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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개토대왕이 중국인이라고?/서갑수·최광식교수등 22명

    중국은 이미 오래 전에 발해를 자기 나라의 역사로 규정했다.그러나 고구려에 대해선 달랐다.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고구려사에 대한 중국의 입장은 ‘일사양용(一史兩用)’이란 것이었다.같은 고구려 역사를 두 가지로 사용한다는 뜻으로,고구려사가 중국사도 될 수 있고 한국사도 될 수 있다는 것이다.곧,서기 427년 국내성에서 평양성으로 천도하기 전까지의 고구려사는 중국의 역사이고,평양 천도 이후는 한국사라는 얘기다.이것이 최소한 2002년 ‘동북공정’이 시작되기 전까지 중국의 고구려사 인식이었다.그러나 동북공정의 출범과 함께 중국의 입장은 ‘고구려사는 모두 중국사’란 쪽으로 바뀌었다.중국의 주장대로 고구려사가 중국사의 일부라면 고조선과 발해까지도 한국사에서 제외돼 우리 역사는 시간적으로 2000년,지역적으론 한강 이남으로 줄어든다. 고구려연구재단 이사인 서길수(서경대)·최광식(고려대) 교수 등 22명의 전문가가 집필한 ‘광개토대왕이 중국인이라고?’(중앙일보시사미디어 펴냄)는 동북공정으로 상징되는 한·중 역사전쟁의 전말을 체계적으로 다룬 첫 책이다.저자들은 먼저 중국이 사회과학원 산하 ‘변강사지연구중심’을 통해 진행하고 있는 동북공정의 실체부터 살핀다.동북공정의 기간은 5년으로,연구비는 관련 유적 정비를 위한 집단이주 비용까지 합하면 무려 3조원에 이른다. ●‘동북공정’은 치밀한 정치적 프로젝트 중국은 동북공정을 단순한 학술 프로젝트라고 강변하지만 그 예산규모만 봐도 중앙 정부 차원에서 추진하는 정치적 공정임을 금방 알 수 있다.그런 점에서 동북공정은 일본의 역사왜곡보다 더 심각한 사건이다. 이 책은 특히 중국 사회과학원이 펴낸 동북공정 2차 보고서격인 ‘고대중국고구려역사속론’의 ‘음모적’ 내용을 소상히 밝혀 관심을 끈다.동북공정의 실무 책임자인 마대정(66) 등이 작성한 이 책자엔 남북한 학계의 고구려사 연구실태와 문제점,동북공정의 구체적 추진 방향 등이 제시돼 있다. 보고서는 남북한 학계의 고구려사 연구자들이 일본 제국주의 어용학자들의 영향을 받아 고구려 역사가 중국사에 속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고 비난한다.남북한 학계의 고구려사 연구를 ‘동류합오(同流合汚)’,즉 더러운 것들이 모여 함께 흐른다는 식으로 간단히 봐 넘겨선 안된다는 도발적인 글귀도 눈에 띈다. 책자엔 중국측의 고구려 유물에 대한 지적소유권 요구 계획도 실려 있어 동북공정의 치밀함을 엿보게 한다.앞으로 고구려와 관련된 남북한의 출판물이나 전람회에서 전시되는 고구려 유물·유적에 대해 지적소유권에 따라 배상을 요구하겠다는 게 그 요지다. ●여섯개 쟁점 일목요연 정리 책은 중국의 주장과 우리의 반박논리를 여섯 개의 쟁점으로 정리해 일반의 이해를 돕는다.책에 따르면 고구려가 중국 땅에 세워졌다는 주장은 영토패권주의일 뿐이며,고구려는 중국의 지방정권이 아니라 명백한 독자 국가다.또 고구려 민족이 중국 고대의 한 민족이라는 것은 중화주의적 민족관에 불과하며,수·당과 고구려의 전쟁은 중국 국내 전쟁이 아니라 동아시아의 세계대전이다.왕씨 고려가 고구려를 계승한 국가가 아니라는 주장에 대해선, 고려가 고구려를 이어받은 사실은 중국의 정사인 송사(宋史)도 인정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한반도 북부(북한)지역이 중국의 역사라는 주장은 왜 허구일까.저자들은 현재의 중국 국경선 자체가 만주족의 정복왕조인 청나라가 개척한 것으로,만주족의 역사 또한 한족 중심의 중국사에 편입될 수 없다고 반박한다. ‘위기의 한국사’를 어떻게 할 것인가.전문가들은 고구려 문제 해결엔 무엇보다 남북공조가 긴요하다고 말한다.예컨대 북한이 유네스코에 신청한 고구려 고분군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될 수 있도록 기술지원 등을 해주는 것도 바람직한 일이라는 것이다.1만 3000원. 김종면기자 jmkim@˝
  • 내가 그녀를 죽였다고?-‘아웃오브타임’

    12일 개봉하는 ‘아웃 오브 타임(Out of Time)’은 반전과 음모를 적당하게 버무린 전형적인 스릴러.음모에 휘말린 주인공이 시시각각 다가오는 위험을 아슬아슬하게 탈출하는 과정을 적당한 반전 속에 담아 긴박감도 맛볼 수 있다. 무대는 플로리다 해변 마을.보안관 매트(덴젤 워싱턴)는 내연의 관계인 앤(산나 라단)이 암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동정과 연정이 겹치면서 이성이 마비된 그는 사무실에 보관하던 범인들의 압수금을 몰래 꺼내 그녀에게 건네준 뒤 함께 스위스로 건너가 특수치료를 받을 계획을 세운다. 그러나 앤의 집에 불이 나고 앤과 남편이 죽으면서 매트는 사건의 용의자로 몰릴 위기에 처한다.방화 직전 초조한 상태에서 앤의 집을 찾은 자신을 목격한 이웃집 할머니,앤과의 통화 내역,앤이 가입한 보험의 수익자로 지정된 것 등 모든 정황이 자신에게 불리한 상태다.더구나 수사를 책임진 강력반 형사는 이혼 소송을 준비 중인 아내 알렉스(에바 멘데스)여서 혼자 음모를 밝혀야 하기에 덫에서 벗어나는 길은 더 험난하다. 아내와 함께 수사를 하던 매트가 이상한 낌새를 느끼면서 영화의 흡입력은 늘어난다.칼 프랭클린 감독은 치밀한 구성으로 주인공을 ‘덫’에 가둔 뒤 그가 탈출하는 과정을 섬세하게 묘사한다. 그러나 영화는 그런 지나치게 말끔한 구성이 오히려 애초의 의도를 가로막고 자연스러운 몰입을 깨뜨린다.매트가 자신에게 불리한 증거를 없애가는 아슬아슬한 장면을 많이 배치한 것이나 너무 잦은 우연은 거북하다.또 반전 구도가 너무 틀에 박혀 결말이 빤히 보이는 것도 긴박감을 떨어뜨린다.게다가 마지막에 아내와의 화해 등 모든 것이 너무 쉽게 풀려서 싱겁다 못해 허탈해진다. 하지만 아카데미상을 두번이나 움켜쥔 덴젤 워싱턴의 연기는 여전히 돋보인다.위험에 빠진 캐릭터의 다양한 심리 상태를 실감나게 표현한다.영화 전체를 거의 혼자 끌고가다시피 하면서 연신 시선을 빨아들인다. 이종수기자˝
  • [3·1절 기획] ‘한인사회당 참고자료’ 발굴 의미

