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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꽂이]

    [책꽂이]

    재미난 사람들의 쓸쓸한 얘기(류보상 지음, 천우 펴냄) 극작가이자 소설가, 극단의 고문인 작가의 세 번째 희곡 선집. 단국문학상, 탐미문학상, 한국문학상 등을 수상했던 작가는 ‘어르신 때문에’, ‘처제의 계산법’, ‘아버지와 아들’, ‘꽃가게 집 노처녀’ 등 8편의 희곡 작품에 사람 냄새 물씬 나는 얘기들을 담았다. 231쪽. 1만 5000원.전염의 시대를 생각한다(파올로 조르다노 지음, 김희정 옮김, 은행나무 펴냄) 물리학자이자 이탈리아의 양대 문학상 수상 작가가 조명한 코로나19 사태. 그는 오늘날을 ‘전염의 시대’라고 진단하며 이는 보편적인 고독을 가져온 동시에 바이러스 앞에서 모든 인류는 공평하며 각자의 운명은 연결돼 있음을 일깨우기도 했다고 말한다. 특히 “사람들의 극심한 공포는 ‘숫자’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불신’의 고리에서 나온다”며 거짓 정보에 유의할 것을 강조한다. 96쪽. 8500원.뭉클(강윤중 지음, 경향신문사 펴냄) 현직 사진기자인 저자가 렌즈 너머로 바라본 세상. 세월호 참사와 노동자들의 장기농성장, 로힝야 난민을 취재하면서 만난 사람과 풍경을 담았다. 사건의 현장뿐 아니라 이 땅의 계절, 유명인들의 인간미 넘치는 모습 등 뷰파인더로 본 세상의 스펙트럼이 넓다. 304쪽. 1만 5500원.멈출 수 없는 사람들(이용주 지음, 양철북 펴냄) 질병과 굶주림으로 죽어 가는 사람들을 돕기 위해 무작정 아프리카로 떠난 마도로스의 이야기. 그곳에서 물 한 방울을 찾기 위해 섭씨 60도가 넘는 한낮에 7시간을 걸어야 하는 사람들을 만난 저자는 식수 전문 국제구호 단체인 팀앤팀을 만들었다. 척박한 땅 남수단 마을에 물이 들어가기까지 과정을 사진 자료와 함께 기록했다. 256쪽. 1만 3000원.미술시장의 탄생(손영옥 지음, 푸른역사 펴냄) 한국 근대 미술시장의 태동부터 완성까지 살펴보는 저작. 국민일보 미술·문화재전문기자인 저자는 한국 미술시장이 전근대적 성격을 벗어나 근대적인 자본주의 생산 방식으로 이행한 시점을 개항기라고 본다. 이후 1905년부터 1920년대까지를 일제 ‘문화통치’ 전후, 1930년대부터 해방 이전을 ‘모던의 시대’로 명명하며 한국 미술시장 형성사의 세세한 풍경을 탐색한다. 424쪽. 2만 7900원.시베리아의 딸, 김알렉산드라(김금숙·정철훈 지음, 서해문집 펴냄) 조선인 최초의 볼셰비키 혁명가이자, 노동 인권과 조선 독립을 위해 투쟁한 김알렉산드라의 생애를 그래픽노블로 담았다. 언론인 출신 소설가인 정철훈 작가의 원작 ‘소설 김알렉산드라’를 김금숙 작가가 재탄생시켰다. 러시아 이주 한인들의 고단했던 삶과 혁명기의 격동했던 시대적 상황이 김알렉산드라의 비극적인 짧은 생애 속에 응축돼 있다. 240쪽. 1만 6000원.
  • 도봉구 50~64세 위한 ‘인생 이모작’ 강좌 운영

    도봉구 50~64세 위한 ‘인생 이모작’ 강좌 운영

    서울 도봉구가 ‘50+세대’라고 불리는 50~64세의 인생 2막 활동을 돕기 위한 ‘50+ 인생학교 프로그램’을 운영한다고 10일 밝혔다.이번 프로그램은 역량 강화 프로그램인 ‘50+ 인생이모작 교육’과 교육 종료 후에 진행되는 ‘사후모임 프로그램’이다. ‘50+ 인생이모작 교육’은 모두 10회차 강의로 ▲아트를 통한 내면탐구 ‘내 생애 젊은 날’ ▲여행 톡톡 ‘나만의 비행계획’ ▲‘마음 배낭’ 메고 길을 걷다 등의 주제로 진행된다. 특히 전북 고창군에 있는 책마을 해리의 이대건 촌장이 ‘커뮤니티! 사람과 지역을 잇다’라는 주제의 특강도 열릴 예정이다. 교육 기간은 다음달 6일부터 7월 8일까지다. 매주 수요일 오후 3~6시까지 진행되며 구청 은행나무방과 자운봉홀에서 열린다. 교육 종료 후인 7월부터 11월까지 사후모임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참여를 원하는 주민은 오는 27일까지 도봉구청 홈페이지(http://www.dobong.go.kr/)의 알림마당, 행사/모집 항목에서 신청서 작성 후 이메일(k2k999@dobong.go.kr)로 신청하거나, 구청 노인장애인과(02-2091-3055)로 전화하면 된다. 모집인원은 선착순 40이다. 이동진 도봉구청장은 “이번 인생학교 교육이 점차 증가하고 있는 50+세대의 제2의 인생 설계에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교육 이후에도 지역사회와의 연계 활동으로 이어져 지역 안에서 가치를 찾고 나눔을 실천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한편 올해 10월 도봉구 창동역 인근에 50+북부 캠퍼스가 개관할 예정이다. 윤수경 기자 yoon@seoul.co.kr
  • 십자가 길의 선물… 집콕 피로를 날리다

