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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범죄자 취업 제한 헌소 관심 고조

    여성가족부가 최근 소관 법안 관련 헌법소원에서 연승을 거둔 가운데 의사 등 성범죄자의 취업 제한 조항에 대한 헌법소원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1일 여가부 등에 따르면 아동·청소년뿐 아니라 성인 대상 성범죄자에 대해서도 벌금형을 포함해 유죄일 경우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및 병원 등에의 취업을 10년 동안 제한하도록 규정한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 조항이 부당하다는 내용의 헌법소원이 지난해 8월 한 개인에 의해 청구돼 연말을 전후해 결정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취업 제한 대상 기관은 어린이집, 학교, 학원 등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이었으나 환자의 몸을 일대일로 접촉해 진료하는 의료인의 병원 개설이나 취업도 추가 제한하는 내용으로 최영희 전 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해 마침내 2012년 2월 법이 개정돼 그해 8월부터 시행됐다. 반면 의사 출신인 박인숙 새누리당 의원은 성인 대상 성범죄의 경우에는 벌금형은 제외하고 금고형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자로 취업 제한 대상 범위를 한정하자는 내용의 개정법안을 지난해 11월 발의했다. 박 의원은 성인 대상 성범죄까지 죄질의 경중에 상관없이 일괄적으로 취업 등을 제한하는 것은 생계 유지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으며 금품 등을 목적으로 악용될 수 있다고 제안 사유를 밝혔다. 박 의원의 법 개정안에 대한 논의는 헌법재판소 결정 때까지 미루기로 최근 국회에서 결정됐다. 이에 대해 대한의사협회는 아동·청소년을 성범죄로부터 보호하자는 입법 취지와 그 필요성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나 성범죄의 대상 및 유형, 형의 경중을 따지지 않고 무조건 10년간 의료인의 직업 수행 자유와 생존권을 빼앗는 것은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다며 박 의원의 법 개정안을 환영한 바 있다. 그러나 여가부는 성인 대상 성범죄자가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도 있는 만큼 아청법에 성인 대상 성범죄자를 포함한 것에는 문제가 없다는 시각이다. 고의수 여가부 아동청소년성보호과장은 “해당 직업을 가진 사람들은 너무 강하다고 주장하지만 아이를 둔 부모는 강력한 처벌 조항을 유지해야 한다고 하는 만큼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김주혁 선임기자 happyhome@seoul.co.kr
  • 비영리 종합병원 영리 목적 위탁 경영… 의료급여 빼돌린 병원장 검찰에 송치

    비영리 종합병원을 불법 대여하고 의료급여 비용 등을 가로챈 병원장이 검찰에 넘겨졌다. 11일 경찰에 따르면 2008년 6월 김모(68)씨는 서울 시내에 127병상 규모의 의료법인을 설립했다. 의료법인은 설립 당시부터 비영리 목적으로만 운영하도록 돼 있었지만 그는 정관변경 허가없이 다른 사람에게 병원을 맡기고 위탁 경영토록 했다. 2012년 김씨가 위탁 경영자와 작성한 ‘공동 운영 계약서’에 따르면 10년의 계약 기간 동안 50%씩 지분을 나눠 갖고 김씨는 급여로 매월 1500만원, 병원 임대료로 매월 3000만원을 지급받기로 했다. 권익위에 따르면 그는 지난해 12월까지 약 3년 5개월간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의료급여비 약 152억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씨는 지난해에도 또 다른 비의료인과 보증금 10억원에 매달 4000만원의 임대료를 받는 위탁 경영 계약을 체결했다는 등의 의혹을 받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해 7월 이에 대한 공익신고를 접수받아 현장 조사를 거쳐 사건 일체를 경찰청으로 넘겼다. 경찰은 정관 변경 허가 없이 공익 목적의 의료법인으로 영리사업을 한 김씨의 행위를 의료법 위반으로 판단했다. 의료법에 따르면 의료법인이 재산을 처분하거나 정관을 변경하려면 시·도지사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벌금 이상의 형이 선고될 경우 김씨는 의사 면허자격이 정지되고 해당 의료법인은 설립 허가가 취소된다. 권익위 관계자는 “비영리 의료법인을 영리 목적으로 위탁 경영하는 행위는 국민의 건강을 위협하는 공익 침해 행위”라며 공익신고를 당부했다. 최지숙 기자 truth173@seoul.co.kr
  • 제10회 한독학술상에 서울대병원 조영민 교수

    제10회 한독학술상에 서울대병원 조영민 교수

    대한당뇨병학회(이사장 이기업)와 주관하고 한독(대표 김영진)이 후원해 제정한 제10회 한독학술상(Young Investigator Award) 수상자로 조영민 서울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가 선정됐다. 조영민 교수는 아시아인과 비아시아인을 대상으로 ‘DPP-4 억제제’의 혈당 강하효과를 비교하는 연구 성과를 인정받았다. 조 교수는 최근 3년간 국제 저널에 14건의 당뇨병 관련 연구논문을 발표하는 등 활발한 연구 학술 활동을 펼치고 있다.  시상식은 오는 10일 부산 벡스코 그랜드볼룸에서 열리며, 조 교수에게는 상금 1000만원과 약연탑이 수여된다.   한독학술상은 국내 당뇨병 연구 발전에 기여한 의료인에게 수여하는 학술상으로, 2005년 제정돼 올해로 10회째를 맞았다.    심재억 의학전문기자 jeshim@seoul.co.kr
  • [탈북 한의사 김지은의 고려의학 이야기] (11) 북한의 예방의학 체계

    평균 수명 100세 시대가 온다. 불과 수십년 전까지만 해도 70~80대까지 사는 것을 대단하다고 여겼었다. 하지만 이제는 어렵지 않게 100세를 논하고 있다. 수명이 길어졌다는 것은 분명 기쁜 일이지만 질병으로 고통받는 시간이 길어질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마냥 기뻐할 수만도 없는 일이다. 편하게 여생을 보내려면 노화와 함께 찾아오는 병을 미리 막아야 하기 때문에 예방의학의 중요성도 그만큼 커지고 있다. 북한은 아주 오래전부터 예방의학을 추구해왔다. 1953년 당 중앙위원회 제6차 전원회의에서 ‘예방사업을 강화할 데 대한 지시’가 채택됐고, 1966년 10월 김일성 주석의 지침으로 ‘사회주의 의학은 예방의학이다’를 발표하면서 본격적으로 실행에 옮기기 시작했다. 이를 위해 북한은 의사담당구역제를 실시, 담당의사들이 한 달에 한두 번 담당구역 주민들에게 간단한 의료 상식이나 위생지식 등을 전달해 병이 발생하지 않게 관리하도록 했다. 농촌의 작은 진료소에서부터 중앙의 대형 의료기관에 이르기까지 의학상식 책자가 비치돼 환자들이 진료를 기다리며 읽을 수 있게 했다. 또 의사들이 순번을 정해 돌아가며 대기 중인 환자들에게 직접 의학상식을 설명하기도 했다. 특히 매년 3월과 4월을 ‘위생의 달’로 정하고 전염병을 옮기는 파리나 모기의 서식지 또는 서식하기 좋은 환경 조건을 없애기 위한 운동을 전국적으로 벌였다. 여기에는 의료인들뿐 아니라 공장과 기업소, 대학생은 물론 초등학교 학생들까지 전민이 동원됐다. 병이 없는 나라를 만들기 위한 노력은 대단했지만 현실은 그러지 못했다. 위생 홍보, 건강상식 알림으로 시간을 보내는 사이 영양결핍으로 면역력이 떨어진 주민들은 온갖 병에 시달리게 됐다. 예방은 중요하다. 그것이 질병이든, 사고든 미리 잘 알아서 일어나지 않게 하면 인명손실이 훨씬 줄어들 것이다. 하지만 상식을 몰라서 병마가 찾아오는 것은 아니다. 병이 생기지 않도록 사회적 환경을 마련함과 동시에 개개인의 면역력을 높여줘야 한다. ‘밥그릇 밑에 건강이 있다’고 했다. 북한의 사례는 밥 굶는 아이 하나 없이 모두가 잘 먹어야 ‘60대 청춘, 90대 환갑’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 [사설] ‘살아남은 자의 슬픔’이라도 제대로 살펴야

