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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유산은 한민족의 종자… 한류 번성하고 국가 품격 높였죠” [서동철의 노변정담]

    “문화유산은 한민족의 종자… 한류 번성하고 국가 품격 높였죠” [서동철의 노변정담]

    출판인 출발 뒤 문화유산운동가로20·30대 때 부산서 고서 수집 첫발국보·보물 등 출판 유산 다수 소장삼성출판박물관 보유 40만점 달해내 인생 길을 내준 고마운 두 분형 김봉규, 목포에 대양서점 설립당시 책 속 뒹굴면서 꿈 크게 가져이어령 설득에 출판박물관 세웠죠‘문화유산국민신탁’ 설립 주도숱한 문화 행사 참석 ‘축사의 달인’유산신탁 회원 1만 7000명 이끌어보성여관·시인 이상의 집 등 매입‘베푼 것 생각 말고 받은 것 잊지 마라’이젠 ‘입 닫고 지갑 열어라’ 실천중박물관 보람 컸지만 운영 쉽지 않아나 이후엔 사회 환원되지 않을까요김종규 한국박물관협회 명예회장은 문화예술 및 문화유산 분야에서 폭넓은 자취를 남긴 문화운동가이자 문화유산운동가다. 그에게 붙여진 ‘문화계 마당발’이라는 별명도 광범위한 활동의 결과일 것이다. 그는 우선 친형이 1964년 창업한 삼성출판사 운영에 일찍부터 참여해 우리나라 출판문화 발전에 기여했다. 고서(古書)에 대한 깊은 관심은 삼성출판박물관 설립으로 이어졌다. 과거의 출판문화에 대한 세상의 관심을 불러일으킨 것은 물론 유산을 후손에 물려줄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더불어 한국박물관협회를 주도하며 우리 사회에 다양한 박물관의 필요성을 부각시키는 결정적 역할을 했다. 최근까지 이사장으로 재임한 문화유산국민신탁에선 우리 문화유산에 대한 자부심을 사회 구성원 스스로 보전하겠다는 의지로 발전시키는 역할을 했다. 그를 세검정에서 불광동으로 넘어가는 진흥로에서 북한산 등산로 방향으로 들어가는 초입 서울 구기동에 자리잡은 삼성출판박물관에서 만났다. 김 명예회장에게 출판인에서 문화유산운동가로 탈바꿈한 계기가 있느냐고 물었더니 부산 시절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형님이 삼성출판사를 시작하면서 출판일을 배우라며 부산지사장으로 보내 10년 남짓 일했어요. 그곳에서 지역 문화예술인들과 교유(交遊)하며 옛날 책에 관심을 갖게 됐지요. 부산의 대표적인 고서점가인 보수동 책방골목에 어지간히 드나들었어요. 당시는 수집가들이 도자기와 그림에 눈독을 들이던 때라 고서에는 별다른 관심이 없었습니다. 나에게는 행운이었지요. 아마도 6·25전쟁으로 부산에 피란한 수장가들이 시간이 흐를수록 생활고가 깊어지며 중요한 자료들을 헌책 골목에 내놓지 않았을까 싶어요.” 그는 “그때가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이었다”면서 “집안에선 젊은 놈이 벌써부터 골동품가게를 어슬렁거린다며 걱정하는 분위기도 없지 않았다”고 했다. ‘새책 팔아 헌책 사는’ 자료 수집은 서울 본사에 올라온 이후로도 이어졌다. 그가 지금도 관장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는 삼성출판박물관은 국보 ‘초조본 대방광불화엄경’과 보물인 ‘남명천화상송증도가’, ‘월인석보’, ‘제왕운기’, ‘금강반야바라밀경’, ‘경국대전’ 등 중요 출판 유산을 다수 소장하고 있다. 옛 활자와 문방사우 등 보유하고 있는 출판 문화유산은 모두 40만점에 이른다고 한다. 김 명예회장은 ‘인생에 길을 내준 고마운 두 분으로 형인 김봉규 삼성출판사 창업회장과 문학평론가 이어령 선생을 꼽았다. 형님은 전남대 상대에 다니던 1951년 전남 목포에 대양서점을 세웠다. 당시 전남대 상대는 목포에 있었다고 한다. 형님은 1962년에 서울에 올라와 수도서적을 열었고 1964년에는 삼성출판사를 설립했다. “대양서점은 목포 한복판 죽교동에 있었어요. 일제강점기에 지은 2층 목조 상가 1층에 세들어 있었지요. 살림집도 안에 함께 딸려 있었습니다. 당시 학생이며 선생님, 목포 지역의 지식인들이 모두 이 책방에 들락날락했어요. 책 속에서 뒹굴 수 있던 시기였습니다. 맹모삼천지교를 떠올리게 하는 환경이었다고나 할까요. 형님은 그때부터 출판이 우리 사회와 문화를 주도하는 산업이 될 수 있고, 그렇게 될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었어요. 덩달아 나도 꿈을 크게 가질 수 있었지요.” 이어령 선생은 김 명예회장에게 출판박물관을 만들어야 한다고 설득한 당사자였다. 이 선생은 초대 문화부 장관에 취임하고 삼성출판박물관이 개관하자 ‘출판박물관은 책의 탑이고, 출판박물관은 책의 씨앗이며, 출판박물관은 악기’라는 인사말을 남겼다. 불국사 석가탑에서 발견된 ‘무구정광 대다라니경’처럼 출판박물관은 과거가 아니라 1000년 뒤 미래를 바라보는 존재이고, 곰팡내 나는 책이 있기에 앞으로 태어날 새로운 책들도 예비할 수 있다는 덕담이었다. 무엇보다 ‘출판박물관은 가만히 있으면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지만 가까이 입술을 대고 허파 깊숙이 호흡을 하면 아름다운 음향이 들려오는 옥퉁소’라며 출범을 축원했다. 김 명예회장은 목포 문태중학교 시절 목포고등학교에 진학하고 싶었지만 형님의 권유로 목포상고에 가게 된다. 고교를 졸업할 무렵에도 시인 서정주 선생이 계셨던 동국대 국문과를 염두에 두었으나 다시 형님의 설득으로 같은 학교 경제학과로 진학했다. 그 시절 경제 구조의 선진화가 진행될수록 산업 분야의 격차를 줄이고 균형 있는 성장을 추구해야 한다는 경제학자 조동필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고 한다. 결국 부(富)든 문화유산이든 나누는 게 바람직하다는 가르침인 만큼 지금도 기업의 사회적 역할에 많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가 2022년 충남 논산 돈암서원에 ‘가례집람’ 등의 책판 54점을 기증한 것도 그 연장선상이다. ‘가례집람’은 돈암서원에 배향된 사계 김장생(1548~1631) 선생이 주자의 ‘가례’를 해석한 책이다. 더불어 ‘사계선생연보’와 ‘사계선생유고’, ‘사계전서’, ‘경서변의’의 책판도 포함됐다. 돈암서원은 한때 4168개 책판을 보관하고 있었으나 많은 분량이 흩어지고 1841개만 남았다. 기증한 책판은 50년 전 ‘서울 변두리 집 두 채 값’으로 구입한 것이라고 한다. 자신의 기증으로 돈암서원 책판이 완질(完帙)을 이루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했다. 그는 ‘한국 박물관 100년’을 맞았던 2009년에는 삼국시대 금동제 말갖춤과 화살통 장식 등 10건을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하기도 했다. 2023년에는 인촌상을 수상하며 상금 1억원 가운데 5000만원을 자신이 몸담고 있던 문화유산국민신탁에 기부했다. 남은 5000만원은 “문화유산과 박물관 사람들에게 흔쾌히 쏘겠다”고 공언해 궁금증을 자아냈다. 뚜껑을 열고 보니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인 양방언을 비롯한 음악가들을 국립중앙박물관으로 불러모아 ‘음류’(音流)라는 제목의 아무도 짐작하지 못했던 음악회를 열어 사람들을 기쁘게 했다. 김 명예회장은 숱한 문화 행사에 참석해 인사말을 도맡는 ‘축사의 달인’이다. 요즘도 하루 2~3곳은 기본이고 박물관협회 회장 시절에는 7~8곳을 다닌 적도 있다고 한다. 이리저리 바쁘게 뛰어다니다 보니 시간이 부족해 축사만 끝내고 자리를 떠야 할 때도 없지 않다. 그에게 “그렇게 숨차게 뛰어다니시는 이유가 뭐냐”고 물으니 “나에게 ‘약방의 감초’라고 비아냥거리는 소리가 있는 것도 잘 알고 있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세상에는 공것이 없다”고 했다. 다양한 행사에 가서 인사말을 하는 것도 결국 주어야 받을 수 있는 품앗이라는 것이다. “문화행사뿐 아니라 경조사에도 많이 갑니다. 옛 어른들은 아무리 원수같이 지낸 사람이라도 부모 상을 당했을 때 찾아가 예를 표하면 다 풀리게 마련이라고, 이런 게 인생의 지혜라고 가르쳐 주셨지요. 경사보단 흉사에 더 많이 가 줘야 합니다. 후손이 어려울 땐 더더욱 가야 하고요. 요즘도 흉사에 가면 자식·손자들에게 돌아가신 분이 얼마나 훌륭한 분이었는지를 증언해 줍니다. 후손들이 그런 줄 몰랐다며 뿌듯해하면 나도 보람이 있고요” 김 명예회장은 “돌이켜 보면 문화유산국민신탁 이사장직을 맡았을 때 1000명 남짓이던 회원이 그만둘 때 1만 7000명이 넘도록 불릴 수 있었던 것도 이렇게 바쁘게 다니며 인연을 쌓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고 했다. 그는 유홍준 당시 문화재청장의 요청으로 설립위원장을 맡아 2007년 문화유산국민신탁이 출범할 수 있도록 주도하는 역할을 했다. 2009년에는 다시 이건무 문화재청장 요청으로 제2대 이사장을 맡았다. 그는 문화유산국민신탁에 무보수로 만 15년 넘게 재임한 지난해 연말 “개인적으로 큰 영광이었다”며 사임 의사를 밝혔다. 문화유산국민신탁은 우리나라의 전통인 동계(洞契)와 같은 공동체 정신을 이어받아 정부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문화유산을 민간이 보존하는 시민사회운동이다. 산업화로 파괴되는 문화유산을 보호하는 영국의 ‘내셔널트러스트’와 맥락을 같이하는 것으로 자발적으로 참여한 회원의 회비로 운영된다. 김 명예회장이 추구하는 ‘나눔의 정신’과도 일치한다. 조정래 소설 ‘태백산맥’에 ‘남도여관’으로 등장한 전남 벌교의 보성여관은 복원작업을 거쳐 2012년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개관했다. 서울 자하문로에 있는 시인 이상의 집은 2009년 국민신탁이 처음으로 매입한 보전자산이다. ‘마지막 신라인’으로 불리는 경주의 윤경렬 옛집, 군포 동래 정씨 동래군파 종택, 고흥 죽산재도 국민신탁이 사들여 문화공간화했다. “다산 정약용 선생은 “농부는 죽어도 종자를 베고 죽었다”고 했어요. 아무리 먹을 게 없어도 다음 농사에 쓸 종자는 남겨 둔다는 뜻입니다. 우리 문화유산은 바로 한민족 문화의 종자이고 씨앗입니다. 종자가 되는 문화유산이 있기에 한류도 번성하고 국가 품격도 높아진 것이지요. 더많은 사람이 국민신탁에 참여해 문화유산을 지켜가야 하는 이유일 겁니다.” 김 명예회장에게 “꿈을 이루셨느냐”고 물으니 이런 이야기를 들려준다. “욕심을 부려 90세까지 산다고 할 때 처음 30년엔 군대도 갔다오고 자리를 잡는 시기였다면 다음 30년은 그야말로 생업에 전력투구하는 시기였어요. 이후에는 재산이든 재능이든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살았습니다. 스스로 좌표를 잘 만들어 80~90%는 실천했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앞으로 희망하시는 것이 있으면 말씀해 보시라”고 했더니 “지금 이대로도 너무 바빠 그런 걸 생각할 겨를이 없다”며 웃었다. “그동안에는 좌우명이 ‘베푼 것은 생각하지 말고, 받은 것은 잊지 마라. 다른 사람 단점을 말하지 말고 자기 자랑은 하지 마라’였어요. 그런데 나이를 먹고 나선 ‘입은 닫고 지갑은 열어라’를 실천하려 하고 있습니다.” 김 명예회장은 삼성출판박물관 개관 당시부터 “박물관은 개인의 것이 될 수 없다”고 했었다. “출판박물관은 내 생전 할 수 있는 범위에서는 꾸려 가려고 합니다. 박물관은 보람이 컸지만 운영은 쉽지 않았어요. 자식들에게는 부담을 주지 않으려 합니다. 3남매가 자기들 밥벌이는 하고 있으니 욕심을 부리지 않으면 사회에 환원이 되지 않을까요.” ■김종규 명예회장은 1939년 전남 무안에서 태어났다. 목포상고와 동국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삼성출판사 사장과 회장으로 일했다. 삼성출판박물관을 설립해 현재도 운영하고 있다. 한국박물관협회 명예회장, 문화유산국민신탁 이사장, 국립세계문자박물관 건립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했다. 국민훈장 모란장과 은관문화훈장, 인촌상을 수상했다. 글·사진 서동철 논설위원
  • 난해한 밤의 음악, 드라마 같은 부활

