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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유라 인터뷰 전문 “세월호 7시간 몰라도 주사 아줌마는 알 것 같다”

    정유라 인터뷰 전문 “세월호 7시간 몰라도 주사 아줌마는 알 것 같다”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가 덴마크 경찰에 체포된 뒤 현지 법정에서 휴정시간에 모여든 한국 취재진들의 질문에 거침없이 답변을 이어갔다. 정씨는 2일(현지시간) 덴마크 올보르 법원에서 이화여대 특혜와 관련된 일에 대해선 “어머니가 했다”며 부인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에 대해서는 모른다면서도 갑자기 “‘주사 아줌마’ 백 실장은 누군지 안다”며 의문을 남겼다. 다음은 정유라씨와 취재진들 간의 일문일답 취재진: 한 가지만 여쭤볼게요. 그 당시 휴학을 하지 않고 독일로 오신 거잖아요. 그 때 휴학을 하고 정상적인 휴학 처리를 하고 오셔도 됐는데. 정유라: 저는 자퇴를 해달라고 말씀을 드렸는데 자퇴가 안 들어가더라고요. 취재진: 그걸 누구한테? 정유라: 어머니한테 말씀드렸어요. 취재진: 엄마한테? 정유라: 네. 취재진: 그러면 담당교수는 누구? 그때 자퇴서를? 정유라: 저는 아예 그때 학교를 간 적이 없어 가지고 담당교수님이고 뭐고 하나도 모르는 시점이었어요. 제가 아기를 낳은 지 얼마 안 되고 바로 독일로 왔거든요. 두달 만에 독일로 와서 바로 여기서 말을 탔어요. 그래서 교수님 누군지 사실상 이런 것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하나도 없었어요. 취재진: 여기에 온 지는 얼마나 됐어요? 정유라: 덴마크에요? 취재진: 예 정유라: (지난해) 9월말에 왔어요. 취재진: 9월말부터 여기 쭉 계셨던 거예요? 정유라: 네 취재진: 아까 독일에 갔다고 그랬었잖아요. 비자 때문에. 정유라: 네, 비자가 독일 비자로 나와 있고, 저희 집이 독일… 취재진: 슈미텐이요? 정유라: 슈미텐에 있어가지고. 취재진: 그럼 언제쯤 가셨나요? 독일에 간 때가? 정유라: 2주 전에… 갔다 온 것 같아요. 취재진: 2주 전이었죠? 그때 15일날 프랑크푸르트 시내에서? 정유라: 근데 저는 쇼핑은 안 갔습니다, 진짜. 돈도 땡전 한 푼… 취재진: 얘가 하는 말 맞는 것 같아요. 취재진: 근데 그날 계셨던 건 맞고요? 정유라: 아니, 저 데이비드 윤을 만난 지가 한달이 넘었어요. 데이빗을 만난 건 확실히… 취재진: 아이랑 같이 있을 수만 있다면 한국으로 들어간다고? 내일이라도 들어간다고? 정유라: 네, 네. 저 진짜 보육원에 있든지 사회단체에 있든지 병원에 입원해 있든지 상관없거든요. 취재진: 근데 한국에 변호사에게도 그런 얘기를 했어요? 정유라: 아니, 변호사님께서 바쁘셔서 그런지 저랑 연락이 아예 안 돼 가지고… 취재진: 이경재 변호사가 도와주기로 했는데 연락이 잘 안 되더라? 취재진: 삼성에서 구입해준 말은 지금 현재 어디 있어요? 정유라: 그건 모르겠어요. 삼성이 사실 차랑 말이랑 그런 것 다 가지고 가신다고 해서 ‘알았다’라고 말하고 저는 지금 제 말, 어린 말들이랑 한국에서 갖고 온 말 한 필 남았거든요. 그 말만 가지고… 취재진: 그럼 이곳 승마장이에요? 정유라: 네, 여기 승마장. 취재진: 현재 심경 한 말씀만 얘기해주세요. 정유라: 그냥 애기. 취재진: 애기가 계속 보고 싶었어요? 정유라: 사실 저는 말도 그만 탄다는 얘기를 드렸었거든요. 사실 독일 오게 된 것도 박원오 전무님께서 저한테 아기 낳고 심경 복잡하고 어머니랑 자꾸 싸우게 되니까. 아시다시피 저희 어머니랑 저랑 그것 사인까지, 재산포기각서까지 쓸 정도로 사이가 많이 틀어졌었는데, 계속 남편이, 남자친구가 맘에 안 들다 보니까 계속 문제가 이어졌어요. 그러다 보니까 어머니랑 아예 대화를 안 하는 상태까지 왔었고, 중간에 항상 박원오 전무님이랑 전무님을 끼고 얘기하는 상황까지 왔던 거예요. 취재진: 현재 변호사님은 선임이 되어 있나요? 정유라: 이경재 변호사님이 도와주신다고 하셨는데, 그건… 취재진: 이경재 변호사? 정유라: 아니, 여기서 말고요. 여기서는 취재진: 서울에 계시잖아 취재진: 아 지금 여기서는? 정유라: 독일 변호사님을 선임했었는데, 독일 돈 세탁 문제 때문에. 여기 덴마크 변호사님은 국선변호사예요. 취재진: 국선변호사요? 취재진: 국선변호사다? 취재진: 본인 앞으로 지금 해외재산도피 혐의도 있거든요. 그 부분에 대해서? 정유라: 네, 근데 그거는 제가 확실하게 설명 드릴 수가 있는 게, 제가 아버지랑 어머니가 이혼하시면서 강원도 땅을 제가 인수를 받았어요. 아빠 명의로, 아빠 몫으로 있던 땅을. 그러고 그 땅으로 담보를 잡았어요, 외환은행에서. 그래서 총 두 차례에 걸쳐서 36만 유로를 대출을 받았어요. 그 땅을 담보로. 그래서 1원 한 장 저희 돈 안 쓰고, 그 대출만으로 이 집을 샀어요. 그래서 이 집을 샀는데… 한국에서 이 대출을 다 갚았어요. 그러고 일단 그 막 조세포탈 그런 것 있잖아요. 그런 것도 저희가 독일에서도 저희가 세무사를 쓰면서 세금을 다 냈어요. 그러고 저는 회사 일 같은 건 아예 모르는 게, 항상 저희 어머니가, 그런 것 하시는 분이 따로 계시잖아요, 일하시는 분이. 포스트, 이렇게 종이가 있으면 포스트잇 딱딱딱 붙여놓고 사인할 것만, 사인만 하게 하셔가지고 저는 아예 내용, 안의 것은 모르고. 처음에 제가 여기 와서 “머리 식히려고 말 타지 않을래?” 라고 해서 여기에 왔는데… 여기에 왔는데 갑자기 박원오 전무님께서 ‘삼성이 선수 여섯명을 뽑아서 말을 지원을 해 준다더라. 타 보지 않겠냐’라고 해서. 그래서 ‘여섯명 지원을 하면은, 그냥 타야겠다’라고 생각하고 말을 탔는데, 제가 중간에 이제 남편이 집에를 갔어요. 한국에 돌아갔어요. 그러고 이제 제가 막 엄청 예뻐하던 고양이가 죽어서, 팰리스 그런 것 때문에. 한참 방황을 할 때 제가 말을 안 탄다고 말씀을 계속 드렸었어요. 취재진: 하나만 마지막으로 더 여쭐게요. 지금 한국 국민들이 제일 관심 있는 게 세월호 7시간 있거든요. 본인이 박근혜 대통령을 박근혜 이모라고 호칭을 불렀다는 얘기까지 있었거든요? 정유라: 아니요. 저는… 제가 박근혜 대통령을 뵙긴 뵀는데요, 마지막으로 본 게 거의 아버지가 일하실 때 봤어요. 취재진: 그게 언제예요 ? 정유라: 제가 초등학교 때일 거예요. 취재진: 혹시 엄마를 통해서 박근혜 대통령이 어떤 세월호 7시간 동안 무엇을 했다라든가 이런 얘기를 전해 들은 건 없어요? 정유라: 제가 그 시대 전해 들을 수가 없는 게, 제가 그때 임신 중이어가지고 어머니랑 완전히 사이가 틀어져서 아예 연락을 안 할 때였어요. 저는 신림동에 살고, 어머니는 강남구에 살고 그 때라서 알 수가 없었어요. 취재진: 그 이후라도 전해 들은 것은 없구요? 정유라: 네, 없구요. 일단 주사 아줌마 백 실장님이 누군지 알 것 같고요. 취재진: 백 실장이요? 백 실장이 누구죠? 정유라: 주사 아줌마… 취재진: 주사 아줌마? 정유라: 주사 아줌마 (보도) 나오시는 분은 제가 알 수 있을 것 같고. 차은택씨도 저는 딱 한 번 봤어요. 테스타로싸라는 커피숍에서 차은택씨도 딱 한 번 봤어요. 취재진: 현재 독일에 비자는 어떤 비자를 갖고 있는거예요? 3년짜리 노동비자를 갖고 있는 건가요, 아니면은? 정유라: 아니요. 노동비자는 아니고 운동하는 사람 비자일 거예요. 취재진: 그럼 이것 덴마크는 그냥 관광비자로 들어와 있던 거고요? 정유라: 아니요, 그러니까 비자를 받으면 유럽은 자유롭게 다닐 수 있다고 해서 그 비자로 다 다녔어요. 취재진: 계속 그 비자로? 정유라: 네. 취재진: 프랑크푸르트에 가셨을 때 얼마 정도 머물다가 오셨어요? 2주 전에? 정유라: 하루 머물다가 왔어요. 찍고 왔어요. 그러고 프랑크푸르트도 아니라, 취재진: 슈미텐에요? 정유라: 슈미텐은 거의 지나쳐서 온 거고, 이 위쪽에 제가 동네 이름은 모르는데, 거기 그것 매매계약서 때문에 갖다 온 적이 있어요. 취재진: 유럽 비자가 만료가 언제예요? 정유라: 2018년도요. 취재진: 2018년 몇월? 정유라: 12월이요 취재진: 지금 그럼 집에 같이 있는 분들이 누구예요? 남자… 정유라: 저희 일하, 일하시던 분들이고요. 취재진: 남자 두 명? 일하시던 거면 회사? 비덱 이쪽에서 일하셨던 분인가요? 정유라: 네, 일하셨던 분인데, 이제 비덱이 파산이 됐어요. 저희가 파산신청을 해서 이미 파산신청이 들어갔거든요. 네, 이미 비덱은 파산된 회사… 취재진: 그 회사 직원이고 승마랑 같이 연관될 수도 있는 거예요 두 명은? 정유라: 예, 그 일로로 오셨던 분. 마필관리사 쪽으로 오셨던 분인데, 여기 같이 있으면서 이것저것… 취재진: 유석준씨인가요? 정유라: 실명을 얘기하기는 좀. 취재진: 아 그럽니까? 취재진: 데이비드 윤은 지금 어딨습니까? 정유라: 데이비드 윤은 저랑 연락 안됩니다. 책임지기 싫어서. 취재진: 지금 데이비드 윤이 계속해서 보호했을 거라고. 정유라: 아니요, 그거는 말도 안 되는 소리고요. 데이비드 윤은 저랑 연락 자체를 안 하고 싶어하시는 분이시라서. 취재진: 유석준씨는? 정유라: 이수진씨 남편분 말씀이세요? 취재진: 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2017 서울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밸러스트 - 문은강

