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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애니멀S] 인간의 욕심이…킹 찰스 스파니엘 종 루이의 비극

    [애니멀S] 인간의 욕심이…킹 찰스 스파니엘 종 루이의 비극

    지난 1월 31일, 노르웨이 오슬로 지방법원에서 카발리에 킹 찰스 스패니얼 종 개의 번식이 위법이라는 판결이 났습니다. 수의사와 유전학자가 함께 한 법원 판례였으며, 이로서 유전적으로 발생하는 건강 문제는 외면한 채, 인간의 미적 기준만 극대화 시키는 단두종 순종 교배는 노르웨이에서 불법이 되었습니다. 얼마 전, 카라의 활동가들이 일패동 번식장에서 구조한 개 ‘루이’도 킹 찰스 스패니얼 종 개입니다. 루이는 구조 후 진료에서 고관절 이형성증 진단을 받았습니다. 뼈와 관련된 질환인 만큼 너무나 큰 고통이 동반되고 있으며, 수술 후에도 꾸준한 재활이 필요합니다.루이가 겪는 병은 인간의 인위적 교배로 인한 비극적인 유전병입니다. 그 개, 루이의 이야기 루이는 일패동 번식장 한 칸에 들어 있던 개입니다. 번식업자는 루이를 두고 어린 개이며 한 번도 임신·출산을 한 적 없다 말했습니다. 주변에 누군가 키우던 개인데 그냥 번식장에 갖다둔 것이고, 본인이 잘 아껴주며 보살폈다는 말을 덧붙였습니다.하지만 루이의 현실은 달랐습니다. 루이는 다섯 살 남짓한 암컷 개로, 출산이 꽤 많았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게다가 건강 상태도 좋지 않았습니다. 진드기와 피부염, 외이염이 있었습니다. 유전병인 심장 질환과 고관절 이형성증도 진단되었습니다. 루이가 지내던 번식장은 0.3평 남짓한 크기로, 바닥에는 대소변이 들러붙어 있었고 마땅한 장난감 하나 없었습니다. 빛도, 바람도 통하지 않아 계절의 변화를 가늠할 수도 없었습니다. 루이는 바깥세상과 단절된 채 마음껏 뛰어보지도 못한 채 새끼를 낳고 빼앗기는 삶을 살아야 했고, 그 결과 남겨진 건 아프고 병든 몸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유전병 있는 개들을 양산하는 품종견 번식장 원래의 킹 찰스 스패니얼 개는 덩치도 크고 주둥이가 나와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인간의 미적 기준에 맞추면서 몸집은 더 작게, 코는 더 납작하게 개량되어 왔습니다. 이후에 한 미국인이 옛날 명화 속의 모습을 보고 다시 한 번 개량을 해 이전의 모습을 부활시킨 모습이 현재의 카발리에 킹 찰스 스패니얼 종입니다. 킹 찰스 스패니얼은 이렇듯 사람의 취향과 욕심에 의해 오랜 시간 개량되어 온 품종입니다. ‘개량’이라고 한다면 나쁜 점을 보완해서 더 좋게 고친다는 것인데, 물건도 아닌 동물을 어떻게 고친다는 걸까요? 그건 끊임없는 교배를 의미합니다. 주둥이가 들어간 개와 또 주둥이가 들어간 개를 교배하고, 덩치가 작은 개와 또 덩치가 작은 개를 교배시키고…. 심지어 ‘더 예쁘고, 더 작은 개’를 만들기 위해서는 심지어 근친교배조차 굴하지 않았습니다. 개들은 그 결과 유전적으로 너무나 불리하고 약한 몸을 가지고 태어나게 됩니다. 번식장에서 구조된 루이가 고관절 이형성증을 가지고 있으니, 루이가 낳은 새끼들도 높은 확률로 고관절 이형성증을 앓을 것이라고 보면 됩니다. 비단 킹 찰스 스파니엘 종 개들만의 문제일까요. 개량된 품종견들, 특히 소형 견종인 말티즈, 치와와, 푸들 등에서는 관절과 관련된 유전병이 많이 발병됩니다. 아주 흔하게 볼 수 있는 것이 ‘슬개골 탈구’입니다.번식장에서는 슬개골 문제가 있는 모견-부견을 교배시키고, 또 슬개골 문제가 있는 새끼를 낳아 판매합니다. 인간은 욕심껏 이득을 취하고, 오로지 고통을 감내하는 것은 개의 몫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사실상 유전병이 있는 동물은 번식을 금지해야 합니다. 인간의 욕심을 위해 유전병이 예견된 품종견을 생산하는 것만큼 동물을 물건으로 보는 일도 없을 뿐더러, 우리 주변엔 이미 너무나 많은 유기견들이 있는 것을요. 동물은 물건이 아니라는 명제 영국에서는 제 3자에 의한 동물 판매 금지를 골자로 하는 동물복지법인 루시법(Lucy’s Law)이 2018년 제정되었고, 2020년에 발효되었습니다. 이 법 이름의 주인공인 ‘루시’는 강아지 공장에서 착취되던 킹 찰스 스패니얼 종 개입니다. 영국에서는 이제 정부로부터 정식 허가를 받은 브리더, 혹은 입양센터를 통해서만 동물을 입양할 수 있습니다.카라의 활동가들이 일패동 번식장에서 구조한 동물들도 이제 ‘판매’로부터는 아주 멀어졌습니다. 이들은 후원자들의 도움으로 치료를 받으며 지내고 있습니다. 이제는 입양을 통해 평생의 가족과 함께하는 날들만 남았습니다. 구조견들을 보면 우리가 보살필 수 있어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한국 사회에서는 여전히 동물의 매매가 너무 당연하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당장 보이지 않을 뿐, 지금도 어떤 번식장에서는 동물들이 착취당하고 있을 것입니다. 인간의 욕심과 취향으로 인해 유전병을 가지고 태어나야만 했고, 물건처럼 생산되고 팔리는 강아지들. 그리고 0.3평 좁은 공간에 평생 갇혀 새끼들을 임신하고, 출산하고, 또 빼앗겨야 하는 어미개들. 이들을 구하기 위해서는 단연 반려동물 매매가 금지되어야 할 것입니다. 강력하게 펫숍을 불매하고 사지 말고 입양하는 것이 당연한 사회가 만들어지길 바랍니다.   [애니멀S](애니멀 스토리)는 동물들의 슬프지만 찬란한 실제 사연을 모은 동물보호단체 '카라'의 연재물입니다. 버림받거나 학대받는 동물이 없는 세상을 꿈꿉니다.
  • 목숨 걸고 조국 지키는 젤렌스키…미 타임지 “채플린 아닌 처칠” 찬사

    목숨 걸고 조국 지키는 젤렌스키…미 타임지 “채플린 아닌 처칠” 찬사

    “나는 여기에 있다. 우리의 무기는 진실되기 때문에 우리는 무기를 내려놓지 않을 것이며 조국을 지킬 것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사진·44)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수도 키이우(키예프)가 미사일 공격을 받은 다음날 대통령 집무실 밖에서 스마트폰으로 영상을 찍어 올려 도피설을 일축했다. 그는 항복했거나 도망쳤다는 소문은 가짜뉴스라고 말하며 국민들에게 러시아에 대한 항전을 독려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유럽연합(EU) 정상들과의 전화회의에서 “이게 당신들이 보는 내가 살아 있는 마지막 모습일 수 있다”며 절박하게 지원을 호소하기도 했다. 미국의 도피 지원을 거부했다는 보도와 관련해서는 “내가 필요한 건 도피 차량이 아니라 탄약”이라고 했다. 그동안 우크라이나에 재앙이라던 코미디언 출신의 젤렌스키 대통령이 극한의 상황에서 용기를 잃지 않은 지도자의 모습을 보인 것이다. 세계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리더십을 극찬했다. 독일 공군의 폭격으로 수도 런던이 잿더미가 되어가는데도 “우리는 나치를 쓰러뜨릴 것”이라고 외치며 영국 국민을 독려한 끝에 제2차 세계대전 승리를 이끌어낸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와 비교하기 시작했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3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국기 위에 젤렌스키 대통령과 수도 키이우 시민을 ‘영웅’으로 표기한 표지를 공개했다. 타임은 “러시아의 암살 위협에도 키이우에 남아 국민의 항전 의지를 북돋웠다. 찰리 채플린이 처칠로 변모했다. 어떤 의미에서 샤를 드골보다 용감하다. 전쟁 지도자로서 처칠과 동급이다”라고 극찬했다.
  • 아베의 위험한 안보관…“헌법 9조로 전쟁 막는 건 공상”

    아베의 위험한 안보관…“헌법 9조로 전쟁 막는 건 공상”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전쟁 포기를 명시한 헌법 9조에 대해 “공상의 세계”라고 비꼬았다. 4일 교도통신 등에 따르면 아베 전 총리는 전날 자민당 최대 계파인 아베파 모임에서 공산당의 시이 가즈오 위원장이 “푸틴 같은 지도자가 선택되어도 타국 침략을 못하게 하기 위한 조항이 헌법 9조”라고 트위터에 게시한 데 대해 이같이 말했다. 아베 전 총리는 “문제는 무력행사를 마다하지 않는 곳이 이웃으로 있을 경우 어떻게 될지가 아닌가”라고 밝혔다. 이어 “시이 위원장의 주장은 공상에 그치고 사고가 정지된 게 아닌가”라고 덧붙였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일본이 패전한 뒤 1947년 만들어진 일본 헌법에서 9조는 일본이 전범국가라는 점을 배경으로 전쟁·무력행사, 전력 보유를 포기하는 것을 명시해 ‘평화헌법’으로 불린다. 아베 전 총리 등 우익 세력은 이 헌법 9조를 고쳐 자위대를 교전이 가능하도록 헌법상에 명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아베 전 총리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일본이 ‘핵 공유’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그는 지난달 27일 후지TV 토론프로그램에 출연해 “세계의 안전이 어떻게 지켜지고 있는지 현실의 논의를 금기시해서는 안 된다”며 핵 공유를 일본도 논의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핵 공유는 냉전 시대 소련의 위협에 대항하기 위해 도입된 정책으로 미국의 핵무기를 자국 영토 내에 배치해 공동 운용하면서 억지력을 강화하는 것을 말한다. 아베 전 총리의 주장대로 일본이 핵 공유를 하게 되면 미국의 핵을 일본에 배치해 유사시 일본이 핵을 쓸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대해 피폭지 히로시마 출신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정부 차원에서 논의할 생각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 “공동체에복종” 현대경영모델 나치식이네요

    “공동체에복종” 현대경영모델 나치식이네요

    현대 사회에서 기업뿐 아니라 국가, 가정, 개인의 사생활까지 관리와 경영이라는 단어가 붙는 건 익숙한 일이다. 노동의 조직화나 인력 지도·관리를 의미하는 매니지먼트는 당연하고 중립적인 도구로 쓰인다. 어린이를 돌보는 병원과 무기를 만드는 공장이 같은 조직 논리로 운영되고, 공산주의 국가든 자유주의적 자본주의 국가든 매니지먼트는 과학처럼 받아들여진다. 프랑스 파리 소르본대 현대사 교수 요한 샤푸토는 ‘복종할 자유’에서 현대 자본주의의 전유물처럼 보이는 매니지먼트를 들여다보기 위해 나치 독일을 소환한다. 나치 문화사와 현대 정치를 연구해 온 저자는 “나치 독일은 매니지먼트 및 모더니티 개념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흥미로운 전망대”라고 말한다.나치는 행정과 경제 분야에서 노동 조직화와 업무 분배, 제도 조직화를 계속 연구했다. 나치 독일의 매니지먼트를 보여 주는 핵심 인물은 라인하르트 혼이라는 학자다. 2000년 96세로 세상을 뜨기 전까지 천재적인 이론가로 불린 그는 사실 나치 친위대 산하 보안대의 장군이었다. 나치의 고위 책임자였음에도 해외 도피나 신분 세탁 없이 1945년 이후 비권위주의적 매니지먼트 이론가로 변신한다. 1950년대 경제 부흥을 중시한 독일에서 효율적 경영 방식을 보급하기 위해 비즈니스 스쿨이 등장하며 그는 최고의 교육자로 거듭났다. 1956~1972년 사이 혼과 그의 팀원들이 양성한 기업 간부만 20만명, 혼이 세상을 떠난 이후까지 치면 50만명에 달했다. 그가 만들어 낸 매니지먼트의 핵심은 ‘자유로운 복종’이다. 혼은 독일이 다른 민족을 정복해야 하는 이유, 개인이 공동체에 헌신해야 하는 근거를 만들어 냈다. 그는 “개인은 공동체에 복종하고 공동체의 수족이 될 때 자유를 만끽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개인은 공동체의 살점이고 뼈이기에, 공동체와 하나가 된다는 사실로 존재의 이유를 획득한다”는 것이다. 이 논리 아래 구성원들은 대규모 전쟁을 치르기 위해 최고의 효율을 발휘해야 했다. 그렇다면 나치 독일같은 전체주의 국가와 현대 기업을 관통하는 매니지먼트 모델은 무엇일까. 저자는 ‘권한 위임을 통한 관리’라고 본다. ‘바트 하르츠부르크’라 불리는 이 방식은 관리직인 중간 간부급 직원에게 권한을 위임하고 자율성을 준다. 그러나 여기서 자유는 복종할 자유, 즉 지도부가 부과한 목표를 실현하는 자유를 가리킨다. 수행자에게 놓인 유일한 자유는 목표가 아닌 수단을 선택하는 데 있다. 복종할 자유라는 모순적 명령의 결과는 착취다. 샤푸토 교수는 “직원들은 노동에서 소외되고 이는 사회심리학적 증상으로 나타난다”고 비판한다. 신체적·정신적 탈진, 불안장애, 번아웃, 그리고 보어아웃(지루함과 단조로운 업무 탓에 겪는 의욕 상실) 등으로 이어진다. 나치의 패배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독일을 경제 대국으로 만들어 조국의 영광을 찾으려 한 이론가의 생각은 지금도 적용되고 있다. 일하다 사망한 한국의 수많은 노동자들도 지시받은 일을 어떻게든 해내려던 사람들이었다. 그럼에도 사업주는 직접 업무 지시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법망을 빠져나간다. “탁월한 기계인 우리 인간은 스포츠 센터에서 신체를 강철처럼 튼튼하게 단련해야 하는가. 우리는 싸워야 하고 전사가 돼야 하는가. 우리의 삶을, 사랑을, 감정을 ‘관리’함으로써 경제 전쟁에서 승리라는 성과를 낼 수 있어야 하는가.” 저자의 질문은 우리가 당연시해 온 생각과 태도에 의문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 [송현서의 핫이슈] 러시아 요원이 우크라이나에 ‘암살 정보’ 흘린 이유는?

