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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설적인 앵커 래리 킹 코로나19 감염돼 일주일째 입원 치료”

    “전설적인 앵커 래리 킹 코로나19 감염돼 일주일째 입원 치료”

    미국 CNN 방송의 전설적인 앵커 래리 킹(87)이 코로나19에 감염돼 일주일 이상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고 있다고 현지 언론들이 전했다. ABC 뉴스는 킹의 가족 소식통을 인용해, CNN은 고용주들을 인용해 그가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세다르 시나이 병원에 일주일 이상 입원해 있다고 2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그는 60년 이상 방송 마이크를 잡아오며 두 차례 피바디 상과 한 차례 에미 상을 수상하는 등 많은 발자취를 남겼는데 최근 들어 심장 발작 등 건강 문제로 여러 차례 뉴스에 등장했다. 그의 대변인은 아직 그의 입원 사실을 공표하지 않아 구체적인 용태가 분명히 알려지지 않았다고 영국 BBC는 전했다. 한 소식통은 CNN에 “래리는 최근 몇년 동안 많은 건강 문제와 싸워왔으며 이번에도 힘든 질병과 싸우고 있다. 그는 챔피언”이라고 말했다. 킹이 입원했다는 사실을 맨처음 보도한 것은 새해 첫날 연예 전문 아울렛 쇼비즈 411이었다.이 매체는 그가 완전히 격리된 상태라 가족들의 병문안도 허용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그는 1970년대 상업 네트워크 뮤츄얼 브로드캐스팅 시스템에서 래리 킹 쇼란 이름의 라디오 프로그램으로 인기를 얻기 시작해 1985년 CNN 출범과 거의 동시에 래리 킹 라이브 진행자로 픽업돼 2010년까지 마이크를 잡았다. 또 20년 넘게 전국지 USA 투데이에 칼럼을 집필했다. 최근 몇년 동안은 훌루와 러시아 국영방송 RT에서 래리 킹 나우란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최근 그의 건강을 괴롭힌 질환은 당뇨병, 협심증, 심장 이상, 폐암 등이었다. 지난해에는 다섯 자녀 중의 둘이 몇주 간격으로 심장 발작, 폐암으로 세상을 떠나는 참척의 슬픔도 겪었다. 그는 1988년 래리 킹 심장재단을 세워 살림이 어렵거나 의료보험에 들지 않아 심장 치료를 미루는 이들을 돕는 일을 펼쳐왔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1인당 약 105만원 지불”…일본 부유층에 퍼지는 중국산 백신

    “1인당 약 105만원 지불”…일본 부유층에 퍼지는 중국산 백신

    일본에서 일부 부유층 인사들이 중국산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백신을 몰래 들여와 접종받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마이니치신문은 1일 “일본의 주요 정보기술(IT)업체 사장과 그 부인이 지난달 12일 도쿄시내 병원에서 시노팜(중국의약집단)의 코로나19 백신을 맞았다. 이 백신은 중국 간부와 가까운 중국인 브로커가 무단 반입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IT업체 사장은 코로나19 백신을 맞은 뒤 접종을 알선해준 중국인 브로커에게 1인당 1회 접종 비용으로 10만엔(약 105만원)을 지불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신에 따르면 현재까지 이 브로커를 통해 일본에서 중국산 코로나19 백신을 맞은 사람은 최소 18명이다. 마이니치는 “작년 11월7일 대기업 창업자 남성이 ‘제1호’로 백신을 맞았다”며 “이외에도 금융사와 가전업체·IT업체 등 대기업 15개사 대표와 가족, 지인 등이 이 백신을 맞은 것으로 돼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들 백신 접종자 중엔 주요 경제단체 임원과 스가 요시히데 총리의 지인도 포함돼 있었다고 한다. 현재 미국과 유럽 등지에선 미 제약사 화이자와 독일 바이오엔테크가 공동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이 각각 당국의 승인을 받아 지난달부터 일반인 대상 대량접종이 진행되고 상황이다. 미국에선 화이자 백신과 함께 다른 미 제약사 모더나의 코로나19 백신도 승인을 받아 지난달 접종이 시작됐다. 반면 일본에선 화이자가 지난달 18일 자사 백신의 약사승인(사용승인)을 신청했을 뿐 아직 당국의 승인을 받은 코로나19 백신이 없다. 마이니치는 “중국산 코로나19 백신을 다른 사람에게 판매·양도할 목적으로 일본에 무허가 반입하는 행위는 ‘의약품의료기기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인에게 백신 접종을 알선해준 중국인 브로커는 “그동안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권했을 때 거절한 일본인은 3명밖에 없었다”며 “2021년부턴 정치권에도 얼굴을 내밀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후생성 관계자는 “미승인 백신이라도 의사가 ‘자유진료’(공적 의료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진료) 차원에서 접종할 순 있지만, 의사가 관리하지도 않고 진짜인지도 모르는 백신을 맞는 건 위험하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 “속아서 산 금융상품 이제 반품하세요”

    “속아서 산 금융상품 이제 반품하세요”

    오는 3월부터는 금융상품을 산 뒤 일정기간 안에 계약을 철회하면 지급한 대금을 돌려받을 수 있게 된다. 또 금융사 등이 판매원칙을 어기고 상품을 팔았다면 이를 산 소비자가 계약 해지를 요구할 수 있다. 또 하반기부터는 법정 최고금리가 현행 24%에서 20%로 낮춰진다. 올해 달라지는 금융제도를 정리했다. ●사모펀드 사태 등 막기 위한 금융소비자보호법 3월 25일 시행 1일 금융위원회 등에 따르면 오는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이 오는 3월 25일부터 시행된다. 최근 사모펀드·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등에서 은행·증권사의 기만적 판매 행태 탓에 소비자가 큰 피해를 봤는데 법으로 이를 막겠다는 취지다. 핵심은 청약철회권과 위법계약해지요구권 등이다. 청약 철회권은 상품 계약 뒤 일정 기간 안에는 소비자가 자유롭게 해지할 수 있게 한 제도다. 현재는 투자자문업과 보험업에만 적용되고 있는데 앞으로는 대출성·보장성·투자성 등 모든 금융상품에 원칙적으로 적용된다. 대출성은 14일 내, 보장성은 15일 내, 투자성은 7일 내에 철회권을 행사해야 한다. 다만 투자성 상품은 비금전신탁계약, 고난도 펀드, 고난도 금전신탁계약, 고난도 투자일임계약에만 적용된다. 또 5년 내 계약의 위법성이 인정되면 재산상 불이익이 없도록 계약 해지가 가능한 위법계약해지요구권도 도입된다. ●법정 최고금리 올 하반기부터 20% 인하…착오송금 쉽게 돌려받는 길도 열려 금융회사가 현재 연 24%까지 받을 수 있는 법정 최고금리가 올 하반기부터 20%로 낮춰진다. 금융위원회는 20% 넘는 금리에 대출받은 차주(돈 빌린 사람)이 239만명(지난해 3월 기준)인데 이 가운데 87%인 208만명(14조 2000억원)의 이자 부담이 매년 4830억원 경감될 것으로 예상했다. 또 계좌번호, 수취 은행 등을 헷갈려 잘못 송금한 돈을 오는 7월부터는 예금보험공사(예보)의 도움으로 쉽게 돌려받을 수 있게 된다. 착오송금 반환지원 제도가 도입되기 때문이다. 현재는 착오 송금이 발생하면 송금자는 금융회사를 통해 계좌주에게 연락해 돌려달라고 요청할 수 있다. 하지만 반환 요청에 응하지 않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2019년에 15만 8000여건(3203억원)의 착오송금이 있었는데 절반 이상인 8만 2000여건(1540억원)은 돈을 돌려받지 못했다. 수취인이 받은 돈을 반환하지 않으면 송금인은 소송을 통해 돌려받을 수 있지만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들어 적은 금액일 때는 돌려받기를 포기하는 사례가 많았다. ●개인 공모주 청약 물량 확대…증권거래세도 낮춰져 투자 제도에도 변화가 생긴다. 개인 투자자가 기업공개 때 받을 수 있는 공모주 배정 물량이 현행보다 5%포인트 늘어난 최대 30%까지 늘어난다. 올해 공모주 청약 열풍 과정에서 개인 투자자가 배정받을 수 있는 물량이 너무 적다는 지적이 나오자 정부가 제도를 손봤다. 또 주식을 팔 때 적용되는 증권 거래세율이 올해부터 코스피는 0.1%에서 0.08%로, 코스닥은 0.25%에서 0.23%로 0.02%포인트씩 내려간다. 주식거래를 활성화하기 위한 조치다. 다만 코스피에만 있는 농어촌특별세율 0.15%는 그대로 유지된다. 2023년부터는 증권 거래세가 아예 없어진다. 또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에 국내 상장 주식을 담을 수 있게 되고 계약 기간도 종전 5년 이상에서 3년 이상으로 완화된다. 3000만명이 가입해 ‘제2의 건강보험’으로 불리는 실손의료보험 제도도 개편된다. 4세대 실손의료보험 상품이 출시되는데 비급여 의료 이용량에 따라 다음해 보험료 할인과 할증을 적용하며 보장내용 변경 주기도 5년으로 바뀌는 게 특징이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 [신춘문예 단편소설 당선작] 제주, 애도/윤치규

