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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北 핵실험 파장] 北 핵실험이후 네가지 가상 시나리오

    북한 핵실험이 몰고 온 긴장 국면은 변수들에 따라 급격하게 요동칠 것같다. 유엔 안보리가 채택할 대북 제재 수위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고, 북한은 강한 반발을 예고하고 있다. 추가 핵실험 가능성이 예상되는 가운데 다음주 중에는 9일의 핵실험이 성공했는지의 윤곽도 드러날 것같다. 유엔 결의에 따라 한국이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참여 수준도 관심거리다. 하지만 북한 핵문제는 급격하게 대화국면으로 전환될 가능성도 전무하다고 할 수는 없다. ■ 北 치킨게임 벌인다 북한은 지난 10월3일 핵실험 계획을 선언한 데 이어 9일 핵실험 사실을 공표, 더 이상 국제사회의 ‘늑대소년’이 아님을 과시했다. 그동안 “자위적 전쟁 억제력을 강화하겠다.”“본때를 보여주겠다.”는 말이 허언이 아님을 보여준 것이다. 북한은 지난 11일 외무성 담화에서,“미국이 우리를 못살게 굴면서 압력이 가중되면 선전포고로 간주, 물리적 대응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유엔에서 진행되고 있는 대북 안보리 결의안을 겨냥한 것이다. 지난 7월 미사일 발사 이후 유엔안보리 결의안이 추진되는 동안에 ‘침묵’을 지켜온 것과는 대조되는 모습으로, 이에는 이, 눈에는 눈으로 대응하겠다는 위협이다. 따라서 이번 주말을 고비로 유엔결의안이 채택되면 북한은 추가 핵실험이나 미사일을 발사, 또 다시 초강수를 둘 것으로 보인다.‘선전포고’라는 극언도 자주 동원해 ‘전쟁불사론’도 강조하고 있다. 과연 유엔은 북한의 이 같은 언급을 신경이나 쓸까. 그럴 리는 만무하다. 미국·일본 및 중국·러시아의 입김으로 제재의 성격과 정도는 수정될 수 있으나,‘징벌적 조치’로 상징되는 제재는 분명히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제재안 초안에는 유엔 헌장 7장 40조 잠정조치가 원용되고, 구체적인 항목에서도 3개월의 말미를 주면서 북한이 추가 도발을 한다면 더욱 강한 추가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로 돼 있다. 전승 아니면 전패의, 극단을 치닫다 끝내 양쪽이 다 파국으로 치닫는 ‘치킨 게임’의 양상을 띨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핵실험을 추가로 하거나, 미사일 추가 발사하거나, 모형이든 실제이든 핵탄두를 미사일에 장착하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현재 미국 조야에서 거론되는 대북 정책에 대한 비판목소리마저도 수그러질 것으로 보고 있다. 대북 봉쇄로 인한 체제 붕괴 공포에 시달려온 북한의 극단적 선택이란 시나리오는 뾰족한 돌파구가 마련되지 않는 한 가능한 현실로 눈 앞에 펼쳐질 수도 있다. 김수정기자 crystal@seoul.co.kr ■ 실패 감추려 다음주 추가실험 가능성 북한의 핵실험이 실패했을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는 듯하다. 정보기관의 관계자는 12일 “핵실험에 따른 방사능 물질은 1차로 사흘내에 검출되고,2차 물질 검출은 10일 가량 걸린다.”면서 “하지만 아직 1차 방사능 물질이 검출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1차 물질은 11일까지는 검출됐어야 한다는 얘기다. ●“20일까지 방사능검출 안되면 실패한것” 과학기술부도 대기중 방사능 검출 작업을 벌여온 결과, 현재까지는 핵실험에 따른 방사능 오염이 감지되지 않고 있다고 잠정 결론을 내리고 있다. 물론 반론도 없지 않다. 핵 전문가인 신성택(미국 몬트레이 비확산연구소) 박사는 이날 라디오에 출연해 “핵실험에는 실패란 것이 없다.”며 “북한이 ‘가짜 핵실험’이라기보다는 ‘핵물질을 넣지 않은 핵실험’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핵물질 넣지않고 핵실험” 가능성 제기 정부 관계자는 “핵실험이 성공했다면 세 차례 정도 추가 핵실험을 할 것이고, 실패했더라도 실패를 은폐하기 위해 추가 핵실험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핵실험의 실패 여부는 2차 방사능 물질이 나오는 오는 20일쯤 드러날 전망이다. 실패했다면 북한은 유엔의 안보리 제재안이 나오는 이번 주말부터 20일 사이인, 다음주 중에 추가 핵실험을 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박정현기자 jhpark@seoul.co.kr ■ 北·美사이 줄타기? PSI 참여는 우리 군의 직접적인 움직임을 동반한다는 점에서 민감한 파장을 불러올 만하다. 해상에서의 북한 선박에 대한 물리적 단속에 한국군이 참여하는 모양새 자체가 북한을 자극하기 쉽다. 만약 한국군이 북한 선박에 올라가 신체적 마찰이나 물리적 충돌을 빚는 경우가 발생하면 북한은 즉각적으로 서해교전과 같은 대남 도발을 기도할 가능성이 있다. 우리가 가장 우려하는 시나리오다. 정부의 PSI 참여방안이 소극적·간접적·제한적인 이유도 이런 우려를 반영한 것이다. 미국의 대북 제재동참 요구와 북한의 불편한 시선 사이에서 샌드위치 신세인 우리 정부로서는 최대한 절충적인 아이디어를 짜낸 셈이다. 직접적인 북한 선박 수색작업에는 참여하지 않고 멀리 떨어져 정보교환 등에만 주력한다는 구상은 고육지책의 전형이다. 핵무기부품과 같은 대량살상무기(WMD) 수송 선박 단속에 참여하지 않으려는 의도 역시 북한을 의식한 고육책이다. 마약 수송 등의 사안은 북한으로서도 정면으로 반발하기가 힘들지만 WMD에 대한 직접적인 단속은 북한을 크게 자극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참여하되 참여하지 않는 것 같은’ 구상을 미국이 수긍할지는 미지수다. 특히 WMD 단속에서 뒤로 빠질 경우 PSI 참여의 명분이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을 받을 수도 있다.‘소극적 참여’ 방안이 아직은 우리만의 희망사항일 수 있다는 얘기다. 상황이 이렇다면, 국내에서의 반대 여론을 뚫고 PSI와 ‘결혼’에 골인한다 하더라도 그후 ‘결혼생활’은 불행과 불안의 연속일 수밖에 없다. 미국과 북한의 눈치를 보면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는 그림이 눈에 선하다. “국제법적 효과를 갖고 있는 안보리 결의안의 수준이 올라가면 PSI 활동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에 결의안이 채택되면 우리 상황에 대입시켜 판단할 것”이라는 이날 정부 당국자의 극히 조심스러운 발언은, 향후 PSI 활동의 험난함을 예고하기에 충분하다. 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 北 核보유 자신감…체면만 살려준다면 북한의 핵실험으로 긴장이 고조된 현재 상황에서 대화와 협상의 국면으로 전환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가 결의되면 북한도 맞불을 놓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제재결의 이후 긴장도는 천정부지가 될 것같다. ●고강도제재땐 先대화제의 없을듯 하지만 주목해야 할 대목은 북한이 11일 외무성 대변인 담화에서 대결과 동시에 대화의 길을 열어놓고 있다는 점이다. 추가 핵실험의 명분을 높여나가는 수사에 불과할 수도 있겠지만 일부 정부 관계자들은 대결보다는 대화의지에 무게중심을 두는 해석을 내놓기도 한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이 핵실험이라는 강수를 둔 다음에 대화하자는 평화전략을 구사할 가능성이 있다도 관측해 왔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대결구도 속의 대화 국면을 전망한다. ●“핵은 군사적 도전아닌 새로운 외교적 기회” 북한 핵포기를 위한 6자회담이 아니라 한반도와 주변지역의 비핵화를 의제로 새로운 다자 회담을 주장하리라는 관측이다. 여기에는 미국의 핵우산이 필요하다는 국내의 여론도 적지 않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군축회담이 열린다면 북한으로서는 협상의 여지가 6자회담 당시와는 판이하게 달라진다. 핵보유 포기가 아니라 핵무기의 제3국 이전문제가 주의제로 다뤄지게 될 수밖에 없다.‘판 돈’이 커지고 미국으로부터 얻어낼 게 많아지는 셈이다. 김수정기자 crystal@seoul.co.kr
  • 학교는 “…” 학생성범죄 은폐 급급… 재발방지교육도 없고

