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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난 빌라 화장실서 발견된 20대女 미스터리

    불난 빌라 화장실서 발견된 20대女 미스터리

    동거하던 친구를 흉기로 찌르고 불을 질러 숨지게 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8년의 중형을 선고받았던 20대 여성이 대법원에서 최종 무죄를 확정받았다. 이탈리아 유학 중 룸메이트 살해 혐의로 기소돼 징역 26년을 선고받았다가 항소심에서 무죄가 선고되고 올 3월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된 미국 여성 어맨다 녹스 사건과 닮은꼴이다. 대법원 1부(주심 김소영 대법관)는 현존건조물방화치사와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된 A(28)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3일 밝혔다. 사건은 2011년 9월 강남의 한 빌라에서 시작됐다. 불이 난 빌라 화장실에서 20대 여성 B씨가 흉기에 찔린 채 발견됐다. B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숨졌다. 목격자도, 직접 증거도 없는 상황에서 검찰은 B씨와 한집에 살았던 친구 A씨를 범인으로 지목했다. A씨가 B씨의 애완견을 죽이고 정체불명의 음료수를 마시게 해 실신케 한 전력이 있고, B씨가 돈을 빌린 적이 없는데도 차용증을 쓰라고 요구했다가 거절당하자 흉기로 찔렀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었다. 검찰은 A씨가 B씨를 찌른 뒤 B씨의 휴대전화로 신나 등을 주문해 불을 지른 후 도망쳤다고 보고 재판에 넘겼다. A씨는 B씨가 보험금으로 빌린 돈을 갚으려고 자해를 했고, 불을 지른 것도 B씨라고 주장했다. 자해를 말리는 과정에서 B씨가 다쳤고, 병원으로 데려가려 했지만 강도를 당한 것으로 해달라고 부탁했다는 것이다. 1심은 징역 18년을 선고했지만 2심은 무죄로 판단을 뒤집었다. 2심은 유죄를 의심할 만한 간접증거나 정황은 있지만 검찰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법관이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유죄의 심증을 갖기는 부족했다고 밝혔다. B씨가 A씨에게 돈을 빌리지 않았다고 단정할 수 없고, B씨가 자해했다는 A씨의 주장에 의문이 드는 것은 사실이지만 B씨의 상처가 지혈이 된 상태였으며, A씨가 입고 있던 옷에서 불에 그슬린 흔적이 없는 것으로 볼 때 불이 날 당시 A씨가 근처에 없었다고 인정한 것이다. 재판부는 특별한 정신병력이 없고 전과도 없는 20대 피고인의 행동이라고 보기는 이례적인 면이 많다며 무죄를 선고했고 대법원도 이 판단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유명 록페서 빈병 수거...일당 75만원 번 男

    유명 록페서 빈병 수거...일당 75만원 번 男

    극한 알바? 신종 직업? 빈병 수거만으로도 하루에 70만원이 넘는 일당을 버는 남성의 사연이 소개돼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독일 일간지인 빌트의 8일자 보도에 따르면, 52세의 무스타파(Pfandsammler Mustafa)는 지난 주말 독일을 대표하는 음악축제인 ‘록 앰 링’ 현장을 찾았다. 평소 건축현장에서 일하는 그가 매년 10만 명에 달하는 인파가 몰리는 세계적인 록 페스티벌인 ‘록 앰 링’을 찾은 이유는 이 기간 동안에만 할 수 있는 ‘반짝 아르바이트’인 빈병 수거를 위해서다. 무스타파는 162유로(약 20만 5000원)에 ‘록 앰 링’ 입장권을 구매한 뒤 록큰롤을 즐기는 동시에 빈병 수거를 시작했다. 전 세계에서 몰린 수많은 음악팬들은 이곳에서 먹고 즐기며 각종 음료수병, 술병 등을 쓰레기로 배출하는데, 무스타파는 이들이 버린 빈병을 모은 뒤 내다판 것이다. 한 자루마다 약 80개의 빈병이 들어가는데, 그가 하루 평균 모은 빈병은 30자루에 정도. 약 2400개의 빈병을 팔아 그가 받은 돈은 무려 600유로로, 환산하면 약 76만원에 달한다. 무스타파는 빌트와 한 인터뷰에서 “입장료와 숙식비를 제한 순수익은 400유로(한화 50만원) 상당으로 적지않은 돈을 벌어들인 것이 확실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록 앰 링’ 주최측은 “매년 행사장 내에서 ‘전문적으로’ 폐품을 수거하는 사람들이 등장하고 있다. 이들이 공연이나 관람객들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면 특별히 이들의 입장을 반대할 생각은 없다”면서 “이들이 행사장 내 청소·정리를 일정부분 돕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포토] ‘저를 찾아 보세요’ 투명인간이 되고 싶은 中 위장예술가

    [포토] ‘저를 찾아 보세요’ 투명인간이 되고 싶은 中 위장예술가

    ‘저를 찾아 보세요’ 투명인간이 되고 싶은 中 위장예술가 투명인간이 되고 싶은 중국 예술가의 위장술이 장안의 화제가 되고 있다. 그 주인공은 중국의 아티스트 리우 보린(Liu Bolin). 리우 보린은 자신의 몸을 캔버스 삼아 그린 그림으로 자연 혹은 사물과 일체가 되는 위장예술가다. 그의 위장예술 사진을 보면 마트 음료수 진열대 앞에 서서 각종 음료수병을 몸에 그린 채로 서 있는 모습이 마치 투명인간을 연상케 한다. 그는 벽화 일부가 되기도 하고 멋진 자연경관이 되기도 한다. 감쪽같이 사찰 문의 일부가 되는가 하면 아무로 알아채지 못할 도서관의 책과 책장이 되기도한다. 보는 이에게 즐거움을 선사하지만 그의 위장예술은 한곳에 꼼짝없이 서서 10시간 이상의 페인팅 렌더링 작업을 거쳐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도 무엇으로든지 변하는 그의 작품엔 한계가 없어 보인다. 한편 리우 보린의 작품 주제는 ‘주변환경과의 관계’며 자신의 위장예술을 통해 중국 사회의 소비문화와 개인의 부재에 대해 알리는 데 힘쓰고 있다. 사진=www.liubolinart.com 영상팀 seoultv@seoul.co.kr
  • 대법 “내연남 농약살해 증거 부족”

    2013년 11월 4일 저녁 충남 아산의 한 아파트에서 도움을 요청하는 40대 여성 A씨의 다급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웃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구조대는 1401호에 쓰러져 있는 50대 남성 B씨를 발견해 병원으로 옮겼다. 검사 결과 B씨는 자살에 많이 쓰여 ‘죽음의 농약’으로 불리던 맹독성 제초제 ‘그라목손’을 마신 것으로 나타났다. B씨는 닷새 뒤 숨졌다. 경찰은 B씨와 여러 달 동안 동거하며 내연관계에 있던 A씨를 수상하게 여겼다. A씨는 이웃에 도움을 요청하긴 했지만 119구조대나 경찰에 자신이 직접 신고하지는 않았다. B씨는 A씨 이름으로 사줬던 아파트와 자동차 등을 돌려달라고 하는 등 A씨와의 관계를 정리하려던 상황이었다. 사건 직전 A씨는 ‘당신 눈에 피눈물 흘리는 것을 보고 내 죽을 것이니 기다리세요’ 등 섬뜩한 내용의 문자를 보내기도 했다. 더욱이 그라목손이 검출된 음료수 병에는 A씨 지문이 찍혀 있었다. A씨는 살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함께 술을 마시던 B씨가 취하자 음료수 병에 담아뒀던 그라목손을 잔에 따라 건넸고, 이를 모르고 들이킨 B씨가 결국 숨졌다는 것이다. 1심은 A씨에게 징역 18년을 선고했다. 재산을 지키려는 절박한 마음에서 살인을 저질렀을 것으로 봤다. 하지만 대법원은 달랐다. 대법원 2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사실상 무죄 취지로 사건을 대전고법에 돌려보냈다고 27일 밝혔다. A씨가 살인범이라고 확신할 수 있는 증거가 부족하다는 판단에서다. 재판부는 “B씨의 평소 주량을 고려하면 만취 상태는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농사일을 해 그라목손의 색깔이나 냄새를 잘 알고 있을 B씨가 생선 썩는 듯한 독한 냄새가 나는 데다 진초록색을 띠고 있는 그라목손을 술로 착각하고 마신다는 것은 쉽게 상상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술에 취한 나머지 이를 구분하지 못했다 해도 소량을 마셨을 수는 있지만 한 번에 마시기 어려울 정도인 100㏄를 마신다는 것은 일부러 마음먹은 게 아니라면 불가능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또 “B씨가 숨져도 A씨의 경제적 문제가 해결될 상황이 아니었던 만큼 경제적인 이유 역시 범행 동기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A씨와의 불륜으로 가족 관계가 소원해진 B씨가 평소 자살을 암시하는 말을 여러 차례 한 점 등도 고려됐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낚시로 잡은 새끼 상어 자랑하던 남성, 결국은…

    낚시로 잡은 새끼 상어 자랑하던 남성, 결국은…

    최근 미국 동영상 공유사이트 브레이크닷컴(break.com)에는 외국의 한 해변에서 낚시로 잡은 새끼 상어의 모습이 담겨 있다. 운 좋게 상어를 낚은 남성이 왼손엔 음료수를, 오른손에는 새끼 상어 든 채 구경꾼들에게 마음껏 자랑하고 있다. 카메라 든 남성이 분주하게 촬영하는 동안 한 남성이 “상어 입에 손을 대지 말라”고 당부한다. 촬영이 이어지자 방향을 바꾸며 포즈를 취한 남성의 어깨 부위를 상어가 갑자기 덥석 문다. 남성의 고통스러운 듯 비명을 지르며 몸을 뒤로 빼고 상어가 땅에 떨어진다. 예상치 못한 공격을 받은 남성의 어깨 부위에 상어 이빨 자국과 함께 피가 흐른다. 잠시 뒤, 응급처치를 받은 남성이 또다시 카메라 앞에 서서 말을 이어 간다. 이 영상을 접한 누리꾼들은 “새끼라도 상어는 위험해요”, “조심합시다”, “쾌유하길 빌게요” 등 다행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사진·영상= Calusi Manu youtube 영상팀 seoultv@seoul.co.kr
  • [밀리터리 인사이드] 예비군 훈련비 ‘10만원’ 약속, 잊으셨나요?

