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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尹, 방역전문가 만나 ‘경청 행보’… 군소 주자들은 존재감 높이기

    尹, 방역전문가 만나 ‘경청 행보’… 군소 주자들은 존재감 높이기

    尹 “위기상황에 정부 존재 이유 증명 못해”논란 이슈 잠재우려는 듯 文정부 강력 비판 최재형 “정부 달콤한 공약 국민 삶 더 고통”유승민, 청년세대 공략하며 차별화 꾀해원희룡, 원팀캠프 개방 언론인과 상견례국민의힘 지도부와의 갈등과 설화 등 잇단 논란을 뒤로하고 ‘경청 행보’에 나선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12일 방역 전문가와 만나 문재인 정부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비롯한 다른 당내 주자들도 윤 전 총장이 주춤하는 사이 목소리를 높이며 존재감 부각에 집중했다. 윤 전 총장은 이날 캠프가 마련된 종로 이마빌딩에서 코로나19 방역 전문가 간담회를 열고 “4차 대유행으로 확진자가 2000명을 넘어섰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백신 접종률이 최하위”라면서 “백신 공급 차질로 접종 계획도 연기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위기 상황에서 정부의 존재 의의가 있는 것인데 이 정부는 정부가 존재할 이유를 증명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문재인 정부에 날카롭게 각을 세우며 최근 당 지도부와의 논란 이슈를 잠재우려는 것으로 보인다.군소주자들은 윤 전 총장이 이준석 대표와 갈등을 겪는 틈을 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최 전 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정부가 국민의 모든 삶을 책임지겠다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라는 자신의 발언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취지를 호도하거나 오해한 것”이라고 정면 반박했다. 최 전 원장은 ‘작은정부론’을 강조하면서 “내 삶을 책임지는 국가라는 대국민 보고서까지 만든 문재인 정부는 달콤하고 화려한 공약, 검증 안 된 정책으로 국민 삶을 더 고통으로 몰아넣지 않았느냐”면서 “정부의 역할은 국민이 자율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혼자 일어서기 어려운 계층을 확실히 지원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승민 전 의원은 청년 세대를 공략하면서 다른 주자들과의 차별화를 꾀했다. 유 전 의원은 서울대 사회과학대학 학생들과의 토크 콘서트에서 “지금 국민들은 양극단 정치에 염증을 느끼고 중도층이 늘어나고 있다”면서 “윤석열·최재형·홍준표 후보 모두 이념적으로 굉장히 오른쪽에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오랫동안 내가 주장한 합리적·개혁적·따뜻한 보수가 빛을 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원희룡 전 제주지사는 여의도에 마련된 ‘원팀캠프’를 개방해 언론인과 상견례를 가졌다. 원 전 지사는 “저희 캠프의 특징은 압도적인 젊음”이라며 “역동적인 승리를 만들어 갈 것”이라고 했다. 특히 “언론을 통한 국민과의 소통 그 본질에 충실하겠다”고 했다. 홍준표 의원은 오는 17일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대권 출마를 공식 선언한다. 홍 의원은 출마선언문에서 국가정상화와 선진국 시대에 걸맞은 국가 운영 방안과 비전을 제시할 것으로 전해졌다.
  • [서울광장] 우리는 왜 그런 대통령이 없나/황수정 편집국 부국장

    [서울광장] 우리는 왜 그런 대통령이 없나/황수정 편집국 부국장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말실수들은 과연 실수일까. 같은 실수가 반복되면 실력을 의심받는다. “후쿠시마 원전이 붕괴된 것은 아니니까 방사능 유출은 기본적으로 안 됐다”고 했다. 여권은 일본 극우세력이나 할 말이라고 비난했다. 일본 극우 좋으라고 일부러 그가 그렇게 말했을 리는 만무하다. 평소 깊은 사유가 없었던 문제에는 누구나 팩트에 취약하다. 법철학과 헌법정신을 말하면서 그가 사고친 적이 있었나. 사고는커녕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명언을 남겼다. 밀턴 프리드먼의 ‘부정식품’을 인용한 인터뷰 답변도 그렇다. 자신의 자유주의 신념을 강조하려고 극단적 자유시장 경제학자의 논리를 원용했을 것이다. 자칭 타칭 ‘자유주의자 윤석열’은 프리드먼을 거슬러 올라가 하이에크까지 자유시장경제 이론을 섭렵했으리라 짐작된다. 벼락공부가 아니었다면 어땠을까. 프리드먼 이후 소득양극화와 불평등으로 펄펄 끓는 자유시장을 고민하고 대안을 그려 본 적이 있었다면. 답변의 결은 달랐을 것이다. 없던 우물을 파서 물을 대듯 하루아침에 사유의 항아리를 채울 수는 없다. 윤석열은 문재인 대통령의 반사체다. 콘텐츠와 내러티브는 부족한데 반사체 주인공 혼자 끌고 가는 판타지 드라마는 아슬아슬하다. 다큐로 장르 전환되는 순간 혼돈의 상실감이 얼마나 큰지 우리는 이미 잘 알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반사체였다. 세월호 단식 농성장에도 책을 들고 나타났다. 많이들 잊었겠지만 최측근이 된 고민정 의원은 본래 문 대통령의 서재 프로젝트를 맡은 부대변인으로 청와대에 들어갔다. 전직 대통령의 불통과 유체이탈 화법에 지쳤던 국민 눈에 많은 것들이 위안이었다. 독서가라는 소문대로 스스로 내면을 다듬는 대통령이라면 딴 건 몰라도 대국민 화법이나 소통에서만큼은 문제 없으리라 안심했다. 그 기대를 문 대통령은 일관되게 저버리고 있다. 이전 정권의 과거사 문제들은 망설이지 않고 사과하면서 자신의 실책은 사과하지 않는다. “부동산 문제만큼은 자신 있다”고 했다가 1년만에 “부동산 문제만큼은 할 말이 없다”고 했을 때 사람들은 그 말을 사과로 이해하고 후속 대책을 기다렸다. 할말 없다는 말 이후 부동산에 관한 한 문 대통령은 정말로 말이 없다. 애프터서비스 정책은 나올 기미가 없다. 모더나 백신 도입에 또 차질이 생겨 접종 대혼란이 불가피한데도 “집단면역 시기를 앞당기겠다”는 현실과 동떨어진 말을 한다. 이럴 때 국민은 좌절한다. 정책 실패로 겪는 고통에 불통의 답답함까지 더해진다. “박정희도 못 만들었던 악법”이라 비판받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에도 대통령은 침묵한다. 많은 국민은 이 법의 실체를 잘 모르거니와 관심이 없다. 쉽게 말해 이런 법이다. 언론이 자기에게 불리한 취재를 한다 싶으면 불법이라고 중재를 걸고 민사소송을 진행할 수 있다. 사실상 취재는 중단되고 ‘불법 아님’을 증명해야 하는 쪽은 언론. 평범한 시민에게는 평생 가도 해당 사항이 거의 없을 얘기다. 십중팔구는 정치와 경제 권력에 불리한 취재가 가로막히게 된다. 대통령이 국민 알권리와 언론의 근원적 비판 기능을 무력화할 법안에 침묵하는 이유는 갈수록 자명해 보인다. 정권에 이로울 것이기 때문이다. 다시 윤석열. 내가 참모라면 ‘뼛속까지 자유주의자’ 이미지를 이쯤에서 그만 만들자고 할 것 같다. 이념을 정치와 정책에 무리하게 반영한 것이 현 정부의 패착이라면서 자신은 정치적 계산법으로 특정 이념에 집착하는 모습이다. 모순이다. 정치 준비 시간이 짧았다는 핑계는 현실 정치에서 의미 없다. 반체제 극작가였을 뿐인 체코의 바츨라프 하벨은 세계 정치사에 남은 대통령이다. “운명의 장난으로 하룻밤 사이에 정치의 세계로 떠밀린 처지였다”는 회고가 담긴 그의 연설집마저 명문으로 대접받는다. 대선 주자라면 누구든 일독을 권한다. 최근 국내 출간된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회고록을 읽는 중이다. 퇴임 4년이 지났어도 여전히 최고의 셀럽 정치인이다. 두꺼운 벽돌책을 나는 오바마가 아니라 우리 대통령과 후보들의 좌표가 궁금해서 읽고 있다. 이런 표현이 나온다. “나는 혁명가가 아니라 개혁가였고, 기질적으로는 보수였다.” 진보 정당의 진보주의 대통령이었지만 정책을 결정할 때는 이념을 초월하려 고뇌했다는 고백의 문장이다. 훗날 저런 고백을 할 수 있을 대통령이 우리한테는 왜 없나. 그런 대통령감이 왜 도무지 보이지 않나.
  • 윤석열, 文정부 북핵 실무 총괄했던 이도훈 영입

    윤석열, 文정부 북핵 실무 총괄했던 이도훈 영입

    정책 미흡 지적에 정책자문단 공개김소영·안상훈·윤덕민 교수 등 합류위안부 합의 담당한 이상덕도 영입정책적 준비가 미흡하다는 평을 받아 온 국민의힘 대권주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10일 대선캠프 정책자문단을 공개했다. 특히 문재인 정부에서 북핵 외교 실무를 총괄했던 이도훈 전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차관급) 겸 6자회담 수석대표를 비롯해 외교·안보 분야에 무게를 둔 점이 눈길을 끌었다. 자문단은 42명으로 꾸려졌으며 ▲경제 ▲사회 ▲외교·안보·통일 ▲교육 등 4개 분과로 구성됐다.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이 총괄간사를 맡고,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비판해 온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와 안상훈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윤덕민 한국외대 석좌교수, 나승일 전 교육부 차관 등이 분과 간사를 맡았다. 문재인 정부의 초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자 최장수 본부장 기록을 세운 이 전 본부장의 영입이 우선 눈에 띈다. 그는 미국 측 카운터파트 스티븐 비건 당시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와 비핵화 이슈를 논의했으며, 한미 워킹그룹 수석대표로 제재 면제 문제를 협의했다. 지난해 12월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에 맞춰 물러난 뒤 춘계공관장 인사에 이름을 올리지 못해 대선 캠프로 움직일 것이란 말이 돌기도 했다. 외교분과 간사인 윤 교수는 박근혜 정부 당시 김홍균 전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의 합류를 강조하며 “두 분(이도훈·김홍균) 다 비핵화를 완성하고 우리 외교의 허물어진 모습을 정상화하겠다는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2015년 박근혜 정부에서 한일 일본군 위안부 합의를 담당한 이상덕 전 주싱가포르 대사도 합류했다. 그는 동북아국장으로 위안부 합의를 조율할 당시 피해 할머니들에게 충분한 사전 설명을 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던 인물이다. 외교·안보·통일 분과에는 박철희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김성한 전 외교통상부 2차관 등 4개 분과 중 가장 많은 19명이 참여했다. 경제 분과에는 전문가 7명이 함께하며, 부동산 대책은 김경환 전 국토교통부 1차관이 맡는다. 사회 분과에는 고용노동 분야의 유길상 전 한국고용정보원장, 아동복지 분야의 정익중 이화여대 교수 등 10명이 포진했다. 윤 전 총장은 자문단 명단 공개를 시작으로 공정과 상식에 기반을 둔 탈이념적 정책을 준비할 계획이다. 다만 1호 공약을 서둘러 제시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총괄실장을 맡은 장제원 의원은 “큰 틀의 방향을 제시하되 1호 공약이나 중점 공약은 본격 선거에 들어가 공개하는 것이 전략적으로 옳다”면서 “이념 중심이 아닌 민생과 실용, 국리민복의 가치로 정책 행보를 하겠다”고 밝혔다.
  • 홍준표·유승민·원희룡, 지지율 올리기 안간힘