    새로 발굴된 ‘한인사회당 참고자료’는 ‘죽음의 시대’를 살아남은 한 늙은 독립운동가의 비망록이자 러시아 내전기 재러 한인들의 투쟁사가 담긴 역사 기록물이다. 이 자료에는 1917년부터 1922년까지 만주와 연해주,시베리아 지역을 무대로 펼쳐진 독립군 무장단체들의 활동상,특히 소비에트 러시아에 대한 각 분파별 입장과 움직임이 잘 드러나 있다. 필자 리인섭은 1918년 3월 하바로프스크에서 일본군의 시베리아 출병에 대한 조직적 대응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소집된 ‘조선정치망명자회의’의 경과를 다음과 같이 묘사하고 있다. “장래 조선민족해방운동에 대한 과업을 토론하기 위하여 중령과 조선 내지에서 많은 인사들이 우리의 초청에 의해 하바로프스크에 모여들기 시작하였다.중령에서 활동하였던 김립 동지가 당도했고,하루빈과 몽골을 중심하고 중국 산군들과 연계를 갖고 공작하던 이동녕,양기탁 일행이 내도하였다.…(중략)…당시 모였던 정치망명자협의회를 공식 혹은 비공식으로 하느라고 1개월이나 지내는 어간에 두 갈래로 갈라졌다.즉 조선민족해방운동을 사회주의 운동과 결부시켜서 러시아 공산자들과 합작하자는 일파와 남의 국내전쟁에 참여할 필요가 없고 소비에트 주권에서 물질적 후원이나 받자는 이동녕 일파가 갈라졌다.전자 일파는 하바로프스크에 떨어지고 기타 인사들은 소학녕에 개최된 한족총회대표회로 갔다.” 이에 대해 반병률 교수는 “러시아 혁명후 친볼셰비키 노선을 채택한 한인사회당과 반볼셰비키적인 백위파 군대와의 연대노선을 채택한 한족중앙총회(대한국민회의)로 러시아 한인사회가 양분돼가는 과정이 내부인의 시각에서 기술돼 있다.”고 설명했다. 독립군과 러시아 적군(赤軍)의 충돌로 수많은 사상자를 낸 자유시 사변을 ‘계급투쟁’이란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다는 점도 새롭다. “3000명의 조선 빨치산들 가운데 한 번도 적들과 전투한 적도 없고,그리고 하지 않으려고 한 단체는 오직 자유대대뿐이었다.그런 중에도 불과 300∼400명인 자유대대가 국민회의 지도하에서 3000명 되는 한행공산당을 지지하는 빨치산대를 반대하여 음모를 시도하던 사실은 우리 혁명역사에 비참한 것만큼 혁명적 경각성있게 주의 깊게 연구해야 할 사실이다.단순한 종파싸움인 것이 아니라 극심한 계급투쟁이었던 것이다.” 한인들이 러시아혁명이 일어난 1917년 당시 모스크바에서 ‘대동단’이란 조선인 노동자동맹을 만들었다는 사실과 1919년 만주와 연해주 일대에서 홍허적이란 중국마적들로부터 한인마을을 보호하기 위한 ‘지방대’라는 무장 조직이 존재했고,이 조직이 독립 무장투쟁도 함께 수행했다는 사실 등도 새롭게 드러났다. 이세영기자 sylee@˝
  • [토요영화]

    ●작은아씨들(EBS 오후 10시) 루이자 메이 올코트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호주의 여성 감독 길리안 암스트롱이 영화화했다.각기 다른 삶을 사는 네 자매의 모습을 통해 사회와 가정에서 차지하는 여성의 위치를 새롭게 조명한 작품.1933년 조지 쿠커,1949년 마빈 르로이,1978년 데이비드 로웰 리치 감독에 이어 4번째로 스크린에 옮겨졌다.여성 감독 작품답게 전작들과 달리 페미니즘 요소가 짙게 깔려 있다.주연 배우인 수전 서랜든,클레어 데인즈,위노나 라이더 등의 연기가 돋보인다. 마치가(家)에는 온화하고 표용력있는 맏딸 메그,활달하고 적극적인 조,내성적인 베스,깜찍하고 야무진 막내 에이미 네 자매가 있다.이들은 남북전쟁에 참전한 아버지의 안녕을 기원하며 어머니와 어렵게 생활을 꾸려나간다.이웃 로렌스가(家)의 손자 로리는 연극 연습을 하는 네 자매 앞에 나타나 그 일원이 된다.로리는 연극표 4장을 구해 자신의 가정교사 존 부록과 함께 메그와 조를 초청한다.같이 가겠다는 에이미를 떼어놓고 연극을 보고 온 조는 자신이 쓴 연극 대본이 난롯불 속에서 타고 있는 것을 발견한다. 이영표기자 tomcat@ ●더블 크라임(MBC 오후 11시10분) 토미 리 존스와 애슐리 주드가 주연한 브루스 베레스포드 감독의 1999년작.살인누명을 쓰고 감옥에 들어간 여성이 출옥해 복수한다는 내용의 스릴러물이다.주인공 리비는 전형적인 중산층 가정을 이끌고 있는 가정주부.잘 생기고 부유한 남편,아름다운 집 등 원하는 것을 모두 소유하고 있다. 어느날 남편 닉이 항해 도중 실종되고,그녀는 남편을 살해한 혐의를 뒤집어쓰고 구속된다.리비는 모든 일이 닉과 앤질라가 꾸민 음모라는 것을 알게 된다. ●몬스터 볼(KBS2 오후 11시10분) 남편의 사행집행관과 절망적 사랑을 나누는 흑인 미망인의 이야기.피폐한 삶의 모습을 지루한 분위기로 그리고 있다.주연을 맡은 할 베리는 베를린 영화제 여우주연상에 이어 흑인 최초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도 수상했다.마크 포스터 감독의 2002년작.사형수인 남편 로렌스를 11년째 옥바라지한 레티샤.언제나 남편이 사형을 당할 것만 같은 불길한 예감속에서 산다.결국 남편이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뒤 레티샤는 생활고를 견디지 못해 레스토랑 웨이트리스 생활을 시작한다.˝
  • 儒林(36)-제1부 王道 제2장 己卯士禍

    儒林(36)-제1부 王道 제2장 己卯士禍

    제1부 王道 제2장 己卯士禍 새날이 밝아 상오 세 시부터 다섯 시 사이 무렵.영의정 정광필을 비롯하여 의정부대신들과 사관(史官)들이 왕명을 받고 입실하였다. 이들은 한밤중에 의금부에서 표신을 가져온 병졸들로부터 급히 입실하라는 엄명을 받자 영문도 모르고 황급히 영추문으로 입궐하였던 것이었다. 영추문을 들어선 순간 온 궁궐이 횃불로 대낮처럼 밝게 빛나고 있는 것을 보자 그들은 크게 놀랐다.특히 푸른 제복을 입은 군졸들이 삼엄하게 궁궐을 지키고 있는 모습은 큰 충격이었다. “무슨 일인가.” 우의정 안당이 경연청의 합문 안에 앉아 있는 호조판서 고형산을 쳐다보며 말하였다. 그러나 고형산은 상황이 상황인지라 시선을 피할 뿐 대답하지 못하였다. 안당은 정광필과 같은 노 대신으로 사관출신의 강직한 선비였다.일찍이 ‘성종실록’의 편찬에도 참여할 만큼 뛰어난 학자였으므로 특히 유교에 밝은 사림파 유신들을 신뢰하고 있었던 사신(史臣)이었던 것이다. “도대체 무슨 일인지 하고 묻지 않소이까.” 안당이 소리를 높였으나 여러 대신들은 묵묵부답이었다.그러나 정광필은 비현합의 문에 이르렀을 때 벌써 한눈에 모든 상황을 간파해 낼 수 있었다.그것은 여러 대신들 중에 섞여 있는 남곤의 모습을 발견했기 때문이었다.바로 지난새벽 남곤은 변복을 하고 남의 눈을 피해 집을 찾아오지 않았던가.찾아와서 주상의 밀지를 전한 후 ‘조광조 무리를 한 사람이라도 남기면 그 해가 무궁할 것입니다.주상께서는 오늘 밤에 반드시 공을 불러 의논할 것이오니 주상의 뜻을 받들어 조광조 무리들을 남김없이 제거하여 나라를 바로잡아야 할 것입니다.’라고 간하지 않았던가. 그뿐인가. 다음과 같은 말로 위협까지 가하지 않았던가. “만약에 그러하지 못하신다면 반드시 후회할 일이 생길 것이오.” 그때 정광필은 ‘재상의 몸으로 어찌 천민의 복장을 하고 모의를 꾸미고 있는가.’하고 꾸짖어 보냈으므로 남곤의 모습을 보자 모든 상황을 단박에 알아낼 수 있었던 것이다. “이봐요,남대감.” 정광필은 매서운 눈으로 남곤을 쏘아보며 물었다. “어찌 공께서는 유자광이 하던 일을 되풀이하고 있는 것이오.” 정광필의 말에는 가시가 있었다.유자광은 일찍이 자기의 음모 속에 연산군을 끌어들여 꼭두각시처럼 이용하였던 간신이 아니었던가.그러므로 남곤을 유자광에 빗대어 힐문하는 것은 유자광이 연산군을 이용하였듯이 남곤도 중종을 조종하여 꼭두각시로 만들고 있음을 준엄하게 꾸짖고 있는 말이었던 것이다. 기록에 의하면 남곤은 정광필의 시선을 피하며 정광필이 꾸짖을 때마다 매번 이장곤을 돌아보면서 그에게 곤란한 답변을 떠넘기며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고 전하고 있다. “희강이 자네가 답변하시게나.” 할 수 없이 이장곤이 나서서 변명하였다. “영상대감,신들이 이처럼 모인 것은 주상께서 부르셨기 때문이나이다.주상께서는 이미 도승지를 비롯하여 승정원,홍문관을 다 교체하고 조광조를 의금부에 가둘 것을 어명으로 내리셨습니다.” 이후 남곤은 자신을 쏘아보던 정광필의 눈을 떠올리며 다음과 같이 탄식하였다고 한다. “영상대감의 눈이란.신은 태어나서 이제껏 영상대감의 눈처럼 무서운 눈빛은 한 번도 본 적이 없소이다.” 그런 의미에서 남곤은 심정과는 달리 기묘사화를 일으킨 장본인이었으면서도 양심의 가책을 느꼈던 지식인이었던 모양이다. 정광필의 추궁하는 매서운 눈빛에 부끄러움을 느낀 남곤은 이튿날 조광조 일파의 유죄가 논의되는 와중에 몸이 아프다는 구실로 일찍 퇴궐까지 하였다고 한다.
  • 儒林(36)-제1부 王道 제2장 己卯士禍

