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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민 여러분, 허리둘레 줄입시다”

    ‘복부비만만 해결해도 전 국민의 건강지표가 달라질 것이다.’ 한국대사증후군포럼(회장 허갑범)은 최근 이사회를 열고 올해 ‘국민 허리둘레 줄이기’를 범국민 운동으로 펴나가기로 했다. 허갑범 회장은 “대사증후군의 대표적 증상인 복부비만을 줄이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판단, 각종 활동 및 대외 행사를 통해 허리둘레 줄이기를 국민운동으로 펴나가기로 했다.”면서 “일반인들이 뱃살의 심각성을 인식하는 것이 문제 해결의 출발점인 만큼 포럼 차원에서 다양한 대책을 제시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포럼은 우선 누구나 쉽게 자신의 허리 둘레를 측정할 수 있도록 관공서·은행·기업체 등에 줄자를 비치하기로 했다. 운동이 활성화되면 전국적으로 개인 전용 줄자를 보급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대사증후군은 ▲허리둘레 85㎝ 이상(여성은 80㎝ 이상) ▲중성지방 150㎎/㎗ 이상 ▲고밀도 지단백·콜레스테롤(HDL) 40㎎/㎗ 이하(여성은 50㎎/㎗ 이하) ▲공복혈당 100㎎/㎗ 이상) ▲혈압 수축기 130㎜Hg 또는 이완기 혈압이 85㎜Hg 이상인 경우 등 다섯 가지 중 세 가지 이상이 해당되면 환자로 진단된다. 그러나 의료인들은 이들 항목 중에서도 복부지방에 의해 배가 나오고, 허리둘레가 큰 복부비만을 가장 중요한 대사증후군 진단 요인으로 인식, 적절한 식사조절과 운동·절주·금연 등을 권장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탄수화물 과다 섭취가 복부비만의 위험요인으로 꼽혀 이에 대해서도 각별한 주의를 촉구하고 있다. 허 회장은 “30세 이상 성인 10명 중 3명꼴로 가졌을 만큼 만연한 대사증후군은 당뇨병·고혈압·심장병·뇌졸중 등을 유발하는 심각한 질환”이라며 “폐해가 갈수록 커져 이에 따른 국민적 각성과 정책적 대안을 이끌어낼 때”라고 강조했다.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방사선 치료에 대한 오해·전망

    적지 않은 암 환자들은 처음 의료진으로부터 방사선 치료를 권유받으면 낙담부터 한다. 자신의 암이 “이미 수술할 수 없는 상태로 진행되었다.”고 오해하는 것. 그러나 방사선치료는 말기암에만 적용하는 치료법이 결코 아니다. 초기부터 방사선 치료를 하는 게 훨씬 예후가 좋다. 그런가 하면 상당수 환자들은 막무가내로 “최신 장비로 치료해 달라.”고 요구하기도 한다. 물론 고가의 최신장비가 성능도 낫겠지만 도끼와 면도칼의 쓰임이 다르듯 의료장비도 각각의 쓰임이 다르고, 효과도 제각각이므로 의료진이 제시한 치료법을 따르는 게 바람직하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환자나 보호자들이 치료에 앞서 “방사선 치료를 받으면 정말로 머리카락이 빠지느냐.”고 묻는다. 유방암 수술 후 유방에만 방사선 치료를 받는 환자의 경우 머리카락은 물론 복통이나 설사도 생기지 않는다. 금기창 교수는 “방사선치료는 국소치료로, 치료 부위 이외의 장기에서 생기는 부작용은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또한 일반인은 물론 의료인들도 방사선 치료의 미래에 대해 궁금해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방사선 치료의 역할과 기능은 더욱 확대될 수밖에 없다. 최근의 암 치료 패턴이 다중복합치료를 지향하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금 교수는 “종양의 종류와 치료 목적, 병기와 전신 상태 등을 고려해 기존의 외과적 수술 외에 방사선치료, 약물치료를 상호보완적으로 조합하여 치료하는 것이 최근의 흐름인데, 이런 점을 감안하면 방사선 치료의 역할과 기능 확대를 예견하기는 어렵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과거에 비해 월등히 향상된 우리나라의 암 완치율은 수술기법 및 장비의 발전, 신약 개발에다 방사선치료 기술의 향상이 맞물린 결과”라고 덧붙였다.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지역플러스] 대구보건대 국가시험 수석 배출

    대구보건대 물리치료과 3학년 윤선아(31·왼쪽)씨와 치기공과 3학년 임수진(22)씨가 국가시험에서 각각 286.5점(300점 만점)과 304.5점(325점 만점)을 얻어 수석을 차지했다. 윤씨는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하다 안정적이고 전문 직업을 얻기 위해 대구보건대학 물리치료과에 진학했다. 졸업평점도 4.43점(4.5점만점)으로 수석. 임씨는 청주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보건 분야에서 창업하기 위해 대구보건대학에 입학했다. 한국보건의료인 국가시험원에서 실시한 물리치료사·치과기공사 시험에는 각각 3451명과 1707명이 응시했다.
  • 대형병원 진료비 인하안 논란

    보건당국과 대한의사협회 등 일부 의료단체가 외래환자 쏠림현상을 막는다며 대형병원의 진찰료를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상대적으로 비싼 대형병원 진료비를 낮추면 대형병원들이 스스로 감기 등 가벼운 질환자의 신규 유입을 억제할 것이라는 발상에서 비롯된 정책이다. 그러나 의료계 일부에서는 “지금도 환자가 넘치는데 진료비가 낮아지면 대형병원을 찾는 환자가 더 늘 것”이라는 비판이 터져나오고 있다. 13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복지부와 병원협회, 의사협회, 시민단체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최근 열린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 제도개선소위원회에서 지금까지 의료기관 규모에 따라 차등 적용해 온 각급 의료기관의 진찰료를 통합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1차 의료기관이 회원의 다수인 의협도 “대형병원 쏠림현상이 심각하다.”며 진료비를 낮춰 대형병원들이 자체적으로 경증 외래환자를 줄이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복지부와 의협 등은 의료기관 종별 진료비 수입 격차가 줄어들면 대형병원이 감기 등 경증 환자를 담당하는 의료인력을 줄이는 대신 중증 질환자 중심으로 진료시스템을 확충·정비하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동네의원인 1·2차 의료기관으로 환자가 유입돼 건강보험 재정 누수도 막을 수 있을 것이라는 복안이다. 문제는 대형병원 진료비 인하가 1·2차 의료기관의 환자 증가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데 있다. 이 때문에 대형병원 진료비 인하정책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대형병원의 진료비를 낮추면 시스템이 잘 갖춰진 대형병원으로 환자가 몰릴 가능성이 커진다는 우려에서다. 정현용기자 junghy77@seoul.co.kr
  • [Weekly Health Issue](44) 슈퍼박테리아

