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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씨줄날줄] 소원 수리

    인터넷 서핑 중 만난 글 한토막. 이병:뭘 또 수리하라는 거지….매일 작업이네. 일병:xx….또 개념없는 이등병 나오는 것 아냐? 상병:저 놈이 찌르면 어떡하지? 병장:또 중대장에게 끌려가겠네. 말년:와,재밌겠다.빨리 해라. 이 땅에서 군에 다녀온 남자라면 ‘소원 수리’와 얽힌 나름의 추억들을 갖고 있다.논산훈련소에서 4주 동안 박박 긴 뒤 배출되기 전날,자대(自隊)에 배치된 뒤에는 1년에 한번쯤,마지막으로 개구리복(예비군복)으로 갈아입고 군문을 나서기 직전 소원 수리를 써낸다. 논산훈련소에서 이빨 갈리게 했던 조교가 헤어지는 게 아쉬워 담배를 건네며 어깨를 두드려준 줄 알았는데 다음날 있을 소원 수리서 때문이었다는 것은 나중에 알게 됐다.자대에 가서는 한밤에 완전군장으로 집합시켜 잔뜩 얼차려 기합을 가한 뒤 “알아서 소원 수리서를 쓰라.”고 했던가.인터넷에 떠 있는 글처럼 ‘개념없는 이등병’은 없었던 것 같다.“중대장님의 영명하신 지도력 아래 하루하루 편안한 군생활을 하고 있다.”는 식의 아부성 글들로 넘쳐났다고한다.현역에서 예비역으로 바뀌는 순간에도 끝내 독한 글들을 쏟아내지 못했다. 군은 최근 병영내 가혹행위와 성범죄 등을 뿌리뽑겠다며 난리다.‘신고센터’도 운영하겠단다.군이 수십년간 운용해온 소원 수리 제도가 ‘맹탕’이었음을 인정한 꼴이다.국가인권위 조사에서는 병사의 9.14%가 성추행을,60.32%가 구타를,65.69%가 가혹행위를 당했다는데도 군은 지금까지 ‘서부전선 이상없다.’는 식이었으니 말이다.하지만 소원 수리가 병사들의 고충을 접수하는 신문고가 아니라 피해자들에게는 은폐를 집단으로 강요하고,가해자에게는 양심의 가책을 용서받는 요식 행위였음을 자각하지 않는 한 병영이 인권 사각지대라는 인식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 같다. 노무현 대통령이 최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8월 청와대 조직 개편을 앞두고 비서관·행정관을 대상으로 소원 수리를 받으라고 지시했다고 한다.희망 근무처를 받으라는 말인 것 같다.노 대통령이 느닷없이 소원 수리라는 군 용어를 사용한 까닭은 무엇일까.노 대통령에게 소원 수리는 어떤 추억으로 남아있을까. 우득정 논설위원
  • 盧 대선자금 회견 / 한나라 “굿모닝비리 물타기”

    노무현 대통령의 대선자금 동반공개 제안에 대한 한나라당의 입장은 한마디로 ‘우리를 끌어들이지 말라.’는 것이다.동반공개도,검찰이나 특검의 수사도 받아들일 수 없으며,민주당의 대선자금이 문제가 되고 있으니 이것만 밝히면 된다는 주장이다. 박진 대변인은 21일 논평을 통해 “노 대통령의 주장은 민주당의 불법모금 비리사건의 본질을 호도하는 것으로,정략적인 책임전가이자 진실을 은폐하는 궤변”이라고 혹평한 뒤 “국민들이 원하는 것은 불법 비리사건의 진상규명과 핵심수혜자인 노 대통령의 고백 및 사죄”라고 주장했다. 홍사덕 총무는 “노점상과 정년 퇴직자 등이 평생 모은 돈을 사기쳐서 대선자금으로 사용한 것과 정치자금제도의 미비는 어떤 함수관계도 없는데도 현 정부는 마치 정치자금제도가 잘못돼 그런 일이 발생한 것처럼 선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한나라당은 그러나 내부적으론 고심하고 있다.오전 열린 상임운영위에서 남경필·원희룡 위원 등 소장파들은 “한나라당이 뒤따라 공개하지 않으면 마치 구린 데가 있어서 그런것으로 비쳐진다.”며 동반 공개를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병렬 대표는 “세상사에는 선후가 있다.”며 일단 민주당의 공개여부를 지켜 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진경호기자 jade@
  • [수평사회를 만들자]제3부 경찰과 시민 (2)서민엔 ‘당당’ 권력엔 ‘굽실’

    최근 무기거래상 김영완씨 집 강도 사건을 지켜본 국민들은 추문의 실체들이 속속 모습을 드러내는 것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어야 했다.청와대로부터 걸려온 전화 한 통화에 경찰의 수사라인은 엉망진창이 됐고,수사팀은 사설탐정처럼 피해자의 요구에 따라 움직였다.청와대와 연관된 사건이라는 이유로 상부보고 절차마저 생략됐다. 결국 이 사건으로 한 지방경찰청장이 직위 해제됐고 퇴직한 고위간부의 명예가 깎이는 등 경찰의 위신이 큰 손상을 입었다.하지만 더 큰 상처는 힘없는 서민들의 가슴에 새겨진 불신과 박탈감이었다. ●강자에 약한 경찰 김영완씨 집 강도 사건은 정치권력의 입김에 취약한 경찰조직의 단면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청와대에 파견된 경위의 한마디에 경찰 수뇌부는 사건수사를 비밀리에 진행토록 수사팀에 지시하는 등 사건은폐를 주도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경찰이 권력의 ‘사병집단’으로 전락했다.”는 비난이 들끓었다.4년 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고관집 절도사건’도 경찰이 실체적 진실을 파헤치기보다 권력자의 비리를 덮는 데만 급급한 사례로 꼽힌다. 이처럼 권력층에 약한 경찰이지만 힘없는 서민들에게는 여전히 관료적이고 권위적인 집단으로 인식되고 있다. 지난해 6월 성균관대 행정대학원 문광식씨의 석사학위 논문에 따르면 수도권 지역 거주자 2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45.2%가 경찰이 고압적이거나 부정부패와 관련된 기관이라고 응답했다.또 서민들 상당수는 범죄 피해를 입더라도 경찰서 찾기를 꺼린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01년 범죄 피해를 입은 가구 가운데 경찰에 신고한 가구는 31.5%에 머물렀다. ●중립 보장할 제도적 장치 취약 전문가들은 ‘강자에 약하고 약자에 강한’ 경찰의 모습이 110년 역사를 통해 구조화된 태생적·제도적 문제점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진단한다. 백형조 전 경찰대학장은 “여러차례 개혁시도에도 불구하고 경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할 제도적 장치가 취약하다.”면서 “인사에 민감한 고위간부들은 집권자나 정치적 실세를 의식하고 간섭에 순응하는 직무자세가 체질화돼 있다.”고 지적했다. 경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으로 지난 91년 치안본부가 내무부의 외청인 경찰청으로 전환되고,주요정책을 심의 의결하는 경찰위원회가 설치됐다.하지만 위원회의 지위와 권한 미비,위원들의 신분적 한계 등으로 유명무실한 처방에 머무르고 있다. 서울 일선 경찰서의 과장급 간부는 “초급간부가 청와대에서 근무한다는 이유만으로 경찰청장과 독대할 수 있는 곳이 경찰조직”이라면서 “진급 심사에서 ‘물’을 먹지 않기 위해서는 ‘실세’나 상급자들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고 털어놓았다. ●규제·단속 중심의 ‘관권경찰’ 국민을 봉사와 서비스의 대상이 아니라 통제와 단속의 대상으로 간주하는 권위주의적 행태는 서민들의 가장 큰 불만 사항이다. 지난달 사기피해를 입고 서울 K경찰서를 찾아갔던 김모(34)씨는 수사관의 무성의하고 불친절한 태도에 불쾌감만 느끼고 돌아와야 했다. 한 외국계 어린이 영어교재회사와 지역 총판 계약을 맺었던 김씨는 회사측이 계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하는 바람에 10억원의 피해를 입고 회사 대표를 사기혐의로 고발했다. 김씨는 이 회사가 처음부터 고의적으로 속였다는 생각에 분통이 터졌다. 하지만 사건을 접수한 수사관은 자세한 설명없이 “형사처벌이 안된다.”며 당사자간 합의를 종용할 뿐이었다.김씨는 “경찰이 아니라 가해자의 변호인 같다는 인상을 받았다.”면서 “친척 중에 국회의원 보좌관 한 명만 있었어도 그런 대접을 받았겠느냐.”고 하소연했다. 인권실천시민연대 오창익 사무국장은 “식민지시대 경찰에서 유래된 권위주의적 치안행태가 군사정부 시기를 거치며 한국경찰을 서비스 중심의 민권경찰이 아닌 규제와 단속 중심의 관권경찰로 고착시켰다.”고 꼬집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경찰에 대한 불신이 치안에 대한 불안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통계청이 2001년 실시한 ‘사회안전에 대한 인식도’ 조사에서 ‘범죄피해에 대한 두려움을 느낀다.’는 응답이 56.6%로 ‘느끼지 않는다.’의 17.3%보다 3배 정도 높았다.또 ‘치안상태가 안전하다.’는 응답은 10.5%에 그친 반면 ‘보통이다.’‘불안하다.’는 응답은 44.1%,45.4%에달했다.백형조 전 학장은 “한국보다 강력범죄 검거율이 훨씬 떨어지는 미국이나 영국·일본 등 치안 선진국에서는 ‘치안상태가 불안하다고 느낀다.’는 응답이 10∼30%에 불과하다.”면서 “우리나라에서는 경찰에 대한 국민의 신임도가 그만큼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사실은 외국에 비해 시국치안과 행정지원 부서의 인력이 과도하게 많다는 점을 통해서도 확인된다. 한국 경찰에서 정보·보안 등 이른바 ‘시국치안부서’의 인력배치 비율은 전체의 18% 수준으로 미국의 4%,캐나다의 6%에 비해 현저히 높다. ●“경찰·권력 연결고리 끊어야” 전문가들이 강조하는 것은 경찰조직의 ‘실질적’ 중립화다.그 첫 단계로 거론되는 것이 청와대,국회,국정원 등에 인원을 비공식적으로 파견 또는 담당토록 하는 관행을 없애는 것이다. 오 사무국장은 “비공식 경로로 권력기관에 파견된 경찰들이 권력층과 인적 유대를 맺고 사건 청탁과 인사에 개입해 왔다.”면서 “경찰에 대한 불신의 뿌리가 정치권과의 부당한 유착에 있는 만큼 그 고리가돼온 비공식적 파견을 제도적으로 봉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총리실 산하 경찰위원회에 정책심의기능과 인사권을 실질적으로 부여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연세대 김호기 교수는 “인사와 정책결정에 대한 정치권력의 부당한 간섭을 막기 위해 유명무실화된 경찰위원회에 방송위원회 수준의 자율성과 권한을 부여하는 것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경비·정보·보안 등 시국치안 기능을 축소하고 민생치안 기능을 중심으로 조직을 개편해야 한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치안정책 자문기구인 경찰혁신위원회 관계자는 “식민지와 권위주의 정권 시기를 거치며 경비·정보·보안 등 시국치안 기능이 지나치게 비대해졌다.”면서 “방범·수사 등 민생범죄 예방과 검거활동으로 중심역량을 이전하고,수요자 중심의 치안서비스 개념을 정립하는 방안을 모색중”이라고 밝혔다. 이세영 박지연 이효연 기자 sylee@
  • [열린세상] 군인·가족 인권확보 돼야

