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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男, 자신의 수학실력 ‘과대평가’ 한다 (연구)

    男, 자신의 수학실력 ‘과대평가’ 한다 (연구)

    남성들이 여성보다 이공계 진로를 더 많이 선택하는 것은 보편적인 현상이다. 그 동안은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가 이공계 학업 능력에 있어 남성이 여성보다 비교적 뛰어나기 때문이라는 것이 지배적 의견이었다. 그러나 최근 미국 플로리다 대학 연구진들은 이공계 진로에 남초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여성들이 이공계 분야에 대한 자기 능력을 과소평가하기 때문이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더 나아가 남성들의 경우 자신의 수학적 능력을 과대평가 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은 워싱턴 주립대학 연구팀이 남성들에게 자신의 수학적 능력을 과대평가하는 성향이 있다는 내용의 논문을 발표했다고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연구팀은 이를 알아보기 위해 대학생 122명과 기타 성인 참가자 184명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이들은 먼저 대학생 그룹에게 수학 시험을 보게 한 뒤 자신의 점수를 짐작해 볼 것을 요청했다. 그 결과 남학생들은 실제보다 더 많은 문제를 맞힌 것으로 오인하는 반면, 여성들은 비교적 정확하게 자신의 점수을 짐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후 연구팀은 이들에게 실제 점수를 알려준 뒤 또 다른 시험을 치르고 다시 한 번 자신의 점수를 짐작토록 지시했다. 흥미롭게도 이번에는 남성들도 이전보다 정확하게 자기 점수를 예상했다. 두 번째 그룹의 경우 처음 시험을 보고 점수를 짐작케 한 뒤, 실제 점수를 알려주는 대신 향후 수학 관련 학업이나 진로를 밟아볼 의향이 있는지 물었다. 그 결과 남성들이 여성들보다 더 많이 수학 관련 진로를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여성들도 자신의 수학적 재능에 있어 약간은 긍정적 ‘환상’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이런 환상을 가진 여성의 경우, 해당 분야에서 기대에 못 미치는 성과를 내더라도 좌절하는 대신 더 많은 노력을 통해 궁극적으로 좋은 결과를 내기 때문이라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이다. 연구를 이끈 셰인 벤치 박사는 “흔히 자기 자신을 평가할 때는 현실적이고 객관적인 관점을 가지는 것이 도움을 된다고 말한다. 하지만 수학 능력에 있어서는 약간은 긍정적 환상을 가지는 편이 관련 진로를 추구하는데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사진=ⓒ포토리아 방승언 기자 earny@seoul.co.kr
  • [열린세상] 송공 모임의 뒤안길/함인희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

    [열린세상] 송공 모임의 뒤안길/함인희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

    10여년 전 오래도록 특별한 인연을 맺어 온 은사님의 정년퇴임 자리에 초대를 받아 참석할 기회가 있었다. 지인(知人) 한 분이 멋스러운 난() 화분을 보내오셨는데, 분홍색 리본 위에 ‘송공’(誦功)이라 쓰인 것이 눈길을 끌었다. 그간의 공로를 다시금 되새겨 보며 “훌륭히 마무리하심을 축하드립니다”라는 덕담을 주고받는 정경을 소박하게 담아낸 격조 있는 표현이었던 듯싶다. 지금 대학가는 이번 학기 마지막 강의를 끝내고 학교를 떠나는 교수님들을 위한 송공의 자리가 이곳저곳에서 열리고 있다. 한데 흘러가는 물 거스를 장사 없다 했던가. 퇴임식 풍경의 예전 같지 않음에 쓸쓸함과 씁쓸함이 동시에 밀려온다. 한동안은 스승님 회갑을 맞아 제자들이 논문 봉정식도 해 드리고 곧 이어 정년퇴임을 기념해 화려한 양장의 저서를 출판하는 기념식도 치르곤 했다. 한데 요즘의 회갑은 동료들 간 조촐한 생일 파티로 간소화됐고, 제자들 중심으로 퇴임식을 하는 경우도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간간이 정년퇴임을 기념해 고별 강연을 하는 교수님들이 있긴 하지만, 이 또한 머지않아 사라질 것 같은 분위기다. 누군가는 ‘아무도 읽지 않는’ 논문집 내는 수고도 덜고, 제자들에게 번거로운 민폐(?)도 안 끼치게 되니 그나마 다행이라 하기도 하지만, ‘어른’에 대한 예우나 존경이 빠른 속도로 축소되고 있는 현실과 연구 업적 점수에 연연해하며 과도한 경쟁에 시달리고 있는 교수 사회의 현주소에 자괴감을 느끼지 않을 도리가 없다는 이야기도 들려온다. 하기야 “난 이제 제자들 주례 손 놓았다”고 하시는 교수님들 이야길 들은 지도 꽤 오래됐다. 언제부턴가 제자 녀석들 결혼식장에 가면 신랑 친구 녀석이 사례금 봉투를 삐죽이 건네곤 뒤도 안 돌아보고 사라지는 통에 신랑 신부 어느 측 하객도 아닌 주례로선 엉거주춤하게 식장을 빠져나올 수밖에 없던 경험이 몇 번 되풀이되고 난 이후엔 아예 제자 녀석들 주례 부탁엔 손사래를 친다는 이야기였다. 그나마 요즘엔 주례도 전문화(?)돼 교수에게 주례를 부탁하는 제자는 순진한 사례에 든다지 않던가. 정년퇴임식 자리의 거품이나 허세는 분명 거두어 냄이 마땅할 것이다. 그러나 그 자리가 아니고선 느낄 수 없는 깊은 감동이, 그 자리가 아니고선 전달될 수 없는 삶의 진수가 대학에서조차 설 자리를 잃어 가고 있음은 진정 안타깝기만 하다. 동료 및 후배 교수들을 향해 마지막 인사를 하는 퇴임식 자리는 결코 길지 않지만, 대학 울타리 안에서 보내온 수십여 년의 세월이 압축적으로 표현되면서 진한 울림으로 다가옴을 종종 느끼기에 더욱 그러하다. 은퇴를 뜻하는 리타이어(Retire)는 문자 그대로 다시(re) 타이어(tire)를 갈아 끼우고 달린다는 뜻이기에 연변 조선족 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것으로 인생 제2막을 새롭게 시작하고자 떠나신다던 교수님 말씀에 뜨거운 박수가 이어졌던 기억이 생생하다. 교수란 자신을 성장시키는 멋진 직업이었다는 고백과 더불어 연구를 통한 지적 자극 못지않게 교육을 통한 정서적 성숙과 지적 성숙이 가능했음에 깊이 감사한다는 은퇴사를 듣던 순간의 숙연함도 새삼 생각난다. 인문계나 사회계열 교수님들 은퇴의 변(辯) 속엔 옛 선인들의 지혜가 담기고 유머도 넘쳐나며 제한된 시간도 적당히 초과하는 반면 이공계 교수님들 은퇴사는 담백하면서 간단명료한 경우가 다반사이기에 “피는 속일 수 있으나 전공은 못 속인다”는 농담을 확인하는 재미도 있다. 이제 다(多)세대 간 공존이 사회적 화두로 떠오른 상황에서 윗세대 삶의 경륜과 지혜가 아랫세대로 자연스럽게 흘러내릴 수 있는 길들이 하나둘 자취를 감추면서 세대 간 단절과 분절이 깊어감은 어느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다. 세대의 묘미는 누구나 동일한 생물학적 단계를 거쳐 은퇴 이후를 맞이하게 된다는 사실일진대 이제 앞선 세대가 경험했던 다양한 시행착오를 후속세대가 단순히 반복하지 않도록 세대 간 소통을 보다 적극적으로 모색할 일이다. 올라오는 세대를 위해 길을 양보하는 미덕 못지않게 자신이 걸어온 길에 대한 자부심의 공감대를 넓혀 가면서 말이다.
  • [서울대 지망생의 책장-읽어라, 청춘] 장하석 ‘과학, 철학을 만나다’

    [서울대 지망생의 책장-읽어라, 청춘] 장하석 ‘과학, 철학을 만나다’

    극심한 취업난과 기업의 이공계 선호로 문과보다 이과를 선택하는 학생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수학이나 과학에 그다지 흥미가 없는 학생들조차 취업이 더 잘된다는 이유만으로 이과를 선호한다. 하지만 최근에는 대기업들이 신입 사원을 뽑을 때 전형적인 스펙보다는 인문학적인 소양을 더 중시한다니 사회 전체가 인문학 인재 열풍에 들썩이고 있다. 기업이 선호하는 인재상은 인문학도와 공학도를 융합한 것이다. 학생들은 이제 국문과에 지원하려 해도 수학과 과학을 잘해야 하고 컴퓨터학과에 가서도 인문 고전을 읽어야 한다. 이런 분위기 때문인지 인문학 관련 책과 강의가 인기를 끌고 있다. 대부분 고전을 요약, 발췌했거나 인문학이 왜 중요한지 원론적 이야기를 하는 것들이다. 조금이라도 지적으로 보이고 싶으면 이런 책이라도 읽어 무식함을 티 내지 않아야 한다. 기업 대표들조차 인문학 강좌 프로그램을 이수했음을 자랑으로 여긴다. 정부에서도 인문학을 살리기 위해 엄청난 돈을 쏟아부을 계획이라고 한다. 얼핏 보면 이런 사회적 분위기는 반겨야 할 것 같지만 사실은 성급한 성과주의의 연장에서 멀리 벗어난 것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이러한 사회 흐름이 대세인 가운데 경제적 가치에 기반을 둔 기술적 응용만 생각하면 순수과학이 지니는 문화적 가치를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 과학철학자 장하석의 주장은 시사하는 바가 커 보인다. 미국 캘리포니아 공과대학(칼텍)에서 물리학과 철학 공부, 스탠퍼드에서 철학 박사 학위 취득, 28세의 나이로 영국 런던대 교수 임용, 케임브리지 과학철학부 석좌교수 등의 화려한 이력이 주는 후광 효과만으로도 그의 말은 다 설득적일 텐데 과학을 인간적이라 말하며 어려운 과학 공부는 가라고 하니 들어 보지 않을 수가 없다. ‘장하석의 과학, 철학을 만나다’의 시작은 교육방송(EBS)의 특별기획 프로그램에서부터였다. 방송을 보며 고교 시절이 떠올랐다. 화학 시험을 볼 때 주기율표를 외워 시험지를 받자마자 시험지 여백에 그려 놓고 문제를 풀었다. 그것만 외우고 있으면 많은 문제를 풀 수 있었기 때문이다. 화학에 관한 탐구는 전혀 없는 암기력 테스트였다는 생각이 든다. 방영된 12강 모두가 책으로 출판됐다. 다시보기로 강의를 보며 책을 읽었다. 책의 내용이 훨씬 충실하지만 실험 부분은 방송을 직접 보는 것이 이해가 더 잘 됐다. 이 책은 과학 지식과 과학 탐구가 갖는 문화적 의미와 중요성에 대해 설명하는 내용으로 서문과 3부로 구성돼 있다. 1부(1~6장)에서는 철학의 인식론적 관점에서 과학이 어떻게 지식을 얻어 내는가에 대한 여러 가지 질문을 던진다. 일반적으로 과학 지식이 어떤 한계를 지니고 있고 우리는 그것을 어떻게 극복해 나가는가에 대한 이야기다. 과학철학계의 거장들이 주장했던 여러 아이디어를 소개한다. 과학이란 무엇인가, 과학 지식의 기반이 되는 관측을 믿을 수 있는가, 이 관측을 가지고 이론을 증명할 수 있는가, 과학 지식은 축적되는가, 혁명적으로 개편되는가, 과학적 진리란 무엇이며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것인가, 과학은 어떤 의미에서 진보하는 것인가 등을 다룬다. 현대 과학은 개념의 수량화에 의존하므로 측정이 중요하다. 측정을 위해서는 기준이 필요한데 최초의 기준을 정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온도, 길이, 질량, 시간 등 기본 물리량 외에도 측정의 기준을 잡는 일은 난해한 작업이다. 그래도 측정 기준은 필요하므로 단순하고 간편한 체계를 기반으로 탐구를 시작하고 탐구 결과를 기반으로 다시 기준 자체를 수정하고 개선해 나간다. 장하석은 처음에 믿고 시작한 전제들을 유지·반복하지 않고 매 단계별로 재검토하고 지식을 쌓고 개선하는 과정을 되풀이하는 것을 ‘인식적 반복’이라 정의했다. 과학은 이런 과정을 통해 발달한다. 2부(7~10장)에서는 과학사의 일화를 자세히 소개해 과학 연구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도록 한다. 과학 연구의 구체적 모습을 이론적·실험적·역사적·철학적 관점에서 소개함으로써 과학의 실천에 대한 감각을 키울 수 있도록 격려한다. 산소는 어떻게 발견했으며 왜 산소라 부르는가, 물은 늘 섭씨 100도에서 끓는가, 일상에서 많이 쓰고 있는 건전지는 어떻게 발명했으며 거기에서 전기는 어떻게 생기는가를 설명한다. 비교적 이해가 쉽고 직접 실험해 볼 수 있는 수준에서 과학사의 일화들을 고르다 보니 18세기 중반부터 19세기 중반까지의 사건들로 모아졌다. 라부아지에에서 월라스턴에 이르기까지 이 시기 과학자들의 배경은 다양했다. 귀족 출신에서 노동자의 아들까지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 엘리트 교육을 받은 사람도 있었고 평생 학교 근처에도 못 간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그들에겐 그저 순수한 호기심으로 과학적 탐구에 몰두했다는 공통분모가 있었다. 과학 발전에 기여해서 유명해지겠다는 야심이나 돈을 많이 벌겠다는 욕망은 없이 그들이 법학자였든 사업가였든 독자적 연구에 몰두했다. 우리가 그동안 받았던 과학 교육은 ‘누가, 무엇을’에 집중됐을 뿐 ‘어떻게, 왜’는 없었다. 저자는 교과서가 가르치는 정답에만 골몰하지 말고 과학자들이 탐구했던 길을 따라가며 의문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우리 나름의 생각도 커질 것을 기대한다. 이런 기대는 자신이 그러한 길을 갔던 경험을 통해 과학에서 철학적 깨달음을 얻고 실천하는 과정이 얼마나 재미있었는지 충분히 느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것이다. 3부(11장과 12장)에서는 과학철학이 과학을 어떻게 하면 더 잘하게 하고 더 효과적으로 지원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로 전체 강의를 종합하는 성격을 띤다. 과학 지식을 창조하는 과정과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교육 이야기, 과학에서 다원주의가 필요한지, 유용한지에 대한 논의를 펼치며 자신의 철학 핵심을 설명한다. 저자는 지식을 습득하는 과정에는 특별한 길이 없지만 새로운 개념을 만들어 내는 창의성은 ‘정상 과학의 퍼즐 풀기를 열심히 하다 위기에 처하면 필요에 의해 생긴다’는 쿤의 주장을 빌려 설명한다. 우리 교육 현실에서 학생들이 자신의 문제에 직접 부딪칠 기회를 방해하지 말아야 한다고 일침을 놓기도 한다. 창의력이 있는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다원주의를 실행하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그는 과학에서의 다원주의를 과학의 한 분야에서 가능한 여러 실천 체계를 발달시키고 유지하는 것이 좋다는 입장이라고 정의한다. 다원주의 과학의 지식 체계는 가능하면 한 분야 내에서도 여러 가지를 발달시키고 유지하는 것이 과학의 여러 목적(그 목적이 무엇이 됐든)을 달성하는 데 유리하다. 몇 가지 체계를 동시에 유지하면서 얻을 수 있는 관용과 상호작용의 이점을 추구함으로써 인간의 창의성을 최대로 발휘하고 자연의 가르침을 최대로 받을 수 있다. 다원주의는 과학뿐 아니라 사회 전반에서 이루어져야 하고 많은 이들이 생각하지 않았던 질문을 던지는 철학은 다원주의를 이루는 데 유용하다고 결론을 맺는다. 사상·문화 등을 중심으로 인간의 가치와 관련된 제반 문제를 연구 영역으로 삼는 것이 인문학이라면 첨단 과학기술 시대를 사는 현대인에게 과학의 실천적 차원을 인식하고 즐기도록 하려는 시도 또한 인문학의 범주에 포함될 수 있다. 지식과 정보를 나눌 수 있는 영역이 사물 간 통신(IoT)으로까지 확장되고 있다. 이렇게 급변하는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처해 개인과 사회를 이롭게 하는 데 과학의 탐구 정신은 쓸모가 많다. 세상살이가 문과 이과로 나누어지지 않듯 어떻게 하면 더 인간답게 살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데 인문학과 과학의 구분은 쓸데없다. 하지만 ‘장하석의 과학, 철학을 만나다’는 오늘날 인문학의 영역 확장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한다는 점에서 소용이 닿는다. 최영주 한우리독서토론논술 책임연구원 ●‘읽어라 청춘’은 격주로 게재됩니다.
  • [오늘의 눈] 인문학이 부러운 과학/유용하 사회부 기자

