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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이제는 메달의 벽도, 기록의 벽도 없다

    이 젊은이들에게 세상 무엇이 두려울까. 20대의 패기와 열정, 자신감과 승부근성으로 똘똘 뭉친 대한민국의 젊은 승부사들이 연일 얼음판 위에서 새로운 역사를 써가고 있다. 밴쿠버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5000m 은메달리스트인 이승훈은 어제 새벽(한국시간) 열린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만m에서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금메달을 따냈다. 유력한 우승 후보였던 네덜란드의 스벤 크라머 선수가 실격 처리되는 운도 따랐지만 12분58초55의 기록은 올림픽 신기록이자 아시아 선수 최초의 12분대 진입으로 놀랄 만한 성과다. 피겨퀸 김연아도 어제 낮에 열린 피겨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완벽에 가까운 연기로 78.50점을 기록하며 지난해 11월 자신이 세웠던 세계 최고기록을 깨뜨렸다. 자기 자신만이 유일한 라이벌인 그녀가 가장 힘들고 외로운 싸움에서 또다시 승리한 것이다. 4년 전 토리노 동계올림픽 때만 해도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일이 이번 밴쿠버 올림픽에서 연달아 벌어지고 있다. 이승훈 선수의 5000m 은메달 획득만 해도 기적이라 여겼는데 모태범·이상화 선수가 스피드스케이팅 남녀 500m를 석권하는 세계적 이변을 연출했고, 마침내 스피드스케이팅 최장거리 1만m까지 휩쓸며 순식간에 빙속 강국으로 우뚝 섰다. 김연아의 신기록 행진도 놀랍긴 마찬가지다. 경기 전 드레스 리허설 때 엉덩방아를 찧는 실수를 해 우려를 낳기도 했으나 실전에 강한 평소 모습대로 한치 흐트러짐 없이 경기에 임해 역대 최고 성적을 달성하는 장면은 짜릿한 감동을 안겨주기에 충분했다. 동계올림픽에서 메달의 벽과 기록의 벽은 오랫동안 우리 앞을 가로막았다. 기성세대가 넘지 못할 벽이라고 지레 넘겨짚고 외면했던 그 장애물들을 우리 젊은이들은 사생결단의 자세가 아니라 진심으로 즐기는 태도로 하나씩 뛰어넘고 있다. 그 누구도 아닌 스스로의 성취를 위해 노력하는 그들에게 부족함은 있을지언정 두려움은 없다. 이들이 지금까지 보여준 것보다 앞으로 보여줄 것들이 더 기대되는 이유다. 김연아를 비롯해 우리 선수들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며 남은 경기에서 끝까지 최선을 다하길 기원한다.
  • 쇼트트랙 출신 전성시대

    바야흐로 쇼트트랙 선수 출신 전성기다. 쇼트트랙에서 기본기를 익힌 선수들이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전향해 놀라운 성적을 얻고 있다. 이승훈이 대표적이다.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남자 스피드스케이팅 5000m와 1만m에서 각각 은과 금메달을 따냈다. 쇼트트랙에서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전향한 지 7개월 만에 얻은 성적표다. 이승훈은 10년 넘게 쇼트트랙을 뛰었다. 안현수-이호석에 밀려 빛을 못 봤다. 이번 동계올림픽엔 쇼트트랙 대표 자격 획득에도 실패했다. 냉정하게 말하자면 1급 쇼트트랙 선수는 아니라는 얘기다. 그런 그가 스피드스케이팅에선 성공시대를 열어가고 있다. ‘단거리 빙속여왕’ 이상화(21·한국체대)도 쇼트트랙 선수 출신이다. 초등학교 1학년 때 처음 쇼트트랙에서 스케이팅을 시작했다. 그러나 치열한 몸싸움이 싫어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옮겼다. 이후 빠른 성장세를 보였고 여자 단거리 부문 최고 스프린터가 됐다. 남자 스피드스케이팅 1000m에서 올림픽 2연패를 달성한 샤니 데이비스는 미국 쇼트트랙 대표까지 지냈다.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 때였다. 다만 대회 출전은 못했다. 절친한 친구던 아폴로 안톤 오노가 대표 선발 과정에서 밀어줬다는 의혹에 휘말려 참가를 포기했다. 주니어 시절부터 쇼트트랙과 스피드스케이팅을 병행했던 데이비스는 이후 스피드스케이팅에 전념했다. 지난 토리노 대회 때 1000m 금메달, 1500m 은메달을 땄다. 이번 대회에서도 스피드스케이팅 단거리 최강자로 군림했다. 쇼트트랙 선수 출신의 장점은 순발력과 코너링이다. 스피드를 유지하며 곡선주로를 도는 능력이 뛰어나다. 지구력도 확연히 뛰어나다. 한국 쇼트트랙은 철갑조끼를 입고 빙판을 질주할 정도로 극심한 지구력 훈련을 소화한다. 이승훈이 스피드스케이팅 장거리 선수로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다. 격세지감이다. 한국 쇼트트랙 1세대들은 대부분 스피드스케이팅 출신이었다. 현 남자대표팀 코치 김기훈도 스피드 선수였다. 이제는 상황이 반대가 됐다. “국내 대표 선발전이 올림픽 금메달 따기보다 어렵다.”는 한국 쇼트트랙이다. 앞으로 더 많은 쇼트트랙 선수들이 스피드로 전향할 가능성이 있다. 박창규기자 nada@seoul.co.kr ☞밴쿠버 동계올림픽 사진 보러가기
  • 네티즌 “사랑해요 박대용”

    네티즌 “사랑해요 박대용”

    네덜란드의 봅 데용(34)이 한국 네티즌들에게 엄청난 사랑을 받고 있다. 네티즌들은 봅 데용을 제갈성렬 SBS 해설위원이 중계하면서 ‘밥 데용’으로 호칭하자 발음이 비슷한 ‘박대용’이라는 한국 이름까지 지어주며 그의 스포츠 정신을 칭찬하고 있다. 밴쿠버 동계올림픽 남자 스피드스케이팅 1만m 동메달리스트인 봅 데용은 24일 플라워 세리머니가 끝난 뒤 은메달을 딴 러시아의 이반 스코브레프(27)와 얘기를 나눈 뒤 금메달리스트인 이승훈의 다리를 안고 자신들 어깨 위로 번쩍 들어 올렸다. 둘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순간 멈칫하던 이승훈은 곧 활짝 웃었고, 관중에게 꽃다발을 흔들며 인사했다. 동료인 스벤 크라머가 실격으로 금메달을 놓친 상황에서 봅 데용은 ‘당신이 최고’라고 이승훈을 치켜세운 것이다. 사실 봅 데용은 한국인들에게 낯선 선수가 아니다.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 1만m 금메달리스트인 봅 데용은 지난 16일 스피드스케이팅 5000m에서 이승훈이 은메달 딸 때 옆 라인에서 함께 스케이트를 탔다. 유력한 메달리스트였지만 봅 데용은 이승훈이 결승선을 앞두고 ‘터보 추진력’을 내자 뒤로 처졌다. 당시 결승선을 통과한 뒤 봅 데용은 이승훈 쪽을 바라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봅 데용은 5000m에서 이승훈의 지구력과 속도를 경험하고, 이미 마음으로 최상급 선수로 인정했던 것이다. 네티즌들은 이날도 ‘밥대용’, ‘밥집 아들’이라고 코믹하게 부르기도 했다. 네티즌들은 “이승훈을 어깨에 무동 태워 준 밥데용, 오늘 온종일 한국인들에게 엄청난 사랑을 받을 것이다. 진정한 스포츠 정신, 올림픽 정신을 보여줬다.”라거나, “이승훈의 금메달을 축하해 준다고 목마를 태워 국경을 넘어선 스포츠맨십을 보여줬다.”고 칭찬했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밴쿠버 동계올림픽 사진 보러가기
  • 한국, 金 2개 포함 메달 6개 더 딴다

