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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예기자가 간다] 믿고 맡기는 돌봄교실서 공동체보육 싹터요

    [명예기자가 간다] 믿고 맡기는 돌봄교실서 공동체보육 싹터요

    전북 익산시에서 ‘다함께 돌봄센터’를 운영한 건 지난해부터다. 맞벌이 부부나 갑자기 아이 맡길 곳이 필요한 부모들에게도 아이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하던 중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작은 공부방’ 공모 사업에 지원해 3000만원 상당의 리모델링 공사비 지원과 2000여권의 도서를 받아 초등 돌봄교실의 기틀을 마련했다. 인력도 문제였다. 방법을 찾다가 보건복지부의 다함께 돌봄 사업에 공모해 돌봄 관리자 1명과 시간제 돌봄교사 2명을 채용했다. 이렇게 마련한 돌봄센터에서 현재 15명의 아이들이 돌봄 서비스를 받고 있다. 앞서 100여명의 아이들이 돌봄센터를 거쳐갔다. 돌봄센터 사업은 크게 주간 초등 돌봄 서비스와 야간 시간제 초등 돌봄 서비스로 나뉜다. 학교 돌봄과 지역아동센터를 이용하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해 오후 2~6시 주간 초등 돌봄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고, 긴급하게 일시 돌봄이 필요한 부모들을 위해 오후 6~10시 야간 시간제 초등 돌봄 서비스를 하고 있다. 프로그램도 다양화했다. 그저 아이를 맡아 돌보는 것만으론 부모들을 만족시킬 수 없었다. 육아종합지원센터의 강사 인력을 활용해 발레, 방송 댄스, 원어민 영어, 요리, 과학 등의 프로그램을 매일 1시간씩 운영하며 특별 활동의 수준을 끌어올렸다. 교사들은 엄격한 인사 관리를 통해 뽑았다. 입소문을 타면서 돌봄센터 이용자가 늘었다. 무엇보다 시에서 운영하니 ‘믿고 맡길 수 있다’는 부모들이 많았다. 시설 내에 빈틈없이 폐쇄회로(CC)TV를 설치해 안심하고 아이를 맡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고, 응급처치 동의서, 투약 의뢰서, 개인정보 동의서, 안전관리대장, 돌봄 운영일지 작성을 포함한 관리 시스템을 도입했다. 특히 학교 돌봄이 이뤄지지 못하는 비상 상황에서 다함께 돌봄센터가 더 빛을 발했다. 최근 인근 학교의 석면공사로 방학기간 돌봄 교실이 운영되지 못해 부모들이 발을 동동 굴렀을 때 다함께 돌봄센터가 나서 겨울방학 특별 운영계획을 수립해 기존에 오후 2시부터 운영하던 초등 돌봄서비스를 오전 9시부터 시작했다. 다함께 돌봄셈터를 이용하는 초등학교 저학년 아동들은 부모 없이 처음으로 직접 영화를 선택하고 팝콘을 구매하는 현장 활동 기회도 가졌다. 이 사업이 전국으로 확대돼 아이를 함께 키우는 공동체 보육으로 자리 잡기를 바란다. 이명희 명예기자 (익산시 아동복지과장)
  • 황교안 “386 운동권 철학이 국정 좌우”

    황교안 “386 운동권 철학이 국정 좌우”

    李총리 제치고 대선주자 선호도 첫 1위박근혜 정부 때 대통령 권한대행을 지낸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29일 자유한국당 대표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이번에 선출되는 당대표는 내년 4월 총선의 공천권을 행사한다는 점에서 황 전 총리를 미는 친박(친박근혜)계와 비박계 간 사활을 건 ‘생존게임’의 막이 올랐다는 관측이 나온다. 황 전 총리는 이날 서울 영등포 당사에서 출마 선언식을 열고 “무덤에 있어야 할 386 운동권 철학이 21세기 대한민국의 국정을 좌우하고 있다”면서 “과거로 퇴행하고 있는 위기의 대한민국을 되살리기 위해서는 당대표가 되어 함께 싸울 수밖에 없다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황 전 총리는 특히 자신이 당대표가 되면 바른미래당과의 통합이 어려울 것이라는 세간의 전망을 의식한 듯 “절실한 과제는 자유 우파의 대통합을 이루는 것”이라며 보수 통합의 의지를 밝혔다. 그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헌법 가치에 뜻을 같이한다면 폭넓게 품겠다”며 “기둥이 높고 튼튼해야 ‘빅텐트’도 만들 수 있다”고 했다. 황 전 총리는 이날 발표된 리얼미터 정례 월간 여론조사(신뢰도 95%, 표본오차 ±2.0% 포인트, 오마이뉴스 의뢰로 1월 21~25일 조사, 그 밖의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1위로 뽑혔다. 황 전 총리의 선호도는 전달보다 3.6% 포인트 상승한 17.1%로 2위인 이낙연 국무총리(15.3%)를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다. 지난해 11월 시작된 해당 조사에서 야권 인사가 1위를 차지한 것은 황 전 총리가 처음이다. 또 다른 유력 전당대회 주자인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4위에서 9위(5.3%)로 하락했다. 한편 한국당 선거관리위원회는 당비를 3개월 이상 납부한 책임 당원이 아니기 때문에 피선거권이 없다는 주장이 제기된 황 전 총리에 대해 전당대회 출마가 가능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 [이기철의 노답 인터뷰] “이중섭·박수근 위작 유통, 매우 심각…검증 없는 레조네, 위작이 진품 둔갑하는 통로 우려”

    [이기철의 노답 인터뷰] “이중섭·박수근 위작 유통, 매우 심각…검증 없는 레조네, 위작이 진품 둔갑하는 통로 우려”

