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은어
    2026-06-17
    검색기록 지우기
  • 개원
    2026-06-17
    검색기록 지우기
  • 숭실대
    2026-06-17
    검색기록 지우기
  • 중국
    2026-06-17
    검색기록 지우기
  • 변경
    2026-06-17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1,325
  • 성남에 ‘멸종위기’ 천연기념물 하늘다람쥐 서식

    성남에 ‘멸종위기’ 천연기념물 하늘다람쥐 서식

    천연기념물 제328호이자 멸종위기 2급 야생생물인 하늘다람쥐가 경기도 성남시 영장산에서 서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성남시는 중원구 상대원동 영장산 사기막골 인공 둥지에 하늘다람쥐 한 마리가 보금자리를 튼 것을 지난 24일 확인해 29일 사진을 공개했다. 그동안 성남 지역에서 반딧불이, 은어, 알락해오라기, 금개구리 등 보호종이 발견된 적이 있지만 하늘다람쥐가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시는 2011년 2월 자연환경조사 때 영장산 일대에서 하늘다람쥐 배설물을 확인하고 서식실태를 관찰하고자 지난해 11월 인공 둥지 24개를 사기막골과 갈현동 지역에 분산 설치했다. 이번 하늘다람쥐 발견은 1년여간 지속적인 모니터링의 결과물이다. 시는 주변 지역에 하늘다람쥐가 더 서식하고 있을 것으로 추측하고 관찰과 보호 활동을 강화할 계획이다. 우선 서식환경 보호를 위해 야생생물보호구역 추가 지정과 생태계 보호 장치를 검토 중이다. 성남지역은 외곽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고 녹지율이 76%에 이른다. 이 가운데 남한산성 자락 양지동, 은행동, 상대원동 등 3곳 21만259㎡를 야생생물보호 구역으로 지정·관리하고 있다. 야행성인 하늘다람쥐는 서식환경이 까다로워 상수리나무와 잣나무가 섞여 있는 곳이나 순수 침엽수림에서만 서식한다. 자연적으로 형성된 나무 구멍이나 딱따구리가 파놓은 구멍에 나무껍질, 풀잎, 나뭇가지 등을 모아 보금자리를 만들고 서식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지금&여기] ‘스타 경찰’에 굶주린 국민/김경두 사회부 기자

    [지금&여기] ‘스타 경찰’에 굶주린 국민/김경두 사회부 기자

    잘나가는 검사 출신 정치인이 사석에서 했던 얘기다. 그는 “검사는 본질적으로 실세 정치인들을 잡아넣고 싶은 ‘DNA’를 갖고 있다. 특히 젊은 검사일수록 뼛속 깊이 박혀 있다”며 농반진반 소리를 했다. 젊은 혈기의 공명심인지, 불타는 정의감인지 해석하기 나름일 것이다. 그러나 그들도 권력 앞에서 좌고우면할 때가 많다. 눈치를 살피고 때를 기다리며 숨도 고른다. 그때마다 국민들은 “죽은 권력이나 잡아들인다”며 “하이에나 같다”고 비판한다. 욕도 해댄다. 다만 거기엔 채찍질뿐 아니라 “앞으로 잘하라”는 애정도 담겨 있다. 그 배경엔 권력자를 향해 준엄한 칼을 휘둘렀던 ‘스타 검사’에 대한 향수와 기대가 없지 않아 보인다. ‘정치인’ 홍준표에 대한 호불호는 갈린다. 하지만 ‘검사’ 홍준표는 다르다. 국민은 한때 홍 검사의 등장에 뜨겁게 환호했다. 그는 정권 실세를 겨냥한 슬롯머신 사건을 수사했고, 6공의 황태자인 박철언 전 의원을 잡아넣었다. 그의 칼날에 추풍낙엽이었다. 안대희 전 중수부장은 어떤가.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을 차떼기당으로 만든 장본인으로, 참여정부 실세들도 그의 칼날을 피해가지 못했다. 팬클럽이 생길 정도의 스타였다. 시선을 돌려 보자. 검찰과 함께 양대 사정기관인 경찰은 어떤가. 국민적 스타가 있었던가. 아! 스타가 있긴 하다. ‘별’(전과기록 은어)을 단 전직 경찰청장들이 적지 않다. 조현오 전 청장을 비롯해 강희락 전 청장, 최기문 전 청장, 이택순 전 청장이 별을 달았다. 그런데 13만 경찰 총수가 별을 단 이유가 좀 구리다. 권력과 맞짱을 뜬 것이 아니라 뇌물을 챙기고, 보복 폭행에 연루되거나 죽은 자의 명예를 훼손했다. 경찰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이 삐딱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실망감은 권은희 서울 송파경찰서 수사과장에 대한 열렬한 격려로 나타났다. 여야가 이해관계에 따라 바라본 것과 달리 시민들은 권 과장의 용기 있는 행동에 빵과 치킨, 편지를 보내며 응원했다. 인터넷은 더 뜨겁다. 그런 국민적 환호에 당황했는지 경찰 수뇌부의 반응은 복잡해 보인다. 권 과장에 대한 질문을 회피하거나 얼버무리곤 한다. 일각의 예측처럼 권 과장의 발길이 향후 여의도로 향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권 과장을 통해 나타난 ‘스타 경찰’에 대한 국민적 갈증을 경찰이 돌아볼 때가 아닌가 싶다. golders@seoul.co.kr
  • 젊음·늙음 경계서 타인의 고통이 느껴졌다 소통이 시작되었다

    젊음·늙음 경계서 타인의 고통이 느껴졌다 소통이 시작되었다

    “정신이 번쩍 들었어요. 쉰살이구나.” 일곱 번째 소설집 ‘도자기 박물관’(문학동네)의 원고를 손보면서, 소설가 윤대녕(51)은 “지난 몇 년간 어떤 분기점의 경계를 살아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했다. 40대가 저물어 가는 2010년 가을부터 발표한 단편들이었다. 세상에 대한 긴장감을 잃지 말아야겠다는 자각이 불현듯 찾아왔다. “앞으로 19년, 아니면 20년쯤. 기껏해야 일흔살까지 쓸 수 있을까요. 타자와 세상에 대한 어떤 사유, 문학적 직관, 원숙한 호흡이나 문제의식을 길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삶의 서사를 다루는 소설가에게 나이는 굉장히 중요하거든요.” 작가는 ‘도자기 박물관’의 후기에서 “젊음과 늙음의 경계에서 (중략) 고통에 대한 사유와 삶의 이면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잦았던 것 같다”고 술회한다. 단편들은 고통을 사유한다. ‘비가 오고 꽃이 피고 눈이 내립니다’의 화자는 “사람은 결국 고통을 통해서만 서로를 이해하게 되는” 것인지 의문한다. 건강검진을 받는 ‘검역’의 주인공은 고통을 “설혹 부모 자식 간이라 하더라도 자신이 겪어보지 않는 한 결코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라고 여긴다. “마흔다섯살 이후에 남이 느끼는 고통에 대해 굉장히 많이 느끼게 되었어요. 타자에 대한 고민도 깊어졌고요. 타자와 완전한 이해가 가능한가, 내 몸과 생각의 틀을 벗어날 수 없는 것이 인간의 한계인가…. 그렇다, 한계다, 그런데 타자의 고통을 내가 이해할 때에야 비로소 교감이 가능한 게 아닐까. 내가 아프면 남도 아프다는 것을 전제로 타인을 대할 때 소통과 삶이 발생하는 게 아닌가, 아파하고 힘들어하는 상대에게 개입해야만 관계가 발생하는 게 아닌가, 이런 생각들이 들었어요.” 고통의 이면에는 필연적으로 죽음의 인식이 뒤따른다. “살아있다는 것 자체가 누구한테나 고독이고 고통”이라며 기어코 아들에게 삶의 모진 진실을 전하는 ‘반달’의 어머니가 그렇다. “고통을 느낀다는 건 삶을 강렬하게 의식하는 행위예요. 죽음이 이어져 있는 것이죠. 삶을 사는 건 죽음을 사는 것과 같잖아요. 그런 사실을 매 순간 의식합니다. 작품의 인물들도 마찬가지예요. 삶과 죽음의 동시성을 알고 있는 인물들을 소설 속에 끌어들이고 형상화시키고 싶어요.” 시간과 삶에 대한 사유는 그동안의 작품을 되돌아보는 계기로 이어졌다. 표제작을 두고 작가는 “저 자신의 글쓰기 과정을 은유한 소설”이라고 설명한다. 30년 넘게 만물상 트럭을 몰아 온 주인공은 아내의 무덤 앞에서 “눈을 감고 지나온 생을 낯선 꿈처럼 돌아”본다. “문학을 했던 세월을 돌아보면 후회는 아니지만 어떤 회한 같은 게 남아요. 그동안 상처 투성이가 된 게 아닌가, 너무 일관되게만 살아온 게 아닌가, 너무 많은 것을 잃고 너무 많은 본질을 놓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 의미에서 ‘도자기 박물관’은 심정적으로 자전적이에요.” 그는 “90년대에는 이방인이나 ‘나’에 집중했다면 마흔살이 넘은 뒤에는 타인과 삶에 대한 실제적 감각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것 같다”고 쑥쓰러운 듯 고백한다. 1990년에 등단해 소설집 ‘은어낚시통신’과 ‘대설주의보’, 장편 ‘달의 지평선’ 등 여러 편의 작품을 발표했으나 글쓰기는 여전히 어렵다. 만물상 트럭이 길 위에 궤적을 남기듯, 고민의 흔적은 작품에 새겨진다. 여로(旅路)는 끝이 없다. 작가는 “길이 곧 집(우주)이라는 것을 다시 알게 되었고, 여로에 서 있음이 나의 운명임을 수긍하기게 이르렀다”고 작가의 말에 적는다. “요즘은 글을 쓰는 행위와 길 위에 있는 게 하나가 되어버렸어요. 여로형 소설이 잦았던 것은 아무래도 구도(求道)의 의미가 많이 담겨 있었기 때문인 것 같아요. 소설은 삶을 은유하는 데 사는 게 과정이잖아요. 소설에 완전한 결론은 있을 수 없죠. 과정에서 사유하고 과정을 기록하는 게 소설이고 문학이라고 이해하고 있어요.” 배경헌 기자 baenim@seoul.co.kr
  • SBS 뉴스 방송사고 ‘일베 고의’ 의혹 확산…추가 게시물 올라와

