 입고 길을 가던 흑인 소년 트레이본 마틴(당시 17세)을 쫓아가 몸싸움을 벌인 끝에 총을 쏴 살해했다. 당시 마틴은 편의점에선 산 사탕을 들고 휴대전화로 여자친구와 통화 중이었을 뿐이지만, 짐머만은 마틴이 ‘마약과 관련된 것 같은 수상한 흑인’이라고 생각해 뒤를 쫓은 것이었다.범죄에 연루되지 않은 비무장 10대 소년을 범죄자로 간주하고 쫓아가 살해한 것만으로도 인종차별 논란이 뜨겁게 불거졌는데, 짐머만이 ‘정당방위’로 무죄 평결을 받으면서 공분이 치솟았다. 곳곳에서 시위가 잇따랐고, 이때 처음으로 ‘흑인의 생명도 중요하다(Black Lives Matter)’는 구호가 등장했다. BLM은 구호에 그치지 않고 흑인에 대한 공권력 남용에 반대하는 흑인민권운동 그 자체가 됐다. BLM은 상부 조직이 있는 단체의 형태는 아니지만 지역별로 느슨한 형태로 존재한다. 뚜렷한 가입 절차 없이 다양성·공감 등 몇 가지 원칙을 지키고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뜻을 같이하면 그 일원이 되는 식이다.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에서 해시태그 형태로 구호와 주장을 공유하기도 한다. 또 미국을 넘어 영국 등 세계 곳곳에서 시위가 펼쳐지는 등 국제적 운동이 됐다. 모든 생명이 중요하다(All Lives Matter)? BLM이 확산하면서 이를 조롱하거나 반대하는 구호도 나타났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모든 생명이 중요하다(All Lives Matter)’는 문장이다. 이 문장만 놓고 보면 너무 당연한 원칙이지만 실제로는 ‘흑인의 생명도 중요하다’는 말을 비틀어 ‘흑인의 생명만 중요하냐’는 조롱이 깔려 있는 표현이다. ALM으로 BLM을 반박하는 이들은 시위 과정에서 흑인이 아닌 경찰관이 희생되고, 한편에서는 치안 부재를 틈타 약탈이 벌어지는 점을 지적한다. 이를 두고 일부의 일탈을 전체로 싸잡아 매도하지 말라는 의견과 엄연히 병존하는 현실이라는 반박이 부딪친다. 그러나 ALM이 지적하는 문제들이 해소돼도 흑인을 향한 공권력 남용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또 BLM은 ‘흑인의 생명도 중요하다’는 것이지 ‘흑인의 생명만 중요하다’고 외치는 게 아니다. ALM에 대해 만화가 크리스 스트라웁은 만평을 통해 “불이 난 집을 놔두고 ‘모든 집이 중요해’라며 멀쩡한 집에 소방호스를 갖다 대는 격”이라고 지적했다. ‘백인 경찰 저격’ 댈러스 사건으로 BLM 운동 상처 차별은 갈등을 부르고, 증오를 싹틔운다. 증오는 사람들의 분노를 잘못된 관행 및 구조가 아닌 무고한 이들로 향하게 한다. 이것이 대립을 키우고 악순환이 반복된다. 2016년 댈러스 저격 사건이 대표적인 예다.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BLM 행진이 진행되던 중 벌어진 사건으로, 흑인 마이카 존슨(당시 25세)은 집회를 관리하던 경찰 중 백인만 노려 저격해 5명을 살해했다. 열흘 뒤 루이지애나 주에서 비슷한 총격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BLM 운동은 정당성에 치명상을 입었다. 통합 대신 분열 부르는 트럼프의 말말말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쉽지 않지만 적어도 사태를 진정시키고 통합과 치유를 향한 노력이 필요하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짐머만에 대한 무죄 평결 당시 시위가 격화하자 “비극을 막기 위해 어떻게 할 수 있는지 스스로 물어보고 차분히 되돌아보자”면서 판결을 수용할 것을 촉구했다. 댈러스 저격 사건으로 희생된 경찰관 5명의 추모식에서는 “미국은 그렇게 분열돼 있지 않다. 더 악화할 것이라는 절망에 거부해야 한다”며 통합을 향한 노력을 호소했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역시 댈러스 사건에 대해 “우리는 결코 피와 출신 배경으로 묶이지 않았으며 공통의 이상으로 맺어졌다‘면서 서로에 대한 공감을 당부했다. 이처럼 인종차별로 미국이 극심한 갈등과 분열을 겪을 때마다 최고지도자들은 피해자를 위로하고 통합과 희망을 강조했다. “약탈하면 발포”에 담긴 뿌리 깊은 인종차별의 역사 그러나 최근 플로이드 시위에 대응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전례가 없는 수준이다. 그는 일단 시위대를 급진좌파(ANTIFA)로 싸잡으며 이념적 편가르기를 시도했다. 또 그들을 테러리스트로 규정했으며 “폭력배(Thugs)”라고 칭했다. ‘Thug’는 단순히 폭력배라는 뜻을 넘어 몇 년 전부터는 ‘흑인 폭력배’라는 인종차별적 의미가 깔린 단어다.분명 시위 사태 속 혼란을 틈타 자행되는 약탈과 폭력은 용납할 수 없는 범죄다. 그러나 정당한 주장을 앞세운 시위대와 약탈을 일삼는 폭도를 구분하지 않고 모호하게 한데 묶어 비난하는 트럼프의 태도는 인종차별적 법 집행을 개선하라는 목소리를 귀담아 듣지 않는 것처럼 받아들여진다. 그는 심지어 “약탈이 시작되면 사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시위 진압에 발포를 허가할 수도 있다고 시사했다. 아무리 총기 소지가 자유로운 미국이라도 대통령이 자국민을 향해 발포하겠다고 공언하는 것은 선을 넘은 발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게다가 ‘약탈이 시작되면 발포도 시작될 것(When the rooting starts, the shooting starts)’라는 (운까지 맞춘) 표현은 트럼프가 처음 한 말이 아니다. 미국 공영라디오 방송(NPR)에 따르면 이는 월터 해들리 마이애미 경찰청장이 1967년 청문회에서 썼던 표현이다. 극심한 편견을 갖고 있던 그는 흑인들을 상대로 강경한 진압을 자한 인물로 유명하다. 그 역시 소방호스와 경찰견까지 동원해 1960년대 흑인민권운동을 무자비하게 진압했던 불 코너 버밍햄 경찰국장의 말을 빌려왔을 것이라고 NPR은 전했다. 이처럼 트럼프의 ‘발포’ 발언은 단순히 약탈 범죄에 강경하게 대응하겠다는 것을 넘어 뿌리 깊은 인종차별의 역사가 담겨 있는 표현인 것이다. “더 나은 방법을 찾아야 해!(There Is A Better Way!)” 한편 공권력 남용으로 흑인이 희생되는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벌어지는 시위에 대해 흑인 사회의 고민도 깊다. 지난 5월 30일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에서 플로이드 사건에 항의하기 위해 모여든 시민들 사이에서 논쟁이 벌어졌다. 시위에 참가한 45세 흑인 남성이 “형제자매들이 매일같이 죽어나가는데 이제 지쳤다. 난 죽을 각오가 돼 있다”며 강경한 대응을 주장하자 또 다른 흑인 남성 커티스 헤이스(31)가 이에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헤이스는 시위에 참가한 16세 소년을 향해 “16살인 네가 해야 할 일은 더 나은 방법을 찾는 거야. 왜냐하면 지금 어른들이 하고 있는 이 짓(시위)은 전혀 안 먹히거든”이라고 외쳤다. 그는 “저 아저씨, 46살인데 아직도 분노하고 있다. 나도 31살 먹고 분노하고 있다. 겨우 16살인 너도 분노하고 있다”면서 “이렇게 위험한 길은 네가 가서는 안 되는 길이다”라고 호소했다. 헤이스는 4년 전 샬럿에서 무고한 흑인 시민이 경찰의 총을 맞고 숨졌을 때 벌어진 시위에 참가했었다며 “매일 밤마다 했는데 전혀 바뀌는 게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년에게 “너와 다른 젊은 친구들은 힘이 있다”면서 “너희들은 더 나은 방법을 찾아야 한다. 왜냐하면 우리 같은 윗 세대들은 그러질 못했으니까”라며 끝내 눈물을 흘렸다. 이 외침이 담긴 영상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화제가 됐고 #ThereIsABetterWay라는 해시태그를 달고 확산됐다. 헤이스는 언론 인터뷰에서 “46년 동안 인종차별을 당하면서 커져간 그의 가슴 속 구멍을 봤다”면서도 “16세 소년이 복수를 한다는 마음으로 이 싸움에 임하진 않았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1960년대 흑인민권운동을 거쳐 흑백분리를 법적으로 폐지한 이후 흑인 대통령까지 나왔지만, 미국 흑인 사회는 여전히 차별에 좌절하고 있다. 법적으로 평등해졌지만 뿌리 깊은 구조적 문제로 상당수의 흑인들이 여전히 하위 계층에 머물러 있다. ‘공권력 남용에 희생되는 흑인이 많은 것은 흑인 범죄율이 높기 때문’이라는 지적은 이러한 구조적 차별을 외면한 것에 가깝다. 매번 시위에 나서지만 문제가 해결되기는커녕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더 후벼파고 있는 게 작금의 미국이다. 헤이스가 걱정했던 16세 소년이 31세, 46세가 되었을 때에는 얼마나 달라져 있을지는 21세기에도 미국의 중요한 숙제가 됐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진보의 어젠다 ‘기본소득’ 보수 구원투수가 던졌다

