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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19, 박쥐는 잘못이 없다

    코로나19, 박쥐는 잘못이 없다

    박쥐 바이러스 배출, 인간이 준 스트레스 탓서식지 파괴, 우한 수산시장 등서 마구 거래인구 증가와 이동수단 발달도 급속 확산 원인 은둔하며 집단생활을 하는 야행성 동물 박쥐는 코로나바이러스의 최초 근원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인간 세계에 확산된 데에 박쥐는 책임이 없다는 데에 많은 과학자들이 동의한다고 CNN은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동물학자들과 질병 전문가들에 따르면, 자연 속에 갇혀 있어야 할 질병들이 사람에게 옮겨 온 것은 다름아닌 인간 활동 때문이다. 수많은 인구가 빠르게 움직이며 자연과 동물 서식지를 파괴한 결과라는 얘기다. 코로나19와 매우 유사한 바이러스가 중국의 말굽박쥐에게서 발견됐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이 질병이 어떻게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은 박쥐 공동체에서 문명세계로 확산됐는지를 규명하지 못했다. 박쥐는 날 수 있는 유일한 포유류로, 한 공동체에서 여러 개체가 넓은 지역으로 뻗어나갈 수 있다. 그럴수록 많은 병원균을 가질 수 있다. 과학자들은 나는 활동이 엄청난 활동량을 요구해, 박쥐들에게 특별한 면역 체계를 가지게 했다고 설명했다.런던 동물학회 앤드류 커닝엄 야생동물역학 교수는 “박쥐가 날 때 체온은 최고조에 달한다. 이들은 먹이를 찾아 나갔다가 다시 보금자리로 돌아올 때 날기 때문에 하루에 적어도 두 번은 체온이 최고점에 달한다”면서 “그래서 박쥐의 몸에서 진화한 병원균들은 이런 체온 최고점을 견딜 수 있게 적응해 왔다”고 말했다. 커닝엄 교수에 따르면 박쥐 몸을 매개로 진화한 병원균들은 박쥐가 다른 종과 접촉할 때 문제를 일으킨다. 예를 들어 인간에게 열은 바이러스를 죽이기 위해 고안된 방어기제인데, 박쥐 몸에서 진화한 바이러스는 인간 체온 상승에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럼 박쥐 몸에서 바이러스가 어떻게 전이될까. 커닝엄은 인간의 활동에서 원인을 찾는다. 박쥐가 사냥을 당하거나 삼림 벌채로 서식지가 훼손돼 스트레스를 받으면 면역체계가 흔들려 병원균을 억제하기 어려워진다. 사람이 피로하고 스트레스를 받으면 감기에 걸리기 쉬운 것과 마찬가지다. 커닝엄 교수는 “박쥐 면역체계가 무너지면 바이러스를 배출할 가능성이 높아져 감염을 일으킬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진원지로 알려져 있는 중국 우한의 수산물시장은 이종 간 바이러스 확산이 일어나기에 무시무시할 정도로 좋은 환경을 제공한다. 시장에 있는 동물들은 하나같이 서식지에서 붙잡혀, 인간의 이동수단에 실려 일정 거리를 흔들리며 이동해 왔으며, 우리에 갇히거나 묶인 채 붙잡혀 있어 피로도와 스트레스 수치가 매우 높다. 애완용이나 식재료용으로 판매 중인 동물들은 종류가 매우 다양하며, 이 곳에 인간이 매우 가까이 접근한다.시장 역시 인간이 조성해 놓은 환경이다.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 생태·생물다양성학과장인 케이트 존스는 “인간은 이전에 없던 수준으로 의약품, 애완용, 식용 동물 수송을 늘리고, 동물 서식지를 인간 중심적으로 바꾸면서 파괴하고 있다”면서 “동물들은 전에 없던 이상한 방법으로 뒤섞이고 있다. 우한 수산시장에 가면 동물이 든 우리가 층층이 쌓여 있는 걸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인간의 빠른 이동 역시 바이러스 확산의 주범이다. 커닝엄 교수는 “역사적으로 야생동물에게서 나온 바이러스에 사람이 감염되는 일이 많았지만 옛날엔 감염된 사람이 마을이나 도시에서 많은 사람과 접촉하기 전에 사망했다”면서 “요즘엔 교통이 발달해 중앙아프리카 숲에 있던 사람이 다음날 런던 중심부에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존스 교수도 “대부분 감염은 사람이 너무 많고, 서로 너무 연결돼 있어서 크게 확대됐다”고 말했다. 두 교수는 박쥐에겐 잘못이 없으며 오히려 치료법을 찾는 데에 도움이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커닝엄 교수는 “사람들은 감염병이 확산되면 주체종에 손가락질을 하지만 사실 병원균 대유행 확산은 인간 스스로가 이끈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 이재웅 떠난 ‘타다’ 짊어진 박재욱, 충격 딛고 新산업으로 갈아 타나

    이재웅 떠난 ‘타다’ 짊어진 박재욱, 충격 딛고 新산업으로 갈아 타나

    11인승 차량 제공 서비스인 타다가 이른바 ‘타다금지법’(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 이후 사업 구조조정을 겪으며 가시밭길을 걷고 있다. 타다의 모기업인 쏘카의 새로운 수장이 된 박재욱 신임 대표는 충격을 딛고 회사를 정상 궤도로 올려야 하는 중책을 맡게 됐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타다는 주력 사업이었던 ‘타다 베이직’ 서비스의 중단을 앞두고 사업 규모를 대폭 축소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타다가 운영 중인 차량 1500여대 중에서 1400여대를 차지하는 타다 베이직은 타다금지법의 통과로 불법으로 전락하면서 오는 4월 11일 서비스가 끝난다. 타다는 우선적으로 인력 감축에 돌입했다. 타다금지법이 통과된 이후 첫 출근을 앞둔 신입 사원들에게 ‘채용 취소’를 통보했으며, 파견 형태로 간접 고용 중이었던 일부 비정규직 사무직원들에게도 권고사직을 요구했다. 타다 운전기사에 대해선 협력업체를 통해 단계적으로 감차를 통보했다. 타다 운전기사들이 모인 인터넷 카페에서는 “해고의 화신”이라고 타다 측을 비판하며 사태 해결을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기도 했다. 타다 베이직 대신에 현재 90여대 규모로 운영 중인 ‘타다 프리미엄’을 키워 보는 방안도 거론되지만 이마저도 녹록지 않다. 렌터카 기반이던 타다 베이직과 달리 타다 프리미엄은 택시 면허를 보유한 기사들과의 협업을 통해 운영하는 고급 택시 서비스인데 택시 기사들의 신규 유입이 쉽지 않아 보인다. 타다 베이직의 운영을 놓고 양측이 ‘불법 택시’ 논쟁을 벌이며 감정의 골이 깊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신규 가입하는 택시기사나 법인이 타다 프리미엄에서 사용하는 K7 차량을 새로 구매할 때마다 1대당 500만원씩 지원금을 받았는데 이마저도 자금난을 이유로 최근에 폐지됐다. 타다를 지탱하던 이재웅 전 쏘카 대표가 자리에서 내려온 것도 부담이 되는 요인이다. 1995년 포털사이트 ‘다음’을 만들었던 ‘국내 벤처 1세대’ 이 전 대표는 2007년 9월 다음 대표직을 내려놓은 뒤 10여년간 은둔의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가 2018년 4월 쏘카 대표로 경영 일선에 복귀했으나 또다시 2년 만에 “어찌되든 졌다”고 선언한 뒤 퇴진했다. 이 전 대표로부터 자리를 이어받으며 “다양한 모빌리티 혁신을 선도해 나갈 것”이라는 소감을 밝혔던 박 대표는 타다 베이직의 사업 정리를 매끄럽게 마무리 지은 뒤 이를 대체할 새로운 성장 동력을 빠르게 발굴하는 것이 당면 과제로 남았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한국 세금·복지 가장 낙후… ‘삶의 연대 도구’로 세금 활용 필요”

    “한국 세금·복지 가장 낙후… ‘삶의 연대 도구’로 세금 활용 필요”