    [송현서의 핫이슈] 러시아 요원이 우크라이나에 ‘암살 정보’ 흘린 이유는?

    러시아 암살부대가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암살하려한다는 비밀 계획을 미리 알려준 것이 다름 아닌 러시아 정보당국이라는 주장이 또 다시 제기됐다. 영국 가디언의 3일 보도에 따르면 국제 해킹단체인 어나니머스는 3일 트위터를 통해 “우크라이나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암살 부대 정보를 넘긴 것은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이라면서 “이는 크렘린궁 내부에서 푸틴 정권을 전복시키기 위한 내부 권력 투쟁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올렉시 다닐로프 우크라이나 국가안보회의 의장은 지난 1일 “대통령을 죽이러 온 부대가 제거됐다”면서 “젤렌스키 대통령 암살을 위해 체첸의 독재 지도자 람잔 카디로프가 투입한 체첸의 엘리트 부대를 파괴했다”고 밝혔다. 이어 “해당 정보는 이 피비린내 나는 전쟁에 참여하길 꺼리는 러시아 연방 보안국으로 받은 것”이라고 덧붙였다.핵심 정보기관인 연방보안국 내부에 '푸틴 반대' 세력? FSB는 KGB(국가안보위원회)의 후신으로 국내 첩보와 방첩 활동을 전담하는 기구다. 알렉산드르 보르트니고프 러시아 연방보안국장은 미국의 대러 제재 초기 당시 가장 먼저 제재 명단에 오른 인물이다. FSB의 대내외의 영향력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FSB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공식적으로 침공하기 직전, 우크라이나에서 먼저 국경을 침범했다는 가짜 뉴스를 퍼뜨린 주체이기도 하다. 러시아 해안경비대와 국경수비대가 FSB 산하에 있으며, 국내외 특수작전과 비밀작전을 담당하는 동시에 첩보와 방첩을 두루 책임지는 러시아의 가장 핵심적인 정보기관이다. 우크라이나와 어나니머스의 주장대로 젤렌스키 대통령의 암살 정보를 제공한 주체가 FSB라면, 조국에 대한 충성심이 최우선시 되는 조직 내에서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전쟁 결정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푸틴의 정치적 지지 약해지고 있다" 분석 나와  이미 일각에서는 러시아 내부에 지나치게 독단적인 푸틴에 대한 반발이 있으며, 이 때문에 푸틴의 정치적 지지가 약해지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지난달 21일 국가안보회의에서 푸틴의 측근인 세르게이 나르쉬킨 해외정보국 국장이 우크라이나 침공에 우려의 목소리를 내자, 푸틴이 강하게 질책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다. 마리아 포포바 캐나다 맥길대 정치학과 교수는 “푸틴은 수십 년 동안 러시아 재벌들과 소수 정치엘리트에 의존해 권력을 닦아왔다”며 “지지기반인 이들을 희생시키며 권력을 유지하려면 반대로 권력을 위협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해밀턴대 에리카 데 브루인 정치학 교수는 미국 뉴욕타임스와 한 인터뷰에서 “권력이 한 개인에게 집중된 경우 엘리트들이 지도자의 행동을 뒷받침하기 힘들어진다”고 말했다. 러시아 여론도 ‘피의 대가’를 요구하는 전쟁을 시작한 푸틴에 호의적이지 않다. 러시아 전역에서 전쟁에 반대하는 시민들의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그러자 지난달 24일과 25일, 러시아 경찰은 러시아 전국에서 전쟁에 반대하는 시위자 수백 명을 체포했다. 26일에는 정부가 페이스북을 비롯한 소셜 미디어 접속을 제한했다. 전쟁을 공격, 침공, 전쟁 선언으로 비난하는 포스트가 늘어나자 취한 조치다. 이는 곧 러시아 대중의 반발이 푸틴 대통령의 우려를 살 정도라는 것을 반증한다.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피해가 커질수록 푸틴 권력 집단 내부의 긴장도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국제사회의 제재로 러시아의 고립은 더욱 심화하는 모양새다. 유엔 총회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고 즉각 철군을 요구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압도적인 지지로 통과시켰고, 미국과 유럽연합(EU)은 러시아 국영매체 금지, 은행 7곳의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퇴출을 확정한 데 이어 암호자산 활용 차단, 석유·가스 규제까지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 [STOP PUTIN] 우크라이나 전장으로 향하는 외국인들, 걱정되는 대목들

    [STOP PUTIN] 우크라이나 전장으로 향하는 외국인들, 걱정되는 대목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맞서 직접 싸우겠다며 현지로 향하는 외국인들의 행렬이 줄을 잇고 있다. 물론 군사력에서 러시아에 절대 열세인 우크라이나는 환영하고 바라는 일이지만 실효성이 있는지 회의적인 시각, 소아병적인 사고를 지닌 이들이 끼어들 가능성, 또다른 전쟁범죄이며 국제법 위반 소지도 지적되고 있다. 3일(이하 현지시간) 영국 일간 더타임스에 따르면 영국 공수부대 출신 150명이 우크라이나로 이미 출발했다. 이들은 아프가니스탄에서 전투 경험을 쌓았으며 우크라이나에서도 최전선에 나서겠다는 의향을 드러낸 것으로 전해졌다. 런던 주재 우크라이나 대사관에서 의용군 참전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힌 영국인은 영국 스카이뉴스에 “우크라이나에는 도움이 필요해 보인다. 우리는 젊고, 강하며, 건강한 남자들이다. 도와줄 수 있는데 안 될 것이 뭐 있느냐”고 되물었다. 조 스털링(28, 사진)은 스코틀랜드 왕립사단의 현역 병사인데 일주일 휴가를 내 우크라이나로 가 군사 훈련에 어려움을 겪는 자원자들을 돕겠다는 의향을 밝혔다. 이라크전쟁 참전 경험이 있는 그는 나중에 국제법 위반 혐의로 기소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에도 각오가 돼 있다고 덧붙였다. 일간 인디펜던트는 네덜란드와 영국, 캐나다 등지에서 전직 군인, 구급대원, 일반인들이 우크라이나에 가겠다며 크라우드펀딩 등을 통해 자금을 모으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본에서도 지난 1일까지 70명이 의용군으로 참전하겠다는 의사를 드러냈다고 마이니치 신문이 보도했다. 이 중 50명이 자위대원 출신, 프랑스 외인부대 경험을 가진 이도 2명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트위터와 왓츠앱 등 소셜미디어는 물론, 국내 블로그 등에도 우크라이나로 가는 방법을 묻는 글들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참전을 결심한 이들은 사이버 공간에서 어떤 장비를 챙겨야 하는지 팁을 주고받는다. 지난달 26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호소를 전하며 영국과 미국, 캐나다인들이 폴란드 접경 도시로 모여들고 있으며 한국인도 있다더라고 전한 기자로선 괜히 사람들을 부추기고 있는 것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 거의 90년 전 스페인 내전을 떠올리며 우크라이나군의 국제여단 편성 계획을 알렸는데 과연 얼마나 실효성있는 역할과 활약을 기대할 수 있을지 회의적이기도 하다. 세계대전으로의 비화를 우려해 참전과 파병에 나서지 못하는 각국 정부를 대신해 개인 자격으로 참여해 민주와 자유, 이상을 지키기 위해 싸운다는 상징적 의미 이상을 넘어서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할 수도 있다. 일부 국가에서도 정부 허가 없이 자국민들이 전쟁에 참여하는 일을 허용하는 것이 위험하다고 우려한다. 상당수 국민이 이미 우크라이나로 떠난 영국에서는 참전 행위가 ‘전쟁범죄’에 해당할 수 있어 실정법 위반 소지가 있으니 신중하게 다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더타임스는 전했다. 정부 각료끼리도 의견이 갈린다. 리즈 트러스 외무부 장관은 “러시아군과 싸우기 위해 우크라이나로 가기로 한 영국인을 말리지 않겠다”고 말한 반면 벤 월러스 국방부 장관은 “우크라이나를 도울 방법은 참전 말고도 있을 것”이라며 사실상 반대한다는 뜻을 밝혔다. 일본 정부도 의용군 참여를 자제해 달라고 주문한다.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은 지난 1일 기자회견에서 “외무성은 우크라이나 전역에 피신 권고를 발령했다”며 “목적을 불문하고 그 나라에 가는 것은 중단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여기에다 하나 더, 우크라이나로 향하는 이들 가운데 엉뚱한 생각으로 참여하는 이들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캐나다 개그맨 겸 대학생 앤서니 워커(29)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열렬한 지지자이며 트럭 파업시위에 참여했다. 그가 똑 그렇다는 것은 아니지만, 세상이나 역사에 굵직한 족적 하나 남기겠다며 무작정 뛰어드는 불나방같은 존재도 있기 마련이다. 대가를 바라며 전장으로 향하는 이도 있을 수 있다. 국적과 경력, 무엇보다 생각이 다른 이들이 과연 우크라이나군의 지휘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역할을 수행할 것을 기대하는 것도 무리일 수 있다. 스페인 내전 때도 많은 갈래의 이념과 지향을 가진 이들이 한데 뒤섞여 민주주의 수호란 이상과 거리가 먼 살풍경한 모습들이 적지 않았다. 조지 오웰이 공산주의야말로 혁명을 가로막는 실체란 것을 깨달아 소설 ‘동물농장’을 쓰게 만든 것도 스페인 내전 참전 경험 때문이었다. 한편 인테르팍스 통신에 따르면 이고리 코나셴코프 러시아 국방부 대변인은 3일 브리핑에서 “우크라이나로 오는 외국 용병들이 파괴 활동을 벌이고 러시아 군사장비와 이를 엄호하는 러시아 공군기들을 공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서방이 우크라이나 ‘민족주의 정권’ 지원을 위해 보내는 용병들은 국제법상 전투원들이 아니다”면서 “그들은 군인 지위를 갖고 있지 않으며 체포시 최소한 형사 처벌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 러시아 우크라 침공에 미국 탓하는 북한