    육군 사병이 부대 내 성추행을 비관하다 자살한 사건이 최근 발생한 데 이어 대대장인 현역 중령의 상습적인 부하 사병 성추행,영관급 군의관의 간호장교 성추행 등 군대 내의 성범죄가 위험수위를 넘어서고 있다. 군부대 성추행이 보도되자 군대 내에 성폭력진상위원회를 만들어 성범죄 유발요인과 취약한 부대환경 등을 정밀 조사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더 나아가 단순한 엄포형 지시나 진상위원회 같은 대외홍보성 대책보다는 지속적으로 피해자의 신고를 접수·해결할 수 있는 창구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또 올해 초 주한 미2사단 군사법원이 카투사를 성폭행한 미군에게 징역 30년의 중형을 선고한 예를 들면서 성폭력에 대한 엄벌주의도 제기되고 있다.그러나 군대라는 특수사회에만 책임을 물을 것이 아니라 성적으로 문란한 현 세태가 바뀌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러한 주장들은 모두 일리가 있으나 군대의 성폭력문제 등을 본질적으로 해결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군대 내에는 또 성폭력 사건만 있는 것이 아니다.폭력에 의한 사망 은폐사건도 있고 군대사회의 특수성으로 인한 우울증·과음·약물중독·총기사고·자살 등 많은 문제들이 있다.이러한 문제는 일반 사회에서도 볼 수 있는 보편적인 문제이지만 군대라는 특수한 상황에서는 더욱 심각하다.지금까지는 일반적인 사회와는 다른 군의 특수 문화와 규범을 인정하면서 스트레스 유발 요인과 함께 군인과 그 가족이 겪는 정신건강상의 문제를 간과하여왔다. 그러나 인터넷을 통한 정보공유에 따른 인권의식 증대와 행정의 투명성 확대는 군 사회를 인권과 복지의 치외법권지역으로 남겨두지 않고 있다.그동안 무관심하거나 은폐되어 왔던 많은 문제들이 사회에 노출될 것이다.그러므로 이번 기회에 성폭력문제만이 아니라 군대가 안고 있는 문제,특히 정신건강상의 문제와 군인과 군인가족의 복지를 저해하는 문제들을 원천적으로 예방하고 포괄적으로 지원하는 제도가 만들어져야 한다.국가가 지향하는 ‘강하고 건강한 군대’를 만들기 위해서는 군인과 군인가족의 인권과 복지가 확보되어야 하며,이를 포괄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제도가 요구된다. 이러한 방안의 하나로 군사회복지사 제도를 제안한다.군사회복지사들은 군인들과 그 가족들을 대상으로 성폭력행위등의 교정·교화사업뿐만 아니라 그들의 정신건강상의 치료와 군사회의 적응,약물남용 예방과 치료,가족문제 지원 등의 역할을 한다. 군사회복지사는 군 생활의 모든 영역에서 군인과 군인가족의 삶의 질과 복지 향상을 위해 전문적인 역할을 해왔다.미국에서는 이미 남북전쟁시 링컨 대통령에 의해 군인의 복지 욕구를 해결하기 위한 건강위원회를 두었고,1900년대에는 군인 구호협회를 만들었다.그러다가 1943년에 육군에서 ‘정신보건 사회사업에 관한 사업계획’이 확정됨에 따라 군사회복지사 제도가 공식적으로 승인받게 되었다.1980년대 이후에는 군사회복지사의 수적인 확대뿐만이 아니라 군인가족 지원센터와 같은 서비스 시설을 세워서 군인 가족생활을 지원하였다. 우리나라에서도 군사회복지라는 제도를 신설하고 군대라는 특수사회에 적용 가능한 실천기술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우리나라에서는 군사회복지사제도를 1966년에 실험적으로 시행한 적이 있다.당시 사회복지학 전공 ROTC 장교들을 군사회복지사로 근무하게 하였다.그들은 정훈장교로 분류되어 활동하였으나 지원체계가 미흡하여 큰 성과를 보지 못하였다.앞으로 군사회복지사 제도가 만들어질 경우 사회복지전공 ROTC 장교들을 활용하거나 군에서 선발한 장병들을 군사회복지사로 양성할 수도 있다.이처럼 제도화된 창구가 있어야 근원적으로 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군사회복지 관련 제도는 군대 내의 문제를 해결할 뿐만 아니라 자연재해나 재난 구조 등 사회기여활동도 할 수 있게 될 것이다.군대 성폭력 등의 문제가 터질 때마다 사후에 해결하려고 할 것이 아니라,문제해결의 근본적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강하고 건강한 군대를 만드는 첩경이다. 김 성 이 이화여대 교수 사회복지학
  • 기고 / 인사권 팔아먹은 충남교육계