    [Weekly Health Issue](44) 슈퍼박테리아

    최근 국내의 한 대형병원 중환자실에서 4명의 환자가 잇따라 다제내성균에 감염됐다는 정부 발표가 있었다. ‘슈퍼박테리아’로 불리는 다제내성균은 그동안 의학자들 사이에서 ‘인류를 위협하는 가장 위험한 실체’로 인식돼 왔다. 이 때문에 국민들이 받은 충격 역시 컸다. 보건 당국이 치료할 항생제가 있으니 동요하지 말라고 했지만 의학자들은 가볍게 봐 넘길 사안이 아니라며 우려감을 표하고 있다. 이런 슈퍼박테리아의 위협에 대해 서울대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김의종 교수를 통해 듣는다. ●먼저, 슈퍼박테리아란 무엇인가. 슈퍼박테리아는 의학적으로 ‘다제내성균’이라고 한다. 여러 종류의 항생제에 대한 내성(耐性)을 동시에 가져 감염되더라도 치료할 항생제가 거의 없는 세균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지정전염병으로 정한 다제내성균은 6종으로, 메티실린 내성 황색포도알균·반코마이신 내성 황색포도알균·반코마이신 내성 장알균·다제내성 녹농균·다제내성 아시네토박터와 카바페넴 내성 장내세균 등이 그것이다. 최근 국내에서 처음 발견된 ‘NDM-1’ 장내세균은 카바페넴 내성 장내세균의 일종으로, 2009년 연세대의대 용동은 교수가 세계 최초로 학계에 보고한 이후 여러 나라에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다제내성균은 어떻게 생성되는가. 항생제에 오래 노출된 세균은 항생제에 대항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유전자에 돌연변이를 유발한다. 이 내성유전자가 플라스미드라는 유전자 전달체에 끼어들어가면 내성플라스미드가 만들어지게 되고, 이 상태에서 여러 세균들로 전파되어 내성 세균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된다. ●다제내성균이 왜 문제가 되는가. 먼저, 적절한 치료제가 거의 없으며, 있더라도 독성 때문에 환자에 따라 사용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 또 일단 다제내성균에 감염되면 병이 잘 낫지 않아 입원 기간이 길어지고, 덩달아 의료비도 크게 늘어난다. 격리치료가 필요한 데다 항생제가 고가이기 때문이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환자 치사율이 높아진다는 점이다. 다제내성균은 치료할 항생제가 없어 환자들은 결국 패혈증과 쇼크 등으로 사망에 이르게 된다. ●다제내성균이 발생하는 원인을 짚어 달라. 한마디로 항생제의 과다사용이 문제다. 항생제가 없으면 내성세균도 없다. 내성세균은 항생제가 없는 자연상태에서는 생존하지 못하지만 항생제가 존재하는 상태에서는 일반 세균보다 훨씬 빠르게 증식한다. 오랫동안 항생제 치료를 받는 환자에게서 다제내성세균이 쉽게 발생하는 건 이 때문이다. ●임상적 측면에서 다제내성균은 일반 박테리아와 어떻게 구별되는가. 일반 세균 감염증은 적절한 항생제로 치료하면 쉽게 낫는다. 또 치료할 수 있는 항생제의 종류가 많아 저렴한 항생제를 선택할 수도 있다. 그러나 다제내성균에 감염되면 선택할 수 있는 항생제의 종류가 제한되기 때문에 치료가 어렵고, 치료하더라도 증상이 악화되거나 사망에 이르기 쉽다. ●최근 발생한 다제내성균 감염 사례에서 드러난 의료적 문제는 무엇인가. NDM-1 장내세균은 2년 전 인도와 파키스탄에서 처음 발생해 전 세계로 퍼져나가고 있다. 올해 중반부터 국내에서도 조만간 NDM-1 장내세균이 상륙할 것이라는 예측이 있었다. 이에 따라 질병관리본부는 대책위원회를 설치, 계속 감시활동을 하고 있었다. 이런 준비 덕분에 최근 NDM-1 장내세균 감염 사례를 찾아낼 수 있었다고 본다. 그러나 아직까지 일선 의료기관에서 자체적으로 NDM-1 장내세균을 검사할 수 없어 문제가 될 수 있다. 특히 최근의 사례는 NDM-1 장내세균 감염증이 중환자실 입원 환자에게서 발생했다. 따라서 각급 병원의 중환자실은 체계적인 감염관리 감시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이와 관련한 정책적인 문제는 무엇인가. 다제내성균 감염증의 관리를 위해 전문적인 자문은 물론 실질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대한감염학회·대한진단검사의학회·대한병원감염관리학회·대한화학요법학회·대한의사협회와 대한병원협회 등이 참여하는 다제내성균 대책위원회나 자문위원회를 제도화해야 한다. 이를 통해 보다 체계적으로 다제내성균을 관리·통제할 수 있을 것이다. ●다제내성균 감염증은 어떤 치료과정을 거치는가. 보통의 세균 감염증에는 일반 항생제를 사용한다. 진단검사의학과에서 세균을 배양해 효과를 보이는 항생제를 찾아내면 그 항생제로 치료하면 된다. 그러나 다제내성균의 경우는 효과를 보이는 항생제가 한두 개뿐이다. 예컨대 NDM-1 장내세균 감염증을 치료할 수 있는 항생제는 콜리스틴과 티게사이클린이다. 콜리스틴은 신장 독성이 강해 신장 기능이 나쁜 환자에게는 사용할 수 없고, 티게사이클린은 균종에 따라 효과가 없을 수 있다. 결국 신종 다제내성균이 출현하면 내성 기전을 규명한 다음 이에 대응하는 항생제를 개발해 사용해야 한다. ●다제내성균의 위협에서 벗어나기 위해 어떤 준비가 필요한가. 우선, 행정적으로는 각급 의료기관들이 감염관리 전문가를 채용해 감염관리를 강화하고, 필요한 정보를 교환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또 감염관리 시설과 환경위생을 개선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정부의 재정 지원과 함께 정책 수립 과정에서도 감염관리의 심각성을 반영해야 한다. 전문가 교육도 중요하다. 손씻기 캠페인은 물론 항생제 처방교육과 감시 결과의 공유를 통해 의료인들에게 다제내성균의 심각성을 충분히 이해시켜야 한다. 의료인들이 감염관리 주의지침을 준수하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와 함께 제한프로그램을 가동하는 등 항생제 과다처방 방지를 체계화해야 하며, 세균의 내성 양상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감염증이 없는 환자라도 적극적인 감시배양을 하여 다제내성균 보균자를 찾아내는 등 적극적인 접근이 필요할 수도 있다.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병원 인턴제도 50년만에 사라진다

