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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꽂이]

    ●육주 홍기삼과 나(신경림·윤흥길 외 지음, 생각의 나무 펴냄) 문학평론가 홍기삼의 고희를 기념하는 회고록. 김홍신, 신경림, 윤흥길, 이근배, 정희성 등 동료와 선·후배 문인들이 곁에서 지켜본 홍기삼의 문학과 삶에 대해 썼다. 대학시절의 인연, 문단 활동의 에피소드 등도 담겼다. 회고록과 함께 신작 평론집 ‘민족어와 한국문학’도 나왔다. 각 1만 8000원. ●농담의 세계(조중의 지음, 휴먼앤북스 펴냄) 3년 동안의 가뭄으로 고통받는 상상의 공간 ‘동주시’를 배경으로 현실 정치의 타락과 위선을 날카롭게 풍자했다. 목이 말라 죽은 이무기, 사람을 잡아 먹는 나무, 시정잡배가 끼어들어 엉망이 된 국회 등 농담처럼 전개되는 이야기 속에 뼈저린 현실감각이 숨어 있다. 1만원.
  • “문학은 여전히 인류의 가장 훌륭한 예술”

    “문학은 여전히 인류의 가장 훌륭한 예술”

    문인으로서의 첫발을 내딛는 순간을 축복하는 2010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상식이 20일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렸다. 이 자리에는 한국 문단을 새롭게 빛낼 6명의 당선자들을 비롯, 심사위원들과 가족·친지 100여명이 참석했다. 이동화 서울신문사 사장은 축사를 통해 “올해 61년이라는 서울신문 신춘문예의 연륜은 서울신문사가 그동안 한국 문단에 주요한 자양분 역할을 해왔다는 자부심을 갖게 한다.”면서 “서울신문은 평생동안 성실한 독자이자 든든한 후원자, 또 서늘한 평가자가 돼 당선자들을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심사위원들의 축하도 이어졌다. 소설가 현기영, 방민호 서울대 교수, 문학평론가 백지연(이상 소설 부문), 황지우·안도현·손택수 시인(시 부문), 김종회 경희대 교수, 문흥술 서울여대 교수(이상 평론 부문), 이근배·한분순 시인(시조 부문), 조대현·원유순 동화작가(동화 부문) 등이 참석해 자신들이 뽑은 당선자들의 어깨를 두드렸다. 심사위원 대표로 격려사를 건넨 현기영 작가는 “심사를 하면서 아무리 영상예술이 발전해도, 인류가 가진 가장 훌륭한 예술인 문학은 여전히 건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메마른 우리 삶과 인간 정서에 풍요로움을 주는 문학의 본래 역할을 잊지 말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서울신문 신춘문예 출신 문인 모임인 서울문우회의 간사장 조대현 동화작가도 “그동안 서울신문을 통해 등단한 문인이 240명”이라면서 “당선자들은 혼신의 노력을 다해 자기계발을 해주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장애(뇌성마비)를 극복하고 동화 부문에 당선돼 뭉클한 감동을 줬던<서울신문 1월5일자 14면> 이나영(30)씨는 “많이 부족하지만 앞으로 더 열심히 하겠다.”고 소감을 밝혀 참석자들의 큰 박수를 받았다. 소설 당선자 이은선(27)씨는 “앞으로 무너지려 할 때마다 당선을 통보받던 순간을 기억하겠다.”고 했고, 시 당선자 이길상(38)씨는 “진정성이 느껴지며 신선하다는 평을 받도록 꾸준히 노력하겠다.”고 다짐을 전했다. 희곡 당선자 이시원(37)씨는 “희곡을 쓰며 사람을 좋아하고 삶에 감사하고 살았는데, 이번을 계기로 삶이 더 고맙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평론 당선자 남승원(36)씨는 “겸손한 자세로 문학, 또 독자와 소통하는 평론가가 되겠다.”고 했고, 시조 부문 배경희(43)씨도 “진실한 마음으로 인생의 빛과 어둠을 담아내는 글을 쓰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 [책꽂이]

    ●아시아 문예지, ‘빛과 숲’ 창간 시인 김광림의 아들인 김상수 바움커뮤니케이션 대표이사가 아시아권 시인들의 문학적 교류 협력을 지원하는 반연간 문예지 ‘빛과 숲’을 펴냈다. 선배 시인들이 1970~1980년대 한, 중, 일, 몽골 등을 활발하게 오가며 만든 ‘아시아 시인회의’를 후배들이 부활시킬 계획이다. 한국의 시를 중국, 일본에 소개함은 물론, 이들 나라의 시를 국내에 소개하고 있다. 일본어와 중국어가 함께 병기돼 있다. 오는 7월경 한국과 몽골의 시인 교류 행사도 진행할 예정이다. 1만 2000원. ●기적의 공부밥상(김수연 지음, 포북 펴냄) 그래서 식구(食口)라고 했을까. 가족이 둘러앉아 얘기 나누며 먹는 밥상이야말로 아이의 조기 교육과 따뜻한 심성을 가꾸는 것에 직결된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고등학교 2학년 딸아이가 탁월하게 공부를 잘하는 것은 물론, 음악, 미술 등 취미활동을 하며 높은 삶의 질을 갖게 된 배경으로 엄마의 밥상을 꼽았다. 그때그때 상황에 맞는 조리법을 소개하는 요리책이자 성공한 학부모로서 체험기가 얽혀있다. 1만 4800원. ●나는 가짜다(헤럴드경제 편집국 엮음, 헤럴드미디어) 시인, 소설가들이 자신의 얼굴을 직접 그리고 자신의 문학적 시원(始原) 등 속엣것을 내밀히 고백한다. 김주영, 이근배, 윤후명, 박범신 등 원로 문인부터 시작해 백가흠, 윤이형, 김이설 등 젊은 작가에 이르기까지 42명의 작가들이 참여했다. 헤럴드경제에 연재했던 글을 모았다. 부제는 ‘작가가 그린 자화상’. 1만 5000원. ●거침없는 한국축구(존 듀어든 지음, 조건호 옮김, 산책 펴냄) 그는 한국 축구를 어지간한 한국 사람보다 사랑하는 남자다. 그래서 매서운 비판도, 따뜻한 격려도 거침없이 쏟아낼 수 있는 남자다. 영국인 축구 저널리스트 듀어든은 이 책을 통해 프랑스 리그에 진출한 박주영에 대한 훈훈한 희망을 더하는가하면, K-리그에 대한 쓰디쓴 비판도 오롯이 자기 몫으로 삼는다. 1만 5000원.
  • 2010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당선작

