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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놀란 감독 SF블록버스터 ‘인셉션’ Up & Down

    놀란 감독 SF블록버스터 ‘인셉션’ Up & Down

    2008년 ‘다크 나이트’가 공개됐을 때 전 세계 영화계는 경악했다. 도무지 허점을 찾아보기 힘든 걸작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무결점 영화로 갈채를 받았던 ‘천재’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2년 만에 새 작품을 공개한다. 타인의 생각을 훔친다는 상상력을 바탕으로 만든 공상과학(SF) 액션 스릴러 ‘인셉션’(Inception)이다. 놀란 감독이 연출에, 시나리오에, 제작까지 맡았다. 16살 때 처음 아이디어를 떠올렸고, ‘메멘토’를 통해 세상에 존재감을 드러낸 10년 전부터 구체화시켰다는 역작이다. 청춘 스타의 허물을 벗고 연기파로 거듭나고 있는 레오나드로 디카프리오가 주연을 맡아 기대를 더욱 부풀린다. 21일 개봉하는 ‘인셉션’이 올 여름 국내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지 ‘업(Up) & 다운(Down)’으로 살펴봤다. [UP] 147분이 짧다! ‘이게 꿈이야, 생시야?’ 우리에겐 우주만큼이나 미지의 세계인 사람의 뇌, 기억, 꿈 등을 소재로 했다는 자체가 호기심을 자극한다. 물론, 비슷한 소재를 다룬 SF 영화는 ‘인셉션’이 처음은 아니다. 우선 워쇼스키 형제의 ‘매트릭스’ 시리즈(1999~2003)가 떠오른다. ‘13층’, ‘엑시스텐즈’(이상 1999), ‘다크 시티’(1998), ‘쟈니 니모닉’(1995·국내 개봉 제목 코드명 J), ‘토탈 리콜’(1990) 등이 세기 말에 집중되며 관객들을 즐겁게 만들기도 했다. 전작들이 대개 기억과 가상 현실을 기반으로 했다면, ‘인셉션’은 꿈과 무의식까지 한발 더 나아간다. 21세기에 걸맞은 화려한 액션과 스펙터클, 순애보도 씨줄날줄로 촘촘하게 엮으며 관객들의 시선이 허투루 새나갈 여지를 없앤다. 주인공들은 평면적인 꿈의 세계가 아니라, 꿈속에서 또 꿈을 꾸고, 꿈속의 꿈속에서 또 다시 꿈을 꾸는 다층적인 세계를 롤러코스터처럼 넘나들며 종횡무진 활약을 펼친다. 현실에서의 5분은 첫 번째 꿈속에선 1주일이고, 꿈속의 꿈에서는 6개월이고, 꿈속의 꿈속의 꿈속에서는 10년이라는 설정 등은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헤어나오기 힘든 꿈의 밑바닥을 의미하는 림보, 다른 사람의 꿈속인지 아닌지 확인할 수 있는 물건을 뜻하는 토뎀, 강제적으로 꿈에서 깨어나게 하는 방법인 킥 등 세세한 설정이 많아 복잡하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놀란 감독의 출세작인 ‘메멘토’에 견주면 양반이다. 앞서 많은 작품들이 꿈과 기억의 문제를 사회 전체 시스템 문제까지 연결짓곤 했는데, ‘인셉션’은 도둑질이라는 상당히 ‘형이하학적’인 수준으로 끌어 내리며 오락 요소를 강화한다. 무의식에 침투해 비밀을 훔치거나 새로운 기억을 심기 위한 작업 과정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잘 만들어진’(웰-메이드) 범죄 스릴러를 보는 느낌이다. 무엇보다 무엇이든 가능한 꿈속을 재현하기 위해, 상상 이상의 것을 보여주는 게 아니라 상상의 끝을 보여주기 위해 무려 2억달러(약 2400억원)라는 제작비가 투입됐다. 여기에서 빚어진 스펙터클은 혀를 내두르게 한다. 파리 길거리의 슬로 모션 폭발 장면, 세상이 폴더 휴대전화처럼 접혀지는 장면, 호텔 복도에서의 무중력 격투 장면 등은 명장면으로 꼽아도 손색이 없다. 147분이라는 긴 상영 시간이 짧게 느껴진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Down] 상상 그 이하! “상상 그 이상을 보게 될 것이다.” 영화 ‘인셉션’에 대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자부심은 꽤 대단했다. 영화에 대한 자화자찬이야 주연배우의 의무일 수 있겠지만 그 스스로 ‘새로운 개념의 블록버스터’, ‘영화혁명’이란 수식어를 붙이며 관객들에게 큰 기대감을 심어줬으니. 미안하지만 이런 말을 돌려주고 싶다. “디카프리오, 상상 그 이하를 봤다.” 사실 이 영화는 홍보 단계부터 ‘매트릭스’(1999)의 상상력과 ‘다크 나이트’(2008)의 스케일이 혼합돼 있다고 주장해 왔다. 비교 한번 해보자. 일단 매트릭스는 모든 사람들이 생각을 조종당하고 있다는 거대한 음모론을 통해 인간의 실존 문제를 제기한다.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든 뒤 ‘배고파도 실존이 낫느냐.’와 ‘배부른 가상이 낫느냐.’의 질문을 던진다. 권력, 더 나아가 사회에 의해 침식되고 있는, 인간 주체성에 대한 일종의 철학적 고민이다. 하지만 인셉션이 사용하고 있는 인간의 꿈과 무의식은 영화의 소재로 그칠 뿐이다. 꿈과 무의식이란 의미심장한 심리학적 주제를 차용해 놓고 더 나아갈 생각이 없다. 냉철한 해부가 없다. 환자를 수술대 위에 올려놓고 열심히 메스만 바라보다 수술을 끝낸다. 그저 “남의 꿈속에서도 나의 무의식을 마주칠 수 있다.”는 메시지가 전부다. 매트릭스의 상상력과 철학적 고민이 아쉽다. 다음으로 다크 나이트를 보자. 놀란 감독은 닳고 닳은 ‘배트맨’ 시리즈를 대중과 평단의 지지를 한몸에 받는 역작으로 탈바꿈시켰을 정도로 대단한 감수성을 지녔다. 그 특유의 긴박감은 인셉션에서도 엿볼 수 있다. 하지만 인셉션은 스스로 만들어 낸 복잡한 개념들을 관객에게 이해시키느라 어지간히 힘을 뺀다. 그러다 갑자기 스케일이 큰 장면을 삽입시키고, 다시금 복잡한 개념설명을 이어가는 순환구조다. 비주얼 테크놀로지가 자연스럽게 묻어나는 게 아니라 잠시 쉬어가는 코너로 보일 뿐이었다. 그만큼 서로 엇갈린다. 끝으로 마지막 반전. 글쎄다. 예상됐었다. 기자가 접신(接神)한 점쟁이 같은 혜안(?)을 갖지 않았음에도 영화를 보면서 왠지 그럴 것 같았다. 관객들이 마지막 부분에서 머리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을 느껴보길 원했다면, 유감스럽게도 실패다. 번뜩임이 없는, ‘아쉬운 대작’이었다. 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 “美 달러화 구제불능 될수도… 단일화폐 출현”

    “美 달러화 구제불능 될수도… 단일화폐 출현”

