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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차이나 리포트 2004] (31) 軍현대화 행보

    [차이나 리포트 2004] (31) 軍현대화 행보

    최근 급속한 경제성장을 바탕으로 한 중국의 ‘군 현대화’ 행보가 속도를 더함으로써,그 향방에 대한 국제적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중국의 이같은 행보는 이미 주변을 긴장시키고 있다.최근 타이완 ‘국방 보고서’는 중국의 국방예산 증가 및 군현대화 가속에 따른 인민해방군의 양적 및 질적 우세로 말미암아 타이완의 안보위협이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 국방부는 의회에 제출한 ‘중국 군사력’ 보고서에서 중국이 국방예산을 대폭 증편하고 선진무기를 대량 도입하는 등 군사력 강화에 매진함으로써 타이완 해협 정세 뿐만 아니라 아시아 국가들 및 미국의 아태지역 군사 존재를 위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일본 방위백서 또한 중국위협을 암시했다.최근 지적된 중국의 주요 동향은 강압전략 일환으로써의 선제기습 교리의 채택,단사정탄도미사일(SRBM)의 확충,첨단 해공군 무기의 획득 및 배비,그리고 감시 및 정찰 능력의 강화 등이다. ●군사교리의 변화 일반적으로 한 국가의 군사적 의지 및 능력은 ‘군사교리’로 구현된다.군사교리는 미래 전쟁의 양상을 정의하고 그 준비를 위한 지침을 제공함으로써 ‘군사노선’ 혹은 ‘군사정책’을 함축하며 군사정책은 다시 ‘전력구조’와 ‘군사전략’을 내포한다. 중국의 군사교리는 단계적 진화과정을 거쳐왔다.그 첫 번째의 진화는 70년대 말엽 전통 군사교리에 대한 광범한 재평가가 전개되면서,“적을 깊숙이 유인(誘敵深入) 섬멸한다.”는 마오쩌둥(毛澤東)의 ‘인민전쟁(人民戰爭)’ 교리는 전쟁양상의 추세에 부응하기 위하여 “가능한한 국경 혹은 국경 밖에서 적을 격퇴한다.”는 ‘현대적 조건하의 인민전쟁(現代條件下的人民戰爭)’ 교리로 대체됐다.두번째 진화는 1980년대 중엽 이후 중국의 안보환경 및 위협인식에 대한 변화가 초래되면서,‘현대적 조건하의 제한전쟁(現代條件下的有限局部戰爭)’이란 ‘국지제한전쟁’ 교리가 도입됨으로써,기존의 ‘초전,대전 및 핵전(早打,大打,打核戰爭)’ 대비의 임전태세는 ‘평화시기의 군건설(和平時期的軍隊建設)’ 및 국경주변의 국지적 무력충돌에서의 전쟁 승리로 전향됐다. 제한전쟁 교리는 군사력의 신속한 그리고 결정적 사용을 요구하는 상대적으로 ‘저강도’ 그리고 ‘단기간’의 ‘국지적’ 재래식 충돌이 중국의 국경 및 주변 도처에서 발생할 수 있다는 가정에 기초됐다.중국이 가정하는 제한전쟁에는 변경 및 해역에서의 국지적 무력충돌을 비롯,공중기습 및 제한적 영토침공의 방위,그리고 주권수호 및 위협제거를 위한 ‘응징’ 등이 포함된다.미래전의 양상이 제한적이라는 확신에도 불구하고,중국에 전면전 및 핵전쟁까지의 광범한 대비는 계속 강조된다.전면전 혹은 핵전쟁의 대비는 그것의 억지 및 그것을 위한 배비에 기여함으로써 결과적으로 국지적 제한전쟁 대비의 완성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제한적 및 국지적 전쟁이 시대적 추세로 인정되면서 중국의 군사교리는 나아가 공세적 요소들이 도입된 ‘적극방어’의 개념들로 보완됐다.적극 방어는 더 이상 적유인(誘敵深入) 및 지구전(持久作戰) 개념들을 불허하는 반면,적을 국경 혹은 국경 밖에서 격퇴하기 위한 기습을 포함한 공세작전이 강조되는 가운데 전진배치 및 무력시위 등을 통한 ‘억지’가 추구됐다.특히 ‘종합국력’의 성쇠와 직결되는 안보 및 생존의 사활적 공간으로서의 ‘전략적 전방(戰略邊疆)’ 개념이 도입됨으로써,해양 및 우주가 새로운 관심으로 부각됐다. ●현대전에 대비 중국은 또한 현대전의 작전적 요구들에 부응하기 위한 전력구조 개편에 착수했다.일찍이 덩샤오핑(鄧小平)이 인민해방군의 ‘방만(腫,散,驕,奢,惰)’을 지적하고 ‘정규화’ 계획을 요구함으로써,80년대 100만 및 90년대 50만 감축에 이어 2005년 이내 20만 추가 감축이 계획됐다.지형 및 적정 차이에 따른 다양한 작전적 요구에 부응하기 위한 ‘전구전략’ 개념하에 수도권의 전략 예비를 비롯한 북부,동남부 및 서남부 등 3개 전략정면의 전방위체제가 구축된 가운데,기동 및 화력의 입체적 개선을 위한 ‘집단군’이 창설됐다.한편 우발적 및 국지적 저강도 충돌에 대비하기 위한 신속배치능력 강화 및 ‘신속대응부대’ 발전이 추진됐다.중국 군사교리의 최근 진화는 90년대 초 걸프전이 계기가 되었다.즉,‘현대적 조건하의 제한전쟁’ 교리는 현대전에서의 무기 및 기술의 역할이 보다 강조됨으로써 ‘고기술 조건하의 제한전쟁(高技術條件下的局部戰爭)’ 교리로 대체되었다.1991년 걸프전이 현대화 군수기지 및 첨단무기의 ‘과학기술군대(科技强軍)’를 갈망하는 인민해방군을 자극한 가운데,1993년 장쩌민(江澤民) 당시 국가주석은 ‘신시기전략방침(新時期戰略方針)’을 제정하고 군사전략 사상의 기점이 “일반 조건하의 전쟁 대비”에서 “현대기술,특히 고기술 조건하의 국지전쟁 승리”로 전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2000년 장 주석은 특히 “‘정보화’가 군대 전투력의 증폭기가 되어야 하며…,군대 기계화의 건설과 동시에 정보화 건설을 강화하고 정보화를 통한 기계화를 추진함으로써 인민해방군 현대화 건설의 ‘도약식’ 발전 쟁취에 진력할 것”을 강조했다.2002년 제16차 전국당대표자회의에서 장 주석은 “중국의 국방 및 군대 건설은 세계 ‘신군사혁신(新軍事變革)’의 추세에 부응해야 한다.”고 천명했다.이 때 ‘군사혁신(RMA)’이란 용어가 지도부에 의하여 최초로 사용됐다.2003년 3월 장 주석은 더 나아가 “중국 특색의 군사혁신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라크 종전 직후인 2003년 5월 후진타오(胡錦濤)는 ‘세계 군사혁신의 발전 태세’ 주제의 당 학습활동에서 ‘도약식 발전’이란 용어를 다시 사용하고 “국가 경제발전 및 과학기술 진보의 기초 위에서 국방 및 군대 현대화의 도약식 발전 실현”을 재강조했다.“선진국들에 비하여 중국의 군사혁신 추진은 특수성이 요구된다.선진국들은 군사혁신 이전 기계화가 완성됐으나 중국은 그 단계가 완성되지 못한 가운데 정보화의 과도기에 처해 있다.”는 것이다.선진국들과의 기술적 ‘시간차’는 중국에 더 이상 시순및 상규에 입각한 논리적 사고 및 행동을 불허한다.마침내 16차 당대회에서 이른바 ‘중국 특색의 군사혁신’으로 규정된 군현대화의 ‘도약식 발전’ 요구가 제기됐다. ●과학·기술로 무장 사실상 개혁·개방 이래 ‘과기강군(科技强軍)’ 중시의 지침하에서,중국군 무기장비의 전반적 수준은 현저히 제고되었다.신기술 성과들이 무기개발에 운용돼 신형무기의 연구개발 및 실전배치가 이루어졌다. 중국군은 적을 제압하고 승리할 수 있는 선진 작전수단을 보유함으로써,현대전 능력이 보다 제고된 가운데,‘고기술 국지전쟁’ 승리를 위한 물질적 및 기술적 기반이 확립됐다.육군은 입체 기동작전의 장비체계 및 비교적 완벽한 지원 보장체계의 기본적 완성과 함께 연합작전 수행을 위한 기초가 구축됐다.해군은 해상 기동작전,기지 방어작전 및 해저 핵반격작전 무기체계의 기본적 완성과 함께 해상기동함대의 방공,대잠,대함 및 전자전 능력이 증강됐다.공군은 요격기,공격기 및 수송기 등이 배합된 장비체계의 기본적 완성과 함께 고-중-저 및 원-중-근 배합의 지상방공체계 및 지상레이더망이 구축되었다.제2포병(전략미사일부대)은 근-중-원거리 및 핵-재래식 체계의 기본적 완성과 함께 독립 혹은 협동의 핵 반격 및 재래식 타격이 가능하게 됐다.전자정보장비의 디지털화,종합화,일체화 및 대간섭 능력이 강화됨으로써 전자전 및 정보전 능력이 대폭 제고됐다. 중국의 장기 국방현대화 목표들은 기술군대 및 군사혁신이 계속 강조됨으로써 그 행보가 더욱 빨라질 것이다.중국은 군사혁신을 통한 현대전의 개념들을 자체 교리 및 전략에 반영하기 위하여 더욱 진력할 것이다.중국은 경제성장으로 보다 많은 자원이 군사에 배분될 수 있게 되었다. 지난 20년 동안 중국군의 무기장비 현대화는 국방지출이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으로 유지되는 상황하에서 이룩됐다.2001년,2002년 및 2003년 국방예산은 각각 전년 대비 17.7%,17.6% 및 9.6% 증가율을 기록했다.지난 3월 중국은 2004년도 국방지출을 전년 대비 11.6%로 증가한 218.3억달러로 책정했다고 발표했다.그러나 중국의 국방예산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도 2%를 밑돈다.이는 세계 평균치 2.5%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며,미국의 4887억달러 및 일본의 422억달러에 비하여 엄청난 격차를 보이고 있다.평화적인 당면 국제환경하에서,중국은 부국강병이 조화적으로 실현되면서,20년 내외로 추정되는 서방과의 기술적 격차도 빠르게 단축될 것이며,그 만큼 주변국의 시선도 더욱 예리해질 것이다. yglee@kida.re.kr
  • [시네마 천국]만화 원작 영화 2편-지옥갑자원·퍼니셔

