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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승원 토굴살이] 사람들의 거래

    [한승원 토굴살이] 사람들의 거래

    소설 ‘원효’를 쓰면서 역사의 행간 굽이굽이에서 여러 가지 슬프고 무섭고 흉측한 거래들을 읽었다. 가야를 신라에게 통째로 바친 왕손의 후예인 김유신은 신라 정치의 한복판에 서기 위해, 신라 왕손의 후예인 김춘추에게 누이 문희와 보희 둘을 모두 시집보낸다. 김춘추는 임금의 자리에 오르기 위하여 김유신의 환갑 선물로 문희와 자기 사이에 낳은 딸 지소를 시집보낸다. 삼중의 정략결혼이다. 김춘추는 백제와 고구려를 멸망시키기 위해 당태종과 밀거래를 했다. 당나라 연호에 복식을 쓰고, 백제와 고구려가 멸망한 다음에는 청천강 이북의 넓은 고구려 영토를 당나라에 주고, 그 아래쪽 땅을 신라가 차지하겠다고 했다. 밀거래에 응하는 당나라의 내면에는 장차 신라까지를 삼킬 음모가 들어있었다. 때문에, 신라는 백제와 고구려가 멸망한 다음, 살아남기 위하여 당나라와 사투를 벌여야 했다. 그렇다면 애초에 백성들을 사지로 몰아넣는 전쟁을 그만두라고한 신라 최고의 지성인 원효와 김춘추의 사이에는 어떤 거래가 있었을까. 김춘추는, 민중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원효를 제거하지 않고는 전쟁을 수행할 수 없다는 알천의 주장을 무릅쓰고 원효와 강제적인 거래를 했다. 전쟁으로 인해 과부가 되어 있는 요석 공주 궁에 연금을 시킴으로써, 그를 ‘성전’(삼국통일전쟁)으로 인해 과부 되어 있는 여자나 따먹는 파렴치한 중으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이 강제적인 거래에서 원효가 얻은 것은 무엇이었을까. 요석공주를 품에 넣음으로써 파계를 하고 날아갈 뻔한 목숨을 보존하고, 통일신라시대를 관통해 가면서 수많은 저서를 남기고 대중교화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미녀 요석공주와 원효 사이의 거래는 어떤 것이었을까. 요석공주는 나당전쟁이 끝날 때까지 자기 궁 안에 들어온 원효를 철저하게 보호하는 대신 설총이라는 아들을 얻었다. 김춘추 서거 이후, 그의 아들인 문무왕과 원효와의 사이에는 미묘한 거래가 이루어졌다. 문무왕은, 무등산 기슭에 뿌리를 두고, 백제를 부흥시키려는 승려 중심의 세력을 회유하는데 그를 이용했다. 원효는 멸망한 백제와 고구려의 뜻있는 사람들 사이에 삼국 전쟁을 목숨 걸고 반대한 큰 인물이라 알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광주 무등산에 있는 ‘원효사’의 창건 연대는 문무왕 때이다. 원효는 기꺼이 달려가서 그 저항세력을 회유, 백제 유민과 신라 정부군과의 전쟁을 막았다. 한반도를 식민 통치하던 일제의 오만이 절정에 달하여 ‘대동아 공영이라는 성전(聖戰-세계 2차 대전)’을 일으켰을 때, 식민통치의 본산인 조선총독부 관리들과 소설가인 춘원 이광수 사이에 밀거래가 있었다. 총독부 기관지인 ‘매일신보’에 ‘원효대사’를 한글로 연재해달라는 것이었다. 그것은 조선 청년들을 성전에 참여하도록 선동하려는 수작이었다. 이광수는 그 추악한 거래를 위하여, 자비를 실천해야 할 석가모니 제자인 원효를, 잔인한 전쟁을 찬양하는 자로 그리지 않을 수 없었고, 그 소설을 다음과 같이 끝맺어야 했다.“원효는 도술로써 바람이라는 큰 도적을 제압하고 제자로 만들었는데, 바람은 신라군의 장군이 되었고, 휘하 부하들 또한 모두 군직을 받았다. 훗날 삼국통일 전쟁에서 혁혁한 공을 세운 것이 이들이었다. 황산벌 싸움에서 용감히 싸운 장수들이 이들이요, 또 죽기를 무릅쓰고 백제와 고구려의 국정을 염탐한 것이 거지 떼들이다.” 오래전부터 남한의 주거래 국가인 미국이 핵을 이유로 경제를 계속 묶어놓고 있으므로, 북한은 남한과 더 거래를 할 수 없어 중국에 목줄을 댄다. 중국은 미국 덕택에, 고구려 역사 빼앗기와 북한을 상대로 경제적인 동북공정을 아주 쉽게 풀어나가고 있다. 저러다가 북한은 중국의 식민지가 되고 우리 통일은 물 건너 가버리는 것 아닐까. 아, 슬픈 사람들의 거래.
  • [책꽂이]

    ●큰 나무사이로 걸어가니 내 키가 커졌다(호원숙 지음, 샘터 펴냄)소설가 박완서의 장녀이자 경기여고 경운박물관 운영위원인 저자의 첫 수필집. 고교 가톨릭모임 홈페이지에 연재했던 칼럼들을 엮은 것으로 일상과 가족의 소중함을 담은 이야기와 다양한 미술 작품들에 대한 단상을 실었다.9000원. ●바덴바덴에서의 여름(레오니트 치프킨 지음, 이장욱 옮김, 민음사 펴냄)러시아 대문호 도스토예프스키의 삶을 다룬 소설. 옛 소련의 의사 출신 유대계 작가 레오니트 치프킨의 작품으로, 작중 화자가 모스크바를 떠나 페테르부르크로 향하는 여행중에 도스토예프스키의 삶을 추적하는 과정을 다뤘다.8000원. ●음모자들(샨사 지음, 이상해 옮김, 현대문학 펴냄)소설 ‘측천무후’로 필명을 날린 중국계 프랑스 여성작가 샨사의 신작 소설. 천안문 사태를 주도한 혁명가였으나 지금은 프랑스에서 중국 스파이로 활동하는 아야메이와 그녀의 뒤를 쫓는 미국 CIA요원 조너선의 운명적 사랑과 배신, 인간적 고뇌 등을 그린다.9000원. ●슬프지만 안녕(황경신 글, 김원 사진, 지식의숲 펴냄)월간 ‘PAPER’의 편집장으로 ‘나는 하나의 레몬에서 시작되었다’‘그림같은 세상’ 등을 펴낸 저자의 소설집.MBC ‘한뼘 드라마’의 대본으로 창작했던 마흔세편의 에피소드를 묶었고, 직장 동료인 아트디렉터 김원이 아름다운 사진을 보탰다.1만 1000원
  • 네팔 갸넨드라 국왕 백기 “하원 복원” 선언…20만명 승리의 행진

    19일간 이어진 네팔의 ‘피플 파워’가 14명의 시위대들이 흘린 피 위에서 마침내 승리를 거뒀다. 갸넨드라 네팔 국왕은 25일 국민들의 민주화 요구 시위에 굴복,2002년 5월 해산한 의회(하원)를 복원하겠다고 밝혔다. 국왕은 이날 5분간의 TV연설을 통해 “의회가 오는 28일부터 시작될 것”이라며 “야당 동맹은 국가의 화합과 번영을 위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네팔의 7개 야당 동맹은 공식적으로 민주화 시위와 파업을 중단하고 공산반군과도 긴밀히 협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야당 지도자들은 전직 총리이자 제1야당인 네팔의회당의 기리자 프라사드 코이랄라 당수를 차기 총리로 추대했다. 야당 동맹은 의회가 재구성되면 마오이스트와의 휴전을 선언할 계획이다.25일 20만명이 참여하기로 예정된 시위는 ‘승리의 행진’으로 변모했으며, 평화적으로 진행됐다. 새로 구성되는 의회의 주요 의제는 헌법을 다시 구성하기 위한 선거를 실시하는 것으로 왕의 권력을 줄이고 군주제를 폐지할 전망이다. 야당 지도자들은 이날 “국왕이 결국 무릎꿇게 만들었다. 민중이 실질적인 힘을 가졌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AP통신에 말했다. 카트만두 포스트는 “피플 파워가 승리했다.”고 보도했다. 한편 민주화시위를 후방에서 지원했던 공산 반군은 국왕의 제안을 “권력을 유지하려는 음모”라며 거절했다. 또 야당동맹에 배신당했다며, 수도 카트만두에 식량과 연료 부족사태를 일으켰던 도로 봉쇄를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갸넨드라 국왕은 14개월 전 마오이스트를 분쇄하고, 국가의 질서를 정립하겠다며 정부를 해산했다. 공산반군의 정권 수립을 위한 10년간의 무장투쟁으로 그간 1만 3000여명이 사망했다. 현재 1만여명의 마오이스트가 네팔 국토의 40%를 장악하고 있다. 공산반군 문제로 골치를 썩고 있는 이웃 국가인 인도 역시 네팔 사태를 통해 반군 세력이 확장할 것을 우려, 갸넨드라 국왕을 압박했다. 마오이스트에 대한 지원을 거부한 중국은 네팔 국왕의 결정을 환영했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조재환 파문’ 호남표심 흔드나