    온 나라가 노랗게 물들었다. 세월호와 함께 바다에 잠긴 실종자들의 무사 생환을 비는 염원을 담은 노란 리본이 온·오프라인을 뒤덮었다. 사고 발생 8일째를 맞은 이 아침까지 단 하나의 기적도 이뤄내지 못했건만, 온 국민의 염원과 소망은 더욱 뜨거워져만 가고 있다. 아울러 세월호 참사를 촉발한 요인들과 책임자들, 그리고 정부의 허술한 대응이 하나 둘 꺼풀을 벗고 드러나면서 희생자와 실종자 가족, 그리고 이를 지켜보는 모든 국민의 분노 또한 한껏 치솟고 있다. 6·25 전쟁 이후 최대의 충격을 안겨준 대참사임을 입증해 보이기라도 하듯 온 나라가 비탄과 슬픔에 잠겼다. 정부에 먼저 주문한다. 오늘은 실종자 가족들이 찢어지는 가슴을 부여잡고 구조 작업을 일단락 지어줄 것을 요구한 시한이다. 지금까지 잠수요원을 중심으로 펼쳐온 실종자 구조작업을 오늘로 마무리 짓고, 선체 인양 작업으로 전환하라고 주문한 날이다. 조류가 가장 느려지는 조금 기간인 만큼 주말까지, 아니 그 이후까지도 구조작업은 마땅히 계속돼야겠으나 이와 별개로 선체 인양을 포함한 사고 후 대책도 서두를 시점에 다다른 것도 분명하다 할 것이다. 참사 이후 지금까지 구조 과정에서 보여준 정부의 실망스러운 모습은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됐다. 그렇다면 지금부터라도 정부의 사고 수습이 중요하다. 실종자 수색과 별개로 피해자와 그 가족들이 하루속히 심신의 안정을 되찾을 수 있도록 하는 데에 정부의 역량을 총동원해야 한다. 사고 원인 규명과 책임자 수사 등이 진행되고 있으나 향후 대책의 최대 과제는 마땅히 희생자·실종자 가족과 생존자 및 그 가족에 대한 전방위 지원이 돼야 하며 정부의 행정력을 이에 집중해야 한다. 가장 시급한 것이 피해 당사자들의 정신적 외상, 트라우마를 덜어주는 일이다. 과거 삼풍백화점 붕괴나 성수대교 붕괴와 같은 대형참사를 겪은 피해자의 상당수가 지금까지도 당시의 충격 속에서 고통을 겪고 있는 게 현실이다. 희생자 가족들이 극도의 상실감에 빠져 있는 것과 별개로 구조된 사람들과 그 가족들은 홀로 살아남았다는 죄책감, 이른바 ‘서바이벌 증후군’에 시달리고 있다. 그제 생존자 학부모들이 성명을 내고 “죄인이 된 심정”이라며 괴로움을 호소한 것이 이를 웅변한다. 사고지역인 진도와 안산에 더 많은 의료인력과 상담인력을 투입, 피해자뿐 아니라 그 가족들의 심리상담 치료를 지속적으로 전개해야 한다. 특히 오늘부터 부분 정상화되는 안산 단원고 학생들의 치유에 더욱 힘을 쏟아야 한다. 특별재난지역 선포에 상응한 제반 조치들도 신속하게 이뤄져야 한다. 이 과정에서 특히 정부가 유념해야 할 것은 피해 당사자와 가족들의 요구 사항을 최대한 받들고 따라야 한다는 점이다. 국가가 제 소임을 다하지 못해 피해를 안긴 이들에게 행여 보상이나 경제적 지원 문제로 또 다른 상처를 안기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한다. 사회 구성원 모두의 노력도 요구된다. 공직자는 말할 것 없고 누구도 희생자와 그 가족에게 상처를 주는 언행을 삼가야 한다. ‘시체장사’ 운운한 어느 극우 인사처럼 차마 입에 담지 못할 망언과 부적절한 행동으로 고통을 키우고, 사회를 가르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한다. 참사 희생자와 그 가족은 물론 국민 모두가 공히 피해자이며, 이를 함께 이겨낼 동반자라는 생각으로 힘든 시기를 헤쳐가야 한다.
  • [탈북 한의사 김지은의 고려의학 이야기] (10) 北 의사담당구역제의 득실

    한국에서 개업 한의사로 일한 지 벌써 5년이 됐다. 이제 제법 단골환자들도 많이 생겼다. 오래된 환자나 가까운 친지들은 나를 ‘주치의’라고 부른다. 자신들의 건강을 전적으로 책임지고 관리해달라는 의미인 듯하다. 전혀 낯설지도, 싫지도 않은 단어다. 나는 북한에서 오랫동안 많은 사람의 주치의로 살아왔다. 북한은 특정의사가 특정지역 주민들의 건강을 책임지는 ‘의사담당구역제’를 두고 있다. 주민 800명당 의사 1명을 기본으로 배치하고 1988년부터 의료인들이 일정한 구역의 주민들을 맡아 질병은 물론 예방과 건강까지 책임지는 ‘호담당구역제’를 실시하는 등 체계적으로 주민 건강을 관리해왔다. 의사들은 매일 한 번씩 자신의 담당구역에 나가 밤새 몸이 불편한 환자는 없었는지, 오늘 건강상 이유로 출근하지 못한 환자는 없는지 확인한다. 왕진 가방 안에 항상 구급약을 넣고 다니면서 현장에서 응급투약하거나 검사가 필요한 환자는 병원으로 보낸다. 매일 이런 의료행위를 반복하다 보니 의사는 담당구역 주민들이 어떤 병을 앓고 있는지, 세대당 식구는 몇 명인지, 살림살이는 어떤지까지 훤히 꿰뚫고 있다. 상당히 이상적인 시스템이다. 하지만 의사 입장에서 의사담당구역제가 무조건 좋았던 것은 아니다. 우선 의사로서 나의 삶이 상당히 피곤했다. 매일 한 번씩 자신의 담당구역에 나가야 했고 몸이 불편하든 아니든 담당환자와 면담을 해야 했으며 만나지 못하면 다음 날 새벽 출근 전에라도 반드시 찾아가야 했다. 당시에는 이런 일상이 의사의 본분이라는 긍지를 갖고 있었지만 나의 생활은 없었던 것 같다. 환자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몸이 불편할 때 번거롭게 병원을 찾지 않아도 가정방문을 오는 담당의사를 기다려 진찰을 받을 수 있지만 담당이 아닌 다른 의사나 다른 높은 급의 병원에서는 진료를 받을 수 없다. 즉 선택진료가 불가능하다. 자신의 가족 중에 의사가 있어도 반드시 담당 의사에게서 진단서를 발급받아야 효력이 발생한다. 환자의 선택권이 제거된 시스템, 의사담당구역제라는 간판 뒤에 숨은 불편함이다.
  • [당신의 책]

    [당신의 책]