    학교는 “…” 학생성범죄 은폐 급급… 재발방지교육도 없고

    올해 수도권의 한 중학교에서 여중생 집단 성폭행이 일어났다. 하지만 학교측은 피해 여학생과 가해 남학생들을 전학시키는 선에서 사건을 마무리했다. 전학 가는 학교에는 가해 학생들의 범죄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이 피해 여학생은 이전에도 두 차례의 성폭력을 당한 적이 있었고 그때마다 학교 권유로 전학을 가 이 학교가 세번째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학생 성범죄에 대해 일선 학교들이 무턱대고 덮어두려는 바람에 범죄예방과 사후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 학생에게 징계를 내리더라도 특별교육 등이 아닌 퇴학에 치중해 범죄 재발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8일 열린우리당 정봉주 의원이 교육인적자원부와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의하면 지난해 성희롱·성폭력 등 성범죄를 저지른 초·중·고 학생은 692명에 달했으나 학교에서 학교봉사·사회봉사·특별교육·퇴학 등 징계를 받은 학생은 7.8%인 54명에 불과했다.2003년에는 590명 중 44명(7.5%), 2004년에는 756명 중 109명(14.4%)이 징계를 받았다. 성폭력 범죄가 발생하면 학생들을 교육시키기보다는 가해 학생들을 퇴출시키는 데에만 치중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2003년부터 지난해까지 징계받은 207명 중 퇴학이 72명(34.8%)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전학·자퇴유예·소년원·상담이 60명, 사회봉사 41명, 학교봉사 28명 순이었다. 올해에는 퇴학 비중이 더욱 높아져 상반기까지 징계대상 51명 중 41.2%인 21명이 퇴학처분을 받았다. 반면 특별교육과 사회봉사를 받은 학생은 각각 9명과 5명에 불과했다. 한 학교 관계자는 “학교에서 진상조사를 벌이지만 대부분 형식적으로 이뤄져 사건을 없었던 일처럼 감추는 데 급급해하고 있다. 이 때문에 가해자 학생들이 처벌받는 경우가 많지 않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학교에 성폭력 가해자가 있으면 학교평가를 받는 데 안 좋다는 인식도 학교가 스스로 사건을 묻어두려는 관행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 의원은 “학교장이 학생 성범죄를 알게 되더라도 사회봉사나 특별교육을 시키기보다는 학생을 전학 보내거나 퇴학시키는 ‘손쉬운’ 방식을 택하고 있다.”면서 “가해자 학생들이 성폭력범죄에 대한 문제인식도 가지지 못한 채 학교를 다닌다면 또 다른 범죄가 양산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준석기자 hermes@seoul.co.kr
  • 美 ‘폴리 성추문’ 일파만파

    미국의 마크 폴리(52·플로리다주) 전 공화당 하원의원의 성추문 사건이 다음달 중간선거 최대 악재로 떠오르며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ABC 방송은 그가 의회 투표 중에도 성적 채팅을 했다고 추가로 폭로한 가운데 폴리 전 의원이 10대 때 성직자에게 성적 학대를 당한 동성애자라는 새로운 사실도 드러났다. 지난주 폴리 전 의원의 ‘인터넷 섹스’를 처음 폭로한 ABC 방송은 3일(현지시간) 그가 의회 투표를 기다리는 중에도 10대 소년 사환에게 “네가 그립다.”고 보낸 인터넷 메신저 녹취록을 공개했다. 이에 사환이 “저도요.”라고 대답하니 “아직 투표가 진행되고 있어”라고 메시지를 보냈다는 것이다. 폴리의 변호사 데이비드 로스는 이날 폴리 전 의원이 13∼15세 때 교회 성직자에게 성적 학대를 당한 경험이 있으며, 게이라는 점도 처음 알린다고 밝혔다. 또 부적절한 메시지를 보낼 당시 음주 상태였으며 현재 알코올 중독 치료를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번 사건의 책임을 회피할 생각은 없으며 변명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라고 로스 변호사는 전했다. 폴리 전 의원은 가톨릭 신자로 현재 독신이다. 민주당측은 이 같은 폴리 전 의원의 ‘고백’에도 불구하고 그가 공화당원들의 규율을 관장하는 당기(黨紀) 업무를 맡았다는 점을 부각하며 공세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공화당 지도부가 폴리의 행각을 알면서 은폐했다는 의혹과 관련 보수 성향의 워싱턴타임스마저 데니스 해스터트(공화당) 하원의장의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이번 파문으로 공화당 지도부와 일부 민주당 의원까지 불똥이 튈지 모른다고 미 언론은 잇따라 전했다. 미 연방수사국(FBI)이 폴리의 실정법 위반 내사에 착수한 가운데 이번 기회에 다른 의원들의 성추문 의혹까지 수사를 확대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박정경기자 olive@seoul.co.kr
  • 美 ‘의원 성추문’ 정치 쟁점으로

    ‘성 추문’이 다음달 중간선거를 앞두고 미국 정계를 흔들어 대고 있다. 연방수사국(FBI) 내사가 시작되고 추문 불똥이 민주-공화당 사이의 정치 쟁점으로 번지고 있다. AP는 2일 이틀전 추문으로 하원의원직 사퇴를 발표한 마크 폴리(공화당) 사건이 정치쟁점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폴리 의원은 국회의사당내 10대 사환들에게 성적(性的) 유혹이 담긴 이메일 등 메시지를 보낸 의혹을 받고 있다. 언론에 따르면 독신인 폴리 전 의원은 수개월전 의사당에서 일했던 전직 사환들에게 이메일 등을 보내 “좀 색을 쓰게 해줄까?”“너도 사각 팬티를 입고 있지? 자, 팬티 내려봐” 등의 메시지를 보냈다는 것이다. 당혹스럽게 된 공화당은 조기 수습에 나섰지만 민주당은 수사 확대 및 은폐 의혹 등을 주장하며 공세를 펴고 있다. 민주당의 낸시 펠로시 의원은 하원 윤리위원회의 보고서 제출을 촉구하면서 “누가 폴리의 메시지들을 사전에 알면서 수수방관하고 있었는지도 밝혀야 한다.”며 공화당 지도부의 사전 인지 여부를 추궁했다. 같은 당의 해리 라이드 상원 원내 총무도 공화당 지도부가 문제를 알고 있었지만 선거를 의식, 무시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공격했다.그는 “폴리 의원이 입법에 참여한 법률에 따르면 온라인상으로 미성년자를 유혹하는 것은 범죄”라면서 법무장관의 즉각적인 전면 조사를 촉구했다. 폴리 의원은 온라인 및 오프라인상에서 “어린이들이 성적으로 악용당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관련 입법에 적극적인 역할을 해 와 겉과 속이 다른 ‘표리부동’한 인물로 손가락질을 받는 분위기다. 공화당은 폴리 의원이 사임한 지난달 29일 즉각 윤리위 회부를 결정하는 한편 사환 보호 강화조치 등을 제시했지만 공세의 고삐를 쥔 민주당 공격에 밀리고 있다.댄 바틀렛 백악관 대통령 고문도 “상세한 내용에 대한 수사가 있을 것”이라며 형사 소추도 반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히는 등 거리두기에 나섰다.●미 의회 사환 제도란워싱턴에 거주하는 16세 이상의 고교생을 대상으로, 매년 435명의 의원들이 지명하는 수백명의 후보 가운데 66명을 선발해 1년동안 일하도록 하고 있다. 지난 1820년대부터 운영돼 왔으나 1980년대 초에도 한때 성·마약 추문이 터져 존폐 논란이 벌어진 바 있다.이석우기자 jun88@seoul.co.kr
  • 당신은 영원한 한국인의 친구”

