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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양에 성금·선물… 특채 제의 “밀물”

    ◎「기적의 생환」 이틀째 이모저모/방문객 줄이어 면회 30분으로 제한/커피회사 자사제품 기증경쟁 “눈총”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현장에서 실종자 수색작업이 14일째 계속되는 동안 지난 9일과 11일 각각 구출된 최명석군,유지환양이 입원중인 강남 성모병원에는 각계의 온정이 쏟아졌다.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13일만에 극적으로 구조돼 서울 강남성모병원 중환자실에서 첫밤을 지낸 유양은 12일 상오 6시쯤 잠에서 깨어나 『아직 마음이 안정되지 않은 탓인지 잠을 푹 자지 못했다』면서 『가슴이 갑갑하고 온몸이 욱신거리지만 콘크리트 바닥이 아닌 푹신푹신한 침대에 누워 있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찼다』고 감격. ○…병원측은 유양이 이날 상오 8시30분쯤 미음 한 그릇을 모두 먹는 등 왕성한 식욕과 함께 빠르게 건강을 회복하고 있다고 설명. 병원측은 사고 직후 유양이 콩팥과 심장의 기능저하,눈 염증 등의 현상을 보였으나 하루 사이 거의 정상상태를 보이고 있다면서 3일쯤 지나면 일반병동으로 옮겨질 수 있을 것이라고 부연. 한편 병원측은유양과 최군을 찾아오는 방문객들이 줄을 잇자 이들의 회복에 방해가 될 것을 우려,면회시간을 상오 8시부터 8시30분과 낮 12시부터 12시30분으로 엄격히 제한하기로 결정. ○…「사지」에서 살아남은 유양에게도 특채하겠다는 제의와 성금이 답지. 유양이 재직중인 삼광유리공업 김종훈(57)사장은 이날 5천만원의 위로금을 전달하고 대졸사원으로 대우해줄 것을 약속. 수협중앙회 박종식(46)회장도 유양을 연봉 1천6백만원의 대졸사원으로 채용하고 취업을 희망하는 가족들도 같은 조건으로 입사시키겠다는 뜻을 전달. 유양의 모교인 위례상고 유준웅(57)이사장도 호주 퍼시픽대에서의 연수 비용 또는 이 대학 2년 과정의 학비와 함께 생활비를 지원하겠다는 유학증서를 전달해 주위를 흐뭇하게 하기도. 삼광유리의 모회사인 동양화학은 또 유양 구조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사고대책본부에 성금 1억원을 기탁. 서울 강남구 역삼동 리츠칼튼 호텔 총지배인 존 콘웨이씨(37)도 병원을 찾아와 『유양이 우리 회사에 취직을 원하면 언제든지 받아들이겠다』고 제의.○…유양이 구조된 직후 『냉커피가 먹고 싶다』고 말한 사실이 전해지자 커피제조·판매회사들도 앞다퉈 자사제품을 기증해 와 눈길. 이날 동서식품,한국네슬레 등 유명업체가 캔커피를 보내온 데 이어 강남구 논현동 이화물산(대표 홍승업·40)은 『귀여운 유양의 생환을 축하합니다.냉커피 실컷 드세요』라고 쓴 카드와 함께 커피원료,커피잔세트,원두커피추출기 등을 기증. ○…전남 화순군 동면국민학교 학생들도 이날 조순 서울시장에게 삼풍백화점 사고현장에서 수고하는 구조대원들에게 전해달라며 꼬깃꼬깃한 천원짜리와 동전을 포함한 성금 18만1천20원과 편지를 보내오기도. 이 꼬마들은 『비록 작은 성의지만 구조대원 아저씨들에게 힘이 될수 있도록 편지와 성금을 대신 전달해 달라』고 주문.
  • 서양화가 조덕현씨 미서 순회전/미 현대미술연 아시아 작가론 첫초청

    ◎뉴욕·휴스턴 등… 11월부터 내년 8월까지 작가 조덕현씨(38·이화여대 교수)가 아시아 작가로는 처음으로 미국의 권위 있는 비영리 미술기관인 펜실베이니아주립대 부설 현대미술연구소(ICA) 초청으로 오는 연말부터 내년 여름까지 미국 주요도시에서 대대적인 순회전시회를 갖는다. 조씨는 오는 11월16일부터 3개월간 ICA 미술관에서 초대전을 갖는데 이어 뉴욕 시애틀 샌디에이고 마이애미 클리블랜드 휴스턴 등지에서 내년 8월까지 그의 작품세계를 선보인다. 조씨는 『이번이 여섯번째 국제전이지만 규모면에선 가장 크고 미국내에서도 귄위를 인정받는 기관의 초청이어서 의미가 깊다』면서 『이제까지의 작업과 같은 방법으로 사진을 바탕으로 한 드로잉을 활용할 계획이지만 규모면에서 「인상적」인 작품을 구상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약 2백50평에 이르는 전시공간을 93년 국제화랑 개인전 이후 제작된 근작과 신작으로 채울 계획이다.특히 가장 큰 전시공간에는 수백개의 나무상자를 쌓고 무고한 역사의 희생자들 모습을 담아 권력과 전쟁의 폭력성을 환기시키는 작품으로 작품세계를 확실하게 각인시키겠다는 각오다. ICA는 지난 64년 개관한 이래 많은 재능 있는 작가를 발굴,초대전을 개최하는 방식으로 운영돼 온 권위 있는 기관.64년 앤디 워홀의 작품을 공공기관으로는 처음으로 선보인 이래 지금까지 아그네스 마틴,로버트 모리스,빌 비올라,레이첼 화이트리드 등 주목받는 작가들의 전시를 기획해 왔다. 지금까지는 주로 미국내 작가의 소개에 주력해 왔으나 최근 5∼6년 전부터는 유럽과 남미로 폭을 넓혔고 2년간의 탐색작업 끝에 조씨를 발탁,초대함으로써 아시아권 작가에게도 문호를 개방하기 시작한 것. 최근 한국을 방문한 ICA의 패트릭 머피관장은 『조덕현씨는 지극히 한국적인 주제를 다루고 있으면서도 누구나 쉽게 공감할 수 있는 현대적이고 보편적인 조형어법과 은유를 구사하고 있다』고 평했다. 조씨는 서울대 미대와 동대학원 서양화과를 졸업한 순수 국내파로 LA인터내셔널전(93년),후쿠오카 트리엔날레와 상파울루 비엔날레(94년)등에 참여했으며 올해에도 나고야미술관 단체전,베니스비엔날레 「아시아나전」의 출품작가로 선정됐다.
  • 재벌·중기 「호황공유」강력촉구/이 재경원차관 30대그룹 간담 안팎

    ◎대기업에 경기활성화 이익 독점 경고/“성장보다 안정”경제논리 강한톤 전개 정부가 재벌들에게 듣기 거북한 소리들을 한 보따리 풀어놨다. 이석채 재경원차관은 25일 전경련에서 열린 30대그룹 기조실장회의에 참석,중소기업과 호황을 나눠가지라는 「호황공유」를 강력히 촉구했다.대기업에 ▲금융차입 비율을 낮춰 여유분만큼을 중소기업에 돌려주고 ▲투자와 발전속도를 낮춰 줄 것을 요청했다.또 임금인상을 자제하고 기계 등 자본재및 부품의 국산화에 신경을 써 줄 것을 주문했다.그는 1인당 국민소득은 8천달러 수준인데 임금은 캐나다와 같다고 「역정」을 내기도 했다.인건비가 높으면 기술개발에 어려움을 겪게되고 중소기업에 2중고를 안기기 때문이다. 이 차관은 『세계화를 이루려면 경쟁력 강화와 물가안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아야 한다』며 『급속한 성장보다는 안정성장을 해야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그런 논리에서 대기업들에게 설비투자를 자제하도록 요청하고 일본을 방문,한국투자를 유치하도록 촉구했다.과거와는 종합적이고 톤이 다른 촉구다. 이 차관이 이날 대기업들에게 파상공세를 편 것은 당연하게 경제논리에 따른 것이다.그러나 한편으로는 선거정국과 관련해 여권의 입장을 전달한 「총대메기」의 성격도 없지 않아 보인다. 현재 경기는 최고의 호황이다.그러나 중소기업들의 경기지수나 서민경제는 빙점이하를 맴돌고 있다.이차관은 이를 은유적으로 「경기의 양극화」로 표현했다.선거를 앞둔 여권의 견지에서 대기업의 경기보다 중요한 것은 당연히 바닥경기이고 중소기업의 경기이다.거기서 표가 나오고 떨어지곤 한다. 중소기업의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시점에서,특히 4대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나온 이차관의 「나누어 살기」권유를 재계에서는 예사로 보지 않는 것 같다.중소기업과의 협조가 제대로 되지 않을 경우 현재의 중소기업 체감경기를 상승시키는 일에 대기업이 앞장서지 않는다면 정부의 다른 조치를 부를 수도 있을 것이라는 성급한 분석도 제기된다.새 정부 들어 그동안 대기업에 중소기업과의 협력,중소기업 지원을 강조해왔지만 이 날의 톤이 가장 강하다는 것만 봐도 그렇다.그만큼 정부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명암에 큰 부담을 느끼고 있는 중이다. 또 이날 이형구 노동부장관이 롯데호텔에서 열린 경제5단체장과의 간담회에서 대기업에 임금인상 자제와 산업평화를 위해 노력해 줄 것을 요청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대기업들이 이차관의 발언의미를 다시 되새기고 있는 분위기다.
  • 조각가 오광섭씨 밀랍주조전/무장 로봇 등 문명비판작품 20점 내놔