    오는 2014년부터 전문의가 되기 위한 인턴·레지던트 과정이 통합돼 단일 수련체제로 바뀐다. 기존 인턴제를 없애는 대신 레지던트 제도를 확대·강화해 전문적인 의료 지식과 기량을 익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전문 의료인력 양성기간이 현재보다 줄어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1차 진료기능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대한의학회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전문의 제도 개선 방안 연구 최종보고서’를 최근 확정한 것으로 24일 확인됐다. 이 연구용역은 보건복지부 의뢰로 수행됐으며, 최종안은 복지부에 제출됐다. 복지부는 최종보고서를 토대로 내년에 ‘의료인 및 의료관계자의 양성 관련 시행령’을 개정, 전문의 수련제도 개편에 본격적으로 나서기로 했다. 1958년 미국식 의료제도를 모방해 병원 인턴을 처음으로 선발한 이후 50년 넘게 유지돼 온 전문의 양성 제도가 처음으로 ‘수술대’에 오르게 되는 것. 서울신문이 단독 입수한 최종보고서(안)에 따르면 현재 의대 졸업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인턴 제도는 2014년부터 부분 또는 완전 폐지하는 대신 기존 레지던트 제도를 확대한 ‘스트레이트 인턴제’(뉴 인턴제)가 도입된다. 또 현재 4년으로 일원화된 레지던트 수련기간 역시 진료과목별로 조정된다. 수련기간은 스트레이트 인턴제가 도입되는 2014년 이후 26개 전문 진료과학회에서 논의해 조정하도록 했다. 스트레이트 인턴제가 도입되면 의대 졸업생들은 현재보다 일찍 전공과를 선택할 수 있어 레지던트 1년차부터 수습 전공의로 의료현장에 투입될 전망이다. 현행 인턴제도는 매년 3월부터 다음해 2월까지 1년 동안 전공의 필수과목인 내과·외과·산부인과 등에서 각 4주 이상씩, 소아과에서 2주 이상 교육을 받도록 하고 있다. 인턴과정을 마치면 레지던트 4년 과정을 거쳐 전문의 자격을 얻게 된다. 하지만 이 같은 수련제도는 여러 진료과에서 다양한 현장 경험을 습득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 반면 장기간의 수련 과정을 거쳐야 해 전문인력 낭비라는 지적이 제기돼 왔으며, 잡무와 낮은 급여로 신진 의료인력을 혹사한다는 비판도 끊이지 않았다. 기존 인턴제도가 폐지되면 일반진료를 위한 ‘진료 면허제’도 새로 마련될 전망이다. 의학회는 스트레이트 인턴제를 통해 전문의가 배출되고, 이와는 별도로 일반 진료를 담당할 ‘진료 전문의’를 양성해 국민 건강의 근간을 이루는 1차 의료를 맡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안석·이영준기자 ccto@seoul.co.kr
  • “인턴 폐지 환영… 실습 강화해야”

    “인턴 폐지 환영… 실습 강화해야”

    전공의 수련제도에 수술이 필요하다는 데는 의료계에서도 이견이 없다. 임상의학의 세분화·전문화로 수련의 교육을 다양화하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이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연 3000만원도 안 되는 ‘헐값’ 연봉으로 인턴제를 운영해 병원 수익을 챙기고, 전문의들의 수발에 인턴들을 동원하는 의료계의 도제식 관행도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이 때문에 경영 위주의 현행 인턴제도로는 의료서비스의 최종 소비자인 환자의 안전마저 보장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잇따랐다. 의료인들은 물론 의료 소비자인 국민들까지 인턴제도 폐지를 환영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서울 모 병원의 3년차 레지던트 강지수(28·여·가명)씨는 “내과·외과 등 메이저과의 레지던트 1년차들은 처음부터 모든 교육을 다시 받아야 할 정도로 인턴과정이 부실해 초반에 고생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현행 인턴제도를 없애는 대신 현장실습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예전에 비해 병원 잡일이 많이 줄어서 인턴도 과거처럼 많이 필요하지 않다.”면서 인턴제도 폐지를 환영했다. 그러나 대한의학회에서 제시한 인턴제 폐지안이 완벽한 대안을 제시하고 있지는 않다는 지적이 많다. 대형병원의 인턴을 모두 레지던트 1년차(NR1)로 전환하고, 중소병원에서는 인턴제를 유지하게 하는 부분폐지안은 인턴제와 NR1 간의 혼선을 야기할 가능성이 높다. 또 중소병원 인턴은 대형병원의 NR1에 비해 상대적으로 ‘무능한 의료인’으로 낙인찍힐 수 있다는 문제점도 있다. 게다가 수도권·대형병원들의 NR1 쏠림 현상으로 인한 지방·중소병원의 인력난·경영난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한 전문의는 “모두가 대형병원에서 레지던트를 하려고 하지 중소병원에서 인턴을 하려고 하겠느냐.”며 우려를 표했다. 이 같은 혼선을 막기 위해 인턴 완전폐지안도 제시됐지만 이 역시 의대·의전원 졸업 후 더 많은 순환근무와 임상경험을 한 뒤 전공을 선택하려는 의사들의 수련 요구에 부응할 방법이 없다. 한번 전공을 선택하면 바꾸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또 현재 레지던트 마지막 해에 진행되는 전문의 자격시험을 연차별 시험으로 변경하고, 전공의 근무시간 상한제를 도입하는 방안도 원활한 인력수급이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에 병원 간 교류가 활발하지 않은 현재로서는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왕규창 서울대의대 교수는 “학생이 원할 경우 NR1으로 들어가기 전 인턴 수련병원에서 수련을 하게 하고, 의대·의전원의 임상 실습을 강화해 학생 때 전공 탐색의 기회를 충분히 갖게 하면 좋은 보완책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방학기간을 이용해 다른 대학이나 병원에서 실습할 기회를 넓히고, 대학 간 교류를 촉진하는 것도 중요한 개선책”이라고 덧붙였다. 안석·이영준기자 apple@seoul.co.kr
  • 슈퍼박테리아 공포 현실로… 국내감염 ‘토착형’

    슈퍼박테리아 공포 현실로… 국내감염 ‘토착형’

    기존 항생제로 치료가 어려운 ‘슈퍼박테리아’의 위협이 더 이상 가상현실이 아니라는 사실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공식 확인됐다. 우려했던 ‘박테리아 대란’이 현실화한 것이다. 해외 여행 경험이 없는 환자들에게서 발견된 것이어서 ‘토착형’일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박테리아의 내성이 항생제 약효를 앞지르는 상황이 도래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의료인들은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경고하고 있으나 보건당국은 사실 축소에 급급, 위기의식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최근 수도권의 한 종합병원에 입원 중인 환자 2명으로부터 기존 항생제로는 치료할 수 없는 다제내성균(일명 슈퍼박테리아)인 ‘NDM-1’ 유전자를 지닌 ‘카바페넴 내성 장내세균’(CRE)을 처음으로 분리했다고 9일 밝혔다. 여기에다 또 다른 2건의 의심사례가 발견돼 현재 최종 확인 검사 중이다. NDM-1은 가장 강력한 항생제인 ‘카바페넴’으로 치료할 수 없는 병원균으로, 주로 면역력이 약한 중환자 중심으로 전파된다. 이번에 NDM-1 CRE에 감염된 환자들은 모두 해외 여행 경험이 없었으며, 같은 병원의 중환자실에서 장기간 입원 중인 것으로 확인돼 이들이 병원 내에서 감염된 ‘토착형’ 환자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실제로 50대 남성 환자는 간질성 폐질환을 오래 앓아 면역력이 약해진 상태였고, 또 다른 70대 여성 환자는 당뇨와 화농성척추염으로 장기간 입원치료를 받아왔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두 환자는 추가 검사에서 NDM-1 CRE 균주가 더 이상 분리되지 않은 음전(陰轉) 상태지만 원래의 질환이 호전되지 않아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보건당국은 이들 외에 같은 병원에서 NDM-1 CRE에 감염된 것으로 의심되는 2명의 환자를 추가 발견해 현재 확인검사를 진행 중으로 감염여부는 이르면 11일 밝혀진다. 보건당국은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면서도 사회적 파장에는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복지부는 NDM-1 CRE는 주로 중환자실에 장기 입원해 있거나 면역력이 취약한 중증 환자에게 감염되지만 설사 감염되더라도 항생제가 있기 때문에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또 의료진과 환자뿐만 아니라 일반인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전병율 복지부 질병정책관은 “이번에 발견된 다제내성균은 티게사이클린, 콜리스틴 등 치료 가능한 두 종의 항생제가 있다.”면서 “건강한 사람이 감염될 가능성은 낮다.”고 밝혔다. 김의종 서울대의대 진단검사의학과 교수는 “손씻기 등 위생관리를 철저히 하고 정확한 검사와 적절한 항생제 사용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44개 상급 종합병원을 대상으로 표본감시체계를 가동하고 있는 복지부는 표본감시체계에 참여하는 의료기관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기로 했으며, 감염대책위원회 설치 의무 대상을 현행 300병상 이상 의료기관(150개소)에서 100병상 이상(1189개소)으로 확대했다. 복지부는 앞서 지난 10월 NDM-1 CRE를 법정전염병으로 긴급 지정했었다. 안석·이영준기자 ccto@seoul.co.kr [용어 클릭] ●다제내성균 항생제를 자주 사용해 병원균 스스로 내성을 갖춘 박테리아. 치료를 위해 더 강한 항생제를 사용하지만 결국 어떤 항생제로도 치료할 수 없게 돼 ‘슈퍼박테리아’로 불리기도 한다. ●NDM-1 생성 카바페넴 내성 장내세균 카바페넴 계열 항생제에 내성을 가진 세균으로, 요로감염·폐렴·패혈증 등의 증상을 일으킨다. NDM-1은 카바페넴 내성 장내세균이 생성하는 효소를 뜻하며, 이 효소가 항생제에 대한 내성을 갖게 한다.
  • 28일부터 리베이트 받은 의료인도 형사처벌 ‘쌍벌제’ 시행

