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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감독들의 ‘안방나들이’

    영화 감독의 안방 나들이가 이어지고 있다. TV 드라마 프로듀서들이 영화로 진출한 경우는 종종 있었지만, 영화 감독이 드라마 연출에 나서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이 현상이 시청자들에게 신선한 바람을 불어 넣을지 주목된다. 오는 15일 밤 11시5분 KBS가 야심차게 부활시킨 ‘HD TV문학관’의 두 번째 작품으로 이윤기 감독이 연출한 ‘내가 살았던 집’이 방영된다. 이 감독은 첫 장편 데뷔작 ‘여자, 정혜’로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아시아 신인작가 상을 받으며 호평을 받았다. 또 최근 싱가포르 영화제에서 감독상 등을 거머쥔 영화 연출가. 차기작을 준비하는 사이 짬을 내서 TV용 영화에 뛰어들었다. 은희경의 원작 소설을 HD 영상으로 옮긴 이 드라마는 배종옥 주연으로 ‘여자, 정혜’처럼 여자의 심리를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다. 현재 미국에 머무르고 있는 이 감독은 “새로운 도전으로 생각했고,HD 카메라를 통한 디지털 작업을 경험하고 싶었다.”면서 “TV 드라마지만, 핸드 헬드로 촬영하는 등 이전 드라마와는 다른 느낌이 날 것”이라고 전했다. 2001년 대종상영화제 감독상을 받았고, 고소영과 이성재가 주연을 맡았던 ‘하루’ 이후 연출작이 없었던 한지승 감독은 16부작 TV 미니시리즈로 다시 메가폰을 잡는다. 25억여원의 제작비가 투입돼 사전 제작될 예정인 한 감독의 ‘썸데이’(옐로우 프로덕션)는 한국 여성 작가가 재일교포 남자 관광가이드를 만나면서 사랑을 찾아가는 과정을 담을 코믹 멜로 드라마다.7월부터 일본에서 촬영에 들어가며, 내년 초 한국과 일본에서 동시에 방송할 계획. ‘실미도’ ‘공공의 적2’의 시나리오를 쓴 김희재 작가와 촬영스태프 등 영화 인력이 대거 투입된다는 점이 독특하다. 배우는 현재 섭외중이다. 한 감독은 “평소 TV 영상에 대한 관심이 있었고, 이번 드라마에서 영화적 표현이 녹아내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면서 “영화 감독의 드라마 연출에 대한 편견은 없지만, 최소한 영화계에 누가 되지는 않겠다.”고 전했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14일부터 이틀간 ‘힘내라 한국문학’ 축제

    지리산은 한국현대문학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이름이다. 조정래의 ‘태백산맥’, 이태의 ‘남부군’, 서정인의 ‘달궁’등 명작들의 무대가 됐고, 시인 고정희(‘지리산의 봄’), 이성부(‘지리산’)등에게도 영감을 불어넣었다. 이번 주말 지리산 자락에서 신명나는 문학축제가 펼쳐진다. 한국문화예술진흥원 문학회생프로그램 추진위원회(위원장 신경림)와 책읽는 사회만들기국민운동(위원장 도정일)이 공동주최하는 제1회 ‘힘내라, 한국문학’축제가 14·15일 이틀간 전남 구례군 구례읍 체육공원과 섬진강변 일대에서 열린다. 문예진흥원이 복권기금으로 운영중인 우수문학도서 지원보급 사업의 일환이다. ‘한국문학, 구례 지리산을 만나다’라는 제목으로 진행되는 이번 축제에는 지리산 시 걸개전시회, 백일장, 작가와의 대화, 문학의 밤 행사 등이 마련된다.14일 오후 3시 체육공원에서 열리는 ‘작가와의 대화’에는 현기영 박완서 임철우 은희경 공지영 고재종 안도현 이재무 전성태 등의 문인들이 참가할 예정. 이어 마임공연, 미디어 아트와 무용, 음악회 등이 어우러지는 ‘지리산 문학의 밤’ 행사가 열린다.15일 오전에는 이원규 시인의 집필실, 이시영 생가 등을 둘러보는 ‘문학의 산실 탐방’ 프로그램이 진행된다.(02)760-4690.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고화질 영상미로 TV문학관 ‘부활’

    고화질 영상미로 TV문학관 ‘부활’

    KBS가 자랑하는 브랜드 TV문학관이 ‘명품’으로 부활한다. 오는 8일 밤 11시15분 ‘HD TV문학관 100선’이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단장, 황순원 원작의 ‘소나기’(연출 고영탁)부터 방송을 타는 것. 앞서 TV문학관은 문학작품을 소재로 각 편을 제작할 때마다 오랜 제작 기간과 비용 그리고 땀을 쏟아부어, 영화 못지않은 영상미와 탄탄한 구성을 뽐내며 TV드라마의 신기원을 이룩했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지난 80년 12월 김동리 원작의 ‘을화’를 시작으로 87년까지 매주 1편씩 277편의 주옥 같은 문학작품을 소개했으나, 이후 소재 고갈과 제작 여건의 어려움 등으로 인해 드라마 초대석,TV문예극장, 신TV문학관 등으로 이름을 달리 하며 간헐적으로 제작, 방영해 왔다. KBS가 이 프로그램을 되살린 까닭은 새로운 감성시대, 새로운 영상시대를 맞아 고화질 영상미로 무장한 문학의 감동을 전달해 좋은 작품에 대한 시청자들의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서다. KBS는 향후 10년간 한 해에 10편씩 모두 100편의 명품을 제작, 시청자들이 기다려왔고 꼭 보고자 하는 감동의 드라마를 때맞춰 제공한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 또 이를 통해 글로벌 시대에 걸맞은 한국 드라마의 해외 경쟁력을 키워내겠다는 생각도 갖고 있다. 올해 제작될 작품은 소설가, 문학평론가, 프로듀서, 시청자 등의 추천을 받아 선별했다.5월에는 ‘소나기’에 이어 ‘내가 살았던 집’(원작 은희경·연출 이윤기),‘역마’(원작 김동리·연출 이영국),‘외등’(원작 박범신·연출 최지영)이 차례로 안방을 찾는다. KBS는 TV문학관의 시간대를 고정시키기 위해 제작 등으로 TV문학관이 쉬는 동안에는 ‘특별 기획드라마’라는 프로그램을 편성, 국내외 화제작을 방송할 예정이다. 장윤택 KBS 편성본부장은 “공영 방송이라는 소명에 충실해 시청률을 의식하지 않고 뛰겠다.”면서 “이번 HD TV문학관 방영은 국민과의 10년간의 약속이다.”고 말했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2005 프랑크푸르트도서전 주빈국행사 개막

    세계 최대의 도서전이자 ‘문화올림픽’으로 불리는 ‘2005 프랑크푸르트도서전’의 대장정이 시작됐다. 본 도서전은 오는 10월28일 개막되지만, 도서전의 주인공인 ‘주빈국’으로 초청된 한국은 이미 지난 14일부터 한국 문화 알리기를 통한 분위기 띄우기에 나섰다. 한국 주빈국 행사는 29개의 주요 프로젝트와 19개 이벤트를 중심으로 3월부터 10월까지 총 176회에 걸쳐 펼쳐지게 된다. ‘스밈과 대화’를 표방한 주빈국 행사의 백미는 한국문학 순회 프로그램이다. 한국측은 이번 행사를 계기로 유럽에 ‘문화한류’ 바람을 일으키고, 유럽인과 세계인 심성에 한국을 스며들게 함으로써 장기적으로 한국문화계의 숙원인 노벨문학상 수상의 토대를 마련한다는 야무진 목표를 설정했다. 이를 위해 3월부터 10월까지 한국의 내로라하는 대표 문인들이 대거 독일을 방문, 순회행사를 갖는다. 이미 지난 14∼15일 독일 동부에 위치한 드레스덴, 예나, 라이프치히에서 이호철, 윤흥길, 임철우, 고은, 정현종, 은희경 등 작가들이 자신의 작품들을 주제로 낭독회와 강연을 진행하며 대장정의 불을 지폈다. 순회작가단에는 이들 외에도 김원일, 김주영, 김훈, 박경리, 박원서, 복거일, 서영은, 서정인, 윤후명, 신경숙 등 소설가 48명, 신경림, 김광규, 김지하, 이성복, 황동규 등 시인 14명 등 총 62명이 포함되어 있다. 이들은 3월 동부지역을 시작으로 4월 쾰른 도르트문트 등 서부지역,5월 함부르크 개항축제가 열리는 서북부지역,6월 뮌헨 슈투트가르트 등 남부지역,9월 뢰벡 슈베린 등 중북부지역,10월 도서전이 열리는 프랑크푸르트 등에서 한국 문학의 열기를 이어가게 된다.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한국소설 독일인 가슴에 스며들다