    진보의 어젠다 ‘기본소득’ 보수 구원투수가 던졌다

    靑 “현재로서는 기본소득 아직 일러” 재원 고려해 청년에 우선 적용 전망 “좋은 일 될 것” “유사 정의당” 갈려 미래통합당 김종인(얼굴) 비상대책위원장이 진보 진영의 어젠다였던 기본소득 문제를 점점 구체화하고 있다. 아직은 총선 참패에 따른 당 혁신의 일환으로 논의되고 있지만, 정의당 등 진보 정당은 물론 더불어민주당도 복지의 패러다임을 바꿀 기본소득 논의를 피할 이유가 없어 어떤 형태로든 실현될 가능성이 커졌다. 전 국민이 긴급재난지원금을 한 차례 수령한 경험이 있어 아이디어 차원에만 머물던 과거와 달리 정서적·행정적 토대도 쌓이고 있다.김 위원장은 3일 초선 의원 공부 모임에 강연자로 참석해 “보수가 지향했던 ‘법 앞에 평등’ 같은 말로만 하는 형식적 자유는 아무 의미가 없다”며 “물질적 자유를 어떻게 극대화하느냐가 정치의 기본 목표”라고 밝혔다. 물질적 자유의 의미에 대해 김 위원장은 “배고픈 사람이 빵집을 지나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빵을 먹고 싶은데 돈이 없어 먹을 수가 없다면 그 사람에게 무슨 자유가 있겠나”라고 설명했다.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도록 국가가 일정 소득을 보장해야 한다는 기본소득의 이념을 풀어서 설명한 셈이다. ●“극우 보수 이미지 터는 데 상당한 효과” 다만 재원 문제와 관련해 김 위원장은 “기본소득이 그렇게 간단한 게 아니다. 공감대가 있는 것과 가능하게 하는 재원 확보는 별개 문제”라고 밝혔다. 재원, 기존 사회보장제도와의 조율 등 선결 과제들이 산적한 만큼 청년층에 우선 적용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김현아 비대위원은 이날 라디오에서 “(김 위원장이) 분명 청년에게 관심이 많다는 건 답변드릴 수 있다”고 말했다. 좀더 현실적인 고민을 해야 하는 청와대는 일단 “현재로서는 이르다”고 밝혔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기본소득은 전 국민에게 조건 없이 매월 생활비를 주는 것인데, 시행 사례도 많지 않다”면서 “재원 등에 대해 상당 기간 토론해 공감대를 형성해야 본격적으로 고민할 수 있다”고 말했다. ●“金 행적 고려하면 진정성 있는 제안” 기본소득 담론에 대한 김 위원장의 진정성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린다. 통합당 혁신과 대여 협상을 위한 ‘구호’ 성격이 강하다는 의견과 실현 의지가 강하다는 의견이 동시에 나온다. 통합당 관계자는 “도입 여부를 떠나 우리 당이 기본소득을 언급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극우보수’ 이미지를 털어내는 데 상당한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경제민주화를 주장해 온 김 위원장의 행적을 감안한다면 정치적 수사라기보다는 비대위원장으로서의 구상을 진정성 있게 얘기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당내에선 초·재선들이 강하게 지지하는 반면 중진들은 거부감을 표출하고 있다. 한 초선 의원은 “산발적으로 쏟아진 기본소득 어젠다를 우리가 구체적으로 정비해 내놓는다면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반면 한 중진 의원은 “재정건전성이 악화된 상황에 국민 관심을 끌겠다고 현실화 방안도 없이 담론만 던지는 건 무책임할뿐더러 추후 당에 역풍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반발했다. 3선 장제원 의원도 전날 “유사 민주당, 심지어 유사 정의당을 만드는 것이 우리의 지향점이 돼서는 안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근홍 기자 lkh2011@seoul.co.kr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 김종인이 던진 ‘기본소득’, 정치적 계산인가 경제적 대전환인가