    난해한 밤의 음악, 드라마 같은 부활

    “‘삶의 밑바닥은 어둡고 섬뜩해.’ 한번은 그가 지극히 불안정한 어조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괴로운 표정에는 방금 빠져나온 정신적 격동의 흔적이 여전히 새겨져 있었습니다.” 20세기 거장으로 꼽히는 지휘자 브루노 발터(1876~1962)가 쓴 구스타프 말러(1860~1911)의 평전에는 이런 구절이 나온다. 세기말의 불안을 온몸으로 받아 내 예술로 승화시킨 말러의 음악은 오늘날 새로운 환란을 마주하고 있는 우리에게 색다르면서도 진중한 위로로 다가온다. 서울시립교향악단이 20~21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연주하는 말러 교향곡 7번 ‘밤의 음악’은 국내 공연장에서 자주 듣지 못하는 작품이다. 지난해부터 ‘말러 사이클’을 이어 오는 서울시향이 1번 ‘거인’, 2번 ‘부활’에 이어 세 번째로 선보이는 음악이다. 군악대에서 종종 활용되는 테너호른을 비롯해 기타, 만돌린 등 다채로운 악기가 편성된다. 연주 한 번에 100명 이상의 단원이 필요하다. 곡이 무척 난해하기로 유명한데 그로테스크한 표현이 돋보이는 3악장 등은 훗날 아널드 쇤베르크를 비롯한 현대음악가에게 영향을 줬다. 말러는 2악장, 4악장을 ‘밤의 음악’이라고 적었는데 교향곡의 이름은 여기서 왔다. 말러는 네덜란드 화가 렘브란트의 걸작 ‘야경’(또는 ‘야간순찰’)으로 곡의 분위기를 설명하기도 했다. 지휘는 서울시향 음악감독 야프 판즈베던이 맡았다. KBS교향악단이 ‘부활’로 맞불을 놓는다. 21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선보인다. 열성적인 ‘말러리안’(말러 음악 애호가)이라면 서울시향과 KBS교향악단의 연주를 잇따라 감상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보통은 취향에 따라 갈릴 듯하다. 드라마 요소가 많은 ‘부활’은 ‘거인’과 이어지는 작품으로 이해할 수 있다. 거인은 삶 속에서 투쟁하다가 결국 패배한다. 이후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끊임없는 질문이 터져 나온다. ‘이 삶은 살 만한 가치가 있는가’ 등의 철학적 질문과 그에 대한 대답이 ‘부활’에 담겼다. 4악장과 5악장에서는 합창이 나온다. 독일 시인 프리드리히 클롭슈토크의 시에서 따온 5악장의 가사 “죽으리라, 살기 위하여”는 끊임없이 방황하며 고통받는 존재에게 건네는 말러만의 위로다. 말러는 세기말의 고통과 불안을 온몸으로 끌어안았지만 당대의 문화적 유행을 그대로 좇진 않았다. 발터는 이렇게 평했다. “그의 음악이 갈망과 물음을 표현한 것이라면… 그 음악은 계속해서 갈망하고 물음을 던져 나가며 갈망의 불꽃을 끝없이 재점화합니다.”
  • 겨울 끝자락에 듣는 베토벤 9번 ‘합창’… 상처난 마음 위로하는 환희의 메시지

    겨울 끝자락에 듣는 베토벤 9번 ‘합창’… 상처난 마음 위로하는 환희의 메시지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은 인류가 음악으로 도달할 수 있는 가장 위대한 경지에 이른 곡으로도 불린다. ‘합창’의 선율이 겨울 끝자락에서 울려 퍼진다. 오는 16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무대에 오르는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의 공연에서다. 베토벤은 서양 클래식 음악을 상징하는 인물이다. 그런 그의 작품 가운데서도 ‘합창’의 의미는 남다르다. 가사가 없는 순수 기악으로 이미 정점을 이룬 베토벤이 교향곡에 독창, 합창의 요소를 도입하며 혁신을 이뤄 낸 것이라서다. 독일 시인 프리드리히 실러의 시 ‘환희의 송가’가 울려 퍼지는 ‘합창’의 4악장은 클래식에 관심이 없는 사람도 어디선가 들어봤을 음악이다. 이런 형식은 후대 음악가들에게도 많은 영향을 줬다. 요즘 자주 공연되는 구스타프 말러의 교향곡 2번 ‘부활’도 4·5악장에 독창과 합창이 나오는데, 베토벤에게서 영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합창’은 1918년 제1차 세계대전 종전 직후, 1989년 베를린 장벽 붕괴를 기념해 연주됐던 역사도 있어 통합과 화합을 상징하기도 한다. 국내에서 ‘합창’은 통상 연말 레퍼토리로 자주 활용되지만 올해는 특별히 한 해를 시작하는 2월에 공연된다. 끔찍한 참사와 사고가 연이어 터지는 데다 어지러운 시국이 계속되는 가운데 이에 지친 국민을 위로할 음악으로 제격이다. 이번 공연의 지휘는 앞서 4대 예술감독을 지냈던 지휘자 최희준이 맡는다. 박소영(소프라노), 양송미(메조소프라노), 국윤종(테너), 김대영(베이스) 등 세계 무대에서 활약하고 있는 성악가들이 위로와 희망의 메시지를 노래한다. 강지영 음악평론가는 “‘오 친구여, 이런 음들이 아니다! 우리 좀더 즐겁고 환희에 넘쳐 노래 부르자!’로 시작되는 코랄 합창은 환희를 통한 보편적 형제애와 인류애를 강조한 실러의 시만큼이나 음악으로 이를 강조한다”면서 “베토벤 음악의 혁명적 정신은 19세기 당시 유럽에서만큼이나 21세기 한국 사회에 분명한 메시지와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했다.
  • 클래식, ‘젊음’을 탐하다

    클래식, ‘젊음’을 탐하다

    말 자체에 ‘고전’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클래식이 영원한 생명력을 얻는 이유는 무엇일까. 과거에 멈춰서 만족하지 않고 끊임없이 ‘젊음’을 탐하기 때문이다. 작곡가의 악보는 변치 않지만, 그걸 받아 든 젊은 연주자의 해석은 계속해서 새로워진다. 전성기를 맞이한 K클래식도 마찬가지. 국내 클래식계 역시 이미 성공한 스타들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차세대 음악가들을 발굴하고 있다. 국내 공연장 최초 상주 음악가 제도를 도입한 금호아트홀이 선보이는 ‘2025 금호아티스트’ 시리즈가 대표적인 사례다. 금호아트홀에서 데뷔한 뒤 세계 각지에서 활동하고 있는 젊은 음악가들에게 무대를 내어주고 국내 관객과 소통하도록 한 프로그램이다. 흥행이 보장된 공연이라고는 할 수 없겠다. 그럼에도 두 가지 커다란 의미가 있다. 우선 연주자에게는 단독으로 관객과 만나서 역량을 뽐낼 귀한 자리라는 것. 관객에게도 차세대 클래식계를 이끌 젊은 연주자들의 음악 세계를 깊이 있게 들여다볼 기회이다. 프랑스에서 활약하는 바이올리니스트 김재원(31)과 오보이스트 윤성영(29), 독일에서 연주하는 플루티스트 한여진(24)과 호르니스트 유해리(30), 바이올리니스트 박규민(29)이 올해 서울 서대문구 금호아트홀 연세에서 각자 클래식의 본고장인 유럽에서 갈고닦은 실력을 뽐낼 예정이다. 오는 20일 김재원을 시작으로 8월 14일 박규민까지 총 다섯 번의 무대가 꾸며진다. 클래식 전문 공연장인 부천아트센터도 비슷한 취지의 ‘영 프론티어’ 시리즈를 열었다. 앞으로가 기대되는 차세대 연주자 다섯 명을 꼽았는데, 부천아트센터 측은 이들에게 ‘클래식 어벤져스’라는 수식어를 붙이기도 했다. 오르가니스트 박준병(33), 트럼페터 이현준(27), 기타리스트 조대연(33), 작곡가 겸 피아니스트 김선민(23), 첼리스트 정우찬(26) 등이 2월부터 7월까지 부천아트센터 무대에 오른다. 7월 19일 공연에서 연주하는 정우찬은 “브람스와 슈만 그리고 그의 아내 클라라의 음악에 담긴 ‘사랑’의 여러 갈래에 대해 조망해 보겠다”는 포부를 전했다. 아시아 퍼시픽 피아니스트협회(PAPA)가 오는 17~20일 서울 서초구 로데아트센터에서 여는 ‘국제 피아노 페스티벌’도 주목할 만하다. PAPA 협회장인 한상일을 비롯해 이진상, 함수연 등 피아노 전공 교수들이 피아노 영재들과 짝지어 공연을 펼친다. 17일에는 교수들이 가르치는 학생으로 구성된 학생 음악회의 연주가 예정됐고, 19일에는 페스티벌의 하이라이트인 영재 콘서트가 진행된다. 이 무대는 한국의 남예서(15)와 중국의 치룬 저우(12)가 꾸린다. 세계적인 연주자는 많은데, 그만큼 명성을 떨치는 지휘자는 그리 많지 않다는 게 한국 클래식계의 아킬레스건이다. 서울시립교향악단은 신진 지휘자들을 위한 ‘2025 지휘 펠로십’을 올해 개최한다. 참가 신청은 지난해 7월부터 9월까지 받았다. 심사를 통해 선발된 지휘자에게는 올해 서울시향과 함께 바그너의 ‘트리스탄과 이졸데’ 전주곡을 비롯한 다양한 작품을 지휘할 기회를 준다. 최종 우수 참가자는 서울시향 부지휘자 선임 기회도 받는다. 서울시향 음악감독이자 세계적인 지휘자 야프 판 즈베던은 “한국의 재능 있는 음악가들을 양성하는 것이 나의 임무”라고도 밝힌 바 있다.
  • 트럼프 옆에서 코 후비적 머스크 아들… “IQ 높은 아이” 칭찬

