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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1세기 문화프론트라인](6)문화의 대중화

    지난해 즉흥공연을 위해 내한한 일본의 재즈보컬리스트 사가 유키.그녀가 공연 중에 털어놓은 독백에는 새겨들을 만한 대목이 있었다. “10년전 전공인 성악을 팽개치고 첫 재즈 연주회를 가졌는데 보러온 친구들이 ‘너 어쩌다 이렇게 타락했니’하더군요.”80년대 말이라면 우리 분위기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대중가수가 세종문화회관 무대에 서려면 ‘말발’있는 음대 교수들을 찾아다니며 설득하는 게통과의례가 되다시피한 때가 그리 오래 되지 않는다.대중가수와 무대에 함께 설 수 없다는 이유로 콘서트 시작 직전 퇴장해 버리는 성악가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 정규 음악과정을 이수한 이들이 대중가요를 하겠다고 나서는 게 더이상 뉴스가 안되는 세상이 됐다.지난 96년 유희열(서울대 작곡과)김형석(한양대 작곡과)정재형(한양대 작곡과)과 쌍둥이 자매인 김아연(이화여대 음대)김연빈(한양대 음대)등 멤버 전원이 클래식학도로 구성된 ‘베이시스’가 등장해 화제가 된 적이 있다.유희열은 “언젠가는 가요를 한번 써보겠다고과 친구들이 말했지만실행에 옮기는 이들은 찾아보기 어려웠다”고 지금도아쉬워한다. 연미복을 입은 채 지휘봉을 멋드러지게 휘두르던 음대 교수들도 달라졌다.수원시향의 금난새와 서울팝스 오케스트라의 하성호단장은 이제 청소년팬 층을 형성할만큼 ‘대중 속으로’들어갔다. 일부에선 이러한 인적자원의 확대를 “대중음악의 저변이 확대됐다”고 반기며 고급문화와 대중문화의 경계가 희미해지거나 두 영역이 중첩되는 현상으로 받아들였다.반면 다른 한쪽에선 ‘거품현상’의 위험성을 경고하기도 한다. 칼럼니스트 박준흠은 “이처럼 예술학도들을 대중가요판에 끌어들인 힘은 무엇보다 대중의 ‘귀높이’가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단언한다.어릴적부터 서구음악을 가까이 듣고 자란 세대의 감수성과 정보수집능력,변별력을 간과할수 없다는 것이다.일정한 수준을 갖추지 않고 비즈니스적 마인드에만 충실한 대중음악인들의 ‘말로’가 그것을 반증한다는 것이다. 서울대 작곡과를 나와 MBC ‘수요예술무대’를 10여년째 꾸려오는 한봉근PD는 “음악 선택의 폭을 넓힌다는 측면에서는 바람직하지만,대중의 요구를 정확히 읽어내는 능력에선 정규음악과정을 이수하지 않은 뮤지션에게 떨어지는 사례가 적잖다”고 말한다. 팝과 클래식의 크로스오버 움직임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지적이 나온다.이름을 밝히기를 꺼린 한 음대 교수는 “크로스오버라는 것이 클래식의 정체성을 깨뜨린 것은 물론,팝시장 안에서도 제 영역을 찾지 못했다”고 비판한다.그리고 “다른 영역을 넘볼 때는 그 영역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인데 어정쩡한‘기획성 콘서트’로는 이것도 저것도 안되기 십상”이라고 덧붙였다. 나름대로 클래식 틀을 유지하면서 대중 속으로 들어가려는 시도로는 이돈웅한양대 음대교수의 컴퓨터 음악작업을 꼽을 수 있는데 대중적 흡인력에서는아직 합격점을 받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지금의 대중음악은 80년대 말 해외로 가 오래 ‘내공’을 쌓고 돌아온 유학파들에게 많은 것을 빚지고 있다.그런 현상은 한동안 지속될 전망이다.버클리음대 동기인 한상원과 정원영이 미국에서 공부한 펑키와 재즈의 세계를 펼쳐보이고,재즈 피아노를 전공한김광민은 비슷한 시기에 함께 수학한 피아니스트 백혜선과 연주회를 갖기도 했다.그의 연주는 재즈의 대중성과클래식 연주의 품격을 잘 조화해 대중문화 수준을 격상시켰다는 평을 듣는다. 현재 이탈리아 피바디스쿨에서 수학중인 ‘어떤 날’출신의 이병우에게도 기대를 거는 이들이 많다. 박준흠 칼럼니스트는 “클래식 선율을 가미하는 것만으로도 대중가요의 품격을 높인다고 믿는 자세 역시 하나의 거품”이라면서 “중요한 것은 대중의요구를 읽어내는 뮤지션으로서의 치열한 창작혼”이라고 못박는다. 임병선기자 bsnim@ *제3의 ‘절충 문화’가 떠오른다 보수적인 고급문화 애호가들에겐 다소 불쾌할 수 있지만,일반인들로서는 신기하고 재미있는 이색 전시회가 지난해 서울 성곡미술관에서 열렸다.‘엘비스 궁중반점’이라고 이름붙은 이 전시회는 중국식당 분위기로 꾸민 미술관에 회화 사진 조각 비디오설치 등의 작품을 전시하는 동시에 요리퍼포먼스,엘비스 프레슬리 모창,서양의 팝음악과 동양음악을 리믹스한 DJ공연 등을 진행했다. 국적 불명,장르 불명의 이같은 ‘이상한’전시회는 “대중을 외면하는 고매한 예술문화는 생명력을 가질 수 없다”는 미술관측의 절박한 현실인식에서비롯됐다.고급예술과 대중문화를 배타적으로 가르던 경계선이 희미해지고,그 둘을 아우르는 절충문화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뉴욕타임스가 3년전21세기 문화를 전망한 특집기사에서 내놓은 예측도 ‘고급은 저급이다’라는 명제였다. 고급과 저급의 경계선에 공개적으로 의문을 제기한 이들은 20세기 초반에 활동한 다다이스트들이었다.마르셀 뒤샹의 기성품(ready-made)작업에서 비롯된 다다이즘은 예술의 기존 관념을 깨부수는 획기적인 논란을 불러왔다.고급·저급 예술에 관한 논쟁은 60년대 팝아티스트들에 이르러 그 절정을 이루게된다.산업폐기물이나 버려진 것들이 버젓이 예술로 재탄생할 수 있다는 확신은 대중문화가 순수예술과 소통하는 가능성을 보여주었고,이때부터 고급예술이라던 미술·음악 등에 대중문화적 요소가 등장하게 됐다. 정신분석가 에르네스트 반덴하그는 고급문화를 대중매체가 발명되기전의 소산으로 봤다.대중매체의 막강한 힘으로 신속한 정보교환과 인적교류가 활발히 이뤄지는 지금,‘대중문화가 고급문화의 적인가’라는 식의 담론은 낡은유물쯤으로 치부된다. 이용우 고려대교수는 “테크놀로지 발달이 가져온 과학혁명과 정보사회의 급속한 변화는 예술을 더이상 메타포나 알레고리의 대상으로 방치하지 않는다”면서 “관람객을 부르지 못하는 전시회는 질(質)을 떠나 실패한 전시회로간주되며 대중적 공감대와 전통을 초월한 전시회는 유효하지 않다”고 주장한다.그러면서 이같은 현상을 ‘다자간의 공유’를 본질로 하는 예술의 본래모습을 되찾아가는 과정으로 파악했다. 이순녀기자 coral@
  • [대중음악] 권진원 100회 공연 기념콘서트

    95년 ‘살다 보면’을 발표해 솔로로서 자신의 음악인생의 한 매듭을 풀어헤쳤던 권진원이 소극장 공연 100회의 하이라이트만 모은 특별한 콘서트를 준비했다.물론 ‘노찾사’시절까지 합하면 권진원의 라이브 경력은 500회를 거뜬히 넘을 것이다. 권진원은 27일부터 나흘동안 대학로 라이브극장에서 슬라이드 필름 상영과함께 ‘해피 버스데이 투 유’‘집으로 가는 길’등의 자작곡과 샹송 ‘장미빛 인생’‘휀 아이 폴 인 러브’ 등 애창곡들을 들려준다.특히 이번 무대에선 김민기가 오랜 금기를 깨고 리메이크를 허락한 ‘아름다운 사람’과 고김광석의 ‘서른 즈음에’가 불려져 특별한 무대가 될 것이다. 평일 오후7시30분,주말 오후4·7시 (02)692-8790임병선기자 bsnim@
  • 김목경 4집 ‘Vol 4’ 나와...