    홍준표·유승민·원희룡, 지지율 올리기 안간힘

    洪 ‘MB 정책통’ 백용호·하영제 영입劉 “尹·崔, 이념적으로 가장 오른쪽”元, 연일 윤석열 측 공정 발언 비판 국민의힘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입당과 대선 출마 선언 등 초반 ‘빅 이벤트’를 끝내자 기존 주자들은 조직 구축과 공약 발표를 이어 가며 대선 행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저평가 꼬리표’를 떼고 지지율을 끌어올리고자 윤 전 총장·최 전 원장 양강에 대한 견제 전선도 구축하는 모습이다. 홍준표 의원은 10일 이명박 정부에서 공정거래위원장, 청와대 정책실장 등을 역임한 ‘MB 정책통’ 백용호 이화여대 정책과학대학원 교수를 공동선거대책위원장 겸 정책총괄로 영입했다고 밝혔다. 여성 대변인으로 여명 서울시의원, 후보 비서실장으로 초선의 하영제 의원을 임명했다. 홍 의원은 지난달 28일 5선의 조경태 의원을 선대위원장으로 영입했다. 윤 전 총장과 최 전 원장 캠프가 현역 의원을 대거 영입하자 ‘줄 세우기’라고 비판했던 홍 의원 캠프에는 공식적으로 조경태·하영제 의원만 참여했다. 홍 의원은 “가급적이면 국회의원들은 헌법상 독립기관임을 감안해서 우호적 관계만 유지하고 줄 세우기 정치는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전날 현역 8명을 포함한 캠프 1차 인선을 완료한 유승민 전 의원은 이날 부산을 방문해 기자간담회를 열고 최근 보수적 행보를 보이는 윤 전 총장과 최 전 원장을 비판했다. 그는 “어느 정도 지지를 얻는 후보들은 이념적, 정책적 스펙트럼으로 보면 가장 오른쪽에 위치하고 있다”며 “제가 아주 오랫동안 주장해 온 개혁 보수로 국민의힘과 우리가 뽑을 대선 후보가 국민들에게 다가간다면 대선 승리를 반드시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저는 저의 본선 경쟁력을 강조한다”고 말했다. 원희룡 전 제주지사도 KBS 라디오에서 윤 전 총장의 측근 정진석 의원이 타 후보를 ‘멸치’ 등에 비유한 데 대해 “공정이라는 그나마 있는 하나의 지지 이유를 측근들이 무너뜨리고 있다”면서 “수사의 칼을 휘두를 때만 공정이고 정치권에 들어오면 특별 대우를 받아야 하는가”라고 비판했다. 하태경 의원은 공무원과 교사에 대한 의무 가입 추진 등 고용보험료 납부 대상을 확대하는 8호 공약을 발표했고, 박진 의원은 주거안정 전담부처 신설 등을 골자로 하는 부동산 안정화 대책을 1호 공약으로 내놓았다.
  • [씨줄날줄] 모가디슈의 나비효과/박록삼 논설위원

    [씨줄날줄] 모가디슈의 나비효과/박록삼 논설위원

    소말리아공화국은 이탈리아와 영국으로 분할된 식민지였다가 1960년 독립했다. 냉전 시기 소련을 등에 업고 사회주의를 지향하며 새로운 국가 건설을 꿈꾸기도 했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대통령이 된 무함마드 바레 소장은 결국 독재자가 됐고, 1991년 반정부군에게 쫓겨나면서 소말리아 전체가 최악의 소용돌이를 겪게 했다. 소말리아는 30년 이상 거듭된 내전을 겪으며 사실상 무정부 상태다. 정부의 통치력이 미치는 곳은 수도 모가디슈 및 그 일대뿐이다. 소말리아 남부 지역은 알카에다와 연계된 반정부 조직이 장악했다. 정부의 역할과 기능이 부재한 곳에서 고통은 오롯이 국민의 몫이다. 끝없는 테러와 내전, 가뭄으로 인한 대기근까지 겹쳐 2011년에는 5세 미만 아이 13만명을 포함해 26만명이 굶어 죽었다. 현재도 400만명이 넘는 국민들이 기아 상태다. 국제적으로 소말리아 해적이 유명한데, 굶어 죽지 않으려는 소말리아 국민의 불가피한 선택이다. 아이들은 마약 재배 강제노동에 동원됐다. 소말리아는 마약과 노예 거래, 해적질이 아니면 살 수 없는 세계 최빈국이 됐다. 유엔, 세계식량계획을 비롯한 국제기구에서 도움의 손길을 건네기도 했다. 하지만 다른 나라의 탐욕은 더 무서웠다. 무정부 혼란을 틈타 소말리아 앞바다에서 불법 약탈 어로를 펼쳐 어족 자원의 씨를 말리고, 유독성 폐기물을 바다에 투기하는 탓이다. 한민족에 소말리아는 다소 각별했다. 1991년 1월 내전 현장의 공포 속 남과 북 대사관 직원들이 함께 힘을 합쳐 소말리아를 탈출했던 사건이 있었다. 체제 경쟁과 이념 갈등 속에서 단독 유엔가입을 위해 경쟁하던 시절, 남북한 대사관 직원들이 협력했다니 상상하기 힘든 일이었다. 영화 ‘모가디슈’는 30년 전의 남북한을 다뤘다. 영화적 각색이야 있지만 탈출 과정의 긴박함을 다룬 이 영화는 코로나19 4단계의 엄혹한 방역 지침 속에서도 100만 관객 흥행몰이를 하고 있다. 모가디슈 탈출 작전은 단순한 해프닝으로 끝나지 않았다. 소말리아 내전 사태는 지구 반대편 남과 북에 ‘나비의 날갯짓’이 되는 일을 가져왔다. 남북 대사관 직원들의 ‘역사적인 합동 탈출 사건’ 이후 1년이 채 지나지 않아 한반도에 ‘나비효과’가 나타났다. 1991년 9월 17일 남북은 유엔에 공동으로 가입했고, 1991년 12월 13일 ‘남북기본합의서’를 채택했다. 이는 이후 2000년 6·15 공동선언, 2007년 10·4 공동선언의 핵심적 토대가 됐다.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이 노딜로 끝난 뒤 한반도 평화는 나비의 날갯짓만으로 이뤄지지 않을 것 같기도 하다. 그럼에도 영화를 보며 또 다른 ‘나비효과’를 슬며시 기대해 본다.
  • “나의 직업은 독립운동”… 18년 5개월 수감 생활 최장기 복역수