    “미·중 간 환율과 무역전쟁이 벌어지지 않도록 기여해 달라.” 원자바오 중국 총리는 지난 3월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개발포럼(CDF)에 참석, 다국적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에게 이처럼 당부했다. 30년의 개혁·개방으로 옹골차게 영근 과실을 다듬고 있는 ‘미래의 나라’ 중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2008년을 ‘팍스 시니카(중국 중심의 세계질서)’시대의 개막으로 규정했다. 미국 하버드대학의 닐 퍼거슨 교수가 “금융위기로 미국의 경제 영향력이 쇠퇴한다.”며 내놓은 ‘차이메리카(미·중의 상호의존)시대의 종말’을 뜻한다. 지난 6월 중순 베이징 차오양(朝陽)구 한국비즈니스센터(KBC). ‘화폐전쟁 1·2’의 저자인 쑹훙빙 환구재경연구원장(環球財經硏究院長)은 “다음 세대에는 미 달러화가 구제불능이 될 수 있다.”며 “단일화폐가 출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금본위제 예언에서 진일보한 발언이다. 청바지에 티셔츠 차림으로 나타난 그는 90분 동안 속사포처럼 얘기를 풀어갔다. ‘화폐전쟁1, 2’의 감수자인 박한진 코트라 베이징 무역관 부관장이 대담에 참여했다. ‘화폐전쟁’은 음모론이 아닌 역사적 사실에 작가의 상상력을 더한 삼국지 같은 ‘팩션’이다. 최근 중국과 한국에서 잇따라 베스트셀러에 이름을 올렸다. 하룻밤 새 수십억 달러가 증발하고, 주식시장과 환율이 롤러코스터를 타는 황당한 시대에 오히려 합리적인 준거 틀을 부여한다. →‘화폐전쟁2’가 다시 베스트셀러에 이름을 올렸다. 집필 동기는. -쑹훙빙(이하 쑹) 1편을 기초로 세계와 서방의 금융 인맥을 심층적으로 정리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1편이 ‘화폐 발행권(發行權)’에 초점을 맞췄다면, 2편은 화폐 발행권을 장악한 ‘공동체’에 집중했다. 심층적 역사자료를 바탕으로 썼기에 더 힘들었다. 원고를 탈고한 뒤 흰머리가 늘었더라(웃음). -박한진(이하 박) 쑹 원장이 단순히 음모론을 전하려 책을 썼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금융파워가 세계 질서의 우열을 가른다는 메시지를 ‘시나리오 플래닝 기법’으로 전달한 것이다. →(책에서 언급된)단일화폐는 어떤 식으로 이뤄지나. -쑹 유로화 위기가 불거진 가운데 2011~2014년 영·미·일이 2차 위기를 맞을 것이다. 일종의 ‘신용위기’다. 영국과 일본은 2011~2012년, 미국은 2012~2014년에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브레턴우즈 체제 붕괴 뒤 미국 통화공급 시스템 모니터링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위기가 지나간 뒤 ‘신용국가’가 형성되는데, 2024년쯤 세계 단일화폐 체제가 도래한다. 전제조건은 화폐·재정·세수의 세 분야를 통합하는 것이다. 화폐만 통합한 유럽연합(EU)이 어려움을 겪는 이유다. 과도기를 이끄는 주체는 국제통화기금(IMF)이 될 것이다. -박 단일화폐 출범이 14년이란 짧은 기간에 가능할지 의문이지만, 글로벌경영 확산으로 국제표준화기구(ISO)가 제정·보급됐듯이 표준화폐 형태로 등장할 수 있다고 본다. →단일화폐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많다. -쑹 유로화에 대한 의구심은 산재해 있다. 앞서 말했듯이 유로화 자체가 아닌 EU 국가별 재정과 세수 차이에서 오는 문제다. 유럽중앙은행(ECB)이 주체가 돼 통합해야 한다. ECB는 일종의 초주권국가 역할을 하면서 EU의 완전한 통합에 일조할 것으로 본다. 시나리오는 영·미·일 신용위기→3개국 금융정책 단일화→IMF의 화폐·재정·세수 통일→세계 단일화폐 도래로 요약된다. 가능성은 지난해 IMF의 특별인출권 행사로 엿볼 수 있었다. -박 단일화폐라고 화폐를 함께 찍어 쓰는 것을 의미하진 않는다. 1960년대 미국 달러가 불안해지자 금과 달러에 이은 국제통화 필요성이 대두됐고, 그 결과 등장한 게 IMF의 특별인출권이란 사실을 상기해 보라. →한·중·일 경제블록 가능성에 대해 말해 달라. -쑹 자체 내수시장이 작은 한국은 중국을 일종의 글로벌 시장으로 보고 있다. 통합효과는 가시적으로 나타나리라고 본다. 중·저급 제품으로 세계시장을 공략했던 중국 기업은 아직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에 민감하게 반응하지는 않는다. 반면 첨단분야에서 상호 경쟁하는 한·일은 사정이 다르다. 블록 형성의 핫이슈는 역시 단일화폐 구축이다. 이들이 아시아 단일화폐를 구축한다면, 세계 단일화폐에 대항하며 경제 자주권을 지키는 방파제가 될 것이다. -박 한·중·일 관계가 수직분업에서 수평분업으로 접어들면서 역내 경제규모 확대와 고부가가치 창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중국경제의 버블 가능성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쑹 정부의 통제력이 강해 버블붕괴 위험성은 낮다. 4개 주요 은행도 모두 국책은행이다. 정부가 최근 시행한 부동산 규제정책은 이미 효과를 보고 있다. 다만 부동산 시장은 앞으로 2년간 장기침체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경제성장률이 안정된다는 가정 아래서다. -박 중국 경제의 40%가량이 부동산에 의존한다. 하지만 버블 붕괴론은 서방의 주장이다. 주권반환 이후 홍콩경제의 몰락, 외환위기 이후 중국 위안화 평가절하, 2000년대 초·중반 중국 금융 붕괴론 등 서방의 예상은 모두 빗나갔다. →한국과 중국의 금융 시스템을 비교해 달라. -쑹 시스템 자체가 너무 달라 비교가 어렵다. 다만 IMF 외환위기를 겪으며 한국 금융기관이 체질개선을 하는 동안 대주주가 외국계로 많이 바뀌었다. 이는 투자자들을 시스템적으로 오도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외국계 대주주들은 앞으로 어디서 문제가 불거질지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위기 때마다 한국의 부실자산을 사들여 부를 축적할 수 있다. -박 금융 규모는 중국이 크지만 내용은 한국이 알차다. 덩치를 키울 것인지, 체질을 강화할 것인지는 양국 모두의 고민이다. →‘화폐전쟁2’에서 1983년 KAL기 격추사건의 배후에 대해 언급했다. -쑹 미국 금융재벌 반대편에 섰던 로렌스 패튼 맥도널드 하원의원의 KAL기 탑승에 주목했다. 그래서 미국 굴지의 금융가문들이 배후에 있을 것으로 추론했다. 기존 자료를 바탕으로 가능성을 언급한 차원이다. →후진타오 정부가 안고 있는 가장 큰 과제는. -쑹 바로 부동산 문제다. 중국 경제의 큰 그림자다. 정치나 국민생활과 직결된다. 다행히 중국 정부는 무엇이 문제인지 알고 선제적 조치를 취했다. -박 ‘선부론’에 기초한 양적 급팽창은 지역·도농·계층간 격차를 키웠다. 중국의 출구전략은 금리인상이 아니라 체질개선, 즉 구조조정이다. →한·중 관계를 위한 대안은. -쑹 정치적으로 미·영과 같은 의견교환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 지속적이고 상시적 협의체가 절실하다. 특수관계를 구축하고 공동 이익을 추구해야 한다. 경제적으로는 공동기금을 마련해 신용위기 등 어려움에 처했을 때 해결하도록 해야 한다. 노동력 교환 시스템도 필요하다. 공동이익을 위한 기제를 만들어야 하는데 우선 단기과제를 해결하면서 공동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박 경제의 새 틀이 필요한데 한·중 FTA가 대안이 될 수 있다. 교류 확대의 장애 요소들을 제거하는 방향으로 가면 된다. sdoh@seoul.co.kr ●박한진 코트라 베이징 무역관 부관장이다. 상하이 푸단대 박사과정을 마쳤다. 전문분야는 중국 거시경제, 위안화 환율동향 등이며 ‘10년 후 중국’ 등 11권의 저서가 있다. ●쑹훙빙(宋鴻兵) 국제 금융학자로 2008년 저서 ‘화폐전쟁’을 통해 금융위기를 정확히 예측했다. 미국 유학 경험을 바탕으로 다국적 기업과 금융기관에서 일했다. 현재 환구재경연구원과 잡지 ‘환구재경’을 운영하고 있다. 중국의 대표적 싱크탱크로 정·재계 실력자들과 교류하고 있다. ■ 오상도 특파원 기회와 도전의 현장에 가다 “중국을 제대로 보고 있는가?” 중국이 우리에게 문호를 열고 교류한지 올해로 18년째. 이제 질문에 답을 해야할 때가 왔다. 씨줄과 날줄이 빽빽이 교차하듯 대륙 곳곳에 공장과 마천루가 들어서고, 공공프로젝트는 도시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10일간 대륙을 돌아보며 중국 경제와 기업, 소비자에 대해 ‘리포트’를 꼼꼼히 작성했다.
  • [열린세상] ‘반구대 암각화’ 논란에서 소통의 정치를/김진 울산대 철학 교수

    [열린세상] ‘반구대 암각화’ 논란에서 소통의 정치를/김진 울산대 철학 교수

    반구대 암각화(국보 제285호)는 세계 유일의 고래 관련 선사유적지로서, 신석기 및 청동기 시대의 그림 300여점이 새겨져 있는 한국문화의 보배이자 인류가 공유해야 할 귀중한 유산이다. 그런데 이 소중한 유산은 1965년 사연댐이 축조되면서 해마다 4~8개월 침수 상태에 처하였고, 수몰 45년 만에 결국 암각화의 형체조차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훼손되는 위기를 맞게 되었다. 문화재청과 울산광역시는 지난 2003년부터 반구대 암각화 보존 방안에 대한 논의에 착수했다. 그러나 사연댐의 수위를 암각화의 표고에 맞추어 50m로 낮추라는 문화재청의 주장과, 울산시민의 식수 문제를 고려하여 차수벽 설치 등 보완대책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울산광역시 사이의 의견 대립이 7년 이상이나 지속되었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에 의하면 반구대 암각화의 연간 경제적 가치는 4926억원으로, 약 3000억원의 창덕궁이나 고려대장경의 경제적 가치를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월11일, 정부 당국은 반구대 암각화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잠정 목록에 등재했지만, 반구대 암각화의 보존 대책을 놓고 입장 차이를 좁히지는 못했다. 6월18일, 울산광역시는 반구대 암각화 보존을 위한 우선적 조치로서 사연댐의 수위를 52m로 조절하겠다고 전격 발표했다. 식수문제의 미해결에도 불구하고 암각화 보존을 최우선 과제로 수용한 것이다. 우리는 정부 차원에서의 식수문제 해결 노력과 그에 대한 울산시의 신뢰가 이러한 합의를 도출해 냈다는 점에서 상호소통을 위한 건강한 사례로 높게 평가한다. 반구대 암각화는 1971년에 학계에 처음 보고되었다. 사연댐이 축조된 지 6년 만이었다. 주민들과 일부 인사들은 당시 암각화의 존재를 인지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근대화 사업의 일환으로 추진하는 사업을 저지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발굴 후 24년이 지나도록 국보 지정(1995년)을 미룬 것이나, 수몰 후 30년이 지나서야 수몰된 암각화의 보존 방안을 생각했다는 것은 문화재청의 직무유기가 아닐 수 없다. 지난 2005년, 선사시대의 군락지가 밀집한 대곡천과 천전리 일대에 또 하나의 대형댐이 축조되었는데, 이 지역에서도 2~7세기의 신라고분 1100기 등 수많은 유물들이 발굴, 출토됐다. 이 유물들은 지금 대곡댐 박물관에 보존되어 있다. 문화재청과 정부부처들이 보존과 개발 정책을 신중하게 집행했더라면 선사시대의 유적지인 이곳에 두 개의 대형댐을 건설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반구대 암각화 보존을 위한 논란 과정을 통하여 우리 시대의 의사소통 문제를 성찰할 필요가 있다. 지방선거 이후의 정국에서 세종시 수정안, 4대강 사업, 천안함 안보리 회부와 참여연대의 이의 서한 등 계속되는 불화와 분쟁은 진정한 의미의 소통적 처방을 요구하고 있다. 모든 사람들이 자기 감정과 자기 주장에만 집착한다면 어떤 합의와 평화도 기대할 수 없는 것이다. 정치인들은 당파적 이익 주장을 합법성으로 포장하여 세종시 수정안을 폐기했지만, 뜻있는 시민들은 이 문제가 결국에는 국민 전체의 의사를 물어야 할 사안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아직도 전쟁상태를 벗어나지 못한 우리나라가 행정 기관만을 지방에 옮겨놓고서 국가안보의 위급사태를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생명의 논리로 4대강 개발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울산의 태화강에서 자기주장의 한계를 볼 것이다. 태화강 준설 및 하구보 철거 과정에서도 반대가 극성을 부렸으나, 태화강은 연어떼가 찾아오는 국제적인 생태하천으로 거듭났으며 해마다 성대한 물축제가 열리고 있다. 정연주의 괴물론이나 참여연대의 음모론조차도 아직까지는 우리 사회가 감당할 정도로 건강하다. 그러나 너무 앞서 나가지 말아야 한다. 불과 100년 전에 우리의 민족 지도자들은 무국적자의 설움에 고통 받았으며, 우리는 지금 이 순간에도 북한 지도부의 ‘불바다’ 위협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진정으로 바라는 것은 소통의 정치를 통해 이 난국을 타개하는 것이다.
  • “상반기 흑자인데…” 현대 이유있는 항변