    만화를 원작으로 한 영화가 10일 나란히 개봉한다.마블코믹스의 캐릭터 가운데 가장 어두운 영웅인 ‘퍼니셔’,일본의 황당무계한 엽기 스포츠만화 ‘지옥갑자원’.이 두 영화는 만화적 상상력과 현실 사이에서 길을 잃긴 했지만,원작만화의 팬이라면 또다른 종류의 재미를 느낄 수 있을 듯싶다. 김소연기자 purple@seoul.co.kr ● 지옥갑자원 리얼리티는 완전 무시하고 만화적 상상력으로만 완전 무장한 영화 ‘지옥갑자원’(地獄甲子園)은 황당무계한 엽기코드를 좋아하는 관객이라면 이성을 무장해제시킨 채 낄낄대고 웃을 만한 작품이다.하지만 영화의 필터로 한 번쯤은 걸러냄직한 표현조차 거침없이 쏟아내니,대다수의 평범한 관객들은 어안이 벙벙해질 듯싶다. 오매불망 갑자원 진출만 바라보는 교장이 있는 세이도 고교로 불량소년 주베이(사카구치 다쿠)가 전학온다.온 몸을 공처럼 날리는 주베이의 전투야구 실력을 지켜본 교장은 야구의 꿈을 접은 주베이를 설득시켜 야구부에 들어오게 한다. 내용이야 뻔한 스포츠물의 전형이지만,그것을 풀어가는 방식은 상식을 뛰어넘는다.주베이의 공을 잡아주던 아버지가 공이 너무 빨라 몸을 관통하는 바람에 죽어버려 그가 야구를 멀리하게 됐다는 황당무계한 사연도 그렇고,막가고를 상대로 야구시합을 하자 해골과 시체가 즐비한 아수라장이 되는 것도 그렇다. 그래도 초반부는 그런대로 참신하고 재미있다.어차피 대놓고 유치찬란한 엽기코드로 풀어가기로 작정한 영화인 만큼,그 수준으로 눈을 낮추면 나름대로 흥미진진하게 감상할 수 있다.하지만 영화는 뒤로 갈수록 ‘엽기’의 진열장으로 변질해간다.야구경기는 없고 패싸움만 있어,왜 주베이를 강속구의 소유자로 설정했는지 의아해질 정도.‘소림축구’같은 엽기 스포츠 경기를 기대했다면 실망이 클 듯싶다.동명의 만화가 원작으로,야마구치 유다이가 감독을 맡았다.유바리국제판타스틱영화제 영 판타스틱 부문 그랑프리 수상작. ● 퍼니셔 ‘스파이더맨’‘엑스맨’‘데어데블’‘헐크’에 이어 마블코믹스의 대표 캐릭터인 ‘퍼니셔’(The Punisher)가 영화화됐다.‘퍼니셔’는 이 가운데 가장 양면적인 캐릭터.초능력 하나 없이 인간의 분노만으로 영웅으로 올라섰다는 점에서 가장 인간적이지만,그 어떤 캐릭터보다 잔인한 방법으로 정의를 심판하기에 가장 비인간적이기도 하다. 퍼니셔(처형자)란 캐릭터를 탄생시키는 계기가 되는 영화의 초반부는 그 어떤 캐릭터의 사연보다 공감을 산다.불법 무기 거래상의 위장근무를 끝으로 은퇴해 가족의 품으로 돌아간 FBI 비밀요원인 프랭크 캐슬(톰 제인).하지만 마지막 임무 때 죽은 범인이 무기 밀매와 검은 돈 세탁에 연루된 대기업 총수 하워드 세인트(존 트라볼타)의 아들임이 밝혀지고,격분한 하워드는 해변에서 휴가를 보내는 프랭크의 가족 수십명을 몰살한다. 사랑하는 아내와 아들을 살리려 기를 쓰지만 이미 한 발 늦어버린 프랭크의 모습을 보며 가슴 끝이 시려오지 않을 관객은 없을 듯.그런 관객에게 보답이라도 하듯 가까스로 살아남은 프랭크는 하워드에 대한 잔혹한 응징에 나서며 스스로 ‘퍼니셔’가 된다. 하나하나 현실이 되는 복수의 진행에 통쾌함을 느끼다가도 슬픔이 밀려오는 건,묵묵히 복수를 감행한 뒤 돌아와 술로 마음을 다스리는 고독한 영웅의 모습 때문이다.모든 것을 잃어서 더 잃을 것이 없는 사내.그를 진한 연민없이 바라보기는 힘들다. 하지만 이 캐릭터는 그 이상으로 진전하지 못한다.아버지가 살해당한 뒤 정의의 이름으로 복수를 감행하는 퍼니셔와 닮은 캐릭터인 ‘데어데블’은,선한 영웅인 동시에 악마의 가면을 쓴 자신의 이중성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했었다.반면 퍼니셔는 캐릭터의 양면성에 대한 고민으로까지 나아가지 못한 채 끝없이 비장해지기만 한다.몇몇 장면에서는 비장함이 지나쳐 실소까지 낳는다.가장 인간적인 캐릭터로 출발했지만,비장함과 폭력성만 남아 가장 만화적인 캐릭터로 바뀌어버린 탓이다.‘다이하드3’‘아마겟돈’의 각본을 썼던 조너던 헨슬레이가 감독·각본을 맡았다.
  • [사설] 새 NLL 작전예규 너무 모호하다

    국방부가 서해 북방한계선(NLL) 방어를 위한 군 작전예규를 대폭 완화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남북이 지난 6월 서해상 우발충돌 방지를 위해 ‘함정간 핫라인’을 운용하기로 합의한 점을 감안할 때 작전예규의 손질이 필요하다고 우리는 지적한 바 있다.따라서 새 작전예규를 마련한 조치는 평가하지만 그 내용은 문제가 있다.작전현장의 군장병에게 북측 의도에 대한 판단까지 요구하면서 복잡한 단계의 대응을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군은 2002년 해군장병 6명이 숨진 서해교전 직후 5단계이던 대응절차를 3단계로 줄여 빠르게 무력응징에 나서도록 했다.하지만 올해 6월 남북간 무력충돌방지 대책이 마련되면서 작전예규를 바로 바꿔야 했다.변하는 상황에 대처가 늦은 사이 7월에는 남북함정 핫라인통화 보고누락 파문이 빚어졌다.군은 그제서야 작전예규를 바꾸었으나 현실성 없게 고쳤다.‘유연대응-국제상선공통망 이용 경고통신-단속이나 구조목적시 일시활동 허용-NLL무력화 의도 없으면 시간갖고 신중대응-경고사격-격파’ 등으로 대응수순이 너무 늘어진 것이다. 이런 지침으로 NLL을 지키라는 것은 무리다.특히 현장지휘관에게 상대 의도를 판단해 신중대응하라고 하는 것은 사실상 강력대처를 포기하게 만들 우려가 있다.이래서는 북측의 NLL침범을 효율적으로 막기 어렵다.북한은 서해무력충돌 방지 노력에 합의한 이후에도 6차례나 NLL을 침범했다.남북 함정간 핫라인도 아직은 제대로 가동되지 않고 있다.남북간 긴장완화의 기운을 반영하되,안보의 허점이 한치라도 없도록 작전예규를 다시 정비할 것을 촉구한다.남북 핫라인 가동을 염두에 두는 동시에,작전현장에서 효율적 대응이 가능하도록 작전예규를 좀더 압축하고 구체화해야 한다.
  • [아하 그렇구나] 터프걸 강유미

    [아하 그렇구나] 터프걸 강유미

    ‘마이걸’로 순식간에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KBS 신인 개그우먼 강유미(22).화면 속에서 마냥 늠름해 보였던 그녀는 예상 밖으로 왜소하고 앳된 얼굴이었다.허스키한 음색의 걸걸한 목소리만 아니라면 그녀를 알아보지 못할 정도다. “저를 보고 TV에서 보던 것과 다르다고 하는 분들이 많아요.실제 성격도 좀 소심하고,동기들 사이에서는 가장 여성스럽다는 얘기도 들어요.” 본인 말대로 “지르는 역할”만 주로 하고 있다는 그녀는 “남성스러운 캐릭터가 자신의 유일한 장기”라며 “최대한 살려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여중·여고를 나왔는데요,연극반에서 주로 남자 연기를 해왔어요.그래서 남성 연기에는 자신있어요.” 얌전하게 조근조근 얘기하다가도 코미디 연기에 대해서 말이 나오면 표정과 말투를 바꾸면서 즉석 모노 드라마를 펼친다.역시 넘치는 끼는 좀체 감출 수 없나 보다.“연극반 활동하면서 연기에 대해 소질 있다는 말 많이 들었어요.무대에 서면 그냥 ‘저 사람들도 나랑 똑같다.’생각해요.그러면 하나도 떨리지 않거든요.” ‘마이걸’은 온전히 선배 개그맨 김병만의 머릿속에서 나왔다고 한다.KBS2 ‘폭소클럽’의 ‘여자이야기’에서 보스 기질이 다분한 강한 여자로 인상적인 연기를 펼쳤던 그녀에게 김병만은 딱 맞는 캐릭터를 부여했다.엄경천,강주희와 팀을 이뤄 치른 내부 오디션.반응은 폭발적이었다.“PD님이 진짜 많이 웃으셨어요.” ‘마이걸’이 신선한 소재로 웃음을 얻는 데 성공했지만 시청자들의 기대치가 날로 높아져서 부담감도 크다고 덧붙인다. 지난 4월 개그맨 시험에 합격한 새내기지만 방송 경력은 2002년부터 시작된다.당시 위성방송 KBS코리아에서 방영하던 ‘한반도 유머총집합’이 데뷔 무대.일반인들이 매주 나와 코미디를 선보이는 프로그램이었다.“3회 연속 우수상을 받으면 정식 연기자 자격을 준다고 해서 이거다 싶었죠.” 삼성플라자에서 캐셔로 일하며 틈틈이 개그를 준비한 그녀는 눈에 띄는 연기로 우수상을 받았다.부모님과 상의 끝에 결국 직장을 때려 치웠다.어릴 적 꿈을 따라 나서기 위해.그러나 길은 그리 순탄치 않았다. 지난해 개그맨 시험에서의 고배.방황하던 그녀에게 또 한번의 기회가 왔다.‘유머 총집합’을 하며 알게 된 작가가 ‘폭소클럽’으로 가게 되면서 그녀에게 러브콜을 보낸 것.그리고 그녀는 지금의 자리까지 올 수 있었다. 그녀의 꿈은 홍콩 영화배우 겸 감독인 주성치처럼 되는 것.주성치가 나온 영화는 거의 다 수집했을 정도로 열혈팬이다.주성치처럼 진지한 코미디언,웃기는 연기자가 되기 위해 그녀는 몸과 머리를 하루도 놀리지 않는다.주말도 없이 이어지는 아이디어 회의와 연습에 오히려 즐거운 표정이다.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개콘 인기짱 마이걸 남자가 느끼한 미소를 띤 채 한 여자를 빤히 쳐다보며 윙크하듯 눈을 여러번 깜빡인다.당황한 여자 부끄럽게 묻는다.“오빠,지금 뭐하는 거예요?” “음….눈으로 얘기하고 있잖아.영원히 사랑하겠다고.”“오빠,저도 사랑해요.” 성취감에 도취된 남자,여자를 안으며 버터가 잘잘 흐르는 목소리로 말한다.“그럼,오빠잖아∼” 용기를 얻은 남자,반대 편에 서 있는,언뜻 봐도 만만찮아 뵈는 인상의 여자에게 간다.애교스럽게 눈을 깜빡이는데 못마땅하게 지켜보던 여자,갑작스레 손을 들어 포크로 스테이크 집 듯 남자의 두 눈을 찌른다.그리고 이어지는 터프한 한마디.“눈 깔아!자식아!팍!” 남자는 동요 ‘곰 세마리’를 부르며 다시금 애교를 떨어보지만 여자는 꿈쩍도 안는다.면박만 줄뿐.“너,또 ‘풀하우스’봤구나?독창적으로 살아!이 자식아!” 지난달부터 KBS 2TV ‘개그콘서트’에 새롭게 등장,회자되고 있는 ‘마이걸’의 한 장면이다.이 코너에서는 단지 외모가 달린다는 이유로 온갖 수모를 감수하던 여주인공의 모습은 찾을 수 없다.대신 “동시에 두 여자를 사랑한다.”며 대놓고 양다리를 걸치는 남자의 뻔뻔한 짓거리를 손짓 하나,말 한마디로 ‘단칼’에 응징한다. ‘터프걸’ 유미의 출현에 시청자들의 반응은 뜨겁다.“신선하다.”는 평가가 주종.사실 남자 하나가 ‘얼굴이 좀 되는’ 여자와 ‘안되는’ 여자를 사이에 두고 여성을 희화화한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비슷한 포맷의 SBS ‘웃찾사’에 등장하는 ‘끔찍이 깜찍이’를 보자.여기서 ‘끔찍이’는 못생기고 뚱뚱해서 미안하고 그래서 무시당하고 놀림감이 된다.그러고도 고작 “아∼앙,오빠 너무해.”라며 수동적으로 저항할 뿐이다.웃길지 모르지만 전혀 웃기지 않다. 반면 보무도 당당한 우리의 ‘터프걸’ 유미는 절대 기죽지 않는다.오히려 ‘버터남’을 향해 씩씩하게 소리친다.“독창적으로 살아!성숙하게 살아!성실하게 살아!상대를 봐가면서 해!팍∼!씨∼.” 그녀에게 잘못 걸렸다가는 뼈도 못추릴 것 같다.‘마이걸’의 인기는 익숙해있던 상식을 뒤집은 데서 나온다.‘저 여자가 뭘 믿고 남자에게 저렇게 막 나오나.’시청자들 배꼽을 잡으며 뒤집어진다.한편 여자들은?오랜만에 묵은 체증이 풀린 그녀들,모처럼 편안한 저녁을 먹었다는 후문이다.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기로에 선 신기남의장] 한나라 ‘불똥’ 우려 ‘소극공세’

