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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신문 신춘문예-시·시조 당선작] 남해기행/이아영

    손에 묻은 모래알을 훌훌 털어내고 싶어 바다에 나와서면 먼 기억들이 달려오고 가슴은 빈 바람 소리로 동굴 하나 만든다. 지나온 발자국들 돌아보면 또 묻히고 갈매기 흰 울음이 저녁놀에 잠겨들면 달 하나 키우고 싶은 섬이 하나 솟는다. 물때에 부대끼는 서러운 몸짓으로 꿈을 잠재우는 파도와 마주서다 보면 일몰은 또 하나의 탄생 산이 나를 맞는다. ■ 당선 소감-뼈처럼 단단하고 튼튼한 작품을 빚고싶어 무디고 더딘 내 감성의 더듬이를 세워 나는 시조라는 벽을 오르고 있었다. 우리 민족시인 시조를 쓴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면서 말이다. 학창시절 백일장에서 입상하게 되면서부터 내 삶은 시의 더듬이를 곧추세우고 현장에 있었다. 이 시대의 이야기들을 시조에 담아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더 많은 글을 읽고 생각을 다듬어야겠다고 조바심을 내면서도 나는 늘 뒤처져 있다는 생각에 안절부절했다. 몇 해 동안의 신춘문예 낙방 소식은 내게 익숙한 시간들이었다. 그런데 이 어둡고 긴 터널을 뒤로하고 뜻밖의 당선 소식이 찬란한 햇발처럼 먼데서 밀려온 것이다. 이 무거운 짐을 어떻게 지고 나아가야 할까? 나는 지금 촉수를 가다듬고 시조가 걸어온 먼 길을 되짚어 걸어가 본다. 뼈처럼 단단하고 근력 튼튼한 작품을 빚고 싶다. 부족한 작품에 불을 밝혀주신 심사위원 선생님과 서울신문사에 앞으로 창작의 불을 영원히 피워갈 것을 약속드린다. 내게 시를 지도해 주신 최문자 교수님과 시조에 한 발짝 더 다가설 수 있도록 손잡아 주신 권갑하 선생님께 감사를 올린다. 그리고 나를 격려해 주신 ‘시로 여는 이 좋은 세상의 문예대학’ 문우님들과 늘 믿음으로 지켜봐주신 부모님, 그리고 사랑하는 언니에게 이 기쁨을 바치고 싶다. 감사드려야 할 분들이 너무 많다. 언제나처럼 인생의 모티프를 주시는 사부님과 나의 벗 효진, 현진에게도 깊은 사랑과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이아영 약력 1985년 서울 출생,2000년 전국 만해백일장 시, 시조부문 장원, 협성대 문예창작과 3학년 ■ 심사평-세밀한 관찰로 이미지 표출 시조는 우리말이 갖고 있는 가락을 가장 잘 살려낼 수 있는 장르이다. 이번 신춘문예에 응모한 작품들은 신인다운 패기와 참신성을 보여준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예년에 비해 편수도 늘었고 응모작 수준도 높았다. 그러나 어떤 아류에 휩쓸린 경향에 만연되어 있거나 이름을 가리고 보면 똑같은 톤과 연결하는 법이 동일한 경우의 작품들도 만날 수 있었음은 문제로 지적되었다. 당선작 이아영의 ‘남해기행’은 삶의 현실에서 내다보는 희망과 자연과의 호흡, 숨결이 피부에 와 닿는 작품이다. 기행이라고 해서 표면에 나타난 사물 그대로만을 묘사하지 않고 세밀한 관찰을 통해 내면의 이미지로 표출해낸 감성적인 작법이 뛰어났다. 최종심에 오른 이태호의 ‘지리산에 들다’는 작품을 다루는 솜씨가 만만치 않았음에도 표현 형식에서 시조의 형식미를 살려주었으면 하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았다. 의도적으로 3장6구 형식을 분할하더라도 시각적으로 시조의 특징을 살렸더라면 당선권에 들었을 것이다. 김종학의 ‘물밀어오는 뜨락’은 작품을 갈고 닦은 노련함이 엿보이나 진실성과 메시지 전달이 부각되었으면 하는 점, 말의 치장이 필요 이상 과한 점이 아쉬웠다. 연선옥의 ‘그 숲에 들면’은 시적 대상에서 바깥 세계와의 폭넓은 시야나 통로를 마련했더라면 한결 우수한 작품이 되었을 것이다. 숲 안에서만 안주한 점이 당선권에서 멀어지게 했다. 이근배 한분순
  • 2006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당선작

    ■ 시 연금술사의 수업시대 이강산(서울시 동대문구 청량리동) ■ 소설 그들만의 식탁 황시운(경기도 의왕시 오전동) ■ 희곡 문득, 멈춰 서서 이야기 하다 (monologue Quartet) 김정용(경기도 부천시 원미구 소사동) ■ 평론 ’시적 에피파니’를 위하여-이장욱론 이찬(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영통동) ■ 동화 책을 돌려주세요 조영희(서울시 중랑구 망우1동) ■ 시조 남해기행 이아영(서울시 송파구 오금동) ● 심사위원 시 본심 신경림 최동호 예심 나희덕 유성호 소설 본심 김주영 김주연 예심 윤대녕 백지연 평론 황현산 문흥술 희곡 손진책 김방옥 동화 조대현 김서정 시조 이근배 한분순 ●시상식:1월19일(금) 오전11시 본사(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
  • 2007년 본사 신춘문예 실험정신 돋보인 작품 많아

    2007년 본사 신춘문예 실험정신 돋보인 작품 많아

    문학에 꿈을 둔 ‘문청’들에게 12월은 ‘잔인한 달’이다. 하긴 생때 같은 분신을 신춘문예에 보내놓고 오죽 답답하겠는가. 소식조차 전해주지 않는 신문사 담당자가 야속할 만도 하다. 2007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심사가 거의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었다. 21일 현재 시조와 동화, 희곡, 평론은 모든 심사과정을 마쳤고, 시와 소설만 본심을 남겨 두고 있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올해 서울신문 신춘문예는 ‘풍년작’이다. 시 2800여편(응모자 610명), 소설 388편, 동화 146편, 희곡 108편, 시조 111편, 평론 20편 등 3500여편이 들어왔다. 응모자 숫자만으로도 지난해 1125명에서 올해 1383명으로 23%나 늘었다. 로스앤젤레스, 시드니 등에서도 응모작들이 쏟아져 들어왔다. 소설 예심을 맡은 소설가 윤대녕씨는 “주제, 구성, 문체 등 모든 면에서 빼어난 수작들이 많았다.”면서 “끝까지 몰입을 요구하는 작품이 많아 심사시간이 길어졌다.”고 말했다. 문학평론가 백지연씨도 “예년과 달리 올해 응모작 가운데 신예의 패기, 실험정신 등이 확연하게 눈에 띄는 작품이 많다.”면서 “본심에서 어떤 작품이 당선작으로 뽑힐지 기대된다.”고 했다. 시는 전통적인 서정시와 함께 21세기 화두인 미래파를 연상시키는 실험성 높은 시까지 다양한 작품들이 출품됐다. 예심을 맡은 시인 나희덕(조선대 문예창작과 교수)씨는 “일부 본령을 벗어나는 작품도 있었지만 대체로 무난했다.”고 말했다. 문학평론가 유성호(교원대 국어교육과 교수)씨는 “획일화된 시 쓰기가 사라지고 있는 것을 이번 심사에서 확인했다.”고 말했다. 반면 희곡은 침체됐다. 극단 ‘미추’ 대표인 손진책씨는 “인문학 위기 등의 영향으로 희곡의 질적 저하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고 아쉬워했다. 연극평론가 김방옥(동국대 연극영상학부 교수)씨는 “추상적, 단편적인 작품들이 많아 아쉽다.”면서도 “그나마 희곡다운 희곡 몇편을 골라낼 수 있었던 것은 다행”이라고 말했다. 동화를 심사한 동화작가 조대현·김서정씨는 “생활동화, 착한 이야기 등에 빠지지 않는 새로운 시도가 필요하며, 동화다운 상상력을 주는 작품이 더 많이 등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문인협회 시조분과회장인 한분순씨와 이근배 시인은 시조부문 심사 뒤 “시조의 율격과 탱글탱글한 시어 선택이 일품인 작품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고 만족해 했다. 박홍환기자 stinger@seoul.co.kr
  • [’서울신문 102년-서울신문과 한국문학] 서울신문 신춘문예 56년… ‘비옥한 문단’의 밑거름으로