    “상반기 흑자인데…” 현대 이유있는 항변

    현대그룹과 외환은행의 재무구조 개선약정(MOU) 교환이 지난 25일 세 번째 무산되면서 주채권 은행인 외환은행을 중심으로 현대그룹에 대한 제재방안 논의가 구체화되고 있다. 44년간 이어온 현대그룹과 외환은행의 ‘인연’도 파국으로 치닫는 분위기다. 1967년 한국은행에서 분리돼 출범한 외환은행은 현대그룹과 ‘외환위기’ 등 역사의 굴곡을 함께 해 왔다. 현대그룹으로선 배신감을 느끼는 표정이다. 27일 금융권과 현대그룹에 따르면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을 중심으로 14개 채권기관들은 은행업 감독규정에 따라 현대그룹에 신규여신 중단은 물론 만기여신에 대한 연장거부를 검토하고 있다. 반면 현대그룹은 “외환은행에서 빌린 대출금 1600억원을 모두 갚아 주채권은행을 변경한 뒤 재무구조 평가를 다시 받겠다.”는 입장이다. 만약 국책은행이 주채권은행을 맡을 경우 외국계 사모펀드가 대주주인 외환은행보다 공정한 평가가 이뤄질 것이란 기대감에서다. 금융권에 따르면 외형적으로 산업은행이 현대그룹의 전체 여신 1조 5000억원 가운데 1조원을 갖고 있다. 이어 외환은행(1600억원), 농협(1200억원), 신한은행(1000억원) 등의 순이다. 그룹 측은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직후 외국계로 주인이 바뀐 외환은행은 자금지원에 인색했다.”고 주장했다. ●“재무구조 평가 다시 받겠다” 현대그룹은 외환위기 이후 흔들림 없이 정착한 채권단 주도의 ‘기업 평가’에도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평가가 정교해졌다지만 여전히 비계량요인에 대한 시각차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룹 입장을 정리하면 ▲주채권은행 변경의 전례가 있는데도 외환은행이 이를 거부하고 있고 ▲현대상선의 하반기 ‘어닝서프라이즈’ 가능성 등 비재무평가 항목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으며 ▲외국계 사모펀드가 대주주인 외환은행이 매각 절차 중에 있어 과단성 있는 업무추진이 어렵다는 것이다. 지난 5월 재무구조평가 진행 중 결과가 유출되면서 ‘기밀유지’원칙이 깨졌다는 점도 불만이다. 주채권은행 변경은 채권단 설명과 달리 2002년 SK그룹(제일→하나), 롯데(한빛→조흥), 동부와 동국제강(서울→산업) 등 전례가 많다. ●“비재무부분도 평가 제대로 안 돼” 현대상선의 경영수지 개선도 아쉬운 대목이다. 그룹 측은 “올 1·4분기 116억원의 영업이익을 실현한 데다 2분기 역대 최고 실적을 거둘 전망인데 외환은행은 비재무평가 부분을 합리적으로 고려하지 않은 채 약정교환을 밀어붙이려 한다.”고 강조했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재무약정 얘기가 나온 뒤 해외 거래처로부터 부도나는 것 아니냐는 문의전화가 빗발쳤다.”고 우려했다. 약정교환은 무엇보다 현대그룹이 ‘절치부심’ 준비해 온 현대건설 인수를 어렵게 만든다. 약정을 맺으면 부실계열사 정리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이어져 덩치 큰 새식구를 맞이하는 데 장애가 된다. 그룹 모태인 현대건설은 그룹 매출(금융계열사 제외)의 약 80%를 차지하는 현대상선 지분 8.3%를 보유해 인수전은 향후 그룹 경영권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5월17일 시장에 현대그룹 재무약정 교환 가능성이 유포된 뒤 19일 정책금융공사에서 현대건설 매각을 언급, 다른 배경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음모론’까지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 “다이애나 비, 무기거래 폭로 계획에 살해당했다”

    영국인들이 가장 사랑한 왕세자비인 다이애나 비가 불의의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지 무려 12년이나 흘렀지만 그녀의 죽음을 둘러싼 논란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이 사건을 조사해온 변호사 마이클 맨스필드가 “다이애나 비는 우연한 교통사고로 숨진 것이 아닌 영국의 무기 거래를 폭로하려는 계획 때문에 살해당했다.”고 주장해 파문이 일고 있는 것. 다이애나 비는 1997년 8월 31일 연인 도디 알 파예드와 함께 자동차를 타고 가다가 파리의 알마터널에서 숨졌다. 이 사건은 11년 만인 2008년 4월 법원에서 운전기사 앙리 폴의 부주의한 운전과 파파라치 때문이라고 결론지어진 바 있다. 그러나 도디의 부친 모하메드 알 파예드 측은 이 사건이 단순한 교통사고가 아니라고 주장했으며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남편 필립공과 영국 정보기관이 다이애나비를 의도적으로 살해했다는 음모론을 제기해왔다. 알 파예드 측 변호사인 맨스필드는 최근 인터뷰에서 “의문의 죽음을 당하기 불과 몇 달 전, 다이애나 비는 영국의 폭탄 제조와 무기 거래에 가담한 인물들에 대해 조사한 문건을 공개하려고 준비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다이애나 비는 이혼한 뒤 앙골라를 방문했고 사망 전 캄보디아 방문이 예정돼 있는 등 적극적인 대인지뢰 사용금지 운동을 벌여왔다. 당시 영국 국방부 얼 하우 장관가 “공인이면서도 돌출행동을 하는 사람(loose cannon)”이라고 다이애나 비를 힐난하는 등 첨예한 대립각을 세운 바 있다. 맨스필드 변호사는 “그녀의 노트에 어떤 내용이 적혀 있었는지는 자세히 알 수 없었으나 영국의 무기 제조 및 수출에 가담한 인물들에 대한 자세한 정보 등 매우 ‘폭발력 있는’ 내용이 포함됐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맨스필드 변호사는 지난해 발간한 회고록에서 사고 직후 다이애나 비의 개인적인 편지들이 사라졌고 사고현장에서 목격된 흰색 피아트 차량의 운전사가 실종됐으며 도디 운전사의 사고 전 3시간 동안의 행적도 풀리지 않았다고 강한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한편 이러한 발언에 대해 영국 왕실은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강경윤기자 newsluv@seoul.co.kr @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열린세상]정치인의 주술, 유권자의 미신/임성호 경희대 비교정치 교수

    [열린세상]정치인의 주술, 유권자의 미신/임성호 경희대 비교정치 교수

    주술과 미신이 넘치고 있다. 개인의 복을 비는 소박한 차원이 아니다. 국가적으로 중차대한 정책 사안들, 합리적 판단을 요하는 공적 사안들을 놓고 그런 일이 집단으로 벌어지고 있다. 신문, 방송, 포털사이트는 정치인의 주술적 언행과 일반국민의 미신적 심리를 잘 반영해준다. 정치인과 주술사의 유사함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권력만을 목표로 하는 정치인이라면 공적 사안을 균형 있게 논하기보다는 극단적으로 단순화시켜 한쪽만 과장되게, 그리고 반복해서 외쳐대려 할 것이다. 그래야 자기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어 전의를 북돋울 수 있고, 지지자들의 맹목적 충성을 유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평소 지지하지 않던 사람들도 자꾸 똑같은 말을 들음으로써 처음엔 반신반의하다가 차츰 믿게 되거나, 최소한 경쟁 정치인이나 정당에 대해 의구심을 품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복잡한 사안을 합리적, 균형적으로 생각하기보다는 극단적, 일방적으로 마구 재단하며 유권자를 선동하고 심지어 공포심마저 일으키려 한다는 데서 권력지상주의에 빠진 정치인은 주술사를 연상케 한다. 미국산 쇠고기, 4대강 사업 등을 둘러싼 찬반 진영의 일방적 주장과 공포심 조장이 큰 우려를 자아내더니, 천안함 사태에 와서 그 심각함은 극에 달하고 있다. 가장 객관적인 근거에서 가장 냉철하고 이성적인 자세로 다루어야 할 국가안보 사안에서마저 주관적 소망사항을 사실인 양 주술 부리듯 외워대는 정치인이 많다. 권력을 위해 무조건 상대방에 대한 반대를 위한 반대, 내 편에 대한 찬성을 위한 찬성을 하는 정치인이 한국에만 있는 것은 물론 아니다. 미국에서도 민주당과 공화당 정치인들 간 관계는 그러한 일방적, 편파적, 과장적 성격을 띤다. 집단주의적 양극화로 인한 대립은 근래 미국정치의 고질병이다. 정치인들의 주술사적 행태가 꼭 오늘의 문제만도 아닐 것이다. 과거엔 더했을지 모른다. 그렇다면 이러한 동서고금의 문제가 왜 오늘날 한국사회에서 특히 심각한 대립과 교착이라는 병폐를 낳고 있을까? 우선 시민사회와 소위 지식인이 정치인의 주술 효과를 완화시키기는 커녕 오히려 더 증폭시키고 있다는 데서 하나의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정치인은 권력 유지나 획득을 위해 중용적 교양과 양식을 버리고 양극단의 주술에 매달린다 해도, 시민사회와 지식인 그룹이 흔들리지 않고 중간에서 완충 역할을 하고 균형 잡힌 버팀목이 되어준다면 사회 전체가 그리 심한 갈등과 혼란에 빠지지 않을 것이다. 안타깝게도 오늘날 시민단체 활동가, 교육자, 언론인 중엔 중용, 균형, 합리성, 성찰을 덕목으로 보지 않는 사람이 많다. 이들은 도리어 한쪽 편의 주장만 맹신·고수·실행하는 것을 ‘행동하는 지성’으로 오해해 일방적 주술 정치에 한몫 끼곤 한다. 상당수 종교인도 온유와 자비가 아닌 독단과 증오를 퍼뜨리는 데 몰두하고 있다. 각계각층의 시민사회 지도자들이 이처럼 이념의 틀에 사로잡혀 건전한 균형적 중간지대를 형성하지 못한다면, 정치인들의 극단적 주술행위에 제동이 걸릴 수 있겠는가. 근원적 책임은 국민 스스로에 있다. 미신으로 불안과 두려움에 떠는 사람이 많을수록 주술사가 번성한다. 수요가 있기에 공급이 있다. 상식과 너무도 동떨어진 괴담, 음모론에도 솔깃해 하는 국민이 많다면 양극단의 정치인은 신이 나서 일방적 과장을 떨고 남에 대한 왜곡과 증오심을 국민에게 더욱 퍼뜨리려 들게 된다. 미신적 심리에 빠진 유권자 스스로 정치인을 주술사, 사이비 교주로 만들고 일부 시민활동가, 교육자, 언론인, 종교인을 종범(從犯)으로 전락시킨다. 사회구조가 복잡해지고 변화가 빨라질수록 국민은 적응에 어려움을 겪으며 막연한 불안감과 불신감에 시달리기 쉽다. 그럴수록 비상식적 미신에 매달려 심리적 위안을 찾으려 든다. 오늘날 정치의 주술화를 가속시키고 있는 우리 유권자의 모습이 이렇다면, 정치권을 탓하기 전에 우리 스스로도 중용적 교양, 이성적 양식, 반성적 성찰을 향해 변하는 노력을 보여야 한다. 권력만 생각하거나 이념을 파는 사람들이야 주술로 먹고 살지만 국민은 미신으로 헛된 몽상 외에 무슨 득을 얻겠는가.
  • [천안함 ‘北소행’ 이후] “남측에 밀리지 않겠다”… 北특유 벼랑끝 전술 구사