    [신춘문예 단편소설 당선작] 제주, 애도/윤치규

    그러니까 빙의가 될 거라고 했다. 무당이 바다에 빠져 죽은 넋을 건져 올릴 거라고. 정확히는 무당이 아니라 심방이었다. 제주도에서는 무당을 심방이라고 불렀다. 처음 그런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당연히 농담인 줄 알았다. 내가 아는 양 차장은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 굿을 한다니. 그것도 아는 사람도 아니고 억울하게 죽은 귀신을 위해 제사를 올린다니. 그건 아무리 생각해도 나로서는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제주도의 밤이 푸른 이유는 어둠 속에 귀신이 섞여서 그런 거야.” 바다 위에는 아주 작은 불빛도 떠 있지 않았다. 양 차장의 말과 정반대로 하늘은 어두웠고 바다는 그것보다 더 어두웠다. 아득히 먼 곳에서 파도만 끊임없이 밀려왔다. 파도는 내 발밑에서 잠시 반짝이다가 물거품이 되어 사라졌다. 그 지루한 반복을 지켜보면서 돌아갈 핑계를 찾았다. 억울하게 죽은 귀신보다 지금 내 처지가 더 분하고 답답했다. 도대체 난 무엇을 바라고 제주도까지 내려온 걸까? 양 차장이 이렇게 변해버린 줄 알았다면 아마 내려오지 않았을 것이다. “이따가 상주 역할 좀 맡아줄 수 있어?” “제가 그런 걸 어떻게 해요.” “왜 못해? 현충원에서 대표로 묵념하는 거랑 똑같은 거야.” 아무리 그래도 그런 일은 꺼림칙했다.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을 위해 상주를 맡으라니. 부모님이 멀쩡히 살아계신데 그런 역할을 맡아도 되는 건가? 만약 그게 예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해도 그런 경험은 전혀 해보고 싶지 않았다. 상주는 심방이 칼을 들고 춤을 출 때 그 앞에서 미안하다고 흐느끼며 대신 매를 맞아야 했다. 양 차장은 별거 아닌 것처럼 이야기했지만 딱히 그런 일을 자처해서 겪어보고 싶지는 않았다. 무엇보다 그럴 필요도 없었다. “그냥 한 번 해봐. 시늉만 해보는 거야.” “진짜 싫어요. 아무리 차장님 부탁이라고 해도 이건 아닌 것 같아요.” 남서쪽으로 내려오는 해안선을 따라 승합차 한 대가 전조등을 켜고 다가왔다. 승합차는 우리가 서 있는 곳을 지나 동쪽으로 향하다 문 닫은 어촌계 앞에서 차를 돌려 해변 뒤 주차장으로 내려왔다. 시동이 켜진 상태로 문이 열렸고 차 안에서 네 사람이 내렸다. 셋은 남자였고 한 명은 여자였다. 그들은 모두 한복 위에 두툼한 패딩점퍼를 걸치고 있었다. 어깨에 저마다 북과 장구, 징 같은 악기를 하나씩 짊어지고 서로 짝을 이뤄 무거운 상자를 옮겼다. 그들은 해변에 짐을 내려놓고 눈짓으로 인사했다. 잠시 주변을 둘러보다가 크기가 가장 큰 현무암 바위 앞에 모였다. 서로 손을 붙잡고 기도하듯 눈을 감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모래사장 위에 멍석이 깔리고 천막이 세워졌다. 멍석은 전통방식으로 짚을 엮어서 만든 것이었지만 천막은 철제 캐노피였다. 천막이 바람에 날아가지 않게 네 귀퉁이 위에 큼지막한 돌멩이를 올려놓고 고정끈을 단단하게 묶었다. 누가 지시하지 않아도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준비하는 모습이 다들 전문가처럼 보였다. 천막 안에는 여섯 칸짜리 병풍을 펼쳤다. 그 앞에 직사각형 밥상을 놓고 놋으로 된 제기 위에 청귤과 보리빵, 고기산적을 올렸다. 작은 반상 위로 소주도 한 병 보였다. 여자는 소주를 노란색 주전자에 붓고 빈 병은 멍석 바깥쪽에 두었다. 그사이 남자들은 바지 끝단을 걷어붙이고 바다로 향했다. 현무암 바위에 오색 줄을 두르는데 뒷부분이 물에 조금 잠겨 있었다. 그들은 발이 젖어도 신경 쓰지 않고 줄을 동여맸다. 오색 줄은 어느 한 곳도 느슨하거나 처진 곳 없이 단단하게 묶였다. 모든 준비가 끝나자 여자가 승합차로 돌아가 심방을 모셔왔다. 심방은 연세가 아주 많은 할머니였다. 흰색 고깔을 머리에 쓰고 붉은색 도복을 입고 있었다. 바람이 불어 겉옷 밑단으로 삐져나온 도복이 부산하게 펄럭였다. 머리에 쓴 고깔이 금방이라도 날아갈 것 같았다. 심방은 느리고 우아하게 한 걸음씩 바닷바람을 뚫고 걸었다. 한 걸음 한 걸음 천천히 발을 내딛는 모습이 묘한 경외감을 주었다. * 휴가도 아닌데 주말에 일부러 제주도까지 내려온 이유는 양 차장을 설득하기 위해서였다. 정기 인사를 앞두고 본부장이 새로 설립된 인도네시아 현지 법인의 총괄 책임자로 양 차장을 추천했다. 본부장은 나를 따로 불러 양 차장의 의중을 알아보라고 시켰다. 전화로도 충분히 물을 수 있었던 일을 주말에 직접 찾아오기까지 한 이유는 나 또한 누구보다 양 차장의 복귀를 바랐기 때문이었다. 양 차장은 마땅히 돌아와야 하는 사람이었다. 과수원 한가운데 귤 창고를 개조해 놓은 카페에서 양 차장을 만났다. 볕이 좋은 테라스에 앉아 청귤 라떼를 마시며 그동안의 안부를 물었다. 남편과 아들의 장례식 이후로 일 년 반 만이었다. 그래도 표정이 전보다 한결 나아졌다고 생각했다. 대화 중에 농담도 자주 섞었고 먼저 웃음을 보일 때도 있었다. 이제 어느 정도는 괜찮아진 사람처럼 보였다. 정말 아무렇지 않은 건 아니겠지만 적어도 그렇게 보일 수는 있게 된 것 같았다. “다시 돌아오셔야죠. 이렇게 한가로운 곳에서 경력 다 썩히기는 아깝잖아요.” “제주도는 안 바쁜 줄 아니? 여기도 정신없어. 오히려 그때보다 시간이 더 부족해.” “여기는 안 어울려요. 화려하게 복귀하셔야죠. 그 덕에 저도 승진 좀 하고요.” 일부러 추켜세워주려고 한 말이 아니라 양 차장의 경력은 은행 내에서도 독보적이었다. 영업점 경험은 기본이고 본부에서도 핵심 부서로 손꼽히는 자본시장부 출신이었다. 대리 때는 글로벌 인재로 선발되어 아이비리그에서 경영학 석사과정을 수료했고, 과장 때는 은행장의 비밀 장부라고 불리는 도쿄지점의 첫 여성 책임자로 발령받기도 했다. 이런 사람을 초임지 때 사수로 만난 건 내게 정말 큰 행운이었다. 실제로 아무 연줄도 없었던 내가 자본시장부에 들어갈 수 있었던 것은 양 차장의 추천 덕분이었다. “차장님 안 계시니까 저 완전 찬밥 됐어요. 승진도 벌써 몇 번째 밀리는지 몰라요.” “나 없어도 잘하잖아. 승진은 때가 되면 하게 될 거야.” “부사수를 끝까지 책임지셔야죠. 자꾸 이러시면 제가 제주도 따라옵니다.” 가족을 잃은 직후 양 차장은 은행을 그만두려고 했다. 그때도 설득하기 위해 제주도까지 내려온 사람은 나였다. 인사부가 먼저 고향에서 근무할 수 있게 배려해주었다. 전례 없는 특혜지만 그만큼 사고가 비극적이었다. 교통사고로 남편과 이제 막 초등학교를 졸업한 아들을 모두 잃었다. 한라산을 가로지르는 1139번 국도의 좁은 커브 길과 군데군데 얼어붙은 빙판, 그리고 중앙선을 침범한 트럭은 두 사람의 생명뿐만 아니라 양 차장의 미래까지도 한순간에 앗아갔다. “나 지금은 여기에서 꼭 해야 할 일이 있어. 나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야.” “어머니 따라서 귤 농사라도 이어받아요?” “그런 건 아니고. 궁금하면 너도 같이 가볼래?” 양 차장이 가방에서 팸플릿을 꺼냈다. 만장굴에 대한 안내 책자였다. 유네스코 삼관왕이라느니, 세계 7대 자연경관이라는 수식어가 큼지막하게 붙어 있었다. 접혀 있는 종이를 펼치니까 그 안에 동굴 속 사진이 여러 장 실려 있었다. 주석에는 이 동굴이 수십만년 전에 형성된 것으로서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규모의 화산 동굴이라고 적혀 있었다. 이게 다 뭐냐고 묻자 수줍게 치아를 내보이며 미소를 지었다. 고향을 잃은 사람에게 고향을 다시 돌려주는 사업이라고 설명했는데 그게 정확히 어떤 일인지는 알 수 없었다. “이런 일을 하면 마음이 좀 나아져요?” “그게 무슨 말이야?” “이런 게 좀 도움이 되시냐고요.” “너는 어떻게 그런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니?” 양 차장이 눈을 가늘게 뜨며 나를 노려봤다. 말해 놓고 보니 마음이 뜨끔했다. 미안하다고 사과하려다가 다시 입을 다물었다. 양 차장은 잘못했다는 말을 싫어했다. 그때 당시 신입이었던 내가 어떤 실수를 저지르면 고개를 숙이거나 반성하지 말고 어떻게 조치할 것인지 방안부터 제시하라고 다그쳤었다. 최선을 다했다고 변명하거나 죄송하다면서 울먹거리는 것은 아무 도움도 되지 않는다. 노력했어도 결과가 좋지 못하면 책임을 질 뿐이다. 책임에는 후회와 반성이 필요하지 않다. 죄송하다는 말은 자기 연민일 뿐 상황을 개선하지 않는다. 내 기억 속의 양 차장은 그런 말을 단호하게 내뱉는 사람이었다. “차장님 혹시 예전에 저한테 자주 했던 말 기억하세요?” “어떤 말? 너한테 맨날 그만두라고 했던 거밖에 기억 안 나는데.” “은행원답지 않게 너무 사연에 연연한다면서요. 특히 신용평가표 작성할 때마다 그랬잖아요. 은행원은 모든 것을 숫자로 말하고, 숫자에는 구구절절한 서사가 없다.” 지점에서 처음 업무를 배울 때 내가 가장 어려웠던 것은 취급자 의견을 작성하는 일이었다. 대출을 해줘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단계인데 이상하게 반려되거나 보류되는 경우가 많았다. 신입이 올린 평가여서 더 까다롭게 보기도 했겠지만, 그보다 핵심적인 이유는 내가 그 의견을 어떻게 작성해야 하는지 전혀 감을 잡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승인권자가 궁금해하는 건 차주가 어떤 곤란한 사정으로 어디에 쓰려고 돈을 빌리는지가 아니었다. 오직 담보와 소득, 매출액과 순수 자본 비율 등을 고려해 얼마나 보장받을 수 있는지, 어떻게 회수할 수 있는지에 대한 것이었다. 양 차장은 내게 서류를 검토할 때는 숫자만 정확히 산출하면 다른 것을 고민하지 말라고 충고했다. 고객마다 털어놓는 복잡하고 어려운 사정은 계산식 어디에도 들어가지 않는다고. 우리가 믿을 수 있는 것은 오직 매출액과 영업이익처럼 계량화할 수 있는 수치뿐이라고. 숫자가 나쁘면 대출은 진행될 수 없었다. 반대로 숫자가 좋으면 필요하지 않더라도 대출을 적극적으로 권유해야 했다. 반기별로 할당되는 이익 목표를 채우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한 기업이 아니라 돈을 갚을 수 있는 기업에 더 강하게 대출을 밀어줘야 했다. 그렇게 사정이 어려운 업체는 조금씩 제도권 밖으로 밀려나고 여건이 되는 업체는 기존의 대출을 유지하기 위해 쓸데없는 대출을 추가로 끌어안았다. 한번은 그런 방식에 의문을 품은 적이 있었다. 정말로 돈이 필요한 사람에게는 대출이 나갈 수 없고, 돈이 필요하지 않은 사람에게 억지로 대출을 밀어 넣는 일에 대해서. 당장 거래처에 문제가 생겨 대금을 회수하지 못하는 소기업 사장에게 고금리의 제2금융권을 소개해 일정 비율 원금을 변제시킨다거나, 여유 자금이 생겨 대출을 갚겠다는 사람을 내부 평가 기간에 맞춰 억지로 미루게 하는 일은 정상적이지 않았다. 하지만 양 차장은 그런 걸 정상이라고 말했다. 정말 조금도 망설이거나 주저하지 않고 그렇게 말했다. 은행이 자선단체는 아니잖아? 그 답은 간단하면서도 명료했다. 영리법인의 선과 정의는 이윤을 추구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확신에 차 있던 사람이 이제는 제주도에서 이런 짓을 벌이고 있었다. 자카르타마저 포기한 채로. 아무리 사람이 쉽게 변한다고 해도 이건 너무 무책임할 정도로 변해 버린 것 같아 솔직히 실망스러웠다. * 굿당에 도착한 심방이 멍석 위에 고무신을 벗어 앞코를 뒤집어 놓았다. 옷매무새를 천천히 매만지며 비뚤어진 고깔부터 버선까지 다시 한번 점검했다. 덧신을 신고 멍석 위에서 채비를 갖추자 여자가 흰색 술을 가져왔다. 가닥이 풍성하고 끝이 구불구불한 술이었다. 심방은 술 안에 손가락을 넣어 위에서 아래로 몇 번 쓸어내렸다. 꼬여 있던 술이 한 올씩 풀리자 신기하게도 바람이 거짓말처럼 잦아들었다. 심방은 노란 주발에 쌀을 가득 담았다. 놋그릇 안에 흰 쌀을 붓고 무명으로 감쌌다. 쌀이 쏟아지지 않게 끈으로 단단하게 묶고 그 밑에 머리빗 하나와 소주병을 같이 얽어맸다. 무명천 밑에 매달린 머리빗과 소주병이 부딪치면서 달그락 소리가 났다. 주변이 적막한 탓인지 그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 남자 중 한 명이 그걸 들고 바다로 향했다. 물에 잠긴 바위를 지나 더는 들어갈 수 없는 깊은 곳까지 걸었다. 달그락 소리는 무명천에 감싼 주발을 물속에 던져버리고 나서야 사라졌다. 바람이 그치자 파도의 기세도 한결 약해졌다. 여자가 소반을 들고 굿당에서 나왔다. 심방이 정해준 장소에 소반을 내려놓는데 제기 위에 있던 청귤 몇 개가 백사장 위에 떨어졌다. 여자는 그걸 주워 소매로 닦아 내게 하나 건넸다. 양 차장이 괜찮다는 듯 고개를 끄덕여 두 손으로 받기는 했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쥐고만 있었다. 청귤은 전체적으로 녹색이었고 군데군데 노란 빛을 띠었다. 껍질은 무르지 않아 아직 단단했다. 양 차장이 내 손바닥에 놓인 것 중에 알이 작은 것 하나를 집어 향을 맡았다. “이촌역 지점에 있었을 때 모셨던 지점장님 기억나?” “저랑은 악연이에요. 그분이 고과를 긁어놔서 지금도 승진을 못 하는 것 같아요.” “그래도 퇴직해서 그런지 얼굴이 좋아졌더라. 청귤청도 두 상자나 사 갔어.” 이촌역 지점을 떠올리면 가장 먼저 청귤 향이 떠올랐다. 양 차장의 어머니가 직접 담근 청귤청이 지점장실뿐만 아니라 창구에도 하나씩 놓였다. 청귤차라는 게 별것도 아닌데 고객에게 반응이 좋았다. 상담할 때면 새콤달콤한 향의 정체를 궁금해하는 사람이 많았다. 그 덕분에 고객에게 청귤차 한 잔을 내오는 건 이촌역 지점만의 특별한 서비스로 자리 잡았다. 달콤한 차는 금리나 신용처럼 민감한 이야기를 주고받을 때 확실히 효과가 있었다. 씁쓸한 커피나 떫은 차를 대접할 때보다 더 대화가 잘 풀렸다. 설명 듣는 시간이 길어져도 불만이 적었다. 가끔은 어떤 상품에 가입해야 청귤청을 사은품으로 얻을 수 있는지 물어보는 사람도 있었다. 그렇게 인기가 좋았던 청귤차가 지점에서 사라진 건 지점장과 양 차장이 언쟁을 한 이후부터였다. 두 사람이 다투게 된 원인은 내가 거절한 어떤 대출 때문이었다. 지점장은 자신의 친구라며 손님 한 명을 내게 소개해주었다. 직접 만나기도 전에 서류부터 건네는 게 처음부터 예감이 좋지 않았다. 그 고객이 신청한 대출은 서민구제금융 대출이었다. 재직만 확인된다면 신용등급을 따지지 않는 상품이었다. 취급하기에 그렇게 까다롭지는 않았다. 만약 돈을 갚지 못한다고 해도 국가기관에서 대신 갚는 담보 특약이 있어 부담이 적은 대출이었다. 다만 문제는 그 고객이 직장을 다니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내가 알아차려 버린 것이었다. 지점장이 준 서류는 위조된 것이었다. 자신이 아는 업체 사장에게 부탁해 용역회사에서 청소직으로 근무하는 것처럼 꾸몄다. 건강보험료까지 정식으로 내고 있어 서류만으로는 문제가 될 게 없었다. 내가 그게 위조라는 사실을 아예 몰랐다면 전혀 꺼릴 게 없었다. 