    최명윤 이사장이 말하는 근현대 미술 거장의 ‘위작 감정’“이중섭, 박수근이 한국 근·현대를 대표하는 작가이지만 이미 나와 있는 책을 정리하는 수준의 ‘카탈로그 레조네’(작고한 작가의 작품 전체를 사진으로 싣는 도록·이하 레조네)는 만들 필요가 없습니다. 기왕에 나와 있는 수십권의 책을 단순 정리하는 레조네는 왜 거액을 들여서 만들어야 하느냐 말입니다. 특히 정부가 나서서 이들의 레조네를 만드는 것은 결단코 반대합니다. 그런 것은 정부가 나설 일이 아니라 이중섭이나 박수근 작가의 기념재단이 할 일이지요.” 미술계에서 최근 뜨거운 화두로 떠오른 박수근(1914~1965), 이중섭(1916~1956)의 카탈로그 레조네 제작 사업에 대해 미술 감정 및 문화재 복원 전문가인 최명윤(70) 한국미술과학연구원 이사장은 반대 목소리를 분명히 했다. 그는 이중섭·박수근 뿐만 아니라 이우환(82) 등 한국 근현대 미술 거장들의 작품 위작 문제와 관련해 ‘과학적 감정’을 제시해 왔다. 이에 미술계 일부는 미운털이 박힌 것처럼 그를 탐탁잖게 본다. “레조네, 정부 아닌 기념재단 사업과거 출판 도록 작품, 진위 논란 많아레조네 게재작, 명확한 근거 입증해야”최 이사장은 “레조네가 자칫하면 위작을 진품으로 인정하는 통로가 되고, 정부가 만든 레조네에 실린 위작은 정부가 진품으로 보증하는 모양새가 되기 때문”이라며 반대 이유를 설명했다. “레조네라고 하면 거기에 실린 그림들에 대해 명확한 근거와 자료가 있어야 하는데, 그냥 먼저 출판된 자료가 있어서 게재한다는 하는 것은 말이 안 됩니다. 먼저 출판된 자료의 그림이 박수근 진품이라는 근거가 있어야 하지 않나요. 지금도 진위 논란이 되는 그림도 많은데….” 수개월간 인터뷰를 조른 끝에 지난 24일 서울 성북구 개운사길에 있는 한국미술과학연구원에 오라는 연락을 받았다. 그의 사무실에 들어서자 한쪽 벽면은 화학 실험실처럼 약품과 물감, 유리병으로 가득 차 있다. 다른 벽면엔 캔버스에 노랑 물감을 묻혀 걸어둔 게 보였다. “이게 뭐냐.”라고 물어보니 그는 “시장에 나온 물감을 종류별로 그림을 그려두고 먼지도 날아드는 일반적 실내에서 얼마나 빨리 굳는지를 테스트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작품 사진은 찍지 말라고 했다.그러면서 레조네 제작을 반대하는 이유를 계속 말했다. “현재 예술경영지원센터 사이트에는 박수근, 이중섭 카탈로그 연구팀이 진행한 연구 결과물이 공개되어 있습니다. 공개된 박수근의 자료를 보면 1953년 대한민국 미술전람회 출품작으로 소개된 그림의 경우 국전에 출품됐다는 참고자료를 찾아볼 수 없고, 또한 박수근 사후 20주년, 30주년 전시기념으로 제작된 화집에 실린 기록만을 진품의 근거로 제시한 경우도 있습니다. 박수근 사후 만들어진 화집의 예를 들면 전시회 도록에는 200여 점이 실려 있지만, 실제 전시공간에는 불과 30~40점밖에 걸릴 수 없어 전시회 도록에 실린 그림들에 대한 검증절차가 꼭 필요합니다.” 그의 설명은 계속됐다. “현재 진행된 레조네 사업은 과거의 모든 전시화집에 실린 그림들이 아무런 검증 없이 선행 연구결과로 채택되어 있어 박수근의 진품으로 세탁하는 통로로 악용될 수도 있습니다. 정부가 할 일은 아니라고 봅니다. 또 현재 카탈로그 레조네 사업은 공식적으로는 끝났으나 결과물에 대한 평가는 어떻게 할지에 대한 답이 없는 상태입니다. 어디, 거장들의 작품이 보통 가격입니까. 레조네를 만들어야 한다고 기를 쓰고 주장하는 이들의 상황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레조네 용역비로 정부가 댄 돈도 세금인데….” “미술계 싸움닭?…먼저 시비 걸지 않아위작 감정에 ‘과학적 감정’…희비 엇갈려검경 감정의뢰에 답할 뿐…이게 나의 일”엄정한 위작 판별로 그에게 미술계의 ‘싸움닭’이라는 별명이 붙어 있다. 그는 “쌈닭? 관심 없다”고 했다. “제가 먼저 어떤 작품에 대해 진위를 말하지 않았습니다. 어느 화랑에서 가짜 그림을 팔고 있다고 한 번도 이야기한 적이 없어요. 그들이 뭘 팔든지 관심이 없어요. 검찰이나 경찰의 감정의뢰가 오면 제 나름의 과학적 방법을 동원해 검증한 결과를 수사기관에 넘겨줄 뿐입니다.” 그러면서 “나를 욕하고, 씹는 사람 절대 대다수는 한 번도 나를 만나 보지 않았고, 내가 어떻게 감정을 하는지, 어떤 생각을 하는지 모른다. 내가 먼저 시비를 걸지 않는데 왜 싸움닭인가. 그러나 걸어오는 싸움(작품 진위 논쟁)에 대해선 물러서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의 책상 뒤에 죽도와 목도가 보였다. “이런 게 왜 여기 있느냐”라고 묻자 “건강을 위해 검도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이가 들어서 젊은 사람을 당할 수가 없어. 가만있다가 상대가 죽도를 치켜들고 들어올 때 재빨리 반격하지.” 검도 기술 설명에 위작 논란과의 싸움이 연상됐다. “작품 진위 판별에는 손해 보는 사람이 있고, 이익 보는 사람도 생기는데 어떻게 그 사람들 모두 다 나를 좋아하겠어요.”이중섭·박수근의 작품은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좋아할 것이다. 가히 ‘국민 화가’로 부를만하다. 최 이사장에게 위작 유통이 얼마나 심각하냐고 직설적으로 물었다. 그는 한참을 말하지 않다가 담배에 불을 붙이더니 “매우 심각”이라고 짧게 말했다. ‘요즘 유통되는 작품 과반이 위작이냐.’라고 직설적으로 묻자 그는 “박수근은 더 심각하다”고 에둘러 답했다. 그리곤 “더 이상 말할 수 없다”며 입을 꾹 닫았다. 이중섭·박수근 화백 작품 2800여 점이 모두 위작이라는 대법원의 최종 결론이 2017년 났다. 이와 관련해 그는 2005년부터 12년 동안 지난한 싸움을 해왔다. 한국 미술계 사상 최대의 위작 스캔들이 밝혀지는 데에는 그의 감정결과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이다. 그의 ‘과학적 검증’에 대해 물어봤다. “내가 가진 인문학 지식과 과학 기법을 합쳐서 가겠다는 것입니다. 내가 판단해서 ‘진짜다’, ‘가짜다’ 이럴 수는 없는 거잖아요. 그런데 가짜라고 판단을 했으면 왜 이게 가짜인가에 대해 객관적인 이유를 대야 하는데 그럴 때 과학 기기의 도움을 받습니다. 눈으로 보고 말로 설명해도 충분하지만, 과학 기기를 써서 동질성을 확인시켜주면 객관적으로 인정할 수밖에 없잖아요. 언제까지나 ‘척 보니 좋아’, ‘척 보니 진품 맞아’ 이런 것 하지 말고 객관적으로 가자는 것이고, 그렇게 노력하자는 겁니다.” “‘척 보면 좋아, 진품 맞아’ 하지 말고과학 기법 동원해 객관적 입증 노력감정 기법, 위조범 탓에 메모하지 마라”위작 감별에 동원되는 기기가 질량분석기, 원소분석기, 시편제작기, 고배율 현미경 등이라고 했다. 이런 고가의 기기를 갖출 수 없어 일부 전문기관과 협약을 맺고 있다고 했다. 설명이 계속됐다. “그림이 세월의 흐름으로 인한 자연스러운 노후화와 진품처럼 보이게 하기 위한 급속한 인위적 노후화에는 차이가 납니다. 액자의 변형과 스타일, 못에 쓴 녹, 캔버스에 낀 먼지, 물감의 상태 …. 그래도 첨예하게 대립하면 소장자와 이해 당사자의 동의 아래에 그림의 아주 일부를 떼어내 조사합니다. 그러면 캔버스 조사뿐만 아니라 작가 특유 습관이 나옵니다. 위작범은 바깥으로 드러난 색깔만 따라하니 적발됩니다.” 그러면서 “우리의 분석 기법이 새나가면 위작범에게 피해갈 길을 알려주는 것”이라며 메모하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국과수가 위조 서명을 감별하듯 화가 특유의 필압(筆壓)도 분석 대상이라고 덧붙였다. 감정 기법을 설명하면서 쓰지 말아 달라고 세 번 이야기했다. “전문적으로 공부하는 사람들에겐 알려줘도, 일반인에겐 입도 벙긋하지 않습니다.” 그는 감정 결과를 수사기관에 “위작임” “위작으로 판단됨” “감정불가” “진품”으로 회신한다고 한다. 그러면서 “박수근은 가난한 화가라는 고정관념을 깨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수근은 한국전쟁 직후인 1953년, 문짝에 거적때기만 있어도 집이라고 하던 시절에 서울 숭인동에 기와집을 샀고, 1963년 전농동에 2층 양옥집을 사서 이사했습니다. 이게 박수근이 가난했을 것이라는 위작범의 생각과 내가 보는 박수근에 대한 생각의 차이점이자 위작 감정의 시발점입니다.” 그는 쉼없이 말을 이었다. “이중섭도 마찬가지로 돈이 없어서 담뱃종이에 그림을 그린 것이라기보다는 표현을 위해 담뱃종이를 쓴 것이라고 봅니다. 종이 살 돈이 없어 장판지 찢어서, 아무 종이나 막 찢어서 주야장천 그렸다는 이야기는 웃기죠. 대부분의 담뱃종이 그림에는 이중섭이 서명하지 않았거든요. 다음에 큰 그림을 그리기 위한 소품 스케치라고 나는 생각합니다. 요게 재미있으니깐 전시할 때 몇 개 담뱃종이에 그려낸 것이 있습니다만. 화가에 대한 깊은 이해가 없어 겉모습만 보고 따라 그리니 위작이 금방 들통나지요.”사무실 안쪽으로 더 들어가자 한쪽 벽면에 가위, 펜치, 드릴, 핀셋, 줄톱 등의 공구가 빼곡히 걸려 있었다. 감정을 의뢰받은 그림의 액자를 해체할 때 쓰이는 것으로 보인다. 그의 책상 뒤 작은 서가에는 CD가 빼곡히 쌓여 있었다. “그동안 분석했거나 감정했던 미술, 복원했던 고미술품의 자료와 감정 및 복원 과정을 담아둔 것입니다.” 그는 자신의 위작 다툼 상대와 관련해 “매너가 좋은 최고의 화상에 유명 대학교수와 같은 일류 평론가, 예리하게 파고드는 변호사가 붙은 거대한 카르텔 같은 집단”이라고 평했다. “위조범, 작가에 대한 충분한 이해 부족자연적 노후화, 인위적 급속한 노후화 차이” 왜 그림 진위 감별 업무를 하느냐고 묻자 그는 “그게 나의 일”이라며 “대학원에서 작품평가방법론, 감정방법론 이런 것을 가르치는데, 그럼 난 뭘 해야 하나요.”라고 되물었다. “감정을 하지 말고, ‘입 닥치고 있으라’라는 것이겠지만 난 그들에게 오히려 ‘나쁜 짓을 하지 말든지, 걸리지 말든지 하라’고 역으로 말합니다. 경찰이나 검찰에 걸려 압수된 물품에 대해서는 검경은 진위에 대해 정의를 내려야 합니다. 압수를 당하지 않았으면, 검경이 나한데 안 물어볼 거잖아요.” 그가 ‘과학적 감정’에 빠져들게 된 계기는 ‘박수근, 이중섭 대규모 위작사건’과 박수근의 ‘빨래터’ 작품이다. 박수근의 ‘빨래터’는 서울옥션이 2007년 5월 경매에서 판매한 작품으로 45억 2000만원에 낙찰됐다. 당시 국내 미술품 경매로는 최고가를 기록했다. 하지만 격주간지 미술잡지 ‘아트레이드’가 2008년 1월 창간호에서 ‘대한민국 최고가 그림이 짝퉁?’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문제의 작품이 위작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빨래터’는 한국미술품감정협회의 20명 이상의 위원이 진품이라고 한 작품을 그는 과학검증을 통해 확인하자고 주장했다. 결국 법정까지 갔다. “법원의 주문은 ‘원고의 모든 청구는 기각한다. 피고의 재판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입니다. 또 대법원에 사건검색을 하면 사건 일반 내용에 원고 패소로 확인됩니다. 그런데 대다수 일반인은 문제의 빨래터가 법정에서 ‘진품이라고 추정된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잘못 알고 있어 안타깝습니다.” 그는 홍익대 미대를 졸업했다. 그의 부친은 1940~1960년대 서울에서 몇 곳 안 되는 화방 가운데 두 곳을 운영했다. 최 이사장은 어려서부터 화방 심부름을 많이 하면서 찢어지고 물감이 엉겨붙어 실려 온 ‘사고 작품’을 많이 봤다. 미대생이어서 작품 손보는 일을 자연스럽게 접했다. 작가가 자신의 길이 아님을 깨닫고 보존과학 쪽으로 진로를 바꿨다. 대학 졸업 후 한양대 대학원에서 미술사 석사, 프랑스 8대학 조형미술대학원, 랄페르복원기술연구소에서 복원기술을, 고등장식미술학교인 아르데코에서 벽화를 청강생으로 접했다고 했다. 지금도 그렇지만 고미술품이나 문화재 복원에 일가견을 갖고 있다. “훼손된 작품을 복원하는 것은 작품에 사용된 재료를 분석하고, 훼손 요인을 파악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합니다. 훼손 요인을 분석하는 상태조사 방법과 작품의 진위를 판단하기 위해 진행하는 과학적 분석 방법은 일맥상통하기에 그림 감정을 할 수 있는 것이죠.” “노련한 전문가 사후 감정 어렵다는 건 오해미술재료 기술사 정리 중…정확히 감정 가능”2016년 문제가 된 원로 작가인 이우환 작품 3점에 대해서도 그는 “위작”이라고 결론을 내렸지만 정작 작가인 이우환은 “내 작품이 맞다”고 했다. 문제의 작품은 1978년, 1979년에 그린 것으로 돼 있다. 법원도 모사품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최 이사장은 문제 그림의 캔버스 재료의 제작기술을 토대로 2010년대 제작된 것임을 입증해 보여줬다. 이런 최 이사장에게도 난감할 때가 있다. “밑도 끝도 없이 어떤 그림의 진위를 밝혀달라고 합니다. 그 작가에 대한 비교 대상의 그림도 없이 말입니다. 저도 답답합니다. 그래서 ‘미술 재료 기술사’를 정리해야겠다고 마음먹고 시작했습니다. 우리나라에 서양화가 도입된 지 100년 남짓합니다. 초기의 30~40년은 작품 수도 적고 하니 다음으로 미루고, 50년대에서 현재에 이르는 60~70년 정도를 정리하고자 합니다.” 두꺼운 바인딩 파일을 가져와서 쑥 내밀었다. 열어보니 물감, 캔버스 등의 실물 일부가 표본으로 붙어 있었고, 연도 작가 등이 쓰여 있었다. 작가들을 찾아다니며 그림을 시작한 연도, 재료를 구입하는 곳, 어떤 미술 재료를 사용하는지를 취재해 모은단다. “재료기술사는 개인이 하기에는 버겁지만 시작한 일이니 앞으로 10~20년쯤 뒤에는 완성될 것으로 봅니다. 일부 잘 못 생각하고 있는 소장자들은 현재 위작 감정에 경험이 있는 사람이 죽고 나면, 감정이 어려울 것으로 인식하고 있지만, 재료 변천에 대한 작가별 과학재료 기술사가 정립되면 지금보다 훨씬 더 객관적이고 정확하게 감정할 수 있을 겁니다.” 인터뷰를 마치니 저녁 시간이 되었다. 감정 뒷이야기를 더 들을까 해서 같이 저녁을 하자고 했더니 최 이사장은 “검도 승단 심사에 참석해야 한다”며 주차장으로 향했다. 글·사진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벌금형 불만으로 야산에 4차례 불지른 50대 구속영장