    당내 김제시장 예비후보로부터 ‘현금 4억원’을 받은 민주당 조재환 사무총장 파문이 호남지역 지방선거의 최대변수로 떠올랐다. 사건이 난 전북뿐만 아니라 민주당 텃밭인 광주·전남까지 여파가 미치고 있어서다. 열린우리당은 광주·전남 공략에 있어서 이 문제를 적극 활용할 태세다.●민주당 “정권의 음모” 민주당은 조 총장이 돈을 받은 절차의 문제점을 인정하면서도 받은 돈이 공천헌금이 아닌 ‘특별당비’란 주장을 굽히지 않으면서 “여권의 민주당 죽이기 공작”이라고 항변했다. 유종필 대변인은 23일 긴급 간부회의 결과 브리핑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남기고 간 대선 빚 44억원 중 구(舊)당사 임대료 및 연체금 23억여원을 다음달 3일까지 갚지 않으면 건물주가 이번 선거 국고보조금 19억원을 차압하겠다는 최고장을 보내왔다.”면서 “사무총장이 적절치 못한 모습으로 특별당비를 받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해명했다. 이날과 전날 잇따라 열린 지도부 회의에서 한화갑 대표 등은 “여권의 도청·미행 의혹이 있다.”거나 “민주당이 없어져야 열린우리당이 살 수 있다는 강박관념에서 비롯된 음모적 수사, 기획된 수사”라며 반발했다. 하지만 당혹감과 불안감은 감추지 못했다. 한 대표는 이날 회의에서 “힘 없는 집안 바람 잘 날 없다는데, 가장이나 가족이 목 놓아 통곡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했다. 파문의 여파는 민주당 텃밭 광주까지 흔들고 있다. 민주당 광주시당 관계자는 “광주는 지방선거 이후 정계개편 과정에서 주도권을 누가 쥐느냐의 문제가 걸린 곳”이라면서 “이번 파문으로 (민주당)광주시당에 모든 부담이 쏠리고 있다.”고 했다. 그는 “시장선거에도 영향이 있겠지만 시민과 밀착된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 당의 이미지와 함께 가는 정치 신인들의 타격이 크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여권이 민주당 견제 차원에서 만든 기획작품”이라는 말을 잊지 않았다.●우리당 “광주·전남에서 대추격” 열린우리당은 이참에 광주·전남 지역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우리당 광주시당 관계자는 “공천장사의 구태가 드러나면서 광주·전남에서 우리당의 차별성이 부각되고 있다.”고 주장했다.“민주당이 한두 차례 더 헛발질을 하면 광주에서 반타작도 가능할 것이고, 전남 역시 4월에 추격해서 5월에 업어치기 할 수 있다.”고 기대 섞인 자신감을 내보였다. 그는 “민주당이 안간힘을 쓰고 파문을 수습하려 하고 있지만, 우리도 중앙당에서 사활을 걸고 작심하고 지원해주고 있다.”고 했다. 우상호 대변인도 이날 논평을 통해 이번 사건을 ‘여권의 정치공작’으로 규정한 민주당측을 비판한 뒤 “지역주의 정당들 속에서 공천헌금 수수가 관행적으로 이뤄지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공격했다.황장석기자 surono@seoul.co.kr
  • [女談餘談] 론스타와 예전의 그녀/전경하 경제부 기자

    ‘만인의 연인’ 오드리 헵번이 주연한 영화 중에 ‘마이 페어 레이디’가 있다. 런던의 꽃팔이 소녀가 6개월에 걸쳐 언어학자의 교육을 받아 완벽한 상류층 여인으로 거듭난다는,40년쯤 된 영화다. 론스타에 대한 논란을 지켜보면서 이 영화가 생각났다. 론스타는 지난 2003년 다른 투자자들이 외면한 외환은행을 인수했다.3년이 지나 외환은행은 은행권의 판도를 좌우할 좋은 매물이 됐다. 지금은 금융감독당국을 강타할 폭탄으로 변신했다. 국민들은 왜 우리나라 자본이 외환은행을 사지 않았는지 속상해한다. 외환은행이 지난해 직원 1인당 평균 순익 3억 6333만원으로 국내 12개 은행중 1위라는 소식을 들으면 더욱 안타까워한다. 화려한 변신을 이끌어낸 당사자가 외국인이라는 데 이르면 안타까움은 극에 달한다. 감사원과 검찰이 조사중이지만 ‘음모론’을 즐기는 언론과 정치권은 연일 ‘오래된 뉴스’를 쏟아내고 있다. 외환은행 매각 당시 금융권을 담당했던 한 선배 기자는 “요즘 기사를 보면 당시에 나온 이야기들을 왜 다시 쓰는지 이상하다.”고 한다. 가깝게는 지난해 재정경제부 국정감사에서 나왔던 문서들이 ‘단독 입수’ 등의 제목을 달고 나온다. 외환은행이 어떻게 지금에 이르게 됐는 지 그 과정은 까맣게 잊은 채, 현재의 잣대로 과거의 외환은행을 재고 있다는 느낌이다.‘마이 페어 레이디’ 마지막 장면에서 언어학자와 내기를 한 대령에게 마치 ‘왜 그녀가 혹독한 교육을 견뎌내고 변신할 줄도 모르고 내기를 걸었느냐.’고 야단치는 장면을 보는 것 같다. 언어학자에게는 ‘도대체 그녀에게 무슨 짓을 한 거냐.’며 의혹의 눈길을 던지는 사람들의 모습을 연상시킨다. 론스타는 외환위기 이후 우리나라의 부실채권 10조원어치를 인수해 톡톡히 재미를 봤다. 외환은행은 그 결정판이다. 이 와중에 우리는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다. 부실채권을 인수해 이를 건전한 자산으로 만드는 기술, 그들의 노하우를 배워야 한다. 얄미워도 론스타는 그런 장점을 갖고 있다. 전경하 경제부 기자 lark3@seoul.co.kr
  • [무슨 영화 볼까]

    [무슨 영화 볼까]

    ●인사이드 맨 장르/등급 스릴러/15세 관람가 감독/배우 스파이크 리/덴젤 워싱턴·조디 포스터 줄거리 희생자도, 도난물도, 범인도 없는 기묘한 은행강도 얘기 20자평 빈틈없이 꽉 짜인 스토리가 즐겁다. ●와일드 장르/등급 코믹 애니메이션/전체 관람가 감독/배우 스티브 윌리엄스/키퍼 서덜랜드 줄거리 아들 찾아 머나먼 섬으로 떠나는 사자 샘슨의 이야기 20자평 디즈니판 마다가스카. 그런데 너무 왜소하다. ●식스틴 블럭 장르/등급 스릴러/15세 관람가 감독/배우 리처드 도너/브루스 윌리스·모스 데프 줄거리 비리 사슬로 연결된 경찰들간 다툼에서 음모가 싹튼다. 20자평 맨날 하던 경찰놀이, 그나마 배우들 연기가 괜찮다. ●빨간모자의 진실 장르/등급 애니메이션/전체 관람가 감독/배우 코리 에드워즈/강혜정·김수미·임하룡 줄거리 빨간 모자 소녀가 도둑들로부터 요리비법책을 지키려 할머니댁을 찾아가지만…. 20자평 원작(‘빨간모자’)이 전혀 다르게 변주된 캐릭터들 ●아이스 에이지2 장르/등급 코믹 애니메이션/전체 관람가 감독/배우 카를로스 살다나/레이 로마노·존 레귀자모 줄거리 빙하가 녹기 시작한 시절, 맘모스의 눈물겨운(?) 생존기. 20자평 글쎄…. 가끔은 형만한 아우도 있다. ●달콤,살벌한 연인 장르/등급 로맨틱 스릴러/18세 관람가 감독/배우 손재곤/박용우·최강희 줄거리 연애숙맥인 남자와 죽여야 사는 여자(?)의 달콤하고도 살벌한 로맨스 20자평 로맨틱 드라마와 스릴러 장르의 기막힌 혼용 ●마이 캡틴 김대출 장르/등급 코미디/12세 관람가 감독/배우 송창수/정재영·장서희 줄거리 전문가급 도굴꾼, 동심 앞에 무릎꿇다. 20자평 소박한 우화? 그저그런 휴먼 드라마?
  • [주말탐방]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선 지금

