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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0년 전 허블이 발견한 ‘우주’…또 다른 변혁을 위한 지금 [이광식의 천문학+]​

    100년 전 허블이 발견한 ‘우주’…또 다른 변혁을 위한 지금 [이광식의 천문학+]​

    ​만약 101년 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과학자들이 여전히 은하가 우리우주의 전부라고 생각했던 시대를 만날 것이다. 100년 전이라면 대부분 과학자들이 이것이 사실이 아니라는 데 동의할 것이다. 어딘가에서 인간은 우주가 우리은하보다 훨씬 크다는 것을 깨달았다. 망원경으로 볼 수 있는 나선 성운은 사실 그 자체로 다른 은하라는 사실을. 우주의 규모는 하룻밤 사이에 극적으로 확장되었다. 기록으로 보면 우리는 한 사람에게 감사해야 한다. 바로 에드윈 허블(1889~1953)이다. 그의 발견은 이를 위해 길을 닦아준 주변 사람들의 천재성이 있었기에 이뤄낼 수 있었다. “허블과 은하수 너머의 우주를 발견한 것을 낭만적으로 생각하기는 쉽지만, 그의 연구는 실제로 많은 사람들의 어깨 위에 있었다.” 지난 12~16일(현지시간) 미국 메릴랜드에서 열린 제245회 미국 천문학협회(AAS) 회의 기자회견에서 카네기 과학천문대의 천문학자 제프 리치는 이렇게 말했다. 리치의 발언은 상징적이었다. 1세기 전인 1925년 1월 1일, 워싱턴 DC에서 열린 제33회 AAS 회의에서 허블의 연구가 공식 발표됐기 때문이다. 허블이 어깨를 가장 많이 딛고 섰던 두 사람은 헨리에타 스원 리빗과 할로 셰플리였다. 우주의 무한 확장 발견한 허블과 그의 조력자들​리빗은 하버드대학 천문대에서 하버드 망원경으로 촬영한 사진판을 분석하는 임시직 ‘컴퓨터’로 일했다. 특히 소마젤란운과 대마젤란운의 이미지를 면밀히 조사했고, 그 안에서 1800개 변광성(밝기가 변하는 별)을 식별해냈다. ​리빗은 1908년과 1912년에 쓴 두 논문에서 변광성 중 다수가 독특한 주기-광도 관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증명해냈다. 그녀는 별이 수축하고 확장하면서 규칙적으로 맥동하고 더 밝고 희미하게 보이는 데 걸리는 시간은 별의 광도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것은 엄청난 발견이었다. 변광 주기와 절대광도 사이에 정확한 관계성을 가진 변광성(후에 세페이드 변광성이라는 이름이 붙었다)들을 연구하면서 별의 거리를 계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에도 리빗의 주기-광도 관계는 과학자들이 우주의 거리를 측정할 때 사용하는 핵심 개념이다. 셰플리의 이야기로 넘어가면, ​허블의 발견에서 셰플리의 역할을 감안할 때 그가 은하수 너머에 아무것도 없다고 믿었다는 것은 아이러니하다. 20세기 초에 망원경은 다른 은하의 개별 별을 분해할 만큼 강력하지 않았기 때문에 나선은하는 나선 얼룩처럼 보였고 나선성운이라고 불렸다. 셰플리는 나선성운이 단순히 은하수 가장자리에서 형성되는 별일 것이라고 추정했다. ​셰플리의 목표는 최초의 공식적인 우주 거리 사다리를 만들어 우리은하의 크기(그가 본 우주)를 측정하는 것이었다. 그 첫 단계가 우리은하에서 발견한 세페이드 변광성이었고, 다음은 RR형 변광성이었다. RR형은 세페이드 변광성과 비슷한 주기-광도 관계를 가진 또 다른 종류의 변광성이며, 세페이드 변광성과 비교하여 거리를 교정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그는 RR형 라이레 변광성을 사용해 은하수 가장자리 근처의 일반 거대하고 밝은 별까지의 거리를 보정했다. ​셰플리는 우리은하의 크기가 30만 광년이고 우리 태양계가 은하 중심에서 5만 광년 떨어져 있다고 결정했다. 오늘날 정확한 크기와 거리가 각각 10만 광년과 2만 6000광년이라는 걸 알고 있지만, 셰플리의 추정치는 우주 거리 사다리를 처음 사용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셰플리는 1920년 4월 워싱턴 DC 국립과학아카데미에서 동료 천문학자 히버 커티스와 함께 나선성운의 본질에 대해 논의한 토론에도 참여했다. 커티스는 나선성운이 그 자체로 은하라고 주장한 데 이어, 우리은하는 단지 1만 광년 크기밖에 안된다고 주장했다. 셰플리는 그 반대를 주장했다. 캘리포니아 윌슨에서 이룬 엄청난 발견허블은 1919년 캘리포니아의 마운트 윌슨 천문대 팀에 합류했는데, 당시 세계에서 가장 큰 망원경이었던 후커 망원경이 첫 빛을 본 지 불과 2년 후였다. “허블의 획기적인 발견은 윌슨 산의 100인치 후커 망원경 덕분에 가능했다”고 말하는 리치는 “허블은 이 최첨단장비를 접할 수 있었기 때문에 자신의 발견을 이룰 수 있었다”고 했다. ​후커 망원경은 천문대 책임자인 조지 엘러리 헤일의 아이디어로, 캘리포니아의 자선가 존 후커가 4만 5000달러를 기부한 덕분에 나선성운 퍼즐을 풀기 위해 설계되었다. 이 과정에서 중요하게 등장하는 인물이 밀턴 휴메이슨이다. 휴메이슨은 천문대를 건설할 때 노새를 타고 건축 자재와 장비를 운반했다가 이후 천문대 관리인이 됐고, 이후 천문학자의 조수가 됐다. 휴메이슨은 박사 학위가 없었지만 많은 천문학적 발견을 했고 허블이 받는 공로의 상당 부분을 공유할 만하다. ​허블과 휴메이슨은 후커 망원경으로 나선성운을 관찰하기 시작했고 1923년에 안드로메다 나선성운인 메시에 31의 사진을 찍는 데 성공했다. ​리치는 이 장면을 “허블은 이 사진에 너무 흥분해서 흑백 유리판에 ‘VAR!’라고 썼다. 세페이드 변광성의 증거를 보았기 때문이다”라고 표현했다. “그 세페이드 변광성은 단순히 ‘V1’로 알려졌다. 그는 리빗과 셰플리가 한 작업 덕분에 그가 나선성운까지의 거리를 처음 측정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고 강조한다. ​허블은 93만 광년(실제로는 250만 광년)이라고 측정했지만 큰 오차에도 안드로메다 나선은 셰플리가 측정한 우리은하 크기인 30만 광년을 훨씬 초월하는 거리 너머 존재한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주었다. 메시에 31은 나선성운이 아니라, 엄연한 나선은하였던 것이다. 허블은 셰플리에게 편지를 써서 자신의 발견 사실을 알렸다. 셰플리는 편지를 읽은 후 그것을 동료들에게 흔들어 보이며 그는 “이 편지가 내 우주를 파괴했다”고 탄식했다. 허블은 1924년 11월에 뉴욕타임스에 자신의 발견 소식을 ‘유출’했다. 그래서 다음해 1월 AAS에서 허블 자신이 아니라 천문학자 헨리 노리스 러셀이 발표한 프레젠테이션이 공식적인 공개가 되었다. 하지만 비공식적으로는 사람들이 이미 알고 있었다. 오늘날 우리는 우주가 은하, 은하수와 안드로메다와 같은 나선은하, 거대한 타원은하, 그리고 작은 왜소은하로 가득 차 있다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마지막 계산으로는 관측 가능 우주에 최대 2조개 은하가 존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럼에도 리치는 허블의 획기적인 발견이 실제로 비교적 최근의 일이라는 게 놀랍다 말한다. ​“100년은 그렇게 길지 않다”고 리치는 말한다. 사실 세상에는 그보다 더 오래 산 사람들이 몇 명 있는데, 그들은 우리가 다른 은하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기 전에 태어난 셈이다. “이것은 세상이 얼마나 많이 바뀌었는지, 그리고 발견이 얼마나 빨리 우리에게 다가올 수 있는지에 대한 교훈”이라고 리치는 덧붙였다. 허블 발표 이후 100년…인류의 발견은 어디까지​오늘날 허블이 ‘VAR!’이라고 휘갈겨 쓴 세페이드 변광성 V1을 포착한 사진건판은 귀중한 발견의 유물이며, 고고학자 인디아나 존스가 1000년 후에 찾아갈 만한 것이다. 다행히도 그것을 찾기 위해 그렇게 힘든 여정을 떠날 필요는 없다. ​일반적으로 이 판은 비공개로 보관되었지만, 현재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박물관의 ‘무한을 매핑한다: 문화 간 우주론 전시회’에서 몇 달 동안 전시되고 있다. ​허블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그 후 은하 형태를 분류하는 모양에 대한 허블 소리굽쇠 다이어그램을 창안해냈다. 허블소리굽쇠도에서 은하들은 형태학적으로 크게 타원은하, 나선은하, 불규칙은하로 나뉜다. 이 허블소리굽쇠도는 여전히 천문학자들에게 교육도구로 남아있다. 허블 소리굽쇠가 묘사하는 은하의 진화가 앞뒤로 바뀌었지만 전문 천문학자들은 여전히 ​​소리굽쇠의 초기·후기 은하라는 명명법을 사용한다. ​1929년에 허블은 우주의 다른 거의 모든 은하가 우리에게서 멀어지고 있다고 밝혔는데, 20세기 천문학의 최대 발견이라 일컬어지는 속도-거리에 대한 허블-르메트르 법칙이다. 우리는 은하수가 전부라고 생각하던 것에서 무한하고 확장되는 우주를 풀어내는 것으로, 우주를 바라보는 패러다임을 전환했다. 1915년에 발표된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 이론에 이어, 닐스 보어가 이끄는 세계 최고의 물리학자들이 양자 물리학의 영역을 알아내던 거의 같은 시기에, 그것은 우주에 대한 우리의 현재 이해를 형성한 과학의 변혁적 시대의 초석이었다. ​암흑물질, 암흑 에너지, 중력의 양자 이론에 대한 탐구, 허블 텐션, 빅뱅의 원인과 같은 새로운 미스터리가 물리학자들을 당혹스럽게 만들면서 지금은 1세기 전과 유사한 과학의 또 다른 변혁을 위한 좋은 시기가 될 것이다.
  • ‘尹 지지’ JK김동욱, 캐나다 이민 시기 직접 밝혔다… “중국인은 괜찮나” 불쾌감도

    ‘尹 지지’ JK김동욱, 캐나다 이민 시기 직접 밝혔다… “중국인은 괜찮나” 불쾌감도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 우두머리(수괴) 혐의로 체포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지지·옹호 발언을 이어가고 있는 가수 JK김동욱(49)이 자신이 고발당했다는 소식에 “표현의 자유를 억압받았다”는 취지로 반발했다. JK김동욱은 지난 17일 밤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자신에 대한 고발장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왔다는 내용의 기사를 올리면서 “생애 처음 고발당했다”고 적었다. 앞서 한 네티즌은 온라인상에 “JK김동욱 피고발 예정. 외국인 정치활동금지 위반 사유”라며 고발장이 담긴 사진을 공개한 바 있다. JK김동욱은 “대한민국 집회에 수많은 중국인이 출몰했던 거 다들 생생하게 기억하죠?”라며 해당 기사 제목에서 자신을 ‘캐나다 국적’이라고 수식한 데 대해 불편해하는 기색을 에둘러 표현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그분(중국인)들 다들 안녕하신가 모르겠네. 언제부터 자유대한민국이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나라였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기사에 제가 서울에서 태어났다고 하셨는데 조금 더 자세히 적어주시길 바란다”면서 “서울 강북구 삼양동에서 태어나 공연초, 하계중, 대진고 2학년을 다니다 캐나다로 이민 갔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JK김동욱은 이 게시물에 ‘부정선거를 멈춰라’는 의미의 영문 구호 ‘Stop the Steal’과 ‘표현의 자유’ 등을 해시태그로 달았다. 또 태극기와 자신의 국적인 캐나다 국기 이모티콘도 첨부했다. JK김동욱은 전날엔 “데모곡들 마무리하고 5월 전까지 녹음해서 저 세상 끝 바다 다녀오려면 서둘러야 한다”며 “가끔 이렇게 모니터링하고 피드백도 좀 받아보고 꾸준히 발매해야 정신 나간 애들 악플도 받고 뭐 인생 그런 거 아니겠어”라는 글을 남겼다. 이어 “다같이 나라 걱정도 해야 하고, 실망했다고 떨어져 나간 팬들은 실망하든지 말든지 가는 사람은 잡지 않는다”며 “아무튼 멸공하자”고 강조했다. JK김동욱은 인스타그램 스토리 게시물에선 “여론은 바로 대한국민의 뜻이다. 그것을 거르는 국회의원들 배지도 반드시 떨어뜨려야 한다”며 “공수처는 반드시 법의 심판을 받게 해야 할 ‘저수지의 개들’임을 명심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 ‘멸공’ 외친 JK김동욱 “팬들 실망? 하든지 말든지…××” 영어 욕설까지

