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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 김정은 어디서 만나 햄버거 먹을까?…평양 1순위, 트럼프는 ‘안방’ 선호

    트럼프, 김정은 어디서 만나 햄버거 먹을까?…평양 1순위, 트럼프는 ‘안방’ 선호

    ‘중재 역할’한 한국서 열릴 수도‘제4의 장소’ 가능성 낮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정상회담은 북한 평양에서 열릴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경호나 보안 측면에서 수월하다는 이유에서다.그러나 역사적인 첫 북미정상회담의 극적 효과를 높이고자 김 위원장이 미국을 찾을 가능성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도 과거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이 미국에 오면 함께 햄버거를 먹겠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백악관은 8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의 정상회담 제의를 받아들일 것이라면서 구체적인 일정과 장소는 나중에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의 제안을 트럼프 대통령이 수락한 모양새인 만큼 회담 장소도 김 위원장의 ‘안방’인 평양이 유력하다는 의견을 내놓는다. 경호를 챙기는 데 있어 아무래도 미국보다는 통제된 북한이 훨씬 수월하다는 점이 고려될 것으로 보인다. 두 차례 남북정상회담도 모두 평양에서 열렸다. 지난 2000년 성사 직전까지 갔던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간의 정상회담도 평양에서 개최하는 방향으로 추진됐었다. 그러나 최근 거침없는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는 김정은 위원장이 북한 내 평양 이외의 장소를 정상회담장으로 제안할 가능성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종종 플로리다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외국 정상을 만나듯 김 위원장도 자신이 즐겨 찾는 것으로 전해진 원산 등 평양이 아닌 지방의 초대소를 회담장으로 제안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김 위원장이 이른바 ‘평화공세’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워싱턴을 전격 방문할 가능성도 있다. 김 위원장은 대북특별사절단과의 만찬에 부인 리설주를 대동하는 등 최근 정상국가로서의 면모를 과시하기 위해 힘쓰고 있는데, ‘불량국가’ 이미지를 벗는 데 미국 방문만큼 효과적인 것도 없기 때문이다.트럼프 대통령도 대선 후보시절부터 김 위원장과 대화할 의향이 있음을 밝히면서 대화 장소로 미국을 제시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화당 대선 후보였던 지난 2016년 6월 애틀란타 유세에서 “김정은이 미국에 온다면 만나겠다”면서 “회의 탁자에 앉아 햄버거를 먹으면서 더 나은 핵 협상을 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김 위원장이 미국을 방문한다면 2012년 집권 이후 첫 해외방문이다. 그러나 김 위원장이 이를 원한다 해도 미국이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언제든지 지금의 대화 국면이 뒤집힐 수 있는 상황에서 김 위원장을 워싱턴으로 초청하는 것은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에게 상당한 정치적 리스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판문점도 고려할 수 있는 선택지다. 냉전의 상징인 판문점에서 개최되는 회담은 북한과 미국 모두에게 상대적으로 부담도 적고 극적인 효과도 상승시킬 수 있다. 남북정상회담이 판문점 남측지역 ‘평화의집’에서 열리니, 북미정상회담은 북측지역 ‘통일각’에서 개최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북미정상회담을 사실상 중재했다고 볼 수 있는 한국에서 회담이 열릴 수 있다는 전망도 하고 있다.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9일 “평양이 1순위지만 중재 역할을 한 남측에서 회담이 열린다면 중립적 성격이어서 미국과 북한도 모두 부담을 덜 수 있다”면서 “제주도도 회담장으로 괜찮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미국과 북한, 한국을 제외한 제4의 장소가 회담장으로 고려될 수도 있지만 가능성은 낮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과거 북미 간 비밀접촉 등이 동남아나 유럽에서 열린 적은 있지만 정상급 만남이 특별한 이유없이 제3국에서 열리기는 힘들다는 분석이 많기 때문이다. 5월까지는 북미 정상이 함께 참가할만한 다자 정상회의 일정도 예정된 게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경찰 ‘성폭력 의혹’ 명지전문대 교수 내사 착수… 교육부도 조사

    경찰 ‘성폭력 의혹’ 명지전문대 교수 내사 착수… 교육부도 조사

    남자 교수진 전원이 학생들을 성적으로 괴롭혔다는 의혹이 제기된 명지전문대 연극영상학과에 대해 경찰과 교육부가 사실 확인에 나섰다.4일 서울 서대문경찰서에 따르면 경찰은 연극영상학과 박중현 교수가 지속해서 학생들을 성추행했다는 폭로가 나온 뒤 박 교수의 범죄 혐의 여부를 확인하고자 내사에 착수할 방침이다. 박 교수는 여학생들을 연구실로 불러들여 윗옷을 벗은 상태의 자신을 안마하라고 시켰으며, 여학생들의 몸을 상습적으로 만졌다는 증언이 명지전문대 학생들의 커뮤니티에 여러 건 올라왔다. 경찰 관계자는 “지금까지 언론 보도나 소문 등이 나왔는데 이런 부분도 수사의 한 단서”라며 “내사에 착수해서 여러 가지 사안을 확인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만약 피해자가 원하지 않으면 경찰의 피해자 조사는 불가능할 수 있다”며 “학교의 자체 징계위원회나 진상조사위원회도 피해자와 이야기할 테니까 그런 부분도 지켜볼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교육부도 5일부터 7일까지 사흘에 걸쳐 학교를 방문해 현장 실태조사에 나선다. 기간은 필요하면 연장한다. 교육부는 박 교수 등 해당 교원과 관련자들을 상대로 성 비위 사실 여부를 확인하고 학교가 방지대책을 세웠는지 파악할 방침이다. 또 성 비위 발생 실태와 피해자 보호 조치도 확인할 계획이다. 교육부는 사태가 불거진 이후 학교 측이 어떤 조치로 학생들을 어떻게 보호했는지 등 대응의 적절성을 세부적으로 확인할 예정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범죄 사실이 확인되면 중징계 요구와 수사 의뢰 등 엄중하게 조치할 것”이라며 “학교의 축소·은폐 의혹이 있으면 담당자도 징계하겠다”고 밝혔다.명지전문대도 양성평등상담실의 성고충심의위원회와 기획처의 사실조사위원회를 중심으로 대응 체제를 꾸려 사태를 파악하고 있다. 학교 관계자는 “피해 학생들이 지난달 26일 양성평등상담실에 진술서를 제출했다”며 “지금까지는 박 교수의 비위 사실에 대한 진술만 들어왔으며,다른 교수들은 조사받겠다는 의사를 먼저 밝힌 상태”라고 말했다. 명지전문대 연극영상학과에서는 박 교수를 비롯한 전임교원 5명 중 3명과 시간강사 1명 등 남성 교원 4명 전원이 성 추문에 휩싸여 모두 보직에서 해임됐다. 학과는 대체 강사를 투입해 수업을 진행할 계획이나 휴강 등 수업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박 교수는 연구실로 여학생을 불러 웃통을 벗고는 소염제 로션을 발라 안마해달라고 하거나 전자레인지에 돌린 수건으로 스팀 찜질을 시켰다는 폭로가 나왔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유승민 “6·13 승패 기준은 ‘1+α’ 경제 살릴 대구시장 후보 내겠다“