    대한체육회가 밴쿠버 동계올림픽 개막에 앞서 발표한 메달 예상치는 금 5개, 은 3개, 동메달 4개 등 총 12개였다. 23일 현재 금 4개, 은 4개, 동메달 1개 등 9개. 한국이 앞으로 메달을 몇 개나 더 딸 수 있을까. 체육계가 당초 예상한 금메달 종목은 남자 스피드스케이팅 500m, 남자 쇼트트랙 1000m, 1500m, 5000m 계주, 피겨스케이팅이었다. 그러나 현재 이상화의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 금메달이 추가된 상황. 따라서 27일 열리는 쇼트트랙 남자 5000m 계주에서 금메달은 당초 예상한 금메달이다. 25일 열리는 쇼트트랙 여자 3000m 계주에서는 못해도 중국에 이어 은메달을 예상하고 있다. 당초 예상은 동메달. ‘밴쿠버 4관왕’의 기대주에서 ‘불운의 노메달’이 된 성시백 등이 출전하는 쇼트트랙 남자 500m(25일 예선, 27일 결승)에서도 동메달이 기대된다. 27일 쇼트트랙 여자 1000m에서 당초 동메달을 예상했지만, 은메달로 상향조정되는 분위기다. 스피드스케이팅 장거리에서는 당초 ‘노메달’을 예상했는데, 이승훈이 5000m에서 은메달을 딴 다음에는 이승훈의 주종목인 10000m에서 최소 동메달을 기대하고 있다. 26일 여기에 피겨 여자 싱글에서 김연아가 우승하면 한국은 최대 2개의 금메달을 추가할 수 있다. 메달 카운트에서는 빠졌지만 27일 오전 5시30분에 예선전이 시작하는 모태범과 이승훈이 참가하는 남자 추발에서도 메달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결국 후반전까지 다 치를 경우 추가되는 메달은 금 2개, 은 2개, 동메달 2개 등 총 6개를 예상하고 있다. 이대로면 한국은 금 6개, 은 6개, 동메달 3개로 1994 릴레함메르올림픽 때 세운 종합 순위 6위보다 높은 종합 5위에 오를 가능성이 있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밴쿠버 동계올림픽 사진 보러가기
  • 아이스댄싱서 여자가 남자를 번쩍!

    남자 선수가 여자 선수를 번쩍 들어 올리거나 가볍게 던져 점프를 돕는 게 피겨 스케이팅 페어나 아이스댄싱의 일반적인 장면이다. 그런데 밴쿠버 동계올림픽 아이스댄싱에서는 정반대의 장면이 펼쳐져 화제를 모았다. 23일 캐나다 밴쿠버 퍼시픽 콜리시엄에서 열린 프리댄스 연기에 나선 시니드 커(31)-존 커(29·영국) 남매는 뜻밖의 연기로 1만 4000여명의 관중을 놀라게 했다. 누나인 시니드가 동생 존의 허리와 허벅지를 잡아 번쩍 들어 올렸고, 존이 시니드에게 거꾸로 매달린 자세에서 빙판을 가로질렀다. ‘리버스 리프트’로 불리는 희귀한 기술이다. 시니드는 “올해부터 연출력을 함께 채점한다기에 시도했다.”면서 “나는 힘이 세기 때문에 존을 단단히 붙잡고 버틸 수 있었다.”고 밝혔다. 존 역시 “남자와 여자의 덩치 차이가 지나치게 크지만 않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기술”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들 남매는 자신들의 랭킹(5위)에도 미치지 못하는 8위로 올림픽을 마감했다. 1위는 221.57점을 받은 홈팀 캐나다의 테사 버튜(21)-스콧 모어(23)에게 돌아갔다. 미국의 메릴 데이비스(23)-찰리 화이트(22)가 215.74점으로 은메달, 러시아의 옥사나 돔니나(26)-막심 샤블린(28)이 207.64점으로 동메달을 차지했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밴쿠버 동계올림픽 사진 보러가기
  • 이승훈 빙속 10000m ‘메달예감’

    이승훈 빙속 10000m ‘메달예감’

    │밴쿠버 조은지특파원│“5000m보다 10000m가 더 자신이 있습니다. 가진 게 체력밖에 없어서요.”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한국에 첫 메달을 안긴 스피드스케이팅 이승훈(22·한국체대)이 두 번째 메달사냥에 나선다. 이승훈은 24일 최장거리 종목인 10000m에 도전한다. 14일 아시아 선수 최초로 5000m ‘깜짝 은메달’을 따낸 지 꼭 열흘 째 되는 날이다. 이승훈은 23일 캐나다 리치먼드 올림픽 오벌에서 연습을 갖고 변함없이 얼음을 갈랐다. 차분한 표정과 묵묵한 스케이팅에는 흔들림이 없었다. 경기를 하루 앞뒀지만 “별생각이 없다. 아무 느낌도 없다.”고 태연했다. 긴장하거나 떨리는 기색은 찾을 수 없었다. 오히려 “나는 스피드도, 순발력도 모두 떨어진다. 믿을 건 지구력 하나 밖에 없다.”고 웃었다. 지난해 7월 쇼트트랙에서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전향한 이승훈은 10000m 공식 경기에 딱 두 번 출전했다. 첫 공식경기였던 지난해 12월24일 전국남녀 빙상선수권대회에서 14분01초64로 우승했다. 지난달 10일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올라운드선수권 아시아지역예선 겸 아시아선수권에서는 13분21초04로 한국신기록을 갈아치웠다. 한 달 사이에 자신의 기록을 무려 40초60 앞당긴 것. 현재 이 종목 세계기록은 2007년 3월 스벤 크라머(네덜란드)가 세운 12분41초69다. 이승훈과 기록 차이는 크지만 빙질이 좋기로 유명한 미국 솔트레이크시티 성적이다. 5000m에서 이승훈을 누르고 금메달을 차지한 크라머는 2관왕에 도전한다. 2006 토리노올림픽에서 각각 금, 은메달을 땄던 밥 데용(네덜란드), 채드 헤드릭(미국)도 강력한 라이벌이다. 김관규 감독은 “훈련 때 랩타임도 잘 나오고 컨디션도 좋다. 승훈이 기록이 좋으면 나중에 타는 선수들이 긴장해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김 감독은 “1바퀴당 평균 30초5~8 정도로 달려줘야 한다. 함께 5조에 속한 아르옌 판 데 키에프트(네덜란드)는 10000m 전문 선수라 뒤처지지 말고 타라고 말했다.”고 했다. 놀라운 상승세를 보였기에 기대는 크다. zone4@seoul.co.kr ☞밴쿠버 동계올림픽 사진 보러가기
  • [데스크 시각] 소외종목 적극 지원해야/김영중 체육부장