    [밀리터리 인사이드] 예비군 훈련비 ‘10만원’ 약속, 잊으셨나요?

    1만 2000원. 하루 예비군 훈련비입니다. 병장 월급이 17만 1400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금액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실제로 예비군 앞에서 그런 얘기를 꺼냈다가는 면전에서 욕을 먹을 수도 있습니다. 1만 2000원은 교통비와 식비를 모두 포함한 빠듯한 금액이기 때문입니다. 군은 얼마 전 예산 홍보책자를 통해 예비군 훈련비를 2020년까지 3만 5000원으로 인상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이런 발표를 접한 예비군들은 오히려 온·오프라인에서 분노의 목소리를 쏟아냈습니다. 왜 그들이 분노할까요. ●예비군 훈련비를 10만원으로 올린다던 야심찬 계획 불과 5년 전인 2010년 9월 언론에서 정부 발표를 인용한 보도 내용을 한 번 보겠습니다. ’예비군 훈련비가 내년부터 대폭 인상돼 2020년까지 최대 10만원으로 오르고, 2박 3일인 동원훈련 입소기간이 4박 5일로 늘어날 전망이다. 국방부는 예비군 훈련에 성과주의를 도입해 훈련 성적이 우수한 예비군은 조기 퇴소 조치 등 포상할 예정이다.’ 여기서 현실화된 것은 ‘성과주의’와 ‘조기퇴소’ 정책뿐입니다. 미래의 일이지만 10만원으로 올린다던 예비군 훈련비는 계획에서조차 3만 5000원으로 줄었습니다. 물론 예산 상황은 언제나 변할 수 있습니다. 사정이 좋지 않으면 계획을 변경할 순 있겠죠. 그러나 헛공약의 격차가 너무 크니 한창 일하거나 취업준비를 할 나이인 20·30대 청년들이 분노할 수 밖에 없습니다. 군이 아무런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없는 살림에 고민이 많겠죠. 예비군 훈련비도 점진적으로 오르는 추세입니다. 300만명에 이르는 예비군을 동원함으로서 생기는 사회적 손실이 연간 1조 3000억원에 달한다는 비판이 해마다 제기됐고, 군은 예비군 훈련비를 소폭이나마 꾸준히 인상했습니다. 지난해 1000원, 올해 1000원씩 예비군 훈련비는 계속 인상됐죠. 올해는 영화관과 놀이공원 할인혜택까지 내놓았습니다. 정말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흔적이 보입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것을 과연 ‘노력’이라고 해야 할 지 의문이 드는 사건이 잇따라 일어났습니다. ●첨단무기를 기대했던 국민들의 열망에 찬물을 끼얹다 사실 많은 예비역과 국민들이 열악한 예비군의 처우 문제를 알고도 지금까지 대놓고 문제제기하지 않은 이유 중 하나는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는 ‘첨단무기’에 있었습니다. 많은 이들이 “첨단무기를 개발하거나 외국에서 사들이는데 돈이 많이 필요하니 당장의 병사 복지 문제는 뒤로 미뤄야 할 것”이라며 참고 견뎠습니다. 좀 고생하더라도 병사들에게 쓰는 소모성 비용보다 자주국방을 위한 곳에 좀 더 여력을 쏟아야 한다는 의견은 지금도 많습니다. 심지어 예비군의 처우 개선 문제는 현역병의 복지 개선보다도 한참 뒤에 있었습니다. 그런데 군 납품비리가 굴비 엮어 나오듯이 줄줄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얼마 전부터는 고위 장성 상당수가 비리에 연루됐고, 수사를 받기 시작했습니다. 천암함 폭침 사건으로 국민들이 분노해 지원한 막대한 예산은 함정 장비를 비싸게 사들이는데 사용됐습니다. 아예 ‘줄줄 샜다’는 표현이 옳겠습니다. 북한의 AK-47 소총 탄환도 막지 못하는 방탄복이 지급됐고, 아직도 방산비리를 겨누는 검찰 수사의 끝이 보이질 않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1만 2000원을 받고 예비군 훈련을 하는 20·30대 청년들의 기분은 어떨까요. 2020년 3만 5000원을 준다고 하면 과연 기분이 좋을까요. 군은 국민들의 ‘희생’을 요구했지만 다수의 젊은 층이 군에 대한 신뢰를 버렸습니다. 그리고 결정타로 ‘예비군 총격사건’이 벌어졌습니다. 각종 인터넷 게시판에는 “걱정된다”,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와 함께 “왜 쥐꼬리만큼 예비군 훈련비를 받으면서 이런 총격사건까지 걱정해야 하나”라는 글이 많이 올라왔습니다. “대중교통으로 와도 밥먹고 음료수 사 마시면 남는 게 없다”, “상사 눈치보면서 예비군 훈련 왔는데 이런 대우를 받고 열심히 훈련할 생각이 들겠나” 등 예비군 처우에 대한 불만이 끝없이 쏟아졌습니다. 군과 정부, 국회가 곤궁한 청년들의 삶 속에서 눈여겨 봐야 할 대목은 이런 부분입니다. ●군의 신뢰 회복과 예비군 처우개선 동시에 이뤄져야 군 내부에서도 예비군 훈련비를 현실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일반 근로자 수준의 훈련비를 주고 훈련을 강화하자는 주장까지 내놓고 있는데요. 심지어 이스라엘처럼 10만원 이상으로 인상해야 한다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스라엘은 약 20년을 예비군으로 활동하는데다 훈련 일수만 3년 동안 50일이 넘습니다. 또 일정 기간 전방근무까지 해야 합니다. 늘 전쟁과 함께한 그들의 입장이 있을 겁니다. 그렇지만 한편으론 그들은 예비군 병력수가 44만명에 불과하고 훈련비를 기업이 보조하는 등 우리와 상황이 다릅니다. 과연 단순히 훈련강도를 높이면서 돈을 많이 준다고 군을 신뢰하게 될까요. 비리가 난무하는 군의 체질을 뜯어고치지 않는다면 아무리 많은 돈을 줘도 예비군 훈련비를 적당하다고 표현하지 않을 겁니다. 이제는 예비군 처우도 개선하고 군의 신뢰도 높이는 그런 묘안을 짜보길 바랍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밀리터리 인사이드] 예비군 훈련비 ‘10만원’ 약속, 잊으셨나요?

    [밀리터리 인사이드] 예비군 훈련비 ‘10만원’ 약속, 잊으셨나요?