    러시아 우크라 침공에 미국 탓하는 북한

    북한, 러시아 논리 역성들며 미국 비판중국마저 ‘기권’한 러시아 규탄 결의안에 ‘반대’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제정세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올해 들어 도발을 이어가고 있던 북한은 중국과 러시아의 역성을 드는 모양새다. 미국은 동계베이징올림픽이 끝나자마자 이어진 북한의 도발에 대해 일단 직접 대응은 피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기조연설에서 북한에 대한 직접 언급을 하지 않았으며 오로지 러시아에만 집중했다. 연달아 국제사회 관심을 고조했던 북한은 미국을 향해 ‘주권국가의 존엄·자주권’을 침해하지 말라면서 이른바 ‘반미공동전선’에 동참한 모양새다. 러시아가 북한의 전통적 우방인 데다 북러 양국이 미국과 대립각을 세운 배경에서 이러한 구도를 고착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북한은 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고 철군을 요구하는 결의안이 141개국의 압도적 지지로 가결될 때 반대표를 던진 5개국 중 하나였다. 다만 이 결의안을 두고 중국마저 기권을 던졌다는 점에서 북한의 표결은 의미를 가진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정당화하는 모양새를 갖기 때문이다. 이를 공공연히 지지한다는 확대 해석도 가능한 지점이다. 이는 북한이 평소 자신들의 미사일 시험발사 등 무력시위를 두고 ‘다른 나라의 자주권 침해 불가’라는 이유로 정당화했던 것과 반대되는 처세다. 이유로는 핵 문제로 미국과 맞서고 있는 자신들의 상황 핵심이 반미 전선에 있기 때문으로 읽힌다. 북한은 한미일 등 주변국이 미사일 발사를 우려할 때마다 “국방력 강화는 주권국가의 합법적 권리”라거나 “미사일 시험발사를 걸고든 것은 국가 존엄과 자주권 침해”라고 주장했다. 또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두고 미국에 탓을 돌리며 “미국이 개입한 나라에는 불화에 씨앗이 뿌려진다”는 주장까지 했다. 이처럼 미국과 대립각을 세우는 북한에게 러시아는 몇 안 되는 우방국이다. 유엔 안보리 이사국 중 하나인 러시아는 대북 추가 제재를 반대하고 기존 제재도 완화하자는 목소리를 내면서 북한 편들기를 고수하고 있다. 이 때문에 북한 지도부가 러시아를 공개적으로 비난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북한이 미국을 비판하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정당화했던 논리도 러시아와 통한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추진으로 불가피한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다는 논리로 불법 침공을 정당화하고 있다. 또한 북한은 러시아의 행태에 침공이나 침략 등의 표현은 쓰지 않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라고만 표현하는 등 대립각을 세우지 않기 위해 애쓰는 모양새다. 북한 외무성은 “미국과 서방은 러시아의 합리적이며 정당한 요구를 무시한 채 한사코 나토의 동쪽 확대를 추진하며 유럽에서의 안보 환경을 체계적으로 파괴했다”고 주장했다.
  • 日, 아베가 쏘아 올린 ‘핵 공유’ 찬반 시끌 [특파원 생생리포트]

    日, 아베가 쏘아 올린 ‘핵 공유’ 찬반 시끌 [특파원 생생리포트]

    일본 정치권이 ‘핵 공유’를 놓고 시끌시끌하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제 정세가 불안해진 틈을 타 일본 내 보수·우익 세력을 중심으로 적극적 방어 필요성을 강조하며 핵 공유를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원폭 당사국으로서 오랫동안 지켜 온 비핵화 원칙을 저버리는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등 찬반 논란이 뜨겁다. 핵 공유 논란을 쏘아 올린 장본인은 아베 신조 전 총리다. 그는 지난달 27일 후지TV 토론프로그램에 출연해 “세계의 안전이 어떻게 지켜지고 있는지 현실의 논의를 금기시해서는 안 된다”며 핵 공유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핵 공유는 냉전 시대 소련의 위협에 대항하기 위해 도입된 정책으로 미국의 핵무기를 자국 영토 내에 배치해 공동 운용하면서 억지력을 강화하는 것을 말한다. 독일, 이탈리아, 네덜란드, 벨기에, 터키 등 5개국이 핵 공유 정책을 운용하고 있다. 아베 전 총리의 주장대로 일본이 핵 공유를 하게 되면 미국의 핵을 일본에 배치해 유사시 일본이 핵을 쓸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일본이 유지해 온 ‘비핵 3원칙’을 위배하게 된다. 비핵 3원칙은 핵을 만들지도 않고 보유하지도 않고 반입하지도 않는다는 것으로 1971년 11월 국회에서 일본 정부가 비핵 3원칙을 준수한다는 결의안이 통과된 바 있다. 아베 전 총리 발언이 논란이 되자 일본 정부는 수습에 나섰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2일 참의원(상원) 예산위원회에 출석해 “정부 차원에서 논의할 생각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비핵 3원칙을 준수하는 입장에서 핵 공유는 논의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아베 전 총리의 친동생인 기시 노부오 방위상도 지난 1일 기자회견에서 “비핵 3원칙을 지키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자민당 내에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가지야마 히로시 간사장 대행은 지난달 28일 기자회견에서 “핵 공유에 대해 당은 논의를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동아시아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확보한다는 관점에서 어디까지나 (아베 전 총리의) 개인 생각에서 나온 것”이라고 수습했다. 반면 후쿠다 다쓰오 총무회장은 지난 1일 기자회견에서 “국민과 국가를 지키는 것이라면 어떤 논의도 피해서는 안 된다”고 반박했다. 우익 성향 야당인 일본유신회는 한발 더 나갔다. 마쓰이 이치로 대표는 지난달 28일 “비핵 3원칙은 오래된 가치관”이라면서 “(핵은 물론) 미국의 원자력 잠수함을 빌리는 논의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 ‘多多益山’ 이리저리, 거닐수록 빠져든다… ‘一喜一味’ 요리조리, 먹을수록 입맛돈다 [이우석의 미시여행]

    ‘多多益山’ 이리저리, 거닐수록 빠져든다… ‘一喜一味’ 요리조리, 먹을수록 입맛돈다 [이우석의 미시여행]