    십자가 길의 선물… 집콕 피로를 날리다

    보통의 풍경이 사라진 날들이 이어지고 있다. 종교에 대해 잘 알지는 못하지만 평범한 일상이 이어지는 것에 고마워하라는, 그러니까 범사에 감사하라는 말의 의미를 어렴풋이 알 것 같다. 지금은 누구에게나 위로가 필요한 시기다. 물리적 방역 못지않게 심리적 방역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충남 당진에 차분히 돌아볼 여행지가 많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명소로 떠오른 곳이 많단다. 수도권에서 그리 멀지 않아 접근성도 좋은 편이다. 좀더 솔직해지자면, 당진을 찾은 게 사실 이런 이유 때문만은 아니다. 여태 코로나19 청정지역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 이게 더 큰 이유였다.25일 현재 당진에는 확진자가 단 한 명도 발생하지 않았다. 실내와 달리 야외에서만큼은 시원하게 마스크를 벗어도 된다. 아직 바이러스의 기세가 등등한 만큼 당장 다녀오시라 말하기는 어렵지만, 상황이 차분히 정리된 뒤 ‘집콕’에서 쌓인 먼지들을 털어낼 겸 발걸음하는 것도 좋겠다.●김대건 신부 태어난 ‘솔뫼성지’엔 교황의 흔적 당진엔 천주교 성지가 두 곳이다. 솔뫼성지와 신리성지다. 둘 다 한국 천주교사에서 주요 지역으로 꼽히는 합덕면에 있다. 이름값으로는 솔뫼성지가 단연 앞선다. 솔뫼성지는 유네스코 세계기념인물로 선정된 한국인 최초의 사제 김대건(1821~1846) 신부가 태어난 곳이다. 내년이면 벌써 그의 탄생 200주년. 그를 포함해 4대에 걸쳐 순교자가 배출됐다고 한다. 2014년엔 프란치스코 교황이 솔뫼성지를 방문하기도 했다. 국내 천주교 관련 유적 중 최초로 국가지정 문화재(사적 제529호)가 된 건 이런 이유 때문일 터다. 솔뫼는 소나무가 많은 언덕이란 뜻이다. 이름처럼 이리저리 휜 소나무가 그윽한 풍경을 선사한다. 성지 안에 ‘십자가의 길’, 기념관과 성당, 수녀원, 김대건 신부 생가 등이 있다. 다만 건물 내부는 코로나19 탓에 공개되지 않는다.●조선의 순교자가 묻힌 ‘신리성지’는 SNS 핫플 신리성지는 최근 SNS를 타고 급속히 명소로 떠오른 곳이다. 신리성지는 조선 후기에 수많은 가톨릭 신자들이 순교한 곳이다. 이 때문에 로마시대 지하교회인 카타콤바에 비유해 ‘한국의 카타콤바’라 곧잘 불린다. 제5대 조선교구장을 지낸 다블뤼 주교가 은거하며 조선천주교사를 집필한 곳이기도 하다. 다블뤼 주교는 1845년 김대건 신부와 함께 논산 강경에 첫발을 내디딘 후 21년간 조선에서 활동했다. 그동안 그가 수집한 자료와 순교자들의 행적은 훗날 ‘한국천주교회사’의 기초가 됐고, 103위 성인이 탄생하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신리성지가 명소 반열에 오르게 된 건 종교적인 이유보다 여행지로서 풍경이 아름답기 때문이다. 신리성지는 사방이 탁 트였다. 성당에 이르는 길 주변으로는 연못과 잔디밭이 깔끔하게 정비돼 있다. 그 사이사이에 다블뤼 주교 등 다섯 성인의 삶을 기억하는 작은 경당이 조성돼 있다. 평평한 잔디밭 끝자락의 가장 높은 곳엔 순교미술관이 우뚝 솟았다. 십자가를 제외하면 장식이라고는 없는, 소박하고 무뚝뚝한 건물이다. 잘 정돈된 잔디밭과 소박한 순교미술관이 어우러져 단순하면서도 강렬한 풍경을 만들어 내고 있다. ●인생사진 건지려는 청춘들의 애정행각은 좀… 순교미술관 안엔 한국 천주교 순교의 역사를 기록한 그림들이 전시됐다. 순교미술관 꼭대기에 오르면 국내에선 드물게 지평선을 볼 수 있다. 드넓은 내포평야가 선사하는 시원한 풍경 덕에 온몸에 달라붙은 바이러스들이 죄다 떨어져 나가는 듯하다. 한데 빼어난 풍경과 달리 교회 측은 골머리를 앓고 있다. 죽은 이들이 묻힌 곳이라는 교회의 설명에도 ‘인생사진’을 얻으려는 연인들이 성지 곳곳에서 과감한 애정행각을 서슴지 않기 때문이다. 이웃한 합덕성당도 둘러볼 만하다. 1929년 세워진 고딕 양식의 건물이다. 고풍스러우면서도 단정한 외양이 인상적이다. KBS 드라마 ‘단 하나의 사랑’ 촬영지로 쓰였다고 한다.●일출·일몰이 장관인 왜목마을의 명물 ‘새빛왜목’ 바닷가 쪽에서는 왜목마을을 찾을 만하다. 한자리에서 일출과 일몰을 모두 볼 수 있다는 갯마을이다. 저물녘 풍경도 곱지만 해뜰녘 풍경은 더 빼어나다. 동해의 힘차고 장엄한 일출과 달리 서해 특유의 서정적이고 낭만적인 해돋이 장면과 마주할 수 있다. 왜목마을의 명물은 ‘새빛왜목’이다. 높이 30m에 이르는 거대한 조형물이다. 저 유명한 경북 포항 호미곶의 ‘상생의 손’(8.5m)보다 세 배 이상 높다. 날아오르는 왜가리의 모습을 표현한 이 조형물은 스테인리스 스틸판으로 이뤄졌다. 거울처럼 반짝이는 판에는 외부의 색이 그대로 담긴다. 이 덕에 시간의 흐름에 따라 다양한 분위기가 연출된다. 야간에는 조형물 내부의 조명이 켜져 은은한 빛을 낸다. 대호방조제 너머의 도비도는 섬이었다가 뭍이 된 곳이다. 대·소난지도로 가는 페리가 출발하는 곳이기도 하다. 겨울철엔 잔잔한 물 위를 떠다니는 다양한 철새들과 만날 수 있다.오래된 시간의 선물 … 상실의 위로를 받다 면천읍성 일대는 상당히 흥미로운 곳이다. 한때 버려졌던 옛집들이 이야기가 있는 집들로 새로 태어나고 있다. 이제 막 주민 중심의 문화가 꿈틀대고 있는 것이다. 오래된 책방에서 책을 읽거나 작은 미술관, 잡화점 등을 기웃대며 나른한 한때를 보내는 재미가 쏠쏠하다.●오래된 자전거포 건물서 재탄생… 발길 붙잡는 아늑한 책방·카페 면천읍성 일대를 어슬렁대다 보면 귀가 따갑게 듣는 이야기가 있다. 면천(옛 면주)이 충청도의 5주 가운데 하나였다는 거다. 충북 청주와 충주, 이웃한 홍주(현 홍성)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할 만큼 큰 도읍이었다는, 이른바 ‘라떼 시절’의 이야기다. 그러다 어느 시기엔가 중심지로서의 위상을 잃게 됐고, 이후 면주(면천) 일대는 자연스레 쇠락의 길을 걷게 됐을 것이다. 요즘 면천읍성 일대는 다르다. 하루 종일 머물러도 전혀 심심하지 않은 곳이 됐다. 가장 큰 변화는 주민들이 이끌고 있다. 옛 건물을 새로 꾸민 문화공간들이 하나둘 들어서면서 한적하기 짝이 없던 마을에 사람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면천 여정의 들머리는 면천읍성 남문이다. 성을 쌓은 이가 자신의 이름을 벽에 남긴 각자돌이 확인돼 지난해 ‘500년 전 공사 실명제’로 잠시 화제가 됐던 곳이다. 안내판에 따르면 면천읍성이 처음 세워진 건 1439년(세종 21년)이다. 왜구를 막기 위해 쌓았던 성벽은 긴 세월을 건너오는 동안 시나브로 사라졌고, 지금은 복원 공사가 한창이다. 2025년쯤 발굴 작업과 복원 공사가 마무리되면 이 일대의 모습이 제법 번듯하게 바뀌지 싶다.읍성 남문을 지나 성 안으로 들어서면 오래전부터 면천 사람들이 살아왔던 동네가 나온다. 일제강점기에 숱한 열사들을 길러냈던 100여년 역사의 면천초등학교, 옛 면사무소 등은 이미 자리를 옮겼다. 그 자리에 객사 등 옛 관아 건물들이 들어설 예정이다. 옛 면천초등학교 바로 앞은 책방 ‘오래된 미래’다. 오래전 자전거포였던 건물이 아늑한 책방으로 새로 태어났다. 새 책도 있고, 헌책도 판다. 2층은 일종의 북카페다. 차를 마시며 책을 읽을 수 있다. 책방 이름은 사회운동가인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가 쓴 동명의 책에서 따왔다고 한다.●서까래·봉놋방 등 탁배기 한 잔의 추억 고스란히 간직한 잡화점 책방 바로 옆은 잡화점 ‘진달래 상회’다. 화가인 주인장이 이런저런 액세서리들을 팔고 있다. 이 집 역시 책방과 같은 가치를 지키고 공유하려는 곳이다. 잡화점의 전신은 ‘희망집’이란 대폿집이다. 오래전엔 탁배기 한 잔 걸치려는 술꾼들의 발걸음이 무시로 이어졌을 터. 당시 ‘주막’이나 다름없었을 봉놋방, 서까래 등 건물 내부는 대부분 예전 형태 그대로 남아 있다. 옛 면천초등학교 한구석엔 거대한 노거수 두 그루가 서 있다. 수령이 1000년을 넘어선다는 면천은행나무(천연기념물 제551호)다. 나무 바로 옆은 ‘영랑효공원’. 둘 다 복지겸 장군의 딸, 영랑에 대한 전설이 담겼다. 줄거리야 흔히 듣던 여느 전설들과 다르지 않다. 면천에 살던 고려의 개국공신 복지겸이 병에 걸렸고, 효녀 영랑이 백방으로 약을 찾아다녔고, 산신령이 나타나 신묘한 처방을 내려줬다는 얼개다. 다만 현 영랑효공원 안쪽의 안샘의 물로 두견주(진달래술)를 빚어 100일 후에 마시고 그곳에 은행나무를 심으면 아버지의 병이 낫는다는 산신령의 가르침에선 어딘가 지역 특산물을 활용해 스토리텔링한 듯한 ‘합리적인 의심’도 든다. 미술관에서 작은 언덕을 넘으면 골정지다. 1797~1800년 면천군수로 있던 연암 박지원이 축조했다는 저수지다. 물 위엔 ‘하늘과 땅 사이의 한 초가지붕 정자’라는 뜻의 건곤일초정이 떠 있다. 이 정자 역시 골정지 축조 당시 연암이 세웠던 것으로 전해진다.●아미미술관·아그로랜드 목장·놀이공원 등 인생사진 성지도 이제 새로 떠오르는 여행지 몇 곳 덧붙이자. 아미미술관은 폐교를 활용한 미술관이다. SNS의 성지라는 당진에서도 손꼽히는 명소다. 보통 오전에 찾아야 창문으로 넘어오는 햇살 등을 배경 삼아 멋진 사진을 얻을 수 있다고 한다. 아그로랜드(옛 태신목장)는 당진과 예산에 걸쳐 있는 대규모 목장이다. 너른 보리밭과 벚나무길, 메타세쿼이아, 트랙터 열차 등의 목장풍경과 몇몇 조형물을 배경으로 사진 찍기 좋다. 합덕에 있는 카페 피어라, 서해대교 건너 송악에 있는 해어름 카페 등도 사진 찍기 좋은 명소로 꼽힌다. 1970년대 건설된 삽교천방조제와 대호방조제, 석문방조제 등 3개의 방조제를 잇는 드라이브 코스를 달리는 맛도 시원하다. 삽교천방조제 인근의 놀이공원도 요즘 ‘핫한’ 곳이다. 저녁때 조명이 켜진 놀이기구와 함께 사진을 찍는 젊은이들이 제법 많다. 글 사진 당진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여행수첩 -당진은 해안과 내륙의 관광지 간 거리가 멀다. 미리 돌아볼 구역을 정해야 알뜰하게 시간을 쓸 수 있다. 왜목마을, 도비도 등은 서해안고속도로 송악나들목, 면천읍성 일대는 당진영덕고속도로 면천나들목, 신리성지 등은 합덕나들목을 이용하는 게 낫다. -면천읍성 일대엔 콩국수집이 유난히 많다. 특별한 이유는 없다. 이른라 ‘원조’라 할 만한 집도 사라진 상태다. 그런데도 점심 무렵이면 줄을 서야 할 만큼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고 한다. 보통 5월쯤 날씨가 더워지고 주민들이 ‘은근한 콩국수 개시 압력’을 넣기 시작할 무렵 문을 연 뒤 가을에 문을 닫는다. 일년 내내 여는 집도 있는데, 추운 계절엔 콩국수 대신 칼국수를 판다. ‘에이스식당’은 쑥을 곁들여 만든 면이 특징이다. 열무김치 때문에 간다는 사람이 있을 만큼 김치 맛도 좋다. 당일 준비한 재료가 소진되면 일찍 문을 닫는다. 초원콩국수는 검은콩, 면천곱창콩국수(상호와 달리 곱창은 없다)는 메주콩으로 각각 맛을 낸다고 한다. 코로나19 탓에 음식점을 찾을 때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염두에 둬야 한다. 사람이 붐비는 시간대는 피하길 권한다. -이맘때 서해바다에선 실치가 난다. 밑반찬으로 흔히 쓰이는 뱅어포의 주인공이 바로 실치다. 실치는 주로 무침회로 먹는다. 장고항이 실치로 유명한 곳. 요즘 이 일대가 대대적인 공사 중이어서 예전만큼 맛집들이 늘어서 있지는 않다. 몇몇 횟집에서 실치 맛은 볼 수 있다.
  • ‘2020 유럽 올해의 나무’ 선정…자연이 주는 아름다운 힐링