    “나의 직업은 독립운동”… 18년 5개월 수감 생활 최장기 복역수

    “많은 죄수가 앉아 있을 때엔 마치 콩나물 대가리 나오듯이 되었다가 잘 때에는 한 사람은 머리를 동쪽, 한 사람은 서쪽으로 해서 모로 눕는다. 그러고도 더 누울 자리가 없으면 나머지 사람들은 일어서고, 좌우에 한 사람씩 힘이 센 사람이 판자벽에 등을 붙이고 두 발로 먼저 누운 자의 가슴을 힘껏 민다. 그러면 누운 자들은 ‘아이고, 가슴뼈 부러진다’라고 야단이다.”(김구 ‘백범일지’) “어머니! 밤이면 가뜩이나 다리도 뻗어 보지 못하는데, 빈대 벼룩이 다투어 가며 진물을 살살 뜯습니다. 그래서 한 달 동안이나 쪼그리고 앉은 채 날밤을 새웠습니다. 그렇건만 대단히 이상한 일이지 않겠습니까? 생지옥 속에 있으면서 하나도 괴로워하는 사람이 없습니다. 누구의 눈초리에나 뉘우침과 슬픈 빛이 보이지 않고, 도리어 그 눈들은 샛별과 같이 빛나고 있습니다.”(심훈 ‘옥중에서 어머니께 올리는 글월’) 열악하다 못해 인격을 말살하는 감옥 생활은 그 자체로 고문의 수단이라고 할 만큼 혹독했다. 지옥 같은 감옥 생활을 견디지 못하고 유관순, 이육사, 윤동주, 김동삼, 오동진 등 수많은 독립운동가가 감옥에서 순국했다. 그런 감옥 생활을 18년 5개월이나 견뎌낸 독립운동가가 정이형 선생이다. 독립운동가 중에서 가장 오랫동안 옥고를 치른 사람은 일왕 암살을 기도한 박열로 22년이나 갇혀 있었는데 일본에서 재판을 받고 일본 감옥에서 복역했다. 정이형은 더 악명 높은 국내 형무소에서 수감 생활을 한 최장기 복역수다.“비로소 인정풍속이 다른 만리타국에 왔구나 하는 생각이 나서 장탄일호(長嘆一呼)하지 않을 수 없었다. 왜 나는 이렇게 쓸쓸한 곳을 급급히 찾아왔을까. 집에 있는 사랑하는 어머니와 처자들은 다 어찌 될까.”(선생의 회고록 중에서)●평북 의주 출신… 장성에서 ‘3·1운동’ 시위 선생은 1897년 9월 16일(음력) 평북 의주 월화면에서 태어났다. 김평식에게서 한학을 배웠는데 그는 복벽주의(復主義·대한제국의 회복을 목표로 하는 독립운동의 이념) 독립군 단체에서 항일 무장투쟁을 했던 인물이다. 친형 정원익도 독립군에 군자금을 제공한 독립운동가였다. 형과 스승의 항일 정신을 이어받은 선생은 1919년 1월 독립운동가 김계순, 서상연을 만나 의기투합해 전남 장성으로 내려갔다. 이주 직후 3·1운동이 발발하고 장성에서도 만세 운동이 일어나자 선생은 동지들과 함께 시위에 앞장섰다. 친형의 지원을 받아 1921년 장성 북하면에 4년제 선룡사립보통학교를 세우고 민족교육 운동에 뛰어들었다. 일제의 감시 대상이 된 선생은 체포돼 취조를 받았고 다행히 풀려났지만, 장성에서 더 활동할 수 없는 처지가 됐다. 고향으로 돌아온 선생은 임시정부의 국내 연락 조직인 연통제에 참여해 의주 군감으로 활동하다가 1922년 11월 만주 망명길에 올랐다. 일경에 체포된 형 원익이 고문 후유증으로 목숨을 잃자 그 길로 떠난 것이다. 총을 들고 싸우고 싶었다. 선생은 관전현에 있던 대한통의부에 들어가 오동진, 김창환을 만났다. 1923년 12월 대한통의부가 군사 체제로 개편되면서 선생은 의용군 사령관 신팔균의 부관을 거쳐 이듬해 가을 의용군 제6중대 제1소대장이 됐다. 첫 임무는 부하 10여명과 봉천성 환인현에서 반(反)통의부 분자를 처단하는 일이었다. 만주 지역 독립운동 단체들의 분열과 반목 속에 일어난 통합 운동으로 대한통의부는 그해 11월 10여개 독립운동 단체와 더불어 군정기관인 정의부로 확대 개편됐고 선생도 참여했다. ●조선인 밀정·친일파 처단 등 임무 수행 정의부는 정부 형태를 갖추고 서간도 한인 동포들을 통치하면서 항일 무장투쟁을 전개했다. 일본 육사 출신인 이청천이 군사위원장, 만주의 광복군 총영장을 지낸 오동진이 사령장을 맡아 군사조직을 지휘했다. 선생과 양세봉·문학빈 등 주로 평안도 출신이 중대장과 소대장의 직책을 맡고 있었다. 1925년 3월 18일 선생은 정의부 의용군 제6중대장으로서 제8중대장 김석하, 제6중대 제3소대장 김정호 등과 압록강 건너편에 있는 일제 경찰서 습격 계획을 세웠다. 그날 자정, 칠흑 같은 어둠을 뚫고 선생은 부하 6명과 얼어붙은 압록강을 건넜다. 새벽 5시쯤. 목표로 삼은 벽동경찰서 여해경찰관출장소에 접근했다. 안에는 일경 5명이 있었다. 대원들은 건물 안으로 총을 난사했다. 순식간에 니시카와 류키치와 임무, 신현택 등 순사 3명은 절명했고 일본인 순사 1명은 크게 다쳤다. 선생은 대원들과 출장소 건물을 불태우고 총기류 등 군수품을 노획했다. 1926년 3월 정의부 의용군 제1중대장으로 부하 병사 20여명과 지린성 한인 동포들을 상대로 군자금 모금 활동도 하면서 조선인 밀정과 친일파들을 처단했다. 선생은 독립군을 정탐하는 밀정 처단을 일제와 싸우는 일만큼 중요하게 생각했다. 그러나 ‘미쓰야협정’(조선 총독과 중국 측이 독립군 탄압을 목적으로 맺은 협정)으로 군사 활동이 더 어려워지자 돌파구를 찾아야 했다. 복벽주의도 수용하면서 진보주의를 표방한 좌우합작 정당인 고려혁명당이다. “이념 없는 혁명, 이데올로기 없는 독립투쟁은 오히려 무자비한 반동밖에는 초래하지 못한다.” 고려혁명당은 이런 기치를 내세웠다. 천도교 교주 최시형의 아들 최동희도 동참해 1926년 4월 지린성에서 고려혁명당이 출범했다. 만주를 중심으로 100여명의 당원을 확보하고 10여곳에 세포조직을 만들며 세를 키워 나갔다. 그러다 1926년 12월 중앙집행위원 이동락과 당원들이 일제에 체포돼 당의 세력이 위축되고 말았다. 선생은 하얼빈으로 이동해 조직 재건을 꾀했지만 1927년 3월 11일 동지 6명과 하얼빈 일본 영사관 경찰에게 체포되고 말았다. 선생은 1차 공판에서 “나의 직업은 독립운동이다. 하고자 하는 바를 했을 뿐이다”라고 당당히 말하고는 더 입을 열지 않았다. 검사는 사형을 구형했다. 선생은 빙그레 웃으며 조금의 공포의 빛도 없이 태연자약하게 서 있었다. 1928년 4월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서대문·마포·대전형무소를 전전하며 옥고를 치르다가 광복을 맞아 출옥했다. ●최시형 아들 최동희 동참해 세 키워나가 “공부하는 이상은 글자만을 배우는 것 아니요. 자기 인격을 향상하기 위하여 하는 것이니 절대로 악습관에 감염되지 말고 오풍속(汚風俗)에 타락하지 말기를 바란다.” 1941년 당시 이화여고보 3학년에 다니던 맏딸 문경씨에게 보낸 옥중 편지에 선생은 이렇게 적었다. 여느 아버지와 다름없이 딸의 앞날을 걱정하고 올바른 품행을 당부하는 마음이 담겨 있다. 문경씨는 서대문형무소에서 선생과 같이 옥살이를 한 독립운동가 이규창(독립운동가 이회영의 아들)과 결혼했다. 광복 후 선생은 남조선과도입법의원의 관선 의원으로 선임됐다. 1947년에는 친일파를 처벌하기 위한 특별법률조례 제정 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임돼 남다른 의지를 갖고 활동했다. 일제와의 투쟁과 친일파 엄단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는 생각이었다.●맏딸 정문경씨 독립운동가 이규창과 결혼 “애국자들은 (조선인) 순사들에 의해 죽음에 가까운 고문과 괴로움을 당했습니다. 남한 과도정부는 그런 왜놈 앞잡이와 매국노 편을 드는 듯합니다.” 선생은 미군정사령관 하지 중장에게 편지를 보내 친일파 중용을 비난했다. 하지만 미군정은 친일파 척결 조례를 폐기하며 무시했다. 좌우합작 운동과 남북협상에 참여한 것도 고려혁명당 때부터 지녀온 신념 때문이었다. 이 또한 뜻대로 되지 않았다. 이승만의 눈 밖에 난 선생은 감시 속에 서울 장교동 집에서 유폐와 같은 생활을 하다가 1956년 12월 10일 59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정부는 1963년 선생에게 건국훈장 독립장을 추서했다.
  • 코로나로 지친 부천 의료진·취약아동에 선물상자 4000개 기부

    코로나로 지친 부천 의료진·취약아동에 선물상자 4000개 기부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경기 부천의 많은 사회적기업들이 지역아동을 대상으로 한 ‘88DAY’ 기부행사에 동참했습니다. 앞으로 이 기업들이 잘 버텨내고 성장할 수 있도록 공공기관에서 많은 관심을 가져주면 좋겠습니다.” 김승모(47) 부천 사회적기업협의회장은 부천의 지역아동센터와 가은병원에서 열린 기프트박스 기부행사에서 코로나19로 어려운 가운데 45개 부천사회적기업 중 21곳이 지역공헌활동에 동참하고 있다고 말했다. 9일 부천시에 따르면 지난 6일 장덕천 부천시장을 비롯해 김승모 부천사회적기업협의회장과 기평석 가은병원장, 김정길 시 복지국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송내동 가은병원에서 ‘88DAY 기프트박스’ 전달식을 가졌다. 88데이 브랜드는 ‘아이들이 팔팔하게 뛰어놀자’는 취지로 해마다 8월8일을 기념해 이름지었다. 2018년 웅진플레이도시의 자유이용권을 지역아동센터 아동들에게 지원한 것을 시작으로, 장애인 대상 무료 영화상영회, 선물세트 기부 등 다양한 지역공헌활동을 4년째 이어오고 있다. 지난해에는 지역사회에 공헌하는 우수기업 2군데를 선정해 라보와 다마스를 각각 1대씩 기증했다. 또 코로나로 어려운 30개 중학교를 선정해 1인당 50만원씩 총 1500만원을 전달했다. 올해는 참치와 살코기·장조림·잔치국수·비빔국수·콩자반·김·햄 등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식품 10여가지를 88데이 기프트박스에 포장해 전달했다. 지역아동센터 62개소, 2000여명에게 지원하는 물품지급 공헌행사를 비대면으로 개최했다.특히, 코로나19 장기화로 지친 의료진들을 위해 사회적기업인 위드플러스시스템이 휴앤유병원·가은병원 등 7개 병원에 근무 중인 2000여명에게 기프트박스를 무료로 제공했다. 총 1억 2000여만원 상당이다. 위드플러스시스템은 김 회장이 운영하는 대표적 사회적기업이다. 현재 김회장은 한국사회적기업중앙협의회 이사로, 경기도사회적기업협의회 공동대표 및 부천시사회적기업협의회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위드플러스는 사회적 취약계층에게 양질의 일자리와 사회서비스를 제공해 ‘더불어 함께하는 세상’ 기업 이념을 실천하고 있다. 주로 간호·간병 서비스를 비롯해 특수경비와 시설경비·건물위생관리·근로자파견·건물관리를 하는 종합 매니지먼트 서비스기업이다. 고객을 항상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업무를 수행해 고객의 가치향상에 기여하고 있으며, 근무인원은 400명으로 연매출액은 90억원가량 된다. 김 회장은 “장덕천 부천시장과 일자리정책과·부천시 사회적경제센터 담당자에게 매우 고맙게 생각한다”면서 “부천시만큼 지자체에서 사회적기업들에 관심을 갖고 있는 곳이 없다. 취약계층도 적극 도와주고 있는 등 부천이 민간거버넌스가 매우 활성화돼 있다는 점을 칭찬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기평석 가은병원장은 “코로나19로 어려운 시기에 부천내 사회적기업들이 처음으로 도움을 주는 자리를 마련해줘 너무 고맙다“고 말하며, ”코로나19가 계속돼 대처하느라 고생하는 의료진들에게 선물까지 마련해줘 큰 위로가 될 것 같다”고 전했다. 행사장은 찾은 장덕천 부천시장은 “이렇게 뜻깊은 자리에 부천의 사회적기업들이 참여해줘 너무 감사드린다”며, “우리지역 아동들에게는 좋은 선물이 될 것 같다. 앞으로도 부천시내에서 더많은 기업들이 동참해줬으면 좋겠다”고 격려했다.
  • 북한, 日올림픽 기미가요 제창에 “파렴치한 행위…나치즘 빼닮아”