    ■ 시 속옷 속의 카잔차키스 이길상(38·전북 전주시 효자동1가) ■소설 붉은 코끼리 이은선(27·경기도 오산시 양산동) ■희곡 변신 이시원(37·서울 명륜동) ■시조 바람의 산란 배경희(43·경기도 화성시 병점동) ■동화 별똥별 떨어지면 스마일 이나영(30·경기도 성남시 정자동) ■평론 ‘질문하는 소설, 경험의 콜라주’ 남승원(36·경기도 용인시 마평동) ●심사위원 시 황지우 안도현(본심) 유성호 손택수(예심) 소설 현기영 방민호(본심) 전성태 백지연(예심) 희곡 김방옥 박근형 시조 이근배 한분순 동화 조대현 원유순 평론 김종회 문흥술 ●시상식 : 1월20일(수) 오전 11시 서울신문사 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 ※부문별 당선작품은 1월4일자 서울신문에 일괄 게재합니다
  • 1700여명의 꿈… 삶의 현실 비추다

    1700여명의 꿈… 삶의 현실 비추다

    애면글면 뜨겁게 덥혀진 가슴이었다. 신춘문예 원고를 보낸 지 며칠이 지났건만 당선 통보 전화벨은 잠잠했고, 겨울 바람에 창틀만 시끄럽게 덜컹거렸다. 불안한 마음을 애써 잠재우며 근사한 당선 소감문도 이미 써놓았건만 올해도 속절없이 이렇게 지나가고 있다. 또 다시 기약없는 듯한 불면과 고통의 밤, 그리고 마냥 구겨 내팽개쳐지는 원고지 더미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2010 서울신문 신춘문예 심사가 모두 끝났다. 바늘귀를 통과하는 낙타도 푸념할 만큼 뜨거운 투고 열기였다. 시 3207편, 소설 434편, 희곡 160편, 동화 207편, 평론 15편, 시조 470편 등 6개 부문에 걸쳐 1700여명이 응모했다. 부문별로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약간 늘어난 수치다. 분야를 막론하고 이번 신춘문예 투고 작품들의 공통된 특징으로는 삶에 기반한 구체적 현실에 뿌리를 굳게 내리고 있다는 점이 가장 먼저 꼽혔다. 심사위원들은 한결같이 “몇몇 기술적 한계를 노출하고 있긴 하지만 앞으로 더욱 큰 기대를 품게 하는 원고들이 많았다.”면서 “당선자들과 함께 비록 당선되지 못한 이들 모두 질기디질긴 문학의 힘을 확인시켜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 분야는 응모작들의 평균적인 기량이 예년보다 많이 좋아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심사는 유성호 한양대 국문과 교수와 손택수 시인이 예심을, 황지우·안도현 시인이 본심을 각각 맡았다. 유 교수는 “안정감과 패기, 익숙함과 낯섦, 산문 지향과 운문 지향, 서정의 구심과 원심 등 우리 시의 다양한 미학적 충동과 방향을 여러 방향에서 보여준 가편들이 많았다.”고 평가했다. 다만 평균적 기량이 높아진 반면 개성적인 목소리가 ‘신춘문예적’으로 표준화되는 느낌이 강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또한 한때 유행한 미래파적이고, 비문(非文)을 통해 서정성을 추구하는 시도는 많이 사라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소설 분야(본심 현기영 소설가·방민호 문학평론가, 예심 전성태 소설가·백지연 문학평론가) 응모작들에서는 최근 신춘문예에 많이 등장했던 무한 상상력에 기반한 장르소설, 혹은 비현실적이리만치 잔혹한 소재 등이 현저히 줄어들고, 대신 생활에 기반한 주제, 생활 속에 밀착된 소재들이 주류를 이뤘다는 점이 주된 경향으로 평가됐다. 평론 분야(예·본심 김종회·문흥술 문학평론가)는 많지 않은 응모작 속에서도 깊이 있는 지적 역량과 탄탄한 짜임새를 갖춘 작품이 많았다. 시조 분야 심사를 맡은 이근배·한분순 시조시인은 “천년의 내력을 간직한 시조에 바로 지금 시점의 생기 도는 감각을 선사함으로써 새로운 심미를 탐색하고 있는 시도들이 눈에 많이 띄어 반가웠다.”고 평가했다. 동화 분야(예·본심 조대현·원유순 동화작가)에서도 현실에 기반한 작품 경향은 마찬가지였다. 응모작의 대다수가 부모의 이혼이나 재혼, 다문화 가정의 갈등과 화합, 학원 스트레스 등의 소재를 다루고 있었다. 희곡 분야 심사위원(예·본심 김방옥 동국대 연극영화과 교수, 박근영 연출가)들은 “3~4년 전과 다르게 기법이 수준 이하로 미숙한 작품은 찾기 힘들었다.”고 평가하면서도 “무대의 속성을 알고 희곡의 공연성을 제대로 살린 경우나 눈에 번쩍 뜨일 만한 작품은 드물었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당선자 명단과 당선작은 서울신문 새해 1월1일자에 실린다. 박록삼 강병철기자 youngtan@seoul.co.kr
  • 고산문학대상에 최동호·이근배씨

    고산문학대상에 최동호·이근배씨

    최동호(왼쪽) 시인과 이근배(오른쪽) 시인이 제 9회 고산문학대상 시 부문과 시조 부문 수상자로 각각 선정됐다. 수상 작품집은 ‘불꽃 비단벌레’(서정시학사 펴냄)와 ‘사랑 앞에서는 돌도 운다’(시월 펴냄). 고산 윤선도를 기리기 위해 지난 2001년 제정된 고산문학대상은 올해부터 시와 시조 부문 수상자를 각각 선정한다. 올해는 지난해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발간된 시집과 시조집을 대상으로 유안진 시인 등이 심사를 했다. 상금 각 1000만원. 시상식은 10월17일 전남 해남에서 열린다.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 [공초문학상] 심사평 “잘 구워진 언어의 사리”