    ‘멸공’ 외친 JK김동욱 “팬들 실망? 하든지 말든지…××” 영어 욕설까지

    가수 김흥국에 이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공개지지를 선언한 가수 JK김동욱이 “실망했다고 떨어져 나간 팬들은 실망을 하든지 말든지” 등 날선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17일 JK김동욱은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데모곡들 마무리하고 가사 써야 하고 수정해야 하고 5월 전까지 녹음해서 저 세상끝 바다 다녀오려면 서둘러야 한다. 가끔 이렇게 모니터링 하고 피드백도 좀 받아보고 꾸준히 발매해야 정신 나간 애들 악플도 받고 뭐 인생 그런 거 아니겠어”라고 썼다. 그러면서 “다 같이 나라 걱정도 해야 하고 실망했다고 떨어져 나간 팬들은 실망을 하든지 말든지. 가는 사람 안 잡으니까. 암튼 멸공합시다”라며 영어욕을 보탰다. 또한 다른 게시물을 통해선 “지지율 52%다. 여론은 바로 대한민국의 뜻! 그것을 거르는 국회의원들의 배지도 반드시 떨어뜨려야 한다. 공수처는 해체가 답이 아니라 법적 책임을 묻고 반드시 법의 심판을 받게 해야 할 ‘저수지의 개들’임을 명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그는 지난 3일 윤 대통령을 지지하는 발언을 SNS에 올리면서 가수 김흥국에 이어 공개적으로 윤 대통령 지지자임을 공표한 연예인이 됐다. 그는 당시 태극기와 성조기를 배경으로 한 사진을 올린 뒤 “대통령을 지키는 게 나라를 지키는 길이다. 공수처 누구(who)?”라는 글을 남겼다. 이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 시도를 비꼰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지난 15일 윤 대통령이 체포된 이후에도 “이성을 잃고 법을 무작위로 어기는 종북세력과 반대로 법치주의 국가에서 법의 테두리 안에서 법을 지키며 자유를 수호하는 우리 애국시민들의 뜻은 전 세계를 울릴 것이며 대통령의 안타깝지만, 현명한 결정을 믿어 의심치 않고 이 사태는 미친 듯이 치솟고 있는 지지율에 반드시 반영될 것”이라는 글을 올렸다. 또한 “종북 세력들 정신 승리하고 있는 모습 상상하니 조금 웃기네, 법치주의 국가에서 심지어 법을 어기고 침입한 자들에게 어떤 무력 사태도 없이 순순히 공수처로 향하는 모습에 정신 승리하는 거 보면서 국민은 누가 진정한 내란 세력인지 알게 될 것이야”라고 주장했다. 한국계 캐나다인으로 지난 2002년 데뷔한 JK김동욱은 ‘미스터트롯’ ‘불후의 명곡’ 등에 출연했으며, 지난해 디지털 싱글 ‘베터’를 발표하는 등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공수처, 오늘 尹 구속영장 청구할 듯이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윤 대통령에게 오전 10시 공수처에 출석해 조사받으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 측 석동현 변호사는 언론에 “첫날 공수처 조사에서 충분히 기본입장을 밝혔고, 일문일답식 신문에 답할 이유나 필요성이 없다고 본다”면서 이날 불출석 방침을 알렸다. 지난 15일 체포된 윤 대통령은 당일 10시간 40분가량 진행된 공수처의 1차 조사에서 질문에 대부분 진술거부권을 행사했다. 이어 전날 공수처의 2차 조사 요구에도 불응했다. 윤 대통령은 15일 조사를 마치고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 구금된 이후 사흘째 구치소에 머물고 있다. 다만 공수처는 구치소 방문조사를 추진하거나 강제 구인을 시도하지는 않을 것으로 점쳐진다. 무리하게 조사를 추진해도 윤 대통령 측이 진술거부권 행사를 계속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공수처가 윤 대통령을 체포한 상태에서 구속영장을 청구할 수 있는 기한은 이날 오후 9시 5분까지다. 이에 따라 윤 대통령이 조사에 출석하지 않을 경우 공수처는 추가 조사 없이 이날 중 윤 대통령의 구속영장을 서울서부지법에 청구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윤 대통령 측은 이번 사건 관련 공수처의 관할법원은 서부지법이 아닌 서울중앙지법이며, 구속영장 역시 중앙지법에 청구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추가 진통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 진흙탕 싸움 개혁신당… “尹 닮은 이준석” vs “망상 허은아”

    진흙탕 싸움 개혁신당… “尹 닮은 이준석” vs “망상 허은아”

    김철근 전 사무총장 전격 경질로 시작된 개혁신당 내홍이 지도부 간 비난전으로까지 번지며 얼룩졌다. 허은아 대표는 13일 개혁신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사태는 모두가 알듯 김철근 전 사무총장 해임에서 비롯됐다”며 “당대표가 자신의 권한에 따라 당을 운영하겠다고 했는데, 이른바 대주주의 비위를 거슬렀다는 이유로 당 대표를 쫓아내려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벌어지고 있는 상황은 2022년 국민의힘 상황과 다를 게 없다”며 “당대표가 이준석이 아닌 허은아고, 대주주가 윤석열이 아닌 이준석”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준석 의원을 겨냥해 “상왕 정치에 대한 집착을 버려야 한다”며 “사무총장 임면권은 당 대표 고유 권한임을 인정하고, 사무총장의 당헌·당규 개정 시도가 잘못됐다는 걸 인정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반면 천하람 원내대표는 “개혁신당 갈등 사태의 핵심은 당직자의 비명”이라고 말했다. 이어 “애먼 이준석 의원을 상왕이라며 시선을 돌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천 원내대표는 “당을 허은아 의원실처럼 이끌어가려 했다는 것, 본인 위주로 당무가 돌아가야 하며, 당직자나 사무총장이 바로 잡으려 할 때도 ‘내가 당 대표인데’라며 본인의 생각을 밀어붙이려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이기인 최고위원도 “허 대표는 이 모든 사안이 자신을 향한 음해이고 모략이라고 착각한다. 망상도 이 정도면 병”이라고 비난했다. 상왕으로 지목된 이준석 의원은 이날 “그런 일(상왕 정치)을 한 적이 없다”며 “본인이 ‘그렇게 느꼈다’ 말고 구체적 사안이 있으면 이야기하라”고 반박했다.
  • 21년 만에 최악 ‘소비 절벽’… 꽁꽁 닫힌 지갑, 먹는 것도 줄였다

    21년 만에 최악 ‘소비 절벽’… 꽁꽁 닫힌 지갑, 먹는 것도 줄였다

    지난해 1~11월 대표적 소비 지표인 ‘소매판매액’이 21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가 반영되는 12월 통계가 더해지면 연간 기준 최대 낙폭을 기록할 가능성도 있다. 얼어붙은 내수 심리에 온기를 불어넣으려면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과 기준금리 인하 등이 필요하지만 물가·환율 상승이란 부작용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당국의 고민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12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소매판매액 지수는 2023년 같은 기간보다 2.1% 줄었다. 2003년 -3.1% 이후 21년 만의 최대 감소폭이다. 2003년은 무분별한 신용카드 발급과 대출로 연체율이 급증하고 신용불량자 400만명이 배출된 ‘카드대란’ 때다. 소비 절벽은 모든 상품군에서 2년 연속 나타났다. 내구재(자동차·가전제품 등) -2.8%, 준내구재(신발·가방 등) -3.7%, 비내구재(음식료품·의약품 등) -1.3%를 기록했다. 세 상품군이 2년째 일제히 마이너스를 기록한 건 1995년 이후 처음이다. 1998년 외환위기 때도 그해만 모두 마이너스를 기록했을 뿐 다음해 반등했다. 12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88.4로 전월 대비 12.3포인트 떨어졌다. 코로나19가 확산한 2020년 3월 18.3포인트 하락한 이후 4년 9개월 만의 최대치다. 외환위기와 카드대란, 코로나19 못지않은 소비 침체기란 뜻이다. 당국도 심폐소생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지난해 10월 기준금리를 3년 2개월 만에 3.50%에서 3.25%로, 11월에도 0.25% 포인트 추가 인하했다. 연말 특수가 겹치면 소비와 투자가 살아날 거란 기대였다. 하지만 12·3 비상계엄과 탄핵 사태가 찬물을 끼얹었다. 1470원대까지 치솟은 원달러 환율도 소비·투자 심리를 위축시켰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소비자가 지갑을 닫았고,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출범을 앞두고 기업도 투자를 미뤘다”고 진단했다. 내수 대책으론 추경 편성과 금리 인하가 우선 꼽힌다. 야당은 “민생 회복을 위한 20조원 규모 추경 편성을 신속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추경으로 돈이 돌게 하고 기준금리를 내려야 소비 심리가 회복되고 투자가 살아나 경기가 부양된다”고 말했다. 반면 정부는 “예산을 신속 집행하는 단계여서 아직 추경을 논할 때가 아니다”라고 선을 긋는다. 추경을 위한 국채 발행으로 금리가 오를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야권에서 추경을 요구했기 때문에 기획재정부가 부담스러워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은도 고민이 깊다. 오는 16일 한은 금통위의 기준금리 결정에 관심이 쏠리는 까닭이다.
  • 허은아 “이준석 상왕정치” 李 “울며 비례 달라 난리”

    허은아 “이준석 상왕정치” 李 “울며 비례 달라 난리”

    개혁신당의 이준석 의원과 허은아 대표 간 ‘당권 분쟁’이 진흙탕 폭로전으로 비화하는 모습이다. 대표 축출 시도, 비례대표 공천, 특별 당비 등을 놓고 양측 주장이 엇갈리며 진실 공방이 이어질 전망이다. 허 대표는 12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개혁신당 사태의 본질은 간단하다. 제가 이 의원의 상왕 정치에 순응하지 않고 사무총장 임면권을 행사하려 했기에 벌어지는 일”이라면서 “그 밖의 저에 대한 음해와 모략은 모두 거짓”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 의원은 직접 제게 ‘아무것도 하지 마라’는 말까지 했다. 자괴감이 들었지만 묵묵히 견뎠다”고 덧붙였다. 반면 이 의원은 “제가 먼저 허 대표에게 당무에 대해 연락하거나 요청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면서 “망상을 버리라”고 정면 반박했다. 전날 페이스북에는 “(22대 총선 과정에서) 비례대표 달라고 동탄까지 찾아와 울면서 난리 쳤다”, “방만한 재정 운영 이후에 국회의원들에게 5000만원씩 특별 당비 내라고 난리 쳤다”며 허 대표에 관해 폭로했다. 이 의원은 “당원 소환제는 사이트 구축이 완료되면 바로 서명 받는다”라며 허 대표 파면도 시사했다. 당원들을 모아 허 대표를 해임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당원들이 뜻을 모아 해임을 요구하더라도 허 대표 본인이 이를 날인해야 해 추후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 꽁꽁 닫힌 국민 지갑… ‘추경·금리’ 딜레마 빠진 정부

