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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기도 위기가정 생계비 지원

    경기도는 30일 가족의 사망이나 질병 등으로 인해 생계유지가 어려운 가정에 긴급 생계·의료비를 지원하는 ‘위기의 가정 지원사업’을 연말까지 시범 실시한다. 지원 대상은 가구원의 사망, 질병, 사고, 파산, 이혼, 행방불명, 교도소 수용, 과다채무 등으로 생계유지와 의료비 감당이 어려워진 저소득층 가정이다. 이들에 대해서는 읍·면·동에서 근무하는 사회복지 담당 공무원이 현장 조사와 상담을 통해 지원 여부를 결정, 한달내로 50만원 이내의 생계비 또는 100만원 이내의 의료비를 지원하게 된다. 수원 김병철기자 kbchul@seoul.co.kr
  • [큐! 아름다운 노년] ⑧전문가에게 듣는다-끝

    [큐! 아름다운 노년] ⑧전문가에게 듣는다-끝

    서울신문은 기획시리즈 ‘큐! 아름다운 노년’ 시리즈의 마지막 순서로 좌담회를 마련했다. 공공정책부 유진상 차장의 사회로 진행된 좌담에는 안창영 보건복지부 노인지원과장, 고수현 금강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장종원 국민연금관리공단 노인인력운영센터 소장이 참석해 고령자일자리 창출과 관련한 문제점과 향후 대책 등에 대해 진단했다. 사회 서울신문이 노인들의 다양한 문제를 시리즈로 다뤘습니다. 평가부터 해주시죠. 장종원 소장 고령화사회를 맞아 노인복지문제를 7회에 걸쳐 시리즈로 게재, 문제점을 지적하고 정책대안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특히 고령화사회에서의 노인 일자리사업의 중요성을 부각시키고, 아름다운 노년을 주제로 한 소재들은 신선감은 물론 시사하는 바가 컸습니다. 고수현 교수 현대사회는 인구 고령화 현상과 맞물려 다양한 노인문제를 양산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 비추어 볼 때 서울신문의 노인기획시리즈는 비교적 짜임새가 있고 시의 적절한 주제 선정이었습니다. 그러나 노인이 더 이상 우리사회에서 의존적인 대상이 아니라 그들의 근로능력이나 경험을 바탕으로 주체적인 사회구성원이 될 수 있다는 공감대 형성에는 다소 미진했습니다. 노인문제 전반을 다루다 보니 신문의 지면 한계성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 여겨집니다. 안창영 과장 아쉽다면 노인 일자리사업 우수사례를 좀더 상세히 소개했더라면 하는 점입니다. 노인들이 일을 함으로써 사회에 기여하고 있다는 자긍심과 건강이 유지돼 활기찬 노후생활이 보장될 수 있다는 자긍심을 갖게 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와 같은 사회분위기 조성에 언론이 앞장서주길 부탁드립니다. 사회 노인인구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2050년에는 노인인구 비율이 세계에서 가장 높을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대책마련이 시급한데요. ●“노인취업은 사회적부양비 절감 효과 커” 안 과장 경제적 안정을 위해서는 노인들은 취업이 필요하고, 노인들도 강한 취업 욕구를 갖고 있습니다. 따라서 취업을 희망하는 노인에게 취업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노인 개개인에게는 노후의 경제적 자립을 가능케 합니다. 뿐만 아니라, 사회적 부양비를 절감시켜 국가의 재정지출감소, 나아가 중요한 사회문제의 하나인 노인문제를 경감시키는 가장 바람직한 방안입니다. 정부는 노인문제를 사회문제로 인식하고 노후소득보장, 취업기회 확대, 노인요양보호 등 제도적 틀을 고령화 시대에 맞게 개선해야 합니다. 고 교수 고령화사회의 가장 시급한 문제는 늘어난 노인인구에 대한 사회적 부양의 부담문제입니다. 이미 우리나라의 노인인구는 2000년에 339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7.2%를 넘어섰고 올해는 9.1%에 이르고 있습니다. 이것을 노인부양지수(노년부양비)로 보면 현재 생산가능 인구층이 비교적 두꺼운 대전시와 경기도에서도 20년 후에는 2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전남과 전북지역은 거의 생산가능 인구 1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해야 한다는 연구결과도 나와 있습니다. 따라서 국가는 부양부담을 갖게 되는 생산가능인구와 부양을 받게 되는 세대·계층간의 갈등문제 해결에도 나서야 할 것입니다. 사회 노인일자리 대부분이 한시적이어서 실속이 없다고 지적되고 있습니다. ●“과거경험·경륜 살릴 수 있는 일자리를” 장 소장 현재 노인일자리가 농·어업이나 경비 등 단순 직종에 집중돼 있는 것이 문제입니다. 따라서 이에 대한 해결방안으로 예비 노인들을 대상으로 은퇴 후를 대비한 교육과 현 노인들을 대상으로 한 직업 전문교육, 재취업교육 등이 필요합니다. 또 과거의 경험과 경륜을 살릴 수 있는 일자리를 적극적으로 개발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고 하겠습니다. 특히 풀타임 근무가 어렵다면 낮은 임금으로라도 조별 파트타임 근무 등 다양한 근무형태 도입도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고 교수 지적한 대로 현정부의 노인복지부문 핵심국정과제로 시작되었던 노인일자리사업은 지난해 1월29일에 설치된 ‘노인인력운영센터’가 총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방향설정에서 문제가 있고 실속이 없다고 봅니다. 대부분의 노인일자리창출 프로그램이 노인들의 근로능력을 바탕으로 그에 맞는 사전교육과정이 없이 단순한 영역에 치우쳐 있습니다. 공익강사형, 인력파견형, 시장참여형 등으로 시작했다가 최근에는 공익형, 교육복지형, 자립지원형으로 유형화하고 있지만 과거 정부의 ‘취로사업’형태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인건비도 월 20만원 이내로 5개월 정도에 한정돼 있습니다. 청년실업도 문제지만 고령화사회에 걸맞은 지속적인 방향설정이 요구됩니다. 사회 고령자 일자리 창출과 관련 기업의 역할이 매우 중요할 텐데요. 장 소장 기업은 노동인구 감소에 대비해 노동인구를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으로 재교육과 재취업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하고 활성화해야 합니다. 영국과 같이 정년 퇴직자를 위한 노인전용공장을 운영하고 사회공헌차원에서 노인 사회적 일자리 복지프로그램에 대한 기금을 지원하는 것도 좋은 방안입니다. 이럴 경우 기업홍보 및 이미지 제고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임금피크제 등 통해 고용연장을” 고 교수 제도적인 접근만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이제는 기업이 스스로 자사직원들의 노동복지를 강화하고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적극적 대응책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임금피크제나 점진적 퇴직제를 과감하게 도입하는 것이 노동복지 차원에서 시급합니다.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근로환경이 노인층에게는 불리하므로 고령자가 일하기 편한 작업환경을 구축해야 합니다. 물론 이에 대한 정부의 세제지원도 요구됩니다. 사회 노인일자리에 대한 올바른 정책방향은 어떤 것입니까. 안 과장 평균수명의 지속적 연장과 고령화로 인한 노동인력 감소에 대비해 계속고용제도가 유지될 수 있도록 정년연장, 임금피크제, 고용에 있어서의 연령차별금지 등을 도입해야 합니다. 국민연금수령 연령과 퇴직연령을 연관시켜 정년을 연장해야 하고 기준고용률(3%)을 권장사항에서 의무고용률로 개선하는 한편, 노인적합직종도 법으로 명시, 의무고용토록 하는 등 어느 정도 규제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경쟁시장에서 취업하기 어려운 노인들에게는 정부와 민간이 연대하여 공공부문(보건·의료, 사회복지 분야 등)을 중심으로 사회적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취업알선·인력파견직종 지속 개발” 장 소장 노인일자리 개발과 일자리창출은 노인의 경제상태와 근로능력 및 개별욕구에 따라 그 접근방법을 달리 해야 합니다. 우선 60세 미만의 경우 노동부를 중심으로 지속적인 공용유지 프로그램 개발과 전직활용 및 새로운 직무교육 등을 통한 전직지원이 돼야 합니다. 60세 이상자 중 경제적 문제 또는 지속적인 근로욕구가 강한 사람들에게는 취업알선과 함께 인력파견직종을 지속적으로 개발하여 연계하고 취업교육도 병행시켜 나가야 합니다. 경제적 문제는 없으나 더불어 함께하는 사회참여를 원하는 계층은 적극적인 사회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실비지원의 자원봉사 프로그램이 많이 개발돼야 합니다. 사회 안정적인 노후를 위해서는 어떤 준비가 필요할까요. ●“자기계발 위해 평생학습교육” 안 과장 퇴직 및 노화에 따르는 변화를 자연스럽게 인정하는 사회분위기 형성이 우선돼야 합니다.‘젊은 사람도 먹고 살기 힘든데 노인이 뭘∼’이라는 식의 사고는 곤란하다는 얘기죠. 노인들은 노후를 ‘제2의 인생’으로 생각하고 관계형성이나 역할을 만드는 자세가 중요합니다. 자기계발을 위해 평생학습이나 직업교육 프로그램 등을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고 교수 안정적인 노후는 결과적으로 소득보장·의료보장과 사회복지서비스에 의한 사회보장에서 찾아야 합니다. 저소득층 노인들에게는 공공부조를 통한 소득과 의료보장이 확충되고, 중산층 노인들에게도 사회보험제도 등을 통한 노후지원 체계가 마련돼야 합니다. 국가는 건강한 노후생활을 위한 대책과 고령화 사회에서 유병장수하는 노인들을 위해 요양보험제도도 시급히 도입돼야 합니다. 사회: 유진상 공공정책부 차장 정리 강충식기자 chungsik@seoul.co.kr 후원 : 보건복지부 협찬 : 국민연금관리공단
  • ‘엉터리 보험금’ 주의

    ‘엉터리 보험금’ 주의

    보험사들이 보험금을 엉터리로 산정해 약속된 보험금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피해자들이 늘고 있다. 갖가지 보험상품들이 쏟아지고 판매망이 다양해지면서 보험금을 산정할 때 보험사 직원들이 실수 또는 고의로 잘못 산정하기 때문이다. 피해자는 복잡한 약관 때문에 잘못 처리된지도 모르기 십상이어서 주의가 요구된다. ●납득할 수 없는 거절이유 23일 보험소비자연맹에 따르면 생명보험 상품에 가입한 유모(31)씨는 병원에서 간암 판정을 받고 수술하지 않는 치료법인 ‘색전술 시술’과 ‘고주파 수술’을 받았다. 유씨는 간암이 보험금 지급 대상이라는 사실만 알고 수술비 지급을 신청했으나 거절당했다. 보험상품 약관의 수술분류표에서 수술은 ‘출혈이 있는 시술 작업‘등으로 명시돼 있으나 “고주파 수술은 출혈이 없는 수술이기 때문에 입원비는 지급해도 수술비 지급대상에서 제외된다.”는 게 이유다. 그러나 유씨가 소비자 민원을 제기해 확인한 결과, 고주파 수술은 약관의 수술분류표에서 ‘첨단 의료기법에 의한 수술’로 해석된다는 사실을 알고 보험금을 다시 신청해 수술비를 받았다. 약관을 자세하게 해석하는 것에 대해서는 보험금 심사담당자도 잘 몰랐던 것으로 밝혀졌다. 자녀 이름으로 어린이보험에 든 박모(30·여)씨는 자녀가 자라면서 장애아 증상을 보여 병원을 찾았다.2급 정신지체장애 판정을 받고 보험금을 신청했으나 끝내 거절당했다. 이유를 물었더니 자녀가 태어났을 때 얼마간 미숙아 인큐베이터에서 지냈다는 사실을 보험에 가입할 당시 보험사에 알리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대답을 들었다. 보험사는 인큐베이터가 장애의 직접적인 원인인 것처럼 간주하고, 박씨가 이를 속인 것으로 몰아세웠다. 보험소비자연맹 조연행 사무국장은 “전문가가 아니라면 도저히 구제조차 신청할 수도 없는 이유로 보험금 지급이 거부되기 때문에 안타까운 피해자들이 제법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험기간 짧은 상품 주의 보험소비자연맹에는 보험금 산정을 둘러싼 민원이 늘고 있다. 하루 1∼2개 꼴로 접수돼 보험의 다른 분야에 대한 민원보다 많다. 민원은 피해자가 보험금 산정이 미심쩍어 시민단체를 찾아 제기하는 예가 많은 점을 감안할 때, 보험사의 말만 믿고 그대로 따르는 사례는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보험기간이 긴 생명보험보다 기간이 짧거나 일회성인 손해보험 상품 등에서 피해가 더 많다. 건설노무직인 가입자가 도로에서 보수공사를 하다 자동차에 치여 사망했으나 유족들이 미처 잘 몰라 별도의 교통사고증명서를 제출하지 않자 보험사가 이를 일반재해 사망사고로 처리한 예도 있다. 이런 경우 보험금은 교통사고 사망보험금의 절반에 불과하다. 보험사 직원이 사고 현장을 방문, 사망 경위 등을 확인했으나 유족들에게 경찰이 발급하는 교통사고증명서 제출을 안내하지 않는 바람에 피해를 봤다. ●과당경쟁이 부실 서비스 원인 보험금 엉터리 산정이 늘고 있는 원인은 보험사 직원과 설계사들이 챙겨야 하는 보험상품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보험사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소비자들의 요구가 다양해지면서 인라인스케이트보험, 군인보험, 커피보험 등도 생겼다. 보험료가 수천원에서 수만원선으로 소비자들이 부담없이 가입하는 상품에서 이같은 피해가 발생하기 쉽다. 판매망이 인터넷,TV홈쇼핑, 전화판매 등으로 다양한 보험상품도 주의해야 한다. 이들 상품들은 약관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하지 않고 ‘월 9900원’ 등 보험료가 싸다는 점만 강조하기 때문이다. 종신보험 등 장기보험의 경우 전문 설계사들이 따로 회사에서 상품교육을 받지만 아르바이트 콜센터 상담원들이 상품을 안내하는 경우도 잦다는 것. 금감원 관계자는 “보험산정과 관련된 피해는 가입자 자신이 피해를 봤는지도 모를 수 있기 때문에 소비자보호센터 등을 통해 사전·사후에 상담을 받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금감원 소비자보호센터는 국번없이 1322번이다. 김경운기자 kkwoon@seoul.co.kr
  • 아프간 소녀의 마음도 치료할수 있다면…

    아프가니스탄에서 건설·의료지원 임무를 수행 중인 동의·다산 부대원들이 지뢰사고를 당한 현지인 소녀를 정성껏 치료하고 성금을 전달해 훈훈한 감동을 주고 있다. 15일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동의·다산부대원들은 지뢰사고로 오른쪽 다리를 잃은 수이 로말(12·여)양과 그의 가족을 돕기 위해 성금을 모금, 지난 14일 가족들에게 전달했다. 기지 주변 마을에 살고 있는 로말양은 지난달 22일 지뢰지대에서 놀다가 대인지뢰로 추정되는 지뢰를 밟아 동의·다산부대로 후송됐고, 부대원들은 응급처치 후 지뢰 사고 전문인 미군병원으로 즉각 이송했다. 한국군 군의관 소안수(33·군의 34기) 대위가 참여한 가운데 수술이 진행됐으나, 결국 발목을 잘라야 했다. 부대원들은 로말양의 부모가 실직해 11명의 가족 생계가 막막하다는 사실을 전해듣고, 전 장병을 대상으로 모금운동을 벌여 660달러와 운동화, 생필품, 학용품 등을 전달했다. 10인 가족의 월 생활비가 100달러 가량이고, 노동자들의 월 평균 임금이 80달러 안팎인 아프가니스탄의 경제 사정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모금액이다. 이태호(51·육사 34기) 대령은 “어린 나이에 지뢰사고로 다리를 잃게 된 로말양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고자 모금운동을 펼치게 됐다. 앞으로 로말양 아버지의 일자리를 주선해 줄 계획”이라고 말했다. 조승진기자 redtrain@seoul.co.kr
  • 흥행에 눈먼 ‘죽음의 쇼’