    ‘어차피 각자도생 세상이다. 알아서들 살아남길 바라고 나도 그렇게 할 것이다….’ 많은 이들과 마찬가지로 학창 시절 ‘나만 아니면 된다’는, ‘나는 아닐 거야’라는 걱정 섞인 바람으로 살았다. 서울 한 귀퉁이의 일반고에서 반에서 10등 정도 하는 성적은 미래를 낙관하기도, 마냥 어둡게만 보기도 어려운 애매한 위치다. 평범한 일반고등학교에서도 ‘대학을 갈 사람’과 ‘대학 가지 않을 사람’이 암묵적으로 분리돼 있다. 겉으로 표현되지는 않아도 후자들은 순탄한 삶을 살기는 쉽지 않을 거라 판단하기 어렵지 않다. 성적이 대단치는 않았지만, 그래도 그들보다 처지가 나아서 다행이라 생각했고, 그들을 밟고 올라서는 느낌도 나쁘지 않았다. ●학교 중퇴로 경쟁서 낙오→비정규직→루저 그러나 이른바 ‘루저’(loser)가 되었다. 대학교 1학년 중퇴자. 공부 경쟁에서 낙오했다. 낙오의 귀결을 알면서도 피하지 못했다. 1997년 외환위기(IMF)로 인한 집안의 풍비박산은 모자란 실패자들의 흔한 변명과 비슷하다. ‘능력자’들은 어떤 역경도 이겨 낸다. 결과적으로 ‘능력’이 모자랐나? ‘은둔형 외톨이’를 거쳐 공장 생활을 시작했다. 온갖 이름의 비정규직 신분으로 직장에 다니면서 어릴 때부터 가졌던 흐릿한 문제의식이 한층 또렷해졌다. 계급적 문제의식이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성실히 일하는 것만으로는 ‘평범한’ 삶을 살 수 없다.” 이런 계급적 문제의식은 과거 ‘공부 경쟁’에 대한 반성으로 이어졌다. 여가 없는 공장 생활을 하던 어느 날, ‘벌’을 받는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첫째는 불굴의 의지가 부족했던 것에 대한 벌이다. 둘째는 ‘나만 아니면 된다’는 이기심에 대한 벌이다. 남이야 어떻게 되든 말든, 아니 남이 어렵게 살 확률이 높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개인의 성적과 등수만 중요시했던 ‘그 자세’가 문제의 근원이었다. 그런 삶의 태도 때문에 후과를 치른다는 생각이 시간이 갈수록 또렷해졌다. 비록 미성년의 학생이었지만, 낙오자들이 어떻게 될지 인지하면서도 홀로 살아남으려 아등바등했다면 대가를 치르기에 충분한 과오였다. 이를 ‘연대 실패의 대가’라 명명한다. 이 대가는 아래쪽에 있는 사람일수록, 펜대를 굴리는 공부형 머리가 부족한 사람일수록, 부모가 ‘흙수저’일수록 더 크고 잔인하게 휘몰아친다. 원초적으로 공정할 수 없는 경쟁의 장에서 ‘연대 실패의 대가’가 불거지지만, 어쨌든 누구나 힘겨운 입시와 취업전쟁 등을 거치기에, 또 사람의 시야는 자기 울타리 안에 갇히기 쉬운 것이기에, ‘연대 실패의 대가’로부터 빗겨난 이들은 자신을 둘러싼 풍경의 바깥을 헤아리기 어렵다. 한국식 ‘각자도생’ 구조가 타파되기 어려운 커다란 이유다. ‘연대 실패의 대가’는 제도적인 사회연대가 부실할 때 이에 비례해 증가하여 그 피해자가 불어나는 현상이라 할 수 있다. 독일의 신학자 마르틴 니묄러의 시로 알려진 ‘그들이 내게 왔을 때’는 이를 축약적으로 묘사해 준다. 통계적으로도 한국 사회를 내리누르는 ‘연대 실패의 대가’를 확인할 수 있다. 흔히 저임금 불안정 노동자 또는 비정규직 문제가 2000년대 초반부터 대두된 것으로 인식하지만 실제는 그 이전이다. 1987년부터 IMF 사태 이전까지 10여년, 한국 자본주의의 황금기로 평가되는 바로 이 시절에 ‘연대 실패의 대가’가 본격 구조화되고 노동 약자와 노동 격차의 문제가 발발한다. 1987년을 기해 기업 규모별 임금격차가 급격히 벌어진다(그림 1). 기업복지도 1990년대 초를 기해 똑같이 확대된다(그림 2). 이와 동시에 나타나는 통계적 변화는 대기업의 사업 중 중소기업에 이양하는 품목이 증가하고, 중소기업 가운데 하청업체의 수가 늘어나며, 매출액의 80% 이상을 하청에 의존하는 업체의 비중이 높아졌다는 것이다(그림 3, 그림 4, 그림 5). 요즘에는 이를 ‘저임금 중소하청업체의 비정규직이 늘어나 문제다’는 식으로 표현한다.●한국 자본주의 황금기에 노동약자 문제 발발 1980년대 후반부터 나타나는 이 같은 현상에 대해 당시 언론은 ‘3D 저임금 일자리’를 사람들이 기피하고 있다며 사회문제의 하나로 제기했다. 이에 대해 사람들은 과거의 내가 그러했듯 ‘나만 아니면 된다’고, ‘나만, 내 자식만 좋은 일자리에 가면 된다’고 생각했다. 올바른 대처는 열악한 ‘3D’ 일자리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나아가 사회약자들의 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정부와 국민, 기업이 머리를 맞대는 것이지만, 한국 사회는 정반대로 대응했다. 1987년 7000억원이었던 사교육 시장은 1997년 9조 2000억원으로 급성장하며, 10년 새 무려 1200% 수직 상승했다. 노동소득분배율이 사상 최고치를 찍고 상당수 블루칼라의 임금이 사무직의 임금에 도달하며 그 나름 준수한 일자리가 대거 늘었던 호시절임에도, 어쩐 일인지 사교육 경쟁은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과열되고 만 것이다. 교육경쟁이 격화되자 성적 압박에 목숨을 끊는 청소년들의 소식도 틈틈이 언론에 오르내렸다. 1994년 중고생 2800명 대상의 한 조사에서는 70%가 “대학을 나와야 사람 행세를 할 수 있다”고 응답했다. 중산층 귀속감이 80%를 넘나들며 한국 자본주의의 황금기로 기억되는 그때, 오히려 어린 학생들은 우리 사회에 드리워진 짙은 암운을 감지했던 것이다. 당시 한국의 복지 및 세금 지표도 ‘나만 빼고’라는 한국 사회의 지배이념을 잘 보여 준다. 각국이 1인당 국민소득 1만 달러에 진입할 시기, 한국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에서 걷어들인 세금의 양은 현저한 차이가 있다(표 1). 이 차이는 복지 규모로 고스란히 나타난다. 유럽은 차치하고 일본, 미국처럼 전통적으로 복지가 약한 나라들에 비해서도 한국의 세금과 복지는 예로부터 왜소했다. ●韓 2017년 세금 27%… 1965년 유럽보다 작아 그뿐만 아니라 주요국의 1965년 세금의 양은 1995년 국민소득 1만 달러에 진입했던 한국의 그것보다 한결 많다. 한국의 2017년 GDP 대비 세금의 규모는 26.9%로 1965년 일본과 미국보다는 크지만, 같은 시점 유럽의 주요국들보다는 작다. 1965년 OECD 주요 선진국들에 비해서도 오늘날의 한국은 더 적은 세금을 걷고 있는 것이다. 1995년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 1만 달러와 그보다 앞선 주요국의 1만 달러는 같지 않다. 과거 1만 달러가 가치가 높고 따라서 세금을 더 낼 여지도 컸다. 그렇다 해도 한국 사회의 세금은 예나 지금이나 매우 적다. 한국의 복지가 빈약한 이유는 세금 중에서 복지로 가는 비중이 작은 탓도 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는 지난 시간 한결같이 왜소했던 세금이 부실한 복지의 근원이다. 현격한 차이를 보이는 한국과 주요국의 세금 규모는 단순히 부유층과 대기업에 대한 ‘부자 증세’만으로는 절대 따라잡을 수 없는 격차다. 세금은 내 몫을 양보하는 공동의 자금이고, 복지는 ‘더불어 살자’는 연대의 제도적 구현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한국의 빈약하기 짝이 없는 세금과 복지는 한 사회의 연대적 시스템이 허술하기 그지없음을 의미한다. 노동자 간의 연대도, 세금과 복지를 통한 구성원 간의 연대도 한국에서는 모두 부실하다. 전자가 신통치 않더라도 후자를 잘한다면 한결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 하지만 한국 사회는 두 가지 과제 모두에 적절한 대처를 하지 못했다. 이런 ‘연대 실패의 대가’는 대를 이어 전승되고 축적되었다. OECD 최고의 대학 진학률과 사교육비를 기록하며 좋은 직장에 가기 위한 노력이 그 어느 나라보다 가열차지만 성공하는 이들은 좀처럼 늘지 않고 있다. 어느 틈에 저임금 육체노동자는 비정규직이란 새 이름을 갖게 되었고, 이러한 전통의 기피 일자리가 더욱 팽창함은 물론, 직종을 불문한 질 나쁜 일자리가 비정규직의 명찰을 달고 널리 퍼져 갔다. 벌이가 좋은 직장이라고 꼭 무사한 것도 아니어서 명예퇴직 후 느닷없이 자영업에 뛰어들어 몰락하는 사람들도 수두룩했다. 알다시피 한국인들은 사회적 약자들과 충분한 연대적 관계를 맺지 못한 채 살아왔다. 중산층 중에서 상당수가 취약계층으로 내려앉았다. 한국은 연대 실패의 파급에 관한 살아 있는 교과서다. 사회연대의 원리를 통찰한 니묄러가 틀린 게 아니라면, 한국의 노동여건이 유달리 악화되고 내리막길을 걷는 이들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것은 지극히 정상이다. ●최고 스펙 청년도 ‘미생’… 비연대의 노력 결과 유사 이래 최고의 스펙을 갖춘 수많은 청년이 그토록 ‘노오력’ 했음에도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며 답답함을 토로한다. 하지만 이들 역시, 뿌린 대로 거두는 것일 뿐이다. 다 같이 잘돼 보자는 ‘연대의 노력’이 메마르고, 나만 잘되고 보자는 ‘비연대의 노오력’이 대를 이어 충만한 ‘헬조선’에서, 수많은 청년이 ‘미생’으로 떠도는 것은 자연스럽고 온당한 귀결이다. 세금과 복지라는 제도적 사회연대가 가장 잘 구현되는 나라는 통계적으로 볼 때 북유럽 국가들이다. 부자는 물론 중산층과 서민으로부터도 사회연대의 수단으로서 세금을 충분히 걷고, 그렇게 걷은 세금을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한다. 그 결과로 나타나는 숫자 가운데 하나가 성별 고용률이 모두 높은 가운데 그 차이가 가장 작다는 것이다. 성별 임금 및 고임금과 저임금의 차이도 좁혀져 있고, 저소득층마저도 세 부담이 작지 않지만, 강력한 ‘보편복지+저소득층 복지’로 취약계층의 생활여건을 끌어올린다. 유럽통계청에서 실시하는 연례 조사 중 주거비 부담에 대한 실태 조사를 보면, 빈곤층에게 주거비가 무거운 부담인지 물었을 때 2018년 기준 노르웨이 12.5%, 스웨덴 20.5%, 덴마크 22.2%로 나타난다. 가장 가난한 소득층일지라도 5명 가운데 1명 정도만 주거비 부담을 무겁게 여긴다는 뜻이다. 완벽하지 않지만, 취약계층의 주거비 부담을 이처럼 완화한 것은 유럽 내에서 눈에 띄게 좋은 여건이다. ‘주거비 부담이 무겁다’고 답하는 전체 소득층의 비율에서는 노르웨이가 4.6%, 스웨덴이 7.2%, 덴마크가 8.5%로 유럽 내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고르게 잘 산다는 말이 어울리는 사회이다. 글로벌 기준에서 한국의 가장 취약한 분야가 세금과 복지 영역이다. 경제력에 비해 낙후돼 있다. 달리 생각하면 아직 기회가 있다. 선행 국가들의 성과와 시행착오를 참고하여 빠르게 세금과 복지를 발전시킬 수 있다. 이에 우리의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 나와 내 가족은 물론, 타인에게도 지금보다 한결 나은 삶을 가져다줄 연대의 도구가 바로 세금이다. 세대를 넘어 이어지는 ‘연대 실패의 저주’에 종지부를 찍으려면 세금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장제우는 독립민간연구소 ‘균형사회연구센터’의 객원연구원을 지냈다. IMF 시기 대학을 중퇴했으며 여러 생산직 일자리를 경험했다. 현실 경제 한복판의 체험을 바탕으로 조세와 복지, 격차와 주거 분야를 연구하며 최근 ‘장제우의 세금수업’을 펴냈다.
  • [박상익의 사진으로 세상읽기] 중세 유럽의 흑사병

    [박상익의 사진으로 세상읽기] 중세 유럽의 흑사병

    크림반도의 항구도시 카파는 동서양 교역의 접점이다. 이 도시를 3년간 포위했던 몽골군은 1346년 물러나면서 선물을 남긴다. 병에 걸려 죽은 군사들의 시체를 투석기로 성벽 안에 던져 넣은 것이다. 흑사병은 그렇게 성 안으로 침투했다. 성에 피신해 있던 제노바 상인들이 본의 아니게 균의 전파자가 됐다. 이듬해 여름 이들이 고향으로 향하며 들른 지중해 항구마다 환자가 속출했다. 흑사병은 교역로를 따라 서유럽 전역으로 확산됐다. 먼저 바닷가 항구를 기습했고, 그다음 내륙으로 이동했다. 하루 약 3㎞의 무서운 속도로 확산됐다. 이 최초의 세계적 대유행이 있고 나서 흑사병은 향후 300년 동안 유행병으로 발병했다. 15세기에는 유럽 거의 모든 지역에서 10년 주기로 흑사병이 새롭게 발병했다. 그러나 점차 빈도가 떨어지고 치사율도 줄었다. 1720년 이후 흑사병은 서유럽에서 더이상 찾아볼 수 없게 된다. 흑사병의 사망률은 상상을 초월한다. 유럽 인구의 최소 3분의1, 아마도 절반이 1347~1350년의 첫 흑사병 유행 기간에 사망했다. 그 후 인구는 계속 줄어들었다. 1450년에 이르러 흑사병, 기근, 전쟁 등의 복합적 작용으로 유럽 전체 인구 중 50% 이상이 사망했다. 흑사병 이전 인구가 가장 많았던 1300년경을 기준으로 하면 3분의2가 사망했을 것이다(주디스 코핀, ‘새로운 서양문명의 역사’). 유럽 인구는 17세기 말까지 흑사병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지 못했다. 흑사병에 대한 첫 반응은 광란의 공황 상태에서 무기력한 은둔에 이르기까지 지극히 다양했다. 사람들은 흑사병이 전염병이라는 사실은 알았지만, 그것이 정확히 어떻게 확산되는지는 몰랐다. 그들은 흑사병이 나쁜 공기를 통해 확산된다고 믿었고, 감염된 지역을 떠나 도망치는 바람에 흑사병은 더욱 빨리 확산됐다. 엄혹한 시기에 일부 유럽인은 유대인을 공격하는 등의 만행을 저질렀지만, 많은 성직자는 가공할 질병 앞에서 용기 있게 소임을 다했다. 그들은 흑사병이 자신들의 목숨을 앗아가는 순간까지 죽은 자와 죽어가는 자들을 보살폈다. 작금의 헌신적인 의료진을 연상시킨다. 영국 시인 셸리는 “겨울이 깊으면 봄도 멀지 않으리”라고 노래했다. 더이상 질병에 무지한 중세가 아니다. 방역 당국의 의지와 역량을 믿고 봄을 기다리자. 우석대 역사교육과 명예교수
  • 코로나에 이웃 관심 줄었지만 지자체 ‘그물망 복지’ 빛난다

