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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씨줄날줄] 유코스 스캔들/이기동 논설위원

    보리스 옐친 러시아 대통령에게 가장 충직한 보필자는 실무형의 빅토르 체르노미르딘 총리였다. 알코올중독증세로 병원을 제집처럼 드나들던 옐친이 3선 출마의사를 굳히자, 여론은 체르노미르딘으로 돌아섰다. 옐친은 대선을 2년여 앞둔 1998년 봄 체르노미르딘을 전격경질한다. 보리스 베레조프스키 안보위원회 서기, 옐친의 둘째딸 타치아나 디야첸코를 비롯한 당시 옐친 측근 4인방이 거사를 주도했다. 앞서 96년 대선때 옐친승리의 숨은 공신은 베레조프스키와 함께 블라디미르 구신스키 모스트그룹회장이었다. 구신스키는 NTV텔레비전과 모스트금융그룹을 거느린 거부였다. 한때 정치적 야심을 보이며 야당편에 섰다가 예금동결조치를 당하고, 본인은 체포직전 유럽으로 도망갔다. 당시 러시아 언론들은 이를 구신스키(거위란 뜻)의 이름을 따 ‘거위사냥’이라고 불렀다. 그뒤 그는 극적으로 옐친측근으로 복귀한다. 지금 베레조프스키와 구신스키는 모두 런던에서 도피생활중이다. 푸틴의 거위사냥을 피해서다. 그 최신판이 바로 러시아최대 석유회사 유코스를 키운 41세의 미하일 호도로프스키다. 지난 대선때 반푸틴진영에 자금을 대며, 대권욕을 드러낸 게 화근이었다. 지난해 10월 횡령, 조세포탈 등의 혐의로 그가 구속수감되자 그 여파로 국제유가가 한동안 최고치를 경신했다. 하루 100만 배럴을 생산하는 유코스의 핵심자산이 지난 주말 경매에 부쳐졌는데 낙찰자의 신원, 자금출처 모두 의혹투성이다. 93억 7000만달러에 낙찰받은 회사는 유령회사로 드러났고, 국유가스회사 가즈프롬이 경매에 참여해 바람잡이까지 했다. 민영자산을 다시 국유화하려는 크렘린의 의도가 드러난 셈이다. 유코스는 불법경매라고 법정투쟁을 벌일 태세지만, 독일을 방문중인 푸틴대통령이 하루 뒤 합법적인 거래이고 자금, 낙찰자 모두 깨끗하다고 토를 달아 크렘린 배후설을 뒷받침했다. 유코스에 지분을 가진 미국은 야비한 정적 제거, 불법 국유화 등 구체제 악습이 되살아났다고 야단이다. 이미 우크라이나 대선에 개입해 여당의 선거부정을 지원하고, 야당후보 독살음모 가담혐의까지 받는 러시아다. 야당 후보를 지원하는 서방과 우크라이나에서 신냉전을 재현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돈다. 혹여 러시아의 구체제 회귀로 신냉전이 도래해, 한반도에까지 그 여파가 미친다면 어쩌나. 기우이기를 바랄 뿐이다. 이기동 논설위원 yeekd@seoul.co.kr
  • [국제플러스] 사우디 “리비아 외교관 곧 추방”

    |리야드 AFP 연합|사우디아라비아는 22일 리비아가 압둘라 빈 압둘 아지즈 사우디 왕세자를 암살하려는 음모에 개입됐다면서 이에 따라 리비아주재 사우디 대사를 소환했으며 사우디주재 리비아 대사를 추방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우디 외무장관이 사우드 알 파이잘 왕자는 “우리는 이미 리비아주재 대사에게 귀환 명령을 내렸으며 사우디주재 리비아 대사에게 출국을 요구하는 비망록을 곧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 [무슨 영화 볼까]

    ●하울의 움직이는 성 장르/예매율 애니메이션/38.01%(전체) 감독/배우는 미야자키 하야오/기무라 다쿠야 어떤 줄거리 아흔살 노파가 된 열아홉 소피와 하울의 모험기 이래서 좋아 반전, 자연친화 메시지에 러브스토리까지 가미된 미야자키의 역작 이래서 별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뛰어넘지는… 홈피 반응은 “아기자기한 스토리들, 너무 예쁜 그림들” ●오페라의 유령 장르/예매율 뮤지컬·드라마/22.10%(12세) 감독/배우는 조엘 슈마허/제라드 버틀러·에미 로섬 어떤 줄거리 오페라하우스에 숨어사는 한 남자와 여가수의 사랑 이래서 좋아 화려한 화면과 주옥같은 선율 이래서 별로 뮤지컬을 그대로 따라가다보니 지루하네 홈피 반응은 “각각 장단점이 있지만, 뮤지컬에 한표” ●브리짓 존스의 일기:열정과 애정 장르/예매율 로맨틱코미디/10.28%(15세) 감독/배우는 비반 키드론/르네 젤위거·콜린 퍼스·휴 그랜트 어떤 줄거리 애인 만들기에 성공한 브리짓의 본격 연애담 이래서 좋아 몸을 사리지 않는 연기와 섬세한 유머 이래서 별로 뻔한 신데렐라 스토리에 황당한 마약사건까지 홈피 반응은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폴라 익스프레스 장르/예매율 애니메이션/10.26%(전체) 감독/배우는 로버트 저메키스/톰 행크스 어떤 줄거리 크리스마스 이브 북극행 열차를 탄 소년의 모험 이래서 좋아 롤러코스터를 탄 것처럼 짜릿한 재미와 아름다운 환상 이래서 별로 너무 고전적이고 뜬구름 같은 소재 홈피 반응은 … ●인크레더블 장르/예매율 애니메이션/8.28%(전체) 감독/배우는 브래드 버드/크레이그 넬슨·홀리 헌터·사뮤엘 잭슨 어떤 줄거리 은퇴한 슈퍼영웅, 가족과 함께 일어서다 이래서 좋아 최첨단 기술 이용한 각종 초능력의 전시장 이래서 별로 … 홈피 반응은 “‘초딩’옆에서 웃다가 ‘쪽’팔려 죽는줄 알았음” ●역도산 장르/예매율 드라마/6.61%(12세) 감독/배우는 송해성/설경구·나카타니 미키·후지 다쓰야 어떤 줄거리 조선인으로 태어나 일본에서 레슬링으로 영웅이 된 역도산 이래서 좋아 ‘인간’에 무게를 둔 찡한 울림 이래서 별로 극적인 장치가 부족해 너무 무겁고 팍팍해 홈피 반응은 “역시 설경구 답습니다.” ●블레이드 3 장르/예매율 액션/3.63%(18세) 감독/배우는 데이비드 S. 고이어/웨슬리 스나입스·제시카 빌 어떤 줄거리 뱀파이어 모체를 깨우려는 음모를 막는 블레이드 이래서 좋아 화려한 액션과 뮤직비디오 같은 영상 이래서 별로 전편보다 못하지도 낫지도 않은… 홈피 반응은 “뱀파이어 사냥을 MTV와 함께” ●엘프 장르/예매율 코미디/0.29%(전체) 감독/배우는 존 파브로/월 페렛·제임스 칸 어떤 줄거리 산타 요정 마을에서 자란 인간 버디의 아빠 찾아 삼만리 이래서 좋아 가족애와 인류애라는 크리스마스 정신을 전파 이래서 별로 어른들끼리 보기엔 다소 민망할 듯 홈피 반응은 “동심으로 돌아가자!”
  • [사설] 北·日관계 악화 바람직하지 않다

    납치 일본인 가짜유골 반환을 둘러싼 북한과 일본의 관계악화는, 그 파장이 여러모로 우려스럽다. 현재 일본 사회는 북한에 대해 경제제재를 취하라는 여론이 70%를 넘고 있다고 한다. 이런 여론에 힘입어 야당인 민주당과 집권 자민당 모두 북한인권법안 제정에 착수했다는 소식이다. 이에 맞서 북한은 북한대로, 유골감정결과를 못 믿겠다며 일본 우익세력의 음모라고 몰아세우고 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는 재임중 북한과의 관계정상화를 주요 외교목표로 삼고, 과감한 대북접근정책을 펴왔다.2년 전 역사적인 북·일 정상회담을 계기로 양국관계는 한때 호전의 전기를 맞는가 했다. 최대 현안이던 납북 일본인들의 생사확인과 함께 일부 생존자들의 귀국도 성사됐다. 그러다 북한의 핵의혹이 악화되며 답보상태에 머무르게 됐고, 가짜유골 사태로 급격히 악화된 것이다. 이번 사태로 일본 정부는 올해 중 북한에 지원키로 했던 인도적 식량지원 25만t 중 남은 12만 5000t의 수송을 이미 중단시켰다. 아울러 자민당은 인도적 지원동결, 수하물 및 송금관리 강화, 송금·무역 부분정지, 송금·무역 전면중지, 선박입출항 전면금지 등 5단계 대북제재안을 당론으로 확정지어 놓고 있다. 북한이 성의있는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언제든 단계별 시행에 들어간다는 태세다. 여기에 북한인권법안까지 채택될 경우, 북·일관계는 최악으로 갈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우선 6자회담이 직격탄을 맞게 된다. 한·일공조도 대북제재를 둘러싼 이견으로 흔들리게 될지 모른다. 고이즈미총리가 제재에 신중한 입장을 견지해 줄 것으로 믿지만, 여론이 계속 악화되면 총리도 어쩔 도리가 없게 된다. 우선은 북한이 가짜유골에 대해 성의있는 후속조치를 취하는 게 급선무다.
  • 北김정남 암살기도설 안팎