    최근 충남 교육감이 2000년 7월 교육감 선거에서,차기 교육감 선거 때에 특정 교육위원을 지원하겠다는 각서를 써 주고 승리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소문으로만 떠돌던 내용이 사실로 밝혀진 것이다. 각서 내용에는,자신을 지지해 주는 대가로 한 교육위원에게 특정지역 교직원들에 대한 인사권을 위임한다는 내용까지 포함되었다고 한다.교육감의 권한 중 최고 권한인 인사권까지 위임하며 지지를 호소해야 할 정도라면 그 이면에 더 큰 비리가 은폐된 것은 아닌지 또 다른 의혹까지 생긴다. 흔히 “교육이 썩었다.”고들 하지만,이렇게까지 썩어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현직 교육감이 인사권마저 넘겨준 것은 지나가는 개가 봐도 비웃을 일이다.게다가 그 교육감으로부터 인사권을 위임받은 모 교육위원은 일부 군 지역 교육행정직 인사와 관련하여 수천만원씩 돈을 받았다는 사실이 밝혀져 교육계에 또 한번 놀라움과 충격을 안겨 주었다. 이것은 충남교육감의 문제가 단순히 개인 문제에서 그치지 않음을 보여준다.즉 그 교육감 외에 다른 인사들의 인사청탁과 비리는 이미 그 교육감이 조장한 것이나 다를 바 없는 것이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은 법이다.충남교육감을 비롯하여 이번 사건에 연루된 사람들이 교육수장이고 교육위원인 이상 우리 교육은 계속해서 썩을 수밖에 없다.실제로 이들이 희희낙락하면서 비리를 저지르는 사이 충남 교육은 죽어가고 있었다. 지난 4월에는 예산의 한 초등학교 교장의 자살사건으로 인해 교육계에 한바탕 태풍이 몰아쳤다. 또 천안초등학교 축구부 합숙소 건물의 화재로 축구 꿈나무 9명이 사망하고 20여명이 중경상을 입는 초대형 사고가 일어났다. 교원노조와의 갈등에서 비롯된 교장의 죽음은 전교조 문제를 화두로 던져놓았으며,축구부 화재 사고는 보상 문제를 놓고 아직도 유족들과 합의를 마무리하지 못한 채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교육감이라는 사람이 인사청탁을 위한 뒷돈 챙기기에 여념이 없었다는 것은 무엇을 말할까? 교육계를 발칵 뒤집어놓은 이 두 사고가 하필이면 충남 교육청 관내에서 일어난 것이 우연이었을까? 확대해석일 수 있겠지만 필자가 보기에 이번 비리는 특정 지역에만 국한된 지엽적인 것이 아니라 우리 교육현실 자체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건인 듯하다. 사실 교육계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교육 비리들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잊어버릴 만하면 나타나는 비리들을 보노라면 지뢰밭을 걷는 듯 아슬아슬한 느낌이 든다.따라서 이 사건을 특정지역에 국한된 문제로 축소하기보다는 교육계 전체의 문제로 받아들여야 한다. 또 교원노조와의 갈등 탓에 교장 직을 기피하는 현상이 생기고,유소년 축구선수들이 자신의 꿈을 접는 사이에 우리 교육이 죽어간다는 사실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먼저 간 망자들의 혼령을 달래주기 위해서라도 이들에게 더 이상 부끄러운 일은 없어야 한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어느 누가 또다시 인사권을 팔아 엿 바꿔 먹는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교육감 권한을 축소하든지,아니면 아예 인사권 자체를 빼앗아 버리든지,교육감 선출 방법자체를 확 바꿔버려야 할 것이다. 최원호 한영신학대 겸임교수 명예논설위원
  • 금속노조도 협상타결

    지난 10일 시한부파업 등을 벌였던 금속노조측은 이날 사용자측과 중앙교섭협상을 갖고 주5일 40시간 근무 등 의견 차이를 보였던 주요 쟁점에 대해 잠정 합의했다. 금속노조와 사측은 ▲주5일 40시간 근무 및 노사합의 없는 기존 임금 무삭감 ▲비정규직 근로자 정규직화 ▲근골격계 질환 예방대책 마련 ▲산업재해 은폐 방지등에 의견을 모았다. 박지연기자 anne02@
  • 최병렬 대표 “나를 조사해”

    국정원이 북한의 고폭실험 관련자료 유출과 관련,한나라당 최병렬 대표와 국회 정보위원들에 대한 조사 방침을 밝히고 나서 논란을 빚고 있다. 한나라당은 14일 국정원의 유출경위 조사방침이 알려지자 “적반하장”이라며 발끈했다.나아가 “국정원이 국가안보와 직결된 정보를 숨겨온 것부터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역공을 폈다. 최 대표는 “북한이 고폭실험을 했다는 게 도대체 무슨 기밀이 되느냐.당연히 국민에게 알렸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래 나를 조사해 잡아 넣겠다는 말이냐.”며 불쾌감을 드러냈다.박진 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지난 97년부터 북한이 70여차례에 걸쳐 고폭실험을 한 정보를 갖고 있으면서 원내 1당인 한나라당에 알리지 않은 것은 국정원의 직무유기이자 월권행위”라며 “노무현 대통령은 국정원의 은폐행위부터 사과하고 경위를 철저히 따져 엄중문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국정원측은 지난 10일 고영구 국정원장이 국회 정보위에 보고한 북한 고폭실험 관련정보가 언론에 공개된 것과 관련해 최 대표와 정보위원들에 대한 조사방침을 내비쳤다. 국정원 관계자는 “지난 11일 최 대표의 발언을 보면 국정원 보고문건을 복사해 회의장 밖으로 유출시킨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국회법 및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의 국가기밀 누출죄에 해당하는 것으로,조사 및 고발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국정원은 다만 상대가 야당대표인 점을 감안,서면조사를 검토하는 등 조사방법에는 다소 신중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보고문건 유출 여부에 대해 최 대표는 그러나 “한 의원이 정보위에 보고된 내용을 포함해 정보위 회의에서 오간 문답내용을 간단히 정리한 리포트를 보내줘서 읽어본 것”이라며 공식보고 문건을 본 것은 아니라고 일축했다. 진경호기자 jade@
  • [열린세상] ‘2만불 시대’ 걸맞은 노사관계

    미 하버드 대학의 로버트 푸트남 교수는 사회자본이 국부의 원천이라고 했다.사회자본이란 신뢰와 협동심과 같이 사회공동체가 공유하는 정신적 자산을 말한다.사회자본이 빈약한 나라는 갈등과 분열이 심화돼 경쟁력을 잃고 낙후하게 된다는 것이 푸트남의 주장이다.이런 관점에서 오늘의 한국사회는 사회자본의 결핍으로 위기상황에 처한 느낌이 든다.노사,교단갈등을 비롯해 온갖 사회갈등이 끊이지 않고 증폭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경영개발원(IMD) 발표에 따르면 2002년도 우리나라 노사관계 경쟁력이 조사대상 49개 국가 중에서 47위,분규로 인한 근로손실 일수는 조사대상 30개 국가 중에서 30위로 최하위다.세계경제포럼이 발표한 노사협력 순위 역시 55위로 바닥권이다.한국의 노사대립이 격렬하다는 증거다.이런 상황에서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를 달성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어떻게 해야 노사갈등을 해소하고 협력과 통합의 사회자본을 증대시킬 수 있을까. 첫째,유형과 사안에 따라 갈등의 본질을 정확히 간파하고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갈등은 집단이기주의나 집단히스테리의 폭발현상일 수 있다.소외와 차별,좌절과 욕구불만이 누적되면 누구나 분노를 느낀다.이게 히스테리다.생존문제나 가치가 근본원인일 수도 있고,님비(NIMBY) 심리의 발로일 수도 있다.표면적인 명분과 이면에 숨은 의도가 다른 경우도 있다.조정자는 이런 점을 충분히 고려하고 문제에 접근해야 정답을 찾을 수 있다. 둘째,대화와 타협이 최선의 방법이다.이는 상생의 미학을 전제로 한다.대화는 당사자들이 가슴을 터놓고 진솔하게 해야 한다.상대방의 주장을 경청하고 자존과 인격을 존중할 때 타협의 가능성이 움튼다.또 중요한 것이 원칙을 지키는 일이다.상황에 따라 말을 바꾸거나 약속을 번복하면 일을 그르치기 쉽다.가장 중요한 것은 윈-윈 게임이라는 상생의 원칙과 사회적 공동선의 원칙이다.어느 일방의 승리와 상대방의 패배는 또 다른 갈등의 불씨가 되고,사회공익과 공동선에 배치되는 해결은 집단이기주의의 은폐일 뿐이다. 셋째,인간주의와 법치주의를 병행해야 한다.온정주의는 아름답다.그러나 법치가 없는온정주의는 기대를 조장하고 갈등을 증폭시킨다.사정이 악화되면 이익집단은 설 자리를 잃게 되고,정부는 통치능력을 상실한다.하나의 대안은 인간주의와 법치주의의 조화다.인간주의는 온정주의에 우선한다.노동자를 약자로 취급하는 게 온정주의다.그러나 그들을 사회적,정치적,법적,인격적으로 대등한 위치에 놓고 정당하게 대우하고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은 인간주의다. 넷째,조정자는 가치중립적인 균형된 시각을 지녀야 한다.이해조정의 철칙은 조정자가 중립을 지키는 일이다.조정자가 중립을 지키려면 균형된 시각을 지녀야 한다.또 조급성과 정치적 편의주의를 철저히 배제해야 한다.조급하게 서둘거나 정치적 이해타산을 개입시키면 원칙과 중심을 잃기 쉽다.이렇게 되면 갈등을 미봉할 수는 있어도 근본적인 해결책은 불가능하다. 다섯째,정부는 갈등해결의 기본틀을 확정하고,이를 토대로 일관된 원칙을 갖고 현안과 중장기 과제를 풀어나가야 한다.기본틀의 작성은 OECD 회원국 모델을 참고하면 된다. 노조의 지지로 1974년 정권을 잡은 영국의 윌슨 정부는 노사갈등을 잘못 다뤄 파업병을 악화시켰고 결국 76년에 외환위기로 중도 하차했다.그것은 영국경제의 비극이자 노동자의 불행이었다.같은 노동당의 캘러헌이 총리직을 이어 받았지만 우왕좌왕 표류하다 79년 선거에서 보수당의 대처에게 참패했다.정부도 노동자도 결국 대립과 갈등의 패자가 된 것이다. 우리나라의 노사관계 모델은 영미의 시장형도,유럽의 타협형도,일본의 가족형도 아니다.시장형이 되려면 법과 원칙이 지켜져야 하고,타협형이 되려면 협상문화가 전제돼야 한다.가족형은 노사공동체 정신이 강해야 가능하다.한국은 이런 전제조건들이 불완전하기 때문에 노사관계가 아직도 전투적이다. 노사정 모두 이 점을 안타깝게 인식하고 노사관계를 글로벌 수준으로 발전시키는 데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이것이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로 가는 지름길이다. 김 호 진 고려대 교수 전 노동부장관
  • 페스트·사스…/ 인간을 어리석게 만든 역병의 공포