    제1부 王道 제2장 己卯士禍 새날이 밝아 상오 세 시부터 다섯 시 사이 무렵.영의정 정광필을 비롯하여 의정부대신들과 사관(史官)들이 왕명을 받고 입실하였다. 이들은 한밤중에 의금부에서 표신을 가져온 병졸들로부터 급히 입실하라는 엄명을 받자 영문도 모르고 황급히 영추문으로 입궐하였던 것이었다. 영추문을 들어선 순간 온 궁궐이 횃불로 대낮처럼 밝게 빛나고 있는 것을 보자 그들은 크게 놀랐다.특히 푸른 제복을 입은 군졸들이 삼엄하게 궁궐을 지키고 있는 모습은 큰 충격이었다. “무슨 일인가.” 우의정 안당이 경연청의 합문 안에 앉아 있는 호조판서 고형산을 쳐다보며 말하였다. 그러나 고형산은 상황이 상황인지라 시선을 피할 뿐 대답하지 못하였다. 안당은 정광필과 같은 노 대신으로 사관출신의 강직한 선비였다.일찍이 ‘성종실록’의 편찬에도 참여할 만큼 뛰어난 학자였으므로 특히 유교에 밝은 사림파 유신들을 신뢰하고 있었던 사신(史臣)이었던 것이다. “도대체 무슨 일인지 하고 묻지 않소이까.” 안당이 소리를 높였으나 여러 대신들은 묵묵부답이었다.그러나 정광필은 비현합의 문에 이르렀을 때 벌써 한눈에 모든 상황을 간파해 낼 수 있었다.그것은 여러 대신들 중에 섞여 있는 남곤의 모습을 발견했기 때문이었다.바로 지난새벽 남곤은 변복을 하고 남의 눈을 피해 집을 찾아오지 않았던가.찾아와서 주상의 밀지를 전한 후 ‘조광조 무리를 한 사람이라도 남기면 그 해가 무궁할 것입니다.주상께서는 오늘 밤에 반드시 공을 불러 의논할 것이오니 주상의 뜻을 받들어 조광조 무리들을 남김없이 제거하여 나라를 바로잡아야 할 것입니다.’라고 간하지 않았던가. 그뿐인가. 다음과 같은 말로 위협까지 가하지 않았던가. “만약에 그러하지 못하신다면 반드시 후회할 일이 생길 것이오.” 그때 정광필은 ‘재상의 몸으로 어찌 천민의 복장을 하고 모의를 꾸미고 있는가.’하고 꾸짖어 보냈으므로 남곤의 모습을 보자 모든 상황을 단박에 알아낼 수 있었던 것이다. “이봐요,남대감.” 정광필은 매서운 눈으로 남곤을 쏘아보며 물었다. “어찌 공께서는 유자광이 하던 일을 되풀이하고 있는 것이오.” 정광필의 말에는 가시가 있었다.유자광은 일찍이 자기의 음모 속에 연산군을 끌어들여 꼭두각시처럼 이용하였던 간신이 아니었던가.그러므로 남곤을 유자광에 빗대어 힐문하는 것은 유자광이 연산군을 이용하였듯이 남곤도 중종을 조종하여 꼭두각시로 만들고 있음을 준엄하게 꾸짖고 있는 말이었던 것이다. 기록에 의하면 남곤은 정광필의 시선을 피하며 정광필이 꾸짖을 때마다 매번 이장곤을 돌아보면서 그에게 곤란한 답변을 떠넘기며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고 전하고 있다. “희강이 자네가 답변하시게나.” 할 수 없이 이장곤이 나서서 변명하였다. “영상대감,신들이 이처럼 모인 것은 주상께서 부르셨기 때문이나이다.주상께서는 이미 도승지를 비롯하여 승정원,홍문관을 다 교체하고 조광조를 의금부에 가둘 것을 어명으로 내리셨습니다.” 이후 남곤은 자신을 쏘아보던 정광필의 눈을 떠올리며 다음과 같이 탄식하였다고 한다. “영상대감의 눈이란.신은 태어나서 이제껏 영상대감의 눈처럼 무서운 눈빛은 한 번도 본 적이 없소이다.” 그런 의미에서 남곤은 심정과는 달리 기묘사화를 일으킨 장본인이었으면서도 양심의 가책을 느꼈던 지식인이었던 모양이다. 정광필의 추궁하는 매서운 눈빛에 부끄러움을 느낀 남곤은 이튿날 조광조 일파의 유죄가 논의되는 와중에 몸이 아프다는 구실로 일찍 퇴궐까지 하였다고 한다.˝
  • 儒林(32)-제1부 王道 제2장 己卯士禍

    제1부 王道 제2장 己卯士禍 중종의 입에서 흘러나온 대답을 듣는 순간 세 사람은 난감하였다.한밤중에 신무문을 통해 숨어들어와 사사로이 직소하는 것을 왕으로서 차마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겠느냐는 말은 중종이 이 거사를 찬성하겠다는 것인지 아니면 반대하겠다는 것인지 분명한 결정을 내리지 않은 애매한 답변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중종의 그런 말을 들은 순간 심정이 나서서 말하였다. “알겠습니다,대왕마마.신들은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그러고 나서 심정은 망설임 없이 추자정을 벗어나 신무문으로 걸어가기 시작하였다.영문을 모르고 뒤를 따르던 홍경주와 남곤은 어렵사리 뚫고 들어온 신무문 밖으로 다시 되돌아 나오자 홍경주가 먼저 책망하듯 물었다. “이보시오,심공.어찌하여 주상의 마음을 얻지 못한 채 그냥 쫓겨나올 수 있단 말이오.주상께오서는 아직 신들의 직소를 받아들이지 않았소.” 그러나 심정은 화통하게 웃으며 말하였다. “주상께서는 이미 웃옷의 왼쪽 어깨를 벗으셨습니다.” ‘웃옷의 왼쪽어깨를 벗는다.’는 뜻은 ‘좌단(左袒)’에서 나온 말로 일찍이 한고조 유방의 황후인 여태후가 죽자 여씨 일족을 타도하려던 주발이 병사들을 모아놓고 ‘원래 한실의 주인은 유씨다.무엄하게도 여씨가 유씨를 누르고 실권을 장악하고 있으니 이제 나는 천하를 바로잡으려 일어섰다.여씨에게 충성하는 자는 오른쪽 어깨를 벗고,유씨에게 충성하는 자는 왼쪽어깨를 벗으라.’라고 말한 것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주상께서는 우리 편을 드셨습니다.주상께오서는 조광조의 신진세력 무리들을 제거할 수 있는 대신들을 모아서 남의 눈을 피해 숨어들어올 것이 아니라 영추문을 통해 정식으로 입궐하라는 교지를 내리신 것입니다.” 심정은 중종의 마음을 꿰뚫어 보고 있었다.훗날 홍경주·남곤과 더불어 ‘신묘삼간(辛卯三奸)’으로 불린 심정은 그중에서도 기묘사화를 주동한 핵심인물이었다.이 사화의 시작부터 거사에 이르기까지 모든 음모를 기획하고 실행한 사람은 다름아닌 심정이었던 것이다. 심정은 특히 중종의 후궁이었던 경빈 박씨와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경빈 박씨는 후궁이었으나 왕자인 복성군(福城君)을 낳았고,뒤에 혜순과 혜정의 두 옹주까지 낳아 왕으로부터 각별한 사랑을 받고 있었던 것이다. 원래 조광조와 심정,이 두 사람은 전생으로부터의 원한이 있었는지 견원지간이었다.한성부판윤·형조판서 등 심정이 요직에 앉을 때마다 조광조로부터 부적격자로 몰려 탄핵을 받았으며,지난해 5월 지진이 일어났을 때도 조광조는 심정이 형조판서에 임명되었기 때문에 천재지변이 일어났다고 극간하였던 것이었다.조광조에 대한 심정의 증오는 경빈 박씨를 통해 베갯머리 송사로 조광조가 나라의 권력을 독점하여 ‘조씨전국(趙氏專國)’을 이루려 한다는 귓속말을 반복하게 하는가 하면 궁궐의 나뭇잎에 꿀을 발라서 벌레로 하여금 ‘주초위왕(走肖爲王)’이란 글자를 새기게 한 후 이를 경빈 박씨를 통해 중종에게 전하도록 모사를 꾸미게 했던 것이었다.심정은 잘 알고 있었다. 중종 원년인 1506년 9월. 박원종(朴元宗)·성희안(成希顔) 등이 반정을 일으켜 연산군을 쫓아낸 뒤 뜻하지 않게 왕위에 오른 중종은 왕도정치를 펼치려고 갖은 노력을 하였으나 자신의 지지세력이 약하자 신진세력인 조광조를 등용하여 철인군주정치를 펼치려 했던 사실을 또한 심정은 잘 알고 있었다.그러나 조광조를 중심으로 한 사림세력들의 개혁정치는 훈구파의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중종 자신도 지나친 도덕주의에 염증을 느끼고 있음을. 나뭇잎에 꿀을 발라 벌레들이 파먹게 함으로써 ‘주초의 술수’를 조작해낸 기묘사화의 발단은 이처럼 중종의 심중을 꿰뚫어 본 심정의 작품이었던 것이다.˝
  • 儒林(32)-제1부 王道 제2장 己卯士禍