    [기로에 선 신기남의장] 한나라 ‘불똥’ 우려 ‘소극공세’

    열린우리당 신기남 의장 선친의 일제시대 헌병 복무 사실이 드러난 것을 계기로 한나라당이 공세로 돌아섰다.그동안 과거사 문제를 둘러싸고 수세에 몰린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다고 자신감을 얻은 듯한 분위기다. 한나라당은 그러나 과거사 문제에서는 스스로도 자유로울 수 없는 처지 때문인지 대대적인 공세를 자제하면서 신 의장의 ‘이중성’에 공격의 초점을 맞췄다.신 의장의 거취 문제도 직접 거론하지 않았다. 김덕룡 원내대표는 주요당직자회의에서 “과거사 문제와 관련해 신 의장이나 열린우리당 지도부는 순백한 것처럼 했는데 대통령 말대로 3대를 떵떵거린 친일집단이라는 게 드러나 충격이 아닐 수 없다.”면서 “이중적 행동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김 원내대표는 또 “신 의장은 자기 부친의 의혹과 관련해서 일제 때 교사만 했을 뿐이라고 했고 의혹을 제기한 언론에 대해 강경 대응방침을 밝힌 바 있기에 더욱 실망이 크다.”고 성토했다.김형오 사무총장은 “아버지의 일을 아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전근대적·봉건시대에나 있을 일”이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그러나 국민을 속이고 거짓말하는 것은 공인으로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전여옥 대변인은 노무현 대통령의 8·15 경축사와 관련해 “친일부터 유신에 이르기까지 반민족적 행위를 한 모든 이들을 응징할 것이라고 사실상 대국민 선전포고를 했다.”면서 “그런데 첫 주자는 예상을 뒤엎고 열린우리당의 신 의장이 됐다.”고 말했다. 임태희 대변인은 논평에서 “지금 과거사에 매달려 있는 사람들 중에선 신 의장의 경우보다 훨씬 더한 처지의 사람들도 아마 적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대출기자 dcpark@seoul.co.kr
  • [열린세상] 안중근, 김선일, 유영철/심영희 한양대 사회학교수

    장면 1. 2004년 7월13일 중국 하얼빈역.안중근 의사가 폭탄을 던진 현장이다.그는 이토 히로부미가 역에 도착하여 출구를 통해 나오는 것을 기다렸다가 폭탄을 던졌다.그래서 출구 근처에 혹시나 무슨 표시가 있지 않을까 찾아보았다.그러나 아무런 표시도 없었다.다소 섭섭했지만 모두들 역사의 현장에 왔다는 흥분감을 감추지 못하고 숙연한 모습이었다. 장면 2. 2004년 6월21일.텔레비전 뉴스에 이라크에서 납치된 김선일씨가 나온다.“나는 살고 싶다.나는 죽고 싶지 않다.한국군을 이라크에 보내지 말라.”고 절규하는 모습이다.다음날인 22일 김선일씨는 끝내 피살체로 발견되었다.가족들의 애통해 하는 모습이 화면을 장식한다.네티즌들의 반응이 요동친다.김선일씨 피살전에는 파병반대 의사를 밝혔던 사람들이 파병찬성으로 돌아선다.전투부대를 파병해서 이라크인을 응징하자는 목소리도 나온다. 장면 3. 2004년 7월18일.무려 21명을 죽인 희대의 살인마 유영철이 텔레비전 뉴스에 등장한다.얼굴을 푸른색 마스크로 가린 그는 취재진의 질문이 쏟아지자 “보도방 아가씨들이 몸을 함부로 굴리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고 부유층은 각성했으면 합니다.”라고 입을 열었다.범죄 전문가들은 이번 연쇄살인이 ‘반사회적인 증오성 범죄’의 대표적 사례라면서 ‘피해자 규모’와 ‘잔인함’에 경악하는 분위기다.사형을 폐지하면 안 된다는 소리도 들린다. 이 세 장면은 모두 폭력의 다른 측면에 관한 것이다.우리는 평화를 위해서 폭력을 자제해야 하지만,안중근 의사의 행동처럼 폭력의 사용이 불가피하고 정당한 경우도 있다.그러나 무고한 사람을 인질로 잡고 목적을 달성하려는 테러리즘은 이 땅에서 사라져야 한다.증오살인은 더더욱 말할 필요가 없다. 이분법적 구별에 대해 생각해보자.‘안중근은 훌륭하고 이토는 나쁘다,김선일은 죄없고 테러단은 나쁘다.유영철은 악독하고 피해자는 불쌍하다.’이다.우리와 그들,친구와 적과 같은 이분법이 작용한다. 테러단,유영철은 극단적이고 용서받지 못할 행동을 했다.그러나 똑같은 불행이 반복되는 것을 막으려면,그들이 왜 그런 극단적인 행동을 하는지 생각해보아야 한다.틀림없이 그들도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테러단은 아마도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버려서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사람들일 것이다.또 그들은 이라크에서 일종의 의병 같은 사람들일 수도 있다. 평화의 관점에서 본다면 이처럼 이분법을 넘어 글로벌 시민권의 관점에서 생각할 필요가 있다.보복적 민족주의,국가안보의 관점을 넘어서 인간의 존엄성,삶의 안전을 먼저 생각할 필요가 있다. 김선일씨의 유족들이 추모식에서 “이라크를 용서합니다.당신들을 사랑합니다.”라고 화해와 용서의 메시지를 발표한 것은 바로 이런 깨달음에 기반한 것이 아닐까 싶다.이번 연쇄살인사건으로 억울하게 희생된 성매매 여성들에게도 매도가 아니라 애도를 해야 한다. 평화적 수단에 의한 평화를 실천하려는 마음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하지 않다.지난 1월18일 미국전역에서는 마틴 루터 킹 날을 기념하여 이라크 침공을 반대하는 반전평화시위가 있었다.“전쟁이 답이 아니다.”라는 말과 함께 그가 남긴 다음의 말은 두고 두고 깊이 새겨야 할 필요가 있다.“여러분이 폭력을 사용하려는 유혹에 굴복한다면,아직 태어나지 않은 다음 세대는 길고 어두운 고통의 밤을 맞게 될 것입니다.그리고 당신이 미래에 물려줄 주요 유산은 무의미한 혼란의 세상일 것입니다.” 마음속의 이분법과 폭력에의 유혹을 버리는 것,그것이 평화의 첫걸음일 것이다. 심영희 한양대 사회학교수
  • 中, 타이완 해협서 대규모 군사훈련

    |베이징 연합|중국은 양안간 군비경쟁이 가열되고 있는 가운데 이달 푸젠(福建)성 연안의 둥산다오(東山島)에서 대규모 육·해·공 합동 군사훈련을 실시한다고 중국 언론 매체들이 4일 일제히 보도했다. 이에 맞서 타이완 군당국은 중국의 침공 조짐이 있을 경우 베이징(北京),상하이(上海) 등 대도시와 세계 최대의 수력발전소 싼샤(三峽)댐 등 주요 목표들을 선제공격해 중국의 반격 능력을 마비시키는 내용의 ‘대륙 주요 시설 공격 계획’ 수립을 확인했다고 타이완의 타이완시보(臺灣時報)가 3일 전했다. 중국 인민해방군은 지난 1996년 이후 매년 타이완해협에서 연례 군사훈련을 실시해왔으나,이번 훈련은 중국이 천수이볜(陳水遍) 타이완 총통이 지난 5월20일 총통 취임식에서 드러낸 독립 기도를 비난하고 이를 단호히 응징하겠다는 경고를 되풀이한 데 이어 대규모로 실시돼 타이완에 ‘정치적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의도로 풀이되고 있다. 이번 훈련에는 타이완을 담당하는 난징(南京) 군구 이외에 광둥(廣東) 군구와 심지어 지난(濟南) 군구가 참가하고,수도 베이징(北京) 군구의 특수전 부대도 출동한다. 동해·남해·북해의 3대 함대도 동원되고 공군 4개 부대와 제2포병(미사일부대)도 참가해 10만명의 병력이 참가,역대 최대 규모였던 1996년의 ‘해방1호’ 훈련 이래 최대 규모로 알려졌다. 타이완은 6월 초 방위력 증강을 위해 6108억 타이완달러의 특별 예산안을 통과시키고 이 예산으로 패트리어트 미사일 388기,잠수함 8척,P-3C 대잠초계기 12대 등을 구입할 계획을 발표한 데 이어 대륙 공격 시나리오인 ‘독전갈(毒蝎)’ 계획을 마련했다.˝
  • [초선의원 24시] (3)이영순 민주노동당 의원