    ‘2020 유럽 올해의 나무’ 선정…자연이 주는 아름다운 힐링

    유럽 전역이 코로나19로 몸살을 앓는 가운데, 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는 아름다운 나무의 모습이 공개됐다. 유럽연합(EU)의 독립기구인 유럽위원회(EC)가 지원하는 ’유럽 올해의 나무‘는 유럽에서 가장 멋지고 아믈다운 나무를 찾기 위해 개최하는 연례대회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의 17일 보도에 따르면 2020년 ‘유럽 올해의 나무’에서 1위를 차지한 나무는 체코의 한 시골 마을에 외롭게 서 있는 소나무다. 크로아티아의 은행나무, 포르투갈의 밤나무, 영국의 참나무와 치열한 경쟁을 벌인 끝에 1위에 오른 이 나무는 수령이 350년 정도이며, 인근 마을 주민 사이에서는 악마를 초대할 줄 아는 초인적인 힘을 가진 나무로 알려져 있다. 인근 마을 주민들은 이 나무가 밤에는 바이올린을 켜서 마을로 들어오는 침입자를 막거나, 악마를 초대해 함께 시간을 보낼 줄 안다고 믿고 있는다. 전문가들은 나무가 위치한 계곡 사이로 강한 바람이 불 때 나는 소리가 사람들 사이에 이러한 전설을 만든 것으로 보고 있다. ‘유럽 올해의 나무’ 측에 따르면, 이 나무가 위치했던 마을은 과거 댐 건설로 모두 물에 잠겼지만 이 소나무 한 그루만은 여전히 남아 생명력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대회에서는 유독 초인적인 힘과 관련한 전설을 가진 나무들이 대거 상위 순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5위를 차지한 루마니아의 나무와 네덜란드 및 아일랜드의 나무들도 현지에서 주민들은 지켜주는 ‘수호나무’로 알려져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올해 ‘유럽 올해의 나무’를 선정하기 위해 28만 5000여 명이 유럽 전역에서 투표에 참여했다. ‘올해의 나무’ 1~3위를 기념하는 행사는 본래 벨기에 수도 브뤼셀에서 열릴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로 취소됐다. 다만 주최 측은 온라인을 통해 유럽의 ‘톱 3’ 나무에 대한 자세한 브리핑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유럽 올해의 나무’ 대회는 사람과 나무 사이의 정서적 연관성을 확인하고, 기후 위기와 환경오염 등 나무에 대한 인류의 위협에 대해 강조하기 위한 행사다.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 타인이라는 바다에서 서로 더 배려했더라면

    타인이라는 바다에서 서로 더 배려했더라면

    발목 깊이의 바다/최민우 지음/은행나무/284쪽/1만 3000원 사람들이 사라진다. 화장실에 다녀오겠다며 자리를 비운 직장 동료가, 자재 창고 문을 열고 들어간 사람이 돌아오지 않았다. 자의로 보기에는 너무 준비가 없었고, 범죄에 휘말렸다고 보기에는 증거가 없는 일들. 남겨진 이들에게 피눈물을 안겼다는 것만이, 의심의 여지가 없는 일이다. 장편소설 ‘발목 깊이의 바다’는 ‘대실종’이라 불리는 ‘이유도 없고 정황도 수상쩍은’ 실종 사건 752건을 소재로 했다. 현실과 환상을 자유자재로 변주한다는 평을 듣는 최민우 작가의 두 번째 장편소설이다. 작가는 지난해 이해조소설문학상을 수상했다. ‘사단법인 도서정리협회’라는, 이름과 달리 비밀스럽게 움직이며 주변 곳곳에서 발생하는 기묘한 사건들을 해결하는 단체가 있다. 도시정리협회의 직원으로서, 갑자기 사라진 파트너 노아의 빈자리를 채우고 있는 경해 앞에 한별이라는 꼬마가 나타난다. 아이는 “엄마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아무 때나 찾아오라고 했다”며 노아의 명함을 경해에게 건넨다. 놀랍게도 소년이 말한 엄마의 정체는 ‘불로불사’이며, 그래서 누군가에게 쫓기고 있다. 어른을 당황시키는 조숙함을 가진 밝은 연갈색의 눈동자에 이끌려 경해는 아이의 요구를 들어주게 된다. 공사 현장에서 유골들이 무더기로 발견되고, 비둘기 떼가 도로를 점령하는 비정상적인 일의 연속. 의문의 아이를 선뜻 따라나선 경해의 행보에 의문이 들 때 소설은 다른 방향을 향해 치닫는다. 경해도 ‘대실종’으로 남겨진 사람들 중 하나였다는 것이다. 소설에 등장하는 잡지 ‘루머의 루머’에 따르면 언뜻 이유가 없어 보이는 ‘대실종’ 당사자들에게는 하나둘 이유가 있었다고 한다. 가족 문제, 돈 문제, 학업 문제, 또는 성 정체성 문제. 실종자 단체의 대표는 ‘대실종’을 두고 이렇게 말한다. “그건 일종의 상징적 죽음”이며, “세상에 대해 나를 보라고 선언하는 자살과는 다르다”고.(191~192쪽) ‘이 난리를 일으키는 ‘쐐기’를 빼내 제거하면 뒤틀렸던 것이 원상태로 회복되면서 틈새가 사라진다’는 것이 소설이 달려가는 결말이다. 쐐기를 찾기 위해 이들 실종의 기원을 찾아 올라가면 얼룩진 과거로부터 비롯된, 순리를 거스른 존재가 있다. 여기서 작가가 말하는 ‘쐐기’는 과연 쐐기인지, 그것을 제거 또는 사라지게 하는 것이 해결 방식으로 적합한지는 사람마다 해석의 여지가 있을 것 같다. 독서에 줄곧 가속력이 붙다가 주춤하게 되는 지점이다. 그러나 “우리는 타인이라는 바다의 해변에 서 있을 뿐”(183쪽)이라는 경해의 서술, “우리 사회가 서로를 더 많이 이해하고 배려했다면, 그렇게 사라지는 사람은 훨씬 적었을 것”(193~194쪽)이라는 실종자 단체 대표의 말을 종합해 보면 어느 정도 수긍이 간다. 정점을 찍는 것은 다시 만난 노아의 말이다. “저는 우리가 가능한 한 좋은 사람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가능한 한 가장 좋은 해법을 내놓는 것도 사람의 일일 것이다. 추천사에 구병모 작가는 ‘최민우는 입장이 가능하기만 하다면 그가 지닌 머릿속 상상의 도서관을 열람해 보고 싶은 작가들 가운데 한 명’이라고 썼다. 현상과 환상을 오가는 서술에 관한 편견만 거세하고 본다면, 단연 매력적인 독서가 될 것 같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소독약통 멘 금천구청장 “전통시장 정말 어렵네요”

    소독약통 멘 금천구청장 “전통시장 정말 어렵네요”

    코로나 예방 위해 시장 바닥 꼼꼼 물청소 상인들 “손님들 아예 안 찾아와” 하소연 유 구청장 “모두 힘 합쳐 이겨내자” 위로“코로나19 때문에 사람 코빼기도 안 보이는데 구청장님이 이렇게 찾아와서 직접 소독약을 뿌려 주니 우리야 너무 고맙죠.” 유성훈 서울 금천구청장이 소독약이 담긴 커다란 통을 등에 메고 우시장으로 들어서자 상인들이 반색하며 유 구청장을 맞았다. 우시장 통로에 유 구청장이 소독약을 뿌리며 지나갈 때마다 상인들은 “매장 안쪽도 부탁한다”며 유 구청장을 붙잡았다. 유 구청장은 지난 6일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독산동 우시장 방역을 했다. 방역에 앞서 금천구는 상인회와 함께 물청소를 했다. 우시장 주변 도로와 시장 바닥에 묻은 핏물과 기름 등을 친환경세제와 솔로 깨끗이 청소한 뒤 청소차를 동원해 물로 씻어 냈다. 청소를 마친 우시장을 유 구청장과 구청 방역팀 약 10명이 함께 돌며 꼼꼼하게 소독약을 뿌렸다. 유 구청장이 “요즘 경기가 좀 어떠냐”고 안부를 묻자 한 상인은 “도매, 소매 다 안 나가서 고기가 냉장고마다 가득 차 있다”며 “손님들이 아예 찾아오지를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손님이 한 명도 없어 적막한 시장 상가에서 유 구청장은 “고생하십니다”, “파이팅하세요”, “그래도 이겨 냅시다” 등 인사말을 건네며 다가갔다. 상인들도 “감사합니다”, “수고가 많으십니다”는 말로 고마움을 전했다. 유 구청장은 소독약을 가득 채우면 20㎏에 달하는 통을 한 차례 교체하며 범안로 양쪽에 늘어선 우시장 방역을 모두 마쳤다. 지난 3일에는 우시장에 자리한 대형 축산물 유통상가인 유창상가도 직접 방역했다. 유 구청장과 함께 통을 짊어지고 나선 박성호(55) 상인회장은 “매출이 절반 이상 줄었고 그나마도 배달, 택배뿐이지 사람이 아예 오질 않는다”며 “빨리 코로나19가 끝나서 사람이라도 나오면 좋겠다”고 말했다. 유 구청장은 코로나19가 확산한 지난달 초부터 10여 차례 방역에 직접 참여했다. 남문시장, 현대시장, 은행나무시장 등 전통시장과 독산역, 금천구청역 등 지하철역과 버스차고지 등을 중심으로 소독했다. 유 구청장은 “방역은 코로나19 예방의 가장 기본”이라며 “오늘 상인들을 만나며 재래시장의 어려움을 실감했다. 모두 힘을 합쳐 코로나19를 극복하자”고 말했다. 한편 구는 마스크 구매가 어려운 기초생활수급자, 한부모가정, 독거노인 등 저소득 취약계층에 마스크 2만개를 지난 6일부터 배부했다. 1인당 KF94 마스크 5개, 손소독젤 100㎖짜리 1개씩을 지급한다. 구는 마스크, 소독제 등 방역물품이 추가 확보되는 대로 각 동 취약계층 주민들에게 추가 배부할 계획이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지친 당신, 풀 한 포기 꽃 한 송이 읽으며 좀 쉬었다 갈래요?

    지친 당신, 풀 한 포기 꽃 한 송이 읽으며 좀 쉬었다 갈래요?

