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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론] 제대로 먹고 마시는 즐거움/최영미 시인

    [시론] 제대로 먹고 마시는 즐거움/최영미 시인

    음식을 만들 줄 아세요? 밥을 할 줄 아냐고 내게 묻는 한국남자들이 아직도 있다. 거 참. 기가 막혀 상대를 노려보다 내 입에서 다음과 같은 말이 나온다. “그럼. 당연하지. 내가 안 하면 누가 해주나? 노상 밥을 사먹었으면 내가 이 나이까지 건강을 유지했겠어?” 내 입에서는 또 다음과 같은 말이 나오려다 도로 들어간다. “시인을 뭘로 알아? 내가 집에 요리사라도 둔 줄 아나 보지?” 베스트셀러 시인의 약발은 십년 이상 가지 않는다. 시집은 팔려도 크게 돈이 되지 않는다. 첫 시집 이후에 크게 성공한 책이 없다. 정확한 계산은 안 해봤지만, 지난 십년간 내 평균소득은 도시근로자 평균소득에도 못 미친다. 여기까지 듣고도 ‘밥을 하는 최영미’가 안 믿어진다는 사나이들. 나의 여성성을 의심해 “요리를 잘 하세요?”라고 묻는 자들의 기를 죽이기 위해 내가 준비한 대답은, “(이날까지 살면서) 요리를 못한다는 말은 듣지 못했지요”이다.스스로 ‘요리를 잘한다’고 자랑하는 것보다 ‘못하지 않는다’가 더 효과적인 자기과시임을 아시는지. 잘하지는 않지만, 못하지도 않는다. 되게 외교적인 고단수의 발언이다. ‘오버’하지 않고 사실을 말하자면, 이십대 초부터 삼십대 후반까지 나는 굶어죽지 않을 만큼, 영양실조에 걸리지 않을 만큼, 꼭 그만큼만 먹고 살았다. 마흔 무렵에 몸의 여기저기에서 고장신호를 접수한 뒤에 식생활에 대한 나의 생각이 바뀌었다. 혼자 사는 것도 억울한데 내가 더블들보다 못 먹어서야 되겠는가? 내가 작은 집에 살고 비싼 옷은 걸치지 못해도, 내 입에 들어가는 음식만은 부르주아지와 비교해 크게 처지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음식에 목숨을 걸기 시작했다. 다른 돈은 아껴도 먹는 돈은 아끼지 말자, 몸에 좋고 맛도 훌륭한 먹거리를 찾아다니며 내 입이 고급스러워졌다. 원래 내 입은 고급스러워서, 밥은 대충 해결해도 술은 늘 까다롭게 골랐다. 맥주나 소주가 대세이던 1980년대에도 실연당한 뒤에 혼자 마시고 죽으려고 동네가게에서 산 술은 ‘마주앙’이었다. 내가 가장 즐기는 주류는 코냑, 모스카토 와인, 기네스, 테킬라이다. 어쩌다 친구들을 초대해 식사를 대접할 때, 솜씨를 자랑하려고 매실 원액을 넣고 불고기를 재고 프라이팬을 뒤집으며 난리를 피우지만, 사실 난 시간을 잡아먹는 복잡한 요리는 질색이다. 재료 준비부터 차림까지 15분 만에 끝나는, 전반전이 끝나고 후반전이 시작되기 전에 후다닥 해먹는 요리라면 자신있다. 나는 달걀과 두부가 들어간 간편한 음식을 자주 해먹는다. 달걀에 호박이나 양파를 썰어 넣거나, 단백질을 보충하고 싶으면 굴이나 새우를 넣어 기름에 부친다. 커다란 접시에 따끈따끈한 오믈렛과 상추 따위의 잎채소를 담고, 옆에 잡곡밥을 곁들여 상을 차리고 텔레비전 앞에 앉는다. 잡곡밥이 없으면 곡물식빵을 잘근잘근 씹으며, 축구중계를 보며 얼마나 많은 주말을 보냈는지. 이렇게 간단한 음식은 나중에 설거지할 그릇도 적어, 아~ 싱글이 편하구나 자족하며 우울하지 않은 저녁을 보낼 수 있다. 그가 무엇을 먹고 마시는지, 언제 어디서 누구와 식탁에 앉는지는 그가 어떤 사람인지를 말해준다. 모르는 이를 만나 처음 식사 약속을 할 때, 새로 사귄 남자친구가 어떤 사람인지 궁금할 때, 나는 그에게 식당 선택권을 넘긴다. 그가 이끄는 대로 따라가 그가 권하는 음식을 먹어주며, 그의 됨됨이와 취향을 파악한다. 언론사에 다니는 친구로부터 아직도 소주와 맥주를 섞은 폭탄주가 대세라는 말을 들었다. 직업상 거의 매일 술을 마실 수밖에 없다, 술로 상대에게 지고 싶지 않다는 그의 주정을 들으며 나는 절망했다. 술이 아니라 알코올을 들이붓는 음주문화, 조직사회의 접대문화가 바뀌지 않는 한 대한민국은 변하지 않는다. 돈과 권력이 아니라, 즐거움이 지배하는 서울의 밤을 보고 싶다. 룸살롱과 모텔이 사라지고, 포르노가 아니라 에로스가 지배하는 밤을 나는 꿈꾼다.
  • 외국인들에 인기 ‘한국 회식문화 체험’ 동행해 보니…

    외국인들에 인기 ‘한국 회식문화 체험’ 동행해 보니…

    “세이(say) 건배~.” 지난 18일 오후 6시 30분 서울 종로3가의 한 고깃집. 불판 위로 술잔을 부딪치는 직장인들 사이에 주위를 둘러보며 조심스레 술을 따르는 9명의 외국인이 눈에 띈다. 어색한 분위기는 잠시, 지글지글 갈매기살이 익는 소리에 소주잔이 몇 순배 돌아가자 금세 왁자지껄한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동행한 한식 여행 전문가가 ‘폭탄주’의 일종인 ‘타이타닉주’를 선보이자 분위기가 한껏 달아올랐다. 외국인들의 눈빛에는 호기심이 가득했다. 잔에 술이 찰 때마다 여기저기서 폭소와 탄성이 나왔다. 외국인들은 행여 놓칠세라 그림까지 그려가며 폭탄주 제조법을 받아 적는가 하면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러댔다. 스웨덴에서 온 시실리아(51·여)는 “스웨덴에서는 술 도수가 워낙 세서 폭탄주도 거의 없고, 술을 섞어 마시지도 않는다”고 자기 나라와 비교를 하기도 했다. 길게는 3~4차까지 가는 한국의 술 문화가 알려지면서 ‘나이트 다이닝 투어’ 등 이색 음주문화 체험 프로그램이 외국인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이날 모인 외국인들은 김치만큼이나 화끈하고 독특한 우리나라의 회식 문화를 직접 느껴보고 싶었다고 했다. 호주, 영국, 스웨덴, 미국 등 국적부터 직업, 나이도 각양각색이다. 얼굴이 발그레해지자 한 목소리로 “2차는 어디죠?”를 외쳤다. 2차에서는 청주에 떡볶이 안주가 나왔다. 떡볶이가 맵다며 다들 쩔쩔맸지만 안주 접시는 금세 바닥을 드러냈다. 남자친구와 함께 한국을 찾은 영국인 마리사(30·여)는 “술 좋아하기로 소문난 영국인도 친구와 펍 크롤(pub crawl·술집 돌기)을 하는 일이 있지만 한국에서처럼 직장 동료나 상사와 함께 회식을 하는 일은 거의 없다”면서 “최근 런던과 한국 사이에 직항 노선이 늘면서 영국인들 사이에서 한국 여행 붐이 일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잔 두잔 더해진 술잔은 처음 보는 사람들 간의 서먹함을 녹여줬다. 3차로 향한 피맛골 골목 사이에 있는 두부비지집. 외국인들은 막걸리잔을 서로 따라주며 낯선 음식을 맛본 소감부터 사는 이야기까지 자신들의 사연들을 실타래 풀듯 풀어냈다. 1970년 대구에서 룩셈부르크에 입양됐다는 소니 피카드(48·여)는 “4차는 광장시장에서 빈대떡과 동동주를 마신다는데 전통시장을 가본다는 것이 무척 기대된다”면서 “오늘 제 생일인데 삽겹살에 소주로 5차는 안 갈래요?”라고 말하며 즐거워했다. 신기하고 즐거운 체험 속에 한국인들처럼 술을 마시다가는 큰일나겠다는 얘기도 나왔다. 호주인 알비 샤르프(52)는 “모든 사람이 편안한 자리 속에 이야기할 수 있는 점은 좋지만 늘 3~4차까지 가면 마지막엔 고주망태가 돼 기억을 잃어버리게 될 것 같다”면서 “한국은 회식이 매우 잦다고 들었는데 이렇게 술을 마시면 다음날 일할 때 너무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스웨덴인 롤랑드(61)는 “우리나라에서는 회사 사람들과의 파티는 크리스마스 같은 때나 하고 그나마 2~3차로 이어지는 경우도 없다”면서 “맞벌이하는 부부가 대부분이어서 번갈아가며 아이를 봐야 하기 때문에 일이 끝나면 집으로 가는 게 일상”이라고 했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시선집중] (18)송파구 창의소통행정

