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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공 비자금 파문­돈세탁 수법·과정

    ◎「수표 바꿔치기」로 조직적 돈세탁/신한은,다른 수표와 거래내역 맞조작/연희동측 “흔적 남기지말라” 부탁설도 노태우 전대통령의 비자금 4백85억원의 돈세탁과정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검찰은 신한은행 이우근 전서소문지점장과 이태진 전경호실 경리과장 등 관계자에 대한 소환조사에서 은행측이 조직적으로 「수표바꿔치기」수법으로 돈세탁을 한 사실을 밝혀내고 9개 시중은행과 2개 단자사에 대해서도 계좌추적작업을 벌이고 있다. 「수표바꿔치기」는 한 고객이 입금을 위해 사용한 수표 대신 전혀 관계가 없는 다른 사람의 수표로 바꾼 뒤 거래내역을 조장하는 「돈세탁」의 하나다. 이 수법은 돈세탁전문가들에게 「끊어치기」란 은어로 통한다.가령 A라는 사람이 B에게서 고액의 수표를 받았을 때 A는 은행창구가 아닌 지점장 등 은행 고위층에게 수표를 제시하고 입금액수가 기록된 예금통장을 받아간다.수표를 받은 은행은 당일 다른 고객이 입금시킨 수표를 모아 A로부터 받은 수표를 다른 고객의 거래내역서에,다른 고객의 수표를 A의 거래내역서에 기록함으로써 A와 B의 연결고리를 끊는 수법이다. 그러나 「금융실명제 긴급명령」이나 은행법등 현행 법률에는 「수표바꿔치기」 등 돈세탁방법에 대한 처벌규정이 없고 단지 은행내규에 의해 자체징계규정만 있어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가장 고전적인 돈세탁수법은 「거액자금조성→수표인출→예금→현금인출→사용」의 과정을 거친다.수표소지자(고객)또는 그 대리인이 사채시장이나 증권시장·시중은행을 직접 돌면서 소액수표및 현금으로 쪼개거나 합치는 수법도 등장한다. 이밖에 돈세탁수법에는 수표를 여러 지점에서 차례로 넣고 빼기를 반복,수표번호를 자르는 이른바 「도레미탕」과 「검은 돈」을 만드는 사람에게 수표를 주면서 발행번호는 다른 사람의 계좌에서 나간 것처럼 꾸미는 「수표박치기」도 있다. 노전대통령측은 신한은행측에 4백85억원을 예치시키면서 「흔적」을 남기지 않도록 「돈세탁」을 부탁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이 사명을 띤 인물이 이전지점장과 이화구 전차장이다. 검찰은 이미 소환조사를 받은 이현우 전경호실장으로부터 『대개 1억·5억·10억단위의 수표를 받아 계좌에 넣었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신한은행에 예치된 수표의 마이크로필름을 판독한 결과 10여개 시중은행에서 발행된 1천만∼1억원짜리 수표가 무더기로 입금돼 있는 사실을 밝혀냈다. 검찰은 이를 위해 93년2월1일자 각 은행이 보관중인 타점권 마이크로필름을 정밀분석,필름에 담긴 수표의 발행은행과 일자,이서자 인적사항 등을 캐고 있다. 그러나 수표추적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이와 관련,검찰 관계자는 『바꿔친 수표를 구분해내고 명확한 출처조사까지 마무리하려면 수표 한장씩 일일이 대조하고 발행은행의 거래내역까지 확인해야 한다』면서 『최소 2주에 3개월가량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수사확대에 숨죽인 금융권/금융 관계자들 시은 명동지점 「세탁장소」 관측/“불똥 튈라” 재계선 「6공과의 인연 지우기」 부심 금융권은 25일 검찰의 비자금계좌추적이 11개 은행과 2개 투금사로 확대되자 관련설 부인에 급급하던 전날과 달리 숨죽인 채 수사에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관련 금융기관은 비자금사태가 어떤 식으로 종결될지 몰라 전전긍긍해 했고,재계는 6공과의 「인연지우기」에 부심하는 모습이었다. ○…금융계 인사들은 전날 압수수색영장의 내용이 「93년2월1일 신한 등 7개 은행의 명동지점과 서울은행 본점 등 11개 은행과 2개 투금사에 입금된 타점권과 마이크로필름 전부」인 것으로 보아 93년2월1일 이들 금융기관에 동일인명의로 된 정체불명의 자금이 대규모로 입금된 것으로 추정. 이들은 『계좌명이 적시되지 않은 것으로 보아 신한은행 서소문지점이 수표를 맞교환하면서 대체한 수표와는 다른 자금이 이들 점포의 계좌로 입금된 것』으로 보고 검찰이 6공비자금에 대한 정보를 상당량 확보한 것으로 분석.시중은행 명동지점은 하루 교환되는 어음과 수표만 6천억∼7천억원에 이르는데다 투금사가 주고객이어서 비자금을 세탁하기 위해 명동지점을 활용한 것으로 관측. ○…은행감독원은 검찰이 11개 금융기관에 대해 계좌추적에 들어가면서도 당초 파견한 검사역 3명 외에 추가파견요청을 하지 않는 것으로 보아 비자금실체를 상당분 확보했거나,아니면 대국민 홍보용으로 계좌추적하는 것으로 파악. 한 관계자는 『11개 금융기관을 수색하려면 최소한 검사역 10명이상을 추가로 파견요청했어야 한다』며 『막후에서 정치적 해결을 모색하면서 겉으로 계좌추적에 열을 올리는 듯 보이게 하는 양동작전인 것 같다』고 분석.그는 김기수검찰총장이 검찰조사에 앞서 노전대통령이 비자금전모를 공개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발언을 증거로 제시. ○…금융계는 이현우 전경호실장이 나응찬 신한은행장에게 비자금의 관리를 부탁한 점을 들어 당시 집권층과 각별한 관계이던 박기진제일은행장에게도 같은 부탁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시중은행 고위관계자는 『6공말 이원조전의원과 가장 각별한 관계에 있던 은행은 신한은행과 제일은행이었다』며 『비자금이 행장라인을 통해 심복인 지점장에게 전달된 경로로 볼 때 제일은행에도 이같은 통로가 존재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 ○…비자금파문은 한편으로 재계의 「6공청산」으로 이어지는 분위기.S그룹관계자는 『인사철과 맞물려 비자금사건이 터져 6공 때부터 행정부나 정계인사와의 교류가 주임무인 대관업무 담당임원의 보직변경이 예상된다』며 『이번 파문이 임원의 세대교체를 촉진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언급. 이같은 분위기는 노전대통령 재임기간중 1천억원이상의 대형공사를 따내 수십억대의 비자금을 제공한 것으로 알려진 건설업체를 계열사로 둔 그룹에서 두드러지고 있다.원전건설과 관련,뇌물제공혐의로 관계자가 유죄판결을 받은 모그룹은 그룹총수가 노전대통령과 악수하는 사진이 언론에 실릴 경우 그룹이미지에 나쁜 영향을 준다며 관련사진의 유출을 통제.
  • “대만­중국 직항 승인”/대만 정부/46년만에 운항 재개

    【대북 로이터 연합】 대만은 13일 중국∼대만 여객노선의 직접 취항을 사실상 허용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유조현 대만 교통부장은 이날 TV로 생중계된 입법원 답변에서 연전 행정원장이 마카오 항공의 마카오 경유 대만∼중국노선 운항을 승인했다고 말했다. 이는 대만이 지난 49년 이후 견지해온 3불정책 중 하나인 불운항정책을 대폭 완화하는 것으로 중국 국영 중국국제항공공사가 5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마카오 항공은 마카오 경유시 여객기의 편 번호만 교체,대만∼중국노선을 운항하게 된다. 유부장은 그러나 이같은 결정이 불운항정책의 폐기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고주장하면서 『2개의 다른 편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중국∼대만 노선을 여행하는 승객들은 홍콩같은 제3국에서 비행기를 바꿔타야 하지만 이번 조치로 비행기를 갈아탈 필요가 없게 됐다. 또 이번 조치로 지난 49년 이후 처음으로 중국정부가 소유하고 있는 여객기가 합법적으로 대만에 착륙하게 됐다. 대북의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중국이 대만으로 비행하게 됐다는 것은어떤 방식을 취했든 매우 중요한 진전』이라고 평가하면서 『다른 항공사들에게 미치는 영향도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부장은 이날 중국이 소유하고 있는 홍콩의 드래곤 항공도 홍콩에서 편 번호를 교체할 경우 장래에 중국∼대만 노선을 운행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 대미 차협상과 국민 정서/김재영 워싱턴 특파원(오늘의 눈)

    국익이 걸린 문제를 놓고 다른 나라와 성공적인 협상을 벌이기도 어렵지만 협상결과를 같은 나라사람에게 충분히 이해시키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전쟁이 아닌 협상은 타협과 양보를 뜻할 터인데 아무리 작은 양보라도 국익이 결부되면 국민들은 깊이 헤아리기보다 먼저 감정이 앞선다. 28일 미국과 자동차협상을 마무리지은 한국 협상팀은 워싱턴 한국대사관에서 한국특파원들에게 협상결과를 열심히 설명했다.가끔 지나치게 열심히라는 인상이 들 정도였는데 이번 자동차협상을 같은 한국인한테 차분하고 냉정하게 설명하기란 노련한 베테랑관료라도 어렵기는 할 것이다.성공적으로 피했다고 하는 미국의 「우선협상대상국관행」이라는 것은 두번 생각해도 감잡기 어려운 외교적 둔사인 반면 양보한 세액인하와 중대형자동차 시장은 최소한이라지만 생각할 것도 없이 금방 와닿은 우리의 이익이다. 같은 한국인에게 설명할 때의 열과 성을 배가해서 미국협상팀을 설득했을 것으로 믿고싶은 이번 협상팀은 설명과정에서 파악컨대 「1백대1」과 「조세주권」이란두 구절을 협상강행의 정신적 지주로 삼은 듯 하다.지난해 우리가 미국에 20만대의 자동차를 판 대신 우리는 미국차를 그의 1백분의 1인 2천대만 샀다.애국심이 아무리 많아도 이 1백대1 현황판을 들이대고서 이런저런 일을 해달라는 미국의 요구를 그냥 터무니없다고 우길 재주는 없다는 것이다. 이번 협상결과에 대한 국민들의 반응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협상팀은 『조세주권만은 지킨다』는 말을 기회있을 때마다 강조했다.단위당 세금을 몇십원,몇백원은 내려줄 수 있으나 세제나 세율등 제도자체를 고치라는 미국의 말은 「우선협상대상국관행」 몇개가 쏟아져도 들어주지 않겠다는 각오였다. 협상팀이 비장한 어조로 합창하듯 되풀이하는 「조세주권」 결의를 듣다보면 몇십원,몇백원 세액인하의 전체규모와 장기적 영향을 문제삼거나 따져묻는다는 게 쫀쫀해 보일 지경이다.그러나 협상팀의 지주인 「1백대1」과 「조세주권」은 단순논리의 자기마취제일 수도 있을 것이다. 협상성공을 위해 자기마취가 필요할 수 있는 협상팀은 그렇다 치고,국민들은어떤가.협상을 위한 국익양보를 깊이 헤아릴까.아니면 국내 자동차시장 개방 같은 건 나몰라라 하고 자동차세인하로 인한 난데없는 금전이득을 먼저 셈하지는 않을 것인가.
  • 북,인민군 선무활동 강화/최근 군부대 위문공연 부쩍 늘어

