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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광수의 섹스토리] ② 하렘의 왕이되어

    [마광수의 섹스토리] ② 하렘의 왕이되어

    나는 꿈 속에서 하렘(harem)의 왕이 되어 있었다. 왕비도 내가 하렘의 후궁들과 섞여서 노는 것을 기분 나빠하지 않았고, 자신도 즐거이 다른 궁녀들처럼 마조히스틱한 열락에 동참해주는 것이었다. 어마어마하게 큰 하렘의 한가운데에는 작은 호수만 한 크기의 욕탕이 마련돼 있었다. 투명한 천창(天窓)이 너무 높아 하렘은 마치 야외에 만들어져 있는 것처럼 보였다. 주변에는 잘 손질된 원추형의 나무들이 빽빽하게 늘어서 있었고, 나무들마다에는 탐스럽게 잘 읽은 열대 과일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그리고 바닥 여기저기에서는 아름다운 꽃들이 한껏 교태를 부리며 암술과 수술을 뻗쳐올리고 있었다. 욕탕의 바닥과 가장자리는 황금과 백금과 옥으로 만든 타일로 덮여 있었는데, 수십 명의 남녀들이 서로 얽히고설켜 몸을 비비꼬면서 애무하는 모습이 모자이크되어 있었다. 욕탕 바깥의 바닥은 수천 개의 두꺼운 거울로 모자이크되어 있었고, 사이사이에는 자주색과 핑크색을 주조로 하는 화려한 빛깔의 페르시아 융단이 깔려 있었다. 욕탕의 지붕은 여섯 개의 육각형 기둥에 의해 떠받쳐지고 있었는데, 기둥들은 모두 투명한 크리스털로 만들어져 있었다. 기둥 옆에는 여러 남녀들이 애무하는 모습으로 조각된 수정 스탠드가 있어 은은한 오렌지색 불빛을 내뿜고 있었다. 황금으로 된 욕탕의 지붕은 여인의 풍만한 유방 모양을 하고 있었고, 젖꼭지 부분에는 엄청나게 커다란 다이아몬드가 박혀 있어 열대 오후의 나른한 햇살을 갖가지 찬란한 빛깔로 반사시켜 주고 있었다. 지붕의 안쪽은 모자이크로 만들어진 거울로 되어 있어, 여러 개의 거울들이 서로를 끊임없이 반사시켜 무수히 신비로운 상(像)을 만들어냈다. 욕탕 위의 높디높은 천창에는 루비와 사파이어 등 갖가지 보석들로 만들어진 샹들리에들이 꽃 모양의 전구들을 머금고 뻗어내려와, 흡사 성긴 은하수를 보고 있는 것 같았다. 욕탕은 기분좋은 온도와 향기나는 물로 채워져 있었다. 그리고 욕탕 한가운데서는 핑크빛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거대한 분수가 물을 방울방울 뿜어올리고 있었다. 분수는 위로 높이 쳐든 여인의 엉덩이 모양을 하고 있었고, 항문에서 서서히 흘러나오는 물방울들은 물이 아니라 꿀맛이 듬뿍 스민 향기로운 술이었다. 욕탕 주변에 있는 만개한 꽃들과 잘 익은 과일에서 풍겨나오는 감미로운 냄새, 그리고 분수에서 흘러나오는 술의 고혹적인 알코올 향이 뒤섞이면서, 욕탕 안은 더욱 신비롭고 몽롱한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욕탕 밖에서는 수십 명의 벌거벗은 여인들이 나태한 자세로 누워 오후의 햇살을 즐기고 있다. 그네들 가운데는 서로 얽히고설켜 애무하면서, 바닥의 거울이 반사해 내는 자신들의 황홀한 나신을 도취된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는 여자들도 있다. 여인들은 뒷굽의 높이가 15㎝는 됨직한 황금빛 뾰족샌들을 신고 있을 뿐인데, 가지가지 색깔의 탐스러운 머리카락들이 길게 웨이브지며 흘러내려와 하얀 유방과 곱슬거리는 음모와 탐스럽게 부풀어오른 엉덩이들을 가려주고 있다. 한 여인이 길디 긴 손톱을 부챗살처럼 길게 뻗어 머리카락을 뒤로 빗어넘기자, 보름달 같은 유방의 농염한 자태가 드러난다. 젖꼭지에는 둥근 황금고리가 꿰어져 있고, 고리 아래로 늘어진 체인 끝에 매달린 금방울들은 살랑살랑 흔들거리며 명량(明亮)한 소리를 만들어내고 있다. 탕 안에는 수십명의 여인들이 알몸뚱이로 물에 몸을 반쯤 담근 채 앉아 있다. 대리석으로 깎아 빚어 만든 듯한 늘씬한 다리들은 물 아래에서 뒤엉켜 서로를 마찰해주고 있고, 길고 가느다란 색색가지 음모들이 물풀처럼 살랑대며 춤을 추고 있다. 중앙의 분수에서 느릿느릿 뿜어져 나오는 작은 물방울들이 여인들의 몸을 간질인다. 그로테스크한 색조로 짙게 화장한 얼굴들과 껍질을 벗긴 핑크빛 수박덩어리 같은 유방들이 반쯤은 물에, 반쯤은 향기로운 술에 젖어 반짝거리고 있다. 여인들은 가끔씩 유방에 방울방물 맺혀 있는 술을 서로가 혀끝으로 천천히 핥아먹으면서 아리따운 추파를 흘리고 있다. 욕탕 바깥의 페르시아 융단 한 모퉁이에서는 십여명의 여인들이 서로 화장을 해주고 있다. 한 여인이 상대방 여인의 속눈썹을 은색의 펄(pearl) 마스카라로 한 올 한 올 정성껏 올려주고 있는 게 보인다. 은빛 콘택트 렌즈를 낀 여인의 눈동자는 은색의 펄 속눈썹과 함께 신비스러운 분위기를 발산한다. 여인은 붉은 포도주 색깔의 립스틱이 자기의 입술에 진하게 발라지는 동안 입술을 백치처럼 멍하니 벌리고 있다. 얼굴화장이 끝나자 몸 화장이 시작된다. 흑장미색의 립스틱이 양쪽 유두에 칠해지고, 짙은 꽃분홍색의 액체 파운데이션이 하얀 유방 위에 부드러운 동심원을 그리며 칠해져 나간다. 배꼽 주변에도 물감을 칠한 후, 이번에는 두 다리 사이의 거웃이 손질된다. 손가락 길이만큼 길러 황금빛 매니큐어를 칠한 긴 손톱을 조심스럽게 움직이면서, 상대방 여인의 음모를 정성껏 손질해 주고 있는 궁녀의 손놀림이 곱다. 곱슬거리는 연한 갈색의 음모는 황금빛 손톱이 스쳐지나가면서 화려한 무지개색으로 염색되고, 곧이어 막 세팅한 머리처럼 봉곳이 부풀어 오른다. 음모 손질을 끝낸 궁녀는 상대방 여인의 불두덩에 살짝 입맞춤을 하고 나선, 음순에는 진주로 된 음순걸이를, 항문에는 묘안석(猫眼石)으로 된 항문걸이를 걸어준다. 그런 다음 두 몸이 한데 엉켜 우아하게 요동을 친다. 렘의 나무 사이를 거닐며 열매를 따거나 꽃을 꺾고 있는 여인들도 있다. 그들은 다른 여인들과는 달리 투명한 옷감으로 된 드레스를 입고 있는데, 걸음을 걸으면서 몸의 각도를 바꿀 때마다 젖가슴의 볼륨과 음모의 반짝임, 하늘거리는 허리선과 부드러운 둔부의 곡선이 잠자리 날개 같은 옷감을 통해 보일 듯 말 듯 내비친다. 그네들 역시 맨발에 굽 높은 샌들을 신고 있다. 타원형을 이루며 둥글게 아래로 말려들어간 긴 발톱들이 샌들 앞부분으로 나와 있고, 발톱들은 노란색·빨간색·보라색·분홍색·연두색·복숭아색·은색·금색 등 여러 가지 색깔의 매니큐어로 손질되어 있다. 샌들의 앞굽을 발톱 길이에 맞춰 높게 만들었지만, 휘어들어간 발톱들이 워낙 길기 때문에 걸을 때마다 바닥에 부딪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그래서 그런지 여인들의 발놀림은 무척이나 느리고 권태스러워 보인다. 과일이나 꽃를 따고 있는 손톱들도 둥글게 말려들어갈 정도로 길다. 갖가지 색깔로 손톱에 칠해진 펄 섞인 매니큐어들이, 일제히 햇빛에 반사되어 눈부시게 빛나고 있다. 나와 왕비는 카펫 위에 있는 상아 침대에서 푹신한 금빛 보료에 묻혀 나란히 누워 있다. 나는 한 궁녀가 땀을 뻘뻘 흘리며 해주는 보디 마사지를 받고 있고, 왕비는 미풍에도 출렁거릴 정도로 얇고 긴 손톱들을 궁녀 두명에게 손질시키고 있다. 보디 마사지가 끝나자 방금 온 몸에 화장을 끝낸 여인이 내게로 천천히 기어온다. 그녀가 걸음을 옮길 때마다 귀고리·코걸이·팔찌·반지·젖꼭지걸이·음순걸이·항문걸이 등에 매달린 금방울들이 꿈결 같은 소리를 만들어낸다. 여인은 내 앞에 오자 무릎을 꿇고서 내 발에 입맞춘 후, 서서히 혓바닥을 옮겨 나의 온 몸을 혀끝으로 살살 핥아주기 시작한다. 왕비 역시 손톱 손질을 끝내고서 한 궁녀가 해주는 혓바닥 마사지를 받고 있다. 혓바닥 마사지가 끝나자 나는 궁녀 두 사람의 부축을 받으며 천천히 발걸음을 옮겨 욕탕 안으로 들어간다. 물 속에 반쯤 몸을 담그자 한 여인이 분수로 가서 입 안 가득히 술을 받아 머금고 온다. 그녀의 긴 핑크빛 머리카락과 진주빛 시폰 드레스는 물에 젖어 몸에 찰싹 달라붙어 있다. 그녀가 내 쪽으로 몸을 움직일 때마다 몸에 달라붙은 드레스를 통해 어렴풋이 엿보이는 핑크빛 젖가슴과 연두색 불두덩이 물결치듯 움직이고 있다. 여인은 입 안에 머금고 있는 술을 내 입 안에 흘려 넣어준다. 나는 그녀의 입 안에서 적당히 따뜻해진 술의 향기를 음미하면서 여인의 젖꼭지를 장난치듯 꼬집어 본다. 여인은 적포도주색 매니큐어가 칠해진 긴 손톱으로 나의 머리를 천천히 쓰다듬어주면서 꿈꾸는 듯 황홀한 표정을 짓는다…. 마광수는 1951년 경기 수원 출생 연세대 국문과 졸업(문학박사) 현재 연세대 국문과 교수 ▲저서 ‘윤동주 연구’ ‘상징시학’ ‘카타르시스란 무엇인가’ ▲장편소설 ‘권태’ ‘즐거운 사라’ ‘불안’ ‘알라딘의 신기한 램프’ ▲시집 ‘가자 장미여관으로’
  • ‘잘 나가던’ 사람들 “이젠 요리사”

    ‘잘 나가던’ 사람들 “이젠 요리사”