하지만 이미 알아버린 이상 그대로 진행할 수는 없었다. 아무리 그 고객이 폐암 4기이며, 이미 너무 많은 종류의 항암제를 써서 더는 의료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치료밖에 남지 않은 상태라고 해도 나로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지점장님은 곧 퇴직하니까 상관없었던 거예요.” 재직 문제로 대출이 어렵다고 보고하자 지점장이 나를 따로 불러냈다. 그러면서 유연하게 처리할 방법이 없냐고 은근히 압박을 넣었다. 외부에서 감사가 나오더라도 서민구제금융은 그렇게까지 엄격하게 따져보지 않는다면서 다시 한번 판단해보라고 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서류에 도장을 찍고 처리하면 모든 것이 내 책임이 될 것 같았다. 이대로는 진행할 수 없어 사수였던 양 차장에게 도움을 청했다. 양 차장은 길길이 날뛰며 곧바로 지점장에게 따졌다. 지점장은 한 걸음 물러서며 내 자율에 맡긴 거라며 선을 그었다. 그 말은 결국 내게 양 차장을 따를지 자신을 따를지 결정하라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지점장이 나를 거칠게 몰아세웠다면 오히려 마음이 편했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보다 훨씬 더 능숙한 사람이었다. 지점장은 그 동기가 외환위기 때 어쩔 수 없이 그만둔 사람이고, 그가 그만두지 않았다면 어쩌면 자신이 그렇게 됐을 수도 있었다며 속사정을 털어놨다. 그러면서 내게 그런 걸 상상할 수 있겠냐고 물었다. 제비뽑기처럼 누군가는 잘리고 누군가는 살아남았던 시대를. 아무 잘못도 없이 운이 조금 나쁘다고 해서 그 사람이 평생 어떤 수모와 고통을 감내해야 했는지. 그런 말을 듣는 내내 조용히 입을 다물고 있었다. 딱히 대답할 수 있는 말이 아무것도 없었다. 그런 사정은 분명히 안타까웠지만 아무리 따져봐도 나와는 아무 관계도 없는 일 같았다. * 멍석 위에 앉은 남자들이 악기를 집었다. 서로 눈짓을 주고받으며 예행연습을 시작했다. 북채를 쥔 고수가 북을 두드리자 장고수가 장단을 더하며 합을 맞췄다. 징수는 징을 한 번 쳤다. 크고 웅장한 징소리가 먼바다까지 닿아 사라지면 다시 징을 쳤다. 심방은 징 소리에 맞춰 사방으로 허리를 굽혀 인사를 올렸다. 장고수의 박자가 조금 빨라지자 심방이 천천히 춤사위를 시작했다. 버선발을 높게 세우고 두 팔을 하늘로 뻗었다가 무릎을 굽히면서 다시 땅 밑으로 늘어뜨렸다. 제자리에서 낮게 뛰기도 하고 절을 하듯 허리를 굽히기도 했다. 춤사위는 아주 느렸다가 갑자기 속도가 붙었다. 횟수가 반복될수록 동작이 조금씩 격해지고 빨라졌다. 북과 장구의 박자도 그에 맞춰 더 급해졌다. 어둠 속에서 흰색 술은 선명하게 빛났다. 밤바다 앞에서 흰색 궤적을 그리며 허공 위에 흔들렸다. 징수가 채를 한 번 휘두르면 하늘로 치솟았고, 고수가 매화점을 두드리면 땅으로 떨어졌다. 그 잔상은 구천을 떠도는 도깨비불 같다가도 업을 풀고 승천하는 혼령처럼 보이기도 했다. 누군가를 부르면서도 내쫓는 것 같았고, 원망하면서도 그리워하는 것 같았다. 한참 동안 그 자국을 두 눈으로 좇다 보니 나도 모르게 넋이 나갈 것 같았다. 문득 정신을 차리고 보니까 주변에 사람이 늘어나 있었다. 뭔가에 홀린 것 같아 서둘러 돌아보는데 어쩐지 낯이 익었다. 자세히 보니 낮에 양 차장을 따라 만장굴에 갔을 때 만났던 사람들이었다. 한낮이었지만 만장굴 내부는 굉장히 어두웠다. 입구에서 계단을 내려갈 때만 해도 땅속으로 들어간다는 걸 실감하지 못할 정도였다. 동굴이니까 어두운 게 당연하지만 그래도 이렇게까지 어두운 줄은 몰랐다. 바닥에 설치된 조명은 박쥐 때문에 밝기를 제한하고 있었다. 굴의 내부는 좁고 어두워 천장에 매달린 종유석 같은 걸 조금만 구경하려고 해도 금방 뒷사람이 다가왔다. 바닥은 또 울퉁불퉁해서 자주 돌부리에 걸렸고 천장에서 떨어진 물이 군데군데 고여 신경 써서 걷지 않으면 미끄러질 수도 있었다. 양 차장이 인솔한 단체는 오사카 지역의 이쿠노구에서 온 재일 교포 상인회였다. 조센이치바라고 불리는 시장의 정식 명칭은 미유키모리 쇼오텡가였지만 일본에서는 코리아타운이나 조선 시장 같은 속칭으로 더 유명하다고 했다. 내가 처음 들어본다고 하자 일행 중 비교적 한국말이 유창한 어떤 노인이 자세하게 설명해주었다. 킨테츠선의 츠루하시역과 이마자토역 사이에 작은 강이 흐르는 다리를 건너면 조센이치바가 나온다고. 과거에 제주에서 일본으로 떠난 사람 대부분이 그 일대에서 자리를 잡았다고. 양 차장은 만장굴에서 가장 인기가 좋다는 거북바위 앞에서 일행을 모았다. 그곳에서 마이크를 켜고 거북바위와 해안동굴에 대한 설명을 잠깐 들려주었다. 노인과 함께 어깨를 맞대고 양 차장의 해설을 들었다. 바위는 위에서 내려다보면 그 모습이 제주도와 닮아 있었다. 가운데 볼록한 부분은 한라산이 솟은 것 같았고, 전체적인 윤곽도 해안선과 비슷했다. 바위의 아래쪽에는 유선이 아직 남아 있었다. 동굴 벽면에 그려진 것과 거의 같은 높이였다. 아마도 천장에 붙어 있던 암석이 떨어졌을 때 그만큼의 수위로 용암이 흐른 것 같았다. 용암에 잠긴 부분은 모두 쓸려갔지만, 윗부분만큼은 섬처럼 남은 것이다. “화산 동굴은 용암의 겉과 속이 식는 속도가 달라서 생깁니다. 겉은 식어서 단단하게 굳지만 속은 여전히 뜨거운 상태로 계속 흘러 이렇게 텅 비는 거예요.” 설명을 다 듣고 동굴 속을 걷는데 생각보다 길이 일찍 끝나버렸다. 조류에 휩쓸리듯 고개를 숙이고 바닥을 더듬거리며 앞으로 걷다 보니 어느 순간 공간이 넓어지고 조명이 환한 곳에 도착하게 되었다. 그곳에는 앉아서 쉴 수 있는 벤치도 있고 비상 전화기 같은 것도 설치되어 있었다. 우리는 무너진 천장에서 용암이 쏟아져 내려 생긴 근사한 돌기둥 앞에서 줄지어 사진을 찍었다. 그제야 뒷사람을 신경 쓰지 않고 겨우 유선과 종유석을 찬찬히 들여다볼 수 있게 되었는데 우습게도 그곳이 반환점이었다. 반환점에서 노인은 눈을 감고 벽에 귀를 가져다 댄 채로 한참 동안 움직이지 않았다. 용암 벽 너머로 무언가가 들리는 것처럼 두 손으로 귀를 모았다. 그의 표정은 지나치게 경직되어 있었다. 손주들이 포켓몬스터와 던전 같은 단어를 내뱉으며 신나게 뛰어노는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었다. 그는 한참이나 벽 안쪽의 소리를 들었다. 점자를 읽듯 조금씩 색이 다르고 층이 나누어진 선명한 가로줄을 하나하나 손으로 짚었다. 그는 그 벽 너머에 어렸을 때 들었던 소리가 선명하게 남아 있다고 했다. 그가 기억하는 것은 대낮의 호루라기 소리나 새벽녘의 군화 소리, 누군가가 끌려가며 질렀던 비명. 고막을 찢는 일방적인 사격 소리 같은 것들이었다. 기억이 청각으로만 남은 이유는 그런 일이 벌어질 때마다 누군가가 눈을 가려주었기 때문이었다. 노인은 그때 자신의 두 눈을 덮어주었던 주름진 손바닥에 대해 회상했다. 노인을 지켜준 손은 여러 명의 것이었다. 해변에서는 아버지였고 방안에서는 어머니였다. 마을이 불탔을 때는 삼촌이 되었다가 밀항선에 숨을 때는 이웃집 아저씨가 되기도 했다. 그는 산지항에서 무역선 배 밑창에 몸을 싣고 일본으로 오기 전까지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고 했다. 그게 너무 후회된다면서 벽에서 귀를 떼지 못하고 오랫동안 흐느꼈다. 관람이 다 끝나고 양 차장은 그들에게 기념품을 하나씩 나누어 주었다. 탁자 위에 장식용으로 두는 돌하르방이었다. 돌하르방은 겨울 모자를 눌러쓰고 양손을 가슴과 배 위에 올려놓았다. 돌하르방의 모습은 어쩐지 지점장의 친구였던 그 고객과 닮은 것처럼 보였다. 그 고객은 항암 치료 부작용으로 빠진 머리털을 가리려고 모자를 썼다. 스테로이드와 호르몬 약의 부작용으로 눈과 코가 부어올랐고 얼굴에는 검버섯이 가득했다. 그와 마주 앉은 것은 아주 잠깐뿐이었지만 그 인상은 오래도록 내 기억 속에 남았다. 눈을 감으면 지금도 얼마든지 떠올릴 수 있었다. * 본격적으로 굿판이 시작됐다. 구경하는 사람은 서로 대화도 나누지 않고 진지하게 제사를 지켜봤다. 낮에 본 노인은 맨발로 천막 안에 들어가 있었다. 나머지는 자리가 부족해 모래 위에 그대로 서 있었다. 나이가 어린 아이들은 하나같이 부모 뒤에 몸을 숨겼다. 처음 보는 낯선 풍경에 겁을 먹은 것 같았다. 붉은 도복에 흰 고깔을 쓴 심방이 무서운지 실눈을 뜨거나 아예 눈을 감아버린 아이도 있었다. 어떤 아이는 돌하르방을 손에 꽉 쥐고 있었다. 낮에 들은 설명 때문인 것 같았다. 양 차장은 마을마다 돌하르방을 세우는 목적이 복을 기원하는 게 아니라 화를 피하기 위한 것이라고 알려주었다. 심방의 옆에서 시중을 들던 여자가 직사각형의 종이를 조심스럽게 들고 왔다. 중간에 가짜 돈이 매달려 있고 위쪽이 삼각형으로 접혀 있는 종이였다. 여자는 그 종이를 심방의 등 뒤에 붙였다. 그러자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심방의 걸음걸이와 표정이 바뀌었다. 심방은 주위에 모인 모든 사람을 데리고 바다로 나가 짚으로 만든 인형을 내려놓았다. 파도는 작게 들이쳐 인형의 밑을 적셨다가 빠져나갔다. 인형에 수의를 입히고 염포로 단단하게 묶었다. 두꺼운 상자를 펼쳐 상여를 만들고 그 위에 인형을 시체처럼 올렸다. “인형에 염을 하고 나면 굿당 가운데 잠깐 앉아 있어 줘.” “저는 진짜 못하겠어요. 솔직히 이게 다 뭐 하는 건지도 잘 모르겠어요.” “나 대신한다고 생각해. 나도 그런 적 있었잖아.” 최후의 일격처럼 긴 파도가 뭍 안쪽으로 깊이 밀려들어 왔다. 파도는 양 차장의 운동화를 덮치고 용왕상까지 닿았다. 파도에 두 발이 다 젖었는데도 양 차장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운동화와 양말을 벗어 멍석 귀퉁이에 올려놓고 맨발로 모래를 밟고 섰다. 발이 시릴 텐데 아무렇지도 않은 것 같았다. 심방이 염포의 끝을 넉넉하게 잡고 내게 건넸다. 그걸로 상여를 굿당까지 끌고 오라는 것 같았다. 당황해서 멀뚱히 있자 양 차장이 등을 떠밀었다. 왜 내가 이런 일까지 맡아야 하는지 혼란스럽고 이상했다. 시키는 대로 일단 상여를 억지로 끌고 와 굿당 앞에 놓았다. 신발을 벗어 멍석 중앙에 앉아 무릎을 꿇었다. 그 사이 무아지경에 빠진 심방의 무용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무악은 요란해졌고 주변에 모인 사람들은 곡을 시작했다. 곡소리와 북소리가 절정에 닫자 심방은 도포 자락을 펄럭이며 제자리에서 뛰어올랐다. 한순간에 춤이 멈추고 심방이 내 앞에 우뚝 섰다. 흰색 술을 바닥에 내려놓고 댓가지를 꺾어 만든 기다란 회초리 묶음을 손에 쥐었다. 그리고 그걸로 내 등을 내리쳤다. 댓가지가 얇아서 아프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기분이 좋지 않았다. 한 대 두 대 맞을 때마다 도대체 내가 무슨 이유로 매를 맞아야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당장이라도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서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주위를 둘러보자 그곳에 모여 있던 사람들이 모두 조용히 흐느끼고 있었다. 지점장이 지시했던 대출은 결국 불가 판정을 내렸다. 내게는 지점장보다는 양 차장에게 잘 보이는 게 중요했다. 지점장은 의외로 순순히 받아들였다. 다만 그를 한 번이라도 직접 만나보고 다시 결정하라고 부탁했다. 그 고객이 직접 찾아온다고 해서 위조된 서류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그건 내 입으로 직접 거절의 뜻을 전하라는 의도였다. 자신이 맡기 싫은 역할을 내게 떠넘기는 짓이었다. 지점으로 찾아온 그 고객은 행색이 지나치게 초라했다. 오랫동안 고생한 사람에게서 느낄 수 있는 특유의 비굴함이 몸 전체에 배어 있었다. 그는 나를 계장님이라고 깍듯이 호칭했다. 의례적으로 묻는 말에도 변명하듯 눈치를 보며 둘러댔다. 차라리 선배라고 거들먹거리는 부류였다면 거절하기가 더 나았을 텐데. 이상하게도 대출이 어렵다는 말이 잘 떨어지지 않았다. 양 차장이 옆에서 지켜보고 있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그 자리에서 그를 칼같이 잘라내지 못했다. 그에게 대출이 거절되었다고 말한 사람은 양 차장이었다. 내가 우물쭈물하자 양 차장이 도와주려고 다가왔다. 양 차장은 그에게 친절하게 웃으며 자리를 옮겨 달라고 부탁했다. 그 고객은 그게 어떤 의미인지 알고 있는 것 같았다. 겨우 단 한 칸 옆으로 옮기는 것뿐이었지만 그를 비추고 있던 어떤 불빛 같은 게 꺼지는 것 같았다. 그는 내게 곤란하게 만들어서 미안하다고 한 번 더 사과했다. 창구에 앉아 그가 떠난 의자를 바라보면서 대화를 엿들었다. 대출이 안 되는 이유를 논리적으로 설명 듣는 동안 그는 계속 기침을 쏟았다. 입안이 바짝 말랐는지 마른 혀를 계속 다시는데도 양 차장은 능숙하게 키보드만 두드렸다. 그 일이 있고 난 뒤로 지점에서 청귤청은 완전히 사라져버렸다. 지점장이 자신의 집무실에 있던 것을 치우게 하자 창구에 놓였던 것도 자연스럽게 버려졌다. 그 외에는 딱히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 지점장과의 신경전도 끝났고 우려했던 인사 보복 같은 것도 전혀 없었다. 다만 나는 며칠 동안 악몽에 시달렸다. 아무도 없는 지점에 나와 그 고객이 단둘이 마주 앉아 있는 꿈이었다. 그 꿈은 지금도 가끔 꿀 때가 있었다. 꿈속에서 그 고객은 날 원망하지 않았다. 그저 내 앞에 앉아 기침을 쏟을 뿐이었다. 나 역시도 딱히 내가 잘못했다고 생각하진 않았다. 몇 번을 곱씹어도 그날의 결정은 옳은 일이었다. 다만 후회하는 것은 그때 내가 따뜻한 차 한 잔을 내오지 못한 것이었다. 야윈 목에서 쏟아지는 메마른 기침 소리를 들으면서도 그에게 청귤차 한 잔을 권하지 않았다. 아무리 잘못한 게 없더라도 그 정도는 할 수 있었을 텐데. “설운 어멍아 이런 변고가 어디 있수광. 구름 질로 바람 질로 고향산천 온 줄 모릅니까. 한 달을 그물고 두 달을 그물어도 경해도 원망하고 있수광. 이승에서 못한 것 저승에서 허쿠다. 잘들 삽서 하다하다 걱정말앙 잡들삽서. 살암시민 살암십서.” 심방이 백안을 뜨고 귀신에 씐 것처럼 여러 목소리를 냈다. 노인처럼 한탄하다가 아기처럼 울었고 남자처럼 화를 내다가 여자처럼 비명을 지르기도 했다. 그 앞에서 나는 고개를 숙이고 죄인처럼 엎드려 있었다. 양 차장은 두 손을 맞잡고 기도하듯 무언가를 빌었다. 나는 시킨 대로 고맙수다 라고 말하며 심방에게 절을 해봤다. 고맙수다, 고맙수다. 기계적으로 말을 반복할 뿐인데도 내가 진짜 상주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심방은 매질을 멈추고 제풀에 꺾인 듯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리고 멀리 바다를 바라봤다. 밤하늘은 여전히 별도 없이 캄캄했지만, 바다에 가까워질수록 그 밑이 아주 조금은 푸른 듯 보였다.
  • [인사] 한국무역보험공사, 보험개발원, 스포츠동아, 조선비즈