    ◎군기강 해이… 농가 식량절취 사고 급증/토기 저하 막게 김정일 「현지지도」 늘려 북한당국이 최근 인민군에 대한 각종 선무활동에 부심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우선 각급 군부대에 대한 위문공연의 횟수가 잦아지고 있는 것이 확인된다.이같은 위문공연은 인민무력부 직속의 군협주단,군단 및 훈련소의 기동예술 선전대 등이 담당하고 있다. 이들 공연에서는 김일성에 대한 추모공연과 함께 김정일에 대한 충성을 다짐하는 가요,춤,연극 등이 주레퍼토리로 등장하고 있다.따라서 최근 부쩍 활발해진 군부대 위문공연은 김일성 사망 이후 김정일의 군부 선무작업의 일환임을 짐작케 한다. 그러나 김정일의 군장악력 제고 목적 이외에도 북한당국으로 하여금 군에 대한 선무활동 강화를 불가피하게 하는 요인은 또 있다.즉 해를 거듭할수록 심화되고 있는 경제난으로 인민군의 사기가 바닥으로 떨어지고 있는데 따른 고육책의 성격도 있는 것이다. 올들어 북한을 방문한 해외동포들이 전하는 바에 따르면 인민군의 기강 해이로 인한 각종 사고가 급증하고 있다는 소식이다.예컨대 인민군이 농가나 협동농장 창고 등에 몰래 들어가 가축이나 식량을 절취하는 따위의 일탈행위가 두드러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주·부식은 물론 피복·기초의약품 등 인민군을 위한 각종 보급이 최악의 상황으로 나빠진데 일차적으로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게다가 군간부들에 의해 저질러지는 각종 군내부 비리가 인민군 병사들의 일탈행위를 증가시키는 간접적 요인이라는 지적이다.최근 인민군 내에서 유행하는 각종 은어들이 이를 적나라하게 반영하고 있다.이를테면 『인민무력부에서는 무조건 떼어먹고,군단에서는 군말없이 떼어먹고,사단에선 사정없이 떼어먹고…,소대에서는 소리없이 떼어먹는다』라는 유행어가 이를 말해준다.군대내 정치지도원이나 중대장급들이 사병급식중 일부를 가로채는 일을 풍자한 「먹세중위」나 군관들이 장가갈 준비를 위해 군수물자를 빼돌리는 것을 비꼰 「보따리장사」라는 신조어도 마찬가지 맥락이다. 올들어 김정일의 군부대에 대한 이른바 「현지지도」 횟수가 늘어나고 있는 것도 인민군 내부의 이같은 속사정과 무관치 않다는 관측이다.김정일은 금년 들어 불과 21차례 공개석상에 등장했으나 그중 군관련 행사가 13차례를 차지했다.김정일은 사상최대의 수해로 겪고 있는 와중에도 지난 13일 최전방인 인민군 제839군부대 민경초소를 시찰,군오락회 공연을 관람하는 등 인민군에 대한 위무작업에 총력을 경주하고 있는 듯한 인상이다.
  • 2번째 창작집 「남쪽 계단을 보라」 출간 윤대녕씨(인터뷰)

    ◎“신화적 상상력보다 사람이야기 쓰려 노력” 『자기 글이 오롯이 마음에 드는 작가란 없겠지만 먼젓번 창작집 때보다는 마음의 부담이 한결 줄었어요.그땐 주제를 알아듣게 전하지 못하면 어쩌나 조바심이 컸었는 데 저도 어느 덧 스타일을 찾아가나 봅니다』 젊은 작가 윤대녕씨(33)가 두번째 작품집 「남쪽 계단을 보라」를 세계사에서 펴냈다.지난해 초 첫 창작집 「은어낚시 통신」으로 90년대식 글쓰기의 한 유형을 보여주었던 작가가 1년넘게 써온 중·단편들을 모은 것. 표제작을 비롯,「가족사진첩」「사막의 거리,바다의 거리」「지나가는 자의 초상」「피아노와 백합의 사막」 등 8편을 실은 이번 작품집은 작가의 말이 아니더라도 「은어낚시통신」보다 훨씬 편안하게 읽힌다.특유의 문체가 이루는 팽팽한 시적 긴장감은 그대로지만 도저히 어째볼 수 없을 듯하던 사람사이의 격절감은 누그러졌기 때문이다. 수록작품중 「신라의 푸른 길」에선 저마다 삶의 고비에 선 기혼남녀가 동해를 따라가는 고속버스 여행의 우연한 동행이 되었다가 2천여년전역시 이 길에서 「헌화가」의 주인공이 됐던 신라의 수로부인과 노인 비슷한 마음이 되어 헤어진다.여자 주인공의 입을 빌려 「바다는 해안선이 있어서 아름다운 걸 거예요.땅도 아닌 물도 아닌」이라고 말하게 하는 지은이는 사람사이에 서로 삼투할 수 없는 해안선의 존재를 여전히 의식하고 있는 듯 하다.그 틈입 불가능성은 물론 이번의 몇몇 작품들에서 서로의 마음을 부대끼게 하는 사막이 돼 나타나기도 한다.하지만 이처럼 그 해안선이 사람의 조건 그 자체로 편안하게 받아들여지기도 하는 것은 이전의 윤대녕소설에서 흔히 볼 수 없었던 풍경이다. 『첫번째 책의 작품을 쓸때만 해도 신화적 상상력에 붙들려 사람이 잘 안보였어요.그에 비해 이번 작품들은 땅으로,사람쪽으로 내려오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한 결과입니다.덜 거칠고 덜 고통스럽게 읽힌다니 다행이군요』 지난해 첫 장편 「옛날 영화를 보러 갔다」를 발표하기도 했던 그는 얼마전부터 두번째 장편의 집필에 들어가 있다.
  • 정원식 민자당 서울시장 후보/관훈클럽 특별회견 일문일답

    ◎나는 분별있는 “NO”를 할수있는 사람/서민촌서 오래살아 「민원」 해소책 터득/전교조에 강경대응… 우리교육 구했다 민자당의 정원식 서울시장후보는 24일 관훈클럽초청 특별회견에서 구상하고 있는 서울시정의 방향을 자신감 있게 펼쳐 보였다.다음은 일문일답 요지다. ­총리를 지내놓고 민선서울시장까지 하려는 것은 욕심이 아닌가. ▲김영삼 대통령의 간곡한 권유를 받고 며칠을 고민한 끝에 생애 마지막 봉사를 하겠다고 결심하게 됐다. ­민자당으로는 정후보가 승산 없는 카드라는 시각도 있는데. ▲서울은 야성이 강하지만 지난 광역선거때는 여당이 압승했다.서울시민은 현명하게 판단하는 자질을 갖고 있다. ­김대통령의 신임을 받은 배경은. ▲지난 2년반동안 개인적인 관계를 지속,독대기회가 많았다.27년동안 화곡동 서민주택단지에 살며 느낀 교통·환경문제를 대통령에게 개진해왔다.여기에 깊은 인상을 받았는지도 모른다. ­문교장관 재직 때 1천5백여명의 교사가 교단을 떠났는데. ▲당시 교원노조에 가입한 1만5천명의 교사 가운데상당수는 용납할 수 없는 일을 했다.여러 차례 설득 끝에 1만3천5백여명은 탈퇴했지만 1천4백60여명이 조직에 얽매여 나오지 못했다.이후 복직을 위해 애썼다.전교조문제는 어느 면에서 교육을 구했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당시 대응방안에 후회는 없다.다만 제자와 후배를 교단에서 떠나보내면서 인간적 고뇌가 있었다. ­91년 외대사건은 광역의회선거를 위해 자청한 것이라는데. ▲국회에서 일부 야당의원이 그같은 이야기를 했다.그러나 평생 살아온 내 삶을 이해한다면 그렇게 책략을 부릴 사람으로 보지는 않을 것이다. ­92년 평양에 갔을 때 술에 취하는 바람에 훈령조작이 가능했다던데. ▲당시는 정말 정신을 바짝 차리고 회담에 임해도 평양측에 이용당하지 않을까 할 만큼 긴장을 풀 수 없는 상황이었다.술에 취하는 그런 일은 있을 수 없었다. ­교육학자로서 「교육시장」을 선언할 뜻은. ▲교육은 외형적·제도적·내재적 측면에서 바라보아야 한다.그러나 우리는 제도만 바꾸면 해결된다고 생각한다.무엇보다도 교육재정이 중요하다.앞으로GNP의 5%이상을 교육에 투자해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또 내재적 문제는 해방직후 중학생대상의 엘리트교육을 지금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는 데 있다.현재 중학생의 30%는 교과내용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 ­그 문제에 대해서는 교육학자로서 책임이 있지 않나. ▲그렇다.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실업고의 비율을 높여야 한다.우리는 인문계가 68%에 달한다.평준화 이후 돈안드는 인문계 고등학교만 늘리다 보니 이런 결과를 초래했다. ­자녀에게 과외를 시킨 적이 있나.과외비는 얼마나 썼나. ▲딸만 넷을 두고 있다.셋째딸이 음악을 하기 때문에 첼로 레슨을 시키는데 적지않은 돈이 들었다.그러나 다른 과외는 시키지 않았다. ­교수시절 학점이 짜 인기가 없었다는데 서울시민의 인기를 얻을 수 있는가. ▲30년동안 교수생활을 하며 원칙을 고수,학점이 짰다.그러나 강의가 불충실하다고 생각한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예산및 인허가권등의 권한이 구청장에게 있는 데 공약을 남발하는 것이 아닌가. ▲물·쓰레기·도로·교량건설문제등어느 하나 다른 기관과 연결되지 않은 것이 없다.서울시장에게는 이런 것을 조정해주는 역할이 필요하다. ­서울시 부채가 4조3백억원인데 해결책은. ▲부채의 85%가 지하철에서 온 것이다.지하철 자체에서 이를 갚는 노력을 해야 하며 자동차주행세 신설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승용차 10부제 연장에 대한 견해는.남산 제모습 찾기 차원에서 하얏트호텔을 철거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10부제 연장은 장기적인 차원에서 검토해야 할 문제다.남산 외인아파트 철거 때 1천8백억원이 들어갔는데 그런 일을 해야 하는지 의문이다. ­딸만 넷을 둔 것은 남아선호사상 때문이 아닌가.여성교육투자에 대한 견해는. ▲나는 둘로 그치려 했다.부모님의 기대로 한번만 더,한번만 더 하다가 넷이 됐다.(웃음)그러나 딸들은 모두 자식이 하나인데 다 아들이다.세상은 참 공평하다고 생각했다.여성이 전문직에 진출하려면 탁아문제가 해결돼야 한다.따라서 산후휴가제가 아니라 산후휴직제가 제도화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문교부장관과 총리 재임시절 「노」라고 말한적이 있는가. ▲「노」라고 한 적도 적지 않다.나는 사사건건 「노」라고 하는 사람이 아니라 분별있는 「노」를 할 수 있는 사람이다. ◎정원식·조순 후보 관훈토론 평가/시정진단·처방에 비슷한 인식/논리정연… 능란한 말솜씨 발휘/정/어눌한 언변… 차가움 다소완화/조/10부제 연장 지금은 확답 유보/정/“필요하다면 계속해야” 긍정적/조/주행세 지방세 전환 재정확보/정/담배세·종토세 세목조정 주장/조/탁명환씨사건 생겨 교회 옮겨/정/이념문제 연루 간접으로 시인/조 『마음 편하게 살 수 있는 서울』(정원식 후보),『깨끗한 서울,포청천 시장』(조순 후보). 민자·민주 양당의 서울시장 후보들이 23∼24일 이틀동안 관훈토론회에서 내세운 슬로건이다.두 후보들은 앞으로 서울시정을 이끌어 나가기 위한 포부와 개인신상문제 등을 놓고 때로는 껄끄럽기도 한 패널리스트들의 질문공세에 소신으로 맞섰다. 민자당의 정 후보는 논리정연하고 때로는 지나칠 정도로 능란한 말솜씨를 유감없이 발휘했고,민주당의 조 후보는 조금은어눌한 언변으로 차가운 인상을 다소 누그러뜨렸다는게 TV 녹화중계로 두 후보를 대한 유권자들의 대체적 평가다. 67세 동갑인 때문인지 두 후보는 여야라는 입지 차이를 뛰어넘어 서울시의 문제점에 대한 진단과 처방에서는 비슷한 인식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 후보는 공약으로 ▲교통난 해소 ▲주택난 해소 ▲환경개선 ▲민생치안 확립 ▲안전사고 예방 등 5대 과제를 제시했다.조후보는 ▲교통난 해소 ▲안전대책 마련 ▲부정 척결 등 3대 과제를 해결하겠다고 선언했다.두 후보는 이밖에 노인·여성·교육문제 등 짚고 넘어갈 것은 빠뜨리지 않았다. 구체적 사안에 들어가서는 두 사람이 다소 입장차이를 보였다. 교통난 해소방안 가운데 10부제 연장문제를 놓고 정후보는 『지금 답변하기 어렵다』고 확답을 유보했고,조후보는 『필요하다면 계속 해야』라는 조심스런 입장을 피력했다.서울시청 이전계획에 대해 정후보는 『시민 합의만 되면 지금도 괜찮다』고 했고,조후보는 『민선시장에게 넘겨야 할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서울시의 재정확보 방안으로 정후보는 자동차 주행세를 지방세로 전환할 것을 제시했고,조후보는 담배소비세와 종합토지세의 세목 조정을 제시했다. 두 후보를 곤혹스럽게 만든 것은 「전력」과 관련한 집요한 질문공세였다. 정후보는 문교부장관 재직시 전교조 해직사태에 대해 『체제수호 차원에서 불가피한 조치였다』라고 해명했다.한국외국어대 밀가루 세례사건이 당시 광역선거 분위기를 반전시키려는 여권의 의도적 전술이 아니었느냐는 시각에는 『순수한 마음에서 마지막 강연을 한 것』이라고 고개를 저었다. 탁명환씨 사건으로 대성교회를 떠나 김영삼대통령이 장로로 있는 서울 충현교회로 옮긴 데 대해 『불미스러운 사건이 생겨 충현교회 목사로 있는 가까운 친구의 권유를 받아서』라고 교회를 옮긴 이유를 설명했다. 한편 민주당의 조후보는 육사교수로 재직할 때 이념문제로 재판을 받은 전력이 제기되자 『재판에서 무죄선고를 받은뒤 6년동안 근무했다』며 그 문제 거론이 음해라고 강조했다.또 경기중 재학시 「독서회」사건이란 이념관련 사건으로 졸업을 하지못한게 사실이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에선 『그 당시에는 그런 학생이 굉장히 많았고 후에 올바른 교육을 받고 훌륭한 국민이 되지 않았느냐』고 답해 그의 음해 주장에도 불구하고 질문을 간접시인하는 결과가 되기도 했다.
  • 「낙법­놀이·33」으로 본사제정 공초문학상 수상 홍윤숙 시인