    북한, 日올림픽 기미가요 제창에 “파렴치한 행위…나치즘 빼닮아”

    북한 선전매체는 도쿄올림픽 개막식에서 일본의 정상급 가수가 ‘기미가요’를 부른 것을 두고 군국주의의 상징이라며 맹비난했다. 대외선전매체 통일의 메아리는 8일 ‘복수주의에 들뜬 일본이 갈 곳은’ 제목의 기사에서 “얼마 전 일본에서 열린 올림픽 경기대회 개막식장에서 군국주의 상징인 ‘기미가요’가 뻐젓이 제창되는 사건이 벌어졌다”고 언급했다. 지난달 23일 일본 도쿄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개막식에선 일본 톱가수 미샤가 국가인 기미가요를 불렀다. 기미가요는 일왕을 찬양하는 내용을 담은 제국주의 시절 일본 국가로 1945년 2차 대전 패전 이후 폐지됐었으나, 일본 정부는 1999년 ‘국기·국가에 관한 법률’을 통해 이를 공식 국가로 법제화했다.북한 매체는 “일제 침략자들이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 나라들을 침략할 때 목이 터지게 불러대던 것”이라며 “그 저주스러운 기미가요가 평화와 친선을 기본 이념으로 하는 올림픽 경기대회의 개막식장에서 울렸다고 하니 세상 사람들은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일본의 행태는 제2차 세계대전 전야에 세계 제패를 꿈꾸던 파쇼 도이칠란트(독일)가 베를린올림픽 경기대회에서 나치즘을 선동하던 것과 신통히도 빼닮았다”고 맹비난했다. 이어 “이러한 파렴치한 행위는 세상 사람들로 하여금 일본에 의해 앞으로 인류가 또다시 엄청난 재난을 당할 수 있다는 우려와 경계감을 가지게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일본의 국가인 기미가요의 가사에는 ‘임의 치세는 천 대에 팔천 대에 작은 조약돌이 큰 바위가 되어 이끼가 낄 때까지’라는 구절이 있다. 기미가요를 비판하는 이들은 가사의 ‘임’이 ‘일왕’을 의미하며 기미가요가 일왕의 치세가 영원히 이어지길 기원한다는 점에서 군국주의 일본을 상징한다고 주장한다.
  • [2030 세대] 아프가니스탄, 베이징의 무덤?/임명묵 작가

    [2030 세대] 아프가니스탄, 베이징의 무덤?/임명묵 작가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이 완전히 철군하면서 20년에 걸친 아프가니스탄 전쟁의 한 페이지가 완전히 넘어가는 모양새다. 하지만 그 뒤에 펼쳐질 새로운 역사가 희망적일지는 값비싼 대가에도 불구하고 미지수다. 미군이라는 억제력이 사라지면서 필연적으로 세력을 키울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에 다시 폭력과 야만을 키우지 않을까? 일부 관찰자들은 미국이 빠진 아프가니스탄에서 중국이 그 자리를 채우길(?) 내심 기대하는 눈치다. 이런 기대는 아프가니스탄의 역사와 지정학적 특성에서 기인한다. 아프가니스탄의 험준한 내륙 산악 지형은 복잡한 부족, 종파 질서를 형성했고 아프간인들은 이곳에서 안정적 질서를 구축하려는 외부 세력을 완강히 거부해 왔다. 그런 이유로 19세기, 20세기, 21세기에 각각 영국, 소련, 미국에 이르는 강대국들이 이 나라에 진입했다가 호되게 당하기만 하고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아프가니스탄이 ‘제국의 무덤’이라고 불리는 이유다. 그렇기에, 중국이 아프가니스탄에 진출했으면 하고 ‘바라는’ 마음은 결코 호의적이라고 할 수 없다. 중국 또한 아프가니스탄에 얽혀 들어가서 막대한 비용을 치르고 지정학적으로 약화됐으면 하는 일종의 기대감의 투영인 것이다. 중국이 아프가니스탄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는 근거도 나온다. 탈레반이 위구르족을 선동할 것이라는 이야기, 중국이 진출한 파키스탄에서 불안정성을 키울 것이라는 전망 등. 이런 위협 때문에라도 중국은 아프가니스탄에 들어갈 수밖에 없고, ‘제국의 무덤’은 베이징도 예외로 두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그러나 이런 기대가 실현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중국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앞선 강대국들, 특히 소련과 미국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이유도 충분히 많기 때문이다. 먼저 미국과 소련은 이념적 제국으로서 아프가니스탄에 소련식 혹은 미국식 사회체제를 이식하고자 했다. 이런 시도는 문화적으로 완고한 현지 세력의 반발을 살 수밖에 없었다. 중국은 아프가니스탄에 중국식 체제를 수립하는 데는 관심이 없다. 그들의 최우선 관심사는 이권이다. 이 점에서 베이징과 탈레반이 손잡을 요인이 생긴다. 탈레반이 극악무도하다고 하지만 그들의 잔인함은 오직 내부로만 향한다. 탈레반의 관심사는 아프가니스탄 국경 안에서 자신들의 지도력을 공고화하는 것이지 이슬람국가(IS)처럼 외부로 테러를 수출하는 것이 아니다. 중국이 ‘일대일로’로 탈레반 지도부에게 이권을 보장해 주고 그들의 사회운영에 간섭하지 않는다면 탈레반은 오히려 중국의 지정학적 전망에 적극 협조할 수 있는 셈이다. 많은 곳에서 ‘중국은 나쁜 나라니까 위기에 처해야 한다’는 인식이 심심치 않다. 하지만 나쁜 것과 강한 것은 별개의 문제일 수도 있고, 실제 중국이 겪는 곤경과 외부인들이 그저 실현되기만을 원하는 곤경도 전혀 다를 수 있다. 유라시아 지역에서 중국 세력의 팽창이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는지 더 객관적으로 들여다봐야 할 이유다.
  • ‘모른다’로 일관한 최재형 “대통령이 모두 다 알 순 없어”

    ‘모른다’로 일관한 최재형 “대통령이 모두 다 알 순 없어”

    국민의힘 대권주자인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전날 대선 출마 선언식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제대로 답변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 ‘준비가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자 “대통령이 모든 것을 다 잘 알 수는 없다”고 말하며 한발 물러섰다. 최 전 원장은 5일 출마 선언 후 첫 지역 일정으로 경남 창원시 국립 3·15 민주묘지를 찾아 참배한 후 “잘 모르고 있는 것을 잘 모른다고 솔직하게 말씀드린 것”이라며 이같이 답했다. 그는 이어 “제가 대통령이 된다면 각 분야 정말 실력 있는 인재를 지역, 정파 관계없이 적재적소에 배치해 국정이 전문가들에 의해 원활히 운영되도록 하겠다”며 “지켜봐 달라”고 했다. 최 전 원장은 또 이승만 전 대통령을 존경한다고 보수색 짙은 언급을 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더욱이 그가 이날 방문한 3·15 국립묘지는 이승만 부정선거에 항거한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곳이다. 이에 대해선 “이승만 전 대통령은 명백한 공과가 있다”며 “해방 후 좌우 이념이 대립하는 혼란 상황에서 자유민주주의에 기초한 헌법과 이 나라를 세운 공로는 분명히 인정해야 한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국립 3·15 민주묘지는 이승만 전 대통령의 명백한 과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곳”이라며 “공과를 분명히 인정하고 정확한 역사 인식 하에서 과거를 극복하고 하나 되어 앞으로 나아가자는 의미로 방문했다”고 입장을 정리했다.한편 청와대 개편 방향을 묻는 질의에는 “비서실이 너무 비대하다”며 “구체적인 개편 방안은 차차 말하겠다”라는 모호한 답변을 했다. 지방 소멸 위기에 관한 대처 방안에 대해서도 “앞으로 정책을 정립할 때 전문가들과 상의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에둘러 답했다. 첫 지역 행보를 경남 창원시로 택한 이유에 대해선 “지금은 창원시에 포함됐지만, 태어난 곳이 진해시”라며 “고향 지지자분들과 함께 행보를 시작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최 전 원장은 이날 국립 3·15 민주묘지 방문을 마친 뒤 진해로 이동해 천안함 수색 과정에서 숨진 고 한주호 준위 동상을 찾았다.
  • “정치·이념 옷 입은 경제정책, 국가 파탄 부른다”

    “정치·이념 옷 입은 경제정책, 국가 파탄 부른다”