    SBS 뉴스 방송사고 ‘일베 고의’ 의혹 확산…추가 게시물 올라와

    SBS 8시 뉴스의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하 방송사고가 고의가 아니냐는 의혹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논란이 된 일간베스트게시물을 올린 이용자가 이를 뒷받침하는 게시물을 또 올려 논란이 커지고 있다. 20일 방송된 ‘SBS 8시 뉴스’의 한 코너 ‘특파원 현장’은 일본 수산물의 방사능 오염 위험에 대해 보도하던 중 도표 자료 하단에 노 전 대통령을 비하하는 이미지를 노출시켰다. 해당 이미지는 극우 성향 인터넷 커뮤니티인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에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하하기 위해 노 전 대통령과 코알라를 합성해 만든 이른바 ‘노알라’ 이미지다. 이에 일부 네티즌들은 이번 방송사고가 실수가 아닌 고의라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방송사고 두달여 전인 지난 6월 8일 일베의 한 게시판에는 ‘촬영저장소 sbs내부인증간다 XX들아’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올라왔다. ‘스페이스마린’이라는 닉네임을 쓰는 일베 이용자는 방송국 제어실처럼 보이는 곳을 내부에서 찍은 것처럼 보이는 사진과 함께 “저격해봐라. 그리고 일베는 방송국도 점령했음을 잊지마라, 로류(오늘의 유머 사이트 이용자들을 비하하는 은어)놈들”이라는 글을 올렸다. 게다가 또 다른 일베 이용자가 이 게시물에 “방송사고인 척 노알라 생방송으로 한번 쏴줘라”라는 댓글을 달았다. 이 때문에 일부 네티즌들은 이번 방송사고가 일베 이용자들에 의해 의도적으로 발생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특히 이날 문제가 불거지자 두달 전 문제의 게시물을 올린 일베 이용자가 이번 방송사고의 자초지종을 설명하는 듯한 글을 후속으로 올려 이러한 의혹을 뒷받침하고 있다. 일베 이용자 ‘스페이스마린’은 21일 ‘SBS 내부인증했던 이용자다. 자료화면 제공은 몇몇 일베 이용자 선배들의 짓이다’라는 제목의 게시물을 올렸다. 또 다시 방송국 제어실 내부를 촬영한 듯한 사진을 올린 이 게시물에서 해당 일베 이용자는 “아무래도 단체로 중징계를 당할 듯 싶다. 심각하다”고 밝혔다. 이어 댓글로 다른 일베 이용자들과 나눈 대화에서 “나는 (SBS)뉴스텍 근무 중”이라고 밝힌 이 일베 이용자는 “(이번 사고로)피바람이 예상된다”고 전했다. 또 “난 무관하다”면서 “나같은 말단이 뭘하겠나. 선배들이 전라도 출신들에게 당해 불구경 중이다. 여긴 북한이나 다를 바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SBS는 보도자료를 통해 “기사에서 제작진의 실수로 노무현 대통령의 이미지 컷이 사용됐다”고 사과했다. SBS는 “뉴스 그래픽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담당자가 구글 일본어 사이트에서 ‘일본 산수청’, ‘가자미류’, ‘방사선’이란 키워드 중심으로 검색을 했고 한 블로그에서 이미지 컷을 찾아내 컴퓨터그래픽 배경으로 썼다”고 해명했다. SBS의 사과와 해명에도 불구하고 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일부 네티즌들이 “SBS 뉴스 방송사고는 의도적으로 계획됐다”고 의혹을 제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SBS 뉴스 방송사고, 사고? 고의? ‘일베 예고설’ 논란

    SBS 뉴스 방송사고, 사고? 고의? ‘일베 예고설’ 논란

    SBS 8시 뉴스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하하는 합성사진을 그대로 방송에 내보내는 방송사고를 일으킨 가운데 이번 일이 단순 실수가 아닌 고의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와 논란이 더욱 커지고 있다. 20일 방송된 ‘SBS 8시 뉴스’의 한 코너 ‘특파원 현장’은 일본 수산물의 방사능 오염 위험에 대해 보도하던 중 도표 자료 하단에 노 전 대통령을 비하하는 이미지를 노출시켰다. 해당 이미지는 극우 성향 인터넷 커뮤니티인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에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하하기 위해 노 전 대통령과 코알라를 합성해 만든 이른바 ‘노알라’ 이미지다. SBS는 보도자료를 통해 “기사에서 제작진의 실수로 노무현 대통령의 이미지 컷이 사용됐다”고 사과했다. SBS는 “뉴스 그래픽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담당자가 구글 일본어 사이트에서 ‘일본 산수청’, ‘가자미류’, ‘방사선’이란 키워드 중심으로 검색을 했고 한 블로그에서 이미지 컷을 찾아내 컴퓨터그래픽 배경으로 썼다”고 해명했다. SBS의 사과와 해명에도 불구하고 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일부 네티즌들이 “SBS 뉴스 방송사고는 의도적으로 계획됐다”고 의혹을 제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방송사고 두달여 전인 지난 6월 8일 일베의 한 게시판에는 ‘촬영저장소 sbs내부인증간다 XX들아’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올라왔다. ‘스페이스마린’이라는 닉네임을 쓰는 일베 이용자는 방송국 제어실처럼 보이는 곳을 내부에서 찍은 것처럼 보이는 사진과 함께 “저격해봐라. 그리고 일베는 방송국도 점령했음을 잊지마라, 로류(오늘의 유머 사이트 이용자들을 비하하는 은어)놈들”이라는 글을 올렸다. 게다가 또 다른 일베 이용자가 이 게시물에 “방송사고인 척 노알라 생방송으로 한번 쏴줘라”라는 댓글을 달았다. 이 때문에 일부 네티즌들은 이번 방송사고가 일베 이용자들에 의해 의도적으로 발생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문화마당] 무슨 책을 읽을까?/김재원 KBS 아나운서

    [문화마당] 무슨 책을 읽을까?/김재원 KBS 아나운서

    고2 아들아이가 요즘 묵언수행 중이다. 입을 닫았다. 통 말이 없다. 방학이 끝나가지만 이름만 방학일 뿐 여전히 학교를 오고 가는 그 아이가 아빠는 물론 엄마에게도 입을 닫은 지 벌써 몇 개월째다. 이러다 말겠지 싶었지만 요즘은 심지어 후기인상파다. 얼굴은 우울하고 입은 닫고 사이버 인간처럼 움직인다. 그동안 제법 조잘대던 아이라 더 마음이 쓰인다. 주변 얘기를 들어보면 대부분 청소년들이 집에서 말을 하지 않는 모양이다. 그들은 왜 입을 닫았을까? 중학교 2학년들에게 ‘중2병’이라는 진단이 내려졌다. 그들이 가장 무섭다는 평가를 받을 만큼 그 나이 또래의 생각은 종잡을 수 없다. 남보다 우월하다거나 열등하다는 착각에 빠져 있단다. 방송이나 강연에서 만나는 청중 가운데 가장 두려운 존재가 그 또래들이다. 전혀 들으려고 하지 않고 어떻게 반응할지 예상할 수가 없다. KBS 한국어연구팀장으로 일하면서 가끔 중·고등학교에 언어폭력 예방 강의를 나간다. 누군가의 말을 들으려고 하지 않는 그들의 언어세계는 이미 언어폭력으로 얼룩져 있다. 은어와 속어는 물론이고 욕설조차 일상어로 자리 잡은 경우가 다반사여서 어른들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들의 속마음은 과연 무엇일까? 청소년의 언어폭력은 사회적 분출구가 없는 아이들에게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불투명한 미래와 답답한 부모, 꽉 막힌 스승과의 불통으로 막히고 눌린 아이들의 불만이 오로지 뚫린 입으로 비집고 나온다. 이제 아이들에게 소통수단은 언어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시간이 부족한 아이들은 더 이상 놀이로도, 운동으로도 소통할 수 없다. 결국 욕설과 은어로 자신들만의 세계를 구축한다. TV에서, 인터넷에서 어른들에게 배운 것이다. 이제 어른의 대화를 고스란히 따라하고 있을 뿐이다. 어른들이 석고대죄해야 한다. 어른들은 아이들의 마음을 모르고 있다. 청소년들이 집에서 부모와 대화를 하지 않는 것도, 강사들에게 불편한 청중이 된 것도, 그들 사이에 폭력적 언어가 만연한 것도 어쩌면 그들의 마음을 읽어주는 누군가가 없었기 때문일지 모른다. 부모도, 선생님도, 친구도 자신의 마음을 읽어주지 않는다. 그저 막막한 공부와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걱정과 염려가 전부이다. 그들의 마음을 읽어줄 한 사람이 없기 때문에 그들은 세상에 입과 귀를 닫았다. 누가 이 아이의 마음을 읽어줄까? 일부 지방자치단체 도서관에서 ‘휴먼라이브러리’라는 사람 책 읽기 운동을 하는 모양이다. 각 분야 전문가나 유명 저자들이 독자들과 직접 만나 대화하고 질문하며 사람 책을 읽는 프로그램이다. 나도 방송을 진행하면서 매일 ‘사람 책’을 만난다. 인터뷰를 통해 그들의 인생역사를 듣고 삶이 주는 교훈을 새긴다. 사람 책을 읽는다는 것은 그 사람의 마음을 읽는 것이다. 이제 종이활자 책만 읽지 말고, 유명인사의 사람 책만 읽지 말고 가까운 사람들의 마음을 읽으려고 노력하자. 아들도, 딸도, 어머니도, 아버지도, 친구도, 선생님도, 제자도 자신의 마음을 읽어주기를 기다리고 있다. 그들의 마음을 책 삼아 읽어 보자. 나는 요즘 묵언수행 중인 아들의 입을 열려고 굳이 애쓰지 않는다. 그 시기에는 입을 열지 않도록 유전자가 형성되어 있는데 억지로 열 필요가 있을까? 그저 기다리면서 그 아이의 마음 책을 읽어 보련다.
  • [주말 인사이드] ‘범털’ 집합소 서울구치소…그들의 24시