    꽁꽁 닫힌 국민 지갑… ‘추경·금리’ 딜레마 빠진 정부

    지난해 1~11월 대표적 소비 지표인 ‘소매판매액’이 2003년 이후 21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 변수가 반영되는 12월 통계가 더해지면 연간 기준 최대 감소폭을 기록할 가능성도 있다. 얼어붙은 내수 심리에 온기를 불어넣으려면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과 기준금리 인하 등이 필요하지만 물가·환율 상승이란 부작용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당국의 고민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12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소매판매액 지수는 2023년 같은 기간보다 2.1% 줄었다. 2003년 -3.1% 이후 21년 만의 최대 감소폭이다. 2003년은 무분별한 신용카드 발급과 대출로 연체율이 급증하고 신용불량자 400만명이 배출된 ‘카드대란’ 때다. 특히 이번 소비 절벽은 모든 상품군에서 2년 연속 나타났다. 내구재(자동차·가전제품 등) -2.8%, 준내구재(신발·가방 등) -3.7%, 비내구재(음식료품·의약품 등) -1.3%를 기록했다. 세 상품군이 2년째 일제히 마이너스를 기록한 건 1995년 이후 처음이다. 1998년 외환위기 때도 그해만 모두 마이너스를 기록했을 뿐 다음해 반등했다. 12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88.4로 전월 대비 12.3포인트 떨어졌다. 코로나19가 확산한 2020년 3월 18.3포인트 하락한 이후 4년 9개월 만의 최대 낙폭이다. 외환위기와 카드대란, 코로나19 못지않은 소비 침체기란 뜻이다. 당국도 내수 심폐소생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지난해 10월 기준금리를 3년 2개월 만에 3.50%에서 3.25%로 내렸다. 11월에도 0.25% 포인트 추가 인하했다. 연말 특수가 겹치면 소비와 투자가 살아날 거란 기대였다. 하지만 느닷없던 12·3 비상계엄과 탄핵 사태가 찬물을 끼얹었다. 1470원대까지 치솟은 원달러 환율도 소비·투자 심리를 위축시켰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치적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소비자가 지갑을 닫았고,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기업도 투자를 미뤄 내수가 악화했다”고 진단했다. 내수 대책으론 추경 편성과 금리 인하가 우선 꼽힌다. 야당은 “민생 회복을 위한 20조원 규모 추경 편성을 신속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추경으로 돈이 돌게 하고 기준금리를 내려야 소비 심리가 회복되고 투자가 살아나 경기가 부양된다”고 말했다. 반면 정부는 “예산을 신속하게 집행하는 단계여서 아직 추경을 논할 때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앞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는 “올해 상반기에 총 358조원 규모의 중앙·지방정부 재정을 투입해 경기를 부양하겠다”고 밝혔다. 한은도 고환율 속 금리 조정에 고민이 깊다. 금리가 낮아지면 외국인 투자자들이 더 많은 이자를 받을 수 있는 곳으로 달러를 들고 이탈해 환율이 오를 가능성이 크다. 오는 16일 한은 금통위의 새해 첫 기준금리 결정에 안팎의 관심이 쏠리는 까닭이다.
  • [씨줄날줄] 임시공휴일과 ‘내수 살리기’

    [씨줄날줄] 임시공휴일과 ‘내수 살리기’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이 유행하던 2015년. 한일월드컵이 열린 2002년 이후 13년 만에 임시공휴일이 지정됐다. 토요일인 광복절 하루 전인 8월 14일이 임시공휴일이 돼 3일 연휴가 됐다. ‘광복 70주년’ 명분도 더해졌다. 정부는 연휴 직후 유통업체 매출액, 고속도로 통행량 등을 거론하며 내수에 기여했다고 자찬했다. 다음해에도 어린이날과 토요일 사이인 5월 6일이 임시공휴일이 됐다. 가장 최근의 임시공휴일은 지난해 국군의날이다. 개천절이 목요일이라 ‘퐁당퐁당 휴일’이 되면서 국내 관광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됐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임시공휴일 지정 발표 이후인 지난해 9월 13일부터 19일까지 16~69세 국민 1000명에게 물었더니 새로 여행을 계획했다는 응답이 80.7%였다. 여행 목적지로 국내를 답한 비율은 86.5%였다. 경제지표는 다른 이야기를 한다. 지난해 10월 해외여행 출국자는 238만명으로 10월 기준 역대 최다였다. 소매 판매는 전월보다 0.8% 줄었다. 특히 숙박 및 음식점업이 1.9% 줄었다. 재작년 10월에도 임시공휴일이 있었다. 추석 연휴(9월 28일~10월 1일)와 개천절 사이에 임시공휴일이 끼면서 6일 연휴가 됐다. 그해 10월의 국내 소매 판매도 전월보다 0.8% 줄었다. 숙박 및 음식점업은 2.3% 줄었다. 임시공휴일이 달갑지 않은 사람들도 있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일용직 노동자, 사무실 밀집 지역의 자영업자, 근무일 감소로 생산물량은 줄어도 월급은 그대로 줘야 하는 중소기업 경영주 등이다.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는 5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는 유급 휴일이 보장되지 않는다. 정부가 설 연휴 직전인 27일 월요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했다. 6일간의 설 연휴가 됐다. 과연 내수 진작의 실효를 거둘지 의문이다. 숙박 쿠폰, 입장료 감면 등 국내에 머물며 소비할 수 있는 유인책을 서둘러 마련해야겠다. 휴일이 남의 일인 취약계층에 대한 적극적 배려는 더욱 필요하다.
  • 제주항공 참사 관련 허위사실 더 이상 용납 못해

    제주항공 참사 관련 허위사실 더 이상 용납 못해

    제주항공 참사와 관련한 사이버상 범죄행위에 대해 경종이 울리고 있다. 광주·전남 청년 당원을 중심으로 ‘사이버 정의감시단’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정의당은 지난 6일 ‘제주항공 참사 관련 허위사실 유포 고발 기자회견’을 열고, 가짜뉴스와 유족분들에 대한 명예훼손·유언비어 등에 적극 대처해나간다는 방침이다. 정의당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지난 참사들과 같은 실패를 반복하게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다”며 “이 끔찍한 참사를 함께 목격하고도, 악의적인 가짜뉴스를 배포하고 조직적으로 유가족을 음해하는 자들이 있다는 사실에 분노를 참기 어렵다”고 이같이 강조했다. 이어 “유족들을 향한 사이버 공간의 명예훼손과 모욕 행위는 우리 사회가 묵인하거나 용납해서는 안 되는 반인륜적 범죄다”며 “이들을 제대로 처벌하지 못하면 혐오와 증오를 조장하는 가짜뉴스와 음해는 끊임없이 확산되고 확대되는 만큼 경찰이 참사 대응과 해결에 있어 하나의 모범적인 전기를 세워주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대책위는 “지난 3일부터 사흘간 시민들의 제보를 받은 결과 무려 90여건에 달하는 가짜뉴스, 음모론, 유가족 음해 사례들을 수집했다”며 “게시자가 특정되거나 그 내용이 특히 악질적인 5명을 먼저 고발한다”고 밝혔다. 대책위는 “가짜뉴스 제보센터를 꾸준히 가동한다”며 “온라인에서 무분별하게 확산되는 가짜뉴스와 음모론, 유가족 음해를 발견한 시민들께 적극적인 제보를 당부드린다”고 밝혔다. 박명기 대책위 공동위원장은 “가짜 뉴스 대응과 관련해 지역에서 활동하는 시민사회단체가 아직은 없지만 우리와 같은 뜻을 가질 경우 서로 연대해 적극 대처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경찰은 희생자와 유가족의 명예를 훼손하는 악성 게시글에 대해 엄정 수사 방침을 재차 강조하고 있다. 전남경찰청은 현재 악성 게시글 총 144건을 수사 중이다. 이중 검거 1건, 압수영장 집행 5건, 영장 신청 51건 등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희생자·유가족을 조롱하거나 음해하는 게시글 262건을 삭제·차단 조치했다. 전국 시도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희생자·유가족을 비방하는 악성 게시물뿐 아니라 사실이 아닌 각종 허위 정보를 생성하고 확산시키는 유튜브 채널에 대한 수사도 확대하고 있다. ‘제주 참사는 우리의 소행’이라며 폭탄 테러 예고 내용이 담긴 협박 이메일 사건과 관련해서도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이다. 이 협박 메일은 일본 IP를 사용한 주소로 우리나라 법무부에 보내졌다.
  • 카터, DJ에게 “만나 뵐 수 있어 기쁘다”

    카터, DJ에게 “만나 뵐 수 있어 기쁘다”

    “우리는 항상 당신을 존경해 왔다. 특히 당신의 인권 정책을 존경해 왔다.”(김대중 전 대통령) “한국에서 민주주의를 향한 진보가 현재 정치 지도자뿐 아니라 야당의 노력으로 증진됐다고 믿는다.”(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 1983년 3월 30일 김 전 대통령과 카터 전 대통령은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에모리대에서 처음 대면해 이런 대화를 나눴다. 카터 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건강한 모습으로 만나 뵐 수 있어 기쁘다”는 인사를 김 전 대통령에게 건넸다. 당시 김 전 대통령은 정치적 탄압을 피해 미국 망명 생활을 하던 중이었다. 연세대 김대중도서관이 7일 공개한 자료는 김 전 대통령이 1982년 12월 미국으로 망명한 후 다음해 2월 26일까지 카터 전 대통령과 주고받은 친필 서신, 두 사람의 만남 당시 음성 자료 등이다. 이날 공개된 자료는 미국 망명 중이던 1983년 당시 김 전 대통령과 카터 전 대통령 간의 관계를 보여 준다. 카터 전 대통령은 1980년대 전두환 신군부 아래 사형선고를 받은 김 전 대통령을 위해 구명 운동에 나서는 등 한국 내 인권 문제에 관심을 보였고 퇴임 후에도 한국과의 각별한 인연을 이어 갔다. 1977년 미국 대통령으로 취임한 이후 한국의 유신 정권과 긴장 관계를 유지하면서 김 전 대통령에게는 만남의 손길을 내밀었다. 두 사람이 주고받은 서신과 대화에도 서로에게 보인 존경과 우애가 고스란히 담겼다. 약속이 불발되자 카터 전 대통령은 “이번 주에 만나 뵙지 못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그러나 가능한 한 이른 시일 내에 다시 일정을 조율해 만나 뵙기를 기대하고 있다”는 내용의 서신을 보내기도 했다. 도서관 측은 “이번에 공개된 사료는 두 지도자가 보여 준 국제적 연대, 민주주의, 인권, 평화를 위한 헌신의 상징성을 잘 드러낸다”며 “두 지도자의 관계는 한국 현대사뿐 아니라 세계사적으로도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고 설명했다. 카터 전 대통령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100세의 나이로 영면했다.
  • 42년전 DJ-지미 카터 서신 공개…“한국 민주주의 野 노력으로 증진”

    42년전 DJ-지미 카터 서신 공개…“한국 민주주의 野 노력으로 증진”

    1983년 주고 받은 서신 42년만에 공개“건강한 모습으로 만나 뵐 수 있어 기쁘다” “우리는 항상 당신을 존경해 왔다. 특히 당신의 인권 정책을 존경해 왔다.”(김대중 전 대통령) “한국에서 민주주의를 향한 진보가 현재 정치 지도자뿐 아니라 야당의 노력으로 증진됐다고 믿는다.”(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 1983년 3월 30일 김 전 대통령과 카터 전 대통령은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에모리대에서 처음 대면해 이런 대화를 나눴다. 카터 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건강한 모습으로 만나 뵐 수 있어 기쁘다”는 인사를 김 전 대통령에게 건넸다. 당시 김 전 대통령은 정치적 탄압을 피해 미국 망명 생활을 하던 중이었다. 연세대 김대중도서관이 7일 공개한 자료는 김 전 대통령이 1982년 12월 미국으로 망명한 후 다음해 2월 26일까지 카터 전 대통령과 주고받은 친필 서신, 두 사람의 만남 당시 음성 자료 등이다. 이날 공개된 자료는 미국 망명 중이던 1983년 당시 김 전 대통령과 카터 전 대통령 간의 관계를 보여 준다. 카터 전 대통령은 1980년대 전두환 신군부 아래 사형선고를 받은 김 전 대통령을 위해 구명 운동에 나서는 등 한국 내 인권 문제에 관심을 보였고 퇴임 후에도 한국과의 각별한 인연을 이어 갔다. 1977년 미국 대통령으로 취임한 이후 한국의 유신 정권과 긴장 관계를 유지하면서 김 전 대통령에게는 만남의 손길을 내밀었다. 두 사람이 주고받은 서신과 대화에도 서로에게 보인 존경과 우애가 고스란히 담겼다. 약속이 불발되자 카터 전 대통령은 “이번 주에 만나 뵙지 못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그러나 가능한 한 이른 시일 내에 다시 일정을 조율해 만나 뵙기를 기대하고 있다”는 내용의 서신을 보내기도 했다. 도서관 측은 “이번에 공개된 사료는 두 지도자가 보여 준 국제적 연대, 민주주의, 인권, 평화를 위한 헌신의 상징성을 잘 드러낸다”며 “두 지도자의 관계는 한국 현대사뿐 아니라 세계사적으로도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고 설명했다. 카터 전 대통령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100세의 나이로 영면했다.
  • 트럼프 ‘감세·불법 입국 차단’, 하나의 법안으로 원샷 추진

