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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용균씨 죽음 한 달… “文대통령, 비정규직 문제에 응답하라”

    용균씨 죽음 한 달… “文대통령, 비정규직 문제에 응답하라”

    건설업·방송스태프업 등 각 업계 비정규직 노동자 대표 100인이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일하다 숨진 김용균씨 사건 한 달을 맞아 문재인 대통령에게 비정규직 문제 대책 마련을 위한 면담을 거듭 요청했다. 김씨의 죽음은 100인 대표들이 지난달 11일 연 ‘문재인 대통령 만나주십시오’ 기자회견에서 처음 세상에 알려졌다.비정규직 100인 대표단은 9일 서울 광화문광장 김용균씨 추모분향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 대통령에게 여전히 위험한 산업 현장에 내몰리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실태를 개선할 근본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들은 “김씨 사망 이후 한 달은 비정규직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모는 구조가 얼마나 견고한지를 확인하는 시간이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원청인 한국서부발전은 증거를 훼손하고 진실을 은폐했으며, 산업통상자원부는 제대로 된 개선 대책을 내놓지 않고, 고용노동부는 특별근로감독에 유가족과 시민대책위원회의 참관을 거부했고, 국회는 산업안전법 개정안을 반쪽자리 법으로 만들었다”고 규탄했다. 대표단은 문 대통령에게 10일 예정된 신년 기자회견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당면한 5가지 문제에 대한 답변을 달라고 요구했다. 5개 안건으로는 ▲김용균씨 사망 사건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 ▲기간제법·파견법 폐지 ▲불법파견 철폐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제대로 된 정규직화 ▲비정규직 노동3권 보장을 제시했다. 또 오는 18, 19일 1000명의 노동자와 함께 청와대 앞에서 1박 2일 농성을 진행한다고 예고했다. 공공운수노조도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해 12월 연이어 발생한 경기 고양시 일산 백석역 지역난방 열수송관 사고, 강릉선 KTX 탈선 사고, 김씨의 죽음 등은 과거 정부에서부터 이어져 온 잘못된 공공기관 관리 정책과 운영이 불러온 예고된 참사라고 비판했다. 앞서 지난 8일 태안화력 김용균 사망사고 시민대책위와 유족은 한국서부발전과 한국발전기술을 살인·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등으로 충남 서산지청에 고소·고발했다.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 입소 청소년 수년간 성폭행…성남 복지공동체 원장 구속기소

    경기 성남시의 한 아동복지공동체 60대 원장이 입소한 아이들을 수년간 성폭행한 사실이 드러나 검찰에 넘겨졌다. 분당경찰서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등 혐의로 김모(62)씨를 형사 입건해 기소의견을 달아 검찰에 송치했다고 9일 밝혔다. 김씨는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성남 분당구 자신이 운영하는 시설에서 보호 중인 여성 8명을 10여 차례에 걸쳐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피해자 대부분은 김씨의 범행 당시 미성년자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익명의 제보자로부터 첩보를 입수하고 피해자 진술 등을 확보해 김씨를 체포했다. 아동복지공동체를 운영하며 주로 소외 아동들인 피해자들에게 숙식을 제공해온 김씨는 “여기서 계속 생활하고 싶으면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며 범행을 은폐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신동원 기자 asadal@seoul.co.kr
  • 고준희양 학대·암매장 친부 항소심도 징역 20년

    고준희양 학대치사·암매장 사건 피고인인 준희양 친부와 동거녀가 항소심에서도 중형을 선고받았다. 광주고법 전주재판부 제1형사부(부장판사 황진구)는 8일 아동학대치사 등의 혐의로 1심에서 징역 20년과 10년을 선고받은 준희양 친부 고모(38)씨와 고씨 동거녀 이모(37)씨의 항소심에서 이들과 검찰의 항소를 기각했다. 또 이들에게 아동학대 치료프로그램 160시간씩을 명령한 원심을 유지했다. 암매장을 도와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은 이씨 모친 김모(63)씨의 항소도 기각했다. 재판부는 “피해 아동은 초미숙아로 태어나 지속적인 치료를 받아야 했지만, 양육 책임이 있는 고씨는 피해 아동이 밥을 제대로 먹지 않는다는 이유로 상습 폭행했다”며 “피해자에게 수포가 발생하고 걷지도 못하는데 심한 폭력을 행사해 사망에 이르게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고인은 범행을 은폐하려 했고 양육수당까지 받아 생활비로 사용했다”며 “이후 경찰에 실종신고를 한 그 죄책이 무겁다”면서 항소 기각사유를 설명했다. 고씨와 이씨는 2017년 4월 준희양 발목을 수차례 밟아 몸을 가누기 힘든 상황에 빠트리고 방치해 준희(5)양이 숨지자 같은 달 27일 오전 2시쯤 김씨와 함께 시신을 군산 야산에 암매장한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 이들은 아동학대치사와 사체유기,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사회보장급여의 이용·제공 및 수급권자 발굴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고씨와 이씨는 생모와 이웃이 준희양 행방을 물을 것을 우려해 2017년 12월 8일 경찰에 실종신고를 했다. 신고 당일 이씨는 양육 흔적을 남기려고 준희양 머리카락을 모아 어머니 원룸에 뿌려놓고 양육수당까지 받아 챙기는 등 치밀하게 범행을 은폐한 것으로 드러났다. 고씨와 이씨는 재판 내내 서로 죄를 떠넘기며 혐의 일부를 부인해왔다. 검찰은 이들에게 각각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 [씨줄날줄] 학폭 심판관/황수정 논설위원

    [씨줄날줄] 학폭 심판관/황수정 논설위원

    요즘 학생들은 조금만 불편하고 불미스런 일이 생겨도 ‘학폭’(학교폭력)을 입에 올린다. 그 함의는 상상 이상으로 살벌하다. “이건 학폭감”, “학폭 가자” 등의 말 속에는 온갖 불온한 의미가 담긴다. 가해자, 피해자로 갈라서는 순간 화해나 중재는 없다. 학폭 전담 교사에 대한 불신은 심각하다. 가해자에게든 피해자에게든 교사는 견제의 끈을 놓을 수 없는 대립 대상이 되고 만다. 학폭을 맡은 중학교 교사에게서 “모두 제자들인데, 자괴감이 든다”는 말을 여러 번 들은 적 있다.학폭 심판을 언제까지 일선 교사들에게 맡겨야 하는 것인지 논란이다. 학교의 처벌 수위에 불만을 품은 가해 학생들이 변호사를 동원해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사례는 해마다 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서울시내 초·중·고에서 행정소송이 진행된 사례는 지난해 9월까지만 31건. 2016년 23건에 비해 크게 늘었고, 2017년의 37건도 넘어설지 모른다. 학생부가 진학의 관건인 만큼 처벌 수위를 낮추거나 기록을 삭제하려는 가해자 측의 사정을 덮어 놓고 나무랄 수만도 없는 현실이다. 법률가가 아닌 교사들이 학폭 매뉴얼을 한 치 오차 없이 진행하기는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교사가 피해자와 가해자, 목격자의 진술을 두루 확보해 모두를 만족시키기 어렵다 보니 불만은 끊임없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학폭위)의 위원들이 주먹구구식으로 조직되고 운영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엇비슷한 사안인데 학교마다 징계 수위가 들쭉날쭉인 것도 심각한 학부모 불신을 초래하는 요인이다. 서울시교육청이 올해부터 교육지원청마다 학폭을 전문으로 지원하는 팀(가칭 ‘생활교육·인권지원팀’)을 만들기로 했다. 전문팀에서 교사들에게 학폭 관련 법률 자문이나 행정 지원을 해 주겠다는 것이다. 전문팀 안에 별도의 중재기구를 꾸려 갈등 조정 전문가가 화해와 조정을 위한 자문을 한다는 대목은 주목할 만하다. 하지만 교사가 본연의 업무인 교육에 집중할 수 있게 실질적으로 부담이 줄어들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교사에게 학폭 심판관을 떠맡기는 제도 자체를 근본적으로 수술하지 않고서는 학폭위 불신은 사그라질 수 없다. 학폭 가해자는 “처벌만이 능사인 잔인한 곳”이라고, 피해자는 “축소·은폐에 급급한 비겁한 곳”이라고 학교를 말한다. 학교가 이렇게 속수무책으로 구겨져서는 안 될 일이다. 지난해 교육부는 그 복잡한 대입 제도를 공론화로 바꾸는 무리수를 뒀다. 해법이 복잡하다고 눈감고 있을 일이 더는 아니다. 한시 바삐 공론화로 손볼 것은 정작 이 문제다. sjh@seoul.co.kr
  • [2019 서울신문 신춘문예 평론 당선작] 시지프스의 나무, 그 역설의 존재론-이영광론/신수진