    [주말 인사이드] ‘범털’ 집합소 서울구치소…그들의 24시

    ‘범털 집합소.’ 권력을 누렸던 정권 실세들과 대기업 오너들이 수시로 드나드는 곳이라고 해서 붙여진 서울구치소의 또 다른 이름이다. ‘범털’은 수감자들 사이에 쓰는 은어로 돈 많고, 힘있는 수감자를 뜻한다. 서울구치소는 전국 50여개의 교정시설 중 ‘범털’이 가장 많이 수용돼 있는 곳이자 장소변경 접견(옛 특별면회) 신청이 가장 많은 곳이기도 하다. 대한제국 말기인 1907년 경성감옥으로 문을 연 서울구치소는 서대문형무소로 불리다 1967년 서울구치소로 이름을 바꿨고, 1987년 서울 서대문형무소역사관 자리에서 경기 의왕시 포일동으로 옮겨왔다. 서대문 형무소 시절에는 유관순 열사 등 독립투사들이 수용되면서 항일·독립운동의 상징으로 불렸던 곳이지만, 지금은 정권의 단맛에 취해 비리를 저지른 정치인·고위 공무원, 돈과 권력을 등에 업고 분식회계, 비자금 조성, 탈세를 일삼는 재계 인사들이 한 번씩 거쳐 가는 곳이라는 불명예를 얻고 있다. 서울구치소를 거쳐 간 범털은 추징금 미납으로 국민적 비난을 받고 있는 전두환 전 대통령과 노태우 전 대통령을 비롯해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 현철씨, 김대중 전 대통령의 아들 홍업·홍걸씨,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등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지금도 이재현 CJ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 등 권력의 단맛에 취해 불법 행위를 저지른 유력인사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수감 전에는 호사스러운 생활을 즐겼던 범털들의 구치소 생활은 어떨까. 한때 ‘나는 새도 떨어트린다’는 권력을 누렸던 사람이라도 일단 구속이 되면 일반 수감자들과 다를 바 없는 절차를 거친다. 법원에서 구속영장이 발부되면 30분~1시간 정도 뒤에 법무부에서 준비한 호송 차량을 타고 구치소로 향한다. 구치소에 도착하면 신상기록카드를 작성하고 신체검사 및 건강검진을 받고 수의, 속옷 등 기본적인 물품을 받는다. 이후 수용생활에 대한 안내를 받고 독거실 혹은 혼거실로 들어가게 된다. 방 배정은 죄명, 형기, 죄질, 범죄전력, 나이, 개인 특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이뤄진다. 공범일 경우 증거인멸이나 말 맞추기 등을 방지하기 위해 따로 방을 쓰게 하고, 질병이 있다는 의사진단서 등 증빙서류가 있는 경우 병사에 수용된다. 범털들은 대부분 독거실을 배정받는다. 독거실은 6.56㎡(약 1.9평) 규모이며 접이식 매트리스와 관물대, TV, 1인용 책상 겸 밥상, 세면대, 화장실 등이 구비돼 있다. 이에 대해 법무부 관계자는 “다른 수용자들과의 마찰 등의 문제를 고려한 것이지 특혜 차원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식사·용변·빨래·취침을 1.9평의 좁은 공간에서 해결해야 하고, 혼자서는 걸어다니지도 못했다. 여름에는 선풍기와 부채만으로 버텨야 하고, 겨울은 시멘트 바닥이 차가워 견디기 힘들었다. 3개월이 지나자 누구라도 좋으니 이야기할 상대가 필요했다. 차라리 검찰청에 나가 검사와 대화를 나누고 싶을 정도였다.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다.” 최근 출소한 A씨는 구치소 생활에 대해 이야기하며 착잡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구치소는 기본적으로 모든 자유가 제약되는 곳이기 때문에 편하게 지내기란 불가능하다. 원칙적으로 범털들도 일반 수감자와 크게 차이 없는 생활을 한다. 아침 6시 기상을 알리는 음악 소리로 하루가 시작된다. 인원이나 건강이상 유무 등을 확인하는 아침 점호를 받는다. 아침은 오전 7시, 점심은 낮 12시, 저녁은 오후 6시고, 밤 9시가 되면 잠자리에 든다. 식사는 쌀·보리의 혼합곡과 함께 3찬(국 포함)으로 독거실 내에 있는 식기에 배식받아 해결한다. 가족 등이 가져오는 외부 음식은 반입이 원칙적으로 금지되고, 설거지는 방 안에서 직접 해야 한다. 수감자들은 ‘기상→식사→출정(검찰 조사, 재판 참석)→휴식’이라는 단순한 생활을 반복한다. 출정을 나가지 않는 경우에는 30분~1시간 정도의 운동과 하루 한 번 30분간 외부인 접견, 하루 한 번 변호사 접견 외에는 대부분을 방에서 보낸다. 범털들은 일반 수감자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빡빡한 일정을 소화한다. 재판으로 넘어가기 전 구속상태의 수감자들은 거의 매일 검찰에 나와 조사를 받는다. 검찰은 20일이라는 구속기간 동안 조사를 마치고 재판에 넘겨야 하기 때문에 이 기간에 집중 조사를 한다. 최근 구속기소된 이재현 회장도 기소 전에는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9시까지 검찰조사를 받았다. 재판에 넘겨진 뒤에도 바쁘기는 마찬가지다. 재판에 참석할 때를 제외하고는 회사 임직원들이나 가족들과의 접견을 통해 회사 중요 업무, 향후 대응방안 등을 논의해야 한다. 이때는 변호사 접견이 하루 일정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변호사 접견은 하루 한 번만 가능하지만 시간제한이 없어 이 시간을 요긴하게 사용한다. 변호사 접견은 방어권 보장을 위해 교도관의 배석 없이 변호사와 둘만의 대화가 가능하고 접견 내용도 기록되지 않는다. 변호사를 통해 향후 검찰 수사 대응 방안은 물론 회사 업무를 지시 혹은 결재하거나 정·재계 소식, 최근 업계 동향, 국민 여론 등을 전해 듣는다. 때로는 변호사를 말동무 삼아 시간을 때우기도 한다. 구치소에서도 특혜 아닌 특혜가 있다. 서울구치소에서 수감 생활을 한 B씨는 “변호사 접견만 해도 일반 수감자들은 비싼 비용 때문에 엄두를 내지 못하는 일이다. 대개의 수감자들은 보통 TV를 보거나 책을 읽으며 하루를 보낸다”고 말했다. 특별한 경우에 신청하면 이뤄지는 장소변경 접견은 범털들이 답답함을 벗어나고자 종종 쓰는 방법 중 하나다. 최대 5명을 한꺼번에 볼 수 있으며 15분 동안 이뤄진다. 접견실에는 테이블과 소파가 구비돼 있고, 접견을 하면서 악수나 포옹도 가능하다. 구치소 안에서 판매하는 빵, 우유, 떡갈비, 훈제닭갈비, 바나나, 오렌지, 각종 스낵류 등 음식들을 사먹을 수도 있다. 영치금으로 구입이 가능한데 풍요로울 정도의 영치금이 들어오는 범털들은 수감자들에게 음식을 돌리는 등의 방법으로 자신을 과시하기도 한다. 하지만 좁은 공간에서의 생활, 자유의 억압으로 인한 고통은 마찬가지로 하루라도 빨리 구치소를 나가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쓰기도 한다. 가장 애용되는 방법 중 하나가 건강악화를 내세우는 이른바 ‘휠체어 퍼포먼스’다. 1999년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이 국회 증인으로 출두하면서 휠체어와 하얀 마스크를 쓴 뒤 숱하게 애용됐다.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은 2006년 비자금 조성혐의로 서울구치소에 구속수감된 뒤 휠체어를 탄 채 법정에 등장했다.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은 검찰의 구속수사를 앞두고 심장수술을 받았다. 범털들은 구치소를 벗어나기 위해 구속집행정지 신청과 구속적부심, 보석제도 등을 활용하고 있다. 형이 확정된 뒤에는 설, 추석, 1월 1일, 8월 15일 등에 특별사면을 기대하면서 구치소 생활을 버티고 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그래픽 길종만 기자 kjman@seoul.co.kr ●돈·권력 있어 대우받는 죄수 ‘범털’ ‘범털’은 돈이나 뒷배경이 없는 ‘개털’이라는 용어의 반대 개념으로 나온 죄수들의 은어다.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유래는 확실치 않지만 1980년 황석영의 소설 ‘어둠의 자식들’에 ‘우리 같은 개털은 몸으로 때우면서 징역 사는 수밖에 없지’라는 말이 등장한다. 일반 수감자들은 자신들과 달리 감옥에서도 대우를 받는 돈 많고 권력 있는 재벌이나 정치인들을 빗대 범털이라고 불렀다. 감옥에서는 기본 물품이 부족하다 보니 가족이나 친지들이 넣어주는 영치금으로 생활하는 경우가 많은데 영치금이 풍부해 넉넉한 수감 생활을 하는 죄수들은 ‘범털’, 영치금이 없어 감옥에서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끼는 죄수들을 ‘개털’로 구분해 칭해 왔다.
  • 바람이 떠나라 시켰다… 물 만나 여름을 식혔다