    [천안함 ‘北소행’ 이후] “남측에 밀리지 않겠다”… 北특유 벼랑끝 전술 구사

    민·군 합동조사단의 천안함 조사결과 발표에 대해 북한 당국이 강력 반발하고 있다. 20일 북한 최고 권력기관인 국방위원회의 대변인 성명에 이어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도 21일 성명을 통해 “전쟁국면”, “남북관계 전면 폐쇄” 등 강경대응 방침을 밝혔다. 천안함 침몰사건 직후 한동안 침묵으로 일관하던 모습과 대조를 이룬다. 북한 당국의 이 같은 강경 대응 방침은 합조단이 확실한 물증을 대내외에 공개, 북한의 소행임을 입증하자 ‘강경에는 초강경으로 맞선다.’는 북한식 특유의 전술을 구사하고 있는 것이라고 북한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포토]천안함 ‘北소행’ 결정적 증거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은 남한이 천안함 조사결과 발표 이후 국제사회에 대북 제재 등을 제안하는 등 북한을 옥죄려는 흐름에 대해 쐐기를 박아야 한다고 판단을 한 것 같다.”면서 “검열단 파견을 이례적으로 제안하며 강경에는 초강경 대응 전략으로 남측의 행보에 제동을 걸고, 강(强) 대 강(强) 샅바 싸움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의도”라고 밝혔다. 그는 “북한은 조사결과 발표로 천안함 사건이 국제사회를 비롯한 남북관계에서 밀고 당기는 정치적 영역으로 넘어왔다고 판단, 한반도 긴장 조성과 위협을 반복하며 강공 드라이브를 거는 것”이라면서 “국방위 성명이나 검열단 파견 제의, 조평통 담화 등은 천안함 사건에서 남측에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신호탄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류길재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북한이 사건 초기와 달리 조사결과 발표 전후로 강경한 입장을 나타낸 데에는 남측이 북한 소행을 입증할 결정적인 증거물을 찾아냈기 때문”이라며 “특히 조사결과 발표 과정에서 적나라하게 북한의 어뢰 추진체 등이 공개되자 북한도 당황, 적반하장식의 심리전을 구사하려 드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과거 북한이 버마(미얀마) 아웅산테러 등을 자행했을 당시에는 남북관계란 것이 사실상 없었기 때문에 전면 부인 수준에서 대응했지만, 지금은 정도가 어떠하든 남북관계가 존재하기 때문에 검열단 파견이라는 제안을 내놓고 각종 기구의 대변인 성명 등을 통해 대남 비난 수위를 높이며 심리전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계속 강경한 입장을 보이며 천안함 사건과 무관함을 주장, 한국 사회의 여론 분열을 노리는 의도가 엿보인다.”고 주장했다. 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도 “북한이 강경대응을 펼치는 데에는 내부 및 외부적인 판단이 복합적으로 고려된 것”이라면서 “주민들이 보는 조선중앙방송을 통해 국방위 성명을 발표한 것은 북한이 도발하지 않았음을 강조, 내부 결집 효과를 노린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국제적으로는 조사결과 발표를 묵인할 경우 이를 암묵적으로 동의하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에 강하게 반발하는 것”이라며 “특히 남측에 대해선 상급부대가 하급부대를 대상으로 조사하는 검열단이란 용어를 사용해 자극하는 한편, 남한 내 북한 우호세력들과 연대해 조사결과에 대한 의혹과 음모론을 확산시키려는 의도가 있는 만큼 북측의 강경한 입장은 한동안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 [2010 남아공 월드컵] 개최국 남아공 16강행 조마조마

    축구공은 둥글다. 종료 휘슬이 울려야 결과를 안다. 월드컵에서도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단 하나 예외가 있다. 바로 개최국의 조별리그 통과다. 1930년 제1회 우루과이월드컵부터 2006년 제18회 독일월드컵까지 개최국이 조별리그를 통과하지 못한 적은 한 번도 없다. 개최국이 우승컵을 들어 올린 적은 7회나 되고 4강 이상 올라갔던 적은 6회, 8강 진출은 4회에 이른다. 1994년 미국, 2002년 일본의 16강이 가장 저조한 성적일 정도다. 월드컵 본선에서 홈 어드밴티지 효과를 고려하면 역대 개최국의 우수한 성적이 놀랄 만한 사항은 아니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대회의 흥행을 위해 개최국을 조별리그에서 통과시킨다는 음모론도 존재한다. 아프리카 대륙에서 처음 열리는 이번 월드컵의 개최국 남아프리카공화국의 16강 진출 여부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A조에 속한 남아공은 조별리그에서 멕시코와 우루과이, 프랑스를 차례로 만난다. 개막전 상대는 FIFA 랭킹 17위인 ‘북중미의 강호’ 멕시코. 예비엔트리에 유럽 빅리그에서 뛰는 선수만 10명에 이르는 강팀이다. 두 번째 상대는 18위의 월드컵 ‘초대 챔피언’ 우루과이. 남미 지역예선에서 7골을 기록한 디에고 포를란(아틀레티코 마드리드) 등 주전 대부분이 유럽파로 구성된 강팀이다. 마지막 상대는 ‘아트 사커’ 프랑스(10위). 설명이 필요없는 팀이다. 세 팀 모두 90위인 남아공이 승점을 따내기 힘든 상대임에는 틀림없다. 이런 가운데 AFP통신은 18일 남아공이 홈 어드밴티지와 ‘만델라 효과’, 부부제라(남아공 전통 피리)에 힘입어 80년 월드컵 역사에서 최초의 조별리그 탈락 개최국이 되는 불명예를 피하려 한다고 전했다. 노벨평화상에 빛나는 넬슨 만델라(92)는 행운을 가져다주는 지도자로 통한다. 만델라가 경기 직전 선수들을 깜짝 방문해 격려했던 1995년 럭비 월드컵과 1996년 아프리카 네이션스컵에서 남아공은 우승했다. 네이션스컵 우승 당시 미드필더로 활약했던 부텔레지는 “만델라가 27년간의 수감생활을 이야기하면서 우리에게 경기 90분 동안 조국의 영광을 위해 최선을 다해달라고 주문했고, 흑인뿐만 아니라 백인 선수들도 깊은 감화를 받았다.”고 만델라 효과를 설명했다. 실험 결과 선수들의 청력에 손상을 줄 수 있는 악기로 밝혀진 부부제라도 변수다. AFP는 FIFA가 일부 참가국의 “월드컵 64경기에서 부부제라 연주를 금지해 달라.”는 요청을 거절했다고 전했다. 남아공이 개최국으로서 이변의 주인공이 될 준비는 끝난 셈이다. 장형우기자 zangzak@seoul.co.kr
  • [Hello 월드컵]축제 속 숨겨진 비밀

    [Hello 월드컵]축제 속 숨겨진 비밀

    월드컵. 공 하나에 수십억의 사람들이 울고 웃는 이 축제의 이면에는 복잡한 정치적 계산과 공공연한 비밀, 그리고 음모론이 존재한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올해 사상 최초로 아프리카 대륙에서 월드컵을 개최하게 된 것은 요제프 블라터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의 장기집권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게 공공연한 비밀이다. 1998년 임기 4년인 FI FA 회장에 취임한 블라터는 2002년 재선을 위해 아프리카 대륙에 손을 내민다. 렌나르트 요한손 유럽축구연맹(UEFA) 회장이 각종 추문에 휩싸인 FIFA의 개혁을 외치며 강력한 경쟁자로 등장해서다. 당시 블라터는 투표권의 25%(54개국)를 차지한 아프리카축구연맹(CAF)의 환심을 사려고 “재선되면 아프리카에서 2006년 월드컵이 개최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블라터는 유럽 회원국의 반감을 염려, 남아공과 독일을 모두 지원하는 전략을 취했다. 남아공은 집행위원 투표에서 11-12(1명 기권)로 독일에 졌다. 이를 계기로 남아공이 2010년 개최지가 됐지만, 블라터에게 철저히 이용 당했다는 오명을 쓰게 됐다. 월드컵 공인구는 전파를 타고 전 세계에 엄청난 광고 효과를 누린다. 그런데 왜 항상 아디다스가 만들까. FIFA와 아디다스의 밀접한 관계 때문이라고 한다. 다즐러 아디다스 전 회장은 블라터의 전임 주앙 아벨란제 FIFA 회장의 월드컵 상업화 전략에 적극적으로 협력했다. 다즐러는 공식스폰서십 제도와 중계권을 통해 엄청난 돈을 벌게 해주겠다고 제안했고, 이는 현실이 됐다. 그리고 차기 FIFA 회장은 다즐러가 스카우트한 블라터가 됐다. 1966년 ‘산티아고’부터 올해 ‘자블라니’까지 모두 아디다스 제품이다. 이와 함께 음모론도 ‘단골손님’이다. 우승 후보팀들이 예상 이하의 성적을 내거나 주요 게임에서 패했을 경우 음모론을 제기하며 변명거리를 찾기 때문이다. 1966년 잉글랜드월드컵 잉글랜드-프랑스전에서 잉글랜드 제프 허스트의 골을 인정해 준 러시아 출신의 선심에게, 1978년 아르헨티나대회에서는 홈팀인 아르헨티나가 조별리그에서 페루를 4골차로 이겨야 결승에 진출할 수 있는 상황에서 6골을 성공시킨 뒤 파죽지세로 우승까지 하자 온갖 의혹이 제기됐다. 1994년 미국대회에서는 우승후보였던 콜롬비아가 미국에 패해 예선 탈락한 것을 두고 논란이 불거져 나왔고, 이 경기에서 자살골을 넣은 콜롬비아의 안드레스 에스코바는 귀국해 팬의 총에 맞아 숨졌다. 이탈리아는 2002년 16강에서 홈팀인 한국에 패하자 음모론을 제기했고, 2006년 독일대회 조추첨에서는 독일의 로타어 마테우스가 항아리에 든 공의 온도 차이를 이용해 체코-가나-미국 등 강호들이 속해 있는 E조에 배치됐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장형우기자 zangzak@seoul.co.kr
  • 84통 편지로 엮은 역사 소설