    미륵도 탐냈을 사통팔달의 도시… 기름진 땅만큼 걸음마다 보물… 이리역 폭발 아픔 뒤로하고 보석처럼 반짝반짝전주 뺨치는 황등비빔밥·칼칼 낙지곱창볶음 일품… 40년 노포 안줏거리·곰돌이 호두파이에 ‘훈훈달달’전북 익산시는 도내에서 두 번째, 호남에서 네 번째로 큰 도시다. 인구 기준이다. 약 28만명으로 광주광역시, 전주시, 전남 순천시에 다음간다. ‘다다익산’(多多益山)이다. 철도와 도로 교통도 좋다. 호남선과 전라선이 교차하고 충남 천안부터 이어진 장항선이 이곳에 종착한다. 호남고속도로를 비롯해 1번과 23번 등 국도와 지방도가 사방팔방 얽혀 있다. 금강과 만경강이 흐르는 너른 땅이다. 옥토의 드넓은 곡창지대 호남평야가 펼쳐졌다. 1970년대엔 이리수출자유지역이 생겼다. 당연히 사람이 많이 모여들었다. 익산군과 이리시는 1995년 통합됐다. 하지만 여전히 이리로 기억하는 이들도 많다. 그만큼 유명했던 까닭이다. 이리는 산짐승 이름과 같아 기억하기 쉽다. 이리는 원래 솜리, 솜니, 솝리 등으로 불렸다. 이리(裡里)의 뜻이 ‘속 마을’이란 뜻이라 그랬다. 작은 농촌 마을이던 솜리는 일제강점기 쌀 수탈 계획에 따라 갑자기 철도교통의 중심지가 되며 부쩍 성장했다. 호남선과 전라선이 차례로 놓이고 군산항까지 연결해 호남평야의 쌀을 깡그리 거둬 일본에 실어날랐다.●옛이름 ‘이리’와 지금의 ‘익산’ 하지만 익산이 중요한 지정학적 지위를 갖게 된 것은 사실 그보다 2000년 이상 먼저 일이다. 마한과 백제의 여러 유적으로 미뤄 볼 때, 이 지역은 일찌감치 발달한 고도(古都)였다. ‘익산 출신’인 무왕이 사비성(충남 부여)에서 익산으로 천도까지 시도했을 정도다. 앞서 기원전 청동기 시대에는 고조선 준왕이 내려와 건마국을 세웠고 이는 마한의 첫 수장국(수많은 소국 중 맹주 역할을 하는 국가)으로서 국력을 과시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과 백제역사유적지구로 등재된 미륵사지를 비롯해 왕궁리 궁성 유적, 익산 쌍릉 등은 한반도 고대사에서 익산이 얼마나 중요한 위치였는지를 알려 주는 유적이다. 익산(益山)의 뜻은 ‘첩첩 산이 많다’는 의미지만 실제 익산에는 그리 높은 산이 없다. 오히려 김제와 더불어 지평선이 보일 정도로 광활한 들이 많다. 북부 함열과 동부 금마 쪽이 원래 익산의 중심이었는데 이리역이 생겨난 이래 시내 중심이 바뀌었다. ● 지역 역사 송두리째 바꾼 ‘폭발사고’ 살기도 좋은 땅이다. 큰비도 눈도, 심지어 태풍도 거의 없고 강이 둘이나 지나니 가뭄 걱정도 없는 곳이다. 폭염과 혹한도 없다니 얼마나 좋은가. 재해라고는 딱 하나, 굉장히 유명한 ‘인재’(人災)가 있었다. 1977년 11월 11일 일어난 이리역 폭발 사고는 사망 59명, 부상 1158명에 이재민 1647가구 7800여명이 발생한 국내 최악의 화약 폭발 사고였다. 당시 한국화약의 화물열차에 실려 있던 다이너마이트와 뇌관 등 폭발물 40t에 호송 책임자가 켜 놓은 촛불이 옮겨붙어 대형 폭발로 이어졌다. 반경 500m 이내 건물이 깡그리 무너지고 폭발 지점인 이리역에는 지름 40m에 깊이 15m의 거대한 구덩이가 생겨날 정도였다. 초대형 폭격을 맞은 정도의 규모다. 기관차가 700m 떨어진 민가까지 날아갔다. 이 사고로 많은 것이 바뀌었다. 사라진 역사(驛舍)는 물론이며 지역의 역사(歷史)까지 달라졌다. 코미디언 고 이주일도 이 사고와 인연이 깊다. 사고 현장과 가까운 삼남극장 지붕이 무너졌다. 이날 ‘가수 하춘화 리사이틀’이 펼쳐지고 있었는데 날벼락을 맞은 하춘화를 당시 무명이던 이주일이 들쳐업고 구해 낸 것. 이 인연으로 이주일은 하춘화 전속 사회를 맡게 됐고 이후 국내 최고 스타덤에 오를 수 있었다. 공중분해된 이리역은 1년 후 당시 위치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새로 지었다. 인근 창인동 익산군청은 건물에 금이 가 2년 후 함열읍으로 이전했고 남성여중과 남성여고, 남성고도 영등동 소라산으로 옮겨야 했다. 건물 9000여 채가 무너졌으니 한마디로 폭발 사고 한 방이 도시 자체가 재건되는 계기가 된 셈이다. 통합시가 익산시로 이름이 바뀌게 된 것에도 당시 재난이 연상된다는 여론도 한몫했다고 한다. ●고대사 품은 ‘국보급 도시’ 풍요의 땅 익산에는 보물도 많다. 앞서 언급한 고대 한국사의 국보급 문화재는 국가가 공인한 보물이다. 여기에다 ‘보석 도시’란 예명에 맞게 금은보석 세공 등 보석가공산업이 일찍부터 발달했다. 석재로 유명한 황등석도 보석이다. 국가 공인 4대 종단 중 하나이자 국내 최대 토종 종교인 원불교를 열고 익산 땅에 잠든 소태산 대종사, ‘원불교의 바티칸’ 격인 익산 중앙총부도 익산시의 보석이라 할 수 있고, 호남에서 가장 큰 사학인 원광대학교도 미래의 보석이 아닐 수 없다.● 대각의 종교 ‘원불교’ 성지 익산을 설명하며 원불교 이야기를 빼놓을 수는 없다. 현재 국방부에서 군종 병과를 인정하는 종교는 가톨릭, 불교, 개신교, 원불교뿐이다. 원불교는 진리를 깨닫고자 하는 대각(大覺)의 종교로 1916년 소태산 대종사가 창시해 100여년의 역사를 지켜왔다. 이 원불교의 중앙총부가 익산 신룡동에 있다. 원불교의 교법을 편 전법성지(傳法聖地)인 이곳엔 중앙총부뿐 아니라 영모전, 대각전, 박물관, 원음방송 등이 함께 있다. 소태산 대종사 성탑, 정산종사 성탑, 성비 등도 자리하고 있다. 주변엔 원불교대학원대학교, 상주선원, 문화원, 퇴임 교무 정양소 수도원, 원로원 등이 갖춰져 있다. 일반인도 언제나 드나들 수 있도록 개방된 공간이라 익산시 관광 스탬프 코스로 지정돼 있다. 익산 시내 중심가와 가깝고 탁 트인 가람의 경내 분위기나 박물관, 솔숲 산책로 등이 좋아 이른 봄기운을 받으며 둘러보기에 딱이다. 원불교가 창시된 4월 28일 대각개교절에 맞춰 시민 참여 행사도 열 계획이다. 원광대가 시작된 ‘유일학림’ 등 건축물들은 조선 말기 건축 양식이 그대로 보존돼 있어 건축사적 가치도 높다. 소태산 대종사가 설법에 사용했던 탁상과 수첩, 교전 등 성품, 물품들이 박물관에 고스란히 보존돼 있다. 원광대 교정은 봄꽃과 건축물, 인공호수 등이 어우러진 분위기가 아름답기로 소문났다. 인터넷과 언론 등을 통해 국내에서 가장 아름다운 캠퍼스로 여러 번 선정될 정도로 유명하다. 상징인 봉황탑을 재치 있게 해석해 ‘닭다방’이란 애칭으로 불리는 호수 위 카페와 산책로, 오솔길, 대학박물관 등이 아기자기하게 배치돼 있어 교정을 둘러보다 쉬어 가기 안성맞춤이다.●모양도 이야기도 빛나는 보석박물관 국정교과서에 익산이 여러 번 나온다. 국사 교과서엔 마한·백제·미륵사지·원불교 등이, 지리 교과서엔 보석산업이 나온다. 보석 광산이 있는 것은 아니다. 보석 가공업체가 몰려 있다. 백제의 귀금속 가공술에 그 뿌리가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보석박물관에는 11만점의 보석과 원석, 공예품 등이 있다. 옆에는 보석을 보고 구입할 수 있는 보석산업센터가 함께 위치했다. 보석이라 하면 그저 반지, 목걸이와 왕관에 붙이는 형형색색의 돌덩이만 연상했는데 둘러보니 참 많은 종류가 있다. 식물성 호박부터 동물성 산호, 여러 광물이 보석의 범주에 든다. 다이아몬드, 수정, 옥 등 다양한 보석 전시물을 만날 수 있다. 보석은 생활과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다. 바다색을 표현할 때 주로 쓰는 사파이어와 에메랄드 색조차 정확히 구분하지 못했던 필자가 매우 똑똑해져서 나올 수 있었다. 얼마나 현명해졌는지 살짝 자랑하자면 다음의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슈퍼맨이 자신의 뿌리를 찾아 북극으로 부모의 유물을 찾아갈 때 등장하는 크립토나이트는 수정이 아니라 집섬(Gypsum)이나 녹주석의 일종인 아쿠아마린을 닮았다는 것을 이번에 알았다. 또한 영화에서 마녀들이 요술이나 예언을 행할 때 쓰는 둥근 구슬은 호랑이 눈알을 의미하는 호안석(虎眼石)이 분명하다.● 익산의 상징 ‘미륵사지’ 익산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보물은 역시 미륵사지(사적 제150호)다. 백제 사찰 중 규모가 가장 큰 것으로 추정된다. 무려 3탑3금당 방식으로 다른 절터에 비해 2~3배 이상의 규모와 형식을 자랑한다. ‘서동’ 백제 무왕이 639년 창건했다는 기록까지 등장하니 이래저래 익산의 상징이다. 신라 황룡사와 고구려 금강사에 대응할 만큼 백제 대표 호국사찰로 꼽히는 절이며 백제의 가장 거대한 석탑을 품은 옛 절터다. 무너져 내려 반만 남은 미륵사지 석탑(서탑)은 더할 익(益)자를 모티브로 한 익산시 로고로도 쓰일 만큼 강력한 정체성을 지니고 있다.● ‘서동요’의 진실은 과연 실제 보물도 쏟아졌다. 2009년 미륵사지 서탑 해체 과정에서 첫 번째 심주석 안에 봉안된 사리병과 금제사리봉영기, 구슬 등 사리장엄구 9900여점이 나왔다. 세세하고 정교한 조각과 문양으로 가득한 사리병은 백제금동대향로에 견줄 만큼 아름다운 걸작으로 세상을 놀라게 했다. 특히 금판에 붉은 글자를 새긴 사리봉영기는 미륵사 창건에 관한 기록을 분명히 전하고 있다. 이로써 미륵사가 백제 무왕 재위 시절인 기해년(639년)에 창건됐음이 밝혀졌다. 하지만 같은 이유로 무왕의 왕후가 신라 선화공주가 아니라 백제 귀족인 사택씨 가문임도 함께 드러나 ‘서동요’ 이야기가 허구였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백제판 남자 신데렐라’ 서동의 성공담이 사라질 수 있는 ‘불상사’를 낳은 셈이다. 이후 일부다처설, 후처설 등이 대두되며 아직까진 서동 설화가 유지되고 있지만 사리봉영기에 선화공주 이름이 정확히 기록돼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반면 무왕릉으로 추정되는 익산쌍릉에선 신라제 토기가 출토돼 서동·선화공주 결혼설이 여전히 힘을 얻고 있다. 아무튼 미륵사는 여러 차례의 보수를 거쳐 조선 중후기까지 건재했지만 숭유억불책과 자연재해, 세월의 풍파를 견디지 못하고 17세기 들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는 기록이 전한다. 1990년대 초반 동탑을 서탑의 모양에 상상을 더해 복원(?)했지만 고증에 대한 근거도 없고 너무 급조해 만든 티가 난다. 21세기 들어 복원에 들어간 서탑만큼은 원래 석재를 최대한 사용하며 없는 형태를 상상해 만들지 않기로 했다. 젠가(블록빼기 게임)를 하다 망한 것처럼, 그나마 무너진 모습 그대로 유지하는 형식으로 복원을 마친 후 2019년 일반에 공개한 서탑에 더 많은 이들이 몰린다. 현재 미륵사지 석탑은 국보로, 미륵사지당간지주는 보물로 지정돼 있다. 2015년에는 유네스코위원회가 익산 미륵사지와 왕궁리 5층 석탑 등 유적, 공주·부여의 유적들을 ‘백제역사 유적지구’란 이름으로 묶어 세계유산으로 지정했다.경관을 해치지 않기 위해 지난해 초 미륵사지 지하 공간에 개관한 국립익산박물관은 미출토 유물과 백제의 여러 유물을 모아 전시 중이다. 내부엔 다양한 전시기법을 사용해 한눈에 익산의 여러 유적과 그 이야기를 살펴볼 수 있도록 했다.●세대불문 미각 깨우는 맛의 고장 물산이 풍요롭고 도시 규모가 제법 되는 익산이라 ‘먹는 보물’도 많다. 전주에 뒤지지 않는다고 자부하는 황등비빔밥을 파는 여러 노포를 비롯해 푸짐한 인심이 돋보이는 부송국수, 칼칼한 낙지곱창볶음으로 입맛을 사로잡는 동서네 낙지, 수제만두로 유명한 태백칼국수, 매콤한 콩나물국밥을 파는 별미집 등이 유명한 식당들이다.곰 얼굴 모양의 귀여운 호두파이와 다양한 종류의 타르트를 만들어 파는 ‘빵곰언니와 호두파이 공장’은 전국적으로 젊은층에게 널리 알려진 디저트집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입소문을 타고 순례객을 양산하고 있다. 1982년 ‘역전할머니맥주집’에서 출발한 ‘호프 노포’ 엘베강도 익산역 앞을 지키고 있다. 맛집들은 창인동 중앙시장과 영등동, 원대입구(대학로), 모현동, 부송동, 황등면 등에 골고루 분포돼 있어 이동하기 편리하다. 마한의 첫 수장국으로 시작, 백제의 마지막 도읍이 됐을 곳. 그리고 근대 문화와 산업의 중심지 이리로부터 지금의 보석 도시 익산. 역사를 거슬러 봐도 언제나 풍요로움이 넘쳐나던 곳이다. 이리저리 돌아보며 ‘다다익산’의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겨 본다. ■가기 전에 이건 꼭! -미륵사지와 익산박물관은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 눈높이를 낮춘 전시물부터 다양한 체험까지 가능한 어린이박물관도 함께 있다. 왕궁리 유적 박물관은 현재 휴관 중이다. -서동공원 경내 마한박물관에는 율촌리 고분 출토 옹관 등 다양한 유물을 전시 중이다. 웅포면 입점리고분전시관은 익산 지역에 살았던 백제 귀족의 무덤에서 발굴한 금동관모와 장신구 등의 복제품이 전시돼 있다. -원광대 박물관도 알짜배기다. 마한과 백제 유물부터 옹기, 회화, 민속, 불교 예술 등을 모아 놓은 종합박물관이다. 천주교 유적지도 있다.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의 유해를 모신 나바위 성지가 익산에 있다. 백제의 석불로 국가 중대사에 앞서 땀을 흘린다는 익산석불좌상도 삼기면 석불사에 있다. 놀고먹기연구소장
  • “韓, 러시아 뒷북 제재” vs “이해 부족”…규제 예외, 바이든 덕볼까

    “韓, 러시아 뒷북 제재” vs “이해 부족”…규제 예외, 바이든 덕볼까

    美, 마침내 한국 언급FDPR 예외국 지정될까美, ‘관심 요구’ 北엔 언급 없어靑 “한미 정상통화 자연스레 이뤄질 것”vs “아직 구체 일정 없다”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국정연설에서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둘러싼 민주주의 국가들의 ‘단합된 힘’을 강조하면서 한국도 그 중 한 국가로 직접 거론했다. 국내외에서 한국 기업이 불리한 위치에 처한 것이 아니냐는 이른바 ‘뒷북 제재 참여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미국이 한국 역시 해외직접생산품규제(FDPR) 예외 국가로 인정할지 관심이 쏠린다. ● 바이든, 韓 언급‘뒷북 제재 논란’ 벗어날까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판하면서 민주주의 국가들이 뭉쳐 대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서방과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가 대응하지 않을 것이고 우리를 분열시킬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푸틴은 틀렸다. 우리는 준비돼 있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제 자유세계가 그에게 책임을 묻고 있다”며 유럽연합(EU)·영국·캐나다·일본·호주·뉴질랜드·스위스와 한국을 직접 공개 거명했다. 이날 언급에 포함된 국가는 27개 EU 회원국 등 모두 34국이다. 모두 러시아에 대한 수출 통제·금융 제재에 동참한 나라들이다. 바이든 대통령 발언은 한국의 대러시아 제재 동참에 의미를 부여한다는 인식을 담은 것으로 미국이 대(對)러시아 수출통제 제재의 하나로 적용한 FDPR에서 한국을 예외 국가로 인정할지에도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모인다. FDPR은 미국 밖 외국 기업이 만든 제품이라도 미국이 통제 대상으로 정한 소프트웨어·설계를 사용했을 경우 수출을 금지할 수 있도록 한 제재 조항이다. 미 상무부는 지난달 말 대러 수출통제 조치를 발표했는데 여기엔 수출통제리스트(CCL) 7개 분야 57개 하위 기술 항목에 대해 FDPR을 적용한다는 내용이 있었다. 미국 정부는 일찍이 대러 독자 수출 통제에 나서겠다고 밝혔던 EU 27개국·호주·캐나다·일본·뉴질랜드·영국 등 32개국은 FDPR 규정 적용에서 제외했다. 한국은 여기에 포함되지 않았기에 국내서 제재 뒷북 참여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대로라면 한국 기업들은 FDPR 적용 대상 제품을 러시아로 수출할 경우 미 상무부에 사전 허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상무부 판단이 나올 때까지 관련 제품·부품의 러시아 수출은 일시 중단된다. 반면 수출통제 적용 예외를 인정받은 국가들은 해당국 정부에서만 허가를 받으면 러시아에 수출 가능하다. 한국 기업들이 상대적으로 불리해질 가능성이 생긴 것이다. ● FDPR 협상, 韓 언급 바이든 덕 있을까 우리 정부는 대러 제재에 뒤늦게 동참하면서 불거진 뒷북 제재 논란에 난감해 하고 있다. 한국의 제재 참여 선언에도 불구하고 미 정부로부터 FDPR 예외를 적용받지 못했기에 비판 여론에 곤란한 상황에 처한 것이다. 예외 적용을 받지 못한 한국은 대러 전략물자 수출 차단,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 배제, 국고채 투자 중단 등 ‘독자 제재식’ 조치를 내놓았다. 또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날 미국 상무부과 국장급 원격회의를 열어 예외 적용 문제 논의에 들어갔다.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도 3일 미국을 찾아 상무부 장관 등과 직접 대변협상을 할 예정이다. FDPR 이슈가 국내외 주요 현안으로 떠오른 상황에 마침 바이든 대통령이 한국의 대러 제재 동참을 직접 언급한 것이 한국의 FDPR 적용 예외 요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바이든 대통령이 이날 연설에서 언급한 34개국 중 아직 FDPR 적용 예외를 인정받지 못한 나라는 한국·스위스뿐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한국의 제재 동참에 대해 긍정적 인식을 드러낸 것은 상무부가 한국의 FDPR 적용 예외국 검토에서 전향적 조치를 할 가능성이 올라간 것으로 해석할 여지도 있다. ● 바이든, ‘관심 고조’한 북한 언급 없어중국 언급도 경제 맥락에 그쳐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대러시아 제재 동참국으로서 한국을 거론했으나 미국의 또다른 위협으로 부상 중인 북한에 대해서는 별도로 언급하지 않았다.  북한이 올해 들어 무려 8차례 미사일 무력 시위를 하고 핵실험 및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 모라토리엄(유예) 해제를 시사했던 터라 이날 연설에서 북한 이슈를 거론할 가능성이 있다는 예상도 나왔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 연설에서 외교·안보 부문은 러시아에 집중됐다. 미국은 우크라이나 사태를 두고 사활을 걸고 있어 이는 어느 정도 예견된 상황이란 분석도 나온다. 북한의 국제사회 관심 고조 시도가 현재로선 우크라이나 사태에 밀린 것으로 읽힌다. 바이든 대통령은 공개 연설에서 자주 언급하던 중국에 대해서도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단 두 차례 ‘중국’을 언급했으나 이는 인프라 법안의 효과를 설명하면서 “중국과의 21세기 경쟁에서 승리할 길을 열어줄 것” 등을 발언한 수준에 불과하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한 차례 거명했으나 경제를 언급하던 중 “미국민에 맞서는 쪽에 베팅하는 것은 좋은 선택이 아니다”라는 경고 맥락이 전부다. 그만큼 이번 국정연설 중점은 러시아였던 것으로 해석 가능하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의 ‘북한 패싱’은 오히려 북한을 자극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북한의 계속되는 무력 시위가 미국의 관심을 끌도록 해 향후 북미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려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바이든 대통령의 시선을 끌기 위해 북한이 더 고강도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이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다만 북한 역시 현시점에서의 한반도 긴장 고조는 실익이 없을 수 있다고 판단할 수 있어 향후 북한의 선택은 미지수다. ● 한미 정상통화 이뤄질까韓, 뒷북 논란엔 “이해 부족한 것”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유럽국가들·일본·캐나다·폴란드 등 동맹국들과 긴급통화를 하고 러시아의 핵 위협에 대한 대책을 논의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통화 목록에 없었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2일 오전 YTN 라디오 프로그램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두 정상의 통화 계획’ 질문을 받고 “현재는 없다”며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지 않겠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는 유럽에서 일어나서 그쪽 중심으로 우선순위를 정해 바이든 대통령이 통화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도 자연스럽게 실무협상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필요에 따라서 되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했다.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청와대가 한미 정상통화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거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 수석은 또한 한국이 국제사회 제재에 미온적이라는 지적에는 “이해가 부족한 것”이라며 “지난달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무력 침공하는 상황이 발생해 문 대통령은 즉각 경제 제재를 포함한 국제사회 노력에 동참한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했다. 박 수석은 이날 TBS 라디오 프로그램 ‘김어준의 뉴스공장’에도 출연해 FDPR에서 한국이 제외됐다는 지적을 받고 “FDPR 면제 국가가 된다고 해서 모든 물자를 수출해도 된다는 뜻이 아니다”라며 “미국과 구체적인 협의를 계획 중”이라고 했다. 다만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날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미정상 통화 시기를 묻는 질문에 “한미간의 공조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면서도 “(구체적인 통화 시기는) 결정된 바 없다”고 했다.
  • [STOP PUTIN] 바이든 우크라의 ‘비행금지구역’ 외면, “러 재벌 요트 등 압류”

