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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독감, 알면 이긴다

    질병관리본부가 최근 인플루엔자(독감) 유행주의보를 발령했다. 병원을 찾은 외래환자 1000명당 독감이 의심되는 환자가 기준인 7.5명을 크게 넘어서 9.63명에 이른 탓이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올해는 발표 시점에서 A형인 H1N1형 67주와 H3N2형 5주 등 모두 172주의 바이러스가 분리됐다. 독감의 원인인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보통 A·B·C형으로 나누는데, 흔히 A형은 대유행을, 지역적인 유행은 B형이 일으키며 C형은 드문 편이다. 독감, 과연 어떤 질병인가. ●증상 독감 증상은 환자와 접촉한 뒤 1∼4일 정도의 잠복기를 거쳐 나타난다.38∼40도의 고열과 함께 등, 팔다리 관절이 쑤시듯 아프고 얼굴이 달아오르며, 코와 눈의 결막이 충혈되기도 한다. 또 가래 없는 마른 기침이 심하게 나타난다. 얼핏 감기와 비슷하지만 증상이 훨씬 심하다. 고열과 다른 전신증상은 보통 3∼5일이 지나면 수그러들지만 전신증상이 사라져도 기침과 콧물이 나고 목이 쉬는 등 호흡기 증상은 2주 가량 지속된다. 소아의 경우 구토, 복통 등 소화기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독감과 감기, 어떻게 다른가 감기는 콧물, 기침 등이 서서히 진행되나 독감은 고열과 기침, 몸살, 심한 근육통이 빠르게 진행돼 2∼3일 계속된다. 또 온몸을 얻어맞은 듯 심한 근육통(관절통)을 호소하기도 한다. 독감은 감기보다 증상이 심하고 전염력이 매우 강해 심장 및 폐질환, 당뇨병 등 만성질환을 가졌거나 면역력이 약한 사람의 경우 합병증으로 발전하기 쉽다. 흔한 합병증은 급성 기관지염·부비동염, 기관지 과민반응, 심근염, 라이증후군 등이며,2차적 세균감염에 의한 폐렴도 경계해야 한다. ●감염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기침이나 재채기를 통해 다른 사람에게 전염된다. 따라서 가정이나, 학교 등에서 빨리 전파된다. 유행 때는 인구의 10∼20%, 대유행 때는 40%까지 감염된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항원이 자주 바뀌기 때문에 인체 면역체계가 별 저항력을 발휘하지 못해 예전에 인플루엔자를 앓았어도 다시 앓게 된다. 항원의 변이는 크게 소(小)변이와 대(大)변이가 있는데, 소변이는 매년, 대변이는 오랜 기간이 경과한 뒤 발생한다. 이 때문에 40년 주기설 등이 제시되기도 한다. 대부분 12월에서 다음해 3월 사이에 발생한다. ●치료와 예방 안정과 휴식을 취하고 진통·해열제를 복용하며, 탈수를 막기 위해 수분을 많이 섭취하는 것이 좋다. 항바이러스제인 아만타딘, 리만타딘, 타미플루, 리렌자 등이 바이러스에 효과가 있지만 대부분의 인플루엔자는 자연 치유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노약자에게만 사용한다. 약효를 보기 위해서는 첫 증상 발생 후 48시간 이내에 투약해야 한다. 백신을 접종하면 인플루엔자의 70∼90%는 예방할 수 있다. 반드시 예방접종을 해야 하는 대상은 크게 2개 그룹. 우선 50세 이상의 노인, 심장질환·만성 폐질환·만성 신장질환·당뇨·간경화·악성 및 혈액종양 환자와 면역억제제를 투여하는 환자와 아스피린을 복용하는 소아 등이다. 이들은 합병증 가능성이 커 인플루엔자뿐 아니라 폐렴구균 예방접종도 함께 하는 것이 좋다. 다음은 이들에게 인플루엔자를 전파할 수 있는 사람, 즉 가족이나 환자와 접촉하는 의료인들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어린이들이 인플루엔자 접종을 많이 하는데, 이 접종이 감기에는 효과가 없을 뿐더러 어린이는 합병증 없이 자연치유가 잘 되므로 예방접종이 별 득이 없다. 성인도 건강하다면 예방접종을 꼭 할 필요가 없다. 예방 백신은 주사 1∼2주 후에 효과가 나타나므로 늦었지만 걱정된다면 지금이라도 접종을 하는 게 바람직하다. 접종은 성인의 경우 0.5㎖를 근육주사로 맞는다.8세 이하 어린이는 첫 해에는 한 달 이상의 간격을 두고 2회 접종을 하며 이후에는 매년 1회씩 접종한다. 부작용은 거의 없으나, 백신이 부화란을 이용해 만들기 때문에 달걀 알레르기가 있다면 접종하지 않는 것이 좋다. 일반적인 인플루엔자 예방법은 다음과 같다. ▲미리 독감백신을 맞는다. 특히 호흡기 질환자와 가족, 병원 근무자 등은 접종을 하는 것이 좋다.▲외출 후에는 손발을 깨끗이 씻는다.▲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을 피한다.▲찬바람을 많이 쐬지 않는다.▲충분한 휴식과 과일 등을 충분히 섭취한다.▲수분 섭취를 늘리고, 적정 실내 습도를 유지한다. 가습기는 자주 소독해 사용한다.▲흡연, 간접흡연을 피한다.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도움말 백경란 삼성서울병원 감염내과 교수
  • [사설] 항생제 1위 오명 벗어날 때다

    항생제를 필요 이상으로 처방한 요양기관의 명단을 공개하라는 서울행정법원의 그제 판결은 ‘항생제 오·남용 세계 1위’의 오명을 씻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보건복지부와 각급 의료단체가 반발하고 아직 상급심이 남아 있지만 명단 공개는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본다. 항생제 오·남용은 긴 설명이 필요없는 심각한 문제다.2000년 의약분업을 실시할 때도 항생제 오·남용 방지가 주요한 논거 중의 하나였다. 그럼에도 의료현실은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 동네 의원의 지난해 1·4분기 감기 항생제 처방률이 무려 59.2%에 달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조사 결과는 우리를 아연케 한다. 또 대학병원은 45.1%, 종합병원은 49.9%였다는 것이다. 네덜란드는 16%, 말레이시아는 26%라고 하니 그야말로 세계 최고수준의 ‘항생제 공화국’이다. 이제 복지부와 의료기관 등은 의료인의 진료방법 선택 재량권보다 국민의 알권리가 우선한다는 이번 판결을 받아들여 객관적인 평가지표 마련에 가일층 노력해야 한다고 본다. 질병별로 분류하고 각급 병원별로 환자수 등을 감안해 의료기관도 인정할 수 있는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다. 항생제 처방률 공개는 곧 의료대란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말도 의료단체 주변에선 나오는 모양이다. 이들의 반발이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니나, 복지부는 이들을 잘 다독여 의료환경 개선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또한 의료계의 우려대로 항생제 처방률의 높고 낮음이 절대적인 병·의원 평가잣대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예컨대 암치료의 경우 다른 질병보다 항생제가 많이 소요되는 게 의료계 현실이어서다. 아울러 무조건 항생제부터 찾는 환자들의 의식과 행태도 차제에 바뀌어야 한다고 본다.
  • “항생제 과다처방 병원 공개”