    [2017 서울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밸러스트 - 문은강

    지구 지표 생물의 총 무게 중 25프로는 개미다. 자신의 무게의 50배 이상을 들 수 있는 이 생물이야말로 지구를 구성하고 있는 근원이 아닐까 생각하곤 했다. 아직까지 별 탈 없이 자전하고 있는 지구의 비밀은 이 25프로의 개미에게 있을지도 모른다. 아무리 엄지로 짓눌러도 꾸역꾸역 살아내는 개미와 당신은 닮아 있다. 어슴푸레하고 고요한 세상 속에서 나는 한없이 가벼워짐을 느낀다. 걱정이다. 개미굴처럼 깊숙하게 숨어 있는 당신의 집이. 당신이. 집은 퀴퀴한 냄새로 가득하다. 때 낀 수저와 밥그릇이 흐트러져 있다. 오래되고 요란한 살림살이 속에 파묻힌 당신이, 그곳에 누워 있다. 자그만 몸을 동그랗게 말고 있는 당신은 유충 같다. 당신의 미간엔 잔뜩 주름이 가 있다. 그 언저리를 향해 손을 뻗는 순간 당신이 눈을 번쩍 뜬다. 주위를 두리번거린다. 그리고 가슴을 쓸어내리며 한숨을 쉰다. 밖은 아직 어둡다. 당신은 리모컨을 들어 텔레비전을 켠다. 새벽 뉴스가 한창이다. 당신은 합죽한 입을 우물거리며 뉴스를 바라본다. 당신의 굽은 등이 곧 천장에 닿을 것만 같다. 당신은 찬밥을 꺼내 보리차를 부어 숟가락으로 뒤적인다. 합죽한 입으로 밥알을 몇 번 오물거리곤 단번에 삼킨다. 당신은 음식물을 온전히 씹지 못한다. 아내는 그것을 유난히 안타까워했다. 언젠가 치과에 가자는 아내의 손을 떼어내며 당신은 한사코 싫다 말했다. “내는 틀니 안 한다. 그거 하면 불편해서 맘 편히 먹지도 몬한다더라.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먹으면 된다. 그게 훨씬 편하다.” “어머니 그거 요즘은 얼마 하지도 않아요. 그냥 저랑 같이 가서 하세요. 고기도 씹어 드시고 하셔야죠.” 아내도 물러서지 않았다. 두 여자는 한참을 옥신각신했다. 불필요한 시간은 흘러가고 있었다. 회사로 돌아가야 했다. 처리해야 할 업무는 항상 산더미였다. 아내가 불러 간신히 빠져나온 점심시간이었다. 오랜만에 당신과 점심을 함께 하자는 아내의 말이 퍽 고맙게 느껴져 나온 자리였지만 무의미하게 흘러가는 시간이 아까운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거참, 어머니가 하고 싶으신 대로 그냥 해드려.” 그때 당신의 뭉툭한 손톱은 까맣게 때가 끼어 있었다. 당신은 국물을 몇 번 떠먹더니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아침 식사를 마친 당신은 민경에게 전화를 건다. “민경아 아무래도 이상타. 느 오빠한테 전화 함 해봐라.” 수화기 너머의 민경은 짜증을 낸다. 당신은 아랑곳 않고 소리를 지른다. “꿈자리도 뒤숭숭하고 몸도 으슬으슬하니 춥고 정신도 사나운 것이 불안타 안카나.” 새벽부터 전화해 오빠 타령을 하는 당신이 민경은 못마땅한 모양이다. 한참이나 지속되던 말싸움은 엄마 때문에 이 서방 깼다는 민경의 말 한마디에 곧바로 끝이 난다. “이 서방 아침 잘 챙겨 묵여라. 나가 일하는 사람은 뱃속이 든든해야 한다.” 당신은 사위의 아침 식사를 걱정하며 수화기를 내려놓는다. 서둘러 옷을 챙겨 입는다. 머플러로 얼굴을 꽁꽁 감싸고 허리끈으로 바지를 바싹 조인다. 그 위에 무명으로 만든 전대를 찬다. 전대를 열자 정돈되지 않은 천 원짜리들이 불쑥 튀어 나온다. 그것을 집어 들고 침을 묻혀 세기 시작한다. “하나, 두이, 서이….” 몇 번이나 다시 세어보고선 전대 안으로 다시 돈을 집어넣는다. 이불맡에 있는 소쿠리를 집어 든다. 아침이 오고 있다. “사람이 많이 죽었대요.” 자줏빛 립스틱을 진하게 바른 옷가게 여자가 당신의 곁에 와 재잘댄다. 당신이 바닥에 돗자리를 깔자 여자는 더욱 바싹 다가온다. 당신의 소쿠리에는 더덕과 뭉툭한 과도가 들어 있다. 당신은 더덕을 꺼내 과도로 껍질을 벗기기 시작한다. 더덕에서 나오는 진득한 진물은 손톱을 금방 새까맣게 물들인다. 여자는 호들갑스럽게 뉴스의 내용에 관해 떠든다. “아침부터 재수 없게 사람 죽었다는 이야기를 하노. 치아라.” 더덕을 깎는 당신의 손길이 분주해진다. “장사나 할 것이지. 쓸데없이 와가 뭐라 해쌌노.” 당신의 시선은 더덕을 향해 있다. 당신의 핀잔에 여자는 머쓱하다는 듯 홀로 중얼거리더니 옷가게 안으로 쏙 들어간다. 당신은 그제야 고개를 들어 여자의 뒷모습을 바라본다. 여자는 옷가게에서 좌판대를 꺼내 물건을 밖에 진열시킨다. 죄다 유행이 지난 옷들뿐이다. 반짝이는 외투에 호피무늬 스커트, 형광색의 레깅스까지 진열하고 나서야 여자는 손을 탁탁 털고 기지개를 켠다. 당신은 여자를 한참을 바라보다 고개를 젓는다. 하얀 속살을 드러낸 더덕은 소쿠리에 곱게 누워 있다. 꼭 발가벗은 갓난아이 같다, 당신은 껍질 벗은 더덕을 두고선 민경과 닮았다며 웃어대곤 했다. 더덕의 뽀얀 속살이 민경의 살갗과 닮았다는 것이었다. 민경이 속을 썩일 때마다 당신은 ‘아가 태어날 때 내가 바빠 제대로 옷도 몬 입혀 주고 만날 발가벗겨 놓고 있어서 그런다’며 오히려 민경을 두둔했다. 열아홉의 민경이 덩치 큰 남자 손을 잡고 찾아와 임신했노라고 말하던 순간에도 당신은 더덕의 껍질을 벗기고 있었다. 민경은 비장한 표정으로 ‘우리 결혼할 거야’라고 말하며 눈을 질끈 감았다. 그제야 당신은 과도를 내려놓았다. 거리는 한산했다. 옷가게의 여자만이 문 밖으로 빼꼼 고개를 내밀고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당신은 고개를 들어 민경과 남자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그리곤 심드렁한 목소리로 말했다. “치아라. 느그 때문에 손님 안 온다.” 민경은 그날의 이야기를 무용담처럼 늘어놓곤 했다. 마치 한 편의 시트콤 같던 민경의 사담을 들을 때마다 그날의 거리를 상상해 보았다. 결혼할 사람이라며 아내를 처음 소개하던 날의 분위기와는 사뭇 다를 것이다. 당신은 아내의 손을 부여잡고 몇 번이고 고맙다 말했다. 아내는 난감해하며 고개를 숙였다. “우리 우석이 참말로 좋은 아다. 내 아들이라 하는 말 아니다. 어디 가서 빠지지 않는 신랑이 될끼다.” 당신은 아내의 손을 연신 쓰다듬었다. 본격적인 출근 시간이 되자 거리는 인파로 북적인다. 숨 가쁘게 돌아가는 세상의 모퉁이에 당신만이 유일하게 멈춰 있다. 구둣발이 금방이라도 소쿠리를 치고 지나갈 것만 같다. 당신이 앉은 자리에서는 모든 것이 거대하게 보인다. 아주 조그만 개미 같은 당신은 지나는 사람들의 발밑에서 묵묵하게 장삿거리를 정리한다. 그러다 문득 분주한 손짓을 멈추고 멍하니 구두들을 바라본다. 앞코가 동그란 구두, 뾰족한 구두, 헤진 구두, 흙투성이의 구두. 저마다의 구두들. 당신은 코를 한번 훌쩍인다. 언젠가 당신에게 정장과 구두를 선물 받은 적 있다. “옷가게 동상한테 비싸게 산 거잉게 오래오래 입그라.” 당신은 거칠한 손바닥으로 내 볼을 쓰다듬었다. “장사하는 사람들이 대단타 하드라. 우석이 이리 턱하니 좋은 회사 취직했다고.” 그즈음 당신과 나의 거리에는 과연 어떤 단어가 놓여야 할지 몰랐다. 당신은 엄마와 어머니의 경계선에 놓여 있었다. 선택한 방법은 당신에게 말을 걸지 않는 것이었다. 의식적으로 당신을 생각하지 않는 것이었다. 당신을 생각하면 마음 한켠에서 느껴지는 묵직함이 나를 괴롭게 했다. “미안타. 고맙다.” 당신은 정장 입은 내 모습을 보고 한참을 글썽였다. 당신은 더덕을 깎다가 과도에 손을 벤다. 손가락 위로 동그랗게 맺히는 핏방울을 입으로 쪽쪽 빤다. 거리의 구두굽 소리가 잦아들 즈음 당신은 벌떡 일어난다. 더덕이 들어 있는 소쿠리를 살짝 밀어 놓고 옷가게로 성큼 들어간다. 나이가 지긋한 손님이 옷을 고르고 있다. 당신은 계산대에 있는 전화기에 손을 뻗는다. 여자는 손님에게 양해를 구하고 당신에게로 쪼르르 달려온다. “형님 지금 손님 있으니까 이따가 와서 전화기 쓰셔. 응?” 당신은 여자의 말에 대답도 않은 채 수화기를 든다. 익숙한 번호를 재빠르게 누르고 통화 연결음을 듣는다. 찰나에 당신의 표정은 수십 번 바뀐다. ‘연결이 되지 않아….’ 전화기에서 흘러나오는 기계적인 음성을 듣고 당신은 한숨을 내쉰다. 여자는 당신의 눈치를 보며 손님에게 다른 옷을 권한다. 당신은 다시 수화기를 들어 민경에게 전화를 건다. 민경이 전화를 받자 당신의 얼굴에는 화색이 돈다. “오빠한테 전화했나?” 당신은 소리를 빽 지른다. 덕분에 옷가게의 여자와 손님은 깜짝 놀라 당신을 쳐다본다. 당신은 간절한 표정으로 민경의 대답을 기다린다. 한참 뒤 당신은 계산대가 놓인 탁상을 쾅 친다. “그라믄 새언니한테다 전화해 봐야 할 것 아니가. 얼른 전화하그라. 집에만 박혀가 암것도 안 하믄서 그거 하나 몬하나.” 당신이 씩씩거리자 손님은 집어 들었던 옷을 슬그머니 내려놓고 밖으로 나간다. 민경과 당신은 한참이나 말다툼을 한다. 민경이 먼저 전화를 끊자 당신은 수화기를 거칠게 내려놓는다. “형님 손님 있을 때는 이렇게 불쑥불쑥 들어오지 말라고 했잖아요. 형님 때문에 그나마도 없던 손님 다 나가겠네.” 여자는 씩씩거리며 팔짱을 낀다. “여기가 뭐 백화점이나? 길거리에서 옷장사하믄서 손님, 손님 따지게.” 당신은 여자에게 역정을 내며 밖으로 나온다. 찬 바람이 당신의 품으로 파고든다. 당신은 옷섶을 여미고 당신의 자리로 터벅터벅 돌아간다. 밸러스트. ‘와 뱃일을 하려 하느냐’는 당신의 질문에 대한 나의 답이었다. 출항할 때 항만에서 탱크에 바닷물을 채우고 다른 항구에 도착해선 물을 버리는 이 무게중심 유지 장치는 당신과 민경을 떠올리게 했다. 내가 짊어져야 하는 무게가 늘어날수록 당신과 민경의 무게는 조금 더 가벼워졌고, 당신의 무게가 무거울수록 나는 가벼워졌다. 적정량의 무게를 유지해야만 나아갈 수 있는 선박처럼 우리는 살아왔다. 서로의 무게를 나눠 가지면서 말이다. 당신의 남편이 죽던 날, 당신은 눈물 한 방울도 흘리지 않았다. 민경은 당신의 등에서 곤히 잠들어 있었다. 당신은 이를 악물고 화장장으로 들어갔다. 당신은 남편이 재로 변하는 과정을 눈도 돌리지 않고 집요하게 응시했다. 당신의 입술은 너무나도 팽팽해서 금방이라도 터질 것만 같았다. “우석이 민경이 내가 잘 키울 것이다. 번듯하게 키울 것이다.” 당신의 손바닥에는 땀이 흥건했다. 아침잠이 많았던 당신이 새벽부터 일어나 거리로 나섰던 것은 그날 했던 말을 책임지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민경은 고작 다섯 살이었다. 제대로 옷도 챙겨 입지 못하던 민경은 껍질 벗겨진 더덕처럼 방 안에 남겨졌다. 옷장에는 소매가 누렇게 변한 옷가지들이 가득이었다. 당신이 거리에서 팔아가는 채소의 가짓수가 늘어갈수록 우리는 나이를 먹었다. 학부모 참관 수업이라도 있는 날이면 잠을 참아가며 당신을 기다리곤 했다. 당신을 마주하는 날보다 기다리는 날이 더 잦았다. 대학 합격 통보를 받았을 때도 어김없이 늦는 당신에게 편지를 써놓고 잠이 들었다. 다음날 머리맡에서 느껴지는 당신의 시선에 눈을 떴다. “우석아 기계 배우는 곳으로 가그라.” 당신은 거슬거슬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 목소리에서, 떨리는 손끝에서, 붉어진 귓불에서 당신의 마음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더 공부하고 싶었다. 남들처럼 대학은 나오고 싶었다. 어린 민경은 당신의 품에 파고들며 어리광을 피웠다. 당신은 고개를 조아리며 대답을 기다렸다. 언젠가 보았던 당신의 팽팽한 입술이 눈에 들어왔다. 당신과 민경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그러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선박용 구조물을 생산하는 하청회사에 취직했다. 일은 생각보다 고됐다. 이제 막 고등학교를 졸업한 뜨내기를 챙겨 주는 사람은 없었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악착같이 일해야 했다. 밤낮없이 일했다. 아마 당신도 이런 마음으로 일했으리라. 때문에 당신에게 힘들다는 내색은 하지 않았다. 원청업체에서 구조물 하자를 핑계로 납품을 거부했을 때, 그것이 오롯이 회사에서 가장 어렸던 내 탓으로 돌아왔을 때, 그만두고 싶다는 마음을 억누른 채 사장에게 고개를 숙였을 때, 처음으로 당신이 원망스러웠다. 홀로 포장마차에 앉아 소주를 연거푸 들이켰다. 당신은 돌아오지 않는 아들을 기다리며 대문에서 서성이고 있었다. 달빛에 비친 당신 얼굴은 참 많이 늙어 있었다. “와 인자 오노. 뭐 이리 술은 마셨노.” 당신은 비틀대는 내 손을 잡아끌며 잔소리를 했다. 오랜만에 마주한 당신의 온기에 목구멍에서 무언가가 울컥울컥 치밀어 올랐다. “나 기계 만지는 거 싫어.” 울음이 터졌다. “엄마….” 한번 내보인 감정은 걷잡을 수 없이 밖으로 꾸역꾸역 터져 나왔다. 아이처럼 당신의 품에 안겨 울었다. 당신은 등을 가만히 쓸어내렸다. 쌀쌀한 밤바람을 핑계로 당신에게 오랫동안 엉겨 붙어 있었다. “불쌍한 내 새끼. 우짜면 좋노. 우짜면 좋아.” 당신의 목소리는 미세하게 떨렸다. 아마 당신은 울고 있었을 것이다. 후에 번듯한 선박 회사에 입사했다는 소식을 듣고 당신은 거리 한복판에서 춤을 췄다. “보소. 