    [주말탐방]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선 지금

    당신이 갈겨 쓴 메모 한 줄만 가지고 언제 쓴 것인지 맞힐 수 있다면 믿을 수 있겠는가. 무심코 레이저 컬러프린터로 출력한 종이 한 장으로 당신의 프린터 종류와 출력한 시간까지 알아낼 수 있다면, 섬뜩하지 않은가. 지난 13일 오후 서울 강서구 신월동 국립과학수사연구소 2층 화학분석과에서는 ‘시간을 되돌리는 싸움’이 벌어지고 있었다. 시험관 안에 흩어져 있는 깨알 같은 점들은 바로 글씨가 씌어진 종이에서 떼어낸 시료. 연구실에서는 직경 0.5㎜의 시료 20여개를 가지고 글씨가 씌어진 시기를 알아내는 실험이 한창이었다. 원리는 의외로 간단했다. 펜의 잉크를 만들 때 넣는 용제가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휘발돼 씌어진 지 오래된 글씨일수록 적게 검출된다는 것. 하지만 시료를 초, 분 단위로 분석하는 정밀 작업을 할 수 있는 사람은 고분자연구실의 홍성욱 실장 한 사람뿐이다.2003년부터 이 기법을 개발하기 시작해 2004년 첫 감정을 시작했으며, 현재까지 200건에 대해 작성 시기를 판별해냈다. ●복사기에도 ‘지문´… 범인 딱 걸렸어 필적조사·위조지폐 감별·문서감정 등의 업무를 맡고 있는 국과수 문서영상과에서는 ‘복사기 지문(指紋)’을 통해 진급 관련 ‘괴문서’를 유포한 예비역 장교를 적발해 냈다. 지난해 10월 충남 계룡대 군인아파트 근처에 현역 대령이 장군으로 승진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의 괴문서가 뿌려진 사건이 발생했다. 육군 중앙수사단은 충남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와 공조해 수사를 벌였다. 검경수사단은 용의자를 압축할 수 있었지만, 확실한 물증이 없었다. 결국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괴문서가 용의자의 복사기에서 복사됐다는 사실을 검증할 수 있는지 국과수에 의뢰해 왔다. 복사기를 통째로 들고 왔다. 문서영상과 나기현(32) 박사는 “복사기의 핵심 부품인 드럼을 교체하지 않는 이상 특정 복사기에서 복사된 종이는 똑같은 위치에 똑같은 모양의 점(흠점)을 갖게 된다.”면서 “괴문서에 나타난 몇 개의 점이 해당 복사기에서 사용된 것과 일치했다.”고 말했다. 나 박사의 결정적 분석으로 괴문서는 진급 예정자에 대해 평소 서운한 감정이 있었던 예비역 대령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물 성분으로 ‘식품 산지´ 콕 짚고 약독물 분석과 식품연구담당실에서는 성분 분석을 통해 가짜 양주와 가짜 참기름 등을 가려내고, 혈중 알코올 농도를 분석한다. 감정 건수는 보통 한 달에 20∼30건 수준이지만 수사기관의 기획 수사로 가짜 상품들이 무더기로 적발될 때는 한꺼번에 300건씩 감정 의뢰가 들어오기도 한다. 단골 의뢰 상품은 참기름. 옥수수 기름 등과 섞어 놓으면 향이나 맛에서는 별 차이가 나지 않기 때문에 판가름이 쉽지 않다. 하지만 참기름에는 참깨과 식물에만 들어있는 성분이 있기 때문에 분석을 통해 진위를 가려낼 수 있다. 현재 식품연구담당실의 가장 큰 과제는 바로 중국산 식품을 가려내는 일이다. 현재로서는 정상식품의 경우 원산지를 알아낼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이에 식품연구담당실은 지역마다 토양과 물이 다르다는 점에 착안해 물을 구성하고 있는 수소의 동위원소 함량비를 통해 식품의 산지를 알아내는 기법을 개발하고 있다. ●뺑소니범 피해자 봤나 못봤나도 알수있어 뺑소니 사고를 담당하는 교통공학과 분석연구실에서는 ‘마디모(MADYMO)’라는 프로그램을 교통사고에 적용해, 교통사고 상황을 3차원으로 재현해 낼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했다.‘마디모’는 원래 자동차 범퍼에 가해지는 충격 등을 측정하기 위해 외국에서 사용하던 프로그램이다. 그런데 분석연구실 박성기(41) 박사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교통사고 상황 재현에 적용하도록 개선했다. 이 프로그램에 사고를 당한 피해자의 부상 정도와 사고 차량의 정보를 입력하면, 교통사고 상황이 3차원으로 파악된다. 교통사고에서 가장 중요한 최초 사고 발생지점 등도 비교적 쉽게 파악할 수 있게 된다. 분석연구실 손성건 실장은 “이 프로그램을 좀더 개발하면 운전자가 사고 당시 보행자를 인지했는지도 알 수 있게 된다.”고 덧붙였다. 김기용 유지혜기자 kiyong@seoul.co.kr ■ 아동11명 ‘얼굴없는 성폭행범’ 최면요법 검거 지난 2003년 평택과 아산에서 초등·중학생 11명이 성폭행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정신적으로 큰 충격을 받은 피해 아동들이 기억하는 것은 무서운 아저씨가 파란 트럭으로 끌고 갔다는 사실 뿐, 동일범이 분명한데도 사건은 도무지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결국 수사진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국과수 범죄심리과를 찾아 최면을 실시했다. “지금 당신의 손에는 상상의 리모컨이 있습니다. 범인은 당신을 보지 못하고 당신이 범인을 통제합니다.1,2,3까지 세다 범인의 얼굴과 주변의 물건이 가장 잘 보이는 순간에 멈춤버튼을 누르세요. 이제 그 장면을 기억의 카메라에 저장합니다.” 놀랍게도 피해 아동 중 2명이 최면요법을 통해 “끝자리에 둥근 모양의 숫자가 두 개 반복된다.”며 트럭의 차량번호를 거의 정확하게 기억해냈다. 차량 안에 바퀴 하나가 빠진 빨간 자동차 모양의 방향제가 있었고, 범인의 신체 특정 부위에 점이 있었다는 사실도 떠올렸다. 수사진은 당장 비슷한 번호의 트럭으로 대상을 좁혔고 며칠 지나지 않아 범인을 검거할 수 있었다. 국과수는 우리나라 최고의 전문가들이 모여 있는 곳이다. 머리카락 한 올도, 감쪽같이 조작한 사진도 국과수에 오면 ‘딱’ 걸리기 마련이다. 국과수의 사건 해결담과 그동안의 에피소드를 들어봤다. 지난해 12월 강원도 고성 휴전선 인근에 위치한 육군 모 부대에서 발생한 K-2소총 2정과 실탄 700발, 수류탄 6발 도난 사고도 국과수에서 결정적인 단서를 잡아냈다. 나중에 밝혀진 사실이지만 범인은 사건 발생 4∼6개월 전인 6월과 8월 각각 이 부대에서 복무하다 전역한 장모(23·예비역 병장)씨와 정모(26·예비역 중사)씨였다. 누구보다도 부대를 잘 아는 사람들이 저지른 ‘완전범죄’였지만, 무기고 주변 철조망에 남아있던 머리카락 한 올이 해결의 열쇠가 됐다. 국과수 분석 결과 밝혀진 범인의 혈액형은 A형. 이때부터 수사는 급진전돼 혈액형이 A형인 전역자들을 면밀히 검토하던 중 장씨와 정씨를 검거할 수 있었다. 육군 장성진급 비리사건도 국과수가 해결한 사건으로 유명하다. 진급 심사 비리를 폭로하는 문건이 뿌려진 데서 출발한 수사는 결국 2004년 10월5일부터 8일까지 진급 심사가 있었던 회의실의 CC(폐쇄회로)TV 검증으로 이어졌다. 군검찰은 육군본부에서 증거자료를 인멸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었으나, 육군본부는 진급심사 장면을 녹화하지 않았다는 주장만 되풀이했다. 난처한 상황에 몰린 군검찰은 결국 CCTV 전체를 국과수로 보내 조작 여부 분석을 의뢰했다. 국과수 문서영상과에서는 “여러 차례 실험 결과 ‘육군장성진급 심사’가 있었던 당시 CCTV에는 녹화가 됐고 하드디스크(녹화저장자료)도 바뀌었다.”는 소견을 발표했다. 문서영상과 이중(37) 박사는 법정 증언에서 “해당 CCTV 시스템은 기계가 작동해 녹화를 할 때 항상 시스템 로그 파일이 생기는 동시에 디버그 로그 파일도 존재해야 한다. 그러나 육군의 CCTV에는 시스템 로그파일은 존재하나 디버그 로그 파일은 없었다.”면서 조작 사실을 확인했다. 약독물 분석과 식품연구담당실에서는 가장 먼저 2000년대 초반에 가짜로 의심된다고 의뢰가 들어온 동충하초를 분석하다 난데없이 본드 성분이 나와 당황했던 일화를 떠올렸다. 알고 보니 곰팡이를 누에에 접종해 동충하초를 만드는 과정이 복잡해 그냥 누에에 곰팡이를 본드로 붙인 것. 비슷한 시기에 당뇨에 좋다고 인기를 끌었던 누에 가루에 뽕잎 가루를 섞어 양을 늘리고 속여 팔았던 일당도 연구팀 분석으로 꼬리가 잡혔다. 연구팀은 숯가루를 넣은 칡냉면, 공업용 알코올과 캐러멜 색소를 섞어 만든 가짜 양주 등도 밝혀냈다. 유지혜 김기용기자 wisepen@seoul.co.kr ■ 한국 과학수사 CSI도 깜짝? “현장을 철저히 보존하라. 과학수사의 성패를 좌우한다.” 경찰의 과학수사 요원들은 한결같이 이 부분을 강조한다.119구조대 대원이나 경황이 없는 가족들이 현장을 흐트려 놓으면 현장에서 대부분 단서를 취득하는 과학수사가 허사가 되기 때문이다. 한 과학수사 요원은 “현장이 흐트러져 있으면 ‘김이 샌다.’”고 했다. 경찰이 구조대원을 교육시킬 때 ‘지혈한다고 커튼을 찢지 말라.’‘현장에 놓여있는 물을 먹지 말라.’고 당부하고 있다. 과학수사의 핵심은 지문과 유전자(DNA) 분석. 요즘은 지문채취 기법이 발달해 썩은 피부도 뜨거운 물에 3초 동안 담갔다가 한꺼풀 벗기면 뜰 수 있다고 한다. 단백질이 굳어져 지문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동남아의 쓰나미사건 때 시체 신원확인에 유용하게 쓰였다. 분말이 많이 쓰이지만 액체시약을 이용해 종이에서 지문을 뜨는 법도 개발됐다. 고운 섬유에서도 마찬가지다. 산화철을 이용해 스티로폼에서 지문을 뜨는 기법도 개발돼 있다. 지문채취법의 압권은 피살자 피부에서 지문을 채취하는 방법. 미국에서 개발돼 국내에서도 시험하고 있다. DNA 감식은 정액은 물론 침, 머리카락, 혈액에서 모두 가능하다. 뼈나 땀에서도 DNA가 나오고 있다. 대전 ‘원조발바리’도 그의 아들이 버린 담배꽁초에 묻은 침의 DNA를 분석한 뒤 피해 여성에게서 검출한 것과 대조해 검거했다. 몸속의 정액은 72시간 동안 남는다. 올해 초 발생한 천안 연쇄살인사건의 한 피해자에게서 정액이 검출됐으나 범인의 것인지, 사망 전 관계한 다른 남자의 것인지 확인하기 어려웠다. 경찰관들이 주로 사용하는 과학수사 장비는 음모를 빗을 때 쓰는 빗, 면봉, 가위 등이 들어있는 현장종합감정세트와 잘 안 보이는 신발자국이나 차바퀴 흔적을 뜨는 족·윤적감정시스템, 얼굴 샘플이 수없이 들어가 몽타주 그릴 때 참조하는 몽타주 그래픽 등이 있다. 과학수사 요원들은 시장에 틈나면 가서 새로 나온 신발 바닥을 찍어오고 있다. 과학수사기법은 지문채취에서 유전자분석으로 옮겨가고 있고 구더기와 알 등 곤충을 활용하는 법도 늘고 있다. 경찰은 CCTV에 찍힌 얼굴과 주민등록 사진의 일치 여부를 판독하는 ‘얼굴인식시스템’ 개발이 끝나면 과학수사가 획기적으로 발전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 경찰관은 “‘CSI’ 등 드라마에서 과학수사 요원이 범인검거에 나서거나 지문이 겹치는 등의 내용은 과장된 것”이라면서 “우리나라는 미국 등 선진국에 비해 장비도 뒤지지 않지만 범인검거율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말했다. 대전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 과학수사요원 선발·양성은전문적인 과학수사기관인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말고도 경찰과 경찰도 자체 과학수사 조직을 운용하고 있다. 경찰은 과학수사 요원을 경찰관 중에서 선발하고 있다. 보통 지원을 받지만 ‘일방적으로’ 선발하는 경우가 많다. 한 경찰 관계자는 “일선 경찰서에서는 혼자 맡는 경우가 많아 힘들기 때문에 과학수사 요원이 되길 꺼린다. 그래서 신참 경찰을 뽑아 보내는 경우가 흔하다.”고 귀띔했다. 선발된 과학수사 요원은 3단계(초중고급) 교육을 받는다. 초급과정은 국과수에서 감식과정을 견학하고 2∼3일간 지방청을 돌면서 교육을 받는다. 중급은 2주 정도씩 서울에 있는 수사보안연구소에서 지문채취 등 종합적인 과학수사 기법을 배우게 된다. 고급은 자신이 선택한 분야를 전문적으로 배운다. 분야는 지문채취, 화재감식, 거짓말탐지기 등 10여개로 교육기간이 짧게는 2∼3주에서 3개월까지 있다. 거짓말탐지기 다루는 기법처럼 자격증이 필요한 분야도 있다. 이후 한국가스공사 등 전문분야 관련 기관에 1주일 정도씩 위탁교육을 시킨 뒤 실무 현장에 투입하고 있다. 특채하는 분야도 있다. 경찰청은 지난해부터 심리학과 사회학을 전공한 이들을 대상으로 범죄분석 프로파일링 요원을, 간호사 등을 상대로 현장에서 시체를 검시하는 요원을 선발하고 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는 석·박사 학위자를 뽑는다. 연구직 공무원이다. 현재 240명이 이 연구소의 법의학 및 법과학 분야에서 감식 업무를 맡고 있다. 법의학은 부검, 유전자분석, 문서감정,CCTV분석 등이 있고 법과학은 마약과 전기(화재) 등의 업무를 맡고 있다. 전문의를 비롯, 유전자 및 화학·전기공학도가 이 연구소에서 일하고 있으나 의사들은 낮은 보수와 과중한 업무 등을 이유로 기피하는 실정이다. 미국 등 외국에서는 일부 대학에 과학수사 관련 전공이 있고 경찰은 전문가 등을 중심으로 요원을 뽑고 있다. 이동주 충남경찰청 과학수사계장은 “전문가를 중심으로 요원을 채용하는 시책이 필요하며 인력을 확충하고 장비도 더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전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 ‘식스틴 블럭’ ‘인사이드 맨’ 서 이미지 대변신