    儒林(32)-제1부 王道 제2장 己卯士禍

    제1부 王道 제2장 己卯士禍 중종의 입에서 흘러나온 대답을 듣는 순간 세 사람은 난감하였다.한밤중에 신무문을 통해 숨어들어와 사사로이 직소하는 것을 왕으로서 차마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겠느냐는 말은 중종이 이 거사를 찬성하겠다는 것인지 아니면 반대하겠다는 것인지 분명한 결정을 내리지 않은 애매한 답변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중종의 그런 말을 들은 순간 심정이 나서서 말하였다. “알겠습니다,대왕마마.신들은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그러고 나서 심정은 망설임 없이 추자정을 벗어나 신무문으로 걸어가기 시작하였다.영문을 모르고 뒤를 따르던 홍경주와 남곤은 어렵사리 뚫고 들어온 신무문 밖으로 다시 되돌아 나오자 홍경주가 먼저 책망하듯 물었다. “이보시오,심공.어찌하여 주상의 마음을 얻지 못한 채 그냥 쫓겨나올 수 있단 말이오.주상께오서는 아직 신들의 직소를 받아들이지 않았소.” 그러나 심정은 화통하게 웃으며 말하였다. “주상께서는 이미 웃옷의 왼쪽 어깨를 벗으셨습니다.” ‘웃옷의 왼쪽어깨를 벗는다.’는 뜻은 ‘좌단(左袒)’에서 나온 말로 일찍이 한고조 유방의 황후인 여태후가 죽자 여씨 일족을 타도하려던 주발이 병사들을 모아놓고 ‘원래 한실의 주인은 유씨다.무엄하게도 여씨가 유씨를 누르고 실권을 장악하고 있으니 이제 나는 천하를 바로잡으려 일어섰다.여씨에게 충성하는 자는 오른쪽 어깨를 벗고,유씨에게 충성하는 자는 왼쪽어깨를 벗으라.’라고 말한 것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주상께서는 우리 편을 드셨습니다.주상께오서는 조광조의 신진세력 무리들을 제거할 수 있는 대신들을 모아서 남의 눈을 피해 숨어들어올 것이 아니라 영추문을 통해 정식으로 입궐하라는 교지를 내리신 것입니다.” 심정은 중종의 마음을 꿰뚫어 보고 있었다.훗날 홍경주·남곤과 더불어 ‘신묘삼간(辛卯三奸)’으로 불린 심정은 그중에서도 기묘사화를 주동한 핵심인물이었다.이 사화의 시작부터 거사에 이르기까지 모든 음모를 기획하고 실행한 사람은 다름아닌 심정이었던 것이다. 심정은 특히 중종의 후궁이었던 경빈 박씨와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경빈 박씨는 후궁이었으나 왕자인 복성군(福城君)을 낳았고,뒤에 혜순과 혜정의 두 옹주까지 낳아 왕으로부터 각별한 사랑을 받고 있었던 것이다. 원래 조광조와 심정,이 두 사람은 전생으로부터의 원한이 있었는지 견원지간이었다.한성부판윤·형조판서 등 심정이 요직에 앉을 때마다 조광조로부터 부적격자로 몰려 탄핵을 받았으며,지난해 5월 지진이 일어났을 때도 조광조는 심정이 형조판서에 임명되었기 때문에 천재지변이 일어났다고 극간하였던 것이었다.조광조에 대한 심정의 증오는 경빈 박씨를 통해 베갯머리 송사로 조광조가 나라의 권력을 독점하여 ‘조씨전국(趙氏專國)’을 이루려 한다는 귓속말을 반복하게 하는가 하면 궁궐의 나뭇잎에 꿀을 발라서 벌레로 하여금 ‘주초위왕(走肖爲王)’이란 글자를 새기게 한 후 이를 경빈 박씨를 통해 중종에게 전하도록 모사를 꾸미게 했던 것이었다.심정은 잘 알고 있었다. 중종 원년인 1506년 9월. 박원종(朴元宗)·성희안(成希顔) 등이 반정을 일으켜 연산군을 쫓아낸 뒤 뜻하지 않게 왕위에 오른 중종은 왕도정치를 펼치려고 갖은 노력을 하였으나 자신의 지지세력이 약하자 신진세력인 조광조를 등용하여 철인군주정치를 펼치려 했던 사실을 또한 심정은 잘 알고 있었다.그러나 조광조를 중심으로 한 사림세력들의 개혁정치는 훈구파의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중종 자신도 지나친 도덕주의에 염증을 느끼고 있음을. 나뭇잎에 꿀을 발라 벌레들이 파먹게 함으로써 ‘주초의 술수’를 조작해낸 기묘사화의 발단은 이처럼 중종의 심중을 꿰뚫어 본 심정의 작품이었던 것이다.
  • 다시 도마오른 시민단체 정부보조금

    “정부 보조금은 시민단체의 순수성을 의심케 하는 것이다.” “낙선운동의 본질을 흠집내려는 음모다.” 17대 총선을 앞두고 시민단체들의 낙선·당선 대상자 명단 발표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시민단체들의 ‘민간단체 공익활동지원사업 국고 보조금’(정부 보조금) 문제가 또 다시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16일 현재 ‘2004 총선시민연대’(총선연대)와 ‘2004 총선물갈이시민연대’(물갈이연대) 등의 인터넷 게시판에는 정부 보조금 문제를 둘러싼 공방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정부 보조금 문제가 시민단체 ‘흠집내기’를 위한 정치권의 단골 메뉴이기는 하지만,이를 계기로 시민단체들도 ‘재정 자립도’를 강화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한마디로 순수성을 생명으로 하는 시민단체가 이같은 문제로 인해 논쟁의 빌미를 제공해서는 안된다는 지적이다. ●수면 위로 재부상한 정부 보조금 그동안 잠잠하던 정부 보조금 문제가 다시 거론된 것은 올 초 시민단체들이 낙선·당선운동을 잇따라 선언하면서부터다.지난 2000년 16대 총선 당시 낙선운동으로 불거진 논쟁이 4년 후 재연되고 있는 것이다. 16대 총선에서 시민단체의 낙선운동에 호되게 당한 정치권이 “낙선운동을 주도하는 단체들이 정부로부터 거액의 지원금을 받는다.”며 문제를 제기했다.정치권은 정부가 지난 1999년부터 행정자치부와 지방자치단체를 통해 시민단체들에 매년 150억원씩을 지원하는 것을 문제삼았다.이에 대해 시민단체들은 “정부지원금은 과거 ‘관변단체’들에만 제공했던 돈을 다른 시민단체들에도 공정하게 분배해야 한다는 지적에 따라 국회가 승인한 것”이라면서 “민간단체에 대한 정부의 지원은 잘못이 없다.”고 주장한다. 현재 참여연대와 경실련은 이같은 논란 이후 “어떠한 정부 보조금도 받지 않겠다.”고 공식 선언하고 일체의 정부 보조금을 받지 않고 있다. 그러나 상당수의 시민단체들은 공모를 통해 수천만∼수억원의 정부 보조금을 지원받고하고 있는 실정이다. ●치열한 정부 지원금 공방 총선연대 게시판에 글을 올린 네티즌 ‘부패천국’은 “정부 보조금을 받는 시민단체가 낙선운동을 한다면 국가로부터 보조금을 받고 특정 정당을 도와주기 위한 ‘홍위병’ 밖에 될 수 없다.”면서 “시민단체들이 낙선운동을 하기에 앞서 시민단체별 정부 보조금 내역부터 밝혀라.”고 비난했다. 또 네티즌 ‘미련한 곰’은 “과거 국가로부터 지원금을 받는 단체를 ‘관변단체’로 불렀다.”면서 “국가로부터 지원금을 받는 단체가 과연 순수한 시민단체라고 할 수 있는가에 의문이 든다.”고 주장했다. 반면 네티즌 ‘환경사랑’은 “시민단체의 정부 보조금 문제와 재산내역을 공개하라는 것은 낙선운동의 본질을 벗어나 시민단체를 모욕하는 것”이라면서 “낙선 명단 발표의 본질을 헤아려야 한다.”고 반박했다.네티즌 ‘알바 감시원’도 “참여연대 홈페이지에 있는 수입·지출 현황을 보면 전체 수입의 80%는 회원들의 회비이며,나머지는 자체 수익사업과 후원금으로 충당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면서 “밝은 길을 향하고 있는 단체들의 발목을 황당한 논리로 붙잡지 말라.”고 제동을 걸었다. ●시민단체 재정자립 시급 그런 가운데서도 시민단체들의 ‘재정 자립’은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이같은 논란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는 유일한 해결책이기도 하다.그러나 현재 시민단체의 열악한 재정 환경을 볼 때 정부 보조금은 받을 수도,안받을 수도 없는 상태다. 행자부에 따르면 지난해의 경우 200여개 시민단체가 국민통합과 문화시민운동,투명사회만들기,자원봉사 등 8개 분야에서 75억원의 지원금을 받았다.지난 99년 이후 전국적으로 1000여개가 넘는 NGO가 매년 수백만∼수억원씩 정부 보조금을 받았다. 총선연대에 참여중인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선진국의 시민단체들도 공모사업 등 수입의 60∼70% 정도를 정부의 직접적인 재정지원에 의존하고 있다.”면서 “정부의 재정지원이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회비를 내는 회원 확보 등을 통한 시민단체들의 재정확보 방안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회원들의 회비로는 100만원도 채 안되는 상근 활동가들의 월급조차 지원하기 어려운 단체들이 많다.”면서 “매번 반복되는 정부 지원 논란을 피하려면 정부 지원금이 단체 운영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크게 낮춰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관계자는 “논란이 많은 현재의 직접 지원보다는 시민단체 기부금에 대한 세제 혜택이나 민간재단 설립을 통한 지원 등 간접적인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조현석기자 hyun68@˝
  • [그 영화 어때?] 잔인한 해부실험 '아나토미2’

