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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총 ‘피살동영상’ 관련 곤욕

    고 김선일씨 ‘피살 동영상’의 강제 차단을 비판하며 정부의 ‘음모론’을 제기한 한국노총이 네티즌의 빗발치는 비난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한국노총은 지난 23일 ‘정보통신부는 사이버 감시단체인가’라는 성명서에서 “‘피살 동영상’의 강제 차단방침은 국민의 알권리를 침해하는 조치이며,정부가 김씨의 동영상이 배포돼 파병반대 여론이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한 의도”라고 비판했다. 성명서가 나가자 한국노총의 인터넷(www.fktu.or.kr) 게시판에는 분노섞인 글 500여건이 올랐다. 사태가 확산되자 한국노총은 발표했던 성명서를 사이트에서 삭제한 뒤 26일 해명서를 발표했다.한국노총은 “성명서에서 고인의 동영상을 유포시키는 것에 동의하는 듯한 오해를 불러일으켜 사과한다.”면서 “실무자의 착오로 빚어진 일”이라고 설명했다.하지만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한국노총의 게시판을 통해 “왜 모든 상황을 정치적으로만 해석하는 것인가.”라면서 “해명서를 보고도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거듭 비판했다. 안동환기자 sunstory@seoul.co.kr˝
  • [유로 2004] 伊보다 더 허망할순 없다

    ‘불운인가,음모인가.’ 유럽축구선수권(유로2004) 조별리그에서 ‘아주리군단’ 이탈리아가 탈락한 것을 두고 유럽이 시끌벅적하다. 이탈리아는 23일 새벽 포르투갈 기마랑스 아폰소엔리케스타디움에서 열린 C조 마지막 경기에서 불가리아를 2-1로 눌렀다.1승2무(승점 5)가 된 이탈리아는 스웨덴 덴마크와 동률을 이뤘지만 동률팀간 다득점 순위에서 밀려 8강 진출에 실패했다. 같은 시간 열린 스웨덴-덴마크의 경기에서 승부가 갈렸거나,0-0 무승부로 끝났다면 무난히 8강에 진출할 수 있었지만 두 팀은 2-2로 비겼다.조 2위인 덴마크는 D조 1위 체코와,조 1위 스웨덴은 D조 2위와 8강에서 맞붙는다. 스웨덴과 덴마크 관중들은 ‘2-2 바이바이 이탈리아’ 등 스웨덴과 덴마크의 동반 진출을 희망하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응원했다.동반 8강 진출이 확정되자 두 팀은 서로 유니폼을 바꿔 입으며 축제분위기를 이어갔다.같은 시각 불가리아를 2-1로 잡고 8강 진출의 한가닥 불씨를 살린 이탈리아는 스웨덴-덴마크전이 2-2 무승부로 끝났다는 소식에 얼굴을 감싸쥐고 그라운드에 주저앉았다. 2-2는 이탈리아로서는 ‘저주의 스코어’.이탈리아가 아무리 불가리아를 큰 점수차로 이기더라도 8강에 진출할 수 없는 스코어였다.대회 조별리그 순위는 승점이 같은 경우 동률팀끼리 승자승 원칙,동률팀끼리 골득실차·다득점 순으로 순위를 가린다.그 다음이 전체 골득실차와 다득점이다.스웨덴 덴마크 이탈리아는 동률을 이뤘고,동률팀끼리 무승부를 이뤄 골득실차까지 같았다.결국 동률팀끼리 다득점으로 순위를 가리게 됐고,스웨덴이 3골,덴마크가 2골,이탈리아가 1골이었다. 악몽이 현실로 나타나자 프랑코 카라로 이탈리아축구협회장은 음모론을 제기했다.그는 “확실한 증거를 찾기 힘들겠지만 스웨덴과 덴마크가 무승부를 겨냥하고 경기에 나섰다는 것이 확실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주최측인 유럽축구연맹(UEFA)은 “지금 상황에서는 경기 결과에 대해 의심할 만한 여지가 전혀 없다.”면서 음모론을 일축했다.지난 대회(유로2000) 준우승팀으로 36년만의 정상탈환을 노린 이탈리아는 ‘음모’와 ‘불운’의 논쟁만을 남긴 채 쓸쓸히 집으로 향하게 됐다. 박준석기자 pjs@seoul.co.kr˝
  • [사설] 체계적 검찰개혁 계기로

    노무현 대통령이 송광수 검찰총장을 공개 질책하면서 빚어진 청와대와 검찰간의 갈등이 일단 봉합됐다.다행스러운 일이다.외교안보 상황이 심상치 않고,경제가 어려운 때에 이른바 권력기관들이 충돌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검찰총장이 대검 중수부 폐지라는,소속집단의 이해관계가 걸린 사안 때문에 항명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 것은 잘못이었다.대통령이 임기가 보장된 검찰총장의 교체 가능성까지 시사한 것도 모양이 안 좋았다. 이번 사태를 통해 여러 문제점이 드러났다.먼저 상호이해의 부족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중수부 폐지 논란은 한 언론보도에 의해 촉발됐다.법무부·정치권이 중수부 폐지를 추진한다는 보도가 나온 후 송 총장의 반발이 있었다.검찰을 견제하려는 ‘음모’가 있다는 피해의식이 깔려 있다.이에 강금실 법무부 장관은 음모론을 강력히 부인하면서 중수부 폐지보다는 개편쪽에 무게를 실었다.청와대·법무부와 검찰 간에 신뢰만 있었다면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청와대·검찰 간 갈등 봉합보다 중요한 것은 검찰개혁의 체계적 추진이다.정부는 어제 부패방지위원회 실무협의회를 열어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에 기소권은 주지 않되,독자 수사권은 부여한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검찰측은 그동안 청와대가 중수부를 없애고 대통령 직속의 비리조사처를 신설,수사권·기소권을 줌으로써 검찰을 약화시키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고 있었다.논의 결과,수사권만 주는 절충안이 채택된 셈이다. 열린우리당 일각에서는 검찰의 기소독점주의를 깨는 입법안이 검토되고 있다.검찰도 개혁되어야 한다는 당위성에 이론이 있을 수 없다.그러나 법무부,부패방지위,정치권이 중구난방식으로 개혁안을 추진해서는 안 된다.정부·여당 내에서라도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검찰개혁안이 마련되어야 한다.그 과정에서 검찰을 정치권력의 통제 아래 두려 한다는 오해가 없어야 함은 물론이다.˝
  • [기로의 한국경제] (4)해법은 잇다

    경제전문가들은 13일 정부를 향해 “지금의 경제상황이 외환위기 수준의 위기는 아니지만 어려운 것은 사실임을 인정하고 총력 대응하라.”고 입을 모았다.특히 부동산시장 버블(거품) 붕괴와 중소기업발(發) 부실 확산 차단에 최우선순위를 두라고 주문했다. ●주택담보대출 만기 하반기 집중 삼성경제연구소 김경원 상무는 “40조원에 이르는 주택담보대출의 만기가 하반기에 집중적으로 도래한다.”면서 “극심한 ‘돈맥경색’ 현상이 좀 더 지속되면 결국 자금압박에 내몰린 대출자들이 담보부동산을 내놓게 되고 이는 집값 버블 붕괴의 서곡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김 상무는 “이미 시행 중인 정책은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앞으로 도입할 예정인 부동산정책은 시기를 늦추는 등 속도조절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부동산경기 연착륙 유도와 일자리 창출을 통해 가계의 실질 자산가치를 지켜줘야 한다는 것이다. 금융연구원 최공필 연구위원도 “부동산시장의 버블붕괴가 이미 시작됐지만 아직은 초기단계여서 지금부터라도 나서면 (본격 붕괴로 옮아지는 것을)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그는 “그러나 섣부른 속도조절은 부동산투기세력의 반격을 허용할 수 있다.”며 “그보다는 뒤바뀐 부동산 정책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보유세부터 강화하고 거래세를 잡아야 하는데 지금은 거꾸로 됐다는 것이다.이 때문에 부동산거래가 사실상 고사(枯死) 됐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최 연구위원은 “무차별적으로 적용하는 주택거래신고제를 실수요자인 1주택자에 한해서는 철회시키고, 취득·등록세도 조기 인하해 (부동산거래의)숨통을 터줘야 한다.”고 촉구했다.정책의 일관성에 다소 흠집이 나 비판이 예상되지만 더 큰 화(禍)를 막기 위해서는 감내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계 중소기업 솎아 부실확산 차단 외국계 금융기관 관계자는 “(중소기업 구조조정이)일자리 창출과 일시적으로 상충돼 정부로서는 쉽지 않은 일이지만 그래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삼성경제연구소 김 상무도 “(정부가 추진 중인)대출만기 연장이나 보증 확대 등의 대책만으로는 중소기업발 뇌관을 제거하기가 역부족”이라면서 “옥석을 가려내 부실 중소기업은 과감히 솎아내야 한다.”고 말했다.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강도높은 구조조정 지속’을 요구한 것과 맥을 같이 한다.물론 “경기에 민감한 중소기업의 속성상 잘라내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라는 신중론도 일부 있었다. LG경제연구원 오문석 상무는 “하반기 경기회복세를 장담할 수 없다.”면서 “추가경정예산을 늦어도 이달 안에 국회에서 통과시켜 하반기부터 본격 투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한국은행 윤한근 정책기획국장도 “불안한 경기회복세를 떠받치려면 환율을 올리거나 금리를 내리거나 재정을 늘려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환율과 금리정책은 쓰기가 어려운 실정”이라면서 “추경 편성이 가장 현실적 대안”이라고 말했다. ●지역 균형발전 정책도 새로운 규제로 제고를 서강대 김광두 교수는 “국무총리 지명 이후 개각 얘기가 나오고 있으나 경제정책의 일관성을 위해서는 경제팀을 성급히 교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김 교수는 “이헌재 부총리가 이끄는 경제팀이 참여정부의 코드와 썩 잘 맞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현 시점에서 경제팀을 교체할 경우 시장경제 논리와 더 멀어질 우려가 있다.”면서 “그렇게 되면 기업들의 경제하려는 의지가 더 꺾일 것”이라고 내다봤다.참여정부의 핵심화두 중 하나인 ‘지역 균형발전’도 새로운 형태의 엄청난 규제라며 제고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고려대 이필상 교수는 “우리 경제가 외환위기 수준의 위기는 아니지만 성장잠재력 저하로 심각한 상황”이라면서 “무조건 음모론적 시각에서 재계를 윽박지르지만 말고 경제할 마음이 들도록 보듬어 안으라.”고 조언했다.성장동력인 기업에 지금 필요한 것은 ‘질책’이 아닌 ‘햇볕정책’이라는 것이다.같은 맥락에서 부자들에 대한 반감을 자꾸 조장하지 말고 부자들부터 돈을 쓰게 하라는 말도 덧붙였다. 최근 답보상태에 빠진 신용불량자 처리와 기업들의 투자확대 이행도 계속 채근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 [문화마당] 친일청산/유성호 한국교원대 교수·문학평론가