    유승민 “6·13 승패 기준은 ‘1+α’ 경제 살릴 대구시장 후보 내겠다“

    유승민 바른미래당 공동대표는 100일 앞으로 다거온 6월 지방선거에 “경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후보를 내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유 공동대표는 2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대구시장 후보군을 물색하며 경제인과 경제부처 관료 등을 접촉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유 공동대표는 대구·광주를 예로 들며 “내륙의 두 도시가 정작 민생은 최악인데, 그동안 관료나 비경제부처 관료 출신 등 경제를 직접 해봤거나 잘 아는 후보가 없었다”면서 “대구는 경제를 아는 후보가 나와 대구 경제를 살렸으면 좋겠다. 다른 지역에도 비슷하게 적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이 ‘김영철 방한’을 계기로 안보심판론을 제기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정부에 대한 불만을 투표로 표출하려는 유권자도 있겠지만 지방선거는 다른 측면이 있다”면서 “주민 생활, 민생과 직결되는 사람을 뽑는 선거인데, 정권심판론은 생뚱맞다. 100% 맞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다음은 유 공동대표와의 1문 1답. →자유한국당은 지방선거 승패 목표를 광역 기준 6석으로 정했다. 바른미래당의 승패 기준은. -겸손하게 ‘1+α’다. 광주·전북·전남은 박주선 대표와 김동철 원내대표, 호남 의원들이 책임지고 치러줘야 한다. 일단 서울 수도권에서 바른미래당이 1차 승부 걸어야 한다. 또 수도권의 영향을 바로 받는 충청과, 표심이 갈 곳을 잃은 영남도 주요 승부처다. 광역 17개 중에 몇 개나 얻었느냐로 승패를 나누겠지만, 다음 선거인 총선에서 한국당을 대체할 야당으로 바른미래당이 얼마나 가능성을 보이느냐. 이게 우리에게 더 중요한 성적이다. 파격적인 후보로 선전하면 바른미래당의 미래가 보이는 것이고, 선거 과정에서 최선을 다하지 못해 양극단 정당으로 표가 깔리면 우리 미래는 더 고통스러울 것이다. →박주선 공동대표는 시도지사 5석 배출 목표로 했는데. -사실 지지율만 보면 민주당이 17승 전승 아니냐. 근데 선거는 그렇게 안 된다. 구체적인 숫자로는 말할 수 없다. →유일한 현역 단체장, 원희룡 제주지사의 설득 작업은 어디까지 왔나. -설 전후 뜻을 전했고 깊이 고민하고 있다는 답변을 받았다. 최대한 바른미래당 후보로 출마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설득해야만 한다. 후보 입장에서 얼마나 곤혹스러울지 알기 때문에 원 지사에겐 최대한 길게 보고 같이 가자고 설득하는 일밖에 없다. 원 지사는 바른미래당의 소중한 자산이다. 당에서 최선을 다해 돕겠다. 그렇게 이야기해왔고 그렇게 할 것이다. 설 이후 아직 만나지 못했지만 충분히 대화하고 있다. →안철수 전 대표 역할론에 대해서는. -통합 후에는 설 인사 할 때 빼고 한 번도 못 봤다. 인재영입위원장 논의 일부 있었지만 결정된 바 없다. 서울시장 출마 의사가 있다면 본인 결심 너무 늦지 않게 섰으면 좋겠다. 광역 단체 후보들 안 대표 결심에 따라 영향받을 수 있다. 선거가 100일 남았다고 보면 50일 안에는 확정이 돼야 한다. 50일 안에 우리 후보들을 확정해야 하는데 안 전 대표의 서울시장 출마 여부도 좀 빨리 결정이 되어야 한다고 본다. 3월~4월 초 중순에는 결심이 되어야 한다는 이야기 한 적 있다. 안 대표의 결심을 기다리는 상태다. 어떤 경우에도 결심이 중요한 것 아니냐. →손학규 전 대표가 지방선거에서 역할 해 줄 가능성은. -얼마 전 이언주, 하태경 의원 주관 청년 모임에 나가서 손 전 대표를 만났다. 손 전 대표는 통합 전에서 뵈었고, 미국 가기 전에도 뵈었다. 한나라당 시절부터 오랫동안 알던 분이다. 손 전 대표는 국민께 신뢰나 안정감을 드릴 수 있는 당의 소중한 자산이라고 생각한다. 뭐든지 역할 권해 드리고, 역할 해주셨으면 좋겠다. 구체적인 이야기는 더 해봐야 하지만 지방선거에서도 손 대표가 역할을 좀 해주셨으면 한다. →어떤 콘셉트의 사람들을 만나나. 대구시장 후보로 현직 경제인을 만났다는 이야기가 있다. -대구 시장 후보로 경제를 아는 사람을 내놨으면 좋겠다. 그게 1번 기준이다. 대구는 보수당만, 광주는 진보 정당을 열심히 밀어줬다. 그런데 경제 민생은 전국에서 최악이다. 대구는 꼴찌, 광주가 꼴찌에서 2번째로 1인당 총생산이 낮다. 대구 시장은 경제를 좀 아는 후보가 돼 어려운 대구 경제 살리는 역할을 해줬으면 좋겠다. 지방선거에서는 취임하자마자 일을 해낼 수 있는 능력이 평소에 갖춰져야 하는 사람이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런 차원에서 경제인들과 접촉하고 있는 건 사실이다. 다만 학자 출신은 시장도지사로 나가는 건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지방선거 키워드는 ‘경제’인가. -경제, 민생에 집중한다. 외교 안보 문제 당연히 있고 안보에 대해서도 해야 하지만, 다른 당이 못하는 경제, 민생 분야에 더 집중할 예정이다. 민주당은 정권 거수기 역할밖에 못 하고, 한국당은 못한다. 그 부분 우리가 할 수 있다. 바른미래당의 브랜드 정책으로 경제, 민생 어떻게 풀어갈지는 차근차근 하나씩 공개하겠다. →대한민국 경제 상황을 진단한다면. -우리는 그동안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에 굉장히 몰입했다고 하지만 휴대전화, 반도체 등 제조업 산업 빼고는 잘하지 못했다. 지난해 3%대 성장률 가지고 아무 문제 없는 것처럼 말하지만, 조선업 위기뿐만 아니라 자동차 산업 같은 주력 업종 위기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미국, 중국과 비교해 볼 때 우리 주력 업종은 연식이 굉장히 오래됐다. 이미 정점 찍고 내리막길 갈지 모른다는 소리다. 사실 문재인 정부만의 잘못은 아니다. 새로운 창업자가 새로운 기술 접목해서 나타나는 혁신 기업이 세계적인 기업이 되는 시대다. 우리가 언제까지 휴대전화, 반도체만 가지고 먹고살 수 있을지 생각해봐야 한다. 우리 경제의 신진대사가 활발해 새로운 기업이 생겨야 하는데 산업이든 기업이든 그게 없다. 혁신 성장이 나타날 수 있도록, 정권 교체 상관없이 인프라, 생태계 만들어야 한다. 새로운 신성장 동력이 나타나지 않는 데 대해 심각하게 생각해야 하는데 이런 문제는 상관 하지 않고 최저임금 올리고, 공무원 많이 뽑고 한다. 이건 복지고 분배지 성장 해법이 절대 아닌데, 국민 세금으로 공무원 뽑는 걸 성장 해법이라고 한다. 이 정부는 정말 경제 성장에는 관심 없다는 생각을 한다. →바른미래당, 대구 경북서 한국당에 승산있나. -대구, 경북, 부산 어느 한군데 쉬운 곳이 없다. 다만 한국당 지지율 보면 역대 영남에서 대구, 경북 포함해 보수 정당에 대한 지지가 이만큼 불안한 적이 없다. 대구, 경북, 울산, 경남, 부산 유권자들이 마음 둘 곳, 정 붙일 곳이 없다는 거다. 그렇다고 민주당에게 표를 줄 만큼 영남이 돌아섰나. 그것도 아니다. 영남 유권자들이 과연 한국당을 보수의 대표로 인정할 수 있느냐를 두고 헷갈리고 당황하고 있는 거다. 그렇다고 영남 분들이 바른미래당에 금방 정을 줄 수 있느냐. 그것도 아니라고 본다. 영남은 대한민국 전체에서 정치적 변화 가능성, 유동성이 아주 높은 지역이 됐다. 여기에 바른미래당의 기회가 있다고 본다. 지방선거에 정말 젊고 깨끗하고 유능한 후보들을 내놓겠다. 흔들리는 영남 민심에 새로운 대안이 되겠다. 정치 생명 다 걸고 영남 보수 정치 바꿔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한 주 전 갤럽의 지지율 조사에서 바른미래당의 지지율은 8%였다. 2월 4주차 리얼미터 조사는 7%. 통합 직전 바른정당 지지율과 같다. -지지율에 큰 실망을 하지 않는 건 크게 기대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론 조사에 대해 홍준표식 비판 제기를 하는 건 아닌데, 여론 조사를 믿을 수 있느냐도 들여다 봐야 한다. 일례로 문재인 후보를 지지했던 유권자들은 여론조사 응답률 자체가 낮게 나왔을 거다. 이건 투표율로 나온다. 역대 선거에서 실제 득표율과 지지율 추세는 늘 달랐다. 국민 여러분은 바른미래당과 내가 하는 일을 유심히 보고 계신다. 그게 쌓여서 실제 선거에서 득표율로 나타날 거다. 선거는 진짜 해봐야 아는 것이고, 그건 국민이 정하는 거다. →지지율을 비교해보면 바른미래당 지지율이 빠진 만큼 민주당이 올라갔다는 분석이 나온다. 같은 기간 자유한국당의 지지율 변동은 크지 않지만, 민주당 지지율은 변동이 있다. 이런 현상을 어떻게 보나. -한국당 지지층은 쉽게 움직이지 않는다. 대선 때 홍준표 후보를 찍은 사람이 24%, 지금 한국갤럽의 한국당 지지율을 보면 13%다. 홍준표를 지지했던 국민 중 상당수가 한국당을 신뢰 하지 못하고 있다는 거다. 문재인 정부 지지율이 41%니 나머지 30% 국민이 중간과 중간 오른쪽에 있는 분들이고, 바른미래당이 이분들에게 어떻게 마음을 얻을 수 있느냐 그게 제일 중요하다. 통합하자마자 지지해달라. 이건 자만이고 오만이다. 뭘 보고 지지해주나. 지금 지지도 8%는 우리에게 오히려 자만하지 않고 더 노력하라는 자극제, 우리를 분발하게 만드는 숫자다. →한국당의 정권심판론에는 동의하나. 한국당은 최근 평창올림픽과 김영철 방남을 계기로 정권심판론을 부각하고 있다. -총선 같으면 정권 심판론이 맞다. 모든 선거는 심판이니까. 하지만 지방선거는 각 지역의 민생, 경제를 챙기는 행정 책임자를 뽑고, 이를 견제하는 의회를 뽑는 선거다. 정권 심판론이 전부가 아니란 소리다. 지방선거는 지역 위해 일할 사람을 뽑는 선거다. 한국당이 이야기하는 투박하고 러프한 정권 심판론 하나로 설명될 수 없다. 국민도 4년 동안 우리 지역에 살림살이를 책임지고 감시할 사람을 뽑는데, 단순한 정권 심판론에 휘둘려 투표하진 않을 것 같다. 정부에 대한 불만을 투표로 표출하려는 유권자들도 물론 있다. 하지만 지방선거는 조금 다르다. 대구 시장은 문재인 정부를 심판하는 사람이 아니다. 대구를 살릴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이명박 전 대통령까지 위기에 몰렸다. 선거에 영향이 있지 않을까. 두 전직 대통령이 감옥에 있는 상황이 될 수 있다. 보수의 결집이 예상된다는 점에서 여권도 좀 조심스러워한다. -모든 게 선거에 당연히 영향을 줄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의 탄핵과 구속이 대선에 결정적 영향을 줬듯이 이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검찰이 어떤 식의 결정을 내리느냐가 지방선거뿐만 아니라 많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2000년 한나라당에서 정치 시작해서 탈당까지 17년 있던 당에 관한 이야기여서 함부로 말할 수 없다. 대한민국 헌정사에 정말 불행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한국당과 생각이 같지 않지만 나는 그것으로부터 책임이 자유로울 수 없는 사람이고 남 이야기하듯 할 수 없는 사람이다. 정말 안타깝게 지켜보고 있다. →바른미래당 내 남북관계를 둘러싼 시각차가 여전하다는 지적이 나오는데, 어떻게 보나. -안보 시각차를 자꾸 부각시키는데, 통합 전 안보 해법을 두고 분명히 확인 작업을 했다. 한미 동맹과, 한일·한중 관계, 북핵 문제와 해법이 내가 생각하는 해법과 다르지 않다는 걸 분명히 확인했다. 당내 시각차 있다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 →‘죽음의 계곡’은 언제까지. -바른정당의 창당 정신을 포기할 것 같았으면 나 역시 당연히 한국당으로 돌아갔을 것이다. 개혁 보수를 변화시키는 일. 나는 여기에 정치 생명을 걸었다. 일종의 소명 의식이다. 죽음의 계곡을 지나는 건 현재 진행형이다. 앞으로도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이고 각오하고 있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박 前대통령 ‘30년 구형’ 이어 또 줄재판

    박 前대통령 ‘30년 구형’ 이어 또 줄재판

    박근혜(66) 전 대통령이 국정농단 사건으로 검찰로부터 징역 30년과 벌금 1185억원을 구형받은 다음날 곧바로 다른 혐의들에 대한 재판이 열렸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은 여전히 재판부가 선임한 국선 변호인들과의 접견을 거부하면서 여전히 재판을 ‘보이콧’하고 있다.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부장 성창호)는 28일 오후 박 전 대통령의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뇌물수수 사건과 새누리당 공천 개입 사건에 대한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했다. 준비기일에는 피고인이 출석할 의무는 없지만 박 전 대통령은 국선 변호인들과의 접견조차 거부하고 앞으로도 재판에 출석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져 국정농단 사건처럼 궐석재판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두 번째로 열린 특활비 사건 재판에서 박 전 대통령의 국선 변호인은 “피고인이 국선 변호사와 접견할 의사가 여전히 없고 향후에도 접견이 어려울 것 같다고 전달받았다. 앞으로 이뤄질 가능성도 희박하다”고 설명했다. 변호인은 “접견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공소사실을 인정하는 것은 대리권에 반하는 일”이라면서 “피고인이 특수활동비 수수 범행을 지시·공모하거나 수수한 사실이 없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한다고 원론적으로만 밝혔다. 변호인들이 박 전 대통령의 의견을 접할 수 없으니 검찰 측에서 제시한 증거도 대체로 부동의할 가능성이 높고 그렇게 되면 최소 30여명 이상에 대한 증인신문을 일일이 거쳐야 하는 만큼 재판 과정이 더욱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검찰 측은 같은 재판부에서 다루는 남재준·이병기·이병호 전 국정원장과의 병합 심리를 요청했지만 변호인 측은 “피고인들의 입장에 따라 관점이 다르다”며 반대했다. 검찰은 또 박 전 대통령이 국정원으로부터 받은 뇌물을 기 치료나 사저 관리 등 사적으로 유용했다고 구체적으로 적시한 부분을 공소장에서 빼겠다고 밝혔다. 검찰은 “피고인이 다른 재판에서 정치보복 운운하며 사법권을 명시적으로 거부하고 있고, 재판에 불출석하는 상황에서 굳이 불필요하고 소모적인 논쟁을 막고자 이 부분을 삭제하겠다”면서 “공판 과정에서 뇌물 사용처를 입증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2016년 20대 총선 과정에서 새누리당 친박계의 공천 및 경선 과정에 관여한 혐의에 대해서도 이날 처음 재판이 열렸지만 박 전 대통령의 국선 변호인은 “피고인과 접견이 이뤄지지 않아 공소사실에 대한 피고인의 의견을 확인할 수 없다”고만 밝혔다. 박 전 대통령이 두 사건 모두 사선 변호인을 선임하지 않아 재판부는 직권으로 국선 변호인을 선정했다. 국정원 특활비 사건은 정원일(54·사법연수원 31기)·김수연(32·여·변호사시험 4회) 변호사가, 공천 개입 사건은 장지혜(35·연수원 44기) 변호사가 맡고 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삼성, ‘전자·비전자·금융‘ 3개 소그룹 체제 안착