    한국소설 독일인 가슴에 스며들다

    ‘…전쟁이 계속되는 동안 겨울은 재빨리 찾아왔고, 겨울이 깊어갈수록 우울하고 어두운 소식만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17일 오후 독일 동부 도시 라이프치히 도서전전시장. 한 구석에 설치된 한국관에서 열린 한국 문학작품 낭독회에서 ‘타고난 이야기꾼’ 황석영은 자신의 소설 ‘한씨연대기’의 한 대목을 약간은 떨리는 목소리로 읽어내려갔다. ‘2005 프랑크푸르트도서전’ 주빈국 행사의 주제인 ‘스밈’처럼 한국 대표작가의 혼이 담긴 단어 하나하나는 관심 반, 호기심 반으로 발길을 멈춰선 독일인들의 가슴에 잔잔히 스며들었다. 이어 황석영의 독일어판 작품을 독일 작가 엥엘베르트 폴 노르트하우젠이 읽어나가면서 분위기는 한층 고조됐다. ●황석영·임철우등 독자들과 대화 낭독후 가진 참가자들과의 대화에서 황석영은 “오래 전 작품을 지금 읽으려니 매우 낯설다. 그런데 마치 어제 일처럼 생생하게 느껴진다. 그때의 현실이 여전히 남아 우리를 압박하고 있다는 반증이 아니겠느냐?”고 했다. 이어 임철우의 ‘붉은 방’이 낭독됐다. 임철우는 작품 설명에서 “군부독재의 억압적 이데올로기에 사람들이 길들여질 수밖에 없었던 상황 속에서 감춰진 진실에 대해 동시대의 사람들과 대화하고 싶었다.”며 자신의 문학 입문 동기를 밝혔다. 그는 억업적 환경이 많이 개선됐지만, 문제는 여전히 다른 방식으로 존재한다며, 그것을 잡아내 발언하고 대화하는 것이 작가의 사명이 아니겠냐며 자신의 문학관의 일단을 소개했다. 낭독회를 지켜본 현지인들의 반응은 사뭇 뜨거웠다. 작가 수업을 하고 있다는 독일 여성 율리아 포라(26)씨는 “이문열의 소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을 읽고 한국사회의 일면을 이해하게 됐다.”며 낭독회가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베트메 움라란 이름의 또다른 여성은 “아직 일본 출판물이 한국에 비해 훨씬 많이 소개되고 있지만 한국 책 출판도 점차 늘고 있다.”며 높은 관심을 보였다. ●한강·은희경 작품 낭독회도 이어져 한편 이날 저녁 라이프치히에서 차로 1시간 남짓 거리인 드레스덴 쿤스트호프의 한 서점에선 소설가 한강과 은희경의 작품 낭독회가 이어졌다. 실내를 가득 메운 50여명의 참가자들은 숨을 죽인 채 상상력 넘치는 발랄한 문장 한마디 한마디에 귀를 기울였다. 두 여성 작가의 치열한 언어가 파편처럼 그들의 가슴을 파고들었다. 글 사진 라이프치히·드레스덴(독일)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生生인터뷰] 장편소설 ‘비밀과 거짓말’ 낸 은희경

    [生生인터뷰] 장편소설 ‘비밀과 거짓말’ 낸 은희경

    무슨 일이 있었을까. 대체 어떤 사연이 있었던 걸까. 작가 은희경(46)이 변했다.‘마이너 리그’(2001년) 이후 4년 만에 들고 나온 장편소설 ‘비밀과 거짓말’(문학동네)은 독자들에게 책날개 쪽을 힐끔거리게 만든다.‘이 은희경이 그 은희경 맞아?’싶게 달라진 필법 때문이다. 냉소와 불온의 상상력을 장난기마저 넘치는 성장소설로 버무린 ‘새의 선물’이 꼭 10년 전 작품. 그러고 보면 강산이 한번 바뀔 시간이 갔다. 고개를 모로 비틀고 기성세대를 양껏 조롱하던 그 조소띤 어조, 느닷없는 사건들로 상식을 전복하는 의외성. 그런 ‘은희경의 것들’이 이번엔 보이지 않는다. ●다 쓴 원고 정리하는 데 6개월 27일 광화문의 한 카페에서 만난 작가는 “다 써놓은 원고를 정리해서 묶는 데만 6개월을 앓아야 했다.”고 했다.“세권에 나눠 쓸 이야기를 한권에 압축해 넣는다는 생각으로 썼다.”며 “다시는 이런 소설을 안 써야지 싶더라.”는 말을 보탰다. 새 소설의 핵심서사는 두 형제 영준과 영우의 갈등과 화해이다. 그러나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연대기적 사건들이 촘촘히 끼어들어 사연 많은 가족사로 몸집을 부풀려간다. 글을 늘이기로 작정하면 몇권짜리 대하소설로도 거뜬할, 다양한 소재의 튼실한 이야기 틀거리를 갖췄다. 고향을 떠나 살던 형제는 아버지의 죽음과 그가 남긴 유물을 찾는 과정에서 가족사의 비밀과 대면한다. 아버지의 유품인 북채와 집문서를 건네받은 형제를 통해 소설은 객관적 관찰자 시점으로 한 시대 사람들의 성장기록과 아픔을 하나둘 소환해낸다.“냉담과 냉소로 깜찍한 문제제기를 했던” 첫 장편 ‘새의 선물’과는 전혀 다른 향미의 성장소설인 셈이다. “소설을 쓰는 동안 ‘새의 선물’을 자주 겹쳐 생각하곤 했어요.(작가의 경험에 근거한)같은 배경으로 어떻게 달리 쓸 수 있을까…. 내용과 방식을 많이 확장시켰어요.10년 세월에 독자들도 성장했을 텐데 나 역시 그때 옷을 입고 있어선 안 된다는 생각에서였죠.” ●아버지 죽음후 두형제의 갈등과 화해 작가의 말대로, 별개의 소재로 세권의 책이 되고도 남았을 이야기가 신통하게 고리를 걸었다. 글쓰기 형식에 변화를 주려 한 작가의 의도가 여실하다. 집안의 비밀이 아버지의 죽음 이후 느닷없이 밝혀지는 과정은 다큐멘터리처럼, 두 형제의 골깊은 갈등은 이야기체로, 영화제작일을 하는 영진의 내면은 도회적 단문으로 다양하게 묘파했다. 고향(전북 고창)과 그 언저리에서 작가의 유년을 채운 인물들에 대한 애증은 어쩔 수 없이 또 녹아나왔다.“환경의 억압에 눌려 소심한 하급 공무원에 안주한 작중인물 영준에게 내 모습이 투사됐다.”고 고백한다.“지금까지는 내 얘기가 아닌 척 빙빙 돌려 말해왔지만 이젠 솔직한 육성 그대로에도 귀기울여 줄 독자가 있을 것 같다.”는 말에 10년 작가이력의 내공이 실렸다. ●아름답고 낯설고 허망한 소설 쓰고파 유년의 기억, 성장통(痛)에 유난히 집착해온 작가는 그러나 “이제 더는 성장소설을 쓰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선언하듯 말한다. 작가가 된 서른다섯까지의 기억을 지금까지의 작품들에 붙들고 있었다면, 앞으로는 작가가 된 이후의 이야기를 쓰겠다는 다짐이다. 영혼의 자양이 돼 준 성장기에 진 빚을 10년 만에야 다 갚았다. 이젠 어떤 글을 빚어야 할까.“아름답고 낯설고 허망한 소설을 쓰고 싶다.”는 알 듯 모를 듯 미망(迷妄)같은 희망을 풀어놓는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신인작가 천명관씨 ‘고래’ 출간