    ‘식스틴 블럭’ ‘인사이드 맨’ 서 이미지 대변신

    왕년의 스타들이 다시 뭉친 할리우드 스릴러물이 선보인다.‘식스틴 블럭’(16 Blocks·20일 개봉)과 ‘인사이드 맨’(Inside Man·21일 개봉).‘인사이드 맨’은 사회성 짙은 영화를 찍은 스파이크 리 감독에다 덴젤 워싱턴·조디 포스터가 만났고,‘식스틴 블럭’은 러셀웨폰 시리즈로 유명한 리처드 도너 감독과 브루스 윌리스·모스 데프가 힘을 합쳤다. 일단 폼은 난다. 그런데 할리우드도 왕년의 스타들이 나오는 스릴러물이 계면쩍었을까. 제법 많은 반전과 트릭을 숨겨놨음에도, 그보다는 배우들의 연기변신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모스 데프 vs 덴젤 워싱턴 할리우드 영화 속 흑인은 대개 끊임없이 떠벌려대는 수다쟁이거나 대책없는 낙천주의자로 그려진다. 거기서 떨어져 있는 배우라면 단연 덴젤 워싱턴이다. 흑인이지만 심지가 굳고, 고뇌하고, 이지적인 배역들을 맡아왔다. 아카데미가 계속 외면하다 2002년에야 남우주연상을 준 이유를 거기서 찾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인사이드맨’에서 맡은 형사 ‘키스 프레지어’ 역은 이 틀을 깬다. 그는 영화 내내 끄덕끄덕대며 걸어다니고, 랩식으로 대사하고, 마누라와는 지분거리며 논다. 반면 모스 데프는 ‘식스틴 블럭’에서 흑인의 전형을 극단적으로 표현한다. 알려졌다시피 원래 배우로 데뷔했다가 그런 흑인의 전형성이 싫어 활동 무대를 음악으로 옮겼다. 사회성 짙은 가사를 읊는 최고의 프리스타일 래퍼로 이름을 날리다 최근 영화쪽으로 다시 진출했다. 그럼에도 그는 이번 영화에서 ‘에디 벙커’를 다소 모자라고, 바보 같을 정도로 낙천적인 뒷골목 흑인으로 그려낸다. 영화 내내 이상한 톤에다 혀짧은 소리로 대사를 처리하는 게 인상적이다. ●브루스 윌리스 vs 조디 포스터 반면 할리우드 영화 속 백인 주인공은 대개 천하무적 슈퍼맨·슈퍼우먼들이다. 못 하는 게 없고, 하다 못해 멋있거나 매력적이기까지 하다. 그런데 브루스 윌리스는 ‘식스틴 블럭’에서 술에 찌든, 한심하기 짝이 없는 배불뚝이 퇴물형사 ‘잭 모슬리’로 나온다. 그러니 늘상 휘청대는 걸음걸이에, 세상만사 귀찮다는 말투로 일관한다. 일부러 10㎏ 이상 몸무게를 늘리고 구두에다 자잘한 돌멩이를 넣어서 걸어다녔단다.‘다이하드’에서 인상적이었던 ‘날쌘돌이’의 이미지는 온데간데없다. 조디 포스터도 이지적인 배우로 기억된다. 사실 얼굴부터가 이지적이긴 하다.‘인사이드 맨’에서 맡은 매들린 화이트역은 그러나 돈이 굴러 다니는 곳이라면 어디든 붙어먹는 더러운 거간꾼이다. 얼굴에 철판 깔고 상대를 적당히 속여넘겨야 하는 인물이다. 능숙한 부드러움이 요구되는 이 연기를 무심한 듯 자연스럽게 해낸다. ●도심은 정글이다 두 영화는 또 뉴욕이라는 거대 도시 한복판을 배경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식스틴 블럭’은 법정에 증인으로 설 에디를 호송해야 하는 잭과 동료경찰들간 다툼을 그린다. 알고 보니 에디는 동료경찰의 비리를 법정에서 진술할 예정이었다. 경찰서에서 법정까지의 거리는 불과 열여섯 블록. 그러나 거대한 빌딩과 수많은 사람과 차들이 넘쳐나는 도심은 이제 생존을 위한 정글로 변한다.‘인사이드 맨’도 뉴욕 도심 한가운데서 벌어진 은행강도사건에서 시작한다. 그래서 누가 죽고, 얼마나 많은 돈을 털렸냐고? 아무도 죽지 않고 아무 것도 털리지 않았고 아무도 잡히지 않았다. 도대체 뭐야 하는 순간부터 그 밑에 깔린 사연과 음모가 드러나기 시작한다. 다만 완성도 면에서는 ‘인사이드 맨’이 더 후한 점수를 얻을 듯.‘식스틴 블럭’은 매번 위기상황과 탈출을 만들어내지만 스토리보다는 편집에 의존하는 바람에 긴장감이 높지 않다. 아무래도 할리우드식 선악구도가 유지되다 보니 뻔한 구석이 있다. 반면,‘인사이드 맨’은 정말 정글의 논리에 충실하게 ‘믿을 놈 하나 없는 세상’을 그려내기에 긴장감을 한껏 높인다. 리처드 도너와 스파이크 리라는, 두 감독의 차이가 고스란히 반영된 듯. 두 영화 모두 15세 이상 관람가.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김덕룡 부덕의 소치 박성범 음모론 있다