    [시선집중] (18)송파구 창의소통행정

    “취임 후 처음 한 일도, 지금까지 가장 중요하게 여긴 일도 주민들과의 스킨십입니다.” 올 한 해 송파구 주요 정책 사업의 목표는 박춘희 구청장이 자주 하는 이 말 한마디로 요약할 수 있다. 주민 참여와 민관의 소통이 성패를 가름하는 지방자치 환경에서, 송파구는 주민과 함께하는 ‘창의 소통 행정’ 구현을 목표로 주민과의 소통을 강화하고, 한편으로는 이런 주민 소통을 통해 얻은 아이디어를 다양한 정책으로 개발해 왔다. 25일 송파구에 따르면 구의 대표적인 창의 소통 행정 중 하나는 ‘트위터 반상회’다. 트위터 반상회는 전통적인 지역 공동체 활동인 반상회와 새로 각광받는 뉴미디어인 트위터를 접목시킨 이색 사업이다. 사라져 가는 반상회의 순기능을 새로운 소통 수단인 트위터를 통해 부활시킨 것으로, 주민들이 지역 현안에 대한 건의사항을 트위터로 올리면 구청장, 담당 국·과장 및 직원들이 여기에 즉시 응답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지난 2월 첫 시행 이후 매달 60여명의 주민이 참여하는 등 꾸준한 주민들의 구정 참여를 이끌어 내고 있다. 송파구는 이 트위터 반상회의 성공에 힘입어 ‘대한민국 인터넷 소통대상’ 종합대상의 영예를 안기도 했다. 또 올 한 해 송파구는 구정에 주민들의 참여를 독려하는 방안으로 다양한 캠페인도 벌였다. 구청 직원, 주민들 사이에 독서 문화를 증진시키기 위해 ‘책 읽는 송파’ 캠페인을 한 해 동안 진행했다. 특히 구는 독서와 택시를 조합한 이색 독서문화 증진 사업인 ‘책 읽는 택시’로 주민들의 호응을 얻었다. 구는 EBS, 숭실대학교, 지역 택시업체 등과 손잡고 승객들이 택시를 타면 EBS ‘책 읽는 라디오’ 프로그램을 통해 책 내용을 청취하고 택시기사와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이 사업을 진행했다. 구는 서울신문사, 서울아산병원과 손잡고 폭음, 강권하지 않는 ‘착한 음주문화 확산을 위한 절주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다. 박 구청장은 “창조의 에너지는 서로 다른 것들이 섞이고 보완하는 소통의 과정을 거쳐 나타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 기관은 착한 음주문화 정착을 위한 교육·홍보·치료 활동을 꾸준히 해 나갈 계획이다. 박 구청장의 소통 행정은 기존 정책을 추진하고 주민과의 갈등을 해결하는 데도 탁월한 성과를 냈다. 한 예로 올해 착공한 구립산모건강증진센터는 당초 부지로 결정된 장지동 주민들의 반발에 부딪혔다. 동 주민들도 산모건강증진센터 건립 취지를 이해하지 못한 것은 아니지만 지역에 주민들을 위한 공간이 부족하다 보니 센터 부지에 주민 문화 공간 건립을 요구한 것이다. 대체 부지도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박 구청장은 주민들과 소통의 자리를 꾸준히 갖고 의견을 나눴다. 그 결과 센터 설계를 변경해 주민들을 위한 공간을 추가로 마련하기로 하고 센터 공사를 시작했다. 구는 앞으로도 온라인, 오프라인 가리지 않고 주민들과의 소통 채널을 다각화해 나갈 계획이다. 또 이를 통해 얻은 아이디어로 정책을 구상해 가는 작업도 계속한다. 박 구청장은 “송파구가 함께하는 최고의 구정 파트너는 68만명의 구민”이라며 “옥석을 고르듯 주민들의 의견을 꼼꼼히 듣고 정책으로 실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주민, 유관 기관 등이 손을 맞잡으면 어떤 문제도 해결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 ‘서민연료’ 연탄 만드는 현장을 가다

    ‘서민연료’ 연탄 만드는 현장을 가다

    “요즘 돈 있는 사람들이 연탄을 쓰나요. 이건 서민 연료니까…. 없는 사람이 없는 사람들의 심정을 잘 알지요.” 20년 넘게 연탄공장에서 일했다는 김낙준(65)씨의 말이다. 21일 밤 8시, 케이블채널 서울신문STV로 방영되는 ‘TV 쏙 서울신문’에서는 서울 이문동에 있는 연탄공장을 찾았다. 추위 속에서도 땀 흘려 일하는 사람들을 찾아가는 새 기획 ‘겨울을 이기는 사람들’의 첫 촬영지이다. 세월의 힘에 밀려 근근이 명맥만 유지하고 있지만, 아직은 가난한 사람들의 몸과 마음을 녹여 주는 연탄. 추위도 잊은 채 연탄 만들기에 여념이 없는 사람들을 만났다. 요즘 연탄공장은 혐오시설이라는 민원 때문에 간판하나 내걸지 못한다. 하지만 그런 환경 속에서도 공장 직원들은 이른 새벽부터 연탄을 만들어내기에 분주했다. 영하 9도의 날씨에 몸이 움츠려 들기 마련이지만 표정에선 추위를 찾아볼 수 없었다. 직원들은 30여개의 희미한 백열등 아래 윤전기 소리에 장단을 맞추듯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머리 위로 분탄이 떨어지고, 미세한 석탄가루가 콧속으로 들어가 온몸이 금방 시커멓게 변해도 잠시도 손놀림을 멈추지 않았다. 석탄 산업이 전성기를 누리던 1963년에는 서울에만 무려 400곳이 넘는 연탄공장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 수도권에는 3곳만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이 밖에 ‘TV 쏙 서울신문’은 ‘제31회 서울현대도예공모전’ 시상식도 다녀왔다. 서울신문사 주최로 지난 18일 서울 북서울꿈의숲 드림갤러리에서 열린 행사에는 현대도예(조형) 부문 71점과 세라믹디자인 부문 23점 등 모두 94점이 출품됐다. 이철휘 서울신문 사장은 시상식에서 “신진 작가들의 참신한 아이디어와 노력으로 새로운 지평을 열어가는 것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를 위해 서울신문도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대상을 수상한 권진희(33) 작가의 ‘콘셉추얼 코어-타임’을 포함한 수상작들은 23일까지 서울 ‘북서울꿈의숲 드림갤러리’에서 전시된다. 또한 폭음을 억지로 권하지 않는 ‘착한 음주문화 확산을 위한 캠페인’도 찾아갔다. 서울신문사와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등은 지난 14일 잠실 롯데백화점 지하광장에서 다양한 행사를 펼쳤다. 10여개 부스에서 펼쳐진 게임과 음주 학점 측정, 무알코올 칵테일 시음, 알코올·금연 상담 등 다채로운 행사 현장을 카메라에 담았다. 이와 함께 영상스케치에서는 어느 때보다 뜨거웠던 대선 당일 현장을 스케치했다. ‘톡톡 SNS’에서는 대선 기간 동안의 이슈를 돌아보고, 투표 결과에 대한 다양한 반응을 전한다. 성민수PD globalsms@seoul.co.kr
  • “착한 음주문화로 건강 지키고 밝은 사회를”

    “착한 음주문화로 건강 지키고 밝은 사회를”