우리 우석이가, 우리 아들이, 그 좋은 회사 들어갔다 안하요. 보소. 동네사람들 보소.” 당신은 우스꽝스럽게 팔다리를 휘적거렸다. 옷가게 여자는 그날의 당신을 설명하며 깔깔댔었다. “우석아 나는 그때처럼 네 어머니의 가벼운 표정을 본 적이 없어. 몸짓도 표정도 깃털 같아서 저 위로 날아가 버릴 것만 같았다니까.” 소쿠리가 거리에서 나뒹군다. 당신은 재빠르게 소쿠리를 집어 든다. 생면의 남자가 커다란 천막을 치고 있다. 당신의 돗자리와 방석은 한쪽에 처박혀 있다. 당신은 돗자리를 집어 들어 탁탁 턴다. 흙먼지가 우수수 떨어진다. 당신은 천막 쪽으로 다가간다. 천막 안에는 커다란 탁자가 놓여 있다. 단정하게 차려입은 네댓 명의 여자들이 분주하게 움직인다. 탁자에는 커피포트와 커피믹스, 종이컵이 그득하다. 당신은 그들에게 다가간다. 당신을 발견한 여자는 환하게 웃으며 반긴다. “차 한 잔 하세요.” 여자는 종이컵에 녹차 티백을 넣어 당신에게 건넨다. 당신은 컵을 밀어낸다. “여기서 뭐하는 거요? 여기는 내가 장사하는 덴데. 고새에 남의 물건 치워뿔고 뭐하는 거요.” 여자가 물끄러미 당신을 건너다본다. 당신과 여자의 시선이 허공에서 어색하게 얽힌다. 여자는 분주하게 움직이는 누군가를 불러 귓속말로 속삭인다. 그들은 서로 무언가 이야기하더니 구석에서 박스를 정리하고 있는 한 남자에게 다가간다. 남자는 여자들에게 자초지종을 듣고 당신에게로 다가온다. 당신은 소쿠리를 안고 매섭게 남자를 쏘아본다. 남자는 자신을 장 집사라고 소개하며 정중하게 허리를 구부려 당신과 눈을 맞춘다. “장 집사고 뭐고 난 모르는 일이고 여기는 내 자리요. 이거 다 치우고 비켜주소.” 당신은 장 집사의 눈을 피하지 않고 똑바로 쳐다보며 말한다. 그는 난처하다는 듯 머리를 긁적거리고 당신을 후미진 자리로 끌고 간다. “이거 죄송해서 어쩌죠. 여기에서 장사하시는 줄도 모르고 이렇게 천막을 쳐 버렸네요. 어머니께서 양해해 주시고 오늘만….” “없기는 뭐가 없대요. 내가 떡하니 돗자리도 펴놓고 더덕에 소쿠리도 놓고 장사하고 있었구만.” 당신은 나뒹구는 돗자리를 가리키며 언성을 높인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당신과 장 집사를 번갈아 쳐다본다. 장 집사는 얼굴을 찌푸린다. 그는 당신이 무슨 말인가를 더 해주기를 기다린다는 듯 말없이 당신을 바라본다. 당신은 합죽한 입을 앙 다물고 그를 응시한다. 그는 한숨을 푹 쉰다. “정말 죄송합니다. 저희는 여기서 어머님이 장사하시는 줄 상상도 못했습니다. 보시다시피 저희는 이렇게 이미 천막도 치고 있고 테이블도 옮겨 놓았답니다.” 장 집사는 당신의 손에 들려 있는 소쿠리를 흘긋 보며 웃음을 짓는다. “어머니 짐은 이 소쿠리뿐이시잖아요. 어머니께서 양해 좀 해주세요.” 그는 인자하게 웃으며 당신의 소쿠리에 손을 올린다. 당신은 그의 손을 확 쳐내고 소쿠리를 자신의 품에 더 세게 끌어안는다. “나는 여기서 몇 년을 앉아 물건 팔았소. 여기는 내 자리란 말이요. 갑자기 와서 이것저것 놓는다고 이 자리가 댁 자리가 되는 것은 아니란 말이요.” 거리를 오가던 몇몇 사람이 걸음을 멈추고 수군거린다. 장 집사는 발을 동동 구르며 당신의 귀에 대고 작게 속삭인다. “어머님 이 자리에서 허가받고 장사하시는 거 아니시잖아요. 죄송합니다. 저희는 절대 못 움직여요.” 당신은 장 집사를 거칠게 밀어낸다. “동네 사람들 여기 보소.” 당신이 고래고래 목청을 높이자 여자들이 다가와 당신을 말린다. 옷가게 여자가 깜짝 놀라 뛰쳐나온다. 당신은 더욱 크게 소리를 지른다. 옷가게 여자는 당신의 등을 때리며 우선 들어가자고 소매를 잡아끈다. 주변의 여자들도 당신의 등을 은근히 떠민다. “진정하세요. 어머니 진정하세요.” 한 여자가 당신의 어깨에 손을 올린다. 당신은 어깨를 휙 젖힌다. 덕분에 당신의 품에 있던 소쿠리가 바닥으로 떨어진다. 소쿠리 안에 있던 더덕들이 바닥에 나뒹군다. 당신은 재빨리 몸을 숙여 더덕들을 소쿠리에 담는다. 옷가게의 여자는 당신을 따라 땅에 떨어진 더덕을 손으로 급하게 움켜쥐고는 억지로 당신을 자신의 가게 안으로 들여보낸다. “형님도 참. 좋게 이야기하시지. 거기서 그렇게 역정을 내시면 어떡해요.” 옷가게 여자는 당신에게 물을 건넨다. 당신은 단박에 그것을 들이켜고 숨을 몰아쉰다. 한참이나 씩씩거리던 당신은 바닥에 놓인 소쿠리를 내려다본다. 정갈하게 누워 있던 더덕들이 마구잡이로 흩어져 있다. 당신은 더덕들을 하나하나 집어 들어 정리한다. 여자는 당신을 보며 한숨을 쉰다. “오늘은 여기서 그냥 장사 접고 들어가요. 요즘 감기 기운도 있으시담서.” 당신은 아무 대답 않고 가만히 소쿠리만 바라보고 있다. “아유 암튼 고집은.” 여자는 고개를 젓는다. 한참의 정적이 지속된다. 여자는 못 견디겠다는 듯 리모컨을 들어 텔레비전의 볼륨을 높인다. 뉴스가 한창이다. 뉴스에서는 어제 발생한 사고 현장을 보여주고 있다. 여자는 몸을 감싸며 혀를 찬다. “불쌍해서 어째.” 당신도 고개를 들어 텔레비전을 바라본다. 사망자 명단이 하단에 천천히 지나간다. 옷가게의 문을 열고 누군가가 들어온다. 당신과 여자는 동시에 그곳을 바라본다. 장 집사가 한 손 가득 과자와 음료수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죄송해서요. 저희가 본의 아니게 피해를 드렸으니 용서해 주십사 하고 왔습니다.” 장 집사는 사람 좋은 웃음을 지으며 과자와 음료수를 당신에게 내민다. 당신은 고개를 돌린다. 눈치를 보던 여자가 멋쩍게 웃으며 그것들을 받아 든다. “어유 감사해요. 잘 먹을게요.” 여자가 당신 의 등을 쿡 찌른다. 당신은 여전히 뚱한 표정으로앉아 있다. 장 집사는 난처하다는 표정으로 괜스레 옷가게 안을 두리번거린다. ‘참으로 애석한 사건이 아닐 수 없습니다.’ 텔레비전 속 앵커는 사무적으로 비통함을 토하고 있다. “정말 슬픈 일이죠.” 장 집사는 텔레비전을 가리키며 말한다. 당신은 그를 쏘아본다. “저희는 어제 일어난 사건 때문에 이렇게 모였답니다. 기도드리고 찬송도 하려고요. 모든 슬픔의 무게는 함께 나누어야 더욱 가벼워지는 법이지요. 사람은 저마다 짊어질 수 있는 무게의 양이 한정되어 있답니다. 너무 무거워지면 버티지 못하는 법이니까요. 저희는 그 짐을 나누는 사람들입니다.” “그러니까 그것을 왜 내 자리에서 하냔 말이요.” 당신은 장 집사에게 삿대질을 한다. “어머니의 자녀분께 저런 안타까운 일이 생겼다고 생각해 보세요. 부디 어머니의 일이라고 생각하시고….” 당신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다. “지금 뭐라 했노.” 당신은 쩌렁쩌렁하게 고함을 지른다. 장 집사와 옷가게 여자의 눈이 동그래진다. “내 자식들한테 저런 일이 와 생기노. 와 생기냔 말이다.” 당신은 소쿠리에 있는 더덕을 꺼내 장 집사에게 던진다. 장 집사는 놀란 얼굴로 당신 팔을 부여잡는다. 당신은 더덕을 내려놓고 온 힘을 다해 그의 등을 때린다. “썩 꺼져라. 나쁜 놈의 새끼. 꺼져라.” 당신은 바닥에 주저앉아 울부짖는다. 장 집사는 어찌할 바 모르는 표정으로 당신을 바라만 본다. 옷가게의 여자는 장 집사의 등을 떠밀며 밖으로 내보낸다. 당신의 쪼글한 얼굴이 금방 눈물범벅이 된다. “이게 뭔 난리래.” 옷가게의 여자는 혼자 중얼거리며 휴지를 찾는다. 당신은 바닥에 앉아 어린아이처럼 앙앙 울고 있다. 조용히 당신의 곁에 앉아 당신의 눈물을 닦는다. 당신은 내가 온 줄도 모르고 미동 없이 울고만 있다. 이따금 점점 늙어가는 당신의 죽음에 대해 그려보곤 했다. 그때 무엇을 하고 있을까에 대해서도 생각했다. 그건 당신의 죽음과는 상관없는 일일 것이다. 회사에서 바쁘게 업무를 처리하는 와중일 수도 있고 아내와 함께 저녁 식사를 하는 도중일 수도 있다. 당신의 죽음을 상상하는 것은 마음 아픈 일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언젠가 다가올 일이었다. 당신의 죽음이 필연적이라면 평화롭게 이루어졌으면 하고 바랄 뿐이었다. 너부러진 더덕처럼 거리에서 쓰러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었다. 그것이 당신을 위해 기도할 수 있는 최대한의 것이었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당신의 마지막을 함께하고 싶었다. 손을 부여잡고 말하고 싶었다. 그동안 미처 하지 못했던 말들. 목구멍 안에서만 맴돌던 이야기를. 당신과 나의 거리에서는 부끄러웠던 문장을. 우리의 마지막에는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찬송가가 울린다. 당신은 눈을 감고 찬송가를 듣는다. 사랑하는 형제자매님들. 아픔은 모두 털어내시고 부디 주 안에서 평안하소서. 마이크를 잡은 장 집사가 소리친다. 여기저기서 ‘아멘’ 하는 소리가 들린다. “내는 인자 집에 갈란다.” 당신은 소쿠리를 들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옷가게 여자도 당신을 따라 일어난다. “이제 좀 진정이 된대요? 아이고 오늘 형님 때문에 놀라 자빠지겠네.” 옷가게 여자는 당신 손을 잡고 말한다. “형님도 나이도 드셨고. 우석이랑 민경이도 자기 앞가림 다 하고 있고. 인자 장사는 쉬엄쉬엄 해요. 뭣하러 그렇게 목숨 걸고 하신데요.” “그러게 말이다.” 당신은 옷가게의 유리를 통해 비친 거리를 바라본다. “내도 모르겠다. 아새끼들 데리고 살아보겠다고 길거리에 나왔는데 인자는 내가 나와서 뭐라도 안 하고 있으면 불안해 몬 살겠더라.” 전화벨이 울린다. 옷가게 여자가 손을 뻗는다. “여보세요.” 찬송가는 더욱 크게 흘러나온다. 주위는 어둠에 잠기고 검은 그림자 걷히고. 당신이 옷가게 문을 열고 나가려고 하자 여자가 황급히 잡는다. “형님, 민경이에요.” 여자의 표정이 불안하다. 당신은 재빨리 수화기에 귀를 댄다. “아야 엄마다. 뭔 일이고.” 당신은 소리를 내지른다. 우리는 오직 주 안에서 평안하리라. 찬송가 소리에 민경의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지 당신은 더욱 귀를 수화기에 바짝 가져다 댄다. 민경은 흐느끼고 있다. 당신은 놀라 무슨 일이냐며 민경에게 재차 묻는다. 민경의 흐느낌이 더욱 거세진다. “민경아 아가 울지 말고 말해 봐라. 응? 와 우노. 와 우는 거고.” 당신은 민경을 달래듯이 말한다. 주의 영광 내게 비추어 주소서. “아야 나가서 저놈들 좀 조용히 하라 캐라. 정신 사나워서 살긋나.” 당신은 옷가게 여자에게 말한다. 여자는 어찌할 바 모르고 문 앞에서 발만 동동 구른다. “민경아 아침부터 전화해서 엄마가 짜증내서 그라는 거지? 뭔 일 있는 거 아니고 어매 때문에 그러는 기지? 그래서 우는 기지?” 당신의 꺼슬꺼슬한 목소리가 갈라진다. 민경이 겨우 입을 뗀다. 당신의 동공은 점점 커진다. 주는 귀를 기울이사 다 듣고 계시네. 당신은 민경에게 재차 다시 말해 보라며 다그친다. 민경은 뭉개진 단어들과 함께 흐느낀다. “아니다.” 당신은 중얼거린다. “아니다. 그럴 리가 없다.” 당신은 울고 있는 민경을 뒤로 한 채 수화기를 내려놓는다. “뭐가 잘못된 것이 틀림없다. 그럴 리가 없다.” 당신은 허겁지겁 가게 문을 나선다. 당신의 발에 더덕이 들어 있던 소쿠리가 차인다. 옷가게 바닥으로 더덕이 흩어진다. 당신은 그것을 주워 담을 생각도 없이 밖으로 뛰쳐나간다. 당신의 자리에는 낯선 사람들이 모여 찬송을 부르고 있다. 당신은 거리의 가운데에 멍하니 서 있다. 방향감각을 상실한 사람처럼. 장 집사가 당신을 발견하고 재빨리 눈을 피한다.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은 통행에 방해가 되는 당신을 거칠게 밀치며 지나간다. 그제야 당신은 정신이 드는 듯 어딘가를 향해 몸을 튼다. 주의 얼굴 뵈올 때 나의 영혼 기쁘다. 당신의 등 뒤로 찬송가가 울려 퍼진다. “그럴 리가 없다. 그라믄 안 되는 일이다. 하늘이 그라믄 안 된다. 세상 사람들한테는 다 그래도, 우리 우석이한테는, 그 아한테는, 그 불쌍한 거한테는 그라믄 안 된다.” 당신의 신발 한 짝이 벗겨져 나뒹군다. 바람이 분다. 거침없는 바람이 분다. 바람이 몸을 떠민다. 그러나 더 이상 당신을 따라갈 수 없다. 때아닌 진눈깨비가 흩날린다. 눈이 내리고 있었구나. 나는 나직이 중얼거린다. 아직 추워질 때가 아닌데. 당신은 달린다. 흩날리는 눈발 사이로 당신은 달린다. 눈송이는 당신의 뒷모습을 지워나간다. 당신이 지나간 자리에는 신발 한 짝이 덩그러니 놓여 있다. 신발 속에는 어느새 차가운 공기가 가득 차 있다. 당신의 신발은 그 어느 때보다 무겁다. 당신의 한쪽 발이 걱정스럽다. 당장이라도 신발을 주워 들어 당신께 건네고 싶다. 그러나 손은 닿고 싶은 곳, 그 언저리만을 천천히 맴돌 뿐이다. 살아남아 있는 당신께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맴돈다. 지친 영혼이여 부디 평안히 쉬소서. 찬송가는 점점 옅어진다. 우리가 나누었던 대화도 지워지고 당신이 서 있던 거리 풍경도 점점이 뒤로 물러난다. 흩어진 풍경 사이로 눈발이 분말처럼 반짝인다. 결국 마지막까지 못난 아들이라 죄송하다. 왜 이리도 가벼운 것인가. 당신이 떠나버린 내 몸의 무게는.
  • “朴대통령, 필통에 ‘필통’ 이름표 붙여달라고 요구”