    일찍이 한국시는 공초(空超) 오상순(吳相淳) 시인에 의해 눈을 떴고 그가 개척한 우주적 광활한 시세계를 딛고 오늘의 눈부신 팽창을 이루고 있다. 그 드높은 시의 정신을 받들고 기리기 위하여 제정된 공초문학상 제17회 수상작은 신달자 시인의 ‘헛 눈물’(현대시학 2009년 3월호)이 선정되었다. 공초문학상 운영조항에서 수상작 선정기준은 ‘등단 20년 이상의 시인을 대상으로 인품이 훌륭하며 최근 1년 간 발표한 신작시 가운데 수상작을 뽑는다.’로 되어 있다. 이 규정에 의해 선정된 신달자 시인은 40년 가까운 등단 햇수와 왕성한 창작활동, 작품의 우수성, 인품의 고매함까지 모든 조건에서 상의 권위를 덧입히는 수상자라 하겠다. 수상작 ‘헛 눈물’은 겉으로 읽어도 저 공초가 해냈던 깊고 넓은 사유와 맞닿고 있음을 알겠거니와 글자들이 감추고 있는 뜻을 헤아려 들어가면 시인이 삶의 문턱을 얼마나 아프게 넘나 들었으면, 또한 거기서 곪고 터진 생각을 얼마나 오래 깎고 다듬었으면 그 흔하고 비린 눈물을 이처럼 단단하고 빛나는 사리로 구워낼 수 있을까 하는 섬뜩한 궁금증을 자아낸다. ‘울렁거리던 암내조차 완전 가신’에서 이승을 몇 바퀴나 돌아나온 듯한 체관(諦觀)이 묻어 나오는가 하면 ‘소금끼조차 바짝 마른 눈물 한 줄기’, ‘너 뭐냐?’고 던지는 화두가 비어 있음(空)조차 넘어서는(超) 경지가 아닌가. 오늘의 시가 산문 쪽으로 넘어가고 ‘낯설게 하기’라는 탈을 쓰고 본래의 모습을 지워가고 있음에 비하여 신달자 시인은 시의 정체성을 지키면서도 언어의 절제성과 명료성으로 그 울림의 폭을 드넓게 열어 가며 꾸준하게 앞서 나가고 있다. 이 수상의 후보에 그의 시선집 ‘바람 멈추다’가 참고되었음을 밝힌다. 심사위원 조오현 시조시인 임헌영 중앙대 교수 이근배 공초숭모회 회장
  • 제17회 공초문학상 신달자 시인

    제17회 공초문학상 신달자 시인

    서울신문사가 주관하는 제17회 공초문학상 수상자로 신달자 시인이 선정됐다. 수상작은 현대시학 2009년 3월호에 실린 ‘헛눈물’. 무소유의 삶을 살다간 공초 오상순(1894~1963년) 시인을 기리기 위해 제정된 공초문학상은 등단 20년 이상의 중견시인을 대상으로 최근 1년간 발표한 신작 중 수상작을 선정한다. 올해 심사는 지난해 수상자인 시인 조오현을 비롯해 문학평론가 임헌영 중앙대 교수, 공초숭모회 회장 이근배 시인이 맡았다. 상금은 500만원이며 시상식은 새달 4일 오전 11시 서울 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서 열린다.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 [특별기고] 노 前대통령의 서거에 부쳐/이근배 시인

    [특별기고] 노 前대통령의 서거에 부쳐/이근배 시인

    일어나지 말아야 할 일이 일어났다. 아니 대한민국과 그 구성원인 국민들은 만들지 말아야 할 역사적인 비극을 연출해 놓고 지금 객석에서 참담한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다. 누구도 예고하지 않았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이 스스로 선택한 죽음은 어쩌면 예정된 한국정치의 수순이었으리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건국 이후 우리 국민은 직접 혹은 간접으로 열 분의 대통령을 뽑았다. 그 가운데 여덟 분이 임기를 채우지 못했거나 옥고를 치르거나 아들들을 감옥에 보내는 수모를 겪었다. 우리는 앞의 여덟 번의 국민적 비극으로 종지부를 찍기를 바랐고 또 그렇게 믿고 있기도 했다. 그러나 아홉 번째 노무현 전 대통령이 벼랑에서 몸을 던지는 극단적인 상황에 부딪히면서 왜 우리는 떳떳하고 자랑스러운 대통령을 가지면 안 되는 국민인가 하며 분노가 치민다. 지금 우리에게 과연 정치가 있는 것인가, 법이 앞서고 정치력이 실종된 현실이 이렇게 까지 몰고 가야 하는가에 대한 아픈 성찰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분명 민주주의 절차에 의한 공정한 선거로 국민이 뽑은 대한민국 대통령이었다. 가난한 농사군의 아들로 태어나 학비가 없어 장학금을 따라 상고를 졸업한 학력으로 사법고시에 합격, 판사로 나갔다가 법복을 벗었다. 이어 민권변호사로 민주화운동으로서 돈을 좇는 일보다는 자기신념에 투철했던 만나기 어려운 모험가였고 승부사였다. 그는 3당 합당에 반기를 들고 정치적으로 불리한 입장에 서는 것을 마다하지 않았고 지역주의 극복에도 앞장서 나갔다. 그의 대통령 당선은 지난해 미국이 선택한 흑인 대통령 버락 오바마의 신선한 충격에 앞선 것이기도 했다. 대통령에 취임하고서도 정경 유착의 고리를 끊기에 착수했고 금권선거를 제도적으로 차단하였으며 정보정치, 공안정치를 배제하여 대통령이 구사할 수 있었던 막강한 권능을 스스로 포기하는 ‘벌거벗은 임금님’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었다. 퇴임 후 고향 봉하 마을로 돌아가 주민들과 친환경 농사를 짓고 맑은 물, 깨끗한 흙을 가꾸며 살자고 했던, 높은 담장에 갇힌 귀족이 아니라 평범한 소시민으로 여생을 마치고자 했던 그에게 뜻하지 않았던 사정의 칼날이 목을 겨누고 있었다. 포괄적 뇌물수수죄의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청 포토라인에 서야 했고, 그가 평생토록 신념과 이상으로 내세웠던 청렴성과 도덕성은 돌에 맞은 항아리처럼 깨어지게 되었다. 누구보다도 법률을 잘 아는 그였기에 법정에서 방어하고도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아내와 아들, 딸, 그리고 뜻을 같이했던 동료들이 연루된 마당에서 더욱 견디기 힘들었던 것은 오직 하나 지키며 살아왔다고 자부해 왔던 도덕성이 받은 상처였으리라. “자기를 버려달라.”고 인터넷에 올렸고, 국민 앞에 “면목 없다.”고 눈시울을 붉혔으며 “누구도 원망하지 말라.”고 유서에 썼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마지막 순간 모든 이를 용서했으나 오직 자기 자신만은 용서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이제는 그를 용서하지 못한 우리가 그에게 용서를 빌고 우리 스스로에게도 용서를 빌어야 할 차례이다. 우리의 한 시대가 만들어 낸 지도자 노무현, 역사는 그가 민권의 수호자, 민주주의의 신봉자로 반독재 반권력 반부패의 실천가로 한국정치를 한 단계 끌어올린 국민의 희망이었던 대한민국 대통령이었음을 오래 새길 것이다. 이근배 시인
  • “가슴속 순애보 일깨우는 글 쓰고 싶어”

