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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병역기피’ 이스라엘 女모델 “군대는 시간낭비”

    ‘병역기피’ 이스라엘 女모델 “군대는 시간낭비”

    남녀 모두 동등하게 병역의무를 져야 하는 이스라엘에서 군 입대를 의도적으로 회피했다는 의심을 사고 있는 미녀 모델이 군대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을 공개적으로 피력해 논란이 되고 있다. 슈퍼모델 출신이자 영화배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애인으로 유명한 바 라파엘리(25)가 최근 패션잡지 이탈리아 GQ와의 인터뷰에서 “군 입대를 하지 않은 걸 후회하지 않는다.”며 군 복무가 시간 낭비라고 말했다. 이스라엘에선 여성도 18세와 20세 사이 군복무를 해야 한다. 종교적인 이유나 신체상의 결함이 있을 경우나 결혼을 했을 때에는 면제가 되는데, 라파엘리는 18세에 결혼식을 올렸다가 몇 년 뒤 슬그머니 이혼을 해 병역회피를 했다는 질타를 받았다. 전쟁을 테마로 한 이번호에서 라파엘리는 헬멧과 반바지만 착용한 밀리터리룩 패션의 화보를 공개했다. 라파엘리는 “시간을 낭비하지 않았기 때문에 군 입대를 하지 않은 걸 후회하지 않는다.”고 군복무에 대한 부정적 의견을 스스럼없이 밝혔다. 또 의도적 병역기피도 일부분 인정하면서 “당시 난 그 방법밖엔 없었다. 나의 사건이 병역제도에 영향을 미치기를 바란다.”면서 “왜 나라를 위해서 젊은 사람들이 죽어야 하나. 차라리 뉴욕에 사는 편이 낫겠다.”고 말하기도 해 파문을 일으켰다. 한편 175cm의 큰 키에 아름다운 외모를 가진 라파엘리는 15세 때 모델활동을 시작했다. 2005년에는 이스라엘 TV드라마에 출연했으며,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의 달력모델로 나서 전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았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강경윤기자 newsluv@seoul.co.kr  
  • “빈라덴 최후 순간 비무장”… “가족이 보는 앞에서 총살”

    오사마 빈라덴 사살이 정당했느냐는 논란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미국 정부가 당초 발표했던 사살 당시 상황과 전혀 다른 사실이 속속 드러났기 때문이다. 백악관은 처음엔 빈라덴이 여성을 방패막이 삼아 총을 들고 저항했다고 설명했지만 하루 만에 그가 비무장 상태였다고 번복했다. 그런데 이번엔 미군이 빈라덴을 사로잡은 뒤 가족들이 보는 앞에서 총살했다는 증언이 나오면서 기름에 불을 부은 형국이 됐다. 존 브레넌 백악관 대테러 보좌관은 지난 2일(현지시간) 빈라덴이 무기를 지니고 있었고 미 해군 특수부대(네이비실) 대원들에게 총격을 가했는지는 확실치 않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면서 “그는 여성을 인간방패로 이용한 (치졸한) 인간”이라고 비난했다. 하지만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불과 하루 뒤 그가 네이비실과 마주한 순간 무기를 지니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빈라덴이 여성을 인간방패로 삼았는지 여부도 불확실하다고 했다. 그는 정부의 설명이 하루 만에 뒤집힌 이유에 대해 “짧은 시간에 너무 많은 정보가 들어왔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美 빈라덴 가족 등 16명 체포” 미 정부가 오락가락한 정황을 되짚어 보면, 애초 작심하고 거짓말을 했을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의도적인 거짓말이었다면 언론의 폭로도 없었는데 스스로 하루 만에 설명을 뒤집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빈라덴에 대한 악감정과 사살을 정당화하려는 의욕이 앞서면서 미국 측에 유리한 쪽으로 정보를 해석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무장하지도 않았는데 굳이 사살해야 했느냐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는다. 카니 대변인은 “가능하다면 그를 생포할 준비가 돼 있었지만 상당한 정도의 저항이 있었고, 그곳에는 빈라덴 외에도 무장한 다른 사람들이 있었다.”고 했다. 빈라덴이 있던 방에는 무장한 다른 인물이 없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받자 “당시는 매 순간 언제라도 총격전이 벌어질 수 있는 상황이었고 특수부대 요원들은 고도의 전문성에 입각해 현장 상황에 대처했다. 빈라덴은 저항했기 때문에 사살된 것”이라고 강변했다. 그는 빈라덴이 어떻게 저항했는지에 대해서는 답변을 피하면서 “저항할 때 무기를 지니고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는 궁색한 변명만 늘어놨다. 백악관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미군이 애초부터 사살을 목표로 한 것 아니냐는 의심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생포했을 경우 재판 등 신병처리 과정에서 국내외에서 논란이 일 수 있고, 빈라덴을 구출하기 위한 테러가 거세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차라리 사살하는 게 속 편하다고 계산했을 법하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빈라덴이 과거 미 중앙정보국(CIA)과의 관계를 폭로할 것을 우려, 사살했다는 설도 나돈다. 이와 관련, 리언 패네타 CIA 국장은 “우리는 빈라덴이 생포 작전에서 저항할 것으로 보고 처음부터 빈라덴이 사살될 공산이 큰 것으로 가정했다.”고 말해 사살 쪽에 무게를 두고 작전을 폈음을 시사했다. 이런 가운데 백악관 해명과는 또 다른 증언이 나와 파문을 부채질하고 있다. 아랍권 위성채널 알아라비야는 4일 파키스탄 정보당국 관리의 말을 인용해 미군이 빈라덴을 생포한 뒤 가족이 보는 앞에서 사살했다고 보도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 1일 미군의 작전 당시 현장에 있었던 빈라덴 딸(12)의 진술에 따르면 미군은 1층에 있던 빈라덴을 사로잡은 뒤 가족들 앞에서 사살했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 증언이 사실이라면 무장하지 않은 상대방을 사살한 것이 정당한 것인지에 대한 논란이 불가피하다. 파키스탄 정보당국은 미군이 작전을 종료한 뒤 빈라덴의 은신처에서 시신 네 구를 수습하고 여성 2명과 2∼12세 어린이 6명을 연행했다고 알아라비야는 보도했다. 현지 일부 매체는 파키스탄 당국이 모두 16명을 체포했다고 전했다. 파키스탄 관리는 이들 대부분이 빈라덴의 가족으로 현재 이슬라마바드 인근 라발핀디의 군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파키스탄군이 현장에 도착했을 땐 미군은 이미 빈 라덴과 아들의 시신을 헬기에 싣고 이륙한 뒤였다고 파키스탄 관리들은 전했다. 또 다른 한 관리는 ”은신처에는 벙커나 도피용 터널이 전혀 없었다.“면서 ”세계 최고의 수배 인물이 이런 곳에 살았다는 것이 이해가 안 갈 정도다.”라고 말했다. ●“은신처에 벙커·터널 없어” 미군이 국제법을 위반했다는 비판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당장 헬무트 슈미트 전 독일 총리는 미군 작전은 분명한 국제법 위반이라고 했고 세실리아 말스트룀 유럽연합(EU) 내무담당 집행위원도 빈라덴을 법정에 세웠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네덜란드의 국제법 전문가인 게르트 얀 크놉스도 2001년 체포돼 국제형사재판소(ICC) 법정에 섰던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전 유고연방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빈라덴 역시 법의 심판에 맡겼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영국 켄트대학의 닉 그리프 교수는 나치 전범들도 ‘공정한 재판’을 받았다며 미군의 작전은 “적법절차를 따르지 않은 초법적인 사살”이라고 주장했다. 워싱턴 김상연특파원 서울 강국진기자 carlos@seoul.co.kr
  • “금값 10년간 천정부지로 올라… 보유량 확대시점 아니다”

    “금값 10년간 천정부지로 올라… 보유량 확대시점 아니다”

    홍택기 한국은행 외자운용원장은 3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은의 금 보유량 확대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밝혔다.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의 적정 수준과 관련해서는 한반도의 지정학적 리스크를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은 외자운용원은 기존 조직인 외화자금국을 확대 개편해 올해 새롭게 출범했다. 외환보유액의 투자 운용을 맡고 있다. ●금 보유량 적은 것은 맞아 →각국 중앙은행에 비해 금 보유량이 매우 적은 편인데 이를 늘릴 계획은. -금 보유량이 적은 것은 맞다. 한은의 금 보유량 확대는 세계통화 질서 개편에 맞춰 장기적으로 신중히 검토해서 결정해야 할 사항이다. 다만 한국은행이 의도적으로 금 보유 비중을 낮게 가져간 것은 아니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한은이 외화자산 포트폴리오에 관심을 가질 정도가 된 것은 외환보유액이 네 자리 숫자를 기록했던 2000년대 초반이다. 하지만 한은은 2004~2007년 4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이런 상황에서 무수익 자산이며, 유동성이 떨어지는 금을 매입할 수는 없었다. 특히 2008년에는 외환보유액이 2700억 달러에 이르렀음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아 심각한 유동성 부족에 시달렸다. 반면 금값은 지난 10년간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지금은 금 보유량을 확대할 시점은 아닌 것 같다. 한은이 금 보유량을 늘리면 시장에 큰 혼란을 줄 수 있다. ●나라마다 경제적 사정 달라 →외환보유액의 ‘적정성 논란’이 다시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외환보유액의 적정 수준과 관련해 국제적으로 통일된 기준은 없다. 나라마다 처한 경제적 사정이 다르기 때문이다. 최근엔 ‘이머징 마켓’(신흥국) 중심으로 외환보유액이 증가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지정학적 리스크’도 감안해야 한다. 지난해 외화자산의 통화별 비중을 보면 감소 추세였던 미 달러화 보유 비중이 전년 대비 0.6% 포인트 늘어난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연평도 포격 사태와 천안함 사건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고려된 측면이 없지 않다. 중앙은행이 외환보유액과 관련해 적정 수준을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외환시장에 시그널(신호)을 주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외환보유액 ‘3000억 달러 시대’를 맞아 투자 다변화에 나서야 하는 것 아닌가. -외환보유액이 3000억 달러를 넘었다고 해서 기본 원칙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안정성과 유동성에 무게를 두고 그런 범위 내에서 수익성을 확보하는 것이 한은의 기본 투자 원칙이다. 물론 지금도 리스크 분산과 수익성 제고 차원에서 투자를 다변화하고 있다. 지난해 유가증권 가운데 주식 비중이 전년 대비 소폭 증가한 것은 한은이 투자 다변화에 나서고 있음을 보여 준다. 세계은행은 한은의 외환보유액 운용 체제에 대해 우수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추가 위탁운용 검토 안해 →한국투자공사(KIC)에 외환보유액 일부를 추가로 맡겨 운용할 계획은. -한은은 지난해까지 KIC에 170억 달러를 맡겼으며, 올해 추가로 30억 달러를 위탁했다. 외환보유액에 따라 위탁 운용 규모도 달라지겠지만 현재로서는 추가 금액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 한은은 신용등급이 A 이상인 회사채에 투자해야 하지만 KIC는 신용등급이 BBB인 회사채에도 투자할 수 있도록 자율성을 부여하고 있다. →달러가 약세인데 외환보유액 가운데 미 달러화의 비중을 줄여야 하지 않나. -단기적인 측면에서 보면 안 된다. 한은이 각국의 중앙은행보다 평균적으로 미 달러화의 비중이 높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지정학적 리스크 탓에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지난해는 미 달러화 비중을 오히려 늘렸다. 통화 포트폴리오는 글로벌 외채 통화 구성과 경상지급액 통화 구성, 채권시장의 통화 구성 등을 근간으로 해서 국제통화 질서의 추이를 반영할 것이다. 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 새 장편 ‘꺼져라 비둘기’ 낸 작가 김도언