    저서 ‘정경환란’서 역대 정부 시책 해부“최저임금 급등에 경비원 줄고 가게 무인화부자·빈자 삶 맞물려… 포퓰리즘 막아야”“‘소득 주도 성장’, ‘주거 불안 해소’ 같은 정치 슬로건으로 시행한 경제정책이 하나같이 국가 경제를 파탄 지경에 이르게 했다. 정확한 현실 파악 없는, 이념에 따른 정책의 왜곡 현상을 바로잡아야 한다.” 최선집 풍요로운경제연구소장은 4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현 정부는 경제 현실을 이념적으로 접근하다 보니 제대로 된 분석이나 정책적 해결이 나올 수 없었고, 결국 많은 국민의 삶이 피폐해졌다”며 이렇게 말했다. 최 소장은 행시·사시에 합격한 후 재무부 관료로 근무하다가 법무법인 김앤장에서 세법 전문 변호사와 재정 정책 전문가로 활동했다. 최근 ‘정경환란’이란 책에서 역대 정부의 경제정책을 해부한 그는 “김영삼·김대중·노무현 정부 등에서도 정치와 정책을 혼동해 경제 전반에 충격을 줬는데 다시는 이런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잘못된 정치와 정책으로 인해 망가진 국가 경제를 ‘환란’으로 규정했다. 최 소장은 “역대 정권은 양극화 해소, 사회적 약자에게 더 나은 삶을 제공하기 위한 ‘선의’의 경제정책을 내세웠지만 당시 경제상황에 대한 정확한 실태 파악 및 정책 효과 분석 없이 밀어붙여 패착에 이른 경우가 많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현 정부에서 정책에 ‘정치’와 ‘이념’이 입혀지면서 오히려 국가 경제가 더 나빠졌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부는 ‘부동산 투기로 돈을 벌지 못하게 하겠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부동산 시장 흐름을 무시한 채 각종 규제를 남발해 주택값·전셋값 폭등을 초래했다”며 “현장을 제대로 알아야 정책 실패를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 소장은 “경제정책을 펴는 데 있어 ‘네편 내편’ 가리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경제는 맞물려 돌아가기에 ‘부자 경제’, 가난한 경제’가 따로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그 예로 최저임금이 급등하자 부유한 아파트 단지에서 경비원 수를 줄이고, 가게에서는 무인화 기기를 들여놓는 현상을 들었다. 그는 “잘못된 정책의 피해는 고스란히 서민에게 돌아간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 소장은 현 정부의 정책 실패 원인으로 “이념 과잉 정책을 밀어붙이고, 부작용이 있어도 고치지 않고 반대편에 밀리면 안 된다는 고집으로 일관한 것”을 꼽았다. 그는 “내년 대선에 출마한 여야 후보자 중 누가 정치적 선동이나 포퓰리즘에서 벗어나 올바른 경제정책으로 국민들의 삶을 편안하게 해 줄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文정권 반대로 하면 부동산 해결”… 최재형만의 비전은 없었다

    “文정권 반대로 하면 부동산 해결”… 최재형만의 비전은 없었다

    이재명 기본소득 겨냥 ‘환심성 정책’ 비판“윤석열 휼륭” 칭찬하면서도 ‘분열’ 꼬집어김정은과는 언제든 만날 의향 강조하기도 낮은 인지도·빈약한 콘텐츠 등은 숙제로국민의힘 대선주자인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4일 문재인 정부의 경제·사회·외교 정책을 전방위로 비판하고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공정’을 복원하겠다며 대선 출마의 변을 밝혔다. 야권 경쟁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해선 ‘훌륭한 분’이라면서도 자신은 ‘과거의 일로부터 자유롭다’며 차별화를 시도했다. 그러나 자신만의 구체적인 정치 비전과 정책을 제시하는 데는 미흡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 전 원장은 ‘권력의 단맛에 취한 지금의 정권’과 ‘감사원 업무영역의 한계’ 때문에 감사원장직을 사퇴하고 대선에 출마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막대한 세금이 투입되고, 국민의 삶에 직결되는 여러 정책을 감사원으로서는 사전에 막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최 전 원장은 “시장경제 원리에 반하고 이념을 앞세웠던 정책 운용을 확 바꿔야만 한다”며 문재인 정부의 경제 정책을 정반대로 전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특히 부동산 정책과 관련, “문재인 정부가 하고 있는 것과 반대로 하면 부동산 문제를 풀 수 있다”며 민간 주도의 주택 공급, 보유세·양도세 완화, 등록임대사업자에 대한 규제 완화 등을 제시했다.외교 정책에 대해서는 한미 연합훈련의 복원, 당당한 대중국 외교 등을 내세웠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날 용의가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실무보다는 정상들이 만나서 풀어야 할 문제가 많이 있다”며 “언제 어디서든지 진지한 만남이 가능하다”고 답했다. 여권 지지율 1위인 이재명 경기지사와는 기본소득을 두고 각을 세웠다. 최 전 원장은 “기본소득은 산업 사회가 고도화됐을 때 시행될 수 있지만 아직은 아니다”라며 “기본소득은 국민들의 환심을 사기 위한 정책”이라고 꼬집었다. 윤 전 총장에 대해선 “작년부터 정권의 탄압에 외롭게 맞서고 보수 야권의 결집을 이뤄 냈던 훌륭한 분”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윤 전 총장이 출마했는데 자신도 출마한 이유에 대해 “우리나라는 내전적, 정치적 분열 상태에 있는데 저는 분열 상태를 야기했던 과거 일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이라며 “국민 통합을 이뤄서 이 나라를 다시 세울 수 있는 강점이 있다”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수사를 맡았던 이력 때문에 통합을 이루기 어렵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최 전 원장이 이날 문재인 정부 비판과 윤 전 총장과의 차별화를 통해 자신이 정권 교체와 국민 통합의 적임자임을 강조했지만, 낮은 인지도와 자신만의 콘텐츠 부족은 향후 해결해야 할 숙제로 남았다. 최 전 원장은 북핵 문제 해결, 기업 규제 완화, 산업구조 재편, 젠더 갈등 해소 등 구체적인 정책을 묻는 질문에 “공부가 부족했다”는 답을 되풀이했다. ‘준비가 안 됐는데 출마한 것 아닌가’라는 질문까지 나오자 “감사원장을 사퇴할 때까지도 정치할 생각을 갖고 있지 않았다”며 “기대만큼 국정 전반에 대한 정책 준비가 안 됐다는 점을 인정하고 더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지지율 견인 방안에 대해선 “최재형다움을 보여드리면 좀더 많은 분들이 선택해 주시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 崔, “나는 과거로부터 자유롭다” 尹과 차별화… 낮은 인지도·컨텐츠 부족은 과제

    崔, “나는 과거로부터 자유롭다” 尹과 차별화… 낮은 인지도·컨텐츠 부족은 과제

    국민의힘 대선 주자인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4일 문재인 정부의 경제·사회·외교 정책을 전방위로 비판하고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공정’을 복원하겠다며 대선 출마의 변을 밝혔다. 야권에서 가장 강력한 경쟁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해선 ‘훌륭한 분’이라면서도 자신은 ‘과거의 일로부터 자유롭다’며 윤 전 총장과의 차별화도 시도했다. 그러나 자신만의 구체적인 정치 비전과 정책을 제시하는 데는 미흡했다는 평가다. 최 전 원장은 ‘권력의 단맛에 취한 지금의 정권’과 ‘감사원 업무영역의 한계’ 때문에 감사원장직을 사퇴하고 대선에 출마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막대한 세금이 투입되고, 국민의 삶에 직결되는 여러 정책을 감사원으로서는 사전에 막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최 전 원장은 “시장경제 원리에 반하고 이념을 앞세웠던 정책 운용을 확 바꿔야만 한다”며 문재인 정부의 정책을 전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일자리 정책에 대해 “더 좋은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정부가 나서는 것보다는 기업이 돈을 잘 버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면서 “기업이 돈을 잘 벌면 자연히 일자리는 늘어난다”며 규제 완화를 공약했다.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선 “문재인 정부가 하고 있는 것과 반대로 하면 부동산 문제를 풀 수 있다”며 민간 주도의 주택 공급, 보유세·양도세 완화, 등록임대사업자에 대한 규제 완화 등을 제시했다. 여권 지지율 1위 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와는 기본소득을 두고 각을 세웠다. 최 전 원장은 “기본소득은 우리 산업 사회가 고도화됐을 때 시행될 수 있지만 아직은 아니다”라며 “기본소득은 국민들의 환심을 사기 위한 정책”이라고 꼬집었다. 윤 전 총장을 두고는 “작년부터 정권의 탄압에 외롭게 맞서고 보수 야권의 결집을 이뤄냈던 훌륭한 분”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윤 전 총장이 출마했는데 자신도 출마한 이유에 대해 “우리나라는 내전적, 정치적 분열상태에 있는데 저는 분열상태를 야기했던 과거 일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이라며 “국민 통합을 이뤄서 이 나라를 다시 세울 수 있는 강점이 있다”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수사를 맡았던 이력 때문에 통합을 이루기 어렵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최 전 원장이 이날 문재인 정부 비판과 윤 전 총장과의 차별화를 통해 자신이 정권 교체와 국민 통합의 적임자임을 강조했지만, 윤 전 총장에 비해 낮은 인지도와 자신만의 컨텐츠 부족은 향후 해결해야 할 숙제로 남았다. 최 전 원장은 기업 규제 완화, 산업구조 재편, 젠더 갈등 해소 등의 구체적인 정책을 묻는 질문에 “공부가 부족했다”, “준비된 답변이 없어서 정확히 답변드리기 어렵다”라는 답을 되풀이 했다. 최 전 원장은 ‘준비가 안됐는데 출마한 것 아닌가’ 질문이 나오자 “감사원장을 사퇴할 때까지도 정치할 생각을 갖고 있지 않았다”며 “기대만큼 국정 전반에 대한 정책의 준비가 안돼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더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지지율과 관련해서는 “최재형은 상품은 괜찮은데 인지도가 너무 낮다고 한다”며 “최재형다움을 여러분에게 보여드리면 좀 더 많은 분들이 선택해주시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 해야 솟아라… 어둠 살라 불타는 삶 쏟아낸 시인의 기도