    불량 제약회사(벤 골드에이커 지음, 안형식·권민 옮김, 공존 펴냄) 영국의 신경정신과 전문의 겸 유행병학자인 과학저술가 벤 골드에이커가 다국적 거대 제약회사들이 어떻게 ‘질병장사’를 하고 있는지 그 실상을 폭로한 책. 제약회사가 의사를 비롯한 모든 의료인을 어떤 식으로 기만해 궁극적으로 환자에게 어떤 해를 입히는지에 초점을 맞췄다. 전작 ‘배드 사이언스’를 통해 웰빙 명목으로 불티나게 팔린 항우울제나 다이어트 약들의 맹점을 파헤쳐 주목을 받았던 저자는 이번에 거대 제약사들의 의약 연구자료 은폐 문제를 집중적으로 파헤쳤다. 저자는 책에서 불편한 진실들을 거리낌 없이 폭로한다. 연매출이 6000억 달러에 달하는 글로벌제약업계는 연구개발보다 마케팅에 더 많은 돈을 지출한다. 신약 임상시험 결과는 조작되기 일쑤고 연구비를 건지고 수익을 늘리기 위해 신약에 맞는 새로운 질병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규제당국은 규제는커녕 쉬쉬하며 거수기 노릇을 하느라 바쁘다. 권위 있어 보이는 학술지들은 사실상 제약회사의 광고지나 다름없다. 명백한 사기이자 부정행위가 만연한 현실은 의약시스템 전체를 뜯어고치지 않는 이상 해결법이 없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519쪽. 2만 2000원. 낭비사회를 넘어서(세르주 라트슈 지음, 정기헌 옮김, 민음사 펴냄) 올이 풀리지 않는 나일론 스타킹, 2500시간 사용할 수 있는 전구는 왜 사라졌을까. 10년을 거뜬하게 쓰는 냉장고 값에 맞먹는 스마트폰의 수명이 고작 2~3년인 이유는 뭔가. 프랑스의 경제학자이자 철학자인 세르주 라트슈는 이를 ‘계획적 진부화’라고 단정한다. 기업이 내구 소비재의 대체 수요를 부추길 목적으로 제품을 계획적으로 진부화시키는 것이다. 성장 위주의 경제 패러다임에 반대하는 저자는 광고, 신용카드와 함께 자본주의 소비사회를 특징짓는 현상으로 상품의 정해진 수명이야말로 성장사회를 이끌어가는 절대적 무기라고 분석한다. 광고는 소비하고자 하는 욕망을 불러일으키고, 신용카드는 소비를 가능하게 한다. 계획적 진부화는 소비자의 필요를 갱신한다. 우리는 광고와 신용카드를 거부할 수는 있지만 제품의 기술적 결함 앞에서는 대부분 속수무책이 된다. 책은 우리가 일상 속에서 구체적으로 경험하면서도 아직 널리 알려져 있지 않은 계획적 진부화라는 개념을 통해 상품들에 포위된 우리의 일상이 식민화되고, 공간과 시간이 변형 왜곡되고, 생태계가 파괴되며 급기야 인간성마저 진부한 것이 되어버리는 과정을 추적한다. 144쪽. 1만 2000원. 헤겔(찰스 테일러 지음, 정대성 옮김, 그린비 펴냄) 프리즘 총서 12번째 책으로 현존하는 영미권 최고의 정치철학자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찰스 테일러가 집필한 헤겔 연구서다. 난해하고 복잡한 헤겔의 사유세계에 좀더 친근하게 접근하도록 청년기 헤겔의 형성 과정부터 정신현상학, 논리학, 정치철학, 역사철학, 미학, 종교철학, 철학사 등 헤겔 사상 전반을 충실하게 체계적으로 해설했다. 1975년 출간 이래 헤겔연구의 고전으로 인정받는 저작이다. 헤겔은 근대사회의 파편화와 인간의 소외 문제를 동시대 누구보다도 정확하게 감지한 사상가였고 이를 해결하려는 노력과 방법을 철학적 쟁점으로 삼았다. 테일러는 헤겔 철학이 당시의 시대적 문제와 열망에 응답하고 그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려는 시도로 탄생했음을 강조하면서 헤겔이 자신의 철학을 통해 무엇을 얘기하려 했는지를 밝히고 있다. 더불어 프랑스혁명에 대한 헤겔의 태도, 당대 프로이센 국가에 대한 헤겔의 평가 등을 면밀히 검토하면서 청년기 급진적이었던 헤겔이 말년에 보수적으로 변했다는 평가나 헤겔이 프로이센을 찬양한 국가 철학자라는 비난은 후대의 무지와 오해가 빚은 왜곡임을 밝힌다. 1080쪽. 5만원. 공부 논쟁(김대식·김두식 지음, 창비 펴냄) 서울대 물리학과 교수인 형과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인 동생이 한국사회의 공부 풍토에 직격탄을 날렸다. 사고뭉치와 모범생, 이과와 문과, 보수와 진보, 직설과 배려 등 전혀 다른 성향을 보인 형제는 한국 교육에 대해서는 한목소리를 낸다. ‘천재 한 명이 만 명을 먹여 살린다’는 왜곡된 엘리트주의, 해외 유학파와 장원급제 DNA가 장악하는 학계, 아이들에게 공부 경쟁을 강요하는 현상 등을 조목조목 따진다. 대학에 박사 과정 학생들을 두면서도 정작 교수 임용의 문은 유학파 출신에게만 열어 놓는 모순, 출신 고교로 대학이 결정되고 출신 대학으로 직장이 달라지는 세상이라 고작 15살에 인생의 갈림길에 서야하는 아이들의 현실 등 공감 가는 얘기가 수두룩하다. “욕먹을 각오를 하고 냈다”는 형제는 예리하면서 통찰력 있는 지적을 쏟아낸다. 288쪽. 1만 3800원.
  • [탈북 한의사 김지은의 고려의학 이야기] 北 무상치료제의 실상

    4월은 북한에서 ‘인민보건법’이 채택된 달이다. 1980년 4월에 제정된 이 법은 해방 후부터 북한의 보건정책과 보건의료 분야의 관리 및 운영지침으로 사용되던 정부의 여러 결정들을 보완한 것이다. 법과 규정, 원칙을 구체적으로 정하고 더 많은 혜택이 주민들에게 돌아가게 하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졌으며 무상치료, 예방의학, 의사담당구역제를 골자로 하고 있다. 법만 놓고 본다면 아주 이상적이다. 하지만 북한의 의료현실은 이와 무관하다. 오늘은 북한이 그토록 소리 높여 자랑하는 무상치료제에 대해 얘기해 보려고 한다. 북한은 1945년 해방 직후 첫 임시정부 정강발표에서 무상치료 실시에 대한 원칙을 제시하고 1953년 1월 1일부터 부분적이기는 하지만 실제로 무상치료를 시작했다. 1960년대 초부터는 전국으로 확대해 아픈 사람은 누구나 돈을 지불하지 않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됐다. 의사의 진찰, 처방뿐만 아니라 수술까지 무상으로 받을 수 있는, 말 그대로 무상치료였다. 그러나 이런 이상적인 의료체제는 북한에서 사라진 지 오래다. 북한이 그토록 비판하던 돈이 없으면 치료받을 수 없는 자본주의 의료 환경 속에 자신들이 서게 된 것이다. 1990년대 초반 경제위기가 오면서 재정이 바닥나자 정부는 외국에서 약을 구입할 수 없게 됐고 북한 내 제약공장도 가동을 멈춰버렸다. ‘정성’이라고 쓰인 배지를 가슴에 달고 환자를 자신의 가족처럼 생각하며 최선을 다하던 의사들도 더 이상 의료인의 본분을 다할 수 없게 됐다. 해열제나 소독약 같은 응급 의약품도 부족한 현실은 환자 앞에 선 의사들을 부끄럽게 했다. 병원에는 약이 없고 환자들은 병원이 아닌 거리로, 시장으로 내몰리게 됐다. 치료를 위해 병원을 찾는 게 아니라 진단을 위해 내원한 뒤 비싼 돈을 내고 암시장에서 거래되는 약을 샀다. 병원을 찾는 환자들의 발길이 뜸해지자 의사들은 생활전선에 뛰어들거나 집을 찾은 환자를 봐주며 생활비를 스스로 벌었다. 북한식 사회주의 제도의 상징인 ‘무상치료’는 이제 없다. 당장 치료 때문에 고통받는 북한의 환자들을 생각할 때 의사 입장에서 지금의 북한 현실은 너무나도 미안하고 안쓰럽다.
  • 잠복결핵 감염자도 의료비 지원

    앞으로 결핵 환자뿐만 아니라 발병 가능성이 높은 잠복결핵 감염자도 집단 검진을 통해 확인된 경우에 한해 의료비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된다. 결핵 치료 의료인을 감염에서 보호하기 위한 방안도 강화된다. 보건복지부는 11일 이런 내용의 결핵예방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일부 개정령안을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결핵 환자가 발생한 학교나 군부대 등 단체시설에서 생활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검진해 잠복결핵 감염자로 확인되면 치료가 완료될 때까지 진단, 진료, 약제비를 지원할 계획이다. 잠복결핵 감염은 몸속에 결핵균이 있지만 증상과 전염성은 없고 각종 검사에서도 정상으로 나오는 경우를 말한다. 잠복 감염자의 5~10% 정도는 면역력이 떨어질 경우 1~2년 내 실제로 결핵이 발병한다. 복지부 관계자는 “3만 4000여명 정도가 지원 대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치료하면 90% 완치돼 전체적인 발병률을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결핵을 검진·치료하는 의료인의 결핵 감염을 막기 위해 연 1회 이상 결핵 검진뿐만 아니라 잠복결핵 감염 여부도 추가 검진하도록 할 방침이다. 개정안에는 격리치료 명령을 받은 결핵 환자 또는 부양가족의 가구소득이 당해 연도 가구별 최저생계비 300% 미만(4인가구 기준 489만 2000원)이어서 생계유지가 어렵다고 판단되는 경우 생활비를 지원하는 기준도 제시됐다. 격리치료 명령 대상자를 지정 의료기관에 입원하도록 하고 치료 기간 중 이동을 제한하게 하는 치료 방법과 절차도 마련됐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속보]성형외과들 ‘수술의사 바꿔치기’ ‘마취제 과다투여’ 등 사실로