    새 장편 ‘꺼져라 비둘기’ 낸 작가 김도언

    소년은 늘상 불안과 고독, 욕망과 공포를 붙들고 소설을 썼다. 그의 집착 대상은 찰나의 감정이면서도 인간의 삶에서 결코 털어낼 수 없는 것들이었다. 소년은 질투, 폭력, 파괴, 치정, 섹스, 살인 등 자극적이고 강렬한 이미지를 앞세워 읽는 이를 불편하게 했다. 소년은 형식이건, 내용이건 기존의 것들을 해체하고 파괴하는 것을 통해 소설가로서 자신만의 미학을 쌓아 올리고자 했다. 1998년 등단한 이후 세 권의 소설집과 두 권의 장편소설을 내놓는 동안 늘 그렇게 자신만의 소설 세계를 구축해왔다. 그러다가 소년은 문득 파괴와 불안으로 순정하게 뭉쳐진 옷을 벗고, 고전적인 소설 문법, 그리고 거기에서 구사하는 전통적인 문체, 문장을 들여다봤다. 그리고 고래(古來)의 것을 갖고 또 다른 파괴와 뒤틀림을 실험해보리라 마음먹는다. 소년은 나이를 먹어가며 ‘더욱 순정한 소년’이 되어간다. ●‘순정한 소년’ 티 벗고 도발적 문제 제기 ‘순정한 소년’ 김도언(39)이 새롭게 내놓은 장편소설 ‘꺼져라 비둘기’(문학과지성 펴냄)는 그렇게 쓰여졌다. 소설은 ‘선악의 기원과 구조에 대한 사적 견해’라는 알 듯 모를 듯한 부제를 달고 있다. 그런데 소설이 묘하다. 마치 희곡인듯 ‘주요 등장인물 소개’로 소설은 시작한다. 또한 소설의 중간과 마지막에 ‘소설 밖에서 모인 사람들’이라는 부분을 집어넣어 소설 속 등장인물들이 소설가 자신과 함께 한 자리에서 대담을 나누며 소설 속에서 묘사되는 각자의 모습과 소설 작품 자체에 대해 발화할 수 있게 한다. 소설의 서사는 지극히 단순하고 평면적이다. 촉망받던 씨름 선수 ‘이산’과 젊은 시인 ‘영만’, 영만과 순결한 사랑을 나누는 젊고 예쁜 유실래, 그리고 한의사 고붕, 이산의 어머니와 아버지 등은 토담리라는 마을에 사는 한없이 착한 사람들이다. 반면 타이어 공장이 들어선 뒤 토담리로 들어온 이산의 새어머니, 세탁소 박씨, 오토바이 상회 계씨 형제, 목욕탕 주씨 등은 탐욕스럽고 무례한 악인들이다. 식탐을 부리며 매일 사람들 머리 위에 똥만 갈겨대는 비둘기처럼, 악인들은 착한 사람들을 쉴 새 없이 괴롭힌다. ●어설픔과 낯선 느낌의 권선징악 전반부와 후반부의 화자는 이산과 영만으로 크게 나뉜다. 이산과 영만 등 늘 당하고만 살던 힘없고 착한 사람들은 의지를 꺾지 않고 힘을 하나로 모아 결국 악인들을 마을에서 쫓아내는 데 성공한다. 기승전결이 딱딱 들어맞고, 권선징악이 분명하다. 김도언은 이를 계속 반복해서 강조한다. 의도적인 어설픔이 느껴진다. 김도언의 의도가 비로소 짐작된다. 읽는 이들이 선악의 기본적 대립에 대해 낯설게 느끼기를 요구하는 것이다. ‘등장인물 소개’나 ‘소설 밖에서 모인 사람들’과 같은 비소설적 장치를 내세움으로써 일종의 메타소설적 기능을 하게 함은 물론, 선과 악, 또는 착한 사람과 나쁜 사람으로 전형화-마치 고전소설의 권선징악적 구성처럼-시킨 것에 대한 또다른 전복을 꾀하는 역설인 것이다. ●근대적 가치에 대한 관대함·조롱 일반적으로 ‘평화의 상징’이라 일컬어지는 비둘기가 실제로는 탐욕과 게으름, 지저분함을 품고 있는 인간의 기생자인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김도언은 마지막까지 이를 감추며 의뭉을 떤다. 그는 ‘작가의 말’을 통해 “세상에서 가장 쉽고 친절한 소설을 쓰고 싶었다.…이 시대가 선과 악, 도덕과 부도덕, 정의와 불의, 왼쪽과 오른쪽이 마구 뒤섞여 있는 것처럼 보인다.… 아마도 그게 이 소설 구상의 출발점이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혐의는 더욱 짙어진다. 소설 텍스트 자체뿐 아니라 등장인물 소개, 등장인물의 소설 밖 발언, 심지어 ‘작가의 말’까지 모두 소설의 한 부분임이 점점 명확해진다. 소설은 이처럼 불필요할 정도로 관대하고, 친절함이 이어진다. 너무도 ‘반(反) 김도언스러운’ 단순명쾌함이기에 오히려 무람없이 선악을 구분지으려는 근대적 가치에 대한 김도언의 조롱으로 읽혀진다. 다음 작품에서 그의 의도는 더욱 명확해질 것으로 보인다. 더 분명한 사실 하나. 문학을 마주하며 사는 김도언의 실험과 파격, 해체는 계속된다는 것이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애플 위치정보 수집·저장 왜

    애플이 단말기에 축적하고 있다는 사용자 위치정보가 가장 심각한 논란을 일으키는 대목은 이 모든 민감한 정보가 사용자들이 모르는 상태에서 암호화되지 않은 채 저장돼 있다는 점이다. 문제의 위치정보는 데이터베이스 파일 형태로 돼 있으며, 1초 단위로 저장돼 있다. 아이폰 운영체계인 iOS4를 내놓을 때부터 위치정보를 단말기에 축적하기 시작했기 때문에 10개월 동안 어느 곳을 언제 얼마나 방문했는지 모조리 확인 가능하다는 것을 뜻한다. 구매자 입장에서는 아이폰4를 구입하는 순간부터 지금까지의 움직임이 1초 단위로 고스란히 자신의 아이폰4에 저장돼 있고, 분실할 경우 타인에게 언제 어디를 갔었는지 고스란히 노출될 수 있다는 말이 된다. 아이폰 사용자들이 개인용컴퓨터(PC)와 동기화를 통해 애플 전용 온라인장터인 아이튠즈 등을 이용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용자들의 컴퓨터에도 위치정보가 고스란히 담겨 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아이폰이 단말기 위치정보를 수집해 본사에 전송한다는 것 자체는 아이폰 사용설명서에도 나오는 것으로 전혀 새로울 것이 없다. 하지만 위치정보가 단말기나 동기화된 PC에 암호화되지도 않은 채 저장돼 있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해커가 PC를 해킹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아이폰에 저장된 위치정보를 악용할 가능성이 있으며 자칫 걷잡을 수 없는 사생활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 단말기를 분실하거나 도둑맞았을 경우에도 동일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애플이 말 그대로 ‘의도적’으로 위치정보를 수집했는지는 첨예한 관심사지만 아직 애플이 별다른 답변을 내놓지 않으면서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CSM)는 위치정보 축적 문제를 처음 제기했던 컴퓨터 전문가 앨러스데어 앨런과 피트 워든은 “우리는 왜 애플이 그 데이터를 수집했는지 모르지만 그것은 확실히 의도적이었다.”고 밝혔다고 지난 22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업체들이 사용자 위치정보에 눈독을 들이는 것은 행태기반 맞춤형 서비스 등 상업적 활용 가능성 때문이다. 특정 거리를 자주 지나가는 사용자에게 그 거리에 있는 레스토랑 광고를 보내는 방식처럼, 위치정보는 그 자체로 ‘돈’이 된다는 것이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경찰관 아빠가 성폭행” 알고 보니…

    어머니와 친한 50대 무속인에게 성폭행을 당한 뒤 현직 경찰관인 친아버지를 범인이라고 거짓 진술한 10대 딸이 뒤늦게 쇠고랑을 차는 기막힌 사건이 발생했다. 춘천지검 영월지청은 경찰관의 딸을 성폭행하고 이를 경찰관인 친아버지에게 뒤집어씌워 무고한 혐의(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로 무속인 이모(56·신용불량자)씨를 구속 기소했다고 20일 밝혔다. 또 이씨와 짜고 “친아버지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거짓 진술한 김모(19)양을 춘천지법 소년부에 송치했다. 서울에 법당까지 차려 놓고 있는 무속인 이씨는 평소 알고 지내던 경찰관 아내(41)의 딸 김양을 지난해 9월부터 수차례에 걸쳐 성폭행하고 강제 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씨는 김양에게 ‘부족한 기를 채워주겠다’며 신체적 접촉을 시도했고 강원 지역을 수개월 동안 함께 여행하며 김양을 상습적으로 성폭행해 왔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이씨는 김양과 짜고 경찰관인 아버지가 김양을 성폭행한 것처럼 무고하도록 사주했고, 친아버지는 경찰 조사에서 친딸을 성폭행한 인면수심의 아버지로 낙인 찍혀 구속되기까지 했다. 정수봉 영월지청장은 “이는 이른바 ‘차일드 그루밍’이라는 피해자 길들이기로 폐쇄적인 상황에 놓이거나 정신적으로 미약한 미성년자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해 친밀감을 쌓은 뒤 정신적으로 종속시켜 범죄 대상자로 삼는 매우 이례적인 사례다.”라고 설명했다. 영월 조한종기자 bell21@seoul.co.kr
  • [농협최악의전산사고] 전산장애 4대 의문점

    [농협최악의전산사고] 전산장애 4대 의문점

    검찰과 금융감독원은 14일 전산장애로 금융업무가 사흘째 마비된 농협중앙회 조사에 착수했다. 사상 최악의 금융권 전산사고로 기록될 이번 사건은 풀어야 할 궁금증이 산적해 있다. 아직도 누가, 왜, 어떻게 전산장애를 일으켰는지 실마리조차 나오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의 조언을 통해 궁금증을 짚어 본다. 가장 큰 의문은 농협의 전산 서버를 철저히 망가뜨린 사람이 누구냐 하는 점이다. 농협은 이번 사태가 협력업체 IBM 직원 A씨의 노트북 컴퓨터에서 모든 시스템파일을 삭제하는 명령이 내려져 발생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A씨는 “그런 명령어를 입력한 적이 없다.”고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의 고의나 실수가 아니라면 그의 노트북이 농협 내·외부 세력에 의해 해킹됐을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한대의 노트북으로 단 한번의 명령을 내려 한 은행의 전산시스템을 초토화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계획 범죄의 가능성을 제기했다. 한 금융보안 전문가는 “하나의 명령어로 특정 서버를 마비시킬 수 있지만 은행 전산망과 장비가 여러 지역에 분산돼 있기 때문에” 전 시스템을 통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따라서 특정 세력이 은행 지점, 자동입출금기(ATM), 인터넷뱅킹의 거래정보가 중계서버로 이동하는 전산통로 등에 악성코드를 미리 심어 놓고 특정 시간에 서버를 파괴하도록 ‘시한폭탄’을 설치했을 거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해커들이 좀비컴퓨터(PC)를 조종하는 디도스(DDos) 공격과 비슷한 방식이다.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전산장애를 일으켰다면 개인정보 유출을 노린 게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A씨의 노트북은 ‘슈퍼 유저’의 자격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 슈퍼 유저란 보통 전산시스템을 총괄하는 관리책임자의 접속 권한을 말한다. 한 IT 전문가는 “슈퍼 유저로 접속했다면 사실상 하고 싶은 것은 모두 할 수 있다. 개인 금융거래 정보를 유출한 뒤 삭제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노트북이 제3의 해킹세력의 조종을 받고 있었다면 이 노트북의 아이피(IP) 주소를 경유해 외부로 정보를 빼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전태민 농협 IT본부분사 시스템부장은 “해당 노트북은 농협 내부망용으로 바깥 망에 접속할 수 없다.”고 해명했다. 세 번째 의문은 복구가 너무 지연되고 있다는 것이다. 농협은 중계 서버에만 장애가 발생했다고 밝혔지만 전문가들은 금융거래 내역이 집합되는 원장(메인 서버)과 재해복구(DR) 서버까지 심각하게 손상된 것으로 보고 있다. 보통 전산장애가 발생하면 메인 서버의 전원을 껐다 켠다. 자료는 백업 저장이 되기 때문에 거래 내역이 고스란히 남아야 한다. 하지만 농협의 경우 이 데이터가 상당부분 날아갔다. 운영시스템(OS)을 처음부터 깔고 다시 자료를 입력하고 있어 복구가 더뎌지고 있다. 또한 밝혀지지 않은 이유로 DS 서버까지 망가지면서 단시간 복구가 어렵게 됐다. 전 부장은 “금융·경제사업 및 단위조합의 서버가 통합관리되고 있어 농협의 서버 용량이 시중은행의 3배에 달한다.”면서 “노트북 삭제 명령이 전체 553개 서버 가운데 275개를 파괴해 복구가 지체됐다.”고 설명했다. 농협이 그동안 전산 관리에 허술했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농협은 전산 유지와 보수관리를 IBM을 포함, 3개 외부 업체에 맡기고 있다. 운영비 절감 차원에서다. 협력업체 직원에게 지나치게 많은 권한을 부여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A씨는 전체 서버의 상황을 모니터링하는 역할을 맡았는데 문제의 발단이 된 노트북을 외부로 반출할 수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외부에서 노트북 시스템이 조작될 수 있었다는 얘기다. 홍희경·오달란기자 dallan@seoul.co.kr
  • 어린이 3명 사망 中 ‘우유중독’ 사건 용의자 검거