    “朴대통령, 필통에 ‘필통’ 이름표 붙여달라고 요구”

    박근혜 대통령이 독일 순방 중 “필통 위에 ‘필통’ 이름표를 크게 적은 문구를 붙여 달라”고 요구했다는 제보가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손혜원 의원은 25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살고 있는 교민의 제보를 전하며 이같은 이야기를 소개했다. 손 의원은 “2014년 박 대통령이 독일에 갔을 때 대통령 주변 사람들이 이것저것 준비하던 중에 대통령 차에 비치할 필통을 준비해달라고 했답니다”라며 “수첩공주라고 하니 필통이 필요한가보다 싶어 한국관광공사를 통해 알록달록한 필통을 하나 공수해와 온갖 필기구를 채워 드렸다고 한다”라고 적었다. 이 교민은 “그런데 필통을 가져갔던 사람이 금방 다시 들고 왔다. 겉에다가 ‘필통’ 이라고 크게 프린트해서 붙여 달라는 거다. 의전도 좋지만 이건 좀 심하다 싶었지만 붙여 줬다. 참 이상한 일도 다 있다고 생각했다”고 손 의원에게 제보했다. 박 대통령의 특이한 의전 요구는 이 뿐만이 아니었다. 교민 간담회를 하는 호텔에 잠시 대기하기 위해 방을 잡았는데, 방에 있는 모든 집기류에 한글로 라벨을 붙여달라고 요구한 것. 제보자는 “가령 전등 스위치 같으면 윗 쪽으로는 ‘점등’, 아랫 쪽으로는 ‘소등’. ‘침실등’, ‘누름’, ‘왼쪽으로 돌리면 어두워짐’, ‘문구’ 등등 그렇게 수많은 라벨을 출력해 가져갔다. 담당자도 그걸 부탁하면서 실소를 금치 못하더라”고 전했다. 손 의원은 마지막으로 “이 제보를 받고 웃기는 얘기지만 뉴스거리는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김어준 총수가 ‘라벨공주’ 얘기하는 걸 보고 저도 올려본다”며 “무식한 대통령도 아닌데 왜 그런 이상한 짓을 하고 다니며 웃음거리가 됐는지 의아하다”고 덧붙였다. 이혜리 기자 lee@seoul.co.kr
  • 법륜스님 “남편이 신문·커피 가져오라 해도 참으세요” SNS글 논란

    법륜스님 “남편이 신문·커피 가져오라 해도 참으세요” SNS글 논란

    토크 콘서트 형식의 거리 강연과 각종 저서 등으로 잘 알려진 법륜스님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하나의 글이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19일 법륜스님이 게시한 ‘남편에게 쌓인 마음’이라는 제목의 글이 그 논란의 대상이다. 21일 법륜스님의 페이스북 페이지를 확인한 결과, 법륜스님은 누군가가 자신에게 토로한 고민을 인용한 듯한 문구로 글을 시작했다. “예전엔 남편이 ‘신문 가져와라’, ‘커피 타 와라’ 이것저것 시켜도 돈을 벌어오니 참았는데 퇴직 후 ‘신문 가져와라’, ‘커피 타 와라’ 이것저것 시키니 하는 일도 없으면서 ‘손이 없나? 발이 없나?’ 더 이상 참아지지 않습니다.” 그런데 법륜스님은 이런 고민에 대해 “그럴수록 남편에게 더 잘해보세요”라면서 “‘그동안 수고하셨습니다. 이제 푹 쉬세요. 제가 잘 모시겠습니다’ 이런 마음으로 남편을 대해 보세요”라고 밝혔다. 이어 법륜스님은 “처음에는 어색하고 힘들겠지만, 계속하다 보면 남편의 마음에도 아내에 대한 미안함과 사랑하는 마음이 생겨나면서 ‘아, 내가 정말 잘못 살았구나’하며 뉘우치고 깨우치게 될 것입니다”라면서 “이것이 진정으로 남편에게 쌓인 것을 되갚는 방법이지요”라고 덧붙였다. 법륜스님의 이런 발언들은 비록 부부의 화합을 강조하는 취지라 할지라도 결과적으로 남성에 대한 여성의 일방적인 배려와 희생을 강요하고 부추긴다는 점에서 여러 누리꾼들로부터 비판을 받고 있다. 법륜스님의 글에는 남편이 아내를 어떻게 배려해야 하는지에 대한 내용은 포함돼 있지 않다. 특히 여전히 남성 중심적인 한국 사회에서 법륜스님의 위와 같은 조언들은 여성에 대한 차별 의식을 조장할 뿐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 글을 본 한 누리꾼은 “부부는 인생의 파트너이지 주종 관계가 아니다”라는 댓글을 남겼고, 또 다른 누리꾼은 “불교에서는 원래 부부관계를 상하관계로 알고 가르치나요?”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다른 누리꾼은 “남의 일방적인 희생을 미화하지 말라”고 답글을 남겼고, “여성 차별과 천대가 만연한 사회에서 이런 조언은 그런 천대를 더욱 심화시킬 뿐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평소 스님 말씀의 요지가 아무리 자기 마음을 어떻게 다스리냐에 달린 것이라지만 이건 아닌 것 같습니다. 어머니 세대 여성들의 삶을 조금이라도 이해하신다면요”라는 댓글을 남긴 누리꾼도 있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현기환 ‘엘시티 비리’ 연루 혐의 피의자로 검찰 출석

