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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6세 제자와 ‘사랑’ 나눈 미모 女교사 재판 결과…

    16세 제자와 ‘사랑’ 나눈 미모 女교사 재판 결과…

    2년 전 16살 제자와 자동차 안에서 성관계를 맺었다가 현장에서 경찰에 체포된 20대 여교사가 법정에 섰다. 지난 19일(현지시간) 미국 일리노이 주(州) 윌 카운티 법원은 미성년 제자와 수차례 부적절한 관계를 맺은 전직 교사 애슐리 블루멘샤인(29)에게 징역 1개월과 보호관찰 2년을 선고했다. 미모의 여교사와 10대 제자의 부적절한 관계라는 자극적인 소재로 현지에서 논란이 된 이 사건은 지난 2011년 1월 발생했다. 당시 플레인필드북고등학교에서 4년 간 무용을 가르친 블루멘샤인은 미모 때문에 인기가 많아 여러 남학생들의 구애를 받아오다 결국 ‘선’을 넘고 말았다. 16살 제자와 수차례 합의 하에 부적절한 관계를 가진 블루멘샤인은 결국 미성년자 성학대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블루멘샤인은 법원에 제출한 탄원서에 “평생 후회할 잘못을 했다.” 면서 “이 사건과 관련된 모든 사람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하며 다시는 이같은 실수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현재는 은행원으로 일하고 있으며 교회에 다니는 한 남자를 만나고 있다.” 면서 “언젠가는 다시 학교로 돌아가고 싶다.”고 덧붙였다.    인터넷뉴스팀 
  • 600만 ‘감정노동자’ 그들은 오늘도 운다

    600만 ‘감정노동자’ 그들은 오늘도 운다

    대기업 임원의 항공사 여승무원 폭행 파문을 계기로 업무 중 스트레스의 강도가 다른 업종에 비해 극심한 ‘감정노동자’들의 인권 실태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국내 항공사에서 10여년간 근무한 여성 승무원 A씨는 22일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이번 사건을 접한 많은 승무원이 해당 승객을 미국 수사당국에 신고한 데 대해 부러움을 느끼고 있다”면서 “대부분 승무원들은 비슷한 일을 겪고도 그냥 넘어간다”고 말했다. A씨는 “‘야’, ‘너 따위가 뭔데’ 등 반말과 욕설, 성적 농담 등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승무원 B씨는 “기내에서 승무원과 마주 보는 비상구 자리에 앉은 일본인 승객이 손짓으로 동료 승무원에게 다리를 벌려 보라는 제스처를 해 모멸감을 느꼈다”면서 “하소연하기 어려워 그냥 못 본 체 넘어가는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다른 분야의 감정노동자들도 비슷한 일을 당하는 경우가 많다. 백화점 화장품 코너에서 일하는 여성 C씨는 말도 안 되는 이유로 반품을 요구하는 고객을 응대하는 과정에서 말대꾸를 한마디 했다가 따귀를 맞았다. 백화점에 항의하고 싶었지만 “재계약에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상사의 말을 듣고 참을 수밖에 없었다. C씨는 “백화점과 입주업체는 갑(甲)과 을(乙)의 관계로 묶여 있어 그냥 참아넘기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매일 수많은 고객을 전화로 응대해야 하는 콜센터 직원들도 어려움이 크다. 서울 120다산콜센터 노조 관계자는 “상담원이 답변할 수 없는 질문을 꼬치꼬치 묻다가 안내가 어렵다고 말하면 차마 입에 담기 어려운 욕을 하고 끊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면서 “특히 전화 10통 중 3통은 악성 민원이나 불량 전화”라고 말했다. 불합리한 상황에서 화를 참다 보니 감정노동자들의 정신건강은 다른 업종보다 나쁜 편이다. 2010년 녹색병원 노동환경건강연구소가 노동자 3096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서비스직 감정노동자의 26.6%가 심리상담이 필요한 우울증을 앓고 있었다. 징계해직자의 우울증 비율(28.5%)과 거의 비슷한 수준이었다. 감정노동 종사자들일수록 뇌심혈관계질환과 근골격계질환 등의 유병률이 높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한인임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연구원은 “선진국처럼 고객과의 마찰 등에서 오는 직무 스트레스를 심각한 문제로 보고 기업 차원에서 상담 인력과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등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가인권위원회도 지난해 ‘여성 감정노동자 인권가이드’를 통해 “반품 요구에 대한 대응 기준, 고객의 욕설·폭력에 대한 대처 방안 등을 마련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감정노동자 자신의 실제 감정과 무관하게 어조, 표정, 몸짓 등을 직무의 일부로 연기하며 고객을 대하는 직군의 노동자. 승무원, 은행원, 전화상담원, 판매원 등 운송·유통·외식·금융·레저 등의 업종에 많다. 국내 서비스직 감정노동자는 600만명으로 추산된다.
  • 성적 농담해도 웃고… 욕해도 웃고… 스마일 그들, 울다

    성적 농담해도 웃고… 욕해도 웃고… 스마일 그들, 울다

    대기업 임원의 항공사 여승무원 폭행 파문을 계기로 업무 중 스트레스의 강도가 다른 업종에 비해 극심한 ‘감정노동자’들의 인권 실태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국내 항공사에서 10여년간 근무한 여성 승무원 A씨는 22일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이번 사건을 접한 많은 승무원이 해당 승객을 미국 수사당국에 신고한 데 대해 부러움을 느끼고 있다”면서 “대부분 승무원들은 비슷한 일을 겪고도 그냥 넘어간다”고 말했다. A씨는 “‘야’, ‘너 따위가 뭔데’ 등 반말과 욕설, 성적 농담 등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승무원 B씨는 “기내에서 승무원과 마주 보는 비상구 자리에 앉은 일본인 승객이 손짓으로 동료 승무원에게 다리를 벌려 보라는 제스처를 해 모멸감을 느꼈다”면서 “하소연하기 어려워 그냥 못 본 체 넘어가는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다른 분야의 감정노동자들도 비슷한 일을 당하는 경우가 많다. 백화점 화장품 코너에서 일하는 여성 C씨는 말도 안 되는 이유로 반품을 요구하는 고객을 응대하는 과정에서 말대꾸를 한마디 했다가 따귀를 맞았다. 백화점에 항의하고 싶었지만 “재계약에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상사의 말을 듣고 참을 수밖에 없었다. C씨는 “백화점과 입주업체는 갑(甲)과 을(乙)의 관계로 묶여 있어 그냥 참아넘기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매일 수많은 고객을 전화로 응대해야 하는 콜센터 직원들도 어려움이 크다. 서울 120다산콜센터 노조 관계자는 “상담원이 답변할 수 없는 질문을 꼬치꼬치 묻다가 안내가 어렵다고 말하면 차마 입에 담기 어려운 욕을 하고 끊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면서 “특히 전화 10통 중 3통은 악성 민원이나 불량 전화”라고 말했다. 불합리한 상황에서 화를 참다 보니 감정노동자들의 정신건강은 다른 업종보다 나쁜 편이다. 2010년 녹색병원 노동환경건강연구소가 노동자 3096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서비스직 감정노동자의 26.6%가 심리상담이 필요한 우울증을 앓고 있었다. 징계해직자의 우울증 비율(28.5%)과 거의 비슷한 수준이었다. 감정노동 종사자들일수록 뇌심혈관계질환과 근골격계질환 등의 유병률이 높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한인임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연구원은 “선진국처럼 고객과의 마찰 등에서 오는 직무 스트레스를 심각한 문제로 보고 기업 차원에서 상담 인력과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등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가인권위원회도 지난해 ‘여성 감정노동자 인권가이드’를 통해 “반품 요구에 대한 대응 기준, 고객의 욕설·폭력에 대한 대처 방안 등을 마련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감정노동자 자신의 실제 감정과 무관하게 어조, 표정, 몸짓 등을 직무의 일부로 연기하며 고객을 대하는 직군의 노동자. 승무원, 은행원, 전화상담원, 판매원 등 운송·유통·외식·금융·레저 등의 업종에 많다. 국내 서비스직 감정노동자는 600만명으로 추산된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
  • 25년차 시인, 신인 소설가 되다

