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비 입찰/삼성은 왜 포기 했을까/궁금증 증폭… 내막을 알아보면
◎“「동신」 들러리 의혹 불식위해 불참/삼성/“승용차진출 위한 사석… 고도전술”/동부/동신,“어부지리로 한비 인수… 캐스팅보트 쥐려 했다”
삼성은 한비 응찰을 왜 포기했나.동신주택은 과연 들러리인가.한비의 민영화는 다음 번 재입찰에서 가시화될 것인가.한비를 인수하려는 삼성의 의지는 어느 정도인가.
한비 주식의 매각을 위한 경쟁입찰이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 끝에 삼성은 25일 『이번 입찰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삼성측이 밝힌 이유는 동신을 들러리로 내세웠다는 의혹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또 개연성이 진실을 압도하는 상황에서 오해를 키우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해 당사자인 동부를 비롯,재계에서는 삼성의 포기가 고도의 전략이라고 분석한다.즉 승용차 사업 진출을 위해 한비를 사석으로 활용한다는 것이다.
어느 쪽이 진실인지에 대한 판단은 힘들지만 적어도 두가지 사실은 분명하다.동신주택이 들러리가 아니라는 것과 삼성의 목표는 한비가 아니라는 점이다.삼성이 들러리를 시도하지 않았다는 것은 여러 경로에서 확인된다.
비서실의 한 관계자는 『우리는 한비를 포기할 수도 있다』며 『지난 21일 출국한 이건희 회장이 한비와 관련해 특별한 지시를 내린 바 없다』고 말했다.
○…삼성은 당초부터 한비에 강력한 집착이 없었다.이번 전략도 유찰을 끌어내는 것이었다.24일의 상황에서 잘 드러난다.하오 4시45분까지 자신들 외에 신청자가 없자 비서실 임원들은 모두 유찰을 확신하고 5시 쯤 퇴근했다.그러나 5시15분 동신주택이 전격적으로 등록함으로써 삼성의 단독 응찰로 인한 유찰이 불가능해졌음이 확인됐다.이어 「들러리」라는 소문이 퍼지자 비상이 걸렸다.
비서실은 동신주택 관계자와 접촉,30만평에 이르는 한비의 부지 가운데 7만평에 7천여 가구의 아파트를 짓고,경영은 전문 경영인에게 맡기겠다는 동신의 계획을 확인했다.동신은 과거 영남화학 매각에도 관여했었다.삼성의 설득과 호소에도 동신의 의지가 워낙 강해,포기하도록 하는 데는 실패했다.
때문에 삼성은 유찰시키려면 자신들이 포기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하오 8시40분 쯤 현명관 비서실장이 응찰포기 방침을 정하고,다음 날 기자회견을 통해 공표키로 했다.
그러나 25일 아침 신문부터 삼성의 포기가 기정 사실로 보도됐고,그 이유가 「들러리 파문을 잠재우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사장단 회의와 비서실 회의에선 『이렇게 된 마당엔 밀어붙이자』는 의견이 나왔으나 감정으로 처리할 사안이 아니라는 판단에 따라 포기를 확정했다.
○…삼성은 왜 유찰을 원했을까.한 관계자는 『이번에 유찰되면 앞으로 한비의 매각방식이 달라질 것』이라고 예상했다.유찰되면 정부가 매각방식을 바꿔,삼성의 참여가 불가능해지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는 얘기이다.
지금까지는 말 못할 사정 때문에 불참하기도 어려웠지만,정부가 정하는 조건을 맞추지 못해 선대의 유지를 받들지 못하게 됨으로써 여론의 동정을 살 수 있다는 계산이다.
○…당사자인 동부는 『삼성의 불참 선언은 도덕성 시비에 휘말리지 않으려는 고도의 전술』이라며 『우리는 현재와 같은 입찰 방식에는 절대로 응하지 않겠다』고 주장했다.한 관계자는 『삼성은 일단 한비인수에 매달리는 것처럼행동하다 나중에 포기,대신 정부로부터 다른 보장을 받는 「성동격서」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과 동부그룹의 계열사 사장이 지난 주말 싱가포르에서 극비리에 만난 것으로 알려짐으로써,또 다른 추측을 낳고 있다.동부의 한 관계자는 『지난 21일 이건희 회장이 싱가포르로 출국할 때 계열사 사장이 같은 비행기에 탄 것은 사실이지만,한비 문제를 논의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튿날 귀국했는데,일각에서는 일상적인 사업목적으로 출국했다면 하루 만에 귀국할 리가 없다며 『한비 문제 때문에 급파한 「밀사」』로 추정한다.
○…동신주택은 『입찰에 참여키로 한 것은 지난 해 공기업 민영화안이 발표될 때 결정했다』고 설명.이균보 사장은 『한비가 보유한 택지에 집도 짓고 사업다각화도 할 겸 입찰에 참여하려 했다』며 『솔직히 어부지리로 한비를 인수,캐스팅 보드를 쥘 생각이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