    1만 2000원. 하루 예비군 훈련비입니다. 병장 월급이 17만 1400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금액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실제로 예비군 앞에서 그런 얘기를 꺼냈다가는 면전에서 욕을 먹을 수도 있습니다. 1만 2000원은 교통비와 식비를 모두 포함한 빠듯한 금액이기 때문입니다. 군은 얼마 전 예산 홍보책자를 통해 예비군 훈련비를 2020년까지 3만 5000원으로 인상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이런 발표를 접한 예비군들은 오히려 온·오프라인에서 분노의 목소리를 쏟아냈습니다. 왜 그들이 분노할까요. ●예비군 훈련비를 10만원으로 올린다던 야심찬 계획 불과 5년 전인 2010년 9월 언론에서 정부 발표를 인용한 보도 내용을 한 번 보겠습니다. ’예비군 훈련비가 내년부터 대폭 인상돼 2020년까지 최대 10만원으로 오르고, 2박 3일인 동원훈련 입소기간이 4박 5일로 늘어날 전망이다. 국방부는 예비군 훈련에 성과주의를 도입해 훈련 성적이 우수한 예비군은 조기 퇴소 조치 등 포상할 예정이다.’ 여기서 현실화된 것은 ‘성과주의’와 ‘조기퇴소’ 정책뿐입니다. 미래의 일이지만 10만원으로 올린다던 예비군 훈련비는 계획에서조차 3만 5000원으로 줄었습니다. 물론 예산 상황은 언제나 변할 수 있습니다. 사정이 좋지 않으면 계획을 변경할 순 있겠죠. 그러나 헛공약의 격차가 너무 크니 한창 일하거나 취업준비를 할 나이인 20·30대 청년들이 분노할 수 밖에 없습니다. 군이 아무런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없는 살림에 고민이 많겠죠. 예비군 훈련비도 점진적으로 오르는 추세입니다. 300만명에 이르는 예비군을 동원함으로서 생기는 사회적 손실이 연간 1조 3000억원에 달한다는 비판이 해마다 제기됐고, 군은 예비군 훈련비를 소폭이나마 꾸준히 인상했습니다. 지난해 1000원, 올해 1000원씩 예비군 훈련비는 계속 인상됐죠. 올해는 영화관과 놀이공원 할인혜택까지 내놓았습니다. 정말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흔적이 보입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것을 과연 ‘노력’이라고 해야 할 지 의문이 드는 사건이 잇따라 일어났습니다. ●첨단무기를 기대했던 국민들의 열망에 찬물을 끼얹다 사실 많은 예비역과 국민들이 열악한 예비군의 처우 문제를 알고도 지금까지 대놓고 문제제기하지 않은 이유 중 하나는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는 ‘첨단무기’에 있었습니다. 많은 이들이 “첨단무기를 개발하거나 외국에서 사들이는데 돈이 많이 필요하니 당장의 병사 복지 문제는 뒤로 미뤄야 할 것”이라며 참고 견뎠습니다. 좀 고생하더라도 병사들에게 쓰는 소모성 비용보다 자주국방을 위한 곳에 좀 더 여력을 쏟아야 한다는 의견은 지금도 많습니다. 심지어 예비군의 처우 개선 문제는 현역병의 복지 개선보다도 한참 뒤에 있었습니다. 그런데 군 납품비리가 굴비 엮어 나오듯이 줄줄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얼마 전부터는 고위 장성 상당수가 비리에 연루됐고, 수사를 받기 시작했습니다. 천암함 폭침 사건으로 국민들이 분노해 지원한 막대한 예산은 함정 장비를 비싸게 사들이는데 사용됐습니다. 아예 ‘줄줄 샜다’는 표현이 옳겠습니다. 북한의 AK-47 소총 탄환도 막지 못하는 방탄복이 지급됐고, 아직도 방산비리를 겨누는 검찰 수사의 끝이 보이질 않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1만 2000원을 받고 예비군 훈련을 하는 20·30대 청년들의 기분은 어떨까요. 2020년 3만 5000원을 준다고 하면 과연 기분이 좋을까요. 군은 국민들의 ‘희생’을 요구했지만 다수의 젊은 층이 군에 대한 신뢰를 버렸습니다. 그리고 결정타로 ‘예비군 총격사건’이 벌어졌습니다. 각종 인터넷 게시판에는 “걱정된다”,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와 함께 “왜 쥐꼬리만큼 예비군 훈련비를 받으면서 이런 총격사건까지 걱정해야 하나”라는 글이 많이 올라왔습니다. “대중교통으로 와도 밥먹고 음료수 사 마시면 남는 게 없다”, “상사 눈치보면서 예비군 훈련 왔는데 이런 대우를 받고 열심히 훈련할 생각이 들겠나” 등 예비군 처우에 대한 불만이 끝없이 쏟아졌습니다. 군과 정부, 국회가 곤궁한 청년들의 삶 속에서 눈여겨 봐야 할 대목은 이런 부분입니다. ●군의 신뢰 회복과 예비군 처우개선 동시에 이뤄져야 군 내부에서도 예비군 훈련비를 현실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일반 근로자 수준의 훈련비를 주고 훈련을 강화하자는 주장까지 내놓고 있는데요. 심지어 이스라엘처럼 10만원 이상으로 인상해야 한다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스라엘은 약 20년을 예비군으로 활동하는데다 훈련 일수만 3년 동안 50일이 넘습니다. 또 일정 기간 전방근무까지 해야 합니다. 늘 전쟁과 함께한 그들의 입장이 있을 겁니다. 그렇지만 한편으론 그들은 예비군 병력수가 44만명에 불과하고 훈련비를 기업이 보조하는 등 우리와 상황이 다릅니다. 과연 단순히 훈련강도를 높이면서 돈을 많이 준다고 군을 신뢰하게 될까요. 비리가 난무하는 군의 체질을 뜯어고치지 않는다면 아무리 많은 돈을 줘도 예비군 훈련비를 적당하다고 표현하지 않을 겁니다. 이제는 예비군 처우도 개선하고 군의 신뢰도 높이는 그런 묘안을 짜보길 바랍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1)“힘들어 죽겠다는” 예비군 훈련장…무슨 일이? (2)군통령들의 꿈의 무대 ‘걸그룹 대첩’ (3)대한민국 육·해·공군 무기의 세계 (4)‘로보캅2’에 등장한 국산총 아시나요 (5)한국 vs 일본 군사력 우위 논쟁…진실은? (6)모르면 간첩? ‘군대리아’ 얼마나 아시나요 (7)‘폭탄 실은 개’ 기상천외한 실패작들의 세계 (8)北 탄도미사일, 정말 바지선에서 발사됐을까
  • 눈 돌리면 볼거리 ‘11만t 수상 호텔’

    눈 돌리면 볼거리 ‘11만t 수상 호텔’

    크루즈는 배 자체가 여행지다. 바다 위를 떠다니는 특급호텔이니만큼 보고, 먹고, 즐길 것들이 수두룩하다. 선내 시설들을 빠삭하게 꿰고 있어야 보다 효율적으로, 재밌게 놀 수 있다는 뜻이다. 사파이어 크루즈는 프린세스 크루즈라는 미국 회사에 속한 배다. ‘7080’ 세대라면 귀에 익은 이름일 수도 있겠다. 우리나라에서 ‘사랑의 유람선’이란 제목으로 방영됐던 미국 ABC 방송사의 TV 시트콤 촬영지가 바로 프린세스 크루즈다. 현재 운용 중인 선박은 모두 18척. 이 중 아시아 지역에 주로 투입되는 사파이어·다이아몬드 프린세스 두 배만 영국 선적이다. 기항지에 입항할 때마다 선수에 영국기 ‘유니언 잭’을 내거는 건 이런 이유에서다. 먼저 배의 제원부터 살피자. 거대함을 숭배하는 사람이라면 이 거구의 선박은 자체로 호기심의 대상이 된다. 배의 총톤수는 11만 5875t이다. 우리가 낚시 갈 때 흔히 타는 약 8t짜리 어선 3만 9000대와 맞먹는 무게다. 가늠조차 쉽지 않다. 길이는 291m다. 63빌딩(249m)을 옆으로 누인 것보다 길다. 갑판은 18개 층. 호텔 18층 규모다. 이 거대한 구조물에 승객 2670명과 승무원 1100명이 타고 바다 위를 설렁설렁 떠다닌다. 올 3월 대규모 시설 개보수도 마쳤다. 크고 작은 정찬 식당과 뷔페, 수영장(4), 월풀 스파(8), 라운지(4), 나이트클럽, 피트니스 센터 등 각종 시설물을 말끔하게 새로 단장했다. 크루즈 여행의 즐거움 중 하나는 역시 먹고 마시는 것. 다양한 레스토랑과 바에서 아침, 브런치, 점심, 오후 차, 저녁, 야식, 24시간 룸서비스 등 매일 끊임없이 식사를 제공한다. 룸서비스를 이용하면 매일 아침 선실에서 아침밥을 먹을 수도 있다. 소비되는 식재료의 양도 어마어마하다. 대략 살펴도 소고기 30t, 돼지고기 7.8t, 생선 15t, 닭고기 11t, 과일 22t, 우유 30t, 계란 26만 5000개, 맥주 2만 4000병 등이다. 기항지에서 멀어지면 선내 카지노가 문을 연다. 10달러만 들고 가도 몇 시간 게임을 즐길 수 있다. 5~7층 가운데의 중앙 라운지에서는 파티와 이벤트 등이 주로 열린다. 선내 여러 바와 라운지, 극장 등에서도 다양한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다. 선상 카드는 선실 도어키, 신용카드, 신분증의 역할을 한다. 늘 소지하고 다녀야 한다. 특히 기항지에서 선상 카드를 잃어버리면 승선 시 절차가 매우 복잡해진다. 매일의 일정은 선내 신문인 ‘프린세스 패터’에 게재된다. 날씨와 기항지 안내, 익스커션 예약 등 모든 정보가 담겨 있다. 매일 아침이나 저녁 무렵 선실 앞에 배달된다. 온 보드 크레디트라는 것도 있다. 배 위에서 쓸 수 있는 돈이다. 흔히 현금이 아니니 돈이라 생각하지 않기 십상이다. 한데 배 위에 올라 보면 다르다. 이 녀석 참 쓸 만하다. 현금과 다름없다. 100달러만 있어도 단번에 어깨에 힘이 확 들어간다. 이번 여정에선 상하이 1박의 식사비 조로 100달러가 지급됐다. 크루즈 여행 경비엔 기본적으로 모든 식사가 포함돼 있다. 레모네이드와 커피 등의 음료도 무료로 제공된다. 다이닝(정찬)까지 무료다. 물론 줄은 좀 서야 하지만. 한데 콜라(약 4달러) 등의 음료수와 맥주, 와인 등 알코올이 포함된 음료는 유료다. 특히 와인은 애호가의 입맛을 만족시킬 정도로 수준급이다. 비용은 병당 35달러 안팎. 봉사료까지 포함하면 40달러 정도다. 잔술로도 판다. 한 잔에 대략 6~8달러 선이다. 좀 더 품격 있는 식사를 원하는 이들을 위해 식당도 따로 마련해 뒀다. 물론 추가비용이 발생한다. 예컨대 스털링 스테이크하우스에선 최고급 스테이크가, 사바티니에선 고급 이탈리안 요리가 코스로 나온다. 추가 비용은 봉사료 등을 포함해 30~40달러쯤 된다. 배멀미를 우려하는 이들이 있다. 한데 그리 걱정할 건 못 된다. 어지간한 파도는 사파이어 프린세스의 거대한 덩치에 눌려버린다. 배가 바다 위를 ‘미끄러지듯’ 달리는 듯한 느낌을 받는 건 이 때문이다. 큰 파도가 이는 날엔 스테빌라이저라는 장치가 흔들림의 80%까지 감쇠시킨다. 그런데도 예민한 사람은 멀미를 느낄 수 있다. 가장 좋은 방법은 멀미약을 붙이거나 복용하는 것이다. 푸른색 사과나 생강을 먹는 것도 좋다고 한다. 둘 모두 선내 식당에서 아무 때나 구할 수 있다. 손목 안쪽 중앙 부분을 지속적으로 눌러 주는 지압법도 효과가 있다고 한다. 객실의 경우 배의 중앙 쪽이 흔들림이 덜하다. 발코니나 유리창이 있는 선실을 예약하는 것도 방법이다. 안전에 대한 대비는 철저한 편이다. 승선 첫날 대피훈련이 열리는데, 승객은 누구나 의무적으로 참가해야 한다. 선실 카드에 참가 여부를 체크한다. 불참자는 여러 제약이 생길 수 있다. 훈련은 단순하다. 경보를 듣고 객실 내 구명동의를 챙긴 뒤 구역별로 지정된 장소를 찾아가는 것이 전부다. 이후 승무원의 지시에 따르면 된다. 한국어 승무원이 없는 점은 다소 아쉽다. 드물게 운항 스케줄이 어긋나는 경우도 생긴다. 이번 여정에선 배가 제 시간에 상하이 크루즈터미널에 입항하지 못했다. 짙은 안개로 항구 자체가 폐쇄됐기 때문이었다. 이런 경우 다소의 혼란은 불가피하다. 여정 중 나머지 일부 코스가 생략되는 ‘비극적인’ 사태도 맞는다. 따라서 여러 경우의 수를 준비해 가는 게 좋다. 글 사진 상하이·홍콩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여행수첩] ■프린세스 크루즈는 4일부터 111일에 이르는 150여개의 크루즈 일정을 운영하고 있다. 각자 취향과 일정에 맞게 항해 일정을 조정할 수 있다. 한국지사 홈페이지(www.princesscruises.co.kr) 참조. (02)318-1918. ■선실 내 전원은 110V다. 일(一)자형 콘센트에 맞는 어댑터를 준비해야 한다. ■수영복은 반드시 가져간다. 선내에 빌려주거나 파는 곳이 없다. ■칫솔 등 세면도구, 선블록과 화장품 등 일상용품은 개인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기항지에서의 여행은 선사 측에서 준비한 익스커션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게 보통이다. 현지 관광버스를 타고 돌아보는데, 가보고 싶은 곳을 미리 선정한 뒤 반드시 안내데스크에 가서 예약해야 한다. 개별 여행을 원한다면 현지 교통정보를 한국에서 미리 확인해 가는 게 좋다. 대만의 경우 택시요금은 협상을 잘해야 한다. 현지 항구에 내리면 택시요금 등의 교통정보가 제공되는데, 여기 적힌 금액에서 최대한 깎는 게 좋다. 예컨대 대만 지룽에서 지우펀까지 택시요금이 1000대만달러라고 적혀 있지만, 항구 밖에 줄지어 선 택시는 800달러 안팎이면 충분하다. 버스는 788번이 지우펀까지 간다. 편도 30달러. ■신용카드가 통용되지 않는 곳도 있다. 특히 대만이 그렇다. 지우펀, 야시장 등에서 현금만 받는 곳이 많다. 다만 유명 관광지인 지우펀의 경우 한국 돈도 통용된다. ■사랑의 유람선(www.lovecruise.co.kr)은 크루즈 전문 여행사다. 전 세계에서 운항되는 유명 크루즈 상품은 빠짐없이 갖췄다. 1599-1659.
  • ‘4월 4일의 진실’ 이완구 회계자료는 알고 있다