    ■ 한국무역보험공사 [승진] ◇ 부서장급 △ 기획조정실장 장진욱 △ 홍보부장 김정호 △ 국내보상채권부장 김원범 △ 제주지사장 홍오표 △ 인사부 부장대우 장규만 ◇ 팀장급 △ 급여후생팀장 김형진 △ 자금운용팀장 이완석 △ 사회적가치경영팀장 임수진 △ 영업기획팀장 김정탁 △ 회생지원팀장 이규형 △ 경남지사 책임심사역 박원균 [전보] ◇ 부서장급 △ 운영지원부장 박배희 △ 사회적가치혁신실장 류용웅 △ 단기보험총괄실장 이두원 △ 조사부장 장만익 △ 인프라금융부장 이태희△ 프로젝트구조개선부장 백승택 △ 리스크총괄실장 이경철 △법무준법부장 이일호 △ 감리부장 방종열 △ 경기남부지사장 유용중 △ 대전세종충남지사장 노태근 △ 강원지사장 송진성 △ 부산지사장 민경국 △ 대구경북지사장 정지현 △ 울산지사장 김종성 △ 광주전남지사장 윤찬태 ■ 보험개발원 ◇ 상무 승진 △ 손해보험부문장 오창환 ◇ 이사대우 승진 △ 기획관리부문장 배동한 ◇ 상무 보직이동 △ 자동차보험부문장 유지호 ◇ 부소장 보직이동 △ 자동차기술연구소 부소장 임주혁 ◇ 실·팀장 보직이동 △ 경영기획실장 조혜원 △ 조사국제협력팀장 홍성호 △ 자동차보험팀장 정태윤 △ 자동차보험통계팀장 장재일 △ 개인정보보호팀장 윤기열 △ 장기손해보험팀장 양경희 △ 실손의료보험팀장 문성연 △ IT기획보안팀장 박병철 △ IT개발팀장 엄기우 △ 정보서비스1팀장 윤영규 ■ 스포츠동아 △ 상무이사·편집국장 연제호 △ 상무이사 김상수 ■ 조선비즈 ◇ 임명 △ 영업전략팀장 변민성 ◇ 승진 △ 김명희 급 부장대우 △ 이보라 급 차장
  • ‘냉장고 속 아이’ 더이상 없으려면 보편적 출생등록제 도입하라