    30대 중반의 이종격투기 선수가 경기 직후 호흡곤란으로 사망했다. 주먹과 발로 때리고 차는 거친 시합에 안전조치가 거의 없었다는 점에서 예고된 사고였다는 지적이다. 관할당국도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다. 최근 들어 생계를 위해 링에 오르는 일반인들이 늘면서 사고 가능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1분여 만에 경기 중단…호흡곤란 사망 지난 12일 오후 9시35분쯤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컨벤션센터 별관 지하 1층 레스토랑 ‘김미파이브’에서 열린 이종격투기 대회에 출전했던 이모(34)씨가 경기 후 호흡곤란으로 병원에 옮겨졌으나 1시간 만에 숨졌다. 이씨는 1라운드 1분9초 만에 왼쪽 눈이 찢어지는 부상을 당해 경기가 중단된 뒤 선수 대기실에서 의사 진료를 받다 갑자기 호흡곤란을 일으켰다. 유도 6단인 이씨는 전문 격투기 선수가 아니라 강원도 원주시에서 정육점 직원으로 일하면서 선수 활동을 해 왔다. 경찰은 이씨가 급성 심근경색으로 숨진 것으로 보고 있으나 정확한 사인을 밝히기 위해 부검을 하기로 했다. 대회를 주최한 N사는 경기 전 이씨의 건강이나 체력 등을 전혀 점검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이씨가 소속돼 있는 체육관에서 사전검사를 해 N사에 제출했으며,N사는 이에 대해 본인 동의서만 받았다.”면서 “출전 당일에는 아무런 건강 체크도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생계형 아마추어들 거친 싸움판으로 이종격투기는 타격기(때리고 차고 찍는 무술)와 유술기(잡고 꺾고 던지는 무술) 등 맨몸으로 할 수 있는 싸움기술은 거의 다 허용하고 있어 복싱이나 레슬링보다 훨씬 위험하다. 한 이종격투기 에이전트는 “우리나라의 이종격투기는 관객들의 눈요깃감으로 선수를 급조해 올리는 비정상적인 형태”라고 말했다. 그는 “선수층이 두텁지 않은데도 거의 매일 경기를 치르기 때문에 선수들이 혹사되고 있다.”면서 “이종격투기가 발달한 일본에서는 2∼3개월 간격으로 경기를 치르게 한다.”고 전했다. 대규모 대회보다 이번에 사망사고가 난 작은 시합이 더욱 위험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말이다. 한 관계자는 “소규모 경기에서는 예정된 선수가 안 나왔다고 ‘땜질’식으로 다른 선수를 출전시키는 경우가 많고 심지어 글러브가 모자라 돌려쓰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사고가 난 레스토랑은 출전선수가 이기면 40만원을 주고 져도 10만원을 지급해 아마추어들이 생계를 위해 링에 오르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숨진 이씨도 부인과 5살,1살인 두 딸의 생계를 책임지다 지난해부터 모 체육관 소속으로 출전해 왔다. 격투기 선수로 데뷔하기에는 늦은 30대 중반의 나이로 지난해 여름 첫 경기를 치러 1승을 거뒀다. ●선수건강은 없다, 오직 흥행뿐 선수들의 몸상태 점검도 허술하다. 일본의 K1이나 프라이드 같은 대형 이종격투기대회에는 보통 10여명의 의료진이 배치되지만 국내에서는 의사가 아닌 간호사에게 격투기 선수의 건강 체크를 맡기는 경우가 많다. 능력있는 심판도 부족하다. 한 유명 선수의 매니저는 “후두부 타격 등 치명적인 공격은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지만 이런 규칙대로 경기를 진행시키는 전문 심판은 매우 부족하다.”면서 “많이 맞은 선수가 경기를 계속할 수 있는지 한눈에 판단할 능력을 가진 심판도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고 했다. 관할 당국인 강남구청도 레스토랑에서 열리는 이종격투기 경기에 대해 아무런 규제를 하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강남구청 관계자는 이에 대해 “레스토랑에서 이종격투기 경기에 대한 입장료를 받지 않기 때문에 하나의 공연으로 간주했다.”면서 “레스토랑에서 유도나 복싱을 하더라도 관람료 없이 식사를 하면서 보는 식이 된다면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말했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열린세상] 청바지를 걸친 중세 / 임옥희 여성문화이론연구소 공동대표

    사이보그가 인간·동물·기계 사이의 크로스오버와 경계 해체에 관한 은유라고 한다면,‘서유기’에는 온갖 사이보그들이 넘쳐난다. 손오공은 돌에서 태어난 원숭이다. 저팔계는 돼지의 태를 빌려 태어난 존재다. 사오정은 물고기의 변형태다. 이제 ‘서유기’의 허구는 현대의 유전공학으로 현실이 되고 있다. 중세의 연금술처럼, 현대의 유전공학은 낯선 혼종(混種)을 발명한다. 생쥐와 돼지와 원숭이와 물고기가 인간과 합체 변신한다. 실험실의 온코마우스는 암으로부터 인간을 구원한다. 무균 복제돼지의 췌장은 당뇨병을 해결해 줌으로써 인간수명을 연장시킨다. 가자미 유전자를 이식받은 토마토가 부패의 시간을 늦춘 지는 오래다. 어떤 토마토는 썩지 않고, 어떤 사람들에게는 불로장생이 현실화하고 있다. 지금 현재로서는 교황처럼 특정한 사람만이 여든을 넘겨도 세계의 영적 지도자가 될 수 있지만, 미래에는 여든을 넘긴 보통사람들도 치매 걱정은커녕 젊음과 건강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만 된다면, 더 이상 무엇을 바라랴! 우리나라 사람들의 자부심은 한민족 혈통 순결주의, 혹은 혈통 근본주의에 바탕을 두고 있다. 호주제 폐지가 그처럼 힘들었던 것도 ‘근본’을 알아야 한다는 윤리적 강박에서 비롯되었다. 그런데 상징적으로 해석하자면 쥐와 돼지와 원숭이의 유전자와 뒤섞인 ‘쥐인간’‘돼지인간’‘원숭이인간’은 인간혈통 순결주의를 조롱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호주제 폐지 때와는 달리 유전과학의 상징적인 조롱에는 유림도 그다지 분개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서유기’의 세계가 우리 상상 속에 자리잡고 있었기 때문일까? 아니면 여자들 탓으로 돌릴 수 없었기 때문일까? 유전공학은 21세기 최대 유망 산업이 되고 있다. 줄기세포 연구 프로젝트는 향후 10∼15년 이내에 IT 산업보다 고부가가치 산업이 돼 전 국민을 먹여 살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들을 한다. 그렇다면 누군들 사이버 세계의 도래를 환영하지 않겠는가. 생명윤리 분야에서 저항이 있다고 한들, 국가가 적극적으로 합법화하면 그만이다. 자본의 윤리는 이윤추구이고 국가의 윤리는 그것에 봉사함으로써 국민을 먹여 살리는 데 있다고들 하지 않는가. 그렇다 하더라도 인간 배아 줄기세포 연구에 필수적인 난자의 문제는 어디로 갔을까. 여성이 자신의 난자를 개인적으로 사고파는 행위는 의료법상 불법이다. 동일한 행위를 했음에도 난자를 기증하는 것은 합법이자 선행이다. 그것은 성매매도 마찬가지다. 돈으로 거래되지 않는 사랑의 행위는 숭고하지만, 돈이 오가면 범죄 행위가 된다. 여기서 판단 기준은 돈의 교환 유무와 국가의 인정이다. 국가가 ‘인정’하면 합법이고,‘인정’하지 않으면 불법이다. 여성의 난자가 고부가가치 창출을 위해 실험실에 이용되는 것을 국가는 적극적으로 인정한다. 그렇다면 여성의 몸은 자기만의 사적인 공간이 아니라 국가권력이 관장하는 정치적인 공간이다. 배아를 만드는 과정은 여성이 헤아릴 수도 없이 여러 번 난자를 제공해야만 가능해진다. 질병치료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안이 통과(2003년 10월7일)되었다지만 이 법안이 말하는 생명존엄은 잠재적 생명체로서 배아의 인권을 뜻하는 것이지 도구화되는 여성의 건강과 인권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자본주의 사회가 ‘민주적’이라는 것은 돈이라는 물신에 기대어 모든 가치를 ‘평등하게’ 환산하기 때문이다. 그런 자본주의 사회에서 ‘특정한 것’은 돈으로 환산되는 것이 불법이자 악이고, 돈으로 환산되지 않는 것이 윤리적이고 선이라고 한다면, 자본주의 자체가 범죄적 구성물이 된다. 자본주의 사회가 자신의 아이로니컬한 미덕을 위해 돈으로 환산되지 않도록 묶어놓은 윤리적이자 ‘중세적인’ 영역은 흔히 여성적인 것으로 상징된다. 그렇다면 우리는 아무리 현란한 사이버 세상을 살아가더라도 중세적인 의식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은 아닐까 한다. 임옥희 여성문화이론연구소 공동대표
  • [국제플러스] 佛 외과의사 350명 영국 원정파업

    |파리 함혜리특파원|프랑스 외과의사 350명이 의료수가 인상을 요구하며 10일부터 영국 남부 휴양지 캠버샌즈에서 나흘간 상징적인 ‘망명’ 파업에 들어갔다. 프랑스 외과의사협회는 지난해 8월에도 이같은 단체행동안을 내놓았다가 정부의 중재보상안을 받아들여 취소했지만 이후 당시 합의안이 전혀 이행되지 않아 원정파업을 단행한다고 밝혔다. 협회 대변인 필립 퀴크는 캠버샌즈에 도착한 뒤 “당초 800명이 참여할 계획이었으나 급한 환자들 때문에 많은 의사들이 동참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프랑스내 1만 6000명에 이르는 개업의를 대변하고 있는 이 단체는 진료비는 15년 동안 동결된 반면 의료소송의 급증으로 의료사고에 대비한 보험료가 10배나 올라 병원운영이 어려워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 [Doctor & Disease] 서울아산병원 정형외과 이춘성 박사

    [Doctor & Disease] 서울아산병원 정형외과 이춘성 박사

    “학교검진으로 척추측만증을 찾는다는 건 어불성설입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그런 사람들은 학생의 건강보다 다른 문제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생각을 떨치기 어렵습니다. 척추측만증은 전염병인 결핵과는 다릅니다.” 의료계 안팎에서 ‘정직한 의사’,‘의학 원리주의자’로 평가받는 서울아산병원 정형외과 이춘성(50) 박사. 언제나 문제의식을 달고 살지만 뜻있는 사람들이 그를 외면하지 못하는 것은 그가 항상 탐구하는 자세를 흐트리지 않으며, 또 항상 ‘꼭 그래야만 하는 문제’를 들추기 때문이다. 그를 만나 청소년에게 많은 척추측만증을 두고 얘기를 나눴다. 측만증 학교검진이 왜 문제인가. -간단하게 정리하면 이렇다. 이게 학생 100명 중 2명 꼴로 있는 병인데 이걸 찾으려고 수많은 학생의 웃통을 벗겨 줄을 세운다는 점이다. 이게 정말 학교검진 대상인지도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 이게 집단의 건강을 해치지도 않고, 또 대부분의 부모들이 문제를 알고 있는데, 개인의 신체적 비밀을 드러내 친구들 놀림감을 만들어서야 되겠나. 이 병의 조기발견이 조기치료에 도움이 되느냐를 두고도 학계에서는 논란이 있다. 이런 점 때문에 영국에서는 지난 83년부터 이 병의 학교검진을 이미 중단했다. 그의 논리는 명쾌했다. 지난 93년 미국에서의 의사 생활을 마치고 귀국한 그는 이 문제를 곧장 제기해 척추학회 찬반투표를 이끌어 내기도 했다.“이걸 가진 학생이 100명 중 2명이라고 했지만 그나마 문제가 되는 상태, 즉 척추가 20도 이상 휜 경우는 1000명 중 2∼3명 정도입니다. 그러니 여기에 쓰이는 인력과 예산을 다른 전염성 질환이나 비만, 자살예방 등 현실적인 곳에 쏟으라는 거지요.” 문제가 되는 척추측만증은 어떤 질환인가. -쉽게 말해 척추가 앞뒤가 아니라 옆으로 휘는 상태를 말한다. 이를 세부적으로 구분해 달라. -크게 구조성과 비구조성으로 나누는데, 비구조성은 예컨대 다리 길이가 달라 척추가 휘는 경우 등으로 본원적인 측만증과는 거리가 있다. 문제는 구조성으로 특발성, 선천성, 신경근육성 등으로 나누며 이 중 85∼90%를 특발성이 차지한다. 특발성은 대부분 청소년에게서 나타나 청소년측만증이라고도 한다. 유아형이나 연소기형도 있으나 발병 빈도가 많지 않다. 원인은 드러나 있는가. -비구조성은 다리 길이가 다르거나 허리디스크 등이 원인이 된 경우로 진정한 의미의 측만증은 아니고, 가장 발병 빈도가 많은 특발성은 아직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다. 선천성은 태어날 때부터 척추 기형이 동반된 경우고, 신경근육성은 신경 및 근육질환에 의해 생긴다. 또 말판증후군이나 신경섬유종증, 골형성부전증에 의한 측만증도 있다. 그는 책걸상이 측만증의 원인이라는 일부의 주장에 제동을 걸었다.“특발성은 서구에서도 아직 원인을 밝히지 못했는데 책걸상 탓이라고 단정하는 건 신중하지 못한 태도입니다. 지금까지 제시된 유전적 요인, 평형감각이나 성장호르몬 이상 등은 가설일 뿐이고, 최근에는 간뇌 뒤 송과선에서 분비되는 멜라토닌의 양이 줄면 척추가 휜다는 주장도 있었지만 정설은 아닙니다.” 좀 혼란스러운 면이 없지 않은데, 유병률은 어느 정도인가. -자꾸 일부에서 청소년 3분의2가 허리가 휘었다는 등의 얘기를 해 혼란이 있는데, 이건 사실이 아니다. 서울대병원이 제시한 측만증 유병률(10도 기준)은 2.28%였다. 진단은 어떻게 하나. 또 판정 기준도 소개해 달라. -진단은 대부분 문진과 진찰,X레이 검사로 충분하며, 신경질환이나 근육질환 등 다른 원인이 의심되는 경우 예외적으로 CT나 척수강 조영술 등 정밀검사를 한다. 판정 기준은 척추가 휜 각을 근거로 하는데, 통상 10도 이상 휘어 있으면 측만증으로 본다. 치료문제를 거론하자 이 박사는 우리의 부실한 의료체계를 먼거 꺼냈다.“의료사고보험 얘긴데, 제대로 된 나라에 이게 없을 수 없지요. 그러다 보니 의사들은 위축돼 갈수록 방어진료만 하게 되고, 환자들 피해도 크지요. 보세요. 의료사고 한건 터지면 의사들 멱살 잡히기 예사고, 목소리 큰 사람만 득을 보잖아요. 이게 얼마나 기형적입니까. 의사나 환자 모두 낭떠러지에서 외줄을 타는 꼴이지요.” 치료 방법을 소개해 달라. -치료는 크게 관찰, 보조기치료, 수술 등 3가지로 구분한다. 관찰은 20도 미만의 만곡을 가진 환자를 3∼6개월마다 정기적으로 주시하는 치료방법이다. 측만증은 수술이 능사가 아니다. 허리디스크의 경우 무려 70∼80%가 특별한 치료 없이도 저절로 좋아진다. 마찬가지로 측만증도 굳이 치료할 필요가 없는 단계라면 이런 관찰 과정이 필요하다. 보조기치료는 20∼40도의 만곡을 가졌으며, 성장기 환자에게만 효과가 있다. 성인 환자에게 이 치료는 효과가 없다. 의사마다 기준이 다르나 내 경우 성장기 환자는 40∼45도 이상, 성인의 경우 50∼55도를 넘으면 수술을 고려한다. 특히 성장기여서 만곡이 더 커질 우려가 있다면 수술치료가 좋다. 수술은 뼈를 이식하는 유합술이나 금속기기를 이용한 교정술을 통해 만곡을 작게 하고, 균형잡힌 척추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박사는 의사가 많아선지 너무 공격적인 진료가 문제가 된다며 이런 견해도 덧붙였다.“우스운 얘기지만 환자는 의사 수에 비례해 증가합니다. 작위적인 환자가 적지 않다는 뜻인데, 의사가 떼돈을 벌고, 돈 있는 환자만 양질의 진료를 받는 사회는 분명 잘못된 사회입니다. 그런 점에서는 우리도 유럽처럼 사회주의 진료체계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의료의 주체는 당연히 환자이고 국민이니까요.” ■ 이춘성 박사는 ▲서울대의대 및 대학원(박사)▲미국 캘리포니아대학 전임의(척추기형 및 소아정형외과)▲미국측만증연구학회 회원▲미국소아정형외과학회 및 척추외과학회 회원▲1996년 요부변성후만증 세계 최초로 보고▲2000년 미국측만증학회 우수논문상 수상▲‘상식을 뛰어넘는 허리병, 허리디스크 이야기’(서울대 이춘기 교수 공저),‘우리나라 중년 여성의 허리 굽는 병 요부변성후만증’,‘초·중·고등학생 척추 휘는 병 척추측만증’ 등 저술. 글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사진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SK텔레텍 인수 팬택 박병엽 부회장은