    1. 경사지고 거꾸로 선 각도의 위상학 인간을 위해 죽음의 신을 쇠사슬로 묶었지만 신에게 붙잡혀 영원한 벌을 받는 시지프스의 신화를 통해 카뮈는 부조리에 대해 사유한다. 1) 그가 주목한 것은 바위가 정상에 닿자마자 다시 저 아래로 굴러 떨어지는 순간, 주저 없이 고통의 근원으로 다시금 향하는 시지프스의 바로 그 돌아서는 순간이다. 시지프스는 자신의 비참한 존재 조건을 감히 통찰하고 부조리한 삶을 무한히 들어올림으로써 결코 패배하지 않는 반항적 인간으로 거듭나고 있기 때문이다. 시지프스의 결의와 반복처럼 이영광은 계속해서 쓴다. 우울과 명랑을 진자처럼 오가며 그는 끝없이 굴러떨어지는 바위를 지고 절벽을 오른다. 유토피아에 대한 희망, 아니 그건 너무 SF적이다. 그저 사람이라는 이유만으로 사람은 끝까지 사람이어야 하지 않겠냐고 하는 이 바람과 좌절은 그 자체로 시지프스의 은유와 부합한다. 1998년 등단 이후 서정적 주체의 환부를 드러내고 그 통증의 발로를 소상히 추적하고자 하는 시정신으로 그는 이제 ‘끝없는 사람’에 당도했다. 다섯 권의 시집에서 아픔을 갱신하며 정신의 높이를 몸의 위치로 끌어내린 그는 기꺼이 병실로 치환된 세계를 겪어낸다. 곰팡이와 거미줄이 쉴 새 없이 자라나는 위태로운 상태일지라도 그는 적어도 자기 세계를 가진 자로서 이 경사지고 거꾸로 선 각도의 입지는 이영광의 정신적 배후로, 그의 위상학으로 건재해왔다. 이영광은 “답이 없”다고 생각했다가 문득 “한 번도 문제가 돼본 적”(‘문제’) 없는 역설적인 세계를 깨닫는다. 합리와 효용만을 쫓는 병리학적 사회에 대한 통찰과 반성이 예의 그 반동의 시작점에 있었다면 그의 시를 구성하는 또 다른 축은 역설적 사유의 방식이다. 이를테면 그에게 죽음이라는 테마는 삶보다 더 압도적이다. 죽음은 미학적 감수성의 대상으로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지금 여기의 삶을 도약시키는 극단이기 때문이다. 이는 2010년대 한국시에서 진단되는 시대적 감각이나 향유적 양상과는 다른 방식으로 세계와의 대결구도를 견디는 주체의 극기를 보여준다. 세계에 대한 자의적인 해석과 윤리는 자칫 자기 동일성에 포섭될 수 있음을 경계하면서도 그는 계속해서 폭력의 메커니즘이 확산되고 있는 세계를 주시한다. 2) “죽기 전에”(‘오일장’) 죽기 위함이라는 역설과 비판적 실천 의지는 자해에 가까운 자학으로 점철되었고 마침내 이러한 기근 속에서 이영광의 시적 주체는 나무의 존재로 현현한다. 나무와 숲이라는 식물적 상상력과 가공할 병실로 환원된 세계 인식을 근거로 계속해서 “간다”, “가야한다”(‘나무는 간다’)를 역설하는 이영광의 이 길은 지금, 여기, 우리에게 무엇을 보여주고 있는가. 3) 2. 상실과 존재의 원환(圓環)으로서 병폐의 징후 : 미치다, 아프다, 병들다 이영광의 시에는 상실과 결여의 수사가 넘쳐난다. 상실은 존재를 표상하고 존재는 다시 상실을 견인한다. 그에게 상실은 존재에 대한 자신만의 의식화이다. 대상이 충족되고 있을 때 우리는 그 대상을 의식하지 않는다. 충분한 사랑을 받고 있는 자는 사랑을 갈구할 필요가 없다. 사랑을 찾는다는 것은 사랑의 상실에서 비롯된 것이고, 이때의 상실은 사랑의 존재에 대한 의식화인 것이다. 나무는 미친다 바늘귀만큼 눈곱만큼씩 미친다 진드기만큼 산 낙지만큼 미친다 나무는 나무에 묶여 혓바닥 빼물고 간다 누더기 끌고 간다 눈보라에 얻어터진 오징어튀김 같은 종아리로 천지에 가득 죽음에 뚫리며, 가야 한다 세상이 뒤집히는데 고문받는 몸뚱이로 나무는 간다 뒤틀리고 솟구치며 나무들은 간다 결박에서 결박으로, 독방에서 독방으로, 민달팽이만큼 간다 솔방울만큼 간다 가야한다 얼음을 헤치고 바람의 포승을 끊고, 터지는 제자리걸음으로, 가야 한다 세상이 녹아 없어지는데 나무는 미친다 미치면서 간다 육박하고 뒤엉키고 침투하고 뒤섞이는 공중의 결승선(決勝線)에서, 나무는 문득, 질주를 멈추고 아득히 정신을 잃는다 미친 나무는 푸르다 다 미친 숲은 푸르다 나무는 나무에게로 가버렸다 나무들은 나무들에게로 가버렸다 모두 서로에게로, 깊이깊이 사라져버렸다 ―‘나무는 간다’ 전문 이상(李箱)에게 열두 명의 무서워하는 아해와 무서운 아해가 있었듯, 이영광에게는 미치고 푸르고 가고 가버린 나무가 있다. 시인의 자기의식은 나무로 환유되고 있는 이지러진 시적 주체의 자화상으로부터 기인한다. 그의 시 세계를 관통하는 가장 주요한 지평으로서 나무는 시적 주체의 술에 취한 가계(家系)와 생활과 속내를 목도해왔을 뿐 아니라 그 울음을 위로하던 내밀한 기억으로 인하여 제 자신 역시 깊은 병을 앓게 된다.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아주 조금씩 미쳐가는 나무는 제 스스로의 몸에 묶여 혀를 빼물고 있으면서도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디로 가야 하는 것일까. 도망치지 못한 채 순순히 미쳐가고 있던 나무는 “천지에 가득 죽음에 뚫리”면서도 계속해서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명징한 로고스를 탈각한 채 세계를 거대한 병실로 치환하면서 그것과 한몸인 나무가 겨우 붙어 있는 숨으로 뱉어내는 전언, 이 신음이 바로 이영광의 시가 육박해가는 시의 음성이다. 그것은 “고문받는 몸뚱이”의 형상이리만치 처절하게 으스러진 어떤 것이다. 변형되고 훼손되고 상실하면서 이제 나무들은 간다. “결박”과 “독방”이라는 이 문제적 존재의 필요충분조건 위에 그가 가고자 하는 길은 나 있다. 그것이 설령 “제자리걸음”일지라도 가고자 하는 까닭은 세상이 “뒤집히”거나 “녹아 없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불가분의 관계로서 나무의 뿌리격인 세상은 나무의 존재를 끊임없이 몰락시키며 역설적으로 바로 그 허물어지는 순간들로부터 나무가 재건될 수 있는 가능성을 도출해낸다. 나무는 미친다. 미치면서 간다. 미쳤기 때문에 가는 것이고, 미치지 않고서는 갈 수 없는 길이다. 이 광기와 착란의 고투는 “공중의 결승선”에서 마침내 분신하듯 정신을 잃고 제 몸을 산화하고 만다. 정신을 잃고 나서야 푸르게 미친 나무와 푸르게 미친 숲은 모두 서로에게로 사라져버리고 만다. 온통 상실과 결여의 비존재로 읽히는 세계에서 에포케가 발생하는 이 공명의 찰나로부터 이영광의 시집은 시작된다. 정체와 암전에서 시동을 걸 때 나타나는 재부팅의 효과, 그 광포한 분란을 통과할 때에만 겨우 돌아오는 불규칙한 심호흡이 바로 이영광 시에서 나타나는 병폐의 첫 번째 징후인 ‘미치다’의 증상을 말해준다. 그렇다면 미친, 혹은 미쳐버린 이 나무들의 진격은 삶의 벼랑 끝에서 발휘되는 재기의 몸부림이자 고유한 주체 확보의 계기가 된다. 시끄럽게 부서지고 피 나던 집이었는데/누구도 아이를 욕하거나 때리지 않았다/조용한 아이였다/조심하는 아이였다/모든 걸 알고 모든 것에 준비된 표정으로/떨려고 하지 않았다/난 어떻게 돼도 상관없어 상관없습니다/(중략)/아프지 않겠습니다/아이가 되지 않겠습니다/온몸을 희끄무레한 붕대로 감고 있어서/아플 곳이 없었다/죽으면 죽으리라. 4) /살면 살리라/벗은 아이였다/벗겨진 아이였다/생각하지 않고,/늘 남의 생각만 생각하는/망가져가는 아이였다 무섭고 많은/시간이 잡은 아이였다/하루는 사십년처럼 흐르고/사십년은 하루처럼 멎어/어느 날, 돌아온 아이였다/도대체 왜 도대체 왜 도대체 왜/아직도 망가져가는 아이였다 ―‘망가져가는 아이’ 부분 상실과 결여로 화하는 존재의 나쁜 사정(아프거나 혹은 죽거나)은 핏속을 흐르는 불가해한 광기와 걷잡을 수 없는 슬픔, 시라는 것에 붙들려 오도 가도 못하는 몹쓸 운명에 다름 아니다. 문명과 역사의 폭압으로부터 거세된 욕망은 이제 생태적 상상력을 넘어서 가족 내력으로부터 발생한 병폐적 징후들, 상실된 존재라는 치부로 고백된다. 폭력과 방임과 유기라는 총체적인 학대 속에서도 아이는 자라야만 한다. 조용히, 조심스럽게, 숨죽여 자라는 동안 모든 걸 알아차려버린 아이는 어느덧 “난 어떻게 돼도 상관없어 상관없습니다”라고 말하는 아이가 된다. 온몸을 붕대로 감고 있어서 아플 곳이 없는 그는 “죽으면 죽으리라”는 성경을 외우는 동안 죽고 또 죽어 역설적으로 그 죽음 속에서만 살 수 있다. 그러나 사십년의 세월 속에서도 조금도 빛바래지 않는 “도대체 왜 도대체 왜 도대체 왜”라는 물음은 여전히 유효하다. 아이의 하루는 사십년처럼 고통스러웠을 것이고, 사십년은 하루처럼 그 자리에서 버티고 있었을 것이다. 발가벗겨지고 죽임당한 채 자신을 영구히 복원하지 못하는 이 시적 주체의 내력은 질병의 코드로 나타나며 역설적으로 바로 이 상실과 결여의 반대급부로서만 존재의 기표에 가까스로 다다를 수 있다. 모든 곳이 아파서 아플 곳이 없는 아이, 아픈데도 아프지 않겠다고 맹세하는 아이, 아픈 속이 투명하게 보이는데도 안 보이는 아이로 아픔이 재현되는 양상에서 볼 수 있듯, 이영광이 상실의 주체를 존재의 그것으로 전복시키는 역설을 보여줄 때 그 도화선은 병폐적 징후로 드러난다. 병폐적 징후의 두 번째 시어로서 ‘아프다’ 역시 꺼져가는 삶에 대한 각성과 의지의 기제로 작동되고 있으며 이는 역설적으로 새 활로의 모색을 담당하는 기저가 된다. 