    흑사병이라 불린 역병 페스트는 1900년 태평양을 건너 아메리카 대륙에 상륙했다.쥐를 통해 감염되는 이 병이 증기선인 ‘오스트레일리아’호에 실려 수만명의 중국인들이 몰려 사는 샌프란시스코로 침투한 것이다.페스트균이 상륙한 이 해는 묘하게도 쥐의 해.차이나타운 주위로 방역선이 쳐졌고 대대적인 페스트 소탕작전이 벌어졌다.하지만 더욱 큰 전투가 기다리고 있었다.인종적 편견과 격리 조치에 따른 심리적 공황,경제적 손실을 두려워한 샌프란시스코 행정당국이 사실을 은폐하고 축소하려 했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 의학전문기자인 마릴린 체이스가 쓴 ‘격리’(어윤금 옮김,북키앙 펴냄)는 1900년 이후 1910년까지 샌프란시스코를 공포로 몰아넣은 전염병 사태를 다룬 다큐멘터리다.‘태평양 연안의 파리’를 꿈꾼 샌프란시스코 당국자들은 페스트 발병 사실이 드러난 뒤에도 실상을 왜곡하려 했다.페스트를 ‘중국병’으로 몰아갔다.초기 방역라인이 차이나타운 경계를 따라 설치됐다는 사실은 매우 시사적이다.그들은 페스트를 차이나타운으로몰아넣고 중국인들과 함께 박멸하려 했는지도 모른다. 페스트와 치열한 싸움을 벌였던 20세기 초 샌프란시스코의 상황은 100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낯선 질병에 대응하는 오늘의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해 11월 중국 광저우에서 발생한 사스(SARS)의 경우 중국 당국은 처음 병의 출현을 인식하고서도 침묵을 지켰다.이 질병의 전염성에 대해 전혀 경고하지 않았으며,심지어 언론에 대해서도 보도관제를 취했다.결국 남부중국에서 시작된 사스는 20여개국에 전파되며 8400명 이상이 전염됐고 최소한 800명이 죽는 결과를 낳았다.두려움은 인간을 얼마나 어리석은 존재로 만드는가.저자는 우리는 과연 불확실함에 대한 공포를 냉철한 과학과 이성의 힘으로 이겨낼 용기를 갖고 있는가 반문한다. 아테네의 황금시대를 끝장내고 신대륙의 원주민까지 몰살시킨 홍역과 두창,로마와 몽골제국을 강타한 흑사병, 러시아 정벌에 나선 나폴레옹의 50만 대군을 전멸시킨 발진티푸스 등 수많은 전염병들은 인간의 허약함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하지만 저자는 두려움에대항하는 인간의 의지는 또 얼마나 위대한 것이냐고 말한다.이 책은 1세기 전 페스트가 만연한 샌프란시스코를 구한 방역 책임자 루퍼트 블루의 헌신적인 이야기를 통해 인간 의지의 숭고함을 일깨워준다.9800원. 김종면기자 jmkim@
  • [인터넷 스코프] 포르노의 노예들

    한국사회가 이중적인 성(性)의 잣대를 갖고 있다는 비판을 받은 지는 꽤 오래됐다.음지에서는 가장 추악한 성 문화를 유지하면서도 이를 은폐하는 데 급급했기 때문이다.과거에는 국가가 그것들을 통제했지만,오늘날 ‘적조의 바다’로 불릴 만큼 팽창한 인터넷 포르노는 사실상 규제를 무의미하게 만들었다. 인터넷 포르노의 범람은 과거의 포르노가 상징했던 표현의 자유와 사회적 규범에 대한 저항이라는 코드마저 사라지게 했다.가장 보수적이던 한국사회가 인터넷 강국이 되면서 포르노 소비국가에서 생산과 유통국가로 떠오른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인터넷 포르노물의 제작,유통 등 상품화는 무분별한 사생활의 노출로 이어졌다.특히 인터넷 ‘몰카’는 몰래카메라의 다른 말로서 이미 일반명사가 됐다.특정 연예인에서 일반인까지 자연스러운(?) 성 노출의 현상을 주도하는 몰카는 인터넷에서 변태 성행위를 부추기고 전통적인 성 규범 자체를 허물어뜨렸다. 조악한 성 문화의 범람보다 더 심각한 것은 인터넷 포르노를 대하는 우리의 태도다. 우선성을 곧바로 행위와 연결시키는 풍조가 만연하고 있다는 점이다.사랑이라는 따뜻한 감정보다 육체적 결합을 우선시하는 것이다.또 성행위를 직·간접적으로 경험하는 연령이 하향 평준화됨으로써 절제되지 못한 성 문화가 확산되는데도 효과적인 거름 장치에 대한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인터넷에는 지배력을 행사하는 물리적인 검열 장치가 없어 나쁜 성 문화를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하루에 10시간 이상 인터넷을 하는 네티즌들이 늘고 있으며,인터넷 포르노는 늘 최상의 조회수를 기록하는 인기 콘텐츠다. 이처럼 네티즌을 매혹시키는 인터넷 포르노물에 대해선 단순한 규제나 차단이 아닌 근본적 대책이 요구된다.포르노를 더욱 은밀한 시장 속에 가두면 가두어 놓을수록 더더욱 광범위하게 유포되는 결과가 나타날 수밖에 없다.따라서 규제와 장려는 음지가 아닌 양지에서 이뤄져야 한다. 무엇보다 인터넷은 그 커뮤니케이션의 중심 도구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인터넷에서 부정적인 성 문화를 개선하는 노력을 위해서는 건전하고 우수한 콘텐츠 개발기업을 장려하는 내용의 법제도 정비가 필요하다.물론 체계적인 지원책도 뒤따라야 할 것이다.그저 즐기고 웃고 마는 것이 아닌,전 사회적으로 생산적인 의미를 가질 수 있는 콘텐츠 개발을 장려해야 한다. 성 콘텐츠가 무분별하게 확장된 인터넷은 철저히 개인 미디어의 결합체다.네트워크상의 네티즌은 한 사람 한 사람이 주체다.이들이 책임있는 의식을 가질 수 있도록 언론과 지식인의 도움으로 인터넷에 맞는 성 콘텐츠를 개발해야 한다. 또 인터넷 문화를 획기적으로 바꿀 수 있는 범사회적 운동이 전개돼야 한다.특히 인터넷을 이용하는 습관부터 새롭게 가다듬어야 한다.지나친 인터넷 중독증과 줄어들지 않고 있는 해킹 등 인터넷 범죄도 중대하게 다뤄야 한다.성인 콘텐츠의 관리 감독이 필요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인터넷 포르노의 노예들이 계속 늘어나는 것은 우리 사회의 위선적인 성 문화가 조장한 측면이 많다.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가 따로 없는 시대다.우리 모두 인터넷 포르노의 노예와 다름없으면서 어떻게 네티즌과 인터넷만을 탓하겠는가.우리 스스로 포르노의 노예에서 해방될 때 비로소 인터넷의 성 규범은 제대로 정립될 수 있을 것이다. 이 연 희 강릉대 한국어학당 강사
  • “김영완씨 강도사건 축소 수사” 민원 / 청와대 이례적 일선署 이첩