    경남 김해중부경찰서는 29일 벌금형 처분에 불만을 품고 산에 불을 지른 혐의(방화)로 A(50)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해 12월 25일·30일에 이어 지난 6일·28일 등 4차례 낮과 새벽에 김해시 분성산과 신어산 등산로 주변에서 일회용 라이터로 산에 불을 지른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당시 A씨 방화로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임야 9946㎡가 불에 타 1억 5000만원 상당의 재산피해(시 추산)가 난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분성산에서 3차례 불을 낸 뒤 경찰 수사가 진행돼 경찰과 시 공무원들이 현장 잠복 근무를 하는 등 감시가 강화되자 방화 장소를 옮겨 지난 28일 새벽에는 신어산 등산로 입구 야산에 불을 질러 임야 100㎡를 태운 것으로 조사됐다. 김해시는 산불이 잇따라 발생하자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고 경찰은 등산로 주변 CCTV 분석과 탐문수사로 용의자를 추적해 신어산 화재 직후인 28일 오전 10시 20분쯤 A씨를 김해시내 주거지에서 검거했다. 경찰은 A씨가 “지난해 이웃 주민 차량을 파손해 재물손괴죄로 벌금 300만원을 선고 받은데 화가 나서 산에 불을 질렀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일정한 직업이 없고 평소 술은 거의 마시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해 강원식 기자 kws@seoul.co.kr/
  • 인권위 “업무 탓에 태아 건강 손상되면 산재보상 해야”

    인권위 “업무 탓에 태아 건강 손상되면 산재보상 해야”

    국가인권위원회가 업무상 재해로 인해 태아의 건강이 손상되는 것도 산재보상에 포함해야 한다는 의견을 대법원에 제출했다. 또 인권위는 유산만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고 선천성 질환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차별의 소지가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29일 인권위는 대법원에 계류 중인 제주의료원 간호사들의 요양급여신청 반려처분 취소소송에 대해 “업무로 태아의 건강이 손상되는 것도 산재보상에 포함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지난 2009~2010년 제주의료원에서 근무하던 간호사들이 유산을 하거나 선천성 심장질환을 가진 아동을 출산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간호사들은 근무 중 유해약품을 취급한 것이 원인이 됐다며 근로복지공단에 요양급여를 신청했으나 반려돼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실제로 2012년 제주의료원이 서울대학교에 역학조사를 의뢰한 결과 자녀의 선천성 심장질환의 발병과 업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1심 재판부 역시 이 조사 결과대로 임산부와 태아가 유해한 약물에 노출돼 심장질환이 있는 아이를 출산한 것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2심은 이와 다른 결론을 내렸다. 당시 재판부는 출산아의 선천성 질병은 근로자 본인의 업무상 재해가 아니라고 봤다. 출산으로 모체와 아이가 나뉜다는 이유였다. 이에 대해 인권위는 태아의 건강 손상도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냈다. 태아와 모체는 분리될 수 없는 동일체이며 이들은 업무상 유해요소로부터 특별히 보호될 필요가 있다고 봤다. 또 유산과 달리 선천성 장애나 질환을 가진 아이를 출산한 것에 대해서는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지 않는 근로복지공단의 판단에 차별의 소지가 있다는 의견을 냈다. 태아의 건강이 손상될 경우 임신부는 경제적.정신적 고통을 겪는 데도 불구하고 형식적으로 법을 해석하는 것은 여성근로자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는 것이란 판단이다.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 “다른 증거 없이 국과수 ‘모발 필로폰 양성’ 결과만으론 처벌 못해”

    “다른 증거 없이 국과수 ‘모발 필로폰 양성’ 결과만으론 처벌 못해”

    국립과학수사원의 모발 감정에서 필로폰 양성 판정이 나왔더라도 구체적인 투약 방법이나 시기 등 다른 증거가 확인되지 않았다면 처벌할 수 없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동부지법 형사4단독 이관용 부장판사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 혐의로 기소된 A(59)씨에 대한 공소를 기각했다고 29일 밝혔다. 공소 기각이란 형사소송에서 법원이 소송 절차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실체적 심리를 하지 않고 종결하는 것을 말한다. 과거 같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A씨는 2018년 2~4월 중 서울 강동구 천호동에서 필로폰을 투약한 혐의로 지난해 9월 다시 기소됐다. 검찰은 A씨 모발에서 필로폰 양성 반응이 나왔다는 감정 결과를 근거로 A씨를 기소했다. 범행 시기를 정확히 특정하지 못해 모발 검사를 토대로 투약 가능 기간을 역으로 추산해 공소장에 기재했다. 그러나 이 판사는 이에 대해 ‘공소사실의 기재는 범죄의 시일, 장소와 방법을 명시해 사실을 특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형사소송법을 위반했다고 보고 공소를 기각했다. 이 판사는 “공소사실에 기재된 범행 일시는 A씨의 모발을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양성 반응이 나왔다는 감정 결과에 기초해 그 정도 길이의 모발에서 필로폰이 검출된 경우 투약 가능한 기간을 역추산한 것이고, 투약량 및 투약 방법도 (공소장에) 모두 ‘불상’으로 기재됐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또 국과수에 넘겨진 A씨 모발이 1~2㎝ 길이에 50수로 비교적 양이 많지 않아 국과수 감정서에 ‘향후 의뢰 때는 감정에 충분한 양을 채취해 의뢰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점도 지적했다. 이 밖에도 “국과수 감정 결과 외에 직접 및 간접 증거가 전혀 없고, A씨의 소변 간이 시약 검사에서도 필로폰이 음성으로 반응했다”면서 “공소 사실이 합리적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도 없다”고 판단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당권도전 나선 황교안,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 첫 1위 [리얼미터]

    당권도전 나선 황교안,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 첫 1위 [리얼미터]