    “가슴속 순애보 일깨우는 글 쓰고 싶어”

    “가슴 속 순애보를 일깨우는 글을 쓰고 싶었습니다.” ‘비둘기집 사람들’의 소설가 은미희(49)씨가 처음으로 역사소설을 썼다. 24일 ‘나비야 나비야’(문학의 문학 펴냄) 출간 기념 간담회 자리에서 만난 작가는 “‘쿨한 사랑’을 미덕으로 여기는 시대이지만 그래도 가슴 속에는 모두 순정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다짜고짜 섬세한 사랑 얘기를 꺼냈다. ●조선시대 여류시인 이옥봉 되살려 다름이 아니라 새 작품의 주제가 바로 순애보다. 순수한 사랑과 문학에 대한 절박함을 그려 내기 위해 작가는 조선시대 여류시인 이옥봉을 되살려 냈다. “요사이 안부 묻사오니 / 어떠하신지요 / 창문에 달 비치니 / 이 몸의 한은 끝이 없사옵니다 / 제 꿈의 혼이 발자취를 낸다면 / 임의 문앞의 돌길은 모래가 되었아오리.” 몸서리치는 그리움을 표현한 시 ‘몽혼(夢魂)’ 등 빼어난 한시 32편을 남긴 이옥봉을 두고 작가는 “나와 그녀는 닮은 점이 너무 많다.”고 했다. 그는 “나 역시 그녀처럼 글을 위해 사랑도 인연도 버리고 지낼 수 있다.”면서 “다른 게 있다면 그녀는 결국 남자를 택했지만, 난 아직 문학을 부여잡고 있다는 점”이라며 웃었다. 많이 닮은 옥봉의 이야기라지만 창작 과정은 쉽지 않았다. 한시 말고는 옥봉의 자료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는 “전해오는 자료들이 단편적이라, 옥봉의 남편 운강 조원의 가계, 그 가문의 문집 등 이야기가 나올 만한 것은 모두 훑었다.”고 했다. 그래도 역시 자료가 부족해 작가는 서사의 많은 부분을 상상력에 의존했다고 한다. “시를 읽고 옥봉의 성정과 마음을 헤아리려고 노력도 많이 했다.”는 작가는 옥봉의 작품을 분석해 이야기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빼어난 여성들이 잊히는 게 안타까워” 허난설헌, 황진이에 비해 덜 알려진 옥봉은 주변의 권유로 알게 됐다고 한다. 작품에 실린 한시는 시인 이근배 선생이 번역해 붙여 주었다. 작가는 “당시는 여성들에게 매우 불리한 시절이었다.”면서 “그때 옥봉과 같은 빼어난 인물이 있었다는 사실이 잊히는 게 안타까웠다.”고 창작의도를 설명했다. 더 늦기 전에 역사 속 뛰어난 인물들을 작품으로 남기겠다는 것이다. 차기작도 역사소설을 고려하고 있다. 옥봉과 더불어 역시 빼어난 여성인 ‘홍랑’도 다뤄 보고 싶고, 40-50대 중년의 섬세한 사랑이야기도 써보고 싶다고 한다. 거의 1년에 한 편씩, 오랜 다작에 지친 작가는 새달말쯤 일본으로 떠나 잠시 몸과 마음을 식히고 돌아올 예정이다.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 옥천 지용제·포도축제 통합 진통

    충북 옥천군과 옥천문화원이 정지용 시인을 기리는 문학축제인 ‘지용제’와 특산물 홍보행사인 ‘포도축제’를 통합하려 하자 문인들이 반발하고 있다. 군과 문화원은 예산절감과 축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해마다 5월과 7월에 각각 열리는 지용제와 포도축제를 통합하기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2일 전해졌다. 문화원은 두 행사를 통합하면 관람객 증가 등 시너지 효과가 클 것으로 보고 있다. 군은 두 달 간격으로 치러지는 행사를 통합 개최해 생기는 예산절감분으로 프로그램을 보완하면 축제의 질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나 문인들로 구성된 ‘지용회’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반발하고 있다. 지용회 이근배 회장은 “연관성이 전혀 없는 두 축제를 통합할 경우 지용제와 포도축제를 모두 망칠수 있다.”며 “옥천문화원이 통합을 강행할 경우 서울에서 따로 지용제를 개최하는 방안을 검토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지용회는 조만간 비상운영위원회를 소집해 이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 옥천군 농정과 김흥수씨는 “두 행사가 합쳐지면 지용제가 중심이 되고 문학축제의 부족한 부분을 포도축제가 뒷받침하는 형태가 될 가능성이 크다.”며 “갈등이 최소화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옥천 남인우기자 niw7263@seoul.co.kr
  • “황순원 문학 기리자” 25일 기념사업회 발족

