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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與 국회의원 비서 디도스 공격] 해커 3명 고용, 좀비PC 200여대로 공격… 선관위 홈피 ‘다운’

    [與 국회의원 비서 디도스 공격] 해커 3명 고용, 좀비PC 200여대로 공격… 선관위 홈피 ‘다운’

    10·26 재·보궐선거 과정에서 발생한 분산서비스거부(디도스·DDos) 공격에 대한 경찰 수사의 초점은 주범으로 드러난 한나라당 최구식 국회의원의 수행비서인 공모(27)씨의 단독 또는 조직적 범행, 윗선의 개입, 당과의 연관성 등에 맞춰지고 있다. 이에 따라 엄청난 사건을 저지른 배경과 동기도 수사 대상일 수밖에 없다. 민주당 측은 정치적 공세에 나섰다. 한나라당 홍보기획본부장인 최 의원이 서울시장 선거 때 나경원 후보 측 선거 캠프에서 적잖은 역할을 맡았던 만큼 “조직적인 차원에서 이뤄진 불법 선거방해 행위”라며 철저한 수사를 요구했다. 또 “1960년 ‘3·15사건’ 이후 최대 부정선거 시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더욱이 선거당일 오전 5시 50분~8시 32분 선관위 홈페이지가 마비되면서 ‘출근 전 투표소를 확인하려는 야당 성향의 젊은 직장인들의 선거 참여를 방해하려는 의도적 해킹’이라는 음모설이 꾸준히 제기되어 온 상황인 탓에 네티즌들은 “음모론이 현실로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정치권의 후폭풍뿐만 아니라 사회적 파장이 만만찮다. 경찰은 현재 공씨가 범행사실 일체를 부인하고 있기 때문에 정치적 연관성 부분에 대해서는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그러나 신분상 공무원인 국회의원 비서관이 공공기관을 공격했다는 점에는 사안의 중대성이 매우 크다. 때문에 적잖은 의문을 낳고 있다. 문제는 무엇을 위해, 왜, 누구의 지시에 따라, 이같이 엄청난 짓을 저질렀느냐는 부분이다. 경찰은 현재 공씨가 입을 다문 탓에 공씨의 계좌추적과 압수수색한 자료의 분석에 매달리고 있다. 조사 결과, 공씨의 의뢰로 디도스 공격을 지시한 강모(25)씨는 평소 좀비 PC 등을 이용해 홈페이지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지인들에게 공공연히 과시하고 다녔던 것으로 드러났다. 강씨는 “선관위 홈피를 해킹할 수 있겠느냐.”라는 공씨의 요청에 선거 당일 새벽 1시쯤 실제로 선관위 홈페이지를 공격, 마비가 되는 것을 확인시켜 주며 ‘실력’을 자랑하기까지 했다. 실제 정보기술(IT)업에 종사하는 강씨를 비롯한 3명은 상당한 수준의 해킹 전문가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석화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 실장은 “범인들이 추적을 피하기 위해 무선인터넷만 활용하는 등 수준이 굉장히 높았다.”고 말했다. 경찰은 디도스 공격이 이뤄진 당일 수사에 착수, 지난달 30일 강씨 등 공범 3명을 체포한 뒤 지난 1일 공씨를 긴급체포했다. 정 실장은 “공씨가 이번 주 월요일 사표를 냈다고 했는데 알아 보니 아직 현직이 유지되고 있는 상태”라고 밝혔다. 경찰은 강씨 등이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의 홈페이지도 공격했다.’는 진술을 확보, 박 시장 측에 관련 자료를 요청하고 정확한 피해 상황 등을 추가로 조사하고 있다. 박 시장의 홈페이지 역시 당시 외부접속이 차단되는 등 불편을 겪었지만 박 시장 측은 이 사건에 대한 수사를 의뢰하지 않았다. 백민경기자 white@seoul.co.kr
  • [종편 불안한 출범] 野 “그들만의 잔치” 평가절하

    보수 언론의 종합편성채널 개국을 하루 앞둔 30일 야권은 “언론악법 날치기의 결과물이자 권언유착의 산물”이라며 파상공세를 퍼부었다. 민주당은 조선·중앙·동아일보와 매일경제 등 종편 4개사가 1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세종문화회관과 고려대에서 합동개국 축하쇼를 열고 정식 방송을 시작하는 데 대해 “MB 정권 ‘방송장악음모’의 화룡점정이며 그들만의 잔치가 될 것”이라고 평가절하했다. 손학규 대표를 비롯한 소속 의원 전원은 당론으로 개국 행사에 불참하기로 결정했다. 김진표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명박 한나라당 정권의 정권 유지를 위해 특혜를 거듭 받아온 종편이 방송통신위원회의 노골적인 개입에 힘입어 15~20번의 황금채널을 배정받았다.”면서 “똑같은 목소리를 내는 방송매체가 왜 4개씩이나 신설돼야 하는지 납득할 수 없으며 언론의 다양성, 민주주의의 가치가 크게 훼손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1공영 1민영의 미디어렙에 종편이 포함돼야 한다며 신속히 법안을 도입하자는 입장이다. 내년 총선, 대선을 앞두고 매체 영향력이 큰 보수 언론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보수 진영에 유리한 방송을 내보낼 경우 여론전에서 불리하다고 보는 것이다. ●여·야 “미디어렙 법안 연내 제정” 한편 이날 여야 6인 미디어렙 소위원회는 첫 비공개 회동을 갖고 미디어렙 도입 법안을 올해 안에 제·개정하고, 지역 및 종교방송 등 방송 광고 취약 매체에 대해 현행 한국방송광고공사 지원 수준이 유지되도록 강제규정을 두는 데 합의했다. 강주리기자 jurik@seoul.co.kr
  • 영암군수 선거법 위반혐의 조사 왜?

    전남 영암군의 특별교부세를 두고 현직 군수와 국회의원 사이에 선거법 위반 공방이 검찰 수사로 이어져 결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공방은 특별교부세를 누가 가져왔는지 하는 문제로 비쳐지지만 실제로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김일태(66) 영암군수와 유선호(58) 국회의원의 사전선거운동 성격이 강하다. 논란의 핵심은 특별교부세를 가져오는 데 국회의원의 협조와 노력이 있었는지 여부다. 유 의원은 당원들에게 배부된 의정보고서에 특별교부세 확보를 업적으로 내세웠고, 김 군수는 발로 뛴 공무원들의 공이지 국회의원의 지원은 없었다고 신경전을 벌였다. 광주지검 목포지청은 민주당 장흥·강진·영암 지역위원회 윤모(50) 국장을 조사한 데 이어 지난 25일 김일태 영암군수를 참고인 자격으로 소환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3시간 넘게 조사했다. 검찰은 지난달 영암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수사 자료를 넘겨받아 김 군수의 비방 혐의 등에 대해 집중적으로 조사했다. 유 의원은 총선을 앞두고 사실상 낙선 목적으로 비방이 이뤄지고 있고, 김 군수가 지역과 당내 갈등을 조장하는 등 내년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군수가 특정 국회의원 낙선을 목적으로 비방하고 있다며 선관위에 고발했다. 이에 반해 김 군수는 공무원들의 노력을 가로채 자신의 업적으로 바꾸는 것도 모자라 유 의원이 허위사실로 몰고 가고 있다며 비판했다. 김 군수는 지난 9월 지역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정부 예산을 확보하는 과정에 지역구 국회의원의 지원이 전혀 없었다.”고 발언했다. 선관위는 양측에 추가 자료를 요구하고 조사를 했지만, 선거법 위반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고 조사에 한계가 있어 검찰에 자료를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특별교부세 확보에 국회의원의 도움이 있었느냐는 사실관계보다는 낙선을 목적으로 한 의도가 있었는지가 수사의 초점으로, 법적 검토 등을 거쳐 빠른 시일 안에 사건을 종결하겠다.”고 말했다. 목포 최종필기자 choijp@seoul.co.kr
  • 아동사살·성고문… 시리아軍 잔혹극