    자유한국당 당권도전에 나선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처음으로 1위에 올랐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29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 발표에 따르면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지난 21일부터 25일까지 전국 19세 이상 성인 251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황 전 총리는 지난달 12월 조사 대비 3.6%포인트 오른 17.1%를 기록했다. 이 총리는 1.4%포인트 상승한 15.3%로 2위를 기록했다. 황 전 총리는 대구·경북, 충청, 서울, 부산·울산·경남과 60대 이상, 30대, 한국당 지지층, 보수층을 중심으로 상승세를 탔다. 이 총리는 광주·전라, 경기·인천, 30대, 60대 이상, 민주평화당 지지층, 진보층에서 선호도가 올랐으나, 서울과 50대에서는 내렸다. 그 다음으로 이재명 경기지사가 1.2%포인트 내린 7.8%, 박원순 서울시장은 0.8%포인트 내린 7.2%, 김경수 경남지사(6.7%), 심상정 정의당 의원(6.3%), 유승민 바른미래당 전 대표(6.0%) 이었다. 홍준표 한국당 전 대표(5.9%), 오세훈 전 서울시장(5.3%),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4.3%), 안철수 바른미래당 인재영입위원장(3.3%),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2.3%)가 그 뒤를 이었다. ‘없음’은 8.1%, ‘모름·무응답’은 4.4%였다. 이번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0%포인트, 응답률은 7.3%다. 자세한 조사 개요와 결과는 리얼미터 홈페이지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소각장 조합이 검사까지… 청주 북이면 주민 뿔났다

    소각장 조합이 검사까지… 청주 북이면 주민 뿔났다

    암환자 45명 발생… 피해 호소 소각업체조합 검사기관에 포함 업계서도 “북치고 장구친다” 비판소각장 업체로 이뤄진 조합이 소각장 검사기관으로 지정된 규정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충북 청주시 청원구 북이면 주민들이 소각장을 원인으로 지목하며 암 발생 피해를 호소하면서 이런 문제점이 드러났다. 28일 청주시에 따르면 가정에서 보건소 관리를 받는 북이면 암환자는 현재 45명이다. 청원구 전체 암환자 213명의 21%에 달한다. 북이면 인구는 4884명으로 청원구 총인구(19만 7225명)의 2.47%에 불과하다. 주민들은 마을에 집중된 소각장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민간 폐기물처리업체 소각장 3곳(1곳 가동 중단)이 북이면에 몰려 있다. 더욱 황당한 것은 소각장 검사기관이다. 환경부는 한국산업기술시험원 등 공공기관 3곳과 민간기관 3곳 등 모두 6곳을 검사기관으로 지정했다. 이 가운데 소각장업체들이 주축이 된 A조합도 포함됐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꼴이라는 비난이 나오는 이유다.공교롭게 소각로를 불법 증설한 사실 등이 적발된 북이면 B업체는 2006년부터 A조합 검사를 받아 왔다. 박완희 청주시의원은 “3년마다 이뤄지는 정기검사 항목에 소각장치가 제대로 설치돼 있는지를 봐야 한다”며 “사실상 한 식구다 보니 엉터리 검사 등 다양한 부정이 가능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시 관계자는 “조합이 적합판정 결과를 시에 통보했다. 업체가 검사를 피해 불법증축을 했는지 내부사정은 잘 모르겠다”며 “조합이 검사하는 게 모순으로 지적돼 환경부에 제도개선을 요구할 예정이다. 업계에서조차 ‘북 치고 장구 친다’는 말이 나온다”고 말했다. B업체가 과다배출로 적발된 다이옥신 검사방법도 바뀌어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현재는 업체가 민간연구소에 돈을 주고 의뢰하고 있다. 박 의원은 “청주시 공무원들이 퇴직 후 소각장업체 자회사로 자리를 옮긴 사례도 3건이나 파악됐다”며 “소각장과 지자체 간 유착이 우려돼 이런 관행은 없어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는 북이면 상황이 심각하다고 판단, 주민 동의를 얻어 환경부에 역학조사를 의뢰할 예정이다. 환경부는 3개월간 사전 검사한 뒤 역학조사 본조사 여부를 결정한다. 일각에선 역학조사로 연관성을 밝혀 내기가 어려워 지자체나 정부가 관리소홀 책임을 인정하고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최근 10년간 환경부에 신청된 역학조사는 총 13건이다. 이 가운데 결론이 나온 10건 가운데 주민 손을 들어 준 것은 2건뿐이다. 역학조사 비용은 1인당 200만원, 기간은 3년 정도 걸린다. 글 사진 청주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 “檢, MB정부 시절 민간인 사찰 불법 알고도 부실수사”

    “중립 잃은 검찰 견제 위해 공수처 필요” ‘총리실 USB’ 중수부 은닉 가능성에 당시 중수부장 “전혀 사실무근” 반박 이명박 정부 당시 청와대와 총리실 주도로 이뤄진 민간인 사찰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와 관련해 검찰 과거사위원회가 “정치권력에 대한 소극적 수사였다”고 결론지으며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의 근거로 제시했다. 법무부 산하 검찰 과거사위는 28일 대검찰청 진상조사단의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당시 검찰이 청와대 관계자가 연루된 수사를 소극적으로 진행했다고 밝혔다. 또 “정치적 중립성을 잃은 검찰을 견제하고 국가권력의 불법에 대해 엄정하게 검찰권을 행사하기 위해 공수처가 필요하다는 것이 명백히 확인됐다”며 공수처 설치를 권고했다. 이 사건은 2008년 7월 청와대와 국무총리실이 이명박 전 대통령을 비판하는 동영상을 올린 김종익 전 KB한마음 대표에 대해 불법 사찰을 자행하고, 동작경찰서로 하여금 명예훼손 수사에 착수하도록 압력을 넣은 사건이다. 이후 민간인 사찰 의혹이 불거지면서 세 차례에 걸쳐 검찰 수사가 진행됐지만 청와대 등 윗선의 개입 여부를 규명하지 못한 채 종결됐다. 조사단은 명예훼손 수사 당시부터 검찰이 불법사찰 정황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고 결론 내렸다. 이에 과거사위는 “검찰이 불법사찰을 인지해 수사하지 않았고, 1차 수사에서 청와대 관련 대포폰 수사도 매우 소극적으로 진행했으며, 2차 수사 때도 청와대 윗선이 가담된 수사에 소극적이었다”고 밝혔다. 나아가 주요 증거품이었던 김경동 당시 행정안전부 주무관의 이동식저장장치(USB)를 당시 대검 중수부장이었던 최재경 변호사가 가져가 수사팀에 반환하지 않았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와 관련, 과거사위는 “수사 방해 행위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면서 “현재까지도 USB 7개의 소재가 파악되지 않기 때문에 은닉되거나 부적절하게 사용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에 대한 감찰 또는 수사가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그러나 최 변호사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중수부가 USB를 가져갔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확인하지 않은 채 막무가내로 개인의 명예를 중대하게 훼손한 허위 보도자료”라고 강하게 반박했다. 최 변호사는 “당시 수사팀으로부터 복수의 USB를 전달받아 대검 과학수사기획관실에 분석을 의뢰했다”며 “절차에 따라 기획관실이 포렌식(증거 분석)한 뒤 수사팀에 자료를 인계한 것으로 알고 있고, 중수부가 그 과정에 관여한 바는 없다”고 설명했다. 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
  • ‘재개발 비리’ 반포주공1단지 등 5곳 수사 의뢰

    ‘동의서 위조’ 삼성물산 관계자 등 입건 조합원 총회 의결 없이 용역 계약을 체결하고, 시공사가 무상 제공하기로 했던 품목을 유상으로 바꾸는 등 비리를 저지른 5개 정비사업 조합이 수사를 받게 됐다. 국토교통부는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 1단지 3주구, 강남구 대치쌍용 2차·개포주공 1단지, 동작구 흑석9구역, 동대문구 이문3구역 등 5개 정비사업 조합을 시공자 입찰 비리 등의 혐의로 수사 의뢰한다고 28일 밝혔다. 국토부는 지난해 8월부터 2개월간 서울시, 한국감정원 등과 합동점검반을 구성해 재개발·재건축 조합에 대한 실태 조사를 진행했다. 조사 결과 이들 5개 정비사업 조합에선 총 107건의 부적격 사례가 적발됐다. 분야별로 보면 시공자 입찰 13건, 예산회계 44건, 용역계약 15건, 조합행정 30건, 정보공개 5건 등이다. 국토부는 이 중 16건은 수사의뢰, 38건은 시정명령, 6건은 환수조치, 46건은 행정지도, 1건은 과태료 부과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5개 조합은 조합 운영 관련 자금 차입, 용역계약 체결 등 조합원의 이익과 관련된 중요 사안을 총회 의결 없이 진행했다. 일부 조합은 예산 일부를 조합원 일본 여행 경비로 쓰기도 했다. 북아현 2구역 재개발 조합장과 삼성물산 관계자 등 9명은 조합 정관을 변경하는 총회 정족수를 맞추기 위해 조합원 서면 동의서를 위조한 혐의로 경찰에 불구속 입건됐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 한국당 지지율 국정농단 이후 ‘최고치’