    “회사 쫓겨나면 밥집이나 하지 뭐.” 평생 직장의 개념이 사라지면서 우리는 흔히 주위에서 이같은 자조섞인 말을 듣곤 한다. 그러나 ‘밥집’은 아무나 하나. 밥집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속편하게 생각해도 좋은 그런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최근들어 이른바 ‘잘나가는 사람’들이 잇따라 ‘밥장사’에 나서고 있어 눈길을 끈다. 금융계의 한 축을 차지했던 전직 은행장, 회사 매출을 쥐락펴락했던 카피라이터,‘고소득의 대명사’인 변호사와 의사…. 음식업계는 이들의 합류를 반긴다. 외식업에 대한 일반의 인식을 높이고 저변을 넓힐 수 있는 하나의 계기로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최동주 한아식품 대표이사는 “과거엔 인생의 막다른 골목에서 밥장사를 했지만 지금은 당당한 문화코드로 자리잡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각자 자신의 분야에서 정상을 밟아본 적이 있는 음식업계의 ‘외인군단’. 이들은 어떤 요리철학을 갖고 현업에 임할까. 그들의 음식점을 살짝 들여다 볼까요? 글 김종면·이기철·최여경기자 jmkim@seoul.co.kr 사진 류재림·최해국기자 jawoolim@seoul.co.kr ■ 은행장보다 주방장이 더 어려워…김재기의 ‘농우신라’ 한국의 내로라하는 사람들 가운데 금융통 ‘김재기’를 모르는 이가 없다. 주택은행과 외환은행장을 지냈으니 그의 인재풀이 오죽하랴. 이수성 전 국무총리, 김상현 전민주당의원과 함께 한국의 ‘3대 마당발’로도 불리는 그는 언제든지 전화 한 통화로 달려나올 사람이 5000여명이 된다고 할 정도다. 그가 은행을 떠난 지 10여년 됐지만 아직도 행원들의 꿈이자 우상이다. 최초의 행원출신 은행장, 중학 동창 3명 은행장 동시 등극, 여지점장 3명 동시 발령…금융계에선 그의 전설같은 이야기가 많이 전한다. 은행장 퇴직이후엔 한국씨름연맹 총재, 한국관광협회장 등으로 끊임없이 일을 찾았다. 세상 부러울 것 없는 그가 갈비집 사장으로 변신했다. 이순(耳順)을 훌쩍 넘기고도. 김회장은 “에이, 사장은 무슨 사장이야, 방마다 인사하는 마담이지.”라며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금융계의 살아있는 전설인 그가 노후를 편안하게 지내리라는 사회적 통념을 또 한번 유쾌하게 깨뜨렸다. 서울 대치동 은마아파트 뒤쪽 사거리 삼성디지털플라자옆 농우신라(553-4151)에서 그를 만났다.“은행업무와 음식점도 서비스란 면에서 공통점이 많아요. 고객을 중요시 해야하고, 또 내가 먼저 내주고 받는 것도 같지요.” 신라농우는 양식당처럼 깨끗하다. 고기집 특유의 냄새가 배어 있지 않다. 인테리어도 재미있다. 방마다 유명 그림의 복제품을 걸어두었다. 은은한 음악도 흘러나와 고기집이 아니라 고급레스토랑 같다. “화장실에서 라면을 먹을 수 있을 정도는 돼야 된다.”음식점을 하면서 평소 직원들에게 강조하는 그의 지론이다. 화장실이 여느 호텔 못지않게 깨끗하다. 이러니 주방은 들여다보지 않아도 신뢰감이 생길 만하다.“화장실이 깨끗하지 않은 식당은 절대로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미 오래전부터 그는 먹는 재미로 살았다.“은행장 시절 하루 아침에 5번 식사한 적도 허다해요. 모두 다 놓칠 수 없는 큰손 고객인 까닭에 같이 먹게 됐지요. 저녁은 몇 차례를 먹었는지 몰라요. 그렇게 음식맛에 눈을 떴다고 할까요.” “직장 퇴직자가 음식점을 하면 95%는 망합니다.5%가 성공하는 데 비결은 주인이 직접 주방에서 일해야 한다는 겁니다.” 고기는 횡성 한우를 쓴다. 불고기 1만 9000원부터 생등심 3만 9000원까지 다양하다. 등심은 육즙이 적당히 밴 육질이 졸깃하다. 밑반찬도 깔끔하다.“이익을 덜 내더라고 재료를 아끼지 말아야지요. 손님이 많으면 결국 더 많이 벌게 됩니다.”그가 항상 강조하는 사항이다. 화학조미료통은 주방에서 아예 치워버렸다. 술은 주로 와인. 시중에서 3만∼4만원짜리 와인을 무조건 1만원에 판다.“우린 술집이 아니니깐 와인에서 이윤을 남길 생각을 하지 않아요. 그래서 와인을 저렴하게 공급할 수 있지요. 고기 먹어러왔다가 와인이 더 비싸면 누가 마시겠어요?”시중에서 몇십만원을 호가하는 고급와인을 3만∼4만원에 내놓고 있다. 요즘엔 냉면을 낸다. 정문에 냉면엔 ‘메밀 60%를 쓴다.’고 내걸었다. 주방의 김영삼 냉면장에게 철저히 지킬 것을 지시했다.“메밀을 60% 쓴다고 약속해놓고 안 지키면 그게 바로 고객을 속이는 사기지요.”. 고객이 “먹어본 냉면 가운데 가장 맛있다.”는 고객도 적잖다. 평양식 냉면의 은은한 맛과 육수맛이 그만이다. 평양식·함흥식·비빔냉면 6000원.‘잘나가는 고기집 사장’으로 변신한 그가 퇴직이후를 걱정하는 샐러리맨들에게 또 한번 우상이 됐다. ■ 메스대신 부엌칼 잡았죠…노종헌의 ‘로이’ 아시안 퓨전 레스토랑 ‘로이(Royee·540-3312)’는 맛집 많은 신사동 도산공원 일대에서도 손꼽히는 곳이다. 한국 일본 등 동양의 먹을거리를 서양식 조리법으로 풀어낸 정통 퓨전으로, 또 주방장을 겸하고 있는 노종헌(37) 사장의 독특한 이력으로 유명하다. 1988년 고려대 의대에 진학한 그는 국가고시를 보기 직전 1996년 훌쩍 유학을 떠났다. 가업을 잇기 위해 선택한 전공인 탓인지 적응하기가 쉽지 않았던 그는 애초의 꿈이었던 경영을 공부하기 위해 매사추세츠 주립대에서 다시 회계학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이때 아르바이트로 일했던 일식 레스토랑에서 그는 진정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처음 요리 인생을 열어준 사람이 바로 그 식당의 요시 나카가와 사장이었죠.‘가슴으로 요리하라.’고 가르치면서 직접 재료를 고르고, 고객과 눈을 맞추면서 고객이 원하는 바로 그것을 내놓는 모습에 감동받았습니다.” 유학을 시작한 지 3년 만에 세계 최고의 요리학교로 꼽히는 뉴욕 CIA(Culinary Institute of America)에 입학해 요리와 경영, 마케팅을 배웠다.“땀 흘리며 요리하는 게 얼마나 큰 행복인지, 내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보는 게 어떤 기쁨인지 알게 됐습니다. 서른이 넘어서야 제가 좋아하는 일을 발견하게 된 거죠.”한국에 돌아온 2001년, 워커힐 호텔에서 경력을 쌓은 뒤 지난해 5월 ‘로이’를 열었다. 그가 특히 추천하는 메뉴는 삼겹살찜. 영국식 소꼬리찜에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삼겹살을 접목했다. 굽고 찌고 조리는 세 단계 과정을 거쳐 익힌 삼겹살, 고추냉이향을 첨가한 으깬 감자, 후추를 살짝 섞은 데리야키 소스가 함께 어우러진 요리. ‘밥을 먹지 않으면 허전하다.’고 말하는 손님에게는 메로구이를 추천한다. 포도씨기름 마늘 생강 식초 등을 김과 함께 갈아만든 걸쭉한 소스를 깔고, 돌솥비빔밥의 누룽지처럼 그릴에 구운 꼬들꼬들한 밥을 올린다. 그 위에 잘 익은 메로구이를 얹어 완성. 김 소스와 메로, 밥 적당량을 비벼 입에 넣으면 밥의 씹히는 맛과 새콤달콤한 소스, 향긋한 김, 고소한 메로의 맛을 느낄 수 있다. “선택에 후회는 없습니다. 방황하던 아들이 자리잡은 모습을 보신 아버지도 처음과 달리 지금은 든든한 후원자가 되셨고요. 앞으로도 성실하게, 일관되게 정직한 맛을 선사할 겁니다.” 삼겹살찜·메로구이 1만 9000원, 파스타 1만 3000원, 밥 요리 1만 6000원, 주방장 추천세트 2만 5000∼3만 5000원. ■ 카피라이터가 만드는 바다의 맛…오시환의 ‘해장금’ 오시환(51). 그는 지난 20년간 대우, 코래드 등에서 카피라이터와 AE 등으로 일해온 잘나가던 광고장이였다. 꿈에서조차 광고를 만들 정도로 광고삼매에도 빠져봤지만 가슴 한편엔 늘 허전함이 남았다. 언제까지 이 일을 계속할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 경쟁을 먹고 사는 삶에 멀미를 느낀 그는 마흔여덟의 나이에 마침내 변신의 길을 택한다. 요리사가 되기로 결심하고 홀연히 미국으로 건너간 것이다. 플로리다의 일식당, 뉴욕 맨해튼의 한식당 등에서 보낸 3년간의 주방보조 생활. 날카로운 생선 아가미를 떼어내다 손을 찔리기 일쑤였고, 중식당에서 일할 땐 ‘웍(볶음요리할 때 사용하는 중국식의 깊은 프라이팬)’을 다룰 줄 몰라 하루 만에 해고되기도 했다. 그런 소중한 경험을 자산으로 그는 한국에 돌아와 요리집을 냈다. 지난 3월 문을 연 서울 종로구 계동 현대사옥 뒤편의 바다요리 전문점 해장금(海長今·전화 741-8435)이 바로 그곳이다. 이곳에선 뭘 먹어야 할까. 주방장을 겸하고 있는 오시환 사장은 단연 해물누룽지탕(소 1만 3000원, 대 2만원)을 권한다. 그린 홍합과 새우, 청양고추, 숙주, 배추, 양파, 호박, 팽이버섯, 느타리버섯, 그리고 직접 눌린 국산 누룽지. 그외엔 어떤 인공 조미료도 넣지 않는다. 청양고추로는 얼큰하고 칼칼한 맛을, 숙주와 배추로는 시원한 맛을, 양파로는 달콤한 맛을 냈다. 해장금의 또 다른 특징은 바다요리집이지만 스시와 매운탕이 없다는 점.“한집 건너 한집이 횟집인 상황에서 ‘쓰키다시 잔치’인 회나 판에 박힌 매운탕과는 다른 뭔가를 보여주고 싶다.”는 소신이다. ‘마흔여덟에 식칼을 든 남자’라는 에세이집도 펴낸 그는 꿈을 잃어가는 요즘 젊은이들에게 하나의 역할모델이 될 만하다. 그를 보면 일본의 세계적인 요리사 마쓰히사 노부유키의 말이 새삼 진실되게 다가온다.“처음부터 잘 안 된다고 걱정하지 마라. 자꾸자꾸 하다 보면 자신의 것이 보이기 시작한다.” 자신을 스스로 우바새라 부르는 독실한 불교신자. 맛의 선지식을 찾아 나선 그의 음식만행(萬行)은 언제쯤 끝날까. 그는 예순이 넘으면 모든 걸 정리하고 인도를 오가는 여행전문가가 되고 싶다고 했다. 그러나 지금 당장 급한 건 새로운 타입의 해물야채수제비탕을 개발해 내는 것이다.“기대하세요. 맛의 별천지를 보여드리겠습니다.” 그의 여문 손끝에서 과연 어떤 맛이 태어날까. ■ 노래하는 피자 보셨나요…김주환의 ‘톰볼라’ “어서오세요, 이쪽으로 앉으세요.” 목소리가 너무나 깊고 은은하다. 흘러나오는 클래식은 냇물이 흐르듯 잔잔하면서 기품이 있다. 바로크시대의 기악곡들이다. 알비노니와 마르첼로다. 분위기가 무르익자 벤야미노 질리와 알프레도 크라우스 등의 성악이 나온다. 서울 방배동 서래마을 입구의 이탈리아 음식점 톰볼라(593-4660)의 분위기다. 사장은 서정적인 테너가수 김주환(55)씨.“처음엔 주방에 들어가 피자도 만들었는데, 지금은 그저 손님을 안내하는 매니저예요.”그의 목소리가 묘하게 사람을 끄는 매력이 있다. 이탈리아에서 10여년간 성악을 전공했다.“성악의 황금시대인 1930년대를 풍미했던 마리아 젠딜레에게서 배웠죠. 제겐 큰 행운이었습니다.”90년대 중반에 돌아와 수십차례의 독창회를 가졌다. 고풍스럽게 아름다우면서도 과장되지 않은 게 그의 음색 특징.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과 러시아 하바로프스크 극동예술대학에서 교편을 잡기도 했다. “로마 외곽 산비트로의 톰볼라에 자주 가서 먹다가 주인과 친구가 됐죠. 향수를 달래느라 그 이탈리아 친구로부터 피자와 스파게티를 배웠습니다. 그게 음식점으로 이어졌습니다.”개업을 앞두고는 정식으로 로마의 피자학교도 다녔다. 그가 음식점을 하게 된 동기는 단순해 보이지만 음악과의 공통점이 많단다.“외국 문화를 가장 빨리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게 음악과 음식입니다.”음식은 특히 종합예술이라고 강조했다. 식사에 맞는 음악, 이탈리아 분위기를 그대로 나타내는 인테리어, 이탈리아의 맛…. 이집의 화덕은 이탈리아에서 직접 가져왔다. 화산재로 만든 것으로 정통 이탈리아식 피자를 맛볼 수 있다. 담백하면서 촉촉하다. 다른 음식들도 조리과정을 단순화시켰다. 재료의 신선한 맛이 살아있다. 스파게티와 피자, 리조토는 1만 2000∼1만 6000원. 톰볼라의 맛은 음악에 젖어있다. ■ 패션디자이너가 요리하는 ‘파크’ ‘본보스토’ 패션디자이너의 감성이 묻어나는 식당. 디자이너만의 멋이 묻어있는 것은 당연하다. 여기에 맛까지 더해졌다면 이보다 좋을 수 없다. 서울 청담동에 자리잡은 멋과 맛이 살아있는 곳이 바로 이곳이다. ●음식공원, 박지원의 ‘파크’ 뛰어난 미모를 자랑하는 디자이너 박지원씨의 감각적인 손길이 곳곳에 묻어나는 ‘파크(Park)’는 고급스러운 중국·태국 음식을 먹고싶을 때 찾아가면 좋다. 이름은 주인의 성을 딴 것도 있지만 ‘공원같은 느낌’을 강조하기도 한다. 조명은 어둡다. 눈으로 보는 것보다는 입으로, 귀로, 손끝으로 느끼는 것에 더욱 신경을 쓰게 하기 위함이다. 추천 요리는 석류소스 딤섬(2만 2000원). 달걀 흰자로 만두피를 만들고 닭고기, 야채 등으로 만두소를 만들어 낸다. 직접 짜서 내는 석류즙 소스를 찍어 먹으면 새콤달콤하다. 샐러드 ‘얌운센’, 태국의 옐로파운드 카레를 달걀과 볶아 활게와 함께 내는 매콤한 ‘커리크랩’도 이곳의 스테디셀러라 불릴 만큼 인기있다. 각각 2만 5000원,4만 8000원. 이곳 식단은 5개월마다 한번씩 ‘정리’한다. 꾸준히 해외로 나가 맛을 배우고, 익혀와 새로운 맛을 선보인다. 영업시간은 낮 12시∼오후 3시, 오후 5시~새벽 1시.(02)512-6333. ●세련된 멋을 담은 강희숙의 본보스토 중견디자이너 강희숙, 강진숙 자매가 세운 ‘테이블2025’에 고급스러운 이탈리아의 맛을 자랑하는 ‘본보스토’가 있다. 베이지를 기본으로 한 분위기에 나무 테이블과 투명 의자는 포근하면서도 세련된 느낌을 준다. 디자이너 홍현주씨가 만든 그리스 제우스신전의 돌기둥은 본보스토의 분위기를 더욱 신비롭게 한다. 상큼한 라스베리 드레싱의 샐러드(1만 1000원)부터 아스파라거스 자연송이버섯 랍스타(4만 5000원)까지 다양한 이탈리아 음식을 즐길 수 있다. 파스타는 1만 9000원부터, 그릴구이는 1만 4000원부터.(02)543-3427 ■ 주인의 과거가 궁금한 맛집 4곳 산악인 오송호씨는 서울 명동 YWCA빌딩 지하 1층에 인도음식점 타지(776-0677)를 운영한다.“산에 미쳐 네팔의 카트만두와 인도에 살면서 음식 때문에 무척 고생했습니다. 이참에 한국 음식점을 하나 해보자고 마음먹었던 게 인연이죠.” 인도 뉴델리에서 한국관을 6년간 운영했다. 이를 계기로 한국에도 인도음식점을 낸 것. 파푸아뉴기니의 마운틴 윌헬렘(4508m)을 한국인 최초로 등정했던 그는 에베레스트를 네번 갔다.“1년의 절반은 산에 산다.”는 그는 1996년 소설가 박완서·이경자씨 등이 네팔과 티베트를 여행할 때 안내했다. 이런 까닭에 박완서의 소설 ‘모독’에 나오는 젊은 사장의 모델이 됐단다. ‘타지’는 수많은 소품과 조각들이 인도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샤프란 향에 절여 구운 탄두리 치킨(2만원)이 인기. 점심에는 수프와 탄두리요리, 커리 2가지와 인도빵 난이 나오는 마하라자(2만원)도 괜찮다. 인도 요구르트 라시는 꼭 먹어볼 것. 소설 ‘원미동 사람들’,‘천년의 사랑’ 등의 소설가 양귀자씨는 지하철 6호선 상수역 근처에서 한정식집 어머니가 차려주는 식탁(333-5616)을 한다. 상호는 물론 이모정식, 고모정식, 어머니정식 등의 메뉴 이름이 정겹고 문학적 향기가 배어 있다. 어머니가 차려주는 식탁은 한식을 코스요리화했고, 맛은 정갈하고 군더더기가 없다. 그가 음식점을 준비하고 운영하면서 5년 동안 겪었던 체험을 바탕으로 에세이집 ‘부엌신’이란 보고서 형태의 책도 냈다. 소극장을 꿈꾸었던 그가 주워 기른 고양이를 굶기지 않기 위해 고민하다 음식점을 냈다는 것도 소설적이다. 가격은 1만 2000원부터 4만 8000원까지 4종류. 예약 필수. 아이스하키 최연소 국가대표로 발탁됐던 박규호씨는 서울 신사동 도산공원 정문 입구쪽에서 유럽식 음식점 레쇼(517-0746)를 경영하고 있다.4살때 스틱을 잡아 고3때 국가대표로 발탁됐다. 동원증권팀에 들어가 창단 7일만에 우승을 견인하면서 시즌 MVP로 뽑히기도 했다.“아이스하키와 음식점은 노력한 만큼 결과가 나온다는 점에서 너무 비슷하다.”고 말했다. 이탈리아와 프랑스, 독일 등 유럽지역의 음식이 나온다. 전채와 샐러드가 1만 6000∼2만 4000원, 메인이 3만원선이다. “음식점 하는 것이 변호사 하는 것보다 더 유망한 것 같아요.” 금융문제를 주로 다루는 변호사 강명훈씨도 음식점에 한 발 담그고 있다. 서울 서교동 홍대입구역 6번 출구로 나오면 보이는 이탈리아 음식점 레뜨레깜빠네(336-3378)를 운영한다.81년 사법시험 23회에 합격한 뒤 83년부터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주로 은행의 고문변호사를 맡고 있다. 법전만큼이나 먹는 것을 밝히는 그가 성악가 김수경씨와 함께 이탈리아 밀라노를 방문했다가 맛본 피자에 반해 단박에 음식점을 개업했다.“고객의 문제를 해결하는 변호사나 맛있는 것을 먹고 싶어하는 고객의 욕구를 해결하는 것이 서로 공통점”이라고 말했다. 가장 대표적인 메뉴는 이탈리아에서 가져온 화산재 화덕으로 즉석에서 구워낸 피자. 빵이 얇고 쫀득하다.20여종의 피자를 만들어낸다.1만 2000∼2만 7500원.
  • [8일 TV 하이라이트]

