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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야동은 막고 낙태약 판매는 방관?…https 형평성 논란, 진실은

    야동은 막고 낙태약 판매는 방관?…https 형평성 논란, 진실은

    정부가 이른바 https(보안접속) 차단 방식으로 불법사이트를 규제하는 가운데 불법 의약물인 낙태유도제를 판매하는 해외사이트 ‘위민온웹’(https://womenonweb.org)에 대한 접속은 막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정부가 처음에는 위민온웹 접속을 차단했다가 이를 번복해 접근을 다시 허용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일각에서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불만을 터뜨렸다. 이에 대해 차단 사이트 목록을 결정하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위민온웹이 불법사이트가 맞다”면서도 “https 차단 방식이 도입된 지난 11일 심의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차단되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반인이나 소관기관인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위민온웹에 대한 차단을 요청할 경우 심의를 통해 차단대상에 포함시킬 수 있다는 게 방심위의 입장이다.위민온웹 접속이 한때 차단된 것에 대해서는 방송통신위원회가 구체적인 경위를 파악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위민온웹은 네덜란드 여성단체가 운영하는 사이트다. ‘안전한 낙태’라는 명목으로 미프프리스톤, 미소프로스톨 등 알약 형태의 낙태유도제를 판매한다. 판매라고 표현하지 않지만 낙태유도제를 구하려면 최소 90유로(약 11만 4650원)의 ‘기부금’을 은행계좌로 보내거나 신용카드로 결제해야 한다. 최근 남성들이 주로 활동하는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정부가 불법사이트의 보안접속을 차단한다고 하면서 명백한 불법사이트인 위민온웹에 대한 접근은 방치하고 있다는 불만이 제기됐다. 의약품을 온라인으로 판매하는 것은 약사법 위반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의약품 온라인 판매를 모니터링한 뒤 방심위에 해당 사이트 차단이나 삭제를 요청해야 한다.방심위는 지난해 2월 심의를 통해 ‘위민온웹’을 불법사이트로 규정했다. 다만 https 차단이 올해 2월 11일부터 적용됐기에 위민온웹의 접속이 차단되지 않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방심위 관계자는 “지난 11일 심의를 통해 895개의 불법사이트 접속을 차단했는데 위민온웹은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며 “과거에 불법사이트로 판정받았더라도 https 차단을 ‘소급적용’하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다만 위민온웹의 불법성 여부에 대한 심의요청이 관계기관이나 일반인을 통해 접수될 경우 재심의를 통해 차단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https 차단 대상이 아닌 위민온웹이 지난 11일 접속 차단됐다가 최근 다시 접속이 가능해진 것에 대해서는 정부도 상황을 파악 중이다. 불법사이트 차단 목록은 방심위가 직접 KT,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등 인터넷서비스사업자(ISP)에게 전달하고 각 통신사들이 차단을 실행한다. https 차단 방식을 도입한 방통위는 차단 방식 변경 과정에서 기술적 오류가 생긴 것으로 추정하고 각 통신사업자에게 경위 파악을 요청한 상태다. 결국 위민온웹 사이트에 대한 접속이 차단됐다가 허용된 것은 해프닝일뿐, 여성들에게 혜택을 주기 위해 정부가 의도적으로 개입한 것은 아니라는 게 방심위와 방통위의 공통된 입장이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문무일, 총장실 점거에 “환경부 블랙리스트 올바로 수사”

    문무일, 총장실 점거에 “환경부 블랙리스트 올바로 수사”

    문무일 검찰총장은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요구하며 총장 접견실에서 항의농성을 벌인 것과 관련해 수사를 바르게 수행하겠다고 답했다. 문 총장은 27일 오전 9시쯤 출근하면서 자유한국당의 요청에 대한 입장을 묻는 기자들에게 “검찰은 맡은 업무를 바르게 수행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한 정치권과 국민 관심이 지대한 만큼 공정하고 엄정한 수사로 의혹을 규명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검찰총장 접견실을 점거하고 농성한 것과 관련해서는 직접적인 언급을 하지는 않았다. 나경원 원내대표 등 자유한국당 의원 60명은 의혹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는 입장을 전달하기 위해 전날 대검찰청을 방문했다. 당초 문 총장을 직접 면담할 계획이었지만 문 총장이 서울서부지검 지도 방문을 위해 자리를 비우면서 불발됐다. 이 과정에서 대검 측은 예정된 일정이었다고 해명했지만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검찰총장이 의도적으로 자신들을 피했다’며 검찰총장 접견실에서 5시간 동안 항의 농성을 벌였다. 한국당은 대검찰청 앞에서 문 총장을 성토한 뒤 국회로 돌아와 긴급 의원총회를 개최했다. 나 원내대표는 대검찰청 앞에서 취재진과 만나 “(대검찰장 방문) 일정을 통보했는데도 검찰총장은 어디론가 가버렸다”며 “왜 당당하게 나서지 못하는가”며 “이런 모습은 검찰이 국민 검찰이기보다 정치 검찰의 모습을 보였다는 것을 자인하는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반면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한국당이 검찰총장실을 점거하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며 ‘법치주의에 대한 정면 도전이자 겁박 행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우윤근 금품수수’ 수사 착수…“1000만원은 빌려준 것”

    ‘우윤근 금품수수’ 수사 착수…“1000만원은 빌려준 것”

    김태우 전 청와대 특별감찰반원이 폭로한 우윤근 주러시아 대사의 금품수수 의혹에 대해 검찰이 수사에 착수한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김남우 부장검사)는 오는 27일 오전 9시 30분 부동산 개발업체 C사 대표 장모 씨를 고소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할 예정이라고 오늘(25일) 밝혔다. 앞서 장씨는 지난 18일 우 대사를 사기 및 제3자 뇌물수수 혐의로 고소했다. 장씨는 2009년 4월 당시 국회의원이었던 우 대사에게 자신의 조카를 포스코에 취업시켜주는 대가로 두 차례에 걸쳐 500만원씩 총 1000만원을 건넸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후 장씨 조카의 해당 기업 취업은 이뤄지지 않았고, 우 대사 측이 20대 총선을 일주일 앞둔 2016년 4월 자신에게 1000만원을 돌려줬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우 대사 측은 2009년 장씨를 만난 것은 사실이지만, 부당한 금전 거래는 없었다는 입장이다. 또 2016년 장씨에게 1000만원을 건넨 이유는 그가 돈을 주지 않으면 피켓 시위를 한다는 협박했기 때문이며 선거에 미칠 영향을 우려해 ‘빌려준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 증거로 우 대사 측은 당시 돈을 빌려주며 썼다는 차용증을 공개했다. 차용증에는 우 대사 측근인 김영근 중국 우한 총영사의 친척인 허모씨 명의로 돈을 빌려준 것으로 돼 있다. 이와 관련해 장씨는 우 대사 측근과의 녹취록을 공개하며 반박했다. 녹취록에는 “정치적으로 민감하시다고 그러니까 차용증으로 대체하시고요. 그 돈은 제가 갚는 돈이 아니고 실제로 (우윤근) 의원님한테 받을 돈을 받는 것”이라는 내용이 녹음돼 있다. 하지만 우윤근 대사 측은 장씨가 특정 답변을 유도하기 위해 의도적 대화를 시도했고, 이를 녹취한 것이라며 장씨를 무고죄로 맞고소한 상태다. 결국 금품거래가 위법했는지 여부는 검찰 수사를 통해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곽혜진 기자 demian@seoul.co.kr
  • [단독]“독립운동가 김원봉, 재평가·복권 1순위”

    [단독]“독립운동가 김원봉, 재평가·복권 1순위”