    ‘냉장고 속 아이’ 더이상 없으려면 보편적 출생등록제 도입하라

    두 달 전 유기견 한 마리를 입양했다. 큰 결단이 필요했다. 그런데 나만 결단하면 된다는 생각은 큰 착오였다. 강아지 입양조건이 여간 까다롭지 않았다. 한 생명과 함께하는 것은 큰 책임이 따르는 일임에도 강아지의 귀여움만 보고 데려갔다가 학대하거나 유기하는 일이 많아지면서 입양자의 조건을 엄격하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중에 눈길을 끈 제일의 조건은 강아지 이름과 소유자의 인적사항 정보 등이 담긴 인식전자칩을 강아지 몸속에 심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강아지 유기를 예방하고 강아지를 잃어버렸을 경우에 대비한다는 것이다. ‘강아지 인식칩’은 사람으로 치면 신분등록 즉, 출생신고와 유사한 것이다. 강아지 한 마리를 반려로 맞이할 때도 신분등록을 의무화하는데 태어난 우리 아이들이 이만 한 대접도 못 받는 현실이 떠올라 절로 한숨이 나왔다. ●아동학대·시신 유기 사건 끊이지 않아 2020년 11월 10일쯤 전남 여수에서 ‘엄마가 일곱 살, 두 살 아이를 방임하고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이는 사실로 확인돼 두 아이는 엄마로부터 분리돼 아동쉼터로 보내졌다. 두 아이 중 두 살 아이는 출생신고조차 돼 있지 않았다. 공식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아이였다. 문제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얼마 뒤 이웃 주민이 또 다른 아이가 있었다고 신고했다. 경찰이 집을 수색한 끝에 냉장고에서 생후 2개월 된 아이의 시체를 찾아냈다. 두 살 아이의 쌍둥이 남매였다. 2015년 인천에서는 친부와 계모에게 감금돼 학대받던 11세 여자아이가 집의 2층 세탁실에서 가스배관을 타고 탈출했다. 가게에서 과자를 훔쳐 먹던 아이를 발견한 가게 주인이 지나치게 마른 아이의 모습을 보고 경찰에 신고했다. 친부와 계모는 아동학대로 전격 구속됐다. 조사 결과 아이가 학교에 장기간 결석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아이가 오랫동안 결석하고 있었음에도 학교도, 지역사회 누구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은 것이다. 이 일로 전국 초등학교의 장기 결석자에 대한 전수조사가 실시됐고 중학교, 미취학 아동까지로 전수조사가 확대됐다. 이 과정에서 다수의 아동학대 또는 아동학대 의심 사례, 교육방임 사례가 확인됐다. 부천에서는 초등학생 아들을 폭행해 아이가 숨지자 시체를 훼손해 유기한 사건, 또 중학생 딸을 폭행해 숨지게 한 뒤 시체를 집안에 방치한 사건(백골 상태로 발견)이 수년 만에 밝혀졌다. 그나마 이 아이들은 출생신고를 해 그 존재를 세상에 알렸기에 비참하고 억울한 죽음과 죽음의 진실을 밝힐 수 있었다. 광주의 한 가정에서는 부모가 10명의 자녀 중 18세, 15세, 13세, 12세 등 4명의 아이에 대한 출생신고를 하지 않은 사실이 확인됐다. 아이들은 주민번호도 없고, 학교도 다니지 못했으며, 의료보험 혜택 등 아무런 사회보장 혜택도 받지 못한 채 존재하지만 누구의 눈에도 보이지 않는 유령으로 살아가고 있었다. ●출생신고 안 하면 죽음의 진실도 묻혀 2018년 3월에는 한 여성이 태어난 아이를 방치하다 사망에 이르게 한 뒤 시체를 유기했다고 자수했다. 그 여성은 2010년 10월 여자아이를 출산했다. 부부는 출생신고도, 예방접종도 하지 않는 등 아이를 방치했고, 결국 그해 12월 감염으로 추정되는 고열에 시달리다 사망했다. 부부는 서류상 존재하지 않는 아이가 사망하자 사망 사실을 알리지 않고 시체를 유기했다. 이 사실은 죄책감에 시달리던 엄마가 7년 만에 자수해 알려지게 됐다. 2020년 2월쯤에는 강원도 원주에서 20대 부부가 출생신고도 하지 않은 아이를 방치하다 사망에 이르자 시체를 암매장한 사실이 밝혀졌다. 20대 부부는 2016년 딸을 출산한 후 첫째 아들과 딸을 남겨 두고 자주 집을 비우다 결국 5개월된 딸이 사망했고, 시체를 인근 묘지에 암매장했다. 이후 이들은 셋째를 출산했지만, 출생신고도 하지 않은 채 방치하다 사망에 이르게 한 뒤 시체를 암매장했다. 이 사실은 다섯 살 첫째 아이에 대한 아동학대 혐의로 부부를 조사하던 중 첫째 아이의 진술로 밝혀졌다. 특히 다섯 살인 첫째 아이의 진술이 없었다면 셋째 아이의 출생과 죽음의 진실은 묻히고 말았을 것이다. 2012년부터 2018년까지 보건복지부가 국가아동학대정보시스템상 데이터를 기반으로 발표한 통계를 살펴보면 이 기간 학대로 사망한 아동은 157명인데 숨진 아동 중 1세 미만인 영아가 35.7%로 확인된다. 이는 출생신고 된 아동만이 잡힌 통계수치로 출생신고조차 되지 않아 확인할 수 없는 아동까지 고려하면 학대로 인해 사망에까지 이른 1세 미만 아동이 훨씬 더 많을 것임은 능히 짐작할 수 있다. ●출생신고 안 된 아이들 범죄에 노출 위험 출생 즉시, 그 출생 사실이 공적으로 등록되는 것은 위의 사례를 재론하지 않더라도 아동의 생사와 관련해 매우 중요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출생신고가 안 된 아이들은 세상에 존재하지만 서류상으로는 존재하지 않으므로 (살아남는다 해도) 법의 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인다. 필수적인 예방접종을 받지 못하고, 건강보험 혜택을 받지 못해 질병 또는 상해로 치료가 필요한 때에도 적절한 의료조치를 받기 어렵다. 아동수당 등의 복지혜택도 받지 못하며, 취학연령에 이르러도 학교에 다닐 수 없다. 출생기록이 없다 보니 유기, 불법입양, 인신매매 등의 범죄에 노출될 위험도 있다. 더 자라면 자신의 공식적 신분증명서가 없어 법정연령이 미달함에도 결혼을 하거나, 노동시장에 편입되거나, 군에 강제징집될 수 있다. 또한 범죄 혐의로 기소되는 경우 아동이 자신의 연령을 입증하지 못하는 탓에 성인과 동일하게 처벌되고 성인이 돼서는 사회부조 내지 공적 분야에서의 취업의 어려움을 겪으며 유권자로서의 권리도 인정받지 못하고, 여권도 발급받을 수 없다. 법원 역시 출생신고의 중요성을 알고 출생신고를 하지 않은 부모에게 “출생신고는 사회구성원으로서 교육, 보건의료, 사회보장 등 공적 서비스와 법적인 보호를 받을 수 있는 기본적이고 필수적인 요소이며, 아동의 정체성과 존재를 인정하여 사회 전반에 걸친 관심과 보호의 대상으로 편입하는 사회적 의미의 첫 관문으로 출생신고가 이루어지는 것은 아동에게 주어진 권리라고 할 것인데, 피고인이 피해아동에 대한 출생신고조차 하지 않고 피해아동을 돌보지 않아 피해아동이 기본적인 의료혜택조차 받지 못하도록 방임(2016. 6. 9. 선고 인천지방법원 2015고단6538)”했다면서 아동학대를 인정했다. 최근 대법원도 “아동에 대하여 국가가 출생신고를 받아주지 않거나 그 절차가 복잡하고 시간도 오래 걸려 출생신고를 받아 주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 결과가 발생한다면 이는 아동으로부터 사회적 신분을 취득할 기회를 박탈함으로써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 및 아동의 인격권을 침해하는 것이다’(2020. 6. 8. 선고2020스575 친생자출생신고를 위한 확인)”라고 하여 아동의 권리로서 출생등록될 권리를 인정했다. ●유엔, 한국 출생신고제 개선 촉구 이토록 중요한 출생신고가 누락되고, 많은 아이가 법의 사각지대에서 학대당하고 때론 죽어도 그 사실조차 밝힐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의 출생신고는 전적으로 부모에게 맡겨져 있다(가족관계등록법 제46조). 자녀의 출생신고를 하지 않은 부모에게는 과태료 5만원이 부과될 뿐이다. 부모의 선의에 전적으로 맡겨진 출생신고제도, 자녀가 출생하면 부모는 출생신고를 할 것이라는 당연한 믿음은 출생신고 되지 못하고 법의 사각지대에서 고통받는 수많은 아동의 존재를 외면한다. 아동학대사건이 발생하면 언론들은 학대를 저지른 부모를 악마화하기에 바쁘다. 악마가 아니고서야 그런 일을 저지를 리가 없다는 것이다. ‘나와 같은 평범한 사람들이라면 절대 그런 일을 저지르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은 우리를 안도하게 하지만, 아동학대사건의 70%가 친부모라는 점을 상기한다면 그들을 악마화하는 것만으로는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음을 금방 눈치챌 수 있을 것이다. 부모라면 당연히 자녀의 출생신고를 할 것이라는 순진한 믿음으로는 아이들을 구하지 못한다. 부모의 선의에 의존하는 한국 출생신고제의 문제점에 대해 시민사회는 오랫동안 지적해 왔고, 2017년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도 이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출생신고제도의 개선을 촉구했다. 인권위는 출생아동의 98.7%가 병원에서 출생하는 점에 주목해, 아동의 출산을 담당하는 의사 및 조산사 등이 국가기관에 출생을 통보할 의무를 부여하도록 법 개정을 권고했다. 영국, 미국, 캐나다,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 많은 나라가 병원의 출생통보제를 채택하고 있다. 또한 2011년 유엔아동권리위원회가 한국에 “협약의 제7조(출생 즉시 등록될 권리, 친생부모를 알권리 등)에 합치되도록 부모의 법적 지위나 출신에 상관없이 모든 아동에 대한 조치를 취할 것을 대한민국에 촉구한다. 또한 대한민국이 이러한 과정에서 출생신고에 아동의 생물학적 부모가 정확히 명시되도록 보장하고 이를 확인하도록 촉구”한 이래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2012년, 2019년), 자유권규약위원회(2015년), 사회권규약위원회(2017년), 여성차별철폐위원회(2018년) 등에서도 지속적으로 제도 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정부, 보편적 출생등록제 공허한 약속만 이렇게 절실하게 도입이 요구되는 제도인데도, 돈이 든다, 어른들의 삶이 복잡해진다, 의료기관에 과도한 책임을 떠넘긴다 등등의 사정을 내세워 한국의 출생신고제도는 좀처럼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 그러다가 출생신고조차 되지 못한 아이의 시체가 냉장고에서 발견되는 강력 사건이라도 터지면 제도가 문제라며 당장이라도 개선하라며 여론이 들끓는 일이 반복된다.2019년 정부는 ‘포용국가 아동정책’에서 누락 없는 출생등록제 도입을 공언했다. 법무부는 외국아동출생등록제에 관해 2019년 ‘유엔인종차별철폐위원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외국인 출생등록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법무부 산하 ‘포용적 가족문화를 위한 법제개선위원회’는 올해 5월 8일 출생통보제의 신속한 도입을 권고했고,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화사회위원회는 지난 15일에야 출생통보제 도입을 발표했다. 그러나 실현되지 못한 반복된 약속들은 공허할 뿐이다. 우리는 얼마나 또 차가운 냉장고 속에서, 꽁꽁 언 땅에서 존재했으나 존재하지 않았던 아이들의 주검을 마주해야 하는가. 더이상 약속은 필요 없다. 당장 도입하라. 출생통보제! 이 땅에서 태어난 단 하나의 아이도 놓치지 않도록 당장 도입하라. 보편적 출생등록제를! 김수정 민변 아동인권위원회·법무법인 지향 변호사 ■ 김수정 사시 40회로 국가인권위원회 아동인권전문위원, 법무부 여성아동정책심의위원회 위원, 서울시 인권위원회 위원이다. 저서로 ‘아주 오래된 유죄’(2020)가 있다.
  • ‘文케어’ 덕 본 실손보험?… “지급 보험금 2.4% 줄어”

    ‘文케어’ 덕 본 실손보험?… “지급 보험금 2.4% 줄어”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하는 ‘문재인 케어’ 덕에 실손의료보험(실손보험) 지급금이 2.42%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예전에는 건강보험이 보장해 주지 않던 비급여 항목이 급여 항목으로 전환되면서 실손보험을 판 보험업체들이 반사이익을 얻었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를 근거로 내년도 실손보험료 인상 폭을 합리적 수준에서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세웠다. ●정부 “내년 보험료 인상폭 줄인 근거” 보건복지부와 금융위원회는 24일 연 공·사보험 정책협의체 영상 회의에서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산출한 실손보험 지급 감소 효과를 밝혔다. 정부는 2018년에도 실손보험 반사이익을 산출했었는데 당시에는 지급 감소 효과가 0.60%였다는 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표본자료의 대표성과 조사 시점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에 따라 재산출했다. KDI는 이번에 실손보험 가입자 정보와 건강보험 청구자료를 모두 연계하고 최신 의료이용 현황도 종합 반영, 분석해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덕에 실손보험 지급이 2.42% 줄어들었다는 결과를 얻었다. 비급여 항목이던 하복부·비뇨기계·남성생식기 초음파, 뇌혈관·두경부 자기공명영상(MRI)검사, 수면다원검사 등이 건강보험 혜택을 받게 된 데 따른 결과다. 금융위원회는 이런 결과를 토대로 지난 22일 보험업계에 내년도 실손보험금 평균 인상률을 10~11% 정도로 하라는 의견을 전달했다. 보험업계가 요구한 평균 21% 인상의 절반 수준이다. ●“공보험·사보험 연계” 공동시행령 제정키로 복지부와 금융위는 공보험과 사보험의 연계를 위해 보험업법 및 건강보험법을 일부 개정하고 공동시행령을 제정하기로 했다. ‘복지부·금융위 공동 공사 의료보험연계위원회’를 설치하고 실태조사와 위원회 심의를 거쳐 제도 개선에 관한 권고 및 의견 제시를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공보험과 사보험이 서로 보완해 주는 성격이 있기에 실태 등을 정확히 알아보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비급여 현황 등 종합대책 마련안 발표도 복지부는 이날 회의에서 비급여관리강화 종합대책 수립계획도 보고했다. 종합대책에는 비급여 현황을 파악·분석하기 위해 비급여 분류를 체계화하고 비급여 결정 후 평가과정 등 관리 체계를 마련하는 내용이 담길 예정이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 금융위 제동에… 내년 실손보험료 10%대 인상 가닥

    내년 실손의료보험(실손보험)료가 10%대로 인상될 전망이다. 2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전날 실손보험료 인상률 의견을 각 사에 비공식으로 전달했다. 금융위는 2009년 10월부터 2017년 3월까지 판매된 ‘표준화 실손보험’에 대해 각 사가 요구한 인상률의 60% 수준을, 2009년 10월 이전에 팔린 ‘구실손보험’에 대해서는 80%를 반영하도록 했다. 2017년 4월 도입된 ‘착한 실손보험’은 보험료를 동결해 달라고 했다. 금융위 의견이 반영되면 보험사마다 차이는 있지만 구실손보험은 10%대 후반, 표준화 실손보험은 10%대 초반으로 보험료가 오를 것으로 보인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료 인상률은 각 사 자율이지만 매년 금융위 지침대로 인상률이 적용돼 왔기 때문에 내년 역시 금융위 방안대로 인상될 것 같다”고 말했다. 보험업계는 올해 위험손해율이 130%를 넘을 것으로 보고 내년 보험료 인상률을 법정 상한선(25%)까지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위험손해율은 계약자가 납입한 보험료에서 사업운영비를 뺀 위험보험료에 대한 보험금 지급액 비율을 말한다. 위험손해율이 100%를 넘으면 가입자가 낸 돈보다 보험금으로 타 가는 돈이 더 많다는 얘기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금융위 제동에… 내년 실손보험료 10%대 인상 가닥