    25년차 시인, 신인 소설가 되다

    “무척 작고 보잘 것 없는 몸이었지요. 그런 작은 몸 안에 저런 쇠막대를 품고 살아오시다니, ‘얼마나 무거웠을까’하고 생각했습니다. 이 이야기를 ‘시’에 담을 수 있었다면 그랬겠지만, 소설이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5년차 시인인 원재훈(52). 그는 4년 전 국가유공자인 아버지의 시신을 화장했다. 유골을 수습하다 검게 그을린 다리뼈 부근에서 쇠막대 7개가 나왔다. 말굽의 편자처럼 평생 몸에 간직했던 쇠막대의 존재는 그제서야 작가에게 드러났다. 황해도 개성 출신인 아버지는 6·25전쟁 때 학도병으로 참전했다. 다리에 부상을 입고, 조각난 뼈들을 잇기 위해 의료용 쇠막대를 박고 평생을 살았다. 회한이 물밀듯 몰려왔다. 한평생 인생이란 짐을 허리에 지고 터벅터벅 걸어왔을 아버지의 삶이 떠올라서다. 쇠막대 7개는 소설의 모티브가 됐다. 쉰 고개를 넘었지만 장편소설을 쓰기는 처음이다. 작가는 “2003년 마지막 시집 ‘딸기’를 출간한 뒤 도무지 시가 써지지 않았다. 6년 전부터 가끔씩 이런저런 소설을 썼지만 문학을 접는 게 낫겠다고 생각하던 터였다”고 말했다. 2년여동안 구상하고 다시 1년여간 집필했다. 지난달 출간된 소설 ‘망치’(작가세계 펴냄)는 이런 담금질을 거쳤다. ‘아버지를 위한 레퀴엠’이란 부제가 붙었다. 1, 3부는 아들이 떠올린 아버지 이야기다. 화자 상원은 출가한 스님이다. 두 집 살림을 꾸린 아버지 탓에 생업전선으로 등떠밀린 어머니 밑에서 불우하게 자랐다. 상원은 사업가로 성공했지만 삶에 회의를 느껴 출가한다. 이때 들려온 아버지의 죽음. 아버지의 머리에는 망치자국이 남아 있었다. 그리고 화장터에서 아버지의 다리뼈에 박힌 쇠막대를 발견한다. 2부의 화자는 상원의 어머니. 잘생긴 은행원이었던 남편을 의지했다. 하지만 남편에게 다른 여자가 생긴 뒤로 식당일을 하며 생계를 꾸렸다. 노쇠한 남편은 병석에 누워 돌아왔다. 어느 날 남편이 먼저 세상을 뜬 작은 처에게 망가진 휴대전화에 대고 “만나자”고 속삭이는 소릴 듣고 눈이 뒤집힌다. 망치로 휴대전화를 부수다보니 남편의 숨도 멎어 있었다. 10년 뒤, 상원은 돌아가신 어머니의 빈소에서 이복동생 상민과 재회한다. 잔혹했던 가족사도 치유받는다. 작가는 “아버지의 죽음이 소설의 모티브가 된 것은 사실이지만 자전적 소설은 아니다”면서 “독자들이 ‘스스로 힐링이 된다’고 말 할 때마다 힘을 얻는다”고 말했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은행 은퇴시장 선점 경쟁

    은행 은퇴시장 선점 경쟁

    ‘100세 파트너’ ‘행복디자이너’ ‘골든라이프 플래너’…. 이름은 각기 다르지만 하는 일은 비슷하다. 은퇴 고객들의 노후 설계를 도와주는 전담 은행원들이다. 쏟아지는 은퇴 고객을 잡기 위한 은행권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은퇴 고객을 위한 전용상품 출시는 기본이다. 단순 재무 상담을 넘어서 은퇴 후 건강, 심리까지 챙겨주는 토털 서비스를 제공한다. 아예 상품, 상담, 강좌 등을 엮어 패키지 형식의 ‘브랜드’로 만드는 것이 최근 두드러진 경향이다. 8일 은행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노후설계전문가 과정을 이수한 직원 1000명을 올해 안에 각 지점에 배치할 계획이다. 상반기 600명, 하반기 400명이 목표다. 이들의 역할은 노후자금 마련을 위한 재무설계, 은퇴자산 관리, 은퇴 후 심리적 변화 및 건강 상담, 각종 법률 문제 상담 등이다. 하나은행도 지점에서 은퇴 설계를 돕는 ‘하나 행복 디자이너’ 제도를 운영 중이다. 상담 후에는 ‘노후생활을 위한 행복디자인 보고서’를 제공한다. 이에 질세라 우리은행은 팀장급 직원 892명을 선발해 ‘100세 파트너’로 임명했다. 이들 은행은 서비스를 아예 별도 브랜드로 만들었다. 국민은 ‘골든라이프’, 우리는 ‘청춘 100세 금융패키지’, 하나는 ‘행복디자인’이다. 브랜드마다 은퇴자 전용 상품과 상담 등을 원스톱 서비스로 제공한다. 임영학 우리은행 상품개발부 부장은 “은퇴하거나 은퇴를 준비하는 사람들을 위한 상품을 지속적으로 개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점에 가지 않고도 노후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방법도 있다. 신한은행은 앱이나 온라인을 통해 시뮬레이션 체험을 할 수 있는 ‘스마트 미래설계시스템’을 시행 중이다. 매월 필요한 생활비를 기준으로 필요한 돈을 계산해 부족한 은퇴 자금을 알려준다. 농협은행은 부설 은퇴연구소에서 각종 은퇴 설계 방안을 담은 ‘행복설계’라는 계간지를 발간한다. 하나은행은 서울 종로구 낙원동에 자리한 실버전용극장에서 매달 한 번씩 은퇴 세미나를 연다. 은행들이 은퇴 시장에 뛰어드는 것은 저금리·저성장 시대가 장기화되면서 수익성에 ‘빨간불’이 켜졌기 때문이다. 은퇴 고객 시장을 신성장사업으로 판단, 일정 자산규모를 갖춰야 하는 PB센터가 아닌 일반 지점에서도 전천후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상담을 통해 상품 판매까지 연결하는 것이 목표다. 물론 초고령 사회 도래에 대한 사회적 대비 포석도 깔려 있다. 문용술 국민은행 WM사업부장은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의 은퇴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지만 노후 준비는 매우 미흡한 상황”이라며 “맞춤형 노후설계 서비스를 제공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화장실 가기도 겁난다

    화장실 가기도 겁난다

    은행권의 ‘행원용 콜센터’가 과도한 실적 평가로 몸살을 앓고 있다. 행원용 콜센터란 일선 지점 직원들이 업무를 처리하다가 막히는 점이 있으면 전화로 문의할 수 있는 일종의 업무지원센터다. 그런데 처리 건수에 따라 실적을 평가해 화장실조차 못 가는 사례가 생겨나고 있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 기업, 신한, 우리, 외환, 하나 등 대부분 은행들은 행원들을 위한 콜센터를 갖추고 있다. 파트별로 수신, 여신, 외환, 정보기술(IT) 등 궁금한 부분이 있을 때 지점에서 본점 콜센터로 전화해 물을 수 있다. 은행업의 특성상 예·적금이나 대출 상품마다 약관이 다르고 복잡해 지점 직원들도 모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고객을 상대로 하는 일반 콜센터와 달리 전문적인 영역을 상담해 업무 강도가 높다. 우리은행은 부엉이처럼 샅샅이 궁금한 것을 해결해 준다는 의미의 ‘아울 서치’(OWL SEARCH)를 운영 중이다. 직원들을 대상으로 1년에 두 번씩 시험을 치를 정도로 깐깐하게 운영된다. 외환은행은 구내번호로 ‘8282’와 사번을 누르면 곧장 센터로 연결된다. 외국환 전문 은행답게 다른 은행과 달리 외환, 수출입 부문도 상담 영역에 포함된다. 기업, 국민, 신한, 하나은행도 비슷한 형태로 행원용 콜센터를 운영한다. 국민은행의 경우 IT 상담만 외주업체에서 맡는다. 지점 직원들이 거는 문의전화는 순번에 따라 자동으로 각 상담 직원에게 연결된다. 해당 직원이 전화를 받지 않으면 곧바로 다음 순번의 직원에게 연결된다. 문제는 콜센터 직원들이 전화문의를 몇 건 처리했는지에 따라 실적이 평가되고, 실적에 따라 수당이 차등 지급된다는 데 있다. ‘얼마나 빠른 시간 안에 문의를 처리했는가’도 평가 대상이다. 오래 걸리면 점수가 깎인다. 상담 내용에 대해서도 동료의 평가까지 받아야 해 3중고다. 한 시중은행의 행원용 콜센터 직원은 “실적 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으려면 당연히 전화를 많이 받아야 해 화장실도 제대로 가지 못한다”면서 “업무 자체가 생지옥”이라고 털어놨다. 금융권의 실적 평가는 악명이 높다. 지난해에도 실적 경쟁에 내몰린 은행 지점장들이 자살하는 사례가 여러 건 발생했다. 최근 판매 경쟁이 붙은 재형저축도 실적주의의 일환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원은 실적으로 평가될 수밖에 없다”면서 “콜센터 직원뿐만 아니라 지점 직원들도 실적에서 자유로운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다.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항변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6일 TV 하이라이트]