    우리 사회에서 ‘친일’ 혹은 ‘친일파’는 언젠가는 청산되어야 할 인적·역사적 범주로 인식되어 왔다.그러나 단 한 번도 우리는,광범위한 사회적 합의 아래 공론화 과정을 경험해본 적이 없다. 청산의 목소리는 언제나 때만 되면 거세게 나타났다가 이내 슬그머니 잠복하고 마는 한시적 징후와도 같았다.하지만 우리 사회 내부에서는 여전히,과거의 치욕적 흔적에 대한 반성 차원에서,제국주의 협력자를 적출하고 청산하자는 요구가 강하게 남아 있다.그것만이 민족 내부에 도사리고 있는 잠재적 분열 가능성을 치유하고,궁극적인 민족 통합에 기여하는 길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그 반대의 목소리 또한 광복 이후 단 한 번도 끊이지 않고 제출되었다.당시에 친일로부터 자유로웠던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는 ‘만인 친일론’,친일을 한 사람들이 대개 작고하였으니 대상 자체가 모호하다는 ‘대상 부재론’,친일을 한 사람들의 정치적·문화적 공헌도 감안해야 한다는 ‘공과 절충론’,그리고 친일을 문제삼는 것 자체가 진보 세력의 음험한 정치적 의도 아래 진행되는 것이라는 ‘음모론’ 등이 그것들이다.이 중 ‘음모론’은 일종의 폭력적 난센스에 불과하지만,다른 세 가지는 완강하게 우리의 저변을 파고들면서,친일의 역사적 청산에 대해 논리적으로 저항하고 있다. 지난 16대 국회에서 입법화되지 못했거나 왜곡 처리되었던 과거사 진상 규명 특별법안 가운데 ‘일제 강점하 친일 반민족행위 진상 규명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이 17대 국회에서 다시 다루어질 전망이다.우리는 개혁적 민의에 의해 탄생한 17대 국회가 전향적인 특별법을 마련하여,우리 민족사가 고통스럽게 안고 있는 역사적 과실과 상처를 반성하고 치유할 수 있는 현실적 토대를 구축해주기를 바란다. 우리가 알기에 친일파들은 대부분 우리 민족을 심각한 결손 민족으로 과장하면서,하루라도 빨리 일본에 동화하는 것만이 살 길이라는 신념을 표현하였다.또한 내선일체와 황국 신민화의 당위성을 고무하면서 전쟁 참여를 독려하는 등,당시 민족 구성원들에 대한 폭력적 담론들을 양산하였다. 일제가 만들어낸 식민사관이 이같은 민족적 열등감을 토대로 한다는 점에서,이들이 행한 민족적 자해(自害)는 두고두고 비판받을 것이다. 이처럼 일제의 ‘전도된 오리엔탈리즘’의 담론 체계를 반복적으로 만들어내고 거기에 충실히 부역했던 이들의 모습은 일회적 청산보다는 장기적 성찰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그만큼 친일 행위에 대한 반성은 인적 차원의 단죄로 마감될 일이 아니라,우리의 근대 민족주의의 두 얼굴 곧 민족적 동일성에 대한 신념과 제국주의적 질서에 순응하는 논리가 매개 없이 결합될 수 있다는 가능성에 대한 근원적 반성으로 이어져야 한다. 그릇된 민족주의적 열정이 제국주의 파시즘과 결합할 개연성은,현실이 폭력적일수록 더욱 높아만 간다는 실증을 우리는 이들의 배타적 선택을 통해서 암시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탈(脫)민족주의의 목소리들이 점증하고는 있지만,아직은 민족 단위의 실천이 중요한 시기라고 할 수 있다.이때 친일의 근대적 의미를 탐색하는 것은,치욕스럽게 반복되는 역사적 망각에 대한 반성적 차원에서 이루어져야 하며,궁극적으로는 제국주의적 국제 질서의 점진적 해체에 기여하는 쪽으로 내면화되어야 한다.제17대 국회의원들의 성찰적 노력을 기대한다. 유성호 한국교원대 교수·문학평론가˝
  • [책꽂이]

    ●메이팅 마인드(제프리 밀러 지음,김명주 옮김,소소 펴냄) “아무리 생존능력이 뛰어난 호미니드(인간의 조상으로 간주되는 원시인류)라 할지라도 섹스 파트너를 유혹해 자식을 낳지 못한다면 결코 우리의 조상이 될 수 없었다.” 진화생물학자인 저자는 인간의 진화를 이같은 ‘성선택’ 이론으로 설명한다.성선택이란 수컷은 과시하고 암컷은 고른다는 주장을 발전시킨 진화이론이다.‘고삐 풀린 질주 이론’‘핸디캡 원리’‘감각편향 이론’ 등 구체적인 성선택 이론을 다뤘다.3만2000원. ●실무 영문국제계약(나카무라 히데오 지음,박명섭 등 옮김,우용출판사 펴냄) 국제비즈니스 현장에서 쓰이는 영문계약의 이론과 실제를 다룬 실용서.오랜 계약법 전통을 지닌 영국법을 기초로 했다.실무적인 영문국제계약 이론과 문서작성상 기술을 효과적으로 익힐 수 있도록 독해와 영작에 중점을 뒀다.1만9000원. ●터놓고 이야기하는 약의 진실(임호섭 지음,파르마 펴냄) 대중의 눈높이에 맞춘 의약지침서.제약전문기자인 저자는 이명래 고약·활명수 등 추억의 스타의약품에서 획기적인 항암제 아바스틴 등 최근에 나온 신약까지 의약품의 역사를 살핀다.약은 왜 보통 식후 30분에 복용하는가 등 약에 얽힌 궁금증도 풀어준다.1만원. ●히틀러와 홀로코스트(로버트 위스트리치 지음,송충기 옮김,을유문화사 펴냄) 홀로코스트,즉 나치스의 유대인 대학살에 대한 기독교도들의 냉담한 반응을 다뤘다.기독교도들은 유대인의 이미지를 고리대금업자,불경스러운 배신자,제례살해범,기독교에 반항하는 음모론자 등으로 못박는다.옐로저널리즘이란 말도 유대인의 색깔인 노란색에서 비롯됐듯이 그들의 유대인 혐오의식은 그 뿌리가 매우 깊다.근대 유대인·반유대주의 역사의 권위자인 저자는 인종주의, 종교주의와 왜곡된 민족주의의 이름으로 자행된 홀로코스트의 이면에 가려진 진실을 밝힌다.9000원. ●13세의 헬로워크(무라가미류 지음,강라현 옮김,이레 펴냄) 어린이를 위한 진로 선택과 직업 세계를 살폈다.과학과 자연,창작과 표현,스포츠와 놀이,생활과 사회 등 분야별로 500여 직업의 세계를 소개.신종 직업들이 가장 많이,가장 먼저 생겨난 일본에서 화제를 모았던 책답게 신종 유망직업 등도 많이 눈에 띈다.애니멀 세라피스트,장기이식 코디네이터,보디 디자이너,테마파크 디자이너,맥주 마이스터 등이 그것이다.2만원. ●제주역사기행(이영권 지음,한겨레신문사 펴냄) 제주는 신화와 설화의 보고다.한라산 아흔아홉 골,일출봉의 아흔아홉 봉우리,날개 달린 아기장수,설문대 할망 이야기 등 가슴 찡한 사연들을 안고 있다.이 책은 제주의 인문 지리에 관한 보고서이자 기행 안내서다.저자는 ‘변방의 시선’으로 제주를 말한다.한 예로 고려시대 삼별초는 영웅적 항쟁이지만 제주 사람들의 처지에선 재앙이었다고 지적한다.제주 사람들에겐 고려도 몽골도 똑같은 외세에 불과했다는 것이다.1만5000원.˝
  • 국회 진출 39명으로 본 ‘女風’ 현주소