    北김정남 암살기도설 안팎

    김정남씨에 대한 암살 미수설까지 제기되면서 북한내 권력 암투가 본격화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黨작전부 유럽공작원 동원” 특히 이번 김정남 암살 미수 사건은 김정일 국방위원장 몰래 추진된 것으로 보이며 유럽에서 활동하고 있는 노동당 작전부 소속 공작원들이 참여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당 작전부는 김 위원장의 측근인 오극렬 부장이 이끌고 있으며, 남한과 해외 등에서 파괴 등의 공작을 전담하는 부서로 알려졌다. 그러나 최근 북한이 김 위원장의 초상화를 철거하는 등 대내외적으로 이미지 개선에 힘쓰고 있는 상황에서 ‘암살’과 같은 부정적인 상황이 발생하는 것을 원치 않는 데다, 특히 인권을 중요시하는 유럽 지역에서 이같은 일을 저지를 가능성은 극히 드물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장성택 숙청說… 끊이지않는 음모 이처럼 엇갈리는 분석 속에서도 올해 초부터 북한 내부의 후계구도를 둘러싼 권력 암투설이 끊이지 않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최근 김 국방위원장의 매제로 북한권부 내 2인자였던 장성택 노동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의 숙청설도 후계다툼과 무관치 않다는 것이다. 지난달 중순 연형묵 국방위 부위원장이 러시아에서 췌장암 수술을 받았다는 보도를 비롯해 이달 초 북한 권력 서열 3위인 조명록 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이 만성 신부전증 치료차 중국에 머물고 있다고 알려진 것 등도 북한 권력내부에 뭔가 세대교체 등 물갈이 징후가 있을 수 있음을 감지케 하는 대목이다. 특히 이번 김정남 사건이 사실로 확인된다면 북한 내에서 그의 취약한 입지를 확인하는 방증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정남 북한내 입지 허약 확인 내년이 당 창건 60주년에다 김정일의 선군정치가 시작된 지 10주년이라는 상징성을 들어 후계 논의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김 위원장이 요즘 후계 문제로 골치가 아프다고 전해 들었다.”면서 “세 아들 중에서 결정해야 하는데 본인은 고 김일성 주석의 유훈통치의 연장이지만 과연 3대까지 세습체제가 되겠느냐는 고민을 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고 전했다. 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 [무슨 영화 볼까]

    [무슨 영화 볼까]

    ●역도산 장르/예매율 드라마/29.43%(12세) 감독/배우는 송해성/설경구·나카타니 미키·후지 다쓰야 어떤 줄거리 조선인으로 태어나 일본에서 레슬링으로 영웅이 된 역도산 이래서 좋아 인간에 무게를 두는 찡한 진정성 이래서 별로 극적인 장치가 부족해 너무 무겁고 팍팍해 홈피 반응은 “역시 설경구 답습니다.” ●오페라의 유령 장르/예매율 뮤지컬·드라마/26.17%(12세) 감독/배우는 조엘 슈마허/제라드 버틀러·에미 로섬·패트릭 윌슨 어떤 줄거리 오페라하우스에 사는 한 남자와 여가수의 사랑 이래서 좋아 화려한 화면과 주옥같은 선율 이래서 별로 뮤지컬을 그대로 따라가다보니 지루하네 홈피 반응은 “각각 장단점이 있지만, 뮤지컬에 한표” ●인크레더블 장르/예매율 애니메이션/18.15%(전체) 감독/배우는 브래드 버드/크레이그 넬슨·홀리 헌터·사뮤엘 잭슨 어떤 줄거리 은퇴한 슈퍼영웅, 가족과 함께 일어서다 이래서 좋아 최첨단 기술 이용한 초능력의 아찔한 전시장 이래서 별로 … 홈피 반응은 … ●브리짓 존스의 일기:열정과 애정 장르/예매율 로맨틱코미디/14.03%(15세) 감독/배우는 비반 키드론/르네 젤위거·콜린 퍼스·휴 그랜트 어떤 줄거리 애인 만들기에 성공한 브리짓의 본격 연애담 이래서 좋아 몸을 사리지 않는 연기와 섬세한 유머 이래서 별로 뻔한 신데렐라 스토리에 황당한 마약사건까지 홈피 반응은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블레이드 3 장르/예매율 액션/9.97%(18세) 감독/배우는 데이비드 S. 고이어/웨슬리 스나입스·제시카 빌 어떤 줄거리 뱀파이어 모체를 깨우려는 음모를 막는 블레이드 이래서 좋아 화려한 액션과 뮤직비디오 같은 영상 이래서 별로 전편보다 못하지도 낫지도 않은… 홈피 반응은 “뱀파이어 사냥을 MTV와 함께” ●엘프 장르/예매율 코미디/1.48%(전체) 감독/배우는 존 파브로/월 페렛·제임스 칸 어떤 줄거리 산타 요정 마을에서 자란 인간 버디의 아빠 찾아 삼만리 이래서 좋아 가족애와 인류애라는 크리스마스 정신을 전파 이래서 별로 어른들끼리 보기엔 다소 민망할 듯 홈피 반응은 “동심으로 돌아가자!” ●노트북 장르/예매율 멜로/0.28%(15세) 감독/배우는 닉 카사베츠/레이첼 맥아담스·라이언 고슬링·제임스 가너 어떤 줄거리 생의 끝자락에 반추해보는 젊은 시절의 사랑 이래서 좋아 클래식한 사랑의 짙은 울림 이래서 별로 그래도 상투적인 건… 홈피 반응은 “가슴이 찌리찌리∼” ●나비효과 장르/예매율 스릴러/0.25%(18세) 감독/배우는 에릭 브레스·J. 매키 그루버/애쉬튼 커처·에이미 스마트 어떤 줄거리 과거의 한 순간을 고치면 미래는 바뀌는데… 이래서 좋아 ‘나비효과’이론을 빌린 독특한 소재 이래서 별로 반복 되다보니 점점 떨어지는 긴장감 홈피 반응은 “초반 강추!뒤로 갈수록 이제 그만”
  • [토요영화]

    [토요영화]

    ●쌍웅(KBS2 오후11시15분) ‘천장지구’ 등의 진목승 감독 2003년작. 정이건과 여명이 각각 음모에 휘말린 경찰과 최면술사로 등장한다. 당시 홍콩영화계에서 유행하던 컴퓨터 그래픽 효과를 최대한 자제하고 실제 액션 위주로 촬영했다. 홍콩의 강력계 형사인 이문건은 경찰 내부에서 일어난 보석 절도와 자살 사건을 수사하다 최면술이 관련되어 있음을 알게된다. 이문건은 도움을 청하기 위해 살인사건과 연루되어 7년을 복역중이던 홍콩 최고의 최면술사 여상정을 찾아간다. 처음에는 순순히 협조해주는 것 같던 여상정. 그러나 결국 이문건에게 최면을 걸어 다이아몬드 절도 누명을 뒤집어 씌우고 도망쳐버린다. 이문건은 누명을 벗기 위해 여상정을 추적하다 뜻밖의 사실을 알게 된다. 여상정은 폭력 조직 두목에게 아내와 친구의 가족들을 인질로 잡히고 이용당하고 있었던 것이다.99분. ●리틀 세네갈(EBS 밤 12시) 프랑스 이민 소재 영화를 즐겨 만들었던 라시드 부샤렙 감독이 아프리카 흑인들과 미국 흑인들의 미묘한 갈등을 담아냈다.2001년작. 세네갈의 노예 역사박물관에서 30여년 동안 가이드로 일해온 알루네는,200년전 미국으로 노예로 팔려간 선조들의 자취를 찾는 여행을 할 것을 결심한다. 그러나 미국 뉴욕의 ‘리틀 세네갈’까지 여행하는 동안, 알루네가 찾은 것은 아프리카 흑인들과 미국 흑인들 사이의 갈등 뿐이다.93분. 채수범기자 lokavid@seoul.co.kr
  • 연말 영화 볼까 공연 볼까