    트럼프 ‘감세·불법 입국 차단’, 하나의 법안으로 원샷 추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공화당이 당선인 핵심 공약인 세금 감면과 불법 입국 차단을 하나의 ‘메가 법안’으로 처리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정권 출범 초기 ‘원샷’으로 법안을 통과시켜 당내 가능한 반발들을 잠재우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5일(현지시간) 공화당 소속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이 전날 당 소속 의원들과의 전략회의에서 트럼프 당선인이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을 원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존슨 의장은 이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메가 법안’에 ▲불법 이민자 대규모 추방에 필요한 예산 ▲올해 만료되는 트럼프 감세 연장 문제 ▲부채 한도 인상 혹은 폐지 ▲연방정부 규제 축소 ▲딥스테이트(연방정부 내 기득권 집단) 해체 등이 포함될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법안이 오는 4월 말, 늦어도 5월까지는 의회에서 처리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당초 공화당 지도부는 당선인 공약 중 불법 입국 차단 문제를 먼저 다룬 뒤 세금 감면 연장을 별도 법안으로 나중에 처리하려고 했다. 하지만 재정 문제가 들어간 감세안의 경우 별도 법안으로 다루면 내부 분열로 통과가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며 임기 초반 한데 묶어 처리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렸다. 한편 당선인의 대선 승리를 인증하는 6일 상하원 합동회의에 즈음해 워싱턴DC의 긴장 수위도 높아졌다. 당선인이 취임 첫날 1·6 의사당 폭동 주동자들에 대한 대규모 사면을 예고하며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미 동부 지역까지 몰아친 대규모 눈폭풍과 한파에다 4년 전 당선인 선동 아래 대선 패배에 불복한 폭도들의 의회 난입 사태가 중첩되며 도시 전체 경비가 강화됐다. 미국 비밀경호국(USSS)은 이날 인증 행사를 ‘국가 특별 보안행사’로 지정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전했다. 그가 취임 첫날 폭도들에 대한 대규모 사면을 예고하며 우려도 불거지고 있다. 지난달 현재 약 1572명이 국회의사당 폭동 혐의로 기소됐고, 실형 선고를 받은 645명을 포함해 약 1000여명이 유죄판결을 받았다. 전직 연방 검사인 리즈완 쿠레시는 “미국인들이 정치적 손실을 처리하는 방식에 나쁜 선례를 만들 것”이라고 블룸버그를 통해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이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총 6억 2500만 에이커(약 253만㎢)에 달하는 대서양과 태평양에 접한 미국 해안 상당수 지역에서 신규 석유와 가스 시추를 영구 금지하는 명령을 내렸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드릴링(굴착 시추) 자유화’ 공약에 반대하는 조치로 향후 파장이 예상된다.
  • 민주노총 조합원의 경찰 폭행에… 최상목 “공무수행 공무원 다쳐선 안 돼”

    민주노총 조합원의 경찰 폭행에… 최상목 “공무수행 공무원 다쳐선 안 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5일 “법 집행 과정에서 시민과 공무원이 다치는 일이 없도록 각별히 신경 써달라”고 말했다. 최 대행은 이날 “어려운 상황에서 공무수행 중인 공무원이 다치는 일은 절대로 일어나선 안 된다”며 이렇게 당부했다. 최 대행은 어떤 상황에 대한 언급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진 않았지만, 지난 4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에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조합원이 경찰을 폭행한 상황을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민주노총 조합원에게 폭행당한 경찰관이 혼수상태에 빠졌다’는 글이 인터넷에 공유되자 민주노총 측은 “명백한 가짜뉴스이며 민주노총에 대한 악의적 음해”라면서 “허위 사실을 유포한 경찰과 가짜뉴스를 배포하며 선동하는 이들에 대해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민주노총 집회 참가자와 경찰 간 충돌 상황에 대해 “해당 경찰관은 이마 윗부분에 3㎝가량 자상을 얻었으나 의식 불명은 아니었다”면서 “병원에서 처치를 받은 후 정상 퇴근했고 신변에 이상이 없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 “무전기 맞은 경찰 혼수상태” 글에 민주노총 “가짜뉴스”…경찰에 들어보니

    “무전기 맞은 경찰 혼수상태” 글에 민주노총 “가짜뉴스”…경찰에 들어보니

    서울 용산구 대통령 관저 인근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 지지 집회에서 경찰관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조합원에게 맞아 의식 불명 상태에 빠졌다는 글이 확산한 가운데, 사실과 다른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4일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경찰청 소속으로 추정되는 사용자가 “민주노총 집회 참가한 사람이 인파를 막고 있는 우리 직원(경찰관) 무전기를 뺏어 그대로 머리를 찍었고, 지금 (해당 직원이) 혼수상태”라며 “뇌출혈이 심해서 뇌사 판정을 받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한다”는 글을 올렸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은 5일 전호일 대변인 명의 입장문에서 “명백한 가짜뉴스이며 민주노총에 대한 악의적 음해”라며 “허위 사실을 유포한 경찰과 가짜뉴스를 배포하며 선동하는 이들에 대해 법적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 대변인은 경찰청에 “블라인드에 글을 작성해 허위 사실을 유포하고 민주노총을 음해한 경찰이 누구인지 밝히고 엄중 문책하라”고 촉구했다. 이와 관련해 경찰 관계자는 “4일 민주노총 집회에서 경찰과 대치하던 집회 참가자 한 명이 경찰의 가슴팍에 있던 무전기를 뺏어 던졌고, 해당 직원은 이마 윗부분에 3㎝가량의 자상을 얻었으나 의식 불명은 아니었다”고 연합뉴스에 밝혔다. 경찰 관계자에 따르면 해당 경찰관은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져 봉합 등 처치를 받았으며, 당일 응급실에서 여러 검사를 해본 결과 중상은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 다친 경찰관은 현재 집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민주노총은 이날 오전 마포경찰서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날 관저를 향해 행진하던 중 경찰관 폭행 혐의(공무집행방해)로 현행범 체포된 조합원 2명의 석방을 촉구했다. 이들은 전날 체포 후 은평경찰서로 연행됐고, 이후 마포경찰서 유치장에 수용됐다. 윤 대통령의 체포를 촉구하는 시민단체 집회는 현재까지 2박 3일째 이어지고 있다.
  • 방송 중 엉덩이 노출 ‘XX 여성’에 열광한 여초… 트랜스젠더 혐오 폭발 어쩌다 [넷만세]

    방송 중 엉덩이 노출 ‘XX 여성’에 열광한 여초… 트랜스젠더 혐오 폭발 어쩌다 [넷만세]

    한 트랜스젠더 여성(MTF·성염색체는 XY이나 스스로를 여성으로 정체화하는 경우)이 시스젠더 여성(XX 성염색체와 젠더 정체성이 일치하는 경우)을 향해 “애벌레는 나비로 변한다. 우리는 스스로를 바꿀 수 있다. 넌 거미로 남을 것”이라고 쏘아붙인다. 그러자 시스젠더 여성은 말로 대꾸하는 대신 치마를 들어올려 엉덩이를 노출해 ‘타고난 여성 신체’를 과시하는 방식으로 트랜스젠더 여성에 반격한다. 주변에 있던 출연진들은 이에 환호한다. 이탈리아 TV쇼 한 장면을 활용한 이같은 밈(meme·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최근 일부 국내 여초 커뮤니티에서 환영받고 있다. 평소라면 방송 중 노출이 심한 의상을 입고 노골적으로 몸매를 드러낸 행위가 ‘여성 성상품화’라는 비난을 받았을 수 있지만, 트랜스젠더를 조롱하는 수단으로 쓰이는 맥락에서는 대다수 여초 커뮤니티 이용자들의 지지를 얻고 있는 것이다. 여러 여초 커뮤니티에 때아닌 트랜스젠더 혐오가 횡행하고 있다. 지난해 동덕여대 사태와 12·3 비상계엄 사태, 그리고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의 남태령 시위로 이어지는 이슈들과 관련해 여초 커뮤니티 인기글에서 정치적인 게시물 비중이 부쩍 높아진 가운데 얼마 전부터 트랜스젠더 혐오 글들이 여초 커뮤니티의 현재를 대표하는 목소리 중 하나로 자리매김하는 분위기다. 2024 파리올림픽 ‘XY 염색체’ 여성 복싱 선수의 성별 논란 또는 트랜스젠더 여성 선수들의 여성 경기 출전 뉴스들이 전해질 때마다 여초 커뮤니티 이용자들이 트랜스젠더에 반감을 보이긴 했지만, 최근처럼 집중적이고 폭발적으로 혐오 목소리가 분출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이같은 흐름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 등에서 눈에 띄는 참여율로 주목받은 2030 여성이 정치적 영향력에 고무된 상황과 연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인 대형 여초 커뮤니티 ‘더쿠’에 지난 4일 올라온 ‘저희는 (집회) 자유발언에 퀴어, 트랜스젠더가 끼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제목의 글은 이를 방증한다. 해당 글 작성자는 “탄핵에 대한 의지로 집회에 나간 2030 여성들이 대다수”라며 “탄핵 의지와 정치적 관심을 표하는 2030 여성의 응원봉 상징을 다 퀴어 세력으로 치환하려는 의도가 보여서 불쾌하다”고 말했다. 최근 탄핵 촉구 집회와 남태령 시위 등에서는 성소수자와 트랜스젠더를 상징하는 깃발 등이 자주 포착되면서 주목받은 바 있다. 그러나 여초 커뮤니티에서 목소리를 내는 대다수 이용자들은 일련의 국면에서 이들과의 연대보다는 선 긋기를 주장한다. 한 더쿠 이용자는 “트랜스젠더 지지자들이 (시위 현장에서) 더불어민주당 의원한테 뜬금없이 차별금지법 지지를 압박하면서 차별금지법에 반대하면 혐오자라고 했다. 또 시위는 트랜스젠더 지지자가 주도한다고 날조했다”는 주장을 펴면서 여초 커뮤니티에서 트랜스젠더에 대한 여론이 안 좋아진 이유라고 설명했다. 탄핵 시위 등에서 눈에 띄는 참여율로 2030 여성이 주목받으면서 이들이 정치적 영향력을 실감한 계기가 된 가운데 탄핵 촉구에 집중돼야 할 시위에 일부 트랜스젠더 지지자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것은 ‘숟가락 얹기’라고 보는 시각이 여초 커뮤니티에서 팽배하다. 트랜스젠더에 대한 반감은 밑도 끝도 없는 조롱과 혐오로 이어지고 있다. 남성 성기를 제거하고 여성 성기 모양을 만드는 성전환수술을 비하하는 내용의 게시물들이 연일 쏟아지고 있고, 여기에는 “항문을 재활용해서 질이라고 우기는 것들” 등 트랜스젠더에 대한 성희롱성 댓글들이 이어진다. 트랜스젠더 혐오를 경계하는 목소리 역시 곧장 조롱의 대상이 되고 있다. 장혜영 전 정의당 의원은 지난 2일 엑스(옛 트위터)에 “‘페미니스트는 사람 취급 안 해도 된다’는 말과 ‘트랜스젠더는 사람 취급 안 해도 된다’는 말은 모든 사람의 평등한 존엄을 부정한다는 점에서 서로 같다”는 글을 올려 트랜스젠더를 비난·조롱하는 일부 페미니스트를 비판했다. 장 전 의원은 “무지와 공포를 넘어 어렵더라도 함께 나아가자”며 “모든 페미니스트와 트랜스젠더가 사람 대접받는 민주공화국으로”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장 전 의원의 글은 스스로 페미니스트라고 정체화하는 많은 여성들로부터 공격받았다. 이들은 “‘남성 성기 덜렁이며 여자 화장실 들어오는 것’을 반대하는 걸 ‘트랜스젠더 사람 취급 안 해도 된다’로 매도한다. 아무리 혐오자로 몰며 입막음해도 여성의 공포는 실재한다” 등 댓글을 남기면서 XX 여성들의 권리 보장이 가장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이뿐만 아니라 “트랜스젠더는 남자랑 성관계 하고 싶어서 몸에 구멍 하나 더 뚫은 사람들”, “트랜스젠더가 왜 여자냐. 한남(한국 남성 비하 표현) 그 자체에 이상성욕자일 뿐”이라는 등 원색적인 조롱·비하 댓글들도 이어졌다. 인구의 절반을 차지하지만 남성과 비교해 ‘약자’이자 ‘사회적 소수자’로 불리는 여성 다수의 여론이 특히 여초 커뮤니티 등을 중심으로 소수자 중의 소수자인 트랜스젠더 혐오에 열을 올리면서 이에 대한 한탄도 나온다. 남녀공학 전환 반대 동덕여대 재학생들을 지지하고 윤 대통령 체포 촉구 집회 등에 참석하는 한 엑스 이용자는 “여초 커뮤에서 공유하는 트랜스젠더 괴담을 보고 있으면 마치 남초 커뮤에서의 꽃뱀 괴담, 성폭력 무고 괴담을 보고 있는 것 같다”며 “커뮤에선 왜곡되고 편집된 가짜뉴스를 신봉하며 비판에 일체 귀를 막은 채 상대를 악마화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윤석열 일당은 어떻게든 계속 싸우다보면 끌어내릴 수 있을 거라 믿는다. 그런데 사람들의 생각 속에 자리 잡아 분열시키는 혐오 선동과는 대체 어떻게 싸워야 할지”라고 토로했다. [넷만세] 네티즌이 만드는 세상 ‘넷만세’. 각종 이슈와 관련한 네티즌들의 생생하고 다양한 목소리를 담습니다.
  • 정의당 청년들, ‘사이버 정의감시단’ 활동 나서