    해야 솟아라… 어둠 살라 불타는 삶 쏟아낸 시인의 기도

    청룡산 너머의 햇빛· 사갑들의 거센바람안성 고장치기 마을서 문학적 정서 키워 ‘청록파’ 시인으로 초기 자연 세계관 넘어일제강점기, 전쟁 거쳐 4·19 민주화까지정치·이념 떠나 윤리적·실존적 저항 보여 “시 쓰기는 신나는 일”… 1000여편 남겨2018년 세운 문학관에 발자취 고스란히누구보다 ‘현실적인’ 문학세계 집중조명해야 솟아라. 해야 솟아라. 말갛게 씻은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산 너머 산 너머서 어둠을 살라먹고, 산 너머서 밤새도록 어둠을 살라먹고, 이글이글 애띤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달밤이 싫여, 달밤이 싫여, 눈물 같은 골짜기에 달밤이 싫여, 아무도 없는 뜰에 달밤이 나는 싫여…….//(중략)해야, 고운 해야. 해야 솟아라. 꿈이 아니래도 너를 만나면, 꽃도 새도 짐승도 한 자리 앉아, 워어이 워어이 모두 불러 한 자리 앉아, 애띠고 고운 날을 누려 보리라. (박두진 시인의 ‘해’, 1946)박두진 시인은 1916년 3월 10일 경기 안성군 안성읍 봉남리에서 태어났다. 아홉 살 때 보개면 동신리로 이사한 뒤 열여덟 살에 서울로 떠날 때까지 안성에서 살았다. 그가 살던 ‘고장치기’ 마을은 청룡산을 바라보며 ‘사갑들’이라 부르는 벌판으로 둘러싸인 곳이었다. 고장치기에서 보낸 유년을 박두진 시인은 온 생에 걸쳐 시에 투영한다. 안성에서 살던 10여년은 문학적 상상력과 정서를 길러 주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청룡산을 넘는 강렬한 햇빛과 짙푸른 하늘, 사갑들의 거센 바람으로 기억된 안성의 자연은 훗날 박두진 시의 중요한 소재가 되었기 때문이다. ‘고향 안성의 햇덩어리와 별밭’이라는 글에서 그는 이렇게 말한다. “누구나 그리운 것이 고향이겠지만, 나는 좀 유별났다. 아무 때나 무뚝무뚝 생각나고, 어릴 때의 고향 모습을 지금도 나는 꿈속에서 자주 본다.(중략) 가장 고향다운 고향은 안성의 한 촌락인 ‘고장치기’라는 곳이다.” 그러면서 “가장 여리고 순수하던 인생 중의 알고갱이 시절을 여기서 살았으니 고장치기야말로 나의 고향 중의 고향인 셈”이라고 했다.‘시인과 농부’라는 글에서는 또 이렇게 회상하기도 한다. “내가 자란 모향(母鄕)은 먼지와 매연과 기름때에 찌들은 도회 구석이 아니다. 하늘이 많고, 바람이 많고, 별이 많고, 나무가 많고, 물이 많고, 새들이 많고, 꽃이 많고, 풀벌레가 많은, 저 넓고 푸른 시골이었던 것이다. 숲이요, 벌판이요, 산골짜기요, 풀밭이었던 것이다.” 가히 청록파 시인다운 고향의 자연 예찬이다. 박두진은 시인 정지용의 추천으로 시 ‘향현’과 ‘묘지송’이 잡지 ‘문장’(1939년 6월호)에 실리면서 시인이 됐다. 그해 9월호 같은 잡지에 ‘낙엽송’이, 1940년 1월호에 ‘의’, ‘들국화’가 추천되며 정식으로 등단 절차를 마치게 됐다. 그와 함께 ‘청록파’로 불리는 박목월과 조지훈 역시 정지용에 의해 ‘문장’에 시가 추천되어 시단에 등장했다. 박두진은 훗날 1989년 제1회 ‘정지용 문학상’을 수상하며 다시 한번 정지용과의 인연을 되새긴다. ‘시인의 고향’에서 박두진은 자신의 시 세계에 대해 이렇게 정의한다. “일찍이 나는 내 인생의 시작 단계로서 초기에는 ‘자연’, 다음에 ‘인간’, 다음에 ‘사회’와 ‘인류’ 그다음으로 혹 노년기란 것이 내게 허락된다면 그때에 가서 ‘신’에 대한 것을 쓰리라고 작정한 바 있다.” 앞서 밝혔듯이 박두진의 시집 ‘청록집’, ‘해’에 담긴 초기 시들은 자연을 통한 긍정의 세계와 민족적 소망, 종교적 이상주의를 표현했다는 점이 특징적으로 손꼽힌다. 유년 시절에 보았던 청룡산의 강렬한 햇빛, 짙푸른 하늘, 사갑들의 거센 바람으로 기억된 고장치기가 그의 시 전반을 아우르는 배경이 된 것이다. 그가 추구한 자연은 그의 정신과 이상을 구현하는 관념의 매개이자 그가 그리는 신앙적 이데아의 세계까지 포괄한다.박두진을 정의하는 ‘청록파’는 1946년 6월 을유문화사에서 간행한 3인 공동시집 ‘청록집’에서 유래된 말이다. 박두진, 박목월, 조지훈을 통칭해 부르는 단어이기도 하다. 청록파 시인들은 미학적 특징이나 시를 통한 현실 대응의 방법은 서로 다르지만 ‘청록집’을 통해 자연을 노래한 서정시를 발표했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가진다. 박두진 초기 시의 자연에 대한 상징은 시인의 시적 저항이자 현실 참여의 한 방편이었으며, 자연의 객관화와 순수한 감각의 표현을 통해 시적 가치와 자신이 지향하는 세계를 보여 주는 통로이기도 했다. 시집 ‘해’에는 어둠, 달밤 등으로 표현된 일제강점기의 암울한 민족적 현실을 빛의 속성을 지닌 해를 통해 극복해 보려는 의지를 보인다. 또 광복 직후 새 시대에 대한 희망과 창조적 의지를 형상화한 ‘해의 품으로’, ‘도봉’, ‘향현’, ‘묘지송’, ‘바다’ 등 자연을 배경으로 쓴 시편들이 주를 이루지만 그 이면에는 철저한 현실 인식이 자리하고 있음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박두진은 4·19혁명 이후 대학에서 해직됐고, 한일 국교정상화 조치 때는 이에 반대한 서명 문인 1호가 됐다. 일제강점기와 전쟁을 거쳐 4·19까지 겪은 시인의 저항의식의 발로인 셈이다. 그의 발자취는 자연에서 현실로의 이행이 아닌, 지극한 현실 속에서 나타난 자연적 세계관이다. 정치적이고 이념적인 것들을 떠나 윤리적이고 실존적인 것으로서의 자연과 시, 그리고 그의 자리에서 부당한 권력에 저항하던 시인의 삶이 바로 그것을 말해 준다. 박두진의 후기에는 근원적인 존재론적 물음과 신의 의지와 자연의 섭리를 노래하며 수석 모으기를 또 다른 취미로 삼아 수석을 통한 구체적인 시적 이미지를 그려 내기도 했다. 박두진은 보통 새벽 4시에 기상해 하루를 시작했다. 새벽에는 명상을 하며 글쓰기의 주제를 떠올렸으며, 학교 강의가 없는 날에는 독서와 원고 쓰기에 몰두했다. 시상이 떠오르지 않거나 마음이 답답해지면 수석 채집을 다녔다. 또 단소 불기를 취미로 삼았는데, 이는 유년 시절에 안성 장터에서 맹인이 퉁소를 연주하는 것을 아주 인상 깊게 본 뒤부터 생긴 관악기에 대한 관심의 일환이었다. 또 학교 강의를 마치고 고서점이나 골동품 가게를 찾아 고가구나 도자기들을 수집하며 옛 선비들의 이상과 예술정신을 본받고자 했다. 구해 온 도자기에 직접 먹글씨를 쓰며 마음을 가다듬는 일을 즐겼다. 박두진은 시를 쓰는 일을 신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시를 쓰는 일은 어렵지만, 그럴수록 오히려 즐겁고 신이 나며 쓰고 싶은 주제가 너무 많기에 이런 두려움이야말로 바로 시인, 작가의 마음이 아니겠는가 하는 뜻이다. 등단 이후 60여년간 1000편의 시를 쓰면서 17권의 시집과 여러 수필집을 출간한 작가다운 포부였다. 그는 마감일을 엄수하기로도 유명했는데, 원고 마감 하루 전날을 마감일로 표시해두어 원고가 늦지 않도록 했다. 시와 서예, 도자기와 수석, 단소 등으로 시와 삶을 꾸리던 시인이 세상을 떠난 해인 1998년 10월 안성의 보개도서관 앞뜰에 시 ‘고향’ 전문이 새겨진 시비가 세워졌고, 그 후로 20년 후에 그의 ‘고장치기’의 지척에 ‘박두진문학관’이 건립됐다. 2001년부터는 박두진 문학제가 열렸고, 2007년에는 박두진 문학상이 제정됐다. 박두진문학관은 2012년부터 박두진 유품 및 유족 보관 자료 조사를 거쳐 2016년 4월에 기본 설계를 착수했다. 2년간 건물을 지었고, 전시 준비 과정을 거친 뒤에 2018년 11월에 정식으로 개관했다. 박두진의 묘가 있는 기좌리와 비봉산을 정면으로 바라보는 자리에 문학관이 세워진 것이다. 문학관에서는 옥상을 상시 개방해 박두진 시의 근원이 된 안성의 자연을 만끽할 수 있게끔 했다.문학관 내부의 상설 전시관은 1부 ‘박두진의 시를 읽다’, 2부 ‘박두진의 일상을 보다’, 3부 ‘박두진의 예술세계와 만나다’로 나뉘어져 있다. 박두진의 문학 세계와 안성의 자연이 합쳐진 ‘자연친화적인 문화공간’인 셈이다.한 시인이 대표작을 갖는다는 것은 시인으로서는 매우 영광이고, 시간을 이겨 내는 힘을 얻는 일이지만, 반대로 생각해 보면 대표작만 남아 시인의 다른 시와 삶은 지워지기 일쑤다. 우리는 혹시 박두진을 ‘해’로만, ‘현실을 벗어나 자연을 노래한’ 시인으로만 여기지는 않았는가 생각해 볼 일이다. 이것이 바로 교과서에 실린 시에 대한 또 다른 결과가 아닐까. 그리하여 한 번쯤은 안성에 들러 시인의 삶과 예술 세계를, 험난한 현실 속에서도 ‘해’를 노래할 수밖에 없던 지극한 사정을 이해해 보는 것은 어떨까 한다. 자연을 노래하려면 ‘현실’에서 벗어나거나 가장 ‘현실’에 발을 디뎌야 자연이 보이는 법이니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자연에 지극한 현실을 투영했던 시인, 박두진의 자리 ‘안성’이다. 소설가 이은선
  • 젠더 내로남불, 대선판 흔든다