    김종인이 던진 ‘기본소득’, 정치적 계산인가 경제적 대전환인가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진보진영의 아젠다였던 기본소득 문제를 점점 구체화하고 있다. 아직은 총선 참패에 따른 당 혁신의 일환으로 논의되고 있지만, 정의당 등 진보정당은 물론 민주통합당도 복지의 패러다임을 바꿀 기본소득 논의를 피할 이유가 없어 어떤 형태로든 실현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전 국민이 긴급재난지원금을 한 차례 수령한 경험이 있어 아이디어 차원에만 머물던 과거와는 달리 정서적·행정적 토대도 쌓이고 있다. 김 위원장은 3일 초선의원 공부 모임에 강연자로 참석해 “보수가 지향했던 ‘법 앞에 평등’ 같은 말로만 하는 형식적 자유는 아무 의미가 없다”며 “물질적 자유를 어떻게 극대화하느냐가 정치의 기본 목표”라고 밝혔다. 물질적 자유의 의미에 대해 김 위원장은 “배고픈 사람이 빵집을 지나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빵을 먹고 싶은데 돈이 없어 먹을 수가 없다면 그 사람에게 무슨 자유가 있겠나”라고 설명했다.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도록 국가가 일정 소득을 보장해야 한다는 기본소득의 이념을 풀어서 설명한 셈이다. 다만 재원 문제와 관련해 김 위원장은 “기본소득이 그렇게 간단한 게 아니다. 공감대가 있는 것과 가능하게 하는 재원 확보는 별개 문제”라고 밝혔다. 재원, 기존 사회보장제도와의 조율 등 선결 과제들이 산적한 만큼 청년층에 우선 적용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김현아 비대위원은 이날 라디오에서 “(김 위원장이) 분명 청년에 관심이 많다는 건 답변드릴 수 있다”고 말했다. 좀더 현실적인 고민을 해야 하는 청와대는 일단 “현재로서는 이르다”고 밝혔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기본소득은 전 국민에게 조건 없이 매월 생활비를 주는 것인데, 시행 사례도 많지 않다”면서 “재원 등에 대해 상당 기간 토론해 공감대를 형성해야 본격적으로 고민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본소득 담론에 대한 김 위원장의 진정성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린다. 통합당 혁신과 대여 협상을 위한 ‘구호’ 성격이 강하다는 의견과 실현 의지가 강하다는 의견이 동시에 나온다. 통합당 관계자는 “도입 여부를 떠나 우리 당이 기본소득을 언급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극우보수’ 이미지를 털어내는 데 상당한 효과가 있을 것”이고 말했다. 반면,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경제민주화 를 주장해 온 김 위원장의 행적을 감안한다면 정치적 수사라기보단 비대위원장으로서의 구상을 진정성있게 얘기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당내에선 초재선들이 강하게 지지하는 반면 중진들은 거부감을 표출하고 있다. 한 초선 의원은 “산발적으로 쏟아진 기본소득 아젠다를 우리가 구체적으로 정비해 내놓는다면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반면 한 중진 의원은 “코로나 정국으로 재정건전성이 악화된 상황에 단순히 국민 관심을 끌겠다고 현실화 방안도 없이 담론만 던지는 건 무책임할 뿐더러 추후 당에 역풍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반발했다. 이근홍 기자 lkh2011@seoul.co.kr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 [글로벌 In&Out] 다문화사회, ‘단군신화’ 등 역사 교육이 중요하다/알파고 시나씨 아시아엔 편집장

