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음악 공연장
    2026-03-29
    검색기록 지우기
  • 지하철 2호선
    2026-03-29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3,253
  • 세계 무대에 서는 비보이 ‘라스트포원’

    세계 무대에 서는 비보이 ‘라스트포원’

    우린 아무것도 해준 게 없는데. 이 젊은이들은 죽기 살기로 춤춰서 세상 으뜸이 되었단다 장하다 칭찬해야 하나, 앞 다퉈 부끄러워해야 하나 세계 무대에 서는 비보이 ‘라스트포원’ 취재, 글 박혜란 기자 | 사진 한영희 오늘은 노는 사람을 만나러 간다. 그것도 좀 노는 것이 아니라 잘 노는 것으로 세계 대회에서 일등을 먹은 이들이란다. 브레이크댄스를 추는 사람, 비보이들의 월드컵이라 불리는 독일 베틀오브더이어 대회 2005년 우승팀 라스트포원. 한마디로 비보이 중 최고란 말이렷다. 그들이 이번에는 ‘스핀 오딧세이’라는 퍼포먼스를 앞세워 그야말로 그리스 신화의 영웅들처럼 영국, 미국, 아시아 각국을 춤으로 정복하러 나선다. 3월 중순부터 시작될 해외 순회공연을 앞두고 서울 대학로의 한 소극장에서 쇼케이스를 가진다고 하여 그곳으로 향했다. 왜 공연장이 한산하리라 생각했을까? 이미 사람들로 발 디딜 틈 없이 들어찬 공연장을 겨우 비집고 들어가 구석 자리에 엉덩이를 붙이고 땀을 닦았다. 마침내 강한 비트의 음악과 함께 춤이 시작되자 내가 본 것은 근육, 잘 단련된 아름다운 근육이었다. 꺾어지고 날아오르고 스르르 풀렸다 튀어 오르는 근육의 향연. ‘왜 춤을 추느냐’ ‘춤추면 뭐가 좋으냐’ ‘앞으로 어떻게 살려고?’ 그런 질문들이 그 힘찬 근육들 앞에서 무기력해진다. 비보이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던 사람이라 할지라도 이 근육들을 실제로 대하면 생각이 달라지리라. 그런 근사한 근육을 가진 사람은 어디서 무엇을 하였건 간에 자신을 견디고 연마하며 열심히 살았을 것이 분명했다. 근육만 근사했나? 공연이 끝나고 평상복으로 갈아입자 남다른 근육들은 그 속에 감춰지고, 동네에서 흔히 마주치는 청년 같은(사실은 그보다도 조금 더 순박한) 얼굴들만이 남았다. 전주에서 올라온 그 청년들의 나이는 스물셋에서 스물여섯. 모두 10여 년간 춤을 췄다고 했다. “단체생활을 하고 있고요, 밥 먹는 시간 빼곤 하루가 다 연습이에요.” 남다른 근육의 비밀이 바로 여기 있었군. 한 가지 일을 10여 년간 했다면 도를 터득할 정도는 아니라도 도에 발가락을 적시진 않았을까. 그래서 이런 질문을 던져보았다. 지금껏 춤을 추면서 깨달은 것 중 이것만은 ‘진리다’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질리는 거 없는데. 순간적으로 질릴 때도 있겠지만 금방 새로운 세계가 펼쳐지거든요.” 아니, 질문한 내용은 그게 아니고 ‘진리’에 관한 거라고 다시 설명하자 여기저기서 웅성거리기 시작한다. 질문이 어렵다 어려워. 조용히 좀 해, 집중해서 빨리 끝내버리게. 딕딕딕(휴대폰으로 문자 메시지 보내는 소리)…. 불길한 예감이 스친다. 혹시 근육만 근사했던 것은 아닐까. 하지만 잘못된 건 질문 방식임을 곧 깨달았다. 한국 사람들이 춤을 잘 추나 봐요, 매년 세계대회에서 우승하는 걸 보면. 그 비결이 무엇인지 물어보았다. “춤 실력이 좋은 거랑 대회에서 우승하는 거랑은 별개의 문제인 거 같아요. 서양 사람들한테 힙합은 문화고 생활이에요. 그 사람들은 좋아하는 걸 위해서 뭘 포기하거나 하지 않아요. 그냥 자기가 즐기기 위해 하는 거지. 그 사람들은 춤춰도 학교 가고, 우린 춤추면 학교 빠지고. 우린 목숨을 걸고 하잖아요. 그만큼 끈기도 있고 패기도 있어 성과는 좋지만 글쎄요.” “무슨 타이틀이라도 있어야 뭐라도 할 수 있는 환경이 더욱 대회나 상에 매달리게 만드는 것 같아요.” 이들은 춤을 통해 이미 세상의 수많은 이치를 충분히 꿰뚫고 있었다. 다만 말하는 것보다는 춤추는 게 즐거울 뿐. 마음도 단단했다! 마음껏 춤추는 것 외엔 욕심이 없어 보이는 청년들. 그들을 소위 ‘열 받게’ 하는 건 무엇일까. “춤춘다고 하면 왜 무조건 반말이죠? 그렇게 인간적으로 무시당할 때 가장 화가 납니다. 실컷 춤추고 돈도 못 받고, 사기당한 적도 많았어요. 공연하고 있는데 ‘야, 좀 더 돌아봐, 이거 해봐 저거 해봐, 개인기 좀 해봐’ 이럴 때 정말 열 받죠. 그런 거 시킬 때마다 어떻게 하느냐…. 그대로 다 했을 걸요, 하하.” 그래도 ‘춤추는 아이들’에 대한 인식이 최근 들어 많이 달라졌을 것이다. 예전엔 길거리에서 춤이나 추는 ‘날라리’에서 새로운 문화를 창조하는 신세대, 심지어 한국을 세계에 알린 공로자로까지 지위가 격상되었다. “예전에 비하면 많이 좋아졌어요. 우선 가족, 친척들부터 인식이 바뀌었으니까요. 하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인식 자체가 바뀌었다기보다 방송매체의 힘인 것 같아요. 정말로 우리 춤에 관심 있다기보다 ‘너희들 TV에서 봤어’라고 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거든요. 잘은 모르지만 저희가 보기엔 방송계에 잘못된 점이 많은 거 같아요. 그렇지만 또 방송을 통해 그나마 사람들에게 다가갈 수 있다는 것도 무시할 수 없는 현실이고요. 방송엔 그렇게 양면성이 있어요.” 몸과 마음은 따로따로가 아니고 하나다. 멋진 근육만큼 마음과 정신도 멋지게 성숙한, 하지만 말을 근사하게 하는 것보다 춤을 근사하게 추는 것이 더 좋은 청년들. 이들에게 가족이든 친구든 누구에게라도 좋으니 한마디씩 전하라고 했다. 처음엔 수줍은 듯 망설이더니 한 마디 한 마디 신경을 써가며 열심히 마음을 털어놓는다. 이제 라스트포원을 떠올릴 때마다 그 멋진 춤과 함께 ‘진심’이란 말이 떠오를 것 같다. 최백규 수진아 돌아와. 이우진 제1전투비행단 202WPN 식구들께 감사드립니다. 부모님 감사합니다. 건강하세요. 최동열 부모님 보고 싶습니다. 서주현 타지에 있는 막내 걱정에 반찬있다고 해도 보내시고, 있다고 해도 또 보내시는 부모님. 저는 몸관리 잘하고 춤 열심히 추고 있으니 걱정하지 마세요. 부모님 사랑합니다. 이용주 엄마,형 항상 건강하세요. 사랑합니다. 그리고 형수님까지 배병엽 병엽아 넌 멋있어. 전효민 우리 가족, 우리 친구들, 우리 팀 다 사랑합니다. 최민석 입원해 계신 어머니 얼른 완쾌하시고 운전 조심하십시오. 나희야 보고 싶다. 김진규 김부식, 장연주(부모님) 사랑합니다. 라스트포원 파이팅! 박경훈 춤느라 자주 찾아뵙지 못하고 연락 못 드려서 최송하고요, 사랑합니다. 신영석 오늘 쇼케이스를 보러 아침에 전주에서 서울까지 올라오신 부모님, 그 믿음과 격려가 제겐 큰 힘이 됩니다. 감사합니다. 그 믿음 저버리지 않도록 노력할께요. 2007년 4월
  • [특파원 칼럼] FTA가 가져와야 할 것들/ 이도운 워싱턴 특파원

    미국의 수도 워싱턴에 ‘블루스 앨리’라는 공연장이 있다. 서울의 신촌과 청담동을 합쳐 놓은 것 같은 조지타운 거리의 뒷골목에 숨은 듯이 자리잡은 블루스 앨리는 워싱턴에서 최고의 재즈 클럽으로 꼽힌다. 3월 마지막 주말에 이곳에서 재즈 기타리스트 얼 클루의 연주회가 열렸다. 평소에 좋아했던 그의 연주를 직접 들어보러 금요일 밤 10시부터 시작하는 공연을 보러갔다. 오랜만에 북한 핵 문제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 시달렸던 심신도 달래보고 싶었다. 18세기에 지어진 창고를 개조해 만든 블루스 앨리는 기대했던 것보다 소박한 공연장이었다.40평쯤 될 것 같은 공간에 무대와 테이블, 그리고 바와 주방이 밀집돼 있었다. 서울의 클럽 가운데는 삼청동 ‘재즈 스토리’의 분위기가 블루스 앨리와 비슷하다고 느껴졌다. 재즈 스토리는 일부러 고물상을 뒤져 찾아낸 골동품들로 클럽을 장식했지만, 블루스 앨리는 1965년부터 사용해온 테이블과 의자로 가득한 ‘낡은’ 공간이었다. 그래서 오히려 편한 느낌도 줬다. 음향도, 조명도 아주 특별하다고 느껴지지는 않았지만 얼 클루가 연주하는 어쿠스틱 기타의 선율을 관객들에게 전해주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그래미상 수상자인 얼 클루의 연주는 기대했던 만큼 훌륭했다. 음반에 담을 수 없었던 재즈의 자유로움이 라이브 연주를 통해 마음껏 발휘되는 것 같았다. 얼 클루는 공연에서 관객들에게 ‘과잉 서비스’를 하지는 않았다.1시간 45분 동안 진행된 공연 도중에 함께 연주한 밴드의 멤버를 소개하고, 연주곡 가운데 ‘겨울비’라는 곡을 특별히 소개한 것이 연주가 아닌 서비스의 전부였다. 그 흔한 앙코르도 없었다. 이날 특별히 인상 깊었던 것은 관객들의 반응이었다. 공연장을 꽉 채운 관객의 수를 세어 보니 110명쯤 됐다. 대부분의 관객은 얼 클루의 음악을 잘아는 마니아와 팬들이었던 것 같았다. 바로 앞 테이블에 앉은 남자 대학생은 새로운 곡이 시작될 때마다 여자 친구에게 제목과 곡의 특징을 작은 목소리로 설명해 주는 모습도 보였다. 관객들은 연주가 끝나거나 멋진 기교가 나올 때마다 아낌없이 박수를 보냈지만 역시 ‘과잉 반응’은 보이지 않았다. 이따금씩 들리는 휘파람 소리가 특별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예전에 서울에서 유사한 공연을 보러갈 때마다 연주자들에게 박수와 환호를 보내면서 느꼈던 어떤 ‘의무감’ 같은 것이 공연에는 없었다. 공연에 지불한 비용은 약 60달러. 입장료가 45달러, 맥주 한 병과 당근 케이크를 먹는 데 16달러가 추가로 들었다. 우리돈으로 약 6만원 정도다. 역시 그래미를 수상한 재즈 기타리스트 조지 벤슨의 공연을 몇년 전 서울에서 볼 때 10만원 정도를 냈던 것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싼 편이다. 또 당시 공연은 무대와 객석이 완전히 분리된 예술의 전당 콘서트 홀에서 열렸다. 조지 벤슨의 연주도 무척 훌륭했지만, 아무래도 블루스 앨리에서 느꼈던 연주자와 관객의 친밀감이나 일체감은 맛보기 어려웠다. 얼 클루의 공연을 보면서도 어쩔 수 없이 일과 관련된 연상작용은 계속됐다. 한·미 FTA에 따라 앞으로 몇년 사이에 미국의 더 많은 상품과 서비스가 우리나라로 들어올 것이다. 얼 클루의 연주가 담긴 CD도 지금보다 더 싼 가격에 수입되고 유명한 뮤지션의 한국 공연도 훨씬 많아질 것이다. 한편으로는 블루스 앨리와 같은 미국 클럽이 한국에 상륙해 홍대 앞과 청담동의 클럽들과 경쟁하는 것도 상상할 수 있겠다. 그러나 금요일 밤의 공연만 놓고 본다면 정작 한국으로 수입하고 싶은 것은 블루스 앨리도, 얼 클루도 아닌 공연의 분위기 자체였다. 기왕에 미국의 상품과 서비스가 수입된다면 껍데기뿐만 아니라 그 안에 담겨 있는, 우리가 배워볼 만한 진정한 ‘멋’과 ‘맛’도 함께 들어올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도운 워싱턴 특파원 dawn@seoul.co.kr
  • EBS스페이스 공감(EBS 오후 10시)