    적지않은 이들이 90년대 한국 가요계의 불모성을 지적하는 좌표로 블루스음악의 퇴조를 든다.80년대 후반 ‘신촌블루스’의 등장으로 마지막 불꽃을 태운 블루스는 90년대 들어 댄스음악과 발라드로 양극화한 시장논리에 따라 설자리를 완전히 잃어버렸다. 외롭지만 꿋꿋이 블루스의 길을 걸어온 김목경이 최근 4집 ‘Vol 4’를 냈다.노랫말에도 그의 외로움은 묻어난다.‘나만 홀로 서있고’(플레이 더 블루스) ‘잊혀졌다 했는데,당신은 노래를 만들었’(부르지 마)는데 ‘남은 건키작은 기타뿐’(남은 건 하나뿐)이라고 노래한다. “내 몸에 배여있는 건 블루스이다.이것이 기본역량이고 냄새며 느낌이다”이번 앨범은 의식적으로 전반 5곡은 대중성을 고려했고 나머지 절반은 블루지한 감각을 최대한 살리려 노력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그의 말마따나 ‘플레이 더 블루스’같은 노래는 기타솔로를 빼고 록적인 취향이 상당히 달콤하게 다가온다. 그는 재즈가 모체인 블루스보다 더 대중의 사랑을 받는 것이 못내 아쉽다.이제 정통음악이 반격을 펼 때가 됐다고 믿는다. 그러나 댄스음악이 주도권을 쥔 방송무대에도 많이 나설 생각이다.그렇게 전투정신을 발휘할 생각이다. 그는 영국에서 커머셜 아트를 공부하면서 거리의 악사로 나서 2시간에 3∼4만원의 돈을 번 적이 있을 정도로 내공이 깊다.손가락에‘보틀 넥’이라 불리는 긴 반지를 끼고 지판 위를 종횡무진하는 슬라이드 주법이 자랑. 2집에서 잠시 컨트리음악과의 결합을 시도했던 그는 3집에서 정통에 가까운블루스를 들려주었고 이제 친근한 멜로디라인을 도입해 대중에게 다가가는모습을 보이고 있다. ‘남은 건 하나뿐’에서 그가 들려주는 투명한 기타 리프는 지금 세대의 음악코드에 익숙한 이들이라면 그 진가를 알아차리기 힘든 대목.한두번 듣고흘려보낼 음악이 아니라 꾸준히 흙속의 진주를 찾는 기분으로 탐구해야 할덕목으로서 음악의 가치를 일깨운다. 앨범 전체의 느낌이 상당히 개인적인 데 치우친 것 같다고 지적하자 “이번앨범까지만이며 앞으로는 다른 뮤지션과의 공동작업도 고려할 것”이라고 했다.그룹 긱스를 결성한 오랜 친구 한상원으로부터 최근 여자가수 한명을 소개받았다고 전했다. 김목경의 새 음반을 듣는 팬들은 그와 함께 블루스의 길을 걸었던 ‘내 모습 본적 있소’와 ‘누구 없소’(노래 한영애)의 작곡자윤명운의 소식을 궁금해할 수도 있겠다. 임병선기자 bsnim@ *흑인들의 한·절망 달래던 음악 블루스 흔히 느린 템포의 춤곡 정도로 오해되고 있는 블루스는 흑인들이 고된 노동의 시름과 경제적 궁핍·신분적 제약에 따른 한과 절망을 달래던 단순한 형식의 음악이다.블루스의 선창·후창은 지금은 기타·하모니카 등의 악기가주고 받는 형식으로 바뀌었지만 우리 전통 음악 가운데 상여소리나 농요의‘매기고 받는’양식과 비슷하다. ‘블루노트’라 불리는 블루스 기본음계는 장조면서도 단조처럼 들린다.7음계에서 3음과 7음을 반음씩 내려쓰기 때문.여기에 ‘레미솔라도’ 5음만 쓰는 ‘펜타토닉’ 스케일이 결합된다.국내에도 널리 알려진 ‘모 베터 블루스’ 도입부는 펜타토닉의 응용이다. 블루노트와 펜타토닉을 효과적으로 배합해 팝같은 블루스를 들려주는 이가‘원더풀 투나잇’의 에릭 클랩튼.축축 늘어지는 기타음과 꺼칠한 목소리의웅얼거리는 듯한 보컬이 특유의 브랜드로 내세워진다. 남부 농장지대에서 시카고로 북상하면서 도시화된 블루스는 흑인 전래의 리듬감이 첨가돼 흐느적거리는 느낌이 묻어나는 리듬 앤 블루스로 거듭났고 백인음악인 컨트리와 결합해서는 로큰롤이 되었다.재즈와 솔에 끼친 영향력 또한 작지 않다.이렇듯 블루스는 현대 팝음악의 ‘어머니’ 역할을 하고 있다.
  • 척 맨지오니·조지 윈스턴 새달 내한

    계절의 까칠함이 그대로 드러나는 2월 재즈 거장의 내한무대가 이어진다. 지난 80년대 중반 ‘필 소 굿’이란 상큼한 음악으로 세인의 사랑을 받은 플루겔 혼의 마술사 척 맨지오니가 처음 한국을 찾아 13일 공연(오후 4·7시30분)을 갖는다.지난 98년에 이어 두번째로 우리 곁을 찾는 재즈 피아니스트조지 윈스턴은 24·25일 무대(오후7시30분)에 오른다.두 공연 모두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있다. 데뷔앨범이 그래미상 후보에 올라 화제가 된 맨지오니는 ‘그래미 13회 노미네이트,2회 수상’이라는 경이로운 기록을 세웠고 ‘체이스 더 클라우즈 어웨이’와 ‘기브 잇 올 유 갓’은 올림픽 주제곡으로 사용되었다. 그의 내한공연은 오랜 침묵끝에 내놓은 앨범 ‘더 필링스 백’발매를 기념한 것.이 앨범은 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빔,루이스 본파 등 브라질이 낳은 세계적인 작곡가의 작품을 개성있게 편곡한 내용으로 채워졌다.영화 ‘흑인 오르페’의 주제곡인‘카니발의 아침’을 비롯해 탱고음악인 ‘알도비오’,샹송의 고전 ‘장미빛 인생’,삼바풍인 ‘마운틴플라이트’등을 매끄럽게 들려준다. 그의 음악은 버블검 재즈로 불린다.남녀노소 누구나 부담없이 즐길 수 있다는 얘기다.이번 공연에선 그의 이름을 국내에 알린 ‘칠드런 오브 산체스의아이들’등 히트곡들과 라틴 재즈의 참맛을 전하는 곡들이 연주된다.(02)598-8277. 조지 윈스턴은,두말할 필요없이 국내 음악계가 재즈와 뉴에이지 피아노음악을 도입토록 하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운 재즈 피아니스트.사계절이 우리나라만큼 뚜렷한 미국 몬타나주에서 태어난 덕으로 계절감각을 건반으로 옮기는데 독특한 재능을 보여준다. 바흐·파헬벨의 음악을 간결하면서도 격조높게 형상화한 ‘디셈버’로 82년이후 국내에서 200만장 판매기록을 세우는 등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고 ‘포레스트’로 96년 그래미를 수상함으로써 뛰어난 예술성과 대중적 인기를 확인했다.지난 해에는 대초원의 이미지를 상큼하게 담은 ‘플레인스’ 앨범을내놓았다. 첫 내한공연때 수익금 전액을 실직기금으로 내놓는 선행을 베풀기도 한 윈스턴은 이번 공연에선 알려진 작품 외에도 다양한 곡을선사한다.만화영화 ‘찰리 브라운’의 주제음악으로 쓰인 ‘라이너스와 루시’‘유 아 인 러브 찰리 브라운’메들리,하와이 원주민의 기타주법에서 따왔다는 슬래키 연주가독특한 ‘헤 알 노 칼라니’,미국 전통민요를 자장가 부르듯 들려주는 ‘코리나 코리나’등 영롱한 음악들이다. 서울 공연에 이어 전국 순회공연도 기획 중이다.(02)548-4468. 임병선기자 bsnim@
  • 직업인으로 ‘딴따라’ 길러내기