    이탈리아 카라라 미술학교에서 조소와 판화를 전공한 조각가 오광섭씨(31)가 12일부터 26일까지 서울 신사동 예화랑(542­5543)에서 초대전을 연다. 특히 이번 전시는 그가 지난 80년대부터 탐색해 온 밀랍주조에 의한 정교한 브론즈 기법의 작품만을 모은 이른바 「밀랍 주조전」으로 과거 소담한 은유의 세계와는 달리 보다 격렬한 표정의 작품들을 선보인다. 이를테면 인간의 무모한 지적능력 앞에 맥없이 사라져가는 자연의 훼손된 모습이라든가 상대적으로 비인간화 된 인간의 삶과 비극적 양태들,또는 불확실한 지구촌의 미래,자멸의 길을 걷고있는 인류문명에 대한 공포와 분노,비판의 메시지를 보다 강도있게 다룬 작품을 내보이는 것. 오씨의 근작들은 따라서 종래의 작품보다 은유의 방법이나 처리방식에서 한층 복합성을 띠고있는 것이 특징이다.무장 로봇,불구자,목에 칼이 채워진 삐에로 등의 형태적 관계를 통해 인류문명을 신랄하게 비판한 「문명제국」 등 20여점의 작품이 전시된다.
  • 익산 미륵사 출토 기와인물상(한국인의 얼굴:23)

    ◎용의 눈에 도드라진 눈자위/볼·턱에 구름무늬… 이상향 상징 고대사회에서 종교는 정치와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었다.그래서 정치는 때로 민중의 종교적 심성과 영합했다.또 종교는 통치이념으로도 작용하여 삼국시대 가람들은 국가경영 차원에서 창건되었다. 오늘날 폐허로 남은 전북 익산군 금마면 기양리 미륵사는 그러한 백제의 대가람이었다.지금은 절반쯤 허물어진 석탑 1기와 철당간이 남아 있을 뿐 백제 최대의 가람모습은 오간데가 없다.그러나 지난 1980년부터 정부가 문화재연구소를 통해 발굴조사를 실시한 결과 미륵사 본래의 실체에 어느정도 접근할 수 있게 되었다.미륵사의 옛 명성을 뒷받침하는 유물도 6천여점이 쏟아져 나왔다. 이들 유물 가운데는 인물상기와가 3점이나 있다.그 하나가 인물상·수막새기와다.현재 부여문화재연구소가 소장한 이 기와는 머리와 귀가 달린 부분은 떨어져나갔다.하지만 눈,코,입과 귀 한쪽은 살아있는 터라 얼굴 전체윤곽은 알아볼만하다.인물상의 본래 기능인 벽사를 고려하면 무서워야할텐데 무서운 구석을찾아보기 힘들다.이는 경주(신라) 영묘사 출토 인물상 기와와 공통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미륵사 인물상 기와의 얼굴은 사실적 표현이라기보다는 추상적이다.눈의 생김새를 안상이라고 한다.이 인물상 기와 얼굴에 나타난 눈을 그 안상에 적용해 보면 용의 눈(용안)을 닮았다.눈 가장자리와 눈자위를 모두 도드라지게 새겼다.이를 그림의 형상(도상)을 빌려 설명하면 귀신을 쫓아버린다는 용목무늬(용목문)다.무늬를 통해 벽사기능을 부여하고 막상 무서움을 드러내지 않은 얼굴,거기에는 백제의 은유가 깃들어있는 것이다. 이 인물상에는 수염이 나 있다.수염 몇가닥을 표현하고 볼과 턱 사이에 구름무늬를 넣었다.구름은 불가에서 상서로운 사물(상운)의 의미를 지니지만,도가에서 더욱 중요시하는 사물의 하나다.도교적 관념의 구름은 안개와 더불어 이상향을 상징한다. 그러고 보면 수염이 난 기와의 인물상은 선계의 신선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절집에 웬 신선인가,하는 의문도 앞설 수 있으나 이 시기가 되면 백제불교는 도교와 습합했을 가능성도 없지않다.지난 1993년 12월 충남 부여읍 능산리에서 출토된 사비시대 유물 금동용봉봉래산향로는 이를 뒷받침한다.이 향로에는 도교적 요소가 가득 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이 인물상기와가 나온 미륵사는 백제 무왕(재위 AD600∼640년)이 창건한 가람으로 역사는 기록하고 있다.왕이 왕비와 함께 사자사 행차길에 용화산 아래 못가에 이르자 미륵삼존불이 나타났다고 한다.왕비의 간청을 받아들여 연못을 메우고 절을 지었는데 그 절이 미륵사라는 것이다. 우리는 여기서 미륵불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미륵불은 미래에 중생들 곁으로 내려올 유토피아적 희망의 부처다.왕은 민중이 갈망하는 미륵하생 신앙에 영합,이 절을 지었는지 모른다.그리고 이상향을 추구하는 도교사상이 미륵신앙과 맞물려 돌아갔을 것이다.
  • 전수천/「혹성시리즈」 설치 예술전

    ◎현대미술관 새달 15일까지… 베니스비엔날레 출품예정/현대인의 정신적 방황 은유적으로 표현 올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출품작가로 선정된 전수천씨의 작품전이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4월 15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이 올해의 작가로 선정한 전씨는 「혹성시리즈」라는 제목의 대형 설치작업으로 인간의 내면세계를 표현한다. 「혹성시리즈」는 정신적으로 방황하는 현대인들의 위상을 은유적으로 나타낸 것.「방황하는 혹성들 속의 토우,그 한국인의 정신」「혹성들,그 욕망과 피안」「혹성들의 탈」 등 다양한 테크닉과 재료를 사용한 14개의 설치프로젝트로 구성돼 있다. 이 가운데 고대 신라의 토우(흙 인형)를 번안한 토우 설치작품 「방황하는 …」등 대표작들을 오는 8월 열리는 베니스 비엔날레에 출품할 예정이다. 「방황하는…」은 「토우」를 비디오 모니터,산업폐기물과 함께 커다란 유리판 위에 설치한 작업.지난해 발표한 일련의 토우 시리즈에서처럼 토우를 하나의 단위개념으로 채택하고 그것에 병렬 또는 나열로서 질서를 부여,개념을 확대시킴으로써 개별단위가 갖는 이미지를 증폭시키는 방법을 택햇다.여기서 토우는 한민족의 민족적 정신영역을 암시하는 오브제로 고대 우리 조상들의 관념체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산업폐기물과 함께 설치함으로써 오늘날 우리 한국인들의 정신세계와 비교하려는 것이 작가의 의도이다. 「혹성들,그 욕망의 피안」은 한국의 불상과 고대 그리스의 신전조각 사진을 실크스크린으로 사진 이미지화한 뒤 인간의 욕망과 관련된 개념언어들을 복합시킨 작업이다.「혹성들의 탈」은 작가가 인위적으로 구성한 11개의 탈과 66개의 원형철모를 배열한 것.다양한 표정속에 숨겨져 있는 인간의 내면과 방황하는 삶,소외 등 굴절된 삶의 양식을 드러내기 위해 갖가지 방법으로 변형된 탈을 사용했다. 이밖에 전수천은 네온을 사용해 「혹성들의 진화와 문명」을 다루었다.푸른색의 한줄기 네온을 전시장을 가로질러 길게 설치해 인간의 진화와 문명의 발전,그리고 미래의 비전을 제시했다. 자신의 작업에 대해 『시공을 초월한 인간 본질의 탐구』라고 설명하는 전씨는 『이번 전시를 통해 인간의 근원과 문명의 역사,동·서양 문화의 차이,확실성과 불확실성,성장과 도태의 위기 등이 함께 제시되는 광활한 세계를 펼쳐보이고 싶었다』고 말했다.
  • 지록을 부추기는 속사정(이동화 칼럼)