    ■스카우트(KBS1 밤 7시 30분) 멋스럽게 늘 즐겨 입을 수 있는 생활한복을 만드는 ‘돌실나이’는 25개 전국 대리점과 2개 해외매장, 그리고 온라인 쇼핑몰 등 총 30개 유통망을 확보하고 연매출 90억원을 이어 가고 있다. 우리 옷의 대중화를 이끄는 꿈의 기업. 자연과 사람을 생각하는 우리 옷을 만드는 ‘돌실나이’에 입사할 최후의 1인은 누가 될까. ■세상의 모든 다큐(KBS2 밤 1시) 영국은 다문화 사회로 접어든지 오래지만 인종 차별이 존재하고 있다. 브래드퍼드 시민 100여명에게 영국 영주권 취득 시험을 실시한 뒤 시험에 떨어진 사람 중 8명을 선정해 한 집에 살게 했다. 참가자들은 인종과 종교, 문화적인 면에서 공통점이 거의 없고 서로에 대한 선입견과 무지로 처음부터 갈등을 겪게 된다. ■수목미니시리즈 7급 공무원(MBC 밤 9시 55분) 1년 만에 면접실에서 서원(최강희)과 마주친 길로(주원)는 반가움과 불신이 교차하며 감정이 복잡해진다. 서원 또한 주만의 회사에서 경영 수업을 받고 있는 길로와 친해지라는 임무를 받고 머리가 복잡하기만 하다. 한편 도하(황찬성)는 길로와 다시 만난 서원이 자꾸 신경 쓰인다. ■짝(SBS 밤 11시 15분) 애정촌 44기로 홍콩에서 온 쌍둥이 형제, 경찰대 출신 경찰공무원 등 쟁쟁한 훈남들과 미스코리아 출신 모델, 연세대 출신 은행원, 증권사 여비서 등 개성 뚜렷한 미모의 여성들이 모였다. 그중 평소 이상형과는 거리가 멀지만 남자 5호와 함께 있는 것이 편하고 즐겁다는 여자 3호. 과연 이들은 짝이 될 수 있을까. ■다큐10+(EBS 밤 11시 15분) 빛과 색에 둘러싸여 살아가지만 우리가 빛과 색에 대해 아는 건 생각보다 많지 않다. 우리 눈이 감지할 수 있는 빛과 색도 일부에 불과하다. 우리 눈에 보이는 가시광선 외에도 빛은 존재한다. 인류는 빛과 색에 대한 지식을 어떻게 쌓아 왔고,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빛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알아본다. ■HD 다큐월드(OBS 오후 6시 10분) 지구온난화로 생존을 위협받는 북극곰과 그린란드 주민들의 일상을 엿본다. 해수면의 상승을 초래한 빙산의 해빙, 땅바닥을 드러낸 알프스의 빙하지대. 지구온난화로 빚어지는 각종 이상기후 현상에는 무엇이 있을까. 급격한 변화를 초래한 농업 환경의 변화로 식량문제가 대두하고 있는 현장을 살펴본다.
  • ‘한지붕’ 시너지 기대했는데… 순익 떨어진 ‘두 은행’

    ‘한지붕’ 시너지 기대했는데… 순익 떨어진 ‘두 은행’

    “다들 무척 긴장했는데 생각보다 위협적이지 않네요.” 오는 9일은 하나금융이 미국계 사모펀드인 론스타로부터 외환은행을 인수한 지 1년이 되는 날이다. 1년 전 하나금융은 다른 금융지주사의 경계 대상 1호였다. 이팔성 우리금융 회장은 “4등은 죽는다”며 내부 분발을 주문하기도 했다. 여기저기서 ‘외환을 품은 하나’가 곧 1위로 치고 올라갈 것이라고들 했다. 그도 그럴 것이 하나금융의 주력사인 하나은행은 1971년 단자사(한국투자금융)로 출발했다. 1991년 은행업으로 업종을 바꾼 뒤 1998년 충청은행, 1999년 보람은행, 2002년 서울은행 등을 잇따라 먹어치웠다. 네 개 은행의 영문 첫글자를 따 ‘한국의 HSBC(하나·서울·보람·충청)’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급기야 한국은행과 더불어 한때 ‘한국 금융의 양대 자존심’으로 불리던 외환은행까지 인수했다. 하지만 막상 1년이 지난 성적표는 인수 전과 비교해 별반 나아진 것이 없다는 게 지배적인 평가다. 당초 강조했던 ‘시너지 효과’는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고, 감정의 골만 깊어질 대로 깊어진 상태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의 지난해 1~3분기 누적 순이익은 1조 2590억원(‘부의영업권’ 제외)이다. 신한(1조 9427억원), KB(1조 5607억원), 우리(1조 4415억원) 등 4대 금융지주 가운데 꼴찌다. 문제는 외환은행 기여분(3417억원)을 제외하면 7325억원으로 하나금융의 전년 같은 기간 순익(1조 742억원)보다도 오히려 적다는 점이다. 시너지 효과는커녕 ‘디너지(Denergy) 효과’가 나타난 셈이다. 4분기 실적도 부정적 관측이 많다. KDB대우증권(3117억원)과 미래에셋증권(2530억원)의 순익 예측치 평균은 2823억원에 불과하다. 하나금융이 외환은행 인수에 따른 일회성 비용을 4분기에 반영할 예정이어서 실제 순이익은 이보다 더 떨어질 전망이다. 자기자본이익률(ROE)과 총자산이익률(ROA)도 지난해 3분기 현재 각각 11.31%, 0.67%로 전분기보다 각각 2.41% 포인트, 0.31% 포인트씩 하락했다. 주가도 신통치 않다. 외환은행 인수 직후 4만 5000원까지 올랐지만 지금은 4만원을 밑돌고 있다. 지난 1일 하나금융의 종가는 3만 9200원으로 고점 대비 13%가량 떨어졌다. 은행권은 ‘예견된 결과’라고 말한다. 질질 끌어온 인수작업을 마무리짓기 위해 하나금융이 외환은행의 독립경영을 5년이나 보장했고, 이 조항에 발목 잡혀 이렇다 할 시너지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경기 악화도 악재가 됐다. 한 금융그룹 관계자는 “하나금융이 경영권을 제대로 행사할 수 없는 ‘투뱅크’ 체제로 가는 한, 따로 노는 듯한 현 상황이 유지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나금융 측은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간의 자동화기기(ATM) 공동 사용 및 수수료 통일, 하나SK카드와 외환카드 가맹점 공동 사용, 하나HSBC생명 상품 판매 등 성과도 적지 않다”고 반박한다. 하지만 아직은 미미한 수준이라는 게 금융권의 평가다. 하나금융이 최근 외환은행의 잔여지분 40%를 전액 인수하기로 결정한 것도 이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황석규 교보증권 연구위원은 “문화가 다른 두 은행이 결합하기가 말처럼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하나금융그룹 고위 관계자는 “‘독립경영’에 대한 하나와 외환의 해석이 조금 다른 것 같다”면서 “외환은행원과의 ‘감성적인 통합’에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털어놓았다. 이 때문인지 하나와 외환은 사사건건 충돌이다. 유난히 강한 외환은행의 ‘엘리트 의식’과 ‘순혈주의’에서 그 원인을 찾는 시각도 있다. 외환은행 노조는 하나금융의 잔여지분 인수가 ‘합병 전초작업’이라고 보고 1인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노조의 반발과 달리 잔여지분 인수에 대한 증권가의 분석은 긍정적이다. 구용욱 KDB증권 수석연구위원은 “하나금융의 지배력이 높아져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업황 악화를 들어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도 있다. 김은갑 NH농협증권 연구원은 “금융업 사정이 좋지 않아 올해도 (하나금융이 인수)성과를 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쉰 살 넘어서 모두 안된다 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쉰 살 넘어서 모두 안된다 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쉰 살이 넘어가니 다들 안 된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31일 단행된 외환은행 인사에서 대구 사월역 지점장으로 발탁된 이한희(54)씨는 서울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은행에 들어온 지 34년 만에 지점장이 됐다. 통상 지점장은 대졸의 경우 입행에서부터 20~25년, 고졸은 23~27년이 걸린다. 여자상업고등학교를 나온 이 지점장은 고졸 잣대로 봐도 지점장 승진이 늦어도 한참 늦었다. “함께 입행한 고졸 여행원들이 하나둘 결혼과 함께 은행을 떠나더군요. 남아 있는 동료들은 승진 욕심이 별로 없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욕심이 없다기보다는 아예 꿈을 못 꾼 것이지요. 당시만 해도 ‘결혼하면 그만둔다’는 각서를 쓰고 입행했거든요.” 1979년 구미여상을 졸업한 뒤 외환은행 구미점에서 은행원으로 첫발을 디딘 그는 이 지점에서만 21년을 근무했다. 세월이 흘러 남녀고용평등법이 통과되면서 지점장을 꿈꾸기 시작했다. 상고를 나온 그에겐 영어가 취약 과목이었다. 학원을 다니며 공부해 7전8기 끝에 2000년 과장 시험에 합격했다. 이 지점장은 “영업점 (텔러) 창구 뒤에 있는 지점장 책상을 보며 늘 저 자리에 한번 앉아 보고 싶다고 생각했다”면서 “(이번 승진으로) 나 같은 여성, 특히 상고 졸업자도 끈질기게 노력하면 승진할 수 있다는 걸 보여 준 것 같아 뿌듯하다”고 말했다. 그는 경북지역 여행원들에게 ‘맏언니’로 불린다. 입행에서 지점장이 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차장에서 지점장은 3년 6개월 만에 됐다. 차장이 되고서 대개 6~8년이 지나야 지점장이 되는 전례에 비춰 보면 ‘파격’이다. 친화력이 강점인 그는 영업실적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외환은행 자체 평가에서 성과가 나빴던 대구 만촌역 지점을 금세 1등으로 올려놓기도 했다. 그가 외국환과 예금 업무를 맡으면서 만촌역 지점은 반기 기준으로 5등으로 뛰어오른 뒤 2반기 연속 1등을 차지했다. 환전을 하러 찾아온 고객에게 카드와 통장을 개설시켜 장기 고객으로 만들기도 했다. 이 지점장은 “아무리 어려운 고객이 오더라도 예전부터 아는 사람처럼 편안하게 대하면 금방 친해진다”면서 “사람 대하는 일이 천직인 것 같다”고 말했다. 전화선 너머의 목소리가 무척 밝았다. 지난해 이모에게 간을 이식해 줄 정도로 따뜻한 심성의 그는 ‘솔선수범’의 리더가 되겠다고포부를 밝혔다. 지점장의 꿈을 이룬 그에게 또 다른 꿈을 물었다. ‘퀴즈대회 우승’이라는 엉뚱한 대답이 돌아왔다. “전 항상 불가능한 꿈을 꿔요. 지점장도 모두가 안 될 거라고 했지만 이뤘잖아요. (이번 승진으로) 뭐든 할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을 얻었어요.”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외환銀, 中企돕기 ‘국제금융 자문센터’ 설립