    ●수요기획(KBS1 밤 12시) 지난 6월 5일 열린 박찬호의 100승 경기(캔자스시티 로열스전)를 현지에서 직접 취재했다. 박찬호의 분투와 교민들의 열띤 응원,100승 기념행사 등 역사적인 현장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또 박찬호와 벅 쇼월터 감독, 현지 기자들의 인터뷰를 통해 박찬호가 올린 메이저리그 100승의 의미를 집중 조명한다. ●돌아온 싱글(SBS 오후 9시55분) 금주는 현금 대신 일도와 맞선을 보게 된다. 일도는 스테이크를 시켜 게걸스럽게 먹는 금주의 모습에 놀라고, 금주 또한 현금에게 다시는 대타로 맞선을 봐주지 않겠다고 말한다. 한편, 혜란은 민호에게 잘 보이려고 애쓰지만 민호가 무덤덤하게 대하자 속이 상한다. ●박주현의 시사 업 클로스(YTN 오후 3시5분) 교육계가 그 어느 때보다 시끌벅적하다. 교원평가제와 ‘3불 정책’ 등 당면 현안을 놓고 교육부와 교원단체, 대학 등이 심각한 갈등을 빚고 있다.6월 임시국회도 교육문제가 큰 이슈로 떠오를 전망이다. 이에 김진표 교육부총리를 만나 교육계의 현안에 대해 들어본다. ●생방송 60분-부모(EBS 오전 10시) 요즘 10대들의 이성교제에 대한 생각이나 애정표현 방식이 기성세대와는 많이 다르다. 그러나 아직도 부모들은 10대들의 이성 교제를 탈선이나 일탈 등 부정 일변도로 생각하는 경향이 짙다. 달라진 10대들의 데이트 문화를 짚고 이성교제와 관련한 그들의 고민을 함께 알아본다. ●사과나무(MBC 오후 7시20분) 한국 록의 자존심 윤도현의 밤무대 시절 경험담과 대장암 수술을 받은 아버지, 월드컵 시작에 맞춰 신혼여행을 떠나 ‘오 필승 코리아’의 인기가 오히려 낯설었던 사연 등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또 초보 아빠 윤도현의 못말리는 딸 사랑과 함께 윤도현의 사과나무는 무엇인지 알아본다. ●부활(KBS2 오후 9시55분) 하은의 생일날 아침, 은하는 생일상을 차려놓고 어디론가 떠나버린다. 하은은 은하를 찾아 나서고, 결국 어릴 적 추억의 장소인 등대 앞에서 다시 만난 두 사람은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게 된다. 같은 날, 이화는 전 남편의 기일을 맞아 찾아간 납골당에서 전 남편의 후배 경 반장과 만난다.
  • 홍콩 드라마 진출하는 박은혜