    “당신은 내가 도움을 청한 마지막 미국 의원이었지만, 가장 먼저 행동에 옮긴 의원이었습니다. 당신의 우정과 헌신을 영원히 기억할 것입니다.” 미 하원에서 `위안부 결의안´을 제출, 국제관계위원회 통과를 주도한 레인 에번스(민주·일리노이주) 의원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 위한 자리가 한인단체 주최로 29일 밤 워싱턴 D C 인근의 버지니아주 에넌데일시에서 열렸다. 에번스 의원이 지난 4월 공화당의 크리스토퍼 스미스(뉴저지주) 의원과 공동 제출한 위안부 결의안은 하원 국제관계위에 처음으로 상정됐고, 만장일치로 통과되는 성과를 일궈냈다. 이제 하원 전체회의 심의 및 통과를 앞두고 있다. 앞서 미 하원에 위안부 결의안이 두차례 제출됐으나 일본측의 집요한 반대 로비에 막혀 상정조차 되지 못한 채 폐기된 바 있다. 이처럼 일사천리로 일이 진행된 것은 무엇보다도 에번스 의원의 투혼 덕분이다.그가 동료 의원들에게 위안부 문제에 관심을 갖게 하고 서명에 동참하도록 마음을 움직였다는 후문이다.에번스 의원은 파킨슨병으로 인해 50대의 한창 나이에 24년간의 정치인생을 마감해야 하는 불행을 맞았지만 마지막 의정활동으로 위안부 결의안을 꼭 통과시켜 역사적 진실을 은폐하고 책임을 회피하는 일본 정부를 반성하게 하겠다며 병마와 싸워 왔던 것. 이날 행사에는 100여명이 참석해 `영원한 한국인의 친구´ 에번스 의원의 은퇴를 아쉬워하며 그의 우정과 헌신에 감사하는 마음을 전달했다. 에번스 의원은 주변 사람들의 부축을 받으며 답사에 나서 “그들이 여러분들을 좌절시키게 내버려두지 말라.”고 당부했다.워싱턴 연합뉴스
  • 우리들의 현대침묵사/정길화 등 지음

    돌아보면, 지난 세기 한국 현대사는 상승과 하강의 아찔한 곡예를 펼치는 롤러코스터나 다름없었다. 거침없이 질주하는 거대한 열차 소음에 가려 승객들의 비명은 흔적없이 사라졌다. 결과가 중요하지 과정 따윈 무시되는 억압과 폭력의 시대는 곧 침묵의 역사였다. 1999년 ‘제주 4·3사건’을 주제로 첫 방송을 시작한 MBC 다큐멘터리 ‘이제는 말할 수 있다’는 그 침묵의 카르텔을 용기있게 깨트린 프로그램이었다. 보도연맹, 반공포로, 북파공작원, 삼청교육대, 정인숙 사건 등 어둠속에 은폐돼 왔던 한국 현대사들이 하나씩 세상밖으로 불려나왔다. 반응은 뜨거웠다. 지난해까지 6년간 총 100편이 제작됐다. ‘우리들의 현대침묵사’(정길화 외 지음, 해냄 펴냄)는 이중 스무 편을 골라 책으로 엮은 것이다. 13명의 PD들이 방송에 나온 내용을 토대로 취재수첩의 기록을 뒤지고 기억을 더듬어 원고를 썼다.1부 ‘억압과 폭력의 나라’는 1977년 무등산 무허가 판자촌 살인사건으로 사형당한 박흥숙, 사회정화란 이름으로 국가가 극단적인 인권유린을 행한 삼청교육대, 녹화사업의 명목으로 강제집징당한 뒤 의문사한 대학생 등 국가가 저지른 폭력적 사건들을 조명한다. 2부 ‘풀리지 않는 역사속 미스터리’에서는 정인숙, 박정희, 김형욱 등 미심쩍게 숨진 인물들의 죽음을 추적하고 친일파의 행적과 강남 투기의 역사를 좇는다.3부 ‘헤어나지 못한 레드 콤플렉스’에서는 연좌제의 폐해, 보도연맹, 반공포로 등 대한민국을 지배해온 반공 이데올로기의 실체를 밝히고,4부 ‘미국과 일본, 당신들의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의 수호자이자 혈맹의 나라로 여겨져온 미국이 과연 우리에게 어떤 존재인지를 소파(SOFA)협정, 기지촌 정화운동 등을 통해 알아본다. 감춰져온 역사의 진실을 추적하는 진지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풍부한 정보와 생생한 인터뷰로 엮어진 글들은 20세기를 온몸으로 경험한 세대에겐 시간을 뛰어넘어 진실과 마주하는 감회를 주는 한편 젊은 세대에겐 역사적 무지를 깨우치는 귀중한 자료가 될 듯싶다.1만 3000원.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열린세상] 확보 가능한 최선의 버전/김민환 고려대 신문방송학 교수

    언론윤리의 핵심은 사실을 사실대로 보도하는 것이다. 이건 가장 기본적이고도 중요한 취재보도 수칙이다. 그러나 사실을 보도하는 이 세상 어느 기자도 특정 사건에 대하여 “이것이 사실이다.” 하고 단정해 말할 수 없다. 기자가 한정된 시간에 사실의 모든 면을 총체적으로 정확하게 파악하기란 불가능하다. 기자는 사실이라는 코끼리 앞에서 늘 장님 신세가 된다. 무엇이 사실인가? 이에 관하여 명답을 내놓은 기자가 워터게이트 취재로 필명을 얻은 워싱턴 포스트의 밥 우드워드(Bob Woodward) 기자다. 그는 재판정에서 판사가 한 탐사보도 내용에 대해 사실이라고 믿느냐고 묻자, 그 기사가 “사실에 관한 확보 가능한 최선의 버전”이라고 답했다. 어떤 사안에 대해 기자가 확보할 수 있는 정보를 얻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면 그가 쓴 기사는 사실로 간주해야 한다. 사실이란 안팎으로 상충하는 요인을 아우르고 있다. 내적으로는 사실 자체에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이 공존한다. 외적으로는 그 문제에 대해 이해관계를 달리하는 사람이나 집단이 있게 마련이다. 기자는 이런 내외적 요소를 최대한 배려하여 사실을 재구성해야 한다. 우드워드 기자의 기준을 따르자면, 그렇게 할 때 기자는 사실에 관한 확보 가능한 최선의 버전을 제시할 수 있다. 우리 신문을 읽거나 방송을 시청취하면서 느끼는 가장 큰 불만은 확보 가능한 최선의 버전을 보도해야 하는 취재보도의 기본 원칙이 무시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때 국가보안법 개폐 문제가 뜨거운 정치 쟁점이 된 적이 있다. 보안법은 기본권을 제약할 개연성을 안고 있다. 그 가능성을 거증하는 예는 우리 현대사에 수두룩하게 많다. 보안법이 폐기된다면 국기를 흔드는 일이 발생할 개연성 또한 부정할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언론이 해야 할 일은 각론으로 들어가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아울러 배려한 절충점을 찾아내 국민통합을 이루는 일이다. 그러나 우리 언론은 폐기론이나 고수론의 한편에 서서 반대편을 보수 골통이라거나 좌파 용공으로 딱지 붙이기(name calling)를 서슴지 않았다. 이런 편향성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FTA 문제나 전시작전권 문제 역시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을 내포하고 있으며, 이해관계를 달리하는 집단이 있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두 문제가 다 총론적으로는 긍정적인 성격이 강하지만 각론으로 들어가면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이 매우 많다. 이런 상황에서 언론은 총론이 아니라 각론으로 들어가 합리적인 대안을 모색하여 궁극적으로 바람직한 공론을 창출해야 한다. 그러나 언론은 총론적으로 어느 한편에 서서 다른 편에 대해 극언을 불사하고 있다. 미국에서도 초기에 언론이 정파성에 충실함으로써 고정 독자를 확보하던 정론지시대가 있었다. 신문 없는 정부보다는 정부 없는 신문을 택하겠다는 명언을 남긴 그 토머스 제퍼슨(Thomas Jefferson)이 자기 친구더러 자기 정파에 충직한 신문을 만들도록 권해 조그만 신문이 경영적으로 성공을 거두자 정론지가 판을 쳤다. 이런 정파상업주의 하에서 사실은 왜곡될 대로 왜곡되었다. 우리 언론은 지금 선진국에서는 이미 박물관에 처박힌 그 정파상업주의로 공론장을 어지럽히고 있다.“이제는 은폐의 종말이 왔다. 일방적인 해석의 종말이 왔다. 이 기사가 특정 정당에 유리할까 불리할까 생각하며 기사를 쓰는 시대의 종말이 왔다.” 뉴욕 트리뷴의 화이트 리드(White Reid)가 한 이 말을 우리 기자가 외칠 때 비로소 우리 저널리즘도 선진국 문턱을 넘어설 것이다. 김민환 고려대 신문방송학 교수
  • “30만원 수뢰 경찰 해임 정당” 확정