    항생제를 필요 이상으로 처방한 병원 등 요양기관의 명단을 공개하라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부장 권순일)는 5일 참여연대가 항생제 처방률 상·하위 의료기관 명단 등을 공개하라며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낸 정보공개 거부처분 취소 청구소송에서 “피고는 비공개한 정보를 공개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정보공개 대상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2001∼2004년 지역별·요양기관 종류별·의원급 표시과목별로 급성상기도감염(감기) 환자에 대한 항생제 사용률을 평가한 ‘약제급여 적정성 평가’ 결과 1등급(상위 4%)과 9등급(하위 4%)에 해당되는 요양기관 수와 명단, 항생제 사용 지표다. 항생제를 오남용했거나 적정하게 처방한 병원 등의 명단이 공개되면 소비자들이 특정 의료기관을 기피할 수 있어 병원업계 등의 반발이 예상된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원고가 공개를 요구하는 정보는 의료인의 이름·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정보가 아니므로 사생활 침해 우려가 없고, 요양기관의 기능·기술 또는 진단·치료방법에 관한 것이 아니어서 경영·영업상 비밀도 아니므로 공개 거부를 수긍하기 어렵다.”고 밝혔다.재판부는 또 “설사 정보를 공개하지 않아 요양기관이 보호받을 이익이 있다 해도 공개 여부는 국민의 알 권리와 진료선택권이라는 공익과 비교해 결정해야 한다.”면서 “의료행위는 사람의 신체와 생명을 대상으로 하는 것으로, 환자의 자기결정권 또는 치료행위에 대한 선택의 기회를 보호하기 위해 충분한 의료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참여연대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2001년부터 약제사용 오남용 방지를 위해 항생제·주사제·약품비 등 3개 항목 사용률을 전국 병원별로 평가하고 등급을 매겨 온 점에 주목, 지난해 4월 평가결과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했다.이에 대해 복지부는 5월 전체·요양기관별·의원급 표시과목별 항생제 사용지표와 지역별 항생제 사용지표는 공개했지만 항생제 처방률 상·하위 요양기관 명단 등은 공개를 거부했다. 비공개 결정에 대한 이의신청이 기각되자 참여연대는 지난해 6월 ‘정보비공개처분 취소 청구소송’을 낸 바 있다. 참여연대는 이날 판결에 대해 “국내 항생제 사용률은 2004년 기준 27.4%로 세계보건기구(WHO) 권장치인 22.7%보다 높다.”면서 “항생제 남용 기관에 불이익을 주고 소비자의 선택권을 보장하는 것은 물론, 무분별한 항생제 사용을 억제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효용기자 utility@seoul.co.kr
  • 옛 칠곡병원에 노인의료센터 경북대병원 2007년까지 완공

    경북대병원은 보건복지부로부터 노인보건의료센터 사업자로 첫 선정됐다고 28일 밝혔다. 노인보건의료센터는 고령사회에 대비하기 위해 노인 질환에 대한 연구와 치료, 노인전문 의료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보건복지부가 공모한 사업이다. 경북대병원은 오는 2007년까지 국비 62억여원 등 모두 250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대구시 북구 학정동 칠곡병원 부지에 노인보건의료센터를 건립할 예정이다.
  • [이사람] 연고없는 곳에 평생 둥지튼 전남 여수 애양원 김인권 원장

    [이사람] 연고없는 곳에 평생 둥지튼 전남 여수 애양원 김인권 원장

    “나를 간절하게 원하는 분들과 함께 할 수 있어 오히려 제가 고맙고 감사합니다.” 올해로 한센병 환자들과 함께 한 지 25년째인 전남 여수 애양원 김인권(54·전남 순천시 매곡동) 원장이 아무런 연고도 없는 이곳에 평생 둥지를 튼 이유를 이렇게 답했다. 그는 1980년 한센병 환자들의 보금자리인 전남 고흥 소록도에서 공중보건의로 군 생활을 하면서 이들과 끈을 맺었다. 입대 전 결혼한 부인(50)까지 동참시켜 3년 내내 소록도 관사에서 살았다. 제대한 뒤 1983년 5월부터 국내 최초(1909년) 한센병 치료기관인 애양원으로 갔다. 당시 김 원장은 모교(서울의대 정형외과)에서 제의한 교수직까지 물리쳤다. 그리고 병원에서 가까운 순천에 살림집을 마련했다. 이러한 부모의 뜻을 따라서인지 딸(25)과 아들(22)도 탈없이 잘 자랐다. “선택을 후회하지 않느냐.”는 물음에,“바쁜데다가 행복하고 만족하려고 노력하다 보니 후회할 틈이 없다.”고 해맑게 웃었다. 훤칠한 키, 서글서글한 눈매, 오똑한 콧날 때문에 가끔 환자들로부터 “웬 외국인 의사냐.”는 핀잔을 듣기도 한다. “물론 힘들 때도 있지만 저 때문에 최소한 환자들 상황이 더 안좋아 지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금세 힘이 난다.”고 설명했다. 그는 남들이 할 수 있는 일보다는 안하는 일에 더 매달린다. 지금도 아침 9시 45분이면 어김없이 수술실로 간다. 많을 때는 하루에 20번까지 인공관절 대체 수술을 하는 ‘체력 짱’이다. 매달 250여건, 연말이면 3000여건이다. 지금껏 애양원에서 한 수술 횟수는 4만여건이다. 외진 곳에 자리한 병원이지만 전국 곳곳에 이름이 많이 알려져 있다. 그런 탓인지 환자들이 입소문을 타고 물어 물어 이곳을 찾는다. 하루 평균 500여명. 이들 가운데 절반 이상이 타지에서 온다. 병원 복도에서 만난 노인들에게 “왜 여기까지 왔느냐.”고 하자,“원장이 잘해, 돈도 싸고….”라면서 입 맞춘 듯 한 목소리다. 하지만 김 원장은 임상관련 논문이나 학술발표회는 되도록 미룬다.“그 시간에 한 명이라도 더 치료해야 한다는 것을 애양원 선배의사들로부터 배웠다.”고 털어놨다. 보통사람들이 사는 방법에 대해,“우리 모두에게 현실이 아주 중요하다. 하지만 생활하면서 남을 조금 배려하는 생각과 행동에는 인색한 것 같다. 평소에 조금씩 돕고 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병원 한상인(42) 경리과장은 “직원들 사이에서 원장님은 ‘지존’으로 통한다. 수술도 잘하지만 독서량이 워낙 많다 보니 고고학이나 동·서양사 등에서 전문가 수준을 넘는다.”고 입에 침이 마른다. 신용(47) 사무국장은 “원장님이 정말 화가 나서 가장 심하게 한다는 말이 ‘어떡하면 좋습니까.´라면서 눈에 힘줄 때”라고 웃었다. 김 원장의 생활신조는 성실로 요약된다. 술·담배는 남이고, 취미생활은 수술이고, 그 장소는 병원이다. 직원들을 집으로 혹은 사무실로 초대해 직접 커피를 끓여주고 아이들 이름까지 기억해 챙겨준다. 앞서 지난 2003년 그는 서울대의대 동문들이 장한 동문들에게 주는 ‘장기려박사 의도상’의 첫 번째 수상자로 선정됐다. “의료인들도 욕심을 내세우지 말고 불우한 이웃들을 위해 진료해야 하고 (급여로)받은 돈의 일부를 이들에게 써야 할 때”라며 후배 의사들에게 삶의 방향을 제시했다. 사회복지법인 애양원은 예산 한 푼 도움 받지 않지만 의사 8명, 간호사 48명, 행정직원 43명이 똘똘뭉쳐 90병상을 운영한다. 해마다 적잖은 규모로 흑자를 낸다. 이 돈으로 병원에서 운영하는 한센인 무료 양로원(88명)과 재활직업보도소(20명) 살림살이에 보탠다. 서둘러 수술실로 향하던 김 원장은 “항상 주어진 여건에 만족하며 산다. 평범한 일에 감사하고 기도하면서….”라며 여운을 남겼다. 여수 남기창기자 kcnam@seoul.co.kr ●김인권 원장은 ▲51년 서울 출생 ▲75년 서울대 의과대학 졸업 ▲80∼83년 국립소록도병원 외과 근무 ▲81년 인도 Schiefflin 나환자 재활병원 수련의 ▲82년 서울대 의대 석사과정 수료 ▲83년 여수애양원 정형외과 과장 ▲87∼88년 영국 Oswestry. Robert Jones&Agues Hunt병원 정형외과 연수 ▲90년 서울대 의대 박사학위 취득 ▲92년 여수애양원 부원장 ▲95년∼현재 여수애양원 원장 ▲96년 인돈문화상 수상 ▲97년 세계성령봉사상 수상 ▲99∼2004년 중국옌볜대학 복지병원 환자 수술 의료 봉사(연 1회 1주 5회) ▲2000년 중외박애상 수상 ▲2003∼2005년 베트남 St.Paul Hospital in Hanoi&ITO Hospital in Hochimin city 수술 의료 봉사(연 1회 1주간 3회) ▲2004년 제1회 장기려 의도상 수상
  • [데스크시각] 과학자와 교육자/박현갑 사회부 차장