    [오늘의 눈] 인문학이 부러운 과학/유용하 사회부 기자

    “난 요즘 인문학 쪽 분위기가 부럽다.” 얼마 전 대학교수, 중학교 교사, 무직자, 자영업자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지인들과 술자리를 가졌다. 술잔을 주거니 받거니 하며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하던 중 대학교수인 친구가 불쑥 꺼낸 말이다. 인문학 전공자나 대학에서는 ‘인문학의 위기’라며 죽겠다는데,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인가 해서 모두 그 친구를 쳐다봤다. 그의 말인즉 “강단 인문학은 위기일지 모르지만, 기업이나 언론, 심지어 백화점 문화센터까지 대중을 상대로 하는 인문학 시장은 활황 아니냐”는 것이었다. 반면 대중에게 과학기술은 여전히 ‘내 삶과는 상관없는 어려운 이야기’로 치부되고 있으니 부럽다는 얘기였다. 그러나 모두가 ‘배부른 이공계 교수님의 헛소리’라고 공격하는 바람에 그 친구는 본전도 못 찾고 술만 거푸 마셔 댔다. 사실 요즘 같은 인문학 열풍 속에서는 ‘열역학 제1법칙’은 모르더라도 동서양 고전 몇 권쯤은 읽은 티를 내야 트렌드를 따라가는 똑똑한 사람 대접을 받는다. 대형 서점에 가봐도 인문학 분야는 한 달이 멀다 하고 베스트셀러가 바뀌는데, 과학기술 분야에서는 몇 년째 ‘이기적 유전자’, ‘코스모스’, ‘총, 균, 쇠’ 등이 요지부동 베스트셀러 상위권을 지키고 있다. 이 책들이 워낙 ‘불후의 명작’이라 그런 것도 있겠지만, 그만큼 과학책을 찾는 사람들이 적고 관심 밖에 있다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영국의 과학자 겸 소설가인 찰스 퍼시 스노는 1959년 케임브리지대 리드 강좌에서 ‘두 문화’라는 제목의 유명한 강연을 했다. 현대문명을 떠받들고 있는 과학과 인문학의 의사 소통 단절이 세계 문제를 해결하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것이 핵심이다. 리영희 선생은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고 말했다. 세계라는 새는 좌우의 사상뿐 아니라 ‘과학’과 ‘인문학’이라는 방법론이 균형을 이뤄야 떨어지지 않고 날 수 있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없는 사회는 물질주의와 배금주의로 인간 경시 현상이 넘쳐나게 된다. ‘무엇이 세상을 움직이는가’라는 고민이 없는 곳에서는 사상의 과잉으로 사회의 분열이 초래된다. 요즘 우리 사회는 ‘어떻게’에 대한 고민도 없고, 과학의 합리적 사고까지 배제된 감정의 과잉 상태에 있는 듯하다. 사회 곳곳에 괴담이 넘쳐나고, 상대의 주장이 더 합리적이어도 내 주장이 옳다고 우겨 대는 것은 이제 익숙한 풍경이다. 과학 교육의 본질은 지식의 습득이 아닌 생각의 방식을 가르치는 것이다. 입시 중심의 주입식 교육 환경에서 합리성과 사고의 방식을 배울 수 있으리라 생각하는 것은 나무 밑에서 물고기를 찾는 격이다. 학교에서 어렵다면 다양한 대중 강연 등으로 과학에 대한 관심을 끌어내고 그 속에서 합리적 사고방식을 습득할 수 있도록 해야 할 텐데 그렇지도 않다. 과학 동네와 인문 동네를 넘나드는 경계인으로서 친구의 깊은 고민을 이해하지 않고, 술기운에 못 이겨 ‘헛소리’라 비난한 것이 뒤늦게 마음에 걸린다. edmondy@seoul.co.kr
  • EBS 지문 사라진 영어도 “쉬웠다”

    EBS 지문 사라진 영어도 “쉬웠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가 확산되는 가운데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이 주관하는 201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6월 모의평가가 4일 치러졌다. 메르스의 직격탄을 맞은 경기 지역에는 모의평가를 신청한 434개 고교의 13만 7901명 가운데 429곳의 13만 7030명이 시험을 치렀다. 휴업 중인 5개교의 1147명도 신청은 했으나 276명(24%)만 응시했다. 6월과 9월에 두 차례 치러지는 평가원 주관 모의평가는 시험의 성격, 출제 영역, 문항 수 등이 실전 수능과 유사하기 때문에 난이도에 관심이 쏠린다. 이번 모의평가에서 국어는 지난해 수능에 비해 쉬웠고 수학은 약간 어려웠다. 영어는 교육 당국의 예고대로 대의 및 세부 정보를 파악하는 유형의 10개 문항에서 EBS 교재의 지문이 그대로 나오지는 않았지만, 대부분의 입시업체가 1등급 컷을 100점으로 예상할 정도로 쉬웠다. 입시업체들은 1교시 국어 영역에 대해 공통적으로 A형(이과·예체능 응시)은 지난해 수능과 비교해 비슷하거나 쉽고 B형(문과 응시)은 쉽게 출제됐다고 분석했다. 이른바 ‘땅콩 회항’ 사건과 관련된 내용으로 징벌적 손해배상 문제를 다룬 지문이 A, B형에 공통으로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반면 2교시 수학은 지난해 수능과 비슷하거나 약간 어렵게 출제된 것으로 나타났다. 권혁민 종로학원 수학과 팀장은 “A형(문과)은 지난해와 비슷했지만 B형(이과)은 문제풀이 접근 과정에서 실수를 유발할 수 있는 문항이 있어 틀리는 경우가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EBS 교재의 지문이 그대로 출제되지 않아 난도가 올라갈 것으로 예상됐던 영어는 추상적이거나 철학적인 내용의 지문이 없었고, 수험생들이 가장 많이 틀리는 빈칸 문제 3문항 중에서 2문항이 EBS 교재의 지문을 토대로 출제됐기 때문에 쉬웠다는 분석이다. 이치우 비상교육 입시평가연구실장은 “주요 영역의 변별력은 수학, 국어, 영어 순이지만 이들 과목 모두 변별력이 낮아 상대적으로 학습 시간이 적었던 탐구 영역의 영향력이 클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편 재학생 지원자는 지난해 6월보다 7586명 줄어든 54만 7786명이었고 2015학년도 ‘물 수능’의 여파로 졸업생 지원자는 1181명이 늘어난 7만 4003명이었다. 또 문과생이 응시하는 사회탐구 영역 지원자는 지난해보다 3368명이 줄어든 34만 8609명이었지만 최근 이공계 선호 현상을 반영한 듯 과학탐구 영역은 2413명 늘어난 24만 8038명이었다. 장형우 기자 zangzak@seoul.co.kr
  • “과학기술원 입시전략 수시서 결판내라”

    “과학기술원 입시전략 수시서 결판내라”

    청년 취업난이 심해지면서 이공계열의 인기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광주과학기술원(GIST),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울산과학기술원(UNIST)도 올해 대입에서 강세가 예상된다. 특수대학인 4개 과학기술원은 학부 모집에서 수시 6회 지원 제한과 정시 모집군 제한도 받지 않는다. 올해부터 과학고 조기 졸업에 제한을 두면서 일반고 학생이 더욱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수시에서 모집하는 학생수가 훨씬 많기 때문에 가급적 수시에서 결판을 내는 게 효과적이다. 한국과학기술원은 지난해 수시모집에서 일반전형 4.64대1, 학교장추천전형 11.24대1의 경쟁률을 보였다. 정시모집은 30명 정원에 1118명이 지원, 26.8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올해 수시에서는 일반전형(570명), 학교장추천전형(80명), 고른기회전형(30명)으로 학생을 선발한다. 3가지 전형 모두 1단계 서류로 2.5배수를 선발하고 2단계에서 면접을 치른다. 서류 70%와 면접 30%를 반영한다. 수능 최저학력기준 제한도 없다. 정시는 군외전형으로 수능우수자전형(30명)을 실시한다. 수능 성적만으로 선발한다. 국어 A형, 수학 B형, 영어, 과학탐구 2과목을 반영한다. 과탐은 서로 다른 교과 I+II, II+II 조합으로 응시해야 한다. 지난해 수시에서 9.8대1의 경쟁률을 보인 광주과학기술원은 올해 수시에서 학생부종합전형으로 일반전형 105명, 학교장추천전형 50명, 고른기회전형 20명을 선발한다. 정시는 25명을 선발한다. 일반전형은 과학고 출신자가 지원자의 54.44%로 절반이 넘었다. 정시는 16.48대1의 지원율을 기록했으며, 지원자 93.93%가 일반고 출신 학생이었다. 대구경북과학기술원은 수시에서 학교장추천전형인 미래브레인 추천전형(50명 내외)과 미래브레인 일반전형 I(140명 내외)으로 선발한다. 정시에서는 미래브레인 일반전형 II로 10명 내외를 선발한다. 지난해 추천전형은 10.38대1, 일반전형 I은 7.76대1, 정시 일반전형 II는 7.2대1의 지원율을 보였다. 지난해까지 일반대학이었던 울산과학기술원은 올 9월 과학기술원으로 전환해 수험생을 선발한다. 이공계열 8개 학부와 경영계열 경영학부가 개설돼 있다. 계열별로 수험생을 모집해 2학년이 되고서 학부 또는 전공을 선택한다. 수시모집에서 일반전형 286명, 창업인재 20명, 지역인재 24명을 선발한다. 정원 외 기회균등으로도 36명을 뽑는다. 지역인재 전형은 울산광역시 소재 고교 재학생 가운데 학교장 추천을 받은 학생을 대상으로 한다. 김희동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장은 “특수대학은 수시 6회 제한을 받지 않고 정시도 군외전형으로 선발하기 때문에 수험생들이 부담 없이 지원할 수 있다”면서 “하지만 허수 지원이 적기 때문에 가고자 하는 과학기술원의 핵심 전형요소가 무엇인지 제대로 파악하고, 면접 등에서 이런 모습을 잘 부각시켜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서울광장] 메르켈 외교, 박근혜 외교/최광숙 논설위원

    [서울광장] 메르켈 외교, 박근혜 외교/최광숙 논설위원

    박근혜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연배가 비슷한 데다 정치인으로는 드물게 이공계 출신이어서 종종 닮은꼴 지도자로 비교된다. 하지만 국제 무대에 드러나는 외교 스타일을 보면 딴판이다. 메르켈이 소신 있으면서도 유연하게 실리를 취하는 반면 박 대통령은 앞뒤가 꽉 막힌 듯한 행보로 외교적 고립을 자초한다는 평을 듣고 있다. 메르켈 총리는 최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제2차 세계대전 승리 70주년 기념 행사에 서방 국가 정상으로는 유일하게 모습을 드러냈다.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은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항의로 러시아 방문을 보이콧했다. 사실 메르켈 총리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공공연하게 서로를 물어뜯는 앙숙으로 묘사될 정도로 사이가 좋지 않다. 메르켈에게 먼저 ‘악동’ 짓을 한 것은 푸틴이다. 2006년 메르켈의 총리 취임 후 첫 러시아 방문 시 푸틴이 내민 선물은 개 인형이었다. 개에게 물린 이후 개 공포증이 있는 메르켈에게는 부적절한 선물임을 푸틴이 모를 리 없었다. 이듬해 푸틴은 메르켈과의 정상회담장에 자신의 애견을 풀어 놓았다. 갑자기 나타난 이 검은 개는 메르켈에게 다가와 킁킁 냄새를 맡고 발을 핥았다. 메르켈은 잔뜩 긴장한 얼굴로 두 다리를 바짝 끌어당겨야 했고, 푸틴은 이를 느긋하게 바라보았다. 특히 회담에서 푸틴은 호통을 치거나 거칠게 구는 등 마치 KGB 장교처럼 행동하곤 해 메르켈을 경악하게 했다고 한다. 이러니 메르켈이 푸틴을 좋아할 수가 없었다. 그럼에도 메르켈은 우크라이나 사태 등의 외교 현안을 다루기 위해 푸틴을 결코 멀리하지 않았다. 다른 정상보다 더 자주 만나고, 더 자주 통화했다. 올 들어 3번 정상회담, 16차례 전화통화를 했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크게 악화된 지난해는 4번 정상회담과 34번의 전화통화가 있었다. 이번 메르켈의 러시아 외교가 돋보인 것은 명분과 실리를 다 얻는 전략적인 행보 때문이다. 메르켈은 지난 11일 푸틴과 2차 세계대전 무명용사 묘를 헌화하는 것으로 전범국으로서의 과거사 반성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전날 모스크바 붉은광장에서 열린 기념식에는 가지 않았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사태 개입으로 5000명 이상 숨진 상황에서 러시아군의 퍼레이드를 지켜보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판단한 것이다. 메르켈은 푸틴과의 회담에서는 우크라니아 사태의 해결을 촉구함으로써 유럽의 문제 해결에 독일이 중재자 역할을 맡고 있음을 전 세계에 보여 줬다. 과거사와 외교 현안을 철저히 분리 대응하는 실리 외교를 펼친 것이다. 반면 박 대통령은 과거사에만 ‘올인’하고 다른 것은 고려하지 않는 원리주의적 방식을 취했다. 지난해 3월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한·미·일 정상회담 전 아베 총리가 한국어로 인사를 건네며 악수를 청했을 때 무뚝뚝한 표정으로 외면했다. 2013년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에서도 바로 옆에 앉은 아베와 눈길 한번 나누지 않았다. 아베가 박 대통령을 향해 고개를 돌리면 하늘을 쳐다보며 ‘투명인간’ 취급했다. 이런 박근혜식 ‘얼음외교’는 누가 봐도 결례로 비춰진다. 뒤늦게 정부가 과거사와 경제·외교는 분리 대응한다지만 이미 대일 외교에서 우리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친 상태다. 그렇다고 미국·중국과 더 친해진 것도 아니다. 미국과 중국이 각각 주도하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한반도 배치와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가입 문제를 놓고 눈치만 보다가 결국 두 나라 모두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 이 사이 미·일은 신밀월 시대를 활짝 열며 갈수록 밀착되고, 과거사로 아베를 멀리하던 중국도 일본과 손을 잡았다. 한국만 외로운 ‘섬’처럼 외교적 고립 위기에 몰리고 있다. 메르켈의 거침없으면서도 실리를 취하는 외교 행보는 독일이 유럽의 최대 경제국이기에 가능한 측면이 있지만 메르켈 개인의 외교 능력도 크게 작용했다. 그동안 세계 외교무대에서 미국·프랑스에 비하면 변방에 머물던 독일의 위상은 메르켈의 등극 이후 높아졌다. 강국에 둘러싸인 우리는 더더욱 인근 국가들과 연대하며 국익을 챙기는 실리 외교를 펼쳐야 한다. 지도자의 외교력에 따라 국가의 위상만이 아니라 국가의 흥망성쇠까지도 달렸는지 모른다. bori@seoul.co.kr
  • 산학협동재단, 이공계 대학생 경진대회 지원으로 창의인재 육성