    코로나에 이웃 관심 줄었지만 지자체 ‘그물망 복지’ 빛난다

    관악, 1인 베이비부머 세대 전수조사 복지플래너 꼼꼼 설계로 위기 탈출 서대문, 주민 연계 ‘복지천리안’ 활용 지역기관과 협력해 가정용품 등 지원 검침원들 ‘안녕살피미’ 활동도 병행서울 관악구 청룡동에서 생활고에 시달려 온 독거노인 김모(60·여)씨. 그는 동주민센터 복지플래너들을 가족이자 삶의 등불이라고 부른다. 요양보호사 일을 하던 김씨는 지난 2014년 폐암 진단을 받고 일을 그만둔 뒤 월세와 의료비도 감당하지 못해 카드빚까지 졌지만, 복지플래너들이 찾아오면서 생활이 달라졌다고 말한다. 지속해서 안부를 물어주고 쌀, 밑반찬 등 먹을거리를 챙겨주는 한편 기초생활보장수급자로 선정될 수 있도록 도왔다. 이후 김씨는 월 52만 7000원의 기초생활생계비를 받고 1종 의료급여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다.김씨가 이 같은 도움을 받게 된 것은 관악구가 지난해 10월까지 1년간 자체적으로 진행한 ‘베이비부머(1955~1963년) 1인 가구 전수조사’를 통해 복지사각지대에 있던 1437가구를 선정하면서다. 최근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어려운 이웃들을 향한 관심이 꽁꽁 얼어붙었지만, 주민센터 직원들은 잊지 않고 김씨를 모니터링하고 있다. 어려운 이웃을 돌보는 것은 공무원들의 일만은 아니다. 서대문구의 한 전파상 주인 김씨는 통장 이모씨와 함께 은둔형 외톨이로 지내던 독거노인을 발굴해 지원의 손길을 연결해 줬다. 전파상 주인은 화재 사고로 안면 화상 정도가 심해 외부활동을 하지 못하는 노인이 벌이도 없어 가스레인지 대신 휴대용 버너로 밥을 짓고, 화상 치료에 필요한 의약품 구입도 쉽지 않다는 사정을 알게 된 뒤 즉각 서대문구에 도움을 청했다. 그는 서대문구의 복지사각지대 상시 발굴 시스템인 ‘복지천리안’ 제도에 가입해 지역 내 어려운 이웃들을 찾아 도움을 연계해 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통장 이씨는 “지역 사정은 지역 주민들이 제일 잘 안다”며 “한 사람도 소외되지 않고 모두가 더불어 행복한 공동체를 만드는 데 구청이 시스템을 만들어 놔 조금이나마 보탬을 줄 수 있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구는 도배, 장판 교체 등도 지원해 생활환경도 개선해 줬다. 반찬 등 식생활 서비스는 물론 안부 확인 등 말벗도 돼 준다.서대문구에서는 몇몇 1인 가구를 선정해 무료로 요구르트를 제공하는데 요구르트가 2개 이상 밀려 있을 경우 구가 마련한 카카오톡 방인 ‘천사톡’ 등을 통해 위기가구를 제보한다. 전기·가스·수도검침원들도 ‘안녕살피미’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며 사용량에 급격한 변동이 있거나 요금이 장기체납되는 등 이상하다고 의심이 될 경우 즉각 구에 알려 도움이 필요한지 확인하도록 하고 있다. 구 관계자는 “겨울철은 공사 휴지기, 농한기 등 계절형 실업으로 고용 변동성이 크고 최근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쳐 취약 계층의 생활은 더 힘들다”면서 “어려운 이웃을 돕기 위해 자기 일처럼 뛰는 주민들과 함께 복지사각을 계속 줄여 나가겠다”고 말했다. 윤수경 기자 yoon@seoul.co.kr
  • “유출되면 끝 ㅋㅋ”… 알면서도 못 끊는 단톡 성희롱

    “유출되면 끝 ㅋㅋ”… 알면서도 못 끊는 단톡 성희롱

    “여러분의 단톡방(단체 카카오톡 대화방)은 안녕하신가요?” 지난해 11월 청주교대 학생들은 대자보를 통해 사회에 이런 질문을 던졌다. 일부 남학생들이 단톡방에서 동기 여학생들의 사진을 올리고 외모를 평가하거나 “엉덩이를 만지고 싶다” 등 성희롱 발언을 했다는 사실이 폭로된 뒤다. 단톡방에서는 돈을 걸고 외모 투표도 이뤄졌다. 피해자들은 가해자들이 앞에서는 아무렇지 않은 척하면서도 뒤에서 자신들을 상대로 성희롱 발언을 했다는 사실에 큰 충격을 받았다. 단톡방 성희롱은 청주교대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해만 해도 경희대 의대, 충북대, 국군간호사관학교 등 여러 학교에서 비슷한 사건이 연달아 터졌다. “외부로 알려지지만 않으면 된다. 사적인 이야기라 괜찮다”는 안일한 인식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들의 대화가 재미있는 농담이 아닌 주변 여성들을 성적 대상화하는 범죄 행위임을 인지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반복되는 단톡방 성희롱 사건을 멈추려면 가해자들에 대한 제대로 된 처벌과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단톡방 성희롱 밝혀진 것 0.1%도 안될 것” “퇴폐업소 에이스 같다.”, “XX 받아먹고 싶다.” 같은 교양 수업을 듣는 여학생들을 상대로 일부 충북대 남학생들이 나눈 단톡방 대화 중 일부다. 지난해 12월 피해 학생이 학내 커뮤니티에 글을 올리면서 공론화됐다. 가해 학생들은 “이거 알려지면 사망이다”, “우리 쓰레기다” 등 자신들의 성희롱적 발언들이 공개되면 문제가 될 수 있음을 인지하고 있는 듯한 대화도 나눴다. 같은 동아리 동기들을 상대로 “핥고 싶다”거나 “○○랑 XX랑 모텔 가나봐” 등의 성희롱적 대화를 나눈 경희대 의대 학생들도 마찬가지였다. 학내 학생 자치기구인 인권침해사건대응위원회(대응위)에 따르면 이들은 “(문제가 될 내용을) 다 같이 삭제하자”고 말하거나 실제로 주기적으로 증거인멸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잘못된 행동임을 알면서도 단톡방 성희롱은 공공연히 이뤄졌다. ‘우리끼리’라는 단톡방의 은밀한 속성이 그들이 나누는 대화가 범죄라는 생각을 무뎌지게 한 탓이다. 이미정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우리의 대화는 걸리지 않을 것이다’ 혹은 ‘우리끼리 이야기일 뿐인데 왜 문제 삼느냐’는 등의 안일한 생각을 하기 때문에 끊임없이 비슷한 사건이 반복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장은 “친한 사람들끼리 뭉치는 단톡방의 속성상 또래 사이 이견을 제시하면 따돌림당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휩쓸려 가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이런 속성 때문에 단톡방 성희롱은 외부로 드러나기 쉽지 않다. 2018년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한사성)가 발표한 상담통계에 따르면, 단톡방 성희롱 사건에서 적용될 수 있는 사이버 명예훼손·모욕죄와 관련된 상담은 전체의 19%에 달했다. 하지만 서승희 한사성 대표는 “단톡방 성희롱 중 밝혀진 것은 0.1%도 되지 않을 것”이라고 딱 잘라 말했다. 사적 공간이라는 단톡방의 특성상 내부고발 없이는 외부로 알려지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문제가 된 경희대 의대 남학생들의 성희롱 대화 역시 해당 단톡방에 소속된 한 학생의 제보로 알려졌다. 이 학생은 가해 학생들과 다시 수업에서 마주하게 될 것이라는 불안감과 폐쇄적인 의대 사회 내에서의 인식 등을 이유로 사건 신고 취하와 재접수를 반복했다고 한다. 여러 번 비슷한 문제가 반복되는 배경에는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는 인식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서 대표는 “가수 정준영(31)씨의 단톡방 사건이 터졌을 때조차 일부 네티즌은 ‘사적 대화를 왜 검열하느냐. 사생활침해 아니냐’는 등의 지적이 나왔다”면서 “단톡방 성희롱을 폭력으로 생각하지 않는 것은 여성을 성적 도구화하는 문화가 여전히 팽배하다는 증거”라고 지적했다. 윤지영 건국대 부설 몸문화연구소 교수는 단톡방 성희롱을 “여성을 성적으로 품평하고 다른 남성에게 공공연히 전시하는 행위가 ‘센 남자’, ‘강한 남자’임을 입증하는 것처럼 여겨지는 왜곡된 남성 문화의 단면”이라고 설명했다.●“이 정도 했으면…” 피해자들에게 눈총 보내 자신이 성희롱 대화의 대상이 된 사실을 뒤늦게 안 피해자들은 오랫동안 트라우마에 시달린다. 지난해 11월 군인권센터는 국군간호사관학교 일부 학생들이 동기 여생도를 상대로 성희롱적 발언을 일삼은 단톡방의 존재를 공론화했다. 센터에 따르면 일부 남생도들은 남자 연예인의 공연에 환호하는 여생도들을 보고 “회음부간호 】되게 하겠네” 등의 말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가해 학생 11명 중 1명은 퇴교 조치, 나머지는 4~7주의 근신 처분을 받았지만 상처는 여전히 남았다. 학교 측의 미흡한 대처와 공론화 이후에도 달라지지 않는 학내 분위기가 원인이 됐다. 군인권센터 관계자는 “학교 측에서 생도들을 모아 두고 ‘피해자가 특정되지 않은 음담패설은 성적 희롱으로 판단할 수 없다’고 말하는 등 대처가 미흡했다”면서 “주변에서도 ‘이 정도 했으면 되지 않느냐’는 등의 반응을 보여 여생도들이 오히려 학교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학내 징계 절차가 2차 가해가 되기도 한다. 피해자 처지에서 납득되지 않을 정도로 징계 수준이 낮거나 가해 학생과의 철저한 분리가 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다. 2018년 교육부가 실시한 ‘대학 내 성희롱·성폭력 실태조사 및 제도개선 방안’ 보고서에서 심층 인터뷰를 한 단톡방 성희롱 피해자 A씨는 “가해 학생 8명이 받은 징계 중 가장 높은 수위는 정학 5개월에 불과했다”고 토로했다. 군입대와 자발적 휴학 기간이 정학 기간에 포함된다는 사실은 A씨를 더욱 무력하게 만들었다. A씨는 “징계가 나오자마자 바로 다음 학기에 군대로, 해외로 가는 가해자들을 보며 ‘믿을 곳이 없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 놓았다. 보고서를 작성한 이미정 선임연구위원은 “일부 학교에서는 피해자에게도 가해자의 징계 수위를 알리지 않는 등 징계 실효성이 떨어지는 사례들이 많았다”고 지적했다. 학내 징계를 넘어 법적 대응에 나서는 피해자들도 있다. 하지만 현행법상 ‘대학가 단톡방 성희롱’ 사례 대부분은 성범죄에 속하지는 않는다. 당사자가 없는 단톡방 내에서 성희롱이 이뤄지는 경우는 성폭력특례법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신진희 변호사는 “단톡방 안에 있는 사람들에게 성적 농담을 하고 음란물을 보내 성적 수치심이나 불쾌감을 유발했다면 통신매체이용음란죄에 해당할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단톡방 내 사람들이 밖에 있는 특정 대상을 희롱하기 위해 일종의 ‘뒷담화’를 나눈 것은 명예훼손이나 모욕죄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청주교대 가해 학생들 2명 역시 최근 모욕 혐의를 받아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피해자 측 변호인인 로펌 굿플랜의 강현 변호사는 “핵심은 모욕죄 구성요건 중 하나인 단톡방의 내용이 제삼자에게 전파될 가능성이 있는지를 따지는 공연성”이라면서 “대법원 판례에 비추어볼 때 충분히 모욕죄에 해당된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업을 가지 못하고 은둔하거나 정신과 치료를 받은 피해자들도 있다”면서 “무엇보다 가해 학생들의 예비교사로서의 자질, 윤리의식 등에 대해 더 큰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다”고 덧붙였다.●“단톡방 성희롱, 새로운 성폭력으로 처벌해야” 일각에선 법적으로 단톡방 성희롱도 새로운 성폭력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윤지영 교수는 “단톡방 성희롱 역시 변화된 플랫폼 문화 안에서 발생하는 여성을 대상으로 한 새로운 성폭력으로 인정하고 성폭력특례법 안에서 처벌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단톡방 성희롱 피해자들도 성폭력 피해자로 신분 보장을 받아야 한다. 그래야 가해자에 대한 처벌 수위도 높아질 수 있고 피해자들도 지원서비스를 제대로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현 변호사 역시 “성희롱 사건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확장되고 있고 그 유형도 다양해 피해자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면서 “온라인 성희롱을 법적으로 성범죄의 영역으로 볼지 등의 입법에 대해 국회 차원의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무조건 처벌 규정을 늘리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보다 중요한 건 인식의 전환이다. 전문가들은 공론화를 통해 단톡방 성희롱 문제를 더는 우리 사회가 방관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끊임없이 보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장은 “성인지 감수성을 기르기 위한 교육을 계속 해야 한다”면서 “유사 사건이 일어났을 때 우리 사회가 이를 가벼이 여기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지영 교수도 “단톡방 성희롱 문제를 용기 있게 내부고발을 한 남성들을 새로운 남성성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면서 “학교에서도 피해자 관점에서 이 문제를 예의주시한다는 선례를 계속해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손지민 기자 sjm@seoul.co.kr
  • “방송이 만만하니” 리쌍 개리·길, 동시 방송복귀 [김채현의 EN톡]

