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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람 김반석 개인전 ‘글그림? 한글! 품다’

    거람 김반석 개인전 ‘글그림? 한글! 품다’

    한글날을 맞아 한글로 우리 전통과 선비정신을 한국화로 풀어낸 ‘글그림? 한글! 품다’ 전이 열려 눈길을 끌고 있다. 미술전문잡지 ‘미술세계’가 기획한 거람 김반석 개인전이 7일 개막되어 오는 13일까지 서울 인사동4거리 미술세계 빌딩 5층에서 열린다.  경남 울주군 치술령 자락에서 24년째 작업을 해온 작가는 사물의 형상을 추상적인 한글로 풀기도 하고, 한국의 전통을 자유롭게 해석하기도 한다. 장지에 자연 채색의 한국화 느낌을 담은 ‘꿈’ ‘절’ ‘밝음’ ‘나비 꽃’ 등은 작가의 말 대로 “언어가 가지고 있는 이야기와 상징을 시각화”한 것이다. 추사의 세한도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 그의 작품은 ‘장욱진 풍’의 간결미와 검은 먹 선이 주는 절제미를 최대한 살리고 있다. 작가 김반석은 은행원 출신으로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하지 않은 초야의 비주류 화가이다. 스스로 주변부에서 맴도는 그림쟁이라고 일컫는 그의 작품은 언제나 정신이 자유롭고 꾸밈이 없는 순수한 열정이 묻어나고 있다. 이경형 기자 iseoul@seoul.co.kr
  • “아차! 잘못 송금” 하루 2000건

    은행 직원 실수로 엉뚱한 사람에게 송금됐다가 취소된 사례가 하루 2000건 넘게 발생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금융감독원이 6일 민병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에게 제출한 ‘착오송금 자료’에 따르면 국내 18개 은행이 2013년 1월부터 올해 8월 말까지 송금 실수로 거래를 취소한 건수가 145만 4829건(13조 5138억원)이었다. 영업일 기준 하루 2099건(약 195억원)꼴로 착오송금 사고가 일어나는 셈이다. 송금 실수를 가장 많이 한 은행은 우리은행(20만 4991건)이었다. 고객의 실수로 돈을 잘못 보냈다가 반환 청구를 한 사례도 지난 3년간(2012년 9월~2015년 8월) 20만 9539건이었다. 주로 인터넷·모바일뱅킹(70%)을 이용할 때 송금 실수를 저지르는 경우가 많았다. 은행원 실수로 잘못 송금하는 경우 거래 당일에 송금 거래를 취소할 수 있다. 반면 일반인이 잘못 보낸 돈을 되돌려 받기 위해서는 은행 영업점에 직접 찾아가서 반환 청구를 신청해야 한다. 돈을 돌려받기까지 영업일 기준 3일이 걸린다. 문제는 돈을 잘못 송금받은 사람이 돈을 돌려주지 않겠다고 버틸 때다. 이 경우 반환청구 소송을 통해 돌려받는 방법밖에 없다. 최소 2~3개월이 걸린다. ‘번지수를 잘못 찾아간’ 돈을 보고 ‘공돈이 생겼다’며 인출해 쓸 경우 ‘횡령죄’에 해당된다. 현행법은 수취인이 금전을 돌려줄 반환 의무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금융 당국은 착오송금 피해를 줄이기 위해 보완책을 마련 중이다. 금융감독원 측은 “돈을 송금받는 수취인 입력정보 등을 추가로 기재하는 방법과 돈을 잘못 보냈을 때 영업점을 방문하지 않고도 콜센터 등에서 반환 청구를 할 수 있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심재억 기자의 헬스토리 16] 당신은 ‘사회적 잠’을 잡니까, ‘개인적 잠’을 잡니까?

    [심재억 기자의 헬스토리 16] 당신은 ‘사회적 잠’을 잡니까, ‘개인적 잠’을 잡니까?