    바람이 떠나라 시켰다… 물 만나 여름을 식혔다

    같은 지역이라도 무엇에 초점을 맞추느냐에 따라 사뭇 달라 보이게 마련입니다. 강원도 평창 하면 겨울철 눈이 먼저 떠오를 겁니다. 사방을 둘러친 장쾌한 백두대간의 준령들도 엇비슷한 무게로 뒤를 잇겠지요. 여름이니 ‘물 맑은 곳’에 초점을 맞춰 봅니다. 놀랍게도 듣도 보도 못한 풍경들이 여기저기서 뛰쳐나옵니다. 주민들만 알음알음 찾았거나 자연휴식년제 등에 묶여 있던 곳들이니 깨끗한 건 말할 나위 없습니다. 숨겨진 명소들로 함께 가 보시지요. 더위 사냥에 제격입니다. 평창군 대화면 대화7리에선 ‘땀띠물’이 솟는다. 안내판에 따르면 오래전부터 몸에 땀띠가 난 사람이 이 물에 몸을 씻으면 그야말로 ‘씻은 듯’ 땀띠가 사라져 이 같은 독특한 이름을 얻게 됐다고 한다. 설마 땀띠물로 목욕한다고 땀띠가 사라질까만, 땀띠가 생기지 않을 만큼 물이 시원하다는 걸 해학적으로 표현했다고 보는 게 옳지 싶다. 주민들은 땀띠물을 ‘굴물’이라고도 부른다. 마을을 둘러친 청룡산 자락의 크고 작은 샘통에서 흘러나온 물이라는 뜻이다. 아무리 가뭄이 심해도 땀띠물이 마르는 법은 없다. 매일 일정량의 물이 연못 여기저기서 솟아오른다. 온도 변화도 거의 없다. 연중 11~13도 사이를 유지한다. 땀띠물은 차다. 족욕장에 앉아 발을 담그면 10초를 버티기 쉽지 않다. 땀띠는 쏙 들어가고 대신 소름이 오드득 돋는다. 주변과의 온도 차도 확연하다. 이는 바로 옆을 흐르는 대화천의 수온이 여름철 18~20도인 것과 비교하면 금방 알 수 있다. 이쯤 되면 여름엔 에어컨, 겨울엔 노천온천과 다름없었을 터. 현지 주민들은 “땀띠물이 여름엔 등목터, 겨울엔 빨래터”였다고 입을 모았다. 주민들이 올해 처음 여는 ‘평창 더위사냥 축제’도 땀띠물 공원이 주무대다. 2~11일 열린다. 은어와 송어 맨손 잡기 등 천렵 프로그램도 재밌지만, 무엇보다 삼굿체험이 관심을 끈다. 감자 등을 바닥에 묻고 흙과 자갈, 나뭇가지 등으로 덮은 뒤 불을 때 익혀 먹는 프로그램이다. 원래 삼굿은 길쌈의 원료가 되는 삼(대마)의 껍질을 쉽게 벗기기 위해 삼을 찌는 구덩이나 솥, 혹은 그 과정 등을 일컫는다. 이걸 감자 등을 쪄 먹는 체험 프로그램으로 응용한 게 삼굿체험이다. 강변을 따라 걷는 둘레길도 좋다. ‘남산둘레길’과 ‘매화마을 녹색길’이다. 남산둘레길은 솔숲 안쪽으로 난 길이다. 오가며 맡는 진한 솔향이 인상적이다. 평창읍내에서 종부교를 건너면 바로 남산산림욕장이다. ‘솔향기 고운 숲길’ 간판 아래 목재 데크가 들머리다. 길 아래로는 평창강이 시원스레 흐르고, 양옆으로는 붉은 수피의 소나무들이 울울창창하게 하늘을 가리고 있다. 걸어서 접근하기 어려운 강변 산자락에 굵은 소나무들이 매달려 있고, 그 사이로 목재 데크가 놓여져 있다고 보면 알기 쉽다. 이런 길이 7㎞쯤 이어진다. 매화 마을 녹색길은 평창강을 따라 이어진 기암절벽과 동행하는 길이다. 마을의 옛 이름은 절개 마을이다. 마을 앞에 곧추선 절개산에서 비롯된 이름이다. 이름에서 퍼뜩 느껴진다. 산세가 얼마나 가파를지 말이다. 칼로 싹둑 베어낸 듯 절리를 이룬 자태가 멋들어지다. 그 절벽 위로 아양정이란 정자도 세워 뒀다. 마을 안쪽으로 들어가지 않는다면 전혀 볼 수 없는 풍경이니 부러 찾아야 한다. 평창에서 영월 가는 국도변에 있다. 전체 길이는 4.1㎞다. 핵심 구간은 승용차로도 접근할 수 있다. 사람 손 덜 탄 곳을 찾는다면 원당계곡이 제격이다. 백덕산(1350m)에서 발원해 평창강으로 흘러가는 물줄기다. 전체 길이는 6㎞ 남짓. 그 가운데 덕말~용소골 사이 약 2㎞ 구간은 7년여 동안 자연휴식년제로 출입이 통제되다 최근 해제됐다. 계곡물은 차고 맑다. 수량도 풍성한 편. 연한 연둣빛 감도는 계곡물이 쉼 없이 흘러간다. 발만 살짝 담근 채 탁족을 즐겨도 좋겠다. 뭐니 뭐니 해도 최고의 피서는 냅다 뛰어들어 계곡과 하나가 되는 것. 원당계곡에선 훌훌 벗어던지고 물에 뛰어드는 게 ‘가능’하다. 대한민국의 빼어난 계곡 가운데 온몸 던져 놀 수 있는 곳이 어디 흔한가. 이런저런 제약 탓에 발끝 하나 담그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그러니 이만하면 대단한 호사다. 영동고속도로 장평 나들목에서 31번 국도를 타고 평창읍에 이른 뒤 뇌운계곡 방향으로 가면 닿는다. 물과는 관련이 없지만, 물가 못지않게 시원한 명소 한 곳 덧붙이자. 육백마지기다. 미탄면 청옥산 정상 아래 있는 고랭지 채소밭이다. 지난달 25일 오후 평창읍 기온이 영상 27도 쯤이었던 것에 견줘 육백마지기는 22도에 머물렀다. 여기에다 바람까지 세차게 부니 반소매 옷차림으로는 한기를 느낄 정도로 서늘했다. 천혜의 ‘풍욕장’(風浴場)인 셈이다. 글 사진 평창 손원천 여행전문기자 angler@seoul.co.kr →맛집 평창의 대표적 재래시장인 평창올림픽시장에서 5일까지 ‘평창메밀부치기축제’가 열린다. ‘부치기’는 부침개를 뜻하는 사투리. 메밀로 만드는 다양한 요리를 체험할 수 있는 축제다. 지난해 처음 열린 뒤 관광객들의 반응이 좋아 올해까지 이어졌다. 평창시장 안엔 모두 11개의 부침개집이 있다. 저마다 ‘수십년 내공’을 자랑하는 집들이다. 어느 집을 들어가도 메밀전병, 김치전 등 담백한 토속 음식을 맛볼 수 있다. 축제 기간에 한해 음식값을 내린다. 김치전 한 장에 500원 정도 받는다. 대신 음식의 양은 줄인다. 적은 예산으로 다양한 음식을 맛보라는 배려다. 평창송어(332-0505·이하 지역번호 033)는 각종 송어 요리로 이름났다. 콩가루에 비벼 먹는 송어회가 특히 맛있다. →잘 곳 가족 단위라면 휘닉스파크(www.phoenixpark.co.kr)를 추천할 만하다. 평창군 홈페이지(www.yes-pc.net)에 다양한 펜션들이 올라 있다. 캠핑장은 솔섬오토캠핑장(333-1001), 물굽이오토캠핑장(010-2127-9737), 계방산오토캠핑장(070-7789-8892) 등이 대표적이다.
  • [길섶에서] 뿌리의식/최광숙 논설위원

    휴가 때 고향에 다녀왔다. 사촌 결혼식 이후 2년여 만이다. 이제 고향에 머문 시간보다 서울에 산 시간이 1.5배나 길지만 여전히 서울은 타향일 뿐이라는 것을 이번에 새삼 느꼈다. 고향 땅을 밟으니 그간 타향살이의 고달픔을 맨 먼저 입맛이 알아챈다. 똑같은 옥수수이건만 고향 옥수수가 더 차지다. 내리 사흘 점심을 감자 옹심이와 감자 송편을 먹었는데도 돌아서면 또 먹고 싶다. 오랜만의 고향길이니 일가 친척들을 찾아 뵙는 것은 빠질 수 없는 일. 지난해 작은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홀로 되신 작은어머니를 모시고 점심 식사를 했다. 이모를 비롯해 외삼촌 등 외갓집 식구들과도 회포를 풀었다. 70~80대 노인들이지만 조카들과의 만남이 반갑고 좋으셨던지 저녁 식사자리가 급기야 2차 술자리로 이어져 밤늦도록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부모님 살아생전에는 몰랐는데 이제 철이 들었는지 친척들을 뵈면 나의 ‘뿌리’를 되새기게 된다. 그들의 얼굴과 삶 속에서 돌아가신 부모님도 만나게 되고, 나아가 현재의 나도 새삼스레 만나게 된다. 최광숙 논설위원 bori@seoul.co.kr
  • [길섶에서] 다찌?/손성진 수석논설위원

    휴가를 이용해 경남 통영의 ‘다찌집’에 친구들과 갈 기회가 생겼다. 과음할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온갖 싱싱한 해물들이 차례로 나온다. 생선회, 바다고동, 문어, 해삼 초회와 내장, 보리새우, 전어구이, 성게알, 삶은 게, 개불 …. 산해진미란 이런 것일까. 특히 미더덕 회는 처음이었다. 다찌는 통영만의 독특한 술 문화다. 메뉴판에는 술 종류와 가격만 적혀 있다. 안주 값은 따로 받지 않고 술값에 포함돼 있다. 다찌집을 처음 찾는 사람은 세번 놀란다고 한다. 저렴하고 푸짐하고 맛이 좋아서다. 맛있게 먹으면서도 다찌라는 이름 때문에 꺼림칙했다. 주인도 어원을 알지 못했다. 친구는 선술집이라는 뜻의 일본어 ‘다치노미’에서 나왔지 않겠느냐고 한다. 그렇지만 다찌집은 일본 음식과는 거리가 멀고 일본인들이 오지도 않으며 서서 먹는 곳도 아니다. 궁금증을 풀려고 인터넷을 찾아보다 기분이 더 상했다. 일본인 관광객을 상대로 성매매를 하는 한국 여성을 가리키는 은어도 ‘다찌’라는 것이다. 다찌집, 지금이라도 이름을 바꿔야 해! 손성진 수석논설위원 sonsj@seoul.co.kr
  • 강서구민 휴가는 강릉해변 캠핑장으로!