     중국 간쑤성에서 집단 ‘우유 중독’으로 어린이 3명이 사망한 사건은 의도적으로 독극물을 주입해 발생한 것으로 결론났다고 신경보(新京報)가 11일 보도했다.  간쑤성 핑량시 쿵둥구에서 최근 우유를 먹고 식중독 증세를 보인 환자 39명이 잇따라 발생해 이 가운데 2살 미만 영유아 3명이 숨졌다. 희생자 가운데 한 명은 생후 2개월짜리 갓난아기였다.  핑량시 공안당국은 이번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 1명을 붙잡았다고 밝혔다.  식품 첨가제이기도 한 아질산염은 햄 등의 제조에 미량 사용될 수 있지만 우유에는 쓰이지 않는 물질이다. 문제가 된 우유는 전국적 유통망을 갖춘 유제품 회사의 것이 아니라 핑량시의 소규모 목장에서 생산돼 인근에 배달된 것으로 전해졌다.  멜라민 분유 파동을 겪은 중국인들은 생우유를 먹을 나이가 된 자녀에게도 외국에서 수입된 분유를 물에 타 먹이는 등 중국산 우유와 분유에 대한 불신이 심하다.  인터넷서울신문 event@seoul.co.kr  
  • “분산배치 모델 獨·日 사례 왜곡”

    “분산배치 모델 獨·日 사례 왜곡”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과학벨트)를 충청권과 영·호남에 분산 배치하는 ‘삼각 분산배치설’을 둘러싼 논란이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분산배치의 주요 근거로 활용돼 온 해외사례가 실제 현실과 크게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정치권과 각 지방자치단체가 해당 연구소들이 여러 지역에 분산돼 운용되고 있다는 점만 부각시키고, 이들이 안고 있는 문제와 한계는 고의적으로 외면했다는 지적이다. 특히 독일 막스플랑크재단은 통독 이후 지역발전 논리로 의도적인 분산배치를 시도하는 과정에서 예산 낭비는 물론 학문적 퇴보까지 발생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8일 막스플랑크재단 및 과학자들에 따르면 독일 전역에 산재해 있는 막스플랑크연구소는 개념 자체가 과학벨트와 전혀 다르다. 뮌헨에 재단본부를 두고 79개 연구소로 나뉘어 있는 막스플랑크연구소는 전체를 하나로 아우르는 종합연구소의 개념이 아니라 각기 특성화된 개별연구소에 가깝다. 과학벨트의 핵심인 ‘기초과학연구원’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시키는 방향으로 구상됐다는 것을 감안하면 애초부터 벤치마킹 대상이 아니었던 셈이다. 재단 관계자는 “각기 다른 연구소들은 특성화된 대학 및 기업과 개별적인 관계를 맺고 연구를 진행한다.”면서 “같은 분야에서 중첩되는 연구영역을 가진 경우는 특정 지역에 집중적으로 배치돼 있다.”고 설명했다. 과학벨트위원회 A위원은 “오히려 막스플랑크는 과학연구에 지역발전 논리가 전혀 맞지 않는다는 것을 입증한 사례”라고 강조했다. 막스플랑크재단은 통독 이후 낙후된 동독 지역의 발전을 위해 드레스덴과 라이프치히 등에 일부 연구소를 이전하고 새로운 연구소를 건설했다. 그러나 이전 대상 연구소 연구원들의 반대와 이직 등으로 인해 연구원을 새로 뽑는 등 부작용이 발생했다. 막스플랑크 플라스마물리연구소의 유정하 박사는 “결국 비슷한 연구소를 새로 만들면서 예산이 낭비됐고, 새로 뽑은 연구원들의 수준이 떨어지면서 ‘물리 등의 분야에서 독일 과학이 10년 이상 정체됐다’는 평가까지 받고 있다.”고 말했다. 드레스덴에 위치한 막스플랑크 복잡계물리연구소 관계자는 “드레스덴이 최고 수준의 공과대학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그나마 짧은 시간에 자리를 잡은 것”이라면서 “연구소와 공동연구를 진행할 수준의 대학이나 기업이 해당 지역에 없다면 아무도 찾지 않는 유령 연구소가 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일본 내 5개 지역에 분산돼 있는 이화학연구소(리켄)의 경우도 지역 발전 등의 논리와는 거리가 멀다. 리켄 본원이 위치한 도쿄 근교 와코시는 주변이 주택가에 완전히 둘러싸인 데다 미군 부대까지 있다. 리켄의 김유수 박사는 “1917년 리켄이 처음 이곳에 세워질 때만 해도, 규모는 큰 고려 대상이 아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확장 자체가 불가능한 지역적 특성 때문에 다른 지역에 분원을 하나씩 세워 나가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광주시 등에서 지역 균형발전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는 리켄 효고분원도 피치 못할 배경이 있다. 리켄과 공동연구를 진행하는 국내 대학 교수는 “1995년 한신대지진 이후 이 지역 과학기반이 모두 망가지면서 복구 개념에서 분원이 설치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부분의 과학연구 자체가 효고분원을 중심으로 진행됐기 때문에 마치 분원이 지역발전을 이끈 것처럼 착시현상이 나타난 것”이라고 말했다. 과학벨트위원회 B위원은 “분산배치의 근거를 찾다 보니 막스플랑크와 리켄 사례를 일부만 활용하게 되는 것”이라며 “세계적인 과학단지를 만들겠다는 논의에서 정작 과학은 배제돼 있는 현실이 개탄스럽다.”고 말했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총성 없는 문화전쟁 시대 소수자들의 외침을 듣다

    총성 없는 문화전쟁 시대 소수자들의 외침을 듣다

    오레오, 리츠 등 식료품을 생산하는 기업 나비스코의 사장은 우리 모두가 (아마도 나비스코가 가공한)같은 음식을 먹는 동질적 소비의 세계가 오기를 기대한 적이 있다. 반면 맥도널드 햄버거는 자기 고유의 메뉴를 지역 문화의 기호와 욕구에 들어맞도록 하는 전략을 구사했다. 맥도널드는 유럽에서는 포도주와 맥주를, 일본에서는 데리야키 버거를, 중국에서는 쌀 버거를 제공하고 있다. 맥도널드 햄버거는 세계 전역에 단지 빅맥만을 공급하지 않는 것이다. 세계가 통합되는 전지구화(globalization)는 문화적 동질화보다는 오히려 이질화를 증대한다는 주장이 있다. 만일 지구 상에 장소와 문화 간 차이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과연 사람들이 여행을 하려 하겠느냐는 것이다. 그런데 미국의 비판적 지리학자 돈 미첼 시러큐스대 교수는 여기서 맥도널드 햄버거가 쌀 버거를 제공하는 것이 문화적 다양성을 보존하는 데 크게 이바지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권력은 누구에게 귀속되어 있느냐고 질문한다.돈 미첼의 ‘문화정치 문화전쟁’(류제헌 외 옮김, 살림 펴냄)은 문화를 논하는 데 빠질 수 없는 문화정치와 그것이 표면화된 문화전쟁을 통해 문화지리학이라는 학문에 비판적으로 접근하는 책이다. 문화의 지리적 분포에 대해 연구하는 학문인 문화지리학은 전통적으로 정치와는 선을 그어 왔지만 저자는 “문화의 또 다른 이름은 정치”라는 이유에서 문화지리학이 문화정치에 개입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한다. 미국의 대표적 진보 지식인인 미첼이 책에서 궁극적으로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배려다. 자본 세력은 국경을 초월해 부(富)를 자기들 맘대로 좌지우지한다. 상대적으로 사회적 소수자들은 점점 더 절박한 생존의 문제로 내몰리고 있다. 문화전쟁은 사회적 소수자들이 있는 곳이면 어디서든 일어날 수 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동성애자,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흑인,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사람, 독일의 유대인, 보스니아의 평화주의자, 밤 10시에 지하철에 홀로 서 있는 여인, 땅이 없는 농민들은 자신의 정체성을 경계 짓고 확정 짓기 위해 투쟁한다. 문화전쟁은 영토와 경제력, 군사력을 기반으로 한다는 점에서 군사전쟁과 다를 바 없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샌프란시스코에서 해마다 열리는 ‘게이 해방의 날’에 동성애자들은 거리행진 등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공적인 공간에서 자신들의 행위가 정당화될 수 있도록 투쟁한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에서 진행된 전무후무한 교외지역의 팽창은 남성 근로자를 중심으로 하는 핵가족을 전형적인 가족의 형태로 만들려는 의도가 담겨 있었다. 북미, 유럽, 호주 등에서 이뤄진 교외 주택지구의 급성장은 아내와 엄마를 집 안에 묶어두고 의도적으로 자녀 등하교, 가족을 위한 장보기, 집 안 청소 등의 주된 제공자로 고정하려고 고안된 것이었다. 책은 문화지리학이란 학문을 다룬 학술서다. 하지만 일상생활에 실재하는 문화전쟁의 사례들을 통해 눈에 보이는 문화의 역학관계를 확인하는 것도 자못 흥미진진하다. 3만원.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S 돋보기] 男 ·女 농구 PO ‘심판 불신’ 증폭

    존재감 없는 심판이 최고다. 경기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으면서 반칙장면을 냉철하게 판단하는 것. 거기까지가 심판의 몫이다. 그러나 남녀프로농구 ‘봄잔치’의 화두는 오직 심판이다. 남자 6강플레이오프(PO)는 동부와 KCC의 3연승으로 싱겁게 끝났다. 패한 LG와 삼성은 석연찮은 판정이었다고 아쉬워했다. LG 강을준 감독은 “판정을 말하자면 한도 끝도 없다.”고 했고, 삼성 안준호 감독은 “일반적으로 인정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 오심”이라고 일갈했다. 여자프로농구 임달식 신한은행 감독은 지난 30일 챔피언결정 2차전에서 진땀승을 거둔 뒤 “통합 5연패 대기록을 억지로 막는 듯해 실망스럽다. 여자농구에 환멸을 느낀다.”고 날 선 비판을 가했다. 승리하려면 ‘의도적인 판정’을 막을 수 있는 압도적인 경기를 펼쳐야 한다는 의심이 팽배하다. ‘특정라인 밀어주기’ 등 낯뜨거운 루머도 난무하고 있다. 단기전에서 봇물처럼 터진, 유례를 찾기 힘든 ‘휘슬 불신’이다. 불신이 극에 달했지만, 책임지는 사람은 없다. 배구는 다르다. 지난해 12월 한국배구연맹(KOVO) 장윤창 경기운영위원은 오심 논란이 불거지자 자진사퇴했다. ‘터치아웃’에 대한 비디오 판독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게 이유였다. 단기전도 아닌 정규리그 한 경기일 뿐이었다. 반면, 농구는 ‘벽’ 같다. 감독이, 언론이 말해도 대답이 없다. WKBL 관계자는 31일 “임달식 감독의 발언은 WKBL 규정 제152조에 위배되는 ‘심판 공개비난행위’다. 1일 재정위원회를 열어 징계수위를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본질이 한참 잘못됐다. KBL 관계자는 “심판이 기대치에 못 미치는 부분은 있다. 다만 ‘의도’가 아니라 경험부족에서 나오는 ‘자질’의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심판이 제대로 된 경험을 쌓기에 매우 열악한 조건이다. 남녀, 초·중·고·대학교, 프로 등 다양한 무대에서 노하우를 쌓는 체계가 정착되도록 범 농구계가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 [WHO&WHAT] 독재자의 만찬