    [데스크 시각] 소외종목 적극 지원해야/김영중 체육부장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잇따라 금빛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전 세계적인 금융위기가 초래한 경제난으로 마음고생을 겪고 있을 다수의 국민이 선수들의 승전보에 환호를 보내면서 잠시나마 시름을 잊는다. 언론들도 신세대 금메달리스트들의 톡톡튀는 발언들을 생중계하듯 전달하면서 흥겨운 에너지를 퍼뜨리고 있다. 실제로 이번 동계올림픽의 성과는 예상을 뛰어넘었다. 세계 최강이라는 쇼트트랙의 활약이야 예상했다고 해도, 취약종목으로 분류됐던 스피드스케이팅에서의 메달 소식은 분명 흥분되는 일이다. 모태범과 이상화는 동계올림픽 사상 처음 남녀 스피드스케이팅 500m 동반 우승을 이뤄냈고, 이승훈은 아시아 최초로 스피드스케이팅 장거리인 5000m에서 은메달을 따냈다. AP통신이 ‘한국선수에 질렸다.’는 특집기사를 전 세계에 타전했을 정도다. 온 국민의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는 김연아가 한국 피겨스케이팅 역사상 처음 금메달까지 목에 건다면 온 나라는 온통 축제분위기에 젖을 것이다. 그러나 잠시 흥분을 가라앉히고 곰곰이 생각해 보자. ‘밴쿠버의 영광’이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 것 같은가. 냉정하게 보면 몇몇 뛰어난 선수들이 ‘돌출’했을 뿐 우리나라의 빙상환경은 열악하기 그지없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물론 지금의 신세대 메달리스트들이 앞으로 몇 년간은 세계를 휘어잡을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들의 뒤를 받칠 꿈나무들이 있는가. 빙상시설이나 여건은 밴쿠버 올림픽에서 부상한 ‘신흥 빙상강국’에 걸맞은 수준인가. 이번 동계올림픽 돌풍의 주역인 스피드스케이팅의 현실만 봐도 참담하다. 대한빙상경기연맹에 등록된 선수라고 해야 고작 500여명에 그친다. 국제규격인 400m의 롱트랙을 갖춘 실내 스케이트장은 태릉국제스케이트장이 유일하다. 일반 선수들은 국가대표와 상비군에 밀려 하루 2시간씩 두 번만 사용할 수 있다. 초·중·고와 대학 선수들은 한꺼번에 몰려 연습해야 한다. 그나마 전통적인 강세 종목인 쇼트트랙을 위한 스케이트장이 32곳 있을 뿐이다. 다른 종목의 환경은 더하다. 영화 ‘국가대표’로 유명해진 스키점프는 강원 평창 알펜시아에 점프대가 하나 만들어져 있을 뿐이다. 그나마 사용료가 비싸 선수들이 마음껏 날개를 펼 수 없다고 한다. 오죽하면 김흥수 스키점프 대표팀 코치가 “지원을 요구하느니 훈련에 전념하겠다.”고 체념에 가까운 소리를 하겠는가. 루지와 스켈레톤, 봅슬레이 등 썰매 종목은 아예 경기장이 없다. 외국으로 나가서 국가대표를 뽑아야 한다. 시설과 여건이 맞지 않아 동계체전 종목에서조차 빠졌다. 이들 종목의 선수는 개개인의 힘으로 동계올림픽 출전권을 따내 밴쿠버 땅을 밟았다. 물론 여러 가지 악조건을 뚫고 일궈낸 밴쿠버 동계올림픽의 성과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신세대의 과감한 도전정신과 전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부모의 헌신, 지도자와 협회 등의 구슬땀이 조화를 이뤄 일궈낸 결실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일부 뛰어난 선수에게만 의존해서 유지되는 빙상 강국의 위치를 우리가 언제까지 지킬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어렵게 구축한 밴쿠버의 영광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이고 장기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이런 분위기를 살려 각종 종목의 저변 확대에 나서야 한다. 다행스럽게도 한가지 반가운 소식을 접했다. 정부가 빙상과 스키 등 훈련 및 경기 여건이 열악한 비인기 종목 15개를 선정, 청소년 대표선수 육성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고 22일 밝혔다. 빠르면 6월부터 선수 육성에 20억 6000만원을 지원하기로 한 것이다. 늦었지만 다행스러운 움직임이다. 하지만 정부의 발표가 금메달 열풍에 휩싸여 나온 일회성 정책이 될지, 지속성을 갖추게 될지는 두고 봐야 할 것이다. jeuness@seoul.co.kr
  • [씨줄날줄] 메달 심리학/구본영 논설위원

    요즘 밴쿠버 동계올림픽 중계방송을 보는 기쁨이 쏠쏠하다. 각본 없는 드라마에서 느끼는 카타르시스 때문이다. 관전자의 입장에선 1위든, 2위든 시상대에 선 선수들의 얼굴에서 오랜 세월 감내해 왔을 법한 인고의 무게는 똑같이 읽혀진다. 하지만 메달 색깔에 따라 선수들의 표정이 달라진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쇼트트랙 남자 1000m 결승 뒤풀이 세리머니에서 우승한 이정수의 환한 얼굴과 간발의 차로 은메달에 머문 이호석의 아쉬움이 묻어나는 표정을 보라. 이 정도의 희비 교차는 인지상정일 게다. 그러나 동메달보다 은메달을 딴 선수의 얼굴이 더 어둡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사회심리학적 함의가 숨어 있는 까닭이다. 이상화 선수가 우승한 여자스피드스케이팅 500m 시상식. 동메달을 따낸 중국의 왕베이싱이 활짝 웃는 동안 은메달리스트인 독일의 예니 볼프는 씁쓸해 보일 정도로 엷은 미소를 지었다. 왕보다 우승을 자신했던 볼프가 진한 상실감을 감추지 못했던 걸까. 캐나다 일간지 ‘글로브 앤드 메일’ 등 외신은 이를 주목했다. 이는 미국 노스웨스턴대학 심리학 연구진의 심리분석 결과와 궤를 같이한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동메달리스트들의 행복 점수는 10점 만점에 7.1점인 반면, 은메달리스트들은 4.8점으로 집계됐다고 한다. 은메달을 목에 걸고도 “조금만 더 힘썼으면 금메달이었는데….”라고 ‘자탄’하지만, 동메달 딴 선수들은 “하마터면 노메달이었겠군.”이라고 ‘자위’하기 때문이란다. 최인철 교수의 책 ‘나를 바꾸는 심리학의 지혜:프레임’에서 그런 사례를 읽었던 생각이 난다. 불교에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란 말이 있다. 모든 일은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뜻이다. 서양 심리학에서도 “세상을 보는 마음의 창인 ‘프레임’을 바꾸면 행복해질 수 있다.”고 강조한다. 작가 마거릿 리 런백이 그랬던가. “행복은 종착역에서 발견되는 것이 아니라, 여행 중에 발견되는 것”이라고. 결과보다 과정을 즐긴다면 이호석이든 볼프든 은메달로도 충분히 행복해할 수 있다는 말이다. 문제는 사회적 분위기다. 사회 전체가 승리지상주의와 승자 독식만 부추긴다면 개인 루저는 불행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게다. 한 분야에서 패배하더라도 다른 데서 또 다른 기회의 창이 열려 있으면 사람들은 쉽게 절망하지 않는다. 패자 부활전이 없는 사회는 다수가 불행할 수밖에 없지 않겠나. 이를 해결하는 건 결국 정치의 몫일 듯싶다. 구본영 논설위원 kby7@seoul.co.kr
  • [옴부즈맨 칼럼] 소외종목 최선다한 선수들도…/이종혁 경희대 언론정보학 교수