    서울 강서구는 오는 13일부터 다음 달 27일까지 구민들을 위해 강원 강릉시에 무료 하계야영장을 운영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강릉시는 총연장 700m인 연곡해변 3500㎡에 자매도시 전용존을 설치해 주민들에게 제공한다. 연곡해변은 넓고 울창한 솔밭 덕분에 야영지로 최적이며 맑은 연곡천과 가까워 물놀이와 더불어 은어 낚시까지 즐길 수 있는 가족단위 피서지로 인기를 끌고 있다. 강릉시는 자매도시 주민들의 방문 편의를 위해 풀장과 미끄럼시설 등을 갖추고 직원을 배치하는 등 이용에 차질이 없도록 준비했다. 70여면의 주차장 또한 무료로 개방한다. 또 강서구 주소가 기재된 신분증을 제시만 하면 주요 관광시설을 무료 또는 할인된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다. 오죽헌·관령박물관, 통일공원, 함정전시관, 정동진 모래시계공원, 산불방지 홍보관, 허균·허난설헌 기념관도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 조선 말 사대부가 고택인 선교장과 참소리 축음기·에디슨 과학박물관은 입장료를 10~50% 할인한다. 육춘수 행정지원과장은 “바가지 없는, 반값 피서를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준규 기자 hihi@seoul.co.kr
  • 물 오른 여름, 물 만난 축제

    물 오른 여름, 물 만난 축제

    이른바 ‘7말 8초’가 코앞이다. 국민 대다수가 휴가를 떠나는 시기다. 전국의 많은 지방자치단체들이 피서객 유치를 위해 다양한 물축제를 준비했다. 물놀이와 축제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대표적인 수변 축제를 꼽았다. 먼저 ‘2013 정남진 장흥물축제’에 주목하자. 26일~8월 1일 전남 장흥 탐진강과 편백숲 우드랜드 등에서 열린다. ‘물과 숲-휴(休)’가 올해의 주제다. 수도권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열린다는 점에도 불구하고 해마다 방문객이 늘고 있다. 올해 겨우 6회째지만, 한국소비자브랜드위원회가 수여하는 ‘올해의 브랜드 대상’을 지난해까지 4년 연속 수상할 만큼 ‘인기 폭발’이다. 무엇보다 맑고 시원한 물이 인기 비결이다. 해마다 물축제 기간에만 탐진강 상류 탐진호의 수문을 여는데, 수문을 나설 때 약 16도였던 차가운 물이 햇빛을 받으며 7㎞ 정도 장흥 읍내까지 흘러가는 동안 22~23도의 시원한 온도로 바뀐다. 축제 장소도 빼놓을 수 없다. 탐진강은 은어가 뛰어놀 만큼 원형이 잘 보존된 강으로 꼽힌다. 편백숲 우드랜드는 40~50년 된 아름드리 편백나무가 100㏊에 걸쳐 군락을 이룬 곳이다. 군데군데 삼나무도 섞여 있어 ‘피톤치드의 보고’라는 상찬을 받고 있다. 축제의 핵심 프로그램은 세 가지다. ‘지상 최대 물싸움’은 악당(진행요원)과 관광객이 편을 짜서 물싸움을 벌이는 이벤트다. 물총과 물풍선, 물대포에 소방차와 헬기까지 동원된다. ‘천연 약초 힐링 풀’은 재미와 건강, 두 마리 토끼를 잡는 힐링 물놀이다. 편백과 표고버섯, 헛개, 석창포, 매실, 다시마 등으로 이루어진 약초 풀을 오가며 물놀이를 즐긴다. ‘맨손 물고기 잡기’도 준비됐다. 축제기간 오후 3~5시 열린다. 다양한 수상 놀이시설도 마련됐다. 슈퍼 슬라이드는 강물 위에 설치된 대형 슬라이드를 타고 물 속으로 질주하는 놀이기구다. 편백나무를 이용한 뗏목과 오리보트, 수상 자전거, 희망의 줄배 등 탈것들도 인기를 모을 것으로 전망된다. 탐진강 한쪽엔 수영장과 얼음 이글루도 마련된다. 정남진 물축제추진위원회 (061)860-0828~30. 강원 화천에선 27일~8월 11일 화천쪽배축제가 열린다. 붕어섬 등 북한강변이 주무대다. 3~4인용 수상 자전거 ‘월엽편주’, 붕어섬 자전거길과 북한강 물 위를 오갈 수 있는 ‘수륙양용자전거’, 용머리를 단 ‘북한강 산천호’ 등 다양한 뱃놀이 기구들이 운영된다. 워터 슬라이드를 갖춘 ‘강변 물놀이장’과 어린이를 위한 ‘붕어섬 물놀이장’, 수생식물과 곤충을 관찰할 수 있는 ‘붕어섬 생태체험장’ 등의 프로그램도 준비됐다. ‘캠핑마당’은 텐트를 제공하는 ‘예약 텐트촌’과 장소만 제공하는 ‘자율캠핑촌’으로 이원화됐다. 200동 규모인 예약텐트촌은 1박에 3만원이다. 이 가운데 2만원은 화천사랑상품권으로 돌려 준다. 자율캠핑촌은 1박에 2만원이다. 역시 1만원은 상품권으로 돌려준다. ‘대한민국 창작쪽배 콘테스트’도 함께 열린다. (재)나라 1688-3005. 경북 봉화 내성천에선 27일~8월 3일 봉화은어축제가 열린다. 대표 프로그램은 은어 잡기다. ‘어획량’ 늘리는 비결은 간단하다. 시작과 동시에 물의 유입구, 혹은 퇴수구에 자리를 잡아야 한다. 사람들에 놀란 은어가 몰리는 곳이 대부분 물이 들고 나는 곳이기 때문이다. 여러 명의 참가자들이 원을 그린 뒤 점차 폭을 좁혀가며 잡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잡은 은어는 곧바로 구워먹는다. 축제장 곳곳에 굼터가 마련돼 있다. 은어잡이 입장료는 어른 1만원이다. 이 가운데 4000원은 봉화군내에서 현금처럼 쓸 수 있는 봉화사랑상품권으로 돌려준다. 봉화군청 문화관광과 (054)679-6311~6. 강원도 평창군 대화면 땀띠공원에선 8월 2~11일 ‘평창더위사냥축제’가 열린다. 땀띠물은 지하에서 솟아오르는 냉천수다. 이 물로 목욕을 하면 몸에 난 땀띠가 씻은 듯이 사라진다고 해서 이름 지어졌다. 은어·송어 맨손잡기, 대화천 반두 물고기 잡기 등 천렵 프로그램과 감자캐기, 땀띠물 족욕하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준비됐다. 입장료는 천렵 프로그램 각각 1만 5000원, 캠핑 2만 5000원, 텐트임대캠핑 3만원이다. 이 가운데 5000원은 대화면에서 쓸 수 있는 상품권으로 돌려준다. 군악대 연주 등 매일 밤 다채로운 콘서트도 열린다. 평창더위사냥축제위원회 (033)334-2277. 손원천 여행전문기자 angler@seoul.co.kr
  • [지역 공공기관들의 도넘은 특혜 채용] 토호·공직자 가족 ‘끼리끼리 챙기기’… 일자리 약탈·독식 만연

    [지역 공공기관들의 도넘은 특혜 채용] 토호·공직자 가족 ‘끼리끼리 챙기기’… 일자리 약탈·독식 만연

    특혜성 채용은 축협뿐만 아니다. 일부 자치단체장, 지방공무원, 관변단체 유력인사 등 지역에서 행세깨나 하는 이른바 토호(土豪)라 할 수 있는 이들에 의한 특혜성 채용은 전방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자치단체, 산하기관 가릴 것 없이 자신의 영향력이 미치는 곳이면 각종 편법을 동원해 가족이나 친인척 등을 취업시키고 있다. 지자체 등을 감시해야 할 국회·지방의원과 언론계 인사들까지 가담하고 있다. 일종의 일자리 빼앗기, 일자리 독식으로 표현될 수 있다. 이는 중앙 정치권이나 정부 고위공직자들의 낙하산 인사보다 더 심각한 불공정 사회를 조장한다는 게 지역사회의 시각이다. 정부 핵심 정책인 경제민주화의 토대 ‘가정경제’를 떠받치는 취업의 첫 단계부터 토호들에 의해 뿌리째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25일 대전시에 따르면 한 산하기관이 최근 공채로 신입사원을 뽑은 지 두 달여 만에 추가 공채에 나섰다. 같은 직종을 두 차례, 그것도 곧바로 공채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었다. 추가 공채에서 한 언론계 인사의 자녀를 합격시켰다. 서류심사에서 응시자들 대부분을 통과시킨 뒤 주관적 평가가 가능한 면접 등으로 합격시키는 절차를 이용했다. 이 인사와 기관장은 학연으로 얽혀 있다. 기관 관계자는 “그 자녀가 1차 공채에서 떨어진 뒤 특별한 이유없이 추가 공채에 나섰다. 그 자녀 한 사람을 위한 추가 공채라는 게 뻔하지 않으냐”고 말했다. 이 기관은 이후 해당 직종의 신입사원을 한 번도 뽑지 않아, 다른 구직자의 입사 길이 막혔다. 기관 관계자는 “요즘은 면접 등 형식이라도 갖췄지만 7~8년 전만 해도 전부 인맥으로 들어왔다”고 귀띔했다. 이곳은 직원 정년이 공무원과 같고, 연봉은 더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 의정부시설관리공단에서는 전 시의회 의장 아들이 근무하다 직원 간 폭력사건으로 들통이 났다. 최근에는 공원관리원, 청소원 등을 무기계약직으로 채용하는 지자체가 잇따르자 지방의원 책상에 5~6건씩 청탁형 이력서가 쌓인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필기시험 없이 서류전형과 면접만으로 채용하는 허점을 노리는 것이다. 단체장과 공무원의 일자리 빼앗기는 더 비일비재하다. 2010년 유명환 당시 외교통상부 장관 딸 특채 파동으로 특채로 들어온 고위층 자제를 뜻하는 은어 ‘똥돼지’가 한동안 유행했었다. 강원 철원군은 결격사유가 있는 군수의 딸 채용으로, 경북 경산시는 시장 조카를 기능직으로 임용해 시끄러웠다. 경산시의회 관계자는 “기능직이 되려고 10여년씩 묵묵히 일만 해온 일용직 공무원의 꿈을 송두리째 앗아갔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충북 모 단체장은 “지역 유지들로부터 한 달에 한건 넘게 취업 청탁을 받는다”고 밝혀 악습이 여전함을 반영했다. 대전시 공무원들은 지난해 가족과 친인척을 지하철 역무원과 대전아쿠아월드 직원으로 취업시킨 사실이 적발됐다. 대전에서 건설업을 하는 오모(50)씨는 “수의계약 여부를 알아보려고 충남 모 자치단체에 갔더니 관련 공무원이 자녀 채용을 대가로 요구하더라”고 털어놨다. 경남 양산시의회는 최근 시설관리공단 무기계약직 30명 중 23%인 7명이 시 간부 공무원의 친인척이라고 밝혔다. 경기 고양시 도시관리공사에도 전·현직 국장급 공무원 자녀들이 근무하고, 고양문화재단은 시 고위 관계자 부인의 회사 직원이 채용돼 입방아에 올랐다. 이런 상황에서 아무런 ‘빽’도 없는 대부분의 구직자들은 박탈감에 빠질 수밖에 없다. 지난달 20일 부산시 부산진구 한 모텔에서 대학 휴학 중인 박모(24·여)씨가 “엄마 아빠, 잘하지 못해 죄송해요”라는 유서를 남기고 연탄불을 피워 자살했다. 지난해 성탄절에는 경남 창원시 한 아파트 옥상에서 문모(29)씨가 뛰어내려 목숨을 끊었다. 아르바이트 등을 전전하다 극단적 선택을 했다. 문씨의 상의 호주머니 속에서 꼬깃꼬깃 찔러 넣은 이력서 한 장이 발견됐다. 같은 해 대전의 모 대학 인문학과 교수는 제자들이 취업하지 못하는 것을 안타까워하다 자살하기까지 했다. 취업 준비생의 심정도 씁쓸하다. 구유나(26)씨는 학점 평균 4.2에 토익 920점이란 스펙을 갖췄건만 지난해 2월 졸업 뒤 1년 4개월째 줄줄이 낙방했다. 구씨는 “아무리 스펙을 쌓아도 서류통과조차 쉽지 않은데 그런 부정채용 소식을 들으면 한없이 슬프다”고 말했다. 한남대에서 이력서를 쓰고 있던 올해 경영학과 졸업생 임이랑(23)씨는 “그런 얘기를 들을 때마다 힘이 쪽 빠진다”면서 “정치도 그렇고, 기대할 데가 없다”고 한숨을 쉬었다. 미대 졸업생 이소영(22)씨도 “우리 자리가 그만큼 주는 것 아니냐. 뿌리를 뽑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제는 이들을 내보낼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한용택 전 충북 옥천군수도 2010년 4월 인사청탁과 함께 4000만원을 받아 구속됐지만 돈을 건넨 이는 지금도 청원경찰로 일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몇몇 단체장은 직권으로 특혜 취업자를 해임했지만 당사자들의 맞대응으로 결국 법원 판결로 임용 취소가 확정됐다”면서 “채용 문제는 뽑는 측의 잘못이어서 이미 합격한 사람에 대해 불이익을 주는 명백한 규정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금홍섭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정책위원장은 “단체장 측근 낙하산 인사가 줄게 한 것처럼 지역 유력인사들의 일자리 빼앗기도 시민 감시가 절대적이다. 이를 막을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도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전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양산 강원식 기자 kws@seoul.co.kr 서울 조태성 기자 cho1904@seoul.co.kr
  • 어나니머스 “청와대 해킹, 우리가 한 것 아니다”