    하성호는 잘 알려진 대로 서울 팝스 오케스트라의 상임지휘자다.지난 88년창단 때만 해도 주목받지 못했던 서울 팝스는 12년이 지난 지금,상당한 영향력과 든든한 후원자를 가진 탄탄한 오케스트라로 성장했다.그의 추진력과 ‘음악시장’의 상황을 보는 눈이 결정적 역할을 했음은 물론이다. 그가 이번에는 예술교육에 뛰어들었다.지난해 2년 과정의 서울공연예술전문학교를 출범시키면서 90명의 학생을 시험선발했다.올해는 실용음악·순수음악·공연영상·상업무용·영상애니메이션 등 5개과에서 본격적으로 학생을뽑는다.과 이름에서 부터 그동안 ‘언더 그라운드’를 기반으로 할 수 밖에없었던 대중예술가를 ‘제도권’에서 체계적으로 키우겠다는 뜻이 읽혀진다. 이른바 순수음악인들로부터는 종종 ‘딴따라’로 취급받기도 하는 하성호의교육방법은 어떤 것일까.5일 서울 방배동 남부순환도로 가에 있는 이 학교학장실로 찾아갔을 때 그는 “우리 교육방법은 아마 조금 다르게 보일 것”이라며 한가지 일화를 들려주었다. 지난해 한 교수가 그를 찾아왔다.학생들이 수업중 턱을 괴고 앉아,껌을 씹는 등 수업태도가 나쁘다는 불만이었다.그는 그러나 “소리만 내지 않으면 그냥 두라”고 했다.그러면서 “우리 학교는 ‘예술의 기술’을 가르치는 학교이지,전인교육을 시키는 학교가 아니지 않느냐”면서 “그런 개성 속에서 실질적인 창조가 가능한 것”이라고 오히려 그 교수를 타일렀다고 한다. 그는 서울 팝스를 음악원리가 아니라 시장원리로 키워냈듯,학교도 교육원리가 아니라 예술인력시장의 원리를 철저하게 따르는 것 같다.그러나 그의 능력을 인정하는 이들도 아직까지는 이 학교를 크게 믿음직스러워 하지는 않는것 같다.한 마디로 “거기 나와서 직업을 과연 얻겠느냐”는 의문이다. 그는 그러나 “처음에는 노동부도 같은 이유로 학교 설립을 반대했지만,바로그것이 이 학교가 있어야 하는 이유”라고 자신만만해 했다. 그는 호텔에서연주하는 피아니스트를 예로 들었다.한국의 웬만한 호텔 라운지나 레스토랑에는 피아노나 실내악단이 있지만,어느 새 한국사람은 자취를 감추고 대부분외국인으로 채워졌다. 클래식하는 이른바 순수음악인들이 그런 일들을 모두외면해버렸기 때문이라는 것이다.그는 “한국에는 주연 아니면 솔로이스트를만드는 예술대학 뿐인데, 그 결과 졸업생의 90%가 실업자가 된다”면서 “그러나 우리는 90%가 실질적으로 예술이 직업이 될 수 있도록 준비한다”고 설명했다.특히 “그런 일을 직업으로 생각하지 않는 풍조가 문제이지 우리 사회에 음악이 설 자리는 너무나 많다”고 강조하고 “실제로 호텔 피아니스트가 되면 수입은 음악대학 나온 교사의 2배는 될 것”이라면서 “학생들의 의식을 실실적으로 바꾸는 데도 역점을 두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우리 학생들 가운데는 부모쪽에서 보면 ‘문제아’도 적지않은 것이사실”이라고 털어놓았다.대학·전문대학 시험에 모두 떨어진 학생이 이 학교 문을 두드리는 현실을 인정한다.그는 그러나 “이들이 개성을 찾아 변신하는 모습을 지켜보노라면 직업교육을 넘어 전인교육 이상의 교육적 효과도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될 때도 있다”고 ‘건전한 딴따라’ 길러내기의 보람이 적지않음을 내비쳤다. 서동철기자 dcsuh@
  • [새천년 대중문화 기대주 인터뷰] 김사랑/서수민