    아동사살·성고문… 시리아軍 잔혹극

    ‘야만의 땅’으로 변한 시리아의 실상이 유엔 보고서를 통해 드러났다. 반정부 시위대를 무차별 사살했고 어린아이들까지 마구잡이로 잡아들여 고문했으며 어린이 250여명이 숨진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군이 시위대를 강경 진압하는 과정에서 성폭행 등 인면수심의 범죄를 서슴지 않고 저질렀다는 진술도 나왔다. 유엔인권이사회(UNHRC)가 28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공개한 ‘시리아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8개월이 넘는 반정부 시위 동안 이 나라는 생지옥이었다. 시리아 내 피해자 및 목격자, 탈영병 등 223명은 지난 8월부터 3개월여간 UNHRC 국제 전문가들과의 면담에서 생생한 증언들을 쏟아냈다. 목격자들은 수도인 다마스쿠스의 공군기지 등 구금 시설에서 잔혹한 고문이 일상적으로 가해졌다고 전했다. UNHRC의 조사에 응한 구금 경험자들은 “발가벗겨진 채로 정부군에 성고문과 전기고문을 당했고, 담뱃불로 항문을 지지는 등 상상하기도 싫은 일들이 자행됐다.”고 말했다. 정부군에 성폭행당했다는 진술도 이어졌다. 정부 보안군이 한 15세 소년을 아버지 앞에서 강간했고 정부군 3명이 11세 소년을 윤간했다는 목격담도 있었다. 한 증언자는 “정부 요원들이 (고문을 마친 뒤) 다가와 ‘다음은 너야’라고 말했다.”면서 “살면서 그런 공포를 느껴본 적이 없다.”고 털어놓았다. 어린이들마저 살육의 대상이 되었다. 보고서는 지난 3월 중순부터 이달 초까지 최소 256명의 어린이가 하마와 홈스 등에서 정부군에 의해 목숨을 잃었고 일부는 고문을 받다 사망했다고 지적했다. 지난 8월에는 한 정부군 장교가 “아이가 시위대로 성장하는 꼴을 보고 싶지 않다.”며 두살배기 아기를 총으로 사살했다. 보고서는 “정부는 군인들에 ‘시위대를 무차별 사살하라’고 명령했고 이에 따르지 않으면 고문 등 잔혹한 대가를 치르게 했다.”고 밝혔다. 시리아 정부의 대국민 살육극 실상이 알려지면서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의 숨통을 죄기 위한 국제사회의 압박도 거세지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이날 시리아에 대한 추가 금융 제재를 취하겠다고 밝혔고 국제인권단체인 앰네스티인터내셔널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시리아 유혈 사태에 대한 결단력 있는 행동을 촉구했다. 반면, 시리아의 왈리드 무알렘 외무장관은 이날 TV 연설을 통해 “아랍연맹의 시리아 제재는 경제전쟁을 선포한 것과 같다.”면서 “연맹은 시리아를 상대로 한 외세의 음모를 믿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 아이슬란드 “中갑부에겐 땅 못 팔아”

    아이슬란드 “中갑부에겐 땅 못 팔아”

    유명 시인이자 기업가, 탐험가이기도 한 중국인 황누보(黃怒波·55)의 ‘아이슬란드 드림’이 깨졌다. 중국의 부동산재벌 중쿤(中坤)그룹 황 회장은 아이슬란드 북부의 황무지 300㎢를 사들여 대규모 레저타운을 건설하려 했지만 아이슬란드 당국자로부터 퇴짜를 맞았다. 중국 언론들은 “근거 없는 ‘중국 위협론’에 따른 황당한 조치”라고 비난하고 있다. 결정권자인 외그문드르 요나손 아이슬란드 내무장관이 25일(현지시간) 황 회장의 토지구매 요청을 거부했다고 중국 관영 신화통신이 27일 보도했다. 요나손 장관은 “어떻게 판단하든 절대로 허가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번이 최종 결정으로 더 이상 변경의 여지가 없다.”고 강조했다. 아이슬란드 정부 관계자들의 긍정적인 반응 등으로 최근까지 황 회장의 아이슬란드 땅 매입은 이변이 없는 한 성사될 것으로 여겨졌던 터여서 이 같은 거부 방침은 예상 밖의 결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실제 아이슬란드 경제사무부 아르니 팔 아르나손 장관은 지난 10일 요나손 장관에게 보낸 메모를 통해 “이번 투자가 아이슬란드에 위협이 될 것이라고 믿을 만한 아무런 이유가 없다.”며 긍정적 검토를 요청한 바 있다. 황 회장은 지난 8월 황무지 소유권과 허가권을 갖고 있는 아이슬란드 정부에 토지매입 및 리조트 건설 허가를 공식 요청했다. 중국 전역에 리조트와 관광시설을 소유하고 있는 중쿤그룹은 토지를 800만 달러에 사들인 뒤 2억 달러를 투자해 대규모 리조트를 조성할 계획이었다. 황 회장은 자신의 시집 출간을 기념해 지난 9월 한국을 방문한 자리에서도 “전 세계에 레저타운을 건설해 아시아 문학 전파에 힘을 쏟을 것”이라는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황 회장 측은 아이슬란드의 불허 방침과 관련, “정치 투쟁의 희생양이 됐다.”며 “곧 투자 신청을 철회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화통신 등 중국 언론들은 “황 회장의 투자는 중국 정부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데도 서방 언론매체들이 처음부터 ‘중국의 북대서양 전략 거점 확보와 무관치 않다.’는 등의 근거 없는 음모론을 퍼뜨려 왔다.”고 비난했다. 중국 언론들은 2007년 이후 황 회장을 포함해 모두 25건의 외국인 투자계획이 아이슬란드 당국에 신청됐지만 한 건도 불허된 적이 없다는 점에서 이번 조치에 정치적 판단이 개입돼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있는 중국의 부동자금이 미국·싱가포르 등의 부동산 투자에 집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아이슬란드의 이번 결정이 다른 국가들에도 파급될지 주목된다. 베이징 박홍환특파원 stinger@seoul.co.kr
  •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밝힌 ‘웃음의 미스터리’

    ‘우리는 왜 웃는가’라고 물으면 뭐라고 답을 할 수 있을까. 아니 어떤 답이 나올까. 그 답에 따라 사람들은 또 웃고말 것이다. 우리는 하루에도 몇편씩 절묘한 유머와 조크를 접한다. 기승전결 등 완벽한 작품(?)이지만 도대체 누가 만들었는지 작가는 없다. 그렇다면 여기 잠시 주목해보자. ‘…그래서 그는 문장을 읽고 웃음을 터뜨리더니 그대로 죽고 말았습니다. 올림피아의 넓은 객석을 메운 관객들은 즉시 전율에 휩싸였다. 다음 순간 모두가 일제히 웃음을 터뜨렸다.’ ‘개미’로 유명한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신작 장편 소설 ‘웃음’(열린책들 펴냄)에 나오는 첫 대목이다. 얼핏 보더라도 범죄 스릴러, 역사 패러디, 유머집의 속성을 혼합적으로 갖고 있음을 연상시킨다. ‘웃음’의 중심 소재는 유머의 생산과 유통이다. 하지만 미스터리 소설이라고 해도 틀리지 않다. 미스터리 기법을 바탕에 깔면서 작품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농담을 지향하듯 발랄하고 유쾌하게 달려나간다. 그래서 ‘미스터리한 웃음 소설’이다. 베르베르의 특유한 상상력을 한껏 드러내면서 또 하나의 새로운 세계를 창조한다는 점에서 흥미를 끈다. 이 작품은 우리가 일상 속에서 접하는 우스갯소리들이 어디에서 생겨나는 것일까 하는 의문에서 출발한다. 어느 날 프랑스인에게 가장 사랑받는 코미디언 다리우스가 분장실에서 변사체로 발견된다. 분장실 문은 안으로 잠겼고 외부의 침입 흔적은 전혀 없다. 유일한 단서는 다리우스가 사망하기 전 폭소를 터뜨렸다는 것뿐이다. 경찰은 과로로 인한 돌연사로 결론을 짓고 수사를 마무리한다. 하지만 죽음 뒤에 놓인 의문을 추적하는 두 사람이 있다. 민완 여기자와 전직 과학전문 기자는 갖가지 모험과 위기를 헤쳐가며 코미디언 다리우스의 실체, 웃음 산업과 유머를 둘러싼 음모, 그리고 역사의 이면에 감춰진 거대한 비밀조직에 들어간다. 결국 이들은 다리우스가 치명적인 조크로 웃음을 멈출 수 없어 죽음에 이르게 됐다는 사실을 밝혀낸다. 이 작품은 세 겹의 구성을 가지고 있다. 주인공들이 액션이 중심되는 스토리 라인, 웃음을 유발하는 조크들, ‘유머역사 대전’이라는 가상의 텍스트. 특히 유머 기사단은 프리메이슨과 성전 기사단을 방불케 하는 비밀결사로 등장해 더욱 흥미를 끈다. 결국 이 책은 ‘인간은 왜 웃는가’에 대한 물음에 우회적으로 답을 내놓는다. 이 작품을 집필하는 과정에서 작가가 독자들의 의견을 실시간 반영해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외국 작가로 선정된 바 있는 베르베르는 1991년 120여차례의 개작을 거친 ‘개미’를 출간, 놀라운 과학적 상상력으로 전 세계 독자들을 사로잡으며 프랑스의 천재 작가로 명성을 얻었다. 한국에도 수차례 내한했다. 김문 편집위원 km@seoul.co.kr
  • [주말 영화]