    민주노동당 의원은 열린우리당이나 한나라당 의원들과 무엇이 다를까.또 정말 언행은 일치할까.이런 물음에 답을 찾기 위해 기자는 지난 28일 민주노동당 이영순 의원을 하루종일 따라다녔다.‘파병철회 의원모임’의 민주노동당 실무간사인 이 의원은 오전 8시30분부터 밤 11시까지 계속된 당 안팎의 회의는 물론,농성장,선전전,광화문 촛불집회로 옮겨다니며 시민들을 만나고 유인물을 나눠주고,파병 반대 촛불을 높이 드는 등 이라크 파병 철회에 ‘올인’했다.짬짬이 보좌진으로부터 의정활동과 관련된 상황을 보고받는 등 ‘헌법기관’ 준비에도 시간을 쪼개야 했다. ●의원이자 고2 딸의 엄마로… 오전 5시25분.알람시계에 눈을 떴다.지난 22일 시작된 국회 철야농성 탓에 일주일 만에 집에서 잤다.모처럼 푹 잤다.벌떡 일어나 고등학교 2학년인 딸의 아침을 차려주고 ‘모처럼’ 도시락을 싸줬다.오랜만에 엄마 노릇을 한 것 같아 뿌듯하면서도 왠지 미안하다.아침 먹고 남편(김창현 민주노동당 사무총장)과 함께 2002년식 아반떼XD를 몰고 여의도로 출근했다. 국회 본청 122호 파병반대 농성장에 도착하니 8시 20분이다.차 한잔 마시고 곧바로 의원 조례를 시작했다. ●회의에서 회의로,농성장에서 농성장으로… 오전 10시부터 이 의원실에서 열린우리당 임종인 의원과 한나라당 고진화·배일도 의원,민주당 손봉숙 의원 등과 함께 파병철회 의원 실무모임을 가졌다.예정을 훌쩍 넘겨 12시10분까지 회의는 계속됐다.이 의원은 회의가 끝나자마자 안호국 보좌관에게 “국정조사 범위 한정과 국정조사특위 위원 대부분이 파병 찬성 의원으로 꾸려진 데 대한 대책을 마련해보자.”고 지시했다.그리고 보좌관들을 둘러본 뒤 “점심 먹자.”고 했다가 벽시계를 올려보고 “지금 식당에 가면 줄을 서야하니 나중에 먹자.”고 수정 제의하고는 실무모임 후속 검토작업에 들어갔다.12시30분쯤 의원회관 직원식당에서 20여분만에 후다닥 점심 식사를 해결했다. 곧이어 ‘파병반대 국민행동’ 광화문 일정문제를 보좌관들과 논의한 끝에 오후 2시 광화문 농성장 지지방문을 취소키로 했다.오후 1시30분에는 또다시 파병반대 의원모임 실무회의를 가졌다.그런데 4시쯤 실무모임을 마치고 나온 이 의원의 혀가 짧아진 듯 갑자기 발음이 부정확했다.“혀와 잇몸이 터지고 헐어서 그렇다.몸이 많이 피곤하면 꼭 이렇게 된다.”고 설명한다. 민주노동당 국회 농성장 122호로 발걸음을 옮겼다.오후 4시30분부터 최순영 의원과 함께 신촌 현대백화점 앞에서 ‘파병철회 거리홍보’ 행사를 가졌다.선전물을 나눠주는 2시간여 동안 싸늘하게 지나가는 사람들,일부러 달려와서 손잡아주며 받아가는 사람들과 부대꼈다.이 의원은 “확실히 나이든 남자분들중 냉담한 사람이 비교적 많다.”면서 “혹여 ‘테러 응징론’에 마음이 기울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짧은 혀’로 소감을 밝혔다. 저녁 7시부터는 광화문 촛불 집회에 참가했다.인원이 300여명에 지나지 않아 서운한 생각이 들었다.8시25분쯤 광화문 촛불집회 중간에 국회 농성 의원단 정리 회의를 하기 위해 자리를 떴다. ●고단한,그러나 오롯한 하루 국회 농성장은 벌써 9시3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이 의원은 이 자리에서 “파병 결정 책임은 쏙 빠지고 외교통상부의 실책으로만 귀결지으려는 의도가 보인다.”며 당 차원의 대책 마련 의견을 제기했다.회의는 한 시간하고도 40여분이 흘렀다.벌써 11시가 넘었다. 이 의원은 농성장 한 켠에서 자료를 정리하다가,밝지 않은 불빛에 침침해진 눈이며 헐어버린 입안의 고통을 느끼면서 애써 잠을 청했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이영순 의원은 ▲고려대 사학과 졸업 ▲서울·광명 야학강사(1984) ▲울산 민주화교사협의회 간사(1988) ▲울산 여성실업대책위 공동대표(1998) ▲울산 동구청장(1999) ▲민주노동당 울산지부 여성위원장(2003) ▲재산:1억 360만원(남편과 합산) ▲취미:음악감상 ■ 박록삼기자 “권위와 거리 먼 소탈한 누이” 얼마전 꽤 무덥던 날 오후 국회 의원회관 801호 이영순 의원실을 찾았다. 바깥에서 막 돌아온 이 의원은 반갑게 맞아주며 ‘직접’ 시원한 매실차를 타줬다.헌데 보좌진들 3∼4명이 흘끗 쳐다보나 싶더니 다시 고개를 컴퓨터 앞에 묻고 데면데면하게 각자 일을 볼 뿐이었다. 놀란 방문객과 달리 의원·보좌관들 모두 지극히 자연스러운 표정이었다. 자그마한 체구로 생글생글 눈웃음짓는 이 의원의 외모와 소탈한 삶 자체는 ‘권위’와는 한참 거리가 먼 느낌이다.이날 저녁 함께 칼국수를 먹으면서도 보좌관들을 수더분하게 챙기는 모습은 의원이라기보다는 ‘친누이’에 가까웠다.하지만 국회는 그리 간단한 곳이 아니다.왕성한 입법활동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진보의 선명성’과 ‘탈권위’는 오히려 앙상한 깃발로만 나부낄 우려도 있다. 지자체를 운영해본 솜씨와 진보정치의 확신,그리고 ‘누이의 섬세함’이 어떤 일을 만들지 지켜볼 일이다. ˝
  • 알라위 ‘후세인 사형’ 시사

    연합군이 주권을 이양한 뒤 첫날인 29일 이라크의 정국은 불안정한 상황을 벗어나지 못했다.바그다드 등 전국에서 교전이 지속되는 가운데 미군 병사와 민간인이 잇따라 무장 저항세력에 의해 살해됐다. 이에 따라 주권을 넘겨받은 임시정부가 치안 확보를 위해 계엄령 선포를 적극 검토하는 가운데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이를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연합군은 30일 사담 후세인 전 대통령과 그의 측근 11명의 법적관할권을 이라크 임시정부측에 넘길 예정이다.이야드 알라위 임시정부 총리는 “후세인이 7월1일 법정에 서게 될 것”이라고 말하고 “내각이 사형제 부활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라크의 무장 저항세력 ‘신과 그의 예언자의 적을 향한 날카로운 칼’은 “미국의 이라크 정책이 바뀌지 않았다.”는 이유로 3개월 가까이 인질로 억류하던 미군 병사 1명을 살해했다고 아랍어 위성방송인 알 자지라가 29일 보도했다.알 자지라는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이 저항세력이 방송사에 관련 비디오 테이프와 성명서를 보내왔다고 전했다.이날 살해된 것으로 보도된 오하이오주 버테이비아 출신의 키스 M 모팽(20) 상병은 지난 4월9일 바그다드 서부에서 차량으로 이동하다 저항세력의 매복공격을 받은 뒤 실종됐다.알 자지라는 저항세력이 모팽을 사살했다고 전했다. 이라크 팔루자의 저항세력을 대변한다고 주장하는 ‘팔루자 순교자단체 총사령부’라는 단체는 28일 “팔루자 밖에서 미군에 협력하는 자를 응징하겠다.”고 위협하는 내용의 비디오 테이프를 AP통신에 보냈다. 사흘전 김선일씨를 살해한 ‘유일신과 성전’에 납치됐던 터키인 3명은 29일 풀려났다.알 자지라는 이 단체 조직원 3명이 무릎을 꿇고 앉아 있는 인질 3명을 앞에 두고 성명서를 읽는 비디오 테이프를 방영했다.이들은 성명에서 “여러분,우리 형제,그리고 터키의 이슬람 교도들을 위해 인질들을 석방해 집으로 안전하게 돌려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터키인 근로자 2명이 또다시 저항세력에 인질로 붙잡혀 있는 사실도 확인됐다.터키 일라스 통신이 공개한 사진에 지난 1일 이후 실종 상태인 터키인 근로자 2명이 정체 불명의 저항세력에 인질로 붙잡혀 있는 모습이 잡혔다.피랍자 신원은 에어컨 수리공인 무라트 키질과 소네르 세르칼리로 확인됐으며 사진에는 웅크리고 앉아 신분증을 든 인질들 뒤로 중기관총과 로켓추진수류탄(RPG)을 든 채 복면을 한 5명의 괴한의 모습이 찍혀 있다. 29일 이라크 바드다드 주택가를 순찰하던 미군 차량 부근에서 폭탄이 터져 미군 3명이 숨지는 등 이라크 전역에서 무차별적인 테러전이 계속됐다.북부 유전도시인 키르쿠크에서는 29일 도로에 매설된 폭탄이 터져 출근중이던 쿠르드족 경찰 간부 1명이 다치고 그의 경호원 1명이 사망했다고 경찰이 밝혔다.또 남부 바스라에서는 28일 영국군 병사들이 차량으로 이동하던중 도로에 매설된 사제폭발물이 터져 1명이 숨지고 다른 2명이 부상했다고 군 대변인이 전했다.바그다드에서 남쪽으로 35㎞ 떨어진 마흐무디야에서는 소총과 RPG로 무장한 괴한들이 경찰서를 습격해 경찰관 1명과 민간인 1명이 숨졌다.괴한들은 공격 개시전에 코란 구절을 암송했다고 목격자들이 전했다. 이라크 경찰은 이날 독자적으로 바그다드 시내 주요 교차로에 검문소를 설치해 차량과 운전자들을 상대로 검문검색을 실시했다. 부시 미 대통령은 28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에 참석,“알 자르카위 등과 같은 잔혹한 살인자들을 다루기 위해 일시적이지만 거친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고 계엄령 선포를 지지했다. 이도운기자 외신 dawn@seoul.co.kr˝
  • 빈소에 나비 날아들자 유가족 눈물