    내년 실손의료보험(실손보험)료가 10%대로 인상될 전망이다. 2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전날 금융위원회는 실손보험료 인상률 의견을 각사에 비공식 문서로 전달했다. 금융위는 2009년 10월부터 2017년 3월까지 판매된 ‘표준화 실손보험’에 대해서 각사가 요구한 인상률의 60% 수준을, 2009년 10월 이전에 팔린 ‘구실손보험’에 대해서는 80%를 반영하도록 했다. 2017년 4월 도입된 ‘착한 실손보험’은 보험료를 동결해 달라고 했다. 금융위 의견이 반영된다면 보험사마다 차이는 있지만 구실손보험은 10%대 후반, 표준화 실손보험은 10%대 초반으로 보험료가 오를 것으로 보인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료 인상률은 각 사 자율이지만 매년 금융위 지침대로 인상률이 적용돼 왔기 때문에 내년 역시 금융위 방안대로 인상될 것 같다”고 말했다. 보험업계는 올해 위험손해율이 130%를 넘을 것으로 보고 내년 보험료 인상률을 법정 상한선(25%)까지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위험손해율은 계약자가 납입한 보험료에서 사업운영비를 뺀 위험보험료에 대한 보험금 지급액 비율을 말한다. 위험손해율이 100%를 넘으면 가입자가 낸 돈보다 보험금으로 타가는 돈이 더 많다는 얘기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Q&A]작년과 달라진 연말정산…“배우자 출산휴가 급여 비과세”

    [Q&A]작년과 달라진 연말정산…“배우자 출산휴가 급여 비과세”

    국세청 ‘2020년 연말정산 종합안내’ 내년 2월까지 모든 근로자가 마무리해야 하는 올해분 연말정산에선 신용카드 소득공제액이 최대 330만원까지 확대된다. 배우자 출산휴가 급여도 올해부터 비과세를 적용받을 수 있다. 서울신문은 국세청이 23일 발표한 2020년 연말정산 종합안내 관련 주요 내용과 궁금한 점을 일문일답으로 정리했다.-지난해 연말정산과 달라진 내용은?“우선 국세청이 직접 수집하기 때문에 별도로 입력하지 않아도 되는 ‘간소화자료’ 대상이 확대됐다. 실손의료보험급 수령액, 공공임대주택 월세액, 안경구입비, 그리고 코로나19 재난지원금 기부액은 자동으로 간소화자료로 제공된다. 올해 3월부터 7월까지 신용카드 등 사용분에 대한 소득공제율이 최대 80%까지 확대하고, 공제한도액도 30만원씩 확대돼 총급여액 7000만원 이하 기준으로 330만원까지 공제받을 수 있다. 또한 노후대비가 필요한 50세 이상 국민을 위해 세액공제 대상 연금계좌 납입한도를 3년간 한시적으로 상향 조정하기로 했다.” -새로 추가된 과세제외 혹은 비과세 내용이 있다면?“올해 1월 1일부터 지급받은 배우자 출산휴가 급여는 비과세 근로소득에 해당해 총급여액에 포함되지 않는다. 중소기업 종업원이 주택의 구입자금이나 임차자금을 저리 또는 무상으로 대여받아 생겨난 이익은 과세제외 대상으로 처리된다.” -시골에 거주하는 부모님에 대해 기본공제를 받을 수 있나?“주거 형편상 따로 거주하지만 실제로 부양을 하고 있고, 다른 형제자매가 부모님에 대해 기본공제를 받고 있지 않으며, 소득요건(소득금액 100만원 이하)과 나이요건(60세 이상)을 충족하면 기본공제를 받을 수 있다. 장인·장모도 똑같이 적용된다.” -올해 이혼을 했다. 배우자에 대한 기본공제를 받을 수 있나?“과세연도 중에 이혼한 배우자에 대해선 기본공제를 받을 수 없다. 다만 배우자가 사망한 경우는 소득요건을 충족하면 기본공제를 적용받을 수 있다.”-월세를 살고 있는 직장인이다. 월세액은 모두 세액공제가 되나?“과세기간 종료일인 12월 31일 기준으로 무주택 세대의 세대주로서, 해당 과세기간의 총급여액이 7000만원 이하인 근로자가 일정 기준 이하(국민주택규모 이하 또는 기준시가 3억원 이하)의 주택을 임차하고 있다면 월세액을 세액공제 받을 수 있다. 단, 임대차 계약증서상 주소지와 주민등록등본상 주소지가 같아야 한다.” -신용카드 등으로 결제했을 때 중복 공제를 받을 수 있는 항목은?“의료비, 교복 구입비, 취학 전 아동 학원비는 신용카드 등으로 지출하는 경우에 ‘의료비·교육비 세액공제’와 ‘신용카드 등 소득공제’를 중복으로 받을 수 있다. 단, 취학아동의 학원비나 보장성 보험료는 중복공제가 불가능하다.” -중소기업 취업자는 모두 소득게 감면을 적용받을 수 있나?“아니다. 중소기업기본법에 해당하는 회사에 취업했다 해도 조세특례제한법 시행령으로 정하는 기업만 감면이 적용된다. 대표적으로 금융·보험업, 병원 등 보건업, 법무법인이나 회계법인 등 전문서비스업 등은 대상이 아니다.” 세종 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
  • 정지원 신임 손보협회장 오늘 취임

    정지원 신임 손보협회장 오늘 취임

    정지원(58) 신임 손해보험협회장이 23일 공식 취임한다. 행정고시 27회로 금융위원회 상임위원과 한국증권금융 대표, 한국거래소 이사장 등을 거쳤다. 정 회장은 미리 배포한 취임사에서 “무엇보다 실손의료보험과 자동차보험의 정상화가 필요하다”며 “선량한 보험 가입자의 피해를 막으려면 불필요하게 새는 보험금을 적극적으로 차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국회 앞 난항 또… 왜

    진료 후 병원에서 곧바로 실손의료보험(실손보험)금을 전산 청구할 수 있도록 한 간소화 서비스가 21대 국회에서도 난항을 겪고 있다. 여야 의원들이 한목소리로 “신중할 필요가 있다”며 조심스러워했다. 14일 국회회의록 시스템에 공개된 지난 2일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 속기록을 보면 금융위원회와 여야 의원들이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놓고 정면충돌했다. 더불어민주당 고용진 의원과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이 각각 대표 발의한 보험업법 일부 개정안은 보험 계약자가 보험금 청구를 위한 서류를 병원으로부터 직접 발급받아 보험사에 제출하는 번거로움을 줄이기 위해 요양기관이 관련 서류를 보험사에 바로 제출하도록 했다. 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에 서류 전송 업무를 위탁했다. 이에 대해 의료계는 심평원이 향후 건강보험 대상이 아닌 비급여 의료비용을 통제하는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거세게 반대하고 있다. 지난 2일 법안소위에서 개정안을 심사하면서 금융위는 보험 계약자의 편의성을 강조했다. 도규상 금융위 부위원장은 “2009년 국민권익위원회에서 제도 개선을 권고한 이후 10년 이상 해결하지 못한 묵은 과제”라며 “소액의 경우 실손보험 청구를 잘 안 하는데 이런 청구가 훨씬 원활히 손쉽게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자 여야 의원들은 “보험업계와 의료계의 이해관계가 충돌하고 있다”며 금융위의 찬성 의견에 선을 그었다. 국민의힘 김희곤 의원은 “의사업계도 그렇고 보험업계도 그렇고 자기들이 이익이 될 만한 것을 거꾸로 포기하는 듯이 주장하고 있어 그 이유가 뭔지 의심이 간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민형배 의원도 “의료행위를 한 사람들이 보험을 청구하도록 하는 행위인데 국가가 그렇게 강제할 수 있는 근거가 없는데도 하면 폭력적인 악법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도 부위원장은 “현재 자동차보험은 개정안에 있는 그 내용대로 똑같이 시행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러자 국민의힘 성일종 의원은 “제3자가 법으로 강제해 보내게 하는 점과 그에 따르는 수수료 발생 부분은 고민을 해야 한다”고 우려했다. 민주당 이용우 의원은 “이 문제의 핵심은 의료제도 전반에 대한 신뢰가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에 (실손보험금 청구 간소화 논의가) 나아가지 못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법안은 추후 논의를 계속하기로 했지만 진전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무위 관계자는 “한 번 미뤄진 법안은 각 당 간사들이 밀어붙이지 않는 한 재논의가 어렵다”고 말했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文케어’ 풍선효과?… 내년 실손보험료 최대 20% 오를 수도

    ‘文케어’ 풍선효과?… 내년 실손보험료 최대 20% 오를 수도

    보험업계가 내년부터 실손의료보험(실손보험)료 최대 20%대 인상을 추진한다. 국민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진료에 대한 보험금 지급이 늘면서 보험사의 실손보험 손실이 커진 게 가장 큰 원인이다.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인 ‘문재인 케어’의 풍선 효과가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1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보험사는 내년 1월 실손보험 갱신을 앞둔 가입자들에게 보험료 예상 인상률을 알리는 상품 안내문을 최근 발송했다. 발송 대상은 2009년 10월 판매를 시작한 표준화 상품과 2017년 4월 출시된 착한 실손 상품 가입자 가운데 내년 1월 갱신을 앞둔 가입자들이다. 표준화 상품 이전 실손보험 가입자의 갱신 시기는 내년 4월로 이번 안내 대상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보험사마다 자체 손해율을 기초로 인상 수준을 결정하기 때문에 각 사마다 차이는 있지만 최대 20%대 보험료가 인상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 상반기 실손보험의 위험손해율이 131.7%로 전년 동기 대비 2.6% 포인트 증가해 1조 4000억원 규모의 위험손실액이 발생했다. 이 추세가 하반기까지 이어지면 법정 인상률 상한(25%) 수준까지 올려야 적자를 막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위험손해율은 계약자가 납입한 보험료에서 사업운영비를 뺀 위험보험료에 대한 보험금 지급액 비율을 가리킨다. 위험손해율이 100%를 넘으면 가입자가 낸 돈보다 보험금으로 타간 돈이 더 많다는 의미다. 이처럼 위험손해율이 증가한 데는 도수치료와 다초점 백내장 수술 등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진료가 증가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보험연구원이 지난 7일 발표한 ‘실손의료보험 청구 특징과 과제’ 보고서에서 상반기 병의원의 실손보험 비급여 진료 청구금액은 1조 1530억원으로 2017년 상반기(6417억원)보다 79.7%나 증가했다고 밝혔다. 정성희 연구위원은 “일부 소수의 과다 의료 이용으로 의료를 전혀 이용하지 않았거나 꼭 필요한 의료 이용을 한 대다수의 가입자에게 보험료 부담이 전가된다”며 “소수의 불필요한 과다 의료 이용은 실손보험의 손해율 악화 원인일 뿐만 아니라 건보 재정 부담으로도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케어로 건보 적용이 확대되면 실손보험의 보험금 지출이 줄어들 것으로 봤지만 오히려 반대 상황이 나온 셈이다. 병의원들이 새로운 비급여 진료항목을 만들어 과잉 진료를 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만 보험업계의 인상 추진이 그대로 이뤄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보험사는 지난해에도 20%대 인상에 나섰지만 금융당국의 반대로 9% 인상에 그쳤다. 가입자의 절반 이상이 보험금을 한 푼도 청구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업계의 일방적 인상을 받아들이기란 어렵다. 오는 18일 예정된 공사보험 정책협의회 연구결과 발표에 따라 금융당국이 이번에도 20%대 인상에 제동을 걸 것으로 보인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허리 삐었다고 824번 병원 진료? 내년 7월 실손보험료 4배 오른다