    [STOP PUTIN] 바이든 우크라의 ‘비행금지구역’ 외면, “러 재벌 요트 등 압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 항공기의 미국 영공 비행을 금지하겠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의회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취임 후 첫 국정연설을 갖고 러시아를 더욱 고립시키기 위해 이런 조치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유럽연합(EU)과 캐나다가 러시아 항공기의 자국 영공 비행을 금지한 것을 뒤따르기로 한 것이다. 다만 우크라이나가 요구해 온 러시아 전투기와 항공기의 우크라이나 영공 진입을 막는 비행금지구역(no-fly zone) 설정에 대해선 별다른 얘기가 없었다. 북대서양 조약기구(NATO) 역시 우크라이나 측의 요구를 외면하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로이터 통신과 CNN 공동 인터뷰를 통해 “러시아는 휴전에 대한 의미 있는 회담을 시작하기 전 우크라이나 도시에 대한 폭격을 중단해야 한다”며 자국 영공에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할 것을 NATO에 다시 요청했다. 비행금지구역 설정은 나토와 러시아군의 충돌 가능성을 높인다. 영국 BBC 방송은 “나토군 등이 이 구역에 들어온 러시아 항공기와 직접 교전하고 필요할 경우 화력도 사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고 짚었다. 군사 전문가들의 의견도 갈린다. 2013∼2016년 나토군 최고사령관을 지낸 필립 브리드러브는 “우크라이나의 비행금지구역 요청을 지지한다”며 “매우 중요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토비어스 엘우드 영국 하원 국방위원장도 민간인 사망과 전쟁 범죄를 막기 위해 같은 입장임을 밝혔다. 반면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지난달 28일 BBC 인터뷰를 통해“지상에서든 공중에서든 우크라이나 안으로 들어갈 의사가 없다”고 했다. 벤 월러스 영국 국방부 장관도 러시아 제트기와의 교전은 유럽 전역에 전쟁을 촉발할 수 있다며 반대했다. 세 차례 전례가 있다. 1991년 1차 걸프전쟁 후 미국과 동맹국들은 일부 민족 및 종교집단에 대한 공격을 막기 위해 이라크에 비행금지구역을 두 군데 설정했다. 유엔의 승인은 없었다. 이듬해 유엔은 보스니아 영공에 승인받지 않은 군용기가 진입하지 못하게 막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도 2011년 리비아 내전의 피해를 덜기 위해 비행금지구역을 승인했다. 두 전례 모두 NATO가 수행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국정연설을 통해 몇달 동안 자유를 사랑하는 국가의 연합체를 구축했다며 “이제 자유세계가 그(푸틴)에게 책임을 묻고 있다”고 말한 뒤 러시아 제재 조처에 동참한 국가로 27개국으로 구성된 유럽연합(EU), 영국, 일본 등과 함께 한국도 거론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 폭력적 정권에서 수십억 달러를 사취해온 러시아의 재벌과 부패한 지도자들에게 말한다”며 “(미국) 법무부는 러시아 재벌의 범죄를 추적하기 위해 전담 태스크포스를 구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우리는 당신의 요트와 호화 아파트, 개인 전용기를 찾아내 압류하기 위해 유럽의 동맹에 합류할 것”이라며 “우리는 당신이 부정한 방법으로 얻은 이익을 가지러 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러시아 중앙은행을 제재한 조처가 6300억 달러(약 760조원)에 이르는 푸틴 대통령의 전쟁 자금을 가치 없는 것으로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우크라이나에 군사적, 경제적, 인도적 지원을 제공할 것이라면서도 미군은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 군과 교전하지 않고 있고 앞으로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나토 영토 1인치 안에라도 러시아 군이 들어오면 나토와 함께 반격에 나설 것이라고 공언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그(푸틴)는 전쟁터에서 이익을 얻을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 큰 대가를 계속 치를 것”이라며 “이 시기의 역사가 쓰일 때 푸틴의 전쟁은 러시아를 더 약하게 하고 나머지 세계를 더 강력하게 만들었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민주주의와 독재의 전쟁에서 민주주의가 부상하고 있다”며 “푸틴은 탱크로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를 에워쌀지 모르지만 절대 우크라이나 국민의 마음과 영혼을 얻지 못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한편 러시아 부호의 호화 요트들이 인도양의 섬나라 몰디브, 아드리아해 연안 몬테네그로로 몰리고 있다고 AFP 통신 등이 보도했다. 미국의 제재와 몰수 시도를 피하기 위한 것이다. 국영 몰디브항구도 러시아 철강 재벌 알렉산데르 아브라모프 소유의 요트 등 여러 척의 호화 요트가 정박 중이라고 확인했다. 지난달 28일에는 세계 최대 알루미늄 회사 ‘루살’의 총수이자 푸틴의 측근으로 알려진 올레그 데리파스카의 요트도 몰디브의 수도 말레 인근에 정박했다. 데리파스카는 2018년 미국 제재 명단에 포함됐다. 미국 CNBC는 러시아 재벌 소유의 요트 3척이 몰디브로, 한 척이 몬테네그로로 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Oleg Deripaska, left, with Russian President Vladimir Putin.Sasha Mordovets/Getty Images
  • 자치경찰이 움직인다

    제20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전국 18개 시·도 자치경찰위원회가 완전한 의미의 주민맞춤형 자치경찰제 실현을 요구하고 있다. ‘국가경찰 중심의 일원화 모델’로 운영되는 현행 자치경찰제는 한계가 있는 만큼 국가경찰과 자치경찰간 역할 재분배를 통한 완전한 자치경찰제를 실시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국시도자치경찰위원장협의회는 각 정당의 대선 후보들에게 ▲자치경찰사무 개념 명확화 ▲위원회 기능 실질화(인사권 실질화, 자치경찰교부세 신설 등) ▲국가경찰-자치경찰 이원화 등 3개 분야와 이를 위한 4개 과제 추진을 촉구했다. 과제로는 자치경찰사무를 ‘지방자치법’상 자치사무에 명시함으로써 제도의 안정적 근간을 확립하고, 핵심 치안인력인 지구대·파출소에 대한 임용권 확보, 승진심사위원회 설치 규정 명시, 자치경찰교부세·자치경찰특별회계 신설, 자치경찰 관련 과태료·범칙금 지자체 이관 등 안정적 재원확보 방안 등을 요구했다. 인사권은 자치경찰 승진 정원을 별도로 확보해 경정과 총경 승진 추천권을 부여하고, 재원 계획 중 자치경찰교부세는 주세(연간 3조원)의 약 5∼10%를 세입으로 하는 방안을 촉구했다. 이형규 전북도 자치경찰위원장은 “국가경찰에 의한 ‘관리’중심의 획일적 치안행정 체계에서 벗어나, 국가경찰과 자치경찰간 역할 재분배를 통해 지역 치안의 효율성 극대화와 경찰의 책임성을 제고해야 한다”고 밝혔다. 자치경찰위원회가 이번 대선을 계기로 완전한 자치경찰제 실시를 요구하고 나선 것은 현 자치경찰제는 자치경찰사무를 담당하는 자치경찰이 없는 상황에서 출발해 진정한 주민 맞춤형 자치경찰제 실현이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로, 자치경찰사무가 지방자치법에 명시되지 않아 자치사무인지, 국가사무인지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실정이다. 또 자치경찰위원회는 독립적 합의제 행정기관이지만, 모든 업무를 위원회 심의·의결을 통해서만 전북경찰청장을 지휘·감독하고 있어 단순한 사무는 직권으로 처리할 수 있는 권한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같이 자치경찰의 위치가 애매한 상황에서도 불구하고 시도 자치경찰위원회는 지역 특색에 맞는 치안정책을 적극 추진하고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전북도 자치경찰위원회는 올해 목표를 ‘주민 밀착형 치안 거버넌스 체계 구축’으로 정하고 도민의 일상을 안전하게 지키기 위한 맞춤형 치안정책을 추진한다. 올해 주요 업무는 ▲도민 소통을 통한 전북 맞춤형 치안시책 발굴 ▲치안 협력 네트워크 구축으로 치안시책의 효율성 확보 ▲생활주변 안전망 구축으로 도민의 삶의 질 개선 등이다. 도민들의 참여를 확대하고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자치경찰 엠블럼(BI)과 캐릭터 등을 3월까지 공모·선정하고, 자치경찰제 관련 매체 및 홍보물품을 제작해 도내 전광판 및 SNS 등 온·오프라인을 통한 적극 홍보하기로 했다. 도민 정책제언 및 정책공모전, 민·경 현장간담회와 협력치안활동을 확대·강화하고, 보이스피싱·농산물 절도 예방, 범죄피해자 보호 등 도민이 체감할 수 있는 치안정책도 추진한다. 도내 경찰행정학과 학생들로 구성한 청년소통팀 ‘메신저-폴’과 함께 생활 속 불편과 불안감을 실험을 통해 대안을 찾는 ‘치안리빙랩’도 도입할 계획이다. 이형규 위원장은 “2022년도 자치경찰의 목표는 주민 밀착형 치안거버넌스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라며 “전북도의회, 전북경찰청과 소통하고 협업관계를 굳건히 하고 제도 개선으로 전북 자치경찰이 보다 더 주민에게 다가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박상익의 사진으로 세상읽기] 인문 정책의 실종/우석대 명예교수