    새 즈믄해는 문화의 세기가 될 것이라는 게 많은 이들의 생각이다.이 세기의 대중문화계는 어떤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올까.도전적인 제목의 데뷔앨범‘나는 18살이다’에서 작사 작곡부터 모든 악기의 연주를 혼자 다해내 화제를 모은 가수 김사랑군과 지난 해 하반기 대단한 화제를 모은 KBS-2TV ‘개그콘서트’의 조연출 서수민PD로부터 희망에 찬 미래의 대중문화판 모습을들어보았다.문화평론가 운운하는 이들을 제쳐두고 이들을 초대한 것은 현재의 문화무대에서 활발히 움직이는 이들의 현장감 넘치는 목소리를 듣고 싶었기 때문이다. ◆차세대 가수 김사랑많은 이들이 김사랑을 차세대 대중가요를 이끌 재목으로 꼽는데 주저하지 않는다.이는 결코 허튼 소리가 아니다. 그를 만나면 우선 느닷없는 깊은 눈초리에 당황한다.18세의 미소년에게서 느껴질만한 눈빛이 결코 아니다. 내지르기만 할 것 같은,무책임한 신세대의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다. 어찌보면 당돌한 것 같고 뿌리를 알 수 없는 건방기도 느껴지지만 대화를 나눌수록 이 미소년이 갖는 자존심의뿌리가 만만찮음을 느끼게 된다. 지난해 11월 첫 앨범을 낸 뒤 일성이 “저란 존재를 알리기 위한 앨범이었기에 제가 가진 것의 30∼40%만을 보여주었을 뿐”이라고 하니 말 다했지 않은가. 새 천년의 대중문화계 판도를 그려보라고 했더니 “더욱 실력있는 뮤지션들이 나와 실력을 겨룰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내지른다. 테크노다 힙합이다 하는 유행에 쏠리지 않고 제 색깔을 지켜나가는 고집있는 대중음악인들이 늘었으면 하는 바람과 함께 ‘시대에 뒤떨어진다’는 식의형편없는 비평도 사라졌으면 하는 기대도 털어놓았다. 자신이 지향하는 음악을 하는데 시대와는 무슨 상관이냐는 항변이다. 외국음악과 붙어도 분명히 살아남을 수 있는 힘이 있는데 자꾸 그 역량을 음악외적인 요소가 갉아먹는 것이 아닌가 걱정된다는 것이다. 99년 대중음악계의 화두로 표절을 언급하자 “창작의 고통을 모르는 이들이별다른 고민없이 재단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언더와 오버로 현재의 음악무대를 가르는 태도에 대해서도 불만이다.실력있지만 세상과 타협하기 싫어하는언더 무대 하는 식으로 단정하는 것이 마땅찮다는 것이다. 이런 얘기를 종합하면 한마디로 대중문화를 보는 눈이 바뀌어야 한다는 주장이다.음악으로 돈 벌려는 음반사 기획사들이 사라지고 음악인을 존중해줄 때비로소 대중음악은 올바로 설 수 있다고 힘주어 말한다. 그는 앨범을 준비하면서 ‘현재의 가요판을 뒤집어 엎어버리겠다’는 식의결심같은 것은 없었다고 했다.“다른 음악인들과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하며저의 음악을 하고 싶을 따름입니다”라고 말하는 성숙함이 그에겐 있다. 단순히 여러 악기를 다루고 작·편곡을 자유자재로 한다고 해서 붙을 자신감은 아니다.“제 음악을 계속 듣고 어떻게 하면 잘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보니 다른 이의 음악이 끼어들 여지가 없어요.”음악의 길에 들어선 것을 한번도 후회해 본 적이 없고 평생 음악을 하겠다는그의 야무진 말에 든든한 21세기 대중음악이 다가오고 있었다. ◆김사랑은인디문화의 발상지로 일컬어지는 홍익대 앞 라이브 클럽에서 기획사 눈에 띄어 솔로로 데뷔한 그는 짬만 나면 드럼 스틱을 들고 세상을 털어버린다.1981년 생으로 학교를 계속 다녔다면 고교 졸업반.연주활동과 학업을 도저히 병행할 수 없어 부모를 설득해 고1때 학교생활을 접었다. 98년 11월까지 1년 동안 활동한 언더 밴드 ‘청년단체’의 막내이자 음악적리더로,헤비메탈과 랩을 뒤섞은 하드코어 음악을 했다.‘나는 18살이다’는작사 작곡은 물론 편곡 연주 프로듀싱까지 오로지 혼자 해낸 원맨 세션 음반이다.최근에는 모 휴대폰 광고에 모델로 나온다. “음악활동을 하면서 저보다 나이 어린 친구를 한번도 만난 적이 없다”고말하는 그는 타이틀곡 ‘모조리 다’처럼 이땅의 가요문법을 모조리 바꿀 꿈에 사로잡혀 있는지 모른다. 임병선기자 bsnim@ * ◆K-2TV 서수민PD“20세기는 파편화된 대중문화의 현주소를 목격하는 세기였다.그게 문화의참모습인지 모른다.이제 21세기엔 중심 조류가 사라졌다고 개탄할 것이 아니라 그 흐름을 깊게 의미있게 고찰하는 노력이 필요하다”서수민 PD는 우선 90년대 대중문화의 소스가 다양해져 문화 선진국이 갖출수 있는 시스템은 확보됐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마케팅의 파워가 급신장한 것도 좋은 의미로 해석했다. 대중문화의 근간이 상업성인데 이를 올바르게 견인해낼 힘이 마케팅에 의해확보된다는 판단을 내린 것. 그렇지만 매니지먼트사들의 잘못된 대중문화관에 대한 질타는 놓치지 않는다.돈을 벌기 위해 연예인을 이용하는 장삿속이 사라지지 않는 한 대중문화의발전은 일구기 힘들다는 것이다.“마케팅은 수단인데 이것이 언제부터인가대중문화 내용을 이끌어가기 시작했다”는 개탄. 대중문화 시장을 장악해서 손쉽게 돈벌이를 하려는 매니지먼트는 사라져야한다는 것이다.“TV,자동차야 시장 장악이 가능하겠지만 대중문화 시장의 장악을 꿈꾸고 이를 통해 돈을 쓸어 담겠다는 사고는 위험하다”고 강조했다. 해체되고 파편화된 문화 무대를 하나로 묶을 수 있는 ‘정신’이 흐릿해졌다는 점 역시 그를 옭매인다.비록 90학번이지만 집단적 열정이 사라지고 개인적 관심과 흥미만이 그 자리를 대신 차지한 현상에 대해서는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다.사랑이란 주제만 해도 예전에는 집단적열정으로 언급되었으나 최근에 들어 엄청나게 개인적 내용으로 채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방송 현업을 뛰다보니 이름만 바꾼 검열의 정신이 여전히 유효한 점도 많이느낀다.무슨 위원회다 하는 것들이 왜 그렇게 많고 ‘그냥 맡겨놓으면’ 제대로 돌아갈 수 있는 PD들의 창작의욕을 꺾는 규제의 손길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방송 현업 종사자들이 어떤 때는 바보가 된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한심하게 느껴질 때가 많다”는 그는 이를테면 자신이 소속된 방송국의 연예인 머리 단속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다.음악 컨텐츠에 대한 규제보다는 눈에 띄는것만 단속하면 그만이라는 보수주의와 편의주의적 사고가 팽배하다. 연예인들에 대해서는 자신을 표현하려는 지상주의에 빠져 있다고 충고한다. 자기관리만 내세워 대중과 가까이 하려는 노력을 게을리 한다는 것이다. 결국 그가 꿈꾸는 대중문화판은 어떤 것일까.‘잘 놀게 만드는 게 최고’이기 때문에 사람들로 하여금 한번 재미있게 놀게 만드는 것이 대중문화의 역할이란 믿음이다.그래서 그는 ‘개그 콘서트’의내용을 더욱 다양하고 참신하게 이끌어 가기 위해 오늘도 책장을 넘긴다. 이 프로그램을 시작한 지 4개월째인데 벌써 식상하고 힘이 떨어진다는 비평이 나오는 터이다. 그래서 그는 오늘도 책이 가득 든 가방을 질끈 부여맨다. 그에게 21세기를 이끌어갈 연예인을 꼽으라니까 탤런트 정성화,야다,김성면,박완규,드렁큰 타이거,G.O.D를 들었다. ◆서수민은그에게선 도대체 신중함같은 겉치레가 느껴지지 않는다. 입사 5년이 채 안된,그의 말마따나 햇병아리 PD.‘개그 콘서트’ 조연출이지만 평생 오락프로 PD를 하고 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연세대 의상학과를다니며 연극반 활동을 했지만 연기에는 영 소질이 없는 것 같아 기획 등 허드렛일만 열심히 했고 놀기만 좋아했는데 제대로 놀았는지 덜렁 ‘워낙 많이뽑은’ KBS 입사시험에 합격해버렸다. ‘껄껄껄’ 남자 못지 않은 너털웃음도 일품이다. 드라마 PD와 결혼해 성석제의 소설 등 책을 침대 곁에 쌓아놓고 읽고 있으며 올해 아이를 가질 계획을 세웠지만 그에게서 가정의 냄새를 맡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아니다. 임병선기자 bsnim@
  • 튀었던 의원들 ‘빛과 그림자’

    15대 국회에도 어김없이 ‘개성파 의원’들이 양산됐다.남달리 튀거나 독특한 행보로 눈에 띈 의원들이 적지 않았다.때로는 국회에 활력을 불어넣고,때로는 정치 불신을 가중시켰다. 우선 활발한 의정활동으로 4년을 알차게 보낸 ‘성실파’를 꼽을 수 있다. 자민련 이건개(李健介)의원은 열성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그의 이름으로 발의한 법안만 해도 무려 107건으로 단연 으뜸이다. 국민회의 김홍일(金弘一)의원은 정책자료집을 7집까지 냈다.인천국제공항과 김포국제공항의 통합 필요성 등을 제기하는 등 모두가 소속 상임위인 건설교통위 관련 정책을 다루고 있다.15대 국회 임기가 만료되기 전까지 10집까지 채울 계획이다. 같은 당 양성철(粱性喆)의원은 ‘우리도 분단을 극복할 수 있다’는 등 저서 9권으로 다작(多作)선두그룹에 든다.국민회의 국제협력위원장으로서 국민회의와 중국 공산당 교류,4강 대사 초청 김대중대통령 정상회담 간담회 주최등 부지런히 움직였다. 국민회의 김경재(金景梓)의원은 ‘개척파’로 분류할 수 있다.지난달 초남북한 음악인 교환공연을 추진하기 위해 현역 국회의원 신분으로는 처음으로방북했다. 국정감사나 상임위 활동 등을 통해 시민단체들로부터 높은 점수를 받은 ‘고득점파’의원들도 적지 않다.율사 출신의원들이 즐비한 법사위에서 국민회의 조순형(趙舜衡)의원은 비율사출신으로 가장 돋보였다는 평가를 받았다.‘돈 안받고 안쓰기로’로 정평난 조의원은 옷로비청문회에서도 여야의 입장을 뛰어 넘는 질의·추궁을 선보였다는 점에 별로 이견이 없다. 국민회의에서는 김근태(金槿泰) 김원길(金元吉) 임복진(林福鎭) 최재승(崔在昇) 정세균(丁世均) 김영환(金永煥) 추미애(秋美愛) 설훈(薛勳) 신기남(辛基南)의원 등이 상위권에 올랐다.자민련에서는 이완구(李完九) 이양희(李良熙) 김칠환(金七煥)의원 등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한나라당은 나오연(羅午淵) 김홍신(金洪信) 김재천(金在千) 박세환(朴世煥) 이신범(李信範) 이경재(李敬載) 박성범(朴成範) 김문수(金文洙)의원 등이 호의적인 평가를 받았다. 당론과 배치되거나 타협하지 않는 ‘소신파’들도 있다.부산출신 국민회의김운환(金운桓)의원과 김동주(金東周)의원은 지난 18일 새해 예산안 표결 때 공동여당에서는 각각 유일하게 ‘반란’을 일으켰다.이수인(李壽仁) 이미경(李美卿)의원은 ‘소신표결’로 인해 한나라당으로부터 제명당했다. 여야의 정쟁(政爭)속에서 시선을 모은 ‘전사’들도 있다.한나라당 서상목(徐相穆) 정형근(鄭亨根) 이신범(李信範)의원 등은 ‘방탄국회’라는 신생어를 만들어냈다. 설화(舌禍)를 당한 ‘독설파’도 빼놓을 수 없다.국민회의 국창근(鞠창根)의원은 한나라당 김영선(金暎宣)의원에게 ‘싸가지 없는 X’이라고 말했다가 곤욕을 치렀다.자민련 이원범(李元範)의원은 ‘내각제 유보는 희대의 사기극’등 거침없는 독설로 잦은 설화를 겪었다.한나라당 김홍신의원은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을 겨냥해 ‘공업용미싱’발언을 했다가 검찰에 고소당하기도했다. 박대출기자 dcpark@
  • 새천년맞이 ‘밀레니엄 콘서트’