    단순한 시간의 관점으로 보자면 인간은 삶의 3분의 1을 자는데 할애합니다. 전 생애를 100이라고 할 때 잠이 차지하는 시간상의 비중이 33 정도 된다는 뜻입니다. 수명이 80세인 사람이 평생 자는 시간이 27년 정도인 셈인데, 이는 그 사람이 자신의 삶에서 정말 중요하다고 믿는 것, 이를테면 누군가를 사랑한다든가, 무언가를 먹는다든가, 특별한 취향을 즐기는 일 등 어떤 것에 할애하는 시간보다 길고 오래입니다.  그러나 이런 관점은 그야말로 단순한 산술일 뿐입니다. 다양한 변수를 참고해 보정하면 잠의 가치는 이런 산술적 분석을 훨씬 뛰어넘는 중요성을 가집니다. 그 중요성이 어느 정도인가 하면 ‘잠이 없으면 삶도 없다’고 정리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누군가는 잠과 삶의 관계를 ‘황금 연대’라고 규정하기도 했지요. 물론, 사람이 자기 위해서 사는 건 아니고 살기 위해서 자지만, 모든 사람의 전 생애를 통해 잠만큼 지속적으로 행복감과 안도감, 편안함과 성취감을 주는 행위는 단언컨대 없습니다.  잠은 그 자체가 생명 활동의 원천입니다. 잠이 없으면 사람에게는 어떤 가능성도 남지 않는다는 분명한 사실이 이를 증명합니다. 이는 신체적 관점에서 어떤 이의도 없는 사실입니다. ‘사흘 굶고 남의 집 담장 안 넘는 사람 없다’는 말에 빗대자면 ‘사흘 자지 않고 사람 노릇 하는 사람이 없다’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잠-문화의 산물  그렇다고 잠의 효용이 신체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닙니다. 사회적으로 같은 부류의 사람들은 유사한 잠의 형식과 패턴을 공유합니다. 그럼으로써 사회적 활동에 함께 참여하고, 사회적 정서를 공유하게 됩니다. 다시 말해, 한국인에게는 한국인이 공유하는 잠의 특질이 있고, 아프리카인에게는 그들이 공유하는 잠의 유형이 따로 있어 여기에서 한국인과 아프리카인의 ‘다름’이 구체화된다는 뜻입니다.  그렇게 잠의 특질과 유형이 달라서 생기는 차이가 바로 삶의 방식의 차이이고, 정서의 차이이고, 생산성과 목표의식의 차이를 낳는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비행기를 타고 유럽이나 미주지역으로 여행을 할 때 겪는 시차라는 것도 생각해 보면 ‘다른 잠을 자는 세상’으로 진입하면서 필연적으로 겪게 되는 조화와 적응의 과정임을 쉽게 알 수 있지요.  그러면 우리는 어떨까요? 굳이 이런 문제를 두고 ‘민족’처럼 고답적인 거대 단위의 설명이 필요한지는 차치하고, 잠은 생활공동체로서의 민족의 동질성을 규정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같은 곳에서, 같은 시간대에, 같은 패턴과 같은 질의 잠을 잔다는 것은 공동체의 중요한 기반이니까요. 이런 생활공동체를 마치 수학에서 미분을 하듯 세세하게 쪼개 보면 가족이라는 기본적인 생활 단위에 가닿습니다.  가족이란 기본적으로 혈연관계를 의미합니다. 그러나 혈연의 본질인 ‘핏줄’ 만으로 가족을 규정하기에는 뭔가 부족합니다. 어쩌면, 혈연이란 타의적 선택이고,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태어날 때부터 지워진 조건이어서 자의적 연대의 조건을 충족시킨다고 단언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혈연의 연대성을 공고하게 하는 것은 흔히 말하는 운명공동체로서의 체험을 같이 하는 것인데, 여기에는 목표와 환경과 인식의 공유, 노동과 식사와 휴식 같은 일상적 조건의 공유 외에도 같은 잠을 잔다는 조건이 포함됩니다.  예를 들어 볼까요. ‘나’는 생명체로 배태된 그 순간부터 어머니의 뱃속에서, 어머니의 체온에 의지해 잠을 자며 새로운 세상과 만날 일을 준비합니다. 뱃속에서 조용하게 잠만 자면 “그 놈, 게으름 피우는 걸 보니 복은 타고나겠다”는 말을 들었고, 잠에서 깨어 몸을 뒤척이며 요란하게 까불면 “어쨌든 손발 부지런한 놈이 잘 사는 세상이다. 천석, 만석 누리고 살겄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이렇게 처음 어머니와 연계된 잠은 가족 모두의 잠으로 전이되고 치환됩니다. 태어나서도 가족 안에서의 ‘나’는 잠으로 말을 합니다. 그 잠이 아버지의 팔에 안겨서 든 잠이든, 어머니 젖가슴에 얼굴을 묻고 누리는 잠이든, 아니면 포대기에 덮여 누이의 등에 기댄 채 빠진 잠이든, 내가 아닌 또다른 누군가와의 관계가 가족이라는 연대에 포함된다는 점은 핏줄이라는 사실과 잠을 공유하는 현상으로 확인됩니다.  가족들은 내가 잠을 잘 자면 편하고 건강하다고 믿었고, 잠을 잘 자지 못하면 뭔가 불편하거나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지요. 그렇게 나와 가족은 잠을 공유하면서 같은 생각을 하고, 같은 생활을 하며, 같은 생애를 살아갑니다.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을 수 있지만, 잠은 그런 것입니다. ●이런 잠, 저런 잠  많은 사람들이 아직도 그런 잠을 ‘이래도 잠, 저래도 잠’이라고 간단하게 생각합니다. 그게 아니라도 고작해야 ‘잘 잔 잠’과 ‘잘못 잔 잠’ 정도로 나눠 생각하는 정도이지요. 하지만 잠에도 전문적인 분류법이 있습니다. 쉽게 정리하면, 깊은 잠과 옅은 잠 정도로 말할 수 있는데, 전문의들은 이를 난렘(Non REM)수면과 렘(REM)수면이라고 말합니다. 여기에서 말하는 REM이란 ‘Repid Eye Movement’의 약자로, 겉으로는 잠에 든 것처럼 보이지만 안구가 빠르게 움직이는 수면 상태를 뜻합니다.  이 난렘수면은 뇌파의 유형에 따라 다시 4단계로 세분화됩니다. 각성과 꿈의 경계상태인 세타파가 절반 이상인 뇌파가 90초 이상 지속되면 수면 1단계라고 말하지요. 소위 옅은 잠으로, 이 상태는 3∼10분간 계속되며, 경험해 보셨겠지만,이 때는 작은 소리나 자극에도 쉽게 잠이 깨곤 합니다.  2단계는 이보다 깊은 수면 상태로, 뇌파검사에서는 방추형의 작고 빠른 파동이 보이며, 40∼50분 정도 지속되지요. 이어 10∼20분 가량 이어지는 3∼4단계에 들면 비교적 느리고 진폭이 큰 뇌파가 나타나는데, 이 때는 ‘잠에 취했다’고 할 만큼 깊은 잠에 빠져 외부 자극에도 쉽게 반응하지 않습니다. 만약 누군가가 악몽을 꾸거나, 야뇨증 또는 몽유병 증상을 보인다면 바로 이 단계의 잠의 질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여기까지가 난렘수면에 해당합니다.  이 유형의 수면에 뒤이어 나타나는 유형이 눈동자가 빠르게 움직이는 렘수면 상태인데, 지속 시간은 20분 정도로 길지 않으며, 남자들이 수면 중 발기를 경험했다면 대부분 이 상태에서 이뤄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해서 한 주기의 수면 사이클이 완성되는데, 여기에 걸리는 시간은 대략 90분 정도입니다. 이를 근거로 셈해 보면 하루에 7∼8시간을 자는 사람의 경우 이런 수면주기가 대략 4∼5회 정도 반복되는 과정을 거친다고 보면 되겠지요.  참고로, 인간의 뇌 활동상태를 보여주는 생체신호인 뇌파는 활동상태에 따라 크게 ▲델타파(1∼4Hz) ▲세타파(4∼8Hz) ▲알파파(8∼13Hz) ▲베타파(13∼30Hz) ▲감마파(30∼120Hz)로 구분합니다. 델타파는 깊은 수면 상태에서 발생되는 뇌파이고, 세타파는 일반적인 수면 상태에서 발생하는 뇌파로, 대부분 이 뇌파단계에서 꿈을 꾸게 됩니다. 알파파는 휴식 중에 생기는 뇌파로,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 눈을 감고 휴식을 취할 때 아주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베타파는 공부 등 정신활동을 할 때 생성되며, 감마파는 인지작용을 할 때 발생합니다.    ●개인적인 잠, 사회적인 잠  그러나 이런 분류는 병리학적이거나 또는 생리학적 관점의 분류이고, 이런 방식 외에도 잠의 특질을 규정할 수 있는 접근법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 가운데 하나가 ‘사회적인 잠’과 ‘개인적인 잠’의 개념을 적용하는 방법입니다. 이 방법은 수면의 양태나 질을 따지고 측정하는 방식이 아니라 한 개인이 취하는 잠의 양과 질을 사회 구성원 관점에서 조명하는 개념입니다.  왜 이런 접근이 필요한가 하면, 잠이란 극히 개인적인 생리활동의 영역에 속하지만,그 잠을 취하는 사람은 사회적 환경이나 조건에 따라 각기 다른 양과 질의 잠을 자게 되기 때문입니다. 참고로 덧붙이면, 이 방법은 학문적으로 정립된 측정 또는 평가 방식이 아니라 필자의 필요에 따라, 필자의 관점에서 적용하는 판별식임을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확실히 잠은 개인적이면서 동시에 사회적입니다. 개인의 삶이 상대적으로 사회적 지배를 많이 받는 한국과 같은 사회에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직장인이든, 경찰이나 군인이든, 아니면 학생이든 어떤 경우라도 개인 또는 집단에 주어진 사회적 환경과 어울리지 않는 수면생활을 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결국, 의사는 진료활동에 부합하는 수면 패턴을 가지게 되고, 군인은 자신이 부여받은 임무를 가장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수면 패턴을 지속합니다. 이는 학생이나 대학 교수, 은행원이라고 다르지 않습니다. 이런 점에서 잠은 확실히 사회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잠이 사회적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은 통계로도 확인되지요. 지난해 한국갤럽의 조사 결과를 보면, 한국인 평균 수면시간은 6시간 53분(413분)이었습니다. 같은 해, 통계청이 집계한 자료에는 7시간 59분이라고 나와있더군요. 무슨 이유 때문에 두 조사 결과 사이에 약 1시간의 작지 않은 편차가 존재하는지는 모르지만, 어떤 결과로 견줘도 OECD 최하위 수준에 해당합니다. 참고로, 다른 나라의 수면 시간을 보면, 프랑스(530분), 미국(518분), 캐나다(509분), 영국(503분), 이탈리아(498분), 일본(470분) 등으로 집계됩니다.  이를 근거로 보면, 선진국일수록 국민 평균 수면시간이 길다는 점을 간파할 수 있습니다. 이는 선진국들이 노동의 질을 따지는 반면 우리나라 같은 하위 선진국이나 개발도상국, 후진국 등에서는 아직까지도 노동의 양을 중시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런 결과는 개인이 자신의 의지대로 잠을 취한다기 보다 소속 기업이나 기관의 업무 패턴 속에서 잠자는 시간을 확보하는 양상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지요.  이는 연령대와 직업군에서 더욱 뚜렷하게 나타납니다. 우리나라의 연령대별 수면시간을 보면, 40대가 6시간 37분으로 가장 짧고, 이어 50대 6시간 45분, 30대 6시간 56분, 20대 7시간 2분, 60대 이상 7시간 5분 등입니다.  또 직업군별로는, 화이트칼라 6시간 44분, 블루칼라 6시간 47분, 자영업자 6시간 49분, 주부 6시간 56분, 학생 7시간 6분, 농어업 7시간 8분, 무직 7시간 10분 등으로 조사됐습니다.  어깨가 무거운 가장이기도 하고, 직장 또는 사회 내부에서 책임자 위치에 올라 있는 40∼50대의 수면 시간이 가장 짧다는 것은, 이 연령대의 수면이 필요량을 충족시키는 방향으로 시간을 할애하는 개인의 선택이 아니라 외부 요인, 즉 사회적 필요에 의해 수면 시간이 제한받고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라고 할 수 있겠지요. 시간 운용이 비교적 자유로운 농어업 종사자나 무직자의 수면 시간이 상대적으로 긴 것 또한 잠의 사회성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할 수 있고요.  직업군 수면 분류에서 얻는 결과도 다르지 않습니다. 조직 또는 외부 필요성에 의해 수면 시간을 맞춰야 하는 화이트칼라, 블루칼라, 자영업자들의 수면 시간이 농어업 종사자나 무직자에 비해 짧다는 것은 이들의 수면 시간이 타율적으로 지배되고 있음을 나타내는 또다른 지표라고 할 수 있겠지요.    ●선진국형 잠과 후진국형 잠  이같은 사회적인 잠은 개인의 잠을 규제하는 가장 직접적이고 영향력있는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이를테면, 사회적 잠이 충실하지 못하면 개인적인 잠도 부실할 수밖에 없습니다. 수면의 절대 시간이 부족한 상태에서 수면의 질로 이를 상쇄하는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3교대로 근무를 해야 하는 간호사의 경우 도식적으로는 ‘8시간 근무 후 퇴근-8시간 수면-8시간 개인 생활 후 출근’의 패턴을 반복합니다. 그러나 퇴근 후의 생활이 정확하게 8시간 단위로 돌아가지는 않지요.  이해를 돕기 위해 앞의 루틴을 재해석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8시간 근무를 마치면 업무 인수인계와 퇴근 준비 후 병원을 나서 집에 돌아오기까지 상당한 시간을 잃을 수밖에 없습니다. 어쩌면 이 과정에서 2∼3시간을 잃을 수도 있습니다. 집에 도착해서도 곧장 수면에 드는 것은 아니지요. 취사와 가사노동을 하고,샤워와 식사 등을 하다보면 여기에서도 쉽게 2∼3시간을 잃게 됩니다. 더 중요한 문제는 매일 바뀌는 수면시간에 생체시계가 적응을 하지 못해 수면의 질이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입니다. 하루 오전 근무를 한 간호사는 다음에는 시간을 바꿔 근무를 하기 때문입니다. 만약 좀 더 수면시간을 늘리고, 질 좋은 수면을 취하려 한다면 개인생활에 투입해야 하는 시간을 쪼개야 하는데, 이 경우 대부분 삶의 질 하락을 감수해야 하지요.  이 간호사가 평균적으로 6시간을 잔다고 가정할 때, 앞서 거론한 수면주기를 대입하면 프랑스 사람들보다 매일 2주기가 짧습니다. 연간으로 따지면 700 수면주기 이상을 덜 자는 셈이지요. 비단 이 간호사 뿐 아니라 많은 한국인들이 “자도, 자도 잔 것 같지 않은 잠”을 자면서 사는 것은 이 때문입니다. 매일 조금씩 빼앗기고 유보한 잠이 월 단위, 연 단위로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되고, 이는 조금씩 개인의 삶을 위축시키고, 건강을 좀 먹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를 통해 이 간호사가 근무하는 병원의 근무 조건이 철저하게 사회적 수면을 강요하는 형식이어서 개인적인 수면의 질을 유지하기란 사실상 어렵다는 점을 아셨을 것입니다. 물론, 사회적 수면이 항상 개인적인 수면을 규제하는 것은 아닙니다. 프랑스처럼 국민들의 평균 수면시간이 530분(8시간 50분) 정도 되는 조건이라면 개인의 의지에 따라 얼마든지 수면의 질을 높일 수 있으니까요. 이런 상황이라면 시간이 충분히 주어진만큼 질의 문제만 고민하면 되기 때문이지요.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선진국은 개인의 삶을 중요시합니다. 선진국이라서가 아니라 먹고 살만 하면 모든 분야에서 개인적인 영역을 넓히려고 하는 건 당연한 추이지요. 잠도 마찬가지입니다. 사회적 잠을 최소화하는 대신 개인적인 잠의 영역을 확대하려고 하지요. 이에 반해 개도국이나 저개발국은 사회적 잠에 구속되기 쉽습니다. 개인적인 삶의 질을 논할 수 있는 경제적, 사회적 여유를 못 갖췄기 때문입니다. 이런 점에서 보자면, 우리는 일정 부분 경제적인 여유는 확보했다지만, 아직 선진국의 조건을 못 갖춘 상태라고 보는 것이 옳을 듯 합니다. 적어도 잠이라는 관점에서는 틀림없이 그렇습니다.[다음주 “당신은 ‘나의 잠’을 자고 삽니까”-2로 이어집니다]  jeshim@seoul.co.kr
  • [2015 불륜 리포트] 불륜女, “미안한 마음에 남편에게 더 잘해줘…”

    [2015 불륜 리포트] 불륜女, “미안한 마음에 남편에게 더 잘해줘…”