    ●달마야 서울가자(OBS 일요일 밤 10시 15분) 청명 스님이 서울의 무심사에 큰스님의 유품을 전해주기 위해 은하사를 떠나자 현각 스님과 묵언수행 중인 대봉 스님이 청명 스님 보호를 핑계로 따라나선다. 스님들이 어렵사리 도착한 서울의 무심사. 주지는 이미 5억원의 빚을 진 뒤 절을 떠났고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노보살 스님과 꽃미남 무진 스님, 그리고 동자승만이 남아 있는 상황이다. 절 곳곳에 붙어 있는 법원의 차압 딱지는 스님들을 기겁하게 만든다. 급기야 절에 들이닥친 범식 일당과 마주친 청명·현각·대봉 스님은 무심사를 구하기 위해 남는다. 그러나 법적으로 이미 대륙개발에 넘어간 무심사. 범식과 그의 수하들은 절터에 주상 복합 건물인 ‘드림시티’를 세울 계획이라며 당장 나가라고 으름장을 놓고 불전함을 빼앗아 간다. 그 와중에 묵언수행 중인 대봉 스님이 구입한 로또복권이 300억원에 당첨된다. 하지만 로또복권 영수증은 범식 일당이 빼앗아 간 불전함에 있다는 것을 깨닫고 또 한번 망연자실하는데…. ●뮤직박스(EBS 일요일 오후 2시 30분) 마이크는 근 50년 전 미국에 이주한 헝가리 출신 이민자다. 그는 성공한 변호사인 딸 앤과 그를 좋아하는 친구들 사이에서 평온하고 즐거운 삶을 누리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러시아에서 2차세계대전 당시의 기밀문서가 공개되자 마이크는 악랄한 헝가리 전범으로 법정에 서는 신세가 된다. 앤은 모든 게 공산주의자들의 음모라고 주장하며 단호하게 무죄를 주장하는 아버지를 변호하기로 마음먹는다. 부단한 노력 끝에 결국 원고 측 증인들의 증언을 뒤집는 데 성공한다. 하지만 모든 문제가 끝났다고 여긴 바로 그 순간 진정한 과거가 수면 위로 떠오른다. 미국에 돌아가기 직전 아버지의 군 동료를 찾아 나선 앤은 그의 누이에게 건네받은 뮤직 박스 안에서 외면할 수 없는 진실을 발견하고 만다. ●미호 이야기 外(KBS1 토요일 밤 12시 55분) 구미호가 설쳐 흉흉해진 마을, 무당의 점괘에 따라 양반 댁 아가씨 난명은 다른 친구들과 함께 구미호의 제물로 바쳐진다. 아홉 개로 쪼갠 구슬을 먹고 구미호의 아이들을 낳아야 하는 마을 처녀들. 유독 총명했던 난명은 구미호에게 숨바꼭질을 하자며 내기를 건다. 태어난 아이들의 16세 생일이 지나고 그 후 9일 동안 구미호가 아이들을 찾아내기로 한 것이다. 무사히 숨으면 아이들과 엄마들의 승리, 아이들을 전부 찾아내면 구미호의 승리라는 말에 내기를 좋아하는 구미호는 이 제안을 받아들이는데…. 두 번째 이야기, 가족들이나 친구들에게서 투명인간 취급을 받는 소년이 있다. 소년은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 위해 마술을 배운다. 마침내 소녀 앞에서 마술 시범을 보이지만 뜻대로 되지 않고 놀림만 받고 만다.
  • 정론직필 언론인 ‘송건호 평전’ 파란과 곡절의 이야기 오롯이

    ‘글 쓰는 사람은 절대로 기분에 따라 이렇게 혹은 저렇게 횡설수설을 해서는 안 된다. 그 글에는 논리가 일관되어 있어야 하고 전에 쓴 글과 다음에 쓴 글 사이에 모순이 없어야 한다. 어떤 때는 이런 소리를 하고 어떤 때는 또 저런 소리를 하는 식의 글을 써서는 안 된다. 글은 사람의 인격 표현이라고 했다.’ 평생 정론직필을 추구하면서 참 언론인으로 살다 간 청암 송건호(1926~2001)는 곡학아세(曲學阿世)를 질타하고 진실한 글쓰기를 요구하고 실천했다. 청암이 언론인으로 활동한 30여년은 이승만· 박정희·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으로 이어진 독재정권 시대와 온전히 겹쳐 있어 평생을 독재와 싸우느라 많은 수난을 당해야 했다. 30대 초반부터 논설위원으로서 역사와 정세의 맥을 관통하는 사설과 칼럼을 집필하면서 필명을 떨치고 신망을 쌓았다. 그래서 늘 독재정권의 포섭대상 1순위였고 그럴수록 청암은 “나는 분단조국에서는 관리를 안 하기로 결심했다.”는 말로 유혹을 물리쳤다. 충북 옥천 태생인 청암은 조선일보, 동아일보, 한국일보 등을 거쳐 1975년 언론현장을 떠나 본격적인 현대사 탐구와 왕성한 필력으로 ‘민족지성의 탐구’ 등 주요 저서를 잇따라 저작했다. 그러던 1980년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에 연루돼 6개월간의 옥고를 치렀고 1984년 민주언론운동협의회 의장에 선임돼 언론자유수호 투쟁의 선봉에 섰다. 1988년 한겨레신문을 창간하고 초대 대표이사를 맡아 언론독립의 새로운 장을 열기도 했다. 1993년 야인으로 돌아간 청암은 애장도서 1만 5000여권을 한겨레신문사에 기증, ‘청암문고’를 개설했다. 이러한 파란과 곡절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담은 ‘송건호 평전’(김삼웅 지음, 책보세 펴냄)이 따끈따끈하게 최근 나왔다. 청암 작고 10주기에 맞춰 출간된 이 책은 그의 정론정신을 기리는 헌사이자 현직 언론인들에게 울리는 경종이기도 하다. 독립운동사 및 친일반민족사 연구가인 저자는 대한매일신보(현 서울신문) 주필과 제7대 독립기념관장을 지냈다. ‘친일인명사전’ 편찬 자문위원으로 활동했으며 이번 책은 저자의 한국근현대인물평전 14번째에 이른다. 2만원. 김문 편집위원 km@seoul.co.kr
  • [FTA비준 이후] 사면초가 孫의 선택은

    [FTA비준 이후] 사면초가 孫의 선택은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사면초가’ 상태에 놓였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저지에 실패하고, 다음 달 17일로 잡아놓은 범야권 통합전당대회는 전·현직 의원들의 반발에 막혔다. 트위터에서는 분노를 넘어 조롱의 대상까지 돼 버렸다. 그를 지지하던 세력들마저 등을 돌리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트위터에선 조롱의 대상 손 대표는 24일 모든 일정을 취소했다. 그는 전날 통합 전대 표결을 위해 열린 중앙위원회에서 6시간 동안 거센 사퇴 요구를 받았다. 비공개로 들를 예정이었던 수도권 원외지역위원장들의 출판기념회에도 극심한 감기 몸살을 이유로 가지 않았다. 그는 하루 종일 경기 성남시 분당동 자택에서 나오지 않았다. 복잡한 심경이 읽힌다. ●‘孫 사퇴하라’ 당사 앞 현수막 한나라당의 한·미 FTA 비준안 기습 처리에 항의해 국회 일정을 전면 중단하고 ‘비준 무효’를 위한 장외투쟁을 선언한 그로서는 원내에 있는 것조차 가시방석이다. 손 대표의 리더십 실종은 전날 서울 영등포 당사에서 열린 중앙위원회에서 여지없이 나타났다. ‘민주당을 없애려는 손학규는 사퇴하라’라는 현수막이 여기저기 내걸렸다. 전·현직 지도부 등 중앙위원들은 물론 원로 당원들까지 참석해 “한·미 FTA 날치기도 막지 못한 사람들이 무슨 통합을 논의하느냐. 지도부는 총사퇴하라.”, “목숨 걸고 지킨 정당인데 밖에서 굴러 들어온 놈이 당을 팔아먹으려 한다. 한나라당으로 돌아가라.”는 비난을 서슴지 않았다. 손 대표는 인사말 도중 “손학규 물러가라.”, “그만하라.” 등의 말에 발언을 제지당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대표의 권위는 온데간데없는 리더십 부재의 현주소였다. 민주당 관계자는 “일개 국장 인사에게조차 손 대표 말빨이 안 먹힌다.”며 흔들리는 리더십을 우려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FTA 음모론’에까지 시달리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멘토로 알려진 작가 공지영씨는 “한나라당서 파견되신 분 맞죠?”라며 손 대표를 비하하는 듯한 트위트를 올렸다. ●한나라 탈당 이후 최대위기 유력한 대권 예비 주자로 거론되는 안 원장의 신당 창당설이 나오는 가운데 한 자릿수 지지율 답보 상태를 보이고 있는 손 대표로서는 혼란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2007년 한나라당 탈당 이후 최대의 난관에 봉착한 모습이다. 강주리기자 jurik@seoul.co.kr 1) 데이트 강간을 위한 ‘악마의 술잔’ 한모금에 블랙아웃…24시간내 검사 못하면 미제사건 2) 죽음의 性도착증 ‘자기 색정사’ 혼절직전의 성적 쾌감 탐닉…‘질식에 중독되다’ 3) 친구와 함께 차안에서 아내에 몹쓸짓 한 남편 …사고로 위장한 최악의 선택 4) 살해당한 아내의 눈속에 담긴 죽음의 비밀… 흔해서 더 잔인한 위장 살인의 실체는 5) 강간 후 살해된 여성, 그리고 부검의 반전 죽을 때까지 여성이고 싶었던 여성의 사연 6) 천안 母女살인범, 현장에서 대변만 보지 않았더라도… ‘미세증거물’ 속에 숨은 사건의 진상 7) 정자가 수상한 정액…씨없는 발바리’ 과학수사 얕봤다가 정관수술까지 한 연쇄 성폭행범 8) 변태성욕 30대 살인마의 아주 특별한 핏자국 혈흔속 性염색체의 오묘한 비밀 9) “그날 조폭은 왜 하필 남진의 허벅지를 찔렀나?”… 칼잡이는 당신의 ‘치명적 급소’를 노린다 10) 소변 참으며 물 마시던 20대女, 갑자기 몸을 뒤틀며… 생명을 앗아가는 ‘죽음의 물’ 11) 자살한 40대 노래방 여주인, 살인범은 알고 있었다 생활반응이 알려준 사건의 진실 12) 불탄 시신의 마지막 호흡이 범인을 지목하다 화재사망 속 숨어있는 타살흔적 증거는 13) 車 운전석에서 질식해 숨진 그녀의 주먹쥔 양팔 14) 백골로 발견된 미모의 20대女, 성형수술만 안 했어도… 가련한 여성의 한 풀어준 그것 15) 무참히 살해된 20대女…6년만에 살인범 잡고보니… 274만개의 눈이 잡은 연쇄살인범의 정체 16) 이태원 옷집 주인 살인사건…20대 여성이 지목한 범인은? 찢어진 장부의 증언 17) 물속에서 떠오른 그녀의 흰손…토막살인범 잡고보니 바다에서 건진 시신 신원찾기 18) 헤어드라이어로 조강지처 살해한 50대의 계략… 몸에 남은 ‘전류반’은 못 숨겼네 19) 자살이라 보기엔 너무 폭력적인 죽음…왜? 가해자·피해자는 하나였다 20) 아파트 침대 밑 女 시신 2구…잔인한 ‘진실게임’ 결과는? 누명 벗겨준 거짓말 탐지기 21) 자다가 갑자기 세상을 뜨는 젊은 남자들…누구의 저주인가? 청장년 급사증후군의 비밀 22) 70% 부패한 시신 유일한 증거는 ‘어금니’ 억울한 죽음 단서 된 치아 23) 살인현장에 남은 별무늬 운동화 자국의 비밀 60대 노인의 치밀한 트릭 24) 택시 안에서 숨진 20대 직장女 살인범은 과연… 돈 버리고 납치한 이상한 택시 강도 25) 그녀가 남긴 담배꽁초 감식결과 놀라운 사실이 살인 현장에 남은 립스틱의 반전 26) 목졸리고 훼손된 60대 시신… 그것은 범인의 속임수였다 ‘파란 옷’ 입었던 살인마 27) 40대 여인 유일 목격자 경비 최면 걸자 법최면이 일러준 범인의 얼굴 28) 소리없이 사라진 30대 새댁, 알고보니 들짐승이… 부러진 다리뼈가 범인을 지목하다 29) 살인자가 남기고 간 화장품 향기, 그것은 ‘트릭’이었다 강릉 40대女 살인사건의 전말 30) 동거女 잔혹하게 살해한 30대, 시신이 물속에서 떠오르자… 살인후 물속으로 던진 사건 그후 31) 최악의 女연쇄살인범 김선자, 5명 독살과 비참한 최후 청산염으로 가족, 친구 무차별 살해
  • ‘5공실세’ 이학봉 前수석 자택 경매