    [글로벌 In&Out] 다문화사회, ‘단군신화’ 등 역사 교육이 중요하다/알파고 시나씨 아시아엔 편집장

    역사는 참 신기한 현상이다. 역사는 학문의 영역이고, 때로는 수많은 사상이나 이데올로기의 기둥이기도 하다. 그래서 일부는 역사를 낭만적으로 접근하고 정치적 이념이나 종교적 교리를 뒷받침하는 도구로 활용하려고 한다. 나 같은 사람들은 교훈을 얻으려고 역사에 접근하고 현재를 이해하는 도구로 쓴다. 역사는 인류의 제일 큰 사회적 실험실이다. 그 실험실에서 얻은 결과를 감정이나 정체성, 신념에서 벗어나 분석하면 많은 가르침을 얻는다. 이렇게 긴 서론을 쓰는 이유는 역사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깨달아서다. 한국 TV에 자주 출연한 한 외국인과 대화하다가 ‘단군신화’에서 멈추게 됐다. 그 외국인 친구가 단군신화의 내용을 모른다는 것을 알아챘다. 친구는 모른다고 시인했다. 나는 너무나 놀랐다. 한국어도 그렇게 잘하고, 한국에서 그렇게 오래 살았는데 어떻게 단군신화를 모를 수 있나 싶어서 물어봤다. “어학당 다닐 때도 안 배웠어? 나는 단군신화를 충남대 정치외교학과에서 배운 거 아니야. 난 어학당에서 배웠어. 4급 때는 가르치던데? 넌 6급 졸업한 거 아니었어?” “응, 4급이나 5급 때 그런 거 배운 적이 없어. 우리 교과서가 다른가 봐.” 이 친구가 진짜로 단군신화를 하나도 모른다는 것을 확인하고 난 후에 바로 설명했다. 일단은 단군신화를 요약했다. 환인과 환웅 이야기를 하고, 다음에 곰과 호랑이 이야기를 하면서 단군의 탄생을 서술하고, 아사달에서 건국됐다고 하는 고조선의 배경을 알려 줬다. 물론 그 친구의 질문은 멈추지 않았다. “이 이야기가 어디에 쓰여 있어?” “단군에 대한 언급은 ‘삼국유사’, ‘제왕운기’, ‘세종실록’ 그리고 ‘동국통감 외기’ 같은 문서에 있는데, 단군신화가 제일 이쁘게 나온 대표적인 문서는 일연 스님이 집필한 삼국유사야.” 그다음 대화는 왜 일연 스님이 갑자기 삼국유사를 집필했는지로 넘어갔다. 왜냐하면 외국인 관점에서는 당시에 유력한 종교의 스님이 불교적 교리와 어긋난 이야기들을 가지고 책을 냈다는 것 자체가 흥미진진하다. 그러다 보니까 대화의 주제가 몽골 제국의 한반도 침략 및 고려시대가 돼 버렸다. 몽골 지배하에서 지식인들이 종교보다는 민족적인 감정이 강해져서 삼국유사 같은 책이 나오게 됐다. 신기한 것은 삼국유사가 몽골 침략이 끝나고 나서 살짝 잊혀졌다가 조선시대 말에 다시 한번 크게 관심받았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조선시대 말에는 주권이 다시 위협받는 상황에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단군신화를 바탕으로 그 당시에 탄생한 신흥 종교 대종교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 홍익대학교, 단국대학교 그리고 경희대학교의 성립 배경을 이야기했다. 다음에 개천절이 국경일로 지정된 역사적 흐름을 말해 주니까 그 친구의 눈이 좀 커졌다. 단군신화 하나로 한국에 대해 많은 것을 배우게 됐다는 그런 눈빛이었다. 물론 나는 단군신화에 속 이야기를 믿지는 않는다. 무슨 곰이 40일 동안 동굴에서 쑥과 마늘을 먹고 참았다고 여성으로 변신해서 한국 여성의 조상이 됐겠는가. 오히려 개인적으로 그 동굴에서 여성으로 변신한 동물은 곰이 아니라 호랑이였다고 생각한다. 나는 단군신화가 성경이나 불경 같은 신성한 종교적인 문서는 아니지만, 한국의 공동체를 하나의 국민으로 묶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는 만큼 한국과 인연을 맺은 외국인이라면 반드시 알아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결론은 한국에서 살려고 결심한 외국인은 한국어만큼 한국인을 구성하는 정신적인 요소인 역사나 신화 등을 알아야 한국 사회를 이해할 수 있다. 따라서 각 대학의 어학당이나 한국어 교육을 하는 장소들에서 언어 교육 속에 한국의 신화와 역사를 녹여서 교육해야 한다.
  • 김종인 보수 논쟁 넘어 ‘파괴적 혁신’ 이룰까

    김종인 보수 논쟁 넘어 ‘파괴적 혁신’ 이룰까

    “불만 있어도 시비 말고 협력해 달라” 장제원 “보수 부정하는 유사 민주당” 金, 오늘 ‘32년 악연’ 이해찬과 회동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당내에서 분출되는 보수 논쟁을 딛고 자신이 공언한 ‘진보보다 더 진취적인 정당’으로 당을 변화시킬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김 위원장의 혁신 기치에 대해 당 일각에서는 당장 “유사 민주당이냐”는 반발도 나왔다. 김 위원장은 2일 통합당의 21대 국회 첫 의원총회에 참석해 당선자들과 상견례를 했다. 김 위원장은 “우리 정치가 파괴적 혁신을 이루지 않으면 나라의 미래가 밝지 않다”면서 “다소 불만스러운 일이 있다 해도, 과거 가치관과 떨어지는 일이 있다 해도 너무 시비를 걸지 마시고 다들 협력해 당이 정상 궤도에 올라 다음 대선을 제대로 치를 수 있도록 해 달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의 이런 발언은 전날 비대위 첫 공개회의에서 “진보보다 더 진취적인 정당을 만들 것”이라고 한 그의 말에 ‘보수의 가치를 저버린 것 아니냐’는 당내 비판이 나온 것을 의식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27일 강연에서는 “보수, 진보라는 말을 쓰지 말라”고도 했다. 김 위원장이 3일 취임 인사를 겸해 ‘32년 악연’이 있는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찾아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날 회동은 김 위원장이 먼저 요청해 성사됐다. 원 구성 협상과 추경안 등에 대해 폭넓게 의견을 교환할 예정이다. 김 위원장의 이런 행보에 장제원 의원은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김종인 비대위를 공개 비판했다. 장 의원은 “보수의 가치마저 부정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며 “유사 민주당, 심지어 유사 정의당을 만드는 것이 우리의 가치 지향점이 돼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념보다 실용을 앞세운 김 위원장의 혁신 방향 설정은 총선 패배에 대한 고민에서 비롯한 것으로 보인다. 현 정부와 여당에 비판적인 중도층과 젊은층일지라도 ‘진보 대 보수’ 구도로 짜인 선거판에서 쉽게 보수의 손을 들어주기 힘들고, 그 때문에 보수 정당으로 인식된 통합당이 지지 기반을 넓히지 못했다는 분석이 당 안팎에 퍼져 있다. 한 통합당 관계자는 “젊은 사람들은 생각은 보수여도 시대의 흐름을 쫒아가지 못하고 토태된 듯한 보수라는 말 자체에 거부감을 느낀다”며 “보수를 앞세워서는 젊은 사람들에게 침투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고민을 토로했다.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 미국 폭동 시위에 극좌·극우 폭력 세력 개입했나