    84통 편지로 엮은 역사 소설

    세종 시절 만들어진 훈민정음 언해본 원본은 사라졌다. 그리고 세조 시절 간행된 불교 대장경인 ‘월인석보(月印釋譜)’ 1권에 묶인 것만이 최고(最古)본으로 현존하고 있다. 유교 국가임을 감안하면 의아한 일이다. 게다가 훈민정음 언해본은 불교에서 신성한 숫자로 통하는 ‘108’개의 글자로 이뤄져 있다. 또다른 의심의 출발이다. 그런 와중에 계유정난을 통해 어린 조카 단종을 쫓아내고 왕위에 오른 수양대군(세조)은 형님인 문종의 병사(病死)에도 개입한 것 아닌가 하는 석연치 않은 의심의 눈초리를 피하지 못한다. 소설 속 초기 조선 왕조에 드리워진 거대한 음모론의 그림자다. 김다은(48)의 장편역사소설 ‘모반의 연애편지’(생각의나무 펴냄)는 물정 모르는 후궁 소용 박씨가 궐 밖 사내에게 보낸 연서(戀書) 한 통을 단초 삼아 권력 쟁투과정의 뒷얘기를 풀어낸다. 한 통의 연애편지에서 비롯된 음모론은 1452년 문종의 죽음과 1455년 세조의 왕위 찬탈 등으로 옮겨가며 조선 왕조 최고 권력을 둘러싼 그동안의 의혹을 한껏 고조시킨다. 전형적인 역사 팩션 추리소설이다. 이런 얼개를 품은 소설은 1465년 6월 소용 박씨가 사형을 당한 뒤부터 1466년 6월까지 꼬박 1년 동안 세조, 대신, 궁녀, 환관, 화가 등 궁궐 안팎 36명의 인물이 긴박하게 주고받은 84통의 편지로만 이뤄져 있다.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등과 같은 이른바 ‘서간체 소설’이다. 소설이 84통의 편지로만 구성됐다는 것은 사실관계가 조각조각 떨어져 있음을 의미한다. 하나의 사건을 놓고 숨쉴 틈 없이 편지를 주고받다가 어느 상황이 되면 한참 전, 잊고 있었던 일을 끄집어내 다시 이야기를 풀어간다. 김다은은 7일 “서간체 소설은 국내 문단에서 아직 낯설지만 두 사람만이 공유하는 편지 특성상 내부 심리 묘사에도 적절하고, 말투 등으로 인물 캐릭터를 드러내기도 쉬운 소설 창작기법”이라면서 “장르로 정착될 때까지 좀더 서간체 소설을 쓸 생각”이라고 말했다. 소설 속 역사적 사실은 훈민정음 언해본이 월인석보 1권에 남겨져 있다는 것과 세조 시절 108명의 승려들이 모여 국사에 직·간접으로 참여하곤 했다는 것, 문종 독살설, 소용 박씨가 연서를 보낸 사실이 발각돼 처형됐다는 정도다. 여기에 창작과 상상이 더해지며 두툼한 역사소설이 완성됐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화폐 둘러싼 음모론의 집대성

    “인간은 합리적 존재가 아니라 합리화하는 존재”라는 한 심리학자의 말처럼, 음모론이란 크나큰 외부 충격을 견뎌내야만하는 인간이란 존재에게 꽤 쓸모 있다. 저 너머 어딘가에 세상만사를 종속변수로 부릴 수 있는 전지전능한 자가 있어 이 모든 걸 뒤에서 조정했다고 설명해버리면 피동적인 무력감을, 능동적인 분노로 바꿀 힘을 얻게 된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언했다 해서 화제를 모았던 ‘화폐전쟁’의 후속작 ‘화폐전쟁2-금권천하’(쑹홍빙 지음, 홍순도 옮김, 랜덤하우스 펴냄)는 여지껏 흘러다닌 음모론의 집대성이다. 따라서 프랑스혁명에서 1·2차 세계대전, 나치즘의 발호와 이스라엘 건국 등의 세계사적 사건을 로스차일드, 블라이흐뢰더, 호펜하임, 베어링 등 유대계 금융가문의 음모로 해석하는 앞부분은, 음모론에 익숙한 독자라면 그냥 건너뛰어도 무방하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1983년 대한항공기 피격사건이 로렌스 맥도널드 미국 하원의원을 제거하기 위한 금융 엘리트의 소행이라는 주장 정도다. 국가주권이라는 미국 건국이념에 충실했던 맥도널드를 제거하기 위해, 당시 그가 탔던 대한항공기를 폭파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국가주권이 왜 문제가 됐을까. 금융엘리트들의 궁극적 목표는 세계 단일화폐를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그 구체적 이행시점으로 2024년을 제시하기까지한다. 저자가 보기에 앨런 그린스펀 전(前)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은 금융위기 징후를 알면서도 이를 방치했다. 이유는 기축통화국인 미국의 무역적자와 재정적자다. 파산상태에 다다른 미국이 차라리 달러화를 과감하게 포기해 그동안 쌓인 빚을 시원스레 털어내려 했다는 것이다. 1971년 베트남전과 석유파동으로 불어난 적자를 감당하지 못한 미국이 금()본위제를 기반으로 했던 브레튼우즈체제를 일거에 붕괴시켰듯이. 고전적 자유시장 논리에 충실해 중앙은행에 대한 거부감이 극심했던 미국이 거듭되는 금융공황 때문에 1907년 연방준비제도이사회라는 기형적 중앙은행을 마지못해 출범시켰듯이. 그러기 위해서는 명분이 필요하고, 그게 바로 세계 단일통화라는 주장이다. 달러를 대체할 새로운 기축통화를 뒷받침할 수 있는 것은 미국이 비축해둔 금 8100t과 국제통화기금(IMF)의 금 3400t이다. 그러나 미국 채권을 많이 보유해 돈을 떼일 위기에 놓인 국가들, 금 보유량이 절대 부족한 국가들은 이런 상황을 받아들일 수 없다. 남는 것은 한판 승부다. 저자는 가장 중요한 이 문제에 대해 정작 “누가 진정한 승자가 될지 벌써부터 귀추가 주목된다.”고만 할 뿐이다. 2만 5000원.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열린세상]말빚과 말빛/주창윤 서울여대 언론영상학부 교수

    [열린세상]말빚과 말빛/주창윤 서울여대 언론영상학부 교수

    “그동안 풀어 놓은 말빚을 다음 생으로 가져가지 않겠다.” 지난 3월 입적한 법정 스님이 마지막으로 남긴 말씀 중 하나다. 스님은 자신이 남긴 말을 이승의 허물과 업보로 여긴 듯하다. 그러나 세속의 누구도 스님이 생전에 풀어 놓은 ‘맑고 향기로운’ 말들을 말빚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것들은 세상을 밝히는 말빛이었다. 법정 스님의 말씀은 허물이 아니라 축복이었고 업보가 아니라 예물이었다. 그러나 6·2지방선거를 앞두고 말들의 난장이 벌어지고 있다. 이번 6·2지방선거는 이명박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이자 집권 3년차 국정운영에 중요한 분수령이기 때문에 여야는 정국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거친 말싸움을 시작하고 있다. 정치권에서 펼쳐질 말의 전쟁은 막장 드라마를 능가할 것이다. 최근에 이런 징후들은 꾸준히 나타났다. “좌파정권의 편향된 교육 때문에 아동 성폭력 범죄가 발생했다.”거나 “현 정권에 비판적인 강남의 부자 절 주지를 그냥 두면 되겠느냐.”거나 “MBC 좌파 대청소”와 같은 발언들은 개인의 말실수로만 볼 수 없다. 이런 말들은 여권 내부에서 이념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을 그대로 보여 주기 때문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말의 난장이 개인적 수준을 넘어 보다 광범위한 차원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데 있다. 지난 한 달여 동안 천안함 침몰 사고에 대한 정부 당국자와 언론이 쏟아내는 말들은 혼란을 야기했다. 정부 당국자의 말은 수시로 바뀌거나 모호했고, 언론도 취재와 상상력을 발휘해 보도를 계속해 왔다. 함미와 함수가 인양되기 전까지 어뢰 직접 타격, 인간어뢰 공격, 버블제트 폭발, 기뢰폭발, 피로파괴, 암초충돌, 침수침몰 등 수많은 원인들이 제기됐다. 의문과 의혹만이 넘쳐났다. 수중 비접촉 타격이라는 잠정 결론이 나기까지 한 달이나 걸렸다. 일차적 책임은 정부에 있다. 국가기밀이라는 명분하에 상식적 의문들조차 원천봉쇄됐기 때문이다. 정말 중대한 국가기밀인지 아니면 책임회피인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국가기밀이라고 하더라도 국가안보에 직접적인 위협을 주지 않는다면, 국민의 알권리와 신뢰를 위해 빠르고 명확하게 밝히는 것이 국가적으로 이익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 국민들은 정부가 무엇인가를 은폐하고 있다는 의심을 할 수밖에 없다. 온갖 음모론과 인터넷 괴담이 난무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일부 언론이나 인사들은 북한에 대한 군사적 공격을 주장하기도 했다. 극단적으로 전쟁까지 운운하는 인사들도 있었다. 무섭고 무분별한 말들이 너무 쉽게 쏟아졌다. 그들은 자신들이 토해 내는 말들이 얼마나 끔찍한 결과를 초래할 것인지조차 모르는 듯하다. 천안함 침몰 사고로 혼란과 국민적 슬픔이 가득 찬 상황에서 황장엽씨 암살기도 간첩 사건도 발생했다. 물론 황장엽씨 암살 기도 간첩사건은 충분히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발표 시점은 의혹을 낳는다. 천안함 침몰 사고와 간첩사건은 별개의 사안이다. 그러나 북한의 공격으로 천안함이 침몰됐다는 가정과 황장엽씨 암살기도 간첩 사건 사이에는 유사성을 지닌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고귀한 희생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차분하고 냉정한 판단과 실천이다. 우리는 북풍을 선거에 이용한 사례들을 수없이 경험했다. 지방선거가 목전으로 다가오면서 정치권은 그와 같은 욕망에 빠질 수도 있다. 그러나 이것은 숭고한 희생을 욕되게 하는 것이다. 더욱이 지난 1997년 12월 치러진 15대 대통령 선거에서 확인된 것 가운데 하나는 북풍이 더 이상 선거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이데올로기가 현실을 은폐하고 무엇인가로 대체하는 것이라면, 지금 전개되는 상황은 이데올로기의 논리전개와 유사한 경향이 있다. 우연이라고 믿고 싶지만 의심스러운 구석이 있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과거의 편향으로 오늘을 오독(誤讀)하는 것은 잘못된 현실 인식이다. 지금 들리는 왜곡된 말, 은폐하는 말, 꾸며진 말들은 세상에 대한 커다란 말빚이다. 말빚이 말빛을 덮고 있다.
  • [2PM vs 재범] 위기냐 기회냐