    산학협동재단(이사장 김인호 한국무역협회 회장)은 2015년도 이공계 대학생 경진대회 지원사업으로 전국 규모의 10개 경진대회를 선정하고, 주최 기관에 총 1억 8천만 원의 개최 경비를 지원한다고 밝혔다. 사업 주최기관인 산학협동재단과 주관기관인 대학산업기술지원단(단장 안성훈 서울대 교수)은 미래 성장을 이끄는 창의적 공학인재 양성과 산학협력 활성화를 위해 2013년부터 전국의 이공계 대학생을 대상으로 우수 경진대회를 지원해 오고 있다. 올해에는 총 32개 대회가 신청해 3.2: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으며, 평가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뿌리산업, 주력산업, 미래전략산업 등 총 10개 경진대회를 선정했다. 뿌리산업분야에서는 금형 분야 현장 실무인재양성을 위해 ‘전국 대학생 금형 3차원CAD 기술 경진대회’를 선정했다. 주력산업기술 분야에서는 글로벌 자동차 공학 인재 양성을 위한 ‘국제 대학생 자작자동차 대회’와 최근 주목 받고 있는 친환경 그린에너지 분야의 신기술과 아이디어를 겨루는 ‘I.E (Intelligent Electronics) 경진대회’와 ‘휴먼-솔라보트 축제’를 지원한다. 미래전략산업분야에서는 방재기술 인재양성을 위한 ‘구조물 내진설계 경진대회’, 지능형 로봇기술 대회인 ‘지능형 모형차 경진대회’와 ‘미니드론 자율비행 경진 대회’, 국내외 저소득 계층을 위한 공학기술 작품 아이디어 발굴을 위한 ‘소외된 90%를 위한 창의설계 경진대회’, 아이디어와 공학을 접목한 ‘한국 대학생 산업공학 프로젝트 경진대회’와 미디어 콘텐츠 분야의 ‘K-컬쳐 미디어 콘텐츠 기획 디자인 제작 경진대회’를 지원한다. 한편 산학협동재단은 1974년 한국무역협회가 중소기업과 대학의 산학협력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한 학술장학재단으로 지난해까지 중소기업 기술개발을 위한 연구비로 373억 원, 장학금으로 137억원(17,469명)을 지원하는 등 산학협력을 이끌어온 순수 민간 재단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사설] 벤처 창업자에게 병역특례 안 된다

    정부가 벤처 창업자에게 병역특례 혜택을 주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벤처 창업을 늘리기 위한 인센티브의 하나로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지난달 15일 청와대에서 ‘벤처 창업 붐 확대방안’에 대한 회의를 열고 이런 방안을 논의했다고 한다. 이공계 석·박사 학위를 가진 사람이 연구기관에서 36개월을 근무하면 군복무로 대체해 주는 현행 ‘전문연구요원제도’를 벤처 창업자에게도 적용하는 방식이다. 벤처 창업자에게도 ‘전문연구요원제도’와 같은 병역 특례를 주겠다는 발상은 잘못됐다. 정부는 엄격한 제한을 두고 벤처 창업자에게 병역 특례를 주는 것을 검토할 방침이라고 한다. 병역 혜택을 주는 벤처기업의 범위를 전문연구요원에 준하는 기술이나 특허 등을 가진 업체로 제한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벤처 창업자에게 병역 특례를 준다면 많은 부작용이 있을 것이다. 또 다른 병역 회피의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사실 돈만 있다면 누구나 어렵지 않게 벤처를 창업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자칫 부유층의 합법적인 병역면제 수단을 정부가 나서서 제공해 주는 꼴이 될 수 있다. 병역 특혜를 노린 가짜 창업자가 생길 수도 있다. 아이디어가 있어도 돈이 없어서 벤처 창업을 못 하는 서민 계층과의 형평성 문제도 불거질 수 있다고 본다. 한국 사회에서 병역 문제는 가장 민감한 사항 중 하나다. 정치인, 스포츠 선수, 연예인을 비롯해 우리 사회 각계 각층이 부정한 방법으로 병역을 회피한 뉴스는 끊이지 않게 나오고 있고 그때마다 국민들은 분개한다. 소위 기득권층, 권력층들은 교묘한 방법으로 병역을 회피하는 사례가 많다. 아시안게임 금메달 등 국제대회에서 메달을 딴 운동선수에게 병역면제 혜택을 주는 병역법 조항도 요건을 더 까다롭게 해서 대상을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은 상황이 아닌가. 고액의 연봉을 챙기는 프로선수들에게 병역 혜택까지 너무 쉽게 주는 것은 과도한 특혜라는 지적이다. 그런데 벤처 창업자에게 병역 특례를 주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니 제 정신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러지 않아도 인구가 줄면서 군에 입대할 인력이 줄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벤처를 활성화하겠다는 조급한 마음으로 정부가 병역 특례를 검토하겠다는 것은 문제가 많다. 벤처 창업자에게 병역 혜택을 주겠다는 것은 특정계층, 기득권층, 부유층에만 혜택이 돌아갈 수 있고 위화감만 더 부추길 수 있는 하책(下策) 중의 하책이다. 벤처 창업자에게 병역 혜택을 줘서는 안 된다.
  • R라뷰의 저자 서진수와 함께하는 데이터 분석 초보탈출!

    R라뷰의 저자 서진수와 함께하는 데이터 분석 초보탈출!

    인문계열을 전공으로 하는 학생들의 한숨이 날로 늘어만 가고 있다. 공학과 IT 계열의 취업률은 갈수록 높아지는 반면 인문계열 졸업생들의 설 자리가 점점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인문계 취업난이 지속되자 최근 인문계열 학생들 사이에서는 IT와 컴퓨터 분야 자격증 취득에 열풍이 불고 있다. 전공 계열이 아니어도 자격증 취득 만으로 취업의 문이 더욱 넓어지기 때문이다. IT와 컴퓨터 분야에 대한 인문계 학생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가운데 인문계열 학생들 사이에서 프로그램 R 무료 강의가 화제를 모으고 있다. 최근 신작 ‘R라뷰-R을 활용한 데이터 분석 입문편’을 발표한 저자 서진수가 인문계열 대학생 및 기업체에 직접 찾아가 무료로 프로그램 R 관련 특강을 진행하고 있는 것. 서진수는 15년간 데이터베이스 분야에서 실력을 인정받고 있는 전문가로, 오라클 sql과 pl/sql, 오라클 관리실무, 오라클 백업과 복구 등 관련 분야 서적 8권을 출간해 관련 분야 베스트셀러를 차지했다. 특히 그의 저서 ‘오라클 백업과 복구’는 한국 최초 영문으로 번역되어 외국으로 수출되면서 한국 엔지니어의 우수성을 널리 알렸으며, 데이터 관리를 넘어 현재 저자 서진수는 데이터 분석으로 까지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R라뷰의 저자 서진수는 프로그램 R이 컴퓨터 공학 전공자들의 전유물이 아닌 것에 포인트를 두고, 이공계열과는 관련 없는 인문계열 전공자 중 데이터 분석에 관심 있는 이들이 최대한 쉽게 이해하며 배울 수 있도록 책을 집필했으며, 무료 강의를 통해서 프로그램 R을 더욱 재미있게 배우며 지식을 습득할 수 있도록 지식을 전수하고 있다. 많은 이들에게 무료 강의를 진행 중인 저자 서진수는 “여러 학교를 방문하며 무료 강의-R특강을 진행하는 동안 학생들이 전공을 벗어나 전공분야 외에도 잘 할 수 있는 다른 하나를 더 얻을 수 있게 된 것을 알았을 때 매우 기뻐하던 표정을 볼 때가 나에게 가장 의미 있던 순간이었다”며, “갈수록 활발한 발전이 이루어지고 있는 빅데이터 분석 및 통계학 분야에 발맞춰 프로그램 R을 공부해둔다면 취업 시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R라뷰-R을 활용한 데이터 분석 입문편’은 정부 3.0으로 공개된 각종 공공 기관의 실제 공공 데이터들이 수록된 예제들을 따라 하며 쉽게 배울 수 있다. 또한 실제 업무에서 사용하는 실무 예제가 수록되어 있어 취업 준비를 하는 R 입문자들과 초보자들 사이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브라질에 ‘케이무브 센터’ 청년층 중남미 취업 촉진

    브라질에 ‘케이무브 센터’ 청년층 중남미 취업 촉진

    중남미 4개국을 순방 중인 박근혜 대통령은 24일 마지막 방문국인 브라질에서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정체를 보이고 있는 양국 간 경제협력을 확대하기 위해 두 나라의 경제혁신 정책을 연계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또 회담을 계기로 경제협력을 다각화·고도화하는 25건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두 나라는 고용부 간 ‘직업훈련 MOU’ 체결을 통해 브라질에 ‘케이무브’(K-Move) 센터를 설치, 청년 인력의 중남미 진출 지원을 촉진하기로 했다. 케이무브센터는 해외 일자리와 창업기회 발굴 등 청년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기 위해 도쿄, 베이징, 실리콘밸리 등 전 세계 7개국의 코트라 무역관에 설치해 운영되는 기관이다. 정부는 중남미 센터를 통해 올해부터 5년간 최소 1000개 기관·기업의 현지 고용을 발굴해 우리나라 청년에게 제공한다는 계획을 잡고 있다. 정부는 브라질 이외에도 멕시코 멕시코시티, 콜롬비아 보고타, 페루 리마, 칠레 산티아고 등 인접 국가 무역관을 연결하는 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다. 또 두 나라는 청년 간 교류 증진을 위해 양국 간에 추진 중인 ‘워킹홀리데이 협정’도 조속한 체결을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 박 대통령은 호세프 대통령이 이공계 인재 10만명 양성을 위해 추진하는 ‘국경 없는 과학’ 프로그램에 적극 호응했다고 청와대는 전했다. 두 나라 보건부 간에는 ‘보건의료 협력 MOU’를 체결하고 원격의료·제약·의료기기 및 기술 등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그 첫 사업으로 스마트병원선(船) 개발을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산업진흥원이 개발한 원양선박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브라질에 적용하는 내용이다. 한양대병원은 상파울루 병원, 산마리타노 병원과 원격의료 협력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창조경제혁신센터 모델도 중남미 국가 중 처음으로 브라질에 수출하게 됐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는 앞으로 5년간 5000만 달러를 투자키로 했다. 전자상거래, 전자무역, 브라질 유통망 진출 협력 등 3건의 MOU를 통해 우리 기업들의 수출이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청와대는 기대했다. 브라질리아(브라질) 이지운 기자 jj@seoul.co.kr
  • 일반고생, 카이스트 가는 길 넓어집니다