    미국 폭동 시위에 극좌·극우 폭력 세력 개입했나

    미국 전역을 휩쓰는 최근 시위와 관련해 사법 당국이 극좌와 극우 세력이 폭력을 부추기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CNN이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극좌와 안티파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연방 정부와 지방 정부는 이런 외부 세력의 개입과 관련한 증거를 내놓지 않고 있다. 미국 관리들은 재산을 파괴하고 경찰을 공격하는 등의 폭동에 가담한 극단주의자 조직을 파악하고자 애쓰고 있다. 민주당 소속이 팀 왈즈 미네소타 주지사는 조지 플로이드의 사망에 따른 항의시위를 폭력적으로 부추기는 외부 세력을 찾기 위해 체포자들의 자료와 인적 정보를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플로이드의 사망은 “우리 문제”라면서도 “외부 세력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 “외부 세력이 있다고 말하는 것은 관심 돌리기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미국 연방수사국(FBI)과 다른 정부 기관들은 CNN에 미니애폴리스와 다른 곳에서 합법적인 시위 아래에서 폭력과 재산을 파괴하는 조직화된 단체를 인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로리 라이트풋 시카고 시장은 약탈자들이 조직화돼 있었으며 도시 외부에서 왔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는 체포된 57명 가운데 주민은 13명에 불과했고, 나머지는 미시간·조지아·뉴욕·미네소타 출신이었다. 조지워싱턴대학의 극단주의 프로그램 연구자 J.J.맥냅은 주말 시위 현장을 담은 사진들을 조사한 결과 군중 속에서 소총과 군사 장비로 무장한 ‘부걸루’ 회원을 발견했다고 밝힌 것으로 AP통신 등이 전했다. 부걸루는 느슨한 형태의 극우 극단주의 조직으로, 우파와 좌파 간 이념 대립으로 ‘2차 내전’이 발발할 것이라고 주장하는 단체다. 맥냅은 “그들은 자신들의 전쟁을 시작하기 위해 (시위에) 동참하길 원한다”며 “그들은 시위가 무질서를 유발하는 데 유용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일론대학 컴퓨터공학과 메건 스콰이어 교수도 노스캐롤라이나 롤리 시위 현장 주변에서 최소한 4명의 극우 단체 ‘프라우드 보이스’ 회원이 나오는 사진을 봤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런 견해에 반대 목소리도 나온다. ‘안티파: 반파시스트 핸드북’의 저자인 럿거스대학 교수 마크 브레이는 1일 워싱턴포스트 기고에서 안티파 그룹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회원들은 자신의 정치적 활동을 숨긴다는 점, 첩자의 침투에 대한 우려와 고도의 헌신을 요구하는 점 때문에 소규모로 유지한다며 시위현장에서 공개적인 활동 모습이 포착됐다는 주장에 회의적이다. 플로이드 사망 사건이 발생한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체포된 59명 가운데 47명은 미네소타주 주민이었다. 백악관 주변에서 시위를 하다 체포된 17명 중 대다수도 워싱턴DC 주민이었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검찰, 조국 5촌 조카에 징역 6년 구형…“민정수석 지위 활용”

    검찰, 조국 5촌 조카에 징역 6년 구형…“민정수석 지위 활용”

    ‘사모펀드 의혹’ 등으로 기소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5촌 조카 조범동(37)씨에게 검찰이 실형을 구형했다. 검찰은 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소병석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조씨의 결심 공판에서 징역 6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조씨의 혐의를 두고 “권력과 검은 공생관계로 유착해 권력자에게는 부당한 이익을 주고, 본인은 그런 유착관계를 이용해 사적 이익을 추구한 것”이라며 “정경 유착의 신종 형태”라고 규정했다. 또 조씨가 조 전 장관의 아내 정경심 교수에게 고위 공직자의 배우자로서 해서는 안 되는 직접투자 기회와 수익을 제공하고, 당시 조 전 장관의 민정수석 지위를 자신의 사업에 유리한 배경으로 활용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검찰은 “조씨가 정 교수와 함께 범죄를 은폐하려 시도함으로써 대통령의 임명권과 국회의 검증권을 침해했고, 나아가 국민주권주의 이념의 구현을 왜곡했다”며 “동기에서도 참작할 사정이 없는 지극히 불량한 범죄”라고 비판했다. 검찰은 조씨의 죄질이 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농단 사건과 같다고 언급하며 “행정부 최고 권력층의 부정부패 사건으로 법원이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고 엄정한 양형을 통해 견제의 기능을 수행하고 헌법에 따른 법치주의를 확립할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씨는 사모펀드 운용사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코링크PE)를 실질적으로 운영하면서 코스닥 상장사를 무자본으로 인수하고, 허위 공시를 통해 주가를 부풀린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이에 더해 더블유에프엠(WFM)·웰스씨앤티 등 코링크 사모펀드가 투자한 기업의 자금 총 89억원가량을 빼돌린 혐의도 있다. 그뿐만 아니라 지난해 8월 조 전 장관이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이후 정경심 교수의 사모펀드 관련 의혹이 잇따르자 관련된 자료를 폐기·은닉한 혐의도 받는다. 조씨는 증거 인멸 등 일부 혐의에 대해서는 사실관계를 인정하면서도, 자신은 코링크PE의 실질적 운영자가 아닌데도 지나치게 많은 혐의가 덧씌워졌다고 주장한다. 곽혜진 기자 demian@seoul.co.kr
  • 경계에 집을 짓다…아버지 삶을 잇다