    음악과 함께 묵은 천년을 보내고,새천년을 맞이하려는 사람들은 행복한 고민을 해야할 것 같다.예술의 전당과 세종문화회관이 다투어 이날의 의미에 걸맞는 특별한 프로그램으로 ‘밀레니엄 콘서트’를 준비하고 때문이다. 예술의 전당이 31일 밤 10시부터 2000년 1월1일 0시30분까지 펼치는 ‘새천년 맞이 밀레니엄 콘서트’는 글자 그대로 두세기에 걸친 음악회.21세기 한국음악을 이끌어 갈 역량있는 음악인들이 대거 출연한다. 정명훈이 아시아 출신의 연주자 100명으로 구성된 아시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지휘를 맡을 예정.‘20세기의 10대 천재’이자 ‘21세기의 여자 파가니니’로 불리는 바이올리니스트 장영주와 브루흐의 협주곡 1번을 들려준 뒤 일본의 소프라노 리에 하마다와 메조소프라노 김현주,테너 김영환,바리톤 최종우,그리고 성남·대전·인천의 시립합창단원 100여명과 함께 베토벤의 ‘합창’교향곡을 연주한다. 다채로운 이벤트도 즐거움을 더하는 이유.10시30분쯤 장영주가 연주를 끝내면 음악당 로비에서 화려한 와인파티가 40여분 동안 벌어진다.가는 천년을보내는 건배를 하노라면 야외광장에서는 팡파르에 이어 브라스밴드의 공연이 펼쳐진다.이어 2000년을 맞는 동안 ‘환희의 송가’를 즐기고 나서 음악당을 나서는 순간 불꽃놀이가 우면산 기슭 밤하늘을 수놓는다는 시나리오다.(02)580-1300세종문화회관의 ‘밀레니엄 콘서트’는 31일 오후 7시에 시작한다.콘서트를즐긴 뒤 곧바로 새천년준비위원회가 광화문 일대에서 펼치는 제야행사를 즐길 수 있는 프리미엄도 있다. 1부는 KBS아나운서 유정아의 사회로 장윤성이 지휘하는 서울시교향악단이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장엄한 교향시 ‘차라투스투라는 이렇게 말했다’로 막을 연다.이어 전자바이올린을 켜는 유진박과 바이올리니스트 김남윤,서울시합창단,소프라노 이규도,테너 신동호·장유상 등이 정겨운 무대를 만든다. MC 박근식이 진행하는 2부는 톱 모델들이 등장하는 앙드레김 패션쇼로 화려하게 시작한다.해설을 곁들여 서울시향이 팝 음악을 연주하면,가수 조영남과 이미자가 나서 ‘화개장터’와 ‘동백아가씨’ 등 히트곡들을 부른다. 마지막으로 서울시향과 합창단이 ‘환희의 송가’와 ‘한국 환상곡’,‘서울의 찬가’를 연주하면,관객 모두 중앙계단으로 나가 제야행사를 참관하게 된다.(02)3991-626서동철기자 dcsuh@
  • 방송사, 남북대중음악제 과열 경쟁

    분단 이후 처음으로 남북 대중음악인들의 공연을 개최하고 녹화 또는 생중계하기 위해 방송사들이 과다한 물량경쟁을 벌인 것으로 확인됐다. SBS의 북한 공연에는 30만 달러로 추정되는 비용이 들어가고 MBC는 60만 달러를 북한측에 제공키로 계약한 것으로 알려졌다.남북 대중음악 합동공연은남북화해라는 큰 틀에서는 매우 중요한 이벤트이지만 북한 공연 성사를 위해 지나치게 경쟁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할 수 있다. SBS의 북한 공연계약을 대행한 (주)코래컴 관계자는 “북측에서 요구한 공연대가와 부대비용 등을 합쳐 30만달러 정도가 들 것으로 추정된다”며 “코래컴이 일단 이를 부담하고 SBS가 스폰서 역할을 하기로 구두합의한 상태”라고 전했다.SBS 안국정 전무 겸 제작본부장은 “아직 코래컴과 공식계약이 되지 않아 액수를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SBS 제작진과 가수 등 40여명은 오는 5일로 예정된 평양 봉화예술극장에서의 ‘2000년 평화친선음악회’ 공연을 위해 2일 오후 평양에 도착,역사적인 남북 합동공연 준비에 들어갔다. 16일 같은장소에서의 공연을 생중계하기로 북측과 합의를 끝낸 MBC의 ‘남북 합동음악제’ 계약과정에서는 60만달러를 북한에 제공키로 한 것으로 확인됐다.한 관계자는 “공연전에 계약금으로 30만 달러를 건넸고 성공적으로공연을 마치면 30만 달러를 주기로 했다”고 말했다.MBC의 공연 대행사 SN21 엔터테인먼트는 여러 기업으로부터 후원금을 받아 비용을 충당하는 것으로알려졌다.MBC 공연에 필요한 총 경비는 1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측된다. 공연기획사들이 이렇게 대북 문화교류사업에 물량 경쟁을 벌이는 이유는 대북 문화교류의 선두주자 이미지를 굳혀 향후 음반·영화·연극 등 남북교류사업을 원활히 추진하겠다는 계산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일부에선 “북한의 빗장을 열어젖히기 위해선 그 정도 출혈은 감수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방송사를 이해하는 분위기이다.새 천년을 앞두고 대중문화교류를 통해 통일에 기여한다는 취지에도 고개가 끄덕여지는 측면이 있다. SBS의 한 관계자는 “MBC가 ‘사상최초의 남북 생중계’를 자신있게 발표할수 있었던 것은계약금 30만 달러를 믿었기 때문 아니냐”고 물었다.하지만이 관계자도 SBS의 공연이 진정한 남북 가수의 만남을 담보할 수 있을 지에대해선 자신있는 대답을 내놓지 못했다. 한 방송사 관계자는 “불과 10여일의 시차를 두고 한 공연장에서 남한의 두방송사가 ‘내가 먼저입네’ 하고 다투는 상황을 어떻게 설명해야 하느냐”고 기자에게 되물었다. 임병선기자 bsnim@
  • 영·호남 음악인 ‘화합의 오페라’

    영·호남 지역의 음악인들이 동학혁명을 주제로 창작오페라를 함께 만들어전국 순회 공연에 나선다. 사단법인인 전주의 호남오페라단(단장 조장남 군산대교수)과 대구의 영남오페라단(단장 김귀자 경북대교수)은 창작오페라 ‘녹두장군’을 공동 제작해오는 28일부터 12월1일까지 전북대 삼성문화회관에서 공연한다고 26일 밝혔다.그후 내년 3월 초까지 대구와 서울 부산,대전,광주 등을 돌며 공연한다. 원로 극작가 차범석씨가 대본을 맡고 비목의 장일남씨가 작곡했다.연출은오페라 전문 연출가인 정갑균씨가 맡았다.반주는 대구시향과 군산시향이,합창은 전주시립합창단과 대구연합합창단이 각각 맡는다. 4막8장의 그랜드 오페라인 이 작품의 ‘전봉준’ 역에는 고성현,박영국씨등 4명이,‘김개남’ 장군역에는 김남두 김선식씨 등 4명이 각각 선발되는등 영·호남의 대표적인 성악가와 두 오페라단원 등 모두 160여명이 출연한다.그동안 대구와 전주에서 따로 연습을 해온 두 오페라단은 이달부터 매 주말 영남오페라단원들이 전주로 건너와 함께 연습한다. 호남오페라단 조장남단장은 “이 작품은 3년여의 기획단계를 거친 완성된작품”이라며 “인간 전봉준의 내면과 격동기를 헤쳐나간 백성들의 삶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것”이라고 말했다. 전주 조승진기자 redtrain@
  • ‘음악이 있는 마을’영혼의 和音