    ◎“나이 70에 받는 복된 선물 기뻐요”/47년 등단… 인간의 아픔 보듬어 안는 자세로 시작 『나이 칠십 먹어 새롭게 상을 타려니 공연히 쑥스럽네요.하지만 제 문학 일생에 주시는 복된 선물로 알고 감사히 받겠습니다』 서울신문사가 제정한 공초문학상 제3회 수상자로 선정된 홍윤숙(70)시인은 마냥 기쁘기보다 옷 매무시를 가다듬게 된다고 수상소감을 밝혔다. 지난 47년 스물셋 나이로 시단에 데뷔,끊일듯 끊일듯 이어온 문학과의 인연이 어느새 50년이 다 되었다.문학과 함께 젊은 날과 중년을 보내고 문학에 기대 황혼을 맞게 된 셈.오랜 나날의 두터운 온축으로 시인은 이제 기쁨과 슬픔에도 큰 진폭으로 흔들리지 않는 무심의 영토에라도 들어선듯 하다. 『물론 상을 타면 좋기 한량없지요.하지만 우리 문학하는 사람 가운데 상받으려고 글쓰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우리는 목소리가 우러나는 대로 그저 시집을 쌓아가는 것 뿐이고 그러다 찾아오는 상이란 뜻밖의 횡재같은 것이지요』 그러나 시인의 시세계는 수굿하고 초연한 평상시의 모습과 전혀다르다.그의 시는 사람으로 태어난 아픔을 누구보다 크게 앓으면서도 흠집난 그 삶을 결국 품어안고 마는 「치열한 사랑」의 세계다.시인의 이런 실존적인 성향이 그대로 드러나기는 이번 수상작「낙법­놀이·33」도 마찬가지.사람된 삶의 아픔을 터득했기에 「돌무더기 무너지는 아슬한 석양의 벼랑에 서서 떨어지는 모과의 향기를 아름답게」 느끼는 역설이 가능한 것. 『젊을 때는 사는 일에 허덕여 나이 먹고 났을 때를 챙겨볼 여가가 없지요.그러나 막상 인생의 하류에 당도하고 보니 그때 그렇게 허둥대지 말았어야 했는데,라는 회한이 절로 밀려오데요.담담하게 고백하는 심정으로 시를 썼어요.인생에 자신만만한 구두점을 찍을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이 시를 포함,놀이 연작시 65편 등 78편을 수록한 시집 「낙법놀이」는 「낙화」의 아찔한 절망감과 싸워온 시인의 삶의 자취다. 이처럼 지난날을 회한속에 돌아보는 시인이지만 젊은 작가들에겐 너그러운 점수를 주고 싶단다. 『요즘 작가들의 실험적인 시나 소설들을 나름대로 뜻있다고 생각합니다.문학이란 본디 다양성을 먹고 자라는 것 아니겠어요.하지만 마지막엔 문학의 본원적인 자리,원형으로 돌아가게 될거라고 생각합니다.제가 써온 정통시만이 유일한 원형은 아닐테지만 결국 문학도 고향을 꿈꾸니까…』 최근엔 윤대녕의 「은어낚시 통신」을 재미있게 읽었다고.후배의 작품에 대해 『단순한 듯하면서도 상식을 뛰어넘는 소재와 시각이 산뜻했고 필치도 신선했다』고 촌평한다. 『누구나 자신도 모르는 탤런트를 갖고 있고 우연한 계기로 이것이 싹트면서 삶의 길을 결정하는 것 같다』는 시인은 『지나고보니 나도 스스로의 선택보다는 우연에 더 큰 부채를 진 것 같다』고 문학에 꿈을 품었던 스무살 무렵을 에둘러 회고했다. 『아무튼 문학이 없었으면 뭘 먹고 살았을지 막막해요.글쓰는 것 빼고는 재주라곤 없었으니….다시 태어나도 이런 사정은 마찬가지겠지요』 「독실한」이라는 단서를 접고 카톨릭 신자라고 밝히는 홍시인은 『늘 회의하고 구속에 투덜거리는 「불량」신앙인이었다』면서도 『이처럼 끊임없이 묻고 싸웠기에 오히려 절대자에게 한발 더 다가갈수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한다. 『이 나이에 욕심이 있다면 그건 허욕일테지요.그저 건강이 허락하는 한 쓸수있는 데까지 쓸 생각이에요』 무성했던 잎을 떨쳐버리고도 거칠 것 없이 곧게 선 겨울나무와 같은 느낌을 주는 이 시인의 문학에 대한 변함없는 사랑이다. ◎심사평/40여년 쓴 작품서 묵은 포도주 향기/수상작 「낙법…」뛰어난 상상력 발휘 시인 홍윤숙이 우리 시단에 등장한 것은 19 50년대 중반기로 알려져 있다.그러니까 이 시인의 시력은 줄잡아도 40년이 넘는다. 한 시인이 오랜 세월 시작활동을 했다는 것은 두가지 의미를 갖는다.긍정적인 각도에서 볼때 그의 시는 오래 묵은 포도주처럼 좋은 방향을 가질수 있다.그러나 이런 경우 끼어 들 수 있는 부작용도 생각될 수 있다.자칫 그의 시가 안이해질지도 모른다는 부정적 그림자가 그것이다. 시인 홍윤숙은 후자와 같은 우리 생각을 문자 그대로 기우에 그치게 하는 경우다.오랜 시력에도 불구하고 사물을 포착하는 그의 눈길은 여전히 매섭고 맵짜다.또한 그것을 도마위에 올려 요리하는 손길 역시 날래고 훌륭하다. 뿐만 아니라 이번에 수상작으로 추거된 「낙법놀이」에는 한국시단이 가져야 할 좋은 시의 또하나 자격요건이 내포되어 있다.널리 알려진대로 현대에 와서 시는 서정시를 가리킨다.그런데 서정시는 그 속성이 사적인 세계를 노래하는 것과 함께 형태가 축약적인데 있다.이런 속성 때문에 서정시는 자칫 편향된 노래가 되기 쉽고 소수 호사가들의 애장품으로 떨어질 공산도 크다. 그런데 시인 홍윤숙은 그런 부정적 가능성을 정서의 보편성 확보로 극복했다.또한 신선한 시상제시로 그의 시가 많은 사람에게 애송될 수 있게 해주었다.특히 「낙법­놀이·33」에서 시인 홍윤숙은 모과향기의 「낙하」를 우리 자신의 한계의식과 일체화시키기에 성공했다.이 기법,상상력에 박수를 보내면서 이번 수상을 축하한다.
  • 이시대 얘기꾼/이문열·윤대녕에 비판의 소리

    ◎「소설과 사상」·「동서문학」등 문예지 두작가 근작에 비평의 글/이/작가 주관 깊게 개입… 긴장·치열성 부족/윤/피상적으로 「신화」 차용,몰역사성만 돌출 소설가 이문열씨(47)와 윤대녕씨(33)에 대한 비판의 글이 문예지에 잇따라 발표됐다.계간 「소설과 사상」「세계의 문학」「동서문학」 최근호는 이문열·윤대녕씨 작품에 대한 비판적인 평들을 게재하고 있다. 두 사람은 각각 자기 세대에서 최고로 꼽히는 작가들.이문열씨는 최근 창작집 「아우와의 만남」을 출간 두달여만에 6쇄(쇄당 1만부씩)까지 찍는 등 호조를 보이고 있으며 윤대녕씨도 창작집 「은어낚시 통신」에 이어 올해 초 펴낸 장편소설 「옛날 영화를 보러갔다」로 평단의 큰 관심을 모았다.따라서 이들에 대한 비판은 문단은 물론 일반독자에게도 주목의 대상이 되고 있다. 두 작가에 대한 계간지의 비판은 먼저 이문열의 경우 90년대 작품들이 예전의 소설들에 비해 긴장감이 떨어지고 작가의 주관이 너무 노골적으로 드러난다는 것.문학평론가 김만수씨는 「소설과 사상」에 기고한「시인과 소설가의 차이」라는 논문에서 『「아우와의 만남」「시인과 도둑」 등 90년대 이문열 작품들은 긴장과 치열성이 부족하며 상투성으로 떨어진 「가짜 화해의 소설」들』이라고 비판했다.그는 이같은 결과가 초기 이문열작품을 돋보이게 하고 그를 상대주의를 고수한 비판적 지성이자 전위로 만들었던 「방법적 회의」정신의 퇴색에서 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즉 스스로를 부정하고 회의하는 긴장의 정신이 결여돼 있고,작가 스스로 80년대 진보적 민족진영과의 불화와 같은 시대와의 대결을 포기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문열은 90년대에 이르러서는 더 이상 시대와 불화하지 않는다.그는 어느 때부터인지 이미 우리시대의 문학에서 상당히 영향력이 강한,한 사람의 중요한 「심판원」이 되어 버렸다.이제 그는 더 이상 「전위」가 아니라 그가 비난해 마지않았던 「중심」이 되어 버린 것이다』 김씨는 이문열씨에게 『겸허의 미덕과 철저한 분석정신으로 긴장을 이끌어내야 한다』고 충고했다. 문학평론가 김경수씨는 「관념적 시점과 해석으로서의소설쓰기」(「세계의 문학」)에서 이문열씨의 서술태도에 비판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김씨는 『이문열의 90년대 소설들이 연대기적인 인물의 삶을 추적하면서 그 앞뒤에 주석을 서슴없이 다는 등 이야기보다는 그것을 전달하는 작가의 해석적 시점을 앞세우고 있다』고 지적했다.그는 이같은 글쓰기가 세상에 대한 직접적인 말 건넴을 지향하는 작가의 자의식을 본격적으로 드러낸 것이지만 소설쓰기에 있어선 불확실한 기법이며 작품내용의 현실성마저 떨어뜨릴 우려가 있다고 경고했다. 윤대녕에 대한 비판의 글들은 그의 작품들이 「시원으로의 회귀」라는 소설의 주제를 주관적 수준인 작가의 담론으로 풀어갈 뿐 현실의 구체적인 모습으로 소설에서 천착하고 있지 않다는 것.문학평론가 김경수씨는 「윤대녕 소설을 비판한다」(「소설과 사상」)라는 글에서 『윤대녕의 장편 「옛날영화…」에서 주제를 이끌어내기 위한 고대 영원회귀 제의의식이 그 심오한 뜻이 간과되고 피상적으로만 차용되고 있어 작가의 몰역사성과 염세적 세계관이 드러나고 있다』고 지적했다.문학평론가 황광수씨도 「영원회귀와 삶의 재생」(「동서문학」)이란 글을 통해 『「옛날영화…」의 소설공간이 「역사」에 대한 강한 부정을 드러내고 있는데도 등장인물이 후기자본주의 사회의 소비문화를 거부감없이 향유하는 등 우리시대에 대한 대안적 기능을 하지 못해 결과적으로 역사도피로 흘렀다』고 꼬집었다.
  • 처벌과 포상/이원재 경기대교수·경제학(굄돌)