    단속무마를 대가로 30만원을 받은 경찰관을 해임한 것은 정당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2003년 12월 서울 모 경찰서 지구대 사무소장이던 경위 최모(44)씨는 도로에 건축자재를 쌓아놓고 대형 크레인 작업을 하던 건축업자를 현행범으로 체포하라고 부하직원인 김모 경장 등에게 지시했다. 김 경장은 체포했던 건축업자를 풀어주는 대가로 70만원을 받았고 이중 30만원은 최씨에게 건넸다. 돈을 받은 최씨는 김 경장이 현행범 체포서 등 형사입건 공문서를 파기하는 것을 묵인했다. 최씨는 돈을 받은 사실이 서울지방경찰청에 제보되자 받았던 돈을 건축업자에게 돌려주고 확인서를 받는 등 사건을 은폐하려 했지만 결국 감찰과정에서 비위사실이 드러나 해임처분을 받았다. 이후 최씨는 “해임처분이 너무 가혹하다.”면서 서울지방경찰청장을 상대로 해임처분 취소청구 소송을 냈다.대법원 1부(주심 김지형 대법관)는 18일 “최씨의 비위행위가 중대하고 확인서를 조작하는 등 정상이 좋지 않을 뿐만 아니라 공익상의 필요가 크고 부하직원보다 중하게 징계처분을 내렸다고 해서 평등의 원칙에 반한다고 보기도 어렵다.”면서 원고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밝혔다.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통과까지 큰 어려움” 日 방해로비 시사

    |워싱턴 이도운특파원|13일(현지시간) 미국 하원의 국제관계위원회를 통과한 일본군 ‘위안부’ 규탄 결의안을 주도한 인물은 일리노이주 출신의 레인 에번스 의원이다.민주당 출신으로 일리노이주의 제 17 선거구를 대표하는 에번스 의원은 파킨슨 병을 앓고 있기 때문에 몸을 가누기도 어렵지만 이날 오전 열린 국제관계위 전체회의를 방청석에 앉아 지켜 봤다.위안부 결의안은 지병 때문에 은퇴를 결심한 에번스 의원의 사실상 마지막 발의 안건이 됐다. 에번스 의원은 “20만명에 이르는 위안부들은 주로 한국에서 강제로 동원됐다.”면서 “야만스러운 행위에 대해 일본정부는 책임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그는 또 일본이 일부 교과서에서 위안부 문제를 축소, 은폐, 왜곡하고 있는데 대해 “일본 정부는 현재 및 미래 세대들에게 이 문제에 대해 제대로 교육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에번스 의원은 “결의안이 통과되기까지 어려움이 있었다.”며 일본측으로부터 적극적인 방해 로비 등이 있었음을 시사했다. 에번스 의원은 지난 1998년 같은 주 출신인 윌리엄 루핀스키 의원이 일본 정부에 대해 2차 대전 당시 피해자들에게 사과하고 배상토록 하는 결의안을 제출했을 때 함께 일하면서 위안부 문제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워싱턴한인회 등 한인단체들은 정계를 은퇴하는 에번스 의원을 위해 오는 29일 송별회를 열 예정이다.dawn@seoul.co.kr
  • ‘이브’되려면 병역 마쳐라

    ‘이브’가 되려거든 군대부터 다녀와라? 대법원이 지난 6일 여성으로 성전환하려는 남성은 병역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성전환자의 성별정정 허가신청사건 등 사무처리지침’을 신설해 시행하자 논란이 일고 있다. 이는 대법원이 지난 6월 성전환자의 호적상 성별정정신청을 허가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허가기준은 모두 7가지로 만 20세 이상이고 무자녀·미혼일 때 성전환수술을 받아 외관상 다른 성으로 바뀌었을 것 등의 조건을 포함하고 있다.특히 병역의 의무가 있는 남성이 여성으로 전환하려면 병역의무를 이행했거나 면제받아야 한다고 못박았다. 대법원은 성별정정이 병역 면탈 또는 범죄은폐에 악용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병적·전과·신용정보를 조회하도록 규정했다. 이에 대해 동성애자인권연대 관계자는 “억압된 군생활 속에서 자의든 타의든 커밍아웃을 했을 때 차별과 억압은 사회에서보다 더 심하다.”며 성적소수자들에게 병역이행을 강제한 것에 반대했다.반면 여성이 되고 싶은 남성들은 대부분 입대전 신체검사에서 진단서와 진술 등을 통해 면제를 받거나 현역으로 입대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며 병역의무 규정이 대수롭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민주노동당 성소수자위원회 최현숙 위원장은 “오히려 비용문제와 위험 등을 고려할 때 성전환수술을 강제한 것은 독소조항”이라고 꼬집었다. 대법원이 호적변경을 신청할 때 전문의사의 진단서·감정서 외에 성장환경에 대한 본인과 보증인의 진술서와 부모 등 직계존속의 동의서를 제출토록 한 것도 논란거리다. 박경호기자 kh4right@seoul.co.kr
  • [김형효 교수의 테마가 있는 철학산책] (36) 기술과 기능의 양면성