    [옴부즈맨 칼럼] 소외종목 최선다한 선수들도…/이종혁 경희대 언론정보학 교수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 한 개그맨의 유행어다. 더러운 세상이 된 데에는 언론의 책임도 있다. 1등만 선택해 크게 보도하는 관행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관행은 스포츠 보도에서 극명하게 나타난다. 요즘 밴쿠버 동계 올림픽에 국민적 관심이 쏠려 있다. 우리나라 선수들이 기대 이상의 성적을 내고 있기 때문이다. 신문 1면과 방송뉴스 앞머리는 올림픽 관련 소식들이 장식하고 있다. 첫 메달 소식을 전한 2월16일자 서울신문을 보자. 1면에 이승훈(스피드 스케이팅 은메달)과 이정수(쇼트 트랙 금메달) 관련 기사가 실렸다. 아직 경기를 치르지 않은 김연아(피겨 스케이팅)도 뉴욕타임스에 보도됐다며 1면에 등장했다. 그 밖에 스키 점프가 단신으로 실렸을 뿐 다른 종목이나 선수들은 보이지 않는다. 이날 보도 전까지 다양한 경기가 진행됐고, 한국 선수들이 참가했다. 바이애슬론의 이인복과 문지희, 프리스타일스키 모굴의 서정화, 루지의 이용 등이다. 이날 이후 지면은 스피드 스케이팅 금메달을 차지한 모태범과 이상화 선수 이야기로 채워졌다. ‘모터범’ 파워, 빙상의 ‘꿀벅지’ 등 흥미로우면서도 선정적인 제목까지 동원됐다. 경기 관련 소식 이외에 두 선수의 친밀한 관계와 포상 규모 등에 대해서도 소개됐다. 25일자 지면은 전날 경기를 치를 김연아 기사로 채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스포츠에서 1등은 뉴스가치가 있다. 특히 종목 첫 한국인 메달리스트이거나 세계 기록을 낸 경우는 중요한 기삿거리임에 틀림없다. 언론학자인 갈퉁과 루지(Galtung & Ruge)는 뉴스가치 기준으로 엘리트 개인을 언급했다. 언론이 정치경제적으로 인정받는 지도자급 개인들이 관련된 사건을 더 쉽게 기사화하며 더 크게 보도한다는 것이다. 대통령이 언론에 매일같이 나타나는 이유다. 스포츠 세계에서 엘리트는 1등 선수다. 언론이 그 밖의 선수들보다 이들에게 더 관심을 가지는 이유다. 하지만 언론이 도를 넘어 1등에 집착하는 건 문제다. 1등을 영웅으로 미화하고, 그 밖의 선수들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보도하는 경우이다. 상대 외국 선수들은 심지어 악당처럼 묘사된다. 이 경우 영웅은 남다른 노력을 투자했고, 개인적 어려움을 이겨낸 사람으로 그려진다. 운동 이외 분야에도 뛰어나 소위 ‘엄친아’가 되기도 한다. 이상화 선수는 타이어 끄는 강훈련을 소화했고, 어려운 가정 형편을 극복했다고 보도됐다. 음악을 좋아하고, 외모도 수준급이라고 강조됐다. 반면 이상화 선수와 함께 출전한 3명의 한국 선수들은 이름도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 이들도 이상화 선수 못지않게 땀 흘리며 최선을 다했을 것이다. 올림픽 같은 국가 경쟁 이벤트에서 자국 스포츠 스타를 영웅시하는 데에는 긍정적 측면도 없지 않다. 국민들이 영웅을 통해 정체성을 확인하고 서로 통합을 이루는 데 도움이 된다. 이상화 선수가 애국가에 눈물 짓는 장면을 통해 우리 국민들은 한국인임에 자긍심을 느꼈다. 찬반으로 나뉘어 싸웠던 사람들이 올림픽 경기를 보면서 한목소리로 응원했다. 하지만 1등을 지나치게 영웅시하는 엘리트 제일주의식 보도는 권력이 소수에 집중되고 다수는 소외되어도 괜찮다는 그릇된 사고방식을 퍼뜨릴 수 있다. 1등 선수의 고액 포상금을 강조하는 보도는 이런 이유로 더욱 조심해야 한다. 언론은 한 선수를 ‘깜짝 영웅’으로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다. 동시에 선수의 존재를 없애 버릴 수도 있다. 이러한 권한 행사에는 뉴스가치 이외에 소외된 다수가 고려되어야 한다. 올림픽 개막 전 서울신문(13일자)은 1면에 ‘출전 자체가 영광… 밴쿠버의 마이너리티들’이란 제목으로 한국의 스키 점프와 봅슬레이팀, 에티오피아에서 혼자 참가한 크로스컨트리 선수, 눈 없는 가나에서 참가한 알파인 스키팀 등을 소개했다. 이들의 메달 소식이 없어서인지 후속 기사가 거의 없다. 올림픽 개막 전의 보도 태도가 흔들리고 있다.
  • “금·은 포상금 차이 줄일것”

    세계 2위인 은메달을 따고도 올림픽에서 속상해 우는 한국 선수들을 보는 것은 밴쿠버 동계올림픽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겠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2일 “세계 최고의 실력을 가지고도 아깝게 은메달을 딴 뒤 속상해서 우는 선수들을 이번 대회에서 많이 봤다.”면서 “금과 은메달의 포상금 차이가 많이 나지 않도록 정책적으로 조정하겠다.”고 밝혔다. 김기홍 체육국장은 “선수들의 금·은·동메달이 모두 우리에게 소중하다는 국민적 정서를 정책적으로 반영할 필요를 느꼈다.”고 설명했다. 동계올림픽이 시작된 지 10일째인 22일 현재 한국의 메달 숫자는 금 4, 은 4, 동메달 1개 등 모두 9개. 이중 은메달은 역대 최다인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의 3개를 넘어섰다. 앞으로 쇼트트랙 남자 계주 5000m와 500m, 쇼트트랙 여자 계주 3000m 등에서 금 사냥이 시작된다. 은메달이 앞으로 3개 정도 더 늘어날 수 있다. 외국 선수들은 메달권에 들어오거나, 들어오지 못하더라도 자신의 기록을 경신했을 때 환호하고 즐거워한다. 반면 우리 선수들은 은메달을 따고도 환하게 웃지 못하고, 속상해한다. 국민은 이미 금·은·동 등 메달의 색깔과 상관없이 최선을 다한 선수에게 열렬한 박수를 보낼 정도로 성숙해졌다. 이런 선수들의 모습이 안타까울 수밖에 없다. 정부는 외국 선수와 한국 선수의 이런 차이가 포상체계와 연금점수 등이 금메달 위주로 편성돼 있기 때문이라고 판단, 이번 기회에 정책을 바꾸려고 하는 것이다. 문화부는 밴쿠버 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면 4000만원, 은메달은 2000만원, 동메달 1200만원을 포상하기로 했다. 은·동메달의 포상금 차이는 겨우 800만원이지만, 은과 금메달의 차이는 2000만원이다. 강준호 서울대 체육과 교수는 “우리 사회도 1등이 아니면 루저(패배자)라는 식으로 판단하는 사회에서 벗어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밴쿠버 동계올림픽 사진 더 보러가기
  • ‘銀별’ 희망 ★ 쐈다