    신인작가 천명관씨 ‘고래’ 출간

    천명관(40)은 입심이 보통이 아닌 신인작가다. 모르긴 해도 문단의 어느 누구에게도 입담으로는 기가 꺾이지 않을 성싶다.2003년 문학동네 신인상에 단편 ‘프랭크와 나’로 등단한 그가 첫 장편소설 ‘고래’(문학동네)를 냈다.‘고래’는 지난 여름 제10회 문학동네 소설상을 받아 문단의 관심이 쏠렸던 화제작. 생초보 작가가 구사하는 서사에는 툭툭 정맥이 불거진 팔뚝의 에너지가 느껴진다. 스토리 텔링의 힘이 대단한, 그는 작가라기보다는 소재가 바닥날 일 없는 능청스러운 이야기꾼이다. ‘고래’는 장편다운 장편이다.421쪽이나 되는 묵지근한 책은 독자들에게 최근 소설들에서 기대할 수 없던 ‘줄거리의 맛’을 되돌려준다. 3부로 나뉘어진 작품 속 주인공은 흥미롭게도 모두 여자들. 국밥집 노파, 금복, 춘희 등 세 여인이 섞바뀌어 등장해 파란만장한 가족사를 엮는다. 워낙 기구한 운명들이라 이네들의 이야기는 차라리 ‘수난사’에 가깝다. 1,2부는 산골 소녀에서 소도시의 기업가로 성장하는 여자 금복의 일대기에 초점이 맞춰졌다. 여기에 천하 박색으로 한을 품고 죽은 국밥집 노파의 사연이 얼기설기 끼어든다.3부도 구성형식은 엇비슷하다. 정신박약아인 금복의 딸 춘희가 이야기의 중심. 감옥에서 나와 폐허가 된 벽돌공장(엄마 금복이 일궜던 삶의 터전)으로 돌아온 그녀의 생존과 죽음에 이르는 과정이 담겼다. 소설의 흥미 포인트는 곳곳에 놓여 있다. 무엇보다 초인적인 힘을 지닌 여성 캐릭터들은 최근 국내소설에서는 좀체 만날 수 없는 것들이다.120㎏의 거구로 뱀을 날로 먹어치우는 춘희, 코끼리를 기르는 쌍둥이 자매, 벌떼를 몰고 다니는 백발의 애꾸눈 여인(국밥집 노파의 딸) 등은 소설이 팬터지의 영역까지 욕심냈음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대하소설만큼 맥락은 장황하건만 농담과 유머의 너스레로 긴장의 나사를 조이는 재주 또한 묘미다. 기승전결의 반듯한 틀거리를 빌리지 않고도 긴 이야기를 얼마나 재미있게 풀어낼 수 있는지 작가는 보여 준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 같은 서사틀에 세 여주인공이 번갈아 왔다갔다 하는데, 그럴 때마다 상황을 이어 주는 해설문은 무성영화의 변사투나 판소리 사설을 닮았다. 소설가 은희경은 “이 소설이 의도하는 게 정련된 글의 구조물이 아니라 쏟아져 나오는 이야기의 잔치”라고 평가했다. 작가는 이야기꾼으로서 스스로의 장점을 정확히 파악했다. 줄거리를 끌어가는 힘과 캐릭터를 그려가는 에너지만 봐 달라는 듯 작가는 작품의 시간배경은 끝까지 공백으로 남겨 둔다. 번역체의 거친 문투가 좀 거슬린다. 그러나 지나치게 사유화해 가는 최근 소설 경향에 불만인 독자라면 책장이 어떻게 넘어가는지 모르고 단숨에 읽어낼 재미 만점의 소설이다. 작가는 영화 ‘총잡이’‘북경반점’의 시나리오를 쓰기도 했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예술인 ‘탄핵소추 가결 규탄’ 잇단 성명

    문화예술인들의 탄핵소추안 가결 규탄 성명이 잇따르고 있다. 대표적 보수단체로 꼽히는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예총·회장 이성림)는 15일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가결은 대다수 국민의 뜻을 저버린 다수 야당의 횡포”라면서 “120만 예술인들은 국민과 한마음 한뜻으로 헌법재판소가 탄핵사건을 올바르게 판결해줄 것을 기대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영화인회의(이사장 이춘연)도 이날 비상상임집행위원회를 열고 대통령 탄핵 규탄행동에 적극 동참할 것을 결의했다.이들은 19일 시국에 대한 문화예술인 공동 기자회견에 참여하고 20일 광화문 촛불집회에 참가하는 데 이어 다음주 초 영화인 시국선언을 발표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영화단체와 영화인들에게 동참을 권유하기로 했다.이순원 은희경 심상대 성석제 방현석 한창훈 하성란 등 중견·신인작가 36인도 ‘남겨진 6월항쟁의 뒤 페이지를 위하여’라는 성명서를 통해 “탄핵소추안 가결은 일제 식민지배와 군사독재에 그 서사의 뿌리가 닿아 있는 반역사적 폭거”라고 규정하고 “미완의 6월 항쟁,그 뒤 페이지의 서사를 국민들과 함께 장엄하게 마무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민족문학작가회의 산하 젊은작가포럼(위원장 고영직 문학평론가)은 이날 “국회의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과정에서의 행적을 묵과할 수 없다.”면서 시인인 민주당 김영환 대변인의 작가회의 제명을 요구했다. 이종수기자 vielee@˝
  • 김영현·박노해·장정일·김영하…90년대 문학 ‘10년의 성찰’/신수정 첫 평론집 ‘푸줏간에 걸린 고기’

    “90년대 문학을 되돌아볼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제대로 이해받지 못한 자의 치욕스러움이다.” 흔히 90년대 문학의 특징으로 거대 담론의 실종과 내면세계로의 회피,서사구조의 상실,대중문화의 고고한 진군 앞에 ‘백기 투항’ 등을 거론한다.한마디로 ‘위기’라는 것.그러나 신예비평가 신수정(사진·38)은 이런 견해가 일면적이라고 일축한다.그가 낸 첫 평론집 ‘푸줏간에 걸린 고기’(문학동네 펴냄)는 90년대 문학에 대한 10년의 성찰이 담겨 있다. 93년 등단한 뒤 다작은 아니지만 예리한 시각의 글을 꾸준히 발표하면서 98년 고석규비평상을 수상한 그의 글모음은 ‘90년대 문학’을 위한 항변으로 읽힌다.그는 섬세한 살핌으로 김영현,박노해와 장정일,그리고 김영하에게서 90년대 문학의 징후를 읽어낸다. 그에게 김영현의 ‘벌레’는 한국문학이 이성에서 욕망으로 이동하는 맹아다.“이상과 당위의 열정으로 충만했던 이성적 주체로서의 인간이 자신의 욕망에 충실한 육체적 존재에게 그 자리를 내주게 되었다.”(52쪽)는 것이다. 이를 계기로‘욕망’이 문학사에 떠오르는데,이를 반영한 작가는 박노해와 장정일.둘다 ‘인간=욕망하는 기계’로 규정하되 박노해는 ‘인간의 욕망’에,장정일은 ‘욕망의 인간’에 방점을 찍는다. 시집 ‘참된 시작’에서 박노해는 욕망을 넘어서는 인간의 힘을 강조하는데 견주어 장정일은 ‘내게 거짓말을 해봐’등 일련의 포르노그래픽 작품에서 인간의 모든 이성적 기획에 도사린 억압성과 무의미함을 포착한다는 것이다.지은이는 박노해와 장정일의 길을 ‘구도자와 유희자’라는 대조적 키워드로 정리한 뒤, 이들이 90년대 한국문학사에 욕망의 상상력을 보여주는 두가지 가능성이라고 평가한다. 논의는 더 나아간다.지은이는 이질적인 두 작가의 이면에 ‘계몽적 기획’이라는 공통점을 발견한다.기존 체제와 부딪힌 두 사람은 “현존 체제의 그물을 넘어 또 다른 욕망을 욕망한다”며 그를 ‘아버지 넘어서기 욕망’이라고 진단한다. 신수정이 ‘90년대 문학’이라는 보따리에 담는 마지막 작가는 김영하.그의 작품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를 프로이트의방법론으로 분석하면서,“자기 안의 남성성을 거세한 신인류 탄생의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진단한다.결론은 “사회정치적 리비도를 내면화한 90년대 문학은 ‘푸줏간에 걸린 고깃덩어리’들이 구현하고 있는 쓸쓸한 신성을 통해 문명과 제도의 폭력성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데 이는 새 인간형에 대한 갈망으로 귀결된다.”는 것. 지은이는 90년대에 매달린 이유에 대해 “문학청년 시기를 지나 본격적으로 사회·세계를 향해 발언한 시기가 90년대였는데 이 시기 문학 형태가 제 생각과 너무 닮았다.이 우연성을 필연적 이야기로 풀어보고 싶었다.” 그의 비평집은 90년대를 반추하는 메타비평에 머물지는 않는다.그는 박완서 등 원로작가는 물론 은희경 성석제 배수아 하성란 등 문제작 작가들과 윤효 김이태 등 숱한 신인작가의 세계에 밀도높은 비평의 거울을 비춘다.그가 말하는 문학의 새로운 출발을 보려는 듯. 이종수기자 vielee@
  • 문학평론가 이남호교수 ‘옛우물에서의 은어낚시’