    28일부터 리베이트를 받은 의료인도 형사처벌 대상에 포함시키는 ‘쌍벌제’가 시행된다. 제약사·의료기기 회사 등이 자사 제품 판매 촉진을 목적으로 의료인들에게 자문료·경조사비·교통비 등의 형태로 뒷돈을 주는 불법 관행을 근절하기 위한 조치다. 26일 보건복지부는 리베이트를 받은 의료인도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고, 자격정지 기간을 최대 1년까지 늘이는 등의 내용을 담은 의료법·약사법·의료기기법 개정안이 28일부터 발효된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지금까지 리베이트 수수자는 형사처벌을 받지 않았고, 적발해도 최대 자격정지 2개월이라는 솜방망이 처벌이 전부였던 점을 개선, 제공자와 수수자를 함께 처벌하기 위해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또 복지부·식약청·검찰·경찰·공정위 등 정부 합동 대응체계를 마련해 리베이트 단속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연내 검찰과 공정거래위원회에 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직원을 파견해 전담수사반을 구성하기로 했다. 그러나 의료계에서는 리베이트 쌍벌제에 대한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특히 다국적 제약회사가 국내 의료인들을 국외로 데려나가 그 곳에서 리베이트를 제공한다면 적발이 어려운 것은 물론 처벌할 방법이 없다. 또 제약회사들이 병원을 소유하고 있는 대학에 기부금 형식으로 수십억원의 대학 발전기금을 제공하는 것도 리베이트 처벌 범위를 벗어난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복지부는 의료법 시행규칙에 반영될 예정이었던 ▲경조사비 20만원 이하 ▲소액물품 50만원 이하 의학관련 물품으로 제한 ▲명절 선물 10만원 이하 ▲강연료 월 200만원·1일 100만원·1시간 50만원 초과 금지 등의 허용범위 조항을 모두 삭제했다. 여기에는 “기본적으로 제공하지 않도록 하고, 통상적으로 인정되는 수준인지 개별 사안별로 판단”이라는 모호한 단서를 붙여 사실상 이 같은 관행을 용인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자초하고 있다. 아직 법제처의 심사를 남겨두고 있지만, 결국 모호한 판단 기준을 제시함으로써 리베이트 제공의 허용범위를 완화한 것이라는 게 의약업계의 공통된 지적이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소속 전문의는 “당장은 조용히 있겠지만….”이라며 말꼬리를 흐렸다. 그는 “민감한 문제이나 지금 같은 법령으로는 의료계의 반발만 살 뿐 리베이트 관행을 차단하는 장치로는 매우 허술한 게 사실”이라며 리베이트 쌍벌제의 실효성에 비판적인 입장을 밝혔다. 이영준기자 apple@seoul.co.kr
  • [고시플러스]

    ●서울맹학교 기능직공무원 특채 기능직 10급 공무원 1명. 보일러 및 냉·난방기 등 관리. 보일러취급기능사, 보일러 시공기능사, 공조냉동기계기능사 중 1개 이상 자격증 소지자. 18세 이상으로 남자는 군필 또는 면제자. 응시원서는 서울맹학교 홈페이지(http://www.bl.sc.kr) 및 나라일터(http://gojobs.mopas.go.kr)에서 내려받아 26일까지 서울맹학교 행정실(서울 종로구 신교동 1-4) 방문 제출. 우편 및 인터넷 접수 불가. 문의 행정실 (02)3701-9506. ☞<정책·고시·취업>최신 뉴스 보러가기 ●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 인턴 모집 시험관리, 연구개발 등 4명. 11개월 행정인턴. 전공제한 없으며 18세 이상 29세 이하. 국가유공자, 저소득층 우대. 응시원서는 국시원 홈페이지(http://www.kuksiwon.or.kr) 및 나라일터에서 내려받아 21일까지 채용담당자 이메일(khm0802@kuksiwon.or.kr) 제출. 문의 채용담당자 (02)2087-8811. ●인천 지방계약직공무원 채용 시간제 계약직 가급 1명. 아시아경기대회지원본부 경기지원과 2년 계약. 근무실적 우수할 경우 5년 범위 내 연장 가능. 주소지, 성별, 나이 제한 없음. 직무분야 관련 박사학위 취득한 후 1년 이상 해당분야 경력이 있거나 석사학위 취득 후 5년 이상 경력자 등. 응시원서는 인천 시험정보 홈페이지(http://gosi.incheon.go.kr)에서 내려받아 12월 1일까지 인천시청 총무과 어학실(인천 남동구 시청앞길 25) 방문 제출. 문의 고시팀 (032)440-2532~6. ●부산 사상우체국 택배원 채용 기간제근로자 1명. 우체국택배·EMS 방문 접수 및 부가업무. 18세 이상 60세 미만으로 제1종 보통운전면허 이상 자격증 소지자. 주민등록상 부산·경남지역 거주자. 우편물 또는 택배 배달 경력자, 저소득층, 정보화관련자격증 소지자 우대. 응시원서는 사상우체국 홈페이지(www.koreapost.go.kr) 및 나라일터에서 내려받아 24일까지 등기(부산 사상구 사상로 273) 또는 방문 제출. 문의 지원과 (051)320-3304. ●교직원공제회 신입직원 공모 신입 사무직 일반·전산 5급. 사무직 일반 6급. 5급은 학사학위 이상 소지자, 6급은 전문대 졸업 이상자. 보훈대상자 및 변호사, 공인회계자, 감정평가사 우대. 지원자는 22일까지 공제회 홈페이지(http://ktcu.career.co.kr) 인터넷 접수. 문의 인력개발팀 (02)767-0242~3, 0053.
  • 성북·고대 안암병원, 보건사업 협력