    황우석 교수가 만들었다는 체세포 복제 배아줄기세포를 둘러싼 파동과 사학법 개정 논란은 올 겨울을 유난히 을씨년스럽게 하고 있다. 과정이야 어쨌든 결과만 좋으면 된다는 ‘결과 지상주의’와 직업 윤리의식 부재 등 비상식으로 점철된 우리 사회 자화상이 아닌가 싶다. 황 교수는 올 초 인간 맞춤형 배아 줄기세포를 만들었다는 논문을 국제적으로 권위를 인정받은 과학지에 발표하면서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불치병 환자들의 구세주로 부상하면서 ‘신(神)’으로, 그리고 노벨상 수상후보로도 거론될 정도였다. 정부도 지난 6월 그를 ‘제1호 최고 과학자’로 선정하고 해마다 30억원의 연구비를 지원하는 등 적극적인 후원을 약속했다. 하지만 이후 미국 피츠버그대학의 섀튼 교수가 배아줄기세포 취득과정의 윤리성을 문제삼아 결별을 선언하면서 그는 또 다른 이유로 주목받는다. 논문에 의혹이 있다는 문화방송 보도가 나왔을 때만 하더라도 그는 당당했다. 하지만 함께 일했던 김선종 연구원이 황 교수 지시로 줄기세포 사진을 2개에서 11개로 둔갑시키는 ‘요술’을 부렸다고 시인함으로써 상황은 급반전했다. 그런데 이 때 과학자인 그가 택한 것은 병원행이었다. 과학자라면 입원할 게 아니라 제기된 의혹을 조목조목 반박해야 하지 않았나? 재검증 요구에도 응했어야 했다. 사이언스에 황 교수와 함께 공동저자로 등재된 강서 미즈메디병원의 노성일 이사장 행태도 마찬가지다. 복제 배아 줄기세포가 있어도 최소 2개이거나 아니면 하나도 없다는 노 이사장의 폭로는 무엇을 말하는가? 그는 이전까지 황 교수와 ‘찰떡궁합’을 과시했었다. 황 교수 연구에 불법 매매된 난자가 이용됐다는 지적에, 황 교수님은 전혀 모르고 자신이 했던 일이라며 황 교수를 옹호했었다. 그러던 그가 모든 사실을 다 알고 있었다는듯 하나둘 양파껍질벗기듯 폭로하는 모양새는 그가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의료인인지 의구심을 갖게 만든다. 이 과정에서 국민들에게 생생하게 전달된 한 방송사의 취재윤리 위반도 자성할 일이다. 과정이 어찌됐든 쟁취하고자 하던 결과만 얻으면 된다는 것은 언론인의 기본을 망각한 처사다. 상식을 망각한 행태는 교육계에서도 버젓이 일어나고 있다. 개방형 이사제 도입을 골자로 한 사립학교법이 국회를 통과하자 한국사학법인연합회측은 ▲신입생 배정거부 ▲학교폐쇄를 결의했다. 서울의 사립 중·고교 교장들도 마찬가지 결의를 했다. 얼마나 분했으면 그랬을까? 있는 돈 없는 돈 끌어모아 학교부지를 매입하고 육영사업에 일생을 바쳐 왔는데 엉뚱하게 죄인 취급당하는 형국이 됐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들은 교육자들 아닌가? 그렇다면 문제해결도 교육적으로 접근해야 순리일 것이다. 학교폐쇄라니…. 그렇다면 장사꾼이란 말인가? 기자가 보기에 이번 사학법 개정논란의 근간에는 평준화 정책이 깔려 있다. 평준화 이전에는 사립학교 학비가 공립에 비해 더 비쌌다. 하지만 이후 물가억제 방침과 중학교 교육과정이 의무교육 과정으로 변하면서 등록금은 공립학교 수준으로 ‘강제 구조조정’됐다. 그리고 이같은 구조조정에 따른 수입결함은 정부에서 메워주었다. 이른바 재정결함보조금이다. 그렇다면 “이 돈이 법인에 지원되는 것은 맞지만 궁극적 수혜자가 사립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이라는 점에서 사학들에 지원되는 재원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이를 빌미삼아 사학을 옥죄려는 것은 사학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것 아니냐.”며 평준화 시책을 물고 늘어졌어야 한다고 본다. 교육 사업자라면 이렇듯 교육의 공공성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시대변화에 맞게 학교운영 철학이 바뀌어야 한다고 촉구하는 것으로 접근해야 되지 않았나 싶다. 이런 환경에서 학생들이 무엇을 배울지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일들은 과학자로서, 교수로서, 그리고 의사로서 자신의 직업윤리에 충실하지 못해서 생기는 비극이다. 기자가 글로써 말한다면 과학자는 논문으로, 의사는 의술로 자기 존재가치를 보이면 된다. 그 이외의 것은 곁가지가 아닌가? 박현갑 사회부 차장 eagleduo@seoul.co.kr
  • 익명의 80대 할머니, 평생 모은 5억원 대학에 기부

    익명의 80대 할머니, 평생 모은 5억원 대학에 기부

    부산에 사는 80대 할머니가 행상 등으로 모은 전 재산 5억원을 부산의한 사립대학에 기부하고, 국립대 총장이아들 축의금 전액을 대학 발전기금으로 내놓아 훈훈한 미담이 되고 있다. 동아대는 13일 익명을 요구한 한 할머니가 지난 9일 학교를 방문, 최재룡 총장을 만나 “이 사회와 젊은 사람들을 위해 보람있는 일에 써 달라”며 5억원을 기부했다고 밝혔다. 이 할머니는 자신의 행적이 알려지기를 꺼려 학교측은 거액을 내놓은 배경과 신상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 독실한 불교신자인 이 할머니는 최근자신이 다니는 종교단체 관계자에게 “부산에 있는 한 대학에 내가 푼푼이 모은 돈을 내놓아 좋은 일에 쓰도록 하고 싶다.”는 뜻을 전해 이 대학을 소개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20대초 부산으로 시집와 떡, 콩나물장수 행상 등 힘든 생활을 하면서도 늘 마음 한켠에는 이웃을 위해 베푸는 삶을 살겠다고 다짐해 왔다고 한다. 얼마 전 몸살 증세로 병원에 입원했던 이 할머니는 같은 병실에 있던 환자가 한마디 유언조차 남기지 못하고 숨지자 푼푼히 모은 재산을 대학에 기탁하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할머니가 자신이 다니는 사찰 스님에게 이같은 뜻을 전하자, 스님은 정부의 예산지원이 없어 어려움을 겪는 사립대학에 기부하는게 좋겠다는 의견을 제시했으며 할머니도 이를 흔쾌히 수락, 동아대에 거액을 기탁하게 된 것. 최 총장은 “할머니의 순수하고 숭고한 뜻이 헛되지 않도록 학교발전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또 부산대 김인세(61)총장도 지난 10일 장남 결혼식때 들어온 축의금 수천만원을 대학발전기금 등으로 기부한다고 이날 밝혔다. 김 총장은 축의금의 80%가량을 부산대 발전기금으로 내고, 나머지는 부산지역 의료인들로 구성된 국제의료구호단체 YMCA그린닥터스의 북한 개성병원 건립기금으로 냈다고. 김 총장은 “떳떳하게 축의금을 받아서 사회에 기부하면 모두가 좋은 일”이라며 “기부문화의 새로운 모델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부산 김정한기자 jhkim@seoul.co.kr
  • [올해의 인물] 우고 차베스