    연말 영화 볼까 공연 볼까

    [영화] 올 연말 극장가의 강자는 어떤 작품이 될까. 스펙터클, 팬터지, 액션, 어드벤처가 그 충족조건이라면 올해도 어김없이 이를 모두 갖춘 작품 두 편이 대격돌을 앞두고 있다. ‘폴라 익스프레스’(The Polar Express·24일 개봉)와 ‘인크레더블’(The Incredibles·15일 개봉). 모두 애니메이션이지만, 블록버스터 실사영화 못지않은 규모와 재미로 전연령대의 관객을 무장해제시킬 채비를 갖췄다. #1 스토리-X마스의 꿈 vs 슈퍼영웅 가족 크리스마스하면 산타, 눈, 선물꾸러미 등이 떠오른다면 ‘폴라‘는 최고의 선택이 될 듯. 크리스마스 이브 북극행 열차에 몸을 실은 소년의 모험과 환상을 그린 이 작품은 어른에게는 잊고 살던 부푼 동심을 일깨우고, 아이에게는 크리스마스만의 환상여행을 선사할 만한 작품이다. 롤러코스터를 탄 것처럼 기차의 움직임에 따라 몸이 저절로 움직여질 정도로 실감나는 화면이 재미의 핵심. 하지만 산타에 대한 믿음이 흔들렸던 한 아이의 여행을 통해 눈에 보이지 않는 믿음이 중요하다는 기독교적인 세계관을 그 바탕에 깔았다. ‘폴라‘의 주제가 다소 뜬구름처럼 느껴진다면,‘인크레더블’의 슈퍼영웅 가족에 눈을 돌려보자. 무적의 힘을 가진 밥과 몸이 자유자재로 늘어나는 헬렌. 초능력으로 약자를 구하는 영웅이 됐지만 영웅을 원하지 않는 여론에 밀려 평범한 가장과 주부로 15년을 살게 된다. 초스피드로 달리는 아들과 투명인간으로 변하는 딸에게도 평범함을 강요한다. 하지만 밀려드는 공허함으로 밥은 딴생각을 품고, 악당의 음모에 걸려들자 이젠 온가족이 힘을 모은다. 전형적인 슈퍼영웅 스토리지만, 가족을 위해 열정을 포기해야만 하는 아버지나 특별함보다는 다수에 맞춰 살아가길 강요하는 사회의 모습 등은 현실과 비춰 다양하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2 캐릭터-진짜 사람같네 vs 개성 톡톡 ‘폴라‘를 보는 동안엔 내내 마치 실사영화를 보는 듯한 입체감과 사실성에 깜짝깜짝 놀라게 된다. 바람에 날리는 머리카락이나 눈꺼풀의 움직임 등은 진짜 사람과 마주하고 있는 느낌을 줄 정도. 캐릭터나 사물의 과장보다 실물의 느낌이 강조된 이유는, 실사영화로 그릴 수 없는 것들을 표현하기 위한 수단으로 애니메이션을 활용했기 때문이다.“실사영화로 만든다면 거대한 빙판 길을 미끄러지는 기차 등을 어떻게 표현하겠느냐.”는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의 말은 이 작품의 의도를 잘 설명해 준다. 반면 ‘인크레더블’은 애니메이션만이 가지는 과장된 표현을 십분 살렸다. 캐릭터의 생김새는 말할 것도 없고 밥의 불뚝한 배나, 헬렌의 기다란 팔 등 만화적 상상력을 발휘한 캐릭터들은 개성이 넘친다. 하지만 머리카락의 출렁임이나 인물의 움직임은 ‘폴라’ 못지않게 사실적이기도 하다. #3 테크닉-퍼포먼스 캡처 vs 3D애니메이션 이같은 시각적 차이는 두 작품이 각각 끌어다 쓴 기술적 차이에서 비롯된 것.‘폴라‘의 모든 캐릭터는 퍼포먼스 캡처라는 기술을 이용해 배우들이 직접 연기했다. 다이버 복장 같은 수트에 광반사 물질로 된 60개의 표식 장치를 달고 얼굴과 머리에도 150여개를 달아 배우들이 연기를 하면, 디지털 이미지로 변환돼 애니메이션 캐릭터로 재창조되는 과정을 거쳤다. 배우 톰 행크스가 소년, 차장, 소년의 아버지, 떠돌이, 산타 등 1인 5역을 맡았고, 소년을 제외하고는 모두 그의 목소리를 변조해서 사용했다. 기차안에서 핫 초콜릿을 나르며 화려한 춤을 보여주는 장면 역시 전문 뮤지컬 배우들이 직접 연기한 것이다. 인간의 숨결이 그대로 느껴지는 ‘폴라‘와 달리 ‘인크레더블’은 최첨단 테크놀로지를 이용한 3D애니메이션이 창조해낸 세계다. 하지만 애니메이터들이 몸속 골격의 움직임을 조종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해 개성적인 얼굴에 사실적인 움직임을 덧입혔고, 보통의 애니메이션보다 3배나 많은 100여개의 세트와 ‘몬스터주식회사’보다 600개나 많은 쇼트는 속도감과 스케일을 살려냈다. 목소리 연기는 크레이그 넬슨, 홀리 헌터, 사뮤엘 잭슨이, 감독은 ‘아이언 자이안트’와 TV물 ‘심슨 가족’을 연출한 브래드 버드가 맡았다. 김소연기자 purple@seoul.co.kr ■이런 영화도 있어요 올 연말엔 크고 작은 영화들이 관객을 기다리고 있다. 특히 온가족이 함께 볼 만한 크리스마스용 영화가 많다. 미리 계획을 짜서 ‘찜’해 두자. ● 온가족이 함께 요정들이 사는 북극에서 성장한 주인공이 부모를 찾아 뉴욕에 오면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그린 코미디 ‘엘프’(15일 개봉)는 가슴이 따뜻해지는 영화다. 어릴 적 살던 집에 찾아가 크리스마스 빌붙기를 시도하는 밴 애플렉 주연의 ‘서바이빙 크리스마스’(24일) 역시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코미디. 마법에 걸려 할머니가 된 소녀가 마법사 하울의 성으로 들어가면서 펼쳐지는 모험과 사랑을 담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신작 애니메이션 ‘하울의 움직이는 성’(24일)도 개봉을 앞두고 있다. ● 연인 혹은 친구끼리 우아한 뮤지컬의 선율에 푹 젖고 싶다면 ‘오페라의 유령’을, 사소한 일에 토닥거리는 연인들에겐 ‘브리짓 존스의 일기:열정과 애정’(10일)을 추천한다. 자기밖에 모르는 작가 아버지와 불만투성이인 딸의 갈등을 진지하고도 유쾌한 시선으로 담은 프랑스의 아네스 자우이 감독의 ‘룩앳미’(24일)도 기대할 만한 작품. 조선인이지만 일본의 영웅으로 살아간 역도산을 그린 한·일합작영화 ‘역도산’(15일)은 이 즈음 스크린에 걸려 있을 유일한 한국의 블록버스터다. 김소연기자 purple@seoul.co.kr [공연] ■ 기다렸던 콘서트 vs 色다른 공연 서서히 매서워지는 추위, 그보다 더 혹독하게 느껴지는 경제한파. 악조건 속에서도 연말은 어쨌든 공연계의 대목이다. 바쁘게 사느라 변변한 추억거리 하나 만들지 못했다는 자괴감(?)에 많은 이들이 볼거리를 찾아 두리번거리기 일쑤다. 이에 편승해 이번 주말부터 웬만한 공연장에는 음악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힙합-분위기 업에는 역시 힙합 한국적 힙합의 대명사가 되고픈 ‘무브 패밀리’가 워커힐호텔 비스타홀에서 11일 오후 7시부터 다음날 오전 3시까지 파티를 겸한 콘서트를 연다.‘힙합계의 대부’ 바비 킴에서부터 드렁큰 타이거, 다이내믹 듀오,t(윤미래) 등이 1부 콘서트를 맡고 오후 10시부터 시작되는 파티에서는 양동근, 에픽 하이,PK커넥션이 실력파 DJ들과 함께 열광적인 무대를 선사한다.(02)784-5118. 한 주 뒤인 17∼18일,‘한국 힙합의 선두주자’ 드렁큰 타이거의 타이거JK가 홍대 롤링홀에서 독상을 차린다.5집까지 낸 힙합 가수로서의 내공을 아낌없이 보여줄 듯.‘무브 패밀리’도 이번 콘서트에서 다시 한번 뭉친다.(02)333-0305. ●포크-포크 그룹…어쿠스틱한 향기 일본 내 한류 확산에 일조를 하고 돌아온 3인조 포크 그룹 자전거 탄 풍경이 17∼19일 성균관대 600주년기념관에서 오랜만에 팬들과 만난다. 지금까지 했던 공연 가운데 ‘베스트5’를 선정, 앙코르 무대로 선보일 예정이다.(02)567-1318. 감미로운 멜로디와 정곡을 찌르는 가사로 귀를 즐겁게 해온 여행스케치는 현재 대학로 질러홀을 ‘전세’냈다. 내년 1월2일까지 기간별로 ‘송구영신’‘크리스마스’‘근하신년’ 등 세 가지 테마로 공연을 진행한다.(02)741-9700. ●7080-노장들의 힘…추억은 끝나지 않았다 올 한해 콘서트 현장을 휩쓸었던 ‘7080바람’ 아래 송창식 최백호 윤시내 정태춘&박은옥 한영애 등 빛깔 다른 가수들이 뭉친다. 타이틀은 ‘오색오감’ 콘서트. 긴 세월을 무대와 함께 해온 노장들의 저력이 빛날 듯.14∼15일 오후 7시30분 올림픽공원 내 올림픽홀.(02)454-6114. 데뷔한 지 어느덧 18년, 하지만 언제나 젊은 오빠인 ‘봄여름가을겨울’의 김종진·전태관이 29∼31일 연세대 100주년 기념관에서 유쾌한 콘서트를 연다.5년째 팬들과 공연장에서 새해를 맞아온 팀답게 ‘한잔의 추억’‘브라보 마이 라이프’ 등 주옥같은 노래와 연주로 올 한해 마지막 밤을 화끈하게 책임진다.(02)522-9933. ●女風-여성 보컬들의 활약 발라드 가수 린은 11∼12일 오후 7시 성균관대 600주년기념관 새천년홀에서 감성적인 무대를 연다. 사랑과 삶, 추억에 관한 개인적인 이야기를 아름다운 노래와 함께 풀어낼 예정. 그녀의 파격 변신이 기대된다.(02)874-8707. 변진섭의 노래 ‘너에게로 또다시’를 절절한 음색으로 리메이크해 사랑받았던 서영은.30∼31일 삼성동 섬유센터에 가면 그녀의 섹시한 춤까지 볼 수 있다. 소니뮤직과 정식 계약을 맺고 일본에서 영역 확장 중인 박화요비는 24∼25일 장충체육관에서 분위기를 한껏 잡는다.4집 앨범 타이틀곡 ‘당신과의 키스를 세어보아요’는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업’시키기에 딱이다. ●이밖에-색다른 걸 원한다면 젊은 마술사 최현우의 ‘사랑을 부르는 매직콘서트’에 가보자.17일부터 내년 1월2일까지 삼성동 코엑스 그랜드 콘퍼런스룸. 최현우는 드라마 ‘매직’에 출연하면서 귀여운 외모와 화려한 마술 기술로 시청자들의 궁금증을 자아냈던 인물. 지난 9년간 쌓아온 마술 비법을 이 무대에 쏟아붓는다.(02)3444-3480. CCM 아티스트 송정미는 18일 오후 3시·7시 어린이대공원 돔아트홀에서 메마른 감성을 자극하는 콘서트를 연다.CCM 공연이 기독교인만을 위한 것이 아님을 느끼게 해줄 듯.(02)333-0305. 유영석과 노영심은 나란히 신촌에서 피아노 선율을 퍼뜨린다. 유영석은 31일 서강대 메리홀.(02)588-5474. 노영심의 무대는 24∼25일 연세대 100주년 기념관이다.(02)522-9933. 이밖에 얼마 전 전역한 가수 홍경민이 18∼19일 올림픽공원 역도경기장에서 화려한 복귀 공연을 펼친다. 군인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그. 애인과 함께 오는 국군장병들에게 할인혜택도 준단다. 또 스포츠와 콘서트의 접목을 시도한 새로운 컨셉트의 공연으로 전국을 휩쓸었던 김건모도 24∼25일 같은 장소에서 ‘연장전’ 공연에 들어간다.(02)522-9933.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크리스마스를 들어요 크리스마스를 겨냥해 캐럴 음반이 속속 출시되고 있다. 이 가운데 재기발랄한 인디 밴드들과 ‘오버’무대를 주름잡는 가수들이 각각 뭉쳐 비슷한 컨셉트의 음반을 냈다. 비교해서 들어보면 재미있지 않을까. ●크리스마스 미츠 카바레 사운드(Christmas Meets Cavare Sound) 인디 레이블 카바레사운드 소속 가수들이 참여한 크리스마스 캐럴 컴필레이션 음반. 여성 2인조 메리고라운드가 ‘크리스마스 스페셜’로 상큼하게 첫 트랙을 돌면 로큰롤 밴드 오!부라더스의 장난기 넘치는 ‘화이트 크리스마스’가 뒤따르고, 이어 플라스틱 피플의 안재한이 포근함을 선사하는 기타 연주(Wish Me A Merry Christmas)로 긴장을 풀어준다. 이밖에 다방밴드, 갑균이네, 미스터 펑키 등 실력 짱짱한 밴드들이 ‘조이 투 더 월드’‘루돌프 사슴코’ 등을 들려준다. 총 13곡. ●크리스마스 스토리(Christmas Story) 윤도현 성시경 토니안 바다 김조한 버즈 이정 서문탁 에즈원 앤 제이 페이지 솔플라워 나윤권. 이질감 강한 14명의 가수들이 그리는 크리스마스는 이들이 부른 캐럴만큼 다를 것이다. 윤도현은 ‘실버 벨스’를 보다 강하게 울리고, 서문탁은 ‘블루 크리스마스’에서 우울한 감성을 선보인다. 록 사운드에 실려 재해석된 버즈의 ‘징글 벨 록’ 등 기존 캐럴의 변주가 듣는 맛을 꽤 느끼게 해준다.‘아틀란티스 소녀’‘휠릴리’ 등을 만든 히트 제조기 황성제가 만든 ‘세상 가득 사랑을’에서 참여 가수들의 돋보이는 하모니를 확인할 수 있다. 기존 캐럴을 새롭게 편곡한 13곡과 신곡 3곡 등 총 17곡이 수록돼 있다.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논술이 술술] 키워드/국가보안법