    일반고생, 카이스트 가는 길 넓어집니다

    일반고 학생들에게 2016학년도 이공계 특성화대 입시는 특별한 기회다. 과학고의 조기졸업 제한으로 올해 과학고 출신 지원자가 일시적으로 줄어들기 때문이다. 2014년 과학고 입학생부터 조기졸업이 제한되면서 지난해 80%에 육박하던 2학년 조기졸업생이 올해 10%(대전·충남 지역 20%) 수준으로 줄어든다. 물론 상급학교 조기 입학 자격부여 제도를 통해 최대 40%까지 과학고 2학년의 대입전형 지원을 허용했지만, 전체적으로는 기존 조기졸업 지원자의 규모가 절반 이하로 급감하는 셈이다. ●올 과학고 조기졸업 대입지원자 최대 601명 학교 알리미 사이트에 공시된 자료로 추산했을 때 2015학년도 1424명이었던 과학고 2학년 조기졸업 대입 지원자는 2016학년도 최대 601명으로 줄어든다. 과학고 조기졸업 제한으로 일반고 출신들이 가장 큰 반사 이익을 누리게 될 한국과학기술원(KAIST),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울산과학기술원(UNIST), 광주과학기술원(GIST), 포항공과대(POSTECH) 등 5대 이공계 특성화대의 수시모집 선발 인원은 전체 모집 인원의 94%에 이른다. 20일 학교별 특징과 전형을 알아봤다. ●카이스트, 지난해보다 50명 축소 카이스트는 학과 구분 없이 무학과 제도로 모집한다. 학생들은 입학 뒤 1학년 말에 학과별 정원 제한 없이 자유롭게 전공을 선택한다. 2016학년도 총 모집 인원은 750명 내외로 지난해보다 50명이 줄었다. 수시 학생부종합전형(일반전형, 학교장추천전형, 고른기회전형)으로 680명 내외를 모집하며, 외국고 전형으로 40명 내외를 모집한다. 고른기회전형은 지난해부터 새터민에게 문을 열어 놓고 있다. 수시 모든 전형에서 수능 최저학력 기준은 적용하지 않으며, 6회 지원 제한도 적용받지 않는다. 1단계 서류평가 결과와 2단계 면접평가 결과를 7대3으로 반영해 최종 합격자를 가린다. 정시에서는 수능 우수자전형으로 30명 내외를 뽑는다. 수시 전형 간 중복 지원은 안 되고, 수시·정시는 중복 지원이 가능하다. ●디지스트, 고른기회전형 신설 학부생들은 전공 구분 없이 3년 동안 수학·물리·화학·생물학 등 기초과학·공학과 비교역사·철학·음악·미술·체육 등 인문소양 교육을 함께 공부한다. 4학년이 되면서 개인 진로를 정해 트랙별 심화 교육을 받는다. 2015학년도 입학생은 모두 203명으로, 2016학년도에도 이와 비슷한 수준인 200명 내외를 무학과 단일학부로 선발한다. 정시에서 수능 위주로 10명 내외를 뽑고 나머지를 수시 모집에서 학생부종합전형으로 뽑는다. 수시에서는 학교장 추천이 필요한 미래브레인추천전형으로 50명 내외, 미래브레인일반전형으로 140명 내외를 선발한다. 올해는 농어촌 학생이나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 가구의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미래브레인고른기회전형이 신설됐다. 정시에서는 수능 성적 100%로 뽑는다. ●유니스트, 기회균등전형만 추천서 필요 이공 계열 8개 학부, 경영 계열 1개 학부 등 총 9개 학부에 21개 전공이 있다. 올해 벤처경영 트랙이 신설됐다. 2학년부터 전공을 선택하는데, 반드시 2개를 해야 한다. 2016학년도에 정원 외 포함해 모두 396명을 선발한다. 수시모집 제출 서류에서 추천서를 없앤 것이 큰 특징이다. 일반전형과 지역인재전형, 창업인재전형은 학생부와 자기소개서, 우수성입증자료를 본다. 지난해보다 5명을 늘려 20명을 뽑는 창업인재전형은 학생들끼리 40분 동안 집단토론을 벌이는 면접평가를 한다. 기회균등전형은 유일하게 교사 추천서를 필요로 한다. 세월호 유족의 지원이 가능한 분야로, 정원 외 36명을 뽑는다. 정시모집 비율은 10% 정도로 지난해처럼 수능 성적 100%로 선발한다. 수시모집 6회 지원 제한을 받지 않고 정시모집도 군에 관계없이 지원 가능하다. ●지스트, 학교장 추천 50명 1993년 출범한 광주과학기술원에서 설립한 4년제 학사 과정이 지스트 대학이다. 지스트는 2016학년도 수시에서 175명, 정시에서 25명 등 모두 200명을 선발한다. 올해 달라진 점은 학교장추천전형의 신설이다. 일반고의 우수 학생들에게 도전 기회를 주고, 더 많이 뽑기 위해서다. 고교별로 2명 이내로 추천할 수 있다. 고른기회전형은 12명에서 20명으로 모집 인원을 늘렸다. 국가보훈대상자 자녀도 응시 가능하다. 수시 면접은 인성면접 위주로 실시하되 필요 시 대학 자체적으로 수학 능력을 검증한다. 정시에서는 인성면접만 한다. 정시에서는 수능 70%, 학생부 20%, 자기소개서 10%가 반영된다. 수시와 정시 모두 수능 최저학력 기준이 없다. ●포스텍, 창의IT인재전형 1박2일 진행 2010년부터 오로지 수시 모집으로만 학생들을 뽑고 있는 포스텍은 2016학년도에도 학생부종합전형으로 100%를 선발한다. 글 쓰고 발표하는 능력, 커뮤니케이션 능력도 중시하므로 수학·과학뿐만 아니라 국어와 영어도 잘해야 한다. 2016학년도에는 정원 내 전형인 일반전형과 창의IT인재전형을 통해 321명을 뽑는다. 창의IT인재전형은 1박2일에 걸쳐 진행되는 것이 특징이다. 정원 외에 고른기회전형, 재외국민과 외국인전형이 있다. 고른기회전형은 이번에 신설돼 10명 내외를 뽑는다. 학과는 수학과, 물리학과, 화학과, 생명과학과가 있다. 학과를 정하지 못했을 경우 단일 계열에 지원할 수 있다. 전형 1곳만 지원이 가능하며, 수시 지원 6회 제한의 적용을 받는다. 제출 자료는 자기소개서, 교사추천서, 학생부로 1단계 서류 평가에서 3배수 내외를 뽑아 2단계 면접을 통해 최종 합격자를 선발한다. 장형우 기자 zangzak@seoul.co.kr
  • “넌 왜 피임 안 했니” 대학원생 엄마는 웁니다

    “넌 왜 피임 안 했니” 대학원생 엄마는 웁니다

    #1. 지방대 이공계 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밟는 최모(31·여)씨는 임신 사실을 알게 된 뒤 한참을 망설이다가 연구실에 알렸다. 지도 교수는 축복은커녕 “넌 왜 피임을 안 했니?”라며 쏘아붙였다. 최씨는 “출산 예정일을 일주일 남기고 집에서 출산 준비를 하려고 했더니 교수님이 ‘나와서 논문이라도 읽으라’고 했다”며 “임산부인데 화학 약품이 많은 실험실에 있으려니 늘 걱정이 됐다”고 말했다. #2. 서울대 대학원 박사논문을 남겨놓은 전모(39·여)씨는 두 자녀를 둔 ‘스터딩 맘’이다. 오래전부터 둘째 아이를 계획했던 전씨는 박사과정 수료 시점에 맞춰 출산했다. 학기 중 출산을 하면 한 학기가 통째로 날아가기 때문. 전씨는 “지도교수 눈치를 살피느라 출산·육아휴학 제도를 쓰기 어렵다”며 “‘직장맘’들과는 또 다른 고충이 있다”고 토로했다. 직장에 다니는 ‘워킹맘’ 못지않게 육아를 병행하는 대학생과 대학원생들도 학업과 가정생활 양립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2년부터 국공립대학을 중심으로 육아·출산 휴학제도가 도입됐지만, 지도교수와 학교 측의 인식 부족으로 실제 휴학을 하는 학생들은 극소수이기 때문이다. 그나마 사립대학은 대부분 육아·출산 휴학제도조차 없는 게 현실이다. 20일 서울대 사회복지연구소가 전국의 남녀 기혼 대학생·대학원생 281명(남 87명·여 19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학업 때문에 자녀 출산을 후회해본 적이 있다’고 응답한 사람이 37%(104명)에 달했다. ‘학업 때문에 결혼을 후회해 본 적 있다’는 답변도 35%(99명)나 나왔다. 이들은 학업과 가정생활의 양립을 가로막는 난관으로 ‘양육 및 가사 부담’(77%)을 꼽았다. ‘가족 친화적 학교 환경(수유실, 육아휴직 등) 부족’(70%), ‘지도교수의 육아에 대한 배려 및 인식 부족’(37%) 등의 의견이 뒤를 이었다(중복응답 가능). 육아를 병행하는 학생들을 위해 가장 필요한 시설로는 일시 보육시설(75%), 아이 동반 연구 공간(65%), 어린이집(48%), 가까운 유축공간(27%), 수유공간(23%)이 꼽혔다. 연구를 진행한 박미진 서울대 사회복지연구소 연구원은 “대학원 과정이 가정을 꾸리고, 자녀를 낳아 기르는 시기이기도 하다는 인식이 대학 당국에 부재하다는 것이 큰 문제”라며 “학교나 정부 차원의 지원정책이 확대되면 대학원생 엄마들의 추가 출산 의향이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는 만큼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박원익 고려대 일반대학원 총학생회장도 “결혼과 출산은 당연한 권리인데, 개인에게만 모든 책임을 미루는 상황”이라며 “대학과 나라가 (책임을) 분담해서 져야 한다. 연구실에 상주하는 기혼 대학원생들을 위한 숙소 지원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유승민 “서민 편에 서는 새 보수로”…野 환영