    ‘소나기’의 작가 황순원(1915~2000년)의 삶과 문학을 기리는 기념사업회가 출범한다. 황순원기념사업회 준비모임(대표 전상국)은 25일 경기 양평군청에서 기념사업회를 발족하고 오는 6월 ‘황순원 문학촌 양평 소나기마을’ 개장과 함께 본격 활동에 들어간다고 22일 밝혔다. 김병익, 백낙청, 신경림, 이어령, 박완서, 조세희, 김원일, 이근배, 정호승 등 문인이 발기인으로 참여한 기념사업회는 황순원의 삶과 작품세계를 재조명하는 다양한 기념사업을 벌이게 된다. 기념사업회는 ‘황순원 문학제’와 ‘양평 소나기마을’의 운영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한편 황순원 문학에 대한 우수 연구 성과에 주는 ‘황순원문학연구상’의 제정도 추진하기로 했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한분순 시조시인 겹경사

    한분순 시조시인 겹경사

    시조시인 한분순(66)이 겹경사를 맞았다. 그는 1970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옥적’으로 등단한 뒤 40년 가까운 시간 동안 시조를 지켜왔다. 세련되면서도 품격있는 시어를 구사한다는 평가 속에서 젊고 촉망받던 여류 시조시인은 그동안 ‘소녀’, ‘서울 한낮’, ‘실내악을 위한 주제’ 등 시조 시집을 냈고, 장편소설 ‘흑장미’를 쓰며 외도를 하기는 했지만 꾸준히 시조 작품 활동을 펼쳤다. 그 결과 한국시조문학상, 한국시조시인협회상, 가람시조문학상 등을 받았고 어느새 시조 분야의 원로가 돼 있었다. 한분순은 19일 서울 동숭동 흥사단 강당에서 열린 한국시조시인협회 총회에서 22대 이사장으로 뽑혔다. 이병기를 시작으로 이은상, 이근배, 정완영 등 한국의 대표적인 시조시인들이 이끌어 왔던 시조시인협회을 책임지게 된 것이다. 최근 시의 위기가 회자되기 전부터 정형시로서 시조는 그저 명맥을 유지해 오는 데 그치고 있다는 위기감이 컸다. 특히 젊은 시조시인들이 협회를 외면하는 등 그간 조직 운영에 문제가 있었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높았다. 한분순으로서는 마냥 기쁘기보다는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는 이미 전국을 돌며 젊은 시조시인들을 만나 협회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를 약속받는 등 구체적 활동을 펼쳐 ‘제2의 도약의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아 왔다. 개인적으로 명예로운 점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이에 앞서 지난 12일 한분순은 현대불교문인협회와 계간 ‘불교문예’가 주관하는 제14회 현대불교문학상 시조 부문 수상자로 선정되는 기쁨도 함께 맞았다. 상금은 1000만원이다. 시상식은 4월11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열린다. 그는 “어려운 시기에 이사장을 맡게 돼 기쁘면서도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면서 “시조가 고리타분한 장르가 아니라 우리의 정서를 담아낼 수 있는 문학임을 확인시킬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한국문학 거인 되기를”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상식

    “한국문학 거인 되기를”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상식

    2009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상식이 21일 당선자와 심사위원, 그리고 당선자의 가족과 친지 등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서울 프레스센터 기자회견장에서 열렸다. 이 자리에선 소설 부문 당선자인 진보경(본명 진경민·37)씨를 비롯해 시 정영효(30), 동화 신지영(28), 시조 박성민(44), 희곡 안재승(30), 평론 박슬기(31)씨 등 6명이 ‘등단 문인’으로 본격적인 첫걸음을 내디뎠다. 시 부문 황동규·최동호·문태준 시인과 시조 부문 이근배·한분순 시인, 동화 부문 조대현·김서정 작가, 소설 부문 김종회 경희대 교수와 문학평론가 백지연씨, 평론 부문 문흥술 서울여대 교수 등 심사위원들도 새로운 문인의 탄생을 반겼다. 노진환 서울신문사장은 축사에서 “60년의 전통을 갖고 있는 서울신문 신춘문예는 그동안 걸출한 문인을 끊임없이 배출하며 한국 문단의 화수분 같은 역할을 해왔다.”면서 “올해 당선자들도 부단하게 노력해 박목월, 조지훈, 박경리 같은 한국 문학의 또다른 거인이 되어달라.”고 말했다. 소설 당선자 진보경씨는 “부족한 저희를 세상으로 이끌어준 심사위원 선생님을 비롯한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면서 “좋은 문장과 좋은 작품으로 무지개와 같은 감동을 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희곡 당선자 안재승씨는 “무대에 올려졌을 때 진정한 의미가 있지만 그만큼 자본의 논리에 휘둘리기 십상”이라면서 “대중의 기호에 영합하지 않고 현실의 어려움을 은폐하지 않는 작품을 쓰도록 노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한국문학의 거인 되기를”