    문학평론가인 이남호 고려대 교수가 90년대 단편소설의 고갱이를 모은 ‘옛우물에서의 은어낚시’(작가정신)를 펴냈다. ‘1990년대 한국 단편 소설선’이란 부제가 말하듯 엮은이가 89년부터 2001년 사이에 발표된 단편소설 가운데 22편의 월척을 낚은 것이다.이 교수는 “1부는 보편적인 기준으로 선별한 것이고 2부는 시대적 성격이 강한 작품들”이라고 설명한다.그의 의도는 ‘옛우물’과 ‘은어낚시 통신’을 합친 책 제목에 그대로 드러난다. ‘옛우물’의 작가 오정희는 감도 높은 문체로 ‘문학 입문생의 교과서’로 불린다.‘옛우물’은 여성성이라는 보편적 소재를 탁월하게 그렸다는 평을 받는다.이런 보편적인 문학적 결실의 대열에 조성기의 ‘통도사 가는 길’,이윤기의 ‘숨은 그림 찾기1-직선과 곡선’등이 뒤를 잇는다 한편 윤대녕의 ‘은어낚시 통신’은 90년대 문학정신을 가장 잘 담고 있는 작품이라는 것.이 교수는 “새로운 시대의 인식과 감수성을 보여준 작품”이라며 가볍고 경쾌한 문체를 치켜세운다.이 계보에 신경숙의 ‘배드민턴 치는여자’,은희경의 ‘아내의 상자’ 등이 10년 전의 문단풍경을 돋을새김해준다. 엮은이는 90년대가 내면성과 일상성에 대한 탐구와 더불어 신세대적 감수성의 거침없는 표출로 21세기 문학의 지평을 열어젖힌 시대로 ‘옛우물에서의 은어낚시’에 비유할 수 있다고 말한다.1만 5000원.
  • 문학사상서 뒷얘기 특집 게재 /신춘문예 최다 당선은 ‘5관왕 이근배씨’

    1914년 12월10일 매일신보가 ‘신년문예모집’이라는 이름으로 신춘문예를 시작한 이래 해마다 원단의 신문지상을 화려하게 장식하며 문단에 신인을 밀어 올리는 구실을 한 ‘문학 등용문’신춘문예.이 신춘문예의 뒷얘기가 월간 문학사상 2월호에 특집으로 실렸다. 신승철 문학사상 편집위원이 쓴 특집에 따르면 신춘문예 사상 가장 많은 당선기록은 시인 이근배(한국시인협회장)씨의 5회.이씨는 1961년 서울신문(현 대한매일)과 경향신문·한국일보 등 세 신문에 각기 다른 작품으로 동시에 당선됐으며,이듬해에는 동아일보와 조선일보에 각각 시조와 시가 당선돼 5관왕의 영예를 안았다. 작가 문형렬씨는 지난 75년 매일신문에 동화가 당선된 데 이어 82년에는 조선일보와 매일신문에 시와 소설이,84년에는 다시 조선일보에 소설이 당선돼 4관왕이 됐다. 그런가 하면 임찬일(작고)씨는 86년 월간문학을 통해 소설로 등단한 뒤 같은 해 중앙일보 전국시조백일장 장원,스포츠서울 시나리오 공모 당선에 이어 92년 동아일보(시조),96년 세계일보(시)신춘문예에 당선돼 소설·시·시조·시나리오 등 4개 장르를 석권하는 역량을 과시하기도 했다. 또 ‘0시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작가 김도연씨는 3관왕,소설가 박기동·최인호씨,시인 오태환씨 등은 시와 소설 부문 2관왕의 기록을 갖고 있다. 김승희 정호승 이병천 이승하씨는 시로 등단한 뒤 나중에 소설로 다시 등단한 경우이며,남진우 김이구 정끝별씨는 시나 소설로 등단했다가 뒤늦게 신춘문예를 통해 평론가로 등단한 경우에 속한다. 그런가 하면 심사위원들의 대립으로 공동 수상자를 내는 경우가 많았는데,79년 동아일보의 중편소설 부문의 이문열·이순씨와 같은 해 이 신문 평론 부문의 정과리·장석주씨,81년 한국일보 소설 부문의 황충상·이건숙씨 등이 이에 속한다.95년 동아일보 중편소설 부문에서도 은희경·전경린씨가 공동 수상자로 뽑혔는데 이들 역시 심사위원의 견해차로 공동 당선자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특집은 이밖에 중복투고·표절시비와 일부 문인들의 장르 넘나들기,재등단의 문제 등을 다루었다. 심재억기자
  • 우리 안의 오리엔탈리즘