    “방송이 만만하니” 리쌍 개리·길, 동시 방송복귀 [김채현의 EN톡]

    리쌍 길과 개리가 동시에 예능프로그램에 복귀했다. 27일 방송된 채널A 예능프로그램 ‘아이콘택트’에는 음주운전 사건 이후 3년 만에 모습을 드러낸 길의 모습이 공개됐다. 결혼 후 자녀까지 얻었다고 밝히며 장모와 ‘눈맞춤’에 나섰다. ‘아이콘택트’는 특별한 사연을 가진 두 사람이 5분 동안 서로의 눈빛을 통해 진심을 전하는 신(新)개념 침묵 예능프로그램. 길은 약 3년 만에 방송에 복귀해 장모님을 만나 눈 맞춤을 하며 진심을 털어놨다. 이날 한 여성은 “딸이 사위 때문에 3년 동안 은둔 생활을 하고 있다. 집 밖을 나오지도 않았다”면서 사위와 눈맞춤을 신청했다. 눈맞춤 대상이 된 것은 바로 길. 길은 ”많은 분들에게 큰 실망감을 드려 죄송하다“면서 운을 뗐다. 과거 불거졌던 결혼설과 2세 출산설이 진실이었다면서 ”사실 3년 전에 언약식을 하고 다음 해에 아들이 생겼다. 누군가를 만나는 일 자체가 잘못된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고, 타이밍을 놓쳐 말씀드릴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길은 총 세 차례 음주운전으로 물의를 일으켜 자숙 중이다. 지난 2004년 음주운전 혐의로 약식기소 돼 벌금형을 선고받은 그는 2014년 4월에도 음주운전 단속에 적발돼 면허가 취소됐다. 이 파문으로 길은 MBC ‘무한도전’에서 하차했고, 8개월간 자숙의 시간을 가졌다. 이후 길은 방송 활동을 다시 시작했지만 2017년 6월 또 음주 단속에 적발돼 충격을 안겼다. 음주운전 삼진아웃제 대상자가 된 길은 징역 6월, 집행유예 2년, 80시간의 사회봉사 명령을 선고받았다.공교롭게도 개리 역시 KBS 2TV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출연해 아빠로서 모습을 보여줬다. 앞서 지난 2016년 SBS ‘런닝맨’에서 돌연 하차한 그는 2017년 극비 결혼, 그해 10월 득남해 모두를 놀라게 했다. 방송에서 개리는 26개월 아들 강하오를 공개했다. 아들은 아빠의 음악적 재능을 닮아 노래하는 일상도 보여줬다. 오히려 긴장한 쪽은 개리. 개리는 만3년 만에 카메라 앞에 선다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그는 2016년 SBS ‘런닝맨’을 돌연 하차하고 2017년 4월 SNS를 통해 결혼 소식을 전했다. 그해 10월에 득남을 알려 팬들을 놀라게 했다. 개리의 결혼 소식을 7년간 함께한 ‘런닝맨’ 멤버들은 물론, 지난 2002년부터 듀오로 활동한 길 역시 전혀 몰랐던 것으로 전해져 의아함을 남겼다. 이와 함께 리쌍 불화설, 해체설도 점화됐다. 두문불출하다 동시에 예능프로그램으로 복귀한 두 사람에게 대중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특히 상습 음주운전으로 물의를 일으킨 길에 대해서는 부정적 반응이 대다수다. 리쌍 팬들과 다수의 네티즌은 “음주운전 3번. 이건 아니지 않나요?”, “이제는 가족을 위해 방송하세요”, “정말 이렇게 복귀해야 했나요?”, “리쌍 참 좋아했는데 둘 다 평범한 결혼은 아니네”, “대한민국 방송이 만만하니”, “개리와 길은 엄연히 상황이 다르지”등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이렇듯 다수의 시청자들이 리쌍을 향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어찌됐건 두 사람은 이제 책임져야 할 가족이 있다. 다시 대중 앞에선 길과 개리. 대중의 돌아선 마음을 돌리는 건 그들의 몫이다.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 “장례식 때도 숨어” 리쌍 길, 2년 만에 고백한 결혼+득남

    “장례식 때도 숨어” 리쌍 길, 2년 만에 고백한 결혼+득남

    가수 리쌍 길이 뒤늦게 결혼과 득남을 고백했다. 27일 방송된 채널A ‘아이콘택트’에서는 리쌍 길이 눈맞춤 방에 등장했다. 음주운전으로 활동을 중단한 뒤 3년 만에 방송에 모습을 드러낸 것. 길의 눈맞춤 상대는 장모님이었다. 길의 장모님은 “우리 딸이 3년 동안 실종이 됐다”며 “집 밖을 나오지도 않았다. 집에서 은둔생활을 하고 노출을 할 수가 없다”며 그 이유는 사위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길이 등장하자 MC들도 놀랐다. 길은 “일단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려야할 것 같다”며 “나와 내 음악을 사랑해주신 많은 분들에게 실망감을 드렸다. 죄송하다”고 전했다. 길은 “지금도 이 자리에 앉아있는 게 잘하는 일인지 잘못하고 있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며 “처음에 몇 달은 밖에 나가질 않았다. 못 나가겠더라. 이런 내가 있는 것 자체만으로도 내 자신이 싫었다”고 반성했다. 앞서 2018년 3월 길이 11세 연하의 여자친구와 법적 혼인 신고를 마쳤다는 보도가 나왔다. 그러나 길의 매니지먼트 업무를 담당했던 관계자는 “사실무근”이라며 “추측성 기사를 자제해 달라”고 반박했다. 같은 해 9월 길의 득남설도 보도됐지만 사실무근이라며 부인했다. 이에 대해 길은 “3년 동안 나에 대한 여러가지 소문이 있었다”며 결혼, 득남설에 대해 입을 뗐다. 길은 “3년 전에 언약식을 하고 2년 전에 아들이 생겼다”며 “주위에 아는 분들이 지금도 많지 않다”고 밝혔다. 길은 이를 숨겨온 것에 대해 “타이밍을 놓쳤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누군가를 만난다는 것 자체가 잘못된 일이라고 생각했다”며 “주위 친구들과도 연락을 끊은 상태라 나와 연락이 안 닿으니까 내가 아들을 낳았다는 걸 아무도 모르고 있었다. 여러 매체에서 내 주위 분들에게 연락이 왔는데 당연히 아니라고 그럴 리가 없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길은 “그걸 나중에 알고 나서 다시 바로 잡고 싶은데 타이밍을 놓치니까 걷잡을 수 없었다”며 “축복 받으면서 결혼하고 아들의 돌잔치도 해야하는데 다 못했다”고 안타까워했다. 이에 대해 장모님은 “섭섭했다. 기사가 났을 때 맞다고 하면 얼마나 좋았을까”라며 “내가 너무 화가 났다. 임신해서 애 낳으면 축하 받아야 할 일이고 행복하고 좋아야 하는데 그게 아니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장모님은 “아기가 꼬물꼬물하고 얼마나 예쁘겠느냐”며 “그런데 난 손자도 보고 싶지 않았다”고 서운함을 표했다. 길은 “그 모든 일들이 나 하나 때문에 일어난 일인데 아내는 묵묵히 옆에서 같이 반성하는 사람의 마음이었다”며 “나야 당연히 혼나야 하고 손가락질 당하고 그게 마땅하지만 내 아내와 아내의 가족들은 상처받을까 봐 두려움이 컸다. 그래서 집에서 감추면서 살았다”고 은둔 생활을 한 이유를 밝혔다. 장모님은 “우리 딸이 잘 웃고 여행 다니는 걸 좋아한다. 그런데 밖에 못 다닌다”며 안쓰럽고 불쌍하다고 털어놨다. 길은 “장모님이 거의 나와 이야기를 안 한다”며 “내가 식사할 때 장모님이 자리를 뜨고 장모님이 식사를 하면 내가 자리를 뜬다. 그 냉랭한 어색함 그게 더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장모님은 “머리로는 모든 걸 이해하는데 가슴으로는 이해가 안 되더라”며 “아무도 딸이 시집을 갔다는 생각을 못 한다. 숨기니까 미혼모나 다름 없다”고 딸과 손자가 자유로워졌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드러냈다. 길은 “아내와 나, 아들과 내가 찍은 사진은 있는데 가족이 모두 다 같이 찍은 사진이 없다”며 “가슴 아프다”고 말했다. 길은 아내 외할머니가 여름에 돌아가셨다며 “장례식장에 갔는데 사위라서 자리를 지켜야 했다. 그런데 장모님이 사람들이 오니까 ‘나가서 차에 있어라’고 하시더라”며 “조문객들이 오시면 차에 가 있다가 새벽에 정리할 때 되면 들어가서 앉아 있다가 그렇게 3일 동안 있으면서 ‘더 이상 결혼식을 미루면 안 되겠다’ 싶었다”고 전했다. 이어 두 사람이 눈맞춤 방에서 마주했다. 장모님은 “난 물어볼 게 한 가지가 있다. 그때 우리 딸하고 결혼 기사가 났었다. 사실무근이라고 나오던데 왜 안 밝혔는지 왜 그랬는지”라면서 “섭섭했다. 인정했다면 순조롭게 풀리지 않았을까 싶다. 우리 딸도 꿈이 있었고 하고자 하는 일이 있었다. 그런데 이제는 바깥을 마음대로 출입하지 못한다. 숨어 있어야 하고 숨겨져 있어야 한다. 난 그러자고 키운 건 아니다. 그래서 자네가 밉다”고 솔직한 마음을 털어놨다. 길은 “내가 두려움이 컸고 기사화 됐을 때 그 밑에 달릴 댓글에 아내와 장모님이 상처 받지 않을까 걱정했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할 때 아내가 ‘오빠 하고 싶은 대로 해’ 그렇게 얘기를 해주니까 그렇게 판단했다”고 말했다. 장모님은 “사위로 인정 받고 싶으면 결혼식을 하면 된다. 그럼 받아들이겠다”며 4월에 결혼식을 올리자고 제안했고, 길 역시 날짜를 받아왔다며 5월을 언급했다. 장모님은 “5월도 좋지만 빨리 올리는 게 낫지 않냐. 4월에 올리고 어린이날을 밖에서 함께 보내라”고 설득했지만 길은 머뭇거렸다. 결혼식에 대해서도 의견이 엇갈렸다. 가족들만 모여 스몰웨딩을 하자는 길과 달리 장모님은 사람들을 모아 많은 축하를 받자는 것. 장모님은 “너무 많은 걸 생각하고 거창하게 시작해야 된다는 생각은 하지 마라”며 “(결혼식을 올리면) 난 더 바랄게 없겠다”고 밝혔다. 이야기를 끝낸 후 길은 자신을 사위로 받아들일 수 있겠냐 물었고, 장모님은 “아직 아닌 것 같다 결혼식을 올리고 나면 그때 받아들일 것 같다”며 눈맞춤방을 나갔다. 한편 길은 2004년과 2014년 음주운전 단속에 걸려 벌금형을 받았다. 자숙의 시간을 가지고 복귀해 가수 및 예능인으로 활발한 활동을 펼쳤으나, 2017년 또 한 번 음주 단속에 걸리며 모든 연예계 활동을 중단했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우린 집을 짓지만 그는 빚었다