    [올해의 인물] 우고 차베스

    “개들이 짖는다면 우리가 제대로 일하고 있기 때문이지.” 세르반테스의 소설 ‘돈키호테’ 중 한 구절이다. 지난 1992년 실패한 쿠데타 주역으로 2년간 옥살이를 한 뒤 98년 집권, 내정을 탄탄히 다져 지난해부터 국제정치 무대에서 미국과 예각을 형성하고 있는 우고 차베스(52)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애용하는 구절이기도 하다. 지난 8월 BBC 특파원은 질문 하나에 1시간 가까이 답변을 늘어놓는 그에게 “각하, 가능한 짧게 답해주시겠어요.”라고 말하자 이내 간결하면서도 핵심을 찌르는 답변이 돌아왔다고 전했다.99년 취임할 때만 해도 오래 갈 것 같지 않던 ‘차베스 파워’가 영구집권을 꿈꿀 정도로 확대되고 초강대국 미국을 겨냥해 큰소리 치는 것이 허튼 일만은 아니라는 증좌다. ●총선 승리로 영구집권에 더 가까이 4일(현지시간) 유권자의 25%가 참여한 총선에서 차베스가 이끄는 ‘5공화국 운동’당은 전체 의석 167석 중 114석을 차지하고 나머지 의석도 친 차베스 정당들이 석권했다고 BBC가 한 정치인의 말을 인용,5일 보도했다. 야당의 보이콧 선언, 파이프라인 화재 등 방해 책동도 그의 승리에 상처를 내지 못했다. 이번 승리는 내년 말 대선에서 차베스가 3연임에 성공할 경우 연임 제한 조항 자체를 없애는 개헌을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3분의 2선을 넘은 것이어서 영구집권의 길을 닦은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10월 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차베스의 정책수행 지지도는 68%였다. 내정을 탄탄하게 다질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 고유가로 인한 초과 수입을 빈민 지원과 인프라 구축에 돌렸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미국과 부유층의 배만 불리던 석유회사를 국유화함으로써 수십억달러의 재원이 빈곤층에 쓰여졌다. 의료 개혁과 사회 안전망 확충으로 부유층과 빈곤층의 간극을 메운 것도 주효했다. ●“내 적은 제국주의와 자본주의” 지난 3월 그는 미국이 주도하는 미주자유무역지대(FTAA)는 이미 죽은 것이나 다름없다며 신자유주의 개발 모델은 남미인들의 삶을 개선하는 데 실패했다며 그 대안으로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과의 교역을 늘리면 된다고 강조했다. 미국으로부터의 무기 매입과 협력관계를 줄이면서 동시에 브라질, 러시아, 중국, 스페인으로 구매 루트를 바꿨다. 미국을 겨냥한 듯 150만 예비군도 창설해 외국의 간섭, 군대 투입에 맞설 준비를 갖췄다. 8월에는 기독교 선교단체들이 제국주의의 첨병이며 미 중앙정보국(CIA)의 끄나풀 노릇을 한다는 이유로 추방했고 남미대륙 곳곳에서 일할 의료인 10만명을 육성한다는 야심찬 계획 아래 200억∼300억달러를 들여 쿠바와 함께 의과대학을 건설하겠다고 천명했다. 그는 유엔 정상회의 연설을 통해 “자본 이동의 자유, 무역장벽의 철폐, 사유화 같은 신자유주의적인 개발 준칙들은 개도국의 빈곤을 가속화시킬 뿐”이라고 목청을 높였으며 지난달 미주정상회의에서 “오늘 최대의 패배자는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라고 비아냥댔다.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PVC 의료용품 ‘환경호르몬’ 유해성 논란 재연

    PVC 의료용품 ‘환경호르몬’ 유해성 논란 재연

    우리나라에서 내로라하는 상당수의 대형 병원들은 올 여름 큰 곤욕을 치러야 했다. 병원 환자들과 가족들의 항의가 빗발치거나 진료예약을 취소하는 사태가 빚어지기도 했다. “서울과 수도권에 있는 대부분의 대형 병원들이 인체에 해로울 수 있는 PVC 재질의 수액백(bag)을 사용하고 있다.”는 한 환경단체의 고발성 캠페인 때문이다. 몇몇 병원들은 급기야 “PVC 수액백 사용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하거나 실제 PVC가 아닌 제품으로 수액백을 대체하는 등 시민들의 압력에 무릎을 꿇어야 했다. 서울과 경기도에 있는 대형 병원 가운데 현재 19곳(표 참조)이 사용을 중단했거나 다른 제품으로 대체하는 방안을 추진 중에 있다. ●“병원 PVC 혈액백 사용도 문제” 그러나 의료용품의 인체 위해성을 둘러싼 논란은 ‘수액백 사태’만으로 그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포도당·식염수 등이 든 수액백뿐만 아니라, 환자수혈을 위한 혈액백 등 다른 의료용품들도 PVC 재질로 만들어져 현재 대부분의 병원에서 이를 사용 중인 것으로 조사돼 논란이 재연되고 있어서다. 4일 서울환경운동연합에 따르면 지난 7월부터 5개월 동안 서울과 경기도의 500병상 이상 시설을 갖춘 21개 병원을 상대로 각종 의료용품의 사용실태를 조사한 결과, 혈액백과 혈액투석 튜브의 경우 모든 병원에서 PVC 용품을 사용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환경연합 이지현 국장은 “복막투석백과 상처배액주머니 등 다른 의료용품은 21개 병원 가운데 1∼7곳에서만 실리콘 등 다른 재질의 제품을 사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수액백·혈액백 같은 의료용품의 인체 유해성 논란이 불거진 것은 ‘환경 호르몬’으로 알려진 프탈레이트(DEHP)라는 화학물질 때문이다. 프탈레이트는 PVC 제조과정에서 플라스틱의 유연성을 높이기 위해 첨가되는데,“수액백이나 혈액백에 포함된 프탈레이트가 수액이나 혈액 속으로 용출돼 환자의 몸 속으로 바로 스며들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얼마나 유해한가 프탈레이트의 인체 유해성은 이미 과학적으로 입증된 상태다. 세계야생보호기금(WWF)과 일본 노동후생성 등은 생식독성이 강한 내분비계 장애물질로 규정하고 있고, 유럽연합은 지난 1992년부터 ‘생식 독성물질’로 분류해 생활용품 제조에 쓰지 못하도록 조치했다.2002년엔 하버드대학 연구팀이 “프탈레이트는 남성의 정자 수와 운동성을 저해하는 등 인체에 대한 유해성을 가지고 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도 내년부터 3세 이하의 어린이용 장난감에 사용을 금지시킨 상태다. PVC 제품은 환경적 측면에서도 문제를 일으킨다. 폐기물로 소각처리되는 과정에서 발암물질로 알려진 다이옥신, 퓨란 등 유독물질이 대기로 방출되는데, 이 때문에 선진국에서는 PVC 제품의 사용량을 단계적으로 줄여나가는 한편 PVC 사용금지 정책도 갈수록 확대, 강화해 가는 추세다. 친환경상품진흥원 문승식 구매진흥국장은 “덴마크 콜딩시의 경우 2008년부터 PVC가 함유된 지우개·바인더 등 사무용품의 사용마저 전면 금지키로 조치할 정도”라고 말했다. 현재 우리나라 병원에서 나오는 감염성 폐기물 가운데 PVC 제품은 90%를 웃돌아 다이옥신을 배출하는 중요한 오염원으로 지적되고 있다. ●실제 검출량은 국제기준 이하 인체 유해성 논란과 관련, 병원에서 사용되는 수액백·혈액백 등 의료용품이 프탈레이트를 얼마나 용출시키느냐가 관건 가운데 하나인데, 이에 대해선 견해가 다소 엇갈린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올해 초 수액백의 프탈레이트 용출량을 검사해 보니 0.012∼0.035(피피엠·100만분의 1g)으로 국제기준을 훨씬 밑돌아 “인체에 해로울 정도는 아니다.”고 발표한 바 있다. 혈액백의 경우도 비록 수액백보다 500배 가량 많은 2.52∼2.66이 검출됐지만 역시 국제규격 상한치(100) 아래였다. 병원이나 의료용품을 생산하는 제약회사들도 “PVC 제품은 전 세계적으로 50여년 동안 가장 많이 사용돼 안정성이 입증된 것”이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그러나 환경단체 등의 생각은 다르다.“유해물질의 양이 아무리 적더라도 사람의 몸 속으로 바로 흘러들어간다는 사실은 심각한 문제”(서울환경연합 양장일 사무처장)라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PVC로 만든 어린이 장난감과 비닐랩 등에 대해 사용금지 조치를 한 것처럼 똑같은 ‘프탈레이트 위험’을 안고 있는 의료용품에 대해서도 법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수액백의 경우 프탈레이트가 함유되지 않은 비(非)PVC 제품이 국내에서 개발돼 생산되고 있으며, 가격도 엇비슷한 데도 불구하고 “병원들이 PVC 수액백을 교체하지 않는 것은 의료인들의 무신경 때문”(이지현 국장)이라는 비판이다. ●“의료수가 인상 등 지원 필요” 수액백을 제외한 나머지 의료용품들은 사정이 다른데, 프탈레이트가 들지 않은 제품의 경우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가격도 4∼10배 정도 비싼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녹십자의 경우 기존 PVC 혈액백을 대신하는 새로운 제품을 자체 개발, 내년부터 임상평가를 거칠 예정이지만 실제로 상용화되더라도 가격 인상 및 소비자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의료수가 인상 등 정책적 뒷받침이 따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대한병원협회 정동선 사무총장은 “PVC 대체품의 사용이 세계적인 대세라면 우리 병원계도 동참하는데 이의가 없다.”면서 “그러나 갈수록 가중되는 병원경영의 어려움을 감안해 적정한 의료수가를 책정하는 등 병원과 공급자가 자발적으로 동참할 수 있는 유인책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환경보건 정책을 강화하고 있는 환경부도 의료용품의 프탈레이트 함유 문제에 대해 다각적인 대응방안을 마련 중이다. 김영훈 유해물질과장은 “프탈레이트의 생식독성 등 문제와 관련해 병원의 PVC 의료용품 사용실태 등에 대해 연구용역을 추진 중”이라면서 “국제적인 추세와 용역결과 등을 감안해 취급제한 및 금지물질 지정 여부 등 정책방향을 결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박은호기자 unopark@seoul.co.kr
  • [클릭 이슈] 간호협 “3년제 신설 왜하나” 반발