    경계에 집을 짓다…아버지 삶을 잇다

    한국인 건축가 유동룡(庾東龍). 그는 일제강점기 때 징용 간 경남 거창 출신의 부모 밑에서 2남 7녀 중 장남으로 태어나 일본에서 자랐다. 당시 한국인들은 대부분 조선학교를 다녔지만 장남으로서 동생들을 돌봐야 할 책임 때문에 일본학교로 보내졌다. 일본학교를 다녔을지언정 유동룡이라는 한국이름과 한국국적을 고수했던 그였기에 유소년 시절부터 차별이라는 족쇄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었다.1968년 작가 활동을 앞두고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고국을 찾은 그는 한국의 수려한 강산과 문화에 매료된다. 이후 자연과 조화를 꾀하면서 환경에 순응하는 한국 전통공간의 아름다움은 이타미 준의 건축 철학 근간이 됐다. 민화를 시작으로 가구, 도자기 등 고미술품이 주는 조형의 순수함과 따뜻한 온기에 빠졌다. 틈날 때마다 전국을 여행하면서 전통건축물들을 손수 도면화했다. 일본에서 ‘이조의 민화’(1975), ‘이조의 건축’(1981), ‘조선의 건축과 문화’(1983), ‘한국의 공간’(1985) 등 저서들을 연달아 출간하며 조선의 예술미를 찬미했다. 이 책들은 아직까지도 조선 건축을 연구하는 이들에게 소중한 연구 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건축가로서 ‘어머니의 집’이라는 작품 데뷔를 앞두고 성씨인 유가 일본 활자에 없어 곤란해지자 그는 ‘국제인’이 돼 살기로 결심한다. 뿌리를 찾기 위해 고국을 처음 방문할 때 출발했던 이타미공항에서 ‘이타미’라는 성을, 그리고 당시 의형제처럼 지내며 ‘요시아 준’이라는 예명으로 일본에서도 활동하던 작곡가 길옥윤 선생의 ‘준’에서 이름을 따서 작가명 ‘이타미 준’을 만들었다. 1964년 도쿄올림픽 이후 일본경제 활황기에 서구화, 근대화를 지향하며 반짝거리는 첨단건축을 선보였던 다른 건축가들과 달리 이타미 준이 본인만의 길을 갈 수 있었던 것은 존재의 근원을 질문하는 모노하의 예술가들과 의식을 공유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모노하의 대부 곽인식(1919~1988) 선생은 스승이자 아버지 같은 존재였다. “곽인식이라는 작가가 없었다면 지금의 이타미 준은 없다”라는 말을 종종 할 정도였다. 사물과 세계를 있는 그대로 바라봄으로써 존재의 근원에 도달하려는 모노하의 정신은 이타미 준의 작가세계와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 소재 그 자체의 물성을 찾기 위해 의식적으로 흙, 돌, 금속, 유리, 나무 등의 소재를 콘크리트와 대비시켜 조화와 대립을 꾀했다. 이타미 준이 데뷔한 1980년대 일본 건축계는 유리와 철이 중심을 이루는 획일화된 건축이 주류였다. 그때 그는 “현대건축에 본질적인 무언가가 결여돼 있다면 그것은 인간의 체온과 야성미일 것”이란 말을 남긴다. 표현할 시대정신마저 잃어버리고 현대건축을 구성하는 건축언어조차 애매하고 뒤죽박죽인 상황은 그에게 표현할 주제의 상실이자 온기의 상실이었다. 당대의 획일화된 산업사회 시스템 속에서 반근대적인 태도로 현대건축을 실천하고자 했던 이타미 준은 “토착 재료를 사용해서 그 땅이 지닌 오래된 가치를 오늘날 다시 부활시켜야 한다”면서 산업사회 이전의 조형의 순수성을 추구했다. 돌을 이용한 ‘각인의 탑’, ‘석채의 교회’, ‘M빌딩’, 그 지역의 황토를 현장에서 직접 찍어내어 만든 ‘온양민속박물관’ 등은 자체의 물성만으로 그 존재를 강하게 드러낸다. 도쿄의 아카사카라는 도시 한복판에 세워진 M빌딩에서는 깨어진 면이 살아 있는 돌을 외벽에 그대로 사용해 그 야성이 드러나도록 함으로써 “획일화된 도시의 흐름을 거역하기 위해 도시의 빈틈에 기둥이 되라는 뜻”을 담고자 했다.1990년대 이후 건축에서는 비교적 강인한 조형과 토착 소재에 대한 집착에서 자유로워진다. “사람의 생명, 강인한 기원을 투영하지 않는 한 사람들에게 진정한 감동을 주는 건축물은 태어날 수 없다. 사람의 온기, 생명을 작품 밑바닥에 두는 일. 그 지역의 전통과 문맥, 에센스를 어떻게 감지하고 앞으로 만들어질 건축물에 어떻게 담아낼 것인가? 그리고 중요한 것은 그 땅의 지형과 ‘바람의 노래’가 들려주는 언어를 듣는 일이다.”(이타미 준·‘Architecture and Urbanism 1970~2011’ 중에서) 그는 일찍이 한국의 전통 건축이 지닌, 자연과의 조화와 환경에 순응하는 건축물에 매료됐다. 제주도를 포함한 자연을 캔버스 삼아 작업 활동을 펼치며 대지에서 인간과 자연의 매개로서 건축 역할을 고민한다. 그에게 건축은 “자연과 대립하면서도 조화를 추구해야 하며, 공간과 사람, 자신과 남을 잇는 소통과 관계의 촉매제”여야 했다. 재료 자체가 날것 그대로 존재감을 드러내며 풍경과 융합될 수 있고 온기가 있는 고요한 작품을 추구했다. 특히 제주에서의 작업들은 그 지역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환경과 풍경에 조화를 이룰 뿐 아니라 바람이 많은 자연환경에도 순응해야 하는 건축을 강조했다. 건축 자체가 주인공이기보다 바람에 의해서 조각된 건축물로 남아 그대로 그 대지에 스며들기를 추구한 것이다. 제주도는 그에게 제2의 고향과 같은 곳이다. 바닷가에 있는 마을인 시즈오카 시미즈에서 유년 시절을 보낸 그에게 제주의 바닷가는 말년을 보내고 싶을 만큼 고국의 품과 같은 곳이었다. 이타미 준은 “국제적이며 보편적인 세계에서 독창성이란 그 지역의 고유한 문화에서 생성된 사상이 아니면 큰 의미가 없다”고 했다.그리고 그는 자신이 그토록 사랑하는 제주에 건축가로서의 정점을 찍는 대표 작품들을 연달아 남긴다. ‘포도호텔’, ‘수, 풍, 석 미술관’, ‘두손 미술관’, ‘방주의 교회’, ‘비오토피아’ 등은 일본 건축계도 그를 주목할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 외국인에게는 수상의 기회가 전혀 없었던 무라노 도고 건축상을, 한국에서는 김수근 건축상 등의 영예를 안겨 줬다. 이러한 작품들을 쏟아낼 수 있었던 배경에는 단지 우연한 건축주와의 만남 때문만이 아니라 그가 긴 세월 간직해 온 제주에 대한 각별한 사랑과 이해가 바탕이 되고, 오랜 세월 굳건히 다져온 건축에 대한 그의 확고한 철학이 있었기 때문이다. “풍토, 경치, 지역의 문맥(context) 속에서 어떻게 본질을 뽑아내고 건축에 스며들 수 있게 하는지를 고려합니다. 경치와 건축이 대립해도 좋고 조화가 돼도 좋습니다. 거기서부터 발생해서 새롭게 펼쳐지는 세상을 저는 보고 싶습니다.”(통일일보 이우환 작가와의 대담 중) 이타미 준의 건축에서 시간은 공간만큼이나 중요한 요인이다. 시간의 흐름과 역사성 속에서 유효할 때만 현대에도 유효할 수 있고, 그저 단순히 이념적으로만 말하는 것은 유행에 불과하며, 시간적인 두께가 없는 현재란 시제에만 머물 뿐 정착하기 어렵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새로운 대지를 접할 때나 복잡한 세상에서 새로운 행위를 하고자 할 때면 그 지역의 문화성과 역사성을 배경으로 하여 콘텍스트를 현재로 이끌어 내지 않고서는 사실성을 획득할 수 없음을 강조하며, 그 땅이 내는 소리에 온 신경을 집중했다. 그러한 신념과 정성이 있었기에 수십 년이 지난 작품에서도 사실성에 대한 공감을 이끌어 내고 있지 않나 생각한다.자연에 저항하지 않는 유기체를 추구하고 그 지역의 풍토와 자연과 환경이 조화를 이루어 내며 언젠가는 결국 흙으로 다시 돌아갈 건축을 생각하며 시간의 흐름을 담담히 반영한다. “완만한 기복을 보이는 산과 우리 전통의 마을이 조화를 이뤄 춤추는 듯하다”며 예찬했듯이 그는 이 땅에 없지만 그의 건축은 그렇게 바람과 함께 숨 쉬며 넉넉히 살아가고 있다. “나 같은 재일동포 2세들은 한국에서는 일본인으로, 일본에서는 한국인으로 늘 경계에 서 왔다. 그러나 가슴속에는 늘 태극기를 품고 살아왔다”고 가슴을 치며 이야기하시는 모습이 아직 눈에 선하다. 어눌한 한국말로 ‘조국’이라는 어려운 발음을 하실 때는 그 어느 때보다도 열심히, 그리고 진지하게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이 단어를 끌어내셨다. 건축 이야기를 안 하실 때면 “백자는 나의 스승”이라며 오로지 한국의 도자기 예찬만을 하셨던 분이다. 백자와 같이 따뜻한 온기를 품으며 매일 봐도 질리지 않는 그런 푸근함과 고귀함을 지닌 건축을 하고 싶으셨던 분이다. 그렇게 한국의 백자는 아타미 준 건축철학의 바탕이 됐고, 대지에 순응하며 겸허한 자세로 존재하는 한국의 전통건축 또한 그의 건축 철학의 근간이 됐다. “시대 조류에 흔들리지 말고 너만의 감성을 키우고 역사 위에 서는 건축가가 되라”라는 말씀은 내게 귀한 유산이 됐다. “예순을 넘으니 이제 건축이 뭔지 알 것 같고, 일흔이 넘으니 나만의 오리지널리티가 무엇인지 알 것 같다”는 말씀을 하신 분. 일흔살까지는 모르겠지만 현재는 현재대로 복잡성이 일상화됐고, 그것이 오히려 장르가 돼 가는 이 시대에 나만의 오리지널리티를 찾기 위한 노력은 매우 쉽지 않지만 멈출 수 없는 소명이다. 더이상 도시엔 그 지역의 문맥이나 지역성 따위를 찾아내기 힘들다. 그러나 아버지가 건축을 대하는 태도와 정신만큼은 이 복잡한 시대에서도 가능한 일일 것이다. 그렇게 나 또한 아버지를 이어 현재도 미래에도 목소리를 내기를 멈추지 않고자 한다. 건축가 유이화
  • 달성군립도서관, “길 위의 인문학” 사업 7년 연속 선정