    임이랑 작가 ‘조금 괴로운…’ 반려식물서 얻은 위로 등 담아 ‘식물학 로맨스’ 소설도 인기서점가에 가드닝 에세이, 식물학을 소재로 한 소설 등의 출간이 이어지고 있다. 육식에서 오는 피로도를 극복하고 반려식물과 함께 지내며 얻는 힐링을 기록한 책들이다. ‘정적인’ 식물의 ‘동적인’ 이야기가 사람들에게 묘한 활력을 준다.에세이 ‘조금 괴로운 당신에게 식물을 추천합니다’(바다출판사)를 쓴 밴드 디어클라우드의 베이시스트 임이랑은 가히 식물애호가라 불릴 만하다. EBS 라디오 ‘임이랑의 식물수다’를 진행하는 그는 지난해 ‘아무튼, 식물’(코난북스)을 펴낸 데 이어 두 번째 식물 에세이를 냈다. 책에 담긴 글 29편에는 식물의 존재로부터 찾은 삶의 위로, 사나운 마음을 가라앉히려는 노력 등이 담겨 있다.그의 말에 따르면 식물을 키우는 일은 곧 ‘관심’의 문제다. ‘내 집의 어떤 창에서 가장 빛이 잘 들어오는지, 내가 키우는 식물이 건조한 걸 좋아하는지 습한 걸 좋아하는지, 일년생인지 다년생인지 관심을 갖고 길게 바라봐 주면 즐겁게 크는 게 바로 식물’(15쪽)이라는 것이다. 책을 편집한 염은영 바다출판사 편집자는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도 박쥐에게서 왔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육식의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한 일련의 피로감이 있는 것 같다”며 “식물 애호 에세이의 출간은 그런 분위기에서 벗어나려는 흐름들”이라고 말했다.지난달 초 출간된 일본 작가 미우라 시온의 장편소설 ‘사랑 없는 세계’(은행나무)는 ‘식물학 로맨스’를 표방하는 독특한 책이다. 식물에 매료된 대학원생 모토무라와 그를 좋아하는 요리사 후지마루를 중심으로 일과 사랑에 열정을 쏟는 사람들의 일상을 그렸다. 소설 제목이기도 한 ‘사랑 없는 세계’는 식물의 세계를 말한다. 인간과 같은 감정이 없는 식물은 단어 그대로 사랑이 존재하지 않는 세계를 살아간다. 인간 입장에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메커니즘이지만, 그럼에도 식물은 환경에 적응하고 왕성하게 번식해 지구 여기저기서 살아가고 있다. 그런 식물을 사랑하는 이들의 진심과 그들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음 등 다양한 감정의 화학작용은 결국 돌고 돌아 식물의 생(生)을 이룬다. “그 열정을, 알고 싶은 마음을, ‘사랑’이라고 하지 않나요?”(457쪽)라는 후지마루의 말이 주는 울림이 사랑의 본질을 알게 한다. ‘사랑 없는 세계’는 지난해 일본 서점대상 본상에 올랐다. 작가 미우라 시온은 일본 식물학의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일본식물학회 특별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이소영의 도시식물 탐색] 다채로운 꽃색을 보았으면

    [이소영의 도시식물 탐색] 다채로운 꽃색을 보았으면

    식물을 그리기 위해 처음으로 물감과 색연필을 샀던 날을 기억한다. 대학 학부 3학년 수목학 수업. 교수님께서 교정 나무를 그림으로 그려 도감을 만들라는 과제를 내셨고, 나는 수업이 끝나고 시내의 대형 서점에 가서 60색 색연필과 수채화 물감을 샀다. 나는 그렇게 식물을 그리기 시작했다. 학교 조경수인 은행나무, 진달래, 개나리부터 시간이 지나 학부를 졸업해 수목원에 들어가 우리나라 자생식물 그림을 본격적으로 그릴 때까지도 그 물감과 색연필은 늘 나와 함께였고, 그렇게 그들은 모두 그림 속 식물이 됐다. 닳아 없어진 물감과 연필을 아쉬워하며 나는 수없이 새 물감을 사야 했다.닳는 건 대체로 녹색 계열이었다. 식물 기관 중 잎 표면적이 가장 넓어서인지 연두색, 녹색 물감을 늘 새로 사야 했다. 녹색 다음으로는 가지와 수피의 색인 갈색, 그리고 노란색, 빨간색, 분홍색, 보라색 순이었다. 이것은 식물의 꽃과 열매 색이다. 그러나 나는 유난히 파란색은 잘 사지 않았다. 특히 쨍한 하늘색이나 초록과 파랑 사이의 민트색은 십년이 지나도록 처음 그대로의 모습이다. 속이 비어 쭈글쭈글해진 다른 물감들 사이에서 새것과 같은 푸른 계열의 물감을 보면서 산수국이나 솔체꽃과 같은 늦여름과 가을 사이의 푸른 꽃에 소홀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노란색이나 보라색에 비해 푸른색 꽃을 피우는 종수가 적긴 하지만, 나 스스로도 매년 여름과 가을에 유독 바빠 푸른 꽃이 많이 피는 시기엔 평소만큼 조사를 많이 다니지 못한 후회도 있긴 하다. 꽃의 색이란 곧 꽃잎의 색인데, 이것은 수분을 도울 매개자인 동물의 이목을 끌기 위한 역할을 한다. 다양한 식물이 살고 있는 숲에서 한정된 나비와 벌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는 이들이 좋아할 만한 색을 보여 주거나 향을 내거나 식물 각자의 방법으로 경쟁해야 한다. 벌과 나비의 이목을 끌기 위해서 해바라기는 노란색 꽃, 작약은 붉은색, 알리움은 보라색 꽃잎을 피운다. 흰 꽃은 대개 나방과 딱정벌레 혹은 나비가 좋아하고, 새들은 붉은색 꽃을, 벌과 나비는 노란색부터 보라색까지 좋아하는 색 스펙트럼이 넓다. 그러나 늘 새롭고 특별한 것을 좋아하는 인간이란 동물은 식물에서도 지속적으로 새로운 색을 찾는다. 2년 전 세계 최대의 구근식물 꽃 축제인 네덜란드 퀴켄호프에서 특별한 색의 튤립을 보았다. 이미 ‘버블’을 경험한 만큼 본래의 색을 넘어 노란색과 붉은색의 줄무늬, 검은색, 회색 등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색으로 이미 육성됐을 것만 같은 튤립에서 새로운 색을 찾을 수 있을까 싶었는데, 나는 녹색 튤립 앞에서 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다른 사람들도 그 앞에 서서 사진을 마구 찍었다. 이미 다채로운 튤립 꽃에 익숙해진 우리에게 잎과 같은 색의 꽃이야말로 신선한 충격이었다. 과학기술이 발전하면 발전할수록 인류는 가장 최초로 회귀하고 싶어 한다고 했던가. 사실 녹색이야말로 최초의 꽃색이기 때문이다. 학자들은 초기의 꽃은 녹색이라고 추측한다. 다만 시간이 지나고 꽃이 다양해지면서 수분 매개자인 동물의 관심을 얻기 위한 경쟁을 치열하게 하다가 다채로운 색으로 진화한 것이다. 물론 이것은 자생식물의 이야기다. 도시 원예식물의 꽃색은 인간의 욕망에 따라 진화해 왔다. 지금 한창 길가 화단에 심겨 있는 팬지야말로 인류가 만들어 낼 수 있을 모든 색을 꽃잎에 담았다. 팬지의 꽃을 그리는 동안 나는 지금껏 쓰지 않았던 푸른 계열의 물감과 연필까지 거의 모든 색의 재료를 썼다. 흰 꽃의 명암을 넣기 위한 회색부터 빨간색, 노란색, 파란색, 보라색, 검은색까지. 팬지는 달리아와 더불어 가장 다양한 색으로 육성된 화훼식물이다. 심지어 팬지 색상환이란 게 있을 정도다. 게다가 이들 다섯 개 꽃잎은 모두 같은 색이 아니라 꽃잎마다 색이 다르다.이들의 다채로운 색은 정원뿐만 아니라 음식에도 이용된다. 학부 시절 처음 먹어 본 꽃 비빔밥은 노란색, 보라색 팬지로 장식돼 있었다. 식용꽃으로 자주 쓰이는 팬지는 요리의 장식이면서 영양분을 제공하는 미래의 식량으로 제기되기도 한다. 팬지를 보면서 나는 우리가 또 앞으로 얼마나 특별하고 이상한 색을 찾을 것인지 궁금해졌다. 누군가는 촌스럽다고 하는 철쭉의 진분홍색도 생존을 위해 띄게 됐다. 꽃집 매대 구석의 화려한 팬지 또한 우리가 스스로 만들어 도시로 가져온 색이라는 것을 기억한다면 지금 이 떠들썩하고 삭막한 도시에서 피기 시작하는 봄꽃들의 색 하나하나가 소중해지고, 그렇게 우리 마음도 조금은 여유로워지지 않을까.
  • 처용탈 명인 김현우 전시회 개최

    처용탈 명인 김현우씨가 전시회를 개최한다. 김씨는 12일부터 오는 21일까지 울산 남구 장생포 고래로 131 창작스튜디오 갤러리에서 피나무, 느티나무, 은행나무, 오동나무, 감나무 등으로 만든 100여점의 탈을 선보인다. 김씨는 젊은 시절 처용에 대한 시를 읽은 후 처용설화와 처용무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한다. 이후 34년째 처용탈을 만들기에 매달리고 있다. 김씨는 “처음에는 일본제국주의 때 일본인이 만든 처용탈을 보고 만들기 시작했으나 그 탈이 ‘악학궤범’이나 처용무 그림에 등장하는 탈의 형상과 너무 다르다는 것을 알고 우리의 탈을 만들어야 하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그동안 고증된 처용탈을 제작해 70여차례 개인 및 단체전시회를 열었고, ‘처용에 관한 연구’ 등 7편의 논문도 발표했다. 울산박물관을 비롯한 국내 박물관은 물론 일본 등 일부 해외 박물관에서도 그의 처용탈을 소장하고 있다. 2015년에는 ‘한국예술문화 명인’ 인증을 받았다. 지금은 자신의 외길 인생을 기록한 ‘처용탈장 김현우의 양반걸음으로 천천히 살아가는 이야기’ 출간을 준비하고 있다. 울산 박정훈 기자 jhp@seoul.co.kr
  • 강남 대치동 ‘은행나무 골목’ 재생 완료