    홍콩 드라마 진출하는 박은혜

    “매일 태양만 비친다면 그 곳은 사막이 될 것이다.” 인상적이다 못해 철학적인 좌우명. 정확히 언제인지 기억이 안 난다고 했다. 일이 잘 안 풀려 속상했을 때, 우연히 사촌 언니 휴대전화에 담긴 글을 봤단다. 마음에 쏘옥 들어왔다. 그 때부터 삶의 나침반이 됐다. 누구나 살다 보면, 즐거운 일도 있지만 속상하고 슬픈 일도 있게 마련.‘연생이’ 박은혜(27)도 마찬가지다. 겉으로 화려해 보이는 연예인이지만 상처도 쉽게 받는다. 그래도 언제나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려고 노력한다. 최근 모바일 영상집을 내놓고도 그랬다.‘언제 벗냐?’ ‘돈 떨어졌나 보군.’ 등등 악성 대글이 이어지는 것을 보고 마음이 새카맣게 타버렸다. 홍콩 드라마 출연을 위해 새달부터 3∼4개월 동안 한국을 떠나기 때문에 팬 서비스 차원에서 마련했던 영상집이었는데…. “잠깐 비도 오고, 바람도 불고, 눈도 오는 경우라고 봐요. 열심히 하다보면 좋게 봐주시는 팬들이 더 많아지겠지요.”라며 이내 웃음을 되찾는다. 한 번 터진 이야기는 멈출 줄을 몰랐다. 틈 날 때마다 인터넷 서핑, 특히 ‘싸이 질’을 하다 보면 이곳저곳에서 우울하고, 슬프다는 글을 많이 보게 된다고 했다.“힘들어도 조금 더 밝게 생각해서 다 같이 행복해졌으면 좋겠어요. 물론, 제 연기로 인해 팬들이 마음의 그늘을 줄여갈 수 있으면 더욱 좋고요.” 내성적이고 새침할 것 같은 인상은 휙∼ 날아가 버렸다. 직접 만나보니 웬걸, 수줍음은 조금이고 털털한 면이 많았다. “워낙 청순가련 역이 많아 실제 성격도 그럴 줄로 생각하시지만, 수다떨기 좋아하고 활달한 편이에요.” 그래서 친구 만나기를 좋아한다.KBS 드라마 ‘열여덟 스물아홉’이 끝난 뒤 보고 싶던 친구들을 만나서 싫증날 만큼 수다도 떨려 했는데 짬이 안 나는 게 아쉽단다. 홍콩 드라마 출연 준비로 더 바빠졌기 때문이다. 연생이 역으로 나왔던 ‘대장금’이 홍콩에서 50%에 육박하는 사상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고, 또 올가을쯤 중국 일본 등에서도 전파를 탈 예정. 주인공 장금이 못지않게 연생이 인기도 상한가를 치고 있다. 이 바람을 타고, 홍콩 화장품 광고에도 나오고, 드라마까지 진출하게 됐다. 타이완 인기 그룹 F4 가운데 한 명과 영화 ‘풍운’의 정이건을 상대역 후보로 놓고 저울질하고 있다. ‘대장금’ 이후 쉬지 않고 드라마에 출연했기에 한 템포 쉬어야 한다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홍콩 원달러프로덕션으로부터 최고 대우로 30부작 드라마에 출연할 것을 제의받았고, 재충전하자는 뜻을 업그레이드하자는 방향으로 돌렸다. 지금은 해외 연기 나들이를 위해 중국어 삼매경에 퐁당 빠져있다. 틈틈이 운동하며 체력도 다진다. 호리호리한 것으로 유명한 중국권 여배우들에게 뒤처져 보이지 않으려면, 군살을 빼는 등 몸매와 피부 관리도 필수! 박은혜는 “최소한 ‘한국 연기자들이 괜찮은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는 말은 들어서는 안 되잖아요.”라고 살포시 웃었다. 연생이 이미지를 떨쳐버리기 힘들지 않냐고 물었더니,“‘대장금’은 평생 따라다닐 고마운 작품”이라면서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 같은 작품에서 연기해보고 싶은 걸요.”라고 대답했다.“아∼, 심은하 역이오?”라고 아는 척을 했더니, 머리를 도리도리 흔든다.“그 역도 좋지만, 한석규 선배님이 맡았던, 아픈데 그 고통을 숨기고 인생을 즐겁게 바라보려는 캐릭터를 연기해보고 싶어요.”라고 했다. 잠시 한국을 비워 팬들에게 잊혀지면 어쩌나 걱정된다며 살짝 이마를 찌푸리던 박은혜가 다시 미소를 짓자 소나기가 내린 뒤 맑게 갠 초여름의 푸른 하늘과 너무나 잘 어울렸다. “예쁜 모습으로 다시 돌아올게요. 기다려주실거죠?” 글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사진 강성남기자 snk@seoul.co.kr
  • 올 여름 얼굴 블루~

    올 여름 얼굴 블루~

    화장한 얼굴은 보는 것만으로도 덥다?그래서 여름 메이크업은 시원함을 강조한다. 투명한 물, 반짝임, 광택, 파랑 등 경쾌한 느낌을 살리면 화장한 얼굴이 맨 얼굴보다 더 시원해 보인다. 올 여름의 핵심컬러는 단연 블루. 아찔할 정도로 깊은 바다의 색에서부터 카리브해의 신비한 블루, 파랑 물감에서 빠져나온 듯한 원색의 블루, 아쿠아 블루, 에메랄드 블루 등 다양한 블루의 향연이 시원한 여름으로 안내한다. 왜 블루인가. 블루는 생동감과 강렬한 느낌을 전한다. 특히 올해는 블루가 펄을 만나 태양 아래 빛나는 세련된 아름다움을 표현한다. 온몸에 반짝이는 펄을 바르거나, 갈색톤의 보디 메이크업과 대비되어 더욱 건강미를 자랑할 수 있다. 올해 눈길끄는 블루 화장품들에 대한 정보를 모두 모았다. ●활기찬 도시의 블루 태평양 라네즈의 여름 메이크업은 ‘스타일리시 큐빅’을 테마로 삼았다. 태양에 그을린 건강한 피부가 돋보이는 여름 메이크업으로 투명하게 빛나는 블루빛 눈매와 반짝이는 연한 오렌지 입술로 연출하는 ‘블루 큐빅룩’은 섹시함을 한층 높여준다.‘스타일리시 보디 스무더’를 팔과 다리, 쇄골 등에 가볍게 발라 햇살에 반짝이는 건강한 피부톤을 완성한다. 코리아나는 민트 블루의 ‘아쿠아 샤인 아이섀도’로 푸른 물처럼 촉촉하고 시원한 여름 메이크업을 표현한다. 수용성 보습 성분이 눈가 피부의 건조함을 최소화시켜 촉촉한 눈매를 유지시키는 게 특징. 에뛰드는 반짝이는 ‘블링블링’ 컨셉트를 내세웠다. 블링블링 블루 섀도로 눈두덩에 살짝 펴발라 밝고 생생한 눈매를 만든다. 섀도에 들어 있는 펄감은 세련된 청량감을 연출한다. 엔프라니의 올 여름은 진주알처럼 반짝반짝 매끄럽고 투명하게 빛나는 ‘루시드 펄 메이크업’. 은은하게 빛나는 펄로 반짝이는 피부를 표현하고, 화이트·블루·퍼플 섀도로 깊이 있는 눈매를 만든다. ●시원한 바다의 블루 패션 트렌드를 따라 메이크업도 이국적인 아프리카 스타일이 강세다.LG생활건강 오휘의 권민영 브랜드매니저는 “사파리룩부터 아프리칸 리조트룩까지 다양한 아프리칸 모티프를 이용한 패션과 어울리는 생생한 컬러가 주류”라고 설명했다. 오휘가 제안하는 패턴은 아프리카로 떠나는 여행,‘트립 투 아프리카(Trip to Africa)’다. 강렬한 금빛 아이섀도에 화이트·블루 포인트로 시원한 메이크업을 연출한다.‘오휘 올오버 시머’로 눈매와 몸에 반짝이는 효과를 주어 고급스럽게 빛나는 패션을 완성한다. 한국화장품 오션은 ‘마니아 블루’로 시원함을 더욱 강조했다. 바다빛을 닮은 디프블루로 포인트를 주면서 이국적인 바다의 여유와 낭만을 느끼게 한다. 블룸파우더와 힐링파우더의 저자극 케어로 촉촉함과 함께 눈가를 부드럽게 가꾸어 준다. 클리오의 여름은 ‘카리브 블루’다. 블루와 바이올렛 색상으로 신비롭고 아름다운 카리브 해변의 여름을 담아냈다.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HD방송시대 ‘얼짱’ 전지현·배용준

    HD방송시대 ‘얼짱’ 전지현·배용준

    배용준과 전지현이 누리꾼이 선정한 고화질(HD) 방송시대에 가장 어울리는 남녀 연예인으로 뽑혔다. 위성방송 스카이라이프의 HD채널인 ‘스카이HD’는 최근 네티즌 2만7000여명을 대상으로 HD시대에 가장 어울리는 연기자를 묻는 ‘HD 얼짱 연예인을 찾아라’라는 이색 이벤트를 진행한 결과,‘최고의 한류스타’ 배용준과 ‘자연 미인’ 전지현이 남녀 부문에서 각각 최다표를 얻었다고 9일 밝혔다. 남자 톱10에는 고수 권상우 비 소지섭 에릭 원빈 이병헌 장동건 조승우(가나다 순)가 올랐으며, 여자 부문에서는 김미숙 김태희 문근영 송혜교 심은하 이다해 이영애 이효리 한가인(가나다 순)이 포함됐다. 응답자들은 HD시대 연예인의 조건으로 ‘화장을 안해도 맑고 깨끗한 얼굴’(43%)을 가장 많이 선택해 고화질 방송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스카이HD’ 관계자는 “이영애 김미숙 김희애 등 나이에 비해 젊고 깨끗한 이미지를 유지하고 있는 연기자들이 예상 외로 높은 순위를 보였다.”면서 “단순히 앳된 외모를 가진 연기자보다는, 연령에 따라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을 지닌 연기자들이 HD시대에 재평가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면 KBS 드라마 프로듀서 29명에게 HD시대 연기자의 조건을 물어본 결과,‘연기력’(25명)을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았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이번 주말엔 뭘 먹지]

    밀레니엄힐튼서울 실란트로(317-3062)는 5∼6월 세계의 게요리를 소개하는 게요리 축제를 한다. 대게찜, 게살샐러드, 게살말이, 게튀김 등이 나온다.3만 5000원부터. 서울프라자호텔 양식당 토파즈(310-7374)는 멋지게 청혼할 수 있는 프러포즈 메뉴를 내놓았다. 현수막·케이크·꽃바구니와 옥외전광판도 이용할 수 있다.25만원부터. 호텔리츠칼튼 카페 환티노(3451-8271)는 5∼16일 세계의 부호들이 즐기는 중동 미식축제를 연다. 육류와 해산물, 다양한 허브와 향신료, 견과류를 많이 쓰는 것이 중동 요리의 특징.3만 5000원부터. 세종호텔 한식당 은하수(3705-9141)는 이달 말까지 오크통에서 숙성한 프랑스산 카베르네 쇼비농을 20% 할인한다. 와인에 잘 아울리는 한식 요리가 나온다. 호텔홀리데이인 서울(7107-256)은 다양한 바비큐와 샐러드를 즐길 수 있는 가든랜드를 개장,9월 말까지 연다. 안심구이·닭다리·모듬 꼬치구이, 각종 소시지 등이 나온다. 비오면 취소. 어른 3만원부터.
  • [길섶에서] 담배가게 할머니/이호준 인터넷부장

    “에쎄필드 한 갑 주세요.” “뭐? 애쌔…뭐라고?” “필드요.” “자, 골라봐. 이거?” 담배가게 할머니는 오늘도 첫 번째 시험을 통과하지 못했다. 담배 서너 갑을 한꺼번에 들고 하나를 가리켜 보지만, 다른 걸 집는 손이 야속하다. 언제부터인가 담배에서 한글을 찾기가 별을 따기보다 어려워졌다.‘TIME’이나 ‘THIS’는 그나마 좀 낫다.‘Indigo’나 ‘RAISON’정도가 되면 국적이 의심스러울 지경이다.‘ESSE’만 해도 ‘lights’ ‘field’ ‘one1’…. 다른 건 모양으로 구분한다지만 ESSE는 색깔까지 비슷하니, 자꾸 눈이 침침해지는 노인에겐 난감할 수밖에. “담뱃갑마다 적어놓을 수도 없고, 아무리 외우려고 해도 당최 눈에 안 들어오니….” 길게 늘어지는 담배가게 할머니의 푸념이 오래 귓전을 맴돈다. 거북선, 솔, 도라지, 은하수…. 우리말로 부르던 담배이름을 그리워하는 건 할머니와 나뿐일까? 흡연이 죄가 된 시대, 담배를 끊지 못해 눈치보며 사는 처지에 그런 걸 따지는 것도 주제넘은 짓일까? 이호준 인터넷부장 sagang@seoul.co.kr
  • [이사람] 천년 전통 황칠공예 맥 잇는 구영국씨

