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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이들 지문 수집은 인권침해” 성북구아동센터협, 인권위 진정

    구청 “아동 위치 파악할 안전장치” 반박 지역아동센터 아동들의 지문을 등록해 활용하는 것은 인권침해일까, 아동보호를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일까. 성북구가 센터 내 지문인식기 도입을 추진하는 가운데 인권침해 논란이 다시 불거졌다. 12일 성북구지역아동센터협의회는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센터 아동들의 지문을 채취하는 것은 인권침해”라는 내용의 진정서를 제출했다. 지역아동센터는 지방자치단체 조례에 따라 재정을 지원받는 비영리복지시설로, 돌봄이 필요한 아동·청소년들에게 방과후 급식과 교육 서비스를 제공한다. 성북구는 2019년 관내 센터 27곳에 지문인식기를 설치할 예산으로 2400여만원을 편성했고 구의회는 이를 통과시켰다. 이에 대해 협의회는 “지문 등록을 하지 않더라도 교사 3~4명으로 최대 49명 남짓인 센터 아동들을 충분히 관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성북구는 지문 채취가 아동보호를 위한 안전장치란 입장이다. 성북구 관계자는 “부모님에게 아이들의 이동동선 등을 문자를 통해 수시로 알리기 위한 조치”라면서 “출석을 체크해 보조금이 부정 없이 지급되도록 하는 목적도 있지만 이는 부수적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비슷한 논란은 지난해 경북 구미에서도 있었다. 구미시는 아동과 센터 근로자 관리를 위해 지문인식기 도입을 추진했지만, 시민단체들의 반발에 밀려 도입하지 않았다. 공은 인권위로 넘어갔다. 2011년 인권위는 학생들의 출석을 확인하기 위해 지문인식기를 도입하고 학생들의 지문정보를 수집하는 것은 인권침해 소지가 있다고 결론 내린 바 있다. 오병일 진보네트워크 활동가는 “지문 등 생체정보는 민감정보로 봐 부득이한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수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 비박 오세훈 “한국당 역주행 막겠다”… 친박 황교안과 진검승부

    비박 오세훈 “한국당 역주행 막겠다”… 친박 황교안과 진검승부

    5·18 망언 등 개혁 여망에 비박 결집 기대 黃·김진태와 3명만 출마… 반쪽 전대 지적 4명 뽑는 최고위원 자리엔 8명이 각축전자유한국당 2·27 전당대회 보이콧을 선언했던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입장을 바꿔 12일 출마를 결심하고 후보등록을 했다. 이에 따라 당대표 선거는 친박(친박근혜)계의 지지를 받는 황교안 전 국무총리와 비박계 유일 후보인 오 전 시장 간 양강구도로 치러지게 됐으며, 출마자는 김진태 의원까지 총 3명으로 확정됐다. 기호 추첨 결과 황 전 총리는 1번, 오 전 시장은 2번, 김 의원은 3번을 받았다. 오 전 시장과 함께 전대 일정 변경을 주장하며 보이콧을 선언했던 홍준표 전 대표와 심재철·정우택·주호영·안상수 의원은 무더기로 불출마 결정을 했다. 이에 따라 이번 전대는 사실상 반쪽짜리 전대라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당 지도부는 그나마 오 전 시장이 출마함으로써 양강구도가 된 만큼 홍 전 대표가 불출마했더라도 ‘흥행’은 있을 것으로 본다. 오 전 시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국민 전체를 위해 봉사하는 정당이 아니라 특정 지역, 특정 이념만을 추종하는 정당으로 추락하는 것만은 막아야겠다는 생각에 출마를 결심했다”면서 “과거로 퇴행하는 당의 역주행을 막아내고 미래로 나아가겠다”고 밝혔다. 이어 “당원 동지들께서 ‘개혁보수의 가치를 꼭 지켜 달라’는 말씀을 주셨다”면서 “보수정당의 가치를 바로 세우고 당을 반석 위에 올려놓기 위해 모든 것을 던지겠다”고 했다. 오 전 시장이 출마로 선회한 것은 홍 전 대표의 불출마로 비박계 표가 오롯이 자신에게 결집할 가능성이 높아진 데다 최근 당내 일부 의원의 ‘5·18 망언’ 등으로 보수 개혁에 대한 여망이 높아진 상황 변화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이번에 당권 도전에 실패하더라도 비박계 구심점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는 계산도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황 전 총리는 보이콧을 철회한 오 전 시장에 대해 “우리 당에 좋은 자원이 당원과 국민에게 비전을 전달하고 함께 나아가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좋은 일이고 바람직하다”고 했다. 그런데 ‘5·18 모독’ 논란의 중심에 있는 김 의원이 당 중앙윤리위원회로부터 ‘당원권 정지’ 등의 징계 처분을 받는다면 피선거권이 정지되고 전대 출마의 길이 막힐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황 전 총리와 오 전 시장의 1대1 대결로 전환된다. 4명을 뽑는 최고위원 선거엔 조경태·김광림·윤영석·윤재옥 의원과 ‘5·18 망언’을 한 김순례 의원, 그리고 김정희 한국무궁화회 총재, 정미경 전 의원, 조대원 경기 고양시정 당협위원장이 출마했다. 1명을 뽑는 청년최고위원에는 신보라 의원과 함께 김준교·박진호·이근열씨가 나섰다.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 “취객 주먹 언제 날아올지…” 공포 속 택시 기사

    “취객 주먹 언제 날아올지…” 공포 속 택시 기사

    운전사 3명 중 1명꼴 승객 폭언 경험 승차거부 신고·사납금 탓에 취객 태워 지자체 보호벽 시범 설치 단발성 그쳐 “블랙박스 설치 의무화 등 대안 필요”“택시 기사치고 취객하고 시비 안 붙어 본 사람이 있을까요? 그냥 눈을 피하는 게 상책이죠.”(50대 서울 택시 기사 임모씨) 지난 10일 만취 승객이 여성 택시 기사를 무차별 구타해 뇌출혈 상태에 빠뜨렸다는 소식이 알려진 뒤 11일 취재진과 만난 택시 기사들은 “남 일 같지 않다”며 착잡해했다. 취객은 택시 기사들이 꼽는 ‘기피 고객’ 1순위다. 고립된 차 내에서 폭언·폭행을 일삼는 취객들로부터 기사를 보호할 제도적 장치가 절실하다는 의견이 빗발쳤다. 택시 기사들은 술 취한 손님을 상대하는 일상적 두려움을 취재진에 털어놨다. 임씨는 “크게 맞지 않는 한 경찰서에 가도 별수 없다”면서 “반말과 욕설로 화풀이하는 밤손님이 많아 가급적 말을 안 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택시 기사 원모(61)씨는 “차에 토해 그날 영업을 못 하게 만들거나 돈 내지 않으려고 택시가 멈추기도 전에 문을 열고 도망가는 취객도 많다”면서 “비틀거리는 승객이 보이면 안 태우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2013~2017년 5년간 경찰에 접수된 운전자 폭행 사건은 1만 5422건에 달했다. 이복임 울산대 간호학과 교수가 2016년 발표한 ‘택시운전원의 고객응대 노동이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따르면 택시 기사는 3명 중 1명꼴(33.7%)로 승객으로부터 언어폭력을 당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위협이나 굴욕적 행동을 경험한 비율은 12.3%, 신체적 폭력 경험도 6.1%였다. 안전 사각지대에 놓인 택시 기사를 보호할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일본에서는 승객이 타는 보조석·뒷좌석과 운전석을 분리하는 보호벽 설치를 법으로 의무화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2017년 전국택시산업노동조합 부산지부에서 택시 140여대에 보호벽을 시범 설치해 운행했다. 서울시도 2014년 여성 운전자 30명을 대상으로 택시에 보호벽을 설치했다. 하지만 단발성 사업에 그칠 뿐 보호벽 전면 도입을 시행한 지방자치단체는 없다. 승객과 기사에게 모두 불편하다는 이유 때문이다. 김영만 공공운수노조 택시지부장은 “취객의 폭언·폭행이 빈번하지만 기사는 승차거부 신고를 당하거나 사납금을 채우기 어려울까 봐 안 태우기 어렵다”면서 “최소한 보호벽이나 블랙박스 설치를 의무화하거나 앞좌석과 뒷좌석 사이를 최대한 떨어뜨린 택시용 차량을 개발하는 등 대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 28년 묵은 산안법 고치고 하늘로 떠난 故김용균