바깥은 문제야 하지만/안이 더 문제야 보이지도 않아/병들지 않으면 낫지도 못해/그는 병들었다/내가 가장 좋아하는 건 전력을 다해/가만히 멈춰 있기죠/그는 병들었다, 하지만/나는 왜 병이 좋은가/왜 나는 내 품에 안겨 있나/그는 버르적댄다/습관적으로 입을 벌린다/침이 흐른다/혁명이 필요하다 이 스물네평에/냉혹하고 파격적인 무갈등의 하루가,/어떤 기적이 필요하다/물론 나에겐 죄가 있다/하지만 너무 오래 벌받고 있지 않는가, 그는/묻는다, 그것이 벌인 줄도 모르고/(중략)/저녁은 모든 희망을 치료해준다/그는 힘없이 낫는다/나는 아무런 이유가 없다/나는 무장봉기를 꿈꾸지 않는다/대홍수가 나지 않아도,/메뚜기떼가 새까맣게 하늘을/덮지 않아도 좋다/나는 안락하게 죽었다/나는 내가 좋다/그는 돼지머리처럼 흐뭇하게 웃는다/소주와 꿈 없는 잠/소주와 꿈 없는 잠 ―‘저녁은 모든 희망을’ 부분 이영광은 “병들지 않으면 낫지도 못”한다는 뒤바뀐 선후 관계를 통해 병의 중의적 차원을 암시한다. 이는 낫기 위해서는 먼저 병이 들어야 하는 논리적 인과성에 대한 일종의 언어유희이기도 하지만 병폐의 징후를 보여주는 동시에 그것은 본래 어떠해야 했는지를 복기시키는 반동의 기제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나’는 병들어 있는 ‘그’의 곁을 지키고 있고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뿐 아니라 더욱 격렬하게 아무것도 하지 않기 위해 “전력을 다”한다. 전력을 다해 멈춰 있기 위해 “혁명”이라든가 “기적”과 같은, 존재의 근원을 통째로 뒤바꿀 만한 지각변동을 꿈꾸지만 현기증을 일으키는 이 소요 사태 속에서 ‘나’는 도리어 병이 좋다고 말한다. (그렇기에 여기에서도 어김없이 병은 푸르게 미쳐가는 생의 긍정적 요소로 읽어내야 한다.) 시어들을 모두 거꾸로 뒤집어놓은 이러한 양상들은 이제 죽음 속에서만 살 수 있음을 가시화하기 위한 이영광식의 역설로 정립된다. 그래서 이영광이 쓰는 존재의 본질은 언어로 포착되지 않으며 계속해서 움직이고 변화하며 와해되고 생성한다. 이 유동적인 성질은 시인으로 하여금 시를 쓰게 하는 추동력으로 작용한다. 존재가 되기 위해 ‘그’는 “버르적”대고 “입을 벌”리고 “침”을 흘린다. 그렇게 마주하게 된 ‘그’는 또 다른 ‘나’이지만 ‘나’는 ‘나’를 만듦으로써 도리어 더 외로워지는 아이러니에 처한다. 고통과 쾌락, 경험과 선험, 현재와 과거를 넘나들며 시인이 접근하고자 하는 ‘나’는 다가갈수록 멀어질 뿐 한시도 오롯한 ‘나’가 되지 못한다. 이영광의 시적 주체는 몸이라는 집을 한 채 지니고 있다. 집은 일종의 병실로 나타나며 그는 이 무력한 “스물네평”에 “변혁”, “새날”, “자폭”, “재앙”, 혹은 “천재지변”이라도 일어나 대혼란이 벌어지길 기도한다. 그것은 더 완벽하게 미치고, 더 못 견디게 아프며, 더 깊이 병들어 차라리 그 병세에 차도가 없어져버리도록 하는 일이다. 그러나 그것이 벌인 줄도 모르고 오래도록 희망을 앓아온 ‘그’는 싸워보지도 못한 채 힘없이 완치되고 만다. 이것은 패배조차 허락되지 않는 참담한 실패를 증거한다. 상실을 경험함으로써만 존재로 거듭날 수 있는 이러한 역설적 구조는 이영광이 반복적으로 제시하고 있는 사유의 패러다임으로 병폐의 세 번째 징후인 ‘병들다’의 의미다. 내 것조차 될 수 없는 고통의 전유물인 ‘나’ 앞에서 시인은 그의 유일한 도구인 시만을 쓰고 지우기를 반복하는 시지프스가 되는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이 시는 이영광의 시 전반을 관통하는 문제의식인 상실과 존재의 원환을 공유하고 있다. 그의 세계 속에서는 어느 것 하나도 멈춰 있는 것, 불변하는 것, 영구적인 것은 없다. 그래서 논리적 명쾌함은 불가능해지고 점점 수식어가 많아질 뿐이다. 이 구태의연한 언어의 불가능성은 상실과 결여로서 존재에 대한 회의와 그대로 닮아 있다. 영원히 도달할 수 없는 ‘나’와의 간극은 모순으로 일관하고 있는 세계의 이원성, 이를테면 안과 밖, 전력과 정지, 죄와 벌, 아침과 저녁, 빛과 어둠, 삶과 죽음, 현실과 꿈 등을 통해 구조화된다. 마침내 모든 상실이 존재를 부상시킨다는 것을 예감하게 된 ‘나’는 “소주와 꿈 없는 잠”에 혼곤하게 빠져든다. 만해의 “잠 없는 꿈”(‘잠 없는 꿈’, 님의 침묵, 회동서관, 1926)에 대한 오마주로 보이는 이 구절 속에는 모든 대상이 뒤집어진 거울 속 같은 세계가 놓여 있다. 현상과 이면이 전복되는 세계를 목도하며 ‘나’는 세계의 안도 아니고 밖도 아닌 트랙을 돌며 남겨진 부분(병폐로 나타나는 이상 징후)을 확보하고 그것을 존재로 변환할 궁리에 몰두한다. 3. 시지프스의 역설 : 나무의 존재론 지난 시력으로 볼 때 이영광의 작업은 상실과 존재의 원환으로서 병폐의 징후를 포착하는 동시에 시대적 데카당스를 향한 분기였고 시적 실천에 의한 궐기였다. 구조적 모순으로부터 기인하는 디스토피아와 대치하면서 그가 겪어내는 소외와 환멸은 미치고, 아프고, 병든 시적 주체의 상태로 반복된다. 시인은 조금도 비켜서지 않고 이 고통을 직면함으로써 사람다움의 정의에 대해 생각한다. 세월호 삼보일배가 살려고, 기어서 남녘에서 올라오고 있는데/잃은 아이 언니인가 누나인가 하는/그 여린 아가씨, 옷이 함빡 젖고 운동화가 다 해졌데/(중략)/마음이란 거 그거, 찌르지 마, 자꾸 피가 샌다고/중환자실 천장에 달려 뚝뚝 떨어지는 피 주머니 같은 그것에게 ―‘마음 1’ 부분 아니, 아니…… 돌아가야 해요/예쁘고 미운 친구들과 괴롭고 즐거운 학교와/인사하던 골목길과 상점들에게로 그렇고 그런 사람들에게로/돌아가야 해요, 꿈꾸고 꿈꾸고 꿈꾸면 괜찮아지던 곳에,/끝없는 사람으로 돌아가야 해요 ―‘수학여행 다녀올게요 ―유령 6’ 부분 시집 곳곳에 기록된 4월 16일은 우리로 하여금 섣불리 환부를 봉합하는 대신 고통을 날것 그대로 경험하도록 한다. “오늘도 무사하지 않았느냐고” “겁도 없이”(‘겁’) 이야기하는 자신을 견디지 못해 차라리 “징역 살고 싶”(‘무인도’)은 심정을 토로한다. 고통의 근원지를 밝히고 불편과 부끄러움을 마주함으로써 우리가 “끝없는 사람으로 돌아”갈 때만이 유령처럼 출몰하는 이영광의 피 흘리는 세계는 사람의 것으로 돌아올 것이기 때문이다. 이영광에게 존재가 되기 위한 상실과 병폐의 과정은 다음 시들에서 죽음의 이미지들로 변환된다. 시집 전반에 걸쳐 삶과 죽음이라는 시어는 전도되어 있으며 자주 몸 바꾸어 나타나는 죽음의 현시들은 삶의 부장품처럼 예상치 못한 일상의 곳곳에서 불쑥불쑥 출토된다. 이는 삶과 죽음을 매 순간 견디어내면서 끝없이 굴러떨어지는 바위를 밀어올려야 하는 형벌과도 같다. 정말 하지 말아야 할 일은 자기를/살려주는 일/정말 해야 할 일도 저에게 위로를/던지지 않는 일/입이 말을 못하겠나/손이 구원을 못 쓰겠나/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하지 않는 것을 해내는 일 ―‘깔깔대는 혼’ 부분 고독이 안되자 그는 삶을 물어뜯었다/사람이 안되면 사람을,/진심에 지피면 진심을 무찔러야 했는데/삶을 쓰러뜨렸다/죽음이 안되면 죽음을 여의어야 했는데/삶을 버렸다 ―‘하지만’ 부분 자기를 순순히 살려주는 일만은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할 일이라고 하는 이 전언은 스스로를 구원하지 않으려는 저 위악과 자위의 역설이 얼마나 지키기 어려운 것인가를 잘 보여준다. 때문에 내가 나로 태어나기 위해서는, 이영광식으로 다시 말하자면 내가 나로 죽기 위해서는 죽을 힘을 다해 “진심을 무찔러야”하고, “죽음을 여의여야”만 하는 것이다. 그 견딤의 미학이 그에게는 시를 쓰는 행위, 존재를 성립하기 위한 방법론적 양상으로 나타난다. 시의 외연에 등재시킨 상실과 결여의 병폐적 현상들을 주체의 확립과 존재로 복귀시키며 재구조화하는 이영광의 시도는 그것이야말로 시의 임무와 사명임을 숙연하게 보여준다. 뒷밭이 우릴 먹여주지 않니 시인은 싫다 너는 학교에서 라디오도 타왔지 않니 취직도 안하고 출세도 안되고 시인이 되어 내려갔을 때는, 나는 네가 시인만은 되지 말길 죽 바랐다, 이젠 객사하지 말라고 기도해야겠다, 어머니는 말했다 나보다 더 어두운 짐승, 어머니께서 말씀하셨다 시인이 되지 말자고 다짐했다 뒷밭이 북풍한설이어서 굳게 다짐했다 시인이, 나는 아니다 언젠가는 가짜를 들킬 것 같아 두렵다 어쩌다 어머니 말을 잊어먹을 때면 그 짐승이 불쑥 머리를 내밀기도 한다 그때 깊이 눌러 감추어버렸던 시인이란 것을 들킬까봐 또 나는 무섭다 세상 모든 밭들은 왜 다 기근인가 객사 얘기는 그만하세요 뒷밭은 언제나 우릴 굶겼어요 저는 그냥 방랑만 하는 거예요 시늉만 하는 거예요 ―‘뒷밭’ 부분 시인님이 되느니/땅끝까지 실종되고 말겠다/시인님이 되느니/살처분 당하는 분홍 돼지가 되겠다//높이지 않아도 시인은/만장처럼 드높으므로/아무리 높여도 시인은/꿇은 상주처럼 낮으므로 ―‘시인님’ 부분 자전적 시임이 분명한 위의 메타시들에서 시인은 시 쓰기를 업으로 삼고 영원한 삶을 견디는 시지프스로 화한다. 평생 뒷밭에서 일을 하신 어머니는 시인이라곤 트랜지스터 라디오가 들려주던 김삿갓밖에 알지 못한다. 그런데 김병연의 전기를 가능케 한 드라마틱한 방랑과 객사에만 방점을 두어 마치 시인이 되면 반드시 떠돌다가 죽게 될 것이라고 믿는 듯 아들의 행보를 심려한다. 시인이란 대개 시대의 병폐를 가장 먼저 진단하는 첨병으로 부나 권력과 같은 가치들을 풍자하며 으레 속세를 떠난 듯 자유로운 자들로 통용되지 않는가. 문학을 알지 못하는 어머니에게도 시인의 입지가 지닌 이 변방의 좌표가 어렴풋이 짐작되었으리라. 