    2009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상식이 21일 당선자와 심사위원, 그리고 당선자의 가족과 친지 등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서울 프레스센터 기자회견장에서 열렸다. 이 자리에선 소설 부문 당선자인 진보경(본명 진경민·37)씨를 비롯해 시 정영효(30), 동화 신지영(28), 시조 박성민(44), 희곡 안재승(30), 평론 박슬기(31)씨 등 6명이 ‘등단 문인’으로 본격적인 첫걸음을 내디뎠다. 시 부문 황동규·최동호·문태준 시인과 시조 부문 이근배·한분순 시인, 동화 부문 조대현·김서정 작가, 소설 부문 김종회 경희대 교수와 문학평론가 백지연씨, 평론 부문 문흥술 서울여대 교수 등 심사위원들도 새로운 문인의 탄생을 반겼다. 노진환 서울신문사장은 축사에서 “60년의 전통을 갖고 있는 서울신문 신춘문예는 그동안 걸출한 문인을 끊임없이 배출하며 한국 문단의 화수분 같은 역할을 해왔다.”면서 “올해 당선자들도 부단하게 노력해 박목월, 조지훈, 박경리 같은 한국 문학의 또다른 거인이 되어달라.”고 말했다. 선배문인들이 사양하는 가운데 인사말을 한 문학평론가 김종회 경희대 교수는 “올해 서울신문 신춘문예에서는 많은 작품들 가운데 가장 빛나는 작품들이 당선됐다.”면서 “이번 신춘문예에서 확인된 문학적 재능을 갈고 닦아 더욱 훌륭한 작품을 생산하는 데 힘써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소설 당선자 진보경씨는 “부족한 저희를 세상으로 이끌어준 심사위원 선생님을 비롯한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면서 “좋은 문장과 좋은 작품으로 무지개와 같은 감동을 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희곡 당선자 안재승씨는 “무대에 올려졌을 때 진정한 의미가 있지만 그만큼 자본의 논리에 휘둘리기 십상”이라면서 “대중의 기호에 영합하지 않고 현실의 어려움을 은폐하지 않는 작품을 쓰도록 노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글 / 서울신문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영상 / 서울신문 나우뉴스TV 김상인VJ bowwow@seoul.co.kr @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심사평 - 압축된 정형미… 탄탄한 짜임새

    심사평 - 압축된 정형미… 탄탄한 짜임새

    감상적 아나키에 휩싸인 듯이 감정이 과잉 소비되는 요즘,쉽게 뜨거워졌다가 다시 쉽게 식어 버리는 마음들이 넘친다.이처럼 정서의 기복이 심한 초고속 감정의 현대에도 오랜 전통의 시조가 어울리는 까닭은 정형의 틀로 어지러운 생각을 추스르고,운율 안에 서정이 담긴 고유 미학 때문이다. 올해 서울신문 신춘문예 응모작은 천년 역사를 지닌 시조의 현대적 진화를 개척하고 있다.그런 만큼 당선작을 1편이 아니라 20편가량 선정하고 싶을 만큼 수준 높은 완성도를 보였고,시적 호흡을 길게 하면서도 짜임새를 잃지 않은 3~5수에 이르는 작품들이 많았다.정형시의 구성을 지키면서 저마다의 해석을 가미하여 운율의 묘미를 살렸고,글감의 다양성이 발상의 실험에 그치지 않고 노련한 창작으로 이어져 현대 시조에 대한 이해가 새로워지고 있음도 확인되었다. 당선작 박성민의 ‘허균(許筠)’은 무엇보다 압축된 정형미가 돋보인다.3수 이상이 주를 이루는 응모작들 사이에서 ‘허균(許筠)’은 2수로 되어 다소 간결하게 보이나,구성의 부피감과 상관없이 탄탄한 짜임새가 작품 전반에 힘을 실어 주고 있다.역사 속의 인물 ‘허균’을 소재로 삼으면서 이야기 서술로 흐르지 않고 내적으로 승화시켜 역량을 발휘하며,빼어난 이미지 형상화까지 더해져 시조의 품격과 날카로운 감수성을 함께 갖춘 절창이다. 최종심에 오른 김문정의 ‘환한 그늘’,최순섭의 ‘가을 흰 나비’,황윤태의 ‘외도,보타니아의 저녁’,천강래의 ‘겨울비-어느 탈북 미망인’,방승길의 ‘흙 한 줌도 뜨거운,-무용총 수렵도’ 또한 남다른 착상의 시어와 매끄럽게 재단된 표현이 뛰어난 연륜을 보였다.다만,심상의 이미지 전환,그리고 각각의 연과 언어의 흐름이 만들어 내는 시적 리듬에 있어 아쉬움을 남겼다.이들과 더불어 응모작들 편편마다 시조의 밝은 앞날을 예시하고 있는 것이 장르의 기쁜 수확이라 여겨진다. 이근배·한분순
  • [사고] 2009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당선작

    ■ 시 저녁의 황사 정영효(30·서울 동대문구 이문3동) ■소설 호모 리터니즈(Homo returnees) 진보경(본명 진경민·37·서울 동작구 상도동) ■희곡 청구서 안재승(30·서울 강동구 암사1동) ■평론 연애시의 두 형식,기쁨의 윤리와 슬픔의 윤리-이병률과 김행숙의 시 박슬기(31·서울 동작구 상도동) ■동화책 너머 세상 신지영(28·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고색동) ■시조 허균 박성민(44·전남 목포시 북항동) ●심사위원 소설 본심 현길언 김종회 예심 방민호 백지연 시 본심 황동규 최동호 예심 유성호 문태준 시조 이근배 한분순 희곡 손진책 김방옥 평론 황현산 문흥술 동화 조대현 김서정 ●시상식 : 1월21일(수) 오전 11시 서울신문사 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
  • [‘문화 살리기’ 전문가 제언]“창의적 콘텐츠 지원… 글로벌 경쟁력 갖춰야”

    [‘문화 살리기’ 전문가 제언]“창의적 콘텐츠 지원… 글로벌 경쟁력 갖춰야”