    “남편한테 미안하죠. 그렇지만 나도 가정을 지키려고 바람피우는 거라구요.” 당당하다 못해 당돌했다. 송미경(37·가명)씨는 외도 중인 기혼자 심리를 알아보려고 온라인 주선 사이트를 통해 만난 전업주부였다. 기자가 ‘어설픈 외도남’이 돼 “이런 만남이 처음이라 불안하다”고 하자 “이렇게 스트레스를 풀고 나면 미안함 때문에라도 남편과 아이들에게 더 잘하게 된다”고 답했다. 사람들은 왜 바람을 피울까. 그 답을 찾기 위해 서울신문 특별취재팀 기자 3명은 지난달 11일 이후 약 5주에 걸쳐 ‘외도 남녀’ 15명을 만났다. 주변인에게 외도 당사자를 소개받거나 가정법원 등에서 이혼 소송 피고인을 접촉했다. 은밀한 속사정을 들어야 했던 터라 기혼자 만남 사이트 등에선 불가피하게 신분을 숨긴 채 ‘암행취재’도 벌였다. 취재를 마치고 불륜의 심리적 키워드로 기자들이 내린 결론은 다름 아닌 ‘결핍’이었다. 기혼자들은 가족으로부터 무엇인가 채울 수 없다는 이유를 들며 외도를 했다. 다만 세부적으로 보면 성별과 나이, 성장 과정 등에 따라 각기 다른 심리 속에 불륜에 빠졌다. 직접 만난 외도 남녀의 이야기를 토대로 그 심리를 유형별로 정리했다. ●빈 둥지형 외도 “간통죄도 사라졌는데 불륜이라고 말하지 마세요. 엄연히 연애입니다.” 결혼 22년차 직장인 김기식(47·가명)씨는 6년째 외도 중이다. 첫 외도 상대는 마흔을 갓 넘겼던, 2009년 집 근처 골프연습장에서 만난 여성이었다. 이후 간호사, 은행원 등 10여명과 은밀한 만남을 이어왔다. 외도는 ‘공허함’에서 비롯됐다. 6년 전 외동딸이 중학교에 입학하면서 아내는 아이 교육에만 매달렸다. 김씨는 자연스레 찬밥 신세가 됐다. “집안에서 난 유령인간이 된 듯했다. 집에 가봐야 현관부터 반기는 건 강아지뿐이다. 딸은 엄마하고만 이야기하려 든다. 유치하게 들리겠지만 밥상에서도 내가 좋아하는 삼치구이, 청국장 같은 건 사라진 지 오래다.” 아내는 못 하나 박을 때조차 남편에게 도움을 청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가 외도녀를 만나 하는 일은 영화 보고 저녁식사를 한 뒤 차나 술 한잔하는 정도다. 거창할 게 없다. 그러나 김씨에게는 매 순간이 특별하다. 영화표를 끊고 팝콘을 사고, 식사 비용을 계산하고 외도녀의 집에 차로 데려다줄 때까지 해야 할 역할이 많다. 그는 “애인은 별것 아닌 조언 하나를 해줘도 ‘아 그래요’라며 귀담아 듣는다”면서 “물론 듣는 척하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난 한마디가 그렇게 예쁠 수 없다”고 했다. 부부 관계 전문가인 허영둘 한국영상대 겸임교수(상담학)는 김씨에 대해 “전형적인 빈 둥지형 외도 사례”라고 설명했다. 40대 이상의 중년 기혼 남녀에게 흔한 외도 유형이다. 자녀가 성장해 자신의 품에서 벗어나고 가정에서 역할이 줄면서 공허함이 찾아오는데, 이 감정이 외도 욕구로 변질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정서 공유형 외도 “싱글보다 기혼자가 유혹하기 더 쉬워요. 심리적으로 약하고 헐거운 고리가 쉽게 발견되죠.” 정보기술(IT) 업체 직원 유재학(31·가명)씨는 자신에 찬 얼굴로 말했다. 그는 직장 동료인 기혼 여성 2명을 ‘애인’으로 두고 있다. 일하다 식사를 함께하고 가끔 술도 마시다 보니 이성적인 감정이 생겼다. 미혼인 유씨는 “기혼 여성에게 접근할 때는 따뜻한 말 한마디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저녁 먹고 와인 한잔하면서 회사와 집에서 있었던 힘든 얘기를 들어줍니다. 공감은 하되 참견이나 충고는 하지 않습니다. 분위기를 봐서 스킨십을 가볍게 하고 나면 사실상 연애가 시작되는 거죠.” 그는 기혼 여성을 ‘여자’로 대해 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했다. 의상이나 머리 모양, 작은 액세서리의 변화 등을 알아채고는 “보라색이 참 잘 어울린다”는 등 구체적으로 반응해 준다고 한다. 유씨는 카카오톡 메신저에서 최근 외도녀에게 받은 메시지 한 통을 보여줬다. ‘결혼한 뒤 여자로서 매력을 확인받는 일이 없었는데 너무 좋다. 떨리고 설레는 기분을 오랜만에 느끼게 해줘 고맙다’고 적혀 있었다. 김미영 서울가정문제상담소장은 “여성은 ‘정서적 섹스’를 통해 존재를 확인하려 한다”고 말했다. 이성과 정서를 공유하고 친밀한 관계를 쌓으면서 만족감을 얻는다는 설명이다. ●성적 쾌락 탐닉형 외도 “아내와의 잠자리는 숙제처럼 의무적이죠. 설레는 감정 같은 건 없어요.” 기혼자 간 만남을 목적으로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만난 대학교 교직원 장시홍(36·가명)씨는 자신의 외도를 아내 탓으로 돌렸다. 결혼 뒤 10㎏ 이상 살이 불어난 아내가 부부 관계를 피한다고 했다. 아직 아이가 없는 장씨 부부는 아내의 배란일에 맞춰 매달 1~2회 성관계를 하는 게 전부다. 그는 “아내와 마음껏 사랑할 수 없는 건 매우 큰 스트레스”라고 했다. 하지만 착한 아내와 헤어질 생각은 전혀 없다. 외도는 단지 그가 찾은 스트레스 해소책일 뿐이다. 정서적 교감보다는 마음 맞을 때 잠자리를 함께할 파트너를 찾는다. 김 소장은 “바람피운 남성 중에는 성관계를 갖지 않는 ‘섹스리스’(Sexless) 부부인 경우가 많다”고 했다. 일과 가정을 모두 챙겨야 하는 이른바 ‘알파맘’이 늘면서 피곤한 까닭에 남편과의 성관계에 부담을 느끼는 여성이 적지 않다. 아내에게서 성적 욕구를 채우지 못한 남성 중 일부는 외도로 빠진다. ‘성적 쾌락 탐닉형’이다. 이 유형은 연령, 결혼 기간 등에 관계없이 발생한다. 취재팀이 실제 만난 8명의 외도 남성 가운데 3명이 이 유형이었다. 현장의 한 부부관계 상담사는 “여성은 대부분 1명을 상대로 외도하지만 남성은 2~3명의 상대로 바람피우는 경우가 흔하다”고 말했다. 기혼 여성 3명과 동시에 만나는 윤진수(47·가명)씨는 “왜 바람을 피우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본능”이라고 잘라 말했다. “상대를 사랑하느냐”는 물음에는 “사랑은 아내와 하는 것”이라고 했다. ●부모애 갈구형 외도 “절친한 친구가 저에게 뭐라고 해요. 왜 바람을 피워도 그렇게 나이 많은 사람이냐고….” 은행원 박경희(34·여·가명)씨의 외도 상대는 14세나 많은 직장 상사다. 외도남은 머리숱이 많지 않은 데다 외모에 딱히 신경 쓰지 않는 스타일이라 나이보다 더 늙어 보인다. 하지만 박씨는 “항상 칭찬해 주고 허물을 덮어 주는 그 사람이 좋다”고 말했다. 박씨는 자신이 나이 차 많은 남성과 불륜에 빠진 이유를 성장 과정에서 찾는 듯했다. 그는 “친정아버지는 늘 칭찬에 인색했다”면서 “나는 어려서부터 공부를 잘해 중·고등학교 때 성적이 좋았고 백일장 같은 데서 상도 제법 받았는데 한번도 잘했다는 말씀을 해주신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부친의 사랑은 오빠에게 쏠렸다고 했다. 그는 온전한 부성애를 느낄 틈이 없었다. 결혼 이후에도 상황은 별로 나아지지 않았다. 무뚝뚝한 성격의 남편은 아내에게 살가운 말 한마디 하는 법이 거의 없다. “무슨 매력이 있어 나이도 한참 많고 외모도 별로인 그 사람을 사랑하냐고 묻는다면 딱히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아마도 사랑한다는 감정보다 기대고 싶다는 마음이 더 큰 것 아닐까 싶어요.” 강용 한국심리상담센터 원장은 “어린 시절 부모와 애착 관계가 제대로 형성되지 않으면 결혼 뒤 바람을 피울 확률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부모로부터 온정한 사랑을 받지 못하면 결혼 뒤에도 부성애나 모성애를 갈구하며 배우자 이외의 이성에게 기웃거릴 확률이 높아진다는 얘기다. 특별기획팀 tamsa@seoul.co.kr
  • [나우! 지구촌] “흑인 BMW 소유 못믿어”…뉴욕경찰 정신병원 이송 논란