    청와대가 지난 3월 김영완(50)씨 집 강도사건의 축소·은폐수사 의혹을 제기한 민원을 접수하고도 관련 내용을 조사하지 않고 관할경찰서로 내려보낸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1일 청와대와 경찰에 따르면 명동의 채권금융사 S사 직원이었던 장모(41)씨는 지난 3월24일 ‘김씨 강도사건을 경찰이 축소하려고 한다.’는 내용의 민원과 자신이 입수한 채권 원본을 청와대 사정비서관실로 보냈다.같은 달 31일 청와대 국민참여수석실에 접수된 민원은 사정비서관실을 거쳐 서울경찰청을 통해 다음달 7일 서대문경찰서로 넘겨졌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이같은 청와대의 조치가 경찰 비리나 수사의 문제점과 관련된 민원을 상급기관이나 검찰로 넘겨 검토하게 하던 관행에 비추어 지극히 이례적인 일이라고 지적한다. 청와대측은 이날 해명자료를 내고 “지난 3월 장씨로부터 ‘범죄사실 신고’라는 이름의 민원서류를 우편으로 접수했다.”면서 “하지만 이 사건의 구체적인 경위나 피해자가 김영완씨인지에 대해서는 전혀 파악한 바 없다.”고 밝혔다.청와대는 “민원 사건이 장물알선 혐의로 서대문서에서 수사 중인 사건이며 채권이 이 사건의 증거물이라는 사실을 확인한 뒤 수사기관에 민원서류를 보내 민원의 취지가 수사과정에 반영될 수 있도록 조치했다.”고 해명했다. 이세영기자 sylee@
  • [사설] ‘발암 담배’ 알고도 팔았나

    전 한국담배인삼공사(현 KT&G)가 자체 연구를 통해 흡연이 암 등 각종 질병을 일으킨다는 사실을 확인하고도 20년 이상 이를 숨겨 왔다는 주장이 나와 충격을 주고 있다.“국가가 담배의 유해성을 제대로 홍보하지 않아 피해를 봤다.”며 집단소송을 제기한 ‘담배 소송’ 원고측 주장으로 아직 법원의 판단이 남아 있긴 하지만 사실로 드러난다면 국가의 도덕적 위신 추락은 물론 흡연으로 인한 건강 피해자의 엄청난 분노를 살 일이 아닐 수 없다. 원고측은 공사 연구소가 1978년부터 2000년까지 수행한 연구를 통해 담배 연기 성분 속에 발암물질인 벤조피렌 등이 함유돼 있고 담배연기를 주입한 쥐가 기형 쥐를 출산하거나 연기 주입 15분만에 DNA 손상을 일으키는 사실 등을 확인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공개했다.수차례의 법원 명령 등 수단을 통해 이 연구결과가 공개되기까지 KT&G측의 정보 은폐 기도와 미국의 사례 등으로 미뤄보면 공사 측의 담배 유해성 은폐 의혹은 사실일 가능성이 크다. 최근 미국의 흡연피해 소송 판결 추이를 보면 경고문 부착 등 단순한 유해성 정보 제공 책임을 묻는 데서 더 나아가 ‘충분하게’ 경고했는지의 여부까지도 따질 정도로 엄격해졌다.KT&G 측은 경고문 부착 정도로 의무를 다했다고 항변할 것이 아니라 그동안의 유해성 실험 결과를 낱낱이 공개해 책임질 것은 떳떳이 책임지는 태도를 보여야 할 것이다.국민의 건강을 담보로 재정수입을 챙겨 온 정부와 지자체도 각성해야 한다.과거 책임에 대한 소송사태도 걱정이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현재와 미래다.자판기금지,담배가격 인상,약품으로서의 관리 변경 등 금연정책 강화를 적극 검토해야 한다.
  • 日 차세대 리더들이 본 한국 / 불량품 양산하는 ‘괜찮아요病’

    노무현 대통령의 일본 방문을 계기로 한·일 산업기술협력재단은 지난달 25일 일본의 각 분야에서 활동하는 ‘차세대 오피니언 리더’ 20명을 국내로 초청했다.10여일간 산업현장을 돌아본 뒤 4일 출국을 앞둔 일행중 4명으로부터 방한 소감과 한·일 경제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참석자는 나리타 요스케 일·한 산업기술협력재단 전무이사,도치하라 가쓰히코 일본 상공회의소 지역진흥부 과장,노구치 아키라 일본 동양경제신보사 부편집장,아오키 요시유키 일본 NHK 국제부 기자. 한국가스공사 인천기지 등 산업현장을 둘러본 소감은. -나리타 요스케 전무 대형 액화천연가스(LNG) 수송선이 첨단 접안시설에 들어오는 모습이 대단했다.한국 정부가 국가적인 차원에서 에너지 정책을 펴는 데 감명받았다.일본은 지방자치단체별로 민간 사업자들이 가스를 관리하고 공급한다. 가스 기지가 바다위에 있는 것은 에너지나 핵 관련시설을 기피하는 지역 주민들의 님비(nimby)현상과도 무관하지 않다.핵폐기물 처리장 설치도 논란이다.일본의 사정은 어떤가. -노구치 아키라기자 쓰레기 소각장 설치 사업 등이 주민들의 반발로 미뤄지는 사례가 많다.친환경적이고 무해하다고 설득하는 것이 정부로선 큰 과제다. -도치하라 가쓰히코 과장 일본은 현재 원자력발전소 17기 가운데 15기의 가동이 중단됐다.원전 사고를 운영자측이 은폐했다는 이유로 주민들이 거세게 항의했기 때문이다.도쿄의 전력 자급률은 6%에 불과하다.사이타마현은 1%도 안 된다.설치지역 주민들의 이해가 절실한 문제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이에 따라 일본 정부는 원전의 생산지역 주민과 소비지역 주민을 서로 연계해 이해를 공유하는 ‘산(産)·소(消)대화’를 전개하고 있다. 한국 경제가 매우 어렵다.일본의 경제 상황과 전망은. -노구치 기자 10년 불황이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일본은 과거 70∼80년대에 경험한 부흥만 믿고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으려 하지 않는데 문제가 있다.요즘 일본 경제계에선 “한국을 배워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한국은 외환위기 때 강력한 금융권 구조조정을 통해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했다.한국인들은 고용감축도 순순히받아들였다. -아오키 요시유키 기자 한국에 와보니 어떤 국회의원이 “한국은 일본의 기술력과 경쟁력을 배워야 한다.”고 말하던데 나는 솔직히 일본이 더 걱정이다.일본인 대부분은 “아직은 괜찮다.”고 생각하고 있다.정부와 언론이 아무리 위기라고 떠들어도 거품경제 시절의 환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도치하라 과장 일본은 지금 장기불황과 디플레이션,부실채권 문제 등으로 고민중이다.지금은 양국이 국경을 초월해서 경제위기를 돌파할 수 있는 협력방안을 모색할 때다. -나리타 전무 그래서 한·일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서둘러야 한다고 본다.눈에 안 보이는 장벽을 허물기 위해선 공통의 선(善),윈·윈(Win-Win)의 장애를 없애는 것이 중요하다. FTA 조기체결에 반대하는 한국인들은 FTA로 인해 한·일 무역 역조현상이 심화될 것을 우려한다. -나리타 전무 무역 불균형은 죄악이 아니다.누구의 잘못도 아니다.한국은 일본과 마찬가지로 자원이 없고 인력만 있는 나라다.한국 기업의 99%가 중소기업이다.일본의 중소기업도 경영난에 허덕이고있다.일본과 한국이 공동의 노력으로 중소기업의 업종 분업화에 성공한다면 고급의 국내 수요가 발생,경제회생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노구치 기자 무역불균형 문제는 한·일 양국의 관계로 볼 것이 아니라 동북아 중심으로,세계 경제적 측면에서 이해해야 한다.과거 한국은 일본의 기술력을 도입해서 수출강국을 이룬 경험이 있다.한국에도 유리하다. 중국의 빠른 경제발전을 위협적으로 느낀다는 의미인가. -나리타 전무 중국 자체가 위협적이라는 말은 아니다.다만 중국이 한국 경제를 앞질러 나가는 것이 일본으로선 부담이라는 말이다.곧 실현될 수도 있는 문제다. 한국 중소기업인들은 위기극복을 위해 인수합병(M&A)도 검토하고 있다.일본의 경우는 어떤가. -도치하라 과장 최근 일본 중소기업의 폐업률은 4.5%이지만 개업률은 3.1%에 불과하다.사업체가 매월 줄고 있다.중소기업들은 경영 후계자를 찾지 못해 애를 태우고 있다.일본은 한국측의 투자를 원한다.일본 중소기업에선 M&A가 흔치 않은 일이다. 한국에선 일본 자위대의 재무장에 대해 걱정하는 목소리가 크다.이에 대한 일본 국민의 정서는 어떤가. -아오키 기자 한국에 와서 똑같은 질문을 무척 많이 받았다.이렇게 말해서 안 됐지만 한국 언론이 너무 민감하게 사안을 다룬 것으로 보인다. -나리타 전무 과거 일본은 최소의 치안유지를 위해 경찰예비대를 만들었고,최소의 것을 스스로 지키기 위해 자위대를 만들었다.이제 먹고 살 정도가 된 만큼 남의 나라가 어려울 때 일본도 도와야 한다는 국제적 요구에 따라 내린 최소한의 조치다. 한국인들이 고쳐야 할 점이 있다면. -나리타 전무 국민성 문제인 듯해서 바른 지적인지 모르겠으나 한국인들이 흔히 사용하는 ‘괜찮아요.’라는 말을 지적하고 싶다.일상생활에서 상대를 배려하는 따뜻한 말씨이지만 경제에선 ‘괜찮아요.’가 불량품만 만든다.일본인들이 한국인을 평가할 때 ‘괜찮아요 정신’이라고 하는 말은 이같은 한국인의 경제관을 염두에 둔 것이다. 정리 김경운기자 kkwoon@
  • [사설] 검찰이 ‘100억, 150억원’ 수사하라