    경제위기 속에서 2009년 우리 문화가 살길이 과연 어디에 있을까.문화예술인들은 일단 경제와 문화는 사회 발전의 두 축인 만큼 정부가 눈앞의 어려운 경제상황을 돌파하겠다며 문화예술에 대한 지원을 줄여 그 한 축을 허물어뜨려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한편으로는 국민에게 환영받는 콘텐츠,국제적 경쟁력을 갖춘 콘텐츠는 어떤 상황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으며,경제 위기를 오히려 우리 문화 예술의 체질을 개선하기 위한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적극적인 목소리도 많았다. ■ 문화ㆍ예술 가장 큰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분야는 문학이었다.경제가 어려워지면 가장 먼저 타격을 받는 분야가 문학이었다는 과거의 경험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시조시인인 이근배 예술원 회원은 “우리나라는 해마다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될 만큼 문화 콘텐츠가 크게 발전했다.”면서 “자원이 없는 나라에서 문학을 저비용 고효율의 고부가가치 산업이라는 차원에서 접근한다면 전인미답의 경지를 개척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발상의 전환을 통한 정부의 적절한 지원을 요구했다. 문학평론가인 유성호 한양대 교수도 “최근 정부는 문화 예산의 축소를 추진하고 있어서,가뜩이나 위축된 문화 산업이나 활동의 행로가 불투명해졌다.”면서 “어느 나라나 문화는 어떤 경제적 가치보다 장기적이고 호환불가능한 고유의 가치라는 점에서 보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문화 산업에 강력한 지원이 필요한 때”라고 거들었다. 공연기획제작사 이다엔터테인먼트의 손상원 대표는 “지금 대학로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만큼이나 힘들다.”면서 ‘경기가 어려울수록 인프라에 대한 투자를 집중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그래야 10년 뒤 또다시 경제위기가 온다고 해도 극복할 수 있는 기반이 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고흥식 출판문화협회 상무는 “출판은 모든 콘텐츠의 원형”이라면서 “정부가 영화와 만화,게임을 산업화하고자 민관합동펀드를 조성하는 것처럼 출판계에도 적극적인 자금지원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송교섭 북섬 출판사 주간은 “경제 위기 속에서도 좋은 책은 독자들에게 열렬한 환영을 받고 있다.”면서 “더 이상 출판계가 독자를 계몽하기보다는 독자들이 요구하는 재미있는 책들을 출판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뿐만 아니라 문화예술계 내부의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미술품 경매회사 인터알리아의 이진숙 큐레이터는 “작가들이 더 이상 좁은 국내 시장을 겨냥하지 말고 국제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밀도 있는 작업을 해야 한다.”면서 “국내 추상화단의 대표적인 두 작가인 이우환과 박서보의 그림값이 국제적인 컬렉터들의 선호도에 따라 엄청나게 차이가 벌어졌음을 기억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같은 크기의 그림이라도 국제적으로 성가가 높은 이우환 것이 5억원이라면 그렇지 않은 박서보는 1억원 안팎에서 거래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는 것이다.그는 “같은 차원에서 강형구와 형경택,김동유 작가도 글로벌한 관점에서 경쟁력 있는 미술인이 됐다.”면서 “이번 기회에 국내 경매시장에서 거품을 키운 작가의 작품을 재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클래식음악평론가 정만섭씨는 “그동안의 대형 연주회는 해외 연주자의 명성에 기대 흥행으로 연결한 것이 대부분이었지만,껑충 뛰어버린 환율로 유명 연주자를 불러오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새로운 연주자를 찾아내고 기획력을 발휘해 관객을 불러모을 수밖에 없다.”면서 “그런 점에서 경제위기는 오히려 기획력과 마케팅 능력을 향상시키는 기회”라고 기대했다. 류태형 월간 객석 편집장도 “올해 해외 아티스트의 내한공연이 줄어든 것은 경기 침체와 환율 상승의 영향도 있지만 기획사끼리 경쟁하면서 해외 연주자의 개런티를 천정부지로 올려놓은 결과”라면서 “경제 위기는 그동안의 ‘이름잔치’를 청산하고 공연예술계의 밑바탕을 탄탄히 다지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공감했다. 문소영 최여경 박록삼기자 symun@seoul.co.kr ■ 영화 충무로에 2009년에는 해가 뜰까.좀처럼 경기 회복 기미가 보이지 않는 이때,올해 영화계 전망도 밝지 않다.하지만 위기는 곧 기회다.본 궤도에 오르기 위한 정확한 현실 파악과 방책 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2008년 1~11월 상영작 가운데 서울관객수를 기준으로 한 한국영화의 점유율(한국영화진흥위원회 집계)은 39%.2006년 같은 기간 61.2 %,2007년 46.8%보다 크게 하락했다. 더불어 같은 기간 한국영화 개봉작 편수는 모두 100편으로,관객 200만명을 넘긴 영화는 10편도 채 되지 않는다. 양적인 측면뿐만 아니라,질적인 면에서도 부진이 뚜렷했다.해외 영화제 진출 소식이 줄어든 것에서 드러난다.베니스 영화제에 10년만에 처음으로 초청작을 내지 못했고,영화 마켓에서도 100만달러 이상에 팔린 한국 영화가 2~3편에 머물 만큼 실적이 부진했다. 전문가들은 침체의 원인으로 좋은 작품이 부족한 것을 꼽는다.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다. 문화콘텐츠연구가 고정민(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박사는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영화계에 열정과 창의력이 뛰어난 감독·작가가 많았지만,최근 들어 매너리즘에 빠진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국내 시장이 정체돼 있는데,영화제작 편수만 무리하게 늘리다 보니 수요·공급의 밸런스가 무너졌고,공급 과잉으로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결국 좋은 작품을 만들지 못하는 문제를 극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열악한 제작환경을 개선하는 것도 관건.이와 관련,현재 7000~8000원인 영화관람료를 물가인상률에 맞게 인상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관람료는 2001년 1000원을 인상한 뒤로 변화가 없다.이에 대해 영화평론가 정지욱씨는 인상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수익분배율 조정을 전제로 해야 한다.”고 단서를 달았다.그는 “현재 수익분배는 극장이 ‘6’을 갖고,나머지 ‘4’를 제작·투자·배급 측이 나눠갖는 방식”이라면서 “제작환경을 실질적으로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합리적인 수익분배 구조를 갖추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불법 다운로드를 뿌리 뽑는 것도 중요하다.극장 관객수의 가격 탄력성이 크지 않은 상황에서 불법 다운로드는 영화산업을 위축시키는 주범이 되고 있다.같은 맥락에서 수익채널 다변화도 함께 도모해야 한다.인터넷에서도 수익성을 창출할 수 있도록 유료화 비즈니스를 보다 적극적으로 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전문가들은 “어려운 시기지만 다양한 영화에 투자가 활발히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투자가 적으면 결국 안전한 상업영화에만 돈이 몰리고,그러면 또다시 뻔한 영화들만 양산될 것이므로 신예 감독과 작가를 발굴하는 데 과감히 나서라고 주문한다. 더불어,드라마에서부터 일고 있는 출연료 상한가 지정,배우들의 개런티 재투자 움직임 등도 제작 거품을 빼는 긍정적 대안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감독 및 배우들의 해외 진출 활성화,2006년 축소된 스크린쿼터의 원상 회복 등도 한국영화살리기에 일조할 수 있는 과제들이라는 지적이다. 강한섭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은 “불황일수록 저렴한 오락거리를 찾게 되지 않겠느냐.”면서 “2009년 경제가 어렵다고 하지만,잘만 하면 영화계에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 [열린세상]해 저무는 강가에서 문단의 역사를 본다/최창일 시인·현대시인협회 이사