    [이사람] 천년 전통 황칠공예 맥 잇는 구영국씨

    ‘그대 아니 보았더냐 궁복(장보고의 호)산 가득한 황금빛 액/맑고 고와 반짝 반짝 빛이 나네/껍질 벗겨 즙을 받기 옻칠 받듯 하네/아름드리 나무에서 겨우 한잔 넘칠 정도/상자에 칠을 하면 검붉은 색 없어지나니/잘 익은 치자나무 어찌 이와 견줄소냐‘ 정약용의 ‘황칠’이란 시다. 다산이 시를 지을 정도로 칭송한 황칠은 200년전 맥이 끊긴 우리의 전통 칠공예다. 황칠나무 수액에서 난 황금빛 도료를 칠하면 금박을 입힌 듯 은은한 황금색이 나고, 내수·내열·내구성이 강해진다. 좀과 녹이 슬지 않아 몇백년이 지나도 투명한 금빛이 유지된다. 요즘 식으로 말하면 원적외선과 마음을 안정시키는 안식향이 나오고, 전자파는 흡수한다. 삼국시대부터 쓰였으나, 맥이 끊어진 황칠, 이를 되살리고 있는 사람이 있다. 구영국(45)씨. 그는 황칠의 빼어난 화려함에 반해 26년째 변변한 스승과 참고서적도 없이 황칠공예를 연구해온 장인이다. ●황칠나무 수액에서 색을 뽑다 황칠은 황칠나무 껍질에 상처를 입혀 뽑아 낸 수액이다. 처음에는 유백색이던 액이 시간이 지나면 공기 중에서 서서히 황색으로 바뀌는데 이 진을 없애고 정제해 만든 것이 황칠이다. 황칠나무는 거제도, 완도, 보길도, 홍도, 제주도, 전남 고흥과 해남 두륜산 등 남서해안 도서지역에서 자란다.15년 이상 자라야 수액 채취가 가능하고, 채취량은 나무당 평균 8.6g에 지나지 않는다. 아예 황칠액이 나오지 않는 황칠나무도 많아 황칠은 원료 자체를 구하기 매우 힘들다. 황칠공예가 사라진 것은 수액 채취량이 극소량이었던 데다 장인에서 장인으로만 이어지던 비법이 끊어졌기 때문이다. 특히 황칠은 그 희귀함 때문에 병자호란 이후 조선 왕실에서조차 사용이 금지되고 중국 베이징 자금성의 천장, 벽, 용상 등에 황제의 명예를 높이는 데만 사용됐다. 중국의 수탈에 견디다 못한 백성들은 황칠나무에 구멍을 뚫고 호초를 넣어 나무를 말라죽게 하거나 밤에 몰래 도끼로 아예 베어내 버리기도 했다(목민심서 ‘산림’편). 중국에 황칠을 갖다 바치기에도 모자라자 조선에서는 치자물에 들기름을 발라 황칠을 대신했다 한다. ●우리 전통 황칠, 일본서 연구되는데… 그는 황칠보다 먼저 나전칠기에 마음을 빼앗겼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던 1979년, 친구 집에 놀러갔다가 정말 사람 손으로 만들었을까 싶을 만큼 번쩍번쩍 빛나는 것을 봤다.“지독히도 화려했던 물건은 나전칠기였죠.”그 아름다움은 한 청년을 평생동안 칠공예에 입문하게 한다. 정계훈, 신강작, 이택영 선생 등 공예의 장인들에게 배우던 시절에는 밤잠을 잊고 전통공예 디자인에만 몰두했다. 선생의 집에서 먹고 자면서 1년 동안 학그림만 그리며 수련했다. 그렇게 나전칠기와 옻칠공예를 하던 구씨는 85년 더 좋은 칠이 없을까 고민하다 전북 김제의 금산사를 찾는다. 노스님은 “백제시대부터 전래된, 사람의 손으로 인위적으로 만들 수 없는 신비의 도료가 있다.”면서 황칠을 소개했다. 구하기 힘들고 돈이 많이 들어 힘들 테지만 한국 칠공예에 족적을 남길 마음이 있다면 도전해 보라고 덧붙였다. 스님이 알려준 황칠은 단박에 그의 맘을 사로잡았다. 하지만 황칠을 아는 사람도, 구체적인 기록도 없었다. 혼자서 조약돌, 나무, 종이 등 온갖 물건에 칠해가며 황칠을 연구했다. 그러다 90년 일본 구주공대에 시찰을 갔다가 그곳의 일본인 교수가 황칠에 대해 체계적인 연구를 한 것을 보고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을 한다.“분명 우리나라에서 건너갔는데 한국에서는 맥이 끊긴 전통공예가 일본에서 자세히 연구된 것을 보니까 이건 아니다 싶더라고요.” 일본의 연구에 자극받은 그는 해외에 활발하게 우리의 황칠을 알리기 시작한다. 밀라노·네덜란드·벨기에·미국·브라질 등지에서 열린 박람회 등에 황칠(Gold Lacquer) 공예작품을 출품했다. 외국인들은 처음에 금을 입힌 줄 알다가 나무 수액이 황금빛을 내는 것을 알고는 놀라워했다.“금칠이 딱딱하고 답답한 느낌을 내는 데 비해 황칠은 은은하고 마음을 편하게 하며 보면 볼수록 질리지 않는 빛을 낸다.”는 것이 외국인들의 평. 황칠을 모르는 사람들도 황칠을 보면 한눈에 그 아름다움에 눈뜨게 된다. 구씨의 작품은 91년 청와대 신축본관 및 영부인 접견실 등에 문갑, 화장대, 이층장 등이 전시됐다. 지난해에는 육군박물관에 작품이 전시되고 감사장을 받을 정도로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올해 전국 순회 전시회를 준비중이며 ‘한국의 황칠공예’란 책도 발간할 예정이다. 지난 2월에는 일본 칠기계의 사장단이 작업실을 방문, 큰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전통공예가 외면받는 이유는 현대공예와 접목시켜 조화와 발전을 꾀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 때문에 골프채, 지갑, 벨트 버클, 지팡이, 상, 차기, 만년필 등의 황칠 작품을 만들어 생활에 접목을 시도했다. 그동안은 작품을 거의 팔지 않았지만 앞으로는 작품 판매도 활발히 할 생각이다. 황칠도자기의 가격이 1000만∼1600만원, 황칠합죽선이 400만∼800만원으로 워낙 고가라 대중화는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매일 오후 6시부터 새벽 4시까지 집중이 잘 되는 시간에 머리에 두건을 두르고 이물질이 떨어지지 않는 깨끗한 상태에서 황칠붓을 잡는다. 수십 수백번씩 목기로 된 찻그릇에 황칠을 하면 수백 수천가지 오묘한 색깔이 난다. 구씨는 “작가가 온힘을 바친 전통공예를 사랑하는 소비가 살아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구영국씨는 1978년 서울 문일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공예계에 입문하여 옻칠 명인 이상호 선생, 동양화의 거장 가향 허영 선생 등을 사사했다.2002년 신미술대전에서 대상을,2003년 대한민국 전통공예대전에서 특별상을 받았다.2002년 프랑스 파리 국제박람회, 벨기에 왕국 전통공예, 미국 세계예술페스티벌 등에 초대됐다.
  • 儒林(329)-제3부 君子有終 제2장 鄒魯之鄕

    儒林(329)-제3부 君子有終 제2장 鄒魯之鄕

    제3부 君子有終 제2장 鄒魯之鄕 두향은 낮은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백년도 못 사는 인생에서 생이별을 슬퍼하는 머슴의 넋을 달래기 위해서 황진이가 입고 있던 속곳을 벗어 관을 덮어 주어 상여를 움직이게 하였다면 800살이 된 범종은 어떻게 하여 움직였는지 그 이야기를 알고 계시나이까.” 퇴계는 여전히 묵묵부답이었다. “역시 소첩이 대신하여 말씀드리겠나이다. 동종에 있는 젖꼭지 하나를 잘라내었다 하더이다.” 두향의 말은 사실이었다. 상원사 동종에는 36개의 젖꼭지가 있었다. 이를 뉴()라고 부르는데, 사방에 각각 가로세로 세 개씩 불교식으로 배열된 유두(乳頭)가 36개나 돌출되어 있었던 것이다. 이는 종의 울림을 끊어질 듯 끊어질 듯 은은하게 백리 밖으로까지 울려 퍼지게 하는 독특한 음향장치였다. 상원사의 동종이 국보 36호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범종일 뿐 아니라 그 소리가 아름답기로도 제일인 것은 동종 꼭대기에 있는 용통(甬筒)의 음관(音管) 때문이기도 하지만 바로 36개의 젖꼭지 때문에 그 소리울림이 독특하고 청아하였던 것이었다. 그런데 이 36개의 젖꼭지 중 하나를 잘라내었던 것이다. “젖꼭지 하나를 잘라낸 운종도감은 이를 종이 있었던 안동 도호부의 남문루 밑에 파묻고 정성껏 제를 올렸다고 하더이다. 그러고 나서 다시 죽령에 돌아와서 범종에게 이렇게 말을 하였다고 하더이다. ‘이제는 미련을 버리시고 먼 길을 떠나시지요.’” 두향은 일단 말을 끊었다. 밤이 깊자 달은 공중제비를 돌 듯 중천을 거꾸로 돌아 휘영청 밝은 달빛을 방안으로 되쏘고 있었다. “그러자.” 두향이가 긴 침묵 끝에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러자 동종이 다시 움직였다 하더이다. 나으리, 이로써 동종은 죽령을 넘어 제천, 원주, 진부령을 거쳐 오대산에 안치되었다고 하더이다. 나으리.” 두향의 눈에서 맑은 이슬이 굴러 떨어지기 시작하였다. “나으리께오서는 날이 밝으면 단양을 떠나시나이다. 단양을 떠나시면 상원사의 동종처럼 죽령고개를 넘으실 것이나이다. 나으리께오서는 지척지간이라 마음만 먹으면 불원간 또다시 만날 수 있다 기약하셨사오나 소첩이 보기에는 이제 한번 가오시면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것임을 잘 알고 있나이다. 나으리, 죽령고개가 아무리 높다 하여도 나으리를 향한 소첩의 그리움은 구름이 되어 단숨에 뛰어오를 수 있고, 동종의 무게가 3300근이나 되어 무겁다고는 하지만 나으리를 향한 소첩의 마음에 비하면 한갓 검불에 불과하나이다. 장정 500명과 말 일백 필이 끈다 하면 상원사의 동종을 움직일 수 있사오나 소첩의 마음은 절대 끌지 못할 것이나이다. 나으리, 나으리를 향한 내 단심은 그 무엇으로도 끌 수도, 당길 수도, 밀 수도 없는 요지부동이나이다. 상원사의 동종이 800년이나 되었다고는 하지만 나으리를 향한 내 상사는 전생으로부터 이어진 천겁의 업이오며, 하늘과 땅이 갈라지기 전부터 맺어온 숙연이나이다. 하오니 나으리, 이제 정히 가시겠다면 나으리께오서 소첩의 젖꼭지 하나를 칼로 베어내고 떠나시오소서.”
  •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극장업계 성공한 CEO 고은아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극장업계 성공한 CEO 고은아