    외환은행이 ‘중소기업 국제금융 자문센터’를 설립한다. 중소기업이나 벤처기업이 해외에 진출할 때 금융 상담은 물론 자금 중개까지 무료로 도와주는 전담 조직이다. 정부나 공기관이 아닌 시중은행이 이런 전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처음이다. 외환은행은 24일 이르면 2월 중 ‘중소기업 국제금융 자문센터’를 개소한다고 밝혔다. 금융 자문에서부터 자금 중개, 신용장 개설, 환율 변동 대처, 해외투자신고, 해당국 정보, 현지 진출 노하우 등에 이르기까지 해외 진출에 필요한 모든 서비스를 ‘원스톱’ 제공한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전문 자문역들이 각 단계별로 하나부터 열까지 상세히 알려준다”고 설명했다. 그렇더라도 서비스를 무료로 책정한 것은 다소 파격이다. ‘중소기업도 해외시장을 개척해야 살고, 그래야 은행도 산다’며 윤용로 행장이 강하게 밀어붙였다는 후문이다. 1차 지원대상은 하나금융그룹과 거래하는 중소기업들이다. 외환은행, 하나은행, 하나대투증권과 거래 실적이 있으면 된다. 거래 실적이 없더라도 신규 거래를 트는 중소기업이나 벤처기업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코트라(KOTRA) 등과 제휴해 진출 대상국의 규제정보 제공과 사업 파트너 연계 등 비금융 분야에 대한 자문 서비스도 제공할 계획이다. 전 세계 23개국에 뻗어 있는 외환은행의 해외 네트워크를 토대로 미주, 동남아, 유럽, 중국 등 지역별로 세분화해 맞춤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전담직원 40~50명을 선발할 예정이다. 해외근무 경험자 중 임금피크 대상자나 외환 트레이딩 경험자 가운데 뽑을 방침이다. 눈에 띄는 점은 하나은행과의 협업이다. 센터 설립 주체는 외환은행이지만 서비스 이용 대상에 하나은행 거래고객을 포함시켰는가 하면, 하나은행 인력 중에서도 센터 자문역을 뽑기로 했다. 중소기업의 ‘손톱 밑 가시’도 뽑고, 퇴직을 앞둔 고참 은행원의 일자리도 창출하고, 한 식구가 된 외환·하나은행의 내부 단합도 다지는 ‘일석삼조’ 포석으로 풀이된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금융CEO 2013을 말하다] (7)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

    [금융CEO 2013을 말하다] (7)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

    “은행은 저축하는 곳이고 보험은 보장 기능이 기본입니다. 올해도 증시 상황이 좋진 않지만 기본에 충실하면 위기를 이겨낼 수 있습니다.” 지난 16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한국투자증권 본사에서 만난 유상호(53) 한국투자증권 사장은 ‘본립도생’(本立道生)을 강조했다. 기본이 서면 길이 보인다는 것이다. 유 사장은 “고수익 상품으로 차별화하면 다른 금융권과의 경쟁에서 충분히 살아남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2007년 한투증권 사장에 선임된 그는 은행과 증권을 꿰뚫는 ‘장수 최고경영자(CEO)’다. 1986년 은행원(한일은행)으로 출발해 1988년 대우증권으로 옮겼다. 1992년부터 7년 동안 영국 런던법인 부사장을 지내기도 했다. 별명이 ‘영국 신사’다. 유 사장이 정의하는 증권업은 ‘중개인’이다. 돈을 필요로 하는 사람과 대는 사람을 이어주고 그 사이에서 수수료를 받는 게 증권업의 본질이란 것이다. 유 사장은 “투자 수익을 올린다거나 고객들에게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아 수익을 올리는 건 부수 업무”라면서 “주식 중개와 기업공개(IPO) 등의 수수료로 일반 관리비를 충당할 수준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1 회계연도(2011년 4월~2012년 3월)에 순이익 업계 1위를 달성한 것도 기본에 충실한 덕이라는 게 유 사장의 생각이다. 위탁수수료에 의존했던 수익 구조를 증권사 본업에 맞게 다변화한 게 주효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이밤’(IB-AM)이다. 이밤은 IB(투자은행) 업무와 AM(자산관리서비스)을 유기적으로 결합시킨 사업모델로, 한투증권이 업계 처음으로 도입했다. 유 사장은 “2012 회계연도에도 1위 수성이 확실해 보인다”면서 “2015년까지 아시아 톱5 투자은행으로 올라설 것”이라고 자신했다. 70조원인 고객 예탁 자산 규모를 3년 안에 100조원으로 끌어올릴 작정이다. 이를 위해 리서치 센터를 강화했다. IPO를 하든 인수 영업을 하든 리서치는 의사결정의 기본이라는 판단에서다. 애널리스트 활동에 대한 평가 시스템도 구축했다. 열심히 일하는 애널리스트에게는 합당한 보상을 해줄 방침이다. 유 사장은 “리서치는 정보기술(IT)로 따지자면 연구개발(R&D)과 같다”면서 “투자자들에게 좀 더 정확한 기업 정보를 전달해야 투자자도 살고 증권사도 살수 있다”고 강조했다. 홍콩 경제지인 아시아머니가 주관하는 전문가 대상 설문조사에서 올해 국내 증권사로는 처음으로 한국 관련 평가 9개 부문을 ‘올킬’(전 부문 1위)하기도 했다. “창업 회사들은 은행에서 돈을 빌리기 힘든 만큼 투자 자금이 절실합니다. 자본시장의 순기능이 활발하면 기업의 투자자금이 풍부해지고 결국 이들이 살면 일자리 역시 풍부해질 겁니다.” 새 정부가 강조한 일자리 창출이 자본시장의 순기능과 무관하지 않다는 견해다. 유 사장은 이를 위해선 중소기업 전문시장인 코넥스 개설과 자본시장법 개정안 통과가 올해엔 꼭 이뤄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 [명사가 걸어온 길] 2. 의술로 인술 실천하는 김희수 건양대 총장 (상)

    [명사가 걸어온 길] 2. 의술로 인술 실천하는 김희수 건양대 총장 (상)