    [WHO&WHAT] 독재자의 만찬

     ‘민주’(民主)가 당연하게 여겨지는 오늘날, ‘독재’(獨裁)란 말은 듣는 것만으로도 유쾌하지 않은 단어다. 다른 사람의 운명을 멋대로 좌우하고 과장된 논리나 종교와 다를 바 없는 맹목적인 믿음을 강요하는 독재에 대한 거부감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다.  한국인에게도 ‘독재’는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길거리로 뛰쳐나와 군사정권에 맞서 밑으로부터의 민주화를 일궈냈다는 자부심, 지금 이 순간에도 세계 최장수 독재체제(북한)와 마주하고 있는 현실 등 우리는 독재와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  중동과 북아프리카 지역에 몰아닥친 ‘재스민 혁명’에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수십년간 그래온 것처럼 아랍권의 민주화 운동이 ‘찻잔 속 태풍’이 될 것이라는 전망은 이미 빗나갔다. 권력을 지키고자 하는 자들과 권리를 찾고자 하는 이들의 싸움은 점점 격해지고 있고, 이젠 국제사회의 개입도 본격화됐다.  가상 인터뷰 ‘WHO&WHAT’의 이번 주인공은 역사 속 인물들이다. 이름 자체가 공포가 되고, 금기어가 됐던 이들. 현대 정치사를 피로 물들이며 인간의 모습으로 나타난, ‘악몽’ 그 자체였던 네 명의 독재자들을 만찬장에 초대해 그들이 생각하는 재스민 혁명과 ‘독재’ 그리고 ‘민주화’에 대해 들어봤다. 사회:독재돼지 나폴레옹(소설 ‘동물농장’의 주인공)  식당으로 들어서는 네 사람의 표정은 썩 밝지 않았다. 살아생전 서로 배신의 총부리를 겨눴던 사이도 있었고, 서로 ‘사상적 동지’로 돈독한 관계를 자랑하던 이들도 있었다. 그들 사이에 가로놓인 반세기의 시간도 서먹한 분위기를 가시게 하지는 못했다. ‘천상천하 유아독존’이라는 말이 사전에서 바로 튀어 나온 듯한 이들은 같은 자리에 마주앉아 있다는 사실 자체가 마뜩치 않아 보였다.  콧수염을 기른 사람이 셋, 군복을 입은 사람이 셋이었다. 앞에 이름표를 놓을 필요조차 없이 얼굴만으로도 누구인지 쉽게 알아볼 수 있었다.  아돌프 히틀러, 이오시프 스탈린, 마오쩌뚱, 사담 후세인. 인류 또는 자기의 민족을 위해 떨쳐 일어났다는 대의명분을 앞세웠지만 결국엔 자기자신의 안위와 비뚤어진 욕망으로 가득찬 이미지만 역사에 남긴 공통점을 가진 이들. 한 사람만 있어도 공포를 느끼게 할 만한 20세기 정치가 네 명이 한 자리에 모였다.  이날 만찬 자리는 현재 국제정세를 감안하면 상당히 늦은 감이 있었다. 시대적 차이는 있지만, 각자의 전성기 시절 국내외 정치에 대해서라면 남부럽지 않을 역량을 과시했던 이들에게 중동과 북아프리카를 강타하고 있는 ‘쟈스민 혁명’에 대해 묻지 않는다면 과연 누구한테 물어야 한단 말인가. 더구나 만찬의 주제가 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독재’인데 말이다.  네 사람의 만남에 적합한 사회자를 찾기란 쉽지 않았다. 민주화 전문가나 학자는 남의 말을 귀담아 듣지 않는 이들을 통제하기엔 늘 역부족이기 마련. 결국 메이너 농장의 절대권력자 나폴레옹(조지 오웰의 소설 ‘동물농장’에 등장하는 독재자 돼지)에게 어려운 역할을 부탁했다. 1945년 처음 세상에 알려진 이후, 지금까지 농장을 완벽하게 통제하고 있는 나폴레옹의 능력이라면 참석자들도 특별한 불만이 없을 것이란 판단에서였다. 오웰이 묘사한 것처럼 나폴레옹은 ‘사람이 돼지인지, 돼지가 사람인지 알 수 없는 상태’에서 능수능란하게 만찬장의 분위기를 이끌어갔다. 화제는 자연스럽게 본인들의 얘기와 현재 상황을 비교하는 방향으로 흘러갔다.    ●오늘의 메뉴●  애피타이저 - 당신은 떳떳한가  메인 디시1 - 당신의 국민은 왜 당신을 버렸을까  메인 디시2 - 당신은 부패했나  디저트 - 당신의 사랑은 진짜였나      <애피타이저> 당신은 떳떳한가.   →나폴레옹 인간 세상 최고의 독재자들을 한 자리에서 만나게 돼 기쁘다. 나야 동물 100여마리 거느리는 수준이지만, 당신들은 수백만명에서 수억명에 이르는 사람의 목숨을 한 손에 좌우했던 사람들이지 않은가. 실제로 죽이기도 많이 죽였고…. 당신들보다 훨씬 잔혹하거나 무자비한 사람도 없진 않지만, 20세기 이후 독재자들 중에서 가장 대중적으로 알려져 있다는 점에서 선정됐다는 점을 밝혀둔다. 우선 당신들이 지금 이 테이블에서 떳떳하게 고개를 들고 있을 수 있는 자신감의 근원부터 묻고 싶다.   히틀러 정당성을 묻는거냐. 어디까지나 국민들이 원해서 적합한 위치를 맡았을 뿐이다. 내가 총통이 됐을 때 4500만명이 투표에 참가했고 그중 3800만명이 찬성했다.(히틀러는 1934년 대통령 파울 폰 힌덴부르크가 죽은 직후 1시간 만에 대통령직과 총리직을 통합하고 최고사령관 직까지 합쳐 그 자리에 오른 다음 투표를 실시했다.) 국민들이 내가 이루고자 하는 바에 자발적으로 동참해서 내가 그 위치에 올랐다는 증거다. 정당성의 측면에서 과거의 왕들과는 평가부터 달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왕 중에서도 네로나 헤롯 같은 사람이 있었고, 나름 성군(聖君)으로 존경받는 사람도 있는 모양이지만 그들은 왕으로 태어나 왕으로 살면서 그 권력을 조금 더 쓰느냐 마느냐의 차이가 있었을 뿐이다.   스탈린 난 볼셰비키 혁명을 주도했고 성공시킨 레닌이 직접 지목한 정당한 후계자다.(실제로는 레닌이 그의 위험성을 경고한 편지를 공개하려고 했지만, 스탈린이 의도적으로 막았다. 뿐만아니라 스탈린은 레닌의 후계자가 되기 위해 여러 장의 사진과 역사기록을 조작했다.) 그루지아 출신이라는, 심지어 러시아어를 잘 하지 못한다는 단점에도 불구하고 범 러시아 지역에서 절대적인 지지를 받았다는 데 대해 지금까지 의심해 본 적이 없다. 국민의 지지가 없으면 독재고 뭐고 간에 아예 정권을 잡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최소한 총과 칼로만 쿠데타를 일으켜서 최소 몇 년 이상 유지한 사례가 얼마나 될지 지난 100년 간을 꼽아봐라. 처음엔 그렇게 잡더라도 국민에게 비전을 제시하지 않으면 유지가 안되는 게 정치다.   →나폴레옹 그 말씀을 액면 그대로 믿는다면 여기 있는 사람들이 역사에 악인으로 이름을 남긴 것 자체가 불가사의한 일이다. 듣다보니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가 요새 연설을 통해 계속 반복하고 있는 논리와 비슷한 것 같기도 하고. 어쨌든 그 얘기는 나중에 이어가기로 하고, 최근 전 세계 최고 관심사인 ‘쟈스민 혁명’에 대해 들어봤나.   마오 내용이야 어떻든 오랜만에 가슴이 뛰는 기분이다. 지난해 12월 한 청년이 분신을 하면서 벌어진 일이 불과 석달 만에 이렇게까지 커지다니. 벌써 두 나라(튀니지·이집트)의 정권이 뒤집혔고 리비아, 시리아, 바레인도 내전이 한창이지 않은가. 난 ‘공산당’을 알리고 ‘혁명 동지’를 모으기 위해 10만여명을 이끌고 1934년 370일 동안 1만 5000㎞를 걸어야했다.(마오는 12개의 지방을 지나고 18개 산맥과 24개 강을 건넜다. 마오의 짐은 두 장의 담요와 홑이불, 외투 한 벌, 책 몇 권 뿐이었다고 전해진다.) 그러고도 15년 이상 지나서야 중국을 세울 수 있었다. 고작 석달이라니 정말 대단하지 않은가. 지금 같은 세상이라면 보다 완벽한 혁명을 꿈꿀 수 있을 것 같다.   히틀러 거기엔 100% 동감한다. 요즘처럼 다양한 수단이 있었으면 내가 연설을 일부러 석양무렵에 하면서 다양한 무대장치를 동원하는 수고는 덜 수 있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이런 아이디어는 히틀러의 선전장관이었던 요제프 괴벨스의 능력이라는 얘기가 정설이다.) 아! 물론 난 연설 대신 다른 방법으로 국민들을 설득해야 했겠지만 말이다.   후세인 참석한 다른 사람들은 딱 와닿지 않을 수도 있는데, 내 입장에서 쟈스민인지 뭔지는 정말 충격적인 일이다. 아랍에는 ‘하마’라는 게 있다. 1980년대 초반에 시리아의 하마라는 조그마한 마을에서 군사정권에 저항하는 민란이 일어났는데, 정부는 마을 전체를 지도에서 지워버리다시피 했다.(2만명의 민간인이 목숨을 잃었다. 시리아 정부는 그 숫자를 본보기 삼아 일부러 널리 공포했다.) 그 이후 ‘하마’는 절대권력에 대항하는 반항에 대한 응징을 뜻했다. 아랍권에서 조금이라도 목소리를 내던 반 체제 인사들은 힘을 잃었고, 일반인들은 조용해졌다. 그게 지금까지 아랍권을 지탱해온 버팀목이었다. 왕정이든 사회주의 체제든 광범위하게 사용돼 왔다. 물론 무력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국영TV와 신문을 장악하고, 시골에서 도시로 몰려드는 사람들을 집중적으로 공략해 세뇌시켰다. 나름 치밀했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한 순간에 무너질 줄은 솔직히 상상도 못했다.   →나폴레옹 후세인 당신과 카다피가 유난히 비슷한 점이 많다고 들었는데.   후세인 카다피와 나는 소위 말하는 ‘역경의 자식들’이다. 전통적인 아랍사회가 혈통과 명문을 높이 떠받드는 점이 가장 큰 타도의 목표가 됐다는 점에서 일면 비슷하다고 볼 수도 있다. 아랍에서는 아버지의 이름이 중요시되지만 혹시 내 아버지나 카다피의 아버지 이름을 아는가? 뭐 사실 이 만찬장에 있는 다른 사람들도 크게 다르지는 않지만 말이다. 우리는 기존 사회의 합의나 계급은 무시하고, 아랍의 전통적인 가치들이 권력에 장애가 된다면 과감히 지워버렸다.  <메인디시1> 당신의 국민은 왜 당신을 외면했나.   →나폴레옹 슬슬 본격적인 식사로 들어가보자. 여러분은 다들 수십년에 걸쳐 자기 나라는 물론 주변국가, 나아가 전 세계에까지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앞서 스탈린이 말한 것처럼 독재는 총칼 만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고, 많은 국민의 열광적 지지를 받는 지도자의 위치에 오르는 게 선행돼서 가능했다. 그런데 끝까지 초심을 유지하기가 힘들었기 때문인지 통치스타일이 변하면서 서서히 독재자가 돼 가는 공통점이 나타났다. 말은 자꾸 바뀌고, 점점 잔혹해지면서 다른 사람의 말을 안듣게 되었는데.   스탈린 국민들에게 제시했던 내 목표는 무조건 우리가 추구해야 할 목적이었다. 어떤 수단을 써서든 달성하는 것이 최우선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모두가 내 뜻에 복종해야 했다. 의견이 다른 사람들은 틈만 나면 배신하려 하고, 권력을 잡기 위해 나를 밀어내려고 했다. 심지어 공장 노동자들도 내 목표량에 미달했다. 충분히 열심히 일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스탈린은 5개년 경제계획을 세워 모든 농민들이 국가 소유의 조합에 가입하게 했다. 그러나 대부분 농민들은 재산을 내주는 대신 땅을 불태우고 가축을 죽였다.) 결국 나는 그들을 피로 다스릴 수 밖에 없었다. 어느 순간부터는 가까운 사람들조차 나에게서 등을 돌리는 것처럼 생각됐다. 잠도 잘 오지 않았다. 나에게 있어 가장 큰 기쁨은 적을 정하고, 만반의 준비를 한 다음 철저하게 복수를 하고 잠자리에 드는 것이었다.   히틀러 난 독일 국민에게 약속한 것을 대부분 다 지켰다. (히틀러의 유대인 학살 정책에는 본인의 증오 이외에 ‘독일 국민들에게 잘 통할 것’이라는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었고, 실제로 주효했다.) 솔직히 내가 세운 모든 계획 중에 딱 하나 틀린 게 있었는데, 바로 전쟁에 졌다는 것이다. 난 거창하게 세계정복 같은 공약을 내세우지 않고, 우리가 받을 수 있을 걸 받자고 얘기했을 뿐이다. (히틀러의 전쟁은 세계를 상대로 한 전쟁이라기보다는 영국과 프랑스 양강으로 구분돼 있던 유럽 내에서 독일의 정당한 위치를 인정해 달라는 권리찾기에 가까웠다. 세계를 상대로 한 전쟁이 말이 되지 않는다는 것은 히틀러 본인이 잘 알고 있었다.) 실제로 우리 독일 사람들은 1933년부터 2차대전이 본격화되기 이전, 내가 제3제국을 이끌던 시기를 역사상 가장 행복했던 시기로 기억한다. 연합군과의 전쟁에서 지지만 않았다면 난 절대로 여기 다른 ‘실패한 독재자’들과 함께 앉아있지 않을거다.   