    한 대학에서 일어나는 불법 해부실험을 극도로 잔인한 화면에 담아 충격을 던졌던 독일영화 ‘아나토미’ 후속편이 13일 개봉한다. 대형병원의 인턴 세계를 그린 ‘아나토미 2’(Anatomy 2)는 소재면에서 전편보다 좀더 과학적인 접근을 시도했다.물론 화면은 여전히 끔찍하도록 잔인하다. 가난한 집에서 태어난 요(바르나비 멧슈라트)는 최고의 의사가 되어 근육수축증으로 죽어가는 동생을 살려내는 게 꿈이다.베를린 병원의 인턴이 되어 어려운 환자들을 보살피려 하지만 뜻하지 않은 유혹에 이끌린다.신(新)의료기술 개발로 노벨의학상 수상을 노리는 뮐러 박사의 연구팀에 합류하는 기쁨도 잠시.그들이 연구성과를 위해서는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일명 ‘반 히포크라테스 그룹’이라는 사실을 알고 갈등하지만,점점 더 깊은 음모의 수렁으로 빠져드는데… 황수정기자 sjh@˝
  • [그 영화 어때?] 3D영화 '스파이키드’ 완결편

    13일 개봉하는 ‘스파이 키드 3D(Spy Kids 3-D:Game over’는 가족 영화로 인기를 끌었던 ‘스파이 키드’ 시리즈의 완결편.전반적인 구성은 1,2편과 엇비슷하다.OSS의 스파이 키드 요원인 주니(다릴 사바나)와 카르멘(알렉사 베가) 남매의 맹활약으로 악당을 쳐부순다는 어드벤처물이다.할리우드의 재간꾼인 로버트 로드리게스 감독의 재기발랄함은 아예 게임세계로 향했다. 스파이 키드 요원을 그만둘 결심을 한 주니에게 악당 토이 메이커(실베스터 스탤론)가 고안한 ‘게임 오버’라는 비디오게임의 세계에 들어가 그 게임을 중지시키라는 명령이 떨어진다.그 게임은 현실로부터 관심을 멀어지게 함으로써 전세계 어린이를 지배하려는 음모가 도사렸다는 것. 영화는 주니가 실제 게임처럼 각 단계의 레벨을 통과하는 과정을 다룬 모험담 형식으로 펼쳐지는데…. 이종수기자˝
  • [공천반대 병단발표]경선불복 이인제·정몽준·김민석 대상 전문가들 “명단발표 문제될것 없다”

    5일 발표된 총선연대의 1차 낙천대상자 명단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당적을 자주 바꾼,이른바 ‘철새정치인’이 대거 포함된 점이다.당적 변경은 2000년 낙천·낙선운동 때는 문제삼지 않았다. 이같은 대상자 선정기준에는 최근 일반 유권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가 큰 영향을 끼쳤다.참여연대가 지난달 한길리서치에 의뢰해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철새정치인에 대한 심판여론이 부패·자질부족 정치인에 이어 세번째로 높았다.김기식 집행위원장은 “‘철새’의 기준을 두고 내부 논란이 있었지만 정략과 대세를 좇아 당적을 2차례 이상 옮긴 경우 퇴출정치인에 포함시키기로 했다.”면서 “단 경선 불복은 일반적 철새행태와는 다른 차원에서 민주주의와 정당질서를 훼손한다는 차원에서 예외없이 퇴출시키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지난 1997년 신한국당 대선후보 경선에 불복하고 탈당한 이인제 의원과 지난 2002년 대선정국에서 정몽준 후보로의 단일화를 주장하며 민주당을 탈당한 ‘후단협’ 소속 의원,김민석 전 의원 등이 당적 변경 횟수와 무관하게 명단에 포함됐다.총선연대는 그러나 대선 이후 한나라당을 탈당해 열린우리당에 입당한 이부영 의원 등은 ‘경선 불복’ 기준에 해당하지 않아 포함시키지 않았다고 밝혔다. 평가기준 가운데 그동안 논란이 됐던 ‘정책에 대한 판단’ 항목은 ‘우선 적용대상’에서 제외됐다. 전문가들은 이번 명단 발표에 대해 대체로 “문제될 만한 게 없다.”는 반응이다.고려대 경영학과 이필상 교수는 “시민단체가 유권자의 선택을 강제한다는 일부의 비판도 있지만 정보공개 차원에서 선택의 기준을 제시한 것이라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서 “공격받는 쪽은 억울할 수 있겠지만,뚜렷한 근거도 없는 음모론을 제기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다만 한양대 법과 남윤봉 교수는 “유권자로서는 속시원한 점도 있지만 당사자에겐 치명적인 리스트 작성 이외의 방안을 고려하면 좋겠다.”고 말했다.변협과 민변 등 법조계 단체들도 이날 명단 발표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한편 대검 관계자는 “이같은 행위는 사전선거운동에 해당하지만 시민단체들도 선거운동을 할 수 있고 명단 발표가 단순한 의견개진 행위에 불과하므로 위법성이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세영기자 sylee@˝
  • 儒林(23)-제1부 王道 제2장 己卯士禍