    [클릭 이슈] 간호협 “3년제 신설 왜하나” 반발

    대한간호협회와 대한의사협회 등 의료계의 양대 축이 대학학제 및 입학정원을 놓고 정부와 마찰을 빚고 있다. 간호협회는 3년제 간호대학의 신설 및 증원은 없다고 합의를 해놓고도 최근 교육부가 일방적으로 파기했다면서 강력히 대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특히 간호협회는 학제 일원화에 대해 정부측이 성의없는 자세를 계속 보일 경우 간호사들의 집단행동도 배제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의사협회도 DJ 정부 시절 합의한 대로 단계적인 의대 입학정원 감축을 조속히 이행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정부가 일방적으로 약속을 깨 간호협회 김의숙 회장은 최근 3년제 간호대학의 신·증설과 관련해 기자간담회를 갖고 “정부와의 합의만 믿고 있었는데 갑자기 뒤통수를 맞았다.”고 말했다. 교육부가 춘천 송곡대와 경산 대경대에 각각 간호학과 정원 30명을 신설해주고 광주 송원대 등 3개 대학에 40명을 증원해 주는 등 모두 100명에 달하는 3년제 간호대학 입학정원을 일방적으로 신설·증원해줬다는 것이다. 간호협회측은 의료서비스의 질적인 저하가 우려되기 때문에 3년제 간호대학의 신·증설을 반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회장은 “일반 대학교육과 달리 간호교육은 생명을 다루는 중요한 학문인데 교육부가 간호사 양성에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실습기관조차 없는 지방 전문대학에 간호학과를 신설·증원해줘 시대에 역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30명의 입학정원 규모로는 교수채용이나 간호실습 시설 등을 도저히 맞출 수 없어 결국에는 부실한 간호교육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간호협회측은 3년제와 4년제로 이원화돼 있는 학사과정을 4년제로 일원화한다는 원칙에 따라 향후 3년제 신·증설은 없다고 합의해놓고 이를 깬 정부측의 원칙없는 학사행정을 질타했다. 이에 따라 간호협회측은 30일 교육부 차관과의 면담을 시작으로 정책토론회 등을 마련해 자신들 주장의 정당성을 알린다는 계획이다. 김 회장은 “의료인의 한 사람으로서 간호사들이 집단행동을 하는 것을 최대한 막을 생각”이라면서 “하지만 간호사들의 불만이 쌓여 한꺼번에 폭발할 경우에는 이를 막을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간호협회 여론 호도해선 안돼 교육부측은 간호협회가 3년제 대학의 신·증설 사실만 부풀려서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는 입장이다.3년제 간호대학 입학정원의 경우 2005학년도 8130명에서 2006학년도에는 7910명으로 줄어 오히려 220명이 순감했다는 것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28일 “비록 송곡대 등 5개 대학에 100명의 정원이 신·증설됐지만 3년제 간호대학의 전체 정원은 분명히 줄었다.”면서 “전체적으로 320명이 줄어든 것에 대해서는 언급을 하지 않고 100명이 늘어난 것만 강조하는 것은 억지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간호협회가 정부측과 간호학과 정원에 대해 합의를 했다고 하는데 교육부는 전혀 합의를 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교육부도 간호대 학제 일원화에 따라 3년제 간호대와 4년제 간호대를 통합하는 등의 정책을 펴고 있다는 얘기다. ●의대 입학정원 조속히 감원돼야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2002년 대통령 직속 의료제도발전특별위원회에서 의대 입학정원 10%를 2007년까지 감축하기로 한 당초 계획을 조속히 이행하라고 정부측에 촉구했다. 의사협회측은 “의대 정원 감축안에 따라 2004학년도 정원이 195명 감축됐지만 의대 편입학정원과 의학전문대학 입학정원 등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의사협회는 최근 교육부가 입법예고한 고등교육법시행령 개정안에는 의대 입학정원 10% 감축방안이 당초 계획보다 2년여 지연되는 것으로 돼 있다면서 불만을 나타냈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비록 당초 계획보다 의대 입학정원 감축이 2년여 늦어지기는 했지만 조만간 고등교육법시행령을 개정해 2009년까지는 정원을 줄여 나가겠다.”고 해명했다. 강충식기자 chungsik@seoul.co.kr
  • [메디컬 라운지] 아동학대방지 ‘왕눈이 교육’

    대한의사협회(협회장 김재정) 산하 국민의학지식향상위원회(위원장 윤방부)는 아동학대 신고의무자인 의료인과 교사를 대상으로 아동학대를 잘 감시하자는 취지의 ‘왕눈이 교육’에 나섰다. 경기 북부지역 교육에 이어 오는 23일에는 경기도교육청에서 경기 남부지역 초등교사 700여명을 대상으로 교육할 예정이다.
  • 만성 폐쇄성폐질환 5년새 30% 늘어

    질환의 90% 정도가 흡연이 원인인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환자가 5년새 30%나 증가했으며, 사망자도 최근 20년간 4배 이상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COPD는 흡연, 대기오염 등으로 폐 기능이 떨어져 점차 숨쉬기가 어려워지는 질환으로, 증상이 심해지면 계단을 오르거나 요리 같은 간단한 일상생활도 할 수 없게 되며 이 상태에서 호흡기가 자극을 받으면 기도폐쇄 등 응급상황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대한결핵 및 호흡기학회(이사장 송정섭)는 2000∼2004년 사이 전국 7개 대학병원의 COPD 환자를 조사한 결과 환자 수가 2000년 1만 5295명에서 2004년 1만 9887명으로 30%나 증가했다고 최근 밝혔다. 이 중 입원환자는 2000년 1473명이던 것이 2004년 1939명으로 32%나 늘었다. 이 기간 COPD 진단을 받은 환자를 연령대별로 보면 총 8만 9000여명 중 40대 이상의 남성이 7만 1000여명으로 환자 10명 중 8명이 40대 이후의 남성으로 분석됐다. 이어 50대는 1만 806명,60대는 2만 919명,70대는 2만 9850명으로 연령이 많아질수록 남성 환자 점유율은 높아졌다. 또 학회가 통계청 자료를 분석한 결과 최근 20년간 COPD로 인한 사망자 수는 지난 83년 1229명이던 것이 2004년 5464명으로 무려 4.45배나 증가했다. 학회는 이 집계에서 빠진 COPD 사망자가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폐 기능 손상으로 다른 합병증이 생기거나 지병이 악화돼 사망할 경우 사망진단서에 간접 사인으로 기록되거나 COPD에 대한 언급이 아예 없기 때문이다. 학회는 이같은 COPD의 위험성을 알리기 위해 COPD환자 및 일반인을 위한 생활지침과 함께 의료인들의 진단 지침이 될 ‘COPD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또 오는 18일 서울 충무아트홀 컨벤션센터에서 제3회 폐의 날을 기념해 ‘폐암보다 고통스러운 COPD’를 주제로 대국민 캠페인도 벌이기로 했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국내에서는 천식 등 다른 질환과 COPD를 혼동해 정확한 진단과 치료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70년대 후반부터 흡연 인구가 크게 는 것을 감안하면 향후 COPD환자는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反美 동반자’ 쿠바·베네수엘라 맹방 넘어 연방으로?