    ‘4월 4일의 진실’ 이완구 회계자료는 알고 있다

    검찰의 ‘성완종 리스트’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검사장)이 이완구(65) 전 국무총리의 3000만원 수수 의혹과 관련해 주목하고 있는 시점은 2013년 4월 4일이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당시 충남 부여·청양 국회의원 재선거에 출마한 이 전 총리의 부여 선거사무소를 방문한 게 바로 이날이다. 이 전 총리 수사는 두 사람이 이날 실제로 독대를 했는지 확인하는 데서 출발한다. 이 전 총리의 경우 현금 1억원 수수 의혹을 받고 있는 홍준표(61) 경남도지사와 달리 돈을 직접 전달했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나타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수사팀은 당시 상황을 목격한 참고인 진술과 정황 증거를 모으는 데 주력해 왔다. 성 전 회장이 4월 4일 이 전 총리의 선거사무소를 방문, 3000만원이 담긴 ‘비타500’ 음료수 상자를 이 전 총리에게 건넸다는 의혹의 실체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이 전 총리는 성 전 회장의 폭로 직후 “만난 적 없다. 증거가 나오면 목숨까지 내놓겠다”며 반박했다가 성 전 회장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목격자 증언이 이어지자 “독대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기억이 없다” 등 한발 물러서더니 결국 여러 차례의 말 바꾸기 끝에 지난달 27일 총리직에서 물러났다. 검찰은 이미 성 전 회장의 녹취록 외에 성 전 회장의 운전기사 여모(41)씨와 수행비서 금모(34)씨, 이 전 총리의 당시 운전기사 윤모씨와 이 전 총리의 선거캠프 자원봉사자 한모씨 등 다양한 사람들로부터 진술을 받았다. 또 성 전 회장의 일정표 및 자동차 하이패스 단말기 기록 등 물증을 통해 성 전 회장이 이 전 총리를 따로 만났을 개연성을 높여 주는 정황을 확인했다. 혐의점 확인 자체는 홍 지사 건에 비해 녹록지 않을 전망이다. 홍 지사의 경우 윤승모(52) 전 경남기업 부사장이 “돈을 전달했다”는 진술을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지만 이 전 총리는 목격자들이 ‘독대 정황’만 봤을 뿐 실제 돈을 주고받는 상황은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성 전 회장이 사망한 터라 ‘결정적인 순간’을 아는 사람은 이 전 총리뿐이다. 수사팀은 참고인 진술과 선거캠프 회계 분석 자료 등을 토대로 이 전 총리를 압박할 계획이다. 이와 별도로 수사팀은 13일 김모 비서관을 불러 이 전 총리가 목격자 회유를 지시했는지도 확인할 방침이다. 성 전 회장의 폭로 직후 김 비서관이 윤씨 등 당시 선거사무소 상황을 잘 아는 사람들에게 전화를 걸어 말 맞추기를 시도한 정황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대법 “야간 주거침입 절도 가중처벌 위헌 소지”

    야간 주거침입 절도와 관련해 형법 조항과 내용은 같으면서 형량만 높인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이 위헌 소지가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헌법재판소가 지난 2월 ‘장발장법’으로 불린 특가법의 상습절도 관련 조항을 위헌 결정한 것과 맞물려 특가법 전반에 대한 개정 논의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지난해에도 마약사범과 국내 통화 위조범을 가중처벌하는 특가법 조항에 대해 위헌 결정이 나오기도 했다. 대법원 1부(주심 고영한 대법관)는 특가법 야간 주거침입 절도 혐의 등으로 기소된 안모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부산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0일 밝혔다. 안씨는 지난해 8~10월 모두 11차례에 걸쳐 현금 90만원과 79만 5000원 상당의 물건을 훔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한 번에 현금 40만원과 자전거 1대 정도를 제외하면 훔친 현금과 물건들은 대부분 소액이거나 커피믹스, 양초세트, 음료수, 과자 등에 불과했다. 하지만 범행 시간이 야간이었고 상습 범행이었다는 점 때문에 특가법이 적용됐다. 일반 형법상 야간주거침입 절도죄는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지만 특가법은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형이 적용된다. 대법원은 “사건 조항은 형법과 달리 무기징역이 추가돼 있을 뿐 아니라 유기징역의 하한도 3년으로 정하고 있어 형벌 체계상 정당성과 균형성을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며 “법정형만 늘리면서 법 적용은 오로지 검사 재량에 맡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결국 검사 재량에 따라 심각한 형의 불균형이 초래되는 만큼 헌법의 기본원리나 평등원칙에 어긋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 “콩팥병이세요? 그럼 ‘치맥’ 습관과 멀어지세요”

    “콩팥병이세요? 그럼 ‘치맥’ 습관과 멀어지세요”