    요즘 정당안팎에서 나름대로 재주를 부리는 정치인들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어느새 불쾌감과 불안감을 느끼게 된다.여·야당 모두 이른바 정치지도자라는 사람들의 입에서 대의나 정책적 비전대신 개인감정이나 정략적인 의도에 따라 탈당이나 분당이란 소리가 어쩌면 그렇게 예사롭게 흘러나오는지 모르겠다. 게다가 오늘은 이말,내일은 저말로 국민들을 혼란시키고 있다.17세기 영국의 정치사상가 토머스 홉스는 『은유적으로 말함으로써 사람을 기만하거나 거짓말을 하거나 서로 헐뜯는 말을 하는 것은 말이 없는 것보다 훨씬 해악』이라고 했다지만 이 세가지 요소가 모두 섞여 있으니 한심한 일이 아닐수 없다. ○말이 갖는 세가지 해악 이들에게는 정치가 국민을 먼저 생각하고 국민을 위해 일하는 것이라는 기본적 이치는 그냥 해보는 소리에 불과하다.행동으로는 특정정치인이나 정치세력,특히 자신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는 점을 별 거리낌없이 드러내고 있다.그러다 보니 『그동안의 국가발전과정에서 제일 처진 곳이 정계』『구태의연한 정치』라는 얘기가 어제도 오늘도 끊임없이 나오는 것이다. 오늘의 정치는 「구태의연」이라기보다 비뚜로 가는 정치라 할 수 있다.정당과 정치인은 이념과 정책을 갖고 국민의 지지를 모아야 함에도 이를 제쳐두고 지연·혈연·학연등 다른 요소에 더 매달리는 모습이다.특히 지연문제는 심각하다. 김종필 민자당대표가 충청권에 대고 호소를 하는 것도 그렇고 근자에 흔히 입에 오르내린 TK정서라는 것도 마찬가지다.이기택 민주당대표가 김대중 아태재단이사장을 『민주당의 실질적 오너』라고 공격하면서 분당불사를 외친 것 역시 호남과 비호남의 야당구도를 염두에 두고 나온 정략이었다는게 정가의 일반적 분석이다. ○지방자치와 지역색 일부 정치지도자들의 지역분점이나 지역구도는 지방자치선거가 치러지게 되면 일시적으로라도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많다.출마희망자의 경우 그 지역에서 영향력이 큰 정치지도자로부터 직접,또는 관련 정담을 통해 인정받거나 공천을 받는 것이야 말로 당선의 지름길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지역관련 정치인이나 지도자도 이런 과정을통하여 정치적 지반을 확고히 하고 물심양면의 지원을 받으려 한다.따라서 이들이 스스로 지역감정을 조장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결국 지역을 볼모로 공천권을 행사하여 인적·물적 이익을 얻고 「충성경쟁」을 유발,지역에 대한 영향력을 유지하거나 확대하려 한다.이는 「큰 정치」의 포기다.지방분권화가 되면 이런 현상은 더욱 확대될 우려마저 적지 않다. 이런 현실은 타파되어야 한다.그러나 그 방법이 마땅치 않다.제일 좋은 방법은 정치인이나 지도자 스스로가 다수국민과 역사앞에 겸허히 반성하고 정도를 찾아 가는 것이나 이는 기대하기 어렵다.또 어느 지도자의 지역영향력 행사가 불가능해졌을때 그것을 이어받기를 노리는 정치인들이 줄서서 기다리고 있다고 봐야 한다.국민의식을 변화시키는 방법도 있으나 이는 오랫동안 끊임없는 개혁과 교육이 이어져야 가능하다. 당장의 방법은 허점들을 찾아 하나하나씩 메워나가는 것이 있다.예를 들어 공명선거를 위한 감시대상을 확대하는 것이다.개인이 선거구민에게 돈을 안쓰는 문제도 물론 중요하지만 더나아가 후보자나 그 예상자가 공천장사꾼에게 거액을 헌금하는 것을 감시하고 막을 방안을 어떻게든지 만들어내야 한다.금융 및 부동산실명제가 실시되는 마당에 마음만 먹으면 가능할 것이다. ○뭉칫돈 감시 잘해야 과거에는 헌금을 당비나 선거비용으로 쓴다고 해서 이해되는 부분도 있었으나 이제는 그런 말이 통하기 어렵다.개인주머니로 흘러들어가는 부도덕한 돈이 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이제는 문민정부라서 정치환경이 과거와 크게 달라진데다 정당에 대한 국고보조금이 엄청난 규모로 늘어났고 개인후원회도 허용됐기 때문이다.올해 네차례 지방선거로 국고보조규모는 무려 9백28억원이나 된다. 이런 거액이 합리적으로 쓰일수 있도록 사전계획제출과 사후감사 등이 철저히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식권 한장보다는 뭉칫돈을 잘 감시해야 한다.
  • “내생각 따로 있다”JP의 「마이웨이」/직설적 대응의 계산과 반응

    ◎선문답 대응 벗어나 정공법 선택/“나갈 이유있으면 붙잡아도… ”여운/“김대통령 독대서 예우방안 모색될듯” 민자당의 김종필대표(JP)가 심상치 않다.파도처럼 끊임 없이 밀려오는 「퇴진론」에 대해 알듯 모를듯 한 말만 되풀이 하더니 9일에는 직접적인 대응을 보였다.평소와는 달리 청구동 자택과 라디오 대담프로,확대당직자회의와 기자간담회등에서 4차례에 걸쳐 작심한듯 한 발언을 계속한 것이다. 발언의 요지는 『세계화가 곧 앉아 있는 김아무개를 쫓아내는 것은 아니다』라는 것으로 요약된다.또 『나는 이미 생각을 다듬어 놓고 있으나 지금 입을 열지 않고 있는 것은 조금 더 지켜볼 일이 있기 때문』이라면서 『나는 나대로 길을 가겠다』고도 밝혔다. JP는 이어 『나의 거취에 대해 말이 많지만 한가지 분명한 것은 내년 15대 총선이 끝날 때까지 국회의원이라는 점』이라고 말해 정계은퇴 의사가 없음을 시사했다.김대표는 그러나 『그렇다고 반드시 요지부동이라는 것도 아니다』라면서 『나갈 이유가 있으면 붙잡아도 나가고,나갈 이유가 없으면 밀어내도 안 나간다』고 했다. 이날 JP의 발언은 평소의 은유적인 표현과는 달리 전하는 메시지가 상대적으로 강렬했다.그래서 JP는 분명히 이날 3가지 정도의 생각을 정리해 의도적으로 목소리를 높인 것으로 볼 수 있다. 하나는 어떠한 처지가 되더라도 대응할 생각은 정리되어 있지만 김영삼대통령과의 협의가 있기 전에는 섣불리 말하지 않겠다는 것이다.또 하나는 세계화의 전제조건이 마치 자신의 퇴진문제인 것처럼 부각시킨데 대해 강력한 불만을 표시한 것이다.나머지는 정계은퇴는 하지 않겠으며 밀어내는 방식은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경고이다. JP의 말을 다시 종합해 보면 분명히 「기분 나쁘다」는 뜻이 된다.그러나 명예퇴진,정계은퇴,백의종군하고는 다소 거리가 멀다.탈당이나 신당창당등 항간에 떠도는 소문을 구체화 하기에도 무리가 있다. 따라서 이날 JP의 발언은 「국민의 여망」이라는 화두를 던져놓고 침묵하는 김대통령을 겨냥한 것으로도 풀이될 수 있다.공을 되받아 던진 것이다.그러나 발언의 행간을 짚어보면 단호한 것 같지만유연한 면도 엿보인다.이를테면 「꿈적하지 않겠다는 것은 아니지만…」이라는 여운이 그렇고 「언론이 제멋대로 마구 작문해서 이렇게 됐다」는 불만을 계속 터뜨리는 점이 그렇다.이제 JP는 김대통령과 만나 대통령의 진의를 확인하고 거취를 결정 하겠다는 통첩을 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민자당의 민주계나 민정계 일부에서도 이날 JP의 발언이 다소 강력하다는 반응이나 아직 타협의 여지가 있는 것으로 해석하는 분위기이다.민주계의 한 당직자는 『지금의 상황에서 반발이니 용퇴니 하는 해석을 하기는 어렵다』고 말했고 민정계의 한 당직자도 『대표직이 없어지더라도 JP에 대한 예우를 갖추는 방법이 모색될 수도 있는 것이 아니냐』고 상황이 유동적임을 시사하고 있다. 따라서 이날 JP의 「마이웨이」선언은 김대통령과 JP 스스로가 방향을 바꿀수 있는 유동적인 「조건부 마이웨이」로 여겨지고 있다.
  • “무슨일 있어도 의연하게 법도 지킨다”/JP의 을해구상