    [’서울신문 102년-서울신문과 한국문학] 서울신문 신춘문예 56년… ‘비옥한 문단’의 밑거름으로

    1950년 첫 당선자를 배출한 서울신문 신춘문예는 지난 56년간 한국 문단의 토양을 기름지게 한 역량있는 작가들의 산실 노릇을 톡톡히 해왔다.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유명 작가의 상당수가 서울신문 신춘문예를 통해 문단에 발을 디뎠다. 첫해 소설 부문 당선자는 김성한(87). 단편 ‘무명로’로 등단한 그는 ‘오분간’‘암야행’‘바비도’등으로 50년대를 대표하는 소설가로 주목받았다. 역사소설에 관심이 많아 ‘소설 이성계’‘고려 태조 왕건’등을 펴냈고, 지난해에도 ‘소설 퇴계 이황’을 출간하는 등 왕성한 집필 활동을 벌이고 있다. 드라마 ‘신돈’‘명성황후’로 유명한 방송 작가 정하연(1968),‘절반의 실패’의 여성 작가 이경자(1973),‘봄날’‘그 곳에 가고 싶다’를 펴낸 임철우(1981)등도 서울신문 신춘문예 출신들이다. 90년대 이후에는 여성 작가들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한 강(94)하성란(96)강영숙(98)편혜영(00)임정연(03)등은 근래 가장 촉망받는 여성 작가 그룹으로 손꼽힌다. 하성란은 동인문학상과 이수문학상을, 한강은 2005년 이상문학상을 수상했다. 한편 소설가 한승원의 딸인 한 강에 이어 이듬해 아들 한동림이 소설 부문에 당선돼 문단의 화제가 되기도 했다. 시 부문에는 이제하(1956)장윤우(1963)문효치(1966)나태주(1971)김명수(1977), 시조 부문에는 이근배(1961)한분순(1970)등이 한국 시단의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 문효치는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이사장을, 한분순은 한국문인협회 시조분과 회장을 맡고 있다. 평론 분야에서도 재능있는 인재들을 대거 배출했다. 변인식(영화·1968)김문환(연극·1969)김방옥(연극·1971)권성우(문학·1987)한기(문학·1988)하응백(문학·1991)유성호(문학·1999)등이 각 분야에서 활발한 평론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밖에 희곡작가 노경식(1965), 동화작가 조대현(1966)등이 원로 문인으로 활약하고 있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겸허하게 詩와 美의 길 가겠다”

    “겸허하게 詩와 美의 길 가겠다”

    서울신문사(사장 노진환)가 주최하는 제14회 ‘공초(空超)문학상’시상식이 14일 오전 11시 서울 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서 열렸다. 행사에는 올해 수상자인 성찬경 시인 부부를 비롯해 이원섭 공초숭모회 고문, 이근배 공초숭모회장, 김종길 대한민국예술원 부회장, 신세훈 한국문인협회 이사장, 김종해 전 한국시인협회장, 박희진 시인 등 문단 관계자들과 성 시인의 친지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시상식은 노진환 서울신문사장의 인사말에 이어 공초 오상순 시인의 시 ‘방랑의 마음’과 수상작인 성찬경 시인의 ‘마음과 얼굴’낭송, 김종길·이원섭 시인의 축사, 성 시인의 수상 소감 순으로 진행됐다. 노진환 사장은 “공초문학상은 순수하게 공초 선생을 아끼고 존경하던 구상 시인 등 예술인들이 자발적으로 제정한 상이라는 점에서 가장 권위있는 시문학상으로 인정받고 있다.”면서 “올해 수상자로 선정되신 성찬경 시인께 진심으로 축하를 드린다.”고 말했다. 성찬경 시인은 수상 소감에서 “90년대초 구상 선생께서 공초문학상 제정을 위해 애쓰시던 기억이 뚜렷하게 남아 있다. 공초 선생과 구상 선생의 시혼에 힘입어 앞으로 겸허한 자세로 시와 미의 길을 가겠다.”고 밝혔다. 시상식이 끝난 뒤 참석자들은 서울 수유리에 있는 공초 선생 묘소를 참배했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사고] 공초문학상 성찬경시인

    [사고] 공초문학상 성찬경시인

    서울신문사가 주관하는 제14회 공초문학상 수상자로 성찬경(76·대한민국예술원회원)시인이 선정됐다. 수상작은 시집 ‘거리가 우주를 장난감으로 만든다’(한국문연)에 실린 ‘마음과 얼굴’.‘허무의 혼’으로 ‘무소유의 삶’을 살다 간 공초(空超) 오상순 시인을 기리기 위해 1992년 제정된 공초문학상은 등단 20년 이상의 중견 시인을 대상으로 최근 1년간 발표한 신작시 중에서 수상작을 뽑는다. 올해 심사는 시인 이근배(공초숭모회 회장), 문학평론가 임헌영(중앙대 교수), 시인 천양희(13회 수상자)씨가 맡았다. 수상자에게는 상금 500만원과 상패가 수여된다. 시상식은 14일 오전 11시 서울 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서 열린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서울신문 제정 제14회 공초문학상 수상 성찬경 시인