    [김형효 교수의 테마가 있는 철학산책] (36) 기술과 기능의 양면성

    인류의 문명은 기술과 기능의 토대 위에 서 있다. 칸트가 그의 논문 ‘추측해 본 인류사의 기원’에서 금단의 열매를 먹은 구약 창세기의 사건이 인류에게 기술과 기능적 사고를 잉태한 출발점과 같다고 찬양했다. 즉 기술과 기능은 원죄의 토대 위에서 탄생됐다는 역설이 담겨 있다. 불교적 입장에서 봐도 무시 이래로 홀연히 인간에게 분별심이 생김으로써 인간에게 취사선택의 마음이 생겼다는 것을 마명(馬鳴)스님이 ‘대승기신론’에서 암시하고 있다. 이 분별심은 인간 무의식의 가장 깊은 아뢰야식에 자리잡고 있는 근본불각(根本不覺)으로서 부처가 되기 전에는 소멸되지 않는 근본무명과 같다. 기술과 기능적 사고를 잉태한 인간지성이 원죄나 근본불각의 소치라는 종교의 가르침은 기술과 기능을 사유하는 철학에 하나의 큰 난제가 아닐 수 없다. 단적으로 기술과 기능은 소유적 무의식의 소산과 같다는 결론이 도출된다. 인간 무의식의 욕망에는 본능적 욕망과 본성적 욕망이 함께 이웃하고 있다고 이미 ‘철학산책’의 시작(1·2·3회 글)에서 언급되었다. 전자는 소유론적 욕망이고, 후자는 존재론적 욕망에 해당한다. 전자는 자아중심으로 모든 것을 취득하려는 욕망이고, 후자는 자아중심이 없이 일체가 일체에 대하여 존재하도록 도와주려는 자비의 원력과 같다는 것이다. 그리고 인간에게 본능에 의한 생물학적 소유욕이 지능에 의한 사회학적 소유욕으로 환유법적인 자리이동을 하게 되었다는 것도 지적되었다.(11·12·18·31회 글) 기술과 기능은 지능에 의한 인간의 사회학적 무의식의 소유욕과 직결된다. 여기서 우리는 두 가지의 관점을 놓쳐서는 안 된다. 첫째로 인간의 무의식에서 소유적인 본능과 존재론적 본성의 차이가 너무 가까이 근접되어 있어서 인류는 그 차이를 뚜렷이 구분하기가 어려웠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본능과 본성은 다 마음의 자발적 기호(嗜好)와 같아서 하고 싶어 하는 것을 하려는 욕망을 공통적으로 품고 있기 때문이다.20세기 프랑스의 언어학자 뱅베니스트가 그의 저서 ‘일반언어학의 제문제(I)’에서 기술했듯이, 인류는 동서를 막론하고 소유와 존재를 거의 혼동해서 사용해 왔다는 점이다. 한국어에 ‘가지고 있다’로 소유와 존재가 통용되어 쓰이듯이, 이런 현상은 범 지구적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아무 것도 소유하고 있지 않으면, 인간은 자신의 존재가치가 거의 없는 것처럼 여긴다. 이것이 프롤레타리아 의식이다.‘가지다’라는 소유동사가 타동사임에도 불구하고 존재동사처럼 수동형으로 쓰이지 않는 범 지구적 현상은 소유동사를 존재동사처럼 상태동사로 봤던 인류의 무의식이라고 뱅베니스트가 통찰했다. 둘째로 인간이 자연생활을 떠나 사회생활을 영위하면서 지능(지성=이성)을 금과옥조로 여기는 사고방식을 채택하게 되었다. 지능은 본능의 소유욕을 환유법적으로 장소 이동한 것이다. 지능이 사회적인 지도원리가 됨으로써 두 가지의 경향이 일어났다. 그 하나는 지능의 꾀로써 사회생활에서 편리함을 추구하면서 물질적 경제적 이익을 낳으려는 경제기술주의의 욕망과, 또 다른 하나는 이기적 생존추구를 불의로 미워하면서 공동체의 정의를 추구하려는 사회도덕주의적 욕망이 생겼다. 동양의 순자철학은 전자의 성향을 대변하고, 맹자철학은 후자의 것을 상징한다. 서양에서 기술적 이성이라 불리는 형이하학과 도덕적 이성이라는 형이상학이 구분된 것도 같은 지능(지성=이성)의 두 가지 철학적 표현이라 하겠다. 상기의 두 가지 관점을 우리가 잘 염두에 두어야 한다. 본디 무의식적으로 소유와 존재가 아주 이웃해 있는데, 지성(지능=이성)의 철학이 경제기술적이든 사회도덕적이든 사회생활의 지도원리가 됨으로써 존재를 존재로 사유하지 못하고, 존재를 다만 소유의 정신화(은유화)로써 여기게 하는 장본인의 역할을 했다. 그러나 지성이 이끄는 사회도덕의 형이상학도 기실 경제기술과 같은 소유의 영역임을 처음으로 세상에 알린 철학자가 하이데거라고 나는 생각한다. 하이데거는 기술론이든 정신론(도덕론)이든 다 존재자(존재를 실체화한 것)의 철학이고, 그 존재자의 철학은 지성이 파악한 개념적 소유철학에 다름 아니라고 통찰했다. 명사적 개념으로 세상을 이해하려는 인류의 철학사가 존재를 소유의 정신화(은유화)인 양 착각하게 했다. 좌우간 재래의 자본주의적 기술론은 성공했으나, 사회주의적 정신론은 실패했다. 이제 21세기 철학적 사유의 과제는 자본주의적 기술론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겠는가 하는 것에 관건이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본주의적 기술론의 본질은 인간생활을 편리하고 물질적으로 풍요하게 만드는 데 있다. 생활을 편리하고 풍요하게 하는 것을 우리는 기능이라 부른다. 기술론은 기능적 사고로 이어진다. 기능적 사고는 효능과 생산고로 집약된다. 효능과 생산고는 계산 가능한 이익의 목록을 만들게 하는 기준이고, 그 목록에 빠져 있는 것은 가치로 인정되지 않는다. 그래서 마르셀이 잘 지적했듯이, 기술적 가치만을 숭상하는 기능주의는 늙음과 병약함을 비기능적 몰가치로써 푸대접한다. 말하자면 비기능적 몰가치는 기능적 효율과 생산고의 증진에 걸림돌이 된다는 것과 같다. 늙음과 병약함은 노후 기계처럼 폐품처리 대상 리스트에 올라간다. 기능사회에 접어들면, 이미 노인과 병약한 환자들은 남들의 평가이전에 스스로 자신들도 그렇게 생각하면서 절망의 쓸쓸한 나락으로 떨어진다. 노인들은 스스로 안 늙었다는 것을 과시하기 위해 온갖 발버둥을 다 치지만, 그런 행태는 노인들의 절망을 재촉할 뿐이다. 그 경우에 죽음은 낡은 기계의 멈춤과 같다. 죽음은 소유활동의 끝일 뿐이다. 죽음은 모든 소유의 무상함을 넘어서 존재의 의미를 다시 찾게 해주는 신비로 이해되지 않는다. 죽음은 기계의 생명처럼 끝나는 것이 아니라, 존재론적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다른 차원의 존재방식의 시작임을 기능주의와 기술론은 전혀 이해 못한다. 죽음을 기다리는 어떤 사형수들의 얼굴이 왜 성자처럼 해맑아지는지 기능주의와 기술론은 이해 못한다. 편리함과 풍요함을 주는 기술과 기능은 다른 한편으로 인생에서 존재론을 폐지시키는 절망을 부채질한다. 하이데거의 철학이 이 기술론의 의미를 잘 분석해 놓았다. 그의 ‘강연과 논문집’에서 하이데거는 근대기술의 본질을 ‘도발로서의 탈은폐’(disconcealment as provocation)라고 정의하였다. 기술이란 낱말인 ‘테크닉’(technique)은 고대 그리스어의 ‘테크네’(techne)에서 파생되어 나왔는데, 테크네는 ‘현성으로서의 탈은적’(disconcealment as bearing-fruit)의 의미를 뜻한다. 같은 단어인 ‘disconcealment(Entbergen)’가 근대기술에서는 도발적인 ‘탈은폐’로, 고대 테크네에서는 현성(現成=저절로 피어남)으로서의 ‘탈은적’으로 하이데거가 사용하고 있는 것을 예사롭게 봐서는 안 된다. 한국에서 일반적으로 이 ‘disconcealment’를 그냥 다 ‘탈은폐’라고 번역하고 있는데, 그것은 재고되어야 한다. 은폐와 은적의 한국어 뉘앙스가 다르다. 전자는 범인이 비밀스러운 것을 감추는 행위를 말하고, 후자는 스스로 사라지는 은자의 행위를 말한다. 이 구별은 하이데거의 기술론을 이해하는 핵심이 되기에, 재래의 번역처럼 일률적으로 옮기면 그를 오독하는 결과를 낳는다. 고대 그리스의 테크네는 자연이 스스로 현시하는 탈은적의 행위(꽃피기/열매맺기)를 인간이 도와주는 정도의 잔기술을 말하고, 근대의 테크닉은 자연이 스스로 자신을 현시하기 전에 인간이 강제로 자연의 속살을 드러내고 토해내도록 강요하는 거대기술을 말한다. 탈은폐는 자연이 인간의 소유와 이익에 필요한 것을 빨리 대량적으로 토해낼 것을 심문하는 방식과 유사하다. 근대기술은 자연이 은폐시켜 놓은 것을 인간이 강제적으로 탈은폐시키는 방식을 사용한다. 이런 근대기술의 탈은폐화 방식을 하이데거는 독특한 독일어로 ‘게슈텔(Ge-stell)’이라 불렀다. 본디 독일어로 ‘게슈텔’(Gestell)은 ‘발판 사각대’나 ‘받침대’처럼 테크네 정도에 맞는 잔일하는 소도구를 뜻하였으나, 이것이 근대 테크닉으로 이전하면서 하이데거가 그것을 ‘Ge-stell’이라고 띄어 썼다. 이 말은 피의자를 심문하고 때로는 주리를 틀면서 고문까지도 하는 심문대의 의미로 변한다. 더구나 ‘Ge-’는 ‘집단적’이란 의미의 뉘앙스를 풍기는 전철이므로 Ge-stell은 단독으로 하는 심문대가 아니라,‘집단 신문대’의 의미를 띤다. 인간이 자본의 축적과 집단적 이익과 편리를 추구하고자 자연에 대하여 주문사항들을 재빨리 토해내라고 집단 도발하는 그런 의미가 하이데거가 본 근대기술의 본질이다. 하이데거가 같은 단어를 고대 그리스적인 의미와 근대 기술론적 의미로 이중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깊은 의미를 함의하는 것으로 나는 생각한다. 그는 여러 단어들을 그렇게 사용했다. 그가 명시적으로 밝힌 적은 없지만, 같은 단어들을 이중적 의미로 썼다는 것은 내가 이 글의 시작에서 언급한 것처럼 본능의 소유와 본성의 존재가 인간의 무의식에서 종이 한 장의 차이로 이웃하고 있다는 인류사의 무의식과 밀접한 관련성을 맺고 있는 것 같다. 근대기술의 ‘집단심문대’(Ge-stell)의 방식은 단지 자연에 관한 인간의 도발을 의미하는 것만은 아니다. 그런 도발적 심문의 사고방식이 자유주의와 사회주의를 다 잉태시켰다는 것이다. 자유주의는 집단심문적 탈은폐의 기술방식이 바로 인간 자유의 도발적 힘을 상징하는 의미로 해석했고, 사회주의는 집단심문적 탈은폐의 기술방식으로 인간사회의 평등을 이룩한다는 명분아래 인위적으로 사회성원들을 심문하고 주리를 틀었다. 하이데거는 기술자체가 위험하기보다 오히려 그 기술을 사용하는 인간의 마음이 더 위험하다고 언급했다. 인간 마음의 위험성은 인간자아의 무한 의지와 그 소유욕의 위험성을 말한다. 마음의 무한 소유욕으로 인간이 존재를 완전히 망각하고, 죽음의 신비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인간 두뇌의 사이버네틱스가 철학적 사유와 시를 대신하는 시대가 도래할 것을 그는 우려했다. 지구의 사막화 이전에 인간마음이 온전히 황폐화될 것임을 그는 예견했다. 그는 ‘인간이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고 생각하기 전에,‘무엇을 사유해야 하는가.’하고 심각히 생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근대사상은 행동이 세상을 바꾼다고 착각했다. 그러나 그는 사유가 세상을 바꾼다고 생각했다.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철학
  • [생각나눔NEWS] 또 쫓겨난 ‘생계형 위장취업’