    현기환 ‘엘시티 비리’ 연루 혐의 피의자로 검찰 출석

    해운대 엘시티(LCT) 비리 의혹사건에 연루된 혐의를 받는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소환됐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부산지검 특수부(부장 임관혁)는 현 전 수석에게 ‘알선수재 등’의 혐의를 적용해 29일 그를 소환했다. 현 전 수석은 지검 앞에서 대기 중인 취재진에게 “검찰 조사에서 사실대로 말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검찰은 전날 엘시티 시행사 실질 소유주인 이영복(66·구속) 회장을 기소하면서 “현 전 수석에게 여러 가지 혐의를 두고 있다. 현 전 수석을 상대로 이것저것 물어보고 조사해야 할 것이 많다”고 밝혔다. 알선수재죄는 공무원의 직무에 관해 알선행위를 하고 그 대가로 금품 등을 수수한 사람에게 적용된다. 공무원이 아닌 사람이 공무원처럼 부당하게 영향력을 행사한 경우에도 적용된 판례가 많다. 검찰이 현 전 수석의 혐의를 ‘알선수재 등’이라고 한 것은 알선수재와 알선수뢰 등 적어도 2개 이상의 혐의를 둔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검찰은 먼저 현 전 수석이 공직에 있지 않을 때 엘시티 사업과 관련한 알선을 하거나 영향력을 행사하고 금품 로비나 향응 등을 받은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18대 국회의원 때나 청와대 정무수석으로 있을 때 엘시티와 관련해 부당한 압력을 행사하고 이 회장에게서 금품이나 향응을 받은 것으로 확인된다면 알선수뢰죄를 적용할 수도 있다는 게 법조계의 분석이다. 검찰이 엘시티 비리를 내사할 때 청와대에 근무했던 현 전 수석이 검찰에 전화를 걸어 수사를 무마하려 했다는 의혹이 사실로 확인된다면 직권남용 혐의가 추가될 수도 있다. 검찰은 이 회장과 현 전 수석, 이 회장과 현 전 수석의 핵심 측근이나 주변 인물들의 계좌를 광범위하게 추적하다가 두 사람 간 의심스러운 뭉칫돈 거래를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대가성 입증이다. 검찰은 현 전 수석을 상대로 엘시티 사업 개입과 돈 거래와의 연관성을 집중적으로 추궁할 것으로 보이지만, 이 회장과 현 전 수석 모두 대가성을 강하게 부인하는 것으로 전해져 혐의 입증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검찰은 이 회장과 현 전 수석과 함께 골프를 치거나 유흥주점에서 쓴 신용카드 명세와 현 전 수석 자택에서 확보한 압수물도 내밀며 현 전 수석을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김진수의 바이오 에세이] 유전자 에디팅, 교정인가 편집인가?

    [김진수의 바이오 에세이] 유전자 에디팅, 교정인가 편집인가?

    “중국 과학자들이 인간의 배아를 편집했다”, “유전자 편집 과일, 슈퍼마켓 덮치다”와 같은 자극적인 제목의 기사가 독자들의 주목을 끌고 있다.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를 이용해 인간 및 동식물의 유전자를 쉽게 고쳐 쓸 수 있게 되면서 하루가 멀다 하고 관련 연구 성과가 소개되고 있다. 유전자 에디팅은 이 기술을 일컫는 학술용어로서 국내 언론은 ‘유전자 교정’, ‘유전자 편집’, ‘유전자가위 기술’ 등 다양하게 번역해 소개하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중 ‘유전자 편집’은 사실에 부합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주의할 필요가 있다. 우선 ‘유전자 편집’은 유전자 에디팅을 오역한 것으로 사실과 다르다. 사전을 찾아 보면 에디팅은 ‘1. 편집’, ‘2. 교정’으로 번역돼 있다. 문제는 편집과 교정의 의미가 매우 다르다는 것이다. 국어사전에서 편집은 ‘일정한 계획 아래 여러 가지 재료를 모아 엮어서 책이나 신문, 잡지 따위를 만드는 일’이라고 설명한다. 이는 명백히 유전자 에디팅에 해당하지 않는다. 유전자를 이것저것 모아 취합해 새로운 생명체를 만든다면 에디팅이 아니라 합성생물학에 해당한다. 유전자 에디팅은 32억개 염기쌍으로 구성된 인간 ‘유전자 전체’(유전체)에서 불과 백만분의일 내지는 십억분의일에 해당하는 극히 작은 부분을 바꾸는 것이다. 이를 두고 유전체를 편집한다고 하는 것은 지나친 과장이자 오류다. 반면 에디팅의 또 다른 번역어인 ‘교정’은 주어진 텍스트에서 일부를 수정하는 것을 의미한다. 유전자 에디팅은 유전체라고 하는 100만쪽 이상 되는 방대한 책에서 한 글자 내지는 기껏해야 한 문장을 바꾸는 것이다. 이는 교정이지 편집이라고 할 수 없다. 둘째, ‘유전자 편집’이라는 표현은 연구자들의 의도를 왜곡한다. 국내외 의생명과학자들이 혈우병 같은 유전질환의 치료법으로 유전자 교정을 연구하고 있다. 유전병의 원인이 되는 돌연변이를 원상복구하자는 것이다. 이는 유전자의 교정이지 편집이 아니다. 셋째, ‘유전자 편집’이라는 용어는 일반인들에게 불필요한 오해와 반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예를 들어 의사가 환자에게 ‘당신의 유전자를 편집하겠다’라고 한다면 환자는 일제강점기 731부대의 비인도적인 생체실험을 연상할 수도 있다. 반면 의사가 유전자를 ‘교정하겠다’, ‘수술하겠다’고 한다면 환자는 보다 객관적으로 받아들이게 될 것이다. ‘유전자 편집된 가축, 과일’이라는 표현도 소비자의 거부감을 초래할 수 있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불필요한 사회적 갈등과 이를 해소하기 위해 드는 사회적 비용은 막대할 것이다. GMO, MRI는 과학 용어를 사려 깊게 번역해 사용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 주는 좋은 사례다. GMO는 현재 ‘유전자변형작물’로 번역되고 있지만 과거에는 ‘유전자조작작물’로 번역돼 한동안 사용됐다. 한자어는 다르지만 조작이라는 단어가 주는 부정적인 느낌이 GMO에 대한 일반인의 거부감에 일조했음을 부인할 수 없다. 반면 MRI는 원래 ‘핵자기공명’에서 유래했지만 ‘핵’이라는 용어가 일반인에게 오해와 두려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핵’을 삭제하고 ‘자기공명영상’으로 개명돼 현재 진단 기법으로 널리 쓰이고 있다. 과학 기술은 국가 경제를 발전시키고 사회를 변화시키는 원동력이지만 실험실에서 개발된 연구 성과가 사회에서 널리 활용되기 위해서는 일반인들의 이해와 지지를 얻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유전자가위 기술이 우리 사회에서 오해와 갈등을 불러일으키지 않고 순조롭게 수용되기 위해서는 용어를 신중하게 사용해야 한다. 이 기술의 개발자 중 한 사람으로서 필자는 국내 기자들과 과학 저술가들에게 ‘유전자 편집’이라는 부정확하고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표현을 자제해 줄 것을 당부한다. 대신 문맥에 따라 유전자가위 기술, 유전자 교정, 유전자 수술이라는 용어를 사용할 것을 제안한다.
  • 탁재훈이 말한 신정환 근황은? “무소식이 희소식”

    탁재훈이 말한 신정환 근황은? “무소식이 희소식”

    최근 연예계로 컴백한 방송인 탁재훈의 화보가 공개돼 눈길을 끈다. 이번 화보에서 탁재훈은 오랜 공백기에도 불구하고 프로다운 모습을 보였다. 와이드한 팬츠와 블랙 앤 화이트 퍼 코트를 매치해 유니크한 패션을 완성하는가 하면, 핑크 코트와 롱 셔츠를 매치해 탁재훈만의 센스 있는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했다. 이어 진행된 인터뷰에서 탁재훈은 “하루하루 정신없이 바쁘게 지내고 있다”며 근황을 전했다. 그는 종영한 프로그램까지 11개를 진행했다는 질문에 “프로그램을 몇 개 하는지 잊을 만큼 바쁘게 지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의 방송 복귀 프로그램인 Mnet ‘음악의 신2’에 대해서는 “촬영하면서 어떻게 이게 방송에 편집돼서 나갈지 궁금하기도 했고 걱정도 됐다. 거의 마지막 방송을 앞두고 감을 잡았다. (웃음) 감을 잡으니 방송이 끝났다”며 말했다. 그는 앞으로의 활동 방향에 대해 “이것저것 다 해보고 그 다음 내 것을 정확하게 찾아가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과거 ‘컨추리 꼬꼬’로 함께 활동했던 신정환의 근황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탁재훈은 “(신정환과) 요즘 통화를 잘 안한다. 얼굴을 안 본지 너무 오래됐다. 잘 지내고 있는 것 같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라 하지 않았나. 결혼 생활에 더 집중해서 지냈으면 좋겠다. 내가 집중을 잘 하지 못했으니까”라며 그를 응원하는 말을 남겼다.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우리집에 사는 남자’ 김영광♥수애, 꽃길 걷나? 2회 예고 보니 ‘알콩달콩’

    ‘우리집에 사는 남자’ 김영광♥수애, 꽃길 걷나? 2회 예고 보니 ‘알콩달콩’

    ‘우리집에 사는 남자’ 김영광 수애가 본격적으로 알콩달콩한 연애를 시작했다. 15일 KBS2 월화드라마 ‘우리집에 사는 남자’ 측은 본 방송에 앞서 8회 예고편을 공개했다. 예고편에는 키스를 한 김영광과 수애가 서로의 마음을 알게 되고는 솔직하게 다가가는 모습이 담겼다. 홍나리(수애 분)는 고난길(김영광 분)에게 “갑자기 연락 안 해도 돼?”, “다른 남자 만나도 돼?”라며 이것저것 물었다. 하지만 이에 고난길에 웃는 얼굴로 “응”이라 말하자, 홍나리는 “말하고 나니까 우울하네”라고 중얼거려 보는 이들을 웃음짓게 했다. 이어 “우리 앞만 보고 걷자”라는 말과 함께 고난길을 보고 웃음 짓는 홍나리의 모습이 담겨 두 사람이 이대로 꽃길만 걸을 수 있을지 궁금증을 자아냈다. 이에 직장상사 후배인 도여주(조보아 분)가 “동생분 만두가게가 꽤 유명하던데, 저 그 사람 만나도 돼요?”라고 말해 또 한 번 삼각관계를 형성하게 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영상 말미에는 고난길 홍나리가 키스를 하는 장면이 담기면서 본 방송에 대한 기대감을 더했다. 한편, KBS2 월화드라마 ‘우리집에 사는 남자’는 이날 오후 10시에 방송된다. 사진=KBS2 ‘우리집에 사는 남자’ 방송 캡처 임효진 인턴기자 3a5a7a6a@seoul.co.kr
  • ‘낭만닥터 김사부’ 서현진, 소품까지 연기하는 ‘디테일 장인’

    ‘낭만닥터 김사부’ 서현진, 소품까지 연기하는 ‘디테일 장인’

    배우 서현진의 남다른 소품 활용법이 눈길을 끌고 있다. 서현진 소속사 점프엔터테인먼트는 SBS 월화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극본 강은경 연출 유인식)’에서 ‘열혈 노력파 의사’ 윤서정 역을 맡은 서현진의 촬영 비하인드 사진을 공개했다. 서현진은 연기적인 면은 물론, 의학 용어와 수술 장면에 필요한 손기술 등 전문적인 부분에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사소한 부분도 놓치지 않기 위해 촬영 소품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디테일 장인’다운 면모를 보이고 있다. 공개된 사진 속 서현진은 어딘가 밋밋해 보이는 의사 가운을 확인한 후, 주머니에 여러 종류의 펜과 청진기를 손수 챙겨 넣으며 완벽한 의사 가운을 완성한 모습이다. 또한 연결 장면에서는 수건의 위치까지 정확히 맞춰야 한다고 외쳐 폭소를 자아내는가 하면, 촉촉함을 유지하기 위해서 입 주변에 짜장 소스를 묻혀야 한다는 자신만의 ‘먹방’ 비결을 전수하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이끌었다는 후문이다. 드라마 관계자는 “서현진은 굉장히 세심한 배우다. 캐릭터에 대한 애정과 책임감이 강한 만큼, 이것저것 아이디어를 쏟아내며 열의를 불태우고 있다. 드라마 안팎에서 서현진의 활약을 기대해달라”고 전했다. ‘낭만닥터 김사부’는 지방의 초라한 돌담 병원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괴짜 천재 의사 김사부(한석규 분)와 열정이 넘치는 젊은 의사 강동주(유연석 분), 윤서정이 펼치는 ‘진짜 닥터’ 이야기를 그리는 작품. 매주 월, 화요일 오후 10시에 방송된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진도 농민, 문화·장학기금 2억 기탁