    서울신문 제정 제14회 공초문학상 수상 성찬경 시인

    서울 은평구 응암동 성찬경(76·예술원 회원) 시인의 집에는 수많은 ‘고아들’이 산다. 생김새는 저마다 제각각이다. 낡은 헬멧, 녹슨 타자기, 고장난 라디오, 세탁기, 깨진 유리조각들…. 몽땅 길에서 주워 온 것들이다. 남들 눈에는 쓸모없는 고물이지만 시인에게는 마치 부모로부터 버림받은 자식처럼 측은한 ‘고아들’이다. 마당 입구에 걸린 ‘응암동 물질 고아원’이라는 간판이 시인의 마음을 헤아리게 한다. ●40평 마당 가득 채운 ‘물질 고아들´ “사람에게 인권(人權)이 있듯 물질에도 물권(物權)이 있습니다.‘물질 고아원’은 물질 학대에 대한 비판과 저항의 표시이지요.” 40평 남짓한 마당을 가득 채운 ‘물질 고아들’을 바라보는 시인의 눈빛이 빛났다.“꼭 보여줄 게 있다.”며 인터뷰 장소를 집으로 정한 이유를 그제서야 알 것 같았다. “구상 시인을 문학 스승으로 여긴다.”는 성 시인에게 이번 공초문학상 수상의 의미는 남다르다.“구상 시인이 가장 흠모하는 분이 공초 선생이셨는데 그 분의 뜻을 기리는 상을 받다니 과분한 영광”이라며 기뻐했다.1956년 조지훈 시인의 추천으로 ‘문학예술’을 통해 등단한 성 시인은 “당시 명동 청동다방에서 하루종일 담배를 물고 선후배 동료 시인들에게 둘러싸여 담소를 나누는 공초 선생을 먼발치서 바라보곤 했다.”고 회상했다. “흔히 ‘마음을 비운다’고 표현하는 데 공초 선생만큼 완벽하게 무욕, 무소유의 정신으로 살다 간 시인은 없습니다. 그때는 젊어서 잘 몰랐는데 요즘에 와서야 그 분의 크기와 깊이를 이해할 수 있겠더군요.” 시인은 공초의 시 가운데 ‘방랑의 마음’ 첫 구절인 “흐름위에/보금자리 친/오, 흐름위에/보금자리 친/나의 혼”을 “우리 시문학 100년사에 가장 빛나는 절창”으로 꼽았다. ●과학자 꿈꾸다 문학에 눈떠 진로 수정 시인은 올해로 등단 50년을 맞았다.‘마음과 얼굴’이 수록된 시집 ‘거리가 우주를 장난감으로 만든다’(한국문연)는 시력 반세기를 기념해 지난 3월에 출간한 신작 시집이다. 아인슈타인 같은 과학자를 꿈꿨던 시인은 고교 시절 외사촌인 서기원(소설가), 박희진(시인)과 어울리며 문학에 눈을 떠 문과로 진로를 바꿨다. 그리고 서울대 영문과 재학중이던 스물일곱살 때 시단에 이름을 올렸다. 등단 초기부터 시인은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택했다.‘밀핵시(密核詩)’라는 실험적인 시 이론에 몰입했다.“밀핵시는 시가 담을 수 있는 의미의 밀도를 극대화한 것입니다. 금, 다이아몬드, 라듐 등 부피는 작지만 중량은 큰 광물처럼 최소한의 단어에 최대한의 의미를 담으려는 것입니다.” 말의 낭비를 줄이고, 군더더기를 덜어내는 시도는 의미의 핵심 부분만을 간명하게 남기는 ‘요소시’로 이어졌고, 마침내 오직 한 글자로만 이뤄진 ‘일자시’의 경지에까지 이르렀다. 지난해 출간한 일곱번째 시집 ‘논 위를 달리는 두 대의 그림자 버스’(문학세계사)에 수록된 ‘똥’이나 ‘흙’은 단어 자체가 그대로 하나의 독립된 작품이다. 이같은 독특한 시적 경향은 그를 시단의 주류에서 한 발짝 멀어지게 했다. 시인은 이에 대해 “우리 시단의 시가 주로 여성적이고, 식물성인 데 비해 내 시는 남성적이고 광물성”이라며 “시단에 순순히 받아들여지기 어려운 요소들이 섞여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50년 시를 써왔지만 그에게 시란 여전히 ‘목숨의 피와 땀을, 그리고 심로(心勞)의 제물을 먹으며 자라는 그런 것’이다.“고뇌를 밥으로 바꾸는 것이 나의 직업이다./평생 이 직업에 매달려 왔는데도/나는 아직도 이 직업이 돌아가는 얼개를 잘 모른다.”는 시인은 “고뇌의 뿌리에/해학을 꽃피게 하는 것이 이 직업 최고의 기술이지만/그 유현한 핵심적 골자를 터득하려면 멀었다.”(‘고뇌와 밥’중)고 고백한다. “인생과 마찬가지로 시를 쓰는 일 역시 공짜가 없고, 속임수도 통하지 않습니다. 좋은 시는 무게와 깊이가 있으면서도 읽을 때는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흘러야 합니다. 현상에 혹하지 않고 차분하게 사물을 들여다보는 태도가 요즘 젊은 시인들에겐 부족하지 않나 싶습니다.” ●시낭독회 313회… 독자와 소통 넓혀 창작뿐만 아니라 독자와의 소통을 넓히는 일에도 열심이다.1979년 구상(2004년 작고), 박희진과 함께 창설한 시 낭독행사 ‘공간시낭독회’가 이번 달로 313회를 맞는다. 시낭독을 예술의 차원으로 끌어올리려는 취지의 문학 퍼포먼스 ‘말예술’ 공연도 1996년부터 꾸준히 열고 있다. 시인 일가는 예술가족으로도 유명하다.4남1녀 중 장남 기완씨는 시인, 차남 기선씨는 지휘자, 셋째인 딸 기영씨는 시나리오 작가다. 아내 이명환(68)씨도 얼마 전 수필집 ‘지상의 나그네’를 냈다. 아들의 시에 대해 묻자 아버지는 “우리 세대와는 다른 디지털 감성에 깜짝 놀란다. 나는 쓸 수도 없고, 쓰지도 않을 시”라며 웃었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심사평 올해로 시력(詩歷) 반세기를 맞는 성찬경 시인은 전통적인 서정시나 역사적 현장성의 사회의식의 시가 주류를 이뤄온 한국 시단에서는 자타가 공인하는 시학의 이단아인데, 따지고 보면 공초 선생 또한 근현대 시단의 한 이단아였다. 이단이어서 좋다는 뜻이 아니라 두 시인이 추구해온 역정은 다른데도 도달점에 가까워지면서 이렇게 닮을 수가 없다는 점이 새삼 소중하게 평가받은 것이다. 가히 한국 현대시단에서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특이한 ‘시학적 개성’이 돋보인다는 뜻이다. 공초 선생이 불교를 중심한 동양사상의 주관적 인식론에서 출발했다면, 성 시인은 가톨릭적 가치관으로 자연과학적인 존재론에서 시적 형상화 작업을 시작했다. 전자가 인과응보에 의한 존재의 총체적인 인식론에 자리했다면, 후자는 약간은 난삽한 과학과 문학이 혼음한 듯한 존재의 분석론에 치중해 왔다. 공초의 시가 서정적 감성만으로는 근접하기 어려운 불교와 동양사상의 합성 위에 펼쳐지는 오묘한 사유의 언어라면, 성 시인의 시세계는 모더니즘 이론만으로는 근접이 어려운 요인을 간직한 ‘광물성’적인 미의식의 결정체로 구축돼 있었다. 그런데 성 시인은 최근 시집에서 세상과 일정한 거리를 둔 탁류 속의 은둔자였던 공초의 시세계로 성큼 다가서고 있다. 그는 가톨릭과 불교는 물론이고 과학과 문학, 식물학과 광물학까지도 핵 융합시켜 모든 존재의 진실을 인식하는 방법론을 터득한 것 같다. 시 ‘마음과 얼굴’은 바로 이런 성찬경 문학의 한 꼭짓점을 이루고 있다.“보아서 좋은 것은 본질도 곱다./ 착한 모습은 착한 마음의 거울”이라고 외모만 보고도 속내의 가치를 판단하는 비의를 전수하는 이 시는 가히 화엄의 세계에 이른 시인의 원숙함이 스며 있다. 설사 “판독을 잘못하여 더러 속긴 하지만/풀밭에 둥실 뜨는 달빛처럼/모습을 칠하는 본질”이라는 구절에서 존재와 본질이 나누어질 수 없는 하나임을 깨닫는 선시의 경지에 이르게 된다. 이런 단계에 이르기까지 이 시인은 우주율(宇宙律), 밀핵시(密核詩), 요소시(要素詩), 반투명 이론이라는 숱한 관문을 거쳤다. 그 미학적 고행이 시인으로 하여금 적당한 거리를 유지함으로써 우주를 장난감으로 만들 수 있다는(시집 ‘거리가 우주를 장난감으로 만든다’를 연상하시라) 터득을 가져온 셈이다. 실로 반세기 만의 득도로 이룩된 이 시집은 어느 유파에도 속하지 않으면서도 모든 세대에게 두루 읽힐 수 있는 명상시의 오롯함을 간직하고 있다. 즐거운 상상 여행길 같다. 문단 선배에게 드리는 공초문학상의 의의가 여기에 있다. 심사위원 이근배·임헌영·천양희 ■ 성찬경 시인은 ▲1930년 충남 예산 출생 ▲1956년 ‘문학예술’에 조지훈 추천 시 ‘미열’‘궁’‘프리즘’으로 등단 ▲1964년 서울대 대학원 영문과 졸업 ▲1979년 구상·박희진 등과 함께 ‘공간시낭독회’ 창설 ▲1995년 성균관대 영문과 교수 정년퇴임, 월탄문학상 수상 ▲1996년 한국시인협회 회장, 서울시문화상 수상 ▲2000년 보관문화훈장 수상 ▲2001년 대한민국예술원 회원 ■ 작품집 시집 ‘화형둔주곡’(1966) ‘그리움의 끝을 찾아서’(1989) ‘묵극’(1995) ‘논 위를 달리는 두 대의 그림자 버스’(2005) ‘거리가 우주를 장난감으로 만든다’(2006)등
  • 중견 이근배씨 ‘종소리는’ 출간