시인이 되겠다는 아들이 겪어야 할 그 정처 없는 빈곤도 싫었겠지만 도무지 숨길 수 없는 저 반역과 모반의 기질, 세상을 척지고 홀로 싸워나가야 하는 어두운 예감 같은 것이 서늘히 엄습해왔을 것이다. “나보다 더 어두운 짐승”인 어머니에게 불효를 자처하면서 기어이 멋대로 시인이 되어버린 시적 주체는 그러나 간혹 제가 가짜임이 들통날까봐 저어한다. 또 제가 정말 시인이 되어버린 것은 아닌지 그것 역시 두려워한다. 자신은 그저 시인 “시늉만 하는” 것이라고 어머니를 안심시키는 그의 말은 어쩐지 자신을 더 안심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것으로 보인다. 시인이 되느니 “땅끝까지 실종되”거나 “살처분 당하는 분홍 돼지가 되”고 말겠다는 이 호언장담, 이 비하와 경멸의 자기모멸감 속에는 기실 시의 쪽배로밖에는 이 깊은 생을 건널 재간이 없는 한 사람의 떨림이 고스란히 응축되어 있다. “만장처럼 드높”고 “꿇은 상주처럼 낮”은 이 고결하고도 비천한 이름 곁에 선 시인의 결연함은 슬프도록 장엄하고 눈물겹도록 어리석다. 뭇사람들이 그 눈에서 “죄인”과 “천치”를 읽고 간 미당의 피맺힌 아침과도 같은 부끄러운 혼, 그러나 뉘우치지 않는 그 오만한 자세를 이영광은 어딘가 닮아 있다. 나무의 적은 얼굴을 드러낸 적 없는 세력/빈 들은 이글거리는 뿌리들을 비끄러맨다/바람은 잡념의 가지들을 조각조각 부러뜨린다/나무의 정권들이 나무 속으로 들어간다/나무는, 오직 나무로 지워진다/한 점 배후도 없이 나무는/삭풍과 눈보라와 흙먼지의 백만 대군을,/백만 대군을 호령하는 무한의 지평선을/한그루 장창으로 막아선다 ―‘한점 배후도 없이 나무는’ 부분 맨주먹을 쥐고 눈밭에 선 나무, 시적 주체로 형상화된 이 강인한 나무는 무방비 상태의 싸움꾼이다. “저렇게, 싸우지 않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저렇게 싸”우고 있기 때문이다. 그 싸움의 상대는 바람이다. 바람은 “얼굴을 드러낸 적 없는 세력”으로 나무와 교전한다. 제 뿌리를 간직하고 있는 나무의 정직한 생의 기록은 어디서부터 불어왔는지 모를 홀연한 바람의 태생과는 사뭇 다른 것이다. 나무가 거역할 수 없는 피투성(被投性)의 존재로서 육중한 삶을 떠메고 가야 한다면 바람은 무한한 가변성이라는 무상함을 상징한다. 제 몸을 한그루 장창 삼아 “삭풍과 눈보라와 흙먼지” 불어오는 지평선을 제압하는 나무 안에는 뜯겨나간 뿌리와 부러진 가지들의 비명이 난무한다. 이 부서진 한 그루의 육체 안에는 삶과 죽음이 온통 뒤엉켜 있어 그 둘의 이분법을 넘어서는 하나의 세계가 열린다. “나무는, 오직 나무로 지워”지게 된다는 이 유연한 나무의 병법을 통해 시적 주체는 상실과 병폐를 넘어서는 영원한 시지프스의 시 쓰기와 존립을 이루게 된다. 언제나 환한 볕보다는 그늘의 모서리를 맴돌던 시적 주체는 마침내 “한 점 배후도 없이” 맨몸으로 제 삶을 일궈내는 나무가 된다. 당신이 한낱 사람의 몸 사람의 말로 날 죽여 나는 음 사월 물푸레나무같이 푸르렀습니다 푸르고 튼튼하게 병났습니다 물푸레나무 곁에서 춤추는 물푸레나무같이 기쁨을 못 이겨, 나는 당신이 한없이 외로웠습니다 당신은 한낱 사람의 말 사람의 몸을 그쳐 날 다시 살려내고, 사랑 없는 사랑이 되어 떠났습니다 마른 가을이 살찐 여름을 단숨에 쓰러뜨리듯 나는 모든 기쁨을 힘없이 무찔러 이기고, 음 시월 물푸레나무같이 시들어 병 나았습니다 ―’물푸레나무같이’ 전문 당신이 건넨 “사람의 몸” “사람의 말”로 인하여 병들고 죽어가는 ‘나’는 기쁨에 못 이겨 춤을 추면서도 당신이 외로웠다고 말한다. 당신이 “사람의 말” “사람의 몸”을 그치자 ‘나’의 병은 나았지만 나는 사랑도 기쁨도 잃은 채 시들게 된다. 시인의 책무란 본래 사람의 것으로 아플 때 죽음과도 같은 병폐 속에서 도리어 시퍼렇게 살아나 그 한없는 외로움을 읊는 것이며, 사람의 것이 떠났을 때 힘없이 시들어 산 것도 죽은 것도 아닌 채 상실과 존재의 아포리아 속으로 망명하고야 마는 것이 아닌가. 시적 주체는 이제 자신의 생애보다 오래된 나무의 부동자세가 불러일으키는 바람의 무한수열을 느낀다. 그 바람은 상실과 존재의 원환으로 시시각각 얼굴을 바꾸며 나무의 안도 아니고 바깥도 아닌 곳에서 분다. 그 바람을 관장할 수 있는 것은 오직 바람보다 먼저 미치고, 먼저 아프고, 먼저 병들어버리는 자로서 시인뿐이다. 시적 주체는 필연적으로 역설의 폐허에서 기아와 고독과 광기에 휩싸일 수밖에 없으며 이러한 존재의 상실이야말로 새 존재를 생성해내기 위한 회로의 추동장치로 작동한다. 이영광은 병폐라는 허구적 장치를 통해 결국 시를 앓을 때만 존재가 도래할 수 있는 기반을 예비해두고 있었던 것이다. 아픔으로 인하여 시적 주체는 소진되거나 무화되는 것이 아니라 죽음으로 내려가는 순간에 시를 통한 삶을 발견함으로써 형이상학적 존재로 재탄생한다. 사랑과 상실, 기쁨과 슬픔, 병과 치유, 죽음과 생명이 마치 한몸처럼 붙어 있는 이 역설의 시학은 나무의 존재로 부활하는 이영광식의 신화를 재현하고 있다. 시적 주체는 바람이 일으키는 병폐의 징후를 통해 생사의 영원한 지평 위로 나무의 삶을 고양시키고 재편한다. 그때 들려오는 푸른 존재의 잎사귀 소리는 원래 자기 몸 안에서 울리던 소리였는지도 모른다. 천지의 울음을 내재하고 있는 나무의 존재론은 이제 이영광 시의 아이덴티티가 될 뿐 아니라 지금 여기의 시를 기억하는 주요한 하나의 축으로 자리할 것이다. 4. 역설의 폐허에서 자란 존재의 아포리아 2000년대 이후 미정형 주체들의 등장은 기존의 논리로 편입되기를 거부하고 서정시라는 장르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독자적인 체계를 생성했다. 스스로 자기 존재의 기원이 되고자 했던 그들의 시도는 난해함에 유폐된 것일지라도 기성을 극복했다는 점에서 새로운 발명의 의의를 인정받았다. 그러나 경제 위기와 정치적 추문이라는 2010년대의 현실에 직면한 시는 윤리적 문제에 봉착한다. 해체환상유희적 계보에 틈입한 윤리의 맥락 속에서 이영광은 가장 클래식한 발성과 감성으로 노래할 때만이 구축될 수 있는 자기 세계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어떤 담론보다 광활하고 가변적이며 모순적인 존재로서 ‘끝없는 사람’을 구현하는 시. 그가 세속성의 탐닉이나 언어의 실험에 동참하지 않고 자신의 좌표를 확보한 까닭은 사람이 가진 그 예외적 불가능성만이 시의 자기복제가 아님을 믿었기 때문이다. “너무 나 같아서 나 같지 않”고, “너무 나 같지 않아서 나 같”(‘불을 끄려고 한다’)다고 하는 시적 주체의 음성은 소외와 환멸로 점철된 우리 시대의 메아리다. 안도 아니고 밖도 아닌 세계의 트랙을 돌며 이영광은 미치고, 아프고, 병들어 있는 이상 징후들을 감지하고 그 상실의 집합들을 지속적으로 출몰시킨다. 병을 앓듯 자신을 오래도록 앓는 자만이 존재로 거듭날 수 있기 때문이다. 병의 중의성을 비롯한 역설적 언어의 고안은 시 안에 자신의 존재론을 도입하기 위한 장치이자 다의적 층위를 포섭하기 위한 그의 기획을 보여준다. 나무는 나무들 사이로 사라져버리고 마침내 한 무더기의 푸른빛만이 단지 거기에 남아 흔들리고 있음을 보여주는 이영광의 숲은 마음껏 길을 잃도록 안내한다. 그는 병들어 있는 주체를 통해 그 존재 자체가 곧 황폐한 세계의 산물임을 증거하고, 현실 맥락 속에 은폐된 이력과 배후를 드러낸다. 그러나 병의 의미가 긍정과 부정의 이중적 층위로 활용되면서 더 깊이 병들어 죽어버리는 지경에 이를 때라야 그 죽음으로서 삶의 진리를 체득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했다. 소외되고 병든 주체의 착란과 광기는 가고 가고 또 감으로써만 이 견고한 세계를 꿰뚫고 장악하고 넘어설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덩어리의 푸른 흔들림으로 산화한 나무의 기투는 결국 “나는 자꾸자꾸 미쳐서 반드시 삶이 되고 말 것”(‘오일장’)이라는 다짐 속에서 두터운 자기 그늘을 겹겹이 축적해간다. “산은 산이다. 산은 산이 아니다. 다시 산은 산이다.”라는 선문답이 있다. 이 변증법에 의하면 이영광의 시도 나였다가, 나가 아니었다가, 다시 나로 재편됨으로써 영원성을 획득한다. 그래서 “산 채로 죽어보는 건 커다란 일”(‘동구릉’)이라고 그는 말한다. 이영광은 간다. 간다는 말에는 저 피안으로 향하기 위해 이곳의 정신을 놓아버렸다는 뜻도 숨어 있다. 이영광은 간다. 더 잘, 더 곱게 가기 위하여 그는 “나으려 하지 않는 병”을 쉽사리 떠나보내지 않는다. 언제까지고 “덜 살고 덜 살고 덜 살아서” “숱한 사랑의 말”(‘세한’)을 찾기 위함이다. 그것만이 시지프스가 되어 기꺼이 감당해내야 할 자신의 길이기 때문이다. 1) 알베르 카뮈, 오영민 옮김, 시시포스 신화, 연암서가, 2014, 201~208쪽. 2) 들뢰즈의 차이(difference)나 레비나스의 타자성(alterity)과 같은 숱한 담론에서 주체와 타자의 이분법을 극복하고자 한 것처럼 상호 존립 가능한 관계의 회복은 이영광 시에서 여전히 화두로 존재한다. 3) 최근 두 권의 시집 ‘나무는 간다’(창비, 2013)와 ‘끝없는 사람’(문학과지성사, 2018)을 대상으로 하며 시를 인용할 때는 작품의 제목만 표기한다. 4) 에스더서 4장 16절.
  • ‘BMW 결함 은폐 의혹’ 경찰도 사실로 가닥…임직원 추가 입건