    2월 들어 교통범칙금이 대폭 인상되었다. 질서나 규칙을 지키도록 하는 강제적 방법으로서 처벌은 매우 효과적인 수단이며,처벌이 강력할수록 그 효과는 극대화된다.그러나 처벌은 끊임없는 감시를 전제로 한다.감시가 소홀하면 질서나 규칙은 무시되기 일쑤다.교통경찰이 서 있는 도로에서는 누구도 교통규칙을 위반할 엄두를 내지 않는다.교통경찰이 없는 경우는 사정이 다르다.충실한 운전자라도 한번쯤은 교통규칙을 지키지 않으려는 유혹에 빠져들 수 있는 것이다.이러한 의식이 체질화되면 우리 사회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뿌리내릴 수 없는 산성사회로 될 것이다. 질서나 규칙을 지키도록 하는 또 하나의 수단은 포상제도를 도입하는 방법이다.이 방법은 단기적으로는 효과가 적을 수 있어도 규칙을 지키는 것이 득이 된다는 관념이 형성되면 자발적으로 질서를 지키려고 할 것이다. 불량한 소수의 운전자들 때문에 선량한 다수의 운전자들이 무거운 피해를 입도록 방치해서는 안된다. 그러면,어떻게 하면 좋을까? 처벌과 동시에 포상제도를 도입하는 방법은어떨까? 예컨대 자동차보험제도를 원용하여 1년간 한번도 교통규칙을 어기지 않는 운전자에게는 일정한 포상점수를 주고 그 다음해에 경미한 위반을 하면 범칙금을 징수하는 대신 포상점수를 감점처리 하도록 하는 것이다.이 제도를 실시하는데는 번거로움이 많을 것이다.그러나 규칙을 스스로 지키려는 행동이 지속화되면 우리 사회의 선진화는 그만큼 빨라질 것이다.
  • 릴리 전주한 미대사가 본 「북한의 오늘」

    ◎“북한의 대미강경정책은 계산된 전략”/외자유치 힘쓰지만 나진·선봉외 개방안해/「김일성 조문 불허」 사과요구는 협상술책/한국재벌의 보다 적극적인 대북투자 기대/지원받은 중유로 18개월 중단됐던 발전소 가동 제임스 릴리 전 주한대사(67)는 지난 14일부터 21일까지 1주일간 평양을 방문,김영남 외교부장 김용순 노동당비서 등 북측 고위관리들을 만났다.한국대사에 이어 중국대사를 거친 릴리 대사는 현재 워싱턴의 유수한 싱크탱크의 하나인 미 엔터프라이즈연구소의 아시아연구소장을 맡고 있다.그는 조지 워싱턴대와 북한의 평화군축연구소간의 세미나 참석및 인적 교류 사업의 일환으로 이 대학의 시거연구소 김영진교수,존 홉킨스대학 국제정치학부의 돈 오버도퍼 전 워싱턴포스트기자,토컬 패터슨 전 백악관안보보좌관실 동아태담당관 등과 함께 방북했다.릴리 대사는 25일(한국시간 26일 상오)서울신문과 단독회견을 갖고 자신의 평양체류시 보고 들은 것에 대해 소상하게 밝혔다. ­우선 북한에서의 자세한 체류일정은 어떠했는지. ▲지난 14일저녁 6시 북경으로부터 평양에 도착했다.공항에서 평화군축연구소 김영홍 부소장의 영접을 받았는데 통역과 조씨라고 하는 사람을 대동했다.조씨는 머리 스타일이나 몸집,생김새가 꼭 김정일을 닮아 처음에는 우리가 김정일을 만나게 되는구나고 하고 착각할 정도였다.그들은 텔레비전 카메라로 우리 일행을 촬영했고 이어 호텔에 가는 길에 김일성동상이 있으니 가보겠느냐고 묻길래 『그러자』고 말했다.우리는 차에서 내려 동상을 보고는 그냥 떠났다.절을 하거나 꽃다발을 바치거나 하지는 않았다. ­다음날은 일요일인데 무엇을 했는가. ▲북한 외교부 회의실에서 북한측의 평화군축연구소 관계자들과 회의를 가졌고 저녁에는 만찬이 베풀어졌다.이날은 나의 67회 생일이었는데 그들이 먼저 알고 축배를 제의하기도 했다.그들은 나의 집안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나의 두 형님이 1934년부터 36년까지 3년동안 평양의 외국인학교에 다녔다고 말하자 그들은 그 사실을 알고 있는 것은 물론 내가 중국의 청도에서 태어났으며 중국에서 자랐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우리 일행은 귀빈 대우를 받았는데 벤츠 승용차를 제공해 주었고 평양의 고려호텔 26층에 있는 방 3개가 있는 슈이트객실을 숙소로 제공했다.김영진교수도 27층의 방 3개짜리 객실에 머물렀다. ­16일 이후에는 무엇을 했나. ▲16일부터 20일까지는 매일 수시간씩 회의를 하거나 북측 인사들을 만났다.외교부의 이영철 미주국장에서부터 송부부장,김영남부장을 만났고 김용순노동당비서도 면담했다.김영남부장과는 3시간 동안 얘기를 나눴다.송낙안 일본국장도 만났다. ­평양 바깥지역으로 나가보았는가. ▲오직 단군릉만 가보았을 뿐이다.우리 일행은 평양 외에 원산·함흥·청진·나진·선봉·신의주·남포·개성 등 어느 곳이든 가보자고 요청했으나 그들은 『시간이 없다』고 말했다.우리는 군부지도자들과 김정일을 만나보자고 했지만 성사되지 않았다. ­김정일체제를 어떻게 평가하는가.김정일이 현재 북한을 장악하고 있다고 보는가. ▲우리가 만난 사람은 누구든지 김정일이 국정을 장악하고 있을 뿐아니라 현장지도는 물론 경제·군사부문에 관해직접 명령을 내린다고 말했다.북한의 모든 분야가 그의 책임 아래 있다는 것이다.우리 일행의 이번 북한 방문도 김정일이 개인적으로 승인을 했다고 들었다.그들은 「위대한 지도자 김일성」에 대한 애도 기간이 3년까지도 갈 수 있다고 말했다. ­3년이나 되는 긴 기간을 애도기간으로 갖는다는 것은 아무래도…. ○금년중 중대발표설 ▲그래서 그들에게 『그 말은 앞으로 김정일이 3년간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는 뜻이냐』고 묻자 그들은 『그 질문에 대답은 할 수 없으나 당신들은 계속 주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그들은 이어 금년에 중대한 정치적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도 말했다.그들은 당신들이 원하는대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나 김정일에 대한 것으로 속단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우리는 재차 김정일이 기존의 군최고사령관직 외에 국가주석직과 당총비서직에는 왜 아직도 취임하지 않느냐고 물었으나 아직도 애도기간이고 김정일이 상중에 급히 다른 자리로 옮기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동안 미군헬기 조종사 홀 준위의 석방결정 직전 북한 군부와 외교관리들간에 심각한 갈등이 있었다는 보도가 있었는데 평양에 머무르는 동안 그같은 흔적을 느꼈는가. ▲군부와 외교부간에 큰 어려움이 있었다는 증거를 본 적이 없다.평양을 방문했던 리처드슨 하원의원 같은 이는 그같은 갈등을 헬기 조종사 석방 교섭 과정에서 계속 얘기해왔으나 내 생각으로는 그같은 해석은 자의적인 것으로 본다.논쟁을 하려는 것은 아니나 지난 77년에는 헬기사고 이틀만에 조종사들을 송환해 주었으나 이번에는 13일이나 걸린데 대한 이유가 필요해서 갖다붙인 것이 아닌가 한다. 내가 보기로는 북한으로선 강경노선의 인식을 차제에 보여주는 것이 그들의 이해에 유리하다고 판단했던 때문인 것같다.이같은 수법은 과거 중국이나 여타 국가에서 구사해온 오랜 수법중의 하나다.북한 내부의 강온노선이 헬기조종사 석방 문제로 갈등을 일으켰다는 말은 설득력이 없는 것같다. ­북한의 김정일체제는 이제 개방을 시작하고 있으며 이는 주체사상의 포기로 가는 길이라고 할 수 있는가. ▲북한의 주체사상은 밤낮은 물론 매시간마다 외쳐대는 말이다.그들은 주체사상이 성공적이라는 말을 중단해본 적이 없다.동구나 러시아가 실패를 한것은 그들은 사회주의를 제일 첫번째로 내세우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북한은 다만 나진·선봉지역을 사회주의 시장경제지역으로 만들겠다는 것이지 이를 다른 지역으로 확대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함흥이나 청진 등으로 확대한다는 얘기도 있었는데…. ▲사실이 아니다.그들은 나진·선봉지구를 「사회주의 시장경제지역」으로 개발하고 외국의 자본을 이곳에 끌어들이려고 하고 있다.한국의 삼성도 이곳에 통신커뮤니케이션 센터를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줄로 믿는다.그들은 코카콜라나 독일·스웨덴 등지로부터 돈을 끌어들이려고 애쓰고 있다.그러나 북한국토의 99%는 계속 옛날과 다름이 없다. ­북한의 경제가 최근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는데 그들은 어떻게 보고 있는가. ○마이너스성장 부인 ▲그같은 마이너스 성장을 해본 적이 없다고 대답하고 있다.지난 86년부터 93년까지의 제3차 7개년계획 동안에 약 1.5배의 생산성 향상이 있었다고 설명했다.예를 들어 전기는 1.6배,석탄은 1.4배,강철은 1.3배 등으로 수치를 제시했다. ­북한이 남북대화를 재개할 것이라는 어떤 시사를 받은 것은 없는가. ▲북한은 미국과는 관계를 증진시키고 반면 한국과는 관계를 동결하자는 입장이었다.그들은 한국을 계속 격하시키고 한·미간을 격리시키려는 전술을 펴고 있다.북한은 남북대화의 재개에 장애물을 설치,3가지의 전제조건을 달고있다.첫째는 김일성사후 한국정부가 취한 태도에 대한 사과를 해야 하고 둘째는 한국의 국가보안법을 폐지하라는 것이다.셋째는 장기수 포로(미전향 장기복역자)의 송환을 요구하고 있다. ­그것이 북한 관리들의 공식이었나. ▲하급,상급관리 할 것 없이 똑같은 소리였다.우리들은 신속한 남북대화의 재개가 핵합의의 이행 과정에서 필수적이라고 수차 강조했다.북한의 전제조건 제시에 대해 그러한 자세는 합의의 정신과는 어긋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또 우리는 지난 91년 남북한간에 합의한 「화해와 한반도 비핵화선언」을 실천함으로써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구축할 수 있음을 강조했다.이밖에 비무장지대에서의 긴장완화·신뢰구축·비방 중지 등을 촉구했다. ­북한이 남북대화 재개와 관련,그같이 전제조건을 제시하는 것은 남한이나 미국측으로부터 좀더 이득을 보기 위한 협상 카드의 성격은 아닌가. ▲대체로 협상전술용이라는 측면이 강하나 또 일면으로 북한 고위관리들의 남한에 대한 분개를 표시한 것이라는 면도 있을 수 있다.그들의 심중을 정확히 알아내기는 불가능하다. 그러나 북한이 이같은 행동을 왜 취하는가를 따져보면 지난 40년 동안 북한이 취해온 전형적인 협상 기교의 하나였거나 약속의 실천을 봉쇄하기 위해 상대방이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을 제시하기도 한 것이다. ○한미간 격리전술 펴 ­북한이 한국형 경수로의 제공을 거부하고 있는데 이번에 그들의 속셈을 파악했는가. ▲경수로 문제 등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서는 논의가 없었다.그러나 우리는 남한의 협력이 핵합의의 실천에 필수불가결한 것이며 북한이 남한에 제동을 걸 수는 없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전했다.또 북한의 핵투명성이 검증되어야 함을 다시 강조했다. ­미국 정부가 지난주말 북한에 대한 경제·통신제재의 일부를 완화했는데 북한측의 반응을 들어보았는가. ▲북한측은 오래 전에 했어야 되는데 시간이 많이 지났다며 자신들은 모든 것을 다 풀었는데 미측은 아직 제대로 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들은 미국의 중소기업 2개가 나진·선봉지구 입주에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고 말했다.그들은 미국이 투자를 계속 미루면 유럽이 먼저 들어올 것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실감은 나지 않았다.우리는 북한더러 실제로 투자를 유치하려면 입주업체가 이득을 남길 수 있도록 경쟁 여건을 조성해주어야 하며 이들 업체가 막연히 북한을 도와줄 것이라는 생각을 버리라고 충고했다. 우리가 평양에 머물고 있을 때 미북합의에 의한 중유의 첫 선적분이 들어왔는데 그들은 유류가 없어 지난 18개월간 가동을 중지했던 나진·선봉지구의 2백메가와트 발전소를 돌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재벌이 북한의 나진·선봉지역에 투자하기 위해 진출하는 것을 북한당국은어떻게 보고 있는가. ▲한국재벌의 참여를 환영하고는 있으나 재벌업체들이 아직 적극적이지 못하다고 말한다.그들은 나진·선봉지구에 통신정보센터를 세우려는 삼성에 대해 좋게 보고 있다.북측은 한국측에서 말은 많이 하는데 별로 기여하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중앙일보의 기자가 연변의 행상으로 가장,북한에 들어가 그들의 비참한 생활상을 보도했는데 북한측이 이에 어떻게 반응했는가. ▲그들이 한마디로 사실이 아니며 영양부족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그러면서 그들은 농업에 제일 첫 우선순위를 두고 정책을 펴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의 2인자는 누구이며 대사가 만난 김영남·김용순·김정우 등은 실세인가. ▲우리가 만난 그들 세사람은 적어도 북한의 정책결정 그룹의 일원인 것은 분명한 것같다.특히 노동당비서이자 남북한대화의 책임을 맡고 있는 김용순은 김일성사망 직전 성사된 남북정상회담 교섭을 위한 북측 대표로 만나는 사람마다 그는 「막강한 자리」에 있다고 말했다.그는 김정일과 매우 가까운 인물로 치부되고 있다.또 대외경제위부위원장직을 맡고 있는 김정우는 김일성주석이 사망하기 바로 전날 그에게 나진·선봉지구 사업에 관해 직접 브리핑을 했다.우리는 텔레비전으로 그 광경을 보았다.본인도 그것을 시인했다. ­평양을 1주일 방문하고 온 소감은.가장 놀라운 것은 무엇이었나. ▲개인숭배의 교조주의가 만들어낸 엄청난 결과에 놀랐을 뿐이다.73년 모택동 시절 문화혁명의 소용돌이가 휘몰아치던 당시 중국에 있었지만 지금의 북한과 같은 일은 없었다.북한은 훨씬 더 광신도의 집단같은 것이었다.5차선의 도로에 자동차를 한대로 볼 수 없는 것이나 어마어마한 대형빌딩과 그 앞에서 조그만 비를 들고 비질을 하는 모습 등은 참으로 괴기스러운 것이었다. □약력 ▲중국출생.51년 예일대,72년 조지 워싱턴대학원 졸업 ▲75년 중국주재 미CIA책임자 ▲81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정무조정관 ▲84∼85년 국방부 국제안보담당 고문 ▲85∼86년 국무부 동아시아 태평양 담당 부차관보 ▲86∼88년 한국주재 대사 ▲89∼91년 중국주재 대사 ▲91∼92년 국방부 차관보 ▲현재 미국 엔터프라이즈연구소 아시아연구소장
  • 북한을 다루는 방법/황병선 정치2부장(데스크 시각)