    EBS스페이스 개관 3주년 공연 ‘언플러그드 공감’의 주인공으로 그룹 ‘크라잉넛’이 출연한다. 크라잉넛은 1998년 ‘말달리자’라는 곡으로 큰 인기를 모으며 클럽문화 활성화에 견인차 노릇을 했던 록밴드. 박윤식(보컬·어쿠스틱 기타), 이상면(어쿠스틱 기타), 한경록(어쿠스틱 베이스), 이상혁(드럼), 김인수(아코디언, 피아노) 등으로 이루어진 크라잉넛은 지난해 5집 앨범 ‘OK 목장의 젖소’를 발표하며 ‘한국적 펑크록’을 선보여 평단과 팬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10년 넘게 수많은 라이브 공연을 펼쳐온 크라잉넛은 이번 무대에서는 그동안의 강인한 이미지를 벗고 지금까지 볼 수 없던 부드러운 언플러그드 공연을 선보인다. 펑크 음악이 어쿠스틱 사운드로 다시 태어난다.크라잉넛은 최근 YB(윤도현밴드), 노브레인, 트랜스픽션, 프라나 등 국내 대표 록밴드들과 함께 그룹 ‘록스타(RockStar)’를 만들기도 했다.록스타는 이보다 앞서 드렁큰 타이거, 바비킴, 리쌍 등 힙합 뮤지션들이 결성한 ‘무브먼트’처럼 음악적 교류와 합동공연을 목표로 결성된 프로젝트 그룹. 이들은 ‘여전히 록스타이기를 꿈꾼다’라는 슬로건으로 오는 27일 서울 마포구 홍대 앞 롤링홀에서 첫 공연에 나선다.‘록스타’는 공연 수익금 일부를 열악한 환경에서 음악작업을 이어가는 후배 뮤지션에게 기부할 계획도 갖고 있다.EBS 스페이스는 2004년 서울 강남구 도곡동에 개관한 151석 규모의 음악전문 공연장으로 월∼금요일 누구나 무료로 공연을 관람할 수 있다.(지하철 3호선 매봉역 위치) 홈페이지(www.ebs-space.co.kr)에서 보고싶은 공연을 찾아 관람신청을 하면 된다.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 [이달에 만난사람]세계 무대에 서는 비보이 ‘라스트포원’

    [이달에 만난사람]세계 무대에 서는 비보이 ‘라스트포원’

    우린 아무것도 해준 게 없는데. 이 젊은이들은 죽기 살기로 춤춰서 세상 으뜸이 되었단다 장하다 칭찬해야 하나, 앞 다퉈 부끄러워해야 하나 세계 무대에 서는 비보이 ‘라스트포원’ 취재, 글 박혜란 기자 | 사진 한영희 오늘은 노는 사람을 만나러 간다. 그것도 좀 노는 것이 아니라 잘 노는 것으로 세계 대회에서 일등을 먹은 이들이란다. 브레이크댄스를 추는 사람, 비보이들의 월드컵이라 불리는 독일 베틀오브더이어 대회 2005년 우승팀 라스트포원. 한마디로 비보이 중 최고란 말이렷다. 그들이 이번에는 ‘스핀 오딧세이’라는 퍼포먼스를 앞세워 그야말로 그리스 신화의 영웅들처럼 영국, 미국, 아시아 각국을 춤으로 정복하러 나선다. 3월 중순부터 시작될 해외 순회공연을 앞두고 서울 대학로의 한 소극장에서 쇼케이스를 가진다고 하여 그곳으로 향했다. 왜 공연장이 한산하리라 생각했을까? 이미 사람들로 발 디딜 틈 없이 들어찬 공연장을 겨우 비집고 들어가 구석 자리에 엉덩이를 붙이고 땀을 닦았다. 마침내 강한 비트의 음악과 함께 춤이 시작되자 내가 본 것은 근육, 잘 단련된 아름다운 근육이었다. 꺾어지고 날아오르고 스르르 풀렸다 튀어 오르는 근육의 향연. ‘왜 춤을 추느냐’ ‘춤추면 뭐가 좋으냐’ ‘앞으로 어떻게 살려고?’ 그런 질문들이 그 힘찬 근육들 앞에서 무기력해진다. 비보이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던 사람이라 할지라도 이 근육들을 실제로 대하면 생각이 달라지리라. 그런 근사한 근육을 가진 사람은 어디서 무엇을 하였건 간에 자신을 견디고 연마하며 열심히 살았을 것이 분명했다. 근육만 근사했나? 공연이 끝나고 평상복으로 갈아입자 남다른 근육들은 그 속에 감춰지고, 동네에서 흔히 마주치는 청년 같은(사실은 그보다도 조금 더 순박한) 얼굴들만이 남았다. 전주에서 올라온 그 청년들의 나이는 스물셋에서 스물여섯. 모두 10여 년간 춤을 췄다고 했다. “단체생활을 하고 있고요, 밥 먹는 시간 빼곤 하루가 다 연습이에요.” 남다른 근육의 비밀이 바로 여기 있었군. 한 가지 일을 10여 년간 했다면 도를 터득할 정도는 아니라도 도에 발가락을 적시진 않았을까. 그래서 이런 질문을 던져보았다. 지금껏 춤을 추면서 깨달은 것 중 이것만은 ‘진리다’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질리는 거 없는데. 순간적으로 질릴 때도 있겠지만 금방 새로운 세계가 펼쳐지거든요.” 아니, 질문한 내용은 그게 아니고 ‘진리’에 관한 거라고 다시 설명하자 여기저기서 웅성거리기 시작한다. 질문이 어렵다 어려워. 조용히 좀 해, 집중해서 빨리 끝내버리게. 딕딕딕(휴대폰으로 문자 메시지 보내는 소리)…. 불길한 예감이 스친다. 혹시 근육만 근사했던 것은 아닐까. 하지만 잘못된 건 질문 방식임을 곧 깨달았다. 한국 사람들이 춤을 잘 추나 봐요, 매년 세계대회에서 우승하는 걸 보면. 그 비결이 무엇인지 물어보았다. “춤 실력이 좋은 거랑 대회에서 우승하는 거랑은 별개의 문제인 거 같아요. 서양 사람들한테 힙합은 문화고 생활이에요. 그 사람들은 좋아하는 걸 위해서 뭘 포기하거나 하지 않아요. 그냥 자기가 즐기기 위해 하는 거지. 그 사람들은 춤춰도 학교 가고, 우린 춤추면 학교 빠지고. 우린 목숨을 걸고 하잖아요. 그만큼 끈기도 있고 패기도 있어 성과는 좋지만 글쎄요.” “무슨 타이틀이라도 있어야 뭐라도 할 수 있는 환경이 더욱 대회나 상에 매달리게 만드는 것 같아요.” 이들은 춤을 통해 이미 세상의 수많은 이치를 충분히 꿰뚫고 있었다. 다만 말하는 것보다는 춤추는 게 즐거울 뿐. 마음도 단단했다! 마음껏 춤추는 것 외엔 욕심이 없어 보이는 청년들. 그들을 소위 ‘열 받게’ 하는 건 무엇일까. “춤춘다고 하면 왜 무조건 반말이죠? 그렇게 인간적으로 무시당할 때 가장 화가 납니다. 실컷 춤추고 돈도 못 받고, 사기당한 적도 많았어요. 공연하고 있는데 ‘야, 좀 더 돌아봐, 이거 해봐 저거 해봐, 개인기 좀 해봐’ 이럴 때 정말 열 받죠. 그런 거 시킬 때마다 어떻게 하느냐…. 그대로 다 했을 걸요, 하하.” 그래도 ‘춤추는 아이들’에 대한 인식이 최근 들어 많이 달라졌을 것이다. 예전엔 길거리에서 춤이나 추는 ‘날라리’에서 새로운 문화를 창조하는 신세대, 심지어 한국을 세계에 알린 공로자로까지 지위가 격상되었다. “예전에 비하면 많이 좋아졌어요. 우선 가족, 친척들부터 인식이 바뀌었으니까요. 하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인식 자체가 바뀌었다기보다 방송매체의 힘인 것 같아요. 정말로 우리 춤에 관심 있다기보다 ‘너희들 TV에서 봤어’라고 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거든요. 잘은 모르지만 저희가 보기엔 방송계에 잘못된 점이 많은 거 같아요. 그렇지만 또 방송을 통해 그나마 사람들에게 다가갈 수 있다는 것도 무시할 수 없는 현실이고요. 방송엔 그렇게 양면성이 있어요.” 몸과 마음은 따로따로가 아니고 하나다. 멋진 근육만큼 마음과 정신도 멋지게 성숙한, 하지만 말을 근사하게 하는 것보다 춤을 근사하게 추는 것이 더 좋은 청년들. 이들에게 가족이든 친구든 누구에게라도 좋으니 한마디씩 전하라고 했다. 처음엔 수줍은 듯 망설이더니 한 마디 한 마디 신경을 써가며 열심히 마음을 털어놓는다. 이제 라스트포원을 떠올릴 때마다 그 멋진 춤과 함께 ‘진심’이란 말이 떠오를 것 같다. 최백규 수진아 돌아와. 이우진 제1전투비행단 202WPN 식구들께 감사드립니다. 부모님 감사합니다. 건강하세요. 최동열 부모님 보고 싶습니다. 서주현 타지에 있는 막내 걱정에 반찬있다고 해도 보내시고, 있다고 해도 또 보내시는 부모님. 저는 몸관리 잘하고 춤 열심히 추고 있으니 걱정하지 마세요. 부모님 사랑합니다. 이용주 엄마,형 항상 건강하세요. 사랑합니다. 그리고 형수님까지 배병엽 병엽아 넌 멋있어. 전효민 우리 가족, 우리 친구들, 우리 팀 다 사랑합니다. 최민석 입원해 계신 어머니 얼른 완쾌하시고 운전 조심하십시오. 나희야 보고 싶다. 김진규 김부식, 장연주(부모님) 사랑합니다. 라스트포원 파이팅! 박경훈 춤느라 자주 찾아뵙지 못하고 연락 못 드려서 최송하고요, 사랑합니다. 신영석 오늘 쇼케이스를 보러 아침에 전주에서 서울까지 올라오신 부모님, 그 믿음과 격려가 제겐 큰 힘이 됩니다. 감사합니다. 그 믿음 저버리지 않도록 노력할께요.
  • 피아노 女帝의 ‘까다로운 취향’