    “이승만 비서 임병직 지나치게 고평가좌파 계열 4명·박헌영도 재평가돼야”독립운동사 연구 우파 편향 지적도친일청산 부재·일관성 없는 서훈 비판역사학계는 가장 먼저 재평가와 복권이 이뤄져야 할 독립운동가로 김원봉(1898~1958)을 꼽았다. 반대로 지나치게 고평가돼 재고가 필요한 인물로는 임병직(1893~1976)을 들었다. 역사학자들은 “우리 독립운동사 연구가 우파에 치우쳐 미진한 점이 많다”며 “정부가 연구 범위를 넓힐 수 있도록 (학계를)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서울신문이 3·1운동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24일 역사학계 전문가 25명을 심층 설문조사한 결과 32%(8명)가 우리 독립운동사에서 재평가가 시급한 인물로 김원봉을 지목했다. 그는 아나키스트(무정부주의자) 출신으로 한국광복군 부사령관과 군무부장 등을 맡아 민족 해방을 앞당겼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어 사회주의계열 독립운동가 전체(4명), 박헌영·이동휘(각 3명) 등이 뒤를 이었다. 학계에서는 대체로 좌파계열 활동가들에 대한 복권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전성현 동아대 사학과 교수는 “김원봉은 경남에서 손꼽히는 인물이지만 북한 정권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재조명이 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제는 (달라진 남북 관계 등을 감안해) 사회적 합의를 이뤄야 할 때가 왔다”고 설명했다. 반면 설문에 응한 역사전문가 중 36%(9명)는 우리 독립운동사에서 지나치게 높게 평가된 인물이 임병직이라고 답했다. 이승만 전 대통령의 보좌관 출신으로, 1976년 건국훈장 가운데 최고등급인 ‘대한민국장’에 추서됐다. 2위 이승만(7명·28%), 3위 김구(2명·8%) 순이었다. 김삼웅 신흥무관학교기념사업회 공동대표는 “임병직은 이승만의 비서였다는 이유만으로 (별다른 공적 없이) 1등급 훈장을 받았다. 과거에는 이승만처럼 스스로에게 최고 훈장을 주는 ‘셀프 서훈’도 만연했다. 이제부터라도 대한민국 서훈제도 자체를 근본적으로 손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학계에서는 우리 정부의 가장 큰 과오로 ‘제대로 된 독립운동사 연구 틀을 갖추지 못한 점’(32%·8명)을 들었다. 친일 청산 부재와 일관성 없는 서훈(각 6명)도 도마에 올랐다. 박환 수원대 사학과 교수는 “최근 정부와 언론이 역사에 잘 알려지지 않은 새 인물 찾기에 주력하고 있는데, 이미 나온 인물에 대한 정확한 연구와 평가가 병행돼야 한다. (요즘 정부와 언론의) 노력이 실제 역할이 적었던 이들을 의도적으로 치켜세우는 식으로 변질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장규식 중앙대 사학과 교수는 “해방 직후 우리 정부가 친일 청산을 제대로 하지 못해 우리 사회가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친일 행적자 대부분이 단죄를 받지 않고 세상을 떠났다. 대한민국 정부가 아니라 ‘시간’이 대신 친일파를 청산해 줬다”고 꼬집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설문응답자 명단 기유정 서울대 한국정치연구소 연구원, 김삼웅 신흥무관학교 기념사업회 공동대표, 김주용 원광대 한중관계연구원 교수, 김태웅 서울대 역사교육과 교수, 김형목 독립기념관 선임연구위원, 노상균 연세대 국학연구원 연구원, 박환 수원대 사학과 교수, 반병률 한국외대 사학과 교수, 방학진 민족문제연구소 기획실장, 박찬승 한양대 사학과 교수, 백옥진 전국역사교사모임 회장, 신효승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 임경석 성균관대 사학과 교수, 이양희 충남대 충청문화연구소 연구원, 이원규 역사소설가, 장규식 중앙대 사학과 교수, 장석흥 국민대 국사학과 교수, 장세윤 동북아역사재단 수석연구위원, 전성현 동아대 사학과 교수, 조한성 민족문제연구소 선임연구원, 최기영 서강대 사학과 교수, 한시준 단국대 사학과 교수, 홍선표 하나역사연구소장, 익명 요청 2명(가나다순)
  • “세상에 안 알려진 종철이가 너무 많다…의문사 가족에도 관심을”

    “세상에 안 알려진 종철이가 너무 많다…의문사 가족에도 관심을”

    묻힐 뻔한 죽음, 지금 생각해도 아찔…역사적 우연 연결되며 민주항쟁 이어져아버지 병상에서 문무일 검찰총장 만나 “오늘보다 어제 왔으면 더 좋았을걸…”아버지, 30년간 힘든 싸움 일기에 남겨…의문사 유가족에 손만 내밀어도 위로박종철 열사의 죽음은 묻힐 뻔했다. 책상을 ‘탁’ 치니 ‘억’ 하고 쓰러졌다는 경찰의 어이없는 설명에도 대꾸할 수 없는 게 그 당시 분위기였다. 그렇게 의문사로 남을 수밖에 없었던 사건이 세상에 알려진 건 전적으로 우연들이 만들어 낸 힘 때문이었다. 만약에 1987년 1월 당시 최환 부장검사가 경찰의 은폐 조작을 저지하지 않았다면? 일부 언론이 서슬 퍼런 5공화국의 보도지침 검열에 저항하지 않았다면? 열사의 친형이자 현재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유가협) 청년회장을 맡고 있는 박종부(61)씨는 “지금 생각해도 아찔하다”고 했다. 그는 “하나의 우연이 또 하나의 우연과 연결되고 결국 6월 민주 항쟁으로 이어졌다고 본다”면서 “역사의 엄중한 무게가 느껴진다”고 말했다. 동생과 아버지를 떠나 보낸 뒤 그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오늘도 새벽을 깨우는 박씨를 지난 19일 서울 용산의 박종철기념사업회 사무실에서 만났다. -우리 사회 민주화를 앞당긴 1987년은 현대사의 한 획을 긋는 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힘든 한 해였을 것 같다. “그해 4월 결혼을 앞두고 있었다. 당시 공무원이셨던 아버지(고 박정기씨)는 6월 정년퇴직이 예정돼 있었고. 그런데 갑작스런 동생의 사망 소식에 우리 가족은 몹시도 힘들었다. 아버지는 기관으로부터 회유와 압박에 시달렸다. 그때 어머니가 하신 말씀이 생각난다. ‘산 사람은 살아야지.’ 아버지가 많이 흔들리시는 것 같아 자주 부산에 내려갔다. 조금만 버텨보자고 아버지를 설득했다. 그후로 부모님과 여동생은 시민사회단체에 소속돼 전혀 다른 삶을 살았다.” -가족들과 달리 회사 생활을 했다고 들었다. “현실적인 문제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두 아들을 키워야 했으니까. 2001년 아버지가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에서 사람 뽑는다고 슬쩍 권유를 하시더라. 그때도 조심스럽게 거절했다. 그래도 마음은 늘 사회운동단체에 닿아 있었다. 틈나는 대로 연대 활동도 했고. 그러다 2010년 퇴직하고 난 뒤 아버지 활동도 뜸해지면서 바통을 이어받은 거지.” -지난해 문무일 검찰총장이 세 차례에 걸쳐 부친을 찾았다. 검찰은 무슨 잘못을 했나. “대다수 국민들은 검찰이 당시 어떤 잘못을 했는지 의아해할 수도 있다. 그런데 이미 2009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검찰도 사건의 축소·은폐 조작에 깊이 관여한 점을 밝히고 유족과 국민에게 사과할 것을 권고했다. 10년이 흐른 지금도 당시 수사 검사(박상옥 현 대법관)를 포함해 수사 라인에 있던 검사 3명 모두 잘못을 인정하거나 사과를 한 적 없다. 물론 검찰이든 경찰이든 자기 허물을 드러내기는 쉽지 않았겠지.” 지난해 10월 법무부 산하 검찰 과거사위원회는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수사한 검찰이 정권 안정이라는 정치적 고려를 우선해 치안본부에 사건을 축소·조작할 기회를 줬고, 치안본부 간부들의 범인 도피 행위를 의도적으로 방조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과거사위는 당시 검찰의 수사를 ‘졸속 수사’, ‘늦장 수사’, ‘부실 수사’였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문 총장 방문은 어떻게 이뤄졌나. “지난해 초에 종철이 고등학교 친구(김기동 현 부산지검장)한테 연락이 왔다. 총장이 아버지를 찾아뵙고 싶다고. 그때는 아버지께서 의식이 또렷하셨을 때였다. 아버지께서도 반대하시지 않아 만남이 성사됐다. 2월 3일 오후 3시. 정확히 날짜도 기억한다.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과 함께 와서 아버지께 사과를 했다.” -부친이 뭐라 하셨나. “아버지가 ‘오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 사과를 받아주겠습니다. 그런데 오늘보다 어제가 더 좋을 걸 그랬습니다’라고 말씀하시더라. 왜 조금 더 일찍 오지 않았느냐는 의미 아닐까. 그 말씀을 하시는데 울컥하더라. 당시 병상을 둘러 서 있던 저와 아내, 여동생 모두 뒤돌아서서 눈시울을 붉혔던 기억이 난다.” -총장의 사과에서 진정성이 느껴졌나. “총장이 종철이와 아버지의 삶을 다룬 책 ‘유월의 아버지’를 읽고 왔다고 들었다. 그전에는 아버지에 대해 잘 몰랐던 것 같고. 형식적으로 사과를 한 것 같지는 않았다. 그리고 한 달 뒤 공식 방문을 했고, 아버지 돌아가시기 직전 또 한 번 찾아 왔다.” -옆에서 지켜본 아버지의 삶은 어땠나. “종철이가 3년 동안 민주화운동을 했다면 아버지는 30년을 했다. 외롭고 힘든 일도 많았을 거다. 어떤 날은 경찰 방패에 맞아 피멍이 들어 밤새 끙끙 앓으시다가도 새벽같이 일어나 유가협 사무실에 청소하러 가셨다. 제 아버지이지만 참 큰 어른이셨다.” -아버지가 동생을 떠나보내며 하신 말씀 ‘이 아부지는 아무 할 말이 없데이’가 지금도 회자된다. “왜 할 말이 없었겠나. 아들이 죄 없이 죽은 게 힘없고 못난 아비 때문이라고 생각하신 거지. 아버지는 1987년 11월 30일부터 거의 30년 동안 일기를 써내려갔다. 이 일기를 기록물로 남겨놓는 작업도 하려고 한다.” 1994년 4월 26일 고인의 일기장에는 이런 내용이 나온다. ‘막내야, 다음에도 나는, 이 아버지는 민주화 운동을 할 거야/ 역사에 없어도 나는 네가 하다 간 그것 할 거야!’. 3년 뒤인 1997년 5월 8일 일기장에는 아들을 떠나보냈을 때의 심정을 10년 만에 글로 담았다. ‘처절한 심정으로 이 넓고 큰 지구에서/ 나 혼자 변을 당하는 외로움/ 사지가 마비되는 고독감/ 당하고 마는구나 하는 마음이 바로 이날이었다.’ -문재인 대통령도 부친이 돌아가셨을 때 조의를 표했다. 어떤 인연이 있나. “종철이가 그렇게 되고 나서 나흘 만인가 당시 부산에서 변호사로 활동한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 대통령이 집으로 찾아와 부모님을 위로해 줬다. 이후 아버지와 가깝게 지내셨다. 그런데 두 분 다 대통령이 되면서 예전같이 자주 만날 기회는 없어지더라(웃음).”-동생이 고문당한 남영동 대공분실이 드디어 시민의 품으로 돌아왔다. “아버지 생전에 이뤄내지 못한 것이 아직도 가슴 아프다. 1999년 아버지가 유가협 회원들과 고령의 몸을 이끌고 국회 앞에서 422일간 천막농성을 벌인 적이 있다. 그 당시 민주화 과정에서의 희생자를 위한 특별법이 제정되고 보상심의위원회, 과거사위원회 등이 꾸려졌다. 그때 남영동 분실을 넘겨받았어야 했는데 사회운동권 단체의 역량이 부족했던 것 같다. 그 기회를 한 번 놓치니 20년이 흘러 버렸다.” -분실을 경찰이 관리하면서 원형이 훼손됐다고 하던데. “원형 보존과 복구 과정이 쉽지 않겠지만 역사 왜곡을 막아내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일이다. 나아가 이곳을 어떻게 만들어 나갈지도 우리 모두에게 남겨진 과제다. 우리가 지켜낸 민주주의와 인권을 후대에 물려줄 소중한 자산이기 때문이다. 2022년 개관(민주인권기념관)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의문사 가족과의 연대 활동도 많이 한다고 들었다. “문영수, 김두황, 한영현, 기혁, 한희철, 허원근, 우종원, 신호수, 김성수, 최우혁, 안치웅, 김용권…밤을 새워도 모자랄 정도로 너무 많다. 1988년 행방불명돼 시신도 못찾은 안치웅의 경우, 행여 돌아올까 문도 못 잠그고 지내다 23년이 지나서야 시신 없는 장례식을 치러야 했다. 전태일, 박종철, 이한열뿐 아니라 민주화 운동 과정에서 목숨 바친 수 많은 열사들, 그들의 뒤를 이어 이 땅의 민주화를 위해 수 십년을 헌신한 유가족들, 그들이 국가유공자가 아니면 누가 유공자이겠나.” -이제는 국가가 나서야 할 때라는 뜻인가. “그렇다. 그들은 자식을 먼저 보낸 부모로 언제나 약자였다. 자신의 잘못이 아님에도, 여전히 죄책감에 시달리는 그들에게 손을 내밀어 주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될 거다. 너무 늦어 많은 분들이 한 많은 가슴을 부여 안고 돌아가시는 현실이 안타깝다. 의문사는 누구든지 당할 수 있다. 불행한 과거가 다시 오지 말기를 바랄 뿐이다.” 박씨는 인터뷰를 마칠 즈음, 2005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가 설치됐을 때 위원회 명칭이 거북했다고 털어놨다. 피해자들 동의가 없는 상태에서 ‘화해’라는 단어가 들어갔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니 이처럼 꼭 필요한 말도 없다고 했다. 지금도 진행 중인 과거사 진상규명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는 길도 화해에 달려 있다는 메시지로 읽힌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국운 짓누른 일제, 조선왕실 태실 부장품 빼돌리고 집단 이장했다