    ‘銀별’ 희망 ★ 쐈다

    이은별(19·연수여고)이 21일 캐나다 밴쿠버 퍼시픽 콜리시움에서 열린 쇼트트랙 여자 1500m 결승에서 2분17초849의 기록으로 2위에 올라 이번 동계올림픽 한국 여자 쇼트트랙 첫 메달리스트가 됐다. ‘역대 최약체’라는 평가까지 들었던 여자 대표팀으로서는 중국의 저우양에 밀려 은메달을 따냈지만 첫 메달에 일단 가라앉은 분위기를 추스를 수 있게 됐다. 쇼트트랙 여자 1500m는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올림픽에서 처음 시작된 뒤 2개 대회 연속으로 한국이 금메달을 땄던 종목이다. 이은별은 ‘호랑이 코치’로 유명한 최광복 코치의 지도 아래 평소의 2~3배에 달하는 혹독한 훈련을 견디며 이를 악물었다. 어린 시절 흥미를 느껴 시작한 스케이트는 어느새 이은별을 올림픽 무대로까지 이끌었다. 초등학생 때부터 1~3위를 놓치지 않던 기대주 이은별은 2007년 전국남녀 주니어 선수권대회 1000m에서 1위에 오르며 종합 3위를 차지, 실력자로 자리잡았다. 이듬해 이탈리아에서 열린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 주니어선수권에서 1500m 2위에 오르고 종합 2위를 차지하며 국제무대에서도 이름을 빛냈다. 지난해 캐나다 세계 주니어선수권에서 종합 2위를 거머쥐며 기세를 이어 갔다. 같은 해 태극마크까지 따냈다. 개인적으로는 기쁨이 컸지만, 한국 여자 쇼트트랙은 위기였다. 에이스 진선유(단국대)가 빠진 자리가 컸다. 이런 가운데 이은별은 밀리지 않는 레이스를 펼치며 여자 쇼트트랙의 마지막 자존심을 지켜냈다. 박창규기자 nada@seoul.co.kr
  • [밴쿠버 동계올림픽]2관왕 이정수 전관왕 꿈

    [밴쿠버 동계올림픽]2관왕 이정수 전관왕 꿈

    │밴쿠버 조은지특파원│“말도 안 돼요. 금메달이 2개라니. 두 번째는 정말 꿈만 같아요.” ‘골든 선데이’가 완벽하게 완성되지 않았지만 대한민국 선수단의 첫 2관왕이 탄생했다. 밴쿠버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000m 결승이 벌어진 캐나다 밴쿠버의 퍼시픽 콜리시움. 이정수(21·단국대)는 올림픽 신기록인 1분23초747에 결승선을 끊어 우승, 1500m에 이어 두 번째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지난 14일 1500m 결승에서 충돌사고로 실격되면서 팀 동료의 메달을 날려 비난에 시달리던 이호석(24·고양시청)은 1분23초801로 은메달을 보태며 그동안의 마음고생을 털어냈다. 이번에는 이호석이 레이스 대열을 교란해 이정수가 금메달을 딸 수 있도록 도우미 역할을 톡톡이 했다. 한국은 1992년 쇼트트랙이 처음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이후 6번의 대회에서 5차례나 남자 1000m를 석권한 초강세를 이어갔다. 선수단 ‘2관왕’ 1호가 된 이정수의 표정은 어린 아이의 표정처럼 해맑았다. 이정수는 기자회견에서 “이번 금메달은 꿈만 같다. 현실이 아니라 마치 딴 세상에서 딴 것 같다.”면서 인터뷰 도중 웃음을 짓는가 하면 “아~말도 안돼. 아~진짜”를 연발했다. 이정수는 남은 남자 500m와 5000m 계주에도 출전이 예상돼 한국 올림픽 사상 처음 대회 전관왕도 노릴 수 있게 됐다. 이정수는 우승의 원동력으로 이호석의 중반 스퍼트를 꼽았다. 그는 경기 뒤 기자회견에서 “내가 선호하는 스타일의 경기가 아니어서 처음에 많이 당황했다.”면서 “그러나 호석이형이 스퍼트를 시작하면서 다른 선수들의 체력 소모가 많았고, 그 덕분에 내가 나갈 틈이 생겼다. 결국 호석이형 덕이었다.”고 밝혔다. 역대 최약체로 평가받던 여자 쇼트트랙도 은·동메달을 한꺼번에 수확하며 본격적인 메달 레이스에 뛰어들었다. 앞서 열린 1500m 결승에서 이은별(19·연수여고)이 은메달을, 박승희(18·광문고)가 동메달을 차지했다. 박승희는 중반부터 선두를 지켜 금메달이 눈에 보이는 듯했지만 3바퀴를 남기고 중국의 저우양과 이은별에 추월당해 3위에 머물렀다. 처음 올림픽에 나선 이은별은 “메달을 따는 순간 부모님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면서 “그러나 너무 쉽게 저우양에게 금메달을 내준 게 아쉽다. (조)해리 언니까지 결승에 3명이나 올라갔는데 서로 호흡이 잘 맞지 않았던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대회 첫 메달 사냥에 성공한 여자대표팀의 목표는 3000m 계주(25일)에서 중국을 잡고 금메달을 따는 것. 성사되면 1994년 릴레함메르대회 이후 계주 5연패 달성이다. 쇼트트랙에서 이날 하루 금 1, 은 2, 동메달 1개를 보탠 한국은 금 4, 은 4, 동 1개로 전날 6위였던 메달 중간 순위를 4위로 끌어올렸다. zone4@seoul.co.kr
  • 힘·순발력·밸런스 3合… 마지막 한바퀴 승부사

    힘·순발력·밸런스 3合… 마지막 한바퀴 승부사

    “안현수 공백은 없다!” 주목받지 못하던 쇼트트랙 대표팀 막내가 한국에 첫 ‘금빛’ 소식을 전한 데 이어 또다시 일을 냈다. 밴쿠버 동계올림픽 남자 1000m 결승에 나선 이정수(단국대)가 올림픽신기록인 1분23초747로 골인, 대회 2관왕에 올랐다. 대표팀 ‘맏형’ 이호석(고양시청)은 0.054초 차이인 1분23초801의 기록으로 은메달을 거머쥐었다. 이정수는 이호석과 함께 맨 뒤에서 출발했다. 컨디션 조절을 하며 체력을 비축한 뒤 막판 스퍼트로 승부를 보겠다는 계산이었다. 초반 선두권은 형제인 프랑수아와 샤를 아무랭(캐나다). 그 뒤를 아폴로 안톤 오노(미국·3위)가 이었다. 하지만 이정수와 이호석은 마지막 두 바퀴를 남겨두고 아웃코스로 파고들며 선두로 치고 나왔다. 오노가 팔을 뒤로 휘저으며 잡아채는 동작을 연출했지만, 둘은 말려들지 않았다. 결국 마지막 1바퀴를 남겨두고 막판 스퍼트에서 조금 앞선 이정수가 간발의 차로 이호석을 제치고 영광의 금메달을 획득했다. 이정수는 남들보다 늦은 12살 때 첫 경기에 출전한 ‘늦깎이’다. 그러나 2006년 세계 주니어 1000m에서 2위, 1500m 슈퍼파이널 1위에 오르며 두각을 나타냈다. 2008년 국가대표로 처음 선발된 뒤 그해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 1500m에서 처음 금메달을 차지했다. 지난해에도 ISU 월드컵 남자1000·1500·5000m 계주에서 연이어 우승하며 기대주로 성장했다. 이정수가 대회 2관왕을 할 수 있었던 비결은 뭘까. 국민체육진흥공단 산하 체육과학연구원이 발표한 국가대표 쇼트트랙 선수들의 체격 및 체력 측정 결과에 따르면, 이정수는 힘과 순발력, 신체 밸런스 등 삼박자가 잘 맞아떨어졌다. 171.2㎝, 59.7㎏으로 다른 선수들보다 작은 체구를 가진 이정수는 신체 밸런스에서 탁월한 조건을 지녔다. 다른 선수보다 가는 편엠에도 허벅지 둘레(좌 52.0㎝·20.5인치, 우 52.6㎝·20.7인치)와 종아리 둘레(좌 34.9㎝, 우 34.8㎝·이상 13.7인치)가 양쪽이 거의 일치한다. 효율적인 힘 배분이 가능해 부상 위험이 그만큼 적다. 순간적인 파워도 놀랍다. 30초 동안 자전거 페달을 힘껏 밟아 하체 힘을 측정하는 윈게이트 테스트에서 이정수는 최고파워 717.72로 성시백(822.08)과 이호석(736.16)에 이어 3위에 올랐다. 하지만 1㎏당 최고 파워에서는 12.02로 이호석(11.85)을 능가했다. 순간적으로 폭발적인 스피드를 내는 힘이 좋아서 막판 스퍼트에서 공간이 확보되자 이호석을 제칠 수 있었던 것. 순발력 측정에서도 이정수는 다른 선수들을 능가했다. 이정수의 반응 시간은 0.24초로 곽윤기(0.22초)에 이어 2위였다. 하지만 또다른 순발력 지표인 서전트점프는 63㎝로 곽윤기(60㎝)보다 높았다. 지치지 않는 체력도 강점이다. 이정수는 처음 5초 동안 낸 힘과 마지막 5초 동안 낸 힘을 비교하는 피로 지수가 33.49%로 전체 남자 선수 중 가장 낮았다. 폐활량 측정에서도 5140㏄로 이호석(4050㏄)과 성시백(4280㏄)을 훨씬 앞섰다. 황비웅기자 stylist@seoul.co.kr
  • ‘스피드킹’ 모태범