    ‘피아노의 여제(女帝)’로 불리는 아르헨티나 피아니스트 마르타 아르헤리치(66)가 8일 오후 4시 서울 LG아트센터에서 연주회를 갖는다. 아르헤리치의 내한공연이 성사되는 과정의 어려움은 무대 대기실에 참치초밥까지 준비해놓을 것을 요구했다는 바이올리니스트 나이젤 케네디의 까다로움 정도와는 차원이 다르다. 케네디도 오는 5월 내한이 예정되어 있다. 아르헤리치는 독일작곡가 로베르트 슈만의 부인 클라라 슈만(1819∼1896)과 함께 ‘음악사에 가장 영향력있는 양대 여성 피아니스트’라고 떠받드는 ‘광팬’이 적지않을 만큼 넘치는 카리스마로 유명하다. 국내에도 많은 팬을 갖고 있는 아르헤리치의 연주회는 따라서 공연 매니지먼트라면 누구라도 군침을 흘리는 ‘빅카드’. 이번 내한도 1994년 바이올리니스트 기돈 크레머와 듀오 리사이틀 이후 13년만에 성사됐다. 아르헤리치는 1998년부터 일본의 휴양도시 벳푸에서 음악축제(Argerich’s Meeting Point in Beppu)를 열고 있다. 벳푸는 인천공항에서 한 시간밖에 걸리지 않을 만큼 지리적으로 가깝다. 그런 만큼 아르헤리치가 쉽게 건너올 것 같았지만, 실상은 딴판이었다. 연주회를 주최하는 매니지먼트사 크레디아는 지난해에도 공연장 대관까지 마쳤지만 내한을 성사시키지 못했다. 게다가 아르헤리치는 1981년 미국 뉴욕의 링컨센터에서 독주회를 가진 이후 혼자서는 무대에 나선 적이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진다.2001년 뉴욕의 카네기홀에서 연주회를 가졌을 때도 ‘솔로 연주가 포함됐다.’는 사실만으로 화제를 몰고 왔다. 이번에도 아르헤리치의 ‘독주’는 들을 수 없다. 아르헤리치는 전반에 쇼스타코비치의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콘체르티노와 그리그가 편곡한 모차르트의 피아노 소나타 K545를 일본 피아니스트 이토 교코와 함께 연주한다. 후반부에도 슈만의 피아노 오중주 작품 44에 참여할 뿐이다. 그럼에도 팬들의 열광적인 반응으로 내한공연의 티켓은 이미 매진된 것으로 전해진다. 독주를 거부하는 아르헤리치로 더욱 골치아픈 것은 연주단 구성이었다. 벳푸 페스티벌의 총감독인 이토 교코가 국내와 아르헤리치의 다리 구실을 했다. 이토는 1977년 부조니 국제 콩쿠르에서 3등을 차지한 일본의 대표적인 피아니스트. 국내 연주진은 이토를 거쳐 아르헤리치에게 ‘OK’를 받았다. 이렇게 해서 벳푸 페스티벌쪽에서 아르헤리치와 이토, 비올리니스트 가와모토 요시코, 한국에서 바이올리니스트 김의명과 이성주, 첼리스트 정명화가 참여하게 됐다. 아르헤리치가 빠지더라도 5만∼12만원의 티켓값을 지불한 관람객들이 ‘본전’을 뽑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을 지경인 아시아 최고의 진용이다.서동철 문화전문기자 dcsuh@seoul.co.kr
  • EBS스페이스 개관3돌 기념 ‘언플러그드 콘서트’

    EBS스페이스 개관3돌 기념 ‘언플러그드 콘서트’

    그곳에 가면 진짜 음악이 있다! 2004년 4월 개관한 이래 현재까지 700여 회에 달하는 라이브 공연을 펼쳐온 EBS스페이스가 개관 3주년을 맞았다. 시류에 영합하지 않고 주류와 비주류 뮤지션을 구분하지 않은 채 고급 음악의 대중화와 대중 음악의 고급화를 이루어낼 거점으로 자리매김했다. 그간 펼쳐진 공연 내용을 보면 크로스오버·퓨전(30%), 재즈(30%), 기획 공연(20%), 포크·록·팝·국악(20%) 등으로 편성돼 지상파 방송에서 소외됐던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소개하는 데 앞장섰다. 발라드와 댄스 일색인 대중음악 공연에서 벗어나, 시청자들의 다양한 음악적 욕구를 만족시킨 것이다. 김준성(44) 담당PD는 “대중성보다 음악성을 중시하다보니 상업적 논리와 맞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하지만 앞으로도 이해타산이 강요되는 대중 콘서트와 달리 관객들의 가슴에 직접적으로 가 닿는 소형화된 공연에 주안점을 둘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리가 그들을 거장이라 부르는 이유’,‘꽃보다 아름다운 노래’,‘포크 페스티벌’,‘라틴음악 페스티벌’ 등 장기 기획 시리즈물은 스페이스가 거둔 최고의 수확. 국내외 대중음악의 흐름과 역사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게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까지 이어진 ‘2007 그들을 주목한다’ 시리즈는 록밴드 몽구스와 더 문 등 대중 음악계에 신선한 바람을 몰고 온 신인들을 발굴, 소개해 큰 반향을 일으키기도 했다. 또 이용자제작 콘텐츠(UCC)를 활용한 신인 공개 오디션 ‘헬로 루키’를 통해 역량있는 신인들을 계속해서 발굴할 예정이다. 스페이스가 3주년 기념공연으로 ‘전기 플러그를 뽑은’ 언플러그드(Unplugged) 콘서트를 마련했다. 기계적으로 만들어지거나 증폭된 소리를 배제해 따뜻하고 자연스러운 사운드로 공연장을 가득 채우겠다는 의도다. 김 PD는 “예를들어 크라잉 넛의 노래들을 보면 ‘말달리자’류의 두드려 부수는 음악들 사이사이 대중성과 음악성을 동시에 갖춘 곡들이 있다.”며 “뚜껑을 열어봐야 알겠지만, 여러 색깔을 가진 뮤지션들의 음악이 서정성 짙은 어쿠스틱 사운드로 재탄생되는 신선한 경험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록 밴드 자우림의 공연에 이어 신해철(4월3일)과 모던록 밴드 크라잉넛(4월2일), 팝 음악계의 신성 아요(Ayo·4월9일), 박선주(4월10,11일), 조규찬(4월16,17일), 그리고 이번 언플러그드 공연을 위해 특별히 구성된 팀 ‘프로젝트 3·3·4’(4월17∼19일) 등이 차례로 ‘Unplugged 공감’의 무대를 채운다. EBS스페이스홀은 어느 자리에서나 뮤지션의 숨결을 느낄 수 있도록 151개의 객석이 무대를 감싸안은 반원 형태로 꾸며졌다. 개성 넘치는 아티스트들이 기존의 일렉트릭 사운드로 들려주던 곡들을 재해석해 또다른 색깔의 음악을 선보이는 매력 넘치는 ‘공간’이 될 듯하다.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국악인] 과천 ‘찬 우물’에서 울려 퍼지는…

    [국악인] 과천 ‘찬 우물’에서 울려 퍼지는…

    글 최종민 철학박사, 국립극장예술진흥회 회장, 동국대문화예술대학원 교수 요즘은 국악을 배우는 중학교나 고등학교가 있고 대학에도 국악과가 있어서 그런 학교 제도를 통해 국악을 공부하게 되어 있다. 그러나 옛날에는 그런 학교를 통해 국악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국악 가문에 태어나면 자연스레 이런 저런 경로를 통해 국악을 배우고 국악으로 살아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경기도 무형문화재 제31호 경기소리의 예능보유자인 인간문화재 임정란도 그런 옛날식 제도를 통해 국악인이 된 사람이다. 그래서 지금 국악인들과 다른 출신 배경과 학습 이력을 가지고 있다. 임정란은 경기민요도 잘하고 12잡가도 잘하고 선소리 산타령도 잘한다. 경기소리라면 어떤 소리든 막힘없이 척척 잘하는 명창이다. 음악 가문 출신으로 평생 음악을 하며 살아왔기 때문이다. 많은 음악 가문 출신의 국악인들이 호남 출신인데 임정란은 경기 출신이다. 임정란은 과천 ‘찬 우물’이라는 마을 출신인데 지금 그 고향마을에 집을 짓고 살고 있다. 태어난 마을에 살면서 국악인으로 크게 명성을 떨치고 있는 유일한 사람이다. 임정란이 살고 있는 ‘찬 우물’이라는 마을은 과천에서 인덕원 쪽으로 가는 길 중간쯤의 오른편에 위치한 마을이다. 지금은 군부대와 드문드문 들어선 몇 채의 집들로 이루어져 있지만 옛날에는 꽤 여러 집이 모여 살던 예인들의 집단촌이었다. 임씨네가 제일 많이 살았고 김씨네도 여러 집 살았었다. 모두 음악에 종사하거나 줄타기나 땅재주 같은 것을 하는 사람들이었다. 옛날 우리나라 법은 그런 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 땅을 가질 수 없게 했기 때문에 모두 예능으로 밥을 벌어먹었었다. ‘찬 우물’ 사람들은 관아에 무슨 행사가 있으면 광대로 동원되고 어떤 마을에서 도당(都堂)굿을 하게 되면 부인과 함께 가서 부인들은 무녀가 되고 남자들은 산이가 되어 굿의 음악을 하거나 굿을 직접 하곤 했다. 일제 무렵 공연단체를 만들어 여러 지방으로 다니며 흥행을 하던 시절, 임정란의 당숙되는 임선문은 줄타기 명인으로 크게 이름을 떨쳤는데 한때는 ‘대동가극단’이라는 단체를 만들어 활동하기도 했다. 당시 단체에는 많은 국악인들이 소속되어 활동했기 때문에 우리가 알 만한 박동진, 이충선, 김광식 등 많은 사람들이 함께 활동했었다. 그래서 임정란이 박동진을 만났을 때 임정란이 임선문의 당질(5촌 질녀) 된다고 말했더니 “국악인 치고 임선문 선생의 단체에 안 있었던 사람이 별로 없으이”하고 말했다는 것이다. 그 임상문은 줄타기로도 유명했었는데 형제간인 임종선은 가야금으로, 임세근은 쇄납과 피리로 명인이었다. 임정란의 아버지 형제도 세 분 모두 악기를 잘하는 명인들이었다. 이네들은 혼인도 같은 계통의 예인들끼리 하기 때문에 줄타기의 인간문화재였던 김영철도 같은 마을 출신이면서 친척이 된다. 말하자면 임씨네는 김씨 집으로 시집가고 김씨네 여자들은 임씨네로 시집오는 식이었다. 다른 지역으로 혼인하더라도 역시 그렇게 예인촌 사람들끼리 혼인했다. 이네들은 대대로 세습하면서 기능을 이어왔기 때문에 그들의 예능 수준은 대단히 높았다. 당시에는 이런 마을을 재인촌이라 했는데 한 군에 몇 개의 재인촌이 있을 정도로 드문드문 있었고 일반인들이 사는 마을과는 어느 정도 거리를 둔 지역에 있었다. 재인이란 악기를 하거나 소리를 하거나 줄타기나 땅재주를 하는 등 예능에 종사하는 사람들이고 악기 하는 사람들은 주로 피리나 젓대 해금 같은 삼현육각의 악기를 하는 사람들이었다. 그래야 관아에서 연회를 할 때 무용 반주를 하거나 귀인이 행차할 때 행진음악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재인들이 하는 예능은 국악에서 아주 중요한 부분인데 지금은 그들이 하던 다양한 음악을 제대로 할 수 있는 기능인이 거의 사라져 안타까운 실정이다. 임정란은 그런 재인들, 요즘으로 치면 예술인들이 모여 살던 예술인촌 즉 재인촌 출신이다. 그래서 대대로 세습해 온 예능의 소질도 이어받았지만 삶의 역정도 어느 정도 옛날 예인들처럼 살아 온 부분이 많다. 말하자면 상당 부분 예술인촌 출신다운 삶을 살아왔다는 말이다. 어린 시절 과천에서 학교 다닐 때에는 음악도 잘하고 무용도 잘하고 무엇이든지 예능을 잘하는 학생이었다. 그런 그녀가 소녀티를 벗을 때쯤 되었을 때에는 갑자기 집안 형편이 아주 어려워졌다. 가족들의 생계를 위해 임정란이 나서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그래서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을 찾느라 요정에도 나가고 소리판에도 나갔다. 젊음과 예능을 무기로 가족을 먹여 살리는 일을 할 수밖에 없었다. 본격적으로 소리를 하기 위해 63년 이창배·정득만이 운영하던 청구고전학원에 나가 경기소리를 배웠다. 본래 어느 정도 경기소리를 알고 있었지만 큰 선생님 밑에서 체계적으로 공부하니 일취월장 무슨 소리든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얼마 뒤부터는 국악공연무대에 자주 서게 되었고 국악인으로 살아가게 되었다. 방송도 하고 공연도 하고 무슨 연회에도 참석하는 등 소리하는 자리라면 어디든 가리지 않고 가서 활동했다. 무형문화재 제도가 생긴 후 1975년에는 인간문화재가 된 묵계월(본명 이경옥)의 전수 장학생이 되었고 83년에는 전수조교가 되었다. 90년에는 보유자 후보로 지정받기도 했지만 그런 기득권을 다 포기하고 99년 경기도 무형문화재 제31호 경기소리 보유자라는 지방의 인간문화재로 인정받았다. 그 동안 음반도 취입하고, 대학 강의도 많이 하고, 상도 많이 받고, 국내공연도 많이 했다. 96년부터 경기도립국악단 단원으로 또는 민요악장으로 있으면서 무수한 공연을 감당하며 많은 활동을 했다. 무엇보다 제자를 많이 길러내었다. 옛 고향마을 ‘찬 우물’에 연습실이 있는 멋진 건물을 짓고 전수 활동을 열심히 해왔다. 지금 가르치고 있는 제자도 50여 명에 이른다. 정말 많은 제자를 가르치고 있다. 강원도 평창군 봉평면에도 연수원을 지어놓고 여름철이면 집중적인 교육을 실시한다. 2003년 회갑을 맞았을 때에는 그렇게 길러 놓은 제자들과 함께 회갑기념 공연을 했다. <낙시대장 서얼>이라는 경기소리극을 만들어 공연했는데 많은 찬사를 받았다. 2005년에는 <과천 딸 부잣집 경사 났네>라는 경기소리극을 만들어 공연했는데 역시 좋은 평가를 받았다. 그래서 앞으로 2년에 한 번씩 새 작품을 만들어 공연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임정란은 행복한 음악가의 삶을 살고 있다. 경기도의 인간문화재가 되어 고향 땅에서 활동하니까 옛날 동창들을 비롯한 과천 사람들이 귀히 여겨주어 멋진 전수관을 짓게 되었다. 과천시 문원동에 건평 400평의 경기민요 전수관을 짓는다는 것이다. 국비와 도비로 짓게 되는데 다 짓게 되면 그곳에서 임정란의 꿈을 마음껏 펼칠 작정이다. 국악유치원도 해보고 싶고 조그만 공연장을 만들어 정기적으로 발표회도 해보고 싶은 것이다. 제자들도 잘 가르쳐 무대에 자주 서게 하고 싶지만 일반 주민들을 위한 교양 프로그램도 많이 하고 싶은 것이다. 그래서 명실상부한 문화센터 역할을 하게 가꾸어 볼 예정이다. 아들은 공부를 잘해서 미국에 가 박사학위를 받고 대학교수를 하고 있으니 전혀 불만이 없고 본인은 제자들과 행사에 둘러싸여 딴 생각할 틈이 없으니 바쁜 생활 그 자체가 임정란의 행복인 셈이다. 늘 건강하기를 빈다.     월간 <삶과꿈> 2007.02 구독문의:02-319-3791
  • 록·힙합·국악 리듬에 통영이 춤춘다