    ‘5공실세’ 이학봉 前수석 자택 경매

    ‘5공 실세’였던 이학봉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서울 강남구 역삼동 자택이 경매에 넘어간다. 김대중 내란 음모 사건에 연루돼 옥살이를 한 이신범·이택돈 전 국회의원의 요청에 따라 법원이 계엄사령부 합동수사본부 수사단장이던 이씨의 자택을 경매할 예정이다. 16일 부동산경매정보업체인 지지옥션에 따르면 오는 29일 서울중앙지방법원 경매 1계에서 대지면적 375㎡, 건물면적 325㎡, 지하 1층∼지상 2층 규모인 이씨의 단독주택에 대한 입찰이 진행된다. 청구액은 10억 1900만원으로, 단독주택 감정가는 배가 넘는 26억 400만원 선이다. 경매 청구인은 이신범·이택돈 전 의원이다. 이들은 신군부의 계엄군법회의에서 각각 징역 12년,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이 확정돼 복역하다 특별사면을 받았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2004년 재심을 통해 무죄선고를 받은 뒤 이들도 재심을 청구해 2007년 서울고법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이어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5월 이씨와 국가, 전두환 전 대통령이 연대해 이들에게 모두 10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 정치권 신당설 등 정계 개편 說·說·說…

    정치권 신당설 등 정계 개편 說·說·說…

    정치권이 내년 총선·대선을 앞두고 본격적인 정계 개편 논란에 휩싸일 조짐이다. 무상급식 주민투표가 불러온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기폭제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처리를 둘러싼 정치세력 간 이견이 정계 개편의 진앙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는 것이다. 물론 아직까지는 야권의 통합 움직임과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이 주도하는 박세일 신당설을 제외하고는 실체가 드러나지 않은 소문에 불과하다. 신당 관련 음모론까지 나돈다. 그러나 지금의 정당 구도로 내년 4월 총선이 실시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찾아보기 힘든 게 지금 여의도 정가의 모습이다. 정치권 안팎에서 정계 개편설이 난무하는 배경은 무엇보다 기성 정당으로는 더 이상 민심을 얻기 어렵다는 인식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기성 정당들이 민의를 반영한 올바른 정책 수립없이 그저 잃어 버린 민심을 다시 얻기 위해 옷을 갈아 입겠다는 발상이라면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국민 호도에 불과하고, 더욱 호된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진보 진영의 정계 개편 논의는 이미 다음 달 17일을 야권 통합 신당 출범일로 못 박을 정도로 급물살을 탄 상태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을 끌어들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안 원장만 끌어들이면 내년 대선을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와 같이 만들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진보진영이 통합의 정계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면 보수진영은 분열의 정계 개편을 추진하고 있어 대조를 이룬다. 보수 진영의 정계 개편설은 크게 두 갈래다. 첫번째는 한나라당 내 친이(친이명박) 세력과 당 외 박세일 이사장 등이 손을 잡고 연내에 새로운 정당을 만든다는 것이다. 이른바 ‘친이-박세일 신당론’이다. 다른 가설은 친박(친박근혜) 진영이 당내 친박 세력과 온건·쇄신파, 야권의 중도파, 중도 성향 시민사회단체 등의 힘을 모아 신당을 창당할 것이라는 ‘박근혜 신당설’이다. 박 이사장은 이미 “다음 달 중 보수 신당 창당”을 공식 선언한 상태다. ‘박세일 신당’엔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과 이석연 변호사, 서경석 목사 등 중량감 있는 인사들이 참여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돈다. 박 이사장은 그동안 김문수 경기지사와도 깊은 얘기를 나눠온 것으로 알려졌다. 박 이사장은 “안철수 원장도 함께할 수 있다.”고 문을 열어뒀다. 여권의 잠룡인 김 지사와 정몽준 전 대표, 이재오 의원 등이 당내에서 ‘박근혜 흔들기’를 시도하다 여의치 않을 경우 탈당해 신당에 힘을 보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친박 진영에서도 현 정부와 정책적 차별화를 시도하다 도저히 함께 갈 수 없다는 판단이 서면 갈라설 수밖에 없다는 얘기가 심심찮게 들린다. 무상급식과 당 쇄신론, 한·미 FTA 비준안 처리 등 주요 현안을 놓고 친이 진영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것도 이 같은 가설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그러나 박 전 대표의 대변인 격인 이정현 의원은 ‘박근혜 신당’에 대해 “사실무근이며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일축했다. 친박계 좌장인 홍사덕 의원도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우리 중에 일부 인사들이 박 전 대표의 뜻과는 무관하게 그런 소릴 하고 다니는 모양인데, 지금 당의 처지가 그런 얘기를 하고 다닐 때인가.”라고 반문했다. 전광삼기자 hisam@seoul.co.kr
  • [AFC 챔피언스리그] “한국축구, 장외에서 파워부족 절감”

    5년 만에 아시아 챔피언에 도전했던 프로축구 K리그 전북이 마지막 문턱을 넘지 못하고 무릎을 꿇었다. 전북은 지난 5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1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알 사드(카타르)와의 결승전에서 2-2로 비긴 뒤 승부차기 끝에 2-4로 패했다. AFC는 치밀하게 알 사드의 우승 시나리오를 준비했다. 관중을 폭행한 공격수 케이타의 징계를 미루면서 알 사드가 정상 전력으로 결승전에 나설 수 있게 했다. 우즈베키스탄 출신의 심판진은 알 사드의 거친 반칙을 거듭 외면했고, 공이 알 사드 선수의 손에 맞아도 핸드볼 파울을 불지 않은 것만 다섯 번이다. 또 알 사드가 문제 없이 경기를 마칠 수 있게 8장의 옐로카드를 절묘하게 배분했다. 이들은 경기 뒤 올해의 AFC 심판상을 받았다. 모든 것이 전북에 불리했다. 그래서 전북은 오일머니가 주도한 AFC의 음모를 아름다운 축구, 무시무시한 ‘닥치고 공격’의 축구로 박살냈어야 했다. 그런데 졌다. 경기 뒤 최강희 감독은 “우승은 신만이 안다.”면서 “골을 넣지 못해서 졌다.”고 경기 결과를 받아들였다. 전북은 결정적 찬스에서 골대만 네 번 맞혔다. 하지만 그는 “8강, 4강, 결승도 심판 배정이나 경기 진행 등 한국 축구의 힘이 많이 부족하다는 걸 느꼈다.”면서 “K리그 4팀이 AFC챔스리그에 진출하는데, 경기장 밖에서도 그에 상응하는 힘이 필요하다.”며 진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현재 AFC 집행부에는 당연직 임원인 한국프로축구연맹 총재 이외에 다른 한국인 임원이 없다. 조직 내 실무자만 한 명 있을 뿐이다. 반면 중동 국가들은 ‘3S정책’과 유사한 방식으로 국민들에게 축구를 유일한 오락으로 장려하고 있다. 비싼 돈을 들여 해외 스타들을 영입하는 것도 이 같은 이유다. 또 자금력으로 AFC 집행부의 4분의3을 장악한 상태다. 스포츠의 핵심은 공정한 규칙. 하지만 이건 당위다. 모든 것이 알 사드에 유리한 상황에서 결승전이 열렸고, 전북은 수비적인 알 사드에 맞서 공격적으로 나섰지만 승부차기에서 졌다. 억울하지만 이것도 축구다. 전주 장형우기자 zangzak@seoul.co.kr
  • [10·26 재보선] 서울 200곳 투표소 변경 ‘혼란’