    삼성, ‘전자·비전자·금융‘ 3개 소그룹 체제 안착

    대내외 악재 속 ‘전자’ 최대 실적 미전실 출신 TF팀장 전진 배치 수요 사장단 회의 부활설 거론 일각 ‘컨트롤타워 부재‘ 우려도삼성그룹이 ‘그룹 해체’를 선언하고 계열사 자율경영 체제를 맞은 지 28일로 1년째를 맞는다. 국정농단 사태와 맞물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과 이건희 회장의 와병 등 사실상 ‘총수 부재’ 사태를 겪었던 지난 1년간 삼성은 ‘선장 없는 난파선’ 상황에서도 사상 최대 실적 등 최악의 시기를 헤쳐 왔다는 게 안팎의 평가다. 특히 미래전략실 해체로 계열사 간 컨트롤타워가 사라진 가운데 삼성은 이 부회장의 항소심 집행유예 석방 이후 계열사 자율경영, 인수합병(M&A)과 해외 투자 등 ‘뉴삼성’ 도약을 위해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아직은 전자·비전자·금융 등 태스크포스(TF) 중심의 3개 소그룹 체제로 운용되고 있지만 수요 사장단 회의 부활 등 미전실을 대체할 채널 확보도 거론된다. 미전실 출신 핵심 인력인 정현호 사장, 유호석 전무, 김명수 부사장은 각각 TF팀장으로 전진 배치됐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미전실 해체 후 사임한 팀장급 이상 9명 중 정 사장과 박학규 팀장 등 2명만 복귀했지만 이 부회장과의 교감은 충분히 할 수 있다”면서 “이사회 중심 경영 등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춰 가는 게 과제”라고 말했다. 그동안 중복 투자 조정, 인사 교류, 신규 사업 투자 등 대형 결정이 ‘올스톱’ 상태였지만 앞으로는 의사 결정 속도도 빨라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다른 관계자는 “계열사 임원들이 과거 미전실 같은 힘을 갖기는 어려운 구조”라며 “대표이사 이상의 결정을 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부회장 석방 이틀 만에 경기 평택 반도체 제2캠퍼스 건설 발표 등 삼성의 빨라진 투자 행보도 관심거리다. 자동차 전자장비 업체, 인공지능(AI) 관련 기업 M&A 등 기술 경쟁력 제고 역시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한쪽에선 삼성이 외견상 자율경영 체제를 갖춰 가고 있지만 결국 최종 의사결정은 이 부회장 몫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삼성물산과 이 부회장 일가, 삼성생명 등이 얽힌 복잡한 지분구조로 인해 온전한 자율경영이 사실상 힘들다는 이유에서다. 새 정부 들어 삼성그룹에 가해지는 검찰 수사 압박, 더욱 거세진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통상압박 역시 넘어야 할 산이다. 이런 이유로 그룹을 일사불란하게 지휘하는 컨트롤타워 부재를 우려하는 시선도 여전히 존재한다. 이 때문에 수요 사장단 회의 부활이 거론되지만 그룹 관계자는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 “도대체 우리가 무엇을 잘못했길래…” 잊힌 국가 범죄, 형제복지원 사건

    “도대체 우리가 무엇을 잘못했길래…” 잊힌 국가 범죄, 형제복지원 사건

    국회 앞에 사람이 살고 있다. 지하철 9호선 국회의사당역 6번 출구 앞. 두 사람이 눕기도 비좁은 천막에서 한종선(42)씨, 최승우(49)씨가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 한씨와 최씨가 지난해 11월부터 국회 앞에서 지낸지도 어느덧 100일이 넘었다. 21일은 농성 107일째 되는 날이다. 천막 옆 현수막에는 이들의 절규가 파랗고 빨간 글씨로 적혀 있다. ‘형제복지원 사건 진상규명하라.’‘형제복지원 사건’은 박정희·전두환 정권 시절 발생한 대표적인 인권유린 사건이다. 형제복지원은 1975년 7월 5일부터 1987년 6월 30일까지 약 12년 동안 부산 북구 주례동 산18번지에 있던 사회복지시설이다. 피해 생존자 한씨는 1984년 10월 두 살 많은 누나와 함께 아버지 손에 이끌려 형제복지원에 입소했다. 당시 부산에서 구두닦이를 하던 한씨의 아버지는 어려운 가정 형편 속에 아이들을 돌보는 것이 힘들어 형제복지원에 아이들을 보냈다. 당시 주변에서 “형제복지원은 좋은 곳”이라는 이야기가 많았고, 동네 사람들도 “먹고 살기 힘든데 잠시 그곳에 보내라”고 많이 권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곳은 생지옥이었다. 한씨는 형제복지원에 갇혀 있던 3년 동안 강제 노역과 구타, 고문, 굶주림 등에 시달렸다. 그는 “‘죽는 게 더 편하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면서 “맞는 게 너무 두렵다 보니 일부러 입 안을 깨물어 기침할 때 피가 나오도록 해서 결핵병동에 입원하려고 쇼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더 많이 맞았다”고 전했다. 한씨는 1987년 6월 30일 형제복지원이 폐쇄되면서 고아원으로 옮겨졌고, 그 후 약 20년 동안 아버지와 누나의 생사를 확인하지 못했다. 그러다 2008년 허리를 다쳐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어 기초생활수급을 신청했는데, 가족관계 확인 과정에서 아버지와 누나가 정신병원에 입원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의 아버지도 3년 뒤에 형제복지원에 강제로 끌려갔다고 한다. 형제복지원, 그곳은 생지옥이었다 1987년 1월 17일 형제복지원의 원장 박인근(2016년 사망 당시 85세)씨의 구속을 계기로 형제복지원 사건의 일부가 드러나면서 당시 제1야당인 신한민주당(신민당·지금의 더불어민주당의 전신)이 현장 조사에 나섰다. 신민당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그해 당시 형제복지원에 수용된 인원만 최소 3164명이었고, 12년 동안 최소 512명이 희생됐다. 1980년 삼청교육 과정에서 사망한 54명의 열 배에 가까운 숫자다. 조사 결과 ‘원장-총무-사무장-중대장-소대장-조장’으로 이어지는 군대식 지배 구조 아래 일상적인 강제 노역과 구타, 학대, 굶김, 성폭력, 살인 등이 자행됐다. 또 원생들 상당수가 본인의 의사에 반해 강제로 연행·입소됐고, 원생들의 사망 원인과 사체 처리 과정 등을 적은 기록은 대부분 허위로 기재돼 있었다. 사체가 병원 등에 실험용으로 팔려갔다는 이야기도 있었다.1982년 동생과 함께 형제복지원에 잡혀 들어간 피해 생존자 최씨는 그곳에서 사람이 죽는 장면을 처음 봤다고 한다. “조장들이 신입 한 명을 담요에 싸가지고 조장부터 소대장, 서무가 합세를 해서 사람 하나를 그냥 지근지근 밟아버리더라구요. 한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의 혈기 왕성한 사람인데 눈이 휙 뒤집어지더니 동공이 하얗게 되고 입에서 거품이 질질 나오는 게 죽은 거 같았습니다.” 그런데 박씨의 구속 직후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이 세상에 알려졌다. 전두환 정권에 맞서 민주화를 외쳤던 정치권과 시민사회의 관심이 박종철 열사의 죽음에 집중되는 동안 형제복지원 사건은 빠르게 잊혀 갔다. 또 특수감금과 업무상 횡령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된 박씨는 1987년 6월 1심에서 징역 10년과 벌금 6억 8178만원을 선고받았으나 1989년 징역 2년 6개월형이 최종 확정됐다. 대법원은 박씨의 특수감금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이후 이 사건은 사람들의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 반면 피해 생존자들은 지금도 지워지지 않는 공포의 기억 속에서 살고 있다. 구타 후유증으로 중증 장애에 시달리거나 우울증, 알코올 중독으로 병원 치료를 받고 있는 피해 생존자들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잊혀 간 국가 범죄 그나마 한씨가 국회 앞 1인 시위(2012년 5월~2013년 2월)와 ‘살아남은 아이’라는 책을 통해 형제복지원 사건의 실상을 알리면서, 사회의 무관심에 눌려 숨죽이고 살던 많은 피해 생존자들이 어렵게 자기의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한씨는 “피해 생존자가 살아있는 것 자체가 묻혀진 진실을 알리기 위한 활동이고, 피해 생존자들의 외침은 ‘살고 싶다’는 간절한 목소리”라고 말했다. 지난 6일 법무부 검찰 과거사 위원회는 검찰이 관련된 인권침해 또는 검찰권 남용 의혹이 제기된 사건 12건을 조사할 것을 대검찰청 산하 진상조사단에 권고했다고 밝혔다. 그 중 하나가 형제복지원 사건이다. 1987년 1월 박씨를 구속했던 당시 김용원 검사(현재 변호사)는 검찰 지휘부가 이 사건을 축소·은폐시켰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부산지검 울산지청(지금의 울산지검)에서 근무하던 1986년 12월 21일 지인과 경남 울주군 삼정리에 있는 야산(울주 작업장)을 지나가다가 허름한 옷을 입은 청년들이 괭이와 삽을 들고 땅을 파고 있는 장면을 목격했다. 그들 주위를 몸집이 큰 개들과 몽둥이를 든 사람들이 둘러싸고 있었다.중대한 범죄라고 생각했던 김 변호사는 내사에 착수했고, 형제복지원 원생 180여명이 박씨 소유의 야산에 감금된 채 임금 없이 하루에 10시간 이상 강제 노역을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또 원생들로부터 형제복지원 안에서 벌어진 일들에 대해 들을 수 있었다. 김 변호사는 울주 작업장에서 강제 노역한 원생들뿐만 아니라 부산 형제복지원 안에 수용된 원생들도 모두 조사하기 위해 부산지검 차장검사에게 승인을 받으러 갔다. 하지만 “뭘 수사를 해. 당장 철수시켜”라는 대답을 들었다고 한다. 또 “울주군 작업장에서 맞아 죽은 원생의 사망 원인을 신부전증이라고 허위로 기재한 형제복지원 의사를 구속하려고 했지만, 검찰총장 동생이라는 사람이 나타나 당시 부산지검장에게 청탁해 불구속 수사 지휘가 떨어졌다”고 김 변호사는 밝혔다. 박씨의 구속으로 세상에 알려진 이 사건은 결국 검찰 조직의 외압으로 그 실체가 제대로 규명되지 못했다는 것이 김 변호사의 설명이다. 그는 “국가권력이 주도해서 아무런 죄도 없는 국민들의 신체의 자유를 침해하고, 남녀 성인 및 아동·청소년 수용자들을 장기간 감금하고, 무차별 폭행하고, 사망에 이르게 했다는 것이 이 사건의 본질”이라고 설명했다. 한씨는 검찰의 진상 조사에 대해 “고무적인 일”이라면서 “그 당시 형제복지원 내 인권침해를 알고도 수사하지 않았던 검찰은 당연히 사과해야 하고, 이 사과가 형제복지원 사건에 대한 국가 차원의 진상 규명과 책임 인정, 피해 구제로 이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시민 모두가 단속 대상이었다 ‘형제복지원 사건 진상 규명을 위한 대책위원회’의 여준민 사무국장은 “정부가 1975년 12월에 발령한 내무부 훈령 제410호와 신민당 보고서, 당시 경찰이 불법 체포한 시민을 복지원에 넘길 때 작성한 신병인수인계서 등으로도 이 사건의 국가 책임을 충분히 입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여기서 내무부 훈령은 박정희·전두환 정권 때 ‘사회정화 작업’의 일환으로 적용됐다. 이 훈령은 ‘일정한 정주가 없이 관광업소, 접객업소, 역, 버스터미널 등 많은 사람들이 모이거나 통행하는 곳과 주택가를 배회하거나 좌정하여 구걸 또는 물품을 강매함으로써 통행인을 괴롭히는 사람’을 단속할 것을 규정했지만 사실상 시민 모두가 정부의 단속 대상이 됐다. 특히 전두환 정권 때 단속이 심했다. 전두환씨는 1981년 4월 10일 당시 국무총리에게 ‘근간 신체장애자 구걸 행각이 늘어나고 있다는 바, 실태 파악을 하여 관계부처 협조 하에 일정 단속 보호조치하고 대책과 결과를 보고해 주시기 바란다’는 지휘서신을 보냈다. 이후 친척집에 가는 길에 부산역에 내려 배회하다가, 하굣길에 집에 가다가, 또는 집에서 TV를 보다가 경찰에 붙잡혀 형제복지원에 입소한 사람들이 생겨났다. 일부는 그곳에 가면 배불리 먹을 수 있고 기술을 배울 수 있다는 허언에 속아 들어온 사람들도 있었다.피해 생존자들의 노력으로 국회가 움직였고, 현재 ‘형제복지원 사건 특별법안’(내무부 훈령 등에 의한 형제복지원 피해사건 진상 규명 법률안)과 ‘과거사정리법안’(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발의돼 있다. 그러나 형제복지원 사건 특별법안은 지난 19대 국회 때 발의된 법안임에도 지금까지 공포되지 못했고, 과거사정리법안은 아직 상임위원회 소위원회 논의 단계에 머물러 있다. 최씨는 “지금 여당은 ‘당연히 해야 할 역할’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법안 통과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이고, 자유한국당 쪽에서는 ‘이 문제는 여야가 필요없는 문제’라면서 ‘우리는 법안에 반대하는 입장은 아니다’라고 했다. 하지만 여전히 법안은 통과가 안 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한씨는 “인권 문제에는 여야가 없다는 의원들이, 도대체 우리가 무엇을 잘못했길래 법안을 통과시키지 않는 걸까라는 자책감마저 들었다”고 토로했다. “2012년 국회 앞에서 1인 시위를 할 때 민주화 운동에 참여했던 국회의원 보좌관 한 명이 저를 보더니 ‘이 사건 아직도 해결 안 됐어요?’라고 묻더군요. 그러면서 ‘전두환 정권 때 있었던 일 아닙니까’, ‘우리는 전두환씨 끌어내리면 다 해결되는 줄 알았다’고까지 말했습니다. 힘이 빠졌습니다. ‘그렇게 운동해서 저 같은 사람들이 말도 못 하고 죽어나간 것 아닙니까’라고 맞받아쳤습니다. 그랬더니 미안하다고 하더군요.” 한씨는 “이 사건 피해자들은 국가에 의해 버려지고, 자신의 삶을 스스로 결정할 기회를 박탈당한 사람들”이라면서 “삶을 부정당한 데에서 터져 나오는 분노와 트라우마를 피해자들은 살면서 계속 마주할 수밖에 없다. 이제 국회와 정부가 손을 내밀어줘야 하지 않을까”라고 호소했다.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안보리, 北인물 제재 첫 면제…최휘 방남 승인