    국운 짓누른 일제, 조선왕실 태실 부장품 빼돌리고 집단 이장했다

    20일 오전 경기 고양시 덕양구 원당동 허름한 보리밥집 앞 이름도 없는 철문을 열고 들어서면 서삼릉 서쪽 끝 가까이 된다. 1시 방향 숲길을 따라 150m를 걸으니 질서정연하게 줄지어 선 묘비 50여기가 눈에 들어온다. 조선왕가 ‘태실’(胎室)이다. 예로부터 우리 민족은 출산 때 나오는 태를 함부로 버리지 않았고 항아리에 정성껏 담아 땅속에 묻었다. 생명에 대한 외경과 존중심을 보여주는 우리의 대표 풍속 중 하나다. 보관하는 방법은 신분의 지위고하에 따라 다르다. 왕실은 국운과 관련 있다 해 전담 부서에서 전국 명산의 좋은 터에 석실과 석탑을 만들어 보관해왔다는 기록이 전해온다.●일제가 조선왕실의 태실 서삼릉에 집단화 그런 조선왕가의 태실 중 54기가 일제강점기인 1928년 이후 서삼릉 경내로 옮겨 집단화됐다. 태조 등 역대 왕의 태실이 22기, 왕자·대군·왕녀·왕비의 태실이 32기다. 충남 금산군 추부면에 있던 태조의 태실을 비롯해 서삼릉역으로 옮겨온 태항아리 등은 시멘트 원통 속에 자갈을 깔고 묻었다. 바깥 가장자리에는 일제를 의미는 ‘일’(日)자형 시멘트 담장을 쌓고 일본식 철 대문으로 걸어 잠갔다. 효율적인 관리와 도굴 방지를 구실로 한곳에 모아놨으나 조선왕조의 정기를 끊고 태항아리와 함께 묻었던 부장품을 빼돌리기 위해서였다는 게 학계 정설이다. 이은홍 종묘제례보존회 전례이사는 “태실을 신격화했던 일본인들이 조선국왕 태실을 훼손한 것은 조선의 혼을 말살하기 위해서 였다”고 밝혔다. 심현용(고고학박사) 한국태실연구소 소장도 “죽음을 의미하는 서삼릉에 삶과 미래를 의미하는 태실을 집장한 것은 조선의 국운을 말살하려는 의도다”고 했다. 그는 “전통방식은 내항아리에 태를 담아 외항아리에 다시 집어넣는 방식인데 일본은 서삼릉 땅속에 일장기를 상징하는 시멘트 원통을 묻고 태항아리를 넣은 뒤 시멘트 뚜껑 2개를 덮어 일제를 상징하는 日 모양이 되도록 했다. 그것도 부족했는지 바깥을 日 모양의 담을 더 쌓아 조선왕가의 정기와 국운을 이중 삼중으로 억누르려 했다”고 강조한다. 이 담장은 가로 28m, 세로 24m, 높이 1.5m, 총 둘레 104m이다. ●일제, 태실 훼손에 대해 사죄해야 일제강점기 조선 왕실은 일본 황실에 부속돼 이왕가(李王家)가 됐고, 조선총독부는 이왕직(李王職)이라는 행정관청을 둬 세입세출 및 의전을 담당케 했다. 이왕직은 1928년쯤부터 전국에 흩어진 조선왕실의 태실을 옮기면서 ‘태봉’(胎封)이라는 복명서로 기록을 남겼다. 태실을 옮기는 이봉작업은 태를 담았던 태항아리와 태지까지 포함됐다. 태봉 기록에 따르면 1928년 8월 5일부터 30일까지 태종대왕, 세조대왕, 인종대왕, 세종대왕 태실을 조사해서 태항아리와 지석을 경성 봉안실에 보관했다. 이후 서삼릉경에 태실 49기를 이장한 기록이 남아 있는데 이장 시기는 1930년 4월 15일부터 17일까지 3일간이다. 49기의 태실 외 5기의 태실은 1930년 이후에 새롭게 조성됐다. 태실군 주위를 둘러싼 日 모양의 담장은 고양시민들의 민원과 건의를 받아 문화재청이 1995년 3월 27일 중앙을 가르는 담장을, 외곽의 담장과 철문은 1996년 3월 6일 철거했다. 이듬해 3월 국립문화재연구소가 긴급 발굴조사하면서 태실의 실체와 태항아리 등의 보존 상태 등을 파악할 수 있었다. 각각의 태실은 시멘트를 이용한 조잡한 이장으로 방수가 안 돼 물이 차고, 태항아리는 물에 둥둥 떠 있다 쓰러진 채 발견되기도 했다. 출토된 태항아리 중 일부는 일제가 의도적으로 교체한 사실도 확인했다. 문화재청은 보존관리를 위해 국립고궁박물관 수장고로 태항아리 등을 옮겼다. 태를 생명체의 근원으로 여기며 태의 봉안을 신성시했던 우리 민족에 일제가 속죄해야 하는 이유다. ●자발적으로 집단화했다는 주장도 일부 있어 반면 서삼릉 태실은 구체적인 자료를 통해 설립 주체를 더 파악하고 연구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안재성 고양향토문화보존회 회장은 “왕세자였던 이구의 태실은 왕자녀의 태실에 있어야 함에도 국왕의 태실 반열에 있다. 이는 다음 왕이 될 신분이므로 그같이 조처할 수 있었지만 당시 이왕가 왕실을 일본 황실에 부속된 한 왕실이 아니라 예전 대한제국의 황실임을 은연중에 표현한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고 밝혔다. 태실 서삼릉 이전이 이왕가가 주체적인 입장에서 시행한 것일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그렇다면 태실을 서삼릉역으로 집단 이전한 이유는 뭘까. 당시 조선왕조 태실이 망국과 함께 이를 보호하는 방어막도 점차 엷어졌으리라고 여겨진다. 이러한 가운데 이왕직에서는 서둘러 왕가 태실의 태를 한곳으로 옮겨 편리하고 효과적으로 수호하려는 명분을 찾았고 당시 총독부의 허수아비 이왕가는 자진해 태실을 포함한 태봉산을 불하해 이왕가 재정을 충당하려 했을 것이란 추론이다. 태실 이전 장소를 서삼릉역으로 잡은 것은 서울과 가깝고 역대 왕실과 깊은 인연이 있으며, 당시 이왕가 소유였기 때문으로 본다는 것이다. 그러나 학계에서는 “아니다”라는 입장이 더 우세하다. 정동일 고양시 향토사전문위원은 “서삼릉에 집결돼 조성된 태실은 이전 각지에 세운 조선시대의 격조 높은 왕실의 태실과 너무도 차이가 나는 작고 단순하며 볼품없는 모습 즉 공동묘지처럼 집단화한 모습으로 볼 때 수긍할 수 없다”면서 “태실을 둘러싼 담장이 일본을 상징한다는 일자인데다, 철문 모양도 일제 양식이기 때문에 더 인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왕직 장차관 임면권을 일제의 총독이 갖고 있었다는 점에서 더욱 인정하기 어려운 점이 더 많다는 설명이다.●운명 결정짓는 태… 삼국사기에 유래 남겨져 태실을 조성하고 태항아리와 지석을 묻는데 이것을 장태 또는 안태라고 한다. 태의 처리에 대해서 옛 선인들은 다음 아이를 잉태하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믿어서 재앙이 없는 방향에서 태우거나 매장했다. 태장경에는 태의 의미를, 귀인이 되고 못 되는 게 태에 달렸으며, 어질거나 어리석어지거나 쇠망하고 성하는 것은 모두 태에 의해 결정된다고 쓰여 있다. 안태에 대한 기록을 문헌에서 찾아보면 그 기원이 신라 때부터 시작해 고려시대를 거쳐 조선시대까지 전래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세종실록지리지와 삼국사기에는 진천현 태영산에는 신라 때 김유신의 태를 묻고 사자를 지어 고려 때까지 국제를 지냈다는 기록이 있다. 한상봉 기자 hsb@seoul.co.kr
  • 검찰, 현대차 압수수색···차량결함 은폐 의혹 2년 만에 본격 수사