    오는 23일부터 7일 동안 펼쳐지는 ‘2007 통영국제음악제’는 미국의 현대음악 전문단체 크로노스콰르텟이 개막공연에 나서는 데서 짐작할 수 있듯 현대음악을 중심으로 한다. 25일 클로드 볼링 빅밴드처럼 알기 쉬운 공연이 아주 없지는 않다. 하지만 인구 13만 3000명 남짓한 전통적 어항의 시민들에겐 적지 않게 머리 아픈 메뉴들로만 채워져 있다. 그럼에도 음악제가 열리면 통영항에 줄지어 있는 ‘충무김밥’ 할머니까지 어깨춤을 추게 만드는 것은 ‘프린지 페스티벌’이 있기 때문이다. 변두리라는 뜻의 프린지(Fringe)는 영국 에든버러 페스티벌의 주변부에서 벌어지는 비공식 공연을 말한다. 공식 초청을 받지는 못했지만, 독창성을 인정받으면서 각광을 받는 공연이 많아졌다.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상품으로 자리잡은 ‘난타’도 에든버러 프린지에서부터 국제무대에 모습을 드러냈다. 일정만 맞으면 제한없이 무대에 설 수 있는 통영 프린지 페스티벌도 젊은 예술인들이 존재를 드러낼 수 있는 기회이다. 올해는 클래식에서부터 국악, 크로스오버, 록, 재즈, 힙합까지 80개 단체가 100여차례 공연한다. 프린지 페스티벌은 도천동의 옛 통영시청 청사를 리모델링한 페스티벌 하우스의 프린지홀과 음악제의 공식 공연장인 시민문화회관에서 가까운 강구안의 야외무대에서 주로 열린다. 또한 해양공원과 해저터널, 충렬여중, 열방교회, 미수교회 등 곳곳에서 나뉘어 열린다. 토요일인 24일에는 무려 40개 공연이 펼쳐진다. 프린지홀에서는 한빛타악기앙상블과 듀레이트리오, 전국아카펠라동호회의 페스티벌, 한음퓨전국악그룹 등 9개가 오후 1시부터 공연한다.강구안에서는 중남미민속악기연주단체 바람소리앙상블, 힙합팀 LSI레이블, 경기 시흥시의 ‘초딩밴드 개구쟁이’, 연세대 록밴드 소나기 등 14개 공연이 밤 10시까지 쉬지 않고 열린다. 열방교회에서는 드림필오케스트라와 베누스토현악앙상블, 충북대 클래식기타 동아리 폴리포니 등 9개, 해양공원과 해저터널 등에서도 하늘소리오카리나앙상블과 대전기타오케스트라 등 8개 공연이 쉴 사이 없이 펼쳐진다.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국립연극대학에서 마리오네트 인형제작을 공부한 김종구 연출의 25∼28일 ‘목각인형콘서트’와 일본 피아니스트 야마기시 마유미의 28일 독주회도 눈길을 끈다. 야마기시는 도쿄음대와 베를린국립음대를 졸업하고 이탈리아 발렌시아 국제콩쿠르에서 3위에 오른 실력파이다. 프린지 페스티벌은 특히 통영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음악제의 주인이 될 수 있는 마당을 제공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통영청소년오케스트라와 통영플루트앙상블, 통영 충렬여중 록밴드 아이리스(IRIS), 통영중 모듬북, 통영동중 그룹 더샵의 공연이 그것이다. 나아가 프린지 페스티벌은 개막공연을 비롯해 상당수 공식공연의 티켓이 이미 매진된 상황에서 통영을 찾는 이들이 음악제를 즐길 수 있도록 한다는 점에서 대단히 중요한 관광자원이다.(www.timf.org)서동철 문화전문기자 dcsuh@seoul.co.kr
  • 용인시청 민원실서 ‘수요 음악회’

    용인시청 민원실서 ‘수요 음악회’

    예술회관이 아닌 청사 민원실에서 음악회가 열린다. 용인시는 15일 행정타운 시청사 민원실에서 이달부터 10월까지 매주 수요일 ‘작은 음악회’를 연다고 밝혔다. 음악회에는 시민과 공무원들이 함께 참석하며 용인시 교향악단이 출연해 ‘현악앙상블의 쉬운 클래식’ 등을 연주한다. 별도의 관람석 없이 민원실내 소파에 앉거나 서서 공연을 감상하며 공연시간은 점심시간대인 오후 12시30분부터 30분가량이다. 3월은 추운 날씨로 민원실 등 실내공연을 개최하지만 이후 날씨가 풀리면 구내식당, 야외데크, 분수대 등에서 공연할 계획이다. 시 관계자는 “지난 13일 시범공연에 의외로 많은 주민들이 공연장을 찾았다.”면서 “주민들의 호응이 클 경우 구청사까지 확대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성남 윤상돈기자 yoonsang@seoul.co.kr
  • 노원구 한·일 전위극 릴레이 무대

    한국과 일본의 실험극이 노원문화예술회관에서 조우한다. 서울 노원구는 13일 중계동 노원문화예술회관에서 오는 17일부터 9일간 ‘한·일 아트 릴레이 2007 축제’를 연다고 밝혔다. 이번 공연에는 한국과 일본의 연극·무용·퍼포먼스 등의 공연과 실험연극 등이 준비돼 있다. 공연 첫날인 17일에는 대공연장에서 한·일 실험 연극이 만난다.‘심종철 퍼포먼스 제작소’의 영상과 사운드를 이용한 ‘시간’이 첫 무대에 오른다. 이어 카이로 국제 실험연극제 최우수상작인 일본의 대표 실험연극단 ‘OM-2’의 ‘햄릿머신’이 공연된다.20,21일에는 소공연장서 한·일 두 나라의 무용을 비교 감상할 수 있다. 한국은 2000년 춤비평가상을 탄 최상철이 현대무용 ‘아이 앰 어 버드(I am a Bird)’를 무대에 올린다. 일본에서는 무라카미 나오키의 ‘현대무용’ 등이 무대에 오른다. 입장료는 공연 셋째날인 23일과 24일의 ‘한·일 전통음악 대합주의 향연’(R석 2만원,A석 1만 5000원) 외에는 전석 1만원이다. 공연 예매는 노원문화예술회관 홈페이지(http:///art.nowon.seoul.kr)를 통해 하면 된다. 문의는 노원문화예술회관 3392-5721.김성곤기자 sunggone@seoul.co.kr
  • [프렌치 리포트] (19) 세계최고 ‘문화대국’

    [프렌치 리포트] (19) 세계최고 ‘문화대국’