    17대 국회는 ‘여풍(女風)’이 드센 ‘여성정치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그러나 승리의 축배를 들기엔 다소 미심쩍어 보인다는 게 여성들의 말이다.“최악의 위기에서 겨우 여성에게 내맡겨진 정치”라거나 “결국엔 여성들에게 모든 책임을 뒤집어 씌우고,끌어내릴 것이다.”라는 선거 전의 ‘음모론’은 조금씩 가라앉고 있음에도, 과연 이번 총선을 ‘진정한’ 여성의 승리라고 기뻐할 수 있겠느냐는 질문이 여성들 사이에 여전히 오간다. 여성 39명의 국회 진출을 ‘여성의 시대’라고 과장하는 것은 ‘지나친 비약’이자 ‘위험한 낙관’이라는 지적도 함께 나온다. ‘여성시대’,‘위기엔 여성의 힘이 필요하다’, ‘여성이 정치하면 맑아진다’는 세 화두로 새롭게 여성정치를 가늠해본다. ●여성시대가 열렸다? 여성의원 39명 탄생은 분명 반가운 일이다.13대 국회에서는 6명,14대 3명,15대 9명,16대 15명(5.9%)과 비교하면 단번에 39명(299명 중 13%)으로 늘어난 것은 괄목할 만한 숫자다. 여성의원이 이처럼 늘어난 것은 각 정당이 앞다퉈 여심을 잡기 위해 비례대표제에 지퍼식 공천을 선택하면서부터 예정됐던 일. 주부 서영숙(56·서울 은평구 갈현동)씨는 “옛날에는 아예 여자가 없었으니까 찍으려고 해도 못 찍었던 것이지.여자라도 똑똑하고,일 잘하면 찍어야지.왜 여자가 여자를 안 찍어?”라고 말했다. 혼란의 와중에서 야당을 이끈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와 민주당 추미애 선거대책본부장은 돋보이는 존재였다.그러나 ‘여성들의 시대를 개막할 전사’로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순간에서도 두 사람은 똑같이 여성계로부터 ‘가부장적인 남성문화의 보호를 받았다.’는 곱지않은 시선에 놓여야만 했다.더욱이 이들은 ‘감성을 자극한 정치행보’로 인해 적잖은 우려를 낳았다. 물론 대부분의 남성 정치인도 똑같이 감성코드와 이미지를 내세웠지만 여성들에 대해서는 이중적인 잣대를 가진 시각을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는 큰 숙제로 남을 수밖에 없었다. “여성정치인에 대한 언론의 시선은 여전히 남성중심적”이라고 비난하는 김지현(29·대학강사)씨는 “똑같이 감성을 이용해도 남성 정치인에게는 인간적이 풍모로 비춰지지만 여성에게는 연약함이란 부정적인 측면으로 비춰지는 게 현실이다.우리 또래 여성의 눈에는 그런 면이 못마땅했다.”라고 지적했다. 40대 여성 정혜선(46·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씨는 “박근혜씨에게 아버지의 후광이라고 폄하하는 것,그것 자체가 여성비하다.남성정치인들도 후광이나 연고를 이용하지 않았느냐?”라고 물을 만큼 여성정치인에 대한 강렬한 기대를 내비쳤다. 여성들은 13%라는 여성의원의 숫자는 ‘여성정치시대’라고 놀랄 만큼 대단한 수치는 아니라고 말했다.남성보다 61만 2900명 더 많은 여성유권자(50.9%) 숫자로 단순비교해도 이는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이다.국제의회연맹(IPU)의 2003년 자료에 따르면 여성의원의 비율은 스웨덴 45.3%,덴마크 38%,핀란드 36.5%,아시아권에서도 베트남 27.3%,중국 21.8%,파키스탄 21.1%,필리핀 17.8%이다. 동덕여대 김경애 교수는 “한 집단에서 목소리를 내고 의사결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30%는 차지해야 한다.임계수치가 유지돼야 한다.”고 말했다. 30%만으로는 제대로 성 평등적인 정책수렴이 되지않는다는 판단도 나와 2000년 프랑스에서는 남녀동수법(PACS)’을 제정했다.남녀동수법안이란 모든 정당들이 경선의 입후보자 명단에 여성을 50% 포함하도록 하는 법률이다. 유엔은 양성 평등을 이룩하기 위해선 어떤 분야에서든 한 성(性)이 최소 30%는 돼야 한다고 권고했다. ●위기에는 여성이다? 이번 선거에서 3당 대변인의 역할이 모두 여성에게 맡겨졌다는 사실은 연일 화제를 불러왔다.그러나 이를 반기기보다 오히려 ‘위기타개용’이나 ‘유행’이라 우려하거나,“우리 정치풍토에서 여성은 결국 꽃일 수밖에 없는가.”란 탄식이 나오기도 했다. 특수한 상황에서 여성들이 가족을 살리거나,민족을 구한 것은 역사 속에서 현실로 존재했었다.그러나 위기상황에서 벗어난 순간 여성의 능력은 다시 가정에 국한됐고 여성은 권력의 주변부에 늘 머무를 수밖에 없었다는 전례가 여성사에 뚜렷하게 남아있다. 2차세계대전 당시의 예를 들면 남성이 전쟁터에 투입된 후 여성의 노동력이 군수물자인 탱크나 총을 만들어야만 했을 때,여성들은 ‘강한 존재’로 부각됐었다. 그러나 전쟁이 끝난 후 남성들이 사회로 복귀하면서 여성들에게는 기존의 이데올로기인 ‘모성’이 강조됐다.여성들은 해고됐고 일자리는 남성 노동자에게 돌아갔다.이런 역사적 맥락에서 볼 때,‘위기에는 여성’이란 부추김이 반갑기만한 것은 아니라고 한다. 그러나 한 가지,다시 가정으로 돌아가야만 했던 여성들에게서 여성노동자의 인권문제와 여성운동이 시작됐음은 간과할 수 없는 현실이다. 연세대 김현미 교수는 “정치와 경제적 위기에 여성들의 힘을 이용하는 것은 정치적·역사적으로 습관화된 방식임에 분명하다. 그러나 비관적이지 않은 것은 월드컵 이후 우리 사회가 남성중심적·집단주의적인 마초문화에서 상호공존적·여성적 문화로 탈바꿈했다는 점에 있다.”라고 지적했다. ●여성이 하면 정치가 맑아진다? 여성계는 정치에 여성들의 숫자가 늘어야 함을 강조하면서 “여성이 참여하면 맑아진다.”고 강조했다.‘맑은정치여성네트워크’는 102명의 여성후보를 내세워 보다 적극적인 여성참여를 유도했다. 그러나 한정된 비례대표 국회의원 자리를 두고 여성들이 벌인 경쟁이 과연 남성과 달랐는가,또한 여성끼리 서로 ‘그녀가 승리해야 우리도 승리한다.’는 ‘자매애’가 강조됐는가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견해가 많다.한 편에서는 ‘남성문화를 익힌 여성이 더 성공한다.’는 말이 오가는 만큼 여성이란 이유만으로는 절대로 맑은 정치를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다. 성균관대의 정현백 교수는 “여성들이 벌이는 대리전쟁을 보면서 여성이 많이 진출하더라도 과거의 부끄러운 정치문화가 끊임없이 재생산될지도 모른다는 불길한 예감을 느끼게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경애 교수는 “이전에도 선거운동원의 대부분은 여성이었다.여성이 정치에 참여하면 민주정치가 된다는 환상을 버려야 한다.이젠 어떤 여성이 정치에 참여해야 하는가,그것을 논의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여성정치세력민주연대’ 조현옥 대표는 “여성이 ‘원천적으로 도덕적’이라는 의미가 아니라 부정·부패의 뿌리인 남성들의 학연·지연 등 연고주의에서 훨씬 자유롭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싶다.여성이 부정·부패·폭력 정치의 대안세력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은 바로 여기서 출발한다.”고 말했다. 선거 전후의 과정이야 어쨌든 여성의원들이 당적을 떠나 ‘여성’이라는 공통분모로 힘을 합해야 한다는 것에는 모두 공감했다. 허남주기자 hhj@seoul.co.kr˝
  • 구봉숙의 ‘쏜데이 서울’

    공중파 연예정보 프로그램을 패러디해 탄생했지만 ‘연예인 씹기’로 독자적 영역을 구축한 연예 전문 케이블 EtN의 ‘연예가 방담-쏜데이 서울’(일요일 오후 11시).여기에는 칭찬 일색의 거북함이 없다.오로지 적나라하게 꼬집고,비틀고 깐다.주류 방송들에서 사고를 친(?) 연예인들에게 천편일률적으로 남발하는 “안타깝다.”는 멘트는 “내 그럴 줄 알았다.”“똑바로 해라.” 식의 독설로 바뀐다.욕설과 성적 농담이 양념처럼 뒤섞이는 건 물론이다. 저질이라고? 일각에선 그런 쓴소리들도 한다.하지만 어쩌겠는가.까스활명수보다 더 신통하게 체증을 싹 내려주는 것을.지난 7일 속사포 입심이 한창 쏟아져 나오는,손바닥만한 녹화장을 들여다 봤다. #이게 무슨 난지도 뉴스야? 김구라·황봉알·노숙자 일명 구봉숙 트리오,시작부터 연예계가 소강상태라 뉴스거리가 없다고 투덜투덜댄다.“요즘 기사거리가 별로 없어요.신문기자의 고충을 알 것 같애.오죽하면 헤드라인으로 지상렬 뉴스가 올라왔겠어.(김구라)” “아∼이거 무슨 난지도 뉴스도 아니고 말야,쓰레기 지상렬이 톱으로 올라와?(황봉알)”“요즘 지상렬 돈 좀 버니까 옛날엔 ‘사줘 선배’하더니 요즘 달라졌어.(손으로 돈 모양을 만들면서) 사람은 여유가 있어야돼.(노숙자)” #우린 바닥인생이야 최근 ‘구라가 살아야 나라가 산다’는 책을 펴내고 작가로도 데뷔한 김구라가 자신이 나온 신문기사를 꺼내 든다.“내가 원래 내 얘기하는 거 별로 안 좋아하는데…어떡하겠어?기사거리가 없는데?” “우린 항상 사진 찍을 때 포즈가 똑같애.위에서 아래를 찍는 거.(특유의 시니컬한 톤으로)내가 볼 때 말이에요,사진기자들이 아마 이런 새끼들도 앉아서 올려다 보며 찍어야 되나하고 생각하는 거 같아.” “그러니까 우린 바닥인생이란 얘기야.…이 인간이 얼마나 약아.책 안되면 포장마차 같은 거 개업해서 자기 기사나온 거 붙여 놓으려고 그러는 거야.연예인들도 다 그러잖아!(황봉알)” #세월이 약이야 탤런트 조향기가 아버지 차를 도난 당했단다.“우리한테 이런 일 일어나면 바로 이거 아니야?” 황봉알 따귀 때리는 시늉.그러곤 “뭐 4년 정도 탔으면 “아! 새차” 이럴 수도 있겠네.” 바로 김구라의 직격탄.“그럼 넌 그때 기뻤냐?” “야!인간아!나는 보름만에 잃어버렸잖아!(황봉알)” 쩌렁쩌렁한 목소리에 스튜디오가 흔들릴 정도. “내가 10만원 든 지갑을 잃어버렸는데 이웃집에서 초상난 줄 알았잖아.” 다같이 낄낄.스튜디오 밖에서도 웃음이 터진다.“내가 믿었던 친구,선·후배,동기,여자한테 뜯긴 돈만 몇백돼.다∼ 세월이 약이야.(노숙자)” #인생 많이 살았어 “이승연이 위안부 할머니 쉼터를 극비 방문했다고 하는데 우리가 벌써 다 알 정돈데 이걸 극비라고 할 수 있나? 근데 이승연씨가 할머니들이 좋아하는 인절미 네 박스를 사들고 갔다고 하는군요.역시 인생을 많이 살았다 하는게 느껴져요.(김구라)” 태클 거는 황봉알. “근데 떡 먹다가 떡이 목에 걸려 돌아가시면 어떡하나 그런 해석도 나오는데…어쨌든 이승연씨 차기작 결정 됐어요.제목 ‘인절미’(웃음)”. 박상숙기자 alex@ ■ “씹고 또 씹고 가식을 씹어 돌려” 녹화가 끝난 뒤 마주한 구봉숙 트리오.개그맨들은 실제로 만나면 심심하다더니 그 말이 맞았다.복장이나 말투에서 반듯한 직장인 냄새를 풍기는 김구라.큰 목소리가 트레이드 마크라는 황봉알도 걸쭉한 입담을 과시할 만할 인물로 보이지 않았고 노숙자 또한 폭탄머리만 아니라면 어떻게 개그맨이 됐을까 싶을 정도로 숫기 없는 인상이다. ‘쏜데이 서울’의 권영찬 담당 프로듀서가 “우리 방송의 논설위원”이라고 잔뜩 치켜세운다. “우리가 방송에서 워낙 드세게 하니까 모르는 후배들이 슬슬 피하기도 하는데 우리 알고보면 의외로 겸손해요.고생많이 했기 때문에…무명 자체가 고생이죠.” SBS 개그맨 공채 출신인 이들은 “IMF가 터지면서 잘렸다.”고 한다.이들을 띄운 건 인터넷 방송.쇼트트랙 김동성의 금메달을 뺏어간 안톤 오노 집을 찾아가는 ‘오노 테러 기행’을 하는 등 엉뚱한 행동으로 주목 받았다. 이들의 존재가 각인된 건 이효리 덕 아닐까?이효리의 가슴 성형수술 의혹을 제기하면서 내뱉은 비속어로 비난과 관심을 동시에 받았다.황봉알은 뜻밖의 음모론(?)을 폈다.“그 말을 한 지 6개월도 더 지나서 스포츠 신문에 났어요.그 때가 효리 ‘텐 미니츠’가 막 나오기 직전이거든요.뭔가 냄새가 안나요?그래도 뭐 따지고 보면 ‘윈-윈’이었죠.우리도 뜨고 이효리도 잘나가고….”믿거나 말거나. “우리 프로는 케이블의 ‘대장금’”이라고 뻐기는 노숙자.“이 머리는 내가 원조인데 뜨질 못하니까 양동근,심태윤 이런 애들이 먼저 한 줄 안다니까.” 일찍 뜨지 못한 게 안타깝다는 표정.“야!걔네들은 너랑 스타일이 달라.제발 우기지 좀 마!” 황봉알이 바로 면박준다.서로 쉴 새없이 씹고 또 씹히는 건 이들에게 일종의 직업병 같다. “‘욕빼면 쟤들이 잘하는 거 있겠어?’하는 편견이 있는데 뭐 그런 거 신경안써요.” 황봉알은 생각 있는 시청자들은 방송의 컨셉트를 알고 있다고 자신있게 말한다.“앞으로도 가식없는 시원한 방송 할겁니다.우리끼리 치부 드러내고 하면서…(웃음)” 박상숙기자˝
  • 송광수총장 취임 1주년 간담“康장관과 갈등 없어 비겁한 수사 안할것”