    [10·26 재보선] 서울 200곳 투표소 변경 ‘혼란’

    ‘10·26’ 재·보궐선거 투·개표 현장은 별다른 사고 없이 차분했다. 다만 일부 선거구의 유권자들은 투표 장소가 종전과 달라 찾아 헤매는 불편을 겪기도 했다. ●투표소 종전과 달라 시민들 혼란 투표소가 바뀐 바람에 추운 날씨에 일부 시민들은 투표소를 찾느라 허둥댔다. 이제껏 줄곧 투표를 해왔던 동 주민센터나 학교에 투표소가 설치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번에 서울지역 투표소 2206곳 가운데 지난 8월 24일 무상급식 투표소와 다른 곳은 200여곳이다. 서울 용산구 후암동에 사는 임모(32·여)씨는 “예전에 투표를 하던 주민센터가 아닌 지역의 외진 곳에 있는 한 고아원에 투표소가 설치돼 위치를 찾느라 한참 걸렸다.”고 말했다. 인터넷과 트위터에는 “선관위가 투표율을 낮추기 위해 투표소를 찾기 힘든 곳으로 바꾼 것이 아니냐.”는 ‘음모론’까지 제기됐다. ●장애인 유권자 배려 여전히 부족 장애인들은 힘들게 유권자의 권리를 행사할 수밖에 없었다.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자치회관 투표소를 찾은 시각장애인 김유신(40)씨는 “신분증으로 장애인 복지카드를 제출했는데도 선관위로부터 별도의 안내를 받지 못했다.”면서 “점자 투표지가 없어 투표지를 눈 앞에 대고서도 한참 걸려 겨우 투표를 마쳤다.”고 하소연했다. ●“투표 명의 도용당해” 항의 소동 서울 구로구 구로3동 제1투표소에서는 투표 명의를 도용당했다는 시민 때문에 한때 술렁였다. 한 남성이 선거인명부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누가 내 이름으로 서명하고 투표하고 갔다.”며 항의한 것이다. 구로구 선관위 측은 “오전 일찍 다녀간 유권자가 이름이 비슷한 옆 칸에 실수로 서명하고 간 것으로 확인돼 무효표 처리 없이 해결했다.”고 밝혔다. ●삼엄한 도곡동 타워팰리스 투표소 서울의 대표적인 부자 동네로 꼽히는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 1층에 마련된 투표소에서는 사설 보안업체 직원들의 삼엄한 경비가 눈길을 끌었다. 투표소 주변에 배치된 건장한 체격의 남성 직원 5~6명이 주민들의 투표를 안내하면서도 외부인에 대해서는 일거수일투족을 경계했다. 타워팰리스의 ‘특별 투표소’라는 조롱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사건·사고 없이 순조롭게 개표 마무리 8시 30분쯤부터 서울 등 전국 55개 개표소에서 일제히 개표 작업이 시작되자 선관위 직원들은 현장으로부터 개표 상황 등을 확인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움직였다. 선관위 직원들은 특별한 사건·사고 없이 개표가 순조롭게 마무리되자 안도하는 모습이었다. 김동현·강병철·신진호·김소라기자 sayho@seoul.co.kr
  • [서울시장 보선 D-2] 의혹 vs 규탄

    [서울시장 보선 D-2] 의혹 vs 규탄

    10·26 재·보궐 선거의 마지막 레이스가 맞고발과 불법선거 논란이 뒤엉킨 난타전으로 치닫고 있다. 23일 범야권 박원순 후보 측이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를 향해 ‘5대 불가론’을 제기하자 나 후보 측은 박 후보에 대해 ‘10대 불가론’으로 맞불을 놓는 등 한 치의 양보 없는 힘겨루기를 이어 갔다. 서울시 선거관리위원회는 23일 각 정당과 후보자에게 정책 경쟁을 당부하는 서한을 보냈다. ● 5대 불가론 vs 朴 10대 불가론 한나라당은 이날 박원순 범야권 단일 후보가 설립한 아름다운재단과 참여연대, 한화그룹 사이의 의혹을 추가로 제기했다. 참여연대가 2002년 10월 대한생명을 인수한 한화를 분식회계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지만, 2004년 2월 한화 계열사인 대덕테크노밸리가 아름다운재단에 10억원을 기부하기로 발표한 이후 한화에 대한 참여연대 측의 문제 제기가 자취를 감췄다는 것이다.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의 공동 선거대책위원장인 이종구 의원은 “참여연대가 고발하고 아름다운재단이 기부금을 받고 눈감아 준 것이며, 이 돈은 범죄 수익금과 다름없다.”면서 “시민사회단체가 기부금을 뜯어내는 일이 없도록 이른바 ‘삥뜯기 금지법안’, ‘박원순 법안’을 발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법안에는 특정인의 가치·평가를 침해할 수 있는 의혹을 내놓거나 수사기관에 고소·고발한 법인·단체 등은 해당 특정인 등으로부터 기부금을 받지 못하도록 금지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박 후보 측에 대한 공세 수위도 높여 나갔다. 나 후보 측 안형환 대변인은 한 시민단체의 아름다운재단 고발과 관련, “박 후보 측이 정치적 음모를 주장하는 것은 전형적인 물타기 수법이며, 정치 검찰을 거론하기 전에 정치 시민 운동가에 대한 심판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아름다운재단 검찰 고발·수사를 촉구하는 시민단체연합’은 지난 21일 아름다운재단의 공금 유용 의혹이 짙다며 검찰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삥뜯기 금지 ‘박원순 법안’ 논란 이에 맞서 범야권의 박 후보 측 선거대책위원회는 선대위원장단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아름다운재단의 기부금 문제에 대한 검찰 수사를 규탄했다. 우상호 선대위 대변인은 “지난해 국가기관이 3개월여 조사한 결과 무혐의 종결된 사안”이라면서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문제, 측근 비리 의혹은 모르쇠로 일관하면서 박 후보 색깔 입히기에 몰두하고 있다. 명백한 정치 공작”이라며 수사 중단을 촉구했다. 그러면서 한화그룹 관련 의혹 제기에 대해 “참여연대는 한화그룹이 2004년 3억원, 2005년 7억원을 기부한 이후에도 한화에 대한 비판을 멈추지 않았다.”면서 “최소한의 사실 확인도 없이 ‘삥 뜯기 금지법안’이라는 이름을 갖다 붙인 한나라당과 이종구 의원은 허위사실 유포를 사과하고 근거 없는 네거티브 재발 방지를 약속해야 할 것”이라고 맞받았다. 박 후보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죽였던 검찰이 이제 박원순 죽이기에 나섰다.”면서 “청와대, 한나라당, 국정원, 검찰이 모두 나서도 변화를 향한 서울시민의 열정을 가둘 수 있겠느냐.”고 강하게 반문했다. 민주당은 나 후보가 서울시장이 돼선 안 되는 이유를 제시하며 공세에 나섰다. 이용섭 민주당 대변인은 “상위 1% 특권층만을 대변하고 오세훈식 토건 행정을 그대로 계승하고 있는 ‘오세훈 아바타’ 후보로는 곪을 대로 곪아 있는 서울시를 바꿀 수 없다.”고 강조했다. 구혜영·장세훈기자 koohy@seoul.co.kr
  • “히틀러, 아르헨으로 탈출해 73세까지 살았다”

    “히틀러, 아르헨으로 탈출해 73세까지 살았다”

    나치의 독재자 아돌프 히틀러가 자살한 것이 아닌 아르헨티나로 도망쳐 73세까지 살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저널리스트이자 역사가인 영국의 제라드 윌리엄스와 사이몬 던스턴은 최근 ‘그레이 울프: 히틀러의 탈출’(Grey Wolf: The Escape of Adolf)이라는 책을 통해 “히틀러와 애인 에바 브라운이 자살로 위장하고 아르헨티나로 탈출해 73세인 1962년까지 살았으며 두딸을 뒀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알려진 히틀러의 최후는 1945년 4월 30일 베를린 지하벙커에서 히틀러는 권총으로, 그의 연인 브라운은 청산가리를 먹고 자살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윌리암스는 인터뷰에서 “2차대전 말 히틀러와 브라운이 아르헨티나로 탈출했다는 수많은 증거를 가지고 있다.” 며 “미국 정보당국이 나치에 의해 개발된 군사기술 제공에 대한 보답으로 히틀러의 탈출을 도왔다.”고 말했다. 또한 “히틀러의 두개골이라고 알려진 그 해골은 40세 이하 러시아 여성의 것” 이라며 “히틀러가 도망쳤다는 증거들이 너무나 많이 무시됐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에 대해 주류 역사학자인 가이 월터스는 “이책의 주장은 2000% 쓰레기”라고 비난하고 나섰다. 월터스는 “히틀러가 1960년대 남미에서 살았다는 주장은 음모론에 기반을 둔 쓰레기 조합”이라고 밝혔다.     서울신문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고전 인물로 다시 읽기] (28) ‘자본론’ 칼 마르크스