    ‘베네수엘라와 쿠바가 연방국가가 된다?’ 중남미의 대표적 반미(反美)국가인 베네수엘라와 쿠바가 협력 관계를 넘어 연방제까지 검토 중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3일 보도했다. 신문은 베네수엘라 주재 유럽 외교소식통의 말을 인용,“몇 년 전만 해도 두 나라가 연방을 맺는다고 하면 ‘미친 소리’로 여겼겠지만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다.”면서 “쿠바는 베네수엘라를 ‘이웃으로만 보기엔 너무 중요한 상대’로 본다.”고 전했다. 양국 주재 외교관들은 연방문제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실제 양국의 협력 관계는 최근 눈에 띄게 강화됐다.43년에 걸친 미국의 제재로 침체에 빠졌던 쿠바 경제는 에너지 동맹을 맺고 있는 베네수엘라의 값싼 원유공급 덕분에 상반기 8%의 성장을 이뤘다. 이에 쿠바는 베네수엘라에 자국 의료인력의 4분의1에 해당하는 2000여명을 보내 보답했다. 베네수엘라 주재 쿠바대사 제르만 산체스는 외교가에서 ‘부통령’이라 불릴 만큼 중요한 위치에 있다. 세계 5위의 산유국 베네수엘라는 유가 상승에 따른 ‘오일 달러’를 기반으로 쿠바뿐 아니라 남미 전체에 영향력을 넓혀 나가고 있다. 베네수엘라는 올해 원유 판매로 340억달러(약 35조원)를 벌어들일 것으로 전망된다. “21세기식 사회주의”를 주창하는 우고 차베스 대통령은 자신의 뜻에 공감하는 국가들에는 싸게 원유를 판다. 아르헨티나로부터는 수백만달러어치의 국채를 매입해 줬고, 에콰도르에는 경제지원을 약속했다. 외교적으로는 북한과 이란, 중국, 러시아와 유대를 강화하고 있다. 여기에 차베스는 러시아제 무기로 무장한 수만명의 첨단 군대를 육성하고, 핵 기술까지 개발하겠다고 밝혀 미국의 신경을 한껏 자극하고 있다. 이와 관련, 미 군사전문가인 윌리엄 아킨은 1일 워싱턴포스트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미 국방부가 4개년 국방검토보고서(QDR) 관련 문건에서 베네수엘라를 ‘깡패 국가’로 분류하고, 잠재적인 군사충돌에 대비한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4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에서 열리는 제4차 미주기구회의에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차베스 대통령의 갈등이 최고조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파나마와 온두라스를 제외한 미주 32개국 정상들이 모이는 이번 회의에서 부시는 숙원 사업인 미주자유무역기구(FTAA) 출범에 주력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남미에 시장경제·자유무역과 이를 바탕으로 한 민주주의를 전파하겠다는 생각이다. 이에 차베스는 “FTAA를 지옥에 던져버리자고 정상들에게 제안하겠다.”고 맞받아쳤다. 충돌이 예정돼 있다는 평이다. 참가국들이 쉽게 차베스의 바람만큼 그를 전폭 지지하지는 않겠지만 미국의 영향력이 약해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는 분석이다. 플로리다 국제대학의 에두아르도 가메라 교수는 “남미 정상들이 미국이 유일한 대안이 아니라고 말하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장택동기자 taecks@seoul.co.kr
  • 의료인 광고금지는 위헌

    앞으로 의사들도 자신의 능력이나 진료방법을 알리는 광고를 자유롭게 할 수 있게 됐다.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주심 김경일 재판관)는 27일 재판관 6명의 다수의견으로 의료인의 능력이나 진료방법 등의 광고를 전면 금지한 의료법 관련조항은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현행 의료법 46조 3항은 “특정의료기관이나 의료인의 기능, 진료방법, 조산방법이나 약효 등에 관해 대중광고 등에 의해 광고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박경호기자 kh4right@seoul.co.kr
  • 梧里 이원익 13대 종손 충현박물관 이승규·함금자 부부

    梧里 이원익 13대 종손 충현박물관 이승규·함금자 부부

    “저희 부부가 사재를 헌납하고, 땀을 쏟아 부은 이 박물관이 청백리로 한 시대를 살았던 오리(梧里)라는 역사적 인물을 바로 알고 기리는 소중한 계기가 되기를 바랄 뿐입니다.” 최근 경기도 광명시에 있는 충현박물관(관장 함금자·65)이 ‘영정 보물지정 기념 이원익전’(11월14일까지)을 열어 눈길을 모았다. 우리에게 청백리 ‘오리 대감’으로 더 잘 알려진 문충공 이원익(李元翼·1547∼1634)은 임진왜란을 전후한 격동기에 선조 등 3명의 임금을 섬긴 명신(名臣)으로 청렴함과 바른 처신으로 당대의 존경을 한몸에 받았던 인물. 이번 전시회는 문화재청이 최근 이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4점의 오리 영정 중 ‘호성공신도상(扈聖功臣圖像)’을 보물1435호로 지정한 것을 기념해 열렸다. 연세대 간호학과를 졸업한 뒤 현재 간호대 동창회장도 맡고 있는 함금자 관장과, 오리의 13대 종손으로 이 박물관 관리법인인 충현문화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는 남편 이승규(65·전 연세대의대 세브란스병원 소아과 교수)씨는 사실 박물관과는 거리가 먼 의료인 부부. 이들은 역사적 인물을 주제로 해 우리나라 최초의 민간박물관을 연 것을 두고 “선조의 뜻을 너무 늦게 받들게 됐다.”며 그간의 경위를 설명했다.“실은 종중 내에서 재산 분쟁이 있었습니다. 대법원 확정판결까지 6년을 끌었는데, 그 과정에서 그분의 유서 등 자료를 통해 정말 자랑스러운 조상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고, 그때부터 아내와 함께 집안에서 전해지는 영정과 종가 유물 등 자료를 다시 추려 정리한 게 계기가 됐습니다.”이 과정에서 이들 부부는 50억원에 이르는 사재를 박물관 건립에 쏟아부었다. 광명시 소하동 1085-16 박물관 부지는 오리가 노후에 관직을 떠나 타계할 때까지 기거했던 곳으로, 이곳의 관감당(觀感堂)은 그의 공덕을 기려 인조가 하사한 당옥이다. 박물관의 이름 ‘충현´은 숙종 2년 오리의 학덕을 기려 건립된 사액서원인 충현서원에서 따왔다. 모두 90여평의 전시관에는 보물로 지정된 오리 영정 외에 3점의 영정이 더 있으며, 이밖에 오리 묘와 신도비, 종택과 충현서원지, 영정을 봉안한 영우와 관감당 등이 지방문화재로 등록돼 있다. 이곳에 전시된 600여점의 종가 유물도 조선조 반가의 생활상을 전해 주는 매우 소중한 자료들. 함 관장은 “지금 생각해도 가계에 대한 자부심이 없었더라면 결코 해내지 못할 일”이었다고 설명했다. 이들 부부는 이 자료들을 모아 지난 95년에 119쪽 분량의 컬러판 ‘오리 이원익 유적유물집’을 펴냈으며, 이황, 이덕형, 송시열은 물론 임진왜란 때 의병장으로 나섰다가 순절한 윤탁, 허적 등과 나눈 서간문을 따로 모아 엮은 ‘간찰집’을 발간하기도 했다. 이 이사장은 이들 유물 중에서도 유독 오리가 남긴 유언서에 큰 애착을 느낀다.“재산 분쟁 과정에서 유언서에 기록된 그분의 유지가 없었다면 이 박물관도 탄생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이 이사장은 “현행 세금 관련 법규정이 재단에 출연조차도 어렵게 한다.”며 “목적사업을 위한 재산 출연에 대해서는 법인세 등을 감면해주는 전향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지금 그곳은] 서울역 무료진료소