    송광수 검찰총장이 3일로 취임 1주년을 맞았다.송 총장의 가장 큰 ‘작품’은 역시 정치권의 입김에 굴하지 않고 정치의 흐름을 바꿔 놓은 불법대선자금 수사를 큰 차질없이 이끌어왔다는 것이다. 2일 취임 1년 기자간담회에서 송 총장은 “큰 돈의 흐름은 이번 선거에서는 많이 차단될 것”이라고 자평하면서 “빙산밑에 많은 게 있고 수사팀이 ‘무섭게’ 수사하고 있다.”고 말했다.그는 “큰 전쟁이 있으면 외과 수술 기술이 발전하듯이 대선자금 장기 수사로 자료수집이나 수사기술이 늘었다.”고 소개했다.송 총장은 “총장이 누가 되더라도 정치검사가 되지 않고 수사권을 독립시켜야 한다.”면서 “이제 비겁한 수사는 안할 것”이라며 원칙에 따른 수사를 지속할 것임을 강조했다. 수차례 갈등설이 돌았던 강금실 법무부 장관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밖에서 보듯 긴장관계가 아니다.”라고 했다. 법무장관에 대한 검찰총장의 ‘음모론’을 제기한 시민단체 관계자의 글에 대해서는 오히려 “사실 관계가 틀리긴 했지만 글을 잘 썼더라.”고 예상 밖의 대답을 하기도 했다. 강충식기자 chungsik@
  • 미궁에 빠진 세계사의 100대 음모론/데이비드 사우스웰 지음

    조금 과장해서 말하면 인류의 역사는 ‘음모의 역사’다.음모는 시대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가지를 치며 번성해왔다.우리가 진실이라고 믿어온 많은 것들은 어쩌면 사실이 아닌지도 모른다.특별한 권력집단이 만들어낸 위선과 거짓,곧 음모론의 산물일 수 있기 때문이다.음모론은 이미 우리 문화의 일부가 됐다.왜 이처럼 음모론이 기승을 부릴까.우리는 왜 음모론을 필요로 할까. ‘미궁에 빠진 세계사의 100대 음모론’(데이비드 사우스웰 지음,이종인 옮김,이마고 펴냄)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음모론 100가지를 골라 사건에 얽힌 의혹,유력한 용의자,회의론자의 입장 등을 균형있게 소개한 음모론 백과다. ●미국, 진주만 공습 미리 알고 있었다 음모론엔 사실과 의견,해석이 뒤섞여 있다.가장 설득력 있는 음모론 가운데 하나인 일본의 진주만 공습은 그 생생한 예다.1941년 일본은 진주만을 침공했고,당시 해군력의 꽃이라 할 미국의 항공모함들은 대부분 5000㎞나 떨어진 샌디에이고에 정박해 있었다.이것은 ‘사실’이다.이 사실로부터 다음과 같은 ‘의견’이 도출된다.“미국의 주요 전력을 이런 식으로 빼돌린 걸 보면 일본이 공격할 것을 미리 알고 조치를 취한 게 아닐까.” 이런 의견은 다시 ‘해석’으로 발전한다.“루스벨트 대통령은 당시 미국내 참전 반대여론을 잠재우고 결정적인 참전의 계기를 잡기 위해 진주만 침공을 방치했다.” ●존 F 케네디는 음모의 희생양? 하지만 음모론이 꼭 사실과 의견,해석의 상호작용으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사실과 의견의 경계 자체가 모호할 때도 있다.1963년 존 F 케네디 대통령 암살사건 같은 경우다.이 사건에 대한 미국 정부의 공식 발표는 용공주의자 리 하비 오스왈드가 혼자 범행을 저질렀다는 것이다.그렇지만 70%가 넘는 미국인들은 아직도 대통령이 음모의 희생자라고 믿는다.케네디 암살사건은 이를 추적하던 여기자 도로시 킬갈렌이 의문사하고 암살범 오스왈드가 마피아에 다시 암살당하는 등 음모에 음모를 낳았다.FBI,CIA,마피아,존슨 부통령,심지어 캐나다 자유당과 재클린 케네디까지 암살 배후로 입에 오르내린다. 엘비스 프레슬리는 FBI의 비호 아래 살아있다? ‘로큰롤의 제왕’ 엘비스가 마흔 두살의 나이에 죽었다는 소문은 대중을 속이기 위한 기만전술일 뿐,그는 아직도 건재하며 그를 본 사람도 많다는 것이다.책은 음모론의 진원지로 엘비스 자신을 지목한다.엘비스는 존 버로스라는 가명을 즐겨 썼으며,총기 오발사고를 가장해 자신의 죽음을 꾸며낸 적도 있다.자신을 명성이란 이름의 감옥에 갇힌 죄수쯤으로 여긴 엘비스의 자작극이라는 것이 엘비스 음모론의 요체다. ●외계인 둘러싼 끝없는 음모 음모론의 단골 메뉴는 역시 외계인이다.외계인에게 납치됐다가 돌아왔다는 사람들의 증언,외계인들의 홍보장이 돼버린 할리우드,외계인들에게 인간을 생체실험 대상으로 준 대신 얻은 게 첨단기술이라는 설 등 외계인과 관련된 음모론은 밑도 끝도 없다.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1947년 미국 뉴멕시코주 로스웰에 추락한 UFO를 둘러싼 음모론이다.실제 목격자가 신고까지 했던 이 사건은 발생한 지 47년이 지나서야 미 공군의 공식보고서가 나왔다.그러나 로스웰 사건은 여전히 미스터리다.당시 트루먼 대통령은 추락 현장을 방문했을 뿐 아니라 살아남은 외계인들과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는 소문도 있다. ●남극 빙산 밑엔 나치 비밀기지가? 책은 논리나 추리 혹은 과학이나 역사적 증거에 토대를 둔 ‘유력한’ 음모론과 함께 ‘믿거나 말거나’식의 음모론도 가감없이 전한다.히틀러와 나치가 달의 뒷면과 남극의 빙상 아래 비밀기지를 건설했다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연합국에 패배할 것을 예감한 나치가 작전기지를 달로 옮겨 제3제국의 장기적인 식민지 건설을 도모했다는 얘기.히틀러가 초자연적이고 환상적인 것을 좋아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황당함을 지울 수 없다.음모론의 옥석을 가리기 위해선 물론 믿기지 않는 이야기라도 열린 시각으로 접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음모론을 부정적으로만 봐야 할까.피해의식이나 전도된 욕망의 표현이란 점에선 부정적이지만,고정관념의 틀을 깨뜨리는 데 일정한 도움을 준다는 점에선 긍정적인 면도 없지 않다.음모론은 때로 ‘창조정신의 비약’을 가져오기도 한다.1만 8000원.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차병직변호사 ‘음모론’ 제기