    정의당 청년들, ‘사이버 정의감시단’ 활동 나서

    정의당 전남도당·광주시당 소속 청년들이 제주항공 참사와 관련한 ‘사이버 정의감시단’ 활동에 나선다. 정의당 전남도당·광주시당 청년위원회는 청년 당원을 중심으로 광주·전남 당원들이 제주항공 참사와 연관된 ‘사이버 정의감시단’을 발족하고 본격 활동에 들어간다고 3일 밝혔다. ‘사이버 정의감시단’은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에 대한 가짜뉴스, 허위사실 보도, 유가족 음해, 음모론 등에 대한 자체 모니터링을 실시한다. 또 이 같은 내용으로 인해 사건의 원활한 해결과 희생자들에 대한 애도, 유가족에 대한 위로를 방해하는 일체의 행위에 대한 시민들의 제보도 함께 받는다. 조사된 내용은 무안공항에 있는 법률지원단에 전달하고, 범죄 수준에 이른 사례는 고발 등 법적 조치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정의당 사이버 정의감시단은 “국민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란다”며 “가짜뉴스로 인해 더 이상 제주항공 유가족들이 상처받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경찰은 제주항공 참사 희생자와 유가족에 대한 온라인 악성 게시글에 대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전남경찰청은 전날 오후 8시까지 게시물 6건에 대해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 이 중 3건을 발부받아 강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전국적으로 입건 전 조사(내사) 중인 명예훼손, 모욕 등 관련 게시글은 64건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 ‘유가족 혐오’ 차단 앞장선 與 “엄정 처벌 촉구”

    ‘유가족 혐오’ 차단 앞장선 與 “엄정 처벌 촉구”

    국민의힘이 2일 무안 제주항공 참사 유가족이 근거 없는 가짜뉴스로 고통을 겪고 있다며 허위사실 유포자들에 대해 수사당국의 신속한 수사와 엄정한 처벌을 촉구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어제(1일) 직접 유가족을 만나보니 유가족을 음해, 비방하는 가짜뉴스가 퍼지고 있다고 한다”면서 “가족을 잃은 슬픔에 또 다시 대못을 박는 범죄행위”라고 말했다. 여당은 생활·의료·심리상담 치료 지원, 근로자 치유 휴직을 포함한 유가족 지원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며 정부와 협력해 조속한 지원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권 원내대표는 “필요하다면 국회 차원에서 특별법과 국정조사도 검토하겠다”고 언급했다. 국민의힘은 참사 유가족 지원을 위해 당 차원에서 성금을 모금하기로 했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슬픔을 나누면 반이 된다는 말이 있다. 국민의힘이 유가족분들의 아픔을 함께 나누고자 한다”며 “이를 위해서 당 차원에서 성금 모금을 추진하겠다. 국민의힘 구성원 모두가 사고 희생자와 유가족분들께 힘이 되어 드리겠다”고 강조했다. 여당은 국가 애도 기간 동안 당 소속 국회의원 전원이 참사 현장인 전남 무안국제공항을 찾아 희생자를 추모하고 유가족 위로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비상대책위원장 취임 첫 외부 활동으로 무안 참사 현장을 방문한 권 위원장은 이날도 비대위를 이끌고 무안국제공항을 찾아 유가족을 위로할 계획이다. 당 지도부는 희생자 분향소 참배를 마친 뒤 종합상황실에서 현재까지의 상황을 보고받고 대책회의를 진행하기로 했다.
  • [무안공항 참사] 전남경찰청, 희생자 모욕글 3건 수사 착수

    [무안공항 참사] 전남경찰청, 희생자 모욕글 3건 수사 착수

    전남경찰청이 제주항공 참사 희생자와 유족을 모욕하는 악성 온라인 게시물 3건에 대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 1일 전남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에 따르면 경찰은 커뮤니티 등에 게시된 제주항공 참사 희생자와 가족을 모욕하는 악성 게시물 3건을 확인했다. 경찰은 해당 악성 게시물 작성자에 대한 수사에 착수, 추적을 벌이고 있다. 경찰은 작성자의 신원을 확인하는 즉시 모욕 혐의로 입건, 정확한 경위를 조사한다. 모니터링을 통해 커뮤니티 등 온라인상 악성 댓글과 음해성 글 107건에 대해서는 삭제, 차단 조치했다.
  • [무안공항 참사] 전남경찰, 유족 ‘악플’ 게시자 추적

    전남경찰이 제주항공 참사 희생자 가족들을 모욕하는 온라인 게시물 대한 추적에 나섰다. 1일 전남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에 따르면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제주항공 참사 희생자 가족들에 대한 모욕성 게시글을 확인했다. 작성자는 참사 희생자 가족들이 받을 보상금과 관련해 모욕, 음해성 글을 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커뮤니티 운영진의 협조를 받아 누리꾼의 신원을 특정, 혐의를 입증해 처분할 방침이다. 경찰은 피해자의 신고 없이 범죄 사실을 자체적으로 인지해 이 사건 수사에 착수했다. 참사 유가족을 조롱하는 악플러 등에 대해 이후에도 적극적으로 처벌한다는 방침이다. 전남경찰청 관계자는 “앞으로도 제주항공 참사 희생자나 유족을 조롱, 비하하는 온라인 게시글에 대해 관용 없이 적극 사법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 폴리 사운드/홍성구[서울신문 2025 신춘문예 - 소설]

    폴리 사운드/홍성구[서울신문 2025 신춘문예 - 소설]