    안보리, 北인물 제재 첫 면제…최휘 방남 승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산하 대북제재위원회가 8일(현지시간) 최휘 북한 국가체육지도위원장(노동당 부위원장)에 대해 ‘제재 면제’를 승인하면서 최 위원장은 오는 9~11일 한국에 체류할 수 있게 됐다.유엔 대북제재위의 이번 결정은 블랙리스트에 올라있는 최 위원장 등 북측 인사들이 한시적으로 방남할 수 있도록 ‘제재 면제’를 요청한 우리 정부의 뜻을 받아들인 것이다. 유엔이 제재 대상자에게 이런 예외를 적용한 것은 처음 있는 일로 알려졌다. AP통신 등 현지 언론은 “이번 면제 조치는 북한 대표단 전체에 적용된다”면서 “이로써 평창올림픽이 한반도의 긴장을 완화할 수 있는 모든 조건을 갖추게 됐다”고 평가했다. 대북제재위는 안보리 15개 이사국의 전원동의(컨센서스) 방식으로 의사를 결정한다. 이번 승인은 이사국 가운데 어느 한 곳도 제재 면제에 반대하지 않았음을 뜻한다. 대북제재위 측은 이날 오후 이런 승인 결과를 주유엔 한국대표부에 서한을 통해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제재 면제 결정에 대해 상임이사국들은 대체로 환영하면서도 뚜렷한 온도 차를 보였다. 바실리 네벤자 주유엔 러시아 대사는 “평화 과정에 공헌할 어떠한 움직임도 환영한다”면서 대북제재위의 결정을 반겼다. 하지만 카티나 애덤스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대변인은 “북한이 올림픽을 우리(한국과 미국) 사이를 이간질하는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절대 허락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 [논설위원의 사람 이슈 다보기] 동네 주민들이 ‘빽’이죠…‘점조직 문학운동 ’ 펼치는 동네책방

    [논설위원의 사람 이슈 다보기] 동네 주민들이 ‘빽’이죠…‘점조직 문학운동 ’ 펼치는 동네책방

    동네책방 전성시대다. 올 들어서는 일주일에 한 개꼴로 문을 연다는 추산이다. 전국 곳곳의 동네책방을 돌아보는 테마 여행이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이다. 책방 창업을 꿈꾸는 사람들까지 크게 늘었다. 이쯤 되니 떠오르는 글귀가 있다. “책방이 없는 동네는 동네라고 할 수도 없지!”(개브리엘 제빈 ‘섬에 있는 서점’) 치킨집 옆에, 세탁소 옆에 어느 날 문득 들어선 우리 동네 혹은 당신 동네의 책방. 덩치 큰 서점도 나가떨어지는 판에 구멍가게 동네책방이 용빼는 재주 있을까. 그곳에는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 좀더 솔직하게. 골목으로 들어간 책방은 돈이 될까.#책방이 망할까 걱정인 동네 사람들 도로 너머 호수공원이 보이는 경기 일산의 시 전문 서점 ‘책방 이듬’. 김이듬 시인이 운영하는 열두 평쯤의 작은 공간은 동네 사랑방이 됐다. 문을 연 지 넉 달여 만이다. 한적한 오피스텔 건물 1층에 어쩌자고 책방이 생겼나. 동네 사람들 눈에는 생뚱맞았다. 얼마간의 탐색기가 지나 쭈뼛쭈뼛하던 이웃들이 문을 밀고 들어왔다. “시집이 정말 많네요.” “시는 어떻게 읽어야 돼요?” 머쓱한 질문을 꺼내던 사람들은 그렇게 하나둘 단골손님이 됐다. 동네책방이라면 익숙한 풍경이다. 예상치 못했던 ‘현상’을 책방 주인들은 경험하고 있다. 수십년째 책 한 권 사본 적 없다는 사람들이 책을 집어드는 것은 그 자체로 진기한 움직임이다. 책방 이듬에서도 몇십년 만에 제 손으로 시집을 사는 주민들이 많다. 여고 졸업 이후로는 시집을 구경한 적도 없다는 세탁소 아주머니는 책방 주인이 골라주는 시집을 사더니 요즘은 소설책까지 빌려 간다. 편의점 아저씨도 마찬가지다. 시 낭독 모임이 있던 날 책방 앞을 지나다가 “웬 사람들이 이리 많이 모였느냐. 시가 재미있는 거냐”고 묻더니 며칠 뒤 시집을 사갔다.어느 노부부는 공원 산책 길에 출근부를 찍고, 동물병원의 의사와 간호사는 하루 몇 번씩 쉼터 삼아 책을 만지다 간다. 주부 5명은 매주 한 번 자발적으로 시 읽기 모임을 꾸리고 있다. 주민 이화숙(56)씨는 “큰 도서관이 가까이 있어도 어쩌다 빌려 읽는 책과는 느낌이 다르다. 책방 주인의 안목으로 선별된 책들을 자꾸 대하다 보면 독서 안목이 높아진다”고 말한다. 동네 사람들이 갑자기 책이 궁금해진 이유는 하나. “이웃집이 책방이기 때문”이다. 김 시인은 “책방이 망할까 온 동네가 걱정해 준다. 책만 팔아서는 수지 맞추기 어려울 테니 커피값을 올리라고 야단들이다”라며 웃는다.지역 공동체 문화가 책방을 거점으로 싹트는 조짐은 어디서나 읽힌다. 멀리 전남 순천의 동네책방 ‘그냥과 보통’에서도 그렇다. 주인 강성호(36)씨는 “책방의 프로그램을 공유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지역 커뮤니티가 형성되는 분위기”라고 전한다. 대도시에서 학교나 직장을 다니다 돌아온 20~30대들은 누구보다 책방의 이벤트에 목말라 한다. 강씨는 “청년들이 지방 도시를 답답해하는 것은 주류 사회문화에서 소외된 느낌 때문인데, 현재성 있는 독서 행사들이 그런 강박증을 털어준다”며 “지방분권 시대에 더욱 의미가 커질 동향”이라고 귀띔한다. 책방을 매개로 주민들이 결속하는 문화운동 자체에도 주목해야 한다고 덧붙인다. 광주의 간판급 동네책방 ‘숨’ 같은 곳은 방문객들에게 지역 정보를 담은 읽을 거리를 일일이 나눠 준다. 지역 문화를 공유하게 하는 매개로서 동네책방의 존재감을 부각시킨다. 책방의 이런 기능을 발 빠른 지자체들은 정책에 십분 활용한다. 다양한 문화행사들에 동네책방을 참여시키면 주민 관심도를 손쉽게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SNS를 타고… 문학책 읽기 붐 동네책방에서는 대형 서점에서 잘나가는 책을 웬만해선 취급하지 않는다. 베스트셀러를 피하는 것은 생존 제1원칙이다. 소설과 시가 어느 출판 공간에서보다 융숭하게 대접받는 이유다. 시나 소설만 파는 작은 책방들은 SNS를 거점으로 문학 수요층의 저변을 넓히고 있다. 서울 신촌역 맞은편에 있는 시 전문 책방 ‘위트 앤 시니컬’의 시집 읽기 모임은 언제나 성황이다. 페이스북에 시집 읽기 모임 공지를 띄우면 40장의 티켓이 금세 동난다.책방 주인이자 시인인 유희경씨는 “등단이 목표가 아니라 그냥 시가 궁금하고 시인을 만나고 싶어서 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말한다. 새 시집을 내고 지난달 31일 이곳을 찾은 김현 시인은 “동네책방 모임에 오면 시를 공부하려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는 사실을 피부로 느낀다”고 했다. 그러니 동네책방은 작가들 사이에서 요즘 핫이슈다. 독자층을 확장하는 유의미한 창구라는 기대감에 책방 이벤트를 자청하는 작가들이 많다. 책방 이듬에서는 최근에만도 황인숙·이문숙 시인, 은희경·손홍규·김숨·조해진 소설가가 교통비만 받겠다며 줄을 섰다. 일산에 사는 황석영 작가는 “절대 망하지 말라”며 오며 가며 들러 작정하고 팬 서비스를 해 준다. 동네책방을 거점으로 힘이 세지는 ‘문학 점조직’은 출판 기획자들을 긴장시킨다. 지난해 민음사는 동네책방에서만 팔 수 있는 문학책(쏜살문고)을 맞춤 기획했다. 메이저 출판사가 대형서점이나 알라딘, 예스24 같은 인터넷 서점에서 살 수 없는 책을 따로 만든 것 자체가 주목할 ‘출판 사건’이다. 문학 전문 출판사 봄날의책 박지홍 대표는 “시중의 베스트셀러에 매달리지 않는 동네책방은 기획 마케팅이 힘든 중소 출판사들에는 새로운 활로일 수 있다”고 전망한다. sjh@seoul.co.kr
  • [생각나눔] “포화 대비한 납골당 시급” “묘역 흠집 관통도로 안돼”

    [생각나눔] “포화 대비한 납골당 시급” “묘역 흠집 관통도로 안돼”