    진도 농민, 문화·장학기금 2억 기탁

    “지역 인재양성과 전통문화 발전을 위해 사용해주세요.” 전남 진도군에 거주하는 농민 곽영진(65·지산면 삼당리)씨가 최근 진도군인재육성장학회와 문화진흥기금에 1억원씩 총 2억원을 기탁했다. 곽씨는 “어릴 때 경제적 어려움으로 학업을 중단한 아픔이 있어서 열악한 환경에서 학업에 정진하는 학생들을 돕고 싶은 마음이 항상 있었다”며 “평생 모은 돈인데 소중하고 뜻깊은 일에 쓰였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곽씨는 “조용히 전달하려 했는데 이렇게 알려져 부끄럽다”면서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민속문화예술특구로 지정된 진도군의 전통문화 유산 계승과 발전을 위해 사용됐으면 한다”고 했다. 어렸을 때 아버지를 여읜 곽씨는 17세에 고향을 떠나 서울에서 모진 고생 끝에 자수성가해 1994년 고향으로 낙향했다. 막노동과 이것저것 해보지 않은 것 없이 각종 장사를 해 틈틈이 모은 곽씨는 암에 걸린 어머니가 고향을 그리워하자 재산을 정리하고 내려와 쌀, 대파 등을 재배하고 있다. 이동진 군수는 “2008년 장학재단 설립 이후 개인이 이렇게 큰 금액을 기부한 것은 처음이다”며 “전 재산에 가까운 돈을 장학금 등으로 선뜻 기탁해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감사한 마음이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진도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 농민 곽영진, 진도군에 막노동 등으로 평생 모은 돈 2억원 장학금으로 기탁

    농민 곽영진, 진도군에 막노동 등으로 평생 모은 돈 2억원 장학금으로 기탁

    “지역 인재양성과 전통문화 발전을 위해 사용해주세요.” 전남 진도군에 거주하는 농민 곽영진(65·지산면 삼당리)씨가 최근 진도군인재육성장학회와 문화진흥기금에 1억 원씩 총 2억원을 기탁했다. 곽씨는 “어릴 때 경제적 어려움으로 학업을 중단한 아픔이 있어서 열악한 환경에서 학업에 정진하는 학생들을 돕고 싶은 마음이 항상 있었다”며 “평생 모은 돈인데 소중하고 뜻 깊은 일에 쓰였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곽씨는 “조용히 전달하려 했는데 이렇게 알려져 부끄럽다”면서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민속문화예술특구로 지정된 진도군의 전통문화 유산 계승과 발전을 위해 사용됐으면 한다”고 했다. 어렸을 때 아버지를 여읜 곽씨는 17세에 고향을 떠나 서울에서 모진 고생 끝에 자수성가해 지난 1994년 고향으로 낙향했다. 막노동과 이것저것 해보지 않은 것 없이 각종 장사를 해 틈틈이 모은 곽씨는 암에 걸린 어머니가 고향을 그리워하자 재산을 정리하고 내려와 쌀, 대파 등을 재배하고 있다. 이동진 군수는 “2008년 장학재단 설립 이후 개인이 이렇게 큰 금액을 기부한 것은 처음이다”며 “전 재산에 가까운 돈을 장학금 등으로 선뜻 기탁해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감사한 마음이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진도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 [이상열의 메디컬 IT] 웨어러블 디바이스의 가능성과 한계

    [이상열의 메디컬 IT] 웨어러블 디바이스의 가능성과 한계

    디지털 헬스케어의 세상이 도래하면서 이전에는 개념조차 생소했던 다양한 신문물이 현실 세계에 속속 등장하고 있다. 특히 몸에 착용하는 각종 ‘웨어러블 디바이스’는 더이상 ‘얼리어답터’만의 전유물이 아니라 실제 많은 사람이 즐겨 사용할 정도로 대중화됐다.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국내외 굴지의 대기업부터 이제 막 창업한 젊은이의 패기 넘치는 스타트업에 이르기까지 많은 업체에서 다양한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보급하고 있다. 제품의 형태도 매우 다양해 팔찌, 손목시계 등 비교적 익숙한 기본 형태 외에도 안경, 벨트, 신발, 깔창, 속옷 등 다양한 액세서리에 교묘히 내장돼 있고 최신 기기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도 부담 없이 활용할 수 있다. 일부 제품은 몸에 이것저것 걸치기 번거로워하는 필자마저 즐겨 사용할 정도로 참신한 매력을 지니고 있다. 미래 의료의 관점에서 웨어러블 디바이스가 가진 가능성은 실로 무궁무진하다. 개인별 건강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으며 이런 데이터를 가공해 개인의 건강 수준을 평가하고 만성 질환의 자가 진단 및 관리에 활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개인의 건강 행동 변화를 유도해 건강 수준 향상 및 질병 예방에 기여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속속 보고되고 있다. 실로 장밋빛 예측이다. 하지만 웨어러블 디바이스가 단순히 소비자 개인의 흥미나 건강 관리에 국한되지 않고 전문가 상담, 진료, 처방, 투약 등 실제 의료 현장에 널리 활용되려면 다소간의 제도적 보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가장 중요한 부분은 장비 자체의 안전성, 측정된 데이터의 신뢰성, 그리고 수집된 데이터의 보안이다. 의료의 기본 원칙 중 ‘환자에게 절대 위해를 가하지 말라’는 대전제가 있다.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굳이 제도권 의료 체계에 한정시켜 사용할 필요는 없겠으나 이 분야에서 널리 활용하기 위해서는 해당 장비가 적어도 환자에게 위해를 가할 수 있는지에 대한 부분은 반드시 검증해야 한다. 아마도 대부분의 웨어러블 디바이스가 환자에게 직접적인 위해를 끼칠 가능성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측정된 값의 신뢰성과 오차 측면에서 잠재적 문제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한 연구 결과를 보면 전 세계적으로 많이 판매된 유명 웨어러블 제품 간에도 주요 측정값 사이에 상당한 편차가 관찰됐다. 사용 기간이 일시적이고 수집된 데이터가 개인의 건강 수준을 평가하는 데 아주 중요하지 않은 항목이라면 이런 차이는 대수롭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의 오차가 발생하고, 이 오차가 장기적으로 누적된다면 사용자에 대한 의학적 판단에 심대한 오류를 초래하고 환자의 안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또 아직 큰 이슈로 부각되지 않고 있으나 해커 등 제3자에 의해 저장된 개인의 의료 정보가 노출되고 노출된 정보가 왜곡·가공돼 부당한 목적으로 전용될 가능성이 있다. 이는 단순히 개인 차원의 불이익을 넘어 사회의 건강성을 해치는 중대한 범죄 행위로, 이러한 문제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노력이 반드시 필요할 것이다. 여러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가까운 미래 의료에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널리 활용하게 될 가능성은 거의 100%다. 머지않은 미래에 우리나라 의료 현장 곳곳에서 장비를 활용하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의료 종사자, 관련 연구자, 국가 의료정책의 주요 담당자는 이런 기술적 진보가 미래 의료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새로운 문물을 적극 수용하면서도 기존 체제의 신뢰성과 안정성을 어떻게 지속시킬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경희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 “지나친 건강 걱정, 실제 심장질환 키운다”(연구)

    “지나친 건강 걱정, 실제 심장질환 키운다”(연구)

    걸핏하면 자신의 몸 어딘가가 아픈 것 아닌가 걱정하는 사람이 있다. 평소에 늘 이것저것 의학 관련 정보도 챙겨보기에 상식 수준이지만 관련 지식도 많다. 흔히 '건강염려증'이라고 말하는 심기증(心氣症·hypochondriac)이다. 이렇듯 평소에 병원 출입도 잦고, 약도 잘 챙겨 먹는 등 두루두루 자기 몸을 챙기니 건강에 큰 문제는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이러한 심기증을 가진 사람이 오히려 심장질환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화제다. 영국 매체 인디펜던트는 4일(현지시간) 최근 발간된 '영국의학저널' 발표를 인용하며 1950년대 노르웨이에서 태어난 7000명을 추적 조사 및 연구 분석한 결과를 보도했다. 이들은 자신들의 건강, 생활습관, 교육수준에 대한 문항에 답했고, 1997년과 1999년 사이에 혈압, 몸무게 등을 측정했고, 혈액 샘플도 채취해서 조사했다. 또한 실험 대상자들의 심장 건강 상태는 병원의 데이터 기록을 활용했다. 건강에 대한 우려의 정도는 표준화한 화이틀리 인덱스(WI)로 측정했다. 그 결과 7000명 중 234명이 조사 기간 동안 협심증 또는 심장질환을 앓은 사실을 확인했고, 았으며, 이중 건강염려증이 있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73% 많은 발병 비율을 나타냈다. 연구진은 저널을 통해 "이번 연구 결과는 과도할 정도로 빈번하게 병원에 다니며 건강을 체크하는 행동이 실제 증상을 누그러뜨리지는 못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또한 건강염려증을 가진 사람들은 심장질환 외에도 우울증 등 다른 문제도 앓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연구가 염려와 걱정과 심장질환의 직접적 관련성을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사진= ⓒ naka / Fotolia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지나친 건강염려증, 실제 심장질환 키운다(연구)

    지나친 건강염려증, 실제 심장질환 키운다(연구)

    걸핏하면 자신의 몸 어딘가가 아픈 것 아닌가 걱정하는 사람이 있다. 평소에 늘 이것저것 의학 관련 정보도 챙겨보기에 상식 수준이지만 관련 지식도 많다. 흔히 '건강염려증'이라고 말하는 심기증(心氣症·hypochondriac)이다. 이렇듯 평소에 병원 출입도 잦고, 약도 잘 챙겨 먹는 등 두루두루 자기 몸을 챙기니 건강에 큰 문제는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이러한 심기증을 가진 사람이 오히려 심장질환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화제다. 영국 매체 인디펜던트는 4일(현지시간) 최근 발간된 '영국의학저널' 발표를 인용하며 1950년대 노르웨이에서 태어난 7000명을 추적 조사 및 연구 분석한 결과를 보도했다. 이들은 자신들의 건강, 생활습관, 교육수준에 대한 문항에 답했고, 1997년과 1999년 사이에 혈압, 몸무게 등을 측정했고, 혈액 샘플도 채취해서 조사했다. 또한 실험 대상자들의 심장 건강 상태는 병원의 데이터 기록을 활용했다. 건강에 대한 우려의 정도는 표준화한 화이틀리 인덱스(WI)로 측정했다. 그 결과 7000명 중 234명이 조사 기간 동안 협심증 또는 심장질환을 앓은 사실을 확인했고, 았으며, 이중 건강염려증이 있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73% 많은 발병 비율을 나타냈다. 연구진은 저널을 통해 "이번 연구 결과는 과도할 정도로 빈번하게 병원에 다니며 건강을 체크하는 행동이 실제 증상을 누그러뜨리지는 못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또한 건강염려증을 가진 사람들은 심장질환 외에도 우울증 등 다른 문제도 앓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연구가 염려와 걱정과 심장질환의 직접적 관련성을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최순실 양파까기/11월 3일] 최순실, 검찰 소환 전 은행 찾아가 현금 인출…대통령, 대기업총수 7명 독대