마오 국민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서는 공통된 적이 필요했다. 사회를 뒤집어 엎으려면 당연히 원동력이 필요하고, 그 힘은 밑에서부터 나온다. 히틀러는 그것을 외부(유대인)에서 찾았고, 나와 스탈린은 노동자·농민을 앞세워 인민의 적을 만들어내는 수법을 썼다. 그런데 정권을 잡고 공공의 적이 어느 정도 정리되면 당연히 사회적 결집력과 추진력이 떨어지지 않겠나. 난 1950년대 중반에 무조건 억누르기만 했던 스탈린과는 다른 길을 가려고 했다. 지식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도록 허용했는데 금방 사회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졌다. (마오는 헝가리에서 검열 완화 이후 폭동이 일어난 것을 보고 ‘모든 의견’을 허용하는 대신 ‘공산당의 입지를 굳히는 의견’만을 허용했다.) 고작 6주간 ‘백화제방·백가쟁명’(쌍백) 정책을 펼쳤는데 불온성을 이유로 잡아들인 사람이 100만명이 넘었다.   →나폴레옹 뭐 결국엔 자기가 옳다는 생각을 계속해서 주장했고, 국민들이 그에 부응하지 않았기 때문에 폭압적인 독재자들로 될 수 밖에 없었다는 논리인 것들 같은데. 국민들이 언제 돌아서는 것을 느꼈나.   스탈린 독재에 대한 대중의 영합은 독재권력이 국민들이 원하는 것을 주기 힘들어지면 힘을 잃기 시작한다. 인류 역사를 통틀어서 일반 국민들에게 정치적인 이데올로기가 가장 중요했던 적은 과거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정권이 제시하는 조건이나 삶의 질에 만족하면 그 권력을 지지하지만 그게 안 되면 외면하는 게 국민들의 속성이다. 내 영향력이 다소간 줄어든 것도 ‘산업화’라는 당면과제가 생각만큼 잘 진행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도 큰 문제는 아니다. 영향력이 떨어지면 그걸 보완하기 위해 총과 칼이나 숙청, 강제노동 등을 동원하면 충분히 되돌릴 수 있다. (스탈린은 꾸준한 생산력 증대를 원했고, 만족하지 못하면 계속해서 무력을 사용했다.) 이런 것이 독재자와 왕의 가장 큰 차이점이자 독재자에게 불리한 점이다. 독재자는 국민들이 실망하면 이를 되돌리기가 군주보다 훨씬 힘들다. 엘리자베스1세 말기에 영국 국민의 생활수준은 역사상 최저였지만, 아무도 그런 사실은 기억하지 않는다.   히틀러 이번 아랍혁명이 ‘빵의 혁명’이라는 이름으로 불린다고 들었다. 식량값 폭등 같은 단편적인 시각에서 볼 수는 없는 문제다. 원래 독재자는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명확한 미래상을 제시하고 조금이라고 가까이 가고 있다고 믿게 해야 한다. 정권을 지지하는 국민들 입장에서 ‘어제보다 조금 나아진 오늘’은 별 의미가 없다. 독재자가 “5년 후에 우리가 이 정도 수준에 살고 있을 것”이라고 제시하면 반드시 거기에 가 있어야 한다. (히틀러가 뚜렷하게 정책에 실패하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그가 표방하는 제3제국이 명확한 수치를 제공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다.) 그게 이뤄지지 않으면 위기가 찾아오는 거다. 공산주의나 사회주의를 표방했던 독재정권들이 망가지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조금씩 나아지는 건 왕정 아래서도 얼마든지 가능한데, 정권을 잡으려는 독재자들은 국민들에게 “우리 모두 잘 살 수 있다.”고 소리친다. 결국 삶에 찌들어 있는 대중의 지지를 받아 순식간에 정권을 장악할 수 있지만, 결코 그들이 약속한 삶은 만들어낼 수 없다.   후세인 아랍권의 문제가 심각한 건 사실이지만, 구조적으로 ‘복지독재’라는 희한한 형태가 있어 국민들이 모두 돌아서는 시기를 간단히 전망할 수는 없다. 사우디아라비아나 쿠웨이트 같은 왕권독재 국가에서는 독재의 정도가 다른 나라보다 심하면 심하지 덜하지 않은데, 국민들의 삶은 다른 나라보다 풍요롭다. 일자리도 주고 의식주 걱정도 없다. 대학도 보내준다. (아랍의 왕조 체제에서는 가진 자의 수가 극히 제한돼 있고, 이들은 인자한 독재자의 모습을 띤다. 이들은 국부를 독점하는 만큼 그것을 나눠주는 방식에 관심이 많다.) 그럼 이 상황을 뒤집어서 민주화가 되고 완전한 자본주의 국가가 되면 어떻게 되느냐. 가진 자의 수가 늘어나면 전혀 혜택을 받지 못하는 절대 빈곤층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된다. 민주화라는 것은 결국 허상이다. 위와 같은 상황이 벌어진다고 가정했을 때 민주화를 원하는 사람들의 대다수는 “난 가진 자의 입장에 설 기회가 생긴다.”는 생각만 한다. 결국 ‘기회’라는 게 어느 순간 현재 생활에 대한 불만을 뛰어넘느냐가 관건이 아닐까 싶다.  <메인디시2>당신은 부패했나.   →나폴레옹 ‘권력은 부패하고, 절대권력은 절대적으로 부패한다’고 영국의 역사학자 로드 액튼 경이 말했다. 독재와 관련된 경구 중 가장 유명한 말이 아닐까 싶다. 흔히들 독재자는 부패하기 때문에 망한다고 생각한다. 정말 부패가 독재의 종착점인가.   히틀러 진정한 목표가 있는 독재자는 부패할 시간이 없다. 난 채식주의자에 담배조차 피우지 않는다. 가끔 맥주를 마시기는 하지만, 내 뒤를 아무리 캐봐라. 내가 부정적인 일에 연루됐다는 어떤 증거도 발견하지 못할 거다. 심지어 난 평생 두 여자(의붓여동생의 딸인 겔리 라우발, 최후를 같이 했던 에바 브라운)만을 사랑했고, 한명이 죽은 후에야 다른 사람을 만났다. 만약에 지금 세상처럼 청문회가 있다면 난 무조건 100% 무사 통과다. 오로지 위대한 제3제국을 세우겠다는 목표 이외에 개인적인 욕심 따위는 없었다. 제3제국이 부패해서 망했다고 말할 수 있나. 난 아니라고 단언할 수 있다.   스탈린 나 역시 뒤지지 않는다고 자부한다. 사람들이 나를 ‘금욕주의자’라고 부를 정도로 난 개인적으로 즐기는 것에는 관심이 없었다. 내 딸 스베틀라나가 나중에 쓴 책을 보면 알 수 있지만, 내 가족들조차도 화려한 옷이나 식사는 꿈도 꾸지 못했다. (스탈린은 부인을 잃은 후 스베틀라나를 사실상 ‘어린 퍼스트레이디’로 대접했고, 자식 중 유일하게 애정을 쏟았다.) 오로지 대업을 완수하는 것만이 내가 평생을 생각했던 유일한 관심사였다. (얄타 회담에서 스탈린을 만난 윈스턴 처칠의 부관들은 스탈린에 대해 “지금까지 만나본 중 가장 철두철미하고 명석한 지도자”라는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나폴레옹 최근 아랍권의 가장 큰 문제는 본인은 물론이고 부인이나 아들, 측근들이 부패한 경우가 많다는 것인데 후세인 당신도 자식 간수에 실패한 대표적인 사례 아닌가.   후세인 독재자는 외로운 존재다. 누군가를 몰아내고 그 자리에 앉았으면, 언젠가 자신도 똑같은 일을 당하지 말란 보장이 없다. 결국에 믿을 사람은 가족 밖에 없다. 그런데 가족은 통제가 불가능하다. 각자 욕심을 부리게 마련이고, 절대자의 가족이라는 이유로 대부분 용서 받는다. (후세인의 큰아들 우다이는 공식 행사에서 사람을 총으로 쏘아 죽이거나 싸움을 벌이는 등 난폭했다. 정신박약아라는 설도 있다.) 튀니지의 벤 알리, 이집트의 무바라크, 리비아 카다피 모두 가족이 문제였고 자식한테 권좌를 물려주기 위해 무리수를 뒀다. 결국 ‘부패’의 진정한 원인은 독재자의 개인적인 성향보다는 독재가 갖고 있는 근본적인 1인 중심적인 체제에서 찾아야 한다.   마오 아무리 독재라도 권력은 최소한의 시스템이라도 갖추고, 그 안에서 움직여야 한다. 권력을 사유화하고 개인적으로 대놓고 이용하기 시작하면 그게 부패한 거다. 난 솔직히 주지육림이 부럽지 않을 정도로 방탕한 생활을 즐기기도 했지만, 최소한의 기구를 갖고 있었고 그걸 이용해서 모든 것을 움직였다. (그의 문화혁명을 앞장서서 주도했던 홍위병은 결국 스스로 부패하고 갈라져 사라져갔다.) 간단히 말해서 사회를 바꾸기 위한 목표를 갖고 조직이 사회를 지배하는 것이지 개인이 가진 것을 오로지 지키려는 목적으로 조직을 운영한다면 그건 독재자 중에서도 가장 저질이라고 생각한다. 카다피나 북한의 김일성, 저기 앉아있는 후세인이 대표적인 인간들이다.  <디저트>당신의 사랑은 진짜였나   →나폴레옹 곧 무너질 것 같았던 카다피가 계속 버티고 있다. 심지어 쟈스민 혁명이 곧 사그라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쟈스민 혁명은 어디까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나.   히틀러 국민을 장악하는 수단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내가 연설을 통해 국민을 사로잡았다면 카다피한테는 TV로 보여지는 강력한 모습과 반미 감정몰이가 결정적인 힘을 줬다. 그런데 최근 유행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는 그걸 뛰어넘을 수 있다. 결국엔 모든 것이 정보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북한이 왜 저렇게 폐쇄정책을 고집하겠나. 밖에서 국민들이 정보를 얻기 시작하면 바깥세상이 더 낫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러면 지금까지 주장해 온 모든 것들이 허사가 된다. 결국 정보가 공개되기 시작하면서부터 그럴듯한 꼬임이나 세뇌만으로 할 수 있던 독재의 시대가 끝났다. 결국 총과 칼을 통한 억압만이 가능하다는 얘기인데, 이번에 혁명이 실패해도 문제가 해결되는 게 아니니까 나중에 또다시 내란이 일어나는 건 불을 보듯 뻔하다. 한번 떨쳐 일어났던 기억은 생각보다 오래가는 법이다.   마오 그래도 중국은 꽤 오래 버틸 수 있을 것 같다. 리비아가 여러 개의 부족이라서 마지막 한 고비를 넘을 원동력이 부족한 것처럼 중국 역시 민족이 다양하고 워낙 지역도 넓기 때문에 하나로 모으는 추진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무엇보다 중국은 아직 폭발적인 성장을 계속하고 있다. 국민들이 뭔가를 추가적으로 기대할 여지가 남았다는 얘기다. 특히 연안지역만 개방해서 충분히 통제가 가능하도록 하고 조금씩 열어가면서 개방과 통제라는 두가지 토끼를 모두 잡았다는 점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반면 북한 같은 경우에는 특정지역만 열고 통제하는 게 불가능하다. 결국에 경제적 몰락을 극복하기 위해 체제붕괴를 피하기 힘들다.   후세인 내가 보기엔 미국이 얼마나 나서느냐가 관건이다. 군사적, 외교적으로 영향력이 절대적이니 말이다. 여기 있는 네 사람 모두 미국과는 좋은 감정이 아니겠지만, 내 경우에는 특히 그렇다. 솔직히 대량 살상무기라는 말도 안되는 이유를 달아서 억지로 쫓아낸 것 아니냐. 이번에도 이집트에는 개입 안하고, 리비아에만 개입하려고 꼼수를 쓰는 모습이라니…. 결국 다른 나라의 민주화를 자기 입맛대로 골라서 이용하겠다는 것 밖에는 안된다. 민주화니 어쩌니 떠들지만 실제로 국제사회를 독재하고 있는 건 미국이다.   →나폴레옹 이제 마무리할 시간이다. 철저하게 자기자신의 논리로 무장한 당신들에게 물어보나 마나겠지만, 당신들은 정말 국민들의 사랑을 받았다고 생각하나.   스탈린 1994년 김일성이 죽었을 때 눈물을 흘리던 평양 시민들을 기억하나. 그 원조가 바로 나다. 내 시신을 보겠다고 몰려든 사람들 때문에 수백명이 깔려 죽었다. (영하의 날씨였지만 방부처리된 시신을 보기 위해 몰려든 조문객의 일부가 바리케이드에 부딪히거나 밟혀서 목숨을 잃었다.) 그 정도면 충분하지 않나.   마오 내가 죽은 후 숱한 변화 속에서도 난 중국 사람들에게 잊혀지지 않는 존재다. 톈안먼 광장에 걸려있는 내 초상화가 모든 것을 말해준다고 생각한다. (마오가 죽은 1976년 그의 문화혁명으로 쌓인 불만이 폭발한 톈안먼 사건이 일어났다. 1981년 그의 후계자 덩샤오핑은 마오의 문화혁명을 ‘내란’으로 규정했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도움말 주신 분들 임지현 한양대 사학과 교수 김한지 한국외대 중동연구소 책임연구원 최 진 대통령리더십연구소 소장 류한수 상명대 역사콘텐츠학과 교수 장대익 동덕여대 교양학부 교수 한양대 비교역사문화연구소
  • “상하이 총영사관 기강해이 사건” 결론… ‘시늉’ 그친 현지조사