    ‘음악이 있는 마을’은 교사,주부,약사,의사,회사원,학생 등으로 이루어진 합창단이다.학력과 전공에 관계없이 재능과 열정만 있으면 단원이 될 수 있다.그렇지만 이강숙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을 단장,같은 학교 음악원의 이건용교수를 음악감독으로 ‘세계 굴지의 합창단으로 성장한다’는 포부를 지닌 사람들을 순수 아마추어로 볼 수는 없는 일이다.자신들은 “개런티를 받지않는 프로라는 합창단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한다.그런 표현의 이면에는 한국의 음악상황에서 드러난 ‘프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아마추어의 프로화’가 필요했던 것은 아니었는지 모르겠다. 그 프로보다 더 프로다운 아마추어들이 29일 오후 7시30분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나무-희망을 향하여’라는 주제로 4번째 정기연주회를 갖는다.이번 연주회 역시 재미있게 짜여진 프로그램속에 “우리가 어떻게 한국의 음악문화에 공헌할 수 있을까”를 고심한 흔적이 역력하다. 무엇보다 15곡의 레퍼토리 가운데 8곡이 작곡을 위촉하거나,새로 편곡한 것 들이다.황지우의 시에 곡을 붙인 ‘겨울-나무로부터 봄-나무에로’는 작곡가 류건주에게 위촉했다.이런 작업을 계속해 나가다 보면 합창하는 사람들이면 누구나 불만스러워하는 합창곡 및 합창용 편곡의 부족을 해소하는 데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 같다. ‘광야에서’와 ‘아침이슬’같은 이른바 운동가요와 ‘살다보면’‘마법의 성’같은 가요는 그동안 프로 음악인들이 외면한 예술과 사회적 현실과의소통을 고려한 결과일 것이다.‘별을 보는 사람’ 등 헝가리 작곡가 코다이의 작품 3곡을 넣은 것도 한국 합창단의 일반적 레퍼토리를 확장시키려는 노력이다.이밖에 모차르트의 ‘라우다테 도미눔’과 ‘아름다운 세상’‘오 해피 데이’등은 한국적 특수성 못지않게 보편성도 무시하지 않겠다는 뜻으로읽혀진다.(02)520-8171서동철기자 dcsuh@
  • 앞뒤 안맞는 日 대중음악 개방

    지난 9월 정부의 2차 일본 대중문화 개방조치가 발표된 이후 한달 동안 추이를 지켜보던 기획사들의 일본 대중음악인 초청공연 기획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지금까지 영상물등급위원회의 추천을 받아 정부 허가가 내려진 공연은 모두4건. 그러나 2,000석이하의 실내공연만을 허용한 개방지침에 따라 모순된 상황이빚어지고 있다.세계적인 명성을 가진 록그룹 공연은 진통을 겪는 반면 호텔디너쇼의 엔카 공연은 손쉽게 허용되고 있는 것. 추가개방 발표때 정부는 호텔 등에서 개최되는 엔카 공연이 국내의 일본인이나 일본 관광객들에게 관광상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아울러 2,000석 이하 공연으로는 ‘수지를 맞출 수 없기 때문에’ 일본 록그룹초청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과연 누구를 위한 대중문화 개방이었느냐는 의심이 드는 행정이 아닐 수 없다. 국경을 뛰어넘는 대중음악,특히 국내 대중음악 발전에 오히려 순기능적 역할을 할 다양한 음악 도입의 필요성을 외면한 채 일본 대중문화의 개념을 일본인이 작사·작곡한 노래로 한정지은 것은 개방의 의미를 퇴색시켰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가까운 예로 록그룹 라우드니스(Loudness)와 P.A.F의 다음달 19일 세종문화회관 공연기획을 둘러싼 진통을 들 수 있다. 기획사측은 영어로 부른 노래는 일본 대중문화로 볼 수 없다며 공연신청을했고 문화관광부와 영상물등급위원회는 일본인이 작사·작곡했다면 가사를영어로 붙였더라도 일본 대중문화 공연으로 보는 것이 마땅하다며 객석 규모2,000석이 넘는(3,895석) 세종문화회관 공연을 허용 못하겠다고 맞섰다. ‘울며 겨자먹기’로 기획사는 일본측과 협의 끝에 영국 록그룹 레드 제플린의 곡 등을 영어로 부르고 게스트인 국내 그룹 노바소닉이 이들의 영어노래를 대신 부르는 편법을 취해 공연 허가를 다시 요청했다.정부가 이를 수용해마무리는 잘 됐지만 씁쓸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라우드니스는 90년대초 서울 88체육관에서 5,000여명의 관객을 대상으로 공연을 한 적이 있다.한 공연관계자는 “일본측에서 ‘그때는 됐는데 지금은왜 안되느냐’고 물어와 난감했다”고 전했다. [임병선기자]
  • 행정고시 이색 합격자들

    제43회 행정고시 최종합격자가 지난 17일 발표됐다.182명의 합격자 리스트속에는 ‘이색적인’ 생활경력과 면모를 지닌 합격자들이 다수 포함돼 있었다. 하위직 공무원 출신이 있는가 하면 ‘행정’이니 ‘공직’이니 하는 단어와는 어울릴 것 같지 않은 학과를 전공한 합격자도 많았다.취업난과 고시 열풍이라는 사회현상을 보여주는 것으로 풀이된다. 대구 달성우체국 업무과 마케팅 팀장으로 근무하고 있는 김상년(金相年·26·행정7급)씨는 2계급 특진(?)을 앞두고 있다.지난 97년 7급 일반행정직으로공무원 생활을 시작한 김씨는 이번 행시(일반행정직)에 합격했으니 3년만에5급으로 올라가는 영광을 안은 것이다. 1급 승진하는데 적어도 10여년이 걸리는 것을 감안하면 ‘초고속 승진’한 셈이다. 김씨는 “혼자 공부하는게 가장 어려웠다”면서 “정보통신분야에서 근무하며 정보통신 선진국으로 발돋움하는데 기여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하나도 합격하기 힘든 국가고시에 동시에 합격해 행복한 고민에 빠진 합격자도 있다.사시 2차에 이어 행시 법무행정직에 합격한 공태구(孔太究·32·고대 경제학과)씨가 그 주인공. 공씨는 학창시절이었던 지난 92년 행시에 도전한 경험이 있다.이후 한동안고시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A은행에 취직해 평범한 직장인으로 생활하다가 97년부터 본격적으로 고시를 준비하기 시작했다.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대비책으로 사시와 행시를 함께 치렀다는 공씨는 “두 과목을 제외하고는 공통된과목들이었다”며 2관왕이 된 배경을 소개했다. 전혀 ‘행정’과는 무관한 것 같은 학문을 전공한 합격자도 있다.일반행정직에 합격한 이은복(李恩馥·27)씨·이은영(李恩英·28)씨는 각각 서울대 작곡과와 기악과를 졸업한 재원들. 지난 96년 작곡과를 졸업한 이씨는 서울대 음대 대학원을 수료하고 현재 같은 대학 행정대학원(2학기)에 다니고 있다. 문화센터 경영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이씨에게 음대대학원이나 행정대학원은꿈을 이루기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관문격이다. 이씨는 “우리나라에서 전문음악인이 행정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은 아주 좁다”면서 “보다 전문적인지식을 가지고 우리나라 문화정책 발달에 기여하고 싶었다”고 행시에 도전한 동기를 밝혔다. 최여경기자 kid@
  • 국립극장 책임운영 기관화, ‘공연예술계 분열’ 부작용

    국립중앙극장의 책임운영기관(Agency)화가 ‘공연예술계의 분열’이라는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낳고 있다.극장장을 선임하는 과정에서 각 공연장르 및관련단체들의 이해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기 때문이다.이렇게 된 데는 문화관광부가 주도하는 심의위원 선정 및 심의과정이 형평성과 객관성을 잃었기때문이라는 비난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책임운영기관이란 정부가 기관장에게 최대한의 재량권을 주되,경영의 책임을 묻는 공공기관 운영방식이다.정부가 제2차 공공기관 구조조정을 추진하기 위해 도입한 제도지만,막상 국립극장을 책임운영기관으로 지정하자 기관장을 선임하는 문제에서 부터 삐끄덕거리고 있는 것이다. 현재 문화부는 극장장 선임을 위한 심의위원회에서 지난달 공모한 12명의극장장 후보를 3명으로 추려놓은 상태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문제는 연극인 2명,극장경영인 1명의 최종 후보 면면이 비공식적으로 전해지면서,심사위원 구성의 형평성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한 것이다. 심사위원은 무용계에서 2명,연극계에서 3명,음악계에서 1명,언론인 출신의문화평론가,문화부 문화예술국장,문화정책개발원 관계자 등 9명으로 구성됐다.따라서 맨먼저 음악인들이 이의를 제기하기 시작했다.국립극장은 오페라단,발레단,무용단,창극단,합창단,극단,국악관현악단 등의 전속단체를 갖고있는 만큼 극장장 선임에서도 형평성이 주어져야 하지않느냐는 논리다. 한국예술인단체총연합회(예총)와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회(민예총),그리고최근 제3의 단체를 표방하고 출범한 한국예술발전협의회(예협) 등 문화예술인 단체들 사이에서도 반목의 소지는 없지않다.실제로 3명의 후보 가운데 민예총 소속 K씨가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알려지자 예협쪽에서는 “처음부터 정부가 분위기를 유도한 것이 아니냐”는 반발이 일고 있다. 예총 산하 한국연극협회도 “국립극장장 후보를 압축하는 과정에서 공정성과 객관성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면서 “문화부는 인사정책에 있어 그 걸음마 단계에서 새롭게 자성하고 떳떳하게 나아가길 촉구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내기도 했다. 예협은 현재 이태주회장(연극평론가·단국대교수)을 위원장으로 ‘진상규명대책위원회’를 만들어 대처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 한 원로 음악평론가는 “국립극장장의 전문가 영입은 그동안 문화예술계의숙원이었다”고 전제하고 “그런데도 막상 숙원이 이루어지려는 마당에 공연예술인들 사이에 갈등이 일고 있는 것은 전혀 바람직스럽지 못한 일”이라면서 “정부가 당초 이런 상황을 예상치 못했는지 안타까울 뿐”이라고 말했다. 서동철기자 dcsuh@
  • [대중음악] 김민기 음악인생 재조명 헌정무대