    28년 묵은 산안법 고치고 하늘로 떠난 故김용균

    ‘정규직 전환’ 일부 반대 여론 극복 과제지난해 12월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의 석탄운반용 컨베이어벨트에서 작업하다가 사고로 숨진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당시 24세)씨의 장례가 지난 9일 마무리됐다. 용균씨 사망 이후 유가족과 동료, 노동·시민단체는 진상규명과 대책 마련을 요구하며 58일간 장례를 미뤄왔다. 용균씨의 죽음은 안전을 등한시하고 위험한 업무를 하청업체에 전가해 책임을 회피하는 ‘위험의 외주화’ 관행에 균열을 냈다. 하청업체 소속의 노동자가 원청 사업장에서 위험한 일을 하다 산재를 당해도 원청 사업장에는 기록이 남지 않는다. 위험의 외주화 때문에 원청업체는 작업장에서 사람이 죽어도 수십억원의 산재보험료를 감면받고 나 몰라라 할 수 있었다. 용균씨 죽음 이후 국회를 통과한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개정안은 위험성·유해성이 높은 작업의 사내 도급을 금지하고, 안전조치를 위반한 사업주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한 젊은이의 죽음이 우리 사회의 치부를 드러냈고, 죽음을 통해 변화를 이끌어 냈다”며 “그동안 하청업체 노동자 사고가 빈번했음에도 정치적으로 매듭짓지 못한 사안을 28년 만의 법 개정이라는 형태로 이끌어 냈다”고 평가했다. 앞으로 구성될 석탄발전소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진상규명위원회)는 위험 업무를 외주화한 이유, 원·하청 구조와 사망 사고의 연관성 등을 살펴 제도 개선 권고안을 내놓게 된다. 동시에 화력발전소 연료·환경설비 운전 분야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을 위한 논의도 시작된다. 국내 5대 화력발전사(남동·남부·동서·서부·중부발전)가 공동 출자해 새 공공기관(자회사)을 만든 뒤 해당 분야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고용하는 방식이다. 정규직 전환방식, 임금산정, 노동조건 등 구체적 사항은 5개 발전사의 노동자·사용자·전문가 통합협의체를 통해 논의한다. 다만, 용균씨의 추모 열기와 대책으로 추진되는 정규직화 방안에 대해 ‘시체 팔이’, ‘영웅 놀이’ 등 비아냥과 조롱을 쏟아내는 일부 여론은 우리 사회가 넘어야 할 과제로 꼽힌다. 하종강 성공회대 노동아카데미 주임교수는 “비정규직 문제를 인도주의적인 관점에서만 접근하면 정규직화를 과도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면서 “구의역 사고 이후 직접고용이 이뤄지고 사고건수가 감소하는 등 안전관리 측면에서 기업의 경쟁력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 ‘김용균의 죽음’ 28년 만에 산안법 개정 이끌어냈다

    지난해 12월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의 석탄운반용 컨베이어벨트에서 작업하다가 사고로 숨진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당시 24세)씨의 장례가 지난 9일 마무리됐다. 용균씨 사망 이후 유가족과 동료, 노동·시민단체는 진상규명과 대책 마련을 요구하며 58일간 장례를 미뤄왔다. 용균씨의 죽음은 안전을 등한시하고 위험한 업무를 하청업체에 전가해 책임을 회피하는 ‘위험의 외주화’ 관행에 균열을 냈다. 하청업체 소속의 노동자가 원청 사업장에서 위험한 일을 하다 산재를 당해도 원청 사업장에는 기록이 남지 않는다. 위험의 외주화 때문에 원청업체는 작업장에서 사람이 죽어도 수십억원의 산재보험료를 감면받고 나 몰라라 할 수 있었다. 용균씨 죽음 이후 국회를 통과한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개정안은 위험성·유해성이 높은 작업의 사내 도급을 금지하고, 안전조치를 위반한 사업주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한 젊은이의 죽음이 우리 사회의 치부를 드러냈고, 죽음을 통해 변화를 이끌어 냈다”며 “그동안 하청업체 노동자 사고가 빈번했음에도 정치적으로 매듭짓지 못한 사안을 28년 만의 법 개정이라는 형태로 이끌어 냈다”고 평가했다. 앞으로 구성될 석탄발전소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진상규명위원회)는 위험 업무를 외주화한 이유, 원·하청 구조와 사망 사고의 연관성 등을 살펴 제도 개선 권고안을 내놓게 된다. 동시에 화력발전소 연료·환경설비 운전 분야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을 위한 논의도 시작된다. 국내 5대 화력발전사(남동·남부·동서·서부·중부발전)가 공동 출자해 새 공공기관(자회사)을 만든 뒤 해당 분야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고용하는 방식이다. 정규직 전환방식, 임금산정, 노동조건 등 구체적 사항은 5개 발전사의 노동자·사용자·전문가 통합협의체를 통해 논의한다. 다만, 용균씨의 추모 열기와 대책으로 추진되는 정규직화 방안에 대해 ‘시체 팔이’, ‘영웅 놀이’ 등 비아냥과 조롱을 쏟아내는 일부 여론은 우리 사회가 넘어야 할 과제로 꼽힌다. 하종강 성공회대 노동아카데미 주임교수는 “비정규직 문제를 인도주의적인 관점에서만 접근하면 정규직화를 과도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면서 “구의역 사고 이후 직접고용이 이뤄지고 사고건수가 감소하는 등 안전관리 측면에서 기업의 경쟁력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 부끄럽고 미안합니다… 죽어야 응답하는 사회

    부끄럽고 미안합니다… 죽어야 응답하는 사회

    “진작 응급의료에 조금 더 관심 가졌다면 윤 센터장 지금 어떤 모습일지…” 비통 이국종 “닥터헬기에 그 이름 새기겠다”“낡은 4평 남짓 집무실, 그 안에서 싸워 온 당신의 시간을 우리는 미처 잡아 주지 못했다.” 평생을 응급의료체계 개선에 매달리다 마지막 순간까지 책상을 떠나지 못하고 설 연휴 근무 중 의자에 앉은 채로 숨진 윤한덕(51) 중앙응급의료센터장의 영결식이 10일 엄수됐다. 이날 오전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영결식장에 모인 동료 의사들과 응급의학 전문가들은 고인의 영정 앞에서 비통해했다. 정기현 국립중앙의료원장은 “부끄럽고, 미안하고, 선생을 잃은 지금 이 순간이 안쓰럽다”고 울먹였다. 윤순영 재난응급의료 상황실장은 “윤 센터장의 부고에 직원들은 애도하거나 위로하는 그 흔한 말조차 할 수 없었다”며 “당신이 돌아가신 명절 연휴가 우리에게는 아직도 끝나지 않은 것 같다”고 털어놨다. 평소 고인과 닥터헬기 도입 문제 등을 논의했던 이국종 아주대병원 교수는 윤 센터장을 신화 속 지구를 떠받치는 거인 ‘아틀라스’에 비유하며 “앞으로 도입할 닥터헬기에 콜사인인 아틀라스를 크게 박아 두겠다”고 약속했다. 이 교수의 표현처럼 윤 센터장은 응급의료체계 구축을 떠받친 버팀목이었다. 숨지기 전까지도 의료계의 반대를 무릅쓰고 불합리한 응급의료체계를 개선하려고 애를 썼다. 조석주 부산대 응급의학과 교수는 “환자를 살리겠다고 30곳이 넘는 응급실에 직접 전화를 걸던 사람이었다”고 회상했다. 김원영 서울아산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사회가 진작에 응급의료에 조금 더 관심을 가졌다면 윤 센터장이 지금 어떤 모습이실지…”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김 교수는 “응급의료는 단기간 내에 해결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라면서 “이번 일로 응급의료 개선에 드라이브가 걸렸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 돈으로 못 사는 ‘인싸력’…자존감까지 좌지우지