    “상하이 총영사관 기강해이 사건” 결론… ‘시늉’ 그친 현지조사

    국무총리실 공직복무관리관실이 25일 중국 여성 덩신밍(鄧新明·33)의 상하이 한국총영사관 정보 유출 사건을 공직기강 해이 사건으로 결론지으면서 사건은 일단락됐다. 하지만 당초 지적됐던 정부 조사 방법의 한계 등으로 인해 여러 의혹이 제대로 풀리지 않은 데다 발표 내용마저 “추정된다.”라고 일관, ‘하나 마나 한 현지조사’라는 비판마저 제기된다. 김석민 총리실 사무차장은 브리핑을 통해 “유출자료의 정도 등으로 볼 때 덩에 의한 국가기밀 수집·획득을 노린 스파이 사건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총영사관 근무자들의 잘못된 복무자세로 인한 자료유출, 비자발급 문제, 부적절한 관계의 품위손상 등으로 생겨난 ‘심각한 수준의 공직기강 해이 사건’”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총리실은 김정기 전 총영사를 비롯한 상하이 총영사관 전·현직 영사 등 관련자 10여명에 대한 징계 등의 조치와 해외 공관의 문제점에 대한 강도 높은 제도 개선을 해당 부처에 요구하기로 했다. 조사 결과 일부 영사가 덩의 의도적인 접근 등으로 중국 현지 호텔에서 부적절한 관계를 맺은 것으로 확인됐고, 업무 협조나 비자 청탁 등을 이유로 개별적인 술자리 등 만남을 가진 영사들도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유출된 자료는 모두 7종 19건으로 대부분의 자료는 덩과 부적절한 관계에 있었던 H·K·P 전 영사가 유출한 것으로 추정된다. 덩이 갖고 있던 여권 인사 200여명의 연락처 등은 김 전 총영사가 개인적으로 보관하고 있다가 덩 소유의 카메라에 찍혀 유출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총리실은 전했다. 하지만 정확한 유출 장소와 시점, 유출자는 특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비자 발급과 관련, 덩의 부탁을 받은 여러명의 영사들이 각기 2~3건 이상씩 비자발급에 협조해 준 것으로 확인됐다. 덩이 평소 자주 언급하던 중신은행 계열사가 실제로 개별관광 비자보증 기관으로 지정됐고, 덩이 이를 위해 일부 영사들에게 요청과 부탁을 한 사실도 드러났다. 정부는 진상 규명을 위해 상하이 현지조사까지 진행하는 등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지만, 정작 내놓은 성과물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장 관심을 모았던 정권 실세 연락처 등 유출에 대해서도 ‘김 전 총영사는 해당 사실을 부인하지만, 덩의 카메라에 찍혀 빠져나간 것은 맞다. 그런데 유출 자료가 공무상 기밀누설죄에 해당하지 않아 그에 대한 책임은 묻지 않는다.’는 식의 이도 저도 아닌 결론밖에 제시하지 못했다. 총리실은 김 전 총영사에 대해서는 총영사관 관리자로서의 책임만 묻기로 했지만, 그나마 김 전 총영사가 5월 초에 자동 면직될 예정이라 징계의 실익이 없어 별도 조치를 강구하기로 했다. 또 덩의 부탁으로 영사 여러명이 비자를 발급해 준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범죄혐의로 이어질 수 있는 금품 수수 여부 등에 대해서는 “(진술자)본인 기억에 한계가 있다.”는 등의 이유로 사실관계를 더 이상 확인하지 못했다. “단서가 부족하다.”며 검찰 등 수사기관에 수사의뢰도 하지 않기로 했다. 덩의 실체에 “스파이가 아닌 것만은 확실하다.”는 말만 반복할 뿐 다른 가능성을 검증하지는 못했다. 이와 관련, 외교통상부는 재외공관 평가 및 기강 관리를 위해 ‘평가전담대사’를 신설하기로 하는 등 제도 개선에 착수했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간 때문이야”→ “아이유 맴매”…차두리의 거꾸로 CM송 화제

    축구선수 차두리(31·셀틱)가 출연한 제약광고 CM송인 ’간 때문이야’의 거꾸로 버전이 네티즌 사이에서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온라인커뮤니티 게시판에는 지난 23일 음원이 공개된 차두리의 ‘간 때문이야’ 광고음악을 거꾸로 듣는 버전이 공개됐다. ”간 때문이야” 영상을 거꾸로 틀면 ”아이유 맴매” 등으로 들린다는 것. 네티즌들은 즐겁다는 반응이다. “우리 아이유를 맴매한다는 거야.” “의도적인 거 아니냐.” “내 귀에는 아이쿠 됐네로 들리는데.” 등의 반응이다. ’간 때문이야’의 음원 수익금은 저소득층 자녀의 후원에도 쓰이고 있다. 인터넷서울신문 event@seoul.co.kr
  • 詩에게 서정을 돌려주다

    詩에게 서정을 돌려주다

    시구 한줄, 시어 하나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은 적이 있다. 그날 하늘은 유독 푸르렀고, 바람은 달콤한 냄새를 한껏 풍겼으며, 길가 앉은뱅이 들꽃에 발길이 절로 멈춰졌다. 밤하늘 별자리 이름이 문득 궁금해졌으며, 낙엽의 바스락거림이 관현악 화음으로 들려왔다. 오롯이 시(詩)만이 해낼 수 있는 힘이다. 이제 슬슬 원로 반열로 접어드는 60대 시인 세 사람이 다시 시의 서정으로 돌아가자며 뜻을 모았다. 어지러운 서사의 시, 형식을 깨뜨리는 실험시에 대한 낯섦을 극복하며 공감의 수단으로서 시의 역할을 회복하겠다는 선언이다. 조정권(62), 이하석(63), 최동호(63)는 쓰는 이와 읽는 이가 아무런 언어유희 없이, 소통의 제약 없이, 문학적 지식 없이 오로지 감성으로만 만날 수 있는 시를 쓰겠다며 ‘극 서정시집’이라고 이름 붙인 시집을 함께 펴냈다. 조정권의 ‘먹으로 흰 꽃을 그리다’, 이하석의 ‘상응’, 그리고 최동호의 ‘얼음 얼굴’이다. 문학 경향으로 보자면 반동(反動)에 가깝다. 감각의 언어와 파격의 형식을 앞세운 실험시가 주도하고 있는 시단에서 소박한 아름다움만으로 노래되는 시는 흘러간 그 옛날의 것에 가깝다. 하지만 이 역시 흐름을 거스르는 것이기에 하나의 실험이 될 수 있다. 복고적 반동에 머무느냐, 또 다른 실험이 되느냐는 결국 얇은 종이 한장 차이다. 극도로 짧은 단시들을 의도적으로 썼다. 조정권은 ‘흰 산 바위 틈에서 찾았다 쇠 깎아놓은 듯 철화鐵花’(‘빙설꽃’ 전문), 또는 ‘꽃들은, 꽃들은, 피는 걸 감추지 못하나봐/ 인간과 달라 감추는 짓을 하지 못하나봐’(‘꽃들은’ 전문)와 같이 감정을 극도로 자제하며 시어를 골라냈다. 최동호 역시 다람쥐 꼬리처럼 설핏 마룻장을 비추고 마는 겨울 햇빛을 보고 ‘툇마루 보푸라기/ 먼지/ 쓸고 가는 햇빛의 혀’라고 노래하며 여백과 여운의 아름다움을 한껏 드러내고 있다. 쓸쓸하기만 한, 그러나 소중한 따스함을 간직한 겨울 햇빛이 몸을 간지럽힌다. 최동호는 “누구나 향유할 수 있는 명징한 서정시로 시의 정도를 가 보자는 뜻에서 극서정시라는 이름으로 모이게 됐다.”면서 “극도로 축약해 행간의 의미를 확장시키는 트위터 시대, 디지털 시대 코드와도 방향이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 시인의 시집을 낸 출판사 서정시학은 40편 안팎의 짧은 시를 실은 서정시집을 계속 펴낼 계획이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시론] 국민 부담 키우는 환율과 공공요금 정책/김영산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