    그 누구보다 현재의 음악상황에 깊고도 넓은 그림자를 제공한 ‘큰 나무’김민기의 음악인생을 재조명하는 헌정공연이 20일 오후 3시와 6시30분 서울장충체육관에서 펼쳐진다. 한국포크음악 30주년 기념사업회가 준비한 이 공연은 지난 1971년 발표하자마자 금지곡으로 묶여 암울했던 시대상황을 상징하는 코드로 작용했던 ‘아침이슬’‘친구’ 등을 후배뮤지션들이 재해석해 부르는 잔치로 마련된다.이번 공연에는 특히 그가 78년 지하에서 숨죽이며 만들었던 노래극 ‘공장의불빛’이 갈라 콘서트 형식으로 공식무대에 처음 올려진다. 노영심의 피아노와 이주한의 트럼펫이 어우러지는 ‘아침이슬’ 연주곡으로막을 올리는 헌정무대는 이정열이 ‘내나라 내겨레’를,그룹 동물원이 ‘길’을 부르는 등 7개팀의 무대가 1부에서 마련된다. 이어 2부 ‘공장의 불빛’에선 노동자 시인 박노해가 ‘평온한 저녁을 위하여’란 시를 낭송하고 장필순과 김광진이 ‘이세상 어딘가에’를,이현도와리얼X놈즈가 ‘돈만 벌어라’를 모던록 감각으로 편곡해 들려주는 등 현장성을중시한 김민기의 음악정신을 기린다. 3부에선 여성 신인 록가수 서문탁이 80년대 시위현장에서 많이 불려졌던 ‘차돌 이내몸’을,낯선 사람들이 ‘작은 연못’을,‘긱스’가 ‘백구’를 펑키 감각으로 살려내는 등 오늘의 감각에 맞춘 재해석곡들이 올려진다.물론피날레는 참가자 전원의 ‘아침이슬’ 합창. 이번 공연에 정작 주인공 김민기는 나오지 않는다.“한 것도 없는데 후배들이 괜한 일 벌인다”는 것이 그의 변.(02)382-3867임병선기자 bsnim@
  • ‘영원한 춘희’ 김자경씨 별세

    ‘한국 오페라계의 대모’로 불리던 원로성악가 김자경(金慈璟)씨가 9일 새벽 5시30분 지병인 당뇨합병증으로 세상을 떠났다.향년 82세. 그는 한국 최초의 프리마돈나이자,말년까지 자칭 ‘방년 18세’로 맹렬히활동한 열정적 음악인이었다.특히 지난 68년 창단한 김자경오페라단은 56차례 정기공연과 600여차례에 이르는 소극장공연,다양한 기획공연을 통해 한국오페라사에 큰 획을 그었다. 그는 1917년 경기 개성에서 목사의 외동딸로 태어나 어린시절부터 찬송가를부르며 음악적 재능을 키웠다. 이화여전 음악과 졸업과 함께 이화여고에 음악교사로 부임했으나,48년 미국으로 건너가 줄리어드음악학교에서 본격적 성악수업을 받았다.50년에는 뉴욕의 카네기홀에서 독창회를 가지기도 했다.귀국하여 활동하던 62년 화가였던 남편 심형구(沈亨求)씨가 세상을 떠나자 오페라운동에 몸을 바치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그는 ‘영원한 춘희’라는 애칭처럼 지난 8월 예술의 전당에서 공연한 ‘춘희’가 마지막 무대가 됐다.유족은 장남 홍(弘·사업)과 차남 현식(賢植·사업),장녀 영혜(永惠·미국 오하이오주 애쉴랜드대 교수) 등 2남1녀.빈소는서울 삼성의료원,발인은 13일 오전 9시.(02)3410-6914서동철기자 dcsuh@
  • [만화로 보는 세상읽기] 천계영 ‘오디션’

    천재적 감성은 어떤 걸까? 문득 천재적인 감성은 무심함에서 난다는 생각을 한다.무심한 자가 모두 천재인 것은 아니겠지만 무심치 않은 곳에서 천재적인 감성은 숨을 쉬지 않는다고.어쩌면 그 감성은 누군가의 삶 속에 바람처럼 무심하게 와서 무심하게 놀다가는 그런 것인지도 모르겠다. 천계영의 ‘오디션’(서울문화사,전4권)은 흔들리는 삶으로 인해 천재성의싹이 났지만,흔들리는 삶 때문에 천재적 감성을 키울 기회를 박탈당한 4명의 음악인이 주인공이다.이름 없이 빛도 없이 사라져 갔을 천재들이 정말 아슬아슬하게 드러나는 과정이 명랑하다.기타리스트 ‘국철’이 태어나는 과정도 역시 아슬아슬하다. 국철은 고아다.고아이기 때문일까? 그는 아버지에 대한 뭉클하고 아련한 기억을 버릴 수가 없다.아버지 무릎에 앉아 아버지의 얼굴이 들어있는 레코드판을 보고 있는 기억.그 기억은 사실일까,환상일까? 모르는 거고 알 필요도없는 거지만 그 환상을 갖고 있는 국철은 허덕허덕 지치게 만드는 냉랭한 고아의 삶을 음악으로 따뜻히 데워내고 있었다. 음악은 한 순간에라도 왈칵 무너져내릴 준비가 되어있는,불안이 완벽한 그의 삶을 버티어 내는 유일한 버팀목이다.국철은 믿는다.아버지를 알아볼 수는 없어도 아버지의 음악은 담박 알아낼 수 있을 거라고.그렇게 믿으니 소리에 대한 감이 빠르고 예민할 밖에. 어느날 그는 길을 걷다 우연히 기타소리를 듣는다.기타가 우는 걸까? 너무나 가슴이 아프고 슬퍼지면서 엉클어지는 마음을 가라앉히는 음악에서 한숨에 알아냈다.아버지라는 것을. -아저씨,방금 전에 나왔던 곡이 있는 판 주세요. 그런데 판에 박혀 있는 사람은 외국사람이었습니다. -이게 누구예요? -로이 부캐넌. -…. ‘The Messiah will come again’을 연주하는 로이 부캐넌은 ‘아버지’일수밖에 없었다.그는 아버지를 훔치고 달리고 달린다.그가 한 처음의 도둑질이었고 도둑질의 시작이었다.삶의 고단함을 화음으로 달래는 법을 일깨워준아버지는 음반을 살 수 없는 아들에게 도둑질을 가르친 아버지이기도 했다. 세상은 천재적인 감성을 소유한 그를 천재라고 읽을까,도둑이라고 읽을까? 명자라는 만화적인 여자를 만나 그룹 ‘재활용’의 맴버가 되지 못했다면그는 분명히 천재였던 적이 없는 불운한 천재였을 거였다.그런데 천재와 불운 사이에는 어떤 상관관계가 있을까? 상관관계가 있기나 한 걸까? 없을 수도 있는데 내 무의식은 자꾸 그 상관관계를 읽고 싶어한다. 나는 자꾸자꾸 천재라는 말에서 성공이라는 세속의 때를 훌훌 털어내고 싶다.맑은 정신으로 세상을 보고 나를 보면 누구나 만날 수 있는 그 아름다운감성들을 ‘성공’한 천재들에 의해 눅들게 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천재적 감성이란 삶에서 상처받아 휑해진 마음을 정신적인 어떤 것으로 메워줄 수 있는 능력이고,눅눅해진 마음을 말려주는 빛과 같은 것일진대 꼭 ‘성공’일 필요가 있을까? 성공이라는 말에 시달리다보면 천재적 감성은 오히려 바람처럼 사라지는 게 아닐까?이주향 수원대교수
  • 11월 유럽음악인들 내한 러시