    [생각나눔NEWS] 또 쫓겨난 ‘생계형 위장취업’

    대학을 졸업하고도 취업을 위해 고등학교 졸업으로 학력을 허위기재한 사실이 들통나 해고당한 30대가 억울함을 호소하며 법정공방을 벌이고 있다. 서울시내 한 사립대 교육학과를 1998년에 졸업한 김모(36)씨는 졸업 후에도 이렇다할 일자리를 구하지 못했다. 후배들과 함께 학원도 운영했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김씨는 그 뒤로 학습지 교사, 아동용 비디오물 판매업 등의 직업을 전전했다. 몇몇 기업에 입사원서를 냈지만 번번이 낙방이었다. 더군다나 나이마저 취업의 ‘마지노선’이던 30세에 이르자 김씨는 조급해졌다. 그러던 중 2000년 한 자동차부품 생산업체에서 생산직 직원을 구했는데 문제는 지원자격이 고졸 학력이었다는 것. 김씨는 면접에서 면접관이 “서울에 있는 인문계 고교를 졸업하고 왜 대학에 가지 못했느냐.”고 묻자 “성적이 안 좋아 3수까지 했지만 대학 진학에 실패했다.”고 답변했다. 김씨는 일단 취직에 성공했지만 회사는 2004년 학력을 허위로 기재했다며 김씨를 해고했다. 김씨는 부당해고라며 소송을 제기했지만 서울행정법원 제13부(부장 이태종)는 “원고가 의도적으로 대졸 학력을 은폐했고 면접에서는 적극적으로 회사를 속였다는 점 등을 종합하면 퇴직은 정당한 이유가 있다.”며 원고패소 판결을 내렸다. 그는 “허위로 기재한 것은 맞지만 낮은 학력을 높였다면 모를까 고등학교를 졸업한 것은 분명한 사실로 문제될 게 없다고 생각했다.”며 억울해했다. 그러나 회사측은 김씨가 처음부터 노조활동을 목표로 위장 취업했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김씨는 공장의 중국 이전 여부를 놓고 회사측과 마찰을 빚은 뒤 회사측에서 학력을 문제삼았다며 노조활동으로 회사로부터 ‘미운 털’이 박힌 것 아니냐고 말했다. 김씨의 직장은 김씨가 입사하기 전부터 민주노총 금속연맹에 가입된 사업장이었다. 김씨는 “내가 노조운동을 위해 위장 취업할 이유가 없다.”고 반문했다. 김씨는 이번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지난해 말 직장 앞에서 벌였던 복직 농성을 접은 김씨는 요즘 직장 동료들이 모금해준 지원비로 살고 있다.2004년 학교 후배와 결혼을 계획했지만 해고되는 바람에 지난 7월에서야 가정을 꾸릴 수 있었다. 하지만 아내는 교사임용시험을 준비하고 있어 현재 이렇다할 수입도 없다. 김씨는 “아내에게는 꼭 직장으로 돌아가겠다고 약속하며 청혼했다. 그 약속이 하루 빨리 이루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경호기자 kh4right@seoul.co.kr
  • [책꽂이]

    ●누가 사악한 늑대를 두려워하는가(카린 포숨 지음, 김승욱 옮김, 들녘 펴냄) ‘범죄소설의 여왕’으로 통하는 노르웨이 출신 저자의 작품. 노르웨이 숲 속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을 추적해 가는 이야기다. 살인 용의자인 주인공은 내면의 목소리하고만 대화를 나누는 정신병자. 저자의 소설은 범죄소설의 공식을 뛰어넘는다. 잔혹한 살해장면이나 스릴 넘치는 추격장면, 치열한 두뇌싸움이 없는데도 숨막힐 듯한 긴박감에 빠져들게 한다. 저자의 또 다른 대표작 ‘돌아보지 마’는 북유럽 최고의 탐정소설에 수여하는 ‘유리열쇠 상(The Glass Key, 진짜 유리열쇠를 수상자에게 준다)을 받았다.1만원. ●매혹(크리스토퍼 프리스트 지음, 김상훈 옮김, 열린책들 펴냄) 이언 뱅크스, 그레이엄 스위프트 등과 함께 영국 문단의 신경향을 대표하는 저자의 대표작. 장르소설과 순문학의 경계점에 위치한 작품들을 소개하는 열린책들의 ‘경계소설’ 시리즈 가운데 하나다. 영국 데번 주의 한 요양원을 배경으로 단조로운 나날을 보내는 주인공의 기이한 심리적 여정을 그렸다.“에세르의 판화처럼 현실을 초월한 현실성을 획득한 작품”이란 평. 저자는 시간여행소설 ‘세뇌자(Indoctrinaire)’,‘어두워지는 섬을 위한 푸가’ 등으로 잘 알려져 있다. 독일 쿠르트 라스비츠상 수상작.9800원. ●기황후(제성욱 지음, 일송북 펴냄) 기황후는 ‘고려양’이라는 한류의 씨앗을 최초로 중국 대륙에 퍼뜨리고 꽃을 피웠던 인물. 그녀는 세계역사상 가장 강력한 정복왕조였지만 100여년 만에 수명이 끝난 원나라의 짧은 역사에서 30여년 동안 제국을 실제로 통치했던 ‘군주’였다. 공녀의 불운을 극복하고 무력한 황제를 대신해 원제국을 경영한 기황후의 일대기를 그린 대하소설. 전4권. 각권 9500원. ●한국 소설의 분단 이야기(유임하 지음, 책세상 펴냄) 반공 이데올로기는 분단과 전쟁, 제주 4·3사태와 여순사건을 거치면서 우리 사회를 ‘장악’했다. 모든 사상을 반공주의와 반(反)반공주의의 틀 안에 가두며 이분법적 선악의 논리로 재단한다. 그 결과 해방 직후부터 1980년대 초반에 이르는 냉전시대의 작품은 분단의 원인이나 본질은 은폐한 채, 동족학살의 참상에 초점을 맞추거나 좌익세력을 부정적으로 형상화하는 경향을 보였다. 한국 소설의 흐름 속에서 분단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돼 왔는가를 고찰.4900원. ●나나 누나나(김비 지음, 해울 펴냄) 저자는 1998년 국내 최초의 동성애 월간지 ‘버디’에 단편소설 ‘그의 나이 예순넷’을 발표하며 문단에 나온 커밍 아웃 트랜스젠더 작가. 전작인 장편소설 ‘개년이’가 거칠게 살아가는 한 소녀의 일반적으로 레즈비언 성정체성을 다뤘다면, 이 작품은 트랜스젠더의 성정체성을 정면으로 다룬다. 보통 트랜스젠더는 ‘여자보다 더 여자다운’ 존재로 알려져 있다. 남자이면서 여자이고 여자이면서 남자인 주인공들은 때론 남성으로, 때론 여성으로 삶의 위기에 대처한다.9500원.
  • ‘다이애나 사망’ 다시 수사하기로