    어나니머스 “청와대 해킹, 우리가 한 것 아니다”

    어나니머스가 25일 청와대 및 국무총리실 홈페이지 해킹에 대해 자신들의 소행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어나니머스의 일원으로 알려진 한 해커(@Anonsj)는 이날 오전 10시 15분 쯤부터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 포털사이트 내나라, 고려항공, 평양방송 등의 사이트를 탱고다운했다”고 주장했다. ‘탱고다운’은 해커들이 특정사이트 공격에 성공했을 때 사용하는 은어다. 이 해커는 이들 사이트가 마비된 사실을 실시간으로 알리고 있다. 다만 이 해커는 25일 오전 9시 30분쯤 일어난 청와대 홈페이지 해킹에 대해서 자신들의 소행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어나니머스 北 사이트 해킹 시작…사이버 전면전 가나

    어나니머스 北 사이트 해킹 시작…사이버 전면전 가나

    어아니머스가 예고한 대로 25일 북한 사이트에 대한 일제 공격을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오전 10시 15분 쯤 이날 어나니머스 소속이라고 자신을 밝힌 해커는 자신의 트위터(@Anonsj)를 통해 “조선중앙통신(kcna.kp), 노동신문(rodong.rep.kp), 내나라(naenara.com.kp) 등 북한 웹사이트들을 탱고다운(tango down) 시켰다”는 내용의 글을 게재했다. ’탱고다운’은 어나니머스에서 주로 사용하는 해커들의 은어로 사이트를 해킹해 마비시켰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 조선중앙통신 등의 북한 홈페이지는 접속이 불가능한 상태다. 앞서 어나니머스는 해커들이 정보공유사이트로 활용하는 패스트빈에 지난달 46개 사이트를 공격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어나니머스는 46개 공격 대상 사이트와 함께 분산서비스거부(DDoS)용 공격 툴을 사용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한편 이날 북한으로 추정되는 세력이 청와대와 국무총리실 홈페이지를 해킹해 접속이 지연되고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또 ‘일베’… 교사 주장 회원이 초등생 성적 조롱

    5·18 민주화운동 왜곡 및 폄훼 등으로 물의를 빚고 있는 인터넷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에 자신을 초등학교 교사라고 밝힌 한 회원이 초등학생을 ‘로린이’라고 지칭하는 글과 사진을 올려 논란이 되고 있다. ‘로린이’는 로리타와 어린이의 합성어로 어린 여자 아이를 성적 대상으로 표현할 때 쓰는 은어다. 28일 일베 게시판에 따르면 닉네임 ‘초등교사’를 사용하는 일베 회원은 지난해 10월 ‘초등학교 교사 인증! 초등교사는 일베 못가냐?’라는 제목의 글과 사진을 게시판에 올렸다. 이 회원은 자신이 초등교사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대구교대 총장의 직인이 찍힌 정교사 자격증을 찍어 올린 후 초등학생들 얼굴을 모자이크 처리한 사진 4장을 연달아 올렸다. 사진들 밑에는 ‘로린이들 개귀엽다능’이라는 설명을 달았다. 이 회원은 또 댓글을 통해 “난 교총 소속인데 전교조 XX새끼들 XX 죽여버리고 싶다” 등 전교조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도 쏟아 냈다. 이 글은 지난 25일 교원 임용시험 준비생들이 시험 정보를 공유하는 인터넷 카페 ‘초등임용고시 같이 공부해요’ 게시판에 링크되면서 알려졌고, 이 글을 링크한 카페 회원은 국민권익위원회가 운영하는 국민신문고에도 이를 제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일베가 연일 비판의 도마에 오르자 프로그램 개발자 이준행(27)씨는 일베 게시물 데이터를 분석한 ‘일베 리포트’(http://ilbe.coroke.net)를 공개했다. 이 사이트에는 2011년 7월 19일부터 지난 24일까지 일베 내 추천수가 높은 게시물만 따로 모아놓은 ‘일간베스트’의 게시물 4만 6174개를 분석한 결과가 게시돼 있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이 기간 일베에는 ‘씨X’ ‘존X’ 등 욕설이 주요 주제어인 게시물이 5417개로 가장 많았다. 또 여자(4321개), 노무현(2339개), 종북(1633개), 광주(1622개), (1564개), 오유(1247개) 등이 뒤를 이었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고향 우물가에서 건져올린 삶의 도막도막 92편

    고향 우물가에서 건져올린 삶의 도막도막 92편

    중학생인 ‘나’는 학교에 가기 싫어 대관령에 혼자 올라 청승맞게 도시락을 까먹곤 한다. “배가 아프다” “머리가 아프다”며 아예 집에서부터 학교에 가지 않는 날도 있다. 5월 어느 날, 어머니는 지게 작대기를 들고 등굣길을 앞장선다. 도시락까지 넣어 무게가 만만치 않은 가방을 대신 멘다. 가방을 ‘나’에게 건넨 곳은 산길 양옆으로 풀잎이 우거져 사람 하나 겨우 다닐 만한 ‘이슬받이 길’. 앞장선 어머니는 두 발과 지게 작대기로 산길의 이슬을 털어낸다. 몸뻬 자락은 이내 아침 이슬에 흥건히 젖는다. 신작로까지 15분이면 닿을 길이 30분 넘게 걸렸지만 어머니는 개의치 않는다. 그리고 말한다. “앞으로는 매일 털어주마. 이 길로 곧장 학교로 가. 중간에 다른 데로 새지 말고.” 작가로 장성한 ‘아들’은 회고한다. “어머니는 새벽처럼 일어나 기도하듯 이슬을 털어놓곤 했다. 그 길을 걸어 내가 여기까지 왔다. 돌아보면 어머니는 내가 지나온 길 고비고비마다 이슬털이를 해주신 것이다.” 소설가 이순원(55)이 삶의 도막도막을 모아 내놓은 소설집 ‘소년이 별을 주울 때’(웅진문학임프린트 펴냄)는 자전적인 이야기들로 채워져 있다. ‘은비령’ ‘은어’로 상징되는 고향, 강원도 두메산골을 배경으로 어린 시절과 잇닿아 있다. 작가가 가슴 한편에 쌓아 뒀다가 풀어낸 92편의 아름다운 글들이다. 열세 살 어느 날 저녁, 무려 ‘10원’이나 하던 라면을 어머니를 졸라 국수 한 묶음과 섞어 끓여 먹으며 구불구불한 면발에 경이와 탄성을 지르던 추억, 산복숭아 꽃그늘 짙은 봄날 이마를 비추던 푸른 햇빛과 바람 타고 물속에 녹아든 꽃향기를 따라 올라온 은어를 잡던 기억, 여름방학 토끼 당번 짝궁이던 순아가 건네준 풋풋한 자두의 추억 등이다. 소설은 ‘산골 소년’ ‘꽃마음’ ‘아침노을’ ‘희망등’의 네 갈래 장으로 나뉘어 있다. 소설과 산문·시의 경계를 허무는 이야기들로 살아간다는 것, 성장한다는 것, 나이 들어간다는 것의 의미를 되묻는다. 삶에 지친 발걸음을 잠시 멈추고 시원한 고향 우물가에서 막 건져올린 치유와 성찰의 물 한 모금을 마시는 것과 같다. 1988년 등단 뒤 효석문학상, 동인문학상, 한무숙문학상, 현대문학상 등을 휩쓸었는데도 마음은 무척 야위었던가 보다. 강원 사북 출신인 이순원은 열일곱에 대관령을 처음 넘어 타지 생활을 이어왔다. 소설집은 장편소설 ‘워낭’(2010) 이후 3년여 만의 신작이다. 삶을 잔잔하고 따뜻하게 바라보는 이순원만의 독특한 시선이 정겹다. 화가 박요한이 20여점의 그림을 보탰다. 작가는 “코고무신의 단발머리 소녀들과 검정고무신의 소년들이 쉰을 넘겨 살아온 시간의 기록들”이라며 “1993년부터 20년간 홀로 차곡차곡 쟁여 놨기에 집필기간이 따로 없다”고 말했다. 또 “일부러 글을 따뜻하게 쓰려 하진 않았다. 대동제와 촌장이 있던 산골 마을에서 할머니를 모시고 나무를 하며 살았던 삶이 그대로 배어 있을 따름”이라고 설명했다. 작가는 짧은 자전적 이야기들을 ‘한 모금 소설’이라고 불렀다. 최근 콩트 형식의 소설집 출간 붐과 궤를 같이한다. 그는 “예전 국내의 콩트는 기업 홍보실이 사보에 싣기 위해 청탁한 에세이들이 주류였다. 돼지꼬리처럼 비틀고 재미있게만 써 성격 자체가 왜곡됐다”고 지적했다. 덕분에 한 편당 3쪽 안팎인 이순원의 글들은 순수 ‘엽편(葉篇)소설’의 부활을 알리는 신호탄인 셈이다. 작가는 올여름 출간을 목표로 장편소설도 준비 중이다. 서른일곱 살의 영화 감독이 강원 주문진에서 유년 시절을 함께 보낸 여주인공과의 첫사랑을 떠올리며 인생을 되돌아보는 내용이다. 그는 “황순원의 ‘소나기’와 같은 아름다운 풍경이 담긴 사랑 이야기를 내놓고 싶다”고 말했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투데이 인사이드] 단속해도 그때뿐… ‘꽃배달 콜뛰기’ 성업 중