    트럼프 옆에서 코 후비적 머스크 아들… “IQ 높은 아이” 칭찬

    아들 목말 태우고 등장해 기자회견 월권 논란에 “매일 항문 검사받는 듯”자신이 이끄는 ‘DOGE’ 개혁안 강조 트럼프 “공무원 4명 퇴사 때 1명 채용” ‘공무원 구조조정 전문가’가 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11일(현지시간) 네살 난 아들 엑스와 함께 백악관 집무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이날 이해 상충, 월권 논란 등 세간의 날카로운 시선을 ‘항문 검사’를 받는 것에 비유하며 적극적인 해명에 나섰다. 검은색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모자를 쓰고 엑스를 대동한 채 집무실에 모습을 드러낸 머스크는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약 30분간 취재진과의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그가 지난해 대선 이후 언론과 대면해 질의응답을 하는 등 직접 해명에 나선 건 처음이다. 이날 기자회견 내용만큼이나 눈길을 끈 건 그의 아들 엑스였다. 긴장한 표정이 역력했던 엑스는 이내 곧 트럼프 대통령이 앉아 있는 ‘결단의 책상’ 옆으로 다가갔고 코를 후비다 책상에 손을 닦기도 했다. 책상은 1880년 빅토리아 영국 여왕이 러더퍼드 헤이스 전 미국 대통령에게 선물한 것이다. 머스크는 취재원과의 질의응답 중 엑스를 목말 태우기도 했다. 엑스는 아빠가 발언하는 도중 그의 손짓을 따라 하고 얼굴을 찡그리기도 했다. 소셜미디어(SNS)에서는 엑스의 모습에 “귀엽다”는 반응과 함께 “머스크 아들의 콧물 닦는 모습까지 봐야 하느냐”는 등의 의견이 엇갈렸다. 특별 공무원으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부효율부(DOGE)를 이끄는 머스크는 이날 자신에게 쏟아진 이해 상충, 월권 논란에 적극 반박했다. 그는 “국민은 대대적인 정부 개혁을 위해 투표했고 그것이 바로 국민들이 얻게 될 것”이라며 “이것이 민주주의의 본질”이라고 강조했다. 스페이스X 등 머스크가 경영하는 회사들이 정부 계약을 수주해 그의 정부 구조조정이 이권 개입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아울러 머스크는 “조 바이든 행정부가 가자지구에 5000만 달러(약 727억원) 상당의 콘돔을 보냈다”는 등 가짜 정보를 퍼뜨린 사실을 인정하면서 “매일 항문 검사를 받는 것 같다”며 고충을 털어놨다. 트럼프 대통령은 “만약 투명성이 부족하거나 이해관계에 충돌이 있다면 우리는 그가 그 일을 하도록 두지 않았을 것”이라며 머스크를 적극 옹호했다. 머스크는 관료 사회에 대한 비판에도 상당 시간을 할애했다. 머스크는 “국가 부채에 대한 이자가 국방부 예산보다 많다는 것은 놀랍다”면서 정부 파산 위기를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연방정부 기관에 DOGE와 협력해 공무원을 대폭 감축하라고 지시했으며 각 정부 기관에서 직원 4명이 그만둘 때마다 1명만 채용하라는 내용의 행정명령을 내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엑스에게 “IQ가 높은 아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엑스는 머스크와 그의 전 여자 친구인 캐나다 음악가 그라임스 사이에서 2020년 태어났다. ABC뉴스 등은 엑스의 모습이 1962년 존 F 케네디 주니어가 같은 책상에서 놀던 역사적인 사진을 연상케 한다고 썼다.
  • 디자인 중심지 DDP…청년 창작자들과 함께 걸어온 10년

    디자인 중심지 DDP…청년 창작자들과 함께 걸어온 10년

    서울디자인재단이 청년 창작자를 지원하기 위해 추진한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오픈큐레이팅’ 사업 10주년을 맞아 기념 전시회를 연다고 11일 전했다. 재단은 DDP 갤러리문에서 다음 달 31일까지 오픈큐레이팅의 지난 10년을 돌아보고, 청년 창작자들의 성장과 미래를 조망하는 ‘DDP 10주년 기념 오픈큐레이팅 아카이브’ 전시를 연다. 전시는 ‘Departure(출발점에 서다)’, ‘Journey(여정을 떠나다)’, ‘Arrival(목적지에 닿다)’ 세 개의 섹션으로 구성됐다. 첫 번째 섹션에서는 오픈큐레이팅의 소개와 35회에 걸친 전시 아카이브를 통해 지난 여정을 조명한다. 두 번째 섹션에서는 참여 작가들의 창작 과정과 주요 작품을 전시하며, 마지막 섹션에서는 작가 인터뷰와 관람객이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창작의 여정을 이어갈 비전을 제시한다. 오픈큐레이팅 사업은 지난 10년 동안 약 200명의 청년 창작자에게 전시 기회를 제공하며 국내 디자인 생태계의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특히 DDP의 독창적인 공간을 활용해 새로운 디자인 트렌드를 제시하며 청년 창작자들의 성장을 돕는 든든한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오픈큐레이팅을 거쳐간 창작자들은 현재 국내외에서 활발히 활동 중이다. 미디어 아티스트 한윤정을 비롯해 디자인 스튜디오 지랩(Z-Lab), 스튜디오 놀공, 수무, 김김랩 등이 그 주인공이다. 오픈큐레이팅 vol.4에 참여한 한윤정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미디어 아트로 국제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대표작 ‘보이지 않는 바다’는 데이터 예술 활동의 연장선으로 기후변화에 대한 깊이 있는 탐구를 통해 아시아 주요 미술관에서 전시되며 큰 반향을 일으켰다. 2017년 ‘남겨진 장소, 새로운 가치’ 전시에 참여한 디자인 스튜디오 지랩(Z-lab)은 공간 경험을 중심으로 다양한 지역 활성화 프로젝트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서울의 서촌과 제주 조천의 ‘마을 호텔 프로젝트’는 지역 관광과 커뮤니티 형성에 기여하며 좋은 평가를 받았다. 2022년 ‘가장 조용한집’ 전시로 첫 단독전을 열었던 수무는 자연을 주제로 한 지속가능한 예술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정원사, 음악가, 영상 작가 등 각 분야 전문가들과의 협업 경험은 국내외 문화예술기관과의 지속적인 관계를 형성하는 데 기틀이 됐다. 오픈큐레이팅 역대 최다 관람객 수를 기록한 ‘I SCREAM’ 전시의 김김랩은 아이스크림을 매개로 ‘녹아내림’이라는 양면적 반응을 탐구하는 전시를 선보이며 큰 호응을 얻었다. 이후 성수 복합문화공간(LCDC SEOUL)에서 개인전을 개최하고 롯데 캐릭터 벨리곰과 협업한 제품을 출시하는 등 다양한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초기 창작 과정에서 자금 부족과 전시 기회의 부족이라는 현실적인 문제를 마주한 청년들은 오픈큐레이팅을 통해 자신의 작품을 알리고, 기업 및 기관과 협업하며 성장의 발판을 마련하기도 했다. vol.11에 참여한 ‘스튜디오 놀공’과 vol.19 ‘오디너리피플’은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힌다. 스튜디오 놀공은 디지털과 공간 경험을 결합해 게임 같은 몰입감을 선사하는 콘텐츠를 제작하는 스튜디오다. 2018년 ‘수남장마당: 장마당 사람들’ 전시 이후 부산 아세안문화원과 독일 프랑크푸르트 슈테델 미술관 등 국내외 다양한 기관과 협업하며 활동 범위를 넓혀 가고 있다. 또한 국내외 디자인 어워드에서 다수의 수상 경력을 보유한 오디너리피플은 2021년 ‘디지털 웰니스 스파’ 전시에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휴양 방식을 제안하며 주목받았다. 이후 현대모터스튜디오, 리움 미술관 등 국내외 미술관과 브랜드, 글로벌 기업과 함께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신윤재 서울디자인재단 디자인문화본부장은 “지난 10년간 오픈큐레이팅이 걸어온 발자취를 돌아보며, 앞으로 창작자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새로운 도약을 준비 중”이라며 “청년 창작자들의 작품이 세계적으로 알려지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390억회 스트리밍’ 에이나우디가 들려주는 ‘여름의 초상’

    ‘390억회 스트리밍’ 에이나우디가 들려주는 ‘여름의 초상’

    현대음악의 거장 이탈리아 작곡가 겸 피아니스트 루도비코 에이나우디가 제작사 데카와 함께 17번째 정규앨범 ‘더 서머 포트레이츠’를 발매했다. 7일 유니버설뮤직이 밝힌 바에 따르면 이번 앨범은 에이나우디가 지금껏 경험한 여름을 표현한 클래식 음악이다. 총 13곡으로 구성됐다. 음악의 이야기는 지난해 에이나우디가 휴가를 보낸 지중해 섬의 한 빌라에서 시작된 것이라고 한다. 빌라의 주인이 매년 여름 가족과 시간을 보내는 동안 완성한 그림 30여점이 있었고, 에이나우디는 그걸 보며 자신이 보낸 여름을 회상하게 됐다. 그는 “사람마다 여름의 초상이 있다고 생각한다. 여름은 삶의 가장 좋은 시간으로 가득한 아름다운 계절이다”라면서 “나는 음악으로 나만의 그림을 그렸고, 이 앨범은 끝없는 여름날의 추억, 그 모든 아름다운 순간에 바치는 헌사”라고 밝혔다. 바이올린·비올라 연주자 페데리코 메코치, 첼리스트 레디 하사 등 에이나우디와 오래 작업한 연주자들이 함께했다. 디지털 음원은 지난달 31일 공개됐다. 선공개된 앨범의 첫 싱글인 ‘로즈 베이’는 이탈리아 시골에 있는 에이나우디의 홈 스튜디오에서 작업한 것이라고 한다. 네오클래식 음악가 에이나우디는 모차르트, 베토벤을 넘어 세계에서 가장 많은 스트리밍 횟수를 기록한 클래식 작곡가로 거론된다. 에이나우디의 작품은 전세계 음악 서비스에서 390억회를 돌파한 바 있다. 또 오는 4월 2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도 펼친다. 8년 만의 내한 무대에서 신규 앨범 수록곡도 들려줄 예정이다.
  • 현대차정몽구재단, 차세대 클래식 인재들이 꾸린 ‘온드림 콘서트’

    현대차정몽구재단, 차세대 클래식 인재들이 꾸린 ‘온드림 콘서트’

    현대차정몽구재단이 지난 2월 5~6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IBK기업은행챔버홀에서 클래식 전공 인재들로 구성된 ‘온드림 앙상블’의 콘서트 ‘온드림 콘서트’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온드림 앙상블’은 ‘정몽구 문화예술 스칼러십’ 장학생들을 위한 성장 프로그램이다. 지난해 앙상블 단원으로 지도받은 인재들은 이번 공연에서 교수진과 호흡하며 준비한 무대를 선보였다. 이들에게는 지난해 스위스 ‘베르비에 페스티벌’에서 쇼케이스와 취리히 음악원과 협약 등 전문적인 교육, 무대 경험의 기회가 제공되기도 했다. 5일에는 앙리 클링의 ‘코끼리와 모기’, 마르티누의 삼중주, 생상스의 ‘죽음의 무도’, 구노 오페라 ‘파우스트’ 등을 관객에게 선보였다. 6일에는 슈베르트 ‘바위 위의 목동’과 베토벤 육중주, 생상스 ‘동물의 사육제’까지 이어졌다. 온드림 앙상블의 지도교수진은 바이올리니스트 김현미(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베이스 바리톤 사무엘윤(서울대학교 교수), 트럼페터 성재창(서울대학교 교수), 플루티스트 이예린(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피아니스트 이진상(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첼리스트 주연선(중앙대학교 교수) 등이다. 현대차 정몽구 재단은 ‘정몽구 문화예술 스칼러십’을 통해 인재들이 차세대 음악가로서 기량을 맘껏 발휘하고, 한 걸음 더 성장할 수 있도록 전문적인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 중·고등학생부터 대학생까지 재능과 실력이 뛰어난 문화예술 인재들을 선발해 학비 전액 지원과 더불어 해외진출 장학금, 국제 콩쿠르 장학금, 글로벌 우수 장학금 등을 지원한다.
  • 톱스타에서 노숙자로 전락, 다시 가수 복귀…‘60년대 아이콘’ 英페이스풀 별세