    고 김선일씨의 시신 송환을 하루 앞둔 25일에도 추모와 애도의 물결이 이어졌다.주말인 26일에는 서울 광화문에 1만여명이 모이는 것을 비롯해 부산,광주,천안 등 전국 16개 시·도에서 추모 촛불집회가 열린다. ●빈소엔 삭지 않는 울분과 눈물 빈소가 마련된 부산 연제구 거제동 부산시립의료원 1층 장례식장에는 이날 오전 6시30분쯤 연노랑 나비 한마리가 10분 남짓 날아다니다 조화에 장식된 리본에 앉자 아버지 김종규(70)씨는 “선일이 아니냐.”며 눈물을 떨궜다.유족의 이웃 박정신(58)씨도 “선일이의 혼이로구나.네가 이제 나비가 돼 조국으로 돌아왔구나.”라며 안타까워했다.조문하러 온 부산 장림초등학교 학생들은 ‘추모의 편지’ 160여통을 전했다.학생 대표 김유아(13)양은 “아저씨의 안타까운 죽음을 보고 이라크인을 용서하지 못하겠다. 그러나 세계 모든 사람이 분노하고 슬픔을 함께 하고 있으니 기분 상하지 마시고 평안히 잠드시길 기도한다.”는 편지를 울먹이며 낭독했다.고인의 동문인 한국외대 총동창회 양인모 회장은 빈소를 조문한 뒤 고인의 뜻을 기리기 위해 가칭 ‘김선일 장학기금’을 만들고 추모비나 흉상 등 김씨를 추모하는 상징물을 학교에 건립하는 등 추모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가족은 수시로 가족회의를 열고 장례절차 등을 논의했다.한 관계자는 “가족장으로 치를 생각이며,3일장을 할지 5일장을 할지 등 구체적인 문제는 시신 도착 후 결정할 방침”이라면서 “일부 시민·사회단체가 서울에서 민간 주도로 장례를 치르는 방안을 건의했으나 유가족이 원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전국에 촛불 물결 서울 광화문을 비롯,부산과 대구,광주,춘천 등 전국 21개 지역에서 3000여명이 모인 가운데 사흘째 추모 촛불집회가 열렸다.전국 365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이라크파병반대 비상국민행동(공동대표 홍근수)은 이날 오후 광화문 KT 앞에서 ‘피랍은폐규명 촉구대회’를 가졌다.국민행동은 허버드 주한미국 대사에게 보내는 공개서한에서 “피랍 사실을 외교부에 문의했다는 AP가 더 많은 정보를 갖고 있는 미군 당국에 문의하지 않았을 리 없다.”면서 “미군 당국은 사실문의를 받았는지,어떤 조사활동을 펼쳤는지,한국 정부와 상의했는지 등을 낱낱이 해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과 전국농민회총연맹은 25일 시작되는 ‘2004 우리농업 지키는 여름 공동농촌활동’에 즈음한 기자회견을 열고 “농활기간에도 일부는 상경해 추모집회에 참석하는 등 파병철회 운동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보수성향의 목회자로 구성된 ‘대한민국 안보와 경제살리기 국민운동본부’는 이날 오후 시청앞 서울광장에서 ‘비상구국기도회’를 열고 “정부에 한·미동맹 강화와 경제회생 노력을 촉구한다.”면서 “이라크 테러에 대한 단호한 응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부산 김정한·서울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열린세상] ‘NO’라고 말할 수 있는 한국/박상기 연세대 법대학장

    불길한 예상은 하였지만 현실이 된 김선일씨의 참혹한 죽음은 한국인은 물론이고 세계를 경악하게 하였다.정부가 다각적으로 구출노력을 하였다지만 처음부터 그의 생환은 불가능한 일이었던 것 같다.지금 모든 한국인은 이 끔찍한 사실 앞에서 참담한 심정이다.가족의 심정은 차마 헤아릴 수도 없다.아무 죄 없는 민간인을 납치,살해한 이슬람 무장단체의 잔인한 행동에 대하여 온 세계가 규탄하지만 무슨 소용인가.원한을 살 적국관계도 아닌 이라크에 가서 무고하게 살해된 김선일씨의 죽음이 참으로 안타깝다. 정부는 이제 파병결정을 철회할 수도,그렇다고 전투병을 보내기도 망설여지는 상황을 맞았다.노무현 대통령은 파병원칙에 변함이 없다는 점을 재확인하고,이라크의 평화와 재건을 위한 것이라고 하였다.그러나 전투병을 보내면서 재건을 목적으로 한다는 것은 우리 스스로도 납득하기 어려운 모순이다.굳이 재건을 위한 파병이라면 처음부터 서희,제마 부대와 같은 비전투 부대를 보내기로 하였어야 할 것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국내여론은 극도로 분열되고 악화될 조짐이 엿보인다.그러나 우리는 냉정하게 사태를 판단하여야 한다.한편에서는 이슬람 테러조직에 대한 응징을 주장하지만 9·11을 경험한 부시정권도 궁지에 몰린 형국이다.부시는 테러를 없애겠다고 이라크를 침공하고,후세인 정권을 무너뜨렸지만 이라크 상황은 주지하다시피 무법천지와 같은 혼란상태이고,그로 인하여 전 세계가 테러공포에 떨고 있다.무언가 잘못된 것이다.부시에 의한 이라크 전쟁은 이미 명분 없는 전쟁이라고 판정이 난 것과 다름없다.그래서 유럽의 대다수 국가들은 미국의 파병요청을 거부하였다.그리고 파병을 한 국가들도 군대를 철수시키기로 하였다.우리 역시 흔쾌히 파병결정을 한 것은 아니다.많은 반대가 있었고,지금도 계속되고 있다.미국의 강력한 파병요구가 우리를 지금의 상황으로 몰고 간 것으로 보아야 한다. 이라크에 전투병 파병을 결정한 것은 국익을 위한 것이라고 한다.이라크 전쟁에서 한국의 국가이익이 무엇인지 모르지만 이라크 국민을 위한 파병결정이었는지는 더욱 의문이다.미국과의 관계,재건복구사업 진출과 같은 경제적 이유 등 우리의 이익만을 좇아 파병결정을 하였다면 이를 두고 이라크의 평화와 재건을 위한 파병이라고 말하기 힘들다.국가이기주의에 불과하다. 이러한 비극적 사태를 접하고 다시 한번 자주국가를 생각해 보게 된다.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용기를 갖지 못한 국가는 진정한 자주국가일 수 없다.우리 정부는 얼마 전 미군에 의한 비인간적인 이라크 포로학대를 보고도 제대로 된 비난성명도 내지 못한 바 있다.이와 같이 인권문제처럼 보편적이고 중요한 사안까지도 미국의 눈치를 살피는 한 우리나라는 국제관계에서 종속변수에 불과하다. 미국의 정책에 대한 비판을 반미로 몰아가고,반미를 곧 반국가적 행동으로 바라보는 논리가 우리 의식 속에 자리잡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그러나 6·25 전쟁에서 우리를 도운 미국에 대해 고마움의 감정을 갖는 것과 미국의 잘못된 정책에 대해 비판하는 것은 구별할 줄 아는 성숙함을 갖출 때도 되었다.반한적 발언을 잘하는 도쿄도지사 이시하라 신타로의 책 제목과 같아 마음에 걸리지만 정말 ‘No’라고 말할 수 있는 자존심 있는 한국이 보고 싶다.지구상에는 우리보다 국력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작지만 당당한 국가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미 이라크에 비전투부대를 파병하고 있다.비전투부대인 만큼 이라크 국민과 갈등없이 임무를 잘 수행하고 있고,희생자도 없었다.그러나 이미 이라크 상황이 미국도 진퇴양난인 악화될 대로 악화된 상황에서 추가파병을 통하여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다는 것인지 답답하다.국가간의 약속이행을 위해서,그리고 테러리스트에 대한 굴복이라는 비난을 면하기 위하여 파병을 한다면 비전투부대를 보내야 한다.정치권은 더 이상 국민을 희생시킬 수 있는 정책을 중단하여야 한다. 박상기 연세대 법대학장˝
  • [영화 평론가 이효인의 스크린나들이] 나쁜 영화와 착한 소설

    최근 어느 문학상 수상집을 읽었다.예닐곱 편의 단편 소설이 실린 그 수상집뿐만 아니라 소설을 읽을 때마다 나는 평화로워지고 약간은 퇴행의 감정에 빠지곤 한다.그건 나 스스로 문학 소년과 문학 청년이라는,희열에 찬 상상의 세계로 돌아가는 동시에 절망감에 휩싸였던 그 끔찍한 시절을 떠올리기 때문인지도 모른다.또는 그만큼 소설은 변하지 않았다는 것을 ‘소설들’ 스스로 말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물론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그 문학상 수상집에서 기억에 남는 소설은 역시 본상을 받은 소설이다.또 불륜의 관계를 줄줄이 엮은 후 결국에는 응징을 내리는 소설과 기러기 아빠가 된 한 남자와 그 아래층에 사는 간호사가 벌이는 건조한 불륜 끝의 비극적 최후에 관한 얘기 역시 기억에 남는다.본상을 받은 소설은 작가 특유의 단아하고 힘있는 문체 그리고 삶에 대한 단호한 입장이 잘 어우러진 것이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인상에 남은 것은 문체나 허구적 상황으로 극중 인물의 감정을 적당히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감정의 끝을 보여주거나 혹은 느끼도록 하는 것이었다.반면 줄줄이 불륜과 기러기 아빠를 다룬 소설들은 세태에 대해 유려한 문체로 비판적 거리를 애써 유지하고 있지만,끝을 보여주지는 않고 있다.그 끝이란 극중 인물의 감정의 끝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작가적 상상력의 끝을 의미한다.의식적 혹은 무의식적으로 취한 계몽적 태도가 장애가 되어버린 것이다. 나는,예술은 세상과 불화해야 한다고 믿는다.세상과의 불화야말로 이 세상을 바꾸는 힘 중의 하나라고 믿는다.하지만 상상력의 부족이 빚어낸 어떤 가치의 고수가 곧 세상과의 불화는 아니라고 본다.그 소설들은 처음부터 착했고,끝까지 착했다.그 결과 그 소설들은 스스로 말하는 대신 들려주는 이야기 중의 하나가 되어버린 것이다. 얼마 전 ‘올드 보이’라는 한국 영화가 칸 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을 받았다.하지만 여러 정황을 감안하면,최고상을 받은 것이나 진배없다고 볼 수 있다.경사로운 일이지만 그렇다고 지나치게 수선을 피울 일도 아니다.영화제국(으로 자부하고 있는) 프랑스의 문화전략도 배제할 수 없거니와 상은 상일 뿐이기 때문이다.다만 국제적으로 또 상의 권위에 복종하는 자들에게는 자랑스러울 뿐이다. 각설하고 돌진한다면,그 ‘올드 보이’는 나쁜 영화다.이야기의 끝과 감정의 끝은 상승작용을 일으키며,결국에는 더 처절한 끝을 보여준다.황당한 설정이지만 그 약점들은 이미지를 통하여 진짜처럼 보인다.큰 반전과 작은 반전은 끝없이 이어지면서 마지막까지 관객을 즐겁게 하거나 혹은 괴롭힌다. 그 영화는 인간의 속성을 적당히 드러내는 대신 과장하여 끝까지 까발긴다.상상력의 승부다.관객의 동의 여부는 여기에서 중요하지 않다.그럼으로써 이 영화는 세상과 불화한다.하지만 세상과 불화하면서도 상업적으로는 화해한다.그 결과 나쁜 영화의 자리에 기어이 내려앉으면서도 결국에는 시장 속의 예술로 우뚝 선 것이다.이런 점에서,예로 든 소설만을 놓고 말한다면,한국 소설은 좀더 나빠져야 한다.영화가 한 명의 손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도 주목할 볼 필요가 있다.소설이라고 하여 꼭 한 명이 써야 된다는 법이 있는가? 반면 한국 영화는 조금은 착해질 필요가 있다.스펙터클에 대한 광신을 벗어던지고 보이는 이미지와 들려주는 이야기의 종합편에서 ‘보여주면서 말하는’ 영화를 생각할 때도 되었다.이제 상도 받았는데 말이다. 한국영상자료원장˝
  • [열린세상] 단지 그가 그 자리에 있었을 뿐이다/김진호 당대비평 편집주간 목사