    [나우! 지구촌] “흑인 BMW 소유 못믿어”…뉴욕경찰 정신병원 이송 논란

    미국 뉴욕에 사는 한 흑인 여성이 현지 경찰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고 주장해 인종차별 논란이 다시 수면위로 떠올랐다.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 등 해외 언론의 13일자 보도에 따르면 뉴욕의 한 은행원으로 일하는 흑인 여성인 카밀라 블록(32)은 얼마 전 자신 소유의 독일 BMW 325CI 차량을 타고 할렘 인근을 지나던 중 경찰의 제지를 받았다. 블록의 주장에 따르면 당시 그녀는 정지신호에서 차량을 멈춘 뒤 음악을 듣고 있었고, 가볍게 몸을 흔들며 핸들에서 손을 떼어놓은 상태였다. 그때 뉴욕 경찰이 다가와 운전 중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며 현장에서 그녀를 체포했다. 그녀는 곧장 경찰서로 이송돼 조사를 받았고 차를 압수당했다. 조사가 끝난 뒤 경찰은 “내일 차를 회수해가라”라고 명령했고, 다음날 다시 경찰서를 찾은 그녀는 황당한 이야기를 들어야 했다. 경찰이 그녀에게 “우리는 당신이 이 차량의 ‘합법적인’ 주인이라는 사실을 믿지 못하겠다”라고 주장하기 시작한 것. 그녀는 현지 언론과 한 인터뷰에서 “그들(뉴욕 경찰)은 나를 거짓말쟁이처럼 봤다. 내게 수갑을 채웠고 구급차에 태워 병원으로 데려갔다”면서 “병원에 도착한 뒤 강제로 강력한 진정제를 맞고 갇혀있어야만 했다”면서 “나는 단지 내 차를 가지러 갔을 뿐인데 그들은 내게 ‘조울증’이라는 거짓 진단까지 내렸다. 진료 과정에서 강제로 옷이 벗겨지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브룩이 병원에서 보낸 시간은 무려 8일. 그 사이 그녀가 은행에서 일한다는 사실, 해당 BMW차량이 브룩의 ‘합법적인 소유물’이 확실하다는 사실 등이 밝혀졌다. 이후 브룩은 병원에서 풀려났지만 그녀에게 남은 것은 정신적인 충격과 교통법규위반 등으로 인한 1만 3000달러(약 1535만원)에 달하는 벌금 고지서 뿐이었다. 변호사를 통해 소식을 접한 경찰 측은 구금 사실은 인정했지만 정신병원 강제 이송에 대해서는 인정도 부인도 하지 않고 있는 상태다. 브룩은 “만약 백인이 나와 같은 행동을 했다면, 백인이 BMW가 자신의 차량이라고 주장했다면 경찰은 그 백인을 피해자로 만들진 않았을 것”이라며 “이는 명백한 인종차별이다. 경찰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전세 줄고 월세 급증에도 월세 대출은 ‘찬밥’이네요

    전세 줄고 월세 급증에도 월세 대출은 ‘찬밥’이네요

    가을 이사철을 앞두고 월세 세입자가 늘고 있지만 정작 은행권에서 팔고 있는 월세 대출은 ‘찬밥’ 신세다. 집주인의 동의 없이는 대출을 받지 못하는 상품 특성 탓이다. 부실 위험이 높아 은행들도 상품 취급을 꺼린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7월 말 기준 은행권 전체의 월세 대출 건수는 11건에 불과하다. 대출 잔액은 9000만원이다. 신한은행이 4건, 국민·우리은행 각 3건, 하나은행이 1건이다. 농협·기업은행은 단 한 건도 없다. 2013년 금융감독원 권고에 따라 은행들이 일제히 월세 대출 상품을 내놓았지만 대출 조건 등이 까다로워 서민들이 거의 찾지 않는 것으로 분석된다. 은행권에서 판매하는 월세 대출 상품은 마이너스통장 방식이다. 통장 잔고가 부족할 때만 대출이 발생하는 구조다. 월세가 모자라면 돈을 빌려 주거 비용을 부담하고 여유가 생기면 수시로 갚아 나갈 수 있다. 금리는 연 3.87~5.49%이다. 이런 상품 경쟁력에도 월세 대출 실적이 저조한 이유는 우선 ‘집주인’ 때문이다. 월세 대출은 세입자의 임차 보증금에 은행이 담보(질권)를 설정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집주인의 동의가 필수적이다. 집주인 눈치를 보게 되는 세입자 입장에선 월세 대출이 ‘그림의 떡’이다. A은행 관계자는 “집주인이 은행 창구를 방문하거나 은행원이 직접 집주인을 찾아가서 동의를 받아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한계가 많다”며 “세원 노출을 꺼리는 집주인들이 담보 설정을 꺼리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또 다른 이유는 위험 부담을 기피하는 은행들의 속성 때문이다. 월세 대출을 신청하는 이들은 대개 소득 수준이 낮거나 기존 대출이 많아 대출금을 떼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국민·신한은행이 그나마 몇 건이라도 대출을 해준 것은 서울보증보험 보증서를 발급받아서다. 이런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국토교통부는 올 1월 ‘주거안정 월세대출’을 내놨다. 집주인에게 담보설정 동의를 구하지 못해도 대출을 원하는 세입자의 실거주가 입증되면 대출이 가능한 상품이다. 주택금융공사 보증서도 발급된다. 그런데 이 상품도 별반 인기를 얻지 못하고 있다. 대출 신청건수는 167건, 대출 잔액은 11억 1000만원(8월 말 기준)이다. 우선 대출 한도가 월 30만원으로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점이 한계로 지적된다. 서울 지역 대학가 인근 월세는 40만~65만원 선이다. 버팀목전세자금 등 다른 주택기금 상품과 중복해서 지원할 수 없다는 점, 근로장려금 수급자(EITC)·취업준비생 등으로 대상자를 제한했다는 점 등도 외면 요인으로 꼽힌다. 국토부 관계자는 “내년부터는 대상자 범위를 넓히는 등 대대적 개편을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커버스토리] 인생 2막 ‘希스토리’

    [커버스토리] 인생 2막 ‘希스토리’

    내년부터 정년이 60세로 연장되지만 직장인의 절반은 여전히 정년을 채우지 못한 채 회사를 떠나고 있다. 연봉이 높아 ‘신의 직장’이라 불리는 금융권에서도 ‘명퇴’(명예퇴직)와 ‘찍퇴’(찍혀서 퇴직) 등을 통해 최근 1년 새 5만 7000개의 일자리(올 6월 말 기준)가 사라졌다. 서울신문이 퇴직 은행원 10명을 심층 인터뷰한 결과 ‘인생 2막’에 성공한 사람들에게는 공통점이 있었다. ‘스펙’(SPEC)이다. 기술(Skill), 전문성(Professionalism), 시도(Endeavor), 소자본(less and less Capital)의 머리글자다. 상고를 나와 국민은행에서만 30년을 근무한 이만호(59)씨의 지금 직업은 보일러 수리공이다. 지금까지 따 놓은 자격증만 공조냉동기계기능사, 전기기능사 등 9개에 달한다. 이씨는 “기술과 자격증이 있으면 보수가 올라가고 그만큼 제2의 정년도 늘어난다”고 말했다. 2011년 기업은행에서 본부장으로 퇴직한 노희성(59)씨는 은행원 시절 전문성을 살려 박사 학위 없이도 대학(유한대) 강단에 서고 있다. ‘영업의 달인’, ‘인수·합병(M&A) 전문가’ 등 자신만의 고유 브랜드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오영란(47) 지구촌사랑나눔 이주여성지원센터 이사는 지난해 10월 한국씨티은행에서 물러났다. 고액 연봉을 뿌리치고 무일푼 자원봉사자의 삶을 선택했다. 오 이사는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해 시도했다”고 밝혔다. 국민은행 부지점장 출신인 조성준(63)씨는 개인택시 기사다. 택시를 선택한 것은 소자본으로 가능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개인택시 면허와 차량 인수에 들어간 돈은 1억원 남짓. 출퇴근 시간에만 집중적으로 일하고 나머지 시간에는 손주들을 보거나 운동을 한다. 이유미 기자 yium@seoul.co.kr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퇴직 은행맨들의 인생 2막 이야기] ■Skill(기술) - 퇴직 6년차 이만호 국민은행 보일러 기사 보일러기사 되니 지점장 망신이라고?… ‘9개 자격증 별’ 달아 봤어? ‘생즉사 사즉생.’ 국민은행 본점 보일러실에 근무하는 이만호(59) 기사는 “정말 죽기 살기로 기술을 배웠다”고 했다. 상고를 졸업하고 국민은행에서 30년을 근무하며 지점장까지 올라왔지만 ‘여기가 끝’이라고 생각한 그는 2010년 희망퇴직을 하고 직업학교를 다녔다. 그가 가장 먼저 도전한 자격증은 보일러 기사. 나이 제한(만 55세) 직전에 걸려 있었던 이씨는 학교와 도서관을 오가며 공부를 시작했다. “용어가 생소하니 외워지질 않는 거예요. 그래도 필기시험은 실기보다는 나아요. 용접을 하다 옷을 태우는가 하면 손발을 다치기도 했죠.” 수업 중에 실수를 해 학생들의 웃음거리가 되기도 했던 그는 하지만 첫 도전에 바로 합격했다. 이후 공조냉동기능사 자격증에도 곧바로 도전했다. 보일러기사 자격증으로는 일 년 내내 돈을 벌기가 싶지 않기 때문이다. 여름철에도 뭔가 할 수 있는 일을 찾다 보니 공조냉동기능사가 눈에 띄었다. 실기시험에서 한 차례 낙방을 했지만 두 번째 시도에서 합격했다. 그리고 지난해 그는 국민은행 보일러 본점 시설과에 채용됐다. 주변에서는 “이만호가 지점장 망신시키고 다닌다”고 비아냥대기도 했다. 후배들 시선도 곱지 않았다. 이씨의 월급은 140만원. 지점장 시절에 비하면 ‘쥐꼬리’이지만 이씨는 “이게 어디냐”며 미소 짓는다. 보일러기사로 근무하면서 따놓은 자격증이 어느새 9개. 이씨는 앞으로 전기 분야 최고 자격증으로 통하는 전기기능장에 도전할 계획이다. 그는 “전기기능장이 되면 월 400만~500만원은 거뜬히 벌 수 있다”며 환하게 웃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Professionalism(전문성) - 퇴직 5년차 노희성 유한대 경영과 교수 30년 노하우로 산학협력 영업 뛰어… 박사 학위 없이도 교수 평가 100점 “지난해 교수 평가에서 100점을 맞았습니다. 비결이 뭐냐고요? 은행 30년 경력 때문이죠.” 노희성(59) 유한대학교 경영과(세무회계 전공) 교수는 자신을 소개하면서 은행원 출신임을 여러 번 강조했다. 기업은행 강남지역본부장을 끝으로 2011년 희망퇴직한 노 교수는 한국교통대를 거쳐 지난해 유한대 산학협력 교수로 초빙됐다. 박사학위 없이 현업에서의 전문성과 경력만으로 교수가 됐기 때문에 각론 과목보다는 원론 수업(경제학원론, 경영학원론 등)을 주로 맡는다. 은행 인사부장 경험을 살려 인사·조직관리, 리더십 등의 과목도 가르친다. 그의 업무 중 또 한 가지 중요한 일은 기업들과 산학협력을 맺는 것이다. 노 교수는 이 부분에서 남다른 재능을 보였다. 은행에서 지점장, 지역본부장을 하면서 거래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게 뭔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의외로 학교 주변에 산학협력을 원하는 기업들이 많아요. 개별 접촉을 하기도 하고, 인근 지역 지점장 소개를 받기도 하고, 본부 부서(기업은행 일자리창출팀)를 통해 다자 간 협력을 맺다 보니 산학협력을 체결한 기업체 수만 60~70곳이 넘네요.” 산학협력 교수는 해마다 평가를 통해 2년 단위로 연장하는데, 노 교수는 첫 교수 평가에서 만점을 받았다. “정년(65세)까지는 학교에 남아 있을 것 같다”며 노 교수는 웃음을 터뜨렸다. 인생 3막도 준비 중이다. 80세까지 할 일을 찾고 있는 것이다. 그가 구상하고 있는 다음 직업은 진로 지도사. 지난달 방학 기간을 틈타 한국진로지도협회도 세웠다. “학교에 있다 보니 진로 지도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겠더라고요. 학생들이 자신의 길을 걸어갈 수 있도록 지팡이 역할을 해줄 겁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Endeavor(시도) - 퇴직 2년차 오영란 지구촌사랑나눔 이사 20년 동안 앞만 보고 달렸던 나 ‘우리’ 돌아보는 ‘새 시작’에 설레 오영란(47) 지구촌사랑나눔 이주여성지원센터 이사는 피부가 까무잡잡하게 그을려 있었다. 7월 말부터 2주간 스리랑카에 다녀온 ‘훈장’이다. “스리랑카에서는 아이들이 왕복 4시간의 산길을 걸어 통학해요. 농번기엔 가정에서 아이들이 홀로 지내죠. 이런 아이들을 돌보기 위해 스리랑카에 그룹홈 사업을 추진 중입니다.” 오씨는 이런 자신의 모습이 스스로도 낯설다고 했다. 그는 1년 전까지만 해도 한국씨티은행 부장이었다. “20년 넘게 은행원 생활을 하다 어느 날 문득 스스로를 돌아보게 됐어요. 이웃이나 주변을 살펴보지 않고 오로지 나만을 위해 내달려오던 ‘이기적인’ 모습을 발견하게 됐죠.” 지난해 10월 은행을 그만뒀다. 그리고는 곧장 다문화가정 미혼모를 위한 지원센터 설립에 매진했다. 은행에서 사회공헌 활동을 총괄하며 다문화 가정의 열악한 현실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이 계기였다. 월급 한 푼 받지 않는 ‘재능기부’이지만 오씨는 기업체, 대학병원, 법무법인 등 후원을 해줄 수 있는 곳이라면 닥치는 대로 쫓아다녔다. 오씨는 이 센터에서 미혼모 6명과 자녀 10명을 돌보고 있다. 그는 “불법 이주노동자 출신의 미혼모에게서 태어난 자녀 역시 ‘불법 이민자’라는 꼬리표가 따라붙어 정부 지원은커녕 이 땅에 기댈 곳이 없다”며 “적어도 아이들은 대한민국 국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법률 개정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업체 재취업도 준비 중이다. 이 역시 다문화 가정 지원사업의 연장선상이다. “씨티은행에서의 경험과 네트워크를 활용해 사회공헌 활동이 필요한 기업과 다문화 가정을 연계해주는 일을 하고 싶어요. 그게 제가 제일 잘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거든요. 이제 시작입니다.” 이유미 기자 yium@seoul.co.kr ■Capital less and less(소자본) - 퇴직 11년차 조성준 개인택시 기사 택시하려고 퇴직금 따로 떼어뒀지… 핀잔 주던 동기들, 이젠 부러워해 “어디로 모실까요?” 개인택시 기사 조성준(63)씨는 매일 아침 “10명의 손님한테 칭찬을 받자”는 다짐을 한다. 은행원 시절 고객을 대하는 자세로 임하면 택시를 타는 손님들 마음도 열릴 것으로 본 것이다. 조씨는 “운전이 고되긴 하지만 손님들한테 ‘인사를 잘하신다’ ‘운전을 편안하게 하신다’ ‘인상이 좋다’는 말을 들으면 절로 힘이 난다”고 말했다. 1976년 국민은행에 입행해 30년을 한 직장에서만 지내온 조씨는 2005년 부지점장을 끝으로 퇴직을 결심했다. 지점장을 노려볼 수는 있었지만 어차피 퇴직을 해야 한다면 하루라도 빨리 나와 새로운 인생을 사는 게 낫다고 봤다. 희망퇴직을 하면서 특별퇴직금으로 30개월치 월급을 한꺼번에 받았는데 이 중 1억원은 개인택시를 하기 위해 따로 떼어놨다. 조씨는 “동기들이 ‘은행 다니는 놈이 택시는 무슨’이라며 핀잔을 주기도 했지만 개인택시만큼 안정적인 일도 없다. 식당을 차렸다가 장사가 안되면 투입한 돈을 모두 날리지만 개인택시는 나중에 면허를 반납하면 그 돈을 고스란히 돌려받는다”고 말했다. 조씨의 하루 근무 시간은 약 10시간. 오전 7시부터 11시, 오후 3시부터 9시까지 주로 출퇴근 시간에만 운전한다. 심야에도 일할 수 있지만 욕심부리면 위험하다는 생각에 자제하고 있다. 월평균 수입은 200만원이 조금 넘는다. 여기에 국민연금 월 120만원을 받고, 개인연금도 매월 50만원 남짓 나오니 부부가 살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요즘에는 동기들도 다들 부러워해요. 제 삶만큼 자유로운 삶이 있을까요. 내년 5월 아내와 북유럽 여행을 다녀 오려고 적금을 붓고 있습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사진 이언탁 기자 utl@seoul.co.kr 박윤슬기자 seul@seoul.co.kr
  • ‘먹고살기 힘들어’ 나이 고치는 베이비부머