    올해 가장 뜨거웠던 이슈 중의 하나가 국가보안법 개폐 문제였다. 여론도 갈라지고 정치권에서도 첨예하게 맞서 오다 일단 논의를 뒤로 미뤘다. 그러나 더 급한 민생법안들이 해결되면 국가보안법 논의는 재점화될 것이다. 국가보안법은 적어도 개정해야 한다는 데는 국민들의 다수가 동의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폐지를 놓고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여당은 폐지하는 쪽으로 당론을 확정했지만 야당은 당의 운명을 걸고서라도 저지하겠다고 맞서고 있다. 국민 여론조사는 조금씩 다른데 어떤 조사에서는 폐지 의견이 많았지만 다른 조사에서는 폐지하지 말자는 의견이 50%를 넘기도 했다. 국보법 개폐 논란은 보혁 진영의 논리 대결과 뗄 수 없는 문제다. 대체로 과거 6·25를 겪어본 장·노년 보수층은 국보법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젊은 진보층은 시대의 변화를 인식하고 과거의 낡은 잣대와 제도를 개혁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논쟁의 시발점 국가보안법은 일제시대 치안유지법을 모방해 만들어진 법률인데 간첩과 좌익분자를 처벌하기 위한 이 법이 독재권력하에서 민주인사들을 탄압하는 도구로 악용됐다는 것이 폐지론자들의 주장이다. 처벌 조항들은 매우 애매하고 예비 음모죄까지 처벌할 수 있도록 돼 있어 인권침해의 소지가 크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유엔 인권위원회 등으로부터 폐지 권고를 여러 차례 받았다는 것. 남북이 전쟁을 벌이기도 했지만 지금은 유엔에 동시가입했고 교역량도 증대되는 등 시대 상황이 과거와 크게 달라졌기 때문에 국보법은 시대착오적인 법률이라는 논리다. 이에 대해 유지론자들은 아직도 북한의 대남적화 전략은 변하지 않았고 실제로 서해교전 등 도발을 일삼고 있는 실정이라고 한다. 법률적으로 볼 때 북한은 여전히 반국가단체일 뿐이기 때문에 경제적 교류를 하더라도 국가로 인정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권안보에 악용돼 온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은 정권의 문제이지 법의 문제가 아니고 운용을 철저히 하면 된다는 것이다. ●첨예하게 대립하는 여러 문제들 국가보안법 조항 중에서도 폐지를 놓고 여야가 첨예하게 맞서고 있는 것이 북한을 반국가단체로 보느냐, 찬양고무죄를 인정하느냐 등의 문제다. 여당은 북한을 반국가단체로 규정한 정부 참칭 조항을 삭제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그러나 헌법이 북한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형법상 적국의 개념에 포함시켜 형법의 외환·내란죄로 다스릴 수 있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북한은 헌법의 영토 규정에 따라 국가로 인정해선 안 되기 때문에 북한을 정부를 참칭하는 반국가단체로 규정해야 한다고 한다. 비수교국이나 교전국에 해당하는 준적국, 또는 적국의 개념을 준용하는 것은 법률적으로 무리가 있다고 설명한다. 제7조 ‘국가의 존립 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점을 알면서 반국가단체의 활동을 찬양, 고무, 선전한자는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는 찬양·고무죄에 대해서도 정면으로 대립하고 있다. 여당은 국가보안법 중에서 가장 악용된 이 조항을 삭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찬양 고무의 개념이 모호해 소위 ‘불온 서적’만 갖고 있어도 국보법으로 처벌해온 과거를 예로 든다. 텔레비전에서 북한의 서커스를 보고 잘 한다고 해도 처벌할 수 있는 법이 국가보안법이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폐지 반대론자들은 이 조항을 없앤다면 광화문에서 김일성 추모집회를 열어도 처벌할 근거가 없으므로 단서 규정을 좀 더 엄격히 바꾸어 존치시켜야 한다고 말한다. 그 다음이 불고지죄다. 국가보안법의 조항을 어긴 사실을 알면서 수사기관에 신고하지 않는 사람을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이 조항에 대해 폐지론자들은 인륜도덕을 파괴하는, 전 국민을 국보법 위반자로 만들 가능성이 있는 조항이라고 한다. 아버지가 아들을 신고하지 않는다고 해서 처벌하는 것이 옳으냐는 주장이다. 한나라당은 이에 대해 배우자, 직계 존비속, 형제, 자매는 형을 면제한다는 선에서 조항을 고치되 조항 자체는 살려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대비 포인트와 예상 논제 국가보안법은 어느 쪽이 옳다고 할 수 없는 정치적 사상적 신념과 연결된 문제다. 이 문제가 논술 면접시험에 나올 것으로 예상해서 자기 나름대로의 논리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국보법을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더라도 국가보안법 자체의 문제점은 분명히 파악하고 있어야 할 것이다. 예상되는 논제는 ▲국가보안법이 폐지된다면 그 대안은 어떤 것이 있다고 생각하는지 설명하라 ▲국가보안법을 폐지해서는 안 된다면 왜 그런가 ▲국가보안법이 악용된 사례와 폐단을 예로 들고 국보법 폐지 또는 개정 문제에 대한 생각을 말하라 ▲국가보안법은 과연 악법이라고 생각하는가 ▲국보법의 찬양 고무 조항은 폐지돼야 하는가, 유지하되 개정하는 것으로 족한가? 등을 들 수 있다. 손성진기자 sonsj@seoul.co.kr
  • [여의도 IN ] 與 대변인실 감원 찬바람