    김선일씨가 살해당했다는 급보를 들었다.“죽고 싶지 않다.”고 처절한 절규를 내뱉던 그 청년은 끝내 처참한 시신이 되고야 말았다.납치부터 피살까지 체험했을 통제되지 않는 극도의 무력감과 공포감은 ‘단지 그때 거기 있었다는 이유’ 때문에 그에게 날아들었다.근년에 아프간이나 이라크 등에서 스러진 수많은 주검도,그리고 주검 같은 절망도 단지 거기에 있음으로 말미암은 것이었다. 미국 정부와 이라크 저항무장단체,그리고 한국 정부 등이 각자의 이해관계 속에서 공모해낸 세계의 규칙이다.단지 거기 있음으로 해서 ‘불행한 자’는 위로받을 길 없는 격렬한 절망감 속에서 자신의 최후를 맞이해야 한다는 규칙이다.예고도 없이 찾아든 저주는 단지 삶의 기회를 찾아 인생을 배회하던 이들의 진부한 평범함을 참아주질 않는다.위대한 거대 진리를 수호하기 위함이라는 명분은 작은이들의 하찮은 꿈 따윈 아랑곳하지 않는 세계의 질서를 구축했던 것이다. 김선일씨 피살 직후 미국은 이번에도 알 자르카위의 은신처로 추정되는 모처에 보복공격을 가했다고 한다.반인륜적인 테러를 용납할 수 없다는 이유다.그리고 이러한 ‘인권 옹호적 발언’(?)과 더불어,필경 단지 거기에 있었을 뿐인 여러 이라크인은 쏟아붓는 포탄세례에 죽거나 불구가 되거나 심각한 정신적 장애상태에 떨어지게 되었을 것이다.이라크 무장 납치 단체는 처형을 실행하는 자리에서 단지 ‘잘못된 선택’을 행한 국가를 응징하기 위해 소박한 꿈들을 도살했다고,계속 그렇게 할 거라고 선언한다.그리고 그러한 악순환을 마치 모르는 양 한국 정부는 천진한 얼굴로 재건을 지원한다는 전투병 파병 명분을 다시 한번 천명하였다. 국가 혹은 국가임을 자임하는 이들은 자기들의 ‘대의’ 앞에 다른 것들이 모두 사소하게 보이는 모양이다.불현듯 한 나라의 국민으로서 그 특권과 탈특권의 틀에서 살고 있고,그러면서도 그 대의에 동화되기보다는 개인적인 꿈과 욕망에 더욱 민감한 대다수 사람 가운데 하나인 나를,혹은 우리를 걱정하게 된다.국가 외부의 우리엔 당연히 우리의 시민사회가 포함된다. 그러니 시민사회가 걱정된다.김선일씨가 ‘그 자리에 있었을 뿐’인 것처럼 나도,우리의 시민사회도 예고없이 찾아든 그 불행의 자리에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을…. 그러므로 이 사건은 나를 혹은 우리를 우연히 찾아들지도 모르는 절망적 불행의 예감 속에 가둬버린다.공포의 일상화다.피해의식도 일상화되고 있다.또한 자기 보호의 과민함이 일상화되고 있다. 종종 그렇듯이 어떠한 감각이 일상적으로 예민해지면,다른 어떤 감각은 둔감해지곤 한다.가령,우리 자신에 대한 보호의 과민함은 우리 아닌 타자들의 공포에 무감각한 우리를 탄생시킬 수도 있다는 것이다.실제로 어떤 사람은 이라크 출신 이주노동자가 있으면 뭇매를 가하겠다고 화를 터뜨린다.잔인한 흥미로움이지만,그의 입에서는 그 직전에 테러 조장하는 파병을 반대한다는 평화주의적 메시지가 튀어나왔다는 것을 나는 기억한다.물론 내 머릿속에서도 복수심 같은 어떤 분노가 이글거린다. 타자에 대한 적대감과 타자를 위한 평화주의는 이 사건을 경유한 우리의 기억 속에서 그다지 불편하지 않게 동거를 시작했다.그리고 이러한 사소한 마음들이 우연히 마주친 곳에서 팍스아메리카나 같은,가해자 중심의 평화주의는 세계 속에서 실행에 옮겨진다.아메리카제국 외부에서도,멀고 먼 외부인 한반도에서도 말이다.또 그 적대적 사회인 이라크의 분노에 찬 시민들의 적의 속에서도 말이다. 한국의 시민사회는 김선일씨 사건이 충동질한,삼국의 그 가해자들이 파 놓은 함정에 걸려들 위험에 빠졌다.단지 거기에 있었을 뿐인 타자들에 대한 폭력에 무감각해지는 적개심이 평화주의와 갈등없이 마음속에서 서식하기 시작한 것이다.자칫 전쟁 반대를 소망하는 우리는 알지 못하는 사이에 팍스아메리카나의 공모자가 될 기로에 서게 되었다. 김진호 당대비평 편집주간 목사˝
  • 경악… 분노… “不容”

    이라크 테러단체에 납치됐던 김선일씨가 피살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추가파병에 반대하던 국민의 상당수가 파병을 찬성하는 쪽으로 돌아서고 있다.반인류적 범죄를 저질러서라도 한국군의 추가파병을 저지하겠다는 이라크 테러단체의 의도가 오히려 파병을 지지하는 여론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 셈이다. 국방부와 인터넷 홈페이지 등에는 23일 “당장이라도 자원입대하겠다.”는 글이 오르는 등 파병에 찬성하는 여론은 급속히 결속했다.이라크의 평화유지와 재건이라는 파병부대의 임무를 바꾸어서 김씨를 살해한 테러단체를 철저히 응징해야 한다는 다소 과격한 주장도 크게 거부감없이 받아들여지는 모습이었다. 정치권에서는 이날 열린우리당 김원웅,한나라당 이재오,민주노동당 천영세 의원 등 여야 의원 50명이 이라크 추가파병 중단 및 재검토를 위한 결의안을 국회에 제출했다.하지만 몇몇 의원들은 격앙된 국민감정을 우려하여 “결의안 제출 시기를 하루라도 늦추자.”며 신중론을 펴기도 했다.파병을 일관되게 반대해온 시민사회단체는 이날도 촛불집회를 열어 정부를 강하게 압박하면서 “이라크 파병은 한국 국민의 가장 고귀한 인권인 생명을 빼앗는 행위”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인터넷 포털사이트 다음은 이날 ‘납치됐던 김선일씨가 살해됐다.이라크 파병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이라는 질문을 던졌다.이 여론조사에는 오후 11시 현재 36만 20명이라는 기록적인 숫자의 네티즌이 참여했다.그 결과 ‘파병을 찬성했으나,이제는 반대한다.’는 응답은 12.2%인 4만 3927명에 그친 반면 ‘파병을 반대했으나,이제는 찬성한다.’고 답한 사람은 20.6%인 7만 4019명에 이르렀다. 전체적으로는 파병 반대가 55.7%인 20만 449명,파병 찬성이 41.0%인 14만 7435명으로 나타났다.반대가 여전히 찬성보다 많지만,반대에서 찬성으로 마음을 바꾼 사람이 하루사이에 크게 늘어난 것이다.이에 앞서 김씨의 피랍소식이 알려진 지난 21일 다음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자국민 보호가 우선,당장 추가 파병을 철회해야’라는 응답이 79.3%로 ‘파병추진’의 14.2%를 압도했다. 23일 조사 결과는 극도의 불안감 속에 파병 반대 여론이 세를 얻고 있던 21일보다 찬성 여론이 크게 높아진 것은 물론 피랍사건이 일어나기 이전인 지난 7일의 여론조사보다도 파병에 찬성하는 사람이 늘어난 것이다. 당시 미디어리서치의 조사 결과는 ‘추가 파병 찬성’이 41.0%,‘반대’가 57.5%였다. 포털사이트 네이버도 지난 21일부터 추가파병을 놓고 여론조사를 벌였다.41.71%인 1만 757명이 ‘찬성-정부 방침대로 추진’이라고 답했고,54.63%인 1만 4090명은 ‘반대-추가 파병 저지해야’라고 답했다.김씨의 피랍과 살해 시점을 구분하지 않은 조사였지만,네이버 관계자는 “23일 0시를 기준으로 7% 정도가 파병 찬성으로 돌아섰다.”고 밝혔다. 파병 반대에서 찬성으로 돌아선 이유를 네티즌 ‘nuimiral44’는 “김선일씨가 피살된 이상 반미·친미를 따질 때가 아니다.미국의 주구가 되기 위해 파병하라는 것이 아니라,이라크인들에게 본때를 보여주기 위해 찬성하는 것”이라고 말했다.이러한 급격한 여론의 변화에 대해 한국사회병리연구소 백상창(70) 소장은 “김씨가 살해됨에 따라 파병에 찬성하는 것은 인간의 본능적인 반응”이라면서 “감당하기 힘든 죽음이나 손실에 대한 스트레스를 상대에 대한 증오와 공격으로 해결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동철 유지혜기자 dcsuh@seoul.co.kr ˝
  • [22일 TV 하이라이트]

    ●TV특종 놀라운 세상(MBC 오후 7시20분) 하루 세 끼 주식이 ‘에이스’ 비스켓인 남자,3년 전부터 에이스만 먹으면서 생활하는 김태윤씨를 소개한다.교회의 종소리에 맞춰서 구슬프게 통곡하는 개,절에서 아침저녁 종소리에 맞춰 리듬을 타며 울부짖는 개,종소리만 나면 왜 이 개들이 우는지 그 궁금증도 풀어본다. ●사이언스+(YTN 오전 8시30분) 사라져 가고 있는 전통 악기지만 조상들의 과학적 노력과 기술이 담겨 있는 편경,그 소리를 함께 들어본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악기들은 금속이나 나무 등으로 만들어졌기에 돌로 만들어진 편경은 색다른 맛이 있다.맑고 단순한 소리가 특징이다. ●문화,문화인(EBS 밤 12시) UAP오케스트라의 제 1바이올리니스트를 거쳐 후베닐 데라 카마라 오케스트라 등을 거치며 활발한 활동을 해 온 바이올리니스트 성경선씨.초등학교 6학년때 처음 피아노를 시작,고등학교때 아르헨티나로 유학을 떠나면서 본격적인 음악인의 삶을 살기 시작한 피아니스트 정진희씨를 만나본다. ●실제상황(iTV 오후 10시50분) 이 땅의 진정한 광복을 위해 4명의 젊은이가 나섰다.애국정신으로 무장한 그들은 민족의 딸들을 희롱하는 이른바 ‘기생관광’을 온 일본 관광객들을 응징하기로 결심한다.그러나 일본인 관광객에게 호객행위를 하고 돈까지 강취한다.그들의 빗나간 나라사랑의 종착역은 어디일까? ●김용만 신동엽의 즐겨찾기(SBS 오후 11시5분) 추억의 70년대 그룹사운드 박중훈과 한은정,신동엽 팀과 완벽한 리듬 앤드 블루스를 구사하는 차태현과 신승환,김용만 팀이 노래대결을 벌인다.한은정이 학창시절 다리가 예쁘다고 형광등파에게 봉변당한 일,차태현이 술 마시고 어머니에게 실수한 일 등을 소개한다. ●북경 내사랑(KBS2 오후 9시50분) 비빕밥을 팔아 마련한 수술비로 다행히 영희의 병은 나았지만,태용은 동료들에 대한 죄책감으로 그들 앞에 나서지 못한다. 영희와 봉수는 드디어 행복한 결혼식을 치른다.민국은 모두에게 이제부터 한국 전자의 일을 새롭게 시작하자고 제의한다. ●금쪽같은 내 새끼(KBS1 오후 8시25분) 희수는 진국에게 접근하기 위해 미행까지 하지만 뾰족한 수가 없어 고민하다가 지혜를 만나 남자를 사로잡는 방법에 대해 연애 학습을 받는다.성애는 희수의 집 문제로 민섭과 말다툼을 하다 돈 문제까지 불거져 부부 싸움을 한다.점순은 속이 터져 못 견디겠다며 절로 향한다. ˝
  • 알카에다 테러 책임자 2명 피살