    ‘먹고살기 힘들어’ 나이 고치는 베이비부머

    대구에 사는 김규영(56·가명·은행원)씨는 지난 5월 서울 서초구의 한 법무법인을 찾았다. 1959년 10월 출생인 그는 가족관계등록부(호적)상 생년월일이 1958년 10월로 돼 있었지만 복잡한 절차 때문에 나이를 바꾸는 것을 차일피일 미뤄 왔다. 하지만 정년퇴직을 앞두고 고민이 시작됐다. 결국 그는 법원에 소명 자료를 제출해 지난달 나이를 정정했다. 3개월 만에 1년이 젊어진 셈이다. 김씨와 비슷한 이유로 서울가정법원을 찾는 사람들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특히 정년과 국민연금 수령 등을 앞둔 50대 이상 신청인이 증가하는 추세다. 노후 생활에 대한 불안감 탓에 나이를 줄여 정년퇴직을 늦추려는 사람들과 나이를 늘려 한시라도 빨리 국민연금 등을 수령하려는 사람들이 동시에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19일 서울시내 각 지방법원에 접수된 연령 정정 신청 건수는 2013년 939건에서 지난해 989건으로 1년 새 50건(5.3%)이 늘었다. 올 들어서도 상반기 동부지법을 제외한 3개 법원에만 533건의 연령 정정 신청이 들어왔다. 서울 전체로 연말까지 1000건을 넘을 것이 확실시된다. 북부지법 관계자는 “과거에는 나이를 중시하는 분위기 때문에 동년배들에게 후배 취급을 받는 것이 억울하다며 나이를 고쳐 달라는 등 다양한 사유가 있었지만 요즘엔 주로 국민(노령)연금 수령이나 정년 연장 등의 혜택을 보기 위해 연령 정정을 접수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이런 이유로 연령을 바꾸려 하는 신청인들은 50대 중·후반에 쏠려 있다. 남부지법 관계자는 “신청인 연령을 따로 관리하지는 않지만 젊은 층은 극소수이고 대부분이 50대 이상”이라고 귀띔했다. 같은 50대 이상이라도 개인의 경제적인 상황에 따라 연령을 낮추거나 높이려 하는 것도 특징이다. 서부지법 관계자는 “공무원이나 전문직 종사자들이 정년 연장 등을 노려 연령을 낮추려 한다면 반대로 저소득층은 국민연금이나 노령연금을 빨리 받기 위해 연령을 높이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각 법원에서는 입학, 졸업 증명서 등의 객관적인 자료를 토대로 연령 정정 접수 건에 대해 ‘승인’(인용) 또는 ‘거부’(기각) 결정을 내린다. 호적상 연령을 정정할 경우 국민연금 수급 조건(10년 이상 연금보험료 납부)만 충족되면 연금 개시 연령이 앞당겨진다. 국민연금공단 관계자는 “연령이 낮아져서 연금 개시 연령에 미달될 때는 이미 지급된 연금액에 대한 환수 조치에 들어간다”고 말했다. 반면 호적상 나이가 달라졌다고 해도 정년 연장은 쉽게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관련 소송이 잇따르고 있다. 내년부터는 300명 이상 사업장에서 60세 정년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내용의 고령자고용촉진법이 시행되기 때문에 앞으로 소송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테면 동일한 생년월일이라도 음력과 양력 중 어떤 날짜를 호적에 올리느냐에 따라 정년퇴직 시기가 달라지기 때문에 이를 이용하려는 사람들이 늘어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전반적인 경제 상황이 안 좋은 데다 급속한 고령화로 노후 불안 심리가 커지면서 연령정정 신청이 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법무법인 위드인의 이금호 변호사는 “국민연금, 정년 등의 이해관계가 얽히다 보니 과거와 달리 정확한 생년월일을 되찾으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면서 “요즘 같은 불경기가 한동안 계속될 것이라는 불안감이 가장 큰 배경”이라고 말했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최근 정년 연장 추세에 따라 정년이 늘면 기대 수익이 그만큼 크기 때문에 변호사 비용 부담에도 불구하고 연령 정정을 하려는 사람들이 계속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영화 多樂房] 로빈 윌리엄스 유작 ‘블러바드’