    5·31 지방선거 서울지역 구청장 공천 과정에서 억대의 금품을 수수했다는 의혹에 휘말린 한나라당 김덕룡·박성범 의원은 12일 당의 검찰 고발 방침에 대해 상반된 반응을 보였다. 김 의원은 “모든 것이 내 부덕의 소치이긴 하지만 금전문제가 공천에 어떤 영향도 미치지 않았음을 분명히 밝힌다.”면서 “당에서 검찰에 수사를 요청했으니 언제든 수사에 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당과 정치권에 누를 끼치지 않기 위해 당적과 의원직 문제를 포함한 정치적 거취와 입장을 조속히 밝히겠다.”고 덧붙였다. 김 의원은 “부인들 간에 금전이 오고간 사실을 공천발표 때까지 전혀 몰랐으며 4월5일 직접 듣고서 알았다.”며 “그 즉시 가져갈 것을 요구했으나 응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그는 “경위야 어떻든 모든 책임은 저에게 있고, 그 책임을 아내에게 떠넘기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반면 박 의원은 이날 검찰 수사를 의뢰키로 한 최고위원회의 결정에 대해 “당이 나를 고발할 권한이 있느냐.”며 “당에 뭔가 음모를 꾸미는 세력이 있다.”며 불만을 터트렸다. 박 의원은 그러나 ‘음모론’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공천이 되지 않았음에도 돈을 돌려받지 못했다면 (당사자가) 검찰에 고발하면 되는데 그렇게 하지 못한 것은 사실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반박한 뒤 “검찰에 가서 당당하게 진실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지난 1월 부부 동반으로 장모씨와 저녁을 먹은 뒤 케이크상자를 선물하기에 집에 돌아와 안을 보니 달러 뭉치와 1000만원 정도의 수표가 있었다.”면서 “그 다음날 아내가 ‘안 가져가면 선관위나 중구청장에 가져가겠다.’고 전화했고, 장씨가 그 즉시 가져간 것이 전부”라고 주장했다. 전광삼기자 hisam@seoul.co.kr
  • [씨줄날줄] 유다와 다빈치/이용원 논설위원

    기독교계가 크게 술렁이고 있다. 지난 2000년간 신앙의 근간을 이뤄온 메시아, 예수의 정체성에 잇따라 의문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그 하나는 21세기 들어 소설로 발간된 ‘다빈치 코드’이고 또 하나는 서기 3∼4세기에 만들어져 이집트 사막에서 잠자다 발굴돼 최근 공개된 ‘유다 복음’이다. 댄 브라운의 소설 ‘다빈치 코드’가 다루는 것은 일종의 음모론이다. 예수는 독신이 아니었다, 막달라 마리아와 결혼해 딸을 낳았고 그 딸이 프랑스를 중심으로 후손을 퍼뜨린다, 이 예수의 후손을 보호하는 조직이 시온수도회로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비롯한 유럽의 역대 지성들이 이 조직을 위해 일했다. 하지만 가톨릭 교회는 예수의 신성(神性)을 지키고자 ‘예수의 후손’을 부인하고 말살하려 한다는 것이다. ‘유다 복음’은 신앙적인 측면에서 더욱 충격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가롯 유다가 배반해 예수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게 아니라, 예수의 지시에 따라 밀고한 것이며 따라서 유다는 죽음과 부활의 의미를 이해한 유일한 제자라는 주장이다. 이는 부활의 의미를 왜곡할 수 있는 데다 ‘예수의 수제자’ 베드로를 초대 수장으로 해 연면히 이어져 온 가톨릭 교회의 토대를 뒤흔들 수 있는 내용이다. ‘다빈치 코드’와 ‘유다 복음’에는 본질적인 공통점이 있다. 초기 기독교의 한 교파인 영지주의파(그노시스파)에서 나온 자료이거나 이를 토대로 한 소설이기 때문이다. 영지주의자들은 믿음보다 앎(그노시스)을 중시했다. 믿음은 현상에 관심을 두고 앎은 이면의 실체를 꿰뚫어 본다는 게 그들의 생각이었다. 하지만 로마제국이 기독교를 공인하고 325년 니케아 공의회에서 현재의 기독교 체제가 완성되면서 영지주의자들은 역사의 뒷전으로 사라졌다. 그러면 ‘유다 복음’이 출현하고 ‘다빈치 코드’가 전세계적인 인기를 끈다고 해서 기독교가 위기에 처하게 될까. 그러지 않으리라 본다. 가령 예수에게 후손이 있다손 쳐도, 유다의 밀고가 예수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 해도 예수의 신성이 깎이거나 그를 통한 구원이 외면 받지는 않을 것이다. 오히려 2000년 역사에도 변하지 않는 예수에의 관심을 붓다나 공자가 부러워할지도 모를 일이다. 이용원 논설위원 ywyi@seoul.co.kr
  • 한반도 특수상황 다룬 가상소설 2편

    한반도 특수상황 다룬 가상소설 2편

    한국과 일본의 중견 소설가가 한반도의 특수 상황을 소재로 한 가상소설을 나란히 펴냈다. 김진명의 ‘신의 죽음’(대산출판사)과 무라카미 류의 ‘반도에서 나가라’(스튜디오본프리)는 각각 ‘북한을 흡수하려는 중국의 음모’‘북한의 일본 본토 기습’등 충격적인 가상 시나리오로 독자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 김일성의 죽음과 中 ‘동북공정’ 베스트셀러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한반도’등을 펴낸 김진명은 이번 소설에서 중국의 동북공정에 칼끝을 겨눈다. 작가의 거침없는 상상력은 김일성의 죽음과 동북공정을 하나의 이야기로 녹여낸다. 미국 버클리대 인류학과 교수인 김민서는 고미술품 현무첩의 행방을 좇다 김일성 사망 원인에 관한 의혹을 품는다. 김민서는 추적 끝에 현무첩이 광개토대왕시절 고구려가 중국 베이징지역을 다스렸다는 증거이며, 이 때문에 중국이 죽기살기로 현무첩을 없애려 했다는 사실을 알아낸다. 또 중국의 동북공정에 위협을 느낀 김일성이 미국의 주관으로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하려고 하자 친중파였던 김정일이 그를 죽이도록 지시했다는 사실도 파헤친다. 중국은 여기서 멈추지않고 북한의 주요 산업기지를 공동개발이라는 미명하에 통합하며 자기들 영역안으로 흡수하려고 혈안이 돼 있다. 그러나 김민서의 말에 누구도 귀 기울이지 않는다. 작가는 “한국은 미국의 축을 빠른 속도로 벗어나 중국 축으로 내닫고 있다.”면서 “중국이 그리는 동북아시아의 모습을 똑바로 봐야 우리의 미래를 그릴 수 있다.”고 말했다. 전 2권, 각 권 8400원. ■ 무라카미 류 ‘반도에서 나가라’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도쿄 데카당스’등으로 국내에서도 유명한 무라카미 류의 ‘반도에서 나가라’(윤덕주 옮김)는 좀더 충격적인 시나리오를 내민다. ‘고려원정군’을 자처하는 북한군 특수 부대원들이 일본 본토를 기습해 경제파탄과 외교고립에 빠진 일본 열도를 전란에 휩싸이게 한다는 줄거리다. 이 소설은 지난해 일본에서 출판되자마자 ‘다빈치 코드’를 누르고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며 일본 열도를 공포로 몰아넣었다. 작가는 이 소설을 위해 구상에만 10년, 자료 수집에 4년을 보냈으며,200여권의 북한 서적을 통독하고 수십명의 탈북자들을 인터뷰했다. 집필 단계부터 영화화를 염두에 둔 작가는 최근 ‘친구’‘태풍’의 곽경택 감독과 손잡고 제작비 200억원 규모의 초대형 한·일 합작영화를 추진중이다. 전 2권,9800∼1만 2000원.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발간된 삼국지 400여종… 지나친 몰입 경계해야

    삼국지연구소측은 우리 사회의 식지 않는 ‘삼국지 신드롬’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삼국지는 1904년 근대화 판본이 선보인 이후 지금까지 400여종이 발간되었다. 특히 2000년대 이후는 삼국지 출간이 붐을 이뤄 “일주일에 한개씩 새로운 삼국지가 나온다.”는 말까지 나돈다. 삼국지 처세학·경영학·논술 등 실용서도 60여종 출간됐으며, 만화·비디오·컴퓨터게임·애니메이션 등으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심지어는 인터넷상에 삼국지 블로그와 카페도 등장했다. 삼국지연구소는 이에 대해 역사를 상업적 차원의 마케팅 전략으로 접근한 결과라고 풀이했다. 즉, 삼국지 만큼 안정·확고한 상품이 드물어 문화의 전영역으로 확대 재생산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연구소측은 삼국지에서 구현되는 인물이나 사건이 생산적이거나 교육적이지 않다며 지나친 몰입을 경계한다. 나아가 지적 능력 낭비로 우리나라 역사 연구에 대한 흥미를 반감시킬 수 있다고 지적한다. 더욱이 어린이를 위한 어학용 삼국지 애니메이션은 비교육적 용어로 점철돼 있으며, 만화삼국지는 일본작품 표절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한다. 윤진현 연구원은 “음모와 살상이 난무하고 역사적 사실과 창작 부분의 구분이 모호한 삼국지를 반드시 읽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당부했다.인천 김학준기자 kimhj@seoul.co.kr
  • ‘김재록게이트’ 4黨4色