    ◎당개편­위상변화 거센바람 예측/“화합과 협력으로 난국극복” 다짐 JP(김종필 민자당대표의 애칭)는 30년이 넘게 정계에서 산전수전을 겪은 원로 정치인이다.그런 그가 세계화의 움직임,민자당의 대변혁,지방화 시대의 도래등 굵직굵직한 변화가 예상되고 있는 시점에서 어떠한 생각을 하고 있을까. 올해는 연초부터 거센 바람이 불고 있다.JP 자신과 관련된 말들도 많다.그러나 정가에서는 엄청난 변화가 있으리라는 예측만 무성하지 아직까지 어떻게 변하리라고 뚜렷이 점치는 사람은 거의 없다. JP는 3일 새해 첫 말문을 열었다.역시 적극적인 표현을 피하고 은유적인 화법으로 올 한해를 전망했다.그의 말 구석구석에는 정국전체의 변화에 대한 생각도 있고 또 스스로의 처지에 대한 소회도 엿보였다. 그는 민자당 시무식에서 『올 한해는 매우 의의가 깊고 일들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그러나 『이런 변화기에 사람들은 사실 지나친 기대와 함께 불안과 걱정도 함께 갖게 된다』고도 했다. 그는 『그런 상념에서 이겨나지 못할 때 각자는 고독해 진다』면서 『기대와 불안과 고독을 이겨내고 화합해서 앞으로의 걸음걸이에 괴리를 만들어서는 안된다』고 덧붙였다.당명까지 사라지는 민자당의 앞날을 걱정하는 대목으로 여겨진다.그는 해법으로 화합과 협력을 제시했다.그러나 변화의 중심에 자신을 놓지는 않았다.지방선거에 대해서도 『집권당이 선거를 치르는 것 이상 중요한 것이 이기는 것』이라고 말했을 뿐 어떻게 치르자는 다짐은 없었다. 그는 시무식이 끝난 뒤 「종용유상」이라는 신년휘호를 썼다.무슨 일이 있어도 의연하게 법도를 지켜나간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이는 변화를 앞둔 민자당의 분위기에 대한 스스로의 생각을 밝힌 대목이어서 여러가지 의미를 함축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JP는 신년휘호에 대해 『이것이 내가 금년에 지켜나가야 할 좌우명』이라고 강조했다.그는 또 『「종용」이란 어려움을 당할 때 동요하지 않고 태연하고 의연하게 또 남보기에 우습거나 추하지 않게 살아가는 것이며 세상이 어려울수록 그런 심경을 가져야 한다』고 풀이하고 『「유상」이란 자신의 법도를 지킨다는얘기』라고 덧붙였다. JP는 『내가 해마다 「소이불답」 「오십이지 사십구비」등 여러가지 휘호를 써온 것은 지난해를 반성하면서 어긋나지 않는 생활을 하기 위해 그해 연초에 한해의 생활태도를 정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일련의 설명은 언뜻 듣기에는 그가 전당대회를 앞두고 추한 모습을 보이지 않고 조용히 물러설 생각도,또 모든 일에는 정당한 법도를 지켜야 한다는 말로도 해석할수 있게 했다. 올해가 어려운 해가 될 것이냐는 질문에 그는 『어려울 것 없다.내 나이가 되면 살고 있다는 것 자체가 고마운 일』이라면서 『그런 고마움을 잊어서는 안된다.죽으면 모든게 끝나는 게 아닌가…』라고 말을 맺었다.굳이 JP의 은유적인 표현이 아니더라도 변화는 눈앞에 다가와 있다.그런 와중에 JP는 「동중정」의 무념에 빠져 있는 것이 아닐까 여겨지기도 했다.
  • JP의 「주례회동」 내용 설명이후