    “부대변인직을 자진해서 사퇴해줬으면 좋겠네.” 열린우리당의 A 부대변인은 며칠 전 한 고위 당직자한테 불려가 ‘청천벽력’같은 얘기를 들었다. 뚜렷한 이유가 제시되지 않았기에 그로서는 납득이 가지 않았다. ‘잘 나가던’ 151석의 열린우리당 대변인실은 지금 감원(減員)의 칼바람 앞에 위축돼 있다. 현재 5명인 상근직 부대변인 수를 3명으로 줄이려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중앙위원회 산하 당헌·당규 조문 소위원회(위원장 최규성 사무처장)에서 마련한 중앙조직 개편안이 오는 10일 열리는 중앙위원회에서 통과되면 이평수·유은혜·서영교·김갑수·김형식 부대변인 중 2명은 보직 해임된다. 그런데 부대변인 감축이 구조조정이라는 비용적 측면보다는 당내 파워게임으로 해석되면서 미묘한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한 중앙위원은 5일 “당내 유력자의 측근이 부대변인으로 내려와 대리인을 하는 관행은 고쳐져야 한다.”며 개정안에 지지 입장을 밝혔다. 당의 ‘입’이 아니라 특정인의 입 역할을 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B 부대변인은 “중앙위원회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 일부 계파가 반대파를 쳐내기 위한 음모”라며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 與대권후보 ‘고건, 정운찬, 진대제‘ 3주자론

    與대권후보 ‘고건, 정운찬, 진대제‘ 3주자론

    최근 정치권 안팎에서 여권의 차기 대통령 선거 후보로 의외의 ‘다크호스’가 급부상할 수도 있다는 얘기가 심심찮게 나돌고 있어 주목된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과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 등 기존의 대선주자군(群)이 아니라, 뜻밖의 ‘제3의 후보’가 여당 후보 자리를 차지할 것이란 추측들이다. 여기엔 노무현 대통령의 ‘성공 사례’에 따른 학습효과가 바탕에 깔려 있다. 노 대통령은 ‘국민의 정부’ 시절 줄곧 ‘무명’(無名) 신세를 면치 못하다가 대선이 불과 1년도 안남은 시점에 국민경선을 통해 유력 후보로 급부상했었다. 특히 고건 전 국무총리의 ‘강세’도 ‘제3 후보설’ 확산에 결정적으로 한몫하고 있다. 고 전 총리는 지난 5월 총리직 사퇴 이후 현실 정치와 거리를 두고 있는 데도 각종 여론조사에서 ‘가장 호감이 가는 차기 대권주자’로 잇따라 선정되고 있다. 그는 지난달 29일 MBC의 대선주자 호감도 여론조사에서 26%의 지지를 얻어 한창 활동 중인 한나라당 박근혜(22.9%) 대표와 정동영(15.7%) 장관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앞서 9월 이후 다른 3차례 여론조사에서도 그는 1위를 달려왔다. 정치권에서는 고 전 총리의 인기를 거품으로 평가하는 시각도 있다. 열린우리당 장영달 의원은 “무작정 과거에 대한 동경과 안정성을 고려한 측면이 있다.”며 “우리의 개혁정책이 제대로 방향을 잡고 진전돼 나가면 백지처럼 바뀔 것이다.”고 일축했다.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도 “현 정권이 386정권이라고 하고 사회전체가 불안하니까 대통령 탄핵시 권한대행으로서 안정적으로 국정을 운영한 고 전 총리의 인기가 올라간 것”이라며 “그러나 자신은 물론 두 아들이 병역면제를 받았다는 점에서 검증 대상에 오르면 상황이 많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제3후보설은 이미 고 전 총리의 범주를 벗어나고 있다. 최근엔 서울대 폐지 반대 등 ‘쓴소리’를 마다 하지 않아 주목받은 정운찬 서울대 총장도 유력한 후보 중 하나로 거론되기 시작했다. 정 총장은 ▲본고사 폐지 ▲고교 등급제 ▲기여입학제 등을 금지한 교육부의 이른바 3불(不) 정책을 신랄히 비판해 이목을 끌었었다. 또 여권 핵심부에서는 한때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을 차기 후보로 진지하게 검토했었다는 얘기도 들린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지난 주 기자에게 “노 대통령을 둘러싸고 있는 386 그룹에서 최근 정 총장이나 진 장관 등 비(非)정치인 전문가를 차기 대선 주자로 옹립할 계획을 검토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콘텐츠가 부족한 기성 정치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참신한 이미지와 전문성으로 차별화를 꾀한다는 컨셉트인 셈이다. 심지어 제3후보설은 여권이라는 범주에서만 머물지 않고 야권으로도 확장되고 있다. 한나라당 소속의 손학규 경기도지사 영입설까지 본인 의사와 무관하게 거론되는 사례만 해도 그렇다. 손 지사 영입설은 여권 내에서 검토되고 있는 여러 카드 중 8번째 정도라는 소문도 있다. 여당 모 중진의원의 한 측근은 5일 “정치지형에 따라서는 운동권 출신인 손 지사까지 여당 후보로 영입해 판을 키워야 한다는 주장도 내부적으로 오가는 상황”이라며 “그만큼 여권 차기 대선주자군의 범주가 넓고 유동적이라는 얘기가 된다.”고 말했다. 한편 손 지사측은 이에 대해 “야권의 유력한 대선주자를 흠집내려는 여권의 음모”라면서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서는 안될 것”이라고 펄쩍 뛰었다. 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 [시론] 체 게바라를 다시 읽는 밤/정끝별 명지대 국문과 교수·시인

    [시론] 체 게바라를 다시 읽는 밤/정끝별 명지대 국문과 교수·시인

    지난 12일 오후 3시. 카이로에서 30여만명의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야세르’를 연호하며 투쟁의 구호를 외치는 시간, 나는 신촌의 한 영화관에서 ‘모터사이클 다이어리’를 보고 있었다. 아니 체 게바라와 아라파트와 빈 라덴을 떠올리고 있었다. 영화 상영을 기다리다 친구에게 문자 메시지를 날렸다.‘체 게바라, 아라파트, 그리고 빈 라덴의 공통점은?’ 응답 메시지가 즉시 달려왔다.‘잘 모르는 자들임! 약한 자들을 위해 노력하신 분들임!’ 내게도 그렇지만 특히 그 친구에게 체 게바라는 모택동, 호치민, 파농 등의 이름 한가운데서도 가슴 설레는 가장 빛나는 오라(aura)를 내뿜었던 인물이다. 꿈과 이상의 무한지점을 향해 가열차게 나아갔던 이름, 체 게바라. 그는 이제 우리에게 향수 어린 혁명가이자 몽상가이자 모험가이자 이상주의자이자 낭만주의자의 이름이기도 하다. 끝내 이루어질 수 없는, 결국은 미완으로 끝날 그 무엇을 향해 한 시대의 억압에 맞서 온몸으로 저항했던, 그리하여 시인의 또 다른 이름이기도 했던 그는, 자신의 말을 빌려 표현하자면 ‘메시아를 기대한 마지막 세대’가 아니었을까? 21세기에 들어서도 지구촌 도처에서 전쟁과 테러와 납치와 암살과 음모와 억압과 착취는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더욱 강력해지고 교묘해지고 있다. 명분 없는 이라크 전에서는 무수한 병사와 민간인들이 죽어나가고 있으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에서는 끊임없는 보복전이 벌어지고 있다. 이런 폭력에 총과 혁명으로 대항했던 게바라와 달리 비폭력으로 대항했던 간디는 ‘일곱 가지 사회적 악’을 다음과 같이 열거한 바 있다. 원칙이 없는 정치, 노동이 없는 부, 의식이 없는 쾌락, 인간이 없는 지식, 도덕관념이 없는 거래, 인류가 없는 과학, 희생이 없는 신앙. 주변을 둘러 보라. 우리 시대의 자화상이 아닌가! 우리는 바오바브나무와 같은 이 폭력과 악의 뿌리는커녕, 잎 혹은 가지들이라도 제대로 눈치채고 있는가. 긴 안목으로 우리 사회의 흐름을 앞서 볼 줄 아는 진정한 혁명가, 아니 지식인들조차 설 땅을 점점 잃어가고 있는 게 우리의 현실은 아닌지…. 진정한 혁명 혹은 지식은 지금 체제순응주의로 개종중이다. 실용과 정보와 취미에 묻혀 상품으로 소비되고 향수로 추억될 뿐이다. 영화 밖에서 게바라는 내게 묻고 있었다. 우리가, 내가, 정말 한때 혁명적 삶을 꿈꾸기는 했던 것일까. 우리는, 나는 너무 쉽게 우리의 적(敵)을 닮아버렸다. 게바라는 이렇게 말했었다. 세계 어디서든 불의가 저질러지면 그것에 깊이 분노할 줄 알아야 한다고. 이것이야말로 혁명가가 가진 가장 아름다운 자질이고, 완전한 혁명에 도달하는 유일하고도 가장 확실한 길은 끊임없이 내부의 혁명에 충실하는 것이라고. 정직하게 분노할 줄 아는 한 우리는 여전히 혁명을 꿈꿀 수 있다. 정직하게 분노할 줄 알아야 나는 비로소 시인일 것이다. 혁명을 원치 않는 사회일수록, 시가 위기인 사회일수록 우리가 혁명과 시를 논해야 하는 이유이다. 우리의 적은 늘 우리의 내부에 뿌리깊이 자리잡고 있고, 나는 나에게서부터 분노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게바라를 다시 읽는 가을밤이 아련하고 소슬하다. 영화 속 젊은 게바라는 천식으로 쉴 새 없이 기침을 하고 있었다. 그때마다 나는 김수영의 시 ‘눈’의 한 구절을 떠올리곤 했다.“젊은 시인이여 기침을 하자/눈을 바라보며/밤새도록 고인 가슴의 가래라도/마음껏 뱉자.” 정끝별 명지대 국문과 교수·시인
  • 교수로 NGO 활동가로 되돌아 온 김성훈 前농림부장관