    ‘BMW 결함 은폐 의혹’ 경찰도 사실로 가닥…임직원 추가 입건

    BMW가 차의 결함을 알고도 은폐해왔다는 국토교통부와 민관합동조사단의 조사 결과에 이어 관련 의혹을 수사해온 경찰도 이러한 의혹을 사실로 볼 만한 정황을 이미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임직원들을 추가로 입건하는 등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30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최근 BMW코리아의 상무 1명과 직원들을 자동차관리법 위반 혐의로 추가 입건했다. 경찰은 새로 입건된 상무와 직원 등을 차례로 소환해 차량 결함을 이미 알고도 ‘늑장 리콜’을 했는지 조사했다. 또 김효준 BMW코리아 회장 등 ‘윗선’의 개입 여부도 함께 살펴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BMW코리아가 이미 2015년 ‘엔진 배기가스 재순환장치’(EGR) 결함을 알고 있었다는 국토부와 민관합동조사단의 조사 결과를 두고 “수사 과정에서 파악한 정황”이라고 설명했다. 처음엔 BMW 차주들이 독일 본사와 한국지사 회장 등을 고소함에 따라 수사에 나선 경찰이 피고소인뿐 아니라 실무자, 업무 관련성이 있는 임원까지 추가로 입건하며 수사 범위를 확대한 것이다. 경찰은 지난 8∼9월 BMW코리아 사무실과 EGR 부품 납품업체 본사, 연구소 등을 압수수색 해 확보한 자료도 계속 분석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입수한 자료가 방대하고 기술적인 내용이 많아 시간이 소요됐다”고 말했다. 지난 여름부터 BMW 차량이 잇달아 불타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결함 은폐 의혹’이 불거졌다. BMW는 지난 7월 “2016년부터 유럽에서 비슷한 엔진 사고가 있어 원인 규명을 위해 실험해왔는데 최근에야 EGR 결함이라는 결론이 나왔다”고 설명하면서 리콜을 시행했다. 그러나 이러한 설명이 당시 상황과 앞뒤가 맞지 않아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 나왔고, 국토부는 BMW가 오래 전부터 결함을 알고도 숨겨온 것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 조사에 착수했다. 국토부 조사와 별도로 화재 피해를 본 BMW 차주 등 소비자들은 독일 본사와 한국지사, 회장 등 관계자들을 자동차관리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그러나 BMW 측은 국토부와 민관합동조사단의 조사 결과가 나온 직후에도 “화재의 근본 원인이 확인된 시점에 지체 없이 리콜 조치를 개시했다”면서 이러한 조사 결과를 정면 반박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사법농단 윗선 닿을 때까지… 檢, 임종헌 1월 중 추가기소

    사법농단 윗선 닿을 때까지… 檢, 임종헌 1월 중 추가기소

    판사 블랙리스트 작성 지시·실행 의혹 강제징용 소송 대리인 접촉 정황 포함 수사팀 검사 파견 기한인 내년 2월 이전 박병대·고영한·양승태 기소 이뤄질 전망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다음달 초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에 대해 추가기소를 할 방침이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은 내년 1월 중에 ‘판사 블랙리스트’ 작성 및 지시 등의 혐의에 대해 임 전 차장을 추가 기소하는 방침을 세웠다. 지난 10월 17일 구속된 임 전 차장은 상급자인 차한성·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법원행정처장), 그리고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공모해 강제징용·통합진보당 의원 지위 확인 소송·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댓글 사건 등 주요 재판에 개입한 혐의로 지난달 구소기소돼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나아가 임 전 차장은 헌법재판소 내부 동향 파악 및 부산 법조비리 은폐, 대법원 비자금 조성 등의 의혹에 관여한 혐의도 재판에서 다투고 있다. 검찰은 임 전 차장에 대해 판사 블랙리스트 작성 지시·실행 관여 의혹을 다음달 2차 기소 대상에 포함시킬 계획이다. 검찰은 법원행정처 인사총괄심의관실 등을 수차례 압수수색해 양승태 사법부가 사법행정에 비판적인 판사들을 불이익 명단에 올린 ‘판사 블랙리스트’의 존재를 확인했다. 송승용·문유석·김동진 부장판사 등이 블랙리스트에 포함됐다. 이뿐만 아니라 강제징용 소송에서 전범기업을 대리하고 있는 김앤장 법률사무소 측과 수차례 접촉한 정황도 추가 공소장에 포함될 전망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시일 내에 임 전 차장을 위증 혐의로 고발하면 지난 2016년 국회에서 허위 증언을 한 혐의도 함께 기소될 수 있다. 공범 또는 윗선인 박·고 전 대법관과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기소도 검찰 정기 인사가 있는 내년 2월 이전에 이뤄질 전망이다. 전국 검찰청에서 서울중앙지검에 파견된 검사들의 파견 기간은 이듬해 2월 10일까지다. 대검 관계자는 “2월 11일 예정된 검사 정기 인사 이전까지 파견이 연장된 상태”라고 밝혔다. 다만, 평검사 인사 단행 이후에도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을 비롯해 차장검사·부장검사 등 핵심 인력은 그대로 남기 때문에 수사가 더 진행될 가능성도 있다. 검찰은 조만간 박·고 전 대법관을 추가로 불러 조사하는 한편, 양 전 대법원장도 공개 소환할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죄질이 중하고, 앞서 공개소환된 임 전 차장 및 두 대법관과의 형평성을 고려해서라도 공개 소환할 것”이라고 밝혔다. 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
  • [사설] ‘제2의 BMW’ 막을 징벌적 손배제 도입 서둘러야

    독일차 BMW의 화재 원인은 엔진 배기가스 재순환장치(EGR) 냉각기 안에서 흘러나온 냉각수가 끓는 현상 때문이며, 이는 EGR 설계 결함에서 비롯된 것으로 조사됐다. 민관합동조사단이 어제 발표한 최종 결과다. 조사단은 또 BMW가 결함 사실을 미리 알고도 은폐·축소하다가 늑장 리콜을 했다고 결론 냈다. BMW는 지난 7월에 EGR과 화재 간 상관관계를 인지했다고 밝혔지만, 3년 전인 2015년 10월 독일 본사에서 EGR 냉각기 균열 문제 해결을 위한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설계변경 등 조치에 착수한 정황이 드러났다. 자칫 생명까지 잃을 수 있는 심각한 안전사고가 잇따라 발생했는데도 화재 원인을 투명하고 신속하게 밝혀 소비자들의 불안 심리를 잠재우기는커녕 사실을 숨기는 데 급급했다니 어처구니가 없다. BMW는 7월 1차 리콜 때 EGR을 사용하는 일부 차종을 대상에서 뺐다가 두 달 뒤인 9월에 추가로 늑장 리콜했다. 소비자의 안전은 안중에도 없고, 회사의 이익에만 골몰한 행태에 분노가 치민다. 국토교통부는 BMW를 검찰에 고발하고, 과징금 112억원을 부과했다. 결함 은폐·축소 및 늑장 리콜이라는 사태의 심각성에 비춰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현행 법규에 따라 2016년 6월 30일 이후 출시된 2만 2600여대 매출액의 1%까지만 과징금으로 부과하는 한계 때문이다. 국토부는 지난 9월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을 골자로 한 ‘자동차리콜 대응체계 혁신방안’ 입법 등 후속 조치에 나선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 9월 국회에 발의된 자동차관리법 개정안은 아직 법안소위원회 안건 심사에도 오르지 못했다. 개정법을 적용하면 BMW에 부과될 과징금은 2600억원이다. 제2의 BMW 사태를 막으려면 징벌적 처벌이 필요하다. 국회는 징벌적 손배제 도입 등 관련법 개정에 조속히 나서길 바란다.
  • 정작 ‘징벌적 손배제’는 국회서 공회전

    도입땐 5배 배상·매출액의 3% 과징금 BMW가 차량 화재의 원인이 엔진 결함이라는 사실을 알고도 은폐·축소했다는 민관합동조사단의 조사 결과가 나왔지만 정작 이러한 행위를 강력하게 처벌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논의는 공회전을 거듭하고 있다. 24일 국회와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징벌적 손배제 도입을 담은 ‘자동차관리법’ 개정안은 현재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인 국토교통위에 계류 중이다. 앞서 국토부는 지난 9월 자동차 제작사가 차량 결함을 알고도 늑장 조치해 생명과 재산에 손해를 입히면 피해액의 최대 5배까지 배상한다는 내용의 징벌적 손배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이러한 방침을 근거로 국토교통위원장인 자유한국당 박순자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윤관석 의원은 개정안을 공동 발의했지만 상임위에서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정부는 또 차량 결함을 은폐한 자동차 회사에 부과하는 과징금을 현행 매출액의 1%에서 3%로 올리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BMW코리아의 지난해 매출은 3조 6337억원, 판매 대수는 5만 9624대였다. 과징금 부과 기준이 강화될 경우 리콜 대상 차량(17만 2080대)을 감안하면 BMW에 3146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그러나 국토부는 이날 BMW 늑장 리콜과 관련해 112억원의 과징금만 부과했다. 아직은 매출액의 1%까지만 부과할 수 있는 데다 대상 차량 역시 관련 법규에 따라 2016년 6월 30일 이후 제원 통보를 받은 차량 2만 2670대로 제한했기 때문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국회에서 법안 처리가 미뤄지고 있다”며 “소비자 권익 보호를 위해 법안이 조속히 통과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장진복 기자 viviana49@seoul.co.kr
  • “EGR쿨러 설계 잘못돼 화재”… BMW, 2015년 알고도 ‘쉬쉬’