    [영화 多樂房] 로빈 윌리엄스 유작 ‘블러바드’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어떻게 살아야 행복한지 알면서도 차마 그 길을 선택하지 못하고 40년을 보냈다면 다시 그 갈림길로 돌아갈 용기를 낼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더욱이 현재 풍족하고 평온한 삶을 누리고 있다면 그것은 용기가 아니라 순간의 객기나 만용으로 그치고 말 것이다. 그러나 ‘블러바드’(13일 개봉)는 대담하게도 지금까지 이뤄 왔던 것들을 모두 뒤로하고 진실의 거울 앞에 선 한 남자를 보여 준다. 그는 행복이라는 파랑새를 찾기 위해 막연히 떠도는 사람들이나 여전히 정체성에 대한 고민으로 방황하는 이들과는 또 다른 차원에 서 있다. 가 보지 못한 길에 한 발을 디딜 때까지 그는 얼마나 많은 시간을 혼자 아파하고 후회하며 지냈을까. 영화는 차분하면서도 단호한 화법으로 서글펐던 그의 과거와 격정적인 현재를 녹여낸다. ‘놀런’은 착한 아들, 다정한 남편, 성실한 은행원으로서 안정적인 삶을 영위하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허울 좋은 겉껍데기에 불과하다. 사실은 보수적인 가정에 대한 원망이 그의 가슴 깊숙이 자리하고 있으며 방을 따로 쓰며 각자의 삶을 살아가는 부부 생활에는 어떤 끈끈함이 없다. 승진을 앞두고도 담담하기만 한 그에게는 일에 대한 성취감이나 만족감도 엿보이지 않는다. 그런 놀런의 삶이 뒤바뀌게 되는 것은 어느 날 그가 ‘낯선 길’에 들어서면서부터다. 그것은 그가 ‘레오’라는 청년을 만나게 되는 길임과 동시에 갈림길의 가 보지 못했던 방향으로 안내하는 길이다. 이상한 나라에 떨어진 앨리스처럼 놀런은 당황하고 두려워하면서도 본능적으로 그 길을 따라간다. 그리고 그는 어려운 환경에 처해 있는 레오를 도와주고 격려해 주면서 전에는 없었던 삶의 의욕과 활기를 갖게 된다. ‘블러바드’라는 제목을 통해 예고한 것처럼 디토 몬티엘 감독은 성 정체성이나 동성애자들의 인권과 같은 주제를 넘어 우리 개개인이 의심 없이 가고 있는 인생길에 대해 질문을 제기한다. 놀런이 레오로부터 원하는 것이 육체적인 관계가 아니라 둘만의 특별한 교감과 친밀감이라는 사실은 이러한 의도를 잘 드러낸다. 밑바닥 인생을 벗어날 수 없다고 믿었던 레오에게 놀런의 호의와 관심이 또 다른 가능성을 열어 주는 것이나 놀런으로 인해 크게 상처받지만 결국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아가는 아내의 모습 또한 우리 앞에는 나이와 관계없이 다양한 삶의 방식과 선택지가 놓여 있음을 시사한다. 그래서 카메라는 종종 놀런이 운전하는 모습을 의미심장한 시선으로 비춰 준다. 한 번의 선택이 가져올 수 있는 삶의 변화에 대해 예민하게 관찰해 온 감독의 섬세한 감성이 느껴지는 부분이다. 영원히 스크린의 빛으로 남은 골 깊은 입가와 쓸쓸한 미소는 놀런의 것이었을까, 로빈 윌리엄스의 것이었을까. 어떤 수사로도 로빈 윌리엄스의 마지막 모습을, 그 복잡다단한 심경의 얼굴을 정확히 묘사할 수는 없을 것이다. 대배우라 해서 가 보지 못한 길에 미련이 없었겠는가마는, 오랫동안 수많은 사람을 감동시켰던 그의 연기 인생만큼은 비할 데 없이 값진 것이었다는-평범한-말로 그의 영혼을 위로하고 싶다. 15세 관람가, 윤성은 영화평론가
  • 은행원 행세 부부 237억 투자 사기

    저축은행 대출 담당 직원을 사칭하며 161명으로부터 237억여원을 가로챈 30대 부부가 사기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시중 은행에 근무하는 상담사마저도 부부의 사기 행각에 집과 가족 재산을 저당잡혀 가며 투자금을 맡겼다. 가정주부인 양모(33)씨와 남편 이모(32)씨는 지난해 4월부터 지난달까지 피해자들에게 자신을 서울 강남의 한 저축은행 여신담당 특수팀 직원이라고 소개하며 투자자들을 모았다. 양씨가 투자처로 내세운 데는 신용등급이 낮은 자영업자나 프랜차이즈 대표였다. 그는 “신용은 낮아도 현금이 많은 사업자들에게 고리로 급전을 대출하는 상품에 투자하면 원금의 50%가 넘는 수익률을 거둘 수 있다”고 속였다. 양씨는 강남의 한 대부업체에서 대출 담당 직원으로 4년간 일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 관련 전문 용어를 능숙하게 구사하고 집에서 위조한 원금보장 보험증권과 회사 직인, 인감 등을 보여 주며 피해자들을 안심시켰다. 경찰 조사 결과 양씨 부부는 범행 대상을 물색하기 위해 한 외국계 다단계 회사에 판매원으로 등록해 재력가 회원들에게 접근했다. 양씨 부부는 범행 초기 피해자들에게 원금보다 많은 액수를 이자로 주면서 입소문을 냈다. 투자처를 찾던 피해자들은 저축은행 사업에 투자하는 것으로 믿었고, 현직 은행 상담사인 A씨의 경우 23억여원을 부부에게 쏟아부었다. 하지만 부부는 사기로 가로챈 돈 중 2억원은 생활비로, 나머지는 피해자들에게 지급할 이자 돌려막기에 썼다. 양씨 부부가 A씨에게 사기라는 사실을 고백하면서 범행 전모가 드러났다. 경찰은 양씨 부부의 여죄를 확인하는 한편 원금보다 많은 이자를 챙긴 피해자들에 대한 세금탈루 등 범죄 혐의 여부도 수사할 방침이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양씨를 사기 혐의로 구속하고 남편 이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10일 밝혔다. 김민석 기자 shiho@ seoul.co.kr
  • [오늘의 눈] 경제적 살인을 말라/오상도 국제부 기자

    [오늘의 눈] 경제적 살인을 말라/오상도 국제부 기자

    1998년 6월 18일. 이날은 ‘대마불사’의 신화가 깨지고 한국 경제가 기나긴 시련의 터널에 들어서는 순간이었다. 금융감독위원회 회의실에선 이헌재 당시 금융감독위원장과 배찬병 상업은행장의 ‘입’에 온통 이목이 쏠렸다. 두 사람은 55개 퇴출 대상 기업의 명단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삼성, LG, SK, 현대 등 대그룹 계열사까지 포함됐다. 1997년 11월 정부가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 금융을 요청한다고 발표한 지 7개월 만에 벌어진 일이었다. IMF의 지원으로 고비는 넘겼지만 뒤따르는 희생은 불가피한 듯 보였다. 구조조정의 한파가 몰아쳤고 ‘평생직장’의 개념이 여지없이 무너졌다. ‘잘나가던’ 은행원과 대기업 직원들은 하루아침에 거리로 내몰렸다. 그해 말까지 100여 금융기관이 문을 닫았다. 알짜 기업으로 꼽히던 종합금융사에 다니던 아버님이 낭인(浪人)으로 전락한 것도 이즈음이었다. 금융사 경영진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까지 도입되면서 가족들은 10여년간 이중고를 겪어야 했다. 모든 혐의가 벗겨졌지만 생채기는 여전하다. 돌이킬 수 없는 나락으로 떨어진 수많은 가족들을 생각해 보면 불행 중 다행이라 할 수 있겠다. 정부가 2001년 8월 구제금융을 모두 갚고 IMF 체제의 조기 졸업을 선언했지만 마냥 기뻐할 수만 없었던 이유였다. 당시 벌어진 빈부격차는 요즘 더 커지고만 있다. 옛말에 “사주는 대대로 유전된다”는 얘기가 있다. 요즘 우리 사회의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 딱 들어맞는 듯하다. 강남 출신 부유층 자제로 넘쳐나는 로스쿨과 의학전문대학원을 가리켜 “개천에서 용이 나던 시대가 끝났다”고 말하는 것과 궤를 같이한다. 과연 왕후장상의 씨는 따로 있는 것일까. 계층 간 이동이 수월했던 기회마저 희석시킨 단초는 1990년대 말의 IMF 사태였다. 지난해 여름 한국을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런 우리 사회의 허점을 꿰뚫고 있는 듯했다. “살인하지 말라”는 십계명 구절을 바꿔 “경제적 살인을 하지 말라”고 얘기했다. 부끄러움도 모른 채 탐욕스럽게 변해 가는 세상에 대한 외침이었다. 문득 바다 건너 그리스 사태를 돌이켜본다. 3차 구제금융 획득의 8부 능선을 넘은 그리스를 바라보는 시선은 여전히 엇갈리고 있다. 1998년 외환위기 때 우리에겐 팥쥐 엄마보다 독하게 굴었던 IMF가 왜 그리스에게는 순한 양처럼 돌변했느냐는 푸념이다.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라는 양치기 소년의 외침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일까. 가디언 등 외신들은 최근 나날이 피폐해져 가는 그리스 국민들의 삶을 전했다. 50%에 육박하는 실업률과 유럽연합(EU) 국가 중 가장 많은 노동시간과 가장 적은 시간당 임금이 이를 방증한다. 50명 넘는 직원을 거느렸던 중견기업 사장은 거리를 헤매는 넝마주이로 전락했다. ‘21세기 자본론’으로 주목받은 프랑스의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는 돈이 돈을 버는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불평등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이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내 국가들 사이에서도 예외는 아닌 듯하다. 우리도 멀리 바라볼 일만은 아니다. 현 정권이 경제민주화와 민생을 챙겨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sdoh@seoul.co.kr
  • 소액으로 종잣돈 만드는 ‘풍차 돌리기’ 아시나요