    알카에다에 대한 미국의 대대적 반격을 예고하는 것인가? 19일과 20일 이틀간 사우디아라비아와 알제리에서 각각 알카에다에 연계된 최고지도자 2명이 잇따라 살해됐다.지난 12일 알카에다에 납치됐던 미국 민간인 폴 존슨(49)이 18일 참수된 시체로 발견되고 미국이 이에 대한 응징을 다짐한 직후다.이에 따라 사우디에서 테러가 더욱 격화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미국은 사우디에서 미국인을 겨냥한 추가테러가 임박했다면서 미국인들에게 사우디를 떠나라고 강력히 권고했다. 하젬 살란 이라크 국방장관은 최근의 치안 악화와 관련,6월30일 주권 이양 전이라도 계엄령을 실행에 옮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아랍어 일간 알타아키가 20일 보도했다. ●이라크 “주권이양전 계엄령 가능” 사우디의 외교고문인 압둘 알 주바이르는 19일 “사우디아라비아가 사우디 내 알카에다 총책인 압둘 아지즈 알 무크린을 사살,알카에다에 심각한 타격을 가했다.이로써 알카에다의 세력이 크게 약화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무크린의 추종자들은 무크린이 사살된 것을 확인하면서도 “성전은 신에 대한 우리의 약속이다.무크린을 비롯한 형제들의 죽음은 우리의 의지를 약화시키기는 커녕 우리의 결의를 더욱 다지게 할 뿐이다.”며 성전은 계속될 것임을 분명히 했다.미 국무부도 사우디에서 미국인을 겨냥한 추가 테러가 임박했다고 경고하면서 미국인들에게 사우디를 떠날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사우디에서의 테러가 더욱 기승을 부릴 것이란 우려를 뒷받침해 주는 것이다. 한편 알제리 정부는 20일 알카에다와 연계된 알제리 내 테러조직 책임자 나빌 샤라위가 사살됐다고 라디오방송을 통해 밝혔다.샤라위의 사살이 무크린의 사살과 연관된 것인지는 확실치 않지만 이틀 사이에 사우디와 알제리 양국에서 알카에다 최고지도자가 잇따라 사살된 것을 우연으로만 돌리기도 힘든 게 사실이다. 앞서 ‘아라비아반도의 알카에다’는 자신들의 웹사이트인 ‘사우트 알 지하드’에 존슨의 것으로 추정되는 잘려진 머리와 몸통 등 3장의 사진을 공개했다.미국도 록히드 마틴사의 직원이었던 존슨의 사망을 사우디 대사관을 통해 확인했다고 밝혔다.알카에다는 사진 공개와 동시에 게재한 성명에서 “이번 참수는 미국인과 그 동맹에게 누구든지 우리 땅에 발을 들여놓으면 같은 운명에 처하게 될 것이라는 교훈”이라고 주장했다. ●자르카위 사살은 불확실 알카에다 소탕작전은 이라크에서도 동시에 이뤄졌다.미군은 19일 최근 이라크에서 잇따르는 차량폭탄테러 공격의 배후로 지목되고 있는 아부 무사브 알 자르카위의 은신처로 의심되는 팔루자 교외의 주거지역에 미사일 공격을 가했다.이날 공격으로 22명이 사망했지만 미군은 공격 당시 자르카위가 있었는지는 확실치 않다고 말했다. 한편 살란 국방장관은 “몇몇 인접 국가들이 이라크 국내 문제에 개입을 시도하고 있다.”면서 “이라크는 주권 이양 전에 계엄령을 실행할 수 있는 준비가 갖춰져 있다”고 말했다. 유세진기자 외신 yujin@seoul.co.kr˝
  • ‘슈퍼 EU’ 출범후 첫 의회선거

    |파리 함혜리특파원|유럽연합(EU) 25개국이 10일부터 13일까지 유럽의회 선거를 실시한다.지난 5월1일 회원국이 15개에서 25개로 확대된 이후 처음 실시되는 이번 선거는 3억 5000만명의 유권자가 참여하는 사상 최대의 다국가 선거가 될 전망이다. EU의회 의원 732명을 뽑기 위한 것으로 기존 15개 회원국에서 626명,신규 가입한 10개 회원국에서 106명의 의원이 선출된다.가장 많은 의석수를 할당받은 국가는 독일로 99석이며 다음이 프랑스,영국,이탈리아로 78석이다.의석수가 가장 적은 나라는 몰타로 5석이다. ●상대적으로 낮은 관심도 EU의회는 지난 52년 실권이 없이 EU 이사회와 EU 집행위원회의 자문기구로 출발했으나 79년부터 직접 선거로 구성되면서 권한과 영향력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하지만 기존 회원국들은 물론 10개 신규 회원국에서조차 유럽의회 선거에 대한 관심은 매우 낮다.유럽의회와 EU 주민들이 직접 접촉할 기회가 매우 적은 데 따른 것으로 대부분의 EU 주민들은 유럽의회의 기능과 역할조차 잘 모르고 있다.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부분의 회원국에서 투표율이 50%를 넘지 않고 신규회원국에서도 투표율은 평균 44%에 머물 것으로 전망됐다. ●전반적으로 야당이 우세 회원국별 정당 지지율을 보면 대체로 야당들이 우세를 보이고 있다. 프랑스는 사회보장제도 개혁,경제실책 등으로 비판받고 있는 집권 여당에 응징을 가하기 위해 야당인 좌파를 찍겠다는 여론이 강해 대중운동연합(UMP)이 지난 3월 실시된 주 지방선거에 이어 이번 선거에서도 패배할 것으로 예상된다.독일 역시 집권 사민당이 경기침체에 대한 유권자의 불만으로 고전하고 있으며,영국의 노동당도 이라크 파병에 대한 유권자들의 심판에 직면해 있다. lotus@seoul.co.kr˝
  • ‘수배자 진공청소기’ 명동의 이헌이 순경

    “바쁘신데 죄송합니다.불심검문을 하고 있는 중부서 이헌이 순경입니다.신분증을 제시해 주시겠습니까.” 지난 1일 오후,서울 중구 명동 외환은행 본점과 이웃한 빌딩에서 나오던 건장한 남자 셋이 서울 중부경찰서 충무지구대 이헌이(31) 순경의 레이더에 걸렸다.“우리가 범죄자처럼 보이느냐.”며 투덜대며 신분증을 꺼내는 두 사람과 달리 이모(37)씨는 “신분증이 없다.”며 당황해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이 순경이 “확인하는 방법이 있으니 잠시만 기다려 달라.”고 하자 이씨는 그제서야 “공주에 걸려 있는 게 있다.”고 실토했다.조회 결과 이씨는 1억원대의 횡령·사기혐의로 충남 공주경찰서에 수배된 상태였다.이 순경은 이씨를 공주서로 넘겼다. ●장비라곤 휴대전화·무전기·신분증·수갑 뿐 이 순경은 명동 일대에서 ‘수배자 진공청소기’로 불린다.그에게 덜미가 잡히는 수배자만 하루 2∼3명에 이른다.지구대 일상 근무에서 벗어나는 비번이나 휴가 때는 아예 명동 거리만 훑고 다닌다.하루에 10명의 수배자를 붙잡은 적도 있다. 지난 4월부터 2개월 남짓 그에게 검거된 수배자는 모두 130여명이다.날고 긴다는 경찰 7∼8명으로 이루어진 형사 1개반이 한 달 동안 검거하는 수배자가 평균 4∼5명.형사반이 주로 발생이나 인지 사건에 매달린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서울 도심의 지구대에서 근무하는 6년차 이 순경의 수배자 검거 실적은 대단한 것이다. 그렇다고 이 순경이 수배자 리스트를 들고 다니며 추격전을 벌이는 것은 아니다.순전히 불심검문만으로 거둔 실적이다.장비라고는 휴대전화와 무전기,경찰 신분증,수갑이 전부다.휴대전화에는 경찰의 수배자 검색 프로그램이 들어 있어 주민등록번호를 입력하면 곧바로 수배 여부를 알 수 있다. 이 순경은 “한낮에 명동거리에서 양복을 입고 2∼3명씩 떼지어 다니거나 최고급 렌터카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일단 의심의 대상”이라고 스스로 터득한 비법의 일부를 공개했다. 수배자를 찾아 나설 때 이 순경은 티셔츠 차림에 운동화를 신는다.활동이 편해야 도주하는 수배자를 신속히 뒤쫓아가 제압할 수 있다.지금 신고 있는 흰색 운동화는 앞뒤가 너덜너덜해졌고 밑창에는 작은 구멍이 났다.하루에도 몇바퀴씩 명동을 헤집고 다니다 보니 신발은 어느새 닳아버린다. ●70%가 경제 사범…안타까운 사연도 이 순경이 붙잡은 수배자는 10명 가운데 7명 이상이 사기·횡령 등 경제사범이다.사채업자 사무실과 증권사,은행 등이 몰려 있는 명동의 지리적 특성도 있지만,경기불황의 골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이 순경은 진단한다.그는 “경제사범들은 명동이 서울 한복판이라 신분이 노출될 위험이 크다는 것을 알면서도 또 다른 건수로 ‘인생 반전’을 노리려면 돈이 몰리는 명동으로 나올 수밖에 없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경제사범은 검거될 때 강간·마약 등 강력범들과는 다른 반응을 보인다.동생이나 아들뻘 되는 이 순경에게 눈물로 애원하는 ‘눈물형’에서 험한 말투로 협박하는 ‘뻔뻔형’,일단 튀고 보자는 ‘도망자형’까지 다양하다. 지난달 10억원 규모의 사기 혐의로 수배된 남모(43)씨를 불심검문으로 붙잡았을 땐 이 순경도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고 털어놨다.남씨가 어디론가 전화를 걸더니 “어머니 잡혔습니다.다시 연락을 못 드릴 것 같습니다.”라며 울먹였다는 것이다. ●최고의 무기는 ‘성실’ 이 순경은 “IMF때 직원 임금을 주지 못하고 공장문을 닫았다가 사기 혐의로 수배된 사람을 체포했는데 자기도 피해자라며 눈물을 펑펑 쏟더라.”면서 “수갑을 채우고도 ‘잘 해결될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위로했지만 가슴이 아팠다.”고 털어놓았다. 사업에 쫓기다 수배된 사실도 모르고 자신있게 주민등록증을 내밀었다가 낭패를 당하거나,공장이 부도나 도망다니다 이 순경에게 붙잡힌 뒤 홀어머니를 걱정하는 수배자도 있었다. 반면 한 50대 사기꾼은 불심검문을 받자 미국 시민권자라고 주장하며 “청와대에 아는 사람이 있으니 옷벗을 각오를 하라.”고 윽박질렀다.50억원을 사기친 수배자는 불심검문에 걸리자마자 100m 이상을 달아나다 덜미를 잡히기도 했다. 이 순경은 어릴 때부터 경찰이 되는 것이 소원이었다.경찰이 등장하는 TV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가슴이 뛰었다.서일전문대 전산과를 졸업한 뒤 1999년 공채 116기로 경찰에 입문하여 그 꿈을 이뤘다.그는 “그렇게 바라던 경찰이 됐지만 가끔은 일부의 잘못으로 경찰 제복을 입고 다니는 것이 부끄러울 때도 있다.”고 말했다. 이 순경은 경찰이 된 이후 줄곧 중부경찰서에서만 근무했다.장충동 파출소와 과학수사반을 거쳐 지금의 충무지구대로 온 것은 지난 3월이다. 이 순경은 동작구 사당동 집에서 회사원인 남동생(30)과 함께 부모님을 모시고 산다.수배자 검거에는 도가 텄지만,반려자는 아직 찾지 못했다. ●‘서민의 적’지능형 경제사범 응징하고파 그는 앞으로 조사계에서 서민의 등을 치는 지능형 경제사범을 응징하고 싶다는 바람을 털어놨다.사기꾼들의 수법이 제아무리 교묘하다 하더라도 철퇴를 가할 수 있도록 능력과 경험을 쌓아 나가겠다는 각오이다. 이 순경은 연장선상에서 “사기범을 잡는 것은 또 다른 서민들의 피해를 미리 막는 것이 아니겠느냐.”며 오늘도 신발끈을 동여매고 명동의 인파 속으로 사라졌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열린세상] 린디 일병과 포르노의 상상력/김진호 당대비평 주간 목사