    허리 삐었다고 824번 병원 진료? 내년 7월 실손보험료 4배 오른다

    비급여 청구액 年300만원 이상땐 할증1년간 보험금 안 탄 가입자는 5% 할인취약층 위해 암·심장질환은 적용 안 해“신규 가입자 적용… 보험료 내려갈 것”60대 여성 A씨는 지난 한 해 동안 병원 외래 진료를 824번이나 받았다. 암 같은 중증질환 때문이 아니었다. 위염을 호소하거나 허리가 삐었다는 정도의 증상이었다. 병원비 걱정은 없었다. 실손보험금 때문이다. 그가 보험사로부터 1년간 타간 실손보험금은 약 2986만원이었다. 3800만명이 가입한 실손의료보험 체계가 크게 바뀐다. 비급여 치료비(의료보험 혜택을 못 받는 치료비)를 많이 쓴 사람에게는 보험료를 더 받고, 안 쓴 사람에게는 할인해 줘 A씨 같은 사례를 막겠다는 게 핵심 내용이다. 금융위원회는 9일 이런 내용의 ‘4세대 실손보험 개편 방안’을 발표했다. 병원을 많이 찾는 상위 10%가 전체 보험금의 56.8%를 타가는 등 일부의 ‘의료 과소비’ 탓에 전체 보험료가 오르는 부작용을 개선하겠다는 취지다. 금융위는 보험료 상승의 주원인이 비급여 진료에 있다고 보고 비급여를 특약으로 분리하고 이와 연계한 보험료 차등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지금은 주계약에서 급여와 비급여를 포괄적으로 보장해 주되 도수치료·체외충격파, 비급여 주사 등 과다 이용 소지가 큰 항목만 특약에 가입해야 보장해 주고 있다. 새 실손보험은 비급여 보험금 청구량에 따라 보험 가입자를 5등급으로 나눠 보험료를 할증하거나 할인해 준다. 이에 따라 갱신 전 12개월 동안 비급여 보험금을 전혀 지급받지 않은 가입자는 보험료를 5% 할인해 주고 비급여 청구액이 연간 300만원 이상인 가입자는 보험료가 4배로 오른다. 또 보험지급금이 100만원 미만이면 보험료가 유지된다. 다만 의료취약계층의 의료 접근성을 제한하지 않도록 암 질환, 심장질환자 등에게는 차등 보험료제를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금융위에 따르면 실손보험 가입자의 72.9%는 1년 내내 한 번도 비급여 보험금을 지급받지 않는 반면 가입자의 0.3%가 300만원 이상을 타간다. 이런 구조를 감안할 때 새 실손보험이 도입되면 가입자 대부분은 할인 혜택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보험금 지급 이력은 1년마다 초기화된다. 4세대 실손보험 상품의 자기부담금과 통원 공제금액은 기존보다 올라간다. 병원비에서 본인이 내야 하는 자기부담금은 현재 급여의 경우 10∼20%, 비급여는 20%인데 앞으로는 급여 20%, 비급여 30%로 높아진다. 외래 1만∼2만원, 처방 8000원인 통원 공제금액은 앞으로 급여 1만원(상급·종합병원은 2만원), 비급여 3만원으로 바뀐다. 이를 통해 보험료는 기존보다 대폭 낮아진다고 금융 당국은 설명했다. 2017년 이후 판매된 3세대 실손보험에 비하면 약 10%, 2009년부터 2017년 3월까지 판매된 2세대 표준화 실손에 비하면 약 50%, 표준화 이전 1세대 실손에 비하면 약 70% 정도 보험료가 내려간다. 개편 상품은 관련 규정 개정을 거쳐 내년 7월 출시된다. 보험료 차등제는 새로 출시되는 상품의 신규 가입자에게만 적용된다. 다만 기존 가입자도 원한다면 새 상품으로 간편하게 전환하는 절차도 마련할 예정이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 코로나로 병원 덜 가는데…실손보험 손실 2조원 ‘미스터리’

    코로나로 병원 덜 가는데…실손보험 손실 2조원 ‘미스터리’

    “의료이용 많은 소수 인원이 원인” 지목올해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병원 이용이 감소했지만 실손의료보험(실손보험) 보험금 지출은 두 자릿수 증가율을 보여 원인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6일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3분기까지 손해보험업계의 실손보험 보험금 지급액(발생손해액)은 7조 4745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발생손해액 6조 7500억원보다 무려 10.7% 증가했다. 가입자가 낸 보험료에서 영업·운영비용을 제외한 ‘위험보험료’에서 발생손해액을 뺀 금액인 ‘손실액’은 지난해 3분기 말 1조 5921억원에서 올해 3분기 말 1조 7383억원으로 급증했다. 이런 추세가 이어진다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손해보험업계에서만 실손보험으로 2조원 넘는 손실을 기록할 것이 확실시된다. 국민건강보험 보장성이 확대되고 올해는 코로나19 외에는 의료기관 이용이 줄었을 것으로 예측됐지만, 실제로는 지난해에 이어 대규모 손실로 이어진 것이다. 전문가들은 실손보험에서 대규모 손실이 일어난 것은 의료기관의 ‘도수치료’ 등 건강보험 미적용 진료가 빠르게 늘고 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특히 1년에 수백회씩 진료를 받을 정도로 의료 이용량이 많은 소수 가입자가 핵심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이날 공개된 보험연구원 간행물 ‘KIRI 리포트’에 실린 ‘실손의료보험 청구 특징과 과제’ 보고서를 보면 전체 가입자 중 연간 입원비 100만원 이상을 청구하는 가입자는 2~3%에 불과하다. 95%는 입원비를 아예 청구하지 않거나 청구금액이 연간 50만원 이하 구간에 속했다. 외래 진료도 9%가량이 연간 30만원 이상을 청구하고, 80% 이상은 10만원 미만을 청구하거나 한 번도 청구하지 않았다. 보고서를 작성한 정성희 연구위원과 문혜정 연구원은 “실손보험 청구의 특징은 의원급 비급여 진료 증가와 특정 진료과목 집중 현상, 소수 가입자에 편중된 이용으로 요약된다”며 “이에 따라 대다수 실손보험 가입자에게 보험료 부담이 전가된다”고 지적했다. 실손보험 손해율 악화로 보험료는 갱신 때마다 대폭 인상되고, 고령자를 받아주지 않는 보험사도 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현재 상태로는 실손보험이 유지될 수 없다고 판단, 이번 주 비급여 의료 이용량에 따라 보험료를 차등화하는 ‘4세대’ 실손보험의 구조를 발표할 예정이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처방약 배달해 드려요” ‘온라인 약국’ 연 아마존

    “처방약 배달해 드려요” ‘온라인 약국’ 연 아마존

    미국 아마존이 온라인 약국 사업에 뛰어들었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마존의 가세로 3000억 달러(약 332조원) 규모의 미국 약국시장에 지각변동이 일어날 전망이다. 특히 비대면 코로나 시대를 맞아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은 만큼 아마존의 약국 시장 진출은 적기에 이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보험 적용·합법적 처방전 판별 시스템 갖춰 미 경제매체 CNBC방송 등에 따르면 아마존은 17일(현지시간) ‘아마존 파머시(Phramacy)’ 서비스를 새롭게 선보였다. 소비자들이 온라인으로 처방전 등을 보내면 집에서 배송받는 서비스다. 아마존 파머시에선 처방약과 일반 의약품 등을 취급하며 합성 마취제인 오피오이드 같은 통제 약물, 비타민과 보충제는 해당되지 않는다. 의약품 가격을 미리 비교하거나 결제 때 보험 적용 여부를 선택할 수 있고, 복제약품은 최대 80%까지 할인받을 수 있다. 처음 주문할 때엔 생년월일과 성별, 임신 여부 등과 관련한 정보를 입력해야 한다. 그다음 의사가 처방전을 직접 애플리케이션(앱)에 올리거나 환자가 CVS헬스 등에 입력했던 기존 처방전을 이전하면 구매단계로 넘어간다. 약품과 관련한 정보는 온라인 셀프서비스 또는 전화로 약사에게 직접 문의할 수도 있다. 아마존의 프라임 회원에게는 무료로 배송해 준다. 하와이·일리노이·미네소타주 등을 제외한 45개 주에 거주하는 18세 이상 성인 회원들이 서비스 대상이며 제외된 5개 주도 조만간 추가할 계획이다. 환자가 아닌 의사가 처방전을 직접 아마존 파머시에 보낼 수도 있다. 아마존은 “의사가 합법적으로 처방전을 주문한 것인지, 사기는 아닌지 등을 검증할 수 있는 자체 시스템과 도구를 갖췄다”고 설명했다. 아마존의 약국 서비스가 가능한 것은 아마존이 2018년 온라인 약국 ‘필팩’을 7억 5300만 달러에 인수한 뒤 온라인 약국 진출을 위해 관련 시스템 등을 갖춰 왔기 때문이라고 CNBC는 전했다. 아마존 파머시는 제약 소프트웨어와 배송센터, 의료보험사 등 필팩의 사업 인프라 위에 구축했으며 처방약을 온라인으로 판매하기 위해 주정부들을 상대로 인허가 확보에 총력을 기울였다. ●3000억 달러 약국시장 재편 불가피 미국의 약국 시장은 3000억 달러에 이를 만큼 규모가 크지만 복잡하고 경쟁이 치열하다. 온라인 의약품 구매는 가능하지만 CVS 등 대형 약국 체인과 드러그스토어 형태의 대형 소매업체들이 워낙 강세여서 온라인 약국 시장은 활성화하진 못했다. 그렇지만 아마존의 진출로 전통 약국 및 대형 소매업체들의 지배력을 위협하고 온라인 의약품 구매가 활기를 띨 것이라는 전망이다. 실제로 이날 증시에서 CVS 등 대형 약국 체인과 드러그스토어 형태의 기업 주가는 곤두박질쳤다. 이날 발표는 코로나 3차 대유행 속에 우편으로 약을 타는 미국인들도 점점 늘고 있는 가운데 나왔다. 아마존 파머시의 TJ 파커 부사장은 “사람들이 집에서 쉽고 편안하게 처방약을 받는 것을 돕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모건스탠리는 “코로나19 창궐로 사람들이 집에 머물러 있는 시간이 많기 때문에 아마존의 온라인 약국 시장 진출은 적기에 이뤄졌다”며 “미국 약국업계가 재편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아마존, 약국 사업 진출…처방전을 온라인으로

    아마존, 약국 사업 진출…처방전을 온라인으로

    미국 아마존이 온라인 약국 사업에 뛰어들었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마존의 가세로 3000억 달러(약 332조원) 규모의 미국 약국시장에 지각변동이 일어날 전망이다. 미 경제매체 CNBC방송 등에 따르면 아마존은 17일(현지시간) ‘아마존 파머시(Phramacy)’ 서비스를 새롭게 선보였다. 소비자들이 온라인으로 처방전 등을 보내면 집에서 배송받는 서비스다. 아마존 파머시에선 처방약과 일반 의약품 등을 취급하며 합성 마취제인 오피오이드 같은 통제 약물, 비타민과 보충제는 해당되지 않는다. 의약품 가격을 미리 비교하거나 결제 때 보험 적용 여부를 선택할 수 있고, 복제약품은 최대 80%까지 할인받을 수 있다. 첫 주문을 할 때엔 생년월일과 성별, 임신 여부 등과 관련한 정보를 입력해야 한다. 그다음 의사가 처방전을 직접 애플리케이션(앱)에 올리거나, 환자가 CVS헬스 등에 입력했던 기존 처방전을 이전하면 구매단계로 넘어간다. 약품과 관련한 정보는 온라인 셀프서비스 또는 문의 전화를 통해 약사에게 직접 문의할 수도 있다. 아마존의 멤버십 회원인 아마존 프라임 고객에게는 무료로 배송해 준다. 하와이·일리노이·미네소타주 등을 제외한 45개 주에 거주하는 미국의 18세 이상 성인 회원들이 서비스 대상이다. 아마존은 이번에 제외된 5개 주도 조만간 추가할 계획이다. 환자가 아닌 의사가 처방전을 직접 아마존 파머시에 보낼 수도 있다. 이에 대해 아마존 측은 “의사가 합법적으로 처방전을 주문한 것인지, 사기는 아닌지 등을 검증할 수 있는 자제 시스템과 도구를 갖췄다”고 설명했다. 아마존의 이 같은 서비스가 가능한 것은 아마존이 2018년 온라인 약국 ‘필팩’(PillPack)을 7억 5300만 달러에 인수한 뒤 온라인 약국시장 진출을 위해 관련 시스템 등을 갖춰왔기 때문이라고 CNBC는 전했다. 아마존 파머시는 제약 소프트웨어와 배송 센터, 의료보험사 등 필팩의 기존 사업 인프라 위에 구축됐다. 또 아마존은 처방약을 온라인으로 판매하기 위해 그동안 각 주 정부들을 상대로 인허가 확보에 매달려 왔다. 미국의 약국 시장은 3000억 달러 규모에 이를 만큼 규모가 크지만 복잡하고 경쟁이 치열하다. 온라인을 통한 의약품 구매는 가능하지만 CVS와 월그린 등 대형 약국 체인과 드러그스토어 형태의 대형 소매업체들이 워낙 강세인 상황이어서 온라인 약국 시장은 그다지 활성화되진 않았다. 하지만 아마존의 온라인 약국 시장 진출로 전통 약국 및 대형 소매업체들의 지배력을 위협하고 온라인을 통한 의약품 구매도 활성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로 이날 증시에서 CVS의 주가는 8.6%, 월그린의 지주회사 월그린 부츠 얼라이언스의 주가는 9.6%, 라이트 에이드 16.2% 급락한 채 장을 마감했다. 약품 유통업체 카디널헬스(-6.48%)와 맥케슨(-5.50%) 역시 큰 폭 하락하며 거래를 마쳤다. 이런 가운데 코로나19 사태 확산 속에 우편으로 약을 타는 미국인들은 점점 늘고 있다. 아마존 파머시의 TJ 파커 부사장은 “사람들이 약을 타고 비용을 이해하며 집에서 배달받는 것을 쉽게 만들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모건스탠리는 “코로나19 창궐로 사람들이 집에 머물러있는 시간이 많기 때문에 아마존의 온라인 약국 시장 진출은 적기에 이뤄졌다”며 “미국 약국업계가 재편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3~7월 카드 공제 확대… “연말 소비전략 더 꼼꼼히”