    대한성형외과의사회(회장 이상목)는 10일 최근 물의를 빚은 일련의 의료사고에 대해 공개적으로 사과하고 강도높은 자정활동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일부 기업형 성형외과에서 공공연히 자행된 ‘유령의사(쉐도우닥터)에 의한 대리수술’과 이를 환자가 알아채지 못하게 하기 위해 프로포폴 등 수면마취제를 과다하게 사용하는 문제 등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이의 근절도 다짐했다. 의사회는 이날 오후 2시 대한의사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그랜드성형외과 등에서 발생한 일련의 성형 관련 사건·사고가 “날로 심해지는 의료기관 간의 과다 경쟁과 상업화로 인한 일부 회원들의 비윤리적이고 불법적인 행위에서 비롯되었다”면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해 국민 앞에 고개 숙여 사과하며, 국민 건강과 생명에 위협이 되는 작금의 사태에 무한한 책임과 함께 참담함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의사회는 이어 “이와 관련된 사태와 해당 의료기관에 대해서는 고강도 조사를 통해 사실을 규명하고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는 것은 물론 해당 의료기관의 잘못된 관행과 제도를 바로 잡음으로써 정상적인 의료질서를 확립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이를 위해 대한성형외과학회·대한미용성형외과학회 등 관련 학회와 공조해 일선 병의원에 대한 대대적인 실태조사를 벌여 새로 드러난 불법·탑법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고발 등 강력한 제재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또 기존 전문의는 물론 새로 배출될 전문의에 대한 윤리교육을 강화하기로 했다. 의사회는 최근 의료사고를 일으켜 물의를 빚은 일부 의료기관에 대한 현장조사에서 확인된 불법행위도 구체적으로 적시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유령의사에 의한 대리수술이었다. 의사회에 따르면 일부 기업형 성형외과들은 광고를 통해 이른바 ‘유명의사’를 날조하고 환자들에게는 그 의사가 수술할 것처럼 진료상담까지 하지만 막상 수술실에서는 환자가 전신마취나 수면마취 상태에 빠져 의식이 없는 사이에 다른 의사를 들여보내 수술을 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의사회는 “이는 명백한 불법행위이자 비윤리적 의료행위”라면서 “심지어는 성형외과 전문의가 아닌 의사가 대리수술을 하는 경우도 있었으며, 외국인들조차 한국의 ‘유령의사’를 알고 있을 정도”라고 개탄했다. 수면마취제의 과다 사용도 문제로 드러났다. 의사회는 “엉뚱한 의사가 대리수술을 하려면 환자를 속여야 하는데, 이를 위해 대량의 수면마취제를 투여하고 있다”면서 “이에 필요한 수면마취제를 대량으로 유통하기 위해 의사면허를 대여해 의료기관을 잇따라 개설하는가 하면 불법행위를 은폐하기 위해 면허 대여자를 바꿔가며 운영하는 병원도 있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근로기준법을 무시한 근무조건과 의료인 혹사도 사실로 드러났다. 의사회는 “심지어 일부 성형외과에서는 격무를 못 견딘 간호사가 퇴직하면 자격증도 없는 간호조무사 학원생들을 진료에 투입해 업무를 대신하도록 하는 위험천만한 일도 자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상목 의사회장은 “이번 조사를 통해 불법·탈법행위가 드러난 병의원과 의사들에 대해 회원제명, 회원자격정지 등 엄중한 징계 조치를 취했으며, 향후 드러난 문제에 대해서는 고발 조치도 불사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의사회는 이달 초 그랜드성형외과에 대해 대표원장을 제명한는 등 강도 높은 제재조취를 취했다. 의사회는 자체적인 자정활동을 위한 실천방안도 내놨다. 우선, 공공장소에서의 무분별한 과대광고로 성형수술을 부추기는 행위를 자제하도록 하는 한편 성형 관련 광고에 대해서는 합리적인 규제책을 담아 국회 입법을 추진할 방침이다. 또 환자의 권익 보호와 의료인의 책임의식을 강화하기 위해 환자 동의 없이 수술하는 의사를 바뀌는 행위를 범죄행위로 규정, 법적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이상목 회장은 “성형수술은 고도의 집중력과 높은 수준의 의학 지식 및 윤리의식이 요구되는 의료행위임에도 사회 일각에서는 성형수술을 지나치게 가볍게 인식하고 있다”면서 “일부 부도덕한 의사들이 이에 편승해 성형수술을 상업적으로만 다루고 있는 만큼 이를 바로잡기 위해 노력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심재억 의학전문기자 jeshim@seoul.co.kr
  • 의료분쟁 조정 신청 절반이상 ‘문전박대’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이 출범한 이후 지난 2년간 의료 분쟁 신청은 늘었지만 실제 분쟁 조정이 이뤄진 경우는 41%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의료중재원은 2년간 2278건의 조정·중재 신청이 접수됐고 이 가운데 912건의 조정이 개시됐으며 피신청인(병원측)이 동의하지 않은 1292건의 조정·중재 신청이 각하됐다고 8일 밝혔다. 신청 건수의 56.7%가 조정 절차에 들어가 보지도 못하고 폐기된 것이다. 의료분쟁조정제도가 도입된 지 2년이 되도록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조정 절차 자체를 거부하는 의료인이 아직 많기 때문이다. 의료사고가 발생했을 때 의료중재원에서 조정이나 중재를 받으려면 상대방인 피신청인(의료인)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피신청인이 조정 신청을 받아들이면 조정 절차가 시작되지만 거부하면 조정은 이뤄지지 않는다. 조정 신청을 받아들이도록 강제할 수단이 없고 모든 것이 의료인의 결정에 달렸기 때문이다. 의료사고를 당해 의료중재원을 찾은 환자를 두번 울리는 셈이다. 그래서 의료중재원을 찾았다가 의료인의 거부로 ‘문전박대’를 당한 경험이 있는 환자나 가족들은 강제 조정이 가능한 한국소비자원을 찾는다. 하지만 어렵게 조정·중재안이 나오더라도 역시 강제력이 없기 때문에 신청인이나 피신청인 어느 한쪽에서 받아들이지 않으면 그것으로 끝이다. 의료중재원의 결정에 만족하지 못한 일부 신청인들은 기나긴 법적 싸움을 준비하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의료인의 동의 없이도 조정 절차가 시작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국회에는 이미 강제 조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의료사고 피해 구제 및 의료 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지난달 의원(새정치민주연합 오제세) 입법으로 발의됐다. 각하되지 않고 의료중재원의 조정 절차에 들어가면 상당수가 성립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 성립률은 88.7%로 특히 지난해에는 91.1%의 높은 성립률을 보였다. 조정·중재 신청 건수를 진료 과목별로 보면 정형외과가 454건(19.9%)으로 가장 많았다. 내과 389건(17.1%), 신경외과 220건(9.7%), 치과 201건(8.8%), 일반외과 167건(7.3%), 산부인과 146건(6.4%) 등의 순이었다. 지난 2년여간 조정·중재 신청 2278건의 손해배상신청 전체 금액은 1225억 4957만원으로, 건당 평균 5379만원이었다. 그러나 실제 조정이 성립된 511건의 손해배상액은 34억 4374만원, 건당 평균 금액은 674만원으로 신청 금액 대비 조정 금액은 큰 차이를 보였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속보]성형외과의사회, 여고생 의료사고 그랜드성형외과 검찰 고발키로