    중견 시인 이근배(66)가 그동안 써온 각종 기념시만을 모은 시집 ‘종소리는 끝없이 새벽을 깨운다’(동학사)를 냈다. 한 시인이 역사적 사건이나 특별한 날을 기리는 기념시로만 시집을 펴낸 것은 매우 드문 일. 그만큼 기념시를 쓸 기회가 많았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시인은 1961년 서울신문, 경향신문, 조선일보 신춘문예 시조 부문 3관왕을 비롯해 여러 문학상을 휩쓸며 ‘글쓰기의 달인’이라는 별명이 붙은 덕에 등단 초기부터 각종 기념시 청탁이 끊이지 않았다. 지금까지 쓴 축시, 조사, 행사시는 무려 200여편에 달한다. 시집은 이가운데 37편을 가려뽑은 것이다. 지난해 8월 금강산에서 열린 ‘세계평화시인대회’에서 “산도 길이고 물도 길인데/산과 산 물과 물이 서로 돌아누워/내 나라의 금강산을 가는데/반세기 넘게 기다리던 사람들”(‘금강산은 길을 묻지 않는다’중)이라고 노래한 것처럼 백두산부터 한라산까지 백두대간에 아로새겨진 현대사의 굴곡을 형상화한 서사시들이 많다. 여기에 광복 50주년, 서울 올림픽, 서울 월드컵을 축하하는 기념시와 정지용 박목월 서정주 등 작고한 시인들을 기리는 조사 등이 함께 실렸다. “메시지가 너무 강하면 시가 죽고, 시를 강조하면 메시지가 약해지기 때문에 기념시를 쓰기가 쉽지 않다.”는 시인은 “일회성 행사시가 아니라 시대적 언어와 메시지를 담아내려고 노력했다. 그런 점에서 의미있는 담론 시집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인은 한국문인협회 부이사장, 한국시인협회 회장 등을 지냈고, 현재 지용회 회장, 현대시조 100년기념사업회 회장 등을 맡고 있다.8000원.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정지용문학상에 강은교 시인

    ‘향수’의 시인 정지용(1902∼?)의 문학정신을 기려 지용회(회장 이근배)가 제정해 시행하는 정지용문학상의 올해 제18회 수상자로 시인 강은교(61) 동아대 국문학과 교수가 15일 선정됐다. 수상작은 시집 ‘초록거미의 사랑’에 수록된 시 ‘너를 사랑한다’. 시상식은 지용문학축제 기간인 새달 13일 오후 2시30분 충북 옥천 관성회관에서 열린다.
  • “문학의 씨앗 열심히 싹 틔우세요”

    “문학의 씨앗 열심히 싹 틔우세요”

    2006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상식이 18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서 당선자와 심사위원, 문인, 축하객 등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시상식에서는 최호일(시)·김이설(소설)·김미정(희곡)·조연정(평론)·한분옥(시조)·최지운(동화)씨 등 당선자 6명이 채수삼 서울신문 사장으로부터 상장과 상금을 받았다. 채수삼 사장은 인사말에서 “역량 있는 신인들이 응모한 신춘문예에서 당당히 당선의 영예를 차지한 분들에게 아낌없는 축하를 드린다.”면서 “문학이라는 문화산업의 최전선에 여러분들이 서 있다. 부단하게 정진해 큰 성취를 이뤄 달라.”고 당선자들을 격려했다. 평론 심사를 맡았던 김윤식 명지대 석좌교수는 심사위원을 대표해 “문학은 시멘트 바닥에 떨어진 민들레 씨앗 같은 것이다. 문학을 과대평가하지도, 과소평가하지도 말고 열심히 씨앗을 싹틔우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시상식에는 신세훈 한국문인협회 이사장, 문효치 국제펜클럽한국본부 이사장, 서울신문 신춘문예 출신 문인 모임인 ‘서울문우회’ 장윤우 회장 등이 참석했다. 또 심사를 맡았던 시인 정현종, 김명인 고려대 교수, 소설가 송기원·한강, 문학평론가 정과리, 시인 이근배, 시조시인 한분순, 동화작가 조대현, 연극연출가 김철리씨 등이 참석해 당선자들을 축하했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튀는 작품보다 정통작법에 점수