    돈으로 못 사는 ‘인싸력’…자존감까지 좌지우지

    10대들에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는 거대한 놀이터이자 자신을 뽐내는 무대다. ‘인싸’(인사이더의 줄임말. 또래 집단 내 주류)가 되려면 SNS 트렌드를 잘 읽고 적절히 반응해야 한다.이 때문에 ‘현실의 나’보다 ‘SNS 속 나’를 과시하기 위해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아이들이 많다. 10대에게 SNS란 무엇일까. 요즘 아이들의 SNS 소통법을 세 가지 키워드로 정리해봤다. 키워드 ① 익명성 요즘 10대들에겐 실친(현실 세계 실제 친구)만큼 페친(페이스북 친구)이 소중하다. 예전처럼 친구들과 전화로만 수다 떠는 시대는 지났다. 절친의 전화번호를 모르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대신 페이스북 메신저(페메)나 인스타그램 DM(다이렉트 메시지)을 사용해 관심사를 공유하고 소통한다. 한때 페친이 1000명 이상됐던 ‘인맥 부자’ 김모(18)양은 “현실에서 모르는 아이라도 프로필상 학교가 나와 같거나 함께 아는 친구가 200명이 넘으면 페친을 맺었다”면서 “페친 중 실제 아는 사람은 절반도 안 됐다”고 말했다. 아예 이름조차 밝히지 않고 소통하는 SNS도 인기다. 익명으로 운영되는 ‘에스크’와 ‘오픈채팅’이 대표적이다. 에스크는 특정인이 계정을 만들면 누구나 여기에 들어가 익명으로 질문하는 SNS다. 이름을 밝히지 않기에 도발적 질문이 오간다. 예컨대 ‘누구를 좋아하느냐’, ‘이번 시험에서 몇 등급을 맞았냐’ 등을 묻는 식이다. 황모(17)양은 “익명이기 때문에 얼굴 보고는 묻지 못한 질문을 용기 있게 할 수 있다”면서 “익명의 질문자가 누구인지 맞히는 것도 흥미로워서 또래 친구들이 많이 쓴다”고 설명했다. 좀 더 개인적인 질문을 나누기 위해 ‘카카오톡 오픈채팅’을 이용하기도 한다. 대한항공 오너 일가 갑질 사건 때 내부자들이 언론에 제보하려고 쓰기도 했던 서비스다. 채팅방에서 익명으로 대화하는 오픈채팅은 질문·답변이 모두에게 공개되는 에스크와 달리 1대1로 소통할 수 있다. 비밀 이야기를 나눌 때 유용하다는 얘기다. 에스크에 지극히 개인적인 질문이 올라올 때 ‘오픈채팅으로 물어보면 알려줄게’라고 대답하는 식이다. 황양은 “친해지고 싶은 친구가 오픈채팅 링크를 페북이나 인스타에 올려 두면 링크를 타고 들어가 익명 톡을 보낸다”면서 “오픈채팅으로 연락을 하다가 이름을 밝히고, 페메로 넘어가 실친이 되는 방식이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익명성 뒤에 숨어 서로에게 상처를 주기도 한다. 에스크 등 익명 SNS는 가해자를 찾아 처벌하기 힘들다는 점을 악용하는 이들도 있다. 상대 계정에 모욕적인 질문이나 성희롱적 발언을 남기는 식이다. 실제로 10대들의 에스크에는 ‘그렇게 짧은 치마 입고 다니면 혼나지 않느냐’는 다소 불쾌한 질문부터 입에 담지 못할 욕설까지 위험천만한 질문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에스크 저격’이 되풀이되면 학교폭력의 일종인 사이버 괴롭힘으로 발전하기도 한다.키워드 ② 인싸력 10대들에게 SNS는 내 ‘인싸력’(인사이더와 힘을 뜻하는 한자 력(力)을 합성한 신조어)을 뽐낼 수 있는 도구다. 김양은 “페친 수와 인스타그램 팔로우 수는 인싸의 척도”라고 했다. 내 게시물에 ‘좋아요’나 댓글이 많을수록, 내 타임라인에 친구들이 더 길고 정성스러운 글을 남길수록 뿌듯하다. SNS로 맺은 친구가 기본 1000명은 넘어야 인싸 축에 들 수 있다. 무작정 페친만 늘린다고 인싸가 되진 않는다. 더 중요한 기준은 내 게시물에 ‘좋아요’와 댓글을 남길 정도로 절친한 페친의 숫자다. 10대들이 ‘좋아요’를 늘리려고 사용하는 흔한 방법 중 하나가 일명 ‘좋페’(좋아요를 눌러준 상대에게 페이스북 메시지를 보내는 것)나 ‘좋탐’(좋아요를 눌러준 상대의 타임라인에 글을 써주는 것) 문화다. 쉽게 말해 ‘좋아요’ 한 번에 메시지 한 통이나 타임라인 게시물 한 개를 교환하는 것이다. 기성세대 입장에선 ‘온라인에서 관심받으려고 그렇게까지 해야 하느냐’고 생각할 법하지만 10대 청춘들에겐 돈으로도 살 수 없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양은 “‘좋탐’은 인맥 넓히기의 수단”이라면서 “‘좋아요’와 ‘타임라인 글’을 주고받으면서 어색한 친구들과도 친해질 수 있는 계기가 된다”고 설명했다. 박모(18)군 역시 “친한 친구라면 더 긴 글을 서로의 타임라인에 남긴다”면서 “‘왜 내가 너의 게시물에 좋아요를 눌러줬는데 내 타임라인에는 안 놀러오냐’는 식으로 서로 반응하면서 노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SNS상 인싸력에 너무 집착하다보면 또래들로부터 ‘관종’(關種·사람들의 주목받으려고 무리한 행동을 하는 사람을 비하하는 말) 소리를 들을 수 있다. 길모(19)군은 “단지 ‘좋아요’를 많이 받으려고 기를 쓰고 ‘#맞팔’, ‘#고2’ 등 검색이 많이 될 것 같은 해시태그를 입력하거나 페북 프로필 사진을 바꾸는 친구들도 있다”면서 “지나치면 보기 좋진 않다”고 말했다. 키워드 ③ 자존감 전문가들은 10대들에게 SNS 활동은 일종의 자존감 표현이라고 말한다. SNS 속 자신과 현실의 나를 동일시하는 심리가 강하기 때문에 SNS상 반응에 매우 민감하다는 얘기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요즘 10대들에게 SNS는 과거보다 더 확장된 개념으로 인식된다”면서 “SNS에 화려하고 좋아보이는 사진이 올라올수록, 더 많은 사람들이 게시물에 호응해줄수록 실제의 나 역시 그런 화려한 사람처럼 느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누군가는 SNS를 두고 “인생의 낭비”라고 비아냥거린다. SNS상의 사소한 실수가 평생 낙인이 되거나 익명성에 기대어 비수를 꽂는 일이 적지 않아서다. 하지만 부작용을 걱정해 SNS 사용을 포기하기엔 중독성이 너무 강하다. 김양은 “에스크 등 익명 SNS는 여전히 친구들 사이 인기가 많다”면서 “다른 사람들이 자기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해하는 심리를 누구나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동귀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누군가 나에게 관심을 갖고 질문한다는 자체로 자존감이 높아지고 인정받는다는 느낌을 받을 수는 있다”면서도 “다만 질문을 빙자해 일부에선 상대방에게 상처가 되는 글을 남길 수도 있다는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에서 조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지호 경북대 심리학과 교수 역시 “과거엔 오프라인 기반의 인간 관계가 온라인으로 확장되는 것이었다면 지금은 온라인에서 먼저 자아가 만들어진 뒤 오프라인으로 관계가 형성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오프라인으로 1000명 넘는 인간 관계를 지속할 수 없다는 점에 비추어 볼 때 요즘 10대들은 온라인만을 위한 친교 전략이 굉장히 빠르게 발달한 것 같다”면서 “지금의 10대들이 이후 사회에 진출해 관계의 질적인 변화를 겪을 때 어떻게 적응할 수 있을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글 사진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 이국종 교수 “절망적 응급의료의 현실 바꾸려 자신을 산화” 윤한덕 센터장 추모

    이국종 교수 “절망적 응급의료의 현실 바꾸려 자신을 산화” 윤한덕 센터장 추모

    10일 오전 9시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영결식 엄수 동료와 유가족 등 300여명 참석 이국종 교수, “고인은 한국 응급의료 떠받쳐 온 아틀라스”“신화에 나오는 거인 아틀라스는 서구의 맨 끝에서 하늘을 떠받치고 있습니다. 윤한덕 센터장은 아틀라스처럼 한국의 응급의료를 떠받쳐 왔습니다.”(이국종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장) 한국 응급의료 현실을 개선하고자 평생을 바친 고 윤한덕 중앙응급의료센터장의 영결식이 10일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엄수됐다. 윤 센터장의 마지막 길에는 이국종 센터장 등 동료의 추모가 이어졌다. 동료에게 윤 센터장은 한국의 응급의료 현실을 바꾸고자 평생을 헌신한 의사이자 따뜻한 말과 관심을 건넬 줄 아는 좋은 동료였다. 이날 오전 9시 엄수된 윤 센터장의 영결식에서는 이 교수를 비롯해 허탁 전남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정기현 국립중앙의료원장 등이 고인에 대한 추모의 말을 전했다. 윤 센터장은 설 연휴 근무 중이던 지난 4일 오후 6시쯤 자신의 사무실에서 사망한 채 발견됐다. 사인은 관상동맥경화에 따른 급성심장사였으며, 의료원과 유족들은 과로에 따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는 병원 응급실과 재난재해 현장에서 쪽잠을 자며 환자들의 치료에 매달려 왔다. 이국종 센터장은 고인을 아틀라스에 비유하면서 “본인에게는 형벌 같은 상황을 견디고 있어서 우리가 하늘 아래에 살 듯 윤 센터장은 한국의 응급의료를 떠받쳐 왔다”고 했다. 이 교수는 자신의 저서 ‘골든타임’의 한 챕터 제목을 ‘윤한덕’으로 지었을 만큼 고인과 각별한 인연이 있다. 이 교수는 “응급의료의 현실이 절망적임을 알면서도 이를 무의미하게 남겨둘 수는 없다는 사명감을 화력으로 본인 자신을 태워 산화시켰다”며 “의료계 내부의 반발과 국내 정치상황의 변화 속에서도 사지로 뛰어드는 피투성이 싸움을 하면서도 모든 것을 명료하게 정리하는 선생님께 늘 경외감을 느껴왔다”고 말했다. 이어 “닥터헬기에 윤 센터장의 존함과 함께 콜사인 아틀라스를 크게 박아 두겠다”며 “상공에서도 두렵지 않고 용기를 갖도록 도와달라”고 덧붙였다. 고인과 함께 근무하던 동료의 추모도 이어졌다. 정기현 국립중앙의료원장은 “60년 된, 4평 남짓한 낡은 집무실에서 싸워온 당신의 시간을 미처 우리가 잡아주지 못한 것 같아 부끄럽다”면서 “당신의 흔적을 떠올리며 응급의료 체계에 대해 당신이 남기고 간 숙제를 묵묵히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윤순영 재난응급의료상황실장은 “병원에서 실수하면 몇 명의 환자가 죽지만 우리가 실수하면 몇천 명 국민이 죽을 수 있다는 걸 늘 새기시면서도 동료와 후배들에게 따뜻한 관심 잃지 않았던 분”이라며 “좋은 분을 직장 상사이자 동료로 두어서 행복했고 자랑스러웠다”며 울먹였다. 유가족 대표로 추도사를 한 윤 센터장의 장남 형찬군은 “아버지가 가족에게 늘 미안한 마음을 가진 걸 알고 있었는데 이제는 진심으로 이해한다. ‘미안해할 필요 없다’고 말하고 싶다”고 전했다.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 한국당 전대 일정 변경 ‘황 vs 비황’ 입장차