    [지금 그곳은] 서울역 무료진료소

    찬바람이 불기 시작한 지난 10일 오후 8시 ‘서울역 노숙인 무료 진료소’를 찾았다. 네 평 남짓한 공간에서 의사와 약대생·간호대생 등이 하루 평균 80∼100명의 노숙인을 돌본다. 2002년부터 ‘노숙인다시서기 지원센터’가 서울시 지원을 받아 운영하는 곳으로 시내에서 노숙인 무료진료를 해주는 유일한 곳이기도 하다. 야간진료가 시작된 지 30분이나 지났는데도 이곳을 찾아오는 노숙인은 줄어들지 않고 점점 많아졌다. 환절기라 감기·몸살 환자가 대부분이었지만 싸움 등으로 크게 다치거나 오랫동안 지병을 앓는 환자들도 간간이 찾아왔다. 다리를 절면서 찾아온 김모(65)씨가 힘들게 의자에 앉아 엉덩이를 보여주자 의사 이규훈(한양대병원 재활의학과 전문의)씨는 “휴∼”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욕창이 난 것이다. 곪은 지는 한달 정도 됐다고 했다. 이씨는 김씨에게 간단한 소독을 해주고 반창고를 붙여주며 “일주일에 한번씩은 꼭 와서 치료를 받으라.”고 신신당부했다. 이씨는 “고령의 노숙인은 영양상태가 좋지 않은데다 활동이 적어 욕창이 악순환되기 십상”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이마에 상처를 입은 노숙인 황모(42)씨에게 의사 이씨는 “갈비뼈가 부러진 것 같은데다 이마도 빨리 꿰매야 한다.”면서 서울의료원 응급실로 치료를 받기 위한 진료의뢰서를 써줬다. 이곳에서 가능한 치료는 기본적인 것으로 추가 치료가 필요한 경우에는 진료소와 협약을 맺은 서울의료원, 시립동부병원, 국립의료원 등 2·3차 의료기관에서 이뤄지게 된다. 보험적용이 되는 진료과목은 무료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비용주체가 불분명해지기 때문에 치료를 못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간호사 최안숙씨는 “노숙인이 협약 의료기관이 아닌 곳을 찾아갈 경우 대부분의 병원이 노숙인을 무시하면서 진료를 안 해준다.”면서 “머리를 크게 다쳐 치료를 시급히 해야 했던 한 노숙인이 사립병원에 갔다가 치료를 받지 못하고 돌아와 얼마나 속상했는지 모른다.”라고 말했다. 노숙인은 돈이 되지 않기 때문에 귀찮은 존재로 여긴다는 뜻이다. 술냄새를 풍기면서 들어온 최모(39)씨는 다짜고짜 의사 이씨에게 영양제를 달라고 했다. 이씨는 “술을 먹으면서 영양제도 먹으면 말짱 도루묵”이라면서 “차라리 술을 안 먹는 게 낫다.”고 말했지만, 최씨는 “술을 먹어야 정신이 말짱해지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대답했다. 의사는 약을 처방해주면서 “알코올에 문제가 있는 경우는 전체 거리 노숙인의 60%나 된다.”면서 “체계적인 치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 밖에서 30여분 동안 소란을 피우는 노숙인도 있었다. 진료소 맞은편에 서울역파출소가 있지만 자원봉사자들은 경찰을 부르지는 않았다. 간호사 최씨는 “대화상대가 없는 노숙인의 특성상 평소 하고 싶은 말들을 진료소에 쏟아낼 때가 많다.”면서 “난감할 때도 있지만 경찰을 부르면 노숙인들이 이 곳(진료소)을 자주 찾지 않게 되기 때문에 될 수 있으면 타일러서 보낸다.”고 말했다. 야간 진료는 9시30분쯤 끝났다. 이날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이뤄지는 주간 진료를 받은 환자까지 합하면 93명이 이곳을 다녀갔다. 주간 진료는 공중보건의가 맡아서 하고 야간 진료는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선재마을의료회, 한대병원, 고대병원 등 20여개의 단체·기관 소속 의료인의 도움을 받아 이뤄진다. 다시서기상담보호센터의 활동가 이수범씨는 “그나마 전국에서 형편이 나은 편인 서울역무료진료소도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다.”면서 “노숙인에 대한 인식 전환과 함께 공간·인력·예산확충 등 노숙인을 위한 정책적인 추가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글 김유영기자 carilips@seoul.co.kr
  • [오늘의 눈] ‘장애인 性문제’ 이제 고민을 / 이효용 사회부 기자

    “우리 정서에 맞는 성 생활보조제도를 만들자.”“가상현실을 이용한 사이버섹스 지원은 어떨까.” 지난 12일 서울 국립재활원에서 열린 ‘미혼 장애인의 성 문제’ 세미나에서는 의료인, 사회복지사, 장애인단체 관계자 등 50여명이 머리를 맞대고 갖가지 의견을 쏟아냈다. 공통된 얘기는 이 문제가 금기시되던 것이고 사회적 논란의 여지가 많기 때문에 신중하게 공론화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것이었다. 장애인의 성 문제를 제대로 보려면 비장애인의 인식부터 바꿔야할 것 같다. 지난 11일 장애인의 성과 결혼 문제를 다룬 서울신문의 기사가 나간 뒤 포털사이트에 올라온 반응을 보고는 당혹스러웠다. 네티즌들도 장애인과 성에 대한 편견을 갖고 있는 듯했다.“제2의 정신대라도 만들자는 거냐.”“기자 마누라부터 섹스자원봉사 시켜라.”는 비난부터 “사지 멀쩡한 사람도 성욕 참고 사는데 장애인 따위가 감히…”“먹여 주고 입혀 주니 별걸 다 바란다.”는 식의 비하까지 서슴지 않았다. 반면 서울신문 홈페이지에서 진행중인 ‘척수장애인을 위한 섹스자원봉사 도입’ 찬반 여론조사에서는 55.6%가 ‘공감한다’,34.6%가 ‘반대한다’고 답해 눈길을 끌었다. 본질은 ‘섹스’ 자원봉사를 도입하자는 것이 아니라, 장애인도 비장애인과 똑같은 본능을 갖고 있음을 인정하고, 대안을 찾아봐야 한다는 것이다. 가령, 장애인들의 만남을 주선하는 단체를 만드는 방안 같은 것이다. 장애인의 사회 참여를 가로막는 이동권 문제 해결이 근본 대안이 될 수도 있다. 물론 장애인의 성 문제가 그렇게 시급하냐는 반론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이런 다양한 의견들을 모아서 토론을 거쳐 합의에 이르러야 하는 것은 장애인의 성 문제라고 해서 예외가 아니다.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던 장애인의 성문제에도 마음을 열 때가 됐다.“대안이 없다는 것을 고민하기 시작한 것이 대안 찾기의 시작”이라는 한 참가자의 말이 설득력있게 느껴졌다. 이효용 사회부 기자 utility@seoul.co.kr
  • [장애인의 性과 결혼] 절망·포기 금물…적극적 사회생활·재활 중요