    정치권에 ‘게이트 증후군’이 또다시 번지고 있다. 대형 비리사건이 터지면 무조건 “우리는 아니다.”라며 상대 정당을 손가락질하는 현상이다. 검찰 수사 결과를 예단해 당리당략적 시나리오를 퍼뜨리는 것도 여전하다. ‘김재록 게이트’의 파괴력은 5·31 지방선거에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여야간 공방이 더욱 노골적이다. 열린우리당은 “우리당엔 동교동계가 없다. 한나라당도 조심해야 한다.”며 두 야당을 동시에 겨냥했다. 호남과 정국 주도권을 둘러싼 쟁패에서 한치도 물러설 수 없다는 속뜻이 읽힌다. 우상호 대변인은 28일 “여당과 관련된 사건은 아닌 것 같고, 야당의 일부인 느낌이 든다. 진상조사위를 만든 한나라당이 자기 발을 찍을 수도 있다.”며 한나라당의 연루설을 흘렸다. 전날 당 관계자들이 “당내엔 국민의 정부 시절 실세들이 없기 때문에 특별히 문제될 것이 없다.”며 민주당을 압박하던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간 공세 전략이다. 하지만 느낌과 정황뿐, 이를 뒷받침할 실체는 제시하지 않았다. ●민주 “현정부때 일어난 비리” 민주당은 “김씨의 구속 사유는 참여정부때 일어난 일”이라며 현 여권에 칼끝을 겨눴다.‘5·31 전략지역’인 호남 민심을 의식한 듯, 성토와 호소도 빠뜨리지 않았다. 한나라당은 이번 사안을 ‘최연희·이명박’의 악몽에서 벗어나 정국 반전의 호재로 삼으려는 모습이 역력하다. 이재오 원내대표는 이날 “노무현 정권은 DJ 정권의 비리도 세습하고, 브로커도 세습했다.”며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를 싸잡아 비난했다. 김정훈 당 정보위원장은 “김씨 사람들이 고건 전 총리 캠프에도 가 있다. 청와대가 지방선거에서 호남표를 두고 경쟁해야 하는 민주당과 고 전 총리의 발목을 잡으려는 의도로 기획수사를 하고 있다.”며 전형적인 음모론을 제기했다. ●민노 “노무현·김대중 정부 부패 밝혀야” 민주노동당은 신자유주의 구조조정 과정의 검은 실체를 밝혀내야 한다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박찬구기자 ckpark@seoul.co.kr
  • 야호! 일요일 역사여행 아하! 그렇구나

    야호! 일요일 역사여행 아하! 그렇구나

    ‘손병희 선생, 유관순 열사, 김대중 전 대통령, 조봉암 진보당수, 문세광(육영수 여사 저격범), 문익환 목사. 이들이 수감됐던 곳은?’이 질문에 고개를 갸우뚱한다면 당신의 역사지식은 반쪽 짜리다. 각기 다른 시대, 전혀 다른 사건의 주체인 이들은 모두 서대문형무소에 갇혀 있었다. 흔히 일제 때 독립투사들이 옥고를 치른 곳으로만 알려져 있는 이곳이 해방 이후 수십년간 이어진 철권통치의 상흔까지 함께 간직하고 있다는 사실은 많이들 알지 못한다. 서대문형무소의 이면에 자리한 비밀과 사연을 시민단체 KYC(한국청년연합회)가 26일부터 ‘평화길라잡이’라는 안내 프로그램을 통해 일반에 알린다. ●해방뒤 87년까지 민주열사등도 옥고 치러 현재 서대문형무소에는 일제 때 독립운동가들이 겪은 고초를 보여주는 전시실은 마련돼 있지만 해방 이후 1987년까지 교도소로 쓰였던 사실에 대해서는 기록이 전혀 없다. 그러나 이 기간에 국가권력에 의해 탄압받은 많은 민주인사가 이곳에서 옥고를 치렀다. 고 문익환 목사도 그중 한 사람이다. 지난해 8·15 민족 대축전 때 문 목사의 부인 박용길 장로는 이곳의 고문실을 둘러보며 “우리 남편도 76년 3·1 민족구국선언을 발표한 다음날 여기에 투옥됐었지.”라고 탄식하기도 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내란음모죄에 휘말려 사형선고를 받은 뒤 수감됐던 곳도 여기다. 최근 민주화운동으로 인정받은 ‘인혁당 사건’의 피해자들, 이승만 정권 시절 간첩으로 몰려 최후를 맞은 진보당 조봉암 당수가 사형 집행 직전 투옥된 곳이기도 하다. 박정희 정권시절 민족일보를 통해 평화통일과 남북교류의 논조를 펼쳤다가 61년 간첩 혐의로 사형당한 민족일보 조용수 사장의 한도 서려 있다. 국제저널리스트협회는 사형 집행 이듬해에 조 사장에게 국제기자상을 추서하기도 했다. 고 육영수 여사를 저격한 문세광과 10·26사태를 일으킨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도 여기에서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밥에 이물질많아 여운형선생은 이빨 부러지기도 ‘평화길라잡이’에서는 투옥된 독립투사들의 고초도 소개된다. 일제 때 서대문형무소에 수감된 독립투사들의 식기 안에는 1부터 10까지 숫자가 표시돼 있었다. 수감자의 독립운동 정도 등에 따라 1∼10등급을 나눠 식사량을 달리 했기 때문이었다. 밥에 이물질도 많이 들어 있어 이곳에서 옥살이를 한 여운형 선생은 돌을 씹어 이가 부러지고 턱을 다쳐 출옥 뒤에도 많은 후유증을 겪었다고 한다. 수감자들에게는 쌀 10%, 보리나 조 50%, 콩 40%로 된 밥이 나왔다. 해방될 무렵에는 콩 대신 콩깻묵만 줘 많은 사람들이 영양실조로 사망하기도 했다. ‘평화길라잡이’에서는 3개월 과정의 교육을 받은 15명이 안내자로 나선다. 현주 간사는 “학생들의 체험 및 참여학습 기회가 많아지면서 서대문형무소 등 역사적인 현장을 찾는 시민들이 늘고 있으나 제대로 된 역사를 설명해주는 경우는 드물다. 그동안 서대문형무소를 보면서 일본에 대한 증오심만을 키우게 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국가 권력에 의해 희생당한 민주 열사 등 묻혀졌던 부분도 부각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프로그램은 매주 일요일마다 진행된다. 참가신청 및 문의 인터넷 www.peace2u.or.kr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새영화] 시리아나 / 31일 개봉

    조지 클루니가 올해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을 따낸 화제작 ‘시리아나’(Syriana·31일 개봉)는 결론부터 말하자면 영화적 상상력을 기대하긴 어려운 작품이다. 스릴러의 장르를 빌렸으되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흥미진진한 긴박감은 없다. 세계가 주목하는 석유전쟁터 중동 깊숙이로 카메라를 디밀어, 그러니까 애시당초 이 영화는 다큐멘터리 형식의 무채색 보고서를 쓰기로 작정한 것이다. 영화는 에너지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중동에 4명의 남자를 던져놓고 그들의 각기 다른 관심사를 엮어 중동문제 전반을 환기시킨다. 석유, 테러, 돈과 권력 등 중동을 둘러싸고 이해국가들 사이에 물고 물리는 음모를 사실주의 기법으로 그리는 것. 은퇴를 앞둔 CIA요원 밥 반즈(조지 클루니)는 무기밀매상 암살임무를 수행하던 중 사고를 겪고 끝내 조직에 배신 당한다. 에너지 분석가 역의 맷 데이먼도 비중이 적잖다. 중동의 개혁파 왕자 나시르의 자문을 맡으면서 자신도 몰래 음모의 늪으로 빠져든다. 여기에 미국 대형 석유회사의 합병을 담당한 변호사(제프리 라이트), 중동의 석유회사에서 해고당한 젊은 파키스탄 청년 등이 가세해 얼기설기 유기적 고리를 걸어간다. 얼마나 드라마틱한 즐거움을 주는지 팔짱을 끼고 본다면 끝까지 의미를 찾을 수 없는 작품이다. 극적 재미요소 없이 잠입 다큐멘터리 시리즈를 대하는 듯 관객을 진공상태에 가둬놓기 때문이다. 결국 관객에게 이 작품의 의미는 선택의 시점에서부터 갈라지게 되는 셈이다. 중동문제와 강대국간의 역학관계를 가감없이 진지한 시선으로 고민해볼 의향이 관객 스스로에게 있는지 여부부터 따져봐야 할 영화이다.‘시리아나’는 미국의 싱크탱크들이 자국이익에 따라 중동지역을 분할해 지칭하는 용어. 스티븐 개건 감독.15세 이상 관람가.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세상을 바꾼 궁전/클라우스 라이홀트 지음