    SK텔레텍 인수 팬택 박병엽 부회장은

    국내 3위 휴대전화 단말기 제조업체인 팬택계열의 박병엽(44) 부회장이 또 하나의 ‘큰 일’을 벌였다. 팬택계열은 지난 3일 국내 최대 이동통신 서비스업체인 SK텔레콤의 단말기 제조 자회사인 SK텔레텍 인수를 전격 발표했다. 시장은 ‘충격’이었다.SK그룹이 글로벌사업 전략의 한 축으로 키워왔다는 회사였기에 더욱 그랬다. 팬택은 ‘벤처기업의 기린아’에서 매출 5조원대의 대기업으로, 박 부회장으로선 ‘IT업계의 거목’으로 우뚝 서는 순간이었다. 그동안 그에겐 ‘단돈 4000만원을 15년만에 매출 3조원대로 키운 통신업계의 젊은 사업가’란 수식어가 붙어 다녔다. 시장에서는 두 업체의 합병을 두고 서로가 밑지지 않은 ‘절묘한 컨버전스’로 평가했다. ●세계시장 ‘빅5’ 현실화 팬택계열은 올해의 매출 목표와 SK텔레텍 매출을 합치면 5조원대의 대기업 반열에 오른다. 세계적 기업인 삼성·LG전자와 함께 국내 3인자 자리를 확고히 구축하게 된다. 박 부회장은 “일단 국내시장 기반을 다진 뒤 해외시장에 진력할 것”이라고 밝혔다.SK텔레콤의 브랜드 영향력을 최대한 활용, 국내시장을 공고히 하고 목표지점인 세계시장에서 당당히 겨루겠다는 것이다. 팬택계열의 올 1·4분기 국내시장 점유율은 삼성·LG전자에 이어 14%대였다. 중국, 브라질, 독일 등지에 현지공장 및 법인을 설립했고, 세계시장에서 70∼80%를 자사 브랜드로 공략할 계획도 세워놓았다. 그동안 주문자상표부착(OEM) 방식을 탈피,‘애니콜’ ‘사이언’ 같이 독립 브랜드화하겠다는 뜻이다. 국내시장 점유율이 7%인 SK텔레텍은 여기에 대단한 원군 역할을 하게 될 전망이다. 박 부회장은 소문대로 겸손한 성격의 소유자다.‘귀공자 스타일’이지만 좌중에서는 격식을 따지지 않고, 연장자에겐 깍듯이 ‘선배님’이란 호칭을 쓴다. 기자가 만난 그를 종합하면 말은 차분하지만 ‘경영 승부사’다운 내면이 배어 있었다. 그는 가끔 “편히 살아갈 수 있는데….”라며 새로움을 찾아가는 ‘운명론’을 말하곤 한다. 그에게 “왜 부회장 직함만 계속 쓰느냐.”고 물은 적이 있다.“매출이 최소한 10조는 돼야 호칭을 바꿀 수 있을 것 같아서….”라며 기업을 건실히 키우는 데만 신경쓰겠다고 했다. 세간에는 호탕하고 스케일이 크다는 것만 알려졌다. 하지만 ‘돌다리도 두들겨 보는’ 스타일이란 게 주변의 말이다. 팬택의 회계장부는 하루에 한번씩 수치가 바뀐다. 가용자금을 점검해 적정수준 이상을 유지한다. 이래서 팬택계열은 3000억원 정도의 현금을 항시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다 갖춰준다. 열심히 일하라.” “팬택의 가치는 ‘사람과 기술’입니다.” 그는 팬택의 오늘은 이 두가지를 중시했기 때문이라고 가끔 말한다.‘사람은 대접을 받아야 능력을 발휘하고 직장은 자아실현의 터전이 돼야 한다.’는 것이 그의 경영관이다. 이런 이유로 수익의 3분의1을 연구하고 개발하는 데 쏟아부어 왔다. 최근엔 남다른 후생복리제도가 공개돼 화제를 낳았다.‘가족 1명당 의료비 최대 3000만원 무료 지원, 주택자금 최대 1억원 저리 대출, 결혼자금 최대 1000만원, 의료·장례비 최대 500만원 2% 저금리 지원….’ 대기업에서조차 보기 힘든 제도로 직장인의 부러움을 무척 사고 있다. 지난해 말, 박 부회장은 팬택노조가 “회사가 어려우니 임금을 동결하겠다.”고 하자 “무슨 소리냐.”며 임금을 올릴 것을 지시, 평균 10.4% 더 주었다. 하지만 ‘당근’만 있지는 않다. 외부에 알려진 ‘자유스러운’ 분위기와는 달리 임직원의 사생활은 철저한 점검 대상이다. 첨단 기술을 바탕으로 하는 제조업체이기 때문이란다. 박 부회장에겐 오래도록 전해지는 단말기와 관련한 일화가 있다. 저녁 자리에서 지인의 단말기를 느닷없이 던진 사건(?)이 벌어졌다.“왜 그렇게 했느냐.”는 질문에 “단말기는 던진 뒤 다시 켰을 때 통화가 돼야 정상품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사업을 한 지난 15년간 큰 실패를 겪지 않았다. 이를 주위에선 ‘불패 신화’라 하지만 그는 “운이 좋아 잘 넘겼다.”고 말한다. 팬택계열사의 올해 전체 매출액은 4조원대 가까이 이를 전망이다.SK텔레텍까지 합치면 올해 5조원대는 될 것으로 본다. 지난 2003년에는 매출 2조원을 올려 국내 제조업체로선 40여년만에 처음 이룬 성과로 평가됐다. 팬택계열은 최근 중국의 단말기 제조기술이 한층 좋아지면서 ‘고급 폰’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그의 경영행보는 아직 ‘두발 자전거’를 탄 채 페달을 밟고 있는 것과 비슷하다는 지적도 있다.‘완전한 성공’보다는 ‘진행형 성공’이란 뜻이다.SK텔레텍 경영권 인수도 대기업 및 글로벌기업으로 옮아가는 큰 시험대다. 한 컨설턴트가 최근 기자에게 던진 말이다.“국내에서 굴지의 글로벌 기업이 나오고 있는 이 시점에서도 창조적 최고 경영자(CEO)는 결코 없습니다.” 시장은 박 부회장이 창조적 대기업인으로 자리할지 주목하고 있다. 정기홍기자 hong@seoul.co.kr ●박병엽 부회장 1962년 서울 출생 1980년 서울 중동고 졸업 1985년 호서대 경영학과 졸업 1987년 10월 맥슨전자(주) 입사 1991∼2000년 팬택 대표이사 사장 1998년 11월 미 클린턴 대통령 초청,6인 원탁회의 참석 1998년 일본 NHK, 아시아 리더 500인 선정 2000년 2월 팬택 대표이사 부회장 2002년 8월∼현재 팬택계열 부회장 ■ 팬택의 도전 15년 박병엽 부회장의 발자취는 ‘거침없는 도전’이었다. 지난 1991년 첫 직장이던 맥슨전자에서의 평사원직을 박차고 나와 4000만원에 직원 6명으로 팬택을 설립, 사업가로서 첫발을 내디뎠다. 90년대 초 무선호출기(일명 삐삐) 시장의 활황에 힘입어 돈을 꽤 벌었다. 영업현장 노하우와 이를 활용한 공격적인 경영이 주효했다. 이후 통신시장이 삐삐에서 휴대전화로 말을 갈아 타자 휴대전화 단말기 제조로 바꿨다. 2001년엔 또 한번의 ‘베팅’을 했다. 팬택보다 덩치가 몇배 큰 현대큐리텔을 인수, 팬택&큐리텔이란 법인을 설립한 뒤 단말기를 만들기 시작했다. 박 부회장은 적자에 시달리던 팬택&큐리텔을 1년여만에 흑자기업으로 바꿔 놓았다. 팬택&큐리텔 인수 당시에 구조조정이 아니라 거꾸로 격려금을 지급한 일화는 아직도 회자되고 있다. 박 부회장 개인적으론 지난 2003년 9월 팬택&큐리텔이 거래소에 상장돼 국내 기업인 중 15위 자산가로도 등록되기도 했다.
  • [세상에 이런일이]틀니가 기관지에 빠졌어요

    |방콕 연합|천식을 앓아온 30대 태국 남성이 흡입기를 사용하려다가 틀니가 기도를 막는 바람에 목숨을 잃는 어처구니없는 사고가 일어났다. 태국의 TNA통신은 방콕 인근 차청사오주(州)에 사는 솜삭 로나롯(35)이라는 천식 환자가 지난 25일 아침 오토바이 운전석에 걸터앉아 숨진 채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의료진은 초기 검시 결과 천식이 재발한 솜삭이 기도를 넓히기 위해 흡입기를 쓰려는 순간 틀니가 기관지 속으로 들어가 질식사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솜삭의 시신을 검시한 차청사오 병원 파누왓 사미엥 박사는 이런 종류의 사고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다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 범죄피해자 지원 어떻게

    범죄피해자 지원 어떻게

    범죄 피해자들에 대한 정부와 사회의 지원은 너무 미미했다. 흉악범죄가 급증하면서 우리나라에서도 피해자들을 돕는 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민간차원의 지원 활동이 본격화하고 있다. 정부에서도 범죄 피해자 보호 대책을 마련, 민간활동을 돕는 한편 재정지원책도 강구하고 있다. 피해자 지원 현황과 사례, 문제점 등을 살펴본다. 범죄 피해자 지원센터는 전국 55곳에 설립돼 피해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있다. 지원센터의 봉사자들은 피해자와 법정에 함께 가고, 사건 진행정보를 알려주며, 의료·생계지원도 한다. 그러나 민간 차원의 지원센터는 정부의 재정적인 지원을 받지 못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법률·의료상담은 물론 생계지원까지 사례 1 가정폭력에 시달리던 40대 아내가 남편을 청부살해한 사건이 서울에서 발생했다. 아내는 구속되고, 세 남매만 남았다. 충격을 받은 아이들은 아버지가 숨진 집에서 살아야 했다. 경제적 어려움까지 닥쳐왔다. 이에 지원센터는 아이들 집을 자주 찾아가 말 벗이 되고, 밥과 반찬도 챙겨줬다. 구청과 협의해 국민기초생활보장 대상자와 소년소녀가장으로 선정되도록 도왔다. 덕분에 지난 2월부터 아이들은 다달이 98만 8000원을 받게 됐다. 친구들에게 따돌림 당하는 아이의 전학도 주선했다. 전세금 금융지원을 얻어 이사를 계획하고 있다. 사례 2 병든 할머니와 홀로 살던 중학생 A양이 성폭행을 당했다. 지원단체는 혼돈상태에 빠진 A양을 쉼터로 옮기고 정신과 치료를 받도록 했다. 몸이 불편한 할머니를 위해 자원봉사자가 매주 방문, 청소하고 밑반찬을 만들었다.A양도 안정을 되찾고 학교에 다시 등교하고 있다. 사례 3 피해자 B(16)양과 C(19)양은 의붓아버지에게 4년간 성폭행을 당했다. 친어머니는 딸들이 산부인과 치료를 받을 만큼 다쳤는데도, 거짓말이라며 아버지를 두둔했다. 충격을 받은 아이들에게 지원센터는 정신과 치료 등을 무료로 받도록 돕고, 학비도 지원했다. 취업을 원하는 큰 딸이 중소기업에서 면접을 보도록 주선했다. 사례 4 강도에게 남편을 잃은 아내 D씨는 법정 증인으로 나오라는 연락을 받았다. 당시 상황이 떠올라 D씨는 가해자를 마주하기가 겁났다. 연락을 받은 검찰 직원이 D씨 집을 방문, 함께 법정까지 갔다.D씨가 증언하는 동안에도 직원은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D씨는 “낯설고 두려웠는데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대구지하철 사고로 처음 시작 피해자보호센터는 2003년 9월 대구지하철 사고 200일을 맞아 구미에서 처음 개설됐다. 지하철 방화로 목숨을 잃은 190명의 유족들에게 체계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서였다. 공공기관은 아니고 민간에서 만든 기관이다. 지난해 7월 연쇄살인범 유영철이 붙잡히면서 피해자보호 활동은 전국으로 확산됐다. 지난해 전체 범죄건수는 205만 8360건으로 2003년(191만 6631건)보다 7.4% 증가했다. 살인 4.8%, 강간 10.1%, 폭력·협박 42.1%, 절도 61.6% 늘었다. 법무부는 지난해 9월 ‘범죄피해자보호·지원 강화를 위한 종합대책’을 마련하고, 민간 지원센터 설립을 지원했다. 한국 범죄피해자 지원 중앙센터를 비롯해 전국에서 센터가 잇따라 들어섰다. 상담과 더불어 의료·법률지원, 살인 현장 청소도 맡고 있다. 중앙센터 최혜선 사무처장은 “가족의 비참한 죽음을 목격하고,10년 동안 악몽에 시달리다 찾아온 경우도 있었다.”면서 “피해자 대부분이 작은 도움에도 감동하고 위로받는다.”고 말했다. 서울남부지검 조균석 차장검사는 “앞으로 전문가가 경찰과 함께 사건 현장에 출동, 피해자를 상담하고 현실적인 도움을 줘야 한다.”면서 “체계적 지원만이 2차,3차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재원부족이 걸림돌 민간이 주도하는 지원센터는 재원이 부족한 것이 가장 큰 문제다. 법무부는 피해자 지원대책을 마련하고 지원센터를 후원하고 있지만 일부 지역에서 사무실을 빌려주는 것 외에 도움을 주지는 못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지원하도록 규정한 ‘피해자보호법’을 입법예고했지만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의 피해자 지원대책을 기다리느라 처리되지 않고 있다. 정부의 재정적인 지원을 받지 못하는 지원센터의 경제적인 어려움은 매우 크다. 월급을 주지 못해 상근자가 떠나고, 자원봉사자 교육도 하지 못하고 있다. 지원센터 관계자는 “일반 후원금도 없는데 정부까지 지원하지 않으니 대부분 문 닫을 형편”이라면서 “초창기엔 국가의 도움이 절대적”이라고 말했다. 다만 구미·김천시의 경우 설립할 때 약속대로 매년 1억원씩 후원하고 있다. 활동도 활발해 1년 6개월 만에 상담건수는 1000건을 웃돌고 있고, 후원자도 302명으로 늘었다. 법무부는 최근 지원센터를 긴급 지원하고자 국무총리 산하 복권위원회에 복권기금 61억원을 신청했다. 한 검사는 “범죄자는 자신의 의지에 따라 선택하지 않을 수 있지만, 피해자는 누구나 될 수 있다.”면서 “범죄·재해피해자를 사회적 소수로 인정,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 유영철사건 피해자 지원은 연쇄 살인범 유영철씨에게 목숨을 잃은 피해자 유족은 어떤 지원을 받았을까. 일부 유족들이 정부가 지급하는 범죄피해자구조금 1000만원을 받았을 뿐이다. 사건 피해자는 여성과 노인 20명.2명의 신원은 밝혀지지 않았고,3명의 유족은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피해자 15명의 유족만 수사를 받거나 법정 증인으로 나섰다. 피해자 7명의 가족은 지난해 10월에,4가족은 지난달에 구조금을 신청해 받았다. 매년 5월과 10월 주던 구조금을 앞당겨 지급한 것이다.4가족은 신청자격이 되지 않았다. 구조금은 각 가족당 1000만원. 유족이 여러명인 경우 300만원이나 500만원씩 나눠가졌다. 그러나 구조금이 적어 현실적이지 못하다는 지적이 많다. 정부는 범죄 피해자가 사망하면 1000만원,1∼3급 장애를 입으면 300∼600만원을 준다. 합의금이 없는 경우엔 치료비에도 훨씬 못미치는 액수다. 신청요건도 까다롭다. 피해자가 가정의 생계를 책임졌고, 가해자가 친인척이면 안 된다. 또 피해자의 잘못으로 사건이 발생해도 구조금을 신청할 수 없다. 이에 지난해 신청 123건, 지급액 6억 4940만원에 그쳤다. 이는 일본보다 30배 적은 수치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유영철 사건으로 구조금이 알려져 신청은 늘었지만, 요건이 까다로워 여전히 돈을 받는 피해자는 적다.”고 말했다.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 선진국 사례 범죄 피해자 지원은 1970년대 미국과 영국·독일 등에서 처음 시작했다.1995년에는 일본도 뒤따랐다. 미국은 1975년 전국피해자지원기구(NOVA)를 설립한 뒤 ‘피해자 및 증인보호법’과 ‘범죄피해자법’을 잇달아 만들었다. 지원단체는 1만여개. 심리학자·변호사·사회활동가·의사가 상담·진단·치료를 맡는다. 정부는 벌금 중 일부를 기금으로 조성, 단체를 후원한다. 처음엔 우리나라처럼 가해자가 가족이면 보상받지 못했지만, 이젠 달라졌다. 영국은 증인보호협회가 피해자를 지원한다. 자원봉사자는 범죄가 발생하면 곧바로 현장에 달려가 피해자를 위로하고, 정신과 의사, 변호사 등 전문가를 소개한다. 독일은 1976년 ‘범죄피해자보상법’을 만들었지만, 자격을 엄격히 제한해 호응을 얻지 못했다.1986년 법률을 바꿔 혜택을 늘렸다. 경찰이 앞장서 피해자 지원단체를 세웠다. 전국 400개 단체에서 자원봉사자 2300명이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보상금 신청은 물론 수사·재판에도 함께 간다. 자금은 회원 회비와 기부, 벌금으로 채운다. 스위스에선 정부가 주민 수를 기준으로 범죄 피해자 단체에 지원금을 나눠준다. 단체는 2년마다 회계보고서와 제공한 서비스를 보고해야 한다. 일본은 1990년대 말 한 어린이가 트럭에 부딪혀 사망하면서 피해자 지원에 눈을 떴다. 피해아동 아버지는 가해자가 어떤 처벌을 받는지 전혀 연락을 받지 못했다. 수소문 끝에 가해자가 검찰에서 무혐의로 풀려났다는 소식을 듣고 충격에 빠졌다. 그는 “어린 아들이 죽었는데 아무도 책임지지 않고, 누구도 이를 알려주지 않았다.”며 울부짖었다. 그의 울분은 일본 대륙을 뒤흔들었다. 가해자는 기소됐고, 정부가 관계 부처회의를 열어 범죄피해자 지원대책을 수립하기에 이르렀다. 피해자지원센터도 이때 만들어졌다. 국회에선 관련 법안을 만들었다. 범죄피해자는 각종 정보는 물론 피해보상금, 공영 임대주택 우선 입주권도 얻는다. 범죄피해자를 노인·장애인과 같은 사회적 약자로 인정, 복지 혜택을 준 것이다.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 [기고] “전문간호사 도입취지를 살리자”/박현주 대한간호협회 사무총장