    서울 강남구는 대치동 ‘은행나무 골목길’ 재생 사업을 마쳤다고 10일 밝혔다. 구는 재개발로 사라져가는 골목길을 보존하기 위해 이번 사업을 추진했다. 은행나무 골목길(삼성로64길)에 자리한 580년 된 보호수인 은행나무 장수와 마을 안녕을 위해 매년 개최되는 ‘한티골 은행나무 문화축제’에서 착안했다. 구는 어린이 통학로 구간에 보도블록을 신설하고, 난간을 설치해 불법주차로 인한 차량 통행 불편과 보행자 교통사고 위험도 줄였다. 도로 바닥엔 은행잎을 그려 골목 특색도 살렸다. 구는 지난해 10월 열린 한티골 은행나무 문화축제에 제수용품, 행사비 등을 지원했다. 올해에는 어린이 그림전시회, 원예 교육 등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할 계획이다. 김현정 도시계획과장은 “이번 사업을 통해 골목길 가치가 되살아나고 주거 환경도 개선될 것”이라며 “강남의 실핏줄 같은 골목길을 살려 일·삶·문화가 어우러진 쾌적한 정주 여건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도산대로13길·압구정로12길→가로수길…강남, ‘가로수길’ 법정도로명 변경

    서울 강남구는 도산대로13길과 압구정로12길의 법정도로명을 ‘가로수길’로 변경하기 위해 오는 23일 신사동주민센터에서 주민설명회를 연고 21일 밝혔다. 명예도로명인 가로수길은 구가 2008년 직권으로 부여했으며, 법정도로명보다 널리 알려져 있다. 왕복 2차로 거리를 따라 은행나무 160여 그루와 카페·맛집·옷가게 등이 줄지어 있으며, 지난 3년간 110만여명의 관광객이 방문했다. 구는 도로명 변경을 위해 주민설명회 개최 이후 3월 31일까지 의견 수렴을 한다. 4월엔 수렴된 의견을 토대로 ‘도로명주소위원회’를 개최하고, 주소사용자 과반수의 서면동의를 얻어 도로명을 변경할 계획이다. 이동길 부동산정보과장은 “이번 도로명 변경과 같은 생활밀착 행정으로 구민에게 ‘기분 좋은 변화’를 선사하고, 국내외 관광객들에게 ‘강남다움’을 느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신가영의 장호원 이야기] 새해 삭풍이 불어도

    [신가영의 장호원 이야기] 새해 삭풍이 불어도

    삭막한 바람이 마당을 채우는 날. 여전히 고양이들은 쥐를 쫓고 개들은 고양이 보면 짖어 대기 바쁘다. 매해 조금씩 자라는 나무들은 온 잎을 떨군 채 삭풍을 맞고 있다. 걷는 걸음마다 뽀드득뽀드득 내는 소리. 녹지 않은 눈 밟는 소리만은 아니다. 풀이 자라는 것도 아닌데 남은 흔적들 밟는 발걸음이 조심스럽다.문득 큰 키를 자랑하는 은행나무를 보고 있자니 상상의 나래가 성긴 나뭇가지마다 매달린다. 저 나무가 잭과 콩나무처럼 구름을 뚫고 끝없이 자란다면 어떨까? 고양이는 빨리 달리지만 지속력이 떨어져 오래 달리지 못한다는데 그 한계가 없다면 어떨까? 늘 주변을 배회하는 새들이 끝없이 날기만 한다면? 볼 가득 도토리를 물고 가는 다람쥐 그 주둥이에 한없이 담을 수 있다면? 집을 지키는 개가 끝없이 짖기만 한다면, 한없이 먹는 것이 가능하다면? 더이상 할 수 없을 지점이 없다면 주변을 채우는 것은 상상으로 만나던 괴물이겠다. 살면서 흔히 듣는 말 중 하나가 한계를 뛰어넘으라는 것이다. 그것이 과연 온당한 말일까 생각해 본다. 고양이는 보통 뛰지 않는다. 느릿느릿 걷는 모습이 일상이다. 기분 좋아 뛰는 모습은 바쁘지 않아 공중에 떠 있는 모습으로 보일 정도다. 최대치를 뛰는 일은 영역 다툼을 하거나 사람이나 큰 동물에게 쫓겨 도망칠 때다. 집에서 키우는 고양이들과 달리 길고양이들에게 영역 싸움은 생존의 문제라 그 싸움이 격렬하다. 싸우지 않아도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넉넉하게 사료를 챙겨 주지만 여전히 싸움은 그치지 않고 있다. 그래도 괴물은 아니다. 우리들은 어떠한가. 힘을 믿고 이익만을 좇아 끝없이 한계를 넘어 버리고 싸우고 파괴하는 군상들. 굳이 전쟁이 아님에도 삶을 접어야 하는 많은 사건이 비일비재하고, 무소불위 힘이 무엇인지 여전히 보게 되고, 거침없이 쏟아 내는 말들은 살아 있는 창이 돼 읽는 이들은 상처투성이다. 그래도 괴물은 아닐 수 있을까? 가끔 딱따구리가 찾아와 나무에 붙어 있는 벌레를 제거하느라 따닥따닥 소리를 낸다. 그 덕에 마당이 따스해진다. 보이지 않아도 늘 그들과 함께하는 마당. 마지막 달력을 떼어 내며 한숨이 아쉬움 속에 절로 새어 나오지만 그들과 함께 살아갈 수 있어서 고마운 한 해였다. 따뜻한 한 해였다.
  • 서울 노원구, 상계로 확장으로 노원구 진출입 빨라진다

    서울 노원구, 상계로 확장으로 노원구 진출입 빨라진다

    서울 노원구가 상계 덕송간 광역도로와 연계된 상계로 확장공사를 마치고 전면 개통했다고 27일 밝혔다. 총 사업비 452억원(국비 281억원, 시비 171억원)을 투입해 2016년 11월 착공했다. 덕릉터널 초입부터 당고개역 인근 기업은행 사거리까지 541m 구간의 왕복 3차선이었던 도로를 4차선으로 늘리고 폭은 15m에서 25~30m로 넓혔다. 이와 함께 상·하수관 정비도 완료했다. 또한 버스가 정차할 때 교통 흐름이 막히는 것을 개선하기 위해 버스베이(버스 정차 공간)를 확보했다. 구는 서울 동북부와 경기 북부를 연결하는 광역 도로망의 시발점이 될 상계로 확장 개통으로 노원구 진출입이 한층 빠르고 편리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 도로는 차량 정체가 극심했던 곳이다. 남양주 별내에서 덕릉터널을 지나 상계동으로 진입 시 왕복 4차선이었던 도로가 3차선으로 감소하기 때문이다. 병목현상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과 매연, 소음 등으로 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어 왔다. 이번 상계로 확장은 교통 흐름 개선 이외에도 여러 가지 의미를 갖는다. 먼저 확장 구간 내 건축물에 대한 ‘철거 안전관리 대책’ 수립이다. ‘노원구 철거 전문위원회’를 적극 활용해 총 52동의 건물을 철거하는 동안 단 한건의 안전사고도 발생하지 않았다. 또한 건물 철거 시 ‘정밀 안전점검 진단’으로 인접 건물의 균열과 파손을 방지해 다른 건물에 피해가 가는 것을 사전에 예방했다. 두 번째로 오랫동안 무질서하게 설치한 공중시설물을 정비하고 가로 환경을 개선했다. 한전, KT 등과 전신주·공중선로 지중화를 위한 협약을 이끌어냈다. 현재 지중화 공사 공정률은 70%로 겨울철 도로 굴착 통제가 해제되는 내년 3월부터 공사를 재개해 6월까지 완료할 예정이다. 아름다운 거리를 만들기 위해 확장공사 구간 내 조경사업도 추진했다. 지역 주민의 의견을 반영해 기존 은행나무를 왕벚나무로 교체하고 건물 철거로 인해 발생한 자투리땅에 녹화를 추진했다. 마지막으로 주민들과의 소통을 통해 공사 중 발생할 수 있는 장애요소를 사전에 차단하고 주민들의 의견을 공사에 반영했다. 건물 철거로 인해 오랫동안 정들었던 삶의 터전과 일터를 옮겨야 하는 주민들과는 지속적인 면담을 통해 순조롭게 이주를 완료시켰다. 주민 입회하에 경계 측량을 실시해 신뢰도를 높였을 뿐만 아니라 지역 주민들의 교통 불편을 해소하고자 노원경찰서와 협의해 교통 신호체계를 변경했다. 기업은행 사거리에서 덕릉터널 방면으로 이동 시 성림아파트 주변으로 진입이 용이하게 비보호 좌회전을 설치해 교통 불편을 해소했다. 오승록 노원구청장은 “상계로 확장으로 인해 지역 주민들 뿐만 아니라 인근을 오가는 모든 분들이 쾌적하고 막힘없는 노원구 진출입이 가능해졌다”며 “앞으로도 안전하고 편리한 도로 환경을 만들어 나가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 ‘강남불패’ 민낯 품은 川… 풍요와 가난 사이 말없이 흐른다