    대한성형외과의사회(회장 이상목)가 최근 여고생을 성형수술하다가 의료사고를 일으켜 문제가 된 서울 강남구 신사동 그랜드성형외과에 대해 이례적으로 자체 진상조사를 실시해 이를 근거로 관련 의료인들을 윤리위에 회부해 제명 등 중징계 조치를 취한데 이어 검찰에도 고발하기로 하는 등 강력한 제재조치에 착수했다. 9일 대한성형외과의사회 관계자 등에 따르면 최근 실시한 진상조사에서 대리 진료는 물론 보건법과 근로기준법 위반 사실을 일부 확인했으며, 환자들을 상대로 진료비를 현금으로 내도록 유인하는 등 세금 탈루 의혹을 가질만 한 정황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의사회 관계자는 “자체 진상조사로는 이런 문제를 모두 명쾌하게 규명하는데 한계가 있어 징계조치 외에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진상조사에서 드러난 비위사실을 근거로 최근 그랜드성형외과 유모 대표원장을 제명조치했으며, 다른 관계자도 3년 자격정지 등 중징계 조치를 취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의사회의 다른 관계자는 “최근 들어 마치 기업을 확장하듯 병원의 외형을 키운 일부 병원들에서 진료 부실 등 갖가지 잡음이 발생해 성형외과 전반에 심각한 불신감을 주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서 “이런 관행을 바로 잡아 국민들의 신뢰를 얻는 것이 가장 시급하고도 중요한 과제라고 판단해 의사회가 이례적으로 이번 사태의 진상을 조사해 엄격한 징계조치를 취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앞서 의사회는 이날 배포한 관련 성명을 통해 “그랜드성형외과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스스로도 너무나 충격적이고 당황스러운 온갖 불법 현장을 목격하게 되었다”면서 “아픈 마음으로, 그리고 송구한 마음으로 우리의 치부를 드러내 과감히 썩은 살을 도려내고, 사회로부터 신뢰받고 존경받는 전문가 집단으로 거듭나고자 한다”고 징계와 고발 등 일련의 조치 배경을 설명했다. 의사회는 이와 관련, 10일 오후 2시 대한의사협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진상조사 결과와 자정 계획 등을 밝힐 예정이다. 그랜드성형외과는 지난해 12월 9일 당시 여고생이던 장모(19) 양에게 쌍꺼풀과 코 성형수술을 하던 중 장양이 의식불명 상태에 빠지는 의료사고를 냈다. 이후 장양은 서울성모병원으로 옮겨 치료를 받다가 최근 여의도 성모병원으로 전원해 치료를 받고 있으나 뇌 손상에 따른 장애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 사태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당시 수술을 집도했던 이 병원 소속 의사 조모씨가 병원장 유모씨 등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심재억 의학전문기자 jeshim@seoul.co.kr
  • 의·정, 원격진료 시범사업 위태로운 동행

    대한의사협회의 내홍으로 차질이 예상됐던 원격의료 시범 사업이 예정대로 이달부터 추진된다. 의협은 2일 상임이사회를 열어 최재욱 상근부회장을 총괄단장으로 하는 ‘의정합의 이행추진단’을 구성하고 곧 정부와 본격적인 협의를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노환규 의협회장의 현 집행부에 반기를 든 의협 대의원회가 3일 새 비대위를 꾸리기로 했지만 이들도 원격의료 시범 사업을 실시하는 데는 이견이 없어 일정에 차질이 빚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정부는 이번 시범 사업을 통해 원격의료의 안전성이 입증되기를, 조만간 출범이 유력한 의사협회 중심의 새 비대위는 원격의료의 위험성이 입증되기를 바라는 분위기여서 시범 사업 종료까지 앞으로 6개월간 위태로운 동행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동상이몽’의 정부와 의료계가 한배를 타게 되는 셈이다. 의협 새 비대위 구성에 참여하고 있는 최장락 대의원회 대변인은 “의협 회원들의 기본적인 입장은 원격의료 원천 반대”라면서 “이번 시범 사업을 통해 의료계가 걱정한 오진 가능성, 동네 의원 경영 악화 등의 문제점이 나타날 경우 새로운 투쟁이 촉발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최 대변인은 “새 비대위가 출범해도 의정 협의안의 큰 틀은 흔들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당장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보건복지부는 이번 주 중 의협 측 의정합의 이행추진단과 상견례를 겸한 첫 회의를 한 뒤 시범 사업 규모와 방법 등을 확정해 적어도 오는 15일부터 시범 사업에 들어갈 계획이다. 전병왕 보건의료정책과장은 “의협 사정으로 협의가 좀 늦어지기는 했지만 동네 의원과 경증 질환자를 대상으로 시범 사업을 실시하고 기존에 의료인 간 원격의료를 했던 경험을 접목하면 완벽하지는 않아도 6개월 안에 검증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의협 대의원회는 노 회장을 빼고 새 비대위를 구성하기로 한 기존 방침을 바꿔 노 회장을 고문 자격으로 비대위에 참여시키기로 했다. 새 비대위 출범이 의협 내 세력 간 내홍으로 비치는 것을 의식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이상준 박사 “향후 주름제거술의 대세는 ‘PDO 리프팅’”

    이상준 박사 “향후 주름제거술의 대세는 ‘PDO 리프팅’”

    피부과와 성형외과 치료의 한 축을 이뤄온 분야가 주름치료다. 노화는 물론 과도한 다이어트나 스트레스 등이 원인으로 꼽히는 주름을 적절하게 제거하거나 억제하는 것이 관련 분야 의료계의 중요 과제였다. 주름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향후 주름제거술의 대세는 이른바 체내에서 서서히 녹는 실인 PDO(Polydioxanone)를 이용한 리프팅이 될 것이라는 견해가 제시됐다. 아름다운나라 피부과·성형외과 원장인 이상준(사진) 박사는 최근 이같은 지견을 담은 전문의용 임상지침서 ‘녹는 실 리프팅의 정석’을 집필, 출간했다. 전문의들에게 PDO 리프팅의 술기를 정확하게 이해시키기 위해 쓴 책이지만 주름제거술의 향후 흐름을 가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일반인들도 적지 않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리프팅 시술법이 국내외에 소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0년대 초반에 실의 표면에 돌기를 만들어 주름 부위의 피부를 잡아주도록 하는 이른바 ‘압토스 실 리프팅’이 널리 사용되기도 했다. 돌기가 만들어진 실을 피부조직에 삽입해 늘어진 피부를 주름 반대방향으로 당겨 고정시키면 실 주변에 섬유조직이 형성돼 주름 부위의 피부를 보다 탄탄하게 지지해 주는 방식이었다. 초기에 주름제거술을 받은 사람 중 상당 수가 이 시술을 받았다. 문제는 이같은 실 리프팅의 경우 효과는 기대한 만큼 나타났지만 피부 조직에 삽입된 실 때문에 반복 시술이 어렵고, 체내에 실이 계속 남아있게 된다는 점이었다. PDO 리프팅은 압토스 실 리프팅에서 드러난 이런 문제를 기능적으로 보다 완벽하게 보완하는 장치를 갖췄다. 체내에서 아주 서서히 용해되는 실에 돌기를 새겨 리프팅을 해주면 늘어진 피부를 효과적으로 당길 수 있을 뿐 아니라 실 주변에서 왕성하게 콜라겐 합성이 유도돼 리프팅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식이다. 이상준 박사는 “특히 늘어진 ‘마리오네뜨 라인’과 같은 부위에 PDO 리프팅으로 시술을 하면 이전의 방식보다 훨씬 드라마틱한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비슷한 리프팅이지만 실이 가진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체내에서 서서히 용해되는 실을 사용하기까지 10여년이 걸린 셈이다. 그렇다고 PDO 리프팅으로 주름제거의 난제가 일거에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얼굴형이나 피부 타입에 따라 시술이 정교하게 달라져야 하기 때문이다. 이상준 박사는 “사람의 얼굴에는 팔자주름, 눈가주름, 목주름 등 매우 다양한 주름이 있는데, 이런 주름은 발생과 역학적 변화 추이가 다르기 때문에 획일적으로 치료해서는 안 된다”면서 “같은 PDO 리프팅이라도 어떻게 치료에 접근하느냐에 따라 결과적으로 큰 차이가 나타날 수 있는데, 이런 방식을 전문의들이 참고하도록 책에서 상세히 설명했다”고 말했다. 이상준 박사는 “이전에 안면거상술로 주름을 치료한 환자들이 불과 2~3년 후에 다시 피부가 늘어지고, 귀 앞의 흉터는 흉터대로 남는 모습을 보며 의료인으로서 안타까웠던 게 사실”이라면서 “다행이 근래 들어 수술 대신 레이저 치료가 보편화 됨으로써 이런 부담은 줄었지만 피부가 많이 늘어진 환자에게는 역시 치료에 한계가 있었다. 이런 문제를 녹는 실을 이용한 리프팅으로 보완할 수 있어 다행스럽다. 이것이 바로 발전의 실체”라고 강조했다. PDO 리프팅이 주름 치료에 있어 또 하나의 중요한 전환이라는 게 의료계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주름 부위의 피부를 벗겨내 당겨주는 안면거상술은 수술 부담과 수술 후 붓기가 상당 기간 지속돼 사회 생활에 어려움이 따른 데다 수술 후 진행되는 노화에 대처하기가 어려워 단명한 치료법으로 여겨졌다. 이런 안면거상술을 레이저 치료가 대체했다. 초창기 레이저 박피에 이어 박피와는 다른 레이저 치료법이 꼬리를 물고 개발돼 최근에는 프렉셔널 방식의 리프팅이나, 고주파나 초음파를 이용해 피부의 콜라겐 재합성을 유도하는 방식까지 이어졌다. 하지만 치료 과정이 간편해지고 효과가 보장되는 이런 치료법도 나름의 한계가 있었다. 공통적으로는 주름이 많고 골이 깊거나, 피부가 많이 처진 경우 치료 효과가 기대에 못 미친다는 점이다. 이런 문제가 PDO 리프팅 치료의 개발을 이끌었다는 게 집필진의 설명이다. ‘녹는 실 리프팅의 정석’ 저술에는 이상준 박사외에도 같은 병원의 장가연·서동혜 원장과 고려대의대 피부과 유화정 교수, 골드성형외과 이원석 원장 등이 참여해 다양한 임상 경험을 녹여 넣었다. 이상준 박사는 “의료 기술은 특정인의 전유물도 아니고, 그래서도 안 된다”면서 “국내외의 많은 전문의들이 이 실기 지침서를 활용해 보다 향상된 치료 성과를 거두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수술 없이 주름을 치료해 온 이상준 박사는 지금까지 ‘울쎄라’ ‘써마지’ ‘이프라임’ ‘더블로’ ‘울트라스킨’ ‘펠레베’ ‘리펌’ ‘서브라임’ 등 다양한 글로벌 치료법의 임상을 주도한 키닥터(Key Doctor)로 활동하고 있으며, 국제학회 등에서 SCI 상위 등급의 연구논문을 지속적으로 발표해 주목을 받고 있다. 그는 2013년에도 ‘주름울쎄라’ ‘주름토털써마지’ ‘튼살레가또’ ‘겨드랑이땀 미라드라이’ 등을 다룬 SCI급 논문을 발표했다. 이런 노력으로 보건복지부가 정한 주름과 흉터 분야의 ‘국가대표 의료기술’ 대표병원으로 선정되었는가 하면 전 세계에 단 두곳 뿐인 ‘울쎄라 베스트 닥터’로 뽑히기도 했다.    심재억 의학전문기자 jeshim@seoul.co.kr
  • 의사 - 환자 ‘원격의료’ 6개월간 시범 실시