    유승민 “서민 편에 서는 새 보수로”…野 환영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가 성장과 복지의 균형 발전을 기반으로 한 ‘중(中)부담-중복지’ 정책 추진을 제시하며 세금·복지 문제 공론화를 위한 여야 합의기구 설치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유 원내대표는 새누리당의 정치적 좌표로 “가진 자, 기득권 세력, 재벌 대기업의 편이 아니라 고통받는 서민 중산층의 편에 서는” ‘새로운 보수’를, 대야 관계에 있어선 진영 논리를 창조적으로 파괴하자는 ‘합의의 정치’를 제안했다. 유 원내대표는 8일 취임 후 첫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심각한 양극화로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의 붕괴 위험이 커지고 있다”며 “성장과 복지가 함께 가는, 나누면서 커 가는 공동체를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10년 전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처음 ‘양극화 해소’를 지적한 노무현 전 대통령의 통찰을 높이 평가한다는 언급도 나왔다. 그는 공무원연금 개혁과 관련해 “지난해 국가 결산에서 총국가부채 1211조원 중 53%인 644조원이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 충당부채였다”며 “국회가 개혁을 마무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 원내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인 134조 5000억원의 공약가계부는 더이상 지킬 수 없는 점을 반성한다”,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 “단기 부양책은 과감히 버려야 한다”는 등 현 정부 정책 기조를 직설적으로 비판했다. 특히 가진 자가 더 많은 세금을 내는 원칙, 법인세가 성역이 될 수 없는 원칙, 재벌 처벌의 형평성 확립 등을 강조하며 ▲재벌 개혁 동참 ▲청년 일자리 전쟁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대기업 하청 단가 인상 ▲보육정책 재설계 등 ‘공정한 고통분담·공정한 시장경제’를 제시했다. 집권 여당 원내대표로선 말하기 어려운 파격적 고백도 있었다. 그는 “역대 정권마다 여당이 청와대의 거수기 역할만 해 왔다”, “여야 포퓰리즘 경쟁이 국가 발전에 큰 피해를 줬다”고 말했다. 유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본회의장에서 세월호 실종자 9명의 이름을 일일이 호명한 후 통합과 치유의 길로 나가자고 역설했다. 그는 “세월호를 인양해 ‘마지막 한 사람까지 찾고자 최선을 다하겠다’던 정부의 약속을 지키고 가족들의 한을 풀어 드려야 한다”며 “평택 2함대에 인양해 둔 천안함과 참수리 357호에서 적의 도발을 잊지 못하듯 세월호를 인양해 우리의 부끄러움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같은 당 김무성 대표는 유 원내대표의 연설에 대해 “아주 신선하게 잘 들었다”면서도 당의 방침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김 대표는 중부담-중복지 문제와 재벌 개혁, 조세 형평성 원칙 등에 대해 “우리 모두 같이 고민하자는 뜻으로 한 얘기이기 때문에 꼭 당의 방침이라고 볼 수 없다”며 “국민 모두의 컨센서스(동의)가 형성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청와대는 “유 원내대표가 자신의 정치철학과 개인 소신을 담아 그동안 해 온 얘기를 재차 언급한 것”이라는 반응을 보여 당·청이 대립각을 세우는 모양새를 피하고자 했다. 새정치민주연합 등 야당은 이례적으로 공감과 환영의 입장을 밝혔다. 유은혜 새정치연합 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을 통해 “우리나라의 보수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보여 준 명연설이었다”고 밝혔고, 박완주 원내대변인은 “유 원내대표의 합의의 정치 제안에 공감한다”며 “박근혜 대통령 공약가계부의 실패 선언, ‘증세 없는 복지’의 허구 고백은 집권 여당 대표로서 용기 있는 진단”이라고 평가했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다음은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연설문 전문. 제332회 국회(임시회) 교섭단체대표연설문 2015년 4월 8일 새누리당 원내대표 유 승 민 진영을 넘어 미래를 위한 합의의 정치를 합시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정의화 국회의장님과 선배 동료 의원 여러분! 그리고 이완구 국무총리와 국무위원 여러분! ●세월호... 그리고 통합과 치유 1년전 4월 16일, 안산 단원고 2학년 허다윤 학생은 세월호와 함께 침몰하여 오늘까지 엄마 품에 돌아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다윤이의 어머니는 신경섬유종이라는 난치병으로 청력을 잃어가고 있지만, ‘내 딸의 뼈라도 껴안고 싶어서...’ 세월호 인양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계속 하고 있습니다. 다윤 양과 함께 조은화, 남현철, 박영인 학생, 양승진, 고창석 선생님, 권재근씨와 권혁규군 부자, 이영숙씨... 이렇게 9명의 실종자가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실종자 가족들은 “피붙이의 시신이라도 찾아 유가족이 되는 게 소원”이라고 합니다. 세상에 이런 슬픈 소원이 어디에 있겠습니까? 희생자 295명, 실종자 9명, 그리고 생존자 172명을 남긴 채 1년 전의 세월호 참사는 온 국민의 가슴에 슬픔과 아픔, 그리고 부끄러움과 분노를 남겼습니다. 희생자와 실종자 가족들에게 국가는 왜 존재합니까? 우리 정치가 이 분들의 눈물을 닦아드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엊그제 박근혜 대통령께서는 “인양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이 말씀이 가족들에게 조금이라도 위안이 되고, 지난 1년의 갈등을 씻어주기를 기대하면서, 저는 정부에 촉구합니다. 기술적 검토를 조속히 마무리 짓고, 그 결과 인양이 가능하다면 세월호는 온전하게 인양해야 합니다. 세월호를 인양해서 “마지막 한 사람까지 찾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던 정부의 약속을 지키고, 가족들의 恨을 풀어드려야 합니다. 평택 2함대에 인양해둔 천안함과 참수리 357호에서 우리가 적의 도발을 잊지 못하듯이, 세월호를 인양해서 우리의 부끄러움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세월호 인양에 1,000억원이 넘는 돈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막대한 돈이지만, 정부가 국민의 이해를 구하면 국민들께서는 따뜻한 마음으로 이해하고 동의해 주실 것입니다.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아 우리는 분열이 아니라 통합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온 국민이 함께 희생자를 추모하고, 생존자의 고통을 어루만져 드려야 합니다.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 배상 및 보상 등을 둘러싼 대립과 갈등을 치유하기 위해 정부는 진지한 자세로 임해야 합니다. 정치권은 세월호 참사라는 국가적 비극을 정치적으로 악용하려는 유혹에서 벗어나 통합과 치유의 길에 앞장서야 합니다. 세월호 참사 외에도 우리 사회에는 통합과 치유를 위해 정부와 국회가 함께 나서야 할 일이 많습니다. 군에서 사망한 자식의 유해와 시신을 데려가지 않는 부모들의 마음을 헤아리고 지금이라도 그 해결책을 찾아야 합니다. 천안함, 5.18민주화운동 등 우리 역사의 고비에서 상처를 받고 평생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우리는 치유의 손길을 내밀어야 합니다. 이 분들의 고통을 하나씩 해결해 나갈 때, 비로소 국민의 마음이 열리고 통합의 길이 열리게 됩니다. ●나누면서 커간다 : 성장과 복지가 함께 가야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보수정당인 새누리당은 오랜 세월 산업화와 경제성장을 견인해왔습니다.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의 유지와 발전에도 역할을 해왔다고 자부합니다. 남북분단과 군사대치 상황에서 국가안보를 지켜왔습니다. 이제 새누리당은 보수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자 합니다. 심각한 양극화 때문에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는 갈수록 내부로부터의 붕괴 위험이 커지고 있습니다. 공동체를 지키는 것은 건전한 보수당의 책무입니다.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국가안보를 지키는 것이 보수의 책무이듯이, 내부의 붕괴 위험으로부터 공동체를 지키는 것도 보수의 책무입니다. 새누리당은 고통받는 국민의 편에 서겠습니다. 가진 자, 기득권 세력, 재벌대기업의 편이 아니라, 고통받는 서민 중산층의 편에 서겠습니다. 빈곤층, 실업자, 비정규직, 초단시간 근로자, 신용불량자, 영세자영업자와 소상공인, 장애인, 무의탁노인, 결식아동, 소년소녀 가장, 다문화가정, 북한이탈주민 -- 이런 어려운 분들에게 노선과 정책의 새로운 지향을 두고, 그 분들의 통증을 같이 느끼고, 그 분들의 행복을 위해 당이 존재하겠습니다. 10년전 노무현 대통령은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처음으로 양극화를 말했습니다. 양극화 해소를 시대의 과제로 제시했던 그 분의 통찰을 저는 높이 평가합니다. 이제 양극화 해소라는 시대적 과제를 해결함에 있어서는 여와 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새누리당은 성장과 복지가 함께 가는, 나누면서 커가는 따뜻한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정당이 되겠습니다. 어제의 새누리당이 경제성장과 자유시장경제에 치우친 정당이었다면, 오늘의 이 변화를 통하여 내일의 새누리당은 성장과 복지의 균형발전을 추구하는 정당이 되겠습니다. 자유시장경제와 한국자본주의의 결함을 고쳐 한국경제 체제의 역사적 진화를 위해 노력하는 정당이 되겠습니다. 그러나 국가안보 만큼은 정통보수의 길을 확실하게 가겠습니다. 새누리당의 새로운 변화를 추구하면서, 저는 새정치민주연합과 정의당의 최근 변화를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습니다. 최근 새정치민주연합은 ‘경제정당, 안보정당’을 말하고 있습니다. 정의당은 ‘미래산업정책’을 말하고 있습니다. 급식, 보육은 물론 심지어 의료, 교육, 주택까지 보편적 무상복지를 고집하던 야당이 드디어 성장의 가치, 안보의 가치를 말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놀라운 변화입니다. 환영합니다. 저는 진보정당의 이러한 변화가 단순히 총선과 대선의 득표용 전략이라고 평가절하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 변화 속에 국가의 미래를 위한 고민과 진정성이 담겨 있으리라고 기대해 봅니다. ●진영을 넘어 합의의 정치로... 여와 야, 보수와 진보의 새로운 변화를 보면서 저는 ‘진영의 창조적 파괴’라는 꿈을 가집니다. 진영을 벗어나 우리 정치도 공감과 공존의 영역을 넓히자는 꿈을 현실로 만들고 싶습니다. 그 동안 우리 정치는 여야 진영 간, 보수 진보 진영 간의 대립과 반목으로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했습니다. 진영은 그 본질이 독재와 똑같습니다. 진영의 울타리를 쳐놓고 그 내부 구성원들에게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허락하지 않습니다. 사람마다 생각의 차이가 있는 것은 지극히 상식적이고 정상적인데, 어느 당, 어느 진영의 소속이라는 이유만으로 개인의 소신은 집단의 논리에 파묻히고 말았습니다. 여와 야, 보수와 진보, 양쪽 모두 진영의 논리에 빠져 반대를 위한 반대를 일삼았고, 이는 국민의 눈에 어처구니 없는 정쟁으로 비쳐졌습니다. 여당 시절 추진했던 FTA, 연금개혁을 야당이 되니까 반대하는 일, 의원 개개인이 헌법기관인 국회에서 여야가 당론투표를 강요하는 일, 역대 정권마다 여당이 정부와 청와대의 거수기 역할만 해오던 일, 이런 부끄러운 일들이 진영싸움 때문에 일어난 일들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원내대표가 된 이후 가급적 당론이라는 이름으로 의원님들의 자유로운 의사를 구속하지 않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시대가 바뀌어도 보수와 진보가 똑같을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국가의 먼 장래를 위해 꼭 해야 할 일이라면, 오늘 보수와 진보는 머리를 맞대고 공통의 국가과제와 국가전략을 찾아 나서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진영의 논리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진영싸움을 중단해야 합니다. 우리는 국가의 미래를 위한 합의의 정치를 시작해야 합니다. 국가적으로 꼭 필요한 일들은 합의의 정치를 통하여 정책을, 입법을, 예산을 구체화해야 합니다. 우리가 합의의 정치를 해야 할 이유는 또 있습니다. 포퓰리즘의 과열경쟁을 자제하기 위해서도 합의가 필요합니다. ‘민주주의라는 정치시장’에서 정치의 본능은 득표입니다. 표 때문에 우리 정치인들은 포퓰리즘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는 사람들입니다. 소위 ‘죄수의 딜레마’처럼, 그 동안 여야의 포퓰리즘 경쟁은 상호 상승작용을 일으키면서 반복되었고, 이는 국가재정, 국가발전에 큰 피해를 주었습니다. 역대 대선과 총선에서 각 정당 후보들이 내세운 공약들이 그 생생한 사례들입니다. 정치적으로 인기가 없지만 국가적으로 꼭 필요한 일을 하려면 합의의 정치가 필요합니다. 존경하는 선배 동료 의원 여러분! 우리 국회가 진영의 논리와 포퓰리즘 경쟁에서 벗어나 국가의 미래를 위한 합의의 정치를 시작한다면, 우리가 할 일은 많고, 국민은 우리 정치를 다른 눈으로 평가하기 시작할 것입니다. 저는 이런 노력이 진정한 정치개혁이라고 믿습니다. 성장과 복지, 안보와 통일, 저출산 고령화, 청년실업, 일자리와 노동, 교육, 보육, 의료, 연금 등 합의의 정치가 할 일은 무궁무진하다고 생각합니다. 매우 어려운 문제, 아주 인기 없는 정책일수록, 그러나 국가장래를 위해 꼭 필요한 정책일수록 우리는 용기를 내어 통큰 합의를 해야 합니다. ●공무원연금개혁 몇가지 중요한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4월 국회의 최대 현안인 공무원연금개혁이 그 첫 번째 시험대입니다. 공무원연금개혁은 역대 정권이 모두 시도했으나 번번이 좌절한, 매우 어려운 문제입니다. 공무원의 고통분담이 수반되는 일이니 당연히 득표에 도움이 안되는, 인기 없는 개혁입니다. 그러나 이제는 국민 모두가 알고 있듯이 국가장래를 위해 지금 꼭 해야만 하는 개혁입니다. 지난 2년간 박근혜 정부가 추진했던 정책 중에서 저는 공무원연금개혁에 도전한 것을 가장 높이 평가합니다. 공무원연금개혁은 이념의 문제도, 정쟁의 대상도 아닙니다. 야당이 말하는 것처럼 무슨 군사작전 하듯이 추진하려는 것도 아니고, 20년전 김영삼 정부때부터 추진해왔던 것입니다. “급하게 졸속으로 하지 마라” — 이런 정치적 수사로 개혁을 지연시키는 것은 옳지 못합니다. 김대중 정부, 노무현 정부 때도 추진하려 했지만 실패했던 것을 야당도 잘 알고 있지 않습니까? 어제 발표된 「2014년 국가결산」에 따르면 총국가부채 1,211조원 중 53%인 644조원이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 충당부채였습니다. 앞으로 공무원연금에 얼마나 더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는지 우리는 다 알고 있지 않습니까? 미래세대에게 엄청난 빚을 떠넘긴다는 것을 야당도 잘 알고 있지 않습니까? 이제 공은 우리 국회에 넘어와 있습니다. 당사자인 정부와 공무원이 해결하지 못한 개혁을 국회가 마무리해내야 합니다. 공무원들과 국민들의 성숙한 고통분담 의식, 거기에 여야간 합의의 정치가 보태지면, 역대 어느 정권, 어느 국회도 못했던 개혁을 우리는 해낼 수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저는 새정치민주연합에게 호소합니다. 문재인 대표님과 우윤근 원내대표님께 호소합니다. 야당이 경제정당을 말하려면 이번 4월 국회에서 공무원연금개혁에 동참해야 합니다. 공무원들의 이해와 동의를 구하고 의견제시의 기회를 드리기 위해 국민대타협기구와 같은 노력을 해왔지만, 이해당사자에게 최종결정 권한까지 드릴 수는 없습니다. 그 결정은 주권자인 국민의 대의기구인 우리 국회가 하는 겁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노무현 정부 임기 중인 2007년에 그 어려운 국민연금개혁을 이루어낸 훌륭한 전통을 갖고 있습니다.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으로서 국민연금개혁의 어려움을 누구보다 생생히 지켜보셨던 문재인 대표께서 이번 공무원연금개혁에 합의해 주신다면, 국민들은 경제정당의 진정성을 평가할 것입니다. 여야 모두 공무원연금개혁이 지금 9부 능선까지 왔다고 인정합니다. 마지막 한 달의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이 중요한 개혁이 또 무산된다면 19대 국회는 여야 가릴 것 없이 국민의 지탄을 면할 수 없고 국민의 정치불신은 극에 다다를 것입니다. 합의의 정치로 공무원연금개혁이 꼭 성공하도록 의원님들의 동참을 호소드립니다. 공무원연금개혁 이후 공적연금의 강화가 이슈가 될 전망입니다. 국민연금의 경우 2007년 고통스러운 개혁을 단행했고, 박근혜 정부에 들어서는 기초연금 때문에 진통을 겪었습니다.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을 높이는 것은 기여율 인상 없이는 쉽지 않은 문제입니다. 오히려 국민연금의 경우 연기금자산운용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강화하는 개혁으로 수익률을 제고해서 연금고갈시점을 최대한 연장하는 것이 국민부담을 줄이는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세금과 복지 두 번째 사례는 세금과 복지 이슈입니다. 세금과 복지 이슈만큼 정치적 휘발성이 강한 이슈도 없을 것입니다. 소득세 연말정산 사태에서 우리는 생생하게 보았습니다. ‘세금을 올린 정당은 재집권에 성공할 수 없다’는 정치권의 금언이 있을 정도입니다. 저는 이 연설을 쓰면서 2012년 새누리당의 대선공약집을 다시 읽었습니다. 그 공약은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했지만, 그와 동시에 저희 새누리당의 공약이었습니다. 문제는 134.5조원의 공약가계부를 더 이상 지킬 수 없다는 점입니다. 이 점에 대해서는 새누리당이 반성합니다. 저는 지난 4월 1일 정부가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지속가능한 복지국가 실현을 위한 복지재정 효율화 방안」을 발표하고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3조원의 복지재정 절감을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는 점을 평가합니다. 그러나 지난 3년간 예산 대비 세수부족은 22.2조원입니다.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임이 입증되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 정치권은 국민 앞에 솔직하게 고백해야 합니다. 세금과 복지의 문제점을 털어놓고, 국민과 함께 우리 모두가 미래의 선택지를 찾아 나서야 합니다. 이 일은 공무원연금개혁보다 더 어렵고, 인기는 더 없지만, 국가 장래를 위해 더 중요한 일입니다. 세금과 복지야말로 합의의 정치가 절실하게 필요한 문제입니다. 서민증세 부자감세 같은 프레임으로 서로를 비난하는 저급한 정쟁은 이제 그만 두고 여야가 같이 고민해야 합니다. 그 고민의 출발은 장기적 시야의 복지모델에 대한 합의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현재 우리의 복지는 ‘低부담-低복지’입니다. 현재 수준의 복지로는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고 공동체의 붕괴를 막기에 크게 부족합니다. 그러나 ‘高부담-高복지’는 국가재정 때문에 실현가능하지도 않고, 그게 바람직한지도 의문입니다. 高부담-高복지로 선진국이 된 나라도 있지만, 실패한 나라도 있습니다. 통계청의 「장래인구추계」를 보면 저출산-고령화로 인하여 앞으로 50년간 기형적 인구구조라는 재앙이 닥치게 되어 있습니다. 현재의 복지제도를 더 확대하지 않고 그대로 가더라도, 앞으로 복지재정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되어 있습니다. 우리가 지향해야 할 목표는 ‘中부담-中복지’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국민부담과 복지지출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기준으로 OECD 회원국 평균 정도 수준을 장기적 목표로 정하자는 의미입니다. 이는 스웨덴, 프랑스, 독일, 영국, 이태리 같은 유럽 국가들보다는 낮지만, 현재의 미국, 일본보다는 다소 높은 수준을 지향한다는 뜻입니다. 이는 결코 낮은 목표라고 볼 수 없습니다. 최근 여야간에 中부담-中복지에 대한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는 만큼, 우리는 국민의 동의를 전제로 이 목표에 합의할 수 있을 것입니다. 中부담-中복지를 목표로 나아가려면 세금에 대한 합의가 필요합니다. 무슨 세금을 누구로부터 얼마나 더 거둘지 진지하게 고민하고 합의해야 합니다. 증세는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지난 3년간 22.2조원의 세수부족을 보면서 증세도, 복지조정도 하지 않는다면, 그 모든 부담은 결국 국채발행을 통해서 미래세대에게 빚을 떠넘기는 비겁한 선택이 될 것입니다. 가진 자가 더 많은 세금을 낸다는 원칙, 법인세도 성역이 될 수 없다는 원칙, 그리고 소득과 자산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보편적인 원칙까지 같이 고려하면서 세금에 대한 합의에 노력해야 합니다. 우리나라의 부자와 대기업은 그들이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의 세금을 떳떳하게 더 내고 더 존경받는 선진사회로 나아가야 합니다. 조세의 형평성이 확보되어야만 중산층에 대한 증세도 논의가 가능해질 것입니다. 