    [장애인의 性과 결혼] 절망·포기 금물…적극적 사회생활·재활 중요

    결혼한 장애인은 미혼자에 비해 일단 성 문제에 관한 한 1차 장애물은 넘은 셈이다. 하지만 배우자를 찾기까지 과정이 너무나도 험난하다. 장애인의 성 문제를 연구해 온 국립재활원 이범석 척수손상재활과장은 “장애에 절망해 포기하지 말고 사회에 적극적으로 섞이려는 노력과 자신감이 중요하다.”면서 “최근 들어 장애인과 장애인, 또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자연스럽게 만나 결혼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척수 손상으로 하지가 마비되었더라고 완전히 성기능을 잃는 것은 아니다. 척수마비 장애인의 경우 4분의1 정도는 성생활이 가능하다고 한다. 또 4분의2 정도는 의학적인 도움을 받으면 성생활을 할 수 있는 것으로 되어 있다. ●“나도 결혼할 수 있다” 자신감 가져야 1994년 교통사고로 어깨 이하 전신이 마비된 강준기(38)씨는 비장애인 최미숙(31)씨와 단란한 가정을 이루고 있다. 전기공학을 전공한 그는 사고 후 집에서 힙겹게 팔을 움직이며 혼자서 홈페이지 제작을 익혔다.7년 전 PC통신 장애인 동호회 활동을 하던 중 자원봉사자로 참여하던 최씨를 만났다. 사고 뒤 전신에 감각이 없고 성기능도 마비됐다고 생각한 강씨는 사실 결혼도 완전히 포기했었다. 그러나 최씨를 만나 사랑을 느끼면서 꺼졌던 희망의 불씨가 되살아났다. 예상대로 최씨 가족의 심한 반대에 부딪혔다. 강씨 스스로도 “내 몸이 이런데 결혼까지는 힘들겠지.” 하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하지만 불편한 몸으로도 6개 회사의 홈페이지 관리를 맡는 등 강씨의 믿음직한 모습이 주위를 움직여 2000년 결혼에 성공했다. 그러나 역시 성생활은 쉽지 않았다. 감각이 없고 발기가 지속되지 않아 자연 임신이 불가능했다. 결국 3번의 시험관 시술 끝에 2002년 아들 인권이를 낳았다. 강씨는 “결혼도 성생활도 포기하지 않는다는 의지와 자신감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면서 “성 재활치료를 받아 둘째는 반드시 자연임신으로 낳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즐거운 성생활이 재활치료에도 큰 효과 기혼 장애인이라도 전신이나 하지 마비의 경우 성 문제는 쉽게 해결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의학적 처방이나 상담 등 성 재활치료가 필요하다. 교통사고로 둘다 하반신이 마비된 신성훈(27)·김은주(33)씨 부부는 2002년 사고 직후 재활원에서 만나 동거하다 올 5월 결혼했다. 그러나 이들은 한때 성문제 때문에 헤어질 것을 심각하게 고민했다.“둘다 감각이 없는 상태로 굳이 성생활을 해야하는 걸까.” 하는 생각에 우울했다는 김씨는 “배우자나 애인이 있는 장애인에게도 성문제는 여전히 커다란 숙제”라고 말한다. 부부 사이에 약간의 위기가 찾아올 만큼 심각했지만 국립재활원에서 상담을 받은 뒤 조금씩 달라졌다. 발기에는 원래 문제가 없었지만 체위 등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알게 되면서 자신감이 커져 갔다. 이후 성생활이 원만해지면서 생활에 활력이 생겼다. 김씨는 “남편이 ‘나도 비장애인처럼 성관계를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해서인지 관계를 갖고 난 뒤에는 단순한 성적 쾌감 이상의 기쁨을 느끼는 것 같다.”면서 “성생활을 하면서 마비도 많이 풀리는 등 재활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의료인·복지사들부터 성의 중요성 깨달아야 장애인의 성재활(Sexual Rehabilitation)은 장애인에게 성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심어주고 알맞은 성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프로그램이다.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국립재활원이 96년부터 성 재활 상담, 발기부전 클리닉, 부부가 함께 성 재활 실습을 하는 ‘사랑의 쉼터’ 등을 운영하고 있다. 정효선 성재활상담실장은 “의학적인 도움을 받아야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대부분 ‘나도 성생활을 할 수 있다.’는 정보와 자신감만 주어도 문제 없이 성생활을 잘 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포기하지 않는 자세와 성교만이 성생활의 전부가 아니라는 인식을 갖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범석 과장은 “장애인의 성생활은 쾌락만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져야 하는 권리의 문제”라면서 “의료인이나 사회복지사 등 전문가 집단부터 그 중요성을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효용 나길회기자 utility@seoul.co.kr
  • [열린세상] 섹스리스(Sexless) 부부/표진인 정신과 전문의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라고 한다.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 된 데에는 다른 동물들이 갖지 못한 조물주의 선물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몸 전체 크기에 비해 엄청나게 큰 뇌로 인해 이성적 동물이 되게끔 해주었고, 많은 문물을 발달시키는 밑바탕이 되었다. 또한 두 발로 걷는 직립보행이 가능하여 자유로운 두손으로 섬세한 기술을 발전시킬 수 있었다. 손이 남긴 산물중에 하나가 문자인데, 인간의 큰 뇌와 더불어 발달된 기술과 지식을 기록하고 저장하여 정보를 공유하고 보전하여 간접경험이 가능하게 하였고, 본능과 직접학습밖에 없는 대부분의 동물과는 차별화될 수 있었다. 이와 더불어 다양한 음색을 낼 수 있는 발성기관과 세밀하게 발달된 안면의 근육으로 복잡미묘한 감정표현과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는 것 또한 문화를 발전시킨 원동력이다. 이렇게 인간은 조물주의 선물을 아주 유용하게 써서 만물의 영장이 되었지만, 항상 그런 것만은 아니다. 인간이 받은 또 다른 선물이 ‘즐거움을 위한 성(性)’인데, 동물은 발정기때 이외에는 교미를 거의 하지 않지만 인간은 시도 때도 없이 즐기고 가임기를 피해서 즐기기도 하고 심지어는 피임방법을 써가면서까지 섹스를 한다. 성을 돈을 주고받으며 사고팔기도 하는 것을 보면 인간에게 성은 즐거움을 가져다 주는 것이 확실한데, 더 이상 성이 즐겁지 않은 현대인들이 늘어나고 있다. 성문제는 연구소나 상담소 같은 의료인이 주도하지 않는 곳에서 다루기도 하지만 보통 비뇨기과, 산부인과, 정신과에서 치료하고 있다. 정신과에 성문제로 오는 가장 많은 비율이 바로 ‘섹스리스(sexless)’이다. 한달에 한번도 섹스를 하지 않는 부부를 말한다. 신혼때부터 시작되는 경우도 있고 신혼때는 활발하다가 결혼연수가 지나면서 서서히 횟수가 줄어들어 결국 전혀 하지 않게 되는 경우도 있다. 이런 섹스리스 부부는 일본과 우리나라에 특히 많다고 알려져 있는데, 어떤 조사에 의하면 30대 부부 4쌍중에 한쌍이 이에 해당된다는 결과를 보면 이 조사에 오차를 감안하더라도 섹스없는 부부는 생각보다 꽤 많다고 볼 수 있다. 이런 부부들이 병원에 올 때는 일단 부부중 한사람만이 먼저 오는 경우가 많고 간혹 처음부터 부부가 같이 오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혼자 오는 경우는 여자인 아내 혼자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내가 섹스를 거부하여 남편이나 시댁의 강요에 의해 아내가 병원에 오는 경우도 있고, 남편이 거부하여 아내 혼자 맘고생하다 오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병원에 오는 경우는 일방적인 회피나 거부에 의한 경우이지만, 보다 많은 경우는 병원에 오지 않는 부부 쌍방의 묵시적 합의에 의해 거추장스러운(?) 섹스없이 사는 경우이다. 부부생활에 성이 차지하는 부분은 막대하다. 부부생활 또는 부부관계라는 말 자체가 섹스를 의미하고 있으니 성생활이 없는 부부의 화목은 쉽지 않음이 분명하다. 이로 인해 이혼하는 부부도 많지만 섹스없이 나름대로 가족으로 살아가는 부부도 많은 것 같다. “아내와의 섹스는 근친상간”이라고 얘기하는 사람도 있고 “뭘 귀찮게…”라고 얘기하는 사람도 있다. 부부간의 섹스만 멀리하는 경우도 있지만 섹스 자체를 아예 멀리하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섹스를 기피하는 모습도 다양하고 그 이유도 다양하다. 배우자에 대한 애정이나 성욕이 없는 경우도 있고, 성에 대한 부정적 시각으로 인한 과도한 억제 때문인 경우도 있다. 그 외 많은 원인들이 있는데, 그에 따라 치료도 달라지지만 두사람 모두 문제해결에 대한 의지가 있으면 의외로 쉽게 해결된다. 한번 방문만으로도 100% 완치(?)되는 경우도 많다. 정말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기 때문에 조물주의 선물까지도 거부하는 것일까? 표진인 정신과 전문의
  • 美의사면허시험 대구 개설

    계명대는 미국 의사면허증을 받기 위한 시험인 ‘USMLE(United States Medical Licensing Examination)’센터를 개설했다고 28일 밝혔다. 이에 따라 지금까지 서울에서만 유일하게 운영되던 USMLE 과정이 대구에서도 개설됨에 따라 지역 의료인의 국제화교육에 기여하게 됐다. 계명대 관계자는 “국내 의료환경 변화에 따라 세계무대 진출을 희망하는 의료인들이 급격하게 늘고 있다.”며 “그동안 서울까지 오가며 공부해 온 수험생들이 불편을 덜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USMLE는 국내에서 기초의학과 임상의학 등 관련 시험을 두 차례 본 뒤 미국에서 실기 등 시험을 추가로 보아야 한다. 대구 황경근기자 kkhwang@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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