    “국립묘지에 납골당을 만들려면 교통 체증을 해소하기 위한 길을 하나 더 뚫어야 한다.”(대전시) “연간 현충일과 명절 때 두세 번 정도 발생하는 교통 체증 때문에 신성한 국가유공자 묘역에 흉하게 구멍을 뚫을 수는 없다.”(대전현충원)7일 대전현충원과 대전시 등에 따르면, 대전현충원이 매장 묘역의 포화상태에 대비해 납골당 건립을 추진하자 허가권을 가진 대전시가 교통난 해소 대책부터 세우라고 조건을 내걸어 갈등이 일고 있다. 서울현충원은 5만 4448기 매장으로 더이상 안장할 땅이 없어 오래전부터 납골당으로 대체해 이미 1만 4537기가 안치됐다. 서울현충원의 대체 국립묘지로 만들어진 대전현충원조차 서울과 같은 처지가 돼 납골당 건립이 추진되고 있으나 자치단체의 승인에 막힌 것이다. 대전현충원은 2021년까지 현충원 내 부지 1만 2000㎡에 총면적 9500㎡의 납골당(유해 5만기 수용 규모)을 건립할 계획이나 대전시가 이견을 보여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건립 예산 390억원은 관리기관인 국가보훈처가 이미 확보해 놨다. 1982년부터 안장을 시작한 대전현충원은 현재 12만여기로 3년 뒤 포화상태가 된다. 박현길 현충원 주무관은 “대전은 아직 매장 형식이라 서울보다 선호도가 높아서 매년 4500기가 들어온다”고 말했다. 군인, 공무원은 물론 세월호 순직교사와 같은 의사자들도 안장 대상이다. 현충원은 지난해 10월 납골당 건립 계획을 제출했으나 대전시 도시계획심의위원회는 ‘교통 대책이 없다’는 이유로 부결시켰다. 대전시는 극심한 교통 체증을 우려한다. 매년 현충일에 참배객 6만 1000여명이 몰려 현충원 앞 왕복 6차선 도로는 물론 호남고속도로 유성IC, 계룡산 쪽 길 등이 주차장을 방불케 한다는 것이다. 설·추석 명절에도 하루 1만여명이 찾아 체증이 심하다. 성현영 대전시 도로계획계장은 “지난해 현충일에 시 공무원 등 400여명이 동원돼 3㎞ 떨어진 월드컵경기장에서 현충원까지 셔틀버스 25대를 운행했고, 버스 임대료 등으로 하루 3100만원이 들었다”며 “그런데도 해마다 시민들의 교통 체증 불만이 폭발한다”고 했다. 이에 따라 시는 납골당을 지으려면 터널 건설 등을 통해 현충원 애국지사묘역에서 노은동으로 이어지는 왕복 4차선 도로를 신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길이 1.3㎞로 사업비는 300여억원이 들 것으로 예상되는데 국립인 현충원이 국비로 예산을 확보해 지으라는 것이다. 하지만 현충원 측은 대전시 입장대로 하려면 묘역을 가로질러 일부 이장해야 하고 묘역을 자꾸 흠집내는 것도 어렵다고 주장한다. 보훈처 관계자는 “현재 다른 현충원 건설계획이 없어 납골당을 짓지 못하면 국가유공자를 받을 수 없게 된다”고 했다. 대전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 [역사 속 행정] 조선의 재정개혁:균역

    [역사 속 행정] 조선의 재정개혁:균역

    대기근에 군비 늘어 재정 절벽 양역 없애고 재력 따라 세금 걷어 과세 형평뿐 아니라 신분도 재편 ‘군주 기반은 백성 ’ 民國 계기도17세기에 대기근으로 인구가 단기간에 줄었지만 불안정한 대외정세로 5군영이 차례로 창설돼 군비는 크게 늘었다. 양역(16~60세 양인이 지던 군역)은 이미 금납화돼 군비뿐 아니라 중앙재정에서도 막대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다. 짧은 기간 동안 군비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조정은 재정절벽을 우려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17세기 초반부터 전세(田稅)가 최저 세율로 내려갔고 18세기 초반 공납도 대동법으로 전환돼 세금이 경감됐다. 오직 양역만이 토지에 연동되지 않아 백성에게 큰 부담을 줬다. 더욱이 양반뿐 아니라 부유한 양민 중에도 양반을 사칭해 군역을 피하는 행태가 늘어나 양인만 국방 의무를 감당하기에는 무리가 컸다. 결국 숙종 후반부터 대동법을 확대 실시하면서 양역 가격을 매년 2필로 정하는 ‘1차 균역’이 이뤄졌다. 영조 때에는 유포론(游布論)과 호포론(戶布論), 구포론(口布論), 결포론(結布論) 등이 주로 논의됐다. 유포론은 세금을 내지 않는 양인 가정을 찾아내 세금 징수를 늘리자는 논의다. 유포론 논의가 커지자 호포론도 등장했다. 이것은 신분에 관계없이 집집마다 면포를 내게 하자는 주장이다. 이것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가 구포론이라는 급진론도 등장했다. 구포론은 신분에 관계없이 사람마다 면포를 내게 하는 방안이다. 결포론은 대동법처럼 토지 면적에 따라 세금을 부과하자는 것이다. 조야에서는 계속 소민에게만 과중한 부담을 지속시키면 나라 존망이 위태로워질 것이라는 위기의식이 커졌다. 자연스레 세금을 부담하는 대상에 양반도 포함시키자는 목소리가 커졌다. 국왕은 양역 자체를 폐지하고 이를 대체할 새로운 세제로 바꾸고 싶었다. 하지만 당시 양인은 부유한 백성과 궁핍한 소민으로 계층이 나뉘었으며 양반 또한 출세해 가문을 보존하고 경제력을 갖춘 계층과 몰락한 잔반(殘班)이 병존했다. 양인과 양반 모두 경제력에 따른 재분류를 하지 않는다면 국가에서 재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없었다. 결국 영조 26년(1750년) 5월 창경궁 홍화문에서 1차 순문을 열어 개혁방안의 찬반을 묻고 호포론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시뮬레이션 결과 호포를 부과하면 중앙재정은 적자 상태를 면치 못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결국 7월 홍화문에서 2차 순문을 열었다. 여기서는 사족이 반대의사를 밝혔다. 결국 국왕은 “백성과 약속한 사안”이라며 몇 가지 대안을 제시했다. 첫째는 어염선세(魚鹽船稅)다. 소금을 중심으로 바다에서 나는 모든 이익을 중앙재정에 귀속시켰다. 둘째, 선무군관포(選武軍官布)다. 부유한 양인 중 양반을 모칭해 피역하던 이들을 찾아내 수세 대상에 편입시켰다. 결국 영조 27년(1751년)에 이런 것들을 반영한 3차 순문을 진행했다. 이를 통해 토지를 소유한 양반이나 부유한 양인, 지방아문까지 수세 대상에 편입시켰다. 이렇듯 대동과 균역은 세금 부담의 형평성만 높인 것이 아니었다. 우선 사회 신분 범주가 재편됐다. 서얼과 선무군관, 공시인에 이어 공노비까지 신분이 변했다. 세제개혁은 정치사상 변화까지 이끌어냈다. 대동법의 효용은 “백성을 편하게 하고 나라를 넉넉하게 한다”고 평가됐다. 균역이 타결되자 영조는 한걸음 더 나아가 “백성을 위해 군주가 있는 것이지 군주를 위해 백성이 있는 것이 아니다”, “백성을 구제하지 못한다면 임금의 자리에 있어도 독부(獨夫·혁명의 대상)에 지나지 않는다” 등 과격한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이른바 18세기의 ‘민국’(民國) 개념은 이런 배경에서 탄생했다.■한국행정연구원 ‘역사 속 행정이야기’ 요약 김백철 교수 (계명대 사학과)
  • “표현의 자유는 좋으나 언론매체 존중은 어떻게?”

    “표현의 자유는 좋으나 언론매체 존중은 어떻게?”

    2일 오후 2시 30분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언론 표현의 자유와 개헌’ 세미나가 한국언론진흥재단(이사장 민병욱) 주최로 열렸다. 이달 초 국회 개헌특별위원회 자문위원회 보고서가 나온 이후 정치권을 중심으로 권력구조 개편 방향 등과 6월 개헌 필요성을 두고 공방이 한창인 가운데 자문위에서 마련한 새 헌법 조문시안 중 언론분야에 대한 논의라 주목됐다. 세미나는 이홍훈 전 대법관의 기조연설에 이어 언론법학회장인 이재진 한양대 교수의 사회로 국회 개헌특위 자문위 참여위원과 언론법제분야 및 저널리즘 분야 학자 등 8명이 토론하는 순서로 2시간여동안 진행됐다. 사법발전위원회 위원장으로 내정된 이 전 대법관은 함보현 변호사가 대독한 기조연설을 통해 “자유권을 확대한다는 큰 전제 아래 정보기본권에 대한 상세 조문을 신설하고 표현의 자유와 집회 결사의 자유를 별도의 조항으로 규정하는 방안 등 많은 논의가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 전 대법관은 특히 “알권리로 대표되는 정보기본권의 경우, 지금까지 헌법 21조의 표현의 자유 규정에서 그 헌법적 근거를 찾와 왔는데 이번 조문 시안에서는 이를 알권리, 정보접근권, 자기정보 결정권, 정보문화향유권 등으로 세분화하여 신설했다”면서 “이는 고도의 정보화시대, 4차 산업혁명의 흐름 속에서 정보의 가치가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는 현실적인 필요와 함께 자유로운 의사의 형성은 정보에의 접근이 충분히 보장됨으로써 비로소 가능한 것이라는 대의에 보다 충실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고 평가했다. 토론자들이 이날 집중 거론한 조항은 새 헌법 조문시안 29조의 ‘모든 사람은 자유롭게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권리를 가지며,이에 대한 허가나 검열은 금지된다’(1항)와 ‘언론매체의 자유와 다원성, 다양성은 존중된다’(2항)였다. 1항은 현행 헌법 21조 ‘언론 출판의 자유를 ’표현의 자유‘로 바꾼 것이며, 2항은 신설된 조항이다. ’언론 출판의 자유‘를 ’표현의 자유‘로 수정한 것에 대해서는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가 많았다. 이 전 대법관은 “표현의 자유라는 기본권이 중시되고 있고, 그 내용이 폭넓기때문에 언론 출판에 비해 다양한 개념을 포괄할 수 있는 용어로 바꾼 것으로 풀이된다”고 지적했다. 토론자인 김민정 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도 같은 입장이었다. 다른 토론자인 이승선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1항의 경우, ’허가나 검열‘ 대신 ’검열 금지‘로 단순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현행 헌법 21조가 금지하고 있는 허가나 검열은 실질적으로 검열 금지로 해석돼 왔다는 이유에서였다. 언론매체의 자유와 다원성, 다양성 존중을 골자로 한 2항에 대해서는 다양한 견해가 나왔다. 이 전 대법관은 이와관련 ’가급적 불필요한 규제의 여지를 최소화함으로써 언론매체의 활동을 보장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고 평가했다. 이 교수는 1988년 헌법재판소 개소 이래 언론의 자유는 언론매체의 자유, 언론사의 자유,언론인들의 자유를 의미해 왔다는 점에서 언론매체라는 용어를 굳이 사용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또 ‘언론의 자유를 보장한다’거나 ‘언론의 자유를 가진다’라고 규정하지 않고 ‘존중한다’라고 규정한 이유를 납득하기 어렵다면서 언론의 자유는 자유민주주의 헌법 국가가 생존하는 데 필수적이라는 점에서 ‘존중한다’는 규정은 더 명확하고 적절하게 수정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언론매체의 자유’라는 신설조항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하면서도 기본권 향유의 주체로서 언론매체를 어떻게 정의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언론매체의 자유를 개별적으로 언급한 것은 통상적인 표현의 자유만으로는 보장되지 않는 추가적 권리를 언론매체가 향유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라면서 ”그러나 언론매체를 어떻게 정의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나아가 언론매체의 다원성과 다양성은 존중된다는 표현에 대해서도 인권존중, 생명존중 처럼 우리 사회가 추구해야 할 중요한 기본가치임을 강조하는 추상적이고 서술적 서술이 아니라 국가가 언론매체의 다원성과 다양성 확보를 위해 적극적 역할을 수행할 것을 요구하는 의미라면 언론매체를 정의해야 할 입법상의 난제에 봉착할 뿐만 아니라 다원성과 다양성 확보라는 미명아래 언론생태계에 불필요한 국가의 개입이 생겨날 위험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충남대 이 교수는 3항(언론 출판이 타인의 명예나 권리를 침해한 때에는 피해자는 이에 대한 배상 또는 정정 등을 청구할 수 있다)에 대해 불필요한 조항이라는 견해를 피력했다. 현행 헌법 21조 4항이나 이 3항이 권위주의 시대의 산물로 기본권 조정의 법리에 의해 충분히 해소될 수있는 사안으로 언론과 개인 표현 언론출판 개념의 모호성 등의 위험을 내포하면서까지 조문에 담을 이유는 없다는 뜻이었다. 이와관련, 국회 개헌특위 자문위 참여위원으로 일한 조소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3항은 논의하는 과정에서 논란이 있었던 대목이라면서 다수의견으로 서술됐다고 설명했다. 조 교수는 ”표현의 자유의 책임이라는 점에서 타인의 명예나 권리를 침해한 경우 피해배상 청구권과 함께 정정보도 청구권 등을 명시한 것과 관련하여 손해배상과 정정보도 청구 등의 주체를 피해자에 한정할 것인지 여부에 대한 논의가 있었지만, 타인의 배상청구까지 인정하게 되면 범위가 과도하게 넓어질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조문안과 같이 규정하기로 합의하였다“고 설명했다. 박현갑 기자 eagleduo@seoul.co.kr
  • “서지현 검사가 스스로 덮은 것”…최교일 한국당 의원 반박