    제1부 王道 제2장 己卯士禍 노인으로부터 난데없이 ‘대감마님’으로 불려진 정체불명의 사내는 그 말을 들은 순간 입에다 손을 대어 쉬잇 하고 주의를 주고는 낮은 소리로 말하였다. “어서 가서 대감 나으리께 남산골 사는 남 서방이 뵈러 찾아왔다고 여쭈어라.” 남산골 사는 남 서방.단순히 남 서방이라고 자신을 지칭한 사내의 목소리에는 위엄이 깃들어 있었다.그러나 노인은 그가 누구인지 잘 알고 있었다.비록 정승 댁의 하인이긴 하지만 오랫동안 눈썰미로 그 남루한 차림의 손님이 누구인지 단박에 알아보았기 때문이었다. 남 서방. 자신을 홀대하여 벼슬 없는 서민의 이름으로 서방이라 하였지만 그것이 될 법한 호칭인가.그 사람은 예조판서 남곤(南袞)이 아닌가.예조라면 정2품의 고위대신으로서 예악과 제사·과거 등의 일을 맡아하였던 육조 중의 하나인 것이다.그러한 재상 나으리가 이처럼 광대들이나 입을 수 있는 천복을 입고 아직 어둑어둑한 새벽에 남의 눈을 피해 찾아오다니. “나으리” 노인은 황급히 허리를 굽혀 말하였다. “어서 안으로 드시옵소서.” 노인은 앞서 길을 연후 머뭇거리는 종놈을 향해 꾸짖어 말하였다. “어서 대문을 활짝 열고 맞아들이지 못하겠느냐.” 이윽고 대문이 활짝 열리자 노인이 안내하여 남 서방,아니 남곤은 집안으로 들어섰다. ―사생결단이다. 남곤은 집안으로 들어서면서 속마음으로 중얼거렸다. ―어차피 죽느냐 사느냐의 끝장을 봐야하는 순간이 다가 온 것이다. 남곤은 손을 빼어 품속에 들어 있는 단도를 가만히 만져보았다.여차하면 비수를 빼 정광필의 목숨을 단칼에 빼앗아야 할 위기의 순간이 다가올지도 모른다. “나으리” 앞장서서 걷던 노인이 남곤을 사랑채로 안내한 후 허리 굽혀 말하였다. “이곳에 잠시만 계시옵소서.대감마님께 여쭙고 오겠나이다.” “그리 알겠네.” 남곤은 다 떨어진 짚신을 벗고 방으로 들어가 앉았다.아직 날이 밝지 않아 어둠이 깃들어 있었으나 어디선가 새벽을 알리는 닭 울음소리가 아득하게 들려오고 있었다.이미 죽음을 각오한 남곤이었으므로 차라리 마음이 편하였다.남곤으로서는 오직 이 길만이 선택할 수 있는 최후의 방법이었던 것이다.거사를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어차피 의정부(議政府)를 설득하지 않으면 안 된다.의정이라면 백관을 통솔하고 정사를 도맡던 영의정,좌의정,우의정을 가리키는 말로 다행히 얼마 전 좌의정 신용개는 사망하였다.남은 사람은 영의정 정광필과 우의정 안당 뿐이다.그러나 안당은 난공불락의 난적.조정의 신진세력들과 가까운 사이로 그를 우군으로 확보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그에 비하면 영의정 정광필,그는 57세의 노 대신으로 대왕마마 뿐 아니라 모든 대신으로부터 신망이 높았으므로 만일 그의 지지를 얻는다면 이는 호랑이의 날개를 얻는 일과 마찬가지일 것이다.그러나 만에 하나라도. 정좌하여 앉은 자세로 남곤은 생각하였다. 그가 거절하여 음모가 발각될 위험에 처할 시에는. 남곤은 품속의 단도를 가만히 어루만지면서 이를 악물고 맹세하였다. 단칼에 그의 목을 찔러 목숨을 빼앗을 것이다. 어차피 오늘밤이면 모든 것이 판가름날 것이다.오늘밤이면 죽느냐 사느냐의 피의 숙청이 시작될 것이다. 그들을 죽이지 않는다면 반드시 내가 죽을 것이다.거사직전에 이처럼 위험을 무릅쓰고 정광필을 찾아온 것은 그만큼 정광필의 존재가 이번 거사에 중요한 인물이기 때문인 것이다. 이윽고 바깥에서 헛기침 소리가 났다.정광필의 인기척이었다. 글 최인호˝
  • 儒林(23)-제1부 王道 제2장 己卯士禍

    제1부 王道 제2장 己卯士禍 노인으로부터 난데없이 ‘대감마님’으로 불려진 정체불명의 사내는 그 말을 들은 순간 입에다 손을 대어 쉬잇 하고 주의를 주고는 낮은 소리로 말하였다. “어서 가서 대감 나으리께 남산골 사는 남 서방이 뵈러 찾아왔다고 여쭈어라.” 남산골 사는 남 서방.단순히 남 서방이라고 자신을 지칭한 사내의 목소리에는 위엄이 깃들어 있었다.그러나 노인은 그가 누구인지 잘 알고 있었다.비록 정승 댁의 하인이긴 하지만 오랫동안 눈썰미로 그 남루한 차림의 손님이 누구인지 단박에 알아보았기 때문이었다. 남 서방. 자신을 홀대하여 벼슬 없는 서민의 이름으로 서방이라 하였지만 그것이 될 법한 호칭인가.그 사람은 예조판서 남곤(南袞)이 아닌가.예조라면 정2품의 고위대신으로서 예악과 제사·과거 등의 일을 맡아하였던 육조 중의 하나인 것이다.그러한 재상 나으리가 이처럼 광대들이나 입을 수 있는 천복을 입고 아직 어둑어둑한 새벽에 남의 눈을 피해 찾아오다니. “나으리” 노인은 황급히 허리를 굽혀 말하였다. “어서 안으로 드시옵소서.” 노인은 앞서 길을 연후 머뭇거리는 종놈을 향해 꾸짖어 말하였다. “어서 대문을 활짝 열고 맞아들이지 못하겠느냐.” 이윽고 대문이 활짝 열리자 노인이 안내하여 남 서방,아니 남곤은 집안으로 들어섰다. ―사생결단이다. 남곤은 집안으로 들어서면서 속마음으로 중얼거렸다. ―어차피 죽느냐 사느냐의 끝장을 봐야하는 순간이 다가 온 것이다. 남곤은 손을 빼어 품속에 들어 있는 단도를 가만히 만져보았다.여차하면 비수를 빼 정광필의 목숨을 단칼에 빼앗아야 할 위기의 순간이 다가올지도 모른다. “나으리” 앞장서서 걷던 노인이 남곤을 사랑채로 안내한 후 허리 굽혀 말하였다. “이곳에 잠시만 계시옵소서.대감마님께 여쭙고 오겠나이다.” “그리 알겠네.” 남곤은 다 떨어진 짚신을 벗고 방으로 들어가 앉았다.아직 날이 밝지 않아 어둠이 깃들어 있었으나 어디선가 새벽을 알리는 닭 울음소리가 아득하게 들려오고 있었다.이미 죽음을 각오한 남곤이었으므로 차라리 마음이 편하였다.남곤으로서는 오직 이 길만이 선택할 수 있는 최후의 방법이었던 것이다.거사를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어차피 의정부(議政府)를 설득하지 않으면 안 된다.의정이라면 백관을 통솔하고 정사를 도맡던 영의정,좌의정,우의정을 가리키는 말로 다행히 얼마 전 좌의정 신용개는 사망하였다.남은 사람은 영의정 정광필과 우의정 안당 뿐이다.그러나 안당은 난공불락의 난적.조정의 신진세력들과 가까운 사이로 그를 우군으로 확보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그에 비하면 영의정 정광필,그는 57세의 노 대신으로 대왕마마 뿐 아니라 모든 대신으로부터 신망이 높았으므로 만일 그의 지지를 얻는다면 이는 호랑이의 날개를 얻는 일과 마찬가지일 것이다.그러나 만에 하나라도. 정좌하여 앉은 자세로 남곤은 생각하였다. 그가 거절하여 음모가 발각될 위험에 처할 시에는. 남곤은 품속의 단도를 가만히 어루만지면서 이를 악물고 맹세하였다. 단칼에 그의 목을 찔러 목숨을 빼앗을 것이다. 어차피 오늘밤이면 모든 것이 판가름날 것이다.오늘밤이면 죽느냐 사느냐의 피의 숙청이 시작될 것이다. 그들을 죽이지 않는다면 반드시 내가 죽을 것이다.거사직전에 이처럼 위험을 무릅쓰고 정광필을 찾아온 것은 그만큼 정광필의 존재가 이번 거사에 중요한 인물이기 때문인 것이다. 이윽고 바깥에서 헛기침 소리가 났다.정광필의 인기척이었다. 글 최인호
  • 6일 개봉 '베이직’숨가쁜 뒤집기 눈을 뗄수 없다