    참여연대 집행위원장인 차병직 변호사가 송광수 검찰총장이 강금실 법무장관을 경질시키려 한다는 내용의 ‘음모론’을 제기해 논란이 일고 있다. 차 변호사는 지난달 30일 참여연대 홈페이지에 올린 ‘송광수를 조사한다’는 제목의 칼럼에서 “송 총장이 체포영장 청구를 강 장관에게 보고하지 않은 것은 명백한 법무부령 위반”이라고 주장했다.그는 “법무부의 경위 조사에 ‘조사하려면 나를 조사하라.’고 반발한 것은 공무원의 항명으로 탄핵사유에 해당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같은 사태의 배경에 대해 “송 총장이 강 장관이 총선에 동원될 것으로 믿었는데 이것이 이뤄지지 않자 항명파동을 통해 총선 이후 있을 개각에서 강 장관이 경질되는 것을 의도했다.”는 ‘음모론’을 제기했다.그는 “강 장관이 유임돼 진정한 검찰개혁을 추진할 때 송 총장은 이를 따라 솔선수범하든지 그것이 싫다면 용퇴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효섭기자 newworld@
  • [총선 D-14] MBC ‘박정희 다큐’ 朴風 차단 논란

    MBC가 4일 ‘이제는 말할 수 있다’에서 10·26사태를 다룬 ‘79년 10월,김재규는 왜 쏘았는가’를 방송할 예정인 가운데 제17대 총선을 11일 앞둔 민감한 시기에 이같은 방송을 편성한 방송사측의 의도와 관련해 논란이 일고 있다. MBC에 따르면 다큐멘터리 ‘이제는 말할 수 있다’의 ‘…왜 쏘았는가’편은 박정희 전 대통령과 같은 고향 출신으로 보안사령관,건설부장관,중앙정보부장 등을 거치며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을 받은 김재규가 왜 박 대통령을 쏘았는지 그 이면을 파헤칠 예정이다. 이 프로그램은 당시 사건 현장에 있었던 김계원 비서실장과 사건 발생 후 김재규와 김 실장이 탄 차를 육군본부로 몰고간 운전사 윤문식의 증언을 토대로 김재규의 ‘거사’가 치밀한 계획에 따라 이뤄진 것이 아니라 우발적인 사건이라는 데 초점을 맞췄다. MBC가 프로그램 편성계획을 공개하자 시청자들은 MBC 홈페이지에 글을 올려 ‘이제는‘가 지난 주 ‘월남에서 돌아온 새까만 김병장’에 이어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부정적인 방송을 연달아 내보내고 있다며 음모론을 제기하고 있다.한나라당 대표인 박근혜 효과를 차단해 총선에 영향을 주려는 게 아니냐는 주장이다. 한 시청자(아이디 NLCY2002)는 “방송의 권력 남용으로 선거를 망칠 작정인가?”라며 “특정 목적으로 보도되는 방송에 의해 후보자가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므로 방영 시점을 총선 뒤로 늦춰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나라당 이성헌 대표비서실장도 “총선을 코앞에 두고 그런 내용을 방영한다는 것은 박근혜 대표의 좋은 이미지를 폄하하고자 하는 시도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우려했다.박순자 부대변인도 “선거를 앞두고 공영방송이 민감한 내용의 프로를 강행하겠다는 것은 용납될 수 없다.”고 논평했다.한나라당은 방송의 의도를 간파한 유권자들에 의해 오히려 역풍(逆風)을 맞을 것이란 경고도 보냈다.이에 대해 제작진은 “이미 1년 전부터 기획해 사전 제작해온 것”이라며 음모론을 일축했다. 박상숙 박정경기자 alex@˝
  • [데스크시각] 한나라, 집안잔치할 때 아니다/박대출 정치부 차장

    한나라당이 임시전당대회를 오는 23 연다고 발표했다.장소는 잠실 학생체육관으로 정했다고 한다.여니,마니 하더니 결국 강행할 모양이다.아직도 전당대회를 탄핵정국의 탈출구로 기대하는 인상을 준다. 한 중진의원의 진단이 흥미롭다.그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열자는 게 아니냐.”고 되물었다.한나라당이 ‘익사 직전’이라는 상황 판단을 깔고 있다.극도의 위기감과 무력감이 짙게 배어 있다. 전당대회는 한때 한나라당 사람들에게 ‘생명의 동아줄’처럼 여겨지기도 했다.지지도 하락을 반전시킬 이벤트로 기획했기 때문이다.하지만 탄핵정국 이전의 일이다.이 의원의 지적대로 이젠 지푸라기쯤으로 전락해버렸다.물론 전당대회까지 일주일이 남았다.탄핵정국의 소용돌이가 잠잠해질 수도 있다.하지만 현재로선 위력이 너무 세다.일주일 후에도 전당대회는 초라해질 가능성이 더 높은 것 같다. 전당대회의 값어치를 떨어뜨리는 요인은 한나라당 안에 더 많다.‘그들만의 잔치’,‘밥그릇 싸움’으로 비쳐질 만한 일들이 곳곳에서 벌어졌다.‘최병렬 대표 복귀설’,‘박근혜 의원 옹립설’ 등 음모론이 들끓었다. 전당대회 개최 여부를 놓고 한나라당은 두갈래로 쪼개졌다.하자는 쪽은 ‘새판짜기’라는 명분을 내걸었다.주로 소장파 그룹들이 주도했다.이들은 최 대표의 퇴진을 첫 수순으로 설정했다.하지만 ‘새 술은 새 부대에’라는 그들의 명분은 퇴색됐다.미래에 대한 비전 제시 없이 당내 비판에만 몰두한 데서 비롯됐다.그들은 ‘어른들을 내치는 젊은 애들’로만 치부돼 버렸다. 하지 말자는 쪽에선 전당대회가 더이상 흥행거리가 안된다는 판단이다.전시(戰時)에 집안잔치가 웬말이냐는 것이다.이들의 상황 인식은 한편으론 현실적이다.하지만 당권 세력의 ‘꼼수’라고 맞받아친 전당대회론자들에게 끝내 밀렸다.떳떳한 반대논리를 제시하지 못한 것은 스스로의 한계였다. 전당대회 회의론자들은 대의원 동원의 어려움도 이유로 꼽는다.한나라당은 대의원 4600명을 참석 대상으로 계획하고 있다.이들을 실어나르려면 지구당마다 최소한 버스 한두대는 필요하다고 한다.하지만 쉽지가 않다.그전처럼 중앙당 예산 지원도 없고,의원들과 지구당 위원장들의 ‘충성’도 모자란다.반쪽 대회가 될 수도 있다. 무엇보다 한나라당은 탄핵정국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열린우리당을 향해 ‘천박한 선동’이라고 외쳐대봐도 아무 소용없는 현실이다.사면초가다. 한나라당은 탄핵정국 이후 전당대회를 포기했어야 한다.아예 무시하거나 관심이 없다는 게 국민 대부분의 반응이다.그렇다고 해서 원점으로 되돌릴 수 없는 상황이 됐다.지푸라기라도 잡기 위해 전당대회가 필요하다면 서둘러야 할 일이 있다.‘차떼기정당’이 ‘환골탈태’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바로 그것이다. 인터넷 사이트에 올린 한 네티즌의 글이 눈에 쏙 들어온다.4·15 총선을 앞두고 한나라당의 전투력을 배가시킬 전략이 담겨 있다.“폭설 피해로 인해 한 농민이 목숨을 끊었다.정치인들은 고작 싸움질만 하냐.반성 좀 해라.탄핵은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르면 된다.폭설 피해로 농가 일손이 부족한데 16대 국회의원들은 가서 일 좀 도와라.하는 일도 없으면서 밥 먹고 밥 값 좀 해라.”는 질타였다. 한나라당 사람들은 당장 논산,공주로 달려가라.몇날며칠 민생정당의 의지를 땀으로 보여주어라.환골탈태는 ‘입’이 아닌 ‘몸’으로 증명해야 한다. 박대출 정치부 차장 dcpark@˝
  • [탄핵정국-해외시각] [오일만특파원 베이징은 지금] 中네티즌도 ‘설왕설래’

    한국의 ‘탄핵 정국’을 바라보는 중국인들의 시각은 충격과 당혹 그 자체다.중국 외교부가 탄핵안 가결 10시간이 넘은 12일 자정이 되어서야 “이번 일은 한국의 내정문제”라고 짤막한 공식 논평을 내놓은 것과 달리 중국의 네티즌들은 탄핵안 가결 직후부터 각양각색의 의견들을 쏟아냈다. 일사불란한 사회주의 정치체제에 길들여진 중국인들로선 ‘한국적 상황’이 충격과 혼돈으로 다가서는 모습이 역력하다.신랑(新浪)망,신화(新華)망,천룽(千龍)망 등 중국의 대표적 인터넷 사이트에서는 네티즌들의 즉석 논쟁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적어도 ‘한국으로부터 본받을 만한 것이 있다.’고 생각했던 중국인들은 상당히 혼란스러운 모습이다.“노 대통령은 평민대통령으로 인기가 있다고 들었는데….무엇이 진정한 민주주의인지 모르겠다.”,“민주주의의 길이 이렇게 어려운가.” 등이 주류를 이뤘다. 반면 중국의 민주주의를 갈망하는 이들에게는 신선한 자극이기도 했다.“공산당이 모든 것을 결정하는 중국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우리에게 삼권분립의 의미를 생각하게 한다.”,“한국이 진정한 민주주의 국가다.” 등 선망이 담긴 반응도 나왔다. 일부 네티즌들은 “북한 핵문제에 대해 말을 듣지 않은 노 대통령에 대한 미국의 장난”이란 음모론적 시각도 보였다.“국가의 운명을 눈깜짝할 사이에 해치우는 한국의 정치는 ‘소꿉장난’ 차원”이라는 등 일종의 조롱어린 시각도 표출했다.인터넷상의 백가쟁명(百家爭鳴)과 달리 중국의 공식 언론들은 상당히 조심스러운 분위기다.자체적 분석을 될수록 자제하고 주로 미국과 일본 등의 외신을 인용해 분석 기사를 내보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중국 기자는 “타국의 내정문제에 간여하지 않는다는 것은 중국의 전통적인 외교정책”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oilman@˝
  • 夜한 인간, 朝신한 인간