    김병준 “후보 의견 모아 오늘 중 결론” 황교안 “계획대로” 후보 7인 “연기” “비대위 어떤 정무적 판단 내릴지 관건” 오는 27일로 예정된 자유한국당 전당대회가 2차 북·미 정상회담 날짜와 겹치면서 일정 변경 문제를 놓고 당내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은 7일 “전대 날짜를 연기해야 한다는 주장과 연기할 이유가 없다는 주장이 각각 강하게 있는데 전대 출마 후보의 의견을 모아서 8일 결론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그러면서도 “한국당은 제1 야당이고 공당”이라며 “새로운 지도부가 빨리 나와야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대응을 보다 탄력적으로 할 수 있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전대를 정해진 날짜에 해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반면 수석대변인인 윤영석 의원은 이날 라디오에서 “정당은 전대를 통해서 국민적인 관심을 많이 받기 때문에 일정 조정은 불가피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직접 선거에 뛰어든 당권 주자의 입장은 ‘황교안 대 비(非)황교안’ 구도로 흐르고 있다. 이날 전대 출마를 선언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일정과 관련, “적어도 보름 이상은 연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홍준표 전 대표도 전대 날짜를 한 달 이상 미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심재철, 정우택, 주호영, 안상수, 김진태 의원 등도 전대 연기에 대해서는 뜻을 같이하고 있다. 황 전 총리는 출마를 선언한 8명의 당권 주자 중 유일하게 현행 유지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황 전 총리는 지난 6일 “북·미 정상회담은 그것대로, 우리는 우리 계획대로 하면 되는 것”이라고 했다. 당 안팎에서는 현재 앞서 있는 황 전 총리의 현상 유지와 나머지 후보의 변수 창출 노력이 충돌하며 지금과 같은 미묘한 입장 차가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전대 일정에 관여하는 한국당 핵심 관계자는 “전대 날짜를 뒤로 미루면 선거인단 명부 등록, 후보자 등록, 컷오프 날짜 등을 모두 새로 짜야 하기 때문에 사실상 선거운동 기간이 길어지는 효과는 없다”며 “비대위가 이 문제에 대해 어떤 정무적 판단을 내릴지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이근홍 기자 lkh2011@seoul.co.kr
  • 상주 맡은 비정규직 동료들 “지금 바꾸지 않으면 또 죽는다”

    상주 맡은 비정규직 동료들 “지금 바꾸지 않으면 또 죽는다”

    동료들 3명씩 3팀으로 번갈아 빈소 지켜 “사측 약속 제대로 지키는지 지켜볼 것” 빈소 방명록에 “지켜주지 못해 너무 미안” 이해찬·손학규 등 정치권 조문도 잇따라 9일까지 사흘간 민주사회장으로 치러져 마지막 날 태안火電·서울서 두 차례 노제“지금 바꾸지 않으면 또 죽는다. 용균이의 죽음이 마지막이 되게 해야 한다.” 사고 발생 58일 만인 7일 치러진 김용균씨의 장례 첫날에는 동료 노동자와 시민, 정치권의 추모가 이어졌다. 추모객들은 명복을 빌면서 영정 속 앳된 모습으로 남은 용균씨와 같은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힘쓰겠다는 다짐을 함께 전했다. 용균씨와 함께 일하던 비정규직 동료들은 온종일 빈소를 지켰다. 3명씩 짝지어 세 팀이 번갈아가며 상주 역할을 맡는다. 이날 상주를 맡은 한창민(26)씨는 “용균이의 사고가 났을 때 마치 내 일처럼 마음이 아팠다”면서 “이러한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시설을 정비한다는 사측의 약속이 제대로 지켜지는지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상주를 맡은 동료 노동자들의 가족도 빈소를 찾았다. 한 상주의 조카라는 김모(38)씨는 “이모부와 같은 직장에서 발생한 사고인 만큼 남 일 같지가 않았다”면서 “애도의 뜻을 전하고 싶어 직접 찾아왔다”고 말했다. 용균씨의 직장 선배였던 이준석 공공운수노조 한국발전기술지부 태안지회장은 “용균이와 두 달간 근무하면서 깊은 대화 한 번 나눠보지 못한 것이 마음에 걸린다”면서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근무자들이 사고 없이 일할 날을 만들기 위해 애쓰겠다”고 다짐했다.빈소 앞 한쪽에는 추모객들의 추모 글귀가 적힌 국화꽃 모양의 방명록이 놓였다. 꽃잎에는 “더이상의 죽음을 막도록 함께하겠다. 지켜주지 못해 너무 미안하다”, “차별 없는 곳에서 행복하길 바란다” 등 용균씨에 대한 추모의 마음이 적혔다. 이날 빈소를 찾은 황계성(51)씨는 “젊은 친구가 처참하게 죽었다는 사실이 세월호를 연상시켰다”면서 “기성세대로서 조금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노력했다고 생각했는데 나아지지 않았다는 사실이 마음 아프다”고 말했다. 시민사회도 애도의 뜻을 표했다. 이른 저녁 빈소를 찾은 한경희 정의기억연대 사무총장은 “고 김복동 할머니의 조의금 일부를 기부했다”면서 “할머니는 생전에 인권과 평화문제에 대해 각별한 관심을 기울이셨던 분인 만큼 이 청년의 가슴 아픈 죽음을 보셨다면 분명 마음을 내셨을 것”이라고 말했다. 용균씨의 수의를 지어줬다는 이애령(68) 예수수도회 수녀는 “용균이의 죽음이 헛되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안전한 사회가 될 때까지 함께 손잡고 나아가겠다”면서 “직접적인 인연은 없지만 조카뻘 되는 용균이를 위해 옷 한 벌 만들어 줄 수 있어서 다행이다”라며 애도의 뜻을 전했다.오후부터는 정치권의 조문도 이어졌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를 시작으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정미 정의당 대표 등이 빈소를 찾아 유족들과 짧은 대화를 나눴다. 유족들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삶이 변화할 수 있도록 당정의 협조를 부탁했다. 용균씨의 장례는 9일까지 3일간 민주사회장으로 치러진다. 마지막 날인 9일 오전 4시 발인 뒤 고인이 일하던 태안화력발전소와 서울에서 두 차례 노제가 열릴 예정이다. 영결식 진행 이후 용균씨는 9일 오후 5시 30분쯤 마석 모란공원에 안치된다.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 [단독] “사회는 너무 어두웠다”… 변화 이끈 엄마의 투쟁