    다이애나 전 영국 왕세자비가 음주 운전사고로 숨졌다는 수사 결론에 각종 의혹이 제기되면서 프랑스 경찰이 수사를 다시 하기로 했다. 프랑스 베르사유의 티에리 베탕쿠르 판사는 다이애나의 운전사 앙리 폴을 부검한 병리학자 도미니크 르콩트와 그의 혈액을 검사한 질베르 페펭 박사에게서 새로 진술을 받으라는 명령을 지난주 경찰에 내렸다고 영국 더 타임스가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프랑스 경찰은 1997년 다이애나비가 파리에서 자동차 사고로 숨질 당시 운전사가 기준치의 3배가 넘는 음주 상태였다고 2002년 결론지었다. 그런데 보고서에 심각한 오류와 누락이 발견되면서 법원이 최종 판결을 내리기 어렵게 됐다고 더 타임스는 전했다. 르콩트는 폴로부터 3개의 혈액 샘플을 추출했다고 증언했으나 보고서에는 5개로 돼 있어 결국 샘플 2개가 폴의 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 페펭은 샘플 분석 결과, 폴의 혈중 알코올 농도가 혈액 1ℓ당 1.74g이라고 진술했지만 문서상으로는 뒷받침되지 않았다. 게다가 페펭이 실시한 2차 혈액 검사에 관한 문서에는 혈중 알코올 농도에 대해 두 가지 다른 해석이 담겨 있다. 당시 다이애나비와 동승해 함께 숨진 도디 파예드의 부친과 운전사 폴의 부모는 사건이 조작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헤롯 백화점 소유주인 도디의 부친 모하메드 알 파예드는 에딘버러공(엘리자베스 여왕 남편)의 지시로 정보기관 MI6가 다이애나를 살해했으며, 이런 음모를 은폐하려고 혈액 검사를 조작했다고 주장해 왔다. 에딘버러공과 MI6측은 이를 부인하고 있다. 한편 다이애나의 시신을 검시한 런던 영안실의 책임자 로버트 톰슨은 영국의 스카이윈TV 다큐멘터리와의 회견에서 “장례식 전 시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그녀가 임신했다는 증거는 전혀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박정경기자 olive@seoul.co.kr
  • “수지김 사건 장세동씨 국가에 9억배상” 판결

    서울고법 민사6부(부장 윤재윤)는 16일 5공 시절 ‘수지 김’ 사건과 관련, 국가가 당시 사건을 은폐·조작한 장세동 전 국가안전기획부장, 남편 윤태식씨 등을 상대로 낸 구상금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장씨는 9억여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장씨는 전직 안기부 직원들로 하여금 수지 김 살해사건의 진실을 은폐, 조작함으로써 김씨 유족들에게 간첩의 멍에를 씌우고 인격적 법익을 침해하는 불법행위를 저지른 점이 인정된다.”고 밝혔다.박경호기자 kh4right@seoul.co.kr
  • 檢, 금감원 ‘론스타 자료’ 확보

    외환은행 헐값매각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11일 금융감독위원회와 금융감독원에 검사와 수사관들을 보내 2003년 외환은행 매각 관련 서류를 임의제출 받았다. 앞서 10일에는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 등 외환은행 매각 관련 부서에도 검사 6명 등 직원 30여명을 보내 매각 관련 서류 5상자 분량과 컴퓨터 13대, 전산서버에 남아 있는 자료 등을 제출받았다. 그동안 검찰이 외환은행 매각과 관련해 재경부 등 관련 부처에서 관련 자료를 제출받은 적은 있으나 직원들을 직접 보내 자료를 받아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검찰 관계자는 “감사원 감사와 그동안 기초 수사에서 빠진 자료가 있는지 검토하기 위해 사전에 관계기관 협조를 받아 자료를 확보했고 분석 중”이라면서 “압수수색을 하면 업무에 지장이 있기 때문에 따로 영장을 발부받지 않고 일과 시간이 끝날 때쯤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현장에서 필요한 자료를 선별했다.”고 덧붙였다. 검찰이 전격적으로 재경부 등에 수사관을 보내 관련 자료들을 확보함에 따라 론스타 수사가 사실상 마무리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검찰은 사건 초기부터 변양호 전 재경부 금융정책국장 등 매각에 관여한 실무자들을 조사해왔다. 검찰은 아울러 “자료 은폐 시도 등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재경부 등에 대한 자료 임의제출은 검찰이 관련자 조사 등을 통해 복원한 외환은행 매각과정에서 혹시나 있을지 모르는 추가자료 등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검찰이 해당기관의 신뢰 등을 감안했다고는 하지만 압수수색이 아니라 ‘임의제출’ 형식으로 관련 자료를 확보한 것에 대해 “정정당당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또 이미 수사에 착수한 뒤 6개월여가 지나서야 매각 의혹을 풀어줄 수 있는 핵심 부처라고 할 수 있는 재경부 등에 대한 자료확보에 나선 것도 시기적으로 이미 너무 늦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데스크시각] 정부의 ‘비밀주의’를 경계한다/조덕현 공공정책부 차장

    지난달 초 정부중앙청사 합동브리핑 룸에서는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중앙인사위원회가 새로 출범한 고위공무원단의 직무등급을 어떻게 설정했는지를 브리핑하는데 “사안의 중요성에 비해 알맹이가 너무 없다.”는 기자들의 항의가 이어진 것이다. 기자들의 강력한 요구에 몇 가지 내용이 더 알려지기는 했지만 미흡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정부가 브리핑 제도를 도입한 뒤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다. 정책 홍보를 강화한다는 차원에서 브리핑 횟수는 많아졌지만, 전보다 정보은폐는 더욱 심해졌다는 시각이 많다. 정확한 근거도 제시하지 않은 채 그저 믿으라는 관료들의 말을 곧이곧대로 수긍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고위공무원단은 정부수립 이후 유지된 공무원제도의 근간을 흔드는 제도인 만큼 독자들을 설득시킬 수 있는 자료를 요청했지만 ‘마이동풍’이었다. 고민 끝에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인터넷을 이용한 청구 절차는 뜻밖에 쉬운 편이었다. 행정자치부 홈페이지의 바탕화면에 ‘정보공개’란에서 청구하니 자동으로 해당 기관에 통보됐다. 일반 국민이 국가기관에 궁금한 사안의 공개를 요구하면 이에 응하도록 법으로 명시한 것이 정보공개제도이다. 일반인들은 정보 접근이 쉬운 기자가 무슨 정보공개청구를 하느냐고 의아해하겠지만, 기자들 사이에도 정보공개를 청구하는 것은 흔한 일이다. 그만큼 정보 접근이 어렵다는 의미다. 기자가 정보공개청구를 한 것은 처음은 아니었다. 앞서 행정자치부에 정보공개를 요청했고, 최근엔 기획예산처에도 요청했다.3개의 국가기관에 정보 공개를 요청한 것이다. 이들 기관의 공통점은 고객이 주로 공무원이란 점이다. 하지만 반응은 각기 달랐다. 행자부 담당자는 “최신자료가 없다. 시간여유를 주면 최신자료를 제공하겠다.”고 했다. 고마운 마음으로 응했고, 나중에 정확한 자료를 받았다. 다음이 중앙인사위였다. 처음엔 기일안에 정보를 공개할 뜻을 보이다가 결국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기한 연장을 통보했다. 법 조항은 ‘해당기관은 10일 이내에 공개여부를 신청인에게 통보해야 하고, 부득이한 경우 10일 이내에서 연장할 수 있도록’ 돼 있다. 다시 열흘 뒤에 ‘공개’하겠다는 것이 아닌 ‘공개여부’를 알려주겠다는 통보였다. 그렇다고 중앙인사위가 법 규정을 어긴 것은 아니다. 하지만 법에 규정된 비공개 대상도 아닌 것 같은데도, 차일피일 공개를 미루는 것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래서 같은 자료를 다른 방식으로 입수해 보기로 했다. 그런데 뜻밖에도 해당 자료를 쉽게 입수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관보로 이미 널리 공개되고 있었고, 다른 기관에서는 비밀도 아니었다. 이 자료를 토대로 각 부처별로 고위공무원단의 직무등급이 어떻게 설정되어 있는지 3일동안에 걸쳐 기사화할 수 있었다. 이틀째 기사가 나간 날, 물론 더 이상 비밀유지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겠지만, 중앙인사위는 자료를 공개했다. 하지만 그 자료는 더 이상 쓸모가 없었다. 자료의 정보공개 여부를 청구자에게 통보해야 하는 시한을 불과 이틀 앞둔 시점이었다. 기획예산처는 “청구한 대로 분석해 놓은 자료가 없는 만큼 필요한 자료를 단순화해서 요청하면 쉽게 제공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뜻을 내비쳤다. 담당 공무원의 업무시간을 빼앗을 이유는 없으니 그렇게 하자고 했다. 이처럼 정보공개제도는 편리하지만, 한계도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해당 기관이 마음먹기에 따라서는 공개여부는 물론, 시기, 내용도 ‘고무줄’처럼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을 실감했다. 정부는 국민들에게 더 많은 편의를 제공하겠다며 갖가지 시스템을 개선하고 있다. 하지만 제도의 유무와 관계없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공염불’이 될 수도 있다. 정부의 ‘비밀주의’를 경계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조덕현 공공정책부 차장 hyoun@seoul.co.kr
  • 獨 리릭 소프라노 슈바르츠코프 90세로 잠들다