    “서지현 검사가 스스로 덮은 것”…최교일 한국당 의원 반박

    명예훼손은 “생각중” .. 진상조사단 소환은 “생각해 봐야” 법무부 검찰국장 재직시절 여검사 성추행 사건을 덮었다는 의혹을 받는 자유한국당 최교일 의원이 ‘은폐 의혹’을 재차 부인하는 한편, 오히려 피해 여검사가 성추행 사실을 스스로 덮은 것이라는 취지의 주장을 펴 논란이 예상된다.최 의원은 1일 새벽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jtbc 뉴스에 의하면 서지현 검사 본인이 성추행 사실을 당시 북부지검에서 모시고 있던 간부들과 의논했다고 한다. 당시 김모 부장검사에게 한 시간 넘게 울면서 이야기를 했고 차장검사와 검사장에게도 보고되었다고 한다”고 전했다. 이어 “김모 부장검사는 서 검사에게 문제제기를 할지 의사를 물었으나 서 검사는 고심 끝에 문제제기를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한다”면서 “임은정 검사가 법무부 감찰에 계속 문제를 제기했고, 법무부에서 서 검사에게 성추행 피해 여부를 물었으나 서 검사는 그런 사실이 없다고 했다. 그리고 감찰이 중단됐다”고 말했다. 최 의원은 그러면서 “도대체 누가 성추행 사실을 은폐하였나요?”라고 반문했다.그는 “8년이 지난 후 두 여검사가 이런 사실조차 알지 못한 저를 지목해 성추행 사실을 은폐했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라며 “이런 사실을 알면서 제가 성추행 사실을 은폐했다고 하는 것은 명백히 명예훼손죄에 해당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성추행 피해를 당한 서 검사가 스스로 성추행 피해를 덮은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최 의원은 성추행 은폐 논란이 처음 불거진 당시 언론에 성추행 사건 자체를 알지 못한다고 해명했지만, 이후 임 검사에게 ‘피해자가 가만히 있는데 왜 들쑤시느냐’고 호통쳤다는 임 검사의 추가 폭로 내용이 알려지면서 논란을 키운 바 있다. 최 의원은 이후 임 검사를 불러 질책한 사실이 없고, 성추행 자체도 알지 못했다며 거듭 관련 사실을 부인한 바 있다. 최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서 검사에게 은폐 의혹을 넘기는 것이냐는 질문에 “페이스북에 팩트를 그대로 썼으니 그대로 이해해주면 된다”며 구체적인 답변을 삼갔다. 그는 “저도 뉴스를 보고 (당시 상황을) 알았다. 그런데 사실을 은폐했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것”이라며 “하나하나 다 논란을 벌일 내용은 아닌 것 같고 진상 조사 결과를 보자”고 말했다. 그는 명예훼손 혐의로 법적 대응을 할 것이냐는 질문에 “후배 검사들이니 생각해보겠다”고만 언급했고, 또 진상조사단에서 소환할 경우 응할 생각이냐는 질문에는 “그 부분은 아직 말할 단계는 아닌 것 같고 진행 상황을 봐야 할 것 같다”고 답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이슈 제기” “갈등 생산”… 뜨거운 국민청원

    “정부·국민 소통 한 차원 높여… 대의제 대체·국민 관심사 표출” “‘20만 추천’ 靑 답변기준 불명확… 가치관 기준 편가르기” 우려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글이 26일 ‘10만건’을 돌파했다. 게시판이 개설된 지 5개월여 만이다. 하루 평균 617건의 청원이 쇄도했다. 청와대는 지난해 8월 17일 ‘국민이 물으면 정부가 답한다’는 철학에 따라 국민과 직접 소통한다는 차원에서 홈페이지에 ‘국민청원 및 제안’ 게시판을 신설했다. 포털사이트 다음의 ‘아고라’가 공적 영역으로 옮겨 온 셈이다. 청와대는 30일 동안 20만명 이상의 추천을 받은 청원에 대해 정부 또는 청와대 관계자가 답변을 하도록 해 청원이 의견 제시로만 끝나지 않도록 했다. 청와대가 직접 응답한 청원 글도 하나둘씩 쌓여 가고 있다. 현재까지 청원 6건에 대한 답변이 이뤄졌다. ‘청소년 보호법 폐지’, ‘낙태죄 폐지’, ‘주취자 감형 폐지’, ‘조두순 출소 반대’ 등이다. ‘가상화폐 규제 반대’, ‘미성년자 성폭행 형량 상향 조정’ 등 3건은 답변 대기 중인 상태다. 현재로선 긍정적인 평가가 우세하다. ‘21세기형 신문고’로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박명호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당이나 국회 등 대의 민주주의 제도가 국민의 의견을 잘 반영하지 못하자 국민청원이 이를 대체한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향수 건국대 행정학과 교수도 “국민이 공공 정책에 대해 보다 편하고 자유롭게 의사를 표현할 수 있게 된 것은 굉장히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일각에서는 박근혜 정부가 대국민 ‘소통 부족’ 문제로 많은 지적을 받았던 데 대한 일종의 반사효과라는 시선도 있다. 반면 국민청원 게시판이 ‘사회 갈등의 복마전’이라는 비판도 적지 않다. 국민 청원이 국민 전체의 여론으로 오도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상대적으로 인터넷 접속에 익숙한 젊은층의 청원이 주를 이루고 있기 때문에 게시판이 세대 갈등만 양산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 교수는 “국민청원에 국민의 관심사가 반영된 것은 맞지만 청와대 답변 기준이 왜 20만건인지는 명확하지 않고, 20만건이 넘는다고 해서 그것이 사회적 중론이라고 보긴 어렵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각자 정치 논리에 따라 움직이는 공간이라는 분석도 있다. 사회적 약자들의 절실한 청원이 대거 묻히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향수 건국대 교수는 “사회가 해결해야 할 문제에 적극 활용되는 것은 좋지만 정치적 이념이나 가치관에 따라 ‘마녀사냥’으로 활용되는 것은 심각한 부작용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의원을 평창동계올림픽 위원직에서 파면시켜 달라는 청원은 단 3일 만에 청와대의 응답 요건인 20만건을 돌파했다. 이런 점에서 청와대가 청원에 대한 토론이나 숙의 과정을 도입해야 한다는 보완책이 거론된다.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행정부로 곧바로 향하는 청원에는 여러 가지 입장을 조정하는 토론 과정이 생략돼 있어 의견을 완충할 장치가 필요하다”면서 “청원에 청와대가 먼저 반응하기보다 국회나 정당과 함께 논의하는 절차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 북한 현송월 방남 중지 해프닝 왜…‘김정은 옛애인’ 보도 탓?

    북한 현송월 방남 중지 해프닝 왜…‘김정은 옛애인’ 보도 탓?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이 이끄는 7명의 예술단 사전점검단의 방남이 파견 의사를 밝힌 지 12시간 만에 갑자기 취소됐다. 정부는 설명도 없는 갑작스러운 방남 취소에 판문점 연락 채널을 통해 이유를 확인했고 북한은 방남 중지 20시간 만인 20일 오후 6시 40분 다시 “21일 방남하겠다”고 통보해왔다. 북한이 왜 방남을 하겠다고 했다가 취소하고 다시 방남을 결정했는지 명확한 이유는 밝히지 않아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북한은 전날인 19일 오전 10시쯤 판문점 연락채널을 통해 현 단장을 비롯한 7명의 사전점검단을 다음날인 20일 1박 2일 일정으로 보내겠다며 경의선 육로를 이용하겠다고 통지했었다. 그러던 북한이 통보 12시간 만인 그날 오후 10시쯤 방남 파견을 중지하겠다고 우리 측에 통보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측이 어제 예술단 사전점검단 파견 중단을 통지하면서 그 이유를 밝히지 않았다”면서 “주말에도 판문점 연락관이 정상근무를 하기로 했으니 관련 사항을 확인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통일부 측은 “북측이 방남을 취소할 조짐은 전혀 없었다”고 전했다. 통일부는 평창 동계올림픽이 불과 20일 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북한의 첫 남측 방문이 직전에 취소되자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북한은 왜 방남 결정을 반나절 만에 뒤집었을까. 남북간의 협상 과정에서 마찰이나 북한 측이 준비 미흡은 그간 서로간 무리 없이 무난하게 진행을 해온 터라 북측의 중지 설명이 있었거나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분석이 높다.일각에서는 언론의 큰 관심이 북측에 부담으로 작용한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북측은 동선이 언론에 노출되는 것을 원치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현송월을 놓고 ‘김정은의 옛 애인’ 등 확인되는 않은 설이 남측 일각에서 제기되면서 북한의 심경에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다. 북한의 거듭된 핵·미사일 도발로 대북 여론이 악화하면서 현송월 일행의 안전보장 문제를 북측이 우려했을 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19일 진행된 외교안보부처의 신년 업무보고 내용이 북측을 자극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한반도에 평화를 구축하기 위한 방안 위주로 논의돼 특별히 북한이 불만을 느낄 대목은 없었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북측의 이유 없는 ‘남측 길들이기’라는 시선도 있다. 박지원 국민의당 의원은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현송월 단장을 비롯한 북한 예술단 사전점검단의 방남이 돌연 취소와 관련해 “제 경험으로 볼 때 북한에서 우리 언론보도에 대해서 자신들의 방식으로 불만을 표시한 것으로 여겨진다”며 “김정일, 김정은 소위 북의 최고 존엄에 대한 현 단장과의 관계 보도가 불편했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지적했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평창 분위기 탄 남북… 군사회담·이산상봉 연쇄 테이블 기대감

    정부 “평창 우선 집중 뒤 계속 논의” 北대표단 이동 다룰 군사회담 필수‘종업원 송환’ 내건 이산상봉 난항 속 교류 활성화 차원서 대화 이어갈 듯 남북이 17일 차관급 실무회담에서 북측의 평창동계올림픽·패럴림픽 참가와 관련한 세부 내용 등에 대체로 합의함에 따라 남북관계 개선 등을 위한 후속 대화에 관심이 모아진다. 남북은 이날 평창 관련 논의에 집중했다. 지난 9일 우리측 조명균 통일부 장관과 북측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이 참여한 고위급회담 3개항 합의사항 중 첫 번째 합의 내용을 실무적으로 협의한 것이다. 향후 양측은 두 번째, 세 번째 합의사항 이행을 위한 각종 대화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통일부 당국자도 이날 브리핑에서 “평창올림픽 참가 문제에 대해서 우선 집중을 하고, 그다음에 나머지 2, 3항은 앞으로도 남북 간에 계속 회의가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우선적으로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대화는 군사당국회담이다. 군사당국회담은 남북 양측이 지난 9일 두 번째 합의사항으로 발표한 내용이기도 하다. 이날 북측은 선수단, 응원단, 대표단의 방남 노선으로 ‘경의선’ 육로를 제시했다. 예술단은 판문점 육로, 나머지는 경의선 육로를 이용하겠다는 것으로 확정되면 2016년 2월 개성공단 폐쇄 이후 단절된 경의선 육로가 다시 열리는 셈이다. 이달 초 복원된 서해지구 군 통신선은 의사소통에는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회담 개최와 관련된 논의도 이 통신선을 이용할 것으로 보인다. 북측 인사들의 원활한 방남을 위해서는 남북 군사당국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군 관계자는 “이번 (군사당국)회담의 모든 초점은 평창올림픽의 평화적·성공적 개최에 맞춰져 있다”면서 “육로이동 등을 위한 남북 간 상호협조 방안 등이 가장 먼저 논의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적십자회담은 북측이 전제조건으로 여종업원 송환을 고집하고 있어 현재로서는 난항이 예상되지만 양측이 다양한 분야의 접촉과 왕래, 교류·협력 활성화 및 고위급회담을 비롯한 각 분야 회담 개최에 합의했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든 후속 논의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우리 측은 이번 평창 안건을 성공적으로 처리한 뒤 이를 남북관계 개선의 돌파구로 삼아 비핵화 논의까지 이어 간다는 복안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홍환 선임기자 stinger@seoul.co.kr
  • [자치단체장 25시] ‘시민 삶의 질 향상ㆍ도시 성장 ’ 온 힘… 예산 1조시대 연 광양