    폭음, 강권으로 사회 문제를 일으키는 잘못된 음주문화를 바로잡고 서로 배려하는 ‘착한 음주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서울신문사와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이 11일 손을 잡았다. 세 기관은 송파구청 3층 기획상황실에서 ‘착한 음주문화 확산을 위한 업무협약식’을 하고 착한 음주문화 정착을 위해 노력하기로 합의했다. 착한 음주문화는 건강을 해치는 폭음이 아니라 건전한 분위기에서 지나치지 않게 술을 마시는 것을 뜻한다. 구체적인 실천 방안은 ▲일주일에 남자는 4잔, 여자는 2잔 이상 마시지 말 것 ▲음주운전을 하지 않을 것 ▲술을 강요하지 말 것 ▲음주의 폐해를 주변에 알릴 것 ▲술잔을 돌리지 말 것 ▲술자리는 1차로 끝낼 것 ▲하루 술을 마시면 3일은 마시지 말 것 등이다. 송파구는 최근 지역 내 음주율이 서울시 평균을 넘는 등 과도한 음주가 주민 건강과 조직문화를 해친다고 보고 착한 음주문화 정착을 위해 서울신문사와 서울아산병원에 업무협약을 제안했다. 협약에 따라 송파구는 기관 간 중재자 역할을 하며 절주 정책을 수립하고 각종 착한 음주 전파 사업을 진행한다. 서울신문사는 송파구와 서울아산병원이 제공하는 정보를 바탕으로 착한 음주문화를 널리 알리고 국민들의 음주 의식이 전환될 수 있도록 돕는다. 서울아산병원은 음주 예방 교육 등을 위한 전문 지식, 상담 인력을 지원하고 필요 시 치료 지원을 한다. 세 기관은 오는 14일 잠실사거리 롯데백화점 앞에서 착한 음주문화 정착을 위한 캠페인을 개최할 예정이다. 또 건전한 음주문화 정착을 위해 착한 음주문화 홍보, 문제 음주자 연계 치료를 비롯해 세 기관이 합의한 사업을 적극 펼쳐 갈 계획이다. 한편 협약식은 이철휘 서울신문사 사장, 박춘희 송파구청장, 박성욱 서울아산병원 원장 등 각 기관 관계자와 주민 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여기서 이 사장은 “우리 사회의 과다 음주는 단순히 개인 건강, 사회 문제를 넘어 향후 국가 전력과 관련된 문제”라고 지적한 뒤 “신문사가 이러한 사회 문제 해결에 앞장서고 송파구 등과 함께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술문화를 개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박 구청장은 기념사에서 “음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은 20조원이 넘는데 이는 신도시 하나를 건설할 수 있는 비용”이라며 “글로벌 문화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잘못된 음주문화를 개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박 원장은 “과도한 음주로 인한 폐해를 줄여 주취 폭력, 가정 파탄, 건강 악영향 등을 최소화하는 데 동참하겠다.”고 말했다.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 [씨줄날줄] 에너지 폭탄주/오승호 논설위원

    한 주류기업이 올해 1~2월 공식 블로그를 통해 폭탄주인 ‘소맥’(소주+맥주) 제조법을 공모한 적이 있다. 참가자들의 비밀 레시피는 다양했다. 안주를 먹지 않는 주당들에게 적합한 소맥도 있단다. 날계란 노른자를 맥주잔에 먼저 넣은 뒤 소주와 맥주를 연달아 부어 만드는 방법이다. 주당들의 속을 보호해 주는 게 특징으로, ‘계(鷄)소맥’이라고 한다. 소맥에 계란 노른자를 첨가하는 것은 콜레스테롤이 알코올을 분해시키는 효과에 착안한 것으로 보인다. 맥주잔 바닥에 얇게 썬 레몬을 넣은 다음 소주와 흑맥주를 부어 만드는 ‘흑소맥’, 일반 소맥에 탄산음료를 첨가한 ‘탄소맥’도 등장한다. 폭탄주의 대중화를 실감케 한다. 위스키 폭탄주는 1980년대 알려지기 시작했다. 베트남전 때 군인들이 철모에 맥주를 가득 붓고 위스키를 병째 담아 마신 걸 본뜬 것이란 설(說)도 있다. 군인들이 맥주 컵에 물 따르듯 양주를 채워 돌리는 데 질린 민간인 기관장이 맥주와 양주를 섞어 마시자고 제안한 것이 출발점이란 얘기도 있다. 백과사전에는 1960~1970년대 미국에 유학 간 군인들이 들여왔다고 소개한다. 1980년대 초 정치에 나선 군인들이 각계 인사들과의 술자리에서 만들어 마시면서 음주문화로 자리잡았다는 것. 양주나 소주에 고(高)카페인 음료를 섞어 마시는 신종 폭탄주가 젊은이들 사이에 인기란다. ‘파워 칵테일’, ‘○○밤’(bomb·폭탄)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하는 ‘에너지 폭탄주’다. 20대가 30~60대에 비해 폭탄주를 더 즐겨 마신다고 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지난 6, 10월 전국 15세 이상 남녀 2066명을 조사한 결과, 최근 1년 사이 폭탄주를 한 번 이상 마신 적이 있다고 밝힌 연령층은 20대가 49.2%로 가장 높았다. 에너지 폭탄주를 경험한 사람도 20대가 9.6%로 가장 많았다. 미국에서는 2009년 1만 3000여명의 대학생이 에너지 음료를 마셨다가 응급실 신세를 졌다는 조사도 있다. ‘아프니까 청춘이다’의 김난도 서울대 교수는 지난 8월 ‘천 번을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는 두 번째 에세이집 출간 기자회견에서 “우리 시대의 특징적 문제가 15~20세 사춘기 때 겪어야 할 과정들이 대학입시에 치이면서 발생한 측면이 크다.”고 진단했다. 20대가 왜 폭탄주를 찾는지, 정확한 이유를 알 수는 없다. 알코올 도수가 높은 술에 비해 부드러워 짧은 시간에 많이 마실 수 있기 때문일 것이라는 정도다. 혹여 기성세대들이 젊은이들의 성장통(痛)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한 원인은 아닌지 되돌아보게 한다. 오승호 논설위원 osh@seoul.co.kr
  • [Weekly Health Issue] 술의 용량 × 알코올 농도 ×0.8 =알코올 순섭취량

    우리의 음주문화는 ‘모이면 마시고 취하면 싸우고 헤어진 뒤 다음 날 다시 만나 함께 일한다.’는 말에 함축돼 있다. 술 때문에 출근을 못 하면 미국인은 55%가 “알코올 중독자”라고 비난하지만 한국인은 대부분이 “그럴 수 있다.”고 말한다. 그만큼 술에 관대하다. 그래선지 우리는 시도 때도 없이 술을 마신다. 이런 문제를 개선하고 건강에 대한 경각심을 가지려면 한번쯤 자신이 섭취하는 알코올양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 자신이 섭취하는 알코올양을 알려면 알코올 농도에 술의 용량을 곱하면 된다. 하지만 실제로는 알코올 비중이 0.8이기 때문에 순수 알코올양은 여기에 다시 0.8을 곱해야 한다. 예컨대 일주일에 세번 소주 한 병씩을 마시는 사람이라면 한번에 섭취하는 알코올양은 ‘360(1회 음주량)×0.2(소주의 알코올 농도)=72g’이고 알코올 순섭취량은 여기에 0.8을 곱한 57.6g이 된다. 일주일에 세번 마시므로 1주일간의 알코올 순섭취량은 172.8g이 된다. 이 정도면 알콜성 간염을 유발할 수 있다. 문제는 우리가 술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는 점이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는 음주자 3명 중 1명이 매주 3회 이상 술을 마시고 있으며 마실 때마다 2차를 가는 사람이 55%, 3차를 가는 사람도 13%나 된다. 이 정도면 술이 생활의 일부로 자리 잡고 있다고 봐도 무리가 아니다. 서울성모병원 소화기 내과 배시현 교수는 “국민 건강은 물론 바람직한 사회기풍을 조성하기 위해서도 음주문화를 바로잡기 위한 법제화와 교육이 절실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심재억 전문기자 jeshim@seoul.co.kr
  • 술집과 가까이 살면 살수록 ‘술꾼’될 확률 ↑

    술집과 가까이 사는 사람일수록 ‘술꾼’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재미있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핀란드 직업 건강 연구소 측은 최근 술집과 자택과의 거리가 주량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내용의 연구결과를 의학저널 ‘애딕션’(the journal Addiction)에 발표했다. 핀란드인 약 5만 5000명을 대상으로 7년간 조사한 이번 연구에 따르면 자택과 술집이 1km로 가까우면 ‘술꾼’(남성의 경우 1주일에 283g의 증류주를 마시는 기준)이 될 확률도 17% 상승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를 이끈 자나 할로넨 수석연구원은 “술집에서 자택이 가까우면 가까울수록 음주량이 늘어났다.” 면서 “술꾼이 일부러 술집 근처로 이사해 술마시는 확률이 높아질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할로넨 연구원은 그러나 “살고 있는 집 근처에 나중에 술집이 생기는 경우에도 마찬가지 결과가 나와 분명 자택과 술집과의 거리는 음주에 영향을 미친다.”고 덧붙였다. 연구진은 또 술꾼이 될 가능성을 높이는 것은 거리 외에 소득 수준도 한몫 한다고 지적했다. 할로넨 연구원은 “핀란드의 경우 빈곤층이 부유층보다 술을 더많이 마시지만 가장 중요한 요인은 역시 술집과의 거리” 라면서 “각 나라의 음주문화가 달라 모든 나라가 같은 결과가 나올지는 알 수 없다.”고 밝혔다.   인터넷뉴스팀 
  • [김문이 만난사람] 대한민국 술박사 1호 정헌배 중앙대 교수