    미군 헬기사건은 30일 생존 조종사가 귀환함으로써 13일만에 일단락 됐다.북에 억류돼 있던 보비 홀 준위가 고국과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게 된 것은 인도적 차원에서 참으로 다행스런 일이다. 조종사의 귀환이 밝은 뉴스임에 틀림없으나 진행돼온 송환교섭과 그 결과는 한국민에게 여러가지 찜찜한 뒷맛을 남겼다.솔직히 앞으로 미­북 관계가 정상화 됐을 때 남·북한과 미국의 3각관계가 어떻게 전개돼 나갈지 걱정이라는 생각마저 든다. 헬기사건이 핵타결로 북­미간 대화가 공식·본격화하고 있는 국면에서 돌발적으로 발생했기 때문에 그 수습과정과 결과는 한국민의 지대한 관심의 대상일수 밖에 없었다.특히 미­북간 핵협상이 한국측 입장을 충분히 반영치 않은 가운데 서둘러 타결됐다는 불만이 아직도 가라앉지 않고있는 실정이어서 한국민의 시선은 날카로울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번 헬기사건에 임하는 미국의 모습은 처음부터 무척 저자세인 데다 매우 허둥댄다는 인상을 주었다.물론 실수를 저질러 헬기가 북한 영공으로 들어갔다는 사실 자체는잘못을 저지른 것으로 볼수 있다.그러나 방북중인 하원의원을 통해 대통령이 직접 송환교섭을 벌이는 양태에다 주한미군사령관이 쉽사리 잘못을 사과하는 서한을 보내는 모습등 침착한 대응자세와는 거리가 멀었다.끝내는 이제까지 방북했던 미국관리중 가장 고위급인 부차관보가 평양으로 달려가 쩔쩔매다 남북방향조차 제대로 가늠할줄 모르는 조종사 한명을 데리고 돌아온 결과가 됐다. 미­북간 합의사항 이행을 놓고 아쉬운 것이 어느 쪽인가.인도적 차원에서 억류중인 조종사를 하루라도 빨리 송환하는 것이 중요한 문제일수도 있다.그러나 보다 큰 국익을 생각한다면 냉정한 자세로 비무장의 헬기가 연습비행중 항로를 이탈한 상황인데 충분한 경고조치없이 격추시켜 1명의 귀한 목숨을 앗아간 북한의 잔인성을 먼저 지적한뒤 차근차근 문제를 풀어나갔더라면 당당한 송환이 가능했을 것이다. 70년대 카터행정부 때 주한미군철수 문제,남·북한과 미국간 3자회담문제를 다루는 과정에서도 두드러 졌듯 한반도,특히 북한문제를 다루는 민주당 행정부의 모습은어딘지 어색하고 순진해보여 마음을 놓기 힘든 경우가 적지않다.인권문제 중시등 인도주의를 강조하면서도 그들에게 너무나도 생소한 때문인지 극단적 비인도·권위주의정권과 마주치면 따끔하게 제대로 요리를 해내지 못하는 것 같다. 30일 홀 준위의 송환과 함께 워싱턴과 평양에서 공개된 일부 대목에 차이가 나는 두갈래의 「미­북 양해문」을 보면서 우리의 우려가 단지 기우가 아니라는 확신을 갖게 된다.미국이 「진정한 유감」이라고 표현하고 북한은 이를 「진심의 사죄」라고 하는 정도의 차이는 이해할만한 일이라고 접어두자. 그러나 북한이 평양방송을 통해 북­미간에 『한반도의 평화과 안전에 위협을 주는 사건을 막기 위해 판문점에서 군부접촉을 계속한다』『남조선에 남아있는 전쟁포로인 비전향장기수들이 빨리 송환되도록 필요한 배려를 하기로 했다』는 등의 내용을 합의사항이라고 밝히자 상황은 복잡해졌다. 미측은 이번에 조종사송환을 위해 판문점에서 있었던 미­북장성회담 정도의 접촉을 뜻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이는 충분한 해명이 되지 못한다.북한이 자신들을 침략자로 규정한 유엔과 체결한 정전협정을 미국과의 평화협정으로 대체하려 함은 주지의 사실이다.결국 북한은 「양해문」을 통해 남측을 배제한 평화협정에로 한걸음 진전했다고 자평할 것이 분명하다. 더구나 비전향장기수문제를,그것도 한국이 배제된 자리에서 조종사 송환문제와 결부시켜 거론했다면 이는 어떤 명분으로도 설명이 불가능한 어불성설이 아닐수 없다. 한­미 양측은 차제에 이같이 논란의 소지가 있는 대목을 포함,북­미핵타결이후 누적돼온 오해의 소지를 깨끗이 제거해야 한다.또 남북한과 미국 3자관계에 있어 북한의 이간책이 먹혀 들거나 한­미간 오해로 뜻밖의 심각한 상황,「불편한 관계」가 초래될 수 있다는 경각심도 공유해야 할것 같다. 다만 한국민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북한을 다루는데 있어 오랜경험과 노하우로 한국이 「한수위」임을 인정받아 한반도문제 논의의 주도권을 확보하는 일일 것이다.
  • 「사전따로 말 따로」 발간/배우리씨(인터뷰)

    ◎“토박이말 써야 존경받는 사회 됐으면”/언어오염 심각… 현재 통용되는 말20% 사전에 없어 한글 사람이름,토박이 땅이름을 찾고 퍼뜨리느라 지난 24년을 보내온 배우리씨(56·한국 땅이름학회 부회장)가 최근 곱고 바른 우리말 쓰기를 다룬 책 「사전 따로 말 따로」를 냈다(토담 펴냄).이 책은 「우리 땅이름의 뿌리를 찾아서」「고운 이름 한글 이름」들에 이은 그의 다섯번째 저서다. 배씨는 이 책을 쓴 이유를 『지금 사회에서 널리 쓰는 말과 사전에 올라 있는 말이 너무 달라 그 틈을 메우기 위해서』라고 밝혔다.곧 청소년층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은어·비속어와 유행어들을 거리낌없이 사용하는 바람에 같은 뜻을 가진 「좋은 말」들이 오히려 「죽은 말」(사어)이 돼버린다는 지적이다. 그는 현재 통용되는 말 가운데 20%쯤이 사전에 오르지 않은 말로 추정된다면서 이는 우리 사회의 「언어 오염」이 극에 달했음을 보여준다고 개탄했다.그러면서 그 책임이 언론,그 가운데서도 방송에 있다고 꼬집고 우리말·우리글을 살리는 책임도 언론에 있다고 강조했다. 『신문은 일본어의 영향이나 한자투 문장에서 벗어나 토박이말(고유어)과 우리글을 적극 발굴,사용해야 합니다.방송에서도 출연자들이 마구 내뱉는 말들을 걸러내야 할 뿐만 아니라 한때의 인기를 좇아 유행어를 만드는 짓을 그만둬야 하구요』 그는 앞으로 외국어·한자어를 자주 쓰는 사람은 무시당하고 토박이말(고유어)을 제대로 써야 「유식한 사람으로서 존경받는」사회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70년 친구에게서 딸이름을 지어달라는 부탁을 받고 고운 우리말을 찾기 시작해서 어느덧 우리말의 아름다움에 흠뻑 빠져 직장도 그만두고 본격적으로 우리말 찾기에 나서게 됐다는 게 그의 얘기다. 한글이름보급운동이 가장 보람찬 일이었다고 말하는 배씨는 앞으로 북한의 우리말 사용실태를 연구해 남북한의 언어통일을 이루는데 기여하는 것이 소원이라고 말했다.그는 『말과 글이 통일돼야 얼이 통일되는데 벌써 남북한에서 달리 쓰는 말이 많이 생겼다』면서 하루빨리 말과 글을 합치지 않으면 「남 따로 북 따로」의 시대가 올 것이라고걱정했다.
  • 북서 유행하는 은어·신조어/고려대 박영순교수 연구논문 발표