    정부는 국민건강증진을 도모하기 위해 지난 2003년 10월 전문간호사제도를 도입했다. 이 제도를 통해 내년 2월이면 임상경험이 풍부하고 질적 수준이 높은 전문간호사들이 대거 배출된다. 전문간호사들은 정부가 교육기관으로 지정한 전국 36개 대학원에서 보건·마취·정신·가정·감염관리·산업·응급·노인·중환자·호스피스 등 10개 분야별로 석사과정의 교육을 받고 있다. 하지만 전문간호사 배출을 불과 10개월 남짓 앞둔 시점임에도 정부는 법적 업무범위를 명시하지 못해 당초 취지를 살린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국민의 편에서 국민건강증진을 도모하기 위해 마련한 제도 자체가 일부 보건의료단체의 반대에 밀려 이리저리 흔들리고 있는 형국이다. 특히 오는 2007년 도입되는 노인요양보장제도의 경우 가정, 보건 등 노인관련 전문간호사를 의료법에 따라 활용할 계획으로 있다. 그러나 전문간호사에 대한 법적 업무범위가 명확하지 않아 불법 의료행위에 따른 분쟁이 발생하고 이에 따라 소비자와 공급자 모두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는 문제를 야기할 것으로 우려된다. 지금까지 노인요양보장제도 실무기획단에서는 노인관련 전문간호사가 제공할 요양에 따른 방문간호는 전문간호사의 독자적인 판단 아래 수행되는 기본적 간호로 논의돼 왔다. 하지만 현행 의료법은 전문간호사의 종류와 자격기준만 시행규칙에 명시하고 있을 뿐, 구체적인 양성과정 등에 대한 내용은 보건복지부 고시로 위임하고 있다. 한 예로 현재 마취전문간호사의 경우 업무범위 등 많은 문제를 야기시키고 있다. 마취전문간호사는 1991년 ‘마취간호사가 수술집도의사의 지시 감독 하에 마취행위를 하는 것은 무방하다.’는 정부의 유권해석에 따라 소규모 의료기관에서 마취를 시행하고 있으나, 마취사고가 발생하면 의료법이 정하고 있는 간호사의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인정, 형사상의 책임을 지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내년부터 매년 배출될 전문간호사에 대한 법적 정비가 하루빨리 이루어져야 한다. 또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고 전문간호사제도 도입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의료법 시행규칙에 있는 전문간호사를 최소 시행령 수준으로 상향시켜야 한다. 아울러 법조문 안에 10개 분야별 간호사의 업무범위를 일일이 나열해야 하는 의료법 개정보다는 간호사 관련 단독법을 제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의료법에서 간호사의 업무범위는 요양상의 간호와 진료의 보조, 대통령령의 보건활동으로 돼 있다. 요양상의 간호는 간호사 면허시험을 주관하는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에서 밝히고 있는 것처럼 대략 11개 분야의 168개 행위,447개 세부행위로 구성돼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적으로는 요양상의 간호로만 명시돼 어느 누구도 요양상의 간호가 무엇을 뜻하고, 어떤 내용인지 잘 알지 못한다. 이에 따라 간호사의 임무를 진료의 보조로 한정짓게 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요양상의 간호에는 설명과 주의·교육의 의무가 포함돼 있다. 최근에는 이 같은 간호의 특성을 이해하는 법관들에 의해 간호사와 의사의 공동책임, 또는 단독책임으로 판결이 나고 있다. 이는 곧 간호사가 자신의 요양상의 간호라는 법적 의무가 무엇을 뜻하는지 명확히 알고 주의를 기울이도록 법적 정비가 돼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울러 의료법상 간호사의 의무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요양상의 간호, 진료의 보조, 보건활동으로 명시돼 있다. 하지만 다른 법에서는 건강교육 및 상담, 경미한 진료행위, 응급처치 등 간호에 대한 기본법인 의료법에서 제한하고 있는 규정보다 훨씬 다양하고 폭 넓게 규정하고 있다. 때문에 개별법에 근거해 업무를 하는 간호사의 법적 권한과 기본법에서 주어진 법적 권한이 충돌했을 때, 판단이 모호해질 수도 있다. 시대적 조류에 따라 간호사의 단독법 제정을 통해 전문간호사의 법적 업무범위를 명시함으로써 제도 도입의 취지를 살려야 한다. 박현주 대한간호협회 사무총장
  • 덥석 샀던 회원권 덜컥 떼인 보증금

    덥석 샀던 회원권 덜컥 떼인 보증금

    외환위기 당시 콘도 운영업체가 운영난을 극복하기 위해 미봉책으로 내놓은 단기 회원권의 만기가 됐는데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소비자 피해사례가 늘고 있다. 또 번호이동성제 도입으로 휴대전화 수요가 늘어나면서 프로그램 오작동과 단말기 교체과정의 부당요금 청구 등으로 인한 피해도 증가하고 있다. 이같은 사실은 한국소비자보호원이 지난해 접수된 소비자상담 내용을 종합 분석한 결과 나타났다. ●전체 상담건수는 감소…콘도회원권, 휴대전화 피해상담은 증가 소비자정보센터 소비자상담팀은 ‘2004년도 소비자상담 현황 분석’에서 지난해 물품이나 용역·서비스의 이용과정에서 발생한 소비자 불만과 피해 상담 건수가 27만 2942건으로 전년도의 32만 1934건보다 15.2% 감소했다고 18일 밝혔다. 상담팀은 “경제여건이 좋지 않아 거래 자체가 줄어든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일부 물품의 상담건수는 오히려 늘었다. 상위 200위 품목에서 가장 큰 증가율을 보인 것은 ‘콘도회원권’으로 2003년의 688건보다 69.5% 증가한 1166건을 기록했다. 외환위기 당시 20년을 만기로 판매하던 콘도회원권의 영업실적이 떨어지자 이를 만회하기 위해 ‘단기 5년 회원권’을 남발한 것이 원인으로 꼽혔다. 최근 만기가 됐지만 계속된 경기침체로 자금을 마련하지 못한 콘도운영업체가 보증금 환급을 미루거나, 계약조건에 없던 분할환급방식을 제시하는 사례가 대부분이었다. 10개 상위품목 가운데 ‘이동전화서비스’는 2003년 5위(9292건)에서 지난해 2위(9610건)로 뛰어올랐다.2001년 이후 감소추세였던 ‘이동전화서비스’ 피해는 번호이동성제의 시행에 따른 단말기 교체과정에서 주로 발생했다. 휴대전화 발급시 명의도용과 가입시 완납 금액의 할부 청구 등 사업자의 부당행위로 인한 피해가 46.5%로 가장 많았다. 이는 2003년에 비해 13.5% 늘어난 것이다. 2003년 10위권 밖이던 ‘휴대전화’ 피해상담은 지난해 5006건으로 9위에 올랐다. 번호이동성제에 따른 단말기 교체 이후 MP3 플레이어나 폰뱅킹 등의 프로그램이 오작동하는 사례가 많았다. ●병·의원 서비스 상담 꾸준히 증가 추세 ‘신용카드’는 2년째 1위에 올랐다. 하지만 신용불량자 양산을 막기 위한 카드업계의 발급기준 강화 등으로 건수는 전년도 1만 5372건에서 9975건으로 크게 줄었다. 영어시사잡지 등 ‘잡지’ 관련 피해 상담은 4759건으로 2년째 10위권에 들었다. 상담팀은 “취업이나 상급학교 진학에 대비하라는 판매원의 설명만 듣고 충동적으로 장기 구독계약을 하는 사례가 많았다.”면서 “청년 취업난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비스 부문에서는 ‘병·의원 서비스’ 상담이 1만 594건으로 단연 많았다.2001년 9368건,2002년 9537건,2003년 1만 739건 등으로 꾸준한 증가세를 보였다. 진료과목별로는 치과가 2388건으로 가장 많았고 정형외과, 성형외과, 산부인과, 내과 순이었다. 진료나 치료를 받을 때 발생하는 의료사고 등 ‘품질’ 문제가 87.6%인 9284건을 차지했다. 상담팀 박태학 차장은 “다단계판매나 방문판매 등으로 구입한 물건을 환불해 주지 않거나 부당한 계약을 해지해 주지 않는 등 악덕상술로 인한 소비자 피해가 단속·홍보 강화 등으로 크게 줄어든 것도 특징”이라고 밝혔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계란으로 바위치기’ 의료소송