    소액으로 종잣돈 만드는 ‘풍차 돌리기’ 아시나요

    은행원 김씨는 부인과 함께 매월 하나씩 정기예금 상품에 가입한다. 새로 나온 상품 중에 금리가 높은 1년 만기 상품이 있으면 주저하지 않고 50만원을 넣는다. 2년 전부터 한 번도 빼먹지 않고 저축을 한 덕분에 부부가 가입한 상품 수는 48개나 된다. 이 중 24개는 이미 한 번 만기가 돼 다시 가입한 상품으로 ‘50만원+이자’가 예치돼 있다. 김씨는 “1년이 지나면 매달 만기가 돼 돌아오는데 월급받는 느낌”이라면서 “이 돈을 재예치하면 원금에 이자까지 넣을 수 있기 때문에 복리 효과를 톡톡히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씨처럼 은행원들 사이에서 ‘풍차 돌리기’ 재테크가 인기다. 풍차 돌리기 재테크는 2000년대 중반 금리가 높았을 때 한창 유행했다가 금리가 떨어지면서 시들해졌다. 최근 다시 금리가 오를 것이란 기대가 나오면서 다시 관심이 쏠리고 있다. 풍차 돌리기는 12개월을 기준으로 매달 통장 1개를 개설하고 1년 뒤 만기가 되면 이자와 원금을 다시 새로운 통장에 넣어 예금을 계속 돌리는 방식이다. 이영아 기업은행 PB과장은 14일 “이자와 원금을 1년마다 재예치하면 해마다 복리 효과가 생기기 때문에 한 통장에 넣어 두는 것보다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지난 7일 국민은행이 내놓은 ‘KB 황금알을 낳는 적금’ 상품이 대표적인 풍차 상품이다. 다음달 우리은행도 풍차 예금(가칭)을 출시할 예정이다. 우리은행 측은 “6개월과 12개월 만기 두 가지 형태로 고안 중”이라고 전했다. 풍차 돌리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정기예금 상품에 가입하는 예금 방식과 적금 상품에 가입하는 적금 방식이다. 예금 방식은 매달 새로운 정기예금 상품에 가입하고 일정 금액을 1년 동안 넣어 두는 건데, 매달 하다 보면 외견상 1년 적금과 다를 게 없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1년 적금 상품은 매월 돈을 넣어도 기간별로 이자가 달라진다는 단점이 있다. 11개월 차에 입금한 돈에 대해서는 기본 이율의 12분의1만 계산된다. 반면 예금 방식대로 다달이 돈을 넣게 되면 11개월 차에 입금해도 1년 동안 정해진 기본 이율을 모두 받게 된다. 적금 방식도 매달 새로운 상품에 가입하는 건 예금 방식과 같지만 기존 상품에도 매월 같은 돈을 넣는다는 점이 다르다. 첫 달에는 한 상품에 10만원을 넣는데 12개월이 되면 12개 상품에 각각 10만원씩 총 120만원을 넣는 식이다. 예금 방식이 여윳돈을 쓰지 않고 계속 묵혀 둬 목돈을 만드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 적금 방식은 빠른 시일 내에 종잣돈을 만드는 게 목표다. 풍차 돌리기 방식의 장점은 적은 돈으로 목돈을 만들고, 매해 복리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점 외에도 중도 인출이 자유롭다는 점이다. 기존 적금, 정기예금 상품은 일부 금액을 찾아 쓰려고 해도 전체 해지를 해야 되고, 약정한 이율을 받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다. 반면 풍차 돌리기는 여러 개 통장으로 쪼개져 있어 한두 개 통장을 해지해도 크게 손해를 보지 않는다. 다만 풍차 돌리기는 금리가 떨어지는 시기에는 재테크로 적절치 않다. 갈수록 금리가 낮은 상품이 나오기 때문에 매달 통장을 개설하는 투자자 입장에서는 불리하기 때문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낮추면서 금리가 떨어지고 있지만 미국의 금리 인상 등이 가시화되면 국내 금리도 오를 수밖에 없다”면서 “일단 풍차 상품에 가입할 경우 6개월 만기를 선택해 (금리 추이를) 살피는 게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경제 블로그] 직원들마저 등 돌리는 외환銀 노조의 투쟁

    [경제 블로그] 직원들마저 등 돌리는 외환銀 노조의 투쟁

    외환은행은 한때 금융권의 ‘삼성전자’로 불렸습니다. 외국환 전문은행으로서 글로벌 뱅크의 위상을 누렸기 때문이죠. 한국은행,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에 이어 예비 금융인들이 가장 가고 싶어 하는 금융사로 꼽히던 곳입니다.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에 인수돼 ‘잃어버린 10년’이란 암흑기를 보내며 이런 명성도 색이 바랬죠. 그래도 ‘외환맨’이란 자부심은 견고했습니다. 단자 회사로 출발한 하나은행에 인수(2012년)당하는 처지에 놓이면서 외환은행 직원들의 자존심도 적잖이 상했을 겁니다. 5년간 독립경영을 요구하는 외환은행 노조의 반발에 금융권이 어느 정도 공감을 표시했던 것도 이런 맥락이었죠. 그런데 말입니다. 노조의 잇단 ‘어깃장’에 외환은행 직원들조차 점점 돌아앉는 분위기입니다. 법원은 올해 1월 ‘하나·외환은행의 조기 통합 작업을 중단해 달라’던 외환 노조의 가처분 신청을 수용했다가 지난달 말 이를 다시 무효화했습니다. 조기 통합 필요성을 주장해 온 하나금융의 손을 들어준 것이지요. 하나금융은 오는 6일까지 노조와의 대화를 마무리하고 연내 통합을 추진 중입니다. 그런데 외환 노조는 또다시 법률 투쟁을 예고했습니다. 외환 노조가 2010년 이후 지금까지 하나금융과 사측을 상대로 제기한 민·형사상 고발, 가처분 신청, 헌법소원만 해도 40건이나 됩니다. 이 중 29건은 기각됐거나 무혐의 처리됐습니다. 소송 비용으로 노사 양측이 허공으로 날려 버린 비용만 수십억원입니다. 그러다 보니 외환은행 직원들 사이에서 “잇단 투쟁으로 직원들 피로감이 상당하다. 이제는 실리를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사측과 협상을 진행 중인 노조 대화단(4명)의 대표성과 진정성에도 의구심이 새어 나오고 있습니다. 노조 대화단에는 전임 노조위원장 2명과 이미 퇴직한 은행원 1명이 들어가 있습니다. “전임 위원장과 노조 집행부가 내년 금융노조와 외환노조위원장 선거 출마를 염두에 두고 사측과 대치 국면을 지속하려 한다”는 일각의 ‘정치적’ 해석은 일단 제쳐 두겠습니다. 다만 외환맨들조차 서서히 염증을 내고 있는 ‘명분’을 앞세워 ‘투쟁을 위한 투쟁’을 고집하는 게 진정 은행의 미래를 위한 길인지 노조 스스로 냉철히 돌아봤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유미 기자 yium@seoul.co.kr
  • 블루오션 도전 자영업자 정부기금 지원

    지난달 희망퇴직을 신청한 은행원 A씨는 틈틈이 봐두었던 웰빙복합 멀티카페 창업에 본격 나섰다. 통닭집 창업도 한때 고민했다. 하지만 은행에서 돈을 빌려 치킨집을 차렸다가 퇴직금을 날리는 사례를 수없이 봐 왔던 터다. A씨는 미개척 영역이지만 앞으로는 ‘건강’이 대세일 것이라는 신념 아래 과감하게 웰빙카페 창업을 밀어붙이고 있다. 내년부터는 A씨처럼 블루오션에 도전하는 자영업자에게 정부가 나랏돈을 지원해 준다. 대출 형식이 아니어서 실패하더라도 자영업자가 빚더미에 앉을 위험이 덜하다.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기업에는 세금도 깎아 준다. 정규직으로 전환되면 그만큼 가계소득이 늘어날 것을 겨냥한 조치다. 최저임금은 오르고 전기료, 교과서 가격, 이동통신 요금 등은 싸진다. 정부가 25일 내놓은 서민·중산층 생활안정 대책의 주요 내용이다. 주로 창업할 때 돈을 빌려 주는 용도였던 소상공인시장진흥기금이 지원금으로 대거 바뀐다. 돈을 빌려서 통닭집 등 포화 상태인 업종을 차렸다가 망하는 자영업자가 많아서다. 앞으로는 웰빙복합 멀티카페, 초크 아티스트 등 블루오션 업종을 차리는 자영업자에게 기금을 지원한다. 장사가 안 되는 자영업자를 돕는 ‘역량 점프-업 프로그램’도 시범 도입한다. 호텔 요리사가 동네식당에 와서 메뉴를 개발해 주고 서비스 교육, 주방시설 교체 등 컨설팅을 해 주는 방식이다. 다음달부터 지역신보가 자영업자에게 총 1조원을 특례보증해 준다. 지금은 대출금의 85%까지만 보증을 서주지만 앞으로는 1인당 최대 5000만원까지 전액 보증해 준다. 영세 자영업자가 직원을 채용하면 내야 하는 고용보험료와 국민연금 부담도 줄어든다. 생활비 부담도 덜어준다. 내년부터 교과서값을 일정 금액 밑으로 묶거나 전년 대비 가격 인상률을 제한하는 교과서 가격상한제가 도입된다. 정부는 제4 이동통신사를 허용해 통신요금 가격경쟁을 유도하고, 알뜰폰 전파사용료도 내년 9월까지 1년간 더 면제하기로 했다. 170여개 중증질환의 치료비에 건강보험 적용을 늘리고 의약품의 유통단계별 마진을 분석해 약값도 내린다. 지역별 업종별 전반에 대한 노사정 논의를 거쳐 최저임금 상향 방안도 마련할 계획이다. 세종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캐리어에어컨 국내 영업 대표 현병택

    캐리어에어컨 국내 영업 대표 현병택

    캐리어에어컨이 현병택(61) 전 IBK캐피탈 대표를 국내 영업부문·공장총괄 신임 대표이사로 영입했다고 25일 밝혔다. 현 신임 대표는 1978년 IBK기업은행 행원으로 시작해 지점장, 본부장, IBK캐피탈 사장을 거쳤다. 이후 머니투데이방송(MTN) 대표이사를 지냈다. 현 대표는 “캐리어에어컨을 근무하고 싶은 직장으로 만들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면서 “대표이사가 아닌 대표 영업사원으로서 고객에게 먼저 다가가는 직원이 될 것”이라고 취임사를 밝혔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주말 하이라이트]

    ■다큐공감(KBS1 토요일 밤 7시 10분) 해발 836m 높이의 ‘서울의 지붕’이라 불리는 북한산. 최고봉 백운대와 동쪽의 인수봉, 그리고 남쪽에 만경대 세 봉우리로 이루어져 있어 삼각산이라 불리기도 한다. 북한산은 단위 면적당 가장 많은 등산객이 찾는 국립공원으로 기네스북에 등재돼 있을 만큼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주말에는 5만명 이상, 연평균 방문객은 500만명에 다다른다. 방문객이 많은 만큼 북한산에서는 한 해 평균 150건 이상의 사고가 발생한다. 그런 이곳에 안전을 책임지는 특별한 사람들이 있다. 힘든 구조 현장을 오가는 북한산 경찰 산악구조대의 하루를 따라가 본다. ■여자를 울려(MBC 토요일 밤 8시 45분) 덕인의 아들이 죽게 된 이유를 알게 된 진우는 충격에 빠진다. 진우는 자신의 아들과 관련된 일인 만큼 덕인에게 사실을 말하지도 못하고 괴로워한다. 덕인의 전 남편 경철은 뻔뻔한 모습으로 복례의 집에서 지내기 시작한다. 한편 진명은 아내 홍란에게 다정하게 대하고, 홍란은 예전 같지 않은 남편의 모습에 기뻐한다. ■아름다운 나의 신부(OCN 토요일 밤 11시) 사라진 신부를 찾기 위해 괴물이 된 남자의 이야기. 은행원 도형은 2년간의 열애 끝에 사랑하는 연인 주영에게 프러포즈를 한다. 그런데 그의 청혼을 받아들이기로 한 주영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기다림 끝에 도형은 실종 전담반 형사 윤미에게 실종 신고를 하게 되는데….
  • ‘3각 튼튼’ 실버세대 미국 경제 떠받친다