    톱스타에서 노숙자로 전락, 다시 가수 복귀…‘60년대 아이콘’ 英페이스풀 별세

    톱스타로 스포트라이트를 받다 노숙인으로 거리를 헤매기까지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던 영국 가수 겸 배우 메리앤 페이스풀이 78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페이스풀의 대변인은 “메리앤이 오늘 런던에서 사랑하는 가족들과 함께하는 가운데 평화롭게 별세했다”고 이날 밝혔다. 1946년 런던에서 태어난 페이스풀은 1964년 17세에 영국의 전설적 밴드 롤링스톤스의 매니저이자 프로듀서였던 앤드루 루그 올덤의 눈에 띄어 데뷔했다. 그해 롤링스톤스의 보컬 믹 재거와 기타리스트 키스 리처즈가 작사·작곡한 노래가 담긴 데뷔 싱글 ‘눈물을 흘리며’(As Tears Go By)를 첫 싱글로 발표한 그는 이 곡의 히트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페이스풀은 연극과 영화로 진출해 배우 안젤리카 휴스턴의 대역으로 ‘햄릿’의 여주인공 오필리아 역을 맡기도 했다. 당시 그는 오필리아가 광기에 빠진 장면을 연기하기 위해 마약에 취한 채 무대에 올랐다고 한다. 당대 미남의 대명사 알랭 들롱과 출연한 ‘그대 품에 다시 한번’이라는 영화로도 화제를 모았다. 페이스풀은 자유분방한 삶으로 1960년대 말 타블로이드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그는 1965년 결혼해 아들을 낳았으나 이듬해 결별하고 믹 재거와 동거하며 분방한 삶을 살았다. 당시 페이스풀은 롤링스톤스의 음악 활동에 영감을 주는 ‘뮤즈’로 묘사됐으나, 재거와 어울리며 마약 중독과 각종 추문에 시달려야 했다. 이후 1970년 재거와 결별하고 아들의 양육권까지 박탈된 뒤에는 런던 거리를 전전하는 노숙자로 전락했다. 주변의 도움에 힘입어 2년 만에 노숙생활을 끝낸 그는 1976년 새 앨범 ‘내 꿈을 꿈꾸며’(Dreamin‘ My Dreams)로 음악계에 복귀했고 닉 케이브, 데이먼 알반, 메탈리카 등과 협업하며 최근까지도 주기적으로 새 노래를 내놓았다. 영화에도 간간이 출연했다. 페이스풀은 1970년대 마약중독 여파로 거식증을 겪었고, 이후에도 C형 간염과 유방암 등 여러 질환에 시달려 왔다. 2020년에는 코로나19에 감염돼 22일간 입원하기도 했다. 세 차례 결혼하고 세 번 모두 이혼했으며 자녀는 첫 남편 사이에서 낳은 아들 니컬러스 던바가 유일하다. 페이스풀의 별세에 동료 음악가들과 유명 인사들의 추모가 이어졌다. 특히 한때 연인이었던 재거는 소셜미디어(SNS)에 페이스풀과 찍은 사진을 올리며 “그는 오랫동안 내 인생의 큰 부분이었고 훌륭한 친구이자 아름다운 가수, 뛰어난 배우였다”면서 “영원히 기억될 것”이라고 적었다.
  •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 처럼… 나를 잃고 나는 걸었네 [강동삼의 벅차오름(끝)]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 처럼… 나를 잃고 나는 걸었네 [강동삼의 벅차오름(끝)]

    # 모든 것을 잃고 나서야 걷는 여행의 의미를 알게 됐습니다 ‘상심 증후군’에 빠진 듯 했습니다. 상심증후군은 전문 의학용어로 타코츠보 증후군이라고도 합니다. 심장 초음파 검사에서 좌심실이 수축되어 위쪽이 부풀어 오르는 모습이 일본에서 쓰이는 문어 잡는 항아리 타코츠보와 비슷하다고 해 붙여진 이름이라고 합니다. 어떤 상실과 고통으로 인해 힘든 시간이 지나고 났을 때, 별안간 모든 목표를 상실했을 때, 지독한 열병을 앓는 듯 멍 때리는 시간이 많아졌을 때, 타코츠보 증후군에 빠졌을 때, 그때 ‘걷기’를 택했습니다. 살기 위해 걸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처음엔 몇걸음만 걸어도 헉헉대는 내 몸에 절망했습니다. 큰 병을 앓고 난 내 몸은 한마디로 저질체력이 돼 있었습니다. 가까운 도두봉도 헉헉대며 올라갔습니다. 안되겠다싶어 제주도의 오름을 주말마다 한번씩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모든 것을 잃고 나서야 비로소 ‘걷는 여행’의 참맛을 알게 됐습니다. 그리고 어느새 새별오름에서 시작한 ‘벅차오름’ 토요연재 시리즈도 50회를 눈앞에 두게 됐습니다. 그런데 마지막 오름을 어디로 해야 할 지, 선뜻 정할 수 없었습니다. 마지막 오름을 선택하기가 이렇게 힘들 줄 몰랐습니다.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라는 의미를 부여하고 싶어 49회에 나간 말미오름과 함께 올레길 1코스를 마지막으로 정할까도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습니다. 심사숙고하다가 새별오름 옆 오름이 떠올랐습니다. 새별오름에서 시작한 오름연재니까 새별오름으로 끝내는 것이 가장 적절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그렇게 마지막 오름을 ‘이달오름’으로 정하게 됐습니다. # 이달봉과 이달촛대봉이 나란히 솟아오른 모습이 마치 젖가슴 같습니다 이달오름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새별오름 옆에 있는 오름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저도 처음엔 이달오름에 눈길이 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얼마 전 제주당 억새풍경을 감상하다가 그 앞의 오름이 궁금해졌습니다. 이름이 뭔지 궁금해졌습니다. 김종철의 ‘오름나그네’에는 이달오름을 대지에서 솟아오른 아름다운 젖가슴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봉우리가 두개인 쌍둥봉이기 때문입니다. 멀리서 보면 흡사 그렇게 보이기도 합니다. 이달봉과 이달촛대봉이 이어져 나란히 솟아 있습니다. 초행길이어서 이달오름을 가는 방법을 검색해보니 가장 쉬운 길은 새별오름 왼쪽 시멘트 길로 걸어가는 방법과 제주당 억새들녘을 지나가거나 아니면 새별오름 정상에서 내려가서 다시 올라가는 방법이 있습니다. 새별오름이 익숙해져 있어 오름 왼쪽 길을 택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마을 공동묘지가 나옵니다. 새별오름 서쪽 뒤편에 마을공동묘지가 있는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참고로 이쪽 탐방로로 이달오름을 가는 것은 비추합니다. 같이 갔던 아내가 하산할 때는 이쪽으로 오고 싶지 않다고 하네요. 심란해지는 것 같다며…. 우여곡절 끝에 이달오름 앞에 멈췄습니다. 또 한번 실책을 범합니다. 탐방로 시작점에서 오름 오른쪽으로 좀 더 가서 올라가야 하는데 시작점 앞 숲속으로 난 길이 보이길래 그 길을 택했습니다. 숲속입구로 들어가는 바람에 이달촛대봉으로 가는 길을 먼저 만납니다. 이달봉은 표고가 488.7m이고, 비고가 119m입니다. 반면 이달촛대봉은 표고 456m, 비고 86m여서 낮습니다. # 사랑하는 법을 배우고 비우는 법을 배우고 인생의 내리막을 내려오는 법을 배웠습니다오름을 산책하며 배우는 것이 많았습니다. 가장 먼저, 사랑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높은 산 앞에서 겸손해져야 한다는 것을. 우거진 숲에서 보이지 않는 마음을 헤아릴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을. 길없는 길처럼 막막해도 다가서야 길이 열린다는 것을. 헤매고 헤매고 나서야 비로소 이해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을. 평탄한 길보다 실패하며 굴곡진 길을 걸어가봐야 상대방의 심경도 읽을 수 있다는 것을, 호락호락하지 않은 인생 앞에서 자신을 낮추게 된다는 것을, 가슴이 따뜻해야 상대방을 품을 수 있다는 것을 … 깨달았습니다. 비우는 법을 배웠습니다. 모든 것을 다 가질 수 없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을 수 있다는 것을. 비우지 않으면 채울 수 없다는 것을. 비워야 누군가가 들어올 수 있다는 것을. 수풀이 우거져 들어갈 공간이 없으면 들어가려다가 포기한다는 것을. 비워야 홀로 되는 순간에도 외롭지 않다는 것을. 비워야 정상에서도 가슴이 뻥 뚫린다는 것을. 비워야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는 것을, 비워야 멋진 전망을 내어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내려오는 법을 배웠습니다. 누구나 인생의 절정기가 있습니다. 정상을 밟았지만, 금세 정상을 내려와야 한다는 사실을. 정상을 오래 지키기 힘들다는 사실을. 인생의 내리막길은 늘 존재한다는 것을. 올라가는 법보다 내려오는 법이 더 힘들다는 것을. 늙어가지만 여전히 포기하지 않은 것이 있다는 사실을. 성숙해져야 단풍 들고 잎새를 떨굴 수 있다는 것을. 그래야 새싹이 다시 돋아난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 정비 안된 길로 또 잘못 들어서서… 가시밭길을 헤매었습니다이날도 그렇게 정상에 다다랐습니다. 오르막길이 힘들어도 곧 정상이 나오고 다시 내리막길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소나무숲을 오르다보니 이달오름 정상입니다. 조그만 막사같은 산불초소가 보입니다. 탐방객이 올라와 드론을 띄우고 있습니다. 정상이 탁 트이는 곳이 아니어서, 벤치조차 없어 오래 앉아있을 수 없었습니다. 이달봉이라고 쓰여있는 표지석이 누워있습니다. 세워져 있어야할 표지석이 땅에 누운 채 있습니다. 새별오름과 달리 그만큼 이달오름은 탐방로 정비가 안된, 사람 발길이 드문, 조금은 초라한 오름임을 실감합니다. 내려오는 길은 더 험합니다. 가시덤불은 아니지만, 미끄러운 흙길이고 붙잡을 밧줄마저 여의치 않습니다. 후덜덜하며 내려옵니다. 혹시라도 낙상할까봐, 천천히 걸어내려옵니다. 남들이 올라온 길을 역방향으로 내려오는 탓에 코스는 난코스가 되고 말았습니다. 하산한 뒤 새별오름 쪽으로 방향을 틉니다. 이번엔 갈림길에서 잘못 들어서는 바람에 가시밭길을 헤맵니다. 가시덤불을 헤집고 겨우 빠져나와 다시 길을 찾았습니다. 20분간 지체된 듯 합니다. 다행히 겨울이어서 풀이 무성하지 않아 겨우 빠져나올 수 있었습니다. 탐방이 때론 고행이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이달오름은 새별오름처럼 유명하지 않아 좋았습니다. 초라해 보일지 모르지만, 자신의 자리에서 말없이 서 있는 모습이 웬지 애정하게 됩니다. 조금은 아웃사이더 같은 인생에 연민의 정을 느끼는 이유와 비슷한 듯 합니다. 존재감 없는 모습이지만 진솔한 모습에 설득당했습니다. ‘미안하다, 몰라봐서…’ 그런 감정이 듭니다. # 서쪽 오름의 대명사 새별오름 들불축제는 불놓기 대신 빛의 축제로 열린답니다그리고 산길을 올라 새별오름 정상에 도착했습니다. 탁 트인 전망이 펼쳐집니다. 360도가 탁 트인 오름이 50회를 소개하면서 많지 않았습니다. 남쪽이 트이면 북쪽은 막혀있고 동쪽이 트이면 서쪽은 숲이었습니다. 하지만 이곳 새별오름은 멀리 서귀포 앞바다, 마라도, 비양도, 한라산이 그림처럼 펼쳐집니다. 새별오름은 은빛 억새가 장관인 곳입니다. 겨울인데도 억새의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연인이든, 가족이든, 친구든, 누군가는 셔터를 눌러대고 있습니다. 푸른 하늘의 뭉게구름 아래 억새오름을 카메라에 담고 마음에도 담습니다. 새별오름을 처음 소개할 당시 들불축제를 하느냐 마느냐 논쟁이 뜨거울 때였습니다. 하지만 2년이 지난 지금도 그 논쟁은 끝나지 않고 계속되고 있습니다. 물론 올해 3월 14일부터 16일까지 열리는 새별오름 들불축제는 방애불(들불)을 놓는 행사는 하지 않습니다. 산불위험·환경보호 논란으로 ‘오름 불놓기’가 사라지는 것입니다. 하지만 불 대신 빛의 축제로 바뀝니다. 세계적인 음악가 양방언을 포함한 아티스트들의 퍼포먼스와 함께 미디어파사드, 빛, 조명, 불꽃 등으로 디지털 연출기술을 활용한 불놓기로 새로운 실험을 선보입니다. 새별오름을 유난히 사랑하는 한 선배는 이참에 365일 문화예술축제가 펼쳐지는 곳으로 거듭나기를 희망한다던 말이 떠오릅니다. 2년 만에 새 모습을 보일 새별오름 들불축제가 기다려지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 사랑하라… 마치 상처받은 적이 없는 것처럼‘샛별과 같이 빛나는’ 새별오름을 오르며, 춤추는 억새들을 바라보며, 노래하는 바람소리를 들으며 알프레드 디 수자의 시를 읊어봅니다. 이 시는 ‘허클베리핀의 모험’을 쓴 미국의 유명작가 마크 트웨인의 명언이라는 설도 있지만, 난 류시화의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 처럼’ 시집에서 읽고 알게 됐습니다. ‘춤춰라, 마치 아무도 안 보는 것처럼(Dance like there’s nobody watching). 사랑하라, 마치 상처받은 적이 없는 것처럼(Love like you’ve never been hurt). 노래하라, 마치 아무도 듣고 있지 않은 것처럼(Sing like there’s nobody listening). 일하라, 돈이 필요하지 않은 것 처럼(Work like you don’t need money). 살아라, 마치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Live like it’s heaven on earth)’. 오름을 오르는 순간만큼은 내 자신도 오름을 닮아가려 했습니다. 이 시(詩)와 같은 결로 말하자면… 걸으면서, 내 자신을 사랑하게 됐습니다, 마치 한번도 사랑해본 적이 없는 것처럼. 걸으면서 내 주위에 너그러워졌습니다, 마치 한번도 친구가 있어본 적이 없는 것 처럼. 걸으면서 용서하는 법을 알게 됐습니다, 마치 한번도 미워해본 적이 없는 것 처럼. 걸으면서 내 자신에게 관대해졌습니다, 마치 한번도 엄격해본 적이 없는 것 처럼. 걸으면서 내 자신에게 다시 성실해졌습니다. 마치 한번도 게을러본 적이 없는 것 처럼. 걸으면서 어느 때보다 겸손해졌습니다, 마치 한번도 거만해 본 적이 없는 것 처럼. 걸으면서, 걸으면서…
  • 소리로 찾는 음악의 빛… 그의 장애는 또 다른 감동의 ‘#’