     날이 풀려 야외활동이 잦아지면서 ‘치맥’이나 청량음료를 찾는 사람이 부쩍 늘고 있다. 물론 건강하다면 이런 음식이 별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콩팥병을 가졌다면 문제가 다르다. 이런 음식에는 콩팥에 부담을 주는 인(燐) 많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 때문에 의료계에서는 인과 나트륨·단백질·칼륨을 ‘콩팥병 4적’으로 꼽아 과잉을 경계하도록 하고 있다. 김성권 서울K내과 원장을 통해 인과 콩팥병의 상관관계를 짚어본다.  콩팥병을 잘 치료하기 위해 나트륨·단백질·칼륨 섭취를 줄여야 한다는 사실은 많이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에 못지않게 콩팥병에 영향을 끼치지만 지나치기 쉬운 영양소가 바로 인이다. 치킨과 맥주, 콜라는 물론 아이스크림과 치즈 등에도 생각보다 많은 인이 들어 있다. 이런 인이 콩팥병에 어떤 영향을 끼치며, 또 어떻게 섭취량을 줄일 수 있을까.    ■인은 모든 생명 에너지의 원천  식물이 광합성을 통해 확보한 태양 에너지는 ‘아데노신 3인산(燐酸)’이라고 부르는 ‘ATP’에 저장된다. ATP는 결합 에너지로, 식품을 통해 섭취하면 체내에서 ADP와 에너지로 나뉘는데, 우리가 일상적으로 활용하는 이 에너지가 바로 생명의 근원이 된다. 이 ATP의 주요 구성 물질이 바로 인이다. 모든 동식물에 인이 존재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람의 경우 인의 약 85%가 칼슘과 함께 뼈 속에 들어 있다. 인은 뼈의 구성 성분이면서 동시에 호르몬 형성, 감각운동, 신경기능, 산-염기의 균형 조절 등에도 관여한다.  식품 속의 인은 체내 대사 과정을 거쳐 콩팥에서 걸러진 뒤 소변으로 배출된다. 물론 콩팥 기능이 정상이라면 다소 많은 인을 섭취해도 배출에 별 문제가 없다. 하지만 콩팥병이 있는 사람은 인을 원활하게 배출하지 못해 몸 안에 쌓이면서 여러가지 문제를 일으킨다.    ■콩팥병 환자가 인 과다 섭취하면 심혈관 질환 유발  콩팥병 환자의 하루 인 권장 섭취량은 800mg으로, 일반인(1200mg)의 약 67% 정도이다.  그렇다면, 콩팥병 환자가 인을 권장량 이상 과잉 섭취하면 무슨 문제가 생길까.  우선, 콩팥 기능이 떨어져 인을 원활하게 내보내지 못하게 되고, 당연히 혈중 인 농도가 비정상적으로 높아진다. 그러면 인의 농도를 낮추기 위해 혈중 칼슘이 계속 인과 결합한다. 그래도 인 농도는 쉽게 낮아지지 않아 혈중 칼슘을 많이 소모하게 된다.  다음은, 혈중 칼슘 농도가 기준보다 낮아지면 이를 부갑상선이 감지해 부갑상선 호르몬 분비량을 높인다. 이렇게 되면 뼈 속 칼슘이 혈액 속으로 빠져나와 인과 결합한다. 뼈 속 칼슘이 많이 빠져나가면 골연화증이나 골다공증이 발생하게 되는데, 이는 골절이나 뼈부서짐의 주된 원인이다.  인과 칼슘 복합체가 혈액을 따라 근육, 혈관, 뇌, 심장 등 곳곳에 들러붙을 수 있는 것도 문제가 된다. 이런 성분들이 혈관 내벽에 붙으면 석회화에 의해 동맥경화증이 발생하게 된다. 관상동맥에 이 현상이 나타나면 협심증이나 심근경색증 등 심혈관질환의 위험이 크게 높아진다. 흔히 콩팥병 환자들이 심혈관·뇌혈관 질환에 잘 노출되는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인을 너무 많이 섭취하기 때문이다.    ■인 과잉섭취 피하려면 가공식품·유제품·청량음료 조심해야  일상적인 식사는 물론 기호식품에도 의외로 많은 인이 들어 있어, 인 섭취를 줄이는 식습관 실천은 쉽지 않다.  한국지역사회영양학회의 ‘영양성분표’에 따르면, 식품 100g을 기준으로 인 함량이 많은 식품은 말린 클로렐라(1536mg), 노가리(1493mg), 멸치(1429mg), 말린 홍합(1093mg) 등이 꼽힌다. 마른 오징어, 김, 미역 등도 인이 많다. 또 탈지분유(1014mg), 치즈(844mg) 등 유제품에도 인이 많으며, 치킨, 쇠고기, 쇠고기 육포, 베이컨, 햄 등 육류 및 육가공품에도 많이 들어 있다.  맥주 한 캔(355mL)에는 61mg, 콜라 한 캔(330mL)에는 32mg의 인이 함유돼 있다. 가령, 콩팥병 환자가 치킨 반 마리(650mg)에 맥주 1~2캔을 마시면 콩팥병 환자의 하루 인 권장 섭취량(800mg)을 채우고 만다.  특히 가공식품의 인이 문제다. 가공식품에는 보존성을 높이고 식감을 좋게 하기 위해 주로 인산염 형태의 인을 첨가하는데, 이 경우 가공식품 자체에 든 인 뿐 아니라, 인산염 형태의 인까지 추가돼 콩팥병 환자에게는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김성권 서울K내과 원장은 “기온이 높아지면서 치킨과 맥주, 콜라, 아이스크림 등의 수요가 증가하는데 이들 모두 인 함량이 높다”면서 “또 햄, 소시지, 통조림 등 가공식품들은 인 뿐 아니라 나트륨 함량도 높으므로 콩팥병 환자들은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성권 원장은 “채소 속의 칼륨은 물에 데치는 등의 방법으로 줄일 수 있으나, 인은 줄일 방법이 마땅치 않으므로 인이 많은 식품을 적게 섭취하는 수밖에 없다”며 “콩팥병 환자들은 인을 배출하는 약(인 결합제)도 잘 복용해야 콩팥병 치료가 잘 된다는 사실을 항상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함량이 많은 식품과 적은 식품  -많은 식품  유제품(우유, 커스터드, 아이스크림, 푸딩, 치즈, 크림 스프, 요구르트)  콩류(검정콩, 노란콩, 완두콩, 붉은 강낭콩)  어육류(생선 알, 간 또는 내장, 굴, 생선, 꽃게, 건어물)  곡류(감자, 잡곡류, 통곡물, 오트밀, 와플, 곡물이나 우유를 넣은 크래커)  지방군(견과류, 씨앗류, 땅콩버터)  음료수 및 기타(콜라, 코코아가루, 초콜릿, 맥주)    -적은 식품  곡류(흰밥, 흰빵, 흰국수, 옥수수, 마카로니, 콘프레이크, 곤약, 당면)  유제품 대용품(샤베트, 크림소다, 크림치즈)  지방군(버터, 마가린, 유지류)  음료수 및 기타(사이다, 이온음료, 녹차, 블랙커피)  심재억 의학전문기자 jeshim@seoul.co.kr
  • [이완구 총리 사의 이후] “성 前회장·이총리 차 함께 타고 행사장 가고 의원 땐 사무실 4층 거리에도 서로 자주 방문”

    이완구 국무총리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이 총리와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밀접한 관계였다는 증언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수년간 성 전 회장의 일정을 관리하며 그림자처럼 수행했던 전직 보좌관 금모(34)씨는 21일 서울신문 기자와 만나 “회장님과 이 총리가 같이 국회의원 생활을 할 때는 특별한 목적이 없어도 자주 만났다”면서 “회장님 차에 이 총리가 함께 타고 행사에 간 경우도 많다”고 주장했다. 금씨는 이어 “우리 의원실은 420호이고 이 총리의 의원실은 829호였는데 회장님이 그 방에 굉장히 자주 찾아갔고, 또 이 총리가 우리 방에 온 적도 있었다”고 말했다. 금씨는 2012년 말 의원실 공채를 통해 성 전 회장의 보좌관이 된 인물로, 성 전 회장이 지난해 6월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의원직을 상실하자 경남기업에 입사했다. 그는 이 총리가 성 전 회장과의 관계를 부인한 데 대해 “안 친하다고 할 때부터 어이가 없었다”면서 “본인이 계속 수렁에 빠지는 얘기를 하니까 금방 들통날 이야기라 그냥 지켜보고만 있었다”고도 했다. 금씨는 이 총리와 성 전 회장이 전화 통화를 자주 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통화 내용까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자주 한 것은 맞다”면서 “회장님이 걸기도 하고 받기도 했다”고 전했다. 또 “(이 총리가) 총리가 되고 난 뒤에는 만난 적이 없고 통화도 뜸해졌지만 꾸준히 이어지긴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덧붙였다. 금씨는 “정확한 시기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총리 이야기가 나오기 전이었는데 서울 여의도 렉싱턴 호텔에서 만나 차를 마셨다”고 했다. 음료수 박스를 이용해 금품을 전달한 시기로 지목된 2013년 4월 4일에 대해서는 “정확한 날짜는 기억나지 않지만 재보궐 선거 때 회장님을 모시고 충남 부여 선거사무소에 간 것은 확실하다”면서 “당시 사무소에는 여직원이 두 명 정도 있었고 충분히 독대를 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 강조했다. 한편 금씨는 “지난해 지방선거 때 출마한 분들을 (성 전 회장이) 다른 수행비서들과 방문한 사실이 있다”면서 “부산·인천에 가셨다는 얘기는 확실히 들었다”고 전하기도 했다. 유정복 인천시장과 서병수 부산시장 모두 성 전 회장이 남긴 메모지에 등장했다.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 [이완구 총리 사의 이후] 현직 총리 부담 던 檢… ‘成 리스트’ 소환 1호 李냐 洪이냐

    [이완구 총리 사의 이후] 현직 총리 부담 던 檢… ‘成 리스트’ 소환 1호 李냐 洪이냐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정치권 금품제공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검사장)이 21일 핵심 참고인 소환을 시작한 가운데 전날 이완구 국무총리가 사의를 표명하면서 수사가 활기를 띠고 있다. 중남미 순방 중인 박근혜 대통령이 오는 27일 귀국과 동시에 이 총리의 사의를 수용할 것으로 전해지면서 이 총리는 ‘전직 총리’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게 됐다. 이로써 검찰은 ‘현직 총리’ 수사의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 그동안 검찰 수사 대상 1호로 유력했던 인물은 1억원 수수 의혹을 받고 있는 홍준표 경남도지사였다. ‘현금 전달자’라고 주장하는 인물이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2013년 4월 4일 비타500(음료수) 박스로 건넸다”는 성 전 회장 측 수행비서 및 운전기사의 증언과 이를 뒷받침하는 이 총리의 전 운전기사 윤모씨의 증언 등 구체적인 정황이 쏟아지면서 이 총리에 대한 검찰의 우선적인 수사가 불가피해졌다. “돈을 받았다는 증거가 나온다면 목숨까지 내놓겠다”며 의혹을 완강히 부인했던 이 총리가 돌연 사의를 표명한 배경에는 검찰이 이미 두 사람의 독대 사실을 확인했기 때문이라는 관측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검찰은 이날 소환한 박준호(49) 전 경남기업 상무 등 성 전 회장의 최측근들을 차례로 불러 조사한 뒤 박 대통령이 이 총리의 사표를 수리하면 이 총리를 직접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검찰은 박 전 상무의 진술 입증을 위해 이날 경기 고양시 자택도 압수수색해 최근 자택 출입 상황과 방문자 정보가 담긴 폐쇄회로(CC)TV 녹화기록 등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성 전 회장의 기록물 확보를 위해 서울 논현동 성 전 회장 장남의 집도 압수수색했다. 검찰 관계자는 “객관적인 자료를 신속하게 최대한 수집해 재현과 복원에 우선순위를 두고 수사의 첫 단계를 채우고 있다”고 말했다. 홍 지사 관련 의혹에 대해서는 1억원을 전달한 인물로 알려진 윤모(52) 전 경남기업 부사장을 불러 조사한 뒤 홍 지사 소환 일정 등을 결정할 계획이다. 성 전 회장은 자살 전 언론 인터뷰를 통해 “현금 대부분을 내가 직접 줬지만 홍 지사의 경우 윤 전 부사장을 통해 돈을 줬다”고 주장한 바 있다. 윤 전 부사장 역시 성 전 회장의 폭로 일부분을 시인한 상태다. 성 전 회장은 지난 7일 돈 전달 여부를 다시 확인하기 위해 윤 전 부사장을 만났고, 이 자리에는 박 전 상무도 동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김진태 검찰총장은 이날 간부회의에서 ‘성완종 리스트’와 관련한 의혹의 진상을 명확히 규명하라고 재차 주문했다. 김 총장은 “일체의 다른 고려 없이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수사해 실체적 진실을 제대로 밝히도록 최선을 다하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 돌강이 흐른다…세월을 빚는다