    [김문이 만난사람] 대한민국 술박사 1호 정헌배 중앙대 교수

    폴 발레리는 이렇게 말했다. “그대는, 그대가 생각한 대로 살아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그대는 곧 그대가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될 것입니다.” 얼핏 들어 무슨 뜻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마도 ‘생각’의 중요성을 강조한 말이 아닐까 싶다. 생각을 프랑스 ‘코냑’으로 옮겨본다. 프랑스의 코냐크 지방의 주민은 불과 1만 9000여 명이다. 우리나라로 치면 작은 읍 규모이다. 그런데 여기에 코냑 회사가 3000여 개가 있고 세계 200여개국에 수출한다. 프랑스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가장 잘사는 고장으로 소문나 있다. 그럴 것이, 국제공항이 있고 매년 영화제도 열릴 만큼 문화적으로도 풍요롭다. 왜? 단지 ‘코냑’이라는 술이 세계인들의 가슴에 파고들었기 때문이다. 술꾼이든 아니든 코냐크 지방은 많은 사람이 찾는 관광지가 된 지 오래다. 그런데 코냐크 지방의 사람들은 ‘코냑’을 안 마신다. 대신 주변 지역에서 생산하는 값이 싼 포도주를 마신다. ‘코냑’이 세계적인 명품주가 됐기 때문이다. 좀 더 외국인들에게 많이 마시도록 하는 수출전략과 배려의 차원이기도 하다. 코냐크 지방의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한 대로’ 살아가고 있다. 지금도 코냑을 몇 년, 몇십 년씩 오랜 세월 숙성시켜 세계인들에게 그 ‘가치’를 선물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떤가. 세계인들로부터 사랑받는 코냑이나, 스카치 위스키, 포도주처럼 오랜 세월 숙성된 ‘빈티지’를 가진 우리의 전통술이 있을까. 결론은 ‘없다’라는 게 대체적인 상식이다. 그런데 ‘없다’를 ‘있다’로 바꾸는 사람이 있다. 국내 유일이자 대한민국 술박사 1호로 알려진 정헌배(57) 중앙대 교수가 그 일에 매진하고 있다. 때마침 25일부터 28일까지 서울 상암동 월드컵공원에서 ‘대한민국 우리술 대축제’를 맞아 정 교수에게 인터뷰를 요청했다. 그는 이 축제에서 자문역할을 하며 우리술을 세계화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가을비가 쏟아지는 지난 22일 오후 경기도 안성에 있는 ‘정헌배 전통주 연구소’에서 정 교수를 만났다. 연구소 안에는 누룩이 익어 술이 발효되는 냄새로 가득했다. ●“名酒는 그 나라의 사회·문화적 자부심” “여기는 술을 판매하는 곳이 아니라 술을 만들어내는 방앗간입니다. 술을 숙성시키는 것을 연구하고 분석해내는 곳이지요. 술을 좋아하고 또 특정한 날을 기념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그만큼의 빈티지가 있는 스토리와 가치를 만들어내는 곳이지요. 술은 살아 숨 쉬는 옹기나 오크(참나무)통 속에서 세월이 흐르면 흐를수록 알코올 도수가 낮아지며 맛과 색상, 향기와 성분 등도 변합니다. 그래서 서양에서는 숙성 과정에서 잃어버리는 알코올을 ‘천사의 몫’이라고 찬양을 합니다. 까닭에 숙성은 아주 중요합니다. 우리의 술도 이제는 ‘빈티지’로 가야 합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전통술 가운데 예를 들어 막걸리는 대개 10여 일 안팎의 숙성과정을 거쳐 시중에 나오지만 코냑이나 위스키는 17년, 21년, 30년 그리고 심지어는 100년 등 오랫동안의 숙성을 거치기 때문에 세계 시장에서 그만큼 ‘명품주’의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고 정 교수는 설명한다. “술은 오래될수록 가치가 높아진다. 저장성도 뛰어나 금방 팔리지 않아도 큰 걱정이 없다.”라면서 “농산물을 주원료로 하기 때문에 지역특성을 반영하기에도 좋은 제품이다.”라고 강조한다. 특히 고부가가치의 상품성은 이미 세계 시장에서 확실히 검증되고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따라서 이젠 우리의 전통술도 숙성연한을 길게 해 세계인들에게 인기를 끄는 명품주로 만들어야 할 때가 됐다고 역설한다. 아울러 그런 명품주 생산과 함께 아름다운 음주문화를 갖자는 것이 그의 철학이다. “명주(名酒)라는 것은 전통적 가치를 대물림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선진국은 대표적인 명주를 갖고 있고 후손들에게 물려줍니다. 프랑스의 코냑이 좋은 예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는 내로라할 만한 주종이 없어요. 이제는 우리도 100년 묵은 술과 아름다운 술 문화를 후손들에게 물려줘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는 이런 생각에 4년 전부터 우리의 전통 특산물인 인삼과 안성 지방의 쌀을 원료로 술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러자 소문을 듣고 주문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예를 들어 부부가 결혼식 30주년을 4~5년 앞두고 미리 주문하는 술, 자식이 부모 회갑 기념식 때 선물로 준비하는 술, 결혼 후 첫 자식을 낳은 부부가 나중에 자녀의 결혼식 때 줄 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일에 맞춰 ‘노사모’에서 주문한 술, 대학입학을 기념하기 위한 술 등 제각기 사연이 많다. 얼마 전 영국의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즉위 60주년 때 사용하고자 위스키 60병을 미리 만들어놓는 일도 이와 같은 것이다. 주문한 사람들 가운데 일부는 인삼주 술도가에서 직접 술을 담그는 행사를 하는 때도 있다. 담근 술은 지하 숙성고에서 최소 3년 이상 숙성과정을 거쳐야 찾아갈 수 있다. 요즘 들어 이 소식을 전해 들은 외국 관광객들도 찾아오는 경우가 많아졌다. 이렇게 해서 지금까지 담근 ‘빈티지 인삼주’(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아는 인삼주는 소주에다 인삼을 담는 것이지만 이곳 인삼주는 인삼을 쪄서 홍삼화한 다음 누룩과 함께 위스키나 코냑처럼 오랜 시간 숙성시킨다.) 술독은 모두 2000여 통. 지하숙성고에 내려가 봤더니 이 술독들은 대금과 가야금 등 우리의 전통소리를 들으며 조용히 숙성되고 있었다. 술독마다 각 사연을 담은 내용과 술 주인의 이름이 붙어 있었다. 방송인 주병진씨 등 알 만한 인사들의 이름도 꽤 많이 눈에 띄었다. 대학교수인 그가 어떻게 이 일에 관심을 갖게 됐을까. 어릴 적 그의 꿈은 음악가가 되는 것이었다. 대구 경상중학교와 고교 시절만 해도 트럼펫을 불며 그 꿈을 키워나갔다. 하지만, 집안 형편상 음악가가 되는 것을 포기하고 영남대 경영학과에 진학했다. 대학에서는 장차 멋진 군인의 길을 걷고자 학군단(ROTC)에서 훈련을 받았다. 하지만, 한 달만에 시력미달로 중도에 하차했고 바로 민방위에 편입됐다. 이 무렵 그는 생각하지도 못했던 장학금을 받게 됐다. 국가의 고마움을 느끼게 된 그는 수출 보국에 도움되는 일이 없을까 하고 고민하던 중 술 전문가가 되기로 했다. 부가가치가 높은 것이 수출이며 농산물 가공품은 시간이 갈수록 좋아진다는 생각에서 비롯됐다. “그때 명주는 그 나라의 사회, 문화적 자부심이며 술은 전통적 가치와 사랑의 대물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술문화는 국적과 민족성이 뚜렷해 나라마다 특색을 가지고 있기 마련이지요.” 그래서 대학 3,4학년 때 프랑스어 공부를 했으며 졸업 후 1년 동안 직장 다니며 유학자금을 마련한 뒤 ‘생각했던 대로’ 프랑스로 유학을 떠났다. 남부 프랑스 몽펠리에 있는 폴 발레리 대학에서 6개월간 프랑스어 공부를 할 때 폴 발레리의 명언을 접하면서 감동을 받았다. 이후 파리 9대학 박사과정(술 마케팅)에 들어갔다. 그는 이때 ‘프랑스 포도주 시장 제도 및 유통연구서’ ‘맥주의 중장기 소비예측’ 등 발효주 중심의 연구에서 세계적인 소비량을 자랑하는 럼, 보드카, 위스키, 코냑 등 증류 숙성주 연구로 점차 확대시켜나갔다. 아울러 프랑스는 물론 유럽 전 지역을 다니면서 논문 자료를 수집했다. 결국 ‘세계 주류시장의 국제 마케팅 전략과 전망’을 주제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조상이 빚은 名酒는 후손들과 뜨겁게 이어주죠” “프랑스에 있을 때였습니다. 하루는 알고 지내던 친구가 저를 집으로 초대하더군요. 식사를 마치더니 친구가 ‘파라다이스에 갈래?’라고 제의하더군요. 처음에는 무슨 룸살롱 같은 술집인가 했어요. 그런데 지하의 술 저장고에 데려갔습니다. 술통이 많이 있더군요. 친구는 한 통을 가리키면서 ‘우리 아버지가 내가 태어난 것을 기념해서 담그신거야. 소중한 사람들과 나누어 마시라고 하셨지’라고 하더군요. 그 말을 들으며 술을 한 모금 마셨더니 그 친구의 조상과 잠시 연결되는 느낌이 오더라구요.” 정 교수는 당시를 회고하면서 “우리가 제사를 지낼 때 음복하는 이유도 조상과 만나는 일이며 특히 조상이 빚은 명주는 후손들과 또 한 번 뜨겁게 연결되는 일이 아니냐.”고 말한다. 그의 꿈은 ‘우리 술의 세계화’이며 ‘아름다운 음주문화를 우리 후손에게 물려는 것’이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이를 위해 그는 인삼주 숙성 등과 관련해 특허 4개를 갖고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그는 또 대학에서 아름다운 음주문화와 술은 인류가 아닌 동물이 먼저 마셨다, 소주는 아랍의 향수 제조법에서 유래했다는 등의 술과 관련된 오해와 진실 등도 강의한다. 또 ‘술나라 헌법’과 ‘술나라의 십불출(十不出)’ 등의 흥미로운 내용도 가끔 설파한다. 술 안 마시고 안주만 먹는 사람, 남의 술로 제 생색을 내는 사람, 술잔 잡고 잔소리하는 사람, 술 먹다가 딴 곳에 가는 사람, 술 먹고 따를 줄 모르는 사람, 남의 술만 먹고 제 술을 안 내는 사람, 술자리에서 축사를 오래한 사람 등이 십불출에 포함된다며 웃는다. 선임기자 km@seoul.co.kr ■ 정헌배 교수는… 1955년 구미에서 태어났다. 경상중과 경북사대부고를 나온 뒤 영남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술을 본격적으로 연구하기 위해 1979년 말 프랑스로 유학을 떠났다. 폴 발레리 대학에서 어학공부를 마치고 파리9대학 박사과정에 들어갔다. 1984년 이 대학에서 ‘술 마케팅’을 주제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85년 3월부터 현재까지 중앙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그동안 재무부 세제발전심의위원, 농림부 전통주심사위원 등을 거쳐 공정거래위원회, 규제개혁위원회, 청소년보호위원 자문교수로 활약하면서 우리나라 주류산업 정책변화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해 왔다. 이를 통해 새롭고 다양한 술이 제조, 판매될 수 있는 여건 조성에 많은 역할을 해왔다. 청소년 대학생의 음주문화 개선을 위해 중앙대에 교양과목으로 ‘명주와 주도’라는 과목을 개설해 직접 강의하면서 음주문화시민연대를 운영하기도 했다. 우리술 세계화를 위해 2003년 ‘정헌배 인삼주가’를 설립,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아울러 경기도 안성에 ‘세계명주마을’을 포함한 우리 술 테마파크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주류제조 특허4개와 옹기독 실용신안 등 다수의 지적 재산권을 보유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술나라 이야기’(2011) 등이 있다.
  • [씨줄날줄] 대학생 음주시위/육철수 논설위원