    대한의사협회의 집단 휴진을 촉발한 의사와 환자 간 원격의료 허용 법안이 25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지난해 10월 입법예고된 지 5개월 만이다. 정부는 이날 국무회의를 열어 원격의료 도입을 골자로 한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심의, 의결했다. 국무회의를 통과한 의료법 개정안은 기존의 정부안으로 의·정 합의에 따라 다음 달부터 6개월간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실시한 뒤 결과를 반영해 손질할 예정이다. 개정안은 의사가 재진을 받은 환자를 원격진료하며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상담·교육, 진단·처방을 내릴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그동안에는 의사가 먼 곳에 있는 의료인에게 의료지식이나 기술을 지원하는 경우에만 원격의료가 허용됐다. 원격의료는 고혈압, 당뇨병 등의 만성 질환자와 섬·벽지 거주자, 거동이 어려운 노인·장애인, 일정한 경증 질환자 등에게만 허용된다. 원격의료 남용으로 인한 과잉 진료 가능성 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또 환자가 대형 병원으로만 쏠리는 현상을 막기 위해 의원급 의료기관만 원격의료를 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수술 후 신체에 부착된 의료기기를 지속적으로 관리하며 작동 상태를 점검해야 하는 환자, 교정시설 수용자 또는 군인 등 의료기관 이용이 제한된 환자는 의원급과 병원급 의료기관이 함께 원격진료를 할 수 있게 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시범사업 후 법안이 수정되더라도 세부 시행 세칙 정도이지, 원격의료 대상자 규정 등 핵심 내용까지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긴 진통 끝에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됐지만 의료계와 일부 시민사회단체가 반발하고 있어 국회 본회의 통과까지는 험로가 예상된다. 개정안은 시범사업이 끝나는 9월 이후에야 국회에서 본격적으로 다뤄질 전망이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의료분쟁 고통 해결해 드립니다

    서울 영등포구가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도움을 얻어 의료 분쟁 일일 무료 상담실을 운영한다고 24일 밝혔다. 오는 28일 구청 회의실에서다. 의료 분쟁으로 고통받는 환자와 가족, 의료인의 경제적, 심리적 부담을 줄여 주기 위해 마련됐다. 의료 분쟁에 관심 있는 의료기관이나 개인이라면 누구나 문을 두드릴 수 있다. 의료인과 법조인인 조사관 1명, 심사관 1명이 상담을 맡는다. 의료 사고 관련 서류를 지참하면 보다 상세하고 원활한 상담을 받을 수 있다. 상담 뒤 그 자리에서 분쟁 조정 또는 중재를 신청할 수도 있다. 의료 분쟁 상담은 소송 여부를 결정하는 데 큰 도움을 주는 한편 불필요한 중재 요청이나 소송을 줄일 수 있어 환자들에게나 의료기관에나 모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구는 내다봤다. 2012년 보건복지부 산하 공공기관으로 설립된 중재원은 의료 분쟁 무료 상담과 감정, 조정, 중재를 진행한다. 직접 찾아오기 힘든 사람들을 위해 지역별로 찾아가는 일일 상담실을 운영하고 있다. 엄혜숙 보건소장은 “주민 호응이 높다면 정기적으로 일일 상담실을 꾸릴 수 있도록 중재원과 협의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의협 집단휴진 유보했지만 남은 과제 산더미