    김영배 성북구청장이 지역발전을 위해 모교인 고려대와 긴밀한 관계를 맺어나가고 있다. 김 구청장은 지난 9일 구청 6층 미래기획실에서 김창덕 고대 안암병원장과 지역주민 건강증진을 위한 협정서를 체결했다고 10일 밝혔다. 김 구청장은 지난달 고대 사범대 학생과 대학원생들이 지역의 중·고등학생들의 멘토 역할을 하고 학점도 이수할 수 있도록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보건사업은 고대와의 두 번째 협력 사업이다. 김 구청장은 고대 정치외교학과 86학번이다. 체결된 협정서에 따르면 성북구와 고대 안암병원은 상호 협력하는 가운데 주민 건강증진을 위한 각종 보건사업을 함께 하고, 안암병원이 참여하는 건강강좌와 노인복지시설과 경로당을 대상으로 한 의료봉사활동 등을 추진한다. 또한, 전염병발생 위기상황 시 안암병원에서 성북구 보건소에 의료인력을 지원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는 의대 지도교수와 재학생 5~10명으로 구성된 소그룹들이 주말과 공휴일, 방학기간에 관내 142곳의 경로당, 실버센터, 복지관을 돌면서 혈압과 당뇨체크 같은 의료예방진료와 건강상담 등의 순회진료를 할 예정이다. 또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질병예방과 만성질환관리 등을 주제로 한 강연회도 열린다. 박방운 팀장은 “복지관 등에 나오는 어르신은 저소득층으로, 의료의 사각지대에 놓일 가능성이 높다.”면서 “안암병원 의료단이 순회하면 문진 등을 통해 질병을 찾아내 보건소를 비롯한 의료기관과 연계한 치료가 가능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진료단에는 치의예과도 포함돼 있어 간단한 치과 치료 등도 가능할 것으로 박 팀장은 내다봤다. 보건소 의약과 920-1943.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의료 후진국에 나눔·베풂 늘릴 것”

    “의료 후진국에 나눔·베풂 늘릴 것”

    “세브란스병원 역사에는 일반에 잘 알려지지 않은 분이 계십니다. 바로 세브란스병원의 초석을 놓고, 이 땅에서 본격적인 의학 교육을 시작했으며, 간호 교육과 치과병원을 처음 시작한 올리버 R 에비슨 선생입니다. 그가 이 땅에 ‘세브란스 정신’의 초석을 놓은 만큼 이제 우리가 그 정신을 구현하는 데 앞장서야 할 때라고 믿습니다.” 이철 연세의료원장은 100년 전 우리가 받았던 수혜를 이제 의료 후진국에 베풀겠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에비슨은 연세대의대 초대 학장이자 세브란스병원 초대 병원장을 지낸 우리나라 ‘근대 의학의 스승’. 그는 의료 불모지였던 우리나라에서 의학 교육의 기틀을 닦았다. 이전에도 제중원을 통해 의학 교육이 실시됐지만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의학 교육은 그로부터 시작됐다. 1900년 미국 클리블랜드의 부호 세브란스로부터 기부받은 돈으로 남대문 밖에 세브란스기념병원을 세웠으며, 우리말 의학 교과서 편찬은 물론 첫 간호사 교육과 치과병원 설립도 그의 업적이다. 연세의료원은 이런 에비슨의 헌신을 기려 2006년 ‘에비슨 교육기금’을 만들었다. 연세대 의대·치대·간호대생들의 의료 선교를 지원하고, 몽골 등 저개발국가의 의료 인력 양성을 위한 지원 기금이다. 기금 창설 이후 지금까지 몽골, 우즈베키스탄, 케냐, 중국 등지의 의료인 100여명이 연수를 받고 현지에서 의료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쉽지 않았다. 가장 시급한 문제는 기금 확충이었다. 이철 의료원장은 “지금까지는 자체 예산에다 개별 사업을 진행할 때마다 따로 모금한 후원금을 보태 써왔는데, 이게 여간 어렵지 않았어요. 이런 가운데 연세의료원 발전위원회가 출범하고, 여기에 의료 선교 지원 분과위가 설치되면서 에비슨 교육기금을 확대하자는 분위기가 조성된 겁니다.” 이후 분위기가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연세대 동문은 물론 아무런 연고도 없는 각계의 저명인사들이 흔쾌히 기부 대열에 동참했다. 최근 에비슨 교육기금 위원회가 주최한 자선골프대회에는 기업 CEO 등 사회 저명인사 70여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으며, 이 행사에서만 2억여원의 기금이 마련되기도 했다. 연세대 미주동창회가 1000만 달러 모금에 나선 것도 큰 힘이 되고 있다. 이철 의료원장은 “이제 기금 확충의 동력이 마련되고 있는 만큼 이 기금을 지원받는 해외 의료인과 학생들을 크게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면서 “이를 위해 5년 후에는 기금 규모를 2000억원대로 확충하는 등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기금으로 키워 의료를 통한 ‘베풂’과 ‘나눔’을 앞서 실천하겠다.”고 다짐했다.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굿모닝 닥터] 병보다 더 큰 고통 ‘근심’

    오래 전 일이다. 진료실에서 60대 부부를 맞았다. 일주일 전에 실시한 조직검사 결과를 확인하러 왔다. 얼굴에 긴장감이 역력했다. 그날, 필자는 다른 일로 스트레스를 받은 상태였던 까닭에 얼굴을 잔뜩 찡그리며 차트를 펴봤던 모양이다. 그런데 갑자기 부인이 울기 시작했고, 남편 얼굴도 사색이었다. 놀란 필자가 왜 그러시느냐고 묻자 그는 “우리 남편 암이 맞군요.”라며 눈물을 흘렸다. 나의 표정 때문에 오해한 것이다. 놀란 나는 상황을 설명하고, 암이 아니라 전립선 비대증이라는 결과를 전했다. 부부는 그제야 얼굴을 펴며 “조직검사 후 지금까지 온갖 생각을 다했노라.”고 털어놨다. 어디 이들만 그렇겠는가. 암이나 다른 질병이 의심되어 검사를 받고 그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환자와 가족들이 겪는 괴로움은 형언하기 힘들다. 그 후부터 필자는 조직검사 결과를 통보하는 날이면 미리 검사 결과를 확인한다. 밝은 얼굴로 환자를 맞는 것도 습관이 됐다. 또 필자의 병원에서는 검사시스템을 개편, 환자가 아침에 조직검사를 하면, 저녁에는 결과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해 환자들의 마음 고생을 많이 덜어주고 있다. 병보다 더 큰 고통이 근심이다. 그런 근심을 덜어줄 수 있는 의사들의 작은 노력들이 곧 환자들의 편안한 삶을 가능하게 하는 실효적 방법임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 삶의 질이 무엇보다 중요한 세상인데 환자와 가족들이 검사 결과 때문에 일주일 동안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불안한 생활을 보낸다는 것 자체가 힘겨운 일임에 틀림없다. 암 등 전립선 질환의 경우 전립선특이항원검사(PSA검사)를 통해 간단하게 결과를 예측할 수 있다. PS가 4 이상이면 암 가능성이 25%, 10 이상이면 50%, 100 이상이면 거의 100% 암이라고 본다. 따라서 의료진이 마음만 먹으면 환자들의 고통을 덜어주는 길은 얼마든지 있다. 그걸 위해 노력하는 의료인의 자세가 필요한 때이다. 이형래 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 비뇨기과 교수
  • 부산·동아대 의전 폐지하기로