    위대한 군주부터 잔혹한 독재자까지 한 시대를 풍미한 최고 권력자들의 안식처인 궁전. 당대 최고의 건축과 예술, 문화가 응축된 이 아름다운 창조물은 찬란한 영광의 역사와 쓸쓸한 몰락의 잔영을 동시에 안고 있다. 비록 궁전의 주인은 사라지고 없어도 당당한 모습으로 사람을 압도하는 화려한 건물만은 변함없이 세계인의 눈길과 발길을 붙잡고 있다.‘세상을 바꾼 궁전’(클라우스 라이홀트 지음, 김현우 옮김, 예담 펴냄)은 황홀한 아름다움의 세계, 세상을 움직인 치열한 역사의 현장으로 우리를 이끈다. 빅토리아 여왕과 앨버트 공의 사랑의 보금자리인 윈저 성, 나폴레옹이 이별을 고한 퐁텐블로 궁, 연금술에 몰두했던 신성로마제국 황제 루돌프 2세의 프라하 성,‘보석의 시대’를 연 로마노프왕조의 시조 미하일 표도로비치의 테렘 궁전, 연인을 위해 영국 국교회를 세운 헨리 8세의 햄프턴 코트, 프로이센 왕 프리드리히 2세의 유일한 안식처 상수시, 오스트리아의 여제(女帝) 마리아 테레지아의 왕국 쇤브룬 궁, 에르미타주 미술관의 기초가 된 겨울 궁전, 미국의 언론재벌 윌리엄 랜돌프 허스트의 허스트 캐슬, 우주를 상징하는 푸이의 쯔진청(紫禁城)…. 책은 동서양의 유명 궁전과 성 54곳을 250여컷의 생생한 사진을 통해 보여준다. 풍성한 볼거리뿐 아니라 궁전이라는 역사의 한복판에서 긴박하게 펼쳐진 왕족들의 숨겨진 이야기도 흥미롭게 들려준다. 책을 펼치고 궁전으로 들어서면 이내 사랑하고 질투하고 고뇌하고 음모를 꾸미는 인간군상을 만나게 된다. 런던에서 서쪽으로 35㎞ 떨어진 윈저 성. 빅토리아 여왕의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날들이 이 고풍스러운 성에서 시작됐다. 아홉 명의 아이들이라는 결실을 거둔 두 사람의 결혼은 19세기 최고의 러브 스토리 가운데 하나였다. 그러나 앨버트는 장티푸스에 걸려 마흔 두 살의 나이에 죽고, 빅토리아의 열정적인 사랑은 깊은 애도로 이어진다. 빅토리아는 앨버트가 죽은 윈저 성 북동쪽 구역은 아무도 손을 대지 못하게 했다.‘제국의 어머니’ 빅토리아는 남은 생애 동안 미망인의 검은 옷을 입고 지냈다. 영국 여왕의 공식 거처인 윈저 성은 사람이 거주한 성으로서는 세계에서 가장 크다. 책은 그 위풍당당한 모습을 고스란히 전해준다. 파리에서 남동쪽으로 60㎞ 떨어져 있는 퐁텐블로 궁은 수세기에 걸쳐 프랑스 군주들이 즐겨 찾던 곳이었다. 그러나 이 궁전은 프랑스 혁명의 불길로 폐허가 되다시피했다. 스스로 황제 자리에 오른 나폴레옹 보나파르트의 눈에 띄어 비로소 다시 태어나게 됐다. 이 때문에 나폴레옹의 흔적이 짙게 남아 있다. 벽난로, 문, 의자 등 퐁텐블로 궁전 곳곳에 나폴레옹의 상징인 금빛 N자가 있는 월계관 장식이 새겨졌다. 나폴레옹 시절 풀어놓은 잉어가 지금도 퐁텐블로 연못에 남아 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하지만 나폴레옹의 퐁텐블로 시절은 그리 길지 않았다. 황제의 자리에서 물러난 뒤 퐁텐블로의 ‘명예의 정원’에서 나폴레옹은 자신의 군대에 감동적인 이별을 고했다. 그 후로 이 정원은 ‘이별의 정원’으로 불린다.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겨울 궁전은 러시아의 차르 표트르 대제의 딸 옐리자베타 페트로브나가 지은 왕실 거주지다. 겨울 궁전의 건축과 함께 러시아 왕조의 황금기가 열렸다. 겨울 궁전에서 산 최초의 러시아 차르는 옐리자베타의 왕위 계승자였던 예카테리나 대제. 예카테리나는 위대한 화가들의 작품들을 엄청나게 모았다. 높은 안목으로 수집한 그 그림들이 바로 오늘날 세계적 명성을 얻고 있는 에르미타주 미술관의 기초가 됐다. 늪지 위에 세워진 이 겨울 궁전을 러시아 시인 안드레이 벨리는 이렇게 묘사했다.“불타오르는 겨울 궁전의 탑들은 루비처럼 물들었다.” 궁전은 온갖 추문의 온상이었다. 메디치가의 대공 코시모 2세는 이탈리아의 피티 궁전을 난쟁이와 술주정뱅이들의 소굴로 만들었다. 밤마다 온 도시가 그들이 벌이는 술잔치로 떠들썩했다. 최후의 도덕적 보루인 바티칸 궁도 스캔들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스페인의 보르지아 왕조 출신인 교황 알렉산데르 6세는 비도덕적인 처신 때문에 역대 교황 중 가장 타락한 인물로 꼽힌다. 알렉산데르 6세가 죽자 그의 뒤를 이은 교황들은 바티칸 궁의 보르지아 탑에 들어가기를 거부했다. 프랑스 작가 스탕달은 한때 바티칸 궁의 주인이었던 교황 알렉산데르 6세를 “인간 세상에서 가장 성공한 악마의 화신”으로 규정했다. ‘성배의 성’으로 알려진 독일 퓌센 근교의 노이슈반슈타인 성. 이 성은 왕의 몽상적인 성격 때문에 하마터면 사라질 뻔했다. 바이에른의 ‘공상왕(fairy­tale king)´ 루트비히 2세는 자신이 죽은 후에 자기가 살던 노이슈반슈타인 성을 허물어버리길 원했다. 자신의 개인 공간이 “천한 사람들의 호기심으로 세속화되고 망가지는” 것을 견딜 수가 없었던 것.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그 명령은 실행되지 않았다. 이 책에 실린 궁전들은 1950년 완전히 파괴된 베를린 궁을 제외하면 모두 직접 찾아가 볼 수 있는 곳들이다. 책과 함께 빼어난 건축미를 감상하며 역사의 뒤안길을 걸어보는 것도 유익할 듯하다.3만원.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죽어도 좋을 영화 로망스

    연기파 배우 조재현, 영화 ‘여자, 정혜’가 있긴 하되 여전히 TV드라마에서의 야무지고 암팡진 연기로 각인된 김지수가 만난 멜로 ‘로망스’(제작 LJ필름).16일 개봉하는 영화는 두 배우의 조합이 심상찮은 상승효과를 기대하게 만드는 정통 멜로물이다. 영화의 전반적인 정조는 비감(悲感)이다. 포스터 카피(‘나는 이 사랑에 목숨을 걸었다’) 그대로 남녀 주인공이 운명적으로 다가온 사랑을 목숨으로 맞바꾸는 이야기 얼개이다. 비감멜로에 던져진 남녀는 온전한 곳 하나 없는 상처투성이의 삶을 견디고 있다. 강직한 성격 탓에 조직에서 소외되고 아내에게까지 버림받은 형사 형준(조재현)이 그만큼이나 고통스러운 삶을 살아가는 여자 윤희(김지수)를 경찰서에서 우연히 만난다. 부와 권력을 한손에 거머쥔 남편이지만 병적인 집착과 폭력에 갇혀 지옥 같은 나날을 보내던 윤희에게 상처를 쓸어주며 다가오는 형준은 순식간에 사랑의 존재로 발전한다. 막다른 골목에 내몰려 사랑 말고는 구원을 얻을 수 없는 남녀의 만남은 빤히 파국이 읽힌다는 점에서 그 자체로 위기의 로맨스가 된다. 권력자 남편의 눈을 피해 나누는 위태로운 밀애, 남녀를 벼랑끝으로 몰아가는 권력의 횡포가 드라마의 골간이 되어 시종 불안한 파열음을 빚는다. 상처받은 영혼이란 공통점을 빼고는 모든 것이 극대비되는 남녀의 캐릭터가 멜로의 입체감을 살린다. 세상과 타협하지 못해 밑바닥 삶을 택하는 조재현의 거친 캐릭터, 웃음 한번 없이 절제된 슬픔을 연기하는 김지수의 가녀리고 애처로운 캐릭터가 상반된 질감으로 드라마에 요철을 만든다. 그러나 이전에 만날 수 없었던 독특한 향미의 멜로를 고대한다면 아쉬울 대목들이 많다. 너무 많이 봐온 탓에 다음 대사까지 유추할 수 있을 전형적 설정들이 특히나 난감하다. 권력에 빌붙어 형준과 사사건건 대립각을 세우는 경찰서 내부의 적, 음모에 맞서 형준을 우정으로 지켜주려는 동료(기주봉 장현성) 등의 캐릭터는 형사액션물의 모범답안을 그대로 베껴온 듯하다. 각자의 위치에서 두려움 없는 사랑을 연기하는 두 배우의 ‘개인 플레이’는 흠잡을 데 없이 화려하다. 하지만 주인공들이 목표인식을 전혀 다르게 하고 있다는 뜨악함을 안기는 것도 이 영화의 단점이다. 김지수는 멜로를, 조재현은 액션을 찍고 있다는 인상을 주는 건 아무래도 요령부득이다. 목숨을 버릴 만큼의 격정적 사랑을 그리고 싶었다면, 감독은 관객을 (액션이 아닌)심리적으로 압박해야 하지 않았을까.‘그렇다치고’ 덮어줘야 하는 우연이 남발되다, 후반부의 과도한 액션이 멜로라인을 잠식해버리는 한계가 아쉽다. 문승욱 감독은 ‘이방인’‘나비’ 등의 장편영화를 연출했다.18세 이상 관람가.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사망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사망