    [단독] “사회는 너무 어두웠다”… 변화 이끈 엄마의 투쟁

    컨베이어벨트 사고로 비정규직 현실 눈떠 ‘위험의 외주화’ 입법 위해 백방으로 뛰어 “억울한 죽음 사라질 때까지 할 일 할 것” “용균이 억울한 죽음을 낳은 사회 바꾸고 싶어 비정규직 정규직화 위해 아직 할 일 너무 많다”김미숙과 김해기. 지난해 12월 11일 새벽,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의 석탄운반용 컨베이어벨트에서 작업하다가 사고로 숨진 채 발견된 청년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당시 24세)씨의 어머니와 아버지다. 평범했던 부부는 지난 두 달 새 어떤 정치인이나 관료, 노동운동가도 해내지 못했던 ‘위험의 외주화’ 관행에 큰 균열을 냈다. 서울신문 취재팀은 용균씨 장례 절차가 시작된 7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내 1평(3.3㎡) 남짓한 가족대기실에서 부부를 만났다. 창백한 낯빛과 튼 입술이 그간의 고통과 피로를 보여줬다. 어머니는 “아들의 억울함을 벗겨주고 싶다”는 마음으로 처음 투쟁에 뛰어들었다고 했다. 스스로 표현한 것처럼 사회에 관심 없고 먹고 살기 바빴다는 어머니는 아들의 죽음 이후 “사회가 너무 어둡게 흘러가고 있다는 것을 절감했다”고 했다. 그는 “사고 뒤 병원에 찾아온 회사 이사가 ‘용균이는 일도 잘했고 착실했지만 가지 말라는 곳에 가서 사망했으니 보험 들어둔 것을 받으라’고 했다”면서 “하지만 아들의 동료들을 만나 확인해 보니 상황은 정반대였다”고 털어놨다. 평범한 주부가 투사로 각성하는 순간이었다. 이후 두 달간 어머니는 많은 변화를 이끌어 냈다.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개정과 화력발전소 연료·환경설비 운전 분야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 석탄발전소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 구성 등의 대책 뒤에는 어머니의 헌신이 있었다. 아들의 장례는 뒤로 미뤘다. 어머니는 사망 58일 만에 아들 장례를 치르게 된 심정을 묻자 “두 달간 아들을 냉동고에 넣어둔 심정은…아들에게 너무 미안하고 죄스러워 마음 아플 뿐”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두 눈엔 떨구지 못한 눈물이 차올랐다. 어머니는 이어 “빨리 장례를 치르는 것보다 용균이가 헛된 죽음이 안 되도록 하는 것이 더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어머니는 지난 설 연휴에 정부·여당과 위험의 외주화를 막는 대책 협의에 나섰다. 완벽해 보이진 않지만 합의안을 받아들였다. 그는 “아직도 공공기관이 아닌 곳에서 일하는 많은 비정규직들의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지만 여기까지로도 많이 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앞으로는 정부나 기업이 (비정규직 노동자 등) 약한 서민들도 똑같은 사람으로 보고 일회용품이나 노예처럼 쓰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실명을 공개한 채 투쟁의 선봉에 섰던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지 물었다. “이 일이 아니었다면 난 살 이유가 없다”고 답했다. 어머니는 “처참하게 죽은 우리 아들에게 얼굴 들 면목이 없지만 그래도 내가 살아야 한다면 용균이가 꿈꿨던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이루는 일이라도 해줘야 한다는 생각으로 산다”고 했다. 이어 “아들의 억울한 죽음을 낳은 사회를 바꾸고, 처벌받아야 할 사람을 응징해야 한다”면서 “아직 할 일이 너무 많다”고 말했다. 어머니는 두 달을 버텨낸 원동력으로 옆에 서 있어줬던 많은 사람들을 꼽았다. ‘고 김용균 시민대책위원회’라는 이름으로 힘을 합쳐 대응했던 시민단체들, 법 개정에 애써준 일부 국회의원, 사건 진상규명 등을 요구하며 15일간 단식을 한 시민대표들, 마음으로 지지와 추모를 보내준 시민들에게 감사하다고 했다. 그는 “젊은 청년들은 아들 대신이라며 손편지까지 써준다”며 처음으로 옅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또 “나 혼자 아무리 소리쳐도 안 되는 거 안다”며 “마음을 나눈 많은 이들이 함께해 줘 성과를 냈다”고 말했다. 앞으로의 행보도 조심스레 내비쳤다. 어머니는 “노동 현장을 들여다보니 용균이 외에도 조선소나 건설업 등 비정규직이 많은 곳엔 위험하게 일하다 소리 없이 죽어나가는 사람이 많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용균이 동료들을 살리고, 또 누군가 한 사람이라도 구할 수 있다면 장례가 끝나고서라도 이 일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용균씨는 9일 마석 모란공원에 안치된다. 전태일 열사와 전태일의 어머니 이소선 여사의 바로 옆자리에 묻힌다. 장지는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고 찾아와 용균씨가 더이상 외롭지 않기를 바라는 어머니의 마음을 담아 마련됐다.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 북미 2차 정상회담과 겹쳐… 한국당, 全大 일정 변경 검토

    북미 2차 정상회담과 겹쳐… 한국당, 全大 일정 변경 검토

    작년 6·13 선거 때도 정상회담 타격 판단 오세훈·홍준표 “연기” 황교안 “예정대로” 나경원 원내대표 “그대로 가는 게 맞다”자유한국당이 2·27 전당대회 일정 변경을 검토하고 있다. 6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밝힌 2차 북·미 정상회담(2월 27~28일) 날짜가 전대 날짜와 정확히 겹쳐 ‘흥행’에 비상이 걸렸기 때문이다. 대형 외교 이벤트 때문에 전대 날짜가 바뀔 경우 정당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 된다. 박관용 중앙당 선거관리위원장은 6일 “사무처에 전대 날짜를 당기거나 미루는 것을 실무적으로 논의해보라고 지시했다”며 “8일쯤 선관위 회의를 소집해 전대 일정 연기에 대해 의논해보려고 한다”고 했다. 앞서 한국당은 지난해 6·13 지방선거 때도 선거 하루 전(12일) 열린 1차 북·미 정상회담으로 인해 손해를 봤다고 판단하고 있다. 7일 당대표 출마를 공식 선언하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이날 “중요한 행사가 북·미 정상회담 같은 외부적 요인으로 영향을 받는 건 적절하지 않다”며 “전대 일정을 늦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준표 전 대표도 “일방적으로 저들의 책략에 당하지 않도록 당에서 전대를 한 달 이상 미뤄줄 것을 요청한다”고 했다. 심재철, 정우택, 주호영, 안상수, 김진태 의원 등도 페이스북 등을 통해 전대 일정 변경을 요구했다. 반면 황교안 전 국무총리는 “저는 일종의 선수이기 때문에 당에서 어떤 방향을 정하면 함께 갈 것”이라며 “북·미 정상회담은 그것대로 돌아가는 것이고 우리는 우리 계획대로 하면 되는 것”이라고 원론적 입장을 밝혔다. 이는 현재 판세에서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는 황 전 총리가 굳이 전대 연기를 주장해 경쟁자에게 역전의 기회를 제공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 때문으로 풀이된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전대 일정은 비상대책위원회에서 논의해야 하지만 미·북 회담과 관계없이 진행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며 “후보 간 유불리도 있기 때문에 당의 행사는 정해진 수순대로 가는 게 맞다”고 말했다. 당 지도부는 전대 일정 변경에 따른 잡음 등 현실적 문제를 감안해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김용태 사무총장은 “현재 당내에서 여러 의견이 나오고 있다”며 “비대위는 선관위가 내리는 결정을 존중해 최종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했다. 이근홍 기자 lkh2011@seoul.co.kr
  • “일본인에도 온정 베푼 김복동 할머니”…열도에도 추모 바람