    1950년 세브란스 의대(현 연세대 의대)를 졸업한 뒤 자그마한 안과 개원의로 시작해 예순셋에 건양대학교를 설립하고, 일흔셋에 800병상 규모의 건양대 병원을 일군 사람. 3년 대학 총장 임기를 두 번이나 채우고도 모자라 임기를 4년으로 늘려 12년째 총장직을 지키는 사람. 사람들은 그를 중국의 덩샤오핑(鄧小平)에 견줘 결코 포기하거나 쓰러지지 않는다는 뜻에서 ‘부도옹’(不倒翁)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그는 한사코 손사래를 쳤다. “부도옹은 무슨…. 난 그처럼 대단하지 않아. 그는 천하의 경륜을 논했지만 난 고작 대학 하나잖아. 그렇지만 듣고보니 그럴 법도 하네” 김희수. 올해 여든다섯이지만 “꿈은 나이를 먹지 않는다”는 그에게서 물리적인 나이를 읽기란 쉽지 않다. 주변에서는 이런 그를 두고 “너무 오래 거머쥐고 있는 게 아니냐”거나 “이제는 자리 내려놓을 때도 됐다”고들 말하기도 하지만 그는 여전히 요지부동이다. “다 이유가 있어. 나는 지금도 더 일하고 싶어. 열정도, 건강도 문제가 없거든. 나도 알지. 내게 주어진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는 걸. 세월 거꾸로 사는 사람 없잖우. 그래서 후배들에게 이렇게 말해. ‘그러니 내게 시간을 조금만 더 달라고….’” 김 총장에게 스스로의 삶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정색하고 말문을 열었다. “뭐 내세울 게 있어야지. 그렇지만 내가 헤쳐온 삶이 젊은이들에게 도전의 의미를 되새기거나 용기를 부추기는 자극은 될거야. 결코 쉬운 삶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한 번도 내가 이뤄야 할 것들을 잊어본 적이 없거든. 뭔가 성취하려는 젊은이들에게 그걸 말하고 싶어. 목표를 갖고 살라는 거지” 그가 삶의 지표로 삼아온 원칙 같은 게 궁금했다. “좌우명이라는 게 너무 평범해서 실망할거야. 살아온 날들을 돌이켜보면 ‘기본에 충실하자’는 말처럼 함축적으로 내 삶을 표현한 말이 없어. ‘정직’은 사람의 기본이고, ‘노력’은 성공의 기본이며, ‘치료’는 병원, ‘교육’은 학교의 기본이잖우. 이런 기본만 지키면 뭐든 다 돼. 공자도 그랬잖아 ‘군자무본 본립이도생’(君子務本 本立而道生·군자의 본연은 근본을 닦는 것이며, 근본이 바로 서야 도가 생긴다)이라고.” 충남 논산에서 태어난 그의 성장기는 그 시절의 대부분이 그랬듯 가난과의 동거였다. “가난했지. 아버지가 농사를 지으셨는데, 30∼40마지기 정도였으니 중농쯤 되나 그랬어. 농사뿐이 아니야. 소, 돼지는 물론 양봉에 누에까지 쳤어. 한 방의 반은 누에 잠틀이었는데, 까만 누에 똥 속에서 먹고 자고 했지, 뭐. 내 형제가 3남 4녀였는데, 형들 꼼짝 못하는 엄한 아버지 밑에서도 막내라 사랑 좀 받고 자랐어요.” 그렇지만 성장기 그의 삶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사람으로 그는 주저없이 형을 꼽았다. “아, 나완 나이가 열여덟살이나 차이가 나니 형이 아니라 아버지 같았어. 나만 그런 게 아니라 그땐 다 그랬지. 가난하지, 애들은 생기는 족족 많이 났지, 그래서 젖먹이 동생을 손 위 형이나 누나가 맡아서들 키우던 그런 시절이었잖우. 지금 생각하면 어떻게 살아남았나 싶지만, 그때는 다들 그러니 그게 궁핍하다거나 이상하다고 여기지도 않고 살았지. 그러려니 하고.” 평생 애써 일군 부를 악다귀처럼 그러쥐지 않고 대학 설립에 쏟아부은 데서 보듯 그는 청년에 대한 관심이 남다르다. 1950년 연세대 의대를 졸업한 뒤 도미, 뉴욕 프랜시스 병원에서 인턴 과정을 마친 그는 일리노이주립대 안과대학원과 시카고 안과병원에서 수련을 마치고 1959년에 귀국했다. 전쟁으로 피폐하고 가난한 나라의 유학생이 미국에서 겪은 경험은 충격이었다. 전쟁과 분단으로 극심한 생활고를 겪고 살던 때, 그의 눈에 비친 미국이라는 나라는 온갖 물산이 넘치고, 큰 집에 차량이 즐비한 도로, 자유분방한 사람들의 표정이 어우러진 유토피아였다. 그런 미국을 보면서 도미 후 처음 형님한테 쓴 편지에 이렇게 적었다. ‘하느님이 계신데, 세상이 왜 이렇게 불공평한가.’ 그런 미국을 보면서 그가 가슴에 새긴 것은 ‘잘사는 나라, 건강한 국민’이었다. 이미 결혼해 고국에 처자식을 두고 홀로 이국으로 떠나온 그에게 ‘남다른 노력’은 숙명이었다. 그런 노력을 인정받아 대학원을 학비 부담없이 다닐 수 있었던 것도 그의 육영 의지를 키우는 자극제가 됐다. “생각해 봐. 전쟁통에 피죽 먹기도 어려운 때잖어. 우리 마누라가 조그만 미장원을 해서 번 돈으로 유학와서 공부하는 내가 한눈을 팔 수가 없지. 그땐 공부밖에 할 게 없었어.” 이로부터 3년 뒤인 1962년 서울에서 그의 꿈의 모태인 김안과를 개원했다. 당시 미국의 선진 의료를 체험한 그는 국내에서 안과 분야의 독보적 의사로 인정받았고, 돈도 많이 벌었다. “돈 엄청 벌었지. 진료비를 전부 현금으로 받던 시절인데, 병원이 자리를 잡은 뒤에는 하루 3000명까지 환자를 봤어. 일과를 마치고 나면 자루에 가득한 돈을 셀 수가 없는거야. 그래서 은행원에게 정산을 맡기기도 했는데, 매일 500만원씩 그러모았지. 요샛돈으로 치면 그게 얼마야.” 그러나 그는 결코 돈의 미혹에 빠지지 않았다. 그렇게 벌었지만 많은 돈을 번다는 것이 그가 생각하는 성공과는 달랐다. 가장 기억에 남는 성공의 기억을 묻자 뜻밖에 그는 ‘치료의 기쁨’을 말했다. “난 돈보다 내가 치료한 환자들이 감사하다고 인사할 때가 제일 기뻤고, 그걸 성공이라고 믿었어. 어떤 이는 두고 두고 내게 인사를 오기도 해. 의사로서 그 이상의 성공이란 게 있을 수 없잖아요.” 그는 돈을 삶의 목적으로 여기지 않았다. 일제 때 의학을 공부해 공의로 일한 큰형님의 영향을 받아 의사가 된 그가 말하는 바람직한 의사상은 ‘질병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는 의사’였다. “요새 어떤 병원은 전염력이 강한 바이러스성 안질환자가 오면 치료 못 한다며 다른 병원으로 보낸대. 그게 뭐야. 그건 의사가 할 일이 아니지. 내 큰형님이 공의로 일할 땐 치료비가 없어 돈 대신 달걀이나 참깨를 가져온 사람도 많았는데, 한번도 형님이 그걸 타박하지 않아. 그걸 보며 나도 의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지” 그렇게 일한 그가 많은 돈을 번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다. 주변에서는 그런 그를 주시했다. ‘저 많은 돈을 어떻게 쓸까’하는 호사가적 관심이었다. 이 무렵, 그는 사람들이 놀랄만 한 결정을 한다. 그가 오랜 고민 끝에 찾은 부의 용처는 육영사업이었다. 1983년 그의 육영의지가 얻은 첫 결실은 고향인 충남 논산에 양촌고등학교를 설립한 것이었다. 작다면 작은 그 실천이 30여년 뒤 거대한 교육사업으로 결실을 맺으리라고 생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육영이라는 게 이를테면 미래의 인재를 키우는 일인데, 그보다 보람 있는 일이 어딨겠어. 고향 유지들이 찾아와 면리에 하나뿐인 중학교가 운영난이 심각하니 인수해달라는 거야. 고민 끝에 부채를 떠안고 1억 2000만원에 인수했지. 어쩌겠어. 애들 공부는 시켜야잖어. 그게 지금의 건양중·고등학교야.” 그렇다고 그의 시선이 우뚝하고 걸출한 인재만 바라보는 건 아니다. 딱히 분별하자면 그는 열정이 있는 청년을 좋아한다. 자신이 그런 삶을 살아왔기 때문이다. 지난해 그가 펴낸 자서전 제목도 ‘여든의 청년이 스무살 청년에게’다. 여기에는 암울한 현실 속에서 힘겨워하는 젊은이들에게 보내는 그의 고언이 담겨있다. “나도 하는데, 나보다 훨씬 젊고, 힘세고, 시간 많은 너희가 왜 못하겠는가. 해보지 않으면 잘할 수 있는지 알 수 없다. 포기만 하지 않으면 아직 끝난 게 아니다. 너는 분명 할 수 있다.” 이런 그를 두고 이어령 교수도 “그 분이 평소 얼마나 젊은이들을 사랑하는지를 알면 그 분을 다시 보게 된다”고 말했다. 사실, 육영사업이라는 게 돈욕심으로는 되는 일이 아니다. 잠깐은 몰라도 오래 가지 못한다. 그런 육영사업에 그가 생애를 투자한 것은 기본적으로 교육에 대한 열정이 뜨거웠고, 젊은이들에게 꼭 주고 싶은 뭔가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해가 1986년이었지. 당시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이던 신극범 박사가 하루는 고향에 전문대학 하나 세워보는 게 어떻겠냐고 물어. 처음엔 망설였지. 지금도 벅찬데 대학이라니….” 고민이 깊었다. 주변 의견도 찬반으로 갈렸다. 나이도 있고, 병원 경영에다 중고등학교도 만만찮은 일인데, 한 술 더 떠 당시 대학가는 온통 민주화 바람으로 학교마다 재단들이 곤욕을 치를 때였다. 당연히 반대 목소리가 높았다. 발 들여놓으면 뼈도 못 추린다는 거였다. 그러나 찬성 쪽도 적지 않았다. 어차피 육영사업이라는 게 장기적인 안목으로 봐야 하고, 지역사회를 보더라도 중고등학교를 대학으로 확장하는 게 낫다는 것이었다. <계속> 심재억 전문기자 jeshim@seoul.co.kr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신규 고객왕 10번이나… 지점장도 해야죠”