    장 콕토는 ‘영화란 영상으로 쓰는 문장’이라고 했다. 철학자 하이데거는 ‘영화는 사유한다, 고로 존재한다,’면서 시적(詩的) 구조론을 주창했다. 그렇다면, 배우란 무엇일까. 문득 생각해본다.‘문장’이요 ‘시구’가 아닐까. 추억의 영화를 얘기할 때 ‘맞아, 그 배우’하면서 대부분 주인공 배우를 먼저 떠올린다. 한 여인이 있다. 배우가 된다는 생각은 손톱만큼도 안했다. 청초한 여대생이었을 때, 미술대에서 공예가를 꿈꿨다. 어느날 한 조각가의 화실에서 친구들을 위해 우연히 모델을 했다. 며칠 후 낯선 사람들이 학교에 찾아왔다. 영화 한편 찍자고 했다. 거절했다. 막무가내였다. 결국 영화사 사무실까지 끌려갔다. 사진 한컷만 찍으면 된단다. 얼떨결에 응했다. 이후 인생의 방향이 확 달라졌다. 여대생 ‘이경희’에서 영화배우 ‘고은아’로 바뀌었다. ●은막 떠난지 26년… 97년부터 경영 대표작 ‘갯마을’로 잘 알려진 왕년의 스타 고은아(60)씨. 추억의 팬들에게는 고 육영수 여사와 닮은 ‘정숙한 여인’으로 인상깊다. 또 ‘관능미의 여인’‘과부’ 역을 자주 맡았다.1965년 1월 ‘난의 비가’로 데뷔했으니 올해로 꼭 40년째가 되는 셈이다. 은막을 떠난 지는 26년 됐다. 하지만 여전히 영화 발전을 위해 묵묵히 일을 하고 있다. 주변에서 고씨를 얘기할 때 극장업계의 ‘성공한 CEO’로 꼽는다. 지난 1997년부터 서울극장과 합동영화사 대표를 맡고 있다. 특히 서울극장은 지난해 말 11개의 개봉관을 갖춘 대형 멀티플렉스로 거듭 태어났다. 객석수만 해도 4600여석일 만큼 서울 4대문 안에서는 가장 큰 극장으로 변모했다. 또한 대구 중앙극장, 부산 대영극장, 대전 아카데미극장, 의정부극장 등 4곳의 지방극장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주 서울 종로3가에 위치한 서울극장을 찾았다. 직원용 엘리베이터를 막 타는 순간 고씨의 남편인 곽정환 서울극장회장을 만났다. 고씨를 인터뷰하러 왔다고 했다. 그러자 “난 아니야, 고 사장이 일을 다해. 난 요즘 (뒤로)빠져 있어요.”라며 웃는다. 고씨의 집무실은 서울극장 5층에 자리해 있었다. 창너머 서울시내가 환히 보였다. 이에 고씨는 “서울은 많이 복잡한 것 같아요.”라고 특유의 정숙한 웃음을 짓는다. 요즘엔 서울신문을 열심히 본다고도 했다. 창가에 붙은 포스터 하나가 보였다. 제목은 ‘행복의 나눔’이었다. 고씨는 “원래는 ‘생명의 창고’였다. 쉽게 설명하면 아프리카와 방글라데시 등 세계 각국의 기아를 위한 봉사단체인데 2년 전에 대표를 맡았다.”고 했다. 한국에서는 독거노인과 소년소녀가장에게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얼굴 내미는 것을 싫어하지만 CBS에서 15년 동안 (기아 관련 방송)MC를 맡은 경력도 있고 또 주위의 간곡한 요청으로 ‘행복한 나눔’을 이끌게 됐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서울과 지방 등을 오가는 일이 더욱 많아졌다. 매월 마지막주 목요일에는 젊은이들에게 극장문을 활짝 연다. 다름아닌 서울극장 2관(907석)에서 기독교 예배행사를 갖는 것. 지난 1월부터 시작했다. 대상은 서울극장을 찾는 사람들이다. 말이 예배이지 재즈음악과 가요 등을 곁들인 한마당 놀이나 다름없단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고씨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됐으며 요즘에는 1000여명이 참석할 정도로 입소문이 점점 퍼지고 있다. ●최근 영화출연제의 받기도 극장 운영에 대한 얘기가 나왔다. 고씨는 “직원이 100여명에 이를 만큼 단일극장으로는 규모가 꽤 커졌다. 어떻게 하면 관람객들이 편안하게 영화를 볼 수 있을까 늘 고민한다.”면서 하루에도 수십차례 극장 주변을 돌면서 관객들과 만난다고 했다. 원래 서울극장은 지금의 곽정환 회장이 지난 78년 세기극장을 인수하면서 오늘날에 이르렀다. 고씨는 “과거의 영화는 하루에 몇커트를 찍었느냐 하는 열정을 자랑삼아 얘기했지만 지금은 영화산업의 규모 자체가 엄청나게 변했다.”면서 구멍가게 같은 사고에서 벗어나 첨단 과학으로 승부할 때가 아니냐고 반문했다. 아울러 97년 극장경영을 본격적으로 맡으면서 컴퓨터와 위기관리 등에 관한 책을 읽고 또 관련 강의도 자주 듣는다고 했다. 온갖 정보 속에서 세상 전체의 흐름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 지론이다. 또한 영화 자체가 현실을 반영하는 예술이기 때문에 본인 자신도 지금의 세상이 봄바람인지 여름바람인지 직접 쐬어 보려고 많이 노력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요즘 영화계의 흐름을 놓치지 않기 위해 개봉영화를 대부분 보려 하지만 바쁜 일정 때문에 중간중간 토막을 내서 보는 경우가 많다고 토로했다. 최근에는 ‘달콤한 인생’을 두번 봤고,‘말아톤’을 보면서 내가 고정 관념속에 많이 갇혀 있구나 하는 반성도 하게 됐단다. 영화 출연 제의에 대해 그는 “최근에 모 영화사로 러브콜을 받았지만 아들(서울극장 기획실장)이 ‘엄마가 나오면 서울극장 간판에 얼굴을 어떻게 걸어놓겠느냐.’하는 말을 듣고 거절했다.”며 웃었다. ●가장기억에 남는 출연작 ‘갯마을’ 때마침 남편인 곽 회장이 들어오면서 인터뷰 내용을 엿듣고는 “이 사람의 인생코드는 독실한 신자이기 때문에 영화출연 같은 거 안할 걸요.”하면서 “기독교 방송을 15년이나 한 걸 보세요.”라고 거들었다. 또 “이 사람은 배우로 살려고 하지도 않았고 한때 배우로 분에 넘치는 인기도 얻었다.”고 부연했다. 고씨 역시 “사실 영화에 뿌리 내리는 작업을 못했다. 살아오는 동안 문화적 충돌로 번민도 많이 했다.”면서 “79년 영화계를 떠난 뒤 신앙에 빠져 살면서 ‘(하나님이)왜 영화를 시켰을까. 하는 질문을 자주 던졌다.”고 했다. “처음 데뷔작은 ‘난의 비가’였지요. 청순가련형의 시한부 인생을 사는 여자 역할이었어요. 당시 영화를 찍으면서도 ‘이번 딱 한번이다.’라고 몇번이나 다짐했어요.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물론 ‘갯마을’이지요.” 고씨는 영화출연을 거절하기 위해 영화사에 갔다가 후라이보이 곽규석씨가 권하는 바람에 인연이 됐다고 술회했다. 나중에 곽씨와는 CBS에서 10년 동안 방송을 함께 했다.‘고은아’라는 이름은 한운사씨가 ‘정말 고운 아이’라는 뜻에서 붙여줬다. 고씨는 영화보다 주로 TV드라마에 출연했다. 마지막으로 ‘제2공화국’에서 육영수 여사역할에 이르기까지 출연작이 약 100여편에 이른다. “극장운영을 하면서 인생이란 운전자 마음대로 가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어쩔 수 없이 좌회전도 해야 하고 우회전도 해야 한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또 고갯마루 올라갈 때에는 다리가 안부러지지만 내리막에는 조심해야 한다는 것도 깨달았습니다.” 고씨는 어렸을 때부터 일기형식으로 메모하는 습관을 가졌단다. 이는 곧 인생을 살아가면서 귀중한 자료가 됐다. 고씨는 영화배우로 한창 인기를 끌던 20대에 곽 회장과 결혼했다.40년 가까이 결혼생활하면서 부부싸움을 얼마나 했느냐고 하자 곽 회장이 “아니 기운이 있을 때 부부싸움도 하는 것 아닙니까? 우린 아직도 기운이 펄펄합니다.”면서 결혼해서 손해봤다는 생각을 안해봤다고 껄껄 웃는다. 고씨 역시 “둘이 오래 살다보니 성격도 비슷해졌다.”면서 사는 동안 소중한 사람으로 수첩에서 정리되지 않는 사람이고 싶다고 말했다. 건강관리를 위해서는 과식하지 않고 일주일에 한번꼴로 골프라운딩을 하며 틈틈이 헬스를 이용한다. 슬하에 1남1녀를 둔 고씨는 일주일에 2∼3회정도 곽 회장과 같이 손을 잡고 출퇴근한다. km@seoul.co.kr ■ 그가 걸어온 길 ▲1946년 부산 출생 ▲64년 부산여고졸, 홍익대 미술대 공예과 입학 ▲65년 영화 ‘난의 비가’로 데뷔, 은아필름 창립 ▲67년 결혼 ▲80년∼95년 CBS방송 ‘새롭게 하소서’프로그램 진행 ▲97년∼현재 서울극장 대표이사 사장 ▲2003년∼현재 ‘행복의 나눔’ 대표. ▲상훈 72년 영화 ‘며느리’로 대종상 여우주연상,78년 영화 ‘과부’로 제17회 대종상 여우주연상.88년 제5회 문화예술상(방송부문-새롭게 하소서) ▲주요 작품 영화 ‘난의 비가’‘며느리’‘과부’‘갯마을’‘소복’‘물레방아’‘까치소리’‘여자의 얼굴’‘겨울새’‘상노’ 등. 드라마 ‘사모곡’‘추풍령’‘즐거운 우리집’‘은하의 계절’‘제2공화국’ 등.
  • 직경480㎞ 망원경 만든다

    지구보다 더 큰 크기의 우주관측용 천체망원경을 만들 수 있을까?정답은 ‘그렇다.’이다. 빛은 파장에 따라 감마선, 엑스선, 자외선, 가시광선, 적외선, 전파 등으로 나뉜다. 이에 따라 천체망원경도 발산하는 에너지 규모가 큰 천체를 찾을 수 있는 감마선·엑스선·자외선망원경, 가시광선을 관측할 수 있는 광학망원경, 온도가 낮은 천체를 효과적으로 볼 수 있는 적외선·전파망원경 등이 있다. 이들 천체망원경은 대기 효과를 없애기 위해 ‘허블’(광학망원경) 외에도 ‘스피처’(SPITZER·적외선망원경)와 ‘찬드라’(CHANDRA·엑스선망원경) 등이 우주공간에 올려져 있다. 이 가운데 전파망원경은 대기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아 지상에만 있다. 특히 서로 멀리 떨어진 두 대 이상의 전파망원경은 천체를 동시에 관찰한 뒤 각각이 수신한 전파를 합성, 하나의 영상을 만들어낼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한국천문연구원 주도로 연세대와 울산대, 탐라대 등 3곳에 직경 20m의 대형 전파망원경 3기를 설치하는 한국우주전파관측망(KVN) 사업을 추진중이다. 이는 국내 최대인 대덕전파천문대 망원경(직경 14m)보다 클 뿐만 아니라,3대의 망원경을 연결할 경우 직경 480㎞짜리 망원경의 효과를 낼 수 있다.KVN사업은 오는 2007년 완료한 뒤 2008년부터 가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한국천문연구원 김현구 박사는 “KVN은 하나의 망원경으로 수행할 수 없었던 먼 거리의 천체구조를 연구해 우주 및 은하의 생성과 진화, 구조 등에 대한 새로운 사실을 알 수 있을 것”이라면서 “특히 광학망원경이 아주 먼 곳의 천체를 정밀하게 관측한다면 전파망원경은 넓은 시야를 바탕으로 우주의 거대구조를 연구하는 게 차이점”이라고 말했다. 즉 광학망원경은 나무를, 전파망원경은 숲을 보는 셈이다. 나아가 전세계에 흩어져 있는 전파망원경을 함께 운영한다면 더 넓은 우주, 더 먼 천체까지 관측할 수 있다. 심지어 우주에 전파망원경을 쏘아올린 뒤 지상과 연결할 경우 지구보다 더 큰 직경의 망원경을 만드는 것도 단순히 꿈만은 아니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홍성 임해관광도로 ‘가속도’

    홍성 임해관광도로 ‘가속도’

    홍성군 임해관광도로가 본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충남 홍성군(군수 채현병)이 ‘우리 고장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작은 불편이라도 줘서는 안 된다.’는 일념으로 임해관광도로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국비 43억원을 따냈다고 11일 밝혔다. 임해관광도로는 해안관광 활성화를 위해 1997년 개발촉진지구 지정과 함께 추진되는 사업이다. 구간은 서부면 궁리∼어사리간, 서부면 신리∼은하면 목현리간, 갈산면 상촌리∼오두리간으로 서산A·B지구에서 서해안고속도로 광천IC를 이어준다. 3개 노선의 총 길이는 17.6㎞에 이른다. 하지만 은하면 덕실리에서 지방도 96호선 목현리지점까지 1.4㎞가 농로를 지나게 돼 있어 관광객의 불편이 예상됐다. 홍성군은 이에따라 지난해 10월 연찬회를 열어 건교부 관계자들에게 이같은 점을 설명했다. 이후에도 관련 과장이 건교부를 수시로 찾아 이를 해결해 줄 것을 요구, 끝내 관철시켰다. 모두 522억원이 투입되는 임해관광도로는 3개 노선 가운데 1공구인 궁리∼어사리간 3.6㎞는 2003년 12월 완공됐고,2공구인 서부면 신리∼은하면 목현리간 10.3㎞는 내년 말 완공을 목표로 공사중이다. 3공구인 상촌리∼오두리간 3.7㎞는 2007년까지 마무리될 예정이다. 홍성군 관계자는 “임해관광도로가 모두 완공되면 천혜의 관광자원인 천수만을 중심으로 하는 홍성지역 관광산업이 더욱 활성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홍성군은 채 군수가 12일 문화재청을 방문, 홍주성복원사업 등에 대한 설명회를 갖고 국비 지원을 요청하는 등 내년도 77건의 사업을 국·도비 지원사업으로 정하고 이를 확보하기 위해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홍성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 [일요영화]

    [일요영화]