    |파리 함혜리특파원·서울 임병선기자|‘발칸의 도살자’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발칸반도가 다시 술렁이고 있다.‘정의의 심판대’에서 전쟁과 학살의 진실을 밝히기도 전에 돌연사로 숱한 비밀과 진실을 덮고 생을 마감했다. 국제유고전범재판소(ICTY)가 운영하던 네덜란드 헤이그의 감옥에서 11일 오전(현지시간)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된 슬로보단 밀로셰비치(64) 전 유고슬라비아 대통령은 지난 2002년부터 전쟁범죄와 인권유린 등 66가지 혐의로 재판을 받아 왔다. 그는 대(大)세르비아 건설을 주창하며 크로아티아전쟁(1991∼95년)과 보스니아 내전(1992∼95년)을 일으켰던 주범이며 보스니아의 7000여 이슬람 교도 학살과 알바니아계 코소보 주민 1만명 이상에 대한 ‘인종청소’를 명령한 냉혈한이었다. ●독살설 규명 위해 곧바로 부검 ICTY는 이날 성명을 내고 밀로셰비치가 감방 침대에서 숨져 있는 것을 발견했으며 자연사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유족과 변호인은 “밀로셰비치가 사망 전 자신을 독살하려는 음모가 있었다고 주장했다.”며 모스크바에서 시체 부검을 실시할 것을 요청했다. 생전에도 밀로셰비치는 고혈압과 심장질환 등을 호소했고 이로 인해 재판이 수차례 중단됐다.ICTY는 지난달 지병 치료를 위해 가족들이 있는 모스크바로 보내 달라는 밀로셰비치의 청원을 거부한 바 있다. 이 때문에 미망인 미라야나 마르코비치와 형 보리슬라프는 “ICTY가 그를 살해했다. 책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망 전날 독살우려 편지 썼다 밀로셰비치의 변호사 젠코 토마노비치는 12일 밀로셰비치가 사망 전날 자신에 대한 독살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면서 도움을 요청하는 편지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에게 썼다고 주장했다. 토마노비치는 이날 헤이그 국제유고전범재판소 앞에서 이같은 내용이 담긴 밀로셰비치의 6쪽짜리 자필 편지 사본을 기자들에게 공개하면서 이같이 주장했다. 러시아 외무부도 이날 성명을 내고 “재판소가 모스크바 방문을 거부하는 바람에 그를 죽음으로 내몰았다.”고 가세했다. 러시아는 그의 인종청소를 지원했으며 1999년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의 코소보 무력 개입에도 반대하는 등 밀월 관계를 유지했다. 그러나 ICTY는 유족의 요구를 묵살한 채 12일 네덜란드 법의학연구소에서 독일 법의학연구소(NFI) 주도로 세르비아 의료진도 배석시킨 상태에서 시체 부검과 독극물 검사를 진행했다. ●“인과응보” “정의의 심판 물 건너가” 엇갈려 희생자 유족들은 “끝나지 않은 재판으로 인해 인류의 비극이 역사의 뒤로 사라지게 됐다.”면서 “수많은 이를 희생시킨 전범에게 신이 심판을 내린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의 한 간부는 논평에서 “희생자 유족에겐 좌절이며 정의엔 역행”이라고 평했다. 스티페 메시치 크로아티아 대통령은 “그가 재판 말미에 선고를 받지도 않은 채 죽은 것은 유감”이라고 개탄했다. 고국 세르비아에서도 동정어린 애도와 증오의 표출 등 극단적인 반응으로 엇갈렸다고 BBC는 전했다. 유엔 대사를 지낸 리처드 홀브룩은 “서구에서 나만큼 밀로셰비치를 잘 아는 이는 없다.”며 “그를 위해 한 방울의 눈물도 흘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의 죽음은 세르비아와의 ‘느슨한 국가연합’으로부터의 독립을 결정하는 5월21일 몬테네그로 주민투표와 현재 진행 중인 코소보(알바니아계) 지위 협상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1992년 옛 유고연방에서 독립한 슬로베니아와 크로아티아, 보스니아, 마케도니아는 물론 알바니아와 유럽연합(EU)까지 우려 속에서 사태의 추이를 주시하고 있다. lotus@seoul.co.kr
  • [문화캘린더]

    ●사단법인 서울문화사학회는 서울문화유산 안내자 1차 교육생 50명을 모집한다. 교육 대상은 18세 이상 60세 미만 시민, 관광해설사를 희망하는 대학생, 서울의 역사문화에 관심이 있는 자 등이다. 강의일시는 17일부터 6월2일까지 매주 금요일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이며, 강의실은 종로구 인사동 민예총아카데미 제2강의실(02-731-6854∼6). 고궁 견학 등 현장 실습은 토요일 오후 2시부터 6시까지 실시된다. 접수는 송파구 삼전동 서울문화사학회 사무실(02-2202-0680,741-8331)이나 홈페이지(www.smsh.or.kr)에서 할 수 있다. 수강료는 5만원.●도봉구 구민회관은 오는 16∼19일 테이블 인형극 ‘꼬마 오즈’를 한다. 꼬마 오즈는 인형극과 애니메이션이 결합된 새로운 장르의 인형극으로 극단 수레무대가 ‘오즈의 마법사’를 바탕으로 2년간의 제작을 거쳐 만들었다. 과천시민회관과 안양평촌아트홀 등 10여곳에서 지난 2년 동안 공연하면서 연속 매진을 기록하는 등 어린이와 학부모로부터 좋은 평가를 얻었다. 도로시와 그녀의 개 토토가 오즈라는 마술나라에 온 뒤 마녀와 싸우는 등 우여곡절을 겪은 뒤 고향으로 돌아온다는 내용. 평일 10시,11시. 토요일 12시,2시,4시. 일요일 2시,4시에 3층 소공연장에서 한다. 가격은 1만원. 회원 9000원. 단체 5000원.02)901-5160.●도봉구 창동문화체육센터는 11∼12일 2층 공연장에서 영화 ‘왕후 심청’을 상영한다.훌륭한 재상이자 충신이었지만 역적 일당의 음모에 가담하지 않아 몰락한 뒤 눈까지 멀게 된 심학구의 딸 청이는 공양미 삼백석이 있으면 아버지의 눈을 뜨게 할 수 있다는 애기를 듣고 삼백석에 팔려 인당수 괴물의 제물이 되기로 결심하는 내용이다. 오전 11시와 오후 12시50분,2시40분,4시40분. 전체관람가로 가격은 3500원이고 할인권이 있거나 회원이면 3000원으로 할인된다.02)901-5200∼5.
  • [시론] 성폭력 단죄로 근절될까/홍성열 강원대 심리학과 교수

    [시론] 성폭력 단죄로 근절될까/홍성열 강원대 심리학과 교수

    나라가 온통 성문제로 야단법석이다. 발발이와 빨간모자가 성폭력의 대명사처럼 인식된 듯하다. 때에 맞추어서 누구에게 뒤질세라 정부와 국회는 물론이며, 각 성폭력 상담소들도 한마디씩 하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양하며 힘주어 말하고 있다. 전자팔찌를 채워야 한다, 생활공간을 제한해야 한다,1년 고소와 7년의 공소시효를 폐지하자 등 일일이 열거하려니 머리가 복잡해진다. 그러나 어떤 제도가 만들어져도 성폭력의 근절이나 또는 완전해결과 같은 말을 감히 입에 올릴 수 없을 것이다. 여하튼 성폭력을 둔화시키기 위해서 우선 알아야 하는 것은 폭력자들의 특성을 파악하는 일이다. 성폭력자들은 어릴 적부터 짙은 성적 환상에 깊이 빠져 있었던 사람들이다. 이들이 머리에 그리는 환상의 대상은 엄마, 누나, 친척 등 자신과 가까이 있는 사람들이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동네 아줌마, 연예인, 스포츠우먼 등으로 옮겨 간다. 그러는 사이에 점점 더 거칠어지고 대담해지면서 현실과 환상 사이에 약한 경계선을 갖게 되어서 실행으로 옮긴다. 그러나 이들의 대부분은 성적으로 강하지 못하고 조루의 문제를 안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자신의 성적 능력을 평가하지 못할 어린이 또는 할머니들을 찾는다. 이런 사람들의 성폭력은 성적 만족보다는 힘의 과시 또는 통제감을 얻는 것이 목적이다. 성폭력자들은 시각적 쾌감을 즐긴다. 이들은 피해자로부터 팬티, 음모, 브래지어 같은 것을 취해서 게임의 트로피처럼 보관하고 그때 그 멋진 상황을 즐긴다. 또한 이런 폭력자들은 성적 쾌감보다는 피해자에게 모욕감을 주는 것이 일차적 목적이다. 그러므로 성폭력때 치욕적인 과거가 회상되거나 또는 피해자가 인격 모독적인 말을 하는 경우 살인도 마다하지 않는다. 성폭력자들의 또 다른 특성은 자신의 성행동이 동일한 방식으로 수행되고 그리고 결과 또한 동일해야 한다는 강한 신념을 갖는다. 그래서 성행위때 피해자에게 동일한 말과 체형을 요구하면서 자신의 성행위가 기대하는 것과 동일한지를 확인한다. 대부분의 성폭력자들은 또 충동적이다. 그래서 스스로를 통제할 수 없는 강압적 힘에 영향을 받는다. 이들에게 성적 충동이 나타난다면,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대상은 다름아닌 여자일 뿐이다. 그리고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 지속될 경우 그 욕구는 점점 더 부풀려지게 된다. 성폭력자들의 특성을 설명하고 나서도 그들이 왜 그렇게 되었는지를 지적할 수 없으니 답답하기만 하다. 물론 각 성폭력자에 따라 적합한 원인이 숨겨져 있을 것이지만, 그것을 찾는 일이 간단하지 않다. 왜냐하면 그들의 행동을 형성하게 만든 수많은 요인들을 일일이 열거하기도 어렵고 또한 그들 중에서 족집게 같이 찍어 낼 수도 없는 일이다. 설혹 그 어떤 원인이 찾아졌다 해도, 현재에는 손댈 수 없는 것일 수도 있다. 하여간 원인이 파악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렇게 혹은 저렇게 하면 성범죄가 근절될 것이라는 주장은 너무 안이한 생각이다. 성폭력을 피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성폭력자의 생활반경을 제한하고 늘 감시하거나 혹은 타인과 멀리 격리시키는 것이다. 그렇지만, 한 사람의 성폭력으로 그의 가족들이 일생 동안 부끄러운 멍에를 메고 살아가야 하니, 그 또한 문제가 되고 만다. 성욕자체가 동물적, 이성적 감정을 동시에 표출하는 것이니, 해결 방법 또한 그리 쉽게 찾아지지 않나 보다. 이런저런 이유에서 우리들은 어쩔 수 없이 성폭력자들과 함께 살아가야 한다. 조심 또 조심하며 사는 길밖에 없는 듯하다. 홍성열 강원대 심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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