    황교안·오세훈 입당 등 정치 이벤트 영향 자유한국당 지지율이 2016년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내달 27일 당 대표를 뽑는 전당대회를 앞두고 유력 후보가 나선 컨벤션 효과로 분석된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는 지난 21~25일 전국 유권자 2515명을 대상으로 정당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 한국당 지지율은 전주보다 2.4% 포인트 오른 26.7%라고 28일 발표했다. 1위 더불어민주당과의 격차는 12% 포인트까지 좁혀졌다. 리얼미터 관계자는 “국정농단 사태가 본격화한 2016년 10월 3주차 정당 지지율인 29.6% 이후 2년 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지지율을 기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당 지지율 상승세는 전당대회라는 정치 이벤트를 전후해 지지율이 상승하는 컨벤션 효과 탓으로 풀이된다. 황교안 전 국무총리,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 야권 잠룡들이 입당과 함께 전당대회 출마를 염두에 둔 지역 행보를 하고 있고, 홍준표 전 대표도 출마를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전통적 텃밭인 대구·경북에서 한국당을 지지한다는 응답은 전주보다 16.2% 포인트 오른 45.0%를 기록했다. 부산·경남·울산의 한국당 지지율도 한 주간 3.3% 포인트 오른 36.8%였다. 리얼미터 관계자는 “경제상황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장기간 이어지며 정부 여당의 약세가 지속된 데 따른 반사이익도 있었다”고 분석했다. 민주당 지지율은 같은 기간 1.1% 포인트 하락한 38.7%를 기록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도 1.4% 포인트 하락한 47.7%다. 전남 목포 부동산 투기 의혹에 휘말린 손혜원 의원 논란과 지방 사회간접자본 사업에 대한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논란 탓으로 분석됐다. 정의당 지지율은 0.6% 포인트 오른 8.1%, 바른미래당은 0.8% 포인트 하락한 5.5%, 민주평화당은 0.4% 포인트 상승한 3.1%다. YTN의 의뢰로 진행된 이번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0% 포인트다. 자세한 조사 내용은 리얼미터 홈페이지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 과거사위 “MB 민간인 사찰 부실수사” 지적에 최재경 정면 반박

    과거사위 “MB 민간인 사찰 부실수사” 지적에 최재경 정면 반박

    이명박 정부 청와대와 국무총리실이 민간인을 불법 사찰한 사건을 당시 검찰이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고 법무부 산하 검찰 과거사위원회(과거사위)가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자 이 사건을 수사했던 최재경 당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현 변호사)이 과거사위 발표 내용을 정면 반박했다. 과거사위는 28일 이명박 정부 당시 청와대 및 국무총리실의 민간인 사찰 사건 재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사건은 2008년 7월 당시 이명박 대통령을 희화화한 동영상을 블로그에 올린 김종익씨를 국무총리실 소속 공직윤리지원관실이 불법 사찰한 사건이다. 이로 인해 KB한마음 대표를 맡고 있었던 김씨는 2008년 결국 회사 대표직을 사임했다. 과거사위는 “청와대와 총리실 비선조직이 민간인 등을 광범위하게 불법사찰 한 전대미문의 사건이 벌어졌는데도 검찰은 정치 권력을 향한 수사를 매우 소극적으로 벌였다”면서 1차 수사는 물론 내부 폭로로 촉발된 2차 수사까지도 검찰이 소극적으로 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1차 수사에서 공직윤리지원관실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이 지연돼 증거 인멸의 빌미를 줬다고 판단했다. 과거사위는 또 청와대의 개입 정황이 담긴 이동식저장장치(USB)가 대검 중수부에 건네진 뒤 실종됐다는 의혹과 관련해서 “수사 방해 행위에 해당할 여지가 있고, 현재까지도 USB 7개의 소재가 파악되지 않아 은닉되거나 부적절하게 사용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최 변호사는 이날 설명자료를 통해 “(과거사위가) 전혀 확인하지 않은 채 막무가내로 개인의 명예를 중대하게 훼손하는 허위의 보도자료를 발표했다”면서 “과거사위가 발표한 내용은 모두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강하게 반박했다. 특히 USB와 관련해서 “당시 수사팀으로부터 복수의 USB를 전달받아 대검 과학수사기획관실에 분석 의뢰를 맡겼다”면서 “절차에 따라 기획관실이 포렌식(증거 분석)한 뒤 수사팀에 자료를 인계한 것으로 알고 있다. 중수부는 그 과정에 관여한 바가 없다”고 밝혔다. 최 변호사는 “과거사위가 관련 자료를 찾지 못한 것이지, 누군가가 증거물을 은닉했다고 의심하는 것은 억지에 불과하다”면서 “중요 증거물 수사 과정에서 없어졌다면 정상적인 수사 진행은 불가능하다. 누구도 그에 관해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채 수사가 정상적으로 진행된다는 것은 조금이라도 검찰 수사 과정을 아는 사람이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판단할 것”이라고 맞섰다. 또 당시 디지털 포렌식 작업을 담당했던 대검 과학수사기획관실 직원 2명의 녹취록도 제출했지만 과거사위가 이를 확인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구미 용의자 추적 중 “20대男 온 몸에 상처 입고 숨진 채 발견”

    구미 용의자 추적 중 “20대男 온 몸에 상처 입고 숨진 채 발견”

    경북 구미시 진평동의 한 원룸 건물 주차장에 세워둔 차량 트렁크에서 20대 남성이 온 몸에 상처를 입고 숨친 채 발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구미경찰서 진평파출소는 28일 A(20·무직)씨의 어머니로부터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해 모닝 경차의 트렁크에서 이불에 싸여 숨진 A씨를 발견했다. A씨는 얼굴과 팔 등 온몸을 두들겨 맞아 상처가 있었고, 특히 다리에 멍 자국이 많았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은 정확한 사인을 가리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맞은 흔적이 있고, 쇼크사일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경찰은 사건 현장에서 원룸에 함께 살아온 B(21·무직)씨를 붙잡아 사건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그러나 B씨는 “원룸에 함께 기거한 지 고작 1주일 정도이고 범행에 가담하지 않아 달아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경찰은 A씨가 월세를 내는 원룸에 2개월여 동안 함께 살다가 사건 직후 달아난 A씨의 20대 선배 2명을 쫓고 있다. 조사 결과 원룸에 자주 놀러 오던 여성이 사건 내용을 알고 경남에 사는 A씨 어머니에게 연락했고, A씨 어머니가 경찰에 신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바벨’ 박시후 장희진, 격정멜로 “美친 드라마” 첫방부터 안방 압도

    ‘바벨’ 박시후 장희진, 격정멜로 “美친 드라마” 첫방부터 안방 압도

    TV CHOSUN ‘바벨’이 첫 방송부터 안방극장에 폭풍처럼 휘몰아치는 이멀전시 대격돌의 서막을 알리며 2019년 ‘美친 드라마’의 탄생을 예고했다. 지난 27일 첫 방송 된 TV CHOSUN 특별기획 ‘바벨’(극본 권순원, 박상욱/ 연출 윤성식 /제작 하이그라운드, 원츠메이커 픽쳐스) 1회는 수도권 시청률 4.3%(닐슨코리아 유료 방송 가구 기준)를 기록했다. 분당 최고 시청률은 5.4%까지 치솟으며 첫 방송부터 화끈한 출발을 알렸다. 무엇보다 ‘바벨’은 첫 오프닝부터 피범벅이 된 채 살해당한 김지훈의 모습이 펼쳐지는 19금 드라마다운 충격 전개와 파격적인 영상 스케일, 시간을 역순으로 배치해 사건을 되짚어가는 박진감 넘치는 구성으로 시청자들을 단숨에 중독되게 만들었다. 특히 권순원, 박상욱 작가의 치밀하고 쫀쫀한 구성력, 대작 드라마의 거장 윤성식 감독의 디테일한 연출력이 완벽한 조화를 이루며, ‘리얼 퍼펙트 빛삭 드라마’의 탄생을 예고했다. 여기에 박시후-장희진-김해숙-김지훈-장신영-송재희-임정은 등 출연 배우들의 열연이 더해졌다. 극 중 거산가를 둘러싼 얽히고설킨 차우혁(박시후)과 한정원(장희진), 신현숙(김해숙), 태민호(김지훈), 태유라(장신영), 태수호(송재희), 나영은(임정은)이 촉발된 두 개의 사건 속에서 복수와 욕망 그리고 사랑을 생생하게 덧칠하면서, 눈코 뜰 새 없는 캐릭터들의 향연으로 안방극장을 압도했다. 첫 방송에서 박시후는 오직 복수를 향한 갈망과 운명적 사랑에 빠져 고뇌하는 차우혁 역의 극과 극 면모를 깊이 있는 연기로 소화해내며 시청자들을 안방극장 1열로 불러 모았다. 차우혁은 퇴근길 지하철에서 일어난 불의에 거친 육두문자를 던지는 데 이어, 법적 지식을 활용한 능청스러운 해결을 도모했다. 더욱이 거산그룹을 무너뜨리기 위해 법무팀장을 자처해 적진으로 돌진하면서도 뒤에서는 추적을 이어가는 치밀한 면모를 보였던 것. 또한 헬리콥터가 추락하면서 복수의 칼날 끝에 있던 태회장(김종구)이 숨만 쉬는 주검의 상태로 돌아오자 망연자실해하다, 헬기 사건 조사를 맡게 되자 다시금 복수를 향한 질주 태세를 가다듬었다. 차우혁과 추악한 비리로 얼룩진 거산가의 불꽃 튀는 전쟁의 서막이 예고되면서 긴장감을 끌어올렸다. 장희진은 삶에 희망을 잃고, 벼랑 끝에 서게 된 여자 한정원 역을 섬세하게 그려냈다. 한정원은 최고 톱스타 여배우에서 거산가 차남 태민호의 아내가 된 후 친구가 운영하는 레스토랑 일을 도와주며 소소한 행복을 즐기는 듯 보였지만 실상은 태민호의 이중적 태도와 거산가의 비열한 민낯의 무게에 지쳐가는, 절망적 삶을 살아가고 있던 터. 게다가 헬리콥터 추락으로 인해 실종된 후 죽은 줄 알았던 남편 태민호가 살아 돌아오자, 기쁨 대신 겁에 질린 채 눈물을 쏟아내는 모습으로 한정원의 인생에 대한 궁금증을 증폭시켰다. 김해숙은 광분한 아들 태수호를 진정시키기 위해 표정 변화 없이 뺨을 내리치고 이내 돌변한 채 뺨을 다독이는 등 날 서린 두 얼굴, 신현숙의 변주를 그려냈다. 신현숙은 남편 태회장이 위독한 상황에 당도하고, 태민호가 죽었다는 소식에 충격을 받은 듯 쓰러졌지만, 걱정하는 가족들이 병실에서 물러나자 손을 틀어막고 새어 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 없어 하는 모습으로 소름을 안겼다. 이어 서둘러 이사회를 소집해 태수호를 회장 자리에 앉히기 위해 눈에 불을 켰지만. 그 순간 태민호가 살아 돌아오자 하얗게 질린 얼굴을 드러내, 신현숙과 태민호의 숨겨진 이야기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김지훈은 오프닝부터 태회장 집무실에서 피범벅인 채 눈을 부릅뜬,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되는 태민호의 모습으로 충격을 선사했다. 태민호는 계모 신현숙을 안심시키기 위해 일생을 후계자 승계에 관심 없다는 의지를 보이다가 태회장으로부터 실질적 후계자로 지목되자 서슬 퍼런 이빨을 드러냈다. 더욱이 헬리콥터 추락과 함께 자취를 감췄다 다시 살아 돌아온 후 신현숙에게 비릿한 웃음을 보내는가 하면, 선물이라며 의문의 물건을 건네는 등 반전 행보로 소름을 드리웠다. 과연 태민호를 죽음으로 몬 사람은 누구일지, 진범을 찾기 위한 고도의 심리전이 가동되면서, 태민호의 행보에도 촉각이 곤두서고 있다. 뿐만아니라 성폭력범 변호를 의뢰받았지만, 강단 있게 사퇴를 결정하는 변호사 태유라 역의 장신영, 첫 회부터 개차반 행동을 일삼는 재벌 3세 태수호 역의 송재희, 그리고 파격적인 쿨내 진동 면모를 과시한 나영은 역의 임정은까지 빈틈없는 열연이 어우러지면서 극적 몰입도를 드높였다. 그런가하면 이날 방송에서는 차우혁과 한정원이 비극적 사랑의 시작을 알리는, ‘계단 키스’ 엔딩이 담겼다. 죽은 줄 알았던 태민호가 살아 돌아온 것을 목격하고, 충격에 휩싸여 병원 비상계단으로 달려가는 한정원을 쫓아간 차우혁이 눈물을 쏟아내는 한정원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애처롭게 바라보다 위로의 키스를 건넨 것. 이때 태민호가 건너편 계단에서 두 사람을 몰래 바라보고 있는 장면이 펼쳐지면서, 비극적으로 엮여버린 세 사람의 관계가 태민호의 죽음과 어떻게 맞닿아 있을지 궁금증을 폭등시켰다. 한편 TV CHOSUN 특별기획 ‘바벨’은 매주 토,일요일 밤 10시 50분에 방송된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HIV 보균자’ 요양병원 직원, 자폐증 여성환자 성폭행” 주장