    튀는 작품보다 정통작법에 점수

    올해도 어김없이 각 일간지의 신춘문예를 통과한 새내기 작가들이 새해 첫 지면을 장식했다. 문학의 안녕을 염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와중에서도 시어 하나에 날밤을 새우고, 문장 한 줄에 목을 매는 문학 지망생들이 늘었다는 사실을 반기는 이들은 비단 문학인들만이 아닐 터. 그러나 양적인 증가가 질적인 수준까지 끌어올리지 못했다는 아쉬움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소설을 중심으로 서울신문을 포함한 중앙 일간지 7곳의 올해 신춘문예 경향과 이색 당선자를 살펴본다. ●양은 증가, 질은 글쎄 신문사마다 응모작 편수는 전년에 비해 소폭 늘거나 비슷했다. 하지만 응모작들의 전반적인 수준에는 고개를 갸웃하는 심사위원들이 적지 않았다.‘들려주는 이야기가 시원찮고 주제에 대한 성찰이 깊지 못하며 설명이 묘사를 앞도’(동아일보 심사평)하는 걸 우려했고,‘어디서부터 소설 장르의 자유분방함이 소설적 방만함으로 변질되었을까’(조선일보 심사평)에 의구심을 표했다. 또 사회의 어두운 면을 다룬 응모작들이 많은 것과 관련,‘제재를 거의 엇비슷하게 극빈 혹은 비정상적인 삶에서 취해온 것은 오늘의 사회와 문화를 반영하는 것인지 아니면 소설적 영감의 고갈을 가리키는 것인지 가늠하기가 아리송하다.’(서울신문 심사평)고 꼬집었다. 문학 출판사 관계자들이 보는 당선작들의 경향도 크게 다르지 않다. 문학과지성사 김수영 주간은 “소재 측면에서 신춘문예의 일반적 타성 혹은 관성을 벗어나지 못한 작품들이 많은 것 같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백화점(한국일보 ‘카리스마스탭’), 마사지숍(경향신문 ‘베드’), 집단 노숙(서울신문 ‘열세 살’) 등 새로운 소설적 공간의 출현은 진취적인 현상”이라고 평했다. 창비의 김정혜 팀장은 “자신의 문체를 위해 고심한 흔적보다 훈련으로 능숙해진 문장들이 두드러진다. 최근 문예지 수록자들이 소재, 문체, 분위기면에서 다양한 데 비하면 신춘문예 당선작들은 매우 고전적인 느낌”이라고 말했다. 문학동네 염현숙 편집장은 “참신하고 기발한 발상보다는 꼼꼼한 취재와 다양한 삶의 체험이 녹아든 작품들이 대부분”이라면서 “그동안 젊은 작가들의 전복적인 상상력이나 자유분방함에 주목해 오던 문단의 분위기를 생각하면 심사위원들이 오히려 전통적인 소설 작법에 점수를 준 것 같은 인상을 받았다.”고 분석했다. ●늦깎이 작가의 힘 올 신춘문예 최고령자는 조선일보 소설 당선자인 박찬순(60)씨.TV외화 전문번역가로 활동 중인 그는 코리안 드림을 꿈꾸는 조선족 옌볜 청년의 좌절을 그린 ‘가리봉 양꼬치’로 5전6기 끝에 소설가의 꿈을 이뤘다.50대로는 본지 시조 부문에 당선된 한분옥(55)씨가 있다. 40대 당선자들의 약진도 두드러진다. 본지 시 당선자 최호일(48)씨를 비롯해 동아일보 시조 당선자 김종훈(46)씨, 문화일보 소설 당선자 이민우(45)씨, 경향신문 시 당선자 양해기(41)씨 등 상당수가 40대다. 올해 신춘문예 최연소 당선자는 세계일보 소설 당선자 이준희(25)씨다. ●다관왕 속출 신춘문예 3관왕이 나왔다. 한국일보 소설 당선자인 김애현씨가 올해 강원일보와 전북일보에도 동시 당선됐다. 지금까지 3관왕에 올랐던 이는 시인 이근배씨가 유일하다.1961년 경향신문, 서울신문, 한국일보 등 3곳에서 시 부문 3관왕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강유정씨가 조선일보와 경향신문 문학평론에 당선되고, 동아일보 영화평론에 가작으로 입선해 화제가 됐다. 올해 본지 소설 당선자인 김이설(31)씨와 세계일보 시 당선자인 이윤설(36)씨는 각각 대전일보와 조선일보에도 당선돼 2관왕을 차지했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시조 당선작] 국립중앙박물관/한분옥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시조 당선작] 국립중앙박물관/한분옥

    국립중앙박물관/한분옥 투명한 유리 집에 한 여인이 살고 있다 천년이 흘러간 뒤 다시 천년 반석에 놓여 꽃 같은 싱싱한 웃음,늘 그 자리에 바치고 세속 모든 언어들이 여기와 갈앉는다 풍경도 울지 않는 채,감도는 작은 고요 해묵은 청동의 녹이 봄빛 파랗게 물들이고 가까이 다가서면 이웃집 아낙도 같은 어쩌면 옷깃 한번 스치고 간,머언 인연 같은 아니야,나를 어루신 우리 어머니 손길 같은 실선 따라 흘러내린 빛나는 고운 눈썹 떨쳐낸 유혹하며 숨겨진 예감하며 살 에는 바람 소리도 춥지 만은 않구나 ■ 당선 소감 “시조는 내 숙명의 사막…비단길 열릴때까지 계속 걸을 것” 태화강 푸른 대숲 위로 달이 뜹니다. 천년 신라, 처용의 달입니다. 덩그렁 한 아름 달이 집 뜰에 내려와 춤사위가 시작됩니다. 상처 입은 을유년 액운 다 물러가고 오로지 풋풋하고 싱싱한 기운만이 깃들어 병술년 새아침이 밝아 오는 천신무(天神舞)를 추어댑니다. 진양조로 시작된 천신무는 어느덧 현란한 자진모리로 치닿습니다. 이렇듯 이 땅에 머무는 모든 이에게 새해는 정말 저마다의 희망과 꿈이 활짝활짝 피어나길 손을 모읍니다. 시조는 나에게 있어 두려움의 대상이자 꼭 걸어가야만 했던 사막임에 분명합니다. 이 막막한 사막이 비단길로 열릴 때까지 앞서간 분들의 정신세계를 흩트려 놓거나 가볍게 여기지 않겠습니다. 고독과 사색의 늪에 깊이 빠지는 것만이 우리가락 전통 시문학의 맥을 이어갈 수 있으리란 확신을 가져 봅니다. 늦은 시작의 선상에 서서 출발의 신호가 내려지기까지는 많이도 초조하긴 했지만, 결코 부끄러운 일이 아님을 말하고 싶습니다. 부족함 앞에 큰 선물인 용기를 심어 주신 선생님, 좋은 인연 맺어주신 서울신문사에 고통 뒤에 다가선 세상이 이리도 아름다울 수가 없었다는 말로 인사를 대신합니다. ■ 한분옥 약력 ▲1951년 경남 김해 출생 ▲부산교대 및 동 대학원 졸, 울산대 행정학과 박사과정 수료 ▲예술계 신인상 수필 당선 ▲제7회 가람 이병기 추모 시조공모전 장원 ▲울산중앙초등학교 교사 ■ 심사평 “손길 닿는듯 감각적 시어 돋보여” 응모된 작품들은 예년에 비해 높은 수준을 보였다. 해가 거듭될수록 시조에 대한 관심과 열의가 그만큼 깊다는 점에서 매우 바람직한 일이라 생각한다. 이번 작품들은 다양한 소재를 시조의 형식으로 형상화하는 역량들이 크게 눈에 띄었다. 시조가 갖는 형식에 어긋나지 않으면서도 새로운 감각과 리듬으로 참신한 내용을 담아내어 현대적 기능으로서의 기법을 구사해 낸 점이 돋보였다. 당선작 한분옥의 ‘국립중앙박물관’은 우리 문화의 중추적 사물을 대상으로 설득력 있게 파고 들어 작품의 완성도를 높였다. 진술한 전개가 아니라 손길에 닿는 감각적 표현으로 시선을 끈 수작이다. 이밖에 최종심에 오른 작품은 김종학의 ‘늦가을, 남천강에서’, 조성문의 ‘다도해 무화과’, 한마루의 ‘자음과 모음(문자 메시지)’, 정행년의 ‘월포리 단상’ 등으로 이들 네 사람의 작품은 모두 시조의 기본 형식에 충실하면서도 각자 나름대로 개성있고 고른 수준을 보여준 작품들이다. 김종학의 ‘늦가을, 남천강에서’는 언어의 조탁이 상당한 수준에 이른 작품으로 당선작과 마지막까지 겨뤘으나 아깝게 밀려났다. 조성문의 ‘다도해 무화과’는 안정감을 주는 대신 평이한 표현으로 참신성이 결여돼 보였다. 한마루의 ‘자음과 모음(문자 메시지)’은 현대적 소재를 무리없이 전개한 작품이다. 다만, 생경한 시어로 작품을 가볍게 만든 점이 아쉬웠다. 정행년의 ‘월포리 단상’은 동일한 작품을 타사에도 응모한 것이 문제로 지적되었다. 이근배 한분순
  • 초정 김상옥시인 1주기 추모집