    ■ 夜한 인간들의 반란-난, 저녁에 피어난다. “아침시간보다 저녁시간을 잘 활용하는 것이 우리 사회에서 진정한 성공의 열쇠이다.” 새해부터 불기 시작한 ‘아침형 인간’에 대항하는 ‘저녁형 인간’들의 조용한 반란이 시작됐다.사회적인 분위기와 책,언론에서조차 새벽부터 일어나 활동을 하는 아침형 인간이 아니면 마치 사회의 ‘낙오자’인 것처럼 우리를 몰아가고 있다.‘남들보다 하루를 늘려 쓰려면 새벽이 중요하다.’,‘일찍 일어나는 새가 먹이를 많이 잡는다.’,‘사회의 지도층은 모두 아침형 인간이다.’,‘성공하고 싶으면 아침형 인간이 되라.’….‘성공한 인간 = 아침형 인간’이란 공식이 당연시되고 있다.하지만 꼭 그런것만은 아니다. 우리 사회에서 성공하려면 회사일을 마치는 저녁6,7시 이후가 매우 중요하다.대인관계를 위한 약속,자기계발을 위한 공부와 운동,취미 활동을 위한 시간이기 때문이다.아침에 다소 늦잠을 자더라도 밤 시간을 얼마나 잘 활용하는냐가 ‘성공의 열쇠’인 셈이다. 이헌재 경제부총리는 늦잠을 즐기는 저녁형 인간이다.한번 몰두하면 끝장을 보는 그의 성격 탓이다.바둑도 한번 잡으면 밤을 새도록 즐기고 폭탄주도 한번 돌리기 시작하면 10여잔을 돌려야 한다.“무엇이든 시작하면 끝장을 보는 성격이라 일찍 일어나는 생활습관과 무관하다.”면서 요즘 다시 공직생활을 시작해 아침에 일어나는 것이 무척 힘들다고 한다.유명한 건축가 김진애 박사 또한 대표적인 저녁형 인간이다.그는 “주로 낮 시간은 사람을 만나거나 낮잠을 즐기고 밤에 주로 작업을 하다보니 나도 모르게 저녁형 인간이 되버렸어요.”라며 웃었다. 서울 서대문구 명지대 앞에서 라이브카페를 운영하는 김도현(30)씨는 “몇십년을 살면서 스스로 체득한 라이프 스타일을 ‘붐,신드롬’에 이끌려 바꾸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라고 잘라 말한다.보통 일이 새벽 2∼3시쯤 끝나면 기상시간은 오전 9∼10시,새벽 5시에 잠들면 정오에 눈을 뜬다는 그 역시 아침형 인간의 생활패턴인 ‘수면 6시간’을 넘기지 않는다. “직접 노래를 부르기 때문에 잠을 자야합니다.목을 보호하기 위해서죠.그래도 하루의 4분의 1이상을 잠으로 보내는 것은 아까워요.노래연습도 해야하고,친구도 만나야하고….” 밤 11시에 잠들고 새벽 5시에 일어난다는 방식은 저녁 시간을 그만큼 활용하지 못한다는 말인데,인간관계는 ‘저녁 식사와 곁들이는 술 한잔’으로 더욱 돈독해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개인주의가 팽배한 요즘 세태에 맞게 사람 덜 만나고 남은 돈으로 자기 계발을 위해 쓰자는 뜻으로 아침형 인간이라는 말이 나왔을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경력 8년의 클럽 DJ 최용섭(31)씨.밤이 되면 정신이 번쩍 깨는 전형적인 저녁형 인간이다.그가 말하는 저녁형 인간은 ‘삶의 여유를 누리는 사람들’이다.폭설이 내린 지난 5일 새벽 그는 퇴근 후 눈사람도 만들고 눈싸움도 했다.“아침형 인간들은 수면 시간이 1시간 정도 줄면 다음날 컨디션이 달라진다.”며 “하지만 저녁형 인간은 수면 시간이 좀 줄어도 다음날 몸 상태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말한다.밤 대신 낮 시간에 잠을 자면 개운하지 않다는 아침형 인간 우월론자들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셈이다. 저녁형 인간으로 새로운 삶을 찾았다는 홍봉균(37)씨.그는 완전한 저녁형 인간으로 변신한 이후 사는 것이 신난다.평생을 ‘지각생’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다니던 그가 1년전에 새로운 인생을 시작했다.대학을 졸업하고 몇 차례 회사에 다녔으나 ‘출근시간 엄수’라는 규율을 지키지 못해 결국 오류역에 가방 가게를 열었다. “아침에 도저히 눈이 떠지지않아요.일어나려고 해도 몸이 말을 듣지않으니 어떻게 합니까.”“직장이요.몇군데 다녔지요.매일 지각을 한다는 상사들의 구박에 못 이겨 결국에는 사표를 쓰고 이제 제 사업을 해요.” 그의 가방 가게는 오후 1시에 문을 열고 막차가 지나가는 새벽 1시쯤 문을 닫는다.“요즘은 너무 행복해요.주로 가게문을 닫고 책보고 놀다가 새벽 잠들고 점심때쯤 일어나도 되고요.이게 저에게 딱 맞는 라이프스타일이에요.”라며 “돈은 적게 벌어도 저의 신체리듬에 맞는 생활을 하니까 더욱 건강해지고 하는 일마다 자신감이 생깁니다.그리고 지각이라는 것에 대한 강박관념도 없어졌구요”라고 이야기한다. 광고대행사 TBWA의 김여상 대리(31)는 공식적인 출근 시간인 오전 9시에 회사에 있어 본 적이 없다.게을러서가 아니라 자정이 돼서야 끝나는 작업이 많아 야근을 밥먹듯이 하기 때문이다.당연히 출근은 10시를 넘긴다. “아침형 인간이 대세라지만 아침형 인간보다 시간 활용을 못하는 것도 아닌데 아침형 인간이 되려고 아등바등하고 싶지는 않다.”면서 “우리는 저녁 시간을 더욱 잘 활용하는 것이지 게으른 것이 아니다.”라고 김 대리는 자신있게 이야기한다. 한준규 최여경 나길회기자 hihi@ ■朝신한 인간들의 음모 아침형 인간이 열풍이다.왜 갑자기 아침형 인간이 마치 신의 계시처럼 떠받들여지고 있는가.아침형 인간이 이렇게까지 우리 사회에서 추종받고 있는 상황이지만 그에 대한 설명은 명쾌하지 않다. 그래서 ‘누군가가 아침형 인간을 내세워 우리를 몰아가고 있다.’는 ‘아침형 인간 음모론’도 떠돌고 있다.다양한 음모론,재미로 읽어보시라.의미를 부여하게 되면 머리 아파지니까. ●고도화된 기업경영전략이다 1990년대 중반 S그룹이 도입한 ‘7·4제’를 기억하는가.아침 7시에 출근하고 오후 4시에 퇴근해 남은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자는 의도였지만 실제 4시 퇴근은 꿈도 꾸지 못했다.의무적으로 오후 4시에 회사를 떠나 회사 근처에서 한두시간 배회하다 꾸물꾸물 회사로 들어갔다.회사에서 퇴근하라는 데 왜 들어가냐고 물으면 직원들은 이렇게 대답했다.“할 일이 태산인데 어딜 가나.”“다른 사람들은 그 시간에 다 일하는 데 일 안하고 있으니 불안해요.”“들어가면 차장 부장 다 자리에 앉아있는데 어떻게 그냥 퇴근합니까.” 결국 출근시간이 앞당겨지고 퇴근시간은 그대로여서 노동시간만 늘어났다. ‘아침형 인간’은 이 제도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것이 첫번째 음모론이다.‘주5일 근무제’로 노동시간이 현격히 줄어드는 상황에서 기업들은 ‘아침형 인간’을 추천 덕목으로 꼽으면서 아침 일찍 나와 가열차게 일을 하도록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다. ●외계인이 조종하는거라고 그동안 UFO로 정찰을 하던 외계인이 드디어 야심작을 내놓았다.인간의 약점을 잘 알고 있던 그들은 인간이 갑자기 아침형 인간으로 습관을 바꿔 비몽사몽 상태가 되는 것을 노렸다. 그 결과 아침형 인간의 원조국인 일본에서 무리하게 아침형 인간이 된 고이즈미 총리는 독도가 자기네 것이라는 헛소리를 지껄여댔고,한국과 일본간 사이버 대란이 일어났다.좀더 심하면 전쟁까지 일어날수 있다. 아침형 인간이 되겠다고 잠을 줄인 사람들이 출근·등교길에 깜빡 졸아 지각을 하거나,근무·수업 중에 하품을 하면서 직장이나 학교에서 잔소리를 듣는다.이 잔소리로 스트레스가 쌓여 결국은 암의 원인이 된다는데…. 외계인의 아침형 인간 프로젝트는 원시시대 때부터 시도됐다.외계인은 만만한 닭을 납치해 이렇게 세뇌시켰다.“인간들 꼭 깨워!아침에 꼭 깨워!꼭!꼭!꼭깨워!” 그래서 닭은 아직도 이렇게 외친다.“꼭끼오!꼭,꼭,꼭 꼭깨워∼”-오늘의 유머(www.todayhumor.co.kr)에서 ●네가 게으르니 그렇지 원조격인 음모론으로 사이쇼 히로시나 다카이 노부오 등 일본의 자기경영전문가가 그들이 내놓은 책을 판매하기 위한 언론플레이라는 말도 있다.앞서가지 못하면 금세 뒤쳐진다는 불안감에 휩싸인 사람들에게 자기계발에 대한 책을 보여줌으로써 곧 베스트셀러 반열에 오른 점을 들어 설명한다. 경기불황 속에서 회사의 상황이 더 이상 좋아지지 않자 이를 종업원들의 게으름 탓으로 돌리려는 경영자들의 책임전가용이라는 둥,이미 아침형 인간화한 지도층 인사들이 자신이 쌓아놓은 기반을 고수하기 위해 어거지로 강조하는 것이라는 둥 소수설도 있다. 최여경기자 kid@ ■ 사상의학으로 본 아침·저녁형 사상의학에서는 아침형인간과 저녁형인간을 쉽게 구별할 수 있다.주로 양인(陽人)은 아침형 인간,음인(陰人)은 저녁형 인간으로 구분한다. 태양인과 소양인 등 주로 양인의 체질을 가진 사람은 아침에 눈뜨기가 비교적 편하다고 한다.몸에 양기가 많은 사람들은 햇빛의 기운을 잘 받아들이기 때문에 해 뜨는 새벽부터 활기가 넘친다.이런 사람들은 당연히 새벽이나 아침시간을 활용하는 것이 좋다.중요한 약속이나 집중력이 필요한 업무를 오전에 잡는 것이 성공의 열쇠. 태음인과 소음인 등 음인의 체질을 가진 사람은 양기가 강한 아침에 힘을 쓰지 못한다.유난히 아침잠이 많고 일을 하더라도 아침에는 머리의 회전이나 집중력이 상당히 떨어진다.이런 체질은 주로 정오를 넘어야 몸의 상태가 정상적으로 돌아오므로 주로 오후 시간을 이용해 중요한 일을 처리하는 것이 좋다.이런 사람이 아침형 인간이 되겠다고 새벽부터 왕성한 활동을 하게 되면 오후 내내 피로가 쌓여 일을 망치게 된다. 제일경희 한의원 강기원(39) 원장은 “아침형 인간이 유행이라고 모두 아침형 인간이 될 수는 없다.사람마다 체질이 다르기 때문이다.”며 “한방에서는 아침형 인간에 적합한 체질이 있고 그렇지 않은 체질이 있으므로 주의하여야 한다.”고 했다.그는 “아침형 인간이 유행이라고 무조건 유행을 따르다간 건강을 상하게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준규기자 hihi@ ■Q&A 아침형일까 저녁형일까 사람들은 각자의 체질이나 습관으로 ‘아침형’인지 ‘저녁형’인지가 구분된다고 한다.이를 구분하는 설문조사를 요약해 소개한다. 1.아침에 일어날 때는 어떤 상태인가? (1)완전히 정신을 차리고 출근할 준비가 된다.(2)일어난 지 10분 이상 지나거나 커피를 마시면 잠이 깬다.(3)최악이다. 2.중요한 시험의 시간을 선택할 수 있다면 언제로 하고 싶은가? (1)오전 8시에서 정오 사이 (2) 늦은 아침시간(오전 10시∼정오) (3)초저녁 3.휴일에는 언제 일어나는가? (1)평소처럼 일찍 일어난다.(2)평소보다 1∼2시간 늦게 깬다 (3) 점심 때쯤 눈을 뜬다. 4.모임이나 파티는 언제,어떤 형태를 좋아하는가? (1)오후의 티파티 형식 (2)저녁 시간에 술 몇 잔 하는 형태.(단,오전 1시 전까지는 꼭 귀가한다.) (3)저녁 늦게 시작해서 새벽까지 이어지는 모임.(날을 새야 파티는 제 멋이다.) 5.수업이 오전 5시에 시작한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1)일어나서 수업을 들으러 간다. (2)나중에 녹화 테이프를 본다. (3)전날 밤을 새웠다가 곧장 수업을 들으러 간다. 6.언제 가장 졸리는가? (1)점심식사 후 (2)오후 10시 이후 (3)아침 내내 7.내일은 쉬는 날이라면 오늘 몇 시에 잠자리에 들겠는가 ? (1)평소처럼 (2)평소보다 1∼2시간 늦게 (3)지쳐 쓰러질 때까지 안 잔다. 8.아침식사는 무엇으로 하는가? (1)무엇이든 반드시 먹는다 (2)시리얼이나 토스트 (3)거의 먹지 않거나 커피 한 잔 ●결 과 답변(1)이 가장 많은 경우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 사이가 가장 기분이 좋고,오후 2시반 께 가장 활발히 활동하며 아침 식사는 반드시 챙겨 먹어야 하는 ‘아침형’이다. 답변(2)가 가장 많은 경우 때에 따라 ‘아침형’ 또는 ‘저녁형’으로 변신할 수 있는 사람이다.일정한 수면과 기상 패턴을 유지하기 위해 신경써야 한다.오후에 피곤해지기 쉬우므로 점심을 되도록 가볍게 먹은 뒤 약10분 운동한다. 답변(3)이 가장 많은 경우 오후 8시부터 10시 사이 기분이 가장 좋고,저녁식사를 가장 잘 챙겨먹는 ‘ 올빼미형’.지적이거나 예술적 직업을 가진 사람이 많다. (영국 ‘스코티시 데일리 레코드’에서 발췌)˝
  • [공천반대 병단발표]경선불복 이인제·정몽준·김민석 대상 전문가들 “명단발표 문제될것 없다”