    “일본인에도 온정 베푼 김복동 할머니”…열도에도 추모 바람

    “조선학교는 조선사람이 협조를 안 하면 누가 협조를 하나? 한 사람이라도 훌륭한 조선사람을 키우고 싶어.” 지난달 28일 별세한 고(故) 김복동 할머니가 지난달 2일 재일본 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와의 인터뷰에서 남긴 말이다. 평화운동가인 김 할머니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발언이다. 그는 “그렇게 끌고 가서 희생 당했던 우리 민족이 지금도 그 나라(일본)에서 설움 받고 있다는 것을 듣고 너무 한심스러워서 말로 표현할 수가 없었다”고 강조했다. 김 할머니는 떠났지만 그가 일본 내 조선학교에 남긴 민족의 정은 그대로 남아있다. 김 할머니는 일본 정부의 사과를 줄기차게 요구해온 피해자이면서도 핍박받는 재일조선인과 지진 등 재해를 당한 일본인들에게는 꾸준히 도움을 준 조력자였다. 2011년 3월에는 일본에서 도후쿠 대지진이 발생하자 피해자 돕기 모금을 제안했고, 직접 기부하기도 했다. ●조선초급학교 학생들에 공책·연필 선물…지진 피해 발생하자 일본 피해자에 기부 김 할머니가 생전 애정을 쏟았던 이들은 일본의 조선초급학교 학생들이다. 특히 일부 정치인들이 혐한(嫌韓) 정서 탓에 학교에 대한 지원을 끊자 할머니는 사비를 털어 아이들을 돕기도 했다. “피해자들의 희망이 돼 달라”며 ‘김복동평화상’을 만든 뒤 5000만원을 기부했고, 재일 조선학교에 5000만원을 지원하기도 했다. 지난해 9월 태풍 ‘제비’ 탓에 재일조선인 학생들이 다니는 오사카 지역 학교 곳곳이 무너지자 현장으로 달려오기도 했다. 김 할머니는 2012년 일본 오사카의 재일교포 밀집 지역인 이쿠노구(生野區) 조선초급학교를 방문해 어린 학생들에게 자신의 삶을 들려주고 지폐 5만엔(약 70만원)을 꺼내 전교생 220명에게 공책과 연필을 선물하기도 했다. 할머니가 “일본 사회에서 차별당한다고 위축될 것 없다. 당당히 살아라”라는 바람을 전하자 아이들을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아이들도 김 할머니의 온정을 잊지 못했다. 이쿠노구 학생들은 할머니에게 60통의 편지를 보내 존경심을 표하기도 했다. “수업 중 부르신 고향의 봄 노래를 잊지 못해요. 한국어도, 일본어, 영어도 열심히 공부해 훌륭한 외교관이 될게요” 등의 내용이 담겼다. ●김 할머니 추모 바람…“일본이 사죄하는 국가되도록 노력해야” 김 할머니가 떠난 뒤 일본에서도 추모가 이어졌다. 그의 정신을 기억하는 재일조선인들과 일본인들이 할머니의 삶을 추억했다. 일본 오사카의 나카오사카 조선초급학교의 김채현 교장은 30일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우리뿐 아니라 일본 내 여러 학교들이 김복동 할머니의 사랑을 받았다”면서 “교직원과 학생들이 별세 소식에 마음 아파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일한국민주여성회 역시 “고귀한 할머니의 삶은 우리 민족의 자랑이며 모범”이라며 추모의 뜻을 전했다.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산하단체인 재일본조선인인권협회 성차별철폐분회도 지난 1일 도쿄의 총리관저 앞에서 ‘추모 긴급행동’을 펼치기도 했다. 일본인 등 30여명이 참여했다. 이날 집회에 참가한 한 일본인 여성은 “일본 정부가 (위안부 문제를) 없었다고 하는 건 유감”이라면서 “일본이 사죄하는 국가가 될 수 있도록 우리가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 “용균씨 이야기는 남의 일 아닌 내 일”…청년들이 부친 편지

    “용균씨 이야기는 남의 일 아닌 내 일”…청년들이 부친 편지

    ‘청년 전태일’ 소속 청년들, 김씨 모친 김미숙씨에 공개 편지“용균이 몫까지 구체적 변화 만들 투쟁할 것”“제 어머니도 저를 김용균씨와 비슷한 일로 잃으신다면 얼마나 가슴이 아프실까 싶어요.” 갑작스러운 사고로 아들을 잃은 고(故) 김용균씨의 어머니 김미숙씨를 위로하기 위해 청년들이 펜을 들었다. 이들은 용균씨 어머니를 위로하는 마음을 편지에 담아 전달했다. 이제까지 마흔 통의 편지가 용균씨 어머니에게 도착했다. 편지 릴레이는 고 김용균씨 사고에 대한 진상이 규명돼 책임자가 처벌될 때까지 계속될 예정이다. 지난 24일부터 청년노동단체 ‘청년전태일’은 용균씨 어머니에게 부치는 청년들의 편지를 공개했다. 이 청년들에게 용균씨의 일은 남의 일이 아닌 ‘현재 우리’에게 닥친 일이었다. 건설현장에서 일을 하고 있다는 서원도씨는 편지에서 “용균씨의 일이 남의 일 같지가 않다”고 했다. 그 역시 회사에서 지급한 ‘나이롱’ 안전고리에 목숨을 걸고 3m짜리 철 파이프 위에서 일한다고 했다. 서씨는 작업 일정을 맞춰야 해 두려움도 참으며 일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그는 “용균씨가 너무 불쌍하고 마음이 아프다”면서 “세상이 그에게서 아무 것도 아닌 것 같던 일상을 너무 일찍 빼앗아 갔다”고 했다. 용균씨의 진상규명을 위한 농성장에서의 어머니 김씨를 기억하는 청년들도 있었다. 지난 27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용균씨의 49재에서 어머니 김씨는 “제사상에 올린 딸기를 보고 마음이 아팠다”면서 “아들이 딸기를 좋아해 한 접시 가져다 주면 포크로 찍어서 엄마 입에 먼저 넣어줬다”며 눈물을 흘렸었다. 이에 대해 자신을 30대 노동자라고 소개한 또 다른 발신자는 “어미새처럼 용균이의 입에 먹을 것을 넣어주는 기쁨을 이제 맛보지 못하는 것이 마음이 미어진다고 눈물 짓는 어머니 모습에 뭐라도 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고 전했다.편지를 통해 청년들은 용균씨 사건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그 이후 비정규직들의 삶이 개선될 때까지 함께 싸우겠다고 다짐했다. 발전소에서 일하고 있는 김경원씨는 편지를 통해 “나 또한 용균이의 사고에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나 역시 같은 위험 속에서 일하고 있다는 것을 이번에야 깨달았다”고 했다. 김씨는 “무엇을 내가 할 수 있을지 여전히 고민이지만 이 문제를 나의 문제로 생각하고 해보겠다”며 편지를 끝맺었다. 또 다른 한 청년 노동자 역시 편지에서 “용균이는 우리 마음 속에 언제나 있고, 남은 우리는 현실의 구체적인 변화를 만드는 투쟁으로 용균이의 몫까지 열심히 살겠다”는 마음을 전했다. 청년들의 편지에 대해 김재근 청년전태일 대표는 “어머니는 용균씨의 일이 단순히 자기 아들만의 일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일이라고 생각하시고 열심히 뛰고 계시다”면서 “그런 어머니에게 조금이나마 힘이 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준비한 편지”라고 설명했다. 이어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어머니에게 위로의 뜻을 전달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 “약자의 마지막 선택” 코미디 단식을 향해 외치다

    “약자의 마지막 선택” 코미디 단식을 향해 외치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조해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상임위원 임명을 반대하며 벌이는 ‘릴레이 단식’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의원 110명이 지난 24일부터 5시간 30분씩 연쇄 단식 중인데 절박감이 느껴지지 않아 “단식투쟁의 의미를 퇴색시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진짜 단식이란 무엇일까. 거리에서 싸워 본 시민단체 활동가 등에게 그 의미를 물어봤다. ●“제 생명 깎아 먹으며 정당성 주장” “가진 것 없는 이들이 제 생명을 깎아 먹으며 정당성을 주장하는 고결한 행위죠.” 31일로 단식 열흘째를 맞은 김재근(33) 청년전태일 대표가 내린 단식투쟁의 정의다. 그는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일하다가 숨진 비정규직 김용균(24)씨 사건의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주장하며 지난 22일부터 곡기를 끊었다. 생애 첫 단식 농성이다. 아들의 죽음 이후 투사가 된 김용균씨 어머니를 위해 뭐라도 하고 싶어서 시작한 일이다. 단단히 각오했지만 만만치 않은 일이었다. 9일 만에 7㎏이 빠졌다고 했다. 김 대표는 “사람이 죽었는데도 무감각한 관료 사회가 안타까워 시작한 일”이라면서 “30대 초반인 나도 이튿날부터 어지럼증을 느꼈는데 중장년 시민대표들도 함께 단식하는 걸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밖에 안 든다”고 말했다. 박래군 ‘인권재단 사람’ 소장은 평생 10번 넘게 단식투쟁을 했다. 가장 최근에는 굴뚝 위에서 466일간 고공시위했던 섬유업체 파인텍 노동자들을 지지하며 단식하다 심장 이상 탓에 23일 만에 중단했다. 그는 “권력을 가진 이들은 단식할 이유가 없다. 단식은 약자들이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당한 권리를 보장받기 위해 법·제도에 호소해 보고 1인 시위, 집회, 오체투지(절하듯 몸을 땅에 엎드려 가며 행진하는 의사표현 방식) 등을 다 해봤는데도 안 받아들여지면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 단식이라는 얘기다. 13년째 해직자의 복직을 외치는 이인근 콜텍 지회장은 “사법부조차 우리를 외면했을 때 극한투쟁 말고는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대중에 자신들의 문제를 알리기 위해 세 번이나 단식했다. 콜텍 사건은 박근혜 정권 당시 법원이 ‘재판 거래’ 목록에 올렸다는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단식 3일 넘어가면 약한 장기부터 고장 의학적으로 3일 이상 굶으면 기아 상태(음식물 섭취 부족에 따른 장애)로 본다. 첫 24시간 동안은 몸속 저장 에너지가 포도당으로 빠르게 전환해 몸을 유지한다. 그러나 24시간이 넘어서면 단기 저장 에너지가 고갈돼 체내의 근육 세포를 파괴하면서 에너지를 끌어 쓴다. 건강한 사람이 무리 없이 단식을 견뎌낼 수 있는 기간은 평균 3일이다. 3일차 이후에는 몸에 비상이 걸린다. 평소 약했던 장기부터 고장 난다. 소화기관이 약했던 사람은 물만 마셔도 체하거나 토한다. 혈압은 떨어지고 맥박은 빨라진다. 장이 협착되고 감염 질환에 취약해진다. 이보라 녹색병원 인권치유센터장은 “3일 이후부터는 여러 위험성이 커져 아주 건강한 사람도 30일이 넘어가면 정말 위험한 상태에 이른다”면서 “이 정도가 되면 의료진은 단식 중단을 적극 권유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단식 다경험자인 박 소장도 “곡기 끊을 결정을 할 땐 매번 두렵다”고 했다. 그는 “2009년 용산참사 해결을 위해 함께 단식하던 문규현 신부가 쓰러졌을 때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고 했다. 당시 문 신부는 단식 11일째에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다가 겨우 회복했다. 박 소장은 “단식도 인플레 현상(흔해져 가치가 다소 떨어지는 현상)이 나타나면서 실제 해결로 이어지지 못하는 일도 많아졌다”고 우려했다. ●“의학적으로 설명 불가능한 상태서 버티더라” 단식투쟁은 끝나도 끝난 게 아니다. 단식자는 최소한 밥을 안 먹은 기간만큼 몸을 회복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이때는 미음 등 가벼운 식사만 가능하다. 파인텍·세월호 유가족 농성장 등에서 의료진으로 활동한 의사 최규진씨는 “처음에는 ‘단식이 정치적인 행위이니 최소한의 건강은 챙기겠지’라고 생각했는데 실제 보니 단식자들은 자신의 안위를 돌볼 만큼 여유롭지 않았다”면서 “의학적으로 설명 불가능한 상태에서 정신력으로 버티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어 “구조적 문제가 약자들을 이런 절박한 상황으로까지 내몰고 있다는 사실이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 바른미래-민주평화당 ‘통합론’ 다시 꿈틀