    스케이트에 모터를 달은 호랑이란 뜻에서 ‘모터범’이란 별명을 단 모태범(21·한국체대)이 ‘사이클링 메달’엔 실패했지만 스피드에서는 세계 최고를 뽐냈다. 모태범은 21일 열린 남자 스피드스케이팅 1500m에서 1분46초47로 5위에 머물렀다. 500m 금메달과 1000m 은메달에 동메달을 추가하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그러나 중·단거리 3종목을 봤을 때 평균 속도에서 모태범은 단연 최고 수준이었다. 500m 1·2차 시기와 나머지 두 종목을 합친 기록을 따지면 금세 드러난다. 그는 총 3500m에서 4분05초41을 기록했다. 100m 평균 7초011다. 모태범과 겨룬 메달리스트 가운데 유일하게 멀티 레이스를 펼친 샤니 데이비스(28·미국)는 1000m와 1500m를 통틀어 2분55초04를 기록, 100m 평균 7초001을 기록했다. 하지만 데이비스는 자신이 세계기록(1000m 1분06초42, 1500m 1분41초04)을 지닌 다른 종목에 전념하겠다며 500m 2차시기를 포기, 영양가는 훨씬 떨어졌다. 스피드스케이팅에서 유일하게 두 차례 레이스를 합쳐 순위를 가리는 500m를 한번 더 뛰면서 엇비슷한 스피드를 기록했다는 점은 모태범의 진가를 잘 드러낸 대목이라고 볼 수 있다. 1500m 금메달을 딴 마르크 투이테르트(네덜란드)는 1분45초57로, 100m를 평균 7초038로 달렸다. 모태범에 한참 뒤졌다. 동메달리스트인 하바르트 보코(노르웨이·1분46초13)의 100m 평균 기록은 7초075였다. 0.34초 차이로 아깝게 동메달을 놓쳤다는 점을 감안하면 모태범은 원 없이 레이스를 펼쳤다는 결론이 나온다. 동메달까지 따내면 “무릎을 꿇고 울겠다.”며 욕심을 숨기지 않았던 그는 이날 초반 엄청난 스피드를 발휘, 10명을 남기고 중간 순위 1위에 올라섰지만 6조 이반 스코브레프(러시아·1분46초42)에게 선두를 내주자 주먹으로 얼음판을 내리치며 분통을 터뜨렸다. 모태범은 “1500m가 제일 힘들다. 숨이 차서 계속 기침만 나온다.”고 짙은 아쉬움을 토해 냈다. 하지만 모태범은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을 지구촌에 알린 영웅으로 팬들의 가슴에 남았다. 하계올림픽에서 각 세부종목을 겨루고 시상한 뒤 종합우승을 가리는 체조에 견주면 모태범은 스피드스케이팅 종합우승을 차지한 셈이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 안풀리는 성시백 “500m 끝장본다”

    안풀리는 성시백 “500m 끝장본다”

    밴쿠버 동계올림픽 ‘4관왕’을 꿈꾸던 성시백(23·연세대)이 어깨에 내려앉은 불운을 채 떨어내지 못하고 있다. 한국 남자 쇼트트랙은 21일 금메달 1개와 은메달 1개를 획득했지만 성시백은 여전히 ‘노메달’. 성시백은 21일 캐나다 밴쿠버 퍼시픽 콜리시움에서 열린 밴쿠버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000m 준결승에서 탈락했다. 준결승 2조에 속한 성시백은 레이스 내내 1위를 유지했지만 막판 아폴로 안톤 오노(미국)에게 안쪽 자리를 내주며 순식간에 3위로 내려앉았고, 결승선 통과 직전 스케이트 날을 내밀었지만 찰스 하멜린(캐나다)에 밀려 간발의 차로 결승에 진출하지 못했다. 0.006초 차. 겨우 스케이트날 3분의1 차나 됐을까. 순위 결정전인 파이널B에서도 중국의 한지아량과 레이스를 펼쳤지만 심판이 성시백의 어깨싸움을 지적, 실격당했다. 성시백은 지난 14일 1500m 결승전에서 마지막 한 바퀴를 남기고 오노의 견제에 밀려 이호석(고양시청)과 함께 넘어지면서 찾아온 불운과 아직 결별하지 못한 것이다. 이호석은 1000m 결승전에서 이정수(단국대)의 금메달과 함께 은메달을 따며 과거의 불운과 결별했다. 4년 전 토리노 동계올림픽 국내 선발전에서 아쉽게 출전권을 놓친 성시백은 이번 대회를 야심차게 기다렸다. 지난해 4월 대표 선발전에서 1위를 차지하며 태극 마크를 단 성시백은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다진 바 있다. 2009년 국제빙상연맹(ISU) 월드컵 남자 1차 1500m, 3차 1000m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그는 이번 올림픽의 강력한 메달 후보였다. 그러나 성시백에게는 기회가 남아 있다. 25일부터 시작되는 500m와 27일 열리는 5000m 계주로 오히려 메달 가능성은 높다. 성시백은 500m 국내 1인자. 사실 500m 등 쇼트트랙에서 한국선수들은 약했다. 김기훈(울산과학대) 대표팀 감독도 “성시백은 500m에서 강점을 가졌다. 기대를 많이 하고 있다. 순발력이 뛰어나 스타트가 좋다.”면서 “앞선 경기의 결과를 빨리 잊고 남은 경기에 집중하라고 조언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 1994년 릴레함메르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낸 이후 16년 만에 남자 500m 금메달을 노리고 있다. 자신의 주종목에서 성시백이 부진을 만회하며 불운을 훌훌 털어낼 수 있기를 바란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모태범 1500m 5위…메달 획득 실패