    술이란 묘하다. 어떤 사람이 마시면 감동의 시(詩)가 되어 나오고, 어떤 인간이 마시면 흉악범죄로 돌변한다. 이슬을 양이 먹으면 젖이 되고 뱀이 먹으면 독이 된다고 했던가. 몸속에서 술을 관리하는 능력이 이렇게 사람마다 다르다. 사람이 술을 마셔야지 술이 사람을 마시면 탈이 나게 마련이다. 일상사가 다 그렇듯, 절제의 미덕은 사람을 천당과 지옥으로 갈라놓는다. 10여년 전, 전도유망하던 어느 유명한 검사장은 술김에 ‘파업유도’ 발언을 했다가 졸지에 그 좋은 자리와 권력을 잃고 말았다. 멀리 갈 것도 없이 며칠 전 집권당의 새 대변인은 술자리에서 기자들에게 욕설을 해댔다가 그 자리에 앉아 보지도 못하고 물러났다. 중국 진(晉)나라의 왕희지는 ‘술 한 잔에 시 한 수’(一觴一詠, 일상일영)를 읊고, 당(唐)나라 때 이백은 ‘술 한 말에 시 백수’(斗酒詩百篇,두주시백편)를 지었다는데, 왜 술 버릇만 세월이 갈수록 고약해지는 걸까. 그젯밤 서울 종로구 보건복지부 청사 앞에서 희한한 상황이 벌어졌다. ‘청년대선캠프’ 소속 대학생 30여명이 ‘학내 음주금지령 규탄대회’를 열어 음주시위를 한 것이다. 이들은 행인이 오가는 보도에서 맥주와 막걸리를 마시고 삼겹살을 구웠다. 내년 4월부터 시행될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에서 캠퍼스 내 음주를 금지하기로 한 데 항의하기 위해서였단다. 마련한 술의 양으로 미루어 질펀한 술판이라기보다는 자신들의 주장을 효과적으로 전하려고 한 것 같다. 별난 시위라 여기고 그냥 넘어갈 수도 있겠다. 그러나 비(非)지성적이며 품위를 잃은 행동이라는 생각이 떠나지 않는다. 캠퍼스 안에서 시위를 해도 될 일을 시민들의 퇴근길을 방해해 가며 소동을 피울 것까지야…. 음주시위도 폭력시위 못지않게 보기에 흉하다. 대학생들의 음주문화는 그동안 위험수위를 넘나들었다. 신입생 환영회 때는 폭음과 강제주(酒) 때문에 해마다 2~3명이 생명을 잃었다. 그렇다고 대학생들의 생활 근거지인 캠퍼스에서 음주를 법으로 막는다고 될 일인가. 총학생회의 자율에 맡기면 효과적일 텐데 굳이 긁어 부스럼 만드는 게 아닌가 싶다. 대학은 지성의 전당이며 사회 진출을 위한 준비를 하는 곳이다. 젊음의 낭만을 즐기고 심오한 토론 등을 통해 건전한 사회인으로 성장하자면 술도 좀 필요하다. 다만 대학생활의 근간은 술이 아니라 학문이기에, 지성인답게 음주를 절제하고 멋과 운치가 있는 음주문화를 만들어 나가길 바란다.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 [씨줄날줄] 절주(節酒) 서약/오승호 논설위원