    우린 집을 짓지만 그는 빚었다

    김중업과 필자는 스승과 제자 사이이다. 그러므로 나의 시각이 개인적 견해일 수 있다는 점을 양해해 주기 바라며 직간접으로 경험한 건축에 관한 기억들을 불러와 소개하고자 한다.1980년대 초반 서울 우이동 평범한 흰색 타일건물 3층 조그만 설계사무실로 첫 출근하던 기억이 새롭다. 나의 건축 인생이 시작된 곳이다. 여러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그의 제자라는 사실에 자부심을 가지고 공부했고 그때의 경험이 건축 인생에 큰 밑바탕이 됐다. 근무할 당시 한남동 이강홍 주택과 육군박물관 설계가 완료돼 공사감리가 진행 중이었고, 을지로2가 재개발 공모전을 진행했다. 철야 근무 등 요즈음 젊은 건축가들은 상상할 수 없는 강도 높은 훈련이었지만 첫 사무실, 어떤 선생님을 만나는가가 건축가 인생에 절대적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됐다.●민족문화의 자존심을 표출하다 한국현대건축에서 건축가 김중업(1922~1988)에 대한 평가와 위상은 확고하다. 우리가 시대정신을 말한다면 김중업을 빼놓을 수 없다. 시대정신이 일상적 사고와 통념화된 감각에 저항적 감성을 불러들여 그 시대의 낯섦을 만드는 것이라면 그는 정점에 있었다. 대표작 프랑스 대사관과 제주대학 본관은 시대 상황에서 보면 문화 충격을 준 하나의 사건이었다. 특히 프랑스 대사관(1961)에서 외국공관으로서 그 나라 정서보다 이 땅의 장소성과 건축문화의 정체성을 표현했다. 프랑스 정부는 자국 건축문화 코드를 기대했을 수 있지만 김중업은 지극히 한국적 정서와 형태, 공간을 표현했다. 이는 민족 자긍심의 발로이고 한국건축 문화에 대한 자부심을 표출한 것이다. 비록 6·25 전쟁의 상흔이 치유되지 않았고, 물질적으로 빈곤하지만 한국건축의 정신이 살아 있음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당시 건축의 문화적 인식이 부족함에도 건축은 예술이고 중요한 문화예술 행위임을 실천했다. 그는 길 없는 길을 가는 고독한 구도자였고, 그의 건축들은 시대와 맞서 이루어 놓은 위대한 금자탑이었다. 그는 시대의 큰 건축가였다. 외부 조건에 굴하지 않고 민족문화 자존심을 표출한 자, 그들을 나는 건축가라 부른다. 현재는 불행하게도 그 흔적들이 거의 사라지고 없어 안타깝기 그지없다. 2017년 철거 위기의 프랑스 대사관을 문화체육관광부, 한국건축가협회, 언론이 함께 지켜낸 것이 뿌듯하다. ●선의 중첩, 스케치가 건네는 말 스케치란 의미 있는 선을 찾아가는 작업 과정으로 부정, 수정, 보완, 중첩의 과정을 거쳐 최종 의미 있는 선을 찾는 여정이다. 김중업 스케치는 특히 그러하다. 젊은 시절에는 비교적 단순한 선들로 이루어져 있지만 연륜이 쌓이면서 많은 선들의 중첩으로 이루어져 있음을 볼 수 있다. 마음의 선이고, 욕망의 선이며, 때로는 고통의 선이었을 스케치는 작품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자료가 된다. 그는 건축을 짓는다고 하지 않고 ‘빚는다’, ‘다듬는다’는 표현을 즐겨 사용했다. 프랑스 대사관 지붕의 형태, 제주대학 본관 램프 형태들이 그렇다. 그것은 빚지 않으면 만들어지지 않는 형태이다. 그의 스케치 선들이 그러하다. 조소성이 강한 것은 스승인 르코르뷔지에의 영향이 아닌가 생각하면서 다시 스승의 중요성을 느낀다. 나는 개인적으로 잔레의 영향이 느껴지는 김중업 건축이 훨씬 좋고 감동적이다. 언어는 그 사람의 사고를 드러내는 중요한 수단이며, 표현 도구이다. 김중업 건축언어는 건축가와 건축의 본질에 관한 독백과 같다. “건축이란 그리 흔한 존재가 아닙니다. 헤아릴 수 없이 구축한 무질서 속에서도 고고히 자신을 지키고 있는 귀한 존재만을 건축이라고 부릅니다. 그러기에 건축이란 만의 하나 정도의 확률밖엔 없고 이를 갈아 맞추는 건축가란 시간과 공간 속에서 자신을 송두리째 불사르는 이들입니다.” 내가 근무할 당시 발간한 건축 작품집 ‘김중업, 건축가의 빛과 그림자’(1984)에서 그가 한 말이다. 그의 시적 건축언어 중 “건축에서 어두멘가 울고 싶은 구석이 있어야 하잖는가?”를 보면 지금도 가슴이 저며 온다. 그의 건축은 말이 필요 없다. 왜냐하면 그의 건축 진실은 언어 너머에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그는 가끔 말했다. “건축가는 시대의 나침반이고 지진계여야 한다”고. 획일적 사고를 강요받던 경직된 사회에서 그의 영혼이 겉도는 것은 오히려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작업을 위해 시대의 시녀가 되기보다는 차라리 고독한 외톨이로 겉돌았던 모습이 오히려 건축가 김중업답다. 그리 길지 않은 건축적 경험을 뒤로하고 길을 나설 즈음 김중업은 나를 격려해 주었다. 시작부터 일어난 의문은 ‘인간은 왜 사는가’, ‘어떻게 살 것인가’와 같은 건축의 존재 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었다. 그 의문들은 자연, 인간, 건축의 관계성에 관한 것으로 이어졌다. 그 의문에 일부 힌트를 준 사람은 하이데거다. 하이데거는 “인간은 거주함으로써 존재한다”며 인간 실존의 조건으로 거주함(dwelling)을 언급했다. 덧붙여 “인간은 단순히 거주함으로써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의미 있게 환경을 경험할 때 거주하게 된다”고 했다.●해체주의서 찾은 건축의 철학적 질문 건축가는 거주를 위한 단순한 환경을 만드는 자가 아니라 인간의 실존을 위한 의미 있는 환경(공간)을 만드는 자라는 것이다. 그러면 의미 있는 환경, 공간은 어떻게 만들 것인가? 그 해답을 얻는 과정에서 나의 건축적 사유는 세 차례 변화가 있었던 것 같다. ‘해체주의 건축과 은둔의 미학’, ‘존재에서 관계로’, 관계를 넘어 윤리의 건축을 표방하는 ‘염치의 미학’이다. 20대 후반은 내게 기존 건축 방식에 대한 의문과 함께 새로운 건축 방법론에 목말라하던 시기였다. 그 시점에 후기모더니즘 철학이론으로 해체주의는 건축 영역에서 기존의 질서와 역사, 방식을 부정하고 다양성, 다면성, 다원성, 다층성, 다각성 등 사물을 이루는 인식의 도구를 총동원하는 키워드였다. 핵심은 기존 건축 접근 방식의 거부였고 부정이었다. 얼마나 매력적인 건축 방법론인가. 해체주의의 첫 시도는 국제건축공모전 참가였다. 요코하마 복합빌딩(1989)은 그때 참가작이었다. 많은 교수들의 지지로 작업을 했으며 추후 완성돼 졸업논문작품이 됐다. 주요 관점은 요코하마시 중심 전통상가인 바샤미치의 건축을 통해 도시 문제와 도심 공동화 문제의 해법을 요구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1991년 한국 최초 해체주의 건축으로 기록되는 국제 갤러리를 소격동에 완성했다.●은둔의 미학으로 완성한 염치의 건축 건축가는 자신의 건축적 이념과 현실 충돌에서 새로운 길을 선택하는 상황을 맞기도 한다. 현대인의 삶이란 긴장의 연속으로 피로감이 깊다. 그렇다고 나몰라라 하고 혼자서 훌쩍 떠나버릴 수도 없다. 살기도 힘들고, 그렇다고 안 살 수도 없다. 이런 물음에 답하려 노력한 건축이 ‘은둔의 집’이다. 이 시대 도시에서 호젓한 삶을 실현해 정신적으로 은거를 실현하는 꿈을 꿀 수는 없는가? 은둔이란 외연의 확장만이 진리가 돼 가는 세상에서 조용히 내면의 소리에 침잠하고자 하는 성찰의 삶을 권유하는 건축적 제안이다. 은둔에는 자연 속에 파묻혀 외부와 단절하는 방법과 도시에 머물면서 은둔하는 시은(市隱)도 있다. 건축에서 은둔은 자신에게 묻고 답하는 되물음과 같은 것이다. 수도원 ‘묵당’은 그러한 장소가 되기를 바라는 집이다. 존재의 의미를 자연과의 관계성에서 찾으려 “침묵하라. 침묵하는 자만이 말의 뿌리를 건드린다”는 릴케의 말에서 영감을 받아 ‘침묵의 집’을 태기산 중턱에 계획했다. 원심력의 삶보다는 구심력을 갖는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삶을 지향하라는 권유이다. “욕망의 사다리를 내려와 침잠하라. 그리고, 침묵하라.” 시인 보들레르와 릴케를 좋아하는 스승 김중업의 영향이 없었다고 할 수 없다.건축의 출발은 인간과 자연의 올바른 이해이고, 목적은 인간의 삶을 더욱 의미 있게 하기 위함이다. 따라서 건축은 존재 주체인 인간과 배경인 자연에 대한 이해를 토대로 상호관계성과 상호작용성에 관한 올바른 인식이 출발점이어야 한다. 또한 상생을 위한 상호존중과 상호보완의 관계를 인식해 공존의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염치의 건축미학은 인간, 자연, 건축의 상호관계성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토대로 하는 건축가의 윤리적 자세이며 건축 행위에 있어 스스로 일깨우고자 하는 성찰적 자세이다. 또한 실천적 미학이다. 실제 건축에서는 내부와 외부, 있음과 없음, 채움과 비움, 보는 것과 보이는 것, 볼 수 있는 것과 볼 수 없는 것, 만질 수 있는 것과 만질 수 없는 것이 교차한다. ‘학의재’에서는 원래의 자연 모습이 건축의 일부분이 되도록 하면서 자연, 인간, 건축이 가시적·비가시적인 형태로 상호 순환하는 개념을 표현했다. 김천역사문화박물관에서는 황악산 아래 천년 고찰 직지사와 인접한 부지의 지형과 지세의 흐름을 존중하고 순환성을 강조했다. 또 다른 사유를 향해 갈 시점이 머지않았음을 느낀다. 건축가 배병길
  • 김경희, 남편 장성택 처형 6년 만에 깜짝 등장

    김경희, 남편 장성택 처형 6년 만에 깜짝 등장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고모인 김경희 전 노동당 비서가 남편 장성택이 처형된 이후 6년여 만에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며 신변이상설을 잠재웠다. ‘정면돌파전’을 선언한 김 위원장이 ‘백두혈통’의 건재함을 안팎에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26일 김 위원장이 삼지연극장에서 설 기념 공연을 관람했다고 전하며 수행한 간부로 김경희를 호명했다. 김경희가 김 위원장 부인 리설주 여사와 동생 김여정 당 제1부부장 사이에 남색 한복 차림으로 앉아 있는 사진도 공개됐다.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의 유일한 친동생이자 생존한 유일한 백두혈통 2세대인 김경희는 2011년 조카인 김 위원장 집권 이후 후견인 역할을 해 왔으나 2013년 9월 이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특히 장성택이 같은 해 12월 ‘반혁명분자’로 체포돼 처형됐다는 설이 제기되면서 김경희 숙청설, 와병설이 난무했다. 미국 CNN은 2015년 김 위원장이 김경희 독살을 지시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김경희가 6년 만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낭설로 확인됐다. 앞서 국가정보원은 2017년 국회에 김경희가 평양 근교에서 은둔하고 있다고 보고한 바 있다. 김 위원장이 김경희와 함께 공식석상에 나타난 것은 제재 장기화와 관련해 정면돌파전을 선언한 이후 백두혈통의 정통성과 단합된 모습을 주민들에게 보여 주며 내부 결속을 다지려는 의도로 보인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고모부 장성택 처형과 형 김정남 암살 이후 김 위원장에게 생긴 가족 불화와 갈등의 이미지를 불식시키고 백두혈통 결속을 대외적으로 과시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홀로서기를 선포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김경희가 지난 6년간 막후 후견인 역할을 지속해 왔다고 가정하면 이번 등장은 김경희 건강 악화의 증거라는 것이다.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 김경희 건재 확인, 정성장 “사망설 주장한 이들 뭐라고 할까”