    린디 잉글랜드 일병은 어느 날 갑자기 미국의 이라크 전쟁포로 학대의 상징이 되었다.전 세계인들은 드디어 미국에 대한 분노를 터뜨릴 대상을 찾았다는 듯 린디를 향해 맘껏 저주하였고,악을 응징하는 세계의 보안관으로 스스로를 기억하고 싶었던 미국의 자존심을 여지없이 무너뜨린 그녀에게 미국인들 또한 관대해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한 듯이 보였다.이제 그녀는 포로학대의 혐의를 받고 있는 다른 동료들과 함께 법의 심판대에 올랐다.하지만 이미 린디 텍스트는 법의 문제는 아니다.다각도에서 해명되어야 할 문제를 안고 있는 것이다. 내가 주목하고자 하는 것은 린디의 저 엽기적인 사진들이 ‘포르노적 텍스트’로서 사람들에게 기억되었고,그것이 그녀를 특별히 주목받게 한 결정적인 이유였다는 점과 관련된다.이런 맥락에서 나는 두 개의 텍스트를 떠올렸다.하나는 제시카 린치 일병의 텍스트다.제시카와 린디의 텍스트를 비교하면,이 둘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갖는 미 여군이라는 점이 눈에 띈다.이들은 각각 하나는 가냘프고 예쁜 이미지인 반면,다른 하나는 강인하고 의지가 강한 모습이다.하나는 적의 포로였고,다른 하나는 적군 포로의 간수다.또 그들은 각기 피해자와 가해자다.그리하여 하나는 보호가 필요했고,다른 하나는 제거되어야 했다.결국 착한여자 제시카는 영웅이 되었고,린디는 ‘악녀’가 되었다. 두 번째 텍스트는 ‘나쁜 남자’의 ‘조재현’이다.여기서 조재현은 감독인 김기덕 자신과 상호교환 가능한 존재다.린디는 포로학대는 상부의 직접적이거나 암묵적인 지시에 따른 것이었다고 진술한 바 있다.즉 그녀는 이 텍스트에서 연기자에 불과하다.조재현이 그런 것처럼.아무튼 둘은 가해자의 연기를 훌륭히 수행했다.그래서 둘은 각기 적극적인 악의 수행자이지만,동시에 운명의 수동적인 희생자이기도 하다.둘의 생존 방식은 자신이 가해할 수 있는 타인에 대한 폭력을 필연적으로 동반한다.그런데 ‘나쁜 남자’를 둘러싼 논란에서 조재현 김기덕은 악인으로 낙인찍히는 대신,“영화는 영화로 보라.”며,영화에 대한 찬사를 전제한 후광을 받았지만,린디는 변명의 여지없는 악녀로 결정되었다. 나는 여기에서 포르노에 관한 가부장제적 시민사회의 질서를 몸의 일부로 체현하고 있는 우리 자신의 ‘모호한 추억’을 본다.가부장제적 시민사회에서 모든 남자는 포르노의 소비자다―실제적이든 잠재적이든.내가 그것을 소비한다는 것은 내가 포르노 텍스트의 남자가 되는 상상에 빠진다는 것을 뜻한다.포르노적 상상력에서 가해자는 거의 언제나 남자다.결국 모든 소비자 남성은 동시에 가해자가 된다.한편 포르노 텍스트에서 여자는 희생자이고,보호의 대상이다.그래서 가부장제적 질서는 그녀를 가정으로 되돌려 보내는 것을 최선의 시민사회적 공공성으로 규정한다.마찬가지로 가해자인 ‘나쁜 남자’를 응징하는 일은 시민사회의 정의로운 얼굴에 속한다.그런데 문제는 이 텍스트의 나쁜 남자의 욕망을 소비자인 모든 남성도 공유한다는 데 있다.즉 ‘나쁜 남자’에 대한 시민사회적 응징은 동일한 욕망의 소유자인 자기 자신에게 부메랑처럼 되돌아온다.자신을 나쁜 남자와 구별하는 방안을 찾아내지 않는 한 말이다.그래서 포르노 텍스트는 종종 ‘나쁜 남자’를 변태이거나 범법자로 만든다.혹은 ‘나쁜 남자’처럼 ‘그’의 번민과 성찰 과정 속으로 깊이 들어감으로써 불편함이 해소되거나…. 한데 린디 텍스트가 선사한 포르노적 상상력의 가해자는 뜻밖에도 ‘여자’다.그리고 피해자는 남자,남자이기는 하되 아랍인이라는 혐오스러운 존재다.보호해주고 싶은 여자가 아니라,이제까지 ‘악’으로 표상되거나 최소한 ‘열등한 존재’로서 기억되었던 혐오스러운 남자들이다.그러니 아름답고 수동적인 여자에 관한 가학성의 텍스트와는 달리 이 독특한 포르노는 ‘역겹다.’ 따라서 이때 악녀는 역겨워하는 시민사회의 정상적 일원인 ‘우리’와는 애초부터 동일시될 수 없다.또 여리고 수동적인 예쁜 존재가 아니라 강하고 적극적인 여자이기에,보호의 대상이라기보다는 두려운 존재다.누군가가 말했듯이 ‘악녀’는 남성적 상상계의 거세공포증의 산물이다. 이렇게 해서 우리의 기억 속에서 악녀는 탄생하였다.결국 ‘악녀 린디’는 인류의 가학적 문명에 관한 성찰 대신 우리가 공범자로 가담되어 있는 포르노적 상상력만을 야기할 뿐이다. 김진호 당대비평 주간 목사˝
  • [기고] 투자 확대 - 시스템 구축이 먼저다/조용수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지난달 25일 대통령과 재계 인사들의 청와대 만남 이후 주요 대기업들이 앞다퉈 대규모 투자계획을 발표했다.그동안 기업들이 너무 투자를 하지 않는다는 우려가 높았던 터라 국민들의 기대감도 적지 않은 듯하다. 최근 우리 경제는 기업의 투자 부진으로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기업투자와 민간소비가 바닥권을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수출과 내수가 따로 움직이는 기형적인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수출호황을 누리고 있는 기업들이 투자를 늘리고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들어 서민들의 살림살이에 온기를 불어넣어 주고 건전한 소비활동을 부추기는 일이 그만큼 시급해졌다. 산업 각 분야에서 과잉투자가 우려될 정도로 기업들이 왕성한 투자열기를 내뿜던 것이 불과 10년전이다.그러나 이제 기업들은 너나 할 것 없이 투자를 주저하고,급기야 정부가 기업들에 투자를 독려하고 다녀야 할 정도로 경제 상황이 달라졌다. ‘노동자들의 파업’에 빗대 ‘자본의 파업’이라고까지 일컬을 정도로 우리 기업들의 투자가 부진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현대경제학의 태두 케인즈는 기업가들 내면에 숨어 있는 ‘야성적 충동’이 투자를 이끌어내는 힘이라고 갈파했다.위험을 무릅쓴 모험과 도전 정신,기업가 정신이 바로 투자의 원동력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외환위기 극복과정에서 도입된 소위 글로벌 스탠더드의 까다로운 준칙들이 케인즈가 말한 야성적 충동,나아가 모험을 두려워하지 않는 기업가 정신을 억누르는 방향으로 작용하고,결과적으로 최근의 극심한 기업투자 부진을 야기한 중요한 원인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수출로 벌어들인 현금을 사내금고에 쌓아둘지언정 꼭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투자를 하지 않는 기업들의 행태는 반세기 우리나라 기업사에서 찾아 볼 수 없던 일이다.사상 초유의 저금리 수준에도 불구하고 대기업들의 은행차입이 계속 줄어드는 일도 과거에는 보기 드문 일이었다.기업들이 장사하고 남은 이익을 미래 투자자금으로 남겨두기에 앞서 주주들에게 나누어주고 자사의 주가를 끌어 올리는 데 써버리는 일도 외환위기 이전에는 좀처럼 생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부채비율을 지키지 못한 기업들은 정부의 규제에 앞서 시장으로부터 강력한 응징을 피할 수 없다.자칫하면 주가가 폭락하고 기업의 신용등급은 바닥수준으로 떨어지게 된다.기업가들이 재무제표를 개선하고 주가를 떠받치는 일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메커니즘속에서 미래의 불확실성에 도전하는 기업가정신은 고사될 수밖에 없다.기업들이 투자를 하지 않는 게 전혀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글로벌 스탠더드는 중요하다.기업경영의 투명성과 합리성은 한국 경제의 선진화를 위해 불가결한 요건이다.다만 글로벌 스탠더드에 대한 집착이 도를 넘어 기업가 정신을 질식시키고 장래 한국 경제의 성장 잠재력을 회복불능 상태로 몰아갈 수도 있다는 점에 눈을 돌리자는 것이다. 모든 투자는 기회와 더불어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기회와 위험에 대한 최종판단은 기업가들의 몫이다.그러나 그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기업가정신을 발휘하도록 하는 것은 그 사회가 선택한 시스템의 역할이다.지금처럼 기업가정신을 억누르고 기업들이 투자를 피하게 만드는 시스템으로는 우리 경제가 버틸 수 없다.투자가 살아날 수도 없다.기업들이 눈앞의 수치에 연연하기보다는 5년후,10년후를 생각해야 경제가 살고 나라가 산다.지금은 글로벌 스탠더드 그 이상을 모색할 때이다. 조용수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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