최근의 여야 대표연설은 대부분 우리 국회가 세금과 복지 문제에 관한 대타협기구를 설치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지난 2월 우윤근 원내대표님도 이런 제안을 하셨습니다. 저는 새누리당 의원님들의 동의를 구하여 세금과 복지 문제에 대한 여야 합의기구의 설치를 추진하겠습니다. 정부도 세금과 복지 문제에 대한 새로운 구상을 제시해 줄 것을 요청합니다. ●보육 개혁 복지지출 중에서 보육 분야는 현실적 어려움이 큽니다. 여야 합의기구가 출범하면 이 문제도 여야가 함께 풀어갑시다. 0∼2세 보육료, 3∼5세 누리과정, 0∼5세 양육수당을 합친 올해 보육예산은 10조 2,500억원으로서, 급식예산 2조 5천억원의 4배입니다. 최근의 지방재정법 개정 과정에서 보았듯이 보육재원의 조달을 둘러싼 중앙과 지방의 갈등은 심각합니다. 1991년 영유아보육법이 제정된 이래 지난 24년간 보육은 계속 확대되어 왔고, 박근혜 정부는 0∼5세의 모든 영유아에게 소득에 관계없이 보육지원을 대폭 확대했습니다. 보육과 양육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면서 국가의 지원은 확대되었으나, 이 정책이 저출산 해소와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 제고에 얼마나 기여했는지는 의문입니다. 더구나 최근 보육시설에서 연달아 발생하는 사고들을 보면서, 0세 영아를 어린이집에 보내면 월 77만 8천원이 지원되는데 집에서 키우면 월 20만원이 지원되는 모순을 보면서, 또 어린이집, 유치원과 가정이라는 보육공동체의 비정상적인 모습들을 보면서, 우리는 보육정책의 재설계가 절실하다는 점을 깨닫고 있습니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는데, 우리 공동체는 아이를 낳고 잘 키우는 문제를 돈으로만 해결하려 하지 않았는지, 반성하게 됩니다. 4월 국회에서 여야가 합의한 대로 지방재정법을 개정하고 정부가 합의했던 5,064억원도 동시에 집행하며, 영유아보육법도 개정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이후의 보육정책에 대해서는 우리 국회가 진지한 토론과 대안의 모색에 여야가 함께 착수할 것을 제안합니다. 정부도 앞으로 보육정책과 예산을 어떻게 할 것인지, 현실성 있는 방안을 제시해 주기 바랍니다. ●성장의 가치와 성장의 해법 존경하는 선배 동료 의원 여러분! 경제성장은 오랫동안 보수의 의제였습니다. 새정치민주연합이 ‘소득주도형 성장, 포용적 성장’을 말했을 때, 저는 이 새로운 변화를 진심으로 환영하는 마음이었습니다. 그 주장의 옳고 그름을 떠나, 야당이 성장의 가치를 말한다는 것 자체가 반가웠습니다. 보수가 복지를 말하기 시작하고, 진보가 성장을 말하기 시작한 것은 분명 우리 정치의 진일보라고 높이 평가합니다. 정작 중요한 문제는 성장의 해법입니다. 복지는 돈을 어떻게 쓰느냐의 문제인데, 성장은 돈을 어떻게 버느냐의 문제입니다. 성장의 해법은 복지의 해법보다 훨씬 더 어렵습니다. KDI가 발표한 장기거시경제 전망에 따르면 현재의 3.5%의 잠재성장률은 2050년대에 1.0%로 추락합니다. 더 비관적인 전망에 따르면 2040년대부터 1.0% 이하로 추락하여 2060년대부터는 마이너스 성장으로 추락합니다. 대한민국이 성장을 못하는 나라, 저성장이 고착화된 나라가 되는 것입니다. 이는 국가적 대재앙입니다. 성장을 못하면 우리 사회의 모든 게 어려워집니다. 성장을 못하면 일자리와 소득이 줄어들고, 서민 중산층이 붕괴되어 양극화는 더 심각해지고, 국가재정도 버티기 힘들어 복지에 쓸 돈이 없는 악순환에 빠지게 될 것입니다. 통일을 하더라도 통일비용을 부담할 재원이 없습니다. 앞으로 100년간 대한민국의 가장 중요하고 가장 어려운 문제는 경제성장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양극화 해소 못지 않게, 성장 그 자체가 시대의 가치가 되어야 합니다. 2100년까지 한국경제가 성장을 못하는 것은 경기변동의 문제가 아닙니다. 성장을 뒷받침하는 노동, 자본, 기술 등 세 가지 요소에 구조적인 문제가 있기 때문입니다. 소위 펀더멘털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저성장의 원인에 대한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대책을 일관되게 추진하지 못한다면, 한국경제는 20세기의 성취를 21세기에 다 날려보내고 선진국 진입의 문턱에서 주저앉고 말 것입니다. 저성장은 이렇게 고질적이고 구조적이고 장기적인 문제인데, 민주화 이후 역대 정권은 여야를 막론하고 성장전략이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예외 없이 집권 초반의 경제성적표를 의식해서 반짝경기를 일으켜 보려는 단기부양책의 유혹에 빠졌습니다. 성장잠재력 자체가 약해져서 저성장이 고착화된 경제에서 국가재정을 동원하여 단기부양책을 쓰는 것은 성장효과도 없이 재정건전성만 해칠 뿐이라는 KDI의 경고를 정말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합니다. 국가재정 때문에 공무원연금개혁의 진통을 겪으면서, 별 효과도 없는 단기부양책에 막대한 재정을 낭비해서야 되겠습니까? 건전한 국가재정은 그 동안 한국경제를 지탱해온 최후의 보루였으며,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입니다. 1997∼98년의 IMF 위기와 2008∼09년의 금융위기도 그나마 국가재정이 튼튼했기 때문에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이제 단기부양책은 과감히 버려야 합니다. IMF 위기처럼 극심한 단기불황이 찾아오지 않는 한, 단기부양책은 다시는 끄집어내지 말아야 합니다. 그 대신 장기적 시야에서 한국경제의 성장잠재력을 키우는 데 모든 정책의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성장잠재력을 키우는 일은 한 두가지 정책수단만으로 가능한 일이 아닙니다. 경제 사회 전반에 걸쳐 뼈를 깎는 개혁을 단행해야 합니다. 자본, 노동, 여성, 청년, 교육, 과학기술, 농어업, 제조업, 서비스업, 대기업과 중소기업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가히 혁명적인 변화가 일어나야 합니다. 그 혁명적인 변화의 최종 목표는 우리 경제의 경쟁력 강화이며, 성장잠재력 확충입니다. 가장 중요한 몇가지만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 재앙은 반드시 막아내야 합니다. 0∼5세 보육예산을 늘리는 정책만으로는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습니다. 졸업하고 취직하고 결혼하고 집 구해서 아이를 낳고 싶은 마음이 저절로 들도록 해야 합니다. 내 아이가 자라서 나보다 더 잘 살 거라는 희망을 드려야 합니다. 보육, 교육, 노동, 일자리, 주택, 복지 등을 포괄하는 종합대책을 일관되게 밀고 나가야 저출산 문제를 극복할 수 있습니다. 당장의 인력 감소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청년, 여성, 장년층의 경제활동참가율을 높이는 대책이 필요합니다. 여성에 대한 차별을 철폐하고, 여성이 더 이상 경력단절을 겪지 않도록 실효성 있는 대책을 강구해야 합니다. 정년후 장년층의 재고용을 촉진하는 대책을 강구해야 합니다. 청년일자리를 위해서 정부는 ‘청년일자리 전쟁’을 하겠다는 각오로 정부가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수단들을 총동원해서 청년의 고용률을 높여야 합니다. 우리 모두에게 일자리는 삶의 문제입니다. 사회 문턱에 갓 들어선 청년들에게 실업보다 더 큰 고통은 없을 것입니다. 정부, 공기업, 정부산하단체부터 청년일자리 늘리기에 앞장서야 합니다. 정부는 대기업과 금융기관들에게 임금인상을 요구할 것이 아니라 청년일자리를 늘려 달라고 호소하고 청년고용에는 인센티브를 줘야 합니다. 청년창업에 대한 국가지원도 대폭 확대하고, 크라우드펀딩법 (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에관한법률)도 조속히 통과되어야 합니다. 청년들이 취업하기를 원하는 서비스산업의 발전을 위해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관광진흥법, 국제의료사업지원법도 조속히 통과시켜 주시기 바랍니다. 중소기업의 청년고용에 대한 임금보조를 확대하고, 중소형 공장이 밀집한 지역의 환경을 개선하는 데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합니다. 과학기술의 발전과 인재양성은 성장의 마지막 희망을 걸어야 할 분야이고 국가의 명운이 걸린 분야입니다. 부가가치가 높은 과학기술주도형 성장으로 가려면 오랜 시간에 걸친 일관된 국가R&D전략을 수립해야 합니다. 정치적으로 인기가 없는 분야이기 때문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어야 하는 분야입니다. 연구개발예산의 총투자액은 확대하되 민간이 하지 못하는 분야를 국가가 담당해야 합니다. IMF 위기 이후 누적된 문제로 고장난 국가R&D시스템은 근본적인 진단후 수술이 불가피합니다. 과학기술교육의 혁신과 이공계 우대 정책도 확대되어야 합니다. 제조업이 더 강해져야 관련 서비스산업이 같이 발전할 수 있습니다. 전자, 반도체, 자동차, 조선, 철강, 석유화학 등 주력제조업의 위기는 지금 한국경제의 가장 큰 위기입니다. 이들 주력산업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합니다. 중소기업 분야에서도 벤처만 우대할 것이 아니라 지금 잘하고 있는 업종과 기업들이 더 잘 하도록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합니다. 한계기업은 과감하게 퇴출시켜 새 살이 돋아나도록 하고, 잘하는 기업에게 자원이 배분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공정한 고통분담, 공정한 시장경제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선배 동료 의원 여러분! 성장의 해법은 경제 사회 전 분야에 걸친 고통스러운 개혁입니다. 성장을 향한 개혁은 고통스럽기 때문에 어느 일방의 희생만 강요해서는 안됩니다. 개혁이 성공하려면 공정한 고통분담, 공정한 시장경제가 전제되어야 합니다. 이를 위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며, 합의의 정치가 필요합니다. 노사정 대타협이 바로 그런 합의입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오늘 이 시간까지 진통을 겪고 있습니다.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이는 정책 못지않게, 정규직과 비정규직,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임금격차 등 이중구조를 해소하고 고용안정성을 높이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특히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을 해소하는 정책은 우리 사회의 공정성과 양극화 해소 차원에서 강력히 추진되어야 합니다. 정부와 공기업은 지금 추진 중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더 확실하게 추진해야 합니다. 30대 그룹과 대형 금융기관들도 상시적 업무에 일하는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등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합니다. 재벌도 개혁에 동참해야 합니다. 재벌대기업은 지난날 정부의 특혜와 국민의 희생으로 오늘의 성장을 이루었습니다. 재벌대기업은 무한히 넓은 글로벌 시장에서 일등이 되기 위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분야에 집중해야 합니다. 일가 친척에게 돈벌이가 되는 구내식당까지 내주고 동네 자영업자의 생존을 위협하는 부끄러운 행태는 스스로 거두어들여야 합니다. 천민자본주의의 단계를 벗어나 비정규직과 청년실업의 아픔을 알고 2차, 3차 하도급업체의 아픔을 알고 이러한 문제의 해결에 자발적으로 동참하는 존경받는 한국의 대기업상으로 거듭나야 합니다. 정부는 재벌대기업에게 임금인상을 호소할 것이 아니라, 하청단가를 올려 중소기업의 임금인상과 고용유지가 가능하도록 해야 합니다. 가장 단순하면서도 강력한 재벌정책은 재벌도 보통 시민들과 똑같이 법 앞에 평등하다는 것을 실천하는 것입니다. 재벌그룹 총수 일가와 임원들의 횡령, 배임, 뇌물, 탈세, 불법정치자금, 외화도피 등에 대해서는 보통 사람들, 보통 기업인들과 똑같이 처벌해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대통령, 검찰, 법원은 재벌들의 사면, 복권, 가석방을 일반 시민들과 다르게 취급할 하등의 이유가 없습니다. 공정한 고통분담과 공정한 시장경제는 결국 복지, 노동, 경제민주화, 법치로 귀결됩니다. 앞서 말씀드린 증세, 中부담-中복지의 시회안전망, 비정규직 대책, 청년일자리, 최저임금 인상과 같은 대책들이 성장의 해법과 함께 가야 합니다. 정부는 성장잠재력과 상관없는 단기부양책이 아니라 사회적 대타협에 필요한 곳에 예산을 써야 합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저는 아직도 임기가 3년 가까이 남아있는 박근혜 정부가 이상과 같은 근본적 개혁의 길로 나아가기를 희망합니다. 이러한 점에서 최근 정부가 단기부양책보다는 노동-금융-교육-공공의 4대 부문 개혁을 말하고 2017년까지 잠재성장률 4%대 진입을 목표로 ‘3년의 혁신으로 30년의 성장을 추진’하겠다고 나선 점을 저는 높이 평가합니다. 그러나 3년내의 성과에 조급해서는 안됩니다. 잠재성장률을 4%대로 높이는 일은 3년의 개혁으로는 달성하기 어렵습니다. 오히려 박근혜 정부가 앞으로 3년 동안 그 다음 정부가 후퇴시킬 수 없는 개혁의 제도적 기반을 구축할 수만 있다면, 역사적 평가를 받을 것입니다. 정부는 공무원연금개혁에서 시작하여 세금과 복지, 노동, 보육과 교육, 청년일자리, 그리고 성장 등의 분야에서 개혁의 인프라를 제안하고, 우리 국회는 합의의 정치로 국가의 장래를 준비하는 개혁을 뒷받침할 수 있다면 대한민국에 새로운 희망이 보이지 않겠습니까? 저는 야당이 제시한 소득주도 성장론도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적정한 속도의 최저임금 인상, 취약계층에 대한 복지지출의 확대는 빈곤과 양극화 해소라는 차원에서 동의합니다. 최저임금 인상과 복지지출 확대가 저소득층의 소비를 늘려 내수 진작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된다는 점도 동의합니다. 그러나 앞에서 말씀드린대로 2100년까지 저성장의 대재앙이 예고된 우리 경제에 대하여 이 정도의 내용을 성장의 해법이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저는 소득주도 성장을 정치적으로 비난할 생각은 조금도 없습니다. 제대로 된 성장의 해법이 없었던 것은 지난 7년간 저희 새누리당 정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녹색성장과 4대강 사업, 그리고 창조경제를 성장의 해법이라고 자부할 수는 없습니다. 제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이왕 야당이 성장이라는 시대의 가치를 얘기한다면, 여야가 그 해법의 어려움을 인식하고 합의의 정치로 성장을 위한 지난한 개혁의 길로 함께 가자는 점입니다. ●사회적경제 존경하는 선배 동료 의원 여러분! 최근 많은 국민들께서 사회적경제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복지와 일자리에 도움을 주며 양극화 해소와 건강한 지역공동체의 형성에 도움을 주는 협동조합, 사회적기업, 자활기업, 마을기업, 농어촌공동체회사 등 사회적경제 조직들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그 영역도 돌봄, 보육, 교육, 병원, 신용, 도시락, 반찬가게, 동네슈퍼 등 매우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우리가 中부담-中복지를 목표로 나아간다면 우리 사회 전체의 복지수요를 국가재정이 모두 감당할 수는 없습니다. 일자리도 마찬가지입니다. 기업이 만들어내는 일자리와 정부가 세금으로 만드는 일자리는 늘 충분하지 않습니다. 사회적경제는 국가도, 시장도 아닌 제3의 영역에서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경제활동으로서, 복지와 일자리에 도움이 되는 자본주의 경제체제의 역사적 진화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보다 훨씬 앞서 자본주의와 시장경제를 해왔던 선진국들도 사회적경제가 발달하고 있습니다. 사회적경제는 정치적 오염과 도덕적 해이를 경계해야 합니다. 사회적경제를 건강하게 발전시키는 일은 여야 모두의 책임입니다. 우리 19대 국회가 사회적경제기본법을 제정하여 한국 자본주의의 역사적 진화에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가계부채라는 시한폭탄 경제 분야의 마지막 주제로 저는 가계부채의 심각성을 경고합니다. 작년말 가계부채는 1,089조원을 기록했습니다. 국민 1인당 평균 2,150만원이며, 가계부채가 GDP의 75%입니다. IMF 위기때는 기업들의 과도한 부채 때문에 외부로부터의 충격에 대규모 도산사태와 대량해고가 발생했고 양극화가 심화되었습니다. 지금은 가계부채가 시한폭탄과 같은 문제가 되었습니다. LTV(주택담보대출비율) DTI(총부채상환비율)의 완화와 금리인하는 가계부채의 증가속도를 높여 문제를 더 악화시키고 있습니다. 가계부채는 개인이 원금과 이자를 갚는 게 당연한 원칙입니다. 그러나 이 문제가 우리 경제 전체의 리스크를 악화시키지 않도록 정부가 정교한 대책을 수립해 줄 것을 당부드립니다. 지난번 두 차례에 걸친 안심전환대출은 은행과 정부의 부담으로 원리금 상환능력이 있는 일부 계층에게만 혜택을 주는 정책이었습니다. 앞으로 정부는 상환능력은 없고 부실의 위험도는 높은 한계선상의 가계부채에 대책의 우선순위를 둘 것을 촉구합니다. ●국가안보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선배 동료 의원 여러분! 성장, 복지와 함께 안보, 통일은 우리의 4대 국가 아젠다입니다. 올해는 광복 70년이자 분단 70년이 되는 해입니다. 광복과 함께 분단이 된 70년 전의 슬픈 역사는 분단을 허물고 통일과 진정한 광복을 이룩해야 하는 역사적 과업을 우리에게 남겼습니다. 대북정책과 통일정책은 별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오늘의 대북정책이 쌓여서 통일정책이 되는 것입니다. 그러한 점에서 통일 이전에 북한의 개혁 개방, 북한경제의 발전, 북한체제의 전환을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한 대북정책이라는 주장에 저는 동의합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북한은 그런 이성적인 대북정책이 통하지 않는 상대입니다. 문제의 핵심에는 북한의 핵미사일이 있습니다. 지난 4월 2일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막기 위한 이란과 국제사회의 역사적 합의가 타결되었습니다. 그러나 이란보다 핵무기 개발이 훨씬 앞선 북한의 핵문제는 조금도 진전이 없이 악화되어 가기만 합니다. 2012년 12월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와 2013년 2월의 3차 핵실험 이후 우리 군은 북한이 노동미사일이나 스커드미사일에 핵탄두를 장착한 핵미사일을 이미 실전배치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보고 있습니다. 즉, 우리 국민들은 언제 우리를 향해 날아올지 모르는 핵미사일을 머리에 이고 살고 있는 것입니다. 최근 싸드(THAAD) 요격미사일의 배치를 둘러싼 논쟁을 보면서 저는 “우리가 과연 우리 손으로 우리의 생명을 지킬 생각을 갖고 있는가”라는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북핵문제를 압박과 유도의 외교로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에 저는 동의합니다. 그러나 1994년의 미국과 북한의 제네바 합의, 2005년 6자회담의 9.19 공동성명, 2012년 미국과 북한의 2.29 합의가 모두 어떻게 되었습니까? 북한은 그 때마다 약속을 깨고 핵개발은 계속되었습니다. 북핵문제를 현명한 외교로 해결하려는 노력을 당연히 경주하되, 우리는 하루라도 빨리 북의 핵미사일 공격으로부터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모든 수단을 강구해야 합니다. 우리가 진정 평화를 원한다면 억지력을 갖고 있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줘야 합니다. 저희 새누리당은 북의 핵미사일 공격으로부터 국민의 생명을 지킬 수 있는 국방능력을 갖추는 데 모든 노력을 다할 것입니다. 최근 안보정당을 내세운 새정치민주연합에게 묻습니다. 싸드의 한반도 배치를 반대하는 야당은 북한의 핵미사일 공격으로부터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어떠한 대안을 갖고 있습니까? 행여 북한이 핵공격은 절대 하지 않을 거라는 안이한 생각을 하고 있지는 않습니까? 안보정당은 한마디 말로 하루 아침에 되는 게 아닙니다. 북핵과 싸드, 천안함 폭침, 북한인권법, 테러방지법 등 국가안보의 가장 중요한 질문에 대하여 분명한 입장과 행동이 있어야 스스로 안보정당이라고 말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을 듣고 싶습니다. 야당을 비판하려고 거북한 질문을 드리는 게 아닙니다. 늘 말로는 ‘국가안보는 초당적으로 대처한다’라고 하면서, 서로 생각의 차이는 너무나 큰 지금의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선배 동료 의원 여러분! 19대 국회가 일할 수 있는 시간은 이제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우리 19대 국회가 국민의 고통을 덜어드리기 위해, 국민에게 내일의 희망을 드리기 위해 과연 무엇을 했는지 되돌아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나는 왜 정치를 하는가?” 저는 매일 이 질문을 저 자신에게 던집니다. 저는 고통받는 국민의 편에 서서 용감한 개혁을 하고 싶었습니다. 15년전 제가 보수당에 입당한 것은 제가 꿈꾸는 보수를 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제가 꿈꾸는 보수는 정의롭고 공정하며, 진실되고 책임지며, 따뜻한 공동체의 건설을 위해 땀흘려 노력하는 보수입니다. 지난 15년간 여의도에 있으면서 제가 몸담아보지 않았던 진보 진영에도 나라를 걱정하고 국민을 사랑하는 훌륭한 정치인들이 많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또 그 분들의 생각 중에 옳은 것도 많고, 저의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느낄 때도 많았습니다. 좋은 생각, 옳은 생각을 가진 선량들이 모인 이 국회가, 우리 정치가 왜 국민에게 신뢰를 받지 못하고 불신과 경멸의 대상이 되었는지 우리는 깊이 생각해봐야 합니다. 오늘 제가 말씀드린, ‘진영을 넘어 미래를 위한 합의의 정치’가 하나의 해결책이 되기를 소망하면서 제 말씀을 마칩니다. 경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교과성적 미반영·수능 최저 없는 전형도 있다