    “신규 고객왕 10번이나… 지점장도 해야죠”

    청원경찰 출신 은행 출장소장이 탄생했다. 시중은행 통틀어 처음이다. 기업은행의 김용술(51) 경기 부천 원미출장소장이 주인공이다. 10일 단행된 상반기 인사에서 승진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김 소장은 “평생 청원경찰만 할 줄 알았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김 소장은 청원경찰에서 은행원이 된 뒤 과장을 거쳐 은행원이 된 지 5년 만에 출장소장(3급·부지점장급)으로 승진했다. 서울 중구 을지로 기업은행 본점에서 만난 김 소장은 “기회를 준 은행에 보답하겠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했을 뿐인데 또다시 기회를 줘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 소장은 통상 8년 걸리는 3급 승진을 지난해 7월 4급 과장으로 승진한 지 6개월 만에 해냈다. 남들은 한번 하기도 힘들다는 신규고객왕도 열 번이나 차지했다. 지난해에만 약 8000명의 신규 고객을 끌어왔다. 김 소장은 공고를 졸업하고 전투경찰로 군 복무를 마친 뒤 25살 되던 해에 별정직 청원경찰로 중소기업은행에 입사했다. 본점에서 경찰복에 38구경 리볼버 권총을 차고 경비를 서던 그에게 은행원은 동경의 대상이었다. “동갑내기 행원들이 하얀 와이셔츠에 양복을 입고 창구에 앉아 있는 게 그렇게 부러울 수 없었습니다. 그때만 해도 나한테 이런 기회가 오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지요.” 기술직 정규 은행원이라도 되고 싶어 전기자격증 시험도 준비했지만 문이 열리지 않았다. 현금 수송, 어음·수표 관리 등 주어진 업무를 열심히 하던 중 기회가 찾아왔다. 입사한 지 22년째 되던 2007년 최고 모범직원으로 뽑혀 정규직 행원 전환 기회를 얻은 것이다. 6개월 과정의 연수원 교육을 우수한 성적으로 이수해야 하고 행원 업무 시험도 통과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었지만 100점 만점에 89점을 받으며 당당히 합격, 서울 등촌역지점에서 일을 시작했다. 46살 늦은 나이에 은행 업무를 익히는 것은 쉽지 않았다. 나이 어린 팀장들이 가르쳐주는 것을 그대로 따랐다. 매일 밤 잠자리에 누워 고객과의 상담을 시뮬레이션 해본 것이 큰 도움이 됐다. 김 소장은 “고객을 설득시키는 게 아니라 ‘이해’시킨다고 생각했다”면서 “목이 아플 정도로 설명하면 고객들이 ‘너무 열심히 말해 미안해서라도 팔아줘야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근처 어린이집과 유치원에도 발품을 팔았다. 미래의 고객인 어린이들을 고객으로 유치해야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세 번 퇴짜는 기본이었지만 원장과 학부모들을 끈질기게 설득한 끝에 어린이집당 50~100명씩 수많은 어린이집을 그의 고객으로 만들었다. 최종 목표를 묻자 그는 화통하게 웃으며 “지점장 해야죠”라고 답했다. 그의 머릿속은 벌써부터 출장소를 꾸릴 생각으로 가득하다. 김 소장은 “예전부터 구상해온 점포의 모습이 있다”면서 “꽃이나 초콜릿 등 아기자기한 소품을 활용해 밝고 따뜻한 점포로 꾸미고 싶다”고 말했다. 조준희 행장도 꼭 한 번 초대하고 싶단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박근혜 정부 대한민국의 과제] (5) 저출산·고령화 해소

    [박근혜 정부 대한민국의 과제] (5) 저출산·고령화 해소

    13년 전인 2000년 ‘고령화사회’(만 65세 이상이 인구의 7% 이상)에 진입한 우리나라는 2018년이면 ‘고령사회’(65세 이상 비중 14% 이상)에 접어들게 된다. 일본이 24년, 미국이 72년, 프랑스가 115년 걸린 ‘고령화사회→고령사회’ 도달을 우리나라는 불과 18년 만에 맞게 되는 것이다. 고령화와 저출산은 동전의 양면이다. 아이를 적게 낳으니 나라가 빨리 늙어 가는 것이다. 저출산, 고령화는 나라를 뿌리부터 쇠약하게 만드는 일종의 재앙이다. 우리나라의 저출산, 고령화 속도는 무섭게 가속도가 붙어 있다. 박근혜 정부가 과거 어느 정부보다도 힘든 싸움을 벌여야 하는 이유다. 서울 동작구에 사는 이석례(59·여)씨는 자녀 셋이 석·박사 과정을 마칠 때까지 온 힘을 다해 뒷바라지했다. 늘그막에 애들 덕을 보겠다고 그런 것은 아니었지만 어쨌든 다들 크고 나면 최소한 노후 걱정은 없을 줄 알았다. 그러나 자녀들이 결혼을 하고 나서도 아등바등 살아가는 모습을 보며 회의감에 빠졌다. “자기들 먹고살기도 힘든데….” 허무와 우울이 가슴을 때렸다. 이씨는 글쓰기를 통해 노후를 설계해 나갔다. 대학 문턱을 넘지 못해 배움에 목말랐던 이씨는 1998년 40대 중반에 방송통신대 국문학과에 입학해 10년 만에 졸업장을 받았다. 내친김에 문예창작 석사 학위까지 받은 이씨는 시인 겸 수필가로 등단했다. 한국어 강사, 논술 교사 등의 자격증도 따 요즘은 다문화센터에서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다양한 능력으로 사회에 기여하는 ‘멋진 할머니’가 되는 것이 이씨의 목표다. 서동진(52)씨는 은행원이었다. 1997년 외환 위기 때 다니던 은행이 퇴출되는 비극을 겪었다. 이후 사업가로 변신한 서씨는 2001년 우리나라의 유자차를 중국의 대형 유통 매장에 입점시키며 ‘수출 유공자’로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국산 차를 수출하기 위해 중국에 세운 유통회사를 현지 직원들의 농간으로 빼앗기고 말았다. 법정 투쟁 끝에 관련자들은 형사 처벌을 받았지만 막대한 비용 부담 때문에 회사를 되찾기 위한 민사소송을 포기했다. 2011년 빈손으로 한국에 돌아온 그는 재기를 위한 발걸음을 내디뎠다. 중소기업개발원 등에서 재기를 위한 교육을 받는 한편 중국에서의 사업 경험을 바탕으로 중소기업진흥공단의 리포트 공모전에 응모해 최우수상을 받았다. 그는 “중소기업의 중국 진출을 돕는 데 기여하면서 노후를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이들은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공단이 실시한 제2회 ‘8만 시간 디자인 공모전’ 에세이 부문 수상자들이다. 이씨와 서씨가 마냥 행복하기만 한 사람들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이들에겐 최소한 미래에 대한 희망은 있다.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 출생자)가 가구주인 1027가구를 대상으로 실시한 노후 소득 보장 실태조사에 따르면 1인당 평균 노후 준비 부담액은 월 19만 8800원이었다. 금액 자체가 크지 않은 가운데 소득 계층별로 양극화가 심했다. 소득 하위 20%인 사람들은 5만 3600원에 불과해 상위 20%(49만 1200원)와 9.2배의 격차가 났다. 우리나라는 2001년 이후 출산율 1.3명 미만의 ‘초저출산’을 거듭해 왔다. 이러한 추세가 지속되면 우리나라 총인구는 2030년 5216만명을 정점으로 감소하고 2060년에는 인구의 약 40%를 노인 계층이 차지할 것으로 추정된다. 또 생산가능인구(만 15~64세) 중 50세 이상의 비중은 2005년 20%에서 2016년 30%, 2051년 40%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생산가능인구가 줄면 세금 감소 등으로 재정 수입은 줄지만 노인들을 위한 복지 지출은 증가한다. 조세연구원에 따르면 2009년 국내총생산(GDP)의 9.6%였던 공공복지 지출이 2050년에는 21.4%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연금과 건강보험 재정도 저출산의 여파로 압박을 받게 된다. 보건사회연구원은 2055년에는 국민연금 가입자가 수급자보다 적어지고 건강보험의 누적 적자가 2030년 317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측은 대선 과정에서 출산율 증대의 해법으로 ▲보육시설 확충 및 양육비용 국가 지원 확대 ▲임신 기간 중 근로시간 단축, 아빠 유급 출산휴가 실시 등의 여성 근무 여건 개선안을 제시했다. 고령화에 대비해서는 ▲정년 연장 및 노인 일자리 확대 ▲중증질환에 대한 100% 건강보험 적용 등을 공약한 상태다. 박 당선인은 후보 시절 “법안을 제정한다고 해서 저출산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고 여성이 일과 가정을 양립시키고 큰 부담 없이 아기를 키울 수 있도록 잘 지원하는 것이 실질적으로 저출산을 막을 수 있는 길”이라고 말했다. 차기 정부가 임기 5년 동안 저출산, 고령화를 해소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얼마나 노력을 기울이고 미래를 위한 주춧돌을 얼마만큼 확충하느냐 하는 것은 다른 얘기다. 우리나라가 고령사회에 첫발을 들이는 2018년은 박근혜 차기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는 해다. 그때 어떤 평가를 받게 될지 주목된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하나銀 ‘철가방 우수씨’ 나눔사랑 잇는다