    교수로 NGO 활동가로 되돌아 온 김성훈 前농림부장관

    김성훈(65) 전 농림부 장관을 문득 떠올리게 됐다. 쌀시장 개방 협상의 귀추가 주목되는 가운데 이 분야의 전문가로 자타가 공인하는 그의 생각은 어떤지 궁금증이 일었던 것이다. 하지만 전화를 넣어 만남을 청한 건 이 때문만은 아니었다.6년전 장관과 기자로 처음 만나 가까이서 지켜보았던 그는 다변(多辯)의 재담가였다.‘풀어놓을 이야기 보따리가 많겠다.’는 요량이 더 컸던 듯하다. 최근 서울의 한 호텔 라운지에서 그와 세 시간여를 마주 앉았다. 기대는 어긋나지 않았다. ●몰랐던 사실…‘농민가’를 쓰다 “어떻게 지내셨습니까?” 반갑게 인사를 건넸는데 얼른 “예일대 교수지요.”란 대답이 나온다.(그는 중앙대 교수다.) ‘어, 그랬나….’ 순간 얼떨떨했다. 그러자 “예전에 하던 일, 그대로 하니 예일대 교수지요.”란 풀이를 붙인다. 어색하기 십상인 6년의 시차를 그는 이렇게 쉽게 뛰어넘는다.DJ(김대중) 정부의 첫 농림부 장관(1998년 3월∼2000년 8월)으로 30개월을 장수한 뒤 원래 자리인 중앙대 교수로,NGO 활동가로 되돌아왔다는 얘기다. 이전과 차이라면 직함이 더 많아지고 더 바빠졌다고 한다. 경실련·한국내셔널트러스트 등 NGO의 대표자리만 네 개이고, 여기에 고문이나 이사직함까지 더하면 열 손가락이 모자랄 정도다. 그는 지금껏 우리 농촌·농업문제의 이론가이면서 행동가로 진력해 왔다.1990년대 초반 UR협상 반대논리를 줄기차게 제기하며 정부를 맹렬히 공박하는 바람에 ‘신운동권 교수’란 별칭이 붙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행로가 학창시절(서울대 농경제학과 58학번)부터 본격화했다는 건 잘 알려지지 않은 얘기다. 서울 농대의 전통적 이념서클로 유명한 ‘한얼’을 조직한 이가 바로 그였다. “일화 좀 들려달라.”고 요청하자 잠시 뜸을 들이다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삼천만 잠들었을 때, 우리는 깨어∼” 80년대 시위건, 집회건 모였다 하면 불렀던 ‘농민가’다.“다른 동기와 함께 작사했지요. 원래는 한얼에서 분화한 농사단(農士團)의 단가로 만들어 불렀던 노랩니다.2절 첫 가사가 ‘붉은 태양 솟아오르는∼’인데, 언제부턴가 ‘밝은 태양∼’으로 바뀌더군요.” 그랬나…. 고개를 끄덕이며 보니 그는 새삼 감회어린 표정이 되어갔다. ●허문도와의 인연 신군부 ‘3허(許)’씨 중 한 사람인 허문도(57학번) 전 통일원장관과는 학창시절 친구라는 얘기도 뜻밖이었다.“농대 도서관 책의 절반은 허문도가, 절반은 내가 읽었지요. 조용하고 그다지 말이 없었는데, 주로 역사와 철학쪽 책을 탐독한 걸로 기억됩니다.” 김 전 장관은 그로부터 20여년 뒤 전두환 정권의 실세로 부상한 그와 다시 만나게 된다.“80년 5·18 사건 이후 어느날 요정으로 부르더군요.‘청운의 꿈을 같이 실현하자.’고 합디다.” 김 전 장관은 “악어의 눈물이라도 좋으니 5·18에 대해 먼저 사과해야 한다.”고 뿌리쳤다고 한다. 그즈음 그는 김대중 내란음모사건 관련자로 ‘남산’에 끌려가 고초를 겪게 된다. 허씨가 자기 몰래 이름을 올렸던 국보위 농업분야 전문위원직을 끝내 마다한 데다,‘지식인 134인 시국선언’에 서명한 일이 빌미가 됐다.“신병처리가 어떻게 될지 몹시 불안해 하고 있었는데 어느날 풀려나더군요. 아마 허문도가 힘을 썼던 것 같습니다.” ●가까스로 내던진 장관직 그는 장관직을 물러날 때 남다른 과정을 거쳤다. 떼를 쓰다시피 물러나겠다고 매달렸다. 김종필 총리와 이한동 총리에게 한번씩 사표를 제출했지만 “DJ가 아직은 생각없는 것 같다.”는 이유로 반려됐다고 한다.2000년 총선을 앞두고 축협통합 문제와 구제역, 동해안 산불 등이 동시다발적으로 터져나왔을 때다.“동가식 서가숙하며 뛰어다니는데 이빨이 몹시 아프더라고요. 그냥 진통제로 버티며 지냈는데 어느날 앞니 5개가 한꺼번에 무너져 내렸습니다. 그러더니 4개가 더 빠지더군요.” 병원에서 찍은 이빨 사진까지 들고 가 “밥도 못 먹을 지경인데, 학교로 돌아가고 싶다.”고 이 총리에게 호소하기도 했지만 “난 모르는 일”이라는 대답만 들었다.‘DJP 연합’이 재개되고 농림부장관직이 자민련 몫으로 조정된 뒤에야 ‘가까스로’ 장관직에서 물러날 수 있었다고 한다. ●통상교섭본부 설치는 실정(失政) 쌀 시장 개방 협상으로 화제를 돌리자 김 전 장관의 얼굴빛이 달라진다. 웃음이 사라지고 표정과 목소리에 노기(怒氣)까지 서렸다. 그는 “첫 단추가 잘못 꿰어지는 바람에 계속 잘못돼 가고 있다.”고 단호하게 비판했다.“외교력과 협상력의 부재로 중국에 지나치게 끌려가고 있습니다. 이런 상태로는 농민을 설득할 수 없습니다. 국가이익을 챙기는 시나리오와 국내 농업대책 마련이 동시에 필요한데, 준비가 되지 않았습니다. 통상교섭본부 내에 농업 전문가가 없는 현실도 문제지요. 장관이 바뀔 때마다 통상문제와 관련한 멤버가 교체됐는데 이래서야 협상이 제대로 되겠습니까.” 그는 자기가 몸담은 DJ 정부에 대해서도 톤을 높였다.“그때 통상교섭본부를 설치한 것 자체가 잘못됐습니다. 대놓고 말하기는 좀 그렇지만, 그건 실정이에요. 미국 무역대표부(USTR)처럼 힘이 막강하면 몰라도, 우리처럼 수세적 협상을 해야 하는 나라는 한 곳에 권한을 모아주는 것이 전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관세화 협상에 대해선 결연한 태도다.“지금 그걸 왜 합니까.DDA 협상에서 농산물 관세 한도설정 등 세부원칙이 결정되기 전까지는 관세화 협상을 해서도 안 되고, 할 필요도 없는 겁니다.” 지난해 멕시코 칸쿤 WTO 각료회의에서 자결한 이경해씨와의 인연을 어디선가 들었다. 자결하기 하루 전날 유언을 남겼는데 김 전 장관에게 “둘째딸을 맡긴다. 결혼식을 잘 치러줄 것으로 믿는다.”는 내용이었다. 그해 가을 치러질 결혼식에 김 전 장관이 주례로 예정돼 있었던 것이다. 쌀 시장 개방 협상문제로 나라 안이 시끄럽다. 김 전 장관의 애정 어린 당부와 비판을 당국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궁금했다.“저녁에 (서울 서초동)정토회관에서 강연 약속이 있다.”며 서둘러 일어서는 그의 표정은 만날 때와 달리 어두워져 있었다. 박은호기자 unopark@seoul.co.kr
  • [토요영화]