    장병완·박주선 의원 등 통합 관련 논의 일각선 해외 체류 안철수 조기복귀론도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 내 옛 국민의당 출신 의원들이 통합 논의를 위한 회동을 가진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계개편설이 또다시 꿈틀대고 있다. 최근 자유한국당 대표 선거 등을 계기로 거대양당의 대치 전선이 더욱 뚜렷해지면서 군소정당들의 입지가 위축되자 생존을 위한 현상타개에 나선 형국이다. 장병완 평화당 원내대표는 31일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어제 여의도에서 바른미래당 중진인 박주선·김동철 의원과 점심을 하면서 통합 관련 논의를 했다”고 말했다. 이어 “독선에 빠진 더불어민주당과 무능한 한국당을 견제할 대안정당이 필요하다는 데 뜻을 모았다”며 “앞으로 각 당 내부의 의견 조율이 필요한 만큼 점심 참석자들이 주도해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라고 했다. 이날 자리는 평화당의 권노갑·정대철 상임고문 주도로 마련 돼 총 5명이 참석했다. 장 원내대표는 오는 12일 정당학회 주관으로 열리는 ‘지방선거 후 양당 체제로의 회귀 상황’ 토론회에서 양당 조기 통합 논의를 공론화할 계획이다. 바른미래당 관계자는 “바른미래당과 평화당이 최우선으로 추진하고 있는 사안이 선거제 개편 합의인데 사실 국민 관심을 거의 못 받고 있다”며 “이 사이 한국당 지지율까지 오르자 당 내부에서는 ‘이렇게 손 놓고 있다간 총선에서 다 죽는다’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다”고 전했다. 야권개편이 꿈틀대기 시작했지만 결론이 나오기까진 험로가 예상된다. 바른미래당이 보수와 진보 사이에서 여전히 정체성 논란을 겪고 있는 가운데 호남 기반 의원들이 일방적으로 조기 통합을 거론한 것이 자칫 당 분열의 빌미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바른미래당 내부에서는 최근 손학규 대표와 유승민 의원이 단독 회동을 가지며 커진 ‘자강’에 대한 기대감이 이번 통합 논의로 인해 식어버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바른미래당 관계자는 “비공식적으로 다뤄지던 통합 논의가 공식화된 만큼 오는 8~9일로 예정된 연찬회에서 바른정당 출신과 국민의당 출신 의원들 간 끝장 토론이 벌어질 가능성이 커졌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바른미래당 ‘최대 주주’인 안철수 전 의원의 조기 복귀설도 고개를 들고 있다. 안 전 의원은 1년 이상 체류할 계획으로 지난해 9월 독일로 떠났는데 최근 당 내부에서 총선 대비를 위해 안 전 의원이 속히 돌아와야 한다는 요구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손학규 대표는 최근 라디오 인터뷰에서 “(안 전 의원이) 총선 전에 돌아와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이근홍 기자 lkh2011@seoul.co.kr
  • 경기동행·선행지수 최장 7개월 동반하락… 한국경제 최악 성적표

    경기동행·선행지수 최장 7개월 동반하락… 한국경제 최악 성적표

    제조업 생산능력 47년 만에 첫 감소 전문가 “정부 경기국면 판단 바꿔야 이미 침체 국면… ‘L자형’ 갈 가능성” 정부 “전반적 부진… 아직 변동 없어” 현재와 미래의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경기동행·선행지수 순환변동치가 역대 최장 기간 동반 하락했다. 생산과 투자도 두 달 연속 떨어지는 등 한국 경제가 본격적인 침체의 길로 접어든 모양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경기 국면에 대한 판단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정부는 부정확성을 이유로 통계 개편 작업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통계청이 31일 발표한 ‘2018년 12월 및 연간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전월보다 0.2포인트 내려 9개월째 하락했다. 이 지표가 9개월 이상 떨어진 것은 외환위기 당시인 1997년 9월∼1998년 8월 이후 처음이다. 경기선행지수 순환변동치도 0.2포인트 하락해 7개월째 내리막길을 걸었다. 경기동행·선행지수가 7개월 연속 동반 하락한 것은 1971년 7월~1972년 2월 이후 46년 만에 처음이다. 지난해 12월에는 생산과 투자도 동시에 하락하면서 전산업 생산지수가 전월보다 0.6% 하락했다. 11월(-0.7%)에 이어 두 달 연속 감소세다. 설비투자 역시 -0.4%로 11월(-4.9%)에 이어 두 달 연속 감소했다. 기간을 지난 한 해로 넓혀도 전산업 생산은 1년 전보다 1.0% 증가에 그쳐 2000년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낮았다. 건설업체가 실제 시공한 실적을 금액으로 보여 주는 건설기성도 5.1% 줄어 2011년(-6.4%) 이후 최저였다. 연간 설비투자는 4.2% 감소해 2009년(-9.6%) 금융위기 후 9년 만에 가장 큰 감소폭을 기록했다. 특히 제조업 생산능력지수가 역대 처음으로 감소한 것은 뼈아픈 대목이다. 지난해 제조업 생산능력지수는 전년보다 1.1% 줄어 관련 통계를 작성한 1971년 이후 47년 만에 처음 역성장했다. 기업이 해외에 공장을 짓고 국내에서는 공장을 늘리지 않았다는 의미다. 정부의 경기 국면에 대한 판단이 바뀌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통계청은 그러나 현재의 경기선행지수가 미래의 경기를 예측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아직 섣불리 판단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대신 경기선행지수 순환변동치 개편 작업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김보경 통계청 산업동향과장은 “2012년 이후 성장률이 저성장 쪽으로 가고 있다. 전반적으로 부진한 상태라고 보면 된다”면서도 “최근 선행지수의 선행성이 악화돼 동행지수와 같이 가는 상태라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 경기 국면에 대한 변동은 없다”면서 “여러 자료를 분석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전문가 회의를 거쳐 공식적으로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미 침체 국면에 들어섰다고 지적한다. 저성장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내놓는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투자는 마이너스고 수출도 버티는 힘이 약해져서 경기 하향이 이어질 것 같다”면서 “투자가 올해 회복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내다봤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경기동행지수와 경기선행지수가 같이 떨어진다는 것은 경기가 ‘L자형’으로 갈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라면서 수출 경기가 나빠지고 있어 저점을 찍더라도 경기가 좋은 상황으로 갈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난해 5월부터 경기 하강 국면에 진입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제조업 경쟁력 등에 대한 정부의 로드맵이 없다 보니 가장 쉬운 건설업에 치중하는 등 땜질 처방에 급급한 모양새”라고 지적했다. 세종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 경찰, 무분별한 안락사 혐의 동물권단체 케어 압수수색