    [고전 인물로 다시 읽기] (28) ‘자본론’ 칼 마르크스

    “지배계급들로 하여금 공산주의 혁명 앞에 전율케 하라. 프롤레타리아들은 공산주의 혁명 속에서 족쇄 이외에 아무것도 잃을 것이 없다. 그들에게는 얻어야 할 세계가 있다. 만국의 프롤레타리아여, 단결하라!” (공산당선언) 역사학자 에릭 홉스봄의 말대로 “탁월하고 폭발적인 창의력이 써내려 간, 정치적 입장을 초월해 마치 스스로 불후의 명언이 되어버린 것 같은 간결한” 저 문장을 읽으며 수많은 사람들이 전율했던 적이 있었다. 두려움 또는 희망의 이름, 칼 마르크스(Karl Marx. 1818~1883). 마르크스가 살았던 당시는 산업혁명과 기술의 발전으로 사람들이 진보를 체감하던 시기였다. 철로가 놓이고 교역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대도시가 생겨났으며, 프랑스에서는 노동자와 산업자본가가 새로운 사회세력으로 등장하고 있었다. 1848년 2월, 노동자들과 사회주의자들은 보수적이고 억압적인 제2공화정을 무너뜨리는 혁명을 일으킨다. 새로운 사회관계가 형성되는 역사의 한복판에서 탄생한 것이 마르크스의 ‘공산당선언’이다. 마르크스가 분석한 부르주아들은 혁명적인 존재였다. 그들은 “처음으로 인간의 활동이 무엇을 이룩할 수 있는가를 증명”했다. 이전의 모든 봉건적 관계를 끊어내고 현금관계 외에는 어떤 끈도 남기지 않은 계급과 부를 축적하기 위해 새로운 욕구를 창출해내고, 생산과 소비를 범세계적으로 확장시켰던 그들은 ‘자신의 모습대로’ 세계를 창조하고 있었다. 그러나 마르크스는 봉건제 안에서 부르주아의 태동을 보았고 부르주아의 성립에서 프롤레타리아의 싹을 본다. 그가 보기에 프롤레타리아의 도래는 ‘필연적’이었다. 마르크스는 그 무렵 신문에 “부르주아 지배가 무너질 것”이라고 예견했고, 아버지가 물려주신 유산 6000 프랑을 기꺼이 체제 전복을 위해 써버린다. ●“철학은 세계 해석이 아니라 변혁” 마르크스는 부르주아지의 소멸을 확신했지만, 정작 그 자신은 부르주아 출신이었다. 그는 1818년 프로이센 라인란트 지방의 트리어 시에서 존경받는 유대인 변호사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젊은 시절 마르크스는 논쟁을 즐기고 명석했지만, 쉽게 흥분하는 편이었다고 한다. 공격적이고 거만한 이미지에 쩌렁쩌렁 울리는 목소리를 가진 청년 마르크스. 술에 취해 패싸움도 불사하는 문제적 아들에게 아버지 하인리히 마르크스는 “너의 광기를 잠재우라.”고 애원하며 제발 부모의 희망을 저버리지 말라고 당부한다. 마르크스도 처음에는 가족의 바람대로 법학을 공부하고자 했다. 그러나 사회의 급격한 변화에 대해 법은 아무 설명을 하지 못했다. 사회 변화의 원동력은 무엇인가? 이것에 대한 답을 찾아 지적 탐구를 하던 와중에 마르크스는 청년헤겔주의자들을 만나 헤겔을 공부하기 시작한다. 헤겔의 변증법은 역사 발전의 법칙을, 부르주아의 필연적 몰락과 프롤레타리아의 승리를 설명해줄 수 있는 무기로 보였다. 마르크스는 사람들이 모두 헤겔을 ‘죽은 개’ 취급할 때 공개적으로 헤겔의 사상적 제자임을 공언했다. 이때를 그는 “인생의 한 시기를 완성하고 새로운 방향을 가리키는 변경의 초소와 같은 순간”이라고 표현한다. 그러나 마르크스는 이내 헤겔을 떠나게 된다. 헤겔은 역사의 추동력을 변증법적 ‘이성’에서 찾았고, 19세기 당대 유럽의 놀라운 진보는 모두 이성의 힘이라고 보았다. 그러나 검열과 비밀 경찰의 힘으로 유지되는 절대 왕정을 이성적이라고 할 수 있을까? 마르크스는 스승 헤겔의 논리를 뒤집는다. 절대이성이 현실을 만들어 낸 게 아니라 현실 사회의 생산력이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변증법의 운동은 바로 현실세계에 내재해 있었던 것이다. 철학을 통해 현실을 이해해서는 안 되고, 현실을 통해 철학이 새롭게 정초되어야 한다. 마르크스가 보기에 철학은 지금까지 세계를 설명하고 해석하기만 해왔다. 하지만 이제 철학은 현실 속에서, 현실을 변혁할 수 있는 무기가 되어야 한다. ●대영박물관 열람실의 혁명가 세계를 바꾸기를 원했던 혁명가 마르크스를 사람들은 ‘요람에 누운 아기를 잡아먹는 신사’ 쯤으로 생각했다. 죄 없는 부르주아들을 잡아먹는, 말끔한 지적 테러리스트. 그러나 마르크스는 비밀주의와 음모를 싫어했다. 그는 공공연하게 자신의 견해를 밝히고 자신의 목적과 자신의 지향을 표명했다. 공산주의는 충동과 정열만으로는 불가능하며, 냉철하게 현실을 분석하는 데서 시작된다고 보았던 것이다. 공산주의, 프롤레타리아, 혁명은 마르크스의 말과 글을 통해 새롭게 개념화되었다. 2월 혁명이 실패한 후, 마르크스는 파리에서 추방당한다. 영국으로 이주한 그는 대영박물관 열람실에서 정치경제학 공부에 매진한다. 그가 처음으로 계급, 개인소유, 국가의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1842년 ‘라인신문’ 편집장 시절 ‘농민들의 목재 절도 사건’ 이다. 이때 그는 공산주의에 대해서도, 정치경제학도 잘 몰랐기 때문에 보수적인 귀족이 쓴 글에 대해 재치 있는 답변을 했을 뿐이었다. 이 사건을 통해 마르크스는 현실을 변혁하기 위해서는 현실을 더 치밀하게,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사유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자기반성에 이른다. 그리고 유럽을 휩쓴 혁명의 분위기가 가라앉은 후에, 세상의 함성에서 동떨어진 도서관에서 마르크스는 계급과 소유, 국가의 문제를 파고들기 시작한다. 그 결과 탄생한 역작이 ‘자본론’이다. 마르크스의 혁명은 도서관에서 시작됐다. 마르크스에게 혁명은 꿈이 아니었다. 빈부 격차가 극심해지고 불황이 반복되는 현실을 타개할 방법은 근검을 외치는 것도 아니고 부르주아의 동정을 바라는 것도 아니었다. 부르주아를 증오하는 것은 더더군다나 아니었다. 마르크스는 상품경제가 인간의 삶을 지배하는 현실을 분석해냈다. 그는 그로부터 거대한 자본주의 기계 안에 왜소해진 인간의 모습을, 소외된 노동을 이끌어 냈으며, ‘자본’이라는 거대한 기계의 작동을 보았다. 마르크스의 ‘자본론’은 경제학 저술이지만, 그보다 근본적으로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인간의 존재론을 탐구한 철학서였다. ●마르크스의 또 다른 이름 엥겔스 “어떻게 천재를 질투할 수 있는지 나는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네. 천재란 아주 특별한 것이기 때문에, 그런 재주가 없는 우리는 처음부터 그것이 얻을 수 없는 권리임을 알 수 있지. 그런 것을 질투하는 사람은 자신이 엄청나게 속 좁은 사람임을 보여주는 꼴밖에 안되네.”(엥겔스) 마르크스는 자본주의의 생리는 정확하게 간파했지만, 정작 자기 가계를 꾸리는 능력은 ‘제로’였다. 귀족과 결혼한 것을 자랑스러워했던 마르크스였지만 아내의 집안에서 물려받은 가보는 늘 전당포에 맡겨야 했고, 대문 앞에는 청구서를 든 사람들이 떠나지 않았다. 이런 마르크스의 생활을 구원한 사람은 그의 영원한 동지 프리드리히 엥겔스(Friedrich Engels, 1820~1895)였다. 마르크스의 ‘도서관에서의 혁명’에 엥겔스가 끼친 영향력은 간단히 말하기 어렵다. 물질적 지원도 지원이거니와 아버지의 공장에서 직접 경영을 체험한 엥겔스는 마르크스에게 부족한 실물경제의 원리를 알려줄 수 있었다. ‘자본론’은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공저라고 봐도 좋다. 마르크스가 ‘자본론’을 1권만 저술하고 세상을 뜨자, 마르크스의 악필을 독해하고 단편적 메모들을 모아 하나의 이론으로 완성해 2권, 3권을 출판한 사람도 엥겔스였다. 그 자신은 아버지 회사에서 “비굴한 장사, 증오스러운 장사”를 한다고 자신을 혐오했지만 그 덕에 마르크스는 생계난 속에서도 비굴해지지 않을 수 있었다. 마르크스가 가장 좋아했던 경구는 ‘인간적인 것 가운데 나와 무관한 것은 없다.’였다. 그는 부인 예니와 딸들을 무척 사랑했지만 결혼하지 않은 엥겔스를 부러워했고, 저속한 농담을 주고 받았지만 매우 세련된 신사이기도 했다. 실제로 그는 속되면서 귀족적이었고, 차가우면서도 감상적이었다. 이런 마르크스의 모습은 종종 적들에게 비난의 표적이 되곤 했다. 그의 저서도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부분들이 많다. 그는 자신의 삶 자체도 일관성 있게 포장하지 않았지만 자신의 이론에 대해서도 개방적이었다. 그는 자기 이론을 이상화하지도, 완성이라 하지도 않았다. 언제나 자기가 보지 못한 부분이 있음을, 자기 분석이 틀렸을 수도 있음을 인정하며, 그의 이론을 영원한 ‘과정’ 속에 던져 놓았다. 사회주의 붕괴 이후, 한때 마르크시즘은 오류로 단언되었다. 그러나 마르크스는 예언자가 아니었다. 그는 자신이 살아가는 그때 필요한 것들을 해나갔을 뿐이다. 현실 분석이 철학을 바꾸고 철학이 현실을 변혁할 수도 있음을 보여준 혁명가이자 철학자. 은행이 파산하고, 정리해고를 당하고, 물가가 폭등할 때마다, 이른바 ‘자본주의의 경제시스템’에 대한 환멸을 느낄 때마다 우리는 마르크스의 이름을 기억한다. 자본주의를 살고 있는 자들은 모두가, 얼마간은 ‘마르크시스트’가 아닐까. 홍숙연 남산강학원 연구원
  • 사우디 ‘대사 암살 기도’ 안보리 회부