    검찰, 현대차 압수수색···차량결함 은폐 의혹 2년 만에 본격 수사

    최근 내부 제보자 김광호 전 현대차 부장 참고인 조사 검찰이 현대·기아차의 차량 제작 결함 은폐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본격 수사에 나섰다. 서울중앙지검 형사5부(부장 형진휘)는 20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현대차그룹 본사의 품질본부, 남양연구소, 생산공장 등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내부 문서와 전산 자료를 확보했다. 또한 검찰은 최근 현대차 엔지니어로 일했던 김광호 전 부장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앞서 국토교통부는 2017년 5월 현대·기아차의 제작 결함 5건과 관련해 12개 차종 23만 8000대의 강제리콜을 명령하면서, 김 전 부장의 내부 제보 문건을 근거로 의도적인 결함 은폐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강제리콜 대상에는 ▲제네시스(BH)·에쿠스(VI) 캐니스터 결함 ▲모하비(HM) 허브너트 풀림 ▲아반떼(MD)·i30(GD) 진공파이프 손상 ▲쏘렌토(XM)·카니발(VQ)·싼타페(CM)·투싼(LM)·스포티지(SL) 등 5종 R-엔진 연료 호스 손상 ▲ LF쏘나타·LF쏘나타하이브리드·제네시스(DH) 등 3종 주차 브레이크 경고등 불량 등이 포함됐다. 당시 국토부는 현대·기아차가 이들 5건의 결함을 2016년 5월쯤 인지하고도 리콜 등 적정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김 전 부장의 제보 문건을 근거로 이 같은 행위가 은폐에 해당하는지 수사 의뢰했다고 설명했다. 자동차관리법은 제작사가 결함을 안 날로부터 25일 안에 시정계획서를 제출해야 하며 이를 어기면 1년 이하 징역형이나 1억원 이하 벌금을 물리게 돼 있다. 이에 앞서 국토부는 싼타페 조수석 에어백 결함 미신고 건과 관련해서도 2016년 검찰에 수사 의뢰한 바 있다. 국토부의 수사 의뢰에 앞서 서울YMCA 자동차안전센터도 세타2 엔진의 제작 결함과 관련해 현대차 측이 결함 가능성을 8년간 함구하다가 국토부 조사 결과 발표가 임박하자 뒤늦게 리콜 계획을 제출했다며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 등을 고발하기도 했다. 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
  • 영광 여고생 성폭행 사망 1심 “강간만 인정, 치사는 무죄”

    영광 여고생 성폭행 사망 1심 “강간만 인정, 치사는 무죄”

    미리 짜고 여고생에게 술을 먹인 뒤 돌아가며 성폭행하고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10대 2명이 1심에서 최고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법원은 강간 혐의는 인정하면서도 사망 가능성을 예상하고 방치했다고 볼 수 없다며 치사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했다. 광주지법 형사11부(부장 송각엽)는 15일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강간 등 치사, 카메라 등 이용촬영), 혐의로 기소된 A(18)군에게 단기 4년 6개월∼장기 5년, B(17)군에게 징역 2년 6개월∼징역 5년을 선고했다. 80시간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 5년간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취업제한도 명령했다. A군 등은 지난해 9월 13일 새벽 전남 영광의 한 모텔 객실에서 C(사망 당시 16세)양을 대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 이들은 미리 범행을 계획했다. 게임 질문과 정답을 짜놓고 숙취해소제까지 마신 뒤 피해자를 불러냈다. A군 등은 소주 6병을 사서 모텔에 투숙했다. 게임을 하며 지는 사람이 벌로 술을 마시게 하는 방식으로 피해자가 한 시간 반 만에 3병 가까이 마시게 했다. 이후 피해자가 만취해 쓰러지듯 누워 움직이지 않자 순차적으로 강간하고는 모텔을 빠져나왔다. 부검 결과 피해자의 사인은 급성 알코올 중독으로 추정됐다. 혈중알코올농도가 0.4%를 넘었다. 재판부는 “A군 등은 의도적으로 만취한 피해자를 강간하고 실신한 피해자에 대한 구호 조치 없이 동영상 촬영까지 해 죄질이 극히 불량하다. 피해자가 숨져 유가족의 고통이 극심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다만 치사죄는 자신의 행위로 인해 피해자의 사망을 예측할 수 있어야 책임을 물을 수 있다. A군 등이 피해자에게 술을 먹인 뒤 방치하고 모텔을 떠난 것은 사실이지만 병원에 옮길 만한 증상을 보이지 않는 등 사망을 예측할 수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손석희 교회화장실, 누구나 세우는 곳에서 무슨 일이?

    손석희 교회화장실, 누구나 세우는 곳에서 무슨 일이?

    손석희 교회화장실 언급이 화제다. 손석희 JTBC 대표이사는 지난 16일 마포경찰서에 출석, 지난 2017년 4월 경기도 과천의 한 교회 앞 공터에서 차량 접촉사고를 낸 것에 대해 “당시 동승자는 없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또 그는 “과천 지인의 집에 어머니를 모셔다드린 뒤 화장실에 가려고 공터에 갔다가 사고가 났다”고 덧붙였다. 사고 직후 2km가량 차량을 운전한 이유에 대해서는 “사고가 난지 몰랐기 때문이다”라고 설명을 덧붙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손 대표의 진술은 지난달 28일 언론 보도를 통해 공개됐던 관련 녹취록과 배치되면서 다시 주목 되고 있다. 녹취록에서 손 대표로 추정되는 한 남성이 사고 발생장소에 대한 질문에 “교회 쪽이었다. 그건 뭐 누구나 세우는 데니까. 내가 진짜 왜 거기 잠깐 세우고 있었는지 얘기하고 싶어 죽겠다 솔직히”라고 말하자 프리랜서 기자 김모씨(49)는 “화장실 다녀오셨느냐”라고 묻는다. 이에 상대 남성은 “화장실 아니다. 그거보다 더 노멀(Normal)한 얘기다. (기사를) 안 쓰겠다고 얘기하면 얼마든지 얘기한다”며 “진짜 부탁을 하는데 어떤 형태로든 이게 나오면 정말 바보가 된다. 어떤 형태로든 안 써줬으면 좋겠다”라고 답했다. 김씨는 이 대화가 손 대표와 주고 받은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녹취록에 따르면 손 대표가 과천의 한 교회 앞 공영주차장으로 간 것은 화장실 등의 용무가 아닌 것으로 해석되면서 경찰 수사를 통해 어느 쪽의 말이 맞는지 확인할 것으로 보인다. 손 대표가 공영주차장에 간 이유는 이번 논란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한 중요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경찰은 손 대표와 프리랜서 기자 김씨 외에도 수사에 필요하다고 볼 수 있는 관련자들을 모두 조사할 예정이다. 경찰은 손 대표가 김씨에게 JTBC 채용 협박을 당한 것인지, 먼저 일자리를 제안한 것인지를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경찰의 증거분석이 마무리 되면, JTBC 관계자를 참고인으로 불러 손 대표가 실제로 김씨의 채용을 추진했는지 등을 확인할 예정이다. 김씨가 언론에 공개한 손 대표와의 메신저 대화에는 손 대표가 김 씨의 채용을 위해 JTBC 모 국장 등 내부 관계자들과 이야기를 나눴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겨있다. 이 과정에서 손 대표가 자신의 교통사고 기사화를 막기 위해 김 씨의 회사에 투자를 제안했는지, 실제로 JTBC 내부에서 투자에 대해 논의가 이뤄졌는지도 살펴볼 것으로 보인다. 손 대표는 이번 논란에 대해 “김씨의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김씨가 불법적으로 취업을 청탁했으나 뜻대로 되지 않자 오히려 협박한 것이 이번 사안의 본질”이라는 입장이다. 교통사고와 관련해서도 “주차장에서 후진하다가 접촉 자체를 모르고 자리를 떠났을 정도로 차에 긁힌 흔적도 없었지만, 차에 닿았다는 견인차량 운전자의 말을 듣고 쌍방합의를 했다”고 해명했고, 동승자 주장에 대해선 “명백한 혀위이며 이번 사안을 의도적인 ‘흠집내기’로 몰고가며 본질을 흐리려는 김씨의 의도로 보인다”고 반박했다. 사진 = 서울신문DB 연예팀 seoulen@seoul.co.kr
  • 자라 화장품 광고에 기미 가진 모델 기용, 중국 여성 욕보이는 것?