    “EGR쿨러 설계 잘못돼 화재”… BMW, 2015년 알고도 ‘쉬쉬’

    균열로 인한 냉각수 보일링 처음 확인 獨본사, 3년 전 TF 꾸려 설계변경 정황 의무자료 제출 153일간 미뤄 은폐의혹 해당 엔진차종 52개 ‘늑장리콜’도 비난올해 집중적으로 발생한 BMW 차량 화재 사고는 ‘엔진 배기가스 재순환장치’(EGR)의 설계 결함이 원인으로 드러났다. 특히 정부는 BMW가 이러한 결함을 알고도 고의로 은폐·축소한 것으로 보고 112억원의 과징금 부과와 더불어 검찰에 고발했다. BMW 화재 사고 원인 규명을 위한 민관합동조사단은 24일 이러한 내용의 최종 조사 결과를 국토교통부에 제출했다. 조사단에 따르면 핵심 원인은 EGR쿨러 균열로 인한 냉각수 누수다. EGR은 차량에서 배출되는 대기오염물질을 줄이기 위해 배기가스 일부를 흡기다기관으로 재순환시키는 역할을 한다. EGR쿨러는 재순환 과정에서 유입되는 고온의 배기가스를 냉각시킨다. 조사단은 EGR쿨러 내 냉각수가 비정상적으로 끓는 현상(보일링)을 처음으로 확인했으며, 이는 EGR 설계 자체가 잘못됐기 때문이라고 판단했다. EGR쿨러 용량이 너무 작거나 EGR을 과다 사용하도록 설계됐다는 것이다. 보일링이 지속되면 EGR쿨러에 열 충격이 가해져 균열이 생길 수 있다. 이 틈으로 새어 나온 냉각수가 엔진오일과 섞여 침전물로 굳어졌다가 온도가 높아지면 불이 붙는 것이다. 박심수 조사단장은 “화재 근본 원인은 제작사의 설계 용량 부족에 기인한다”며 “이렇게 발생한 화재는 올해 들어 11월 말까지 52대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앞서 BMW 측은 냉각수가 누수되더라도 높은 누적 주행거리, 운행 조건(고속·정속 주행), 바이패스 밸브 열림 등의 조건이 모두 맞아떨어져야 화재가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가운데 바이패스 밸브 열림은 화재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고, 오히려 EGR밸브 열림 고착이 관련됐다는 게 조사단의 설명이다. 화재가 발생한 차량은 EGR밸브가 완전히 닫히지 않았거나 경고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았던 것으로 조사됐다.조사단은 BMW의 결함 은폐·축소 의혹을 뒷받침하는 자료도 다수 확보했다. BMW는 화재 사고가 잇따르자 지난 7월 20일 EGR 결함에 따라 화재 발생 가능성을 거론했다. 그러나 이미 3년 전인 2015년 10월 BMW 독일 본사는 EGR쿨러 균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꾸렸던 것으로 확인됐다. TF가 화재 위험을 줄이고자 설계 변경 등을 시도한 정황도 포착됐다. 조사단 관계자는 “단정적으로 BMW가 속였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BMW 같은 기술력을 가진 회사가 정확한 원인을 몰랐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BMW는 올해 상반기까지 정부에 내야 했던 ‘EGR 결함 및 흡기다기관 천공 관련 기술분석자료’를 무려 153일 늦게 제출했다. BMW는 또 1차 리콜 대상 차량과 같은 엔진 및 EGR을 사용한 52개 차종 6만 5700여대에 대해 리콜을 하지 않다가 뒤늦게 조치를 취했다. 국토부가 결함 은폐·축소로 판단하고 과징금 부과와 검찰 고발을 결정한 이유다. 장진복 기자 viviana49@seoul.co.kr
  • [뉴스 in] “BMW 화재는 EGR 설계 결함 탓”

    [뉴스 in] “BMW 화재는 EGR 설계 결함 탓”

    BMW가 엔진 결함으로 인한 차량 화재 위험을 알고도 이를 은폐·축소하고, 늑장 리콜했다는 민관합동조사단의 최종 조사 결과가 24일 나왔다. 화재 원인으로는 냉각수가 끓는 현상(보일링)이 새롭게 지목됐다. 국토교통부는 BMW를 검찰에 고발하고 과징금 112억원을 부과했다. 이미 리콜이 이뤄진 65개 차종 17만 2080대에 대해서도 추가 리콜 조치를 내렸다.
  • 김해시의회 신공항특위, ‘기만적 김해공항 확장안 폐기하라’ 요구

    김해시의회 신공항특위, ‘기만적 김해공항 확장안 폐기하라’ 요구

    경남 김해시의회 신공항대책특별위원회(위원장 이광희)는 24일 김해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주민을 기만하는 김해공항 확장안(김해신공항 건설안) 전면 폐기와 동남권 공항 원점 재검토 등을 정부에 요구했다.김해시의회 신공항특위는 회견문에서 “최근 부·울·경 합동검증반과 국토교통부가 검증을 시작할 때 국토부는 1년 공항 여객을 3800만명으로 맞추기로 전제하고 출발했는데, 전략환경영향평가안에는 1000만명을 줄인 2800만명으로 맞춰 소음 예상을 발표하고 있다”며 ‘의도적 조작’이라고 주장했다. 신공항특위는 “이렇게 조작하지 않으면 김해 지역에 미칠 소음 피해를 숨길 수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 증명됐다”고 지적했다. 특위는 또 “김해공항이 엄연히 군사공항 겸 민간공항임에도 불구하고 공군 측과 협의를 하지 않은 채 확장계획을 하는 부실한 정책을 세운 것도 모자라 지난 10월에는 경기도 오산에 있던 공군 공중기동정찰사령부를 김해공항으로 이전하고, 공중급유기 등 군용기도 추가로 배치하기로 하고 공군 인원을 120명 증원 배치하기로 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신공항특위는 “이는 국토부가 ‘김해신공항’이라고 사탕발림을 하면서 군사공항 기능은 강화되고 민간공항 기능은 더 위축된 지금보다 못한 지방공항으로 후퇴할 우려가 크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특위는 “이번에 나타난 국토부의 조사대상 규모 조작과 약속위반, 군 공항 및 국토부와 협의 절차 누락, 중요사안 은폐, 절차 무시 만행을 그냥 두고 볼 수 없고, 용서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신공항특위는 “주민을 기만하고 일방적으로 강행하려고만 하는 국토부의 김해공항 확장 정책을 정면으로 거부하고 반대하며 지금보다 훨씬 심해질 소음피해와 엄청난 재앙으로 나타날 항공사고를 생각해 지역주민의 편에서 김해공항 확장을 막아내고자 한다”며 반대활동을 예고했다. 특위는 “지역 평안과 동남권 미래를 위해 24시간 안전하고 소음없이 가동되는 명실상부한 동남권 국제 관문공항이 이루어지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신공항특위는 “국토부는 기만적인 김해신공항 기본계획을 즉각 중단하고, 정부는 국민을 무시하고 기만하는 김현미 국토교통부장관을 경질하라”고 요구했다. 김해 강원식 기자 kws@seoul.co.kr/
  • BMW코리아 “화재 원인은 EGR 쿨러 냉각수 누수…소프트웨어 문제 아냐”

    BMW코리아 “화재 원인은 EGR 쿨러 냉각수 누수…소프트웨어 문제 아냐”

    BMW코리아는 국토교통부와 민관합동조사단의 화재 원인 조사 결과에 대해 “엔진 배기가스 재순환장치(EGR)의 냉각수 누수가 근본 원인이라는 본사의 조사 결과와 일치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토부가 EGR의 설계 결함과 소프트웨어 설정 문제를 제기한 것에 대해서는 “소프트웨어가 아닌 하드웨어 문제”라고 반박했다. BMW코리아는 24일 입장문을 통해 “차량 화재의 근본 원인은 EGR 쿨러의 누수라는 점이 확인됐다”면서 “BMW그룹의 기술적 조사 결과와도 대체로 일치한다”고 밝혔다. BMW코리아는 “EGR 쿨러의 누수 없이 기타 정황 현상만으로 차량 화재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앞서 민관합동조사단은 “EGR 쿨러에 균열이 생겨 냉각수가 누수되고 엔진오일 등과 섞여 EGR 쿨러 및 흡기다기관에 엉겨붙어 있다가 섭씨 500℃ 이상 고온의 배기가스가 유입되면서 과열·발화돼 화재로 이어졌다”면서 “특히 실제 차량 시험 과정에서 EGR 쿨러 내 냉각수가 끓는 현상(보일링)을 처음 확인했으며 이 현상이 지속될 경우 EGR 쿨러에 반복적으로 열충격이 가해져 균열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조사단이 EGR의 설계 결함과 소프트웨어 설정 가능성을 제기한 것에 대해서는 “하드웨어 문제”라고 재차 반박했다. 조사단은 보일링 현상은 EGR 설계 결함에 기인한 것으로 판단했으며, EGR 설계 당시부터 열용량이 부족하게 설정됐거나 열용량보다 과다 사용하도록 소프트웨어 등 장치가 설정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BMW코리아는 “소프트웨어 문제가 아닌 하드웨어 문제”라면서 “결함이 있는 EGR 쿨러 교체를 통해 해결할 수 있으며 쿨러 누수가 확인된 차량에 대해 교체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조사단은 BMW가 지난 2015년 10월 독일 본사에 관련 TF를 구성해 조사에 착수하는 등 EGR 쿨러 문제를 인지하고 있었다고 판단했다. 이는 BMW가 올해 7월 EGR 결함과 화재 간 상관관계를 확인했다는 설명과 다르다. 이에 대해 BMW코리아는 “당시에는 흡기다기관 천공 자체만으로 화재의 직접적인 원인이라 판단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면서 “유관 부서에서 조사를 통해 지난해 7월 개연성을 최종 확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토부가 BMW를 차량 결함을 은폐 및 축소하고 늑장리콜을 했다고 판단하고 BMW를 검찰에 고발하는 한편 과징금 112억원을 부과할 계획이다. BMW코리아는 “빠른 시일 내 리콜 조치를 완료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면서 “진행중인 조사에 협조하고 관련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국토부 “BMW, 결함은폐·늑장리콜…형사고발, 과징금 112억원”

    국토부 “BMW, 결함은폐·늑장리콜…형사고발, 과징금 112억원”