    독일이 낳은 세계적인 리릭 소프라노 엘리자베스 슈바르츠코프가 오스트리아 서부의 자택에서 90세를 일기로 눈을 감았다고 뉴욕 타임스가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금의 폴란드 땅인 프로이센 야로친에서 태어난 슈바르츠코프는 1938년 베를린에서 데뷔한 뒤 71년 은퇴할 때까지 무려 53편의 오페라에 출연하고 74개의 배역을 소화해낼 정도로 끊임없이 자신을 연마한 성악가로 이름 높다. 은퇴 뒤 오페라 무대엔 서지 않았지만 기회 있을 때마다 리사이틀 무대에 서왔고 미국 줄리아드 음대 등에 출강했다. 이를 두고 한 평론가는 ‘프러시아의 완벽주의자’란 별명을 선사하기도 했다. 리하르트 스트라우스와 모차르트, 이고르 스트라빈스키의 오페라 명작들을 완벽하게 해석하고 현란한 기교와 독창적인 스타일을 뽐냈다. 프란츠 슈베르트와 휴고 볼프 등의 독일 가곡도 통찰력 있게 부르는 것으로 이름을 떨쳤다. 그러나 말년은 그리 아름답지 못했다.2차대전 당시 나치에 협력한 전력을 은폐하고 심지어 거짓말을 한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미군 점령기에는 무대에 오르기 위해 자신의 나치 입당 전력과 나치 친위대를 위해 노래를 부른 사실을 부인했는데 1982년 한 역사학자가 그의 나치 협력 증거를 폭로하는 바람에 곤욕을 치렀다. 런던 필하모닉 창설을 주도한 EMI 레코드의 음악감독 월터 레그를 만나 51년 결혼했으며,79년 사별한 뒤엔 남편과의 추억을 담은 책을 출간하기도 했다.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동생에 권력 이양 ‘카스트로 없는 쿠바’

    ‘47년 만의 권력 이양.’ 쿠바의 최고지도자 피델 카스트로(80) 국가평의회 의장이 권좌를 비우게 됐다고 BBC 등이 1일 보도했다. 잦은 해외방문에 따른 피로와 스트레스로 장 출혈 증세를 보여 수술을 받았다는 것이다. 전날 국영 텔레비전은 “(동생) 라울 카스트로 국방장관이 임시로 업무를 대신한다.”는 카스트로 의장의 편지를 전했다. 그러나 카스트로가 언제 수술을 받았으며 상태가 어떤지는 알려지지 않았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카스트로의 수술과 권력 일시 이양 소식에 미국은 물론 주변 국가들은 “카스트로 시대가 끝난 것이 아니냐.”며 촉각을 곤두세웠다. 그가 지난 1959년 쿠바혁명으로 권좌에 오른 뒤 지금까지 한번도 이를 떠나본 적이 없는 최장기 집권자이기 때문이다. 공식 발표에도 불구, 그의 건강에 심각한 이상이 온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퍼지고 있다. 지난 주 쿠바혁명 53주년 기념 연설에서 “100세에 현직을 떠날 테니 미국은 걱정하지 말라.”고 호기를 부린 것도 오히려 건강 문제를 은폐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카스트로는 2001년 6월 연설 도중 갑자기 쓰러진 데 이어 2004년 10월 텔레비전 카메라 앞에서 미끄러져 넘어져 건강 문제가 끊이지 않고 입초시에 올랐다. 지난달 중순 베네수엘라 등에선 유고설이 퍼졌을 때 쿠바 관리들이 이례적으로 그의 건재를 강조하는 바람에 오히려 이목을 집중시킨 적도 있다. 눈엣가시처럼 쿠바를 여겨온 미국 정부는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과 쿠바 출신인 카를로스 구티에레스 상무장관이 공동 위원장으로 있는 ‘쿠바지원위원회’를 중심으로 ‘카스트로 없는 쿠바’에 대비하고 있다.2003년 만들어진 이 위원회에선 카스트로의 유고에 대비, 쿠바를 민주주의 체제로 전환할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후계자인 75세의 라울 국방장관은, 지난달 14일 “카스트로 의장 사후 정치체제에 급격한 변화가 없다. 군부가 아닌 공산당을 중심으로 권력이양 절차가 이뤄질 것”을 강조, 승계 작업이 진행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형제 중 막내로 바티스타 정권을 무너뜨린 게릴라전에서 핵심 역할을 담당하며 혁명 초기부터 형을 측근에서 도왔다. 그는 형의 그늘에 가려 대중적 인기를 얻지는 못했지만 혁명 후에는 군을 조직하고 정책을 수립하는 데 실질적인 역할을 했으며 반혁명 세력 처형에 앞장서기도 했다.특히 61년 4월 미국의 피그만 침공때에는 쿠바 지상군을 직접 지휘했으며 62년 쿠바 미사일 위기를 촉발시킨 옛소련제 장거리 미사일 배치를 주관한 강경론자로 알려져 있다. 라울 외에 40대 초반이지만 카스트로의 개인비서 출신 펠리페 페레스 로케 외무장관과 경제 분야를 총괄하는 50대 중반 카를로스 라헤 부통령이 유력한 승계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이석우기자 jun88@seoul.co.kr
  • ‘황금박쥐’ 수난시대

    ‘황금박쥐 수난시대?’김병준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이 대학교수 시절 제자논문을 표절했다는 시비에 휘말리면서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를 지원하는 정치권의 비공식적인 친목모임인 이른바 ‘황금박쥐’의 부침이 시선을 끈다. 이 모임은 지난해 초 당시 김병준 대통령 정책실장, 박기영 대통령 정보과학기술보좌관,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 등 참여정부 실력자들의 황 교수 후원모임이다.‘황-김(金)-박-진’인 이들의 성을 하나씩 따 ‘황금박쥐’ 모임으로 언론에 보도됐다. 재미있는 점은 이들이 모두 위기상황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황 전교수는 줄기세포 연구과정과 결과 자체를 조작해 엉터리 결과를 사이언스에 게재했다는 조사결과가 나오면서 국민들에게 큰 충격을 던졌다. 현재 줄기세포 논문조작 사건 재판을 받고 있다. 황 교수의 열렬한 지지자이던 박기영 당시 청와대 보좌관은 2004년 사이언스 논문 작성에 기여한 바 없이 공저자로 이름을 올렸다고 서울대가 발표하면서 결국 올 초 물러났다.순천대 생물학과 교수로 복귀한 그는 현재 한 달 일정으로 방문연구 교수자격으로 미국에 체류중이다. 진대제 전정보통신부 장관도 황 교수 연구에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입장이었다. 그는 지난 5·31 지방선거에서 열린우리당의 경기지사 후보로 나섰다가 한나라당 김문수 후보에게 패함으로써 좌절을 맛봤다. 한국정보통신대와 광운대 석좌교수로 이름을 올려놓았으나 강의는 하지 않고 있다. 측근은 “황 전교수 위로방문 등 일체의 두드러진 행보는 없다.”고 밝혔다.김병준 당시 정책실장은 여전히 굳건하나 위기에 놓이긴 마찬가지다. 그는 당시 박 보좌관과 함께 황 교수의 줄기세포 오염 사실을 알고도 은밀히 수습하려다 은폐 의혹까지 촉발시키며 사퇴압력을 받았었다. 하지만 교육부총리로 입각함으로써 “황금박쥐가 불사조로 바뀌는 것 아니냐.”는 우스갯소리도 나왔다. 그러나 입각 후 제자 논문을 표절했다는 시비에 휘말려 있다.박현갑기자 eagledu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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