    ‘강남불패’ 민낯 품은 川… 풍요와 가난 사이 말없이 흐른다

    서울신문이 서울시, 사단법인 서울도시문화연구원과 함께하는 2019서울미래유산-그랜드투어 ‘제34차 양재천’ 편이 지난 14일 강남구 대치동과 개포동 일대에서 2시간 동안 진행됐다. 서울미래유산을 사랑하는 참석자 40여명은 이날 오전 10시 지하철 분당선 한티역 4번 출구에서 출발해 ‘대한민국 사교육 1번지’ 대치동 학원가를 살짝 엿봤다. ‘스타숲’이라고 불리는 늘벗근린공원을 거쳐 습지생태계가 살아 있는 겨울의 양재천을 산책했다. 양재천은 거대한 아파트 단지 사이를 비집고 생명수처럼 흘렀다. 강남구 대치동과 개포동을 연결하는 영동4교에서 시내버스를 타고 ‘강남의 빈자촌’, 구룡마을로 향했다. 대모산으로 올라가는 구룡마을 입구에는 투쟁을 알리는 울긋불긋한 현수막이 여기저기 나붙어 있어서 어수선했다. 만일의 불상사를 우려해 구룡마을에는 들어가지 않았다. 이날 코스 중 서울미래유산은 모범적인 생태계 복원을 기리고자 2015년에 선정된 양재천이 유일했다. 이지현 서울도시문화지도사가 해설을 맡아 양재천의 어제와 오늘을 들려줬다.양재천은 관악산에서 발원해서 과천 막계천을 거쳐 강남구와 서초구를 가로지른 뒤 탄천과 합류하는 길이 15.6㎞의 하천이다. 원래는 한강과 직접 맞닿은 한강지류였지만 1970년대 개포지구 토지구획정리사업으로 구불구불하던 곡류 하천이 직선화되면서 인위적으로 탄천과 연결됐다. 강남을 대표하는 별개의 하천이던 탄천과 양재천은 물길이 바뀌면서 탄천이 본류, 양재천이 지류가 됐다. 탄천은 또 강남구와 송파구를 나눈다. 손정목의 ‘서울 도시계획 이야기’에 따르면 강남 개발이 시작되기 전인 1970년 1월 “강남지역(한강 이남)에서 가장 장래성이 있고 투자 가치가 있는 곳이 어딘가?”라는 당시 박정희 정권의 실세 박종규 경호실장의 질문에 윤진우 서울시 도시계획과장이 “탄천을 경계로 그 서부지역 일대(현재의 강남구)입니다”라고 답했던 바로 그곳이다. 양재천과 탄천의 만남이 강남 부동산 불패 신화의 출발 지점인 셈이다. 매입 자금 중 2억 5000만원은 당시 공화당 재정위원장인 김성곤 쌍용그룹 창업주가 정치헌금으로 냈는데 그 보상으로 대치동과 삼성동의 땅 6만 2000여평이 주어졌다. 이 중 2000평 정도는 오늘의 테헤란로 일대의 일급지였고, 나머지는 탄천과 양재천이 만나는 지점의 높이 50m가량의 돌산 등 버려진 땅이었다. 1974~1978년 사이 탄천과 양재천에 제방이 쌓이기 전까지 비만 오면 잠기던 상습 침수지였다. 1970년대 후반 골재난 때 돌산을 폭파해 골재로 팔았고, 1981년 그 자리에 지은 아파트가 학여울역 앞 대치동 쌍용1차·2차 아파트다. 한보주택 정태수의 은마아파트와 함께 대치동 시대의 서막이었다.조선시대 양재동은 한양과 삼남 지방을 이어 주는 한강 이남 최대의 역, 양재역이 있었다. ‘한국지명총람’에는 “쓸 만한 인재들이 모여 살아 양재동이라 했다”고 유래를 전한다. 양재천은 양재동이라는 지명에서 따왔다. ‘동국여지승람’에 따르면 양재천의 본래 이름은 공수천이었다. 김정호의 ‘대동여지도’에도 양재천의 상류는 공수천, 하류는 학탄(학여울)이라고 그려져 있다. 굽이치는 여울에 학이 날아들 정도로 풍광이 뛰어났다. 청계천, 중랑천, 안양천, 불광천과 마찬가지로 한때 오염 하천의 대명사였다. 1995년 7월부터 강남구와 서초구, 과천시 등 자치단체 주도로 ‘양재천 살리기 운동’이 전개돼 청정 하천으로 되살아났다. 수질 개선과 생태계 복원으로 고층 아파트 단지 속의 안식처로 변했다. 대동여지도를 보면 한강 이남에는 지명이 몇 개 나오지 않는다. 강북 쪽에 더 가깝게 붙어 있던 옛 잠실섬 아래로 송파, 삼전도라는 나루의 이름이 나오고, 탄천과 학탄이 등장한다. 양재역 좌우로 우면산과 대모산이 뚜렷하다. 현재의 강남에 해당하는 지명은 탄천, 학탄, 양재에 불과하다. 구룡산은 지도에 없는 무명의 산이었다. 1871년에 편찬된 ‘광주부읍지’에는 1970년대 강남 개발 이전의 지세가 비교적 잘 나타나 있다. 봉은사와 양재역 그리고 선정릉을 중심으로 경기 광주군 언주면이, 대모산과 헌인릉을 중심으로 광주군 대왕면이 묘사돼 있다. 현재의 서초구인 시흥군 신동면과 함께 18세기 후반 이후 한양도성민이 먹을 채소 재배지로의 역할을 맡았다. 대치란 우뚝 솟은 큰 고개를 뜻한다. 서울은 200여개의 고개와 30여개의 하천으로 이뤄진 산수의 도시다. 고개(峴)보다 더 높은 고개가 치(峙)다. 대치2동은 강남 개발 이후의 신생도시가 아니라 구릉지에 형성된 자연부락이다. 대치의 순우리말인 한티라고도 불렸다. 탄천과 양재천의 합류 지점에 위치한 대치동은 농사를 지을 수 없는 침수지였다. 한티나 학여울은 다행히 지하철 역명으로 남았다. 한티마을은 한터마을이라고도 하는데 530살이 넘은 은행나무가 있어서 은행나무제사가 열렸고 지금은 ‘한티골 은행나무 문화축제’로 전승됐다.대치동에 28개 동 규모의 은마아파트 단지가 들어선 것은 1979년이었다. 한보주택은 1985년 은마아파트 단지 남쪽에 미도아파트 21개 동을 추가로 지으면서 아파트재벌의 탄생을 알렸다. 강남구의 남쪽 끝, 대모산과 구룡산 아래, 양재천과 탄천을 낀 허허벌판 258만평이 택지개발촉진지구로 지정된 것은 1981년 4월이다. 개포지구는 순식간에 금싸라기 아파트촌으로 둔갑했다. 대치동은 강남의 주변부였다. 1976년 12월 28일자 ‘동아일보’에는 “무교동은 평당 39만~90만원, 고속버스터미널이 건설될 예정인 반포동은 평당 60만~70만원인 반면 대치동과 도곡동은 4만~5만원으로 서울에서 땅값이 가장 싼 곳”이라는 기사가 실렸을 정도다. 탄천과 양재천 제방건설은 대치동의 지형을 순식간에 바꿨다. 10년 만에 강남의 대표적 아파트 단지가 됐고, 또 10년이 지난 뒤에는 양재천과 탄천변까지 최고급 아파트 단지가 빽빽하게 들어섰다. 한티라는 옛 고을 이름처럼 솟았다. 강남 개발을 담당한 서울시 관계자의 예언대로 탄천 서쪽, 양재천 주변은 강남 최고의 아파트 거주단지가 됐다. ‘대한민국 사교육의 메카’ 대치동의 군림은 강북 명문고교의 강남 이전과 강남 8학군 형성 이후 필연의 수순이었다. 2017년 현재 대치동 일대의 입시학원 수는 1200여개로 목동의 960여개, 상계동과 중계동을 합친 720여개를 압도한다. 지하철 3호선 도곡역과 대치역, 분당선 한티역이 사각형으로 둘러싼 지역이다. 은마아파트 사거리를 가로지르는 도곡로와 삼성로에 면한 상업건물, 아파트 단지의 상가, 대치4동의 다가구 밀집 블록 내의 근린상가 또는 주거용 건축물 곳곳에 학원이 깃들여 있다. 대치동은 명문 중고교와 학원, 그리고 고급 아파트 단지를 품은 강남의 민낯이다. 양재천은 그 사이를 말없이 흐른다. 글 노주석 서울도시문화연구원 원장사진 김학영 연구위원 ■다음 일정: 제35회 서울의 문학5 (박완서의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집결 장소: 12월 21일(토) 오전 10시, 독립문역 4번 출구 ■신청(무료): 서울미래유산 홈페이지(futureheritage.seoul.go.kr) ■문의: 서울도시문화연구원(www.suci.kr)
  • [책꽂이]

    [책꽂이]

    살아 있는 한, 누구에게나 인생은 열린 결말입니다(강의모 지음, 목수책방 펴냄) 10년 넘게 SBS 러브FM ‘책하고 놀자’의 작가로 일해 온 저자가 독서를 주제로 쓴 글을 모아 엮었다. 그간 책을 매개로 만난 사람과 그들과 함께한 시간 속에서 건져 올린 경험들을 적었다. 작가에 따르면 책 읽기는 ‘겸손과 비굴 사이에서 균형을 잘 잡아야 하는 삶 속에서 버틸 수 있게 해 준 힘’이다. 200쪽. 1만 3000원.소소하지만 단단하게(배연국 지음, 글로세움 펴냄) 천사들이 인간 세상의 ‘소확행’을 찾으러 가는 여정과 그들이 찾아낸 지혜 보따리를 28가지 ‘인생 우화’에 담았다. 신화와 별자리 설화 등을 재가공한 천사의 존재, 실존 인물 및 작가의 상상력으로 그려 낸 우화 주인공들의 얘기가 소소하지만 쉽게 지나칠 수 있는 인간 삶의 허구를 꿰뚫는다. 272쪽. 1만 4000원.우리가 절대 알 수 없는 것들에 대해(마커스 드 사토이 지음, 박병철 옮김, 반니 펴냄) 양자물리학과 우주론, 지각과 인식, 신경과학 등 첨단과학의 경계를 탐험하는 책. 옥스퍼드대학의 과학 대중화 사업을 이끌고 있는 저자는 우주는 무한한지, 빅뱅 이전에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등 여러 의문에 대해 지식의 한계를 시험한다. 596쪽. 2만 8000원.무지개는 더 많은 빛깔을 원한다(한국성소수자연구회 지음, 창비 펴냄) 교육학, 법학, 보건학, 사회복지학, 사회학, 신학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결성된 연구자 모임인 한국성소수자연구회에서 펴낸 책. 혐오의 세상을 살아 가는 성소수자의 삶을 면담 자료와 통계를 통해 그려 내고, 성소수자의 가족구성권과 재생산권, 트랜스젠더 성별정정 등 여러 쟁점을 논한다. 344쪽. 1만 8000원.광장의 법칙(한병진 지음, 곰출판 펴냄) ‘정치의 본질은 싸움’이라고 보는 정치학자가 광장 정치의 본질인 싸움과 투쟁의 작동 과정을 고찰한 저작. 소수의 정치 세력뿐 아니라 민주적 의지를 지닌 시민의 집단적 힘으로 광장에서 싸움에 승리하는 전략과 전술을 제시한다. 292쪽. 1만 7000원.베로니카의 눈물(권지예 지음, 은행나무 펴냄) 이상문학상, 동인문학상을 연달아 수상한 작가가 10년 만에 펴낸 소설집. 한 편의 중편과 다섯 편의 단편으로 묶인 소설집은 파리, 발칸반도 등 ‘이국’과 ‘낯선 장소’라는 장치를 적극 활용해 인물 사이에 느껴지는 미묘한 감정의 변화를 그리고 있다. 336쪽. 1만 4000원.
  • [미래유산 톡톡] ‘서울로7017’ 동서 연결 효과… 그곳엔 공동체가 있다