    자라 화장품 광고에 기미 가진 모델 기용, 중국 여성 욕보이는 것?

    스페인의 패션 브랜드 자라가 최근 새로운 화장품 광고에 기미를 가진 중국 여자 모델을 기용해 논란이 되고 있다. 일부 중국인들은 중국 여성을 추하게 그리고 싶어하는 것이냐고 자라 쪽에 묻고 있다. 모델업계에서는 ‘징 웬’으로 통하는 리징웬은 새 화장품 시리즈 광고에 기미를 그대로 드러낸 얼굴로 등장해 중국인들 사이에 논란이 되고 있다. 중국에서 발행되는 영자 신문 글로벌 타임스는 기미 때문에 외모가 “독보적이게” 됐다고 지적했지만 중국 소셜미디어 이용자들은 중국인이 기미를 갖기 힘들다며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반면 그녀를 옹호하며 이 나라 사람들은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을 더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광저우성 출신인 리징웬은 최근 5년 동안 모델계에서 잘나가고 있다. 캘빈 클라인과 H&M 등 유명 럭셔리 브랜드의 모델로 활약했다. 그녀는 이번 논란에 대해 반응을 하지 않았지만 기미가 불편하다고 털어놓은 적은 있다. 2016년 10월 패션잡지 보그와의 인터뷰를 통해 “어렸을 때 정말 싫었다. 왜냐하면 아시아인들은 보통 갖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라며 “고교 때는 늘 감추려고 했다. 그러나 지금은 괜찮다. 좋아하니 됐다”고 말했다. 깨끗하고 말간 피부는 수십년 동안 중국 뿐만아니라 동아시아 전역에서 더 아름다운 것으로 여겨졌다. 따라서 그녀가 자라의 광고 시리즈에 등장한 것은 중국판 웨이보 등에서 격렬한 논쟁을 일으켰다. 중국인에 대한 중상이나 명예훼손이란 성난 표현도 등장했고 “기미가 잔뜩 있고 파이 모양 얼굴을 가진 아시아 모델을 기용하는 것은 서구인에게 아시아 여성에 대한 인상을 잘못 심어 인종차별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하는 이마저 있다.중국의 유튜브에 해당하는 피어(Pear) 비디오는 자라 대변인과의 인터뷰를 전했는데 이번 광고는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것이지 중국을 특정해 내놓은 것이 아니라며 “스페인 사람들의 미학은 다르다. 우리 모델들은 모두 순수한 얼굴로만 사진에 나온다. 그래서 사진이 다 똑같다. 그래서 사람들의 눈길을 끌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오히려 중국인들로부터 리징웬이 놀림을 당하는 현실이 안타깝다는 지적을 하는 이도 있었다. 중국인의 열등감이 드러난 것으로 해석하는 이도 있었다. 아름다움이란 것에 대한 관점을 더 폭넓게 가져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일부 누리꾼들은 중국 정부의 애국심 지침 때문에 해외 브랜드의 광고에 필요 이상으로 지나치게 과격한 주장을 늘어놓는 것 아니냐고 일침을 놓기도 했다. 그런데 자라의 광고 캠페인은 지난해 럭셔리 브랜드 돌체 & 가바나가 중국 모델이 젓가락으로 피자를 먹는 광고 사진을 내보내 격렬한 논쟁을 일으킨 것과 여러 모로 비슷하다고영국 BBC는 18일(현지시간) 지적했다. 문제의 모델 주오예는 나중에 이 광고에 얼굴을 내민 것이 “커리어를 망칠 뻔했다”고 털어놓았다. 한 이용자는 기업이나 개인의 중국에 대한 인식이 중국인 전체를 모독하는 것으로 확산되는 트렌드를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이런 현상 역시 열등감의 발로로 보인다는 것이다. 돌체 & 가바나 사건 이후 “외교적 갈등까지 비화됐는데도” 이런 광고들이 다시 등장하는 것은 이런 트렌드를 파악한 광고 캠페인이 의도적으로 겨냥한 것이란 지적이다. 그러나 이런 얘기도 “과잉대응”일 뿐이라며 “우리 동포 중 일부는 그다지 애국적이지 않으며 그들은 단지 (자라를 겨냥한) 포위 공격에 참가함으로써 우리 조국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보여주고 싶어할 따름”이라고 해석하는 이도 있었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경제 블로그] 통계청 ‘금융자산정보 동의 없이 수집’ 추진 전에 할 일은…

    통계청이 가계금융복지조사를 추진하면서 개인 동의 없이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방향으로 통계법 개정을 추진 중입니다. 조사 응답률이 낮아 금융자산 정보를 수집하기 어려운 통계청의 고충을 이해한다고 하더라도 당사자 동의도 없이 정보를 수집하겠다는 발상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큽니다. 18일 통계청에 따르면 개인 동의를 구하지 않고 개인정보를 수집할 수 있도록 통계법을 개정하는 방안에 대해 통계청과 금융위원회가 최근 업무 협의를 했습니다. 가계금융복지조사 항목 가운데 금융자산 정보는 현재 개인 동의 없이 수집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금융위는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금융실명법) 4조 1항 때문에 관련법 개정이 쉽지 않다”며 난색을 표했습니다. 가계금융복지조사는 가계의 자산과 부채, 소득·지출 현황을 종합적으로 보여 주는 핵심 국가 통계입니다. 가계부채와 소득·지출 정보는 이미 개인 동의 없이 수집하고 있습니다. 통계청은 관련법인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과 충돌하지 않는 것으로 법률 자문까지 받았습니다. 하지만 금융자산 정보는 금융실명법 등과 충돌하기 때문에 임의로 수집할 수 없습니다. 문제는 통계의 정확성을 위해 개인정보 침해 우려가 있는 법 개정을 허용할 것인지 여부입니다. 더 나아가 법 개정을 통해 개인정보 표본을 무작위로 추출해 의도적으로 조작하는 ‘통계 마사지’ 시도가 가능하다면 납득할 수 있는 국민은 없을 것입니다. 통계청이 최근 가계동향조사에 응답을 거부하는 가구에 과태료를 부과하기로 했다가 계획을 철회한 적이 있어서 국민 여론도 좋지 않은 상황입니다. 금융위 역시 통계청과의 협의 과정에서 이 같은 점에서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통계청은 “금융위, 한국은행, 기획재정부, 국책연구기관 등 관련 부처·기관들의 의견 수렴을 선행하겠다”며 법 개정을 당장 추진하는 것은 아니라고 한발 물러섰습니다. 통계청은 통계법 개정을 추진하는 근거와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장치에 대해 더욱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 세종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 김영세 디자이너 동성 강제추행 혐의로 불구속기소

    김영세 디자이너 동성 강제추행 혐의로 불구속기소

    국내 1세대 패션디자이너 김영세(64)가 동성을 성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부장 박은정)는 지난달 29일 김영세를 강제추행 혐의로 불구속기소 했다고 18일 밝혔다. 김영세는 지난해 8월 운전기사 면접을 보기 위해 자신의 집을 방문한 30대 남성 A씨의 허벅지를 손으로 만지는 등 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같은 해 9월 김씨를 경찰에 고소했으며, 경찰은 지난달 불구속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검찰은 피해자의 진술에 신빙성이 있고 성추행 당시 상황을 녹음해 증거로 제출한 음성파일 또한 조작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했다. A씨는 당시 김영세가 ‘가까이 와서 손만 한 번 잡아달라’고 한 뒤 손을 허벅지에 올리고 ‘나체를 보여달라’는 등의 발언을 했고 그 충격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김영세는 A씨가 자신의 성적지향을 알고 의도적으로 접근했다고 반박했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폼페이 주택 담벼락에 나르시소스 벽화, 밸런타인 데이에 공표