    ◎번지없는 주막=주석궁/개꼬리표=당원증/빠닥새=당간부/가두녀성=전업주부/천리마체=고딕체 해방이후 체제와 이념을 달리해온 남과 북의 언어도 상당히 바뀌었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북한에서 최근 유행하는 말은 어떤 것이며 똑같았던 말이 어떻게 변해있을까.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가 서울 타워호텔에서 최근 개최한 「김일성사후의 북한」주제의 국제세미나에서 고려대 박영순교수가 발표한 「남북한 언어분화와 그 극복방안에 대하여」라는 논문은 이같은 궁금증을 해소시켜 주고 있다.박교수의 논문에서 밝혀진 내용중 눈길을 끄는 부분을 간추린다. 남한의 선술집에서 곧잘 불리는 유행가 제목인 「번지없는 주막」은 북한에서는 번지가 있는 일반 주민들의 집과는 달리 번지가 없는 「김일성이 살고 있는 궁전」을 가리킨다.「가축돈사」는 멧돼지처럼 살찐 김일성을 빗대 김일성별장을 일컫는 말이며 「1호 대상자」는 김일성이 양민을 괴롭힌 죄인이기에 숙청대상 1호라는 뜻이다.「김인백 동무」는 김일성이 수많은 정적과 양민을 처형,학살한 것을 비유해 「인간백정」을 뜻하는 말이다. 또 때와 장소를 가리지않고 아무데서나 인용되는 김일성 교시를 비꼬는 말이 「약방의 감초」,「개꼬리표」는 당원들의 목에 걸고 다니는 당원증,「까투리새끼들」은 김일성을 싸고 도는 핵심분자를 지칭했으나 최근에는 김정일과 그 추종세력들을 일컫는 말이 됐다.당간부나 행정간부들을 멸시하는 말로서 「빠닥새」가 쓰인다. 생활고를 비관하는 은어도 상당히 많다.「3백g 벌었다」는 아기를 낳을 경우 3백g의 식량배급을 받을 수 있다는데서 연유한 것으로 산모에게 사용하는 축하 인사말이다.북한 주민들이 식량부족으로 거의 죽을 쒀 먹어 죽을 먹을 때 나는 소리를 빗댄말이 「철럭철럭」이고 「철럭철럭했어」하면 식사했다는 의미로 사용된다.「국수추렴하자」는 말은 결혼식이 있는 집에 가서 회식하자는 말로 주로 농촌에서 쓰이고 있으며 「대용쌀」은 배추·무·시래기를 의미한다.「신선주」는 인삼주가 값이 비쌀뿐아니라 돈을 주고도 살 수 없다는데서 나온 말이며 「대패밥 고기」는 1년에 한두번주는 고기를 그나마 양을 줄이기 위해 대패밥처럼 얇게 썰어주는 것을 비꼰 것이다. 북한은 신조어도 많이 만들어 사용하고 있다.직장에 다니지않고 가정에 있는 여성을 가리켜 「가두녀성」이라하고 인민들의 혁명적 기상을 의미하는 말은 「천리마」이다.카네이션 꽃은 「향패랭이꽃」,헬리콥터는 「직승기」,평야지방은 「벌벙」 고딕체는 「천리마체」「경제 깡빠니아」는 당면하여 제기된 경제파업을 짧은 시일안에 수행하기 위한 투쟁이란 말이다.혁명실천과 동떨어진 글공부를 하는 사람은 「글뒤주」이고 공부를 하고도 그것을 써먹지 못해 일할줄 모르는 사람을 일컬어 「글바보」라고 한다.우리 사전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생소한 말도 많은데 아둥바둥이란 뜻의 「아글타글」 쉬엄쉬엄은 「씨엉씨엉」등이 있다.
  • 사채/양성화방침 계기로 살펴본 「시장」 실태

    ◎30조 지하경제 점조직 암거래/부동산·주식·자동차 등 담보종류 다양/고액수수료 챙기고 부도땐 담보 가로채/무자격자에 당좌·가계수표 계좌 개설… 사기행각까지/배후엔 고위층 출신 전주… 폭력조직과도 연계 정부가 사채를 양성화하기 위해 대금업법 제정을 추진키로 한 것은 사채의 양태가 갈수록 다양해지면서 그 피해도 커지기 때문이다. 신용카드나 주민등록 등본 등을 담보로 개인을 상대로 한 대출에서,기업을 상대로 한 사기성 거액대출 제의,무자격자에게 가계수표나 당좌수표 계좌를 개설해 주는 조건으로 고율의 수수료를 챙기는 신종 사기행각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수법이 등장하고 있다. 실명제 이후 위축되긴 했으나 사채시장의 규모는 국민총생산(GNP)의 10%인 30조원 정도로 추정된다. 거래가 점조직으로 이뤄지는 등 극도로 폐쇄적이어서 정확한 실체를 파악하기는 불가능하다. 지금까지 알려진 사채의 종류와 운용형태 등을 알아본다. ▷사채업자의 조직◁ 사채업자들은 금융브로커·20대 초반의 남자직원·경력직원·전화담당 여직원·모집꾼·헤드 등이 한 팀이다. 금융브로커는 종로 3가 일대나 서초동 법원청사 주변,각 등기소 주변에서 대상을 물색한다.등기부등본을 떼러 온 사람 중 급전을 구하는 사람을 골라 대출사무실을 알선해주고 1∼2%의 수수료를 받는다.전직 경찰관·세무원·금융기관 직원 등이 주류이다. 20대 초의 남자 직원들은 부동산 사무실과 사채 사무실을 돌아다니며 담보를 확보하고 이자를 받는 일을 한다.일정액의 월급과 건당 수당을 받는다.명문대를 졸업한 고학력자들로 월급은 5백만원 내외로 알려지고 있다. 경력사원은 담보물건의 감정을 맡는다.전화담당 여직원은 연채된 채무자들을 독촉하거나 대출상담을 한다.헤드로 불리는 고참 여직원은 수많은 전주와 연계,대출을 성사시키고 담보물건을 넘기는 역할을 한다.고액의 경우 총대출액의 1∼2%,소액의 경우 4∼5%가 이들의 수당이다. ▷부동산담보대출의 수법◁ 사채의 이자는 전주가,수수료는 사채업자가 챙긴다.종류로는 월변·일수·직장인 신용대출·자동차 담보대출·아파트 부금통장 대출·전세계약서 담보대출·부동산 담보대출·주식 담보대출·골프회원권 담보대출 등 9가지나 된다. 어음할인과 함께 사채시장의 양대 기둥으로 꼽히는 부동산 담보대출의 경우 80년 대 후반 부동산투기 억제책으로 사치향락 업소·임대용 건물·준스포츠업체 등이 대출대상에서 제외되면서 급성장했다.91년 이후 부동산 경기의 침체와 함께 부동산을 담보로 돈을 구하려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더욱 기승이다. 운용 수법은 다음과 같다.금융브로커가 급전을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접근,등기부 등본·도시계획 확인원·토지 건물대장 등 서류를 받은 뒤 사채업자의 사무실로 안내한다.헤드가 대출의사를 확인한 뒤 돈을 빌리겠다는 각서를 받는다.대출기간은 보통 6개월이지만 「상환기간은 3개월로 하되 이자 연체가 없을 경우 3개월 연장한다」는 단서가 붙는다.경력직원은 현장에 나가 담보물을 확인한 뒤 감정가를 정한다.감정가는 경매가이며,대출금액은 감정가의 60%선이고 대출액은 공시지가의 40∼50% 선이다. 감정이 끝나면 대출약정서를 작성한다.이때 채권 최고금액의 난에는실제 대출금액의 2배로 설정한다.배 설정에는 개인간에 이뤄지는 단배와 개인과 회사간에 이뤄지는 복배가 있다. 단배란 전주가 공시지가의 절반에 해당하는 돈을 빌려주면서 3년안에 대출금액의 배를 갚든지 못 갚을 경우 담보물을 넘겨받는 것이다.이자율로 따지면 월 2.7% 정도이다.복배는 내용은 단배와 같으나 전주(큰손)가 기업을 끼고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아 돈을 빌려주는 것이 다르다. 예컨대 A라는 개인기업은 부동산은 있으나 금융기관 대출에 필요한 사업자 등록증이 없다.B라는 기업은 대출자격은 있으나 담보가 없다.사채업자는 A가 B의 제3자 담보를 서도록 주선해 금융기관에서 대출받도록 해 준다.최근에는 A에게 위조된 사업자 등록증을 주어 대출을 받도록 하고 10%를 챙기는 수법도 생겼다. 경매정보지에 나온 경매물건을 현장 답사한 뒤 감정가가 경매가를 웃돌면 채무자의 기존 빚을 갚아주고 1순위로 담보를 설정하는 방식으로 경매물건을 챙기는 수법도 있다. ▷할인의 종류와 수법◁ 사채의 전통적인 영업형태는 할인업이다.80년대만해도 제도권 금융기관에 접근할 수 없는 중소 영세업자의 상업어음을 고율로 할인해 주는 방식이었다.그러나 최근에는 자동차·아파트·예금통장·골프회원권·신용카드 등 돈이 되는 물건이면 가리지 않고 할인해 준다.월 2∼2.5%가 요즘의 평균 할인율이다. 작년 말부터 검찰의 수사선상에 떠오른 신용카드 할인의 경우 무자격자로부터 일정액의 수수료를 받고 발급요건을 갖춰줘 은행의 신용카드를 발급받도록 해 준다.그 다음 신용카드를 담보로 대출해 준다.카드할인 행위를 단속하는 법안이 입법화되면서 「카드할인」이라고 내걸었던 광고문안을 「싼 %」로 바꿨다. 가계수표 할인은 외상값이 밀린 직장인이나 급전이 필요한 영세업자가 표적이다.가계수표 개설에 필요한 요건(서울의 경우 3개월 이상 평잔 3백만원)을 대신 갖춰준 뒤 가계수표 계좌를 개설하면 수수료를 받아챙긴다.개인의 경우 70만∼80만원,개인사업자는 4백만원이 공정가격이다. 당좌수표 할인은 사채업자들 사이에서는 「부도수표」란 은어로 통용된다.무자격 중소기업주를 대신해 예금계좌를 개설,자격을 갖춰주거나 허위 사업자 등록증으로 당좌계좌를 개설토록 한 뒤 수수료를 챙긴다.5억원을 예치해 주고 당좌계좌가 개설되면 수수료로 5천만원을 받는다. 부도가 나면 기업주가 금융파산 선고를 받는 점을 악용,부도를 막아주는 대신 고율의 이자를 요구하거나 공장건물 등 담보물을 가로채기도 한다. 최근에는 「1차 부도 막아줌(당좌수표)」이라는 광고처럼 초긴급 자금을 빌려주는 사채업자까지 생겼다.이들의 할인 수법은 실명제 직후 한때 유행한 것처럼 부도직전의 어음을 만기가 다소 남은 어음으로 교환해주는 「박치기」,거액의 어음을 소액의 어음으로 바꿔주는 「쪼개기」등 다양하다. 양도성 예금증서(CD) 할인은 발행과 환매 때만 실명확인하는 점을 이용,유통단계에서 CD를 저리로 할인·매입하거나 되파는 수법으로 차익을 챙긴다.유통단계에서만 개입하기 때문에 사채업자의 신분이 전혀 노출되지 않는다.최근에는 컬러복사기를 이용한 가짜 CD까지 사채시장에서 유통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채업자들은 대출이 필요한 기업으로부터 수수료를 받고 전주들을 동원,사채자금을 금융기관에 예치해주는 대신 대출을 알선하기도 한다.수수료로는 은행 정기예금에 부과되는 소득세(연 21·5%)만큼 받는다.10억원짜리 어음 3개월을 예치해 줄 경우 1천2백45만원이다. 건설업체나 해외여행 비자발급에 필요한 잔액증명을 대신해 주기도 한다.「평잔·주금납입·대월」이라는 광고문안 뒤에는 잔액증명 사채업자가 숨어있다.잔액증명을 해주는 척 하면서 기존의 입금액까지 빼가는 사기단도 있다. 지금까지 열거한 할인업은 전국을 대상으로 하는 사채업자의 수법일 뿐 시장이나 상가 등을 상대로 한 새로운 사채업이 계속 생기고 있다.경제상황의 변화에 따라 골프회원권·주식 등 할인대상도 다양해진다. ▷사채업자의 배후조직◁ 사채업자의 배후에는 전주가 숨어있다.막대한 돈을 주무르는 전주들은 공직자,금융기관 임직원,장성 등 고위 권력층 출신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문제가 생길 때 빠져나갈 연줄도 있는 실력자들이다. 사채업자들은 연체된 이자나 대출금을 받아내기 위해 해결사를 동원한다.「어깨」로 통하는 이들 폭력조직은 사채시장과 떨어질 수 없는 관계이다. 금융인들은 아직까지 제도 금융권의 이용이 제한된 점을 감안하면 사채가 필요악이라는 측면도 있으나,사채의 역기능이 갈수록 커지기 때문에 일본처럼 사채업을 「대금업」으로 양성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한다. ◎사채업자/금융기관/중소기업/먹고 먹히는 「돈의 사슬」/금융사고 부르는 3자관계/사채업자/거액예금 대가로 고율이자 요구/금융기관/자금난 기업 찾아 고리급전 대출/기업체/이자부담 허덕이다 부도사태로 대형 금융사고와 기업의 부도 배후에는 반드시 사채업자가 따라다닌다.기업과 사채,금융기관은 악어와 악어새와 같은 먹이 사슬로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82년의 이철희·장영자 부부 어음사건,83년 8월 상업은행 김동겸 대리의 명성그룹 불법 대출사건,83년 9월 조흥은행의 영동개발 부정 지급보증사건에서 작년 10월 제 2의 장영자사건,작년 말과 올 여름의 수협 지방점포의 불법대출 사건 등 대형 금융사건의 드러나지 않은 주범은모두 사채업자이다.크고 작은 기업의 부도사태에도 사채업자는 어김없이 등장한다. 지난 해부터 검찰의 집중적인 수사를 받는 카드 불법대출 사건도 돈이 궁한 직장인이나 영세 사업자를 대상으로 벌이는 사채업자들의 사기행각임이 드러났다. 사채업자들이 경제사건의 핵심을 차지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금융기관의 지난친 외형경쟁 때문에 영업장들은 예금을 끌어들이는 데 혈안이 된다.큰 돈만 끌어오면 출세가 보장되기 때문이다.따라서 유능한 영업장이라면 수십억원 단위의 거액을 동원할 수 있는 사채업자 3∼4명 정도는 거느려야 한다. 사채업자들은 금융기관의 이같은 약점을 파고든다.여러 전주들의 자금을 동원,예치해주고 금융기관의 정규 금리보다 높은 수익률을 요구한다.3∼4%포인트 정도 높은 게 보통이다.이들의 예금으로 수신고를 높인 영업장은 수익률을 보장해 주기 위해 자금난에 시달리는 기업에 접근한다. 대출금리로 돈을 빌려주는 형식을 갖추고 있으나 실제로는 사채업자들이 자금조성의 대가로 요구하는 3∼4%포인트를 대출금리에 더얹는다. 돈을 못 구해 부도위기에 몰린 기업으로서는 돈을 마련하고,사채업자는 고율의 수익을 보장받고,영업장은 수신고를 높이는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거래가 성립되는 셈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부도위기에 몰린 기업이 고율의 이자 부담까지 지면서 제대로 돌아갈 리가 없다.기업이 휘청거리면 영업장은 사채업자와 기업을 연결해주는 과정에서 받는 「커미션」이라는 약점 때문에 대출규모를 더 늘릴 수 밖에 없다. 밑빠진 독에 물을 쏟아부은 결과 전주로부터 자금을 조성한 사채업자와 금융기관이 함께 몰락하거나(이철희·장영자사건) 금융기관이 두 손을 드는(92년의 상업은행 명동지점장 자살사건·93년의 신탁은행 동래지점장 자살사건 등) 결과를 초래한다.명성·영동개발 사건처럼 기업과 금융기관이 함께 초토화되기도 한다. 사채업자가 금융기관에 자금을 조성해 주는 대가로 정상적으로는 대출이 불가능한 기업에 대출을 요구하기도 한다.당연히 사채업자와 기업간에는 고율의 수수료 약정이 맺어져 있다.어느 순간 사채업자들이 일제히예금을 빼가면 금융기관은 껍데기 뿐인 기업의 어음만 떠안은 꼴이 된다. 사건이 표면화되면 사채업자들은 자신도 피해자라고 주장하나,그동안 챙긴 고율의 수수료와 기업이 발행한 어음을 돌리는 과정에서 본전은 모두 뽑았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심심찮게 터지는 고위층 사칭 사기단 사건처럼 전직 사채업자들이 주축이 돼 기업의 자금난과 특혜심리를 이용,「맨 입」으로 기업을 거덜내는 경우도 있다.
  • 전통5일장/가을 여행길 알뜰 장보기