    의협 집단휴진 유보했지만 남은 과제 산더미

    ’의협 집단휴진 유보’ 대한의사협회(의협)가 20일 회원 투표를 통해 2차 집단 휴진 방침을 철회함에 따라 다행히 우려했던 ‘의료대란’ 사태는 피할 수 있게 됐다. 의료계도 원격의료 시범사업이나 수가(의료서비스 대가) 결정 체계 등과 관련, 지금까지 정부와의 협상에서 적지 않은 ‘성과’를 거둔데다 “국민 건강을 외면한 밥그릇 싸움”이라는 비난까지 감수하며 휴진을 감행하는데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앞으로 의정 협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논의하는 과정에서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 위원 배분’ 문제 등을 놓고 양측이 다시 충돌할 가능성도 있어 의·정 갈등의 불씨가 완전히 꺼진 것으로 볼 수는 없다. 또 의협의 바람대로 수가(의료서비스 대가) 인상이 수월한 방향으로 건정심 구조가 개편될 경우, 수가 증액에 필요한 재원 마련을 위해 건강보험료 인상 등이 불가피해져 결국 이번 사태의 후유증으로 국민이 부담을 떠안게 될 수도 있다. 이번 의·정 충돌의 가장 직접적 계기는 지난해 말 정부의 ‘원격진료 도입’ 발표였다. 이미 현행법에서도 멀리 떨어진 곳의 의사가 다른 의료인에게 지식이나 기술을 자문해주는 의사-의료인간 원격진료는 가능하지만, 진단·처방을 포함해 의사와 환자 간 원격진료가 도입되는 것은 처음이다. 의협은 ‘진료의 기본은 환자와 마주한 대면 진료’라는 명분을 내세워 이 같은 정부 방침에 반발했고, 특히 개원의들은 실제 수입과도 직결된 문제인 만큼 민감하게 반응했다. 일단 지금은 정부도 관련 의료법 개정안에서 ‘의원급’으로 원격진료 가능 기관을 제한하고 있지만, 점차 규제가 풀리면 결국 원격진료 시설 투자 여력이 충분하고 장기 관리가 필요한 수술 건이 많은 대형 병원들에 더 환자가 몰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비슷한 시기 정부가 내놓은 투자활성화 방안에 ‘의료법인의 영리자회사 설립 허용’ 등의 내용이 포함되면서 의·정 갈등의 쟁점은 ‘의료 민영화’라는 큰 화두로까지 번졌다. 결국 의협은 집단 휴진을 결의했고, 의·정이 파국을 막기 위해 1월 중순 이후 약 한달 동안 의료발전협의회를 구성, 협상을 벌였지만 결국 결렬돼 실제로 지난 10일 1차 집단 휴진이 강행됐다. 다행히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에 속한 의사들의 호응이 거의 없었고, 동네 의원급의 휴진 참여율조차 20% 남짓(정부 집계)에 불과해 큰 불편과 혼란은 없었지만, 24~29일로 2차 집단 휴진이 예고돼 환자와 가족들이 불안해 했었다. 2차 휴진을 막기 위해 다시 정부와 의협은 대화에 나섰고, 지난 16~17일 밤샘 협의 끝에 사실상 정부가 의협의 요구를 상당 부분 수용하면서 돌파구가 마련됐다. 17일 정부와 의협이 발표한 ‘중간 협의안’에 따르면 의협이 그동안 대정부 투쟁의 가장 큰 명분으로 내세웠던 원격진료 도입의 경우, 양측은 의협의 주장대로 국회 관련법 처리에 앞서 시범사업(4월부터 6개월간)을 시행해 문제점을 파악하기로 합의했다. 지금까지 정부는 기본적으로 우선 원격의료 도입을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이후 시범사업을 통해 문제를 파악하자는 입장이었으나, 의료계의 반발에 부딪혀 한 발 물러선 셈이다. 또 정부는 의협이 항상 ‘자신들에게 불리하다’고 주장해온 수가 결정 구조 개편도 약속했다. 해마다 의협은 건강보험공단과 자신들이 제공하는 의료서비스에 대한 대가, 이른바 수가를 얼마나 올릴지 협상한다. 이견이 커 협상이 결렬되면 공적기구인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이 표결로 조정 폭을 확정하는 구조이다. 그러나 의협은 건정심 위원들 중 중립적 시각으로 판단해야할 공익대표 8명에 정부측 입김이 강하게 작용할 수 밖에 없다는 점을 계속 지적해왔고, 정부도 이 같은 의료계의 불만을 받아들여 개선안을 내놨다. 공익대표(현재 8명) 가운데 복지장관 등 정부가 추천해오던 몫(현재 4명)을 건강보험 가입자와 의협 등 공급자가 같은 수로 추천하도록 국민건강보험법을 개정하기로 한 것이다. 집단 휴진에 가장 강경한 태도를 보였던 전공의들을 달래기 위한 ‘당근’들도 제시했다. 정부는 지침상 ‘최대 주당 88시간’으로 규정된 전공의 수련 시간을 유럽(48시간)·미국(80시간) 등을 고려해 단계적으로 축소 조정하고, 전공의 재수련(유급) 조항도 폐지를 사실상 약속했다. 이처럼 진통 끝에 마련된 의·정 중간 협의안에 대한 17~20일 투표에서 과반의 의사들이 결국 ‘찬성’표를 던지면서, 2000년 ‘의약분업’ 사태 이후 14년 만에 ‘의료대란’이 재연되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피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아직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추후 건강보험법 개정 과정에서 수가 등을 결정하는 공적기구인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 개편 방향을 놓고 양측이 쉽게 합의에 이르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정부와 의협은 중간 협의안 원문에 ‘건정심 공익위원을 가입자와 공급자가 동수로 추천하여 구성하는 등 건정심 객관성을 제고하는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은 연내 추진한다’는 문구를 넣었으나, 벌써부터 서로 다른 해석을 내놓고 있다. 이 협의안에 대해 복지부는 “현재 정부만 추천하는 공익대표(현재 전체 공익대표 8명 가운데 4명)를 앞으로는 가입자측과 의협 등 공급자측이 같은 수로 추천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라며 “필요에 따라서는 추천을 통해 선임되는 건정심 위원 수 자체를 조정하거나 전체 건정심 구조 개편도 논의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바꿔말하면 공익대표(현재 8명) 가운데 가입자·공급자측 추천 인사를 포함시켜 정부의 영향력을 줄일 수는 있지만, ‘정부 추천’이 아닌 ‘정부 관계자(복지부·기재부·건보공단 등)’ 몫 자체를 뺄 수는 없다는 뜻이다. 국민의 건강보험료와 정부 세금이 들어가는 건강보험제도 관련 주요 의사 결정을 하는데 당연히 정부가 개입할 수밖에 없고, 이 부분은 협상 당시 의협도 인정한 부분이라는 게 정부 측의 설명이다. 반면 노환규 회장 등 의협측은 “정부 관계자를 빼고 공익대표 모두(현재 8명)를 가입자·공급자가 반씩 추천하자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날도 의협은 투표 결과인 ‘휴진 유보’ 발표에 앞서 정부측에 건정심 개편안에 대한 정부의 입장을 다시 확인했고, 이 때문에 결과 발표 시간이 10분 정도 지연됐다. 의협의 질의에 복지부는 “혼란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건정심 구조와 관련, 공익위원의 범위와 수, 선정절차 등은 앞으로 정부와 의료계 등이 협의하여 마련하기로 했다”고 원론적으로 답변했다. 하지만 양측이 아전인수식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는 건정심 개편안 협의 규정은 앞으로도 의정 간 대화에서 갈등의 불씨로 작용할 개연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동시에 만약 의협의 주장대로 건정심에 의협 등 의료서비스 공급자의 영향력이 커지면 현재 ‘자신이 제공한 서비스의 질만큼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의사들의 불만에 따라 수가 인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건강보험공단이 더 많은 수가를 의료인에게 지급하려면, 당연히 공단은 더 많은 돈을 가입자로부터 거둬들일 수밖에 없다. 최근 몇년간 공단이 흑자 상태로, 수 조원의 적립금을 쌓아두고는 있지만 4대 중증질환 건강보험 보장 강화, 비급여 항목 건강보험 제도 편입 등의 굵직한 의료정책을 실행하려면 앞으로 막대한 재원이 필요한 만큼 언제까지 연 보험료 인상 폭을 1~2% 수준에서 억제할 수 있을지 불안한 상황이다. 당장 이날 건강세상네트워크·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한국노총·민주노총 등이 참여한 ‘건강보험가입자 포럼’은 서울 마포 건강보험공단 앞에서 집회를 열고 “정부는 의료계 달래기용으로 국민 보험료 부담은 고려하지 않고 수가와 건강보험료를 결정하는 건정심에 의료계를 확대하는 방안에 합의해줬다”고 비난하며 이번 의·정 협의안을 ‘야합’으로 규정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의료수가 인상 논의’ 의료계 입김 세진다

    ‘의료수가 인상 논의’ 의료계 입김 세진다

    정부가 대한의사협회 측 요구를 대폭 수용해 17일 타협안을 내놓은 것은 2차 집단 휴진으로 인한 의료대란은 막아야 한다는 절박감이 작용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집단 휴진 철회 여부를 묻는 의협 회원 총 투표 절차가 아직 남았지만, 정부의 전략적 양보로 의협은 집단 휴진 강행 명분을 거의 상실한 상태다. 의협은 이번 협의를 통해 의사들의 생계와 직결된 건강보험 수가 인상 문제를 제외한 모든 요구사항을 관철시켰다. 원격진료 도입의 경우 정부는 관련법이 국회를 통과한 뒤 시범사업을 통해 문제를 파악하고 제도를 보완해 나가자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한발 물러서 입법 전 시범사업을 실시하자는 의협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의료법인의 영리자회사 설립 문제도 한 달 전 1차 의·정 협의 때는 ‘의료계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기로 한다’는 추상적 합의에 그쳤다. 이번에는 이를 위한 논의기구를 따로 꾸리기로 하는 등 구체적 협의가 이뤄졌다. 의료인들의 생계와 직결된 수가 인상 문제를 논의할 때 의료계의 입김이 예전보다 강하게 작용하는 쪽으로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 대표단 구성도 달라질 전망이다. 수가 조정 기구인 건정심 위원은 공급자 측 대표(의협·병원협회·치과협회·한의사협회 등) 8명, 가입자 측 대표(경총·민노총·한노총·지역가입자 등) 8명, 공익 대표(보건복지부·기획재정부·건강보험공단·건강보험심사평가원 관계자 4명 및 장관 위촉 교수·연구원 4명) 8명으로 구성된다. 그러나 의협 측은 공익 대표 대부분이 정부 측 인사라는 점에서 객관적이고 중립적 판단이 이뤄질 수 없다고 주장해 왔다. 정부는 이런 지적을 받아들여 현재 공익 대표 가운데 복지부 장관 등 정부 추천 몫(현재 4명)을 가입자와 의협 등 공급자가 같은 수로 추천하도록 국민건강보험법을 개정하기로 했다. 또 의협과 건강보험공단의 수가 협상이 깨질 경우 건정심으로 넘어가기 전 가입자와 공급자가 참여하는 중립적 조정소위원회를 구성해 재논의할 수 있도록 연내에 제도를 개선하기로 했다. 의협은 향후 수가 인상에 유리한 제도적 장치를 상당 부분 갖추게 된 셈이다. 전공의들을 달래기 위한 수련환경 개선안도 제시됐다. 정부는 지침상 ‘최대 주당 88시간’으로 규정된 전공의 수련 시간을 유럽(48시간)·미국(80시간) 등을 고려해 단계적으로 축소 조정하고, 전공의 재수련(유급) 조항 폐지도 사실상 약속했다. 또 ‘전공의 수련환경 평가기구’를 신설해 오는 5월까지 전공의 의견을 반영한 수련환경 평가 대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아울러 수련환경 개선사항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 수련 병원을 실효적으로 제재할 수 있는 방안도 강구하기로 했다. 지나치게 양보했다는 지적이 있는 반면, 정부도 얻을 것은 얻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우선 원격의료 입법 시기가 미뤄진 대신 의·정 갈등이 진화되면서 안정적으로 제도를 추진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 영리법인 자회사 설립 허용 문제 또한 이 제도에 찬성하는 대한병원협회 등이 논의기구에 참여하기 때문에 별 무리 없이 추진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그러나 건정심 공익 대표의 정부 추천 몫이 줄어 의료수가 인상이 수월해지면 건강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져 결국 그 부담을 국민이 떠안게 될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열린세상] 선거와 무료예방접종/허대석 서울대 의대 내과학교실 교수