    아무래도 ‘150억원 수수의혹’과 ‘100억대 떼강도 의혹’ 사건은 검찰이 함께 수사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해외에 체류 중인 전직 무기거래상 김영완씨가 두 사건의 핵심 ‘열쇠’인 데다 두 사건이 어떤 식으로든 연루됐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대북송금 사건으로 구속된 박지원 전 문화부장관은 현대로부터 150억원을 받았다는 혐의를 완강하게 부인하고 있다.그는 이익치 전 현대증권회장이나 150억원 돈세탁 혐의를 받고 있는 김영완씨가 중간에서 가로챈 ‘배달사고’라고 주장한다.김씨를 통해서야 조속한 실체 규명이 가능한 상황이다. 김씨 집 100억원대 강도 사건은 갈수록 미스터리다.경찰이 조직적으로 사건을 축소·은폐했다는 것과 더불어 현금 160억∼180억원이 1999년 하반기에서 2000년 상반기 사이에 사과상자 등에 담겨 김씨 집으로 들어갔다는 의혹이 보도됐다.이에 따라 2000년 4월 초에 건네졌다는 150억원과의 연관 가능성은 여러 갈래로 제기되고 있다.김씨가 3개월 만에 동일범에게 다시 강도를 당했고,범인의 변호사를 선임해준 뒤 선처요망 탄원서를 냈다는 사실도 상식적으로는 납득하기 어렵다. 그런데도 검찰이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하는 것은 유감이다.대북송금과 관련해 새로운 특검이 도입될 가능성 때문일 것이다.하지만 두 사건 모두 의혹의 핵심이 김영완씨로 압축된 상황에서 수사 주체를 이원화한다는 것은 수사력의 낭비일 뿐이다.인원이나 시간 등에 제약을 받는 특검이 두 사건을 함께 맡는 것은 무리다.검찰은 엊그제 ‘150억원’사건과 관련해 모두 10명에게 출국금지 조치를 내렸다.그렇다면 특검 도입 여부에 상관 없이 수사에 착수하는 것이 마땅할 것이다.비리를 적발하면 수사하는 것이 검찰의 당연한 의무다.
  • “담배公 암유발 사실 25년간 은폐”/ 정부 ‘유해성’ 연구결과 뒤늦게 밝혀져 배금자 변호사 정보공개소송서 확인

    KT&G(전 한국담배인삼공사)가 각종 실험을 통해 담배가 암을 유발한다는 사실을 확인하고도 20년 이상 숨겨왔다는 주장이 31일 제기됐다. 법원의 자료조사 허가에 따라 지난 16∼17일 대전 KT&G 중앙연구원을 방문한 금연운동협의회와 흡연피해 소송을 맡고 있는 배금자 변호사는 “1978년부터 2000년까지 중앙연구원이 생쥐 등을 대상으로 한 자체 실험조사에서 국산 담배가 각종 암을 일으킨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전매청에서 담배를 제조하기 시작한 이래 정부의 담배관련 연구 내용이 공개되기는 처음이다. 배 변호사는 법원에 제출한 준비서면을 통해 담배관련 연구보고서 300여건을 검토한 결과,“담배연기 성분중 하나인 벤조피렌은 인체에 암을 일으키는 강력한 화학물질인데,국내 담배가 이 성분을 다량 함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주장했다.또 임신한 쥐에 담배연기 성분인 니트로소아민을 투입한 결과 기형적인 새끼 쥐를 분만하기도 했다고 밝혔다.니트로소아민은 유산,중추신경장애,뇌종양,암을 유발하는 성분이라고 배 변호사는전했다. 특히 92년에 실시된 담배 유해성 연구에 따르면 간접흡연자의 조직세포 손상 등이 흡연자보다 2배 이상 큰 것으로 조사됐다. 자료 공개는 배 변호사측이 제기한 정보공개청구소송에 따라 사전조사 작업으로 이뤄진 것으로 법원의 공식적인 현장검증은 이달 25일 중앙연구소에서 열릴 예정이다. 정은주기자 ejung@
  • 고강도 사정 내용과 한계 / 관행적 떡값도 구속 수사

    검찰이 30일 전국 특수부장회의에서 제시한 특수수사의 방향은 한마디로 ‘사건이 불거져 나오면 처음부터 끝까지 철저히 수사하겠다.’는 것이다.사건의 ‘성격’에 맞춰 적절한 가지치기를 해왔던 특수수사의 관행을 전면 폐기하겠다는 뜻이다. 검찰 관계자는 검찰권 발동은 최소화하되 일단 적발된 사안은 엄정처벌해 일벌백계의 효과를 노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뇌물수수자의 경우 비교적 소액이거나 관행적인 경우라도 적극 구속수사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알선수뢰 혐의 적극 활용 특히 고위공직자의 경우 대가성에 관한 법리를 좀더 넓게 해석하고 정황증거를 철저히 수집,알선수재보다는 알선수뢰 혐의를 적극 적용할 방침이다. 대가성이 인정되지 않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할 때도 자금 수수 사실을 은폐한 정황 등을 끝까지 찾아내 조세범처벌법 위반 혐의까지 함께 적용하기로 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법원이 엄격한 적용을 꺼려하고 있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을 현실적이고 세밀하게 개정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뇌물로 챙긴 재산 국고 몰수 또 뇌물 공여자에게는 대체로 관용을 베푸는 관행도 버리기로 했다. 검찰은 분식회계 등을 통해 비자금을 조성,로비를 벌이는 기업의 관행에 주목하고 있다. 분식회계는 탈세와도 연관되어 있는 만큼 검찰은 탈세사범은 가급적 검찰에 형사고발하는 방안을 국세청과 협의 중이다.뇌물을 받아 생긴 이득과 그 이득으로 증식된 재산도 몰수·추징 등을 통해 국고에 적극 환수할 방침이다. 그러나 방안이 실효를 거두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우선 수사관행과 배치되어 사건 당사자들의 강한 반발이 예상된다. ●정치권 ‘흔들기’ 극복여부 관건 검찰은 새로 발생하는 사건부터 적용하겠다고 밝히고 있으나 경계가 불명확하다.정치권에서 수사를 흔들어댈 소지가 다분하다. 뇌물공여 사실을 기초로 기업의 분식회계 사실까지 확인한다는 것도 경제적 논리에 가로막힐 가능성이 있다.수사 내적으로는 일단 수사의 장기화에 따른 부작용이 예상된다. 각종 게이트 등에 대한 수사가 최소한 3∼4개월 이상 지속됐다.이런 형식의 수사가 동시 다발적으로 진행된다면 수사인력이 고갈될 수도 있다.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법원과의 마찰이다. 검찰이 강력한 사정의지를 표출하며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기소하더라도 법원의 관행에 안 맞는다는 이유로 기각하고 무죄를 선고하면 검찰의 강경기조는 누그러들 수밖에 없다. 조태성기자
  • 세계인 우리는 이렇게 산다 / 두달만에 벗어던진 ‘괴질 마스크’ ‘사스 해방구’ 北京