    교과성적 미반영·수능 최저 없는 전형도 있다

    대학을 지원할 때에는 대개 자신의 적성과 성적을 최우선으로 꼽는다. 하지만 선발인원이 몇 명인지, 지원하려는 대학의 모집전형에 내가 잘 맞는지도 따져 봐야 한다. 대입 전형이 세분화하면서 같은 학과라도 전형을 달리해 여러 명씩 쪼개 뽑는 사례가 흔하기 때문이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서 발표한 2016학년도 대학입학 시행계획 주요사항을 통해 올해 수시모집에서 전형 유형별 모집인원이 많은 학과를 30일 살펴봤다. 논술전형은 올해 28개교에서 모두 1만 5349명을 선발한다. 성균관대는 학부계열로 100명이 넘는 인원을 선발하는 모집단위가 세 개다. 성균관대 논술우수전형은 논술 60%와 학생부 40%로 선발하는데,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최저기준이 3개 영역 등급 합 6 이내로 높아 논술 대비 못지않게 수능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이화여대에서는 사회과학부와 경영학부가 논술전형으로 100명을 선발한다. 이 밖에 고려대, 서강대, 동국대, 연세대, 홍익대 등도 50명 이상씩을 논술전형으로 선발한다. 학생부 종합전형은 서울대·성균관대·이화여대·한양대에서 2개씩의 모집단위가 10위권 안에 들어 있을 정도로 집중해 선발하기 때문에 상위권 대학 진학을 고려하는 학생들이라면 도전해 볼 만하다. 학생부 종합전형으로는 성균관대 글로벌인재전형 사회과학계열이 141명 모집으로 가장 많은 인원을 선발한다. 이어 한양대 경영학부가 114명을 모집한다. 특히 한양대 학생부 종합전형은 교과성적을 직접 반영하지 않고, 면접과 수능 최저기준도 없다. 학생부에 기재된 활동만으로 평가하고, 자기소개서나 추천서 제출 또한 없다. 수상 실적, 창의적 체험활동, 과목별 세부 특기사항을 통해 적성 40%,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과 창의적 체험활동 부분에서 인성 30%, 성장잠재력 30%를 반영한다. 교내활동이 우수하다면 적극적으로 지원해 볼 만하다. 자연계열 학생부 종합전형은 이공계열로 모집하는 카이스트에서 가장 많이 뽑는다. 이어 유니스트, 성균관대, 지스트, 서울대, 포항공대 순으로 많은 인원을 모집한다. 이공계특성화 대학이 주로 학생부 종합전형에서 계열 혹은 학부 단위로 모집하기 때문에 수학, 과학 관련 분야에서 우수한 역량을 갖춘 학생들이라면 지원을 고려해 보자. 학생부 교과 전형은 대체로 지방 대학에서 많은 인원을 선발하는 추세가 뚜렷하다. 수능이 생각만큼 성적이 안 나오거나. 논술 준비가 미흡하다면 고려할 필요가 있다. 경주대 외식조리학부가 205명으로 가장 많이 선발한다. 학생부 교과성적 90%와 출결 5%, 봉사실적 5%를 합산해 선발한다. 원광대, 전남대·동아대·조선대 경영학부에서는 100명이 넘는 인원을 이 전형으로 선발한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적성보다 취업… 가속도 붙는 ‘이과 쏠림현상’

    적성보다 취업… 가속도 붙는 ‘이과 쏠림현상’

    진학과 취업 때문에 자연계열(이과)을 선택하는 고등학생이 늘고, 대학에서는 공과대 정원이 급증하고 있다. 29일 서울시교육청이 공개한 고교 3월 학력평가 응시 현황에 따르면 고2 자연계 과학탐구 응시자 비율이 전체의 44.8%로 지난해보다 4.1% 포인트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3 자연계 과학탐구 응시자 비율도 39.6%로 지난해에 비해 0.3% 포인트 늘었다. 수학 때문에 주로 문과를 많이 선택했던 여학생들의 이과 지망도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해 3월 학력평가에서 고2 여학생 중 물리, 화학, 생명과학, 지구과학 등 과학탐구 4과목 응시생은 모두 10만 9382명이었지만 올해는 11만 5740명으로 증가했다. 과학탐구 응시생의 98.8%가 2과목을 선택한 것에 비춰 볼 때 지난해에 비해 고2 여학생 중 이과 지망이 3000명 넘게 증가한 셈이다. 이 같은 자연계 쏠림 현상은 일선 고교의 구조조정으로 이어지고 있다. 서울 가락고, 부산 경남고 등은 올해 2학년 문과반을 한 학급 줄이고 대신 이과반을 늘렸다. 서울 숙명여고도 올해 고3 이과반을 작년보다 한 학급 늘려 6개반을 운영하고 있다. 수능 수학 과목이 이과생들에게 유리해지는 것도 자연계 쏠림의 한 이유로 분석된다. 현재 고2가 치르게 될 2017학년도 수능부터는 문과생이 응시하는 수학 나형의 출제 범위는 넓어지는 반면, 이과생의 수학 가형은 출제 범위가 줄어든다. 오종운 종로학원하늘교육 평가이사는 “수학 학습 부담까지 줄기 때문에 취업에 유리한 이공계열 진학과 맞물려 과학탐구 및 수학 가형 응시자(이과)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공과대 정원도 대폭 늘고 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의 ‘국내 대학의 학과 변천·모분화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전국 4년제 대학 189곳의 공학계열 신입생 정원은 2010년 7만 7328명에서 지난해 8만 5319명으로 4년 만에 10.3% 늘었다. 반면 2010년 4만 7255명이던 인문계열은 지난해 4만 4463명으로 5.9% 줄었다. 이 같은 추세를 따라 2010학년도 33.0%였던 수능 과학탐구 선택(이과) 비율은 5년 사이 5.7% 포인트 늘어나 2015학년도에는 38.7%를 기록했다. 연구를 진행한 김왕준 경인교대 교수는 “2011년 교육부가 재정지원 제한 대학의 주요 지표로 취업률을 제시함에 따라 대학들이 취업에 유리한 공학계열 정원을 늘려 온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러한 고교와 대학의 이공계열 쏠림 현상과 관련, 교육계에선 산업 수요에 따른 자연스러운 흐름이라는 분석과 학문 간 균형이 깨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함께 나온다. 양정호 성균관대 교수는 “취업률 만능주의가 고교에서 대학까지 폭넓게 나타나면서 이과로 떠밀려 간 학생들이 학업에 적응하지 못해 방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장형우 기자 zangzak@seoul.co.kr
  • 수습변리사 57명 미수료 초유 사태

    수습변리사 57명 미수료 초유 사태

    지난 1~2월 진행된 수습변리사 집합교육 참가자 중 상당수가 허위 서류 제출로 수료하지 못하게 됐다. 초유의 사태다. 이공계 최고 자격이자 지식재산권을 다루는 변리사는 도덕성과 신뢰를 요구받는데, 기본 소양과 능력을 배우는 수습 과정에서 도덕적 문제가 불거져 도마 위에 올랐다. 이를 계기로 전문 자격 합격자의 수습 과정에 대한 재점검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29일 특허청과 대한변리사회, 변리사업계에 따르면 올해 변리사시험 합격자 실무수습에 참가한 205명 중 27.8%인 57명이 출석일수 부족으로 수료하지 못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2011년 변리사시험 합격자 실무수습이 특허청에서 변리사회로 넘어간 뒤 미수료자가 대거 발생한 것은 처음이다. 지난해 미수료자는 질병을 앓다가 자원 퇴소한 3명이다. 이번에 나타난 미수료자 상당수는 교육을 받지 않기 위해 질병 치료 등을 이유로 허위 병원진단서를 제출했다 적발된 것으로 드러났다. 더욱이 일부는 병원진단서를 위조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돼 논란을 키우고 있다. 변리사회는 미수료자 집단 발생과 관련, “평가를 마무리하지 않아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업계에서는 지난해 질병 등에 대해 최대 6일까지 ‘공결’(공식 결석)로 인정해 주는 실무수습 운영세칙 개정이 빌미를 제공했다고 지적했다. A변리사는 “90% 이상 이수하면 교육을 마칠 수 있도록 사정을 봐주고 있는데 별도로 공결 규정을 마련해야 하는지 의문”이라며 “게다가 치료 기간에 해외여행을 다녀오는 등 비정상적인 행태를 밝혀내고도 곧바로 강력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은 잘못”이라고 성토했다. 내부에서 문제 제기가 잇따르자 변리사회는 의혹을 받은 수습변리사들을 수료시키지 않기로 했다. 이번 조치로 집합교육 미수료자는 현장 실무수습을 받을 수 없어 변리사 등록이 늦어지게 됐다. 변리사 실무수습은 1년간 이뤄지는데 집합교육(2개월, 240시간 이상)을 수료한 후 변리사사무소 등에서 10개월 이상 수습을 거쳐야 변리사로 등록할 수 있다. ‘솜방망이 처벌’ 논란도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허위 자료를 제출했더라도 인정 시간의 3배만 감점, 다시 말해 3배를 다시 이수하면 돼 미수료자는 내년 집합교육 때 부족한 시간을 보충하면 된다. B변리사는 “수습변리사는 등록변리사가 아니어서 협회에서 징계를 내릴 수 없기에 수료를 시키지 않는 게 처벌일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단순 교육 시간이 아닌 전문직으로서 갖춰야 할 소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교육은 지난달 25일 끝나 31일 수료식을 한다. 따라서 다시 교육받게 된 것으로 변리사회 차원의 징계는 마무리됐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관리·감독 기관인 특허청 관계자는 “미수료 발생·처분 결과를 통보받았지만 확인하지 못했다”며 “다음주 변리사회 조사 결과를 들은 후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대전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 회장님들에게 새로 생긴 명함 ‘인문학 전도사’