    돌강이 흐른다…세월을 빚는다

    비슬산(琵瑟山, 1084m)은 흔히 ‘대구의 어머니 산’이라 불린다. 대구를 상징하는 팔공산에 빗댄 표현이지 싶다. 산정에는 옹골찬 바위들이 시립해 있고, 비탈을 따라서는 금방이라도 쏟아져 내릴 것 같은 암석들이 널려 있다. 말잔등 같은 능선 위엔 참꽃(진달래) 군락지가 광활하게 펼쳐져 있다. 부드럽게 팔을 뻗은 지맥들은 대구의 들녘과 굽이치는 낙동강을 깊게 껴안는다. 그 위로 석탑 한 기가 다소 힘겨운 듯한 자태로 서 있다. 대견사지 삼층석탑이다. 어렵사리 세월의 강을 건너오느라 외모는 다소 남루해졌지만, 꼿꼿한 기상만은 잃지 않은 듯하다. 비슬산은 4월이 되면 늘 산꾼들의 머릿속을 맴돈다. ‘참꽃’ 때문이다. 해마다 봄이면 정상 아래 너른 고위평탄면에 참꽃이 만든 연분홍 세계가 펼쳐진다. 이 모습 보려고 산꾼들이 그야말로 장사진을 친다. 하지만 비슬산이 산꾼을 불러 모으는 이유는 이뿐 아니다. 세월의 흔적 켜켜이 쌓인 암석들이 펼쳐 낸 ‘장사진’도 꽃 못지 않게 볼 만하다. 비슬산을 ‘암석 전시장’이라 부르는 건 이 때문이다. ●산비탈 바위들이 강물처럼 흐르는 듯… 비슬산은 대구 달성군과 경북 청도군에 걸쳐 있다. 비슬산 휴양림에서 등산로를 따라 오르면 오른쪽으로는 암괴류(岩塊流, 천연기념물 제435호)가, 왼쪽으로는 너덜지대가 펼쳐진다. 암괴류는 둥글거나 각진 바위덩어리들이 산비탈이나 골짜기를 따라 아주 천천히 흘러내리면서 쌓인 것을 일컫는다. 바위들이 강물처럼 흐르는 모습을 하고 있어 ‘돌강’ 또는 ‘바위강’이라 부른다. 비슬산 암괴류는 해발 약 1000m의 산정에 터를 잡은 대견사 인근부터 시작된다. 여러 개의 암괴류가 각기 다른 산비탈을 따라 내려오다가 해발 750m 지점에서 합류해 450m 지점까지 이어지는데 길이 약 2㎞, 최대 폭 80여m에 달한다. 세계 최대 규모다. 기이한 형태의 암석들을 병풍처럼 두른 대견사는 개창 연대가 신라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일연스님이 고려 고종 4년(1227) 22세 때 승과 선불장에 장원급제한 뒤 초임 주지로 22년간 주석하면서 ‘삼국유사’ 집필을 구상한 사찰이기도 하다. 대견사는 일제강점기 때 폐사됐었다. 경내 일곱 건축물의 가람배치(칠당가람, 七堂伽藍)가 일본의 대마도를 바라보는 형태를 하고 있다는 게 이유였다. 산정에 높이 앉은 대견사가 째려보는 탓에 일본인의 기가 꺾인다는 것이다. 이후 흔적으로만 남았던 ‘대견사지’ 위에 현재의 대견사가 중창된 건 지난해 3월 1일이었다. 일제에 항거해 만세운동을 벌였던 3·1절에 산문을 열어 강제 폐사의 수모를 씻겠다는 뜻이 담겼다. ●100여년 만에 복원된 신라시대 대견사 절집 앞은 절벽이다. 이 깎아지른 암봉 위로 석탑 한 기가 서 있다. 신라시대 세워진 대견사지 삼층석탑(유형문화재 제42호)이다. 수차례의 전란과 강제 폐사에 이어 지난 2009년 낙뢰를 맞아 탑 일부가 훼손되는 고난을 겪으면서도 옛 모습를 잃지 않고 제자리를 지키고 있다. 석탑 주변은 그야말로 암석 전시장이다. 앞으로는 암괴류가 폭포처럼 쏟아져 내린다. 특이한 형상을 한 ‘토르(tor)’도 곧잘 눈에 띈다. 토르는 부분 침식 과정을 거치는 동안 자잘한 물질은 제거되고 특이한 형태의 모습만 남게 된 대형 화강암이다. 석탑 주변의 거북바위, 부처바위, 형제바위, 스님바위 등이 토르다. 특히 톱(칼)바위는 토르이면서도 비슬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너덜의 형성 과정을 잘 보여 주고 있다. 대견사 위에서부터 비슬산 정상 아래까지는 고위평탄면이 펼쳐져 있다. 봄이면 참꽃이 무리 지어 피어 방문객을 경탄케 하는 곳이다. 해마다 4월 하순께 절정을 이루는데, 올해는 18일부터 참꽃 축제가 열린다. ●문익점 후손들이 절터에 일군 인흥마을 비슬산의 지맥이 안온하게 감싼 땅 화원읍에 남평 문씨 세거지지인 인흥마을이 있다.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목화씨를 들여온 문익점의 후손들이 인흥사 절터 자리에 일군 마을이다. 인흥사는 일연이 삼국유사를 집필한 곳으로 전해지는 절집이다. 마을에 들면 날아갈 듯한 처마의 한옥들과 세월의 흔적이 더께로 쌓여 있는 돌담길, 그리고 오래된 나무들이 단박에 이방인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조선 후기 건축양식을 잘 보여 주는 살림집과 재사, 문고 등이 돌담을 경계로 빼곡하게 들어찼다. 대부분의 집들은 문이 잠겼다. 실제 주민들이 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흙을 이겨 만든 돌담 사이를 걷는 것만으로도 수백년의 시간을 거슬러 오른 듯한 정취를 충분히 느낄 수 있다. 관광객을 위해 문을 연 집은 종가인 죽헌종택과 수백당이다. 특히 노송과 어우러진 수백당의 정취는 정말 일품이다. 주로 손님을 맞거나 일족의 모임 장소로 이용됐던 곳으로, ‘우물 정’(井)자 형태의 우물과 대나무로 경계를 이룬 뒷간 등이 옛 건물과 그림처럼 어우러졌다. 마을의 가장 안쪽에 터를 잡은 광거당(廣居堂)에도 추사 김정희가 쓴 현판 등 볼거리가 많지만 아쉽게도 자물쇠로 굳게 잠겨져 있다. ●천리마 한 쌍의 전설 깃든 마비정 벽화마을 인흥마을에서 산자락을 거슬러 오르면 마비정(馬飛亭) 벽화마을이다. ‘비무’와 ‘백희’ 등 천리마 암수 한 쌍의 애달픈 전설이 깃든 마을이다. 대도시 대구에 속해 있지만, 대중교통이라곤 하루 8번 운행하는 군내버스가 고작일 정도로 도심 속 오지로 꼽히기도 한다. 마을에 들면 토담을 따라 그려진 벽화들이 외지인을 맞는다. 쟁기질하는 황소, 난로 위에 도시락을 빼곡하게 올려놓은 옛 교실 풍경 등 향수를 자극하는 벽화들이다. 200년 된 초가집과 동네 할머니들이 음료수와 과자 등을 파는 이른바 ‘점방’도 시선을 끈다. 화원읍 낙동강 변의 사문진나루터는 우리나라 최초로 피아노를 들여온 장소다. 마비정 벽화마을에서 15분 남짓한 거리다. 안내판은 1900년 3월 대구에 온 미국인 선교사 사이드보탐 부부가 미국에서 가져온 피아노를 배편으로 사문진나루터까지 싣고 온 뒤 대구 시내 사택으로 옮겼다고 적고 있다. 당시 피아노 소리를 처음 들은 지역 주민들은 빈 나무통에서 소리가 나는 것을 신기하게 여겨 ‘귀신통’이라 불렀다고 한다. 이를 기념해 ‘귀신통 납시오’란 조형물과 피아노 장승 등도 세웠다. 사문진나루터는 1932년 나운규 주연의 ‘임자 없는 나룻배’가 촬영된 곳이기도 하다. 일제강점기 ‘조선의 3대 명화’로 꼽히는 ‘임자 없는 나룻배’는 일제에 항거하는 민족정신과 리얼리즘이 결합된 우리 영화의 대표작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를 기념하는 조각상이 나루터 초입에 세워져 있다. 글 사진 대구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여행수첩(지역번호 053) →가는 길 : 비슬산 대견사는 중부내륙고속도로 현풍나들목으로 나가 현풍·비슬산자연휴양림 방향으로 좌회전한 뒤 이정표대로 따라가면 된다. 인흥마을, 마비정 마을 등을 먼저 보겠다면 중부내륙고속도로 지선인 화원·옥포 나들목으로 나오는 게 낫다. 직선거리로는 남대구나들목이 가깝지만 대구 시내를 관통해야 해 시간이 많이 걸린다. 비슬산 휴양림에서 대견사까지는 ‘반딧불이 전기차’를 타고 오른다. 휴양림 주차장에서 대견사 입구까지 5.8㎞를 운행한다. 소요시간은 편도 30분으로 길다. 급경사와 급커브가 반복되는 산길이라 속도를 낼 수 없기 때문이다. 요금은 어른 5000원, 어린이 3000원(이상 편도)이다. 비슬산 자연휴양림 614-5481. 휴양림에서 걸어서 대견사까지 오르는 건 편도 1시간 30분 이상 소요된다. 대견사 뒤편의 능선에 진달래가 본격적으로 피기 시작하는 이달 말부터는 교통 체증을 연상시킬 정도로 사람들이 많이 몰린다. →맛집 : 달성에서 가장 유명한 먹거리는 현풍면의 곰탕이다. 현풍면 성하리 인근에 원조 현풍할매집곰탕(614-2031) 등 곰탕집들이 몰려 있다. 화원읍 천내리의 교동면옥(634-9222)은 진주식 냉면을 내는 맛집이다. 대구 시내 쪽에선 안지랑 곱창골목이 유명하다. 푸짐한 돼지곱창구이를 내는 집들이 길 양쪽으로 40여곳이나 늘어서 있다. 이곳의 가게들은 재료를 공동으로 구매한다. 구입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다. 그 덕에 매콤한 양념의 돼지곱창 한 바가지를 불과 1만원 안팎에 맛볼 수 있다. 북성로 철물 공구 골목은 밤이면 포장마차촌으로 변한다. 얇게 저민 돼지고기를 연탄에 구워 먹는 불고기집들이 많다. →잘 곳 : 달성 쪽에선 비슬산자연휴양림을 추천할 만하다. 다양한 형태의 숙소가 진달래 핀 산자락 속에 조성돼 있다. 가창면 삼산리, 성서공단 등에 모텔들이 있지만 낡거나 유흥가와 인접해 만족도는 떨어질 수 있다. 가족단위 여행객이라면 대구 시내에서 숙소를 찾는 게 낫다. 호텔인터불고 대구, 노보텔앰배서더 대구 등 특급호텔을 비롯해 엘디스리젠트호텔, 호텔대구, 대구그랜드호텔, 프린스 호텔 등 수준급 숙소가 있다.
  • [사설] 이완구 총리, 거취 결단 내려야 한다