    반전없는 영화에 맥이 풀리는 관객이라면 6일 개봉하는 ‘베이직(The Basic)’이 반가울 것이다.그 속엔 숱한 뒤집기 장치가 숨어 있어 원없이 퍼즐을 푸는 재미를 즐길 수 있다. 폭풍우가 몰아치는 남미 파나마의 정글 속을 한대의 헬리콥터가 날아간다.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암흑의 밀림에서 실전을 방불케 하는 훈련을 하던 미국 특수부대 요원 6명이 총격전을 벌여 4명이 죽고 2명만 생환한다.생존자 던바 일병과 켄달 소위는 수사관 오스본(코니 닐슨)대위 앞에서 침묵으로 일관한다.급기야 특수부대원 출신 수사관 하디(존 트래볼타)가 투입된다.조금씩 말문을 연 두 사람은 혹독한 훈련으로 ‘저승 사자’라 불린 부대장 웨스트(새뮤얼 잭슨)하사관에 대해 쌓인 반감 등으로 4명이 서로 총격전을 벌였다고 진술한다.하지만 누가 누구를 쐈는지 등에 대한 증언은 완전히 다르다.무슨 일이 벌어졌고 누구 말이 진실일까? 영화는 두 사람을 취조하는 과정 곳곳에 감춰둔 다양한 반전을 따라 숨가쁘게 이어진다.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부대내 마약 거래 음모의 연기도 모락모락 피어나고,증인인 켄달 소위가 독살되는 등 갈수록 의혹이 증폭된다. 출연 배우들과 제작진은 모두 액션에서 인정받은 이들.존 트래볼타와 새뮤얼 잭슨이 주연을 맡았다.‘다이하드1,3’의 존 맥티어넌 감독에 제작은 ‘터미네이터1,2’의 마이크 매더보이와 ‘다이하드 3’의 마이클 테드로스가 손잡아 ‘꿈의 액션팀’을 구성했다. 하지만 너무 지나치면 부족함보다 못한 법.잦은 반전은 오히려 그 효과를 반감시킨다.특히 마지막에 모든 것을 뒤집을 때는 반전의 묘미가 뚝 떨어지고 허탈한 느낌마저 준다.‘이렇게까지 비틀 필요가 있었나?’라는 거부감이 들 정도다. 그렇지만 영화의 미덕은 부인할 수 없다.생존자들의 잇단 회상신을 빠르게 교차시키면서 보여주는 속도감과 통쾌한 액션은 ‘베이직’의 매력이다.또 12시간 안에 수사를 매듭지어야 하는 상황 설정과 꼬리를 무는 궁금증이 맞물려 만들어내는 긴박감도 별미다. 이종수기자 vielee@˝
  •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 시사회를 다녀와서

    전쟁만큼 진부한 영화소재도 없다.그러나 또 그만큼 변함없이 공감대를 이끌어내는 보편적인 소재도 없다.계산 빠른 할리우드에서 끊임없이 전쟁액션을 재생해온 건 그래서다.그러나 ‘라이언 일병 구하기’‘신 레드라인’‘블랙호크 다운’까지 다 본 마당에 전쟁영화가 더이상의 어떤 자극을 줄 수 있을까.그것도 한국산(産)이? 순수제작비 147억 5000만원이라는 외형만으로도 충무로를 긴장시켜온 강제규 감독의 ‘태극기 휘날리며’(제작 강제규필름·5일 개봉)는 그런 우려를 가볍게 털어냈다.지난 3일 월드프리미어(각국의 언론·배급관계자 등을 초청한 첫 시사회) 행사에서 공개된 영화는 할리우드산을 능가하는 극사실주의 화면에 러닝시간 2시간28분이 어떻게 갔는지 몰랐다는 호평을 이끌어냈다. 영화는 강 감독이 ‘쉬리’ 이후 4년만에 찍은 작품.감독은 기왕 꺼낸 전쟁 이야기를 정공법으로 구사해 보기로 작정했다.낡고 닳은,눈곱만큼도 더 새로울 게 없을 듯한 6·25전쟁의 포염 속으로 렌즈를 들이밀었다. ●‘전우’가 돼버린 형제 전쟁의 극악함을 웅변하는 데 가족애를 부각시키는 것만큼 효과적인 장치가 또 있을까. 구두닦이로 어렵게 집안생계를 책임지는 형 진태(장동건)와 집안의 기대를 한몸에 받으며 자란 명석한 고교졸업반 진석(원빈).형제의 우애는 유별나다.시장에서 국수를 말아파는 홀어머니는 언어장애를 앓지만 든든한 두 아들이 있어 미덥고,부모없이 어린 동생 셋을 거느린 영신(이은주)은 몇달 뒤 진태와의 결혼을 앞두고 있어 행복하다.영화는 이렇게 1950년대 시대물들에서 수없이 대면해온,남루하되 친숙해서 아련한 설정들로 물꼬를 튼다.그러나 안온한 화면은 10여분에 지나지 않는다.전쟁이 터지고 피란길에 나선 형제는 전쟁터로 강제징집돼 간다. ●할리우드산 뺨치는 극사실적 화면 훈련받을 겨를도 없이 국군 최후의 보루인 낙동강 방어선으로 형제를 밀어넣은 영화는 노골적인 화법으로 전쟁의 비극을 고발해 간다.포탄에 맞아 뚝뚝 잘려 나가는 팔다리,불길에 휩싸여 미친 듯 날뛰는 병사의 실루엣,무심히 한켠에서 소각되는 시체더미,포성과 비명의 아비규환 속에서 유서를 긁적이는 무명의 병사들….전쟁다큐멘터리처럼 극사실적으로 묘사되는 화면에 관객들은 한동안 숨소리조차 크게 내지 못한다. 잘 다듬어진 화면기술에 국산영화가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전례없이 화려하고 사실적인 물량공세를 펼쳤다.액션블록버스터들의 맹점은,대개 지나치게 외형에 기댄 나머지 서사의 짜임새가 헐렁해지고 자칫 1인 영웅주의에 빠지기 쉽다는 것. 이를 무리없이 극복했다는 점도 ‘태극기…’의 강점으로 꼽힐 만하다.형제애·가족애라는 일관된 주제어에 맞춰 긴장의 볼륨을 높여가면서도 전장에서의 중심인물인 진태가 영웅으로 그려지는 적은 없다.무공훈장을 타서 동생을 싸움터에서 빼내겠다는 일념으로 진태는 전쟁광으로 돌변해 가고,그런 형을 지켜보며 진석은 절망한다.형제의 모습에서는 좌우의 이념을 따지는 것조차 한낱 허망한 말장난으로 비쳐질 뿐이다. ●장동건의 연기,“이보다 더 아찔할 순 없다” 세계 배급을 염두에 둔 감독은 “공감대를 폭넓게 이끌어낼 보편적인 소재로 전쟁을 택했다.”고 했다.그럼에도 이 영화는 한국인 정서에 호소해야 기대치 이상의 감동을 길어올릴 수 있을 것 같다.‘아버지 같은 형’이 동생을 위해 모든 걸 희생하는 설정은 가부장적 전통에 익숙지 않은 서양관객들에겐 100% 동의를 얻기가 좀 어렵지 않을까. 눈에 띄는 반전이나 음모가 없는 것은 단점이자 장점이다.예상가능한 이야기 틀거리가 비극을 향해 일렬횡대로 덤덤히 늘어선 듯해서 오락성은 떨어진다. 반면,그런 기교없는 드라마가 오히려 메시지의 진정성을 더하는 데 주효했다고 호평할 이도 있겠다.국방군과 인민군 사이에서 줄타기하며 가족을 지키려는 장동건의 연기는 아찔할 만큼 완벽하다. 황수정기자 sjh@˝
  • ‘DJ 내란음모’ 24년만에 “무죄”

    “법에 의해 신군부를 단죄하고 저의 무죄를 밝혀줘서 국민과 역사는 반드시 승리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습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29일 오후 2시 서울고법 303호 법정에서 열린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 재심 공판에서 내란음모와 계엄법 위반에 대해 각각 무죄를 선고받은 뒤 서초동 법원 청사를 나서면서 이같이 소회를 털어놓았다. 재판부인 서울고법 형사3부(부장 신영철)는 이날 김 전 대통령이 80년 광주민주항쟁을 배후 조종했다는 내란음모 및 계엄법 위반 공소사실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하고 국가보안법 위반과 반공법 위반,외국환관리법 위반에 대해서는 각각 면소판결을 내렸다.면소란 기소된 형사사건에서 공소권이 없어져 기소를 면제하는 것으로 공소 시효의 완성,사면,법령 개폐 등 경우에 내려지는 것이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79년 12·12사태와 80년 5·18을 전후해 발생한 신군부의 헌정파괴 범행을 저지하거나 반대함으로써 헌법의 존립과 헌정질서를 수호하기 위해 행한 정당한 행위이므로 형법 제20조의 정당행위에 해당,범죄가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정은주기자
  • 설특집 We/비디오와 뒹굴뒹굴