    [시론] 국민 부담 키우는 환율과 공공요금 정책/김영산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

    민주사회에서는 일부 사람들에게서 돈을 거두어 다른 사람들에게 무상으로 제공하는 일은 적절한 절차를 거쳐 신중하게 시행되어야 한다. 자선 활동 기부금처럼 자발적으로 돈을 내는 경우를 제외하면, 자신이 피땀 흘려 번 돈을 다른 사람에게 대가 없이 주려는 사람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만약 정부가 이런 정책을 시행하려 한다면, 먼저 그것이 국가나 사회를 위해서 꼭 필요하며 궁극적으로는 돈을 내는 사람들에게도 혜택이 돌아온다는 것을 설득해야 한다. 또 의회와 같은 대의기관을 통하여 국민적 합의를 구하는 것이 정상이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무상급식을 보면 이런 합의 도출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 수 있다. 혜택을 비교적 고르게 주는 제도인데도 그 정당성이나 필요성에 대한 의견들은 천차만별이다. 그런데 훨씬 소수 수혜자들에게 국민의 돈을 몰아주면서도 별다른 논란의 대상이 되지 않는 정책들이 있다. 환율정책과 전기요금 정책이 대표적인 예이다. 환율은 외환 수급 사정에 따라 매일 변화하지만, 정부가 여러 가지 정책 수단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전기요금 역시 기본적으로 원가에 의해서 결정되어야 하지만, 실제로는 정부의 정책에 따라 좌우된다. 이 과정에서 환율이나 전기요금을 통하여 많은 국민이 십시일반으로 일부 기업들을 도와주는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 여론 수렴이나 국민적 합의 과정 없이 행정적 결정만으로 이런 일이 발생하는 것이다. 수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의도적으로 환율을 올려 원화가치를 낮게 유지하면 그 이익은 수출업체들에 돌아간다. 또 원화가치가 낮아지면 수출품의 가격이 하락하기 때문에 외국 구매자들도 득을 본다. 이들의 부담으로 수출기업의 이윤이 늘어나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결국, 부담을 떠안는 쪽은 국내 소비자들이다. 환율이 오르면 수입물가가 상승하면서 물가가 오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환율 정책에서 항상 강조되는 것은 수출을 통한 국익증대이고, 소비자들의 부담은 거의 언급되지 않는다. 환율을 낮게 유지하면 아무런 희생 없이 수출만 늘어나서 모든 국민이 이득을 보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킨다. 수출기업들은 큰 목소리로 이런 정책을 지지하겠지만, 소비자들은 자신의 부담을 정확히 계산하지 못하거나, 아니면 외제품을 많이 쓰는 이기적 인간으로 몰릴까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 물론 환율정책이 단기적으로 수출을 부양하는 유용한 정책이 될 수 있지만, 지속적으로 이런 정책을 유지하려면 국민적인 이해와 합의가 필요하다. 전기요금이 원가보다 낮아서 한전이 막대한 손실을 보고 있다고 한다. 여기에서도 낮은 전기요금의 혜택은 소수가 누리고 결국 부담은 소비자들이 떠안고 있다. 우리나라 전력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광공업 부문에서 쓰고, 이 중 상당부분을 재벌의 대기업들이 사용한다. 원가 이하의 전기요금은 잘나가는 대기업에 엄청난 보조금을 지급하는 결과를 낳고 다른 한편으로는 과도한 전력 사용을 초래하고 있다. 주택용 전기도 싸니까 모든 국민이 골고루 혜택을 누리고 있다고 항변할 수도 있지만, 주택용의 비중은 훨씬 낮기 때문에 비중이 높은 산업용에 혜택이 편중된다는 문제가 발생한다. 그뿐만 아니라 주택용 전기요금에는 과도한 누진제를 적용하여 마음 놓고 전기를 사용할 수도 없는 실정이다. 우리나라 1인당 전력소비량이 일본을 추월하였지만, 가정부문에서는 아직도 일본의 절반 수준이라는 사실에 유의해야 한다. 경제성장 초기에 수출기업들을 도와주려고 원가보다 낮은 전기요금과 과소평가된 원화 환율이 필요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기업들이 막대한 이윤을 내는 시점에 국민의 부담으로 이들의 전기요금을 보조해 주고 수출업자의 이익을 인위적으로 높여 주는 것이 과연 옳은지를 국민에게 솔직하게 물어보고 동의를 구할 필요가 있다. 기업들이 막대한 이윤을 내는 시점에 국민의 부담으로 이들의 전기요금을 보조해 주고 수출업자의 이익을 인위적으로 높여 주는 것이 과연 옳은지를 국민에게 동의를 구할 필요가 있다
  • ‘반인반수’ 괴생명체 ‘빅풋’ 카메라에 포착

    ‘반인반수’ 괴생명체 ‘빅풋’ 카메라에 포착

    누군가의 장난일까, 전설의 괴물일까. 북미 전설 속 반인반수 괴물 ‘빅풋’(Big Foot)을 연상케 하는 정체물명의 생명체가 도로를 지나가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돼 논란이 되고 있다. 빅풋은 미국·캐나다의 록키산맥 일대에서 목격됐다는 소문이 전해지는 미확인 동물이다. 캐나다 서해안 지역의 인디언 부족의 언어로 ‘털 많은 거인’이란 뜻의 사스콰치(Sasquatch)라고도 불리기도 하지만 발자국만 발견됐을 뿐 확인되지 않았다. 미국 뉴욕데일리 뉴스는 “노스캐롤라이나 주 러더퍼드 카운티에 사는 토머스 바이어가 빅풋으로 추정되는 괴물이 두 팔을 휘저으며 숲속으로 사라지는 걸 목격했다.”며 그가 촬영한 영상과 함께 공개했다. 바이어는 “차의 수m 앞으로 누런 이를 가진 괴물이 빠르게 지나갔다. 남겨진 발자국을 보니 발가락이 6개였다.”고 설명하면서 “내 생애 이런 장면은 처음 봤다.”고 놀라워 했다. 5초 분량의 짧은 영상에는 온몸이 검은 털이 난 괴생명체가 섬뜩한 소리를 내며 도로를 가로지르는 장면이 담겼다. 몸집으로 미뤄 키 2m, 몸무게 100kg이 넘어 보이지만 영상이 워낙 흐릿해 자세하게 파악하긴 어렵다. 이에 대해 누군가 장난으로 만든 영상이라는 지적도 많았다. 특히 영상에서 괴생명체의 걸음걸이가 어설플 뿐 아니라 의도적으로 화면을 뿌옇게 처리했을 가능성도 있어 인터넷에서 유명해지려고 자작극을 한 것이 아니냐는 주장도 적지 않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강경윤기자 트위터(http://twitter.com/newsluv)
  • [김형준 정치비평] 문제는 정치 리더십이다

    [김형준 정치비평] 문제는 정치 리더십이다

    동 일본 대지진 참사는 귀중한 교훈을 주고 있다. 무엇보다 국가 위기 시 국민을 하나로 결집해서 위기를 극복하는 정치 리더십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새삼 깨닫게 했다. 최근에는 외부로부터의 군사적 침략뿐만 아니라 질병, 기아, 실업, 범죄, 테러, 사회 갈등, 정치척 박해, 유해한 자연 환경 등 일반 국민들의 일상생활에 존재하는 각종 위협을 안보의 대상으로 확대하고 있다. 현대 국가에서 위기관리는 곧 국가 경영을 의미한다. 위기관리는 사건이 일어났을 때 대응하는 절차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의 전반적인 취약점을 분석하여 정책적인 대안을 모색하고, 위기 시 국민의 안녕을 보호하기 위해 시스템을 정비하는 것을 의미한다. 국가의 운명과 미래를 책임져야 할 정치 지도자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국가 위기 대처 능력이다. 상상할 수 없는 충격과 공포의 엄청난 자연 재해 앞에서 일본 국민들이 보여준 침착함과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는 배려심은 찬사를 넘어 경이적이라 할 수 있다. 문제는 간 나오토 정부가 보여준 아마추어 리더십이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의 정치 리더십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일반적으로 리더십은 권력과는 다른 특징을 갖고 있다. 첫째, 리더십은 개인이 갖고 있는 속성이 아니라 관계이다. 리더가 결단력, 추진력, 책임감, 도덕성, 예리한 역사의식 등의 좋은 자질을 갖고 있어도 사람들과의 관계를 제대로 맺지 못하면 리더십을 발휘할 수 없다. 리더 자신이 설정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추종자들을 지시하고 통제하는 일방적 소통이 아니라 리더가 추종자들과 공통의 목표를 세우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쌍방향 소통을 해야 리더십이 발휘될 수 있다. 한국 정치 지도자들은 ‘나를 따르라.’는 식의 일방적 소통에는 익숙하지만 ‘함께 하자.’는 쌍방향 소통이 부족하다.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확고한 비전을 갖고 국민을 설득해서 이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함으로써 국가와 사회를 변화시키려는 ‘변혁적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반대로 그때그때 일어나는 상황에만 대처하면서 위기를 모면하려는 ‘거래적 리더십’에만 익숙하다. 둘째, 권력은 리더십이 발휘되기 위한 필요조건이 아니다. 권력이 없어도 리더십은 발휘될 수 있다. 우리 정치 지도자들은 대통령을 포함해서 권력에만 의존하는 ‘하드파워 리더십’에 집착한다. 그렇기 때문에 리더는 있어도 리더십은 없다. 역대 대통령들을 포함해 이명박 대통령도 주어진 권력만 행사했지 국민의 신뢰를 받으며 국민을 하나로 모으는 국민통합 리더십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 셋 째, 리더십은 혹독한 훈련과 학습만을 통해 만들어질 수 있다. 몇년 전 미국의 전직 워싱턴포스트 기자가 쓴 ‘아웃라이어’라는 책이 인기를 끈 적이 있다. 아웃라이어란 모차르트, 빌 게이츠 등과 같이 평범한 사람들의 범주를 뛰어넘는 비상한 사람들을 지칭한다. 이런 아웃라이어는 천부적인 소질을 갖고 태어났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 아니라 무서운 집중력과 수없는 반복을 통해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최소한 1만 시간 이상 자신의 영역에서 연습을 해야만 가능하다는 것이다. 어떤 돌발적인 상황이 도래하면 리더십이 하늘에서 저절로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하면 착각이다. 평소에 끊임없는 도전과 시행착오의 담금질을 통해 만들어지는 것이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는 미래를 책임지고 이끌어가야 할 정치 지도자들이 이런 리더십 학습을 의도적으로 멀리하고 있다. 국민의 지대한 관심을 끌고 국가의 미래와 직결된 정치 현안들에 대해 당당히 자신의 소신을 밝히기보다는 침묵으로 일관하는 수동적 리더십의 모습을 종종 보이고 있다. 때론 선거에서의 표만을 의식해 포퓰리즘에 의존하는 선동적 리더십에 쉽게 빠지고 있다. 일본 열도를 강타한 대지진과 천안함 폭침 1주년을 맞는 시점에서 우리 정치 지도자들이 관계, 설득, 소통, 학습이 리더십의 요체임을 깊이 깨달아 언제 닥칠지 모를 국가 위기에 국민을 희망의 길로 이끄는 역동적 리더십을 보여주기를 기대해 본다.
  • 간호사 출신 소설가 정유정 새 장편 ‘7년의 밤’

    간호사 출신 소설가 정유정 새 장편 ‘7년의 밤’