    ‘3각 튼튼’ 실버세대 미국 경제 떠받친다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 웍서해치의 모넷 베리힐(72·여)의 은퇴 생활은 은행원으로 일하던 현직 시절보다 화려하다. 오전에 운동하고 외식을 즐긴 뒤 가끔 저녁 콘서트에 가는 게 베리힐의 일과다. 올해 휴가철에는 손자들이 있는 샌디에이고에 가는 대신 알래스카 크루즈 여행을 떠날 계획이다. ‘그레이 중산층.’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14일(현지시간) 미국 경제를 떠받치는 중산층 기둥으로 1941~1950년생, 2차 세계대전 전후에 태어난 2500만명을 주목했다. 현재 65~74세 노인층이 튼튼한 자산, 안정적인 연금, 일할 수 있는 체력을 기반 삼아 ‘경제적 약자’로 자리매김했던 노인에 대한 인식을 깨뜨렸다고 이 신문은 진단했다. NYT에 따르면 이 세대의 풍요는 ‘시대적 운’을 타고난 측면이 크다. 이들은 전후 지속된 호황기 속에서 젊은 시절을 보냈다. 손쉽게 견실한 직장을 구했고 퇴직 후 두둑한 연금을 보장받는 세대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이들의 은퇴 이후 터졌다. 빚 없이 보유했던 자산의 가치가 높아진 덕에 이들 노인층은 반사 이익을 봤다. 65~74세 가구의 연간 중위소득은 1989년 3만 달러 초반에서 2013년 4만 달러 중반으로 1만 달러(약 1100만원) 가까이 상승했다. 같은 기간 미국 전체 가구의 중위소득이 5만 달러(약 5500만원) 초반 대에서 정체됐을 때 벌어진 일이다. 이전 노인들보다 체력이 좋아 더 오래 일할 수 있다는 점도 이 세대의 저력이다. 1990년대 후반까지 5명 중 1명꼴이던 60세 이상 근로자의 비중은 최근 3명 중 1명꼴로 늘어났다. NYT는 은퇴 이후 최저임금을 받으며 댈러스 시립 도서관에서 일하는 팻 체리(72·여)가 계속 고용을 걱정하는 사연을 전했지만, 정년을 넘겨 오래 일할수록 체리가 받을 연금액수도 늘어난다는 점을 덧붙였다. 일할 수 있다면 노년기에도 연금액을 늘릴 수 있는 셈이다. 구매력 측면에서도 65~74세 노인들은 미국 경제를 떠받치고 있다. 2013년 이 세대 노인 가구의 연평균 소비·지출액은 4만 6757달러(약 5200만원)로 1989년보다 18% 늘었다. 이 세대에게 걱정이 있다면, 자녀 세대다. 베리힐은 “61세에 은퇴했던 부모님은 휴가 여행은 엄두도 내지 못한 채 각종 고지서 때문에 부담을 느꼈다”면서 “확실히 우리 세대는 거부(슈퍼리치)는 못 됐어도 배는 곯지 않은 세대”라고 규정했다. 이어 “지금 세대는 우리보다 더 많은 복지비용을 내고 그 혜택은 받지 못하는 문제를 겪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29개 경찰서 공공의 적 사기꾼 ‘진 닥터’ 잡았다

    “드디어 진 닥터를 잡았습니다.” 지난달 30일 서울 광진경찰서 강력1팀의 무전기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서울에 있는 31개 경찰서 중 29개 경찰서에서 지난 2년 넘게 쫓고 있던 사기꾼 진모(45)씨가 마침내 검거된 것이다. 전문대 중퇴 학력이지만 의사와 변호사, 은행원 등 여러 신분으로 포장해 온 진씨의 사기 수법은 대단히 지능적이었다. 지난 4월 6일 오후 서울 광진구 아차산로 호프집. 말쑥한 정장 차림에 자신을 은행원이라 소개한 진씨는 주인의 귀가 솔깃할 만한 제안을 했다. 진씨는 “오늘 저녁 우리 은행에서 단체 회식을 하는데 메뉴에 없는 양주와 와인을 준비하면 법인카드로 술값의 두 배를 쳐서 계산하겠다”고 말했다. 진씨는 호프집 종업원이 주인으로부터 받은 신용카드로 양주와 와인을 사러 나가자 뒤따라가 “양주와 포도주는 내가 아는 곳에서 살 테니 제과점에 맡겨놓은 케이크를 찾아 달라”고 말했다. 종업원이 진씨를 믿고 카드 비밀번호를 알려주자 그는 인근 은행에서 660만원을 인출해 줄행랑을 쳤다. 진씨는 이런 수법으로 2012년 11월부터 지난달 19일까지 서울과 경기 의정부 일대를 돌며 총 130건의 사기 행각을 벌였다. 피해액이 3억여원에 이른다. 진씨는 장사가 잘 안 되는 영세한 식당을 표적으로 삼았다. 경찰 추적을 피하기 위해 동생 이름으로 병원 진료를 받고, 여자 친구 명의의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치밀함도 보였다. 피해가 늘면서 그를 뒤쫓는 서울의 경찰서가 어느덧 29개로 증가했고, 경찰은 그에게 ‘진 닥터’라는 별명까지 붙였다. 진씨는 지난달 30일 폐쇄회로(CC)TV 영상 분석 등을 통해 그의 동선을 역추적해 온 광진서 형사들에 의해 은신처에서 체포됐다. 경찰은 진씨가 상습 사기 및 절도 혐의 등으로 구속됐다고 7일 밝혔다.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 지방은행도 우먼파워 바람

    지방은행에도 우먼파워 바람이 거세다. 4일 전북은행에 따르면 전국에 설치된 99개 지점 가운데 여성 지점장이 근무하는 지점은 5곳이다. 예전에는 여성 지점장이 거의 없었으나 2년여 전부터 늘어나기 시작했다. 특히 전북은행이 여성 책임자급을 대상으로 지점장 양성 교육을 실시할 예정이어서 여성 지점장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실제로 전북은행은 올해 20명의 여성 책임자를 대상으로 지점장 교육을 실시할 방침이다. 전북은행은 또 여성 지점장 교육을 정기적으로 실시해 여성 지점장을 점차 늘린다는 계획이다. 지점장 교육은 7주에 걸쳐 지점장이 갖춰야 할 기본 소양과 현장 적용이 가능한 각종 마케팅 능력, 소통 문화 등을 교육한다. 전북은행이 여성 지점장을 확대하는 것은 여성 특유의 꼼꼼한 업무 스타일과 부드러우면서 친화력 있는 의사소통이 고객들은 물론 은행 내부에서도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고객들은 감성 마케팅을 하는 여성 지점장들의 친절하고 세심한 배려를 더욱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원들도 남성들의 보수적인 리더십보다 다독여 주는 여성 지점장들의 부드러운 리더십이 조직을 더욱 활기 있게 한다고 평가한다. 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 은행원도 속았다… 진짜 사이트 위 가짜 팝업창 인증서 빼내

    은행원도 속았다… 진짜 사이트 위 가짜 팝업창 인증서 빼내

    해킹된 사이트를 통해 인터넷뱅킹 이용자의 컴퓨터(PC)에 악성코드를 설치한 뒤 해당 이용자를 위조된 가짜 은행 사이트로 유인하는 수법으로 공인인증서 3만 7175건과 개인정보를 탈취한 신종 ‘파밍’ 범죄단이 적발됐다. 이 조직의 해커가 만든 위조 은행 사이트는 실제 은행원조차 속아 넘어갈 정도로 정교했다. 파밍은 악성코드에 감염된 PC를 조작해 위조 사이트로 유인, 금융정보를 빼내는 전자금융사기 수법을 말한다. 경찰청 사이버범죄대응과는 이 조직의 인출책인 중국동포 전모(28)씨를 컴퓨터 등 사용 사기,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 전씨를 도운 임모(32)씨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은 지난 3월 조직의 총책인 엄모(26)씨가 중국 지린성에서 파밍 수법으로 빼돌린 2억여원을 국내에서 인출, 중국으로 송금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엄씨에 대해 중국 공안에 공조수사를 요청했다. 엄씨는 수십개의 인터넷 사이트를 해킹, 해당 사이트에 접속하는 사람들의 PC가 자동으로 악성코드에 감염되도록 했다. 추적을 피하기 위해 2단계, 3단계 과정을 거쳐 최종적으로 해킹된 사이트들은 주로 보안 관리가 허술한 개인 사이트, 동아리 사이트 등이었다. 악성코드는 감염된 PC에 저장된 공인인증서 파일을 찾아내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서버로 전송했다. 그 뒤 피해자가 인터넷 뱅킹을 이용할 때 엄씨가 미리 위조해 둔 가짜 은행 사이트에 접속시켜 전자 금융사기를 예방한다는 명목으로 이름, 주민등록번호, 계좌번호, 비밀번호, 인증서 비밀번호, 보안카드 정보 등을 빼 냈다. 감염된 PC는 사용자가 정확한 인터넷 주소를 입력해도 엄씨가 위조한 가짜 포털 사이트로 연결됐다. 위조된 포털 사이트는 또다시 위조된 가짜 시중은행 사이트에 접속하도록 설계됐다. 가짜 사이트는 진짜 사이트 창 위에 교묘하게 팝업 형태로 띄워져 있을 뿐 아니라 진짜와 구분이 불가능할 정도로 똑같았다. 기존 파밍 사이트는 인터넷 IP 주소가 고정돼 있어 발견 즉시 차단이 가능했지만, 엄씨는 가짜 사이트의 IP 주소가 그때그때 바뀌도록 해 추적이 불가능하게 했다. 경찰이 캘리포니아 서버를 분석한 결과 공인인증서 3만 7175건과 함께 198명의 금융정보가 발견됐다. 엄씨의 파밍에 속아 모든 금융정보를 준 198명 중 12명은 실제 금전적 피해를 입었다. 총 2억원의 피해를 본 12명 중에는 현직 은행원도 포함돼 있었다. 경찰은 금융결제원에 통보해 해당 공인인증서들을 긴급 폐기하게 하고 피해자들에게 유출 사실을 알렸다. 또 악성코드를 유포한 경유 사이트, 캘리포니아 서버에 백신을 반영하게 했다. 경찰 관계자는 “PC 운영체제, 인터넷 브라우저, 자바, 플래시 플레이어 등을 최신 버전으로 업데이트해야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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