    소리로 찾는 음악의 빛… 그의 장애는 또 다른 감동의 ‘#’

    어떤 예술가에게 장애는 장애가 아닐 수 있다. 청력을 잃고도 아름다운 음악을 쏟아 낸 루트비히 판 베토벤처럼. 시각장애를 안고 태어난 일본 피아니스트 쓰지이 노부유키(37)도 그렇다. 귀로만, 소리로만 찾을 수 있는 음악의 빛. 쓰지이의 선율만이 줄 수 있는 감동이다. 오는 3월 11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내한 리사이틀을 여는 그는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피아노를 통해 슬픔이나 괴로움을 음악의 힘으로 극복하고 이겨 낼 수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베토벤이 청력을 잃었다는 점은 음악가로서 굉장히 힘든 일이었겠죠. 하지만 그럼에도 수많은 걸작을 작곡해 냈어요. 개인적으로 베토벤에게 큰 감명을 받은 부분입니다.” 이번 공연에서 쓰지이는 베토벤, 프레데리크 쇼팽, 프란츠 리스트의 작품을 연주한다.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중 ‘발트슈타인’, 쇼팽의 ‘두 개의 야상곡’과 ‘피아노 소나타 3번’ 그리고 리스트의 ‘꿈 속에서’와 ‘메피스토 왈츠’의 선율을 들려줄 예정이다. 쓰지이는 “쇼팽은 섬세한 사람인 것 같고 리스트는 ‘나 좀 대단하지’라는 그의 생각이 음악에서 전해지는 것 같다”고 평했다. 특히 쇼팽에 대한 애착을 강조했는데 그는 “쇼팽의 곡을 듣다 보면 고국인 폴란드를 사랑했던 마음마저 다 느껴져서 그를 ‘피아노의 근원’이라고 생각하게 된다”고 말했다. 쓰지이는 지난해 세계적인 클래식 음반사 도이치 그라모폰과 독점 계약을 맺으며 세계적인 연주자로서 지위를 확고히 했다. 이에 대해 “제 인생의 새로운 출발로 작용한 것이 확실하다”면서도 “피아노라는 것이 끝이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닌 만큼 평생 공부에 있어 새로운 출발선에 선 것 정도”라고 소회를 전했다. 선천성 소안구증을 가지고 태어난 쓰지이는 두 살 때 어머니의 노래에 맞춰 피아노를 치기 시작했다. 2005년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최연소 나이로 비평가상을 받았다. 2009년 밴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공동 우승을 차지하면서 국제적인 명성을 쌓았다. 장애를 가졌지만 꿈을 잃지 않고 클래식 연주자의 길을 걷는 후배들에게 어떤 말을 해 주고 싶은지 물었더니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당연한 말이지만 왜인지 감정이 크게 진동한다. “가장 중요한 건 음악 자체가 ‘즐거움’이 돼야 합니다. 연주자로서 연주도 즐겁게, 청중에게 연주를 들려줄 때의 마음가짐도 즐겁게 가지고 나의 즐거움을 관객들에게 그대로 전하고자 하는 마음을 가지고 임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 89세 거장과 19세 천재가 빚는 20세기 선율

    89세 거장과 19세 천재가 빚는 20세기 선율

    1936년생 거장이 2006년생 신동에게 손짓을 건넨다. 두 사람 사이의 70년 세월은 아름다운 선율로 찬란하게 무화(無化)한다. 국내 최정상급 오케스트라인 KBS교향악단이 오는 24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개최하는 정기 연주회 ‘20세기 예술가의 초상’의 관전 포인트는 전설적인 거장 지휘자 엘리아후 인발(89)과 떠오르는 천재 첼리스트 한재민(19)의 세대를 넘나드는 협연이다. 노(老)음악가의 원숙한 지휘는 어린 연주자에게 어떻게 가닿을까. 그 짜릿한 교감의 순간을 직접 눈으로, 귀로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 출신 지휘자인 인발은 예루살렘 음악원과 파리 국립 고등음악원을 졸업했다. 26세의 나이로 구이도 칸텔리 지휘 콩쿠르에서 1위를 차지한 뒤 전 세계 정상급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며 국제적인 명성을 쌓았다. 프랑크푸르트 방송 교향악단, 체코 필하모닉, 도쿄도 교향악단 수석 지휘자 등을 역임했다. 구스타프 말러와 안톤 브루크너,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의 해석이 탁월한 지휘자로 명성이 높다. KBS교향악단과 호흡을 맞추는 건 2023년 이후 2년 만이다. 첼로 협연에 나서는 한재민은 ‘스타’가 난립하는 국내 클래식계에서도 뚜렷한 존재감을 보이는 연주자다. 2021년 루마니아 제오르제 에미네스쿠 국제 콩쿠르에서 열다섯의 나이로 최연소 우승을 거머쥐었다. 2022년 윤이상 국제 음악 콩쿠르 결선에서는 윤이상의 ‘첼로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협주곡’을 연주해 우승을 차지했다. 2022년 도이치 그라모폰의 ‘라이징 스타’에 첼리스트로서 유일하게 선정되기도 했다. KBS교향악단은 올해 첫 정기 연주회에서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의 ‘교향곡 제25번’과 쇼스타코비치의 ‘첼로 협주곡 제1번’ 그리고 버르토크 벨러의 ‘오케스트라를 위한 협주곡’ 등 세 곡을 선보인다. 모차르트 교향곡 제25번은 영화 ‘아마데우스’의 오프닝 음악으로도 삽입돼 널리 알려진 작품이다. 역동적이고 강렬한 곡으로 새해를 힘차게 열어젖힌다는 포부다. 한재민은 쇼스타코비치 첼로 협주곡 제1번 연주에서 협연에 나선다. 올해는 쇼스타코비치의 서거 50주년이기도 한데, 이 음악은 쇼스타코비치가 50대에 만든 작품이다. 젊은 연주자인 한재민이 여기에 어떻게 생기를 불어넣을지 관심이 쏠린다. 버르토크의 오케스트라를 위한 협주곡은 헝가리의 민속음악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인발의 지휘가 작품의 독창성을 어떻게 끌어낼지 기대된다.
  • “완벽주의자 라벨의 색 살리려… 소리 질감·분위기에 집중”

    “완벽주의자 라벨의 색 살리려… 소리 질감·분위기에 집중”

    탄생 150주년 기념해 전곡 연주드뷔시와 차별점 보여주려 노력 美·유럽 이어 6월 한국 리사이틀“관객과 음악 공유하며 행복 느껴” “‘좋아진다’는 것의 정의가 뭘까요. 항상 노력하는 건 분명해요. 어떻게 해야 작곡가의 의도를 더 잘 살릴 수 있을까, 작곡가는 왜 이렇게 썼을까, 음악에는 정답이 없기에 저 나름의 정답을 무대 위에서 연주해요. 하지만 그것 역시 정답이 아닐 테죠.” 피아니스트 조성진(31)이 2015년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한국인 첫 우승을 차지한 지 10년이 지났다. 10년이 지나면 강산이 변하듯 연주자도 변하기에 누군가는 그에게서 ‘성장’을 엿본다. “과거보다 연주가 더 좋아진 것 같다”는 말에 조성진은 다소 까탈스럽게 예술가의 겸손을 이야기했다. 독일 베를린에 거주하며 베를린 필하모닉 상주 음악가로 활동하고 있는 조성진은 20일 국내 취재진과 화상 인터뷰를 했다. 올해 탄생 150주년을 맞은 프랑스 작곡가 모리스 라벨(1875~1937) 피아노 독주 전곡 및 협주곡의 두 개 앨범 발매를 기념해 마련됐다. ‘라벨: 피아노 독주 전곡집’은 지난 17일 공개됐고 피아노 협주곡이 수록된 두 번째 앨범은 다음달 21일 발표된다. 전체 트랙이 담긴 ‘디럭스 에디션’은 오는 4월 11일 선보인다. 조성진이 한 작곡가의 전곡을 연주하거나 녹음한 경우는 라벨이 처음이다. “처음에는 드뷔시와 라벨을 혼동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둘이 무엇이 다른지 보여 주고 싶었어요. 라벨은 드뷔시보다 지적이고 훨씬 더 완벽주의자였던 것 같아요. 자신이 뭘 원했는지 분명히 알았죠.” 프랑스 파리에서 유학하며 파리 국립고등음악원을 졸업한 조성진은 라벨을 비롯한 프랑스 작곡가의 작품과 줄곧 가까웠다. 독창적이면서도 매우 정교한 작품을 남긴 라벨에 대해 조성진은 “해석의 여지가 많지 않은 작곡가”라고 평했다. 그렇다면 라벨은 그저 악보대로 또박또박 치는 것이 정답일까. ‘우리 시대 최고의 라벨 해석가’라는 찬사를 받는 조성진은 어디서 승부수를 띄워야 할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 그는 “라벨의 곡을 해석할 땐 컬러(색채)가 중요하다”며 “소리의 질감과 분위기 같은 것에 집중했다”고 전했다. 앨범 발매와 함께 조성진은 올해 미국·유럽 등지에서 라벨의 작품을 무대에 올린다. 오는 6월에는 한국에서 리사이틀도 준비하고 있다. 특히 기대되는 것은 ‘절친’으로 알려진 음악가 김선욱이 지휘하는 경기필하모닉과의 12월 협연이다. 내년에는 친분이 있는 음악가와 함께 실내악 투어에도 나선다. 정확히 누구인지는 아직 밝힐 수 없단다. 해외 최정상급 오케스트라의 ‘러브콜’도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조성진은 “정말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음악을 만들 때 가장 행복한 것 같다”고 말했다. “피아니스트가 행복한 직업이라고 생각하는데, 그 이유는 레퍼토리가 끝도 없기 때문이에요. 위대한 작곡가의 작품을 연주하면서 천재들의 정신세계를 엿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경험이죠. 행운은 네잎클로버, 행복은 세잎클로버라는데 우리는 행운을 찾으려고 행복을 짓밟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가족과 친구의 건강 그리고 맛있는 걸 먹는 것, 또 저의 음악을 관객과 공유하는 것. 그런 데서 행복감을 느낍니다.”
  • “北 감성 가득…윤석열 동지 만세!” 이승환, ‘윤비어천가’ 헌정곡 비판