    ‘계란으로 바위치기’ 의료소송

    “우리나라 법치의 치명적인 사각지대를 아십니까? 바로 의료사고 피해자들에게 법과 제도가 덤터기 씌우는 부당한 판정과 거기에서 비롯되는 고통입니다. 생각해 보면 정말 이상하지 않습니까? 피해자는 있는데 가해자가 없는 의료사고 말입니다.”의료사고. 병을 고치기 위해 병원을 찾았다가 더 큰 병을 얻거나 생명을 잃는 경우를 이르는 이 말이 우리에게 ‘돌이킬 수 없는 선고’나 ‘파국’의 다른 말쯤으로 각인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렇듯 의료사고는 우리 사회에 비일비재한 일방통행식 폭력의 성향을 갖는다. 이 공공연한 폭력성은 대부분 제도권 내에서 형성된 ‘침묵의 카르텔’이 주도해 왔으며 피해자는 힘없는 ‘개인’들이었다. 그 ‘개인’들이 이제야 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모래알처럼 흩어져 있던 그들이 뭉쳐 제도권 내에서 공공연히 빚어지는 의료사고의 가해자 찾기에 나선 것. 지난 9일 서울 영등포구 대방동 여성플라자에서는 의료소비자의 주권과 참의료 실현, 의료사고 예방을 위해 결성된 ‘의료소비자 시민연대(의시연)’ 출범식이 있었다. 이 단체는 지난 2001년 몇몇 의료사고 피해자와 그들의 고통을 이해하는 사회 인사들이 모여 만든 ‘의료사고 시민연합’이 모태가 됐다. 이 단체 출범의 산파 역할을 한 강태언(42) 의시연 사무국장을 만났다. 그는 우리 사회가 바로 서기 위해서는 더 이상 이런 폭력이 없어야 하며, 있다면 그 진실이 한 점 의혹없이 밝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의료사고가 갈수록 늘고 있으나 공정한 법적 절차에 의해 피해를 구제받은 사람이 거의 없다는 데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며 “정부에서도 이 사안을 쉬쉬하며 덮으려고만 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그가 제시하는 우리의 의료사고 현황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정부와 의료계에서는 설문과 의료소송 관련 감정신청 건수, 의료분쟁 관련 민원을 종합해 연간 5000건 정도 될 것으로 보고 있으나, 미국의 경우 2000년 병원 입원환자 중 최고 9만 8000명 가량이 의료 과실로 사망한 점 등을 들어 우리나라에서도 연간 50만건, 많게는 100만건의 의료사고가 발생할 것이라는 견해를 제시했다.“물론 통계는 없다. 의료사고는 병원과 의료인의 부적절한 치료행위에 의한 경우를 제외하더라도 병원 내 감염, 응급의료사고, 약물에 의한 약화사고 등을 모두 포함한 개념인데, 본인이 모르는 경우도 허다해 통계 산출이 어렵고, 그나마 국가기관에서 그런 실태를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병원 감염사고만 해도 그렇다. 우리보다 훨씬 안전하다는 미국에서도 연간 200만명 이상이 병원에서 감염돼 이중 10% 정도는 목숨을 잃고, 여기에 지출되는 사회적 비용도 연간 50억 달러를 넘는다. 우리나라도 응급실에서 숨지는 환자 2명 중 1명은 죽지 않아야 될 사람으로 보이는데, 이는 병원들이 수익을 내세워 응급실에 전문의 대신 인턴이나 레지던트를 집중 배치해서 생기는 오진과 응급처치 과실 등이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사실 그도 지난 95년 의료사고로 가족을 모두 잃었다.6년간의 소송 끝에 본안소송과 의료비 소송을 모두 이겼지만 그에게 남은 것은 상처뿐이었다. 그는 자신의 아픔을 더는 되새기고 싶지 않다며 이해를 구했다. 강 국장은 현재의 법원 판결에서 드러난 문제도 지적했다.“재판부가 전문적인 의료지식이 없어 사안에 대해 외부에 감정을 의뢰하는데, 여기에 관여하는 사람들이 모두 의사들이다. 그러다 보니 뻔한 사안, 즉 일주일이면 나올 감정의견이 1년 후에 나오기도 하고, 의사들도 대부분 진실 규명에 비협조적이다. 어차피 같은 부류인데 자신들에게 불리한 판례는 만들고 싶지 않을 것이다. 의사조직의 폐쇄성도 의사들의 양심적인 감정을 막는 장애물이다. 게다가 판결에 절대적인 증거도 거의 병원 측이 독점하고 있어 여기에 개인이 맞선다는 것은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격이다.” 상황이 이런 데도 대책은 마련되지 않고 있다.“의료분쟁 조정제도가 있지만 이 제도가 병원이나 의사들에 의해 악용된다는 것은 세상이 다 아는 일이다. 재판 과정에서 병원측 과실이 드러날 상황이면 병원이나 의사들은 기를 쓰고 이 제도를 이용하려고 든다. 재밌는 현상이다. 자신들에게 불리한 판례를 만들기보다 차라리 조정안을 받아들이는 게 낫다고 보기 때문이다.” 지난 89년 의료인들이 주축이 되어 제안한 의료분쟁조정법도 16년째 햇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그 법안이 또 웃긴다. 이게 무과실 보상제 등 의료인들 보호에 편중돼 의사와 병원 안전에만 포커스를 맞춰 놨는데, 그러고도 이걸 통과시키지 못해 14대 국회 종료와 함께 자동폐기됐다. 아마 이 법안이 채택됐다면 엄청난 반발이 있었을 것이다.” 그는 대책이 없는 건 아니라고 말했다.“더 이상 의료분쟁의 감정을 같은 부류인 의사들에게만 맡겨서는 안된다. 당연히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감정 기구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의지만 있으면 어려운 일은 아니다. 이것 말고 공정성을 담보할 대책은 없다. 또 사실상 치외법권 지역인 병원 응급실과 수술실, 중환자실에도 흔한 CC-TV를 설치해야 한다. 의료분쟁에 있어 사실은 어떤 주장이나 논리보다 중요한 것 아닌가. 이렇게 한 뒤에 의사들이 면책논리를 내세워야 설득력이 있다.” 그는 이런 견해도 내놨다.“특히 잦은 분만 사고의 경우 태아 심박동그래프기록만 보면 거의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데, 우리나라는 이의 법정 제출을 의무화하지 않고 있다. 그러다 보니 명백한 의료과실로, 의사가 잘못을 인정한 사안조차도 재판에서는 병원이 이긴다. 의료 사고로 미숙아가 됐는데, 재판부는 미숙아여서 생긴 문제라고 보는 식이다. 이 때문에 가슴을 치는 사람이 어디 한둘인가.” 더는 우리 사회에 돈과 권력의 ‘카르텔’이 자행하는 의료사고라는 폭력은 없어야 한다는 그는 대부분의 의료사고와 분쟁이 의사 개개인의 문제라기보다 제도와 시스템의 문제인 만큼 앞으로 이를 바로 잡는데 주력하겠다는 각오를 피력했다. 그는 조카를 의료사고로 잃은 한 젊은 의사의 편지를 소개하며 말을 맺었다. 한사코 공개를 꺼린 그 편지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소송을 진행해 오면서 의사협회의 제 식구 감싸기식 객관성이 결여된 답변 내용, 피고 의사의 파렴치한 거짓말, 사고 조작 등에 대한 분노가 극에 치달아…. 젊기에 분노했고, 의사였기에 의사의 잘못과 파렴치한 변명을 쉽게 알아채고 더 철저하게 따져왔지만 넘을 수 없는 산을 만난 뒤 오히려 더 쉽게, 더 크게 좌절하고….”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아들 뇌병변 장애 4년소송 패소한 송인주씨 송인주(여·40·가명)씨는 지난해 11월 자신이 제기한 의료분쟁 소송에서 패소했다. 지난 2001년 2월에 낸 아들 유섭(7·가명)의 뇌병변장애가 의료진의 과실이라며 마산 F병원(현재는 창원으로 이전)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법원은 병원측 손을 들어줬다. 송씨는 그 판결에 대해 “지금도 죽고 싶을 만큼 억울하다.”며 울먹였다. 종합병원의 수간호사로, 결혼 후 슬하에 1남1녀를 둔 송씨에게 불행이 닥친 것은 유섭이를 가진 지 31주 되던 지난 99년 6월 무렵이었다. 갑자기 복통 증세를 느껴 병원을 찾은 그에게 의사 M씨는 태반 조기박리와 복막염이라며 수술을 권했고, 그는 의사의 권유를 받아들여 임신 31주 5일 만에 유섭이를 미숙아로 출산했다. 그는 “내가 간호사였지만 그 때는 의사의 진단을 믿었다.”고 했다. 문제는 그 다음에 왔다. 간호사로 차트 읽기에 능숙한 그가 우연히 자신에게 태반조기박리는 없었으며, 복통도 복막염이 아닌 단순한 대장염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 것. 그는 그때까지도 그럴 수 있는 일이라고 여겼다. 그런데 인큐베이터에 있던 유섭이에게 산소부족으로 보이는 청색증이 나타났다. 송씨는 “뒤늦게 인큐베이터 산소공급 체계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안 병원측이 무려 2시간 반 만에야 인공호흡을 시켰다.”며 “산소가 2∼3분만 공급되지 않으면 뇌사상태에 빠지는데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먼저 태어난 두 아이는 건강하며, 유섭이의 병증을 의심할 만한 어떤 가족력도 없었다. 유섭이는 조기출산한 미숙아였지만 의사들도 걱정하지 말라고 할 만큼 건강이 좋아 출산 직후 신생아의 건강상태를 나타내는 아프가(APGAR)지수가 정상 범주인 7이었다. 이런 우여곡절 끝에 유섭이는 병원에서 정상적으로 퇴원했으나, 아무래도 이상하다고 여긴 송씨에 의해 이듬해인 2000년 뇌병변장애 판정을 받았다. 송씨는 “지금도 그 때의 청색증과, 청색증 원인인 인큐베이터의 산소공급 중단이 문제라고 믿고 있다.”며 “이런 확신으로 소송을 냈다.”고 말했다. 그 후,4년여를 끌어온 소송에서 패한 뒤 그는 항소를 포기했다. “그 판결 이후 이 나라에서 산다는 게 한없이 고통스럽고 억울하다.”고 털어놨다. 송씨는 “법원은 마땅히 양심에 따라 판결해야 하며, 법원의 양심은 과학적으로 설명되는 것이어야 한다.”며 “비록 나는 자식을 억울하게 잃은 셈이 됐지만 나같은 억울한 사람이 해마다 수십만명씩 새로 생기는 나라, 그래서 국민들이 의료인과 법조인의 양심을 믿지 못하고, 정부의 존재를 비웃는 나라는 아니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되물었다. 그는 이제는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은 잊고 싶으며, 유섭이 같은 아이들이 최소한의 재활훈련과 교육을 받고, 사회에서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정부가 국력에 걸맞은 사회복지 시스템을 갖춰주기만을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얘기하는 동안 그의 눈에서는 눈물이 그치지 않았다.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Doctor & Disease] 나누리병원장 장일태 박사

    [Doctor & Disease] 나누리병원장 장일태 박사

    “혹시 최근 개봉된 영화 ‘밀리언달러 베이비’ 보셨나요? 여주인공 매기가 목을 다쳐 마침내 생을 접는데, 그를 죽음에 이르게 한 원인이 바로 경추, 즉 목뼈 골절입니다. 이렇듯 목뼈는 다른 척추와 달라 한번 손상되면 회복이 어렵고 치명적입니다.” 의술의 본령을 ‘베풀고 나눔’이라고 믿는, 그래서 주변에 항상 ‘사는 일이 힘겨운’ 환자들이 넘쳐나고, 그들의 소생에서 삶의 의미를 찾는다는 척추 및 관절 전문병원인 나누리병원장 장일태(48) 박사. 그를 만나 흔히 가볍게 여기다가 곤욕을 치르기 십상인 목디스크를 두고 얘기를 나눴다. 먼저, 목디스크가 어떤 질환인지 설명해 달라. -우리의 목을 이루는 경추는 7개의 뼈로 이뤄져 있는데, 이게 사고나 노화, 나쁜 자세의 습관화 등으로 손상을 입은 경우를 말한다. 손상은 뼈와 뼈 사이의 디스크에 오거나 뼈 자체 혹은 인대, 근육 등에 오기도 한다. 목디스크는 어떻게 구분하나. -염좌는 물론 목디스크라고 부르는 디스크탈출증 등 척추에 보이는 일반적 질환이 유사하게 나타난다. 보통은 질환의 원인에 따라 디스크가 손상을 입거나 삐져나오는 연성디스크, 노화로 뼈의 변성이 초래돼 생긴 골극(뼈가시)에 의한 경성디스크로 구분한다. ●목 한쪽만 통증오면 연성디스크 연성 및 경성디스크의 특성은 무엇인가. -디스크가 돌출해 생기는 연성은 통증을 느끼는 기간이 비교적 짧고, 목의 한쪽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많으며 주로 20∼30대에 나타난다. 이에 비해 퇴행성으로 50∼60대에 많은 경성은 통증이 서서히, 오래 지속되며 목 양쪽에 통증이 오는 것이 특징이다. 각 유형의 원인은 무엇인가. -경성은 주로 노화에 의한 것이고, 연성은 교통사고 등 외상이나 거북이처럼 목을 빼는 나쁜 자세로 오랫동안 모니터를 응시하는 인터넷 습관 등이 문제가 된다. 가장 심각한 원인은 컴퓨터다. 인터넷 강국이 곧 척추질환 강국이라는 지적이 틀리지 않다. 장 박사는 “예전에 비해 최근에는 환자 절대수가 늘었고, 특히 연성디스크 환자의 대부분이 젊은 층입니다. 원인을 보면 교통사고 등 외상에 의한 환자보다 컴퓨터 때문에 소위 ‘거북목 증후군’을 보이거나 여기에서 목디스크로 발전한 환자가 훨씬 많습니다. 각 가정의 소파문화도 문젭니다. 소파 팔걸이에 목을 걸치고 눕는 자세 때문에 목디스크를 초래한 환자도 적지 않거든요.” ●컴퓨터 강국이 척추질환 강국 증가 추세는 어느 정도인가. -예전에는 돌발사고가 아니면 목디스크로 병원을 찾는 환자가 흔치 않았다. 그러나 요즘에는 우리 병원의 경우 환자 10명 중 2명은 목이 문제가 된 경우이며, 갈수록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추세에서 최근의 시대상을 읽을 수도 있을텐데…. -확실히 목디스크 발병률은 문명화에 비례한다. 인터넷은 물론 텔레비전, 나쁜 자세의 독서 등이 모두 문제다. 목디스크는 어떻게 진단하나. -가장 중요한 증상은 목 부위의 통증이나 동작의 제한으로, 어떤 경우든 의사의 검진이 중요하다. 일단 환자의 증상을 파악한 뒤 X-레이와 MRI(자기공명영상)로 병소와 상태를 모두 파악한 뒤 치료방법을 결정한다.CT(컴퓨터 단층촬영)는 척추질환 진단에는 유효하지만 뼈가 조밀한 목의 경우 MRI가 더 효과적이다. ●4~6주 물리치료후 수술여부 판단 치료는 어떻게 하나. -목디스크의 경우 치료의 목표는 통증의 해소에 둔다. 그래서 디스크가 많이 돌출했어도 통증이 나타나지 않으면 수술을 최대한 억제하되 상태는 중하지 않아도 환자가 심한 통증을 느끼면 수술로 통증을 없애는 게 좋다고 본다. 대부분의 경우 일단 4∼6주 정도는 약물과 함께 견인치료 등 물리치료를 적용하며, 여기에 반응을 보이지 않으면 수술을 검토한다. ●1시간 5~10분씩 반대동작으로 풀어야 목디스크도 조기발견과 치료가 중요한가. -그렇다. 초기라면 가벼운 물리치료나 약물로 증상을 개선할 수 있는 것도 치료시기를 놓쳐 수술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점에서 1주일 이상 통증을 느낀다면 병원을 찾아 검진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장 박사는 거듭 바른 자세의 생활화와 바른 자세의 중요성을 알리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오랫동안 한 쪽으로 치우치는 자세입니다. 이런 경우 적어도 1시간에 5∼10분 정도는 그 동작과 반대되는 동작을 취해 경추에 피로가 누적되지 않도록 해줘야 합니다.” 의료보험 등 우리나라의 의료제도가 통제 위주여서 향후 의료시장 개방에 대응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만큼 외국의 선진 치료기술이나 시스템 도입에 더욱 전향적인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 그는 현재의 보건정책의 문제도 짚었다.“예컨대 일선 보건소에서 위 내시경, 골다공증 검사는 물론 물리치료까지 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게 모두 기존 병원과 중복되는 일들입니다. 국가 보건정책이 방향을 잃고 있는거죠. 보건소는 당연히 기존 의료시스템이 감당하기 어려운 기본접종이나 특정 질병교육, 운동교육 등의 분야에 집중해 기능의 중복을 막고 다양성을 갖도록 이끌어야 옳지 않겠습니까?” 글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사진 강성남기자 snk@seoul.co.kr ■ 장일태 박사는 ▲고려대의대 및 대학원(박사)▲미국의사자격(ECFMG) 취득▲Clinic Arago,Paris,Dr.Philitte Lapresle 연수▲CENTER Des Massues,Lyon,Dr.PierreRoussouly 연수▲유럽척추외과학회 정회원▲세란병원 신경외과 과장 및 진료부원장 역임▲고려대의대 및 이화여대의대 외래교수▲국내 최초로 골시멘트 시술▲‘굿바이 허리병’ 등 저술▲현, 척추·관절전문 나누리병원장.
  • 문희상의원 부산서 지역순회 유세중 교통사고

    문희상의원 부산서 지역순회 유세중 교통사고

    열린우리당 당의장 유력 후보인 문희상 후보가 20일 지역순회 유세 중 교통사고로 크게 다쳐 4.2전당대회를 앞두고 열린우리당에 비상이 걸렸다. 이날 교통사고는 문 후보는 울산광역시지부 행사를 마치고 다음날 예정된 부산MBC TV토론을 준비하기 위해 숙소인 해운대 메리어트호텔로 가던 중 부산 해운대구 송정 3거리에서 문 후보를 태운 체어맨이 흰색 승합차와 충돌해 발생했다고 권기식 보좌관이 전했다. 권 보좌관은 “문 후보는 사고로 코주변이 크게 찢어지고 목 허리 무릎 등에 타박상을 입어 부산 동아대 부속 병원에 입원, 치료 중”이라면서 “의료진은 문 후보의 코주변을 10바늘 꿰맸고, 최소 2∼3주간의 치료가 필요하다고 밝혔다.”고 말했다. 이날 문 후보를 뒤차로 수행했던 권 보좌관은 “차량을 폐차시켜야 할 만큼 큰 사고였고 문 후보가 그 정도 다친 것은 기적”이라고 안도했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2005 재계 인맥·혼맥 대탐구] 현대家 ①-창업주 故정주영회장 일가