    ●위대한 유산(로맨틱 코미디) (감독/배우)오상훈/임창정·김선아·공형진 오상훈 감독의 데뷔작.명문대학 심리학과를 나오고도 취직을 못해 빈둥거리는 남자와,배우를 꿈꾸지만 현실에서는 무료하게 비디오가게만 지켜야 하는 여자의 티격태격 ‘사랑만들기’. 임창정과 김선아 콤비의 여유넘치는 코믹연기에 배꼽을 잡을 만하다. 취업대란시대에 한줄기 코끝 찡한 메시지를 던져주기도. ●야마카시(액션) (감독/배우) 아리엘 제이통/쇼 벨 딘·윌리엄스 벨 ‘야마카시’란 맨손으로 도심 빌딩을 오르내리거나 낙하하는 일종의 익스트림 스포츠.파리 뒷골목을 전전하는 7명의 20대 야마카시 동호회원들은 젊은이들 사이에서 우상이다.이들을 흉내내다 어린 아이가 다치자 병원비를 마련하려고 회원들은 ‘있는 집’만 골라 터는 ‘현대판 로빈후드’가 된다.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멜로사극) (감독/배우) 이재용/이미숙·전도연·배용준 지난 10월 극장가를 뜨겁게 달군 흥행작.프랑스 소설 ‘위험한 관계’가 원작.과거에 급제하고도 풍류에 빠져사는 선비 조원과,내연의 관계이자 명문가 정실부인 조씨가 은밀한 사랑게임을 벌인다.조원이 정절녀 숙부인을 유혹해내는지의 여부에 초점을 맞춘 드라마는 갈수록 진정한 사랑에 눈떠가는 조원과 숙부인의 관계에 주목한다. ●시카고(뮤지컬 드라마) (감독/배우) 롭 마셜/캐서린 제타 존스·르네 젤위거·리처드 기어 지난해 아카데미영화제 6개 부문 수상작.스타를 꿈꾸는 여자와 그 욕망을 비열하게 이용하려는 변호사가 주인공인 인기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영화화했다. 임신 중에도 쇼걸처럼 화려한 무대를 꾸민 캐서린 제타 존스,르네 젤위거의 춤솜씨가 놀랍다. 리처드 기어의 탭댄스도 볼만하다. ●신밧드-7대양의 전설(애니메이션) (감독/배우) 팀 존슨/- 혈기와 모험심으로 충만한 바다의 도적 신밧드는 세계평화를 수호하는 ‘평화의 책’이 사라지자 이를 훔쳤다는 누명을 쓴다.친구 프로테우스가 대신 감옥에 갇히자 신밧드는 ‘평화의 책’을 찾기 위해 목숨을 건 모험길에 나선다.브래드 피트,캐서린 제타 존스,미셸 파이퍼 등 할리우드 톱스타들이 목소리 연기를했다. ●젠틀맨 리그(SF·액션) (감독/배우) 스티븐 노링턴/숀 코너리·스튜어트 타운젠드·페타 윌슨 1억 1000만 달러를 들인 블록버스터.원작만화에 나오는 ‘솔로몬 왕의 보물’‘드라큘라’ 등 유명 SF·팬터지소설의 주인공 7명이 세계를 제패하려는 ‘팬텀’의 음모에 맞선다는 내용.지킬박사가 야수로 변하는 모습 등 다양한 컴퓨터그래픽(CG)기법과 첨단 기술이 화면을 압도. ●굿바이 레닌(드라마) (감독/배우) 볼프강 베커/다니엘 브르헬·카트린 사스 2002년 유럽영화제 6개부문을 수상한 유쾌한 독일 코미디. 사회주의를 신봉하는 어머니가 혼수상태에서 깨어나 동독의 몰락을 보고 받을 충격을 우려,자식들이 집안과 주위 환경을 이전처럼 꾸민 이후 벌어지는 갖가지 해프닝을 코믹하고 따스하게 그렸다. ●여섯개의 시선(옴니버스·단편) (감독/배우) 박광수 등/변정수 등 여섯명의 감독이 각기 다른 주제로 인권 사각지대를 비춘 옴니버스식 단편 영화.성희롱에 가까운 여상 3학년생들의 취업준비,원어민에 가까운 영어발음을 위한 혀 절개수술,외국인노동자에 대한 편견,장애인의 취업난과 이동권 문제 등 ‘불평등 한국’의 단면을 요모조모 조명.짜임새 있는 구성으로 각 편의 작품성도 높다.
  • 中 ‘타이완 국민투표 저지’ 맹공세

    |베이징 오일만특파원|중국의 타이완 독립 움직임 저지를 위한 전방위 압력이 거세지고 있다. 천수이볜(陳水扁) 타이완 총통이 지난 16일 자국을 겨냥한 수백기의 중국 미사일 철거를 요구하는 ‘방어성 국민 투표’를 총통 선거와 함께 실시할 것을 재천명,양안의 파고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천 총통은 국민투표에서 기존의 강경 입장을 완화할 것임을 시사했으나 중국측은 이번 국민투표가 궁극적으로 타이완 독립을 목표로 진행되는 ‘음모’로 판단하고 있다. 이때문에 타이완의 국민투표 저지를 위해 군사훈련과 간첩 체포,중·미 군사외교 강화,타이완 기업인 회유 등 가능한 한 모든 수단을 행사 중이다. 중국측은 국가보안부와 공안부에 타이완 간첩 색출 전담 태스크포스를 설치,지난 14일 중국의 군사 기밀들을 수집해온 간첩 7명을 체포했다. 중국 인민해방군은 새해 첫 날부터 내륙과 연안 지방에서 대규모 군사훈련을 시작했다.봄철에 시작되던 해방군 군사훈련이 앞당겨진 이유는 타이완 총통 선거를 겨냥한 무력시위라는 분석이다.난징(南京)군구와 광저우(廣州)군구 중심으로 이뤄진 군사훈련은 공중강습,삼림전(森林戰),지휘소 모의전쟁 등 타이완 해안 봉쇄와 이에 따른 공격이 주요 목표다.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타이완 포위 외교전도 가동 중이다.타이완의 최대 후원국인 미국은 양안 긴장 고조를 우려,타이완측에 국민투표 실시 방침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지난 14일 중국을 방문한 리처드 마이어스 미 합참의장은 양광례(梁光烈) 인민해방군 총참모장,차오강촨(曺剛川) 국방부장 등 군부 지도자들을 만나 미 정부의 ‘하나의 중국’ 원칙 지지를 재확인했다. 하지만 후진타오(胡錦濤) 당총서기는 ‘정경 분리’의 원칙만은 분명히 했다.지난해 연말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에서 타이완 기업인 150여명을 초청해 대중국 투자의 안전성을 강조하며,“타이완인들이 독립보다 중국 통일정책을 지지해달라.”고 촉구했다. oilman@
  • 최병렬 서청원 앙금만 쌓인 만남

    한나라당의 최병렬 대표와 서청원 전 대표가 15일 또 만났다.당무감사자료 유출 파문 이후 네번째다.16일 2차 공천 마감을 앞두고 김덕룡 의원의 주선으로 이뤄졌다.서 전 대표와 계보 원내외 위원장들이 지도부에 반발,공천신청을 하지 않은 때문이다. 하지만 이날 만남 역시 언쟁의 연속이었다.시내 한 호텔 식당의 문 밖까지 고성에 탁자치는 소리가 들릴 정도였다.지난 3차례의 만남도 “주먹질만 안 했다 뿐이지 싸움질이나 마찬가지였다.”는 전언이다. 그들은 서로에게 쌓인 앙금을 떨어내지 못한 듯했다.당초 경선과정에서 두 사람 관계가 틀어질 때부터 “앞으로 화해가 불가능할 정도”라는 말들이 많았다.“그만큼 서로 감정의 상처가 깊었다.”는 얘기다. 서 전 대표는 “표적공천을 하려는 것 아니냐.사당화하지 말라.”고 최 대표를 몰아붙였다.이에 최 대표는 “말도 안되는 소리다.내가 (불출마를 선언한) 그 사람들 보고 나가라고 했느냐.쓸데없는 오해 말라.확인해볼 마음도 좀 가져봐라.”며 물러서지 않고 목소리를 높였다. 감정이 격해진 최대표가 ‘서 전 대표측의 음모설’을 거론했는지,서 전 대표도 “사실관계를 가지고 이야기하자.그런 식으로 말하지 말라.무슨 오해를 했다고 그러느냐.”고 강하게 반박했다.만남이 끝난 뒤 서 전 대표는 “최 대표가 ‘전체의 3분의1을 조직국장이 조정했다.’고 했는데,이는 결국 80여곳을 조작했다고 인정한 것 아니냐.”고 성토했다. 회동은 두 사람 사이에 이처럼 ‘멀고 먼 화해의 길’이 놓여 있음을 확인시켜준 반면 당에는 공천작업을 그대로 밀고 나갈 수 있는 길도 터주었다.최 대표가 이번 만남으로 서 전 대표를 포용하려 노력했다는 명분을 챙겼기 때문이다.서 전 대표도 이런 점을 의식한 듯,계보 위원장들에게 “공천을 신청하라.”는 지시를 내리는 등 타협점을 찾으려는 성의를 보였다. 서 전 대표는 자신의 공천신청에 대해 언급을 피했으나,김덕룡 의원은 “나라도 나서 대리신청을 하겠다.”고 말했다.공천을 둘러싼 파열음이 당분간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들이다.마침 이날 새로 선출된 2기 상임운영위원은 1기보다 더 ‘친(親) 최병렬 성향’을 띠고 있어 최 대표에게 힘을 더 실어줄 전망이다. 다만 지도부에 불만이 많은 위원장들이 서 전 대표에게 “들어와서 싸워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졸라대는 것을 볼 때 당내 갈등은 공천심사 과정에서 재연될 공산이 커보인다. 이지운기자 j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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