    “인도를 일주일 여행한 사람은 책을 한권 쓰고 일곱 달 머문 사람은 글을한편 쓰지만,인도에 7년동안 거주한 사람은 아무것도 쓰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인도란 그렇게,알면 알수록 그 깊이를 알 수 없는 ‘역설의 나라’다.때문에 인도의 이미지는 흔히 보는 이의 ‘전지전능한’시선에 의해 박제되고 복제되고 또 무의식적으로 수용된다.‘우리 안의 오리엔탈리즘’(이옥순지음,푸른역사 펴냄)은 바로 이러한 무분별한 ‘인도신화 만들기’에 일침을 가하는 책이다. 인도 근대사 전공자이자 작가인 저자는 먼저 류시화·강석경·송기원 등 내로라하는 ‘인도전문’작가들의 산문집과 소설을 텍스트로 택해 비판의 화살을 날린다. 베스트셀러 작가 류시화는 최근 출간된 산문집 ‘지구별 여행자’에서 인도에 관한 가장 ‘흔한’접근법을 보여줬다.신비와 명상,깨달음의 나라로서의인도.“…생은 어디에나 있었다.나는 사람들이 켜놓은 불빛이 보기 좋았다.내 정신은 여행길 위에서 망고 열매처럼 익어갔다.…” 또 그 뜬구름 잡는깨달음 이야기인가.인도는 왜언제나 삶의 교훈과 각성을 안겨주는 곳이어야 하는가.‘우리 안의 오리엔탈리즘’은 이러한 물음에서 출발한다. 저자는 류시화의 시선은 인도를 지배한 식민주의자의 그것과 흡사하다고 지적한다.그의 순수한 ‘인도 보기’ 역시 인도를 대상으로 여기고 ‘나와 다른’ 인도를 강조하며,10억 인구를 가진 광대한 인도의 다양한 층과 켜와 색채를 무시한 채 자신이 보고 싶은 것,이를테면 정신주의적인 측면만 골라 본다는 것이다.그런 점에서 류시화는 19세기에 득세한 수많은 ‘키플링 아류’와 같은 배를 탄 셈이다.저자에 따르면 류시화는 후진적인 인도와 일정한 사회적·심리적 거리를 두며 인도를 타자화한다는 점에서 강석경이나 송기원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한국의 많은 소설가들에게 인도는 그저 추상으로 존재한다.‘실존하지 않는 그 무엇’이니까 그만큼 ‘무책임하게’ 그린다.소설의 주인공들은 늘 구원을 얻으려고 갑자기 인도로 떠난다.송기원 소설의 한 주인공은 이혼하고 잡지사를 그만둔 뒤 술을 마시고 여관에서 자다가 벌떡 일어나 “인도로가자!”고 외친다.그런가 하면 강석경 소설의 주인공은 한국에서의 “허위적인 결혼생활을 탈피”하려고 인도로 간다.은희경의 ‘명백히 부도덕한 사랑’의강선배도 갑자기 직장을 내버리고 캘커타로 떠난다.주인공들은 무력한 순간에 홀연히 인도로 향한다.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그냥 인도가 거기에 있으니까 하는 식이다.그야말로 모호하고 무력한 글쓰기의 전형이다. 강석경과 송기원의 소설에 나오는 인도는 더러움과 가난만 가득할 뿐,즐거운 일이나 사람다운 사람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강석경은 ‘문명 이전의본능적 생활을 영위하는’ 것으로,송기원은 ‘굶주린 아귀’로 인도 사람을그렸다.“인도인은 동물적인 기능만 한다.…개나 코끼리,원숭이보다 낫지 않다.”고 한 200년전 헤이스팅스 인도 총독의 말과 어쩌면 그리 닮은 꼴인가.저자는 이러한 묘사는 20세기 초 “난 그들을 언제나 일종의 동물 같다고 여기지요.우스꽝스러운 염소나 예쁜 사슴 같다구요.절대 우리와 같은 사람으로 여기지 않습니다.”라고 한 헤르만 헤세의 ‘냉철한’시선을 연상케 한다고 말한다. 미국 작가 마크 트웨인은 한때 인도를 돌아보고 크게 실망했다고 한다.그는 인도를 가난하고 지저분한,구제불가능의 나라로 그릴 참이었다.그러나 글을 쓰기 전에 다시 돌아본 인도는 전혀 다른 얼굴로 미소를 지었다.트웨인이붓을 꺾은 것은 불문가지다.‘인도’를 들먹이기 좋아하는 작가라면 한번쯤새겨보아야 할 대목이다.소설 속에 등장하는 ‘마구잡이식’인도묘사는 아무리 경계해도 지나치지 않다. 저자가 보기에 한국 작가들이 생산하는 텍스트들은 대부분 에드워드 사이드가 지적한 오리엔탈리즘의 시선을 담고 있다.저자는 이를 입증하고자 19세기 영국이 식민지 인도를 상대로 만들어낸 ‘박제 오리엔탈리즘’의 뿌리를 파고든다.영국은 정치적 필요에 따라 인도의 이미지를 역사가 없고 야만적이며 비합리적이고 나약하고 열등한 것으로 왜곡했다.그 고착된 이미지 탓에 인도는 숱한 세월 박제 상태였다.그리고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그런 이미지를내면화하고 있다. 문제는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은’ 이러한 시선이 200년의시차를 건너뛰어 한국에서 자연스럽게 통용되고 소비된다는 사실이다.‘지독하게 가난하고 더럽고 혼란스러운 인도,그래도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어린애처럼 행복을 잃지 않는다.’이런 종류의 이미지야말로 영국 식민주의가 낳은 ‘오염된’ 지식인데,우리는 무심코 이를 복제하고 확대 재생산한다.저자는 문학이나영화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전파되는 이같은 이미지를 ‘이중의 오리엔탈리즘’이라고 부른다.서양이 구성한 동양이 아닌 ‘동양이 구성한 동양’이라는 중층적인 구조를 띠기 때문이다. 저자는 “오리엔탈리즘은 우리 안의 또 다른 파시즘이다.”라는 말로 끝을맺는다.시민사회를 규율하는 이념적 도구인 파시즘은 반공이나 전체주의 같은 데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우리가 남을 나와 다르게 보고 그것을 그대로 틀 안에 가둬버리는 것,그러한 시선이야말로 파시즘의 출발점이다.이 책에는 우리의 의식 속에 강력하게 자리잡은 닫힌 의식체계 즉,일상적 파시즘에 대한 경고가 담겨 있다.9800원. 김종면기자 jmkim@
  • 문학동네 소설상 이해경 ‘그녀는 조용히 살고 있다’

    전혀 다른 지향을 드러내는 두 편의 소설이 눈길을 끈다.한 편은 현실에 발을 담그고 사는 지식인의 고뇌를 다루고 있고,다른 한 편은 무력한 한 개인의 소설쓰기를 그리고 있다.바로 중견작가 김영현의 ‘폭설’과 올해 문단에 이름을 내민 ‘늙다리 신예’ 이해경의 ‘그녀는 조용히 살고 있다’가 그것이다.외견상 전혀 상관없는 두 작품이 그러나 꼭 다른 것만은 아니다. 이 두 작품은 각각 80년대 리얼리즘의 복원과 해체를 시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서로 ‘대척점에 선 유사성’을 내포하고 있다고 보여진다. “특히 기억에 대한 문제,소설에서 우리가 공유했던 80년대 리얼리즘에 대한 회의랄까 문제의식이 예전부터 제게 있었던 것 같습니다.” 올해 이해경(39)에게 제8회 문학동네 소설상을 안겨준 작품은 ‘그녀는 조용히 살고 있다’(문학동네)이다.‘소설쓰기를 다룬 소설’이랄 수 있는 ‘그녀는…’은 직장을 그만 둔 ‘그’가 아내의 강권에 못이겨 어거지로 소설쓰기를 시작하면서 겪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소설쓰기’라는 다소 이색적인 주제라얼핏 무거움을 느낄지 모르지만 주인공의 행태도 소시민적이고,곳곳에 위트와 해학이 섞여 발랄하고 경쾌한 느낌이 든다. 그러나 이런 가벼움이 결코 작품의 무게를 떨어뜨리지는 않는다.오히려 전편을 통해 치밀한 의도가 짜임새있게 구성돼 있어 적당한 중량감을 담보하고 있다.‘그’가 맞닥뜨리는 세상은 늘상 이런 식이다. 회사의 사규를 존중해 매일 오후 6시면 어김없이 퇴근하다 상사에게 찍히고,그런 상사의 눈초리를 누그러뜨리기 위해 모두 퇴근한 뒤까지 남아 야근하다 동료들에게 찍히는 어리숙한 숙맥,그 자체다.결국 사표를 내고서도 며칠은유예기간이 있을 것이라 믿는 그에게 주어진 것은 ‘지체없는 사표 수리’였다. 이 작품을 수상작으로 뽑아 들었던 문학평론가 김윤식씨는 ‘그녀는…’을이렇게 평했다.“위기에 놓인 한 남자의 얘기,이 남자를 위기로 몰아넣은 건 구도도 비밀결사의 절대정신도 아닌 ‘소설’이라는 괴물이었다.말을 바꾸면 소설이 바로 절대정신이며 비밀결사이며 구도 자체”라며 “확실한 작품이다.아마 작가의 통제력덕분일 것이다.”라고. 이해경은 간단치 않은 경력을 가진 신예다.대학에서 국문학을 전공해 고등학교에서 교편생활을 했는가 하면 이내 때려치우고 다시 대학원에 진학해 영화를 전공,영화평을 몇편 내는가 싶더니 이번에는 반듯한 직장으로 자리를옮겼다.그러다가 강신(降神)이라도 한 듯 다시 소설판으로 돌아온 그다.그는 “직장생활에서는 도저히 성취감을 가질 수 없어 결국 스스로 문학으로 도망쳤다.”고 고백하고 있다. 작품에서 소설가는 더 이상 예술가가 아니다.작가의 고뇌가 자리잡아야 할곳에는 작가가 되려는 한 소시민의 비루한 모습이 투영되고 이런 와중에 만난 ‘그녀’는 결국 그의 인생의 변수가 된다. 소설가 오정희는 이해경에 대해 “작품의 긴 호흡과 끈덕진 근성,건강한 해학성과 따뜻하고 넉넉한 시선이 저력”이라고 말하고 있다. 은희경,전경린,윤애순,김영래로 이어지다가 6·7회 수상자를 내지못해 건너뛴 뒤 8회째 문학동네 소설상의 계보를 잇게 된 그가 어떤 색깔,어떤 목소리를 낼지 자못 기대된다. 심재억기자 jeshim@
  • 책꽂이/ 카프카의 편지 外