    국토교통부가 BMW 차량 화재사고와 관련해 결함 은폐·축소 및 ‘늑장 리콜’ 의혹을 받는 BMW를 검찰 고발하고 과징금 112억원을 부과한다. 국토부는 BMW 화재사고 원인 규명을 위해 지난 8월 구성된 민관합동조사단로부터 조사 결과를 제출받아 이렇게 결정했다고 24일 밝혔다. 조사단은 화재 원인 조사 과정에서 엔진 배기가스 재순환장치‘(EGR) 쿨러 내 냉각수가 끓는 현상(보일링)을 확인, EGR 설계 결함이 보일링의 원인이라고 판단했다. EGR 밸브 반응속도가 느리거나 완전히 닫지 못하는 현상(일부 열림고착)과 이에 대한 경고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도 확인했다. EGR밸브 열림 고착이 화재와 관련돼 있다는 게 조사단의 설명이다. 아울러 조사단은 BMW가 결함은폐·축소, 늑장리콜을 했다고 판단할 수 있는 자료를 다수 확보했다. 앞서 BMW는 지난 7월 20에야 EGR결함과 화재간 상관관계를 인지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3년 전인 2015년 10월 BMW 독일본사에서는 EGR쿨러 균열문제 해결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설계변경 등 화재위험을 줄이기 위한 조치에 착수한 정황이 포착됐다. 또 일부 BMW 디젤차량이 당초 리콜대상 차량과 같은 엔진·동일 EGR을 사용했지만, 지난 7월 실시된 1차 리콜에서 제외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국토부는 결함은폐·축소 의혹이 제기된 BMW를 검찰에 고발하고 수사에도 적극 협조할 계획이다. 늑장리콜에 대해서는 BMW에 대상차량 총 39개 차종, 2만 2670대에 해당하는 과징금 112억원을 부과했다. 또 BMW 측에 리콜대상 차량 전체(65개 차종, 17만 2080대)에 대한 흡기다기관 리콜(점검후 교체)를 요구했다. 장진복 기자 viviana49@seoul.co.kr
  • 심석희·변천사 선수에 이어…전직 국가대표 주민진 “나도 맞았다”

    심석희·변천사 선수에 이어…전직 국가대표 주민진 “나도 맞았다”

    “‘죽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맞았다.” (심석희 쇼트트랙 선수)“머리를 잡고 세게 집어 던졌다.” (변천사 전 쇼트트랙 선수) 용기를 낸 쇼트트랙 선수들의 증언으로 그동안 은폐됐던 빙상계의 뿌리깊은 폭력 문제의 실상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피해자들의 증언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심석희·변천사 선수에 이어 주민진 전 국가대표 선수도 용기를 냈다. 그는 2002년 미국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이기도 하다. 주민진 전 선수는 20일 JTBC ‘뉴스룸’과의 인터뷰에서, 훈육이 아닌 폭행과 구타를 일삼아온 빙상계의 폭력 문제가 “굉장히 오래됐다”고 털어놨다. 그는 “심석희 선수랑 변천사 선수의 말을 듣고 되게 놀랐던 점은, 제가 당했던 폭행하고 너무 비슷했기 때문에 놀랐다”면서 “머리채를 잡아서 흔들다가 던진다거나 발로 찬다든가, 손으로 머리를 계속해서 때린다든가, 독방에 들어가서 혼나고 폭행을 당한다든가 이러한 것들이 굉장히 비슷하다”고 밝혔다. 이런 범죄 행위들이 은폐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로 주민진 전 선수는 “당시에는 저희가 굉장히 이제 중학생, 고등학생이었기 때문에 굉장히 어렸고, 아무것도 몰랐을 때이기 때문에 코치, 감독 말이라면 거의 법으로 알고 살았을 때였다”면서 “그래서 ‘외부에 선수촌 안의 일은 절대로 말하면 안 된다’, ‘무조건적으로 말하면 안 된다’ 항상 이렇게 말들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 이유도 모른 채, 저희는 꼭 그래야 한다고 생각을 했고, 밖에다 그런 안에 있는 일들을 말을 하면 정말 큰일이 나는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밖에 그런 일들이 알려질 수가 없었다”고 덧붙였다. 가해자들은 한목소리로 ‘선수들의 기량을 끌어올리기 위해 그랬다’고 폭행을 정당화했다. 이런 가해자들의 주장에 주민진 전 선수는 “그 당시에 그렇게 폭행을 당하지 않고도 좋은 성적을 냈던 선수들도 있다. 꼭 폭행을 당했다고 해서 좋은 성적을 낸 선수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라면서 “좋은 성적을 내던 선수임에도 불구하고 폭행을 당했기 때문에 선수 생명이 끝난 선수들도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폭행을 당하는 것과 성적과는 저는 전혀 상관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맞섰다. 빙상계 감독들과 코치들의 선수 폭행이 끊이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는 “모든 사람의 죄는 무지가 아닌가 싶다”면서 “세대가 변하면서 코치, 감독은 당연히 공부를 많이 해야 하는데 (중략) 공부를 하지 않고 무조건 많은 훈련 양과 그냥 한번 때리면 따라오는, 폭력을 행사하는 예전 방법을 그대로 사용하다 보니, 그 외에 더 좋은 훈련 방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예전 것을 그대로 계속 가져가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때 대표팀 코치를 지내기도 했던 주민진 전 선수는 “어떠한 폭력은 다 대물림이 되는 것 같다. 선수들을 가르칠 때 항상, 저도 모르게 무의식 중에 제가 맞았던 일들이 불쑥불쑥 떠오를 때가 있다”면서 “똑같이 되지 않으려고 굉장히 많은 노력을 했다. 폭력은 대물림이 되는 거고 끊어버리기가 쉽지 않은 거라서 굉장히 많이 노력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미 일리노이 검찰, 아동성학대로 기소된 성직자 700명 가까이 돼

    미 일리노이 검찰, 아동성학대로 기소된 성직자 700명 가까이 돼

    미국 일리노이주 검찰이 아동 성학대 혐의로 기소된 가톨릭 사제 수가 일리노이 6개 대교구 자체 조사로 알려진 185명보다 훨씬 많은 690명으로 집계됐다고 19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세계 각국에서 성직자 아동 성학대 의혹이 불거져 프란치스코 교황 퇴위 요구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일리노이주 대교구가 지역의 아동 성학대 사건을 끝까지 은폐하려 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온라인매체 악시오스 등은 이날 사이트에 일리노이 검찰이 낸 가톨릭 사제의 아동 성학대 의혹 사건 예비 보고서 원문을 공개했다. 리사 매디건 일리노이 검찰총장은 “가톨릭 교회가 일리노이주 사제들의 성적 부적절한 행동에 대해 밝혀야 하는 도덕적 의무를 저버렸다”면서 “일리노이 교구는 의혹이 제기된 사건을 면밀히 조사하지 않았고 일부는 아예 들춰보지도 않았다”고 비판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일리노이 교구는 아동 성학대 가해자가 사망했거나 교구를 떠난 경우, 또 교회 지도층에 속해 있는 경우에 아예 사건을 수사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일리노이 대교구는 펜실베이니아를 비롯한 미 전역과 세계 각국에서 성직자들의 아동 성학대 의혹이 쏟아지자 조사에 착수해 185명의 사제가 아동을 대상으로 성폭행을 저질렀다고 밝혔었다. 가톨릭 사제들의 아동 성학대 사건이 수면 위로 떠올라 겉잡을 수 없이 확대되면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내년 2월 각국 사제 대표들을 바티칸으로 소집하는 등 직접 상황 타개에 나선 상태다. 앞서 펜실베이니아주 대배심은 8월 14일 지난 70년 간 300명의 성직자들이 아동 1000여명을 성적으로 학대했고 교단이 이를 의도적이고 조직적으로 은폐했다는 보고서를 내 큰 파장을 불렀다. 독일주교회는 독일 내 27개 교구에서 1946~2014년 3600명 이상 아동이 사제들로부터 성학대를 당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칠레 검찰은 현재 아동 성학대 등 성추문에 연루된 사제 158명에 대한 수사를 진행 중이다. 이들은 1960년 이후 아동 178명을 포함한 총 266명을 성적으로 학대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필립 윌슨 호주 애들레이드 대교구 대주교는 5월 아동 성학대 은폐 혐의로 유죄선고를 받았다. 교황 측근으로 교황청 재무원장을 맡았던 조지 펠 추기경도 아동 성학대 혐의로 호주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카톡 분만’으로로 태어난 뇌손상 아기…의사는 무죄

    ‘카톡 분만’으로로 태어난 뇌손상 아기…의사는 무죄

    산모의 분만을 직접 보지 않고 카카오톡으로 간호사에게 분만 촉진제 투여를 지시했다가 태아를 위험에 빠뜨린 혐의로 기소된 산부인과 의사가 1심에서 업무상과실치상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1단독 김경진 판사는 20일 서울의 한 산부인과 병원 원장인 이모씨에 대해 사문서위조 및 행사 혐의만 유죄로 인정해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씨는 2015년 1월 산모와 태아의 상태를 직접 확인하지 않은 채 카카오톡으로만 간호사에게 여러 차례 분만 촉진제 투여를 지시했다. 이 산모는 10시간 30분이 넘도록 의사를 만나지 못했다. 분만 촉진제만 맞은 끝에 호흡이 멈춘 신생아를 출산했다. 뇌에 손상을 입은 채 태어난 아기는 몇 달 뒤 세상을 떠났다. 검찰은 이씨가 산모와 태아의 상태를 확인하지 않은 채 자궁에 민감하게 작용하는 분만 촉진제를 투여했다며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직접 태아의 상태를 확인하지 않는 등 충분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고 볼 정황이 없지는 않다”면서도 “피고인의 의료행위와 태아의 상태에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감정 결과가 있어 나머지 증거만으로 유죄로 판단할 수 없다”고 밝혔다. 다만 재판부는 이씨가 자신의 실수를 은폐하기 위해 간호기록부상의 산모·태아의 상태와 취한 조치, 시간 등의 내용을 조작하고 이를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제출한 혐의만 유죄로 인정해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황규관의 고동소리] 서부발전은 무죄다