    [미래유산 톡톡] ‘서울로7017’ 동서 연결 효과… 그곳엔 공동체가 있다

    서울 미래유산인 서울역 앞 ‘서울역광장’은 1919년 3·1운동의 주요 거점이었다. 또한 만세운동 이후 새로 부임한 사이토 마코토 총독에게 강우규 의사가 폭탄 세례를 안겨 준 항일의 근거지다. 해방 이후 1960년대에는 무작정 상경하는 사람들로 붐볐고 1980년과 1987년에는 민주화를 위한 외침이 메아리쳤던 곳이다. 이 두 지역을 연결해 주는 게 서울시장 김현옥에 의해 만들어진 ‘서울역고가도로’다. 이 또한 서울미래유산이다. 서울역고가도로는 40여년 만에 철거돼 2017년 ‘서울로7017’로 새롭게 태어났다. ‘서울로7017’은 서울역고가도로가 1970년에 개통돼 2017년에 서울로로 바뀐 것을 의미한다. 서울역 고가도로를 설치한다고 처음 발표할 때 많은 사람들이 반대했다. 건축협회를 비롯해 전문가들은 교통 흐름에 큰 변화가 없을 것이고 나중에 흉물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고가의 설치로 이 지역 교통 흐름은 비약적인 발전을 가져왔고, 나뉘었던 동과 서가 연결되는 효과가 생겼다. 이를 통해 서울역 서쪽에는 새로운 산업군이 형성됐다. 남대문과 명동 쪽 의류를 납품하던 봉제공장들이 회현동과 후암동에서 월세와 인건비가 싼 서계동, 만리동 쪽으로 대거 유입되기 시작한 것이다. 상대적으로 여성복을 납품하던 이들이 이쪽 지역으로 옮겨 오면서 서계동 유역은 소규모 가내공업 형태의 봉제공장들이 우후죽순 늘어 갔다. 서부권의 봉제공장이 얼마나 있는지 아직도 정확히 파악이 안 되는 실정이다. 이 봉제공장들이 이 지역의 생활 흐름을 바꿔 놨다. 기무사 수송대였던 곳에 국립극단이 옮겨 오고 ‘백성희, 장민호 극장’이 들어서면서 문화적으로도 많이 보완됐다. ‘서울역 일대 도시 재생 프로젝트’로 새롭게 들어선 지역 공동체 거점인 ‘감나무집’, ‘은행나무집’도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청파로를 수없이 다니면서도 이곳의 정체성을 아는 사람들은 드물다. 과감하게 차에서 내려 서계동 골목에 나서 보자. 그러면 아직 변질되지 않은 공동체의 모습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철길 저쪽에는 ‘살아내려는 사람들’이 있고, 이쪽에는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한이수 서울도시문화지도사
  • [흥미진진 견문기] 근·현대 사이 회색지대… 색다른 ‘80년대 이전 모습’

    [흥미진진 견문기] 근·현대 사이 회색지대… 색다른 ‘80년대 이전 모습’

    서울역광장은 떠나는 사람과 기다리는 사람, 모이는 사람 등으로 북새통이었다. 근현대의 시간 속에 많은 의미를 담은 이곳은 지금 ‘문화역 서울 284’로 사용되고 있다. 1919년 삼일만세를 외쳤던 사람들, 1980년 5월 대통령 직선제를 요구하던 민주주의의 함성이 메아리치던 곳이다. 서울역 앞 고가를 일종의 스카이워크로 바꾼 ‘서울로7017’을 지나갔다. 1970년대에 만들어진 고가도로를 2017년 17개의 길로 바꾸었는데, 그 높이가 17m라는 의미를 가진 이름이다. 고층 빌딩숲 사이로 254종의 대형 화분들이 놓여 있는 이색적이 공간이 펼쳐졌다. 철로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곳에서 철길들을 바라보며 인천, 부산, 만주 등 일제가 우리나라를 통해 중국으로 진출하기 위한 통과지로서의 기반시설로 철로를 냈다는 해설자의 설명에 마음이 씁쓸했다. 철조망에 걸려 있던 수없이 많은 기차 모양 열쇠고리에서는 통일을 염원하며 평화열차가 달리기를 바라는 시민들의 마음을 엿볼 수 있었다. 화려한 빌딩들을 등지고 서계동으로 가는 길, 후미진 골목 안쪽으로 들어가니 간판도 없는 낙후된 건물들이 보였는데 대부분 영세한 봉제공장들이었다. 2000여개나 밀집돼 있다고 했다. 공장 건물이 있던 자리 한가운데로 도로가 나면서 두 동강 난 건물이 신기했다. 가파른 청파언덕 위에서 바라본 서울역 주변은 근대와 현대가 부딪치는 회색지대였다. 도시재생 프로젝트에 따라 오래된 가옥을 사들여 은행나무집이나 감나무집과 같은 이름을 내걸고 마을 공동체 공간을 만들고, 지역 주민들이 자유롭게 들락거리면서 육아와 교육, 취미의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었다. 멀리서도 한눈에 보이던 체리 빨강 건물인 국립극단은 넓은 대지에 단층 구조로 된 것이 특이했는데 과거 국군기무사령부 수송대 자리를 활용한 것이라고 했다. 1981년 당시 막사와 사무실, 전기창고, 차고 등으로 쓰여 주변에 높은 건물을 올리지 못하게 했다고 했다. 이 일대가 1980년대 이전의 모습으로 머물러 있는 듯한 느낌이 드는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강렬한 컬러를 입히고 인조잔디를 깔았지만 다소 어둡다는 분위기를 지울 수 없었다. 이지현 책마루독서교육연구원
  • [신가영의 장호원 이야기] 덮고 품는 동짓달

    [신가영의 장호원 이야기] 덮고 품는 동짓달

    맑은 가을 지나고 겨울로 가는 아침은 서리와 안개로 흐리기만 하다. 눈은 언제 오려나. 입동 지나고 소설도 지나면 첫눈 오던데 밤사이 잠깐 비 내리고 쌓인 건 낙엽뿐. 어느새 하늘로 받은 것을 내려놓아 온 대지를 덮어 주는 겨울로 가는 길목에 서 있다. 된서리 내린 아침 마당에 나서니 퇴비 냄새가 진동한다. 복숭아 나무를 많이 심어 놓은 마을이라 내년을 위해 퇴비를 뿌려 놓은 모양이다. 안개와 뒤섞이니 그 냄새가 짙게 배어 온다. 집에는 김장하느라 배추 뽑고 난 텃밭에 한 해 동안 묵힌 계분 얹어 주고, 김장하느라 나온 부산물들도 넣어 주고, 떨어지는 낙엽들 모아 덮어 줬다. 밤나무를 바라보니 여전히 잎이 많이 붙어 있다. 은행나무처럼 한꺼번에 후르르 떨어지면 좋으련만 밤나무는 바람 불 때마다 조금씩 떨어지니 한겨울 될 때까지 낙엽 쓰는 것이 아침 일이다. 겨울나기 힘든 나무들 보온재로 감싸 주는 것도 했고, 한겨울 바람에 독감 걸릴까 닭장과 강아지 울타리 비닐 치는 것도 했다. 김장 끝났으니 마당에 묻어 놓은 장독에는 동치미와 김장김치 채워 넣고, 무와 감자도 넣어 놨다. 대봉도 빈 항아리에 채워 놓았으니 한겨울 하나씩 꺼내 먹는 즐거움을 맛볼 게다.이 계절에 가지치기는 미리 해두는 것이 좋다 하여 대추나무와 소나무를 손보는데 마침 집고양이 한 마리 후다닥 지나간다. 발아래 내려다보니 생쥐 한 마리 정신없이 도망가고 그 뒤를 신나게 쫓고 있었던 것이다. 흠짓 놀라 뒷걸음질치다 생각해 보니 이곳에서 일상인 일이다. 그렇게 놀다 춥고 배고프면 집에 들어오는 고양이들, 날이 추워져 가니 집 안에 머무는 시간이 점차 길어져 간다. 걱정은 길고양이들이다. 집고양이보다 훨씬 몸집도 커지고 털도 풍성한데 그것은 견뎌야 할 환경이 그만큼 추위에 노출된 탓이겠다. 어느 찬바람 불던 날 어깨 움츠리고 걷고 있는데 환하게 불 켜진 가게 앞에서 돌부처마냥 기다리는 고양이를 보았다. 혹여 누가 나오려나 궁금하여 함께 기다려 보는데 바람소리만 가득한 밤이었다. 닫힌 문이 언젠가 열리고 따스한 훈기와 먹이를 챙겨 줄 이가 나오리라는 오랜 기다림이 그렇게 추울 수가 없었다. 집에 찾아오는 길고양이들도 그렇게 밖에서 기다린다. 따뜻하게 안아 주지는 못해도 허기지지 않게 챙겨야겠다.
  • [윤기자의 콕 찍어주는 그곳] 은행나무, 황금빛 날개 되어 - 영동 영국사(寧國寺)