    “’HIV 보균자’ 요양병원 직원, 자폐증 여성환자 성폭행” 주장

    영국 런던의 한 요양병원에 입원해 있던 50대 자폐증 여성이 에이즈를 일으키는 HIV(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 보균자인 병원 직원으로부터 성폭행당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더 선 등 현지 언론의 27일 보도에 따르면 런던 북부의 한 요양병원에 입원해 있던 50대 자폐증 여성 캐시는 3년 전인 2016년 HIV 보균 확정 진단을 받았다. 당시 그녀를 진단한 타 병원의 의료진은 캐시에게 성관계에 동의할 만한 정신적 능력이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는 진단을 내렸고, 여성의 가족들은 성폭행이 의심된다며 경찰 조사를 의뢰했다. 조사에 따르면 이 여성은 어릴 때부터 HIV 보균 진단을 받을 때까지 해당 요양시설을 지속적으로 이용해왔다. 그러던 2015년 갑작스럽게 에이즈 증상이 나타났지만 가족들은 그녀가 HIV 보균자라는 사실을 전혀 짐작하지 못했다. 경찰은 이 여성이 요양병원에 가장 오래 머물렀던 2006~2016년 사이 HIV에 감염된 것으로 추정했다. 또 문제의 바이러스가 성적 접촉을 통해 감염된 것으로 보인다는 의료진의 판단에 따라 이 여성이 성폭행을 당했을 가능성을 염두하고 수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이 여성뿐만 아니라 당시 요양병원에 있었던 또 다른 여성 5명 역시 성폭행으로 인한 HIV에 감염됐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HIV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추정되는 시기가 너무 긴 데다, 이미 물리적 증거를 채취하기 어렵고, 더불어 문제의 요양병원이 현재는 문을 닫은 상태여서 추가적인 조사가 어렵다는 결론을 내놓았다. 이 여성의 가족은 보호자가 병실을 지키고 있던 낮 시간이 아닌, 보호자가 병실에 주로 없었던 밤 시간대에 해당 보호시설의 직원이 성폭행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지만 경찰은 이미 수사를 종료한 상태다. 이러한 사연은 최근 미국의 한 요양병원에 입원해 있던 식물인간 여성이 성폭행으로 인해 임신한 아이를 출산했고, 범인이 해당 병원의 간호조무사였다는 사실이 밝혀진 뒤, 피해 여성의 어머니가 의회를 상대로 재조사를 요구하면서 알려졌다. 이를 공개한 지방자지단체 의회인 브렌트카운실 측은 “이번 사건은 보호를 받아야 하는 한 여성이 성폭행으로 인해 심각한 질병을 얻은 고통스러운 사건”이라면서 “이는 해당 요양병원의 부주의와 태만으로 인한 것이지만 용의자도, 법의학적 근거도 남지 않아 더 이상 수사를 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피해 여성 및 문제의 요양병원에 있던 환자들은 가족의 보호 아래 안전하고 행복한 삶을 이어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아베 내각 지지율 50%대 회복…‘한일 군사 갈등’에 지지 결집

    아베 내각 지지율 50%대 회복…‘한일 군사 갈등’에 지지 결집

    일본 아베 신조 총리 내각 지지율이 50%대를 회복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한국과의 레이더 갈등이 악화하면서 국민 여론이 결집한 효과를 얻은 것이 주된 요인으로 분석됐다. 28일 일본경제신문(닛케이)과 도쿄TV가 닛케이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25~27일 전국의 18세 이상 남녀에게 무작위 전화를 걸어 조사(990명 답변, 응답률 44.4%)한 결과에 따르면 아베 내각 지지율이 53%를 기록해 작년 12월 조사 때와 비교해 6%포인트나 급등했다. 반면에 ‘지지하지 않는다’는 비율은 7%포인트 낮아진 37%에 그쳤다. 최근 후생노동성의 통계 조작 파문을 계기로 정부 통계 전반을 믿지 못하겠다는 응답이 79%에 이를 정도로 정부에 대한 불신 요인이 있었음에도 아베 내각 지지율이 상승세를 탄 것은 이례적이다. 아베 내각을 지지하는 이유(복수응답)로는 가장 많은 46%가 ‘안정감’을 꼽았고, 그 뒤를 이어 32%가 ‘국제 감각이 있는 점’을 들었다. 아베 내각 지지율 상승과 함께 집권 자민당의 지지율도 함께 올랐다. 이 같은 지지율 상승에는 한국과의 ‘레이더-초계기 저공비행 갈등’에 따른 국내 여론 결집이 주된 요소로 자리잡은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같은 조사에서 ‘한국 해군 구축함이 자위대에 화기관제 레이더를 비춘 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의 자세’를 묻는 항목에서 62%가 ‘더 강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답했다. 반면 ‘한국 측 주장을 들어야 한다’는 답변은 7%에 머물렀고, ‘지켜보겠다’는 의견은 24%였다. 성별로는 남성의 67%, 여성의 57%가 강경한 대응을 주문했다. 특히 아베 정권과 자민당 지지층에서는 강경한 주문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현 내각 지지층은 67%가 ‘더 강한 대응’을 주문했고, 지지하지 않는 층에선 57%가 같은 답변을 했다. 자민당 지지층은 69%가 강한 대응을 요구했고, 무당파층은 59%가 같은 입장을 드러냈다. 이러한 결과는 지난해 12월 21일 일본 측이 문제를 제기해 한일 간 레이더 갈등이 처음 불거진 뒤 공해상에서 한국 해군 함정에 대한 일본 자위대 초계기의 저공 위협비행이 이어지고 있는 배경을 설명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또 올해 4월 통일지방선거, 7월의 참의원 선거가 예정된 점을 고려하면 아베 내각이 향후에도 여론 추이에 상당한 영향을 주는 한일 간 문제를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도 올해 참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에 투표하고 싶다는 응답자가 41%로,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12%) 지지층을 크게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이날 보도된 요미우리신문의 지난 25~27일 여론조사에서도 아베 내각 지지율이 49%로 나와 지난달 조사 때보다 2%포인트 올랐다.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38%로 5%포인트나 떨어졌다. 요미우리 조사에선 한국인 징용공 배상 판결 및 레이더 논란과 관련해, ‘한국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주장을 하는 한 관계 개선을 하지 않아도 어쩔 수 없다’는 응답이 71%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한국당 지지율 국정농단 이후 최고치