    [2005 재계 인맥·혼맥 대탐구] 현대家 ①-창업주 故정주영회장 일가

    보는 이마다 다르겠지만 현대를 삼성보다 앞세우는 사람들은 현대의 창업 정신을 강조한다. 현대는 남이 일궈놓은 기업을 인수하기보다는 밑바닥에서부터 하나하나 주춧돌을 올렸다. 건설이 그랬고, 자동차가 그랬으며, 중공업이 그랬다. 창업주인 고(故) 정주영 회장은 이를 평생의 긍지요, 자랑으로 여겼다. 서슬 퍼렇던 군사정권 시절, 국보위(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에 끌려가서도 “사정상 어쩔 수 없었던 인천제철만 제외하고는 어느 하나 내 손으로 말뚝을 박고 길을 닦아 시작하지 않은 공장이 없다.”며 기업 강제 통·폐합에 맞섰을 정도였다. 1947년 5월25일 서울 중구 초동의 허름한 자동차 수리공장 한 귀퉁이에 ‘현대토건사’라는 간판을 내건 지 60여년. 삼성보다 10년 가까이 늦은 출발이었지만 현대는 이내 1위 기업으로 우뚝 섰고,‘경영권 다툼’이 일어났던 2000년까지 그 지위는 차돌만큼이나 단단했다. 이때 현대그룹의 자산규모가 87조여원. 계열사 수만 40개가 넘었다. 비록 그룹이 쪼개지면서 외형상의 규모가 작아지고 재계 서열은 떨어졌지만, 경제 전문가들은 ‘전화위복’이라고 입을 모은다. 자동차(현대차그룹), 유통(현대백화점), 해운·제조(현대그룹), 조선(현대중공업), 금융(현대해상·현대기업금융) 등 각자 전문그룹의 길로 나서면서 경쟁력은 더 강화되고 동반 부실의 위험은 현격히 줄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다른 그룹들이 이제서야 계열분리 등으로 홍역을 앓는 동안 현대의 대표주자들은 세계를 상대로 싸우고 있다. 현대산업개발,KCC, 한라, 성우 등 창업주의 형제들이 이끄는 그룹들도 각자 독자영역을 굳혀가고 있다. 언뜻 봐도 느껴질 만큼 현대에 뿌리를 대고 있는 기업들은 유난히 굴뚝업종이 많다. 고용된 인원과 딸린 부품·협력업체가 많다는 얘기다. 국민경제 기여도로 따지면 현대가 여전히 1위라는 말은 그래서 나온다. 또 한 가지, 현대를 얘기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있다. 바로 ‘현대정신’이다. 현대에는 일단 해보자며 덤비는 정신, 밀어붙이는 힘이 있다. 때로는 비합리성을 낳기도 하지만 현대맨들은 이를 “맨바닥에서부터 기업을 일군 현대만의 저력”이라고 자부한다.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는 이를 “진정한 기업가(起業家) 정신”이라고 불렀다. 제각각 ‘마이 웨이’를 걷고 있는 오늘날의 현대가를 묶는 보이지 않는 끈이기도 하다. ●담(淡)한 혼맥… 후한 연애결혼 다른 재벌가에 비해 현대의 혼맥은 의외로 소박하다. 낭만을 즐겼던 고 정 회장이 자식들의 연애에도 너그러웠던 영향이 가장 크다.‘왕 회장’이라는 별칭으로 더 자주 불렸던 그 자신, 강원도 통천의 평범한 고향처녀(변중석)와 결혼해 평생을 함께했다. 슬하에 9남매(8남1녀)를 두고 동생이 일곱(한명은 어려서 사망)이나 됐지만 눈에 띄는 혼사는 손가락을 꼽는다. 직계가족 중에 굳이 꼽자면 다섯째아들 고 몽헌(MH)씨와 여섯째아들 몽준(MJ)씨를 들 수 있다. 몽헌씨는 신한해운 현영원 회장의 딸 정은씨와, 몽준씨는 김동조 전 외무장관의 막내딸 영명씨와 각각 결혼했다. 오랜 세월 재계를 주름잡았던 현대의 위상에 견줘 혼맥이 조촐한 데는 창업주의 성공과정과도 무관치 않다. 가난한 농군의 아들로 태어나 부두 막노동꾼을 거쳐 대기업 총수에 오른 그는 살아생전 “세상에 공짜란 없다.”며 담(淡)한 마음을 갖자고 입버릇처럼 강조하곤 했다. 권력이나 부(富)를 결코 싫어하지 않았지만 굳이 혼사줄까지 대가며 공짜를 탐할 이유 또한 없었던 것이다. 정략결혼의 흔적이 적은 대신에 유난히 많은 손(孫)과 맞닥뜨리는 게 현대라는 집안이다. 이런 현대가 대(代)를 건너뛰면서 LG, 롯데, 한진, 이건, 비비안 등 내로라하는 그룹들과 사돈을 맺은 점은 흥미롭다. 현대가의 2세들이 ‘몽(夢)’자 돌림이라면 3세들은 딸이 ‘이(伊)’, 아들은 ‘선(宣)’자 돌림을 쓴다.4세는 ‘진’자(딸),‘창’자(아들) 돌림이다. ■ 현대의 핵심축 아들들 ●장남 몽필… 쌍용가와 인연 큰아들 몽필씨는 나이 50도 안돼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국영 적자기업 인천제철을 인수해 정상화에 여념이 없던 1982년 4월 어느날, 울산에서 서울로 올라오던 고속도로에서 그가 탄 승용차가 트레일러를 들이받았다. 이 때가 마흔아홉살. 수도여대 출신의 부인 이양자씨와 두 딸 은희·유희씨는 망연자실했다. 몽필씨가 떠난 지 한달 뒤, 정주영 회장은 동서산업 공장장이던 이영복씨를 사장으로 파격 승진시켰다. 이씨는 몽필씨의 처남, 즉 이양자씨의 친동생. 졸지에 가장을 잃은 장남 가족에 대한 배려였다. 하지만 이양자씨마저 91년 위암으로 눈을 감고 말았다. 큰딸 은희씨는 최근 미국에서 귀국했다. 둘째딸 유희씨는 김석원 쌍용양회 명예회장의 장남 지용씨와 결혼해 두 아들(진석·진하)을 두었다. 지용씨는 현재 용평리조트 상무를 맡고 있다. ●2남 몽구… 글로벌 현대차그룹 리더 몽필씨의 죽음으로 사실상 집안의 장남 역할을 도맡아 한 이는 둘째아들 몽구(MK)씨였다. 유희씨가 결혼할 때 부모 역할을 대신 한 사람도 몽구씨 부부였다. 현대정공(현 현대모비스) 사장 시절,‘갤로퍼 신화’를 만들어낸 그는 기아차마저 인수해 지금의 현대·기아차 그룹을 이끌고 있다.2000년 자동차전문 그룹으로 출범한 지 몇 년도 안돼 그룹을 세계 6위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출범 당시 10개였던 계열사 수는 28개로 불어났다. 그룹의 올해 매출 목표액은 지난해보다 17% 늘어난 85조원. 세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미국의 ‘소비자 보고서(컨슈머 리포트)’는 최근 현대차의 뉴쏘나타를 세계에서 가장 결함이 적은 차로 선정했다. 갤로퍼 신화 때부터 MK가 강조해온 ‘품질 경영’의 힘이다. MK는 평범한 집안의 딸 이정화씨와 결혼해 3녀1남을 두었다. 큰딸 성이씨는 저명한 정형외과 의사이자 영훈의료재단을 설립한 고 선호영 박사의 아들 두훈씨와 결혼했다. 둘째딸 명이씨는 정경진 종로학원장의 아들 태영씨와, 셋째딸 윤이씨는 미국 MBA(경영학석사) 출신인 신성재씨와 결혼했다. 둘째사위와 셋째사위는 그룹 계열사인 현대카드·캐피탈 사장, 현대하이스코 사장을 각각 맡고 있다. 막내이자 외아들인 의선씨는 지난 11일 기아차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했다. 그룹내 직함은 현대·기아차기획총괄본부 담당 사장으로 기아차의 기획, 재무, 수출, 연구·개발(R&D) 등 핵심 업무를 관장하고 있다. 일찍 결혼해 슬하에 1남 2녀를 두고 있다. 부인은 정도원 강원산업 부회장의 큰딸 지선씨다. ●3남 몽근… 소리없이 유통명가 키워 셋째아들 몽근씨는 일찌감치 유통을 넘겨받아 현대백화점 그룹을 이끌고 있다.‘빅3’(MK·MH·MJ)에 가려 조명은 덜 받았지만, 묵묵히 외길을 걸으면서 소리없이 유통 명가로 키워낸 주인공이다. 현대백화점, 현대H&S(非 백화점 계열), 현대홈쇼핑 등 주력 계열사를 토대로 지난해 5조 50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전문 최고경영자(CEO)들이 소신있게 일을 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 주면서도 거의 매일같이 매장을 둘러봐 조직에 긴장감을 불어넣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바로 위 형 몽구씨와는 고등학교(경복고)-대학교(한양대) 동문인 데다 선굵은 외모까지 비슷하다. 옛 현대그룹에서 고문을 지낸 우호식씨의 딸 경숙씨가 부인이다. 두 아들은 각각 부회장, 기획담당 이사로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큰아들 지선씨는 고 황산덕 전 법무장관의 손녀인 서림씨와 결혼했다. 둘째아들 교선씨는 자동차부품 전문기업인 대원강업 허재철 부회장의 큰딸 승원씨와 지난해 말 깜짝 결혼식을 올렸다. 교선씨의 결혼식에는 큰아버지인 정몽구 회장을 비롯해 집안 어른들이 대거 참석해 모처럼 우애를 다지기도 했다. 현대가는 한때 딸만 남기고 떠난 몽필씨의 대를 잇기 위해 지선씨를 양자로 입양하는 방안을 의논했었다. 유교식 법도대로라면 바로 아래 동생인 몽구씨의 아들을 입양해야 했으나 의선씨가 외아들인 탓에 지선씨가 선택된 것. 하지만 세간에 알려진 것과 달리 실제 입적은 이뤄지지 않았다. 정주영 회장의 장례식때 의선씨가 ‘종손’ 자격으로 고인의 영정을 든 것은 이 때문이었다. ●외사위 희영… 천마산스키장 운영, 이건·비비안과 사돈 현대가는 자손이 많은데도 딸은 귀한 편이다. 외동딸 경희씨는 일본 유학까지 다녀온 재원. 그러나 바깥 활동은 없다. 대신 남편(정희영)이 선진종합㈜ 회장이다. 공교롭게 고 정주영 회장의 여동생 희영씨와 이름이 똑같다. 서울대 상대 출신으로 1965년 현대건설 공채로 입사했다. 이명박 서울시장이 입사 동기다. 조선 수주에서 뛰어난 수완을 발휘, 창업주의 눈에 들어 사위가 됐다. 정주영 회장은 딸 경희씨가 일본으로 유학을 떠나자 희영씨를 도쿄법인 이사로 발령내 자연스러운 교제를 유도했다고 한다. 이후 희영씨는 조그만 해운회사(선진해운) 하나를 갖고 독립, 장인의 그늘에서 벗어났다. 천마산 스키장은 오롯이 그가 독립해 만든 회사다. 외아들 재윤씨가 선진종합㈜ 상무다. 두 딸은 각각 이건그룹과 비비안그룹으로 시집갔다. 큰딸 윤미씨의 남편이 이건창호 박승준 상무, 둘째딸 윤선씨의 남편이 비비안 남석우 부회장이다. ●4남 몽우… BNG스틸 통해 부활 넷째아들 몽우씨는 숙명여대를 떠들썩하게 했던 ‘미인’ 이행자씨와 연애결혼했다.40대에 현대알루미늄 회장을 맡은 그는 그러나 심한 우울증을 앓았다. 결국 1990년 4월 45세의 젊은 나이에 서울 시내 한 호텔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남겨진 유족을 돌보는 일도 사실상의 장남 몽구씨의 몫이었다. 조카 셋을 모두 현대차그룹의 계열사인 BNG스틸(전 삼미특수강)에 입사시켰다. 큰조카, 즉 몽우씨의 장남인 일선씨는 경영능력을 인정받아 최근 BNG스틸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했다. 일선씨에 이르러 비로소 현대는 내로라하는 재벌가와 사돈관계를 맺는다. 일선씨의 부인은 구자엽 희성전선 부회장의 딸 은희씨다. 구 부회장은 구태회 LG전선 명예회장의 아들이자 구인회 LG그룹 창업주의 조카이다. 일선씨의 동생 문선씨는 김영무 김&장 법무법인 대표변호사의 딸 선희씨와 결혼했다. ●5남 몽헌… 못다 이룬 꿈, 현 회장이 힘찬 날갯짓 ‘비운의 황태자’ 몽헌씨는 1998년 그룹 공동 회장으로 취임하면서 화려한 비상을 시작했다.1983년 현대전자(현 하이닉스반도체)를 설립해 4년 만에 흑자로 돌려놓으면서 아버지 정주영 회장의 두터운 신임을 끌어냈다.2000년에는 형들을 제치고 그룹 단독 회장에 추대되기도 했다. 하지만 ‘대북 송금’ 사건에 연루돼 검찰 조사를 받던 중, 극심한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하고 2003년 8월4일 서울 계동사옥에서 몸을 던지고 말았다. 그렇다고 이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었다. 부인 현정은씨가 경영에 뛰어들었다. 급작스러운 남편의 죽음으로 황망히 그룹을 물려받았지만 사업가 집안의 딸답게 배포와 합리적 리더십으로 1년 만에 그룹을 정상궤도에 올려놓았다. 사상 최대 호황을 누리고 있는 현대상선, 올해 첫 흑자를 넘보고 있는 현대아산, 주가 1000시대의 수혜주 현대증권 등을 축으로 재계 10위권 진입(현재 19위)을 눈앞에 두고 있다.2010년까지 매출 20조원을 달성해 10위권에 진입한다는 ‘2010’ 프로젝트를 가동중이다. 현 회장은 고 정주영 회장이 직접 ‘점지한’ 며느리로도 유명하다. 현 회장이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린 결혼 뒷얘기는 이렇다.“당시 현대상선 회장이던 아버지(현원영)를 따라 선박 명명식차 울산에 내려갔다가 남편을 처음 만났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명예회장(정주영)께서 나를 선보러 미리 내려오셨었다. 명예회장께서 중매를 서신 셈이다.” 큰딸 지이씨는 현대상선 재정부 대리로 근무 중이다. 아버지를 잃었을 때 고3 수험생이었던 외아들 영선씨는 졸업후 미국 유학을 준비중이다. ●6남 몽준… 세계1위 현대중공업 ‘건조’ 지금은 정치인의 이미지가 더 강하지만 세계 일류 현대중공업의 뒤에는 기업인 몽준씨가 있다. 형제중에 학벌(서울대-미국 MIT 경영대학원)이 가장 좋아 ‘신문대학’(소학교만 졸업한 정주영 회장은 신문을 통해 지식의 대부분을 얻었다며 자신을 신문대학 출신이라고 소개하곤 했다) 출신인 왕 회장이 유난히 예뻐했다는 몽준씨는 31세에 현대중공업 사장으로 전격 발탁되면서 집중 조명을 받았다.1988년 금배지를 처음 달면서 소유와 경영의 분리를 시도했다. 경영은 CEO에게 맡기고 자신은 대주주로서 회사의 중요한 의사결정만 내리고 있는 것. 지금도 현대중공업의 어떤 직함도 갖고 있지 않다. 공식 직함은 5선의 국회의원이자 축구협회 회장. 아버지의 뒤를 이어 2002년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기도 했다. 시스템으로 움직이는 현대중공업의 올해 매출 목표액은 10조원. 웬만한 그룹과 맞먹는다. 부인 김영명씨와는 미국 유학시절에 만나 결혼했다. 큰아들 기선씨는 연세대 경제학과를 나와 올해 학사장교(ROTC)로 임관했다. 이로써 부자(父子)가 ROTC 선후배가 됐다. 두 딸 남이씨와 선이씨는 미국 유학 중이다.‘월드컵 베이비’로 유명한 늦둥이 아들 예선씨는 초등학교 4학년이다. 우리나라가 98년 프랑스 월드컵 예선전을 최종 통과한 것을 기념해 이름을 ‘예선’으로 지었다고 한다. ●7남 몽윤… 현대해상으로 컴백 몽윤씨는 지난해 말 업계 2위의 손해보험회사인 현대해상의 등기이사 겸 이사회 의장으로 돌아왔다.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지 8년 만의 전격 복귀였다. 