    문화를 얘기할 때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나라가 프랑스다. 살다 보면 왜 프랑스를 문화대국이라고 하는지 금방 이해하게 된다. 눈길 가는 곳, 발길이 닫는 곳마다 수백년의 역사를 간직한 문화재와 예술품이 가득하고 전국에 있는 박물관과 미술관, 도서관은 수를 셀 수 없을 정도다. 공연장에서는 사시사철 다양한 장르에 수준높은 문화 프로그램들이 이어진다. 가을에 시작해 이듬해 초여름까지 계속되는 시즌 내내 음악회와 오페라, 연극, 무용 등 각종 공연물이 쏟아진다. 조금만 부지런하면 큰 돈을 들이지 않고도 풍요로운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다. 부럽다는 말 외에는 더 할 말이 없다. 문화대국 프랑스의 힘은 내부 문화의 다양성과 외부 문화에 대한 포용력에서 찾을 수 있다. 이국적 문화요소들을 과감하게 받아들여 프랑스 문화로 통합함으로써 프랑스 문화를 다양화하고 경쟁력을 높였다. 이같은 문화경쟁력은 문화와 예술을 사랑할 줄 아는 국민들, 그리고 모든 국민이 평등하게 문화생활을 향유하며, 모든 장르의 예술이 골고루 발전할 수 있도록 치밀하고 세심하게 정책을 펴나가는 국가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들이다. ●문화와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들 프랑스인들은 문화생활을 무척 즐긴다.2005년 통계에 따르면 프랑스인들은 지난 12개월 동안 평균 독서 58권, 영화 47편, 박물관이나 전시장 39회, 연극 16편, 음악회나 콘서트 관람 31회의 문화생활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프랑스인들이 문화와 예술을 얼마나 사랑하는지는 연주회장과 전시회장을 가보면 알 수 있다. 파리의 몽테뉴가에 있는 샹젤리제극장에서는 프랑스 국립오케스트라와 라디오프랑스 국립오케스트라의 연주회가 번갈아 열린다. 쿠르트 마주어와 정명훈씨가 각각 지휘봉을 잡은 두 오케스트라의 연주회는 수준이 뛰어나고 레퍼토리 선정도 훌륭해 클래식 애호가들에게 최고로 인기다. 가끔 가보면 어느 연주회든 객석은 항상 만원이다. 관객들은 대부분 정기 회원으로 가입해서 그 시즌의 프로그램 중 원하는 것을 모두 예약한 뒤 여유있게 문화생활을 즐긴다. 센 강변에 있는 그랑팔레에서는 고갱 전시회와 모네와 터너의 인상파그림 전시회 등 좋은 전시회가 일년에 서너차례 열린다. 길게 늘어선 줄에 기가 질려 그냥 포기하고 돌아온 적이 많은데 프랑스인들은 두시간이고, 세시간이고 줄을 섰다가 전시회를 관람한다. 독서를 하며 긴 시간을 보내는 사람도 많다. 이틈을 이용해 클래식을 연주하는 거리의 악사들은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음악을 선사한다. 프랑스인들이 문화와 예술을 사랑하는 것은 미적 감각이 발달하고 예술적 기질이 풍부하며 자유분방한 사고를 갖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또 전통적으로 배금주의적 경향이 강한 탓이기도 하다. 프랑스인들은 사람을 평가할 때 문화적 소양을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본다. 아무리 좋은 학교를 나오고, 돈이 많더라도 문화적 소양이 없으면 교양인이나 인격자로 평가하지 않는다. ●문화 앞에서는 모두가 평등하다 음악축제, 문화유산의 날, 박물관의 밤 등 문화부가 주관하는 문화 이벤트들은 프랑스가 얼마나 문화를 소중하게 여기는지 보여 주는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음악축제는 하지(夏至) 날을 맞아 매년 6월21일 열리는 행사다. 이날이면 대도시부터 시골 마을까지 프랑스 전역이 들썩인다. 심지어 감옥에서도 음악회가 열린다. 전문 연주인은 물론이고 아마추어 음악가들, 심지어 어린이들까지 악기를 들고 나와 솜씨를 뽐낸다. 클래식부터 재즈, 하드록, 레게 등 다양하다. 루브르 박물관 앞 뜰에서는 국립오케스트라의 무료 공연도 펼쳐진다.1982년 시작된 음악축제는 1995년 유럽 음악의 해를 맞아 유럽 각국에 알려지게 됐고 지금은 전 세계 100여개 국에서 이뤄지고 있다. 음악축제가 여름 축제를 여는 행사라면 9월 중순의 주말에 진행되는 ‘문화유산의 날’ 행사는 가을의 문화 시즌을 여는 행사다. 전국의 모든 박물관과 문화재로 지정된 옛 건물, 고궁들이 무료로 개방된다. 대통령궁으로 사용되는 엘리제 궁이나 상·하원 건물, 외무부 건물 등 평소 일반인이 출입하기 어려운 관공서 건물들 중 문화재로 등록된 건물들도 이날 시민들에게 문을 활짝 연다. 프랑스에서 시작된 문화유산의 날 행사는 유럽 전역으로 퍼져 ‘유럽 문화의 날’ 로 지정됐다. 프랑스 문화부는 2005년부터 5월20일에 한밤중까지 박물관을 개방하는 ‘박물관의 밤’행사도 마련하고 있다. 프랑스 전역에 있는 국립박물관 1700곳에서 다양한 이벤트와 함께 밤 늦게까지 관람객들을 맞는다. 이런 행사들은 모든 사람들에게 문화를 접할 기회를 제공한다. 국민 모두 수준 높은 문화를 향유하면서 삶을 풍요롭게 한다. 이런 ‘문화의 민주화’는 국가의 정책적 지원과 노력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프랑스는 문화정책이라는 개념을 만들고 이를 수립해 실천에 옮긴 나라다. 반세기가 넘게 일관성을 갖고 추진돼 온 갖가지 문화정책은 세계 각국이 부러워하는 프랑스만의 경쟁력이다. 프랑스의 역대 지도자들은 문화예술을 장려하고 육성하는 것이 국부(國富)의 원천이 된다는 믿음을 가졌다. 드골 대통령 시절인 1959년 최초의 문화부 장관에 취임한 앙드레 말로는 한발 더 나아가 ‘문화의 발전이 민주주의의 존재조건이자 실천조건이며 동시에 사회적 단결을 가능하게 한다.’고 믿었다. 가능한 한 많은 사람들이 예술작품을 자주 접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했으며 재정이 열악한 연극 등 공연예술이 창조적인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한 것도 이런 철학에서였다. 말로가 쌓아 놓은 문화정책의 토대는 미테랑 대통령 시절 더욱 강화됐으며 중도우파로 정권이 바뀐 뒤에도 계속되고 있다. 좌파와 우파 사이의 역할 교대가 있었지만 모든 국민이 평등하게 문화를 향유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국가의 노력은 단절되지 않고 이어지고 있다. 이런 전통은 프랑스의 자존심을 지켜 주는 힘이 되고 있다. 논설위원 lotus@seoul.co.kr
  • 그곳엔 주민친화형 예술이 있다

    중구문화재단이 운영하는 충무아트홀이 주민친화형 공연을 펼치며 문턱 낮추기에 한창이다. 모든 연령층이 즐길 수 있는 정기공연을 기획하고, 티켓을 선착순으로 무료 배부해 주민들을 위한 공연장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공연이 오는 13일 오전 11시에 열리는 ‘굿모닝콘서트’. 공연예술 소외계층이나 다름없는 주부들이 비교적 한가한 시간대에 수준 높은 클래식을 감상할 수 있도록 마련했다.이번 공연에는 ‘서울클래시컬플레이어즈’가 렛잇비(Let It Be), 헤이 주드(Hey Jude) 등 ‘비틀스’의 음악들을 들려줄 예정이다. 무료공연에 다과까지 준비해 주부들의 입맛에 맞췄다.6일까지 인터넷 홈페이지(www.cmah.or.kr)로 신청한 뒤 초대권을 받아 당일 공연 시작 1시간전부터 선착순으로 교환해 입장하면 된다.4월30일에는 김덕수 사물놀이패의 사물놀이 50주년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앞서 지난달 26일에는 올해 처음 선보인 ‘열린음악회’가 열려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김종환, 최진희, 해바라기 등 유명가수를 비롯해 충무아트홀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올슉업(All Shook Up)’ 쇼케이스, 비보이 공연 등 대중성과 예술성을 고루 갖춘 공연으로 꾸몄다.800석 규모의 대극장에는 중구 주민뿐만 아니라 근처 직장인들이 자리를 가득 메우고 공연이 끝난 뒤에도 앙코르를 외치며 뜨거운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지난 겨울방학에 처음 공연을 시작해 큰 인기를 모았던 청소년을 위한 ‘영페스타’는 올 여름방학에도 열린다. 힙합, 펑크록, 비보이 공연 등으로 학업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건강한 대중문화를 즐기는 자리로 꾸민다. 2005년 개관 이후 지속적으로 선보인 ‘충무갤러리음악회’는 올해 기획전의 테마에 따라 유명 솔리스트를 초청해 색깔 있고 아늑한 자리로 만들 계획이다. 충무아트홀 관계자는 “공공성과 공익성을 바탕으로 주민들을 위한 다양한 정규공연을 구상하고 있다.”면서 “지역주민들의 문화예술 욕구를 만족시킬 수 있도록 국악, 대중음악, 퍼포먼스 등 장르의 다양화와 차별화를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시론] ‘문화접대비’ 경제활성화 지렛대로/김민주 리드앤리더 대표

    [시론] ‘문화접대비’ 경제활성화 지렛대로/김민주 리드앤리더 대표

    우리나라 기업들의 접대문화가 최근 몇 년 들어 크게 바뀌고 있다. 하지만 한 컨설팅회사의 설문조사 결과에 의하면 향응접대를 가장 많이 한다는 기업이 아직도 61.5%에 이른다. 그 다음으로 현금접대를 하는 기업이 10.3%, 골프접대가 똑같이 10.3%였다. 물품접대와 관광접대는 각각 7.7%였다. 문화접대 비율은 2.6%로 매우 낮다. 지난해 12월 정부는 내수경기 부진 타개방안의 하나로 ‘서비스산업 경쟁력강화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이 중에 문화접대비 도입이 특히 눈길을 끈다. 왜냐하면 문화접대비 도입은 문화예술단체들이 과거부터 끊임없이 요구해 왔기 때문이다. 핵심은 기업이 총접대비의 5% 이상을 각종 공연 관람권 구입 등 문화접대비에 지출하면 향후 2년간 한시적으로 접대비 한도액의 10%까지 손비로 인정해준다는 것이다. 여기 공연에는 연극, 오페라, 뮤지컬, 음악회, 전시회, 운동경기가 포함된다. 이번 문화접대비 법안이 과연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까. 기업 입장과 문화예술단체 입장에서 한번 보자. 우선 한 기업의 문화접대비가 총접대비의 5% 이상을 초과해야 하기 때문에 5%를 넘기지 않으면 추가 손비인정을 받지 못한다.5%를 넘으려면 기업의 홍보, 마케팅부서 이외의 다른 부서들도 문화접대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또 문화접대비가 문화예술단체에는 어떤 영향을 줄까. 문화접대비 도입으로 인해 대중성과 상업성이 많은 대형공연장은 직접적인 혜택을 받는다. 하지만 동숭로처럼 좌석 수가 적은 공연장이나 순수예술공간에 대해서는 아무래도 기업들의 관심이 적을 것이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문화예술단체간의 양극화가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짙다. 그리고 미술전시 티켓보다는 공연 티켓을 선호하기 때문에 공연과 전시간의 간격도 더욱 커지게 될 것이다. 또기업이 다량으로 티켓을 구매하여 우수 고객이나 협력업체에 무료로 제공하기 때문에 공연 티켓은 공짜라는 과거의 나쁜 인식이 되살아날 가능성이 크다. 문화접대비는 분명 한걸음 더 나아간 정책임에는 틀림없다. 앞서 말한 대로 5% 한도 규정을 앞으로 2년간 적용할 것이기 때문에 경과 상황을 잘 지켜본 다음에 문화접대비 정책이 보다 실효를 거둘 수 있도록 수정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기업들은 문화접대비가 총접대비의 5%를 넘도록 술·골프 같은 다른 접대비를 문화접대로 대전환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가능하면 티켓을 구입할 때에도 대형·중소형 문화단체의 간격, 공연·전시단체간의 간격을 고려한 균형있는 티켓 구입을 하면 좋다. 문화예술산업이 왜 우리에게 그토록 중요한가. 문화예술은 우리 시대가 요구하는 상상력의 원천이고 우리의 기와 감수성을 고취한다. 그리고 고용효과가 높고 요즘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관광수지를 호전시키는 매우 매력적인 산업이다. 최근 비보이가 인기를 끌면서 비보이를 관람하러 오는 외국 관광객이 늘고 있다. 문화예술의 발전은 내국인에게만 효과가 발생하는 게 아니라 외국 관광객들을 불러들여 관광수지 적자를 해소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이런 측면에서 기업이 문화접대비를 잘 활용하여 경제 활성화의 지렛대로 삼으면 좋겠다. 기업은 돈을 버는 것도 잘해야 하지만 돈을 쓰는 것도 잘해야 한다. 김민주 리드앤리더 대표
  • 대보름, 낮보다 밤이 즐겁다

    대보름, 낮보다 밤이 즐겁다

    정월 대보름(4일)을 맞아 서울시와 자치구들이 다채로운 전통 민속행사를 마련했다.28일 서울시와 자치구에 따르면 남산골 한옥마을에서는 오는 4일 지신(地神)을 달래고, 복을 비는 농악대의 ‘지신밟기’와 짚으로 만든 달집태우기 등 민속놀이가 열린다. 운현궁에서는 이날 윷, 널뛰기, 투호, 제기차기 등 민속놀이와 오곡밥, 부럼깨기 등의 세시풍속을 체험할 수 있다. 한강시민공원 선유도공원에서는 ‘2007 선유도 대보름 국악한마당’이 개최된다. 강서구는 3일 마곡지구에서 정월대보름 행사를 열어 가족단위로 전통놀이를 체험해 보는 체험마당, 지역별 민속놀이 경연대회인 게임마당, 전문단체가 선보이는 전통놀이 시범행사, 쥐불놀이, 달집태우기, 강강술래 등의 행사를 마련한다. 양천구도 3일 안양천 둔치에서 양천문화원 주최로 전통세시 풍속 재현과 민속놀이 경연, 민속예술 공연 등을 선보인다. 성북구도 4일 고려대 뒤 개운산에서 ‘정월대보름 달맞이 행사’로 사물놀이 공연, 민요한마당, 강강술래 등의 민속행사를 벌인다. 은평구는 4일 은평문화예술회관 공연장에서 ‘정월대보름 맞이 신춘음악회 & 불꽃놀이’ 행사를 개최한다. 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 [강태규의 연예in] 귀하신 스타 초상권, 팬 안전 위에 있나