    [투데이 인사이드] 단속해도 그때뿐… ‘꽃배달 콜뛰기’ 성업 중

    “단속요? 맨날 하는 건데요, 뭐. 우리 없어지면 무전기 업체들은 다 문 닫아야 할걸요?” 지난 20일 오후 7시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미용실 앞. ‘콜뛰기’(불법 자가용 택시) 운전기사 박모(27)씨의 무전기가 쉼 없이 울려댔다. 박씨가 모는 벤츠 E클래스 차량의 운전대 옆에는 무전기와 스마트폰 여러 대가 달려 있었다. 승객을 가장한 기자가 강남의 한 유흥업소에서 일하는 남성에게 “콜을 불러 달라”고 부탁하자 10분 만에 도착한 차였다. 콜뛰기를 불러준 남성은 “단속이 심하지만 ○○○ 소개라고 하면 바로 올 것”이라고 했다. 논현동에서 강남역 근처로 이동하는 짧은 시간에도 박씨의 스마트폰은 끊임없이 울렸다. “응, ○○아.” “오빠, 나 여기 ○○○ 앞.” 수화기 너머로 유흥업소에서 일하는 것으로 짐작되는 여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박씨는 무전기를 들더니 어딘가에 “남는 차 있느냐”고 묻는다. 배차받은 차량 번호를 듣고 박씨가 다시 전화를 걸었다. “○○아, 검정색 ○○○○ 타.” 박씨는 무전기와 개인 휴대전화, 영업용 휴대전화를 쉴 새 없이 바꿔 가며 전화를 걸고 받았다. 역삼동과 선릉역, 강남역 일대의 유흥업소 위치를 줄줄 꿰고 있었다. 경찰이 되려고 했다는 박씨는 “먹고살기 위해 일을 시작했다”고 심드렁하게 말한 뒤 위태롭게 가속 페달을 밟았다. 경찰의 강력한 단속에도 불구하고 콜뛰기 차량의 불빛은 여전히 강남 유흥가를 중심으로 불야성을 이룬다. 초저녁 논현동 원룸촌 일대의 미용실과 네일숍을 출발한 콜뛰기 차량은 밤새 룸살롱과 모텔 사이를 누비다 새벽이면 다시 논현동으로 돌아왔다. 일대 유흥업계 종사자들은 “밤 문화가 있는 한 ‘꽃배달’(유흥업소 여성을 실어 나른다는 뜻의 은어)은 없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날 오후에도 원룸과 미용실이 많아 콜뛰기 차량이 몰리는 논현초등학교 인근에는 콜뛰기 차들이 늘어서 있었다. 왕복 2차선 도로의 한 차선에는 약 150m에 걸쳐 벤츠와 아우디, BMW 등의 고급 외제 차량이 즐비했다. 간혹 눈에 띈 모범택시들은 바쁘게 오가는 콜뛰기 차량과는 달리 빈 차임을 알리는 빨간 등만 켜져 있었다. 한 미용실 직원은 “택시와 달리 콜뛰기 차량은 술집 위치는 물론이고 여성들의 집 주소까지 알고 있다”면서 “술에 취해도 척척 데려다 주는데 번거롭게 택시를 탈 이유가 없다”고 귀띔했다. 대기 중인 차량에 다가가 “콜뛰기하러 왔느냐”고 묻자 열이면 열 “아는 사람을 태우러 왔다”고 둘러댔다. 그러나 내려진 창문 틈으로 유흥업소 위치가 표시된 지도와 여러 대의 휴대전화가 눈에 띄었다. 다른 미용실 직원은 “손님으로 온 여성이 콜뛰기 기사에게 요즘 단속이 심하니 조심하라는 말을 했다더라”면서 “기사들도 단속에 대비해 손님을 여자 친구나 아는 여동생이라고 둘러댈 수 있도록 앞자리에 앉히는 게 관행”이라고 말했다. 어렵게 취재에 응한 30대 중반의 콜뛰기 업체 대표 A씨는 “단속 때문에 특별히 힘든 것은 없다”면서 “잠시 주춤하긴 하겠지만 기껏해야 교통법 위반으로 벌금만 몇 푼 내면 되는데 콜뛰기가 없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단속을 피하고자 명함을 돌리는 대신 지인을 통해 알음알음으로 일을 주선한다고 했다. 하루 12~13시간을 일하면서 약 150㎞를 주행한다. 2005년부터 콜뛰기를 해 왔다는 그는 “언론과 경찰이 콜뛰기 기사를 범죄자 집단으로 몰고 가지만 오히려 매일 만나는 업소 여성들은 우리를 ‘삼촌’으로 여기며 믿는다. 손님을 내려준 뒤 집에 불이 켜질 때까지 지켜볼 만큼 서비스도 좋다”고 말했다. 또 “전에는 누워서도 월 500만~600만원은 벌 만큼 수입이 좋았지만 지금은 기름값과 보험료를 떼고 나면 월 200만원도 많이 가져가는 편”이라면서 “강남 콜뛰기는 이른바 조직의 ‘대빵’이 없어서 한 명만 잡아가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닭장차’(경찰 버스) 열 대가 와도 부족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흥업계 관계자들의 말은 경찰의 인식과는 온도 차가 컸다. 단속을 담당하는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전에는 20여개 업체에 1000여명이 종사하는 것으로 파악됐지만 단속 이후에는 추산조차 하기 어려울 만큼 줄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콜뛰기 기사들은 강남 일대를 돌아다니는 순찰차를 두고 “순찰차와 콜뛰기 단속은 별 관련이 없다. 서울청에서 잠깐 단속 나올 때만 조심하면 된다”고 전했다. 일반 택시기사도 이른바 강남의 꽃배달이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택시기사 김모(71)씨는 “단속 때문인지 전에 비해 30% 정도 줄어든 것 같지만 택시가 콜뛰기와 상대하기는 쉽지 않다”면서 “신호 무시는 물론이고 중앙선 침범과 역주행도 불사하는데 당해낼 재간이 없다”고 말했다. 최근엔 콜뛰기 업체와 대부 업체가 손을 잡는 경우도 있다. 다른 택시기사 이모(58)씨는 “대부 업체에서 유흥가 여성들에게 ‘좋은 조건으로 돈을 빌려줄 테니 우리가 소개하는 콜뛰기를 이용하라’고 권유한다더라”면서 “돈과 밤 문화가 있는 이상 콜뛰기는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배경헌 기자 baenim@seoul.co.kr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커버스토리] 클릭, 잠시 짜릿했으나…패닉, 영혼까지 털렸다