    경찰, 무분별한 안락사 혐의 동물권단체 케어 압수수색

    케어 사무실과 박소연 대표 자택 등 9곳 압수수색 압수물 분석뒤 박 대표 등 소환 예정 케어 이사회, 내부제보자 직무정지 추진으로 논란경찰이 구조동물 안락사 논란을 빚은 동물권단체 케어 사무실과 박소연 대표의 자택을 압수수색 하는 등 본격적인 수사에 나섰다. 서울 종로경찰서는 3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케어 사무실 등 모두 9곳에 수사관을 보내 회계자료, 내부문서 등을 확보했다. 박 대표는 보호소 공간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구조한 동물을 무분별하게 안락사한 혐의를 받는다. 아울러 안락사 사실을 숨긴 채 후원금을 모으고 후원금을 목적 외로 사용한 혐의도 있다. 동물보호 단체인 비글구조네트워크 등은 지난 18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업무상 횡령,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박 대표를 고발했다. 경찰은 이날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자료를 분석하고 나서 박 대표 등 케어 관계자들을 소환할 방침이다. 한편 케어 이사회사 내부제보자이자 동물관리국장인 임모 이사에 대해 직무 정지를 추진하면서 논란을 빚고 있다. 케어 이사회는 이런 내용이 담긴 회의 결과 보고서를 공식 페이스북 계정에 게재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7일 회의에서는 이사회는 제보자인 임 이사와 박 대표에 대한 임원 직무 정지안, 조직개편안 등을 논의했다. 이사회는 “차 이사회와 마찬가지로 언론제보자인 임 이사에게 이사회 소집을 통보했고, 언론 제보 전 실무기구인 사무국 회의나 총회가 승인한 대의기구인 이사회에 정식으로 문제를 제기하지 않은 이유 등에 대한 소명을 요청하려고 했으나, 임 이사는 연속 2회에 걸쳐서 이사회에 불참했다”고 밝혔다. 이어 “정관에 따라 연속 2회 이상 서면으로 의결서를 제출하지 않고 이사회에 불참한 임원에 대해 직무를 즉시 정지할 수 있으나, 1회에 한해 더 해명 기회를 주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또 “임 이사의 불참으로 공정하고 객관적인 의사결정의 기회를 놓쳐 박 대표에 대한 임원 직무 정지안은 부결됐다”고 덧붙였다.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 중소기업 청년 신규 채용 인센티브…경북도 1인당 월 200만원 지원

    경북도는 청년에게 양질의 일자리 제공 등을 위해 ‘2019년 중소기업 청년 일자리 지원 사업’을 한다고 31일 밝혔다. 중소기업이 공고일(1월 28일) 이후 만 39세 이하 청년을 신규 채용하고 사업 참여를 신청해 선정되면 1인당 월 200만원의 인건비를 2년간 준다. 업체당 최대 5명까지며 2년 뒤 완전 고용하는 조건이다. 다음 달 14일부터 선착순 모집이며 신규 채용 408명이 채워지면 마감한다. 도는 지난해 7월 행정안전부 지역주도형 청년 일자리 공모사업에 선정돼 285명을 신규 채용한 217개 기업에 22억원을 지원했다. 자세한 사항은 경북도경제진흥원 홈페이지 모집 공고문을 참고하면 된다. 이근식 경북도 중소벤처기업과장은 “청년은 양질의 일자리를 얻고 중소기업은 우수 인력을 확보해 기업 경쟁력을 강화하도록 돕겠다”며 “인구 감소와 청년 유출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지역의 청년 유입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동 김상화 기자 shkim@seoul.co.kr
  • “우리의 영웅, 잊지 않겠습니다” 세계 곳곳 김복동 할머니 추모 물결

    “우리의 영웅, 잊지 않겠습니다” 세계 곳곳 김복동 할머니 추모 물결

    재일 조선학교 학생들 “정체성 갖고 역사 배워야 한다는 말씀 기억할 것” 호주 분향소 “힘 모아 恨 풀어드리자” 뉴질랜드 위안부 피해 사진전 옆 분향소 美·英 등서도 빈소 운영·추모행사 계획“김복동 할머니는 우리의 영웅입니다. 평화를 위한 할머니의 열정과 노력, 잊지 않겠습니다.” 위안부 피해자이자 여성운동가였던 고 김복동 할머니에 대한 추모 열기가 한국을 넘어 세계적으로 달아오르고 있다. 위안부 문제뿐 아니라 세계 곳곳의 전쟁 피해자들을 도왔던 뜻을 기억하겠다는 다짐이 이어지고 있다. 일본에선 재일조선인들의 추모가 이어졌다. 김 할머니는 일본 정부의 사과를 줄기차게 요구해 온 피해자였지만, 핍박받는 재일조선인과 지진 등 재해를 당한 일본인들에겐 꾸준히 도움을 줘 왔다. 일본 오사카의 나카오사카 조선초급학교의 김채현 교장은 30일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우리뿐 아니라 일본 내 여러 학교들이 김복동 할머니의 사랑을 받았다”면서 “교직원과 학생들이 별세 소식에 마음 아파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할머니는 장학재단 ‘김복동의 희망’을 만들어 재일조선인 학생들을 도와 왔다. 지난해 9월 태풍 ‘제비’ 탓에 재일조선인 학생들이 다니는 오사카 지역 학교 곳곳이 무너지자 한달음에 달려가기도 했다. 김 교장은 “학생들이 마음을 담아 편지와 사진을 할머님께 보냈었다”고 했다. 할머니의 병세가 갑자기 악화돼 학생들과 직접 만나지는 못했지만 김 교장은 “역사를 배워야 한다”던 할머니의 말씀을 똑똑히 기억한다고 했다. 그는 “아이들이 일본에 살더라도 조선 사람으로서의 정체성을 올바르게 가질 수 있도록 역사를 잘 가르치는 데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재일한국민주여성회 역시 “고귀한 할머니의 삶은 우리 민족의 자랑이며 모범”이라며 추모의 뜻을 전했다.호주 시드니에는 작은 분향소가 차려졌다. 시드니에 일본군 위안부 피해를 알리는 ‘평화의 소녀상’ 설치를 위해 힘쓴 시드니 평화의소녀상 실천추진위원회가 마련한 자리다. 갑작스레 마련됐지만 3시간 만에 30여명의 교민이 할머니를 함께 기억하기 위해 모였다. 방명록엔 “끝까지 싸워 일본의 사과를 받아 내겠다. 늦게 펴서 더 아름다운 꽃, 목련 꽃 김복동 할머님 편히 잠드소서”와 같은 교민들의 추모 글귀가 빼곡히 적혔다. 전은숙 시드니 평화의소녀상 실천추진위원회 사무국장은 “위안부 할머님들이 한 분씩 돌아가실 때마다 마음이 쓰인다”면서 “활동을 많이 하신 김 할머니의 빈자리가 큰 만큼 추모의 자리를 만들어 함께 뜻을 기리고 싶다는 교민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전 사무국장은 “해외 곳곳에 위안부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는 동포들이 많다. 함께 힘을 모아 할머니의 한을 꼭 풀어 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각 지역에서도 분향소가 마련됐다. 워싱턴희망나비는 페어팩스에서 이미 빈소를 운영 중이고 시카고여성의전화에서도 곧 분향소를 마련할 예정이다. 샌프란시스코 사회정의교육재단(ESLF)은 정의기억연대를 통해 “할머니는 희망을 잃지 말고 함께 힘을 모아 희망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행동으로 보여 주시며 국제연대 활동을 해 오셨다”며 추모사를 전달했다. 뉴질랜드에선 위안부 할머니를 위한 사진전 한켠에 작은 분향소가 마련됐다. 이 전시회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가 전 세계적인 전쟁 성폭력과 연관된 문제임을 알리기 위해 현지 교민들이 오클랜드 시청의 후원을 받아 진행하고 있다. 갑작스러운 비보로 마련된 분향소에는 교민들은 물론 현지 외국인들의 방문도 이어졌다. 해당 전시회를 개최한 더좋은세상 뉴질랜드 한인 모임의 곽상열씨는 2017년 한국에서 열린 수요집회에서 할머니를 만난 기억을 떠올렸다. 그는 “사진으로 뵈었을 때보다 야윈 모습에 마음이 아팠다”면서 “활동가들을 안아 주며 고맙다고 하신 말씀이 생생하게 기억난다”고 했다. 교민들은 뉴질랜드에서도 평화의소녀상 건립을 위한 활동을 통해 할머니의 뜻을 이어 나갈 계획이다. 영국 런던에선 2월 초 할머니를 위한 작은 추모 행사를 계획 중이다. ‘위안부 피해자에게 정의를(Justice for Comfort Women) UK’에서 활동 중인 대비 김씨는 “위안부 할머님 부고가 들릴 때마다 일본대사관 앞에서 추모 침묵시위를 해 왔다”면서 “이번에도 같은 방식으로 할머니에게 애도를 표할 방법을 계획 중”이라고 말했다.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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