    1000원을 들고 집에서 가까운 영화관을 찾는 일도 마음먹어야 가능한 일이다. 하물며 5만원을 상회하는 티켓을 들고 청소년이 특정공연장을 찾을 때는 이미 몇달 전부터 온 집안이 시끄러웠을 터. 팬의 마음이 그렇다. 그 마음을 읽지 못했으니 생각지도 못한 큰 사고를 쳤다고 밖에 달리 표현할 길이 없다. 지난 23일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동방신기의 공연장은 아시아투어 콘서트의 시작을 알리기 전에, 가요계가 공연장을 찾는 팬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를 여실히 보여준 치부 그 자체이다. 스타의 초상권과 공연저작권 보호라는 이유로 공연장을 찾은 팬들의 신체와 소지품 검사까지 하면서 휴대전화마저 수거했다. 결국 공연이 끝난 후 이를 돌려받으려는 관객들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아수라장이 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고 말았다. 지방에서 버스를 대절해 올라온 어린 학생들이 물건을 돌려받기 위해 밤을 지새우기도 했고, 많은 청소년들은 지하철 대신 택시로 귀가를 해야 했다. 연락이 두절된 부모들은 부랴부랴 공연장으로 달려와 자식과 상봉하는 진풍경이 밤새도록 연출되었다. 매니저의 입장에서 본다면 자신이 관리하고 있는 연예인과 팬은 우열을 나눌 수 없는 공존의 관계다. 이번 공연에서도 그러한 논리가 적용되었다면 아마도 관객의 불편을 초래하는 휴대전화 수거사건을 대책없이 감행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무엇보다 아쉬운 것은 이번 사건의 중심이 SM엔터테인먼트였다는 사실이다. 오래전부터 아이들 스타 그룹을 양산하고 전형적인 스타시스템을 구축한 대형기획사의 첨예한 기술축적도, 결국 성숙하고 진정성이 농축된 팬 관리보다 더 중요할 수 없다는 사실이 이번 공연을 통해 유감없이 드러난 셈이다. 공연준비를 공연기획사에 맡긴 뒤 진행과정을 챙기지 못했다는 SM엔터테인먼트 관계자의 궁색한 변명도 대형기획사에 걸맞지 않은 수준이다. 리스크 매니지먼트 역시 실패했다. 행여 동방신기를 추종하는 팬들의 탄탄한 결속력과 충성도만을 믿은 채 이 총체적 문제를 쉽게 풀어낼 생각이었다면, 그것은 ‘팬과 음악 중심’이라는 음악적 진정성에 심대한 생채기를 남긴 것이다. 동방신기의 한 팬이 언론사로 보내온 장문의 편지는 이를 대변한다. “정말 불쾌했습니다. 티켓값을 내고 정당하게 들어왔는데, 왜 이런 취급을 당해야 하나요? 저희들은 단순히 돈버는 수단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가요? 저희들은 존중받을 자격이 있고, 즐겁게 공연을 관람할 권리가 있습니다.” 강태규 대중문화평론가 www.writerkang.com
  • 뮤지컬 BIG4

    뮤지컬 BIG4

    뮤지컬의 백미는 배우와 관객이 하나되어 만드는 커튼콜. 공연 직후 배우들이 하이라이트 곡을 부르면 눈치 볼 필요없다. 먼저 일어나 열심히 박수치며 따라부르는 것이 공연을 본전 이상 즐기는 법이다. 게다가 엘비스 프레슬리, 아바, 비지스 등 유명 가수의 히트곡이라 누구나 흥얼거릴 수 있다. 현재 공연 중인 뮤지컬 가운데 커튼콜이 흥겨운 뮤지컬 4편을 뽑았다. 온가족이 신나게 박수치고 몸을 흔들 수 있는 뮤지컬이야말로 설연휴 나들이로 그만이다. 한가지 더, 뻣뻣하게 서서 박수만 치기보다 ‘토요일밤의 열기’라면 손가락으로 하늘을 찌르는 디스코를 추거나,‘올슉업’에선 엘비스처럼 다리를 흔든다면 당신은 최고의 관객이다. # 올슉업(All Shook Up) 충무아트홀에서 공연중인 ‘올슉업’은 배우들의 흥이 관객한테 그대로 전해진다.2막 첫번째 곡으로도 나오는 올슉업은 사랑에 빠져 미치도록 기분이 좋은 상태를 뜻한다. 엘비스 프레슬리의 히트곡 24곡을 엮은 ‘올슉업’은 줄거리도 신난다. 음악과 춤, 애정행각을 금지하는 정숙법을 강요하는 무서운 시장이 있는 마을에 떠돌이 기타리스트 채드가 오토바이를 끌고 나타난다. 여주인공 나탈리는 한눈에 채드와 사랑에 빠지나 채드는 육감적인 글래머 산드라에게 꽂힌다. 엇갈리는 사랑의 화살표가 난무하는 가운데 채드는 성정체성에 혼란까지 겪지만 결론은 해피엔딩이다. 여주인공 나탈리를 맡은 윤공주의 연기력은 너무 능청스러워 살짝 징그러울 정도다. 전작인 창작뮤지컬 ‘하루’에서 무대 장치에 얼굴이 찢겨 피가 나는 상처에도 천연덕스레 연기를 했던 그녀는 이젠 신발이 벗겨져도 애드리브(즉흥대사)로 소화해 버린다. 조정석, 김우형, 이소은, 정성화 등 배우들이 엘비스 노래에 푹 빠져서 뿜어내는 열기 때문에 관객들의 혼이 쑥 빠질 지경이다. 앙코르 공연으로 ‘버닝 러브’와 ‘컴온 애브리바디’가 나올 때면 벌떡 일어나 온몸을 흔들지 않고는 배길 수 없다.(02)1588-5212. # 맘마미아 지난해 최고 흥행 뮤지컬이었던 ‘맘마미아’는 성남아트센터에서 그 신화를 이어가고 있다.2004년 초연 이후 이번이 4번째 공연으로 전세대가 공감하는 흥행 보증수표로 자리잡았다. 지난 4일 공연 횟수 300회를 넘어서며 관객수 50만명을 돌파했다. 공연에는 나오지 않는 아바의 히트곡 ‘워털루’가 커튼콜로 나오면 중년의 관객도 절로 일어서게 하는 맘마미아는 커튼콜 문화의 선두주자다. 특히 설연휴를 맞아 돼지띠인 관객이 설날 공연표 4장을 전화로 예매하면 10% 할인과 함께 프로그램 1권을 증정한다.15,18일에는 관람객 가운데 행운의 번호 10팀을 추첨, 배우들과 함께 무대에서 기념 사진도 촬영해 준다.(02)1588-7890. # 토요일밤의 열기 ‘나잇 휘버, 나윗 휘버∼♬’를 절로 흥얼거릴 수밖에 없는 ‘토요일밤의 열기’ 역시 본공연보다 커튼콜 무대가 더 뜨겁다. 국립극장의 공연장 밖에 마련된 관객들을 위한 사진무대에서 손가락을 찌르는 자세로 추억을 남기는 것도 잊지 말 것.‘스테잉 얼라이브’와 ‘새터데이 나잇 휘버’가 울려퍼지면 무대로 뛰쳐나가 팔과 다리를 휘두르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기 힘들다.(02)532-2188. # 로미오앤 줄리엣 세종문화회관을 달구고 있는 ‘로미오 앤 줄리엣’은 비극적 사랑이야기지만 커튼콜은 어느 뮤지컬보다 흥겹다. 사랑의 테마 ‘사랑한다는 건(Aimer)’과 로미오가 벤볼리오, 머큐소와 함께 부르는 남성 3중창 ‘세상의 왕들’이 흘러나오면 관객들은 일제히 무대 앞으로 달려나가 사진과 동영상을 찍기에 바쁘다. 자칫 사고가 날까 우려될 정도다. 제작사측이 음악의 비중이 높아 콘서트 뮤지컬이라고도 불리는 프랑스 뮤지컬의 특징을 감안해 특별히 커튼콜 촬영을 허용했다고 한다. 설 연휴인 16∼18일에는 공연 초기에 실시했던 주연배우 사인회를 다시 한번 연다.‘로미오앤 줄리엣´을 가까이서 볼 수 있는 더없이 좋은 기회다.(02)541-2614.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국악인] 거문고 악성 옥보고 맥 이으려는 김무길 명인