    이완구 국무총리가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거액을 받았다는 의혹은 이 총리의 적극적인 해명에도 불구하고 점점 더 부풀어 오르고 있다. 성 전 회장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2013년 4월) 재·보궐 선거 당시 이 총리에게 3000만원을 현금으로 주었다”고 주장한 데 대해 이 총리는 “성 전 회장과 전혀 가까운 사이가 아니었다”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증거가 나오면 목숨을 내놓겠다고 맞받아쳤다. 둘 중 한 명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말인데 유감스럽게도 이 총리 편을 들어줄 사람은 많지 않다. 이 총리의 주장이 거짓임을 보여 주는 정황들은 속속 드러나고 있다. 성 전 회장이 남긴 다이어리에는 지난 1년 반 동안 두 사람이 23차례나 만난 것으로 적혀 있다. 한 달에 한 번 이상 만난 사이를 가깝지 않다고는 할 수 없다. 또 돈을 전달할 당시의 상황도 매우 구체적으로 밝혀지고 있다. 성 전 회장 측 인사는 “오후 4시 조금 넘어 이 총리의 선거사무소에 도착해 1시간 넘게 만났고 2시간 정도 부여에 머물다 해 지기 전에 떠났다”고 주장했다. 특히 성 전 회장의 지시로 음료수 종이 박스를 테이블에 놓고 나왔다는, 사실이라면 결정적인 폭로도 언론을 통해 전해졌다. 물론 이런 주장들을 뒷받침할 명백한 물증은 아직 없다. 성 전 회장이 이 총리에 대한 섭섭한 마음에 악의적인 거짓말을 했을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 그러나 검찰이나 법원의 증거 자료로도 채택될 수 있을 만큼 성 전 회장 측이 주장하는 정황들은 구체적이고 신빙성이 높아 보인다. 이 총리의 선거사무소를 찾아간 성 전 회장을 목격한 인물들도 많고 두 사람의 친분 관계를 보여 주는 사진도 있다. 진실은 앞으로 수사를 통해 밝혀지겠지만 지금으로서도 이 총리의 손을 들어주기는 어려운 상황이 됐다. 이런 상황만으로도 이 총리는 국정 수행이 어려워졌다. 청문회 과정에서도 거짓말을 했지만 겨우 국회 인준을 통과했는데 며칠 전에도 “암 투병 때문에 2012년 대선 때 유세를 하지 못했다”고 했다가 또 거짓임이 들통 났다. 이 총리의 신뢰는 이미 땅에 떨어졌고 국정의 2인자로서 역할을 할 수 없게 됐다. 더욱이 누구의 말이 맞든 이 총리는 당장 피의자 또는 참고인 신분으로 검찰의 수사를 받아야 한다. 헌정 사상 총리가 현직을 유지하면서 검찰의 수사를 받은 전례는 없다. 유무죄를 논하기에 앞서 공정한 수사를 위해 직을 내려놓는 게 공직자의 도리요 관례다. 그렇다면 이 총리 스스로 거취를 결정해야 한다. 하필 박근혜 대통령이 오늘부터 남미 순방길에 오르기는 하지만 뒤로 미룰 일이 아니다. 동력을 잃은 총리의 공백으로 국정이 혼란에 빠질 이유도 없다. 이 총리는 어제 야당 의원의 사퇴 요구에 “큰 틀에서 거짓말을 한 것 없다”고 거듭 항변했다. “(목숨을 내놓겠다는) 총리의 발언과 관계없이 (검찰이) 독립적·중립적으로 수사한다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참으로 실소를 자아내게 하는 말이다. 박 대통령은 어제 현안 회의에서 이번 정치자금 파문과 관련해 “정치개혁 차원에서 반드시 바로잡고 넘어가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성역 없는 수사’를 다시 한번 강조한 것이다. 대통령에 앞서 이 총리가 먼저 결단을 내려야 한다.
  • [성완종 리스트 파문] 성완종 동행했던 측근 “테이핑한 비타 500 박스 놓고 왔다”

    [성완종 리스트 파문] 성완종 동행했던 측근 “테이핑한 비타 500 박스 놓고 왔다”

    이완구 국무총리가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현금 3000만원을 받았다는 폭로와 관련해 지난 14일 “돈 받은 증거가 나온다면 목숨까지 내놓겠다”며 승부수를 띄웠지만 성 전 회장이 돈을 전달한 구체적 시기와 장소, 방법 등에 대한 추가 주장이 나오고 있다. ‘3000만원’ 전달 과정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것으로 알려진 성 전 회장의 측근들은 이 총리의 해명에 대해 “입만 열면 거짓말”이라며 “검찰 조사에서 알고 있는 모든 것을 말하겠다”고 밝혔다. 성 전 회장 측근 등은 15일 서울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성 전 회장이 이 총리 측에게 돈을 전달했다고 폭로한 당시 상황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측근 A씨는 “그때는 2013년 4월 4일로 당시 충남도청 신청사 개청식 직후 (성 전 회장을) 이 총리의 부여 선거 사무소로 모시고 갔다”면서 “사무소에 도착했을 때는 오후 4시쯤이었다”고 말했다. “차에 비타500 음료수 한 박스가 있었는데 동승한 수행원이 회장님 지시로 박스를 챙겨 사무실로 올라가 두고 내려왔다”고 말했다. 이날은 이 총리가 당시 4·24 재·보궐선거 충남 부여·청양 지역구 의원 후보자로 등록한 날이다. 앞서 성 전 회장은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지난번 재·보궐선거 때 선거사무소 가서 이 양반(이 총리)한테 3000만원을 현금으로 주고 왔다”고 주장한 바 있다. A씨는 ‘음료 상자에 돈이 담겨 있었느냐’는 질문에는 “박스에 테이핑이 돼 있어서 안을 보지는 못했다”면서도 “(박스를) 들어보면 알지 않나. 안에 담긴 게 음료수가 아니라는 것을 직감했다”고 말했다. 이 밖에 A씨는 이 총리가 “당시 기자 수십명이 (사무실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성 전 회장과 독대는) 정황상으로 볼 때 맞지 않다”고 해명한 부분에 대해서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입만 열면 거짓말”이라면서 “(이 총리 말대로) 목숨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사무실까지 직접 음료수 상자를 옮긴 수행원도 당시 사무실 안에는 ‘직원들 몇 명만 있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세월호 참사 1년] ‘통곡의 팽목항’ 다시 가 보니