    텔레비전과 비디오가 결합된 제품이었다. 이름은 비디오 비전. 검고 매끈한 TV 수상기 밑에 VHS 투입구가 달린 모델이었다. VHS 투입구에 손을 넣었다 빼면 미지의 세계로 안내하는 관문처럼 마구 펄럭였다. 나는 그게 마치 누구의 손짓 같아서 그 문이 금세 닫힐 것 같은 조바심에 손을 넣었다 뺐다 넣었다 뺐다, 반복했다. 하지만 매번 편지 한 통 없는 우편함처럼 미지의 그곳은 텅 빈 공백으로 열렸다 닫힐 뿐이었다. 비디오테이프를 밀어 넣으면 어딘가 멋진 곳으로 안내받을 수 있을 텐데. 그러나 집에는 어린이용 비디오테이프는커녕 호환 마마보다 무섭다는 불량·불법 비디오테이프 하나 없었다. 그래도 나는 끈질기게 그 일을 멈추지 않았다. 집에서는 딱히 할 일이 없었으니까. 그날은 평소에 뽑혀 있던 케이블이 비디오 비전의 본체와 콘센트 사이에 연결돼 있었다. 미지의 세계 관람권인 비디오테이프는 없었지만, 입장권을 들고서 문 앞에서 돌아설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TV 전원을 켰다. 리모컨을 든 나는 놀이공원 앞에 서 있던 게 분명하다. 그러나 환해진 직사각 화면에는 기대와 다르게 회색의 담벼락이 펼쳐졌다. 황량한 공장의 경계를 드러내는 콘크리트 담. 공장 담벼락 같아서였을까. 소음이 들렸다. 치이이-익. 치이이—익. 11번으로 9번으로 7번으로 채널을 바꿔도 소용없었다. 방송이 송출되지 않는 낮 시간대였다. 실망을 금치 못한 나는 리모컨 버튼을 이것저것 만지작거리면서도 전원 버튼 근처는 누르지 않았다. 은밀한 일탈의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회색 소음이 진동하였다. 나는 속수무책으로 멍해져 있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들어 버렸다. 회색 소음과는 다른 소음을. 삐-------이. 삐—————————익. 회색 소음보다 높고 날카로운 소음이었다. 귀에 거슬려 TV를 끄려다 소음의 정체에 의문이 생겼다. 회색 소음은 회색 화면에 어울리는, 공중에 스크래치가 그어지는 소리였다. 그러나 높고 날카로운 소음은 회색 스크래치와 이질적이었다. 저 소음을 방송국에서 보낸 것일까. TV 스피커에 귀를 갖다 대고 나서야 알아차릴 수 있었다. TV 스피커에서 높고 날카로운 소음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모기가 귓가를 스치는 정도로 시작되는 데시벨은 금세 한여름 매미 떼의 데시벨로 거세지고는 했다. 나는 당연히 아버지와 누나도 소음에 시달릴 거라고 생각했지만, 두 사람은 TV를 볼 때 별다른 말이나 반응이 없었다. 소음을 듣지 못하는 건 수리기사도 마찬가지였다. 평범하게 생긴, 그리 크지 않은 귀를 스피커에 갖다 댄 수리기사는 고개를 몇 번 갸웃했다. 수리기사의 고갯짓에 아버지는 그것 보라는 눈빛을 나에게 던졌다. 나는 초조해져서 열 손가락을 움직이다가 매미 떼가 맹렬히 힘줄을 튕길 때 지금이라고 외쳤다. 수리기사는 평범한 귀를 다시 스피커에 밀착했고 아버지도 그쪽으로 몸을 기울였다. 그러나 그들은 끝내 소음을 듣지 못했다. 아버지는 나를 예민한 아이로 치부하며 미안하다고 말했고, 수리기사는 공구함 한 번 열지 않았다며 출장비를 사양했다. 거실에 혼자 남은 나는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매미의 합주를 들었다. 이렇듯 분명히 울리는 소리를 나만 듣는다는 게 답답하거나 억울하기보다는 어쩐지 서글펐다. 그때였을 것이다. 나는 인생에서 처음으로 명백히 혼자라고 느꼈다. 사운드 디자이너라고 하면 고민 없이 부풀어 오른 질문들이 날아든다. 음악하세요, 아니 디자이너니까 미술 쪽인가. 사운드를 디자인화하나요, 디자인을 사운드화하나요. 청각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공감각의 예술인가. 나는 내가 하는 일이 고요한 공중에서 날개를 퍼덕이는 잠자리를 몰래 잡아채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포획의 목적은 잠자리가 아니다. 잠자리의 소리다. 그물망에 든 잠자리를 조심히 빼서 사각의 채집통에 넣어 두고 귀를 연다. 잠자리의 날개끼리 충돌해서 나는 타닥타닥 소리. 그 소리는 점점 허물을 벗어 잠자리에서 탈피한다. 사운드 디자이너는 잠자리의 소리를 다른 무언가의 소리와 연결하는 사람이다. 대개 이런 식으로 설명하면 사람들은 다시 묻는다. 그러니까 대체 뭘 어떻게 한다는 거예요. 사실 뭘 어떻게 인위적으로 한다기보다는 사물에 있는 것을 튀어나오도록 하면 된다. 숨어 있는 물성이 드러나도록 상황을 마련하는 게 나의 일이다. 적막한 설산을 걸을 때는 굵은 소금이 뿌려진 바닥을 밟으며 밀가루 포대를 손으로 주무른다. 수풀이 바람에 휘날릴 때는 릴테이프 더미를 양손 사이에 놓고 비빈다. 중세 시대의 굳게 닫혀 있던 성문이 열릴 때는 콘크리트 벽돌들을 포개어 놓고 두 벽돌을 맷돌 돌리듯이 간다.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게 아니다. 있는 것을 끄집어내면 된다. 채집하고 발견하는 셈이다. 순서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채집하려면 발견이 우선 되어야 한다. 하지만 이 일은 채집이 먼저이다. 채집한 후에야 발견할 수 있다. 조선시대 사극에 매달려 있던 때였다. 그 작업은 현대에서는 접하기 힘든 소리의 연속이었다. 그중 가장 힘든 것은 활시위가 당겨지는 소리였다. 적을 물리치겠다는 일념하에서 적장을 향해 팽팽해진 활시위의 탄력과 긴장을 어떻게 해야 소리로 튀어나오게 할 수 있을지 고민이 깊어졌다. 활시위와 연결할 수 있는 사물이 떠오르지 않아 활 자체로 가능할지 시도해 봤다. 하지만 실제로 눈을 밟는 것보다 소금을 밟는 소리가 사람들 머릿속의 눈 발자국 소리에 더 가깝다는 사실은 아이러니다. 수풀보다 릴테이프가 더 실감 나는 것이다. 활을 아무리 팽팽히 당겨도 소용없었다. 내가 당긴 활시위에서는 음률이 없는, 맥 빠진 거문고 줄 소리가 났다. 가죽가방과 고무장갑 따위를 비틀고 늘려도 소득은 없었다. 뭘, 그렇게 발길질당한 강아지마냥 낑낑대요? 고무장갑의 탄성 한계 때문에 경련을 일으키는 두 팔을 채아가 물끄러미 보고 있었다. 스튜디오에서 녹음과 믹싱 작업을 맡고 있는 채아는 내 입에서 난다는 소리를 자주 타박했다. 힘을 쓸 때나 뭔가에 몰두할 때나 밥을 먹을 때도 개 같다고 했다. 선배에게 개 같다니 참 맹랑한 말이지만, 나는 내가 소리를 낸다는 게 더 신경 쓰였다. 남의 소리는 그렇게 잘 들으면서 어떻게 자기 소리는 못 들을 수 있어요. 무슨 소리를 내냐고 반문했을 때, 채아는 내 직업적 소양이 의심된다며 따졌다. 가벼운 발길질이 아냐. 늘씬하게 얻어맞은 것 같아. 무심결에 또 어떤 소리를 냈을까. 궁금했지만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았다. 금방이라도 숨 꼴딱거릴 것처럼 혀 내밀고 있지 말고 수분 보충 좀 해요. 선배를 계속 개 취급하는 못된 버르장머리에 대해 한마디 하려다가 채아가 건네는 맥주캔을 넙죽 받았다. 거절하기에는 맥주캔의 표면이 얼음장처럼 시원했다. 나는 모래가 쌓여 있는 바닥에 널브러졌다. 이게, 이럴 때는 백사장 같네. 나는 손으로 모래를 뒤적이며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모래 옆에는 나무 옆에는 대리석 옆에는 소금 바닥이 있었다. 왜요? 휴가 못 가는 삶이 처량해요? 채아가 자신의 맥주를 들고 옆에 앉았다. 채아는 엉뚱하게 넘겨짚는 구석이 있었지만, 캐묻지 않고 넘겨짚는 포즈를 취한다는 점에서 그리 나쁘지 않은 파트너였다. 나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은 채 맥주를 마셨다. 알코올의 독성이 빈속을 찔렀다. 불법을 저지른 듯한 짜릿함. 백사장이 아닌 모랫바닥에서라도 잠시 쉬고 싶었다. 나는 금세 침묵에 이르렀고 내 마음을 넘겨짚었는지 채아도 보조를 맞췄다. 창고라고 불리는 작업실에는 철가방, 문손잡이, 깡통, 톱, 바이올린 활, 구두, 로프, 용수철, 자동차 문짝이 나름의 질서 속에 존재했다. 스스로 아무 소리도 내지 못하지만, 물성을 깨우는 힘에 연주하는 악기들. 악기들은 지휘자가 없다는 듯 고요했다. 소리에 민감한 사람에게 고요는 휴식 또는 죽음과 같다. 스르르 눈이 감겼다. 그러나 곧 수면의 문턱을 넘다 정강이가 쾅, 부딪혔다. 뭐야. 미안해요. 블루투스가 꺼진 줄 모르고 볼륨을 키웠네. 끌게요. 아니야, 끄지 마. 본능적으로 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다가가자 채아는 스마트폰 화면을 내밀었다. 채아가 무안할 만큼 거친 손길로 스마트폰을 뺏어 들었다. 화면 속 영상에서 판다 한 마리가 죽순을 맛있게 뜯고 있었다. 선배도 얘 알아요? 선배가 알 정도면 푸바오가 인기긴 인긴가 보네. 나는 스마트폰을 던지듯이 채아에게 떠넘기고 진열장을 뒤적였다. 구석에 처박혀 있던 것을 찾아 꺼낼 때는 낮게 탄성이 배어 나왔다. 갑자기 죽도는 왜 꺼낸 거예요? 나는 채아의 말에는 신경 쓰지 않고 샷건마이크 앞에 섰다. 대나무로는 텅텅, 비어 있는 소리만 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판다의 날카로운 이빨과 단단한 턱은 예상치 못한 대나무의 물성을 깨우고 있었다. 판다가 씹는 게 죽순이 아니라 겉과 속이 단단한 뼛조각처럼 느껴졌다. 죽도를 두어 번 바닥에 내려쳤다. 탁탁. 대나무를 다른 사물에 부딪치는 것으로는 부족했다. 나는 죽도를 감싸고 있는 줄을 칼로 끊어 버리고 붙어 있는 네 쪽의 대나무에 칼집을 내어 서로 떨어뜨렸다. 그러고는 떨어진 대나무들을 한 손에 감싸고 가볍게 비볐다. 부드득. 귀가 열리는 기분이었다. 죽도를 샷건마이크에 더 가까이 대고 온 힘을 다해 두 손으로 대나무들을 비볐다. 부드드드드드드득. 대나무에서 소리가 튀어 올랐고, 활시위를 당기는 팽팽한 팔뚝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사물의 성질은 마찰에 의해 드러난다. 우리가 외부와 마찰을 빚을 때 나를 인식하는 것처럼. 소리를 발견한 쾌감에 대나무를 비비는 나의 팔뚝은 한껏 부풀어 오르는 것 같았다. 사극 작업이 끝나고 몇 개월 뒤에 스튜디오를 그만두었다. 사극은 흥행에 성공했고 입소문이 났는지 작업 물량이 컨베이어벨트처럼 이어졌다. 줄지어 운반되는 의뢰를 수하물로 적재하고 물품을 의뢰서에 맞게 포장한 후에 다시 컨베이어벨트로 출하하는 기계적인 시간이 계속됐다. 과로나 질식이 원인은 아니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내가 소리를 단순 제조하는 업자가 되리라는 두려움이 찾아들었다. 납품 기한을 맞추기 위해 기존에 녹음해 둔 파일들을 대강 믹싱하는 일들이 빈번해졌다. 나는 발자국 소리에도 캐릭터가 드러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연인을 만나러 달리는 그리움이 실감되도록 수십 번을 달리고 또 달리고, 도회적인 세련 아찔한 피로 흔들리는 일상이 전해지도록 하이힐을 신고 균형을 잡던 시간이 떠올랐다. 당분간 멈춰야 했다. 휴가를 가랬더니 휴식에 들어가네. 채아는 내가 내민 손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듯 물끄러미 보았다. 채아의 눈에서 흔히 볼 수 없는 머뭇거림이 보이는 듯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뭔가를 넘겨짚었는지 다가와서는 자신의 두 손으로 내 손을 감쌌다. 나는 계획하지 않고 쉬는 계획을 세웠다. 눈이 감길 때 자고 눈이 떠질 때 일어나고 때가 이르거나 늦게 식사하고 술을 가볍게 또는 취하도록 마시고 느릿느릿 산책하고 레고 블록으로 별이 빛나는 밤을 조립했다. 집 근처를 돌거나 여행을 떠나서 풀벌레, 지하 터널, 경운기, 야적장, 항만, 오일장, 밤바다에 붐마이크를 갖다 댔다. 녹음 파일들을 순서대로 차곡차곡 쌓았고, 녹음한 소리를 들으며 잠들었다. 시간은 왜곡 없이 흘렀고 나는 날짜와 요일 감각을 잃었다. 일상에 파동이 없었다. 파동이 없으므로 외부에 닿는 주파수도 없을 터였다. 송신하지 않고 수신하지 않는 생활. 나는 자유로이 고립되었다고 느꼈다. 누나에게서 연락이 오기 전까지는. 돌아가셨다. 누나의 말에 잠시 정적이 돌았다. 누나와는 일 년에 한 번 연락할까 말까 하는 사이였으므로 액정 화면에 뜬 두 글자에 나는 이미 예감했던 것 같다. 그래서였을까. 