    “北 감성 가득…윤석열 동지 만세!” 이승환, ‘윤비어천가’ 헌정곡 비판

    ‘윤석열 대통령 헌정곡 합창’을 하는 등 대통령경호처 수뇌부의 ‘과잉 충성’ 사례가 속속 드러나고 있는 가운데, 가수 이승환이 이러한 상황을 비판하고 나섰다. 17일 이승환은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경호처의 ‘윤 대통령 헌정곡 합창’ 관련 내용을 단독 보도한 SBS의 뉴스 영상을 캡처해 올렸다. 앞서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23년 12월 경호처 창립기념일 행사를 했는데, 윤 대통령의 생일(12월 18일)과 비슷하다는 이유로 (윤 대통령) 생일파티로 둔갑시켰다는 제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경호 관련 유관기관을 모두 동원해 ‘윤석열 삼행시’ 선발대회, 경호처 합창 등을 했고, 해당 동영상은 현재 경호처가 소유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16일 SBS는 경호처가 윤 대통령 생일이었던 재작년 12월 18일 실제로 대통령실 강당에서 창설 60주년 기념행사를 열고, 윤 대통령을 찬양하는 헌정곡을 합창했다고 전했다. 또 경호처 직원들을 대상으로 ‘윤석열 삼행시 선발대회’도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보도에 따르면 당시 행사에서 경호처 직원들은 “84만 5280분 귀한 시간들 오로지 국민만 생각한 당신”이라는 가사의 노래를 불렀다. 여기서 ‘84만 5280분’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이날까지 587일이 지난 것을 의미한다. 이 노래는 유명 뮤지컬 ‘렌트’의 ‘시즌스 오브 러브’(Seasons Of Love)라는 노래를 개사한 것이다. 이어진 다음 노래는 가수 권진원의 ‘해피 버스데이 투 유’(Happy Birthday To You) 가사를 바꾼 것으로 “새로운 대한민국 위해서 하늘이 우리에게 보내주신 대통령이 태어나신 뜻깊은 오늘을 우리 모두가 축하해”라는 내용이 담겼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경호처는 대통령 헌정곡 제작에 참여한 음악가들에게 ‘비밀 유지 계약서’까지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행사는 당시 경호처장이던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주관하고, 기획관리실장이던 김성훈 경호처 차장(처장 직무대리)이 기획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이승환은 “북한 감성 가득하다, 경애하는 윤석열 동지의 위대한 영도력의 비결은 종 치고 북 치는 종북 타령에 있단 말이다”라며 “하늘이 우리에게 보내주신 윤석열 동지 만세, 만세!”라는 글을 올려 해당 사안을 비판하고 나섰다. 한편 윤 대통령은 지난 15일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체포됐으며, 서울구치소에 머무르고 있다. 윤 대통령이 머무르고 있는 대기실은 원룸 형태로 화장실과 TV 등 생활에 필요한 최소한의 시설이 갖춰져 있다. 면회가 되진 않고 변호인 접견은 가능하지만 이날 변호인단과 만남을 가졌는지는 파악되지 않았다.
  • 경호처 “하늘이 주신 대통령” 윤비어천가…헌정곡 합창

    경호처 “하늘이 주신 대통령” 윤비어천가…헌정곡 합창

    대통령경호처 수뇌부의 ‘과잉 충성’ 사례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특히 김건희 여사 라인으로 알려진 김성훈 경호처 차장(처장 직무대리)과 이광우 경호본부장이 윤 대통령 부부의 환심을 사기 위해 경호처 직원들을 동원했다는 의혹이 끊이지 않는다. 15일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23년 12월 경호처 창립기념일 행사를 했는데, 윤 대통령의 생일(12월 18일)과 비슷하다는 이유로 (윤 대통령) 생일파티로 둔갑시켰다는 제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경호 관련 유관기관을 모두 동원해 ‘윤석열 삼행시’ 선발대회, 경호처 합창 등을 했고, 해당 동영상은 현재 경호처가 소유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16일 SBS는 경호처가 윤 대통령 생일이었던 재작년 12월 18일 실제로 대통령실 강당에서 창설 60주년 기념행사를 열고, 윤 대통령을 찬양하는 헌정곡을 합창했다고 전했다. 또 경호처 직원들을 대상으로 ‘윤석열 삼행시 선발대회’도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보도에 따르면 당시 행사에서 경호처 직원들은 “84만 5280분 귀한 시간들 오로지 국민만 생각한 당신”이라는 가사의 노래를 불렀다. 여기서 ‘84만 5280분’은 2022년 5월 10일 윤 대통령 취임 이후 이날까지 587일이 지난 것을 의미한다. 이 노래는 유명 뮤지컬 ‘렌트’의 ‘시즌스 오브 러브’(Seasons Of Love)라는 노래를 개사한 것이었다. 이어진 다음 노래는 가수 권진원의 ‘해피 버스데이 투 유’(Happy Birthday To You) 가사를 바꾼 것으로 “새로운 대한민국 위해서 하늘이 우리에게 보내주신 대통령이 태어나신 뜻깊은 오늘을 우리 모두가 축하해”라는 내용이 담겼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경호처는 대통령 헌정곡 제작에 참여한 음악가들에게 ‘비밀 유지 계약서’까지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행사는 당시 경호처장이던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주관하고, 기획관리실장이던 김성훈 경호처 차장(처장 직무대리)이 기획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윤건영 의원은 지난 13일에도 경호처 직원들이 관저에서 키우는 반려견의 옷을 구입하는 등, 일부 수뇌부에 의해 윤 대통령 부부의 환심을 사기 위한 업무에 동원됐다고 주장한 바 있다.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한 윤 의원은 “관저에서 키우는 반려견들의 옷을 경호관들이 구입했다”고 말했다. 윤 의원은 김성훈 차장이 2023년 윤 대통령 부친상 관련 업무를 도맡으며 윤 대통령의 환심을 샀고, 경호처 직원들에 대한 이런 업무 지시도 김 차장을 통해 하달됐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성훈 차장이 지난해 윤 대통령 내외의 휴가에 동행해 노래방 기계를 설치하고 폭죽놀이를 벌였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또 지난해 9월 김 여사 생일 때는 트렁크에 축하 현수막과 풍선이 가득 실린 고급 의전용 차량인 벤츠 마이바흐를 한남동 관저로 보내는 깜짝 이벤트를 벌였다는 제보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 거장이 빚는 말러의 선율

    거장이 빚는 말러의 선율

    길고 긴 연주가 청중의 인내심을 시험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끝엔 달콤한 열매가 있을 것이다. 평안 혹은 해방. 그 열매의 이름을 무엇으로 짓든 그것은 관객의 자유다. 국내 최정상 오케스트라인 서울시립교향악단과 KBS교향악단이 한 달 간격으로 구스타프 말러(1860~1911)의 교향곡 2번 ‘부활’을 무대에 올린다. 서울시향이 먼저 출격한다. 16~17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야프 판즈베던의 지휘로 연주를 선보인다. KBS교향악단은 다음달 21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계관지휘자 정명훈과 함께 무대를 꾸린다. 말러의 곡은 난해하기로 정평이 나 있다. 연주 시간도 길어 클래식 초보가 쉽게 범접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그중에서 교향곡 2번은 말러의 생전 가장 사랑받았던 작품이다. 총 다섯 개의 악장으로 구성됐으며 완주까지 1시간 20분이 넘는다. ‘장송곡’으로도 불리는 1악장에서 시작된 음악은 죽음과 부활의 과정을 선율에 담아낸다. 그리고 삶과 죽음에 관한 철학적 질문을 던진다. 말러는 실제로 프로그램 노트에 “삶은 무엇이고 죽음은 무엇인가”, “우리의 삶은 살 만한 가치가 있는가” 등의 글을 적었다고 한다. 생전 말러는 무척 까탈스러운 음악가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만큼 치열하게 선율을 세공한 덕에 후대에는 ‘말러리안’으로 불리는 광적인 팬덤이 등장하기에 이른다. 독일 시인 프리드리히 클롭슈토크의 시 ‘부활’에서 영감을 받은 말러는 당대 유명 지휘자 한스 뷜로의 장례식에 참석한 뒤 이 곡을 완성한다. 빈 궁정오페라극장 지휘자 등을 역임하며 지휘자로 이름을 날리기도 했던 말러는 1894년 이 곡을 완성하고 이듬해 자신의 지휘로 초연했다. 하이라이트인 5악장은 무려 30분간 이어진다. “나는 살기 위해 죽으리라!”는 가사와 함께 폭발하는 성악이 매력적인 곡이다. 서울시향 공연에는 소프라노 하나엘리자베트 뮐러와 메조소프라노 태머라 멈퍼드가 목소리를 더한다. KBS교향악단 공연에서는 소프라노 황수미, 메조소프라노 이단비가 노래한다. 올해 말러의 전율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향과 KBS교향악단은 교향곡 2번 외 다른 작품도 무대에 올릴 예정이라서다. 지난해부터 말러 교향곡 전곡 녹음 프로젝트를 이어 오고 있는 서울시향은 다음달 20~21일 롯데콘서트홀에서 말러 교향곡 7번을, KBS교향악단은 3월 3일 같은 무대에서 여는 한일 수교 60주년 기념 연주회에서 도쿄 필하모닉과 합동으로 교향곡 1번 ‘거인’을 준비하고 있다.
  • 2년만에 재개되는 제주들불축제… 불놓기 대신 ‘빛의 축제’ 확정