    [자치단체장 25시] ‘시민 삶의 질 향상ㆍ도시 성장 ’ 온 힘… 예산 1조시대 연 광양

    전남 광양시가 예산 1조원 시대를 열었다. 인구 15만명의 중소도시에서 유일무이한 사례다. 전국 최초로 ‘어린이 보육재단’도 출범했다. 부모가 걱정 없이 아이를 낳아 키우고, 아이들은 잘 갖춰진 환경에서 행복하게 자라 아이 양육하기 좋은 도시를 만들기 위해서다. 호남권에서 처음으로 소형, 대형, 트레일러, 레커 등 모든 차량의 기능시험이 가능한 ‘광양 운전 면허시험장’도 유치했다. 지난해 문을 연 LF스퀘어 테라스몰 광양점은 방문객 600만명을 돌파하면서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LF스퀘어는 지난해 광양시 10대 뉴스 중 1위에 선정될 정도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모두 정현복(68) 광양시장이 2014년 취임 후 뚝심 있게 추진한 성과다. 광양제철소로만 알려진 광양은 전남 유일의 도립미술관이 들어서는 등 도심 곳곳에서 진행되는 개발 열기로 활기가 넘쳐나고 있다.●중소도시 유일무이 1조 예산 ‘대박 ’ 2014년도 광양시 예산은 6000억원대였으나 올해는 4000억원 넘게 증가한 1조원이 편성됐다. 정 시장을 비롯한 모든 공직자가 국회와 중앙부처 등을 밤낮없이 뛰어다닌 결과다. 도시 규모에 걸맞은 외형적인 성장과 도시경쟁력 강화, 정주여건 개선 및 시민들의 삶의 질 향상 등에 중점을 두고 있다. 시민들의 불편사항 해소를 위해 건의사항 115건 687억원이 예산에 반영되기도 했다. 인구 29여만명인 인근 여수시와 순천시 예산이 1조원이 조금 넘는 규모인 점을 감안하면 대단한 성과다. 올해 시 부채도 제로가 됐다. 부채 256억원 전액을 10년 앞당겨 상환했다. 이자만 해도 16억원을 절감했다. 시 건전 재정 운용에 청신호를 켜는 큰 성과물이다. 도시 인프라 구축을 위한 기업형 산업단지 조성과 경쟁력 있는 성장 거점 구축을 위한 택지개발, 정부정책 방향에 맞는 사업발굴로 국고 확보에 정성을 다한 결과다. 정 시장은 “서민생활 안정과 정주여건 개선 등을 통해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고 일자리 창출에 주력하겠다”며 “시민들 의견을 적극 반영해 지역발전을 위한 신성장 동력산업 육성 등에 역점을 두겠다”고 말했다.● ‘임신~교육 ’ 생애주기별 서비스 정 시장의 공약사항인 ‘아이 양육하기 좋은 도시’는 부모가 아무 걱정 없이 아이를 낳아 키울 수 있고, 아이들은 잘 갖춰진 환경에서 행복하게 자랄 수 있는 도시를 말한다. 시골 촌 출신인 정 시장은 초등학교 졸업 후 형이 있는 광주에서 중·고등학교를 나왔다. 인근 지역도 아닌 먼 대도시에서 겪은 외로움을 누구보다 잘 안다. 이 정책은 지역의 아이들이 어려움 없이 즐겁게 자라길 바라는 마음으로 시작한 동기이기도 하다.정 시장은 “2014년 광양시 평균 연령은 37.3세로 전남에서 가장 젊은 도시고, 합계출산율도 1.8명으로 전국 대비 평균을 훨씬 웃돌았다”며 “그만큼 젊은 부부와 아이들이 많은 도시 특성을 최대한 살려 나가기 위해 추진했다”고 밝혔다. 임신에서 출산, 보육, 교육에 이르기까지 체계적인 생애주기별 서비스를 정착하기 위해 124개 사업을 추진 중이다. 신생아 양육비도 전국 최고 수준으로 올렸다. 첫째와 둘째는 500만원, 셋째는 1000만원, 넷째부터는 2000만원을 지원하고 있다.지난 7월 ‘어린이 보육재단’이 출범한 후 6개월 동안 각계각층에서 참여와 성원이 줄을 잇고 있다. 짧은 기간에도 후원금 7억 2000만원이 모아졌다. ‘어린이집 대체보육교사 지원’이나 ‘방과 후 돌봄 어린이집 운영’, ‘발달장애 아동 조기 지원’ 등으로 쓰여지고 있다. 올해 ‘다 함께 돌봄센터 설치·운영’, ‘부모 및 보육 교사를 위한 맞춤형 교육’, ‘영유아의 전인적 성장발달 지원’ 등 12개 사업을 추진한다. 전남도에서는 처음으로 지난 12일 유니세프 한국위원회로부터 아동친화도시 인증을 받았다. 시의 교육 경쟁력도 높은 수준이다. 2002년부터 매년 100억원 이상 교육 분야에 지원하고 있다. 2017학년도 대학입시에서 의대와 치대, 서울대 등 주요 대학에 졸업생의 15.5%인 258명이 합격하는 성과를 거뒀다. 연도별 주요 대학 합격은 2014년 204명, 2015년 249명, 2016년 234명, 지난해 258명으로 매년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청년희망 행복광양’ 비전 선포 지난해 청년들의 목소리와 삶이 반영된 ‘청년희망 행복광양’ 비전을 선포했다. 청년 희망 일자리 지원, 정주여건 개선, 청년문화 생태계 조성, 청년 참여 확대 등 4대 분야 43개 세부사업이다. 주민 의견 수렴과 실사구시를 강조하는 정 시장은 현장에 답이 있다는 현장행정을 실천하고 있다. 시 여건을 반영한 청년정책 공표를 위해 지난 4월부터 3개월 동안 청년들의 실태 파악을 직접 점검하기도 했다. 청년정책 기본구상을 토대로 ‘청년주도+행정지원+시민공감’의 청년정책을 수립했다. 청년 300여명 인터뷰와 청년정책 아이디어 공모·간담회, 청년 실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젊은이들 목소리를 최대한 반영했다. 청년 일자리, 주거·결혼 문제 해결과 청년활동 강화를 핵심으로 4대 분야 43개 사업이 담긴 ‘청년희망 행복광양’ 기본계획도 확정했다. 올해부터 주택을 구입하거나 전세대출을 받을 경우 대출이자를 지원해 주는 ‘주택자금 대출이자 지원사업’을 시행한다. 지난해 11월 신한은행·한국주택금융공사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결과다. 취업준비생, 사회초년생, 독신근로자는 연 3% 범위 내에서 주택구입 자금 연 300만원, 전세자금은 연 150만원까지 지원한다. 주택자금대출 이차보전사업으로 지원하는 금액으로는 전국 최대 규모다. 정 시장은 “사업이 성공적으로 추진되면 내 집 마련이 어려운 청년들만 아닌 회사들의 주택분양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여성친화 ’ 16개 정책 추진 시는 지난달 여성가족부에서 지정하는 ‘여성친화도시’로 지정되는 성과를 거뒀다. 앞으로 5년간 ‘성 평등으로 만드는 미래 성장도시 광양’을 비전으로 정하고, 712억원을 투자한다. 5대 목표와 16개 정책, 60개 세부과제와 3가지 지역특화사업을 중점적으로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도시재생사업과 연계한 여성 S.A.F.E Zone 조성 프로젝트(Safe·안전, Art·예술, Found·창업, Emotion·감수성)를 시행한다. 또 고용복지+센터에 여성새로일하기센터를 비롯한 7개 기관을 한 건물에 입주시켜 일과 가정 양립 맞춤형 일자리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한다. 양성평등 교육 확대 등 성평등 분야를 비롯해 여성창업방 운영, 공중화장실 안심 비상벨 설치, 안심귀가의 집, 맘이 편한 센터 운영 등 다양한 사업을 추진한다. 여성이 지역사회의 주체로서 활동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한다는 방침이다. 시 관계자는 “여성의 일자리, 돌봄, 사회참여 확대를 통한 아름다운 동행을 민·관이 협력해 여성이 안전하고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들어 나갈 계획이다”고 말했다. 광양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 정현복 시장은 누구 9급부터 시작한 40년 공직… 중앙서도 인정하는 ‘예산통 ’ 전남 광양 골약동 출신이다. 1969년 광양군청에서 공직 생활을 시작했다. 전남도청 공보관과 신안군수 권한대행, 광양시 부시장 등을 거치는 등 만 40년 동안 다양한 공직 경험을 쌓았다. 도청 예산담당 시절, 전남도지사는 몰라도 ‘머리 벗겨진 정현복’은 중앙부처에서도 알 정도로 대표적인 예산통이었다. 9급에서 시작해 시장에까지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다. 더불어민주당 텃밭에서 무소속으로 당선됐다. 서울 석세스 어워드 정치부문 기초자치단체장 대상과 2017 한국의 영향력 있는 최고경영자(CEO) 녹색경영부문상을 받았다.
  • [세종로의 아침] ‘로사리오는 죽었다’/임병선 체육부 선임기자