    [윤기자의 콕 찍어주는 그곳] 은행나무, 황금빛 날개 되어 - 영동 영국사(寧國寺)

    #영국사(寧國寺) #은행나무 #천태산 “신비로워라 잎사귀마다 적힌 / 누군가의 옛추억들 읽어 가고 있노라면 / 사랑은 우리들의 가슴마저 금빛 추억의 물이 들게 한다.” <시 ‘은행나무’ 중에서, 곽재구, 1991> 은행나무는 억울하다. 가을이 되면 욕이라는 욕은 다 먹어 혈색(?)조차도 노랗게 변한다. 도심 보도(?道)에 떨어진 은행 열매는 거의 지뢰 취급을 받는다. 매년 가을마다 사람들은 떨어진 은행을 밟지 않으려고 무던히도 애를 쓴다 . 그러나 가로수가 은행나무인 이유가 다 있는 법.2018년 서울시 가로수 현황 통계에 의하면 서울 도심 가로수 총 306,287주 중에서 은행나무는 109,784주로 전체 36%에 육박한다. 그 다음 수종(樹種)으로는 양버즘나무, 느티나무, 왕벚나무 등이 그 뒤를 잇는다. 은행나무는 생육에 무척이나 강하고 사람 손을 타지 않는다. 오죽하면 진화론 주창자인 찰스 다윈은 은행나무를 ‘살아있는 화석(Living Fossil)'이라 불렀으며 히로시마 원폭(原爆) 당시 유일하게 살아남은 나무도 은행나무다. 그러다 보니 은행나무는 공룡과 암모나이트가 번성하던 중생대부터 지금까지 진화도 하지 않은 채 1목 1과 1속 1종의 식물 분류 계통을 유지하며 멸종되지 않고 지금껏 살아남았다. 또한 은행나무는 자동차 배기가스를 흡수 정화하는 능력이 우수하고, 나무의 껍질이 두껍고 코르크질이 많아 화재에도 불이 옮겨 붙지 않을 정도로 끄덕없다. 더구나 열매에는 독성이 있는 은행산이라는 성분이 있다. 바로 이 독(毒)성분에는 고약한 냄새가 있어 해충이나 뱀, 그리고 멧돼지와 같은 큰동물도 근접을 하길 꺼린다. 비록 인간에게는 열매 내음이 악취로 다가오겠지만 알고보면 인체무해한 천연 해충제가 바로 은행나무 열매다. 따라서 예로부터 집주변이나 사찰, 누각 등지에는 꼭 은행나무를 심은 이유가 있는 것이다. 암수 구별이 있는 자웅이체인 은행나무는 오직 암나무만이 열매를 맺는데 2011년 산림청에서 은행나무 성 감별 DNA 분석법을 개발하기 이전에 심은 가로수 암나무들을 현재 열매가 없는 수나무로 교체 작업중이다. 황금빛 날개짓 가득한 은행나무를 만나러 영동 영국사(寧國寺)로 가 보자. #가로수짱 #암수나무 #살아있는화석 우리나라에는 현재 총 23주의 천연기념물 은행나무들이 있다. 그 중에서 영동 영국사의 은행나무는 양평 용문사 은행나무와 더불어 우리나라에서도 첫 손에 꼽히는 은행나무다. 더구나 영국사의 은행나무는 가지의 뻗음과 방향이 자유분방해서 예로부터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수령 1000년으로 추정되는 높이 31m, 둘레 11m 암나무인 은행나무는 사찰 초입의 천왕문 역할도 하여 예로부터 영국사의 수호신으로도 인정받아 왔다. 또한 서쪽으로 뻗은 가지 중에서 하나가 유주(乳柱)가 되어 땅에 뿌리를 둔 후계목으로 자라는 신기한 현상도 볼 수 있다.영동군 양산면에 위치한 영국사는 충청의 설악산으로 불리는 ‘천태산(天台山, 해발 715m)' 기슭에 위치하고 있다. 따라서 방문객들은 천태산 입구 천태동천의 청아한 물소리를 들으며 천천히 올라가다보면 진주폭포와 삼단폭포를 만나고 곧 은행나무 한 주가 크게 솟아 있는 영국사 입구에 다다른다. 영국사는 신라 문무왕 8년(668년)에 창건되었고, 고려 명종 때인 12세기에 원각국사에 의해 중창이 된 것으로 추정된다. 고려 고종 때는 왕명으로 탑과 승탑, 금당을 새로 지어 국청사라 명명하기도 하였다. 그 후 공민왕이 홍건적의 난을 피하여 이 곳에서 국태민안을 기원함으로써 국난을 극복하고 나라가 평안하게 되었다 하여 현재의 영국사(寧國寺)로 개명하게 되었다.현재 영국사에는 원각국사비(보물 제534호), 영국사 승탑(보물 제532호), 영국사 삼층석탑(보물 제533호), 망탑봉 삼층석탑(보물 제535호), 영국사 후불탱화(보물 제1397호)와 높이 31미터가 넘은 천연기념물 제223호인 수령 1,000살 가량의 은행나무 등을 비롯한 지방유형문화재를 보유하고 있어 영동 지역에서는 대표적인 사찰로 이름나 있다. <영동 영국사에 대한 방문 10문답> 1. 방문 추천 정도는? - ★★★ (★ 5개 만점) - 우리나라 은행나무 유명 사찰은 양평 용문사, 영동 영국사, 금산 보석사, 청도 적천사 2. 누구와 함께? - 가족 단위의 가벼운 등산 코스로, 연인들의 데이트코스로 3. 가는 방법은? - 충북 영동군 양산면 영국동길 225-35(누교리1397) - 천태산 주차장에서 천천히 삼단폭포 쪽으로 걸어올라가면 된다. 4. 영동 영국사의 특징은? - 규모가 그리 크지는 않다. 대한불교조계종 제5교구 법주사의 말사로 은행나무와 천태산 등산로에 위치하여 유명한 사찰이다. 5. 여행지로서의 유명 정도는? - 주말을 제외하고는 항상 조용한 사찰이다. 6. 꼭 가 볼 장소는? - 은행나무, 원각국사비, 영국사 승탑, 영국사 삼층석탑, 망탑봉 삼층석탑, 영국사 후불탱화 7. 토박이들로부터 확인한 추천 먹거리는? - 짜장면 ‘덕승관’, 어죽 ‘가선식당’, 송어회 ‘송천가든’ 8. 홈페이지 주소는? - http://www.yeongguksa.com/bbs/content.php?co_id=1010 9. 주변에 더 볼거리는? - 노근리 평화공원, 난계 국악박물관, 월류봉, 물한계곡, 송호국민관광지, 옥계폭포, 반야사, 와인터널 10. 총평 및 당부사항 - 은행나무만 보러 가기에는 사찰의 규모가 작은 편이다. 시간을 두고 천태산 등산길 가운데 영국사를 만난다면 꽤나 괜찮은 절집이 될 수도 있다. 수령(樹齡)이 오래되다보니 노란 은행잎을 보기 위해서는 날짜를 잘 맞추어 가야 한다. 영국사 홈페이지에 은행나무 축제가 공지된다. 글·사진 윤경민 여행전문 프리랜서 기자 vieniame2017@gmail.com
  • [흥미진진 견문기] 행촌동·백양로·외솔관… 독립문 앞 숙연해지는 시간

    [흥미진진 견문기] 행촌동·백양로·외솔관… 독립문 앞 숙연해지는 시간

    3·1운동 100주년에 찾은 서대문독립공원 이곳저곳은 전날 비 온 뒤의 날씨와 맞물려 스산했다. 탑골공원에서 옮겨져 지난 8월 건립된 3·1독립선언기념탑을 기점으로 시작된 투어는 항일투쟁으로 순국한 선열들의 족적이 좌우에 배치돼 누구보다 나라를 위했던 그들의 정신을 가슴으로 느낄 수 있었다. 특히나 ‘밥 먹을 때마다 나라를 생각했다’는 장병하 애국지사의 족적은 찡한 여운을 남겼다. 여운을 뒤로하고 파리의 개선문을 본떠 화강석으로 건립된 독립문 앞에 섰다. 물리적 규모보다는 가슴에 크게 새겨야겠다는 해설사의 말씀을 듣고 잠시나마 초라하게 보였던 독립문이 커다란 의미로 다가오며 절로 숙연해졌다. ‘한글이 곧 목숨이다’며 일제강점기 때 한글을 지킨 독립운동가 외솔 최현배 선생의 작품 ‘사주오 두부장수’의 배경이 된 행촌동의 자취를 따라 걸었다. 작품 속처럼 ‘생선 사려’, ‘새우젓 사오’라는 골목길의 외침 소리는 사라졌지만 대신 옛 한옥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무악동 선교본당을 볼 수 있었다.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그들이 스스로 주인임을 알게 하는 것이 교육이라는 설명으로 자주독립과 계몽을 위해 애쓴 선열들의 뼈아픈 현실과 그 현실을 해학적인 표현으로 풀어낸 최현배 선생의 ‘사주오 두부장수’의 내용이 예스러운 풍경과 겹치며 시대적 상황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일행은 석교감리교회와 영천시장을 지나 연세대로 가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은행나무잎을 사뿐히 밟으며 곧게 뻗은 백양로를 걷다 보니 연세대 초대 부총장과 30여년간 교수로 몸담았던 최현배 선생의 호를 딴 외솔관을 마주할 수 있었다. 외솔관은 교정의 제일 안쪽에 자리잡고 있었는데 건물 뒤쪽으로 작은 동산이 있고 나무들이 울창했다. 민족의 정신과 얼은 곧 말에서부터 나온다는 주시경 선생의 정신을 이어받아 한글교육과 국어의 문법체계를 만드신 최현배 선생의 업적과 작품의 해설을 들으며 가치 있는 투어를 했다는 흡족한 마음으로 마무리했다. 김미선 책마루독서교육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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