    |베이징 오일만특파원|“베이징 전뉴(北京眞牛·베이징 대단하다)”,“베이징 성리(北京勝利·베이징 이겼다)” 세계보건기구(WHO)가 24일 오후 3시 베이징에 내려진 사스 감염지역과 여행 제한 조치를 해제한 뒤 베이징의 거리거리에 내걸린 현수막들이다. 베이징의 최대 번화가인 왕푸징(王府井) 거리에서는 시민들이 오성홍기(五星紅旗)를 꺼내들고 폭죽을 터뜨리며 ‘전승사스(戰勝非典)’를 경축했다. 하오유(好友) 백화점 앞에서는 붉은 깃발이 나부끼는 가운데 경축일에 사용되는 왕푸타이핑구(王府太平鼓)를 두드리며 흥분된 감정을 전달했다. 지난 4월20일 사스 전모가 공개되면서 거의 두 달간 공포에 시달렸던 베이징 시민들은 이날 각 지역마다 자발적으로 거리에 나와 태극권이나 부채춤 등을 선보이며 사스로부터 해방된 기쁨을 나눴다. ●번화가 다시 인파로 북적 베이징의 활기는 거리 곳곳에서 확인된다.신제커우(新街口)나 산위안차오(三元橋) 등 주요 길목들은 러시아워에는 ‘공동 주차장’으로 변할 정도로 교통량이 많아졌다. 택시기사주둥창(朱東强)은 “사스기간 중에는 하루에 손님 2∼3명이 고작이라 생활이 극도로 어려웠다.”며 “지금은 사납금 등을 빼고 하루 50위안(7500원)의 수입을 올리고 있어 그럭저럭 생활은 된다.”고 말했다. 사스 공포에서 완전히 벗어난 26일 오후 6시.베이징 최대 번화가인 왕푸징(王府井)은 사스 이전의 ‘전성기’를 완전히 회복한 느낌이다.그동안 외출을 자제했던 쇼핑객들이 거리를 가득 메웠고 신둥안(新東安) 등 유명 백화점마다 인파들로 북적거렸다. 자동차 통행이 금지된 200m가 넘는 왕푸징 대로 양편에는 간이 휴게소들과 각종 여름용품들을 파는 길거리 좌판들이 어우러져 혼란스러울 지경이다.불과 한달 전 을씨년스러울 정도로 텅비었던 거리가 이제 최대 번화가의 명성을 되찾은 것이다. 27일 저녁에는 ‘사스 해방 경축기념식’이 베이징 시내 곳곳에서 열렸다.먹자거리로 유명한 구이제(鬼街),룽푸쓰(隆福寺) 등에서는 전통 사자춤(武獅) 놀이와 일종의 여성 집단무용인 양거(秧歌)를 선보여 모처럼 흥겨운 시간을 보냈다. ●IT메카 중관춘 경기 살아나 시단(西單),옌사(燕莎),란다오(藍島) 등 다른 유명백화점들도 25일 전후로 ‘사스 해방 경축행사’라는 명목으로 대대적인 세일에 돌입했다. 왕푸징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시단(西單) 상업거리에서는 자동차 회사들이 화려한 모델들을 동원,승용차 전시회를 열어 ‘사스 특수’를 이어가려고 애를 쓰고 있다. 지난 20일부터 22일까지 창립 5주년 기념 세일을 했던 자금성 서남쪽의 좡성충광(庄勝崇光·SOGO) 백화점은 3일 동안 무려 21만여명이 몰려와 6000만위안(90억원)의 판매고를 올렸다.관리소측은 “4월 이후 고객이 지금처럼 많기는 처음”이라고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베이징 서북부 하이뎬취(海淀區)에 있는 IT메카 중관춘(中關村)도 기지개를 켜고 있다.중관춘다제(中關村大街)변에 위치한 최대 가전상가 하이룽다사(海龍大廈)의 경우 80%까지 떨어졌던 매출이 최근 ‘졸업수요’까지 겹쳐 신기록 행진이 계속되고 있다. 관리소측은 “이달 초부터 서서히 회복세로 돌아섰다가 신규 환자가 사라진 중순부터 완전히 정상궤도에 올라섰다.”고최근 분위기를 전했다. ●카페촌도 불야성 사스 감염지역 해제가 발표된 25일 자정이 가까운 시각에도 카페촌 산리툰(三里屯)은 불야성을 이뤘다.26일 저녁에 시작된 사스 해방을 기념하는 맥주파티는 다음날 새벽까지 계속됐다. 아름드리 포플러 나무가 빼곡하게 늘어선 이 거리는 각종 희한한 조명장치들이 빛을 발하는 가운데 사스 해방을 기념하는 “쥐베이(擧杯·잔을 들자)” 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나왔다. 외국인회사에 다닌다는 류샤오량(劉小良·29)은 “사스 해방 뉴스를 듣고 친구들과 조촐한 축하모임을 만들었다.”며 “감옥 같은 생활이 다시는 없었으면 좋겠다.”고 잔을 권했다. 베이징의 대학교들은 대부분 지난주부터 기말고사가 시작돼 내주부터 사실상 방학에 들어간다.초·중·고등학생들도 일정을 앞당겨 오는 30일부터 정상수업을 시작한다. ●매일 10만명씩 베이징 유입 6월 초부터 베이징의 명소 톈안먼(天安門) 광장에는 형형색색의 깃발을 든 국내 단체관광객들이 서서히 늘어나고 있다.사스의 최대 피해자인 여행업체들은 WHO의 여행자제 권고 조치를 ‘가뭄의 단비’처럼 반가워했다. 소규모 여행사들은 사스 기간에 대부분 문을 닫았거나 파산 직전까지 몰렸지만 이제는 기대감에 부풀어 관광객 맞이에 부산한 모습들이다. 중국 국제여행사측은 “그동안 여행 자제지역으로 묶여 외국 관광객들이 전혀 없었지만 24일 이후 문의,예약전화들이 늘고 있다.”며 “7월 중 10여팀이 예약됐고 8월 중에는 20여팀 안팎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5월 중순까지 탈출 러시의 주요 출구였던 베이징역이나 베이징서역 등은 사스가 사라지면서 귀경(歸京) 인구들로 북적대고 있다. 지난 중순 이후 베이징 유입 인구는 매일 10만명에 달하고 있고 사스 감염지역에서 해제된 24일부터는 더욱 늘어나는 추세다.사스 이전 300여만명에 달했던 임시거주 인구들이 다시 직업을 찾아 돌아올 것으로 예상된다. ●먹자거리에 사람들 발길 베이징 둥청취(東城區)의 유명한 먹자거리 구이제(鬼街)는 고객들로 발디딜 틈이 없다.중국에서 맛있기로 소문난 사천요리,샤부샤부(火鍋·훠궈)와 마라샤오룽샤(麻辣小龍蝦·가재요리) 등 유명 요리들이 집결된 이곳은 사스 한파로 파리를 날리던 한달 전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다. 이곳에 들어서면 30명 정도가 들어가는 소규모 음식점 100여개가 모여 있다.26일 모처럼 내리는 빗속에서도 점심 손님들이 식당마다 가득했다.사천요리 전문점(同利園家常菜)의 한 종업원은 “요즘은 마라샤오룽샤를 먹는 철이라 새벽 2시까지 고객들이 찾아온다.”며 “점심 저녁 때는 줄을 서서 기다리는 것이 보통”이라고 자랑한다. 단골손님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한 중년남자는 “쏸차이위(酸菜魚·생선요리) 맛이 기가 막히게 맛있어 자주 찾는다.”며 “사스에 더이상 신경을 안쓰게 돼 무엇보다 기분이 좋다.”고 활짝 웃는다. oilman@ ■사스가 몰고온 사회변화 |베이징 오일만특파원|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는 사회적인 면에서 중국 대륙에 변화의 바람을 몰고 왔다. 사스 진원지로서 국제적 망신을 당했고 사스 은폐 의혹을 사면서 도덕성까지 의심을 받았지만 선진사회로 가는 데 획을 긋는 계기가 됐다는 지적도 많다. 우선 청결에무관심했던 중국인들의 위생 관념을 철저하게 바꾸는 계기가 됐다는 점은 중국인들도 수긍하는 대목이다.“중국 정부가 10년 동안 해도 안 되는 일을 사스가 두 달만에 해냈다.”는 농담이 오갈 정도다. 외국인들이 가장 혐오스러워하는 ‘침뱉기’도 사스기간 중에 상당히 줄어들었다.베이징,상하이 등 대도시에서는 50(7500)∼100위안(1만 5000원)의 벌금을 물리고 있고,부녀회 등에서는 ‘침뱉는 봉투’를 거리에서 나눠주는 등 다양한 아이디어도 동원하고 있다. 인터넷 사회로의 일보 전진도 사스가 가져온 순기능이다.외출을 삼가는 대신 인터넷 쇼핑몰이나 인터넷 게임 업체들이 호황을 이룰 정도였다.현재 6000만명 정도의 인터넷 인구는 연말까지 1억명 정도로 늘 것으로 예상된다. 골프 인구가 급증하고 자동차 판매가 급증한 것도 사스 여파로 생긴 재미있는 현상이다.사스 이전에는 골프장이나 연습장에 중국인들이 많지 않았지만 지금은 평균적으로 30% 이상이 늘었다는 것이 관련업체들의 설명이다. 개혁·개방으로 양산된 중산·부유층들이 사스를계기로 눈치를 보지 않고 골프를 치기 시작했고 사람들이 모이는 대중교통을 피해 과감하게 ‘마이카’를 선택했다. 한국의 대표적 식품인 김치(파오차이·泡菜)가 사스의 ‘특효약’이란 소문이 중국인들 사이에 입으로 전달되면서 김치 인기가 상한가를 기록한 것도 뜻하지 않은 결과였다. 중국 베이징의 대형 매장인 까르푸점에서 김치 판매량이 10배 이상 늘어나는 등 김치 열풍은 아직도 ‘진행형’이다.‘하선정’ 등 한국 김치업체들이 앞다퉈 중국 시장을 노크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중국 정부도 사스 퇴치에 총력전을 펼치면서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 겸 총서기 중심의 제4세대 지도부가 ‘민심’을 얻게 됐다.사스와의 전쟁을 치르면서 애국심과 단결력을 이끌어낸 것도 커다란 수확일 것이다.그러나 투명 행정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진 만큼 중국 정부에 새로운 숙제로 작용할 것이다. ■인민대회당 파격 이벤트 중국 인민대회당이 사스로 발길이 끊긴 관광객들을 다시 유치하기 위해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만찬을 대접하기로 했다.구샤오위안(顧曉園) 베이징시 관광국 부국장은 26일 다음달 4일부터 베이징을 방문하는 외국인 단체관광객 1500명에게 금요일마다 인민대회당에서 식사를 대접한다고 밝혔다. 구 부국장은 “이번 행사는 사스로 타격을 입은 관광업을 되살리기 위해 실시하는 것”이라며 “우리는 관광산업을 키우고 사스의 두려움을 없애기 위해 모든 대책을 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그는 “인민대회당 만찬 초청 대상은 선착순이며 타이완과 홍콩,마카오를 포함한 동남아 국가에서 입국하는 관광객 500명,일본 300명,미국과 유럽 700명 등 지역별 할당제를 적용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다음달 4일 베이징 공항에 도착하는 첫 외국인 단체관광객들에 대해서는 베이징시 정부 지도부가 직접 공항으로 영접을 나가 환영행사와 함께 감사의 선물을 준다.”고 말했다.구 부국장은 “베이징시 관광국은 중국 여행을 촉진하기 위해 관광 판촉 행사에 돌입한다.”면서 “특히 해외에 베이징 여행광고를 낼 경우 시정부가 보조금을 지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연합
  • [사설] 경찰 수뇌부가 은폐한 ‘떼강도’