    부산대와 동아대가 의학전문대학원(의전원)을 폐지하고, 의과대학 체제로 복귀한다. 부산대는 지난 2일 교무회의를 열고 2006년 도입한 의전원을 2017년부터 폐지하고, 의과대학 체제로 전환한다고 3일 밝혔다. 이에 따라 부산대는 2015~2016학년도에는 의대생과 의전원생을 동시에 모집하고, 2017학년도부터는 의대생만 선발한다. 2008년부터 의전원과 의대 체제를 병행해온 동아대도 최근 2015년부터 의전원을 폐지, 의료인력 양성을 의대 체제로 일원화하겠다는 계획을 교육과학기술부에 전달했다. 동아대는 2015학년도부터는 의대생만 뽑기로 했다. 부산 김정한기자 jhkim@seoul.co.kr
  • 경기 ‘권역별 의료관광’ 선보인다

    광역자치단체들이 의료관광 산업에 앞다퉈 진출하는 가운데 경기도가 의료상품과 지역 관광자원을 결합한 권역별 체류형 의료관광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도는 의료관광 산업 활성화를 위해 경기관광공사, 의료관광업계 등과 협력 체계를 구축해 지역실정에 맞는 맞춤형 의료관광 특화 상품을 개발할 계획이라고 19일 밝혔다. 도는 이를 위해 경기 지역을 북부·동부·중부권 등 3개 권역으로 나눠 의료와 관광을 묶어 외국인 환자 유치에 나설 예정이다. 북부권의 경우 고양시 의료기관(치과·피부·성형)과 파주시 관광(DMZ·헤이리·도라산 등)을 결합한 평화(Peace)·미용(Beauty), 동부권은 남양주시 의료기관(건강검진)과 가평·양평군 관광(호수·휴양림·레포츠 등)을 연계한 건강(Health)·여가(Leisure) 의료관광 거점으로 각각 개발한다. 또 중부권은 안양·수원·군포시 의료기관(산부인과)과 중부권 관광(대부도·화성·쇼핑)을 연계, 가족(Family)·웰빙(Well-being)을 테마로 한 의료관광 도시로 육성한다. 도는 이 같은 지역간 매칭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관광자원과 상품개발 노하우를 가진 유관기관과 관광 관련 전문가, 의료관광업체가 참여해 개발단계부터 업계의 참여를 유도, 시장화 가능성을 극대화해 나가기로 했다. 도는 이와 함께 러시아, 카자흐스탄, 미국 LA 등지를 대상으로 의료관광객 유치활동도 펼치고 있다. 지난 5일에는 경기도청에서 김문수 지사와 러시아 하바롭스크주 보건분야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의료·보건분야 협력 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에 따라 두 지방정부 간 의료인 연수 및 의료관광, 국내 의료전산 시스템 수출, 병원 간 의료시스템 및 기술 교류 등이 추진된다. 또 보건정책 발전을 위한 상호 협력과 특히 암과 심·뇌혈관 치료, 응급의료 분야 정보 교류도 이뤄진다. 이에 앞서 지난 6월에는 도내 8개 병원과 경기관광공사가 하바롭스크주에 대표단을 파견, 도내 의료관광사업에 대한 설명회를 갖기도 했다. 도내에 거주하는 결혼 이주 여성들을 의료관광 코디네이터로도 육성한다. 도는 수원 성빈센트병원에 ‘다문화 가정 의료관광 코디네이터 교육과정’을 개설했다. 한편 지난해 국내 의료관광을 다녀간 외국인 환자 수는 6만 201명으로 집계됐으며, 이 가운데 61.3%의 환자가 서울을 방문했고, 경기와 인천 방문 외국인 비율은 각각 19.2%. 7.3%에 그쳤다. 또 지난해 외국인 환자 진료수입은 총 547억원으로, 입원환자 1인당 656만원을 의료관광비로 사용했다. 이는 국내 환자 1인 평균 의료비용의 3배에 이르는 수준이다. 도 관계자는 “체류형 의료관광 특화 상품을 개발할 경우 경기지역의 의료관광 활성화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김병철기자 kbchul@seoul.co.kr
  • 전북대 의전원, 의대로 복귀

    전북대 의학전문대학원(이하 의전원)이 과거의 의과대학 체제로 복귀한다.전북대 의전원은 지난 14일 소속 교수 145명을 대상으로 의전원의 의대 전환에 대해 찬반 투표를 한 결과 66.2%(96명)가 찬성했다고 밝혔다. 현 체제를 유지하자는 의견은 33.8%(49명)에 그쳤다. 전북대는 투표 결과를 바탕으로 전환 여부를 최종 결정해 22일까지 교육과학기술부에 보고할 계획이다. 그러나 전북대가 이미 의전원의 투표 결과를 존중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만큼 의대 복귀가 확정적이다.의대로 복귀하면 전북대는 2015학년도부터 의예과생을 선발하고 2017학년도부터 의대로 전환할 수 있다. 2016학년도까지는 현재의 의전원 체제가 유지된다. 전북대 관계자는 “의전원으로 전환한 뒤 입학생의 출신지가 수도권으로 편중되며 지역 의료인 양성에 차질을 빚고 기초과학 교육이 부실해지는 등 각종 부작용이 빚어져 전환 필요성이 폭넓게 제기됐다.”고 설명했다.광주 최치봉기자 cbchoi@seoul.co.kr
  • [청년 내 일 만들기 프로젝트] 내년 연구원 등 공공기관서 6300명 증원