    폼페이 주택 담벼락에 나르시소스 벽화, 밸런타인 데이에 공표

    스스로를 너무 사랑했던 미남 청년 나르시소스를 담은 프레스코 벽화가 이탈리아 폼페이의 주택 잔해 담벼락에서 발견됐다. 발굴한 이들은 의도적으로 밸런타인 데이에 이를 공표했다. 고대 로마의 도시 폼페이는 서기 79년 베스비우스 화산 폭발 때 화산재에 묻힌 채 그대로 도시와 주민들이 화석이 돼버렸다. 고고학자들에겐 시간의 더께를 벗겨낼 수 있는 보물단지 같은 곳이다. 지난 연말에 발굴된 옛 주택 집터에서 벽화가 발견됐는데 또다시 상당히 온전한 상태의 벽화가 발견돼 발굴하는 연구진들은 더 범위를 넓혀 발굴하기로 했다고 알폰시나 루소가 전했다. 그녀는 폼페이 센터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이 집터가 있어 앞으로 일반 공개될 여지가 있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벽화가 발견된 곳은 “화려하고 감각 넘치는” 침실이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연구진은 보도자료를 통해 밝혔다. 천장은 무너졌지만 벽화 디자인을 어렵지 않게 확인했고 떨어진 조각들을 섬세하게 다시 붙였다고 했다. 총괄 책임자 마시모 옥사나는 성명을 통해 “색채가 이렇게 온전하게 보전된 것을 보면 의도적으로 화려하게, 아마도 제국의 말년에 이 집이 꾸며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나르시소스는 그리스 신화에 강의 신 세피소스와 요정 리리오페 사이에서 태어난 사냥꾼이다. 믿기지 않을 정도로 잘 생겨 숱한 여성들이 그에게 관심을 기울였지만 자신은 도통 관심이 없었다. 벽화가 보여주듯 그는 스스로를 바라보며 아름다움에 경탄했다. 모멸차게 거절당한 에코가 자연에 귀의해 요정이 된 것도 그 때문이었다. 그 복수로 나르시소스는 자신의 얼굴이 비친 호수를 응시하다 죽는다. 이 얘기는 로마 시대 예술작품에서도 빈번히 등장한다. 스스로를 지나치게 사랑하고 집착하는 이들을 가리켜 나르시시즘이란 말로 발전했다. 이를 가장 먼저 심리학 용어로 유행시킨 이가 지그문트 프로이트였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5·18 망언’ 꼼수 징계…한국당, 이종명만 제명

    자유한국당이 14일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모독한 소속 의원 3명 중 이종명 의원만 징계하고 김진태·김순례 의원에 대해서는 당규상의 한계를 들어 ‘징계유예’ 결정을 내리면서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라는 여론의 비판이 일고 있다. 한국당 비상대책위원회는 국회에서 회의를 열고 “이 의원의 발언이 5·18 민주화운동 정신과 한국당이 추구하는 보수적 가치에 반할 뿐 아니라 다수 국민의 공분을 자아내는 심각한 해당행위라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며 ‘제명’ 징계를 내렸다고 김용태 사무총장이 밝혔다. 제명은 의원직을 박탈하는 게 아니라 출당(당에서 쫓아냄)을 의미하며 의원총회에서 3분의2 이상 찬성으로 최종 승인된다. 김 총장은 “2·27 한국당 전당대회에 각각 당대표와 최고위원 선거에 출마한 김진태·김순례 의원에 대해선 당규 7조에 따라 징계유예를 하고 전대 후 윤리위를 소집해 징계 여부와 수위를 결론 내기로 했다”고 했다. 한국당 당규는 살인, 강도, 뇌물수수 등 형사범죄로 기소되지 않는 한 전대 출마자에 대해서는 징계를 유예토록 돼 있다. 따라서 두 의원에 대해선 전대가 열리는 오는 27일까지 징계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당 지도부가 5·18 망언 후 닷새가 지난 13일에야 윤리위를 처음 소집해 의도적으로 징계 유예를 자초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시간을 끌며 늑장을 부리다가 두 의원이 12일 전대 후보 등록을 한 다음에야 윤리위를 소집했기 때문이다. 비대위는 또 제명 처분을 받은 이 의원도 10일 이내에 윤리위로 재심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해 추후 심의 결과에 따라선 ‘형량’이 감경될 여지도 없지 않다.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 트럼프의 치적 뻥튀기? “전화 몇 통에 한국 방위비 5억 달러 올렸다”

    트럼프의 치적 뻥튀기? “전화 몇 통에 한국 방위비 5억 달러 올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의 전화 몇 통으로 한국이 주한미군 주둔비를 5억 달러(약 5627억원) 올리기로 했다며 으스댔다. 하지만 실제 한미가 합의한 한국 측 방위비 분담금은 지난해보다 787억원 인상된 1조 389억원으로 증액분이 7000만 달러가 채 되지 않는다. 트럼프가 자신의 치적을 부풀리려고 의도적으로 한 발언인지, 아니면 단순한 계산 착오인지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각료회의에서 주한미군 주둔비 인상과 관련해 “한국이 나의 (인상)요구에 동의했다”며 “전화 몇 통에 5억 달러”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가 ‘왜 진작에 올리지 않았느냐’고 말했더니, 그들은 ”아무도 요구하지 않았다“고 대답했다”면서 “그것(방위비 분담금)은 올라가야 한다. 위로 올라가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한국에 쓰는 비용은 50억 달러이며, 한국은 약 5억 달러를 지불해왔다”면서 “우리는 그것을 더 잘해야 한다. 그래서 그들은 5억 달러를 더 내기로 동의했다”고 말했다. 이어 “몇 년 동안 그것은 오르기 시작할 것”이라며 “한국은 지금까지 잘했고 앞으로도 아주 잘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미는 앞서 10일 올해 한국의 분담금을 지난해(9602억원)보다 8.2% 인상된 1조 389억원으로 책정하기로 합의했다. 유효기간은 1년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런 합의가 발효되기도 전에 방위비 분담금 인상 필요성을 또다시 주장함에 따라 미국 측은 올해 협상에서도 강하게 증액을 요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 측으로서는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반려독 반려캣] “일어나요, 멍!” 혼수상태 빠진 주인 깨운 댕댕이

    [반려독 반려캣] “일어나요, 멍!” 혼수상태 빠진 주인 깨운 댕댕이

    혼수상태에 빠진 주인이 입원한 병원을 찾아 주인을 깨우는데 성공한 반려견의 사연이 뒤늦게 알려져 감동을 주고 있다. 영국 메트로 등 현지 언론의 10일 보도에 따르면 영국에 사는 남성 앤디 사스(65)는 2016년 당시 대장암으로 투병하던 중 갑자기 상태가 악화됐고, 호흡곤란으로 인한 뇌 손상을 막기 위해 의료진은 그에게 약물을 투여, 의도적으로 인위적 혼수상태에 빠지게 했다. 이때 혼수상태에 빠진 사스의 아내 에스텔(52)과 병원을 찾은 반려견 테디(5, 슈나우저와 푸들 잡종견)는 침대에 누워있는 주인을 본 뒤 마치 그를 깨우려는 듯 가까이 다가갔고, 그가 몇 차례 짖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반려견이 주인을 부르는 듯한 소리를 들은 사스가 혼수상태에서 깨어나 눈을 번쩍 뜬 것. 약물로 의도적인 혼수상태에 빠진 환자가 의료진의 처치 없이 스스로 혼수상태에서 깨어나는 일은 매우 드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스는 “테디가 크게 몇 번 짖은 뒤 내 가슴에 발을 올려놓자마자 눈을 떴다. 테드를 보자마자 매우 놀랐고, 한편으로는 수호천사를 본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이후 현지 의료진은 반려견이 환자에게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을 고려해 4일동안 반려견이 정기적으로 병실을 방문하도록 허락했으며, 현재 사스는 여전히 반려견 테드와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사스는 “테디는 매우 영리하고 사랑스럽고 충성스러운 개”라면서 “테디는 나를 구했으며 우리에게는 확실하고 특별한 유대관계가 있다”고 자랑했다. 이후 테디는 2017년 런던왕립학회에서 열린 연례행사에서 동물보호단체인 RSPCA가 수여하는 특별동물상을 수상했다. 이후 현재까지 병원과 호스피스 병동, 전국의 학교 등을 돌며 심리치료를 담당하고 있다.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 “크래커총이 진짜라면”… 금지의 시대 꼬집다