    ●카프카의 편지(프란츠 카프카 지음,변난수·권세훈 옮김) 카프카가 약혼녀 펠리체 바우어에게 보낸 편지와 엽서 545통을 모아 엮은 책.편지는 1912년부터 약 5년 동안 쓴 것이다.단순한 연애편지를 넘어 문학에 대한 열정과 작품 구상 등을 담고 있다.두 사람의 사랑은 결국 이뤄지지 못했으며,편지에는 펠리체의 사랑을 갈구하면서도 일면 거리를 두려고 애쓰는 등 이중적 성격이 드러난다.솔출판사의 ‘카프카 전집’중 한 권.3만원. ●냉소와 매혹(김동식 지음) 계간 ‘문학과 사회’ 편집동인인 문학평론가의 첫 비평집.데뷔작인 ‘글쓰기의 우울:신경숙론’을 비롯,김영현 윤대녕 이인화 은희경 함정임 배수아 백민석 이영유 등의 시와 소설에 관한 비평문과 작가론을 실었다.문학과지성사 1만 2000원. ●이야기,가장 인간적인 소통의 형식(김민수 지음) 중앙대 문예창작과에 출강중인 저자가 학생들을 위해 쓴 현대 소설이론 입문서.서사문학의 역사와 소설의 형성,소설의 서사구조와 담론의 양상 등을 정리했다.거름 9500원. ●시 속에 꽃이 피었네(고형렬지음) 창작과 비평사의 시선 기획위원이자 계간 ‘시평’의 주간으로 활동하는 저자가 50여편의 시를 묶었다.‘고형렬의 시로 읽는 인생’이라는 부제를 단 책은 ‘정읍사’부터 정약용 서산대사 김소월 한용운 백석 한하운 서정주 김수영 고은 김남주 박노해 등의 시세계와 삶을 새롭게 해석하고 있다.바다출판사 9800원. ●저 꽃이 불편하다(박영근 지음) 노동문학에 몰두해온 저자의 다섯번째 시집.노동의 가치와 노동자의 비애,자본주의 사회의 몰가치 등을 날카롭게 해부하고 있다.창작과 비평사 5000원. ●달빛가난(김재진 지음) 소설가이자 명상가로 활동하는 저자가 ‘가난’과 ‘아버지’ ‘여행' 등을 주제로 기존 작품과 신작시를 엮은 시선집.숨쉬는돌 7000원. ●건건여록의 비밀(이태형 지음) 한국을 겨냥한 일본 극우세력의 음모를 그린 소설.페루의 후지모리 전 대통령에게서 힌트를 얻어 일제때 이토 히로부미 총독과 한국인 여성 사이에서 태어난 남상현 교수를 한국의 대통령으로 당선시키기 위해 공작을 편다.일송-북 전2권 각 8500원. ●시간의 여울(이우환 지음) 일본 모노파(物派) 창시자로 화가인 저자의 에세이집.지난 87년 일본에서 출간된 뒤 94년에 국내에 소개됐던 것을 최근 다시 번역했다.디자인하우스 1만5000원.
  • 책꽂이/ 소설 外

    ◆ 소설(장석주 지음) =‘소설창작 특강’이라는 부제를 단 소설 입문서.‘원리-소설창작의 실제’와 ‘표출-한국 소설의 새로운 양상’ 등 2부로 구성됐다. 소설쓰기를 돕는 다양한 예문과 기존 소설에 대한 비평 등을 묶어 함께 묶어냈다.들녘.2만원. ◆ 홍어(김주영 지음) = 작가의 소설을 청소년용으로 개작,‘문이당’의 청소년 현대문학선 시리즈 첫 권으로 출간했다. 김주영의 ‘거울 속여행’‘멸치’,이문구의 ‘매월당 김시습’,김원일의 ‘마당깊은 집’‘마음의 감옥’,한승원의 ‘아제아제바라아제’‘물보라’,이문열의 ‘시인’,김정현의 ‘아버지’‘어머니’ 등이 이어서 출간될 예정이다.문이당.8000원. ◆ 부디 나를 참이름으로 불러다오(틱낫한 지음,이현주 옮김) = 평화운동가로 활동하는 베트남 출신 스님의 시집.1950년대 말부터 40여년간 써온 시들을 모았다. 베트남 전쟁의 와중에 발표했던 반전시들을 비롯해 인간과 자연의 황폐화,망명생활의 쓰라림 등을 담은 100여편의 시가 수록됐다.두레.8900원. ◆ 사랑이 올 때(안도현 외 지음,전수미 그림) = 시와 이미지를 결합한 포에마쥬 시리즈 1권.권대웅·김선우·나희덕·신현림·안도현·이정록·이재무·장석남·함민복씨 등 젊은 시인 25명의 사랑을 주제로 한 신작시를 실었다.봄.8500원. ◆ 맹목사(하루비 지음) = 인터넷에서 연재돼 네티즌들을 단숨에 끌어모은 문제의 소설.세련된 언어 구사력과 치밀한 묘사 등이 기성 작가 못지 않다는 평가를 들었다.‘하루비’는 작가의 인터넷 ID였으나 이 소설집에서도 그대로 사용했다.도서출판 창작시대.전2권 각 7000∼8000원. ◆ 우리 문학에 대한 질문(박철화 지음) = 문학의 위기가 심심찮게 거론되는 ‘전망부재 시대’의 대안을 모색한 평론집.공지영·신경숙·은희경씨 등 1990년대 이후 문학계의 주류로 떠오른 여성작가들의 작품을 혹독하게 비판했다.그는 “90년대 문학은 ‘자아’라는 밀실만 남기고 대화의 광장으로 전혀 나아가지 못했다.”고 지적하고 있다.생각의 나무.1만원.
  • [대한광장] 他집단에 말걸기