내가 한 말은 고작 알겠다, 였다. 아버지의 장례식은 조촐했다. 친척은 남보다 못한 사람들이어서 코빼기도 볼 수 없었고, 아버지가 은퇴한 지 십여 년쯤 지나서 대표이사가 보내는 화환조차 없었다. 나는 주로 국화가 장식된 제단 옆에 앉아 있었고, 한 번쯤 봤거나 한 번도 본 적 없는 사람과 맞절했다. 둘째 날 오후, 누나가 식탁으로 나를 불렀다. 주변 식장은 조문객들로 붐볐지만 장례 도우미를 제외하고는 누나와 나만 식장을 지키고 있었다. 누나는 대뜸 앉으라고 말했다. 누나는 군말하는 법 없이 할 말만 하는 사람이므로 나는 군말 없이 누나와 마주 앉았다. 일 미터쯤의 간격조차 어색한 사이였지만 누나의 얼굴을 마주 보았다. 기억 속 어느 날에는 없었을 주름과 기미가 보여 열 살의 터울이 새삼스러웠다. 미처 상의하지 못한 장례 절차에 대해 말하겠거니 생각하고 있던 내게 누나는 구겨진 편지 봉투를 내밀었다. 반으로 접힌 편지 봉투는 살짝 불룩했다. 너한테 필요할 거다. 누나의 단정에 나는 편지 봉투에 든 것을 꺼냈고, 내 손에 쥐어진 것은 카세트테이프였다. 겉면 라벨에 아무것도 쓰여 있지 않고 손때와 볼펜 얼룩이 낀 낡은 상태였다. 카세트테이프를 보자마자 나는 그게 누구의 것인지 알 수 있었고, 누나의 말처럼 내게 필요하리란 것도 알 수 있었다. 아버지의 장례식이 끝나고 나서 나는 일산으로 이사했다. 아파트 단지로 개발되지 않은 땅에 창고가 딸린 농가주택이 비어 있었다. 창고를 작업실로 쓰면 되겠다는 심산에 덜컥 결정을 내렸다. 파동 없는 삶의 관성에서 벗어난 것이다. 벗어나려고 했다기보다는 벗어날 수밖에 없음을 깨달았다. 아버지의 죽음이 빚은 진동이 나를 다시 작업실로 이끌었다. 나는 일산의 공사장, 분리수거장, 고물상을 돌아다니며 눈에 띄는 물건들은 모두 채집하였다. 농기구와 농약, 비료 포대 등이 있었을 창고는 각목, 글러브, 밥솥, 스케이트보드, LP, 유리컵, 프라이팬, 사기그릇, 고무 팩 등이 있는 작업실로 탈바꿈되었다. 작업실의 윤곽이 자리잡힌 날, 양쪽에 테이프 플레이어가 장착된 더블 데크 카세트 플레이어를 진열장에서 꺼냈다. 중고 거래 플랫폼에서 발견한 괜찮은 매물이었다. 예상외로 쓸 일이 없다가 이사 오기 전에 쓰고 이번이 두 번째였다. 편지 봉투에 담긴 테이프가 자리를 바꿔 플레이어에 담겼다. 달칵, 버튼이 눌리면서 테이프는 돌아가고 슥삭슥삭, 과도에 사과 껍질이 벗겨지고 있었다. 큼큼. 부스럭 부스럭. 이게 맞나. 탕. 텅. 아, 아. 아버지는 목소리를 가다듬고 통기타를 쳤다. 장롱 위에 뿌연 먼지를 덮어쓴 커버에 담겨 있던 통기타이리라. 나는 아버지가 통기타를 치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어린 나는 연주되지 않고 진열되지 않은 채 장롱 위에 방치된 통기타의 존재성이 의아했다. 통기타의 쓸모를 알 수 없던 것이다. 그러나 아버지의 연주가 녹음된 테이프를 들으면서 나는 통기타는 방치되었던 것이 아니라 안치되었던 것이 아닌가 짐작하였다. 가슴에 묻어 둔 열망이 장롱 위에 놓이는 방식으로 드러난 게 아닐까. 눈에 보이면 마음이 근질거리고 눈에 안 보이면 마음이 서걱여서 대강의 형태로 보이게 놓아둔 것은 아닌지. 동그란 스피커에서 가리워진 길이 울려 퍼졌다. 아버지의 노래는 후렴에 이르러 그대를 애타게 불렀지만, 핸드폰 벨소리가 울려 길을 터 줄 그대를 더 호출하지 못했다. 장례식이 끝나고 일주일쯤 지났을 때는 여기까지 들었다. 나는 마음먹은 대로 더 듣기로 한다. 여보세요. 아버지의 음성이 저랬구나. 아버지가 스피커에서 멀리 떨어졌는지 통화 내용은 잘 들리지 않았다. 1분도 지나지 않아 통화는 끝났고 아버지는 다시 통기타를 들었다. 그러나 아버지는 줄 한 번 튕기지 못하고 통기타를 놓쳤다. 바닥에 나동그라지는 통기타는 소음을 일으켰지만, 뒤이어 터져 나온 소리에 소음은 배경음으로 밀려났다. 격렬한 기침 소리. 콜록콜록, 쿨룩쿨룩 따위로는 표현할 수 없는 소리가 진동하였다. 숨이 차고 흉통에 경련하는 병색이 선명하게 들렸다. 아버지의 생전에는 들은 기억이 없는 소리였다. 아버지의 기타 소리를 들었다면 아버지의 기침 소리를 들을 수 있었을까. 아버지는 다감하지 않았고 나는 살갑지 않았다. 그렇다 해도 나는 왜 그리 아버지의 소리에 둔감했을까. 일시 멈춤 버튼을 눌렀다. A면인지 B면인지 모를 면이 끝났고, A면인지 B면인지 모를 면이 남았다. 휴지(休止)가 필요했다. 커피를 끓이러 싱크대 쪽으로 향하는데, 양은 주전자가 발에 차여 시끄러웠다. 주전자가 내게 말하는 것 같았다. 째그랑 일을 벌여 놓고, 뭐하는 거야 째쟁쨍. 작업실에 쌓인 도구들이 매립지에 버려진 고물처럼 낡아 보였다. 이대로 뒀다가는 달걀 썩는 듯한 매립지 냄새가 진동할지 모를 일이었다. 나는 스마트폰 화면을 켰다. 아, 이게 누구신가요? 나를 헌신짝으로 만든 그분 아닌가요? 채아와 거의 일 년 만의 통화였다. 가끔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았지만 서로 생존을 확인하는 용도일 뿐이었다. 버려지긴 누가 버려져. 내가 도망친 거지. 그럼, 멀리 가버릴 것이지 웬일로 연락했어요? 나, 얼마 전에 일산으로 이사했어. 일산? 왜? 거기로 왜 갔는데요? 이제는 잭을 다시 만나 볼까 하고. 누구요? 잭? 아, 난 또 누구라고. 잭 폴리? 내 말뜻을 알아들은 채아는 잠시 침묵하다 말했다. 이제는 도망가지 말아요. 나는 그럴 일 없을 거라고 답했다. 앞으로는 도망가지 않겠다는 것, 그것이 채아에게 연락한 첫 번째 이유였다. 채아에게 알리지 않고 프리랜서로 활동하면 또 프리하게 때려치우지 말란 법이 없으니까. 두 번째 이유는 지극히 현실적이었다. 일감 때문이었다. 나는 일을 할 때 의뢰인과의 소통은 채아에게 맡겼었다. 소리만 잘 만들면 그만이라는 게 대외적인 사유였지만, 인맥이라든지 비즈니스적 관계에 반응하는 알레르기 때문이었다. 채아는 메신저로서 역할을 잘했고 사교적이어서 업계 관계자들과 친분이 있었다. 나이가 들어서 때가 묻은 것인지, 생계의 절박함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채아를 통하면 일감을 얻을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이번에도 다행스럽게 채아는 나를 넘겨짚었다. 채아의 주선으로 맡은 첫 복귀작은 돌침대 광고였다. 별 다섯 개가 돌침대에 박히는 효과음을 내 주세요. 광고 제작사 측에서 보내 준 영상에 등장한 돌침대 사장은 이마에 별 다섯 개를 달고 손가락 다섯 개를 좍 펴고 있었다. 별이 돌침대에 박히는 일은 당연히 실제로는 불가능하다. 사람들의 관념에 있을 법한 소리를 뽑아내야 했다. 별이라는 거대 물질이 흔들림 없이 단단한 돌침대와 부딪치는 상황이었다. 자동차 문짝을 해머로 치고 외날의 서양톱을 바이올린 활로 켜서 고음부를 녹음했고, 샌드백에 아령을 두들기고 대리석 바닥에 모래주머니를 떨어뜨려서 저음부를 녹음했다. 녹음된 고음과 저음을 믹싱하니 별이 우주에서 날아와 돌에 꽂히는 듯한 효과음이 완성되었다. 광고는 마케팅 비용의 한계로 공중파에서는 송출되지 못하고 케이블TV의 프리미엄 시간대가 아닌 아침과 낮에 방영되었다. 하지만 빨간 별 다섯 개를 이마에 박은 돌침대 사장이 인터넷상의 밈이 되어 제품의 매출이 대폭 올랐다. 그 덕분에 돌침대 하나가 작업실의 한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다. 광고 이후로 어린이 애니메이션과 단막극 등의 의뢰가 들어왔고, 지루하거나 지치지 않을 정도의 딱 알맞은 속도로 작업이 이어졌다. 내게 맡겨지는 작업이 폭설로 쌓이거나 진눈깨비로 흩날리지 않고 사람들이 오가는 길의 잔설로 덮이던 즈음의 어느 날, 모르는 번호로 연락이 왔다. 스팸이겠거니 무시하려는데, 부재중 통화가 2건 찍히고도 벨은 멈추지 않았다. 광고성 전화라고 하기에는 상도덕이 없다고 할 정도의 집요함이었다. 보이스 피싱도 이렇게 한 번호를 공략하지 않을 텐데. 집 나간 가족을 찾는 연락인가. 죄송합니다. 이채아 디자이너님이 이렇게 해야 받으실 거라고 하셔서. 젊은 여자는 사과부터 했다. 문자는 언제 확인할지 모르니 받을 때까지 전화를 걸라고 하는 채아의 음성이 들리는 듯했다. 그럼, 채아를 통해 연락하면 되지 않나. 회장님께서 직접 연락드리라고 당부하셨습니다. 회장이라는 말에 묘한 호기심이 일었다. 요새는 낯 모르는 아무 행인에게 선생님이라고 한다는데, 회장님이야 등산회, 친목회 등 각종 모임으로 인해 길거리에 널린 직위가 된 지 오래되었다. 하지만 여자의 절제된 말투와 주변의 정제된 소음이 여자가 말하는 회장이 TV 드라마에서나 볼 수 있던 회장을 지칭하고 있다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다. 하필, 왜 저인가요. 회장님은 사극 마니아이십니다. 사극이라면 영화든 드라마든 가리지 않는 회장이 내가 디자인한 활 소리에 감탄했고, 수소문한 끝에 내가 일하던 스튜디오를 알아내고 채아를 통해 나를 찾았다는 것이다. 사연의 개연성은 문제가 없어 보였다. 있을 만한 이야기였다. 그러나 회장이 의뢰한 작업은 수긍하기 어려웠다. 회장이 투자하는 사극 영화에 사운드를 디자인할 사람이 필요하다고 했다면 금세 납득했을 것이다. 그러나 회장은 사극과 관련이 없고 굳이 내가 하지 않아도 될 만한 사운드를 디자인하기를 바랐다. 작업은 간단했고 받는 금액은 과도했다. 이 정도의 일로 그 정도의 돈을 받는 건 직업윤리에 어긋나는 일 아닌가. 뭔가 대단한 꿍꿍이가 있지 않고서야 그런 제안을 할 리가 없을 텐데.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니에요. 상상력이 많이 필요할 겁니다. 회장 비서의 말은 곧이들리지 않았다. 그러나 나는 몇 차례 거절하다가 일을 맡기로 했다. 결국 회장이 거부할 수 없는 어마어마한 금액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액수가 아니었다. 회장은 왜 그렇게 큰돈을 들여서까지 이 작업을 성사하려는 것일까. 회장에게 필요한 소리가 어떤 것인지 궁금해진 게 문제였다. 영상은 3분 30초 정도로 짧았다. 그것은 20대 초반의 여자가 자신의 일상을 기록한 브이로그처럼 보였는데, 별다른 촬영이나 편집 기술이 동원되지 않은 평범한 영상이었다. 여자의 브이로그는 시종일관 무성(無聲)으로 진행되었다. 의도하였든 의도하지 않았든 촬영할 때 음소거 기능이 활성화되어 있었을 것이다. 소거된 음(音)은 일상적이고 보편적이었다. 문이 열리고 닫히고 아이섀도 브러시가 화장대에 떨어지고 헤어드라이어에 머리카락이 흩날리고 옷장 속 옷을 뒤적거리다 여러 벌에서 한 벌을 꺼내는. 실감 나게 소리를 입히는 일이 그다지 어렵지 않아 보였고, 도대체 어디에서 상상력을 펼쳐야 할지 모를 지경이었다. 반나절 만에 작업을 끝냈고 바로 보내기가 민망해 이틀 묵혔다가 보냈다. 소리가 빈 부분이 있다고 하십니다. 비서의 말에 뭔가가 울컥 치밀어 올랐다. 소리가 비어 있다? 알맹이가 드문 과자 봉지를 질소로 과포장했다는 비난처럼 들렸다. 사실, 과포장이라는 말은 적합하지 않다. 비서를 통한 회장의 의사는 내가 과포장하는 성의조차 없이 볼품없고 납작한 소리를 만들어 냈다는 것이다. 화가 났다. 화가 나지 않는다면 아티스트로서의 자질이 의심스러울 만한 도발이었다. 몇 번이나 비서에게 연락해서 계약금을 돌려주려고 했다. 그러나 이대로 그만두는 건 어딘지 모르게 찜찜했다. 회장의 말은 자존심을 긁었지만, 작업이 생각보다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이 오히려 마음을 돌려놨다. 다른 급한 작업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나는 이 일을 끝내기로 했다. 브이로그를 여러 번 돌려 봤다. 작업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심정으로 세부를 살폈다. 내가 놓친 게 무엇일까에 초점을 맞췄지만, 어디가 비어 있다는 것인지 그 공백은 좀처럼 보이지 않았다. 영상에서 일어나는 충돌, 마찰 등의 물리 작용에는 그에 합당한 소리-내 판단으로는 그렇다-가 들렸다. 회장은 인식하는데 나는 인식하지 못하는 소리는 무엇일까. 내가 영상을 보고도 인식하지 못한다면, 그 소리는 화면 밖에서? 의자에 앉아 있던 나는 몸을 벌떡 일으켰다. 그러나 곧 주저앉았다. 무성으로 촬영된 영상의 화면 밖 소리를 듣는 게 가능한가. 불가능하다. 그럴 수는 없었다. 그렇다면 회장은 무엇을 지적한 걸까. 혹시 비어 있다는 것은 있어야 할 소리가 없다는 게 아니라 소리에 부족함이 있다는 것 아닐까. 영상 속 여자, 누굽니까? 대뜸 던진 말에 비서는 평소와 다르게 뜸을 들였다. 