    5일 발표된 총선연대의 1차 낙천대상자 명단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당적을 자주 바꾼,이른바 ‘철새정치인’이 대거 포함된 점이다.당적 변경은 2000년 낙천·낙선운동 때는 문제삼지 않았다. 이같은 대상자 선정기준에는 최근 일반 유권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가 큰 영향을 끼쳤다.참여연대가 지난달 한길리서치에 의뢰해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철새정치인에 대한 심판여론이 부패·자질부족 정치인에 이어 세번째로 높았다.김기식 집행위원장은 “‘철새’의 기준을 두고 내부 논란이 있었지만 정략과 대세를 좇아 당적을 2차례 이상 옮긴 경우 퇴출정치인에 포함시키기로 했다.”면서 “단 경선 불복은 일반적 철새행태와는 다른 차원에서 민주주의와 정당질서를 훼손한다는 차원에서 예외없이 퇴출시키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지난 1997년 신한국당 대선후보 경선에 불복하고 탈당한 이인제 의원과 지난 2002년 대선정국에서 정몽준 후보로의 단일화를 주장하며 민주당을 탈당한 ‘후단협’ 소속 의원,김민석 전 의원 등이 당적 변경 횟수와 무관하게 명단에 포함됐다.총선연대는 그러나 대선 이후 한나라당을 탈당해 열린우리당에 입당한 이부영 의원 등은 ‘경선 불복’ 기준에 해당하지 않아 포함시키지 않았다고 밝혔다. 평가기준 가운데 그동안 논란이 됐던 ‘정책에 대한 판단’ 항목은 ‘우선 적용대상’에서 제외됐다. 전문가들은 이번 명단 발표에 대해 대체로 “문제될 만한 게 없다.”는 반응이다.고려대 경영학과 이필상 교수는 “시민단체가 유권자의 선택을 강제한다는 일부의 비판도 있지만 정보공개 차원에서 선택의 기준을 제시한 것이라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서 “공격받는 쪽은 억울할 수 있겠지만,뚜렷한 근거도 없는 음모론을 제기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다만 한양대 법과 남윤봉 교수는 “유권자로서는 속시원한 점도 있지만 당사자에겐 치명적인 리스트 작성 이외의 방안을 고려하면 좋겠다.”고 말했다.변협과 민변 등 법조계 단체들도 이날 명단 발표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한편 대검 관계자는 “이같은 행위는 사전선거운동에 해당하지만 시민단체들도 선거운동을 할 수 있고 명단 발표가 단순한 의견개진 행위에 불과하므로 위법성이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세영기자 sylee@˝
  • 원작 돋보이는 외화 2편

    원작 덕분에 더 돋보이는 외화 2편이 나란히 찾아온다.오는 16일과 20일 잇따라 개봉하는 ‘런어웨이(Runaway Jury)’와 ‘페이첵(Paycheck)’은 세계적 베스트셀러 원작소설의 후광을 업은 액션스릴러물이다. ‘런어웨이’는 ‘타임 투 킬’‘펠리칸 브리프’‘의뢰인’ 등의 추리소설을 히트시킨 존 그리샴의 작품.또 ‘페이첵’은 ‘블레이드 러너’‘마이너리티 리포트’ 등을 발표해 전설적인 SF소설가로 꼽히는 필립 K 딕의 단편소설이다.원작의 글맛이 스크린에 어떻게 녹아들었을지 기대해 봄 직하다. 런어웨이 더스틴 호프먼·진 해크먼·존 쿠삭 등 선굵은 스타들의 포진이 무엇보다 눈에 띈다.어이없는 총기난사 사건으로 하루아침에 남편을 잃은 여자가 시민에게 총기를 함부로 판매한 무기회사를 상대로 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한다.하지만 문제의 무기회사는 소송에 패한 적이 없다.재판에 참석할 배심원들을 배후에서 교묘하게 조종하는 배심원 컨설턴트 랜킨 피츠(진 해크먼)가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배심원 컨설턴트란,배심원들을 움직여 재판을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어내는 일종의 로비스트.법정스릴러의 외형을 띠고 있지만,극을 끌어가는 핵심소재를 따지면 영화는 좀더 특별해진다.피고와 원고 당사자들이 사건 자체에 대해 갑론을박하는 게 아니라,재판을 유리한 쪽으로 이끌기 위해 배심원들을 놓고 밀고당기는 신경전을 벌인다. 더스틴 호프먼의 역할은 무기회사 전직 간부까지 확보하는 등 사회질서 회복을 위해 애쓰는 양심적인 변호사 웬델 로.하지만 배심원들을 ‘요리’하는 데 고도의 노하우를 가진 피츠를 감당하기가 힘들다.스릴러 영화에서 빠질 수 없는 양념이 음모이론.영화는 두사람의 대결구도에 제3의 캐릭터를 던져넣어 지능게임의 재미를 안긴다.배심원인 이스터(존 쿠삭)의 여자친구인 말리(레이철 와이즈)가 피츠와 로 양쪽 모두에게 1000만달러의 거액을 주면 배심원들을 매수해 소송을 이기게 해주겠다며 접근해온다.이스터는 배심원단의 분위기를 주도할 수 있는 핵심멤버. 드라마의 치밀함이나 화끈한 반전은 기대할 수 없다.그러나 배심원들의 이면세계와 ‘배심원 컨설턴트’라는 이색직업을 들여다보는 재미는 색다르다.처음으로 호흡을 맞춘 더스틴 호프먼과 진 해크먼 두 중견배우의 원숙한 연기도 원작의 자존심을 살리는 데 큰 몫을 했다. 페이첵 할리우드로 진출해 ‘페이스 오프’‘미션 임파서블’‘윈드토커’ 등 화제작을 잇따라 내놓은 우위썬(오우삼) 감독의 새 영화.지성파 배우 벤 애플렉과 최근 ‘킬 빌’에서 날렵한 사무라이 액션을 선보였던 우마 서먼이 손을 잡았다.할리우드 최고 흥행감독으로서의 입지를 다진 감독은 필립 K 딕의 미래소설에 속도감과 스펙터클이 어우러진 특유의 액션을 버무려 SF액션스릴러의 성찬을 차려냈다. ‘미래를 볼 수 있다면 어떨까,행복할까?’ 영화는 노골적으로 이런 화두를 던지며 드라마를 풀어나간다.영화 속의 세상은 기계문명의 발달 정도가 아찔할 수준이다.신기술 개발에 매달리는 천재공학자 마이클 제닝스(벤 애플렉)는 프로젝트가 완성될 때마다 기업보안을 위해 기억제거 프로그램으로 기억을 삭제당한다.3년간의 장기 프로젝트에 참여한 뒤 거액을 받기로 했으나,얼마 뒤 기억만지워진 채 그가 스스로 돈을 포기했다는 어처구니없는 통보를 받는다. 영화는 음모론을 일찍부터 드러내며 디스토피아적 메시지를 확장해간다.애플렉은 내용이나 형식에서 음모론의 중심에서 한 발짝도 멀어지는 법이 없다.그가 나오지 않는 화면이 거의 없을 정도.그가 비밀을 푸는 데 주어진 단서는 버스표,스프레이,오토바이 열쇠 등 전혀 연관성이 없는 19개의 물건이 전부다.애인이었던 레이철(우마 서먼)의 도움을 받아 제닝스는 기억의 조각들을 하나둘 맞춰나간다. 누군가에 의해 잃어버린 기억을 되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애플렉의 심리묘사와 액션 장면은 팬들을 설레게 할 만하다.선굵은 액션에 이런저런 치장없이 ‘날 것’의 연기를 보여주기는 처음인 듯하다. 그러나 너무 큰 기대는 갖지 않는 게 좋겠다.우연의 남발 탓에 지능게임을 즐기기엔 답답하고,그렇다고 통 큰 액션을 즐기기엔 양이 차지 않는다.주인공이 위기에서 벗어나는 결정적 장면에서 느닷없이 흰 비둘기가 날아오르는 ‘우위썬 스타일’은 이번에도 변함없다. 황수정기자 sjh@
  • “찰스가 살해 음모”다이애나, 집사에 보낸편지 공개