    모태범 1500m 5위…메달 획득 실패

    2010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한국에 첫 금메달을 안겼던 이정수(단국대)가 두번째 금메달을 선사했다.  이정수는 21일(한국시간) 캐나다 밴쿠버 퍼시픽콜리세움에서 벌어진 쇼트트랙 남자 1,000m 결승에서 올림픽 신기록인 1분23초747초로 결승선을 차지해 1위를 차지했다.  이로써 이정수는 남자 1,500m에 이어 두번째 금메달을 목에 걸며 한국선수단의 첫 2관왕이 됐다.  남자 1,500m에서 충돌사고가 났던 이호석(고양시청)은 1분23초801로 이정수에 간발의 차로 뒤져 은메달을 획득했고 동메달은 아폴로 안톤 오노(미국)에게 돌아갔다.  111.12m 트랙을 9바퀴 도는 1,000m는 중반부터 순위경쟁에 불이 붙었다.  출발 총성과 함께 캐나다의 샤를 아믈랭과 프랑수아 아믈랭이 앞서 나갔고 오노는 3위를 지킨 가운데 이정수와 이호석은 나란히 4,5위로 처졌다.  출발 순서가 그대로 이어지던 결승 레이스는 막판으로 가면서 요동치기 시작했다.  3바퀴가 남았을 때는 이호석이 후미에서 가속을 붙이며 치고나가 단숨에 선두로 나섰고 이정수도 뒤를 따랐다.  미국 동계올림픽 사상 최다 메달에 도전하고 있는 오노도 뒤질세라 쫓아왔지만 이호석과 이정수를 따라잡지는 못했다.  금,은,동메달이 굳어질 것 같은 막판 레이스는 마지막 바퀴에서 1,2위가 바뀌었다.  1,500m 금메달로 급상승세를 탄 이정수는 폭발적인 스퍼트로 마지막 코너를 돌며 이호석을 앞질렀다.  ‘형제 경쟁’으로 변한 금메달 레이스는 이정수와 이호석이 나란히 날차기까지 했지만 ‘동생’이 마지막에 웃었다.  한국은 1992년 쇼트트랙이 처음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이후 6번의 대회에서 5차례나 남자 1,000m를 석권하며 초강세를 보였다.  이호석은 자신의 4번째 은메달을 차지했다.  2006년 토리노동계올림픽에 참가했던 이호석은 남자 5,000m 계주에서 금메달,1,000m와 1,500m에서는 은메달을 획득했다.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부터 출전한 오노는 3번의 올림픽에서 7개의 메달을 따 미국선수로는 최다 메달리스트가 됐다.  앞서 열린 여자 1,500m 결승에서는 이은별(연수여고)이 은메달,박승희(광문고)는 동메달을 차지했다.  박승희는 중반부터 선두를 지켜 금메달이 눈에 보이는 듯 했으나 3바퀴를 남기고 중국의 저우양에게 추월당하고 말았다.  막판에는 이은별이 박승희를 앞질러 2위를 차지했다.  연합뉴스 ☞밴쿠버 동계올림픽 사진 보러가기 ■ 올림픽-21일 전적 ◇21일(한국시간) ▲쇼트트랙 ▷남자 1,000m 1. 이정수(한국) 1분23초747 2. 이호석(한국) 1분23초801 3. 아폴로 안톤 오노(미국) 1분24초128 ▷여자 1,500m 1. 저우양(중국) 2분16초993 2. 이은별(한국) 2분17초849 3. 박승희(한국) 2분17초927 5. 조해리(한국) 2분18초831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500m 1. 마르크 투이테르트(네덜란드) 1분45초57 2. 샤니 데이비스(미국) 1분46초10 3. 하바르트 복코(노르웨이) 1분46초13 5. 모태범(한국) 1분46초47 22. 이종우(한국) 1분49초00 31. 하홍선(한국) 1분49초93 ▲알파인 스키 ▷여자 슈퍼대회전 1. 안드레아 피슈바커(오스트리아) 1분20초14 2. 티나 마체(슬로베니아) 1분20초63 3. 린제이 본(미국) 1분20초88 ▲크로스컨트리 ▷남자 30㎞ 추적 1. 마르쿠스 헬르너(스웨덴) 1시간15분11초4 2. 토비아스 앙게레르(독일) 1시간15분13초5 3. 요한 올손(스웨덴) 1시간15분14초2 ▲스키점프 ▷남자 라지힐(K-125) 1. 시몬 암만(스위스) 283.6점 2. 아담 말리츠(폴란드) 269.4점 3. 그레고르 슐리렌자우어(오스트리아) 262.2점 42. 김현기(한국) 78.0점 49. 최흥철(한국) 56.3점 밴쿠버=연합뉴스
  • 獨선수 메달 깨물다 앞니 깨져 응급실행

    뺨을 꼬집어도 실감이 나지 않을 정도로 너무 기뻤나. 동계올림픽 선수가 메달을 진짜(?) 깨물었다가 응급실로 실려갔다. 독일의 다비드 묄러(28)는 지난 15일 밴쿠버 동계올림픽 루지 종목에서 은메달을 딴 뒤 사진기자들의 요청을 받고 메달을 꽉 깨물었다. 시상식 중계화면이나 사진을 보면 올림픽 메달리스트들이 수상식 뒤 메달을 깨무는 장면을 자주 볼 수 있다. 보통 사진기자들은 메달을 딴 실감이 나도록 이런 자세를 요구한다. 그러나 묄러는 너무 꽉 메달을 깨무는 바람에 이가 깨져 급히 응급실을 찾아야 했다고 미국 야후 스포츠가 19일 보도했다. 특히 밴쿠버 대회 메달은 역대 올림픽 메달 가운데 가장 무거운 500~576g이다. 캐나다 원주민들이 친숙한 동물로 여기던 범고래와 갈까마귀의 눈, 지느러미, 날개가 민속 공예기법으로 새겨져 있다. 이번 대회 메달은 지름 100㎜, 두께 6㎜,로 올림픽 역사상 가장 크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지름 60㎜, 두께 3㎜ 이상으로만 규정해 놨다. 이번 대회에서 메달 크기는 사진이나 중계방송 때 얼른 눈에 띄듯 지름이 4㎝나 커졌다. 1994년 노르웨이 릴레함메르 동계올림픽까지만 해도 메달 무게는 131g에 불과했다. 메달은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크기와 무게가 늘어났다. 2006 이탈리아 토리노 대회땐 500여g이었다. 한편 올림픽 금메달은 순금이 아니라 표면을 싸고 있는 6g을 뺀 대부분이 은으로 이뤄졌다. 반면 은메달은 순은, 동메달은 청동제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 金비결 모태범 리듬, 이상화 체력

    ‘샛별’ 모태범은 리듬감, 이상화(이상 21·한국체대)는 체력을 바탕으로 밴쿠버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녀 500m 금메달을 딴 것으로 분석됐다. 19일 체육과학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500m 금메달, 1000m 은메달을 따낸 모태범은 출발 신호가 울리고 몸을 움직이기 시작하는 순간까지 반응시간(0.23초)과 준비자세에서 왼발을 내디뎌 착지할 때까지 걸린 시간(0.50초)에서 5명의 전·현 남자 대표선수 가운데 두 번째로 빨랐다. 연구원 이순호 박사는 “모태범이 빠른 발동작까지 겸비해 스타트 때와 몸의 중심을 이동할 때 리듬이 좋다.”면서 “속도가 붙으면 상체가 앞으로 쏠리고 엉덩이가 뒤로 빠지기 마련이어서 몸의 중심 이동이 어렵지만, 모태범은 가속 상황에서도 리듬감 있게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이상화는 빙면을 미는 힘을 뜻하는 ‘신근력’에서 오른발 268%, 왼발 277%로 나타나 폭발적인 파워와 두 다리 힘의 균형이 잡힌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자인 윤성원 박사는 “여자 선수의 신근력이 1㎏당 250% 이상이면 우수, 280%가 넘으면 매우 우수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꿀벅지’, ‘금벅지’로 불릴 만큼 탄탄한 허벅지를 지닌 이상화는 근력을 앞세워 얼음판을 지치고 나갈 때 폭발적인 힘을 발휘하는 셈이다. 2007년 1월 체중당 최고 파워에서 7.08을 기록한 이상화는 2008년 7.75에 이어 지난해 5월엔 7.98까지 끌어올렸다. 육상 여자 허들 100m 한국기록을 지닌 이연경(29·안양시청)의 7.85보다 높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 코너·직선코스 0.1℃차를 노렸다