    [국악인] 거문고 악성 옥보고 맥 이으려는 김무길 명인

    글 최종민 철학박사, 국립극장예술진흥회 회장, 동국대 문화예술대학원 교수 민속악은 음악가 집안 출신이어야 잘 할 수 있다. 세습적인 음악가 집안에서 태어나야 피에 음악이 흐르고 몸에 음악이 녹아 있어 조금만 배우면 저절로 잘 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실제 전설적인 명인 명창들 대부분은 음악가 집안 출신이었다. 송흥록 명창이나 박종기 명인이 모두 음악가 집안 출신이다. 간혹 음악가 집안 출신 아닌 사람이 음악가가 되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그런 경우는 ‘비가비’ 또는 ‘비개비’라 하여 좀 낮추어 보려 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 ‘비가비’란 비갑(非甲)에서 온 말인데 ‘갑이 아니다’ 즉 ‘동류가 아니다’는 뜻이고 그 반대말인 동류를 가리킬 때에는 ‘관동’이라 한다. ‘관동’이란 양반들이 쓰는 ‘동관(同官)’이란 말을 뒤집어 그렇게 쓰는 것이다. 김무길은 음악가 집안 출신이고 부인인 박양덕 역시 음악가 집안 출신이다. 부부가 음악가 집안 출신으로 남편은 거문고의 명인이고 부인은 판소리 명창인데 자녀들도 모두 국악을 전공하여 식구가 모두 음악을 하며 살고 있다. 김무길은 지금 남원국립민속국악원 지도위원을 하면서 많은 제자를 양성하고 있고 박양덕은 전라북도 지방문화재 판소리의 예능보유자로 남원시립국악단 지도위원을 하고 있다. 부부가 지리산 자락의 폐교를 인수하여 ‘운상원 소리터’를 만들었는데 ‘운상원(雲上院)’은 옥보고가 지리산 운상원에 들어가 거문고를 공부했다는 그 운상원이다. 우리네 공부하는 방법이 산에 들어가 혼자 연습하며 공력을 쌓는 것인데 그런 독공(獨工)을 통해 깨닫고 또 깨닫고 하는 과정을 끝없이 반복하면서 천인합일(天人合一)의 경지에 이르고자 했기 때문에 옥보고가 지리산 운상원에 들어가 공부했다고 본다. 삼국사기에 있는 옥보고의 기록을 보면 남원은 거문고의 성지(聖地)이다. 옥보고가 지리산 운상원에 들어가 거문고를 공부한 지 50년에 새로 30곡을 지었고 그것을 속명득(續命得)에 전했는데 속명득은 그것을 귀금(貴金) 선생에게 전했다. 귀금 선생은 다시 안장(安長)과 청장(淸長)에게 전했는데 이때 신라왕은 혹시 금도(琴道)가 끊어질까봐 그 음악을 잘 전승하도록 하라고 남원공사에게 부탁하기까지 했다. 극장(克上)과 극종(克宗) 이후에 신라에서는 거문고를 업으로 하는 사람이 많아졌다고 하니까 고구려에서 발달한 거문고 음악이 남원 땅인 지리산 운상원에서 재창조되어 신라의 음악이 되었던 것이다. 이런 점으로 보면 김무길과 박양덕이 가꾸고 있는 ‘운상원 소리터’는 역사적 사건과 맥이 닿는 대단한 곳이다. 무엇보다 이 시대 한국 최고의 거문고 명인이 서울을 마다하고 이곳을 택하여 소리 터로 가꾸고 있다는 것이 주목할 만한 일이다. 시대는 다르지만 그 옛날 옥보고가 했던 것과 비슷한 일을 김무길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무길은 1962년 서울국악예술학교를 졸업했다. 그 당시의 국악예술학교는 고등학생 또래가 다니는 학교이긴 했지만 그야말로 국악을 모두 배우는 예술학교였다. 그 학교에서 배운 국악 실력으로 국악단체나 연주자로 얼마든지 활동할 수 있었다. 김무길도 국악예술학교를 졸업한 다음 연주자로 활동하면서 본격적인 거문고 산조를 공부하게 되었는데 한갑득 명인에게 배웠다. 당시의 수업방식은 완전히 옛날식 구전심수(口傳心授)의 방법이어서 악보도 없이 매일매일 배운 것을 구음으로 외우고 충분히 익힌 다음 그 다음을 배우는 식으로 배웠다. 김무길은 정말 열심히 배우고 매일 구음을 외웠다. 지금도 학생들을 지도할 때 구음을 척척 해가면서 지도하는 것은 다 그때 그렇게 무한히 외고 열심히 거문고로 탔기 때문이다. 한창 열심히 배우던 시절 한갑득 선생에게 “저는 선생님과 똑같이 탄다고 타는데 실제는 그렇게 되지 않으니 어떻게 하면 선생님과 같이 탈 수 있습니까?” 라고 물었을 때 선생께서는 “이 놈아 수만 독(數 萬讀; 수만 번) 하면 돼”라고 했다는데 이제야 그 의미를 알 것 같다고 한다. 김무길은 한갑득을 철저히 사사했다. 거문고도 배우고 음악에 대한 태도나 생각도 배우고 술도 배웠다. 특히 거문고산조를 타면서 그 음악이 그려내고 있는 자연의 경치나 타는 사람의 심성에 따라서 음악이 변하는 것에 대한 한갑득의 설명은 무한한 상상력을 불러일으키게 했고 거문고 소리가 온 우주의 것을 담아 표현하는 것이어야 한다는 것을 알게 해주었다. 그런 식으로 한갑득과 쌍벽을 이루던 신쾌동 선생까지 사사했다. 최고의 거문고 명인 두 분 밑에서 철저히 배우고 열심히 노력한 덕분에 김무길은 한국 최고의 거문고 연주자이자 최고의 사범이 될 수 있었다. 김무길은 지리산 운상원 소리 터에 있지만 전국에서 많은 제자들이 그를 찾아와 배운다. 국공립단체에서 활동하는 전문 연주가들 다수가 그의 문하에서 거문고 산조를 배우고 있다. 한갑득류나 신쾌동류의 긴 산조는 김무길의 전유물처럼 되어 있어 그런 큰 제자들이 찾아오는 것이다. ”김무길과 박양덕이 서울에 있으면 훨씬 많이 활동하고 돈도 잘 벌 텐데… 왜 그런 산골에 많은 투자를 하면서 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그들 내외의 생각은 다르다. 꿈이 있는 것이다. 돈이나 명예를 좇는 꿈이 아니다. 정말 순수한 인간 순수한 음악가로서의 꿈이다. 무엇보다 어려서 가졌던 꿈을 실현하고 싶은 것이다. 지금의 건물과 시설도 토요일과 일요일에 몰려오는 제자들과 두 부부가 살기에는 너무 클 정도이다. 그러나 그런 시설에 공연장 하나를 더 지어 정말 좋은 음악을 듣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멋진 음악을 들려주고 싶은 것이다. 본인들의 음악도 더욱 공력을 쌓고 싶고 다음 세대를 위한 더 좋은 작품도 만들어 볼 작정이다. 옥보고가 운상원에서 득음하고 새 음악을 많이 만들었던 것처럼 김무길도 운상원 소리 터에서 거문고 음악의 새 장을 열고 싶은 것이다.     월간 <삶과꿈> 2007.01 구독문의:02-319-3791
  • [주말탐방] PB마케팅의 세계

    [주말탐방] PB마케팅의 세계

    “나이도 있으신 만큼, 안정적인 재테크가 중요합니다.15억원 가운데 10억원은 정기예금 쪽으로 돌리고, 펀드 등은 5억원만 투자하시죠.” 지난 9일 오전 우리은행 PB(Private Banking) 센터인 서울 서초동 강남교보타워 ‘투체어스’에 들어선 이모(58)씨 부부.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던 이곳 김인응 팀장이 이들을 상담실로 안내한다. 부부 중 남편은 중견 기업 최고경영자(CEO). 경기도 지역의 땅 보상금 5억원과 평소 갖고 있던 10억원을 합해 모두 15억원을 김 팀장에게 맡기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5평 남짓한 상담실 안은 모두 따뜻한 갈색 톤의 카펫과 가구 등 고급 인테리어로 꾸며져 있었다.CD 플레이어에서 흘러나오는 바이올린 선율도 은은한 분위기를 더한다. 이씨는 “처음 왔지만 마치 절친한 친구 집에 온 기분”이라면서 “오늘 상담을 통해 상속, 증여, 자녀 장래 상담 등까지 함께 상의할 수 있는 좋은 동반자를 얻었다.”고 흐뭇해했다. ●PB고객 서비스는 연중 무휴 시중 은행들의 PB마케팅이 진화하고 있다. 단순한 금융 자산 관리에서 벗어나 고객의 재산 전반에 대한 ‘토털케어’를 제공하고 있다. 음악회, 미술 전시회, 와인 품평회 등은 기본. 자녀 맞선 프로그램은 물론 풍수지리 등 다양한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연중 24시간 무휴는 PB 서비스의 기본이다. 시중은행 PB(Private Banker)들의 일상은 극소수 ‘VVIP’ 고객들을 위해 채워져 있다. 김 팀장의 하루의 시작은 오전 6시. 이때부터 한 시간은 오롯이 독서에 할애한다. 경제학, 심리학, 문학 등 거의 전 분야를 망라한다. 미팅을 위한 일종의 ‘기초 작업’이다. 출근 시간은 7시40분쯤. 각종 경제 기사와 주가 동향, 금융 지표 등 국내외 시장에 대한 분석에 들어간다. 오전 9시에는 주요 고객들에게 그날의 중요 정보를 이메일로 발송한다. 오전 10시까지는 우수 상품이나 자산 운용방안 등 그날의 미팅을 위한 자료를 정리한다. 일과 시간에는 본격적인 고객과의 미팅이 시작된다. 김 팀장이 하루에 만나는 고객 수는 평균 5명. 그가 관리하는 10억원 이상 금융 자산고객 70여명은 한 달에 한 번은 그를 찾는다. 고객의 대다수는 기업 총수나 변호사, 의사 등 몸이 두 개는 필요한 직업을 갖고 있다. 직접 사무실로 찾아가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경우도 많다. 상담을 마치고 나면 오후 9시를 넘기기 일쑤. 다시 사무실로 돌아와 일본과 중국, 베트남 등 해외 주식 시장과 글로벌섹터 등의 정보를 체크한 뒤 오후 10시에야 퇴근한다. 김 팀장은 주말에는 기업체 등 외부 강연에 주로 시간을 쏟는다. 신규 고객을 유치할 수 있는 훌륭한 기회다. 얼마 전 강연에서도 의사 5명을 새 고객으로 맞았다. 그렇지만 그의 휴대전화는 여전히 ‘On’ 상태다. 주말에도 상담은 계속되기 때문이다. 김 팀장은 “PB는 성실성과 정직성, 전문성을 모두 갖춰야 고객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면서 “10년 가까이 관계를 유지하는 고객만 5명이 넘는다.”고 했다. ●골프와 와인, 미술 등은 필수 골프와 와인은 PB들의 필수 취미. 고객의 신뢰를 얻는 것을 넘어 호흡을 같이하기 위해서는 취향도 비슷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나은행 강남WM센터 이만수 부장은 PB계에 처음 와인 마케팅을 도입했다. 지난 2003년 처음 PB들을 대상으로 한 와인동호회를 만든 뒤, 이를 영업에 적용했다.PB들의 상당수는 포도주를 관리·추천하는 소믈리에 교육 코스를 밟는다. 미술, 음악 등 다른 예술 분야 역시 해당 분야 전문가들과의 세미나를 통해 평균 이상의 ‘내공’을 쌓고 있다. 이 부장은 50여명의 고객 자산 2100억여원을 관리하고 있다. 이 부장은 “2000년대 들어 부모로부터 재산을 물려받은 신흥 부자들은 대부분 외국 경험을 하면서 와인이나 미술 등에 관심이 많다는 점에 착안해 시작하게 됐다.”면서 “이들에게 상류 사회에 정착할 수 있는 에티켓과 창의적인 투자를 도울 수 있는 기초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한은행은 최근 레슨 프로골퍼 출신인 박경호씨를 골프 컨설턴트로 영입했다. 박씨는 PB 고객들을 대상으로 주 2차례 필드 레슨을 갖고, 고객 자녀 등을 대상으로 한 골프 교실도 진행할 예정이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10월 LPGA 투어인 ‘코오롱 하나은행 챔피언십’에 최우수 고객 120여명을 초청, 프로 골퍼들과 라운딩을 주선하기도 했다. 음악회, 미술 전시회 등도 빼놓을 수 없다. 하나은행은 지난 2004년부터 경기도 신갈의 하나은행 연수원 내 야외공연장에서 PB 고객들을 대상으로 연간 10회 정도 서양 고전음악 중심의 ‘하나빌 숲속음악회’를 개최하고 있다. 2004년 갤러리 뱅크를 처음 선보인 국민은행은 기존의 전시 일변도에서 벗어나 올해에는 미술 동호회 구성과 아트 투어를 유도,PB 고객과의 ‘스킨십’을 높일 계획이다. 이밖에 기업은행은 풍수지리 서비스도 PB 고객에게 제공하고 있다. ●VVIP 혼사까지 PB 몫 PB마케팅은 사적인 영역에도 침투하고 있다. 고객의 자녀 혼사는 빼놓을 수 없는 서비스. 하나은행은 정기적으로 VVIP 고객 미혼 자녀들의 맞선 행사를 열고, 고객 자녀들의 커뮤니티 모임도 주선하고 있다. 상류계층 형성을 유도하면서 현재 고객들에게 만족감을 주는 것은 물론, 미래의 고객까지 창출하는 일석 이조의 효과를 노리고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5월 결혼정보회사 출신인 김희경 커플매니저를 PB고객부 커플매니징 팀장으로 영입했다. 김 팀장이 지금까지 주선한 고객 자녀는 모두 10쌍. 한 쌍이 결혼을 앞두고 있다. 고객자녀 초청 미팅파티도 일년에 두번씩 열고 있다. 김 팀장은 “한번 소개하면 99%가 만나겠다고 할 정도로 만족도가 높은 편”이라면서 “결혼은 자산관리 못지않게 중요한 문제인 만큼, 커플매칭 프로그램이 고객 유치에 상당한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PB고객 어떤 대우받나 세계적인 투자기관 메릴린치는 지난해 우리나라의 백만장자 증가율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2005년 말 기준 국내 은행권의 5억원 이상 고액 예금계좌는 약 8만여개. 총액은 260조원이 넘는다. 그해 기준으로 은행권 전체 예금의 32%에 해당한다. 은행권이 PB 마케팅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PB 마케팅이 처음 선보인 것은 1990년대 초반. 그러나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10년이 채 안 됐다. 우리은행 투체어스 강남교보타워 김인응 팀장은 “97년 외환위기 이후 다양한 실적배당 상품이 도입되고 해외시장 분석이 시작되면서 PB 마케팅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이전에도 VIP 마케팅은 있었다. 그러나 명절 때 선물을 돌리며 예금을 유치하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PB 마케팅은 종합적으로 자산을 관리한다는 점에서 질적으로 다르다. 시중은행들은 PB 센터를 일반 영업점과 따로 두고 전문 회원제로 운영하고 있다.‘일반인과 다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는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해서다. 대부분 고급 빌딩의 고층에 자리잡고 있다는 것도 특징. 상당수가 전용 엘리베이터를 갖추고 있다. 프라이버시를 중시하는 고객들의 특성을 감안한 것이다.PB 센터에서 북적대는 은행 지점을 떠올리면 오산이다. 발소리도 들릴 만큼 한적하다. 고객들의 상담 시간이나 횟수는 무제한이다. 고액의 투자나 세금, 이민 문제 등이 걸려 있으면 하루가 멀다 하고 전담 PB와 얼굴을 맞대고 상담할 수 있다. 출장 상담은 기본. 신한은행과 기업은행 등은 상속·증여, 세무 문제 등의 다양한 전문가들이 본점 차원에서 직접 고객을 찾아 자문을 해주기도 한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PB들이 본 한국 부자 유형 시중은행 PB들이 꼽는 한국의 부자는 상속부유층과 자수성가형, 그리고 벼락부자형 등 세 부류다. 상속부유층은 대대에 걸쳐 상당한 부를 유지한 케이스라 부에 대한 관리능력이 탁월하다. 그러면서도 일정 정도 이상의 교육을 받은 경우가 많다. 상당수가 특정 예술 분야에 고급 취미를 갖고 있다. 소위 ‘돈 있는 티’도 잘 내지 않는 편. 표시 안 나는 명품을 선호한다. 다만 자식 교육에는 거금을 아끼지 않는다. 안정적인 자산 운용을 선호한다. 자수성가형은 벤처사업가들이 많다. 연령도 50대로 상대적으로 젊은 편. 그러다 보니 돈 쓰는 행태도 공격적이다. 억대의 외제 고가 승용차나 명품을 ‘가볍게’ 구입한다. 그런 만큼 공격적인 투자를 좋아한다. 벼락부자형은 보상받은 땅값으로 ‘인생’이 달라진 유형이다. 그러다 보니 돈을 제때 쓸 줄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PB들은 이들에 대해서는 현금, 카드 등 각종 지출까지도 관리해주곤 한다. 조언을 잘 따르면 ‘업그레이드’되고, 과소비의 욕망에 굴복하면 부가 오래가지 못한다. 주위의 질시를 못 이겨 이민을 가는 경우도 상당수다.PB들이 기피하는 케이스다. 부자들의 직업별 특성도 다양하다. 먼저 기업가는 머릿속이 온통 ‘사업’으로 가득 차 있다. 와인 이야기를 하다가도 ‘와인 도매 쪽에 투자하면 어떨까.’라는 식으로 대화가 흘러간다.‘이성’에 대한 관심도가 높은 것도 특징. 한 시중은행 PB는 “항상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가다 보니 이성을 통해 위안을 받고 싶어하는 경향이 강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의사 등 의료인 출신 부자의 관심은 ‘돈’이 90% 이상이다. 이들은 혼자 자영업 형태로 병원을 꾸려가는 게 대부분이다. 그러다 보니 ‘책임질 사람은 나밖에 없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린다. 독주를 많이 마시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투자를 고민할 시간이 없다 보니 부동산을 많이 사들이면서 의외로 땅부자들이 많다. 한국전쟁 이전 부자 세대들이 자식들에게 재산을 물려주면서 요즘은 젊은 임대사업자 부자도 많다. 이들은 평소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게 특징. 비교적 한가하다 보니 아이디어나 시장에 대한 관심은 많지만 ‘제뜻’을 펼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데스크시각] 문화의 일상, 그리고… /박선화 문화부장