    스코틀랜드 경제 중심지 글래스고의 위스키 제조 공장을 방문했을 때다. 발렌타인이 주력상품인 얼라이 도맥사였다. 생산 라인에서 쉴새없이 쏟아지는 발렌타인을 어떻게 다 소화하는지 묻자 회사 간부는 “한국은 세계에서 발렌타인 소비 2위 국가”라고 소개했다. 2000년대 초의 일로, 당시 세계 2위 주류업체였던 이 회사는 이후 시바스리갈 상표로 유명한 프랑스 주류업체 페르노리카로 주인이 바뀌었다. 우리나라에서 소주와 맥주를 섞어 마시는 ‘소맥 폭탄주’ 문화가 자리잡으면서 위스키가 맥을 못추는 시장 상황도 일정 부분 작용했을 것이란 생각도 든다. 주류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위스키 출고량은 1176㎘로 1년 전에 비해 38%, 2년 전보다는 절반 가까이 줄었다. 반면 소주와 맥주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각각 2.45%, 0.82% 늘었다. 젊은 층의 음주 문화도 기성세대를 닮아 가는 양상이다. 대학가에는 폭탄주 전문 술집이 적지 않다. 대학생 손님의 절반가량은 폭탄주를 찾는다고 들려주는 업주도 있다. 신입생 환영회 때도 소주 대신 폭탄주가 곧잘 등장한다. 폭탄주를 정확하게 만들 수 있도록 계량컵을 만들어 대학가 술집에 나눠 주는 업체도 있다. 일종의 소맥 칵테일 잔이다. ‘소맥 자격증’(Soju&Beer License)도 있다. 특별한 혜택은 없지만, 폭탄주 제조법(레시피)을 인터넷에 올리면 선발해 유효기간 1년의 자격증을 준다. 술자리를 즐겁게 하는 이벤트를 통해 매출을 늘리는 마케팅이라 할 수 있다. 술로 인한 경제사회적 피해는 막심하다. 영국 의학 전문지 ‘란셋’(The Lancet)에 따르면 음주로 인한 1인당 경제 손실액(2007년 기준)은 우리나라가 524달러로 미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선진국에 비해 높다. 태국의 4.3배로, 중간 소득 국가 중에서는 손실액이 가장 크다고 한다. 그나마 음주 폐해를 줄이려는 활동이 확산되고 있어 다행이다. 부산 수영구보건소는 건전한 음주문화 정착을 위해 지난 6월 소주잔에 2분의1 표시를 한 절주잔을 만들어 음식점에 보급했다. 술은 잘 마시면 보약, 그렇지 않으면 독이 될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제시하는 적정 알코올 섭취량은 남자 40g, 여자 20g이다. 소주로 각각 5잔, 2.5잔이다. 삼성그룹이 ‘벌주·원샷·사발주’를 3대 음주 악습으로 규정하고 고강도 절주 캠페인을 벌이기로 했다. 연말까지 전 직원들에게 절주서약서도 받을 계획이다. 상하관계가 확실한, 일사불란한 조직으로 정평이 있는 삼성의 기업문화 변화가 기대된다. 오승호 논설위원 osh@seoul.co.kr
  • 삼성 ‘벌주·사발주’ 음주악습 없앤다

    삼성 ‘벌주·사발주’ 음주악습 없앤다

    앞으로 삼성 임직원들과의 회식 자리에 원샷이나 벌주, 사발주 등을 볼 수 없게 된다. 삼성그룹은 건전한 음주문화 조성과 임직원 건강 증진, 음주 관련 사고 예방을 위해 음주문화 개선 캠페인을 실시한다고 19일 밝혔다. 이번 캠페인은 과도하고 강제적인 음주 문화가 임직원 근무사기와 건강에 악영향을 끼치고, 숙취가 업무수행에 지장을 준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삼성 측은 설명했다. 주폭(酒暴) 등 음주로 인한 폐해를 근절하자는 사회적 분위기에 동참하기 위한 취지도 담고 있다고 덧붙였다. 삼성은 과거 유사한 캠페인을 실시한 적이 있으나 건전한 음주 문화 정착에는 미흡했다고 판단, 종합적이고 강력한 음주문화 개선 캠페인을 벌이기로 했다. 이를 위해 우선 술을 못 마시는 임직원을 괴롭히기 위해 만들어진 ‘벌주’(벌칙으로 마시게 하는 술)와 ‘원샷’(한 번에 술잔을 다 비우게 하는 것), ‘사발주’(냉면 그릇 같은 대형 용기에 술을 가득 담아 마시는 것)를 3대 음주악습으로 규정하고 금기사항으로 선포할 방침이다. 이달부터 각 관계사가 음주악습을 금지하는 선포식을 실시하고, 과도한 건배구호 제창도 지양하도록 유도하는 등 다양한 절주(節酒) 캠페인을 실시하기로 했다. 내년 1월부터는 그룹 주관의 신입·경력입문, 승격, 임원 양성 등 교육과정에서 절주 강의를 필수과목으로 반영할 계획이다. 삼성은 사내방송과 미디어삼성, 웹진, 삼성앤유(사내외보) 등 다양한 홍보채널을 활용해 임직원의 자발적인 참여와 공감대 형성을 유도할 방침이다. 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 [Weekend inside] “술 취해 살고 싶지 않다”… 10만 중독자에 새 삶

    [Weekend inside] “술 취해 살고 싶지 않다”… 10만 중독자에 새 삶

    술김에 폭력 등 문제를 일으키는 알코올중독자들에 대한 사회적 지탄이 고조되고 있다. 지금까지는 ‘술꾼’, ‘술고래’로 불리며 도덕적 비난을 받는 데 그쳤으나 최근 들어 ‘주취폭력’(주폭) 문제가 부각되면서 경찰의 처벌 대상이 됐다. 전문가들은 “술로 인한 사회 문제를 해결하려면 규제, 처벌과 동시에 적절한 치료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한국음주문화연구센터(KARF)가 운영하는 카프병원은 국내에 하나뿐인 비영리 알코올 중독 전문병원이다. 이곳에는 모두 75명의 알코올 의존환자가 입원해 있다. 음주 문제가 사회문제로 부각되면서 외래환자 수도 최근 30~40%나 늘었다. 우울증, 폭력 등 술에 얽힌 사연은 각양각색이지만 자발적으로 병원을 찾은 이유는 단 하나, 더이상 술에 취해 살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14일 병원에서 이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단주(斷酒), 금주(禁酒)’ 시커먼 먹을 묻힌 붓길이 마음먹은 대로 가지 않는다. 오랜 음주 탓에 자꾸 손이 떨린다. 그래도 화선지에 애써 다짐을 옮긴다. 알코올의존증으로 이곳에 입원 치료 중인 김병수(58·가명)씨는 “붓글씨를 쓰면 집중력이 높아지고 차분해진다.”며 웃었다. 이날 카프병원의 3교시인 서예 수업에서는 10명 남짓한 환자들이 먹을 갈며 마음을 다스리고 있었다. 카프병원은 알코올중독자들 사이에서는 서울의 대형 종합병원보다 명성이 높다. 2004년 개원 뒤 해마다 환자가 늘어 지금껏 10만여명의 알코올중독자가 다녀갔다. 인기 비결은 저렴한 비용과 높은 치료 효과 덕이다. 한 달 입원비가 60만~70만원 수준으로 다른 알코올중독 치료 병원의 절반 수준이다. 이렇게 싸게 받아서는 당연히 적자를 볼 수밖에 없다. 하지만 29개 주류업체들로 구성된 한국주류산업협회가 매년 50억원을 지원해 준 덕에 부족한 돈을 메워 왔다. 입원했던 환자들은 모두 스스로 병원을 찾았다. 어느 순간 알코올중독이 자신과 주변 사람의 삶을 망가뜨리고 있다고 느껴 입소문을 듣고 카프병원을 찾았다고 한다. 항갈망제(술 생각을 줄여주는 약) 처방 등 약물치료도 하지만 핵심은 생각과 습관을 바꾸는 프로그램 치료다. 분노를 조절하는 법, 끊었던 술 생각이 다시 들 때 생각을 차단하는 법, 우울증에 대처하는 법 등을 배운다. 자서전 쓰기, 명상, 종이접기 등을 통해 인생을 돌아보고 인내하는 방법도 익힌다. 12주 과정이지만 환자가 술 끊을 자신이 들지 않는다고 판단하면 더 입원하기도 한다. 이준석 병원장은 “알코올중독의 70%는 유전적 요인 때문이어서 의지만으로 되는 문제는 아니다.”라면서 “유전인자가 없으면 양조장 주인이라도 쉽게 알코올 중독에 빠지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자서전 쓰기 수업에서 만난 전인석(54·가명)씨는 “군인이셨던 아버지는 항상 만취상태로 퇴근해 난폭하게 굴었다.”면서 “지금 생각하니 아버지도 아픈 사람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술 마실 때마다 싸워 경찰서에 몇 번씩 끌려갔다는 강범석(45·가명)씨는 “술이 깨고 나면 왜 싸웠는지 절반밖에 기억나지 않는다.”면서 “(주취폭력이) 처벌만으로 고쳐질 수 있는 문제라면 전과가 80~90범씩 되는 사람이 왜 생기겠느냐.”고 말했다. 처벌 못지않게 치료를 병행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최근에는 여성 환자도 늘어나는 추세다. 여성의 사회 참여가 늘어나는 등 술 마실 기회가 많아진 이유도 있지만 알코올의존 여성 중에는 어린 시절 폭행, 성폭력 등을 겪어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사람도 많다. 한 관계자는 “알코올 중독인 남편의 폭력 때문에 고통을 겪다가 술에 손을 대 부부가 알코올 중독이 된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퇴원했다가도 몇 번씩 재입원하는 사례가 흔하지만 부정적으로 볼 일만은 아니다. 술에 또 손이 가려 하고 가족 등 주변에 피해를 줄 것 같으면 알아서 다시 치료기관을 찾는 것이다. 덕분에 병원 치료 뒤 가족과의 관계가 좋아졌다고 말하는 환자가 많다. 병원 프로그램이 알코올중독 치료에 도움이 됐다고 말하는 환자는 85%나 됐다. ‘할 수 있다.’는 긍정 에너지로 가득 찬 병원이지만 최근 심각한 고민이 생겼다. 주류업체들이 병원 적자가 쌓인다는 이유로 2010년 말부터 지원을 끊어 다음 달이면 병원 재원이 바닥나 문 닫을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입원 중인 한 환자는 “알코올중독자들이 의지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기관인데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 [사설] 공공장소 음주제한 취지는 옳다