    동서고금을 통해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대개 ‘문제적인 개인’이다.이들이 특히 그 시대상이나 시대정신을구현함에 있어서,또는 인간성의 한 전형을 형상화함에 있어 보편성을 획득하면 그 인물은 시공을 초월하여 천의 얼굴로 부활한다.우리의 경우에는 ‘춘향’이 그러하다.홍명희의 ‘임꺽정’에 상응하는 황석영의 ‘장길산’이 각각일제하의 감옥속에서,유신독재 암흑기에 씌어진 사실은 우리 소설사를 관류하는 짙은 사회성과 정치성을 웅변한다. 이 시대의 사랑받는 작가인 은희경의 소설에는 사랑에 대한 환상을 거부하는 여성들의 삶이 펼쳐지고 있다.그녀들의 삶에서는 ‘도덕’과 ‘윤리’와 ‘공동체’가 없다.그들의 사랑은 늘 어긋나며,짐작과는 다르며,정형과 상식으로부터 이탈한다.사람과의 소통이 단절된 삶은 그래서 끔찍하게 외롭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설의 어법은 실로폰연주처럼 경쾌하고 발랄하다.은희경은 전시대처럼 소설가가 지식인이고 스승이라면 자신은 소설가가 될 수 없었을거라고 말하고 있다. ‘타인에게 말걸기’의 “검고깊은 구멍처럼 벌어진”텅빈 눈의 주인공은 사랑의 허위의식을 부수고 외로움의진실로 귀환하면서 냉정함을 통해 편안함을 깨닫는다.타인과의 소통이 부재하는 삭막하고 황폐한 현실을 조롱하며부유하는 삶의 방식.이에 대한 동의와 대리만족이 은희경인기의 코드이다.부연하자면 이는 사회와의 소통에 상처입고 단자화된 개인들의 풍속도이기도 하다. 길고도 참혹했던 독재시대를 지나 민주화 이행기에 있는우리 사회에 지금 절실히 요구되는 것은 끊임없이 ‘타인에게 말걸기’를 시도해야 한다는 점이다.소설의 주인공은 타인과 세상과의 소통을 거부하고 유목민처럼 떠돌 수 있지만 집단은 결코 그럴 수 없는 운명을 안고 있다.개인과마찬가지로 집단 역시 생존본능을 지니고 있다.지루한 의약분업 사태에서 목격했고,현재도 그칠 새 없이 분출하고있는 집단이기주의를 경험하고 있는 우리들은 대화와 소통에 의하지 않고는 민주주의의 가장 핵심인 합의와 조정에이를 수가 없음을 확인하고 있는 중이다. 개인이 합리성과 도덕성으로부터 일탈하여 부패하고 타락하듯이 생존본능에 얽매인 집단은 그 힘이 개인에 비해 훨씬 더 팽창적이며 권력적임을 기독교 윤리학의 거장 ‘라인홀드 니버’는 경고한다.개인은 천부의 양심으로 인해도덕적일 수 있으나 집단의 경우는 자기초월능력이 부족해서 무제한의 이기심을 절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재 인권과 관련한 몇 가지 국가적 의제가 있다.한국의국가보안법에 대한 국제인권기구의 지속적인 폐기 요구,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대체복무제,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비합리적 연수제도로 인한 차별적 대우와 인권침해,장애인의 낮은 고용률,성적 소수자 등. 그런데 문제는 분단국가의 냉전의식이 가로놓인 문제에서는 대화가 이루어 지지 않는 데 있다.이 심각하고도 중요한 의제를 두고 진지한 논쟁이 쉬이 형성될 수 없다는 점이다.막대한 국고를 들여 건립하려는 박정희 기념관을 둘러싸고 논쟁이 들끓자 모방송사에서 토론회를 기획했지만기대에 못미친 적이 있었다.찬성하는 측의 논객들이 줄줄이 출연을 기피했기 때문이다. 사회의 의사소통에 기여해야 할 지식인의 책무를 망각한무책임한 짓이 아닐 수 없다.대한민국 헌법이 보장한 양심과 사상의 자유를 비롯한 여러 국민의 권리가 구현되기 위해서는 이 헌법정신을 위반하는 법률에 대한 사회적 심의와 통찰이 필요하다.그것은 다름아닌,부단히 ‘타인에게말걸기’와 같은 시도를 지속하고 그것이 일상화될 때 가능해진다.냉전의식의 덫에 포획된 몇 가지 용어부터 걷어내는 설득이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사회집단이 결여하고 있는 이기심에 대한 자기초월능력은 구질서를 개혁하려는 쪽에서 훨씬 더 많이배양하지 않으면 안된다.소설 속의 개인은 단절과 괴리의황야 속에서 오히려 자유로울 수 있지만 현실의 개인과 집단에게 그것은 곧 마비와 부패와 파멸에 이르는 길이기 때문이다. △유시춘 작가·국가인권위원
  • 정년퇴임 김윤식교수 고별강연

    “1968년 3월,전임강사로 출발한지 33년만에 정년을 맞게되었습니다.두 세기를 살고 있는 사람으로서 장거리 경주의완주를 한 셈이 아니겠습니까” 11일 오후 3시 서울 신림동 서울대 박물관 강당.한국 근대문학연구의 큰 봉우리로 평가받는 김윤식교수(65)는 미리 준비해온 200자 원고지 100매의 ‘고별 강연’을 풀어냈다. 학교 차원의 행사가 아닌 국문과의 조촐한 잔치 풍경.세상속사(俗事)에서 벗어나 그저 연구와 비평의 외길을 걸어온노교수의 길을 쏙 빼닮았다. 1962년 ‘현대문학’추천으로 등단하기도 한 그의 고별 강연 주제는 ‘갈 수 있고,가야할 길,가버린 길-어느 저능아의 심경 고백’.‘근대’라는 무거운 과제에 눌려 어둠 속을헤매던 그에게 한줄기 빛이었던 게오르규 루카치의 ‘소설의 이론’에 나오는 “우리가 갈 수 있고 또 가야만 할 길을하늘의 별이 지도의 몫을 하는 시대는 복되도다”라는 대목을 인용한 것이다.루카치라는 ‘북극성’을 따라 “갈 수 있고,가야할 길”을 택한 그가 들려주는 ‘가버린 길’은 우리 문학사를 오롯이 담고 있다. 일제 식민지교육과 한국전쟁의 상흔을 거쳐 “글쓰기 위해들어온 대학은 문학하는 곳이 아니라 학문하는 곳”이었다고 토로했다.“글쓰기는 멀어졌고 비평사연구로 나아갔는데 여기서 카프(KAPF·조선 프롤레타이아 예술가동맹)를 만나고루카치라는 빛을 보았다”고 말했다. “문학 연구가 인류사와 더불어 진행된다는 행복감”에 수십년간 휩싸여 있던중 동구의 몰락으로 겪은 방황도 전했다. “그 동안 제가 읽어 온 이 나라 근대문학은 ‘인간은 벌레가 아니다’를 바탕으로한 과거형이었는데 역사의 진보라는믿음이 끝난 순간 ‘인간은 벌레다’로 바뀌는 혼란을 겪었다”고 밝혔다.이어 비평가의 작업을 ‘책이라는 관들이 가득한 묘를 지키는 묘지기’라고 비유한 사르트르의 한계를넘으려는 노력을 들려주었다. 결국 ‘저능아’라는 자기 낮춤으로 시작한 강연은 “인간으로 태어나서 다행”이었고 “문학을 했기에 그나마 다행”이었으며,“예언자가 없더라도 이제는 고유한 죽음을 죽을수 있을 것도 같다”라는 행복한 고백으로 맺어졌다. 김교수의 업적은 우리 문학사에서 매우 크다.1973년의 첫저서 ‘한국근대문예비평사’의 의미는 기념비적이다.그는무려 102권의 책을 펴낼 만큼 연구에 힘을 쏟았다. 노교수의 마지막 수업엔 동료 조동일 권영민 교수 등과 이동하 정호웅 서영채 교수 등 제자,작가 박완서 현기영 은희경 신경숙 등 300여명이 참석했다.일본 와세다대 조선어문학과 오무라 마스오 교수도 눈에 띄었다. “요즘 세상에 누가 문학을 해? 부잣집 막내 아들 아니면딸내미나 하지”라는 ‘냉소적 애정’속에 살아남은 제자들의 작은 정성(퇴임기념 논총)도 마다하고 노교수는 평생 엮은 책의 서문만 모은 ‘김윤식 서문집’(사회평론)을 낼 계획이다. 이종수기자 vielee@
  • 베스트셀러/ ‘열한번째‘ 대중소설 인기 계승

    빌딩사이 드문드문 선 가로수들의 앙상했던 가지들이 새잎으로 뒤덮여 어느새 그늘을 만들고 있습니다.4월 베스트셀러에도 새잎 같은 신간들이 대거 눈에 띕니다. 우선 2위 ‘열한번째 사과나무’는 그 동안 치열한 선두다툼을 벌였던 ‘가시고기’와 ‘국화꽃 향기’를 대신해 대중소설의 인기를 이어가는 후속작품으로 보입니다.출간되자마자 복고 열기와 함께 화제가 되는 은희경의 ‘마이너리그’(6위)의 약진도 돋보입니다.지난 70년대 검은 교복으로 상징되는 학창시절을 배경으로,일단의 남학생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대다수의 보통사람들이 속할 수 밖에 없는 ‘이류인생’을 보여주고 있습니다.이 작품은 요즘 화제를 모으는 영화 ‘친구’와 작품배경 및 인물구성 등 여러 가지 유사점을 드러내는 것도 흥미로운 현상이지요.두작품 모두 지난 시절에 대한 그리움을 통해 독자들에게 다가섭니다.교양과학서로는 흔치 않게 종합 8위에 오른 ‘E=mc2’은 사람이 아닌 물리공식을 주인공으로 해,그 공식에 얽힌 역사 속의 숨겨진 이야기를 따라 20세기 과학사를보여주는 독특한 기획이 강점입니다.종합 1위는 국내보다먼저 미국에서 베스트셀러로 인기를 얻은 ‘힐링 소사이어티’가 차지했군요.저자의 국내강연도 인기를 더하는 데한 몫을 한 것 같습니다. 서구 미술사에 밀려 그 빛을 잃어왔던 한국 미술사 속의대표적 화가 8인의 작품에 생명력을 불어넣은 유홍준 교수의 신간 ‘화인열전’이 13위에 랭크된 것도 특기할 만 하지요. 신간도서들로 풍성한 봄날,새 희망을 전해주는 좋은 책 한 권 골라보시기 바랍니다. 홍석용 교보문고 홍보팀 adam@kyobobook.co.kr
  • TV·라디오서 책의 향기 맡으세요