    11월에 들어 유럽의 음악인 및 음악단체가 줄지어 한국을 찾는다.오는 31일과천시민회관을 시작으로 전국에서 10차례 공연하는 파리나무십자가 소년합창단과 피아니스트 세드릭 티베르기앵,그리고 세계적인 실내악단 이 솔리스티 베네티가 주인공이다. 지난 96년 이후 3년만에 다시 내한하는 파리나무십자가 소년합창단은 ‘천상의 소리’에 비견되는 독특한 발성으로 유명하다.이번 공연에서는 프랑스를위주로 한 세계각국의 민요와 성가곡,크리스마스 캐롤을 들려준다.일정은 31일 과천에 이어 11월3일 울산 종합문예회관,5일 전주 전북대 삼성예술회관,6일 서울 예술의 전당,7일 수원 경기도문예회관,9일 인천 종합문예회관,11일광주 문예회관,12일 순천 문예회관,13일은 대전 대덕과학문화센터,15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강당이다.(02)545-2078. 지난해 롱 티보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한 티베르기앵은 2일 오후7시30분 호암아트홀에서 독주회를 갖는다.이번 연주회는 콩쿠르 우승자에게 주어지는 전세계 순회 연주회의 하나.그는 이번에 바흐 작곡,부조니 편곡의 ‘환상곡과푸가’사단조와 프랑크의 ‘전주곡,성가와 푸가’,리스트의 ‘메피스토 월츠’1번 등을 연주한다.(02)391-2822. ‘베네치아 악파의 적자’로 일컬어지는 이탈리아의 이 솔리스티 베네티는 6일 오후3시30분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공연한다.1959년 창단된 뒤 비발디를 비롯한 이탈리아 작곡가의 전문 연주단체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실내악단이다.내한연주회에서는 클라우디오 시묘네의 지휘로 알비노니의 ‘오보에와 현을 위한 협주곡’작품 2,비발디의 협주곡 11번 ‘화성의 영감’과 플루트 협주곡 ‘홍방울새’,비탈리의 ‘샤콘느’,로시니의 ‘클라리넷변주곡’내림마장조,파가니니의 바이올린과 현을 위한 ‘베니스의 사육제’에 의한 변주곡 작품 10을 연주한다.플루트 이소영,바이올린 구본주가 협연한다.(02)580-1300. 서동철기자 dcsuh@
  • [음악 리뷰] 백혜선 피아노 연주회

    피아니스트 백혜선이 지난 13일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가졌던 ‘즉흥과 변주’연주회는 음악의 저변을 넓히기 위한 시도로 화제를 모았다.그러나바로 그 이유 때문에 연주회가 끝난 뒤의 기분은 유명한 평양냉면집에 가서냉면(물냉면이라고 부르면 평안도 출신들은 화를 내기도 한다)대신 비빔을먹고 났을 때의 그것이었다. 물론 그 냉면집은 여름이 되어야 붉은 바탕에 흰글씨의 깃발을 내걸거나,귀순동포가 고용한 주방장이 만든 ‘기분만 평양식’이 아니라 이제 몇 남지않은 본포(本鋪)를 말한다.오늘날 전통 평양식 냉면을 만드는 주방장은 훌륭한 피아니스트의 숫자만큼이나 적은 것이 현실이 아닌가. 백혜선을 평양냉면집 주방장에 비유하는 무례를 용서해준다면,이날 연주회는 장기인 냉면 대신 ‘냉면 초보자’와 아이들을 위해 평양식 만두와 빈대떡 등을 한상 가득 차린 자리였다고 할 수 있다.그런 만큼 연주회 결과는 냉면을 좋아하는 어른이 아이들을 데리고 냉면집에 갔을 때 나타나는 반응과꼭 같을 수밖에 없었다. ‘아이’들은 환호했다.슈베르트의 아름답기 그지없는 즉흥곡들,재즈 피아니스트 김광민과의 베토벤 ‘터키 행진곡’듀오,바이올린 이경선과 비올라최은식,첼로 양성원과 함께 꾸민 ‘사랑의 인사’‘아 목동아’,앵코르곡으로는 ‘아침이슬’에 ‘젓가락행진곡’까지 등장했다.연주회장을 나오는 얼굴엔 만족감이 가득할 수밖에 없었다. 기자도 환호하고 싶었다.“우리 음악계가 너무 닫혀 있어 새로운 시도가 필요하다”는 백혜선의 생각에 적극 공감하기 때문이다.그러나 음악회를 즐기기는 했지만,‘아이’들처럼 환호작약할 수는 없었다.왜 그랬을까.빈대떡도,만두도,비빔도 모두 맛있었다.그러나 오랜만에 ‘진짜냉면집’에 갔는데도막상 냉면은 맛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작은 아쉬움조차도 백혜선의 잘못은 아니다.잘못은 커녕 이번 연주회를 기획한 그녀의 뜻은 찬사를 받아 마땅할 것이다.대신 그녀의 뜻처럼닫혀 있는 음악인들의 마음이 열리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새로운 시도도의미가 있지만,백혜선처럼 ‘큰 피아니스트’는 ‘큰 음악’에 전념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는 것이 이번 연주회를 통해 증명됐기 때문이다. 서동철기자 dcsuh@
  • MTV수요예술무대 한봉근PD“대중 외면하는 프로그램은…”

    “클래식은 클래식대로,재즈는 그 나름의 멋을,가요는 가요대로 즐길 수 있는 안목과 취향이 이 시간을 통해 길러졌으면 합니다.”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지난 1일.여의도 MBC사옥 9층의 사무실에서 만난 한봉근PD(41)는 6일 300회 기념방송을 내보내는 ‘수요예술무대’(밤11시50분)의존재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처음에는 ‘이상한 거 한다’는 눈총도 많이 받았고 폐지론이 고개를 들때마다 통음을 하곤 했습니다.”그러나 지난 92년 4월 ‘일요예술무대’로 첫방송을 내보낸 지 7년을 맞은지금, 영국의 까다롭기로 유명한 성악가 사라 브라이트먼과 미국음악을 가장많이 안다는 가수 이현우, 버클리음대에서 재즈를 전공한 피아니스트 김광민을 나란히 무대에 세워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프로그램으로 키워냈다.청탁이나 압력을 배제하고 라이브가 가능한 가수를 무대에 세운다는 고집을 지켜낸덕택이었다. “처음엔 클래식을 녹화중계했죠.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그런 프로그램이오히려 대중을 클래식으로부터 멀어지게 한다고 생각되더군요.”그래서 택한 방법이 ‘대중속으로 들어가기’였다.한동안 재즈음악을 국내에정착시키는 메신저 구실도 도맡았다.그러나 대중이 정말 좋아하는 것과는 자꾸만 거리가 느껴졌다. 그래서 라이브가 가능한 대중가수들에게 판을 벌여주고 있다.제작비(회당 1,200만원)가 작아 한번 녹화때 2회분을 찍는 고육책도동원된다. 요즈음 이 프로의 빛깔이 너무 엷어진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그는 “대중에게 사랑받지 않고서는 대중을 어떤 방향으로든 끌고갈 수 없다”며 “너무깊게 들어가면 마니아는 잡겠지만 더 많은 이들을 잃게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마지막으로 서울대 작곡과를 나와 음악PD의 길을 걷게된 동기를 물어보았다. “복학해보니 유재하(작고)가 있었다.그 친구랑 어울리며 음악에 관한 많은고민을 함께 했다.재하의 소장 음반을 들으면서 다양한 음악을 대중에게 올바르게 전달하는 일에 대한 사명감을 갖게 됐다.”그는 “음대를 졸업한 수많은 젊은이들이 클래식 음악인으로 성공하기에는너무 문이 좁다”면서 그럴 바에는 그 음악적 역량을 대중음악에 쏟아붓는길이열려야 한다는 믿음을 갖고 있었다. 임병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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