    [최순실 양파까기/11월 3일] 최순실, 검찰 소환 전 은행 찾아가 현금 인출…대통령, 대기업총수 7명 독대

    2일 검찰이 최순실 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안종범 전 청와대 수석은 긴급체포됐다. 3일엔 최순실 씨의 구속영장 발부가 결정된다. 11월 3일자 ‘비선실세 국정개입 파문’ 관련 단독 보도를 모았다. ■최순실은 귀국 후 31시간 동안 은행에서 현금을 인출했다 ‘최순실 31시간’ 은행 창구서 돈 빼갔다 (한겨레) 최순실 씨가 지난달 30일 입국 뒤 검찰 조사를 받기까지 약 31시간 사이 국민은행 한 지점 창구에 직접 가서 자기 계좌에서 현금을 인출했다고 한겨레가 보도했다. 당시 검찰은 ‘몸 상태가 안 좋다’는 변호인의 요청을 받아들여 입국 다음날 최순실 씨를 소환했고, 그 동안 최순실 씨는 버젓이 서울 시내를 활보하고 다녔다. 게다가 검찰은 지난달 31일 시중은행 8곳에서 최순실 관련자 계좌 압수수색 당시 정작 최순실-정유라 모녀의 계좌는 압수수색하지도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기사 원문) ■최순실이 청와대를 드나들며 제집처럼 굴어 청와대 사람들이 싫어했다 “崔, 대통령 관저 들어오면 제집처럼 굴어 모두가 귀찮아했다” (서울신문) 대통령 관저와 주변을 담당하는 경호공무원, 청소 및 식당 담당 기능직 직원들은 “최순실이 매주 일요일 저녁 청와대를 드나들었다”면서 “매번 음식까지 싸서 돌아갔고, 이것저것 관여하고 자기 집처럼 굴었다”고 전했다. (기사 원문) ■박근혜 대통령과 대기업 총수 7명이 독대한 사실이 드러나 직접 모금 요청 의혹이 제기됐다 朴-대기업총수 7명 독대, 모금 요청했나 (매일경제) 지난 2015년 7월 24일 청와대 창조경제혁신센터장 및 지원기업 대표 오찬 간담회 이후 박근혜 대통령이 이 행사에 참석한 대기업 총수 17명 가운데 7명을 차례로 독대했다고 매일경제가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검찰은 이 같은 사실이 기록된 업무기록을 청와대 핵심 관계자 압수수색 당시 확보했다. 독대한 기업 총수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김창근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검찰 수사가 대기업 총수로까지 확대될지 주목된다. (기사 원문) ■안종범과 부영 회장이 세무조사 편의를 대가로 70억을 지원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안종범, 부영 회장과 “70억 지원” “세무조사 편의” 뒷거래 (한겨레) 안종범 전 수석과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이 직접 만나 K스포츠재단에 70억~80억원 추가지원하는 대신 국세청 세무조사을 무마하는 방안을 논의하는 장면이 담긴 회의록을 한겨레가 입수해 공개했다. 이 거래는 최순실이 ‘조건을 붙여서 한다면 놔두라’고 지시해 성사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러한 만남이 있기 9일 전 부영그룹은 출연금 명목으로 3억원을 K재단에 입금했었다. (기사 원문)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단독]“崔, 대통령 관저 들어오면 제집처럼 굴어 모두가 귀찮아했다”

    [단독]“崔, 대통령 관저 들어오면 제집처럼 굴어 모두가 귀찮아했다”

    평일에도 들어와…음식까지 싸가 목소리 크고 주변 전혀 의식안해 대통령 순방땐 옷 디자이너 대동 독일은 2~3개월에 한번씩 오가 관저에서 잠자고 간적은 없는 듯 서울신문이 2일 취재를 종합한 결과, ‘청와대 사람들’은 최순실씨를 누구보다 싫어했다. 한가해야 할 일요일 저녁, 청와대 경내를 긴장시키는 사람이기 때문으로 보인다. 대통령 관저와 관저 주변을 담당하는 경호 공무원과 청소 및 식당 담당 기능직 직원들에게, 최씨는 ‘청와대 저녁을 즐기러 오는 사람’쯤으로 간주됐다. 저녁을 먹고 늦게 들어올 법도 했는데 늘 오후 6시 이전에 들어와 꼭 따로 밥을 챙겨 먹으면서 미운털이 박힌 것으로 추정된다. 심지어 “매번 음식까지 싸 간다”는 말이 회자되면서 단단히 미움을 샀다. 그는 관저 별실에서 밥을 혼자 먹었거나 비서관 3인방과 함께 저녁을 먹었을 수 있다. ‘관저에 저녁에 온 손님인데, 대통령과 따로 먹었겠느냐’는 질문에 한 인사는, “대통령은 관저에서는 3인방과도 식사를 같이한 적이 없다는 것 같더라. 관저에서만큼은 늘 혼자 식사하는 것을 큰 원칙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여권의 또 다른 인사도 “대통령은 옛날부터 사적인 공간에서는 홀로 있는 것을 보장받고 싶어 했다”고 전했다. 최씨의 청와대 출입이 중단되는 것은 대통령 순방 기간과 2~3개월 한번씩 자신이 독일을 들를 때이다. 이 ‘청와대 사람들’도 어느 순간부터는 최씨가 독일을 오간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한다. 최씨는 2~3개월에 한번씩은 독일을 다녀왔다. 그러나 2~3주면 곧 돌아왔다. 최씨도 처음에는 나름대로 조심스럽게 청와대를 출입한 것으로 보인다. 초기에는 시내 S호텔에 차를 대고 자신을 마중 나온 청와대 차량을 타고 들어왔다. 또한 초기에는 거의 의상 등 대통령의 개인적인 필요를 보충해 주는 인물쯤으로 여겨졌다. 순방 직전이면 한복 디자이너 등을 대동하고 평일에도 청와대에 들어왔다. 그 외에는 일요일에만 혼자서 들어왔다. 일요일 출입과 관련, 한 전직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 일정이 평소 얼마나 많고 바쁜데, 평일에 들어올 수 있겠느냐”고 반문하면서 “평일에 출입했다가는 보는 눈이 많아 금방 알려질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했다. 그가 초기에 조심성을 보인 또 하나의 사례는 관저 화장실 이용 문제다. 처음에는 내실이 아니면 관계자들도 관저 화장실을 사용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최씨는 관저에서 낯선 관계자들과 눈이 마주치는 것이 꺼려졌는지 어느 때부터 화장실 사용을 안 했다. 그러나 최씨의 조심스러움은 오래가지 못했다. 목소리도 커지고, 주변을 의식하지 않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대통령 관저인데, 이것저것 관여하고 자기 집처럼 굴며 ‘청와대 사람들’을 귀찮게 한 것 같다”고 한 인사는 진단했다. 알려진 것과 달리 ‘최씨가 잠을 자고 갔다’는 주장에 수긍을 한 이는 없었다. “‘청와대 사람들’이 말들을 안 해서 그렇지 그럭저럭 돌아가는 내용들은 대강 안다. 청와대가 그런 곳은 아니다. 정윤회를 봤다는 사람도 못 봤다”고 했다. 청와대에는 ‘사슴도, 청설모도 비표가 있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정직원도 비표 없이는 출입이 까다롭다는 얘기이다. 그러나 최씨는 유일한 예외였다. ‘101경비단 소속 경찰들이 최씨의 진입을 제지하다가 2014년 초 경질됐다’는 일부 보도가 있었으나, 당시 인사는 다른 이유에서 이뤄졌다는 것이 정설이다. 부속실 차량을 이용했기 때문에 최씨는 ‘청설모도 소지의 의무가 있는’ 비표 없이 청와대를 드나들었다. 청와대의 한 인사는 “청와대 출입 공무원은 비표 없이는 주민등록증을 맡겨야 하고 비표를 잃어버리면 감봉 조치까지 내려지는데…”라며 말을 흐렸다. 특별취재팀
  •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 靑 “후임자 검증이 촉박해서”… 민심과 다른 ‘느림보 쇄신’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 靑 “후임자 검증이 촉박해서”… 민심과 다른 ‘느림보 쇄신’

    “바닥쳤다는 확신 없어 머뭇” 해석 “득실 계산 말고 정공법 돌파를” 박근혜 대통령의 인적 쇄신 시점은 빨라야 다음주가 될 것으로 27일 알려졌다. ‘최순실 사태’로 참담한 민심은 박 대통령이 하루속히 인적쇄신을 단행해 면모를 일신해야 한다는 것이지만, 청와대는 내부적으로 현실적 한계를 토로하고 있다. 먼저 참모를 교체하려면 후임자를 물색해 검증해야 하는데 그러기에는 시간이 너무 촉박하다는 점이다. 경질만 하고 자리를 비워 놓으면 국정 공백이 생겨 국정 난맥상이 더 심각해진다는 얘기다. 박 대통령이 쇄신 폭을 어느 정도까지 가져갈지 결정하지 않은 점도 인적 쇄신이 늦어지는 요인이다. 이 부분에 있어서는 청와대 참모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재원 정무수석 등은 청와대 비서진이 총사퇴를 의결해 박 대통령에게 선택의 폭을 넓혀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정치권으로부터 사퇴 요구를 받고 있는 우병우 민정수석과 안종범 정책조정수석 등은 비서진 총사퇴 결의는 오히려 박 대통령의 선택 폭을 좁히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반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후임자를 인사 검증해야 할 민정수석이 우선 교체 대상으로 꼽힌다는 점도 어려움을 부채질하는 요인이다. 여기에 황교안 국무총리를 비롯한 내각을 쇄신 대상에 포함시킬지, 또 야당의 거국 중립내각 요구에 응할지도 결정해야 한다. 내각까지 포함시킬 경우 쇄신 시기는 더 늦춰질 수밖에 없다. 사태가 어디까지 확산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섣불리 인적 쇄신을 단행했다가 추가적인 의혹이 터져나오든지 예상치 못한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도 쇄신 시점을 늦추는 요인으로 알려졌다. 여권 관계자는 “현 시점이 바닥을 친 것인지 아닌지 확실치 않은 상황에서 마지막 수단인 쇄신책을 발표했다가 효과가 없을 경우엔 더이상 손쓸 수단이 없다는 점에서 청와대는 시점을 고민하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쇄신 폭과 시점에 대해 고민하는 것 자체가 아직 청와대가 민심을 제대로 파악치 못한 방증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정치권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모든 것을 솔직히 국민들 앞에 털어놓고 뼈를 깎는 쇄신책을 내놓는다면 추가적인 의혹이 제기될 것도 없고 여론이 더이상 악화하지도 않을 것”이라면서 “이런 때일수록 이것저것 득실을 계산하기보다는 정공법으로 돌파해야 한다”고 했다. 한편 박 대통령은 이날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지방자치의 날 기념식에 참석해 축사했다. 지난 25일 최씨 파문 관련 대국민 사과 이후 첫 외부 일정이었다. 김상연 기자 carlos@seoul.co.kr
  • [서울미래유산 역사탐방] 모래톱 위에서 뛰는 자본주의 심장