    ●미술관 옆 동물원(SBS 오후 11시45분) ‘집으로’를 연출한 이정향 감독의 데뷔작. 심은하·안성기·이성재 주연. 연인에게 버림받은 뒤 세상을 비뚤게만 보는 한 남자와 짝사랑에 속앓이를 하는 한 여자의 사랑 이야기를 잔잔하게 그린 멜로물. 톡톡 튀는 대사와 다채롭고 산뜻한 배합의 영상미, 주연배우의 호연으로 빛이 났던 영화다. 특히 심은하의 빨간 재킷과 노란 우산, 미술관과 동물원의 아름다운 풍광 등 잊지 못할 장면들이 가득하다. 이 영화 덕분에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은 이용객이 몇 배로 늘었고, 연인들의 사계절 데이트코스로 자리잡았을 정도. 결혼 비디오 촬영기사인 춘희(심은하)는 결혼식 촬영 때마다 마주치는 보좌관인 인공(안성기)을 남몰래 사랑하는 스물 여섯 난 여자다. 그런 그녀의 방에 군인 철수(이성재)가 갑자기 들이닥친다. 제대 전 마지막 휴가를 함께 보내려고 애인인 다혜(송선미)가 살던 방을 찾은 것. 하지만 다혜는 이미 떠난 뒤였다. 철수는 다혜를 만나기 위해 그 방에 눌러 앉고, 춘희는 혼자만의 공간에 침범한 철수를 돌려 보내려 한다. 결국 철수는 다혜를 만나지만 그녀는 다른 사람과의 결혼을 앞두고 있는 상태. 춘희는 그런 그가 안쓰럽다. 춘희가 매일 밤 무엇인가를 끄적이고 있는 것을 본 철수는 춘희의 글을 훔쳐 읽는다. 그녀가 누군가를 혼자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챈 철수는 그녀의 사랑방식이 탐탁지 않다. 그녀의 사랑은 기다림만 있을 뿐, 어떤 진전도 없다. 철수는 그녀의 글 속으로 들어가 그녀의 사랑을 바꾸려 한다.108분.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꿈의 구장(EBS 오후 1시40분) 필 알든 로빈슨 감독의 98년작. 케빈 코스트너, 에이미 메디건, 제임스 얼 존스 주연.1919년 미국 월드시리즈 때 시카고 화이트삭스 팀 선수 8명이 승부 조작으로 추방당한 ‘블랙 삭스(Black Sox) 스캔들’을 패러디한 영화.1987년 미국 아이오와주.36살의 평범한 농부인 레이(케빈 코스트너)는 아내, 딸과 함께 옥수수밭을 일구며 조용하게 살고 있다. 어느날, 밭에서 일하던 그는 훗날 그의 인생을 변화시키는 환청을 듣게 된다. 그것은 자신의 옥수수밭에 야구장을 만들라는 계시였다. 레이는 야구장을 짓지만 주위의 시선은 냉담하다. 그러나 돌아가신 아버지의 우상이었던 맨발의 조(레이 리요타)와 시카고 화이트삭스팀 선수 8명이 그의 야구장에 나타나고 레이의 꿈은 점차 현실화되어 가는데….107분.
  • 고려말 문신 안축의 작품집 국역 단행본 ‘근재집’ 발간

    고려말 문신이자 학자인 근재(謹齋) 안축의 문집 ‘근재집’(jinhan M&B 펴냄)이 국역돼 단행본으로 나왔다. 근재가 관동지방 존무사(存撫使)로 있을 때 지은 시문집 ‘관동와주(關東瓦注)’를 뼈대로 후손들이 모은 몇 편의 시문들을 덧붙였다. 정우상 서울교대 명예교수 등 국문학자와 한문학자 6인이 번역작업에 참여했다. 근재의 문학적 재능은 특히 고려시대 경기체가인 관동별곡과 죽계별곡에 잘 드러나 있다. 근재의 시는 우국애민의 심정을 토로한 것이 대부분. 일손이 바쁜 농사꾼에게 할당된 삼을 캐오라고 내치는 관리를 개탄한 ‘삼탄(蔘歎, 인삼을 한탄한다)’ 같은 작품에서는 당시 인삼 공물의 폐해를 그대로 엿볼 수 있다. 또 ‘농두엽부(壟頭 婦, 밭머리에 들밥 나르는 여인)’는 들일 하는 사람들에게 점심밥을 가져다 주는 여인의 정성을 한폭의 풍경화처럼 그린 서정적인 시가다. 알기 쉬운 현대말로 전해주는 고전의 향기가 은은하다. 1만 5000원.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23일 TV 하이라이트]

    ●대추나무 사랑걸렸네(KBS1 오후 7시30분) 군에서 냉장 저장창고의 설치를 지원해 준다는 얘기를 들은 태민은 돈을 마련하려고 분주하다. 태민과 두심은 사방에 돈을 구하러 다니지만 결국 300만원을 못 채운 채 마감날이 다가오고, 온 가족이 나서 마을 사람들에게 부탁해 보지만 모두들 돈이 없어 어쩔 수가 없다. ●홍콩 익스프레스(SBS 오후 9시55분) 민수의 사무실에 들른 강혁은 찢어진 메모지에서 생모의 주소가 나오자 얼굴이 일그러진다. 생모의 생존 소식으로 충격을 받은 강혁은 민수에게 욕을 해대며 당장 없어지라고 소리친다. 정연을 태우고 미친 듯 질주하던 강혁은 정연이 은하 얘기를 꺼내자 불같이 화를 낸다. ●사이언스+(YTN 오전 8시30분) 동영상 1인 미디어는 일반 블로그와 같은 모양새를 갖고 있지만 사진을 올려놓는 것이 아니라 동영상을 올릴 수 있다는 점에 차이가 있다. 최적화된 사용자 환경을 제공하는 전용 멀티미디어 플레이어, 휴대전화의 동영상 촬영기능 등으로 동영상 붐은 계속 확대될 것이다. ●생방송 60분 부모(EBS 오전 10시) 한때 ‘얼짱’으로 일진회에 가담해 음주와 흡연, 패싸움까지 일삼던 여중생이 학부모와 교사의 도움으로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 사례를 소개한다. 특히 이 여중생의 어머니가 직접 스튜디오에 출연, 어른들의 관심과 사랑만 있다면 얼마든지 청소년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와! e멋진 세상(MBC 오후 7시20분) 중국의 가수 위쩐환의 인기 비결은 다름 아닌 털. 그의 몸은 96.8%가 온통 검고 긴 털로 덮여 있다. 그는 태어나자마자 사람들의 수군거림의 대상이 되었고, 국가에서는 아예 그를 데려다 실험실에서 검사하기도 했다. 늑대인간이라 불리는 사나이 위쩐환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마법전사 미르가온(KBS2 오후 6시40분) 가온은 과학실에 놓여있는 모래시계에 다가가려다 순간적으로 텔레파시를 느낀 미르와 아라의 도움으로 다행히 주비의 마법을 피한다. 호구네 일당은 장미와 마패를 인질로 마법전사의 후예들에게 마법요요와 마법서클, 마법검과 마법브로치를 내놓으라고 협박한다.
  • ‘알뜰 혼례’ 무료결혼식장들

    ‘알뜰 혼례’ 무료결혼식장들

    준마와 가마를 타고 입장하는 전통혼례식을 올릴까.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야외 결혼식을 올리면 어떨까.새봄 새출발을 꿈꾸는 예비 신혼부부들이 보다 여유있고 뜻깊은 결혼식을 올리기 위해 분주히 발품을 팔고다니는 요즘이다. 식 올리는 데만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이 든다고들 하지만 잘 살펴보면 비용을 거의 들이지 않고도 품격있고 이색적인 결혼식을 올릴 수 있다. ●말타고 가마타고 “이랴, 새 신랑 납시오.” 경기 과천 서울 경마공원에서는 말을 탄 의기양양한 새 신랑과 가마 옆 작은 창을 열어 바깥을 살피는 수줍은 신부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다산 정약용이 제시한 전통혼례법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혼례식이 치러져 의미와 깊이가 남다르다. 장소와 신랑·신부 혼례복 등 각종 의상, 전통가마와 말, 화문석(돗자리) 등 혼례에 필요한 모든 것이 무료지만 피로연은 따로 준비해야 한다. 혼례 30일 전까지 신청해야 하고 청년여성문화원에서 진행하는 혼례예절교육을 1시간 받아야 한다. 비가 오면 공원 대강당에서 식을 진행한다. 서울 남산 식물원 분수대 앞 예식장은 신랑·신부가 입장할 때 분수대가 하늘높이 솟아올라 이국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자연 속에서 이국적으로 계절에 따라 식물원에서 기른 꽃이나 화분으로 만든 꽃길 사이로 입장하는 것도 색다르다. 장소와 예식을 위한 비품 등은 모두 무료이며 의상과 사진촬영 등은 개별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비가 오면 바로 옆의 교육과학연구원 강당에서 식을 올리면 된다. 화기 이용이 금지돼 있어 피로연장은 식물원 및 공원관리사무소 구내식당을 이용하거나 별도의 장소에 준비해야 하는 점이 불편하다. 한강 시민공원(여의지구)과 양재 시민의 숲에 마련된 야외결혼식장도 시민들이 많이 찾는다. 남산과는 달리 야외에서 피로연까지 열 수 있어 외국영화 속 이국적인 결혼식 장면을 연출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결혼식장을 위탁운영하는 경실련 건전혼례사업본부에 드레스·턱시도 이용요금을 포함한 39만원(예복 이용 안 하면 20만원대)을 내야 되고 피로연도 경실련 측이 지정한 곳을 이용해야 한다. 잠실운동장 야외웨딩홀도 야외 예식장을 운영한다. 지하철 2호선 종합운동장역에서 도보로 5분거리에 있어 접근성이 뛰어난 것이 장점이다. 장소 사용료는 없지만 식장설치비용 45만원을 내야 한다. 홈페이지(www.partyhall.co.kr)에서 상담 및 견적을 해볼 수 있다. ●에스컬레이터 타고 등장 돔형으로 생긴 자연투광창을 통해 햇빛이 은은하게 비치는 지하철 6호선 녹사평역에서는 대합실과 전시실 등의 공간을 결혼식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지난 2000년 시민들이 제안한 행정개선안 가운데 채택돼 2001년부터 운영된 이곳은 지금까지 30쌍 가량의 부부가 탄생했다. 지하2∼4층을 잇는 에스컬레이터를 활용해 신랑·신부를 극적으로 입장시킬수 있다는 점이 이곳의 특징이다. 신랑·신부 대기실은 지하2층 대합실에 별도 공간이 마련돼있고 폐백과 피로연은 지하 4층에서 열면 된다. 의상이나 행사진행 등은 직접 준비해야 한다. 공공기관의 청사나 구민회관 등에서 일반 예식장보다 훨씬 여유롭게 예식을 올릴 수도 있다. ●시청·구민회관 등에서 여유롭게, 저렴하게 일반 예식장이 한곳 밖에 없는 경기 의왕시는 의왕시청 대회의실을 결혼식장으로 대여해주고 있다. 휴무 토요일과 일요일, 공휴일에 이용할 수 있으며 시청직원 2명이 결혼식 도우미로 나서고 있다. 신부대기실과 폐백실로 활용할 수 있는 별도의 공간이 있고 전체 좌석은 250석 정도로 여유로운 편이다. 구내식당을 통해 하객들에게 음식을 제공할 수 있다.400여대를 주차할 수 있어 더욱 편리하다. 신랑·신부 또는 부모가 의왕시에 거주하는 경우에만 이용할 수 있다. 비용은 예식장과 식당 사용료 각 5만원, 식당조리원 인건비 12만원 등 모두 22만원이 들어간다. 인천 연수구청은 기초생활수급 대상가구에 한해 토·일요일 지하1층에 있는 대강당(430석)을 무료 예식장으로 개방한다. 일반인에게는 10만 3000원을 받는다.(1시간30분 기준) 인천항 갑문관리소는 청사내에 있는 잔디밭을 야외 예식장으로 무료로 개방하고 있다. 바다를 바라보며 결혼식을 하는 정취가 그만이어서 시민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관리소측은 연단과 방송시설 등 야외 결혼식에 필요한 시설물도 무료로 제공한다. 이곳 또한 업무에 지장을 주지 않기 위해 토·일·공휴일에 한해 개방한다. 김병철 김학준 고금석기자 kskoh@seoul.co.kr ■ 야외결혼식 이런점 주의를 한가롭고 여유있는 에식을 원하거나 급히 결혼날짜를 잡은 경우, 경제적으로 빠듯한 신랑·신부가 선택하는 것이 무료 예식장이다. 무료예식장은 보통 장소 사용료만 내지 않는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하객을 접대하기 위한 피로연 비용 등은 부담해야 한다. 무료예식장은 대개 필요한 비품까지 무료로 제공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들 비품이 없거나 더러운 것들이 있을 수 있으니 미리 확인해야 한다. 무료예식장은 예식전용 공간이 아니어서 일반 예식장에 비해 장소가 넓은 편이다. 풍선장식 등을 이용해 공간을 아기자기하게 꾸며 썰렁한 느낌이 나지 않도록 해야한다. 주차장, 화장실, 엘리베이터 등 하객들이 이용할 편의시설도 미리 점검해두는 것이 좋다. 야외 예식장은 번잡하지 않고 여유로운 결혼식을 준비하는 신세대 예비부부 덕에 이용이 늘고 있다. 다양한 연출로 독특한 결혼식 분위기를 낼 수 있는 점이 장점이지만 꽃길, 방송장비, 출장뷔페 등을 개별적으로 섭외해 준비하는 것이 만만찮다. 야외라 하객들의 주의가 산만해지기 때문에 비누방울·폭죽 등을 이용한 이벤트를 준비하는 것이 좋다. 비가 올 때를 대비해 실내와 실외를 겸할 수 있는 장소를 택하는 것이 좋다. 공원 입구나 버스정류장·전철역 등에 하객들을 위해 예식장 안내표시를 해두는 것도 좋다. 도움말 한국웨딩플래너협회·마이웨딩 소속 웨딩플래너 김아미
  • [영화속 수능잡기] 볼케이노