    [커버스토리] 클릭, 잠시 짜릿했으나…패닉, 영혼까지 털렸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18일 지난 3년간 6300억원 규모의 사설 스포츠토토를 운영해 온 고모(46)씨 등 8명을 국민체육진흥법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 이들은 2010년 6월부터 최근까지 사설 토토 사이트 14개를 통해 600여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겼으며 규모가 큰 사이트는 회원 2700명에 월평균 35억원이 입금된 것으로 드러났다.” 도대체 얼마나 재미있길래? 그래서 기자가 직접 사설 스포츠토토에 베팅해 봤다. 지난 18일 오후 11시 30분부터 이튿날로 넘어가는 밤을 하얗게 불태웠다. 클릭질 몇 번에 수십만원이 오갔다. 돈은 당장 손에 잡힐 듯 가까웠고, 방식은 쉽고 간편했다. 짜릿했다. 왜 사람들이 사설 토토에 중독되는지 알 것 같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실태 파악을 위해 특별 취재비로 받은 30만원을 7시간 만에 전부 잃었다. 킥오프와 종료 휘슬이 몇 번 반복되는가 싶었는데 보유머니는 어느새 0원이었다. 베팅은 지난 3년간 밤낮으로 사설 토토를 한 김용진(28·가명·12면 참조)씨가 귀띔한 ‘메이저 놀이터’(안전한 사설 토토 사이트를 뜻하는 은어)에서 이뤄졌다. 지인의 추천을 통해서만 엄격하게 회원을 받아 경찰에 절대로 걸릴 염려가 없다고 했다. 서버는 모두 해외에 있고 대포통장으로 철저하게 관리한다는 것. 돈을 입금받고 결과를 맞히면 아이디(ID)를 없애버리는 ‘먹튀 사이트’들이 횡행하는 가운데 3년 넘게 무사고(?)로 운영 중이라는 설명이 곁들여졌다. 두근두근. 링크창에 사이트 주소를 쳤다. 메인 화면에는 음악을 듣는 외국 남자의 사진이 떴다. 음악 관련 블로그 같았다. 설마 없어진 건가. 혹시나 싶어 김씨에게 미리 받은 ID와 비밀번호를 쳤다. 신세계가 펼쳐졌다. 웨인 루니(축구), 로저 페더러(테니스), 아마레 스타더마이어(농구)의 사진이 떴다. 페이지 하단에는 ‘저희는 별도의 광고 없이 추천인만을 통해 가입하며, 보안을 가장 중요시하는 곳입니다’라는 설명이 쓰여 있었다. 보안유지를 위해 회원 모두가 노력하자는 공지 글에는 ‘보안이 생명’, ‘보안 또 보안’이라는 댓글이 줄을 이었다. 아, 제대로 찾아왔구나. 사설토토 사이트는 별천지였다. 전 세계에서 열리는 축구·야구·농구·미식축구·핸드볼 등 웬만한 종목은 다 있었고 베팅 종류도 승무패·언더-오버(양팀 득점의 합이 기준점수를 넘는 것)·핸디캡(강팀에 불리한 조건을 주는 방식)·스페셜(야구 첫 볼넷, 농구 첫 3점슛, 축구 전반 득점 등) 등 다양했다. 합법 스포츠토토(베트맨)는 최소 두 경기부터 승, 무, 패 등 경기결과를 베팅할 수 있는 반면 사설토토는 첫 경기부터 걸 수 있다. 베팅액도 베트맨이 100~10만원인데, 사설토토는 5000~300만원으로 크다. 배당률도 당연히 사설토토가 높다. 베트맨을 통해 베팅에 재미를 느낀 사람들이 불법토토로 유입되는 이유다. 마감임박 경기들이 깜빡였다. 노르웨이, 카타르, 러시아, 요르단 등 평소 따로 챙겨 본 적이 없는 축구경기가 베팅을 재촉했다. 거침없이 눌렀다. 첫 번째 선택은 18일 오후 11시 30분에 킥오프하는 러시아 축구 2부리그. 배당률이 낮은, 달리 말하면 이길 확률이 높은 팀의 승리에 5만원을 걸었다. 사이버머니는 현금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밤 12시 15분에 시작하는 카타르 리그 두 경기에도 베팅했다. 알사드와 레크위야SC, 알라이안과 알자이시의 대결. 알사드와 알라이안이 이긴다에 각각 5만원씩 걸었다. 축구 국가대표 출신 이정수·조용형 등이 뛰었고,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를 취재하며 자주 접해 익숙한 팀들이었다. 돈을 잃을까 봐 불안하기도 하고, 이변이 생겼을 때 대박을 칠 수 있을 거란 기대에 같은 경기의 무와 패에도 전부 1만~2만원씩을 걸었다. 합법토토에서는 불가능한 방식이다. 노르웨이 축구까지 베팅, 사이버머니 30만원을 전부 썼다. 이제 기다릴 시간. 지루할 거란 예상과 달리 시간은 쏜살같이 흘렀다. 실시간 점수를 중계해 주는 라이브스코어 사이트에 들어가니 채팅방에 재잘대는 사람들이 넘쳐났다. 실시간으로 뜨는 골 소식에 채팅창이 들썩였다. 노르웨이, 카타르 축구가 끝나자 0원이던 잔고는 다시 19만원으로 채워졌다. 분명 11만원을 잃은 건데 돈을 땄다는 황홀한 기분이 들었다. 새벽 2시인데 눈이 말똥거렸다. 왠지 계속 딸 것 같은 기분에 취했다. 간이 커진다. 이번엔 미국프로야구(MLB)를 택했다. 밀워키-샌프란시스코, 시카고C-텍사스전에서 첫 볼넷이 어느 팀에서 나올지를 고르는 게임이다. 투수의 제구력이 우선이지만, 축구보다는 경기상황과 운에 좌우될 가능성이 커 보였다. 아무 팀이나 겁없이 찍었다. MLB 몇 경기와 사우디아라비아·스위스·잉글랜드·콜롬비아 축구, 유럽농구까지 돈을 따는 족족 베팅했다. 깜깜한 새벽, ‘아드레날린’ 대분출이다. 파란색 낙첨과 빨간색 당첨을 정신없이 반복하는 사이 사이버머니는 어느덧 0원. 7시간 31개 베팅의 끝은 ‘올인’이었다. 영혼까지 탈탈 털렸다. 한국의 4대 프로스포츠가 전부 승부조작의 홍역을 앓았지만, 그 온상이 된 불법 스포츠토토 사이트는 여전히 불야성이었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사감위)가 고려대에 의뢰해 지난달 발표한 제2차 불법도박 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설 스포츠토토의 규모는 연간 7조 6000억원으로 파악됐다. 우리나라 도박의 총규모(연간 75조원)의 10.1% 수준이다. 2008년 제1차 조사 때는 미미해 따로 사설토토를 집계조차 하지 않았다는 걸 감안하면 폭발적인 증가세다. 도박의 큰 부분을 차지하던 하우스(노름판) 도박(25.7%), 사행성 게임장(24.9%), 사설 경마·경륜·경정(13.2%)의 자리를 사설토토가 급격하게 잠식하고 있는 것이다. 보고서는 사설 스포츠토토의 특징으로 ▲인터넷, 모바일로 24시간 이용 가능 ▲베팅대상 및 방식의 다양성 ▲환전의 신속성 ▲높은 베팅 상한선과 배당률 ▲다양한 VIP제도 등을 꼽았다. 사설토토 사이트를 운영하다 적발되면 7년 이하 징역이나 7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문다. 이용자도 5년 이하의 징역,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사감위는 정부, 경찰과 함께 지난해 11월 불법사행산업감시 신고센터(1855-0112)를 발족했으나 사설토토가 워낙 은밀하게 이뤄지는 까닭에 단속이 쉽지 않다. 대부분 해외서버인 데다 주기적으로 주소를 바꾸며 회원을 관리하고 있어 적발이 어렵다. 강남서가 적발한 사설토토 조직도 검거까지 무려 8개월이 걸렸다. 운영자들은 수사망을 피하려고 서버는 일본에, 사무실은 태국·중국에 열고 현금으로 출금한 최종 수익금을 합법 법인계좌에 입금해 해외제조사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돈세탁까지 거쳤다. 치밀하고 교묘한 수법이다. 전문가들은 도박에 취약한 개인특성, 사회에 만연한 한탕주의만큼이나 국가의 책임방기가 사설 스포츠토토 중독자를 양산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김규호 중독예방시민연대 상임대표는 “합법 도박(베트맨)을 즐기던 사람들이 배당률이 높고 다양한 조합으로 즐길 수 있는 불법토토로 흡수되는 경향이 있다”면서 “합법, 불법토토 모두에 대한 규제와 감시를 강화하고 철저한 예방교육을 실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명호 중앙대 심리학과 교수는 “도박을 자유롭게 접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한 건 국가”라면서 “중독자의 자활, 치료를 위한 정부 차원의 네트워크를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은지 기자 zone4@seoul.co.kr
  • 범생·일진·왕따 하모니… 학폭 ‘뚝’

    범생·일진·왕따 하모니… 학폭 ‘뚝’

    “이이이이이~윔모웨~윔모웨.” 20일 오후 서울 강서구 방화중학교의 음악교과실. 스무명 남짓한 남녀 학생이 한데 어울려 손가락을 튕기며 애니메이션 영화 ‘라이언킹’ 주제곡의 아카펠라 화음을 맞춘다. 눈을 찡긋거리며 신호를 주고받거나 어깨를 들썩이며 리듬을 타는 모습이 제법 능숙하다. 방화중의 명물인 ‘레인보우 합창단’의 점심 시간 연습실은 언제나 흥겹다. 노란 머리의 ‘일진’ 학생부터 교복을 단정히 갖춰 입은 모범생까지 다양한 아이들이 모였지만 어색하지 않다. 학생들이 ‘엄마’라고 부르는 이화수(54) 지도교사는 “사람의 목소리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악기라고 하는데 맑고 담백한 아이들의 목소리가 모이면 말 그대로 천상의 하모니”라며 손가락을 추켜세웠다. 이 교사가 합창단을 만든 것은 2009년이다. 한 해 전 부임한 이 학교에는 어려운 집안 사정으로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유독 많았다. 사춘기의 혼란과 좌절감, 분노 등을 폭력적으로 표출하는 학생들도 있었다. 다른 학교처럼 학교 폭력이 골칫거리였다. 30년차 베테랑 음악 선생님이었던 이 교사는 수업 시간에 노래 부르며 행복해하던 아이들의 표정을 떠올렸다. 프랑스 생마르크 합창단과 미국 크렌쇼 합창단처럼 여러 아이를 품어 줄 ‘음악 놀이터’를 만들기로 했다. 그는 “영화 ‘시스터액트2’에 등장한 합창단의 실제 모델인 크렌쇼 고교 합창단이 흑인 빈민가 아이들을 노래로 뭉치게 하는 것을 보고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레인보우 합창단 간판을 내걸고 첫해 18명의 신입부원을 모았다. 그로부터 4년이 흐른 지금 레인보우 합창단은 40명 규모로 커졌다. 교내외 행사에서 빠짐없이 공연했고 지난해에는 교육과학기술부의 ‘대한민국 창의체험페스티벌’에서 장관상(합창 부문)을 받았다. 아침 자습 시간과 점심 시간, 주말까지 연습실에서 구슬땀을 흘린 결과다. 합창단의 성공 비결을 묻자 이 교사와 학생들은 “비빔밥식 운영 덕분”이라고 입을 모았다. 전교 1등부터 꼴찌까지, 말썽꾸러기와 외톨이까지 평소 함께할 기회가 없는 아이들을 한데 끌어모았다. 누구나 합창단에 가입할 수 있게 했고 학교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아이가 눈에 띄면 교사들이 합창단 활동을 권유했다. 아이들은 자신과 다른 색깔을 지닌 친구들과 어울리는 방법을 깨우쳤다. 마음속 답답함을 노래로 풀 배출구를 만들어 주니 학교 폭력이 눈에 띄게 줄었다. 한때 학교 일진이었다는 김수민(15·가명)군은 “보통 끼리끼리 놀지만 사실 다른 부류의 친구도 사귀고 싶었다”면서 “처음에는 범생이(모범생의 은어)들과 어울리는 게 어색했는데 이제는 춤추고 노래하는 것이 정말 즐겁다”고 했다. 합창단 소속이 아닌 말썽쟁이 학생들도 같이 어울리던 일진 친구가 합창대회에서 수상하는 등 인정받는 모습을 보면서 함께 변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 교사는 “서로 다른 목소리가 조화를 이루려면 상대방의 목소리와 숨소리에 나를 맞춰야 한다”면서 “남을 배려하지 않던 아이들도 합창을 하면 자연스럽게 상대방에게 맞추는 연습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방화중 관계자는 “합창단 운영 등으로 학교폭력 발생이 4~5년 전의 절반 이하로 줄었다”고 말했다. 방화중 이외의 다른 학교에서도 음악을 통해 학교 폭력을 줄이려는 욕구가 늘고 있다. 한국교총이 지난해 전국 96개 초·중·고교의 교사 504명을 상대로 설문 조사한 결과 79.2%가 학교폭력 예방을 위해 음악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 교사는 “올해 다른 학교로 전근을 가야 했지만 아이들이 붙잡은 덕에 5년 더 있게 됐다”고 말했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