    지난해 10월31일 타계한 초정 김상옥(1920∼2004)시인의 1주기를 기리는 추모문집이 잇따라 출간됐다. 문화예술계 인사 36인의 회고담을 묶은 수필집 ‘그 뜨겁고 아픈 경치’(고요아침)와 미간행 유고를 비롯해 시인의 작품세계를 총망라한 ‘김상옥 시전집’(창비)이 나란히 나왔다. 교과서에 실린 ‘봉선화’‘백자부’ 등의 시조로 유명한 시인은 일제 시대 보통학교 졸업이 학력의 전부지만 시와 글씨, 그림에 모두 능해 문단에서 ‘시서화 삼절(三絶)’로 불렸다.1939년 ‘문장’과 ‘동아일보’로 등단했고,1947년 첫 시조집 ‘초적’을 내놓은 이래 60여년 동안 고결한 정신세계를 선명한 이미지로 드러낸 시편들을 선보였다. 수필집 ‘그 뜨겁고 아픈 경치’에는 세번씩 옥고를 치르며 일제에 맞섰던 민족주의자이자 20여년간 교편을 잡으며 어린 학생들에게 문학과 인생을 가르친 자상한 스승으로서의 면모 등 고인의 생애와 예술관이 지인들의 생생한 증언으로 실려 있다. 소설가 박완서 이제하 서영은, 시인 김후란 이근배 허영자, 시사만화가 백인수, 전 서울시장 이해원, 원로 전각가 정문경, 장녀 김훈정씨 등 각계각층의 인사들이 참여했다. 문학평론가 이어령씨는 “선생의 글은 여름 소낙비가 지나고 난 뒤의 흙냄새 같다. 그것이 그림이 되면 골짜기의 난향으로 변하고, 붓글씨가 되면 은은한 연적의 묵향으로 바뀐다.”고 고인의 예술세계를 기렸다.1만 2000원. 시단의 원로, 민영 시인이 엮은 ‘김상옥 시선집’은 첫 시조집 ‘초척’에서 노년의 시집 ‘느티나무의 말’(1998)에 이르기까지 고인이 생전 발표한 시조집, 동시집, 시집 전부와 미간행 유고를 실었다. 문학평론가인 서울여대 이승원 교수의 해설, 작품 연보, 사진 등이 함께 실려 있다.2만 5000원.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본사주최 ‘공초문학상’ 시상식

    본사주최 ‘공초문학상’ 시상식

    서울신문사가 주최하는 제13회 ‘공초(空超)문학상’시상식이 3일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서 열렸다. 시상식에는 수상자인 천양희(63·수상작 ‘마음의 달’)시인과 채수삼 서울신문사장을 비롯해 이원섭 공초숭모회 고문, 이근배 공초숭모회장, 현기영 한국문화예술진흥원 원장, 성창경 예술원회원, 염무웅 민족문학작가회의 이사장, 이시영 민족문학작가회의 부회장, 이수화 국제펜클럽한국본부 부회장, 이은방 한국시조시인협회장, 노향림·장석주·김명인·김사인·문태준 시인 등 공초숭모회 회원과 천양희 시인의 지인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채수삼 사장은 “구도시인 공초 오상순선생의 업적과 행적을 기리는 공초문학상을 천양희 시인이 받게 돼 뜻깊다.”면서 “공초문학상은 유족이나 제자 혹은 특정출판사가 주체가 된 상이 아니라 순수하게 공초선생을 아끼고 존경하던 구상, 박두진, 서정주, 김기창 등 다양한 분야의 예술인들이 자발적으로 제정한 것이라는 점에서 가장 권위있는 시문학상”이라고 말했다. 천양희 시인은 “지난 40년간 잘 살기 위해서 시에 매달렸다. 시만이 나를 살아가게 하는 유일한 힘이다.”면서 “욕망이 있으면 좋은 시를 쓸 수 없다는 공초 선생의 무욕, 무소유의 정신을 이어받아 시작(詩作)에 정진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시상식이 끝난 뒤 참석자들은 서울 수유리에 있는 공초선생 묘소를 참배했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공초문학상] 수상 천양희 시인