질문하지 않는 데에 동의하신 것 아니었나요? 그랬다. 계약서에 있던 내용이다. 그랬죠. 하지만 상황이 달라졌어요. 제 소리가 실감 나지 않는다는 거잖아요. 소리의 주체를 모르고 만들었는데 소리에 어떻게 실감이 있겠어요. 그렇다고 해도 회장님의 뜻을 어길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면 빈 소리를 메꿀 방법은 없겠죠. 나는 물러서지 않았다. 이틀 후에 비서에게서 이메일이 왔다. 내 질문에 대한 회장 측의 답은 이랬다. 그녀는 수백 개의 딤플로 뒤덮인 골프공 같습니다. 겉은 매끄러우면서 울퉁불퉁합니다. 속은 타이어를 만드는 고무처럼 질기고 튼튼합니다. 그녀는 가볍지만 단단합니다. 간단히 한 손에 올릴 수 있지만 그 세계는 견고해서 함부로 부술 수 없습니다. 그녀의 본질은 공이어서 굴릴 수 있고 던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바닥에 부딪혀도 농구공처럼 통통 튀기지는 않습니다. 드라이버를 풀 스윙하면 그녀는 멀어집니다. 드라이버와 마찰을 일으키고 그 반발력으로 멀어지는 그녀는 딤플의 수만큼 더 멀리 날아갑니다. 수많은 딤플로 비거리는 늘어납니다. 주인공을 알고 싶다는데 웬 골프공 타령이람. 초보자를 위한 골프 교본도 아니고 무슨 저의로 알쏭달쏭하게 의미를 엮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래서인지 처음에는 계약서 조항을 어긴 데 대한 장난성 조롱으로 읽혔다. 그러나 몇 번씩 읽으면서 드는 의문이 있었다. 그녀는 왜 공일까. 많고 많은 공 중에서 왜 하필 골프공일까. 골프공을 뒤덮고 있다는 딤플이 무엇인지 찾아봤다. 딤플은 골프공 표면에 오목하게 파인 홈으로 일반적으로 골프공에는 300~500개의 딤플이 파여 있다. 드라이버 스윙으로 날아가는 골프공에는 공기 저항이 생기는데, 공기 저항은 골프공 앞뒤 표면의 압력 차에 의해 발생한다. 이때 딤플은 주위에 작은 회오리를 일으키고 이로 인해 공기가 뒤섞여 공 뒤쪽 압력이 떨어지지 않아 비거리를 늘린다. 흠집이 난 골프공의 비거리가 늘어난다는 것을 우연히 발견하고 나서 골프공에 흠집을 내어 사용한 것이 딤플로 자리잡았다고 한다. 골프공의 겉과 속. 가벼움과 단단함. 딤플과 비거리. 비로소 나는 비서의 말에 동의할 수 있었다. 상상력이 필요했다. 나는 그녀 캐릭터에 집중했다. 골프공 같은 그녀를 수없이 떠올렸다. 작지만 단단하고 가볍지만 통통 튀지 않는. 캐릭터가 머릿속에 그려지자 그녀에게 합당한 소리가 튀어나오는 듯했다. 그러나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었다. 입에서 계속 딤플이 맴돌았다. 딤플은 보조개라는 뜻이 있지만 외모의 특징을 표현한 말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그녀에게 흠집이 많다는 뜻일까. 하지만 딤플은 비거리를 늘린다고 했으므로 결함의 의미로 쓰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오목하게 파인 흠집이 결함이 아니라면, 떠오르는 단어는 하나밖에 없었다. 상처. 나는 상처의 비거리를 생각했다. 그녀는 문을 (힘없이 덜컥 탁) 여닫으며 방에 들어선다. 암막 커튼이 처진 방에 (딸깍) 빛을 부른다. 그녀의 손이 화장대 의자를 (그윽) 끌어당기고 다른 손에 들고 있는 스마트폰이 흔들린다. 초점 없는 화면이 360도로 돌아가고-슬픔이 블랙홀로 빠져드는 것 같다-스마트폰을 (드득) 거치대에 고정시키고 다시 돌아온 화면에서 수건이 (스르르) 풀리면서 그녀의 젖은 머리카락이 보인다. 그녀는 화장대의 거울을 응시하다가-그녀의 얼굴은 뒤통수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헤어드라이어 버튼을 (틱탁) 누른다. (경쾌함 없이 심란하고 무거운 위이잉) 헤어드라이어는 돌아가고 그녀의 손길에 머리카락이 부서진다. 이윽고 헤어드라이어의 작동은 (탁) 멈추고 상반신을 거울 쪽으로 수그린 그녀의 손길이 분주하다. 그러다가 (툭) 아이섀도 브러시가 화장대에 떨어진다. 그녀는 브러시를 집다가 다시 (툭) 떨군다. 화장을 멈춘 그녀는 뭔가를 결심한 듯 (드윽) 의자에서 일어나 스마트폰을 (트특) 거치대에서 뽑아 손에 든다. 옷장을 (탕) 열고 (드르륵) 옷을 휘적이다가 고른 하나를 침대에 (툭) 던져 놓는다. 나는 그녀의 영상에 소리를 입혔고 소리에 그녀의 상처가 묻어나도록 노력하였다. 볼륨과 톤을 조정하여 모든 음은 낮고 둔탁하였다. 그녀가 찍은 영상에 대한 작업은 끝났지만, 작업이 모두 끝나지는 않았다. 회장 측에서 보낸 파일에는 부가 영상이 있었다. CH 02 2023/10/30 11:27:11 그녀가 잔디밭 위 돌길을 걷는다. CH 01 2023/10/30 11:27:15 ~ 11:28:07 그녀가 대문을 열고 밖으로 나간다. CCTV 화면이었다. 그녀의 마지막 모습일 듯한 장면이었다. 그런 생각에서 비롯된 것인지 나는 CCTV 화면에서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소리가 있지 않을까, 궁리하였다. 특히, 대문의 화면이 나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1번 채널의 카메라에서 그녀는 잠깐 나타났다가 대문을 열고 나간 뒤로 볼 수 없다. 대문 위에 포치가 있어 그녀는 흔적 없이 사라진 것 같다. 여기에서는 그녀의 멀어지는 발소리만 남게 될까. 1분이 채 되지 않는 마지막 부분을 돌리고 또 돌려봤다. 그러다가 영상이 끝나기 몇 초 앞두고 그녀의 그림자가 나타났다 멀어지는 것을 보았다. 회장으로부터 연락이 온 건 작업을 마친 지 2주가 지나서였다. 이번에는 비서를 통하지 않고 직접 나와 통화하였다. 회장은 정중하게 집으로 초대하면서 감사의 의미임을 분명히 했다. 회장 집 대문 앞에 도착한 나는 벨을 누르려다가 경사진 이면도로로 내려섰다. 그러고는 몇 발짝 걸은 후에 뒤를 돌아 위를 올려다봤다. ㄱ자 형태 집의 가로획에 해당하는 곳 벽면에 CCTV가 부착되어 있었다. 노트북으로 봤던 1번 채널 화면의 각도가 한눈에 들어왔다. CCTV 쪽에 고정한 시선을 아래로 내리는데, 옆으로 그녀의 멀어지는 그림자가 보이는 듯했다. 해의 시선이 거둬지는 시각이었다. 나는 그녀를 배웅하듯이 잠시 서서 그녀의 비거리가 얼마쯤이었을지 생각했다. 2번 채널 화면에서 그녀가 걷던 잔디밭 위 돌길의 끝에 현관문이 있었다. 일하는 사람의 안내를 받아 집 안으로 들어섰다. 회랑 같은 널따란 복도의 끝 오른편에 낮은 계단이 놓여 있었다. 아래로 깊고 편평하게 펼쳐지는 공간이 높은 층고와 어우러져 새로운 세계로 들어서는 느낌을 자아냈다. 정면으로 보이는 통유리창을 왼편에 둔 소파에 회장이 앉아 있었다. 회장은 나를 통유리창을 마주 보고 있는 소파에 앉게 했다. 벨로드미코프, 좋아하시나요? 꽤 긴장했던 탓인지 실내에 음악이 울려 퍼지고 있다는 사실을 회장의 말로 깨달을 수 있었다. 언젠가 들어 본 적 있는 운율의 바이올린 협주곡이었다. 클래식에는 문외한에 가깝습니다. 회장은 의외라는 듯 팔걸이에 올려 둔 손을 턱에 대고 입을 오므렸다. 입 주변의 주름이 엷게 도드라져 보였다. 그런가요? 나는 벨로드미코프를 들으려고 저런 짓도 한 사람이오. 회장은 통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정원의 구석을 가리켰다. 거기에는 전봇대가 서 있었다. 나만을 위한 전봇대를 설치한 거요. 공동 전봇대는 남들과 전기를 공유하는 탓에 아무리 좋은 오디오에서도 이런저런 노이즈가 들리길래 정원에다 저렇게 세워 놨어요. 그랬더니 벨로드미코프가 내 앞에서 연주하는 것 같더구려. 화구 박스가 매립된 벽난로 옆에 오디오, 앰프, 스피커가 양쪽으로 놓여 있었다. 얼핏 봐도 고가의 장비임을 눈치채게 하는 것들이었다. 회장은 오디오와 벨로드미코프에 관한 말을 늘어놓았다. 사운드에 대한 회장의 마니아적 열성은 순수한 애호와 성공한 자의 과시 사이를 오고 가는 듯했다. 어색함을 눅이는 커피가 잔 바닥에 엷은 띠를 남기고 있을 즈음 회장은 저녁 식사를 제안했다. 그러나 나는 급한 작업이 있다며 한사코 거절했다. 의뢰인을 이런 식으로 만나는 게 나에게는 예외적인 일이었고, 차 한잔 마시는 정도가 예외의 한계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회장은 이번 초대의 메인을 거절하면 어떡하느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러고 나서 사업가답게 상대방이 거절하기 힘들도록 다시 제안하였다. 그럼, 식사 후 대접하려던 위스키 한 잔쯤 구경하시는 게 어때요. 과실향이 은은히 퍼지다가 끝에 스모키향이 감도는 위스키였다. 회장은 위스키 애호가이기도 한 듯했다. 위스키에 대한 지식과 경험을 설파하면서 자신만의 리듬으로 위스키를 마셨다. 어느덧 회장은 세 번째 잔에 접어들었고 내 위스키 잔도 바닥을 보이고 있었다. 마지막 화면의 철 덜그럭거리는 소리, 덜그럭대다 쿵쿵거리는 소리, 그건 뭡니까? 굳게 닫혀 있던 가게 문에 철제 셔터가 열릴 때처럼 회장의 표정이 빗장을 푼 듯했다. 거래와 계약으로 묶여 있는 관계성을 술이 허물어뜨렸는지 말투도 다소 부드러워졌다. 마지막 영상 속의 여자는 대문을 나서는데, 화면에는 나타나지 않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그녀의 모습을 볼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영상의 49초 지점에서 그녀가 나타납니다. 그림자로 나타난 그녀는 3초 뒤 모습을 감춥니다. 대문을 열고 나가는데 2초, 대문에서 CCTV가 보이는 지점까지 3초, 그림자로 보이는 부분이 3초, 영상의 총길이가 52초니까 그녀는 대문 앞에서 44초를 머물렀을 겁니다. 회장은 들고 있던 위스키 잔을 테이블 위에 올려놨다. 유리들이 따깍, 울렸다. 그 머무름은 머뭇거림일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녀는 멀리 떠나는 것처럼 보였거든요. 아마 미련이 조금 남았겠죠. 대문을 손으로, 발로, 툭툭, 그래서 덜그럭거리고 쿵쿵거리지 않았을까요. 회장은 잠시 말이 없었다. 그러나 곧 느슨해진 상반신을 바로잡았다. 집의 창고를 수리하는 날이었소. 대문 앞에 시멘트 가루가 떨어져 있길래 인부 하나가 부주의했구나, 생각했지. 그런데 대문에 누가 시멘트 묻은 발로 찬 것 같은 자국이 있었소. 그것도 인부 잘못이라고 생각해서 업체 사장을 나무란 기억이 나오. 그 애의 흔적일 수 있다는 생각은 못 했소. 냉정히 떠난 줄 알았지. 머뭇거렸을 줄은. 이제부터 그 애가 집을 떠나기 전에 미련이 남아 머뭇거렸다고 생각할 거요. 그래야 나 자신을 더 나무랄 수 있을 거 아니오. 나는 소리에 예민한 사람이오. 하지만 그 애가 떠날 때까지, 마지막 순간까지도 나는 그 애의 소리를 듣지 못했소. 마지막 위스키 잔은 다 비워지지 않았다. 회장 집을 나서려고 할 때, 각얼음들이 녹으면서 달그락. 달그락. 천장 높은 거실을 울렸다. 아버지가 남긴 카세트테이프의 A면인지 B면인지 모를 면을 들은 다음날, A면인지 B면인지 모를 면의 다른 면을 들었다. 테이프에는 아무것도 녹음되지 않은 듯 한동안 테이프 감기는 소리만 들렸다. 그러다가 의외의 인물이 등장했다. 아버지, 지금 뭐하세요. 누나였다. 녹음하면 들릴까 해서. 아들내미 예민한 거 하루 이틀이에요. 걔가 지금 시위하는 거라니까요. 자기만 힘든 줄 아나. 그래도 혹시 모르잖니. 아버지와 누나의 대화는 거기에서 끝났다. 다시 테이프 감기는 소리만 들렸다. 아버지는 TV 스피커에 카세트를 대고 TV에서 나는지 모를 소리를 녹음한 것이다. 나에게 들렸던 TV 소음을 아버지와 누나는 듣지 못했다. 당시 인기 TV 프로그램에서 10대만 들을 수 있는 고주파 영역의 소리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나만 들을 수 있었구나, 고개를 끄덕이다가 열아홉 살인 누나는 왜 못 듣나, 의아했다. TV 스피커에서 나오는 고주파 소음을 나만 들은 것일까, 아니면 아버지와 누나의 생각처럼 나의 마음이 단단하지 못해 환청이 들린 것일까. 나는 그때도 지금도 잘 모르겠다고 생각한다. 왜 하필 그날 이전에는 들리지 않던 소음이 그날부터 들렸을까. 그날은 어머니가 영영 집을 떠난 날이다. 나는 마치 들을 수 있기라도 한 듯 카세트 플레이어의 스피커에 귀를 가까이 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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