    하나銀 ‘철가방 우수씨’ 나눔사랑 잇는다

    하나은행이 중국집 배달원으로 일해 어렵게 번 돈으로 가난한 아이들을 돕다가 세상을 떠난 고 김우수씨의 사랑을 이어나간다. 하나은행은 24일 서울 중구 본점에서 김종준 은행장과 고 김우수씨의 일대기를 영화화한 ‘철가방 우수씨’의 제작자 김구회 대표, 윤학렬 감독, 개그맨 오지헌씨가 참석한 가운데 후원을 받은 학생들을 위한 멘토 결연식을 가지고 장학금을 전달했다. 특히 고 김우수씨로부터 후원을 받은 학생들 5명 가운데 한 명인 신모(17)양은 장래 은행원을 꿈꾸고 있다. 신양은 앞으로 김병호 경영관리그룹 부행장을 멘토로 인생 선배로서 조언도 듣고 진로 고민도 나누게 된다. 또 고3이 되는 내년에는 하나은행 인턴십 프로그램에도 참여할 예정이다. 김 행장은 “고 김우수씨로부터 후원을 받은 학생들 중 1명이 은행원이 장래희망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멘토 결연을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고 김우수씨는 고아로 태어나 중국집에서 배달원으로 일해 번 70만원의 월급을 7년 동안 어려운 형편의 아이들을 위해 쓰다가 지난해 불의의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최근 그를 그린 영화를 통해 그의 나눔정신이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농협 내부통신 오류… 기업 1000억 입찰 날렸다

    농협 내부통신 오류… 기업 1000억 입찰 날렸다

    농협은행이 기업의 입찰보증금을 은행영업 마감시간까지 처리하지 않아 해당 기업이 1000억원대 수주전에 참여하지 못하는 어처구니없는 금융사고가 터졌다. 거액 거래의 경우 다른 은행들은 일선 지점장과 담당 직원에게 따로 고지하는 등 이중삼중의 사고예방 시스템을 갖추고 있지만 농협에서는 이런 시스템이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 불안한 전산망이 또 사고를 야기했다. 금융 당국은 곧 조사에 착수할 방침이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은 지난 6일 시내버스 외부광고 대행 운영사업자 선정을 위한 입찰을 실시했다. 사업자로 선정되면 내년 1월부터 3년간 7512대의 버스광고를 전담하게 되는 대형 수주전이었다. 서울신문사 등 총 7곳이 1200억~1300억원대의 금액을 써내며 입찰 경쟁에 뛰어들었다. 그런데 응찰이 유효하려면 입찰가액의 5%를 입찰 마감시간 전까지 보증금으로 내야 한다. 입찰 마감은 통상 은행영업 마감시간인 오후 4시다. 서울신문사는 입찰가격이 새어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6일 오후 3시 35분에 61억원의 보증금을 우리은행 서울 무교지점을 통해 입찰보증금 계좌를 관리하는 농협은행으로 보냈다. 일반 자금이체는 은행 간 전산망을 통해 직거래가 가능하지만 10억원이 넘는 거액은 한국은행을 거치게 돼 있다. 따라서 일단 농협은행 본점 자금부로 돈을 보내면 본점에서 일선 지점으로 다시 보내주는 방식(지준 이체)으로 거래가 이뤄진다. 61억원의 입찰보증금을 건네받은 농협 자금부는 이를 3시 42분쯤 인천영업점으로 보냈다. 하지만 정작 인천영업점 담당자는 이 돈을 처리하지 않았다. 4시 3분쯤에야 농협 측은 실수를 깨닫고 부랴부랴 보증금을 전용계좌에 이체하려 했으나 이때는 이미 입찰시스템이 닫힌 뒤였다. 입찰은 정확히 4시에 마감됐다. 서울버스운송조합은 이튿날 낙찰 결과를 발표하면서 ‘서울신문사는 보증금 미납으로 무효처리됐다.’고 밝혔다. 안창섭 서울신문사 사업단 부장은 “서울신문사는 20년 넘게 시내버스 외부광고를 도맡아 해 와 이번 수주전에서 가장 강력한 낙찰 후보 중의 하나였다.”면서 “이런 기업이 은행의 어이없는 실수로 아예 입찰전에 참여조차 못하는 사태가 벌어졌다.”고 성토했다. 한 시중은행 임원은 “30년 가까이 은행원 생활을 했지만 이런 황당한 사고는 처음 본다.”면서 “설사 창구직원이 실수하더라도 이런 사고를 막기 위해 거액 지준 이체 때는 반드시 해당 지점장과 담당 직원에게 알리도록 돼 있는데 농협은행에는 이런 시스템이 없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태재 농협은행 부행장은 “일선 영업점 직원이 본점에서 돈(서울신문사 입찰보증금)이 들어온 사실을 몰랐던 데다 업무가 바빠 마감 전까지 처리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면서 “공교롭게 내부통신망 오류로 ‘자동알림’ 기능도 작동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양현근 금융감독원 은행감독국장은 “농협은행 내부시스템의 문제이든, 직원의 업무처리 미숙이든 반드시 따져 봐야 할 사안”이라면서 “지금까지 드러난 정황으로 봐서는 있어서는 안 될 사고”라고 지적했다. 김진아기자 jin@seoul.co.kr 백민경기자 white@seoul.co.kr
  • [미주통신] 역할 분담한 가족 은행강도단 일망타진

    [미주통신] 역할 분담한 가족 은행강도단 일망타진

    아버지와 아들 그리고 딸로 이루어진 가족 은행강도단이 미국 텍사스 주 경찰에 의해 체포되었다고 18일(현지시각) 미국 언론들이 보도했다. 아버지 로널드 스콧(50)과 아들 하이덴(20) 그리고 딸 애비(18)로 이루어진 이들 가족 은행강도단은 최근 미국 오레곤 주와 텍사스 주에서만 7건이 넘는 은행 강도질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고 경찰은 밝혔다. 이들은 지난 10월 1일 텍사스에 있는 한 은행을 털면서 아버지는 오렌지 색 옷과 선글라스로 위장하고 아들은 콧수염을 부쳐 위장한 뒤 총으로 은행원을 위협해 돈을 강탈했다. 그리고 역할을 분담한 딸은 은행 밖에서 차로 대기하고 있으면서 이들이 은행을 나오자 쏜살같이 함께 줄행랑을 친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이들의 강도 행각은 감시카메라에 그대로 녹화되어 아버지 스콧이 잡화점에서 이러한 위장 장비를 자신의 신용카드로 사들인 기록과 현장 화면이 증거로 잡혀 즉시 체포할 수 있었다고 경찰은 밝혔다. 이 소식을 접한 인근 주민은 “그 가족은 평소에 아주 강한 친밀함을 보여 주었다.”며 “아마 아내를 잃고 나서 자식의 부양 의무 때문에 그러한 일들을 벌인 것 같다.”면서 이들 가족의 체포 소식에 놀라워했다고 언론들은 전했다. 다니엘 김 미국 통신원 danielkim.ok@gmail.com
  • “연체 전 상담 받으세요”… 금융멘토제 도입