    한국당 지지율 국정농단 이후 최고치

    자유한국당의 정당지지율이 국정농단 사태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1위 더불어민주당과의 격차를 12%포인트까지 좁힌 것으로 나타났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지난 21~25일 전국 유권자 251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2.0% 포인트) 한국당 지지율은 전주보다 2.4%포인트 오른 26.7%로 집계됐다. 리얼미터 기준으로 2주 연속 오른 한국당 지지율은 국정농단 사태가 본격화한 2016년 10월 3주차(29.6%) 이후 2년 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리얼미터는 “경제 상황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장기간 이어지며 정부·여당의 약세가 지속된 데 따른 반사이익과 최근 2·27 전당대회를 앞두고 주요 당권 주자들의 지역 행보가 잇따르며 언론 보도가 증가하는 등 ‘컨벤션효과’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1.1%포인트 내린 38.7%로 2주 연속 하락했다. 정의당은 0.6%포인트 상승한 8.1%, 바른미래당은 0.8%포인트 떨어진 5.5%, 민주평화당은 0.4%포인트 증가한 3.1%를 각각 기록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는 1.4%포인트 하락한 47.7%, 부정 평가는 0.1%포인트 상승한 45.7%로 각각 집계됐다. 문 대통령의 국정지지도가 2주 연속 소폭 내린 것은 손혜원 의원 논란과 함께 조해주 중앙선거관리위원 임명, 예비타당성조사 면제를 둘러싼 논란 등이 일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리얼미터는 분석했다.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리얼미터 홈페이지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산고 같았던 초연…젊은 후배처럼 그때의 열정 지켜내고 싶어”

    “산고 같았던 초연…젊은 후배처럼 그때의 열정 지켜내고 싶어”

    극이 시작되고 첫 번째로 흘러나오는 삽입곡 ‘푸가의 기법’은 극 전체의 분위기를 암시하는 전주곡과도 같았다. 곡이 형성하는 특유의 긴장감은 공연 내내 날 선 대사를 주고받는 두 배우의 연기와 맞물려 객석 구석구석까지 스며들었다. 세계적인 추상화가 ‘마크 로스코’와 그의 조수 ‘켄’의 대화로 구성된 2인극 ‘레드’는 두 배우가 숨을 틈, 숨 쉴 틈도 없이 함께 공연을 책임지는 작품이다. 2010년 토니상 최다 수상작이었던 이 작품의 관람 포인트는 바로 선후배 배우 간 불꽃 튀는 연기대결. 2011년 초연 이후 네 시즌째 ‘마크 로스코’로 출연한 중견배우 강신일(59)은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젊은 친구들이 그 시대에 맞게 자신들의 가치를 드러내고 추구하면 저는 그것을 이해하고 공유하기 위해 노력한다”며 후배 배우들과 호흡하는 법을 설명했다.‘레드’는 뉴욕 시그램 빌딩의 유명 레스토랑에 걸릴 벽화를 의뢰받아 완성했다가 갑자기 계약을 파기한 로스코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현대 미술 사조가 변화하는 가운데 나타난 세대 갈등을 다룬 작품으로, 극중 로스코는 가상의 조수이자 제자인 켄을 고압적으로 대하며 끊임없이 충돌하고 논쟁한다. 궁극적으로 세대 간 소통의 메시지를 전하는 작품의 주제처럼 강신일은 후배 배우들과 호흡하며 자신을 돌아본다고 소회했다. 그는 ‘켄’으로 더블 캐스팅된 김도빈·박정복에 대해 “저보다 20년 이상 젊은 친구들의 열정을 보면서, 내가 젊었을 때 가졌던 열망에서 많이 멀어져 있는 게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며 “젊은 후배들과 같은 열정과 열망을 저 역시 지켜내고 싶다”고 강조했다. 초연 때 연출가 오경택은 대본을 보고 제일 먼저 강신일을 떠올렸다고 한다. 시즌을 거듭하며 ‘마크 로스코=강신일’이라는 호평이 나올 만큼 그에게는 의미 있는 역할이다. 하지만 그는 배우가 한 배역을 계속 독점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강신일은 “다양한 성격의 배우들이 작품에 참여하면서 또 다른 공연을 만드는 것이 옳다”며 “공연은 그림처럼 한 사람이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관객들이 그 순간을 공유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저에게 ‘레드’ 초연은 산고를 겪는 것과 같았던 아주 중요한 작업이었다”며 “많은 공부를 하며 작품을 잘 다져놨는데, 저에 이어서 이 작품에 출연하는 배우들에게 좋은 자료가 되고 싶다”고도 했다. “강신일이 태어난 곳이 연극판이니 이곳에서 벗어날 수는 없습니다.” 영화 ‘공공의 적’(2002), 드라마 ‘태양의 후예’(2016) 등 흥행작에 연이어 출연하며 이제는 지나가는 아이도 그를 알아볼 만큼 유명배우가 됐다. 지난해말 국립극단 연극 ‘록앤롤’에 이어 곧바로 ‘레드’ 무대에 섰고, 일일드라마에도 계속 출연하며 방송과 연극을 오가는 바쁜 활동을 하고 있지만 그는 자신을 천생 연극배우라고 강조했다. 그는 연극의 중요성에 대해 “달리기 같은 기초종목을 활성화하지 않고 축구나 야구를 육성하겠다는 것은 모래 위에 성을 쌓는 것이나 마찬가지 아니냐”며 “연극과 같은 기초예술도 똑같다. 기초예술은 인간 본성에 대한 탐구이고 이를 바탕으로 한 삶의 훈련”이라고 강조했다. 강신일은 인터뷰 말미 공연기획사 측 관계자를 힐끗 보며 “이번 시즌을 끝으로 이제 마크 로스코와는 작별해야 할 것 같다”라며 이번이 마지막 출연이 될 수 있음을 내비쳤다. 그러면서 한 가지 전제조건을 내걸었다. “이 얘기는 처음 하는 건데…. 사실 초연 때부터 동료 배우인 정원중이 ‘마크 로스코’ 역에는 제격이라고 늘 생각했어요. 그 친구에게도 ‘원중아, 이 역할은 네가 해야 돼’라고 말하기도 했죠. 다음 시즌에 그 친구가 출연한다면 저 역시 (더블캐스팅으로) 함께할 의향이 있습니다.” 이번 공연은 2월 10일까지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황교안·오세훈 ‘출마 자격’ 거센 논란…한국당 선관위 내일 논의

    황교안·오세훈 ‘출마 자격’ 거센 논란…한국당 선관위 내일 논의

    黃 지지 친박들 “논란 자체가 코미디” 최종결정권 쥔 김병준은 ‘불출마’ 촉구 한선교 의장, 유권해석 의뢰 ‘조기 진화’黃 내일 출마 선언… 洪 30일 거취 밝힐 듯 황교안 전 국무총리와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자유한국당 전당대회 출마 자격 ‘시비’가 불거지면서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황 전 총리는 “문제없다”며 출마를 강행할 예정이다. 당권주자인 심재철 의원은 27일 성명을 내고 “유감스럽게도 당대표에 나선 일부 인사는 책임당원의 요건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며 황 전 총리와 오 전 시장을 겨냥했다. 이날 당대표 출마선언을 한 주호영 의원도 “보수정당은 법치주의를 가장 근간으로 한다”며 “어긋나면 (결정권이) 힘있는 사람에게 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반면 황 전 총리와 가까운 친박(친박근혜) 의원들은 황 전 총리를 옹호하고 나섰다. 김태흠 의원은 “비대위가 영입한 인사에 대해 스스로 피선거권 논란을 제기하는 것 자체가 코미디”라고 주장했다. 박완수 의원도 “당헌·당규에는 명백하게 명문 규정이 있다. 당대표 출마자격은 국회의원 피선거권이 있고 후보자등록 신청일 현재 당적만 있으면 가능하다”며 일부의 주장에 반박했다. 김용태 한국당 사무총장은 지난 25일 “당원 규정 제2조 2항에 의거해 오 전 시장, 황 전 총리는 책임당원이 아닌 상태”라고 밝혔다. 다만 “오 전 시장의 경우는 2월 10일 당비를 납부하면 3개월 당비납부 이행으로 책임당원 자격이 부여되지만 황 전 총리의 경우 책임당원 자격을 가지려면 선관위가 비상대책위원회에 요청하고 심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국당 당헌·당규에 따르면 전당대회 출마자격은 책임당원에게만 부여되고, 책임당원이 되려면 1년 중 3개월 이상 납부하고 연 1회 이상 당에서 실시하는 교육에 참석해야 한다. 한국당 당규는 중앙당 공천관리위원회 등 요청이 있으면 최고위원회 의결로 책임당원 자격을 부여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이 경우 지난 15일 입당한 황 전 총리는 전당대회 후보 등록일(2월 12일) 전까지 책임당원 자격을 얻을 수 있다. 그렇지만 문제는 최종 결정권자가 그의 불출마를 직접 요구한 김병준 비대위원장이라는 데 있다. 앞서 김 위원장은 황 전 총리, 오 전 시장, 홍준표 전 대표의 전당대회 불출마를 촉구했다. 이와 관련, 황 전 총리는 “아마 비대위에서 국민 여론과 한국당 분위기에 찬물 끼얹는 결정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잘 결정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논란이 증폭되자 한선교 한국당 2·27 전당대회 의장은 이날 “전대 의장으로서 당헌·당규에 입각해 후보자격에 대한 유권해석을 당 선거관리위원회에 요청한다”며 조기 진화에 나섰다. 한국당은 29일 전당대회 선관위 회의에서 이 문제에 대해 논의한다. 유력 당권 주자들은 이번 주 잇따라 출마 선언을 하고 본격적인 선거전에 나설 전망이다. 황 전 총리는 29일 서울 영등포 당사에서 출마 선언을 할 예정이다. 오 전 시장은 31일 또는 2월 1일에 출마 선언을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홍 전 대표는 30일 출판기념회에서 출마 여부를 밝힐 것으로 보인다.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 [미투 1년]“보복 고소·여론전 된 미투…잊혀질까 두려워 오늘도 싸웁니다”