    젠더 내로남불, 대선판 흔든다

    양준우 “남혐 용어 사용이 문제” 비난與 ‘여혐 벽화’ 논란에 뒷북 비판 논평MZ 성별 표심만 따랐다간 역풍 우려정치권이 20대 대선 국면 초입에서 ‘젠더 이슈 소용돌이’로 빠져들었다. 국민의힘은 대변인이 올림픽 양궁 3관왕 안산 선수와 관련한 페미니즘 논란을 정치권으로 가져와 파장을 일으켰고,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 배우자를 비방한 ‘쥴리 벽화’가 여성 혐오 논란으로 번지자 뒤늦게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20대가 예민하게 반응하는 만큼 여야의 ‘젠더민심 레이더’는 앞으로도 분주하게 작동할 전망이다. 1일 정치권에서는 안산 선수를 둘러싼 공방이 이어졌다. 앞서 안 선수의 쇼트커트를 두고 일부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난데없는 ‘페미 논란’이 일자 정의당 장혜영 의원은 “성차별이 없다던 분들이 지금 안 선수가 겪는 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하다”며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에게 입장을 물었다. 여기에 국민의힘 양준우 대변인이 “이 논란의 핵심은 (안 선수의) ‘남혐(남성 혐오) 용어 사용’에 있고, 래디컬 페미니즘(급진적 여성주의)에 있다”고 밝히면서 논란에 기름을 끼얹었다. 이에 장 의원은 “(양 대변인의) 인식이 아주 우려스럽다”고 지적했고, 양 대변인은 “래디컬 페미니즘의 치부는 가리고, 이상한 프레임으로 갈등만 키워 왔다”고 재차 반박했다. 이재명 경기지사 대선캠프 권지웅 부대변인까지 “양 대변인의 발언은 지금 벌어지고 있는 폭력을 정당화하고 옹호하는 행위”라며 합세했다. ‘쥴리 벽화’는 여성 혐오 논란으로 번졌다. 지난달 28일 서울 종로 한 중고서점 외벽에 이 벽화가 등장하자 야권은 맹비난을 가했지만 민주당은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 벽화의 양식이나 내용이 여성 혐오와 성차별적 시각을 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자 뒤늦게 의견을 내놨다. 고용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지난달 30일 “논란이 되는 종로의 한 서점 벽화 문제와 관련해 송영길 대표와 지도부에서 문제점을 지적하는 말씀이 있었다”고 전했다. 정치권이 이들 이슈에 주목하는 이유는 젠더 문제가 소위 MZ세대(20·30대) 표심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MZ세대는 진보·보수 등 이념 차이나 세대·지역 갈등보다 젠더 갈등에 더욱 예민한 성향을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특정 젠더 이슈에 대해서만 선택적으로 목소리를 낼 경우 ‘내로남불’, ‘선택적 정의’라는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20대는 성별에 따른 정당지지율이 확연하게 갈린다. 한국갤럽이 20대 남녀 734명을 자체조사해 지난달 30일 발표한 정당 지지율 조사(1~5주 합산·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 포인트, 중앙여론조사심의위 참조)를 보면 20대 남성의 정당지지율은 민주당 15%, 국민의힘 35%였다. 반면 20대 여성은 민주당이 33%, 국민의힘이 11%로 나타났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젠더 이슈에 대해 서로 정반대 입장에서 목소리를 내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 젠더 내로남불 대선판 흔든다

    젠더 내로남불 대선판 흔든다

    정치권이 20대 대선 국면 초입에서 ‘젠더 이슈 소용돌이’로 빠져들었다. 국민의힘은 대변인이 올림픽 양궁 3관왕 안산 선수와 관련한 페미니즘 논란을 정치권으로 가져와 파장을 일으켰고,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 배우자를 비방한 ‘쥴리 벽화’가 여성 혐오 논란으로 번지자 뒤늦게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20대가 예민하게 반응하는 만큼 여야의 ‘젠더민심 레이더’는 앞으로도 분주하게 작동할 전망이다. 1일 정치권에서는 안산 선수를 둘러싼 공방이 이어졌다. 앞서 안 선수의 쇼트커트를 두고 일부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난데없는 ‘페미 논란’이 일자 정의당 장혜영 의원은 “성차별이 없다던 분들이 지금 안 선수가 겪는 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하다”며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에게 입장을 물었다. 여기에 국민의힘 양준우 대변인이 “이 논란의 핵심은 (안 선수의) ‘남혐(남성 혐오) 용어 사용’에 있고, 래디컬 페미니즘(급진적 여성주의)에 있다”고 밝히면서 논란에 기름을 끼얹었다. 이에 장 의원은 “(양 대변인의) 인식이 아주 우려스럽다”고 지적했고, 양 대변인은 “래디컬 페미니즘의 치부는 가리고, 이상한 프레임으로 갈등만 키워 왔다”고 재차 반박했다. 여기에 이재명 경기지사 대선캠프 권지웅 부대변인까지 “양 대변인의 발언은 지금 벌어지고 있는 폭력을 정당화하고 옹호하는 행위”라며 논쟁에 합세했다. ‘쥴리 벽화’는 여성 혐오 논란으로 번졌다. 지난달 28일 서울 종로 한 중고서점 외벽에 이 벽화가 등장하자 야권은 맹비난을 가했지만 민주당은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 벽화의 양식이나 내용이 여성 혐오와 성차별적 시각을 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자 뒤늦게 의견을 내놨다. 고용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지난달 30일 “논란이 되는 종로의 한 서점 벽화 문제와 관련해 송영길 대표와 지도부에서 문제점을 지적하는 말씀이 있었다”고 전했다. 정치권이 이들 이슈에 주목하는 이유는 젠더 문제가 소위 MZ세대(20·30대) 표심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MZ세대는 진보·보수 등 이념 차이나 세대·지역 갈등보다 젠더 갈등에 더욱 예민한 성향을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특정 젠더 이슈에 대해서만 선택적으로 목소리를 낼 경우 ‘내로남불’, ‘선택적 정의’라는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20대는 성별에 따른 정당지지율이 확연하게 갈린다. 한국갤럽이 20대 남녀 734명을 자체조사해 지난달 30일 발표한 정당 지지율 조사(1~5주 합산·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 포인트, 중앙여론조사심의위 참조)를 보면 20대 남성의 정당지지율은 민주당 15%, 국민의힘 35%였다. 반면 20대 여성은 민주당이 33%, 국민의힘이 11%로 나타났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젠더 이슈에 대해 서로 정반대 입장에서 목소리를 내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 송영길 “국정농단 수사한 尹, 그 세력으로 입당…이해 안 돼”

    송영길 “국정농단 수사한 尹, 그 세력으로 입당…이해 안 돼”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30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국민의힘 입당과 관련해 “윤석열 후보가 검찰총장 시절, 자신이 입당한 그 당이 창출한 박근혜 대통령과 그 주변 세력을 국정농단 세력으로 구속하고 수사했던 사람”이라고 꼬집었다. 송 대표는 이날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서울지역 본부에서 열린 사전청약 종합점검 회의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윤석열이란 분이 왜 정치를 하는지 이해가 안 되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송 대표는 “대선은 단순히 누구에 대한 증오, 반사적 효과에 의존하는 게 아니라 앞으로 미래의 대한민국을 이끌어야 할 희망과 비전, 철학이 뒷받침되는 후보와 정당이 국민의 평가를 받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윤 전 총장을 겨냥해 “지지율이 높으니, 권력을 교체해야 하니까, 그런 막연한 생각으로 얼마나 정치가 지속될 수 있을지 국민이 지켜보리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송 대표는 “국민의힘이 문재인 정부에서 문재인 대통령에 의해 임명된 검찰총장과 감사원장 출신(최재형)을 자기당 후보로 영입해 정권교체라는 걸 갖고 국민 앞에 나서게 됐는데 국민이 어떻게 볼지 평가가 있을 거라고 보인다”고 지적했다. 또한 “자기의 이념과 정책을 갖고, 미래를 준비하고, 함께 정당에서 성장한 후보가 아니라 자신들이 경쟁하고 공격한 문 정부에서 임명한 두 분을 데려다가 대선 후보로 세우는 게 전 세계 정치사에서 상당히 특이한, 비정상적으로 보이는 현상”이라며 “입당 과정에서 바로 잡히지 않을까. 국민의힘 내부에서 치열한 내부 검증과 논쟁이 벌어지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 윤 전 총장의 국민의힘 입당이 정치권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민주당으로선 대선 국면이 간명해지고 좋아졌다. 불확실성이 해소됐다”며 여당에 유리하게 평가했다.
  • [서울광장] 감동 없는 이재명·이낙연의 ‘이전투구’/이종락 논설위원