    지진해일 ‘쓰나미’로 동남아 국가들이 한바탕 큰 곤욕을 치렀다. 그런데 ‘쓰나미’가 해안으로 몰려오는 모습을 우연히 비행기에서 내려다 본 사람은 ‘쓰나미’가 몹시 아름다웠다고 말한다. 영화 ‘볼케이노’에서 시뻘건 용암이 도도하게 흘러가는 모습은 아름답다. 물론 영화의 무대인 LA 시민들로서는 용암이 아름답게 보일 리 만무하다. 인간의 상상을 초월하는 크기의 파도 역시 아름답게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사느냐 죽느냐 절박한 상황에 놓인 뱃사람들에게는 그런 규모의 파도는 결코 반가울 리가 없다. 은하계의 길이는 빛이 10만 년을 달리는 길이, 즉 10만 광년이라고 한다. 빛은 1초에 지구를 일곱 바퀴 반을 달린다고 한다. 그렇다면 10만 광년은 얼마나 먼 거리일까. 어떤 과학자는 우주의 규모가 400억 광년이라고도 하니 우리의 일상적 상식으로선 도저히 상상이 안 간다. 바닷가의 모래알 한 알에도 못 미치는 지구에서 살아가고 있는 인간은 얼마나 작고 사소한 존재인가.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라고들 하지만 자연과 우주의 웅장함 앞에서 한없이 나약한 존재가 인간일 수밖에 없다. 이 우주적 스케일과 자연의 웅장함 앞에서 자신의 나약함을 고백할 때, 인간이 느끼게 되는 미적인 감정을 미학에서는 ‘숭고미’라고 한다. 엄청나게 크고 위대한 것 앞에서 인간이 압도당할 때, 느끼는 아름다움이 바로 숭고미라는 것이다. 그러나 영화 ‘볼케이노’에서처럼 나의 생명을 위협하는 용암의 불덩이를 숭고의 감정으로 아름답게 바라볼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있을까. 용암에 쫓기는 사람은 용암 앞에서 겸손할 수가 없다. 용암 앞에서의 겸손은 인간의 죽음을 의미한다. 영화 ‘볼케이노’에서의 LA 시민들에게 용암은 극복의 대상이지 미적인 관조의 대상일 수가 없는 것이다. 용암의 뜨거움으로부터 LA 시민들의 생명을 지키려면 무엇보다 먼저 용암의 성질을 잘 알아야 한다. 자연의 위협으로부터 LA 시민들의 생명을 보호하고, 자연을 인간의 의지 아래 복종시키자면 과학자들을 불러와야 한다. 오, 대자연의 위대함이여, 신의 신성한 뜻이여, 라는 숭고의 노래를 위해서는 한 사람의 시인과 신앙인이 필요하다. 숭고의 감정은 자연을 이해하고, 자연을 정복하겠다는 과학적 동기와는 전혀 차원이 다른 문제다. 용암과 태풍의 위협으로부터 내 한 목숨을 살려야겠다는 감정에서 숭고미는 싹틀 수가 없다. 거대한 산을 바라보면서 ‘이 산을 개발하면 대단한 돈을 벌 수 있겠군.’하는 생각을 하는 사람에게도 숭고의 감정은 생겨날 수가 없다. 속세의 문제를 떠나서, 자잘한 이해관계를 초월해서 자연을 자연 그 자체로 바라볼 때, 숭고의 감정은 생겨나는 것이다. 대자연의 위대한 모습을 보면서도 내게 어떠한 감흥이 없다면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나는 너무 이해관계에 매달려 있는 것은 아닌가. 믹 잭슨 감독, 토미 리 존스, 앤 헤치 출연,1997년작 김보일 서울배문고 교사 uri444@empal.com
  • [토요영화]

    ●저개발의 기억(EBS 오후 11시45분) 쿠바에 사회주의 혁명이 몰아닥치자 젊은 부르주아 세르지오의 부모와 아내, 친구들은 혁명을 피해 마이애미로 떠난다. 하지만 세르지오는 쿠바에 남기로 결심한다. 혼자가 된 그는 삶의 이유를 찾기 위해 자신의 어린 시절, 가족, 연인의 모습과 불행을 겪었던 과거를 기록하기 시작한다. 사회와의 모든 관계를 단절한 채, 현실을 관망하면서 차츰 자신의 정체성을 발견하게 되는 세르지오. 혁명은 점점 그에게 도전으로 다가온다. 끊임없이 교차되는 과거와 현재, 픽션과 논픽션, 주인공의 내적 독백 등을 통해 쿠바혁명기를 체험한 부르주아 지식인의 의식을 그려냈다. 개인과 혁명은 어떤 관계에 있으며, 그로부터 얼마만큼 자유로워질 수 있는가를 변증법적으로 풀어낸 영상 보고서. 에드문드 데스노에스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토마스 구티에레스 알레아 감독의 1968년작.97분. ●스타워즈5-제국의 역습(MBC 오후 11시40분) 제국의 요새, 죽음의 별을 공격하는 반항국과 이를 격퇴시키는 제국군과의 전쟁을 그린 SF영화.‘스타워즈’ 시리즈 가운데 가장 탄탄한 이야기 구성이 돋보이는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이 시리즈에는 새로운 인물인 제다이의 원로 요다가 등장하는데, 감독이자 배우인 프랭크 오즈가 요다의 독특한 캐릭터를 연기했다. 루크 스카이워커는 제다이의 기사가 되기 위해 스승 요다와 오비완에게 수련을 받는다. 그러나 루크 진영은 승리에 도취해 있다 변절한 제다이의 기사 다스 베이더의 공격을 받는다. 기지를 빼앗긴 한 솔로 선장과 레이아 공주 일행은 팰콘호를 타고 한 솔로의 친구가 있는 베스핀 행성에 도착한다. 하지만 이들은 곧 다스 베이더의 제국군에게 사로잡히고, 제국군을 이끄는 다스 베이더는 은하계를 지배할 기회를 얻게 된다. 한편, 홀로 수련을 받고 있는 루크는 제다이 기사로서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지만 아직 완성된 단계에는 이르지 못했다. 자칫 힘을 잘못 쓰면 위험한 상황이지만 레아 공주와 한 솔로 일행을 구하러 간다. 다스 베이더와 운명적인 결투를 하게 되는 루크. 그런데 다스 베이더가 타락한 제다이의 기사이며 자신의 아버지라는 사실을 알고 큰 충격을 받는데…. 마크 해밀, 해리슨 포드, 캐리 피셔가 출연했다. 오빈 커시너 감독의 1980년작.124분. 김소연기자 purple@seoul.co.kr
  • [生生인터뷰] 4년 만에 2집 앨범으로 돌아온 그룹W

    [生生인터뷰] 4년 만에 2집 앨범으로 돌아온 그룹W

    음악을 ‘소유’할 것이냐,‘공유’할 것이냐에 대한 고민은 뮤지션들의 숙명. 자기만족적 음악은 소수의 지지를 얻을 수는 있지만 대중을 행복하게 하지는 못한다. 90년대 여름음악의 대명사로 통했던 그룹 코나의 리더 배영준(36·기타)과 한재원(31·키보드), 김상훈(30·보컬, 베이스)이 모여 만든 그룹 W.1집 앨범 ‘안내섬광’으로 마니아들의 열렬한 찬사를 받았던 이들이 4년 만에 타인의 취향을 적극 고려한 2집 앨범(14일 발매)을 들고 돌아왔다. 친해지고 싶은 마음에 ‘웨어 더 스토리 엔즈(Where the Story ends)’라는 긴 이름도 짧게 줄였다. “우리들끼리는 좋았는데 음악은 누구나 함께 즐겨야 한다는 사실을 새삼 인식한 거죠.” 코나 시절 부르던 예쁜 멜로디, 착한 사랑이야기에 대한 일종의 반발심리로 강렬한 일렉트로니카 사운드에 심취했던 이들은 ‘발라드의 더께’를 걷어냈고 또 대중과 상관없이 원없이 즐거웠다. 그런 시간들은 한결 홀가분한 음악으로 돌아올 여유를 갖게 했다. 물론 나이도 더 먹고, 짱짱한 레이블 ‘플럭서스’에 둥지를 튼 것도 변화에 한 몫한다. 그렇다고 해서 일렉트로니카 사운드에 대한 지향을 포기한 건 아니다. 이를 바탕에 깔고 뉴웨이브(Shocking Pink Rose, 은하철도의 밤), 포크(Bubble Star, 경계인), 보사노바(LEMON), 디스코(Let’s Groove)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선보이고 있다. 세련미 넘치는 비트는 고급스럽고 멜로디는 경쾌하고 감미롭다. 듣다 보면 아무리 뻣뻣한 사람도 가만히 있을 재간이 없다. 흡착력 강한 음악은 ‘절제의 미학’을 통해 태어났다.“꽉 찬 사운드를 추구하던” 이들은 “하나를 버려도 이렇게 멋지게 표현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냈다.“예전에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소리를 담을까.’가 관건이었다면 이번에는 ‘어떻게 빼야 할까.’를 고민했어요.” 학창시절 “로커로 활동했을 정도로” 내지르기에 소질 있는 보컬 김상훈도 자신을 꾹꾹 눌러가며 나긋나긋하게 노래했고 그 덕에 감각적인 맛은 잘 살아났다. 자신만의 아이덴터티를 가지고자 하는 몸부림 끝에 나온 가사는 꽤 시적이고 예민한 감수성이 뚝뚝 묻어난다. 독서광이자 만화광인 배영준의 상상력이 그대로 녹아 있다. 멜로디와 가사 모두 “달콤하게 졸인 시럽처럼” 느껴지는 타이틀곡 ‘Shocking Pink Rose’는 일본 만화 ‘나나’에서 영감을 받은 것. 첫 곡 ‘소년세계’도 일본 소설에서 모티프를 얻었다.‘만화가의 사려 깊은 고양이’에는 만화를 좋아하고 실제로 고양이를 키우는 그의 모습이 들어 있다. 멤버들이 가장 좋아하는 곡은 ‘투표 결과 2대 1로’ 마지막 트랙에 실린 ‘경계인’이다. 일단 ‘전자음악의 귀재’들이 빚어낸 기품있는 어쿠스틱 사운드가 귀를 솔깃하게 한다. 이 곡은 배영준이 재독 학자 송두율 교수를 생각하고 쓴 것.“‘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하거든 신문·잡지를 보지말고 스팅의 신보를 들어라.’라는 말처럼 음악에 동시대에 대한 고민이 담겨야 된다고 생각해요. 교양은 우아하게 앉아서 차 마시는 게 아니라 세상을 읽을 줄 아는 힘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아직 낯선 이름,W를 먼저 만나고 싶다면 11일 홍대 앞으로 발길을 돌려라. 클럽 엘리스(02-3141-6876)에서 이들의 날 선 감각을 확인할 수 있다.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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