    [미투 1년]“보복 고소·여론전 된 미투…잊혀질까 두려워 오늘도 싸웁니다”

    제자 “2015년 H교수, 강제 입맞춤·사과” 폭로하 교수 즉각 명예훼손 맞고소… 여과없이 보도커뮤니티·댓글선 피해자 겨냥 “꽃뱀” 마녀사냥인권위 “교수 지위 이용해 강제추행” 수사 의뢰檢 9개월 만에 기소… 학교측 ‘직위해제’ 처분만피해자, 무료 법률지원 다 소진… 소송비용 걱정첫 재판 앞둬… “지난한 싸움 했는데 이제 시작”“정의가 승리했다.” 지난 23일 서지현 검사가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의 징역 2년형 선고 소식을 듣고 내놓은 일성이다. 그는 수년 전 안 전 국장으로부터 성추행당했음을 지난해 1월 29일 검찰 게시판을 통해 폭로했다. 국내 미투(#Me Too·나도 피해자다) 운동의 시작이었다. 이후 법조계와 학계·문화계·종교계 등에서 “나도 피해자”라는 외침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고발자 대부분은 1년이 지난 지금까지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마음을 졸이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사회적 관심도 시들해졌다. ‘동덕여대 H교수 사건’도 그중 하나다. 지난해 3월 ‘H’가 하일지라는 유명 소설가라는 사실이 알려지며 주목을 받은 것도 잠시뿐. 학생들은 유명인이자 교수인 피고인과의 법적 공방은 물론 2차 가해와도 싸우고 있다. 이들이 버텨낸 지난 1년은 어땠을까. “사람들의 관심이 없어질까, 학내에서조차 잊힐까, 앞으로 기사로 다뤄줄까… 이 모든 게 사실 두려워요.” ‘동덕여대 H교수 제자 성추행 사건’은 2018년 봄을 뜨겁게 달군 이슈였다. 피해자와 가해자의 공방은 핑퐁 게임처럼 전개되며 매일 생중계됐다. 그러나 이후 잇단 고소로 확전된 것을 아는 사람은 드물었다. 피해자들은 여전히 지난한 싸움을 벌이고 있다. 약 9개월 만인 지난달에야 경찰·검찰의 수사가 모두 마무리됐고 이제 겨우 첫 재판을 앞두고 있다. 지난 1년간 피해자와 함께해 온 사람들은 학생 10여명으로 꾸려진 연대체다. ‘동덕여대 H교수 사건 비상대책위원회’ 문아영 공동의장은 지난 시간이 “힘겨운 공방이 오간 지난한 싸움이었다”면서도 “그런데도 이제야 시작이라는 게 참…”이라며 한숨지었다. ●10여명 연대체 꾸려 대응… “관심 없어질까 불안” 사건의 단초는 ‘안희정 성폭력 사건’을 두고 벌어진 설전이었다. 지난해 3월 14일 동덕여대 익명 게시판에는 고발성 글이 하나 게시됐다. 이날 문예창작학과 수업에서 하 교수가 ‘안희정 사건’ 피해자 김지은씨와 관련해 “결혼해 준다고 했으면 안 그랬을 것. 질투심 때문”이라면서 “피해자가 알고 보니 이혼녀더라. 이혼녀도 욕망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는 내용이었다. 또 “(소설) 동백꽃은 처녀가 순진한 총각을 성폭행한 내용인데 얘도 미투 해야겠네”라는 하 교수의 말도 언급됐다. 하 교수의 발언은 교내에서 ‘미투 폄훼’ 논란을 일으켰다. 폭로는 이튿날 터져 나왔다. 이 대학 학생인 A씨는 대학 커뮤니티를 통해 ‘2015년 12월 H교수가 자신에게 강제로 입을 맞추고서 사과했다’며 교수의 성추행을 폭로했다. 여론은 들끓었고, A씨의 용기에 대한 지지가 잇따랐다. 교수의 대응은 빨랐다. 4일 만인 같은 달 19일 기자회견에 나서 “미투라는 이름으로 무례하고 비이성적인 고발이 자행되고 있다”며 혐의를 강력히 부인했다. 그리고 피해자를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및 상습협박 등의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여론은 변했다. 대중은 직접 카메라 앞에 서 제자와 주고받은 애정 어린 이메일을 공개한 하 교수에게 힘을 실어줬다. 당당하니 고소까지 했을 것이라고 지레짐작했다. 언론은 그의 말을 그대로 받아 적었다. 문 공동의장은 “피해자를 공격하는 가해자의 말을 여과 없이 받아 적은 데다 심지어 단독 인터뷰를 내보낸 매체들은 해당 발언이 사실인지 여부를 피해자에게 묻지 않았다”면서 “피해자에 대한 최소한의 취재 시도조차 없었다”고 꼬집었다. 그때부터 A씨는 교수를 갈취하려 한 ‘꽃뱀’이 됐다. 비인격적 표현이 피해자와 그와 연대하는 학생들에게 쏟아졌다. 댓글창과 커뮤니티는 마녀사냥의 장이 됐다. 4월 20일 A씨는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후 수사당국과 인권위는 피해자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 종암경찰서는 지난 7월 가해 교수가 피해자를 고소한 명예훼손 사건에 대해 ‘혐의 없음’이라고 결론 내렸다. 검찰도 지난 12월 피해자를 불기소 처분했다. 한편, 인권위 차별시정위원회는 지난 7월 검찰총장에 이 사건에 대한 수사를 의뢰했다. 서울신문이 비대위를 통해 입수한 인권위 결정문에 따르면 인권위는 “대학교수라는 업무관계에서의 지위를 이용해 학생인 진정인에게 육체적, 성적 언동을 한 행위는 성희롱 행위에 해당한다”면서 “피진정인의 키스 행위가 강제추행죄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 사건을 배당받은 서울북부지검은 지난달 13일 하 교수를 강제추행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강한 반발에 피해자 숨기도… 일상 다 바쳐야 하는 싸움” 그러나 이 같은 진행 상황을 아는 사람도, 궁금해하는 사람도 많지 않다. 대부분의 기억은 교수의 반박 기자회견과 고소, 그 어딘가에 멈춰 있었다. 학교도 적극적이지 않다. 해당 교수가 사임 의사를 표했지만 학교는 “사법당국의 판단을 지켜본 후 결정하겠다”며 직위해제에서 처분을 멈췄다. 그 사이 가해는 계속됐다. 피해자를 꽃뱀으로 규정한 프레임 속에서 피해자는 고소당한 ‘가짜 미투자’로 낙인찍혔다. 한 시인은 공개적으로 하 교수를 ‘가짜 미투’의 피해자라고 옹호하며 피해자의 얼굴과 실명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공개했다. 어려운 싸움 끝에 이들은 가해자에 대한 기소 처분을 받아냈고 허위사실 유포 혐의도 벗었다. 문 공동의장은 “그나마 이 사건은 많은 관심을 받았지만, 대학가의 다른 사건은 상황이 너무 어렵더라”면서 “미투 운동 때 나온 피해자가 분명 다수였는데 법적 대응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사람은 적었고, 소송을 행동에 옮긴 사람은 더 소수였다”고 전했다. 실제로 수많은 대학가 미투가 잊혀지고 있다. 여러 대학은 가해 교수에게 솜방망이 징계를 내렸다. ‘정직 3개월’은 대학본부가 학내 성폭력에 대응하는 가장 손쉬운 도구였다. 강력한 백래시(반발)에 피해자가 다시 수면 아래로 숨어버리기도 했다. 문 공동의장은 “여성들이 말하기 시작했지만 백래시가 너무 컸다”고 돌아봤다. 그는 “피해자가 사실을 말하고 당사자를 고소하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힘든데, 보복성 고소와 여론전까지 더해지면 정말 견딜 수 없어진다”면서 “피해자가 온 일상을 다 바쳐야 하는 게 이 싸움”이라고 말했다.이런 상황은 대학가만 겪는 일이 아니다. 한때 뜨거웠던 미투 운동에 대한 관심은 야속할 만큼 식어버렸다. 안희정·이윤택 사건 등 유명인 사건 정도만 세간의 관심을 받는다. 유명세가 덜한 가해자들은 하나둘 다시 원래 자리로 돌아오고 있다. 또 성폭력 사건의 특성상 익명 폭로가 상당수였기 때문에 폭로가 사실로 드러났더라도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 경우도 많다. 하일지 성폭력 사건은 10개월이 지났지만 이제부터 시작이다. 이 사건 재판이 언제 끝날지 아무도 알 수 없다. 2심을 거쳐 3심까지 가며 기나긴 법정 다툼을 이어가야 할 수도 있고, 피해자를 겨냥한 또 다른 고소가 들어올지도 모른다. 피해자는 불안할 수밖에 없다. 피해자 A씨는 이미 국가로부터 받는 무료법률지원도 제한된 횟수만큼 다 써버려 소송 비용도 걱정이다. 하지만 이들은 진실이 언젠가 명명백백 드러날 것이라는 믿음으로 버티고 있다. 문 공동의장은 “전엔 ‘나마저 꽃뱀으로 여겨질까’ 우려해 목소리 내지 못했던 여성들이 이젠 ‘네가 꽃뱀이라고 말하는 행위는 잘못된 거야’라고 말할 수 있는 사회가 됐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수그러드는 관심에 불안과 두려움이 있지만, 조금 더 좋은 세상에서 나와 내 주변 사람들이 피해당하지 않고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버티고 또 버틴다”고 했다.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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