    이르면 내년 4월부터 대학 등 각급학교와 병원, 공원, 해수욕장 등 모든 공공장소에서 음주가 금지된다고 한다. 대중교통 시설이나 학교 주변에선 주류 광고도 할 수 없다. 이와 함께 담뱃갑 절반 크기에 유해성을 경고하는 그림이 실리며 담배회사의 판촉이나 후원 활동도 허용되지 않는다. 정부는 그제 이런 내용을 담은 국민건강증진법 전부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이 입법예고안대로 시행된다면 술과 담배에 관대했던 우리 사회의 음주·흡연 문화가 일대 전기를 맞게 된다. 음주 금지 대상이 되는 공공장소는 해당 지방자치단체가 조례를 통해 지정하는데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이나 서울 한강시민공원, 경기도 북한산국립공원 등이 해당한다. 서울 전체 면적의 28.9%가 음주금지구역에 포함될 전망이다. 우리는 이런 입법 취지는 옳다고 본다. 최근 술김에 초등학생을 성폭행한 나주사건 등을 계기로 언제 어디서나 술을 마시고 행패를 부리는 잘못된 음주문화를 그냥 둘 수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대학 캠퍼스를 음주금지 대상에 포함한 것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본다. 바람직한 음주문화를 세우겠다는 취지는 좋지만, 지성인들의 자유토론의 장인 대학 내 음주를 법으로 규제하기보다는 학생자치에 맡기는 게 좋을 것이다. 영국과 프랑스도 대학 내 음주는 자율규제하거나 부분금지로 관용을 베풀고 있다. 또 정부안을 살펴보면 공공장소 음주를 막을 수 있는 사회적 장치의 알맹이가 빠져 있다. 값싸고 손쉽게 술을 구할 수 있는 게 문제다. 예컨대 서울역이나 지하철 등 공공장소에서 술병을 들고 다니면서 마시는 노숙인에게도 국민건강증진법 위반으로 과태료를 물릴 셈인가. 음주범죄를 예방하려면 술을 살 수 있는 시간과 장소를 규제하거나 아예 살 수 없도록 일정 수준 이상으로 술값을 인상하라는 세계보건기구(WHO)의 권고를 참고하기 바란다.
  • “과음사고 잡는다” vs “낭만까지 잡느냐”

    보건복지부가 대학에서의 주류 판매와 음주를 금지하는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가운데 실효성과 타당성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성인인 대학생의 음주를 법으로 규제하는 것을 두고 찬반 논쟁과 더불어 누가, 어디까지 규제할 것인가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국민건강증진법 전부개정안은 주류판매와 음주가 금지되는 공중이용시설에 대학을 포함시켰다. 대학에서 주류판매와 음주가 허용되는 곳은 동문회관, 연회장 등 수익용 부대시설뿐이다.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학생들이 이용하는 구내식당과 매점에서 주류를 팔지 못하게 되며, 축제 때도 학생들이 주점을 열어 술을 팔거나 마시지 못하게 된다. 최근 몇년 사이 대학 신입생들이 오리엔테이션에서 과음을 하다 숨지는 등 사고가 잇따른 것이 배경이 됐다. 복지부 관계자는 “대학은 대학생뿐 아니라 지역사회 주민들과 청소년들에게도 열려있는 공간”이라면서 “특히 청소년들이 선망하는 곳인 만큼 과도한 음주문화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대학생들의 반응은 부정적이다. 성인인 대학생들의 음주를 금지한다는 것은 ‘규제 만능’의 독재적 발상이라는 것이다. 대학생 이진혁(25)씨는 “강의실 주변이라면 이해가 되지만 학생들 생활공간인 기숙사까지 금지구역으로 정하는 것은 황당한 발상”이라면서 “축제 때의 주점도 교수와 학생의 친화공간이자 대학문화의 일부”라고 주장했다. 대학생 윤아영(23·여)씨는 “잘못된 음주문화는 개선해야 하지만 그것까지도 대학생들이 알아서 할 일”이라고 말했다. 법규 이전에 대부분의 대학들이 자체적으로 매점과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술의 종류를 규제하고 있다. 대한보건협회가 지난해 전국 40개 대학을 조사한 결과 10곳에서 주류를 판매했지만 모두 맥주만 취급했다. 서울대의 경우 생활협동조합이 기숙사에서 주점을 운영하지만 소주는 팔지 않는다. 대학생이 관련된 음주사고가 대부분 신입생 환영회나 엠티 등 학교 밖에서 발생한다는 점도 이 개정안이 과도함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게 학생들 입장이다. 대학생들의 음주를 단속하는 일이 가능한지를 두고도 의견이 많다. 대학생 대부분이 성인이어서 임의로 술을 마실 수 있을 뿐 아니라 넓은 캠퍼스 곳곳을 공무원이 단속한다는 것도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기본권적 권리 침해라는 점에서 위헌 소지까지 거론하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대학들이 자발적으로 음주문화 개선에 나서는 게 바람직하다.”면서 “현실적으로 대학에서의 음주 규제가 어렵기 때문에 여론 수렴을 거쳐 하위법령에 예외 규정을 둘 방침”이라고 말했다. 김소라기자 sora@seoul.co.kr
  • [씨줄날줄] 단란주점/노주석 논설위원

    단란주점이란 1994년에 생긴 유흥업종이다. 당시 상류층의 음주문화로 자리 잡은 룸살롱으로 말미암은 상대적 박탈감이 문제가 되자 서민들도 값싸고 건전하게 술을 마시게 하자는 취지에서 새로운 업종을 만들었다. 주거지역으로 입지를 확대했고, 영업장의 조명도 더 어둡게 조정해 주었다. 칸막이 설치도 허용했다. 한마디로 칸막이가 쳐진 장소에서 술을 마시며 노래를 부를 순 있지만, 여성종업원의 접대는 받을 수 없도록 한 술집이다. 룸살롱의 아류이자, 대중화라고 볼 수 있다. ‘단란’이란 명칭의 유래는 알 길이 없다. 단란주점의 경쟁업소인 룸살롱, 카바레업주들이 중심이 된 유흥음식점중앙회에서 “단란주점 영업 규제완화가 도입취지와 어긋난다.”면서 이를 철회해 줄 것을 요구한 기사가 1996년 9월 도하 여러 신문에 실렸다. 단란주점의 진입 이후 본래 유흥주점의 장사가 잘되지 않았다는 얘기다. 실제 단란주점은 1994년 2월 4540곳에서 2009년 1만 5700곳으로 늘어났다. 지금도 유흥주점으로 업그레이드하거나, 노래방으로 다운그레이드하는 등 부침을 거듭하고 있다. 한국 근대 술자리 문화는 일본식 요정(料亭)에서 비롯됐다. 1960~70년대 청운각·대원각·삼청각 등 요정 3각과 오진암이 이름을 날렸다. 1970년대 후반 200여곳의 대규모 관광요정이 외국인을 상대로 ‘기생관광’ 시대를 열었으며 1980년대 이후 룸살롱을 중심으로 한국식 접대문화가 전성기를 누렸다. 이런 한국식 밤 문화가 오늘날 세계 곳곳에 한류와 K팝을 전파했다는 주장도 있다. 중국이나 일본은 물론 동남아와 중앙아시아 지역에 퍼진 한국식 노래방 ‘K-TV’는 사실상 단란주점이라는 것을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단란히 마시는 술집도 가 보셨어요?) 안 교수=아뇨 뭐가 단란한 거죠? (단란하게 노래하면서 술 마시는…) 안 교수=예? 노래방? (노래방인데 도와주시는 분이 있는) 안 교수=…” 안철수 교수가 2009년 무릎팍도사 프로그램에 출연해 발언한 내용의 진위가 도마에 올랐다. 당시 방송을 보면 안 교수는 단란주점에 가본 경험이 없다고 표현한 것처럼 들린다. 그런 안 교수가 함께 술을 마셨거나 유흥주점에 간 적이 있다는 사람들의 폭로가 잇따르자 말을 바꿨다. 1998년 이전엔 유흥주점에서 술을 마셨고, 이후엔 동석은 했지만 술은 안 마셨다는 내용이다. 현자(賢者)는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는 속담을 세상에 남겼다. 단란주점에 칸막이는 있지만, 비밀은 없다. 노주석 논설위원 joo@seoul.co.kr
  • 현직 경찰간부가 SNS서 ‘주폭 척결’ 비판