    사우디아라비아가 이란이 배후로 지목된 미국 주재 자국 대사의 암살 모의사건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회부했다. 유엔 주재 사우디 대표부는 성명을 통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게 사우디 대사를 암살하려 한 극악무도한 음모를 안보리에서 환기시켜 달라고 공식 요청했다.”고 밝혔다고 아랍권 위성채널 알아라비야가 16일 보도했다. 사우디 대표부는 “이 같은 끔찍한 시도와 연관된 모든 자는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우디의 이번 조치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이란에 대해 가능한 한 가장 강력한 제재를 가할 것이라고 말한 뒤 나온 후속책으로 이란에 대한 안보리 제재를 이끌어내려는 움직임으로 보인다. 사우디 외무장관인 사우드 알 파이살 왕자는 지난 12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이란이 이번 사건에 책임이 있으며 신중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편,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은 이날 주미 사우디 대사 암살 모의에 자국이 연루됐다는 미국의 주장을 일축했다고 이란 국영 뉴스통신 IRNA가 전했다.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은 학생 대표들을 만난 자리에서 “이란은 암살을 모의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면서 “항상 이란에 위기를 조성하려는 미국이 이번에는 우리를 테러 국가로 모함했다.”고 말했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 이란 ‘암살음모 연루설’ 5대 의혹

    이란 ‘암살음모 연루설’ 5대 의혹

    주미 사우디아라비아 대사의 암살 모의 사건에 이란이 연루됐다는 미국 정부의 발표를 놓고 미국과 이란이 공방을 벌이는 가운데, 일부 전문가들이 이란의 연루설에 의문을 제기했다. 미국이 발표한 암살 모의 시나리오는 이렇다. ‘이란 엘리트 특수부대가 중고차 판매상인 56세의 이란계 미국인 이혼남을 엄선하고 그를 통해 멕시코 마약단의 저격수를 고용, 사람이 붐비는 레스토랑에서 폭탄을 터뜨려 사우디 대사를 살해하도록 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란 정부나 이란 내부의 합법적 부대가 이처럼 복잡한 계획에 개입했다는 미 당국의 발표를 신뢰하지 않고 있다고 CNN과 영국 일간 가디언이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CNN에 따르면 일부 전문가들은 그 이유로 다섯 가지를 제시했다. 첫째, 미국이 발표한 모의 내용은 이란의 종전 방식과 다르다. 지난 32년의 이란 역사에서 이번에 배후로 꼽힌 특수부대 쿠드스가 미국 땅에서 공격 모의나 실행에 연루된 적이 한 차례도 없었다. 쿠드스가 연루됐다고 하더라도 그들은 흔적을 남기지 않으며, 최고로 우수한 대리인을 고용해 왔다. 둘째, 이번 계획으로 이란은 얻을 것보다는 잃을 것이 더 많다. 전문가들은 추가 제재와 국제사회에서의 고립, 미국의 군사적 행동 등 이란이 치를 대가가 너무 많다고 지적했다. 셋째, 이란은 자신의 뒷마당에도 훨씬 쉬운 목표물이 많다. 주변에는 미국과 사우디 쪽의 잠재적 목표물이 널려 있다. 실제 쿠드스는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의 미군, 바레인 등의 사우디 시설을 상대로 대리전을 벌여 왔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이란이 굳이 미국 영토에서 모의를 감행했다는 시나리오는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넷째, 현재 이란은 위상이 강화되는 시점이어서 극단적인 조치에 매달릴 필요가 없다. 전문가들은 지난 10년간 사담 후세인 이라크 정권과 아프간 탈레반 정권이 제거되면서 이란의 역내 정치·경제적인 역할이 강화되고 있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다섯째, 미국이 발표한 시나리오에는 허점이 많다. 전문가들은 이란 정부나 쿠드스 지도부에 의해 이번 모의가 이뤄졌다는 결론을 내리기엔 풀리지 않는 의문이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에릭 홀더 미 법무장관도 현재로는 이란 정부의 상층부에 혐의를 두고 있지 않다고 인정했고, 다른 고위 관리도 이란 정부 내부에서 얼마나 광범위하게 모의를 인지하고, 승인했는지는 분명하지 않다고 털어놓았다. 가디언도 이란 최고 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신중한 성격을 고려할 때, 결과를 예측할 수 없고 대담한 계획을 승인했을 가능성이 적다고 전했다. 박찬구기자 ckpark@seoul.co.kr
  • 美 “이란, 주미 사우디대사 암살 기도”

    미국 법무부는 미국 주재 사우디아라비아 대사를 살해하려 한 음모를 사전에 적발했으며 용의자 중에는 이란 혁명수비대 소속 최정예 특수부대인 쿠드스 소속 요원도 있다고 11일(현지시간) 발표했다. 미국 정부는 이란을 추가 제재하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이 문제를 회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란 정부는 “미국 정부가 사건을 날조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에릭 홀더 미 법무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이란 당국의 지시에 따라 미국 땅에서 폭발물을 이용해 외국 대사를 암살하려는 기도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미 사법 당국은 이란계 미국인 만수르 알밥시아르(56)와 쿠드스 요원 골람 샤쿠리를 뉴욕법원에 기소했다. 이들은 멕시코 마약조직에 돈을 주고 사우디 대사를 살해하려 모의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미 사법 당국은 이 가운데 알밥시아르를 지난달 체포했고 샤쿠리는 추적 중이다. CNN방송은 이들이 사우디 대사가 즐겨 찾는 레스토랑에 폭탄을 설치하는 방안도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미 재무부는 사건에 연루된 것으로 보이는 이란인 5명을 제재 대상에 추가했다. 백악관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 6월 이 음모에 대해 처음 보고를 받은 뒤 철저한 조사를 지시했다고 전했다. 이번 일을 계기로 미국과 이란 관계는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사건의 배후로 지목된 이란 정부는 미국의 발표를 일축하며 격한 반응을 보였다. 알리 아크바르 자반페크르 이란 대통령 언론보좌관은 “터무니없는 조작”이라면서 미국 정부가 국내 문제를 외부 위협으로 돌리려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고 CNN이 보도했다. 이란 언론들도 “이란을 상대로 한 새로운 심리전”이라며 미국을 비난했다. 미 정부는 이번 테러가 실행됐다면 최대 150명이 숨질 수도 있었다고 암시했지만 정작 이번 계획이 폭발물 구매나 실행 계획 마련에까지는 이르지 않았다고 밝혔다. 홀더 장관도 “이란 정부의 일파가 지시했다.”고 말했을 뿐 이를 이란의 최고위 지도부가 승인했는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고전 인물로 다시 읽기] (27) ‘동의보감’ 허준