    “크래커총이 진짜라면”… 금지의 시대 꼬집다

    1960~1990년 주제… 13개국 100명 참가 탈식민지·독재·산업화 등 사회변화 유사“박정희 군사독재 시대였기에 (예술가들이) 하고 싶은 작업을 하지 못하는 시대였지만, 언제나 새로운 걸 하고 싶어하는 욕망이 있었어요.”(한국 전위 미술의 대가 김구림) “(수하르토) 군사정권에 반대하는 제 입장을 대놓고 얘기할 수 없어서 총 모양 크래커로 작품을 만들었습니다.”(인도네시아 ‘신미술운동’ 주요 멤버 FX 하르소노) 금지의 시대에 무엇이라도 했던 예술가들. 외부로부터 이식한 게 아니라 철저히 자생적으로,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겠다는 열망이 그들을 들끓게 했다.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지난달 31일부터 시작한 ‘세상에 눈뜨다: 아시아 미술과 사회 1960s-1990s’ 얘기다. 전시를 열고자 국립현대미술관을 비롯해 도쿄국립근대미술관, 싱가포르국립미술관, 일본국제교류기금 아시아센터가 4년여 동안 조사·연구했다. 한국, 일본, 중국, 대만, 홍콩,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필리핀, 태국, 인도, 미얀마, 캄보디아의 아시아 13개국 주요 작가 100명의 작품 170여점이 이렇게 모였다.196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아시아는 탈식민, 이념 대립, 베트남전쟁, 민족주의 대두, 근대화, 민주화운동 등 급진적인 사회 변화를 경험했다. 전시를 기획한 배명지 학예연구사는 “(국가들 사이에) 직접적인 상호 작용은 없었지만, 그들 간 예기치 않은 공명을 발견하는 데 중점을 뒀다”며 “국가별 전시가 아닌 초국가적인, 비교문화적인 방식으로서의 전시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전시는 ‘구조를 의심하다’, ‘예술가와 도시’, ‘새로운 연대’의 3부로 구성했다. 동시기 각국의 작가들이 비슷한 문제의식을 느끼고 유사한 표현 방식을 차용한 것을 보면 소름이 돋는다. 전시장 입구에서 한 무더기 핑크빛 총과 맞닥뜨린다. 인도네시아 작가 FX 하르소노의 ‘만약 이 크래커가 진짜 총이라면 당신은 무엇을 하겠습니까?’다. 1965년 수하르토 통치 이후 1966년을 기점으로 표방한 이른바 ‘신질서’에 따라 인도네시아에서는 정치적 성격의 예술과 미디어는 늘 검열 대상이었다. 엄혹한 시대를 살았던 작가는 부지불식 간 일상에 잠입한 폭력성을 크래커 총으로 은유했다. 독재정권이라는 정치상과 더불어 소비 자본주의 침투라는 달라진 경제상에 대한 두려움도 엿보인다. 전시장 한쪽에는 ‘0엔’짜리 모형 지폐가 자리한다. 1000엔짜리 모형 지폐를 제작했다가 통화 사기로 유죄 판결을 받은 일본 작가 아카세가와 겐페이. 그는 이후 지폐에 ‘0’이라는 숫자를 의도적으로 삽입했다. 한국의 오윤 작가는 조선시대 불화를 차용해 물신주의를 ‘지옥’에 비유했다.(‘마케팅Ⅰ: 지옥도’) 군데군데 인간 군상을 살펴보는 재미가 있는 이 그림에서 펄펄 끓는 물에 내던져지는 화탕 지옥은 휘발유 제품명 ‘CX3’, 거대한 나무 판에 짓이겨지는 석개 지옥은 코카콜라와 연계된다. 소비사회를 상징하는 코카콜라의 메타포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지옥도 옆에는 콘돔을 씌운 콜라 유리병이 자리한다.미술관의 큐레이팅을 따라가지 않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해석해 보는 것도 전시를 즐기는 방법 가운데 하나다. 가령 관객이 무대 위에 앉은 오노 요코의 옷을 자르는 영상 ‘컷 피스’는 당대에는 폭력과 전쟁(특히 베트남전쟁)에 대한 항의로 여겨졌다. 그러나 요즘엔 페미니즘 작업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전시 말미 ‘젠더와 사회’에서 만나는 ‘생각하는 누드’에서는 필리핀 여성미술연대 ‘카시블란’ 창시자인 줄리 루크가 제왕절개수술의 상처가 역력한, 모성 경험으로서의 자기 신체를 드러낸다. ‘폭력’과 ‘모성’이라는, 여성의 신체에 각인된 제각기 다른 키워드를 떠올리게 한다. 전시를 보면 “아시아 현대미술의 새로운 경향이 외부나 서구에서 영향을 받은 게 아니라 내부의 정치적 자각, 이전과 다른 예술 태도, 새로운 주체 등장을 따라 자발적으로 이루어졌다”는 미술관 측의 설명을 이해할 수 있다. 제1·2전시실, 중앙홀을 아우르는 방대한 규모에 각 나라 역사를 되새기느라 작품들 앞에서 걸음을 떼기가 쉽지 않다. 오랜 시간을 가지고 충분히 음미할 것을 추천한다. 오는 5월 6일까지. 글 사진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증거조작에 간첩 몰린 유우성씨...과거사위 “검찰총장 사과하라”

    증거조작에 간첩 몰린 유우성씨...과거사위 “검찰총장 사과하라”

    증거조작으로 국정원 직원 기소..검찰, 유씨 ‘보복 기소’ 경제 기반 취약한 탈북민 진술 검증할 추가 장치 필요“검찰총장은 사과하라.” 국가정보원의 증거 조작 등에 휘말려 억울하게 간첩으로 내몰린 화교 출신 탈북민 유우성(39)씨에 대한 검찰의 진상조사 결과는 참담했다. 검찰은 국정원이 제출한 조작된 증거를 제대로 검증하지 않고 무리하게 유씨를 기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증거 조작 혐의로 국정원 직원 등이 기소되자 유씨에 대해 ‘보복성 기소’를 하는 등 검찰권을 남용한 사실도 파악됐다. 법무부 산하 검찰 과거사위원회는 8일 ‘서울시 공무원 유우성씨 간첩조작’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유씨와 유씨 동생에 대해 검찰총장이 사과를 할 것을 권고했다. 앞서 유씨는 2006년부터 밀입북을 반복하며 탈북자 신원정보 파일을 동생 유가려씨를 통해 세 차례에 걸쳐 북한 보위부에 넘겼다는 혐의(국가보안법 위반)로 2013년 구속기소됐다. 하지만 재판 과정에서 국정원의 협박·가혹 행위 등 인권침해, 증거조작·은폐 의혹이 제기돼 유씨는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무죄 판결을 받았다. 2014년 항소심 공판 중 검찰 측 증거가 모두 위조된 것이라는 중국 주한 영사부의 회신 내용이 언론에 알려지면서 검찰이 자체 진상수사팀을 꾸렸지만 증거 조작에 가담한 국정원 직원, 국정원 협조자 등만 기소되고, 담당 검사는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진상조사단의 조사를 통해 당시 유가려씨에 대한 국정원의 가혹 행위는 실제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유가려씨의 진술은 일관성을 갖추는데 반해, 국정원 조사관들은 법정 진술을 담합하고 사실관계를 왜곡해 위증을 했다는 게 과거사위의 판단이다. 유가려씨가 사실상 피의자 신분이었는데도 변호인 조력을 못받도록 검사가 일부러 입건을 하지 않은 사실도 드러났다. 과거사위는 유우성씨에 대한 유리한 증거가 은폐되거나 뒤늦게 법정에 제출된 배경에도 국정원의 의도적 은폐 행위가 있었다고 의심했다. 그러면서 검사가 기록을 꼼꼼히 검토했다면 증거 누락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은 검사에 대해 ‘공익의 대표자로서 피고인의 정당한 이익을 옹호해야 할 의무’를 방기했다고 꼬집었다. 국정원이 제시한 유씨의 북한-중국 국경 출입기록(영사확인서)이 허위라는 것을 검찰이 알면서도 재판부에 증거로 제출했을 가능성도 베재할 수 없다고 과거사위는 판단했다. 검사가 단순히 부주의하거나 검증을 소홀히 한 데 그치지 않고, 국정원의 증거 조작 사실을 묵인했을 수 있다는 의심을 내비친 것이다. 과거사위는 또 대다수 탈북민의 경제적 기반이 취약해 금전적 유혹이 쉽게 회유될 가능성이 크고, 탈북민 지위 특성상 국정원과 단절되기 어려운 사정을 고려했다면 탈북민 진술의 신빙성에 대해서도 검사가 제대로 검증을 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탈북민의 진술 증거에 대해서는 진술인에 대한 참고인 조사를 의무화하는 등 추가 검증 절차를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당시 유씨 사건에 대해 허위 또는 불리한 증언을 한 탈북민들은 법무부로부터 수 백만원에서 수 천 만원의 국가보안유공자 상금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2014년 유우성씨 관련 증거 위조 사건을 수사한 서울중앙지검 진상수사팀(진상조사팀에서 확대)과 관련해서도 국정원 측에 대해선 강제수사를 하면서도 정작 담당 검사는 임의수사에 그친 점을 문제삼았다. “검사들이 국정원의 증거 조작 사실을 몰랐고 오히려 속았다”고 판단한 뒤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를 벌이지 않으면서 검사의 책임을 규명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를 놓쳤다는 것이다. 이밖에 검찰이 당시 증거 조작에 가담한 국정원 직원들이 기소된 직후, 유씨가 2010년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던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 등으로 다시 추가 기소한 것은 사실상 피해자에 대한 보복성 기소라고 봤다. 과거사위는 “잘못된 검찰권 행사로 억울하게 간첩 누명을 쓰고 장시간 고통을 겪은 이 사건 피해자에게 검찰총장은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신동욱 조부, ‘효도 사기’ 논란 종지부 “제 흐려진 기억력 때문”[전문]

    신동욱 조부, ‘효도 사기’ 논란 종지부 “제 흐려진 기억력 때문”[전문]