    [공초문학상] 수상 천양희 시인

    며칠 지독하게 감기를 앓았다는 시인의 얼굴은 청정하게 맑았다. 새 시집 출간을 축하하기 위해 문단 후배들이 마련한 조촐한 모임에 나선 길. 서둘러 심신을 추스린 시인의 입가에는 잔잔한 미소가 어렸다. 천양희(63)시인. 온몸으로 삶의 통증을 앓아본 자만이 얻을 수 있는 깊은 통찰로 섬세하게 빚은 그의 시들이 저절로 그 미소에 포개졌다. “공초 선생님을 직접 뵌 적은 없습니다. 그분의 작품세계를 접할 기회도 의외로 많지 않았지요. 요즘 서점에서 공초 선생님의 시집을 보기 어려운데 명성에 비해 작품이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지지 않은 듯해 안타깝습니다.” 때문에 공초문학상 수상 소식이 뜻밖이었다는 시인. 하지만 무욕·무소유의 시심으로 평생을 살다간 공초의 정신은 절제와 결핍을 시인의 운명으로 여기는 천양희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 ●“시를 쓰지 못하던 시절이 가장 불행” 수상작 ‘마음의 달’은 이달 초 세상에 나온 여섯번째 시집 ‘너무 많은 입’(창비)에 수록된 작품이다.“달을 좋아합니다. 밤에만 뜨는 달은 어둠과 고통, 가난을 대변하지요. 초승에서 보름, 그믐으로 이어지는 달의 순환은 우리 인생과 비슷합니다. 달이 한번 꺾이듯 우리 인생이 꺾일 때 마음에 둥근 달을 품고 있으면 힘든 일도 견뎌내수 있을 것이란 생각을 했습니다.” 이화여대 국문과 재학 중이던 1965년 박두진 시인의 추천으로 ‘현대문학’에 등단한 지 40년. 하지만 개인적인 아픔으로 오랫동안 작품활동을 하지 못하다 1983년에서야 ‘신이 우리에게 묻는다면’으로 시작(詩作)을 재개했다. 등단 18년 만에 첫 시집을 내던 당시를 떠올리며 시인은 “시를 쓰지 못하던 시절이 가장 불행했다. 시가 고통에 함몰된 나를 구원했다.”고 말했다. 시를 못 쓰던 회한의 세월이 응어리져서일까. 그는 시만 써서 생활하는 전업시인의 길을 고집하고 있다.“시인은 치열해야 합니다. 적당히 글써서 시인입네 할 수는 없는 일이지요. 늘 자신을 비탈에 세워야 합니다.” 컴퓨터가 일상화된 요즘, 아직도 원고지에 시를 쓴다는 그는 때때로 원고지 사각모서리가 벼랑처럼 느껴진다고 했다. 거기에서 떨어지지 않으려는 안간힘이 시인으로 하여금 멈추지 않고 시를 쓰게 하는 추동력이라는 것이다. 그는 “‘시가 곧 생활’이라고 한 예이츠와 ‘시는 숨을 쉬는 것과 같다’고 말한 네루다처럼 항상 시하고 살아야 한다.”고 말했다. ●“자연속으로 돌아가 시상 얻어” 그의 시는 자연에서 나온다. 이번 시집의 표제작 ‘너무 많은 입’도 청계산을 오르내리며 썼다.“다릅나무의 촘촘한 잎들이 바람에 마구 떨리는 모습이 마치 저마다 앞다퉈 얘기하는 사람들 입처럼 보였어요. 말이 많으면 참말은 줄고 헛말이 많아지지요.” 시인은 고요가 없는 시대, 저마다 잘난 척 말 많은 세태를 빗대 ‘재잘나무 잎들이 촘촘하다 나무 사이로 새들이/재잘댄다 잎들이 많고 입들이 너무 많다’고 한탄한다. 그리고 ‘쉰살이 되어도 나의 입은/문득 사라지지 않고/목쉰 나팔이 되어버렸다/어쩌면 좋담?’이라고 자책한다. “모든 자연은 스승이에요. 산을 오를 때와 내려올 때 그 풍경은 다릅니다. 그처럼 언제나 새로운 모습이 시인의 모습이어야 합니다. 또 나무의 영원한 초록빛처럼 시인의 정신도 늘 살아있어야 합니다.” 마음이 지칠 때 그는 훌쩍 여행을 떠난다. 밭갈이를 하듯 ‘정신갈이’를 하는 것이라고나 할까. 바다로, 산으로 정처없이 떠돌다 서울로 돌아오면 온몸에 박인 산새소리, 파도소리가 몇달을 새 기운으로 살게 한다고 했다. 시인 스스로 대표작으로 꼽는 ‘직소포에 들다’와 ‘마음의 수수밭’도 그렇게 여행길에서 추스린 시들이다. ●“읽을때 정신이 번쩍 들면 좋은 시” 커다란 가방에 늘 책과 메모지를 넣어다닌다는 그에게 창작 원칙을 물었다.“시인은 타고난 재능이 7할이고, 노력이 3할이에요. 하지만 3할의 노력이 없으면 결코 좋은 시를 쓸 수 없지요. 많이 읽고, 많이 쓰고, 많은 파지를 내야 합니다.” ‘낮에 산문은 써지지만 시는 도통 안 써진다.’는 그는 주로 밤늦은 시각 글을 쓴다. 새벽 2시에 잠자리에 들어 6시에 기상한다는 시인. 남보다 덜 자고, 덜 쓰고, 덜 말하는 절제와 결핍은 그의 생활원칙이자 창작의 토대다. 그는 “마음에 절 한채 짓는 수행자의 용맹정진을 닮아야 한다.”고 말했다. 좋은 시란 어떤 건지 물었다.“읽을 때 정신이 번쩍 들게 하는 시, 속이 꽉 찬 시, 여운이 여백을 메우는 시, 울림이 있는 시가 좋은 시이지요. 시는 읽고, 느끼고, 그 다음에 이해해야 합니다. 그런데 중고교에서 입시용으로 달달 외우게 하고, 분석부터 하려드니 어떻게 시와 친해질 수 있겠어요.” 그의 목소리에 안타까움이 잔뜩 묻어났다. ‘돈도, 밥도 안되는’시를 붙잡고 놓지 않는 후배들을 그는 참 예뻐한다. 신인 작가들의 시집도 잘썼든 못썼든 빼놓지 않고 읽는다.“어떻게 해야 시를 잘 쓰냐고 많은 사람들이 묻습니다. 그러면 ‘시를 쓰지 않으면 살아 있는 이유를 찾을 수 없을 때 시를 써라’는 릴케의 말을 들려줍니다.” “좋은 시와 만날 때 가장 행복하다”는 시인은 “시가 안써지면 밤잠을 못자도록 괴롭지만 내 마음이 살아 있는 한 시는 죽지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천양희 시인은 ▲42년 부산 출생 ▲65년 박두진 추천 시 ‘정원(庭園) 한때’로 ‘현대문학’등단 ▲66년 이화여대 국문과 졸업 ▲83년 ‘신이 우리에게 묻는다면’으로 작품활동 재개 ▲96년 소월시문학상 수상 ▲98년 현대문학상 수상 ▲작품집 -시집 ‘신이 우리에게 묻는다면’‘사람 그리운 도시’‘하루치의 희망’‘마음의 수수밭’‘오래된 골목’‘너무 많은 입’ -산문집 ‘직소포에 들다’ ■수상작 심사평 1965년에 등단한 천양희 시인은 1969년부터 1982년까지 아픈 침묵 뒤 1983년 작품 활동을 재개, 쌓인 분노를 하소연처럼 토해냈으나,1990년대를 전후하여 그 고뇌를 도리어 새로운 삶의 원동력으로 바꿨다. 공초문학상 수상작이 실린 시집 ‘너무 많은 입’(창비) 후기에서 그녀는 “시 생각만 하다가 세상에 시달릴 힘이 생겼다.”며 시와 삶과 인간을 변증법적으로 일체화시켰다. 밖을 향한 증오와 염세의 기개를 내면을 향한 사랑과 위안의 정서로 바꾼 이 경이로움은 오상순 시인의 관조와 달관의 미학이 느껴진다. “작은 꽃이 언제 다른 꽃이 크다고 다투어 피겠습니까/새들이 언제 허공에 길 있다고 발자국 남기겠습니까/바람이 언제 정처 없다고 머물겠습니까”(‘좋은 날’)라는 구절에서 우리는 각자의 운명을 보듬을 수밖에 없는 하잘 것 없는 인생살이의 실체를 만난다. 그 삶이란 “오르고 또 올라도 하늘 밑이다”(‘목이 긴 새’)는 한계 인식과 벗어날 길 없는 백팔번뇌의 굴레이기에,“생은 왜 눈물로 단련되나”(‘마음의 경계’)는 위안을 찾을 수밖에 없게 된다. 슬픔의 심연에서 이 시인은 “절망만한 희망이 어디 있으랴”(‘희망이 완창이다’)라며 염세적인 낙천주의자로 변모한다. “나는 부지런히 내 색깔을 바꾸었소 그래서 사람들은 나를 변신의 명수라 하오 변신 잘 하는 나를 변질 잘 하는 놈이라 착각은 마오(중략)/나는 잘 살 수 있소 나는 평생 변신하고 변모하면서 살려 하오”(‘카멜레온’)라는 새 다짐. 그러나 정작 그녀는 모나게 살 줄밖에 몰라 “구르는 것들은 모서리가 없어 모서리/없는 것들이 나는 무섭다 이리저리 구르는 것들이 더 무섭다”(‘구르는 돌은 둥글다’)고 말한다. 변질이 둥근 것이라면 변모는 모난 것이란 은유에서 시인의 “둥글게 살지 못한 사람들이/달보고 자꾸 절을 합니다”(‘마음의 달’)라는 절창의 의미가 밝혀진다. 사회를 혼탁하게 만드는 변질이 얼마나 호사스러운가를 절감하면서도 “발 빠른 세상에서 게으름과 느림을 찬양하면서”(‘시인은 시적으로 지상에 산다’) 고요한 자태로 자신을 제어하는 자세가 얼마나 소중한가. 뻔질난 변질로 잘나가는 사람들에게 짓밟히면서도 변모는 거듭하지만 여전히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아 달에게 계속 빌어야 할 사항만 늘어나는 사람들에게 천양희의 시는 큰 위안이다. 심사위원 이근배·임헌영·정현종 글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사진 정연호기자 tpgod@seoul.co.kr
  • 공초문학상 천양희시인

    공초문학상 천양희시인

    서울신문사가 주관하는 제13회 공초문학상 수상자로 시인 천양희(63)씨가 27일 선정됐다. 수상작은 최근 출간한 시집 ‘너무 많은 입’(창비)에 실린 ‘마음의 달’. 공초문학상은 1992년 서울신문사가 신시운동의 선구자인 공초(空超) 오상순 시인을 기리기 위해 제정한 문학상이다. 올해 심사는 시인 이근배(공초숭모회 회장)·문학평론가 임헌영(중앙대 교수)·시인 정현종(12회 수상자)씨가 맡았다. 1965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한 천양희 시인은 1983년 첫 시집 ‘신이 우리에게 묻는다면’을 비롯해 ‘사람 그리운 도시’‘하루치의 희망’‘마음의 수수밭’ 등 6권의 시집을 냈고,96년 소월시문학상,98년 현대문학상을 수상한 중견 시인이다. 시상식은 새달 3일 오전 11시 서울 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서 열린다. 수상자에게는 상금 500만원과 상패가 주어진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정지용문학상에 유자효 시인