    [서울광장] 감동 없는 이재명·이낙연의 ‘이전투구’/이종락 논설위원

    ‘민주당’이라는 이름을 내건 정당의 역사에서 가장 주목을 많이 받고 뜨거웠던 대선 후보 경선은 2002년 새천년민주당 경선이었다. 당시 새천년민주당은 한국 정당 역사상 처음으로 ‘국민참여경선제’를 도입해 정당 보스들이 장악한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주겠다는 캠페인을 내걸어 엄청난 호응을 이끌어 냈다. 해양수산부 장관을 지내고 당으로 온 노무현 고문은 대선 1년 전인 2001년 12월 22일 한국갤럽 조사에서 지지율이 겨우 1.6%였다. 하지만 노 후보는 국민참여경선을 통해 2002년 4월 광주를 시작으로 전국에서 ‘노풍’(盧風)을 일으켜 ‘이인제 대세론’을 꺾고 대선 후보로 확정됐다. 노 후보의 대역전극은 ‘체육관 선거’에 익숙했던 많은 사람을 정치 현장으로 불러 모은 계기가 됐다. 2007년 대통합민주신당 경선도 뜨거웠다. 예비경선을 통과한 정동영, 이해찬, 손학규, 한명숙, 유시민 후보는 간판급 정치인들이자 계파 수장이었다. 친노무현계 3인방 중 이해찬 후보가 유시민, 한명숙 후보를 설득해 단일화를 했지만 정동영 후보에게 석패했다. 하지만 ‘친노’와 ‘비노’의 치열한 내전은 엄청난 후유증을 낳은 끝에 대권을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에게 헌납했다. 2012년에는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가 국정 10대 과제를 들고나와 ‘저녁이 있는 삶’이라는 슬로건을 내건 손학규 후보를 물리치고 당 후보로 선출됐다. 이후 엄청난 신드롬을 일으킨 안철수 무소속 후보와 단일화를 이뤘지만 ‘경제민주화’를 내건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에게 3.6% 포인트 차로 석패했다. 2017년 더불어민주당 경선도 유력 후보들이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좌우로 포진해 정책과 이념 경쟁을 벌였다. 이재명 후보가 좌파였다면 안희정 후보가 ‘보수와의 대연정’을 내걸고 격돌했다. 하지만 중도좌파 정책을 선보인 문재인 후보가 당 후보로 선출됐다. 그리고 4년 뒤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2명의 전직 국무총리와 현직 경기지사의 대결로 어느 때보다 중량감 있는 경선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역대 최악의 경선이라는 혹평을 듣고 있다. 국가 경영을 위한 정책 대결 대신 이재명 경기지사의 ‘백제 발언’ 논란과 ‘족보 전쟁’으로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후보들 입에선 조선시대 신분을 가르던 “적자(嫡子), 서자(庶子)” 등의 호칭이 나오는 등 당내 경선이 과거로 회귀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지사는 지난해 10월부터 여권 후보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데도 여전히 ‘언더독 효과’에 기대고 있는 듯하다. 언더독은 경쟁에서 열세에 있는 약자를 더 응원하고 지지하는 심리 현상을 뜻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처럼 지지율 한 자릿수부터 치고 올라가는 드라마나 서사가 있어야 하는데 이 지사는 2010년 성남시장에 당선돼 정치인으로서 출발부터 꽃길만 걸었다. 상대 후보들의 비난에 대해 “나를 만만하게 봐서 저렇게 공격한다”, “내가 얼마나 어렵고 못살았는지를 아느냐”는 식의 마이너리티 피해 의식을 이젠 버려야 한다. 여권 1위 후보에 걸맞은 몸짓과 위상을 보여 줘야 지지율 하락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이낙연 전 대표는 경선 기간에 무슨 비전을 보여 줬는지를 곰곰이 되돌아봤으면 한다. 국민에게, 권리당원들에게 ‘이낙연표 정책’을 제대로 각인시켰는지를 물어보시라. ‘내 삶을 지켜 주는 나라’, ‘중산층 70% 시대 열겠다’는 슬로건이 얼마나 현실성 있게 와닿았는지를 여론조사를 해서라도 진솔하게 점검했으면 한다. 측근인 최인호 상황본부장을 통해 “대통령님을 잘 부탁드린다, 잘 지켜 달라”는 김경수 전 경남지사의 전화 통화 내용을 공개한 의도도 묻고 싶다. 이 전 대표 스스로 발광체가 아니고 혹시 친문 세력에 기댄 반사체라는 사실을 인정한 것은 아닌지를. 이렇게 치른 경선에서 누가 후보가 된다고 한들 대선에서 이길 수 있겠나. 이젠 더이상의 야당복도 없다. 야당이 진용을 갖추고 있고, 정권 교체만 되면 누가 돼도 상관없다며 똘똘 뭉쳐 있다.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을 구속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보수를 대표하는 야권 후보로 받아들였다. 대구에서 “박 전 대통령의 탄핵이 정당했다”고 말한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를 영남 유권자들이 밀어 주는 상황이지 않은가. 각종 여론조사에서 민주당의 정권 재창출보다는 야권의 정권 교체 프레임이 10% 포인트 이상 앞서고 있다. 세계 각국은 코로나19 이후의 사회를 준비하고 있다. 이에 반해 삼국시대와 왕조시대를 얘기하고 있는 자신들에게 국민이 국정을 맡길 수 있을지 민주당 대선 주자들은 곱씹어 보길 바란다.
  • ‘숏컷’도 ‘페미’도 낙인이 될 수 없다[젠더하기+]

    ‘숏컷’도 ‘페미’도 낙인이 될 수 없다[젠더하기+]

    지난 26일 ‘선수들에 “머리 짧으면 다 페미”… ‘숏 커트’ 인증으로 맞서다’ 라는 제목의 기사를 썼다. 도쿄올림픽 국가대표 여성 선수들의 헤어스타일을 둘러싼 사상 검증, 낙인에 여성들이 ‘숏컷 캠페인’으로 맞서는 현상을 처음으로 보도한 기사였다. 기사를 송고하고 나서 한 가지 의문이 생겼다. 과연 ‘페미’는 낙인인가 아닌가. ‘페미’라는 이름의 낙인 한국 사회에서 ‘페미’라는 말은 낙인에 가깝다. 그러나 일단 ‘숏컷하면 다 페미임’, ‘여자 숏컷은 다 걸러야 함’의 말에 담긴 의미에서 발화자는 ‘페미’라는 말이 주는 부정적 인식을 알고, 이를 상대에 적극 투영했음을 알 수 있다. 일상을 살아가는 페미니스트들도 이를 느낀다. 내가 아닌 타인이 나를 지칭할 때의 ‘페미’는 부정적 인식에서 기인했음을 미묘하게 느끼고 있다. 여성우월주의자 혹은 남성혐오자인 과격한 집단의 일원이라는 인식 하에서 나온 말임을 알기 때문이다. 실제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상의 ‘#여성_숏컷_캠페인’을 제안한 신체심리학자 한지영씨는 해외 언론과 인터뷰를 진행하다 “‘페미가 왜 욕이 되는지’ 해외에서 이해하지 못해 그 부분을 설명하느라 애를 먹었다”고 한다. 그러나 페미는 낙인이 아니다. 페미니즘은 ‘여성의 권리 및 기회의 평등을 핵심으로 하는 여러 형태의 사회적·정치적 운동과 이론들을 아우르는 용어’다. 지난 13일 방송된 MBC ‘100분토론’에서 여가부 찬반 논쟁을 두고 이선옥 작가는 “여가부의 본질적인 문제에서 젠더 갈등이 일어난다”며 “여가부의 행정이 헌법에 기반했다기보다는 페미니즘이라는 특정한 이념에 기반한 사업을 펼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여가부가 페미니즘에 기초했다는 그의 말은 맞다. 홈페이지에서 밝히는 여가부의 설립 목적에 ‘여성정책의 기획·종합 및 여성의 권익증진’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가부가 헌법에 기반한 것도 맞는 말이다. ‘누구든지 성별ㆍ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는 헌법 정신의 구체적 실현을 위해 만들어진 조직이기 때문이다. 4대 강력범죄 가운데 91.3%를 차지하는 성범죄 가해자의 압도적 다수가 누구이며, OECD 국가 중 1위에 빛나는(?) 성별 임금격차는 한국 사회에 내재한 무수한 성차별 지수 중 극히 일부분이다. 그렇기 때문에 여성의 권리를 신장해야 한다는 주의·주장인 페미니즘은 궁극적으로는 성평등주의다. 페미니스트는 당연히 성평등주의자와 동의어다. 안산 선수를 향한 ‘페미’를 여성들이 낙인으로 보고 쇼트커트 인증으로 적극 맞선 것이 여기에 있다. 그간 여성 연예인, 공공기관, 영리 기업들을 향한 ‘페미’ 공박이 사과를 불러온 역사를 알고 있기 때문이다. ●‘페미’라는 이름의 재환기 그간 ‘페미니즘 논란’ 아니 ‘백래시’는 여성들 가운데서도 가장 약한 고리들을 공격해왔다. 그 중 하나가 대중 앞에 서는 여성 셀러브리티들이다. 왜 쇼트 커트를 했느냐고, 왜 화장을 하지 않았으며 왜 집게 손을 했느냐고 일군의 남성들은 끊임없이 물었다. ‘페미가 아니다’, ‘그런 뜻은 아니었다’는 해명은 ‘페미’라는 말이 한국 사회에서 작동되는 원리를 알아서 나온 말에 가깝다. 안 선수에 대한 남초 커뮤니티의 반응들 가운데 “페미 아니라고 한마디만 하면 될 텐데”가 있었다. 그러나 남성들의 시선으로 사상검증을 당하지 않겠다는 여성들의 분노가 ‘숏컷 캠페인’을 촉발했다. 안 선수는 쇼트커트라서 사과할 이유가 없다. 집게 손도, 노 메이크업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여성들의 분노는 ‘페미’라는 이름의 재환기로도 이어지고 있다. 성평등을 추구하자는 지극히 당연한 외침 그대로가 ‘페미’라고 여성들은 거푸 주장 중이다. 바야흐로 ‘#나는_페미다’가 필요한 시점이다. 그럼에도 이미 성평등한 세상에 ‘페미’는 억지라는 얘기가 또 어디선가 들린다면? 안산 선수가 세 번째 금메달 수확을 위해 활시위를 당기는 그 시각, 미성년자 성폭행 혐의를 받는 남성 유도 선수가 대법원에서 징역 6년이 확정된 오늘이 그 대답이 될 것이다.
  • 美블룸버그, ‘벼락거지’ 소개…“서울 집값, 文지지층도 돌아서게 해”

    美블룸버그, ‘벼락거지’ 소개…“서울 집값, 文지지층도 돌아서게 해”

    서울의 집값이 지지층도 돌아서게 할 만큼 급등했다고 미국의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28일(현지시각) 블룸버그통신은 한국에서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으로 집값이 급등해 중산층들의 분노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매체는 최근 집이 없는 사람들의 상대적 박탈감을 일컫는 ‘벼락거지’라는 신조어도 소개했다. 집값이 급등해 집을 살 수 없게 되면서 사회적 지위가 낮아졌다는 것이다. 사례자로 나선 정진영씨는 “이제 미래가 없다고 느낀다. 내 아이들이 다른 나라에서 자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사례자 장미경씨는 수년간 서울에 집을 구하려 노력했으나 실패했다. 장씨는 인터뷰에서 “지난 대선 때 문재인 대통령이 집값을 낮추겠다는 공약을 믿고 찍었으나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라고 했다.2017년 5월 문 대통령 집권 이후 서울 아파트 평균 가격이 90% 가량 폭등한 것으로 전해졌다. 블룸버그 통신은 지난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여당이 패배한 것도 부동산 가격 급등의 영향이 크다고 분석했다. 또 이어 문 정부 부동산 정책이 실패한 이유로 ‘시장 논리가 아닌 이념을 우선했다’고 설명했다. 문 정부가 다주택자의 보유세를 높이고, 은행 대출을 제한하는 정책을 펼쳤지만 오히려 집을 내놓는 경우가 줄어 공급이 줄었고 이로 인해 가격 급등만 초래했다는 것이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정책 입안자들이 시장 논리가 아니라 이념에 경도돼 정책을 펼쳤다. 그 결과 집이 있는 사람도 없는 사람도 모두 불행하게 됐다”며 “특히 중산층의 박탈감이 크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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