    [세종로의 아침] ‘로사리오는 죽었다’/임병선 체육부 선임기자

    체육기자가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이 코앞인데 뜬금없이 책 얘기냐고 지청구할지 모른다. 그럴 줄 뻔히 알면서도, 지난 며칠 곰곰이 평창을 주제로 떠올려 보다가 결국 이 책을 화두로 잡은 것은 그만큼 이 책이 던진 강렬한 느낌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이다.지난 연말 대학 후배인 출판사 사장이 조심스럽게 이 책을 건넸다. “필리핀에서 삶의 방향을 고민하던 20년 전 우연히 서점에서 접한 책인데 누군가 옮기겠지 싶어 미뤄 뒀다. 그런데 누구도 한글로 옮기지 않더라. 해서 앞부분을 거칠게 번역해 놓은 원고를 출판사 몇 군데에 보냈는데 아니나 다를까 퇴짜 맞았다. 그래서 부끄럽지만 내가 옮겼다.” 척박한 출판시장 풍토에도 꿋꿋이 한 길을 걸어온 후배가 손수 번역해 자기 출판사 이름으로 책을 냈다. 다른 출판사들이 간행을 거절한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느냐고 떠봤더니 “다른 이에게 권하고 싶은 마음이 안 들어서일 겁니다”라고 했다. 보통 신간을 내면 “잘 좀 홍보해 주세요”라고 말하는 게 상례인데 그런 얘기도 없었다. 불편해서다. 정말 이렇듯 읽는 이를 불편하게 만드는 책이 또 있었던가 싶다. 필리핀 수비크만 미군기지 근처 올롱가포 거리에서 살아가던 로사리오 발루요트가 1987년 5월 20일 죽음을 맞은 얘기를 담았다. 비루한 거리를 떠돌다 오스트리아 의사에게 차마 글로 옮기기 어려운 비극을 당하기까지 11년 5개월의 짧은 삶이 담겨 있다. 스웨덴의 탐사 저널리스트 마이굴 악셀손이 로사리오가 세상을 뜬 지 2년 뒤 스웨덴어로 먼저 냈다가 7년 뒤 자신의 손으로 직접 영어판을 냈다. 약자와 공동체의 시선으로 사회를 깊숙이 들여다보는 책들을 써 온 악셀손은 고발문학과 기록문학의 범주를 뛰어넘는 경지를 보여 준다. 문체도 영롱하고 내러티브도 훌륭하다. 특히 필리핀을 찾았을 때 악셀손이 직접 취재하고 확인한 내용과 스웨덴에 돌아와 현지 시민단체 관계자와의 전화 통화를 통해 세부 취재한 내용이 정말 매끄럽게 연결돼 있다. 한글로 옮긴 이는 “필리핀을 체험하지 못한 이들은 책을 올바르게 옮길 수 없다”고 말했던 터였다. 기자는 지난해 마지막 토요일에 손에 잡자마자 두려움에 사로잡힌 채로 다음 쪽을 넘겨 5시간 만에 읽어 냈다. 그 뒤 어두운 밤거리를 거닐 때면 또 다른 로사리오를 만날지 모른다는 공포를 이겨 내야 했다. 그리고 내내 책의 결론이자 저자가 던진 궁극적인 질문인 ‘제게 일어난 일이 되풀이되는 세상이라면, 삶이란 대체 무엇인가요?’를 묻고 또 묻는 스스로를 발견하곤 했다. 다시 번역자에게 묻는다. 왜 그렇게 20년 동안 이 책의 화인(火印)으로부터 멀어지지 못했느냐고? 그는 옮긴이의 말을 통해 ‘이 책은 지난날의 낙인처럼 내 곁에 남아 있다. 필리핀에 대한 묘한 부채감을 느끼며 살아왔다. 그 빚의 많은 부분을 해소한 느낌’이라고 적었다. 젊은 날 필리핀과 베트남, 또는 동남아시아 국가의 어느 음습한 골목에서 말도 안 통하는 현지 여성과 술잔을 부딪친 기억이 있는 한국 남정네라면 비슷한 죄책감을 강요받아야 마땅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bsnim@seoul.co.kr
  • [사설] 북핵 논의 못했지만 화해 물꼬 튼 남북 회담

    남북이 어제 고위급 당국 회담을 열어 평창동계올림픽 북측 선수단 참가, 군사회담 개최, 다양한 분야의 교류와 협력 등 3개항의 공동보도문을 채택했다. 이로써 평창올림픽은 단순한 세계 스포츠 축제 차원을 넘어 지구촌의 평화를 기원하는 제전으로 발돋움하는 기반을 마련하게 됐다. 북핵 위기로 동북아의 긴장이 최고조에 이른 상황에서 꽃 피운 반전이라는 점에서 환영할 일이다. 25개월 만에 재개된 어제 남북 대화는 그러나 첫술로 배를 채울 수 없듯 기대와 우려가 함께한 자리로 평가된다. 무엇보다 북측이 평창올림픽에 대규모 방문단 파견 의사를 밝히며 적극적인 자세를 보인 점과 우리 측이 제안한 군사당국회담을 수용한 점이 주목된다. 북측은 어제 회담에서 선수단뿐 아니라 고위급 대표단과 응원단, 예술단, 참관단, 태권도 시범단, 기자단 등을 열거하며 우리 측에 수용 의사를 물었다. 예술단 파견 등은 과거에도 있었으나 이름조차 생소한 참관단까지 포함한 다방면의 대규모 파견단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특히 북한의 권력서열 2위로 평가되는 최룡해 노동당 부위원장을 북이 대표단 단장으로 내세운다면 이는 남북 대화의 새로운 변곡점이 될 수도 있다. 북이 평창올림픽을 최대한 자신들의 선전장으로 활용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남북 간 화해와 북핵 위기 해소를 위한 실질적 조치 없이 평창올림픽을 한낱 북의 선전장으로 전락시킬 수는 없다는 점에서 향후 정부의 각별한 대응이 요구된다. 북이 군사당국회담은 수용하면서도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적십자회담은 거부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 할 것이다. 우리 정부는 남북 간 우발적 무력 충돌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는 조치들을 논의한다는 방침이나, 북은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과 비무장지대 확성기 방송 중단을 요구하며 우리 측을 압박할 게 뻔하다. 한마디로 자신들에게 유리한 논의의 장만 취하고, 이산가족 상봉과 같은 껄끄러운 교류 협력은 마다하겠다는 심산을 내보인 것이다. 우리 수석대표인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기조발언을 통해 “조속한 시일 내에 한반도 비핵화 등 평화정착을 위한 제반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대화 재개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힌 데 대해 북측 수석대표인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이 강하게 반발했다. 결국 어제 채택한 공동보도문에 남북 간 현안을 우리 민족끼리 해결해 나간다는 합의만 담겼을 뿐 북핵의 ‘핵’자도 언급하지 못한 점은 회담의 향배를 우려하게 만드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당장의 화해 분위기 조성이 시급하다지만 북의 핵·미사일 개발에 대한 논의가 원천봉쇄되는 회담이라면 우리는 대체 무엇을 위해 대화를 하는 것인지 심각하게 묻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남북 간 화해협력의 대전제가 북의 핵 개발 중단에 있음을 일순간도 잊지 말아야 한다. 섣부른 주고받기로 대화의 목적을 잃어선 안 된다.
  • 자유한국당, 영화 ‘1987’에 “우리 것” 주장…“대통령이 왜 우느냐” 딴죽

    자유한국당, 영화 ‘1987’에 “우리 것” 주장…“대통령이 왜 우느냐” 딴죽

    1987년 6월 민주화운동의 도화선이 된 박종철·이한열의 죽음을 다룬 영화 ‘1987’을 놓고 자유한국당이 난데없는 ‘소유권 주장’에 나섰다.8일 대구에서 자유한국당 대구시당 신년인사회가 열린 자리에서 곽상도 의원(대구 중·남구)은 전날 문재인 대통령이 ‘1987’을 관람하고 눈물을 흘렸다는 언론 보도를 전하며 다음과 같은 주장을 폈다. “오늘 아침 신문을 보고 정말 절망했다. 어제 문재인 대통령이 박종철군 고문치사 사건을 다룬 영화 ‘1987’을 보고 울었다는 기사만 나온다. 그걸 누가 밝혔나? 우리 보수정권이 밝혔다. 대통령이 왜 우느냐.” 곽상도 의원이 말한 ‘우리 보수정권’은 어떤 정권일까.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이 박종철군 고문을 자행한 경찰관들의 이름을 폭로한 것이 1987년 5월 18일이다. 이 때는 아직 전두환 정권 시절이다. 박종철 사망 1주기 때에는 강민창 전 치안본부장이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황적준 박사에게 부검소견서를 변경하라는 외압을 가했다는 사실이 밝혀져 구속됐다. 이 때가 1988년 1월 4일이다. 박종철·이한열의 죽음이 들불이 되어 6월 항쟁으로 이어졌으나, 노태우 후보가 대선 승리를 가져가고 아직 정부가 들어서기 전이다. 곽상도 의원이 말한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의 진실을 밝혔다’는 보수정권은 대체 어느 정부일까.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종합적으로 조사해 국가에 사과를 권고했던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는 2005년 12월 출범해 2009년 7월 최종 보고서를 냈다. 노무현 정부 때다. 곽상도 의원이 말하는 ‘보수정권’이 노무현 정부인가. 최종 보고서가 이명박 정부 때 나왔으니 ‘우리 보수정권’이 밝혔다는 걸까.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의 진실을 밝혀낸 것은 양심에 따라 용기 있게 행동한 검사·기자·의사·교도관 그리고 민주화 세력이었다. 이를 덮으려던 것은 전두환 정권이었다.이날 자유한국당 원내대책회의에서도 문재인 정부가 영화 ‘1987’을 독점하려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어제 문재인 대통령이 영화 ‘1987’을 감상했다고 한다. 1987년은 건국과 산업화, 민주화로 이어지는 역사의 중요한 결절 지점이자 역사적 자산이다. 영화를 관람하면서 눈시울을 적시는 모습을 연출하며 이 영화가 자신들의 영화인 것처럼 포장해야되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또 “적폐청산이라는 미명 아래 절차적 민주주의를 위배하고 있는 문 대통령의 독단적 국정운영 방식이 과연 국민을 위하고 대한민국을 위한 길인지 되돌아봐야 할 영화”라고 평했다.이처럼 1987년의 ‘소유권’을 주장하고 나섰지만 자유한국당은 아직 영화 ‘1987’ 단체 관람을 하지 않았다. 앞서 정의당과 국민의당이 단체 관람을 했고, 더불어민주당은 9일 단체 관람에 나선다. 박종철이 숨진 뒤 1987년 2월 7일 전국에서 ‘고 박종철군 범국민추도회’가 열렸을 때 부산에서 연행된 사람은 181명이었다. 이 중에는 노무현·문재인 변호사가 포함돼 있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공무원 대나무숲] 공론화의 길

    신고리 5·6호기 공론화가 공직사회에 많은 여운을 남겼다. 여기저기서 골머리를 앓던 일을 공론화 방식으로 해결하겠다고 한다. 정부의 정책 패러다임에 변화의 바람이 이는 것은 긍정적이다. 시대 변화의 산물이기도 하다. 정부가 일방적으로 정책을 결정·발표·방어하는 방식은 이제 통하지 않는다. # 공직사회선 마지막 출구전략 그렇지만 공론화가 가야 할 길은 아직 멀다. 공직사회에서 공론화는 모든 수단을 시도한 후에 이도 저도 안 될 때 마지막 출구전략 정도로 활용된다. 외부 전문가에게 도움을 청하는 것은 스스로의 무능함을 인정하거나 책임을 전가하는 것으로 여기는 분위기다. 하지만 공론화 방식은 전략적 출구전략으로 ‘활용’할 수도 있겠지만 정책 추진 초기 단계에서 민주적인 의사 결정을 위해 적용할 때 효과도 있고 의미도 있다. 또 공직자가 문제 해결을 위해 외부 전문가에게 협조를 구하는 것은 무능하다거나 무책임해서가 아니다. 결정에 대한 최종 결정은 공직자의 몫이고 책임도 해당 공직자가 지게 된다. # 충분한 사회적 공감대 갖춰야 공직사회를 탓할 수만은 없다. 개인적인 노력을 제한하는 구조적인 요인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첫째, 공직사회가 추구할 가치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부족하다. 적법성은 공직자가 가장 우선하는 가치이다. 그런데 현대 행정에서는 적법성 못지않게 정당성의 가치 역시 강조되고 있다. 이 때문에 적법성과 정당성의 가치가 충돌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용산 화상경마장 이전 갈등이 한 예이다. 해결책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둘째, 공직자에 대한 평가나 감사제도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협력적 문제 해결 방식이나 갈등 관리 노력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그러한 노력이 정당하게 평가되는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한다. 셋째, 일부 학계에서는 공론화와 같은 협력적인 문제 해결 방식이 대의민주주의를 침해하고 기존 행정 절차를 혼란스럽게 한다고 지적한다. 협력적 문제 해결 방식은 대의민주주의나 기존 행정 절차를 대체하는 게 아니라 보완하는 것이라는 점에 대해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 # 약자 생각해야 진정한 협력 가능 열정적으로 업무에 임하는 공직자들을 만나기란 어렵지 않다. 그런데 열정만으로는 부족하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동정심을 함께 지니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야 국민 정서에 공감할 수 있고, 나아가 진정한 의미에서의 협력적인 문제 해결이 가능하다. ‘Go Slow, Go Faster’라는 말이 있다. 천천히 갈 때, 더 빨리 간다는 의미이다. 아무쪼록 신고리 5ㆍ6호기 공론화가 남긴 여운이 공직사회에 보다 깊이 스며들기를 기대해본다. 사회부처 어느 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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