    ◎“안한다”로 가닥 잡힌 민자 체제개편/“전당대회 「3당 합당」틀 유지” 분명히 밝혀/「사람교체」 여부엔 은유화법 구사해 “여운” 민자당의 김종필대표(JP)가 19일 이틀만에 말문을 열었다.민자당 안에서 온갖 희망사항과 추측이 난무하던 체제개편문제에 대해 처음으로 가닥을 정리한 것이다.이날 JP가 단호한 어조로 말문을 열기까지는 김영삼대통령도,김대표도 지난 17일 청와대에서 가졌던 대화내용을 외부에 공개하지 않았다.분명,민자당의 혼란을 부추기고 있는 전당대회나 JP위상을 포함한 지도체제문제에 대한 얘기가 두 사람 사이에 오고 간 것은 틀림없는 것 같으나 별다른 언급이 없어 추측이 더 무성해진 것은 사실이었다. 그런데 JP는 이날 고위당직자간담회와 확대당직자회의에서 상반되는 두가지의 화법을 구사하며 최근 문제가 되고 있던 전당대회와 자신의 거취문제를 언급했다.JP는 당체제문제에 대해서는 평소와는 달리 직설적인 화법으로 청와대에서의 회동내용을 전달했다.그러나 자신의 거취문제에 대해서는 특유의 은유적인 화법을 되풀이했다. 먼저 JP는 최근 논란이 일고 있던 대표경선론,부총재제도입 및 경선론등 당체제개편문제와 중앙상무위원축소등에 대해서는 분명한 선을 그었다. JP가 측근들에게조차 밝히지 않던 대통령과의 대화내용을 확대당직자회의라는 공식기구에서 소개한 것은 전당대회에서 당의 기구개편이 없다는 점을 더욱 분명하게 하기 위한 의도라고 볼 수 있다.특히 계파에 따라 여기저기에서 터져나오는 희망사항에 대해 쐐기를 박자는 생각에서 뜸을 들인뒤 대통령의 생각을 공개리에 전달했다고 볼 수 있다.따라서 민자당의 기구개편은 분명히 「물 건너간 사안」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아직 석연치 않은 대목이 있다.JP가 분명히 밝히지 않은 사안이 있는 것이다.그것은 당기구를 개편하지 않는다고 해서 곧 사람을 바꾸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라는 점이다. JP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은유적인 표현을 썼다.그는 「시화세태」(나라안이 태평하고 세상인심이 편안하다)라는 고사성어를 인용,『민자당이 전당대회를 통해 책임수행의 믿음직한 모습을 보여 국민의 신뢰를얻도록 하자』고 말했다.일견 JP대표체제에 변화가 없다는 것으로 이해된다.또 자신의 거취를 굳이 자신의 입으로 확인해 준다는 쑥스러움 때문일 수도 있다.그러나 김대표는 알듯 모를듯한 말도 했다.그는 『내가 해야 할 일은 내가 잘 안다.집권당이 어떤 모습으로 가야할지 그 누구보다 잘 이해하는 사람이다』라는 말도 곁들인 것이다.이는 대통령과 그의 생각뿐만이 아니라 당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새시대 새인물론」「당의 세대교체」라는 주장도 모르고 있지는 않다는 표현으로 보인다. 현재 스스로의 거취에 대한 JP의 생각은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는다.다만 그동안 JP가 보여준 심경의 일단으로 짐작할 수 있을 뿐이다.JP는 대표교체론이 나왔을때 「섭섭」해 했고 계속 뒤흔들고 있을 때는 「분노」했다.침묵뒤에 이날 당체제를 거론하면서는 「단호하고 덤덤」한 모습을 보였다.따라서 JP의 속마음은 「어떤 선택이든 선택은 내가 한다」는 것임에 틀림없다.「적어도 나의 문제는 3당합당으로 민자당을 만들고 정권을 창출한 대통령과 내가 결정하는것이지 주변에서 왈가왈부할 성질이 아니다」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듯 하다. ◎「JP설명」 민자 계파별 반응/「체제유지=대표유임」 해석엔 양론/공화계선 “당연”… 민주·민정계선 “두고봐야” 민자당 김종필대표의 퇴진론 시비가 일단 봉합됐다.김대표가 20일 내년 전당대회에서 기구개편이 없다는 지난 주말의 청와대 주례보고 내용을 발표함에 따라 최근 당을 들쑤셔 놓은 듯한 갈등분위기는 물밑으로 가라앉게 됐다. 그러나 기구개편을 않는다는 것이 김대표의 유임으로 등식화되는 것을 놓고는 해석이 구구하다.계파별로 반응이 엇갈리는가 하면 한 계파안에서도 서로가 다른 분석들을 내리는등 민자당의 복잡한 속사정만큼이나 다양하다. 김대표를 믿고 따르는 공화계 내지 충청지역 의원들은 이 두가지 문제를 등식화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이들은 청와대 주례보고 내용에 대해 환영의 빛을 감추지 못하면서 김대표 유임을 기정사실화 하고 있다.김대표가 이날 고위당직자 간담회,확대당직자회의,의원총회,그리고 예외적인 기자들과의 접촉등 4차례나 기구개편문제를 못박고 일각의 주장에 거듭 경고한 것등이 그 반증이라는 해석이다.김대표 스스로도 이날 하오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그의 자리를 찾은 여러 의원들과 악수를 나누는등 자신감을 나타냈다. 조부영정조실장은 『결국은 이렇게 갈 줄 알았고,그동안 여러차례 언론에 얘기해 왔으나 마치 언론이 귀신에 홀린 것처럼 김대표 문제를 다뤄 왔다』고 말했다.김영삼대통령이 세계화와 지방화의 두가지 명제를 놔두고 분파를 조장할 수도 있는 정치적인 부담을 무엇때문에 걸머쥐겠느냐는 설명이다.민주계의 강삼재기조실장도 『최근 일련의 당내분란은 이로써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고 동조하면서 『대통령과 대표가 충분한 대화를 나누었을 터이니 이제 소모적인 논란은 끝내야 한다』고 말했다.민정계의 이세기정책위의장도 『김대표가 내년 1월 18일 예정대로 미국에 다녀오겠다고 말한 것이 뭘 뜻하겠느냐』고 반문하면서 유임을 전망한뒤 『김대표는 마음이 편안한듯 느껴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민주계와 민정계 일각에서는 당황과불만이 엿보인다.민주계인 문정수사무총장은 김대표가 이날 확대당직자 회의에서 이같은 주례보고 내용을 강한 어조로 얘기하자 당황해 하는 표정이 역력했다.앞서 열린 고위당직자 간담회에서 설명한 것을 또다시 공개적으로 재확인하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한 듯 했다.문총장은 김대표의 유임을 의미하느냐는 질문에 『그쪽(김대표측)에서 알아보라』고 퉁명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민주계와 민정계 일각에서는 김대표가 『집권 여당이 어떠한 모습으로 가야 되며 내가 할 일이 뭔지를 잘 안다』고 언급한 대목을 주시하고 있다.민주계의 한 인사는 『김대표가 끝까지 남아 있겠다면 무엇때문에 그런 얘기를 하겠느냐』고 반문했다.내년 전당대회를 공정하고도 깨끗하게 치른뒤 자신의 거취문제를 스스로 매듭지어 최소한 「토사구팽」의 인상은 남기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었다.민정계의 한 중진의원도 지도체제 개편설을 흘린 최형우내무부장관을 김대통령이 질책한데 대해 『꾸지람의 강도가 그다지 높지 않은 것 같다』고 풀이하면서 세대교체론을 주장했다.반면민주계의 백남치정조실장은 『일단 두고봐야 한다』고 유보적인 태도를 취했다.김대표가 주례보고 내용을 밝히지 않고 있다가 이날에서야 설명한 것을 놓고도 계파별로 시각이 다르다.공화계측은 『김대표가 주례보고 내용을 일일이 설명한 적이 있느냐』고 반문하면서 그다지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있다.그러나 민주·민정계쪽은 김대표가 상대쪽이 실컷 공격하도록 놔둔 뒤 역공으로 「쐐기」를 박는 「고단수」를 택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 가장 에로틱한 영화는?/미 남녀관객 다른 응답

    ◎노골적 성묘사 「원초적 본능」/남/뜨거운 정열 「보디 히트」 꼽아/여 최근 미국영화계에서 관객들에게 가장 에로틱한 영화를 묻는 여론조사를 실시,그 결과를 순위로 발표해 흥미를 끌고 있다. 이 조사에서는 특히 남녀 관객들이 꼽은 영화가 크게 달라 성에 대한 미국 남녀의 가치관에도 큰 차이가 있다는 사실을 나타내 주었다.남성관객들은 성행위가 직접적이고 노골적으로 묘사된 작품을 가장 에로틱한 영화로 꼽은 반면 여성들은 스크린 기법을 동원,섹스를 비유적으로 표현한 작품성이 있는 고상한 러브신을 선호했다. 에로영화에서 남성들이 가장 섹시하다고 생각하는 대상은 금발의 누드.샤론 스톤 주연의 「원초적 본능」을 남성들은 가장 에로틱한 영화로 꼽았다.그중에서도 살인용의자로 지목돼 경찰의 수사를 받는 그녀가 속옷을 입지 않은 사실을 보여주는 장면을 남성들은 가장 에로틱한 장면이라고 답했다.그밖에 말론 브랜도와 마리아 슈나이더가 주연한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보트장에서의 정사장면이 등장하는 「보디 히트」,남녀 주인공이 엘리베이터와 부엌식탁위에서 정사장면을 벌이는 「위험한 정사」등을 지목했다. 그 반면 여성들의 취향은 좀 더 까다롭다.은밀한 눈길이나 끓어오르는 정열,빗속의 키스등에서 여성들은 성적인 대리만족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여성들이 에로틱하다고 꼽은 영화 가운데는 「보디 히트」가 첫번째였지만 인디언인 남자주인공이 정숙한 영국여인 메들레인 스토를 정열적으로 포옹하는 장면이 등장하는 「라스트 모히건」,야구선수로 분한 케빈 코스트너가 여성 야구광인 수잔 새런든의 발톱에 메니큐어를 칠해주는 장면이 나오는 「불 더햄」처럼 은유적으로 장면이 처리된 영화도 많이 꼽았다.
  • 대구·경북 민심달래기/김 대통령 가뭄지역 시찰 안팎