방카슈랑스(은행상품과 보험상품의 교차판매) 확대 시행 등 변화하는 금융환경에 맞춰 공격적인 경영 행보를 보이고 있다.1981년 김진형 부국물산 회장의 딸 혜영씨와 연애결혼해 정이양과 경선군을 두었다. ●8남 몽일… 할부금융으로 내실 막내아들인 몽일씨는 미국 조지워싱턴대학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마친 뒤 현대상사 등에서 근무하다가 2000년 현대기업금융을 차려 독립했다. 기업대출 등을 주로 취급하는 회사다. 권영찬 현대파이낸스 회장의 딸 준희씨와 결혼해 고등학생인 현선(영국 유학중)군과 중학생인 문이양을 두고 있다. ■ 현대의 또 다른 축 형제들 고 정주영 회장의 형제들은 동생이기 이전에 창업 동지요, 사업 동료였다.6·25전쟁 직후 고령교(대구와 거창을 잇는 교량) 복구 공사를 덜컥 떠맡았다가 부도 직전까지 내몰렸을 때, 내남없이 살던 집을 팔아 돈을 내놓은 것도 동생들과 매제였다. 이 때문에 20명이 넘는 대식구가 한 집(돈암동)에 모여 살아야 했지만 누구 한 사람 불평하지 않았다. 지금은 모두 독립해 각자의 그룹을 이끌고 있다. ●옛 영화 꿈꾸는 한라·성우 동아일보 외신부 기자로 활동하던 첫째 동생 인영씨는 1953년 현대건설 전무로 입사하면서 경영에 본격 합류했다.75년 말 중동 진출 때 신중론을 펴 형과 이견을 빚을 때까지 그룹의 초석을 닦았다. 당시 독립해 만든 한라그룹은 한라건설·한라시멘트·한라중공업·만도기계 등을 거느리며 재계 서열 12위로까지 도약했다. 그러나 외환위기 때 자금난이 가중되면서 그룹이 부도나는 시련을 겪었다. 지금은 둘째 아들 몽원씨가 한라건설 회장을 맡아 재기를 꿈꾸고 있다. 큰 아들 몽국씨는 94년 아버지가 동생을 그룹 후계자로 지목하자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뗐다. 한때 배달학원 이사장을 맡았으나 지금은 개인사업을 하고 있다. 부인 이광희씨는 배달학원 계열인 한라대 총장을 지내기도 했다. 현대시멘트·성우종합건설·성우리조트·현대종합금속 등의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는 성우그룹은 둘째 동생 순영씨 일가가 이끌고 있다. 순영씨는 명예회장으로 물러앉고 2세 경영을 정착시켰다. 큰아들 몽선씨가 현대시멘트와 성우종합건설을, 둘째아들 몽석씨가 현대종합금속, 셋째아들 몽훈씨가 성우전자, 넷째아들 몽용씨가 성우오토모티브를 각각 맡고 있다. 몽선씨는 사촌인 정몽윤 현대해상 이사회 의장과 함께 정몽헌 회장의 부검을 임관하기도 했다. ●‘기계박사’가 일군 한국프랜지 자동차부품회사인 한국프랜지공업의 김영주 명예회장은 고 정주영 회장의 유일한 매제다. 정주영 회장은 ‘이 땅에 태어나서’라는 두 번째 자서전에서 “그가 다가가기만 해도 기계가 저절로 고쳐졌다.”며 매제를 ‘기계박사’라고 불렀다.1946년 정주영 회장이 미 군정에서 불하받은 토지에 ‘현대’(현대자동차공업사)라는 상호를 처음 내걸었을 때, 감격적으로 지켜본 이도 영주씨였다. 두 사람의 인연은 이로부터 몇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인기직종이던 운전기사 출신의 영주씨는 황해도 홀동광산에서 역시 운수업을 하던 정주영 회장과 뜻이 맞아 사업을 같이 도모했고, 매제까지 됐다. 부인 정희영씨는 2001년 정주영 회장이 노환으로 세상을 떴을 때 “대통령 한번 못해보고… 우리 오빠 불쌍해서 어쩔거나.”하며 가장 서글프게 울었던 동생이다. 장남 윤수씨가 회사를 물려받아 한국프랜지공업 회장으로 있다. 둘째아들 근수씨는 독립해 울산화학·퍼스텍 등의 계열사를 거느린 후성그룹 회장을 맡고 있다. 윤수씨의 장남 용석씨가 프랜지공업 계열사인 서한산업(자동차부품회사) 대표이사 사장이어서 3세 경영체제를 갖춰 가고 있다. 둘째아들 용범씨는 이름을 용태로 바꿨다. ●‘포니 정’ 부자(父子)의 변신 ‘포니 정’이라는 별칭으로 유명한 넷째 동생 세영씨는 외아들 몽규씨와 함께 1999년 3월 현대그룹에서 독립해 건설시장에서 영역을 확실하게 굳혔다. 꼼꼼한 시공과 치밀한 분양으로 현대산업개발을 국내 도급순위 4위 업체로 키워놓았다.‘포니 정’이라는 별명은 1976년 누구나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국산 고유모델 자동차 1호 ‘포니’를 만들어낸 데서 붙여졌다. 이같은 열정과 헌신을 인정받아 87년 형에게서 현대그룹 회장직을 물려받기도 했다. 분가한 뒤로는 현대산업개발 경영에만 매달렸다. 몇 년 전 폐암수술을 받았지만 지난해 희수연을 치렀을 만큼 건강을 되찾았다. 회사 경영은 아들 몽규(회장)씨가 책임지고 있다. 지금의 서울 삼성동 사옥은 몽규씨가 직접 지었다. 지나칠 정도로 꼼꼼하다는 게 주위의 평가다. 현대가 맺은 최고위층 사돈도 세영씨 집안에서 나왔다. 큰딸 숙영씨가 노신영 전 국무총리의 장남 경수(서울대 교수)씨와 결혼한 것. ●“아… 신영아”-교통사고 아닌 병으로 요절 다섯째 동생 신영씨는 고 정주영 회장이 가장 자랑스러워했던 동생이다. 서울대를 나와 동아일보 기자로 있다가 독일로 유학을 떠났다. 함부르크대학원에서 경제학 박사과정을 밟던 중 병으로 세상을 떠난 것이 1962년. 처음에 어떤 기자가 교통사고사로 쓰면서 오랜 세월 세상에 잘못 알려졌지만 정확한 사인은 지병이라고 유족은 본지에 밝혔다. 당시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잠시도 일에서 떠나본 적이 없는 정주영 회장이 일주일을 손놓았을 만큼 가족의 슬픔은 컸다. 서울대 음대 출신의 첼리스트였던 미망인 제수씨(장정자)에게 현대학원(현대고)을 경영토록 했다. 지금도 현대학원 이사장을 맡고 있는 장정자씨는 남북이산가족 상봉때 대한적십자사 부총재로 남한측 방문단장을 맡았었다. 장홍선 전 극동도시가스 회장의 누나다. 신영씨는 1남1녀를 두었다. 아들 몽혁씨는 32살의 젊은 나이에 현대정유(현 현대오일뱅크) 대표이사로 취임해 인천정유(구 한화에너지)를 인수하고 오일뱅크라는 브랜드를 만드는 등 두각을 드러냈다. 그러나 외자유치와 함께 2002년 전문경영인에서 물러나 그 해 건축자재 유통회사 ‘에이치애비뉴앤컴퍼니’를 설립해 돌아왔다. 부인 이문희씨는 국민훈장 모란장을 받은 동원 이홍근 선생의 손녀이다. 사업가이자 문화재 수집가였던 동원 선생은 평생 모은 문화재 4941점을 1980년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했다. 딸 일경씨는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블룸버그대학 회계학과 교수인 남편 임광수씨와 함께 미국에서 살고 있다. ●‘리틀 정주영’이 이끄는 KCC 막내동생인 상영씨는 ‘불에 타지 않는 바닥재’ 등으로 유명한 자재 전문그룹 KCC를 이끌고 있다. 불도저 같은 추진력과 성격 등이 고 정주영 회장을 가장 많이 닮아 ‘리틀 정주영’으로 불린다. 큰형과 나이 차이가 21살이나 나 아버지처럼 따랐다. 장조카 몽구씨와도 2살밖에 차이나지 않는다. 또 다른 조카인 고 정몽헌 회장이 자금난에 몰렸을 때 200억원을 선뜻 내놓았을 만큼 의리도 강하다. 그러나 조카의 죽음 이후 현정은 회장과 경영권 다툼을 벌이면서 다소 빛이 바랬다. 그룹 경영은 두 아들에게 맡긴 상태다. 큰아들 몽진씨가 대표이사 회장, 둘째아들 몽익씨가 대표이사 부사장이다. 셋째아들 몽열씨는 계열사인 금강종합건설 사장을 맡고 있다.KCC는 몽익씨를 통해 롯데·한진그룹과 사돈으로 연결된다. 몽익씨의 부인 은정씨가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의 외조카(신 회장의 여동생인 정숙씨의 딸)이다. 은정씨의 언니 은영씨는 한진해운 조수호 회장의 부인이다. 몽익씨와 조 회장이 동서지간인 셈이다. ●현대가의 여자들 현대가의 딸이나 며느리들은 ‘소리’가 나지 않는다. 이화여대(정경희-이양자-현정은-김혜영-정유희 등) 출신에 해외유학(김영명-정지선-황서림-허승원 등)까지 다녀온 재원들이 적지 않지만 경영에 참여하거나 대외활동에 나서는 사람이 거의 없다. 하다못해 남편을 따라 공식행사에 모습을 드러내는 일도 드물다. 유일한 경영자인 현정은씨도 남편이 갑자기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는 ‘전업주부’였다. 오너 일가를 가까이서 들여다본 한 관계자는 “지금도 명절 때면 청운동 집(정주영 회장이 생전에 오랫동안 살던 집)에 몇 대에 걸친 며느리들이 모두 모여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며 음식을 직접 장만한다.”면서 “옷차림들도 수수하고 인상이 소박해 언뜻 봐서는 재벌가 며느리란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한결같이 미인들이다. 어떤 이는 그 이유를 ‘유난히 많은 연애결혼’에서 찾는다. ●그룹분리 가속화시킨 ‘경영권 분쟁’ 2000년 ‘형제간 다툼’은 현대가를 정신적으로나 물리적으로나 핵분열시킨 결정적 계기였다.99년 12월 마지막 날, 고 정몽헌(MH) 회장쪽 인사로 분류되던 박세용 당시 그룹 구조조정본부장이 정몽구(MK) 회장 계열의 현대차 회장으로 전격 발령나면서 시작된 형제간의 경영권 갈등은 그룹 후계자로 MH를 지목한 고 정주영 회장의 육성 테이프가 공개되기까지 석달여에 걸쳐 숨막히게 전개됐다. 효심이 남달랐던 MK는 아버지의 육성이 공개되자 깨끗이 승복하고 자동차 계열사를 이끌고 그룹에서 나왔다. 이 과정에서 아픔도 적지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현대의 지배구조를 선진화시키는 데 일조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오는 21일 왕 회장의 4주기에 모처럼 형제들 모두가 함께 제사를 지낼 예정이다. 이날은 공식적으로 가족화합이 됐음을 안팎에 알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현대가에 정통한 소식통은 전했다. hyun@seoul.co.kr ■ 정주영 회장의 ‘빈대론’ 창업주인 고 정주영 회장은 ‘해당화가 찬란하고 눈(雪)이 많은’ 강원도 통천군 송전면에서 1915년 6남 2녀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죽어라고 일해도 콩죽을 면할 길이 없는 농군이 진절머리나게 싫고 지겨워”(첫번째 자서전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에서) 소학교를 졸업한 열네살 무렵부터 줄기차게 가출을 시도했다. 무작정 길을 나서 보기도 하고, 아버지의 소 판 돈을 훔쳐도 봤다. 그러기를 네번째. 열아홉살 마지막 가출에 성공해 인천부두 막노동꾼으로 새 삶을 시작했다. 한 푼이 아까워 몸을 기댔던 곳이 노동자 합숙소. 뼈가 으스러지는 중노동으로 누가 떠메고 가도 모를 만큼 고단했지만 좀체 잠을 잘 수가 없었다. 빈대들의 공격 때문이었다. 궁리 끝에 밥상 위에 올라가 잠을 잤다. 빈대들의 공격이 잠시 뜸해지는 듯싶었다. 하지만 이내 밥상다리를 타고 기어올라와 온 몸을 물어 뜯었다. 다시 머리를 써야 했다. 무릎을 탁 칠 만한 묘안이 떠올랐다. 밥상다리 네 개를 물 담은 양재기 넷에 하나씩 담근 뒤 그 위에 올라가 잔 것이다. 빈대를 밥상다리로 유도해 양재기 물에 익사시키자는 계략이었다. 쾌재를 부른 것도 이틀여. 빈대들은 또다시 물어뜯기 시작했다. 도대체 어떻게 양재기 물을 건넌 것일까. 자다 말고 벌떡 일어나 불을 켜본 젊은 정주영 회장은 기겁을 하고 말았다. 빈대들이 밥상다리 대신 벽을 타고 천장으로 올라가 사람을 겨냥해 뚝 떨어져 목적 달성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후 역경에 부딪칠 때마다 정주영 회장은 ‘빈대의 노력’을 떠올렸다.“난관은 극복하라고 있는 것이지, 걸려 넘어지라고 있는 것이 아니다.”라든지 “빈대만도 못한 놈”이라는 단골 지청구는 모두 여기서 비롯됐다. 아무것도 없는 백사장(울산 염포리) 사진 한 장 달랑 들고 조선소 투자금액을 유치할 때나,20세기 최대 역사(役事)로 꼽히던 중동 주베일 공사 입찰전에 뛰어들 때나, 직원들이 불가능하다고 도리질칠 때면 “이봐, 해봤어?”라고 불호령을 쳤던 것도 빈대의 집요한 노력을 떠올리면서였다. “자본가가 아니라 부유한 노동자일 뿐”이라고 스스로를 정의했던 정주영 회장은 근검과 노력을 평생의 신조로 삼았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평등한 자본금” “한강에 기적은 없다. 성실하고 지혜로운 노동이 있을 뿐” “고선지부지설(苦蟬之不知雪;여름철 서늘한 나무 그늘에 앉아 노래만 하다 겨울이 오기 전에 없어지는 매미는 한겨울 펑펑 쏟아지는 눈을 알 수 없다)” ‘아산 정주영 어록’에 실려있는 그의 유명한 말들이다. hyun@seoul.co.kr ■ ‘현대家 대모’ 변중석 여사 열여섯살에 얼굴 한번 본 적 없는 여섯살 연상의 고향총각 정주영에게 시집온 변중석씨는 현대가의 산 증인이다. 올해로 84세. 젊어서 남편이 사준 재봉틀 하나를 자신 소유의 유일한 재산으로 여기며 한결같은 근검과 후덕함으로 ‘현대가의 여자’라는 상징 이미지를 만들어냈다. 고 정주영 회장이 매일 새벽 5시의 ‘밥상머리 교육’을 통해 동생들과 자식들에게 근검을 가르쳤다면, 변씨는 새벽 3시반부터 손아래 동서·며느리들과 아침 준비를 함께 하면서 “언제나 조심스럽게 행동하고 겸손하라.”고 일렀다. 가혹하리만치 자식 교육에 엄격했던 정주영 회장이 아이들을 자가용으로 등교시키는 며느리들을 보고 “젊었을 때 콩나물 버스에 시달려봐야 나중에 자가용을 샀을 때의 기쁨을 안다.”며 역정을 내자 “손주녀석들 키우는 문제에까지 시아버지가 잔소리를 할 거냐.”며 막아준 이도 변씨였다. 칭찬에 인색했던 정주영 회장도 아내를 가리켜 “늘 통바지 차림에 무뚝뚝하지만 60년을 한결같고 변함이 없어 존경한다.”고 자서전에서 고백했을 정도다.“아내를 보며 현명한 내조는 조용한 내조라는 생각을 굳혔다.”고도 했다. 그러나 자식을 먼저 땅에 묻는 참척의 고통과 여자로서의 마음고생을 거치면서 ‘살아있는 보살’도 탈이 났다. 거동이 불편해 10년 가까이 병원(현대아산병원) 생활을 하고 있다. 사실상 맏며느리인 이정화씨 등 며느리들이 틈날 때마다 병실을 들여다보고 있다. hyun@seoul.co.kr ●특별취재반 산업부 홍성추 부장(부국장급·반장) 박건승·정기홍·류찬희·김성곤·최광숙차장 안미현·주현진·류길상·김경두기자
  • [낮은소리] “産災 진료비 심사 현행대로”