    [2PM vs 재범] 위기냐 기회냐

    하나로 출발했지만 결국 둘로 남은 2PM과 재범이 각자 앞에 놓인 새 출발선 앞에 섰다. 각자 다른 영역에서 활동하게 됐지만 이들은 재범이 한국비하 발언 오역으로 지난해 9월 한국을 떠난 지 7개월 만에 재회하게 됐다. 하지만 밝힐 수 없는 재범의 ‘심각한 사생활’은 이 둘을 갈라 놓았고,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넌 이들은 모두 피해자로 남게 됐다. 논란을 거듭했던 만큼, 앞으로의 행보가 순탄치만은 않은 이들이다. 재범은 오는 6월 할리우드영화 ‘하이프네이션’ 촬영차 국내로 입국할 예정이다. 오랜 기간 팬들과 떨어져 있었지만 재범은 그간 동영상 사이트인 유튜브에 채널을 개설하고 근황을 전하며 팬들과 소통해 왔다. 팬들은 재범의 근황에 폭발적인 관심을 보였고 응원메시지를 보내며 힘을 북돋웠다. 그리고 마침내 재범과 팬들과의 만남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그의 국내복귀를 바라보는 시선이 마냥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JYP가 재범에 대해 ‘심각한 사생활 문제가 있다’고 못을 박은 상황이라 일부에서는 재범이 명쾌한 해명 없이 활동을 재개하는 것에 대해 ‘찝찝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 음모론까지 등장한 상황에서 재범이 확실하게 끝을 맺어줘야 한다는 지적이다. JYP측은 더 이상 소속가수가 아니라는 이유로 공식적인 언급을 일체 하지 않고 있다. 현재 여론은 재범이 시애틀로 떠날 당시의 분위기와 달리 우호적이라 그의 해명할 기회는 언제든지 열려있다. 하지만 ‘사생활’과 관련한 의혹과 궁금증을 안긴 채 별다른 언급 없이 넘어간다면 작은 불씨가 큰 화가 돼 돌아올 수 있다. 최근 컴백한 2PM 역시 음원차트를 석권하며 성공적인 출발을 알렸지만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2PM은 재범과 관련 그간 벌여온 희망고문과 간담회에서의 불성실한 태도로 구설수에 휘말렸다. 급기야 팬들은 2PM 보이콧 운동까지 펼쳤던 상황이었다. 이에 2PM의 컴백이 ‘시기상조’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지만 2PM은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로 앨범을 발매했다. 2PM은 초반 성공에도 불구, 그간 끊임없이 화제가 됐던 만큼 그들의 컴백에 대한 관심이 높았던 터라 장기적으로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 화려한 의상과 강렬한 퍼포먼스가 아닌 절제된 모습은 호평과 함께 2PM의 색깔을 희미하게 만들었다는 평을 받고 있다. 2PM과 재범은 성공적인 컴백 신호탄을 쐈지만 아직 풀어야 할 숙제가 남아있는 셈이다. 허나 악조건 속에서도 2PM과 재범은 가수로 연기자로 기분 좋은 출발을 알렸다는 점에서 기회는 열려있다. 2PM은 신곡 ‘위다웃 유’ 발매와 동시에 각종 음원 사이트 정상에 올랐고, 컴백 일주일 만에 음악 프로그램에서 1위를 차지하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멤버별 솔로 활동도 결과가 좋다. 연기자로 첫 발을 내딛은 택연을 비롯해 멤버들의 예능 프로그램에서의 활약도 그렇다. 결국 보이콧을 선언한 일부 재범 팬들과의 활동에도 불구, 2PM만의 제대로 된 성장기를 보여주는 것은 이들의 노력 여하에 달려있다. ‘짐승돌’이란 이미지로 특유의 남성적인 콘셉트를 굳혔고, 현재 2PM은 비 이효리 등 톱가수들의 사이에서 유일하게 생존한 남성 아이돌 그룹으로 인정받고 있다. 재범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심각한 사생활 문제가 있는 문제로 낙인찍혔지만, 본인은 개의치 않는 듯 어느 때보다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영화 ‘하이퍼네이션’으로 미국 활동을 앞두고 있고, OST을 통해서는 가수로서 빌보드 진출도 노리고 있다. 세계적인 흑인음악 프로듀서인 테디 라일리도 재범의 활동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결과만 따져 봤을 때는 이들이 낳은 이슈는 결국 관심을 끌기에 더없이 좋은 상황이다. 하지만 재범을 향한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그의 모호한 2PM 탈퇴 이유는 많은 의문을 던진 만큼, 이에 대한 본인의 직접적인 해명이 따라야 한다는 주장이다. 따라서 복귀 수순을 밟기 전에 재범이 공식적인 자리에서 입장을 발표하고 이 같은 꼬리표를 떨쳐버릴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2PM과 재범은 피할 수 없는 경쟁을 앞두고 있다. 현재 처한 상황을 기회로 만들지 위기로 만들지는 결국 각자의 선택과 노력의 몫으로 남게 됐다. 사진 = JYP엔터테인먼트, 유튜브 영상캡처, 서울신문NTN DB 서울신문NTN 박영웅 기자 hero@seoulntn.com 정병근 기자 oodless@seoulntn.com@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사설] 천안함 앞에 선 대통령의 눈물과 약속

    대한민국 군 통수권자 이명박 대통령이 어제 TV 앞에 섰다. 천안함 희생장병 46명의 이름을 이창기 원사에서부터 장철희 이병까지 하나하나 호명했고, 그들에게 이제 편히 쉬라고 명령했다. 눈물을 떨궜고, 다짐했다. 천안함 침몰 원인을 끝까지 낱낱이 밝혀내겠다고 했다. 그 결과에 대해 한 치의 흔들림 없이 단호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할 것이며, 우리의 문제를 찾아내 바로잡겠다고 했다. 천안함 침몰 23일 만에 나온 대통령의 육성 다짐은 때늦은 감이 없지 않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천안함 침몰이 중대한 국가안보 사태로 규정된 지금 희생자 가족들의 아픔을 나누며 떨군 국정최고책임자의 눈물과, 국민들의 불안을 씻기 위해 보여준 군 통수권자로서의 단호한 다짐은 의미가 적지 않다고 본다. 국가 안보의 위기 앞에서 대통령이 촌음을 다퉈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리더십을 바로 세우는 일이다. 정파의 이해와 이념적 대립을 초월하는 리더십을 발휘함으로써 나라의 중심을 바로 세우는 것이 대통령의 최우선 과제인 것이다. 지금 이 대통령 앞에 놓인 대내외의 도전은 취임 이후 가장 위중하다. 눈앞의 안보위기는 말할 것 없고, 정부에 대한 불신과 사회적 갈등의 잠재적 위기 또한 만만치 않다. 이 대통령의 다짐에 대해 “초기대응 잘못부터 사과하라.”는 민주당의 혹평이나 “나약하고 감성적이었다.”는 자유선진당의 질타만 봐도 나라의 구심점이라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자리인지를 보여준다. 한쪽에서는 예의 북풍 음모론을 제기하고, 다른 쪽에서는 대통령의 단호한 의지를 의심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천안함 사태의 본질을 가감 없이 보여주는 것이 리더십의 출발점이다. 나라의 역량을 총동원해 천안함을 두 동강 낸 실체를 찾아야 한다. 그리고 그 결과를 낱낱이 국민에게 보고해야 한다. 뒷일을 따지며 진상을 가감하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한다. 그래야 정부가 신뢰를 되찾고, 국론 분열을 막을 수 있다. 그래야 그 어떤 후속조치를 취하든 국력을 결집할 수 있다. 오늘 여야 대표들과의 회담을 시작으로 이 대통령은 사회 각계의 여론을 충분히 수렴하기 바란다. 대통령이 국가의 안위 앞에서 한없이 겸허할 때 국론은 자연스레 통합의 길로 들어설 것이다. 후속 조치는 그런 신뢰 위에 논해도 늦지 않다.
  • [사설] 北 교란에 南南갈등 없어야 한다