    [박상익의 사진으로 세상읽기] 인문 정책의 실종/우석대 명예교수

    ‘논어’의 ‘태백(泰伯)편’에는 ‘민가사유지 불가사지지’(民可使由之 不可使知之)라는 말이 있다. “백성을 이치에 따르게 할 수는 있으나, 그 이치를 다 이해시킬 수는 없다”는 말이다. 공자(기원전 551~479)는 도덕(道德)과 명령(命令)과 정교(政敎)로 백성을 인솔할 수는 있어도 백성에게 일일이 이유를 알려 이해시키기 어렵다는 현실적인 어려움을 말한다. 공자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이 구절을 근거로 공자가 우민(愚民)정치를 옹호했다고 공격한다. 과연 그럴까. 자구(字句) 풀이에서 벗어나 세계사를 바라보면 다른 해석도 가능할 것 같다. 공자는 기원전 5세기 사람이다. 인쇄혁명이 15세기에 있었으니 공자는 그보다 무려 2000년 전 사람이다. 인구 대부분이 문맹자였던 시대다. 활자 미디어를 통한 지식 확산이 불가능한 역사적 조건이다. 공자도 시대의 아들이다. 제아무리 공자라도 극복할 수 없는 시대적 한계가 있다. 공자는 지도자가 할 수 있는 일에 한계가 있음을 고심 끝에 털어놓은 것 아닐까. 이끌고 갈 수는 있되 일일이 이해시킬 수 없는 답답함을 토로한 건 아닐까. 언론학자와 역사학자들은 인쇄혁명 없이는 루터의 종교개혁도, 프로테스탄티즘과 ‘근대적 개인’의 등장도 불가능했으리라고 본다. 공자는 일일이 설득하고 이해시켜 가면서 민중을 이끌어 갈 수 없는 시대를 살았다. 공자 이후 1500년 넘게 흐른 중세 유럽도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 유럽의 민중은 예배와 미사가 거행되는 동안 그저 서서 바라보고 있으면 됐다. 예배도 미사도 모두 라틴어도 진행됐는데, 민중은 그 의미를 이해할 수 없었고 이해할 필요도 없었다. 인쇄혁명을 넘어 정보혁명의 시대다. 공자처럼 “이치를 다 이해시킬 수 없다”고 변명할 수 없는 시대다. 지도자의 비전과 목표를 대중과 공유하고 설득하지 않으면 안 되는 민주 사회다. 정책결정권자라면 ‘보편과 상식’에 대한 ‘자발적인 동의’를 얻어내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세계사와 현대사 등 인문 교육이 절실하다. 이건 기성세대의 의무이기도 하다. 안토니오 그람시의 ‘헤게모니’ 개념을 참고할 일이다. 젊은 세대의 우경화 원인 중 하나가 인문 정책 실종에 있다고 보기에 하는 말이다.
  • [글로벌 In&Out] 선거의 계절, 덩샤오핑을 호명하는 이유/이희옥 성균관대 성균중국연구소장

    [글로벌 In&Out] 선거의 계절, 덩샤오핑을 호명하는 이유/이희옥 성균관대 성균중국연구소장

    2월 19일은 중국의 개혁개방 총설계사로 불렸던 덩샤오핑의 25주기였다. 시진핑 만들기에 묻혀 덩샤오핑 시대가 과소평가되고 있지만, 오늘의 중국을 설명할 때 그를 빼고는 말하기 어렵다. 더구나 건국과 혁명의 시대를 마감하고 발전의 시대를 열었던 그의 국가경영이 체제와 이념을 달리하는 한국의 선거에 주는 의미도 예사롭지 않다. 1978년 겨울, 중국은 문화대혁명이 남긴 폐허에서 필사적으로 탈출구를 찾고 있었다. 그러나 낡은 것은 무너졌지만 새로운 것은 태동하지 않은 상황에서 왜 개혁해야 하고, 어떻게 개혁해야 하며, 누가 개혁을 추진할 것인지를 묻지 않았다. 역사에는 가정이 없다고 하지만, 만약 덩샤오핑의 철학과 리더십이 아니었다면, 당시 중국은 전면적 개혁개방 대신 1950년대에 잠깐 실험했던 실용주의로 돌아가는 미봉적 방식을 택했을지도 모른다. 중국의 개혁개방은 1978년 12월에 열린 중국공산당 11기 3중전회를 기점으로 삼는다. 며칠 앞서 덩샤오핑은 당 중앙공작회의 폐막식에서 ‘사상해방, 실사구시, 일치단결로 앞으로 나가자’고 연설했다. 비밀에 부쳤던 미중 수교 발표를 3일 앞두고 그는 개혁개방의 방향타를 잡았다. 첫째, 사상의 해방이었다. 낡은 이데올로기나 책과 문건에서 근거를 찾고자 하면 복잡한 현실을 제대로 볼 수 없다고 믿었다. 마오쩌둥의 무결점을 말하는 것은 마르크스주의가 아니라고도 했다. 둘째, 관료주의를 극복하는 실사구시였다. 그는 “관건은 말이 아니라 행동하는 것”이며, 국민을 위해 필요한 것은 체면이 아니라 실속(里子)이며, 일부 사람이 먼저 부자가 되는 것도 허용했다. 그에게는 ‘일단 할 수 있는 것은 하고, 할 수 없는 것은 미래에 남겨 두는’ 것이 급선무였다. 셋째, 일치단결이었다. 당시 중국 정치는 권력투쟁과 노선투쟁으로 갈라져 있었고 새로운 정책실험을 불온한 사상으로 간주했다. 그러나 여러 차례 정치적 보복을 경험한 덩샤오핑은 시대정신을 통합과 단결에 두었다. 실제로 1950년대 반우파 투쟁과 같은 거대한 정치적 편 가르기 대신 일하는 기풍이 자리잡았다. 덩샤오핑의 이러한 개혁개방의 초심은 정치적 굴곡에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유지됐다. “개혁개방은 백 년 동안 흔들리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고, 우편향도 문제지만 좌편향을 더욱 경계해야 하며, 사회주의에도 시장은 있고 자본주의에도 계획이 있다고 밝히면서 진영을 가리지 않고 좋은 정책은 골라 썼다. 그에게는 국민 생활, 생산력 발전, 국력의 증강에 도움이 되면 이를 사회주의로 받아들였다. 그리고 개혁개방을 가로막거나 구체제로의 복귀가 나타날 때마다 장벽을 허물고 당과 정부의 분리를 통해 일당체제의 경직성을 해소하고자 했다. 그러나 덩샤오핑 정신이 사라진 오늘의 중국은 사상해방의 문이 닫히면서 지식인들의 자기검열이 강화되고 있고, 그 자리에 거친 애국주의와 국가주의가 똬리를 틀었다. 실사구시의 실험정신이 사라지자 복지부동과 관료주의가 등장하고 있으며, 불확실성에 대한 공포로 인해 화해를 통한 단결 대신 동원의 정치가 일상화됐다. 한국도 20대 대통령 선거 막바지이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는 힘의 논리, 공급망 재편에 따른 경제안보, 위기의 일상화에 내몰린 대중의 삶, 기후와 질병으로 인한 재난, 정치화된 세대와 지역 그리고 젠더 갈등 속에서 국익과 실용주의가 선거의 화두로 등장했다. 그러나 대전환의 파고는 말 폭탄만으론 넘기 어렵다. 낡은 이념과 경계를 넘어서는 사상해방, 주어진 길을 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길을 내고 그곳에서 삶의 터전을 만드는 실험정신, 진영의 정치를 넘어 운동장을 넓게 쓰는 통합의 정치가 절실하다. 이러한 생각과 이를 실천에 옮길 능력이 없다면 3월 9일 이전과 이후도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 한 표라도 더… ‘대선 1차 승부처’ 4~5일 사전투표 사활

    한 표라도 더… ‘대선 1차 승부처’ 4~5일 사전투표 사활

    여야가 오는 9일 대선 본투표에 앞서 4~5일 진행하는 사전투표를 앞두고 지지층을 대상으로 투표 독려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양강의 초접전 판세와 코로나19 폭증 사태가 겹치며 여야는 사흘 뒤 시작하는 사전투표에서부터 한 표라도 더 얻지 않으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 “유리하다고 안 찍으면 망한다” 與, 3040 지지층 결집에 총력 기선제압 노리는 민주 이재명 지지 46% 사전투표 의향李 “나도 사전투표… 권유해 달라”직장인·자영업자 등에 집중 호소SNS·전화 등으로 막판까지 독려 더불어민주당은 오는 4~5일 이틀간 치러지는 대선 사전투표에서 절박함을 독려하며 지지층을 총결집하는 총력전에 나섰다. 전통적 지지층인 3040 직장인들에게 주말 사전투표를 호소해 기세를 잡은 뒤 부동층 공략으로 9일 본투표에서 쐐기를 박겠다는 것이다. 우상호 총괄선거대책본부장은 1일 당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사전투표와 관련해 “투표율 자체의 문제보다 어느 후보 진영의 지지층이 더 결집력 있게 투표에 참여하느냐가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전통적으로 사전투표율이 높으면 민주당에 유리한 결과가 나왔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20대 투표 성향 등이 달라진 만큼 민주당 지지층을 최대한 결집시키는 게 중요하다는 의미다. 특히 민주당은 이재명 대선후보가 강세를 보이는 30대 중반∼50대 초반 직장인과 본투표일에 쉬지 못하는 자영업자 등이 사전투표에 많이 참여하는 게 유리하다고 보고 있다. 김원이 홍보소통부본부장은 “사전투표를 하면 지지 후보의 당선을 위해 더 열정적으로 선거운동을 한다”며 “그동안 사전투표 결과가 민주당에 유리했기 때문에 더 절박하다”고 했다. 실제 지난달 27일 발표된 KBS·한국리서치 여론조사(24~26일,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2.2% 포인트,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참조)에서는 이 후보 지지자 46.2%가 ‘사전투표를 하겠다’고 답한 반면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지지자는 18.6%에 그쳤다. 민주당은 전화, 카카오톡,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사전투표를 독려하고 있다. 이 후보도 이날 명동 유세에서 “저도 사전투표를 할 것인데, 전국 어디서나, 아무 때나 할 수 있으니 한 분도 빠지지 말고 사전투표해 주시고 안 하신 분들에게 전화·카톡 넣어서 투표를 권유해 달라”고 했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사전투표는 결집도와 조직력 싸움”이라며 “유세 때마다 ‘이재명이 된다고 생각하고 안 찍으면 떨어진다’고 강조한다”고 전했다. 정철 선대위 메시지 총괄은 이 후보의 기호인 숫자 ‘1’ 모양에 지지자의 사진을 넣어 사전투표를 독려하는 내용의 포스터를 만들어 주는 SNS 캠페인도 진행하고 있다. ■ “부정선거 철저히 감시하겠다” 野, 지도부 총출동 음모론 차단 투표율 영끌하는 국민의힘 윤석열 등 주요직 사전투표 참여확진자 폭증 속 고령층 불참 우려보수 사전투표 불신 해소도 과제 선관위, 황교안·민경욱 검찰 고발 국민의힘 지도부는 1일 각 시도 당협에 사전투표 상황실을 설치하는 등 사흘 앞으로 다가온 사전투표 참여율 올리기에 당력을 쏟아부었다. 이준석 대표가 확대선거대책본부 회의에서 4일 광주에서 사전투표를 하겠다고 밝히는 등 윤석열 후보를 비롯해 국회의원, 선대본부 지도부, 주요 당직자들에 대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사전투표를 하도록 공지했다. 국민의힘은 전날 회의장에 ‘윤석열도 사전투표 하겠습니다’라는 배경막을 내걸기도 했다. 사전투표는 더 많은 지지자들을 투표장으로 끌어내야 하는 여야의 ‘대선 1차 승부처’다. 국민의힘은 지금 같은 코로나19 확산세라면 다음주에는 확진자가 하루에만 20만명을 훌쩍 넘을 것으로 예상되며 자칫 보수 지지층이 많은 고령층이 감염을 우려해 대선 당일 투표장에 나오지 않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사전투표 투표율을 올려야만 조금이라도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인 셈이다. 사전투표에서 부정선거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일부 보수층의 음모론을 불식시키는 것도 국민의힘의 과제다. 고령층은 사전투표보다 본투표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는데, 음모론까지 퍼질 경우 고령층 지지자들이 사전투표에 더 소극적일 수 있다는 우려다. 황교안 전 대표 등을 중심으로 2020년 총선 이후 꾸준히 제기된 사전투표 부정선거 의혹은 이번 대선에서도 다시 불거지고 있고, 실제 윤 후보 유세현장에서는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며 당일투표를 주장하는 지지자들도 눈에 띈다. 국민의힘은 부정선거가 없도록 철저히 감시하겠다며 지지자들을 설득하고 있다. 윤 후보는 서울 신촌 유세에서 “지난 총선에서 부정투표 의혹이 있는 것을 알고 있다. 국민의힘은 당 조직을 가동해 부정선거 감시를 철저히 하겠다”면서 “9일만 투표해서는 이기기 어렵다. 4~5일, 9일 여러분이 투표하면 우리는 이기고 나라를 바꿀 수 있다”고 호소했다. 한편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사전투표 조작설을 유포해 투표 참여를 방해한 혐의로 2명을 검찰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황 전 대표와 민경욱 전 의원으로 알려졌다.
  • 본진 찾은 沈 “국민이 준 힘으로 여기까지 왔다”