    3~7월 카드 공제 확대… “연말 소비전략 더 꼼꼼히”

    카드 공제율 3월 30~80%·4~7월 80% 8~12월은 1~2월과 같은 15~40% 적용카드 소득공제 한도액 30만원씩 올라 9월까지 사용금액 적으면 추가로 써야경단녀 인정 사유에 결혼·자녀 교육 추가월급쟁이들의 연례행사인 연말정산이 다가오고 있다. 국세청의 연말정산 미리보기 서비스를 활용해 시뮬레이션을 돌려 보면서 올해 달라졌거나 추가된 공제 항목을 꼼꼼히 챙겨야 하는 시기다. 연말정산이 ‘13월의 월급’이 될지, ‘13월의 세금’이 될지는 앞으로 남은 기간 지출 행태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올해는 코로나19로 침체된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 3~7월 카드 소득공제가 한시적으로 확대됐다. 카드 종류와 사용처에 따라 공제율은 1~2월 15~40%, 3월 30~80%, 4~7월에는 일괄적으로 80%다. 8~12월 사용분에는 1~2월과 같은 공제율이 적용된다. 연말정산 미리보기 서비스에 접속하면 올 1~9월 중 사용한 신용카드, 직불카드, 현금영수증 금액이 미리 채워져 있다. 9월 말 기준 카드 사용 소득공제금액이 계산되기 때문에 기간별 공제율을 따로 계산할 필요가 없다. 국세청 홈택스 홈페이지(hometax.go.kr)에서 공인인증서로 접속하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다만 10월 이후 신용카드, 직불카드, 현금영수증 금액은 전년도 신고 금액이다. 각 항목을 올해 예상 금액으로 수정하면 좀더 정확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또 미리보기에서는 계산된 예상세액을 토대로 맞춤형 절세 도움말과 유의 사항도 확인할 수 있다. 3년간 데이터를 통해 세액 증감 추이와 원인도 알아볼 수 있다. 미리보기에서 부양가족의 신용카드 같은 자료가 보이지 않는다면 부양가족이 자료제공동의 신청을 해야 한다. 미성년 자녀는 별도 절차 없이 부모가 ‘미성년 자료 조회 신청’을 하면 된다. 올해 신용카드 소득공제 한도액은 총급여 구간에 따라 200만원, 250만원, 300만원에서 30만원씩 올랐다. 신용카드 소득공제 챙기기는 총급여액, 지금까지 사용한 카드 금액, 한도액을 확인하는 것으로 출발한다. 카드 소득공제는 카드 사용액이 총급여액의 25%를 넘어야 하고, 결제수단에 따라 공제율이 다르기 때문이다. 예컨대 총급여가 4000만원인 A씨는 1000만원보다 많은 금액을 카드로 써야 공제 혜택을 볼 수 있다. A씨가 매달 100만원씩 신용카드를 사용(전액 일반 사용분 가정)했다면 소득공제금액은 160만원으로 지난해보다 130만원 늘어난다. 신용카드 공제율(15%)이 3월은 30%, 4~7월은 80%로 확대돼서다. 미리보기를 통해 카드 사용액을 확인한 이후 9월까지 사용 금액이 공제 혜택보다 적은 금액이라면 남은 기간 전략적인 소비 계획을 세울 필요가 있다. 예컨대 위 사례에 언급한 A씨가 9월까지 신용카드를 950만원어치 썼다면 남은 10~12월에 50만원 이상을 추가로 써야 공제 혜택을 받는다. 공제 혜택 금액 이상의 지출 계획이 있다면 신용카드보다 공제율이 두 배 높은 현금영수증이나 직불카드를 쓰는 게 유리하다. 이미 공제 혜택 최소금액을 넘겼더라도 최대로 공제를 받을 수 있는 한도액을 고려해 결제수단별 지출 계획을 세우는 것이 유리하다. 또 전통시장, 대중교통, 도서·공연·박물관·미술관 사용액은 한도액과 무관하게 각각 100만원까지 공제를 받을 수 있다. 아울러 이번 연말정산에서는 소득세 70%를 감면받는 경력단절여성 인정 사유에 결혼, 자녀 교육이 추가됐다. 경력 단절 기간도 3~10년에서 3~15년으로 확대됐다. 같은 기업이 아니라 동종 업종에 재취업해도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만큼 이 요건에 해당된다면 ‘소득세 감면 명세서’를 미리 받아 놓는 게 좋다. 이번 연말정산에서는 간소화 자료 제공 범위가 확대된다. 공공임대주택에 사는 근로자는 월세 지출 내역이 국세청으로 자동 전송된다. 안경 구입비, 실손의료보험금, 긴급재난지원금 기부 관련 자료도 국세청이 일괄 수집하는 만큼 별도로 챙기지 않아도 된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시론] 바이든 당선이 가져올 변화는/송영관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

    [시론] 바이든 당선이 가져올 변화는/송영관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

    미국의 46대 대통령으로 조 바이든 당선이 확정됐다. 바이든은 분열된 미국의 통합, 공정과 정의를 강조하면서 미국을 다시 존경받는 나라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바이든은 새 정부가 추진할 4가지 국정 과제를 웹페이지에 소개했다. 첫째, 코로나 대응이다. 그는 마스크 착용 의무화를 포함한 적극적 대응으로 정부의 투명성과 책임감을 높여 신뢰를 회복하겠다고 했다. 둘째, 경제회복 방안이다. 그는 코로나가 가져온 일자리 위기를 중산층 복원을 통해 극복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이를 위해 강한 제조업 기반과 친환경에너지 산업을 육성하고 보육과 교육 시스템을 개혁하겠다고 밝혔다. 또 최저임금 인상과 최상위 부자층에 대한 증세를 추진할 의지를 명확히 하고 있다. 셋째, 인종차별에 대한 대응이다. 이를 위해 형사사법제도 개혁 등 다양한 정책을 제시하고 있다. 넷째, 기후변화 대응이다. 그는 기후변화가 인류에게 생존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는 점을 인지하며, 이에 대한 대응을 통해 미국 경제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고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 또한 그는 2050년 이전 미국의 온실가스 순배출량을 완전히 없애는 탄소중립 달성과 파리기후협약 복귀를 명시했고, 미국의 리더십을 통해 주요 국가와의 협조를 이끌어 내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 바이든의 당선은 트럼프 대통령 시대 미국 일방주의를 종식하고 미국이 2차 세계대전 이후 주도적으로 확립한 국제규범으로 스스로 복귀한다는 의미가 크다. 이로 인해 향후 트럼프의 미국 일방주의가 야기한 국제 정치와 경제의 불확실성은 많이 완화될 것이다. 물론 바이든의 정책이 실제 어떤 형태로 추진될 것인가 하는 점은 내년 1월 상원의원 선거 결과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특히 공공의료보험 확대와 감세, 그리고 친환경에너지 정책의 경우 미 공화당과의 조율을 통해 정책의 구체적 내용이 결정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재임 기간에 사실상 폐기됐던 탄소 저감과 친환경에너지 전환 정책이 전면에 부상할 것은 확실해 보인다. 통상정책 측면에서 주목을 받는 것은 바이든의 미국 제조업 부흥과 기후변화 대응 정책이다. 바이든은 트럼프와 마찬가지로 중산층 일자리 확대를 위해 미국 제품의 국내 생산을 장려하는 정책을 지지하고 있다. 따라서 바이든 시대에 글로벌 공급망의 확대로 인한 세계화의 확산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또 주요국의 공조가 필요한 기후변화 대응에 미국이 적극적 리더십을 발휘하겠다고 공언한 바이든 시대에는 탄소 국경세와 환경 규제 등 환경 관련 문제가 국제통상의 새로운 의제로 등장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그 외에 바이든이 아직 입장을 표명하지는 않았지만 미국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복귀와 세계무역기구(WTO) 개혁에 대한 지지 여부도 향후 국제통상질서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이다. 통상정책 관점에서 한국에 주는 영향은 다음 세 가지 측면이 중요하다. 첫째, 세계 통상환경이다. 바이든의 국제규범 복귀 정책은 한국의 통상환경에 대한 불확실성 완화라는 측면에서 매우 긍정적이다. 둘째, 미중 갈등이다. 미중 갈등은 무역 의존도와 중국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커다란 부담이 된다. 반중 정서가 미국에서 공화당뿐 아니라 민주당의 광범위한 지지를 받고 있는 현실을 생각하면 바이든 시대에도 미중 갈등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제조업 부흥을 주요 정책으로 하고 있는 바이든 행정부에서 중국과 5G 기술표준을 둘러싼 화웨이 갈등은 지속될 것이다. 다만 WTO 규범에 어긋나는 트럼프의 중국에 대한 관세와 반도체 수출 금지 등은 완화될 가능성이 있다. 또 2060년 이전 탄소중립 달성을 선언한 중국이 얼마나 충실히 그 선언을 이행하느냐의 여부가 환경 분야에서 미국과 중국의 협력과 갈등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셋째, 기후변화다. 한국 정부는 지난 10월 2050년 이전 탄소중립 달성을 선언했으며 그린뉴딜을 역점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친환경에너지 전환 정책은 비용에 대한 염려로 국내에서 큰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 바이든 시대 한국 정부는 이런 통상환경 변화에 대응할 정책 대안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그 중심에는 미중 갈등 지속으로 인한 중국 중심의 글로벌 가치사슬 완화와 기후 변화에 대한 대응 전략 마련이 있어야 할 것이다.
  • 2200년 대한민국 서울, 인간과 ‘인공’의 구직난… ‘진짜 인간’ 의미를 묻다

    2200년 대한민국 서울, 인간과 ‘인공’의 구직난… ‘진짜 인간’ 의미를 묻다

    영화 ‘구직자들’은 200년 후 미래를 다루며 SF 영화를 표방하고 나섰지만, 배경은 전혀 SF스럽지 않다. 서울 청계천 일대의 마천루와 을지로의 철공소 골목, 인력시장을 헤매며 일자리를 구하는 사람들 등은 우리네 일상이다. 그러나 영화를 보다 보면, 대랑 보급된 인공인간의 존재를 등장시켜 ‘진짜 인간’의 의미를 묻는 것이 영화의 ‘진짜 의미’이므로, 그런 것들은 중요하지 않다고 여기게 된다. ●인간 위해 만든 인공인간 일자리 위협 2200년 대한민국. 정부는 인공인간, 즉 복제인간으로 사람들의 삶을 유지시키고 있다. 인간들이 납부하는 의료보험료로 만들어진 ‘인공’은 원본 인간의 건강을 위해 이용되고, 그 전까지 국가기간산업이나 공공 근로에 투입된다. 편의점의 ‘1+1’ 삼각김밥을 나눠 먹으며 우연히 동행하게 된 두 구직자에게도 사연은 있다. 진짜 인간(정경호 분)은 아픈 아이의 비싼 병원비를 감당하기 위해 동분서주 중이고, 청년 인공(강유석 분)은 원본 인간의 보험 해지로 인해 사회로부터 버림받은 처지다. 인간의 편의를 위해 인공을 만들었지만, 인간도 인공도 편치 않은 것이 2200년의 대한민국 모습이다.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인공은 인간들의 일자리를 위협한다.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인간들은 돈을 구하기 위해 궁여지책으로 인간이라는 자신의 정체성마저 매매하게끔 내몰린다. 인공은 인간의 지위를 사 ‘진짜 인간’이 되는 데 혈안이 된다. 황승재 감독은 영화 중간중간 인간 존재의 의미를 물으며 약 100명의 인터뷰 장면을 삽입했다. 여기서 영화는 SF가 아니라 다큐멘터리 같기도 하다. 인터뷰이들은 각자 삶, 죽음, 행복, 인간으로서의 정체성에 대해 때로는 가볍게, 때로는 무겁게 생각들을 이어 나간다. 배우 봉태규도 인터뷰이 중 한 명으로 등장해 삶이 거듭되어도 더 나은 방책이라는 것은 없더라는 이야기를 풀어 놓는다. 심지어 2200년이라는 영화의 배경이 21세기 현재의 모습과 흡사해 보이는 것도 사람들이 21세기를 유토피아로 상정한 탓이라는 데서는 맥이 탁, 풀린다. 지금도 힘든데, 200년 후에는 지금을 그리워한다. ●인터뷰이 100명에 듣는 인간 존재 의미 인간도 인공도, 200년 후에도 처절하게 일자리를 찾는 모습을 통해 영화는 우리가 영원히 쓸모를 고민하는 구직자임을 일깨운다. 황 감독은 “용도를 정해 두고 만든 게 복제인간인데, 인간 역시 쓸모 있게만 살아가는 것은 아닌지 되묻고 싶었다”고 했다. 영화가 비인간적인 사회에 대한 타개책까지는 내놓지 않지만, 인터뷰이 100명의 대답들 속에서 각자는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해답을 얻을 수도 있겠다. 오는 12일 개봉. 전체 관람가.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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