    회장님들에게 새로 생긴 명함 ‘인문학 전도사’

    재벌가 회장님들이 직접 인문학 강의에 나서거나 사재를 털어 학술연구를 지원하고 있다. 인문학을 증흥시키려는 대기업 오너들의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는 것이다. 신세계그룹은 다음달 9일 고려대 인촌기념관에서 열리는 ‘세상을 바꾼 청년 영웅, 나폴레옹’이란 주제의 인문학 콘서트를 시작으로 ‘2015 지식향연’ 프로그램을 진행한다고 26일 밝혔다. ●정용진 부회장 등 연사로 나서거나 학술 지원 첫 고려대 강연에는 신세계그룹 정용진 부회장이 직접 연사로 나서 인문학에 대한 그룹의 투자 계획 등 그룹의 인문학 중흥 사업에 대해 설명한다. 강연은 6월 초까지 고려대, 제주대, 건국대, 경북대, 강원대 등 전국 10개 대학에서 진행된다. 송동훈 문명탐험가, 이진우 포스텍 인문사회학부 석좌교수 등도 강사로 참여한다. 신세계그룹은 ‘지식향연’ 프로그램을 인문학 중흥사업으로 브랜드화해 매년 20억원씩 지원할 방침이다. 또 온·오프라인 채널을 통해 2000~3000부의 인문학 서적도 판매할 예정이다. 괴테의 ‘이탈리아 기행’, 중국 철학가 팡둥메이(方東美)의 ‘중국의 사상과 문명’ 등 국내에서 발간되지 않았거나 주목받지 못한 서적을 중심으로 내놓을 방침이다. ●“사원 채용땐 인문계 외면” 볼멘소리도 한샘그룹 창업주인 조창걸 명예회장은 장학 사업과 국내외 학술 연구비 지원 사업 등을 위해 사재 4400억여원을 공익재단에 출연한다. 한샘그룹 측은 이날 조 명예회장이 ‘재단법인 한샘드뷰 연구재단’에 한샘 지분 60만주(1056억원)를 기부했다고 공시했다. 조 명예회장은 이를 시작으로 200만주(약 3400억원)를 추가로 출연해 자신이 보유한 한샘 주식 534만주 가운데 절반인 260만주를 재단 운영을 위해 내놓을 계획이다. 조 회장이 수천억원을 연구재단에 출연하려는 것은 미래 변화를 예측하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싱크탱크가 국내에는 부족하다는 판단에서다. 경술국치, 남북분단, 6·25전쟁 등 한국의 현대사가 아픈 기억으로 점철된 것이 미래의 변화를 예측하고 대비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그러나 기업들이 인문학과 학술 연구에 투자하는 것과 달리 신입사원 채용에서는 이공계를 선호한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207개 주요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대기업의 올 상반기 대졸 신규 채용 인원 가운데 이공계 비중이 평균 59.2%로 집계됐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技풍’ 당당 ‘技세’ 등등

    ‘技풍’ 당당 ‘技세’ 등등

    “옛날엔 ‘공돌이’라며 낮잡아 보는 사람도 적잖았죠. 그러나 요즘 공직사회에선 싹 달라졌습니다. 섬세한 면에서 오히려 행정직 뺨친다는 말을 자주 들어요. 위아래를 가리지 않고 주변에서 칭찬이 아주 자자합니다.” 행정자치부에서 일하는 한 고위 간부는 20일 이렇게 말하며 사뭇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기술직들을 두고 한 얘기다. 신인사운영 3대 원칙에 걸맞게 차별 철폐와 발탁 인사 적극 활용, 소수를 배려하는 배치를 천명한 데 따른 현상이다. 먼저 장관 비서실에 시설직 사무관을 발령해 눈길을 끌고 있다. 7년차인 김민철(33·행정고시 51회) 비서가 행정부 사상 비서실 기술직 1호에 이름을 올린 주인공이다. 흔히 기관장과 가깝게 지내는 사람을 쓰지만 김 사무관은 정종섭 장관과 일면식도 없던 사이다. ●정종섭 장관 “직렬 따지지도 묻지도 마라” 국토해양부(현 국토교통부)에서 공직 첫발을 뗀 김 사무관은 앞서 주택정비과, 공공주택건설본부, 건축기획과를 거쳤다. 대학에선 건축학을 전공했다. 구만섭 비서실장은 “사안을 분석하는 데 눈에 띄게 빼어나다”며 김 사무관의 맹활약을 반겼다. 장관 일정을 관리하려면 정책들을 두루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그래서 업무엔 홍보 기능도 붙었다. 의사처럼 제대로 진단한 뒤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아프리카 에티오피아와 우간다를 순방하고 있는 정 장관은 “직렬이니 뭐니 따지지도, 묻지도 말고 괜찮은 사람이면 명단을 모두 뽑아 보라고 지시해 건진 보배”라고 맞장구를 쳤다. 비서직 채용 땐 5배수로 추천을 받아 장관 면접까지 거친다. 행자부는 앞서 국장급인 지방행정연수원 기획부장에 기술고시 20회 출신인 충남도청 남궁영(53) 기획관리실장을 깜짝 발령해 놀라게 만들었다. 남 실장은 충남도에서 농정유통과장에 이어 살림살이를 도맡는 총무과장을 지냈다. 과거엔 거의 전부를 행정직으로 채웠던 지방자치발전위원회에도 한경호(52·기술고시 20회) 지방분권국장을 임명해 소수 직렬 배려가 결코 일시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알렸다. 그뿐만 아니라 정부 핵심 업무를 다루는 전자정부정책과장에도 기술 서기관(황규철·43·기시 31회)이 뛰고 있다. 재정정책과 총괄업무 담당엔 전공과 너무 동떨어진 게 아니냐는 말까지 들을 법한 시설직 사무관(조형선·34·행시 52회)을 배치했다. ●행자부 5급 이상, 기술직 출신이 30% 이런 변화엔 소수 직렬에게서 쏟아지는 불만을 해소하려는 뜻도 담겼다. 늦은 승진 등 행정직들과 형평이 맞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행자부는 지난 13일 김주이(45·여·행시 39회) 공기업과장을 3급으로 승진시키기도 했다. 홍보담당관실 최영선(38·5급 경력채용) 서기관은 첫 여성 온라인대변인이다. 이들을 비롯해 과장급 이상 여성 공무원 13명을 배치했다. 본부 국·과장 7명, 소속기관 6명이다. 정 장관은 “함께 일하는 동료들부터 행복해야 서비스 대상인 국민들에게 웃음을 선사할 수 있는 것”이라며 “어디에서도 차별을 느끼지 않도록, 소수자를 배려하도록 노력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행자부는 지난 13일 인사에서 3급 승진 심사 결과 8명 가운데 전산직과 시설직 각 1명을 발탁했다. 4급에서도 대상자 22명 중 7명(전산직 4명과 시설·공업·방송통신직 1명씩)을 승진시켰다. 현재 5급 이상을 따지면 행정직이 498명으로 69.7%, 기술직이 217명으로 30.3%를 차지한다. 임호철(57·7급 기사보 공채) 청사기획관은 부이사관에서 2년 2개월이라는 비교적 짧은 기간에 한 계단 뛰어올라 기술직으론 보기 드물게 고위 공무원단 대열에 당당히 합류한 사례다. 행자부는 다음달 단행되는 전보인사 때도 사서직 등 소수 직렬의 본부 진입을 늘릴 예정이다. 불과 2년 전인 2013년 7월만 해도 당시 안전행정부 과장급 승진 인사에서 기술직 출신을 단 1명도 배출하지 못했다. 지금처럼 기술직이 많을 수밖에 없는 국민안전처가 인사혁신처와 함께 행자부에서 떨어져 나간 상황인데도 변화를 보였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가뜩이나 적은 기술직렬 자리를 기존대로 행정직으로 계속 채운다면 변화를 꿈꾸기 힘들다는 게 중론이다. 서울시에선 2011년 행정직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인사과장에 기술직인 구아미(당시 48세·기시 29회) 전 상수도연구원장을 임명해 처음엔 의아하다는 평가를 들었다. 생물학을 전공한 환경직 고시파이기 때문이다. 이런 파격은 막연히 존재하던 행정·기술직 사이의 간극을 메우고 칸막이를 제거함으로써 과거 행정직 위주로만 이뤄지던 인사운영 시스템에 균형감을 싣자는 취지였다. 정부 부처는 기존 이공계 출신이 담당하던 토목, 시설, 안전 등 소관 부서마저 행정직에 쏠려 차별을 더 심화시켰다는 비난을 받던 터였다. 그러나 이제 사뭇 달라진 것이다. 이달 말 정부청사 4곳을 관리하는 방호직에서 사무관이 탄생한다는 점도 바뀐 분위기를 가늠하게 한다. 입법부인 국회사무처에선 2013년 이미 배출됐지만 행정부 방호직으론 처음이다. 정 장관 취임 이후 행자부는 ‘방호직’의 의견을 수렴해 직위 명칭을 ‘방호관’으로 바꾸고 5급 신설을 추진했다. 틀을 깬 기술직 전진 배치는 다른 부처에서도 돋보인다. 고용노동부(산하기관 제외)에선 과장급 이상 직위에 배치된 기술직 공무원이 7명이다. 모두 4급이다. 역시 행정직에 주로 해당하던 지방노동위원회 사무국장, 지방고용노동청 지청장, 산재예방보상정책국 산업안전과장과 산업보건과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본부 기준)에선 과장 68명 가운데 10명이 기술직이다. 의사 3명, 약사 2명, 전산직 2명, 한의사 1명, 보건직 7급 출신 1명, 개방직(민간 보건) 1명이다. 2013년 말 현재 부처를 통틀어 기술직은 약 2만 3900명, 행정직은 9만 820명이다. 기술직 여성은 전체의 24.3%인 5810명에 이른다. 행정직 여성은 3만 185명이다. 정부는 차별 철폐를 위해 3급 이상 고위 간부에 대해 행정·기술직 구분을 없앴다. 부이사관 이상 직급은 1616명(여성 71명)이다. ●“승진 여전히 느려… 소수 직렬 배려 아직 부족” 행자부의 한 고위 간부는 “과거에 비춰 한층 높아진 기술직 공무원 선호도를 생각하면 다소 과장된 것인지 모르지만 도리어 절대다수라 할 행정직들 사이에 일종의 위기감과 경쟁을 불러일으키는 등 뜻밖의 부대효과마저 나타난 듯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한 기술직 간부 공무원은 “일정직위 이상에 소수 직렬이 많이 배치된다고 하면 마치 승진도 빠른 것처럼 비치지만 그렇지 않다”며 “근무 연한과 같은 구체적인 자료를 따지면 기술직 배려라고 해 봐야 여전히 부족해 능력을 인사의 잣대로 삼는다는 대원칙엔 아무래도 크게 공감하지 못하는 편”이라고 밝혔다. 송한수 기자 onekor@seoul.co.kr 세종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사설] 공대 인기 부활 조짐 바람직하다

    서울대 공대 올해 신입생 중 최소 115명(14%)이 다른 대학의 의대, 치대, 한의대에도 합격했다고 한다. 서울대 공대가 지난달 오리엔테이션에서 설문조사한 것에 따르면 다른 대학 의예과에 합격한 학생은 103명, 치의예과에 합격한 학생은 9명, 한의예과에 붙은 학생은 3명이었다. 고려대 의대에 2명, 연세대 의대에 3명이 합격했다. 연세대 치의예과에 합격한 학생은 1명, 경희대 한의대에도 1명이 중복 합격한 것으로 드러났다. 신입생 800명 중 675명이 설문조사에 응했다. 설문에 응한 학생 중 17%는 요즘 이과생들에게 인기가 있다는 소위 ‘의·치·한’에 합격하고도 서울대 공대를 택한 것이다. 공대 인기가 부활하는 조짐으로도 볼 수 있어 다행스럽다. 이공계 기피 현상이 조금씩 나아지는 것은 국가를 위해서도 바람직한 일이다. 1990년대 중반만 해도 고교 이과의 우수 학생들은 이공계를 선호했다. 서울대 공대, 카이스트, 포스텍 등 유수 공대에 최상위권 학생들이 대거 몰렸다. 공대의 위상이 급격히 하락한 것은 1997년 말 외환위기를 겪으면서부터다. 기업들이 연구소에 있던 엔지니어부터 먼저 정리해고를 하면서 안정적으로 보이는 의대, 치대, 한의대 쪽으로 인재들이 몰렸다. 의대 선호 현상은 여전하지만 2008년 이후 조금씩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일자리가 줄면서 상대적으로 전문적인 이공계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한의대와 치대의 위상은 한창 인기있을 때보다는 낮아진 반면 공대 쪽으로 상위권 학생들의 지원이 다시 늘고 있다고 한다. 전국 4년제 이공계 대학의 취업률이 70%에 달할 정도로 취직이 잘 되는 게 영향을 미쳤다. 미국도 이공계의 인기가 살아나고 있다. 미국 대학 신입생들 중 과학, 기술, 공학, 수학을 전공하겠다고 밝힌 비율은 2007~2011년 동안 21.1%에서 28.2%로 7.1% 포인트 높아졌다. 한 나라의 경제가 튼튼하려면 제조업이 살아나야 한다. 제조업의 중심은 이공계다. 첨단기술을 개발하고 경쟁력을 확보해야 제조업 선진국이 될 수 있다. 우수 이공계 인력은 지금보다 벤처 창업에 더 많이 나서야 한다. 공대를 지원한 우수 인력이 뛰어난 공학도로 거듭나려면 대학의 공학 교육 질이 지금보다 한 단계 업그레이드돼야 한다. 대학과 정부는 과감한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그래야 모처럼 살아난 공대 선호 현상이 지속될 수 있다. 우수한 인재가 여러 분야에 골고루 있는 게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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