    [서울미래유산 역사탐방] 모래톱 위에서 뛰는 자본주의 심장

    서울미래유산은 정치역사, 산업노동, 시민생활, 도시관리, 문화예술 등 5개 분과로 나뉜다. 문화예술분과 세부 선정 기준에 따르면 서울 문화예술사에 한 획을 긋는 주요 인물의 가옥이나 작업공간을 미래유산으로 선정할 수 있다. 주요 인물이라 함은 생전에 서울에서 왕성한 작품활동을 펼치고 사후 20년이 지났거나 1930년대 이전에 출생한 사람이어야 한다. 또 작품 제작에 관련된 구체적 장소들이 지속성을 갖고 있어야 한다. 상징성이 높은 작품도 선정 대상이다. 음악, 문예, 연극, 영화, 팬터마임, 무용 등은 무형의 예술적 가치를 따져서 정한다. 회화, 조각, 공예품은 순수 창작품을 대상으로 한다. 장소나 건조물의 경우 40년 이상 역사를 지녀야 한다. ‘서울미래유산 역사탐방’은 이런 기준으로 선정된 미래유산을 시민들과 공유하기 위해 서울신문이 서울시, 문화지평과 함께 매주 토요일 진행하고 있다. 서울미래유산 역사탐방 홈페이지(futureheritage.seoul.co.kr)에서 답사 코스 확인과 참가신청을 할 수 있다. 흔히 세상 일이 크게 변한 상황을 일컬어 ‘상전벽해’(桑田碧海)라고 한다. 이 말은 뽕나무밭이 변해 바다가 된 것을 의미한다. 조선시대와 비교하자면 서울시도 상전벽해처럼 변했을 뿐 아니라 여러모로 확장됐다. 특히 한강 한가운데 모래가 쌓여서 만들어진 여의도(汝矣島)야말로 ‘창상’(滄桑·상전벽해의 줄임말)의 대표적인 장소라고 할 수 있다. 79년 여의도에 터 잡은 한국거래소증권사들 본점 잇따라 옮겨와 조선시대 한강 하류에는 강북 쪽으로 용산·마포, 강남 쪽으로는 노량진 일대에 넓게 형성된 백사장이 있었다. 비가 많이 와서 물이 불어날 때면 물밑으로 사라졌다가 비가 그치면 다시 물 위로 나타나는 모래톱이었다. 이 때문에 정확한 넓이를 재는 게 불가능했다. 1880년 일본 육군측량부가 측량한 지도로 추측해 볼 때 당시 백사장의 넓이는 8.3~9.9㎢(약 250만~300만평) 규모였다. 그런데 홍수가 나도 물에 잠기지 않는 두 개의 섬이 있었다. 바로 서강 쪽 밤섬(栗島)과 영등포 쪽 여의도였다. 열두 번째 서울미래유산 역사탐방은 모래톱에서 한국의 월스트리트로 변모한 여의도 일대를 돌아봤다. 지난 8일 오전 10시 여의도우체국 앞에 모인 답사팀은 서울미래유산인 한국거래소를 시작으로 국제금융로에 있는 지하 벙커, 여의도공원, 만남의 광장, 국회의사당과 헌정기념관, 윤중제 등을 손안나 서울미래유산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걸었다. 한국거래소는 유가증권의 안정적 거래를 위해 설립된 우리나라 자본시장의 중추기관으로 여의도 일대에 증권가가 형성되는 계기를 만들었다. 1979년 한국거래소가 명동에서 현재의 자리로 이전하자 증권사들이 여의도로 본점을 발 빠르게 옮기면서 한국의 월스트리트로 자리매김했다. 이날 답사는 제방인 윤중제를 가장 마지막에 둘러봤지만 사실상 여의도 개발의 시작은 이 윤중제의 준공이었다. 손 해설사는 “박정희 정권 당시 ‘불도저 시장’으로 알려진 김현욱 서울시장이 여의도 개발을 진두지휘했다”며 “그는 1966년부터 만 4년간 재임하면서 세종로·명동 지하도 건설, 청계고가도로·남산터널 건설, 서울시내 빈민 주거지 철거 및 외곽 이주 등 박정희 정권의 밀어붙이기식 개발사업을 주도했다”고 말했다. 브레이크 없이 과속 페달만 밟던 김 전 시장은 결국 1970년 와우 아파트 붕괴사고로 시장 자리에서 물러났다. 윤중제 완공 후 홍수로부터 해방 여의도 주위 제방 쌓고 도로 건설 윤중제 공사는 1968년 서울시 한강개발계획에 따라 여의도 주위에 제방을 쌓고 그 위에 도로를 낸 것이다. 높이 16m, 둘레 7.6㎞, 폭 35~50m의 제방이다. 윤중제가 완공되면서 여의도는 홍수로부터 해방된다. 더불어 택지와 상업용지 개발로 여의도 시범아파트와 국회의사당 등 건축물이 들어서면서 개발이 본격화된다. 국회의사당은 원래 중앙청(옛 조선총독부) 건물이 사용됐으나 한국전쟁 때 경남도청 무덕전으로 옮겨갔다가 전후에는 부민관(현 서울시의회 의사당 본관)으로 이사 왔다. 이승만 정권 때는 남산 백범광장 근처에 국회의사당 건립 계획을 세우고 설계 공모를 했는데, 건축가 김수근이 당선됐다. 하지만 4·19혁명으로 이승만 정권이 무너지면서 공사도 지지부진해졌고, 결국 여의도로 자리를 옮겨 1975년 현재 국회의사당이 완공됐다. 처음에는 돔이 없이 직사각형 건물의 설계안이 당선됐지만, 당시 권력자들에 의해 원안이 어깃장이 나고 결국 콜로니얼 스타일의 돔이 얹어졌다. 일설에는 박 전 대통령이 “돔이 없으니 마치 상여처럼 생겼다”고 지적해 설계가 바뀌었다고는 하나 확인된 바는 없다. 이날 답사에는 공시족(공무원 시험준비생) 5명이 나왔다. 이들 중 인천대 행정학과 선후배 사이인 4학년 박재현(24)·3학년 양승목(24)씨가 국회의사당을 배경으로 서울미래유산 인증샷을 남겼다. 박씨는 “서울미래유산 탐방을 통해 과거 세대와 현재 세대 사이 공감대를 늘리고 또 미래 세대에게 역사를 알려주기 위해 공부하려고 나왔다”며 “미래유산 정보를 덤으로 얻을 수 있기 때문에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데도 곁가지로 도움이 된다”고 참여하게 된 이유를 전했다. 여의도에서는 2005년 5월 국제금융로 버스환승센터 공사를 하던 중 지하 벙커가 발견됐다. 버스환승센터에 있는 출입구는 지금은 철판으로 덮여 있다. 언론에 개방했을 당시 기사에 따르면 출입구를 통해 가파른 계단을 내려가면 화장실과 소파, 샤워장을 갖춘 약 66㎡의 작은 공간과 왼편으로 약 595㎡ 넓이의 공간이 있다. 이 벙커에 대한 기록이 남아 있지 않은 관계로 지금까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과거 국군의 날 기념식과 관련해 대통령 비밀 경호시설이 아니었겠느냐는 추측도 나온다. 손 해설사는 “1976년 11월 이 지역 항공사진에는 없었던 벙커 출입구가 1977년 11월 사진에서 확인되는 점으로 미뤄 볼 때 1977년 즈음 공사가 이뤄졌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날 답사팀은 벙커 입구가 육중한 철판으로 굳게 닫혀 내부를 구경하지 못해 못내 아쉬워했다. 지하 벙커는 내년 5월 미술관으로 단장해 개관한다. 서울 강남구 중산고등학교 이봉규 교사는 “학생들에게 다양한 테마가 있는 역사적인 길을 걸으며 해설을 해주는데 여의도는 처음”이라며 “서울은 다양한 역사 이야기를 담은 거대한 문화유산의 집합체”라고 말했다. 83년 이산가족찾기 방송 138일간 생방송…사연 담은 소자보 흘러넘쳐 ‘여의도’ 하면 우리 현대사에서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한 편의 드라마가 펼쳐졌던 장소다. 다름 아닌 ‘이산가족 찾기’다. 한국방송공사(KBS)가 1983년 6월 30일 밤 10시 15분부터 11월 14일 새벽 4시까지 장장 138일, 방송 시간 453시간 45분 동안 생방송으로 내보냈던 연속특별기획 ‘이산가족을 찾습니다’는 4000만 국민을 울리기에 충분했다. 이는 텔레비전을 활용한 세계 최초, 최대 규모의 이산가족 찾기 프로그램이었다. 민초들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발발한 전쟁과 분단으로 인해 헤어진 가족을 만나기 위한 구구절절한 사연이 생생한 영상으로 소개됐다. 이 방송으로 인해 1985년 9월 남북이산가족 상봉이 최초로 이뤄지는 등 남북한 냉전체제 해소에도 상당히 기여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손 해설사는 “비디오 녹화 원본 테이프 463개와 담당 프로듀서의 업무수첩, 이산가족이 직접 작성한 신청서, 일일 방송진행표, 큐시트, 기념음반, 사진 등 2만 522건의 기록물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됐다”고 설명했다. 대한민국의 이산가족은 일제강점기와 이후 한국전쟁으로 인한 남북분단으로 발생했고 그 규모를 다 합치면 약 1000만명에 이른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이산가족 10만 952건의 사연이 신청됐고 5만 3536건이 방송에 소개돼 1만 189건(성공률 19.03%)의 이산가족이 상봉했다. KBS는 전담 방송인원 1641명을 투입해 9개 지역 방송국을 동시에 연결하는 다원생방송을 진행했다. 여의도에서 이산가족 찾기가 무리 없이 진행된 데는 지금은 여의도공원으로 조성된 당시 여의도 광장(옛 5·16광장)의 역할도 빼놓을 수 없다. 수많은 사연을 적은 소자보와 인파를 여의도 광장이 넉넉하게 받아주며 소리 없이 이산의 슬픔을 함께했다. “여의도 광장의 일부인 KBS 본관 앞 일대는 ‘만남의 광장’이라는 이름으로 서울미래유산에 지정됐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이산가족 찾기 프로그램이 범국민적인 형태로 진행된 장소라는 점이 선정 이유입니다.” 손 해설사는 만남의 광장을 지나며 이렇게 설명하고 국회의사당과 헌정기념관을 거쳐 하늘이 탁 트인 서강대교 쪽 윤중제로 답사팀을 이끌었다. 서강대교는 ‘불도저 시장’이 여의도를 개발하기 위해 폭파했던 밤섬 위를 지나고 있다. 지금은 철새보호 지역으로 지정돼 야간에도 밤섬을 지나는 부분에는 다리 조명을 켜지 않는다. 엄마 손을 잡고 나온 박민선(9·여·도림초2) 어린이는 “걸어다니면서 이것저것 구경하는 게 좋았다”며 “특히 헌정기념관에 전시된 사진을 보는 게 가장 신기하고 재밌었다”고 소감을 말했다. 답사팀은 윤중제에서 한강변으로 내려와 강변길을 따라 당산역까지 걸었다. 시야가 넓게 열린 한강변에서 바라본 강북 쪽의 경치는 건물 스카이라인이 가까이는 남산, 멀게는 북한산·도봉산·수락산·불암산의 산등성이와 어울려 멋진 풍광을 자아냈다. 서울은 문화유산뿐 아니라 자연유산도 멋들어진 곳이다. 유성호 ‘문화지평’ 대표
  • 쇼핑왕 루이 서인국, ‘입소문 타며 시청률 2위 등극’ 이유는?

    쇼핑왕 루이 서인국, ‘입소문 타며 시청률 2위 등극’ 이유는?

    ‘쇼핑왕 루이’ 서인국의 순수한 매력이 안방극장을 사로잡았다. 13일 방영된 ‘쇼핑왕 루이’가 서인국 연기에 힘입어 10%대의 시청률을 돌파했다. 저조한 시청률로 시작한 ‘쇼핑왕 루이’는 입소문을 타며 SBS ‘질투의 화신’에 이어 동시간대 2위를 기록 중이다. 한편 MBC 수목 드라마 ‘쇼핑왕 루이’의 서인국이 기억상실 업둥이 루이(서인국)를 사랑스러운 럽둥이로 완성하고 있다. 기억은 잃었지만, 루이는 분명 사랑받던 사람이라는 확신을 서인국의 사랑스러운 연기가 채워가고 있는 것. 이것저것 부탁해도 밉지 않고 곁에서 꼭 보듬어 주고 싶은 서인국표 럽둥이의 사랑스러움은 러브라인에서 더욱 빛났다. 이날 루이는 복실(남지현)이 처음으로 준 동정 500원을 지금껏 소중히 간직하고 있다는 사실이 그려지면서 마무리 했다. 사진 = 서울신문DB 연예팀 seoulen@seoul.co.kr
  • ‘12세 소녀의 기구한 삶’…인신매매, 입양, 아내로 팔려 임신까지

    ‘12세 소녀의 기구한 삶’…인신매매, 입양, 아내로 팔려 임신까지

    중국의 12세 소녀가 30대 남성에게 ‘팔린’ 것도 모자라 이미 임신 중이라는 사실까지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중국 인민망 보도에 따르면, 최근 란란이라는 이름의 12세 소녀는 장쑤성 쉬저우의 한 병원에서 임신 3개월 진단을 받았다. 어린 소녀의 임신 사실을 확인한 의사는 경찰에 신고한 뒤 란란에게 자초지종을 물었고, 충격적인 사실들이 밝혀졌다. 경찰 조사 결과 지난 여름, 47세 여성 셰씨는 35세 남성 루씨에게 3만 위안(약 502만원)을 받고 란란을 팔았다. 당시 루씨는 란란을 아내로 맞이하기 위해 돈을 지불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12살의 어린 소녀를 성 노리개로 매매한 것으로 추측된다. 그러던 중 란란의 임신을 눈치 챈 두 사람은 진단을 받기 위해 지난 4일(현지시간) 쉬저우의 병원을 찾았다. 병원에서 루씨와 셰씨는 의사에게 란란을 20살이라고 속인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란란을 진료한 의사는 현지 언론과 한 인터뷰에서 “(란란은) 사춘기도 채 되지 않아 보였다. 아이를 병원에 데려온 두 사람은 임산부가 스무살이라고 주장했지만, 그렇게 보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 의사는 란란이 루씨 및 셰씨와 떨어져 있는 틈을 타 실제 나이 및 고향을 물었는데, 란란은 자신을 베트남 출신이라고 말했다가 다시 중국 남부 출신이라고 말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어로 대화를 하긴 했으나 정확히 어느 지방의 억양인지는 파악하지 못했다고 이 의사는 밝혔다. 의사가 란란에게 이것저것 질문을 했다는 것을 알게 된 루씨는 “환자에게 너무 많은 질문을 한다”며 “병원을 폭파시키겠다”고 협박한 사실도 드러났다. 현재 이 사건을 조사중인 경찰은 “피해 소녀는 2014년 베트남의 불법인신매매 업자에게 팔려 중국 허난성으로 들어온 뒤, 셰씨에게 입양돼 함께 살았다. 그러다 지난 여름 셰씨가 루씨에게 다시 소녀를 팔았고 이후 란란이 임신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경찰은 현재 루씨와 셰씨를 아동 납치 및 인신매매 혐의로 조사하고 있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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