    ◎지역상공인과 오찬… 특별한 애정 강조/대구∼포항 고속도로 조기완공 등 약속 김영삼대통령이 10일 대규모 참모진을 대동하고 대구·경북지역을 순시했다. 한해시찰이 명분이지만 김대통령은 이날 대구 방문에서 이지역에 대한 깊은 애정과 관심을 표현하면서 여러가지 약속을 했다.특히 『나자신의 오늘이 있게 해준 국민에게 보답하는 길이 무엇인가를 생각하고 있다』는 은유적 표현으로 자신에게 몰표를 몰아준 이지역에 대한 보답을 잊지 않고 있음을 시사했다.대구·경북지역의 민심달래기에 김대통령이 직접 나섰다는 것이 이날 시찰의 의미였다. 특히 김대통령은 이날 취임후 처음으로 포항제철을 방문했다.박태준 전포철회장의 빈소에 조화를 보낸데 이은 첫 포철방문은 박씨에 대한 정치적 배려와 구여권인사 포용이 어떻게 전개될지를 놓고 새로운 관심을 끄는 대목이다. 이날 공군1호기 편으로 포항에 도착한 김대통령은 극심한 가을 가뭄으로 지난 8월말부터 격일제로 6시간씩 제한 식수공급을 하고 있는 영일군 흥해읍 암반관정개발현장을 시찰했다.이자리에서 김대통령은 우명규경북지사의 가뭄대책을 보고받고는 『항구적인 가뭄대책도 마련해야겠지만 동시에 지하수 오염방지에도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이어 포철방문에서는 보고청취와 함께 주요시설물을 시찰했다.김대통령은 이자리에서 『제철은 국력』이라면서 『세계2위에서 1위가 되도록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이날 대구·경북방문의 최대관심사였던 대구·경북지역 상공인들과의 오찬간담회는 대구상공회의소에서 열렸다.김대통령은 지역인사 1백10명과 설렁탕으로 오찬을 나누면서 이지역에 대한 기대와 관심을 충분히 전달하고 자신이 이지역에 대한 고마움을 잊지 않고 있다는 방법으로 이른바 「TK정서」를 달래려 노력했다. 김대통령은 우선 이지역 최대민원인 경부고속전철의 대구역사를 지하화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그는 이어 대구∼부산,대구∼포항간 고속도로를 빠른 시일안에 완성해 대구가 한시간안에 항구와 연결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특정지역의 시찰에서 이처럼 대규모 국책사업의 약속을 한것은 대구·경북이처음이다.그만큼 대구·경북에 많은 관심과 애정을 갖고 있다는 표시이다. 김대통령은 대구·경북을 가리켜 『오랜 역사속에서 선비의 고장이며 교육의 자랑스런 고장이고 민주주의의 꽃을 피우기 위해 고난의 피를 흘린 곳』이라고 찬사를 보냈다.물질적인 것에서 더 나아가 이곳의 일그러진 자존심을 회복시키기 위한 대통령의 표현이었다.김대통령은 이어 『대통령으로서 경북·대구지역에 어느지역보다도 특별한 애정을 갖고 있다』면서 그이유로 대통령의 오늘이 있게 만들어준 국민임을 들어 대구·경북의 대통령선거때의 몰표를 상기시켰다. 대통령의 대구·경북 민심달래기가 앞으로 이지역 정서의 변화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관심거리다.특히 구여권인사들이 이지역 정서를 바탕으로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시점이어서 더욱 그렇다.
  • 유명호텔 4곳 불량식품 판매/유성­속리산관광호텔 포함

    ◎보사부 적발/식품사 3곳 기한지난 제품 보관/58개업체 시정령 보사부는 13일 피서지 주변에 유통되는 식품에 대한 위생점검을 실시한 결과 유통기한을 넘긴 제품을 보관해 온 롯데햄롯데우유(충북 청주시 송정동 140의46)등 58개 업체를 적발,해당업체에 형사고발,영업정지등 처벌을 내리도록 일선 시·도에 시달했다. 보사부는 지난달 25일부터 이달 7일까지 2주간 유명 해수욕장과 국립공원등 전국 74개 피서지를 중심으로 8개 특별위생감시반을 편성,단속에 나서 ▲무허가 품목제조 8건 ▲무허가 영업 3건 ▲건강진단 미필 12건 ▲표시기준위반 26건 ▲유통기한경과제품 판매 13건등 58개 업체가 71건의 식품위생법규 위반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적발했다고 밝혔다. 주요 적발내용을 보면 롯데햄롯데우유·대림수산(경기도 안산시 신길동 1060)·오뚜기식품(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평촌동 160)등 식품제조업체들은유통기한의 경과로 폐기처분해야 할 자사제품을 보관해오다 적발됐다. 또 무허가 제품인 양념장어구이를 조리해 판매한 수안보 상록호텔 한식당을비롯,통도사 관광호텔·유성관광호텔·속리산 관광호텔등 유명호텔 식당이 유통기간이 지났거나 불량한 식품을 조리원료로 사용하다 적발됐다. 대원식품(대구시 서구 상리동 182의6)은 피자도그및 사각 식빵등을 제조하면서 허가상의 유통기한을 멋대로 늘려잡아 유원지등에 팔아오다 적발돼 품목 제조정지처분을 받게 됐다. 이밖에 고려상사(대구시 서구 비산2동)는 지난 3월부터 벌크형태로 유통되는 중국산 당면을 타 회사의 명칭과 영업허가가 인쇄된 5백g들이 포장지에 나눠 포장,판매해오다 적발돼 형사고발 대상이 됐다.
  • 세계 현대무용의 흐름 한눈에

    ◎한국 아메리칸 댄스 페스티벌… 30일부터 국립극장·문예회관서/미 「미콜라이…」·「샤피로…」 무용단 참가/발레·재즈·신체요법·무용음악 등 강의/대학생·예술고 학생에 이론·실기 함께 지도 세계 현대무용의 다양한 조류를 소개하고 우리 무용의 국제무대 진출 가능성을 모색하는 「94 한국 아메리칸 댄스 페스티벌(ADF)」이 30일부터 8월 12일까지 국립중앙극장과 문예회관 대극장에서 펼쳐진다. 사단법인 한국현대무용진흥회(이사장 육완순)가 지난 90년부터 주최,올해로 4회를 맞는 이 행사는 세계 현대무용계의 대모역할을 하고 있는 「미국 ADF」를 모태로 한 국내 최고의 여름무용축제.이번 서울행사에는 12명의 ADF 교수진과 「니콜라이·머리 루이 무용단」 「샤피로·스미드 무용단」등 2개의 미국무용단이 참가,다채로운 「이론과 실제」프로그램을 선보인다. 「현대무용의 박람회장」으로 불리는 ADF는 지난 34년 마사 그레이엄·하나 홈·찰스 와이드먼 등 이른바 1세대 현대무용가들의 주도로 미국 베닝턴대학에서 처음 개최된 이래 매년여름 미국에서 열려온 창작실험무대. 내한공연을 갖는 「니콜라이·머리 루이 무용단」은 지난 89년에 창단,구미는 물론 남미·극동지역까지 순회공연을 펼치고 있는 미국 컨템포러리 무용계의 독보적인 존재.이번 무대에서는 서막을 장식할 「도가니」를 비롯,「인공조직」「장력의 연루」「브루베크의 4개소품」「잿빛도시」「스트라빈스키 몽타주」「암실」등 7편의 작품을 선보인다.특히 이들 작품은 대부분 지난해 타계한 니콜라이의 대표작들로 그의 「마술적인」무용세계를 다시금 엿보게 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샤피로·스미드 무용단」은 부부무용가인 다니엘 샤피로와 조니 스미스에 의해 85년 창단된 직업무용단.나무의자 위로 뛰어오르는가 하면 커다란 안락의자 위에서 재주를 넘는등 격렬한 신체적 움직임과 신랄한 풍자로 인간실존의 부조리와 분노,아름다움을 탁월하게 연출해낸다는 평을 듣고 있다. 이번에 올릴 작품중 특히 주목할 만한 것으로는 「군용담요 춤」「핵가족」「스퀘어 댄스」등이 꼽힌다.「군용담요 춤」은 7명의 무용수들이 모직 군용담요로 몸을 감싼채 서로의 공간을 확보하려고 벌이는 신체동작을 통해 믿음과 협력의 한계를 표현한 작품.「단독자」로서의 인간과 「관계적 존재」로서의 인간의 양면성을 개성넘친 무용언어로 풀어낸다. 또 안락의자를 소도구로 사용한 춤「핵가족」은 핵가족화 사회의 인간소외와 보금자리로서의 가정의 가치를 은유적으로 묘사한 작품으로 거대한 의자 위에서 펼치는 풍자적 유희가 신선한 느낌을 준다. 이밖에 「스퀘어 댄스」는 본래 한쌍씩 짝을 이뤄 네사람이 마주보고 추는 춤으로 이번 무대에서는 둥그렇게 부풀린 치마의 형상과 입맞춤 등의 형식을 통해 「욕망의 창고」로서의 인간공동체를 풍자하는데 역점을 뒀다.「니콜라이…」「샤피로…」 두 무용단의 공연은 8월2∼5일,8∼11일 하오7시30분 문예회관 대극장에서 각각 갖는다. 한편 8월1일부터 12일까지 열리는 무용강좌에는 현대무용을 비롯,발레·재즈·신체요법·무용창작·무용음악등 2주과정의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이 마련된다.(상오8시∼하오5시30분 국립중앙극장 대극장).이 수업에는 국내의 무용전공 대학생등 3백명이 참가한다.올해는 특히 30여명의 예술고등학교 학생들이 포함돼 있어 선진무용의 배움터로서의 몫을 톡톡히 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행사를 유치,주관하는 한국무용진흥회 육완순 이사장은 『미국 현대무용의 흐름을 직접 호흡함으로써 국내무용의 수준을 한단계 끌어올리는 한편 우리무용의 국제경쟁력을 확보하는데 이 행사의 목적이 있다』며 『특히 무용전공 학생들에게는 자신의 가능성과 재질을 조기에 개발·발전시킬 수 있는 귀중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 거대조직사회의 비인간화 고발/오태석 연극제…이윤택연출「비닐하우스」