    |런던 연합|다이애나 전 영국 왕세자비가 자신을 살해하려는 음모를 꾸미고 있다고 지목한 왕실 인사가 찰스 왕세자였다는 사실이 공개돼 파문이 일고 있다. 영국 타블로이드 신문 데일리 미러는 다이애나비가 사망 10개월 전 집사인 폴버렐에게 보낸 편지에서 찰스 왕세자가 교통사고를 꾸며 자신을 살해하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고 6일 폭로했다. 다이애나는 편지를 쓴 뒤 10개월 만인 1997년 8월31일 파리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로 애인이었던 도디 파예드와 함께 사망했다. 데일리 미러는 이날 1면 톱 기사를 통해 다이애나가 “남편이 재혼을 위해 내 차에 사고를,브레이크 파열과 머리에 중상을 입히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주장했다면서 편지 원문 전체를 공개했다. 다른 영국 언론들은 명예훼손 소송 등 법적 분쟁을 피하기 위해 찰스 왕세자의 이름은 거명않은 채 살해 음모론의 주인공으로 거론된 왕실 고위 인사의 신원이 밝혀졌다고만 보도했다. 이같은 보도는 왕실 검시관의 지휘로 다이애나와 도디의 사망 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영국 당국최초의 조사가 시작된 가운데 나온 것이다. 마이클 버지스 왕실 검시관은 이날 런던에서 청문회를 열어 다이애나 사망을 둘러싼 음모론에 대해 조사해줄 것을 런던 경찰청에 요청했다고 밝히면서 “언제,어디서,어떻게 사망 원인이 발생했는지에 초점을 두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데일리 미러는 버렐이 다이애나의 자필 편지를 증거로 제출하게 되면 신원 공개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해 미리 이름을 밝히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자서전 ‘왕실에 대한 의무’에서 다이애나가 교통사고를 가장한 살해 음모를 두려워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최초로 공개했던 버렐은 “이름이 끝까지 공개되지 않기를 원했다.”고 밝혔다. 한편 찰스 왕세자의 가까운 친구들은 “왕실에 깊은 상처를 주는 무책임한 일”,“책과 신문의 판매 부수를 확대하기 위한 잔인한 상업주의의 산물”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 깊어가는 한나라당 내홍

    한나라당 내분이 악화일로를 달리고 있다.2일 양정규·신경식·최돈웅·박원홍·이경재 의원 등 한나라당 시·도지부 위원장들은 당무감사 결과 문서유출 파문과 관련,‘구당(救黨)모임’을 갖고 공천심사위의 재구성 등을 최병렬 대표에게 요구했다.그러나 최 대표는 “한번 정해진 것은 원칙대로 가야 한다.”며 이를 일축했다. 시·도지부장들은 대책모임에서 “지도부가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 ▲비상대책위 즉시 해체 ▲빠른 시일내 국회의원·지구당위원장 연석회의 개최 ▲공천신청 및 심사연기 ▲공천심사위 재구성 ▲명예가 실추된 의원·지구당위원장에 대한 가시적 명예회복조치 등을 주장했다. 모임의 대변인 격인 박원홍 의원은 이같은 방안을 들고 최 대표와 단독 회동을 했으나,현격한 입장차만 확인했다.박 의원에 따르면 최 대표는 “비대위원장을 겸임한 이재오 총장이 물러남으로써 비대위는 사실상 해체된 것이며 국회의원·지구당위원장 연찬회는 열 수 없고,당헌당규상 적법한 절차를 거친 공천신청과 심사연기는 연기할 수 없으므로 강행한다.”면서 이들의 요구를 명백히 거절했다. 최 대표는 이날 상임운영위에서 양정규·이해구·남경필·신경식 의원 등이 “(공천심사) 일정을 잠깐 늦추고 가지 않으면 엄청난 부작용이 일어날 것”이라며 속도조절을 공식요청했으나 다음 일정을 이유로 회의장을 떠났다. 이에 서청원 전 대표측은 “지도부가 공천심사 일정을 감행하겠다는 것은 분란을 자초하는 짓이며,사당화를 위한 공천신청에는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특히 서 전 대표는 연찬회 개최와 관련,지난 1일 자택에서 “국회의원 70명의 서명을 받은 것을 거부한다는 것은 당헌·당규에 어긋나는 얘기로 법적으로 문제가 될 것”이라며 “(최 대표가) 동의하지 않을 경우 법적 대응을 하게 되면 망신당한다.”고까지 말했다.박원홍 의원도 “당헌당규에 의하면 2개월마다 연찬회를 정기소집하게 돼있고 5분의1 이상이 요구하면 의원·지구당 연석회의를 개최하게 돼 있다.”고 반발했다. 그러나 김문수 공천심사위원장은 “3일부터 시작하는 공천신청에 응하지 않으면 공천을 받지 못할 것”이라면서 “공천을 원하는 사람들은 줄을 서있고 현역의원들을 물갈이 해달라는 요구가 대단히 높다.”고 말해 정면대결을 불사하겠다는 태도를 분명히 했다. 서 전 대표를 중심으로 하는 비주류측은 최 대표가 끝내 요구안을 거부할 경우 공천심사위를 물리적으로라도 저지할 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또한 일부 의원들만이라도 연찬회를 개최할 뜻을 밝혔다. 이번 사태는 특히 최 대표와 서 전 대표간의 감정싸움 양상으로 비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적어도 단기간내 해결 전망을 더욱 어둡게 하고 있다.최 대표는 1일 신년인사차 김영삼 전 대통령의 자택을 방문한 자리에서 “문건 유출 경위는 누군가 당을 혼란스럽게 하려는 의도로 고의로 유출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말해 사실상 서 전 대표측을 겨냥했다.서 전 대표측은 “최 대표의 측근 중 한명이 흘렸을 것으로 의심되는 여러 정황까지 있는데 우리를 겨냥한 것은 적반하장”이라고 역공하는 등 서로 ‘음모론’을 거론하는 상황이다. 이지운기자 jj@
  • ‘공천문건’ 파문 확산일로/성토장 된 한나라 의총

    한나라당 의원들을 A∼E등급으로 분류,공천에 반영하려 했던 당무감사 문건 파문이 일파만파다.‘자료는 무효며 고의 유출이 아니다.’라는 지도부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30일 국회 의원총회장은 의원들의 분노로 폭발했다. 특히 서청원 전 대표와 신경식·하순봉 의원 등은 대책모임을 갖고 최병렬 대표의 사퇴를 요구하는 서명작업에 착수,주류와 비주류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최 대표는 진상조사와 책임자 문책 선에서 진화하려 했지만 C 이하 등급을 받아 언론에 ‘공천불확실’로 취급된 의원들은 지도부 사퇴와 비상대책위 해체를 거듭 요구했다. 권철현 의원은 “윗단계에서 조작된 흔적이 보이고 비주류·영남 물갈이의 냄새가 난다.”면서 ‘음모론’을 제기했다.박종웅 의원도 ‘살생부’‘정치적 학살행위’로 규정하며 “한나라당에 하나회 키우느냐.”고 쏘아붙였다. 불똥은 공천심사위로도 튀었다.하순봉 의원은 문건 유출 의혹을 받는 김문수 공천심사위원장의 교체를 주장한 뒤 “사퇴하지 않으면 공천 신청을 않겠다.”고 압박했다.박원홍 의원은“‘이회창 전 총재 측근은 공천 않겠다.’고 해온 홍준표 공천심사위원도 물러나라.”고 가세했다. 불출마 선언을 한 김찬우 의원은 “죽은 놈한테 칼로 난도질해도 유분수”라며 섭섭함을 감추지 못했다.박헌기 의원은 도연명의 귀거래사를 빗대어 “돌아서는 모습을 아름답게 해주지 못할망정 부관참시해서 되겠느냐.”고 거들면서도 “분을 삭이자.”고 달랬다. 남경필 의원 등 소장파들은 이번 사태로 인해 공천 혁명이 좌초돼선 안 된다는 입장을 견지했다.남 의원은 “사고가 났다고 달려가는 기차를 멈출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재오 총장은 “5·6공 때 감옥 간 사람은 한나라당에 존재 못하느냐.”면서 “날 사퇴시키려면 당기위에 회부하라.”고 말했다.최 대표는 노 대통령에 대한 검찰수사 결과에 제대로 대응도 못하고 ‘적전분열’ 양상을 표출한 데 대해 못내 아쉬운 듯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설득했으나 의원들은 냉담했다.향후 진상조사 결과에 따라서는 당이 내분사태로 치달을 조짐마저 감지된다. 박정경기자 o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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