    김경희 건재 확인, 정성장 “사망설 주장한 이들 뭐라고 할까”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의 여동생이며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고모인 김경희가 2013년 9월에 마지막으로 모습을 드러낸 지 약 6년 4개월 만에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 눈길을 끌고 있다. 김경희는 지난 25일 삼지연극장에서 진행된 설 명절 기념공연을 김정은, 리설주, 김여정 등과 함께 관람함으로써 안팎의 시선을 집중시키고 있다. 그녀의 마지막 공개 활동은 2013년 9월 9일 정권 수립 65주년 경축 노농적위군 열병식과 평양시군중대회 및 조선인민내무군 협주단 공연 참석이었다. 그런데 이 공개활동 전후에 김경희는 계속 신부전증, 고혈압, 뇌종양, 발가락 문제 등으로 수술과 치료를 받는 상황이었다. 김경희는 이미 2012년에 싱가포르 병원에 입원한 적이 있고, 이듬해 5월에는 파리에서 뇌종양으로 치료를 받았으며, 같은 해 9월부터 11월까지는 러시아에서 발가락이 휘는 문제로 수술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2013년 12월 12일 남편 장성택이 처형된 사흘 뒤 발표된 김국태 당중앙검열위원회 위원장 국가장의위원회 명단에 이름을 올린 이후 스위스에서 치료를 받고 귀국했지만 건강이 더 나빠져 장기간 입원해 있었던 것으로 파악되었다. 한때 삭제된 김정일 기록영화에서도 김경희 영상이 복원됐고 2014년 3월 최고인민회의 제13기 대의원 선거 당선자 명단에 ‘김경희’라는 이름도 있었다. 하지만 동명이인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며 신변이상설은 계속됐다. 국가정보원은 2017년 8월 국회 정보위원회 보고를 통해 김경희가 평양 근교에서 은둔하며 신병치료 중이라고 밝혔고 통일부는 그가 지난해 4월 최고인민회의 제14기 대의원에 선출된 것으로 파악했다. 김경희의 건강 상태는 매우 위중했지만 서서히 회복된 것으로 알려졌고, 파리 유학 중이던 딸 장금송의 자살, 2013년 남편 처형 등을 겪으며 알코올 중독, 우울증, 치매 등을 앓고 있다는 설들이 제기돼 왔지만 이번에 보도된 사진을 보면 과거 마른 체격이었던 것에 비해 다소 살이 붙은 비교적 건강한 모습이었다. 그 동안에도 김경희는 김정은 기록영화에 한동안 계속 모습을 드러내 공개활동을 장기 중단한 것은 장성택 처형보다 건강 문제와 더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라고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지적했다. 김경희가 공석에 다시 등장하긴 했지만 그가 현재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에서 어떤 직책도 맡고 있지 않고 2010년 노동당 제3차 대표자회의에서 선출된 당중앙위원회 정치국 위원과 후보위원 32명 중 지금도 이 핵심 지위에 남아있는 인물은 최룡해 국무위원회 제1 부위원장 한 명일 정도로 북한 지도부의 핵심 파워 엘리트가 거의 전면적으로 교체됐기 때문에 김경희가 정치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여지는 거의 없다고 정 센터장은 봤다. 김경희가 오랜만에 공식석상에 다시 등장한 것은 무엇보다도 장성택 처형과 김정남 암살 이후 김정은 가족의 불화와 갈등 이미지를 불식시키고, 백두혈통의 결속과 김정은 가족의 화합을 대외적으로 뽐내 김정은 위원장의 정면돌파전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것으로 판단된다. 그런데 이 시점에 한 가지 돌아볼 대목은 백두혈통인 김경희가 사망했다면 북한이 이를 숨길 이유가 전혀 없는데도 오랫동안 김경희 사망설을 주장했던 국내외 언론들이다. (강성산 전 북한 총리의 사위인) 탈북자 강명도씨, 강씨의 주장과 김경희 독살설을 보도한 미국 CNN, 2014년 10월 김경희 사망설을 주장한 산케이신문, 김경희가 자살했다고 주장한 NK지식인연대가 어떤 입장을 내놓을지 궁금하다고 정 센터장은 덧붙였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남편 처형에도 건재한 北 김정은 위원장 고모 김경희, 함께 공연 보며 힘 보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고모인 김경희 노동당 전 비서가 남편 장성택 처형 이후에도 건재한 사실이 26일 확인됐다. 남편이 처형된 이후 6년여 만에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며 그동안의 신변 이상설을 잠재웠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김정은 동지께서 리설주 여사와 함께 1월 25일 삼지연극장에서 설명절 기념공연을 관람하셨다”고 전했다. 최룡해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 리일환 노동당 부위원장, 조용원·김여정 당 제1부부장, 현송월 부부장이 함께 공연을 관람했다. 방송은 김경희 동지도 관람했다며 최룡해 다음으로 호명했는데, 사진 확인 결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여동생이자 처형된 장성택의 부인이었던 김경희 전 노동당 비서로 확인됐다. 1946년생인 김경희는 검은 한복을 입고 김정은과 같은 줄에 부인 리설주와 여동생 김여정 사이에 앉았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유일한 여동생으로 ‘백두혈통’의 대표 인물인 김경희가 건재함을 과시해 선대로부터 이어지는 김정은 정권의 정통성을 강조하려는 행보로 해석된다. 김일성 주석의 권력을 물려받은 김정일 위원장의 유일한 친동생으로 김정은 위원장 집권 이후 후견인 역할을 했던 김경희가 공개석상에 나타난 것은 2013년 9월 9일 이후 6년여만이다. 그는 김정일 체제에서 핵심 인사로 활동하고 김정은 집권 이후에도 후견인 역할을 했으나 장성택이 2013년 12월 처형된 이후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2013년 9월 9일 김정은과 함께 정권 수립 65주년 경축 노농적위군 열병식에 참석하고 조선인민군내무군협주단 공연을 관람한 게 마지막 공개활동이었다. 이런 이유로 일각에서는 숙청설까지 제기했지만, 이번 설 공연을 통해 건재함이 드러났다. 장성택 처형 이후 호적을 정리한 것으로 추정된다. 국가정보원은 김경희가 평양 근교에서 은둔하면서 신병치료를 하고 있다고 국회 정보위원회에 보고한 적이 있다. 김경희는 당뇨와 알코올 중독 등으로 건강이 악화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날 사진 속 상태는 크게 나빠 보이지 않았다. 특히 그는 김정은 위원장 부부와 김정은 위원장의 유일한 여동생인 김여정 당 제1부부장 사이에 나란히 앉음으로써 ‘살아있는 백두혈통’의 결집을 대내에 과시했다. 김정은과 김여정이 백두혈통 3세대라면, 김정일과 김경희는 2세대다. 김정일 사망 이후 김경희는 유일하게 생존한 2세대로서 김정은이 백두혈통을 계승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인물이다. 특히 김정은이 지난해 두차례 백두산을 등정하고 선대의 ‘항일빨치산’ 정신으로 미국의 제재 압박 등 여러 난제를 정면 돌파하자고 선언한 시점에 김경희의 재등장은 의미있다. 김경희와 김여정 등 북한의 백두혈통이 이번 공연에 총출동한 것은, 그간 김경희를 둘러싼 구설을 잠재울 뿐 아니라, 김씨 일가의 건재와 단합된 모습을 주민에 과시해 내부 결속을 다지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통신은 “관람자들은 김정은 동지만을 절대적으로 믿고 따르며 위대한 우리 당의 탁월한 정면돌파사상과 실천강령을 받들고 불굴의 혁명신념과 견인불발의 투쟁정신으로 당 창건 75돌이 되는 뜻깊은 올해에 사회주의강국건설사에 특기할 새로운 승리를 이룩해갈 혁명적 열의에 충만되어 있었다”고 전했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 남편 장성택 숙청 이후에도 김정은 고모는 건재, 7년만 공개석상

    남편 장성택 숙청 이후에도 김정은 고모는 건재, 7년만 공개석상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고모인 김경희 노동당 전 비서가 남편 장성택 처형 이후에도 여전히 건재했다. 조선중앙통신은 26일 “김정은 동지께서 리설주 여사와 함께 1월 25일 삼지연극장에서 설명절 기념공연을 관람하셨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최룡해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 리일환 노동당 부위원장, 조용원·김여정 당 제1부부장, 현송월 부부장이 함께 공연을 관람했다. 북한 방송은 김경희 동지도 관람했다며 최룡해 다음으로 호명했는데, 사진 확인 결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여동생이자 처형된 장성택의 부인이었던 김경희 전 노동당 비서로 확인됐다. 1946년생인 김경희는 검은 한복을 입고 김정은과 같은 줄에 부인 리설주와 여동생 김여정 사이에 앉았다. 김정은의 고모인 김경희는 김정일 체제에서 핵심 인사로 활동하고 김정은 집권 이후에도 후견인 역할을 했으나 장성택이 2013년 12월 처형된 이후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2013년 9월 9일 김정은과 함께 정권 수립 65주년 경축 노농적위군 열병식에 참석하고 조선인민군내무군협주단 공연을 관람한 게 마지막 공개활동이었다. 이런 이유로 일각에서는 숙청설까지 제기했지만 이번 설 공연을 통해 건재함이 드러났다. 장성택 처형 이후에는 호적을 정리한 것으로 추정된다. 국가정보원은 김경희가 평양 근교에서 은둔하면서 신병치료를 하고 있다고 국회 정보위원회에 보고한 적이 있다. 특히 이번 공연에는 김경희뿐 아니라 김정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도 참석, 북한의 ‘백두혈통’이 총출동했다. 김정은 위원장이 김경희를 비롯한 백두혈통과 공연을 함께 관람한 것은 올해 미국과의 정면돌파를 앞두고 내부 결속을 다지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백두혈통을 상징하는 백두산에 연이어 등정하며 선대의 항일빨치산 정신을 이어가겠다고 선언하는 등 강력한 체제 수호 의지를 피력했다. 통신은 “관람자들은 김정은 동지만을 절대적으로 믿고 따르며 위대한 우리 당의 탁월한 정면돌파사상과 실천강령을 받들고 불굴의 혁명신념과 견인불발의 투쟁정신으로 당 창건 75돌이 되는 뜻깊은 올해에 사회주의강국건설사에 특기할 새로운 승리를 이룩해갈 혁명적 열의에 충만되어 있었다”고 전했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종합] 안병경 내림굿 받은 안타까운 사연 “주홍글씨 새겨졌다”

    [종합] 안병경 내림굿 받은 안타까운 사연 “주홍글씨 새겨졌다”

    안병경 내림굿 받은 사연이 공개됐다. 지난 4일 방송된 TV조선 ‘인생다큐 마이웨이’에서는 배우에서 무속인으로 새로운 삶을 살게 된 안병경의 인생 스토리가 공개됐다. 이날 안병경은 “(무속인이) 내림굿을 하지 않으면 어머니가 단명한다고 했다. 방법이 없다고 했다”며 내림굿을 받게 된 사연을 고백했다. 안병경은 “나는 아직 배우가 하고 싶어서 목이 마른데 남들이 보면 무속인이다. 주홍글씨가 새겨졌다. 가까웠던 프로듀서가 내 이름으로 역할을 올리면 ‘걔 무속인이잖아’ 하면서 잘리는 경우가 많았다”며 연기에 대한 열정과 갈증을 드러냈다. 그는 “저는 소위 말하는 ‘접신’이라는 게 형성이 안 됐다. 하지만 주위에서는 제가 유명해진 무속인이 되어버렸다”며 “실제론 접신이 되지 않아 무속인 생활을 안 했다 무속인이 아니라고 했지만 방송가에서는 이미 그 쪽 사람으로 인식이 돼서 7, 8년 은둔 생활을 했다”고도 말했다. 이런 시련 속에서도 임권택 감독은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영화 ‘서편제’에 캐스팅한 것. 안병경은 이 덕분에 1993년 열린 제14회 청룡영화상에서 남우조연상을 수상하며 재기할 수 있었다. 이날 안병경은 임 감독을 찾아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낭떠러지에 떨어져 있었는데 역할을 주셔서 다시 숨을 쉬게 해주셨다. 한량 없는 은혜다. 제가 눈 감을 때까지 감독님은 못 잊는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임 감독은 “‘서편제’에서 안병경이 장터에 앉아 있는데, 영화 같지 않고 생생했다”며 “연기자가 아니라 진짜 직업인으로 보였다. 이렇게 좋은 연기자와 함께 할 수 있다는 건 행복이다”며 칭찬했다. 한편 1968년 TBC 공채 탤런트로 데뷔한 안병경은 개성 강한 연기로 배우로 입지를 다졌으나 신내림을 받은 뒤 ‘무속인’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녀 배우 일이 끊겼다고 전했다. 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 끊이지 않는 대학가 단톡방 성희롱 “당신의 단톡방은 안녕하신가요?”