    [세월호 참사 1년] ‘통곡의 팽목항’ 다시 가 보니

    “지켜주지 못해 미안합니다.” “우리 곁으로 빨리 돌아와 줘.“ 지난 1일 전남 진도군 임회면 팽목항 방파제 난간 곳곳엔 실종자가 돌아오길 바라는 마음을 담은 노란 리본들이 바람에 나부낀다. 진달래, 유채꽃 등이 흐드러진 새로운 4월이 찾아왔지만 세월호 참사로 생채기를 입은 사람들은 그대로다. 난간에 매달린 각종 사진과 리본 등은 점점 빛이 바래간다. 방파제 입구엔 아직도 차가운 바닷속에 남겨진 9명의 사진이 걸려 있다. 권재근씨와 그의 아들 혁규군의 똘망똘망한 눈망울이 보는 이의 가슴을 저민다. 교사 고창석·양승진씨, 단원고생 조은화·허다윤·남현철·박영인군, 이영숙씨 등도 돌아오지 못했다. 실종자 가족인 권오복(60)씨는 “하루빨리 선체가 인양되길 애타게 기다린다”며 “지금껏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못하는 정부를 더 믿을 수 없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방파제 입구엔 인근 섬을 오가는 주민들이 배 시간을 기다리느라 서성일 뿐 인적이 드물다. 1년 전쯤 통곡과 앰뷸런스, 언론매체, 자원봉사자 등으로 인산인해를 이뤘던 모습과 대조적이다. 유가족 임시 숙소, 분향소, 식당 등이 있는 공터와 방파제 사이 500m 남짓한 구간도 한산하다. 오는 16일 세월호 참사 1주년을 맞아 사회·종교 단체 등이 추모행사를 준비하느라 바삐 움직인다. 추모 공간으로 변한 폭 7~8m, 길이 200m가량의 방파제는 다녀간 사람들의 흔적만 쌓여 있다. 양측으로 내걸린 노란 리본 물결 사이 사이엔 인공 구조물들이 들어섰다. 서남쪽인 맹골수도를 향해 차려진 나무 밥상엔 누군가가 놓고 간 캔 음료수, 초콜릿, 바나나 등이 전날 내린 빗물에 젖어 있다. 고등학생들이 좋아하는 신발, 액세서리, 묵주 등도 한곳에 놓여 있다. 조도 가는 배를 기다리다가 방파제에 들른 김영주(64·조도면 신웅리)씨는 “실종자 사진을 보면 절로 눈물이 난다”며 “세월호 사고가 우리 지역에 엄청난 피해를 가져왔지만 유가족들의 슬픔에 비하겠느냐”고 고개를 떨궜다. 방파제 끝엔 빨간색 ‘하늘나라 우체통’이란 설치 작품이 있다. 구원과 새 생명의 열망을 담은 노아 방주를 본떴다. 바로 뒤편엔 병아리 모양의 철골 구조물과 붉은색의 등대가 덩그러니 서 있다. 언제 돌아올지 모를 실종자를 기다리듯 방파제 너머로 넘실대는 파도와 마주한다. 방파제 중간쯤엔 사각형 모양의 타일들이 붙어 있다. 타일에는 세월호 희생자를 기리는 문구와 그림이 있다. 조만간 완공되는 ‘천개의 타일로 만드는 세월호, 기억의 벽’이란 추모 작품이다. 지난해 11월 정부가 세월호 인양을 발표한 이후 대부분 유가족과 관계자 등이 철수하면서 팽목항은 겉으론 일상을 되찾은 모습이다. 실종자 2~3가족, 안산시청과 경기교육청 파견 인력, 경찰 등이 인근 공터의 가건물과 컨테이너에서 생활하며 현장을 지킨다. 그러나 주변 상권과 수산업은 몰락하다시피 했다. 병풍도와 동·서거차도 등 주변 섬사람들은 미역과 톳 등 수산물을 오염으로 제때 수확하지 못하거나 했더라도 ‘진도산’이란 이유로 판로가 막혔다. 항구 주변의 민박집과 식당, 슈퍼마켓 등도 거의 장사를 하지 못해 생계를 걱정해야 한다. 방파제 입구에서 만난 여연수(49· 동거차도)씨는 “지난해 봄 이후 사고해역 인근에서 많이 나는 조기, 갈치, 병어 등을 잡지 못했다”며 “진도곽 등 해조류를 채취해 살아가는 주민들은 더욱 힘들다”고 말했다. 팽목 선착장에서 식당을 하는 이모(60·여)씨는 “사고 이전에는 관광객들로 식당이 북적였으나 1년간 파리만 날리고 있다”고 한숨지었다. 진도 최치봉 기자 cbchoi@seoul.co.kr
  • [세월호 참사 1년] 책상 위엔 진한 그리움 담은 편지 수북이

    [세월호 참사 1년] 책상 위엔 진한 그리움 담은 편지 수북이

    세월은 무심히 흘러 또 4월이 돌아왔다. 영국의 시인 토머스 스턴스 엘리어트는 서사시 황무지(The Waste Land)에서 “4월은 가장 잔인한 달”이라고 했다. 지난해 4월 16일 전남 진도 인근 바다에서 295명이 숨지고 9명이 실종된 이후 우리에게 4월은 정말 가장 잔인한 달이 됐다. 지난 3일 찾은 안산 단원고. 학교가 가까워지자, 화정천 산책로 가로수에 나붙은 노란 현수막이 쓸쓸해 보였다. 희생 학생들을 그리워하고 추모하는 글귀와 이름이 쓰여 있다. 정작 학교 근처에서는 노란 현수막이 단 한 개도 보이지 않았다. 1년 전 그날을 잊고 싶은 ‘몸부림’이라 생각됐다. 살아남은 아이들만이라도 지키고 싶은 ‘배려’라고 이해됐다. 학교는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였다. 여느 학교와 다름없는 모습이었지만, 1층 복도에서 마주치는 학생들이 너무도 조용했다. 복도와 교실이 1년 전 4월 16일 그대로였다. 설레는 마음으로 수학여행을 떠났던 단원고 2학년 325명중 250명(실종자 4명 포함)은 끝내 엄마, 아빠 품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학교는 그들을 잊지 못해 2~3층 10개 반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었다. 대낮인데도 전등이 모두 켜져 있다. 학교 관계자는 “24시간 내내 교실을 밝힌다”고 말했다. 왁자지껄하는 소리, 재잘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사춘기 꿈 많고 수줍은 아이들이 금방이라도 ‘짠~’하고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책상에는 아들이·딸들이·친구들이 좋아하던 과자와 음료수, 꽃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진한 그리움을 담은 편지와 쪽지도 애절하게 놓여져 있다. 칠판에는 돌아오지 못한 그들을 그리워하는 글귀들로 빼곡하다. 교탁에는 2014년 4월 15일, 17일 일정표가 놓여져 있었다. 수학여행을 떠나지 못한 학생들의 시간계획표이다. 교실 뒤편 게시판에는 누군가 한용운의 ‘님의 침묵’을 써 붙였다. 안내하는 이재웅 선생님은 “누군지, 지금의 상황에 꼭 맞는 시구를 적어 놓았다”고 말했다. 그 옆에는 3월 21일 환경미화 최우수 상장이 걸려 있다. 복도에도 돌아오지 못한 아이들을 그리워하며 ‘미안하다’는 내용의 글귀가 쓰인 각종 장식물, 그림들로 가득하다. 학교를 나와 합동분향소가 차려져 있는 화랑유원지로 향했다. 유원지 주변 가로수마다 실종자 9명(단원고 4명 포함)의 사진이 담긴 노란색의 소형 현수막이 눈에 들어왔다. “마지막이라도 딱 한번만 안아봤으면… 영인아! 보고 싶다! 사랑한다!” “세월호 속에 있는 다윤이를 꺼내 주세요. 미치도록 보고 싶어요”라고 유가족들은 호소했다. 축구장 크기의 합동분향소 안은 희생자들의 영정으로 가득했다. 누군가, 노란 포스트 잇 메모지에 “아이들 구하러 다시 와주셔서 정말 감사 드립니다”라는 글을 써 붙여 놓았다. 꽃바구니에 “사랑하는 현우야 ! 생일 축하해~ 엄마가 ♥ ”라고 쓴 카드도 보였다. 분향소 관계자는 “평일에는 100~200명의 조문객이 찾고 있지만, 유가족들을 제외하면 일반인들은 많지 않은 것 같다”면서 “벌써 우리 사회가 희생자들의 안타까운 죽음을 잊은 것 같다”고 말했다. 글 사진 한상봉 기자 hsb@seoul.co.kr
  • ‘으악,이게뭐야!’ ‘포도봉봉’ 처음 마신 영국인들 반응 영상 화제

    ‘으악,이게뭐야!’ ‘포도봉봉’ 처음 마신 영국인들 반응 영상 화제

    한국인에게 익숙한 음료수가 외국인들에겐 어떨까? 지난 25일 영국인 남성 조쉬가 유튜브에 올린 ‘봉봉 처음 먹어본 영국인들의 반응’이란 영상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2분 40초 길이의 영상에는 한국에 살았을 때 먹어본 적이 있는 포도맛 음료 ‘봉봉’을 영국 지인들에게 시음시킨 후의 반응을 담고 있다. 시음에 참여한 대부분의 영국인은 ‘포도 봉봉’ 캔 안에 들어있는 알갱이에 격한 반응을 보였다. 물컹거리는 이물감에 “으악! 이게 뭐야”, “저거 도대체 뭐야?”, “으악 보인다! 뇌 같아!”란 말을 하며 놀라워한다. 조쉬의 권유로 생전 처음 맛보는 영국 사람들은 “이걸 마시는 경험은 바다에서 수영하다가 얼굴에 해파리를 맞는 느낌 같다”거나 “콧물이랑 코딱지를 엄청 모아서 넣은 것 같다”, “포도예요? 대박! 캔 안에 어떻게 넣지?”라고 말해 사람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영상의 끝 부분에 조쉬가 포도라는 사실을 사람들에게 밝히자 영국인들은 질감은 이상하지만 맛은 있다고 털어놓는다. 한편 지난 25일 유튜브에 게재된 이 영상은 현재 33만 9300여 건의 조회수를 기록 중이다. 사진·영상= 영국남자 youtube 손진호 기자 nasturu@seoul.co.kr
  • 어르신 미소 찾아준 온정 나눔

    어르신 미소 찾아준 온정 나눔

    지난 21일 토요일 아침, 여느 때와 달리 노인들이 정성스레 머리를 손질하고 메이크업을 받는 등 경로당이 시끌벅적하다. 영정사진이 아닌 ‘장수사진’을 찍는 날이기 때문이다. 한 노인은 “그동안 비용이 만만치 않아 사진을 찍지 못해서 마음 한편이 늘 무거웠다”면서 “오늘에서야 마음의 걱정을 덜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동대문구가 이날 오전 10시부터 청량리동 한신아파트경로당에서 노인 20명을 대상으로 장수사진을 무료 촬영하고 국악공연 등을 펼치는 재능기부 행사를 했다고 23일 밝혔다. 특히 이번 행사는 ‘더나눔플러스 봉사단’의 재능기부로 마련됐으며 청량리동 주민센터와 봉사단이 준비한 국악인의 판소리, 진도북춤 등 전통 공연도 이어졌다. 또 촬영 전 기다리는 시간이 지루하지 않도록 봉사자들이 노인들도 쉽게 따라할 수 있는 스포츠 체조를 알려줬고 청량리동자원봉사캠프와 동 희망복지위원회는 점심과 과자, 음료수 등을 지원했다. 이날 촬영한 장수사진은 전문가의 보정을 거친 후 액자에 담아 노인들에게 직접 배송될 예정이다. 청량리동 주민센터 관계자는 “어르신이 돌아가신 후 장례를 치를 때 준비한 사진이 없으면 주민등록증에 있는 사진을 확대해서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 온전한 영정사진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면서 이번 행사의 취지를 밝혔다. 유덕열 구청장은 “장수사진을 찍으면 오래오래 산다는 말이 있는 만큼 어르신들의 무병장수를 기원하는 의미 있는 자리였다”면서 “앞으로 민간결연을 더욱 활성화해 지역 내 소외계층을 위한 사랑나눔을 확산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준규 기자 hih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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