    본진 찾은 沈 “국민이 준 힘으로 여기까지 왔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가 1일 진보정당 최초로 4선을 만들어 준 자신의 지역구 경기 고양에서 “먼 길을 돌아서 고향에 온 기분”이라고 첫 인사를 건넨 뒤 “저 심상정은 우리 국민 여러분들이 키운 후보”라고 말했다. 심 후보는 이날 본진인 경기 고양 집중유세에서 “저기 보면 우리 윤석열 후보 포스터에 국민이 키운 윤석열 이렇게 이야기하는데, 윤석열 후보 국민이 키웠습니까 더불어민주당이 키웠습니까”라며 이렇게 말했다. 이어 “소수당 출신, 기를 써도 지역구 당선이 어려운 대한민국 정치 현실에서 저 심상정의 진가를 알아 주시고, 심상정을 성원해 주시는 우리 덕양구 고양시민들이 저를 키우신 것”이라며 “저는 오로지 국민이 쥐여 주시는 그 힘만으로 여기까지 온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심 후보는 선거 막판 커지는 ‘사표론’을 의식한 듯 “두 분(이재명, 윤석열) 중에 어느 한쪽 찍은 표도 결국 사표가 된다. 이런 논리라면 사표는 없다”고 했다. 심 후보는 3·1운동을 기념하는 의미라며 “3·1운동 만세, 코로나 극복 만세, 복지국가 대한민국 만세”를 외치고 만세 삼창을 했다. 그러면서 “오늘 3·1절이니까 더더욱 저 멀리 있는 우크라이나 참상이 참 가슴 아프실 것”이라며 “대통령이 군복 입고 총 들고 우크라이나 도시를 지키고 있는 우크라이나 국민들에게, 지도자에게 큰 연대의 박수를 보내 주시기 바란다”고 요청했다. 이어 “이재명 후보의 중국 어선 침몰 발언이나 윤석열 후보의 사드 3불 폐지(사드 추가 배치, 미국 미사일방어체계 참여, 한미일 군사동맹화), 이 모든 이야기들은 표를 위한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심 후보는 “파주의 딸이 왔다”며 자신의 고향인 경기 파주 금촌 시장을 찾았다. 심 후보는 “요즘 이재명 후보가 하도 압박에 시달리니까 통합 정부를 한다고 하고, 윤석열 후보도 한다고 한다”면서 “통합 정부 한다고 표 몰아 달라고 하는데 그렇게 해서 양당에 몰아 주면 통합 정부가 안 된다. 양당 아닌 심상정에게 힘을 실어 줘야 다당제와 연립 정부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 [알기 쉬운 우리 새말]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디지털 태생’

    [알기 쉬운 우리 새말]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디지털 태생’

    “모태 디지털 세대.” 이 용어가 올라오자 새말 모임 위원들 사이에서 웃음이 일었다. 모태라면 흔히 ‘모솔’이라는 줄임말로 불리는 ‘모태 솔로’의 그 모태겠지? 새말 모임 위원들도 모태라는 말을 듣자마자 ‘모솔’이라는 단어를 떠올렸고, 그래서 웃음이 퍼진 것이다. 하지만 ‘모태 디지털’이라는 표현을 제안한 위원은 진지하게 덧붙였다. “모태 ○○라는 표현은 비속어가 아닙니다. ‘모태 신앙’이라는 용어에서도 알 수 있듯이 ‘태어나기 전부터 습득하고 있다, 그만큼 익숙하다’는 뜻이지요.” 눈치를 챘겠지만 ‘디지털 네이티브’라는 용어를 대체할 다듬은 말을 찾는 과정에서 있었던 일이다. 이미 디지털 기술 문화가 보편화한 사회에서 태어나 자라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이들 기술문화를 터득하고 이용하는 세대를 일컫는 말이다. 하지만 이렇게 디지털에 익숙한 세대에게도 ‘디지털 네이티브’는 낯선 표현이었다. 설문조사에서 10대와 20대 답변자 중 무려 70% 넘는 이들이 뜻을 모르겠다고 답했다. 새말 모임 위원들은 우선 ‘디지털’이라는 단어를 우리말로 바꿀 것인지부터 짚어 보았다. 고민은 길지 않았다. 다른 말로 대체하기에는 우리 사회에 너무나 깊이 정착된 단어인 데다 ‘정보화’, ‘통신’ 등의 대안어 역시 ‘디지털’이 담은 뜻을 고스란히 반영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디지털이라는 단어까지 우리말로 바꾸면 북한어 같은 느낌이 들지 않을까요?”라는 농담 같은 의견도 나왔다. 그만큼 ‘억지로 바꾼 느낌’이 들 것이라는 데 공감한 것이다. 그래서 디지털은 접어 두고 ‘네이티브’를 대체할 단어 찾기에 몰두했다. ‘디지털 토박이’, ‘디지털 체화세대’, ‘디지털 원주민’ 등에, 앞서 말한 ‘모태 디지털 세대’도 제시됐다. ‘디지털 태생’이라는 말도 ‘모태 디지털’과 비슷한 의미로 추가됐다. 이들 중 ‘원주민’은 특정 지역에 먼저 거주하기 시작했다는 ‘선주민’의 의미가 있어 ‘날 때부터 익숙하다’는 뜻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의견이 나왔다. ‘원주민’이라고 하면 첨단 기술 용어라기에는 좀 낡고 오래된 느낌이 난다는 의견도 있었다. 이때 등장한 표현이 ‘디지털 원어민’이었다. 영어 ‘네이티브 스피커’, 즉 ‘원어민’은 날 때부터 특정 언어를 배우고 익혀 모국어처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이를 뜻한다. ‘디지털 원어민’이라고 하면 이렇게 모국어를 구사하듯 자유롭게 디지털 기술문화를 이용하는 이들을 가리키기에 맞춤한 단어라는 데 의견이 모였다. 거의 만장일치로 통과. 이렇게 해서 ‘디지털 원어민’을 1순위로, ‘모태 디지털’, ‘디지털 태생’을 각각 2, 3순위 후보로 꼽았다. ‘디지털 토박이’도 4순위로 곁들이고.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위원들은 ‘디지털 원어민’을 압도적으로 지지했다. 그런데 여론조사 결과 국민들이 가장 선호한 표현은 ‘디지털 태생’이었다. 새말 모임 위원들이 3순위로 꼽았던 표현인데 말이다. 하지만 사실을 고백하자면 여론조사에서 ‘디지털 태생’도 그다지 큰 지지는 받지 못했다. 고작 55%의 답변자가 “적절하다”고 답했다. 이 수치는 다른 다듬은 말 후보 중에서 지지도가 낮은 편에 속한다. 일반 국민 여론조사에서 ‘디지털 세대’라는 대안이 많이 나오긴 했으나, 디지털 세대라는 말은 우리 사회에서 컴퓨터를 다루기 시작한 세대 전체를 가리키는 말로 사용된다. 즉 40대나 심지어 50대에서도 자신을 ‘디지털 세대’라고 인식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에 비해 요즘 사용되는 ‘디지털 네이티브’는 태어날 때부터 거의 모든 것이 디지털이었던 순정 디지털 세대이므로 새말 모임에서도 차별성을 부각하려 고민한 것이리라. ※ ‘새말모임’이란 어려운 외래 용어가 우리 사회에 널리 퍼지기 전에 일반 국민이 이해하기 쉬운 말로 다듬어 국민에게 제공하기 위해 국어, 언론, 통번역, 문학, 정보통신, 보건 등의 분야로 구성된 위원회를 말한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립국어원이 모임을 꾸리고 있다.
  • [열린세상] 새장에 갇힌 한반도, 바다가 위험하다/양희철 한국해양과학기술원 해양법·정책연구소장

    [열린세상] 새장에 갇힌 한반도, 바다가 위험하다/양희철 한국해양과학기술원 해양법·정책연구소장

    “파도가 길을 막아 가고파도 못 갑니다. 바다가 육지라면 바다가 육지라면…” 가수 조미미가 부른 유행가의 한 구절이다. 먼 나라로 떠난 사랑하는 사람을 만경창파(萬頃蒼波)의 바다에 막혀 만날 수 없는 아쉬움을 토로한 것이다. 그런데 정말로 바다가 육지라면 어떨까. 상상할 필요는 없다. 그럴 일은 없으니까. 노랫말과 유사하게, 국제해양법을 연구하는 필자는 가끔 ‘해양영토’(Maritime Territory)라는 용어를 쓰기도 한다. 해양영토에 대한 학술적 정의는 없다. 법에도 등장하지 않는다. 원래 영토(territory)는 육지를 말한다. 국가를 구성하는 국제법상의 핵심 요건이다. 해양영토를 법적으로 해석하자면, 바다와 연관이 많은 육지영토를 의미하는 것으로 정의된다. 섬과 암석, 간출지 등이다. 영어로는 ‘insular formation’ 정도로 표기될 수 있다. 이 개념에도 여전히 해양은 포함되지 않는다. 바다가 땅이 아닌 것은 분명한데, 해양영토라는 용어는 보편적으로 수용되고 있다. 해양과 영토를 동일하게 병기함으로써 바다가 육지만큼 중요하다는 강조의 의미일 것이다. 사실 용어의 제도적 사용이 없다고 그 해석을 엄격하게 제한할 필요는 없다. 섬과 암석, 영해, 대륙붕과 배타적 경제수역은 모두 대한민국의 일부다. 국민 정서이기도 하다. 우리나라가 직접 통제하지는 않으나 경제적 이익을 창출하고 있는 해역도 이 범위에 포함될 수 있다. 공해와 심해저 등 해양자원 확보가 가능한 곳을 ‘해양경제영토’라고 표현하는 이유다. 모든 국가가 바다를 차지하고도, 여전히 남아 있는 약 2억 3100만㎢의 공해(바다의 약 64.2%), 자원 없는 대한민국에 충분히 매력적이지 않은가. 바다는 이미 육지만큼이나 중요한 공간으로 변화하고 있다. 소위 패권을 꿈꾸는 국가는 21세기 들어 더욱 바다에 대한 전략을 새롭게 하고 있다. 바다를 이해하지 못한 국가, 좁은 바다에 갇힌 국가는 현대 과학기술과 무기체계 앞에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바다를 어떻게 통제하고 사용할 것인가의 문제는 국가의 성장뿐 아니라, 절대적 생존 조건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동중국해와 대만해협, 남중국해를 둘러싸고 진행되는 중국과 미국의 대립,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 등이 전형적인 전략충돌의 예다. 지역해 통제권과 대양 진출, 해상세력 간 충돌에 대비한 지정학적 거점으로 부동항을 선점하려는 조치다. 대한민국 또한 적어도 한반도 주변 해역 해양상황에 대한 통제력과 대양진출 전략을 갖추어야 하는 이유다. 대통령 선거가 코앞이다. 안보와 국제관계에서 살아남을 정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해양전략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해양은 여전히 육지의 셈법으로 결정하면 된다는 생각인 듯하다. 바다는 이미 국제관계에서 하나의 독립변수가 됐다. 오히려 21세기 국제관계에서 기존 질서의 균열은 해양에서 시작될 확률이 높다. 미국의 동북아 동맹은 전형적인 해양동맹이다. 미국과 중국이 극한의 충돌을 지속하는 이유다. 패권경쟁과 국제관계의 모든 전략적 이합(離合)이 바다로 향하고 있는데, 우리만 이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여전히 대한민국 해양전략은 부재한 것이다. 노래 가사처럼 만일 우리 앞에 놓인 바다가 육지라면, 다른 나라에 의해 통제되고 있는 그 육지에 의해 대한민국은 ‘새장에 갇힌 나라’로 전락하게 되지 않을까. 흔히 지금을 정치의 시간이라고 한다. 표가 가는 곳에 정책을 만들어 내는 것을 이해 못 하는 건 아니다. 정치의 시간은 짧다. 그러나 해양전략 부재의 효과는 누적된 총합으로 영향을 준다. 해양수산부는 해양강국이라는 비전을 위해 ‘거꾸로 세계지도’를 배포하기도 했다. 발상의 전환이다. 이제 대한민국도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해양전략을 수립해야 할 때다.
  • 北 선제타격·사드 추가 배치… 대선 후보들 안보정책 분석 [평화연구소의 창]