    북한이 천안함 침몰사태에 대해 자신들과 아무 관련이 없다는 말로 그제 입을 열었다. 북한 군사논평원 이름으로 “남조선 괴뢰군부 호전광들과 우익 보수정객들은 침몰 원인을 규명할 수 없게 되자 ‘북 관련설’을 날조해 유포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민·군 합동조사단이 외부 폭발에 의한 침몰로 잠정 결론을 내리고, 김태영 국방장관이 국가안보 차원의 중대한 사태로 규정하면서 북 관련설에 무게가 쏠리는 상황이 전개되자 침묵 22일 만에 마침내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이번 사태가 북의 소행이든 아니든, 그들이 관련설을 전면 부인할 것이라는 예상은 진작부터 있어온 터다. 1983년 아웅산 폭탄테러사건도, 1987년 KAL858기 폭파사건도 그들은 지금껏 모르는 일이라 주장하고 있다. 그들이 뭐라 하든 우리는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방법으로 물증을 찾아 침몰 원인을 가리고, 상응한 외교적·군사적 조치를 취하면 될 일이다. 문제는 따로 있다.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진상 규명이 누구도 장담하기 힘든 지난한 과제이며, 때문에 진상조사 과정과 그 이후에까지 적지 않은 논란이 우리 사회에서 벌어질 공산이 크다는 점이다. 당장 민·군 합동조사단이 외부 폭발 가능성에 무게를 둔 1차 감식결과를 내놓자마자 사회 각계가 ‘북풍(北風) 논란’에 휩싸인 현실이 이런 우려를 뒷받침한다. 우파 진영은 북 소행을 기정사실화하며 군사적 응징을 거론하고 있고, 이에 맞서 좌파 진영은 각종 음모론을 제기하며 맞불공세에 나섰다. 이럴수록 중심을 잡아야 할 정치권은 6월 지방선거에서의 유불리를 따지며 외려 갈등을 키우고 있다. 몇몇 언론들 또한 확인되지 않은 내용을 기정사실화하며 사회적 혼란을 가중시키는 행태를 좀처럼 벗지 못하고 있다. 국가안보는 이념과 정파적 이해를 초월한 가치다. 이제 막 진상조사가 시작된 터에 네 편 내 편부터 가른다면 진상이 가려진들 불신과 혼란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김현희라는 폭파범이 실재하는데도 20년 동안 KAL기 폭파 조작설이 횡행했던 것은 당시 진상조사가 부실했던 것 말고 우리 사회가 이념의 잣대를 들이댄 탓이 크다. 이는 천안함 진상조사 이후의 자중지란을 앞서 잉태하는 꼴이며, 의도했든 안 했든 북한 당국만 웃음 짓게 할 뿐이다. 정부는 지금부터라도 강도 높은 유언비어 단속에 나서야 한다. 오폭설이니, 자작극이니 하는 터무니없는 유언비어로 우리 사회가 불신과 갈등의 늪에 빠지는 일을 막아야 한다. 네티즌들도 무분별한 음모론이나 소문을 퍼나르며 사회적 혼란을 가중시키는 일을 삼가야 할 것이다.
  • [열린세상] 천안함 이후 플랜 B는 있는가/부경희 광운대 미디어영상학 교수

    [열린세상] 천안함 이후 플랜 B는 있는가/부경희 광운대 미디어영상학 교수

    요 즘 천안함 사건에 매일 가슴이 조여든다. 희생자들의 마지막 순간이 자꾸 다가와서다. 그들이 겪었을 공포와 절망의 순간이 너무나 생생하게 느껴져서이다. 이제 막 20년 남짓 산 그들이 바로 내 학생들이기 때문일까. 청소년기 내내 공부에 찌들려 살다 대학에 들어와 꿈에 부풀어 남다른 열정을 보이는 많은 복학생들의 모습이 겹쳐지면서, 찬란할 미래를 송두리째 빼앗긴 그들이 눈에 밟혀서일까. 매일 가슴에 화가 솟구친다. 그들에게 그렇게 큰 짐을 지우고는 우린 왜 그렇게 아무 준비가 없었던가. 사고 그 자체는 고사하고라도, 왜 우린 사건 이후 20여일이 지난 이제야 그들을 건져내었나. 버뮤다 삼각지대도 아니고, 열대우림의 깊은 계곡도 아닌 바로 옆에 가라앉은 그 젊은이들을, 그것도 단 20분도 안 되어 알게 된 침몰에 우린 왜 어떤 준비도 대책도 없었던가. 3주나 되는 긴 시간 동안 왜 온 나라가 단체로 바보들처럼 우왕좌왕했나. 지난 며칠 진행된 순발력과 집중력이 왜 처음부터 재빠르게 발휘되지 않았을까. 정전이 되면 격실 창이 닫히지 않는다는 건 처음부터 전문가들을 동원해 물으면 알 수 있었던 일 아니던가. 또 다른 희생을 막을 수 있지 않았나. 그 시간에 더 빠른 구조를 모색해볼 수 있지 않았을까. 아니, 애초에 정전이 되면 보조 전원이 작동되도록 하는 플랜(Plan) B가 있었더라면, 사고 시 긴급 구조할 수 있는 플랜 B 시스템이 근처 있었더라면, 멀리서 구조장비가 오는 며칠을 줄일 수 있지 않았을까. 온통 마음이 아프다. 학생들에게 자주 묻는다. ‘플랜 B는?’. 무슨 일이든 어떤 예측하지 못할 상황이 생길 때를 대비해 반드시 보완적인 방법이나 계획을 세우라고 강조하기 위해서다. 삼풍 사고 후에도, 성수대교 침몰 후에도, 씨랜드 화재사건 후에도, 대구 지하철 사고 후에도, 몇 시간을 나열할 수 있을 만큼 많은 사고들 뒤에, 항상 그 플랜 B는 없었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어떤 장치도, 교육도 없었다. 그리고 여전히 우리 청소년들은 안전장치 없이 수학여행에 나서고 있으며, 결국 제 2의 씨랜드 화재가 얼마 전 또 일어났다. 여전히 우리에겐 플랜 B가 없다. 우 린 아직도 ‘설마’를 반복하며 그저 또 이렇게 준비 없이 살아가려나 보다. 소 잃고 외양간이라도 고쳐야 다른 소를 잃지 않을 텐데. 아니, 우린 아직도 원시인처럼, 베개 세우면, 밤에 손톱 깎으면 도둑 들고, 아프다는 태도로 이런 재난을 나쁜 운에 돌려버리고 만다. 실제 우린 차가운 바다에 그 꿈 많은 청년들을 두고도, 원인에 대한 수많은 추론과 미신에 가까운 음모론에 시간을 낭비하고 있지 않았는가. 사실 이런 현상은 단지 우리 사회에만 있는 건 아니다. 미국의 9·11사건 후 나돌았던 각종 추론과 음모는 가히 수십 편의 영화가 나올 법한 것이었다. 그건 어쩌면 인간의 기본적 욕구이기 때문이다. 원시시대부터, 주변파악을 위해 우리 인간은 어떻게든 ‘왜냐하면’에 답했어야 했다. 그래서 작은 단서 몇 개만으로 이야기를 만드는 탁월한 능력이 생겼고, 이를 빗대어 심리학자들은 ‘초보적 과학자(naive scientist)’ 라고 말한다. 수백 번의 실험을 통해서가 아닌, 몇 개의 현상을 가지고 바로 그럴듯한 이론을 만들어내곤 한다. 원하는 것만 선택적으로 보는 우리 인간은 아직 재난이나 사고를 한 번의 재수 없는 일로 돌리고, 선택적 정보로 그럴듯한 시나리오를 만든 후 잊어버리는 초보 과학자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다. 우린 천안함 사고 후 또다시 많은 이야기를 만들 것이다. 정치적, 구조적 문제로 돌리고 치워둘 것이다. 그리고 또다시 플랜 B는 숙제로 남길 것이다. 정작 필요한 것은 어설픈 원인추론 시나리오 그 자체가 아니라, 희생을 아파하고 준비하는 바로 그 플랜 B인데도 말이다. 요즘 큰 기업들은 10년 미래 시나리오를 만들고 있다. 다양한 위기에 대처할 플랜 B가 들어 있다, ‘만약 이런 일이 일어난다면?’에 대한 세세한 대책과 전략이다. 푸른 꿈을 가진 수많은 나의 미래 복학생들을 다시는 희생시키지 않을 플랜 B는? 그런 줄도 모르고 일찍 군대에 다녀오라고 말해왔던 나의 무책임함에 가슴이 또 답답해진다.
  • [서울광장]과잉의 시대 상식이 아쉽다/박대출 논설위원

    [서울광장]과잉의 시대 상식이 아쉽다/박대출 논설위원

    서경(書痙)이란 질환이 있다. 속기사의 경련이라고 한다. 영어로는 writer’s cramp라고 쓴다. 작가나 속기사의 직업병이다. 평상시엔 이상 없다. 글씨를 쓸 때 나타난다. 손이 떨리거나 손가락이 굳어진다. 피아니스트도 비슷한 증세를 겪는다. 대뇌 기저핵 이상에서 온다. 과도한 정신 집중 등 심리적·정신적인 인자(因子)가 중요시된다. 과잉 반응으로 대뇌에 과부하가 걸리는 것이다. 과잉은 늘 해롭다. 오버하면 탈 난다. 과잉의 시대다. 곳곳에서 서경을 앓고 있다. 천안함 참사는 정점이다. 주력 전투함이 두동강이 났다. 인명피해는 대형이다. 대응은 어설펐다. 해명은 수시로 뒤집혔다. 의심은 증폭되고, 불신은 확산됐다. 군이 혼신을 다해도 성원과 격려가 없다. 음모론과 유언비어만 난무했다. 군 자체 조사로는 역부족이다. 민간 전문가를 참여시켰다. 미국, 영국, 호주, 스웨덴 전문가도 불렀다. 함상 무기, 해상작전체계가 발가벗겨질 운명이다. 불신의 대가가 크다. 군은 민망쇼까지 벌였다. 생존자들을 총동원했다. 환자복을 입혀 기자들 앞에 앉혔다. 그들의 스트레스, 불안감, 죄책감은 뒷전이었다. 과잉 수습이다. 사고 당일 속초함에 발포 명령이 떨어졌다. 군정 책임자가 군령을 내렸다. 군령 책임자는 따로 있다. 국방장관에게는 청와대 메모가 전달됐다. 들킨 자리가 국회다. 의욕의 과잉이다. 함미를 부분 공개한다고 한다. 물론 온통 까발릴 수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불신이 또 커지게 됐다. 군 질타엔 정치권이 앞장선다. 남의 눈 티끌만 탓한다. 제 눈의 들보는 안 본다. 과잉에선 정치가 늘 선두다. 지방선거판엔 포퓰리즘이 활개친다. 무상급식 논쟁이 불지폈다. 사과상자, 굴비세트가 또 등장했다. 돈선거 유령이 되살아났다. 무조건 이기고보자 식이다. 일탈된 목표의 과잉이다. 권력층은 설화가 잦다. 세종시 논란에선 나만 옳다. 여당 내 반목은 원수만도 못하다. 자기 가치의 과잉이다. 미국엔 스콧 브라운이 있다. 공화당 소속의 상원 의원이다. 민주당에 찬성표를 던졌다. 미국에선 소신이다. 우리라면 배신이 된다. 여의도엔 스콧 브라운이 없다. 4대강 사업은 소통 부족이다. 반대론자에겐 환경 파괴가 명분이다. 제1야당 대표는 강가로 달려간다. 썩은 흙을 파내서 냄새를 맡는다. 얼굴 찡그리는 사진을 내보낸다. 더 파지 말라는 시위다. 썩었으면 파내는 게 맞다. 반대의 과잉이다. 추진하는 이는 앞만 본다. 두고 보면 내 말이 맞다는 건 소신이다. 소신이 넘치면 독단이다. 자신감의 과잉이다. 그 새 반대가 늘어났다. 천주교 주교회의, 불교 조계종이 가세했다. 뒤늦게 정진석 추기경에 달려갔다. 정부는 이제야 소통을 외친다. 반대론을 경청하면 수월해진다. 조심하면 한결 낫다. 물고기가 덜 다치고, 생태계도 덜 훼손된다. 법조계는 동네북 신세다. 튀는 판결, 무리한 수사가 자초했다. ‘검찰-한명숙’ 간 사생 결투가 진행 중이다. 1차전에선 검찰이 패했다. 2차전은 또다른 논란이다. 검찰은 법원을 원망하고, 야당은 검찰을 탓한다. 검찰 질타엔 여당 일부도 동조한다. 시국선언 전교조 교사에겐 판결 교본이 없다. 이 판사는 유죄, 저 판사는 무죄란다. 국회 폭력에도, 빨치산 교육도 무죄란다. 구속영장이 경찰 뺨을 때리면 기각되고, 법원 직원을 때리면 발부된다. 영역 파괴가 넘친다. 교육계는 연일 비리다. 미국엔 미셸 리가 있다. 우리에겐 공교육 전도사가 없다. 날씨까지 오버다. 100년 만의 4월 추위다. 그래도 봄이다. 겨울로 되돌리지 못한다. 과잉도 이치는 다르지 않다. 세상 흐름을 거스를 수는 없다. 그저 속도를 늦추고, 다소 어수선하게 할 뿐이다. 그렇다고 오버하는 걸 놔둘 수도 없다. 방치는 화를 키운다. 서경의 질곡을 벗어나야 한다. 쌓이면 전신마비가 올 수 있다. 처방은 상식이다. “나만 옳다.”가 아니라 “너도 옳다.”가 맞다. “나만 할 수 있다.”가 아니라 “너도 할 수 있다.”가 온당하다. 상식은 강함이 아니라 착함이다. 오버가 아니라 분수 지킴이다. dcpark@seoul.co.kr
  • [기고]신뢰가 강한 군을 만든다/박상은 국회의원·해군OCS장교 중앙회 명예회장