    [황규관의 고동소리] 서부발전은 무죄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남해안의 제철소에서 일한 적이 있다. 한 달에 이틀 쉬는 3조 3교대 근무였다. 제품을 생산하는 공장 라인이 아니어서 근무 환경은 나쁘지 않았지만, 힘든 것은 언제나 야간 근무였다. 지금도 하루 일과 중 선명하게 떠오르는 것은 출근하자마자 회람했던 ‘안전사고’(산업재해를 그들은 그렇게 불렀다)를 알리는 문서들이다. 예를 들어 어느 공장에서 어떤 사고가 발생했는데, 그 원인은 이렇고 사고 경과는 저러하니 되풀이하지 않도록 유의하라는 내용이었다. 돌이켜보면 그런 ‘안전사고’의 일상화가 얼마나 재해에 대한 감각과 문제의식을 일깨웠는지는 잘 모르겠다.산업재해가 일어나는 이유는 아마도 현장마다 그리고 노동 조건에 따라 다를 것이다. 그 이전에 서울 노량진의 사출기 공장에서 일할 때 손이 기계에 눌려 버린 사고는 자동 모드를 풀고 수동으로 생산량을 더 늘리려다 벌어졌다. 야간 일을 하다가 벌어진 사고였다. 재해를 입은 사람은 그 뒤로 공장에 가끔 놀러 오기는 했지만, 손이 예전에 비해 영 못쓰게 되고 말았다. 그게 계기가 됐던 건지 1987년 6월항쟁이 일어나기 전에 함께 일하던 형들이 스트라이크를 일으켰다. 마르크스는 상품이 시장에 나와서 판매가 이뤄질 때 이윤이 발생한다는 부르주아 정치경제학자들을 비판하면서 이윤은 자본가가 임금을 지급하지 않은 ‘부불노동’의 다른 이름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마르크스가 착취 대신 횡령이란 말을 가끔 쓰는 것은 그것이 부불노동이기 때문이었다. 여기서 우리가 익히 들어온 잉여가치가 발생한다. 그 잉여가치를 투하된 자본으로 나누면 이윤이라는 값이 나온다. 마르크스의 지적이 맞다면 자본이 이윤을 내는 것은 노동력을 통해서만이 가능하다. 달리 말하면 노동력의 가치를 최대한 횡령하고, 생산 과정에 자본을 최대한 덜 투여하면 이윤은 늘어난다는 간단하고도 명백한 공식이 성립된다.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석탄을 이송하는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비참하게 죽음을 맞은 김용균씨의 경우도 바로 이런 간단한 이윤 공식 때문에 벌어졌다. 들리는 소식에 따르면 설비 개선비용 3억원을 쓰지 않았다고 한다. 결국 3억원 대신 노동자의 목숨을 밀어 넣은 꼴인데 이것은 근검절약이 아니라 자본투여를 최소화해 이윤을 늘리려고 한 것에 불과하다. 당연히 그 이윤은 사회를 위해 사용되거나 공공의 자산으로 흡수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그 이윤은 누구의 주머니로 흘러 들어가는 걸까. 한국거래소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천문학적인 분식회계 범죄를 저질렀지만 주식시장에서 내쫓지 않았다. 이 일은 현 정권이 박근혜 정권의 사실상 공범으로 알려진 이재용 부회장에게 정치적 면죄부를 준 사실과 맥을 같이 한 것처럼 보인다. 투자자 보호 차원이라고 하지만, 다르게 보면 사적인 축적과 욕망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범죄도 용인할 수 있다는 것이며, 이것이 자본주의의 일반 도덕이라고 보는 것이 진실에 가깝다. 따라서 청년 노동자 김용균 씨를 죽게 만든 서부발전은 무죄다! 서부발전의 주식을 가진 금융자본과 주주들도 무죄다! 따라서 김용균의 죽음은 무의미한 것이다! 거의 일보로 전달되던 제철소의 ‘안전사고’도 알고 보면 수많은 하청회사와 협력회사의 노동자들은 제외했을 것이다. 왜냐면 소속된 회사가 다르기 때문이다. (지금 다시 노조를 핑계로 노동자들을 해고하고 있는 그) 제철소가 하청업체와 협력업체 노동자들을 대하던 태도를 보면 충분히 유추할 수 있다. 그들은 퇴근할 때 헌병 흉내를 내는 제철소 경비 노동자들의 검문을 통해 수시로 수모를 당해야 했다. 알고 보면 노동자들 사이의 위계 구조와 차별은 오래된 자본의 통치 기술이기도 했던 것이다. 우리는 익히 알고 있었지만 모른 척하고 살았다. 그래야 상품(전기도 당연히 포함된다)을 죄책감 없이 소비하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경제는 상품에 새겨진 상품 이전의 파괴와 고통과 수모를 은폐한다. 그 대신 상품과 기업 가치가 광휘를 발하며 우리를 유혹한다. 하지만 그 은폐는 모두에게 좋은 일이다. 사람살이의 윤리를 굳이 의식할 필요를 없애 주기 때문이다. 이렇게 해서 우리는 어느새 분열적이고 파괴적인 상태에 다다른다. 이게 무죄의 심연이다.
  • ‘서지현에 인사 보복 의혹’ 안태근에 징역 2년 구형

    ‘서지현에 인사 보복 의혹’ 안태근에 징역 2년 구형

    성추행 건은 고소기간 지나 입건 못해안태근 “성추행도 소문도 몰라 보복 의도 없었다”자신이 성추행한 서지현 검사에게 인사상 불이익을 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안태근 전 검사장에게 징역 2년이 구형됐다. 검찰은 1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1단독 이상주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결심 공판에서 “자신의 치부를 조직 내에서 차단하려 검찰 인사 권한을 악용한 사건”이라며 “검사 인사를 밀행적 업무로 변질시키고 은폐할 대상으로 전락시켰으며, 전체 검사 인사에 대한 구성원의 불신을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반면 안 전 검사장 측은 공소사실의 전제인 ‘서지현 검사에 대한 성추행’과 이에 대한 소문을 안 전 검사장이 알지 못했기 때문에 인사보복을 하겠다는 의도 자체가 없었을 뿐 아니라, 실제 인사 역시 원칙에 맞게 이뤄졌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이어 “아무리 여론이 들끓더라도 증거와 법리 비춰 아닌 것은 아닌 것이라고 선언해주는 게 법원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안 전 검사장은 “‘검찰국장이 서지현 검사는 반드시 날려야 한다고 했다’는 말에서 수사가 시작됐지만 이를 지시한 사람도, 받은 사람도, 목격한 사람도, 물적 증거도 없다”며 “평검사 인사는 실무선에서 원칙과 기준에 맞춰 안을 만들지, 국장이 그런 디테일까지 관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검찰이 주장하는 것처럼 아무리 성적이 나빠도 보직만 기준으로 다음 인사를 배려하는 원칙은 세상 어느 조직에도 없다”며 “서지현 검사를 통영지청에 배치한 것은 인사 담당 검사가 성적과 원칙에 맞춰 만든 정당하고 통상적 인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고 말했다.안 전 검사장은 검찰 인사 실무를 총괄하는 법무부 검찰국장이던 2015년 8월 과거 자신이 성추행한 서 검사가 수원지검 여주지청에서 창원지검 통영지청으로 발령되는 과정에 부당하게 개입한 혐의로 기소됐다. 서 검사를 좌천시킬 목적으로 검찰국장 권한을 남용해 인사 담당 검사들에게 인사 원칙과 기준에 반하는 인사안을 작성하게 했다는 게 공소사실 요지다. 검찰 특별조사단은 안 전 검사장이 실제 서 검사를 추행한 사실도 확인했지만, 이미 고소 기간이 지나 입건하지는 못했다. 재판부는 내년 1월 23일 오후 안 전 검사장에 대해 선고할 예정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걸어 들어와 죽어 나가는 곳”…요양병원 내부자들 폭로

    “걸어 들어와 죽어 나가는 곳”…요양병원 내부자들 폭로

    SBS ‘그것이 알고 싶다’는 15일 방송을 통해 요양병원에서 벌어진 환자 폭행 사건에 대해 추적했다. 명문대를 졸업하고 교단에서 영어를 가르치던, 자식들에겐 자랑스러운 아버지였던 이 모씨는 아내와 사별하고 치매가 찾아오면서 요양병원에 입원하게 됐다. 한 지자체로부터 위탁받아 운영 중이던 이 요양병원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적정성 평가 1등급을 받을 만큼 우수한 병원으로 알려졌었다. 하지만 그곳에 있던 이씨는 지난해 7월 각막에 출혈이 생기고 눈 주변과 온 다리에 멍이 들 정도로 흰 가운을 입은 남자에게 폭행을 당했다고 증언했다. 병원 측은 폭행 사실을 부인했고 CCTV도 녹화되고 있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피해자와 병원 측의 주장은 엇갈리고 정확한 물증 또한 없어 미궁 속에 빠질 뻔했던 이 사건은 한 공익제보자의 이야기로부터 새 국면을 맞게 된다. 공익제보자는 누군가 병원 내부에서 녹화된 CCTV를 조직적으로 은폐했다고 증언했다. 수사결과 하얀 가운을 입은 남자의 정체는 다름 아닌 그 병원의 병원장이자 지역의 최대 의료재단 이사장인 박 모씨였다. 박 이사장은 해당 지역에서 가장 큰 의료재단을 운영하며, 동시에 3개의 병원을 맡고 있었다. 제작진이 취재 도중 만난 해당 병원의 내부 관계자들은 박 이사장을 ‘요양재벌’이라고 표현했다. 그만큼 병원 운영을 통해 막대한 부를 축적한다는 것이다. 폭행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최근에도 또 다른 병원을 개원한다는 소문이 들려왔다. ‘치료’보다는 ‘치부(致富)’에만 관심을 두고 있다는 폭로자들의 주장에 대해 제작진은 박 이사장 관련재단의 내부 제보자들을 비롯, 여러 요양병원의 관계자들로부터 일부 요양병원에서 벌어진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걸어 들어와서 죽어서 나가는 곳이 요양병원이다.”, “(요양병원은) 밥장사 잘하는 환자수용소일 뿐이다.”, “이거는 명백하게 환자 치료가 아니라 돈 장사잖아요.” - 내부 제보자들 인터뷰 中 - 수많은 요양병원에 근무했었다는 영양사들의 제보 역시 충격적이었다. 250명의 닭백숙을 만드는데 들어가는 닭은 5마리, 돈뼈감자탕에는 고기를 찾아볼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정부로부터 식대뿐만 아니라 영양사와 조리사에 대한 지원금도 지급되지만, 환자들의 밥 한 끼에 드는 비용은 단돈 800원이고 나머지는 운영자들의 주머니로 돌아갔다. 또 다른 내부자가 제공해준 자료에는 병원 간에 환자가 1명당 10만 원에 거래되고 있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었다. 한 여성은 요양병원에 모셨던 어머니가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폭행을 당해 골절을 입었지만 증거가 없어 어디에도 하소연하지 못했다며 눈물로 호소했다. 그는 사립유치원 비리에 대한 분노만큼, 국민들의 혈세를 받아가는 요양병원에서 우리 부모들에게 가해지는 비리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강조했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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