    [낮은소리] “産災 진료비 심사 현행대로”

    ■ 산재근로자들 ‘3大 의료비 심사 일원화’ 반발 지난 2일 낮 서울 여의도 국회 앞. 쌀쌀한 날씨 속에 휠체어를 탄 100여명의 산재근로자와 그 보호자들이 기습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산업재해의 후유증으로 온몸이 쑤시고 저려오는 고통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일부 여당 의원들이 입법을 추진 중인 ‘국민의료비 심사 일원화’에 반대하며 시위에 나선 것이다. 그들에겐 생존권이 걸린 절실한 문제였지만 사회의 관심을 끌지는 못했다. 입법화 저지를 위해 길거리에 나선 산재근로자와 가족들의 주장을 들어봤다. ●여당의 입법 추진에 산재근로자 강력 반발 여당이 입법을 추진 중인 국민의료비 심사 일원화란 건강보험, 자동차보험, 산재보험 등의 진료비 심사기능을 하나로 묶어 통합심사기구를 만드는 것이다. 속칭 ‘나이롱’ 환자 때문에 진료비가 심각하게 누수되는 것이 입법화 이유 중 하나다. 동일 질병과 부상에는 동일 의료를 적용하겠다는 원칙이다. 현재 건강보험, 자동차보험, 산재보험의 진료비 심사기능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자동차보험회사, 근로복지공단 등이 각각 나눠서 담당하고 있다. 그래서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같은 가칭 ‘의료심사평가원’을 만들어 산재 심사팀과 자동차사고 심사팀을 두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심사 일원화에 산재환자와 보호자들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이날 열린우리당 장복심 의원 등이 ‘국민의료비 심사일원화’ 입법화 공청회를 개최하려 하자 강하게 반발하며 공청회를 막았다. 시위를 주도한 한국산재노동자협회 권수명 회장은 “심사기구를 하나로 통합하면 산재노동자들은 엄청난 피해를 본다.”며 통합기구 입법화를 결사 반대했다. 이들은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이해 당사자를 제쳐놓고 공청회를 하려는 데 대해 극도로 분노했다. 산재노동자협회 김형돈 사무총장은 “과잉진료와 의료비 누수를 차단하기 위해 심사기구 통합을 시도한다고 하지만 산재환자는 건강보험 환자와 다르다.”고 주장했다. ●산재환자,“심사 일원화는 도움 안된다” 산재환자들은 심사일원화가 이루어졌을 경우 본인부담 증가 등으로 지속적인 치료가 불가능해진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심사일원화가 이뤄지면 진료비 등이 건강보험 수준으로 낮아질 것이라고 걱정하고 있다. 따라서 심사일원화 입법화를 ‘하향 평준화’ 정책이라고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 산재신문 이호 편집부장은 “산재보험과 건강보험은 제도의 취지가 다르다.”면서 “산재보험은 근로자가 직장에서 안심하고 일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보장한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산재보험은 근로자가 일터에서 다치면 치료·요양·재활까지 모두 책임진다. 또 재발하거나 악화되면 다시 치료를 받을 수 있다. 치료를 받고 있는 사람은 노동 능력이 회복돼야 병원문을 나선다. 또 산재로 판정되면 치료비는 물론 간병료, 교통비 등이 산재보험에서 지급된다. 일시불 또는 연금형식으로 장애급여도 받을 수 있고 치료 중 사망하면 유족급여도 나온다. 그러나 건강보험 수준으로 하향 평준화되면 돈 있는 사람을 제외하고 완치될 때까지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되겠느냐는 게 이 부장의 주장이다. 이 부장은 선진국의 경우 건강보험과 산재보험의 보험적용 범위가 비슷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따라서 건강보험이나 산재보험 중 어느 쪽을 선택해도 큰 차이가 없지만 우리나라는 건강보험과 산재보험의 적용범위가 다르기 때문에 산재환자가 불이익을 당하게 된다는 것이다. 김 총장은 산재보험 환자와 자동차보험 환자들이 고무줄처럼 입원기간을 늘리는 바람에 의료비가 심각하게 누수되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면서 “침소봉대하지 말라.”고 했다. 김 총장은 “여당이 입법화를 고집할 경우 물리력을 동원할 수밖에 없다.”며 “자신의 목숨과 직결된 만큼 100만여명의 산재환자가 투쟁대열에 동참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용규기자 ykchoi@seoul.co.kr ■ 의료비 통합심사 입법화 나선 장복심의원 열린우리당 장복심의원은 ‘국민의료비 심사일원화 입법안’ 주제발표문에서 심사일원화의 필요성을 거듭 역설했다. 장 의원은 “심사기능이 일원화되면 진료비 심사가 통합된 기구로 단일화되기 때문에 환자 입장에서는 사고나 질병 발생시 보험종류에 관계없이 의료기관 어디에서나 차별 없는 진료를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요양기관도 단일 창구에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할 수 있어 행정부담을 줄일 수 있는 장점도 있다고 덧붙였다. ●건강보험 심사평가 기능 승계 바람직 장 의원은 심사일원화 방법과 관련, 현재 우리나라 진료비 가운데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건강보험의 심사평가 기능을 원칙적으로 승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보였다. 특히 진료비 심사가 건강보험, 자동차보험, 산재보험 중 어느 한쪽의 심사논리에 치우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별도의 통합심사기구(가칭 의료심사평가원)를 설립, 모든 보험의 진료비 심사기능을 수행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심사일원화의 장점과 관련, 장 의원은 먼저 환자의 진료권 보장을 꼽았다. 질병이나 사고 발생시 건강보험이나 산재보험, 자동차보험 등 어느 보험이든지 상관없이 장기적으로 치료받고자 하는 병원 어느 곳이나 방문해 진료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치료가 필요한 환자는 가입한 보험 종류에 상관없이 의학적으로 적정하기만 하면 질병이나 사고가 발생한 때부터 후유증 치료에 이르기까지 치료기간을 사전 승인받지 않고도 차별 없이 치료받을 수 있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환자 보상 늘고 보험료는 줄것 이밖에 산재환자나 자동차보험환자의 보상이 확대되고 보험료는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장 의원은 “현행 보험제도는 산재환자나 자동차보험환자의 입원기간이 보상금과 연계돼 있어 불필요하게 입원기간을 늘리는 바람에 진료비의 누수를 가져온다.”면서 “이렇게 낭비되는 진료비를 막으면 사고 후 받게 되는 보상액을 늘리거나 보험료를 절감하는 데 사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 의원은 또 심사일원화가 제도화되면 의료기관은 환자의 보험종류와 관계없이 한곳의 통합심사기구에 진료비를 청구할 수 있어 진료비 청구절차가 간소화되고, 진료비 지급 처리기간도 짧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나이롱 환자’ 줄어 병상 회전율 증가 또 “심사일원화로 환자의 총체적인 관리가 이뤄지기 때문에 입원치료가 불필요한 환자가 병상을 차지하는 일이 줄어들고 그 병상을 신규 환자로 채울 수 있어 병상회전율이 증가하는 장점도 있다.”고 말했다. 심사일원화의 추진방안에 대해 장 의원은 “기존의 건강보험심사기구에 위탁하는 방안보다는 별도의 법에 근거한 통합심사기관에서 수행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장 의원은 “심사일원화의 요체는 자동차보험, 산재보험, 건강보험의 제도적인 일원화가 아니라 진료비의 심사 부분에 한정된 일원화일 뿐” 이라고 강조했다. 최용규기자 ykchoi@seoul.co.kr ■ 외국에서는 프랑스 등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심사일원화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이태선 연구기획팀장은 “일반적으로 선진국들은 건강보험에서 모든 의료비를 심사해 비용을 지급하는 시스템”이라며 “적어도 심사기구는 전문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프랑스는 산재보험과 건강보험을 별도로 운영하고 있으나, 건강보험에서 산재보험의 심사나 진료비 지불을 일괄 담당한다. 스웨덴은 산재보험과 건강보험의 구별없이 통합된 사회보험체계로 운영하고 있다. 이처럼 산재보험과 관련해 대부분의 나라는 의료수가나 진료비 지불이 일원화돼 있다. 이 팀장은 “지금보다 제대로된 기준에서 심사를 하게 되면 관리해이를 막을 수 있다.”면서 “‘나이롱’ 환자가 아닌 진짜 환자는 훨씬 더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밖에 외국의 자동차보험은 대체로 자동차에 대한 보상, 즉 대물손실만을 담당한다. 대인손실 부문, 즉 사고로 인한 신체적 상해에 대한 진료비 부분은 원칙적으로 건강보험에서 처리하고 있다. 진료비 부담방식의 경우 영국, 이탈리아 등에서는 모든 비용을 건강보험에서 지불한다. 독일, 오스트리아 등은 건강보험과 자동차보험을 별도 운영하지만 건강보험에서 진료비를 먼저 지급한 후 자동차보험에 구상권을 행사하는 방식이다. 최용규기자 ykchoi@seoul.co.kr
  • 美 의료사고 소송 제한 추진

    기업 관련 집단소송을 제한하는 법을 지난달 통과시킨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다음 목표는 ‘의료사고 소송’이라고 뉴욕타임스(NYT) 인터넷판이 1일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백악관은 의사단체의 요구를 받아들여 ‘환자에 대한 배상금을 제한하고 소송 담당 변호사의 수임료를 줄이는 방향’으로 올해 내에 법을 개정하려 하고 있다. 의료사고로 입은 신체적·정신적 고통에 대한 배상금과 관련해 25만달러로 상한액을 규정하는 등 소송을 엄격하게 제한할 계획이라는 것이다. 미국에선 연 평균 4만 5000∼9만 8000명가량이 의료사고로 숨지는 것으로 추산된다. 의료 소송에서 환자의 승소 비율은 20%가량. 미국은 주마다 의료사고 소송법이 달라 지금까지 변호사들은 사건에 유리한 주를 골라 소송을 제기해 왔다. 법안 개정과 관련해 부시 대통령과 공화당이 기준으로 삼고 있는 사례는 캘리포니아주.1975년 통과된 캘리포니아주의 의료피해배상개혁법은 신체적·정신적 고통에 대한 배상금 상한액을 25만달러로 규정했으며 배상금이 60만달러를 넘을 경우 변호사 몫을 15% 이하로 제한했다. 수임료 제한 규정이 없는 주(州)들에서는 보통 배상금의 3분의1이 변호사에게 돌아간다. 미 랜드연구소에 따르면, 의료 소송법 개정 이후 캘리포니아주에서 원고 승소율은 15%, 변호사 수임료는 60% 줄었다. 피고인 의사의 부담은 30% 감소했다. 이와 관련, 내과 의사이자 컬럼비아대학 법학과 교수인 윌리엄 새이지 박사는 “의료정책은 의료사고 감소와 적절한 배상, 의료 비용 인하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데 배상금 상한제는 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뿐.”이라고 비판했다고 NYT는 보도했다. 황장석기자 surono@seoul.co.kr
  • [정신질환자 사회안전망 없다] 자살자 80% 우울증…3대 사망원인으로

    [정신질환자 사회안전망 없다] 자살자 80% 우울증…3대 사망원인으로

    정신질환 의심환자 및 정신질환자의 자살이나 범죄가 날로 크게 늘고 있지만 이에 대비한 사회안전망은 턱없이 부족하다. 우울증이나 정신분열증, 약물중독, 치매, 스트레스 등 정신질환은 본인은 물론 가정까지 파탄에 이르게 하는 고질병이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03년 1만 932명이 자살로 사망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자살자의 80%가 우울증 단계를 거친다고 분석했다. 정부는 1980년대 중반부터 정신질환자를 위한 사회안전망을 구축하기 시작했으나 허술하기만 하다. 이들을 위한 안전망 실태를 점검하고 대안을 모색해본다. ■ 피해사례· 실태 얼마전 톱스타 이은주씨가 우울증으로 자살, 큰 충격을 던졌다. 우울증 환자는 자신만의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가족 모두가 정상 생활을 포기해야 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아들 흉기찔러… 처가 ‘강제수용’ 의심 지물포를 운영하고 있는 최모(45·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씨. 불과 2년 전까지만 해도 잘 나가는 사장님에 남 부러울 것 하나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내 강모(40·주부)씨의 우울증으로 시작된 정신질환 때문에 재산을 날리고 먹고 사는 것을 걱정해야 될 형편에 놓였다. 강씨의 병명은 주부 우울증으로 인한 정신강박증. 병원과 한의원 등을 전전하며 치료를 받았지만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며 한숨 짓는다.6개월 전 초등학교 5학년인 아들을 흉기로 찌르고 때리는 등 정신분열 증세까지 보여 요양시설에 보내기까지 했다. 최씨는 “아내가 질환을 앓고 있는 것보다 참기 힘든 것은 처가쪽의 불신”이라며 울먹였다. 부인이 병을 앓게 된 것이 모두 최씨 탓이라며 협박도 서슴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요양시설에 보낸 것을 두고도 ‘살기 싫으니까 멀쩡한 사람을 정신병자 취급한다.’며 강제 퇴소시켰다.”고 했다. 요즘엔 병원치료도 중단한 상태다. 하지만 자해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에 집안에 감시 카메라까지 설치해 놓았다. ●“애인 변심에… 죽게 놔둘것을” 경기도 광명시의 정모(53·미용실)씨. 아들만 생각하면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2년 전 전문대학을 졸업하고 취업까지 했다. 집안 잔치까지 벌였다. 여자 친구도 자리를 함께 했다. 하지만 얼마 후 아들은 자살 소동으로 집안을 뒤집어 놓았다. 여자 친구가 헤어지자고 한 것이 발단이 됐다. 우울증에 시달리던 아들은 수면제 복용으로 목숨을 끊으려다 가까스로 살아났다. 정씨는 “벌 받을 소리지만 차라리 죽게 내버려 둘 걸 그랬다는 생각이 든다.”고 한숨지었다. ●한국 자살률 OECD 국가중 4위에 우울증을 비롯한 알코올 중독, 치매, 스트레스성 질환 등은 의학적으로 모두 정신질환으로 분류되고 있다. 정신질환은 고질병으로 재발률이 높아 완치를 기대하기가 여간 힘들지 않다. 정신질환에 의한 문제는 전 세계적인 현상임을 세계보건기구(WHO)의 연구결과를 통해서도 증명됐다. 세계보건기구는 사망과 질병에 의한 장애를 동시에 감안하면 1990년대에는 폐렴·장티푸스 등 법정 전염병이 주요 사망원인이었지만 2000년대에는 허혈성 심장질환, 우울증, 교통사고가 3대 주요 사망원인이 될 것으로 예측했다. 특히 이 가운데 정신질환이 차지하는 질병부담률이 1990년대에는 10%에 불과했지만 2000년대에는 50% 이상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수명에 영향을 주는 10대 장애 질병 가운데도 우울증, 알코올 중독, 조울증 등이 포함돼 있다. 국내 정신질환 역학조사에서도 우울증이 있을 경우 한 달에 최소 6일, 신체적 질병 4일, 불안장애 3일, 알코올 중독 2일씩 일상생활에 장애가 있다고 조사되었다. 전문가들은 사회·경제적 변화가 빠른 우리나라의 경우 정신질환 문제는 앞으로 큰 사회적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진단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직장에서의 조기퇴출, 경제난, 취업난 등으로 우울증이나 각종 스트레스성 정신질환이 증가 추세에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이러한 우리나라 국민 정신건강의 악화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중 자살 사망률 4위라는 불명예까지 얻었다. 유진상기자 jsr@seoul.co.kr ■ 국내에선 한국자살예방협회는 최근 국민 중 35%가 자살을 생각할 정도로 정신질환이 심각하다는 자료를 내놨다. 국가 차원의 자살방지를 위한 안전망이 강화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국내 정신질환자에 대한 사회적 부담이나 가족들의 고통에 비해 공적 부담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정부는 1980년대 중반부터 정신질환자를 위한 사회안전망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사회안전망의 수준은 다른 보건복지 대상자에 비해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 정신보건센터와 보건소를 통한 시설 역시 저소득층 정신 질환자나 무연고 환자를 위한 사회안전망으로서 역할밖에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나마 전국 52개 시·군·구에만 시험적인 정신보건센터가 설치돼 있을 뿐이다. 주무부처인 복지부는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올해 초부터 자살 등 위기상담을 위한 전국공통전화(1577-0119)를 개설했다. 이밖에 ‘자살예방을 위한 TV공익광고 방영, 정신보건센터 확충과 기능 강화를 부르짖고 있지만 선언적 단계에 그치고 있다. 금강대학 고수현 사회복지학 교수는 “우리 사회에 만연하고 있는 자살 충동을 줄이기 위해서는 국가적인 차원에서 정신보건 서비스 체계를 강화하는 등 사회적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진상기자 jsr@seoul.co.kr ■ 전문가 제언-‘정신질환 미친사람’ 통념깨야 전문가들은 정신질환으로 인한 자살 등 사회문제를 줄이기 위해서는 정부의 사회안전망 구축과 함께 정신과 치료에 대한 각종 편견을 없애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치료를 통해 사전에 예방할 수 있다는 얘기다. ●조기 발견·치료못해 ‘사고’ 부른다 정신과 치료는 ‘미친 사람’이 받는다는 사회적 통념이 우선 깨져야 한다는 것이다. 누구나 심한 스트레스를 받으면 우울증 등 정신질환을 갖게 된다는 사실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정도의 차이라는 주장이다. 얼마 전 숨진 이은주씨의 예에서 보듯 본인이 우울증을 정확히 알고 치료를 받았다면 불행한 사태를 예방할 수도 있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이씨처럼 외부의 곱지 않은 눈을 의식해 치료를 소홀히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는 곧 불행한 사태로 이어지기도 한다. 의사들은 정신장애를 크게 정신분열증과 우울증으로 구별한다. 이 중 전 국민의 1% 정도인 정신분열증도 문제지만 우울증이 더 심각한 문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서울대 신경정신과 함봉진 교수는 “우울증을 겪고 있는 사람들은 정신분열증 환자보다 10∼20배가 더 많다.”면서 “이에 대한 사회안전망 구축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울증의 조기발견 및 치료를 위해서는 국가, 의료기관, 지방자치단체, 학교 등 각각의 단위가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시스템을 만들어 적극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함 교수가 소개한 나라는 오스트레일리아. 국민소득이 높은 미국이나 영국보다 우울증 관리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는 것이다. 오스트레일리아는 의사와 지역사회가 잘 연결돼 있어 어느 쪽에서도 쉽게 체크할 수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서동우 연구위원도 “우리나라는 아직 정신질환자에게는 사각지대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정신질환으로 발생하는 고통은 사회안전망을 통해 걸러내야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그런 수준에 와 있지 않다는 설명이다. ●2010년 全보건소에 정신보건센터 특히 높은 본인부담비율을 갖고 있는 건강보험체계는 노동능력을 상실하고 경제활동을 거의 하지 못하고 있는 정신질환자에게 상당히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서 위원은 “대부분의 선진국처럼 정신보건센터를 대폭 확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현재 우리나라는 246개 보건소 중 절반 정도인 126개소에 정신보건센터가 설치돼 있다. 하지만 그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보건복지부는 오는 2010년까지 전국 모든 보건소에 정신보건센터를 설치한다는 계획이다. 최용규기자 ykcho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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