    “은행에 빚이 좀 있는데 월급은 150만원 정도 됩니다. 은행 빚을 어떻게 갚는 게 좋을까요.”(근로자 A씨) “고객님은 금융권 부채(5000만원)와 월 소득에 비해 매달 지출하는 보험료(15만원)가 상대적으로 많습니다. 보험부터 해지해 대출을 일시 상환하는 것이 낫습니다. 이 상태로라면 신용등급이 하락해 이자 부담이 더 커질 수 있습니다.”(상담원) 앞으로는 저소득층이나 사회 취약층을 대상으로 이렇게 부채·자산 관리를 해주는 ‘금융멘토’가 생긴다. 금융위원회는 13일 내년부터 ‘저소득층 금융멘토 사업’을 시범 시행한다고 밝혔다. 지금도 신용회복위원회 등에서 상담을 해주지만 연체나 신용불량 등 ‘문제’가 터진 뒤에 제공하는 처방전이라는 점에서 금융멘토와는 성격이 다르다. 금융멘토는 빚이 더 불어나거나 연체가 생기기 전에 부채 관리를 도와준다. 물론 자산을 불리는 방법도 조언해 준다. 미국 등 금융 멘토링을 앞서 도입한 선진국에서는 연체율이 감소하는 등 실질적인 효과를 보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중산층이나 부유층은 금융회사의 프라이빗 뱅커(PB)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지만 정작 금융상담이 가장 시급하고 절실한 서민층은 이런 서비스에서 소외된 상태”라면서 “부채 관리의 중요성이나 방법을 잘 몰라 연체자가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당초 이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내년 예산 3억원을 신청했다가 기획재정부 심의과정에서 2700만원으로 삭감되자 사기가 꺾였다. 하지만 사업 취지에 공감한 국회가 대폭 증액을 검토하고 있어 고무된 상태다. 금융위 측은 “그동안 금융상담 정책에 저소득층을 위한 배려가 없었기 때문에 (예산 규모에 관계 없이) 시범사업은 예정대로 추진할 방침”이라면서 “미국은 개인파산에 앞서 사전에 반드시 상담서비스를 받도록 법제화돼 있다.”고 강조했다. 금융위는 우선 각 기관별로 제각각인 상담기법이나 매뉴얼을 재정비해 표준화시킬 계획이다. 이를 토대로 각자의 형편에 맞는 금융상품은 무엇이고, 지출 우선순위를 어떻게 짜야 하는지 도울 작정이다. 퇴직 은행원 등 자원봉사자도 상담원으로 십분 활용할 계획이다. 백민경기자 white@seoul.co.kr
  • 금융권 계열사펀드 몰아주기 ‘여전’

    금융권 계열사펀드 몰아주기 ‘여전’

    “생각해 놓으신 투자 금액과 기간은요.” 23일 서울 중구의 K은행 지점을 방문해 펀드 상담을 받으려 하자 담당 은행원은 다짜고짜 이렇게 물었다. 그래놓고는 K자산운용사의 펀드 상품만을 강조해 설명했다. 상품설명서에는 여러 개의 상품이 나와 있었지만 K계열 펀드 상품에만 형광펜 표시가 돼 있었다. 판매 담당자는 “수익률을 보면 우리 그룹사 펀드가 가장 높다.”고 힘주어 설명했다. 하지만 수익률 비교 시점은 최근이 아닌 지난 6월이었다. 이 상품은 10월 현재 수익률이 다소 떨어진 상태다. 지난 10일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앞으로 은행, 증권, 보험 등 금융사들이 계열사의 펀드를 50% 이상 판매할 수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지만 현장에서는 ‘모르쇠’로 일관했다. 계열사 상품을 우선적으로 판매하는 등 일감 몰아주기가 여전히 자행되고 있었다. 펀드를 판매할 때는 고객에게 투자성향분석 설문지를 작성하도록 하는 것이 의무다. 펀드에 대해 알고 있는지, 원금 손실은 어느 정도 감내할 수 있는지, 몇 년 정도 투자할 것인지 등을 알아본 다음 이를 분석해 투자 유형을 다섯 종류로 분류한다. 공격투자형, 적극투자형, 위험중립형, 안정추구형, 안정형 가운데 고객의 투자 유형에 맞춰 상품을 설명해야 하는 것이다. 불완전 판매를 막기 위해 펀드 판매자에게 제대로 상품 설명을 들었는지 고객의 서명도 받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중구에 있는 W은행 지점의 펀드 판매원도 고객의 투자성향은 파악하지 않고 계열사(W자산운용) 상품만을 칭찬하기 바빴다. 인근에 있는 두 은행의 다른 지점을 가 보았다. 앞서와 다르게 투자성향분석 설문지를 작성토록 하고, 다른 회사 펀드 상품도 함께 설명해 주었다. 철저하게 수익률을 따져 경쟁사 상품을 추천해 주는 곳도 있었다. 같은 은행이라도 지점별로 판매 양태가 천차만별인 셈이다. 바꿔 말하면 운이 좋아야 제대로 된 지점을 방문해 제대로 된 상품 설명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8개 은행 가운데 계열사 펀드 판매 비중이 50%를 넘는 곳은 올 8월 말 현재 5곳이나 됐다.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을 계열사로 두고 있는 신한은행이 70.51%로 가장 높았다. 판매액도 11조 1586억원이나 된다. 그 다음으로는 산업(64.25%), 농협(62.86%), 기업(53.27%), 하나(51.39%), 국민(42.58%), 우리(39.05%), 외환(1.54%) 은행 순서로 자사 펀드 판매 비중이 높았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특정 기간에 자사 펀드 판매 실적을 올리라는 지시가 내려오면 어쩔 수 없이 계열사 상품 위주로 (고객에게) 권유할 수밖에 없다.”고 털어놓았다. 김진아기자 jin@seoul.co.kr
  • [포토 다큐 줌인] 대학 유망 학과 신풍속도

    [포토 다큐 줌인] 대학 유망 학과 신풍속도

    2013학년도 대학입시가 한창이다. 대부분의 대학들은 정시에 앞서 실시하는 수시의 원서 접수를 마쳤다. 수험생들은 어느 대학, 어떤 학과에 지원할 것인가를 두고 한바탕 전쟁을 벌인다. ‘어느 대학’을 고려하는 것은 무엇보다 대학 간판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어떤 학과’의 경우 취업률과 직업별 연봉 등 노동시장의 상황에 따라 경쟁률이 바뀐다. 지난달 23일 서울 K대학교. 수시 1차 모집 논술고사장으로 향하는 수험생들의 얼굴에 긴장감이 역력하다. 올해부터 수시 지원 횟수가 6회로 제한되면서 경쟁률 거품이 빠졌다지만 고사장은 응시생과 학부모로 북새통을 이뤘다. 이 대학 송재찬 입학처장은 “학과별 경쟁률은 취업 유망 학과와 비례했다.”면서 “한 분야에 특성화된 전공을 선택하겠다는 ‘실속파’가 늘고 있다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그는 “대학 전공학과에 대한 트렌드는 경제적, 사회적 환경에 따라 변한다.”고 덧붙였다. 대졸자들의 직장이 공무원, 은행원 정도로 제한됐던 1960년대까지는 경상계열이나 법학과가 최고 인기 학과였다. 건설 경기가 활성화되고 가전제품 수출이 늘어났던 1970년대 이후에는 건축토목 분야와 전자공학과가 인기 학과로 부상했다. 1980년대 이후엔 컴퓨터 및 정보통신 관련 학과의 선호도가 크게 높아졌다. 최근 대학들은 취업에 유리한 ‘실용’ 지향 학과들을 신설하는 추세다. 실제로 과거 전문대학에나 있었을 법한 전공학과를 4년제 대학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학과에 대한 선호도가 취업 전망에 따라 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예체능대학에 ‘바둑학과’를 두고 있는 대학이 있는가 하면 헬리콥터 조종은 물론 제작 분야에 진출할 수 있는 ‘헬리콥터조종학과’, 패션모델을 꿈꾸는 학생들을 위한 ‘모델과’도 4년제 대학에서 찾을 수 있다. 로봇학부는 차세대 정보기술(IT)산업 분야를 이끌 전략 산업 전공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 밖에도 순결가정문화학과, 신발공학과, 얼굴경영학과, 장례지도과, 여가디자인학과 등 이름만 들어도 호기심이 생기는 이색학과가 즐비하다. 대학들이 다양함이 요구되는 ‘교육시장의 수요’를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입시 시즌이면 대학들은 취업률로 자신의 학교를 광고한다. 대학이 ‘상아탑’으로서의 명분을 잃고 있다는 걱정의 목소리도 나온다. 취업률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장래 희망이나 자신의 적성에 맞는 학문 분야를 선택하는 일이다. 재수생 김명순씨는 지난해에 이어 서울 S여자대학교 외식·경영학과에 다시 지원했다. 김씨는 “졸업 후 몇 년 동안 직장 생활을 하며 현장 경험을 쌓은 뒤 나만의 프랜차이즈 브랜드로 외식 창업을 해 볼 계획”이라고 구체적인 포부를 밝혔다. 김씨와 같이 자신의 적성에 알맞은 새로운 삶에 또 다른 의미를 부여하며 살아가는 젊은이들이 많은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청년 실업자 100만명 시대를 맞아 더 이상 대학 졸업장이 취업이나 장래를 보장해 주지 못하는 상황이다. 특성화 학과의 인기도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수능이 한달여 남았다. 시험 준비를 하느라 그동안 숨 한번 고르지 않고 달려 왔다면 지금이라도 잠시 걸음을 멈춰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잘하는지 생각하며 미래를 설계해 보는 것은 어떨까. 글 사진 이언탁기자 ut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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