    대구 달성군립도서관이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도서관협회가 주관하는 ‘2020년 도서관 길 위의 인문학’사업에 7년 연속 선정됐다. 도서관 길 위의 인문학은 독서, 강연과 탐방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삶의 가치관에 긍정적 변화를 이끌고 지역주민이 인문학에 대해 조금 더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달성군립도서관은 자유기획 기본형 부문에 선정되었으며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기념) 한국의 서원, 달성의 서원’이라는 주제로 운영할 계획이다. 2019년 7월, 성리학 이념으로 설립된 조선시대 교육기관인 한국의 서원 9곳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됨을 기념하여 기획하게 되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기념) 한국의 서원, 달성의 서원’이라는 대주제로 9월부터 10월까지 총 3차, 9회로 운영된다. 1차는 “서원의 정� �, 2차는 “서원의 교육”, 3차는 “서원의 건축”이라는 소주제로 차시별 2회 강연과 1회 탐방으로 진행된다. 탐방은 안동의 도산서원, 달성의 인흥서원, 도동서원으로 떠날 예정이며 세부 일정은 확정 되는대로 도서관 홈페이지에 공지될 예정이다. 모든 프로그램은 무료이며, 신청은 달성군립도서관 홈페이지에서 가능하다. 기타 자세한 문의는 053-584-0284 또는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대구 한찬규 기자 cghan@seoul.co.kr
  • 애틀랜타 시장 “트럼프, 말 좀 그만해라…상황만 악화”

    애틀랜타 시장 “트럼프, 말 좀 그만해라…상황만 악화”

    비무장한 흑인 남성이 경찰의 강압적인 체포 과정에서 숨진 데 항의하는 시위가 갈수록 격화하고 전국적으로 번지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상황을 악화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케이샤 랜스 바텀스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시장은 31일(현지시간) CNN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그냥 말을 그만해야 한다. 그가 말을 하면 상황이 악화되기 때문이다”라며 “미국은 현재 일종의 전환적 순간을 지나고 있는데, 그의 정치적 발언은 그저 상황을 걷잡을 수 없게 만들 뿐”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시위대를 극좌파를 가리키는 ‘안티파(ANTIFA·안티파시스트)’로 규정하며 “테러 조직으로 지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앞서 시위대를 ‘폭력배’(thugs)라고 하는가하면 “약탈이 시작되면 총격이 시작된다”며 총격 대응까지 시사하는 등 강경 대응을 부추긴다는 논란이 제기돼 왔다. 흑인인 바텀스 시장 역시 앞서 애틀랜타에서 일어난 항의 시위가 약탈 등 폭력적인 양상으로 변화하자 “이것은 시위가 아니라 대혼돈”이라며 시위대를 비판한 바 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시위 격화에 대해 “좌파”, “무정부주의 세력” 등 이념적 공격을 시도하는 것을 바텀스 시장은 경계하고 나선 것이다.바텀스 시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시위에 대해 나서는 모습이 “샬러츠빌의 재연과 같다”고 지적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첫 해인 2017년 8월 버지니아주 샬러츠빌에서 일어난 백인 우월주의자들의 집단적 폭력 사태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양비론을 폈던 것을 가리킨 것이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백인 우월주의자와 맞불 시위대 모두를 향해 “양쪽에 아주 훌륭한 사람들이 있었다”, “대안우파를 공격한 대안좌파들은 어떤가. 그들은 죄가 없는가. 나는 있다고 본다”는 등의 발언을 해 사실상 백인 우월자들의 시위에 관대한 제스처를 취해 논란이 일었다. 바텀스 시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침묵할 수 없다면, 그를 텔레프롬프터(연설할 때 원고를 띄워주는 장치) 앞에 세우고 그가 최소한의 옳은 말을 하기를 기도하라”고도 말했다. 바텀스 시장은 미국이 400년 넘게 인종차별주의의 추악함에 직면해왔다고 지적했다. 그는 ‘혁명은 일회성 사건이 아니다’라는 문구를 인용하며 인종 차별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면서 “우리는 인내심이 아닌 평화를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바텀스 시장은 민주당의 대선주자로 사실상 확정된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의 러닝메이트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정종수의 풍속 엿보기] 왜 우리 민족을 백의민족이라 했나