    현직 경찰 간부가 김용판 서울경찰청장이 추진하고 있는 음주폭력, 이른바 ‘주취 폭력’ 척결과 공원 안전 대책을 우회적으로 비판해 파장을 낳고 있다. 서울의 일선 경찰서에 근무하는 황모 과장은 2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문제 해결자적 역할을 강조하면서 윤리나 복지에 이르기까지 경찰의 개입을 적극화하려는 최근의 경향은 우려할 만하다.”라는 글을 올렸다. 또 “경찰이 음주문화 개선에 앞장선다든지 공원 내 노숙행위를 제지한다든지 하는 것이 대표적”이라고 비판했다. 김 서울경찰청장의 음주폭력 척결 등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이다. 황 과장은 “경찰이 지켜야 하는 질서는 법질서”라면서 “이는 법질서 이외의 질서는 경찰의 영역이 아니라는 의미”라고 규정했다. 황 과장은 “이 사회 전체가 경찰국가화를 향해 눈 가리고 행군하는 느낌”이라면서 “경찰의 독립성을 극도로 억압해 놓은 채 경찰을 이 사회 전반의 해결자로 앞장세우는 것이 이대로 좋으냐.”고 반문했다. 김동현기자 moses@seoul.co.kr
  • [사설] 남발되는 음주정책 정리할 필요 있다

    경찰과 지방자치단체가 하루가 멀다하고 설익은 음주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마치 경쟁이라도 하는 듯한 모습이다. 강력한 주폭(酒暴) 척결 의지 표명으로 주목을 받은 서울경찰청은 이번엔 음주운전 3회 이상 적발자에 대해 차량 몰수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강릉 경포해수욕장에서는 국내 처음으로 해수욕장 음주행위에 대한 경찰의 단속이 시작됐다. 이에 앞서 서울시는 내년부터 모든 공원에서 음주행위를 금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사실 우리나라만큼 음주에 관대한 나라도 없다. 그렇지만 소수 때문에 다수가 희생될 수는 없는 일이다. 음주문화 개선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이유다. 하지만 충분한 사회적 합의와 법적·제도적 뒷받침 없이 즉흥적으로 발표하는 경찰과 지자체의 반(反)음주정책은 혼란과 행정 낭비만 부를 뿐이다. 취지가 좋다고 필요한 절차를 무시해도 된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할 수 없다. 서울경찰청의 음주운전 3회 이상 적발자에 대한 차량 몰수 추진이 대표적인 사례에 해당한다고 본다. 경찰이 차량 몰수 정책을 내놓은 것은 음주운전을 못하게 하려는 데 목적이 있을 것이다. 그렇더라도 민주국가에서 사유재산을 몰수해 공매처분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지, 이 방법 외에 다른 방법은 없는지 심사숙고했어야 했다. 강릉시가 뒤늦게 관련 조례를 만들겠다고 거들고 있지만 경찰의 경포해수욕장 음주금지도 처벌 근거 마련 없이 졸속으로 추진된 감이 없지 않다. 후진적 음주문화를 개선해야 한다는 데 반대할 사람은 없다. 그럼에도 관련 부처와 조율도 없이, 법적인 뒷받침도 없이 너도나도 불쑥불쑥 내밀어서는 곤란하다. 인기에 영합한 즉흥적인 행정은 사회적 혼란만 부추길 뿐이다. 단속도 중요하지만 계도와 선도가 우선돼야 한다는 점도 결코 잊어선 안 될 것이다. 무조건 단속하고 금지하는 게 능사는 아니지 않은가.
  • 특허청 “비위직원 직무 즉시 정지”

    최근 직원들의 음주 사건으로 도마에 오른 특허청이 공직기강 확립에 고삐를 죄고 나섰다. 정부 부처 최초로 원스트라이크 ‘직무아웃제’를 도입한 것. 공직에서는 뇌물·향응 등 단 한번의 부패 행위를 저질렀다가 적발돼도 퇴출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이미 시행하고 있다. 특허청도 비공개 특허 관련 문건을 고의로 유출한 경우 이 규정을 적용해 왔다. 그러나 이번에 새로 도입한 직무아웃제는 어떤 직무든 개인의 처신을 징계 대상에 포함시켰다는 점에서 훨씬 더 엄격해진 대책이다. 직무아웃은 중징계 대상자에게 내리는 직위해제와 동일한 효과로, 복무관리와 직무명령을 위임받은 국장이 내리게 된다. 공직자로서 비위를 저지르면 직무를 즉시 정지시키고, 반드시 청렴교육 이수 및 사회봉사 활동을 거친 후 직무에 복귀하게 하는 일종의 자정 과정을 거치게 했다. 또 물의를 일으켜 징계 처분을 받은 공직자는 법령에 정한 승진제한 기간을 2배로 확대 연장하는 등 징계 규정도 강화했다. 감사담당관실을 중심으로 대외활동 모니터링을 통한 감찰 활동에 나설 방침이다. 대선을 앞두고 공무원의 복지부동과 줄서기 행위 등도 중점 점검하기로 했다. 간부들에 대한 관리감독 책임도 묻는다. 부서장 평가시 범죄발생 및 청렴도를 평가해 반영함으로써 ‘개인 문제’라는 안이한 의식에 경종을 울린다는 취지에서다. 이와 함께 조직문화 개선을 위해 부서장 책임 아래 ‘119운동’과 ‘염치지키기 운동’도 전개한다. 119 운동은 회식 때 ‘1차에서 1가지 술로 오후 9시 이전에 마쳐’ 건전한 음주문화를 정착시킨다는 의미다. 염치지키기는 공직자로서 스스로 창피함을 알고 부정한 일을 하지 말자는 윤리의식 제고 운동이다. 김호원 특허청장은 “특허청은 업무의 전문성이 반영돼 5급 이상 간부들이 상대적으로 많기에 보다 엄격한 청렴성과 도덕성이 요구된다.”면서 “처벌이 궁극적인 목적은 아니며, 공직자로서 스스로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대전청사 박승기기자 skpark@seoul.co.kr
  • 음주문화硏, 국세청 퇴직관료 인사 논란

    보건복지부의 반대에도 한국음주문화연구센터(KARF)에 또다시 국세청 퇴직 관료가 부임할 것으로 알려지자 노동조합이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동조합 의료연대 산하와 한국음주문화연구센터 노동조합 관계자 50여명은 2일 오후 국세청 앞에서 ‘국세청 낙하산 근절 및 재단 정상화를 위한 기도회’를 열었다. 이들은 기도회에서 “주류업체들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세운 한국주류산업협회의 회장 자리를 국세청 퇴직자에게 관례적으로 맡기는 것도 부족해 알코올 질환자 치료 등 주류 소비자 보호를 위해 세워진 카프의 이사장직마저 겸직하도록 한 것은 부당하다.”며 국세청의 각성을 촉구했다. 이어 “3일 오전 예정된 카프 이사회에서 또다시 대전 국세청장 출신인 권기룡 한국주류산업협회장을 이사장으로 선출할 경우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취임을 저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노조는 국세청이 한국주류산업협회를 사실상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감독 관청인 복지부도 노조의 주장에 동의하고 있다. 복지부 정신건강정책과는 지난해 8월 카프로 보낸 공문에서 “주류 제조업체의 이익단체인 주류산업협회장이 음주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설립한 재단에 이사장으로 부임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사회 공공성과 전문성을 지닌 인사를 재단 이사장으로 선출하라.”고 권고했다. 한국주류산업협회장은 2000년 카프 설립 때부터 카프의 당연직 이사를 맡고 있으며 15명으로 구성된 이사회는 관례적으로 재단의 돈줄을 쥔 주류산업협회 회장을 이사장으로 선출하고 있다. 카프는 1997년 국회가 술에 건강증진기금을 부과해 알코올 질환자 문제 등을 해결하려고 하자 국세청과 주류 제조업체들이 자발적으로 설립한 비영리 공익단체다. 한상봉기자 hsb@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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