    [열린세상] 선거와 무료예방접종/허대석 서울대 의대 내과학교실 교수

    국회가 2014년도 예산이 확정되는 과정에서 소아폐렴구균 예방접종을 국가필수예방접종으로 정하고, 무료접종전환에 따른 지원 예산 586억원을 배정했다. 그리고 우연의 일치인지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소아폐렴구균 무료접종의 지원예산 확보를 특정정당의 대표 성과로 홍보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환영해야 할 의료계뿐 아니라 질병관리본부조차 국회의 이러한 결정에 대해 의아해하고 있다. 진료현장에서는 소아에서 독감, A형간염 등의 질환에 대해 백신을 지원해 주기를 바라는 다양한 요구들이 있었으나 예산 문제로 미루고 있었다. 그런데 객관적인 역학자료나 경제성 평가자료도 없이, 보건복지위원회가 아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국회의원의 발의로 국가필수예방접종의 우선순위가 결정됐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이해하지 못할 일이 처음은 아니다. 총 432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65세 이상 노인층을 대상으로 폐렴구균백신 무료접종 사업을 추진하기로 2012년 11월 확정한 일이 있다. 대통령선거 직전의 일이다. 의사결정의 근거로 2007년 세계보건기구 권고안을 제시하고 있으나, 세계보건기구조차도 임상연구의 결과를 종합해 폐렴구균 예방접종이 노인의 폐렴을 예방하는지에 대한 근거가 불확실해 추천하지 않는다고 2012년 4월 발표했다. 그러나 국회는 2014년 2월 28일 국가필수예방접종대상 감염병에 폐렴구균을 추가하는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안까지 통과시켰다. 유사한 사례는 의료 정책 도처에서 발견된다. 폐선암 환자에서 평균 생존기간을 3년까지 연장시킨 항암제 신약은 건강보험급여 인정을 해주지 않아 매달 1000만원의 약가를 환자가 전액 부담해야 하지만, 생존 기간이 10일 연장되는 수준의 효과가 보고된 췌장암 환자의 항암제는 매달 수백 만원의 비용을 건강보험에서 95% 지원해준다. 선거철마다 무료 의료 확대를 정당의 공약으로 내세우고, 정부에서는 전문 의료인의 객관적인 검증을 받지 않은 의료행위를 의료보험의 혜택을 받을 수 있게 급여화해 주면서 국민들에게 큰 시혜를 베푼 것처럼 발표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그리고는 매년 국민건강보험료를 인상한다. 전체 국민입장에서는 실질적인 혜택에 비해 건강보험료를 더 지출해야 하는 것이니, 결국 국민의 돈을 선거 홍보비용으로 쓰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렇게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로 결정된 무료접종이나 의료급여화의 수혜자는 국민보다 다국적 제약회사인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사실이다. 국민을 위해 정책을 만들어야 할 사람들이 특정 다국적 제약회사를 위한 정책을 만들고 있는 셈이다. 의료의 공익적 가치를 중시하는 영국의 경우, 의료자원의 분배에 대한 공정한 기준을 설정하기 위한 연구를 위해 국가 의료비의 1%를 공익적 임상연구에 투입해 근거 자료를 지속적으로 생성하여 정책에 반영하고 있다. 국가의료서비스에서 어떤 약제는 지원하고 다른 약제는 왜 급여를 지원하지 않는지를 결정하게 된 근거 자료와 의사결정 회의록까지 투명하게 공개한다. 의료정책을 결정하는 데 필요한 기본 역학적 지표와 경제성 분석자료 등은 다른 나라 자료로 대체할 수 없다. 임상연구를 통해 한국의 고유자료부터 생성하여 우리나라 국민에게 반드시 필요한 의료서비스인지를 결정하고, 비용 효율성까지 충분히 검토한 후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 국가필수예방접종을 국회의원이 결정하고, 객관적 근거 없이 의료급여 항목을 정한다면 정부산하의 그 많은 보건의료관련 연구기관들은 왜 존재하는가. 국민건강보험료나 세금은 선거철마다 정치인들이 생색내라고 국민이 내는 돈이 아니다.
  • 병·의원 집단 휴진…보건복지부 “파업참여 병·의원 업무개시 명령”

    병·의원 집단 휴진…보건복지부 “파업참여 병·의원 업무개시 명령”

    병·의원 집단 휴진…보건복지부 “파업참여 병·의원 업무개시 명령” 대한의사협회(의협)가 결국 예고대로 10일 ‘집단 휴진’을 강행함에따라 정부도 곧바로 업무개시 명령 등 의료법 등에 근거한 공권력 행사에 나섰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건강보험공단 등과 함께 현재 휴진 의료기관을 파악하고 있고, 확인되는대로 해당 기관에 업무개시를 명령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행 의료법 제 59조는 “보건복지부장관, 시·도지사 또는 시장·군수·구청장은 의료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진료를 중단하거나 의료기관 개설자가 집단으로 휴·폐업해 진료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는 경우 의료인·개설자에 업무개시 명령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보건복지부는 우선 이날 휴진한 의료기관 문에 업무개시 명령서를 붙이고, 현장에서 휴진 참가 증거를 확보하는데 주력할 방침이다. 의료기관 개설자에게는 전화 등을 통해 이날 중으로 업무개시 명령을 전달한다. 보건복지부는 이날 전국의 시·군·구 보건소를 통해 휴대폰 사진 촬영 등의 방법으로 불법휴진 채증작업을 본격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만약 의료기관이 이 명령에 따르지 않고 의협이 주장하는 ‘의료 바로세우기’ 명분으로 계속 문을 닫을 경우, 정부는 의료법 등 관련법에 따라 엄중 처벌할 계획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업무개시 명령에 응하지 않는 의사에 대해서는 오는 11일 행정처분 사전예고장을 보내고 1주일간 소명 기회를 준 뒤, 21일까지는 업무정지 처분을 완료하라고 지방자치단체 등에 지침을 내렸다”고 밝혔다. 1차 업무정지 기간은 15일인데, 다만 의협이 예고한 2차 집단 휴진 일정(24~29일)과 겹치지 않도록 5~6월 중 집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법 제 59조 2항에 따르면 업무개시 명령에 따르지 않는 의료기관에 대해 정부는 업무정지(15일) 또는 개설허가 취소, 의료기관 폐쇄명령을 내릴 수 있다. 아울러 ‘3년 이하 징역’이나 ‘1천만원 이하 벌금’ 등 행정 형벌까지 가능하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의료인이나 의료기관 개설자가 업무개시 명령을 전달받은게 확실하고, 의도적 불법 휴진 등이 분명한 경우 업무정지 등 행정처분 뿐 아니라 원칙적으로형사 고발까지 검토할 것”이라며 “다만 형사 고발까지 가려면 업무개시 명령 도달 등 여러 증거가 매우 뚜렷해야 하는 만큼 면밀한 채증 작업이 관건”이라고 부연했다. 또 앞서 지난 3일 보건복지부는 의협이 집단 휴진 방침을 발표하자마자 의협의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 여부를 조사해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이 법 제26조제1항제3호가 구성사업자(사업자단체의 구성원인 사업자를 말한다)의 사업내용 또는 활동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는만큼, 의협의 파업 참여 독려 등의 행위는 엄연한 불법이라는 게 정부의 시각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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