    끊이지 않는 대학가 단톡방 성희롱 “당신의 단톡방은 안녕하신가요?”

    잊을만 하면 반복되는 ‘단톡방 성희롱’···왜?피해자 트라우마 되는 가해자의 말 한 마디전문가들 “우리 사회가 가벼이 여기지 않음을 보여줘야”“여러분의 단톡방(단체 카카오톡 대화방)은 안녕하신가요?” 지난해 11월 청주교대 학생들은 대자보를 통해 사회에 이런 질문을 던졌다. 일부 남학생들이 단톡방에서 동기 여학생들의 사진을 올리고 외모를 평가하거나 “엉덩이를 만지고 싶다” 등 성희롱 발언을 했다는 사실이 폭로된 뒤다. 단톡방에서는 돈을 걸고 외모 투표도 이뤄졌다. 피해자들은 가해자들이 앞에서는 아무렇지 않은 척하면서도 뒤에서 자신들을 상대로 성희롱 발언을 했다는 사실에 큰 충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단톡방 성희롱은 청주교대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해만 해도 경희대 의대, 충북대, 국군간호사관학교 등 여러 학교에서 비슷한 사건이 연달아 터졌다. “외부로 알려지지만 않으면 된다. 사적인 이야기라 괜찮다”는 안일한 인식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들의 대화가 재미있는 농담이 아닌 주변 여성들을 성적 대상화하는 범죄 행위임을 인지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반복되는 단톡방 성희롱 사건을 멈추려면 가해자들에 대한 제대로 된 처벌과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은밀한 우리만의 대화?…단톡방 성희롱 왜 반복되나 “퇴폐업소 에이스 같다”, “XX 받아먹고 싶다” 같은 교양 수업을 듣는 여학생들을 상대로 일부 충북대 남학생들이 나눈 단톡방 대화 중 일부다. 지난해 12월 피해 학생이 학내 커뮤니티에 글을 올리면서 공론화됐다. 가해 학생들은 “이거 알려지면 사망이다”, “우리 쓰레기다” 등 자신들의 성희롱적 발언들이 공개되면 문제가 될 수 있음을 인지하고 있는 듯한 대화도 나눴다. 같은 동아리 동기들을 상대로 “핥고 싶다”거나 “OO랑 XX랑 모텔 가나봐” 등의 성희롱적 대화를 나눈 경희대 의대 학생들도 마찬가지였다. 학내 학생 자치기구인 인권침해사건대응위원회(대응위)에 따르면 이들은 “(문제가 될 내용을) 다 같이 삭제하자”고 말하거나 실제로 주기적으로 증거인멸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잘못된 행동임을 알면서도 단톡방 성희롱은 공공연히 이뤄졌다. ‘우리끼리’라는 단톡방의 은밀한 속성이 그들이 나누는 대화가 범죄라는 생각을 무뎌지게 한 탓이다. 이미정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우리의 대화는 걸리지 않을 것이다’ 혹은 ‘우리끼리 이야기일 뿐인데 왜 문제 삼느냐’는 등의 안일한 생각을 하기 때문에 끊임없이 비슷한 사건이 반복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장은 “친한 사람들끼리 뭉치는 단톡방의 속성상 또래 사이 이견을 제시하면 따돌림당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휩쓸려 가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이런 속성 때문에 단톡방 성희롱은 외부로 드러나기 쉽지 않다. 2018년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한사성)가 발표한 상담통계에 따르면, 단톡방 성희롱 사건에서 적용될 수 있는 사이버 명예훼손·모욕죄와 관련된 상담은 전체의 19%에 달했다. 하지만 서승희 한사성 대표는 “단톡방 성희롱 중 밝혀진 것은 0.1%도 되지 않을 것”이라고 딱 잘라 말했다. 사적 공간이라는 단톡방의 특성상 내부고발 없이는 외부로 알려지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문제가 된 경희대 의과대학 남학생들의 성희롱 대화 역시 해당 단톡방에 소속된 한 학생의 제보로 알려졌다. 이 학생은 가해 학생들과 다시 수업에서 마주하게 될 것이라는 불안감과 폐쇄적인 의대 사회 내에서의 인식 등을 이유로 사건 신고 취하와 재접수를 반복했다고 한다. 여러 번 비슷한 문제가 반복되는 배경에는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는 인식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서 대표는 “가수 정준영(31)씨의 단톡방 사건이 터졌을 때조차 일부 네티즌은 ‘사적 대화를 왜 검열하느냐. 사생활침해 아니냐’는 등의 지적이 나왔다”면서 “단톡방 성희롱을 폭력으로 생각하지 않는 것은 여성을 성적 도구화하는 문화가 여전히 팽배하다는 증거”라고 지적했다. 윤지영 건국대 부설 몸문화연구소 교수는 단톡방 성희롱을 “여성을 성적으로 품평하고 다른 남성에게 공공연히 전시하는 행위가 ‘센 남자’, ‘강한 남자’임을 입증하는 것처럼 여겨지는 왜곡된 남성 문화”라고 설명했다.●피해자의 트라우마가 된 가해자의 ‘농담’ 자신이 성희롱 대화의 대상이 된 사실을 뒤늦게 안 피해자들은 오랫동안 트라우마에 시달린다. 지난해 11월 군인권센터는 국군간호사관학교 일부 학생들이 동기 여생도를 상대로 성희롱적 발언을 일삼은 단톡방의 존재를 공론화했다. 센터에 따르면 일부 남생도들은 남자 연예인의 공연에 환호하는 여생도들을 보고 “회음부간호 X되게 하겠네” 등의 말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가해 학생 11명 중 1명은 퇴교 조치, 나머지는 4~7주의 근신 처분을 받았지만 상처는 여전히 남았다. 학교 측의 미흡한 대처와 공론화 이후에도 달라지지 않는 학내 분위기가 원인이 됐다. 군인권센터 관계자는 “학교 측에서 생도들을 모아 두고 ‘피해자가 특정되지 않은 음담패설은 성적 희롱으로 판단할 수 없다’고 말하는 등 대처가 미흡했다”면서 “주변에서도 ‘이 정도 했으면 되지 않느냐’는 등의 반응을 보여 여생도들이 오히려 학교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학내 징계 절차가 2차 가해가 되기도 한다. 피해자 처지에서 납득되지 않을 정도로 징계 수준이 낮거나 가해 학생과의 철저한 분리가 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다. 2018년 교육부가 실시한 ‘대학 내 성희롱·성폭력 실태조사 및 제도개선 방안’ 보고서에서 심층 인터뷰를 한 단톡방 성희롱 피해자 A씨는 “가해 학생 8명이 받은 징계 중 가장 높은 수위는 정학 5개월에 불과했다”고 토로했다. 군입대와 자발적 휴학 기간이 정학 기간에 포함된다는 사실은 A씨를 더욱 무력하게 만들었다. A씨는 “징계가 나오자마자 바로 다음 학기에 군대로, 해외로 가는 가해자들을 보며 ‘믿을 곳이 없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 놓았다. 보고서를 작성한 이미정 선임연구위원은 “일부 학교에서는 피해자에게도 가해자의 징계 수위를 알리지 않는 등 징계 실효성이 떨어지는 사례들이 많았다”고 지적했다.● ‘단톡방 성희롱’은 성범죄가 아니다? 학내 징계를 넘어 법적 대응에 나서는 피해자들도 있다. 하지만 현행법상 ‘대학가 단톡방 성희롱’ 사례 대부분은 성범죄에 속하지는 않는다. 당사자가 없는 단톡방 내에서 성희롱이 이뤄지는 경우는 성폭력특례법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신진희 변호사는 “내용에 따라 다르겠지만 단톡방 안에 있는 사람들에게 성적 농담을 하고 음란물을 보내 성적 수치심이나 불쾌감을 유발했다면 통신매체이용음란죄에 해당할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단톡방 내 사람들이 밖에 있는 특정 대상을 희롱하기 위해 일종의 ‘뒷담화’를 나눈 것은 명예훼손이나 모욕죄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청주교대 가해 학생들 2명 역시 최근 모욕 혐의를 받아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피해자 측 변호인인 로펌 굿플랜의 강현 변호사는 “핵심은 모욕죄 구성요건 중 하나인 단톡방의 내용이 제삼자에게 전파될 가능성이 있는지를 따지는 공연성”이라면서 “대법원 판례에 비추어볼 때 충분히 모욕죄에 해당된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업을 가지 못하고 은둔하거나 정신과 치료를 받은 피해자들도 있다”면서 “무엇보다 가해 학생들의 예비교사로서의 자질, 윤리의식 등에 대해 더 큰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선 법적으로 단톡방 성희롱도 새로운 성폭력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윤지영 교수는 “단톡방 성희롱 역시 변화된 플랫폼 문화 안에서 발생하는 새로운 여성대상 성폭력으로 인정하고 성폭력특례법 안에서 처벌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단톡방 성희롱 피해자들도 성폭력 피해자로 신분보장을 받아야 한다. 그래야 가해자에 대한 처벌수위도 높아질 수 있고 피해자들도 지원서비스를 더욱 더 제대로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현 변호사 역시 “성희롱 사건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확장되고 있고 그 유형도 다양해 피해자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면서 “온라인 성희롱을 법적으로 성범죄의 영역으로 볼 지 등 입법론적인 고민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무조건 처벌 규정을 늘리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보다 중요한 건 인식의 전환이다. 전문가들은 공론화를 통해 단톡방 성희롱 문제를 더는 우리 사회가 방관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끊임없이 보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장은 “성인지감수성을 기르기 위한 교육을 계속 해야 한다”면서 “유사한 사건이 일어났을 때 우리 사회가 이를 가벼이 여기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지영 교수도 “단톡방 성희롱 문제를 용기 있게 내부고발을 한 남성들을 새로운 남성성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면서 “학교에서도 피해자 관점에서 학교가 이 문제를 예의주시한다는 선례를 계속해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손지민 기자 sjm@seoul.co.kr
  • SNS, 편리한 디지털기술이 은둔형 외톨이 부추긴다

    SNS, 편리한 디지털기술이 은둔형 외톨이 부추긴다

    1920년 미국의 동화작가 휴 로프팅이 쓴 ‘닥터 둘리틀’ 시리즈를 원작으로 한 영화 ‘닥터 두리틀’이 얼마 전 개봉했다. 영화 초반에는 아내를 사고로 잃고 동물들과 집 안에 은둔하는 두리틀 박사가 등장한다. 특정 이유 때문에 바깥 출입을 하지 않고 가족 이외의 사람들과는 인간관계를 맺지 않는 일이 6개월 이상 지속되면 은둔형 외톨이로 분류된다. 이웃 일본에서는 히키코모리라고 부르는 이런 은둔형 외톨이 증상을 보이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어서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기도 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정신의학자들은 은둔형 외톨이로 분류되는 극도의 사회적 고립상태를 겪는 사람들이 실제 알려진 것보다 많고 이들을 위한 의학적 도움을 주기 위해서는 명확하고 일관된 정의가 필요하다고 의견을 모았다. 일본 큐슈대 의대, 미국 오레곤보건과학대 정신과학과, 포틀랜드주립대 보건대 공동연구팀은 은둔형 외톨이 현상에 대한 새로운 진단기준을 정립했다고 12일 밝혔다. 연구팀은 이와 함께 디지털과 통신기술 발달로 대인접촉이 줄어드는 것도 은둔형 외톨이 증상을 강화시키는 하나의 원인이 된다고도 주장했다. 이 같은 연구결과는 실험심리학 및 정신의학 분야 국제학술지 ‘국제 정신과학’ 2월호에 실릴 예정이다. 연구팀은 은둔형 외톨이 증상을 규정할 수 있는 4가지 기준을 제시했다. 연구팀이 제시한 기준은 ▲집 안팎에서 지낸 시간의 비율 ▲대인관계 회피 정도 ▲정신적 고통 여부 ▲우울증, 양극성 성격장애와 같은 다른 정신과질환 여부로 이들에 따라 은둔형 외톨이 증상에 대한 대응법이 달라져야 한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은둔형 외톨이 증상이 심한 사람들은 불안하기 때문에 은둔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편안함을 위해 은둔하는 경우가 많고 사회적으로 스스로를 격리하는 것에 대해 만족감을 느낀다고 지적했다. 또 우울증 같은 정신과적 질환을 앓고 있다면 은둔형 외톨이로 분류해서는 안된다고도 덧붙였다. 이 같은 기준을 만든 것은 그동안 의료계에서는 사회적 고립, 은둔형 외톨이 증상에 대해서 심각한 정신적 문제로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연구팀은 이와 함께 현대 디지털, 통신기술 같은 의사소통 향상을 위한 도구들이 오히려 은둔형 외톨이 증상을 강화시킬 우려가 크다고 강조했다. 온라인을 통해 타인과 비대면 접촉이 늘어날수록 사람과의 만남을 불편해 하고 혼자 있는 것을 선호하게 되면서 사람들을 잠재적 은둔형 외톨이 환자로 만들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가토 다카히로 큐슈대 교수(정신과학)는 “디지털 기술과 통신 기술의 발전이 삶을 더 편리하게 만들어줄지는 모르겠지만 정신건강 측면에서 볼 때는 온라인으로 보내는 시간이 사람 대 사람으로 대면하는 시간보다 많아질 경우 은둔형 외톨이 증상을 강화시킬 뿐만 아니라 우울증 등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임병선의 메멘토 모리] 오일 머니 덕에 50년 왕좌 지킨 카부스 오만 국왕