    ◎강제 채혈하는 수용소… 제도적 폭력 그려 「오태석 연극제」가 절정을 이루고 있다. 지난 4월 「심청이는 왜 두번 인당수에 몸을 던졌는가」로 화려한 테이프를 끊은 이 행사가 「천재적 의외성」의 연출가 이윤택이 객원연출한 문제작「비닐하우스」(오태석작)에 이르러 빛을 더하고 있는 것.특히 이번 무대는 각기 양보할 수 없는 연극세계를 구축해 온 두 「괴벽스런」연극인이 극본과 연출로 한자리서 만났다는 점에서 한층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 89년 초연 당시 파격적인 내용과 형식으로 연극계의 큰 반향을 불러 일으킨 이 작품은 보이지 않는 조직의 힘과 관료체제의 경직성을 우화적으로 비판한 실험주의적 성격의 정치극.집단수용소에서 벌어지는 소동을 통해 이데올르기에 의한 세뇌교육이 인간성을 어떻게 황폐화시켜 나가는가를 섬뜩하게 묘사한다. 무대는 국가비상사태에 대비해 국민들의 피를 집단 채혈하는 비닐하우스 내부.모든 것이 감시와 통제에 따라 이루어지는 밀폐된 획일사회를 상징한다.일사불란한 질서만을 강요받는 이곳에 어느날수은 중독증 소년이 천장 배기구로부터 굴러 떨어지면서 일대소동이 벌어진다.소년은 고통스런 토악질을 해대지만 재소자들은 질겁만 할 뿐 아무런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이때 신입재소자가 나서서 소년의 고통을 웅변한다.그러나 이 역시 공허한 메아리만 남길뿐 이라는 것이 기본줄거리. 기발한 가상 우화가 황당무계한 느낌을 주기도 하는 이 작품은 고도의 상징이 빚어내는 모호함이 약점이긴 하지만 「거대조직사회의 비인간화 고발」이라는 선명한 자기 목소리를 담고 있다.「국민적 합의」라는 명목으로 행해지는 제도적 폭력과 스스로 구속된 삶을 선택하는 현대인의 소시민근성을 고발하는 한편 수은중독증 환자를 통해서는 미래산업문명사회의 역기능에 대한 암울한 경고도 겯들인다. 연출을 맡은 이윤택씨는 『조직과 개인,인공적인 기계문명과 원시적인 생명력의 대결을 통해 보다 인간화된 미래사회의 윤리를 제시하는데 이 극의 목적이 있다』며 『농축된 은유와 상징에 의존했던 초연때와는 달리 극의 이야기 구조를 보강,난해성을 순화시키는데 연출의 역점을 뒀다』고 밝혔다. 7월5일까지 예술의 전당 자유소극장에서 평일 하오 7시30분,토·일·공휴일 하오 3시·6시 공연.
  • 시인/이문열 지음(화제의 소설)

    ◎방랑시인 김삿갓 통해 지자고뇌 표현 지난 91년 발표한 작품을 재출간한 장편소설. 흔히 김삿갓으로 통하는 방랑시인 김병연의 문학여정을 통해 지식인의 고뇌를 다룬 은유적 소설이다. 김병연의 가출전까지의 유·소년기부터 사회와 과거시험의 부패에 반발해 방랑시인이 되고 가출이후 가족과 재회까지를 차례로 그리면서 파격적인 언어와 풍자시 에세이식 문장으로 소설맛을 더해간다. 과거시험장에서의 행태와 가출에 얽힌 사연등 김병연에 얽힌 적지않은 설화들이 잘못돼 있음을 지적하기도 한다. 둥지 5천6백원.
  • 신들의 정원/헨리밀러 지음·정다빈 옮김(화제의 소설)

    ◎혼돈된 삶 탈출 그린 문명비판서 뉴욕 브루클린에서 태어나 빛을 못보다 파리에서 발표한 「북회귀선」으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됐던 지은이가 연작형태로 발표한 문명비판서 「섹서스」「플렉서스」「넥서스」가운데 가장 완벽한 것으로 평가되는 책자. 유럽 초현실주의 작가들과의 교류속에서 얻은 반문명적 사상을 녹여낸 작품이 「북회귀선」이라면 이 작품은 파리에서 돌아와 작은 시골마을에 정착한후 자신의 인생을 비유해 완성한 장편이다. 실제 지은이의 심적 상태를 닮은 주인공이 타락한 남자로 등장해 그 주변의 두 여자와 함께 겪는 혼돈된 삶속에서 결국 자유에의 탈출을 시도하는 실존적 경향이 짙은 작품. 반목과 순종의 대립 끝에 탈출을 택해 마음의 평화를 추구한다는 흐름속에 지은이의 삶과 인생관이 은유적으로 풀어진다. 홍원 5천5백원.
  • 한용운선생(이달의 독립운동가/다시 새기는 그 충절)