    ◎경기 강화·강원 평창·경남 밀양·전남 구례장 유명/강화 화문석·강평 잣·평창 산나물 일품/서산 어리굴젓·밀양 도자기 등 “인기” 들녘의 오곡백과가 무르익어가는 계절이다.가을여행과 함께 알뜰 장보기도 겸할 수 있는 전통장 몇곳을 소개한다. ◇경기도 강화장=서울에서 가까워 언제라도 쉽게 가볼수 있는 곳.바다풍경에다 전등사 마니산 등 유적지도 많아 관광과 함께 장보기를 겸하기에 제격이다.매월 2자와 7자로 끝나는 날마다 5일장이 서는데 특산물인 인삼과 화문석이 풍부히 선보이고 있다.강화읍내에 마련된 인삼센터와 토산품시장은 평소에도 하루 3천∼4천명의 주부들이 찾을 정도로 인기다. ◇경기도 가평장=5·10일 장으로 더덕 도라지 고사리 등 산채류와 잣 밤 등을 풍부히 선보인다.특히 잣은 국내 생산량의 45%가 이곳에서 나는만큼 출하량이 많다.이밖에 두릅과 느타리버섯의 출하량도 많은 편이다.주변에 축령산 명지산 화악산 등의 명산이 병풍을 두르고 있어 장보기와 함께 가을산의 정취를 즐기는데도 손색이 없는 곳이다. ◇강원도 평창장=이효석의 소설 「메밀꽃 피는 무렵」으로 인해 느낌으로 먼저 다가오는 장터.5·10일장으로 고랭지채소와 산나물이 특산물이다.이와함께 강원도 특산인 옥수수 콩 조 감자 메밀 등도 많이 선보이고 있다.또 산간오지인 까닭에 당귀 오미자 지황 작약 창출 등의 약제도 풍부한 편이다. ◇강원도 양양장=설악산 오색온천지구에서 쉽게 가볼수 있는 곳으로 영동지방에서 규모가 가장 크고 활기를 띠는 장이다.4·9일장으로 읍내 상설시장을 중심으로 하여 좌판이 벌어진다.특산물은 송이버섯 당귀 등이나 산채류와 감자 등이 많이 선보인다. ◇충청남도 서산장=비옥한 농토와 안흥항 등 인근 포구에서 올라오는 해산물로 농수산물의 집산지를 이루는 장터.농산물로는 마늘과 생강이 유명하며 간척사업으로 생태계가 바뀌어 맛이 변했지만 아직 서산의 명물 어리굴젓이 인기다.이밖에 꽃게 꼬막 대하 우럭 등도 특산물로서 서산장을 통해 각지로 팔려나가고 있다.매달 끝에 2자와 7자가 들어가는 날 서산시 중심부 동문동에서 장이 선다. ◇전라남도 구례장=지리산 자락에 자리잡은 구례의 5일장은 지리산에서 나는 각종 산채류 버섯과 생지황 당귀 매실 등 1백여 가지에 이르는 한약재를 쏟아내는 곳이다.특히 가을에는 밤과 산수유가 주거래품목으로 꼽히는데 산수유는 한약재로 쓰일 뿐아니라 가을에는 빨갛게 물들어 마을을 온통 물들이는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인근 섬진강에서 잡히는 은어 소금구이도 이곳에 들렀다면 결코 놓치고 싶지 않은 먹거리.3·8일장이다. ◇경상남도 밀양장=2·7일장으로 특산물은 고례 대추,밀양 도자기 등이다.고례 대추는 무척 클 뿐아니라 맛이 달고 약효가 뛰어나며 밀양 도자기는 서민적이고 토속적인 분위기가 돋보여 생활자기로 사용하면 그만이다.주변의 영남루 표충사 등 절승지와 천황봉 정상부근 사자평고원의 억새군락이 일품으로 관광을 겸하기에도 좋다.
  • 일 후쿠오카현/고대·현대 조화… 관광명소 개발

    ◎「오리의 은어사냥」 새 볼거리로 인기/「후쿠오카돔」엔 한해 9백만명 찾아 일본 남부 규슈지방 북동부의 후쿠오카현이 21세기 대륙 및 동남아의 중심도시로 성장하기위해 크게 발돋움하고 있다. 바다를 사이에 두고 한반도와 중국대륙을 향하고 있는 규슈의 북쪽 현관인 후쿠오카현은 인구 1백20만명의 도시로 고대부터 대륙문화를 일본에 들여오는 관문 역할을 해 왔다.따라서 이 곳에는 역사의 변천을 말해주는 다수의 귀중한 유산들이 남겨져 있는 유서깊은 도시다. 그러나 후쿠오카현은 급변하는 세계환경속에서 더이상 전통문화를 간직한 도시,해안의 공업도시로만 안주할 수만을 없다는 관·민의 공통된 인식아래 21세기 동아시아의 중심도시를 향한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고대 문화유산과 아름다운 해안선등 자연경관을 바탕으로 새로운 볼거리를 유치하고 개발해 부가가치가 높은 관광산업을 최대 역점산업으로 육성하고 있다. 이들은 이를위해 「세계 최고 또는 가장 일본적인 것」등 가능한한 모든 것을 관광상품으로 개발하고 있다. 후쿠오카시에 위치한 「후쿠오카돔」은 세계 최고를 지향하는 대표적인 명소.7백60억엔을 들여 해안매립지에 건설한 이 돔은 일본 최초의 지붕개폐식 야구장으로 좌석 이동을 통해 축구장·콘서트장으로도 활용된다. 특히 외야석에는 1백18m의 스탠드바식 테이블이 경기장을 향해 설치돼 있다.또 호프집·스탠드바·오락실·카지노·레스토랑·패스트푸드점등 각종 위락시설이 들어서 있다.스탠드에 앉아 맥주·커피등을 들며 야구를 즐기는 것이다.지난해 3월이후 관람객은 연간 9백만명선.이 가운데 70만명은 야구경기가 없는 시간에 찾은 관광객이다.야구장이 관광명소인 셈이다.공보담당 우에노 사토루씨는 『내년 유니버시아드대회에 대비,현재 야구장 맞은편에 건설중인 시호크호텔이 완공되면 호크스타운은 숙박과 놀이를 겸해 사람이 모이는 정겨운 장소로 자리잡힐것』이라고 말했다. 하키마치에는 「우카이」라 불리는 볼거리가 유명하다.일본이 지향하는 모든 것의 볼거리화에 걸맞다.우카이는 훈련된 오리들이 야간에 밝은 불빛에 유인된 물속의 은어를 잡아 삼키지 않고 입에 넣은채 오리주인에게 내뱉는 「오리의 은어사냥」이다.주인은 오리의 목에 줄을 매 오리를 조정한다. 우카이는 당초 은어를 잡으려는 목적으로 시작된 것이지만 지금은 하라즈루·후쓰카이치등 강주변 온천호텔과 연계된 관광상품으로 정착됐다.호텔 소유의 나무보트를 타고 오리의 은어사냥을 직접 보고 잡은 은어를 그 자리에서 구어 관광객에게 내 놓는다.일본은 이 관광상품을 위해 강에서 은어를 양식하고 있다. 일본은 이밖에도 온천장·음식점등에서 주인과 종업원이 전통의복을 차려입고 나와 예절을 갖추는등 전통 생활양식까지 외국인들에게 볼거리로 제공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볼거리가 많지 않다는 외국인들의 지적도 있지만 개발 여하에 따라 볼거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일본인들은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 사기꾼·도둑 풍자/블랙코미디 영화제작 “러시”