    北 선제타격·사드 추가 배치… 대선 후보들 안보정책 분석 [평화연구소의 창]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대북 선제타격,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추가 배치를 주장하면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대선이 임박한 가운데 윤 후보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외교안보 사안을 놓고 극명한 대척점에 섰다. 국민에게 정확한 판단과 선택에 도움이 될 만한 정보가 절실한 상황이다. 김정섭 세종연구소 부소장과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이 지난 22일 열린 세종국방포럼에서 발언 배경과 파장, 의미에 대해 가감 없이 설명해 이를 지상 중계한다. 두 사람은 각각 이재명 캠프와 윤석열 캠프에 참여하고 있지만 철저히 개인 연구자 자격으로 포럼에 임했음을 누누이 강조했다. 상세한 발제문과 토론 요지는 서울신문 평화연구소 홈페이지(peacemaker.seoul.co.kr)에서 볼 수 있다. ■김정섭 세종연구소 부소장 “선제타격, 핵전쟁 감수하는 것” 北 핵공격 임박 주관적 판단 우려핵 능력 한꺼번에 무력화 불가능 사드 체계 수도권 방어에 부적절저고도 단거리 미사일이 더 위험천궁 시스템과 연계 땐 더 효과적북핵 위기 30년이 되는데 아직도 어떻게 억제할 것인가에 대해 차분하고 깊이 있는 토론이 이뤄지지 못했다. 선제타격을 주장하는 분들의 논리는 이렇다. ‘북한이 남한을 향해 핵 공격을 한다는 징후가 명확하면 선제적으로 무력화해야 된다. 평시에 억제하고 사후 반격하는 전략은 재래식 위협에는 적절할지 몰라도 핵을 가진 북한에는 맞지 않는다. 자위적 차원에서 선제타격 의지를 천명함으로써 북한에 대한 강력한 억제 효과를 달성할 수 있다.’ 다 말이 되는 것 같지만 따져 볼 필요가 있다. 첫째, 과연 북한의 핵 공격이 임박했다는 것을 알 수 있는가다. 우리를 공격할 것이 명확하다는 판단엔 우리의 주관적 해석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오판의 가능성이 있다. 북한이 핵 사용을 결심하지 않았는데 우리가 먼저 선제타격을 해 우리가 막으려던 핵전쟁을 우리가 일으키는 역설적인 상황도 생길 수 있다. 두 번째는 군사적 실효성이다. 해당 표적은 정밀타격해 무력화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북한 핵무기가 50~100기이고, 핵탄두를 실어나를 미사일이 800기 이상, 또 이동형 발사대 200기 이상,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도 있는데 어떻게 우리가 북한의 핵 능력을 한꺼번에 무력화시킬 수 있겠는가. 북한으로서도 우리의 선제타격이 정밀 타격인지 전면 보복인지 판단하기 어려워 최악을 상정하고 보복과 군사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추론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사실상 선제타격을 한다는 것은 핵전쟁을 감수하겠다는 결정을 의미한다. 세 번째로 선제타격을 천명하면 핵 사용을 자제시키는 것이 아니라 유사시 핵을 사용하도록 압박하는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핵 사용의 문턱(threshold)을 낮춘다는 뜻이다. 지도부 제거 위험이 가시화되면 현장 지휘관에게 위임하는 일이 잦아질 것이다. 징후로 판단해 우리가 응징하겠다고 하면 북한으로선 계산이 복잡해지고 불안해지는 데다 불확실성이 커져 합리적인 행동을 유도하지 못하고 남북 모두 서로 통제하지 못하는 상황으로 비화될 수 있다. 사드 추가 배치를 주장하는 쪽의 논리는 이렇다. ‘경북 성주에 배치된 사드 포대의 사거리가 200㎞이기 때문에 수도권에 미치지 못하니 수도권 가까이에도 배치해 2000만 주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야 된다. 그리고 추가 구매한 사드를 한국군이 직접 운영하면 1조 5000억원 정도 든다.’ 사드는 수도권 방어엔 그렇게 적합한 무기 체계가 아니다. 사드가 요격할 수 있는 최저 고도 40㎞ 아래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에 대응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2016년 처음 배치할 때 수도권 대신 성주에 갖다 놓은 것은 애초에 수도권 방어에 적합하지 않은 무기체계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옳다. 두 번째로 수도권에 실질적 위협이 되는 북한의 저고도 단거리 미사일을 요격하는 데는 패트리엇이나 우리가 개발한 천궁 시스템이 효과적이다. 상층 방어는 2024년 개발이 완료될 것으로 보이는 장거리 지대공미사일 방어시스템(L-SAM)으로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사드를 서둘러 추가 구매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쪽은 L-SAM 배치에 시간이 너무 걸린다는 이유를 대는데 사드 역시 시간이 많이 걸린다. 또 하나, 공격 미사일을 구축하는 것보다 방어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어렵고 더 많은 돈이 들어간다. 우리가 몇 조원을 들여 시스템을 구축해도 북한은 미사일 수를 늘리거나 회피하는 기능을 추가하거나 섞어 쏘는 등 다양한 옵션을 갖는다. 핵심 자산을 우선순위를 매겨 전략적으로 잘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 모든 것을 막겠다는 것보다 우리의 다른 핵억제 기제와 상호보완하는 것이 옳다. 미사일 방어에 지나친 강박감을 갖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신범철 경제사회硏 외교센터장 “北 핵공격 징후 때 선제타격” 北 전면전 의지 확인 땐 선제타격 정찰 자산 등 확대 ‘과잉대응’ 해결 국산 상층방어 구축 3~4년 소요 北 핵·미사일 수준은 계속 고도화 안보 공백 우려 사드로 보완 필요 우리 안보는 늘 어렵다. 사실 이번 사안은 문제가 안 됐어야 정상이다. 우리가 늘 하던 일인데 대선 과정에서 한쪽의 의도에 따라 부풀려졌다. 외신기자의 질문에 답을 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일이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먼저 선제타격 얘기를 꺼낸 것이 아니라 북한의 극초음속 미사일이 날아와 한국의 미사일 방어가 어려운데 대안이 있느냐는 질문에 3축 체계를 설명하다가 선제타격 얘기가 나온 것이다. 상대 당에서 이슈 몰이를 한 것인데 우리 군에서 늘 준비해 왔던 것이고 또 앞으로 할 일이다. 북한의 핵능력이 고도화돼 우리의 미사일 방어를 어떻게 중층적으로 구축할 것인가 고민하는 것이다. L-SAM의 경우 우리 기술 역량에 한계가 있어 L-SAM1은 2~3년 내 실전 배치하고 L-SAM2를 사드 수준으로 2030년대 중반 개발하는 것으로 돼 있다. 그런데 최근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이 고도화돼 2030년대 중반까지 기다리는 게 어려운 상황이라 다른 옵션을 생각하게 된 것이다. 그때까지 안보 공백이 생길 수 있으니 사드를 추가 구매하겠다는 얘기가 당연히 나오는 것이다. 우리 군이 모든 시나리오에 대비할 수 없기 때문에 3축 체계가 제시됐고, 문재인 정부도 선제타격(킬체인)이라는 용어 대신 전략표적타격으로 바꿔 사용하고 있다. 선제타격만 준비하면 바보다. 단순한 징후가 아니라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나 무력충돌, 서해 도서 점령 등이 파악된 뒤 적어도 핵무기 사용 징후가 포착되고 전면전을 하겠다는 북한의 의지가 확인되면 선제타격을 논의할 것이다. 복잡한 과정을 밟아 머리를 쥐어짜내 징후를 파악할 것이다. 그런데 이런 얘기를 정치권에서 다 설명할 수 없어 단순화되거나 오해를 불러일으킨다. 선제타격은 우리 군에서 잘 준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민주당 정권이든 국민의힘 정권이든 똑같이 미국의 미사일방어망(MD)과 대량응징보복(KMPR)을 준비할 것이라고 믿는다. 왜 최고 지도자가 얘기하느냐는 의문이 있을 수 있다. 다만 먼저 꺼낸 것이 아니다. 도발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김 부소장이 “명확한 징후 파악은 현실에서 불가능하다”고 했는데 동의하지만 굳이 말할 이유가 없는 일이다. 과잉대응하지 않을 수 있는 메커니즘과 북한을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는 감시정찰 기능을 갖추고, 빠른 속도로 이 문제를 해결할 무기체계를 갖춰야 하는 것이다. 사드 추가 배치도 우선순위의 문제일 뿐이다. 약한 지점까지 방어할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하며 그것을 사드로 커버하자는 것이고 중요한 것은 시간의 문제란 뜻이다. 우리 무기체계를 개발해 교체하는 것이 가장 좋다. 정말로 L-SAM이 내년에 개발 완료돼 실전 배치되려면 또 2~3년 걸린다. 그런데 북한의 핵능력은 오늘 멈추는 것이 아니라 계속 고도화된다. 우리가 그 공백을 막는 것으로 사드를 추가 배치하는 것이 필요하냐 아니냐일 뿐이다. 사드도 계속 업그레이드되고, 상호 보완재라고 생각하는 정책 접근이 필요하다. 우리 경제력으로 사드를 추가 배치하고 기존 것을 업그레이드하면서 미사일 방어를 튼튼히 할 수 있다. 항상 남북의 역량을 비교하며 전략 균형이 이루어지고 있는지, 공백을 어떻게 메울지 고민해 왔다.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하면서 균형은 깨졌다. 한미동맹이 없다면 그 격차는 점점 벌어질 것이며 문재인 정부의 계획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전략 균형의 갭이 크다고 무조건 전쟁이 일어나지도, 좁힌다고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 것도 아니다. 문재인 정부가 대화를 시도했지만 실패로 돌아갔고, 그 대화로 인해 억제력을 강화해야 할 일을 제대로 못한 것을 보완하자는 취지다.
  • 천주교 서울대교구, 우크라이나에 “하루빨리 평화 되찾길”…구호자금 5만 달러 지원

    천주교 서울대교구, 우크라이나에 “하루빨리 평화 되찾길”…구호자금 5만 달러 지원

    천주교 서울대교구 교구장 정순택 대주교는 러시아의 침공으로 대규모 사상자가 발생한 우크라이나 국민들을 위로하는 메시지를 우크라이나 주교회의에 보내고 긴급 구호자금 5만 달러를 보내기로 했다고 28일 천주교 서울대교구가 밝혔다. 정 대주교는 위로 메시지를 통해 “전쟁이 지속될수록 우크라이나 국민들과 가톨릭교회와 신자들에게 피해가 많을 것으로 예상돼 하루빨리 전쟁이 멈추고 일상의 평화를 되찾기를 진심으로 기도한다”고 말했다. 앞서 “우크라이나의 전쟁 발발로 국민들의 피해가 극심하고 특히 어린이들, 여성, 노약자 등 민간인들의 희생도 늘어나고 있어 평화를 바라는 전 세계 국민들이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면서 “유치원 아이들이 추운 지하철에서 모여 앉아 추위와 공포에 떨고 있는 영상을 보며 전쟁의 실체를 보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고도 했다. 정 대주교는 그러면서 “저와 우리 서울대교구 신자들은 간절한 마음으로 우크라이나의 평화를 위해 주님께 기도하고 성모님께 전구를 청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음달 2일 재의 수요일을 ‘평화를 위한 금식의 날’로 보내자고 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초대에 서울대교구 교구민들이 동참해 줄 것을 당부했다. 염수정 추기경도 우크라이나에 위로를 전했다. 염 추기경은 “동유럽 주교님들을 만날 때마다 분쟁과 갈등을 극복하고 평화로 가는 길을 함께 이야기하곤 했다”면서 “이번 전쟁 소식에 큰 아픔을 느낀다. 하루빨리 평온한 일상을 되찾게 되기를 기도한다”고 밝혔다. 염 추기경은 또 정진석 추기경 선교후원회(지도사제 염수정 추기경, 이사장 허영엽 신부)를 통해 우크라이나에 긴급 구호자금 5만 달러를 지원하도록 했다. 서울대교구 대변인 허영엽 신부는 “정진석 추기경 선교후원회의 활동이 우크라이나에 긴급구호자금을 보내는 것으로 시작된 것은 주님의 섭리와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가능한 한 빨리 우크라이나 천주교회 측에 전달되어 특히 어린이들과 노약자 구호와 치료에 쓰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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