    [고전 인물로 다시 읽기] (27) ‘동의보감’ 허준

    허준을 모르는 한국인은 없다. 모르면 간첩이라는 농담도 안 통한다. 그만큼 범국민적 인물이라는 뜻이다. 물론 친근한 것 이상으로 신비화되어 있기도 하다. 고난에 찬 삶의 역정, 라이벌들의 비방과 음모, 예진 아씨와의 지순한 사랑 등등. 물론 하나같이 소설과 드라마가 만들어낸 이미지다. 이 이미지들로 인해 허준은 400여년의 시간을 가로질러 명의의 대명사가 되었지만, 그 화려하고 강렬한 이미지들로 인해 그의 진면목은 봉쇄되어 버렸다. ●허준이 ‘허준’이 된 까닭은? 먼저, 허준의 라이벌 역할을 담당한 양예수는 실제로 허준의 스승뻘이자 당대 최고의 명의였다. 동의보감 편찬 프로젝트에도 참여했지만 정유재란 이후 빠졌다. 다음, 많은 이들이 지적했다시피 허준의 스승으로 나오는 유의태는 실존인물이 아니다. 허구적 인물의 등장 자체야 문제라 할 수 없다. 하지만 소설과 드라마의 절정에 해당하는, 허준이 스승 유의태의 몸을 해부하는 장면은 참으로 문제적이다. 이것은 마치 한의학이 미망의 어둠을 거쳐 해부학을 향해 나아간다는 의학적 편견을 조장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마지막으로 예진 아씨와의 러브스토리? 택도 없는 소리다. 사랑이 이렇게 특화된 건 어디까지나 근대 이후다. 그 이전에는 우정과 의리가 훨씬 더 중요한 가치였다. 20세기 이후 우정이 사라진 자리를 사랑과 연애가 채웠고, 그 결과 허준을 비롯하여 모든 사극의 주인공들은 본의 아니게(?) 사랑의 화신이 되어야 했다. 아무튼 좋다. 허준의 ‘만들어진’ 이미지 가운데 더 결정적인 결락이 하나 있다. 허준이 ‘의성’ 허준이 된 건 명의라서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무슨 소리? 허준이 전통의학의 아이콘으로 부상할 수 있었던 건 의사로서가 아니다. 양예수를 비롯하여, 당대 허준을 능가하는 명의들은 많았다. 하지만 허준처럼 ‘동의보감’이라는 대저서를 남긴 사람은 없었다. 아니, 조선은 물론이고 동양의학사를 다 통틀어서도 동의보감처럼 방대하고 체계적인 의서는 없다. 고로 허준이 우리가 생각하는 그 ‘허준’이 된 건 어디까지나 동의보감이라는 저서 때문이다. 허준의 생애는 의외로 드라마틱하지 않다. 양반집 서자로 태어났지만 그것 자체가 특별한 사항이라고 할 수는 없다. 의원이 되는 과정도 비교적 순탄했다. 사대부 유희춘의 추천을 통해 내의원에 들어갔으며 광해군의 두창을 치료하면서 선조의 두터운 신임을 받았다. 임진왜란이 발발하자 사대부 관료들조차 앞다퉈 도망을 갔지만 허준은 선조의 피란길을 동행함으로써 그 신임은 더욱 두터워졌다. 이후 승승장구하여 서자 출신임에도 종1품 승록대부에까지 올랐다. 이 정도야 뭐, 소설과 드라마의 주인공이 되기에는 너무 밋밋하지 않은가. 이런 허준을 누구와도 견줄 수 없는 탁월한 존재로 만들어준 것은 다름 아닌 선조다. 더 구체적으론 선조가 허준에게 의서 편찬을 맡기면서부터다. 그때 이후, 허준의 이 평범한 ‘성공스토리’는 비범한 삶의 여정으로 변주된다. “허준은 본성이 총민하고 어릴 때부터 학문을 좋아했으며, 경전과 역사에 박식했다. 특히 의학에 조예가 깊어서 신묘함이 깊은 데까지 이르렀다. 사람을 살린 것이 부지기수다.”(‘의림촬요’) 허준과 관련하여 가장 많이 인용되는 자료다. 보다시피 그의 삶을 규정하는 키워드는 의사 이전에 학문이다. 당대 명망 높은 사대부들과의 교류가 활발했던 것, 또 동의보감을 비롯하여 많은 의서들을 편찬할 수 있었던 것 등 그의 생애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학문적 열정과 집념이었다. ●동의보감의 탄생-전란에서 유배까지 1596년 어느 날 선조는 어의 허준에게 의서 편찬을 명한다. 허준의 나이 58세. 허준의 생애로서는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을 때다. 당시 조선은 임진왜란이 끝난 지 얼마 안 된 전란의 와중이었다. 전란 중에 잉태된 의서! -극적이라면 이런 장면이 극적이다. 허준은 그 즉시 유의 정작과 태의 양예수, 김응탁, 이명원, 정예남 등과 함께 프로젝트팀을 꾸렸다. 시작은 창대했으나 과정은 실로 험난했다. 바로 그 다음해 정유재란(1597)이 발발하면서 초기 작업은 중단되었다. 난이 수습되긴 했지만, 프로젝트팀은 해체되었다. 결국 의서의 편찬은 허준 개인의 몫이 되었다. 시대가 시대니만큼 작업의 속도는 한없이 더뎠다. 그렇게 해서 무려 10여년이 지났다. 1608년 2월 1일. 허준의 생애에, 아니 동의보감 편찬의 여정에 결정적인 변곡점이 찾아왔다. 선조가 승하한 것이다. 조선왕조에서 선조의 위상은 이중적이다. 선조의 등극과 더불어 조선은 훈구파의 집권이 끝나고 마침내 ‘사림의 나라’가 되었다. 하지만 동시에 사림 내부의 분화와 갈등이 점화되면서 ‘당쟁의 시대’로 접어들게 되었다. 당시는 특히 북인 안에서 대북파와 소북파의 분화가 심각하게 재연되는 때였다. 대북이란 선조의 후계자인 광해군을 미는 쪽이고, 소북이란 선조가 말년에 낳은 영창대군을 미는 쪽이다. 한데, 하필 선조가 승하할 당시 내의원 전체 우두머리라 할 수 있는 도제조가 유영경이었는데, 이 유영경이 바로 소북파의 리더였다. 대북파에서 이 사건을 간과할 리 없다. 어의 허준에게 책임을 묻고 그 책임은 허준의 상관인 유영경에게까지 미쳤다. 허준도 이 숙청의 피바람을 피해갈 순 없었다. 하지만 광해군한테 허준은 특별한 존재였다. 왕자 시절 두창에 걸려 목숨이 오락가락할 적에 다른 어의들은 약을 썼다가 허물을 뒤집어쓸까봐 망설였지만 허준은 과감하게 약을 써서 목숨을 구해주었다. 빗발치는 상소에도 불구하고 광해군은 허준을 적극 방어해 주었다. 이를테면, 허준을 위기에 빠뜨린 것도 의술이었고, 허준을 구해준 것도 의술이었던 것이다. 목숨은 건졌지만 그래도 유배만은 피할 수 없었다. 69세의 나이로 머나먼 의주땅으로 유배를 가야 했으니, 참으로 고단한 말년이었다. 하지만 생은 길섶마다 행운을 숨겨두었다던가. 유배기간은 1년 8개월. 놀랍게도 그 기간 동안 동의보감이 완성되었다. 이때 한 작업은 전체 분량의 반에 해당한다. 유배지는 그에게 집필을 위한 완벽한 조건을 마련해준 셈이다. 대반전! 만약 이 작업이 없었다면 유배지에서의 시간은 얼마나 억울하고 쓸쓸했으랴. 허준으로 인해 동의보감이라는 비전이 열리기도 했지만, 동의보감은 무엇보다 그 편찬자인 허준의 생을 구해주었다. 이것이 바로 ‘자기구원’으로서의 공부다. 흔히 생각하듯 ‘온갖 고난에도 불구하고’ 공부를 하는 것이 아니라, 공부가 있었기에 고난으로부터 구원을 받는 것이다. 허준과 동의보감이 바로 그런 관계였던 것. 71세의 나이로 유배지에서 돌아오자마자 허준은 후반부 작업에 박차를 가해 마침내 동의보감을 완성해서 조정에 바친다. 시작한 해로부터 따지면 무려 14년의 기나긴 여정이다. 조선으로서도 전란과 정권교체, 당쟁 등으로 이어진 초유의 시간이었고, 허준으로서도 영광과 오욕을 한꺼번에 누린 파란만장의 연속이었다. 이후 내의원에서 후학을 지도하고, 역병에 관한 책을 편찬하는 등 조용한 여생을 보내다 77세의 나이로 생을 마친다. ●몸과 우주, 그리고 삶의 비전을 찾아서 선조는 허준에게 의서편찬을 명하면서 세 가지를 당부했다. 첫째, 기존 의학사의 난만한 흐름을 정리하라는 것, 둘째, 질병이 아니라 수양을 중심으로 한 양생서를 쓰라는 것, 마지막으로 조선의 약재를 가난한 백성들도 쉽게 알 수 있도록 하라는 것. 허준은 선조의 세 가지 당부를 훌륭하게 구현해냈다. 먼저, 동의보감에는 의학사의 양대 지존인 ‘황제내경’과 ‘상한론’을 비롯하여 손진인의 ‘천금방’, 이천의 ‘의학입문’에 이르기까지 동아시아 의학사의 최고봉들이 총망라되어 있다. 그 바탕 위에서 허준은 오랜 기간 서로 갈라져 온 양생과 의술을 새로운 차원에서 통합하였다. 즉, 그는 병과 처방이 아니라, 몸과 생명을 전면에 내세웠다. 질병에서 생명으로! 그렇게 해서 구성된 ‘내경’-‘외형’-‘잡병’-‘탕액’-‘침구’로 이어지는 목차는 어떤 의서에서도 시도된 적이 없는 분류학의 결정판이다. 아울러 처방과 약재들의 방대한 목록은 자연사박물관을 방불케 한다. 말하자면, 최고의 지적 성취와 가장 대중적인 용법을 두루 갖춘 의서가 탄생한 셈이다. 그것을 가능케 했던 핵심 키워드는 단연 양생이다. 양생은 단지 임상을 넘어 존재의 우주적 ‘탈영토화’를 꿈꾸는 ‘삶의 기술’이다. 요컨대, 양생이라는 비전 위에서 몸과 우주, 질병과 자연, 생명과 존재의 근원적 일치를 기획했던 자연철학자, 그것이 허준의 진면목이다. 고미숙 감이당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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