    [토요영화]

    ●6번째날(KBS2 오후 11시15분) 아널드 슈워제네거 주연의 SF액션물. 지금은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된 액션스타의 현역시절 모습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 더구나 1인 2역이다. 근미래를 배경으로, 복제인간에게 모든 것을 빼앗긴 남자가 인간복제 회사의 음모에 맞서는 이야기를 그렸다. 볼거리는 나름대로 화려하지만, 나이 탓인지 몸이 따라주지 않는 아널드의 액션이 딱해 보이기도.‘6번째 날’이란 성경 창세기에서 인간이 창조된 날로, 주인공 이름이 ‘아담’인 점도 의미심장하다. 로저 스포티스우드 감독의 2000년작. 미래형 전투헬기 조종사인 아담은 아내, 딸과 함께 행복하게 살아가는 평범한 가장. 생일을 맞아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기 위해 귀가한 아담은 뜻밖에 집에 먼저 와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혼란도 잠시, 아담은 곧장 불법인 인간복제를 은폐하려는 DNA 복제회사측의 암살자들에게 납치당한다. 위험한 음모에 휘말렸음을 깨달은 아담은 가족과 자신을 지키기 위해 복제회사에 맞서 싸우기 시작한다.117분. 채수범기자 lokavid@seoul.co.kr ●이중간첩(MBC 오후 11시30분) 한석규, 고소영 주연의 스릴러 액션물. 냉전시대인 1980년대에 남한으로 위장 귀순한 이중 간첩의 이야기다. 총제작비 43억원을 들여 체코에서 촬영하고,‘포레스트 검프’ 등에서 선보인 과거의 역사자료 화면에 주인공을 합성해 넣는 등 특수효과에도 공을 들였지만 결과는 범작. 김현정 감독의 2002년작. 1980년 한국으로 귀순한 대남공작원 임병호는 사실 ‘남조선 혁명과업’ 밀명을 부여받고 침투한 위장 귀순자.3년 동안 조용히 남측의 신뢰를 쌓은 병호는 드디어 첫 번째 작전에 착수한다. 그러나 고정간첩인 라디오 DJ 윤수미와 접선해 연인 관계를 위장하던 병호는 차츰 수미에게 연민을 느끼기 시작하는데….135분.
  • [코드로 읽는책] 누가 우리의 밥상을 지배하는가/부루스터 닌 지음

    쌀 시장 개방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40여 일 앞으로 다가온 쌀 협상 시한을 앞두고 농민들은 거센 시위를 벌이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국회의원들도 쌀시장 개방 반대 결의안 제출을 추진하는 등 쌀협상이 연말 정국의 최대 핫 이슈로 떠오를 조짐을 보이고 있다. 결국 외국의 거대 곡물회사들에 우리의 밥상을 내주어야 하는가. 아니면 다른 것을 희생하더라도 밥상만은 끝까지 지켜야 하는가. 마침 캐나다의 농업기업 분석가인 부루스터 닌이 쓴 ‘누가 우리의 밥상을 지배하는가’(안진환 옮김, 시대의 창 펴냄)가 출간돼 딜레마에 빠진 우리의 주목을 받는다. 초국적 미국계 거대 곡물기업인 ‘카길’의 음모를 파헤친 이 책은 저자가 90년대 초 내놓은 ‘보이지 않는 거인’의 개정판이다. 카길(Cargill)은 아처 대니얼스 미들랜드(ADM)사(社)와 함께 전 세계 곡물시장의 75%를 점하고 있다. 지난 15년간 카길의 행적을 추적해온 지은이는 이 거대 곡물회사가 세계 각국의 먹을거리에 대한 지배권을 확보하기 위해 어떤 행위를 했고,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카길은 1865년 미국 아이오와주(州)에서 시작, 곡물을 비롯해 커피, 과일주스, 설탕, 면화, 대마, 고무, 소금, 철강 등을 구매해 생산·가공·판매하는 초국적 기업이다. 하지만 그 실체는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저자는 베일에 싸여 있는 카길이 그동안 어떤 방식으로 한 나라의 농업을 파괴하면서 이익을 추구해 왔는지, 그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고통으로 몰아 넣고 자연 환경을 파괴해 왔는지 등에 대해 상세히 설명한다. 카길을 비롯한 초국적 기업들은 오로지 ‘세계적 규모로 비교우위를 확보하는 것이 최상’이라는 서구 경제학의 고전적 이데올로기만을 추종한다. 이같은 이데올로기를 따른다면 한국은 쌀 등 주요 곡물은 물론 식물성 기름, 심지어 가축과 사료까지 모두 수입에 의존해야 한다. 오로지 집약적인 채소 경작에만 매달려야 한다. 카길은 1986년 서울에 사무실을 두면서 한국에도 진출했다. 기존의 한국 기업들의 반대를 뿌리치고 가축사료시장을 잠식하기 시작했는데,IMF 사태 직전엔 한국의 사료용 곡물시장의 40%를 점유할 정도로 급속한 성장세를 보였다. 그래선지 미국 육류수출조합의 한국대표를 지낸 한 한국계 미국인은 “모든 사료용 곡물이 수입되는 한국엔 이미 토종 가축이 한 마리도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신토불이’를 내세우며 미국의 육류수입을 꺼리는 한국인들의 논리가 허구라고 지적한 것이다. 초국적 농식품 기업들은 지구상에서 가장 싸게 원료 농산물을 구입해 가공한 후 이를 가장 비싼 값에 판매할 곳을 찾는다. 그러한 과정에서 한 나라의 농업 기반은 초국적 기업들의 지배 아래 놓이게 되고, 결국 식품의 다양성 파괴로 이어진다. 저자는 카길이 앞으로도 가능한 한 많은 나라와 지역의 농업 정책을 결정해 나가고 식량에 대한 지배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또 이에 맞서 소비자들이 자신의 권리를 지킬 것을 당부한다. 그는 한국의 곡물 자급 비율이 26.9%에 불과하며, 가축 사료로 쓰이는 옥수수 수입률은 99.9%에 달하는 사실에 대해 깊은 우려를 나타낸다. 이미 밥상에 오른 거의 모든 먹을거리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현실에서, 쌀 개방 및 이에 따른 식량주권 문제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432쪽.1만 6500원.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李총리 “다음정권에 부담 안줄것”

    이해찬 국무총리가 정부의 개혁기조와 관련해 두 가지 핵심현안에 대해 ‘못’을 박았다. 국가보안법 개폐 논란 및 경기침체와 관련,“다음 정권에 부담을 줘선 안 된다.”는 말로 참여정부 임기내 해결을 강조했다. 먼저 국가보안법. 이 총리는 18일 고려대 노동대학원 총교우회 초청 조찬강연에서 “사회가 역사적으로 발전해 나가는데 정리할 것은 정리해야지 얼버무리고 가는 건 좋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국보법 제정 경위와 자신이 내란음모죄로 두 차례 기소된 일화 등을 소개한 뒤 “정리할 때 정리하지 못하면 다음 세대에는 그것이 왜곡돼 큰 아픔을 겪게 된다.”고 덧붙였다.“참여정부가 3년 동안 해야 할 일을 안해 놓으면 다음 정부에 부담이 되고, 다음 세대의 국민들이 아픔을 겪게 된다.”고도 했다. 한나라당의 반대는 물론 열린우리당에서조차 추동력이 떨어지는 듯한 상황에서 국보법 연내 폐지 분위기를 다시 한번 다잡으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 총리는 대기업의 경제인식과 행태에 대해서도 일침을 놓았다.“대기업이 투자를 안 하는 건 고급인력과 고급기술이 없기 때문”이라며 ‘기업책임론’을 제기했다.“기업은 신규투자로 수익을 낼 모델을 찾아야 하고, 이를 위해 고급인력과 고급기술이 필요한데 이를 개발해 놓지 않아 투자처를 못 찾고 있다.”고 꼬집었다. 또 “올해는 10조원 이상 번 대기업도 있고,1조원 이상 번 기업도 10곳이 넘는다.”고 상기시킨 뒤 “이런 호황에서 (대기업이 요구하는)법인세 인하는 적절치 않다.”고 선을 그었다. 이 총리는 “당장의 경제난을 해소하려고 부양책을 쓰면 현 정부에서는 모면할지 몰라도 다음 정부가 고스란히 부담을 떠안게 된다.”면서 “다음 정부에 떠넘기지 않겠다는 것이 대통령의 방침이자 내 생각”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진경호기자 jade@seoul.co.kr
  • [발언대]