    현대 150억원 미스터리가 자고 나면 부풀어 오른다.150억원을 돈 세탁해 준 혐의를 받고 있는 김영완씨 집에 떼강도가 든 사건 수사를 경찰 수뇌부가 나서 은폐했다고 한다.그뿐이 아니다.김씨는 강도가 들어 100억원을 털어 달아나자 엉뚱하게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근무하는 박모 경위에게 신고를 했다는 것이다.박모 경위는 다짜고짜 경찰청 수사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은밀한 수사를 부탁했고 수사는 실제로 감쪽같이 실시됐다. 한마디로 어이가 없다.말단 간부급인 경위가 무슨 힘이 있어 감히 경찰청 수사국장에게 전화를 할 수 있었느냐는 것이다.또 수사국장이 경위의 전화를 받고 ‘특별 수사’를 지시했다는 대목을 어떻게 믿으라는 것인가.당시 서울경찰청장 역시 ‘은폐 수사’를 지시했다는 내막도 밝혀져야 한다.가장 엄정해야 할 경찰 조직이 비선으로 온통 작동되고 있었다니 보통 일이 아니다.비선을 움직인 배후 인물이 있었다는 방증이 아니겠는가. 경찰은 떼강도 수사 과정을 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제대로 밝혀야 한다.경위의 말 한 마디에 경찰 수뇌부가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는 게 설득력이 없다.관련자를 엄정하게 조사해 자초지종을 있는 그대로 들춰내야 한다.책임도 물어야 한다.근본적인 치유책도 찾아야 한다.경찰에 비선 조직이 있다면 혁파해야 한다.국민의 경찰이 몇몇 사람의 꼭두각시가 되어서야 되겠는가.형사와 강도들이 양주 파티를 벌였다는 대목도 규명되어야 한다. 현대 150억원과 관련된 갖가지 억측과 의혹들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문제의 김씨가 박지원 당시 문화부 장관 그리고 현대 정몽헌 회장의 ‘북 송금’에도 개입한 게 아니냐는 의문이 불거졌다.핵심 인물인 김씨는 때맞춰 해외로 몸을 피했다.사회 분란을 증폭시키는 대목이다.경찰의 떼강도 수사 과정은 150억원 미스터리를 푸는 단서가 될 수 있다.배후 인물을 찾을 수도 있고 그의 증언을 들을 수도 있을 것이다.경찰의 심기일전을 촉구한다.
  • 청와대 ‘김영완 수사’ 개입/ 민정비서관실 박종이前경위 수사국장에 ‘보안유지’ 부탁

    청와대의 은폐·외압 논란을 빚어온 전직 무기거래상 김영완(50)씨 집 강도사건의 수사과정에 당시 서울지방경찰청장과 경찰청 수사국장 등 경찰 고위 관계자가 개입한 사실이 경찰청 감찰조사 결과 밝혀졌다. ▶관련기사 3면 임상호 경찰청 차장은 27일 기자회견을 갖고 “김씨 집 강도사건의 수사과정에 김씨와 친분이 있던 당시 청와대 민정비서관실의 박종이 경위의 부탁으로 경찰청 이승재 수사국장과 서울경찰청 이조훈 강력계장 등이 개입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임 차장은 “이대길 당시 서울경찰청장도 김윤철 당시 서대문경찰서장에게 ‘안쪽(청와대)과 관련된 사건이니 보안에 유의하라.’는 지시를 내린 사실도 드러났다.”고 말했다. 조사 결과 사건 직후 김씨가 서대문경찰서에 직접 신고했다는 경찰 주장과 달리 김씨가 H호텔 커피숍에서 박 경위와 만나 피해사실을 알리고 대처방법을 논의한 것으로 드러났다.박 경위는 경찰청 수사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수사 적임자 추천과 보안유지를 당부했고,수사국장은 서울청 강력계장을 통해 서대문서 강력2반장을 박 경위에게 추천했다. 한편 지난해 4월 서대문서는 6일 동안 공범 검거 명목으로 서울 평창동 J모텔에 방을 잡아놓고 피의자 곽모(45)씨 등 3명을 수사했고,비용은 모두 김씨가 부담한 것으로 확인됐다. 장택동 이세영기자 taecks@
  • 김영완씨 집 100억 강도사건 은폐 / 경찰 고위간부 개입 확인

    박지원 전 문화관광부장관의 비자금 세탁의혹을 받고 있는 김영완(50)씨 집에 지난해 3월 발생한 강도사건과 관련,당시 서울경찰청과 경찰청 고위층 간부가 사건 은폐과정에 연루된 사실이 경찰 자체 감찰조사 결과 밝혀진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청 고위 간부는 26일 “당시 서울경찰청 고위층 인사 A씨와 경찰청 국장 B씨가 사건 은폐와 외압 과정에 개입된 정황이 일부 포착됐다.”면서 “감찰 조사에서 당사자들이 크게 부인도 시인도 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그는 “두 사람 모두 청와대 고위인사와 가까운 사이”라며 ‘비선 의혹’을 제기했다.경찰청은 구체적인 외압 과정과 경위,보고과정의 문제점 등 이번 사건을 둘러싼 감찰조사 결과를 27일 감사관 브리핑을 통해 공식 발표키로 했다. 한편 경찰은 김씨 집에 지난해 7월 두 번째로 강도가 든 사실을 알고도 서울경찰청에 정식보고를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당시 사건은 112 신고로 경찰청에 정식으로 접수됐지만 관할 서대문경찰서는 1차 사건 때와 마찬가지로 구두보고만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장택동 이세영기자 sy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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