    2년만에 재개되는 제주들불축제… 불놓기 대신 ‘빛의 축제’ 확정

    말 많고 탈 많았던 제주들불축제가 오름 불놓기 대신 미디어파사드, 빛, 조명, 불꽃 등 디지털 연출기술을 활용한 불놓기로 새로운 시도를 한다. 제주시는 오는 3월 14일부터 16일까지 애월읍 새별오름 일대에서 2025 제주들불축제 ‘우리, 희망을 피우다’라는 주제로 개최된다고 13일 밝혔다. 산불위험·환경보호와 관련 논란이 일었던 기존 ‘오름 불놓기’는 사라진다. 대신 제주 목축문화와 방애를 상징하는 ‘불’을 테마로 횃불대행진, 달집태우기 등 축제 전통을 유지하고, 미디어아트와 아티스트들의 연주를 더해 ‘위로와 희망, 감동’을 도민과 관광객들에게 전달한다. 특히 세계적인 음악가 양방언을 포함한 아티스트들의 퍼포먼스와 함께 미디어파사드, 빛, 조명, 불꽃 등으로 디지털 연출기술을 활용한 불놓기를 조화롭게 연출하는 등 새로운 시도를 통해 제주들불축제만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방문객들에게 환희와 희망을 안길 예정이다. 희망이 지속하기를 바라면서 ‘희망, 잇다’를 주제로 청소년가요제, 새희망 묘목 나눠주기, 들불큰장(특산물할인프로그램)도 선보인다. 1000여 명이 참여하는 읍면동 풍물패의 공연과 시민들이 직접 희망의 불씨를 전달하는 퍼포먼스가 결합해 ‘희망을 피우는 공연’도 펼쳐진다. 불꽃쇼 연출과 관련해서는 친환경 불꽃 등을 축제 운영에 필요한 부분에만 최소한으로 투입하고, 관련 법령을 준수하여 운영할 계획이다. 지난 축제 때 메인행사 진행을 위해 통제됐던 새별오름이 올해에는 축제 기간 내내 자유로운 등반이 가능하게 된다. 이에 맞춰 오름 이색 등반프로그램으로 자연의 소리와 함께하는 ‘사운드스케이프’, 저녁시간 이후 ‘선셋트레킹’, ‘나이트트레킹’을 선보일 예정이다. 제주의 전통을 알리는 취지로 ‘제주 민속놀이 전국대회’를 신설해 전국에서 온 축제방문객들이 제주민속놀이를 직접 다양하게 체험하는 기회를 제공할 예정이다. 기존 축제에서 반응이 좋았던 밭담(잣성)쌓기 등 제주의 고유 콘텐츠를 활용한 다양한 체험프로그램들을 함께 선보일 예정이다. 이와 함께 시대의 변화에 맞춰 축제장 내외에서 기후․환경에 대한 미션을 해결하면 기념품을 제공하는 탄소중립스탬프랠리, 환경정책에 대한 퀴즈쇼 등을 도입 축제 방문객들의 환경에 대한 인식을 다지면서 재활용품 활용, 업사이클링프로그램, 지류형 홍보물 자제 등 환경을 생각한 축제를 운영할 계획이다. 김완근 제주시장은 “제주의 정체성과 생태 가치를 지키고, 시민참여 축제로 만들어 나가기 위한 첫 걸음을 내딛기 위해 전 부서가 협력해 축제의 완성도를 높여나가겠다”며 “2025년 제주들불축제는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는 첫해인 만큼 제주를 대표하는 희망과 화합의 장이 될 수 있도록 도민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 새로운 시작… 당신이 계신 그곳은 안녕하신가요[박상준의 여행 서간(書簡)]

    새로운 시작… 당신이 계신 그곳은 안녕하신가요[박상준의 여행 서간(書簡)]

    여보, 나의 마누라, 나의 애인윤이상 1956~1961년 유학 시절아내에게 쓴 편지 책으로 묶어기념관 옆에 지은 ‘베를린하우스’서재·응접실 등 그대로 옮겨 놔예술가 사랑의 편지 가득한 통영백석 ‘남행시초2’ 유치환 ‘행복’ 등 곳곳에 연심 담은 시비 찾는 재미 ‘쓰는마음’ 들러 차분히 편지 쓰고박경리기념관서 바다 풍경 만끽서울신문은 10일부터 3주에 한 번 ‘박상준의 여행 서간(書簡): 편지를 찾아서’를 연재합니다. 편지 속 사연, 편지 쓰기 좋은 공간 등을 찾아 떠나고 여행지에서 쓴 편지 형식으로 배달됩니다. 편지는 마음을 담는 여정입니다. 서울신문은 앞으로 다양한 여행지에서 독자 여러분의 안부를 물을 예정입니다. 12월이 가고 1월에 다다랐습니다. 12월이 끝이 아닌 건 1월로 순환하는 까닭일 겁니다. 그러니 1월은 다행한 달입니다. 당신이 계신 그곳은 안녕하신가요? 저는 지금 경남 통영 윤이상기념관 1층 카페 에스파체(Espace)에 있습니다. 통영은 겨울이 따뜻합니다. 남쪽 바다는 변함없이 짙고 푸르러 설렙니다. 금세라도 윤이상(1917~1995)이 작곡한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공간I’(Espace I for Cello and Piano)이 울려 퍼질 것 같은 이곳에서 새해의 안부를 여쭙습니다. ●‘여보’로 시작하는 러브레터 카페 에스파체 창밖으로는 1월의 겨울이 보입니다. 야외 경사광장에는 겨울나무 세 그루가 앙상한 가지를 드러낸 채이지요. 흙빛을 닮아 버린 잔디는 겨울잠을 잡니다. 그 한편에 윤이상의 생가터 비가 있겠지요. 윤이상이 영혼의 반려자, 이수자씨와 결혼한 때도 1월이었습니다. ‘통영의 러브레터’ 하면 모두들 청마 유치환의 시 ‘행복’을 떠올릴 테지만 저는 윤이상이 유학 시절(1956~1961) 아내에게 쓴 편지가 생각납니다. ‘여보, 나의 마누라, 나의 애인’(남해의봄날)은 그가 아내에게 쓴 수백의 러브레터 가운데 80여통을 묶은 책이지요. 참말로 그의 모든 편지는 ‘여보’로 시작하더군요. 여보는 ‘여기 보오’의 줄임말이라지만 그가 부르는 여보는 ‘보배와 같다’(如寶)에 가까워 보입니다. 그리고 ‘여보’만큼이나 자주 쓴 살가운 표현이 ‘알뜰’이더군요. 1957년 1월 프랑스 파리에서, 한참 지난 1961년 독일 베를린에서 쓴 1월의 편지에도 떨어져 있지만 같이 있는 날들, 윤이상은 그 충실한 하루를 ‘알뜰’이라고 표현했습니다. ‘당신을 알뜰히 생각하고 하루를 보내야지’라거나 ‘여보, 나의 알뜰한 마누라(편지를 늦게 보내고 애를 먹여서 덜 알뜰하지만-그래도 나의 예쁘고 못나고 미웁고 귀여운) 나의 마누라’라니요. 이 사실이 좀체 믿기지 않는 건 1917년생이라서가 아니라 그의 장엄한 음악 세계 때문일 겁니다. ‘세계 음악사의 행운’이라 불리는 음악의 거장 역시 악보 대신 아내를 향해 펜을 들 때면 그저 한 사람의 사랑꾼일 뿐이었더군요. 그것은 그에게 ‘작품을 써서 유명하게 되는 것에 지지 않을 만치 중요하고 아름다운 것’이었을 테고요. ●윤이상의 부치지 못한 편지 에스파체에서 몸을 녹인 후 계단을 따라 2층 윤이상기념관으로 걸음을 옮깁니다. 그의 친필 메모가 먼저 눈에 띕니다. ‘나는 고향을 떠난 지 30여년... 꿈에도 잊지 않는 나의 고향에 아직도 갈 수가 없다.’ 그의 또 다른 사랑은 고향 통영이라지요. 윤이상은 1967년 ‘동베를린 사건’(동백림 사건)에 연루돼 간첩 누명을 쓰고 2년간 복역합니다. 그리고 1971년 독일로 귀화한 후 1995년 베를린에서 숨을 거둘 때까지 고향 땅을 밟지 못했지요. 또 한편에는 그가 옥중에서 아내와 주고받은 편지글이 적혀 있습니다. ‘조각달과 단풍’만으로 내 땅을 무한히 사랑할 수 있다는 남편과 기쁨보다 슬픔이 큰 나날 속에도 ‘희망의 싹’을 믿는 아내의 마음이 오갑니다. 기념관을 관람하는 내내 귓가에는 윤이상의 곡들이 따라다닙니다. ‘20세기 중요한 작곡가 56인’, ‘유럽의 현존하는 5대 작곡가’ 등 서양에서 무수한 찬사를 받은 그 음악의 비밀을 우리는 어렵잖게 알아챌 수 있습니다. 서양의 문법 속에서 거문고, 아쟁 같은 우리 악기의 소리가 들리는 듯하지요. 그는 스스로의 음악을 ‘정의를 향한 절규, 아름다움에의 호소’로 표현했지만 그 음악들은 고향 땅을 향해 띄운 부치지 못한 편지 같아 때로는 차갑게, 때로는 절절하게 듣는 이의 마음을 울립니다. 저는 그가 분신처럼 아낀 첼로 앞에서 그를 마주한 듯 제법 오래 멈춰 섭니다. 새해에 찾은 첫 희망의 증표, 지금 이 순간의 울림을 당신에게 전할 수 있다면 좋겠네요. 기념관 옆에는 이국적인 디자인의 집이 있습니다. 윤이상의 베를린 집을 축소해 지은 베를린하우스입니다. 2층은 그의 서재와 응접실을 재현했어요. 그가 쓰던 피아노와 대금, 아버지가 누이의 결혼 예물로 만든 장롱 등 시공을 옮겨 놓은 듯합니다. 저는 햇살이 스미는 서재 책상 앞에서 또 오래 머뭅니다. 39년 동안 117편의 곡이 쓰였던 자리에는 오선지와 펜 한 자루가 단정하게 놓여 있습니다. 그는 이 책상에서 무엇을 쓰고 무엇을 남기고 싶었을까요. 어느 날은 ‘여보’ 하는 호칭으로 아내에게 편지를 쓰기도 했을 테지요. 옆자리 선반에는 편지와 관련한 작은 물건 하나가 눈길을 끄네요. 메트로놈처럼 보이는 그것은 저울입니다. 가난한 유학생 윤이상은 습자지처럼 가벼운 종이를 사용해 편지를 썼다고 해요. 국제우편 비용을 아끼려 편지를 띄우기 전에는 무게를 재곤 했다지요. 하지만 면면을 가득 채워 빼곡하게 들어찬 글자들, 가늠할 수 없는 사랑의 무게를 무심한 저울이 어찌 알 수 있었을까요. 그러고 보니 이 작은 공간 안에 음악 아닌 것은 온통 그리움입니다. 고향 통영에 대한 그리움이고 아내에 대한 그리움입니다. 그에게 음악은 어쩌면 음표로 쓰인, 먼 땅 통영의 바다로 띄운 그리움일지 모르겠습니다. 그의 유해는 이제 그토록 그리워하던 고향의 바다를 내려다보며 통영국제음악당 곁에 잠들어 있습니다. 얼마나 다행한 일인지요. ●충렬사 계단에서 쓴 연시 윤이상의 그리움을 뒤로하고 만복아파트 정류장 앞에서 버스를 기다립니다. 정류장 앞 세탁소에는 백석의 시 ‘남행시초2’가 붙어 있습니다. 문화와 예술의 도시 통영답다 싶습니다. ‘남행시초’는 백석이 창원, 통영, 고성, 삼천포 등을 여행하고 쓴 시입니다. 통영 편인 ‘남행시초2’에는 ‘서병직씨에게’라는 부제가 붙었습니다. 백석은 친구 허준의 결혼 축하 모임으로 통영에 왔다가 한 여인에게 반하지요. 그녀를 만나기 위해 다시 통영을 찾지만 그를 맞이하고 통영을 구경시켜 준 이는 그녀의 외사촌 오빠 서병직이었어요. 그러니 ‘남행시초2’는 아쉽고 고마운 마음을 담아 시로 쓴 편지라 할 수 있겠지요. 백석은 자신의 작품 안에서 여러 차례 그녀를 그리워하고 고백해요. ‘편지’라는 수필에서는 ‘남쪽 바닷가 어떤 낡은 항구의 처녀 하나를 나는 좋아하였습니다’라고, ‘통영2’에서는 ‘옛 장수 모신 낡은 사당의 돌층계’에 앉아 그녀가 사는 명정골을 바라보며 시를 지었습니다. 이순신 장군을 기리는 충렬사 앞에 백석의 시비가 있는 건 그런 까닭이겠지요. 그거 아시나요? 통영은 사랑의 편지로 가득한 도시입니다. 윤이상과 백석뿐일까요. 유치환을 빠뜨릴 수는 없겠네요. 그는 시인 이영도에게 무수한 연서를 보냈지요. 그가 편지를 부친 통영중앙동우체국 앞에는 ‘오늘도 나는 에메랄드빛 하늘이 환히 내다뵈는 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던 ‘행복’의 시비가 있어요. 시인이 편지를 쓰는, 음악가가 편지를 짓는 마음은 무엇일까요. 통영의 글쓰기 공간 ‘쓰는마음’의 장혜원 대표는 편지를 여행에 비유합니다. 편지가 메일과 다른 점은 그 자신이 ‘여행’을 통해 전달되기 때문이겠지요. 윤이상이 아내에게 보낸 편지는 차를 타고 배와 비행기를 타고 통영에 다다랐을 테지요. 백석의 편지는 사랑하는 이에게 끝내 닿지 못한 채 그의 마음속을 여행했을 것이고요. 그 발자국이 음표가 되고 시어가 되었겠죠. 그러므로 마침내 우리는 그 편지를 빌려 호우시절의 그들과 만날 수 있게 된 것일 테죠. ●타자기와 딥펜과 만년필을 빌려 통영에 오면 봉숫골 ‘남해의봄날’ 출판사에서 운영하는 작은 서점 ‘봄날의책방’에 들르곤 합니다. 통영이 건네는 편지 같아서요. 장 대표는 ‘남해의봄날’에서 편집자로 십여 년간 일했습니다. 순천 할머니들의 그림일기 ‘우리가 글을 몰랐지 인생을 몰랐나’(권정자 외)를 만든 편집자이기도 해요. 그런 울림이 쓰는 마음의 출발이고 편집자는 그 마음을 다독이는 이일 겁니다. 그래서 ‘쓰는마음’은 통영의 마지막 여행지로 점찍어 둔 곳이에요. 예약하면 1시간 30분 동안 나만의 책상과 쓰는마음 편지지, 편지봉투와 엽서그리고 따뜻한 음료가 주어져요. 책상에 앉아서는 그리운 이에게 편지를 쓰거나, 또 누군가는 책과 더불어 사색의 시간을 보내기도 하겠죠. 그때 사색은 내 마음에 쓰는 편지일 수 있겠네요. 맞아요. 장 대표가 찾은 쓰는 마음의 물성은 책상에 있어요. 모든 작가들의 첫걸음 자리. 이를 소설가의 책상, 시인의 책상 그리고 음악가의 책상으로 꾸렸어요. 소설가의 책상은 박경리의 책상을 모티브로 했답니다. 책상 위에는 타자기 두 대가 놓여 있어요. 사랑하는 이와 마주 앉아 타닥타닥 말들을 주고받고 싶어지는 자리예요. 시인의 책상은 유치환, 김춘수, 김상옥, 그리고 백석 등의 시 쓰는 마음을 빌려 왔어요. 책상 위에 놓인 딥펜(철필, 잉크에 찍어 사용하는 펜)과 만년필은 시심을 북돋아 주는 응원 도구죠. 음악가의 책상에는 낯익은 책 한 권이 보여요. 윤이상의 ‘여보, 나의 마누라, 나의 애인’입니다. 장 대표는 이 책의 편집자 중 한 사람이기도 했어요. 그러니 그에게 쓰는 마음이란 세계적인 작곡가의 편지나 이제 갓 글을 배운 할머니의 그림일기가 다르지 않았겠지요. 그는 누군가의 글을 귀하게 어루만져 본 이라서 누구보다도 쓰는 마음을 잘 알고 있어요. 편지를 쓰는 첫걸음은 가만히 눈을 감아 보는 것, 세상 만물의 소리에 살며시 귀를 기울여 보는 것, 그때 들려오는 새소리와 바람 소리가 편지의 첫 문장이 돼 줄 거라 말해요. 오늘 내가 이곳에서 당신에게 편지를 쓴다면 그건 아마도 쓰는마음의 주인장이 정성껏 내린 찻물이 찻잔을 부딪쳐 울리는 소리가 아니었을까 해요. 장 대표가 때때로 예약자들을 마중하는 손 편지의 온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해요. 쓰는마음이 세세하게 마음을 쓰는 방법이지요. ●다정을 ‘쓰는 마음’ ‘달빛이 스며드는 차가운 밤에는/ 이 세상의 끝의 끝으로 온 것같이/ 무섭기도 했지만/ 책상 하나 원고지, 펜 하나가/ 나를 지탱해 주었고’ ‘쓰는마음’을 나서기 전, 그 마음 가운데 하나려니 하며 누군가 원고지에 필사한 글 한 편을 맘에 담아요. 박경리의 시 ‘옛날의 그 집’의 일부입니다. ‘쓰는마음’에서는 박경리기념관이 멀지 않아요. 살며시 등을 떠미네요. 그러니 박경리의 묘가 있는, 바다가 보이는 기념관으로 기어이 다음 걸음을 옮길 수밖에요. 오늘만은 잠시 편지 쓰는 음악가와 시인의 마음을 따를 수밖에요. 오늘만은 ‘친애하는’으로 시작하는 정중한 표현 대신 ‘여보’ 하는, 당연해서 잊혀 가는 다정함으로 편지를 건넬 수밖에요. 그렇게 우리는 편지글을 빌려 마음 쓰는 방법을 배워 나갈 수 있겠지요. 새해, 우리의 안녕을 바라요. [여행 수첩] ●윤이상기념관 -오전 9시~오후 6시(화~일요일), 월요일 휴관, 베를린하우스는 일·월요일 휴관 ●쓰는마음 -정오~오후 4시(수-금요일, 예약제), 오전10시~오후 5시(토요일), 오전10시~오후3시(일요일), 월·화요일 휴관, www.instagram.com/from.tongyeong.
  • 금호아트홀 첫 실내악단 상주음악가 ‘아레테 콰르텟’의 포부