    [임병선의 메멘토 모리] 오일 머니 덕에 50년 왕좌 지킨 카부스 오만 국왕

    옛적 로마에서는 승리를 거두고 개선하는 장군이 시가 행진을 할때 노예를 시켜 행렬 뒤에서 큰소리로 “메멘토 모리!”라고 외치게 했다. 라틴어로 ‘죽음을 기억하라’는 뜻인데, ‘전쟁에서 승리했다고 너무 우쭐대지 말라. 오늘은 개선 장군이지만, 너도 언젠가는 죽는다. 그러니 겸손하게 행동하라’는 의미가 담겨 있었다. 아메리카 인디언 나바호족에게도 “네가 세상에 태어날 때 넌 울었지만 세상은 기뻐했으니, 네가 죽을 때 세상은 울어도 너는 기뻐할 수 있는 그런 삶을 살라”는 가르침이 전해진다. 죽음이 곧 삶이다. 의미있는 삶을 마치고 죽음을 통해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이들의 자취를 좇는다.50년을 한결같이 이슬람 왕국 오만을 통치한 카부스 빈사이드 알사이드(80) 국왕(술탄)이 세상을 떠났다. 아랍권에서도 가장 오랫동안 통치한 술탄이었으며 슬하에 자녀가 없는데도 후계를 정하지 않았다. 오만 국영 매체들은 트위터 계정으로 그가 10일(이하 현지시간) 저녁에 승하했다고 다음날 새벽에 알렸다. “신이 그를 곁에 두기로 했다”는 멋진 표현도 눈에 띈다. 그는 재발한 결장암을 치료하고 건강 검진도 받을 겸 지난달 말 벨기에를 방문했다가 예정을 앞당겨 귀국한 일이 있다. 그의 병세가 위중해져 왕위 계승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지만 결국 정하지 않았다. 카부스 국왕은 1970년 영국의 도움을 받아 무혈 쿠데타로 부친을 퇴위시키고 즉위한 뒤 50년 가까이 통치했다. 마침 유전 개발이 시작돼 오일 머니 덕에 나라를 통치하는 데 힘들 일이 없었다. 오만의 술탄국 기본법 6조에 따르면 술탄이 공석이 된 지 사흘 안에 새로운 술탄을 뽑아야 하는데 왕실은 곧바로 하이삼 빈타리크 알사이드 문화부 장관을 새 국왕으로 뽑았다. 그는 11일 국영TV로 방영된 연설을 통해 모든 국가와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고 외국의 내정에 간섭하지 않는 외교정책을 펴 전임 국왕의 길을 따르겠다고 밝혔다. 그는 카부스 전 국왕의 사촌이기도 하다. 당초 역시 같은 사촌지간인 아사드 빈타리크 알사이드 부총리, 시하브 빈타리크 알사이드 전 해군 사령관과 각축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곧바로 승계가 순탄하게 이뤄졌다.술탄국 기본법 6조에 따르면 왕실은 술탄이 공석이 된 지 사흘 안에 후임 술탄을 골라야 한다.왕족이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국방평의회, 최고법원 원장, 국가자문위원회와 국가위원회가 모여 술탄이 후계자를 적어 넣어둔 봉투를 열어 지명된 이를 새 국왕으로 정하는데 1979년 카부스 전 국왕이 기자회견을 통해 밝혔던 봉투를 이날 열어봤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나라의 술탄은 거의 전지전능한 통치자다. 총리를 비롯해 육군 참모총장, 국방부 장관, 재무부 장관, 외교부 장관을 모두 겸했다. 460만 국민 가운데 해외에서 이주한 사람이 43%나 된다. 스물아홉 살에 선대 국왕 사이드 빈타이무르를 퇴위시켰는데 그의 부친은 은둔형에 극보수였다. 국민들이 라디오도 듣지 못하게 했고 선글라스도 끼지 못하게 했다. 자신이 국민들의 결혼, 교육, 출국 등까지 모든 것을 결정했다. 그나마 카부스는 실권을 장악하자 근대적인 의미의 정부를 출범시키겠다고 약속했다. 또 당시만 해도 포장된 도로가 10㎞ 밖에 되지 않았고 학교가 세 군데 밖에 없었던 나라를 발전시키겠다고 다짐했다.초기 몇년은 이웃 예멘의 마르크스주의 민주공화국 지원을 받는 남부 도파르 부족들이 일으킨 반란을 진압하는 데 영국 특수부대의 손을 빌렸다. 중립 외교 정책을 펴 2013년 미국과 이란의 핵합의 비밀 협상을 주선해 2년 뒤 협정 체결에로 이끈 것도 카부스 국왕이었다. 카리스마도 있었고 나라를 이끌 비전도 겸비했다. 해서 높은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절대군주여서 반대 목소리를 잔인하게 눌렀다. 2011년 아랍의 봄 때 수천명이 거리를 점거하고 임금 인상, 더 많은 일자리, 부패 척결을 요구하자 보안군을 동원하고 최루탄, 고무탄, 실탄을 발사해 2명이 죽고 수십명이 다치고 수백명이 기소됐다. 죄명은 불법 집회 개최와 국왕 모독이었다. 그나마 카부스 국왕은 부패죄를 씌워 오래 재임한 각료들을 제거하고 국가자문위원회의 권한을 확대하고 공공부문 일자리를 늘리겠다고 공언하는 개혁 군주의 모습을 과시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이런 모습은 생색 뿐이었다. 그의 정부는 비판적인 신문잡지를 폐간하고 책을 몰수하고 활동가들을 고문했다고 인권단체 휴먼 라이츠 워치는 고발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마포구, 고독사와 은둔형 고립 방지책 강화

    마포구, 고독사와 은둔형 고립 방지책 강화

    서울 마포구는 고독사와 은둔형 고립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오는 3월부터 ‘모바일 안심케어서비스’를 도입한다고 3일 밝혔다. 구는 고독사 고위험군인 1인가구의 안부를 확인하는 ‘따르릉~ 행복라인 모니터 사업’을 2016년부터 실시해왔다. 구는 ‘따르릉~ 행복라인 모니터’를 통해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 마포구 내 취약계층 3975가구에 유·무선 전화를 걸어 이들의 안부를 1차적으로 확인한다. 이후 음성돌봄시스템을 활용해 총 4차례에 걸쳐 유·무선 전화를 발송한다. 대상자가 전화를 받지 않을 경우 각 동 주민센터 복지플래너가 해당 가구에 직접 방문해 2차로 안부를 확인하게 한다. 복지플래너는 주거환경, 의료, 생할편의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이들에게 맞는 복지지원책을 찾아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한다. 유동균 마포구청장은 “정기적 모니터링이 필요한 취약계층을 위해서는 사후 대처가 아닌 사전 예방이 사업이 핵심이 돼야 한다”며 “따르릉~ 행복라인 모니터 사업과 모바일 안심케어서비스를 통해 복지 사각지대를 최소화하는 데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 ‘은둔형·우울형’ 독거노인 돌봄 강화

    중복 이용 가능…신규 신청은 3월부터 70대 중반 A씨는 수년 전부터 가족이나 친지와 연락이 끊긴 채 혼자 살아가고 있다. 쓰레기를 제때 치우지 못해 방 안 곳곳에 곰팡이가 생기는 등 주거환경이 좋지 않지만 돌봐주는 가족이 없고 외부인의 도움마저 거절하고 있다. 올해부터는 A씨 같은 ‘은둔형, 우울형’ 독거노인에 대한 돌봄서비스가 확대·강화된다. 보건복지부는 1일 “기존의 노인돌봄사업들을 통합·개편해 독거노인이나 고령의 부부 노인, 조손 가구 등 돌봄이 필요한 노인의 욕구에 따라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노인맞춤돌봄서비스가 2일부터 시작된다”고 밝혔다. 올해부터는 안전 지원이나 사회참여, 생활교육, 일상생활 지원 등 어르신에게 필요한 개인별 맞춤형 서비스를 다양하게 제공한다. 종전에는 노인돌봄사업 간 중복 지원이 금지돼 이용자별로 하나의 서비스만 이용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필요에 따라 여러 서비스를 동시에 이용할 수 있게 됐다. 특히 기존의 독거노인 사회관계활성화 사업이 노인맞춤돌봄서비스의 특화 서비스로 개편됨에 따라 이를 수행하는 복지관, 사회복지법인 등 관련 기관이 전국 107개에서 164개로 늘어난다. 돌봄서비스를 받는 대상자는 지난해 35만명에서 올해 45만명으로 확대된다. 또 현장에서 서비스를 수행하는 전담사회복지사와 생활지원사도 지난해 1만 2000명에서 올해 2만 8000명으로 늘어난다. 새로 서비스를 신청하려면 오는 3월부터 읍·면·동 주민센터를 찾아가면 된다. 독거노인종합지원센터 상담전화(1661-2129) 또는 누리집(www.1661-2129.or.kr)을 이용하면 주변의 서비스 제공 기관을 확인할 수 있다. 세종 박찬구 선임기자 ckpark@seoul.co.kr
  • 은둔형 독거노인 돌봄 강화된다

    은둔형 독거노인 돌봄 강화된다

    70대 중반 A씨는 수년 전부터 가족이나 친지와 연락이 끊긴 채 혼자 살아가고 있다. 쓰레기를 제때 치우지 못하고 방 안 곳곳에 곰팡이가 생겨 주거환경이 좋지 않지만 돌봐주는 가족이 없는데다 외부인의 도움을 거절하고 있다. 올해부터는 A씨처럼 ‘은둔형, 우울형’ 독거 노인에 대한 돌봄서비스가 확대·강화된다. 보건복지부는 1일 “기존의 노인돌봄사업들을 통합해 개편해 독거노인이나 고령의 부부노인, 조손 가구 등 돌봄이 필요한 노인의 욕구에 따라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노인맞춤돌봄서비스가 2일부터 시작된다”고 밝혔다. 지난해까지는 단순 안부확인이나 가사지원이 주된 서비스 내용이었지만, 올해부터는 안전지원이나 사회참여, 생활교육, 일상생활 지원 등 어르신에게 필요한 개인별 맞춤형 서비스를 다양하게 제공한다. 종전에는 노인돌봄사업 간 중복 지원이 금지돼 이용자별로 하나의 서비스만 이용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필요에 따라 여러 서비스를 동시에 이용할 수 있게 됐다. 특히 기존의 독거노인 사회관계활성화 사업이 노인맞춤돌봄서비스의 특화 서비스로 개편됨에 따라 이를 수행하는 복지관, 사회복지법인 등 관련 기관이 전국 107개에서 164개로 늘어난다. 돌봄서비스를 받는 대상자는 지난해 35만명에서 올해 45만명으로 확대된다. 또 현장에서 서비스를 수행하는 전담사회복지사와 생활지원사도 지난해 1만2000명에서 올해 2만 8000명으로 늘어난다. 기존에 노인돌봄서비스를 이용하던 사람은 따로 신청하지 않아도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 새로 서비스를 신청하려면 오는 3월부터 읍·면·동 주민센터를 찾아가면 된다. 독거노인종합지원센터 상담전화(1661-2129) 또는 누리집(www.1661-2129.or.kr)을 이용하면 주변의 서비스 제공기관을 확인할 수 있다. 세종 박찬구 선임기자 ckpar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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