    [청년 내 일 만들기 프로젝트] 내년 연구원 등 공공기관서 6300명 증원

    정부가 14일 내놓은 ‘청년 내 일 만들기’ 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재정지원으로 만들어지는 만큼 ‘양질의 일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공공기관·공무원 8550명 증원 원자력과 자원탐사, 연구개발(R&D) 분야의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내년에만 6300명의 일자리가 생긴다. 각 기관의 자연감소분에 따른 신규채용과는 별개로 글로벌 위기 이후 동결됐던 정원 자체를 늘린다는 얘기다. 여기에 원자력과 해외자원 탐사 분야의 민간채용까지 감안하면 2012년까지 7200여개의 일자리가 새로 생길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노동부 관계자는 “증원되는 공공기관 인력은 반드시 신규채용을 통해 충원하고 신규채용 실적은 공공기관 경영평가에 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 핵심기술 개발 등 성장잠재력을 확충하기 위해 정부는 내년 예산에서 R&D예산을 8.7% 증액했다. 이에 따라 현재 54개 정부출연 연구기관 연구원(9200명)의 4%에 해당하는 400명과 연구보조원 800명을 늘릴 계획이다. 국립대 병원의 간호사와 간호조무사 등 의료인력 1200명도 추가로 뽑는다. 공무원 정원도 1350명이 늘어난다. 소방공무원의 3교대 조기 전환을 위해 내년까지 450명을 증원한다. 또한 아동 성범죄 예방과 학교폭력 근절 등 일선의 치안서비스 개선을 위해 경찰 정원도 700명이 늘어난다. 최근 급증하고 있는 특허·상표·디자인·국제특허출원 등의 심사인력도 2012년까지 200명을 늘린다. 주로 이공계 석박사들이 대상이다. 우리나라는 특허출원 1000건당 심사관 숫자가 3.6명으로 미국(13.4명)이나 유럽(31명)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게 현실이다. ●창직·창업인턴에 6개월간 월80만원 고급인력에게 복사나 커피 심부름 등 소모적인 업무만을 시킨다는 비판을 받던 행정인턴은 올해를 끝으로 사라진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혹한을 피하기 위한 땜질처방이었을 뿐, 정규직 취업과 연계성이 떨어지는 사업은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대신 정부는 청년인턴의 정규직 전환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앞으로 2년동안 청년인턴에서 정규직으로 전환하면서 생기는 새 일자리를 3만 7100명으로 추정했다. 이번 청년고용 대책의 목표치인 7만 1000명의 52.1%에 이른다. 2011~2012년에 예정된 청년인턴 사업은 해마다 3만 3000명 규모다. 기존에 중소기업(300명 미만)을 대상으로 하는 청년인턴 2만 5000명에 ‘중견기업(1000명 미만) 취업인턴’ 5000명과 ‘창직·창업인턴’ 3000명이 추가됐다. 중견기업은 인턴 6개월간 월 50만원을, 정규직 전환 이후 6개월 동안에도 같은 돈을 임금보전 형식으로 사업주에게 지원한다. 반면 창직·창업 인턴은 6개월간 월 80만원을 지급한다. 노동부에 따르면 그동안 청년인턴 사업에서 그만두지 않고 6개월의 인턴을 완주하는 비율은 67%, 그 가운데 정규직 전환 비율은 84%였다. 6만 6000명의 청년인턴 중 3만 7100명은 정규직으로 살아남는다는 계산이 나온다. ●지역사회서비스 2400명 늘려 2011~2012년 해외에서 새로 생기는 청년일자리도 1만 1980명에 이른다는 게 정부의 전망이다. 정부는 항공사 승무원과 호텔서비스, IT 등 청년층의 관심이 높은 분야에서 해외취업이나 취업연수 인력을 1만 700명으로 내다봤다. 이밖에 갈수록 증가하는 대외무상 원조사업(ODA) 수요에 맞춰 한국국제협력단(KOICA) 현지사무소나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지사의 청년인턴도 지원할 계획이다. 2012년까지 1000명 규모의 청년인턴을 지원하고, 그 가운데 130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이 밖에 초·중등학교에서 영어회화를 영어로만 수업하는 ‘TEE(Teaching English in English)’ 인증을 받은 전문강사를 올해(4080명)보다 1500명 늘릴 계획이다. 노후생활 지원이나 장애인의 사회참여를 지원하는 이른바 지역사회 서비스 분야에서도 2400명을 증원한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교과부, 의전원에 또 ‘혈세’ 투입

    교과부, 의전원에 또 ‘혈세’ 투입

    정부가 의학전문대학원(의전원) 체제를 유지하는 대학에 각종 행정·재정적 인센티브를 지원하는 방안을 꺼내 들었다. 2005년 전인적 의료인력과 기초의학 연구자 양성을 목표로 야심차게 시작한 의전원 실험이 도입 6년 만에 사실상 실패로 돌아간 상태여서 ‘고목나무에 물주기’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재정 지원’이라는 ‘당근’만으로 초기에 대학들을 대거 끌어들였다가 대학들이 무더기로 이탈하자 또다시 국민 혈세로 땜질하겠다는 자가당착적 발상이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지난 7월 “기존 의대 체제로의 복귀나 의전원유지(전환) 방향을 대학 자율로 선택하게 하는 ‘의·치의학 교육제도 개선계획’ 발표 이후 의전원 체제를 유지하기로 한 대학의 교육여건과 교육과정 내실화를 위해 세부지원 방안을 마련했다.”고 12일 밝혔다. 이번 지원 방안에 따르면 먼저 행정적으로 국립대 교수 증원시 의·치전원의 인원을 우선 배치하고, 고등교육법 개정을 통해 총 입학정원의 20~30%를 학·석사 통합과정으로 선발할 수 있도록 했다. 재정적으로는 전문대학원 체제 정착비로 2012년까지 연간 40억원을 지원하고, 기초의학 연구 중심의 ‘의과학자 과정’ 운영 학교에 1인당 연간 2500만원의 지원도 계속하기로 했다. 또 정원 결원시 다음 해에 충원하거나, 의과학자 학생의 입영 연기방안도 관련 부처와 협의할 계획이다. 교과부의 이 같은 파격적 지원 방안에도 불구하고 상당수 대학은 기존 의대체제로의 복귀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현재 의대와 의전원을 병행하는 12개 대학 중 동국대를 제외한 나머지 학교가 이미 의대 복귀 방침을 밝혔고, 의전원으로 완전히 전환한 15개 대학 중에도 경북대를 포함한 절반가량이 의대 복귀를 추진 중이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전인적 의료인 양성이라는 도입 취지와 달리 의전원 열풍이 불면서 이공계 교육의 파행을 초래했는가 하면 비용 증가와 학생 고령화라는 단점까지 드러나면서 의전원 실험은 사실상 실패로 결론났다.”고 말했다. 지방에서 의전원을 준비 중인 이경원(26)씨는 “이공계 기피 현상에 대한 대안 없이 BK사업 같은 지원책을 미끼로 대학들을 억지로 끌어들인 게 문제”라면서 “의대를 통해 우수인력을 독점하려는 대학의 의도는 무시한 채 또다시 재정 지원으로 의전원을 유지하겠다는 발상이 한심하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교과부 관계자는 “의전원 졸업자가 배출된 지 겨우 한 학기가 지나 어느 제도가 더 우수한지 결론이 나지 않은 상황에서 대학에 자율권을 준 것일 뿐 정부 차원에서 제도를 포기하겠다거나 대학을 붙잡기 위한 당근책으로 재정 지원을 하겠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영준·최재헌기자 goseoul@seoul.co.kr
  • 보건연 “카바수술 보고서 지지 를” 공문 파문