    금호아트홀 첫 실내악단 상주음악가 ‘아레테 콰르텟’의 포부

    금호아트홀이 올해 상주음악가로 선정한 실내악단 ‘아레테 콰르텟’이 ‘공명’을 주제로 한 네 차례의 연주로 관객과 만난다. 2013년 관련 제도를 도입한 금호아트홀이 솔리스트가 아닌 실내악단을 상주음악가로 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제1바이올린 전채안(28), 제2바이올린 박은중(24), 비올라 장윤선(30) 첼로 박성현(32)으로 이뤄진 아레테 콰르텟은 2019년 결성한 뒤 2020년 금호영체임버콘서트로 데뷔했다. 2021년 프라하 봄 국제 음악 콩쿠르 우승, 2023년 모차르트 국제 콩쿠르에 이어 지난해 리옹 국제 실내악 콩쿠르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팀명 ‘아레테’(arete)는 그리스어로 ‘탁월함’을 뜻한다. 아레테 콰르텟은 오는 9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금호아트홀에서 ‘신년음악회: Arete’로 처음 공연을 펼친다. 현악 사중주의 기틀을 잡았다고 평가되는 하이든의 ‘십자가 위 예수의 마지막 일곱 말씀’을 연주한다. 이어 5월 29일에는 하이든, 모차르트, 브람스, 비트만 등으로 꾸려진 공연 ‘감각’, 9월 4일에는 쇼스타코비치와 라벨, 버르토크로 구성된 ‘필연’을 선보인 뒤 11월 13일에는 베토벤과 슈베르트의 작품을 엮은 ‘라스트 워드’(Last Word)로 올해 공연을 마무리한다. 선곡을 비롯한 연주 작품의 구성은 아레테 콰르텟 멤버들이 직접 꾸린 것이다. 금호아트홀은 2013년 상주음악가 제도를 도입한 국내 최초 공연장이다. 미래가 유망한 차세대 클래식 스타들을 발굴하고 육성하는 것을 목표로 운영됐다. 피아니스트 김다솔, 선우예권 바이올리니스트 박혜윤, 조진주, 첼리스트 문태국 등이 금호아트홀 상주음악가를 거쳤다. 이날 금호아트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첼리스트 박성현은 “한국의 클래식 음악 시장이 크지 않은 가운데 그 안에서도 솔리스트에게 관심이 치중되고 있는 것 같다”면서 “솔리스트가 아닌 ‘팀’으로서 들려줄 수 있는 음악이 다양하고 신선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 음악으로 한층 짙어지는 여운…쇼팽의 찬란한 ‘블루노트’

    음악으로 한층 짙어지는 여운…쇼팽의 찬란한 ‘블루노트’

    한때의 감정이 치열하게 교차하고 나면 오선지 위에 그려지는 음표들. 그렇게 써 내려간 낭만적인 선율이 작은 공연장을 채우고 있노라면 설명할 수 없는 진동이 몸과 영혼을 감싼다. 저마다 흔적은 달랐으되 누구나 느껴봤을 법한 감정을 깊이 마주하고 나면 여운이 더욱 짙게 남는다. 5일 공연을 끝으로 막을 내린 ‘쇼팽, 블루노트’는 음악이 연극의 감동을, 연극이 음악의 감정을 완성하는 독특한 장르의 작품이다. ‘피아노의 시인’이라 불린 쇼팽의 삶과 음악을 조명한 ‘쇼팽, 블루노트’는 클래식 음악가를 주제로 한 공연 ‘산울림 편지콘서트’ 시리즈의 10번째 작품으로 2023년 초연했고 이번에 재연을 마쳤다. 작품은 1830년 오스트리아 빈, 1836년 프랑스 파리, 1838년 스페인 마요르카, 1839~1843년 프랑스 노앙을 오가며 쇼팽의 삶을 조명한다. 쇼팽의 연인이자 소설가였던 조르주 상드가 등장해 그의 생애를 설명하고 함께했던 시간을 보여준다. 러닝타임이 95분으로 길지 않은 작품인 데다 중간중간 피아니스트의 연주가 곁들여져 연극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많지 않다. 대신 쇼팽이 음악을 완성했던 시간을 집약해 보여줌으로써 그가 쓴 곡과 곡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알차게 전한다. 쇼팽의 음악을 잘 모르는 관객에게는 쇼팽의 입문서로, 잘 아는 관객에게는 보다 풍성히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작품이다. 제목인 ‘블루노트’는 쇼팽의 음악을 감상한 상드가 남겼던 말에서 따왔다. 극 중 상드는 쇼팽의 음악을 들으면 푸른색이 떠오른다는 말과 함께 ‘블루노트’라는 이름을 붙인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상드는 단순히 주인공의 연인이 아닌 보다 적극적으로 쇼팽의 삶에 영향을 끼친 예술가로서 그려진다. 사랑했던 격렬한 시간을 거쳐 결국 갈등을 겪게 되지만 그럼에도 남았던 위대한 예술은 두 사람의 관계가 얼마나 특별했는지 보여준다. 지금은 음악으로만 감상하기에 우리가 알 수 없는 쇼팽의 당시 감정선을 선명히 드러내면서 작품은 몰입감을 이끌어낸다. 이 감정선은 소박한 공연장을 꽉 채우는 라이브 연주를 통해 더욱 극적으로 완성된다. 쿠프카 피오트르와 히로타 슌지가 들려주는 쇼팽의 9곡은 마음의 여운을 더 황홀하게 물들이는 장치다. 한창 잘 나갈 때는 물론 고통 속에 소멸해가던 쇼팽의 모습이 음악과 함께 전해옴으로써 독특한 경험을 하게 된다. 피아노 한 대 달랑 있을 뿐이지만 쇼팽이기에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쇼팽이라 감히 가능한 이야기가 완성됐다. 작은 극장이라 배우들의 숨소리, 미세한 떨림, 작은 표정 변화까지 가까이서 포착할 수 있는 것도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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