    서울 한복판에 터잡아 일터를 드나든 지 스무성상을 넘겼다. 그러께부터인가, 아침이면 두가지 사물을 감상하는 버릇이 생겼다. 지하도를 올라서면 사철 제 모습을 달리하는 은행나무, 그 가지위를 오가는 참새를 발견하는 즐거움이다. 튀튀한 은행나무 거북등 줄기 속으로 겨우내 숨죽여 흐르는 생명의 소리를 찾아내는 재미가 여간 쏠쏠하지 않다. 은행은 스무해 이전에도 거기 있었고, 휴가로 텅비운 도심을 풍성한 잎으로 장식하곤 했다. 다만 세월의 더께를 입어 튼살이 생겼을 뿐이다. 도심서 참새를 찾기란 쉽지 않다. 모이가 줄고 대기가 메스꺼워질수록 개체수가 주는 데야 수긍하련만, 이들은 어쩐 일인지 도심을 떠나지 못하고 길가에 흩어진 쌀알을 줍기에 바쁘다. 동화속 나무상자로 꾸민 듯, 뉴질랜드 퀸즈타운 호숫가에서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는 참새와는 사뭇 다른 풍경이다. 그 은행나무 옆에는 천만원에 달하는 소나무들이 흉물스러운 철장막 안에 주인을 잃은 채 갇혀 있다. 다행히 참새는 철장막이 쳐져도 은행과 소나무 사이에서 힘껏 홰를 치곤 한다. 요즘엔 가끔 횡단보도 위에서 무교동 터줏대감의 존재로 재잘거리고 있다. 범부에게 문화의 일상이란 어떨까. 그것은 은행나무와 참새의 처지와 크게 다르지 않다. 매만지지 않아도 꿋꿋하고, 장막을 쳐도 자유로이 넘나드는 문화마당은 넓고 깊기만 하다. 다만 바쁘다거나 귀찮다거나 하며 동참하지 않은 이방인의 핑계일 뿐이다. 그들은 다가가기 이전에도 자리를 지켰고, 알아주지 않아도 투정하지 않으며, 찾아주는 이들의 손길이 고마워 제 뿌리를 내리고 있는 것이다. 그러한 문화예술의 존재가 다양해지고, 마음을 열면 누구나 손에 쥘 수 있는 보편적 가치로 자리잡고 있다. 응당 나무와 새의 종류도 셀 수 없을 정도로 자기분화가 이뤄지고, 그것에 힘을 보태는 노력이 얹어지고, 어여삐 찾는 발걸음이 있어 문화생활도 나날이 진화하고 있다. 그래도 일정 세대에겐 여전히 낯선 게 문화의 일상이다. 이른바 주린 배를 채우는 게 전부였던 어린 시절에야 골목길이 문화터전이었고, 까까머리 시절엔 관급성 영화나 대회에 참가하는 게 고작이었다. 그나마 운동부서가 있거나 수학여행 정도가 즐길 수 있는 문화풍토의 전부였으니. 스무살 넘어선 박제된 정치현실 앞에서 문화적 씨름 정도에 그쳤으니, 사회에선들 좀처럼 문화다운 여유로움을 즐길 수 있었을까. 하지만 이젠 범부도 문화예술의 수혜자에서 비켜설 수만은 없다. 무엇보다 구석 곳곳까지 발품을 파는 문화예술가들의 정성을 외면하기 어려운 지경이다. 웰빙이다 하여, 물질적 풍요가 채우지 못하는 허전함을 달래주려는 그들의 발길이 고맙기 그지없다. 정명훈 같은 세계적 음악가를 사는 동네에서도 볼 수 있으니 지방자치제가 좀더 뿌리를 내리면 어떨까 싶다. 단지 목구멍이 포도청이어서 그들이 그러려니 하다간, 그것을 원하는 이들의 수준을 얕잡아 보는 것임에 틀임없다. 하여 서울시청사에 전문공연장을 만들면 그것이 문화수도의 상징이 안 되겠는가. 상품을 파는 이들도 달라졌다. 맞춤이니, 특화니, 차별화에서 더 나아가 크로스오버·컨버전스로 시민 품에 안기겠다고 저마다 유혹하니 마냥 손사래 치는 것도 결례일 것 같다. 얽히고설킨 국내 현실의 답답함에서, 그나마 다양한 삶의 스펙트럼을 문화그릇에 담아 시민에게 대리만족과 카타르시스를 안기는 게 또 있을까. 어느 집단 행동양태를 문화로 보면 일상은 문화생활의 연속이랄수 있다. 일상 주변을 둘러보면 그 문화는 그리 멀리 있지 않다. 제 좋은 것 하나씩 맛보면 된다. 문화의 다양성도 내 것이 아니면 차별성에 지나지 않는다. 그들이 부르면 달려갈 수 있는 여유를 일상에서 찾아 보자. 박선화 문화부장 pshnoq@seoul.co.kr
  • ‘고양 아람누리’ 친환경 공연장 모델로

    ‘고양 아람누리’ 친환경 공연장 모델로

    건축비만 1500억원이 들어간 첨단 예술공연장 ‘고양 아람누리’에는 친환경 설계가 곳곳에 숨어 있다. 일반 관객의 눈엔 잘 띄지 않지만 자연친화적 시설을 구석구석 갖춰 ‘친환경 예술공연장 모델’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열(地熱) 이용한 냉·난방 공연장중 첫 도입 고양 아람누리는 ‘국내 최고의 문화예술 공간’을 표방하며 지난주 준공됐다. 현재 내부 마무리 공사가 한창이다. 고양 일산신도시 도심인 지하철 3호선 정발산역과 곧바로 연결되고, 정발산을 배후로 도시와 환경을 잇는 입지여건을 갖췄다. 자연친화형 설계로 예술공연장은 외관부터 돋보인다. 시유지에 1500억원을 들여 51개월의 공사 끝에 준공된 아람누리는 냉·난방에 지열시스템을 이용한다. 지하 250m의 지열을 이용해 자연친화적이고 에너지 절약형 냉·난방 시스템을 갖췄다. 지하 250m의 지하수는 연중 섭씨 12도로 수온이 일정하다. 이를 파이프를 통해 지상으로 끌어올리면 지열에 의해 18∼20도로 높아져 여름엔 냉방, 겨울엔 난방효과를 얻게 된다. 국내 유수의 예술공연장중 처음으로 시설됐다. 저렴한 심야전기(오후 10시∼다음날 오전 8시)를 이용, 에너지를 저장했다가 주간(오전 8시∼오후 10시)에 이용하는 시스템도 갖췄다. 여름철 전력수요 피크 때 전체 냉장용 전력수요의 45%, 평소엔 90% 이상 충당한다. 심야전기는 신기술은 아니지만 국내 대형 공연장에선 처음 도입됐다. ●건물 외벽등 방부제 처리 안한 목재 사용 외벽에 시공된 친환경 소재도 눈여겨볼 만하다. 건물 자체는 철골구조에 콘크리트로 시공됐지만 인체에 유해한 방부제 처리를 하지 않은 호주산 천연 자라목과 미려한 동판, 알루미늄판 등으로 마무리해 주변 경관과 어울리고 보는 이들에게 편안함을 준다. ●‘하수 모아 정수 뒤 재사용´ 중수시스템 도입 건물내 세면기·샤워실 등에서 나오는 물을 완벽하게 정수, 화장실·조경수용과 분수용으로 재순환시키는 중수(重水)시스템도 가동한다. 아람누리는 지하철과 붙어있어 소음을 막기 위해 지하철 역과 공연장 사이에 땅을 파 500여평의 광장(해받이터)을 만들었다. 광장을 만드는 데는 진동을 허공으로 분산하는 ‘선큰(Sunken)공법’을 채택했다. 얼핏 단순한 광장처럼 보이지만 지하철 진동이 공연장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한 배려가 숨어있다. 광장 주변엔 아케이드를 배치, 관객의 편익과 공연장 수익공간으로 활용한다. 관객들을 위해 건물 현관 출입문과 내부 극장 출입문 사이 바닥엔 열선을 깔았다. 또 지하철역∼공연장, 지하주차장∼공연장으로 이르는 통로엔 에스컬레이터를 설치해 편리한 동선구조를 갖췄다. 공연을 앞두고 출연자들의 긴장을 늦춰주기 위해 통상 사방이 막혀 있는 기존 분장실과 달리 정발산이 보이도록 커다란 창문을 달아 산에서 내려오는 시원한 바람을 쏘이고 바깥도 볼 수 있도록 배려했다. 아람누리는 대지 1만 6000평에 객석 1887석의 대극장(아람극장),1449석의 콘서트홀(바람피리음악당),281석∼300석의 가변형극장(실험극장) 등을 갖췄다. 오는 5월 개관공연을 목표로 음향·전기·조명 등 무대기술장비 시운전과 함께 시험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고양 한만교기자 mghann@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