    올봄 TV·라디오에 책의 향기가 유난히 그윽하겠다. KBS-1은 5월부터 독서프로 ‘TV,책을 말하다’를 황금시간대에 신설하는가하면,EBS ‘정운영의 책으로 읽는 세상’은 봄개편부터 10분씩 시간을 늘렸다.또 SBS 라디오 ‘책하고 놀자’는 인기 문인들이 대거 진행자로 나서 흥미를돋운다. 가장 눈에 띄는 프로는 새달 3일부터 매주 목요일 오후10시 선보일 ‘TV,책을 말하다’.첫 순서로 ‘로마인 이야기’와 ‘부자 아빠,가난한 아빠’가 낙점돼 50분간 방송된다. 연출을 맡은 이도경 PD는 ‘로마인 이야기’취재를 위해 4일동안 로마를 방문,저자인 시오노 나나미를 만나고 시저동상 등 책속의 유적지를 화면에 담아왔다.또한 미국 특파원은 미국에서 불고있는 ‘부자 아빠,가난한 아빠’의 현지열풍을 소개한다. 앞으로 조앤 롤링 ‘해리포터’,이승헌 ‘힐링소사이어티’,이문열 ‘삼국지’등이 차례로 다뤄질 예정이다. 이 프로의 모체는 지난 3월 이틀에 걸쳐 방송된 같은 제목의 특집다큐.유명인들이 전하는 책의 가치와 함께 독서인프라 조성을 위한 외국의사례,우리나라 독서환경의 문제점을 세심히 짚어 큰 반향을 얻었다. EBS ‘정운영의 책으로 읽는 세상’은 10분간 늘려 토요일 밤 12시20분부터 40분간 방송된다. 정운영 경기대 경제학과 교수가 진행하는 이 프로는 단순히 우수도서를 소개하는 수준을 넘어 작가와의 토론성 대담을 시도,독서프로의 새 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그동안 소설 ‘상도’의 최인호,‘자전거 여행’ 김훈 등이초대됐다. 비평가 김갑수가 단독진행하던 SBS 러브FM(103.5㎒) ‘책하고 놀자’(매일 오전11시5분)는 문인들이 한달씩 번갈아 진행한다.4월 시인 장석남에 이어 소설가 김영하,은희경,하성란,구효서가 MC를 맡아 ‘작가가 작가를 만났을 때’‘연애시 산책’‘아이책 디딤돌’등 코너를 마련한다. 한편 EBS FM(104.5㎒) ‘소설극장’(월∼토 오후7시40분)에서는 1주일에 소설 한편을 골라 성우들의 목소리로 실감나게 재구성해 들려준다.KBS 1라디오(FM 97.3㎒)‘이주향이 책마을 산책’(월∼토 오후8시10분)은 ‘저자와의 만남’외에도 청취자들이 직접 참여하는 ‘집중탐구이 책을말한다’,잘 알려지지않은 알짜배기 책을 소개하는 ‘숨어있는 책’의 코너로 사랑받고 있다. EBS ‘정운영의…’의 류현위 PD는 “숨가쁘게 돌아가는인스턴트 시대에 책만이 가진 향기와 메시지를 사색할 수있는 값진 기회가 될 것”이라며 독서프로의 활성화를 반가와했다. 허윤주기자 rara@
  • 은희경 신작 장편 ‘마이너리그’

    인기 여성작가 중의 한 명인 은희경의 신작 장편 ‘마이너리그’(창작과비평사)가 출간되었다. 이 소설은 3년전 일간지에 연재된 중편을 그간 장편으로새로이 고쳐쓴 것이다.3년전이면 59년생의 작가가 30대 후반의 늦은 나이로 등단한 지 3년밖에 지나지 않은 시기이다.이같은 시간표 체크는 이 신작의 모체인 중편이 여성작가로서는 드물게 부드러운 감정 같은 것에 싹 등을 돌리고,등단 연조에 비해 노숙한 냉소를 내내 띠고 있다는 점에서 필요해 보인다.작가는 그저 생각없이 작품을 장편으로연장 개작한 것이 아니라 여성적 감정에 빠지지 않고 냉소의 비틀린 웃음기를 끝까지 유지한 점이 아까워 공을 들여고친 모양이다. 무엇에 대한 자신의 냉소가 이 작가에게소중해 보였던 것일까. ‘마이너리그’는 ‘이류’ 남성들의 인생 이야기다.일류,메이저 대열에 끼지 못한 인생이란 의미에서,마이너란 말이 들어가 있지만 다수파,우리의 일반적 삶을 지칭한다고할 수 있다.소설의 네 인물들은 중편 연재 당시 만 마흔이되는 58년생 개띠 남자들이다. 만 마흔에자신의 삶이 메이저라고 확신하는 남자는 대한민국에 몇이나 될까. 네 남자들은 고교시절 동창생으로 문제아 그룹을 형성한뒤 이후 25년간 끊어지지 않는 연결과 연관을 맺는다.문제아 그룹이라지만 어떤 깊이있는 친연성에서가 아니라 이류 인생의 네 싹으로 단단히 묶여졌다고 볼 수 있다.예쁘고 똑똑한 여학생을 서로 좋아하나 ‘이류적인’ 우스운모양새로 끝나는데 더 큰 사회,역사와 관련에서도 이류적이기는 마찬가지다.마흔살 대한민국 남자의 알리바이 항목채점에서 빠짐없이 이류 성적인 것이다. 70년대의 유신시대와 80년대의 독재·민주화시대 등을 완전히 자각없는 비주류로 보내며,이후 시대에서 패거리주의,학벌주의 등 야비하고 비천한 사회풍조의 희생자이지만 또 스스로 천민자본주의의 이류 동조자로서 끝없이 뭔가를 시도하나 그럴듯한 성공은 결코 이루지 못한다. 그래서 마흔살에 이들은 이류의 실패한 카피라이터, 엉터리 사진작가,직장만 뻔질나게 바꾸는 바람둥이, 예쁜 여학생을 차지했으나 속에 든 것 없이 살다 이역만리 타국에서비명횡사하는 이력들이다.이 주인공들은 이처럼 다른 대부분의 소설에서처럼 성공하지 못하지만 작가가 그 원인을사회나 역사 탓만으로 돌리지 않는다는 점이 남다르다.사회나 역사가 좀 더 선진적으로 펼쳐졌더라면 마흔살 대한민국 남자는 대부분 더 나은 인생을 살 수 있었겠지만 다른 소설들처럼 이런 사실에 질질 짜거나 분노의 고함을 지르지 않는다.주인공 자체가 이류로서,애초부터 한계가 있는 것이다.작가는 세태와 삶을 분석적으로 살필 줄 아는작중화자를 포함해 소설의 네 남자들에게 정을 다 주지 않는다.그래서 냉소를 유지할 수 있는데 “남자에 대한 환상도 갖고 있지 않고 여자를 미화하지도 않는다”는 작가의책 머리말과 어울린다. 경쾌한 필치 속에 의미있고 재미있는 희화처럼 잘 넘어가는 이 소설을 통해 작가는 무엇을 냉소하고 싶었던 것일까.메이저에 끼지 못한 마흔살 한국 남자들은 분명 아니다. 그런 남자들을 양산한 한국의 이류적 세태,그리고 많은 남자들의 이류적 품성들이 냉소의 대상이다. 김재영기자 kjykj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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