    ●안경률(한) 2002년 이후 공기업 상근감사 93명 중 32명의 낙하산 여권 인사들이 공기업 개혁을 가로막고 있다. ●이철우(우) 부실한 한탄강댐 건설비용이 1조 2000억원인 데 반해 경기북도를 만드는 데는 1조원이면 가능하다. ●강기갑(노) UR협상, 한·중 마늘협상 등 많은 농·어업 통상은 모두 정부가 엉터리로 해놓고 결과만 공개해 왔다. ●노영민(우) 충청 지역을 행정기능 전담 성격 도시 외에 행정과 교육기능을 갖춘 복합도시로 개발할 필요가 있다. ●김정훈(한) 시장에 의한 감시시스템이 원활하게 작동하도록 정부는 출자총액제한규제를 반드시 폐지해야 한다. ●김태년(우) 남북 교류 수준을 높이고 통일비용 분산을 위해 ‘남북표준선언’과 ‘남북기술교류선언’이 필요하다. ●김종률(우) 헌법학계는 물론 헌법재판소 내부에서도 위헌 결정에 대해 여러가지 법리적 문제점을 제기하고 있다. ●주성영(한) 국가보안법 폐지는 안 된다. 여당의 주장처럼 형법을 보완하면 국보법보다 오·남용과 악용 여지가 크다. ●김낙순(우) 기초자치단체를 전국적으로 약 80∼90개의 기초행정단위로 개편하고 지방분권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이낙연(민) ‘성장이냐 분배냐.’ 말싸움은 요란하지만, 분배정책이나 빈곤층을 줄이려는 정책을 본 적이 없다. ●양승조(우) 국회에서 압도적 다수로 통과된 법에 관습헌법을 이유로 위헌 결정을 내린 것은 중대한 입법권 침해다. ●원희룡(한) 국보법 독소조항은 삭제돼야 하지만 안보 위협에 대처하는 ‘새로운 안보형사법 체계’가 필요하다. ●신학용(우) 지지부진한 개혁에는 야당 등의 반대도 있지만 국민, 야당 설득에 소홀했던 우리에게도 원인이 있다. ●김충환(한) 여당이 추진하는 친일진상 및 과거사규명법은 정략적으로 부관참시 음모를 꾸미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열린우리당(우), 한나라당(한), 민주노동당(노), 민주당(민)
  • 中企회장 납치 기사, 인터넷서 공범 모집

    中企회장 납치 기사, 인터넷서 공범 모집

    중소기업 회장 일가를 납치한 용의자는 회장의 전 운전기사 김모(30)씨였다. 김씨는 인터넷 포털사이트 카페에서 범행을 제안하여 공범을 모은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경찰은 이모(28)씨 등 2명이 “인터넷 카페에서 사장을 납치해 돈을 뜯자는 제안을 받은 적이 있다.”고 제보함에 따라 12일 김씨가 사건을 주도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처럼 인터넷이 범죄에 악용되는 사례는 갈수록 늘고 있지만, 범죄 내용이 오프라인에서 구체화되기 전까지는 사실상 단속이 불가능한 실정이다. 12일 기자가 한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한탕’이라는 키워드로 카페를 검색하자 수십개의 목록이 올라왔다. 일부 카페에는 버젓이 ‘전과자 구함’‘한탕해서 팔자고치기’ 등의 내용이 소개되어 있었다.‘전과 있으신 분 구합니다. 성공보수와 시기는 통화 뒤 말씀드립니다.’라는 글에는 연락처를 적은 리플이 잇따랐다.‘전과는 없지만 다 할 수 있다.’,‘돈이 필요하다, 뭐든지 하겠다.’는 리플도 있었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 곽병일 경위는 “강도나 살인은 예비음모죄가 적용될 수 있지만 구체성이 입증되어야 한다.”면서 “자살이나 청부폭력, 전과자 관련 유해사이트는 수시로 모니터링해 폐쇄를 의뢰하지만 사이트를 개설했다는 것만으로는 처벌하기 어렵다.”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유지혜 이재훈기자 wisepen@seoul.co.kr
  • “아라파트 수시간내 사망”

    |파리 함혜리특파원| 프랑스 군병원에 입원 중인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의 상태가 극히 악화돼 생명이 수시간밖에 남지 않았다고 팔레스타인 정부 관계자가 9일(현지시간) 밝혔다. 이날 낮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아흐메드 쿠레이 총리는 파리 근교 군병원에서 의식불명 상태에 있는 아라파트 수반의 병실을 방문했으며 아무런 성명을 발표하지 않은 채 함께 파리에 온 팔레스타인 지도부와 합류하기 위해 병원을 떠났다. 앞서 페르시 군병원의 크리스티앙 에스트리포 대변인은 “의식불명 상태에 있는 아라파트의 상태가 지난밤 악화돼 소생장치의 강도를 더욱 높였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로이터통신은 팔레스타인 고위 정계소식통들을 인용,“아라파트 수반이 사망했다.”고 전하고 그러나 아직 확인되지는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아라파트의 측근은 “그가 사망했다.”고 말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그러나 AP통신과 AFP통신은 아라파트 수반의 생명이 경각에 달렸으나 아직 생존해 있다고 전했다.AP통신은 아라파트를 방문한 뒤 병원을 나선 팔레스타인 대표단 일원의 말을 인용, 그가 아직 생존해 있다고 전했다. 사에브 에라카트 팔레스타인 내각장관은 아라파트가 “위중하지만 아직 생존해 있다.”며 사망설을 부인했다. 이와 관련,CNN방송도 별도의 소식통을 통해 확인한 결과 아라파트가 아직 생존해 있다며 사망설을 부인했다. 외신들은 아라파트의 생명이 “수시간”밖에 남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 그가 극히 위중한 상태임을 시사했다. 아라파트를 방문하기 위해 파리에 온 쿠레이 총리와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집행위원회 사무총장, 나빌 샤스 외무장관, 라우히 파투 의회의장 등 팔레스타인 지도자 4명은 이날 오전 미셸 바르니에 외무장관, 오후에는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과 각각 회담을 가졌다. 이들 팔레스타인 지도부 4명은 아라파트의 부인 수하 여사가 알자지라 TV와의 인터뷰에서 “권력을 물려받으려는 사람들이 아부 암마르(아라파트)를 매장하려고 파리로 오려고 한다.”며 모종의 음모가 있다고 비난하자 방문계획을 취소했다가 수시간 만에 이를 번복했다. lotus@seoul.co.kr
  • [씨줄날줄] 아라파트/이기동 논설위원

    “나는 올리브가지와 자유투사의 총을 들고 왔다. 제발 내가 손에서 올리브가지를 놓지 않도록 도와달라.” 유엔이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를 정치단체로 첫 인정한 1974년, 야세르 아라파트의장은 유엔총회 연설을 통해 이렇게 호소했다. 요르단, 레바논, 튀니지를 전전하던 망명객의 국제 데뷔무대였다. 그는 때로는 올리브가지를, 때로는 총을 바꿔들었다. 하지만 평생의 목표는 오직 하나, 팔레스타인 독립이었다. 그가 지금 파리의 군병원에 누워 생사의 고비를 넘나들고 있다. 올리브가지를 들 때, 그는 동족들로부터 배신자로 배척당했다. 반대로 총을 들었을 때, 이스라엘과 미국, 서방은 그를 피에 굶주린 파괴자로 몰아붙였다. 그럼에도 그는 지금껏 누구도 부인 못할 팔레스타인 독립운동의 상징이었다. 그가 차지한 위치만큼, 그의 사후에 닥쳐올 미증유의 혼란을 모두가 두려워하고 있다. 대장정때 딱딱한 나무침상만 고집한 마오쩌둥(毛澤東)처럼, 그의 군복과 27년에 걸친 망명생활은 팔레스타인 저항운동의 상징이 됐다. 그는 저항운동 초기에 무장단체 파타그룹을 창설해 PLO의 주도권을 잡았고, 이후 비행기납치, 민간인 폭탄테러 등 극렬한 무장저항과 인티파다(무장봉기)를 주도했다. 국내외에서 민주적 지도체제 도입압력이 계속됐지만, 반대파에 대한 교묘한 견제와 회유로 이를 피해갔다. 1990년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때 후세인 지지로 그는 최대의 실책을 기록했다. 백척간두에서 택한 도박이 바로 평화협상이었다.1993년 백악관에서 이츠하크 라빈 이스라엘총리와의 악수로 만들어낸 평화협정은 ‘용감한 자들이 만든 평화’였다. 그 용기의 대가로 라빈은 극우파의 총에 목숨을 내주었고 아라파트는 배신자로 내몰렸다. 입술과 손에서 떨림 증세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후 이스라엘에서 극우파 아리엘 샤론정권이 등장했고, 그는 다시 총을 들었다. 무장봉기와 폭탄테러가 일상사가 되고, 이에 대한 보복으로 이스라엘군은 그의 집무실까지 파괴했다. 그의 사후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팔레스타인 지도부의 파리방문 소식을 듣고 30세 연하의 부인 수하여사는 “그를 생매장시키려는 지도부의 음모”라고 몰아붙였다. 권력이건 짐이건 나누어갖기 거부한 75세의 노(老)투사가 남길 중동의 그늘이 예사롭지 않다. 이기동 논설위원 yeekd@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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