    코너·직선코스 0.1℃차를 노렸다

    한국 스피드스케이팅 사상 첫 올림픽 ‘멀티 메달리스트’가 된 모태범(21·한국체대). 육상의 100m로 치는 500m 금메달에 이어 1000m에서도 은메달을 따냈다. 둘 다 빙판 위의 가장 빠른 사나이를 가리는 종목. 체격과 근력에서 열세인 아시아인들에게 불가능한 일이라 여겨졌지만 모태범은 보란 듯이 이를 뒤집었다. 금도끼와 은도끼를 동시에 거머쥔 그는 어떤 비밀을 가지고 있을까. 서양인에 견줘 신체적인 능력이 떨어지는 동양권 선수들은 체격의 ‘핸디캡’을 피나는 훈련을 통해 완성한 주법으로 극복할 수밖에 없다. 스케이팅은 발에 힘을 줄 때 날과 빙판 사이에 생긴 열로 녹은 얇은 수막이 윤활유 역할을 해 주면서 앞으로 나아가는 원리다. 모태범의 주법을 유심히 살펴보면 고르지 못한 빙질로 선수들의 원성을 산 리치먼드 오벌 경기장의 얼음판을 이 ‘클래핑’으로 절묘하게 조절했음을 알 수 있다. 400m 롱트랙인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의 빙면은 어느 한곳 빠짐없이 균일한 온도(영하 5도)를 유지해야 한다. 그러나 이 경기장은 그렇지 않다. 직선주로가 곡선주로보다 0.1도가량 높다. 모태범은 이를 파악, 영리하게 이용했다. 그래서 모태범은 직선주로에서는 끝까지 바닥을 밀어내 신체적인 파워를 아끼고, 곡선주로에서는 비축된 근파워를 이용, 스텝을 빨리해 속도를 내는 주법을 썼다. 선수들이 직선주로의 얼음 온도가 더 높았기 때문에 부드럽게 미끄러지는 주법을, 상대적으로 온도가 낮아 얼음이 딱딱한 곡선주로에서는 반대로 스텝을 더 많이 움직인 것이다. 국민체육공단 체육과학연구원 이순호 박사는 대회 직전 “경기장 얼음의 온도가 경기력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라면서 “0.1도 차이라면 500~1000m 같은 스프린트 종목에서는 얼마든지 메달 색깔이 바뀔 수 있다.”며 모태범의 주법을 뒷받침했다. 또 쇼트트랙에 견줘 둘레가 400m인 롱트랙 스케이팅에서는 상대를 견제하는 기술보다는 스케이터 자신의 자세가 더 중요하다. 모태범의 자세를 보면 높지도, 그렇다고 낮지도 않다. 상체를 너무 낮추면 공기 저항은 적게 받아 좋지만 날을 지칠 때 낭비되는 힘이 너무 많다. 반대로 자세를 너무 높이면 항력이 너무 커진다. 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 “내친김에 1500m도… 세번째 메달따면 울 것”

    “내친김에 1500m도… 세번째 메달따면 울 것”

    │밴쿠버 조은지특파원│“금·은·동 다 따면 정말 무릎 꿇고 울 겁니다.” 발랄한 ‘신세대 스프린터’ 모태범(21·한국체대)이 ‘모터범’이란 애칭답게 제대로 달렸다. 한국 최초의 스피드스케이팅 500m 금메달에 이어 1000m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한국의 첫 ‘멀티메달리스트’이자, 스피드스케이팅에서 2개 이상의 메달을 딴 한국의 첫 선수로 이름을 올렸다. 모태범은 18일 캐나다 리치먼드 올림픽 오벌에서 열린 대회 남자 1000m에서 샤니 데이비스(미국·1분08초94)에게 0.18초 뒤진 1분09초12의 기록으로 아깝게 2위를 차지했다. 동메달은 2006 토리노올림픽 5000m 금메달리스트 채드 헤드릭(미국·1분09초32). 한국이 동계올림픽 1000m 종목에서 메달을 딴 것은 1992년 알베르빌 대회 이후 18년 만이다. 모태범은 “살짝 아쉽긴 하지만 내 실력을 100% 발휘했기 때문에 만족한다.”며 시원하게 웃었다. 이어 “내친김에 1500m와 팀추월 경기에서도 메달에 도전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래도 미련이 남는 듯 주먹으로 손바닥을 치며 ‘아~아깝다.’고 발을 동동 굴렀다. 태극기를 두른 채 막춤을 추고, 시상대에서 V자를 그리는 톡톡 튀는 개성으로 똘똘 뭉친 신세대의 당돌함 그자체였다. 16조로 나선 모태범은 초반 200m를 16초39에 주파했고, 600m를 41초75로 통과했다. 피니시 라인까지 거침없이 내달린 모태범의 기록은 1분09초12. 지난해 3월 같은 장소에서 열린 세계선수권 때 기록(1분10초11)을 뛰어넘은 것이었다. 모태범은 “마지막에 데이비스가 타는 걸 보면서 ‘조금만 늦게 가면 안 될까. 한 번쯤 삐끗하면 안 될까.’ 생각했다. 입술이 바싹 말랐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래도 첫 출전에 벌써 메달을 두 개나 따다니 스스로도 놀랍다.”고 금세 씩 웃었다. 한국에서 유명해졌다고 하자 “빨리 한국에 가 보고 싶다. 어제 이승훈(5000m 은메달)이랑 ‘빨리 한국 가서 길거리 걸어다니고 싶다. 사람들이 우리를 알아볼까.’라고 얘기했다.”며 깔깔거렸다. 이어 “이상화(여자 500m 금메달)와 사귄다는 얘기도 있던데 절대 아니다. 상화가 아깝다.”며 손사래를 쳤다. 통통 튀는 모습에 적응될 쯤 진지한 매력도 보였다. “자만할 생각은 전혀 없다. ‘잘할수록 고개를 숙여라’, ‘잘 타기 전에 먼저 사람이 돼라’는 말을 들으며 자랐다.”고 강조하며 “앞으로도 선수답게 성실히 운동하겠다.”고 말했다. 모태범은 21일 1500m와 27일 팀추월까지 앞으로 두 경기를 남겨뒀다. 이틀에 한 번 꼴로 치러지는 강행군으로 체력적인 부담이 쌓였다. 모태범은 “21일까지 좀 여유가 있으니 잘 먹고 푹 쉬고 싶다.”면서도 “이상하게 안 될 것 같은 생각은 안 든다.”고 자신했다. 이어 “팀추월은 두 번 이기면 은메달을 확보한다. 금·은·동을 다 딴다면 그때는 무릎 꿇고 우는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예고했다. 역시 발랄하고 거침없었다. 이규혁은 뒷심부족으로 9위를 차지, 다섯 번째 올림픽을 노메달로 마쳤다. 문준(성남시청)은 18위(1분10초68), 이기호(서울시청)는 36위(1분12초33)를 차지했다. zone4@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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