    “그러니까 이게 전부 사실은 아니지요?” “사실이 전부는 아니야.” “그러니까 사실이 거짓일 수도 있다는 거지요?” 그는 소설의 초입부에서 ‘살인마의 아들’의 입을 빌어 이렇게 묻는다. 사실이 진실이냐고. 그리고 소설 내내 침묵한다. 대신 어마어마하게 끔찍하면서 너무나도 불편한 얘기, 으스스하게 오래 가슴 졸여야 하는 서사(敍事)를 거침없이 풀어낸다. 그리고 소설의 끄트머리 즈음에서 스스로 대답한다. 사실은 진실이 아닐 수 있다고. ●냉소적 표현… ‘의도적 거리두기’ 그렇다. 멀찍이 떨어져 있으면 진실은 보이지 않는다. 또한 한복판에 들어가 있어도 진실은 실체를 드러내지 않는다. 수 년의 시간을 두고서 복판과 외곽을 들어오고 나가기를 반복할 뿐 아니라, 두려움 없이 바닷속 심연을 들여다보며 사실의 조각들을 꿰맞출 수 있는 자에게만 허용되는 것이 바로 진실이다. 그리고 소설을 덮을 때쯤 그는 침묵으로 웅변한다. 진실을 알고 있다고 감히 말하지 말라고. 명백해 보이는 죽음과 죽임, 죄와 벌, 그리고 선과 악 등의 경계도 흐려질 수 있고, 진실과 사실이 갖고 있는 간극 만큼이나 서로 스치듯 교차하면서 공존하고 있을 뿐이라고. 2009년 세계문학상을 받은 ‘내 심장을 쏴라’ 이후 2년 동안 내내 웅크린 채 소설 쓰기에 몰두해온 정유정(45)이 장편소설 ‘7년의 밤’(은행나무 펴냄)을 내놓았다. ‘7년의 밤’은 한 마을 주민들이 몰살당한 ‘세령호의 재앙’이라는 대참사를 저지른 살인마와 그의 아들 서원, 그리고 또 다른 미치광이 살인마와 그의 딸 세령이 끌고 가는 이야기다. 7년 전 그날 밤의 사건 이야기가 그날 이후 7년 동안의 이야기 속에 액자 소설 형태로 담겨진다. 열 두 살의 서원은 7년 동안 ‘살인마의 아들’이라는 굴레 속에서 세상의 따가운 눈총을 받으며 쉼 없이 학교를 전전하다 결국 등대마을까지 떠밀려 온다. 그날 밤의 또 다른 증언자인 승환은 서원과 함께 지내며 그 시간 동안 사실의 틈바구니에 버려진 진실을 찾아 헤맨다. 병적 집착증을 보이는 또 다른 미치광이 살인마는 교통사고 뒤 목졸려 숨진 딸에 대한 복수심만으로 비이성적인 살인을 서슴없이 저지르고, 그후 7년 동안 가슴 서늘한 복수를 준비한다. 정유정은 ‘7년’에서 격정적이면서도 탄탄한 문장과 짜임새 가득한 상황 설정으로 읽는 이들을 소용돌이에 빨려 들어가게 만들다가도 문득 중간중간 냉소적인 표현을 배치해 ‘의도적 거리두기’를 주문한다. 진실을 찾는 여정은 몰입만으로도, 관조만으로도 성립되지 않기 때문이며 서둘러서도 더뎌서도 안 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모든 서사와 모든 인물들, 모든 사실 관계들은 7년 전 그날 밤의 진실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가거나 맹렬히 모여든다. 또한 발과 땀으로 쓰여진 소설이기도 하다. 작품 곳곳에 풀어헤쳐진 취재와 노력의 흔적들은 2년 전 ‘내 심장을 쏴라’에서 보여줬듯 정유정 소설이 갖는 소중한 미덕 중 하나다. ●죽음·복수… 인간 내면 치밀한 묘사 ‘7년’에서는 스쿠버다이버의 시선을 따라가며 그려내는 심해 깊은 곳 풍경들이 마치 산소탱크를 짊어지고 직접 바다로 뛰어든 듯 생생히 눈앞에 펼쳐진다. 몰아치는 물의 흐름 속에서 느낄 법한 불안과 공포심의 미세한 변화까지 놓치지 않는다. 세령호와 세령댐, 그리고 등대마을이라는 정교한 가상의 공간을 만들어낸 뒤 나무 한 그루, 작은 둔덕 하나, 고양이 한 마리까지 촘촘히 배치하는 집요함도 보여준다. 정유정은 “스티븐 킹(미국 추리문학 대표작가)의 작품을 갖고 문장 공부를 했다”고 거리낌 없이 고백한다. 문예창작과 출신들이 잡고 있는 주류 문단에서 ‘간호사 출신 소설가’라는 이력 자체가 이미 독특하다. 스티븐 킹을 사숙(私淑)한 작가답게 죽음, 폭력, 복수, 애정 같은 격정 앞에 고스란히 내던져진 인간의 내면 심리를 치밀하게 따라가면서도 거기에 매몰되지 않은 채 잔인하리만치 덤덤히 풀어가는 솜씨는 전작(前作)을 뛰어넘는 성취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상업영화 닌자활극 들고 온 ‘하드보일드 장인’ 최양일 감독

    상업영화 닌자활극 들고 온 ‘하드보일드 장인’ 최양일 감독

    ‘하드보일드’(hard-boiled)는 장르가 아닌 스타일이다. 인물·사건을 군더더기 없이 비정하고 냉정하게 묘사한 소설·영화를 이른다. 그에겐 줄곧 ‘하드보일드의 장인’이란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악마 같은 사내로 변해 가는 재일교포 김준평의 삶을 그린 기타노 다케시 주연의 ‘피와 뼈’(2004)를 떠올린다면 와 닿을 터. ‘달은 어디에 떠 있는가’(1993), ‘개 달리다’(1998) 등 ‘자이니치’(재일한국인)를 소재로 한 작품으로 유명한 최양일(62) 감독이 한국을 찾았다. 17일 개봉한 블록버스터 닌자 활극 ‘카무이외전’을 들고서다. 1960년대 일본 전공투(전학공투회의의 줄임말. 1968~1969년 각 대학에 결성된 학생운동 조직) 세대에겐 바이블 같은 고전이라는 시라토 산페이의 동명만화를 원작으로 한 ‘카무이외전’은 17세기 에도시대가 배경이다. 천민으로 태어난 카무이는 살기 위해 닌자가 됐지만 의미 없는 살육에 질려 도망친다. 조선 시대 ‘추노’처럼, 에도시대에는 ‘추닌’(도망친 닌자들을 쫓는 닌자)이 있었다. 뫼비우스의 띠에서 벗어나려는 카무이의 사투는 컴퓨터그래픽(CG)을 비롯한 특수효과를 차용하는 등 상업영화의 외피를 쓰고 있다. 그렇다면 주변부 인생들의 비루한 삶에 천착해 온 최 감독은 ‘전향’한 것일까. 속내를 들어봤다. ●“카무이전은 전공투 세대의 바이블” →사전 정보가 없다면 최 감독의 영화인 줄 모를 것 같다. -지금까지의 작품하고는 다른 면이 있다. 내 영화인지 알아볼 수 없었다고 느꼈다면 기쁜 일인 것 같기도 하다. 그만큼 내 영화의 폭이 넓어진 게 아닐까. →원작은 산페이의 닌자만화다. 만화에서 소재를 많이 찾는 편인가. -만화의 세계관에 강하게 공감할 때가 있는데 대개 컬트적인 작품들이다. ‘국민 만화’나 ‘통과의례적인 만화’와는 거리를 두게 된다. ‘허리케인 조’(지바 데스야 원작으로 1960년대 일본 대학생에게 큰 영향을 준 만화)가 영화로 만들어지고 흥행에도 성공했지만 나는 관심이 없다기보다 싫어했다. →그렇다면 ‘카무이외전’의 어떤 점이 마음에 들었나. -17세기 에도시대를 배경으로 단순히 권력과 민중의 계급 투쟁뿐 아니라 민중 내부의 분열과 그 안의 복잡한 인간관계, 사랑과 증오를 디테일하게 그려냈다. 연재 당시 사상적으로 오른쪽(보수)이든, 왼쪽(진보)이든 관계없이 큰 영향을 받았다. 감수성이 풍부하고 사회와 개인을 고민했던 1960~1970년대의 청년에게 바이블 같은 작품이다. 다만 ‘카무이전’은 상업성을 얻기 어려운 측면이 있어 엔터테인먼트적 요소를 강조한 스핀오프 작품인 ‘카무이외전’을 선택하게 됐다. →‘카무이’란 캐릭터도 독특한데. -카무이란 말 자체가 일본어가 아니라 아이누족의 말이다. 배경은 오카야마 지방인데 왜 카무이가 훗카이도 원주민의 이름을 가졌는지 미스터리다. 카무이는 오카야마의 천민 부락에서 자란다. 원작에서는 홋카이도 원주민들을 에도막부가 침략하면서 처절한 싸움이 벌어진다. 카무이가 거기에 참여하면서 출생의 비밀이 밝혀질 것으로 생각했는데 작가의 의도적 절필로 중단됐다. 그런 수수께끼들이 캐릭터를 매력적으로 만든다. →CG 장면이 독특하다. 카무이가 절벽을 뛰어올라가는 장면은 일부러 어설프게 보이려고 한 것인가. -의도적이다(손바닥을 치면서 웃었다). 스스로 통제가 안 될 때가 있다. 발작적으로 희화화하거나 만화적으로 그리고 싶은 순간들이 있다. 아무리 절정의 무공을 지닌 닌자라도 그러진 못할 거란 걸 알면서도 ‘뿅!뿅! 날아가야겠다’고 생각했다(웃음). →해피엔딩은 아니다. 따뜻한 결말은 싫은가. -즐겨 보는 영화는 해피엔딩이 많다. 그런데 찍다 보면 비극적 종말을 맞는 경우가 많다. 내 영화 속 주인공들은 주류가 아닌 경계선에 아슬아슬하게 서 있는 인물들이다. 자칫하면 어느 한쪽으로 떨어지는 인물들을 그리기 좋아하기 때문에 행복하지 못한 결과를 맞이하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메인 스트림에 관심 없다… 밑바닥 얘기에 끌린다” →그동안 자이니치의 삶을 많이 다뤘다. 더는 관심이 없나. -내가 자이니치로 태어나고 자란 건 사실이다. 그렇다고 재일한국인을 그리는 게 영화감독 최양일의 본질은 아니다. 내 관심은 한·일 문제에 국한되지 않고 아시아의 근대화 과정에서 소외된 사람들, 근대화를 겪으면서 어쩔 수 없이 개인에게 남게 된 전근대성 등에 관심이 있다. 세상의 중심에 있는 인물은 관심 없다. 주변에 사는 사람들에게 끌린다. 나조차도 어디에 서 있는지는 모르겠다. 핀볼처럼 어디로 튈지 모르는, 행선지가 불분명한 존재로 앞으로도 남고 싶다. →당신은 ‘경계인’이다(그는 1994년 북한 국적을 버리고 한국 국적을 취득했지만 일본영화감독협회장이다). 다른 자이니치의 삶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 최근 마에하라 세이지 외상이 자이니치에게 정치헌금을 받은 것이 문제가 돼 사퇴한 사건은 한국에서 파장이 있었는데. -마에하라 외상 문제에 대해 한국에서는 헌금자가 한국 핏줄이기 때문에 불이익을 당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고깃집을 하는 (자이니치)아줌마와 개인적인 인연이 있다고 해도 법을 어긴 것은 사실이다. 현지 언론이 코멘트를 요청하기에 “법률 위반은 맞다. 하지만 일본이 시민참가형 민주국가를 지향한다면 납세를 하고 3~4대를 거주한 재일한국인의 지위와 지방참정권 문제를 어떻게 할지 본격적인 논의를 할 좋은 계기”라고 말했다. 결국 자이니치의 지위에 대해 법을 개정할 수밖에 없다. 그러지 않는다면 달라질 건 없다. 현장에서 치열하고 무섭기로(?) 소문난 그이기에 인터뷰 전 살짝 긴장했다. 하지만 무서운 게 아니라 너무 진지하기 때문이란 걸 알아차리는 데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뉘앙스까지 꼼꼼히 헤아려 대답했지만, 가끔 농담도 툭 던졌다. 최 감독의 다음 작품이 기다려진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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