    ‘향수’의 시인 정지용(1902∼?)의 문학정신을 기려 지용회(회장 이근배)가 제정한 제17회 정지용문학상에 시인 유자효(58)씨가 선정됐다. 수상작은 시 ‘세한도’.
  • 시인 106명 ‘독도사랑 시낭송예술제’ 동행기 편부경 시인

    한국시인협회(회장 김종해) 주최로 4일 독도에서 106명의 국내 시인들이 참여한 가운데 ‘독도사랑 시낭송 예술제’가 열렸다.2003년 주민등록지를 독도로 옮겨 시인협회 독도지회장에 임명된 ‘독도시인’ 편부경(50)씨가 본지에 동행기를 보내왔다. 눈물길이었다. 독도가 깊은 숨을 내쉬는 순간 동해바다 너른 품은 온통 일렁임으로 받아안고, 쉽사리 닿을 수 없는 경외감을 전해주듯 바다는 거칠어졌다. 지난 3일 오전 10시 정각 울릉도를 향해 출발한 여객선이 물보라를 맞으며 나아가기 시작한 지 3시간여, 파도가 높아 저속운행하던 중 불안한 예감이 드는 안내방송. 해상기상이 악화되어 승객안전을 위해 포항으로 회항한다는 거였다. 순간 머릿속이 복잡해지며 시인들의 모습이 시야를 가렸다. 하늘이 하는 일이었다. 회항까지 5시간여의 승선 등 멀미와 실망감에 지친 모습으로 내일을 기대할 수밖에 없었다. 4일 어슴푸레한 여명에 놀라 눈을 뜨고 바다를 내다봤다. 어제와는 다르게 잔잔히 밀려오는 물결. 다시 울릉도로 향하는 뱃길, 독도를 향한 기다림은 너울처럼 일렁이기 시작했다. 이틀치 행사를 한꺼번에 치러내야 하는 바쁜 일정이 기다리고 있었지만 모두들 밝은 표정이었다. 말은 없어도 눈빛속에 담긴 간절한 소망하나,‘그대에게 가는 길 참 멀구나!’ 울릉도 도동항에 도착하자마자 대기중인 삼봉호에 승선하고 독도로 향하는 길. 오전에 잔잔하던 물길은 다시 조금씩 거칠어졌지만, 물빛과 하늘빛은 서로 어우러져 독도사랑 시축제의 날을 기대하는 듯했다. 울릉도에서 독도까지는 87.4㎞.‘독도주민’ 갈매기들, 선착장에 모여 환영의 날갯짓을 고르고 있으리라…. 입항 30분전. 독도는 뱃머리 전방에 뚜렷한 모습으로 다가왔다. 항로는 좀 거칠었지만 어느 때보다 짙은 아청빛이었고, 그 푸르름은 시인들의 눈동자마다 가득들어 반짝였다. 심연을 딛고 일어선 독도가 봄햇살 가득안고 이제는 더는 외롭지 않으리라 두팔 벌려 우뚝했다. 입항 10분전. 아직도 접안이 확실치 않은 상태라 배안은 행위예술가 무세중씨와 굿누리 사물놀이패가 선상행사를 위한 준비가 한창이고 낭송에 참여할 시인들 역시도 감회어린 눈빛을 주고받았다. 고은 시인은 “독도는 동해바다 한가운데 사는 내 아들”이라고 소감을 말하며 만면에 웃음을 띠고, 필자는 “‘선생님의 아들’ 독도의 애인인데요.”라고 맞받아쳐 좌중은 한바탕 웃음바다가 됐다. 마침내 축제가 시작됐다. 악기 행사는 선상에서만 진행키로 했고, 배 안에서는 끊임없이 함성이 이어졌다. 선착장은 너울이 심해지고 있었다. 시인들의 간절한 염원은 더없이 정성스러웠지만 독도는 언제나처럼 낯가림이 심했다. 이때 기다렸다는 듯 독도의 갈매기들은 일제히 날아올라 선상의 하늘을 덮었고 동도 정상에서는 경비대원들이 손을 흔들어줬다. 아! 이 아쉬움을 어쩌란 말인가. 높은 파도로 결국 시낭송은 갑판에서 진행됐다. 김종해 한국시인협회장의 결의문 낭독에 이어 성찬경, 고은, 이근배 시인의 한 달음으로 읽어내리는 시편들은 잔잔한 감동이 아니라 차라리 뭉클한 울음이었다. 너무나 아쉽게도 우리는 독도땅을 밟지 못했다. 오랜 시간 퍼포먼스를 준비한 무세중씨의 오열은 한참 모두를 숙연케 했지만, 독도는 분명 그 마음들을 읽었을 것이다. 선내에서는 유안진, 오세영 시인의 낭송이 잇따랐고, 계획했던 다른 행사들은 울릉도에서 갖기로 하고 뱃머리를 돌려야 했다. 독도야! 다시는 외롭지 말거라. 더는 헛소문에 시달리지 않는 평화로운 섬마을로 시인들의 시혼(詩魂)으로 세세토록 가득 채워지기를 염원하며 돌아온, 눈물의 길이었다. 편부경 시인
  • 독도여! 조국의 고독이여…

    일본 시마네 현의 ‘다케시마의 날’ 제정 조례안이 16일 통과돼 반일감정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고은, 성찬경, 이근배, 유안진, 오세영 등 국내 대표 시인 12명이 독도를 주제로 한 시를 발표해 눈길을 끈다. 이들은 한국시인협회(회장 김종해) 주최로 4월4일 독도에서 열리는 ‘독도사랑 시낭송 예술제’에서 자신의 ‘독도시’들을 낭송할 예정이다.“지난 2월16일 새벽 꿈 속에서 나왔다.”고 창작배경을 밝힌 고은 시인은 그의 시에서 독도를 ‘조상의 담낭’‘조국의 고독’으로 그린다. 성찬경 시인은 ‘독도의 노래’에서 독도를 “한국의 오른손 새끼손가락”으로 묘사하며 “미쁜/모습 독도. 독도의 하늘이 청명할 때/세계의 하늘이 청명하다.”고 노래한다. 그런가 하면 이근배 시인은 “독도는 섬이 아니다/단군사직의 제단이다/광개토대왕의 성벽이다/바다의 용이 된 문무대왕의 뿔이다/불을 뿜는 충무공의 거북선이다/최익현이다, 안중근이다, 윤봉길이다/아니 오천년 역사이다/칠천만 겨레이다”(‘독도 만세’중)라고 절규한다. 신달자 시인은 “독도는 그대 섬나라가 기지개를 켜다 기우뚱/벗겨나간 신발이 아니다”(‘독도여 우리들의 혼이여!’중)라고 했고, 오세영 시인은 “동해 푸른 바다 멀리 홀로 떠 국토를 지키는 섬,/내 사랑하는 막내 아우야”(‘독도에게’중)라며 친근감을 표시했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이사장에 문효치시인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신임 이사장에 문효치(62) 시인이 당선됐다. 국제펜클럽 한국본부는 25일 문 시인이 전체 회원 1226명 가운데 700표를 얻어 경선에 나선 이근배 전 한국시인협회장(384표)을 누르고 제32대 이사장에 선출됐다고 밝혔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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