    [정종수의 풍속 엿보기] 왜 우리 민족을 백의민족이라 했나

    예전 의복 쓰임새는 바람과 추위를 막아 몸을 따뜻하게 하고 옷의 색깔과 문채(文彩)로 신분의 귀천을 나타냈다. 따라서 나라와 문화에 따라 복색의 이미지가 달랐다. 이수광(1563~1628)은 ‘지봉유설’에서 “한나라 때 관리들은 검정 옷을 입고 급사나 관청에서 심부름하는 천한 사람은 흰옷을 입었는데, 조선은 온 나라 안이 모두 흰옷을 입으니 중국 사람들이 이를 조소한다”고 했다. 명나라 사람들은 검정 옷을 숭상했고 일본은 청색을 숭상해 남색을 즐겨 입었다. 하지만 푸른 옷을 뜻하는 청의, 청포는 오히려 신분이 낮거나 빈한하거나 무력한 사람을 의미했다. 해진 옷을 뜻하는 ‘남루’도 “누더기가 된 푸른 옷”에서 나온 것으로, 죄수들의 청색 수의도 여기서 비롯됐다. 서양에서도 여성의 생리일을 블루데이라 하고, 휴일 다음 월요일을 블루먼데이라 하여 청색은 부정적인 의미를 뜻했다. 우리 민족의 흰옷 사랑은 남달랐다. 1894년 3월 초 서울을 방문한 파란 눈의 여인 영국 이저벨라 비숍은 남산에 올라 “흰 눈더미처럼 보이던 그것은 하얀 두루마기의 물결이었다”고 1898년 출간한 ‘한국과 그 이웃 나라들’에서 회고했다. 우리의 백의 습속은 역사가 아주 깊다. 기원전 1세기경 쓴 진수의 ‘삼국지’에도 “의복은 흰색을 숭상하여 흰 베로 만든 큰 소매 달린 도포와 바지를 입고, 상중에는 남녀가 모두 흰 옷을 입는다”고 하였다. 중국의 ‘수서’나 ‘당서’에서도 “신라 사람들은 흰옷을 숭상한다”고 했다. 흰옷 숭상은 고려 때에도 이어졌다. 안정복(1712∼1791)도 ‘동사강목’에서 “고려의 사녀(士女)들은 흰옷을 숭상하였다”고 했고 문신 서거정(1420∼1488)도 ‘필원잡기’에서 “고려 사람들은 흰옷을 좋아했다”고 했다. 송나라 때 서긍은 “고려왕은 평상시 쉴 때 흰 모시 도포를 입으므로 백성과 다를 바가 없다”고 ‘도려도경’에 기록했다. 조선시대에도 신분의 높고 낮음에 상관없이 흰옷은 여전히 사랑받고 즐겨 입었다. 우리 민족이 흰옷을 즐겨 입었던 까닭은 무엇일까. 첫째, 흰색이 갖는 포용과 상징성 때문이다. 본색·본연 그대로인 흰색은 가장 자연과 합일되는 순색으로 지고함과 진실, 지조와 기개, 순결, 장수를 상징하며 만물의 근원이 되는 시초를 의미한다. 특히 우리 민족에게 흰색은 이상과 현실의 조화요, 현실을 넘어선 지고의 아름다움을 담은 완벽한 색으로 성과 속, 죽음을 넘나드는 원초적인 색인 동시에 성스럽고 세속적인 색이었다. 실학자 성호 이익(1681∼1763)은 흰색에 대해 “우리나라 풍속은 갓과 흰 베로 만든 도포를 가장 존귀한 의복으로 삼아 길사나 흉사에 모두 통용하였다”고 했다. 둘째, 흰옷을 즐겨 입게 된 것은 염색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흰옷은 그 어느 색보다 더러움을 잘 타 비경제적이다. 육당 최남선은 때가 타지 않는 무색옷을 입어야 함에도 흰옷을 입는 것은 시대를 맞출 줄 모르는 어리석은 일이라며 흰옷의 폐단을 지적했다. 흰옷은 염색이 필요 없다. 성호 이익은 옷 한 벌을 염색하는 데 네 식구가 한 달 먹을 양식이 들어가며, 한 필 염색하는 데 한 필 값이 들어간다고 했다. 오히려 언제라도 빨기만 하면 깨끗하고 성스러운 느낌마저 드는 흰옷이 훨씬 경제적이고 실용적이다 보니 자연히 흰옷을 즐겨 입게 된 것이다. 끝으로 우리의 백의 습속에는 왕과 왕비의 국상도 커다란 몫을 했다. 실학자 이수광은 1565년 이후 여러 번 국상을 치르며 계속해서 흰옷을 입다 보니 마침내 하나의 국속이 되었다고 했다, 거기에 흰색이 상징하는 절제와 검소, 결백의 미덕과 잘 부합됐던 조선시대 국시인 성리학적 이념도 백의 습속을 지속시키는 토양이 됐다. 우리의 백의민족은 단순히 흰옷을 숭상해서가 아니라 이런 요인들로 흰옷을 즐겨 입은 데서 자연히 생겨난 것이다.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