    ◎3·1운동 주도한 저항시인/불교대표로 참여… 선언문 배포 지휘/출옥후 신간회·비밀결사 만당 결성/「님의 침묵」등 시 3백편·소설 「죽음」「흑풍」 남겨 만해 한용운선생(1879∼1944)은 토지·조세·신분문제등에 대한 불만으로 전국에서 민란의 불길이 일던 봉건왕조말기에 태어났다.선생은 청년시절 날로 기울어가는 국운에 위기의식을 느끼고 동학혁명에 가담하기도 했으나 24세때 인생에 대한 깊은 성찰 끝에 출가했다. ○동학혁명에 가담 입산한 지 10년만인 1913년 선생은 자유·평등사상에 기초한 「조선불교유신론」을 발간,부패가 만연한 당시의 불교계에 큰 충격을 던졌다.선생은 이 유신론에서 번잡한 각종 의식을 없애고 직접 생산에 종사하자는 혁신적 주장을 펼쳤다. 선생은 같은해 10월 친일승들이 모여 한국의 원종과 일본의 조동종을 통합하자 이를 친일매불행위로 규정한 뒤 승광사에서 전국승려궐기대회를 열고 임제종을 창립,큰 호응을 얻어냈다. 선생은 이후 불교의 대중화를 위해 방대한 고려대장경을 현대적으로 정리,불교대전을 펴냈으며 처음으로 불교잡지 「유심」을 창간,계몽활동에 뛰어들었다.당시 지식인으로 명망이 높던 최린·최남선·현상윤등도 이 잡지발간에 적극참여,암울한 식민무단통치시대에 민족의식을 일깨우는 횃불역할을 했다. 선생이 독립운동가로 본격적으로 나서게 된 것은 1919년 3·1독립운동을 추진하면서부터다. 3·1운동에 초기단계부터 주도적으로 참여한 선생은 당시 유림과 불교계의 포섭을 맡았다.전국에 흩어져 있는 사람들을 직접 만나 독립운동에 동참할 것을 권유한 뒤 독립선언 하루전인 2월28일에는 독립선언문 3천장을 인쇄소인 보성사사장 이종일로부터 넘겨받아 중앙학림 학생들에게 전달,다음날인 3월1일 시내에 배포하도록 했다. 독립선언서의 공약삼장에 대해서는 선생이 지은 독립선언서를 수정해 삽입했다는 설과 최남선이 작성했다는 설이 나누어 있다. ○옥중에서도 태연 1919년 3월1일 하오2시 종로 태화관에 모인 민족대표들은 독립선언서를 돌려보는 것으로 낭독을 대신해 독립운동의 서막을 열었다.선생은 이 자리에서 『조선의 독립을 선언하게 돼 책임이 막중하다』며 일제에 체포되더라도 변호사를 대지 말고 사식과 보석을 요구하지 않는등 당당한 대응을 하자고 행동강령을 제시했다.민족대표들은 모임이 끝나자마자 일경에 모두 체포됐으며 선생은 옥중에서도 수도승답게 태연한 모습을 지켰다. 선생은 옥중에서 「조선독립에 대한 감상」이라는 논설을 통해 『자유·평등·평화는 민족의 자존과 세계평화로 이어지는 대강령이며 이번의 조선독립선언은 국가를 창설하자는 것이 아니라 한때 치욕을 겪고 있는 고유의 독립국이 다시 복구되는 것임』을 설명했다. 3년여 옥고를 마치고 가출옥한 선생은 청년교육과 훈련에 힘을 쏟기 시작했다.1924년 불교청년회회장으로 취임,대중불교건설에 앞장섰으며 「유심」등 신문잡지를 통해 『청년들에게 역경은 큰일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며 『이 땅의 젊은이들은 나라가 없다고 좌절해서는 절대 안된다』고 강조했다. 선생은 1927년 좌우합작 민족유일당운동인 신간회결성에 참가했으나 2년 뒤 이 단체가 광주학생의거 진상보고민중대회를 가지려다강제해산됨에 따라 1930년 청년불교도들이 결성한 비밀항일독립운동단체인 만당의 당수로 취임,와해되기 전까지 활발한 활동을 전개했다. ○대학설립 수포로 이와 함께 1926년 이상재·이승훈·조만식선생등 30여명과 조선민립대학설립 기성회를 구성,대학을 세우려 했으나 일제가 이 운동을 방해하기 위해 경성제대를 설립하는 바람에 대학설립은 수포로 돌아갔다. 한국문학사에서 3·1운동세대가 낳은 최대의 저항시인으로 꼽히는 선생은 1926년 발간한 「님의 침묵」에 모두 3백여편의 시를 실었다.또 소설로는 「죽음」「흑풍」「철혈미인」「박명」등을 남겼다. 선생이 시와 소설에서 쓴 「님」은 일제치하에서 조선의 독립을 갈구하는 심정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55세인 1933년 재혼한 선생은 방응모등의 후원으로 성북동에 심오장이란 택호의 집을 짓고 입적할 때까지 이곳에서 지냈다.집을 지을 때 사람들이 남향으로 터를 잡을 것을 권했으나 마주보이는 총독부건물이 보기 싫다고 끝내 북향으로 집을 틀어버리고 말았다. ○변절자 면담거부 선생은 뜻을 끝까지 같이 한 동지에 대해서는 깊은 의리를 간직했으나 변절자에게는 단호히 단교하는 모습을 보여줬다.만주에서 대한통의부총장을 역임한 김동삼선생이 일경에 체포돼 마포형무소에서 순국하자 유해를 심우장에 모시고 5일장을 치르며 눈물을 아끼지 않았으나 3·1운동당시 동지이던 최린이 변절,창씨개명을 하고 믿아오자 끝내 만나지 않았다. 일제치하에서 조선 전국이 감옥이라고 여긴 선생은 추운 겨울에도 심우장 냉방에서 꼿꼿이 앉아 지낸 것으로도 유명하다. 민족이 배출한 위대한 시인이자 독립투사이며 여성해방론자이기도 한 선생은 44년6월 입적,망우리묘지에 안장됐다. 근대사의 여명기에 태어나 선각자적 삶을 통해 민족정신의 새벽을 연 선생에게 정부는 62년 건국훈장 대한민국장을 추서했다.
  • 등대아래서 휘파람/임철우 지음(화제의 책)

    ◎자전적 고백형식의 장편소설 서울신문 신춘문예(단편소설 「개도둑」)당선으로 등단한 지은이가 광주에서 제주도로 거처를 옮긴지 1년만에 내놓은 전작 장편소설. 광주의 아픔과 분단문제에 치중해오던 흐름에서 벗어나 12살 소년기에서 32세 청년기까지의 주인공 철이의 삶의 궤적을 서정성짙게 그리며 자신의 자전적 고백형식으로 다듬어낸 소설. 가족의 붕괴라는 운명속에 희생적인 어머니,가족을 버리고 고뇌하는 아버지,누나등 인물군상들이 고난속에서도 희망을 잃지않는 모습을 부각시켜 인간에 대한 애정을 표현하고 있다. 기존 작품이 은유나 상징기법을 주로 택했다면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언어로 삶속에 직접 뛰어들어 지은이의 또 다른 작품세계를 엿볼 수 있게 하는게 특징. 한양출판 5천5백원.
  • 여류작가 최은경·심영철씨 야심찬 개인전

    ◎“파격의 설치 조각” 연말공간 장식/최은경/무속 소재… 「영생위한 죽음」 표출/심영철/예술적 환경 「전자정원」에 담아 대규모 설치조각으로 국내화단에서 주목받고있는 여성작가 2명이 야심의 개인전으로 연말을 화려하게 장식하고있다. 조각가 최은경씨(39)와 심영철씨(37)가 그 주인공으로 기존의 조각개념을 과감히 탈피하여 조각이 놓여진 공간을 이야기가 있는 환상의 세계로 전환시키는 재능을 인정받는 기대주들이다. 오는 30일까지 장흥의 야외조각공원 토탈미술관에서 작업을 공개하는 최은경씨는 이화여대 조소과를 졸업한후 치열한 작업욕을 과시하며 서울과 일본에서 7회의 개인전을 펼쳐온 인물. 스케일과 소재면에서 과감하리만큼 파격성을 보여온 그는 초기에 우주를 연상케하는 공간속에 수천마리의 나비형상을 던져놓아 관객에게 전율을 느끼게 했고 최근 2∼3년간에는 거대한 철구작업으로 공간의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무속에 깊은 관심을 갖고있는 최씨는 자신에게서 발동하는 작가적인 「끼」를 살풀이굿을 하듯 작품속에 쏟아붓고 있는데 『영원히 살기위해 죽음을 선택』한다는 역설적인 주제를 던지고 있다. 거대한 그의 철구는 매우 불안한 상태로 있건 평형을 유지하고 있건 정중동의 움직임을 내포한채 무한한 운동의 여지를 머금고 있는 은유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고있다. 오는 30일까지 서울 인사동 선화랑에서 전시를 갖는 심영철씨는 종교적 메시지 가득한 신선한 조형공간을 창출한다는 평을 듣고있다. 미국 오티스 파슨스스쿨과 UCLA에서 수업한후 국내에서 독자적인 작업을 발표해온 그는 90년도 「한국예술평론가협회」선정 미술부문 최우수예술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실험적이고 다양한 방법으로 예술적인 환경을 제시해온 그는 인간과 신과의 교감을 전제로한 메시지의 전달에 전념하고있다. 가공되지 않은 나무기둥과 채색물감,TV니터,네온,광섬유,홀로그램과 바위,컴퓨터,관객에 의해 움직이는 터치스크린등 이색재료를 가리지 않고 사용하는 그의 작품세계는 시대적 현상을 반영한 3차원적인 변형공간이 되고있다. 이번 작품전에는 인간의 정서를 환경적으로 통합하려는의지를 내포한 「전자정원(자연속의 테크놀로지)」을 소개하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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