    [열린세상]해 저무는 강가에서 문단의 역사를 본다/최창일 시인·현대시인협회 이사

    역사의 현장이라면 우리는 박정희 대통령의 시해,박종철 고문 치사사건의 현장을 떠 올릴 수 있다.하지만 역사의 현장은 정치사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문단 역사의 흐름에도 있다. 요즘 하나의 액자 속의 사인보드 판을 통해 역사의 현장을 생생하게 본다.거슬러서 1993년 12월27일이다.명예시인으로 불리는 김수남씨가 그 해 회갑이 된 시인을 초청,송년 시회(詩會) 겸 회갑연을 가졌다.김수남씨는 시인은 아니다.시를 사랑하여 400여편의 시를 암송한다 하여 우리나라에선 처음으로 원로 시인들이 붙여준 호칭이다.안국동의 송현 클럽에 초청된 회갑 시인은 무려 여섯명이나 되었다.권일송 시인,박재삼 시인,이형기 시인,김여정 시인,강태열 시인,김남환 시인 등 중견시인으로 자리매김한 회갑시인이란 점도 있었고,김수남씨의 시 사랑에 대한 열정에 많은 시인들이 참석하였다. 문광부 장관은 물론 국회 문광분과위원장까지 얼굴을 내밀었으니 한마디로 문전성시였다.입구에 마련된 방명록을 대신한 사인판은 누가 보아도 내로라하는 한국 시의 거목들 집합체의 사인 보드판이다.구상,황금찬,이근배,허영자,김남조,성기조,김소엽,김광림 등 나열할 수 없는 100여명 시인의 예술적 가치의 사인이 보인다.사인보드 판이 너무 역사성으로 귀하다 싶어 복사본이라도 소장하고 싶어 김수남씨의 사무실에 들렀다.복사를 하고 돌려주겠노라 하고 잠시 대여받았다.일주일쯤 지났을까,빌려온 사인 보드판을 돌려주려던 차에 소스라칠 비보를 접했다.모 어린이 신문을 창간하기도한 김수남 명예시인이 그동안 투병하던 병마를 이기지 못하고 하늘나라에 갔다는 것이다.결국 돌려주어야 할 사인 액자가 주인을 잃고 말았다. 이런 연유로 사본이 걸려야 할 사인 액자 대신에 진본 액자를 걸게 되었다.진정 저무는 역사는 거역할 수 없는 것인가.지금 액자의 사인 주인들이 하나둘 세월의 뒤안길로 사라져가고 있다.사인을 남긴 박재삼 시인이 먼저 고인이 되었다.이어서 권일송,이형기,구상 시인이 뒤를 이어 하늘나라 시인의 마을에 둥지를 틀었다.우린 지금 도도한 역사의 흐름의 현장에 서 있다.교과서 실린 시인들의 모습을 더 이상은 세상에서 볼 수 없는 저무는 강가에 서 있다. 한해를 마무리하는 연말에는 문단의 세미나가 집중되어 있다.어느 세미나를 선택해서 참석할지 난감하다.하나같이 중요한 문단의 행사기 때문이다.겹치지 않는다면 다 참석해도 유익한 세미나들이다.그러나 이상하게도 행사들이 주말에 치중하다 보니 겹친다.그래서 이번에는 가장 연로한 분이 강사로 나서는 세미나를 참석하기로 마음을 먹었다.선택한 세미나는 황금찬 시인이 강사인 기독교문인협회가 주최한 세미나다. 황 시인은 91세다.우리 문단의 가장 큰 어른인 셈이다.그는 고령에도 불구하고 정정한 모습으로 ‘사랑과 평화 그리고 신앙시’란 주제로 강의를 진행했다.롱펠로우의 ‘백합에게’라는 시를 이야기할 때는 사랑이라는 테마에 스스로 감격하여 목소리에 눈물이 섞이고 듣는 이로 하여 가슴아리게 한다. 진정한 사랑은 노시인의 가슴에 지금도 애절하게 풀무질을 하고 있다. 이런 역사의 현장에서 시인의 음성을 녹음하지 못한 것이 한이 될 성싶다. 오인숙 시인은 외국의 수많은 작품을 나열하며 기다란 작중 인물을 술술 풀어가며 위트넘친 황 시인의 강의에 그만 넋을 잃고 말았다.예수님인가 하여 옷깃을 뒤에서 살며시 만져 보았다고 한다.김석림 시인은 “오늘의 이 세미나야말로 역사의 한 기록”이라고 말한다.역사는 오늘을 살면서 미래를 이야기한다.역사는 거울 같이 비춰서 모든 것의 제모습을 깨워준다.역사는 폭력이나 굴욕에도 무저항이지만 결코 진실을 외면치 않는다. 역사는 거울 같이 비춰서 모든 것의 제모습을 깨워준다.역사는 폭력이나 굴욕에도 무저항이지만 결코 진실을 외면치 않는다. 최창일 시인·현대시인협회 이사
  • [부고]

    ●조성옥(예비역 육군 준장·향우실업 대표)씨 별세 홍기(회사원)승기(사업)씨 부친상 3일 서울아산병원,발인 5일 오전 7시 (02)3010-2292 ●김진호(전 충북도의회 의장)씨 상배 김영철(중부매일 부국장)씨 빙모상 3일 청주 하나노인전문병원,발인 5일 오전 9시 011-459-0636 ●이근배(민주당 여수 을 지역위원회 사무국장)원배(광주 하백교회 목사)준배(전남도청 수산과)덕배(수원농업기술원 서기관)홍배(현대제철)옥균(남양유업)씨 부친상 승현(이노션)씨 조부상 3일 광주첨단종합병원,발인 5일 오전 9시 (062)601-80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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