    배우 신동욱의 조부가 손자와 관련한 재산 관련 소송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7일 오후 신동욱 친할아버지 신모씨는 법률대리인을 통해 지난 1월 TV조선에서 ‘효도 사기’라고 보도한 손자 신동욱과의 법정 소송과 관련해 사과의 뜻을 밝혔다. 신동욱 조부는 “나는 주변에 찾아오는 자손들이 거의 없다. 그러던 중 손자(신동욱)는 심신이 지치고 외로운 나를 찾아와 많이 위로해줬고, 나는 그런 손자가 앞으로도 나를 일주일에 두 세 번 찾아와 주고 내가 죽은 다음 제사라도 지내달라는 뜻으로 빌라와 토지를 줬다”고 밝혔다. 이어 “나는 1924년생이며 만 94세의 고령으로 기억력이 많이 떨어졌고 판단력도 떨어졌다. 그런데 손자인 피고가 밤샘 촬영 등 바쁜 방송 일정으로 인해 나와 연락이 되지 않는 것에 대해 손자가 나한테서 빌라와 토지를 받은 후에 의도적으로 연락을 피하는 것으로 큰 오해를 했다”고 전했다. 그는 “손자에게 정말 미안하게 생각한다. 나의 흐려진 기억력과 판단력으로 인해 내가 재산을 관리를 잘못할까 염려해, 손자가 내게 빌라와 토지를 넘겨주지 않았다는 점을 인정한다”면서 “손자가 나를 더 좋은 환경인 요양병원에 모시려고 했다는 말에서 손자의 진심을 느꼈다”고 고백했다. 끝으로 “모든 것은 제 탓이다. 제가 흐려진 기억력과 판단력 때문에 상황을 오해하고 손자에게 불리한 내용의 인터뷰를 진행했으며, 손자의 나에 대한 태도에 나쁜 부분이 없었다는 점을 인정한다. 나의 일방적인 주장과 오해로 손자에게 큰 상처와 피해를 줘서 미안하게 생각하고 사과한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 1월 2일 TV조선은 신동욱이 친할아버지와 법정 싸움을 벌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조부는 손자인 신동욱에게 ‘효도 사기’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효도를 전제로 집과 땅을 물려줬지만 손자인 신동욱이 연락도 끊고 집에서 나가라고 통보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하 신동욱 조부가 법률대리인을 통해 밝힌 입장 전문> 나는 솔직히 과거 아들 등 가족들에게 무리한 행위를 하여 주변에 찾아오는 자손들이 거의 없습니다. 그러던 중 손자는 심신이 지치고 외로운 나를 찾아와 많이 위로해 주었고, 나는 그런 손자가 앞으로도 나를 일주일에 두 세 번 찾아와 주고 내가 죽은 다음 제사라도 지내달라는 뜻으로 빌라와 토지를 주었습니다. 나는 1924년생이며 만 94세의 고령으로 기억력이 많이 떨어졌고 판단력도 떨어졌습니다. 그런데 손자인 피고가 밤샘 촬영 등 바쁜 방송 일정으로 인하여 나와 연락이 되지 않는 것에 대하여 손자가 나한테서 빌라와 토지를 받은 후에 의도적으로 연락을 피하는 것으로 큰 오해를 하였습니다. 또한 내가 죽기 전에 가족들이 나를 찾아오도록 하려고 손자의 유명세를 활용하려는 마음도 없지는 않았습니다. 이러한 점들에 대하여 손자에게 정말 미안하게 생각합니다. 내가 많은 오해와 착각을 하였고, 큰 실수를 하였습니다. 또한 나의 흐려진 기억력과 판단력으로 인하여 내가 재산을 관리를 잘못할까 염려하여, 손자가 내게 빌라와 토지를 넘겨주지 않았다는 점을 인정합니다. 손자가 나를 더 좋은 환경인 요양병원에 모시려고 했다는 말에서 손자의 진심을 느꼈습니다. 모든 것은 제 탓입니다. 제가 흐려진 기억력과 판단력 때문에 상황을 오해하고 손자에게 불리한 내용의 인터뷰를 진행하였으며, 손자의 나에 대한 태도에 나쁜 부분이 없었다는 점을 인정합니다. 나의 일방적인 주장과 오해로 손자에게 큰 상처와 피해를 줘서 미안하게 생각하고 사과합니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문현웅의 공정사회] “사실대로 말하면 용서해 준다”

    [문현웅의 공정사회] “사실대로 말하면 용서해 준다”

    어렸을 때의 일이다. 아버지께서 막내인 나에게 ‘네 것이니 잘 간수하라’고 하신 빨간 돼지저금통이 있었다. 이 빨간 돼지저금통이 내 것이라는 사실이 너무도 뿌듯해 혼자 집을 지키고 있을 때면 빨간 돼지를 꼭 안아 보기도 하고 높이 들어 올리기도 하면서 흐뭇한 미소를 한껏 흘리며 놀곤 했다. 어느 날 빨간 돼지에서 ‘살짝쿵’ 하며 동전이 떨어지고야 만, 일어나서는 절대로 안 되는 사건이 일어나고야 말았으니 이것이 행운의 시작이었는지 비극의 시작이었는지는 경험상 다들 잘 알고 있을 것이라 여겨진다. 이 사건을 두고 또 하나 굳이 첨언하자면 ‘살짝쿵’ 떨어진 동전이 뭐 내가 동전을 빼내려고 동전 넣는 입구 한쪽을 누르고 마구 흔든 나름 교묘하고 기술적인 결과는 절대로 아니라고는 도저히 말 못하겠으나, 그때 내 심정은 참말로 우연한 사건이었다, 믿어 달라며 변명하고 싶다는 것이다. 하루에 한 개 빼던 것이 두 개가 되고 세 개, 네 개가 되고, 나는 주머니에 동전을 넣고 평소에는 입에 넣지 못할 군것질거리를 입에 문 채 점방 언저리를 어슬렁거리면서 다소 불안한 행복을 만끽했다. 그런 행복한 시간도 잠시 아무리 밥을 주어도 야위어만 가는 빨간 돼지를 보고 아버지는 형들과 누나를 안방으로 긴급 소집해 범인 색출에 나서셨다. 아버지는 순진하기만 하다고 여긴 어린 막내가 범인일 것이라고는 도저히 상상하지 못한 듯 형들과 누나를 닦달하셨지만, 그 자리에 없는 범인이 ‘내가 범인이오’ 하며 나올 리는 만무했다. 범인 색출에 실패하신 아버지께서는 나를 불러 인자한 얼굴로 조용히 말씀하셨다. “사실대로 말하면 용서해 준다.” 아, 그때 나는 왜 아버지의 말씀에 순순히 따르지 않았던가. 나는 아니라고, 왜 나를 의심하시냐고, 형이나 누나가 자기들의 잘못을 나에게 덮어씌우는 것이라고, 나는 그럴 사람이 아니라고, 믿어 주시라고 눈물을 흘리며 구구절절 결백을 호소했다. 그러나 그 끝은 빗자루 몽둥이로 온몸을 두들겨 맞고 나서 옷이 홀딱 벗겨진 채 집 밖으로 쫓겨나는 장면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리게 된다. 전직 사법부의 수장이 사법행정권 남용 혐의로 수사를 받다가 구속되는 법률가의 입장에서는 참말로 암담하고 안타까운,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 벌어졌다. 그는 장시간의 검찰 조사를 받으며 자신의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고, 조사받은 시간보다도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해 자신이 진술한 조서를 검토했다고 전해진다. 통상적인 피의자의 모습으로는 매우 이례적인 그의 태도를 두고 변호사 등 법률 실무가들은 피의자가 전직 사법부의 수장이었다는 사실을 아무리 감안한다 하더라도 그가 만약 사실대로 진술했다면 자신의 진술이 기재된 조서를 검토하는 데 그렇게 장시간이 소요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그가 사실대로 진술한 것이 아니라 법망을 교묘히 빠져나가려고 계획적이고 의도적인 진술을 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못한다. 또 하나 특이한 점이 있다. 그가 수사 및 영장실질심사를 받는 과정에서 그의 구속영장 발부를 이끈 ‘스모킹건’이라고 잘 알려진 이규진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작성한 업무수첩이 조작 가능성이 있다거나 자신을 모함하기 위해 작성된 것이라는 취지로 변소했다는 사실이다. 이규진 부장판사가 작성한 위 업무수첩은 이규진이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으로 근무하던 2015년부터 2017년까지 3년간 기록한 것으로, 여기에는 전국 법원의 인사와 행정 업무를 총괄하는 법원행정처 수뇌부의 논의 내용이 빼곡히 적혀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전직 사법부 수장의 변소가 진실이라면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거짓말을 한 것이고,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면 전직 사법부의 수장이 거짓말을 했다는 결론에 이를 수밖에 없다. 사법농단이라는 역사상 희대의 사건에 관여한 주요 인물들, 그것도 우리 사회의 최고 엘리트라는 고위 법관 또는 전직 사법부의 수장이 사적인 자리도 아닌 공적인 자리에서 주권자인 국민이 위임한 국가의 막중한 공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에 대해 거짓말을 한 꼴이 되는 것이다. “사실대로 말하면 용서해 준다”는 그 옛날 아버지의 말씀이 귓전에 맴도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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