    ◎「투캅스」·「세상밖으로」 흥행여파… 「미끼」·「럭치기」등 준비 한창/한탕주의 등 사회부조리 고발 담아/도둑수기 모집… 미의 「스팅」 본뜬것도 사기꾼과 도둑을 주인공으로 하는 영화들이 잇따라 기획되고 있어 흥미롭다. 대표적인 영화는 파노라마 영화사에서 준비하고 있는 「미끼」와 태광영화사의 럭치기. 이들 두 영화사는 9월 안으로 시나리오를 탈고하고 10월 중에 제작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또 성전 영화사와 신화필름에서도 각각 「한탕」과 「뽕짝」이라는 영화를 준비하고 있다.「럭치기」와 「뽕짝」은 이현세씨의 만화가 원작이다. 이 가운데 「미끼」는 70년대 미국에서 대 성공한 로버트 레드포드와 폴 뉴먼 주연의 「스팅」에서 소재를 따왔다.늙은 베테랑 사기꾼과 여자라면 사족을 못쓰는 젊은 잔챙이 사기꾼,그리고 그들의 세계에 입문하려는 여자 사기꾼이 비밀 경매장을 차려놓고 상류층 사람들을 끌어들여 「한탕」한다는 줄거리다.이두용 고영남 감독 밑에서 연출 수업을 받은 박태우감독이 처음으로 메가폰을 잡는다. 「럭치기」는 교활한 스승 도둑과 여제자 도둑,그리고 초짜 도둑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스릴과 함께 우리 사회의 아픔을 담은 블랙 코미디다.「럭치기」는 「밤의 사냥개」 또는 도둑질을 뜻하는 은어다.9월 중으로 「도둑들의 수기」를 모집,여러가지 에피소드를 가미해 10월초까지 시나리오를 완성한다는 계획이다.이상우감독의 데뷔작으로 내정돼 있다. 또 「뽕짝」은 대조적인 성격의 전과자 2인이 범죄에서 손을 떼고 포장마차를 운영할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은행을 턴다는 줄거리다.성전영화사의 「한탕」역시 비슷한 내용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처럼 사기꾼 또는 도둑들의 영화가 잇따라 기획되고 있는 것에 대해 영화계에서는 대체로 두가지로 분석하고 있다. 첫째는 「투캅스」 「세상밖으로」 같은 영화가 흥행에 성공했다는 점이다.따라서 흥행성이 검증된 블랙 코미디류의 영화로 다시 한번 흥행에 도전하고 있다는 것이다. 두번째 이유는 이런 종류의 영화가 먹힐 수 있는 사회 분위기라는 판단이다.혹자는 「내일을 향해 쏴라」,「우리에게 내일은 없다」,「스팅」 등의 영화가 대 성공했던 60∼70년대 미국의 정치 사회적인 분위기와 우리 나라의 요즘 상황이 유사하다고 얘기하기도 한다.신신애의 「세상은 요지경」이라는 노래가 성공을 거둔 것도 요즘 우리 나라 사람들의 허무주의 성향을 반영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영화 「미끼」를 준비하고 있는 파노라마 영화사의 한 관계자는 이와관련,『한국의 부조리한 상황을 시원하게 꼬집음으로써 관객들에게 쾌감을 느끼게 할 코미디 영화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 50년만의 올여름 폭염/곤충·철새 생태 바꿨다

    ◎곤충 먹고사는 제비 격감/가뭄으로 모기·파리 줄어/더위에 강한 잠자리 늘고/꾀꼬리·뻐꾸기 시원한 고지대 이동/물가도요새 등 여름철새 절반으로 올 여름 계속된 폭염이 곤충과 조류 등의 생태계를 바꿔놓고 있다. 그동안 대기오염으로 도심에서는 찾아보기가 어렵던 잠자리가 최근 가을로 접어든 도심 곳곳에서 무리지어 나르는가하면 매미 울음소리도 유난히 많이 들리는 것을 느낄 수 있다.반면 파리·모기 등의 해충은 예년에 비해 훨씬 적어졌다.이와함께 이들을 잡아먹고 사는 제비의 숫자도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서울 도심의 한 유명호텔 옥상에는 요사이 날씨가 맑아지면서 상승기류를 타고 올라온 때이른 잠자리떼가 몰려들어 점심시간 등을 이용,산책 나온 인근 직장인들의 눈길을 모으게 한다.또 숲이나 나무가 많은 일반 주택가는 물론 잠실과 상계동 등 아파트단지에서도 그동안 쉽게 볼 수 없었던 매미가 심심치 않게 찾아와 창문밖을 맴돌며 울어대 한 여름밤의 운치를 더해주고 있다. 곤충들이 보이는 이같은 이상현상은 지난 7월 중순부터시작된 폭염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다.고려대 윤일병교수(한국곤충연구소 소장)는 『그동안 날씨가 덥고 비가 잘 오지 않아 수분에 약하고 더위에 강한 잠자리·매미등이 유충에서 성충으로 변태되는 과정에서 거의 죽지않고 살아남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이와는 반대로 파리·모기가 잘 보이지 않는 이유는 습기를 좋아하는 이들의 서식지가 메말라 유충때 필요한 수분이 충분히 공급되지 못해 다 자라지 못하고 중간에 죽는 애벌레들이 많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이같은 곤충생태계의 변화는 이들과 천적관계에 있는 새들의 생태에도 영향을 미친다.동서조류연구소 이정우소장은 『파리·모기 등 날아다니는 곤충을 먹고사는 제비가 이들의 수가 격감하자 이에 영향을 받았을 수도 있다』며 『그러나 더 큰 원인은 태국 등 남쪽으로 갔던 제비들이 돌아오는 과정에서 낙오하는 숫자가 많아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이는 제비들이 태국등 현지에서 폭염에 시달린데다 농약이나 제초제의 피해를 입은 벌레들을 잡아먹고 체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한편 경희대 생물학과 윤무부교수는 『올해는 더위때문에 주변에서 새들도 볼 수 없었다』며 『꾀꼬리·뻐꾸기·흰눈썹황금새·벙어리뻐꾸기 등이 폭염을 피해 해발 7백∼8백m 정도의 고원으로 이동해 서식하고 있는 것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그는 또 이같은 현상이 철새에도 나타나 『8월중순이면 낙동강하구,을숙도 등지로 찾아오는 물가도요새·붉은어깨도요·흑꼬리도요도 올해는 예년의 절반밖에 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 아내·두딸 북수용소 억류 확인 자수간첩 오길남씨

    ◎“가족들 생지옥서 비참한 생활”/3차례 자살기도로 특별감시대상/「주체사상 십계명」 어기면 바로 수용 『요즘 북한 정치범수용소의 실상이 속속 알려질 때마다 통한의 몸서리가 엄습해 옵니다.아내와 두 딸녀석을 생지옥에 남겨 놓고 나온뒤 하루하루 자괴감에 짓눌려 살아왔는데 이번에 정치범수용소의 명단을 실제로 보고는 정말 어찌할 바를 몰랐습니다.바로 나자신이 몹쓸 짓을 두번 한 것입니다.가족을 북녘에 데리고 간 것도,함께 데리고 나오지 못한 것도 차마 있을 수 없는 짓이었습니다』. 남북분단현실의 생채기가 온몸과 마음에 뒤엉켜 있는 오길남씨(52). 독일유학중 북한체제에 동경을 느껴 85년 아내 신숙자씨(52)와 두 딸 혜원(18)·규원양(15)을 데리고 월북했다가 1년만에 혼자 탈출,6년간의 독일망명생활을 거쳐 92년에 고국으로 돌아온 그는 최근 북한 정치범수용소에 갇혀 있는 강제납북자들의 명단발표를 계기로 이곳의 비참한 실상이 밝혀지면서 가족생각에 장탄식이 갈수록 길어지고 있다. 『아내와 두딸이 수용소에 갇혀 있다는 소식을 접한 것은 92년 북한 요덕수용소에 감금돼 있다 탈출한 귀순자 안혁씨를 통해서였습니다.백방으로 수소문해도 소식을 알 수 없었던 가족들이 생지옥이나 다름없는 수용소에 있다는 얘기를 전해듣는 순간 온몸이 마비될 지경이었지요』 오씨가 2년전 안씨로부터 전해들은 가족들의 수용소생활은 생각마저 끔찍할 정도로 비참한 것이었다. 안씨가 수용돼 있던 요덕수용소 대숙지구에 이들이 수용된 것은 87년 11월말쯤으로 안씨의 독신자숙소와 매우 가까운 가족세대숙소였다. 오씨의 아내 신씨는 도착한 이튿날 방안에서 목을 매 자살을 꾀했으며 1주일 간격으로 3번이나 방안에 불을 질러 두딸과 동반자살하려다 보위부원에게 발각되어 특별감시 대상으로 지목받아 아예 감금되기도 했다는 것이다. 안씨는 보위원 몰래 신씨를 도와주면서 그녀가 독일원에서 간호원생활을 하다 남편을 따라 월북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으며 『남편과 같이 북한에 들어와 고급 주택가인 평양창광거리에 살다 남편은 행방불명되고 나머지 가족들은 보위부에 끌려가 조사를 받고 이곳에 왔다』는 얘기와 『어린 딸들과 같이 이곳에서 짐승같은 생활을 하다 병들어 죽을 것을 생각하니 눈앞이 캄캄하다』는 하소연을 들었다고 한다. 신씨는 88년부터 수용소내 결핵요양소 간호원으로 배치되었으나 식량이 없어 두 딸이 산나물을 캐러다니는등 비참한 생활을 했다고 한다. 북한에서 지낸 1년동안 오씨는 철저한 감시하에 제한된 생활을 했기 때문에 정치범수용소나 집단수용소에 관한 자세한 얘기는 알지 못했었다.단지 밤에 끌려간뒤 소식이 끊긴 사람들의 얘기는 종종 들었다. 오씨는 『당시 북한주민들사이에선 입조심하지 않으면 「시골」에 끌려간다』는 말이 나돌았는데 시골은 수용소를 뜻하는 은어였다』고 말했다. 오씨는 또 『북한에는 「유일사상확립의 10대원칙」이라는 십계명 비슷한 것이 있어 어길 경우 누구나 곧바로 수용소로 직행했다』며 『김일성일가에 대한 비판은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언급자체가 범법사유였다』고 밝혔다. 70년 서울대를 졸업하고 독일로 유학가 경제학을 전공하던 오씨는 80년에 독일에 정치적 망명을 한뒤 반정부단체인 「민주사회건설협의회」에서 적극적인 활동을 하다 북한에 대한 동경으로 아내의 간곡한 만류를 뿌리치고 85년 12월 가족들과 자진월북했다. 오씨는 북한에서 대남선전방송인 「구국의 소리」에 근무했으며 이때 69년 납북된 대한항공 여승무원 성경희·정경숙씨등과 함께 일했었다고 한다. 자신과 가족들의 운명을 송두리째 망가뜨려버린 자신의 선택에 대한 자책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오씨는 가족에 대한 그리움과 자신의 어리석음을 실토하는 수기 「내 아내와 아이들을 돌려주오」를 지난해 발간하기도 했다.
  • 김정일 관련 「북한의 은어」

    ◎고슴도치 부자=대권전수 빗대 새끼 아끼는 고슴도치 비유/까투리 새끼들=3대혁명 소조원 지칭… “입만 까졌다”는 뜻/번지없는 주막=일반 관공서와 달리 번지없는 주석궁 풍자 북한의 권력을 승계할 것이 확실시되는 김정일은 북한주민들에게 어떤 모습으로 비쳐져 있을까.북한문제만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극동문제연구소(소장 강인덕)가 최근 펴낸 「북한의 은어」를 통해 서방세계에 그 실상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김의 모습을 살펴본다. ▲숫밤송이=김정일이 시범적으로 머리카락을 짧게 깎은 이른바 주체머리를 말한다. ▲곁가지=김정일의 이복형제들을 말한다.같은 자식들이지만 김이 본류라는 비유다. ▲고도=키가 작은 김정일이 굽이 높은 구두를 신고 다니는 것을 일컫는 말. ▲고슴도치부자=김일성부자를 지칭한다.자질이 모자라는 김정일에게 김일성이 70년대부터 대권전수를 시작하자,그 부자를 새끼를 끔직히 위하는 고슴도치에 비유하는 말. ▲까투리새끼들=김정일의 권력기반인 3대혁명소조원을 지칭한다.그들은 허황한 정치선전만 하므로 입만 까졌다고 해서 붙여졌다. ▲민족반역자=김정일이 후천성면역결핍증(AIDS)환자를 민족반역자로 규정한 데서 비롯.일반적으로 성병환자를 가리킨다. ▲번지없는 주막=김일성이 지금까지 살았고 곧 김정일이 살게 될 금수산 주석궁.주석궁은 다른 관공서와 달리 번지가 없다. ▲쏘왕=김정일을 주패놀이(북한에서 유행하는 카드놀이)에 등장하는 「소왕」(김일성은 대왕)이라는 카드에 비유한 단어. ▲호미망치=무지몽매할 뿐 아니라 철없이 날뛰면서 주민들을 들볶던 3대혁명소조원들을 지칭.70년대초부터 쓰였다. 극동문제연구소는 『은어는 일상어가 아닌 억압당하는 계층의 풍자』라며 『일부주민들은 김정일을 그 아버지처럼 존경하지는 않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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