    [기고]신뢰가 강한 군을 만든다/박상은 국회의원·해군OCS장교 중앙회 명예회장

    사람들의 내면에는 “진실은 저 너머 있다(Truth is out there).”고 믿고 싶어 하는 야릇한 심리가 있다. 자신과 그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여러 가지 현상이나 사건들이 좀처럼 명쾌하게 해석되거나 규명되지 않을 때 사람들은 종종 이런 음모론으로 도피하곤 한다. 그리고 그것을 통해 혼란과 불확실성의 정체를 밝히겠노라 의도하곤 하지만, 그러나 정작 음모론은 사회적 불신과 혼란, 불확실성만을 부추길 뿐이다. 지금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혼란, 사람들은 마치 집단최면에라도 걸린 것처럼 이런 유의 음모론과 유언비어에 빨려드는 듯한 모습이다. 어떤 이들은 ‘기뢰’라고도 하고, 또 어떤 이들은 ‘북한 잠수정이 쏜 어뢰’라고도 하고, ‘암초’에 ‘피로파괴’, 심지어는 ‘자폭설’에 ‘오폭설’까지 등장했다. 어찌됐든 정부나 군 당국의 발표와 설명을 믿지 못하겠다는 태도다. 그러면서 아직 사고원인도 밝혀지기 전에 책임소재부터 정해두려는 듯 서두르는 인상이다. 하지만 이건 앞뒤가 뒤바뀌어도 한참 뒤바뀌었다. 며칠 전 생존장병들이 나와서 증언을 해도 사람들은 ‘기대수준’에 못 미친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미 만들어 놓은 각자의 시나리오에 맞지 않기 때문일 게다. 하지만 58명의 생존장병들과 구조에 나선 해경과 해군, 사고해역 현장사정에 밝은 백령주민들, 현장취재에 나선 그 숱한 언론사 기자들, 엄청날 정도로 집중되어 있는 국민적인 관심과 시선을 뚫고 행여라도 사건을 조작하거나 은폐하려는 음모는 여간해서는 그 시도조차 가능하지 않다. 문제는 이런 불신이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사회적 비용이 증가하게 된다는 점이다. 온갖 추측과 억측이 난무하면서 자칫 국가안보에까지 악영향을 주게 될까 우려되는 상황이다. 사고를 당한 군(軍)과, 사고를 수습하는 군(軍)과, 국민들 앞에 나서 뭇매를 맞으며 상황을 설명하는 군(軍)이 다르지 않다. 이들은 모두 국가안위에 철통 같은 경계태세를 유지해야 할 대한민국 군인들이다. 군은 국민의 신뢰를 먹고사는 집단이다. 이런 군이 그 신뢰를 잃어버렸을 때, 국민들이 군을 신뢰하지 않고 지지하지 않을 때, 국가안보는 치명적인 위기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천안함. 아직까지 그 전모를 알 수는 없지만, 46명의 무고한 우리 해군장병들이 희생된 엄청난 사태다. 이런 국가적인 재난이 하루빨리 수습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지만, 자칫 그것이 더 큰 국가적인 혼란을 야기하는 것은 반드시 경계해야 할 일이다. 국가안보를 위해 기밀을 유지해야만 하는 군의 특수성이나,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해 엄격한 상명하복(上命下服)의 구성체계를 가지고 있는 군의 조직적 특성을 이해한다면, 천안함 침몰의 그 원인이 밝혀지기 전까지는 제발 기다려 달라고 당부하고 싶은 심정이다. 지금은 우리 군에 큰 애정과 관심과 지지를 보내야 할 때다. 실의에 빠져 지친 우리 군의 어깨를 다독이고 사기를 북돋아 주어야 할 때다. 강한 군대는 국민의 탄탄한 지지를 기반으로 만들어진다. 지금은 국민이 군을 믿고 신뢰를 보여주는 지혜를 발휘해야 할 때다. 강(强)한 군(軍)을 원하는가? 그렇다면 신뢰를 보내라!
  • 꼬인 쇼트트랙 더 꼬인다

    쇼트트랙 국가대표 선발전이 ‘메달 나눠 먹기’ 진상조사를 위해 9월로 연기되자 일부 선수와 코치들이 반발, 탄원서를 제출하는 등 사태는 더욱 악화되고 있다. 대한빙상경기연맹은 “현재 상황에서는 원만한 대회운영과 공정한 선수선발이 어렵다고 판단, 4월 예정이던 대표선발전을 9월 이후로 연기하기로 했다.”고 9일 발표했다. 대한체육회 감사를 통해 대표선발전에서 ‘나눠 먹기식 짬짜미’가 사실로 드러났고,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코칭스태프가 이정수(단국대)에게 외압을 넣었다는 정황이 포착된 이상 진상조사가 우선이라는 결정이었다. 체육회는 ‘세계선수권 불출전 강압 여부 조사 및 조사 불가시 연맹 이름으로 1개월 이내 형사고발 조치’라는 통보를 내렸다. 빙상연맹은 선발전을 치르고 조사위원회를 구성하면 시기적으로 늦을 수 있다는 불안감과 거세지고 있는 비난 여론 때문에 ‘선 조사, 후 선발전’을 택했다. 그러자 10일 안현수(성남시청)와 이정수를 비롯한 일부 선수, 코치는 빙상연맹을 찾아 대표선발전 연기를 철회해 달라는 탄원서를 제출했다. 안현수는 개인 홈페이지에 “선발전이 9월로 미뤄진다는 건 1년 동안 4월 선발전에 맞춰 몸을 만들어온 선수라면 정말 힘이 빠지는 일”이라고 밝혔다. ‘음모론’까지 등장했다. 새달 안현수가 기초군사훈련을 위해 한 달간 입영해야 해 선발전이 미뤄지면 훈련과 컨디션 회복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더불어 용인시청 선수가 발목을 다쳐 선발전에 제대로 뛸 수 없는 상황까지 겹쳐 빙상연맹 수뇌부가 용인시청 선수들을 봐주려는 의도가 깔렸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빙상연맹 관계자는 “모든 사안을 음모론으로 받아들이는 쇼트트랙계의 현실이 안타깝다.”고 호소했다.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 [천안함 침몰 이후] MB, 국제공동 진상규명 구상 왜

    “천안함 침몰 원인 규명 과정을 우리나라의 국격을 높이는 계기로 삼겠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주 말 지인들과의 만남에서 이런 각오를 드러낸 것으로 8일 알려졌다. 과학적이고 냉철한 자세로 원인을 밝히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당시 이 대통령을 만났던 한 참석자는 “과거 이런 유의 사건이 발생했을 때 정부가 어느 한쪽으로 원인을 몰았던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취지로 들렸다.”면서 “대통령이 상당히 깊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감을 받았다.”고 전했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타임지 기자가 천안함 침몰에 관한 우리 정부의 대응이 과거의 행태와 사뭇 달라서 어떻게 된 건지 그 배경을 취재하러 입국해 지금 정부 당국자들을 만나고 다닌다고 한다.”고 소개한 뒤 “그만큼 우리가 달라졌다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 대통령의 이날 발언들은 이번 주 들어 잇따라 실체화되고 있다. 이 대통령은 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 민간과 군의 최고 전문가를 보내 달라고 했다.”는 비화를 7일 공개했다. 월터 샤프 한미연합사령관이 5일 “미국 정부는 최고 수준에서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배경에 이 대통령의 요청이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미국뿐 아니라 영국과 호주, 스웨덴이 7일 조사 전문가들을 참여시키겠다고 밝힌 배경에도 이 대통령의 지시가 작용했음이 뒤늦게 밝혀졌다. 유엔에 공동조사 지원을 요청하라는 이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국방부가 유엔 회원국들을 상대로 접촉에 나섰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이 대통령의 구상대로 국제적인 공동조사를 통해 ‘객관성 있는’ 결론이 도출된다면 그것은 의미심장한 위력을 가질 수도 있다. 침몰사고의 책임자가 편파판정이나 음모론을 들먹이며 방어막을 치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나아가 국내 여론과 정치권도 이념이나 정파에 따라 반으로 갈려 청와대를 편파적이라고 몰아세우기 힘들지 모른다. 절묘한 구상인 셈이다. 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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