    보건연 “카바수술 보고서 지지 를” 공문 파문

    국가기관인 한국보건의료연구원(보건연·원장 허대석)이 건국대병원 흉부외과 송명근 교수의 카바수술과 관련, 최근 대한흉부외과학회 등 유관 학회에 자신들의 보고서를 지지해 달라는 공문을 보낸 것으로 확인돼 파문이 일고 있다. 보건연은 최근 열린 보건복지부에 대한 국회 보건복지위 국정감사에서 의원들로부터 카바수술 관련 보고서가 사망률 등 부작용을 의도적으로 왜곡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보건연은 이처럼 카바수술 안전성 조사 과정 및 결과에 심각한 오류가 있는 것으로 지적받자 내부적으로 심각한 위기의식을 느껴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건국대병원은 카바수술에 대해 터무니없는 조작과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며 배종면 보건연 임상성과분석실장을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형사고발했다. 8일 보건복지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보건연은 지난 6일 허대석 원장 명의로 흉부외과 등 관련 학회에 보낸 공문에서 “어느 방향으로 마무리될지 모르나 국정감사가 중요한 분기점입니다.”라고 구체적인 일정계획까지 명시한 뒤 “10월19일까지 (국정감사)답변서를 보내야 하는 만큼 그 전에 ‘흉부외과학회는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의 연구 결과를 신뢰한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보도자료 형태로 언론기관에 배포해 달라.”고 요청했다. 보건연과 특정 학회가 사전에 카바수술 안전성 관련 보고서 내용 및 결론 등에 대해 상당한 교감을 갖고 있었으며, 카바수술을 퇴출시키기 위해 조직적으로 움직여 왔다고 볼 수 있는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이 같은 공문이 전달되자 대한심장학회는 8일 ‘대한심장학회 송명근 교수 카바수술과 관련한 성명’을 통해 ‘대한심장학회는 보건연의 연구결과를 전적으로 신뢰한다.’며 보건연이 주문한 문구를 그대로 받아적은 듯한 입장을 밝혔다. 흉부외과학회도 11일 서울 연세재단 내 한국노바티스 회의실에서 상임이사회를 갖는다는 공지문을 통해 ‘카바수술 관련 첨부내용(최영희 의원 문제제기 자료 및 보건연 답변서)을 검토하시고 상임이사회에서 전원 동의하면 성명으로 발표하겠다.’고 밝혔으나 같은 공문에서 ‘총무님은 적절한 보도자료를 상임이사회에 준비해 달라.’고 주문해 사실상 정해진 결론을 추인하는 모임임을 짐작케 하고 있다. 이처럼 국가기관인 보건연이 의료인 모임인 특정 학회의 지지를 전면에 내세우기 위해 지지성명을 청탁하고 나선 것은 4~5일 열린 국정감사에서 보건연 카바보고서가 심각하게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고 지적받은 데다 건국대와 송명근 교수가 6일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보건연 연구서의 부당성을 지적하고 나서자 위기감을 느껴 이전부터 카바수술과 관련해 입장을 같이해 온 특정 학회의 지지성명을 내세워 국면을 타개하려 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흉부외과학회 소속 한 교수는 “보건연의 지지성명 요청은 매우 부적절한 것으로, 국가기관의 위상을 심각하게 훼손할 뿐 아니라 공정성까지 의심받게 하는 처사”라고 주장했다. 심장학회 소속 한 교수도 “설립 취지와 달리 특정 학회의 입장만을 대변하는 보건연을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심재억·이영준기자 jeshim@seoul.co.kr
  • [데스크 시각] ‘카바’를 보는 또 다른 눈/심재억 사회부 부장급

    [데스크 시각] ‘카바’를 보는 또 다른 눈/심재억 사회부 부장급

    뒤죽박죽인 메일 수신함에서 눈길을 끄는 제목 하나를 봅니다. ‘저희들은 심장판막 질환자들입니다.’라고 쓰인 소박한 글이었습니다. 직업적으로 매일 수많은 메일을 받는 기자로서는 집단의 견해, 더러는 이기적이기까지 한 주장을 전파하려는 이런 유의 메일이 반가운 것만은 아닙니다. 그런데도 이 메일이 눈길을 끈 것은 ‘국민건강’이라는 표제어 때문이었습니다. 메일 발신자는 다음카페 ‘송카사모(송명근 박사의 카바를 사랑하는 사람들 모임)’ 회원들이었습니다. 자신들을 ‘심장판막이 고장난 사람들’이라고 소개한 그들은 “카바수술이 위험하니 중지시켜야 한다는 보건의료연구원(보건연)의 발표를 보며 참으로 안타깝고 답답해 글을 쓴다.”고 말문을 엽니다. 사실, 그것이 카바든 다른 무엇이든 위험하다면 중지시키는 게 옳습니다. 의료의 가치는 인간이 가진 신체적·정신적 위해요인의 제거나 축소에 있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건국대병원 송명근 박사의 카바수술에 대한 보건연의 안전성 검증 결과가 ‘국민들의 건강권과 배치된다.’고 지적합니다. 보건연의 ‘카바수술은 생존율도 좋지 않고, 유해사례가 많다.’는 판정이 자신들이 체험한 결과와는 너무도 다르다는 겁니다. 심장판막 수술에는 기계판막치환술과 조직판막치환술이 있습니다. 다른 동물의 조직을 이용하는 조직판막치환술은 10년마다 재수술이 필요해 선호도가 떨어집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환자들은 인공판막을 넣는 기계판막치환술로 치료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치료는 인공판막 부위에서 생성되는 혈전이 문제가 됩니다. 아시다시피 혈전은 심장이나 뇌 등에서 치명적인 문제를 일으키니까요. 이 때문에 기계판막을 넣은 사람은 평생 항혈전제를 복용해야 합니다. 그들은 이 항혈전제의 문제를 지적합니다. “이 약을 복용하면 지혈이 안 돼 사고로 출혈이라도 오면 위험한 상황에 빠지기 쉽다. 그래서 여성은 임신도 못 한다.”면서 자신들이 겪는 고통을 토로하고 있습니다. 그들의 호소는 간절하고 절박합니다. “카바수술을 직접 체험한 산 증인들”인 이들은 “의료계의 고질적인 이권과 파벌의 암투로 말미암아 살기 위해 카바수술을 받았거나 받아야 하는 저희들 다수가 결코 희생양이 될 수는 없다.”면서 수많은 판막질환자들의 생존권과 생명권이 의료 이외의 다른 요인에 의해 재단되는 현실을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외치고 있습니다. 사는 동안 의학과 의료에 기대지 않는 사람이 있을 수 없고, 그래서 어느 새 의학이 시대를 지배하는 또다른 권력으로 등장했음을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오늘날, 의학이 이룬 이 놀라운 성과는 전적으로 의학자들의 인간을 향한 뜨겁고 헌신적인 노력이 있어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지금, 모든 인간, 심지어는 절대권력자마저도 의학과 의료 앞에서는 한 사람의 순치된 환자일 뿐입니다. 무엇으로도 환치하거나 대체할 수 없는 의학의 절대성 때문입니다. 그러나 의학의 권력화는 모든 권력이 그렇듯 ‘배타의 울타리’를 치게 됩니다. 이 울타리는 의료가 일상화할수록 더 높고 견고하게 확장되는 속성을 갖습니다. 우리는 지금 의심의 여지없이 의학권력이 구축했다고 믿을 수밖에 없는 하나의 거대한 울타리와 마주하고 있습니다. 바로 카바를 두고 벌어지고 있는 안전성 시비입니다. 여기에는 다양한 해법이 있을 수 있지만 간과해서는 안 되는 경로가 있습니다. 바로 환자들의 입장과 선택입니다. 카바에 대한 안전성 검증의 목적이 ‘국민건강’에 있다면, 이 수술로 치료를 받은 환자들의 증언은 모든 의료인들이 과학성의 근거로 삼는 임상의 결과여서 더욱 중요합니다. 누가, 어떤 판단을 하든 의료적 손익의 병상에 눕는 것은 바로 환자들이라는 사실은 카바 문제를 푸는 우회할 수 없는 해법임에 틀림없고, 몇몇이 울타리 안에서 이 문제를 주물러서는 안 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jesh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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